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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보, 고마워” 한마디면 결혼생활에 꽃이 핍니다

    “여보, 고마워” 한마디면 결혼생활에 꽃이 핍니다

    “결혼한 지 2년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너무 힘이 드네요.”지난해 3월 결혼한 여교사 김정화(29·가명)씨는 요즘 ‘결혼이 전쟁’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5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도 별로 다툰 적 없던 남편과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 결혼 전에는 김씨를 2시간 거리에 있는 집에 바래다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더니 요즘에는 휴일에 청소기 한번 돌려 달라고 해도 온갖 짜증을 다 낸다. “결혼한 지 2년도 안됐는데 벌써부터 너무 힘이 드네요.”지난해 3월 결혼한 여교사 김정화(29·가명)씨는 요즘 ‘결혼이 전쟁’이란 말을 실감하고 있다.5년 동안 연애를 하면서도 별로 다툰 적 없던 남편과 요즘은 하루가 멀다 하고 부부싸움을 하고 있다. 결혼 전에는 김씨를 2시간 거리에 있는 집에 바래다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더니 요즘에는 휴일에 청소기 한번 돌려 달라고 해도 온갖 짜증을 다 낸다. 김씨는 “치약을 중간부터 짜는지, 끝부터 짜는지를 갖고 싸운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에는 남편과 함께 사람들이 별걸로 싸운다며 비웃었는데 요즘 우리 부부가 신발을 똑바로 벗어놓는지, 반대 방향으로 벗어놓는지를 갖고 승강이를 벌인다.”면서 “연애할 때는 뭘 해도 공통점이 많아서 주변에서 꼭 닮은 천생연분이란 부러움도 많이 샀는데 결혼 뒤 보는 남편은 다른 사람 같다.”고 했다. 지난 5월 결혼한 박성진(35·회사원·가명)씨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 소개받은 부인과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나이가 많다고 조급해하는 집안 어른들 때문에 서두른 감이 있지만 속 깊고 다정한 ‘그녀’라면 평생을 같이할 수 있겠다는 확신도 있었다. 하지만 박씨는 최근 생각보다 까다롭고 예민한 부인과 충돌하는 일이 잦아졌다.“출근 때 자기가 골라주는 넥타이를 매지 않는다고 짜증을 내면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아요. 신경 써주는 것은 알겠지만, 가끔은 ‘이러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신혼이라고 하면 흔히 달콤한 상상을 먼저 하게 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현실이라는 결혼의 벽을 출발부터 절감하게 된다. 결혼 초기의 시행착오는 쉽게 별거나 이혼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위기에 처해 있는 ‘신혼부부’들에게 서로 더욱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지난달 26일부터 함께 산 지 5년 이내인 부부나 사실혼 관계 커플 10쌍을 대상으로 ‘결혼초반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서원 사회복지학 박사의 강연으로 서울시 위기가정 SOS상담전화 사업과 연계해 5주 과정으로 진행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결혼 초기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갈등상황에 대한 문제해결과 건강한 의사결정 모형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개발됐다. 프로그램 첫 주는 우선 두 사람의 만남을 점검해 보는 순서로 시작한다.‘운명적인 만남 vs 치명적인 만남’이라는 주제로 ▲우리는 우연의 일치가 많다 ▲이 사람을 만난 이후로 행복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 ▲이 사람과 어쩐지 파장이 잘 맞고 느낌이 잘 통한다 등 10개 항목에 대해 각각 10점 가운데 몇 점이나 줄 수 있는지를 묻는다. 이어지는 ‘이러려고 결혼한 게 아닌데’ 테마에서는 본격적으로 ▲결혼 전에 내가 당신을 좋아했던 점은 ○○이다 ▲내가 보기에 당신의 직장·가정생활은 ○○인 것 같아 걱정스럽다 ▲결혼 전에 비해 당신의 표정은 더 ○○해졌다 ▲당신이 ○○였을 때가 정말로 멋있다 등 20개 항목을 통해 대화를 이끌어낸다. 2주째에는 마음속에 응어리졌던 부분을 본격적으로 풀어보는 순서가 마련된다.‘내 가슴에 걸린 물건’이라는 주제로 어린 시절의 가족과 지금의 결혼생활 등 전반적인 삶의 과정을 돌이켜보는 시간이다.▲우리 부모님 사이에 일어난 일 가운데 지금도 가슴에 걸려 있는 것은 ○○이다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결혼하면 꼭 닮아야겠다고, 닮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이다 ▲결혼할 당시 부모님의 모습을 떠올리며 은근히 걱정했는데 실제로 일어난 것은 ○○이다 ▲결혼생활을 돌이켜보면 남편·아내로서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점수는 ○○점이다 등 27개 항목으로 이뤄졌다. 세번째 시간에는 ‘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우선 부모에게 혹은 학창시절 선생님이나 친구들에게 가장 화 날 때가 언제였는지, 그리고 지금은 가장 화가 나는 상황이 무엇이고 누구에 대해서인지 스스로 점검하게 하는 ‘화의 역사’를 살펴본다.‘화의 패턴’에서는 나와 배우자가 화가 나면 어떻게 변하는지, 내가 화를 낼 때 상대방이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보게 하고 서로의 화를 가라앉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4주차에는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방식에 대해 알아보고, 대화를 할 때 느끼는 점과 바라는 점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하루에 몇 분이나 대화를 하는지, 공통되는 관심 분야는 무엇인지, 의견이 충돌하는 부분과 말이 통하지 않는 부분, 또 그때 느낀 감정 등에 대해 알아본다. 성생활의 빈도, 방해요소, 바라는 점 등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마지막에는 더 행복한 생활을 위해 대화할 때 부탁하고 싶은 점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주에는 자기의 ‘괜찮음 지수’를 알아보고, 상대방을 칭찬하게 된다.‘나 괜찮은 남편·아내 아닌가요’라는 코너에서는 스스로 자랑스럽고 자부심이 생길 때가 언제인지 5개를 꼽고, 내가 괜찮은 배우자라고 느낀 때를 떠올리게 한다.‘여보 고마워요’ 코너에서는 배우자와 결혼하기를 잘했다고 생각되는 때와 배우자를 칭찬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현재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결혼 1년차 부부 가운데 남편 A씨는 “전에도 결혼 관련 프로그램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일방적으로 강의를 듣기만 하고 깊이 들어갈 만하면 다른 주제로 넘어가서 실제 대화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 프로그램은 부부가 서로 깊게 이야기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아내와 싸울 상황이 되면 그저 회피하기만 했는데 스스로 이런 행동이 이해되지 않곤 했다.”면서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내가 어렸을 적 부모님이 싸우는 것을 정말 싫어했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면서 그것이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대화를 통해 아내도 내 행동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상담소 박현정 사회복지사는 “결혼 초기에 겪을 수 있는 갈등상황에서 가족과 본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문제를 해결,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시범사업이니만큼 효과를 분석한 뒤 정기적으로 계속 시행할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2)782-3601.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남녀가 보는 ‘외도의 출발점’ 이렇게 다르네요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마태복음 5장 28절) 2000여년 전 예수는 일찍이 인간들의 외도에 대해 엄격하고 광범위한 잣대를 제시했다. 성인(聖人)들은 역사를 통틀어 줄곧 인간의 외도를 말려왔지만 성인(成人)들의 궤도 이탈은 계속돼 왔다. 세계적으로 드물게 간통이 형법상 처벌 대상인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다. 다시 한번 간통법 폐지 논쟁이 일고 있는 2005년 우리 시대 남녀들이 보는 외도의 기준은 뭘까. ●인터넷포털 ‘젝시인러브´ 2만명 설문조사 최근 여성 인터넷포털 ‘젝시인러브’(www.xyinlove.co.kr)가 남녀 회원 2만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을 보면 외도를 바라보는 남녀의 시각차가 확연하다. 외도의 기준을 묻는 질문에 조사대상 여성의 45%는 ‘(배우자가)다른 이성과 사랑에 빠졌을 때’라고 답해 가장 많았다. 이어 ‘육체적 관계를 하면 외도’가 22%,‘마음만 끌려도’가 18%,‘만나기만 해도’는 10%를 차지했다. 반면 남성 응답자는 육체적 관계를 외도의 본격적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이 뚜렷했다. 남성 응답자의 경우 ‘육체 관계’를 기준으로 둔 경우가 4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사랑에 빠졌을 때’ 33%,‘마음이 끌리면’ 12%,‘만나기만 해도’ 8% 순이었다. 결국 여성의 73%는 설사 배우자가 부적절한 육체 관계를 갖지 않았더라도 다른 이성에게 사랑의 감정이나 만남, 호감을 갖는 것 자체를 외도라고 규정하고 있는 셈. 반면 육체관계와 상관 없이 마음의 움직임만으로 외도가 시작된다고 본 남성은 55%에 불과해 남녀간 적잖은 편차를 드러냈다. ●남자는 부부 사이 좋아도 외도할 가능성? 한편 외도의 시작은 ‘배우자에게 들킨 순간부터’라며 다소 ‘위험스런’ 정의를 내린 남녀도 각각 2%를 차지했다.‘어떤 때 외도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여성들은 가장 많은 29%가 ‘다투거나 사이가 안 좋을 때’라고 응답, 부부 사이의 관계 악화를 큰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남성은 가장 많은 38%가 ‘성적인 매력이 뛰어난 여성을 만났을 때’라고 답했다. 가정 문제 때문에 외도를 한다기보다는 (부부 사이가 좋더라도)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면 외도를 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외도 사실이 들통 난 이후 수습 방법에서도 남녀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를 보였다.1위로 남자(47%)는 ‘용서를 구한다’라고 정면돌파를, 여성(27%)은 ‘절대 아니라고 잡아 떼거나 변명한다.’는 우회적 수법을 선택했다. 이밖에 남성은 ‘변명이나 부인´ 27%,‘침묵으로 일관’ 15%,‘이별선언’ 6%,‘화를 내며 상대를 탓함’ 3% 순이었다. 여성은 ‘용서를 구함’ 25%,‘이별선언’ 23%,‘침묵으로 일관’ 18%,‘화를 내며 상대를 탓함’ 8%였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불효자를 용서해주세요”

    “채곤이가 이렇게 와서 부모님을 불러봅니다. 그러나 대답이 없으시니 너무나 슬픕니다. 저의 불효를 용서하시고 편안히 쉬십시오.”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됐다가 지난달 풀려난 로버트 김(64ㆍ한국명 김채곤)씨는 부모의 영정 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검정색 양복에 검은 넥타이 차림의 로버트 김은 7일 오전 10시45분 부인 장명희(61) 여사, 동생 열린우리당 김성곤(53) 의원, 후원회원 등 10여명과 함께 승합차 편으로 전북 익산시 왕궁면 원불교 영모묘원에 도착했다.100여m를 걷는 동안 김씨는 “부모님의 임종도 하지 못하고…”라며 한숨과 함께 말끝을 흐렸다. 묘원 사무실에 들른 김씨는 눈을 감은 채 동생 성곤씨로부터 지난해 2월(아버지)과 6월(어머니) 잇따라 돌아가신 부모의 유해를 납골당에 모신 경위를 차분하게 경청했다. 김씨는 관리소측이 선친의 납골묘 번호(320번)가 적힌 납골대장을 보여주자 눈시울을 적시며 기록을 꼼꼼히 살폈다. 김씨는 유해가 안치된 대원전을 찾아 하얀 국화꽃을 헌화한 뒤 절을 올렸다. 분향소에서 김씨는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으며 부모의 영정을 번갈아 어루만졌다. 그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교도소에 있어 아내만 참석했었다.”면서 “당시 교도소에서 일을 나가지 않고 종일 감방에 있었는데, 시간이 너무나 길어 고통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격려의 영상테이프를 보내주셨으나 돌아가신 뒤에서야 그 테이프를 봤다.”면서 “아버지는 항상 건강하시고 피부가 팽팽하며 목소리가 좋았는데 병석에서 나를 격려해준 테이프 속의 아버지는 무척 안타까운 모습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독경식에서 “아버님의 가르침이자 가훈인 ‘선공후사(先公後私)’를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갈 것”이라며 “다시 태어나도 국익을 위해 한 목숨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참배를 마친 김씨는 익산시 원광대 옆에 있는 원불교중앙총부를 방문, 이광정(李廣淨) 종법사 등을 만나 수감 시절 후원해준 원불교 측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이어 오후 2시 원광대에서 열린 사은회에 참석한 후 3시30분 고향인 여수로 향했다.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儒林(469)-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5)

    儒林(469)-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5)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5) 이사(李斯). 그는 진나라의 재상으로 시황제를 도와 천하를 통일하였던 일등공신이었다. 그는 천하를 통일한 후에는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단행하였고, 시황제가 죽은 후 환관 조고(趙高)와 공모하여 막내아들 호해(胡亥)를 황제로 옹립하는 한편 태자 부소(扶蘇)를 자살케 한 간신이었다. 통일 국가 진나라의 15년의 짧은 수명은 전적으로 승상 이사에 대한 책임으로 중국의 역사는 이사를 절대적 악인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 자신이 순자로부터 유학을 배웠으면서도 유학자들을 구덩이에 산 채로 매장한 분서갱유 사건은 이사를 ‘용서받지 못할 사람(the Untouchable)’의 불가촉 악인으로 규정하고 그의 스승인 순자마저 이단아로 몰기에 충분한 구실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사는 순자로부터 학문을 배웠으나 그 자신은 유가보다는 법가(法家)에 가까웠다. 법가(法家:Legalism). 중국 고대철학의 한 학파로서 전국시대에 노예들의 끊임없는 폭동과 신흥봉건지주계급의 발흥으로 인하여 기존의 유가적 예치(禮治)가 점점 붕괴되어 효력을 상실하자 엄격한 법으로써 나라를 다스리자는 법치사상이 등장하였는데, 이것이 바로 법가였던 것이다. 아이로니컬한 것은 법가를 부르짖은 한비자(韓非子)와 인간의 모든 활동은 통치자와 국가권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오직 국가의 강력한 통제와 황제에 대한 절대복종을 통해서만 사회적 화합을 이룰 수 있으니, 엄격하게 상벌을 내리는 법률체계로서 통일제국 진나라를 다스려야 한다는 철혈(鐵血)정책을 쓴 이사 모두 순자의 제자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한비자나 가혹하게 이 정책을 실행함으로써 진나라를 15년 만에 멸망시켜 영원히 중국에서 법가 철학을 불신 받게 한 악역의 대명사, 이사라는 제자가 순자에게서 나온 것은 결코 돌연변이는 아니었다. 오히려 청출어람(靑出於藍)이었다. 우선 순자는 공자, 맹자로 이어지는 전통적인 유가에서 하늘이 사람들의 도덕적인 권위의 기초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부정하였다.‘하늘은 사람 위에서 자연과 함께 이 세상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섭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노자와 장자도 다르지 않아 이들 도가 역시 사람은 자연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중국 사람들은 자연과 사람을 지배하는 것은 하늘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순자는 하늘과 사람의 관계를 분리시켰다. 자연에는 자연의 법칙이 있고, 사람에게는 사람의 법칙이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순자는 하늘에는 자각과 뜻이 있어 착하고 악함에 따라 사람들에게 복을 내리기도 하고, 화를 내리기도 한다는 기존의 하늘에 대한 신앙을 전적으로 부정하였다. 순자는 그래서 다음과 같이 말을 하고 있다. “하늘은 만물을 생성하게는 하지만 만물을 분별하지는 못하며, 땅은 사람들을 그 위에 살아가게는 하지만 사람들을 다스리지는 못한다.” 이는 스승 공자의 가르침과는 정반대의 사상이었다. 공자는 ‘중용(中庸)’에서 ‘정성이란 하늘의 도요, 정성되게 사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라고 말함으로써 하늘이야말로 이 우주만물의 지배자이며, 올바른 도의 근원으로서 사람들의 도덕적 행위의 원천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사설] 공기업 퇴출 말로만 끝내선 안돼

    전윤철 감사원장이 최근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나 “역사적 임무를 마친 공기업의 기능은 중단돼야 한다.”면서 문제 공기업의 퇴출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1960∼1970년 개발연대 상황에서 만들어놓은 공기업이 역할과 기능을 재정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향도 모르고 계속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리는 공기업의 문제점을 큰 틀에서 파악한 그의 인식이 옳다고 본다. 정부와 국회는 감사원장의 공기업에 대한 인식을 공유함으로써 공기업 개혁이 말로 끝나지 않도록 실천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전 감사원장은 공기업의 내부 경영과 관련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즉 “방만하게 경영하면서 노조와 적당히 협상해 이끌려고 하는 안일한 공기업 사장들은 용서않겠다.”고 일갈했다. 이어 “공기업들은 불필요한 분야에 자회사를 설치하고 민간부문이 이미 참여하고 있는 곳에 중복투자를 하고 있다.”며 “이런 식으로 가면 공기업은 100전 100패 한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공기업이 일단 설립되면 역량과 기능이 떨어져도 존속하면서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노조의 눈치를 보고 눈앞의 경영만 하는 공기업이 있다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물론 노사가 합쳐 경영혁신을 추진해 매년 실시되는 경영평가에서 우수한 실적을 내는 기관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감사원장의 지적을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것은 공기업의 기능을 단기 실적평가에서 떠나 시대 상황이나 민간 부문과 비교한 경쟁력의 관점에서 되돌아본 점에서다. 감사원은 지난 10월부터 내년 말까지 공기업에 대한 기획 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런 감사 결과 나올 기능 축소, 통폐합과 퇴출 권고 등을 기다리지 말고 정부와 국회도 감사원장이 던진 화두를 근거로 공기업의 큰 그림을 다시 그려보길 바란다. 수년전 2개 공사의 통폐합이 물건너 간 예에서 보듯 공기업은 손대기가 쉽지 않다. 공기업 개혁은 감사원장만으로 충분치 않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와 국회의 강력한 개혁 의지가 필요하다.
  • [실전 논술] 반강제와 자율… 바람직한 교육환경은

    ●다음 제시문 (가)는 전상국의 (우상의 눈물)에서,(나)는 루소의 (에밀)에서 발췌한 글이다.(나)의 내용을 참고하여,(가)에서 ‘담임’의 생각이 지닌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교육 환경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로 쓸 것). (가)그 날 편반이 끝나고 키 크기에 따른 각자의 번호와 교실 좌석까지 다 정해졌을 때 새 담임이 된 김선생이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66명이 운명을 함께 하는 역사적 출항을 선언한다.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단 한 사람의 낙오자나 이탈자가 없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이 시간 분명히 밝혀 둘 것은 우리들의 항해를 방해하는 자, 배의 순탄한 진로를 헛갈리게 하는 놈은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나무를 전정할 때 역행 가지를 잘라버려야 하듯 여러분의 항해에 역행하는 놈은 여러분 스스로가 엄단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1년간의 일사불란한 항해를 위해서는 서로 사랑과 신뢰로써 반을 하나로 결속하는 슬기를 보이는 일이다.” 새 담임 선생은 과학 교사답지 않게 적절한 비유로써 자기가 맡은 반 아이들에게 뭔가 불어넣으려 애쓰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사안일 속의 1년이었던 것이다. “고삐는 여러분 손에 쥐어져 있다.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그 고삐를 당겨 여러분 스스로를 제어해 주기 바란다. 내가 가장 우려하는 바는 여러분 스스로가 내 손에 그 고삐를 쥐어주는 일이다. 나는 자율이라는 낱말을 좋아한다.” 담임선생님은 자율이라는 낱말로 요술을 부려 우리들을 묶고 있었다. 어느 연극 잡지에서 완숙한 연출가는 배우 스스로가 연출하도록 유도하는 비결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읽은 것이 생각났다. 대단한 담임을 만났다는 기대로 아이들은 가슴을 부풀이며 앉아 있었다.14개 반에서 사오 명씩 떨어져 나와 새로이 편성된 새 반의 분위기는 사뭇 숙연했다. 나는 문득 이런 숙연한 분위기가 우습게 생각되었다. 단 며칠 못 가 형편없이 허물어질 아이들이 목에 잔뜩 힘을 주고 앉아 담임 선생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게 우습게 보였던 것이다. 이들의 긴장을 풀어주고 싶은 충동을 받았다. “선생님, 우리가 탄 배의 선장은 누굽니까?” 내가 불쑥 일어나서 말했다. 선장은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자율이라는 낱말로 우리를 묶으면서도 실상 우리들 머리 위에 군왕처럼 군림하고 싶은 그의 저의를 찔러주고 싶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내 느닷없는 질문에 부스럭부스럭 굳은 몸을 풀고 있었다. “이 배의 선장이 누구냐, 그렇게 묻고 있는 사람의 번호와 이름은?” 담임이 얼굴 가득 미소를 잡으며 여유있게 나를 훑었다. 반격을 당한 나는 얼굴을 붉히며 엉거주춤 다시 일어나야 했다. “35번 이유댑니다.” “예수를 판 유댄가, 이스라엘 유댄가?” 아이들이 와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오얏 리, 옥유, 큰 댓자, 이유대입니다.” “좋았어. 이유대 군이 오늘 이 시간부터 일 주일간 2학년 13반의 임시 선장이다. 물론 일 주일 뒤에는 새 선장을 뽑겠다. 다시 한 번 강조해 두겠다. 이 배의 주인은 여러분 자신이다. 이유대 선장, 내 말의 뜻을 알겠나?” 아이들이 와하하 웃으며 박수를 쳤다. 반장하고 싶어 몸살 난 애라구요. 그렇게 소리 지르는 놈도 있었다. 실로 난처한 입장이 돼 버렸다. 한낱 농으로 시작한 일이 담임의 임기 응변에 의해 꼼짝없이 임시 반장 감투를 쓰게 되었다. 꽁무닐 빼고 어쩌고 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담임은 첫 만남을 끝냈다. 이렇게 해서 된 임시 반장이 기표의 비위를 사납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가 됐을 것이다. (나) 만약 아이들이 단시일 내에 어른이 가진 이성을 갖는다면 오늘날의 교육은 상당히 가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적 발육 과정에 따라 교육을 시키려면 오늘날의 교육과는 정반대의 교육이 그들에게는 필요할 것이다. 정신의 기능이 어느 정도 발달하기 전까지는 너무 신경을 쓰게 해서는 안 된다. 초기의 교육은 순전히 아이의 마음을 악덕이나 그릇된 정신으로부터 보호하는 소극적 교육이어야 한다. 만일 여러분이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가르치지 않을 수만 있다면, 또 아이들이 어른에게 아무 것도 배우지 않을 수 있고 아이가 20세가 될 때까지 신체만 건강하게 키워진다면, 비로소 여러분이 가르치는 최초의 교훈을 들었을 때 아이들의 이해하는 눈은 자연과 이성에 대해서 열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여러분의 교육에 의해 가장 현명한 사람이 되어서 그들은 놀랄 만한 성과를 올리게 될 것이다. 세상의 습관과 반대로만 행한다면 절대로 틀리지 않을 것이다. 부모나 교사들은 아이들을 학자로 만들려고 하기 때문에 꾸짖고 위협하고 달래기도 하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여러분의 아이에게 도리를 따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싫어하는 도리만을 알게 되면 이를 귀찮게 여겨 도리를 믿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의 체격은 충분히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정조는 아이에게 판단이 생길 때까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악을 막기 위해 선을 급히 해서는 안 된다. ●지문의 분석 이 작품은 합리적이고 날카로운 판단력을 가진 ‘나’, 이유대가 폭력을 휘두르는 문제아 기표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그를 제압하려는 담임과 실장(형우)을 관찰하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악을 대항하는 자의 또 다른 악에 대해 풍자하고 있다. 최기표의 초라한 몰락에서,‘나’는 합법적 권력을 가진 담임과 형우의 교묘하고 위선적 술책이 기표의 물리적 폭력보다 더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특히 작가는 인물 유형에 대한 제시 방법으로, 관찰자의 분석적 해설에 의한 말하기 방법을 적절히 사용하여 인물을 생동감 있게 그려 내고 있다. 새 학년이 시작된 고등학교 2학년 학급. 자율이란 말로 학생들을 묶으면서 군림하고 싶어하는 담임 밑에서 ‘나’(이유대)는 임시 반장을 맡게 된다. 이것이 최기표에게 ‘메스껍게’ 보여 ‘나’는 린치를 당한다. 담임은 ‘나’에게 반장을 계속 맡아 달라고 했지만 ‘나’는 임형우를 추천한다. 담임이 학급을 위한 조언(고자질)을 부탁하나 ‘나’는 부당함을 인식하고 말하지 않는다.‘형우’가 반장이 되고, 그와 담임의 노력으로 학급은 일사불란한 항해를 계속한다.‘기표’는 학생들을 폭력으로 장악한다. 그러나 의욕에 찬 담임 교사가 ‘기표’를 길들여 나가기 시작한다. 우선 ‘기표’를 재수파들로부터 고립시킬 계획을 세운다. 담임의 묵인 아래 모범생들이 ‘기표’의 시험을 돕기로 한다. 이것이 ‘기표’의 비위를 상하게 하여 ‘형우’는 그에게 린치를 당하고 병원에 입원하지만, 가해자를 끝내 숨겨줌으로써 의리의 영웅이 된다. 매혈(買血)한 돈으로 ‘기표’의 생활비를 보태었던 재수파들이 ‘형우’에게 용서를 빈다. ‘기표’의 어려운 가정 사정과 재수파들의 미담이 담임에 의해서 과장되고 미화되어 알려져 영화화될 단계에까지 이른다. 그럴수록 ‘기표’는 부끄러움을 잘 타는 아이로 변하고, 아이들은 그를 더 이상 무서워하지 않는다. 가출해버린 ‘기표’가 여동생에게 남긴 편지에 “나는 무서워서 살 수가 없다.”라고 쓰여 있었고, 담임은 영화사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는데 자신의 계획을 ‘기표’가 무산시켰다며 신경질을 부린다. 결국 이 작품은 진실과 호의를 가장한 치밀한 위선의 무서움을 말하고 있다. ●출제의도 (가)의 내용은 교사의 권위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보다는 교사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민주적인 교육의 모습이라기보다는 반강제적인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자율적인 인간상을 기르기 어렵고, 삶을 살아가면서 구체적인 문제에 당면했을 때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지닐 수 없다는 등의 문제점을 도출하면 된다. 물론 논의의 바탕에는 자율적인 교육이 필요하다는 점을 토대로 하야 할 것이다. (나)는 18세기 유럽의 교육을 비판하고 있는데, 이 내용에 비추어 우리의 교육 현실을 올바르게 파악하면 된다. 핵심적인 관점은 자발적인 참여에 의한 교육의 중요성이다. 결국 이 문제에서는 귄위주의적인 교육 환경이 자율적이며 창조적인 능력을 길러내는 데에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고 바람직한 교육적 환경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생각하기 (가)는 새학기가 되어 새 담임 교사가 첫인사를 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을 훈계하는 담임의 말은 표면적으로는 논리적이고 정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결코 쉽게 긍정할 수 없는 내용이 들어 있다. 훈계의 내용은 앞으로 일 년 동안 사랑과 신뢰를 통한 굳은 결속으로 일사불란한 항해를 해 나가야 한다는 점과, 목적지를 향한 순탄한 항로를 방해하는 자를 엄단하는 자율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담임이 말한 자율은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이 아니라 담임이 요구하는 규범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임이 드러난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담임은 집단주의적 사고 방식과 권위주의적인 태도가 지닌 문제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접근하면 된다. 즉, 권위주의적인 사고 방식은 의존적이고 타율적인 인간을 길러 낼 뿐 아니라 창조적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지 못하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언급하면 된다.(나)에서 언급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은 이 글을 전개하는 데 중요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 ●어떻게 쓸까 이 문제에서 요구하고 있는 해결의 방향으로 보아 주제의 방향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교육 환경 속에서 주체적인 청소년을 키워 나가야 한다는 정도로 잡을 수 있다. 우선 서론 부분에서는 지나친 권위주의적 교육의 문제점을 기술하면 된다. 제시문 (가)에 나타난 내용을 토대로 우리 주위에 남아 있는 권위주의적 교육의 양상을 제시하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주제의 방향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하면 된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야 하는데, 우선 논제와 관련해 제시문에 드러난 담임 교사의 태도에 나타난 문제점을 분석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논의의 바탕에는 (나)에서 언급한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과 관련해 논의가 전개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민주적으로 도출한 학급 운영 계획이 아닌, 일사불란하게 능률만을 강조하는 담임 교사의 행동은 학생들의 창의력과 사고 방식에서 많은 문제를 유발할 수 있음을 언급하면 된다. 그런 뒤에 이러한 권위주의적 교육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을 좀더 심층적으로 언급해야 한다. 학생들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견을 수렴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사회를 발전시키는 연습보다는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그것도 일방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인 교육 방법은 학생들이 건강한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 장애가 된다는 점을 언급하면 된다. 물론 이러한 논의의 바탕에 청소년을 위한 바람직한 교육 환경이 필요하다는 점을 제시하면 논의의 내용이 심층적으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하여 결론을 제시하여야 하는데, 본론에서 논의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요약하면서 주제문과 관련된 결론, 즉 자율적이고 민주적인 교육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 된다. 이석록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 [책꽂이]

    |실용경제|●영혼을 움직이는 리더(커트 센스케 지음, 이영주 옮김, 황금부엉이펴냄)현명한 리더가 되기 위한 경영전략서. 나만 잘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조직원들이 모두 잘될 수 있도록 조직원의 마음까지 움직일 수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한 필수조건들을 소개.1만 2500원.●WE프로젝트(주디스 글레이저 지음, 한근태·이영숙 옮김, 흐름출판 펴냄)훌륭한 일터를 만드는 전략을 담은 경영서. 안정돼 보이지만 정체된 조직, 조용해 보이지만 갈등이 내재된 조직을 바꾸는 조직문화 혁신서.1만 8000원.●굿바디(이브 엔슬러 지음, 이은정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자신감 있는 여성이 되기 위한 실용서. 당당해지고, 자기 몸을 사랑하라는 메시지.9000원.●다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엘렌 싱어 지음, 정지영 옮김, 한국경제신문 펴냄)삶의 지혜가 담긴 실용서. 오늘의 달콤한 만족보다 특별한 내일의 성공을 준비할 줄 아는 지혜.9000원.●사람맛 한번 쥑이네(이인환 지음, 바다 펴냄)다양한 인간유형의 체험백서. 평범한 사람들이 특이하게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를 걸쭉한 입담으로 소개.9000원.●거짓말 심리학(시부야 쇼조 지음, 송진명 옮김, 휘닉스 펴냄)거짓말에 담긴 인간 심리를 분석한 심리서. 유익한 거짓말을 통해 인간관계를 개선하자는 내용.1만원.|유아·아동|●할머니 집 가는 길(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이향순 옮김, 비비아이들 펴냄) ‘잘자요 달님’ 등으로 유명한 인기작가의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책. 바깥세상 나들이가 두려운 꼬마주인공, 할머니가 가르쳐주신 대로 “똑바로, 똑바로”만 걸어가니 들꽃, 산딸기, 산등성이를 만나게도 되는데…. 글자수는 적지만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해주는 신통한 그림책이다.3세 이상.9000원.●괜찮아(최숙희 글·그림, 웅진주니어 펴냄) 개미는 작고, 뱀은 다리가 없고, 타조는 못 날잖아? 꼬맹이의 눈에 동물들은 참 이상도 한데, 정작 만나는 동물들은 모두 “괜찮다.”고들 행복해한다. 그럼 꼬맹이는 뭘 잘할 수 있지? 세상에서 가장 크게 웃는 것! 건강한 웃음의 가치를 말해주는 그림책.4세까지.7500원.|초등·청소년|●킹 피셔 동물백과사전(전4권)(데이비드 버니 지음, 고정아 옮김, 주니어파랑새 펴냄) 동물의 분류방법, 기원, 특성 등 동물학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담았다. 거미와 곤충(1권), 어류와 파충류(2권), 조류(3권), 포유류(4권) 등 각각의 특성을 자세히 알 수 있도록 동물 2000여종의 천연색 사진과 도표가 실렸다. 초등생 이상. 각권 1만 3000원.●책만 보는 바보(안소영 글, 강남미 그림, 보림 펴냄) ‘책만 보는 바보’라 불렸던 조선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눈을 빌려 되짚어본 당대 실학자들의 삶과 사상. 박제가 유득공 이서구 박지원 홍대용 등 실학자들, 협객 백동수, 개혁군주 정조와 18세기 조선의 면모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초등 고학년 이상.1만 2000원.
  • 女전용 피트니스센터엔 특별한 것이 있다

    女전용 피트니스센터엔 특별한 것이 있다

    올 겨울을, 또 내년 봄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려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는 즐겁게 몸관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춘 피트니스센터들이 적지 않다. 부담스러운 남자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여성만을 위한 피트니스센터는 물론 비만 어린이들을 위한 피트니스센터가 등장한 지도 오래다.K-1을 접목한 다양한 운동,38도의 더운 방에서 하는 요가, 물 좋은 나이트 클럽을 방불케 하는 곳 등 피트니스도 이제 골라갈 수 있게 됐다. 몸매가 예뻐지면 삶에도 활력이 생기는 법. 이제 자신만의 피트니스 센터를 골라 건강을 챙기고 인생의 여유도 찾아보자.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금남의 공간 줄리엣짐은 트레이너 몇명을 제외하고는 남자들의 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여성 전용 피트니스 센터이다. 묘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안고 강남 씨네시티 건너편 지하1층으로 들어갔다. 로비의 분위기가 재미있다. 마치 카페에 온 기분이다. 편안해 보이는 소파, 벽면에 전시중인 그림, 네일케어를 받을 수 있는 숍 등 여성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모여있다. 금남의 집임을 실감케 한다. 파워 크레프트에서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는 김수진(31)씨에게선 자신감이 넘쳤다.“여자들만 있어 정말 편안해요. 몸매에 자신이 있는 사람은 남들의 시선을 즐기지만 저 같은 경우는 매우 부담스럽거든요. 그래서 몇 번을 다른 피트니스센터에 등록을 했다가 그만 두었어요.” 그렇다. 줄리엣짐의 최고 장점은 편안함이다. 남자들의 시선때문에 불편해하지 않고 열심히 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돋보인다.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운동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25명의 트레이너들이 서면검사, 체력테스트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신체 특성에 맞는 개인 운동 프로그램을 만들어 준다. 특히 30분 동안 15개 기구를 돌며 하는 ‘슈퍼 서키트 트레이닝’은 자칫 지루해지기 쉬운 운동을 즐거운 음악와 다양한 기구를 이용, 최대의 운동 효과를 이끌어내 젊은 여성들이 좋아한다. 줄리엣짐의 또 다른 장점은 원스톱으로 모든 미용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 헤어, 메이크업은 기본이고 스파와 마사지 등 여성들이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여기는 정말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에요.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트리트먼트와 스파 아로마 테라피, 슬림케어, 핸드케어, 풋케어 등 신선한 즐거움에 매일 찾게 된다.”고 말하는 오정미(29)씨는 자칭 줄리엣짐의 마니아다. 여성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행사도 가득하다. 매일 외부 강사를 초빙해 건강관리, 피부관리, 재테크, 패션쇼까지 생활의 모든 부분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www.julietgym.com.(02)592-6888. ●어른은 가라, 애들만 와라 어린이 전용 피트니스센터도 있다. 하기야 우리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뛰고 노는 것이 일이었지만 요즘 애들은 매일 집에서 게임만 하니 운동부족은 당연. 또한 잘못된 식습관으로 비만 어린이들이 양산되고 있다. 분당 이매동에 있는 리틀짐(031-781-8436,www.thelittlegym.co.kr) 을 찾았다. 역기나 덤벨 등이 있는 보통 피트니스센터와는 달리 평균대, 조그만 평행봉 등이 눈에 띈다. 한쪽에서 6살짜리 아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다. “기석이 백보드 슛 해봐.”“와우, 나이스”를 외치며 가벼운 고무공으로 농구를 배우고 있다. 물론 어린 아이들이 제대로 하겠는가마는 그래도 규칙과 방법을 익혀보는 것이 중요하다. “민준이 너 퇴장이야. 나가!”라는 선생님의 말에 저쪽 구석으로 나가 앉는 민준이. 선생님 말을 듣지 않거나 규칙을 어기면 퇴장을 당한다. 퇴장 당한 아이는 잠시동안 구석에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여기는 단순히 노는 곳이 아닙니다. 규칙을 어기면 벌칙을 받는다는 것을 가르쳐줘 약속이나 규칙의 소중함을 몸으로 느끼게 하지요.” “민준이 들어 올거야. 이젠 잘 할 수 있지.”라는 조세민(39·리틀짐원장)씨의 말에 아이는 고개를 끄떡이며 한걸음에 경기장으로 들어온다. 리틀짐은 다양한 신체활동을 통해 실패를 알고 스스로 도전해 성취하는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생후 4개월부터 초등학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을 지도한다. 유아들에게는 바른 자세와 맛사지, 부모와의 스킨십에 중점을 둬 교육하고 연령이 높아질수록 스포츠, 체조, 게임을 이용해 아이들 스스로 자신감과 규율을 배우도록 하는 체험식 교육을 실시한다.“내성적이었던 아이가 밝아지고 활동적이 되었어요. 아이들에게 문제 해결능력을 키워주는 좋은 프로그램인 것 같아요.”라고 신전숙(32·주부)씨는 말한다. 선생님들도 다르다. 모두 유아교육이나 유아체육을 전공자로 그 중에는 체조선수도 있다. 모든 공간에 아이들을 위한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안전장치가 되어있다. 서울 청담동과 구의동에 지점을 둔 루덴스 마이짐(www.my-gym.co.kr), 지그재그클럽(www.zigzagclub.co.kr), 삼성동 아해하제 (www.ahhj.com) 등도 추천할 만하다. ●어머나, 재미있어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만 한다면 진정 피트니스센터에 다닌다고 말하지 마라. 요가와 필라테스는 기본이고 태보는 물론 K-1의 기본을 응용한 체조까지 너무나 재미있고 다양한 것이 많다. 인천 구월동의 SF휘트니스클럽(032-435-6788)에는 언제나 빠르고 경쾌한 음악소리가 클럽 내 에어로빅 강의실에서 울려퍼진다.“하나 둘 날리고, 둘 셋 로킥, 셋 넷 미들 킥”하며 리듬을 타고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이며 가벼운 스텝, 짧게 끊어치는 주먹 그리고 뒤돌아 발로 걷어차는 동작이 이어진다. 불과 10여분 만에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이들이 하는 운동은 K-1에어로빅이다.SF휘트니스 클럽의 트레이너인 김정호(25)씨가 태보(복싱과 태권도)에다 민속씨름 선수출신인 최홍만의 가세로 인기를 끌고 있는 K-1격투기 동작을 응용해 만들었다. 보기만 해도 신이 난다. 하나 둘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당기면서 니킥을 하며 그 유명한 최홍만의 ‘살인 니킥´을 흉내낸다. 마치 K-1의 선수가 된 양 열심히 땀을 흘리는 그들의 얼굴에 힘든 기색은 하나도 없다. 매일 무료하게 러닝머신만을 뛰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여기에 펀치볼을 치면서 실전 스파링까지. 그들은 운동을 즐기고 있다. 동작의 반경이 짧아 빠르고, 힘있는 동작들이 반복돼 운동량이 엄청나다. 김영미(22ㆍ인하대 4년)씨는 “가볍게 뛰면서 편치와 킥 동작을 하는 유산소운동에다 근력운동까지 돼 온몸에 탄력이 생겼다.”며 “무엇보다 운동이 재미있어 즐겁다.”고 말한다. SF휘트니스클럽에는 시간에 따라 방송댄스, 서킷트레이닝 등 다양한 그룹지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넌 운동만 하니, 난 연애도 한다 강남에는 물좋기로 소문난 피트니스센터가 있다. 연예인들이 다닌다고 해 주변에 젊은이들이 몰리고 있다. 캘리포니아 압구정점은 재미있는 피트니스클럽이다. 처음 가본 사람들은 현란한 조명과 신나는 음악에 취해 나이트 클럽에 온듯한 착각에 빠진다. 캘리포니아에 들어서니 쭉쭉빵빵한 그녀들이 열심히 땀을 흘리고 있다. 또 질투가 느껴질 만한 조각몸매의 남성들도 운동을 하고 있다. 일단 숨을 들이쉬며 배를 정리했다. 이 곳은 연예인이나 모델 회원이 늘어나면서 점차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도 많이 찾아 ‘가장 물좋은 피트니스클럽’으로 자리잡았다. “여기는 단순히 운동만을 하러 오는 곳이 아닙니다. 직업상 동료들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는 공간이죠.” 엄지만(29·월간 싱글즈)씨는 “모델이나 관련업계 사람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캘리포니아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라고 했다. “저는 캘리포니아에서 반쪽을 찾았어요 이런 곳에서 운동을 하면 자연스럽게 친해지거든요. 우리 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피트니스센터에서 만난 커플이에요. 한 달에 한번 하는 오프라인 모임에도 60∼70명이 참가하고 있어요.” 주부 강민정(27)씨의 말이다. 이밖에 강남역 발리피트니스도 물 좋다고 소문난 곳이다. ●이런 곳도 있어요 키가 작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피트니스센터도 있다. 사단법인 웰빙소사이어티(www.wellness.or.kr)는 키가 작아 고민하는 환자 및 가족들의 모임인 한국작은키모임(www.lpk.co.kr)과 함께 바른체형 운동법을 매주 금요일 무료로 강의한다. 또 운동기구와 프로그램은 작은 키와 작은 체형에 맞게 만든 특수 피트니스센터다.
  • [방폐장 경주 확정] 백상승 경주시장 “잘사는 경주 바란 시민의 뜻”

    “감개무량합니다. 시민들의 위대한 선택에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방폐장 유치에 성공한 백상승(70) 경주시장은 “이는 1300여 경주시 공무원과 국책사업경주유치단 관계자,28만 시민들이 최선을 다한 노력의 결정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백 시장은 “높은 찬성률은 시민들이 방폐장 유치를 통해 침체된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고 ‘잘 사는 경주’를 만들어보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것”이라며 공을 시민에게 돌렸다.“먼저 유치활동 과정에서 주민간에 발생한 반목과 갈등을 해소하고 화합과 상생의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혼신의 노력을 다할 각오입니다. 또 일부 지역의 지역감정 조장으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시민들에게 용서를 베푸는 마음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백 시장은 “방폐장 건설사업이 당초대로 오는 2008년까지 차질없이 완공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며 양성자가속기 등 각종 정부 지원사업도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방폐장 유치에 따른 정부 특별지원금 3000억원 등 경제적 지원은 지역 균형발전과 복지향상에 우선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주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3) 眞人의 四柱가 만들어지기까지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43) 眞人의 四柱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떤 이유에선가 ‘정감록’은 말해와 양해에 아주 특별한 경사가 일어나리라고 예언한다. 보다 정확히는 ‘무학비결’에 “진사(辰巳)년에 그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오년과 미년엔 즐거움이 크리라.”고 했다. 이미 태종 14년(1414) 경상도 보천 출신의 파계승 김을수가 태종을 위해 조작한 예언서에도 “말해와 양해에 뜻을 이룬다(午未志上)”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따져 보면, 태종이 즉위한 해는 경진(1400)년이나 그때는 정세가 몹시 불안정했다. 왕위를 빼앗다시피 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다가 태종 2년 임오년 또는 그 다음해 계미년이 되면 왕권이 비로소 안정됐다고 평가될 만하다. 예언가 김을수는 바로 그 점에 착안해 말해와 양해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뱀이 자라서 용이 돼야 제격 이와 전혀 다른 풀이도 아마 가능할 것이다. 멀리 10세기 초부터 전해오는 한 가지 예언이 있다.‘고경참’에 “뱀해 중에 두 용이 나타날 것이다.”(於巳年中二龍見)라고 했다. 여기 언급된 두 용은 다름 아닌 태봉의 궁예 왕과 고려 태조 왕건으로 해석되는 것이 보통이다.‘용안(龍顔)’이니 ‘용상(龍床)’과 같은 표현에서 보듯 용은 임금을 위해 사용되는 특별한 상징이었다. 그런데 궁예와 왕건이란 두 영웅은 뱀해에 출생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뱀해에 즉위하지도 않았다. 이 경우 뱀해에 성인이 등장한다는 예언은 역사적 사실과는 무관한 하나의 상징이었다. 이런 상징의 힘은 결코 무시할 수가 없어, 다른 어떤 역사적 사실보다 더욱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뱀이 오래 묵으면 언젠가 용(龍)이 된다는 속설이 있다. 아무리 설화라도 모든 뱀이 다 용이 되지는 못한다. 용이 되려다 실패한 뱀을 고대 한국인들은 이무기라 불렀다. 상상의 동물인 이무기는 머리에 뿔이 나 있고, 몸통엔 4개의 발이 있다. 가슴은 붉고 등에는 푸른 무늬가 있다는데 그 옆구리와 배는 부드럽기가 비단 같다 한다. 이무기는 눈썹으로 교미하여 알을 낳는다고도 하는데, 때를 놓쳐 뜻을 이루지 못한 영웅호걸에 비유된다. 뱀이 큰 뜻을 품은 영웅이라면, 용은 이미 그 뜻을 이룬 왕을 가리킨다. 고대로부터 한국에 널리 퍼져 있던 상징의 법칙에 따르면, 영웅은 모름지기 뱀해에 태어나야 했다. 아마 그와 유사한 믿음에 근거한 것이겠지만, 중국에선 큰 인물이 되려면 용띠라야 한다는 관념이 보편적이다.21세기를 맞이하는 서기 2000년은 마침 용해였다. 그 해에 중국에선 아들을 낳고자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국에서도 물론 용띠는 귀한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조선시대 후기까지도 용띠보다 뱀띠를 더욱 선호한 흔적이 없지 않다. 용은 맨 처음부터 용이 아니라 뱀이 자라서 돼야 제격이라고 믿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쨌거나 왕은 뱀 또는 용해에 등극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1∼2년 뒤인 말해나 양해가 되면 완전히 제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됐다. 일찍이 태종 때 김을수가 말해나 양해에 뜻을 이룬다고 한 예언이나,‘무학비결’에서 “진사(辰巳)년에 그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오년과 미년엔 즐거움이 크리라.”라고 한 것은 다 그런 한국의 문화적 나이테 위에 쓰인 것이다.17세기 말에 유행하던 제목 미상의 어느 예언서에도 비슷한 구절이 포함돼 있었다.“진년(辰年)과 사년(巳年)에 성인(聖人)이 나와 오년(午年)과 미년(未年)에는 즐거움이 대단하다.” 이미 살핀 것처럼 ‘무학비결’은 조선 말엽에 저술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미 그보다 200∼300년 전부터 그와 비슷한 구절이 각종 예언서에 등장했다는 점이다. ●眞人의 四柱 조선 후기엔 이른바 진인(眞人)의 사주가 거론된 적도 있었다. 숙종 23년(1697) 이익화란 사람이 술사(術士) 이영창에게 다가올 세상의 참된 임금인 진인의 사주를 물었다. 그러자 이런 대답을 듣게 됐다.“진인은 기사년(己巳年) 무진월(戊辰月) 기사일(己巳日) 무진시(戊辰時)에 태어났다.” 이때 이영창은 진인의 등극을 도울 사람으로 운부라는 이가 있는데 정묘년에 출생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조선사회에 유행한 어느 예언서에 중국 사람으로 토끼해에 태어난 장수가 우리나라에 와서 팔도를 다 밟은 뒤에 진인이 등극한다고 돼 있었기 때문에 이영창의 발언은 신빙성이 있어 보였다. 문제의 예언서는 현재 남아 있지 않아 자세한 내용은 아무것도 알 수 없다. 하필 중국인 장수가 예언서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된 것은,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겪은 뒤여서 그렇지 않나 짐작되기도 한다. 어쨌든 지금 이 대목에서 중요한 것은 진인의 사주에 기사와 무진이 번갈아가며 나타난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그의 사주엔 뱀이 자라나 용(龍)이 되는 과정이 두 번씩이나 되풀이됐다. 뱀이 용 되는 사주는 명나라의 숭정황제(崇禎皇帝)가 해당한다. 물론 두 번이나 같은 현상이 목격되지는 않았다. 뱀이 변해 용이 되는 꼴이 한 번만 사주에 나와도 드넓은 중국 천하를 다스릴 천자가 되는 형편인데, 그런 것이 두 번씩이나 연거푸 나온다면 이건 보통 일이 아니다. 현세에 이상세계를 건설할 진인 왕에게나 어울리는 사주다. 세상을 뒤바꿀 것으로 기대됐던 진인의 활동에 대해 사람들은 이런 말을 했다. 진인의 활동은 3단계로 나뉜다는데 처음에는 민간에 숨어 지낸다. 사건 관련자들의 말에 따르면, 진인은 강원도 고성에 사는 용장(勇將) 정학의 집에 머문다 했다. 간혹 운부가 거처하는 옥정암이란 암자에 들르기도 한다. 진인이 정체를 숨기고 지내는 동안 운부는 정학 등에게 명령해 신변보호에 철저를 기한다. 제2단계는 거사를 일으켜 대궐에 쳐들어가는 것이다. 거사를 준비하기 위해 운부는 이미 30여명가량의 승려를 서울 및 각지의 주요 사찰에 파견해 놓았다. 묘정과 일여를 비롯한 승려들이 숙종 23년 3월21일이 되기를 기다려 대궐을 공격할 예정이었다. 강계부사 신건과 상토첨사(上土僉使) 신일 및 여러 무사들도 이 사건에 공모자로 등장했다. 거사자금을 댈 사람으로 김화의 부자 지대호 등도 합세했다. 아울러 함경도의 술사(術士) 주비, 용인의 거사(居士) 조종석, 금성의 강거사 등 여러 명의 예언 전문가들이 관여했다(실록·숙종 23년 1월10일 임술). 마지막 단계는 진인이 왕위에 오르는 것이었지만, 이 모든 것은 한낱 미수에 그친 역모사건으로 막을 내렸다. ●진인의 탄생 진인의 사주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주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미 진인은 세상에 출현했다. 벌써 17세기 전반부터 진인 출생설이 유행했던 것이다. 사주에 앞서 진인이 탄생했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희한한 이야기다. 내가 ‘실록’에서 살핀 바로 인조 6년(1628)이 그 방면에선 가장 오래다. 사건은 당시 전라도 남원에 살던 송광유가 밀고한 데서 비롯됐다. 전에 좌랑 벼슬을 지낸 적이 있는 윤운구가 지인인 송광유에게 진인(眞人)이 나왔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윤운구는 조선왕조가 망할 징조라며, 어떤 예언서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하늘이 사람을 내렸으니 그 나라는 반드시 멸망할 것이다.”라는 대목이었다. 자기 말에 신빙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겠지만, 윤운구는 멀리 평안도 창성(昌城)에 내린 우박까지도 들먹였다. 그 우박 모양이 사람 얼굴을 닮았다는 소문도 전했다. 윤운구는 진인의 탄생을 기정사실로 못 박기 위해 천문을 볼 줄 아는 사람들의 말이라며, 지금 푸른 구름이 남산을 감싸고 있다고 했다. 아무래도 그것은 성스러운 왕이 태어날 조짐이었다. 윤운구는 허의란 친구에게 관심의 눈길을 보냈다. 허의는 아명이 남산이라 남산의 푸른 구름과 뭔가 특수한 연관이 있어 보였다. 윤운구 등은 소문으로 들려온 여러 가지 이상한 사건을 이끌어다 허씨 집안에서 왕이 태어날 징조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의 눈에 비친 허의의 관상 또한 특별하긴 했다. 그는 양미간 사이에 콩알만 한 검은 점이 있었다. 마치 부처의 양미간에 있는 백호를 연상케 하는 것이었다. 허의는 몸집이 비대한 편이라 허리가 뚱뚱했고, 배가 불룩하니 튀어나왔다. 당시만 해도 살찐 사람들을 유복하게 간주하는 경향이 있었다. 게다가 허의의 복서골(伏犀骨·두 눈 사이에 있는 코뼈에서 이마까지 솟은 뼈 부위)이 반듯하게 서 있는 모양을 두고 영락없이 임금의 관상이라는 말이 있었다. 허의뿐만 아니라 그의 외삼촌도 외모가 남달라 귀티가 있었다. 더구나 그런 허의가 얼마 전에 천녀(天女)를 만나 신이한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가 널리 퍼져 있었다. 윤운구와 그의 동지들은 허의가 천녀와 낳았다는 아들을 진인으로 간주하고 진인왕으로 믿었다. 그들은 이를테면 역모를 꾀했다. 우선 허의와 그의 외삼촌 임게를 비롯한 여러 임씨들이 포섭됐다. 그들은 전라도 광주와 화순에서 난리를 일으킬 계획이었다. 그밖에 이상온과 국사효 등은 담양에서 변을 일으킬 예정이었다. 거기서 가까운 남원에서는 이유가 반란을 주도하기로 했다. 남원의 경우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었다. 당룡과 부용남 등 평민 이하의 사람들이 살인계(殺人契)를 조직해 놓고 있었는데, 그들도 반란에 합세하기로 했다. 한편 해안지방인 고부와 부안에선 유인창과 유선창 등이 반란에 가담했고, 충청도와 접경인 여산에선 송흥길과 소신생 등이 난리를 일으키기로 했다. 전라도의 중심지인 전주에서도 우전과 두기문 등이 들고 일어서기로 약속됐다. 때가 되면 허의는 진인인 아들과 함께 승려로 구성된 4000∼5000명의 군대를 거느리고 지리산을 거쳐 일단 경상도 진주로 진출해 근거지를 마련할 예정이었다. 윤운구와 전 주부(主簿) 원두추 등은 서울과 경기 지방의 반군을 이끌고 대궐을 공략하되, 만약에 거사가 실패로 돌아가면 충청, 전라 및 경상도를 확보해 놓고 일본에 구원병을 요청한다고 했다. 임진왜란 이후 조성된 반일 감정을 감안할 때 일본에 원병을 청한다는 계획은 정말 뜻밖이다. 하여간 이 모든 진술은 사건을 조정에 밀고한 송광유의 입에서 나왔다. ●‘역적들’의 자기변명 전라도 양반들이 진인을 내세워 반역을 도모한다는 소식을 접한 조정은 발칵 뒤집혔다. 곧 내병조(內兵曹)에 국청이 설치됐고, 관련자들이 체포돼 엄한 심문을 받았다. 그러나 이 사건의 주범으로 몰린 윤운구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는 우선 송광유와 친밀한 사이가 아니라고 잡아뗐다. 죽은 송광유의 아버지와는 교유관계가 있었지만, 정작 송광유는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께 역모를 꾀할 처지가 아니란 것이었다. 송광유 일가는 이미 조정의 버림을 받은 처지였다. 송의 아버지는 광해군 말년 역모사건으로 죽은 허균과 무척 가까웠다. 정확히 말해 송광유의 서매(庶妹)는 유명한 문인이자 오늘날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로 알려진 허균의 첩이었다. 허균이 역모사건으로 죽게 되자 송광유의 아버지도 전라도 진도에 유배됐다가 사망했다. 윤운구는 태인에 있는 송광유의 본가에 들러 문상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 송광유는 이웃 고을의 관비(官婢)를 훔쳤다. 그러고는 호랑이가 물어 갔다고 거짓으로 속이려 했으나, 비밀이 탄로됐다. 송광유는 이에 윤운구가 자기의 비밀을 퍼뜨린 것이라 생각해 윤운구를 모함하게 됐다. 이것이 윤운구의 설명이었다. 전 주부 원두추 역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기 형 원두표가 전주부윤으로 있을 때 송광유를 잠시 사귀었지만 역적모의를 한 적은 없다고 발뺌을 했다. 당시 송광유는 남의 노비를 빼앗으려고 원두표에게 청탁했으나 거절당하자 송광유는 원씨 일가를 증오했다는 것이다. 그 뒤 송광유는 관비를 훔쳤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원두추가 다른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를 퍼뜨렸다. 그 때문에 송광유는 원두추를 해치려 하는 것이 틀림없다고 했다. 허의의 외삼촌 임게 역시 변명했다. 허의에게 특이한 아들이 있다거나, 그 어미가 천녀(天女)라고 하는 말은 억지라는 것이었다. 여러 해 전 허의는 경상도 개령을 지나다 행실이 단정하지 못한 어떤 여인과 동침을 했는데, 그 뒤 그 여인은 걸인이 되어 사방을 떠돌다 벼랑에서 실족해 죽었다. 허의는 그 소문을 듣고 불쌍히 여긴 나머지 시신을 거둬 장례를 치른 적은 있다고 했다. ●인조반정에 대한 불만 국왕 인조는 심문을 담당한 여러 신하들에게 사건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다들 머뭇거리기만 했다. 누구도 사건을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했다. 송광유가 밀고한 내용은 완전히 허구도 아니었지만, 모두 사실로 믿기도 어려웠다. 왕 역시 그 점에 동의했다. 다만 윤운구 등이 무언가 진인에 관한 말을 지어냈고, 새 세상의 도래를 이야기한 점만은 사실이라고 확신했다. 따지고 보면 이 모든 혼란은 인조반정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이 점에서 원두추 같은 이가 끼여 있다는 점은 다소 생뚱맞았다. 그의 친형 원두표는 인조반정에 공을 세워 정사 제2등 공신으로 책봉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조반정은 그 자체의 정당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양반들이 적지 않았다. 반정 뒤의 논공행상(論功行賞)에 관해서도 불평들이 많아 이괄 같은 이는 반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조정 대신들은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진인 사건의 관련자들은 예언과 여러 징조를 빙자해 조정을 원망한 것이 거의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죄는 역모에 해당해, 엄히 처벌돼야 마땅했다. 그러나 원두추처럼 집권층의 핵심과 가까운 인사들이 끼여 있어 함부로 처리하기가 어려웠다. 여러 경로를 통해 타협책이 마련됐다. 이 사건을 확대시키지 말고 최소한의 처벌로 마무리 짓는 것이었다. 만일 진실을 밝히겠다며 관련자들에게 고문 수사를 펼 경우, 조정의 실권자들에게까지도 불똥이 튈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조정 대신들은 전전긍긍했다. 그렇다고 관련자를 모두 무죄방면하기도 어려웠다. 인조는 이 사건을 서둘러 마무리 짓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나는 식견이 어두워 사건의 전모를 다 알 수가 없도다. 경들이 공론에 따라 의논하여 아뢰라.” 꾀 많고 나약한 왕의 발언이었다. 대신들은 요망한 소문을 퍼뜨려 조정을 비방한 혐의가 뚜렷한 몇몇 사람만을 처벌하자고 제안했다. 윤운구, 유인창, 민안 등을 유배형에 처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연줄이 좋은 원두추의 경우는 딱히 의심스러운 단서가 없으므로 풀어주자고 했다. 한편 송광유의 진술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허의와 임게 등에 대해선 그 처리를 일단 왕의 의사에 맡겼다. 왕은 윤운구 등에 대해선 원안대로 유배를 명했다. 원두추 등 그 밖의 관련자들은 대부분 무죄 방면했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왕이 이 사건의 밀고자인 송광유를 풀어주라고 했다는 사실이다. 왕은 송광유의 진술이 대체로 사실에 근거했다고 판단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조정의 관리들은 송광유를 용서하지 않았다. 그들은 사헌부와 사간원을 통해 연일 송광유의 처벌을 주장했고, 왕은 마지못해 그 의견을 수용했다(실록·인조 6년 12월18일 갑진). 크게 보아 윤운구 사건은 인조반정에 불만을 품은 양반들이 일으킨 것이다. 그들은 민간에 퍼져 있던 예언서와 진인출현설을 이용했다. 이 단계에서 상층문화와 하층문화는 혼연일체가 됐다. 민중이 만들어낸 진인은 양반들에 의해 역사의 무대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인가 진인은 출몰을 거듭하더니, 뱀이 용으로 변하는 사주가 만들어졌다. 진인의 사주에는 역사 속에 오래 단련된 한국의 기층문화가 숨쉰다. 푸른역사연구소장
  • [사설] ‘도청 공모’ DJ정부 국정원장들

    검찰은 김대중(DJ)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국내담당 2차장을 지낸 김은성씨를 기소하면서 임동원, 신건 국정원장 등과 ‘공모’하여 광범위한 도청을 자행한 것으로 공소장에 적시했다. 또 김씨를 구속할 당시 밝혔던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과 진승현 게이트 관련 인물들에 대한 도청 외에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 미국방문 관련 대화, 자민련, 민국당, 최규선 게이트 관련 인물 등 7건의 불법 감청사실을 범죄사실에 추가했다. 매일 7∼8건의 감청내용을 보고했다는 도청담당 부서 관계자들의 진술로 미뤄볼 때 고위층의 관심 사안에 대해 무차별적인 도청이 이뤄졌던 것으로 추정된다. DJ정부 시절의 도청 전모는 임·신 전 원장 등 공모 관련자에 대한 추가 조사 등을 통해 드러나겠지만 지금이라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국민에게 사죄하는 것이 국가정보기관 수장을 지낸 인사의 도리라고 본다. 도청사실을 몰랐다거나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는 식으로 발뺌한다고 책임을 모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김씨처럼 “국익과 통치권 보호 차원에서 했다.”며 잘못된 판단에 대해 용서를 구한 뒤 담당 실무자들의 선처를 호소하는 것이 역사 앞에 책임지는 모습이다. 도청 수사의 최종 지향점은 잘못된 권력 남용의 재발을 막는 데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정치적 고려도 배제하고 법과 원칙에 입각해 수사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정치권의 일희일비에 구애받지 말라는 얘기다.DJ정부가 출범 직후 ‘검찰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고 독려했듯이 검찰은 항상 정의와 국민의 편에 서서 검찰권을 행사해야 한다. 그래야 검찰이 산다. 도청 공포를 영원히 잠재울 책임은 검찰에 있다.
  • 두 남편을 사육하는 아내

    두 남편을 사육하는 아내

      한 여인이 두 남편을 사육하고 있다. 이「남편들」은 정확히, 그리고 의좋게 보름씩 아내를 위해「교대근무」를 한다. 경남 통영군내 외딴 산골의 김춘자(34·가명)씨 일가.「세컨드」남편까지 거느린 이 여인의 행복을 일러「남복」이라 해야 할까. 산골 외딴집에 1처(妻) 2부(夫), 두 남편은 완전한 평등권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산골의 외딴집에 기구한 운명이 갈라놓은 한 여인의 두 줄기 사랑이 침침한「베일」속에 가려진 채 흐느끼고 있다. 한 몸으로 두 남편을 섬겨야 하는 숙명 아닌 숙명이 그를 묶어놓고 있다. 자그마치 10년이란 세월을 두고 두 명의 남편을 변함없이 섬기고 있는 김춘자 여인.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은 그를 부도덕한 여자라고 욕한다. 그러나 그에겐 사랑과 동정과 책임감이 흐르고 있다. 경남 통영군내 산간 마을 국도변에서 동쪽으로 5리 남짓 가면 나지막한 야산이 나타난다. 멀리까지 인가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데 산중턱 후미진 곳에 황토흙과 돌멩이만으로 쌓아 올린 토담집 한 채가 있다. 바로 여기가 김여인의 순박한 애정이 두 묶음으로 나누어져 2대 1의 가정을 이끌고 있는 1처 2부의 요람. 토담집 방은 둘 뿐, 부엌도 변소도 제대로 없는 야산의 움막이다. 두 명의 남편에겐 김여인을 가질 수 있는 똑 같은 자격과 권리가 부여되어 있다. 김여인 자신도 사랑의 척도를 똑같이 재고 있다. 한 명은 최모(37)씨, 또 한 명은 박모(40)씨라고 했다. 둘 다 뱀잡이로 생활하는 땅꾼들 - . 이들에게도 부부생활의 준칙이 설정되어 있다. 1녀 2남의 3인 구두언약이 10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까 김여인은 이 토담집을 하루도 떠나지 못하고 두 남편은 15일간씩 외근(?) 활동을 교대로 하고 돌아와야 한다는 것. 뱀잡으러 외근을 보름씩, 돌아올 땐 생필품 사들고 최씨가 보름 동안 뱀을 잡아 시장에 갔다 판 수익금을 갖고 식량과 일용품을 사 들어오면 그 동안 부부생활을 하던 박씨는 날짜의「에누리」없이 망태를 둘러메고 뱀을 잡으러 떠나는 것이다. 그사이 최씨는 보름 동안 잊었던 아내를 다시 맞아 부부애를 만끽하면서 보름 후에 다시 돌아올 박씨를 생각한다는 것. 그러나 최씨와 박씨의 방만은 다르다. 두 개의 방 중 오른쪽은 최씨, 왼쪽 방은 박씨 방이다. 결국 아내가 보름마다 한발 건넌방으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것. 그래도 이들 사이엔 아기가 없다. 아내가 잉태를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허다한 가정처럼 복잡한 가재 도구는 필요없다는 것. 옷과 이불을 얹을 수 있는 낡은 농 하나씩이 양쪽 방에 있고 두 방 사이에 부엌 삼아 솥 하나 걸어놓고 물동이 하나, 밥그릇 몇 개가 뒹굴고 있을 뿐 - . 물론 전깃불이며「라디오」등 문명의 혜택을 입은 기구는 하나도 없다. 등잔불과, 보름간의 날짜를 기록하는「캘린더」가 이들의 중요한 생활도구 - . 그래도 옷들은 누구 못지 않게 깨끗하다. 기자가 찾은 날도 김여인은 자색 털「쉐터」에 양단치마를 입고 예쁘장한 얼굴에 약간의 화장을 하고 있었다. 마침 당번 근무(?)중이던 박씨도 검은 양복에다 약간 낡은「파일」외투를 입고 나왔다. 옷들은 뱀잡아 번 돈으로 보름간의 외근을 마치고 귀가할 때 시장에서 사들고 온다는 것. 박씨는 낯선 손님들이 찾아들자『또 경찰서에서 왔습니까?』라고 당황스럽게 물으면서 무척 꺼려하는 눈치였다. 관할 경찰서에서 너무 외딴집에서 생활하는 이들을 수상히 여겨 여러 차례 조사를 해갔다는 것. 3년 전엔 갑자기 밤중에 4~5명의 경찰관들이 토담집을 포위, 심한 가택수색까지 한 일이 있는데 그때도 아랫마을 사람들이 이들의 거동이 이상하다고 경찰에 정보를 제공, 출동했다는 이야기다. 쉽사리 이야기하려 들지 않는 이들의 말을 대충 종합해본 생활동기는 - . 김여인의 고향은 고성군 거류면 - . 아버지가 역시 땅꾼이라 했다. 지금의 두 남편은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뱀잡이를 배웠다는 것. 김여인이 스무 살 때 두 사람 중 나이가 많은 박씨에게로 시집을 갔다. 병으로 집나갔던 남편이 개가(改嫁)하자 뜻밖에 돌아와 두 사람은 가난하면서도 단란한 가정을 꾸며 제나름대로의 행복을 누렸다. 결혼 이듬해에 박씨에겐 청천벽력 같은 선고가 내려졌다.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가락이 굽어들고 전신이 험하게 헤지면서 난치의 환자라는 굴레가 씌워진 것이다. 박씨는 말없이 집을 떠나 어디론지 발길을 옮겼다. 아내는 처가에 맡겨두고 - . 3년이 넘어도 남편의 소식은 감감했다. 김여인의 아버지는 지금의 최씨에게 재혼을 시켰다. 최씨도 당시 총각으로 김여인을 극히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이것이 지금의 2대 1 가정의 시발점이었다. 최씨와 재혼 생활 2년만인, 그러니까 박씨가 떠난 지 5년 만에 박씨가 다시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멀리 떨어진 섬에 가서 난치의 병을 깨끗이 고치고 아내를 찾아온 것이다. 돌아온 남편 버릴 수 없어, 할 수 없이 가족회의 끝에 이미 때는 늦었다. 그러나 아내는 첫 남편을 버리지 않았다. 아무리 난치병 환자라 해도 버릴 수는 없다고 나섰다. 사랑보다도 동정이 앞섰고 동정보다도 아내였다는 책임감 때문에 박씨를 붙잡고 용서를 빌었다. 최씨도 김여인을 버릴 수 없다고 버티었다. 어쩔 수없이 가족회의를 열었다. 김여인의 아버지를 참석시키고 두 명의 남편과 아내는 함께 살자고 약속했다. 이웃과 친척들의 눈이 무서워 인가 많은 마을을 피해 지금 살고 있는 이곳 산중턱에다 집을 짓고 살자고 - . 이 자리에서 맺어진 언약이 바로 보름간의 교대근무(?).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도 이 언약의 위반행위는 없었다는 것이다. 다만 부부사이에 말이 없다는 것 뿐이다. 침묵으로 남편을 맞고 또 보내는 것이 아내의 변함없는 사랑의 표시였다. <공하종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3/16 제2권 11호 통권 제25호 ]
  • [깔깔깔]

    ● 예쁜 여자 대 폭탄 여자* 남자가 말 걸어오면 예쁜 여자 : 부담없이 튕긴다. 폭탄 여자 : 불안과 초조에 사로잡힌 채 튕긴다.* 남들이 쳐다보면 예쁜 여자 : 당연한 듯 시선을 무시한다. 폭탄 여자 : ‘얼굴에 뭐 묻었나?’ 살펴 본다.* 공부를 못하면 예쁜 여자 : 공부는 못할 수도 있지. 폭탄 여자 : 도대체 잘하는 게 뭐냐고. 용서가 안 된다.* 남자와 같이 있으면 예쁜 여자 : 주위 남자들이 부러운 듯 쳐다본다. 폭탄 여자 : 모든 남자들이 측은한 눈초리를 보낸다.*화를 내면 예쁜 여자 : 장미가 가시가 있어야지. 폭탄 여자 : 성질 더럽군.
  • [17일 TV 하이라이트]

    ●하나뿐인 지구(EBS 오후 11시5분) 나비와 같은 나비목인 나방의 한살이를 살펴봄으로써 나방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을 바로잡고, 생태계에서 나방의 역할을 알아본다. 나방에 대한 연구가 미비한 가운데 나방 전문가들을 통해 새롭게 탄생하는 나방. 여름이 끝나고 찾아온 이 가을에 나방의 삶이란 생명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솔로몬의 선택(SBS 오후 8시55분) 집주인이 전세 재계약 전에 세입자 몰래 은행에 근저당 설정을 했고, 사업실패로 집이 경매에 넘어 갔을때 세입자는 은행보다 먼저 돈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본다. 아내가 남편의 불륜을 용서 했지만 남편을 유혹한 여자가 계속 만남을 요구할 경우 아내는 여자에게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 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과학기술부 내에 조직화된 과학기술 혁신본부. 과학기술 강국을 실현하려는 범국가적인 노력이 본격화 된지 올 10월18일이면 꼭 일년이 된다. 일년이 지난 현재, 그동안 혁신본부의 성과와 앞으로 우리 경제가 성장할 수 있는 범위, 국가발전의 전망과 미래의 계획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맨발의 청춘(MBC 오후 8시20분) 기석은 웨딩드레스 차림의 묘한 여자 민희정이 곤경에 처하자 도와주고, 희정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 보는 것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한편 기석과의 데이트를 위해 경주는 옷을 고르느라 정신이 없다. 희정은 도와줘서 고맙다며 기석에게 포장지에 싸인 반지 케이스를 던져주고 가버린다.   ●6시 내고향(KBS1 오후 6시)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는 곳 충북 단양. 그 중에서도 볼 것 많고, 인심 좋은 마을 남천리. 가까운 거리에 유명 사찰이 있고, 역사 유적지도 많은 이곳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드는 10월의 가을 여행지로 손색이 없는 곳이다. 또 아름다운 경치로 이름난 단양팔경을 유람선을 타고 시원하게 돌아보자.   ●위험한 사랑(KBS2 오전 9시) 세진은 강제가 연행되는 걸 본다. 그 이유가 정자관리사의 지갑에서 발견된 수표가 강제의 계좌에서 나온 것이란 걸 알고 세진은 불안해 한다. 자신이 인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문도 모르고 연행된 강제 역시 불안하다. 효실은 윤자를 찾아 애들이 왜 그러냐고 묻고 윤자는 아무 말도 해줄 수가 없다.
  • 가스통 갈리마르 가스통 갈리마르-프랑스 출판의 반세기/피에르 아술린 지음

    가스통 갈리마르 가스통 갈리마르-프랑스 출판의 반세기/피에르 아술린 지음

    지드, 프루스트, 생텍쥐페리, 카뮈, 셀린….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의 주요 작가 명단을 나열하다 보면 마치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연표를 보는 듯하다. 여기에 카프카와 토마스 만, 조지프 콘래드 등 갈리마르가 프랑스에 소개한 해외 작가들까지 포함시킨다면 실로 ‘문학의 만신전’이라는 찬사가 지나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1953년 프랑스의 유력 주간지 ‘렉스프레스’는 ‘미래를 짊어지고 갈 100인’ 선정에서 출판인으로는 이례적으로 갈리마르출판사 창립자인 가스통 갈리마르의 이름을 올렸다. 이 잡지는 ‘미래의 작가들이 옹알이를 하는 수준에 있을 때 그 소리를 알아듣는 사람’이란 말로 갈리마르를 정의했다. 20세기 프랑스 문학과 사상의 산파 역할을 해냈다는 출판사 ‘갈리마르’의 창립자 가스통 갈리마르의 일생을 다룬 ‘가스통 갈리마르-프랑스 출판의 반세기’(피에르 아술린 지음, 강주헌 옮김, 열린책들)가 출간됐다. 저자는 갈리마르의 일생을 통해 프랑스 출판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정신적 가치를 상업적 성공과 연계시켜야 하는 출판사업의 실체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숨겨진 작가의 발굴과 쟁탈전, 문학상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베스트셀러 탄생의 뒷이야기에 이르기까지 출판계 안팎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야기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갈리마르는 앙드레 지드와 함께 NRF(갈리마르 전신)를 창립했다. 출판을 시작한 이유는 문학을 사랑했기 때문. 그는 프랑스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모든 작가들을 갈리마르의 깃발 아래 두겠다는 원대한 꿈을 세웠다. 그러나 순수한 문학애호가의 바람과, 출판이라는 ‘사업’을 양립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고, 그는 ‘갈리마르가 돈을 벌면 벌수록 좋은 책의 출판기회는 더 많아진다.’는 원칙을 갖게 된다. 갈리마르의 탁월한 면모는 작가들과의 인간관계에 있었다. 자신이 아끼는 작가들의 경제적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잡지를 창간하고, 그 잡지에 글을 기고한 신인 작가들의 책을 내주었다. 때문에 그의 곁에는 당대의 문화인들과 미래의 거장들이 몰려들었다. 이는 갈리마르를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기업과 차별화시켜주는 핵심요소가 된 ‘독자위원회’로 정착됐다. 지드, 블랑쇼, 카뮈, 엘뤼아르, 그르니에, 말로, 사르트르 등이 거쳐간 독자위원회의 ‘독자’가 되는 것은 모두에게 자랑거리였다. 지금도 미셸 투르니에, 르 클레지오 등의 작가들이 독자위원회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명 작가들에 얽힌 재미 있는 일화도 많다. 동업자였던 지드가 갈리마르를 제거하려고 했던 일, 그로 인한 두 사람의 갈등,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원고가 갈리아르로부터 퇴짜를 맞아 자비 출판됐던 일, 후일 갈리마르가 엄청난 실수를 깨닫고 프루스트를 직접 찾아가 용서를 빌었던 일 등등. 종이책의 종말이 예견되고,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만연된 지금에 이르러서도, 여전히 문학 전문 출판사로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프랑스 최고 출판사의 힘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파키스탄 지진 참사 유영규 특파원 르포] “라마단에 죽어 천국 갈것”

    [파키스탄 지진 참사 유영규 특파원 르포] “라마단에 죽어 천국 갈것”

    |가리하비불라 유영규특파원|12일 오전 11시(현지시각)국내 민간구호단체 굿네이버스 구호팀과 기자는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를 떠나 175㎞ 떨어진 북서국경자치구(NWFP) 인근 가리하비불라로 향했다. 가리하비불라는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행정 수도 무자파라바드와 함께 강진의 피해가 매우 큰 곳 가운데 하나. 하지만 워낙 외부와 단절돼 구호의 손길이 못 미치는 곳이다. ●목숨 건 9시간의 175㎞ 산악 여정 NWFP 지역으로 가는 너비 6m의 산악도로에는 소총과 대포를 지닌 무장강도들이 들끓어 평소에도 삼엄한 경비가 없으면 접근이 어렵다. 하물며 지진으로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에게 원조물자가 가득 실린 구호차량은 어떻게 보이겠는가. 이미 각국 구호팀이 피습당했다는 얘기가 속속 전해지고 있던 터. 출발 전 주파키스탄 한국대사관측은 구호·취재팀에게 이 지역 접근을 극구 말렸다. 버스 안에는 차가운 긴장이 흘렀다. 창문을 모두 내리고 절대로 바깥을 내다보지 말라는 현지 안내인의 신신당부가 있었다. 산길을 9시간 달려 저녁 8시에 도착한 초겨울의 가리하비불라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밤서리를 피해 몸을 의지할 곳은 허름한 텐트가 전부. 텐트조차 없는 사람들은 덤불 속에 들어가 추위를 피했다. 구호차가 접근하자 순식간에 200명이 넘는 이재민들이 나와 손을 벌렸다. 13일 새벽녘이 되면서 참혹한 잔해가 어스름 여명에 모습을 드러냈다. 가족의 시신을 수습하려는 사람들도 하나둘 모여들었다. 전교생 250명이 그대로 생매장된 카란벨리 여학교,180여명이 깔려 숨진 고멘트 여고 등 폐허가 된 대부분의 학교들은 맨손으로 흙을 파내며 울부짖는 부모들로 가득 찼다. 희생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었다. 누구는 전체 주민 3만명 중 5000명이 죽고 1만명이 다쳤다고 했고, 어떤 이는 사망 5000명, 부상 5000명이라고 했다. 병원장의 부인 하룬은 “마을 인구가 원래 얼마였는지를 알 수 없어 희생자 집계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여학생 250명 생매장 부모들 울부짖어 마을 인구의 최소 3분의1이 죽거나 다치는 대재앙을 만났지만 그들은 ‘신의 뜻대로’라는 의미의 인사말 ‘인샬라’를 잊지 않았다. 슬픔을 종교가 보듬고 믿음이 어루만져 주는 게 차라리 다행이다 싶었다. 부인과 두 아들, 손자를 모두 잃은 60대 노인 아웨스는 “우리의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는 언제나 알라(신)의 뜻이 숨어 있지만 인간에게는 이를 알 수 있는 능력도, 권리도 없다.”면서 “그저 우리를 위해 기도해 달라.”며 눈물을 훔쳤다. 어느 누구도 드러내 놓고 신을 원망하는 일은 없다. 알 수 없는 신의 뜻을 그대로 받아들일 뿐이다. 수천년간 찢어지는 가난도 카스트제도의 불평등도 신의 뜻이라며 견뎌온 이들이다. 두 아이를 잃은 아리포 야샤(35)는 “아이들이 라마단(금식월) 기간에 죽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이들은 성스러운 라마단 기간에 죽을 경우 천국으로 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이는 단지 희망일 뿐. 이슬람 율법에 따르면 라마단 중 성전(聖戰)에 참가해 죽어야만 천국에 가는 권리를 얻는다. 이슬람력 9월인 라마단 기간 중에 이슬람교도들의 테러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때로는 이슬람 율법이 구속 때론 율법이 속박이 된다. 라마단 기간중 낮에는 음식은 물론 물도 마실 수 없다. 구호품으로 받은 차파티(밀 전병의 일종)를 아이에게 먹이던 40대 여인은 “알라도 며칠 동안 굶은 우리를 이해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가까운 친척 외에는 시신을 만져서도 안 된다. 하지만 이웃의 피해를 그대로 보고 있을 수 없는 주민들은 알라에게 용서를 구하며 주검을 카베라(공동묘지)로 옮겼다. 마을에 남아 있는 병원이라곤 기독교 계열의 쿤하르 크리스천병원 단 한 곳뿐이지만 많은 주민들은 이곳에 가는 것을 꺼리고 있다. 기독교인은 천하고 더러우며 타락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일하는 시키유(32) 목사는 “기독교 병원을 찾으면 개종을 시키려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 병원에서 사람이 죽으면 기독교 계열 병원이어서 그렇다는 야유와 불만도 자주 접한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 후원 농협 069-01-272544 예금주:(사)굿네이버스 인터내셔날 (02)338-1124. whoami@seoul.co.kr
  • “53년전 美입양… 이젠 명예서울시민”

    “53년전 美입양… 이젠 명예서울시민”

    “사랑은 피보다 진합니다.” 지난 1952년 레이 폴 미군 대위에게 입양됐던 폴 신(70·한국명 신호범)씨가 12일 홀트아동복지회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시청에서 명예 서울시민증을 받았다. 이날 같은 입양아 출신인 미항공우주국 스테판 모리슨(47·최석춘) 수석전문연구원과 전 아시아태평양 인종자문위원인 수잔 콕스(51·홍순금)와 함께 시민증을 받은 신씨는 30여년 동안 홀트아동복지회와 인연을 이어오며 입양 상담 등 해외 입양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워싱턴대와 하와이대 등에서 31년 동안 중국사를 가르친 그는 98년부터 워싱턴주 상원의원으로 일하고 있다. “아버지가 행방불명되고 어머니는 네살때 돌아가셔서 ‘거리의 소년’으로 자랐어요. 그러다 한국전쟁 이후 미군 부대에서 허드렛일을 거드는 하우스보이가 됐죠.52년 어느날 밤 몹시 외로워 흐느껴 울던 저를 아버지(폴 대위)가 발견하고 ‘내 아이들이 울면 가슴 아프다.’면서 저를 꼭 끌어안아 주고 아들로 삼았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55년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폴 부부의 도움으로 무학에서 벗어나 1년 4개월 만에 대입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유타대와 펜실베이니아대를 거쳐 74년 워싱턴대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이즈음 홀트복지회가 입양 성공 사례로 꼽히던 신씨를 찾았다. 이 때부터 홀트복지회에 합류했다. 성도 바꾸지 않고 끝까지 지켰다. 대신 이름을 양 아버지의 성을 따라 폴이라고 붙였다. 수소문 끝에 생부도 찾았다. 이복동생 다섯을 낳고 어렵게 살고 있었다.74년부터 동생들을 차례로 데려와 미국에서 교육시켰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미워했지만 ‘용서’했다고 털어놨다. “ 아이를 낳지 못한 신씨 부부도 한국에서 두살배기 아이 둘을 입양했다. 아들(37)은 캔사스대 연구원, 딸(35)은 가정주부로 손자가 다섯이다. 신씨는 입양아와 이민 1.5·2세대가 미국의 주류사회에 편입하도록 한국계 정치인을 양성할 계획이다. 글 사진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3번구속 3번무죄’ 박주선 前의원 “검찰권남용 피해자” 증언

    옷로비 사건, 나라종금 사건, 현대 비자금 사건과 관련해 세 번 구속됐다가 모두 무죄판결을 받은 박주선 전 민주당 의원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섰다. 박 전 의원은 1시간여 동안 검찰의 무리한 수사에 대해 언성을 높였지만, 증언이 끝날 무렵에는 “수사검사를 개인적으로 용서했고, 오늘 나의 발언이 검찰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친정’에 대한 애증을 드러냈다. 박 전 의원은 사법고시에 수석으로 합격해 대검 중수부 과장, 대통령 법무비서관 등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박 전 의원은 “검찰 수사에서 무죄를 주장하며 여러 증거를 제시했지만 묵살당했다.”면서 “이 증거들은 재판 과정에서 대부분 인정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사 검사는 무죄라는 의견을 올렸고, 중수부장은 불구속하겠다고 하다가 사흘 만에 구속했다.”면서 “외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박 전 의원의 증언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뚜렷한 증거없이 구속 결정을 내린 검찰 수사를 질타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독재시대 침묵 용서를”

    유지담·윤재식·이용우 등 대법관 3명이 10일 퇴임식을 갖고 6년 임기를 마무리했다. 재임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유 대법관은 이날 퇴임사를 통해 35년 동안의 법관생활을 되짚어보고 잘못한 점을 사과했다.●“권력에 맞서야 할때 외면” 유 대법관은 “무엇보다 부끄러운 것은 권력에 맞서 사법부의 독립을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 침묵했다.”면서 “사법부에 대한 비평을 받아들여야 할 때 이를 외면한 채 ‘사법권 독립’,‘재판의 권위’라는 명분으로 동조하고 싶어했다.”고 털어놓았다.유 대법관은 “환송을 받기보다는 용서를 구하고 싶은 심정”이라면서도 “그릇된 유산을 청산하고 진정 국민을 섬기는 법원으로 되돌려 놓겠다는 새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사법부를 탄생시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퇴임사를 끝맺었다. 대법관의 퇴임사는 자신의 업적을 소개하면서 후배에게 당부의 말을 남기곤 했다는 점에서 이날 유 대법관의 퇴임사는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오늘까지 후임대법관 후보자 추천 이날 퇴임한 대법관 3명의 후임 인선을 위한 준비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대법원은 11일까지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받고 오는 17일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대법원은 강신욱 대법관과 손지열 법원행정처장, 천정배 법무장관, 천기흥 대한변호사협회장, 송상현 한국법학교수회장, 이승훈 대전지법 부장판사 등 법조인사 6명과 권영빈 중앙일보 사장, 김성훈 상지대 총장, 이광자 서울여대 총장 등 비법조 인사 3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법관 기준으로 전문적 법률지식과 합리적 판단능력을 보겠다고 밝혔다.조무제 전 대법관 이후 지역법관 출신이 없고, 남아 있는 대법관들이 모두 서울대 출신이라는 점에서 출신지역·학교를 안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기수·서열파괴의 폭에도 법조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서울대 출신 후보로는 이흥복 부산고법원장·손용근 법원도서관장·김지형 사법연수원 연구법관 등이 거론되고 있다.또 사법고시 13∼17회 출신인 김황식 법원행정처 차장·이홍훈 수원지법원장·민형기 서울고법 수석부장 등이 후보군에 꼽힌다. 법원 외부 인사 중에는 최병모·문흥수·박시환·박원순 변호사 등이 유력하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오명벗은 김윤규 반격 나설까

    김윤규 전 현대아산 부회장의 부회장직 해임을 끝으로 마무리될 것 같던 ‘김윤규 파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현대그룹이 6일 김 전 부회장의 비자금에 남북협력기금 관련 50만달러가 포함됐다는 감사보고서가 부적절했음을 시인했기 때문이다. 현대의 내부감사가 김 전 부회장 퇴진을 목적으로 한 ‘표적감사’이자 ‘부실감사’라는 일부 주장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현대측 내부감사 부적절 시인 김 전 부회장은 지난달 8일 일부 언론에서 비리연루 의혹을 보도하면서 여론의 지탄을 받았고 이후 8월19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됐지만 부회장직과 등기이사직은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김 전 부회장이 조성한 비자금 70만 3000달러 가운데 50만달러는 남북협력기금과 관련이 있다는 현대그룹의 감사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용서받지 못할 ‘비리 경영인’으로 낙인 찍혔다. 통일사업의 일환인 대북사업의 산증인이 ‘통일 종자돈’인 협력기금을 빼돌렸다는 데 국민들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결국 현대는 지난 5일 이사회를 열어 김 전 부회장의 부회장직 해임과 등기이사직 제명을 결의하는 등 ‘추가 징계’를 단행했다. 김 전 부회장의 추가 징계는 그가 8월19일 이사회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독단적인 행동을 거듭하면서 ‘해사행위’를 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지만 협력기금을 유용했다는 점이 더 결정적이었다. 하지만 통일부의 발표와 현대그룹의 시인으로 김 전 부회장이 협력기금이 지원된 도로공사비를 빼돌린 것이 아니라 미리 금고에서 회사돈을 인출한 뒤 도로공사비 항목의 회계장부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협력기금 유용 혐의는 벗게 됐다.●“회사공금 11억 유용은 사실” 현대그룹은 처음 협력기금 유용 의혹이 불거졌을 때만 해도 “협력기금을 직접 유용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협력기금이 지원된 사업에서 비자금을 조성했으므로 ‘협력기금 관련’이라는 지적은 맞다.”고 설명했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김 전 부회장이 협력기금을 유용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11억 2000만원의 회사공금을 유용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징계는 정당하다.”고 말했다. 실제 김 전 부회장의 ‘비리내역’에는 협력기금 관련 비자금 조성은 물론 가족이나 ‘사생활 관계자’에게 회사돈을 지원한 사실이 포함돼 있다.●대북사업에 사용 가능성 하지만 대북사업의 특수성상 김 전 부회장이 5차례에 걸쳐 인출한 50만달러가 개인 용도가 아니라 대북사업 관련 업무비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김 전 부회장의 ‘반격’이 주목된다. 대북사업 관계자는 “북측 인사들과 접촉하다 보면 비공식적인 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열린세상] 10월유신 체제와 주체사상 체제/이덕일 역사평론가

    유신체제가 기승을 부리던 1970년대 후반 고교를 다녔던 필자에게 학교의 일부는 군대였다. 교련수업이 있는 날은 교련복을 입고 등교해 제식훈련과 총검술을 배웠다. 군가 경연대회도 있어서 아침 저녁으로 군가를 연습해야 했다. ‘너와 내가 아니면 누가 지키랴 침략의 무리들이 노리는 조국’으로 시작하는 군가 ‘너와 나’는 비슷한 시기 고교를 다녔던 사람이면 누구나 읊조릴 수 있을 것이다. 학생이 왜 군가를 불러야 하는가라는 의문은 사치에 불과했다. 학교 담벼락에 ‘유신만이 살길이다’같은 전체주의성 정치구호가 도배된 시절이었다. 심지어 소풍까지 교련복을 입고 4열 종대로 시내를 가로질러 군가를 부르며 가야 했다. 고교 안보실기대회라는 것도 있었다. 시내의 전체 남녀 고교생들이 공설운동장에 모여 제식훈련과 총검술을 시범보이는 것인데, 여학생들까지 위생 가방을 멘 채 씩씩하게 팔을 흔들며 행진해야 했다. 근래 재방영하는 대한뉴스에서 그때의 행사장면을 보고 국가권력, 아니 정권에 빼앗긴 나의 청춘시절이 가슴 아팠다. 세상에 대한 사랑을 배워야 할 나이에 증오를 배웠던 불행한 시절이었다. 필자가 좌우파를 막론하고 전체주의 체제에 대해 무조건적인 저항감을 갖게 된 것은 이때의 경험과 상처가 체화된 것이다. 또한 역사를 권력을 쥔 지배자나 승자의 시각만이 아니라 피지배자나 패자의 시각도 중요하게 바라보게 된 것도 이때의 경험 때문이다. 이런 반(反) 전체주의 시각을 현재 평양에서 공연 중인 ‘아리랑 공연’에 맞출 필요가 있다.2002년 고 김일성 주석의 90회 생일을 기념해 처음 선보였는데 올해 노동당 창건 60주년을 기념해 다시 상연된다는 자체가 짙은 정치성을 내포하고 있다. 총 10만여 명이 출연하는데 그중 평양시내 10개 중학교 학생 2만여 명으로 구성된 것이 ‘배경대’이다. 중학생 배경대가 지휘자 10명의 구호에 맞춰 ‘총’ ‘폭’ ‘탄’이라는 구호를 동시에 지르는 것도 공연의 일부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총폭탄이 되기 위해 하루 반나절씩 4개월을 연습해야 한다니 인간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다. 공연 내용 역시 ‘선군정치’의 기치를 높이 내세우고 군복 차림의 6만여 참가자들이 백병전을 선보이는 군사주의이자 ‘21세기의 태양’은 김 주석이라며 김일성 부자에 대한 충성을 촉구하는 것이라니 이것이 과연 21세기 정상적인 인간사회의 모습이란 말인가. 북한의 이런 모습은 태평양전쟁 시절 일제를 생각나게 한다. 당시 ‘초등과 수신 교과용서(初等科修身敎科用書)’는 “일본은 좋은 나라 강한 나라, 세계에 빛나는 훌륭한 나라”라고 강조하며 “미·영을 응징하는 대동아전쟁이야말로 바로 우리 건국의 정신을 세계에 실현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일본’만 ‘공화국’으로 바꾸면 흡사하다. 일제는 전황이 악화되자 ‘1억옥쇄’를 전 국민들에게 강요했는데 여학생들도 ‘백합부대’란 이름으로 징발되어 목숨을 잃었다. 여학생들의 죽음이 백합같이 순결하다고 붙인 이름인데 이렇게 순결한 여학생들이 천황제란 괴물을 위해 강제로 죽어야 했던 것이다. 유신체제와 주체체제는 많은 부분에서 군국주의 시절 천황제와 닮은 일란성 쌍둥이같다. 필자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과거 유신체제에 맞서 싸웠던 많은 인사들이 그보다 더한 전체주의인 북한에는 침묵하거나 심지어 동조하는 점이다. 이는 자신들이 걸었던 역사에 대한 부정에 불과하다. 한때 존경해 마지않았던 그 분들에게 인간 그 자체보다 우위에 있는 이념이나 조직은, 국가를 포함해 있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씀드려야 하는 현실이 고교시절 안보실기대회장에서 외쳤던 구호처럼 서글프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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