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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특검팀 ‘성역 없는 수사’ 끝까지 경주해야/김현 대한변협회장 당선자

    [시론] 특검팀 ‘성역 없는 수사’ 끝까지 경주해야/김현 대한변협회장 당선자

    지난해 11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 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에 따라 박영수 특별검사가 임명되고, 12월 21일 70일간의 공식 수사를 개시했다. 이후 특검팀은 과감하면서도 속도감 있는 수사를 펼치고 있다. 특검의 목적은 대통령과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수사와 공소 제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임명한 법무부 장관이나 검찰총장의 주도권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수사를 행할 수 있는 특별검사를 두어 공정성을 높이려는 것이다. 1999년 ‘옷로비 사건’ 때 처음 특검 제도를 실시한 뒤 2014년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상설 특별검사 제도를 도입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에서는 여야 합의로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특검의 자율에 따라 수사 대상이 관련 사건으로 확대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 기간과 규모도 확대했다. 박영수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한 현 정부 장·차관급 인사들과 이화여대 입시·학사 비리 관련자들을 구속했다. 삼성을 중심으로 한 뇌물죄 관련 수사에도 거침없는 속도를 내고 박 대통령 대면 조사도 추진하고 있다. 두 차례 시도한 청와대 압수수색은 비록 모두 불승인됐지만 과감한 시도만으로도 역사적인 선례를 남긴 것으로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특검팀은 행정법원에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박영수 특검팀은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가 제정한 특검법에 따라 출범했고 국민의 뜻에 따라 수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그동안의 수사 성과를 지켜보면서 특검팀을 성원하고 있다. 특검팀이 공정하게 성역 없는 수사를 하는 모습을 계속 보일 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역사를 돌이켜 보면 편파적인 수사, 봐주기 수사, 정치적 반대자를 숙청하는 수사, 상부의 부당한 압력이 개입된 수사가 종종 나타나기도 했다. 그 결과 국민은 수사기관에 실망하고 직접적인 의사 표현을 하기에 이르렀으며, 이로 인한 촛불 집회는 모범적인 평화 집회로 광장 민주정치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았고 그 결과 박영수 특검팀이 탄생하게 됐다. 이 때문에 특검팀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국민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하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해 독립적인 지위를 가지는 특별검사의 임명과 직무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목적으로 특검법이 제정됐다. 특검법 제5조에서 밝힌 바와 같이 정치적 중립과 독립적인 직무수행 원칙을 견지하고, 출범 당시 천명한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 용두사미에 그치지 않도록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는 것만이 역사 앞에 당당할 수 있는 길이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특검팀의 1차 수사 기간은 2월 말로 종료되며, 특검법에 따라 추가 수사 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특검의 목적을 달성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이를 승인해 특검팀에 힘을 실어 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역대 특검에 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만큼 특검팀은 남은 기간 혼신의 힘을 다해 성역 없는 수사로 성과를 거두어 국민의 높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를 바란다. 국정을 농단하고 권력을 사유화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에게 실망과 부끄러움을 안겨 준 이번 사건에 대해 전 국민이 특검팀을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신성인의 자세로 명명백백하고도 차질 없이 엄정한 수사를 진행해 하루빨리 국정 공백을 종결짓고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 최근 우리는 지도자를 잘못 선택한 결과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게 됐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기필코 깨야겠다는 굳센 결의도 다지게 됐다. 특검팀이 소기의 성과를 거둔다면 대한민국은 고통의 시간을 딛고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지는 나라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 푸드트럭 전국 282대뿐… 전망치 10%만 달린다

    푸드트럭 전국 282대뿐… 전망치 10%만 달린다

    목 좋은 곳엔 노점… 진입 어려워 차기 정부서 대폭 축소·폐지 우려 식약처, 성공 벤치마킹 확산 총력 박근혜 대통령의 규제 철폐 상징인 푸드트럭 사업에 대한 정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취약계층 일자리 마련을 위한 대표적 서민 정책임에도 합법화 3년째인 올해 들어서도 성과가 크지 않아 새 정부가 ‘빅배스’(후임자가 전임자의 정책이나 성과를 백지화하는 것) 차원에서 이를 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차량 개조 후 70%는 영업 포기·노점 16일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에서 영업 허가를 받은 푸드트럭 수는 282대로 국민 18만 3300명당 한 대꼴이다. 당초 정부가 전망했던 수준인 3000대 안팎에 크게 못 미친다. 푸드트럭은 2014년 3월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직접 ‘손톱 밑 가시’로 언급한 덕분에 같은 해 8월 합법화됐다. 전국 유원지 등에만 푸드트럭을 허가해도 일자리 6000명, 부가가치 400억원이 생겨나고 트럭 개조 사업도 덩달아 커질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미국 뉴욕의 ‘쉐이크쉑(쉑쉑) 버거’와 같은 길거리 음식 신화가 한국에서도 생겨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푸드트럭이 합법화된 지 3년이 돼 가는 지금 수도권(130대)과 경남(58대) 등을 제외한 상당수 광역자치단체에서는 10대 미만이 운영 중이다. 인구 150만명이 넘는 대전에는 푸드트럭이 한 대도 없다. 푸드트럭 매출도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여의도) 등 일부 사례를 빼면 대부분 월 200만원을 넘지 못한다. 행자부 측은 “지난해 7월 푸드트럭 이동영업 제한을 없애는 등 중앙정부 차원에서 풀 수 있는 규제는 거의 풀었다”면서도 “하지만 장사가 될 만한 ‘목 좋은 곳’마다 어김없이 노점이 자리잡고 있어 푸드트럭이 진입할 자리가 많지 않다”고 토로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8월 말 기준 전국 푸드트럭 개조 차량은 1021대지만 실제 운영은 296대에 불과했다. 차량을 개조하고도 70% 이상은 영업을 포기하거나 노점처럼 불법 영업에 나서는 것으로 추정된다. ●P2P, 노점상→푸드트럭 전환 상품 출시 일부에선 올해가 푸드트럭 활성화의 마지막 해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차기 정부가 기존 상인 및 노점과의 마찰을 감수해 가며 푸드트럭 사업을 밀어붙이기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이유에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푸드트럭 사업이 전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전거 사업처럼 용두사미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는 경남 등 푸드트럭 성공 사례를 다른 지역도 공유할 수 있게 벤치마킹 기회를 제공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자체를 독려해 푸드트럭 영업 장소도 확대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민간 영역에서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P2P(개인 대 개인) 금융업체 ‘펀다’는 서울 강남대로 일대 노점상을 푸드트럭으로 전환하는 투자 상품을 선보였다. 펀다 측은 “1차로 노점상 3곳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으며 추가 사업을 위해 서초구 측과 보완 사항 등을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서울시의회 남창진의원 “여의테라스사업 1년 넘게 표류.. 조속 추진을”

    서울시의회 남창진의원 “여의테라스사업 1년 넘게 표류.. 조속 추진을”

    지난해 8월 서울시와 정부가 공동발표했던 ‘한강협력계획 4대 핵심사업’ 중 여의테라스 사업의 기본계획이 1년이 넘도록 수립되지 않고 있다. 서울시의회 남창진 의원(송파2, 새누리당)은 14일 열린 제271회 정례회 도시재생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지난해 8월 서울시와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했던 한강협력계획 4대 핵심사업 중 여의테라스 사업이 1년 넘게 기본계획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하고, “지방행정연구원에서 조사 착수를 위한 기본계획 보완 요청에도 응하지 못해 용역을 연기하는 등 예산 확보에만 치중한 ‘용두사미’격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이 ⌜한강 관광자원화 여의테라스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7월 보완을 요청한 기본계획을 마련하지 못해 11월까지 타당성 조사 업무수행을 잠정 중지하는 등 제대로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남 의원은 “정부가 한강의 관광자원화 사업을 벌이면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하니 우선 발표부터 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며, “서울시는 조속히 기본계획을 확정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또한 “애초부터 한강의 ‘자연성 회복’과 ‘관광자원화’는 동일 목표로 추진하기에 모순이 있다”며, “앞으로의 기본계획 수립 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부정적 견해가 제시되면 사업 전면 재검토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은 “기본계획이 늦어진 것은 사실이나, 한강의 특수성이 있는만큼 면밀하고 다양한 접근을 진행하다보니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11월까지는 기본계획이 수립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정부의 능력을 보여 줄 때다/김태균 경제정책부장

    [데스크 시각] 정부의 능력을 보여 줄 때다/김태균 경제정책부장

    ‘국정 농단’이라는 말을 초등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고, 과거의 지지자들까지 나서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상황이 됐다. 세상의 모든 이슈들이 쓰나미에 표류하는 조각배처럼 박근혜 대통령 파문 하나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며 압도되고 있다. 그중에 ‘경제’가 있다. 일자리, 가계부채, 구조조정, 수출 등 산적한 우리 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경고와 고민까지 국민적 공분과 단죄의 함성에 묻혀 버렸다. 가뜩이나 정책의 방향을 제대로 못 잡고, 존재감 또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현 정부 경제팀이었다. 뭔가를 하고 있는데 제대로 안 된다는 시각보다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해 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 핵심에 매사 청와대 주도로 이뤄지는 이 정부 특유의 중앙집권적 정책결정 구조가 있었다. 용두사미가 된 ‘공약가계부’만 해도 그렇다. 2013년 5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이 청와대 주도로 발표됐다. 집권 5년간의 140개 국정 과제를 위한 약 135조원의 지출과 수입 내역을 정리한 것으로, 줄여서 ‘공약가계부’라고 명명됐다. ‘박근혜노믹스’의 핵심 교과서였지만, 공무원들 사이에서조차 재원 마련의 현실성 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됐다. 3년여가 지난 지금 공약가계부를 말하는 공무원은 거의 없다. 설계자인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 국정 농단 파문의 와중에 구속된 터여서 공약가계부의 퇴출은 한층 더 분명해졌다. 사실 재정이나 정책 여력 등의 측면에서 보면 우리 경제가 그렇게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독일, 호주 등과 함께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구원투수 역할을 한국에 기대하고 있다. 여유가 있으니 재정을 확대해 글로벌 유효 수요 확대에 기여하라는 것이다. 성장률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2.6% 성장에 그쳤다고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었지만, 잘사는 상위 30여개 나라로 구성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2.1%였다. 지난 8월에는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전체 21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AA’로 상향조정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서로 상대방의 고유 정책수단인 ‘재정’과 ‘통화’에 대해 정책집행 여력이 있다고 말하는 것도 뒤집어 말하면 그만큼 경기 회복을 위해 뭔가를 노력해 볼 수단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되든 박 대통령이 국정에서 물러나는 것은 불가피해졌다. 여당도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 경제팀도 당분간 청와대도, 여당도 없는 힘의 공백 상태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일종의 홀로 서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한편으론 잘된 측면도 있다. 정치적 고려나 외압 없이 오직 경제 논리를 통해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면서 정책을 수립해 볼 기회가 될 수 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정국이 수습되고 나서 한 달 만에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에서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졌다. 몇 년 후 영국의 유력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한국을 두고 ‘경제회복의 교과서’라고 표현했다. 우리 당국의 탁월한 위기 대응에 대한 찬사였다. 그 실력을 다시 보여 줄 때가 됐다. 그러려면 든든한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차기 경제부총리에 대한 인사청문 절차에 정치권이 무엇보다 우선해 착수해야 하는 이유다. windsea@seoul.co.kr
  • [사설] 롯데, 지배구조 개선 통한 ‘탈일본’ 서둘러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각종 불법행위로 지난 4개월간 수사를 받은 데 대해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지난해 8월 형제간 경영권 다툼으로 물의를 빚고 사과한 이후 1년 2개월 만이다. 신 회장은 사과와 함께 앞으로 국민 눈높이와 사회 가치에 부응하는 기업을 만들겠다며 쇄신 의지를 밝혔다.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경영 청사진도 내놓았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신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이후 국민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특히 돈은 한국에서 벌지만 지배구조상 일본 기업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검찰이 롯데에 대해 전방위적인 수사에 나선 것도 이런 여론 악화가 원인이 됐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룹의 키맨인 이인원 부회장의 자살 등 악재가 겹치면서 수사는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고, 결국 용두사미로 끝났다. 비자금 조성 의혹 규명에 실패했고, 신 회장과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부회장 등을 탈세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그렇다고 이번 수사 결과가 롯데 총수 일가에 면죄부를 줬다고 보기엔 이르다. 그룹 내 범죄 금액이 3755억원에 이르고, 총수 일가의 이득액만 1462억원에 달하는 등 불법으로 얼룩진 총수 일가의 민낯이 드러났다.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증거나 혐의가 추가될 경우 구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신 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사과의 진정성을 입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 이유다. 신 회장이 내놓은 쇄신안은 향후 투자 및 고용 계획과 함께 기업 지배구조 개선, 실적 위주가 아닌 질적 성장목표 설정, 정책본부 축소와 계열사 책임 및 권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해 준법경영 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이 가운데 국민 눈높이에 가장 부합하는 방안은 호텔롯데 상장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라고 본다. 국민 불신의 가장 큰 원인인 ‘일본 기업’ 논란을 잠재워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롯데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호텔롯데 지분의 99%는 사실상 일본 롯데 계열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호텔롯데가 국내 증시에 상장되면 일본계 지분율이 50~65% 수준까지 떨어진다. 일본 기업 꼬리표를 떼어 낼 때 비로소 국민의 신뢰도 살아난다는 것을 롯데 측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여고생 성관계’ 학교전담경찰관 봐주나

    여고생과 성관계를 한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었던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 2명 중 1명이 무혐의 처분을 받을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경찰은 지난 6월 사건 은폐 의혹이 제기되자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다른 1명도 엄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용두사미식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부산경찰청은 사하경찰서 김모(33) 전 경장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연제경찰서 정모(31) 전 경장에 대해 불기소(무혐의)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전 경장은 지난 5∼6월 선도 대상 여고생인 A(17)양을 강제추행하고 성관계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밝혀졌다. 경찰은 김 전 경장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고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여고생의 심리 상태를 악용했다고 판단했다. 또 김 전 경장은 사표 제출 전 A양 가족에게 1000만원을 건넨 사실도 드러나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보강수사 지휘를 한 데 이어 구속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 전 경장은 올해 3∼5월 여고생 B(17)양에게 2만 차례에 이르는 전화·문자 메시지로 호감을 표시하며 수차례 성관계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이것이 위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당시 불구속 입건했으나 결국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경찰 관계자는 “여고생과 보호자 모두 끝까지 피해 진술을 거부했고 정 전 경장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서울광장] 운명은 극복하는 데 그 참맛이 있다/강동형 논설위원

    [서울광장] 운명은 극복하는 데 그 참맛이 있다/강동형 논설위원

    사주와 관상을 믿는가. 심상이라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사주란 사람마다 타고난 길흉화복을 말한다. 여기에 운명이라는 뜻의 팔자를 더하면 사주팔자가 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면 팔자 탓으로 돌리며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사람이 사주팔자를 바꿀 수 없다면 사는 게 재미가 없지 않을까. 그래서 옛 사람들은 관상을 사주팔자보다 상위 개념에 올려놓고 위로를 삼았다. ‘아무리 좋은 사주팔자도 좋은 관상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만들어 냈다. 관상이 마지막 단계라면 관상이 나쁜 사람들이 못마땅해할 것이다. 이에 대한 장치도 마련해 뒀다. ‘아무리 좋은 관상도 좋은 심상만 못하다’는 말로 매조지하고 있다. 심상은 눈에 보이는 게 아니다. 마음 씀씀이는 관상을 통해 그 단면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심상의 진정한 맛은 오랫동안 접해 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다. 사주팔자를 입에 달고 사는 인생이지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타고난 운명은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사주와 관상, 심상의 관계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얼마 전 매천 황현이 쓴 역사기록 오하기문(梧下記聞)을 접할 기회를 가졌다. 그가 한문으로 쓴 오하기문이 8월 29일 국치일을 맞아 ‘오동나무 아래서 역사를 기록하다’는 이름으로 번역·출간됐다. ‘나는 국가와 백성에게 큰 피해를 주는 재난이나 변란이 우연히 발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치가 제 구실을 하여 백성이 편안한 삶을 누리는 세상, 혹은 정치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여 백성이 고통받는 세상은 각 그 나름의 운수가 있으며, 행불행은 서로 번갈아 발생하기 마련이고 시대의 운수는 그 변화가 정해져 있기에 사람의 힘으로는 바꿀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것들 또한 사람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대세가 결정되는 일이지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120년 전 국가의 운명이 바람 앞의 등불처럼 흔들리는 것을 바라보면서 때로는 권력자의 무능을 탓하고, 비통해하면서도 균형감각을 잃지 않고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었다. 그의 글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 비춰 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고, 국론이 분열되고, 전쟁의 위험성까지 고조되는 현재 상황이 매천이 봤던 그때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달라진 게 없는 까닭이다. 당시 많은 지식인이 국운이 쇠하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때 그는 아니라고 강조하는 대목에서 어린 시절 들었던 사주와 관상, 심상에 대한 얘기가 오버랩됐다. 경주 지역에서 발생한 지진과 계속되는 여진으로 주민들이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한다. 지진은 누가 뭐라 해도 자연재해다. 과거에는 자연재해까지도 나라님 탓으로 돌리고 운명으로 돌렸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본과 중국의 지진 사례만 봐도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부에서 지진에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용두사미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지진 발생 초기 지진을 마치 운명이나 팔자소관으로 받아들이려는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지진뿐만 아니다. 북한의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이에 따른 사드 배치 찬반 논란, 전략핵 한반도 재배치, 핵무장 주장, 진행 중인 세월호 사건과 가습기 살균제 파동, 청년실업 문제와 양극화 등 우리 앞에는 수많은 도전이 놓여 있다. 운수소관으로 손 놓고 있을 일들이 아니다. 운명은 극복하는 데 그 참맛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하나하나를 놓고 보면 어렵더라도 대응만 잘하면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는 일들이다. 팔자소관이나 관상 탓으로 돌리는 건 바른 태도가 아니다. 심상에서 답을 찾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주먹보다 대화가 선이라면 대화를 선택하는 길이 바른 대응이고 좋은 심상이다. 전쟁보다 평화가 선이라면 평화를 선택해야 하지 않을까. 한 개인의 운명과 마찬가지로 국가의 명운도 대응하는 방법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혹자는 북한과 대화를 하고 평화를 얘기하는 것에 대해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 언제가 때인지 되묻고 싶다. 그때는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톨스토이의 이야기를 빌리면 선을 행하는 때는 먼 훗날이 아니라 지금 바로 이 순간이다. yunbin@seoul.co.kr
  • [사설] 3당 대표 민생정치 공언, 반드시 실천 따라야

    패권과 대립, 극단의 정치 배격해 내우외환 극복, 희망의 정치 돼야 어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마지막으로 사흘간 진행된 여야 3당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끝이 났다. 첫 주자로 나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국회의원을 ‘국해(害)의원’으로 표현하면서 국회 개혁을 화두로 던졌다. 제헌 국회 이래 70년에 걸쳐 입법부를 구성한 국회의원들이 슈퍼갑의 위치에서 특권을 누려 왔다는 점에서 국회 개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을 담은 것이다. 여당 대표가 부르짖은 국회 개혁이 용두사미로 그치지 않고 20대 국회가 약속한 기득권 내려놓기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새누리당이 야당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의 국정 비협조,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이 대표가 사과한 것도 시선을 끌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경제’와 ‘민생’을 각각 67차례, 32차례씩 언급할 만큼 민생 경제에 집중했다. 정치공세 위주의 과거 야당 대표의 국회 연설과 차별성을 보여 줬다. 추 대표는 “민생보다 정치가 앞설 수 없다”는 말로 이념과 진영 논리에서 벗어난 여야 지도부가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추 대표가 제의한 비상 민생경제 영수회담이 결실을 보아 민생 정치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민회의 박 위원장은 국회사법개혁특위 구성을 제안하며 “검찰 개혁을 위해 여야 모두 사심 없이 경쟁하자”고 제의했다. 박 위원장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해임을 촉구하면서도 조속한 시일 내 남북정상회담 개최 추진을 요구했고 패권과 대립을 거부하는 합리적인 세력의 정치 혁명의 당위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여야 대표 연설에 의례적으로 따랐던 고함과 항의가 사라진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새누리당은 추 대표 연설에 대해 “민생경제에 집중한 연설을 높이 평가한다”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국민의당 박 위원장 연설과 관련, “안보와 국익만을 위한 대안으로 녹여내 안보 정당의 진면목을 보여 주길 바란다”며 비난을 자제했다. 패권과 대립, 극단의 정치를 자제하자는 3당 대표 연설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소모적 대결을 종식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은 협치와 민생 국회를 주문했지만 20대 국회 개원 이후 정치권은 민의를 외면하고 당파와 계파 이익에 매몰되는 행태를 거듭했다. 우리가 처한 안팎의 상황은 너무도 엄혹하다. 한진해운 사태로 인한 물류대란이 현실화되고 있고 경제침체와 수출 부진, 청년 실업은 개선될 기미가 없다. 빈부 격차는 최악의 상황이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미·중의 패권 경쟁으로 우리의 외교·안보는 격랑에 휩싸여 있다. 이번 정기국회는 분명히 달라져야 한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의석을 앞세운 야권의 밀어붙이기와 여당의 좌충우돌이 재연돼서는 안 된다. 여야 3당 대표들이 국회 연설에서 공언한 민생과 협치의 정치를 반드시 실천으로 옮겨 국민에게 희망의 정치를 보여 주기를 거듭 촉구한다.
  • [오늘의 눈] 충무로가 된 서초동 그리고 검찰/최지숙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충무로가 된 서초동 그리고 검찰/최지숙 사회부 기자

    서초동 법조계가 연일 시끄럽다. 충무로 영화가의 스케일을 뛰어넘는 굵직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비리 기업인과 브로커, 그 뒤를 봐주며 호화 생활을 누리는 언론인…. 검찰 특별수사단이 조사 중인 대우조선해양 비리 사건은 영화 ‘내부자들’을 떠올리게 한다. 뇌물수수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김광준 전 검사가 수사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자신을 수사한 현직 검사를 고소한 사건은 ‘검사외전’과 비슷하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관심을 끄는 리메이크작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의혹을 둘러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다. 선악 대결처럼 비춰지고 있는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우 수석, 느닷없는 논조 전환으로 야권과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조선일보. 영화 ‘놈·놈·놈’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서초동발(發) 무비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싸늘하다. 충무로발 픽션은 분명 재미있었는데 서초동을 무대로 펼쳐지는 리얼리티 넘치는 넌픽션들은 답답함과 불편함을 준다. 각종 부정부패와 공방전으로 얼룩진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우 수석 사건은 특히 정치적 공방과 여론몰이가 극심한 상태다. 의혹은 또 다른 의혹을 낳고, 그 와중에 이 감찰관 역시 수사기밀 누설 의혹에 휘말리며 졸지에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했다. 두 사람의 거취를 놓고도 말이 많았다. 결국 이 감찰관은 현직을 내려놨고 이제 우 수석에 대한 사퇴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지는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았다. 그 ‘해결사’ 역할로 검찰 특별수사팀이 주연을 맡았다. 이들 사건을 특별수사로 풀기로 한 김수남 검찰총장의 ‘결단’은 일단 환영을 받았다. 수사팀은 사건의 무게감을 지고 ‘정도(正道)에 따르겠다’며 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압수수색부터 비난에 직면했다. 알맹이가 빠진 압수수색 대상에 공정성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이번 사안에는 여느 때보다 검찰이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한마디로 ‘뚝심’이 필요하다. 검찰은 그동안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다는 비판을 종종 받아 왔다. 박수받은 수사도 많았지만 큰소리만 치고 정권의 눈치를 살피다 흐지부지 끝난 용두사미 수사도 많았다. 시작은 창대하고 끝은 미약했던 수사들에는 언제나 납득을 강요하는 억지스런 설명이 뒤따랐다. ‘최선을 다한 수사였다’는. 윤갑근 특별수사팀장은 이번 수사에 착수하며 “나도 대한민국 검사”라고 말했다. 자긍심을 갖고 눈치 보지 않는 수사를 하겠다는 뜻이라 믿는다. 검찰이 누군가를 위한 ‘정의의 사도’가 되길 기대하진 않는다. 다만 그들의 자부심 앞에 부끄럽지 않은 결과가 나오길 바랄 뿐이다. 납득을 강요하지 않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엔딩을 말이다. 보통의 국민은 400억원대 재산도, 100억원대 주식도, 호화 전세기도 없다. 그저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하루를 살아갈 희망을 꿈꾼다. 미우나 고우나 어지러운 시국마다 그래도 또 국민이 기대를 걸어 보는 건 검찰이다. 주연을 맡은 작품을 잘 마무리짓고, 마음 편히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할 수 있길 바라 본다. truth173@seoul.co.kr
  • [김일수 樂山樂水] 네 눈 속의 들보부터 빼라

    [김일수 樂山樂水] 네 눈 속의 들보부터 빼라

    신약성경 산상수훈에 나오는 말씀이다. 자기를 살피지 못하면서 비판을 일삼는 사람에게 주는 경구다. 매일 새벽을 깨우고 일어나 한 시간 남짓 기도하다 보면 나라와 정치인들을 위한 기도를 거를 수 없다. 20대 국회가 개원한 근자에 갑질 논란을 불러일으킨 의원들 모습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말씀이다. 요즘 갑질의 대명사처럼 불리는 어느 국회의원은 종전에 딸을 인턴, 동생을 5급 비서관, 오빠를 후원회 회계책임자로 채용했는가 하면, 국감 당일 피감기관 인사들과 가진 저녁 회식 자리에 남편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매우 인간적인 분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문제는 그분이 의정활동 중 비판의 날을 세운 저격수 노릇을 곧잘 했다는 것이다. 자신의 석사 학위 논문을 표절을 섞어 마무리해 놓고도, 어느 국무위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학위 논문 표절 문제를 엄중히 추궁했다. 이런 분이 어찌 도덕성을 앞세운 공당의 후보 공천을 받아 재선이 될 수 있었는지 그 내막을 알 길은 없다. 어쨌든 지난 4월 선거운동 기간 중 서민을 위해 이런 일을 많이 한 분이라는 문자 메시지가 카톡을 통해 널리 뿌려진 것은 사실이다. 일이 이렇게까지 됐으니, 솔직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날카로운 비판의 눈으로 국정의 한 낱 티까지라도 들춰내어 바로잡도록 해야 할 텐데, 공사 구분을 못 하는 분이라는 굴레를 쓰고서 어떻게 양심상 의정활동을 의연히 이어 갈 수 있을까. 공동선을 지향하는 사회 정의와 보통 사람들의 정의감이 그런 광경을 보고 싶어 할까. 이 파동으로 여야 간 친인척 보좌진을 채용했다가 되물린 경우가 벌써 20건이 넘는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런 일이 한 개인의 부도덕성이라고 말하기에는 무언가 과도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 취업의 좁은 문을 목마르게 두드리는 젊은이들이 넘쳐나는 현실에서 친인척의 취업 부탁을 거절할 만큼 매정한 국회의원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역구와 각종 인연으로 올라오는 숱한 민원은 선출직 공무원에게는 단칼에 끊어 버리기 힘든 굴레일 것이다. 그것이 공직자들의 청렴성과 사회의 투명성을 가로막는 인습이요, 관행이란 이름으로 곧잘 불리는 문화 현상일 수 있다. 정실주의, 연고주의의 틀을 개인이 깨고 나가기는 그만큼 힘든 일일 것이다. 그러나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 공정하고 정의로운 선진 사회로 한 발짝 더 나아가려면 불투명한 관행과 자의적인 부패의식의 틀을 반드시 깨고 나가야 한다. 진부한 얘기로 들리겠지만 개혁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개혁은 남을 겨냥하기 전에 20대 국회가 꿈틀거리기 시작한 여의도 정치 1번지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늘 있어 왔고 또한 늘 용두사미로 끝난 일이었지만, 한 번 더 새롭게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나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공인 의식을 담보하는 새로운 제도들을 입법 형식으로 만들고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저급한 국회라는 국민의 싸늘한 눈총을 어찌 피할 수 있겠는가. 최근 발의된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및 갑질 금지 법률안’이나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합의한 의장 직속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 설치 등을 만에 하나 소나기 피하기식의 면피용으로 생각한다면 또다시 국민과 역사 앞에 죄짓는 일이자 시대정신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자기 눈 속에 있는 비윤리적인 들보를 빼는 일과 같다. 먼저 이 들보를 빼낸 후에야 국정 전반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밝히 보고 뺄 수 있다. 국민은 이 일을 잘하라고 선량들을 뽑아 국회로 보낸 것이다. 부도덕하거나 불법에 손을 담그고 있으면서 국민의 대표로서 국익을 위해 치열하게, 열정을 가지고 헌신하기는 어렵다. 다시 때가 이르렀다. 들보 제거 작업에 진정 작심하고 나설 참이면 오랜 국민적 염원 사항인 ‘국민소환제’ 입법에도 착수하고, 국회윤리특위도 한 단계 격상시켜 실질적으로 감시감독 기능이 가동하도록 했으면 좋겠다. 20대 국회가 일신을 다짐해 국민의 기대를 새롭게 북돋을 수 있느냐, 아니면 무익한 국회라는 실망감만 안겨 줄 것인지는 전적으로 개원 초기 국회의 일하기에 달렸다. 국회뿐 아니라 공공 영역 전반에 이런 반성과 개선이 있길 바란다. 고려대 명예교수
  • 방탄·폭로국회 오명… 불체포 넘어 면책특권까지 손볼까

    방탄·폭로국회 오명… 불체포 넘어 면책특권까지 손볼까

    외부 자문기구서 불체포특권 폐지 논의 ‘공격 수단’ 변질 면책특권 개정도 주목 의정 활동 위축 우려에 폐지 쉽지 않을 듯 친인척 보좌진 10일 새 40명 무더기 퇴직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폐지가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세균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만찬 회동에서 국회의장 직속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 설치를 비롯해 불체포 특권 폐지에 전격 합의했다. 불체포 특권 폐지안은 여야가 추천하는 외부 인사들로 구성될 자문기구에서 본격 논의된다. 여야는 이와 별도로 관련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체포동의안이 72시간이 지나도 폐기되지 않고 다음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물론 세부 논의 단계에 진입하면 여야 이견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불체포 특권 폐지에서 더 나아가 ‘면책특권’을 손볼지도 관심사다.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헌법상 규정이다. 의원들이 국민의 이익을 위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신분을 보장한다는 취지이지만 의원들의 ‘막말’과 ‘폭로’ 등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변질돼 폐지 주장이 고조돼 왔다. 하지만 의정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면책특권만큼은 폐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현재로선 더 강한 상황이다. 여야가 20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경쟁적으로 특권 내려놓기를 외치는 것은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과거 국회에서도 수차례 논의됐지만 늘 ‘용두사미’로 끝났다. 특히 의원들 사이에 번져 있는 ‘나 혼자’가 아니라 ‘다 함께’ 비난을 받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감수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약속을 깨뜨리는 데 일조했다.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될 때마다 ‘방탄국회’라는 오명을 자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에도 특권 내려놓기가 다른 정치적 쟁점과 패키지로 엮이게 된다면 또다시 ‘없던 일’이 돼 버릴 수 있다. 한편 의원들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보좌진 40여명이 무더기로 퇴직한 것으로 1일 나타났다. 의원들이 논란이 확산되자 자신이 친인척을 채용한 의원이라고 공개적으로 지목돼 당의 징계 심판대에 오를 것을 우려해 조속히 면직 조치를 내린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 의장은 의원의 윤리와 관련한 법규 개정안을 의장 의견 제시 형태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안하기로 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서울시의회 김인제의원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 줄줄이 낙제점”

    서울시의회 김인제의원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 줄줄이 낙제점”

    박원순 서울시장이 2기 핵심과제로 꼽은 도시재생사업이 사실상 소리만 요란한 빈수레가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김인제 서울시의원(더불어민주당, 구로4)은 지난 6월 17일 열린 제268회 정례회 도시재생본부 결산심사에서 일부 사업의 저조한 예산집행율을 지적하고, 고질적인 이월 관행의 개선을 촉구했다. 김의원에 의하면, 도시재생본부는 18개의 추진위원회와 2개의 조합에 대한 지원 및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2015년 ‘공공관리사업지원’ 의 예산으로 11억 4천5백만 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결산결과 11개 추진위원회에 대해 3억 8천9백만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데 그쳤다. 예산 대비 집행률이 34%에 불과하다. 해당 사업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추진 시 최초 추진위원회 구성 및 조합 설립을 공공에서 지원함으로써, 정비사업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한다는 목적으로 추진되었으나, 2012년부터 4년 연속 저조한 집행율을 보이면서 예산규모의 조정과 정책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요구되고 있다. 박원순표 도시재생사업 1호로 불렸던 ‘백사마을 주거지보전 사업’ 의 2015년 예산은 6억 원 전액이 2016년으로 명시이월 되었다. 그러나 2016년 6월 현재 사업비 지출은 전혀 없다. 심지어 해당 사업은 사업방식과 주체를 두고 갈등 중인 상황을 감안할 때 명시이월 된 6억 원 역시 전액 불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백사마을 주거지보전 사업’은 사업계획 변경으로 2014년에도 불용률이 46%에 이른 바 있다. 해당 사업은 개발제한구역 해제지역을 재개발하되 일부 지역은 주거지 보전지역으로 지정하여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주거지 보전구역 축소와 임대주택비율 하향 조정 등을 두고 갈등이 발생, 현재 LH공사가 사업시행자에서 물러나고 새주민대표회의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성 문제, 사업방식 등 갈등요소가 잔존하고 있어 사업 정상화까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김의원은 ‘노들섬 문화명소 조성사업’ 역시 고질적인 사업비 이월로 예산집행율이 저조한 사업으로 꼽았다. 2013년 ‘한강 노들섬 장래 활용방안 연구 수립’ 예산 대부분이 명시이월 된데 이어, 2014년에는 예산현액의 50%를 사고 이월하였으며, 2015년 역시 전체 예산 7억 원 중 2억 2천8백만 원을 사고 또는 명시 이월함으로써 3년 연속 이월이 발생했다. ‘노들섬 문화명소 조성사업’과 관련하여, 2013년 ‘한강 노들섬 장래 활용방안 연구 수립’예산 5억 원 중 4억 4천8백만 원이 명시이월 되었고, 2014년에는 그 중에 다시 2억 2천4백만 원이 사고이월 되었다. ‘성곽마을 보전‧관리사업’ 과 ‘낙원상가 하부 입체적 공공 공간 정비사업’도 마찬가지이다. ‘성곽마을 보전‧관리사업’은 159억 5천만 원의 예산 중 약 74억 6천만 원이, ‘낙원상가 하부 입체적 공공 공간 정비사업’은 약 365억 원의 예산 중 약 259억 원이 사고 또는 명시이월 됨으로써 각각 약 46.8%와 71%의 이월률을 보였다. 김인제 의원에 의하면 개별사업 뿐만 아니라, 2015년도 도시개발특별회계 세출예산도 전체 예산의 47%가 이월되었다. 이는 사업계획수립과 예산편성 과정에서 꼼꼼한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는 것. 도시재생은 재생방향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지자체, 사업주체 간 협의와 합의를 바탕으로 충분한 검토와 계획수립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보여주기식 사업추진과 과도한 정책의지로 불합리한 예산 운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김의원의 지적이다. 김인제 의원은 “도시재생은 박원순 시장이 2기 핵심과제로 꼽은 대표적인 사업분야였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다수의 사업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2016년 예산편성 당시 전년에 비해 1조 9천347억 원 늘어난 예산규모로 복지‧일자리‧도시재생 등 세 가지 부문에 집중 투자하겠다던 박원순 서울시장의 장담이 무색할 정도”라고 도시재생사업 전반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와 함께 김의원은 해당 사업들이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예산의 편성과 집행, 사업추진에 있어 더욱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했다. 한편, 도시재생본부는 2014년 10월 발표된 서울시의 2기 조직개편에서 주택정책실과 도시계획국의 도시재생관련 부서 7개 과가 통합·이전하고 4개 과가 신설되면서 1급 조직으로 출범했다. 당시 서울시는 “노후 주거지를 전면 개발하는 대규모 개발 방식이 아니라 해당 장소의 역사와 문화, 공동체를 보존하면서 관리하고 개발하는 방식으로 도시재생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20대 국회 특권 내려놓기 빈말로 끝나선 안 돼

    정세균 신임 국회의장이 그제 “(국회의원의) 특권을 과감히 내려놓겠다”고 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의장으로 선출된 직후의 취임 일성이었다. 공교롭게도 “새 의장이 원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의원 ‘특권 내려놓기’ 위원회를 꾸리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의 제안에 화답한 격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여당 몫으로 뽑힌 심재철 국회 부의장도 어제 방송에 나와 “불필요한 특권은 당연히 없어져야 한다”며 심기일전의 각오를 밝혔다. 이처럼 재청·삼청까지 나왔음에도 도무지 미덥지 않은 까닭이 뭐겠나. 역대 국회 초반 늘 나왔다가 흐지부지됐던 현상을 다시 보기 때문이다. 부디 이번엔 의원들이 특권 의식에서 벗어나 위민(爲民)을 앞세우는 새 국회상을 정립하기 바란다. 총선 표밭에서 90도로 허리를 굽히다가 배지를 단 뒤 180도 달라지는 선량들을 보며 국민들은 데자뷔를 갖게 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의원들이 장외로 나가 입법 활동의 공백이 있어도 독재를 막는다는 명분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지금 개원이 늦어져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는 동료 의원의 주장에 “유치하다”는 선량들도 있으니 혀를 찰 일이다. 의식구조가 이렇게 뒤틀려 있으니 내놓는 법안마다 인기영합성 아니면 규제 일변도가 아니겠나. 그렇게 해서 나라 살림을 좀먹거나 민생 경제를 어렵게 해도 그 어떤 견제도 안 받는다. 심지어 19대 국회는 공직 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의 규율 대상에서 의원들은 쏙 빼버렸다. 다른 공직자들이 소속기관 및 감사원 감사, 그리고 국정 감사 등 이중삼중의 감시를 받는 것과 대조적이다. 오죽하면 다음 선거만 없으면 의원은 신이 내린 직업이란 말을 듣겠나. 의원 배지를 달면 누리게 되는 특권이 2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선량들이 본연의 구실만 한다면 이 중 몇 가지는 국민들도 용인할 게다. 예컨대 민심 청취 무대인 지역구와 입법 산실인 국회를 오가는 데 KTX를 무료로 이용한다고 누가 굳이 토를 달겠나. 하지만 개명천지에 비리 의원들을 아직도 불체포 특권 뒤에 숨어 있게 할 것인가. 의원들의 ‘갑(甲)질’은 또 언제까지 용인해 할 건가. 어제 한 시민단체의 국회개혁 토론회에서 “국정감사권이 피감기관과 기업들을 정치적으로 길들이는 용도로 오·남용 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국감 때면 의원들의 출판기념회에서 돈 봉투를 든 기업인들이 긴 줄을 서는 게 익숙한 풍경 아닌가. 이런 타락상을 막기 위한 자정 노력이 늘 용두사미에 그친 게 문제다. 역대 최악이라는 19대 국회에서도 불체포 특권 폐지, 출판기념회 금지 등의 법안들이 제출됐으나 본회의 문턱에도 이르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라져야 한다. 마침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이 ‘불체포 특권 남용 방지법’을 발의했고 새누리당 심 국회 부의장이 ‘국회 무노동 무임금’ 법안을 다시 발의한다니 말이다. 현저한 비리를 저지르거나 불필요한 포퓰리즘 입법으로 예산을 탕진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국민소환제도 검토할 만하다. 이런 의원 특권 내려놓기 움직임이 또다시 공염불로 끝난다면 국민들은 20대 국회에도 희망을 접을 것이다.
  • 유지비 늘어날 경유차… 살까 말까 고민되네

    유지비 늘어날 경유차… 살까 말까 고민되네

    신차는 도로주행 인증제도 도입 저공해 조치 이행 않으면 과태료 연비 좋고 경유가 싸도 부담 클 듯 “경유차 사도 되나요?” 지난 3일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발표 후 경유차 구매 및 보유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용두사미’에 그쳤다는 비판 속에서도 경유차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NOx)을 과다 배출하는 경유차 대책의 핵심인 경유값 인상 등 에너지 세제 개편은 빠졌지만 친환경차 혜택 폐지와 각종 규제 신설 및 조기 시행 방침이 포함되면서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분석이다. 실제 경유가격 인상 또는 환경개선부담금 부과 가능성이 제기될 당시만 해도 경유차 소유자들은 “그래도 타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부담스럽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특히 신차 구매 예정자들의 고민이 커졌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이 어떻게 적용될지 불투명해 헷갈리기 때문이다. 세종시에 직장을 둔 A씨는 “연비가 좋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구입할 계획이었는데 특별대책 발표 후 주변에서 경유차 혜택이 사라졌다고 극구 말린다”면서 “고향이 강원도라 경유차가 부담이 덜하다고 생각했는데 미세먼지 배출 주범이라니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경유차 규제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국산 디젤(경유) 승용차를 운전하는 B씨는 “차값이 비싸고 상대적으로 소음도 심하지만 연비가 좋고 기름값이 낮은 것을 고려해 구매했는데 오히려 부담이 커지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환경부는 경유차의 최대 장점이던 연비 혜택은 작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별대책을 보면 경유차는 신차·운행차·노후차별 대책이 추진된다. 신차의 경우 내년 9월부터 실도로 인증기준이 도입된다. 1단계는 실내인증기준(0.08g/㎞) 대비 2.1배 이내, 2020년 1월부터는 1.5배로 강화된다. 경유 상대가격 조정 가능성도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정부가 에너지 상대가격 조정을 검토한다는 것은 조정을 위한 수순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환경·국제 수준 등을 감안할 때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여소야대 法개정 어렵고 노동계 반발… 공공기관 기능 조정 ‘용두사미’ 조짐

    여소야대 法개정 어렵고 노동계 반발… 공공기관 기능 조정 ‘용두사미’ 조짐

    에너지 공기업의 기능 조정은 원래 지난해에 발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해외 자원개발 사업의 부실이 불거진 가운데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자원개발의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이었던 점이 정무적으로 고려되면서 한 해 연기됐다. 다만 2년 넘게 에너지 공기업 기능 조정을 검토해 왔던 만큼 강도 높은 개혁에 방점이 찍혔다. 그러나 다음달 9일 최종안 발표를 앞두고 당초 계획했던 방안에 비해 크게 후퇴하게 됐다. ●새달 9일 최종안 발표 앞두고 크게 후퇴 한국전력과 발전 5개사(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기능 조정이 화두로 떠오른 것은 지난 정부 때의 무리한 해외 자원개발 투자로 막대한 손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당시 투자 금액이 모두 41조원에 이르고, 이 사업들이 실패하면서 각 공사들의 부채비율은 2~3배씩 뛰어올랐다. 2008~2017년 10년간 이자 비용만도 12조 4700억원에 이른다. 동시에 원전 수주, 화력 및 수력 등 해외 발전사업에도 경쟁적으로 뛰어들다 보니 중복 및 부실 투자가 수조원대에 이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정부는 해외자원 및 발전 사업 진출과 관련해 구조조정에 가까운 강도 높은 에너지 공기업 기능 조정안을 검토해 왔다. 한전이 검토하고 있던 해외 발전 사업 투자를 단계적으로 50%까지 줄이고, 가스공사와 석유공사를 합병하고, 십수년째 적자만 쌓여 가는 석탄공사의 폐업도 계획했다. 하지만 기능 조정과 공기업 통폐합을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난달 총선 결과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구성됨에 따라 당장 법 개정이 쉽지 않게 됐다. 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를 추진하면서 공기업 노동조합들의 반발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기능 조정까지 추진하는 것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기존에 계획했던 ‘강수’를 재검토하게 된 이유다. ●기재부 “통폐합 타당” vs 산업부 “분란 유발” 기재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각 부처가 산하 공공기관의 입장을 대변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도 “경제적, 객관적으로 통폐합이나 폐업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툭하면 통합이니 폐업 카드를 꺼내는데 법과 지역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면서 “발전자회사 통폐합 추진만 하더라도 결국 분란만 일으키고 흐지부지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어 “기재부는 단순하게 발전자회사를 지역별로 5개사로 쪼개 놨다고 보지만 ‘전력산업 구조 개편’ 원칙에 따라 한국전력에서 분리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단독] 공공기관 해외 발전사업, 중복기능 통합 없던 일로

    정부가 해외 발전사업에서 추진해 온 기관별 중복기능 통폐합을 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화력 발전은 한국전력과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의 발전 5개사가, 수력 발전은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수자원공사, 발전 5개사가 기존대로 해외 사업을 각자 진행한다. 원자력 발전도 한전의 ‘브랜드파워’를 살려 현행대로 한전과 한수원의 양대 체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환경 분야에서 추진돼 온 한국환경공단과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통합도 중단된다. 두 기관의 중국과 베트남 해외사무소를 환경산업기술원으로 합치고 환경공단의 환경기초시설 등을 민간에 넘기는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 분야는 한국장학재단 등 3개 공공기관의 내부 업무를 조정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다음달 1일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기능조정안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의 최종안을 협의하기로 했다. 이어 다음달 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에너지·환경·교육 공공기관 기능조정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중복 기능을 통폐합하고 조정한다는 당초 계획보다 모두 뒷걸음질쳤다. 특히 에너지 공공기관의 기능 조정은 2년 이상 매달렸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용두사미로 끝나게 됐다. 당초 검토했던 발전 5개사의 통폐합은 ‘없던 일’이 됐고 ‘발전사업협의회’를 통해 기관별 전문성 위주로 역할이 조정된다. 화력 발전에서 한전은 1000㎽ 이상 대규모 사업 중심으로, 발전 자회사는 운영·관리 업무 중심으로 재편된다. 발전 5개사의 수력 발전 참여는 사업성이 인정되거나 주무부처끼리 협의가 이뤄진 상황에서만 허용된다. 정부 관계자는 “중복 기능을 합치지 않는 대신 해외 진출 과정에서 우리끼리 과당 경쟁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산하 기관인 환경공단과 환경산업기술원은 두 기관의 업무 성격이 다르고 환경산업기술원의 연구 개발(R&D) 기능을 고려해 둘 다 존속시키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에 설립되는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당초 방침대로 공무원 조직으로 출발할지, 아니면 이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할지는 기재부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세종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사설] ‘이란 특수’ 치밀한 후속 조치로 결실 키워야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경제 5단체 초청 경제외교 성과 확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달 초 박 대통령의 이란 방문에 동행했던 사상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 거둔 성과를 토대로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그간 정상 외교를 통한 해외시장 개척은 화려한 팡파르 속에 진행되다가 부실하게 끝맺음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구슬이 서 말이면 뭐하나. 이란을 방문한 기업들이 현지 기업과 맺은 양해각서(MOU) 체결 성과를 꿰어 내야만 보배가 되는 것이다. 기업 측은 이날 금융지원 확대를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민관이 꼼꼼한 후속 조치로 어렵사리 맞은 ‘이란 특수’를 놓치지 말기를 당부한다. 물론 이번에 이란 방문 경제사절단이 기대 이상의 수주를 올렸다지만, 일각에선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일부를 제외하곤 강제성이 없는 MOU 단계인 데다 최대 52조∼53조원 규모로 알려진 이란 개발 참여 규모도 MOU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후 2차 공사까지 더한 금액이 아닌가. 그래서 정부가 마치 제2의 중동 붐이 눈앞에 다가온 양 기대치를 부풀려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지금 한국 경제는 조선·철강·해운·건설 등 주력 산업이 침체되면서 성장 동력을 잃고 있다. 지난달 청년실업률이 10.9%로 4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다 조선·해운 분야 구조조정으로 대규모 실직이 이어질 판이다. 냉소하거나 뒷짐을 지고 있기엔 사정이 너무나 절박하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이란과 경제협력을 확대하면 2025년까지 10년간 수출은 845억 달러 늘고 일자리는 68만개가 창출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의 신빙성은 좀더 따져 볼 일이지만, 이란이 우리 기업들에 황금의 땅 엘도라도는 아니라도 새로운 도전의 무대임은 분명하다. 인구 8000만명이 넘는 이란은 천연가스와 원유 매장량이 세계 1위와 4위인 자원 부국인 데다 한류에도 매우 우호적이다. 건설·에너지 산업 중심의 1차 중동 붐에 비해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 콘텐츠를 포함한 다채로운 분야의 ‘이란 특수’를 기대하는 게 전혀 근거 없는 일은 아닌 셈이다. 이란 방문 외교로 희망의 싹을 틔웠다면 용두사미가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정치권도 후속 대책에 힘을 보태야 한다. 한·이란 경협 효과는 수출과 현지 진출이 병행될 때 극대화된다는 전문가의 지적을 경청할 때다. 정부는 이란 진출 기업의 금융 조달 능력을 높이기 위해 한·이란 금융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정치권은 이를 필요한 입법 조치로 뒷받침하기 바란다.
  • [사설] ‘옥시 수사’에 금역이 있어선 안 된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은 볼수록 어처구니없다.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의뢰를 받고 독성실험을 담당한 대학교수는 실험 결과를 회사의 요구대로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그런 일을 저지른 회사는 진정성 있는 사과도 없이 지금까지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여기에 옥시를 변호하고 있는 국내 굴지의 로펌은 도덕의식이라고는 없는 옥시 측을 위해 증거를 조작했다는 의혹마저 사고 있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고 나서야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한 정치권은 더 한심하다.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는 수사 내용이 맞다면 최소한의 학자적인 양심마저 저버린 인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고서만 제대로 썼더라도 사건이 이처럼 장기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옥시 측은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려고 조 교수에게 살균제 원료의 독성실험을 의뢰했다고 한다. 조 교수는 생식 독성실험에서 임신한 쥐 15마리 중 13마리가 사산하는 등 치명적인 독성이 확인되자 흡입 독성실험에서는 임신하지 않은 쥐를 실험에 사용했다. 이렇게 해서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연구비 외에 1200만원을 더 챙긴 것도 보고서 조작과 무관치 않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그러나 조 교수는 옥시를 변호한 로펌 김앤장이 보고서의 앞뒤를 무시하고 짜맞췄다고 새로운 주장을 폈다. 이 주장이 맞는지 검찰은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조사하는 게 마땅하다. 검찰은 또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외에 미국 국적의 존 리 전 대표와 인도 국적의 거라브 제인 전 대표를 소환 조사하기로 했지만 불응하면 마땅한 수단이 없다. 그러나 수사 결과가 용두사미가 되지 않도록 하려면 이들을 반드시 조사해야 한다. 아직 손도 못 대고 있는 국내 업체들에 대한 수사에도 한 점 의혹이 남아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은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어 한다. 검찰은 “김앤장은 옥시 측 대리인으로 법률적인 도움을 주고 있으며, 이 부분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구체적인 법률 위반 혐의가 없는데 수사를 할 근거는 없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예 수사 의지 자체를 보여 주지 않는 것이다. 수사에 ‘금역’(禁域)이 있어서는 안 된다. 금역을 검찰 스스로 설정하는 순간 불신을 면치 못할 것이다.
  • 기업들 죽이기? 책임감 살리기! 불매의 사회학

    기업들 죽이기? 책임감 살리기! 불매의 사회학

    우리나라 성공 사례 적은 보이콧 불모지 기업 매출은 하락해도 분위기 쇄신 없어 최종 목표는 퇴출 넘은 사회적 책임 고양 최근 SNS 통한 네티즌 불매운동 줄이어 소비자 주권 발휘 가능한 제도 도입해야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살균제 제조사인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네티즌을 중심으로 시작된 불매운동은 지난달 25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 환경 관련 등 37개 시민 단체가 불매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옥시의 점유율이 높은 표백제와 제습제의 경우 이마트에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3일까지 판매량이 각각 28.9%, 41.3% 급감했다. 소셜커머스 티몬의 경우 최근 2주간 옥시 제품군의 판매량이 직전 2주보다 24%가량 줄었다.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단체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옥시에 대한 불매운동이 성공했다고 속단하기 힘들다고 했다. 옥시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없는데다 특정 기업의 퇴출을 넘어 기업 전체의 사회적 책임을 한 단계 고양시키는 것이 불매운동의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동착취 논란’ 나이키 전세계 공장 환경 개선 “나이키가 파키스탄 및 인도네시아 아동에게 시간당 15센트만 주고 하루 11시간의 노동을 시켰다.” 1996년 6월 미국 잡지 ‘라이프’에 파키스탄 어린이들이 열악한 공장에서 축구공을 열심히 꿰매는 한 장의 사진이 실리자 사회 운동가의 폭로가 이어졌다. 아이들이 붙이던 것은 나이키의 로고인 ‘Swoosh’(스우시). 임금은 당시 환율로 시간당 120원꼴이었다. 나이키는 “파키스탄의 하청업체가 아동에게 노동을 시켰기 때문에 본사는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나이키의 어이없는 해명은 공분을 불러일으켜 전 세계적으로 나이키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계기가 됐다. 매출은 절반으로 줄었다. 결국 나이키는 전 세계 공장에 소방시설과 비상구 등 안전시설을 갖추는 작업환경 개선에 나섰다. 아동노동 금지 규칙을 선포했고 이런 정책은 20년간 지속되고 있다. 1999년 코카콜라는 인도 남부 케릴라주에 16만㎡ 규모의 공장을 세웠다. 많은 물이 공장용수로 사용되면서 마을의 우물이 메마르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인도 주정부는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고 환경단체도 비판에 나섰다. 인도 곳곳에서 코카콜라 공장이 지하수를 고갈시킨다는 폭로가 계속됐고 농사를 짓기 힘들어졌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코카콜라 인도 식수 고갈 논란에 ‘재충전’ 캠페인 2014년에는 인도 우타르프라데시 주정부가 바라나시시(市)에 있는 코카콜라 공장에 같은 이유로 폐쇄를 명령했다. 이런 사례는 코카콜라를 압박했고 업체 측은 2007년부터 물을 자연에 돌려주겠다는 내용의 ‘재충전’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2014년 룩셈부르크의 아마존 유럽 본사는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런던지사에서 발생한 이익을 세율이 낮은 룩셈부르크 본사에서 집계하는 ‘꼼수’로 세금을 회피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2014년 영국법인의 매출은 53억 파운드(약 8조 8700억원)였지만 영국에 낸 법인세는 매출의 0.2%(1190만 파운드·약 199억 2000만원)뿐이었다. 영국에서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1년 만인 2015년 5월 아마존 본사는 영국에서 번 이득에 대해 영국에 세금을 내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냄비근성 탓에 불매운동 금방 식어” 국내 소비자단체들은 우리나라에서는 외국과 같이 사회적 변화를 일으킨 소위 ‘성공한 불매운동’ 사례가 거의 없다고 말한다. 심지어 ‘불매운동의 불모지’로 부르기도 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냄비근성이라는 말과 흡사하게 우리나라의 불매운동은 확 끓어올랐다가 금방 식는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불매운동으로 특정 기업의 매출이 급락하지만 사회적 운동으로 번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대표적인 불매운동 사례는 남양유업 갑질논란이었다. 2013년 5월 남양유업 본사 영업사원이 대리점 점주에게 폭언을 하는 녹취록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남양유업이 대리점에게 ‘밀어내기’식 불공정 영업을 한 사실까지 알려졌다. 소비자뿐 아니라 전국 편의점 등 판매처가 동참하면서 2012년 428억원이었던 남양유업의 영업이익은 2013년 140억 적자로 바뀌었다. 하지만 같은 해 상반기 남양유업의 커피믹스 시장점유율은 전년보다 0.9% 포인트 상승한 13.4%를 기록했다. 프리미엄 대용량 커피는 1년 만에 2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용두사미’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나마 지난해 말 국회에서 일명 남양유업 방지법(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힘겹게 통과된 게 성과다. ●‘황제경영’ 롯데, 불매운동에도 매출액은 상승 지난해 7월 오너가(家) 형제의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롯데그룹은 황제경영 및 불공정 경쟁 등의 문제가 지적되자 불매운동 대상이 됐다. 하지만 불매운동이 진행된 7월 26일부터 8월 1일까지 1주일간 롯데마트의 매출액은 직전 2주와 비교해 오히려 15% 정도 상승했다. 여름 휴가철과 맞물리면서 불매운동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국내 불매운동의 ‘흑역사’에도 불구하고 옥시 불매운동은 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옥시 불매운동의 주도적 역할을 맡은 소비자단체협의회 임은경 사무총장은 “기업의 비윤리적 행태로 인해 소비자의 건강에 직접적인 위협이 생겼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강하다”고 전했다. 그는 “최종 목표는 옥시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대책 마련”이라며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소비자가 합심해 제동을 거는 전례를 세우겠다”고 말했다. ●삼양라면·OB맥주 업계 1위서 밀려나기도 오래되긴 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의 건강에 직접적 위협을 주는 경우 기업에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준 불매운동 사례가 있다. 1989년 11월 검찰은 “삼양라면이 공업용 우지(소고기 기름)를 원료로 사용한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소비자의 외면으로 국내 1위 삼양라면의 시장 점유율은 40%에서 5%까지 떨어졌다. 1997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업계 1위 자리를 재탈환하는 데는 실패했다. 경상북도 구미공업단지의 두산전자에서 1991년 3월과 4월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출됐다. 의도적 방류는 아니었지만 두산그룹의 안일한 대처로 시민과 슈퍼마켓연합회가 두산그룹의 주력 상품인 OB맥주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했다. 수십 년간 1위 맥주기업이던 OB맥주는 1위 자리에서 밀려났다. 이번 옥시 불매운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확산이 심상치 않다. ‘부도덕한 기업을 몰아내자’는 네티즌의 게시물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한편 옥시 제품의 검색을 제한하는 ‘옥시 블로커’(oxy-blocker)라는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김준호 동서울대 전기정보제어공학과 교수는 구글맵과 연동해 옥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의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 ‘옥시 보이콧’(oxy-boycott)을 만들었다. 소셜커머스 위메프는 지난 3일 옥시 제품 판매를 전면 중지했으며 티몬과 쿠팡도 4일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4일부터 옥시 제품의 신규 발주를 중지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도 판촉행사를 중단했다. 손상희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옥시가 표면적으로라도 5년 만에 사과를 하겠다고 나선 것이 이미 불매운동에 위기감을 느꼈다는 증거”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옥시 불매운동이 단순히 기업의 매출 하락 운동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제미경 인제대 생활상담복지학부 교수는 6일 “불매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보복성 징벌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확산시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서정희 울산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피해자의 일부가 전체를 대표해 제소하고 판결의 효력은 모두에게 미칠 수 있도록 하는 미국의 집단소송제를 비롯해 소비자 주권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경제법안 서명운동 불똥 튈라… 전전긍긍 재계

    “경제법안 처리촉구 서명운동 괜히 했어.” 지난 1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서명에 나서면서 시작된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이 용두사미 격으로 막을 내렸다. 경제 단체들은 오는 29일 19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서명운동을 통해 촉구한 경제법안 처리가 물 건너간 만큼 더이상 서명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법안 통과에 앞장선 데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일 “4·13 총선을 통해 예상치 못한 ‘여소야대’ 정국이 펼쳐지면서 그동안 1000만 서명운동을 주도한 것 때문에 야당으로부터 보복을 당할까 걱정하는 인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보수단체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간 커넥션 의혹에 대해 야당과 시민단체가 국정조사를 요구하자 관제서명 운동 의혹을 받는 1000만 서명운동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며 긴장하는 눈치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전경련, 한국경영자총협회, 무역협회 등 당시 운동을 주도했던 경제 단체들은 총선 직전인 지난달 11일에도 국회를 방문해 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 서명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많을 때는 하루 5~6만 건씩 서명이 들어왔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면서 “19대 국회 종료 이후에도 서명 운동을 계속할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총 191만 8000여명이 서명에 참가했다. 앞서 지난 1월 38개 경제단체 공동으로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당시 정부 인사들뿐 아니라 삼성, 현대차, SK, LG 등 재계도 서명운동에 대거 동참했다. 야당은 당시 경제단체들이 청와대와의 교감 아래 서명운동을 진행했으며, 경제단체 임직원들은 물론 소속 기업, 방문자들에게까지 서명받을 것을 요구했다며 관제 서명 운동이라고 비판했다. 주현진 기자 jh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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