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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050 부르는 대학로 3色연극

    4050 부르는 대학로 3色연극

    지난 5일 밤, 배우 양희경의 모노극 ‘늙은 창녀의 노래’를 공연 중인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200여개 객석의 절반을 40대 이상 중년 여성들이 차지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서현순(59)씨는 “모처럼 우리 세대의 정서에 맞는 연극이어서 편한 마음으로 대학로 나들이를 했다.”며 즐거워했다. 인터넷 공연예매사이트 티켓링크에 따르면 지난해 연극 관람객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84%. 반면 40대는 11%였고,50대 이상은 한자리 숫자였다. 클래식이나 오페라, 전통공연 등에 비해 연극을 즐기는 중장년 관객은 매우 적은 편이다.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의 특성상 중장년층이 발걸음하기 어려운 분위기 때문도 있지만 이들의 구미에 맞는 연극 작품이 별로 없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중장년의 정서를 대변하는 연극 3편이 나란히 무대에 올라 주목을 끈다. ●늙은 창녀의 노래 1995년 초연 당시 아줌마 부대가 공연을 보러 전세버스를 타고 상경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던 ‘늙은 창녀의 노래’가 10년 만에 대학로 무대에 다시 올랐다.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연말까지 강남 우림청담시어터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한 데 이어 대학로로 장소를 옮겨 앙코르 공연 중이다. 작가 송기원의 실화 소설을 각색한 연극은 목포의 허름한 창녀촌이 무대다.20여년을 두 평 남짓한 쪽방에서 살아온 마흔한살의 늙은 창녀는 흐릿한 전등불 아래서 관객을 ‘손님’ 삼아 소주잔을 기울이며 한 많은 세월을 두런두런 풀어놓는다. 질펀한 남도 사투리로 털어놓는 그녀의 가슴속 깊은 이야기는 관객을 울리고 웃기다가 이내 뭉클한 감동을 안겨준다. 모진 인생에서도 세상을 넉넉히 품을 줄 아는 그녀의 삶이 우리네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인지 모녀 관객이 유달리 많은 것도 이 공연의 특징이다.2월5일까지.(02)762-9190. ●늙은 부부 이야기 청춘남녀의 사랑이 뜨거운 용광로라면 황혼의 사랑은 은근하지만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화톳불이 아닐까.60대 노년의 사랑을 그린 ‘늙은 부부 이야기’를 보노라면 절로 드는 생각이다. 부인과 사별한 지 20년 된 동두천 신사 동만과 역시 오래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세 살 연상의 욕쟁이 할머니 점순. 제 살길에 바쁜 자식들과 떨어져 정붙일 데 없이 홀로 지내던 두 사람은 인생의 황혼녘에서 ‘첫사랑보다 아름다운 마지막 사랑’을 나눈다. 극 초반 동만과 점순이 티격태격 사랑 다툼하는 대목에서 웃음을 터트리던 관객들은 점순이 불치병으로 숨을 거두기 전 동만에게 ‘혼자 남았을 때 가슴 아파하지 말아요. 성내지도 화내지도 말아요.’라고 위로하는 장면에서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오랫만에 대학로 무대에 서는 이순재를 비롯해 성병숙, 이호성, 예수정 등 중견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도 인상적이다.2월5일까지 소극장 축제.(02)741-3934. ●여행 외형적으로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안정된 위치에 오른 40대 후반의 남성들. 하지만 정작 속내를 들여다보면 과거는 후회스럽고, 현재는 불안하며, 미래는 막연할 따름이다. 극단 파티의 ‘여행’은 이처럼 제2의 질풍노도 시기를 겪는 40대 후반 남자들의 이야기다. 친구의 갑작스러운 부음에 중소기업 사장, 신발가게 주인, 택시기사, 영화감독 등 서로 다른 사회적 지위를 지닌 다섯 명의 친구가 모인다. 지방으로 내려가는 기차안, 주거니 받거니 술잔을 기울이던 이들은 과거의 기억들을 끄집어내며 묘한 신경전을 벌이고 급기야 상가에서 멱살을 잡는다. 지난해 독일 프랑크푸르트국제도서전 공식 초청작으로 공연됐던 작품으로 한국평론가협회가 뽑은 ‘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아르코예술극장 공연 당시 중장년 관객의 성원으로 객석 점유율 93%를 기록한 데 힘입어 지난 5일부터 동숭아트센터소극장에서 재공연 중이다.29일까지.(02)744-7304.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침묵하는 유시민… 누나 유시춘이 전하는 심경

    “아무래도 대통령은 내가 필요한 것 같다.(대통령) 대신 비 맞아줄 사람을 원하는 것 같다.”(입각 제의 당시)▶“…”(‘1·2 개각’이후) 3일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의 보건복지부 장관 입각과 관련해 당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그의 친누나인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전한 유 의원의 심경이다. 유 전 상임위원은 유 의원을 ‘동생이자 동지’라고 표현할 만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는 그러나 2일 이후에는 유 의원의 복잡한 상황을 감안해 통화조차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부담을 떨쳐 버리기 어려울 정도로 3일 유의원의 입각에 대해 당 안팎의 반발 기류는 거세졌다. 노웅래 의원은 “참여정부가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 아니냐.”고 강한 불만을 터뜨렸다. 한 3선 의원은 “독단적이고 외통수적인 이미지가 당의 지지도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지방선거에서도 악재가 될 것”이라면서 “능력은 둘째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작 논란의 당사자인 유 의원은 외부와 접촉을 끊은 상태다. 때문에 ‘칩거’,‘표정관리중’이라는 소문마저 나돌았다. 그러나 유 전 상임위원에 따르면 유 의원은 현재 지역구인 일산에서 ‘애덕원’이라는 장애우의 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등 ‘장외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 전 상임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두드려맞아 아프지 않은 사람이 있나. 동생이 우군(열린우리당)으로부터도 비난 여론이 높아지는 걸 보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며 유 의원의 근황을 대신 전했다. 이어 “부덕의 소치라고 생각하라고 충고했다. 이번 논란을 온전한 인격체로 나아가기 위한 경고음으로 여기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생은 권위를 따지거나 독선적이고 오만한 사람이 아니다.”면서 “소신과 원칙이 뚜렷한데다 당 개혁에 앞장서느라 인간적인 면모가 덜 부각된 것일 뿐”이라며 유 의원을 ‘변호’했다. 특히 ‘유시민 파문’에 대해서는 “정치문화의 충돌 이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면서 “기존 정치권에서는 ‘백 사람의 동지보다 한 사람의 적을 만들지 말라.’고 했는데 동생은 욕 먹을 것을 감수하면서도 소신을 우선시하다 보니 비난을 받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장관직 수행능력보다 사감으로 비난이 가해지고 있다고 보는듯 안타까워하는 심정을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유 의원의 장관직 최종 수용여부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며 함구했다. 구혜영 황장석기자 koohy@seoul.co.kr
  • [대선주자 새해 주가는-범여권] 이해찬 총리

    [대선주자 새해 주가는-범여권] 이해찬 총리

    ●이래서 오른다 이 소장은 항상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추진력이 보기 드물게 뛰어나다는 점을 이 총리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황 교수는 “강한 카리스마와 정치적인 소신·고집을 갖고 있고, 가치있는 일이라면 분명한 의견을 표명하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총리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완벽을 지향하는 전문가로 평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풍부한 행정경험과 능력을 이 총리의 강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또 “실세 총리로 활동 공간이 넓고, 대통령의 신뢰를 받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이래서 내린다 박성민 대표는 “경력에 비하면 대중성이 너무 취약하다. 좋아하는 사람이든, 싫어하는 사람이든 그의 능력은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대중적 고려가 부족하다.”며 이 총리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상대에 대한 분노로 성공했으나, 이 총리는 상대에 대한 경멸 때문에 실패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지기반이 취약해 대선 후보로서의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고 꼬집었다. 박성민 대표는 “그의 캐릭터를 감안한다면 자기만의 이슈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하다. 결국 자기다움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 교수는 이 총리를 “일을 잘하고도 욕 먹는 대차고 깐깐한 총리”라면서 “과거 독재권력에 항거했지만, 이제는 독재자 비슷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고 언급했다.“독선적으로 보일 때가 있다.”(이 소장),“큰 인물로 평가되지 못한다.”(김 변호사)는 의견도 있었다.
  •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당선작] 블랙홀/김미정

    ●블랙홀/김미정 등장인물 광식 정애 남자 가인 등을 들고 있는 아이 인철 그 밖의 배우들 각 에피소드들의 시간적 배경은 같다. 에피소드 1 전체 무대는 1,2층의 구조로 되어 있다.2층은 오랜 병원생활을 했음을 짐작하게 해 주는 병실의 내부가 있다. 병실에는 환자용 침대와 보호자용 침대가 있고 침대를 바라보며 유리창이 있다. 유리창 밖으로는 도시의 풍경이 보인다. 양끝으로는 줄을 연결해서 빨래를 걸어 놓았다. 한쪽에는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이 있고 그것은 병원 비상계단의 모습이다. 침대 옆에는 인공호흡기와 심장모니터기가 놓여져 있다.1층은 어느 산동네를 연상케 하는 배경들이 있고 계단의 정반대쪽에는 지하철 입구의 표시가 그려져 있다. 계단의 앞쪽으로는 벤치가 있고 그 벤치 옆에는 어느 노숙자가 놓고 간 듯한 신문지들과 소주병들이 나뒹군다. 멀리서 들리는 소리, 얼핏 들으면 기차소리와도 같은 규칙적인 소리.2층의 무대가 조금 밝아지면서 기차소리는 심장 모니터기의 소리로 바뀐다.2층의 무대가 완전히 밝아지면 모니터의 소리는 잦아들고 보호자용 침대에 앉아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는 광식의 모습이 보인다. 유리창 밖에는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리창을 닦는다. 유리창을 닦다가 소주를 꺼내어 마신다. 광식의 앞에는 먹던 중이었던 김치그릇과 밑반찬 그릇들 그리고 밥그릇이 있다. 나머지 두 침대는 비어있다. 광식:(입맛을 다시며)거 참 맛있겠네. 저 양반 저거 세상을 아는 양반이야. 이럴 줄 알았으면 소주 한 병 사오는 건데.(혼잣말로)거 혼자만 잡숫지 말고 나눠 먹읍시다.(먹던 밥을 계속 먹는다.) 남자가 유리창을 두드리더니 소주병을 내민다. 광식:한 잔 주시게요?아이고 그럼 나야 고맙지요. 유리창 남자가 소주를 따르는 시늉을 한다. 광식이 술잔을 받는 시늉을 한다. 광식:(마시는 시늉)원샷! 캬! 안주는? 안주도 줘야지. 남자가 씩 웃는다. 광식:사람 참 싱겁소. 남자도 하!웃는 모양. 그러고는 유리창을 닦는다. 광식:하, 취한다.(침대의 이불을 젖히니 아이가 반듯이 누워 있다. 광식이 아이의 몸을 옆으로 돌려서 등을 문지른다)우리 딸입니다. 예쁘죠? 메리 크리스마스! 오늘이 예수님 귀 빠진 날이래요. 뭐 대단한 양반인지는 몰라도 병원 전체가 들썩들썩 합니다. 우리 병실 환자들은 모두 외출을 나갑디다. 세상을 구원하신 독생자 그리스님인지 놈인지 덕분에 오랜만에 조용하고 좋수.(등을 문지르다가 손을 동그랗게 하고 두드린다.)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둘이요, 두부장수 두부를 판다고 달달달, 셋이요, 새 각시가 빨래를 한다고 달달달. 광식이 부르는 노래의 반주와 함께 빨간 등을 든 여자아이가 등장해서 1층의 무대를 돌아다닌다. 아이가 작은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남자가 내려다보고 있다. 아이:(가만히 서서)아빠!일곱은 뭐라고 그랬죠? 남자가 뭔가를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린다. 광식이 쳐다본다. 남자가 손가락 일곱 개를 유리창에다 댄다. 광식:일곱이요. 일본 놈이 순찰을 돈다고 달달달! 아이:아!(아이가 다시 노래를 부르면서 무대를 돌아다니다가 퇴장한다.) 광식:(아이의 등에 베개를 대주고 이불을 덮어주면서 남자를 빤히 쳐다본다.)우리가 언제 한 번 본 적이 있죠?(유리창에 입김을 불어서 글씨를 쓴다.‘나 몰라요?’큰 소리로 입 모양이 보이게)초등학교 어디? 난 초등학교 다닐 때까지는 공주에서 살다가 중학교 올라가면서 서울로 이사 왔는데…. 고향이 공주?아닌가?아무튼 형씨 인상 한 번 좋수다. 어쩌다 이런 일…. 뭐 오해는 마슈. 위험하니까. 이런 일 하게 됐는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잘 될 거요. 인상 보면 알지.(아이를 쳐다보며)우리 애는 십 년째 이러고 누워 있어요.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거든.(사이)원무과에서는 석 달에 한 번씩 청구서가 나옵니다. 일년 만에 집 날리고 벌써 팔 년 짼데 뭐가 남았겠습니까?지금은 월세 낼 돈도 없어서 병원에서 살아요. 뭐 그런 얘기를 밥 먹으면서 하냐고 그러겠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현실인걸. 만날 울고 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니까. 그냥 하루하루 간신히 넘기는 거죠. 하루의 끝은 웃으면서 보내려고 해요. 그게 살아남는 방법이죠.(한숨을 쉬며)그래도 하루에도 몇 번씩 울화가 치밀어요.(조금 작은 소리로)이건 형씨한테만 하는 말인데요. 처음에는 살아준 것만으로도 고맙더니 딱 일년이 지나니까 어느 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길어야 삼년이겠지. 웃기죠?딱 일년 만에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걸 우리 마누라가 알면 난리 날 겁니다. 긴병에 효자 없죠?맞습니다. 부모라면 벌써 포기했을 겁니다. 자식이니까 붙들고 있는 겁니다.(큰소리로)진짜 나 몰라요?(한참의 사이 후 고개를 숙인다. 어깨를 들썩인다. 다시 한참의 사이를 두고 고개를 든다.)제길, 소주 한잔에 취했네. 다 잘 될 거요.(사이)그거 하면 하루 얼마나 줍 니까? 남자가 유리창에다 손가락을 대고는 여섯, 다섯, 넷, 셋, 둘, 하나를 세더니 칼을 꺼내어서 줄을 끊는다. 순식간에 남자가 사라진다. 광식:어?(광식은 잠시 아무 움직임이 없다가 주머니에서 전화를 찾는다.)씨!지가 왜 죽어. 죽을 놈이 누군데.(한참 만에 전화를 찾는다. 떨리는 목소리로)저 여기 13층인데요.(사이)네?병원(사이)한영병원요. 사람이 떨어졌어요.(사이)아니 안이 아니고 밖인데요. 그러니까 그 사람이 누구냐면…유리창을 닦는 사람인데…. 인상이 좋고…. 어디서 많이 본 것도 같고…. 저 위 동네에 사는…. 헉!(갑자기 입을 막는다. 전화를 놓친다.) 광식이 정신없이 병실을 빠져나가 비상계단으로 내려간다. 머리를 벽에다 반복해서 박는다. 무언가 모를 괴로움에 몸부림을 친다. 그러다가 미친 듯이 웃는다. 한참 만에 다시 병실로 돌아온다. 아이를 바라보고 유리창 밖을 바라본다. 두 손바닥을 유리창에다 댄다. 이제부터는 모든 행동이 순식간에 이루어진다. 아이의 호흡기 전원을 끈다. 호흡기 소리가 점점 잦아들다가 멈춘다. 침대 위 아이의 몸이 위로 한 번 뛰었다가 털썩 내려앉는다. 심장모니터의 박동소리가 완전히 멈춘다. 광식의 몸이 털썩 밑으로 내려간다. 무대가 서서히 어두워진다. 광식의 손바닥 자국이 드러난다. 소리:2005년 12월25일 서울의 모 병원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생명을 유지하던 15세 김모 양의 아버지가 아이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김모 씨는 병원 소각장에서 아이의 신발을 태우다가 붙들렸습니다. 김모 양은 지난 1998년 교통사고를 당해 그 이후로 계속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서 살아왔던 걸로 밝혀졌습니다.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아이의 목숨마저 끊어버리게 된 김모 씨는 현재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김씨의 다른 가족으로는 아이의 어머니 최모 씨와 8세의 아들이 있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김씨는 아내 최모 씨에 의해 경찰에 신고 되었다고 합니다. 같은 날 김모 양의 병실 밖에서는 병원의 유리창을 닦는 강모 씨의 추락사가 있었습니다. 강모 씨의 주머니에는 마시다 만 소주병이 있었고 리프트의 한 쪽에는 분골함으로 보이는 상 자에 하얀 재가 반쯤 들어 있었습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아 한층 들뜬 분 위기의 한 쪽에는 이런 어두운…. 암전 에피소드 2 빗소리와 함께 무대가 밝아진다.2층 무대의 소품들은 여전하다. 정애가 지하철 입구를 통해 밀고 다니는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들고 등장하고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더니 그냥 그 자리에 선다. 주머니에서 수건을 꺼내어서 닦는다. 남자가 벤치에 앉아 있다가 정애가 있는 곳으로 온다. 정애:(남자를 힐끗 보더니)크리스마스에 눈이 안 오고 비가 오네요. 남자가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도 쭈그리고 앉는다. 정애:(남자를 바라보며)묘한 기분이 들어요. 남자:…. 정애:(천천히 고개를 돌리며)나 좀 봐 주책이야. 남자가 담배를 피운다. 정애:(가방에서 칫솔을 꺼낸다. 혼잣말로 연습한다.)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학교에서나 공부하시느라 살림하시느라 일하시느라 얼마나 스트레스가 많으십니까. 오늘 제가 가지고 나온 물건은 여러분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라도 해소시킬 수 있는 건강 칫솔입니다. 이 건강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 인준을 받은 칫솔모를 사용한 칫솔로서 여러분의 이와 잇몸의 구석구석까지 들어가서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줄 것입니다. 몇 달이 지나도 칫솔모가 상하지 않아 칫솔을 자주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남자를 쳐다보며)한영병원 1002호에 입원해 있는 가인이를 아시죠? 제 딸이에요. 남자:(그제서야 고개를 돌려서 정애를 본다) 정애:그동안 잘 지냈어요? 남자:…. 정애:당신, 많이 늙었네요. 남자:…. 정애:먹고 살만 하시면 칫솔 두 개만 사주세요.5천원이에요. 이 칫솔은 아이에스오 9002를 인정받았어요. 그게 뭔지 아시죠? 남자가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서 정애에게 준다. 정애가 남자에게 칫솔을 준다. 정애:우리 가인이는 저 혼자 이빨도 못 닦아요. 그래서 칫솔도 필요 없죠. 남자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무대 가운데로 간다. 뒤돌아서 정애를 바라본다. 남자:봉천동 산27번지에 사는 소영이는 어제 바다에 뿌려졌습니다. 며칠 전에 돌에 깔려서 죽었거든요. 그 아이도 이제 칫솔은 필요없을 겁니다. 정애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남자:가인이는 오래오래 살길 바랍니다. 정애가 남자에게 달려들어 옷을 잡고 흔든다. 남자와 정애의 몸싸움. 슬프고도 정열적인 음악이 흐른다. 얼핏 보면 두 사람이 춤을 추는 것 같다.2층 병실로 검은 옷을 입은 조폭이 등장한다. 쇠방망이를 들었다. 조폭:으메 씨벌, 병실 한 번 좋구마잉, 으메 씨벌, 돈 빌려준 놈은 지 엄니 병원비도 없어서 집구석에서 다 돌아가시게 생겼는디 돈 빌려간 놈은 지 자식을 번듯하니 이런 큰 병원에다 모셔두고 있어 잉?니들이 사람이여?개, 돼지만도 못한 것들 아녀 이것!씨발!(방망이를 한 번 내리친다) 정애:병원비가 없어서 사채를 썼어. 갚은 이자만으로도 원금을 까고도 남는데 이 새끼들이 이자가 한달만 밀려도 병실로 찾아오네. 아이의 아빠가 작업복을 입고 1층으로 등장한다. 같은 복장의 배우들이 방망이를 들었다. 광식:이 집은 재개발 지역 내에 있습니다. 나 난 이, 이렇게까지 하긴 싫어요. 어서 어서들 나가세요. 안,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어, 어서 나가!셋을 셀 거야. 하나!둘!씨발 나가요!셋!(방망이를 치켜든다.) 배우들이 같이 치켜든다. 남자:봉천동 산 27번지 재개발 지역. 거기서 살고 있는 사람들. 조폭:울 엄니도 몇 년째 똥오줌 받아내고 있다니까. 니 자식만 자식이고 울 엄니는 늙었응께 고만 돌아가시라 이거여 뭐여!잔말 말고 돈 내놔!안 그러면 자식이고 뭐고 없응께. 인철이가 피에로 분장을 하고 등장한다. 남자와 정애는 본격적으로 춤을 춘다. 광식:인철아!이 자식 여기 있었구나. 나 좀 살려주라!이게 사람이 할 짓이 아니야. 난 못 하겠다. 내가 그 돈은 꼭 갚을게. 인철아. 나 좀 놔 주라. 내 이 손으로 우리 엄니같은 노인네 허리를 치고 머리를 잡고 집에다 불을 지르고 그랬다. 야!인철아!나 좀 ! 인철:아직 먹고 살 만한가 보구나, 니가. 알아서 해. 광식:야, 우리가 불알친구 아니냐. 이 자식아. 인철: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냥 쉽게 생각해. 자식을 생각하라고. 광식:인철아. 나 이제 이 짓 못하겠다. 나 좀 봐주라. 인철:야 이 자식아. 일할 사람은 많아. 너 당장 돈 갚을 수 있어? 광식:내가 벌어서 갚을게. 인철:오다가 떨어져서 말이야. 니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나도 곤란해져. 이쪽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지는 알지? 광식:그래도 난, 난 못해. 인철:이 자식아. 그럼 돈을 가져와. 광식:으으으으으! 인철:쉽게 생각해. 아이의 호흡기 소리가 거칠어진다. 음악이 고조되면서 2층 병실의 조폭과 1층의 광식과 다른 배우들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정애와 남자가 무대를 빙글빙글 돈다. 배우들의 모습은 마치 무협영화의 한 장면 같다. 정애:있는데 안 주는 것 아닌데. 조폭:그려? 갚을 능력이 없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아줌니 아직 탱탱하구마잉. 남자:일곱 살 난 딸이 집 마당으로 뛰어들다가 돌에 깔려 죽었네. 정애:그럴게요, 그럴게요, 제가 가서 일해 드릴게요. 빚만큼 일해 드릴게요. 제발 가주세요. 조폭:오메, 이렇게 쉬운 길이 있었는데 괜히 힘써 부렀네. 현란한 조명이 무대 전체를 채우고 이어서 공사장의 먼지 같은 희뿌연 연기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무대에 탬버린 소리가 울린다. 연기가 걷힌다. 화려한 옷을 입은 정애가 탬버린을 치고 있다. 정애는 노래를 부른다.2층의 유리창 밖으로 어깨에 끈을 매단 남자가 유골함에서 하얀 재를 허공에 뿌린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에피소드 3 웨딩마치 흐르면서 무대가 밝아지면 2층의 무대에는 하얀 천이 내려와져 있다. 무대의 곳곳에는 두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단들이 있고 단위에 사람들이 둘씩 앉아 있다. 그들은 모두 광식과 정애다. 첫번째 단 광식:오늘은 입질이 영 시원찮네. 정애:아이 재미없어. 광식:그러게 왜 따라왔어. 정애:집에 있어도 재미없어. 광식:그러셔?가인이는? 정애:아까부터 곯아 떨어졌어. 텐트 치고 잔다고 좋아하더니. 당신은 낚시가 그렇게 좋아? 광식:그러엄. 정애:우리보다도? 광식:그러엄. 정애:치, 그럼 왜 결혼했냐? 평생 혼자 낚시나 하고 살지. 광식:니가 결혼해 달라고 하도 쫓아 다녀서 할 수 없이 했다. 정애:뭐야?내가 언제? 광식:물고기 머리냐? 정애:하이구 그러셔?그래서, 그래서 후회해? 광식:글쎄에. 정애:이이가 정말.(광식을 꼬집는다.) 광식:아야!조용히해. 물고기들 다 도망간다. 정애:똑바로 말하란 말야.(또 꼬집는다.) 광식:아야. 왜 이래 마누라. 똑바로 말하면 잡아먹으려고? 정애:뭐야? 광식:하하하. 두번째 단 정애:방송국에서 우리 가인이를 찍어간대. 광식:그래?방송국에서 어떻게 알고? 정애:간호사들이 편지를 써 줬대. 광식:정말? 세번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정애:아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광식:가끔씩 눈을 맞추고 울기도 합니다. 정애:가인아.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밖에 나가 놀아야지. 광식:(얼굴을 찌그러트리고 입을 크게 벌려서 운다.) 정애:그럴 땐 우리말을 알아듣는 것 같아요. 그럼 가인이가 곧 일어날 것 같아요. 광식:(정애의 등을 두드린다.)두 시간에 한 번씩 체위를 바꿔주고 등을 이렇게 두드려 줘야 합니다. 정애:가래도 뽑아줘야 하고요. 낮에는 어머니가 와 계시고 밤에는 우리가 교대로 하죠. 낮에는 돈을 벌어야 하니까요. 정애와 광식의 역할을 바꾸어 정애가 광식의 등을 두드린다. 광식:가장 필요한 거는 역시…. 정애:(얼른)아이의 병원비를 석 달에 한 번씩 계산해야 해요. 셋째 단의 배우들이 플래시를 터트린다. 세번째 단 정애:밑 빠진 독에 물붓기지. 벌써 통장이 바닥났어. 광식:인수가 걱정이야. 정애:왜? 광식:장모님이 병원으로 데리고 왔어. 정애:그래서? 광식:데리고 가서 자장면을 사줬는데, 아이가 이상했어. 정애:이상해? 광식:자장면을 먹다가도 눈을 깜빡하고 얘기도 잘 하지 않고 그저 눈만 깜빡거렸어. 정애:하도 오랜만에 보니까 낯설어서 그랬겠지. 광식:그게 아니야. 정애:그럼, 아이한테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광식:장모님이 그러는데 신경증 증세가 있대. 정애:뭐? 광식:우리가 잘 돌봐주지 못해서 그래. 태어나고 얼마 있지 않아 가인이가 그렇게 되고…. 아무리 장모님이 신경 써 줘도. 정애:그래서 엄마가 잘 못 돌봐서 그런단 거야? 광식:이 사람이!누가 그렇대? 정애:그럼 뭐야, 그럼 뭐냐고. 광식:으이구, 왜 억질 부려. 내가 뭐라고 했다고. 정애:몰라. 정말 미치겠다. 다른 배우들이 세번째 단을 쳐다본다. 네번째 단 광식:당신 저녁마다 어디를 나가는 거야. 정애:내가 말했잖아. 친구 식당일 도와준다고. 광식:당신 정말! 정애:어서 밥이나 먹어. 광식:…. 정애:유리창 닦는 아저씨가 죽었어. 광식:뭐? 정애:집이 재개발돼서 다 부숴지고 식구들이 다 뿔뿔이 흩어지고 그랬대. 광식:그래서, 죽었어? 정애:줄을 끊었어. 광식:다, 당신이 봤어? 정애:아니, 들었어. 깡패들이 와서 집을 다 부쉈대. 참 기분이 묘해. 그 아저씬 우리 가인이가 바깥세상을 잘 볼 수 있게 유리창을 깨끗하게 잘 닦아줬는데. 광식:…. 정애:불쌍하다. 그치?그런 거 보면 우리만 힘든 것도 아냐. 가인이는 이렇게 살아 있잖아.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도……. 광식: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 그게 어울리는 말이니? 정애:왜 이래?오늘?짜증이 컨셉트야? 광식:힘들겠다. 자기는. 정애:새삼스럽게 왜 이래. 광식:밤마다 춤추고 노래하는 게 얼마나 힘들겠어? 정애:뭐? 광식:…. 정애:어, 어떻게 알았어? 광식:더럽다. 정애:누가? 광식:내가. 정애: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당신이 사채만 안 썼어도. 광식:당신이 다른 남자들 앞에서 웃고 있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쏠려. 정애:그럼 가서 일억만 벌어와. 광식:제길! 정애:당신이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며. 콩팥하나 떼어줬는데 이번에는 뭘 주려고?눈?간?심장?그럼 우리 가인이는?당신이 죽으면 가인이도 죽어. 광식:개새끼들한테 돈을 빌리는 게 아니었어. 가만두지 않을 거야. 정애:허풍 떨지 마. 광식:뭐? 정애:어렵지 않아. 그냥 노래만 불러. 광식:거기가 그런 데냐?노래만 부르는 데냐고. 정애:정 못 믿겠으면 따라와서 보면 되잖아. 광식:꿈에도 생각 못했어. 당신이…. 정애:아까 어머니가 호박죽 끓여 오셨던데 먹을래? 광식:…. 정애:총각김치도 있어. 광식:개새끼. 정애:애 듣는 데서 왜 자꾸 욕을 하고 그래. 광식:듣긴 누가 듣는다고 그래. 병신이! 정애:(광식의 뺨을 친다.) 광식:인생이 억울하다. 정애:…. 광식:…. 정애:가인이가 다 들어. 세 단의 배우들이 일어나서 계단으로 올라가서 하얀 천을 내린다. 침대위의 아이가 호흡기를 단 채 침대에 앉아있다. 빨래가 매달려 있는 줄 사이에는 등이 여러 개 걸려 있다. 등이 하나둘씩 켜지면서 정애의 얼굴 몽환적이 된다. 무대에는 등의 불빛만이 있다. 정애:이상하지. 유리창 아저씨가 우리 병실 앞에서 하얀 재를 뿌리는 꿈을 꿨어. 그게 우리 가인이가 죽어서 태운 재 같아서 가슴이 저려 죽는 줄 알았어. 그런데 가만히 보니까 당신 얼굴이랑 똑같이 생긴 거야. 광식:그 사람. 자기 아이가, 무너지는 집에 깔려서 죽었어. 정애:어떻게 알아? 광식:나도 꿈을 꿨어. 둘이서 장난삼아 주거니 받거니 소주 한 잔 하는데 그 사람 얼굴이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 거야. 초등학교 동창인가 중학교 동창인가 물어보려는 참에 줄을 끊더라. 그러고 나니까 생각이 나는 거야. 죽은 그 아이를 많이 닮았더라. 내가 그 사람을 닮고 죽은 아이가 가인이를 닮고 ……. 정애:꿈을 꾸는 것 같다가 일어나보면 꿈이랑 별 차이가 없는 현실이 돌아와. 광식:내가 거기 있었어. 아이가 죽을 때 내가 거기 있었어. 죄책감 때문에 미칠 것 같다. 배우들이 등 앞에 서있다. 하나의 등에 하나의 광식과 정애. 두 사람이 조금 더 몽환적인 상태가 된다. 정애:지금도 꿈을 꾸는 것 같아. 광식:꿈에서 보면 우리의 머리맡에 등이 하나씩 걸려 있어. 정애:예쁘다. 광식:등이 하나씩 꺼져. 정애:슬프다. 배우들이 등을 차례로 끈다. 광식:가인이 머리위의 등은 아직 켜져 있어. 정애:다행이다. 광식:(두 팔을 천천히 들어올린다)나는 꺼진 내 등을 부여잡고 울어. 당신 등을 부여잡고 울어.(울음을 터트린다.) 정애:부모란 게 그런 거야. 자식이란 게 그런 거야. 광식:저기 아직 꺼지지 않았지만 많이 희미해진 등들이 있네. 정애:그건 누구의 등일까? 광식:인수. 정애:저게 우리 인수 등이야?어머, 정말 빨갛고 작은 등이네. 광식:그 아이, 그 아이 아빠. 정애:어쩜, 저렇게 예쁜 등을 가진 아이였어. 광식:(손을 원을 그리며 돌린다.)나는 가인이의 등을 꺼. 정애:어?그럼 안돼. 광식:천천히, 조금씩 심지를 줄여. 미안해. 정말 미안해. 배우가 가인이의 등을 끈다. 앉아있던 아이의 눈이 무섭게 커진다. 호흡을 거칠게 쉰다. 그러다 점점 잦아든다. 앉은 채로 숨을 멈춘다. 정애가 광식의 목을 조른다. 남아 있는 등들이 무대를 비춘다. 숨을 멈춘 가인의 눈이 등불처럼 떠져 있다. 암전. 에피소드 4 1층 무대의 한곳에 햇빛처럼 조명이 드리우고 광식이 벤치에 쭈그리고 앉아있다. 광식의 그림자가 무대 전체에 비추어지면서 광식의 외로움이 극대화된다. 정애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무대 가운데로 천천히 걸어간다. 소복을 입고 있다. 광식의 그림자에 정애의 모습이 겹친다. 정애:(허공에 손을 대본다.)크리스마스에 눈이 오면 뭐라고 그러지? 광식:메리 크리스마스. 정애:치,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냐? 광식:알면서 왜 물어봐? 정애:어서 일어나서 이리로 와. 집에 가야지. 광식:왜 이래? 당신이 이쪽으로 와야 해. 병원으로 가는 길은 이쪽이야. 정애가 광식의 쪽으로 걸어오다가 멈춘다. 정애가 당황해하며 멈춰 서서 양쪽을 바라본다. 정애:어디로 가지?가인이가 죽었는데. 광식:(놀라며)무슨 소리야?가인이가 죽어? 정애:균에 감염이 돼서 열이 40도까지 올라갔어. 누가 때리지 않았어도 온몸에 멍이 들고 입과 항문으로 피가 줄줄 나왔어. 당신이 없는 동안에 가인이가 죽었어. 지금 가면 볼 수 있어. 광식:(가슴을 쥐어짜며)아! 정애:죽는 건 너무 순간이라 처음엔 나도 믿을 수가 없었어. 집으로 데려와서 씻기고 옷을 입히고 당신을 기다렸어. 오늘쯤 당신이 병원으로 올까봐 이리로 왔어. 광식:우리한테 집이 있었나? 정애:가인이를 보내려고 집을 구했어. 며칠동안만이라도 있을 수 있었어. 오늘 나가야 해. 주인이 죽은 아이를 데리고 들어오는 걸 보고는 당장 나가라고 그러는데 며칠만 봐달라고 빌었어. 광식:난 꿈을 꾸는 것 같아. 정애:다른 병실 아이도 죽었어. 아이 아빠가 호흡기를 껐어. 뉴스에도 나왔어. 그 아이 아버지는 잡혀 갔어. 나도 꿈을 꾸는 것 같아. 아니 잘 모르겠어. 지난 8년이 꿈인지, 아니면 지금이 꿈인지. 광식이 운다. 그림자가 흐느낀다. 정애의 몸에 겹쳐져서 두 사람의 흐느낌이 된다. 광식:장례비는? 정애:아이 옷하고, 염할 것 하고, 화장터 가서 화장할 것 하고 집세 내고 그리고……. 시간이 흐른다. 무대 위를 비추는 조명이 시간이 흘러감을 알게 해준다. 그림자가 점점 작아진다. 광식:하나요, 할머니가 지팡이 들고서 달달달…. 정애:차내에 계시는 승객 여러분, 여기를 잠시 봐 주십시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은 한달만 써도 칫솔모가 쉽게 닳습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칫솔로는 치석까지 제거되지 않습니다. 광식:둘이요, 두부장수. 정애:여기 새로운 칫솔이 나왔습니다. 몇 달을 써도 칫솔모가 손상되지 않는 칫솔입니다. 이를 닦으면 부드러운 칫솔모가 이의 구석구석까지 파고 들어가 찌꺼기와 치석을 제거해 줍니다. 광식:낙원으로 갔니? 정애:이를 닦는 동안 여러분을 낙원으로 데리고 가줄 칫솔이 두개에 오천원입니다. 광식:정말 하루저녁이 꿈같다. 아이들이 죽고 어른들은 자살하고 마치 블랙홀에 빠진 것 같아. 정애:하얀 옷을 입어서 니 모습이 성모 마리아처럼 성스럽고 숨소리는 너무나 고요해서 세상의 모든 소음을 덮어주었어. 엄마는 꿈을 꾼다. 니가 등불을 들고 나타나 아빠를 위로해주고 엄마의 눈물을 닦아주고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선하게 해주는 꿈을……. 죽은 이들이 등불을 들고 등장한다. 자신의 영정사진을 들었다. 환하게 웃고 있다. 조명이 서서히 암전된다. ■ 당선소감 “수술후 벅찬 소식… ‘이런게 인생이구나’ 느껴” 갑자기 배에 기형종이 생겨 수술을 받게 되었고 수술 직후 당선 소식을 들었다. 통증과 전신마취 후의 몽롱함 속에서 들은 가슴 벅찬 소식이었다.‘이런 게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나는 ‘대전여민회’라는 여성운동단체의 연극 소모임 ‘돼지꿈’에서 활동을 해 왔다. 다양한 계층의 수많은 여성 문제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을 하면서 ‘연극’이라는 것이 사람의 다친 마음을 치료해주고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최고의 약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간호사로서 막연히 연극에 대한 동경만 가지고 있던 나를 연극판으로 이끌어주고 몇 년을 한결같이 믿어준 대전여민회의 언니와 동생들 그리고 진연 언니에게 가장 먼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나와 같이 몇 년을 울고 웃으며 연극을 했던 모든 돼지꿈 단원들과도 술 한 잔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싶다.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다. 단 몇 평의 무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매력적인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신 김상열 교수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부모님, 대전대의 모든 교수님들과, 같이 스터디했던 동료들, 그밖에 작품을 열심히 읽어주고 평을 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아 주었던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마지막으로, 지금도 해결되지 않은 병마와 싸우고 있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개인이나 가족의 병이 아닌 사회의 병으로 인식해 같이 치료할 날을 바라며 당선 소감을 마친다. 김미정 ●약력 1971년 대전 출생 충남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대전대 문예창작대학원 수료 대전여민회 문회위원장(연극모임 ‘돼지꿈’ 연출 및 극작 활동) ■ 심사평 “꿈·현실 넘나들며 존재의 불가사의 부각 돋보여” 신춘문예에도 유행은 있는가 보다. 올해 응모작들도 예외는 아니어서 심사를 하면서 그 작품이 그 작품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말로 하면 개성 있는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의식과 관념이 과잉되어 작가 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작품들, 고통의 아우성만 보여주고 고통의 근원을 성찰하지 않으려는 엄살과 감상(感傷)덩어리의 작품들, 무뇌아적 형식실험에 진부한 소재를 안이하게 결합한 작품들, 존재의 배를 가르고 내장을 꺼내 보이려는 도살의 욕망은 보이나 존재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나 깨달음은 보이지 않는 작품들 등. 개성이나 독창성의 기준을 떠나 극작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작품을 선별하려고도 해보았으나 단편희곡이 지녀야 할 덕목을 지닌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사소한 소재를 의미심장하게 구성해내는 능력, 압축적이면서 오랜 울림을 줄 수 있는 내공, 존재의 심연을 깊고 섬세하게 응시하는 통찰력을 지닌 신인을 만날 수 없었다. 정말 심사를 하는 입장에서 독창성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신인을 기대했다. 그 이유는 대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들이 등단과 함께 사라져가는 경우가 너무나 허다하기 때문이다. 등단은 시작일 뿐이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끝을 내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미정의 작품과 박재원의 작품이 최종적으로 거론되었다. 박재원의 희곡은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서라운드(surround), 다시 말해 삶의 조건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그러나 형식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삶의 조건에 대한 중심인물의 대응이 자폐적이라는 지적 또한 면할 수 없었다. 김미정의 ‘블랙홀’은 공간, 인물, 사건의 혼재와 병치, 꿈과 현실의 넘나듦을 통해 존재의 불가사의한 면을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평을 받았다. 무엇보다 연극 공간의 활용과 극적 이미지의 연결이 돋보였고 무거운 소재를 다루는 와중에도 코믹함을 잃지 않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철리 김태웅
  • 마라도나, 난동부리다 체포

    아르헨티나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45)가 22일 브라질 탐 조빔 공항에서 난동을 부려 체포됐으나 5시간만에 풀려났다. 그는 이날 일본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는 ‘하얀 펠레’ 지코의 초청으로 동료 3명과 함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자선 축구경기에 참석한 뒤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으나 공항 터미널을 착각하는 바람에 탑승구에 너무 늦게 도착했다. 탑승 절차가 끝나 이미 탑승구 문이 닫혔으나, 마라도나는 비행기로 통하는 통로의 문을 부수는 등 난동을 피웠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에 대해 마라도나는 “보안 요원이 얼굴에 총을 겨눠 욕을 하긴 했지만 폭력은 휘두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 사건으로 평소 친밀한 이웃나라지만 축구에서만은 피 튀기는 경쟁관계에 있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관계에 문제가 없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라도나와 함께 공항에 있었던 동료들도 “면세점에 있다가 ‘탑승이 시작됐다.’는 방송에 탑승구로 갔는데 눈앞에서 문이 닫혔다.”면서 “분노는 정당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마라도나는 훼손된 물건을 보상키로 합의한 뒤 풀려났다.1997년 은퇴 이후 코카인 및 알코올 중독, 비만 등에 시달린 마라도나는 토크쇼 사회자로 활동하면서 성공적으로 사회에 복귀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길섶에서] 지팡이/이목희 논설위원

    지난여름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유품을 얼마전 정리했다. 워낙 정돈을 잘하던 분이었고, 임종 직전에 웬만한 것은 스스로 버리셨다. 아버님은 건강할 때 등산을 즐겨 지팡이를 여러개 갖고 계셨다. 편찮으신 후에는 집안에서도 지팡이가 필수품이었다. 마지막에 사용하시던 지팡이는 내게 돌아왔다. 지팡이의 손잡이 부분이 하얗게 벗겨져 있었다.“오래 쓰셔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했는데 간병을 도와줬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암으로 인한 고통이 극심한 중에 지팡이를 의지해 이를 악물며 일어서시려던 흔적”이라고 했다. 인품이 중후했던 목사님이 암에 걸려 세상을 떠나기 전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신도 중에 간호사가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밤중에 너무 아파 진통제를 맞으려고 불렀는데 조금 늦게 오기에 나도 모르게 욕을 했어요. 후회가 됩니다.” 어머님이 역시 암으로 돌아가신 한 후배가 비슷한 얘기를 했다.“고통을 못 이긴 어머님이 팔목을 붙잡는데 뼈가 부러지는 줄 알았어요. 앙상한 몸에서 그런 힘이 어떻게 나오는지….” 신발장 안에 지팡이를 갈무리하면서 아버님의 고통을 제대로 몰랐다는 회한이 스쳐갔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與여성의원 “윤리특위 제소”

    한나라당 의원들이 사립학교법 개정안 무효화를 주장하며 20일 국회의장실 점거농성을 9일째 이어간 가운데 의장실 여비서에게 폭언을 한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 파문이 커지고 있다. 열린우리당 여성 의원들은 임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하겠다고 나서는 등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점거농성 의미가 폄하돼선 안된다는 주장이다. 열린우리당 조배숙·김현미 의원 등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임 의원의 어제 발언은 의장실 여직원을 인격 모독한 것이며 국회의원 명예를 실추시킨 것”이라면서 “여성 의원 18명 명의로 21일쯤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할 것”이라고 밝혔다.●“의장실에 술 반입도 시도”이들 의원 등은 또 “한나라당은 농성 중 의장실에 술을 반입하려 시도했는데 언제까지 의장실이 술집, 밥집이 되어야 하느냐.”면서 “기본적인 예의조차 무시하며 사태를 악화시킨 한나라당은 즉각 의장실에서 나가야 하며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공식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나경원 공보부대표는 “불미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점거 농성의 의의를 깎아내리는 보도는 삼가달라.”고 요구했다.●임인배 의원 “경위들 혼내주려고…”추문의 당사자 임 의원측은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수행비서가 보고서를 갖고 왔다가 (의장실에) 들어오지 못해 격앙된 상태에서 나가 보니 경위가 있기에 욕설을 했다.”면서 “들어오면서 비서실을 지나가며 혼잣말로 또 욕을 했는데 아마 비서에게 하는 말로 들린 모양이다.”고 해명했다. 임 의원측은 “농성하는 동안 경위들이 물건도 전해주지 않는 등 너무한 것 같아 혼을 내주자는 차원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임 의원은 전날 의장실 농성 중 여비서들에게 “비서실 너희들 뭐하는 ×들이야. 싸가지 없는 ×들, 버르장머리 없는 ×들”이라며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이종수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게임 중독 아들 ‘맞는 엄마’ 는다

    게임 중독 아들 ‘맞는 엄마’ 는다

    지난 8월 고2 아들을 둔 최윤주(가명·43)씨에게 ‘혹시나’ 했던 두려움은 현실이 됐다. 최씨는 “게임을 그만하라.”고 말했다가 아들로부터 손찌검을 당했다. 이 모습을 목격한 남편(47)이 빰을 때리자 아들은 아버지에게도 무차별로 주먹을 휘둘렀다. 아들의 난동에 경찰과 119구조대까지 출동했다. 최씨 부부는 요즘 정신과 상담을 받고 있다. 아들이 게임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하루 8시간 이상 게임에 빠진 아이는 중학교 3학년이 되자 엄마에게 처음 욕을 했다. 학기 중에는 새벽 2∼3시까지 게임만 하다 학교에서 자거나 방학이면 낮밤이 바뀐 ‘올빼미 생활’을 이어갔다. 게임에 빠진 자식으로부터 매를 맞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 지난 9월 청소년위원회와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가 처음으로 ‘인터넷중독 청소년의 치료·재활프로그램’을 실시한 지 석달이 지난 12월. 위원회가 선정한 전문 치료병원을 찾는 상당수의 어머니가 자녀로부터 폭언·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들이 가정불화, 재산갈등 등의 이유로 존속을 폭행한다면 청소년은 인터넷 등 게임중독이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위원회는 12곳인 전문 치료병원을 2006년 25곳으로 확대하고 저소득층 중독 청소년에 대한 의료비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폭언·폭행 상대 90%가 어머니 현재 약물치료를 받는 고교 1학년 김모(16)군. 내성적이었던 김군이 거칠어지기 시작한 것은 올해초 겨울방학. 하루 10시간 이상 게임에 빠져 산 지 1년여 만이었다. 김군은 누나를 심하게 폭행했다. 어머니(46)에게는 “게임 아이템을 살 돈을 주지 않는다.”며 흉기까지 휘둘렀다. 청소년위원회의 전문 병원인 사는기쁨 정신과의 중독·학대·폭력문제연구소 김현수(39) 소장은 “상담 사례를 보면 중독 청소년의 폭언·폭행 상대의 90%는 어머니”라면서 “매 맞는 엄마들이 그 사실을 숨길 게 아니라 이를 알리고 중독 단계마다 아이들을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중독→은둔형 외톨이→가정폭력’은 동일한 아이들에게서 일어나는 과정”이라면서 “몇년 이상 중독으로 나타나는 전형적인 퇴행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초등생들은 동생에 화풀이 중·고교생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에게도 폭력은 일어난다. 연령이 어릴수록 사이버세계의 패배감과 분노가 더 크며 현실 세계로의 복귀가 늦다는 것이다. 무차별 폭행으로 동생이 골절상을 입는 등 초등학생의 폭력은 약자에게 집중된다. 나우정신과 김진미 원장은 “폭력성과 공격성, 본능을 자극하는 온라인 게임에 오래 노출될수록 자기 조절능력은 급격히 약화된다.”면서 “뇌의 전두엽 기능이 약화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치료 병원인 서울 역삼동 메티스 정신과. 매월 50여명이 중독 상담을 한다. 이 병원의 청소년 10명 가운데 2∼3명은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다. 게임에 빠진 자녀에게 “밥을 먹으라.”고 했다가 집어던진 물건에 맞은 엄마도 있었다. 진태원(45) 원장은 “대부분이 아이들이 거칠게 화를 내며 물건을 던지는 아이도 절반에 가깝다.”면서 “욕설이나 흉기에 의한 사고도 꽤 있다.”고 전했다. 진 원장은 “5∼6년 전까지 본드 등 약물중독이 많았다면 이제는 인터넷과 게임으로 중독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자녀폭행 ‘초기 대응·상담’필수 대부분의 존속폭행은 창피하다거나 자녀의 미래에 나쁜 영향을 미칠까 상담조차 기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폭언·폭행은 초기부터 부부가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감추려고 할수록 폭력은 만성화된다. 또 제3자의 개입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경찰을 부르는 등 폭력은 절대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자녀에게 강력하게 주지시키는 것이 좋다. 부모가 혼자 집에 있을 때는 게임에 빠진 아이를 자극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일단 폭언·폭력이 발생하면 치료는 그 만큼 어려워진다. 방학은 ‘게임중독의 사각지대’이다. 김현수 소장은 “부모가 게임중독 문제로 병원을 찾는 시기는 방학이 끝난 직후 가장 많다.”면서 “부모가 주도권을 잡고 캠프 등 다양한 외부 활동을 시키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난쏘공’ 27년째 생명력

    ‘난쏘공’ 27년째 생명력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도입부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우리의 생활은 전쟁과 같았다. 우리는 그 전쟁에서 날마다 지기만 했다.’ 1970년대 고도성장 신화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도시 빈민의 삶을 조명한 조세희(63) 작가의 연작 소설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이 200쇄를 넘겼다.1978년 초판 발행 이후 27년간 87만부가 팔려나갔다. 나오자마자 100만부를 훌쩍 넘기는 책들이 적지 않은 요즘이지만 ‘난쏘공’의 이 숫자는 지난 30년간 앞만 보고 숨가쁘게 달려온 우리 사회의 이면을 돌아보게 하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1일 낮, 조세희 작가를 만난 곳은 서울 대학로의 한 음식점이었다.200쇄 돌파를 자축하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때마침 대학로는 시위 도중 사망한 농민 전용철씨를 추모하고, 쌀 협상 비준을 반대하는 농민대회로 소란스러웠다.“내가 산 세월의 흔적을 가장 가까이에서 담아내고싶어서” 요즘도 카메라를 들고 온갖 시위 현장을 빠짐없이 다닌다는 작가는 바깥 상황에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40대 아버지가 중학생 아이에게 ‘난쏘공’을 사줬더니 책을 읽고 나서 ‘아빠, 이 소설 옛날 이야기가 아니네.’라고 했다는 얘길 들었다. 내가 책을 쓸 때는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을 아이들이 이제 이 책의 독자다. 어쩌면 그건 욕이다. 그만큼 이 시대가 여전히 어두운 상황에 놓여있다는 얘기가 아닌가.” 1965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작가는 “좋은 작품을 쓸 자신이 없어” 곧 작가 되기를 포기했다. 작가가 아닌 직장인이 되어 70년대를 살던 그는 재개발지역에서 강제철거현장을 직접 목격한뒤, 이를 토대로 1975년 ‘칼날’을 발표했고, 이후 12편의 난장이 연작을 펴냈다. 그는 “초판때 문학평론가 김현이 ‘그 책 좋아,8000부는 나갈 거야.’라고 하기에 농담 삼아 ‘3년간 혼신을 다했는데 고작 그거야.’라고 대꾸한 적이 있지만 이렇게 200쇄까지 찍을 줄은 몰랐다.”고 감회를 밝혔다.“‘난쏘공’은 별게 아니다. 힘들게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것일 뿐”이라는 그는 “혁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이 사는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랑이야기여서 30년의 생명력을 가진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우리 사회가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쓴 ‘난쏘공’은 그가 ‘벼랑끝에 세운 위험표시 팻말’이었다. 하지만 30년이 흐른 지금도 그는 절박감을 느낀다고 했다.“전체가 노력하지 않으면 힘든 시간은 계속될 것이다.” 그는 ‘난쏘공’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쓴 ‘하얀 저고리’의 출간을 몇년째 미루고 있다.“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 못내고 있다.”고 설명한 그는 “(책을)내긴 낼 것이다. 죽은 뒤에라도 꼭 내겠다.”며 웃었다. 글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GS·삼성건설 “네탓”공방

    국내 굴지의 두 건설업체가 공사현장 사고 책임을 놓고 볼썽사나운 싸움을 벌이고 있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GS건설과 삼성물산건설부문은 지난달 경기도 이천시 GS홈쇼핑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콘크리트(PC)구조물 붕괴사고로 9명이 사망하는 등 원시적인 대형 사고를 일으키고도 책임을 회피한 채 연일 상대방 헐뜯기에 나서고 있다.검찰은 23일 두 업체와 현장 소장, 감리단장 등을 업무상과실치사상, 건설산업기본법 위반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법원에서 형사상 책임이 가려지더라도 두 업체가 계속 책임을 전가할 경우 민사상의 2라운드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GS건설 물귀신 작전 GS건설은 문제가 된 공사의 경우 삼성건설이 특허를 갖고 있어 어쩔 수없이 일괄하도급을 줬는데 삼성이 무면허 시공사에 재하도급을 줘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때문에 삼성도 책임이 있는데 무조건 발뺌하는 바람에 모든 잘못이 마치 GS에 있는 것처럼 오도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책임을 나눠야 하지만 GS만 당하니 억울하다는 입장이다.사고의 원인이 PC공사 설계-제작-시공 등에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어 삼성건설이 원천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언론이 사고의 책임을 따지는 취재에 들어가자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로비를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삼성물산 법적 대응 고집 삼성은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법원의 형사상 판결이 나온 뒤 민사 부문도 따져 책임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또 PC공사를 맡은 업체(삼연 PCE)가 사실상 삼성에서 분사한 독립 회사인데도 GS는 마치 삼성 본사가 사고를 저지른 것처럼 왜곡하는 것이라고 받아친다. 나아가 건설 현장의 최종 책임은 원청사 관리에 있는데도 책임 규모를 줄이기 위해 억지로 하도급업체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사고 원인이 모두 PC조립 공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무리한 골조 공사 등 공기 단축을 강행한 GS에도 있으며, 법원이 가려줄 잘잘못을 언론 로비를 통해 풀려는 GS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건설업계 “이름값도 못하는 한심한 작태” 건설업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 건설사 사장은 “국민에게 사과를 하고 사고 발생 방지대책을 세워도 부족한 판인데 언론 로비 등 이전투구를 벌이는 바람에 건설업계 전체가 욕을 먹고 있다.”며 두 업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건설업이 본업이 아닌 무역·제조업 등을 바탕으로 성장한 그룹 건설사들의 한계”라며 “영업정지처분 등 치명타를 회피하기 위해 사고를 떠넘기려는 의도가 짙다.”고 지적했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어느 가정부의 인생 이력서

    어느 가정부의 인생 이력서

    한국 여성의 새로운 직업 시간제 가정부는 그 형태화된 역사가 1년 6개월. 그들은 오늘 어디까지, 어떤 모습에 이른 것일까. 그들이 그려나간 분포도를 가름해본다. 자기 말 가진 마부의 아내, 한때는 집도 장만했으나 마포「아파트」에서 5년 동안 시간제 가정부를 지낸 황완순(41·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씨가 살아온 발자취는 이러하다. 17세 때 황해도에서 농사꾼에게 시집을 간 황여인은 월남한 뒤 건장한 남편이 몇 필의 말을 끌어 집 한 간을 장만했던 기억도 가지고 있다. 말이 늙고 나면 개값도 못되는 것이어서 차차 밑바닥 생활까지 처져갔다. 남의 밑에 들어가기 싫어하던 남편도 마음을 고쳐먹고 5년 전에는 마포「아파트」청소부로 일하기 시작했다. 허리 다친 남편 앓아 눕자, 살아갈 길 찾아 나선 것이 일 나간 지 이틀 만에 허리를 다친 남편이 앓아 눕자 애 다섯을 앞에 놓고 앞이 캄캄했다. 무엇이든 할 용기가 났다. 남편을 마포「아파트」에 소개했던 사람에게 사정을 했다.『막일이라도 좋으니 일당을 받는 일을 해내겠다』고. 마포「아파트」어느 집에 처음 소개된 그 날을 황여인은 못잊는다고 했다. 내 집일 하듯이 해주고 1백원을 받아 든 뒤 보리쌀 한 되, 새끼줄 낀 연탄 1개를 사들고 집을 향하던 5년 전 6월 어느날 저녁을…. 서투른 일 솜씨가 빠르지는 못해도 알뜰하게 밝은 마음가짐으로 일해나갔다. 차차「아파트」안에서 인정을 받아 2백원의 일당을 받게 됐다. 다시 발전해서 하루 걸러 시간제로 일을 하기 시작한 게 2년 전. 한 달에 1천원을 받았다. 지금은 1천 5백원 정도. 남는 시간에는 또 다른 집을 돌고 해서 최고의 수입이 한 달에 9천 2백원을 모은 적도 있다. 세수 한번 하고 쓴 수건도 빨랫감이 되는 미국인 가정은 일이 많은 대신 하루 걸러 시간제로 한 달에 3천원씩 월급이 후해서 외국인 집을 좋아한다. 『「키」를 맡기고 연탄「바이」하는 것도 시키죠』- 이제는 웬만한 외마디 영어도 할 줄 알게 됐다. 미국인들은 한번 믿으면 이사할 때 꼭 다른 집에 소개해주곤 한다는 것. 아침 9시에 직장 마포「아파트」로 출근. 이 집 저 집 연탄 갈 시간, 필요로 하는 시간을「스케줄」짜놓고 한 바퀴 돌고 나면 하루 일이 욕스럽게 여겨지지 않고 저녁 6시쯤이면 끝난다. 그동안 복직이 된 남편도 같은「아파트」에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이 집 저 집 일 도와주고 저녁 6시 퇴근 끝나면 함께 퇴근을 해도 좋은 철저한 맞벌이 부부. 남편의 고정수입 7천 9백원은 고스란히 살림에 쓰고 황여인이 버는 돈은 주로 아이들 기르는데 쓰고 있다. 23세 된 딸은 시집을 보낼 마련도, 국민학교만 졸업한 19세 아들에게는 편물 기술도, 15세 딸은 중학교 3학년, 13세 딸이 국민학교 6학년, 7세 막내아들, 다섯 아이를 부모가 해줘야 될 만큼 뒷바라지도 해주는 생활이 됐다. 황여인과 같은 생활의, 다른 여인은 마포「아파트」만도 5명이 넘는다. 주부가 제일 바쁜 시간이 아침 9시 전과 저녁 6시 후라면 이들 가정주부들은 주부가 해야 될 일만을 남겨놓고 힘든 일만 처리해주는 살림 보조원. 훈련된 믿을만한 시간제 가정부가 각 가정에 골고루 침투될 때 식모가 들고 들어오던 밥상, 식모가 깔던 잠자리는 이래서 서서히 우리 생활에서 멀어지게 될까 싶다. 믿을 수도 없고 훈련도 안된 시간제 가정부라면 사설 소개소에서 잠깐 하루만 빌어 밀렸던 산더미 같은 일을 내맡겨도 되는 사람 정도로 알아온 것이 67년 12월 14일 이전이다. 서울 YWCA에서는 여성들만의 모임에 가장 많은 화제가 되어오고 출석에 지장을 가져오는 큰 문제가 식모 때문에 생기는 것. 우선은 회원들을 위해서 식모를 훈련하기 시작했다. 67년 12월 14일 국민학교를 졸업한 신원이 확실한 11명을 모아 10일간 교육을 시켰다. 이들 11명에게 그릇 집약된 식모의 통념을 깨뜨려 주고 새로운 직업의식을 불어 넣는데 고심했다. 믿을 수 있고 훈련된 시간제 가정부는 그 후 지금까지 7회 동안에 139명이 각 가정에 주선됐다. 이들 말고도 각「아파트」단위로 그 나름대로 훈련된 가정부가 괘 많은 수가 됐다. 가정부는 어엿한 직업인, 오히려 고용주 계몽해야 20~50세까지의 이들 가정부는 거의 가정부인이라는 것. 그래서 철저하게 부업처럼 여기면서 일하게 됐다. 이들은 아침 9시에 출근, 저녁 6시에 퇴근을 하면서 일당 250원을 받는 직업인이 된 것이다. 그러나「에티케트」에서 위생·요리·아이보기까지 교육받은 이들을 부리는 쪽은 전혀 훈련이 안돼 있다는 것. 앉아서 쉬던 주부는 밥을 먹고, 일을 한 가정부는 라면 한 그릇으로 점심을 지나게 하는 등. 이제는 직업인을 고용하는 고용주도 계몽 받을 때가 온 것 같은 느낌. 또 가정부들이 원하는 집은 일하기 편한 집이다. 동선(動線)이 최단거리로 개선된 부엌의 주인은 일하는 주부의 것. 물론「싱크」대, 조리대 등이「딜럭스」한 비싼 부엌을 지적하는 게 아니다. 선반 하나 발판 하나라도 편한 곳에 받쳐 있다는 것. 서울 YWCA에서는 아기보기 전문, 빨래하기 전문, 요리하기 전문 등 분업화해서 여대생을 집단 훈련시킬 계획 중이란다. 남의 가정생활도 몸에 익힐 겸 여대생의「아르바이트」로 권장해도 욕되지 않을 하나의 직업이 됐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 선데이서울 69년 4/13 특대호 제2권 15호 통권 제29호 ]
  • [여담여담] 책 읽어주는 로라 부시/김수정 정치부 차장

    서양인에겐 암호나 마찬가지인 한자를 ‘그려’보이고, 한복으로 곱게 차린 어린이들 사이에 앉아 책을 읽는 ‘전직 사서’ 로라 부시의 이미지는 얼마짜리일까.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계기로 아시아 순방길에 나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부인 로라 부시 여사의 행보가 인상깊다. 로라는 방일 중인 16일 교토의 전통 가옥 마치야에서 서예 교습을 받았다. 직접 써보인 ‘길 영’(永)자를 들고서 지어보인 함박 웃음은 언론에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어진 한국 방문.18일 아침 일찍 도서관을 방문해 미군 부대원 자녀들과 가덕도 소양원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으며 “하하하, 히히히, 케케케”라는 웃음소리를 직접 내가며 놀아줬다. 국제사회에서 부시 대통령의 인기는 별로다. 이라크전과 같은 일방주의적 외교로 욕을 먹고, 리크 게이트와 같은 각종 스캔들로 국내 지지도도 저점에서 맴돌고 있다. 계엄령이 내려졌다고 할 정도로 경비가 삼엄한 APEC 정상회의장 주변. 시민들의 원망은 부시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는 식의 테러 유발 논쟁은 일단 건너뛴 문제다. 거침없는 스타일은 오만하다는 비판도 듣는다. 로라의 ‘함박웃음’은 이런 부시 대통령의 결점을 메워주는 또 다른 정상 외교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에는 2명의 대통령이 있다고 할 정도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인 힐러리의 ‘튀는’스타일과도 좀 다르다. 어느 자리에서건, 여성 배우자들을 부각시키는 게 여성권익신장에 반하는 것 같아 후한 평가를 내는 게 거북스러웠던 때도 기자 초년 시절엔 있었다.APEC 현장에서, 로라의 ‘책 읽어주기’를 보면서 외교현장에서의 배우자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생활 문제여서 민망하지만, 역사문제로 한·중 국민들에게 ‘미운털’이 박힌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경우 부족분을 메워줄 배우자가 없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다. 수년 전부터 우리의 대통령 선거에서도 퍼스트 레이디감을 평가한 것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부산에서 김수정 정치부 차장 crystal@seoul.co.kr
  • [기업 氣를 살리자] (5) 업무강도 높아지는 IR팀

    기업내에서 요즘 뜨는 부서가 있다. 소액주주의 발언권 확대와 외국계 지분이 대폭 늘어나면서 IR팀의 가치가 올라가고 있는 것. 그러나 IR 담당자들은 밖에서 보는 것과 현실은 많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하루 7~8곳 출장에 10시간 미팅 A기업 IR 담당자는 “주가가 조금만 내려가도 자사주를 매입하라는 요구가 빗발치며, 때로는 개인투자가에게 욕을 얻어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남들은 출장이 많아서 좋다고 하지만 IR 담당자의 출장은 하루에 투자가 7∼8곳을 만나 10시간 가까이 미팅을 갖는 것이 대부분”이라면서 출장 스트레스가 적지 않음을 내비쳤다. 상장사협의회가 최근 30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2005년 IR 실태조사’에 따르면 IR담당자가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전문성과 경험 부족이 27.5%로 가장 많았다. 인력부족(22.3%)과 다른 업무와 중복(21.6%), 관련 부서의 비협조(13.0%) 등이 뒤따랐다. 주주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면서 기업 IR맨들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주가에 민감한 내용이 터져 하루종일 투자가에게 시달리는 것은 그나마 이해할 만하다. 주총꾼들의 갖은 협박과 기관투자가들의 비공식적이고 무례한 배당 요구, 의결권 행사를 통한 경영권 협박 등도 다반사다. ●주가예측등 무례한 요구도 다반사 B기업 IR팀장은 “투자가들이 회사 주가에 너무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기업의 장기 전략과 비전을 도외시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일이 만만찮다.”고 설명했다.C기업 IR담당자는 “심지어 우리보고 주가를 예측해달라는 투자가도 있다.”고 말했다. IR 담당자들은 투자가를 위한 ‘얼굴 마담’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경영권 분쟁의 최전선에 나설 때도 있다. 투기펀드들이 거액의 차익을 노리고 지분을 대거 매입하면 IR팀은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린다. 대표적인 사례가 SK㈜와 소버린자산운용, 삼성물산과 헤르메스,SK텔레콤과 타이거펀드 등이다. 최근에는 국내 기업간에도 M&A(인수합병)가 활발해지면서 IR팀의 업무 강도가 한층 세지고 있다. IR담당자들이 또 어려워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소액주주들의 공격. 욕설 뿐 아니라 협박하는 내용이 많다. 삼성전자는 정기주총 때마다 소액주주들에 시달리는 것이 연례 행사로 굳어졌다. 기관 투자가들도 주주로서 의결권 행사에 적극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어 IR 담당자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문화마당]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학교/김용택 시인·교사

    아침 안개가 앞산 중턱을 하얗게 가리고 있다. 해다 뜨면서 안개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이내 사라지고 학교 둘레의 단풍 고운 산들이 장엄하게 드러난다. 산을 감고 돌아가는 강물에서도 물안개가 서서히 사라진다. 아침 햇살에 드러난 단풍 물든 산이 눈이 부시게 빛난다. 나는 내가 태어나 자라고 졸업한 곳에서 지금까지 초등학교 선생을 하며 지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가 군 단위의 한 학교에서 5년 동안 근무하면 다른 학교로 가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내가 근무하는 이웃학교로 가서 1년 있다가 도로 집이 있는 이 학교로 오곤 했다. 그리고 5년을 근무하고 또 다른 이웃학교로 가서 1년 있다가 다시 오기를 반복했는데, 지금 여섯번째로 다시 덕치초등학교로 와서 4년째 근무중이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사람들은 “야, 김용택 선생은 인사이동 때 누가 봐 주나보다.”라고 말을 한다. 하지만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5년을 근무하면 인사 이동시 점수가 높아 가고 싶은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인사 원칙을 나는 나중에 알았다. 그리고 다시 1년을 근무하고 덕치 초등학교로 올 때도 별 문제가 없었다. 왜냐하면 전주에서 통근거리가 멀어 덕치초등학교로 오려고 하는 교사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지원만 하면 되었다. 나는 인사이동을 정말 싫어한다. 제발 이 학교에만 있으면 좋겠는데,5년 후에 다시 옮길 생각을 하면 그 때부터 마음이 심란해지고 걱정이 된다. 우리 교육에 큰 지장이 없고 인사이동에 별 파문을 끼치지 않는다면 제발 이 학교에 정년 때까지 있게 좀 봐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이건 순전히 내 생각이다. 내가 이 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교실이 없었다. 전쟁으로 교사가 다 소실되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군인들이 주둔하고 있었다. 운동장 가에 있는 아름드리 벚나무 밑에서 공부를 하다가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우린 공부를 하다가도 집으로 갔다. 공부 시간에 빗방울이 뚝뚝 떨어지면 우리들은 얼마나 신이 났던가. 2학년 때 군인들이 벽돌을 찍어 교실을 지어 주었다. 내가 졸업할 때 학생 수는 모두 150명 이쪽저쪽이었을 것이다. 그때 우리 반 전부 해야 21명이었으니까. 이 학교를 졸업한 후 나는 1972년도에 모교 선생이 되어 왔다. 그때 학생 수가 700명 정도 되었다. 나는 우리동네 아이들과 함께 걸어서 학교를 오갔다. 내 동생들도 이 학교를 다녔다. 우리동네에서 학교까지는 40분쯤 걸리는 강길이었다. 흘러오는 강물을 거슬러 학교에 갔다가 흘러가는 강물을 따라 집으로 왔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강길은 나의 훌륭한 ‘시인학교’였다. 그 학교 길에서 아이들이 서서히 사라지면서 어느 해 그 길에는 아이들이 한 명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길도 논이 되어 사라져버렸다. 내가 처음 이 학교에 입학했을 때 그렇게나 꽃을 아름답게 피우고, 그렇게나 살구가 많이 열리던 살구나무가 늙어 이제 봄이 오면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살구도 내가 셀 수 있을 만큼 적게 열린다. 나도 그 살구나무와 함께 이 학교에서 평생을 보내며 늙어간다는 생각을 그 살구나무 살구꽃을 보며 느끼는 것이다. 지금 나는 2학년 아이 셋을 가르친다. 이 아이들의 부모들도 가르쳤다. 학생수가 100명 이하인 시골 학교를 통폐합해야 한다고 한다.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찬성하거나 반대한다는 말을 하지 않겠다. 너무 사사로워서 사람들이 욕을 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정년을 할 때까지 나는 덕치초등학교가 존립할까 그게 걱정이다. 초등학교 학생으로 6년, 교사로 26년, 내 일생이 저 산과 저 물과 저 살구나무와 함께 지금도 여기 있다. 세상에서 내가 제일 사랑하는 학교, 덕치초등학교. 김용택 시인·교사
  • 훔쳐간 처녀 물어내라는데

    훔쳐간 처녀 물어내라는데

    현대판 동정녀「마리아」가 아기를 낳았다. 남편의 얼굴은 물론 모른다. 아기를 본 일도 없다. 그리고는 아기와 함께 죽었다. 연탄「가스」로 죽은 지 4년 뒤에는 부활까지 했다. 이 어처구니 없고 알쏭달쏭한 사건의 주인공인 처녀는 내 인생을 보상하라고 아름다운 얼굴에 노기를 띠고 있었다. 결혼하고 딸 낳고 죽이고, 멋대로 아가씨를 주물러 1969년 3월 14일 서울지검 수사과 3호 수사관실 - . 현대판「마리아」의 호통과 울부짖음에 쇠고랑을 찬「요셉」(?)은 고개를 숙였다.「마리아」는 푸념처럼 대사를 이어갔다. 『당신이 나의 남편이오? 그래서 나는 당신과 5년 전 결혼했고 2년 전에는 연탄「가스」로 아기와 함께 죽었으며 당신은 명동성당에서 새장가를 들었단 말이지 - 』노기에 찬 여자의 울부짖음이었다.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이름을 도둑맞고는 호적상으로 기구한 운명에 이끌려 다닌 주인공 김영자(28·가명)양이었다. 역시 낯 모르는 처녀의 이름을 훔쳐 그녀를 욕되게 했고 신세를 망쳐놓은 엉뚱한 사나이 임성운(31·서대문구 홍은동)이었다. 이들의 얽힌 사연은 이러했다. 9세 때 황해도 송화군 봉계리에서 어머니를 따라 피난민 틈에 끼여 월남하던 김양은 도중에 어머니를 여의고 동생과 함께 천애의 고아가 됐었다. 전남 군산 등지의 고아원을 전전하던 김양 자매는 김양이 18세 되던 해 서울로 와 살길을 찾았다. 합심한 자매의 노력은 그 나름대로 재미난 살림을 누릴 수 있었다. 무호적으로 지내던 두 자매는 지난 63년 서울 서대문구청에 호적도 올렸다. 그리고는 시민증도 받았다. 월남한 지 13년 만에 한 가계를 이뤘던 것. 65년의 어느 날 시민증을 잃어버리고 시민증 재교부를 받으러 구청을 찾았던 김양은 청천벽력을 맞아 정신이 없었다. 『당신은 결혼한 여자니 남편 호적이 있는 동대문구청으로 가보라』는 무심한 구청직원의 말이었기 때문이다. 자기는 결혼을 하지 않은 처녀라고 항의를 했지만 서류상으로 어엿한 남의 아내가 돼있는 사실에는 어쩔 수가 없었고 구청직원은 비웃는 듯 콧방귀만 뀌더라는 것이었다. 어처구니없는 사태에서 정신을 차린 김양은 남편(?)을 찾아 헤매야 했다. 처녀가 시민증 찾으러 가니 “결혼한 몸” 남편의 주소라는 서울 동대문구 창신동 292 일대를 꼬박 1년을 찾아 헤맸지만 허탕. 그 번지에 그런 사람이 없다는 것. 때로는 점심을 굶으며 어느 때는 차비마저 떨어져 서대문 집까지 20리 길을 비를 맞으며 걸어야 하기도 했다. 나중에는 지쳐서 포기를 해버리고 말았던 김양이었다. 호적을 고칠 수도 없었다. 호적상 남의 아내인 처녀를 데려갈 사람은 없었다. 언니가 결혼을 포기하자 동생(25)마저 조바심을 냈다. 그러기를 3년, 지난 2월 초 주민등록증을 내러 서대문구 영천동 동사무소를 찾았던 김양은 또 한 번 기절초풍을 해야 했다. 남편(?)의 본적지인 동대문구청에 조회해 본 결과 이번엔 난데없는 딸과 함께 사망신고가 되어 있는 게 아닌가. 너무도 잔인한 희롱에 김양은 눈물마저 말라버렸다. 실로 어이가 없었다. 김양은 부리나케 동대문구청으로 달려갔다. 구청직원이 펴주는 호적원보에는 김양 자신이 65년 2월 12일 임성운과 결혼, 66년 1월 17일 경기도 고양군 진관내리에서 딸 혜덕(2)양과 함께 연탄「가스」로 사망한 기록이 있지 않은가. 너무나도 선명한 사망자의 붉은 글씨에 김양은 기절을 했다. 3일 동안 몸 져 누웠던 김양은 이 어처구니없는 사기범 임성운을 몇 년이 걸리더라도 자기 손으로 잡고야 말겠다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때 마침 김양의 눈에는 임씨 일가가 구청 호적과에 주민등록은 해놓고 주민등록증을 아직 찾아가지 않은 것이 발견되었다. 매일같이 구청으로 출근을 하기 한 달, 지난 3월 10일 드디어「남편」이라는 임씨가 나타났다. 대뜸 멱살을 휘어잡은 김양은 임씨를 서울지검 수사과로 끌고 왔다. 5년 동안 그렇게도 찾던「남편」의 손에 쇠고랑을 채웠다. 그리고는 따진 것이다. 임씨의 입에서 흘러나온 사건 경위는 김양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지난 65년 3월 17일 서독 광부로 출국을 해야만 했던 임씨는 가족수당을 더 받기 위해 총각신세를 면해야만 했다. 서독 광부 갈 때 수당 탐나, 대서소 통해 꾸며댄 결혼 임씨의 얘기를 들은 집 앞 대서방 김종주(45·사건 뒤 도망쳐 수배 중)씨는 좋은 수가 있다고 무릎을 탁 치더라는 것이다. 2년 전 김양의 호적수속을 해준 대서방 김씨는 김양의 도장을 위조, 혼인신고를 끝냈다. 딸 혜덕양까지 낳은 뒤 초현대적 결혼식을 한 양 꾸며댄 혼인신고를 했다. 68년 4월, 3년간의 기간을 끝내고 귀국한 임씨는 진짜 장가를 들기 위해 이젠 혼인신고가 거추장스러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자주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연탄「가스」사망.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 진관내리에서 모녀가 함께「가스」를 마시고 죽은 것으로 사망진단서도 없이 통장을 보증세웠다는 허위 신고서까지 만들었던 것. 호적을 정리한 임씨는 지난 1월 어떤 성당에서 지금의 아내와 재혼 아닌 재혼을 했던 것. 변호사 강봉제씨는 김양이 도둑맞은 처녀를 다시 찾으려면 우선 가정법원에 호적말소 청구소송을 제기, 남자에게 올려있는 호적을 말소시키고 원호적을 복귀시켜야 된다고 했다. 김양이 그동안 입은 정신적 피해는 남자가 형법상 처벌받은 것과 관계없이 위자료 청구소송을 서울민사지방법원에 낼 수 있다. <심정일 기자> [ 선데이서울 69년 3/23 제2권 12호 통권 제26호 ]
  • 反盧측 “할 말 다했으니…” 불씨 全大로

    反盧측 “할 말 다했으니…” 불씨 全大로

    재야파의 ‘노무현 대통령 비판’으로 촉발된 열린우리당 내 ‘친노-반노’ 대립이 좀처럼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당력 결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아지면서 조만간 내부 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퍼붓던 ‘반노’ 의원들 중 상당수는 관망으로 돌아선 분위기다.“할 말은 했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모습이다. 친노파들은 대부분 확전을 자제하는 가운데 일부 반노 의원의 출당까지 요구하는 강경 기조도 이어졌다. 외형적으론 수습국면으로 접어드는 것 같지만 일부에선 갈라서기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정기국회 뒤 전당대회 준비가 본격화되면서 계파간 전면전 양상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청와대를 향해 정면 비판을 쏟아냈던 재야파부터 한발짝 물러섰다. 지난 28일 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은 오류가 없는 사람이냐.”고 목소리를 높이던 문학진 의원은 1일 계파를 떠나 당의 힘을 모을 것을 촉구했다. 문 의원은 당 게시판을 통해 “의총에서 발언한 것을 대통령에 대한 도전이니, 탄핵이니 하는 단어로 매도하는 것은 문제의 핵심을 비켜간 것”이라고 말했다. 신진보연대 신기남 의원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선거 패배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자성을 촉구했다. 바른정치모임 이강래 의원도 “당을 어떻게 재건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고, 친노세력인 참정연도 확전을 자제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도 적극 나섰다. 정세균 의장은 이날 비상집행위에서 “생산적인 토론은 민주주의의 위대함을 만들어내는 용광로이지만, 비생산적인 토론은 독이 된다.”고 단합을 주문했다. 지도부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안감은 여전히 당을 휩싸고 있다. 대통령 비판을 ‘탄핵’이라고 규정했던 유시민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당 분열에 우려감을 나타냈다. 그는 “개인적인, 집단적인 욕구에 빠져서 계속해서 합의를 위반하는 행동이 계속될 때에는 굉장히 불행한 사태가 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면서 “서로를 존중하지 않으면 파탄이 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라는 것이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당내 친노세력인 ‘국참1219’는 대통령의 탈당을 언급한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 소속 안영근 의원 출당 조치를 요구하는 등 공격의 수위를 더욱 높였다. 국참1219는 당차원에서 대통령에 비난성 공격을 한 의원에게 경고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정청래 의원은 “당 내에서도 노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속성이 터져 나왔다는 데 유감이다.”면서 여전히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안 의원은 이에대해 “나에 대해 욕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욕을 하도록 내버려 두겠다.”면서 정면대결 불사 의지를 내비쳤다. 한광원 의원은 유시민 의원에게 보낸 공개편지에서 유 의원의 ‘탄핵’발언을 ‘독선’으로 일축하면서 “대통령과 더불어 여당 의원마저도 결국 같은당 의원의 독선에 의해 탄핵을 당한 꼴이 됐다.”고 유 의원을 몰아세웠다. 박준석 박지연기자 pjs@seoul.co.kr
  • [길섶에서] 선생님/박홍기 논설위원

    30대 초의 주부가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전학시킨 뒤 담임교사에게 인사를 할 겸 학교를 찾았다. -주부, 정중하게 “안녕하세요.‘아무개’ 엄마입니다.”라고 인사한다. -선생님, 의자에서 반쯤 몸을 일으키며,“네, 안녕하세요. 이 쪽 지역은 처음이시라 낯설겠네요.”그리고 다시 앉으며 의자를 권한다. -주부,“아, 네”. -선생님, 진지하게 “애가 몸집이 큰 걸 봐서 장난이 심하겠어요. 선생님을 힘들게 하겠네요.” -주부, 당황한 듯 얼굴이 빨개져서 “아, 네, 몸은 커도 애인 걸요. 차분한 편이에요.”라고 엉겁결에 대꾸한 뒤 “그런…”까지 말하다 멈춘다. 주부는 그 후에 오간 말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단다. 집으로 돌아와 ‘선생님을 힘들게 하겠네요.’라는 말을 되뇌이다 친구들에게 물었다. 나름대로 잡히는 감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친구들은 “인사치레 제대로 하라는 얘기 아니고 뭐겠어. 정말 못 말리는 교사들 때문에 좋은 교사들까지도 욕을 먹는다니까.”라며 도리어 흥분한다. 주부는 교사 앞에서 “그런 말씀은 애를 내보내시고 조용히 건네셔도 알아들을 텐데.”라고 말하고 싶었단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한성렬北대사·탈북단체 충돌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지난해에 이어 두번째로 워싱턴을 방문한 북한 유엔대표부의 한성렬 차석대사가 27일(현지시간) 하원 의사당에서 ‘환대’와 ‘야유’를 동시에 받았다. 한 차석대사는 이날 오전 한미연구소(ICAS)가 하원 레이번 빌딩에서 주최한 심포지엄에서 ‘한반도 평화의 길’이란 주제로 연설한 뒤 커트 웰던, 마크 커크 의원 등 방북 경험이 있는 공화 및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7명과 함께 오찬을 했다. 이 자리에서 미 의원들은 한 차석대사와 개별적으로, 또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동북아 정세 등을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한 의원은 “북한 노동당과 미 의회가 교류를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으며, 이에 한 차석대사는 “북한 관리로서 미국 의회를 방문, 의원들과 만날 수 있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미국 의원들도 북한을 방문하면 오늘 받은 것처럼 환대해 주겠다.”고 화답했다고 오찬에 참석했던 한국측 인사가 전했다. 특히 하원 국제관계위원회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소위원장인 짐 리치 의원은 오찬이 끝난 뒤 의원사무실에서 한 차석대사와 1시간 동안 따로 만나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열린 모든 행사와 면담이 국무부의 사전 허가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차석대사와 미 의원들간의 오찬 간담회가 끝난 뒤 웰던 의원이 그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예고된’ 돌출 상황이 발생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오찬 행사가 열린 2268호 골든 룸 바로 맞은 편의 2172호에서는 탈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원 국제관계위의 북한인권 청문회가 열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청문회에 참석 중이던 탈북자동지회 회장인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국장이 “한반도 평화의 길은 김정일 타도”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수전 숄티 디펜스포럼 대표 등 인권단체 인사들과 오찬 행사장으로 들어와 잠시 시위를 벌이다 의회 보안관계자의 제지를 받았다. 한 차석 대사가 잠시 싫은 표정을 지은 뒤 룸 한쪽에서 미 의원과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김 국장은 한 차석대사에게 다시 다가가 “김정일 타도”라고 말했다. 이 때 한 차석대사는 “이 XX, 너 죽을래.”라고 욕을 했다고 김 국장은 주장했다. 그러나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한미연구소의 김일환 부대표는 “한 차석대사가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dawn@seoul.co.kr
  • [마광수의 섹스토리] 어느 여자의 일

    [마광수의 섹스토리] 어느 여자의 일

    아침 일찍부터 전화벨이 울렸다. 어젯밤 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새벽녘에야 잠이 들었는데, 단잠을 깨우는 전화벨 소리에 무척 짜증을 내며 일어났다. 전화를 건 사람은 중개인 여자였는데, 무척 흥분된 목소리였다. 어떤 돈 많은 남자가 수표 몇장을 던져주며 일을 부탁했는지 그녀는 내게 온갖 아부를 다 떨며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둥, 굉장히 많은 돈을 받을 거라는 둥, 정신없이 수다를 늘어놓았다. 오후 3시로 약속을 잡고서, 자명종을 1시에 맞춰놓고 나는 다시 긴 꿈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오늘 어쩌면 굉장히 괜찮은 날이 될 거라는 은근한 기대와 함께….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했다. 비누액을 마구마구 풀어 욕조에 부어넣고, 그 속에서 내 큰 젖가슴과 그 뭉툭한 아랫부분을 만지작거리면서 나는 누군가 내 몸에 이 비누액을 발라주고 똥그란 내 젖꼭지를 가지고 놀아준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고 생각하며 흥분하고 있었다. 며칠 전에 마련한 내 검정색 망사 브래지어와 팬티는 늘 내게 아름다운 상상을 하게 만드는데, 오늘도 그 망사에 거의 터져나올 듯 감싸여진 내 두 가슴과, 망사 구멍을 통해 빠져나온 음모는 내 아랫부분을 검은 숲에 들러싸인 신비의 샘처럼 보이게 했다. 거의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진보라색의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물기에 젖어 온몸을 감싸고 있는 것이, 검정색 속옷과 함께 아주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진한 초록색 아이섀도를 칠하고, 남자의 성기 길이만한 귀걸이를 매달고나니 그 끝이 내 어깨를 스치는데, 마치 남성의 심벌이 내 음모를 삭삭 스쳐가는 듯해 순간 짜릿한 흥분을 느꼈다. 요즘 유행하는 깔깔이 천으로 만든 나풀거리는 치마와(이것은 거의 360도로 펼쳐지는데, 내가 남자 위에 올라타고 다리를 벌리고서 아주 편하고 자연스러운, 그리고 허벅지까지는 약간의 윤곽이 흐릿하게 드러나 보이는 치마이다), 젖꼭지의 위치가 정확히 드러나는 몸에 딱 들러붙는 아주 연한 금색의 민소매를 입었다. 옷을 입는 동안 나는 늘 그렇듯이 아주 발랄한 록음악을 틀어놓았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 가슴도 한번 흔들어보고, 의자에 앉아 성교의 순간을 생각하면서 몸에 리듬을 주어 움직여보기도 하고, 신음소리도 내어 보았다. 마지막으로 독한 향수를 뿌리고 나서 15㎝ 높이의 하이힐을 신으니까 외출준비는 끝났고, 나는 아주 상쾌한 기분으로 집을 나설 수 있었다. 그는 깨끗하게 생기고 부유해보이는 40대 중반의 남자 유부남이었다. 부인과 아이들이 해외여행 중이라서 말벗이라도 삼을 겸해서 불렀다는 그의 말은 나를 아주 편하게 일할 수 있게 했다. 그래서 내겐 그에게 아주 멋진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목욕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며 그는 그의 침실로 나를 안내했다. 깨끗한 시트와 부드러운 담요, 그리고 오리털을 넣었다는 베개가 두 개 놓여 있었다. 공간도 넓고 부드러운 카펫이 깔려 있어서 일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나는 그에게 옷을 벗으라고 정중하게 말했다. 그리고 지금부터는 그를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내게 그러면 자기 옷을 벗겨달라며 침대에 눕는 것이었다. 내가 가방을 열어 필요한 물건들을 탁자에 놓고난 뒤 침대 곁으로 옮기는 동안 그는 꿈쩍않고 내 젖가슴만 쳐다보았다. 내게 일을 부탁한 모든 남자들이 늘 내 가슴을 만지거나 그 크고 부드러운 품속에 묻히길 좋아하듯이, 그 역시 그것을 원하는 눈빛이었다. 나는 곧 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은근한 미소를 지어보였고, 되도록 그의 몸에 살짝살짝 손이 닿도록 하여 그가 서서히 흥분하는 모습을 즐겼다. 그리고 마지막 옷을 벗겨낼 때 나는 가만히 내 오른손이 그의 페니스를 스쳐내려오게 했고, 마지막으로는 새끼손가락의 긴 손톱으로 그걸 긁으면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의 가슴 위로 다리를 벌린 채 올라앉아 그의 얼굴부터 만지기 시작했다. 머리를 넘겨주고 크림을 담뿍 발라 얼굴 근육을 만져주고 풀어주고 내 솜씨를 다하여 안마를 시작했다. 손톱, 발톱을 손질할 때는 되도록 내 가슴 가까이 가져와 젖꼭지가 발가락 사이에 끼도록 넣기도 하며 웃기도 했다. 그는 내가 시키는 대로 잘 따랐고, 나의 안마에 매우 흡족해하며 때로는 신음소리와 함께 꿈틀거리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 남자는 참을성이 대단했다. 내가 안달이 날 정도로 내 몸에 손을 안 대는 것이었다. 아직 아랫도리 안마를 시작하지 않아서 그런지, 그저 내 긴 머리카락만 만질 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런데 내가 그의 오른쪽 허벅다리 안마를 시작할 즈음 그가 갑자기 내게 겉옷을 벗고 하라고 명하였다. 내심 기다렸던 바라 나는 재빠르게 그럼 옷을 벗겨달라고 말했다. 그는 웃으면서 내 검정색 치마를 벗기기 시작했는데, 손을 깊숙이 넣어 그곳을 한번쯤 만져줄 거라는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로한 채 내 옷을 간단히 벗겨버리는 것이었다.“뭐 이런 놈이 다 있어….” 나는 기껏 흥분하려던 기분을 망치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검정 망사의 브레지어와 팬티 차림으로 그의 얼굴쪽에 엉덩이를 내민 채 그의 몸 위에 걸터앉아 성기의 안마를 시작했다. 내가 남자의 페니스를 만져주는 솜씨는 유명했다. 가만히 주물러주고 만져주고 긴 손톱으로 긁어주고, 마지막엔 깔끔하게 입속에 넣고 놀아준다. 이 남자 역시 그것을 만질 때만큼은 무척이나 흥분되는 듯했다. 그는 갑자기 나의 엉덩이를 움켜쥐고 나의 아랫부분을 더듬었다. 가는 망사에 덮인 뭉툭한, 그리고 보드라운 나의 음부를 그는 아주 잘 만져주었다. 나는 몹시 흥분했고, 내 혀를 한껏 깊숙이 그의 성기에 디밀어 빨아주고 핥아주었다. 그 후 재빠른 솜씨로 안마를 마치고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 작업으로 그의 성기 끝부분에 나의 망사 팬티에 덮인 부분을 가져다 대고서 나의 온몸에 율동을 주며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그의 성기 끝에 내 음부를 떼었다 붙였다 하기를 반복하였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이때 몹시 흥분한다. 그도 역시 미칠 듯 몸을 비틀면서 신음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나를 침대 위에 눕혔다. 그리고 내 위에 올라탔다. 순간적으로 위치가 바뀌자 당황하는 나를 바라보더니, 그는 갑자기 내 브래지어와 팬티를 벗긴 채 내 손을 이끌어 욕실로 데려갔다. 그러고는 내 몸에 비누칠을 하겠다며 욕조 속에 다리를 벌린 채 누우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여자노예에게 하듯 내게 명령을 하고, 내 몸을 만져주는 남자가 나는 무척이나 좋았다. 그는 내 몸을 부드럽게 만져주어 나를 흥분케했다. 우리는 아주 즐겁게 목욕탕에서 놀았다. 비누칠을 마치고 샤워기 밑에서 우리는 서로의 몸을 만지작거리며 마구마구 키스하고 장난치고 처음으로 그의 성기가 내 몸속으로 미끄러져 들어옴을 느끼며 아주 긴 성교를 나누었다. 그는 내 몸에서 손을 뗄 줄 몰랐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오른다고, 한번 맛을 들이자 통 정신을 못차리는 것이었다. 나더러 눈을 감으라고 하고서는 서서히 내 몸을 만져주거나 그의 몸을 만져달라고 하였다. 욕실을 나오고 나서는 무척이나 인상적인 일이 있었다. 그는 돋보기를 가져와 나의 몸 이곳저곳을 쿡쿡 찌르면서 그곳에 돋보기를 밀착시켜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그러고는 어디서 구했는지 내 몸에 꽉 끼는 타이트 스커트를 가져와 입게 하고는, 그 속으로 자기의 오른쪽 발을 집어넣는 것이었다. 우리는 있는 힘을 다해 그의 발이 내 음부에 찰싹 달라붙게 하였다. 그러자 치마는 터질 듯 팽팽하게 되어버렸다. 결국 그가 발끝으로 내 음부를 톡톡 찰 즈음 해서 내 발끝이 그의 성기를 스치게 되었다. 우리는 번갈아가며 서로의 성기를 톡톡 찼다. 또 나는 그에게 내가 흥분하는 법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그는 매우 재미있어 하며 행동으로 내게 가르쳐주었다. 그것은 내가 자위행위를 할 때 쓰는 방법이었는데, 내 음부의 쫑긋 솟은 부분을 손으로 긁어주면서 내 젖꼭지를 빨아주는 방식이었다. 그는 세게 또는 약하게 볼륨을 주면서 그곳을 긁어주었고, 나는 몸을 흔들기도 하고 비틀기도 하면서 아주 열정적으로 신음하였다. 그리고 흥분이 절정에 달하자 그에게 제발 성기를 넣어달라고 부탁했다. 나는 정말 미칠 것 같았다. 나는 눈을 감고서 그의 페니스를 찾았고, 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깊이 삽입을 하지 않고 자기의 성기 끝으로 내 음부만을 톡톡 건드렸다. 그러다가 내가 미칠 듯 흥분하자 내 입 속에 그의 페니스를 밀어 넣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그것을 빨아주었다. 그 일이 끝나자 그는 힘차게 그의 페니스를 내 몸 속으로 밀어넣었다. 아아아…너무나 황홀한 순간이었다. 그의 혀가 내 젖꼭지와 입술을 오갈 때…. 그리고 그의 힘찬 몸놀림과 손놀림…. 그리고 내 엉덩이부터 머리 꼭대기까지 더듬어주는 그의 손…. 나는 오르가슴을 맛보았다. <끝> 마광수는 1951년 경기 수원 출생 연세대 국문과 졸업(문학박사) 현재 연세대 국문과 교수 ▲저서 ‘윤동주 연구´ ‘상징시학´ ‘카타르시스란 무엇인가´ ▲장편소설 ‘권태´ ‘즐거운 사라´ ‘불안´ ‘알라딘의 신기한 램프´ ▲시집 ‘가자 장미여관으로´ ‘사랑의 슬픔´
  • [사설] 北, 금강산사업 끝내자는 건가

    북한이 현대와의 모든 협력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이 김윤규 전 부회장을 퇴출시킨 것을 이유로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협력사업 전반을 중단하겠다는 엄포를 놓은 것이다. 상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북한의 이같은 행태에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그동안 북한과 김 전 부회장이 끈끈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나 그렇다고 해서 개인의 퇴진을 놓고 북한이 이렇듯 강경하게 나오는 데는 다른 의도가 있지 않나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어제 아시아·태평양 평화위원회 담화를 통해 “현대의 김윤규 선생 퇴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배은망덕이자 정주영 정몽헌 선생을 욕되게 한 것으로, 배신감을 넘어 분노마저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제 현대가 우리의 협력대상이 되겠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며 따라서 현대와의 모든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면서 개성·백두산 관광을 비롯해 현대와의 7대 협력사업 합의를 전면 폐기하고 금강산 관광까지도 중단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북한이 김 전 부회장과의 ‘의리’ 뒤로 무슨 의도를 숨기고 있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이번 현대사태에는 미국과 한나라당의 검은 손이 깊숙이 뻗치고 있다는 설도 있다.”고 주장한 것을 보면 미국과 국내 보수진영의 대북자세를 내세워 이번 기회에 현대와의 관계를 끊고 남북사업을 다변화해 보려는 계산이 아닌가 의심된다.7대 협력사업의 대상을 다른 남한 기업들로 넓혀 보다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보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의 미온적 태도다. 북한 담화에 정부 당국자는 “정부도 돕겠지만 사업 당사자가 풀어야 할 문제”라고 했다고 한다. 방관자나 다름없는 발언이다. 금강산 관광은 현대만의 사업이 아니라 거액의 남북협력자금이 투입된 국가사업이다. 그만큼 정부의 역할과 책임은 막중하다. 북한이 언제든 제 마음대로 남한기업과의 합의를 팽개칠 수 있도록 해선 안 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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