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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기는 중국] “잘 가거라” 바리바리 싸주신 반찬 트렁크 한가득…고향 부모의 마음

    [여기는 중국] “잘 가거라” 바리바리 싸주신 반찬 트렁크 한가득…고향 부모의 마음

    중국의 음력 설인 춘제 연휴를 마치고 도시로 돌아가는 자녀의 자동차 뒷좌석에 직접 만든 훈제 고기를 가득 채워 넣은 모친의 따뜻한 모정에 이목이 쏠렸다. 화제가 된 사건은 지난 3일 춘제 연휴를 마치고 귀경을 앞둔 외동딸과 사위 내외의 자동차에 가득 실린 다량의 훈제 고기들이 담긴 영상이 소셜네트워크(SNS)에 공개되면서부터다. 영상 속 주인공인 남성 탕 씨는 올해 춘제 연휴 동안 아내의 고향인 중국 후난성 샹시를 찾았다가 이 같은 먹거리 선물을 받았다고 설명했다.탕 씨는 “정월 초 이튿날 점심을 먹고 떠나려고 하자 장모님이 트렁크를 열라고 했다”면서 “처음에는 장시간 이동하며 먹을 수 있는 간식거리를 챙겨 주시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뜻밖에도 장인어른과 장모님 두 분이 트렁크 가득 훈제 고기를 넣어 놓으셔서 트렁크 문이 안 잠길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그가 직접 촬영해 공개한 영상 속에는 훈제 고기 외에도 장시간 운전하며 고속도로를 이동해야 하는 딸과 사위 두 사람을 위해 먹거리를 추가로 넣으려는 장인과 장모의 모습과 이를 한사코 사양하는 탕 씨의 모습이 담겨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장인과 장모 두 사람은 “일 년에 겨우 한 번 얼굴을 볼 수 있는데, 이왕이면 최대한 많이 가져가라. 외지에 가면 고향 맛을 못 볼 텐데 얼마나 그리우냐”면서 탕 씨의 자동차 안쪽 좌석까지 먹거리들을 가득 챙겨 넣는 모습이었다.영상에는 탕 씨가 장인을 향해 한사코 사양하는 사이 장모가 차량 안쪽에 먹을거리를 넣어뒀고, 그가 장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를 틈타 장인이 먹거리가 담긴 흰 자루와 봉투들을 넣어두는 장면도 그대로 실렸다. 알려진 바로는, 탕 씨와 아내 두 사람은 몇 년 전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이주한 농민공 출신의 20대 부부다. 이들은 평소 바쁜 업무 탓에 1년에 한 차례씩 춘제 연휴 기간을 활용해 고향을 방문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탕 씨는 이날 장인, 장모가 챙겨 준 훈제 고기에 대해 “두 분이 직접 키운 옥수수와 곡물을 먹여 가며 키운 돼지로 만든 고기다”면서 “우리 부부가 춘제 기간에 고향을 방문할 수 있다고 전화를 드리면, 약 두 달 전쯤부터 직접 키운 돼지고기를 잡아서 소나무 장작 위에 올려 연기로 정성껏 훈제한다고 들었다. 그 정성을 생각하면 눈물이 날 정도다”고 했다.그런데, 긴 연휴를 마치고 도시로 돌아가는 자녀를 위해 각종 먹거리를 두 손 가득 챙겨 준 가족들의 이야기는 탕 씨 부부만이 아니다. 지난 4일 평소 충칭시에 거주하며 직장 생활을 하는 남성 린 씨는 이번 춘제 연휴 동안 아내의 고향을 찾았다가 자동차 트렁크까지 가득 채운 먹거리를 받아 즐거운 비명을 지른 사연을 공개했다. 린 씨는 이번 춘제 연휴 동안 아내와 함께 고향을 찾았는데, 린 씨 아내의 친정 식구들과 평소 아내를 키워 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각종 먹거리를 가득 담아 귀경한 사연을 설명했다. 그의 아내와 친정 가족들은 평소 오리와 돼지 등을 직접 사육하고 각종 채소를 재배하는 농장을 운영 중인데, 린 씨가 도시로 돌아가기 직전 그의 차량에 각종 먹거리를 가득 채워 넣으면서 차량 문이 안 잠기게 됐다는 사연이다.린 씨는 “훈제한 오리고기와 돼지고기 등이 자동차 안쪽 좌석과 바닥, 트렁크까지 가득 찼었다”면서 “훈제 고기 한 조각에 보통 3~4㎏이 훨씬 넘는 무게인데, 그야말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두 손 가득 무거워서 행복한 비명을 지를 뻔했다”고 했다. 한편, 이 소식을 접한 현지 누리꾼들은 “탕 씨와 린 씨 두 사람에게 이렇게 좋은 장인, 장모가 있다는 것이 정말 부럽다”면서 “아마도 두 사람의 자동차에 가득 찬 훈제 고기의 양이 돼지 반 마리의 양은 넘는 것 같다. 그 수고스러움을 고려해서라도 다음번 귀향길에는 부모님께 두툼한 용돈을 챙겨 드리는 것을 잊지 마라”는 당부를 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최소 반년 이상은 넉넉히 재워두고 먹을 수 있는 고기를 챙겨 준 친정 식구들의 정성은 다름 아닌 아내에게 평소 잘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것”이라면서 “평소 아내와 갈등이 있을 적마다 이번에 두둑하게 받아 온 무거운 고기 무게를 잊지 말라. 트렁크 문이 안 닫힐 정도로 받은 사랑을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아내에게 지난해보다 몇 배 더 친절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원준범 세무사의 생활 속 재테크] 중학교 입학하는 손자 세뱃돈 100만원, 증여세 내야 하나요?

    ‘세뱃돈’은 설 연휴의 오래된 풍습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직접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워지면서 최근에는 송금이나 각종 쿠폰 등으로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세뱃돈이 지나치게 많으면 이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까. 우선 세법에는 “사회통념상 타당한 규모의 세뱃돈은 증여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돼 있다. 애매모호한 규정이지만, 통상 ‘자산축적이 되지 않고 용돈으로 쓰는 정도의 액수’가 사회통념상 타당한 규모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예컨대 2살 손자에게 100만원을 주고, 손자가 그 돈은 통장에 넣어 놓는다면 이는 증여로 볼 수도 있다. 또 중학교에 입학하는 손자에게 새 학기 준비에 필요한 돈이라며 같은 금액을 주고, 손자가 그 돈으로 새 학기에 필요한 학용품과 컴퓨터 등을 산다면 이는 증여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면 증여로 판단되는 금액에 대해선 모두 세금이 부과될까. 그렇지 않다. 세법상 미성년자는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금전적 이익을 받을 때 10년간 2000만원까지 증여재산 공제가 적용된다. 세뱃돈 100만원 줬다고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만약 자산이 있어 사회통념상 타당한 규모 이상의 돈을 세뱃돈으로 주고 싶다면 미리 증여세 신고를 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세뱃돈이 자산형성의 종잣돈으로 활용되는 경우 투자 등으로 자산이 불어난 이후 종잣돈의 출처가 불분명하면 더 많은 증여세를 내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증여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단순하게 절세라는 측면에서 보면 ‘미뤄서 좋을 것 없다’로 요약된다. 증여재산 공제는 10년간 적용되는데, 이는 증여일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예컨대 1살 때 증여를 받고 증여세 신고를 하면, 10년 이후인 11살 때는 다시 증여재산 공제 2000만원이 적용된다. 하지만 15살에 처음 증여를 받고 증여세 신고를 했다면, 26살이 되어야 다시 증여재산 공제 2000만원을 적용받을 수 있다. 합법적으로 허락하는 공제 금액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은 증여의 절세방법 중 하나다. 특히 조부모는 공제 한도 내에서의 증여가 좀더 유리하다. 증여세는 세대를 건너뛰는 증여에 대해서 산출세액의 30%를 할증 과세한다. 하지만 공제 범위 이내에서는 산출세액이 0원이 되기 때문에 할증도 붙지 않는다. 와이즈세무회계컨설팅 대표세무사
  • ‘코 묻은 돈’ 옛말… 10대 손님 모시기 나선 금융사

    ‘코 묻은 돈’ 옛말… 10대 손님 모시기 나선 금융사

    은행권이 10대 청소년 고객을 겨냥한 금융서비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청소년기에 쓰면서 익숙해진 금융사 서비스를 성인이 돼서까지 사용하는 ‘충성고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일 “아이들 돈을 ‘코 묻은 돈’ 치부하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청소년 고객들을 선점해 ‘평생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 금융시장 포문을 연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2020년 10대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 ‘미니’를 내놓았다. 미니는 본인 명의 휴대폰만 있으면 개설이 가능하다. 입금·이체뿐 아니라 실물 카드를 발급받아 온·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출시 1년여 만에 가입 고객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청소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10대를 겨냥한 애플리케이션(앱) ‘리브 넥스트’(Liiv Next)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14세 이상이면 본인 명의 휴대전화로 인증한 전용 앱을 통해 결제, 송금, 자동화기기(ATM) 입출금을 이용할 수 있는 ‘리브포켓’을 만들 수 있다. 신한은행은 10대 전용 충전형 선불카드인 ‘신한 밈(Meme) 카드’를 서비스 중이다. 결제 시 0.1∼5%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모바일뱅킹 앱 ‘쏠’(SOL)에 관련 서비스를 담아 성인이 돼도 자연스럽게 같은 앱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의도했다. 하나은행의 Z세대 금융플랫폼인 ‘아이부자’ 서비스는 자녀의 용돈을 부모와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부모와 자녀가 각자 휴대전화에 전용 앱을 설치하고 앱을 통해 주고받는 용돈을 기반으로 모으기, 쓰기(소비), 불리기(투자), 나누기(기부) 등을 할 수 있다.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도 최근 충전식 청소년 전용 카드 ‘토스 유스카드’를 출시했다. 기존 금융권 청소년 전용 카드가 대부분 14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것과 비교해 이용 연령을 만 7세로 대폭 낮췄다. 다만 14세 미만은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 “‘코 묻은 돈’은 옛날 얘기”…은행권, 앞다퉈 10대 고객 선점 경쟁 치열

    “‘코 묻은 돈’은 옛날 얘기”…은행권, 앞다퉈 10대 고객 선점 경쟁 치열

    은행권이 10대 청소년 고객을 겨냥한 금융서비스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청소년기에 쓰면서 익숙해진 금융사 서비스를 성인이 되서까지 사용하는 ‘충성고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2일 “아이들 돈을 ‘코 묻은 돈’ 치부하는 것은 옛날 얘기”라며 “청소년 고객들을 선점해 ‘평생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10대 청소년 금융시장 포문을 연 것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2020년 10대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 ‘미니’를 내놓았다. 미니는 본인 명의 휴대폰만 있으면 개설 가능하다. 입금·이체뿐 아니라 실물 카드를 발급받아 온·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하다. 지난해 10월 출시 1년여 만에 가입 고객 100만명을 넘어서는 등 청소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이에 KB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10대를 겨냥한 애플리케이션(앱) ‘리브 넥스트(Liiv Next)’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14세 이상이면 본인 명의 휴대전화로 인증한 전용 앱을 통해 결제, 송금, 자동화기기(ATM) 입출금을 이용할 수 있는 ‘리브포켓’을 만들 수 있다. 신한은행은 10대 전용 충전형 선불카드인 ‘신한 밈(Meme) 카드’를 서비스 중이다. 결제시 0.1∼5% 포인트 적립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존 모바일뱅킹 앱 ‘쏠(SOL)’에 관련 서비스를 담아 성인이 되도 자연스럽게 같은 앱을 그대로 사용하도록 의도했다. 하나은행의 Z세대 금융플랫폼인 ‘아이부자’ 서비스는 자녀의 용돈을 부모와 함께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부모와 자녀가 각자 휴대전화에 전용 앱을 설치하고 앱을 통해 주고받는 용돈을 기반으로 모으기, 쓰기(소비), 불리기(투자), 나누기(기부) 등을 할 수 있다.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도 최근 충전식 청소년 전용 카드 ‘토스 유스카드’를 출시했다. 기존 금융권 청소년 전용 카드가 대부분 14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것과 비교해 이용 연령을 만 7세로 대폭 낮췄다. 다만 14세 미만은 보호자 동의를 받아야 한다.
  •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한 부산 청년, 국민MC로 날다...허참 별세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한 부산 청년, 국민MC로 날다...허참 별세

    허참을 만난 것은 2016년 11월 말 그의 남양주 농장에서였다. 농장을 자신만의 휴식, 휴양 공간으로 활용하다가 외부 손님을 받는 전원형 레스토랑으로 리뉴얼해 ‘참스팜스’라는 간판으로 새로 문 연 직후였다. 마당 한켠에서는 아직도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당시 자기 분야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사들의 삶을 긴 호흡으로 조명하는 기획 시리즈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를 담당하고 있던 나는 MC계 거목인 그를 연예담당 기자를 통해 어렵사리 섭외할 수 있었다. 그는 농장 건물 내부를 1층부터 2층까지 안내하고 자신이 아끼는 뒷마당 텃밭도 구경시켜 주었다. 밭에서 채소들을 직접 길러 먹고 손님들에게도 내놓는다고 했다. 2층에는 MC, 가수, 배우로서 다양한 인생 궤적이 담긴 사진과 포스터 등이 전시돼 있었다. 수많은 전시물 중에서도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25년간 진행했던 KBS ‘가족오락관’의 네온사인이라고 했다. 인터뷰 내내 쉴새 없이 풀어내는 인생 이야기는 3시간 가까운 시간 동안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잠시 쉬어갈 때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자신의 건강지식을 풀어놓았다. 당시 그는 종편채널에서 ‘엄지의 제왕’이라는 건강정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특정 제품 홍보가 될 수 있어서 방송에서는 말하기 어렵지만, 김 기자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것”이라며 몇가지 ‘건강비책’을 일러주기도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질 때에는 “언제 가족들과 한번 놀러 오세요. 우리 농장에는 없는 게 없어요. 꼭 오세요 꼭.”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그가 1일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73세. 그가 5년 전 풀어 놓았던 자신의 인생역정을 약간의 가필을 거쳐 다시 싣는다. 기사의 지면 게재일은 2016년 12월 8일이었다. ========================= [한길 큰길 그가 말하다] <31>MC계의 ‘팔방미인’ 허참 허참(67)은 얼마 전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자기 농장을 일반에 오픈했다. 음식을 먹고 노래를 듣는 전원형 레스토랑으로 꾸미고 ‘참스팜스’라는 간판을 세웠다. 2층은 일종의 기록실로 만들었다. 자신의 예능 40여년 역사가 담긴 사진, 포스터, 앨범들을 한데 모았다. 자신이 직접 그린 회화 작품들도 걸었다. 그래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서울 여의도 KBS 녹화홀에서 25년 동안 실제로 썼던 ‘가족오락관’ 네온사인이다. “창고에 처박아 두면 그냥 썩는다고, 방송국에서 선물로 주더군요. 그걸 여기 가져와서 전원을 연결하니까 불이 들어오는데, 눈물이 납디다. 그 오랜 시간 등 뒤에서 나를 지켜보느라 고생했다. 이제는 내가 널 지켜봐 줄게, 이렇게 다짐했어요.”●1973년 여동생 결혼 밑천 3만원 들고 ‘무작정 상경’ -기차가 덜컹거리며 부산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속으로 웃음이 났다. 아무 대책 없는 ‘무작정 상경’의 주인공이 내가 되다니. 군에서 막 제대한 1973년의 어느 날이었다. 지갑 속엔 3만원이 들어 있었다. “오빠가 나중에 돈 벌면 몇 배로 갚아줄게.” 결혼 밑천 삼는다고 고이 모아 온 여동생의 돈이었다. -서울살이는 예상보다 훨씬 더 힘들었다. 애초부터 내집 같은 것은 없었으니 군대나 고향 친구들 집을 번갈아가며 하루하루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정동 MBC 근처에서 구멍가게를 하는 친구 집에 얹혀살게 됐는데, 자전거로 채소나 생선 같은 것들을 배달해 주며 공짜 숙식의 대가를 치렀다. 그러고 있다 보면 코미디언이 됐든, MC가 됐든, DJ가 됐든 뭐라도 하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기회는 뜻하지 않게 찾아왔다. 그해 겨울 군대 친구와 함께 종로에 나갔다가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를 지나치게 됐다. 문앞에 탄산음료 ‘오란씨’ 시음 행사를 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공짜 음료수 한 잔 얻어먹을 요량으로 안에 들어갔다. (입구에 유난히 코가 큰 사람이 서 있었는데, 쉘부르의 주인이자 당시 MBC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에’의 PD 겸 DJ로 활동하던 이종환 선생이었다) 무대에서는 이태원, 전언수씨로 구성된 통기타 듀오 ‘쉐그린’이 공연을 하고 있었다. 노래를 마친 그들이 객석 손님들에게 경품을 나눠주는 행운권 추첨을 시작했다. 내가 당첨됐다. -“무대로 잠깐 올라오세요.” 나는 어떻게 말하고 행동해야 사람들을 웃길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내 말 몇 마디에 공연장은 폭소와 박수로 가득 찼다. 정신없이 웃던 이태원씨가 물었다.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 “아, 그게…기억이 안 나네요.” “허 참, 자기 이름도 몰라요?” “앗, 제 이름을 어떻게 아셨나요? 저는 허참입니다.” 공연이 끝나고 이종환 선생이 나를 불렀다. “여기에서 일해 볼 생각 없나?” -월급은 없었다. 먹여주고 재워준다니 그걸로 감지덕지였다. 청소나 허드렛일을 하면서 틈틈이 손님들 신청곡 받아 노래를 틀어주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러다 잠깐씩 무대에 올라 짤막하게 MC를 볼 일이 생겼는데, 차츰 “쉘부르에 명물이 하나 들어왔다”고 입소문이 났다. 날 보러 오는 손님들이 하나둘 늘면서 몇 달 후에는 어니언스, 쉐그린, 김정호, 김세화, 권태수 같은 포크 스타들의 공연을 진행하는 정식 MC로 승격이 됐다. 스탠딩 코미디와 노래를 섞은 ‘허참쇼’라는 코너도 만들어졌다.-MBC의 라디오 PD 겸 DJ였던 박원웅 선생이 어느 날 나를 불렀다. “우리 회사에서 ‘청춘은 즐거워’라는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DJ 한번 해 볼 생각 없나.” 정신이 아득해졌다. ‘자전거에 동태 궤짝이나 채소 꾸러미를 싣고 지날 때 그토록 높게만 보였던 MBC 사옥. 그곳에 내가 입성한다.’ 나는 그때까지도 쉘부르의 객석에서 소파 몇 개 붙여놓고 슬리핑백에서 잠을 자는 신세였다. 노래 ‘편지’의 성공으로 형편이 나아진 어니언스 임창제가 물려준 슬리핑백이었다. 방송 DJ를 시작하면서 동대문 근처에 방을 얻은 나는 임창제의 슬리핑백을 의기양양하게 다른 친구에게 물려주고 쉘부르 시대를 마감했다. ●남다른 입담… 통기타 라이브 클럽 ‘쉘부르’에서 운명의 MC 제안 -우리 집안의 뿌리는 황해도다. 나도 1949년 거기에서 태어났는데, 이듬해 6·25 전쟁이 나자 아버지는 가족을 데리고 월남을 했다. 어쩌다가 땅끝인 부산까지 와서 부민동에 터를 잡고, 부산지방 법원에 주사로 취직을 했다. 공무원 아버지를 둔 덕에 생활은 적당히 풍족했다. 초등학교 때 어머니가 소고기 반찬을 싸 주면 나보다 못사는 아이가 배급받아온 옥수수빵과 바꿔 먹기도 했다. -그 당시 법원 주사 정도면 마음 먹기에 따라 엄청난 재산을 모을 수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런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정한 청탁으로 위에서 압력이 들어오자 신분증 집어던지고 며칠 동안 출근을 안해서 같은 부서 동료들이 와서 겨우 모시고 갔던 기억도 있다. 주변에서는 “그렇게 대쪽처럼 살면 뭐하냐. 실속 좀 차리지”라고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었다.-나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1956년 부민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학교 대표로 미술대회에 나가 여러 번 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직접 그려 팔아 용돈을 벌기도 했다. 미술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재능이었다면 남다른 끼와 말솜씨는 어머니에게서 받은 것이었다. 소풍 가서 사회를 보는 일은 늘 내 차지였다. 그래선지 말이나 행동에 남다른 스타 의식이 강했다. 이를테면 아침에 교문에서부터 영화배우처럼 겉멋을 부리며 걸었다. 저 멀리 3층 교실 창문에서 나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여자애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과장되게 폼 잡으며 사진 찍히는 것도 좋아했다. 그때 사진을 지금 보면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주위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만들었던 것은 나의 성우 흉내였다. ‘삼국지’, ‘수호지’,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라디오 드라마를 듣고 외워 성대모사를 하면 식구들, 친구들이 자지러지게 웃었다. 국어 시간에 ‘유세차 모년 모월 모일에 미망인 모씨는~’으로 시작하는 고전 ‘조침문’을 ‘전설 따라 삼천리’의 성우 유기현씨 목소리로 읽어주면 교실은 난리가 났다. -웅변도 좋아해서 영도섬 등대 앞에 가서 소리 높여 목이 쉴 정도로 연습했던 기억들이 생생하다. 한번은 중학교 때 ‘북괴 공산주의’를 타도하자는 주제의 웅변대회에 나가 목청 높여 “이 어린 연사 소리높여 외칩니다”를 말하고 마무리 국면으로 들어가는데, 어떤 아저씨들이 학교 바깥에서 철조망에 개를 매달아 놓고 사정없이 몽둥이질을 하는 게 눈에 들어왔다. 그 때 개의 비명소리에 깜짝 놀라 정신 팔고 멍하니 서 있다가 고배를 마신 적도 있다.-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다. 할머니가 등대 쪽에서 꼼장어 장사를 하셨는데 매일 같이 달려가서 꼼장어 먹고, 딱딱한 알사탕 입에 넣고 책가방 던져 놓고 물놀이를 했다. 앙장구(성게), 해삼, 멍게 이런 게 지천으로 널려 있었다. -중학교 입학 이후 가세가 기울었다. 초등학교 때는 아무렇지 않게 싸가지고 다녔던 소고기 구경을 중학교 때부터는 거의 할 수가 없었다. “크면 반드시 정육점을 할 거야. 그래서 소고기를 실컷 먹으리라.” 공부도 못했고 가세도 기울어서 대학 진학을 일찌감치 포기하고 영남상고에 들어갔는데, 막상 졸업을 할 때가 되니 아버지는 “네가 장남인데 대학을 가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셨다. 재수를 시작했는데, 길게 하지는 못했다. 안 한 것이든 못한 것이든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지금도 크다. -1972년 군 복무 중 ‘10월 유신’이 선포됐다. 박정희 정부는 전군에 ‘문화선전대 경연 행사’를 열어 유신의 필요성을 병사들에게 홍보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시 사단 웅변대회 선수로 뽑힌 나를 대대장이 불렀다. “이상용, 너는 오늘부터 웅변 대신에 유신헌법을 홍보하기 위한 문선대 경연 준비를 해라.” -유신헌법이 뭔지 내가 알 리 없었다. 나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우리 몸에는 우리 옷을 입어야 하는데, 유신헌법이야말로 우리 몸에 맞는 옷이다’란 내용을 주제로 코미디를 구성해 연기했고, 그걸로 사단에서 1등을 했다. 그때부터 MC 겸 코미디 담당으로 예하부대를 돌며 유신 홍보 공연을 다녔다. MC와 코미디언으로서 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를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얼마 후에는 사단 내 방송 DJ도 맡게 됐는데, ‘쌀’을 ‘살’로 발음하고 ‘의사’를 ‘어사’라고 말하는 억센 부산 사투리가 문제가 됐다. 문선대 공연에서야 사투리가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수단이었지만, 방송에선 아니었다. 교정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매일 책과 신문을 소리 내어 읽었다. 이 또한 나중에 사회에 나와 큰 도움이 됐다. ●‘수그려라’가 제 좌우명… 저를 방송인으로 남게 한 건 8할이 ‘노력’ -박원웅 선생의 스카우트로 MBC 라디오 데뷔를 한 이후 몇몇 프로그램이 나를 더 따라왔다. 사람들은 나의 부드러운 목소리와 리듬감 있는 말투를 좋아했다. 하지만 얼마 안 돼 위기가 찾아왔다.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가요계를 평정할 때였으니 1976년쯤인 듯한데, MBC 라디오의 간부 한 분이 나를 호출했다. “라디오 진행자를 모두 전문 아나운서로 교체하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다. 미안하다.” 교통정보 프로그램 ‘푸른 신호등’에서 하차하라는 말이었다. 방 한 칸 신혼살림에 아내는 첫아이를 임신한 상태. 세간이라곤 쌀통 하나뿐이고, 찬장도 없어 사과상자로 대신하고 있던 우리 부부였다. “저, 좀 더 잘하겠습니다. 이거 그만두면 생계가 막막해집니다.” 소용 없었다. 다시 실업자가 됐다. 폭음을 하고 들어가 아내의 품에서 한참을 울었다.-방송하는 사람은 방송국에서 안 불러 주면 끝이다. ‘푸른 신호등’에서 졸지에 잘린 뒤 나는 장사를 하기로 했다. MBC 근처에 신발가게를 차렸다. 동대문 시장에서 패션구두 같은 것을 떼어다 아내와 같이 팔았다. 조용필이나 이은하 같은 당대의 스타들이 찾아와 도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6개월도 안 돼 망했다. 장사는 말주변만 갖고 하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었다. 묘하게도 신발가게를 폐업하자 연달아 방송 요청이 들어왔다. 잠깐 동안의 실업자 생활과 신발가게 실패를 통해 나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세상에 간단한 것은 없다. 무엇이든 필사적으로 해야 한다.’ -라디오로 주가가 오르면서 TBC ‘7대 가수쇼’ MC로 TV 데뷔를 했다. 운현궁 공개홀에서 남진, 나훈아, 이미자 등 당대의 스타들과 인사를 했다. ‘내가 여기까지 왔나.’ 가슴이 벅차올랐다. 당시 고려진씨와 짝을 이뤘는데 최초의 남녀 공동 MC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150명 정도의 여성 MC들과 호흡을 맞춰왔다. 얼마 후에는 MBC ‘토요일 밤에’와 함께 주말 저녁을 양분하고 있던 TBC ‘쇼쇼쇼’의 MC로 위키리(이한필)의 뒤를 이어 발탁됐다. 쇼쇼쇼에서 나와 최고의 콤비를 이뤘던 정소녀씨를 만났다. ‘허참’ 하면 ‘정소녀’, ‘정소녀’ 하면 ‘허참’이었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나와 같이 MC를 보던 정혜경씨는 내 이름에 이어 자기 이름을 말하는 순서에서 돌연 ‘정소녀’라고 엉뚱한 소리를 하는 보기 드문 방송사고를 내기도 했다. -한창 때에는 새벽부터 심야까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방송을 했다. 아침에 ‘푸른 신호등’ 2시간 진행하고, 잠깐 쉬었다가 ‘싱글벙글쇼’ 2시간, 좀 있다가 ‘허참의 가요앙콜’ 2시간. 이런 식이었다. 방송을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극심한 스트레스다. 수십년을 해도 마찬가지다. 거기에서 오는 긴장과 피로, 고독감을 술로 달래면서 건강이 많이 나빠졌다. 무교동 식당들에서 배달시킨 짬뽕, 짜장면에 소주를 마셔가면서 방송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청취자들은 내 옆에 배달음식 빈 그릇과 소주병이 수북이 쌓여있는지를 전혀 몰랐을 것이다. 방송이 끝나면 심신이 헛헛해져 또다시 무교동 낙지골목 등을 훑고 다녔다. 그렇게 일에 술에 파김치가 돼서 집에 갔다가 새벽에 나오는 생활이 이어졌는데, 방송국에서 쓰러져 응급차로 실려간 적도 있었다. -나를 대표하는 ‘가족오락관’은 1984년 4월 3일 벚꽃이 한창일 때 처음 전파를 탔다. 내 나이 서른다섯이었다. 공교롭게 마지막 1237회 녹화일이 2009년 4월 2일이었다. 하루도 어긋나지 않는 만 25년. 나의 청춘과 중장년이 그대로 녹아 있는 사반세기와 좀 더 따뜻하게 이별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은 참 아쉽다. 새로운 포맷의 참신한 가족오락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해서 갑자기 관두게 됐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KBS는 가족오락관 후속으로 ‘가정오락관’이란 프로그램을 편성했지만, 몇 번 내보내고는 시청자 반응이 안 좋다며 폐지해 버렸다. 지금은 온 가족이 모여 볼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수그려라’가 나의 좌우명이다. 남을 존중하고 경청하려고 애쓴다. 남들 앞에 과하게 나서지 않으려 한다. 나는 항상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많다는 걸 염두에 두고 무대에 오른다. 후배들한테 말한다. 분위기 뜨고 흥겹다고 해서 객석에 마이크 들이대며 반말하는 것도 해서는 안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방송인으로서 나의 능력이 선천적인 것인지, 후천적인 것인지. ‘끼’는 타고났을지 몰라도 나머지를 채운 것은 나의 부단한 노력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젊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위해 시중에 있는 거의 모든 유머집을 구입해 외우고 또 외웠다. 소설이건 수필이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중요한 부분을 메모해 암기했다. 교수, 의사, 성악가, 요리사, 언론인 등 자기 분야의 고수들과의 만남을 소중히 여겼다. 그들과의 얘기는 모두가 살아 있는 공부였고, 나는 그 속에서 끊임없이 단련될 수 있었다. ■허참은 누구 본명은 이상용. 1949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 MC’ 중 한 명이다. TBC 동양방송, KBS 한국방송, MBC 문화방송에서 수많은 TV 및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중에서도 26년 동안 진행한 KBS ‘가족오락관’은 그의 이름과 동일시된다. 코미디언, 가수,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영남상고, 동아대, 중앙대 국제경영대학원 수료 ▲TV 프로그램 TBC ‘7대 가수쇼’ ‘쇼쇼쇼’ ‘전국 TOP10 가요쇼’, KBS ‘가족오락관’ ‘도전! 주부가요스타’ ‘왕건오락관’ ‘지구촌 노래자랑’, MBC ‘젊음은 가득히’ ‘지붕뚫고 하이킥’, 대전MBC ‘허참의 토크&조이’, SBS ‘빙글빙글 퀴즈’ ‘잉꼬부부 재치부부’, MBN ‘엄지의 제왕’ ▲라디오 프로그램 MBC ‘싱글벙글쇼’ ‘푸른 신호등’ ‘청춘은 즐거워’, SBS ‘허참의 즐거운 저녁길’ ▲음반 ‘왜 몰라주나’(1976년) ‘추억의 여자·소낙비’(2007년) ▲제29회 한국방송대상(2002년) 제12회 대한민국연예예술상(2005년) KBS 연예대상(2006년)
  • 설 명절 앞두고 스미싱·보이스피싱이 기승…코로나로 고향방문 자제 속 노인 상대 전화사기 주의보

    설 명절 앞두고 스미싱·보이스피싱이 기승…코로나로 고향방문 자제 속 노인 상대 전화사기 주의보

    설 명절 연휴를 앞두고 택배 배송이나 정부 지원금을 사칭한 스미싱·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려 주의가 요구된다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은 설 명절 택배 배송, 정부 지원금 등을 사칭한 스미싱·보이스피싱 주의보를 발령했다. 특히,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에 국내 신규 확진자가 1만6000명선을 넘어서면서 설 연휴에 연세가 많으신 부모님의 건강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속에 노인을 대상으로 한 송금 보이스피싱도 주의해야한다. 광명시에 사는 A(49)씨는 “고향 부모님께서 올 설에도 코로나가 극성이니 내려오지 말라고 전화를 주셨다”면서 “찾아뵙지 못해서 용돈을 부쳐드릴 생각인데, 보이스피싱 피해가 우려돼, 아버지께 통장 계좌번호를 묻는 문자가 오더라도 열어보지 마시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미싱 신고·차단 사례 20만2276건 중 설 명절 등 택배를 많이 주고받는 시기를 악용한 택배 사칭 스미싱이 17만5753건으로 87%를 차지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설 명절을 전후하여 상품권, 숙박권, 명절선물 등 판매빙자 사이버사기와 택배가장 스미싱이 기승을 부릴 우려가 높다며 도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였다. 최근 코로나19가 지속되는 가운데 비대면 온라인 거래가 증가하면서 사이버사기와 스미싱도 코로나19 발생이전인 ’19년 대비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사이버 사기는 2만 6197건으로 2019년 2만 4310건에 비해 7% 늘어났고, 스미싱 범죄는 2021년 338건 발생해서 2019년 43건에 비해 686%나 폭증했다. 실제로 경기 광명경찰서에서는 추석 연휴를 전후하여 네이버카페 중고나라에서 상품권, 명품가방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리고 이를 보고 연락한 18명으로부터 65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피의자 1명을 ‘21년 12월 구속했다. 경기남부경찰은 “명절을 전후하여 선물택배를 가장한 스미싱이 빈발하는 점을 감안하여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 메시지의 링크를 클릭하지 말고, 휴대폰소액결제를 사전 차단하여 피해를 예방하는 한편, 출처를 알 수 없는 앱 설치 차단기능을 통해 휴대폰에 악성코드가 설치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택배송장번호가 미확인 되었다며 반송처리하니 주소를 확인’하라는 문자가 전송되고 있는데 URL 링크를 클릭하면 악성코드가 휴대폰에 설치되어 소액결재 피해를 보거나 금융정보 유출로 또 다른 범죄피해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 [씨줄날줄] 95세 진행자 송해/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95세 진행자 송해/박록삼 논설위원

    나이 지긋한 이들은 그의 시작 즈음에 대해 엇갈린 파편의 기억을 갖고 있다. 누군가는 그를 가수였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그를 코미디언이었다고 말한다. 그보다 살짝 젊은 축들은 “영화배우 아니었나?”라고 기억을 되짚는다. 1955년 창공악극단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으니 가수가 출발인 것도 맞고, 1960년대 구봉서, 서영춘, 배삼룡 등 역사 속 희극인들과 함께 KBS ‘고전유머극장’ 등에서 시청자들 배꼽을 잡게 만들었으니 코미디언 또한 맞다. 1970년대까지 ‘요절복통007’, ‘단벌신사’ 등 숱한 영화에 출연했으니 영화배우의 기억도 그럴싸하다. 하지만 현재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딱 하나다. ‘전국노래자랑’ 진행자, 자칭 ‘일요일의 남자’ 송해(95)다. 누구든 일요일 느지막이 일어나 라면 끓여 먹으며 보기 딱 좋은 이 프로그램을 1988년 이후 지금껏 진행하고 있다. 전국 각 지역을 돌며 대중 속으로 들어가 함께 노래 부르고, 때로는 지역 특산물을 입에 욱여넣어 가며, 꼬마 출연자에겐 지갑 열어 용돈도 쥐여 주곤 했다. 초등학생 꼬마부터 70대 할머니까지 그를 ‘송해 오빠’라고 부른다. ‘국민MC’에 대한 예우이자 친근함의 표시일 테다. 지금이야 코로나19 시국이니 전국 순회 무대가 잠정 중단된 채 녹화분을 진행하는 것으로 축소되긴 했다. 그는 최근 두 가지 소식으로 잇따라 걱정과 기쁨을 던져 줬다. 병원 입원으로 ‘전국노래자랑’ 녹화에 불참했다는 소식, 그리고 ‘세계 최고령 TV 음악 탤런트쇼 진행자’로 기네스 기록에 도전한다는 소식이었다. 무려 34년 동안 한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은 세계 최고 기록이 되기 충분하다. 1982년부터 2015년까지 미 NBC와 CBS를 옮겨 가며 토크쇼 ‘레이트쇼’를 진행했던 코미디언이자 방송인 데이비드 레터맨(75) 정도와 겨뤄 날짜 등을 잘 따져 볼 일이다. 황해도 재령 출신 실향민으로 한국전쟁에 통신병으로 참전한 송해는 격동의 현대사를 고스란히 자신의 삶에 새겨넣은 이다. 가끔씩 고향 땅을 그리워하며 눈물짓기도 했다. 남북 간 평화와 자유로운 교류 협력은 당위의 통일교육이 아닌 ‘인간 송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니 그의 장수(長壽)를 빌 따름이다.
  • 치킨값인가… 억대 연봉에 10만원이 웬 말? 한화의 독특한 계약

    치킨값인가… 억대 연봉에 10만원이 웬 말? 한화의 독특한 계약

    하주석 2억 90만원, 정은원 1억 9080만원, 노수광 1억 2040만원, 윤대경 9730만원…. ‘회장님’이 밤에 치킨 사먹으라고 혹시 용돈이라도 준 것일까. 한화 이글스가 10만원 단위까지 연봉을 주는 독특한 계약으로 화제다. 한화는 26일 이번 시즌 선수단 연봉 계약 완료 소식을 전했다. 아직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의 입국 일정이 불확실하지만 선수단 전원 계약을 완료하면서 부담 없이 스프링캠프에 돌입하게 됐다. 이날 한화가 발표한 연봉표에는 독특한 숫자가 나타났다. 바로 10만원 단위 연봉이다. 10진법의 세계에서 통상적으로 연봉은 크게 1000만원 단위로 결정되고 연봉이 적은 경우에나 100만원 단위에서 끊긴다는 점을 생각하면 독특한 액수다. 자유계약선수(FA) 및 외국인을 제외하고 최고 연봉자인 하주석은 프로야구 사상 최초로 2억 90만원이라는 희귀한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됐다. 이는 한화가 지난해 시즌 도중 독특한 성과 시스템을 도입해서 그렇다. 한화는 한시적으로 특정 기간에 일부 기록을 가지고 일종의 ‘수행평가’를 진행했다. 투수와 타자에게 특별 미션을 부여하고 이것을 달성한 선수가 ‘금일봉’ 같아 보이는 10만원 단위 연봉을 챙겨가도록 한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시즌을 치르면서 팀 기량 향상을 위해 다양하게 시도했던 것 중의 하나”라며 “선수들에게 해당 내용을 공지하고 아주 한시적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깎인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금액처럼 보이지만 달성에 실패했다고 뱉어내야 하는 건 없고 얼마를 받느냐가 관건이었다.쉽게 말해 FA의 인센티브 계약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FA 계약 시 몇 안타를 치면 얼마, 몇 이닝을 던지면 얼마를 더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붙는 것처럼 한화 선수단은 특정한 기간에 구단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였고 이것을 달성한 선수는 10만원 단위의 보너스 연봉을 받게 됐다. FA가 아닌 만큼 인센티브처럼 비공개 사항이 아니라 연봉에 투명하게 산정했다는 것이 한화 측의 설명이다. 구단이 선수들마다 얼마를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선수단 연봉을 보면 해당 인센티브가 눈에 보인다. 해당 금액을 받은 선수와 아닌 선수도 구별할 수 있다. 지난해 한화의 토종 에이스였던 김민우의 연봉이 1억 9000만원이 아니고 굳이 1억 9100만원이 된 것도 이런 사연을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금액이다. 다만 이는 아주 짧은 기간에 한시적으로 진행됐고 올해 재도입될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황이다. 덜컥 제도화했다가는 선수들이 무리하다 다치거나 오히려 경기를 망칠 수 있고 혹여 과거 프로야구에 존재했던 ‘메리트’(승리수당)처럼 오해를 살 소지가 있어서다. 한화가 10만원 단위까지 투명하게 공개한 것도 이런 오해를 막기 위해서다. 다른 평범한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선수들 역시 연봉은 가장 큰 동기부여 요인이다. 삼성 라이온즈가 기본형·도전형·목표형으로 나눈 연봉 제도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한 것처럼 최하위에서 벗어나야 하는 한화도 자신들만의 독특한 연봉 체계로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 ‘코끼리 연금’ 20여년째 방치… 초당적 개혁기구로 옮겨 수술해야

    ‘코끼리 연금’ 20여년째 방치… 초당적 개혁기구로 옮겨 수술해야

    서울신문 논설위원실은 3월 대통령 선거까지 ‘새 정부, 이것만은 하자’ 시리즈를 집중 연재한다. 20대 대통령과 행정부, 그리고 입법부가 해야 할 과제를 9개로 정리해 부문별 담당 논설위원이 현상과 진단, 대안을 제시한다. 첫 회는 연금개혁.연금개혁을 흔히 ‘코끼리 옮기기’에 비유한다. 너무 육중해 한 발짝도 들어 올리기 힘든 코끼리처럼 지난(至難)해서다. 자칫 잘못하면 코끼리 발에 밟히기 십상이다. ‘고갈’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데도 국민연금이 20년 넘게 사실상 방치 상태인 것은 이 때문이다. 연금개혁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때 180석을 손에 쥐었기에, 비판의 강도가 더 세고 따갑다. 유력 대통령 후보들이 탈모의 건강보험 적용 같은 공약을 쏟아내면서도 연금에 이르러선 입을 다문다.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적립금을 다 까먹어 정부 지원에 기대고 있다. 두 연금 때문에 지난해 불어난 나랏빚만 100조원이다. 후발주자인 국민연금은 아직 기금이 남아 있지만 2057년에는 바닥을 드러낼 것이라는 게 정부 추계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고갈 시기를 정부보다 2년 더 빠른 2055년으로 경고했다. 723만명으로 추산되는 2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들은 대부분 차기 대통령 임기 안에 은퇴를 마무리한다. 연금 가입자에서 수급자로 대거 바뀐다는 얘기다. 연금 고갈 시기가 점점 더 앞당겨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금개혁이 시급한 또 하나의 이유는 ‘세대 간 형평성’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70년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은 62세가 넘는다. 반면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같은 시점 2000만명이나 감소한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먹여살려야 하는 노인 인구가 대략 1.2명이다. 미래 청년세대의 부담이 급증하는 것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중시하는 ‘공정’ 가치에 어긋난다. 연금개혁 여건이 성숙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예전에는 국민·공무원·군인·사학 등 ‘연금 간 형평성’ 갈등만 문제였지만 지금은 세대 간 형평성까지 겹쳐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수술 방향은 크게 두 갈래다. ‘더 내고 더 받을 것’이냐, 아니면 ‘더 내고 지금처럼 받을 것’이냐.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개인 부담 4.5%)다. 1998년 이후 24년째 동결된 상태다. 여러 차례 인상 시도가 있었지만 ‘마의 10%’ 벽을 넘지 못했다. 영국(25.8%), 독일(18.7%), 일본(18.3%), 미국(13.0%) 등 외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다. 따라서 ‘내는 돈’(보험료)을 올려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거의 없다. 문제는 ‘받는 돈’(연금)도 올릴 것이냐이다. 지금은 은퇴 전 소득의 40% 수준이다. 이미 ‘용돈 연금’이라 보험료를 올리면 소득대체율도 올려야 한다는 주장과, 받는 돈도 올리면 보험료 인상 효과가 상쇄돼 올리나 마나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부딪친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 국민연금 개혁 방안을 ‘사지선다형’으로 던져 놓고 아무 선택도 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명 한국연금학회장은 6일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더 내고 덜 받는 것’이지만 국민 저항이 너무 커 당장은 무리”라면서 “더 내고 지금처럼 받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윤 회장은 “심정적으로야 ‘더 내고 더 받기’가 좋지만 과거 20년 동안 보험료를 한 푼도 올리지 않으면서 (내는 돈과 받는 돈의) 불균형이 너무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더 내고 더 받기’로는 기금 고갈을 막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받는 돈은 그대로인데(혹은 줄어드는데) 내는 돈만 올리자고 했을 때 국민들이 과연 받아들일 것이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연금개혁 공약을 내지 않는 이유다. 후보들 가운데 유일하게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통합’하는 공약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여야를 떠나 초당파적 연금개혁기구를 만들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연금개혁은 반드시 보험료율 인상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어떤 후보든 (얘기를) 꺼내는 순간 욕을 먹게 돼 있다”면서 “진영을 떠나 공동으로 연금 공약을 만들면 누가 집권해도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선된 뒤 착수하면 너무 늦다는 오 위원장은 “대선 주자들이 하루라도 빨리 탈정치, 초당파 연금개혁추진위원회 구성을 선언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면 뜨거운 감자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통합 문제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4대 연금의 정확한 실태도 공개돼야 한다. 재정 상태가 얼마나 심각하고 연금 간 불균형이 어느 정도인지 국민들이 제대로 알아야 합의 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2020년 작성한 공무원연금 재정계산보고서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제도발전위원회 회의록도 비공개다. 일본이 재정보고서는 물론 위원들의 발언 내용까지 실명으로 정부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과 대조된다. 윤 회장은 “많은 유럽 국가가 경제성장률, 인구 변화, 실업률 등에 따라 연금이 자동으로 달라지는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저출산·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만큼 이런 제도를 과감히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소득 심사를 완화하거나 수급 개시 연령을 높여 연금받는 사람의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도 전문가들 사이에 높다. 그러자면 필연적으로 ‘정년 연장’ 문제도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 한다.
  • “게임기 살 돈, 어려운 분들 도와주세요”…1년간 모은 돈 기부한 어린 형제

    “게임기 살 돈, 어려운 분들 도와주세요”…1년간 모은 돈 기부한 어린 형제

    한 초등학생 형제가 게임기를 사려고 1년간 한푼 두푼 모은 돈을 “더 좋은 일에 써달라”며 몰래 경찰 지구대에 놓고 간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주변을 흐뭇하게 하고 있다. 4일 충남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충남 공주 금학지구대에 어린이 2명이 종이가방 손잡이를 한쪽씩 들고 찾아와 현관 앞에 두고는 콩콩 뛰어 돌아갔다. 그날은 대설주의보가 발효될 정도로 이 지역 곳곳에 흰 눈이 펑펑 내리던 날이었다. 당시 근무 중이었던 윤여선 순경이 아이들이 뭔가를 두고 가는 것을 발견하고선 밖으로 나와 종이가방 안을 살펴봤더니 빨강·파랑·분홍색 복돼지 저금통 3개가 들어 있었다.이미 아이들은 시야에서 사라진 뒤였다. 돼지저금통 옆에는 ‘게임기를 사려고 모은 돈인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써 달라’는 내용의 손편지 2장도 있었다. 아이들은 편지에 “조금밖에 안 돼요. 그래도 어려운 사람 도와주세요. 경찰 아저씨 감기 조심하세요”라고도 썼다.편지에 아이들 이름은 적혀 있지 않았다. 저금통들에 들어 있던 돈은 총 100만 8430원. 말 그대로 10원 동전까지 한푼 두푼 모은 돈이었다. 보통의 성인에게도 적지 않은 돈을 두 어린이가 1년간 아끼고 아껴 모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게임기를 사려고 용돈을 한 푼 두 푼 모았을 텐데, 세밑에 선뜻 두고 간 마음 씀씀이가 천사처럼 너무 곱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공주경찰서는 이 현금에 금학지구대 직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을 보태 충남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또 초등학생 형제로 확인된 이 어린이들에게 표창도 할 계획이다.
  • [202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사랑해/조은비

    [2022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사랑해/조은비

    “윤세희, 사랑해.” 정윤수의 고백과 동시에 선풍기 날개가 팽팽 돌아갔다. 나는 고민하는 척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아이들이 칫솔을 입에 물고 교실과 복도를 오가며 나와 정윤수를 곁눈질했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고개를 푹 숙였더니, 정윤수가 내민 하트 모양의 선물 상자가 눈에 들어왔다. 일주일 전쯤부터 소문이 돌았다. 정윤수가 우리 반 누구를 좋아한다고, 곧 고백할 거라고 말이다. 설마 그게 나일 줄은 몰랐다. 나는 정윤수와의 몇 안 되는 기억을 끄집어냈다. 저번에 내가 우산을 씌워 줘서? 아니면 지우개를 빌려줘서? 하지만 그건 친구로서 다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교실은 조용한 듯 소란스러웠다. 모두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나는 조심히 고개를 들어 정윤수를 바라보았다. 정윤수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너무 빨라.” 내 말에 정윤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은근슬쩍 주위를 맴돌던 다정이도 날 바라보았다. “응. 뭐라고?” “빠르다고.” 정윤수는 아까보다 더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설명이 좀 필요한 것 같았다. “난 널 사랑하지 않아.” “언제 사랑할 수 있는데?” 정윤수가 물었다. 휴대폰에서 ‘띵’ 하는 소리가 났다. 나는 슬쩍 화면을 확인했다. 즐겨찾기 해 둔 웹 소설의 최신 화가 등록됐다는 알림이 와 있었다. 마음속에서 북이 울리기 시작했다.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닌가 보다. 정윤수의 고백보다 업데이트에 내 심장이 반응하는 걸 보면. “당연히 어른은 돼야지.” 내가 소설을 열며 말했다. 업데이트되길 주말 내내 기다렸다. 이번 화는 특히 그랬다. “더 빨리는 안 돼?” “안 돼.” 내가 돌아서며 대답했다. “그래도 넌 이제부터 내가 계속 신경 쓰일걸?” 정윤수가 소리쳤다. 교실에 남아 있던 아이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으윽. 온몸에 닭살이 돋을 것 같다. 나는 몸을 부르르 떨며 도망치듯 교실을 빠져나왔다. 걸음을 재게 놀려 서쪽 계단으로 갔다. 서쪽 계단은 사람이 거의 오지 않아서 조용히 소설을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자리를 잡고 첫 문장을 눈으로 훑었다. 사랑해.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나는 입을 틀어막은 채 화면을 밀어 넘겼다. 두 주인공이 드디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 이제 북은 마음속에서 튀어나와 귓가에서 울렸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도 흥분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댓글 페이지를 열었다. 독자들이 나와 같은 마음으로 댓글을 달아 둔 게 보였다. 내일이 빨리 와서, 다음 화를 또 보고 싶었다. 그런데 코인이 없었다. 지난주에 용돈을 받자마자 충전해 뒀는데, 벌써 다 쓴 모양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한 달에 딱 한 번만 코인을 충전하기로 엄마랑 약속했기 때문이다. 만약 약속을 어기면 다음달 용돈은 없다. “정윤수는 착하잖아. 받아 주지 그래?” 다정이가 내 옆에 앉으며 말했다. “됐고. 너 코인 남아 있으면 나 ‘선물하기’로 주면 안 돼?” “벌써 다 썼어?” “응.” “뭐. 난 요즘 보는 것도 없고. 알았어. 줄게.” 다정이가 말했다. 나는 다정이를 꼭 껴안았다. “진짜 정윤수 관심 없어?” 다정이가 떠보듯 물었다. “전혀. 그리고 절대 안 돼.” “안 될 건 뭐야.” 다정이가 입술을 비쭉대며 말했다. “사랑이 어떻게 쉬워?” “그럼 어려워?” 다정이가 되물었다. 맞다. 사랑은 어렵다. 사랑은 어려워야 한다. 그게 진정한 사랑이다. 웹 소설만 봐도 그렇다. 쉽게 연결되는 사랑은 없다. 모두 진흙탕을 구르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멀리 돌고 돌아 마침내 사랑을 나눈다. 그러니, 정윤수는 안 되는 거다. 내가 좋다고만 말하면 되니까. 다정이가 대답을 바라는 듯 날 보았다. 내 사랑의 철학을 설명하려는 순간, 다정이의 휴대폰이 울렸다. “어. 자기야. 나 지금 서쪽 계단.” 다정이가 전화를 받아 말했다. “뭐? 자기야?” 내가 되물었다. 목소리가 컸는지 다정이가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나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다정이를 바라보았다. “당연하지. 나도 사랑해. 금방 갈게. 세희야, 미안. 교실에서 보자.” 다정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엊그제쯤에 좋아하던 애한테 고백한다더니, 그새 ‘자기야’라고 부를 만큼 가까워졌나 보다. 나는 다정이에게 어서 가라고 손을 흔들었다. 여기서 괜히 사랑의 철학 어쩌고 했다간, 다정이는 내게 소설 좀 그만 보라고 했을 거다. 사랑은 이야기 속이 아니라, 세상에 있다면서 말이다. 나는 웹 소설 앱을 다시 켰다. 새로 올라온 작품을 탐색하는 사이에 그만 수업 종이 울렸다. 난간에 올라타 계단을 미끄러지듯 내려왔다. 교실에 오니까, 아직 선생님은 오지 않았다. 대신, 내 책상 위에 쪽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 나는 쪽지를 서랍 밑으로 가져가 펼쳤다. 사랑해. 혹시 정윤수가 보낸 건가? 나는 고개를 슬쩍 들었다. 정윤수는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때, 뒷자리에 앉은 반장이 내 등을 톡톡 두드렸다. “야, 그거 대각선으로 넘겨.” 반장이 말했다. 나는 쪽지를 다시 접었다. 가만 보니, 겉면에 대각선에 앉아 있는 아이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기억이 났다. 한 달 전에 있었던 고백 사건 말이다. 소문에 의하면 반장은 방과 후에 교실을 통으로 빌려서 고백했다고 했다. 하트 풍선으로 칠판을 장식하고, 바닥에 장미꽃잎을 뿌려서 말이다. 아주 고전적인 수법이다. 나는 쪽지를 다시 접어 대각선에 앉아 있는 아이의 책상으로 던졌다. 그 애는 쪽지를 확인하더니, 수줍게 미소 지었다. 좋을 때다. 나는 턱을 괴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 학기가 시작된 지도 벌써 3개월이 흘렀다. 그사이에 공식적인 커플만 3커플이 탄생했다. 모르긴 몰라도 조용히 사귀는 애들까지 포함하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사랑이란 뭘까?’ 요즘 애들은 사랑을 너무 남발한다. 사랑은, ‘사랑해’란 말은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그중에서 진정한 사랑을 하는 아이들은 몇이나 될까? 나는 곁눈질로 정윤수를 쳐다보았다. 정윤수는 여전히 세상모르고 자고 있었다. 저렇게 대놓고 엎드려 있는데, 선생님이 못 보는 게 용할 지경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쟤는 뭘 안다고 나한테 사랑한다고 한 걸까?’ 정윤수는 아까부터 운동장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모래를 주물럭댔다.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기도 하고, 한 주먹 가득 움켜쥐기도 했다. “이쪽으로 패스해!” 다정이가 소리쳤다. “어, 어, 알았어.” 내가 어버버 하는 사이, 상대 팀에게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시선이 자꾸만 정윤수 쪽으로 갔다. 모래바람이 날리고, 아이들의 거친 숨소리가 가득한 운동장에서 정윤수는 혼자 평온하게 모래를 가지고 놀았다. 그때, 공이 정윤수가 만든 모래언덕으로 굴러갔다. 순식간에 모래언덕이 무너졌다. 정윤수가 꼭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입술을 빼쭉 내밀었다. 그 입술이 꼭 오리 주둥이 같아서 하마터면 귀엽다고 말할 뻔했다. 나는 정윤수에게 다가갔다. 바닥에 그림자가 지자, 정윤수가 날 올려다보았다. “너는 왜 축구 안 해?” 내가 물었다. 정윤수는 내 얼굴을 보고는 손에 쥔 모래를 흘려보내고, 벌떡 일어섰다. 얼굴이 새빨개졌다. 원래부터 빨갰는지는 몰라도. “난 땀나는 거 안 좋아해. 아, 그렇다고 네가 땀 흘리는 게 싫단 뜻은 아니야.” 정윤수가 말했다. 이렇게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애는 처음이다. 그리고 그 마음을 꾸밈없이 내보이는 애도. 그러니까 교실 한복판에서 고백했겠지. “오해 안 해.” “그럼 이거 쓸래?” 정윤수가 손수건을 내밀었다. “넌 이런 것도 가지고 다녀?” “뭐 그냥.” 나는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손수건에는 토끼 모양의 자수가 새겨져 있었다. 얼굴이 달아오른 정윤수를 닮았다. 귀엽다. 아니지. 아니야. 나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윤세희! 공!” 다정이가 소리쳤다. 그래 맞다. 나는 공을 가지러 온 것뿐이다. 정윤수가 공을 주워 건넸다. 나는 공을 받아들고 운동장 한가운데로 던져 보냈다. 공이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쿵. 공이 바닥에 닿은 순간, 내 심장도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심장 소리가 내 귓가에 선명히 들려왔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나는 다른 아이들이 눈치챌까 봐 재빨리 필드로 뛰어 들어갔다. “신경 쓰이는구나?” 다정이가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 와중에도 내 눈은 정윤수를 좇았다. 정윤수는 새롭게 모래언덕을 쌓기 시작했다. 다시 처음부터 차근차근. 어쩌면 남자친구로 나쁘지 않을지도…. 아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나는 경기에 마저 집중했다. 집으로 돌아와 습관처럼 웹 소설 앱을 열었다. 나는 로맨스 장르에 빠삭하다. 유명한 작품은 물론이고, 무명작가의 작품도 웬만해선 다 읽었다. 나만 알고 있던 작품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많아지면 왠지 뿌듯했다. 지금 찾아낸 작품도 내가 첫 화부터 빠짐없이 댓글을 달았다. 나는 작품에 대한 칭찬을 가득 담아 댓글을 썼다. 오늘은 한 문장을 더 추가했다. 작가님, 초등학생도 이런 멋진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본 웹 소설의 주인공은 모두 어른이다. 아니면 최소한 고등학생 정도는 되거나. 사랑에는 나이가 없다는 노래도 있는데, 왜 초등학생의 사랑 이야기는 잘 없는 걸까. TV에서도 연예인들이 초등학생 때의 연애담을 풀어놓으면 다들 그건 사랑이 아니라고 한다. 소꿉놀이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어른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소꿉놀이는 유치원 졸업과 동시에 끝났다는 걸. 나는 ‘작성’ 버튼 앞에서 머뭇댔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을 지우고 댓글을 올렸다. 그사이, 최신 화가 업데이트되었다. 나는 다정이가 선물해 준 코인으로 결제해 소설을 읽었다. 사랑이 이뤄지니까, 재미가 전보다는 없었다. 나는 최신 화를 마저 읽은 뒤, 1화로 돌아왔다. 소설을 처음부터 다시 읽으며 설렘을 느끼고 싶었다. 1화에서는 주인공의 생김새에 대한 설명이 나왔다. 말간 얼굴에 눈 옆에 난 점, 가만히 있어도 위로 올라가 있는 입꼬리. 이상했다. 꼭 정윤수를 묘사하는 것 같다. 나는 페이지를 닫고 표지를 살폈다. 일러스트 속 주인공은 내가 알던 그 주인공이 맞다. 그런데 자꾸… 정윤수가 겹쳐진다. 멋진 옷을 차려입은 정윤수가 그림 속에서 나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아예 화면을 끄고 침대에 풀썩 드러누웠다. 하얀 천장에서도 정윤수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눈을 감았다. 어둠 속에서도 정윤수의 얼굴이 나타났다. 나는 눈을 비비기도 하고, 이불을 뒤집어쓰기도 했다. 소용없었다. 정윤수는 언제 어디서든 불쑥 내 눈앞에 나타났다. 밥을 먹다가도, 축구를 하다가도, 학원에 가다가도 불쑥. 최신 화는 날마다 업데이트되었다. 예전 같으면 빨리 들어가서 보고, 댓글도 남겼을 텐데. 작가님도 똑같고, 주인공들도 그대로인데. 소설이 재미없어졌다. 정윤수가 좋아졌다. 소설을 읽는 것보다 정윤수를 생각하고 정윤수를 바라보는 게 더 좋다. 아이들이 사랑한다고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사랑의 씨앗이 뿌려지고, 씨앗이 새싹이 되고, 새싹에서 잎사귀가 나고, 꽃이 피기 시작하면 그땐 너무 늦었다. 속에만 품고 있기에는. 정윤수를 볼 때마다 마음이 울렁거렸다. 정윤수가 내게 ‘사랑해’라고 말했던 그 순간의 마음을 나도 알 것 같았다. 나는 서쪽 계단으로 정윤수를 불러냈다. “나도 널 좀 사랑하는 것 같아. 아니, 사랑해.” 말을 내뱉고 나니까, 숨이 차올랐다. 그만큼 속이 시원했다. 사랑은, ‘사랑해’란 말은 아껴둘 필요가 없었다. 쓰면 쓸수록 닳는 게 아니니까. 정윤수는 대답이 없었다. 그럴 만도 했다. 내가 자기랑 같은 마음이라는데. 놀라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미안. 나 여자친구 있어.” “뭐?” “나도 고백받았어. 해수가 날 좋아한대.” 정윤수가 말했다. 정윤수의 휴대폰이 울렸다. 슬쩍 보니, 그 ‘해수’란 애에게서 전화가 왔다. 정윤수는 전화를 받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모양이었다. 나는 정윤수를 붙잡고 구구절절 말하고 싶었다. 해수는 널 좋아한다고 했지만 난 널 사랑한다고.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게 얼마나 큰일인지 너는 모른다고. 그러니까, 그러니까…. “가, 가볼게.” 정윤수가 게걸음으로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그러고는 복도를 달려갔다. 나는 층계참에 주저앉아 머릿속을 정리했다. 방금 나는 정윤수에게 고백했다. 일주일 사이에 부침개 뒤집듯이 말을 바꾸는 애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뭔가에 홀린 게 틀림없었다. 그러지 않고서는 내가 저런 애를 사랑했을 리가, 아니 사랑한다고 믿었을 리가 없다. “사랑해.” 내가 그토록 소중히 여겼던 말이다. 막상 입 밖으로 내뱉고 나니까, 별거 아닌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한번 더 ‘사랑해’라고 말했다. 다시, 또다시. ‘사랑해’를 반복해서 말하면 내가 한 고백이 덮어질 것처럼. 사랑이 어떻게 이토록 별거 아니게 끝날 수 있을까. 시린 바람 한 줄기가 내 몸을 통과했다. “뭐야? 괜찮아?” 다정이가 다가왔다. 서럽다. 서러워서, 눈물이 와락 쏟아졌다. 다정이가 나를 꼭 껴안아 주었다. 나는 엉엉 소리 내 울었다. “고백할 거 있어.” 다정이가 말했다. 그러고는 한참 뜸을 들였다. 나는 코를 훌쩍이며 다정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나 헤어졌어.” “뭐라고?” 내가 다정이를 밀치며 물었다. 다정이가 멋쩍게 웃으며 나를 다시 안았다. “사실 나는 그 애를 좋아했다기보단, 그 애를 좋아하는 내 마음을 좋아한 것 같아. 그 설레고 간질간질한 마음 말이야.” 다정이가 말했다. 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여전히 사랑은 모르겠지만, 다정이가 한 말만큼은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해.” 내가 말했다. 하고 많은 사랑 중에, 절대 변하지 않는 사랑을 나도 찾을 수 있을까? 소설에서처럼 운명적인 사랑을 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사랑해.” 다정이가 내 등을 토닥토닥해 주었다. 다정이의 다정한 말 한마디가 꼭 이렇게 다짐하는 것만 같다. ‘나는 변하지 않을 거야’라고.
  • [포토] 지폐와 동전 여섯 닢…초등생들의 나눔 실천 기부

    [포토] 지폐와 동전 여섯 닢…초등생들의 나눔 실천 기부

    경제원리를 익히려 벼룩시장 체험활동에 참여한 초등학생이 수익금을 연말 이웃돕기 성금으로 전달했다. 31일 광주 동구에 따르면 계림초등학교 1학년 1반 학생들이 나눔장터를 운영하며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기부했다. 계림초 1학년 1반 학생 26명은 교육 과정에 포함된 나눔장터 수업에 참여하면서 서로 물건을 사고팔며 모은 6만2천원을 기탁했다. 나눔장터는 개당 100원 동전 하나의 값어치를 지닌 하트 형상의 모형 화폐로 물건값을 치르며 시장경제 원리를 익히는 체험 학습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모은 용돈으로 모형 화폐를 교환했고, 나눔장터가 끝나자 수익금을 한데 모아 이웃돕기 성금을 마련했다. 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꼬깃꼬깃 주름진 소액 지폐 다발과 동전 여섯 닢에서 십시일반 마음을 보탠 정성이 묻어났다. 기부에 참여한 한 학생은 “작은 용돈이나마 이렇게 모아서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니 힘이 솟는다. 앞으로도 용돈을 아껴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계속해서 기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 조 단위의 ‘이월액·불용액’ 해결 필요… 교육청의 선심성 예산 살포도 막아야

    조 단위의 ‘이월액·불용액’ 해결 필요… 교육청의 선심성 예산 살포도 막아야

    연초 긴축 예산을 세웠던 경기 A초등학교는 2학기에 예산 5%를 추가로 받아 시설 개선에 사용했다. 여기에 교육청에서 예산 680만원을 더 받아 교사 7명이 방과 후에 학생을 가르치며 용돈을 벌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예산을 줄일 것이냐, 늘릴 것이냐에 대한 논의보다 변동성이 심한 예산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전국교육감협의회의 ‘지방교육재정 수요 전망과 재원 확충 및 효율적 운용 방안 연구’ 보고서를 보면 교육교부금 이월액 대부분(86.1~97.1%)은 시설비에서 발생했다. 학교 신설, 증·개축 등 시설 개선 사업이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지고 변수가 많아 예정대로 추진되지 못해서다. 불용액(사용하지 못한 비용)은 세출을 잘못 예측 편성해 집행하거나, 세출에 반영했지만 사정이 변경돼 일부만 집행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올해는 추가경정예산 6조 1000억원이 뒤늦게 집행돼 불용액을 줄이려다 보니 문제가 더욱 도드라졌다. 전국교육감협의회장인 최교진 세종교육감은 “건물 개보수를 방학 중에 할 수밖에 없으니 공사가 1~2월에 집중된다. 12월에 종료하는 일반 회계와 다른 점이 많아 이월·불용 처리에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기획재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축소를 단순히 학생수 감소에 연동해 볼 것이 아니라 교육사업 전체를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교육계는 주장한다. 이런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불용액과 이월액이 조 단위에 이르는 상황을 해결하고, 교육청이 선심성 예산을 쓰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특히 “내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예산 살포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보고서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운용을 독려하고, 재정분석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세입이 증가할 때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했다가 세입 감소나 심각한 지역경제 침체 등으로 어려울 때 사용하는, 일종의 저축 제도다. 2019년 6개 교육청에서 적립하기 시작해 지난해엔 13개 교육청에서 2조 3056억원을 운용 중이다. 교육예산 운용 주체를 명확히 하고 교육교부금 활용 폭을 넓혀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17년 발생한 누리과정 사태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합과정을 운영하면서 교육세 재원을 어린이집 유아 보육료로 지출해 전국 교육청과 중앙정부 간의 갈등이 심화됐다. 또 한 해에 1조원 이상이 필요한 고교무상교육을 비롯해 2025년까지 모두 18조 5000억원이 소요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처럼 단위가 큰 사업을 별도 회계로 하지 않은 채 교육교부금을 삭감하면 매년 큰 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남수경(강원대 교수) 교육재정중점연구소장은 “교육교부금을 지방재정 측면에서 보고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방자치단체 평생교육 등에도 활용해 쓰임새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인사] 경기 여주시

    ◇ 지도관 전보▲ 농업기술센터소장 안치중 ◇ 5급 승진·전보▲ 평생교육과장 장지순 ▲ 자원순환과장 이용철 ▲ 도시계획과장 박거수 ▲ 수도사업소장 엄기용 ▲ 환경과장 직무대리 이종수 ▲ 건강증진과장 직무대리 전근재 ▲ 축산과장 직무대리 김현택 ▲ 기술보급과장 직무대리 정건수 ▲ 홍천면장 직무대리 한민우 ▲ 시민소통담당관 김연희 ▲ 세정과장 김창현 ▲ 세원관리과장 이상면 ▲ 도시개발과장 손계운 ▲ 건설과장 이용돈 ▲ 허가건축과장 정이화 ▲ 산림공원과장 박대우 ▲ 농업정책과장 허인무 ▲ 하수사업소장 이종언 ▲ 세종대왕면장 장홍기
  • 교육교부금 논란, 조 단위 이월·불용액 줄여야 해결

    교육교부금 논란, 조 단위 이월·불용액 줄여야 해결

    “연초에 긴축 예산 계획을 세웠는데 갑자기 2학기에 줄였던 예산 5%가 추가로 나왔다. 여기에 교육청에서 선심성 예산 680만원이 더 내려왔다. 방과 후 학생들을 가르치면 1시간당 4만원씩 준다고 하더라. 반납하지 말고 12월까지 다 쓰라 해서 교사 7명이 학생을 가르치며 용돈을 벌었다. 예산을 줄이거나 막 쓰도록 하지 말고 계획해서 효율적으로 잘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경기 G초) 기획재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교육교부금) 사용을 문제 삼아 본격적인 감축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교육현장이 들끓고 있다. 올해 추경예산이 6조 1000억원 늘면서 전국 시도교육청이 코로나19 대응 교육회복지원 명목으로 현금을 지급한 사실도 알려져 비판이 잇따른다. 굵직한 교육사업들이 이어질 상황에서 교육교부금을 줄여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다 사용하지 못해 남는 불용액, 다음 연도 회계로 넘기는 이월액이 조 단위에 이르는 상황과 교육청이 선심성 예산을 쓰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교육교부금을 늘일지 줄일지를 논하기보다 제대로 쓰는 데에 방향을 우선 맞춰야 한다는 뜻이다. 김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29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왜 그리고 어떻게 고쳐야 하나?’ 보고서에서 “인구 팽창기에 도입된 교육교부금 산정방식은 인구구조의 변화와 재정 여건을 고려하면 합리적인 재원 배분 방식이라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KDI는 교육교부금 규모가 2020년 54조 4000억원에서 2060년에는 164조 5000억원으로 3배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 기간 학령인구는 546만명에서 302만명으로 44.7%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학령인구 1인당 교부금액은 같은 기간 1000만원에서 5440만원으로 급증한다는 논리다. 현재 기재부에서도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육교부금 축소를 주장한다. 이런 태도에 대해 교육계는 ‘모순’이라고 비판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금융위기 여파로 교육교부금이 줄어들었던 2009년, 경기악화로 교육교부금이 줄어들면서 어린이집 누리과정비까지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며 논란이 됐던 2015년, 코로나19로 교육교부금이 대폭 줄었던 2020년에는 교육교부금이 인상됐어야 했다. 이를 두고 매해 내국세수의 20.79%에서 자동으로 배정하는 교육교부금 시스템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교부금은 국세와 연동해 받기 때문에 자체수입 비중이 매우 낮다. 중앙정부, 지자체 의존 비중이 90% 수준이고 징세권이 없어 스스로 세수를 만들어 내는 일도 불가능해 변동도 심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처럼 본예산이 아닌 추경에서 6조 1000억원이 갑작스레 추가되면 불용액, 이월액을 남기지 않으려는 시도와 교육청의 선심성 정책이 맞출리며 각종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 신현욱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본부장은 “기본적으로 최근 10여년 이상 지방교육 분야에서 신규 재정투자소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교육에 대비해 교육여건 개선, 환경·시설 정비를 비롯해 장기적인 교육사업들을 위해 교육예산을 늘려나가야 한다”면서도 “다만 내년 교육감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 예산 살포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선임 연구원은 현재 행·재정이 분리된 일반 지자체와 교육지자체가 협력해 교육 재정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의 유사·중복성을 줄일 수 있도록 교육지자체 세부 사업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교부금 배분 기준에 성과 평가를 넣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런 부분에 대해 전국 시도교육청도 어느 정도 공감한다. 최교진(세종교육감) 전국교육감협의회장은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하면서 남은 무상급식 예산 등을 학생에게 돌려주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따라 일부 시도교육청이 학부모 여론 조사를 거쳐 현금을 주기도 했다. 불용액, 이월액을 우려한 것인데, 이런 식의 지출에 대한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 협의회장은 그러면서도 “다만 학교는 건물 개보수를 방학 중에 할 수밖에 없다. 2학기는 1~2월에 공사가 몰려 있는데, 일반 회계와 다른 점이 많아 이월·불용 처리에 오해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서울신문이 입수한 전국교육감협의회의 ‘지방육재정 수요 전망과 재원 확충 및 효율적 운용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10~2020 회계연도의 예산 대비 이월액은 3~6% 수준이다. 2015년 증가해 6% 내외로 유지되다가 2019년 이후 감소 추세로, 지난해에는 3.32%를 기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월액 대부분(86.1~97.1%)은 시설비에서 발생했다. 학교신설, 증개축 등 시설 개선 사업이 다년간 이어지고 변수가 많아 예정대로 추진하지 못해서다. 특히 시도교육청이 시설사업비를 본예산에 편성하지 않거나 일부만 편성했다가 추경시 재원 규모에 시설사업비를 추가 편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불용액은 세출예산에 편성된 금액보다 집행액이 적은 경우의 차액을 가리킨다. 세출을 잘못 예측편성해 집행하거나, 세출에 반영했지만 사정이 변경돼 일부만 집행하는 경우에 발생한다. 특히 올해는 추경예산 6조 1000억원이 뒤늦게 집행돼 불용액을 줄이려 각종 문제가 발생했다. 이와 관련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운용을 독려하고, 효율성을 꾀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지자체의 연도 간 재정조정제도로, 세입이 증가할 때 일부를 기금으로 적립했다가 세입 감소나 심각한 지역경제 침체 등 어려울 때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저축 제도다. 긴급한 교육청의 재정수요가 발생했을 때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을 제공해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이어갈 수 있다. 2019년 6곳의 교육청에서 적립하기 시작해 지난해 13곳의 교육청이 2조 3056억원을 운용 중이다. 보고서는 잉여금과 초과세입금 등의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적립을 의무화하고, 재정분석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용도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재원처럼 쓰이는 보통교부금은 교육청의 재정 운용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배분한다. 그러나 이 항목을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산정하면 교육청이 선심성으로 예산을 쓸 수 있다. 이 항목을 적정하게 조율하는 것도 대안으로 제시됐다. 국가가 교육청에 떠넘기는 예산에 대해서도 책무를 정확히 규정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예컨대 2017년 발생한 누리과정 사태가 이런 사례다. 어린이집과 유치원 통합과정을 운영하면서 교육세 재원이 어린이집 유아 보육료로 지출되면서 전국 교육청과 중앙정부 간 갈등이 심화했다. 한 해에 1조원 이상이 필요한 고교무상교육을 비롯해 2025년까지 모두 18조 5000억원이 소요되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같은 단위가 큰 사업은 별도 회계를 신설하자는 논의도 활발하게 나온다. 그렇지 않고 기재부 논리대로 교육교부금을 삭감한다면, 결과적으로 매년 큰 혼란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남수경 교육재정중점연구소장(강원대 교수)은 “양질의 교육을 위해 모든 교육단계에서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단순히 학생 수에 맞추는 게 아니라 지방재정의 측면에서 보고 학교를 중심으로 한 평생교육 등에도 활용해 지방과의 연계하도록 쓰임새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압류 딱지 넘어 홀로 아이 셋 키운 모정…“상담 주저하지 마세요”

    압류 딱지 넘어 홀로 아이 셋 키운 모정…“상담 주저하지 마세요”

    [2022 희망을 찾아 빚을 넘은 사람들 : 2회] 빚더미에 깔려 생긴 마음의 병1500만원 대출 겨우 갚았더니아들 다치며 또 병원비 필요해“힘든 상황이라면 상담받길”8801만원. 우리나라 가구당 평균 부채액(2021년 3월기준)이다. 자신이나 가족의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해서,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지독한 가난 탓에, 어떻게든 사업을 이어가보려 돈을 꿨다가 제때 갚지 못해 ‘채무 불이행자’ 딱지가 붙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지난해부터 확산한 코로나19로 빚에 허덕이는 이들은 더 많아졌다. 빚에 무너진 삶을 다시 세우는 건 버겁긴 해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서울신문은 새해를 맞아 빚의 굴레를 끊고 새 삶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모두 서민금융 제도의 도움과 강한 의지 덕에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서울신문은 희망을 찾아 빚을 넘은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다양하게 담아내고자 서민금융진흥원과 한국웹툰협회의 도움을 받아 웹툰으로도 이야기를 그렸다. 이번 회 주인공은 본인의 요청으로 익명 처리했다. “‘엄마, 우리 감옥 가요?’라고 묻는 큰아들의 전화에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갔더니 애들 셋이 떨고 있더라고요. 지금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홀로 아이 셋을 키운 정지수(60·가명)씨는 이혼과 경제적 어려움이 겹쳤던 지난 2007년을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집에 압류 딱지가 붙은 날만은 선명하게 기억에 새겨진 상태였다. 당시 첫째 아들은 초등학생에 불과했다. 압류 딱지가 붙었지만 집계된 전 재산은 11만원. 정씨는 “돈이 되는 물건이 없어서 그런지 물건을 가지고 가지도 않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커 갈수록 식비, 교육비 등 필요한 돈은 많아졌다. 지인들에게 빌린 돈으로 어렵게 몸을 누일 곳을 구했지만 임대사업자의 부도로 보증금 800만원을 날렸다. 시중은행 대출을 받고도 추가로 3곳에서 카드론을 받아야 했다. 정씨가 감당해야 했던 대출금리는 연 14%대가 넘었다. 그렇게 2002년부터 불어난 빚이 1500만원이었다.아르바이트는 물론 공공근로까지 돈을 벌 수 있다면 안 해 본 일이 없었다. 하지만 죽어라 일해도 수중에 들어오는 돈은 100만원 남짓이었다. 매달 수입도 일정치 않아 갚아야 할 돈은 늘어났다. 그렇게 3년이 지나고 빚 독촉이 시작됐다. 좀처럼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고, 우울감이 온몸을 뒤덮었다. 정씨는 “창밖을 보고 있으면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정씨가 녹록지 않은 상황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지켜본 지인은 파산을 권유했지만, 정씨는 “내 자식 먹이느라 빌린 돈만은 직접 갚아야 아이들이 잘될 것 같다”며 꿋꿋이 빚을 갚아 나갔다. 더 나은 일을 찾기 위해 틈틈이 딴 자격증만 15개인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압류 집행관은 정씨의 사정을 듣고 신용회복위원회 상담을 권했다. 정씨는 신용회복위를 통해 매달 15만원씩 빚을 갚아 나갔다. 8년 동안 연체 한 번 없이 1500만원 빚을 모두 청산했다.하지만 시련은 또 한꺼번에 정씨를 덮쳤다. 2018년 막내아들이 넘어져 꼬리뼈를 다치면서 급하게 병원비를 구해야 했다. 아들의 사고에 마음을 쓰던 정씨도 뒤이어 화장실에서 쓰러지면서 치아를 다쳤다. 정씨는 쓰러지는 순간까지 몸 상태보다 나가야 할 돈이 더 걱정됐다. 아들이 아프고 정씨마저 몸이 성치 않아 3개월간 일을 할 수 없었다. 용돈 한번 제대로 챙기지 못했던 정씨의 어머니도 같은 해에 세상을 떴다. 다시 우울감이 드리워 올 즈음 정씨는 서민금융진흥원 미소금융을 통해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신문 광고를 통해 알게 됐고, 생계자금 1200만원을 대출받았다. 8년 동안 신용회복위 도움을 받으면서 빚을 모두 청산했던 경험은 정씨에게 힘이 됐다. 매달 22만원씩 갚아나가는 대출금은 과거 받았던 카드론에 비하면 부담이 적었다. 그는 월급을 받으면 가장 먼저 대출금을 떼어놓는 습관이 생겼다. 상환해야 할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서 벗어난 정씨에게는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안정이 찾아왔다.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매주 이웃을 위한 봉사를 하기 시작했다. 정씨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듯 미소금융 저리대출이 저에겐 빛과 같은 존재였다”며 “힘든 상황에 처하신 분들이 있다면 주저 말고 상담을 받아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웹툰을 감상하시려면 이곳으로(웹툰 감상)
  • 1년 6개월 징역형 살고 치료감호소까지 3년째…발달장애인 차별 아닌가요

    1년 6개월 징역형 살고 치료감호소까지 3년째…발달장애인 차별 아닌가요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준영(24·가명)씨는 준강도 혐의로 2019년 4월 구속돼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씨는 형기를 넘겨 3년 가까이 공주 치료감호소(국립법무병원)에 수감돼 있다. 언제 나갈지 기약조차 없다. 가족이 치료감호 종료 신청을 해도 법무부는 “계속 치료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치료감호소에 제대로 된 치료프로그램이 없고 환경도 열악해 오히려 아들이 병들어 가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씨는 지난 3월 “발달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치료감호는 장애인 차별”이라며 법원의 구제조치와 국가에 손해배상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서울고법에서 이씨가 낸 임시조치 신청과 관련해 “법무부는 치료감호 종료 심사에서 발달장애인을 실질적으로 배제하지 않도록 하라”는 조정 권고를 했다. 법무부도 권고를 받아들였지만 다음달로 예정된 심사에서 종료 허가가 날지는 미지수다. 지난 22일 이씨와 가족의 소송을 돕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의 최정규 변호사(원곡법률사무소)를 만났다. ●하루 종일 누워서 멍하니 시간만 때워 “교도소로 다시 가면 좋겠어요. 여기가 교도소보다 못해요.” 최 변호사가 지난 7월 공주 치료감호소로 면회를 갔을 때 이씨가 했던 말이다. 그는 의정부교도소와 안양교도소, 서울구치소를 거쳐 지난해 4월 치료감호소에 수용됐다. 오전 6시에 기상해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종일 누워 있는다고 했다. 어떤 치료를 받고 있느냐고 묻자 “하루 두 번 약을 먹는 것 말고는 없다”고 답했다. 무슨 약인지는 알지 못했다. 이씨의 어머니는 지난 16일 기자회견에서 “치료감호소에 가서 아이가 10㎏이 빠졌다”며 “면담을 하면 아이가 제발 나가게 해 달라고 미쳐 버릴 것 같다고 애원하는데 참혹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치료감호제도는 범죄를 저지른 심신장애인이나 약물중독자, 정신장애인 중 재범 위험성과 치료 필요성이 인정되는 사람을 치료감호시설에 수용해 보호와 치료를 하는 제도다. 최장 15년까지 수용이 가능해 인권침해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나가면 붕어빵이나 호떡 장사 하고 싶네요” 공주 치료감호소에 수감된 이씨가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 이씨는 “나가면 택시기사가 되거나 붕어빵이나 호떡 장사를 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 장사도 하고 싶고 (가족에게) 용돈도 주고 싶고 그러네”라며 “심심할 땐 뭐 해야 할까”라고 적었다. 이씨와 함께 국가배상소송 당사자로 참여한 지적장애인 황정우(43·가명)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무려 11년 4개월간 갇혀 있었다. 황씨를 지원해 온 장애인복지관 담당자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를 찾아가면서 이 문제가 세간에 알려졌다. 최 변호사는 황씨의 면회를 갔던 날을 떠올렸다. “면회에 입회했던 교도관도 안타까움을 표했어요. 모범적으로 생활해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매번 심사에서 떨어진다고요.” 황씨는 지난해 12월 변호인단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지 2주 만에 치료감호 가종료가 결정됐다. 최 변호사는 “황씨가 치료감호소에서 먹었던 약은 알고 보니 미약한 수준의 신경안정제였다”며 “사실상 치료 필요성이 없는 사람을 오랜 시간 가둬 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현재 치료감호소는 발달장애인을 치료할 여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실정이다. 자폐성 장애는 영유아기부터 성인기까지 전 생애에 걸쳐 발달영역에서 어려움을 겪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성인 자폐성 장애인도 소아청소년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8월 기준 공주 치료감호소에 근무하는 의사 22명 가운데 일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8명이었고 이들 중 1명만 소아정신과 1년 세부과정을 수료했다. ●주먹구구 운영 진료심의위서 실질적 심사 이씨의 소송 과정에서는 치료감호 종료 심사의 부실한 실태도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임시조치신청 사건 2심에서 상대 측이 제출한 자료를 통해 치료감호심의위원회의 졸속 심사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며 “생각보다 더 엉망진창이었다”고 평했다. 법무부 산하 치료감호심의위원회는 6개월에 한 번씩 심사를 거쳐 수용자의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결정한다.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이며 법조인 6명과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의 3명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치료감호위에 대해 “월평균 253건을 심사하고 전체의 약 7.85%에 대해 퇴소 결정을 내리고 있는데 물리적으로 지나치게 많은 건수를 한꺼번에 심사해 충실한 심사가 이뤄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치료감호위 두 달 전에 열리는 진료심의위원회가 사실상 실질적 심사를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피치료감호자 분류 및 처우관리준칙에 따르면 진료심의위에 회부돼 심의가 가결된 수용자만 담당 공무원의 면담·정신감정 대상이 되고 이를 바탕으로 치료감호위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그 역할의 중대성에 비해 진료심의위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치료감호소 의료부장을 위원장으로 두고 위원장이 운영에 관한 세부사항을 정하도록 돼 있을 뿐 위원 자격에 대한 규정도 없다. 관련법에 규정된 자문위원 제도도 지금껏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진료심의위 소속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위원이 1차 심사기능을 수행한다는 이유로 법이 정한 자문위원을 위촉하지 않은 것이다. 이씨는 세 차례 치료감호위 심사에서 모두 퇴소가 허락되지 않았다. ▲진료심의위를 통과했지만 치료감호위에서 부결됐거나(2021년 1월) ▲주치의 판단에 따라 진료심의위에 회부조차 되지 않았거나(2021년 4월) ▲진료심의위에 회부됐으나 부결됐다(2021년 10월). 1월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내용의 동태보고서로 심사를 받았다. 자료가 부실하니 결과는 뻔했다.●법원, 이씨 손 들어줬지만 아직 갈 길 멀어 서울고법은 지난 7일 이씨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장애인차별중지 임시조치신청 사건에서 “장애인인 이씨가 실질적으로 배제되지 않도록 주치의가 직접 이씨를 면담해 작성한 면담결과보고서와 정신감정서에 기초해 치료감호위가 치료감호 종료 여부를 결정하라”고 조정권고를 결정했다. 1심 재판부가 지난 6월 “치료감호 종료 심사 과정에서 장애인 차별 행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이씨의 패소로 판결한 것과 대비된다. 법무부가 지난 15일 권고를 수용하면서 이씨는 진료심의위 심사 결과와 관계없이 면담과 정신감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 변호사는 “법원이 권고 결정을 통해 이런 심사 구조에서는 발달장애인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이씨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수백 명의 심신장애인이 졸속 심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치료감호소에는 지난 9월 기준으로 877명이 수용돼 있다. 다만 진료심의위와 치료감호심의위의 구성과 운영은 모두 그대로인 상황에서 가종료 결정이 날지는 알 수 없다. 이씨 어머니는 “아들은 오늘도 허공만 바라보며 바깥세상으로 나갈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뜬눈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내 아들을 내가 돌보고 치료받게 하면서 새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씨와 황씨가 함께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내년 3월 두 번째 변론기일이 예정돼 있다. 최 변호사는 이들이 치료감호소에서 머물며 받았던 진료·치료 프로그램 기록과 종료 심사 관련 기록을 추가 요청한 상태다. 최 변호사는 치료감호가 장애인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치료감호는 행정구금이기에 선고도 집행도 더 신중해야 합니다. 앞으로 소송에서 발달장애인에게 어떤 치료를 제공했는지 확인해 시설 밖에서 오히려 더 나아질 수 있는 기회를 앗아 간 건 아닌지 따질 것입니다.”
  • 기댈 어른 있는 사회, 소년범도 줄어듭니다

    기댈 어른 있는 사회, 소년범도 줄어듭니다

    소년범을 떠올리면 대체로 어떤 말이 연상될까. 괴물, 잔혹함, 무서움, 악마 같은 단어만 자동완성된다면 한 번쯤 돌아봐야 한다. 이 부정적 이미지를 당연시할 만큼 우리는 소년범에 대해 알고 있나. 최소한 그들을 만나 대화해 본 적이 있을까. ‘우리가 만난 아이들’은 세 명의 기자가 100명의 소년범을 만난 300일간의 기록이다. 서울신문이 지난해 11월 5회에 걸쳐 기획보도한 ‘소년범-죄의 기록’을 토대로 기사에 싣지 못한 이야기와 취재 후기, 기자 각자의 경험을 녹여 확장했다. 평범한 10대가 어떻게 범죄의 굴레에 갇히는지 다룬 시리즈는 소년범 문제를 다각도로 짚어내며 한국기자협회 제363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았다. 기자들은 “소년범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평범한’ 소년 소녀와 이들은 정말 다른가. “좋은 어른을 만나 본 적 없다”고 말하는 아이들 앞에서,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고 취재로 답을 찾아간다. 공들인 인터뷰와 자료 분석은 소년범에 대한 편견을 깬다. 소년범죄가 흉포화, 조직화된다는 통념은 통계로 반박한다. 범죄에 이른 과정을 따라가면 어떤 아이들에겐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 구조가 보인다. 예컨대 사고 싶은 게임 아이템이 생겼을 때, 보호자에게 용돈을 달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다 인터넷 중고 거래에서 ‘소소한 사기’로 돈을 번 친구의 경험담을 듣게 된다면. 중요한 건 문제가 생길 때 의논할 이가 있는지 여부다. 인터뷰에서 소년들은 고민을 터놓을 어른의 부재에, 소녀들은 엄마와 친구처럼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없다는 데 불안을 갖고 있었다. 보호처분 등의 제도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호하지도, ‘재사회화’하지도 못했다. 소년범의 탄생부터 홀로서기까지 어른들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들을 보듬는 건 성인범으로 가는 고리를 끊고 안전한 사회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소년범에 대한 시선을 바꾸고 아이들의 삶을 살피는 사회 시스템. 이 변화에 보탬이 되기 위해 세 기자는 펜을 든다고 강조한다.
  • ‘6번째 이혼’ 두바이 군주, 위자료 9000억원 낼 판

    ‘6번째 이혼’ 두바이 군주, 위자료 9000억원 낼 판

    두바이 군주가 불륜을 저지른 아내와 이혼을 하며 위자료로 약 9000억원을 지급할 처지에 놓였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런던고등법원은 21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총리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 막툼(위·72)이 여섯 번째 아내인 요르단 하야 빈트 알 후세인(아래·47) 공주에게 5억 5400만 파운드(약 8758억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영국 법원에서 판정한 위자료 중 역대 최대 금액이다. ●英법원 ‘불륜’ 요르단 공주에 최대액 지급 판결 하야 공주는 경호원과의 불륜 관계를 무함마드 총리에게 들킨 뒤 2019년 초 두 자녀와 함께 영국으로 도피해 양육권 소송을 벌여 왔다. 하야 공주와 자녀에게 지급해야 하는 막대한 경호 비용은 무함마드 총리가 하야 공주의 휴대전화 해킹을 지시하는 등 실질적인 위협을 가한 데 따른 것이다. 무함마드 총리는 반체제 인사를 사찰하는 데 사용되는 이스라엘 보안기업의 스파이웨어를 이용해 하야 공주의 휴대전화를 해킹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나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됐다. ●부인 휴대전화 해킹 지시 등 위협 인정돼 재판 과정에서 이들의 초호화 생활이 일부 드러났는데, 영국 더 타임스에 따르면 법원이 책정한 금액에는 런던 시내 저택과 방 12개인 교외 저택 유지비, 경호비, 전용기 비용, 가족 휴가비, 동물 관리비, 가정교사 급여 등이 포함됐다. 하야 공주는 결혼생활 중 연간 생활비로 8300만 파운드와 용돈 900만 파운드 등을 받았다.
  • 英 법원 “두바이 군주, 이혼하는 하야 공주와 자녀들에 8758억원 줘라”

    英 법원 “두바이 군주, 이혼하는 하야 공주와 자녀들에 8758억원 줘라”

    아랍에미리트(UAE) 총리이자 부통령 겸 두바이 군주(에미르)인 셰이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72)이 여섯 번째 부인인 요르단의 하야 공주(47)와 그 자녀들에게 5억 5400만 파운드(약 8758억원)를 지급해야 한다는 이혼 조정 판결이 나왔다. 영국 법원 역대 최고액이다 런던고등(1심)법원은 21일(현지시간) 무함마드 총리에게 석 달 안에 공주와 그 자녀들의 경호 비용 등으로 일시금 2억 5150만 파운드(약 3976억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또 14세 딸과 9세 아들의 경호비 등을 매년 지급하되 2억 9000만 파운드(약 4580억원)를 은행 예금으로 예치해 보증하도록 했다. 지금까지 영국 법원에서 판결로 인정한 최고액 위자료는 러시아 재벌 파크하드 아크메도프가 전 부인에게 주도록 한 4억 5300만 파운드(약 7161억원)였다. 이번 판결에 양육 비용과 생활비보다 경호 비용에 더욱 중점이 주어진 점도 특이하다. 하야 공주는 영국군 병사 출신 경호원과 바람을 피운 사실을 남편이 알아차리자 생명에 위협을 느껴 2019년 초 두 자녀와 함께 독일을 거쳐 영국으로 피신해 양육권 소송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다른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샴사와 라티파 공주를 납치한 무함마드 총리의 성격상 자신의 자녀들도 납치돼 두바이로 끌려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양육권을 다투는 과정에 무함마드 총리가 스파이웨어 ‘페가수스’를 하야 공주의 휴대전화에 심어 해킹하도록 승인하거나 암시했다는 점이 지난 10월 영국 법원 판결로 확인되기도 했다. 페가수스는 이스라엘의 보안기업 NSO그룹이 만들어 해외에 수출한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무함마드 총리는 성명을 통해 “나는 늘 혐의를 부인해왔다”며 “군주로서 사적인 가정사 소송에 연루된 상황에서 외국 법정에서 민감한 사안에 관해 증거를 제공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보통 남의 나라에서 왜 이혼과 양육권 소송을 벌이느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하야 공주는 영국에서 교육을 받아 시민권을 갖고 있고, 국제 결혼을 했으며, 남편이 이복 형제와 함께 통치하는 UAE에서 안전하고 공정하게 재판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영국 법원에서 받아들여진 것이다. 에를 들어 한국 남성과 한국에서 결혼해 가정폭력에 시달린 베트남 여성이 자국 법원에 이혼 소송을 내면 받아들여지는 것이 자연스럽고 정의에도 부합한다. 이번 재판 과정에 중동 왕족의 초호화 생활이 일부 드러났다. 하야 공주의 변호인은 무함마드 총리와 송사를 벌이는 2년 반 동안 법률 비용만 7000만 파운드 넘게 들었다고 주장했다. 일간 더 타임스 보도를 보면 법원이 책정한 금액에는 런던 시내 저택과 방 12개인 교외 저택 유지비, 경호비, 전용기 비용 등을 포함한 가족 휴가비, 말과 동물 관리비 등이 포함돼 있다. 연간 1100만 파운드로 책정된 경호 비용 중에는 방탄 차량들을 2년마다 교체하는 비용도 들어간다. 저택을 10년마다 수리하는 비용이 1300만 파운드, 런던 저택의 부엌 확장과 피자 오븐·커튼 설치 비용이 190만 파운드, 교외 저택의 미술 작업실 개보수와 부엌 교체에 50만 파운드, 저택 관리와 관련한 인건비 51만 파운드 등이 있다. 아이들의 정서 안정을 위한 나귀 두 마리와 말 한 마리의 유지비로 24만 파운드, 다른 애완동물 관리비 4만 2000 파운드, 간호사·유모·가정교사 입주 비용 등 45만 파운드, 교외 저택에 트램펄린 두 개를 설치하는 3만 9000 파운드도 반영됐다. 하야 공주는 자녀들의 가정교사 비용으로 25만 파운드가 든다고 했지만 법원에 의해 일부만 받아들여졌다. 연간 휴가비 510만 파운드에는 9주 동안 해외, 2주 동안 영국 내 휴가 등에 드는 추가 경호비, 전용기와 헬리콥터 비용 등이 들어 있다. 판사는 이들이 두바이에서 누렸던 보기 드문 풍요로운 생활수준을 인정하면서 합리적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이었다고 토로했다. 일간 가디언은 하야 공주가 결혼생활 중에 연간 생활비 8300만 파운드와 용돈 900만 파운드 등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주문제작한 보잉 747기와 헬리콥터, 슈퍼 요트를 이용할 수 있었고 하야 공주와 자녀들 지원 인력만 80명에 달했다. 이들 가족은 어느 해 여름엔 딸기만 200만 파운드어치를 사기도 했다. 하야 공주는 영국에 온 뒤 어린 아들에게 차를 석 대 사준 것에 대해 아들이 워낙 자동차를 선물로 받는 데 익숙하다고 답변했다. 판사는 이번 소송에서 하야 공주가 자신의 몫으로는 경호 비용만 요구했다고 말했다. 두바이에 두고 온 디자이너 의상과 보석 보상도 일부 인정됐다. 한편 하야 공주는 불륜 당사자를 포함한 경호팀 직원 4명이 이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는 바람에 2018년 초부터 모두 670만 파운드를 건넨 것으로 이번 재판 과정에 확인됐다. 하야 공주는 딸의 은행 계좌에서 인출해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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