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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국품에 돌아온 義人 이수현

    용기 있는 행동으로 한·일 양국 국민을 감동시킨 고 이수현(李秀賢·27·고려대 무역학과 4년 휴학)씨의 유해가 30일 오후 고향인 부산에 도착,시민과 지인 100여명의 슬픔 속에 연제구 연산9동 정수사(주지 金圓光스님)에 안치됐다. 유해 봉안식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비서관을 보내 애도의 뜻을 전했으며 임우영(林雨榮)고려대 부총장,고려대 학생,100여명의 시민들이 이씨의 명복을 빌었다. ◆이씨의 영정과 유골은 아버지 이성대(李盛大·64·부산 연제구 연산9동),어머니 신윤찬(辛潤贊·54)씨의 품에 안겨 이날 오후 1시55분 일본 나리타공항에서 대한항공 KE714편으로 출발,오후 3시55분쯤 김해공항에 안착했다. 보자기로 싼 유해는 아버지 이성대씨가,영정은 외삼촌 신명교씨(44)가 안고 나와 공항 입국장에서 사촌동생 이수민씨(21)가 넘겨받아 안은 채 공항을 빠져 나왔다.입국장을 나서는 동안 이씨의 어머니 신씨는 이웃 주민을 만나자 “에이 이눔아,에미 애비 어쩌고 니가 먼저간다고.에이 이눔아”라며 울음을 터뜨려 주위를 숙연케 했다. 공항 주차장에 마련된 임시 분향소에서 고려대 학생대표 박형선씨(26·무역학과 4년)는 “죽음보다 욕된 삶이 있는가 하면 삶보다 영광스러운 죽음도 있다”면서 “학형의 삶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추도했다.10여분간 추도식이 진행된 뒤 이씨 유해는 곧바로 자택으로 향했다. ◆이날 오후 5시22분쯤 이씨 유해는 부산 연제구 연산9동 동서그린아파트 자택에 도착하자 이웃주민 50여명이 달려나와 위로의 말을 전했다.유해는 다시 아버지 이씨 품에 안겨 생전에 자신의 공부방이었던작은방 책상으로 옮겨졌다가 “수현이 신을 신어라,이제 가자”는 정수사 주지 원광스님의 안내로 10여분 만에 집을 나섰다. 이어 이씨 유해가 집에서 200여m 가량 떨어진 정수사 2층 법당으로곧장 도착,영가입제에 들어갔다. 영가입제는 조문객 3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유해인도에 이어 천수경과 아미타경 봉독,영가안치 등의 순으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정부는 30일 이씨를 의사자로 선정하고 국민훈장을 추서했다.이 조치로 이씨 유가족에게는 일시 보상금 1억2,840만원과 의료·교육·장례보상금,취업 가산점 등의 혜택이 주어지게 된다.이에 앞서 김대중대통령은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씨에 대해서는 정부가 할 수있는 최대한의 보상을 하라고 지시했다.이씨 모교인 부산 내성고(교장 韓景東·58)는 30일 고귀한 희생정신을 기리고 후배들의 산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추모비 건립과 장학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씨의 유해를 떠나보낸 일본에서는 이날도 이씨의 의로운 행동에대한 상찬과 애도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 열도 남단인 오키나와의 류큐신보는 “목숨을 건 2명의 정의감,행동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있다”면서 “당신들의 용기는 결코 잊을 수 없습니다”라고 추도했다. 한편 모리 요시로(森喜朗)일본총리는 이날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기린 메시지를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내는 한편 이씨의 의로운 행동을기리기 위해 일본정부 차원에서 감사의 뜻을 담은 목배(木杯·나무잔)를 수여하기로 했다. 부산 이기철 오풍연기자 chuli@
  • 與野 표면대립속 물밑대화 타진등 저변

    설 연휴에서 확인된 따가운 민심이 여야를 대화의 장으로 몰아가는양상이다.안기부 예산지원 파문에 따른 대치가 여전하지만 물밑으론대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대화기류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에서 보다 뚜렷이 감지된다.김영환(金榮煥)대변인은 26일 당 4역회의가 끝난 뒤 브리핑을 통해 “정치권이 싸움을 중단하고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설 민심을 잘 알고있다.국회 정상화와 여야 관계를 푸는 정치를 꾀하겠다”고 말했다. 김중권(金重權)대표도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화와 타협은 정치의기본”이라는 말로 야당과의 대화의지를 내비쳤다.안기부 예산문제와정치를 분리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다음달 초 김 대표가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경제회복을 위한 초당적협력을 야당에 촉구할 방침이다. 한나라당 역시 표면적인 강성기류에도 불구하고 저변에는 정국복원에 대한 의지가 엿보인다. 귀향활동을 마치고 돌아온 박희태(朴熺太)·김원웅(金元雄)의원 등은 “여야가 모두 욕을 먹고 있더라.이럴 때 제1당으로서 정치권의 불신을 씻을 결단을 내려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적지 않다”고 당내의 해빙기류를 전했다. 지난 20일부터 칩거에 들어간 이회창(李會昌) 총재도 이같은 당 안팎의 기류를 감안,방향선회를 심각히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한 측근은 “할 말은 분명히 하되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쪽으로 구상을 정리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강성기류 한나라당 지도부는 이날 법무부의 안기부 예산 국고환수소송을 계기로 투쟁 열기에 다시 불을 지피는 양상이다. 한나라당은 국고환수 소송을 야당 말살을 위한 ‘정치 소송’으로규정,법무장관의 해임권고 건의안을 제출하고 관련자를 명예훼손혐의로 고발하는 등 민·형사상 대책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공적자금의방만한 운영을 문제삼아 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민주당 역시 여야간 관계회복 가능성을 고려해 자극적 언급은 자제하면서도 “당연한 법 절차”라며 원칙론을 강조했다.국고환수 소송시비가 정국 정상화의 걸림돌로 떠오른 셈이다. 한나라당은 설연휴 이후 26일 첫 주요당직자회의와 야당수호 법률대책특위를통해 “대통령과 여당이 신뢰성을 보이지 않으면 그들의 손을 잡기 힘들다”고 선을 그었다. 권철현(權哲賢)대변인은 “대통령이 우당론(友黨論)을 피력하는 등‘미소작전’을 구사하다가 연휴 직전 국고환수 소송으로 야당의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다.시민단체 등 외부세력과 공동전선을 펴는 방안도 강구중이다. 이에 민주당도 안기부 예산사건과 관련해 한나라당의 대국민 사과와강삼재(姜三載)의원의 검찰 수사 협조,횡령 예산의 자발적 국고환수노력 등을 다시 거론하며,한나라당을 압박했다. ‘법 원칙이 정치논리에 훼손될 수 없다’는 논리다. 진경호 박찬구기자 jade@
  • “피부색 다르다고 차별 마세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는 비인간적 편견은 사라져야 합니다” 설 연휴를 맞아 몰려든 인파로 발디딜 틈 없이 북적이는 서울 잠실롯데월드 정문 앞에서 25일 오후 12시 외국인노동자 300여명이 ‘살색없애기 캠페인’을 벌였다. 방글라데시,미얀마,중국 등지에서 온 외국인노동자들은 게시판의 살색을 검은색 페인트로 지우는 퍼포먼스를 벌였고 ‘살색이라는 표현을 바꾸어 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물감회사 사장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송했다. 스리랑카에서 온 모하마드 리사(28)는 “버스에서 옆에 앉지 않으려고 하는 등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겪는 서러움이 한두가지가아니다”라고 말했다. 외국인노동자의 집에서 일하고 있는 요르그 바루드(41·독일) 목사는 “얼굴색이 흰 백인들에게 한국 사람들이 호의적인 것은 유명하다”면서 “백인에게 친절한 것의 절반만큼만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대해달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이란 등에서 온 사람들이 고용주로부터 욕을 먹거나 폭행을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피부색이 희고체격도 크고 당당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인도,방글라데시,스리랑카 사람들은 매를 맞는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날 행사를 마련한 외국인노동자의 집 소장 김해성(金海性·40) 목사는 “우리의 ‘살색’이라는 말에는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내포돼 있다”면서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대부분 엘리트로,앞으로 이들이 친한(親韓)인사가 될지 반한인사가 될지는 한국사람들에게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한시간여 동안 캠페인을 가진뒤 모재단이 마련한티켓으로 롯데월드에서 잠시 명절 기분을 맛보았다. 윤창수기자 geo@
  • 설 귀향 의원들 민심에 혼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설 연휴 동안 지역구에 내려갔던 한나라당 김부겸(金富謙·경기 군포) 의원은 만나는 시민마다 덕담은커녕 호된 꾸지람을 퍼붓는 바람에 진땀을 흘려야 했다.그는 “면전에서 정색을 하고 ‘정치 똑바로하라’고 호통을 치는 바람에 창피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며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설을 전후해 귀향활동을 벌였던 여야 정치인들은 시민들의 냉소와질책이 생각보다 훨씬 심했다고 25일 입을 모았다.시민들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당신들 때문에 다 죽게 생겼다”,“의원 이적이니,안기부자금 사건이니 민생과 상관없는 문제로 당신들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데 진절머리가 난다”며 여야를 싸잡아 비난하는 경우가 많았다고의원들은 전했다. 민주당 김성순(金聖順·서울 송파을)의원은 “부시 미 대통령 취임,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등 세계는 급변하는데우리 정치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싸움만 한다는 비판을 받았을 때는너무 염치가 없고 창피했다”고 털어놓았다.또 “비판은 식자층이건,노동하는 분이건 계층에 관계없이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민심은 정치 불신의 차원을 넘어 정치 혐오증과 무관심 차원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경실련 고계현(高桂鉉) 시민입법국장은 “정치 얘기만 나오면 아예 고개를 돌리거나 흥분해서 ‘이 놈’‘저 놈’하며 욕을 해대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시민 송인관(宋寅冠·36·태영화학 과장)씨는 “친지들을 만나도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 정치 얘기는 삼가는 분위기였다”며 “TV 뉴스에서 정치인 얼굴이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고말했다. 이같은 민심을 반영하듯 최근 국회 홈페이지(www.assembly.go.kr)에접속한 시민 1,643명 가운데 74.2%가 올해 국회가 정쟁으로 지샌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나빠질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은것으로 드러났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 지도부는 이날도 설날 민심을 정략적으로 이용,국민을 분노케 했다.민주당 김영환(金榮煥) 대변인은 “국민들이강한 정부론에 대한 기대가 크더라”고 자화자찬을늘어놓았고,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여권이 야당 파괴에 혈안이 된 것을국민들이 분명히 알고 있었다”고 헐뜯었다.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 시민감시국장은 “지난해 총선때 낙선운동으로 구태를 심판했듯이 내년 지방선거와 대선 때 시민단체들이 앞장서서 구태 정치인을 심판할 것”이라며 “다음달 정치권에 개혁을 최후통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상연기자 carlos@
  • 새 영화 ‘눈물’ 임상수 감독 인터뷰

    데뷔작‘처녀들의 저녁식사’를 가볍게 출세작으로 연결시킨 임상수감독이 이번엔 10대로 눈돌렸다.가출청소년들의 거친 삶을 담은 영화‘눈물’(봄 제작·20일 개봉)은 이래저래 얘깃거리가 많다. “5년전부터 시나리오를 구상하고,사실감을 얻으려고 대여섯달 구로동 쪽방에 기거하며 안경노점상을 했다”는 임감독이다.뒷골목 10대의 모습을 카메라에 옮겨담기 위한 사전작업이었다. 주인공은 탈선한 4명의 10대.외모도 성격도 순진한 한(한준)은 이혼한 부모가 싫어 가출했고 입에 욕을 달고다니는 창(봉태규)을 만나단란주점 ‘삐끼’(호객꾼)가 된다.한과 창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모든 게 굴절돼 있다.창은 술집 접대부인 란(조은지)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며 빌붙어 살고,오토바이를 즐겨타는 새리(박근영)는 ‘나쁜잠’(섹스)은 절대 자지 않는다면서도 유흥가를 전전한다.영화에서 유일하게 온전한 건 새리와 한이 키워가는 사랑의 감정뿐인 듯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디지털카메라로 찍었습니다.그런 점에선 실험적이라 할 만하죠.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도 아녜요.(웃음)처음엔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디지털 카메라를 들었으니까.”솔직한 대답이다.제작비 5억원.“다 찍고 보니 생생한 현장감은 35㎜로는 도저히 잡아낼 수 없는 것이더라”며 디지털영화의 매력을 강조한다.현란한 밤거리나 닭장같이 좁은 공간 등은 간편한 디지털카메라가 아니었으면 담아내기 어려웠다. 손수 각본까지 쓰고 치밀한 계산끝에 영화를 찍었다.주인공들은 물론조연이나 단역까지 무명으로만 채운 데는 이유가 있었다.“생날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게 감독의 변이다.“그런 애들은 그냥먹어주면 되는거야” “나랑같이 살아볼래?”등등 시종 비린 대사들을늘어놓은 것도 같은 계산에서였다. 주인공들의 방황에 고민이 엿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어봤다.역시,스스로도 석연찮던 대목인 모양이다.“뭔가 설명이 빠진 듯 불편하다는지적을 많이 받습니다.드라마가 너무 세서 장르적이라는 이도 있고. 글쎄요,상업영화판에서 살아남고자 극단의 견해들 사이에서 열심히줄타기하는 게 아닐까요?” 봄에 시나리오를 끝낼 차기작은 30대부부와 그들의 애인에 관한 이야기이다.“역시 좀 불편한 영화가 될 것 같다”고 귀띔한다. 황수정기자
  • [대한광장] 사람이 희망이다

    우리집은 마을버스가 다니는 동네에 있다.버스 정류장에서는 걸어서5분, 지하철에서는 10분 정도 거리인데 평지에 사는 친구에게는 그것도 고지대로 느껴지는지 그런 우리 동네를 산동네로 구분한다.새해를맞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산동네를 오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부전시장을 다녀왔다.부전시장은 부산의 꽤 오래된 재래시장으로 우리 집에서 한 10정거장쯤 거쳐 오가는 마을버스의 시발점이 되는 곳이다. 별다른 새해맞이도 없이 평소보다 좀 늦게 잠을 깬 설날 아침의 게으름 때문에 나는 새롭게 밝은 신사년에 큰 빚을 진 기분이었다.밤을꼬박 새우며 일출을 기다린 사람이나, 가족끼리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온 사람에 비하면 나는 얼마나 성의 없이 새해를 맞이한 꼴인가.오랜만의 시장나들이는 그래서 이루어졌는데 새해 소망이나 다짐을 늘떠오르는 해에게 바치기보다는 내 정다운 이웃의 표정 위에 얹어 두는 것이 훨씬 합당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산동네 비탈길을 능란한 물고기처럼 헤엄쳐 가는 마을버스 운전기사는 택시와 노선버스 운전으로 젊은 날을 보낸 초로의 남자 분인데 좁은 골목길 급커브를 논스톱으로 달려가는 노련한 운전 솜씨도 그렇거니와 승객을 맞이하고 보내는 자세도 노장다운 데가 있었다.노인과시장 보러 가는 부녀자,학교를 오가는 학생으로 이루어진 단골 고객의 면면을 언제 다 익혔는지 한마디씩 꼭 말을 걸었다.그래서 10여명의 승객으로 이루어진 마을버스의 분위기는 다소 소란스러울 정도로활기에 넘쳤다. 이 마을버스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은 정류장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다는 것인데 그것은 제도권의 운행관습으로 보면 엄연한 규칙 위반이었다.구멍가게 앞에서 무슨 말인가를 노닥거리다가 그냥 지나쳐 가는차 뒤꽁무니를 따라오는 아낙네에게나,엉뚱한 곳에서 차를 세우는 노인네에게나 모두 관대해서 마을버스는 가끔 뒷걸음질을 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마을버스가 다니는, 경사와 굴곡이 많은 길은 산동네 사람들이 걸어온 생의 행로와도 흡사할 것인데 그 우여곡절의 시간들이 저런 왁자지껄한 날 것의 생명력을 선사했으리라는 생각을 해보았다.그 사이에있으면 그 활력이내게로 전이되어 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중심이라고 믿던 평지의 일상에서 탕진한 에너지를 변방의 이 산동네 마을버스에서 충전받는 것이다.내일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없고 여분이별로 없는 빠듯한 삶 때문에 오히려 그들의 삶은 아슬아슬한 박진감으로 충만하다. 부전시장은 오늘도 단돈 100원이라도 더 깎으려는 사람과 단돈 100원이라도 더 받으려는 사람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었다.언뜻 보면 시끌벅적한 예전의 난전 풍경이 사라진 한산한 모습이지만파는 이와 사는 이 사이의 억척스러운 실랑이는 여전했다.일사불란하게 가격표를 매겨 분류하고 판매하고 폐기처분하는 현대식 대형매장의 상품들에 비해 이곳의 상품은 자유롭고 여유있어 보였다. 생선을 이것저것 뒤적거려 놓기만 하고 그냥 가는 손님 뒷덜미에 대고 뭐라고 실컷 욕을 퍼붓는 50대쯤의 어물전 여자를 보며 나는 온몸이 더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래 이것이야말로 사는 냄새가 아닌가.자신이 가진 것을 곱절로 부풀리려는 욕심 때문에 용쓰고 재간 부리는평지의 삶에 비해 이곳의 삶은 얼마나 생생한가.그리고 정직한가. 이 재래시장에서는 안치환의 노래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울긋불긋한 진열장에 내걸린 어떤 형형색색의 옷가지보다 사람의 표정이더 화사하며,잘 자라 윤기를 머금은 어떤 먹음직스러운 과일보다 사람의 체취가 더 달콤하다.맨살을 때리는 겨울바람을 이기고 있는 볼그레한 두 뺨은 새벽을 여는 태양보다 더 아름답고 위대하다.역시 사람이 희망이다. 최영철 시인
  • [공직인맥 열전](11)외교부.중

    냉전 후 공산권 국가들과 수교하게 되면서 외교부 내에는 ‘러시아통’,‘중국통’ 등 다양한 전문가 집단이 생겼다.92년 한·중수교로시작된 중국통은 8년이라는 짧은 기간으로 인해 이제 조금씩 인맥이형성되고 있다. 중국통 1세대는 수교교섭 때부터 우리나라 무역대표부 공사로 활동했고 주중공사와 아태국장 등을 지낸 김하중(金夏中·외시7회)청와대외교안보수석이다. 황정일(黃正一·외시12회)정보상황실장은 주중대사관1등서기관,동북아2과장 등을 거치는 등 중국통을 이어가는 대표적 인물이다. 전 러시아대사였던 이정빈(李廷彬) 장관이 외교부 수장이 되면서 러시아통도 주목받기 시작했다.특히 4강(미·일·중·러) 중 근무여건이 가장 좋지 않아 러시아에서 근무를 했다는 인연만으로도 동병상련의 끈끈한 인간관계를 이루고 있다. 주러대사관1등서기관,동구과장,장관보좌관 등을 역임한 김성환(金星煥·외시10회)북미국장 직무대리는 외교부 내에서 대표적인 러시아통으로 손꼽힌다.KS(경기고·서울대)출신임에도 티내지않고 실력과 함께 소탈함과 포용력 모두를 가지고 있어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다. 북미과,러시아1등서기관,동구과장을 거친 위성락(魏聖洛·외시13회)주미참사관은 주러·주미대사관 모두를 거치면서 양국에 대한 균형적인 시각을 겸비한 러시아전문가로 평가받는다. 근래 들어 세계무역기구(WTO) 출범과 우리나라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을 통해 통상전문가그룹도 형성됐다. 제네바 공사,주미경제공사,통상국장 등을 지낸 선준영(宣晙英 ·고등 고시13회)주유엔대사는 우리나라 통상외교의 1인자로 정평이 나있다. 그 뒤로 정의용(鄭義溶·외시5회)주제네바대사,최혁(崔革·외시5회)통상교섭조정관이 통상정책과장,통상국장,주미공사 등 같은 길을 걸어오며 통상전문가로 자리잡고 있다. 외교부를 이루는 또다른 축이 있다.어학 등 전문실력으로 채용된 별정직·특채 출신이다.현재 150여명이 활동 중이다.박재선(朴宰善·별정직2급)주보스턴 총영사,김항경(金恒經·특채 특1급)주뉴욕총영사,강경화(康京和·별정직3급)국제기구담당심의관은 실력과 인품을 모두갖춰 주위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주프랑스공사,구주국장을 지낸 박 총영사는 자타공인의 프랑스전문가다.주LA총영사,주캐나다대사 등 재외공관장만 4번을 지낸 김총영사도 특채로 뽑길 잘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주위로부터 좋은 평을받고 있다. 국회의장 비서관에서 ‘이적’한 강심의관도 대통령 영어통역을 맡고 있는 실력파다. 하지만 꼭 필요한 인물은 인맥등에 관계없이 중용된다는 것은 외교부를 포함한 모든 부처에서 통용되는 상식.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를 성공적으로 치러낸 임성준(任晟準·외시4회)차관보 직무대리와KEDO사무차장 등 오랜 기간을 국제기구에서 활동한 최영진(崔英鎭·외시6회)외교정책실장 직무대리 등이 대표적 인물. 실력과 인품을 모두 겸비,외교부 내에서 당연히 그 자리에 오를만한선배로 인정받는 인물로는 박양천(朴楊千·일반 공채) 기획관리실장,손상하(孫相賀·외시4회)의전장,이호진(李浩鎭·외시8회)주유엔차석대사,이상철(李相哲·외시9회)주이란대사 내정자,추규호(秋圭昊·외시9회)아태국장,김재국(金在國·행시13회)주카타르대사 내정자 등이꼽힌다. 홍원상기자 wshong@
  • [네티즌 이슈] 정치인 꿔주기

    *정치개혁 원년으로 삼자. 2001년 벽두부터 우리 정치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쓰라리고 답답한심정 가눌 길 없다.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이전투구가 계속되고 있기때문이다.이렇게 된 데에는 범죄혐의를 받고 있는 의원을 지키기 위한 방탄국회,툭하면 지역감정 선동에 나서는 장외집회 등 구태의 정치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데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에는 한나라당의 상당수 의원이 과거 안기부 자금으로 선거를치렀다는 검찰 발표가 잇따라 전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특히 불리한 사실이 드러나면 모든 것을 ‘야당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도 이젠 수용하기 힘들다. 물론 최근 민주당 의원 3명이 탈당,자민련으로 입당해 자민련의 원내교섭 단체 구성을 시도한 이른바 ‘당적 이동’ 파문이 정국 급랭의 계기가 된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민주당으로선 사사건건 개혁의 발목을 잡는 거대야당을 효과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불가피한 카드를 꺼냈다고 할 수 있다.자민련도 원내교섭단체 구성으로 원내에서 힘을 얻고 DJP공조 회복을 통해보다생산적인 정치활동에 나서고자 했을 수도 있다.그러나 지금의상황은 여권은 여권대로,야당은 야당대로 자기 논리만 너무 내세우는모습이다. 어쨌든 새해 정국은 내년부터 줄줄이 이어지는 정치일정을 의식한여·야의 불꽃튀는 정쟁으로 가파른 벼랑으로 내몰릴 것 같다.더욱심각한 문제는 정치권의 정쟁이 정치권에서 그치지 않고 경제,사회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주고 급기야 서민들에게 한층 심한 희생을 강요하는 정치 망국의 행태가 심해지는 점이다. 집권당은 모든 사안에 당당하고 투명하게 대처해야 한다.야당이 반발한다고 해서 진상파악과 사법처리를 또 흐지부지하면 검찰도,국회도 욕만 더 얻어먹을 뿐이다.이번 기회에 확실히 구태 정치의 청산을목표로 한다면 집권층의 흠집이나 손해도 각오해야 한다.국민은 소모적인 정쟁은 싫어하지만 정치개혁은 환영한다.안기부 자금까지 썼으면서도 반성 없는 정치지도자들은 퇴출 1호라고 하겠다. 불발로 끝난 영수회담을 다시 시도하는 등 여·야간 상생정치도 모색해야겠지만 국민에게 참된 정치개혁이 무엇인지 확고하게 보여주는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민명기·더럽지 편집장 poli@therob.co.kr. *교섭단체 요건 완화하라. 정초부터 우리 국민은 유례없는 코미디 정치를 보고 있다.민주당이자민련에 3명의 의원을 꿔준 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자민련 한 의원이이를 거부하여 교섭단체 등록이 어렵게 되자 해당 의원을 제명한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일이다.코미디의 주역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막무가내식 반대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을 하지만 이는 말이 안된다. 먼저 이번 ‘의원 꿔주기’는 교섭단체를 미끼로 특정당을 자기편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무릇 정당이란 자신의 정책과 이념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것이다.그러나 자민련이 교섭단체가 되면 1년에 30여억원을 나라에서 더 지원받고,연구인력도 더 배정받으며,국회에서 협상의 입지가 훨씬 커지게 된다.이렇게 좋은 일을 해주는데 과연 자민련이 어떻게 민주당의 뜻을 거역할 수 있을 것인가. 또 한나라당 핑계를 대는 것은 ‘상대방이 잘못을 저지르니 나도 잘못을 저지르겠다’는 태도이다.국민은안중에도 없는 것이다.총선 민의가 어느 당에도 과반수를 주지 않고 자민련에 캐스팅보트의 임무를준 것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왜 의원을 꿔주면서까지 자민련을 민주당에 복속시키려는 것인가.그냥 자민련을 그대로 두는 게 그 말에부합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이번 사태는 기성 정치권 모두가 비판받아야 한다.정당이 어떤 정치행위를 할 때는 과연 이것이 정치개혁의 내용을 담고 있는지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그러나 과연 세 당이 교섭단체 문제에 관해그렇게 접근했는가.민주당과 자민련은 국민 설득 과정은 배제한 채일방적인 처리를 하려고 했다.한나라당은 교섭단체 문제에 관해 무조건적 반대로 일관하다 결국 뒤통수를 맞았다. 자기가 검찰총장 탄핵하자고 할 때는 법대로 하자더니 유독 교섭단체만은 논의조차 안 된다니 어불성설이다.자민련은 1년 내내 교섭단체 문제에만 목을 매다가 지금은 국민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정치개혁에 나설 생각은 하지 않고 당 명예총재가 골프장으로 출근한다고 비판받는 마당에 과연 국민이 자민련 교섭단체등록을 지지해주었겠는가. 교섭단체에 지나치게 많은 특권이 주어진다는 점,그리고 신생소수이념정책정당들이 성장하고 보호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하는 것이 옳다.선진외국도 대부분 교섭단체 요건이 아예 없거나,15석 미만이다.이런 정치개혁 내용을 국민에게 설득할 생각은하지 않고,당리당략으로만 일관하는 민주당의 ‘의원 꿔주기’와 이와 관련한 한나라당 자민련의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김종철·민주노동당 부대변인jcpreety@nownuri.net
  • [데스크시각] 폭설 유감

    겨울이면 눈이 오고,눈이 오면 교통이 막히는 것은 으레 있는 일이다. 그런데 6일부터 내린 눈은 보통 눈이 아니란다.기상청은 20년 만에내린 폭설이었다고 발표했다.그런 만큼 ‘폭설대란’이라느니,당국은뭐 했느니, 인재(人災)니 천재(天災)니 말들이 많다. 무엇이 대란까지 몰고 갔을까.따지자면 폭설은 천재다.그러나 대란은 인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우선 잘못은 하늘에 있다. 1m가 넘게 눈이 내린 대관령이나 추풍령등 산간지방은 아무리 첨단 제설장비나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평소처럼 소통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아무리 책임을 피하려 해도 허둥댄 당국이나 실종된 시민의식은 소란(小亂) 정도로 그칠 일을 대란(大亂)으로 키운 책임을 져야할 것 같다. 이번 눈은 예고된 눈이었다.기상청은 6일 ‘6일 밤과 7일 새벽 사이올 겨울 들어 가장 많은 눈이 한반도 전역에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했다.7일 새벽 대설주의보가 내릴 것이라는 예비특보도 발표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 중앙재해대책본부는 7일 새벽 3시30분에야가동됐고 그때서야 지방자치단체,건설교통부,해양수산부 등에 동원령을내렸다.눈이 오고 있었고 일요일 새벽이라 이미 효율적인 추가 인원동원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늑장 대처가 아니냐는 지적에 행자부의한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서는 잘 대처했으나 항공편이나 도로 등 일부에서 문제가 발생해 욕을 먹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항공과 고속도로를 책임지고 있는 건교부는 어땠는가. 전국이 꽉꽉막힌 7일 오전 건교부에는 도로관리과장 등 직원 3∼4명만이 출근,도로공사와 지방국토관리청의 제설작업을 보고받고 중앙재해대책본부에전달하는 데 그쳤다. 담당 국장은 이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출근했고,차관은 이보다 더 늦게 나왔다.장관은 차관이 나왔다니까 집에서보고만 받았다고 한다. 눈속에 방황했던 시민들은 어땠는가.7일 오후 3시 대구공항.항공기가 뜨지 못한다는 직원들의 설명에 필자를 포함한 시민들은 열차 역으로 발길을 돌렸다.열차표도 이미 8일까지 매진됐고 고속버스터미널로 갔으나 고속버스도 운행하지 않는 상태였다. 근무지로 돌아가야 하는 많은 시민들은 불법 운행 차량인 줄 알면서도 ‘삐끼’들이 유혹하는 전세버스를 탈 수밖에 없었다.무허가 전세버스 운행을 단속하는 공무원은 눈을 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없었다. 기뻐해야 하나. 평소 4시간 걸리는 거리였지만 12시간이 지나서야 서울에 도착했다. 경부고속도로로 부산에서 서울까지는 19시간도 더 걸렸다고 한다.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고속도로에서도 무질서는 곳곳에서 드러났다.구급차 등 비상차량만 다닐 수 있는 갓길은 승용차가 점령해 버렸고 버스전용차로도 승용차로 메워 있기는 마찬가지였다.제설차량이나 구급차,사고 견인차량이 다닐 틈은 없다.순찰차 등 단속차량이 다닐 길은더욱더 없다. 게다가 운행 승용차의 절반이 넘게 스노 체인을 장착하지 않아 위기에 오히려 당당해지는 우리의 용감성을 새삼 입증했다. 눈 때문이라기 보다는 당국의 안일함과 덜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 큰높이로 앞길을 막았다. 눈이 많이 오는 다른 나라들과 비교하기는 뭣하지만 북유럽 등에서는 공무원과 시민들이 지역 담당제로 설해 복구에나서고 차량이나장비 준비에도 철저하다.다른 나라들은 제설작업과 교통문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느냐는 물음에 “잘 모른다”고 대답하는건교부 한 고위 간부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내일도 눈이 온다는데. 밤새 제설작업에 동원된 공무원들,움직이지 않는 버스에서 운전기사에게 음료수를 건네며 위로하는 승객들,휴게소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은 그래도 아름답다. 김경홍 통일팀장 honk@
  • SBS 수목드라마 ‘순자’ 야외촬영 현장

    SBS 수목드라마 ‘순자’의 야외촬영이 있던 지난 주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햇살은 더할나위없이 화사하건만 추위는 꽁꽁 싸매 입어도이가 딱딱 부딪칠 만큼 매서웠다. 포졸들이 에워싼 관아 마당엔 탤런트 정애리가 곤장틀에 매어져 있고,소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이지현은 칼을 찬 채 쪼그려 앉았다. “저년의 목을 당장 쳐라” 변사또의 호령에 망나니들이 칼춤을 시작하고,“암행어사 출또야” 함성과 함께 야단법석이다. “컷” 감독의 오케이사인.촬영이 잠시 멈춘 틈에 홑겹 한복차림으로 몇시간째 떨던 연기자들은 롱코트를 걸치고,핫팩을 문지르며 몸을녹이느라 바쁘다.화려해보이는 연기자들의 겉모습과는 영판 다른 고된 일상을 훔쳐본 느낌이랄까. ‘여자만세’ 후속으로 10일 오후9시55분부터 방송되는 ‘순자’의본래 제목은 ‘무엇이 순자를 뜨게 했는가’였다고.제목 그대로 시골 순대국집 딸 순자가 여배우로 성공하기위해 티없는 순수와 사랑을버리고 마침내 스타가 되기까지,다시 날개없는 추락을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다. 문정수PD는 “이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무엇이 소중한 것인지,진정한 성공은 무엇인지 묻고 싶다”라고 연출의 변을 밝힌다. 공교롭게도 순자 역에 캐스팅된 이지현은 여균동감독의 영화 ‘미인’에서 누드모델로 출연,파격적인 섹스신으로 뜬 신인이다.극중에서그녀는 성공을 위해 누드모델은 물론,재벌2세에게 사랑을 팔고,사랑했던 옛애인을 ‘남성취향’의 디자이너겸 연예계 실력자에게 소개해주는 욕망의 화신으로 변한다. 그녀는 드라마 내용도 그렇고 해서 벌써부터 걱정인지 “실제 내 모습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며 짐짓 의연한 표정이다.‘몸매만 있고 연기는 없다’는 욕을 먹지 않으려고 맹렬히연기수업중이란다. 연예가의 다양한 군상들도 그려진다.정애리는 시들어가는 대스타이자 공주병 환자 황승리역,스타딸보다 증세가 심한 엄마역은 사미자가맡는다. 최근 드라마의 빼놓을수 없는 양념인 코믹연기를 위해 순대국집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순자의 엄마(윤여정)와 생활에는 무능하면서도허랑방탕한 아버지(양택조)등을 포진시키는 배려도 잊지 않았다. 허윤주기자 rara@
  • 대한매일 신춘문예 소설부문 당선작-광어(II)

    나는 처음으로 행운아라는 생각을 했다.나는 당신에게서 들려오는 대금 소리를 들었다.당신의 시커먼 자궁 속으로 지나는 바람이 보였다. 당신은 당신의 지나간 봄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당신이 춘천에 머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말이다.나는 당신에게 괜찮다고 말했다. 이제당신에게는 내가 있으니 괜찮다고 말이다.아무렴 당신은 아무 걱정없다.당신이 내 머리를 쓸어 내린다.고개를 들어보니 당신이 나를 보고 있다.당신의 알몸이 그리워진다. “새끼삼촌.” 당신은 나를 삼촌이라 부른다.나는 당신의 삼촌일 수 있다.그런 관계는 세상에 흔하고 흔한 일이 아닌가.하지만 그 보다도 당신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혹시 당신이 내 이름을 알지못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한다.나는 이름을 알려준 적이 없었던가 후회한다. “일어날 수 있겠어요?”“괜찮아.삼촌,나 물.”주위를 살펴보지만 물이 없다.나는 밖으로 나간다.203호 문을 보니아까 보았던 흥부의 박 같은 배가 생각난다.기억나지 않았던 휘파람가락이 생각난다.간호원에게 물을 청하자 뽀로통하더니 플라스틱 컵에 물 한 잔을 가져다준다.그것을 받아들고 가다가 먼저 한 모금 마셔본다.물이 시원하지 않아서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나는 물을 벌컥들이켜고 밖으로 생수를 사러 나갔다 온다.사온 생수를 플라스틱 컵에 부어 한 모금 마셔본다.플라스틱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물이 시원하다.들어와서 당신에게 물을 건네자 당신은 물을 마시면서 눈을 크게 한 번 뜬다.컵 속의 물을 바라보는 당신의 눈이 깊다. “삼촌,나 이제 여기 나갈래.”“갑갑해서? 그렇게 해요.병원비 내고 올 테니 잠깐 기다려요.”나는 오늘 사장에게 가불한 월급으로 병원비를 치르고,아직 이십여만원이 남는다.당신에게 뭐라도 먹이고 싶어진다.당신을 데리고 나는 택시를 탄다.당신과 내가 처음 갔던 여관으로 간다.205호에 들어간다.옆방 203호를 보니 아까 보았던 흥부의 박 같은 배가 생각난다.205호로 들어가자마자 당신은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든다.당신은 몸이 아픈 것인지 아니면 마음이 아픈 것인지 궁금하다.그것이야 어쨌든 나는 당신으로 인해 마음이 아프다.당신에게뭐라도 좀 먹이고 싶어진다.당신을 재우고서 나는 문을 잠그고 여관 밖으로 나온다.수족관 속의 물이 생각났던 것이다.물을 갈아줄 때가 되었다. 사장님은 내가 어디에 간 것인지 궁금해 할 것이다.사장님과 사모님은 당신이 병원에 간 것을 모르고 있다.아직 당신의 배속에 아이가있다고 생각한다.당신,당신의 몸값은 팔백 만원이라고 했다.그것도밑진 장사라고 했다. 나는 버스를 타고 횟집으로 간다.한 낮인데도 가게 안은 어둡다.창밖으로 보이는 호수의 수면이 잔잔하다.호수는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담배를 하나 물고 수족관 안을 들여다본다.수족관은 여전히 물 떨어지는 소리로 요란하다.이 놈들도 시끄러움을 알까 궁금하다.혹시 떨어지는 물소리 때문에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궁금해진다.당신,당신은 팔백 만원이 필요하다.아니 나는 팔백 만원이 필요하다.통장에 있는 삼백여 만원이 생각난다.물을 갈아줘야 하는데 나는 망설이고 있다. 수족관을 보니 우럭 한 마리가 균형을 잃고 어항 안을 뱅글뱅글 돌고 있다.아침에 건져 올렸던 놈이 틀림없다.나는 뜰채를 들고 우럭을건져 올린다.우럭은 아직 죽지 않았다.입을 동그랗게 크게 벌리고 몸을 뒤튼다.하지만 이놈의 펄떡거림에는 힘이 없다.나는 면장갑도 끼지 않고 놈을 회친다.놈이 죽기 전에 회를 치려는 것이다.꼬리를 자르고,머리 부분을 칼등이 두꺼운 통칼로 썩둑 자르고 회를 친다.이제 우럭은 죽었다.놈의 피가 도마 위에 흥건해진다.나는 칼질을 서두른다.놈의 비늘 때문에 자꾸 손이 미끄러진다.등선을 따라 가시가 돋아 있는 뾰족한 지느러미를 자르고,그 사이로 칼을 집어넣는다.칼이 미끄러지며 내 검지 손가락을 벤다.우럭의 피와 내 손가락의 피를 구분할 수 없지만 나는 아무 걱정 없다.나는 칼을 놓고 수족관 안을 본다.여전히 광어는 죽은 척,모른 척 엎드려 있다.나는 피가 흐르는 손가락으로 행주를 쥐고,수족관을 보다가 머리와 꼬리가 없는,우럭의 몸통 토막을 들고 어항으로 다가간다.나는 오백 만원이 필요하다.토막낸 우럭을 수족관 속으로 집어넣는다.토막낸 우럭은 서서히 피를 뿌리며 가라앉는다.물 속으로 시뻘건 안개가 피어오른다.광어의 등위로 우럭은 가라앉지만 그 놈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혹시 당신은 잠에서 깨어 배고픈 배를 움켜쥐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수족관 안의 물은 다시 아래에서 솟구치고 시뻘건 안개는 걷힌다.우럭의 몸통은 광어와 같이 죽은 척,모른 척 움직임이 없다.나는 호주머니에서전표 한 장을 꺼내어 본다.도광일,그가 아이의 아버지가 확실한지는모른다.그렇지만 나는 오백 만원이 필요하다.당신은 알지 못 할 것이다.내게서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나는 전표를호주머니에 구겨 넣고 쌀 한 줌을 물에 담가 놓는다. 물차가 도착했다.고기들을 도매로 파는 사람들이 도착했다.그들은 바닷물을 차에 싣고 다니며 물을 갈아준다.이러고 보면 세상의 물은 돌고 돈다.나는 고기를 받지 않고 물만 간다.그들 중에 늙수그레한 사람이 우럭 토막을 보고 내게 무엇이냐고 묻는다.나는 수족관 속의 물을 빼다가 멈추고,머리를 긁적인다.사람들은 내가 머리를 긁적이면서 묻는 말에 대답을 피할 때면 나를 아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그는 더 이상내게 묻지 않는다.수족관 속의 물이 완전히 빠졌다. 물 빠진 수족관 속의 펄떡거림이 장관이다.광어는 죽은 척,모른 척하지 않는다.수족관 밖으로 튀어 오르는 놈도 있다.토막낸 우럭 몸통만이 가만히 있다.나는 물차에 호스를 꽂고 입으로 호스를 빨아들인다. 당신이 잠에서 깨어났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물이 호스를 따라 올라오는 소리가 들린다.물이 몇 미터 앞까지 올라온 소리가 들린다.나는 바닷물 한 모금을 내장 속으로 밀어 넣는다.물이 어항 속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요란하다.어항 속으로 물이 가득 채워지고 광어는 다시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다.물이 아래에서 위로 솟구친다.나는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와 버스를 탄다.버스는 잔잔한 호수를 끼고 시내로 향한다.아무렴 나는 아무 걱정 없다. 나는 도청 문 앞에서 잠시 망설인다.나는 당신을 보지 않고서 이곳으로 온 것을 후회한다.도광일,그는 도시계획국장이다.수위가 친절하게 그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당신은 알지 못 할 것이다.내게서 미묘한감정이 교차하고 있는 것을 말이다. “도광일씨 되시죠? 저......‘환희’에서 왔습니다.” “어디에서 왔다고?”그는 키가 작고 깡마른 체구였으나 배만 볼록 나와 어쩐지 맘에 들지 않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그는 나보다 키가 작았지만 그의 눈은 나를 굽어보고 있었다.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는다. “‘환희’를 모르십니까?”나는 호주머니에서 구겨진 전표를 꺼내 그에게 보여준다. “그래서? 가을에나 와봐.지금 내가 삼백이 어딨어?”그가 돌아서서 가려는 것을 나는 붙잡는다.당신에게 뭐라도 먹이고싶어진다.나는 조급해진다. “지금 주셔야 하겠습니다.” “뭐? 이거 미친놈 아냐? 당장 내가 삼백이 어딨어? 이자식아.다음에 오라니까”그의 언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스 정이 선생님 아이를 임신했습니다.” “뭐라고? 이거 순 또라이 새끼아냐?”. 그의 음성은 가라앉았지만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나는 담배를 입에 물고 그를 굽어본다.그가 내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목을,그리고 가슴을 보다가 다시 눈을 본다. “그런데 이새꺄,니가 그년 배를 까봤냐? 그 애가 나하고 닯았든? 그걸 나보고 믿으라는 얘기야.지금? 난 그년 얼굴도 기억이 안 나는데. .....”그는 말끝을 흐리고,나는 담뱃불을 비벼 끄며 그의 말을 자른다.나는 그를 굽어본다. “선생님이 오늘 주셔야 할 돈은 오백 만원입니다.삼백이 아니고 말입니다.선생님도 아이를 낳는 것에는 반대하실 것 아닙니까.물론 선생님 부인께서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나는 내가 할 말만 하고 돌아서서 도청을 나온다.그가 나를 부르는소리가 들린다.나는 걸음을 바삐 걸어 택시를 잡아타고 여관으로 간다. 침대 위의 당신은 여전히 잠을 잔다.죽은 척 엎드려 있는 광어같이말이다.나는 당신을 여러 번 소리내어 불러보지만,당신은 모른 척 잠을 잔다.나는 밖으로 나온다.당신에게 뭐라도 먹이고 싶어진다.나는여관 앞의 전화부스에서 도광일에게 전화를 건다.그는 나인지 알고전화를 받지 않고,여자 직원이 받는다.나는 그녀에게 계좌 번호와 시간과 도광일의 집 앞에 있다는 메모를 남긴다.전화를 끊고 횟집으로간다.나는 아무 걱정 없다.나는 횟집에서 다시 도광일에게 전화를 건다.이번엔 그가 받는다. “기회는 오늘 하루뿐입니다.오늘 돈을 주셔야 합니다.꼭 부탁 드립니다.” 수화기 저쪽에서는 아무 말이 없다.옆자리의 사람들 때문인 것 같다. “다 알아들으신 걸로 알고 전화 끊겠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 죽을 끓인다.물에 불은 쌀을 건져내어 절구에 넣고 공이로 곱게 빻는다.생각보다 쌀이 충분히 붇지를 않았다.도광일이돈을 주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혹시 사모님에게 전화를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일이 잘못되면,일단 삼백 만원을 가지고 사모님에게 사정을 해야겠다고 생각한다.물을 넉넉히 넣고 약한 불로 죽을 끓인다.하얀 죽 위에 무엇을 조금 넣을까 생각하다가 그만둔다.대신에 양념장을 만든다.부추를 잘게 썰어 간장에 넣고 참기름도 넣는다.나는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와서 도청 앞의 은행으로 간다.불을 너무 세게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통장에 도광일의 돈은 들어와있지 않다.나는 다시 도광일에게 전화를 한다.입 밖으로 욕이 튀어나온다.나는 그의 부인에게 알릴 생각이 없는데,그가 그것을 눈치챘는지 걱정된다.그는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다.죽이 다 타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나는 시계를 본다.은행 문 닫을 시간이 얼마 남지않아 나는 초조해진다.나는 그에게 삼십 분의 시간을 주며 삼백 만원만 요구하고 전화를 끊는다.삼십 분이면 하얀 죽이 새까맣게 될지도모를 일이다.당신은 잠에서 깨어났는지 궁금하다.육백 만원을 사모님에게 드리면 당신을 ‘환희’에서 놓아줄지 걱정이다.도광일이 들어온다.나는 화장실로 숨는다.변기에 앉아 담배를 한 대 피워 문다.하얀 죽이 타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진다.당신이보고 싶어진다.계좌로 그는 이백 만원을 입금했다.나는 오백 만원이있다.이것이면 당신이 내게로 오는 것이 자유로울지 가늠해보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다.나는 다시 도광일에게 전화를 하지는 않는다.사모님에게 전화를 해보니 그녀는 아직 도광일에게 내가 술값을 받아낸일을 모르는 모양이다.전화를 끊고 전표를 찢어 버린다.미스 정이 임신한 아이가 내 아이라는 생각이 든다.돈의 무게가 그것을 결정하는것은 아니지만 마음이 자유롭지는않다.당신은 모를 것이다.내게서미묘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나는 좋은 아버지가 될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나는 서둘러 횟집으로 간다. 죽은 타지 않았다.오히려 더 끓여야 할 것 같다.나는 하얀 죽을 주걱으로 휘휘 저으며 끓인다.죽이 걸쭉해질 때까지 끓인다.나는 다 끓인 죽을 보온병에 담고 그릇을 챙겨 여관으로 간다.병원 갈 때 불었던휘파람이 나온다.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당신은 언제 잠에서 깨었는지,일어나 앉아 TV를 보고 있다. “일어나 있어도 돼요? 누워있지 않고.”“삼촌,고마워.그치만 삼촌이 이렇게 신경 쓸 필요까지는 없는데.” “제가 아니면 누가 미스 정을 돌봐요? 배고프지 않아요? 죽을 좀 쑤어 왔는데.”나는 죽을 그릇에 담아 그녀에게 준다.당신은 죽을 보며 웃는 것도같다.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삼촌,담배 있어? 나 하나만 줘.”“죽을 좀 먹지 그래요.몸이 안 좋은데.”“담배 피우고 먹을게.”나는 당신에게 담뱃불을 붙여 준다.당신이 담배를 피우는 동안 나는방안을 살핀다.휴지통에 처박힌 광어를 본다.살아있을 것 같은 광어를 본다. “징그러워서 버렸어.”“괜찮아요.저는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묻지도 않고 가져온 제가 잘못이죠.”당신은 죽을 먹는다.양념장을 섞어서 맛있게 먹는다. “오늘 도광일을 만났어요. “누구? 그게 누군데?”“그 있잖아요.가게 가끔 오는 도청에 다니는 공무원 있잖아요.키 작고,깡마르고 배만 볼록 나온 사람,생각 안 나요?”“아,그 사람 이름이 도광일이야? 그런데 그 사람을 왜?”“돈이 필요해서요.미스 정이 환희에 빚진 거 갚으려고......” 당신은 숟가락을 놓고 나를 본다.당신 눈은 슬프지 않다.아무래도 당신이 임신한 아이의 아버지는 나였던 것 같다.이제야 확신이 든다.당신이 병원에 가도록 내버려 둔 게 후회된다. “그 사람한테 왜 돈을 꾸어?”“돈을 꾼 게 아니고,도광일이 아이의 아버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되기도 하고,환희에 빚 진 술값도 있고 해서......”“그럼 그 인간한테 돈을 뜯으러 갔다는 얘기야? 그 인간이 순순히돈을 내줘?” “네.그런데 다 받지는 못했어요.오 백 만원을 달라고 했는데...... ”“오 백?”나는 통장을 꺼내 당신에게 보여준다.비밀번호도 알려준다.당신과 나는 이제 춘천을 떠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사모님에게 내일 당장 돈을 주고 떠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백 만원밖에 안 줬어요.내 돈 삼백 만원하고 합치면,그것으로 내일 사모님에게 사정할 테니까.미스 정은 걱정하지 말고 푹 쉬어요.죽도 마저 먹고.”나는 놀라는 당신을 보니 기분이 좋아진다.당신은 믿을 수 없는 모양이다.춘천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 말이다.당신은 내 얼굴과 통장을번갈아 보다가 자리에 돌아눕는다.나는 당신의 뒷모습을 본다.나는당신의 엉덩이 사이에 묻어있는 얼룩을 본다.나는 옷을 가져오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나는 당신의 옆자리에 가서 눕는다.당신의 알몸이그리워진다.당신의 머리에 코를 갔다대고 나는 당신의 냄새를 맡는다.나는 두 번째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든다.속으로 휘파람을 분다.나는 당신의 연한 화장품 냄새를 맡으며 잠이 든다. 방안이 깜깜하다.나는 잠에서 깼지만 일어나 앉지는 않는다.당신이자리에서 일어남과 동시에 나도잠에서 깨었다.방안에는 창 밖의 가로등에 비친 당신의 형체만 있다.나는 모른 척,이마에 팔을 얹고 당신을 본다.당신은 무엇인가 망설이는 듯하다.당신은 우두커니 서서,움직이지 않고 나를 본다.내가 수족관 안의 광어를 보듯 당신은 나를 본다.당신은 소리가 나지 않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광어가 죽기 전에 내뱉는 가냘픈 바람 소리가 당신을 따라 나간다.당신은 당신의 오백 만원이 들어있는 통장만 들고 밖으로 나갔다.나를 깨우지 않고 말이다.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여진다.어머니가 나를 버리던날이 기억나는 것도 같다.처음 왔었던 춘천이 기억나는 것 같다.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당신이 빠져나간 문만 바라본다.얼굴 없는어머니가 불쑥 들어올 것 같다.나는 일어나 불을 켜고 시계를 본다. 서울로 가는 막차가 있을지 궁금하다.나는 휴지통에 처박힌 광어를본다.언제 죽었는지 들키지 않았던 광어를 본다.벌써 당신이 보고 싶어진다. 나는 광어를 꺼내어 우물우물 씹기 시작한다. 백가흠
  • 민주당 신임당직자 인터뷰·프로필/金榮煥 대변인

    유신반대운동,노동운동 등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개혁성향의 재선 의원.국민회의 정세분석위원장으로 일하는 동안 뛰어난 기획력을 발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초·재선 그룹의 간판격인 데다준수한 외모,뛰어난 언변,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성품 등이 감안돼 기용됐다는 분석이다. 대학 재학 중인 77년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79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으나,제적된 뒤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이후 5년 간전기기사 자격증 등 6개의 자격증을 따냈고 노동자·전기기술자·현장소장 등 ‘실제 노동자’로 활동했다.전공을 살려 치과의사로 일하기도 했다.86년 복학한 뒤 ‘시인’‘문학의 시대’를 통해 문단에도데뷔했다. “모국어를 욕되게 하지 않도록 좋은 정치문화에 앞장서는 한편,민심을 당에 전달하는 국민의 눈과 귀가 되겠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45세) ▲연세대 치대 ▲역사문제연구소 이사 ▲민주당부대변인 ▲국민회의 정세분석위원장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연청 중앙회장
  • 막가는 여중생

    여교사가 수업 중 머리를 손질하는 여중생을 훈계하다 학생에게 빰을 맞은 사실이 13일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7일 경남 창원시 C중학교 3학년 곽모양(16)은 국어 수업 중 전기퍼머기로 머리를 손질하다 이를 나무라는 김모 교사(31·여)의 뺨을 때렸다. 학교측 조사결과 곽양은 이날 교실 내 콘센트에 전기퍼머기를 연결,머리 손질을 하다 이를 발견한 김 교사가 퍼머기를 압수하자 욕을 하며 항의했다.이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간 승강이가 벌어졌고 곽양이김 교사의 빰을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측은 지난 12일 선도위원회를 열어 곽양에 대해 진해재활원에서 15일간 사회봉사 활동을 하라고 명령했다. 창원 이정규기자 jeong@
  • 독자의 소리/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마음

    안동댐 입구 잔디공원에 가면 큰 돌에 새긴 시문 두 가지를 볼 수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11월 문화인물로 선정한 ‘정부인 안동 장씨’시비다.이문열의 소설 ‘선택’의 주인공이기도 한 정부인 안동 장씨(1589∼1680)는 퇴계학파의 정통을 이은 유학자 경당 장흥효 선생의 따님으로 석계 이시명 선생의 부인이며,갈암 이현일 선생의 모친이다.시문과 서예에 능할 뿐 아니라 자녀교육에 귀감을 보인,신사임당에 버금가는 진정한 어머니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시비에 새긴 글은 장씨부인이 십여세 무렵에 지은 시로 ‘경건한몸가짐을 다짐하며’란 ‘敬身吟(경신음)’이란 시다. 身是父母身(신시부모신)敢不敬此身(감불경차신)/此身如可辱(차신여가욕)乃是辱親身(내시욕친신) ‘이 몸은 바로 어버이 몸,어찌 이 몸 공경치 않으랴./이 몸을 욕되게 하는 일 있으면,바로 어버이 몸 욕되게 함이리니.’ 제 자신이 소중하기에 낳아주신 부모님이 소중하다는 효(孝)의 본질인 ‘경신(敬身)’ 즉 스스로를 공경하는 마음이 효라는 것을 말하고있다. 오늘날 우리사회는 산업정보화의 급격한 물결 속에 인간성 상실과물질 만능주의,인륜도덕의 붕괴로 반인륜적인 패륜범죄가 끊이지 않는다.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어찌 이웃을 사랑하겠으며 부모에게 효도하겠는가. 부모에게 효도함은 인륜의 으뜸이다.그리고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마음이야말로 침체된 사회분위기를 추스르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믿는다.사회·경제적으로 어수선한 이때 이 한편의 시문은 우리에게많은 것을 일깨워 준다.우리 모두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효의 본뜻을 되새겨 건강하고 밝은 가정과 사회를 만들기에 온힘을 다해야할 것이다. 이경섭[대구광역시 중구]
  • 고시촌 산책/ 법조인의 역사의식

    야당이 총선사범 편파수사를 이유로 검찰총장과 대검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였으나 그 처리는 무산됐다.다분히 정략적인냄새가 나기는 하지만,검찰총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되었다는사실 자체가 심상치 않은 일이다. 한편 지난 9일 서울지방법원은 작년 한 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옷 로비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의 판단과는 상치되는 판결을내렸다.그런가하면 한 여당 국회의원은 대검차장검사 재직시절 “따르는 후배 검사들에게 검찰권을 행사하여 정치권을 개혁하는 방안을연구해 보도록 했었다”고 털어놔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사안은 모두 다르기는 하지만 우리 검찰의 ‘굴절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사건의 처리를 놓고 여론의 질타를 받을 때마다 검찰은 “검찰이 취급하는 전체 사건들 가운데 1%도 안 되는 사건들로 인해 욕을 먹는다”며 볼멘 소리를 내곤 했다.검찰이 말하는 그 ‘1%도 안 되는 사건들’은 대개의 경우 권력형 비리사건·선거사범 등으로 국기(國基)와 관련되는 사건들이다. 검찰이 ‘전체 사건의 1%도 못 되는 사건들’을 원리원칙대로 제대로 처리하기만 하면 국민들은 검찰은 물론 ‘국민의 정부’까지도 다시 보게 될텐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검찰의 이런 모습은 과거 정권시절로 거슬러 가보면 보다 심했었던적도 있었다는 점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때때로 보이는 그들의 소망스럽지 못한 모습의 원인에 대해 감히 한마디 하자면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문득 법대에서 ‘정의를 위해 신념을 꺾지 않았던 법조인들’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그 내용을 헌법·형법·법철학 시험 등에 반영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고,그런 식으로 주입된 의식이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도 의심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설사 시험을 위해 잠깐 들추어 보았던 정의로운 법조인의 삶으로부터 자기의 삶의 지표를 발견하는 법조인이 100명에 하나,아니1,000명에 하나라도 나온다면 그 의미는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을것이다. 김 채 환고시정보신문 대표 lecforum@chollian.net
  • [대한광장] 냉전유령은 역사의 무덤으로

    세치 혀의 방자함이 이리도 현란할까.지금 우리 사회에는 하나의 냉전유령이 배회하고 있다.그 유령의 정체는 반공과 반(反)북한이며,시대착오적인 유령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유령은 등장해야 할 시대를 넘겨 나타났기 때문에 철지난 유령 꼴이 되었다.게다가 어린아이들까지도 유령의 정체를 알아버렸기 때문에 우스꽝스런 코미디 유령이 되고 말았다. 김용갑씨가 예의 철지난 유령 역을 맡고 있다.우리 사회는 1980년대중반 이후의 민주화 과정에서 김용갑씨가 내뱉은 극우적이고 냉전적인 발언목록을 보유하고 있으며,그가 돈키호테식 돌출행동에 익숙한인사라는 사실도 잘 안다.그는 어느 사회에서나 가끔 발견되는,가끔은 희화적인 문학의 소재가 되기도 하는 그런 종류의 인간이다.그는언급하기에는 너무 가볍고 비판하기에는 너무 가치가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가 몰라도 좋은 선남선녀가 아니다.국민의 대표라는 엄청난 직함을 지닌,우리 사회에서는 대표적인 공인 반열에 드는 국회의원 직을 가진 사람이다.그런 그가 국회의 대정부질문 자리에서나라 정책을 책임지는 공당을 향해 “조선노동당의 2중대”니 “남한사회를 김정일에게 갖다바치는 통일전선전술”이니 하는 극히 무책임하고 위험한 발언을 했다니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어떻게 국회의원이 그렇게 발언할 수 있는지,어떻게 국민이 저런 사람을 대표로 뽑았는지 의심스럽다. 역사는 두 번 되풀이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한 번은 비극으로,또한 번은 희극으로 말이다.이 명언이 지금 재현되고 있다.1986년 가을로 돌아가 보자.역시 대정부질문 자리에서 행한 유성환의원의 ‘통일국시’발언에 대해 전두환 군사정권은 그의 국회의원 직을 박탈하고정치적으로 생매장해 버렸다.그는 단지 통일국시에 대한 총리의 의견을 물었을 뿐인데,군사정권은 사소한 문제를 침소봉대하여 극우 냉전 매카시적 ‘마녀소동’을 벌인 것이다.비극의 시작이었다. 그런데,당시 ‘마녀소동’을 연출한 냉전주의자들이 14년이 지난 오늘 화해협력적 통일정책을 펴는 여당을 조선노동당의 앞잡이로 모는색다른 냉전소동을 벌이고 있다.정말 웃기는 일이다.지금이 어느 시대인가.사회주의 종주국을 자처한 소련이 무너졌고 모든 사회주의국가들이 개혁개방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다.남한의 국력이 북한의수십배에 달한다는 것이 정설이다.그런 남한이 북한에 먹힌다니 “쥐가 고양이를 잡는다”고 외치는 것보다 더욱 심하다.이것이 희극이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희극일 수 있단 말인가. 정치권은 그의 발언을 국회 속기록에서 삭제하고 소속정당 원내총무가 사과하는 선에서 매듭지으려는 모양이다.정치권은 그렇게 할 수있을지 모른다.그러나 상처받은 국민 자존심은 어떻게 할 것인가.더구나 불량한 대표자를 선출한 유권자들은 또 어떻게 되는 것인가.국회의원을 욕해야 할지 유권자들을 욕해야 할지,그가 책임을 져야 할지 국민이 책임져야 할지 혼돈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따라서 상황을 이렇게 정리하고 싶다. 국민 대표인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인정하자.국민이 대표로 선출했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게다가 정치권에서 제명 운운하는 것도 모양 나쁘고 실익도 없어 보인다.결국은 국민이 책임질 수밖에 없다.국민이 자괴감과 수치심으로 반성해야 한다.그리고 다음 선거까지 기다려야 한다.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이 그의 반역사적이고 반통일적인행위를 용서하지 않고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좋은 방법은결자해지하는 것이다. 김용갑씨는 과거 한때 우리 역사가 그에게 임무를 잘못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임기가 만료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국회의원직을 비롯한 일체의 사회적 역할에서 물러나야 한다.더이상의 변명이나 사과는 오히려 역사에 똥칠을 하고 국민을 욕되게 할뿐이다. 유령은 십자가와 함께 무덤으로 간다.극우와 냉전과 반공의 모순적형상물인 김용갑씨 역시 냉전역사의 무덤으로 가야할 시간이다.조용하지만 단호하게 그의 마지막 인간적 결단을 촉구하고 싶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정치학
  • [문화스냅 2000] 인터넷 커뮤니티 만발

    #1. 지난 토요일 오후 고려대앞의 한 라이브 카페 피아노와 마이크,앰프가 설치된 무대 주위에 10여명의 남녀가 모여 열심히 악보를 뒤적이고 있다.잠시후 차례로 무대에 나온 이들은 간단한 자기소개와함께 각자 준비해온 음악을 하나씩 연주하기 시작했다.바흐의 ‘미뉴엣’이 맑고 투명한 피아노 선율에 실려 나오는가 했더니 김현철의‘춘천가는 기차’가 기타와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주되고,곧이어 클라리넷 3중주로 편곡된 ‘향수’가 조용히 실내에 울려퍼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프리챌(www.freechal.com)의 음악동호회 ‘피아노마니아’의 첫 오프라인 모임.피아노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사이버상에서 뭉친 이들은 이렇게 1시간이 넘는 ‘작은 음악회’로 첫 대면식을 가졌다.‘피아노마니아’는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김성진씨(25·연세대 4년)가 지난 7월 개설한 모임.취미삼아 자작한 피아노 소품을 음악파일로 만들어 친구들에게 들려주던 그는 “내 음악을 올릴 공간을 따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프리챌에 방을 꾸몄다.현재 회원은 80여명.자료실에 서로 좋아하는 음악자료를 올려놓고,게시판에서 안부를 주고받으며 친목을 쌓아가고 있다. #2. 우리 나이로 27세인 류한나씨는 다섯살,세살짜리 두딸을 둔 전업주부 미혼인 친구들에게는 늘 ‘아줌마’라는 놀림을 받지만 막상 30대가 넘는 동네 아줌마들과는 ‘세대차’를 느끼던 그는,두달전 한미르(www.hanmir.com)에 ‘어린 아줌마들의 모임’을 개설했다.순식간에 비슷한 처지의 아줌마 50명이 몰려들었다.갓 스물의 초보아줌마부터 스물아홉의 베테랑주부까지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회원들은 남다른 동류의식으로 금방 친해져 이제 하루라도 인터넷에서 안보면 서운한 사이가 됐다.“남편 뒷바라지와 애 키우는 일 등 비슷한 나이와처지에서 오는 공통분모가 많아 서로 큰 힘이 된다”는 류씨는 “요즘은 남편들이 더 열성적인 관심을 보인다”고 귀띔했다. #3. 사람 만나기 좋아하고,술을 즐기는 김병곤씨(29·부산 동의대 대학원)는 네띠앙(www.netian.com)에 개설된 ‘소사모(소주를 사랑하는 모임)’의 시삽(모임 관리자)이다.‘소주’를 매개로한 모임이지만 술 자체가 목적이라기보다 술자리에서 오가는 인생얘기가 더 풍성한 커뮤니티.회원은 2,000여명으로 전국적인 모임은 1년에 한번,지역모임은 한달에 한번씩 연다.하지만 술생각이 나면 언제든 ‘번개’로 만나 술잔을 기울이는 것 또한 이 모임의 특징.추천 술집과 올바른음주법,숙취예방법 등 유용한 정보도 공유한다. 지금 사이버 세계가 각종 모임으로 떠들썩하다.수천명의 회원을 자랑하는 거대 모임에서 수십명의 미니 모임까지 인터넷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백화제방을 이루고 있다.‘카페’란 이름으로 회원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는 다음(www.daum.net)만 해도 현재 24만개의 모임이 개설돼있다.홍보담당 이수진씨는 “하루에 2,000개의 카페가 새로 문을 열기도 한다”고 전했다.하루 평균 100여개의 새 모임이 개설되는 네띠앙을 비롯해 프리챌,세이클럽,한미르 등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수십개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 사이버 모임의 규모는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늘어난 이유로는 우선 누구나 손쉽게 모임을 만들 수 있게 된 점이 꼽힌다.대부분의 커뮤니티 사이트는 회원으로 가입만 하면 누구든지 모임을 개설할 수 있다.각각의 모임마다 게시판과 자료실 등 기본 공간을 제공한다.이같은 간편함과 시의성 때문에 인터넷 커뮤니티는 네티즌들의 관심사를 그때그때 반영하는 첨단 유행의 바로미터 노릇을 하기도 한다.네띠앙의정지은과장은 “최근엔 학교동창회와 주부동호회,영어동호회가 강세”라며 “인터넷 모임도 시기에 따라 트렌드가 있다”고 분석했다. 개성을 중시하는 신세대들의 성향도 ‘커뮤니티 호황’에 한몫하고있다.목표만 같으면 다소 맘에 들지않더라도 동호회 안에 남아있던예전과 달리 요즘은 의견이 갈리면 바로 ‘독립’해 새집을 꾸민다. 그러다보니 비슷한 모임이 사이트별로는 물론 같은 사이트 안에서도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과거에는 회원수로 세를 과시하려는경향도 있었으나 요즘은 회원수가 많든 적든 별로 개의치않는 것도한 특징.그냥 내가 좋아서 만들고,내가 즐기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다. 이때문에 이름만 내걸고 활동이 거의 없는 유명무실한 모임도 심심찮다.프리챌 등에서는 일정기간 활동이 없을 경우 모임을 강제폐쇄하기도 한다.‘흑인음악 창작동호회’ 등 3개의 사이버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성욱씨(25·명지대 2년)는 “오프라인 모임까지 참여하는열성 회원은 전체 회원가운데 10%선에 불과하다”며 “이름만 걸어놓고 게시판에 글 한번 올리지 않는 유령회원도 많다”고 말했다. 나이와 성별,지역을 뛰어넘어 언제든지 마음맞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익명성이 지닌 속성탓에 부작용도 없지 않지만디지털세상에 아날로그적인 정감을 더욱 돈독히 하는 삶의 활력소인것만은 확실하다.자,이제 컴퓨터를 켜고 내게 맞는 모임을 찾아 인터넷 여행을 떠나보자.딱 맞는 모임이 없다면 내친 김에 하나 만드는것도 좋지 않을까. 이순녀기자 coral@■기발한 이색모임 ‘어,이런 모임도 다 있어?’오프라인이라면 남들 이목때문에 상상하기 힘든 특이한 모임들도 인터넷에서는 당당하다.자신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온라인의 특성은 보다 솔직한 개개인의 욕구와 고민들을공론의 장으로 이끌어낸다. 독특한 취향과 기발한 발상으로 네티즌들의 눈길을 끄는 이색 모임을 유형별로 살짝 엿본다. ◆동병상련형 남들과 다른 외양이나 처지,비슷한 경험으로 고민하는이들의 모임.만성피로 환자들이 권익을 위해 개설한 ‘만성피로 환자모임’(천리안),아기를 원하는 주부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삼신할미 아기 점지해주세요’(다음),키 큰 사람모임인 ‘롱뷰티’(프리챌),카드연체 등으로 신용불량거래자로 찍힌 이들의 모임인 ‘신용불량자들의 모임’(프리챌),‘자랑스런 왼손잡이들’(네띠앙),군대간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여성들의 ‘짬밥 같이 먹기’(다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마니아형 남들은 관심을 두지 않는 특이한 분야에 남다른 취향을가진 사람들의 모임.김치없으면 못사는 사람들의 ‘김치를 사랑하는모임’(다음),‘라면동호회’(네띠앙),누디즘을 공통관심사로 한 ‘누디스트’(프리챌),우표처럼 전화카드를 수집하는 ‘전수동’(네띠앙),만화 소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미소년들을 좋아하는 ‘미소년마니아모임’(프리챌) 등이 있다. ◆오리무중형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정체를 가늠하기 어려운 모임도있다.네띠앙에 개설된 ‘나는 누구인가’‘바보동호회’‘타락한 자들의 모임’‘나이값 못하는 사람들’이 그런 예.헌혈아줌마의 손길을 뿌리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모임인 ‘애드모’ 역시 이름만으로는 종잡을 수 없다. ◆대리만족형 다음의 ‘욕동호회’는 누군가에게 욕을 하고 싶을 때유용한 모임.게시판에는 차마 입에 담지못할 온갖 종류의 욕들이 올라온다.프리챌 ‘싸움방’도 하루의 스트레스를 사이버상에서 해결하려는 이들로 북적인다. 이순녀기자
  • 11월 독립운동가 장태수 선생

    국가보훈처는 31일 일제의 회유를 거부하고 경술국치에 항거,단식을벌이다 순국한 장태수(張泰秀·1841∼1910) 선생을 광복회 등 유관기관과 공동으로 ‘1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전북 김제군 금구면 서도리에서 태어난 장 선생은 1861년 과거에 급제해 사간원 정언 등을 거친 뒤 1867년 양산 군수에 임명됐다. 1904년 광무황제를 측근에서 모시는 시종원 부경으로 재직하던 중 1910년 경술국치를 당하자 “개와 말까지도 주인의 은덕을 생각하는데역적 신하들은 어찌 임금을 속이고 나라를 팔 수 있는가”라고 통곡하면서 관직을 버린 채 낙향했다. 선생은 일제가 회유책으로 전한 은사금을 거부하며 “나라가 망하고 임금이 없는데도 적을 토벌해 원수를 갚지 못하고,이름이 적의 호적에 오르게 되는데도 몸을 깨끗하게 하지 못하고 선조를 욕되게 하는죄를 지었다”며 24일간 식음을 전폐하다 1910년 11월27일 세상을 떠났다.정부는 지난 62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노주석기자 joo@
  • ‘線’넘은 YS… 李총재 ‘원색적 포격’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게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은‘눈엣가시’다. 김 전 대통령은 최근 이 총재의 야당 운영 방식 및 국회 전략과 관련,독설(毒舌)을 퍼부은 데 그치지 않고 23일에는 생방송으로 진행된문화방송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전화 통화)해 이 총재를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김 전 대통령은 “나와 상의도 없이 (지난 대선때 나에 대해)탈당하라고 하고 내 욕을 도하 신문 광고에 냈다”면서 “이는 배은망덕이고,인간이 아니다”고 이 총재를 공격했다.또 “그는 능력도 없고 지도력도 없다”면서 “야당에는 반대 목소리가 있어야 하나,(이 총재가)지도력이 없으니까 반대파를 다 내쫓고,모두 내 사람,집안 사람을갖다 놓았다”고 이 총재의 당 운영 스타일을 강하게 비판했다. 차기 대선 후보 지지 여부에 대해서는 “용기와 능력,의리가 기준이되겠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므로 내년에 가서 밝히겠다”고 말해 대선 구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다만 “민주산악회 재건이 정치참여라고 할 수 있으나,정당을 만들거나 총재를 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였다. 프로그램 사회자가 앞서 한 월간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최고위원을 호평(好評)한 이유를 묻자 “내가 어찌한다는것이 아니라 이 최고위원이 그 당에서 그런 입장에 있다는 말”이라며 “과거에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그 사람을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두 차례나 강조했다. 한나라당 지도부는 YS의 발언에 대해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면서도공식 대응은 삼갔다.이 총재는 오전 국회 총재실에서 열린 총재단회의에서 김 전 대통령의 발언 내용을 보고받고 “이런 말씀까지 하시는구나”라며 웃어 넘겼다고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이 전했다.이날회의에 참석한 대다수 부총재들도 “늘 하는 말을 그때그때 대응하면뉴스만 커진다”면서 “그냥 지나치는 게 더 좋겠다”고 이 총재에게 건의했다고 권 대변인이 밝혔다. 박찬구기자
  • YS, 고려대특강 이모저모

    김영삼(金泳三·YS) 전 대통령이 20일 우여곡절 끝에 고려대에서 ‘대통령학’을 주제로 특강을 했다. 특강 서두에 “상도동에서 30분 거리를 오는데 1주일이나 걸렸다”며 지난 13일 학생들의 저지로 특강이 무산된 점에 간접 유감을 표시했다.행정학과 학부생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날 특강은 당초 예정된 70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학생들과의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그는 하나회 청산과 관련된 비화를 소개했다.YS는 “취임 직후 참모총장과 1군,2군사령관을 해임하고 같은 날 후임자를 임명했는데,갑작스런 인사라서 대통령이 신임자의 군복에 직접 달아줄 ‘별’이 준비되지 않았더라”며 “그래서 기존 장성들의 별을 떼다가 달아주기도했다”고 회고했다.또 금융실명제를 은밀히 단행한 이유를 설명,“실명제가 없었으면 전두환(全斗煥)·노태우(盧泰愚)씨의 수천억원 비자금도 몰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YS는 “지금 야당에는 밥값까지 나온다”면서 “내가 하던 야당과전혀 다른 야당귀족”이라고 한나라당을 꼬집었다.“(지난 대선 때)이름도대기 싫지만,어느 사람이 내 욕만 하지 않았어도 김대중(金大中)씨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머리 아픈 일은 바로 내 아들(현철씨)을 구속한 것”이라며 “나도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26살에 국회의원에 출마했지만,현철이도 다음에 어딘 지는 몰라도 국회의원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문제와 관련,“이북은 믿지 못한다”“식량원조만 약간 해줘야한다”며 극도의 불신감을 드러냈다.이어 일문일답에서 한 청강생이“인터넷 조사에서 ‘가장 밥맛없는 대통령’으로 뽑혔다”고 심기를건드렸으나 “영원한 YS맨도 있다”고 바로 맞받았다. 박찬구기자 c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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