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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싱글 라이프] 돌이키고 싶은 10년전 선택

    [싱글 라이프] 돌이키고 싶은 10년전 선택

    “그때 내가….” 돌이켜 봐서 후회되는 일 몇가지 없는 사람이 있을까. 현실에 100% 만족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2010년 9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직장인 822명을 대상으로 ‘청소년기에 희망했던 직업과 현재의 직업이 일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6.9%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어릴 때의 꿈을 실현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지를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다. 또 ‘일치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사람의 31.1%가 ‘능력개발이 부족해서’라고 답했고, 27%는 ‘진로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하는 등 과거 자신의 노력이나 선택을 이유로 들었다.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잊고 싶은 기억을 돌이키고, 엇갈린 인연을 이루고 싶지 않을까.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싱글들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또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들어 봤다. “그때 용기 낼 걸”… 접어버린 첫사랑·꿈 ●짝사랑했던 첫사랑의 결혼식서 축가 12일 서울 방배동. 송세혁(가명·30)씨가 눈물을 주르르 흘렸다. 대학 동기 P의 결혼식 피로연에서다. 이날 송씨는 결혼식장에서 축가까지 불렀다. 송씨는 10년 전인 2001년 대학에서 그의 첫사랑을 만났다. 같은 과 동기였던 P는 잘 신어보지 않은 듯 하이힐을 신고 힘겹게 계단을 올랐다. “약간 팔자 모양으로 걷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이면서도 귀엽고 매력적이었다.”고 그는 돌이켰다. 특히 노래방에만 가면 자신에게 “노래를 잘한다.” “목소리가 멋지다.”고 칭찬하던 P였다. 송씨는 혹여 자신을 좋아하는 것은 아닌지 한 음절 한 음절에 목소리에 혼을 담았다. P의 매력을 알아챈 건 송씨뿐만이 아니었다. 나중에 알아보니 몇몇 동기와 선배들도 P를 마음에 두고 있었다. 이때부터 서로 말 못하는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하지만 승자는 예상치 못한 곳에 있었다. 이듬해 아직 고백을 못하고 끙끙대던 송씨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들렸다. 3월 말년휴가를 나온 선배와 P가 사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고백 한 번 못하고 마음 졸이기만 수백번, 수천번. 송씨는 학교 근처 하천에서 강소주를 마셨다. 학교에 다니는 둥 마는 둥 그는 학기를 마치는 대로 입대를 했다. 휴가 때마다 P의 소식을 물었지만, P는 여전히 그 선배와 열애 중이었다. 밤에 둘이 지하 매점에서 키스하다 경비아저씨한테 들켰다는 소문이며, 단둘이 인천 앞바다 섬으로 여행을 갔다가 파도가 세 며칠을 지내고 왔다는 친구들의 ‘디테일’한 진술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소주잔을 비우는 일뿐이었다. 결국, P가 10년 연애 끝에 결혼했다. 자신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송씨에게 축가까지 부탁했다. 낮부터 마신 술에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송씨는 “그때 고백을 했어야 했는데…. 다시 기회가 있을 줄 알았어요.”라고 말하며 애써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행복해 보이니 마음은 놓이네요. 이렇게 말할 자격은 없지만….”이라면서 “저도 이제 제 사랑을 찾아야죠.”라고 말했다. ●“아버지 사업 망해 로커꿈 접어” “슈퍼스타 케이(K)를 보니 다시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솟아요.” 휘경동에 사는 김진수(31)씨는 10년 전 로커의 꿈을 접었다. 김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인 1997년 여름 친구들과 밴드부를 결성하고 자신은 보컬을 맡았다. 얼마 안 되는 용돈을 모으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연습공간도 빌렸다. 축제 때 그의 헤드뱅에 인근 학교 여학생들은 자지러졌고, 인기를 독차지한 그는 친구들로부터 시샘도 받았다. 하지만 성적은 사정 없이 곤두박질쳤다. “이 놈이 공부는 안 하고.” 성적표를 받아보고 화가 난 그의 아버지는 방에서 기타 줄을 튕기고 있던 김씨에게 와 기타 줄을 끊어놓기까지 했다. 그래도 김씨는 굴하지 않았다. 친구들과 몰래 밴드 연습을 하면서 마이크를 내려놓지 않았다. 재수 끝에 2000년 4년제 지방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김씨는 이제는 취미가 아니라 진짜 가수가 되기 위한 밴드활동을 시작했다. 연예매니지먼트사를 찾아다니며 자신의 노래를 홍보하면서 스타의 꿈을 키웠다. 하지만 이듬해, 아버지가 하던 사업이 망하게 돼 빚더미에 앉게 돼 가수의 꿈을 ‘잠시’ 접을 수밖에 없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는 그는 기타 줄을 튕길 수 없었다. 생활비와 학비를 손수 벌어야 했다. 김씨는 “엄한 아버지보다 무서운 게 ‘생활’이더라고요. 가끔 밴드활동을 계속했다면 지금 어땠을까 후회될 때도 있죠.”라고 말하며 애써 의연한 척 억지웃음을 지었다. 일탈을 모르던 ‘범생이’ 탈피하고파 ●“공부만 했더니 친구 안 남아.” “줄기차게 공부만해서 명문대학에 진학하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긴 한데….” 서울 서초동에 사는 오주연(가명·27·여)씨는 가끔씩 초·중·고교 동창생들의 미니홈피에 들어가 본다.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9년이 지나 달라진 친구들의 모습을 보다 추억에 잠겨 혼자 배시시 웃기도 했다. 하지만 금세 요동치는 감정을 억누르기는 어려웠다. 친구들이 함께 찍은 사진을 보며 자신의 빈자리에 질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학창시절, 공부에만 몰두했다. 공부말고는 별다른 취미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친구들에게 소홀했던 것이 후회로 남는다.”고 그는 말했다. 딱히 친구들을 멀리했던 것은 아니지만, 이제와서 보면 초·중·고교 시절에 만나 지금까지 연락하고 지내는 친구들이 거의 남지 않았다. 반에서 1, 2등을 다툴 정도로 공부를 잘했던 오씨다. 부모님도, 선생님도 그를 자랑스러워했고 그는 늘 어른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오씨는 모범생이기도 했다. 친구들이 밤에 야간 자율학습을 빼먹고 공원에 놀러가자고 할 때도 그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우리 어제 진짜 재밌었지. 킥킥킥.”라고 웃으며 이야기를 나눠도 강씨는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에 입학했고 지금도 역시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하지만 친구는 거의 남지 않았다. 그는 “10년 전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공부보다는 친구들하고 깔깔대며 웃고 떠들고 어울려 다닐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이어진 일상, 이젠 깨고 싶어” “부럽네요. 일탈할 수 있는 특권. 마음만 먹으면 하늘을 날 수 있겠다는 용기.” 경기 분당에 사는 권혜영(28·여)씨는 일본작가 이시다 아라가 쓴 포틴(4teen)의 책장을 덮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평범한 14살 중학생들이 매일 모여서 일상을 깨는 것을 보고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면서 자신이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날라리가 되지 않겠다.”고 말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일곱 살부터 시작된 그의 학교생활은 대학졸업 후 그대로 직장생활로 20년 넘게 이어졌다. 장소만 바뀌고, 오전 7시 등교에서 오전 9시 출근으로 시간만 조금 바뀌었을 뿐이다. 그때부터는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루틴”이 시작된다. 직장생활 5년차였던 그는 한참 회사생활이 지겹다고 느끼던 그다. 권씨는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시간표대로 짜인 일상을 살지 않고 오늘은 어떤 기발한 것을 해볼까 하며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소설에서처럼 방학 때 부모님께 거짓말하고 친구들끼리 자전거로 여행을 떠난다든지 아니면 수업을 제치고 온종일 만화책을 읽고 돌아온다든지 어찌 보면 소소하지만, 그때만 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해 보고 싶어요.”라며 깔깔 웃었다. 만족감 없는 직업… 꿈을 좇았더라면 ●“고시공부할걸….” “고시공부했더라면 지금쯤….” 입사 8년차 대기업 과장인 김영섭(가명·35)씨는 대학생 때 고시 공부를 하지 않았던 것을 가장 큰 후회로 삼는다. 법학과를 졸업할 2004년 그의 주변에는 사법시험·행정고시를 준비하던 친구들이 많았다. 그가 대기업에 취직을 했을 때 모두 부러운 눈으로 보던 친구들이다. 체육복 차림에 모자를 눌러쓴 친구들에 둘러싸여 우쭐해 했던 그다. 하지만, 이때로부터 채 5년도 지나지 않아 상황은 역전됐다. 친구들이 하나둘씩 판검사가 되고, 정부 요직에서 근무하면서 그의 직장은 딱히 내세울 만한 것이 못돼 버렸다. 특히 이제 갓 마흔이 넘은 선배들이 줄줄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걸 보고 있으면 아직 장가도 못 간 김씨는 불안하기만 하다. 그는 “친구들은 늦었지만 서른두세 살에 고시합격하고 선보고 해서 시집·장가도 잘 갔는데, 저는 일만 죽도록 하다 보니 장가도 못 갔네요.”라면서 “이제 남은 건 두둑한 뱃살하고 벗겨지는 이마밖에 없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며 한숨을 길게 내뱉었다. ●교사? 역사학자? 제주도에 사는 이정화(29·여)씨는 2007년부터 5년째 초등학교 교사다. 하지만 이씨는 10년 전인 2001년 대학 입학 원서를 쓸 때만 해도 자신이 교사가 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그의 꿈은 역사학자. 중·고등학교 6년 내리 한마음이었다. 하지만 원서를 쓰던 그날, 모든 것이 바뀌었다. “교대를 가라.”는 부모님의 권유에 처음엔 황당해 했고, 다음 순간 무서웠다. 처음이었다. 부모님께 진학에 대해 상의해 본 적이 이때말고는 없었다. 하지만, 이씨는 부모님에게 설득됐다. ‘IMF’ ‘경기’ ‘취업’ 운운하시는 부모님의 논리에 설득된 것이 아니다. 그는 “막연하게 ‘역사 공부는 꼭 직업이 아니라도 할 수 있는 거잖아’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두어 시간 짧은 설득작업 끝에 그는 교대에 지원서를 제출했다. 대학 4년을 마쳤고, 삼수를 하긴 했지만, 임용고사에 합격했다. 최고의 교사는 아니지만 인기있는 교사가 됐다. 그래도 늘 역사에 대한 관심을 붙들고 있다. 늘 새로운 역사 관련 서적이 그의 가방에 자리 잡고 있다. 역사공부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교사가 되길 잘했다. 천직이다.’라고 생각하는 이씨다. 그는 “수업 시간에 저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순진한 표정을 보면 교사가 된 게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여전히 제가 대학 때 한국사를 공부했다면 지금은 어떤 길을 가고 있을까하는 궁금증은 있어요.” 이씨가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교대가 아닌 사학과에 지원했을까? 이씨는 “아마도….”라며 말끝을 흐렸다. 윤샘이나·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초등생 성매매시킨 ‘무서운 언니들’

    서울 송파경찰서는 15일 초등학교 여학생 2명을 납치해 금품을 빼앗고 성매매를 시킨 최모(16)양과 또다른 최모(15)양 등 2명을 미성년자 약취유인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고등학교와 중학교를 중퇴한 최양 등은 지난 12일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에서 초등학교 6학년인 A양과 B양을 납치했다. 최양은 A양의 현금 5만원과 휴대전화, 패딩잠바 등을 빼앗고 풀어줬지만 B양은 구의동에 있는 모텔에 32시간 동안 감금, 성매매를 강요하고 성매매 대금 8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최양은 먼저 풀려난 A양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최양 등은 경찰 조사에서 “가출한 뒤 용돈을 벌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B양과 성매매를 한 남성들에 대해 수사 중이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檢 ‘함바 비리’ 최영 구속

    ‘함바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여환섭)는 최영(59) 강원랜드 사장을 15일 구속수감했다. 이로써 전직 경찰 수뇌부를 향했던 검찰의 사정 칼날이 최 사장의 구속으로 정권 실세로 방향을 선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검찰은 함바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에게서 현금과 상품권 등 6300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장수만(61) 방위사업청장에 대해 조만간 소환조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설범식 서울동부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최 사장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최 사장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유씨에게 건설현장 식당 운영권을 주고, 납품 및 입사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총 85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유씨가 최 사장의 요구로 5000만원 상당의 스위스제 명품시계 ‘파텍필립’을 전달했다는 진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최 사장은 “나는 시계를 차는 사람이 아니다. (시계를)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다.”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유씨로부터 1억 9000만원을 받은 강 전 청장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강 전 청장은 2009년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유씨로부터 건설현장 민원처리, 인사청탁 명목 등으로 자신의 집무실에서 아홉 차례나 금품을 받는 등 모두 18차례에 걸쳐 1억 9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강욱 동부지검 차장은 “구속 당시 17차례 1억 8000만원을 수수한 혐의였는데 구속 후 1000만원 수수 혐의가 추가로 발견돼 이에 대한 혐의로도 함께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씨의 금융거래 내역, 경찰청 출입기록, 휴대전화 통화 내역, 커피숍 매출전표, 주차장 영수증 등을 확보, 강 전 청장의 혐의를 대부분 입증했다. 강 전 청장은 2005년 대구경찰청장 재직 시절 브로커 유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유씨가 대구 달서구 상인동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따내기 위해 강 전 청장에게 접근한 것이 결국 ‘함바게이트’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나 강 전 청장은 “유씨로부터 용돈 명목으로 떡값을 받았을 뿐이며, 총 4000만원 정도 받은 것 같아서 그 액수만큼 다시 돌려줬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새학기 알뜰하게 준비하세요

    새학기 알뜰하게 준비하세요

    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새학기가 다가오니 설상가상(雪上加霜)은 이럴 때 쓰는 말일 터. 아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교복에 학용품, 문제집까지 살 게 많다고 용돈을 받아가니 타들어가는 부모 마음을 자식들이 알아나 줄까 모르겠다. 그래도 방법은 있다. 답답한 부모 마음을 달래기라도 하듯 서울의 각 자치구에서 마련한 복안들이 눈길을 끈다. 저렴하게 새학기를 준비할 수 있는 교복, 학용품, 헌책 패키지를 알아봤다. 교복 물려 입기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미풍양속. 자치구에서 이를 위해 다양한 교복장터를 개최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다. 중랑구는 오는 25일 구청 광장에서, 성북구는 23일부터 이틀간 구청 다목적홀에서 교복 장터를 연다. 성북구는 교복 1300여벌을 기증 받아 세탁과 수선을 다 마쳤다. 수익금은 전액 이웃돕기 성금으로 사용된다. 양천구는 18일부터 이틀간 신정4동 녹색가게 2호점, 강서구는 25일 구청 지하상황실, 금천구는 22일부터 이틀간 구청 대강당에서 교복 장터를 개최한다. 이미 2004년부터 상시 매장을 열고 있는 송파구는 구청 앞 지하보도에서 교복을 판다. 강동구는 각 중·고교에서 별도의 교복은행을 운영한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지만 무상으로 받아갈 수도 있다. 구는 교복은행 활성화를 위해 별도의 상설매장을 운영하는 학교에 3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제 학용품을 준비하자. 강동구 천호동의 ‘문구·완구거리’는 서울시내 대표적인 문구 도매시장. 2001년 구 특화거리로 지정됐다. 266m에 걸쳐 양쪽으로 문구점과 완구점, 화방, 필방, 체육사, 교재사 등 관련 가게 40여곳이 몰려 있다. 가격도 시중가보다 30% 정도 싸고, 특히 노트는 40%가량 저렴하다. 동대문구 창신동 문구거리는 문구 도매의 원조격이다. 주로 공책류와 크레파스, 연필, 실내화, 가방, 스케치북 등 학용품을 취급하지만 어린이 선물용품이나 팬시용품, 파티용품도 판매한다. 강서구 화곡동 잡화도매시장이나 영등포문구도매시장, 남대문시장도 새학기 저렴한 문구를 도매를 구입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한때 새학기 철마다 참고서와 문제집 등을 구하러 온 학생들로 북적이던 50여년 전통의 청계천변 헌책방 거리. 물론 그 열풍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아직도 이곳만큼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을 잘 아는 곳도 없다. 정가의 20~80% 정도에 판매한다. 학습, 유아, 기독교, 외국서적, 잡지 등 분야별로 나뉘어진 헌책방에는 유행이 지난 소설책이나 경제, 경영서, 어린이 도서전집 등 없는 게 없다.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벼룩시장도 좋다. 강동구에서는 넷째주 토요일마다 상일동 어울마당 방아다리길에서 강동벼룩시장을 연다. 최근 유명해진 서초 벼룩시장도 가볼 만하다. 송파 교복장터에서는 헌책을 기증받아 판매한다. 아동도서와 참고서류는 권당 200원, 성인도서는 권당 400원이다. 지난해 5000여권이 판매됐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강희락, 집무실서만 9차례 9천만원 받아”

    함바(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여환섭)는 15일 브로커 유상봉(65.구속기소)씨에게서 인사청탁 등 명목으로 억대의 금품을 받은 강희락 전 경찰청장을혐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청장은 2009년 4월부터 12월까지 건설현장 식당 운영업자 유씨에게서 건설현장의 민원 해결,경찰관 인사 청탁 등의 명목으로 18차례에 걸쳐 총 1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있다. 조사 결과 강 전 청장은 경찰청 집무실에서만 유씨에게서 9차례에 걸쳐 9000만원을 건네받았다. 나머지 금품 수수 장소도 대부분 경찰청 인근의 커피숍 등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유씨는 2005년 대구 달서구 상인동 한 아파트 건설공사 현장의 식당 운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쟁 관계였던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강 전 청장을 처음 만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후 유씨는 강 전 청장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바를 둘러싼 각종 청탁은 물론 알고 지내던 경찰관 6명에 대한 인사 문제도 부탁했다. 특히 이 중 1명은 실제 자신이 원하는 자리로 발령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강 전 청장은 “유씨에게서 용돈 명목으로 40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줬을뿐 청탁을 받은 사실은 없다.”면서 혐의를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씨 진술외 통화기록과 금융거래 내역 조회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세세하게 수집하고 있어 비리에 연루된 다른 피의자들이 범행을 자백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고교생 해커 760만건 ‘신상털기’

    지난해 케이블TV ‘4억 명품녀’ 출연 방송과 관련, 해당 여성의 신상정보를 인터넷에 공개(일명 신상 털기)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이 고교생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방경찰청은 8일 학교와 기업, 경제단체, 언론사 등 104개의 인터넷 서버 시스템을 해킹해 760여만건의 개인정보를 빼돌리고 사이버상에 이를 유포하거나 자신들이 운영하는 게임과 경쟁 관계에 있는 게임 서버에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을 한 혐의로 대구 모고교 2학년 K모(17)군과 경북 포항 모고교 1학년 C모(16)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한 20대 여성이 ‘무직이지만 부모의 용돈으로 명품을 구입해 몸에 걸치고 있는 것만 4억원대’라며 자신의 명품을 과시하자 김씨가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쇼핑물과 항공사, 부동산 사이트를 해킹, 물품 구매 및 배송 내역 등을 캐낸 뒤 이를 인터넷에 유포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자진 납부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자 전 전 대통령의 출신 학교인 대구 협성중, 대구공고의 홈페이지를 해킹한 뒤 홈페이지 내용을 악의적으로 훼손하고 이들 학교 교사의 개인정보 등을 인터넷에 유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두 사람은 인터넷상에서 해킹을 공부하면서 친해졌으며 인터넷 해킹그룹 ‘TEAM KOS’의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 “제 장학금 굶는 할머니·할아버지께”

    한 새내기 대학생이 결식 노인을 위해 써달라며 자신의 장학금을 기부해 훈훈한 감동을 안기고 있다. 중앙대 사진학과 1학년 유혜정(19·여·양천구 신정동)씨는 지난달 27일 성적 장학금 100만원 전액을 들고 어머니와 함께 영등포구 노인복지과를 찾았다. 그는 “식사를 제대로 못 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탁했다. 유씨는 “양천구에 살고 있지만 우연히 영등포구 경로식당에서 맛있게 식사하시는 어르신들을 보고 돕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청 직원들이 감사를 표하며 이 사연을 알리고 싶어 했지만 유씨는 “큰 금액도 아닌데 부끄럽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8일 어렵게 전화 인터뷰에 응한 유씨는 “대학 입학 후 처음으로 받은 장학금을 좋은 일에 쓰고 싶어 한 일인데, 많은 곳에서 연락이 와 오히려 당황스럽다.”며 “(기부하기로) 마음먹고 부모님과 상의했는데 많이 격려해 주시고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님이 사진 공부하는 것을 반대하셨지만 좋은 성적으로 장학금을 받았고, 또 장학금을 기부하겠다고 하니 더욱 기뻐해 주셨다.”며 수줍어했다. 특히 유씨의 아버지도 대학시절 장학금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한 얘기를 전해주며 딸을 격려해 줬다고 한다. 유씨는 “신문을 보면 노숙자가 길거리에서 굶어 죽거나 혼자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양하는 가족들이 없어 쓸쓸히 사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며 결식 노인을 돕기로 결심한 뜻을 밝혔다. 유씨의 기부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고교시절에도 백혈병을 앓는 어린이들을 위해 매달 용돈에서 1만~2만원을 떼어 내놨다. 그는 “고교 땐 입시 공부 때문에 봉사활동할 시간이 없어 기부로 대신했다.”며 “이젠 대학생이 됐으니 봉사활동도 많이 하고, 해외 봉사활동도 다니고 싶다.”고 덧붙였다.흐뭇한 소식을 들은 조길형 구청장은 “유씨의 쉽지 않은 결정에 감사드린다.”며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결식 노인과 홀몸 노인에 대한 더 많은 관심과 후원을 기다리겠다.”고 당부했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길섶에서] 첫 봉급/이용원 특임논설위원

    온 가족이 모인 이번 설에 화제는 단연 장조카의 ‘첫 봉급’이었다. 취직해 1월 말 처음 월급을 탄 조카아이는 식구들을 한자리에 모으더니 봉투 하나씩을 내밀었다. 할머니·아버지·어머니 것에는 각각 50만원을, 여동생 것에는 10만원을 담았다. 그러더니 첫 월급 200만원은 식구들이 나눠 썼으면 한다면서, 다음 달부터는 제 용돈 50만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저축해서 집을 따로 마련하겠다고 했다. 장조카는 착하되 소심했고, 영리하되 허약했다. 그래서 입대 후 전방에서 근무할 때는 할머니의 걱정이 끊이질 않았다. 본인도 꽤나 힘들어했다. 하지만 제대 후에는 심신이 모두 강건한 젊은이로 변해 공부에도, 아르바이트에도 적극적이 되었다. 이제 취직을 하였으니 앞가림은 하게 됐다. 게다가 가족을 배려하고 제 미래를 준비하는 마음 씀씀이를 보면 앞으로도 성실한 사회인으로 살아갈 터이다. 아이들이 커가는 걸 확인하면서 내 나이 한살 더 먹는 게 하나도 억울하지 않은, 유쾌한 설날 아침이었다. 이용원 특임논설위원 ywyi@seoul.co.kr
  • “세뱃돈 넣고 우대금리 받으세요”

    세뱃돈 덕분에 설은 아이들에게 목돈 마련의 기회가 된다. 평소보다 두둑하게 받은 용돈을 어떻게 굴릴지 고민하고, 은행을 경험하는 시기도 이때다. 시중에는 캐릭터를 활용한 통장·카드 디자인으로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상품부터 꼼꼼하게 금리를 따지게 해 자산운용의 습관을 길러주는 어린이 상품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초등학교 이하 자녀라면 저축의 즐거움을 깨우쳐 주는 게 최우선 목표가 된다. 국민은행이 ‘KB주니어스타 통장’ 겉 페이지를 캐릭터 뽀로로로 꾸미고, 신한은행이 ‘키즈앤틴즈 생애 첫 통장’ 겉면을 공룡 디보로 디자인해 맞불을 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은행들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어린이 통장과 매달 적립금이 유연한 적금 등을 설계했다. 통장과 연계된 체크카드를 쓰면 영화·놀이공원·편의점 등에서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사용에 앞서 카드 사용법도 미리 익힐 수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은 KB주니어스타 통장과 적금, 체크카드를 패키지로 구성했다. 통장을 쓰며 휴대전화 요금 자동이체 등 다른 거래 실적이 있으면 50만원 이하까지 연 4%대 우대금리가 제공된다. 신한은행의 ‘키즈앤틴즈 생애 첫 통장’은 만 12세 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다. 만 14세 이상, 18세 미만이 대상인 ‘키즈앤틴즈 클럽’ 상품에 가입하면 교육설계·인성개발·어학연수 등의 콘텐츠를 함께 제공한다. 하나은행은 가입금액 최저 1만원 이상으로 기본 이율이 3년 3.4%인 ‘꿈나무 적금’ 가입자를 대상으로 어린이 경제교실을 운영한다. 경제교육뿐 아니라 직업교육, 창의력 교육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우리은행의 ‘아이~맘 자유적금’은 부모와 함께 가입하면 모두에게 연 0.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가입자를 대상으로 인터넷 동영상 강의를 10% 할인해 주는 등 부모와 자녀가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찾고 있다.”고 귀띔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1월 넷째 주 네티즌들의 관심은 온통 삼호주얼리호 석해균 선장의 1차 수술 결과에 쏠렸다. ‘아덴만 여명 작전’ 도중 총상을 입고 오만에서 치료를 받던 석 선장은 지난 29일 오후 아주대병원에 도착해 근육과 근막 괴사 및 다량의 고름이 확인된 복부와 팔, 다리 부위에 대한 수술을 받았다. 아시안컵 축구 한·일전도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카타르에서 열린 준결승에서 일본과 승부차기 혈투 끝에 0-3으로 패해 51년 만의 우승 꿈을 접었다. 1-2로 끌려가던 종료 직전 황재원이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는 등 명승부를 연출했지만,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선수들이 승부차기를 실축했다. ●日 화산 활동 시작·카라 스케줄 협의 ‘쫑긋’ 일본 가고시마현과 미야자키현 경계에 있는 신모에다케에서 26일 소규모 화산 활동이 시작됐다는 소식에도 누리꾼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화구로부터 1500m 높이까지 연기가 치솟아 오르는 등 폭발의 조짐을 보여 화구에서 반경 2㎞ 이내의 출입이 제한됐다. 지난주에 이어 걸그룹 카라의 소식은 계속해서 누리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한 카라의 멤버 3명은 소속사 DSP미디어와 만나 이미 확정된 스케줄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재일교포 이충성·박연차게이트 공판 주목 5위는 이충성(일본이름 리 다다나리)의 아시안컵 결승전 결승골. 재일교포 4세로 U-19(19세 이하) 한국대표팀 후보로 국내에서 테스트를 받기도 했지만 2007년 일본에 귀화한 이충성은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후반 4분 극적인 결승골을 떠뜨렸다. 6위는 박연차 게이트 공판. 대법원이 27일 박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광재 강원지사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 추징금 1억 1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기성용 세리머니·폭주족 현직 프로야구선수 ‘클릭’ 축구선수 기성용이 한·일전에서 페널티킥을 성공한 후 선보인 ‘원숭이 세리머니’에 대해 일본 언론이 FIFA 징계 가능성을 언급한 사실이 7위에 올랐다. 기성용은 골을 넣은 뒤 왼쪽 손으로 볼을 긁는 세리머니를 펼쳤으며, 경기 후 트위터에 “욱일승천기를 보니 눈물이 났다.”고 밝혔다. 8위에는 폭주족으로 적발된 현직 프로야구 선수 고모(27)씨가 이름을 올렸다. 최고 200㎞가 넘는 고속 질주로 교통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KBS 예능프로그램 ‘1박2일’에서 이승기의 용돈 액수와 식사 비용이 맞지 않는다는 조작설은 9위를 차지했다. 10위는 ‘젊은 제작자 연대’(젊제연)가 카라 멤버 3명과 DSP미디어의 공방에 대해 멤버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1박2일’ 음식값 조작 논란…“편집 전 영상 공개해!”

    ‘1박2일’ 음식값 조작 논란…“편집 전 영상 공개해!”

    ‘1박2일’이 또 다시 조작설에 휩싸였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23일 방송된 KBS2TV 예능프로그램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는 ‘배달의 기수가 되다’라는 주제로 강원도 홍천의 산장으로 여행을 떠난 다섯 멤버들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이승기 멤버들은 베이스캠프인 가리산 자연 휴양까지 배달을 가는 도중 각자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가평 휴게소에 들렀다. 문제는 이곳에서 비롯됐다. 미션을 무사히 수행한 이승기가 그 대가로 받은 용돈 1만원으로 휴게소에서 스페셜 돈가스, 춘천 닭갈비, 껌 등으로 용돈을 모두 지출한 것.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이 밝힌 가평 휴게소의 음식 가격은 스페셜 돈가스 8500원, 닭갈비 정식 9000원, 껌 2500원. 이승기가 얻어낸 용돈의 두 배인 2만원에 달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이게 무슨 리얼 버라이어티냐” “어쩐지 방송을 보면서도 저게 과연 만원짜리 식사인지 궁금했었다” “현실감 떨어진다” 등 날 선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제작진은 한 매체를 통해 “편집상의 문제다. 잘려져 나간 부분들이 있어 시청자들의 오해를 산 것 같다”고 해명을 한 상태. 하지만 시청자들은 “편집하기 전 해당 영상을 직접 보기 전에는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한편 ‘1박2일’은 이전에도 ‘굴렁쇠 소년’ 윤태웅의 깜짝 출연과 ‘오프로드 체험편’에서 멤버들의 낙오 등으로 조작설 오해를 받아 해명에 나선 바 있다. 사진 = KBS2TV ‘해피선데이-1박2일’ 화면 캡처 서울신문NTN 오영경 기자 oh@seoulntn.com
  • 공원·마을 지킴이 ‘실버파워’

    공원·마을 지킴이 ‘실버파워’

    “할아버지 덕분에 공원에 노숙자와 불량배가 사라졌어요.”(가양1동 가양어린이공원) “할머니 덕분에 깨끗한 공원에서 아이들이 맘껏 뛰어놀 수 있게 돼 좋아요.”(화곡8동 더부리 어린이공원) 할아버지·할머니들로 구성된 ‘공원 파수꾼’이 강서구 주민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공원 파수꾼은 강서구가 2001년부터 지역 경로당에 어린이공원 관리를 맡기면서 할아버지·할머니들이 공원 지킴이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서구는 올해도 지역의 공원 108곳을 대한노인회 강서지회의 추천을 받은 경로당 83곳에 위탁해 연말까지 관리·운영하도록 할 계획이다. 강서구는 19일 구청 본관 3층 대회의실에서 위탁증을 수여한다. 공원 파수꾼은 공원의 청소와 수목관리, 시설물 안전상태 점검, 공원 내 금지행위 발견시 주민계도 등 마을 지킴이 역할을 하고 있다. 고복득(85·화곡동) 할머니는 “손자·손녀 같은 아이들이 잘 놀 수 있도록 놀이기구가 부서졌는지 확인하고, 공원에서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사람들을 혼내고, 봉사활동도 하니까 너무 즐겁다.”고 말했다. 강순일(73·가양동) 할아버지는 “그동안 경로당에 나가 그냥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순라군을 맡은 뒤 지역을 위해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용돈도 벌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공원파수꾼과 함께 3월부터 10월까지 운영하는 ‘실버 순라군’과 ‘은사랑 선생님’도 실버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강서구는 오는 21일까지 실버 순라군 120명(동별 6명씩)과 노인복지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도우미로 활동할 은사랑 교사 30명 등 150명을 모집한다. 실버 순라군은 60세 이상 노인 120명으로 구성된 자율방범대로 지역의 경로당 등에서 정정한 어르신을 추천받아 선발한다. 최고령자는 85세이다. 실버 순라군은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아파트 단지와 공원, 학교 근처 등 어린이와 여성,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지역을 2인 1조로 순찰하면서 마을 지킴이 구실을 한다.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 전화번호가 입력된 전화를 들고 다녀 우범자 등을 발견할 경우 전화기 버튼만 누르면 인근 지역을 순찰하던 경찰이 곧바로 나타난다. 순라군은 조선시대 도둑과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야간에 궁궐과 도성 안팎을 순찰하던 포졸을 일컫는 말로, 강서구 순라군들은 근무 복장도 실제 조선시대 포졸들을 본떴다. 은사랑 교사는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하루 2시간씩 주 2~3회 노인복지센터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에서 전문지식 등을 활용해 어린이, 노인 교육프로그램 도우미로 활동한다. 노현송 구청장은 “공원 파수꾼과 실버 순라군은 어르신들에게 일거리를 마련해 드리고, 아이들에게는 안전하고 깨끗한 공원을 마련해 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라면서 “앞으로 안전하고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해 어르신들의 지식과 경험을 더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발굴하는 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MB “복지정책 추진할때 포퓰리즘 경계해야”

    이명박 대통령이 14일 ‘복지 포퓰리즘’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과 부인 김윤옥 여사는 이날 서울 불광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1년 여성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인사말을 통해 민주당이 내놓은 무상급식과 의료·보육 등 ‘무상 시리즈’를 염두에 둔 듯 복지 정책에서 표를 얻기 위한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정치를 해보니까 정치는 반드시 합리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 나도 되돌아보면 급하면 포퓰리즘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비교적 (포퓰리즘을) 안 하는 사람이지만, 선거 때 되면 유혹에 빠진다. 합리적 사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대기업 그룹 총수의 손자, 손녀는 자기 돈을 내고 (학교 급식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사람들은 용돈을 줘도 10만원, 20만원 줄 텐데 식비를 공짜로 해 준다면 오히려 화를 낼 것”이라며 전면 무상급식 주장을 비판했다. 이 대통령은 “아주 부자 아니면 중산층 전원에게 보육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사실 보육은 이미 무상보육에 가까이 갔다.”고 덧붙였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송파구민 기부 릴레이 ‘훈훈한 감동’

    송파구민 기부 릴레이 ‘훈훈한 감동’

    올겨울 동장군의 기세가 유난히 매섭다. 하지만 송파구의 날들은 따뜻하다. 소외된 이웃과 정을 나누는 ‘기부 바이러스’ 덕분이다. 비단 거액을 내놓는 큰손 기부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네 서민들이 피땀흘려 모은 한푼 두푼의 온기(溫氣) 덕택이다. 이들은 “없어 본 사람들이 더 잘 안다.”고 입을 모은다. 동갑내기 토끼띠 부부 정성수·김승명(35)씨. 아들의 돌잔치를 치르고 남은 축의금 100만원을 선뜻 내놓았다. 사회복지사를 하던 정씨가 최근 이직한 터라 넉넉지 않은 살림이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이들을 생각할 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겸손해했다. 김씨는 “심장병 아이를 돕기 위해 300만원을 모으려 했는데 쉽지 않아 더 늦기 전에 가까운 이웃을 돕고 싶어 동참했다. 우리 아이도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정씨 부부는 앞으로도 매월 10만원씩 불우 이웃들을 위한 성금을 모을 예정이다. 기부인 명단에는 부인과 함께 노점을 하는 송기석(62)씨도 있다. 종이박스를 모아 매달 10만원씩 주민센터에 기부했다. 한사코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던 송씨는 “박스를 모아도 약속한 10만원을 채우지 못할 땐 개인 용돈도 보탠 적이 있다.”면서 “어려웠던 과거를 떠올리면 어려운 이웃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진다.”고 털어놓았다. 오금동 백토경로당과 어르신들도 불편한 몸으로 1년간 폐지를 모아 저축한 돈 20만원을 기탁하기도 했다. 벌써 4년째다. 아이들이라고 빠질 수 없다. 영동일고교 1학년 4반 학생들은 학급 환경미화 평가 시상금과 바자회 수익금 등 1년 동안 모은 학급기금 22만 5000원을 내놓았다. 치킨·피자 회식의 유혹(?)을 과감히 뿌리치고 내린 결정이었다. 주양숙 담임 교사는 “한창 먹성이 좋을 때라 다른 반에서 파티를 하는 걸 보면 동요하는 듯도 싶지만, 도움 받을 사람을 생각해 보자고 말했더니 아이들 모두가 고개를 끄덕여 줬다.”고 자랑스러워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학원차 운전기사들도 함께했다. 송파, 강동, 강남 일대의 기사들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체 ‘느티나무후원회’는 저소득주민을 위한 겨울 비상식량으로 100만원 상당의 라면 50박스를 기탁했다. 2006년 창단된 후원회 130명의 회원들이 매월 1만원씩 적립금을 모아 사랑나눔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김성택 송파구 복지정책과장은 “지금까지 ‘희망 2011 따뜻한 겨울 보내기사업’을 통해 8억 2500만원의 성품·성금이 모금됐다. 사랑의 릴레이는 다음 달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면서 “힘들수록 이웃을 보듬으며 살아가려는 훈훈한 마음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복지정책과 2147-2680.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싱글 라이프] 여행지에서 생긴 일

    [싱글 라이프] 여행지에서 생긴 일

    저절로 어깨가 움츠러들고 종일 방 안에만 머물고 싶은 추운 날씨가 이어지는 요즘이면 남국의 따뜻한 휴양지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절로 간절해진다. 일과 공부에 치여 당장은 훌쩍 떠나지 못해도 지난해 여름 즐거웠던 휴가,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떠났던 당일치기 여행의 추억에서 힘을 얻는 것이 소시민들의 일상이다. 그런 만큼 모처럼의 여행지에서 겪은 싱글들만의 에피소드 또한 아름다운 추억이 아닐 수 없다. ●행복한 추억만 가득  직장인 최동혁(26)씨는 군 입대 직전 경주로 친구들과 함께 간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최씨의 입대 4일 전, 육군 현역으로 복무하던 두 친구가 병장 휴가와 상병 휴가를 맞춰 나왔다. 입대를 앞두고 심란해했던 최씨는 친구들의 제의로 경주 여행을 가기로 했다.  경주 불국사에서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아침 일찍 토함산에 올라 일출을 맞는 등 2박 3일간 입대 전 마지막 자유를 만끽했다. 친구들은 훈련소까지 최씨를 배웅해주며 경주에서 같이 찍은 사진을 그의 손에 꼭 쥐여 주었다. 최씨는 “입대 전 심란한 마음을 친구들이 잡아 줘서 담담하게 입대할 수 있었다.”면서 “황금 같은 휴가를 날 위해 써 준 친구들에 대해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찬명(27)씨는 대학생 시절 강릉 경포대에서 보낸 꿈같은 하루를 잊지 못한다. 최씨와 친구들이 동해를 찾은 목적은 이른바 ‘바닷가 헌팅’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처음으로 바닷가 헌팅을 했던 최씨 일행은 여자들에게 제대로 말을 걸기도 어려웠고 몇 차례 퇴짜를 맞았다.  어느덧 시간은 흘러 새벽이 되고 짝이 맞은 남녀들이 신나게 게임을 하고 술을 마시기도 하면서 여름 바닷가의 분위기는 무르익고 있었다. 최씨가 친구와 신세를 한탄하며 새우깡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던 중 여자 3명이 눈에 띄었다. 그는 마지막 도전이라 생각하며 큰 기대 없이 말을 걸었는데, 여자들이 흔쾌히 응해 3대3으로 술자리 게임을 하며 재밌게 놀았다. 최씨는 “지나간 추억이지만 짜릿하게 바닷가 헌팅에 성공했던 기억만큼은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내 생에 최악의 여행  대학생 이진희(25·여)씨는 2008년 겨울에 떠난 그리스 아테네 여행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 이씨가 아테네에 있을 때 한 소년이 경찰의 총을 맞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스트리아에서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다 모처럼 4박 5일 일정으로 떠난 그리스 여행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끔찍해요. 평온했던 도시는 거리마다 성난 군중이 가득 메웠고, 곳곳에는 불길이 치솟았어요.”  이씨가 가고 싶었던 그리스 국립박물관, 아크로폴리스 광장 등은 폭동의 여파로 폐쇄됐다. 하릴없이 거리를 다니다 시위대 모습을 기록하려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자 한 청년이 ‘찍지 마!’라고 소리를 질렀다. 속수무책으로 당한 이씨는 바로 아테네를 떠났다. 이씨가 떠난 다음 날 아테네 공항이 폐쇄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루라도 늦었다면 아테네에 발이 묶일 뻔했던 것. 이씨는 “교환학생으로 있는 동안 많은 지역을 여행했지만 아테네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그날의 공포를 조심스레 꺼냈다.  즐거운 여행길에 몸이 아픈 것만큼 속상한 일이 있을까. 서울 서초동에 사는 회사원 정모(26·여)씨는 여행을 갈 때마다 배에 탈이 나는 징크스가 있다. 진로에 대한 걱정을 잊기 위해 홀로 떠났던 전남 담양으로의 여행길에서도 이 징크스는 어김없이 다가왔다. 서울에서 광주로 향하는 버스 안, 정씨의 배 속에서 “꾸루루룩.”하는 신호가 계속 울렸다. 광주터미널에 도착한 뒤 정씨는 화장실로 직행했다. 앞으로의 여행이 ‘화장실 여행’으로 변하는 전주곡이었다.  영화 촬영지로 유명한 메타세쿼이아 자전거길을 찾은 이씨는 더 이상 아픈 몸을 이끌고 걸을 수 없었다. 정씨는 그때 길 한구석에 있는 오두막을 발견했다. 오두막에 들어가서는 점퍼에 달린 모자를 얼굴 끝까지 덮어 쓰고 누워서 잠을 청했다. 자전거길에는 연인과 친구들이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고 있었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어떻게 오두막에서 잠을 잘 생각을 했는지 지금도 신기해요. 오두막에서 쉰 덕분에 여행은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중소 건설회사에 다니는 이정훈(28)씨는 3년 전 여름 제주도 여행만 생각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대학교 3학년 때 혼자 호기롭게 제주도에 1주일 동안 머물면서 한라산 등반은 물론 산굼부리 같은 유명 관광지도 가 볼 생각이었다. 문제는 여행 경비였다. 빠르지만 비싼 비행기 대신 느리고 저렴한 배를 타고 가기로 결심했다. “학생이었으니까 사치는 금물이었죠. 배를 타고 가면 뭔가 운치 있을 것 같기도 했어요.”  인천에서 오후 7시에 타서 다음 날 아침 9시에 도착하는 제주도행 여객선을 탄 이씨는 3등실의 넓은 방에 앉아 배멀미를 견뎌내고 있었다. 40대 중반쯤 되는 아저씨가 넉살 좋게 다가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이야기를 나누다 이내 잠이 들었다. 한창 꿈나라에 빠져 들었을 때 누군가의 손이 자신을 더듬고 있는 게 느껴졌다. 이씨는 옆에 누운 그 아저씨가 잠결에 손을 뻗은 것이라고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런데 또 아저씨의 손이 자신의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몇 번이나 뿌리쳤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밤을 지새우고 아침 6시쯤 이씨가 일어나 화장실을 간 사이 그 아저씨는 사라지고 없었다. 이씨는 “혼자 떠난 여행이라 큰 기대도 했는데 그런 일을 겪고 유쾌하지 않은 상태에서 제주도를 갔다.”면서 “제주도는 좋았지만 제주도 생각하면 그 일부터 떠오르니 소름이 돋는다.”고 말하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외국어 때문에  대학원생 권영승(28)씨는 이집트에서 보낸 3개월을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권씨는 2007년 12월 학과 동기들과 이집트 카이로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권씨가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경험은 택시기사와 한판 말싸움을 벌인 일이다. 시내의 한 시장에 물건을 사러 갔던 권씨는 이날 처음으로 혼자 택시를 타고 갔다. 택시기사는 권씨가 외국인인 것을 알고는 가까운 길을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를 눈치챈 권씨는 택시기사에게 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동안 배운 아랍어 실력을 발휘해 보고도 싶었다. 이내 권씨는 택시기사에게 아랍어로 항의하기 시작했다. “너, 사기, 이거, 하지 마, 경찰, 신고!” 아랍어가 유창하지 않았던 권씨가 할 수 있었던 말은 몇 가지 단어를 나열하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권씨는 최선을 다해 택시기사에게 항의했다.  권씨의 목청이 컸던 건지 목적지에 이르러 기사는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권씨에게 적정 요금을 받겠다고 하는 한편 “외국인이 수고가 많다. 열심히 공부하라.”는 덕담까지 했다. 택시기사와 한판 말다툼을 벌인 뒤 아랍어 실력에 자신감이 생긴 것은 권씨의 소중한 수확이었다.  ‘다른 나라에 있으면 저절로 애국자가 된다’는 말을 회사원 이현지(24)씨는 중국 여행길에서 확실히 느꼈다. 이씨는 2007년 7월 친구와 함께 중국 여행을 떠났다. 중국어를 전공한 이씨였기에 중국 여행 기간은 중국어 실력을 실컷 발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씨를 만난 중국인들은 “중국어 잘한다.”라며 감탄했다.  이씨는 베이징 시내 한 공원 입구에서 만난 생수 파는 상인을 잊지 못한다. 이씨가 서울에서 왔다고 자신을 소개하자 상인의 표정에 거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지금은 서울을 중국어로 ‘셔우얼’(首尔)이라 부르지만 예전에는 ‘한청’(汉城)이었어. 아무리 너희들이 셔우얼이라고 해도 우리한테는 한청이야. 한청의 한(汉)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 바로 한족(汉族)이야. 그러니까 한국인은 한족의 일부,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는 뜻이라고.”  이씨는 화가 나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상인에게 따지기 시작했다. 이씨는 “옛날엔 우리 조상들이 중국에서 한자도 배워 오고 서예도 배워 왔지만 지금 중국인들은 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답했다. 상인은 지지 않고 “너희 전통문화는 다 중국에서 시작된 거야. 너희들은 우리의 속국이란다.”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중국어가 부족한 이씨는 대꾸할 수 없었다. 이씨는 “지금 생각하면 그까짓 말장난에 왜 그렇게 흥분했나 싶다.”면서 “이후 말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 중국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게 됐다.”고 말했다.   ●소중한 인연  교사 전예은(31)씨는 2009년 여름에 떠난 제주도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행에서 절친한 친구를 얻었기 때문. 전씨는 여름 방학을 맞아 홀로 4박 5일 일정으로 제주도로 여행을 떠났다. “학기 중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한꺼번에 날릴 여행이 필요했어요.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동경도 있었고요.”  제주도에서는 오토바이를 빌려 몰고 다니며 푸른 자유를 만끽했다. 색다른 추억을 위해 머문 게스트하우스에서 전씨는 친구를 만났다. 서로 말이 잘 통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일정도 비슷했다. 둘은 제주도 섭지코지에서부터 우도까지 1박 2일을 함께하고 같이 서울 김포공항으로 돌아왔다. 전씨는 “여행지에서 만났기 때문인지 요즘 만나도 제주도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어른이 돼서 만난 친구지만 오래된 친구 못지않게 마음이 잘 맞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정철(27)씨는 방학이 되면 국내 곳곳을 자전거로 여행하는 게 취미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김씨가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충북 옥천이다. 지난해 여름, 김씨는 개강을 일주일 남겨둔 채 친한 친구 한명과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자 김씨는 시골 마을 한가운데서 칼국수집을 발견했다. 테이블이 4개밖에 없는 허름한 식당에 온몸이 젖은 채로 들어가 칼국수와 만둣국을 하나씩 시켰다. 푸짐하게 나온 칼국수를 한 젓가락 먹으려는 찰나 50대 초반쯤 돼 보이는 부부가 말을 걸었다.  부부는 “왜 이렇게 젖었느냐.”면서 “무슨 일로 이런 시골까지 왔냐.”고 김씨 일행에게 물었다. 설명을 들은 부부는 여행하는 데 쓰라며 5만원 을 용돈으로 쥐여 줬다. 놀란 김씨는 극구 사양했지만 이렇게 홀딱 젖어서 여행하면 감기 걸린다고, 따뜻한 거 사 마시고 목욕도 하라며 오히려 김씨를 말렸다. “돈의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생면부지의 우리를 이렇게 신경 써 주는 그런 마음씨가 너무 고마웠어요. 덕분에 감기 안 걸리고 무사히 여행을 마칠 수 있었어요. 언젠가 꼭 찾아 뵙고 싶어요.” 정현용·백민경·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개그맨 김준호 ‘미모의 여동생 김미진’ 관심집중

    개그맨 김준호 ‘미모의 여동생 김미진’ 관심집중

    개그맨 김준호의 동생 김미진이 뛰어난 미모로 주목 받고 있다. 김준호는 11일 KBS2TV ‘황수경 오언종 조영구의 여유만만’에 출연해 KBS2TV ‘개그콘서트’의 연습현장과 함께 평범한 일상을 공개했다. 이날 김준호는 김미진과 함께 방송에 나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김미진은 뚜렷한 이목구비와 지적인 이미지로 MC들의 찬사를 받았다. 김준호는 “동생이 예뻐서 좋겠다”는 MC의 말에 “평소 집에서 트레이닝복에 안경을 낀 모습으로 마주하기 때문에 오늘처럼 제대로 차려입고 보는 게 어색하다”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김미진은 김준호와 방송 내내 아옹다옹 하는 와중에도 “오빠는 주머니에 돈이 있으면 용돈으로 다 준다. 나야 좋지만 본인 생각은 안하는 것 같다”며 우애를 자랑했다. 한편 김준호는 SBS 5기 공채 개그맨으로 방송에 데뷔해 1999년 ‘개그콘서트’ 시작과 함께 KBS로 무대를 옮겨 활약하고 있으며 김미진은 2007년 MBN 기상캐스터로 근무하다 현재 홈쇼핑 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사진 = KBS ‘여유만만’ 영상 캡처 서울신문NTN 임영진 기자 plokm02@seoulntn.com
  • 브로커 유상봉씨는 누구? 폭넓은 인맥… 함바의 ‘전국구’

    함바 게이트의 ‘입구’인 유상봉씨는 폭넓은 인맥을 가진 마당발이다. 김대중 정부 때부터 함바업자 사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통했다. 그의 사업 수완은 대단했다. 전남 완도 출신이었지만 그의 초창기 활동 근거지는 부산이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개발사업이 많은 곳에서 전국적으로 활동했다. 업계에선 ‘전국구’로 통했다. ●일부 알선료 내고 운영권 못받아 고향을 활용한 호남권 인사들과 두루 친분을 유지한 게 유씨 인맥의 원천이었다. 그는 평소 ‘형 동생’으로 다진 인맥을 통해 건설업체로부터 함바 운영권을 따낸 뒤 그의 매제와 처남 등 가족을 포함한 수십명의 2차 브로커들에게 이를 팔았다. 2차 브로커는 실제 함바를 운영할 업자들에게 운영권을 다시 파는 형태로 사업을 해 왔다. 대부분은 운영권을 넘겨받았지만 일부는 억대의 알선료를 내고도 운영권은커녕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바 운영권을 넘겨받는 과정에서 유씨는 이미 안면을 튼 공직자들을 통해 다른 고위 공직자를 소개받는 등 광범위하게 인맥을 관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들에게는 평소 용돈을 하라며 조금씩 찔러 주는 등 인맥을 관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의 변호사로 보석 청구신청을 담당했던 A변호사는 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지난해 가을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데다 당뇨가 심해 건강 상태가 악화돼 있다고 전했다. A변호사는 “유씨가 수술 이후에 제대로 치료를 못한 것 같다.”면서 “암이 완쾌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구치소) 안에서 힘들어한다.”고 유씨의 최근 근황을 전했다. 그는 “유씨에게 지난해 말 청구신청을 위임받아 건강상의 이유와 수사종결 등의 이유로 보석을 신청했으나 6일 기각됐다.”며 “현재 유씨는 변호인이 없는 것으로 안다. (우리 쪽에) 형사소송까지 의뢰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암수술·당뇨로 건강악화 그는 회사 5∼6곳의 대표 직함이 박힌 명함과 끝자리가 다른 ‘유상준’, ‘유상균’ 등 세 개의 가명을 번갈아 사용해 자신의 정체를 숨겼다. 그의 가명에 경찰도 깜쪽같이 속았다. 실제 비리 혐의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김병철 울산경찰청장이 해명 자료에서 밝힌 유씨의 이름도 실명과 마지막 한 글자가 다른 가명이었다. 또 건설업체 사장 등을 만날 때는 ‘어깨’와 같은 사람들을 여럿 데리고 다녔던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브로커들 중에는 실명이 아닌 ‘유 영감’, ‘유 회장’ 등으로 그를 부르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가 하면 유씨는 휴대전화도 무려 13개나 사용했으며, 주택사업가나 금형 제조업체 사장, 캄보디아까지 진출한 사업가로 행세하고 다녔다. 백민경·윤샘이나기자 white@seoul.co.kr
  • [세대공감] ‘새해 다짐’

    [세대공감] ‘새해 다짐’

    새해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새해 소망이다. 매일 밝아오는 똑같은 아침이지만 1월 1일 하루만큼은 지난해 묵은 기억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에, 새로운 것을 소망하고 계획을 세운다. 2009년 한 취업 포털에서 직장인 809명을 대상으로 새해 다짐 실천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새해에 세운 계획을 ‘전부 실천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전체의 24.2%였다.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들어맞는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새해가 시작된다는 기대로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면서 더욱 새롭고 기분 좋게 한해를 시작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세대마다 서로 다른 새해 소망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샘이나·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新·舊 없는 ‘열공’ 의지 ●42년 만의 고등학교 진학 “이제 다시 공부할 때가 된 것 같아요.” 4일 오후 9시 서울 화곡동 김정희(58·여)씨의 집. TV에서 구제역 관련 보도가 흘러나왔다. 김씨가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남편과 둘째 아들이 구제역 확산 문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기 때문이다. 뉴스에 관한 대화에 낄 수 없는 것이 ‘가방끈이 짧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김씨다. 그는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잘 모르니까 이야기에 낄 수 없어 소외됐다는 느낌까지 드는 게 사실이죠.”라고 말했다. 김씨는 광주 출신으로 6남매의 장녀다. 동생들은 적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배울 만큼 배웠’지만 그는 동생들 뒷바라지하고 집안일 돕느라 중학교를 마친 게 고작이다. 그는 “그때는 맏딸이니까 동생들 돌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동생들 학교 가면 집안일하고, 동생들이 좋은 성적 받으면 제가 잘된 것처럼 덩달아 기분 좋고 그랬어요. 그런데 이제 보니 저만 뒤처져 있다는 느낌이 자꾸 드네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언제가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해 계획을 “고등학교 입학”이라고 말했다. 그가 고교 진학을 포기한 때가 1968년이니 42년 만의 도전인 셈이다. 그는 “자식들도 다 커서 다들 자기 밥벌이하고 있으니 이젠 저를 위해 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지난해에 둘째 아들이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 과정에 들어간 만큼 이제 고등학교 진학을 미룰 걸림돌은 없다. 그는 가방에서 서울 방화동의 한 고등학교에 곧 제출할 입학 원서를 꺼내 만지작거리다 껴안았다. ●“영어회화 공부로 명예 회복” “Excuse me.”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백화점 의류 매장에 외국인 손님이 찾아왔다. 이미 산 옷이 너무 작아 큰 것으로 교환해 달라고 했던 것. 한국말을 한마디도 못하는 외국인이 찾아오자 직원들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김정선(26·여)씨를 찾았다. 김씨는 토익 점수 950점에 1년 어학 연수도 다녀오는 등 누가 봐도 영어에 능숙할 것 같은 사람이었다. 하지만 김씨는 더듬더듬 “Um….” 말문을 떼기도 어려웠다. 해당 치수가 품절이라 교환이 어려운 상황을 설명해야 하는데 처음엔 ‘품절’이라는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여차여차해서 해결은 했지만 직원들 앞에서 망신당한 것 같아 보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김씨는 그 일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김씨가 새해에 자신과 한 약속은 ‘영어회화 완벽하게 하기’다. 3일 오전 6시 김씨는 지난해 말 등록한 영어회화 수업에 가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앞으로 영어 쓸 일이 있으면 제가 또 불려갈 텐데 다시 망신당할 수는 없잖아요. 영어회화를 열심히 공부해 꼭 명예 회복을 할 겁니다.”라고 말하며 그는 밝게 웃었다. 자립의지 다지는 딸들의 결심 ●스스로 등록금 벌어서 내기 서울 대림동에 사는 대학생 이혜리(20·여)씨의 새해 목표는 등록금 벌어서 내기다. 이씨는 국립대에 다녀 사립대보다 등록금이 싼 편인데, 그걸 ‘무기’로 지난 2년 동안 부모에게 의지해 대학을 다녔다. 아르바이트를 안 해 본 것은 아니다. 그는 “과외도 하고 학원 강사도 해보고 커피숍이나 빵집 서빙 아르바이트 등 고등학교 졸업 때부터 쭉 아르바이트를 해 왔어요.”라고 말했다. 이렇게 번 돈은 모두 개인 용돈이나 방학 때 해외 여행 자금으로 쓰였다. 이씨의 부모는 맞벌이를 하고, 하나 있는 오빠도 직장인이라 집에서 이씨의 등록금을 대는 데 어려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 4년 동안 1년 정도는 자기가 번 돈으로 대학을 다니고 생활비도 내 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씨는 “내년엔 4학년이라 어차피 아르바이트도 하기 어려울 거고 올 한해만큼은 자식 등록금 걱정 안 하게 해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부모님은 “기특하지만 공부만 열심히 해달라.”며 이씨를 말렸다. 그렇지만 그는 “이미 주중에는 과외, 주말에는 학원 강의를 나가고 있다.”면서 “한번 해보고 싶은 거예요. 등록금을 꼭 부모님이 내야 한다는 건, 우리나라 부모님들에게 너무 큰 부담이 되는 것 같아요.”라고 강조했다. 또 “아르바이트해서 학비를 버는 것도 하나의 공부라고 생각해요. 물론 힘들겠지만 스스로 자립할 수 있어야 어른이 되는 것 아니겠어요.”라고 말하며 밝게 웃었다. ●“취업, 후회 없이 준비할 것” 나현영(가명·25·여)씨는 자신의 새해 약속을 ‘현실을 직시하기’로 정했다. 올 2월 대학을 졸업하는 나씨는 아직 직장을 못 구했다. 지난해 기업 20여곳에 지원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대부분 서류 전형에서 떨어졌기 때문. 마지막 학기에 공부와 취업을 병행하느라 제대로 준비를 못 했다는 핑계를 대보지만, 자기소개서도 미리미리 써 두지 않고 마감이 임박해서야 부랴부랴 제출하기에 급급했던 자신의 불성실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기업이 아닌 곳은 쳐다도 보지 않은 것도 후회하고 있다. 서울에서 알아주는 4년대 사립대학 영문과를 다니는 나씨의 친구나 선후배들은 대부분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취업했고, 그도 당연히 대기업 아닌 곳은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올봄부터는 백수가 되는 자신의 처지가 이를 말해주고 있었다. 그는 “학벌만 믿고 취업 준비도 제대로 안 했는데 눈은 높으니, 취업이 안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 것 같다.”면서 “올해부터는 내 현실을 직시하고 취업 준비를 하겠다는 결심을 세웠다.”고 입을 앙다물었다. 일단 나씨는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물류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유통관리사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그래서 새해 첫날부터 서점을 찾았다. 이제 졸업생이 되는 만큼 취업 시장에서 불리하다는 생각에 남들보다 더 많은 ‘스펙’을 쌓을 계획이다. 영어 회화 학원에도 등록했다. 800점 후반인 영어 점수를 확 끌어올리고 영어 면접에도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는 “올해는 후회 없이 공부하고 준비해서 꼭 취업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엄마·아빠들의 자기계발 ●드럼 치며 주부 스트레스 확 날려 “두구두구두구 칭” 강원 동해시에 사는 김금희(53·여)씨가 집 안 청소를 하다 말고 드럼 소리를 흉내 낸다. 양손으로 드럼 치는 시늉까지 한다. 김씨는 올해 ‘드럼을 배우겠다.’는 새해 계획을 세웠다. 집안일을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를 없앨 방법을 고민하다가 드럼을 배우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얼마 전 TV에서 동년배의 가정주부들이 모여 ‘난타’ 공연을 하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미 드럼 레슨을 등록했다. 김씨는 “드럼 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확 트이는 것 같아요. 우리 주부들은 일상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어디다 이야기할 데도 없잖아요. 드럼을 치면서 마음속의 우울함을 날려보낼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일·가정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시간 보낼 것” 서울 여의도동에 사는 권순찬(54)씨는 새해 첫날 오전 6시, 해도 뜨기 전에 등산복을 입고 등산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흥얼흥얼 콧노래까지 불렀다. 아내와 두 자녀는 집에 둔 채 혼자 나섰다. 휴일에 가족을 두고 홀로 외출하는 일은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권씨는 고교 동창생 3명과 함께 북한산에 올랐다. “일과 가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려고”라고 말했다. 권씨의 새해 다짐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많이 보내자’이다. 권씨는 “그동안 새해 소망은 일 아니면 가족이었는데 올해는 나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려고 이런 계획을 세웠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직장에서는 승진할 생각을 하면서 일에 치이고, 집에 돌아와서는 자식 교육·집 장만 걱정에 이렇게 머리가 희끗희끗 나이가 들어 버렸지요.”면서 “지난해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우리가 너무 남을 위해서만 살아온 것 같다는 말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일요일이면 늦잠을 자고 일어난 권씨가 홀로 집에 남아 있을 때가 잦았다. 그는 “부인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고, 자식들도 약속이 있다고 나간 뒤에 저만 덩그러니 혼자 남아 TV 보고 있었던 적이 많았어요. 외롭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라면서 “그런데 그게 제 문제더라고요. 제가 나서서 모임도 만들고 친구들도 만나면 풀리는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라고 말했다. 권씨는 당장은 마음 맞는 친구 몇몇과 산을 오르는 ‘소심한 일탈’을 했지만 산악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하는 등 앞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희곡 당선작] 아빠들의 소꿉놀이/오세혁

    ●등장인물 꾸부정 지금 막 해고된 초보 해고자. 40대 후반. 키 크고 꾸부정하다. 대머리 해고된 지 1년이 넘은 베테랑 해고자. 40대 후반. 키 작고 대머리다. 단발 꾸부정의 아내. 40대 초반 파마 대머리의 아내. 40대 중반 *연출에 따라 남편들이 부인들의 역할을 겸하는 2인극이 가능하다. ●시 간 현대 ●무 대 놀이터. 놀이터를 구체적으로 꾸밀 필요는 없다. 그네 두 개만으로도 연출이 가능하다. 바닥에 모래가 깔려 있으면 좋다. #1 해가 질 무렵의 저녁, 놀이터. 양복 차림의 남자가 힘없이 놀이터로 걸어 들어온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부정한 모습으로 보아 무언가 고민이 있는 듯하다. 꾸부정한 이 남자, 그네에 주저앉는다. 멍하니 한참을 앉아 있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어색하게) 여…… 여보… … 나 오늘, 해, 해, 해고……. 고개를 흔들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여보, 훌쩍, 나 오늘 해고당했어. 머리통을 때리며 그네에 주저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벌떡 일어난다. 꾸부정 (호탕하게 웃으며) 사랑하는 여보! 나! 오늘 짤렸어! 멋지지? 하하하! 머리를 쥐어뜯으며 주저앉는다. 한참을 그렇게 쥐어뜯다가, 무언가 결심한 듯, 결연히 일어나 열정적인 독백을 시작한다. 꾸부정이 열심히 말하는 동안, 양복 차림의 대머리가 천천히 걸어 들어와 옆에 있는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자기 상상에 빠진 꾸부정은 대머리를 눈치채지 못한다. 꾸부정 여보. 우리가 결혼한 지 이십 년이 넘었구나. 단칸방으로 시작해서 전세를 거쳐서 우리 집을 갖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어. 비록 평수는 작지만 우리 집이라는 게 중요하지. 애들도 건강하게 잘 컸어. 얼마 안 있으면 큰애는 대학에, 작은애는 고등학교에 가겠지. 이 정도면 우린 잘 산 거야 그렇지? 당신,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아니? 뭐라고? 내가 제일 고생 많았다고? 십오 년을 변함없이 회사에 다녀주어서 고맙다고? 때론 가기 싫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했을 텐데 가족을 위해서 고생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아이, 당신도 참 부끄럽게…… 뭐라고? 이제 나이도 먹고 간도 안 좋을 텐데 생각 같아서는 한 몇 년 푹 쉬었으면 좋겠다고? 이럴 수가, 당신이 나를 이렇게까지 생각해주다니! 정말 고마워 여보! 하하하하……말이 나와서 말인데 여보……사실……내가……오늘……회사에서. 대머리 (불쑥) 소용없을 겁니다. 꾸부정 (화들짝)네 넷? (돌아본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대머리 죄송하군요.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닙니다만. 꾸부정 괘 괜찮습니다. 그런데 방금……소용없다고……. 대머리 (단호) 네, 소용없습니다. 불쌍하게 말하든 호탕하게 말하든 부드럽게 말하든 소용없습니다. 해고라는 단어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부인께서는 엄청난 쇼크를 받으실 겁니다. 부인이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휘청거리거나 털썩 주저앉거나 뒤로 넘어가게 될 겁니다. 부인이 건강하신가요? 꾸부정 아……아니요, 혈압이 조금. 대머리 혈압이라, 뒤로 넘어가겠군. 꾸부정 새……생각해보니 골다공증도.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지겠군. 꾸부정 얼마 전부턴 심장이 답답하다고. 대머리 뒤로 넘어져서 뼈가 부러진 다음 호흡 곤란을 일으키겠군. 꾸부정 뭐……뭐라구요! 대머리 집이 몇 층이죠? 꾸부정 시……십오층인데? 대머리 완벽하군요. 해고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선생의 부인은 혈압이 높아져서 뒤로 넘어지고 골다공증으로 뼈가 부러진 다음, 심장 이상으로 호흡 곤란을 일으킬 겁니다. 놀란 선생은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혈압과 뼈와 심장이 동시에 문제를 일으켰거든요. 우물쭈물하다가 선생님은 119에 전화를 하겠죠. 119 요원들은 잽싸게 아파트에 도착하지만 선생님의 집은 십오층입니다. 마침 엘리베이터가 맨 꼭대기 층에 있군요. 요원들이 계단을 뛰어올라 옵니다. 일층 이층 삼층 사층 선생의 부인은 점점 호흡이 가빠집니다. 오층 육층 칠층 더더욱 가빠집니다. 팔층 구층 부인의 의식이 점점 없어집니다. 십층 십일층 선생이 말합니다. 여보, 조금만 참아. 십이층 십삼층 선생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여보, 제발 조금만 더 참아. 그렇게 십사층을 지나고 십오층에 도착해 마침내 선생의 집으로 왔을 때 선생의 부인은 이미……. 꾸부정 (이야기에 몰입해 있다가)아……안 돼! 안 돼! 여보오! 꾸부정, 털썩 쓰러진다. 대머리 그렇다고 말을 안 할 수는 없겠죠. 해고는 해고니까요. 이왕이면 부인의 컨디션이 최상일 때, 119가 바로 올 수 있는, 뒤로 넘어가도 뼈가 부러지지 않을만한 장소에서 하시죠. 부드러운 모래라든가……이 놀이터가 딱이로군요. (다시 그네에 앉아 시계를 들여다본다) 한참의 정적. 꾸부정 어떻게…… 어떻게 그렇게 잘 아시죠? 대머리 사실 저도 해고잡니다. 꾸부정 동업자…… 아니…… 동반자셨군요. 대머리 벌써 1년이 넘었습니다. 꾸부정 고참…… 이시네요. 혹시……선생님 부인께서도 뒤로? 대머리 아니요. 꾸부정 뼈가? 대머리 전혀. 꾸부정 호흡 곤란이라든가. 대머리 천만에요. 멀쩡합니다. 멀쩡함을 넘어 건강하죠. 김치찌개에다 밥을 두 그릇이나 비운 다음, 남은 찌개를 밥통에 넣고 비벼먹으니까요. 꾸부정 ……대단하군요. 대체……비결이……. 대머리 간단합니다. 해고됐단 얘기를 안했으니까요. 꾸부정 그, 그럼? 대머리 계속 다니는 줄 압니다. 꾸부정 아니 그게 일 년 넘게 가능한가요? 대머리 보통 사람은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하지만 선생님은? 대머리 전 보통 사람이 아닙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영특, 기특,똑똑, 비범이란 말을 달고 다녔으니까요. 한마디로 머리가 좋았죠. 꾸부정 (대머리의 머리를 한참 쳐다본다) 대머리 지금, 대머리 주제에 머리가 좋아봤자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어쨌든, 저 정도의 두뇌라면 충분히 속이는 게 가능합니다. 분명한 원칙 규칙 법칙만 확립한다면 말이죠. (시계를 가리키며) 이 시계도 그런 원칙 중의 하납니다. 퇴근시간 여섯시, 전철 타고 내리면 여섯시 삼십분, 역 앞에서 버스 타고 동네까지 오면 여섯시 오십분, 동네에서 아파트까지 오는 데 여섯시 오십오분, 아파트에서 우리 집까지 오면 딱 일곱시, 그렇지만 시간을 너무 딱 맞춰 오면 이상하니까 적당하게 일곱시 삼분 정도……마침 지금이 일곱시 삼분이군요. 더 늦으면 어색합니다. 그럼 이만. 대머리, 일어나서 가려고 한다. 꾸부정 (벌떡 일어나며) 자……잠시만요. 대머리 ……. 꾸부정 저한테도 그……원칙 규칙 법칙을 가르쳐 주시면 안 될까요? 대머리 (위아래로 훑어보며) 딱 보니 보통 사람이시군요. 불가능합니다. 꾸부정 (앞을 막아서며) 부탁드립니다.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닙니다. 꾸부정 스승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대머리 미안합니다. 늦으면 의심합니다. (가려고 한다) 꾸부정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제발요, 제발. 이렇게 빕니다. 우리 집사람이 뒤로 넘어가고 뼈가 부러지고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합니다. 그 사람은 저 같이 별 볼일 없는 사람이랑……결혼을 해준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그렇게 되는 건 절대 안 됩니다. 조금이라도, 일분일초라도 더 웃게 해주고 싶습니다. (무릎 꿇으며) 허락하실 때까지 꼼짝도 하지 않겠습니다. 무릎 꿇은 꾸부정을 계속해서 지켜보는 대머리. 꾸부정, 점점 다리가 저려온다. 대머리 다리 저리죠? 꾸부정 ……조금. 대머리 이쯤 되면 좀 봐주지 저 대머리 진짜 독한 놈이다,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요? 대머리 다리 저리면,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아……아닙니다. 약속은 약속이니까. 대머리 괜찮습니다. 꼼지락하세요. 꾸부정 그럼……조금만 꼼지락을. 꾸부정, 슬며시 꼼지락거린다. 대머리 (시계를 들여다본다) 시간이 꽤 지났군요. 어중간한 시간입니다. 지금 들어가면 뭔가 부조리합니다. 이럴 때는 회식을 한 것처럼 아예 늦게 들어가는 게 좋은 방법이죠. (전화를 건다) 나야, 별일 없지? 부장님이 딱 한잔만 하자고 하시네. 당신도 알잖아 부장님이 회사일 힘들면 나한테 털어놓는 거. 일찍 갈 테니까 밥은 먼저 먹어. (전화 끊자마자 가방에서 반병 정도 남은 소주를 꺼내 한 모금 마신다) 회식이라고 했기 때문에 입에서 술 냄새가 나야 됩니다. (오징어 다리를 꺼내 우물우물 씹는다) 술 냄새만 나면 이상하니까요.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해 볼까요? 꾸부정 (기쁨) 저……정말이십니까? 대머리 시간이 없으니까 3단계로 요약 학습을 하죠.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꾸부정 (차렷 자세로) 옛! 대머리 가장 중요한 1단계는, 변화입니다. 꾸부정 변화? 대머리 많은 해고자들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대부분 들킵니다. 왜일까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어떠한 행동의 변화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한숨을 쉰다든가, 소파에 푹 주저앉는다든가, 밥 먹다가 숟가락을 멈추고 한참을 멍하니 있는다든가, 밤이 깊도록 식탁에서 소주를 마신다든가, 아들한테 사립대 말고 국립대로 가는 건 어떠냐고 한다든가, 잠자리에서 등을 돌린 후 웅크리고 잔다든가, 자다가 자기도 모르게 흐느낀다든가. 이런 변화들이 해고를 들키는 가장 큰 이유죠. 꾸부정 (감탄) 그렇군요. 대머리 변화되지 않는 것. 일상적인 평범함을 유지하는 것. 이게 가장 중요합니다. 꾸부정 (감탄의 연속) 으음……. 대머리 이론만 가지고는 감이 안 옵니다. 실전훈련을 해보죠. 이 놀이터가 집이고 제가 부인이라고 설정을 해봅시다. 선생은 회사 일을 마치고 막 퇴근한 상탭니다. 바깥에서 벨을 눌러보세요. (꾸부정이 멍하니 있자) 시간 없습니다. 빨리. 꾸부정 (얼떨결에) 예…… 옛! (바깥으로 달려 나가) 띵동! 대머리 (부인 흉내)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대머리를 한참 바라보다가) 풉……. 대머리 ……. 꾸부정 그게……집사람이 대머리라고 생각을 하니까 너무 웃겨서……. 대머리 ……. 꾸부정 죄……죄송합니다. 제대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아, 먹었어. 대머리 (손을 잡으며) 고생 많았지? 꾸부정 …… 흐흑. (흐느낀다) 대머리 뭡니까? 왜 울죠? 꾸부정 (흐느끼며) 집사람이 손을 잡아주니까 갑자기 미안하고, 고생만 시킨 것 같고, 젖은 손이 애처롭고……. 대머리 어허, 이러니까 들키는 겁니다. 마음을 강하게 먹으세요. 돌부처처럼! 꾸부정 네……넷! 돌부처! 다시 하겠습니다. 띵동! 대머리 당신 왔어? 밥은? 꾸부정 (과장되게) 밥? 먹었지! 아주 많이! 대머리 (손을 잡으며) 별일은 없었어? 꾸부정 (더더욱 과장되게) 별일은 무슨, 평소랑 또오오옥 같았어 하하하하! 대머리 잠깐, 왜 이렇게 들떠 있죠? 회사에서 좋은 일이 있었나요?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월급날입니까? 꾸부정 아니요. 대머리 부인 생일인가요? 꾸부정 아니요……별일 없었는데 대머리 그런데 왜 그렇게 오버를 합니까? 별일 없었는데 그렇게 오버 하면서 별일 없었다고 하니까 마치 별일이 있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꾸부정 아……거기까지는 차마. 대머리 자, 눈을 감으세요. 상상을 해봅시다.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평범하고 반복적인 회사의 하루, 위에서 눌리고 밑에서 치이고 정리해고의 소문이 뒤숭숭하게 들려오고, 선생은 그 틈바구니에서 간신히 하루를 버티고 퇴근을 합니다. 지하철이 붐빕니다. 버스가 막힙니다. 심신이 지쳐있습니다. 터덜터덜 걸어옵니다. 그 상황에서 초인종을 누릅니다. 띵동! (부인 목소리) 당신 왔어? 별일 없었지? 꾸부정 (상상하다가 정말 지친 듯, 무심하게) 뭐, 똑같지 뭐. 대머리 나이스! 그겁니다! 하니까 되잖아요? 꾸부정 아? 정말? 정말 되네? 환호하는 꾸부정. 대견한 듯 지켜보는 대머리. 대머리 (느닷없이)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재빨리)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능숙하게) 뭐, 똑같지 뭐. 하이파이브 대머리 당신 왔어? 별일은? 꾸부정 (완전 능숙) 뭐, 똑같지 뭐.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대머리. 대머리를 부둥켜 안는 꾸부정.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2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초조한 듯 그네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다. 이상하게도 잠옷 차림. 그의 발밑에 수북이 쌓인 담배꽁초들. 대머리가 체육복 가방을 들고 놀이터로 들어온다. 그네에 타고 있는 꾸부정을 의식 못한 채 양복바지와 윗도리를 벗는다. 아아, 그 속에 입고 있는 축구 유니폼. 대머리 (부인에게 전화하는 듯) 나야. 사내 축구대회가 이제 끝났어. 오늘은 두골밖에 못 넣었어. 부장님은 후보였지 뭐. 밥?……부장님이 같이 먹자고는 했는데…… 정 그렇다면 집에서 먹지 뭐. 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곧바로 모래밭에 뒹굴며 유니폼을 더럽히는 대머리. 만족한 듯 어깨를 으쓱거리며 주위를 둘러보다가 꾸부정을 발견하고는 놀란다. 대머리 뭐……뭡니까? 꾸부정 오랜만……입니다 스승님. 대머리가 꾸부정을 잡아채어 그네 밑으로 숨는다.(숨어질 리가 없으니 웃기다) 대머리 오랜만? 헤어진 지 하루 만에 만났는데 오랜만이라구요? 꾸부정 오랜만은……아니네요. 대머리 이 놀이터는 제가 찜했으니까 다른 놀이터에서 시간을 때우라고 몇 번을 말했습니까? 꾸부정 그건……알지만. 대머리 대체, 40대의 못생긴 남자 둘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다는 게 주민들이 봤을 때 얼마나 평범하지 않은 일인지 모르시는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방금, 솔직히 이 대머리보다는 내가 더 잘생겼는데 라고 생각하셨죠? 꾸부정 그……그럴 리가. 대머리 (쌓여있는 담배를 본다) 맙소사, 이 아까운 담배. 이 담배값이면 김밥이 두 줄이거늘…… 왜 이런 비행을 일삼는 겁니까? 혹시…… 걸린 겁니까? 꾸부정 ……. 대머리 세상에, 하루 만에 걸리다니……시키는 대로 안 했죠? 꾸부정 아…… 아닙니다. 배운 그대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변수가 있었어요. 대머리 변수라니요? 꾸부정 스승님께 배운 1단계를 계속 되뇌면서, 심호흡을 하고, 현관문을 여는 순간. 대머리 순간? 꾸부정 첫째 둘째가 쪼르륵 달려오더라구요. 그러고는 갑자기……. 대머리 갑자기? 꾸부정 아빠 생일을 축하한다면서 첫째 놈이 어깨를 주무르고 둘째 놈이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이러면서 .(갑자기 목이 멘다) 대머리 세상에……본인 생일인지도 몰랐나요? 꾸부정 저는 집사람이랑 애들이랑 부모님이랑 장인 장모랑 부장님 상무님 전무님 사장님 생일밖에 모릅니다. 대머리 ……. 꾸부정 자식들이 생일노래를 불러주는데 어떤 아빠가 목이 안 멥니까. (흐느낀다) 대머리 잠깐, 이상하군요. 선생 말대로 대한민국의 모든 아빠들은 자녀들이 생일을 챙겨줄 때 웁니다. 자녀들의 생일 축하에 감동한 아버지가 고개를 돌리고 조용히 운다. 이건 튀는 게 아닌데? 평범한 건데? 꾸부정 조용히 운 게 아니라……. (갑자기 바닥에 뒹굴며 통곡한다) 대머리 음 ……그렇게 울었군요. 꾸부정 (끄덕이며 계속 통곡) 대머리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나 할 법한 울음을 생일 축하를 받는 자리에서. 꾸부정 (더 크게 통곡) 대머리 가족들은 가장의 뜬금없는 대성통곡에 당황했을 테고. 꾸부정 (그야말로 대성통곡) 대머리 그래서……그 다음 행동은? 꾸부정 갑자기 부끄러워져서…… 도망치듯 안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대머리 도망치듯 이라, 이런. 꾸부정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안방 문을 잠그고. 대머리 맙소사. 꾸부정 밖에서 두들겨도 열어주지 않다가 . 대머리 하느님. 꾸부정 눈을 떠보니 아침이더군요. 대머리 ……부인은? 꾸부정 ……거실에서. 대머리 ……. 꾸부정 눈을 뜨자마자 너무 당황스러워서……몰래 집을 나왔습니다. 대머리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더군다나……잠옷 차림. 꾸부정 공원에 계속 숨어 있다가 시간 맞춰서 나온 겁니다. 스승님…… 저 어쩌죠? 대머리 일반인이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라고 그렇게 얘기했거늘. 꾸부정, 흐느낀다. 대머리, 눈을 감은 채 한참을 말없이 서 있다가 천천히 축구 유니폼을 벗는다. 속옷 차림으로, 꾸부정에게 축구 유니폼을 건네는 대머리. 대머리 회사원인 남자가, 씻지도 않고 드라이도 안 하고 나왔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러나 체육대회를 했다면 알리바이가 생기죠. 입으세요. 꾸부정 ……하지만……스승님도……. 대머리 저는…… 심판 봤다고 하겠습니다. (가방에서 호루라기를 꺼내 목에 걸며) 이건……다음 달에 쓸 거였는데……. 꾸부정 이 은혜……잊지 않겠습니다. 스승님. 대머리 들어가자마자 아버님 사진을 꺼내세요. 꺼내자마자 사진 부여잡고 우세요. 어제 선생은, 돌아가신 아버님 때문에 울었던 겁니다. 꾸부정 (경이로움) 과연……스승님은……. 대머리 이제, 뒹구세요! 꾸부정, 열심히 모래바닥에 몸을 뒹군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3 불이 켜지면 단발머리를 한 여성이 놀이터에 서 있다. 그녀는 양손에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다. 단발 (냉랭하게) 여보, 솔직히 말 안 하면 나, 집 나갈 거야……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울먹이며) 당신 나 죽는 꼴 보고 싶어? 빨리 말해? 짤렸지? 그네 위에 주저앉는다. 다시 벌떡 일어난다. 단발 (화통하게) 호호호호! 괜찮아 여보! 딱 보니까, 짤렸네? 호호호호!! 힘없이 주저앉는 단발머리.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다가 천천히 일어나 차분하게 독백을 시작한다. 단발머리가 독백을 하는 동안 파마머리를 한 여성이 조용히 들어온다. 그러고는 옆 그네에 앉아 벼룩신문을 보기 시작한다. 단발 (이성적으로) 여보, 나 당신과 지금까지 함께 했고 앞으로도 함께할 거야. 당신도 알겠지만 우린 부부야. 부부가 뭔데? 비밀이 없는 게 부부야. 내가 열을 셀 동안 당신이 끝까지 비밀을 말 안 해준다면 나……집 나갈 거야. 이게 당신의 마지막 기회야. (눈을 감고) 하나, 둘, 셋, 넷……. 파마 (불쑥) 대답 안 할 거예요. 단발 (화들짝) 네 넷? 파마 그쪽 아저씨한테 짤렸냐고 추궁해도 대답 안 할거라구요. 단발 ……. 파마 오히려 추궁하면 추궁할수록 그쪽 아저씨는 위험해질 거예요. 단발 위험해……진다구요? 파마 남편 성격이? 단발 조금……소심해요. 파마 소심하다라……열을 세자마자 바로 집을 뛰쳐나가겠네. 단발 약간 다혈질이기도. 파마 다혈질이라……바로 옥상으로 올라가서 뛰어내릴 수도 있겠네. 단발 조금 고전적인 면도. 파마 고전적이라……고전적으로 약국마다 돌면서 수면제를 살 수도 있겠네. 단발머리, 비틀거리다가 그네에 주저앉는다. 파마 너무 걱정하진 말아요. 뛰쳐나가면 잡으면 되고 옥상 문은 잠가놓으면 되고 약 먹어도 응급실이 있으니까. 그래도……상처는 남겠죠. 돈 없어도 살지만 자존심 없으면 못사는 게 남자니까. (일어나며)그럼 이만. 단발 저……저기……. 파마 ……. 단발 어떻게……그렇게……잘……. 파마 우리 아저씨도 짤렸거든요. 그것도 1년째. 단발 그쪽 아저씨가 혹시……뛰쳐나가셨나요?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옥상에서? 파마 전혀. 단발 혹시 약을? 파마 전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건조하고, 재미없고, 대머리고. 단발 그게 어떻게 …… 가능하죠? 파마 모르는 척 했거든요, 해고당한 걸. 단발 모르는 척……그게……그렇게 쉽게……. 파마 평범한 주부들은 안 돼요. 어느 정도 비범해야만 가능하죠.(시계 본다)늦었네요. 잠시 후면 우리 아저씨가 이 놀이터로 올 거예요. 항상 여기 들렀다가 시간을 맞춰서 퇴근한 척하거든요. 파마머리, 벼룩시장을 챙겨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단발 사모님! 파마 ……. 단발 저도……저도 비범하게 만들어주시면 안 될까요? 파마 일반 주부가 범접할 수 있는 세계가 아니에요.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단발 (무릎 꿇으며) 부탁이에요, 사모님. 저희 남편이 때때로 소심하고 때때로 한심하고 때때로 답답하기는 하지만……좋은 사람이에요. 오로지 집이랑 애들이랑 저밖에 모르는……그 사람이 옥상으로 올라가거나 약을 사러 돌아다니는 건 상상만 해도 끔찍해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맘 편히 집으로 오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무릎 꿇으며) 부탁드려요! 한동안의 정적. 파마 제자로 받아주면……가끔 소금 설탕 간장 같은 거 빌려줄 수 있어요? 단발 그럼요! 파마 맛있는 반찬 하면 나눠줄 수도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그쪽 애들 통닭이나 피자 시켜주면 우리 애들도 불러 먹일 수 있고? 단발 그럼요! 파마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제자님이 그렇게 해주면 나도 제자님한테 그렇게 해주겠어요. 서로 서로 나눔으로써 감소된 경제력을 최대한 이겨내는 거예요. 단발 방금, 제자라고? 파마 그래요. 제자로 받아주겠어요. 단발 (큰절) 스승님! 파마 (대머리에게 전화하는 것일까) 여보, 퇴근하는 중이지? 미안한데 올 때 계란 좀 사다줘요. 동네 슈퍼 말고 꼭 유기농 파는 데로 가서, 그래 큰길가에 있는, 고마워요. (전화 끊는다) 우리 아저씨가 놀이터로 오는 시간을 지연시킨 거예요. 수업을 해야 하니까 단발 그런 깊은 뜻이! 그럼 저도 전화할까요? 파마 비싼 거 말고, 계란이나 당근처럼, 싸면서도 깐깐하게 골라야 하는 걸로, 그래야 남편에게 부담이 안 가면서 시간도 벌어지니까. 단발, 꾸부정에게 열심히 전화한다. 파마, 대견하게 지켜본다. 통화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수업에 들어가는 두 사람. 파마 상태 체크부터 해보죠. 그쪽 아저씨가 해고당했을 거라는 판단을 하게 된 이유는? 단발 그게……집에 왔을 때만 해도 평소랑 똑같았어요. 별일 없었냐고 물어보니까. 파마 “뭐, 똑같지 뭐.” 라고 했죠? 단발 (놀란다) 그걸 어떻게? 파마 그게 1단계니까요. 단발 그런데 그날이……남편 생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애들이 노래를 불러줬어요. 그런데. 파마 그쪽 아저씨가 한참을 가만있다가 대성통곡을 한 거죠? 단발 맞아요! 파마 그러다 울먹이면서 안방으로 뛰쳐들어갔을 테고. 단발 맞아요! 파마 문을 잠가놓고 밤새 안 열어주다가 다음 날 아침에 잠옷 바람으로 나갔는데 들어올 때는 축구 유니폼을 입고 들어오더니 아버님 사진을 꺼내놓고 울지는 않던가요? 단발 맞아요! 그것도 멀쩡히 살아계신 아버님을……. (흐느낀다) 파마 분석을 해보니, 짤린 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 나오는 증상이네요. 지금이 가장 위험할 때에요. 걸릴까 말까 말할까 말까 집에 들어올까 말까를 가장 고민할 때죠. 단발 그……그러면……어떻게? 파마 제자님이 실력을 발휘할 때인 거예요 일명 ‘모른 척’의 실력을. 단발 모른 척의 실력? 파마 생각해봐요. 남편들이 “아, 걸릴지도 모르겠구나.”라는 생각을 언제 하게 될까요? 단발 글쎄……. 파마 바로 ‘눈빛’이에요. 단발 눈빛? 파마 가장들이 고달프고 괴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힘이 뭘까요? 그건 바로 가족들의 눈빛이에요. 힘들게 일을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자신에게 향하고 있는 가족들의 애정 어린 눈빛. 그럴 때 가장들은 힘을 얻는 거예요. 단발 아! 그렇다면, 앞으로 그 눈빛을 더 열심히 보내주면 되겠네요? 파마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군요. 그건 그 사람들이 ‘일’을 할 때잖아요. 단발 ……. 파마 지금은 일을 못 하고 있는 상태죠. 일을 못 구해서 미안하고 돈을 못 버니까 미안하고, 그런 가슴 아픈 상태에서 집에 들어왔는데 가족들이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낸다고 생각해봐요. 어떻겠어요? 단발 (서서히 깨달음을 얻는다) 아아……. 파마 애들이 노래를 불렀을 때 그쪽 아저씨가 왜 대성통곡을 했는지 알겠죠? 단발 (깨달음) 이제야 알겠습니다. 스승님. 파마 그렇기 때문에 그 1단계가 바로 ‘눈빛 돌리기’ 인 거예요. 단발 눈빛 돌리기! 파마 시간이 없으니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 봐요. 남편이 퇴근한 척하고 집에 들어왔어요. 대꾸를 해 보세요. “여보, 나 왔어.” 단발 (눈빛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으……응……별일 없었어? 파마 그렇게 어색하게 눈빛을 돌리면 의도적으로 피한다는 느낌이 바로 오잖아요. 단발 그렇네요. 파마 다시 한 번 해봐요. “여보, 나 왔어.” 단발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며) 응, 별일 없었지? 파마 그렇게 처음부터 딴 데를 보면서 얘기하면 냉랭해져 있다는 느낌이 들잖아요. 단발 아아…… 어렵네요. 파마 눈빛을 피하되, 의도적이지도 냉랭하지도 않게 자연스러운 느낌으로 피해야 되는 거예요. 상상을 해봐요. 남편이 집에 왔을 때 눈빛을 돌리고 있을만한 자연스러운 무엇. 단발 자연스러운 무엇이라……. 파마 시범을 보여주죠. 역할을 바꿔 봐요. 단발 (남편 흉내) 여보, 나 왔어. 파마 (뒤돌아 요리하는 척) 왔어? 계란 사왔어? 단발 (계란 건네주는 척) 응, 여기. 파마 (계란 받자마자, 다른 곳으로 가며) 빨래가 다 됐나? 당신은 빨리 씻어. 단발 (씻으러 가는 척) 응, 그래. (씻으러 들어갔다 나온 듯) 다 씻었는데? 파마 (식탁을 가리키는 듯) 밥 차려놨어. 단발 당신은? 파마 당신 기다리다 배고파서 먹었어. 아이고, 내 정신? 드라마 녹화해 놨는데. (거실로 달려가는 시늉) 단발 (껄껄 웃는다) 허허 당신도 참! (편하게 밥을 먹는 시늉을 하다가) ……어머? 한 번도 안 마주쳤어요! 파마 그리고 자연스럽죠? 단발 남편 입장에서도 정말 자연스럽고 편하겠어요! 파마 이 1단계를 여러 가지로 조합해서 써먹으세요. 요리-빨래-드라마, 드라마-요리-빨래 같은 식으로. 여기서 중요한 건, 요리가 맨 마지막에 가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러면 밥을 같이 먹게 되고, 같이 먹게 되면 눈이 마주치게 되니까. 단발 (경이로움) 스승님……. 파마 통닭 시키면, 꼭 우리 애들 불러줘요. 단발이 파마를 껴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4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한 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대머리를 기다리고 있다. 대머리가 생일 때 쓰는 고깔모자를 쓰고 천천히 걸어온다. 꾸부정 스승님! 대머리 (고깔모자가 부끄러운 듯) 오늘, 생일이거든요. 오늘 컨셉은 직원들이 해준 생일파티 컨셉입니다. 1년에 한번밖에 못 써먹는 게 아쉽긴 하지만…… (꾸부정의 상태를 보고) 좋아 보이는군요. 꾸부정 그럼요! 집사람이 완전히 속아 넘어갔습니다. 우연의 일치이긴 하지만 집에 갈 때마다 빨래를 하거나 요리를 하거나 드라마를 보고 있더라구요. 눈이 안 마주치니까 더더욱 마음이 편합니다. 하하하하! 대머리 참으로……대단한 우연의 일치로군요. 꾸부정 네? 대머리 아닙니다. 그런 우연이 겹칠 때가 있죠……저도 그랬으니까. 어쨌든 다행입니다. 꾸부정 (비닐봉지를 내밀며) 저어……이거……. 대머리 이건? 꾸부정 스승님 생신 선물입니다. 대머리 ……해고자들끼리는……경조사를 모른 척 하는 게 불문율인데……. 꾸부정 그건 알지만, 스승님의 생신이니까요. 자판기 커피를 서울역에서 영등포 쪽으로 옮기니까 50원이 절약되더라구요. 그걸 두 달 동안 모아서 산 겁니다. 대머리, 천천히 봉지를 열어본다. 그 안에는 소주 한 병이 들어있다. 꾸부정 한 달 치 회식 아이템입니다. 대머리 ……직원들도……챙겨준 적 없었는데……선물……. 꾸부정 ……약소합니다. 한동안 말없이, 소주병을 만지작거리는 대머리. 대머리 (분위기 전환) 흠흠, 두 달이 지났으니 2단계로 들어갈 차례로군요. 꾸부정 그 생각을 하니까 두근거려서 잠이 안 왔습니다. 대머리 배우고 익히면 때때로 즐겁지 아니하죠. (선물 받은 소주를 따서 권하며) 일단, 한 모금 하시죠. 꾸부정 하지만……이건 스승님의 대머리 오늘은 제 생일이니까 특별히 보름치만 마시죠 (오징어 다리 네 개를 꺼내며) 안주도 사치스럽게 1인당 무려 두 개씩. 소주병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소주를 마시는 두 남자. 대머리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장에 다니고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가 뭐라 생각하십니까? 꾸부정 글쎄요, 명함? 대머리 (고개 흔든다) 꾸부정 그럼, 양복이나 작업복? 대머리 이렇게 물어보죠. 직장에 다니는 이유가 뭡니까? 자아실현 같은 뻔한 답 말고. 꾸부정 돈을 벌기 위해서죠. 돈을 벌어야 가족들 먹여 살리고 집도 사고. 대머리 그렇습니다. 돈, 바로 월급이죠. 직장을 다닌다는 가장 큰 증거는 바로 꼬박꼬박 나오는 월급입니다. 꾸부정 (이마를 치며) 아아 그렇구나. 대머리 선생이 그 어떤 실수나 튀는 행동을 하더라도 월급을 꼬박꼬박 가져다주는 한 쉽게 의심받지 않습니다. 1단계보다 더 강력한 2단계는 바로 ‘월급’입니다. 꾸부정 월급이라……무슨 수로 월급을……. 대머리 퇴직금과 저축과 비자금을 포함하면 얼마나 됩니까? 꾸부정 한……삼천 정도…….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당겨쓰는 바람에……. 대머리 월급은? 꾸부정 이백이 조금……. 대머리 적군요. 꾸부정 성과급제 인지라……. 대머리 봅시다, 재취업의 목표를 일 년으로 잡았을 때, 총자본 삼천에서 하루 용돈 만원 곱하기 365해서 빼면 2635만원. 중간 중간 부인과 아이들 생일 선물 챙겨주고, 가끔 부모님 외식도 시켜드리고, 아프면 병원 가야되고, 친구 만나면 술 한잔도 해야 되니까 100만원 빼면 2535만원. 이걸 열두 달로 나누면 211. 25만원. 딱 맞아떨어지는군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맞아 떨어지다니! 대머리 아직 감탄은 일러요. 변수를 따져봅시다. 올해 안에 큰돈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뭐가 있죠? 꾸부정 음……올해 봄에 어머니 금니를 해드리기로.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임플란트 해드린다고 하세요. 꾸부정 음……올해 여름에 가족들하고 제주도를. 대머리 돈 더 모아서 내년에 하와이 가자고 하세요. 꾸부정 처제가 연애를 하는데 가을쯤 결혼하고 싶다고. 대머리 어떻게든 둘이 깨지게 만드세요. 꾸부정 겨울에 큰애가 수능을 보는데 그럼 대학 등록금을. 대머리 어떻게든 재수하게 만드세요. 꾸부정 이럴 수가! 이토록 쉽게 해결되다니! 선생님은 천재예요! 대머리 지금 당장, 은행으로 가서, 입금 하세요. 꾸부정, 대머리를 부둥켜안는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5 불이 켜지면, 단발과 파마가 그네에 앉아있다. 단발은 통닭을, 파마는 장조림 통을 들고 있다. 그들의 발밑에는 반쯤 남은 소주병(남자들이 마신)이 남아있다. 단발 다 먹으면 살찐다고 애들한테 강제로 뺏어 온 통닭이에요. 파마 우리 애들 좋아하겠네. 이건 우리 엄마가 보내준 장조림이야. 단발 이 귀한 걸. 파마 미국산일 거야. 단발 찬밥 더운 밥 가릴 때가 아니죠. 두 여자, 웃는다. 단발 (소주병을 내려다보며) 회식을 보름치나 빠뜨려놓고 갔네요. 불쌍한 그이. 파마 남은 보름은 축구대회로 때우겠지. 모래판에 뒹굴고 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아파. 단발 이번 달엔 월급을 두 번이나 입금했더라구요. 파마 우리 아저씨는 실수로 우리 딸한테 입금한 적도 있어.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월급날이니까 당당하게 들어오겠네. 오랜만에……하자고 할지도 몰라. 단발 어머, 스승님도. 파마 안 좋아도……좋은 척해 줘야지 뭐. 단발 난 그냥……좋은데. 파마 역시, 젊구나. 두 여자, 웃는다. 파마 (소주병 집으며) 이 회식 보름치는, 우리가 마시자구. 곗날이었다고 하지 뭐. 단발 곗날이라……짤린 지 1년 넘은 곗날. 파마 난 2년. 두 여자, 한참을 웃다가, 사이좋게 소주를 나눠 마신다. 파마 그 아저씨들…… 앞으로 1년 버티기도 간당간당할 거야. 퇴직금은 한계가 있지. 단발 우리 남편은…… 당겨썼을 텐데. 파마 중간에 큰돈 들어갈 일 있으면 알아서 짤라줘. 어머니 금니라든가 제주도로 떠나는 가족 여행이라든가 자식들 학자금이라든가 동생 결혼식 같은 것들 있잖아. 단발 어머? 어떻게 그렇게 잘 아세요? 파마 사는 게 비슷비슷하니까 돈 들어가는 것도 비슷비슷하겠지 뭐. 단발 정말이지……스승님은. 파마 대놓고 짜르면 의심하니까 자연스러워야 돼. 나 같은 경우는 뉴스를 많이 활용해. 요즘 뉴스에 경제 어렵다는 얘기 많이 나오잖아. 등록금에 목숨 끊고 효도 못 해 목숨 끊고 결혼 못 시켜줘서 목숨 끊고……그런 뉴스 나올 때마다 호들갑을 떠는 거야. “어머머머, 저걸 어떡해? 우리라고 안심하면 안 되겠네. 여보, 경제도 어려운데 당분간 허리띠 좀 졸라맵시다.” 그럼 남편이 그러겠지. “그래도……할 건 해야 되잖아?” 그럼 이러는 거지. “그거 안 한다고 당장 죽어? 다 내년에 합시다. 금니는 임플란트로, 제주도는 하와이로, 그리고 첫째 너는 조금만 더 공부하면 ‘인 서울’ 가능해. 그냥 재수해. 그리고 동생 결혼식은……으이그 나 그 남자 맘에 안 들어!” 두 여자, 배꼽을 잡다가, 다시 기분 좋게 마시는 소주. 파마 자기도…… 빨리 일을 구해야 돼. 단발 ……그래야죠. 파마 일을 구할 때도 튀지 말아야 돼. 집에만 있으니까 갑갑하다, 옆집 엄마들이 마트에 가서 일하니까 돈도 벌어 좋고 심심하지도 않아서 좋지 않느냐, 일도 엄청 편하다더라…… 물론 편하지는 않지……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단발 ……. 파마 그래도 마트를 구하면 다행이야. 술집을 돌면서 전병을 파는 아줌마들도 있어. 단발 ……. 파마 더 심하면……도우미로 나서는 거지. 단발 ……. 파마 남자들도 마찬가지야……일을 도저히 못 구하면 아빠방 같은 데로 가기도 하거든. 알지? 그, 남자 도우미 같은……. 단발 ……. 파마 대단한 거야……그렇게 해서 가족이 유지되니까. 단발 대단하네요……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파마 더 지나면……엄두가 날 거야……. 단발 ……. 파마 ‘뭐든’이라는 단어가 중요해. 뭐든. 단발 ……뭐든. 파마 2단계가 바로 그 ‘뭐든’ 이야. 단발 ……. 파마 (벼룩시장을 건넨다) 생일 축하해. 선물이야. 단발 ……고마워요. 파마 꼼꼼히 읽어 보면 일을 구할 수 있을 거야. (소주병을 들고) 마시자고……곗날인데 말없이, 소주를 마시는 여자들. 암전. 암전을 감싸는 작은 멜로디. #6 불이 켜지면, 꾸부정이 축구 유니폼 차림으로 모래판에 열심히 뒹굴고 있다. 잠시 후, 천천히 걸어 들어오는 대머리. 그러나, 대머리가 아니다. 윤기 흐르는 리젠트 헤어스타일에 삐까번쩍한 양복, 광나는 구두. 그러나, 왠지 어색한. 어찌 보면 우스꽝스러운. 꾸부정 스승님! …… 머리가? 대머리 가발입니다. 꾸부정 결혼식이라도?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이제, 완벽하게 홀로서기를 하셨군요. 꾸부정 스승님 덕분이죠……덕분에 집사람이 뒤로 자빠지지 않을 수 있게 되었네요.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지만, 어머니 금니도 가족들 여행도 다 내년으로 미뤄졌어요. 처제는 결혼 상대가 갑자기 마음에 안 들고 아들놈은 갑자기 ‘인 서울’을 노리겠다더군요. 4년제도 힘든 놈이……. 대머리 그건 정말로……완벽한 행운이군요. 꾸부정 예……그야말로 완벽한……. 대머리 ……. 꾸부정 집사람이 일을 시작했어요. 집에만 있으니까 심심하다면서. 대머리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겠군요. 꾸부정 전병을 팔고 있더라구요……술집을 돌아다니면서.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하다고 할 만할 일일까요……전병을 파는 게……. 대머리 ……. 꾸부정 ……심심해서겠죠……분명……. 좋은 건지, 씁쓸한 건지 모를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그네를 타는 두 남자. 대머리 마지막 3단계를 배울 차례로군요. (양주를 꺼낸다) 양주 한잔 하시죠. 꾸부정 양주가……어디서? 대머리 (대답 없는 미소) 졸업 선물입니다. 어떠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양주를 받아 마시는 꾸부정. 대머리 3단계는 ……시간입니다. 꾸부정 ……시간. 대머리, 그네에서 일어나 놀이터를 천천히 거닌다. 대머리 어릴 때 놀이터에서 소꿉놀이를 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꾸부정 ……. 대머리 의사도 됐다가 선생님도 됐다가 과학자, 대통령, 경찰관, 소방관, 백화점 사장, 옷가게 사장, 슈퍼마켓 사장……그렇게 소꿉놀이를 하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시간이 더 많으면 나는 더 많이 놀 수 있을 텐데, 이렇게 생각했죠. 시간이 많다는 게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는 걸……이제야 깨닫게 되는군요. 꾸부정 ……. 대머리 선생님이 해고된 순간부터 선생님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생겼습니다. 이제 선생님은 직장을 구할 때까지 평범함을 연기하기 위해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싸워야 합니다. 늦잠을 잘 수 없습니다. 출근 하는 척해야 되니까요. 밖에서 시간을 때워야 합니다. 퇴근 시간이 되어야 집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밥도 혼자 먹어야 됩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장에서 먹으니까요. 비싼 걸 먹으면 안 됩니다. 돈이 없으니까요. 꾸부정 ……. 대머리 동네 주변에 있으면 안 됩니다. 아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요. 극장도 있고 피씨방도 있고 커피숍도 있지만 갈 수 없습니다. 돈이 드니까요. 아침이 되면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서 저녁이 될 때까지 아는 사람 없는 곳에서 돈 안 드는 방법을 택해서 시간을 죽여야 됩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취직을 위해서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만 죽어라 읽고 읽고 또 읽어야 합니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과 싸워야 됩니다. 그게……마지막 3단계입니다. 꾸부정 ……. 대머리 (놀이터를 둘러 본 후) 어릴 때는 이 놀이터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습니다. 놀이터에서 대머리의 어른이 미끄럼틀을 타고 있으면 웃기잖아요……어른이니까……. 꾸부정 ……. 대머리 (시계를 본다) 이제 가야겠군요. 저도 오늘은 축구대회라고 한지라 ……. 대머리, 가발을 벗고, 비까번쩍한 양복을 벗으면, 그 안에 입혀져 있는 유니폼. 그 상태로 모래바닥에 사정없이 뒹굴고, 꾸부정도 말없이 뒹굴고. 꾸부정 (뒹굴면서) 스승님……우리…… 소꿉놀이 한다고 생각하면 되겠죠? 어릴 때처럼? 대머리 (역시 뒹굴면서) 우리 같은 중년의 가장에겐……조금은 괴로운 소꿉놀이군요. 그런데……어릴 때 소꿉놀이 할 때는 왜 한번도……회사원 역할을 안 했을까요. 꾸부정 ……. 대머리 시시해서였을까요? 꾸부정, 말없이 더욱 열심히 뒹굴고, 대머리도 그런 꾸부정을 보며 더더욱 열심히 뒹굴고……. 암전. 잠시 후 들려오는 초인종 소리.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두 남자의 목소리. 목소리 나 왔어…… 별일은 무슨…… (심호흡을 한번 하고) 뭐, 똑같지 뭐. 작은 멜로디. -막-
  • 따뜻한 마음 전하는 종이접기

    따뜻한 마음 전하는 종이접기

    영화 ‘걸프렌즈’에는 식당에서 젓가락을 싼 종이 포장지로 여자에게 일회용 젓가락 받침대를 만들어 주는 남자가 나온다. 풀도 가위도 없이 단지 종이로 만든 갖가지 소품과 예술 작품은 따뜻한 마음을 전하는 최고의 선물이다.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씨는 “비행기 접어서 날려 보고, 돛단배 띄우고, 바람개비 돌리고, 학을 접고, 인형 옷 만들어 입히고, 쪽지편지를 친구에게 전하고…. 한번 접고 두번 접을 때마다 마음을 담았던 종이접기는 보석 같은 기억을 되살린다.”며 종이접기를 추천했다. 탤런트이자 바느질에도 재주가 있는 김현주는 “종이접기도 손뜨개처럼 손으로 하는 놀이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더 쉽고 빠르다는 것”이라며 종이접기를 예찬했다. 종이접기로 만들 수 있는 영역은 거의 무한하다. 수납용 선물 상자, 젓가락 받침·접시와 같은 주방 소품, 봉투, 나비·꽃·토끼·잠자리·금붕어 등의 인형도 종이로 5분이면 뚝딱 완성할 수 있다. 손에서 손으로 전해진 종이접기의 기원은 정확하지 않지만 ‘오리가미’라 불리는 일본의 종이접기 예술은 유명하다. 종이접기 문화가 널리 발달한 곳도 일본, 우리나라 등 아시아다. 유럽이나 미국 등의 공공장소에서 종이접기를 하면 금방 구경꾼이 몰려들어 깜짝 스타가 되기도 한다. 마음을 전하는 가장 달콤한 방법인 ‘스위트 페이퍼’(주부의 벗사 지음, 북노마드 펴냄)는 76가지의 종이접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해가 바뀌는 시점에는 여기저기 고마운 마음을 전할 곳이 많다. 선물을 할 때 깜찍한 모양의 상자나 가방, 봉투를 직접 접어서 하면 감동이 함께한다. 책에는 축의금 봉투, 용돈이나 편지를 함께 쌀 수 있는 여러 모양의 종이 주머니 등 다양한 형태의 포장 방법이 담겨 있다.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는다는 압박감, 퇴근 뒤에도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온종일 아이와 씨름하고서 밤늦게 찾아오는 공허함을 달래는 데에도 종이접기만 한 것이 없다. 주변에 있는 아무 종이를 집어 차곡차곡 접노라면 손가락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동안 마음은 단순해지고 평안해진다. 아이들은 종이로 꽃과 동물, 인형을 만들어 내는 부모의 마술 같은 솜씨에 감탄한다. 아이들에게 종이접기를 직접 가르칠 수도 있다. 상상력 자극 등 교육 효과가 뛰어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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