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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누리당 제주도의원 13명 집단탈당 “당, 도민으로부터 버림받아”

    새누리당 제주도의원 13명 집단탈당 “당, 도민으로부터 버림받아”

    새누리당 소속 제주도 의원들이 12일 집단 탈당했다. 신관홍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새누리당 소속 현역 도의원 13명은 이날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랫동안 몸담아왔던 당에서 나와 새로운 정당정치의 질서를 만들어가겠다”며 새누리당 탈당과 바른정당 합류를 선언했다. 이들은 “소수 패권세력이 당권을 독점하고 국가권력을 사유화해 놓고도 반성과 용서를 구하기 위해 국민에게 다가서려는 혁신의 몸부림마저 외면할 때 당은 이미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지역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지역의 건강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는 지역 정치의 모범을 제주에서 만들겠다”며 도민의 뜻이 당론으로 결정되는 민주적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탈당 의원들은 오는 15일 오후 2시 제주상공회의소에서 바른정당 제주도당 창당 발기인대회를 가진 뒤 21일 제주도당 창당대회를 개최한다. 앞서 지난 4일 원희룡 제주지사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을 떠나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드는 길에 나선다”며 새누리당 탈당과 바른정당 합류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30일에는 김용하 전 제주도의회 의장 등 새누리당 소속 40여 명이 집단 탈당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새누리당 소속 제주도의원은 기존 18명에서 잔류 의사를 밝힌 김천문 의원과 탈당할 경우 의원직을 상실하게 되는 비례대표 의원 4명(김영보·유진의·이기붕·홍경희) 등 5명이 남았다. 원내 제1당이던 새누리당은 제3당으로 전락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부고] 통독 경제개혁 주도 로만 헤어초크 前대통령

    [부고] 통독 경제개혁 주도 로만 헤어초크 前대통령

    1990년대 통일 독일의 경제개혁을 주도한 로만 헤어초크 전 독일 연방 대통령이 별세했다고 AP통신 등이 10일 보도했다. 82세. 헤어초크 전 대통령은 1934년 4월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 란츠후트에서 태어나 뮌헨대학에서 법을 전공했다. 1983년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 판사를 역임했으며, 1987년부터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헌법재판소 소장을 지냈다.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출신인 헤어초크는 1990년 독일 통일을 주도한 같은 당 헬무트 콜 전 총리와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가 연립정부를 이끌던 시기인 1994년부터 1999년까지 명목상의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지냈다. 그는 종종 아시아의 활력과 독일의 경기 침체를 비교하면서 독일의 관료주의와 규제, 변화에 대한 거부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당시 독일은 노동시장이 지나치게 경직된 가운데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달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일인 1월 27일을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학살) 희생자 추모일로 지정하도록 하고, 나치 점령으로 고통받은 이웃 국가에도 용서를 구하는 등 홀로코스트 역사를 기억할 것을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조현재 ‘열혈주부 명탐정’서 상남자 검사 변신..홍수아와 호흡

    조현재 ‘열혈주부 명탐정’서 상남자 검사 변신..홍수아와 호흡

    배우 조현재와 홍수아가 드라마 ‘열혈주부 명탐정’(극본 박은영 박희권, 연출 한철수)에서 호흡을 맞춘다. ‘열혈주부 명탐정’의 제작사인 엠스타미디어 측은 9일 “조현재와 홍수아가 출연을 확정짓고 역할 준비에 들어갔다”며 “드라마의 중심축 중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열혈주부명탐정’은 생활고를 겪다가 우연찮게 탐정 조수가 된 주부 명유진의 좌충우돌 탐정기를 그리는 생활밀착형 코믹 드라마. 극중 조현재는 열혈검사 차재훈 역을 맡아 강력 사건들을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 하며 면도할 시간도 없어 수더분한 매력을 뽐내는 남자다. 사법연수원 수석 졸업에 무술 유단자이기까지 하며 법을 어긴 사람들을 잡기 위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상남자 캐릭터. 홍수아는 명문 재단의 이사장인 어머니를 둔 소위 ‘금수저’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불쌍한 사람을 그냥 못 지나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박민주 역할로 등장한다. 부족함 없이 사는 상류층이지만 차재훈 검사와는 애틋하면서도 슬픈 인연으로 엮여 있어 애틋한 눈물 연기도 기대를 모은다. 특히 홍수아는 그간 중국에서 드라마 ‘억만계승인’, 영화 ‘원령’ 등에 출연하는 등 해외 활동을 이어오다 오래간만에 한국 드라마에 컴백하게 됐다. ‘열혈주부 명탐정’은 영화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용의주도 미스신’ 등을 집필한 박은영 작가와 영화 ‘용서는 없다’, ‘감기’ 등을 집필한 박희권 작가가 공동으로 극본을 맡았다. 연출은 드라마 ‘마이 리틀 베이비’, ‘귀부인’, ‘9회말 2아웃’의 한철수 감독이 맡았다. 사전제작을 마친 후 2017년 한국과 해외에서 동시에 방송될 예정이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우상호 “박 대통령, 세월호 당일 몸매 가꾸려 헬스했나”

    우상호 “박 대통령, 세월호 당일 몸매 가꾸려 헬스했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탄핵심판 진술에 관해 “세월호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헬스를 한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전추 행정관이 세월호 7시간 오전 내내 관저에 있었다고 한다”며 “그런데 (본인이) 무슨 업무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헬스트레이너가 오전에 관저에 있었으면 대통령 헬스·요가를 시킨 것이지 무슨 기억이 안 나냐.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 원내대표는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죽어가는데 대통령은 몸매를 가꾸려고 헬스를 한 것”이라며 “그것을 숨기려고 입을 안 여는 것 아닌가. 정말 이 세력은 용서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안봉근 전 비서관이 뛰어들어오는 것을 봤다는 것 아니냐. 그러면 옆에 대통령이 있었다는 것인데 안 비서관이 뛰어오는 것을 봤으면서 그때 자기가 박 대통령에게 한 비공개 업무가 기억 안 난다고”라며 “택도 없는 거짓말을 어떻게 헌재에서 할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테슬라 소송’ 손지창 “내가 협박했다면 증거 제시하길”

    ‘테슬라 소송’ 손지창 “내가 협박했다면 증거 제시하길”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소송 중인 배우 손지창이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전했다. 4일 손지창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오후 제 법률대리인이 발표한 내용이다. 제가 영어를 잘 하지 못해 처음부터 저를 대신해 T사와 메일을 주고 받았다. 저희의 신분을 밝힌 이유, 그리고 협박이라고 한 메일의 일부까지 인용해서 설명했다”며 영문으로 된 서류 사진을 게재했다. 손지창은 “이제 그들에게 묻고 싶다”며 “제가 돈을 요구했으면 얼마를 요구했고 어떤 식의 협박을 가했는지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기 바란다. 제 법률 대리인은 그동안 주고 받은 메일 전문을, 원하면 공개하겠다고 한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그는 “사실 지난 3개월여 동안은 저에게 지옥같은 시간이었다”면서 “아들의 무릎에 난 흉터를 볼 때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았지만 참고 또 참았다. 하지만 이젠 용서할 수가 없을 것 같다”고 괴로웠던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이어 “개인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일, 손지창은 지난해 9월 자신의 미국 집 차고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 사진을 공개하며 “테슬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알린 바 있다. 이에 2일 테슬라는 공식입장 자료를 통해 “손지창씨가 소송을 제기한 후 관련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다”며 “차량 데이터를 포함한 여러 증거를 살펴본 결과 이번 사고는 운전자였던 손씨가 액셀러레이터 페달을 100%까지 완전히 눌러 발생한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전 손씨는 저희가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고 차량이 급발진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한국에서의 유명한 입지를 사용해 테슬라 브랜드에 타격을 입히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손지창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조사를 요구할 예정이다. 사진=손지창 페이스북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상아가 뭐길래? 살해당한 피그미 코끼리

    상아가 뭐길래? 살해당한 피그미 코끼리

    세계에서 가장 작은 코끼리가 밀렵 당하는 사건이 3~4년 전부터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바로 상아 때문이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 사바주에 서식하는 수컷 코끼리 ‘새이버’가 새해 전날 유골로 발견됐다고 한다. 새이버는 멸종된 ‘검치호랑이 송곳니’처럼 아래 쪽으로 굽어 자라는 엄니를 가지고 있어 전문 사냥꾼들에게 살해됐을 확률이 높다. 새이버는 아시아의 다른 코끼리보다 5분의 1정도 작은 보르네오 피그미 코끼리(Borneo pygmy elephant)에 속한다. 현재는 삼림 개간과 서식지 감소로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오늘날 1500~2000마리만 남아있다. 새이버는 10월초 야자유 농장에서 환경보호활동가들이 처음 발견해 구출됐고, 카왕 보존림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야생으로 돌려보내졌다고 한다. 당시 새이버의 구조와 이동을 도왔던 수의사 구센즈는 "위치추적장치(GPS)를 채워 야생으로 보내면 안전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은 정말 잘못된 것이었다"며 "슬픔을 표현할 길이 없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얼굴에서 엄니가 잘려 나간 채 끔찍하게 죽은 수컷 코끼리 한 마리가 더 발견됐다. 이 날은 중국이 2017년 말까지 상아 무역을 금지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로 다음날이기도 했다. 야생생물보존학회(WCS)의 엘리자베스 베넷 부회장은 "세계가 아프리카 코끼리의 위기를 깨닫고 자국의 상아시장을 폐쇄하는 시점에, 이들을 잃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프다"고 말했다. 또한 "모든 상아 거래 시장을 닫고 그에 대한 수요도 완전히 멈출 때, 아프리카와 아시아 전역의 모든 코끼리가 불법포획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밀렵 사건이 있기 전에도, 코끼리의 종보호는 주요한 고려 대상이 되지 못했다. 코끼리는 그 지역 관광객을 끌어당기며 종자분산을 통해 범람원과 산림을 생태학적으로 유지해왔지만 정부는 그들의 서식지를 침범해왔다. 비싼 야자유 농장에 해를 끼치는 짐승으로 생각한 셈이다. 그래도 아시아의 코끼리는 아프리카 코끼리보다는 밀렵 위협이 덜한 편이다. 아시아 코끼리의 상아는 깨지기 쉽고 노란빛을 띄고 있어서 가치가 덜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새이버의 유골을 최초 발견한 다나우기랑필드센터(DGF) 관계자는 "우리는 거대동물들을 잃고 있다. 코뿔소가 사라졌고, 야생 들소가 곧 사라질 것이며, 코끼리가 그 다음이 될 것이다. 우리의 보석을 잃는다면 다음 세대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성찰을 촉구했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원희룡 오늘 탈당… 보수신당으로 “깨끗하고 따뜻한 정치 위해 새출발”

    원희룡 오늘 탈당… 보수신당으로 “깨끗하고 따뜻한 정치 위해 새출발”

    원희룡 제주지사가 4일 새누리당을 탈당해 개혁보수신당(가칭)에 합류한다. 대선 주자급 광역자치단체장이 새누리당을 탈당하는 것은 남경필 경기지사에 이어 두 번째다. 정병국 신당 창당추진위원장은 3일 “내일 오전 7시 50분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 지사의 새누리당 탈당 및 개혁보수신당 참여 기자회견이 있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신당 회의에 참석한 뒤 제주도로 이동해 뜻을 함께하는 도의원과 동반 탈당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원 지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 실패를 미리 막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한다”면서 “깨끗하고 따뜻하며 국익과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치를 위해 새롭게 출발하겠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특히 “권력집중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실패와 한계로부터 결별해야 한다”고 말해 개헌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앞서 원 지사는 지난해 말 새누리당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위원회에 참석하며 탈당 의사를 드러낸 바 있다. 원 지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의 새누리당으로서는 대선을 치를 염치가 없다. 결국 보수가 재편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50대 이하 세대에서는 그런 식으로 국정을 농단하라고 해도 할 수가 없다”며 세대교체를 강조했다. 원 지사가 신당에 입당하면 남 지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포함해 여권의 50대 대선 후보군이 모두 신당 소속이 된다. 이들 외에 김기현 울산시장과 권영진 대구시장도 신당 입당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반면 홍준표 경남지사는 새누리당 탈당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남편과 불륜녀에게 ‘뚱녀’로 놀림 받던 女, 47kg 감량

    출산 뒤 남편과 직장 동료의 불륜을 알게 된 아내. 그것만으로도 충격 그 자체다. 남편은 불륜녀와 함께 뚱뚱한 아내의 몸을 낄낄대며 비웃고 조롱하고 있음 또한 알게 됐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내는 독한 마음을 먹고 다이어트를 통해 무려 47kg을 감량해 현재는 자신감 넘치는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전했다. 나쁜 남편과 이혼했음은 물론이다. 미국 텍사스주(州) 휴스턴에 사는 베시 아얄라(34)는 17세 때부터 14년간 함께 살아온 남편과 2014년 이혼해 현재는 딸 하나를 둔 싱글맘으로 살고 있다. 13세 때부터 비만으로 고민했다는 베시는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의 대상이 돼 성격이 내성적으로 변했고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었다. 하지만 당시 전 남편은 베시의 체형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대했기에 베시로서는 믿음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대학 시절 이미 몸무게 95kg에 도달했다는 베시는 2013년 딸 이사벨라를 출산한 뒤 더욱 증가해 118.8kg이 됐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베시는 식생활을 바꿔 4개월간 무려 27kg을 감량했다. 하지만 새로운 삶을 기약하고 있던 그 순간, 믿었던 남편의 배신과 불륜 사실을 접했다.남편이 불륜 상대와 메시지를 교환한 페이스북을 우연히 보게 됐다는 그녀는 그들이 자신의 비만 체형을 뒤에서 비웃어왔던 것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자신의 비만 체형을 지적한 경우가 전혀 없었다는 남편이 불륜 상대와 함께 자신을 ‘뚱녀’나 ‘돼지’로 취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사벨라를 출산하고 산후 우울증과 불안증이 있었던 베시는 남편의 배신에 몹시 충격을 받으면서도 비만 생활에서 탈피할 것을 결심했다. 여동생과 줌바댄스 등 주 3일 댄스 레슨을 받았고, 체육관도 일주일에 6번이나 다니며 체형 관리에 매진했다. 식생활도 고당분에서 고단백 다이어트로 바꿨다. 현재 47kg을 감량해 72kg이 됐다는 베시는 “몸과 마음이 매우 행복하며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했다”면서 “딸 이사벨라가 자랑스러워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시간이 흘러 그녀는 헤어진 남편과도 현재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용서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면서 “나쁜 일은 내가 아니라 남편이 한 것이지만, 이제서야 겨우 남편과 내 감정 등 여러 가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확연히 눈에 띄게 체중 감량에 성공한 베시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멋진 변신이다”, “잘했다, 너무 예쁘다” 등 칭찬의 목소리를 아끼지 않고 있다. 또한 어떤 이들은 “진정한 아름다움은 외모가 아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변한다. 외모로만 판단할 수 없는 사람은 마음이 좁은 것”이라면서 베시의 전 남편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국민 MC’ 송해, 사망설 유포자 수사의뢰 취소…“용서한다”

    ‘국민 MC’ 송해, 사망설 유포자 수사의뢰 취소…“용서한다”

    30년 동안 KBS ‘전국노래자랑’의 사회를 맡아온 ‘국민 MC’ 송해(90)가 자신의 사망설 루머를 퍼뜨린 유포자를 수사 의뢰하지 않고 용서하기로 했다. 송해의 매니저는 3일 연합뉴스와를 통해 “송해 선생님도 당일에는 너무 당황스럽고 화도 나셨겠지만 수사관이 막상 사무실에 찾아오자 ‘새해에 액땜한 셈 치고 용서해주라’고 하셨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 인터넷상에는 송해가 사망했다는 루머가 퍼졌다. 송해 측은 즉각 사망설을 부인하며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한 바 있다. 송해는 현재 건강에 이상이 없으며, 오는 6일 강원도 홍천으로 떠나 7일 오후 예정된 KBS ‘전국노래자랑’ 공개녹화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탄2신도시 오피스텔 동탄테크노리움, 동탄중심상가로 수익률 10%대

    동탄2신도시 오피스텔 동탄테크노리움, 동탄중심상가로 수익률 10%대

    분양시장에서 불루칩으로 꼽히는 동탄2신도시에 들어서는 오피스텔 ‘동탄 테크노리움’의 막바지 분양이 진행 중이다. 현재 일부 타입이 완판 됐거나 마감에 임박한 가운데 소수 타입에 한해 선착순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계약금 10%, 중도금 60% 무이자 조건으로 입주 시 잔금 30%를 납부하면 된다. 모델하우스는 방문 전 사전예약제로 운영 중이다. 경기도 화성시 청계동 동탄면, 영천동 일원에 조성되는 동탄2신도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마지막 신도시(일산의 2.2배, 분당의 1.8배)인 첨단 글로벌 지식 창조 도시로서 수도권 남부의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복층형 구조로 조성돼 공간 효율성과 투자 경쟁력을 높인 이 오피스텔은 동탄2신도시 동탄 테크노밸리 바로 앞 중심 상업지를 터로 택했다. 동탄 테크노밸리는 SRT(수서발 수도권고속철도) 동탄역에서 1.5km 떨어져 있으며 경부고속도로 기흥동탄 IC와 용인-서울 고속도로도 인접해 있다. 12월 SRT가 개통됨에 따라 수서까지 14분이면 이동이 가능해 수도권 남부 산업클러스터의 중심축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동탄테크노리움의 사업지는 기흥 IC에서 5분거리에 위치하며 용서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통해 서울 30분대 진입이 가능하다. 동탄2신도시 시범단지의 이미 형성된 중심 상권과 연계해 인근 삼성전자 반도체와 협력업체 및 다수의 산업단지가 위치해 있다. GTX. KTX, SRT 등 다양한 교통망 신설을 바탕으로 서울 접근성이 개선될 전망이어서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지역으로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신도시 내 기업 입주를 기반으로 인구 유입이 급증하는 지역으로 풍부한 배후수요 확보가 가능하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해부된 육체:부분이 발설하는 단서들 - 김효숙

    인간의 몸이 고깃덩어리와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질문은 인간에 대한 전일적 관점을 위반하는 데서 시작한다.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도발적 상상력을 끌어와 보면 이러한 점은 더 명백해진다. 인간을 꿈틀거리는 생명덩어리, 즉 고기로 표현한 그의 이미지에 기대면서 우리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새로이 증명할 방법을 탐구한다. 이때 우리는, 완벽한 몸이라는 정형을 벗어나 감각과 존재를 해방하고 자유를 부여하기 위해 본능의 심연까지 가 닿으려 한다. 프랜시스 베이컨이 인간의 살과 고기의 살점을 저울에 달 때와 정용준의 관점은 다음 같은 문장에서 겹친다.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기 때문이다”(‘개들’,105쪽). 함량과 수치만을 기준으로 따지면 인간은 고기와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무게가 고기와 동급으로 처리된다는 사실이 어리둥절하다. 베이컨의 고기-인간들은 2) 육체라는 전체성으로부터 해방되면서 정형과 규격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뇨·혈액·타액·정액 같은 체액들, 한쪽이 지나치게 비대하거나 홀쭉해진 형체들을 그의 그림은 보여 준다. 여기에 정용준의 소설은 해부하고 해체한 육체의 일부분들과 조각들, 먹다 버린 음식물 찌꺼기처럼 넘치는 비만한 살들, 지문, 주민등록번호, 냄새 같은 기호들을 추가한다. 육체라는 전체로부터 일부분이 끊임없이 탈주하는 그곳에서 인간은 재정의된다. 흘러나온 육체의 일부분들이 스스로 의미를 발설하면서 전체성으로서 육체의 허위가 무너지는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존재자가 이 지구 상에 있는 한 완결할 수 없는 질문, 그래서 우리는 반복하여 묻는다. 그 물음이 단지 존재의 물질성을 해명하려는 것이 아닌 한 실존 그 자체로서 무수한 질문을 품는다. 해부된 육체의 일그러지고 녹아내린 듯한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라고 누군가가 주문한다면 공포를 주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갈가리 찢어지거나 분해된 육체 3)의 성분들, 일부분이 지나치게 비대한 육체는 미학적이지 않으므로. 그래서 우리는 물질과 물질이 부딪쳐 상처 나고 찢어진 것을 원상태로 되돌리려 애쓴다. 완결된 육체, 곧 육체의 전체성으로부터 이탈하는 현상을 죽음으로 보기 때문이다. 온전한 형태를 갖춘 몸이 와해될 때 인간은 이른바 고기가 되고 말 테니까. 살점 일부와 한 컵의 피, 한 바가지의 오줌으로 존재가 정의된다면 그것은 과연 한 점 얼룩일 뿐일까. 이러한 의문을 품고서 정용준의 소설로 들어가보면 우리는 거기서 육체의 질곡과 해방을 동시에 경험한다. 정용준의 소설은 세계를 이루는 존재자들을 되도록 부분적으로 보여 준다. 완전체로서 육체가 아니라 그것을 쪼갬으로써 개별성과 존재다움을 드러낸다. 쪼개진 그 조각에 장식이란 없으며 당연히 아름답지도 않다. 자연 상태 그대로 인간들은 거칠고 낯설고 섬뜩하기까지 하다. 몸의 조직에 정신을 심으면서 정용준의 소설은 국부로 전체를 드러낸다. 그것은 전체성으로서보다 피 한 방울, 지문, 살점 일부분들에 압착되어 있다. 몸은 해체되면서 전체를 말하고, 부분은 전체로 나아간다. 정용준의 소설은 가족공동체로부터 발화되는 경우라 하더라도 유사한 소재를 다루는 동시대 작가들과 구별된다. 그는 존재를 말하기 위해 우리 삶의 작은 조직들에 주목하고, 몸을 해체하듯 관계를 해체한다. 롤랑 바르트 식으로 말하면, 우리는 그러한 조직들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정용준은 ‘말한다’. 사진만이 인간의 육체를 죽임으로써 전체를 보여 준다는 바르트의 사유방식으로 말하면 정용준은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우리 몸을 죽이지 않음으로써 일부분으로 접근한다. 미소한 부분으로부터 존재의미를 캐면서 가장 생생한 육감을 재현해 내려 한다. 심지어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까지도 정용준의 육감은 벋는다. 존재가 어느 한 부분의 신체조각으로 증명될 때 우리는 이 세계의 존재자들에 대한 또 다른 이해방식을 얻게 된다. 보이지만 ‘없는’ 쁘리즈락 우리 몸은 ‘근대’라는 개념이 만들어 낸 하나의 물질이다. 시간은 몸의 물기를 쥐어짜면서 흐르고, 우리의 몸은 점점 건조해지고 단단해져 간다. 시간에 휩쓸려 가는 물질로서의 육체는 점점 추악해지고, 위선 속에서만 순결성을 띤다. 이 세계는 온통 ‘금지’ 구역이자 그것을 무너뜨리려는 육체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곳이기도 하다. 육체를 무너뜨리고 분해하고서야 위선의 고리는 끊어진다. 개인을 넘어선 인류 전체의 육체에 대한 이야기가 그때 탄생한다. 그것은 어느 개인의 몸에 관한 담론이 아니며, 불멸하는 육체를 이미지화한 비개인적인 것이다. 금지에 결박된 덩어리로서 몸이 아니라, 타고난 본성을 그 몸의 일부로 자유롭게 구가하는 생명성이다. 사회의 습속을 배반하고서야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몸, 자연의 일부를 떼어다 놓은 듯 거칠고 기이한 몸들은 그때 허위에서 해방된다. 자연의 법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지 않는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 이때 우리 몸은 사회라는 인위적이고 완강한 간섭보다 자연이라는 거칠고 전체적인 범주 안에서 더 자유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소설이란 바로 그러한 지점에 구겨 박힌 육체를 불러내는 장르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이 세계가 우리에게 존재란 무엇인지를 다시 물어온다면 위와 같은 단언만으로는 그 답이 불충분하다. 여기에 정용준 소설의 고민이 자리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말할 필요 없는 사회적 기호를 우리는 두 개 갖고 있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다. 전자가 개별 신체의 주소지라면 후자는 개인의 번지수다. 두 개 코드는 인간 개체에게 한편의 안정과 다른 편의 위험을 동시에 안겨 준다. 존재를 나타낸다는 것은 안전을 보호받는다는 의미와 그것이 위협당하는 현상을 동시에 내포한다. 인간의 나타남이 사회의 가시적 존재임을 증명해 준다면, 존재의 숨김에 대한 탐문은 비가시적 공간의 인간에 대한 것이 아닐까. 가시적이라는 분명한 현상 가운데서도 모든 타자는 불가사의할 수밖에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비가시적 존재와 가시적 존재 간 차별성은 없다. 가시적인 존재자에 대한 탐문도 결국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474번’에서 우리는 이런 존재를 만난다. “그의 지문은 등록되어 있지 않았고 실제로 그에게는 주민등록번호 자체가 없었다.” 가시적이지만 증명이 불가능한 존재를 어떻게 명명해야 할까. ‘그’라는 3인칭만이, 열다섯 명을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오명만이 그를 말해 준다. 살인을 한 이유도 ‘그냥’이다. 지문과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무존재자가 그것이 있는 존재자를 살해했으므로 사건은 실종된다. 법이 작동하는 곳은 물리적 공간인데 그것을 적용할 존재가 없다. 죄를 물어야 하지만 죄인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사건은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다며 종결지으면 될 일이 아닌가. 정용준은 여기서 ‘사건 있음’과 실존재의 부재라는 현상을 넘어 하나의 알레고리를 던져 준다. ‘가해자 없음’과, 분명히 누군가가 죽어 없어진 이해할 수 없는 현상들을. 여기에 이 소설의 발화의지가 있다. 가해자 없음으로부터 정용준은 오히려 존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지문’ 부재현상으로부터 소설로 접근해 가자. 지문은 인간의 몸에 새겨진, 인간의 개별성을 나타내는 유일한 기호이므로. 정용준은 이 소설에서 지문 없는 존재 곧 몸이 없는 존재와, 살인자의 ‘의도’를 추적하기보다 살인 ‘현상’을 보여줌으로써 그 존재의 ‘없음’에 대해 말한다. 살인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무심코” “거리낌 없이” 몹시 “자연스러운 것”으로. 이러한 살인자에게 우리는 정신병력이 있는지, 무슨 원한이라도 있는지, 금품이 필요했는지 등을 물을 수가 없다. 작가가 살인동기부터 이렇게 밝혀 놓고 있어서이다. 그렇다면 살인동기의 자연스러움을 그 존재의 어떤 특성과 연계해야 하는가. 살인이란 타자가 가지고 있는 모든 가능성을 절멸하는 것이기에 범죄임이 분명한데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가해자 없음’과 ‘무심코’라는 두 가지 단서를 얻었다. 이에 대한 단정은 잠시 유보하고 또 다른 단서를 위해 조금 더 앞으로 나가 보자. 그 살인현상에 대해 정용준은 이렇게 해명한다. “사자가 사슴의 숨통을 끊고서 자신을 만든 창조자에게 용서를 빌지 않”고 “자신의 용맹함을 자랑하며 포효하”듯 그가 살인을 했다고. 그는 “잔인한 성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스스로도 정신이상에 대해 부정”한다고. 그는 죄책감이 없으며 살인을 해놓고도 용맹을 자랑하는 존재다. 이쯤에서 우리의 사고에 진전이 있어야 한다. 무성無性, 이렇게 존재를 확정하고서 정용준이 보여 준 살인자의 특성으로 다시 돌아가 보면 손에 잡혀 오는 것이 있다. 그의 본성의 그러함과, 보이지 않는 현상으로부터 확보한 ‘그’라는 존재. 존재를 감추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그는 탁월한 킬러다. 존재가 은닉하는 문제를 감추는 식으로 존재하는 자를 신으로 명명한 하이데거 방식대로라면 그는 최상의 존재자 4)다. 자연 이후 문명 이전의 존재자, 인간의 죄를 물으며 공격적으로 성장한 종교현상을 빗대는 존재다. 그가 누구인지 증명할 수 없으므로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니 ‘무성’이다. 이렇게 단정하고 보면 생각의 가지는 다시 갈라진다. 정용준은 ‘그’로부터 신의 존재를 환유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이원적 사고를 넘어서려 한다는 것을, 그의 소설은 이것일 수도 저것일 수도 있는 열린 지층이라는 것을. 단정은 그의 소설의 지층을 단면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하나의 지층을 거기에 더 얹어 놓자. 그는 아버지와 누나 사이에 태어났지만 이 부부는 혼인신고를 할 수 없는 근친이다. 그래서 현실공간으로 부상할 수 없는 존재, 정용준의 표현대로 ‘쁘리즈락’이다. 가시적이므로 분명한 존재자이지만 사회의 법망에 등록할 수 없으므로 ‘없는 사람’이다. 법의 그물망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존재들과 달리, 정화할 수 없는 원죄의 피가 흐르는 몸, 주소지도 번지수도 없으므로 무성의 캐릭터다. 이 ‘없음’ 현상에 ‘신’이라는 비가시적 존재가 자꾸만 얹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뭔가가 자꾸 겹쳐지는데도 명징하지 않은 그 존재가. 도스토옙스키가 ‘백치’에서 미쉬낀 공작에게 신의 속성을 심어놓았듯 정용준은 ‘474번’의 그에게 신의 속성을 이식하지 않았을까. 극단적으로 말하면, 무슨 일이든 저지를 수 있으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소재지에 신도 ‘그’도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작가의 질문은 이어진다. 자연에서 벌어지는 살해에 과연 의도가 있는가? 의도된 살해가 증오나 이해관계의 결과물이라면, 의도 없는 살해는 자연현상처럼 일상적인 것이 아닐까라는. 살해 후의 정서와 애도 행위가 죽음과 나를 관계 맺게 하지만 이때 살해에는 아무런 정감도 없으므로 죽음에 대해 내가 떠안을 책무란 없다. 살해는 일상처럼 이뤄진다. 충동·쾌락·분노 같은 격동이 없으므로 그에게는 괴로움도 없다. ‘도깨비감투’를 쓰면 자신이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는 동화에서처럼, 존재의 사라짐과 비밀의 완전 봉인은 동시에 진행된다. 그런 점을 알게 된 아이가 악행에 빠지듯 그는 ‘순수’하게 살인을 한다. 지능 높은 어린이들을 훈련시켜 체제에 반대하는 양민을 죽이게 한 폴포트 정권도 이러한 순진무구함이 더 악랄하다는 것을 입증하지 않았던가. 순수함과 죄책감 없음은 동류의 정서임을, 그러므로 순수하다는 것은 오히려 나쁜 것이며, ‘순수한 죄인’은 더 극악함을 일깨운다. 도깨비감투를 쓴 아이, 지능 높은 순수한 아이, ‘474번’의 그는 이때 최상의 존재자가 된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방식으로 이 세계에 널린 ‘현상’들을 증명한다. 그의 소설의 두께는 그렇게 형성된다. 그러니 앞서 우리가 본 ‘그’가 ‘지문’ 곧 육체가 없는 존재임을 확인한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소설의 또 다른 문면으로 접근하기 위해 ‘그’의 주민등록번호 부재 현상을 보자. 번호가 부여되면서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에서 번호 부재는 곧 존재 부재를 일컫는다. 정용준은 이 존재를 쁘리즈락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이를 요즘 소설에 흔히 등장하는 유령현상과는 구별하고 싶다. 번호가 존재를 증명하지만 그 번호가 사실은 존재를 희미하게 지워 나가는 기호임을 우리는 ‘벽’의 염전 일꾼들에서 본 바 있다. 가혹한 구타, 죽음 같은 침묵의 공간, 감정은 일체 거세된 채 오직 복종하고, 죽음에 이르러 물질이 되어 가는 그들의 몸을 보면서 우리는 21, 23, 9 같은 숫자일 뿐인 그들이 누구였는지 알 수 없어진다. 존재를 지워 존재를 드러내는 이러한 화법으로부터 우리의 생각은 다시 갈라진다. 그러면서, 번호는 우리의 육체를 알기 위해 매겨진 하나의 기호이며, 육체를 아는 것으로부터 모든 지식은 출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언제나 타자일 수밖에 없는 육체, 거울로서의 육체, 이 육체로부터 우리의 모든 ‘앎’은 출발한다. ‘그’의 몸이 없으므로 우리가 그를 알 수 없는 것은 그러므로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건 수사관들이 ‘유령’이라며 고개를 젓고, 지문도 주민등록번호도 없어서 존재증명이 불가능한 그. 상대는 나를 볼 수 없으나 나는 상대를 꿰뚫어보는 일방향의 시선이 목적성을 가질 때 악의든 호의든 가장 완벽한 존재자가 되는 지점을 이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상처 충돌의 흔적-체액들 다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묻는 일에서부터 사유가 탄생한 그리스 철학과, 그리스로의 회귀를 꿈꾼 셰익스피어가 ‘리어왕’(1막 4장)에서 물은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라는 맥락 안에서 인류가 존재를 증명해 온 것이 사실이다. 정의는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맥락으로 수렴되는 존재증명, 그것은 결국 인간의 ‘몸’이 ‘운동’할 때부터 물질로 전락하는 때까지를 이르는 것이 아닐까. 존재에 대한 탐색은 그 무엇보다 꾸준히 정치하게 진행되어 왔고, 정용준의 소설은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이른바 ‘겹치는’ 존재자들로부터 인식의 깊이를 수립한다. 내가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타자의 시선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하에 우리는 언제나 바라보는 ‘시선’이었으며 동시에 ‘응시’당하는 존재이지 않은가. 이는 하이데거가 타자를 ‘함께 있음’ 즉 서로 관계하는 방식으로 본 것으로, 정용준 소설의 타자들 중에는 냉혈한의 정서로 관계망을 형성한 인물들이 제법 있다. 이를테면, 한 점 살이나 오줌 얼룩으로 존재를 말하고, 각기 다른 피들이 혼종된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음습하게 그리면서 존재를 증명하는 ‘개들’, 혈액 투석으로 빠져나가는 단백질을 채워 넣는 일에 골몰하며 계란을 먹어치우는 아버지를 보여 주면서, 새 피를 보충하고 허약해진 ‘근육’을 회복하려는 남성의 고투를 그린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가 그러하다. 한 점 살과 피·눈물·오줌 같은 체액들로 그가 누군지를 말하기 위해 정용준은 미소한 부분을 응시한다. 피는 수치數値라는 정확성으로 우리를 근원의 비밀로 이끌지만 정용준의 소설은 이러한 과학적 접근을 위해 긴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수치’를 따지려드는 우리를 긴장시킨다. 이 소설에서 피는 부패의 습격을 막으려는 살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 살과 몸은 제 안에서 피를 단속할 때는 부패하지 않지만 피가 쏟아져 살만 남을 때 몸은 썩는 것. 그러므로 살아 있는 살과 몸에는 피가 방부제다. 존재는 보여 준다, 인간의 체액 중 피가 가장 원초적인 진실이라는 것을. 존재의 근원을 은폐하는 것과,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결국 인간의 가장 깊은 속성에 관계된 것임을 작가는 보여 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여기, ‘피’라는 물질만이 개별자와 가족을 묶는 준거가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 있다. 타자의 피와 내 피의 원소가 겹쳐 하나의 혈맥을 이루는 양태를 생물학적으로는 가족으로 정의할 수 있으나,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도 정용준의 소설에는 등장한다. ‘개들’에서 ‘곰’은 동물세계의 지배자와 동격이다. ‘모란’은 그의 하인이자 아내·종업원·딸이다. 모란이 곰의 하인이자 종업원이라는 데에는 의미 부여가 달리 필요 없다. 그러나 아내이자 딸이라는 자격은 보편을 위반하는 강한 금지를 동반한다. 성생활과 혼인관계의 교차로가 가족이라면, 아내이자 딸이라는 모란의 자격은 근친상간이라는 강한 장치를 내포한다. 성생활의 특권을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근친상간이 꽃피는 두려운 비밀의 세계, “불가결의 접합부로서 끊임없이 환기되고 거부” 5) 되면서 관계의 틀 안으로 수렴되는 욕망이 곰의 아내이자 딸인 모란에게서 발산된다. 그러나 모란이 손님들로부터 ‘연변아가씨’라고 불리는 데에 이르면 또 다른 소격현상에 우리의 의식이 밀린다. 모란이 곰과 혈연관계가 아니며, 원시공간 속 여성 대명사로서 문명 이전 세계에서 가족이 형성되는 양상을 보여 주는, 아직 자연으로부터 미분화한 존재라는 점 때문이다. 이러한 진단은 우리가 앞서 본 ‘474번’의 그가 실정법에 매이지 않는 존재임을 확인하는 순간과 같은 정서를 몰아온다. 곰과 모란을 이해하기 위해, 이 부부와 동거하는 고아인 ‘나’를 보자. ‘나’에게서 풍기는 다소 불쾌한 징후들, 이를테면 ‘나’는 곰의 아들이라는 자격으로 한 집에 살지만 곰의 아내인 모란에게 특별한 감정을 품고 있다. 지금이야. 비가 오면 여자들은 마음이 부드러워지거든. 모란의 방에 찾아가. 마음을 고백하고 결혼하자고 말해. 모란도 원하고 있을 거야. 병구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정말?” “정말.”(‘개들’, 120쪽) ‘나’는 욕망의 자연스러운 발현에 충실하다. 노련한 ‘나’가 병구를 꼬드기지만 그것은 불가능을 주문하는 것이고, ‘나’도 그 점을 잘 알기에 모란을 두고 병구와 경쟁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 경쟁 상대가 아니기에 사실은 어떤 주문도 가능할지 모른다. 지능이 모자란 병구가 사랑을 위해 고투하는 어수룩한 형태의 결말은 빤하고, 모란을 향한 병구 마음의 경사도와 실패 가능성 또한 비례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니까 모란에게 자신의 존재를 나타낼 날을 기다리며 묵묵히 ‘근육’을 단련하는 냉혈한이다. 이렇게, “이두박근, 승모근, 상박근, 하박근 등 근육”을 키우며 “내 근력은 곰에 비해 어느 정도”인지를 은밀하게 확인해 나간다. ‘곰’은 원시자연의 지배자이므로 나는 곰이라는 법을 뛰어넘기 위해, 즉 모란을 얻기 위해 근육을 단련한다. 곰의 근력에 근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강화해 가야 할 욕망의 저장고, 그곳은 근육을 단련함으로써만 채워질 것이다. 어머니이자 누나인 모란의 육체와의 연속성과 경계 없음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곰처럼 완력을 갖춰야 한다. 어머니-누나의 경계가 없는, 있다 할지라도 나와 비혈연인 모란과는 피차 내재적 질서가 없는 관계이므로, 우연과 외면성으로 정해진 관계이므로 ‘곰’과 ‘나’에게 모란은 혈연이라는 필연에 묶이지 않는다. 그러므로 남성의 욕망을 대변하는 두 인물은 이 세계에 유일한 하와, 곧 자연의 속성을 그대로 간직한 모란에게 똑같이 집중하는 것이다. ‘개들’의 인물 중 우리는 ‘병구’를 지나칠 수 없다. 곰과 ‘나’가 근육으로 자신의 존재를 표명한다면, 병구는 근육들의 세계로부터 일찍이 소외된 자로서 또 다른 신체의 일부를 우리에게 보여 준다. 그것도 죽음으로써. 모란의 방문이 열리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곰”을 보았고, 그 뜻을 알았고, 아는 순간 세계가 열리는 그 지점으로부터 병구를 들여다 보자. 그리고 그 순간 침묵하는 병구의 심정을 헤아려 보자. 모호함이 순간적으로 벗겨지면서 충격을 가하는 인식세계, 병구는 곰의 건장한 몸을 보고 있었고, 성을 인식했고, 그 순간의 눈뜸은 새로운 세계로 입문하는 입사식과 같다. 새로운 세계의 도래는 ‘앎’이라는 충격파가 이전세계의 인식을 부수는 것이다. 곰과 모란이 아프로디지아(aphrodisia, 어떤 형태의 쾌락을 제공해 주는 행위·몸짓·접촉 ; 푸코, 같은 책, 55쪽)를 누리고 있는 그때 수다쟁이인 그가 말이 없어지고, 울보가 울지 않고, 칭얼거리지도 않고, 화도 내지 않고, “멍하니 어둠의 한 지점을 응시”하면서 “무엇인가 깨닫”는 그곳이 ‘앎’의 정곡이다. 그의 시각을 충격하는 것은 미학적인 감정이기보다 본능에 대한 자극이며, 지식에 대한 충동이 그 대상과 맞닥뜨린 순간이다. 병구가 본 곰은 나체였고, 곰의 몸 중 일부분이었으며, 그 조각만으로도 세계의 비밀은 누설되었을 터, 곰의 벗은 몸으로부터 흘러나온 비밀이 그를 충격한다. 일부분이 세계 전체의 환유일 때 그 조각은 본래 체적을 초과하여 팽창하는 게 아닐까. 좁은 문틈으로 바라볼 때도 바깥세계의 면적은 팽창하는 이치대로. 벌거벗은 ‘곰’처럼 ‘개들’은 고깃덩어리 같은 육질을 갖고 있다. 우리는 이 작품에서 어떤 덩어리가 툭, 이 세계를 흔드는 것을 감지한다. 병구가 곰의 나체를 응시하는 한 몸에 대한 의미생산은 이어진다. 남녀 상호 간 본능적으로 생산되는 몸의 기호들이 상대의 감각을 지배할 때 거기서 비밀이 탄생하고, 그것에 휘어잡히고, 사로잡힌 자는 몸이 부단하게 발설하는 비밀의 노예가 된다. 그러나 비밀은 ‘복종’하지 않는다. 주인인 몸을 언제나 벗어난다. 탈주를 노릴 때만 비밀은 자신의 신분을 확정한다. 그러니 절대성을 갖는 비밀은 없다. 모란의 몸이 생산하는 기호들이 병구에게 와 닿자 세계의 비밀은 열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누설된 비밀 때문에 병구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세계의 비밀을 알아버린 죄인으로서 스스로 그 비밀이 선고한 사형수가 된 셈이다. 성에 대해 발설하는 순간 언어는 세속화라는 폭발력을 갖게 된다. 그 과정은 수습 불가능한 자기 증식력을 동반한다. 그러니 침묵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 대한 노골적 담론화는 죽음으로 가는 직행통로다. 나타나는 순간 폭발하는 속성 때문에 성은 자신을 숨기는 대가로서만 유지된다. 병구의 죽음은 이렇게 그것의 나타남을 몸소 덮어버린 철저한 제의다. 성을 버리는 것, 그것은 죽음처럼 깊고 캄캄하지만 가장 분명한 가시성이다. “이십 년을 살다 죽은 병구의 사체는 십 개월을 산 도사견보다 작아 보였다”는 지점에는 세계의 비밀을 보게 된 자신을 폐기해 버린 왜소한 몸과, 삶의 마지막 기표인 “오줌으로 변색된 면바지가 까”맣게 남는다. 경련이 일고, 감각이 빠져나가고, 몸은 굳어간다. 이때 흘러나온 오줌은 산 자를 해체하는 마지막 운동의 징표다. 죽음 직전 감각이 마지막으로 운동한 흔적이며, 인간이 물질화되는 바로 직전 현상이다. 병구는 오줌 얼룩을 남기며 이 세계의 비밀로부터 도망쳤고, 그 얼룩은 성이라는 불경스럽고 속된 것으로부터 병구 자신의 욕망을 확인한 육체의 기호일 것이다. 욕망하면서도 수치스럽게 여겨질 수밖에 없는. 안타깝게도, 병구가 스무 살 성년의 문턱을 막 넘어서다 직면한 세계는 그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세계인식의 빛은 병구가 눈을 뜨는 순간 번쩍임과 사그라짐이 동시에 진행되고 만다. 병구는 발설되어서는 안 될 것을 싸안고 캄캄한 죽음 속으로 투신한다. 억압되었으므로 알 수 없었으나 억압을 통해서만 검토되는 성에 대해 허용된 그 시각, 병구는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동시에 죽었다. “나를 죽여 주세요”라고 자신의 서투른 삶 같은 글씨를 써놓고서. 베이컨의 그림 한 컷처럼, 그의 가장 강렬한 경험과 인식, ‘지식애’(피터 브룩스)의 흔적은 오줌 얼룩으로 남는다. 그의 몸에서 마지막으로 빠져나온 액체인 오줌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일어난 격렬한 경련의 징표다. 그가 죽음으로써 성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염려도 무화되었다. 부재하고 비표명되도록 숨겨야만 성은 생동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성의 본성은 오래도록 은밀하게 유지되어 왔을까. 죽음처럼 절대적인 침묵은 없으므로 차라리 죽음으로써 입을 다물어 버린 병구, 자신에게는 허용되지 않은 저 세계의 문을 죽음으로써 영원히 닫아 버린 것이다. 그럼으로써, 말해져서는 안 될 세계는 폐기되고, 병구의 목숨도 그 비밀처럼 폐기된다. 변하는 살 냄새에 존재 묻기 정용준 소설의 인물들에게서는 눅눅한 냄새가 난다. 이 또한 ‘존재’에 접근하기 위한 후각의 발현으로 보인다. 죽은 것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으므로. 시각에 의존하는 문명인과 달리 정용준의 캐릭터들은 원시 인간처럼 퇴화하지 않은 후각으로 존재의 진실에 접근한다. 원시공간에서 막 생성된 존재가 바닷물로부터 비릿함을 감아올릴 때처럼 개 냄새, ‘모란’ 냄새, 곰팡이 냄새, 비린내, 게 냄새 등으로. 하층계급과 중간계급의 관심사에서 보이는 중요한 차이가 냄새에 대한 태도에 있다는 지적 6)대로라면, 정용준 소설에서는 소외계층의 냄새가 불유쾌한 조짐들을 몰고 온다. 하층민일수록 그들의 습관은 냄새에 더 잘 실려 있다. 이웃은 그들의 습속을 냄새로 타자에게 실어 나르고, 냄새는 이웃에게 번지면서 생명에서 비생명으로 진행한다. 이때 ‘썩음’이라는 현상을 동반하는데, 냄새를 맡는 일은 사멸할 것에 대한 불쾌한 감각의 마지막 쏠림이다. 부패 현상의 끝과 죽음은 같은 지점에 있으며, 죽음이 가까울수록 냄새도 강렬하다. ‘개들’에서의 냄새는 어디에서 오는가. 비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된 곳은 개가 도륙당하는 도축장이다. 죽음 냄새가 음습하게 번지면서 불쾌함이 주조를 이룬다. 오래 맡아도 익숙해지지 않는 냄새, 기분을 바꾸려고 다른 데로 신경을 써도 여전히 붙들리는 냄새. 악취도 오래 맡다 보면 휘발되기 마련이나, 그렇지 않다면 어디선가 지속적으로 살이 썩고 있다는 증거다. 오래 씻지 않은 하층민의 삶처럼 눌어붙은 냄새, 고질화된 고통, 그것은 썩어가는 살의 증표다. 생명체는 예외 없이 부패하고, 부패선상에서의 피 흘림과 절규는 살이 단단해지고 건조해질 때까지 진행된다. 그때까지만 우리의 몸은 냄새를 풍긴다. 살 냄새, 즉 우리가 살아 있다는 냄새를. 비가 싫다. 마당은 오물과 진흙으로 뒤범벅되고 냄새는 진해진다.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개 냄새. 주변을 장악하고 오염시키는 우울한 기운들. 마르지 않은 오줌 위에 누워 철창 밖으로 내리는 비를 바라보는 수십 개의 노랗고 빨간 눈들. 플라스틱 바구니를 무겁게 채워 팔이 끊어지도록 들었다 놨다를 반복해도 불쾌한 기분은 가시지 않는다.(‘개들’, 100쪽) 우울하고 물기 마를 날 없고 갈망으로 충혈된 “노랗고 빨간 (개의) 눈들”. 개들처럼 인물들도 습도 높은 공간의 음습함에 지배당한다. 찌든 ‘개 냄새’가 어두운 기운에 섞인 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이질감, 그것은 곧 도축될 짐승의 살 냄새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화자는 우울한 정서가 깔린 공간에 떠 있는 개들의 처절한 눈빛에서 예정된 죽음을 본다. 질척한 죽음의 세계를 눈에 핏발이 서도록 바라보는 개들. 전망 없이 하강하는 비, 그 빗금들을. 소설 읽기는 해석학의 유혹 7)을 동반한다. 표층 의미가 견인해 내는 숨은 의미를 찾아 들어갈 때 느끼는 쾌락이 없다면 독서행위를 지속하기란 어렵다. 비평은 독서행위의 연장인 만큼, 소설 읽는 즐거움의 다른 표현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정용준 소설의 존재들은 눅진한 그림자처럼 천천히 몸집을 불렸다가 작아지며 이렇게 소설 공간으로 편입된다. 어둠의 한쪽을 잠시 떼어낸 듯한 그 그림자들은 인간의 살이 흘러나온 것처럼 자유롭지만, 한편으로는 우리를 그것으로부터 격리시킨다. 아래 예문의 ‘비린내’는 핍진한 생명의 냄새를 풍긴다. 나는 수도꼭지를 꽉 잠그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겨 있는 삶은 계란 두 개를 꺼내들었다. 열려 있는 창문에서 습한 바람이 들어왔고 어디에선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가 났다. 나는 창문을 닫고 탁자에 걸터앉아 계란껍데기를 깠다. 갑자기 견딜 수 없이 배가 고팠고 현기증이 났다. 하얗고 부드러운 계란을 반으로 나누고 한쪽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었다.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65쪽) “정체를 알 수 없는 비린내”. 그것은 생명의 발원지로부터 확산하는 냄새다. 투석 환자인 아버지가 과도하게 식탐을 부려 다른 환자들보다 계란과 치즈를 더 많이 먹고, 다시 혈액에 독이 쌓여 삶과 죽음이 동시에 진행되지만 생명의지는 죽음을 거부한다. 예문에서 보듯 이러한 생명의지가 ‘나’ 또한 존속게 한다. 인류가 출현하던 그때, 바다에서 시작된 생명이 비린내를 몸에 내장하고 나온 후 우리들 세포에 그대로 삼투된 냄새, 체액을 품은 살이 비린내를 풍기고, 땀을 많이 쏟을수록 생명체는 냄새를 더 짙게 풍긴다. 살아 있으므로 우리의 살은 냄새의 진원지가 되는 것, 그러나 우리는 날마다 썩어가면서 살고 있고, 냄새를 풍기고 살면서 동시에 죽어간다. 살이 내장한 액체들이 다 마르기 전까지만 우리는 생명체인 것이다. 정용준의 소설은 이렇게 인간의 살 냄새와 피 냄새를 그리워하며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 또는 ‘사이’의 문학이다. 다시 ‘474번’으로 돌아가 누나가 사갖고 들어온 꽃게에서 풍기는 ‘진짜’ 냄새를 맡아 보자. 그 냄새는 이제까지 먹어 온 가짜 게맛살과 달리 생경하다. 지금까지 ‘나’는 게맛살이 가공식품이라는 것을 의심해 본 적이 없고, 누나는 누나로서 존재했으므로. 그러나 누나가 꽃게를 사들고 와 ‘진짜’ 모성을 풍김으로써 비극이 불거진다. 몰라도 상관없을 세계를 ‘나’가 알아버린 것이다. “누나가 어머니라는 사실”처럼 가짜 냄새와 진짜 냄새가 겹치고, 이제 진짜가 출현함으로써 자아 탐문이 다른 방향성을 갖는다. ‘나’가 누구인지는 ‘가짜’가 규정해 왔지만 진짜를 아는 순간 나를 충격하는 세계, 끝까지 누나여야 할 존재가 ‘진짜’ 어머니가 된 이때부터 게는 썩은 냄새를 풍긴다. ‘나’가 누나의 존재를 아는 순간부터 진행되는 게의 부패현상, 이는 정용준이 ‘개들’에서 병구를 통해 보여 준 인식의 자국을 따라간다. 앎으로써 세계는 열리지만, 앎이 죽음을 몰고 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어머니/누나, 진짜 냄새/가짜 냄새로 나뉘는 세계, ‘나’의 존재는 진짜 꽃게 냄새와 게맛살 냄새처럼 섞인다. 어느 쪽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를 겹침 현상이다. 꽃게는 점점 썩어가고, 냄새는 확산되고, 존재는 죽어간다. 죽음 뒤에는 냄새를 풍기지 않을 존재, 그러므로 모든 존재는 살아 있는 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를. 존재를 규정하는 데 완벽한 준거가 있는가. 이러한 물음에 대해 정용준은, 육체의 일부분들을 열어놓고 그 조각들을 비개인적 욕망의 역사라는 맥락에서 풀어나간다. 피와 눈물과 오줌의 물기가 번들거리는 살은 아름답지 않지만 그것으로도 존재는 증명되고 해방된다. 정용준 소설에서의 ‘부분’들은 비천함의 육체적 표지이기보다 욕망의 현실적 드러남이다. 근대의 합리와 원칙과 정형을 따르지 않고 결합·분해·해체하여 인류의 근원적 욕망을 그 조각에 실어낸 표식이며 현상이며 증상이다. 그곳에 근접해 보면 고귀하다고 할 수 없는 이 작은 조직들에 박힌 ‘존재’가 보인다. “정육점에 들어가서 고깃덩어리가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살피” 8)는 화가의 역설적 심미안에 정용준의 소설은 다시 중첩된다. ‘나’가 ‘곰’을 죽인 후 “손목을 타고 피와 내장이 그리고 그의 생명이 바닥으로 쏟아지”(‘개들’, 128쪽)는 여기, ‘나’는 아버지를 죽임으로써 모란을 포함하여 모든 부권을 계승하게 될 것이다. 아버지의 몸에서 빠져나온 몸의 일부분이 ‘개의 간식’으로 먹히는 현장에서 벌이는 아들의 저항과 투쟁이 보이는가. 과연 지금, 모든 고기는 저울 위에서 평등하다. 그것은 ‘중량’의 문제가 아니며, 존재가 거부되거나 수용되는 경계에서 육체의 일부분들이 뭉치거나 녹아내리거나 해체된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끝장에 다다른 생명체들에서 오히려 인류의 영속적인 생명의지를 반어법으로 만나면서 ‘존재’를 재확인한다. 소설이 반드시 미의식을 표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품고 정용준 소설 속 원시의 육체를 바라볼 때 우리는 의도 없는 듯 냉담한 그곳으로부터 낮게 울려나오는 목소리를 듣는다. 남성들조차도 중성 코드를 띠는 곱다란 사회에서 정용준의 소설은 다소 거칠게 인간 육체의 일부를 들어낸다. 전체성에 대한 해체와 저항, 부분으로 해석되는 육체들은 그때도 욕망한다. 전체로부터 흘러나온 조각과 살 냄새로부터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고자 한다. 그래서 그 물질들의 전일적 주체인 인간은 끊임없이 재정의되고 재증명된다. 나.는.누.구.인.가. ■각주 1)정용준 창작집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문학동네, 2015), ‘가나’(문학과지성사, 2012)를 참조하였다. 이 글은 이 작품집에 실린 ‘개들’, ‘474번’, ‘벽’,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에 대한 고찰이다. 2)프랜시스 베이컨의 회화에서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고독·공포·절규가 가득하며, 흘러넘치는 비가시적인 힘들이 잔뜩 뒤틀린 채 표현된다. 프랑크 모베르, 박선주 옮김, ‘인간의 피 냄새가 내 눈을 떠나지 않는다’, 그린비, 2015, 117쪽. 3)노태훈은 “인간 근원의 존재론적 탐색을 지속하는 여러 작가들과 (정용준이) 변별되는 중요한 지점이 바로 ‘몸’이라는 실체에 대한 꾸준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이는 정용준 소설의 지향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 노태훈, ‘문학성을 회복하는 방법-정용준, ‘우리는 혈육이 아니냐’’, ‘문학의 오늘’, 2015, 겨울호, 216쪽. 4)엠마뉘엘 레비나스, 김도형 외 옮김, ‘신, 죽음, 그리고 시간’, 그린비, 2013, 9쪽. 5)미셸 푸코, 이규현 옮김, ‘성의 역사 1’, 나남, 2015, 126쪽. 6)슬라보이 지제크, 이현우 외 옮김, ‘폭력이란 무엇인가’, 난장이, 2014, 232쪽. 지제크는 이웃을 “냄새 풍기는 자”로 정의한다 7)위의 책, 118쪽. 지제크는 이를 보다 깊은 의미나 숨겨진 메시지를 찾고자 하는 유혹이라고 말한다. 8)데이비드 실베스터, 주은정 옮김, ‘나는 왜 정육점의 고기가 아닌가’, 디자인하우스, 2016, 161쪽. 저자와 베이컨의 대담 부분.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 오늘만 같지 않기를 - 조현주

    >>등장인물 노대복 69세, 마을버스기사 양옥화 67세, 노대복의 아내 노운수 45세, 노대복·양옥화의 아들, 택시기사 노만석 22세, 노운수의 아들, 퀵서비스맨 때어느 가을 토요일 저녁 장소한눈에도 오래되고 허름해 보이는 집의 거실이다. 거실 벽은 얇은 나무합판으로 둘러쳐져 있다.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거나 나무합판이 삐져나온 곳이 보인다. 가구나 테이블, 가전제품, 주방의 싱크대 등에도 오랫동안 사용한 흔적이 역력하다. 무대 뒤쪽은 주방이다. 싱크대와 냉장고 등이 있고, 냉장고 앞에 식탁으로 사용하는 원목 탁자가 있다. 주방 오른쪽으로는 미닫이문이 있고, 이 문을 나가 좁고 긴 복도를 따라가면 현관문이 나온다(객석에서 현관문은 보이지 않는다). 미닫이문 오른쪽 벽에는 커다란 전신 거울이 걸려 있고, 그 바로 옆은 노만석의 방이다. 주방 왼쪽으로는 뒷마당으로 바로 연결되는, 스테인리스로 된 문이 있다. 뒷마당에는 양옥화가 가꾸는 텃밭이 있다. 파나 고추 같은 것들을 키운다. 바로 옆에 방문이 있고(노운수의 방), 그 옆에 또 하나의 문이 있다. 이곳은 욕실 겸 화장실이다. 그리고 그 옆으로 또 하나의 방문이 있다(노대복, 양옥화의 방). 방문이 마치 이 집 인테리어의 전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그 외의 특별한 건 보이지 않는다. 흔한 액자조차 벽에 걸려 있지 않다. 무대 앞쪽에는 온 가족이 앉을 수 있는 패브릭 소파가 객석을 향해 디귿자로 배치되어 있고 담요 같은 것들이 걸쳐져 있다. 왼쪽 소파에는 마른 빨랫감들이 아무렇게 놓여 있다. 가운데에는 테이블이 놓여 있고 꽃병이 있다. 테이블은 나무의 밑동을 잘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역시 오래돼 보인다. 무대 밝아지면 대복,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주방을 어슬렁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다. 잠시 후 뭘 찾는지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기억이 났는지 서랍장을 뒤져 손톱깎이를 찾아 소파 쪽으로 온다. 소파 끝에 엉덩이를 걸치고 테이블 위에 발을 올려놓는다. 자신의 발을 불만스러운 듯 이리저리 살피는 대복. 한참을 들여다보다 깎기 시작한다. 통증이 있는지 간간이 허리를 펴고 심호흡을 한다. 동작을 반복하다 신경질이 나는지 손톱깎이를 옆 소파에 던져 버린다. 대복 빌어먹을! 발가락을 뽑아내든가 해야지. 소파에 드러누웠다가 다시 일어나 손톱깎이를 찾는다. 다시 발톱을 깎기 시작하는 대복. 곧바로 미닫이문이 열리고 휘파람을 불며 운수 등장한다. 무스로 정돈한 올백 머리, 알이 큰 선글라스를 쓰고, 동선운수라고 쓰인 택시회사의 제복을 입고 있다. 거울을 보며 한껏 폼을 잡는 운수. 그런 모습을 한심한 듯 쳐다보는 대복. 잠시 후 둘의 눈이 마주친다. 과장되게 인사를 건네는 운수. 운수 그간 옥체 건강하셨습니까? 대복 누구? 운수 저는 그러니까, 아들입니다. 대복 그런 이름은 내 머릿속엔 없는데. 여긴 어떻게? 분명 문을 걸어 잠갔는데. 운수 수척해 보이십니다, 아버님. 들어가서 쉬시지요. (혼잣말처럼, 하지만 대복에게도 들릴 정도로 크게) 큰일이야, 빨리 기억이 돌아와야 할 텐데. 대복 뽑아낼 게 있는데 뽑아낼 수가 없네요. 어째야 합니까, 하나님. 운수 하나님은 바쁘셔서 그런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대복 쑤욱, 하고 뽑혀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세상에 있는 건 다 있을 만한 이유가 있어섭니다. 마음에 평안을 찾으시지요. 대복 실수를 하셨습니다. 아주 큰 실수를 하셨어요, 하나님. (발톱에 통증을 느끼는지 인상을 찡그린다) 운수 병원엘 가세요. 왜 가만히 두고 병을 키워요? 대복 내 병을 키우는 건 네놈이다,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또, 또 그러신다. 혈압도 높은 양반이. 대복 어디 가서 뭘 했기에 이제야 기어들어오는 거냐? 운수 뭘 하긴요, 일했죠. 대복 네놈이 야간조인 건 너만 모르고 우리 가족이 다 알아. 운수 일 끝나고 피곤해서 그냥 회사 근처에서 잤습니다. 대복 걸어서 이십 분이면 오는 너의 회사 말이냐? 운수 밤새 운전만 하면 다리가 부어요. 천근만근입니다. 대복 그래, 알지 알아. 나도 사십 년을 운전만 해서 발톱이 이 모양이지. 보이냐? (발을 들어 운수 쪽으로 내민다) 얼빠진 놈. 대체 언제 정신을 차리려고. 운수 그만하세요. 저도 낼모레면 오십이에요. 대복 아유, 그러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겨우 칠십밖에 처먹지 않아서. 운수 먹을 만큼 먹었다는 거죠. 대복 어디서 같잖게 나이 타령이야? 운수 조심하세요. 곧 터집니다, 제 인생에 잭팟이. 뒷일, 감당할 수 있으시겠어요? 대복 감당 못해도 좋으니 제발 좀 터져다오 그놈의 잭팟. 운수 두고 보세요.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는다) 대복 (그 모습을 한심하게 바라보다 발톱을 깎기 시작한다) 어디 이름 모를 강에 가서 돌 껴안고 뛰어들든가 해야지. 운수 (소파에 앉으며) 그 의사 새끼 그거 돌팔이였나봐요. 수술한 지 얼마 됐다고 또 그래요? 대복 내성발톱이란 게 원래 그렇다. 운수 원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요즘 같은 세상에. 대복 내 자식도 내 맘처럼 안 되는데, 뭔들 되겠냐? 운수 이 자식새끼는 자나깨나 아버님, 어머님 생각뿐입니다. 대복 자나깨나 노름 생각뿐이겠지. 운수 노름이라뇨. 친, 목, 도, 모. 남들이 오해하겠어요. 대복 그래. 하룻밤에 몇 백만 원이 오가는 친목도모. 운수 전 아니에요. 그런 돈도 없고. 대복 얼마나 다행이냐, 네놈이 개털인 게. 운수 총알만 있으면. (대복의 험악한 얼굴을 보고) 농담이에요, 농담. 대복 네 엄마 한 번 더 쓰러지면 네 귓구멍에 총알을 박아주마. 운수 말씀 한번 살벌하십니다. 대복 이 집의 절반이 아직도 은행 거라는 것도 잊지 않았겠지, 응? 내가 평생을 일해 장만한 이 집 말이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451-23번지! 운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세요. 느낌이 와요. 운의 바람이 저한테 불어오고 있다고요. 대복 여기 죄 많은 노름꾼 하나가 정신 못 차리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회개할 수 있게 정수리에 번개라도 내리쳐 주세요. 운수 요즘엔 말이죠, 상대가 어떤 패를 들었는지가 보여요. 대복 세 치 혀로 거짓을 일삼는 죄인입니다. 지옥의 문을 잠깐 열었다 닫아주실 순 없으신가요? 그 틈으로 살짝 밀어 넣고 싶습니다만. 운수 진짜라고요. 앉아서 딱 얼굴을 보고 있으면, 저놈이 지금 땡을 쥐고 있구나, 삼팔따라지를 쥐고 구라를 치고 있구나, 하는 게 보입니다. 대복 그거 정말 놀라운 일이구나. 어찌나 놀라운지 전혀 믿기지가 않아. 운수 열에 여덟은 정확하게 맞힙니다. 이제야 빛을 보는 겁니다, 그간의 세월 동안 쌓인 경험과 그리고. 대복 돈과 빚이. 운수 네, 그렇죠. 정말 조~금만 기다리세요. 곧 터집니다, 빰빠라밤~. 대복 내 속이나 터지게 하지 마라. (사이) 그런데. 운수 네, 존경하는 아버님. 대복 상대 패가 보이는데 왜 돈을 못 따는 거냐? 운수 중요한 지적이십니다. 대복 이유가 뭐냐? 운수 제 패가 그놈들 패보다 낮아서죠. 대복 아! 그렇구나. 그렇지, 그래. 그걸 몰랐네. 내가 몰랐어. (사이) 어떤 패를 들었는지는 보이는데, 그 패를 이길 수 없는 개패만 들어온다 이거지. 그렇지? 운수 환장할 일이죠. 한 끗으로 밟히고 족보로 밟히고 땡으로도 밟히고. 대복 그러니까, 재수가 없는 놈이구나 너는. 운수 기다리세요. 아스팔트는 깔렸습니다.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대복 노름꾼에 거짓말쟁이에 재수까지 없는 아이입니다. 하나님 곁에 자리가 남아 있나요? 운수 정말, 미치겠다니까요. 대복 정신 빠진 놈. 발톱을 정리하고 대복이 뒷마당으로 나가자 운수는 피곤한지 소파에 깊이 몸을 묻는다. 잠시 후 안방 문을 열고 옥화 등장. 손에 쥔 기저귀를 주방 쪽에 있는 휴지통에 버린 후 소파 쪽으로 와 잠든 운수를 본다. 옆 소파에 걸쳐진 담요를 들어 운수의 몸에 덮어주는 옥화. 뒷마당에서 들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대복, 가만히 서 있다가 안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소파에 앉아 이불을 개기 시작한다. 운수 (깜짝 놀라 일어나며 잠꼬대한다) 야 이 개새끼야, 이 씨벌놈아. 내 돈이야. (허공의 한 점을 응시하며 씩씩댄다. 뜨악해하는 옥화와 눈이 마주치자 태연한 척한다) 언제 나오셨어요? 옥화 미칠 거면 저 산골 오지 같은 데 가서 미쳐다오. 내가 못 찾아갈 곳에. 운수 며칠 만에 본 아들이 조금은 반갑지 않으세요? 옥화 그럴 리가. 전~혀 반갑지가 않단다. 운수 마음에도 없는 말 하십니다 또. 옥화 네가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운수 별일 없었어요? 옥화 없었다. 운수 정말요? 옥화 어제도 없었고 오늘도 없었고, 내일도 없을 거다. 하긴, 그런 게 너한테 뭐 중요하겠니. 한 달에 반을 밖에서 자는 애가. 운수 저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 아니겠어요. 옥화 아무것도 안 하는 게 날 도와주는 거다. 운수 그럴까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멍청하게 손가락만 빨고 집안에 처박혀 있을까요? (사이) 빌어먹을. (일어난다) 옥화 혹시, 여자 생겼냐? 운수 무슨 소리에요? 옥화 정희 엄마가 봤다더라, 네가 어제 젊은 여자랑 시장 입구 족발집에 있는 걸. 운수 (다시 자리에 앉는다) 아, 그분. 평생을 남 얘기로 입을 털어오신 분이죠. 옥화 그래도 없는 얘긴 안 턴다. 누군데? 운수 아무 사이 아니에요. 옥화 말해봐. 어떤 사람인데? 운수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옥화 너 갔다 온 거 알아? 운수 나 참. 그냥 아는 다방 여자애예요. 옥화 다방? 운수 (실망한 듯 보이는 옥화를 보며) 대체 뭘 생각했던 거예요? 아직도 저한테 무슨 기대 같은 걸 갖고 계세요? 옥화 그런 거 없다. (사이) 좀 제대로 된 여잘 만나면 세상이 무너지냐? 운수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해요. 옥화 알아서 하기는. 알아서 해서 이 모양 이 꼴이지. 운수 어머니! 불편한 침묵이 흐른다. 잠시 후 아기 울음소리가 방 안에서 들려온다.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운수 저거 아직도 안 갖다 버렸어요? 옥화 말 좀 예쁘게 해라. 저거라니. 운수 만석인 어디 갔어요? 옥화 씻는다. 운수 이 자식은 대체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옥화 이따 데려다주기로 했다더라. 운수 그래요?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되겠냐? 운수 누구요? 옥화 우리! 운수 정신 나간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만석인 절대 안 된다는데, 네가 얘기 좀 잘 해봐. 운수 나도 싫어요. 그리고 그게 그럴 수가 없어요. 대복 (목소리) 여보, 이리 좀 들어와 봐. 옥화, 뭔가 더 이야기를 하려다 말고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소파에 기대서 거실을 둘러보는 운수. 욕실 문이 열리고, 바지와 러닝만 입은 만석이 머리를 털며 등장. 운수 여, 아들. (모른 체하는 만석을 향해) 인사 좀 하지. 만석 오셨어요. 운수 그래. (방으로 곧장 들어가려는 만석을 멈춰 세우며) 아들아. 이리 좀 앉아봐라. 만석 바쁩니다. 운수 나도 바빠. 딱 일 분만 얘기하자. 만석 (앉으며) 왜요? 운수 (무심하게) 너, 뭐하는 놈이야? 만석 뭐가요? 운수 (주방 쪽에 있는 종이상자를 가리키며) 저거 말이야. 만석 저게 뭐예요? 운수 저거 말이야, 저거. 벌써 며칠째야? 열흘 정도 되지 않았냐? 만석 (알아차리고) 일주일밖에 안 됐어요. 운수 밖에는 뭐가 밖에야? 그 일주일 새에 저 방 안에 뭐가 채워졌는지 모르냐? 젖병에 딸랑이에 인형에. 그것만으로도 한 살림이다. 만석 오늘 데리고 갈 겁니다. 담당자 만나기로 했어요. 운수 그런 건 바로바로 처리했어야지. 만석 제가 알아서 합니다. 운수 아니지, 아니지. 이건 우리의 문제라고. 네가 저걸 이 집 안에 들여놓았던 순간부터 말이야, 우리 가족은 모두 공범이 된 거라고. 만석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담당공무원과도 이미 다 얘기가 됐거든요. 운수 공무원? 이 자식 순진하게. 걔네들이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누가 알아? 다짐을 받아 놔야지 서면으로다. 만석 믿을 만한 사람들이에요. 애 있는 동안 매일 찾아와서 체크하고. 운수 (말 자르며) 확실하게 하란 말이다. (사이) 여자는? 연락은 됐고? 만석 아뇨. 전화기가 계속 꺼져 있어요. 운수 처음 몇 번은 받았잖아. 만석 받았죠. 운수 뭐라고 그랬댔지? 그 남자 애가 확실하니까 잘 키우든, 아님 고아원에 버리든 알아서 하라고? 만석 그랬죠. 운수 망통 같은 년. 애가 무슨 쓰레기야? (사이) 남자는? 만석 여전히 연락 두절. 출입국 기록을 보면 필리핀 쪽으로 간 것 같다던데. 운수 하긴 나라도 웬 여자가 네 애 낳았으니까 네가 알아서 키워 했으면 외국으로 떴을 거다. 만석 경찰이 조사하고 있으니까 곧 해결되겠죠. 운수 뭐, 하든 말든.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이해를 못 하겠어. 대체 어떤 강심장이면 애를 박스에 담아서 퀵으로 보낼 수 있나? 대단해, 대단해. 졸라게 놀라워. 안 그러냐? 만석 전 별로. 어렸을 때부터 하도 놀라운 일을 많이 겪어서. 본인이 제일 잘 아시잖아요. 운수 넌 누굴 닮아서 그렇게 비아냥이 수준급이냐? (말이 없는 만석을 향해) 됐고. 정말 네 애 아니지? 마지막 기회다. 지금 말하면 다 용서해주마. 만석 대체 몇 번을.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요? 운수 근데 너도 생각을 해봐. 퀵으로 물건을 받았어. 물건을 받았는데 수취인이 없어. 수취인도 없고 돈도 착불이라 못 받고. 다시 연락을 하니까 전화기가 꺼져 있어. 하는 수 없이 집으로 가져왔는데, 짜잔. 램프의 요정처럼 아이가 튀어나왔네? 너라면 이게 이해가 가냐? 만석 이해가 안 가면 이해를 하지 마세요. 어차피 관심도 없잖아요. 운수 네가 이 애빌 가다마사, 띄엄띄엄 보는, 아주 건방진 경향이 있는데. 만석 (말 자르며) 됐어요. 내 애 아니고, 오늘 데려다줄 거고, 그걸로 끝입니다. 그러니 더는 아무 말 마세요. 운수 (곰곰이 생각하다) 그런데 말이야. 이런 경우엔, 뭔가 보상금 같은 거 안 주냐? 일주일을 먹이고 재우고 씻기고 했는데. 만석 안 줍니다. 버려진 애 돌봐주고 무슨 돈을 바래요? 양심도 없어요? 운수 멍청한 소리 하지 마라. 양심이 무슨 소용이라고. 그러다 손가락 빨고 사는 거야. 손해만 보다 빚더미에 올라앉는 거고. 만석 우리 집도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죠. 누구 덕분에. 운수 (기분 나빠하지 않고 반색하며) 그러니까, 뭔가 탈출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아들아. 그런 의미에서, 총알 좀 있냐? 이번에야말로 빚에서 좀 벗어나보게. 만석 (어이없어하며) 없어요. 운수 갚는다, 갚아. 이번에 한꺼번에 갚는다. 얼마지 이제까지 빌린 게? 한 백만 원 되냐? 만석 이백십팔만 사천오백 원이요! 운수 거짓말하지 말고. 만석 이자 빼고 원금만! 운수 그렇게 많았냐? 사천오백원은 뭐야? 대복 지난주에 가져간 담뱃값이요. 운수 아, 그래, 백 원짜리랑 십 원짜리 말이지. 집 앞 편의점 알바애가 실실 쪼개더라. 십 원이 남네요, 하면서. 그 뒤로 내가 거길 못 가요. 만석 능력 없으면 끊으세요. 운수 담배까지 못 피우면 이 엿 같은 세상을 어떻게 견디겠냐? 만석 그래서, 얼마요? 운수, 비굴하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펴 보인다. 만석,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만 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만석 여기요. 운수 (지폐를 보며) 뭐냐 이게? 만석 담배 네 갑은 살 수 있을 겁니다. 운수 (손가락 두 개를 힘차게 펴며) 이 두 개를 말한 거지, (손가락을 굽혀서 내보이며) 이 두 개가 아니라. 만석 없어요. 운수 그러지 말고. 이번 주말 지나면 바로 준다니까, 진짜로. 만석 없습니다. (사이) 다음주 할머니 병원 가는 거 알고 있죠? 운수 벌써 한 달이 지났냐? 만석 이번엔 몇 십만 원이라도 좀 내세요. 할아버지도 나도 이제 돈 나올 데가 없어요. 목구멍까지 찼다고요. 운수 알았어, 알았어. (혼잣말처럼) 그러니까 내가 신약으로 하자니까. 만석 할머니가 빨리 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운수 네 할머니이기 전에 내 엄마야. 어디서 돼먹지 않은 소리야? 만석 똑바로 하시라고요, 그러니까. (지갑에서 오만 원짜리 지폐를 하나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이게 다예요. 운수 필요 없어, 새끼야. 보자 보자 하니까 지 애비를 허수아비 짚단으로 알아. 싸가지 없는 새끼.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간다. 잠시 후 다시 나와 지폐를 챙기고 욕실로 향한다) 두고 봐, 이자까지 톡톡히 쳐서 네놈 얼굴에 뿌려줄 테니까. 만석 이백이십오만 사천오백 원입니다. 운수, 가만히 노려보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세차게 닫는다. 멍하니 지갑을 들여다보는 만석. 한숨을 쉬다 옆에 놓여 있는 빨랫감을 발견하고 정리하기 시작한다. 잠시 후 빈 분유통을 들고 나오는 옥화. 분유통을 싱크대에 넣은 후 소파로 와 앉는다. 옥화 저녁은 어떡할래? 만석 바로 나가봐야 해요. 옥화 뭐가 급하다고 밥도 걸러. 찌개 끓여 놓은 거 데우면 되니까 한술 뜨고 가. 만석 담당 직원이 곧 전화할 거예요. 준비하고 있다 바로 나가야 해요. 옥화 그 사람은 주말에도 일한다니? 만석 그 사람도 빨리 마무리하고 싶겠죠. 옥화 여기 있는다고 애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뭘 그리 야박하게. 전화해서 월요일에 데리러 오라 그래라. 만석 이미 끝난 일이에요. 더이상은 안 돼요. 아까 얘기드렸잖아요. 옥화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야. 애를 데려가면 재울 데는 있대? 분유는 탈 줄 알고? 이제야 겨우 적응 좀 했는데, 또 이렇게 다른 데로 보내면 애가 놀라. 월요일에 오라 그래. 만석 그 사람들은 그게 직업이에요. 버려진 애들 보살피는 거. 옥화 버려지다니. 만석 빨리 가야 적응을 하죠. 여기서 계속 살 수 없잖아요? 옥화 왜 못 살아? 그냥 살면 되지. 아버지가 아무 얘기 안 하던? 만석 (얼버무리며) 별말 없었는데요. 옥화 하여튼 도움이 안 돼요. (사이) 한 번 더 생각해봐라. 만석 뭘요? 옥화 우리가 키우는 거 말이다. 만석 (단호하게) 그건 안 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옥화 네가 말한 그 절차라는 것만 해결하면 키울 수 있는 거잖냐. 만석 그냥 들은 걸 얘기한 거예요. 저도 잘 몰라요. 사실 알고 싶지도 않고요. 옥화 그 애 얼굴을 봐서 알잖니? 큰 눈망울, 둥근 콧잔등에 숱도 무성하고. 사랑받으며 크면 이쁘게 자랄 거야. 천벌받아, 그런 애 버리면. 만석 천벌받아야 할 사람은 따로 있어요. 애가 어떻게 되든 말든 버리고 도망간 사람들이죠. 옥화 이 할미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겠지 싶다. 만석 자식을 버리는 게 이해가 가요 할머닌? 그래요? 옥화 (당황하며) 그건 아니다만. 그래도 이게 다 인연 아니겠나 싶고. 만석 여긴 그냥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에요. 길어지면 불행한 인연이 될 뿐이죠. 옥화 애 생각을 해봐라. 어디 멀리 외국에 보내져서 소젖 짜고 양털이나 벗겨내게 할 셈이냐? 만석 누가 그래요? 옥화 나도 귀가 있고 눈이 있어. 티비에서 다 봤다. 만석 팔려 가는 게 아니에요, 입양이죠. 외국 가서 더 잘 먹고 좋은 교육받고 더 사랑받고 클 거예요. 그리고 아무려면 어때요. 내 아이도 아닌데. 옥화 우리 손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인정머리가 없어졌을까. 민달팽이 집이 없다고, 불쌍하다고 울던 우리 착한 손자는 어디 갔을까. 응? (사이, 달래듯) 그러지 말자. 어디 보내지 말고 우리가 키우자. 만석 우리 형편을 좀 생각하세요. 옥화 입 하나 는다고 당장 내일 굶어 죽는다니? 제 먹을 건 타고나는 거야. 만석 다 있는 사람들 이야기에요. 옥화 네가 그렇게 나오면 나도 다 생각이 있다. 만석 무슨 생각이요? 옥화 그 절차라는 거, 내가 하면 되지. 만석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 옥화 왜 말이 안 돼? 만석 할머니는 안 돼요. 옥화 내가 왜 안 돼? 만석 암 환자가 무슨 애를 키워요? 옥화 (당황하며) 그게 무슨. 암 환잔 애를 못 키운다니? 만석 입양도 못 할 거예요. 옥화 이 집에 나 혼자뿐이냐? 너도 있고, 운수도 있고, 네 할아버지도 있고. 만석 전 빼주세요. 도와 드리지 않을 거니까. 옥화 그래, 그럼 넌 빠지고. 나랑 네 애비랑, 아니 네 할아버지랑 키우지 뭐. 만석 맘대로 하세요. 근데 애는 오늘 데리고 갈 거예요. 그렇게 하기로 했고요. 얘긴 끝났습니다. 옥화 안 된다. 그렇게 안 둘 거야, 이 할미가. 만석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하셔야 해요. (방으로 향한다) 옥화 (혼잣말처럼) 커갈수록 지 애비를 닮아가는 건지. 만석, 옥화의 말을 듣고 잠시 멈춰 서 있다가 그대로 방으로 들어간다. 옥화, 멍하니 앉아 있다. 잠시 후 대복 안방에서 나온다. 검정색 양복을 입고 있다. 욕실 문을 열고 깜짝 놀라는 대복. 대복 아이고 깜짝이야. 뭔 짓이냐, 이 망할 자식아! 운수 (목소리만) 뭐가요? 대복 왜 그러고 섰냐고? 운수 (목소리만) 하루에 삼사 분씩 이렇게 물구나무를 서줘야 뇌경색에 안 걸린답니다. 대복 옷이나 처입고 해라. 운수 (목소리만) 아버지, 여긴 욕실이라고요. 신경질적으로 문을 닫는 대복. 주방으로 가 대충 손을 닦고 거실 쪽으로 나와 소파에 앉는다. 대복 애새끼가 갈수록 이상해져. (사이, 혼자 웃으며) 아, 고놈, 참 여자애라서 그런지 애교가 장난이 아니네. 눈웃음치는 게 어찌나 이쁜지. 안 그래? (옥화가 반응이 없자) 뭐해? 옥화 응? 왜요 왜? 대복 어따 정신을 팔고 있어? 옥화 뭐라고 했어요? 대복 밥 먹자고. 옥화 아, 그래요, 그래야죠. 대복 (일어서는 옥화를 말리며) 이 사람이 나사가 빠졌나. 있어 그냥. 저녁은 무슨. 연씨네 상갓집 가기로 했잖아. 옥화 어디요? 아, 그랬죠, 상갓집. 대복 약 때문에 그래? (문득 생각난 듯) 아, 애는 만석이가 보나? 옥화 (힘없이) 조금 있다 데려다주기로 했대요. 대복 (실망한 듯,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래. 오늘? 뭔 사람들이 주말에도 일을 하나. 옥화 만석일 잘못 키웠나 봐요. 대복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옥화 엄마 없는 손자새끼, 기 안 죽이고 번듯하게 키우려고 어르고 달래고 오냐오냐 키웠더니 어른 되더니 인정머리도 없고, 고집불통에, 저밖에 모르고. 대복 헛소리하지 마. 만석이만 한 놈이 요즘 세상에 어디 있다고. 내가 살면서 유일한 자랑거리가 있으면 만석이 놈이 내 손자라는 거야. 옥화 나도 그런 줄 알았죠. 대복 맘고생을 하면서 커서 그런지 어린놈이 어둔 구석이 있긴 하지만. 옥화 친구도 하나 없는 거 아니겠죠? 대복 헛소리 지껄일 거면 가서 옷이나 챙겨 입고 나와. 옥화 정말 우리가 키우면 안 될까요? 대복 누굴? 옥화 저 애요. 대복 어허, 이 사람. 물이나 줘. 옥화 왜요? 불가능한 일도 아니잖아요. 대복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무책임한 일이지. 옥화 (물을 가지러 가며) 풍족하게 키우진 못해도 부족하게 안 키우면 되잖아요. 딴 집에 가서 어떻게 클지 누가 알아요.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데. 대복 당신이 신경쓸 일 아니야 그건. 옥화 그럼 난 뭘 할까요? 왜요? 당신도 암 환자가 뭔 소릴 하나 싶은 거예요? 대복 이 사람, 할 게 왜 없어? 옥화 뭐요? 대복 (무심하게) 잘 보내줘야지. 둘 다 잠시 말이 없다. 잠시 후 물을 떠서 테이블 위에 내려놓는 옥화. 대복, 마신다. 대복 (곧바로 잔을 내려놓으며) 찬물 없어? 옥화 따뜻한 거 드세요. 대복 사십 년 동안 내가 따뜻하게 마시는 거 봤어? 옥화 배 아프다면서요. 대복 그런 적 없는데. 옥화 지난밤에도 배 붙잡고 끙끙댄 거 다 알아요. 대복 사람이 갑자기 변하면 안 돼. 살던 대로 살아야지. 옥화 살던 대로 살아서 이 모양 이 꼴이잖아요. 대복 우리 꼴이 어때서? 이만하면 잘살았지. (냉장고 냉동칸에서 얼음을 꺼내 컵에 담아 휘젓는다) 옥화 거기 찬장 위에 좀 봐요. 대복 왜? 옥화 만석이가 무슨 비타민인가 사왔다고 하루에 하나씩 먹으라고 했어요. 대복 (찬장을 뒤적여 약통을 꺼내 읽는다) 아쿠알렌? 이게 뭔데? 옥화 몰라요, 몸에 좋대요. 대복 당신이나 먹어. 옥화 드세요. 대복 아, 안 먹어. 내가 평생 약이란 걸 먹고 살았던가. 당신이나 꼬박꼬박 챙겨 먹어, 까먹지 말고. (약통을 다시 찬장에 넣는다) 옥화 난 다른 약 못 먹어요. 의사가 그랬어요, 치료하는 동안 다른 약은 먹지도 말라고. 대복 (찬장 문을 닫으며) 아, 몰라. 그럼 낫고 나서 먹든가. (그냥 물만 마신다) 옥화 사람이 말을 하면 듣는 척이라도 좀 해봐요. 따뜻한 물도 싫다, 약도 싫다, 그놈의 고집은. 대복 칠십 년을 이렇게 살았어. (소파 테이블로 잔을 가져온다) 옥화 앞으로 반백년은 더 살 텐데, 지금부터라도 건강 챙겨야죠. 대복 시답지 않은 소리. 오늘내일하는데 새삼스럽게 뭔 건강 타령이야. 요즘엔 아주 귀가 따가워, 하도 몸 여기저기가 곡소리를 내서. 운전도 그만해야 할까봐. 무슨 정신으로 운전을 하는지 모르겠어. 이젠 내가 겁이 나. 차 몰고 가다 승객들 얼굴을 보면 이 사람들, 다 내 저승길에 데려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니까. 요즘엔 정말이지 제발 곱게만 죽었으면 하는 게. (시무룩해하는 옥화를 보며) 괜찮겠어? 상갓집엔 나 혼자 가도 돼. 옥화 아니에요, 같이 가요. 연씨네가 남도 아니고. 대복 인생 참 허무하지. 그 양반이 그렇게 갈 줄 누가 알았어? 옥화 그러게요. 그렇게 시간 아깝다고, 바쁘게 살아야 한다더니 정말 바쁘게 가버렸네요. 대복 그러니까, 뭐든 적당히 하며 살아야 해. (사이) 몸은 어때? 옥화 그냥 그래요. 대복 그냥 그렇다고? 옥화 그냥 그렇다고요. 대복 그냥 그런 게 어떻다는 거야? 좋다는 거야, 나쁘다는 거야? 옥화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대복 좋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다?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이다) 그러니까 그게 뭔 말이야? 옥화 아휴, 그냥 그런 줄 알아요. 대복 (멋쩍은 듯 주변을 둘러본다) 사람이, 자꾸, 화가 늘어. 옥화 피곤해요. 좀 누워 있다 나올게요. 대복 전기장판 켜놨어. 옥화 벌써 무슨 전기장판을 켜요, 돈 아깝게. 대복 쓸데없는 소리 말고. 자면서 오들오들 떠는 거 보기 싫어. 이불도 깔아놨으니까 가서 누워 있어. 옥화 (문득 생각난 듯) 애들 밥을 차려줘야 하는데. 대복 내가 차려줄 테니까 들어가. 옥화 당신이 무슨. 대복 어허, 들어가. 나도 다 할 줄 알아. 옥화 (머뭇거리다) 그럼, 좀만 누울게요. 대복 들어가, 들어가. 옥화 방으로 들어가고 홀로 남은 대복. 천천히 거울 앞으로 걸어간다. 양복 안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매기 시작한다. 하지만 잘되지 않는지 번번이 실패한다. 욕실 문을 나와 가만히 그 모습을 보고 있는 운수. 대복이 포기하고 소파로 걸어 나오자 헛기침을 하며 소파로 다가오는 운수. 욕실로 들어갈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운수 아, 개운하다. 대복 (시계를 보고, 운수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제대로 씻기나 한 거냐? 운수 진정한 신사는 항상 한결같아야 합니다. 대복 네가 한결같이 얼간이긴 하지. 운수 또 그러신다. 하나뿐인 아들이 얼간이면 퍽도 좋으시겠네요. 대복 이럴 줄 알았다면 줄줄이 낳을 걸 그랬지. 운수 그러시지 그랬어요? 대복 먹고살기가 힘들어서 그랬다. 네놈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울 것 같아서. 운수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니었잖아요, 우리가? 대복 (놀란 얼굴로) 네놈 태어났을 때 우리 전 재산이 얼마였는 줄 아냐? 수중에 칠만 원이 있었다, 칠만 원! 자장면 한 그릇에 삼십 원이었는데, 그걸 못 사먹었다, 돈이 아까워서. 운수 귀에 인이 박이겠어요 그 얘긴. 대복 부탁이니 제발 그 쓸모없는 귀에 좀 박아 놔라. 어디 구멍이라도 뚫린 거냐? 왜 맨날 듣고 흘려, 흘리긴? 운수 알았어요, 알았다고요. (사이) 어머닌요? 대복 방에 누워 있다. 운수 밥 먹고 바로 일하러 가야 하는데. 어머니! 대복 네가 차려 먹어라. 운수 왜요? 대복 내 마누라가 네놈 종이냐? 앞으론 네가 차려 먹어. 운수 나 참, 계속하실 거예요? 그만하시죠. 대복 밥솥 안에 밥 있고, 냄비 안에 찌개 있다. 그 손 노름할 때만 쓰지 말고 이젠 네 엄마 좀 도와라. 운수 아니, 밥을 나만 먹어요? 숟가락 하나만 얹자는데, 그것도 못마땅하세요 이젠? 대복 (넥타이를 살피면서) 네 엄마랑 난 초상집 갈 거다. 운수 무슨 초상집을 하루건너 하루씩 가요? 대복 난들 아냐? 줄줄이 하나님 품으로 가는 걸 내가 무슨 수로 막아? 운수 또, 또 흥분하신다. 대복 봐라. 네 애비 꼴을 봐. 나도 곧 간다. 차에 치여 가고, 산책하다 심장마비 걸려 가고, 자다 가고, 내 친구들 다 그렇게 갔어. 나도 멀지 않았다. 운수 아버진 오래 사실 겁니다. 걱정 마세요. 대복 말 나온 김에 하나만 물어보자. 운수 묻지 마세요. 대복 너, 나 가고 네 엄마 가면 뭐하고 살래? 그냥 지금처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동네 노름판이나 기웃거리면서 주인 없는 강아지마냥 떠돌면서 살고 싶냐? 운수 퍽도 좋겠습니다. 대복 정신 좀 차려라. 네 나이가 벌써 오십이야. 운수 오십이 뭐 어때서요? 대복 뭔가 대단한 건 못 해냈어도 대단한 척은 해야 할 나이 아니냐. 내가 딱 네 나이 때 이 집을 샀다. 빚 하나 없이. 너도 기억하지? 운수 당연히 기억하죠. 제가 그때 결혼했잖아요. 대복 (당황하며) 그랬냐? 운수 말 나온 김에 저도 하나 물어볼까요?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대복 (말 자르며) 묻지 마라. 운수 그 여잘 왜 그렇게 싫어하셨어요? 대복 그런 적 없다. 운수 나이가 너무 많아서? 근본도 알 수 없는 고아여서? 술집에서 니나노 하던 여자라서? 셋 중에 골라보세요. 아니면, 주관식으로 하셔도 되고요. (대답 없는 대복을 향해 채근하듯) 네, 네? 대복 이상한 아이였다. 음침하고 말도 없고 늘 남의 눈치만 살피고. 병 걸린 사람처럼. 운수 멀쩡할 리가 있습니까? 평생을 비바람 속에서 살아가보세요. 누구라도 이상해집니다. 하지만 절 사랑해줬습니다. 저도 사랑했고요. 대복 나는 네가 더 나은 사람을 만나길 바랬다. 운수 거짓말 마세요. 아버진 그냥 그 여자가 싫었던 겁니다. 아님, 제가 싫었던 건가요? 대복 그 시절 우리 대 부모들은 다 그랬다. 어떤 부모라도 그랬을 거야. 우린 옛날 사람이다. 운수 심지어 만석일 낳고 나서도 변하지 않으셨죠. 아버지도! 어머니도! 대복 그 애가 도망간 게 우리 탓이라는 거냐? 운수 (어이없어하며) 그럼, 누구 잘못일까요? 두 분 말고 그 여잘 싫어한 사람이 또 있었나요? 대복 그만하자. 이십 년도 지난 얘기. 운수 그러죠. 그러니까 쓸데없는 얘기하지 마세요, 아버지도. 대복 (분노하며) 쓸데없는 얘기? 그래서? 앞으로도 그렇게 개차반처럼, 한량처럼, 동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받으면서 살겠다고? 운수 제 인생입니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안 써요. 대복 신경써라 써. 이 지옥불에 빠질 자식아. 이 동네에서 사십 년을 살았어. 모두가 우릴 안단 말이다. 운수 아버지를 아는 거죠. 어머니를 아는 거고. 대복 너는 뭐 어디서 날아 들어왔냐? 네가 우리 집안 골칫덩이인 것도 다 알아. 운수 그렇게 부끄러우시면 나가 드릴까요? 대복 안 되지, 안 돼. 그럴 수야 없지. 나가서 또 무슨 사골 치려고. 수작 부릴 생각 마라. 운수 아, 그렇죠. 이 집이 아직까지 반은 아버지 거죠? 대복 (정색하며) 더는 안 된다. 한 번 더 사고 치면 그땐 정말 너랑 나랑 갈라서는 거다. 운수 갈라서는 게 그리 낯선 경험이 아니라서. 대복 돈은 어떡할 거냐? 운수 무슨 돈이요? (황당해하는 대복을 향해) 갚을 테니 기다리세요. 대복 원금은 바라지도 않으니 은행이자라도 내놔라. 운수 갚습니다, 원금까지 다. 십 원짜리 하나 빼놓지 않을 테니까 두고 보세요. 대복 말했다. 이자. 운수 알았다고요. 갚는다고요. 이때 방문이 열리고 만석이 거실로 나온다. 외출복 차림이다. 운수 여, 아들아. 아버지 밥 좀 차려다오. 주방으로 향하는 만석. 밥을 차리려 하는 줄 알고 득의만만해하며 대복을 향해 웃음 짓는 운수. 만석이 박스를 살펴보고 소파 쪽으로 가져오자 실망한다. 운수 아드님? 제 말 귓구멍에 들리셨어요? 만석 차려 드세요. 바로 나가봐야 돼요. 운수 뭐 어려운 일이라고. 밥 푸고 찌개 데우고 반찬 꺼내놓으면 되지. 만석 그렇게 하시면 되겠네요. 운수 캬아, 아버지. 보셨죠. 제 아들이 저렇게 자기 소신이 있고 싸가지가 없습니다. 대복 차려 먹어라 네가. 만석아, 이리 와서 이것 좀 봐라. 운수 아버지, 우리 집안에 언제부터 예의범절이란 단어가 사라진 거죠? 대복 넥타이를 못 매겠어. 만석, 대복 목에 건 채로 넥타이를 매보다가 안 되자 벗겨내 거울 앞으로 가져가 자기 목에 걸고 매듭을 맨다. 운수 하긴. 원래 대단한 집안은 아니죠 저희가. 족보도 없고. 대복 상놈의 집안이라서 미안하구나. 운수 상놈까지는 아니고. 농민이나 소작농, 그 정도 아니었을까요 우리 조상님들은. 대복 내 십이대손 할아버지께선 정오품 정량 별좌 교리셨다. 네놈의 십삼대손 할아버지 말이다. 운수 처음 듣는 얘기네요. 대복 그럴 리가. 삼십 원짜리 자장면 얘기 다음으로 많이 해줬을 텐데. 만석 (넥타이를 대복의 목에 걸어주며) 잠깐 봐요. (정리를 해준다) 됐어요. 운수 아들아, 너는 이 얘기 들어봤냐? 우리 조상 중에 정오품 정, 뭐, 아무튼, 그런 분이 계셨다는데. 만석 근데 이거 너무 낡았어요. 대복 괜찮다. 아직 쓸 만해. 운수 아주 개가 짖는구나, 개가 짖어. 내 말은 다 씹어 드셔들. 만석 이거밖에 없어요? 여기 실밥도 다 터지고. 다른 거 하세요. 대복 괜찮다니까. 운수 손자분 말 들으세요. 온 동네가 영감님을 아신다면서요. 만석 제 거 있는데 가져올게요. 대복 (만류하며) 됐다. 상갓집에 요란하게 하고 가는 거 아냐. 이 정도가 딱 좋아. 만석 할머니랑 같이 가세요? 대복 그래. 저녁 같이 챙겨 먹어라. 만석 저도 바로 나가봐야 해요. 운수 차리고 가라. 네 아버진 배고프다. 대복 밥은 먹어야지. 운수 그래, 밥은 먹어야지. 만석 약속 있어요. 대복 그러냐? 제대로 된 거 먹고 다녀라. 운수 난 약속 없다. 밥 차려줘라. 만석 할머닌요? 대복 방에. 슬슬 깨워야겠다. 만석 제가 들어갈게요. 애도 데리고 나와야 하고. 운수 찌개 데우고 들어가라. 밥 퍼놓고 데리고 나와. 반찬도 꺼내고. 만석 그만 징징대세요. 운수 뭐, 징징? 오냐오냐하니까 이 새끼가 정말. 만석 이젠 제발 철 좀 드시죠. 운수 아유, 그래요. 철이 일찍 들어서 몸이 무거우시겠어요 우리 아드님은. 만석 가족은 안중에도 없죠? 할머니, 할아버지가 고생을 하든 말든 그냥 아버지 편한 대로 살면 그만이죠? 운수 핏대 세우지 마라. 한 대 치겠다 그러다? 만석 할머니 치료비도 그렇고. 할아버지 발톱 수술 못 하는 거 돈 없어서인 거 알고나 있어요? 대출이자가 한 달에 얼만지나 알고 있냐고? 운수 다 아니까 침 튀기지 마라. 만석 아시면 아는 만큼 내놓으세요. 운수 퍽이나 많이 내놓나 보지? 오토바이 그거 타서 얼마나 버냐? 백? 이백? 만석 다른 사람한테 손 안 벌릴 정도는 버니까 걱정 마세요. 운수 아주 그거 돈 조금 빌려줬다고. 만석 모범을 좀 보이시라고요. 운수 왜? 내가 못 미덥냐? 너도 네 엄마처럼 도망갈래? 대복 (엄하게) 그 입 다물어라. 네 귀방맹이 날릴 힘은 나도 아직 있으니까. 운수 좋아요! 한번 해볼까요, 오늘? 삼대가 진하게 한번 엉켜볼까요? 만석 그만하죠. 운수 왜? 막상 하려니까 쫄려? 어이, 아들, 와 봐. 와보라고. 운수, 자리에서 일어나는 만석을 따라가며 뒤통수를 톡톡 친다. 그러다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뒤통수를 때리자 만석이 되돌아서 운수의 양손을 잡아챈다. 바닥에 떨어지는 지폐. 곧바로 만석의 멱살을 쥐는 운수. 운수의 팔목을 강하게 쥐는 만석. 대복, 테이블에 있는 컵을 그들을 향해 던진다. 대복 나가라. 내 집에서 당장 나가. 네놈들 둘 다 나가서 영원히 돌아오지 마. 적막이 흐르고, 잠시 후 옥화가 방문을 열고 등장한다. 차분한 옷차림, 손에 바구니를 들고 있다. 바구니 안엔 아이가 잠들어 있다. 운수와 만석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무심히 지나치는 옥화. 테이블 위에 바구니를 올려놓고 소파에 앉는다. 대복을 보고 이마를 찌푸리는 옥화. 옥화 아, 또 왜 그 넥타이를 했어요. 버렸어도 벌써 버렸어야 할 걸. 대복 이 사람 버리긴 왜 버려 이걸. 옥화 멀쩡한 넥타이를 두고 왜 자꾸 그것만. 대복 다 자기 몸에 맞는 게 있는 거야. 난 이게 편해. 옥화 그놈의 고집은. 이때, 전화벨이 울리고 만석 통화한다. 통화가 끝난 후 옥화에게 다가오는 만석. 옥화의 눈치를 보다가 바구니에 손을 뻗는 만석. 옥화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라. 만석 가야 해요, 할머니. 옥화 알았어. 안 보내겠다는 게 아니야. 여기, 이것만 좀 하고. (바구니를 정리한다) 대복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거기, 거기. 바람 안 들어가게 잘 좀 욱여넣어 봐. 옥화 알겠어요, 있어 봐요. 대복 한 번 더 포대기에 싸야 하지 않겠어? 옥화 그럴까요? 바람이 차니까 아무래도. 만석 그 사람이 집 앞까지 차 가지고 오기로 했어요.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돼요. 대복 그렇다는데? 옥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계속한다) 운수 (상자를 발로 툭 차며) 야, 이것도 같이 가져가. 여기다 담아왔으니 여기에 담아가야지. 옥화 저 상잔 두고 가라. 저기에 또 이 애를 가둘 수는 없어. 그럴 순 없어. 만석 알겠어요 할머니. 그렇게 할게요. 대복 어이쿠. 깼는데? 여보, 깼어. 옥화 (바구니 안을 보며) 간다고 또 인사한다고 깬 거야, 기특하게? 그런 거야? 대복 우루루루루, 까꿍. 웃는다 웃어. 고놈 참. 옥화 한 번 더 해봐요. 대복 그럴까? 우루루루루, 까꿍! 옥화 (만석을 향해) 아가, 방에 파란색 가방 하나 있어. 그거 좀 갖고 나와. 대복 뭔데? 옥화 애한테 필요한 것 좀 쌌어요. 대복 딸랑이도 넣지 그랬어. 그거 좋아하던데. 옥화 넣었어요. 대복 잘했네. 운수 (빈정거리듯) 참, 재미나게 사십니다, 두 분. 알콩달콩, 보기 좋네요. 대복 아직도 안 나갔냐? 운수 나가야지요. 이 집에 제가 있을 곳이 없는데. 대복 밖엔 있고? 운수 글쎄요. 정말 이제부터라도 찾아볼까요?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는다.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만석과 눈이 마주치지만 서로 외면한다) 돈도 생겼겠다. 옥화 밥 한 숟갈 뜨고 가. 너 좋아하는 꽃게찌개 끓여놨어. 잠시 침묵. 운수 됐어요. 약속 있어요. 옥화 그럼 냉장고에 넣어 놓을 테니까 낼 아침에 들어와서 먹어. 운수 그냥 드세요. 얼마 된다고 그걸 남겨요. 갔다 올게요. (나간다) 옥화 (밖에서 들리게 큰소리로) 냉장고에 넣어 놓는다. 알았지? 알았지? 대복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만석에게) 왜 그러고 섰어? 앉아. 만석 집 앞에 와 있대요. 대복 벌써? 만석 네. 옥화 (바구니를 들여다보며) 잘살아라. 사는 게 제 맘처럼 되는 것도 아니니까 부모 원망 말고 운명이려니, 팔자려니, 누구 탓할 것도 없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다 보면 세월 가고 세월 가면 언제 이만큼 왔나 싶을 테니 하루하루 즐겁게 웃으면서 살아. 네 세상도 한세상, 내 세상도 한세상, 결국 한세상 사는 거니, 그러니까 너는 멀리멀리, (떨리는 목소리) 발길 닿는 데까지 멀리 가렴. 대복 (꽃병에서 꽃을 꺼내 바구니 옆에 감는다) 꽃바구니 타고. 옥화 그래, 꽃바구니 타고. 어디, 하루하루가 오늘만 같겠니? 대복 그래. 오늘만 같을라고. 전화벨이 울리지만 받지 않는 만석. 그런 만석을 가만히 올려다보는 옥화. 천천히 바구니를 내어준다. 만석 갔다 올게요. 늦을지도 몰라요. 먼저 주무세요. 대복 그래. 얘기 잘하고 와. 만석 네. 저 가요, 할머니. 반응 없는 옥화. 대복 손짓으로 만석을 보낸다. 만석 밖으로 나간다. 자리에서 일어나 문에 다가가 밖으로 나가는 만석을 지켜보는 대복. 잠시 후 자리로 돌아온다. 그사이 옥화 역시 일어서 서성이다가 가운데 소파에 앉아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대복 그 옆에 앉아 정면을 응시한다. 대복 갔네. 옥화 갔네요. 대복 그래. (사이) 어떡할까? 우리도 가야지? 옥화 가야죠. 대복 안 가면 안 되겠지? 옥화 안 되겠죠.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잖아요. 대복 그래. 가야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연씨니까. 옥화 네. 대복 그럼 갈까? 옥화 그래요, 가요. 대복 그래. 가자구. 옥화 가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두 사람. 무대 서서히 어두워진다. 암전.
  •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2017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밸러스트 - 문은강

    지구 지표 생물의 총 무게 중 25프로는 개미다. 자신의 무게의 50배 이상을 들 수 있는 이 생물이야말로 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근원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아직까지 별 탈 없이 자전하고 있는 지구의 비밀은 이 25프로의 개미에게 있을지도 모른다. 아무리 엄지로 짓눌러도 꾸역꾸역 살아내는 개미와 당신은 닮아 있다. 어슴푸레하고 고요한 세상 속에서 나는 한없이 가벼워짐을 느낀다. 걱정이다. 개미굴처럼 깊숙하게 숨어 있는 당신의 집이. 당신이. 집은 퀴퀴한 냄새로 가득하다. 때 낀 수저와 밥그릇이 흐트러져 있다. 오래되고 요란한 살림살이 속에 파묻힌 당신이, 그곳에 누워 있다. 자그만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는 당신은 유충 같다. 당신의 미간엔 잔뜩 주름이 가 있다. 그 언저리를 향해 손을 뻗는 순간 당신이 눈을 번쩍 뜬다.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그리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쉰다. 밖은 아직 어둡다. 당신은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을 켠다. 새벽 뉴스가 한창이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우물거리며 뉴스를 바라본다. 당신의 굽은 등이 곧 천장에 닿을 것만 같다. 당신은 찬밥을 꺼내 보리차를 부어 숟가락으로 뒤적인다. 합죽한 입으로 밥알을 몇 번 오물거리곤 단번에 삼킨다. 당신은 음식물을 온전히 씹지 못한다. 아내는 그것을 유난히 안타까워했다. 언젠가 치과에 가자는 아내의 손을 떼어내며 당신은 한사코 싫다 말했다. “내는 틀니 안 한다. 그거 하면 불편해서 맘 편히 먹지도 몬한다더라.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먹으면 된다. 그게 훨씬 편하다.” “어머니 그거 요즘은 얼마 하지도 않아요. 그냥 저랑 같이 가서 하세요. 고기도 씹어 드시고 하셔야죠.” 아내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여자는 한참을 옥신각신했다. 불필요한 시간은 흘러가고 있었다. 회사로 돌아가야 했다. 처리해야 할 업무는 항상 산더미였다. 아내가 불러 간신히 빠져나온 점심시간이었다. 오랜만에 당신과 점심을 함께 하자는 아내의 말이 퍽 고맙게 느껴져 나온 자리였지만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거참, 어머니가 하고 싶으신 대로 그냥 해드려.” 그때 당신의 뭉툭한 손톱은 까맣게 때가 끼어 있었다. 당신은 국물을 몇 번 떠먹더니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당신은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아 아무래도 이상타. 느 오빠한테 전화 함 해봐라.” 수화기 너머의 민경은 짜증을 낸다. 당신은 아랑곳 않고 소리를 지른다. “꿈자리도 뒤숭숭하고 몸도 으슬으슬하니 춥고 정신도 사나운 것이 불안타 안카나.” 새벽부터 전화해 오빠 타령을 하는 당신이 민경은 못마땅한 모양이다. 한참이나 지속되던 말싸움은 엄마 때문에 이 서방 깼다는 민경의 말 한마디에 곧바로 끝이 난다. “이 서방 아침 잘 챙겨 묵여라. 나가 일하는 사람은 뱃속이 든든해야 한다.” 당신은 사위의 아침 식사를 걱정하며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서둘러 옷을 챙겨 입는다. 머플러로 얼굴을 꽁꽁 감싸고 허리끈으로 바지를 바싹 조인다. 그 위에 무명으로 만든 전대를 찬다. 전대를 열자 정돈되지 않은 천 원짜리들이 불쑥 튀어 나온다. 그것을 집어 들고 침을 묻혀 세기 시작한다. “하나, 두이, 서이….” 몇 번이나 다시 세어보고선 전대 안으로 다시 돈을 집어넣는다. 이불맡에 있는 소쿠리를 집어 든다. 아침이 오고 있다. “사람이 많이 죽었대요.” 자줏빛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옷가게 여자가 당신의 곁에 와 재잘댄다. 당신이 바닥에 돗자리를 깔자 여자는 더욱 바싹 다가온다. 당신의 소쿠리에는 더덕과 뭉툭한 과도가 들어 있다. 당신은 더덕을 꺼내 과도로 껍질을 벗기기 시작한다. 더덕에서 나오는 진득한 진물은 손톱을 금방 새까맣게 물들인다. 여자는 호들갑스럽게 뉴스의 내용에 관해 떠든다. “아침부터 재수 없게 사람 죽었다는 이야기를 하노. 치아라.” 더덕을 깎는 당신의 손길이 분주해진다. “장사나 할 것이지. 쓸데없이 와가 뭐라 해쌌노.” 당신의 시선은 더덕을 향해 있다. 당신의 핀잔에 여자는 머쓱하다는 듯 홀로 중얼거리더니 옷가게 안으로 쏙 들어간다. 당신은 그제야 고개를 들어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여자는 옷가게에서 좌판대를 꺼내 물건을 밖에 진열시킨다. 죄다 유행이 지난 옷들뿐이다. 반짝이는 외투에 호피무늬 스커트, 형광색의 레깅스까지 진열하고 나서야 여자는 손을 탁탁 털고 기지개를 켠다. 당신은 여자를 한참을 바라보다 고개를 젓는다. 하얀 속살을 드러낸 더덕은 소쿠리에 곱게 누워 있다. 꼭 발가벗은 갓난아이 같다, 당신은 껍질 벗은 더덕을 두고선 민경과 닮았다며 웃어대곤 했다. 더덕의 뽀얀 속살이 민경의 살갗과 닮았다는 것이었다. 민경이 속을 썩일 때마다 당신은 ‘아가 태어날 때 내가 바빠 제대로 옷도 몬 입혀 주고 만날 발가벗겨 놓고 있어서 그런다’며 오히려 민경을 두둔했다. 열아홉의 민경이 덩치 큰 남자 손을 잡고 찾아와 임신했노라고 말하던 순간에도 당신은 더덕의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민경은 비장한 표정으로 ‘우리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그제야 당신은 과도를 내려놓았다. 거리는 한산했다. 옷가게의 여자만이 문 밖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은 고개를 들어 민경과 남자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곤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치아라. 느그 때문에 손님 안 온다.” 민경은 그날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늘어놓곤 했다. 마치 한 편의 시트콤 같던 민경의 사담을 들을 때마다 그날의 거리를 상상해 보았다. 결혼할 사람이라며 아내를 처음 소개하던 날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를 것이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부여잡고 몇 번이고 고맙다 말했다. 아내는 난감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우리 우석이 참말로 좋은 아다. 내 아들이라 하는 말 아니다. 어디 가서 빠지지 않는 신랑이 될끼다.” 당신은 아내의 손을 연신 쓰다듬었다. 본격적인 출근 시간이 되자 거리는 인파로 북적인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세상의 모퉁이에 당신만이 유일하게 멈춰 있다. 구둣발이 금방이라도 소쿠리를 치고 지나갈 것만 같다. 당신이 앉은 자리에서는 모든 것이 거대하게 보인다. 아주 조그만 개미 같은 당신은 지나는 사람들의 발밑에서 묵묵하게 장삿거리를 정리한다. 그러다 문득 분주한 손짓을 멈추고 멍하니 구두들을 바라본다. 앞코가 동그란 구두, 뾰족한 구두, 헤진 구두, 흙투성이의 구두. 저마다의 구두들. 당신은 코를 한번 훌쩍인다. 언젠가 당신에게 정장과 구두를 선물 받은 적 있다. “옷가게 동상한테 비싸게 산 거잉게 오래오래 입그라.” 당신은 거칠한 손바닥으로 내 볼을 쓰다듬었다. “장사하는 사람들이 대단타 하드라. 우석이 이리 턱하니 좋은 회사 취직했다고.” 그즈음 당신과 나의 거리에는 과연 어떤 단어가 놓여야 할지 몰랐다. 당신은 엄마와 어머니의 경계선에 놓여 있었다. 선택한 방법은 당신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이었다. 의식적으로 당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었다. 당신을 생각하면 마음 한켠에서 느껴지는 묵직함이 나를 괴롭게 했다. “미안타. 고맙다.” 당신은 정장 입은 내 모습을 보고 한참을 글썽였다. 당신은 더덕을 깎다가 과도에 손을 벤다. 손가락 위로 동그랗게 맺히는 핏방울을 입으로 쪽쪽 빤다. 거리의 구두굽 소리가 잦아들 즈음 당신은 벌떡 일어난다. 더덕이 들어 있는 소쿠리를 살짝 밀어 놓고 옷가게로 성큼 들어간다. 나이가 지긋한 손님이 옷을 고르고 있다. 당신은 계산대에 있는 전화기에 손을 뻗는다. 여자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당신에게로 쪼르르 달려온다. “형님 지금 손님 있으니까 이따가 와서 전화기 쓰셔. 응?” 당신은 여자의 말에 대답도 않은 채 수화기를 든다. 익숙한 번호를 재빠르게 누르고 통화 연결음을 듣는다. 찰나에 당신의 표정은 수십 번 바뀐다. ‘연결이 되지 않아….’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기계적인 음성을 듣고 당신은 한숨을 내쉰다. 여자는 당신의 눈치를 보며 손님에게 다른 옷을 권한다. 당신은 다시 수화기를 들어 민경에게 전화를 건다. 민경이 전화를 받자 당신의 얼굴에는 화색이 돈다. “오빠한테 전화했나?” 당신은 소리를 빽 지른다. 덕분에 옷가게의 여자와 손님은 깜짝 놀라 당신을 쳐다본다. 당신은 간절한 표정으로 민경의 대답을 기다린다. 한참 뒤 당신은 계산대가 놓인 탁상을 쾅 친다. “그라믄 새언니한테다 전화해 봐야 할 것 아니가. 얼른 전화하그라. 집에만 박혀가 암것도 안 하믄서 그거 하나 몬하나.” 당신이 씩씩거리자 손님은 집어 들었던 옷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밖으로 나간다. 민경과 당신은 한참이나 말다툼을 한다. 민경이 먼저 전화를 끊자 당신은 수화기를 거칠게 내려놓는다. “형님 손님 있을 때는 이렇게 불쑥불쑥 들어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형님 때문에 그나마도 없던 손님 다 나가겠네.” 여자는 씩씩거리며 팔짱을 낀다. “여기가 뭐 백화점이나? 길거리에서 옷장사하믄서 손님, 손님 따지게.” 당신은 여자에게 역정을 내며 밖으로 나온다. 찬 바람이 당신의 품으로 파고든다. 당신은 옷섶을 여미고 당신의 자리로 터벅터벅 돌아간다. 밸러스트. ‘와 뱃일을 하려 하느냐’는 당신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이었다. 출항할 때 항만에서 탱크에 바닷물을 채우고 다른 항구에 도착해선 물을 버리는 이 무게중심 유지 장치는 당신과 민경을 떠올리게 했다. 내가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늘어날수록 당신과 민경의 무게는 조금 더 가벼워졌고, 당신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나는 가벼워졌다. 적정량의 무게를 유지해야만 나아갈 수 있는 선박처럼 우리는 살아왔다. 서로의 무게를 나눠 가지면서 말이다. 당신의 남편이 죽던 날, 당신은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민경은 당신의 등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당신은 이를 악물고 화장장으로 들어갔다. 당신은 남편이 재로 변하는 과정을 눈도 돌리지 않고 집요하게 응시했다. 당신의 입술은 너무나도 팽팽해서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았다. “우석이 민경이 내가 잘 키울 것이다. 번듯하게 키울 것이다.” 당신의 손바닥에는 땀이 흥건했다. 아침잠이 많았던 당신이 새벽부터 일어나 거리로 나섰던 것은 그날 했던 말을 책임지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민경은 고작 다섯 살이었다. 제대로 옷도 챙겨 입지 못하던 민경은 껍질 벗겨진 더덕처럼 방 안에 남겨졌다. 옷장에는 소매가 누렇게 변한 옷가지들이 가득이었다. 당신이 거리에서 팔아가는 채소의 가짓수가 늘어갈수록 우리는 나이를 먹었다.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도 있는 날이면 잠을 참아가며 당신을 기다리곤 했다. 당신을 마주하는 날보다 기다리는 날이 더 잦았다. 대학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도 어김없이 늦는 당신에게 편지를 써놓고 잠이 들었다. 다음날 머리맡에서 느껴지는 당신의 시선에 눈을 떴다. “우석아 기계 배우는 곳으로 가그라.” 당신은 거슬거슬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목소리에서, 떨리는 손끝에서, 붉어진 귓불에서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더 공부하고 싶었다. 남들처럼 대학은 나오고 싶었다. 어린 민경은 당신의 품에 파고들며 어리광을 피웠다. 당신은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을 기다렸다. 언젠가 보았던 당신의 팽팽한 입술이 눈에 들어왔다. 당신과 민경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러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선박용 구조물을 생산하는 하청회사에 취직했다. 일은 생각보다 고됐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뜨내기를 챙겨 주는 사람은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악착같이 일해야 했다. 밤낮없이 일했다. 아마 당신도 이런 마음으로 일했으리라. 때문에 당신에게 힘들다는 내색은 하지 않았다. 원청업체에서 구조물 하자를 핑계로 납품을 거부했을 때, 그것이 오롯이 회사에서 가장 어렸던 내 탓으로 돌아왔을 때,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을 억누른 채 사장에게 고개를 숙였을 때, 처음으로 당신이 원망스러웠다. 홀로 포장마차에 앉아 소주를 연거푸 들이켰다. 당신은 돌아오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며 대문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달빛에 비친 당신 얼굴은 참 많이 늙어 있었다. “와 인자 오노. 뭐 이리 술은 마셨노.” 당신은 비틀대는 내 손을 잡아끌며 잔소리를 했다. 오랜만에 마주한 당신의 온기에 목구멍에서 무언가가 울컥울컥 치밀어 올랐다. “나 기계 만지는 거 싫어.” 울음이 터졌다. “엄마….” 한번 내보인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밖으로 꾸역꾸역 터져 나왔다. 아이처럼 당신의 품에 안겨 울었다. 당신은 등을 가만히 쓸어내렸다. 쌀쌀한 밤바람을 핑계로 당신에게 오랫동안 엉겨 붙어 있었다. “불쌍한 내 새끼. 우짜면 좋노. 우짜면 좋아.” 당신의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다. 아마 당신은 울고 있었을 것이다. 후에 번듯한 선박 회사에 입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신은 거리 한복판에서 춤을 췄다. “보소. 우리 우석이가, 우리 아들이, 그 좋은 회사 들어갔다 안하요. 보소. 동네사람들 보소.” 당신은 우스꽝스럽게 팔다리를 휘적거렸다. 옷가게 여자는 그날의 당신을 설명하며 깔깔댔었다. “우석아 나는 그때처럼 네 어머니의 가벼운 표정을 본 적이 없어. 몸짓도 표정도 깃털 같아서 저 위로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았다니까.” 소쿠리가 거리에서 나뒹군다. 당신은 재빠르게 소쿠리를 집어 든다. 생면의 남자가 커다란 천막을 치고 있다. 당신의 돗자리와 방석은 한쪽에 처박혀 있다. 당신은 돗자리를 집어 들어 탁탁 턴다. 흙먼지가 우수수 떨어진다. 당신은 천막 쪽으로 다가간다. 천막 안에는 커다란 탁자가 놓여 있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네댓 명의 여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탁자에는 커피포트와 커피믹스, 종이컵이 그득하다. 당신은 그들에게 다가간다. 당신을 발견한 여자는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차 한 잔 하세요.” 여자는 종이컵에 녹차 티백을 넣어 당신에게 건넨다. 당신은 컵을 밀어낸다. “여기서 뭐하는 거요? 여기는 내가 장사하는 덴데. 고새에 남의 물건 치워뿔고 뭐하는 거요.” 여자가 물끄러미 당신을 건너다본다. 당신과 여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어색하게 얽힌다. 여자는 분주하게 움직이는 누군가를 불러 귓속말로 속삭인다. 그들은 서로 무언가 이야기하더니 구석에서 박스를 정리하고 있는 한 남자에게 다가간다. 남자는 여자들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당신에게로 다가온다. 당신은 소쿠리를 안고 매섭게 남자를 쏘아본다. 남자는 자신을 장 집사라고 소개하며 정중하게 허리를 구부려 당신과 눈을 맞춘다. “장 집사고 뭐고 난 모르는 일이고 여기는 내 자리요. 이거 다 치우고 비켜주소.” 당신은 장 집사의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쳐다보며 말한다. 그는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거리고 당신을 후미진 자리로 끌고 간다. “이거 죄송해서 어쩌죠. 여기에서 장사하시는 줄도 모르고 이렇게 천막을 쳐 버렸네요. 어머니께서 양해해 주시고 오늘만….” “없기는 뭐가 없대요. 내가 떡하니 돗자리도 펴놓고 더덕에 소쿠리도 놓고 장사하고 있었구만.” 당신은 나뒹구는 돗자리를 가리키며 언성을 높인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당신과 장 집사를 번갈아 쳐다본다. 장 집사는 얼굴을 찌푸린다. 그는 당신이 무슨 말인가를 더 해주기를 기다린다는 듯 말없이 당신을 바라본다. 당신은 합죽한 입을 앙 다물고 그를 응시한다. 그는 한숨을 푹 쉰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는 여기서 어머님이 장사하시는 줄 상상도 못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이렇게 이미 천막도 치고 있고 테이블도 옮겨 놓았답니다.” 장 집사는 당신의 손에 들려 있는 소쿠리를 흘긋 보며 웃음을 짓는다. “어머니 짐은 이 소쿠리뿐이시잖아요. 어머니께서 양해 좀 해주세요.” 그는 인자하게 웃으며 당신의 소쿠리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그의 손을 확 쳐내고 소쿠리를 자신의 품에 더 세게 끌어안는다. “나는 여기서 몇 년을 앉아 물건 팔았소. 여기는 내 자리란 말이요. 갑자기 와서 이것저것 놓는다고 이 자리가 댁 자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요.” 거리를 오가던 몇몇 사람이 걸음을 멈추고 수군거린다. 장 집사는 발을 동동 구르며 당신의 귀에 대고 작게 속삭인다. “어머님 이 자리에서 허가받고 장사하시는 거 아니시잖아요. 죄송합니다. 저희는 절대 못 움직여요.” 당신은 장 집사를 거칠게 밀어낸다. “동네 사람들 여기 보소.” 당신이 고래고래 목청을 높이자 여자들이 다가와 당신을 말린다. 옷가게 여자가 깜짝 놀라 뛰쳐나온다. 당신은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른다. 옷가게 여자는 당신의 등을 때리며 우선 들어가자고 소매를 잡아끈다. 주변의 여자들도 당신의 등을 은근히 떠민다. “진정하세요. 어머니 진정하세요.” 한 여자가 당신의 어깨에 손을 올린다. 당신은 어깨를 휙 젖힌다. 덕분에 당신의 품에 있던 소쿠리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소쿠리 안에 있던 더덕들이 바닥에 나뒹군다. 당신은 재빨리 몸을 숙여 더덕들을 소쿠리에 담는다. 옷가게의 여자는 당신을 따라 땅에 떨어진 더덕을 손으로 급하게 움켜쥐고는 억지로 당신을 자신의 가게 안으로 들여보낸다. “형님도 참. 좋게 이야기하시지. 거기서 그렇게 역정을 내시면 어떡해요.” 옷가게 여자는 당신에게 물을 건넨다. 당신은 단박에 그것을 들이켜고 숨을 몰아쉰다. 한참이나 씩씩거리던 당신은 바닥에 놓인 소쿠리를 내려다본다. 정갈하게 누워 있던 더덕들이 마구잡이로 흩어져 있다. 당신은 더덕들을 하나하나 집어 들어 정리한다. 여자는 당신을 보며 한숨을 쉰다. “오늘은 여기서 그냥 장사 접고 들어가요. 요즘 감기 기운도 있으시담서.” 당신은 아무 대답 않고 가만히 소쿠리만 바라보고 있다. “아유 암튼 고집은.” 여자는 고개를 젓는다. 한참의 정적이 지속된다. 여자는 못 견디겠다는 듯 리모컨을 들어 텔레비전의 볼륨을 높인다. 뉴스가 한창이다. 뉴스에서는 어제 발생한 사고 현장을 보여주고 있다. 여자는 몸을 감싸며 혀를 찬다. “불쌍해서 어째.” 당신도 고개를 들어 텔레비전을 바라본다. 사망자 명단이 하단에 천천히 지나간다. 옷가게의 문을 열고 누군가가 들어온다. 당신과 여자는 동시에 그곳을 바라본다. 장 집사가 한 손 가득 과자와 음료수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죄송해서요. 저희가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렸으니 용서해 주십사 하고 왔습니다.” 장 집사는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과자와 음료수를 당신에게 내민다. 당신은 고개를 돌린다. 눈치를 보던 여자가 멋쩍게 웃으며 그것들을 받아 든다. “어유 감사해요. 잘 먹을게요.” 여자가 당신 의 등을 쿡 찌른다. 당신은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앉아 있다. 장 집사는 난처하다는 표정으로 괜스레 옷가게 안을 두리번거린다. ‘참으로 애석한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텔레비전 속 앵커는 사무적으로 비통함을 토하고 있다. “정말 슬픈 일이죠.” 장 집사는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말한다. 당신은 그를 쏘아본다. “저희는 어제 일어난 사건 때문에 이렇게 모였답니다. 기도드리고 찬송도 하려고요. 모든 슬픔의 무게는 함께 나누어야 더욱 가벼워지는 법이지요. 사람은 저마다 짊어질 수 있는 무게의 양이 한정되어 있답니다. 너무 무거워지면 버티지 못하는 법이니까요. 저희는 그 짐을 나누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왜 내 자리에서 하냔 말이요.” 당신은 장 집사에게 삿대질을 한다. “어머니의 자녀분께 저런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고 생각해 보세요. 부디 어머니의 일이라고 생각하시고….” 당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지금 뭐라 했노.” 당신은 쩌렁쩌렁하게 고함을 지른다. 장 집사와 옷가게 여자의 눈이 동그래진다. “내 자식들한테 저런 일이 와 생기노. 와 생기냔 말이다.” 당신은 소쿠리에 있는 더덕을 꺼내 장 집사에게 던진다. 장 집사는 놀란 얼굴로 당신 팔을 부여잡는다. 당신은 더덕을 내려놓고 온 힘을 다해 그의 등을 때린다. “썩 꺼져라. 나쁜 놈의 새끼. 꺼져라.” 당신은 바닥에 주저앉아 울부짖는다. 장 집사는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만 본다. 옷가게의 여자는 장 집사의 등을 떠밀며 밖으로 내보낸다. 당신의 쪼글한 얼굴이 금방 눈물범벅이 된다. “이게 뭔 난리래.” 옷가게의 여자는 혼자 중얼거리며 휴지를 찾는다. 당신은 바닥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앙앙 울고 있다. 조용히 당신의 곁에 앉아 당신의 눈물을 닦는다. 당신은 내가 온 줄도 모르고 미동 없이 울고만 있다. 이따금 점점 늙어가는 당신의 죽음에 대해 그려보곤 했다. 그때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그건 당신의 죽음과는 상관없는 일일 것이다. 회사에서 바쁘게 업무를 처리하는 와중일 수도 있고 아내와 함께 저녁 식사를 하는 도중일 수도 있다. 당신의 죽음을 상상하는 것은 마음 아픈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언젠가 다가올 일이었다. 당신의 죽음이 필연적이라면 평화롭게 이루어졌으면 하고 바랄 뿐이었다. 너부러진 더덕처럼 거리에서 쓰러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것이 당신을 위해 기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이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당신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다. 손을 부여잡고 말하고 싶었다. 그동안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 목구멍 안에서만 맴돌던 이야기를. 당신과 나의 거리에서는 부끄러웠던 문장을. 우리의 마지막에는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찬송가가 울린다. 당신은 눈을 감고 찬송가를 듣는다. 사랑하는 형제자매님들. 아픔은 모두 털어내시고 부디 주 안에서 평안하소서. 마이크를 잡은 장 집사가 소리친다. 여기저기서 ‘아멘’ 하는 소리가 들린다. “내는 인자 집에 갈란다.” 당신은 소쿠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옷가게 여자도 당신을 따라 일어난다. “이제 좀 진정이 된대요? 아이고 오늘 형님 때문에 놀라 자빠지겠네.” 옷가게 여자는 당신 손을 잡고 말한다. “형님도 나이도 드셨고. 우석이랑 민경이도 자기 앞가림 다 하고 있고. 인자 장사는 쉬엄쉬엄 해요. 뭣하러 그렇게 목숨 걸고 하신데요.” “그러게 말이다.” 당신은 옷가게의 유리를 통해 비친 거리를 바라본다. “내도 모르겠다. 아새끼들 데리고 살아보겠다고 길거리에 나왔는데 인자는 내가 나와서 뭐라도 안 하고 있으면 불안해 몬 살겠더라.” 전화벨이 울린다. 옷가게 여자가 손을 뻗는다. “여보세요.” 찬송가는 더욱 크게 흘러나온다. 주위는 어둠에 잠기고 검은 그림자 걷히고. 당신이 옷가게 문을 열고 나가려고 하자 여자가 황급히 잡는다. “형님, 민경이에요.” 여자의 표정이 불안하다. 당신은 재빨리 수화기에 귀를 댄다. “아야 엄마다. 뭔 일이고.” 당신은 소리를 내지른다. 우리는 오직 주 안에서 평안하리라. 찬송가 소리에 민경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지 당신은 더욱 귀를 수화기에 바짝 가져다 댄다. 민경은 흐느끼고 있다. 당신은 놀라 무슨 일이냐며 민경에게 재차 묻는다. 민경의 흐느낌이 더욱 거세진다. “민경아 아가 울지 말고 말해 봐라. 응? 와 우노. 와 우는 거고.” 당신은 민경을 달래듯이 말한다. 주의 영광 내게 비추어 주소서. “아야 나가서 저놈들 좀 조용히 하라 캐라. 정신 사나워서 살긋나.” 당신은 옷가게 여자에게 말한다. 여자는 어찌할 바 모르고 문 앞에서 발만 동동 구른다. “민경아 아침부터 전화해서 엄마가 짜증내서 그라는 거지? 뭔 일 있는 거 아니고 어매 때문에 그러는 기지? 그래서 우는 기지?” 당신의 꺼슬꺼슬한 목소리가 갈라진다. 민경이 겨우 입을 뗀다. 당신의 동공은 점점 커진다. 주는 귀를 기울이사 다 듣고 계시네. 당신은 민경에게 재차 다시 말해 보라며 다그친다. 민경은 뭉개진 단어들과 함께 흐느낀다. “아니다.” 당신은 중얼거린다. “아니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울고 있는 민경을 뒤로 한 채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뭐가 잘못된 것이 틀림없다. 그럴 리가 없다.” 당신은 허겁지겁 가게 문을 나선다. 당신의 발에 더덕이 들어 있던 소쿠리가 차인다. 옷가게 바닥으로 더덕이 흩어진다. 당신은 그것을 주워 담을 생각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간다. 당신의 자리에는 낯선 사람들이 모여 찬송을 부르고 있다. 당신은 거리의 가운데에 멍하니 서 있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사람처럼. 장 집사가 당신을 발견하고 재빨리 눈을 피한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은 통행에 방해가 되는 당신을 거칠게 밀치며 지나간다. 그제야 당신은 정신이 드는 듯 어딘가를 향해 몸을 튼다. 주의 얼굴 뵈올 때 나의 영혼 기쁘다. 당신의 등 뒤로 찬송가가 울려 퍼진다. “그럴 리가 없다. 그라믄 안 되는 일이다. 하늘이 그라믄 안 된다. 세상 사람들한테는 다 그래도, 우리 우석이한테는, 그 아한테는, 그 불쌍한 거한테는 그라믄 안 된다.” 당신의 신발 한 짝이 벗겨져 나뒹군다. 바람이 분다. 거침없는 바람이 분다. 바람이 몸을 떠민다. 그러나 더 이상 당신을 따라갈 수 없다. 때아닌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눈이 내리고 있었구나. 나는 나직이 중얼거린다. 아직 추워질 때가 아닌데. 당신은 달린다. 흩날리는 눈발 사이로 당신은 달린다. 눈송이는 당신의 뒷모습을 지워나간다. 당신이 지나간 자리에는 신발 한 짝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신발 속에는 어느새 차가운 공기가 가득 차 있다. 당신의 신발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당신의 한쪽 발이 걱정스럽다. 당장이라도 신발을 주워 들어 당신께 건네고 싶다. 그러나 손은 닿고 싶은 곳, 그 언저리만을 천천히 맴돌 뿐이다. 살아남아 있는 당신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맴돈다. 지친 영혼이여 부디 평안히 쉬소서. 찬송가는 점점 옅어진다.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도 지워지고 당신이 서 있던 거리 풍경도 점점이 뒤로 물러난다. 흩어진 풍경 사이로 눈발이 분말처럼 반짝인다. 결국 마지막까지 못난 아들이라 죄송하다. 왜 이리도 가벼운 것인가. 당신이 떠나버린 내 몸의 무게는.
  • [뉴스 뜯어보기] ‘금수저’ 재계 3·4세의 일탈...“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탈난다”

    [뉴스 뜯어보기] ‘금수저’ 재계 3·4세의 일탈...“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탈난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지난해 유난히 많은 재벌 3·4세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이들은 A4 한장 분량도 안 되는 사과문으로 용서를 구했다. 한층 성숙한 사람으로 거듭나겠다는 다짐까지 내비쳤다. 바깥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면 여전히 그들만의 세상에서 ‘왕 노릇’하고 있을 이들은 재계의 ‘미꾸라지’로 불린다. 상식 밖의 일탈 행동으로 재벌가 전체 이미지를 망가뜨려 놓아서다. 재벌이 탐욕스러운 집단으로 매도당하는 현실에서 몇몇의 미꾸라지는 쇄신 기회조차 주질 않았다. 지난해 두산그룹이 4세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본격적인 3·4세 시대가 열렸다. ‘금수저’란 칭호가 항상 따라다니는 이들은 부러움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지만, 아버지 세대와 다른 중압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나 어려움을 모르고 컸다는 냉소적 시선 앞에서 오로지 실력으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견그룹 오너 3세 A씨는 기자에게 “아버지의 그늘에 있을 때가 그립다”면서 “모든 걸 혼자 결정해야 하는 부담감이 어깨를 짓누른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재벌 3·4세는 100년 기업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이 어떤 ‘돌’을 놓느냐에 따라 ‘100년’이라는 강을 건널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다. 1938년 설립된 삼성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100년의 기로 앞에서 가장 큰 위기를 맞았다. 삼성 3세인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느냐에 따라 2038년 삼성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다. 160년 전통을 자랑하는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도 3대째 들어서면서 위기에 직면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발렌베리 가문은 독일계 회사 ‘보쉬’를 인수하면서 나치를 도왔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3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마쿠스 발렌베리 주니어와 경쟁하던 야콥 발렌베리가 보쉬와 직접 협상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마쿠스 체제로 일원화됐다. 그러나 스톡홀름엔스킬다은행(SEB)의 회장으로 선출된 마쿠스는 규모를 키우기 위해 무리하게 스칸디나비아은행과 합병을 강행하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게다가 마쿠스의 장남인 마르크 발렌베리는 경영 책임에 대한 압박을 못이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쿠스의 차남 페테르 발렌베리가 합병은행의 경영권을 뺏어오지 못했다면 발렌베리 가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4대 후계자인 페테르는 은행 경영권을 확보한 뒤 돈 안 되는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했다. 그는 1982년부터 1997년까지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 회장을 지냈다. 국내 기업처럼 1인 총수가 돼 막대한 권력을 행사할 수 있었지만 그는 경영을 공익재단에 맡겼다. 한 가문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 경영을 하도록 시스템 자체를 정비한 셈이다. 그는 지난해 1월 자택에서 숨졌지만 발렌베리 그룹은 여전히 건재하다. 국내 재벌가에서는 아직까지 페테르 발렌베리와 같은 경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지주사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삼성의 복안이 발렌베리 가문과 같은 방향인지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재벌 3·4세는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대림그룹 3세 이해욱 부회장과 현대가 3세인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힘없는 운전기사를 상대로 폭언과 만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26일 동국제강 4세 장선익 이사도 술집 난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이들 모두 사과문을 내고 백배 사죄한다고 했지만, 한 번 무너진 신뢰를 다시 세우기는 어렵게 됐다. 2014년 12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발생 이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자녀 교육을 잘못시킨 자신의 잘못”이라며 사태를 수습하고자 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도 이 사건은 대표적인 ‘갑’의 횡포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에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기선(정몽준 최대주주의 장남) 현대중공업 전무, 박서원(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장남) 두산 전무 등 각자의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3·4세들도 있다. 정기선 전무가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함께 추진한 합작조선소 프로젝트는 사우디 국왕의 지원을 받으면서 사우디 국가사업이 됐다. 박서원 전무도 두산 면세점 사업 안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내부 검증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탈이 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world 특파원 블로그] 요즘 일본선 ‘진주만’보다 ‘과로 자살’이 핫이슈

    “‘파워 하라’(직장 상사의 횡포와 괴롭힘)라는 지적도 부인하지 못할 정도의 ‘지나친 지도’가 있었다. 업무 시간 급증과 일에 대한 책임감, 직장 내 인간관계가 고인에게 강한 스트레스가 됐다” ●대기업 사장 사임… 상사는 입건 자본금 747억엔(약 7750억원)에 직원 4만 7324명을 둔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쓰의 대표이사와 임원들이 지난 28일 밤 머리를 숙이며 용서를 빌었다. 초과근무와 과로, 일에 대한 직장 상사의 압박 등을 못 견디고 목숨을 끊은 다카하시 마츠리(당시24세)사건과 관련한 덴쓰의 기자회견은 잘못을 비는 사과의 자리였다. 이시이 다다시 사장은 “과중한 장시간 노동을 용인했다. 기업의 나쁜 풍토를 고치지 못했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면서 책임을 지고 내년 초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회견은 도쿄 노동국이 자살한 여직원의 상사와 덴쓰 본사를 불구속 입건 조치하기로 하고, 추가 조사를 발표하자 곧바로 이뤄졌다. 덴쓰에 대한 수사와 조치들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입건 조치 발표도 압수수색 1개월 반 만에 이뤄졌다. 도쿄 노동국은 “경영층이 조직적으로 불법 야근과 장기 근무를 시킨 혐의가 있다”며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이번 사건은 아베 신조 총리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터져 정치권과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을 받아왔다. “사회생활 9개월째였던 도쿄대 출신 재원이 얼마나 일의 압박과 상사들의 시달림이 심했으면 숙소에서 몸을 던졌을까” 하는 동정과 분노, 그리고 남의 일이 아니라는 공감 속에서 파장이 확산됐다. 28일 밤 공영방송 NHK 9시 뉴스가 덴쓰 사건을 머리뉴스로 다뤘다는 사실도 이에 대한 일본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이날은 아베 신조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가서 일본의 진주만 공격의 희생자들을 조문한 날이었다. 덴쓰 관련 소식이 아베의 진주만 추모 뉴스를 밀어낸 셈이었다. ●“만연한 장시간 근무 바꾸자” 확산 일주일 남짓한 신정 휴가에 들어간 29일. 고향 방문과 여행길을 떠나는 많은 일본인들의 화제의 중심에도 ‘덴쓰 사건’이 있었다. 적지 않은 일본 직장인들에게 지나친 상하관계, 일을 빙자한 상사들의 지나친 요구와 괴롭힘, 장시간 근무등이 만연해 있는 까닭이다. 순응적이고 참을성 많은 일본 국민들도 이제는 뭔가가 달라지기를 갈망하고 있었다. “죽게 되더라도 일에서 물러나지 말라”는 등의 ‘사원이 지켜야 할 10가지 수칙’이 새해부터는 덴쓰의 직원수첩에서 사라진다. 그러나 덴쓰의 한 사원은 “저녁 10시 이후 회사 내 잔업을 못하게 해, 일을 싸들고 집에 가서 하는 직원들이 늘었다”고 불평했다. 덴쓰는 노동조합과 장시간 노동 금지 협약을 체결하고 있지만 다카하시는 한 달에 105시간의 초과근무에, 53시간 연속으로 본사에 붙잡혀 일하기도 했다. 제도에 앞서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까닭을 보여준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인명진 “소신 있으면 나가서 하든지”…막말 의원 겨냥?

    인명진 “소신 있으면 나가서 하든지”…막말 의원 겨냥?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국회에서 29일 열린 새누리당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인 위원장은 가장 먼저 ‘쓴소리’부터 입에 올렸다.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연 그는 “소신이 있으면 나가서 하든지, 혼자 하든지, 당을 떠나라”면서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당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은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구체적 대상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그가 최근 촛불시위, 대통령 탄핵 사태 등과 관련해 ‘막말’을 던진 일부 친박계 의원을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인 위원장은 새누리당 의원들 향해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는데 당 소속 국회의원이 여기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며 국회의원 배지를 떼고, 국민들에게 용서를 빌고, 막말을 하려면 당을 나가라고 채찍질했다. 그는 “연말연시에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도록 조심에 조심을 해야 한다”면서 “가뜩이나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판에 자기 소신이 있다고 해도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당에 해를 끼치는 말이라면 삼가야 한다”고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블랙리스트’ 다시는 발 못 붙이게 해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와대에서 작성했다는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일부를 확보해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장관직에서 물러나기 한 달 전쯤 블랙리스트를 봤다”고 존재를 확인하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인사 등의 문제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다 2014년 7월 면직된 인물이다. 그럼에도 김 전 실장이나 조윤선 문체부 장관 등은 부인으로만 일관했으니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이 작성하고 문체부가 관리했다는 ‘블랙리스트’에는 그동안 소문처럼 박근혜 정부에 비판적인 것으로 분류된 문화예술인과 문화예술단체가 대거 포함됐다고 한다. 문명사회, 그것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권력의 횡포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참담하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 국가에서 어떤 가치보다도 앞선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더구나 문화예술 활동의 핵심 가치가 표현의 자유라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이념을 기준 삼아 국민을 반쪽으로 가르는 ‘블랙리스트’는 우리 사회 어떤 분야라도 용서할 수가 없다. 하물며 ‘문화융성’을 ‘4대 국정지표’의 하나로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가 같은 시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은 이해가 불가능하다. 지원해야 할 문화예술인과 지원하지 말아야 할 문화예술인을 철저히 가리는 문화예술 정책은 결국 반쪽짜리 문화, 반쪽짜리 예술만 남긴다는 사실을 모르는지 묻고 싶다. 다양한 사고를 가로막는 문화예술 정책은 필연적으로 상상력 빈곤을 낳을 수밖에 없다. 빈 껍데기만 남을 문화예술 콘텐츠로 어떻게 창조경제 문화산업 강국이 될 수 있다는 뜻인지 답답한 일이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수사 과정에서 김기춘 전 실장의 자택과 문체부 조윤선 장관 및 정관주 전 차관의 집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직권남용죄와 권리행사방해죄 등의 혐의가 적시됐다고 한다. 특검은 이들이 우리나라 문화예술을 피폐하게 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1만명에 육박한다는 리스트의 실체를 모두 밝히는 것도 특검에게 주어진 소임이다. 한편으로 블랙리스트가 실제 문화예술 지원 정책에 어떻게 악용됐는지도 속속들이 조사하기 바란다. 무엇보다 ‘블랙리스트’에 관여한 사람들에게는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앞으로 어떤 정부도 기본권 침해 범죄는 생각하지도 못할 만큼 준엄한 제재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 30만원짜리 케이크에 ‘욱’…술집서 난동 부린 동국제강 이사, 사과문 발표(전문)

    30만원짜리 케이크에 ‘욱’…술집서 난동 부린 동국제강 이사, 사과문 발표(전문)

    술집에서 난동을 부려 재물손괴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장선익(34) 동국제강 이사가 27일 본인 명의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동국제강 측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장선익 이사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에 대해 심려를 더해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문을 전했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장남인 장 이사는 사과문에서 “우선 저의 행동으로 인해 심적, 물리적으로 피해를 입으신 당사자분들께 깊이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와 임직원들에게도 사죄했다. 그는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각고의 구조조정을 하고,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와 임직원 여러분께 큰 상실을 드린 점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고 깊이 반성하며, 거듭해서 사죄 드리고,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용산경찰서는 장 이사를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장 이사는 전날 오후 8시 40분께 용산구의 한 술집에 지인 4명과 들어갔다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종업원과 시비가 붙자 술이 있는 진열장에 물컵을 던져 양주 5병을 깨는 등 소란을 피웠다. 이날 모임은 장 이사의 생일을 맞아 마련됐는데 술집에서 케이크를 사다 주면서 30만원을 요구하는 바람에 실랑이가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장 이사는 지난 2일 동국제강 과장에서 이사로 3단계 승진하면서 신설 부서인 비전팀의 팀장을 맡았다. < 사과문 전문 > 우려와 걱정을 끼쳐드려 백배 사죄하며 깊이 반성합니다. 우선 저의 행동으로 인해 심적, 물리적으로 피해를 입으신 당사자분들께 깊이 사과를 드립니다. 보도된 대로 지난 26일 밤 제 지인들과 술자리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였습니다. 어떠한 변명을 해도 제 잘못이 분명하기에 진심으로 깊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난 수년간 각고의 구조조정을 하고, 이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와 임직원 여러분께 큰 상실을 드린 점 뭐라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저는 오늘 여러 기사를 보고 걱정하시고 마음 아팠을 임직원들께 죄송스러운 마음뿐입니다. 많은 기대와 응원을 해주셨는데, 이렇게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게 되어 너무나 죄송합니다. 언제나 모범을 보이라고 지도해주신 집안 어른들과 저를 믿고 지원해주신 동료들께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죄송스러움과 착잡함이 앞섭니다. 또한 관련 산업계와 지인분들께도 실망을 드려 죄송합니다. 저는 상황의 엄중함을 깨닫고 깊이 반성하며, 거듭해서 사죄 드리고, 너그러운 용서를 구합니다.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016년 12월 27일 장선익 드림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손혜원 사칭해 ‘고영태·노승일 변호 비용’ 모금한 19세 학생

    손혜원 사칭해 ‘고영태·노승일 변호 비용’ 모금한 19세 학생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을 사칭해 고영태·노승일 증인의 변호사 비용을 모금한 19세 학생이 붙잡혔다. 손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누가 제 이름을 팔아서 고영태, 노승일 증인 변호사 비용을 걷는가 보다. 보이스피싱, 사기꾼 같다”고 글을 적었다. 이어 “만일 이 두분의 변호사 비용을 위한 후원금을 걷는다면 반드시 제 페북에 제 이름을 걸고 말씀드리겠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손 의원이 글을 올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범인은 붙잡혔다. 범인은 보이스피싱이 아닌 학생으로 드러났다. 손 의원은 범인과 주고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하며 “휴대폰 빚 때문에 나쁜 생각을 했다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싹싹 비는데 어떻게 할지”라고 남겼다. 그러면서 “상습적인 친구라면 처벌을 받도록 하겠다. 그러나 순간의 실수로 저지를 어리석은 행동이었다면 이 일로 그 친구 일생을 망치게 할 수 없다”며 “용서하더라도 그 죄과는 어ᄄᅠᆫ 방법으로라도 치르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일부 시민은 고영태·노승일 증인의 변호사 비용을 위해 손 의원을 사칭하는 10대에게 모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의원은 “(잡아주신 시민들) 그야말로 의인들”이라며 “여의도 국회 식당서 밥 사겠다. 별 해괴한 일이 다 생기는 세상에도 저는 또 여러분께 감동했다”면서 “(19세 학생은) 여러분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 처벌과 용서, 둘 중 하나”라고 의견을 모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구직자 절반이상, 채용서류반환제 몰라

    구직자 절반이상, 채용서류반환제 몰라

    성인남녀 10명 중 5명은 입사 지원 서류를 지원자가 원할 때 되돌려주는 ‘채용서류반환제’에 대해서 모르고 있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성인남녀 회원 6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54%가 ‘채용서류반환제’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성인남녀들은 채용 과정 중 ‘채용서류반환’이 필요했던 적이 있었을까?‘를 묻는 조사에서 61%가 ‘그렇다’고 응답해 입사를 위해 제출했던 서류를 돌려받고 싶어했다. 채용서류반환이 필요했던 이유로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33%)’가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였으며 ‘서류 발급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30%)’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조사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구직자들은 포트폴리오나 졸업증명서에 들어있는 개인정보가 유출될까 걱정했으며, 서류 발급 시간을 줄이고 싶어했다. 채용서류반환제가 지원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물은 결과, 응답자 93%는 ‘그렇다’고 답해 성인남녀는 채용서류반환제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채용서류반환제가 앞으로 더 많이 알려져야 하는지 묻자, 무려 97%의 응답자들이 ‘그렇다’고 답해 성인남녀는 채용서류반환제가 활성화되길 바랬다. 그렇다면 요즘 성인남녀들은 채용서류반환제가 알려지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채용서류 반환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할까. ‘채용서류반환제가 알려지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채용공고에서 눈에 띄게 명시해야 한다(46%)’를 가장 많이 답해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캠페인을 실시해 사회적 관심을 일으킨다(25%)’, ’면접 전후 구두로 안내야 한다(12%)’, ’지원 과정 중 계속해서 상기시켜야 한다(9%)’ 등의 응답이 이어졌다. 채용서류반환이 어떤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묻자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통해 탈락하면 자동 반환하게 만든다’는 응답이 51%로 가장 많았다. 이어 ‘입사 지원 시 서류 반환 방법을 선택하도록 미리 공지한다(38%)’, ‘지원자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반환해준다(10%)’ 순으로 집계됐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채용서류반환제는 구직자들의 권리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구직자들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특히 포트폴리오나 연구실적 자료는 개인의 소중한 자산이기 때문에 기업에서 구직자들을 배려해 채용서류반환제를 적극 시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일부터 23일까지 인크루트 자사 회원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로 진행됐다. 참여 인원은 607명이며, 표본오차는 ±4.24%P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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