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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거사무소 앞 욕설·격려 난무…김용민 “완주하겠다”

    선거사무소 앞 욕설·격려 난무…김용민 “완주하겠다”

    서울 노원구는 6일 온종일 들썩거렸다.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 파문이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공릉역 근처에 있는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주변에는 아침부터 시위가 줄을 이었다. 피켓을 든 1인 시위도 있었고 수십명이 몰려와 김 후보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김 후보의 노인 폄하 발언에 분개한 지역 노인회와 안보단체협의회 회원 20여명은 선거사무소 앞에 모여 “패륜아 김용민 자폭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김용민 너도 욕하는데 우리도 욕 좀 하자.”며 한바탕 욕설을 쏟아내는 회원도 적지 않았다. 항의시위만 있었던 건 아니다. 김 후보 지지 모임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미권스) 회원들도 김 후보 선거사무소를 찾아 “쫄지 마, 김용민!”을 외쳤다. 당연히 양측의 ‘충돌’도 뒤따랐다. 한 보수단체 대표가 ‘국회가 포르노방송국? 발정난 더러운 돼지 닥치고 사퇴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김용민은 후보 자격이 없다.”고 외치자 지지자들은 “새누리당은 더 자격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지지자들과 반대론자들의 날선 공방이 종일 이어졌다. 선거사무소 안이라고 다를 게 없었다. 전화통이 불났다. 비난 전화, 지지 전화가 빗발쳤고 그때마다 곳곳에서 언쟁이 벌어졌다. 김 후보의 사퇴를 요구하는 전화에는 “김용민이 아닌 MB(이명박)·새누리당을 심판해 달라.”며 운동원들이 언성을 높였다. 절대 사퇴하지 말라는 지지 전화에는 상기된 목소리로 “감사하다.”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사무실 입구에는 ‘○○일보, ○○방송 기자 출입금지’라고 쓰인 B4 용지가 붙어 있었다. 모두 8개 언론사 이름이 적혀 있었고 보수매체와 진보매체가 다 들어 있었다. 김 후보를 일방적으로 매도했거나, 사퇴를 요구하는 언론사들이라고 관계자는 전했다. 실제로 이날 해당 언론사 기자들과 김 후보 측 선거운동원 간에 밀고 밀치는 몸싸움이 시시각각 반복됐다. 지난 3일부터 따가운 여론을 의식해 선거 운동을 잠정 중단했던 김 후보는 오전 월계동의 한 경로당을 방문하는 것으로 유세 활동을 재개했다. 김 후보는 노인 폄하 발언을 의식한 듯 경로당 노인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사죄했다. 전날 밤에는 부산으로 내려가 민주당 문재인 상임고문, 박지원 최고위원 등이 출연한 ‘나는 꼼수다’ 방송을 녹음했다. 선거사무소에 모습을 드러낸 김 후보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김 후보는 기자들에게 “당에서 (사퇴와 관련해) 어떤 연락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김 후보 캠프의 문상모 시의원은 “끝까지 완주한다. 한 번 후보가 되면 후보 마음대로 사퇴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거들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작은 목소리로 “이분 말씀이 제 입장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들이 ‘사퇴를 안 하는 것이냐.’고 묻자 “동의한다.”고 했다. ‘완주하느냐.’라는 물음에도 “동의한다.”고 말했다. ‘나꼼수 패널들과 사퇴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출마 여부는 논의했지만 거취와 관련해 논의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김 후보는 이날 오후 늦게 트위터에 “완주가 목표가 아니다.”라면서도 “우리에게는 승리해야 할 이유가 많다. 모든 건 제가 짊어지고 간다. 다시 지인을 찾아서 설득시켜 달라. 반드시 이기겠다.”며 완주 의지를 거듭 밝혔다. 캠프 측 관계자는 “후보 사퇴는 새누리당 당선을 의미하고 민주당도 젊은 층의 지지를 잃게 된다.”며 ‘절대 불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노회찬 선대본부장과 나꼼수, 이정희, 유시민 등 많은 분들이 트위터나 여러 방법으로 힘을 주고 있다. 어제는 가수 이은미씨가 왔고 손학규 전 대표는 ‘힘내라’는 지지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종종 보내 온다. 7일에는 방송인 김구라씨, 그리고 8일에는 모 선대위원장도 오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의 막말 파문을 지켜보는 노원갑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김 후보 측이 내건 ‘천만이 부러워하는 동네로 만들겠다’는 대형 현수막을 가리키며 “천만이 부끄러워하는 동네가 됐다.”고 혀를 찼다. 공릉역 인근에서 만난 박진영(53)씨는 “민주당이 어떻게 저런 후보를 전략 공천이라고 노원갑에 보냈느냐.”며 “동네가 망신을 당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인들은 김 후보 얘기를 꺼내자 아예 손사래를 쳤다. 김옥정(62·여)씨는 “망나니를 국회로 보낼 수 있느냐. 노원 주민들은 품격 있는 대표를 원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유재민(27)씨는 “20대라고 다 나꼼수 팬도 아니지만 우리 지역 후보로는 더 이상 호감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면 대학생 김지수(21·여)씨는 “정규 방송도 아니고 인터넷 라디오 방송 자체가 직설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인데 8년 전의 발언을 문제 삼는 건 지나치다고 생각한다.”며 “눈치 보지 않고 속시원히 할 말 하는 국회의원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옹호했다. 이정혜(36·여)씨도 “김 후보 공천 자체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만 반성하고 있고 아직 젊으니까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나꼼수 멤버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몇몇 언론과의 접촉에서 “젊은이들이 ‘김용민이 사퇴하면 나꼼수도 여기까지구나’ 하고 생각해 투표장에 안 나올 것”이라며 민주당 내 사퇴론을 반박했다. 최지숙기자 ipsofacto@seoul.co.kr
  • 대한변협 ‘女기자 성추행’ 몰상식 논평

    대한변호사협회가 최근 일어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의 여기자 2명에 대한 성추행과 관련,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내용의 논평을 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변협은 2일 엄상익 공보이사 명의로 낸 논평에서 “검찰과 언론의 적절치 못한 술자리 모임이 없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왜 검찰이 언론인과 한계를 넘어가는 술자리를 만들고 여기자들 또한 그런 자리에 응해서 수모를 당하는지 의문”이라면서 “부장검사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은 정권 말 무너진 공직기강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권력에 유착해 편히 취재하려는 언론의 일탈된 행동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술자리가 서울남부지검에서 공보 업무를 맡고 있는 차장검사가 주재한 출입기자단과의 공식적인 만찬 자리였음에도 불구, 논평은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엉뚱하게도 기자의 처신을 문제 삼은 것이다. ‘여기자가 응해서’, ‘권력에 유착해 편히’ 등의 문구를 동원, 피해자들에게도 책임을 따지는 비상식적이고 비도덕적인 가치관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도 논평을 내고 “사건의 본질을 심각하게 오도하고 전형적인 ‘피해자 유발론’적 시각을 보여 줬다.”면서 “대한변협의 회원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끼며, 남성 중심 법조 문화의 단면을 보여 준 심각한 사태”라고 대한변협을 비판했다. 또 “대한변협이 논평 작성자와 함께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협은 논란이 확산되자 진화에 나섰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의논된 적이 없는 엄 공보이사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변협의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신영무 대한변협 회장도 “엄 이사로부터 ‘양쪽이 서로 조심하자는 취지에서 쓴다’고 듣고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일임했다.”고 해명했다. 엄 공보이사는 “평소 소신에 대해 정의와 인권 측면에서 쓴 것”이라면서 “비난이나 욕을 감수하겠으며,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항변했다. 대한변협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출입기자단은 신 회장에게 대한변협의 공식적인 사과와 엄 공보이사의 해임을 정식 요구하기로 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데스크 시각] 박주영 욕만 하지 말자고?/임병선 체육부장

    [데스크 시각] 박주영 욕만 하지 말자고?/임병선 체육부장

    애초에 쉽사리 꺼질 수 없는 불이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아스널의 공격수 박주영(27)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반드시 35세 이전에 시기가 언제일지 아직 모르겠으나 현역으로 입대할 각오”라고 밝혔다. 그러나 주말 동안 인터넷 댓글을 훑어 보면 비난의 강도는 수그러들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축구를 취재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그의 얼굴에 드리운 느긋함이 화제가 된 건 올 초부터였다. 아르센 벵거 감독이 그를 벤치나 덥히는 존재로 취급하는데도 늘 편안해 보였다. 누구는 신앙의 힘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느긋함이 현역 입대를 10년이나 미룬 안도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를 오랫동안 지켜보아 온 축구 기자들마저 등을 돌리고 있다. 박주영은 현역 입대를 10년 미룸으로써 적지 않은 것을 얻었다. 한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하거나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한, 영장이 나와 군대에 붙들려 가는 상황은 피할 수 있게 됐다. 그 기간 해외 구단을 이리저리 옮겨다닐 수 있게 된 점도 결코 작지 않은 이득이다. 법을 어기지 않고도 이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박주영과 그를 도운 법률 대리인이 성과를 올렸다고도 볼 수 있다. 모나코 왕실이 구단주인 AS 모나코는 병역 문제가 해결된 그를 아스널에 넘기면서 이득을 챙겼다. 이적료가 선수 몸값인 점을 감안하면 그로서도 손해 볼 일이 아니었다. 비즈니스 측면만 따지면 박주영이나 두 구단 모두 빼어났다고 얘기할 수 있다. 유럽리그 구단들이 한반도의 특별한 사정과 병역 문제에 민감한 팬들의 심사까지 돌아봤을 리 만무하다. 때문에 이를 잘 아는 박주영과 대리인이 적절한 시점에 공개, 팬들의 납득을 구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래서 박주영 스스로도 “비판받아야 하는 부분은 감수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는가. 법률 대리인은 모나코처럼 영주권 제도가 없는 나라에서 장기 체류자격을 얻으면 현역 입대를 10년간 미룰 수 있음을 파악한 것이 지난해 7월 무렵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리고 한달 뒤 병무청의 허가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때 왜 공표하지 않았느냐고 기자들이 따지자 이적 협상 중이던 두 구단이 이 문제의 공표를 원치 않았다고, 앞뒤가 다른 해명을 했다. 박주영이 얻은 것은 시간이요, 잃은 것은 팬들의 신뢰와 사랑이다. 더욱 큰 문제는 박주영 개인의 신뢰 상실뿐만 아니라 그를 정말로 필요로 한 이들의 발까지 묶어 버린 점이다. 당장 런던올림픽 본선에서 와일드카드로 그를 기용해야 하는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그를 필요로 하는 최강희 대표팀 감독이 난감해졌다. 홍 감독은 다음 달 영국에서 그를 만날 요량이었는데 어찌됐건 ‘미운 X 떡 하나 더 주려는 거냐’는 팬들의 분노에 직면하게 됐다. 일부에서는 박주영의 입장 표명을 계기로 ‘욕만 하지 말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이 땅에 태어난 남자 선수들이 누구나 받게 되는 병역 기피의 유혹을 원천적으로 없애기 위해 국방 의무와 직업선택의 자유, 그리고 일할 권리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올림픽 동메달 이상,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이들이 4주간 기초군사훈련을 받고 공익근무요원(34개월)으로 편성돼 군 복무를 대체하도록 한 것도 종목 간 형평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또 지난해 5월 병무청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성적을 점수화해 병역 대신 사회봉사활동으로 대체하는 대체복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을 근거로 내세우며 이를 빨리 제도화하라고 촉구한다. 그런데 이런 논리는 선수나 종목 간 형평성만 문제 삼지, 일반인과 선수 사이의 형평성에는 눈을 감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다. 박주영이 기여한 점이 있다면 이런 논의에 불을 댕겼다는 점일 텐데, 그렇다면 팬으로서 너무 씁쓸한 대차대조표다. bsnim@seoul.co.kr
  • 가수출신 연기자 안방극장 휩쓴다

    가수출신 연기자 안방극장 휩쓴다

    올봄 안방극장, 가수로 데뷔해 연기로 지평을 넓힌 이른바 ‘가수 출신 연기자’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수 이승기와 그룹 ‘JYJ’의 박유천은 둘 다 가수 출신 연기자로 동 시간대 각기 다른 드라마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먼저 이승기는 21일 첫 방송된 MBC 수목 드라마 ‘더킹 투 하츠’로 오랜만에 안방극장을 찾았다. 대한민국이 입헌군주제라고 설정해 놓고 국가 서열 2위의 날라리 왕자 이제하 역을 맡은 이승기는 그동안 ‘1박 2일’ 등에서 보여준 ‘허당’ 이미지를 버리고 깐죽거리는 뺀질남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다. 이승기는 극 중 북한 최강의 여전사 장교 ‘김항아’ 역을 맡은 배우 하지원과 좌충우돌 로맨스를 그려 나갈 예정이다. ●이승기·박유천 ‘왕가 혈통’ 경쟁 더킹 투 하츠와 같은 날 첫 방송된 SBS 수목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에서는 ‘JYJ’ 출신 배우 박유천이 주인공으로 활약한다. 박유천은 조선시대 왕세자 ‘이각’으로 조선시대로부터 300년 후인 21세기 서울, 박하(한지민 분)의 옥탑방에 뚝 떨어지며 좌충우돌 서울생활 적응기를 그려낸다. 그는 왕세자이자 현세에선 홈쇼핑 회사 후계자 역을 동시에 연기한다. ‘여성파워’도 만만찮다. MBC 50부작 드라마 ‘빛과 그림자’에서 가수 출신 손담비는 화려하지만, 내면에 외로움을 간직한 디바 ‘유채영’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다. 전작인 SBS 드라마 ‘드림’에서 부족한 연기력으로 혹평을 받았지만, ‘빛과 그림자’에선 연기력에 관한 우려를 씻어내며 배우 손담비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다. MBC 주말드라마 ‘신들의 만찬’에선 요정 1세대 핑클 출신의 성유리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로 사는 밝고 쾌활한 요리사 ‘고준형’ 역으로 매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다. 극 중 그녀의 패션이 젊은이들 사이에 화제가 되며 ‘성유리 패션’ 또한 주목받고 있다. ●손담비·성유리 ‘팔색조 매력’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의 경우 그룹 ‘샤크라’ 출신 배우 정려원이 주인공 ‘백여치’ 역을 맡아 열연, 호평을 받았다. 백여치는 어릴 적 사고로 부모를 모두 잃은 후 외할아버지인 진시황(이덕화 분) 회장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으며 자라 세상 물정에 어둡고 사치스러운 안하무인, 천방지축 캐릭터다. 자신의 뜻에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욕을 퍼붓고, 나이 많은 사람에게도 반말을 하는 무개념녀로 그려졌다. 특히 거친 욕설이 나올 때면 ‘삐삐’ 소리가 나며 음소거 처리돼 일명 ‘음소거녀’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외에도 KBS 드라마 드림하이 2에선 그룹 ‘2AM’의 정진운, ‘티아라’의 지연 등이 주연배우로 출연, ‘연기돌’로 거듭나고 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펴낸 시인 김해자

    [저자와 차 한 잔]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 펴낸 시인 김해자

    해방감이었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얼마나 엄살을 떨고 살았는지, 통절하게 느끼고 돌아왔다. 멋진 이야기도 아닌데, 오히려 비루하고 어렵고 고단한 이야기인데도, 이들이 만든 삶의 무늬와 정서를 온몸으로 받아들인 뒤에는 마음속에 있던 작은 고민이 소멸해 버리는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글쓰기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 푸줏간 주인부터 해녀까지 만나 듣고 또 듣고 최근 민중 구술집 ‘당신을 사랑합니다’(삶이보이는창 펴냄)을 낸 시인 김해자(51)는 책 속에 담긴 많은 사람에게서 받은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 20일 서울 태평로 서울신문 본사에서 만난 시인은 머리에 초록색 두건을 두르고, 자잘한 꽃무늬가 그려진 연두색 셔츠를 입은, 자그마한 여인이다. 그런데 등에 멘 가방이 영 묵직해 보인다. “(전북)전주에 있다 보니까 서울에 한 번 오면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많아요. 이번에는 그분들께 이 책을 전해드리려고요.” 시인이 말한 ‘그분’은 서울 마장동 우시장에서 고기를 파는 일흔다섯 윤주심씨이고, 34년째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는 김인수씨이자 한국에서 새로운 꿈을 만들어 가는 외국인 노동자 레자·몰라·부따·나랜드라 등이다. 예전엔 스러진 해녀 고 김석봉씨이기도, 시인의 친구이자 노동운동가 고 최명아씨이기도 할 터다. 시인에게 민중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해 준 그 사람들이다. “첫 시집 ‘무화과는 없다’를 내기 직전인 2001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늘 곁에 계실 줄 알았는데, 천지 어디에서도 그 목소리조차 들을 수 없는 거예요. 이게 낫 놓고 기역자 정도 아는 우리 어르신들 모습이더라고요. 자식들은 동영상으로 남기고, 지나치는 꽃들을 사진으로 찍어도, 우리 어머니 아버지는 영원히 사실 것처럼 남기지 않는….” 시인은 그때부터 녹음기를 들고 다녔다. 사람들과 만나고, 때론 술 한 잔 기울이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했다. 다소 비린내 나고 씁쓰름하면서 텁텁하기도 한 대화를 날것 그대로 책에 풀어냈다. ‘피들피들 바닷바람에 말려 구워 먹는 오징어 피데기는 참 맛이 좋다게. 남편이 한참 뱃일할 때난 그물에 걸린 대게를 떼어내는 일도 했다게.(중략) 돌문어 다리 볶아서 아이들 도시락 반찬 해주곡, 생선 말려서 하르방 밥상에 올리곡, 식구들 아프면 전복죽 끓여 먹이고, 바당은 반찬거리 천지주.’(김석봉傳) ‘나가 고향서부텀 소문난 효자요. 자식 줄줄이 달고 청상이 되어부렀으니 내 맘으로다 엄니가 얼마나 안쓰러웠겄소?(중략) 한복 저고리에다 여름엔 모시 적삼에다가 그렇게 늘 깨깟허니 꼿꼿허니 앉어계신디, 그 뒤치다꺼리를 누가 했겄소?(중략) 이 자리서 나가 처음 하는 말인디, 이 사람한테 정말 미안허요.’(김인수傳) # 사사로운 육성에서 위로 받고 희망 찾아 애써 윤색하지 않았고, 전라도·충청도·제주도 사투리도 다 살렸다.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눌한 한국말도 그대로 담았다. “말은 그 사람의 정서거든요. 우리가 하는 말은 어머니의 말이고, 자연의 말이잖아요. 설령 엄마가 ‘미친 년, 너나 아프지 마라’고 한들, 이걸 욕으로 듣지는 않죠. 자식 걱정하는 짠한 마음을 느낄 뿐이죠. 그것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고된 삶을 계속 접하다 보면 정신적으로 피로해질 법도 할 텐데, 시인은 전혀 그런 것이 없었다고 했다. “못 배우고 못 살고, 그렇게만 아는 민중의 온몸에는 실다운 삶이 관통하고 있어요. 요즘 우리는 사랑이니, 민중이니 하는 말을 얼마나 오염시키고, 학자적·정치적 개념으로만 쓰고 있습니까. 나와 타자의 경계가 무너진 삶을 산 사람, 이들 자체가 구원인 거죠. 그래서 전 이분들께 거룩함마저 느꼈습니다.” 그가 민중에게 느끼는 경외감이 묻어난다. 그의 인생 역정 또한 그랬던 탓일 것이다.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시인은 동네에 현수막이 걸릴 만한 명문대에 진학했다. 운동을 하다가 졸업을 못한 채 인천으로 흘러갔고, 공장에서 일하면서 10여년을 보냈다. 노동자문학회에서 활동하면서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나눈 일상을 글로 풀어냈다. 공장에서 함께 일하다가 과로로 쓰러져 유명을 달리한 친구 최명아씨를 그린 소설 ‘최명아’로 1998년 전태일문학상을 받았고, 두 번째 시집 ‘축제’로 백석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은 앞으로도 죽 민중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마 두 번째 ‘민중열전’은 전주 남부시장 사람들이 될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몇 년 전 뇌출혈로 쓰러져 대수술을 받았고, 머리에 철심은 박은 상태라 오래 글을 쓰기 어려워 당장은 아니란다.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으면 머리가 지릿지릿 저려요. 수술 후에는 과거 몇 년 치 기억이 없어진 듯 기억이 잘 나질 않아요. 그런데 참 이상한 거는요, 몸은 기억하고 있다는 거예요. 글 한 자 쓸 줄 모르는 어르신들이 옛일을 날짜, 시간까지 정확히 말해 주는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글 속 윤주심씨의 말을 빌리자면 “우찌게 돈을 맹글어 죽어라고 달려가서 이문동 은행에 갖다 냈어. 11시드라. 기억력이 좋다고? 그라냐? (중략)자식들이 나한테 ‘되새김의 여왕’이라고 부르잖여.”라고나 할까. 시인이 전하는 것은 사사로운 민중의 모습이지만, 독자가 받는 것은 위로이고 희망이다. ‘지금 지가 아파도유, 보글보글 된장찌개도 끓이고 고실고실 밥도 하고 하늘도 보고, 오늘 하루도 삶의 수리차를 돌리겠유. 휘청휘청 걷다 보면 저기 어디선가 소금 빛이 반짝반짝할 것이니께.’(이영철傳) 이렇게 말이다. 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한가인 “엄태웅이 ‘된장’이라면 김수현은 ‘초콜릿’ 같아요”

    한가인 “엄태웅이 ‘된장’이라면 김수현은 ‘초콜릿’ 같아요”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 캐스팅된 건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를 닮았다는 이유였다. 인형처럼 크고 깊은 눈과 오똑한 콧날, 뽀얀 피부 등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에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 심지어 공부까지 잘할 듯 보였다. 사내들이 현실과는 무관하게 가슴에 기억하고 싶은 첫사랑의 원형일 터. 8년 만에 그녀가 충무로로 복귀했다. 가슴 한쪽에 묻어둔 아프지만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려 내는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22일 개봉)의 여주인공 서연을 맡은 한가인(30)이다.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첫사랑을 보고 파도가 인 건 30대 중반의 승민(엄태웅)만은 아닐 것 같다. 8년 전 ‘말죽거리 잔혹사’를 기억하는 이라면,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킬 만큼 한가인은 여전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40%가 넘는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고 종영한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이 연기한 연우 역시 훤(김수현)의 첫사랑이다. “‘첫사랑의 아이콘’을 의도한 건 아닌데 모아 놓고 보니 다 첫사랑이네요. 제가 청순해 보여서 그런 건가요. 제 입으로 말하기에는 좀 그렇네요(웃음). 아주 털털한 편이에요. 술도 ‘소맥’(소주+맥주)을 가장 즐겨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게 확실한 성격이죠. 작게는 음식부터, 크게는 작품 선택까지 내가 먹고 싶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드러나요.” 이 영화에서 한가인은 욕을 한다. 알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엄태웅에게 “그 ‘X년’이 나야?”라고 묻는가 하면, 술을 마시다가 감정이 북받쳐 3~4개의 비속어가 결합한 욕설을 토해 낸다. 고전적이고 단아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파격이다. “여성관객들은 좋아하시던 걸요. 전에는 엘프(요정)같았는데 이젠 옆집 동생 같다고요. 남성들은 간혹 환상이 깨졌다고도 하시던데, 어쩌죠? (웃음) 개인적으로는 가장 통쾌했던 장면이에요. 평소 욕이라고 해 봤자 ‘자식’ 정도였죠. 영화에 나온 욕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어색하지는 않더라고요. 평소에도 일상적 단어에 감정을 실어(예컨대 ‘아이 진짜 짜증 나~’라며 실연을 해 보였다) 버릇해서였나 봐요.” 영화 속 서연은 30대 중반의 이혼녀다. 실제보다 어린 나이의 역할을 소화했던 한가인에겐 이 또한 처음이다. “서연이란 캐릭터는 또래 여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취업을 했든, 가사를 돌보든, 육아를 하든 뭔가 결과물이 보여야 하는데 딱히 이뤄놓은 건 없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공갈 빵 같다고 해야 하나요. 포장은 그럴듯한데 속은 텅 비어 있는, 인생이 뒤죽박죽인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한창 뜨던 여배우가 스물셋에 덜컥 결혼을 한다는 건 무리수였다. 그러나 그 후에도 한가인은 여전히 ‘CF퀸’으로 남았다. 다만, 결혼 이후 배우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전환점이 간절했던 그녀가 ‘건축학개론’을 선택한 까닭이다. 그녀는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망언’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게다가 제 얼굴 골격이 남성적이에요. 턱도 발달했고요. 그래서 목소리가 중성적이고, 쇳소리도 조금 있어요. 광고에서 짧은 대사는 인위적으로 예쁘게 낼 수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불가능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상대역인 엄태웅은 외려 ‘얼굴과 목소리가 안 어울리는 게 오히려 더 매력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평소 말하는 톤대로 해봐라.’라고 말했다. 그녀는 “배우로 새 출발을 했다고 할까요. 제 콤플렉스를 나쁘게 보지 않으신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에요.”라고 설명했다. ‘건축학개론’ 촬영이 끝날 무렵 촬영에 돌입한 ‘해품달’은 거대한 도전이었다. 사극은 발성과 대사, 몸짓까지 낯설었던 데다, 비인간적일 만큼 착하고 아낌없이 희생하는 연우란 캐릭터는 애당초 연기력을 펼칠 여지가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아역배우들의 ‘말도 안 되는’ 열연으로 성인 배우들의 가시밭길이 예고된 상황. 원작소설의 팬이었다는 그녀는 “연기력 논란은 처음부터 예상했다.”면서 “연우는 누가 해도 안티 100만명은 생길 캐릭터다. 성인(聖人)에 가까운 완성된 인격체로 누구도 용서하고 배려한다.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신적으로 한 살쯤 더 먹은 기분이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사극에 대한 공포까지 느꼈는데 시청자들이 무척 좋아해 주시니까 역경을 헤쳐나온 성취감마저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학개론’은 찍는 내내 배우로서 행복했다면, ‘해품달’은 전쟁터에서 상처도 입었지만 왠지 승리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부터 ‘건축학개론’에서 여덟 살 연상의 엄태웅과 호흡을 맞추다가, 1월부터는 ‘해품달’에서 여섯 살 연하인 김수현과 멜로 연기를 했다. 둘의 차이점이 궁금했다. “음… 태웅 오빠가 된장이라면, 수현씨는 초콜릿 같아요.”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힘들고 지칠 때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가 위안이 되잖아요. 아무것도 안 해줘도 편하고, 연기를 받아주는 느낌도 좋았어요. 반면 초콜릿은 먹으면 살찐다는 걸 아는데 어쩔 수 없는 유혹을 느끼잖아요. 된장보다 불안정하지만, 달콤한 거죠.”(웃음) 결혼 8년차인지라 2세 계획을 실행에 옮길 법도 한데 한가인은 데뷔 이후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온전히 쉰 날은 딱 하루란다. 그녀는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한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으로) 2~3년 정도 일을 못 한다면 체력적인 한계도 오고, 입지도 줄어들 것 같다. 이전까지 타의에 휩쓸려 작품을 골랐다면, 비로소 내 의지대로 일을 선택하고, 칼을 가는 단계라 (일을 쉬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한가인 “얼굴 골격이 남자 같아서…”

    한가인 “얼굴 골격이 남자 같아서…”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유하 감독의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 캐스팅된 건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를 닮았다는 이유였다. 인형처럼 크고 깊은 눈과 오똑한 콧날, 뽀얀 피부 등 순정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얼굴에 양 갈래로 땋아 내린 머리, 심지어 공부까지 잘할 듯 보였다. 사내들이 현실과는 무관하게 가슴에 기억하고 싶은 첫사랑의 원형일 터.  8년 만에 그녀가 충무로로 복귀했다. 가슴 한쪽에 묻어둔 아프지만 아름다웠던 첫사랑의 기억을 되살려 내는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22일 개봉)의 여주인공 서연을 맡은 한가인(30)이다. 15년 만에 불쑥 나타난 첫사랑을 보고 파도가 인 건 30대 중반의 승민(엄태웅)만은 아닐 것 같다. 8년 전 ‘말죽거리 잔혹사’를 기억하는 이라면, 묘한 설렘을 불러일으킬 만큼 한가인은 여전했다. 공교롭게도 최근 40%가 넘는 시청률 대박을 터뜨리고 종영한 ‘해를 품은 달’에서 한가인이 연기한 연우 역시 훤(김수현)의 첫사랑이다.  ●“욕할 때가 가장 통쾌했다”  “‘첫사랑의 아이콘’을 의도한 건 아닌데 모아 놓고 보니 다 첫사랑이네요. 제가 청순해 보여서 그런 건가요. 제 입으로 말하기에는 좀 그렇네요(웃음). 아주 털털한 편이에요. 술도 ‘소맥’(소주+맥주)을 가장 즐겨요.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게 확실한 성격이죠. 작게는 음식부터, 크게는 작품 선택까지 내가 먹고 싶고, 하고 싶은 작품을 하지 않으면 고스란히 드러나요.”  이 영화에서 한가인은 욕을 한다. 알듯 모를 듯한 표정으로 엄태웅에게 “그 ‘X년’이 나야?”라고 묻는가 하면, 술을 마시다가 감정이 북받쳐 3~4개의 비속어가 결합한 욕설을 토해 낸다. 고전적이고 단아한 이미지를 떠올리면 파격이다.  “여성관객들은 좋아하시던 걸요. 전에는 엘프(요정)같았는데 이젠 옆집 동생 같다고요. 남성들은 간혹 환상이 깨졌다고도 하시던데, 어쩌죠? (웃음) 개인적으로는 가장 통쾌했던 장면이에요. 평소 욕이라고 해 봤자 ‘자식’ 정도였죠. 영화에 나온 욕은 해 본 적이 없는데 어색하지는 않더라고요. 평소에도 일상적 단어에 감정을 실어(예컨대 ‘아이 진짜 짜증 나~’라며 실연을 해 보였다) 해 버릇해서였나 봐요.”  영화 속 서연은 30대 중반의 이혼녀다. 실제보다 어린 나이의 역할을 소화했던 한가인에겐 이 또한 처음이다. “서연이란 캐릭터는 또래 여자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취업을 했든, 가사를 돌보든, 육아를 하든 뭔가 결과물이 보여야 하는데 딱히 이뤄놓은 건 없는 거죠. 저도 마찬가지고요. 공갈 빵 같다고 해야 하나요. 포장은 그럴듯한데 속은 텅 비어 있는, 인생이 뒤죽박죽인 느낌이 들 때가 있잖아요.”  한창 뜨던 여배우가 스물셋에 덜컥 결혼을 한다는 건 무리수였다. 그러나 그 후에도 한가인은 여전히 ‘CF퀸’으로 남았다. 다만, 결혼 이후 배우로서는 만족할 만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전환점이 간절했던 그녀가 ‘건축학개론’을 선택한 까닭이다. 그녀는 “목소리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어요. ‘망언’이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예쁘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게다가 제 얼굴 골격이 남성적이에요. 턱도 발달했고요. 그래서 목소리가 중성적이고, 쇳소리도 조금 있어요. 광고에서 짧은 대사는 인위적으로 예쁘게 낼 수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불가능해요.”라고 털어놓았다. 그런데 상대역인 엄태웅은 외려 ‘얼굴과 목소리가 안 어울리는 게 오히려 더 매력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평소 말하는 톤대로 해봐라.’라고 말했다. 그녀는 “배우로 새 출발을 했다고 할까요. 제 콤플렉스를 나쁘게 보지 않으신다는 허락을 받은 기분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연우는 누가 했어도 안티 100만 캐릭터”  ‘건축학개론’ 촬영이 끝날 무렵 촬영에 돌입한 ‘해품달’은 거대한 도전이었다. 사극은 발성과 대사, 몸짓까지 낯설었던 데다, 비인간적일 만큼 착하고 아낌없이 희생하는 연우란 캐릭터는 애당초 연기력을 펼칠 여지가 많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아역배우들의 ‘말도 안 되는’ 열연으로 성인 배우들의 가시밭길이 예고된 상황.  원작소설의 팬이었다는 그녀는 “연기력 논란은 처음부터 예상했다.”면서 “연우는 누가 해도 안티 100만명은 생길 캐릭터다. 성인(聖人)에 가까운 완성된 인격체로 누구도 용서하고 배려한다. 몰입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정신적으로 한 살쯤 더 먹은 기분이다. 힘들고, 포기하고 싶고, 사극에 대한 공포까지 느꼈는데 시청자들이 무척 좋아해 주시니까 역경을 헤쳐나온 성취감마저 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축학개론’은 찍는 내내 배우로서 행복했다면, ‘해품달’은 전쟁터에서 상처도 입었지만 왠지 승리한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부터 ‘건축학개론’에서 여덟 살 연상의 엄태웅과 호흡을 맞추다가, 1월부터는 ‘해품달’에서 여섯 살 연하인 김수현과 멜로 연기를 했다. 둘의 차이점이 궁금했다. “음? 태웅 오빠가 된장이라면, 수현씨는 초콜릿 같아요.” 명쾌하게 정의를 내렸다. “힘들고 지칠 때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가 위안이 되잖아요. 아무것도 안 해줘도 편하고, 연기를 받아주는 느낌도 좋았어요. 반면 초콜릿은 먹으면 살찐다는 걸 아는데 어쩔 수 없는 유혹을 느끼잖아요. 된장보다 불안정하지만, 달콤한 거죠.”(웃음)  결혼 8년차인지라 2세 계획을 실행에 옮길 법도 한데 한가인은 데뷔 이후 가장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최근 6개월 동안 온전히 쉰 날은 딱 하루란다. 그녀는 “주변에서 그런 말씀을 많이 한다. 그런데 (임신과 출산으로) 2~3년 정도 일을 못 한다면 체력적인 한계도 오고, 입지도 줄어들 것 같다. 이전까지 타의에 휩쓸려 작품을 골랐다면, 비로소 내 의지대로 일을 선택하고, 칼을 가는 단계라 (일을 쉬기에는)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열차 안에서는…] “왜말려” 분당선 담배녀 논란

    운행 중인 전철 안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중년 여성이 이를 말리던 남성에게 욕을 퍼붓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돼 논란이 일고 있다. ‘분당선 담배녀’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18일 오전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동영상에는 분당선 상행선에서 선글라스를 낀 중년 여성이 자리에 앉아 담배를 피우고 바닥에 담뱃재를 떠는 모습이 담겨 있다. 이 여성은 옆에 앉은 중년 남성에게 담배를 빼앗기자 “이 XX야.”라는 욕설을 하며 달려들었고 한 청년이 몸싸움을 말리는 것으로 장면이 끝난다. 네티즌들은 동영상에 나오는 중년 여성에 대해 ‘무개념의 최고봉’이라는 등 댓글을 달며 비난했다. 전철 안에서 담배를 피우면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범칙금 3만원이 부과되지만 개포동역 역무원이 이 여성을 훈계만 하고 보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철도 당국의 조치에도 비판이 쏟아졌다. 국토해양부 산하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파문이 커지자 진상 조사에 나섰고, 사건이 지난 17일 오후 2시 40~50분쯤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장충식기자 jjang@seoul.co.kr
  • 수사권조정 후유증 ‘기싸움’ 변질

    수사권조정 후유증 ‘기싸움’ 변질

    이쯤 되면 정면충돌이다. 지난해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형사소송법 개정과 대통령령 제정을 두고 갈등을 빚었던 검경이 또 맞붙었다. 서울중앙지검이 최근 밀양경찰서 경찰 간부가 검사를 고소한 사건과 관련, 직접 수사에 뛰어든 경찰청에 이례적으로 “해당 지역에 이송하라.”고 13일 지시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앞서 “검찰 다툼으로 비춰지는데 검경이 다퉈서 검찰은 문제 있는 경찰을 싹 잡아들이고, 경찰도 문제 있는 검찰을 잡아들이면 깨끗해지지 않겠나.”라면서 “국민의 눈살이 찌푸려져도 두 조직이 깨끗해지면 오히려 국민에게 이익”이라며 수사의 정당성을 내세웠다. ●警 “박검사 2번 봤는데 무슨 형님” 서울중앙지검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경찰이 인권의 ‘ㅇ’자를 아는지 모르겠다.”, “피고소인이 범죄자로 모두 전제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고소인이 거꾸로 피소되는 경우도 있지 않으냐.”며 불편한 심기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검찰이 이어 꺼낸 카드는 ‘관할 경찰서 이송’이다. 초강수다. 조 청장은 또 “고소 당사자인 정재욱(30) 경위가 피고소인인 박대범(38) 검사와 두 번밖에 만난 적이 없다는데 무슨 형님, 동생 관계라는 것인가.”라며 검찰의 12일 보도자료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또 “우리 조직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가 타 기관 사람과 만나 욕을 먹고 왔다. 이것도 못 막아주면 어쩌나. 얼마 남지 않은 임기이지만 막아줘야 한다.”며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檢 “신임잃은 조청장 결속 전략” 검찰도 만만찮다. 검찰 내부에서는 “총선을 앞두고 검찰의 부정적 이미지를 이슈화시켜 경찰의 재기를 노리는 것”이라면서 “내부적으로 신임을 잃은 조 청장이 검찰 강공으로 조직을 추스르고 결속을 노리는 전략”이라며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그 결과가 ‘관할 경찰서 이송’인 셈이다. 검경의 갈등은 수사권 조정 이후 양 기관의 인식 차에서 비롯된 측면도 없지 않다. 형소법 개정 등으로 경찰은 “독자적인 수사기관으로서의 독립성과 내사의 자율성을 인정받았다.”고 해석하는 반면 검찰은 “바뀐 것이 없다.”며 별다른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경찰을 ‘한 수 아래’ 지휘대상으로 여기는 검찰과 독립된 수사기관으로 거듭나려는 경찰의 피할 수 없는 힘겨루기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경찰의 검사 고소 사건이 자존심을 건 두 기관간의 ‘기싸움’으로 변질,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백민경·최재헌기자 white@seoul.co.kr
  • 손학규 “국민·역사 보고 공천해야”… 韓 대표 비판

    손학규 “국민·역사 보고 공천해야”… 韓 대표 비판

    야권 대선 주자인 손학규(얼굴) 전 민주당 대표가 민주통합당과 한명숙 대표의 공천 형태를 비판했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세미나 참석차 방미 중인 손 전 대표는 8일(현지시간)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주당 공천과 관련한 질문에 “국민과 역사를 보고 공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찌감치 4월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우리가 국민을 보고 공천한다고 해 놓고 그게 잘 안 된다.”면서 “원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이 공천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라며 “국민을 보고 공천을 하지 않고 자기를 보고 하거나, 우리를 보고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공천이라는 것은 어차피 욕을 먹게 돼 있긴 하지만, 누구로부터 먹느냐가 중요하다.”면서 “국민한테 지탄받는 사람들로부터 욕먹는 것은 당연히 받아야 하며, 그 욕도 안 먹으려고 원칙도 없이 왔다 갔다 해선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로울 때는 외로워야 하는데 외롭지도 않으려 하면서 나만 챙기면 남들이 욕하는 걸 모른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특히 한 대표가 대권 욕심도 없는데 왜 공천 공정성 시비를 부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욕심이라는 게 대권 주자한테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손 전 대표는 4월 총선 부산 사상구에서 민주당의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맞붙는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 나름의 ‘분석’도 밝혔다. 그는 손 후보가 갑자기 정치권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 “누가 나가라고 해서가 아니라 처음에는 진짜 혼자 나온 것 같다.”면서 “그런데 화제가 되니까 이제는 저 정도로는 안 될 텐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빼기가 난처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손 후보가 ‘나한테는 노무현 유산도 없고, 뭐도 없고’ 등등 재미난 말을 많이 했다.”면서 “그것은 누가 대신 써 주는 말이라기보다는 20대니까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이라고 했다. 한편 손 전 대표는 “지난해 워싱턴DC를 방문하려 했는데, 미 국무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반대하는 야당 대표에게 제대로 의전을 해줄 수 없을 것 같다며 난색을 표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뉴욕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이스탄불의 그림자 연극 ‘카라교즈’

    이스탄불의 그림자 연극 ‘카라교즈’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21세기 현대 문명 속에서 수많은 ‘옛것’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특히 인류의 오랜 역사와 함께 해온 전통, 문화, 철학 등 무형 유산들은 그 소멸 속도가 더욱 빠르다. EBS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은 그 유산을 지켜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9일 밤 7시 35분에 방영하는 ‘세계의 무형문화유산’은 아시아 대륙의 서쪽 끝과 유럽 대륙의 동쪽 끝에 맞닿아 신비로운 문화를 간직한 터키를 찾아간다. 그중에서도 도시 전체가 ‘인류문명의 살아 있는 옥외 박물관’으로 불릴 정도로 역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는 이스탄불의 그림자 연극, ‘카라교즈’를 조명한다. ‘카라교즈’는 연극 주인공 이름에서 비롯됐다. 직설적이고 상스러운 욕을 일삼지만, 순박하고 올바른 판단을 할 줄 아는 인물이다. 다른 주인공은 잘난 척하면서 영리하고 이기적인 인물인 하즈바트. 이 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수많은 조연들이 출연하며 함께 연극을 이끌어간다.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다양한 정서와 모습이 스며있는 카라교즈는 이야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매번 바뀌는 것이 특징. 터키의 역사와 지방 사투리, 터키인들의 다양한 인간사를 소재로 상반되는 두 캐릭터의 풍자와 걸쭉한 대사가 일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카라교즈를 만드는 예술가를 ‘하알리’라고 일컫는다. 그림자 연극에 등장하는 가죽 인형을 직접 제작하는 장인일 뿐만 아니라, 연기와 노래를 하는 연기자이다. 극의 효과를 더해주는 음악감독으로서, 또 극의 전체 내용을 기획하는 작가로서 1인 다역을 해내는 종합예술인인 것. 하지만 많은 문화유산이 그렇듯, 터키에서도 전문적인 하알리가 그리 많지 않다. 프로로 활동하는 정상급 예술가는 15명 정도. 이들의 수제자를 모두 합쳐봐야 50~60명 수준이다. 제작진이 이스탄불에서 만난 하알리, 예민(52)은 자신을 ‘인형에 영혼을 불어넣는 예술가’라고 부른다. 20여년 전 터키 최고의 하알리에게 카라교즈를 배워 전통 방식 그대로 인형을 만들어 연기하고 노래한다. 여전히 배움과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는 그이지만, 기술과 신념을 전해줄 수제자가 없다는 것이 고민거리이자 안타까움이다. 오래 전부터 아들 메흐멧(19)군에게 가르쳐왔지만, 대학 진학을 코앞에 둔 아들은 엔지니어를 꿈꾸고 있다. 아버지 삶을 보며 자라 카라교즈를 사랑하긴 하지만, 평생 직업으로는 삼고 싶지 않다고 한다. 예민은 어떤 방법으로 카라교즈를 지켜낼까.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총선 격전-관심지 2곳 민심 르포] “둘다 출중하지만 급조된 후보… 인물보다 당보고 찍겠다”

    [총선 격전-관심지 2곳 민심 르포] “둘다 출중하지만 급조된 후보… 인물보다 당보고 찍겠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는 부산 사상과 함께 이번 총선의 최대 승부처다. 친박(박근혜)계 6선인 새누리당 홍사덕 의원과 민주통합당 4선의 정세균 의원이 격돌한다. 두 중진은 양당의 텃밭인 대구와 전북을 포기하고 상징성이 있는 종로를 택했다. 두 사람의 어깨에는 비단 종로의 승패만 걸린 게 아니다. 총선까지 남은 30여일간 펼쳐질 두 사람의 우열은 서울의 나머지 47개 선거구는 물론 113개 수도권 선거구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멀게는 12월 대선에까지 너울이 이어질 수도 있다. 홍 의원이 공천을 받은 지 하루 지난 6일 종로의 민심을 살폈다. ‘정치 1번지’에 대한 정치적 자긍심과 빈부의 차가 큰 지역 특성에 대한 경제적 아쉬움을 함께 품고 있는 주민들은 모처럼 펼쳐질 중량급 대결에 한껏 기대감을 나타내면서도 정치1번지 주민답게 정치적 호불호를 뚜렷이 나타냈다. 종로에서 맞붙게 되는 여야의 두 중진 후보에 대한 인지도는 높았다. 하지만 종로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는 비판적인 시각도 많았다. 청운효자동주민센터 관리를 맡고 있는 이종훈(50)씨는 “정세균은 산업자원부 장관까지 했던 사람이고 홍사덕은 MBC에도 나온 사람 아닌가.”라면서 “걸출한 사람들이 우리 지역 후보가 된 것 같다. 둘 다 출중하다.”고 호감을 나타냈다. 두 후보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성향에 따라 명확히 갈렸다. 정 후보를 지지한다는 황광용(65·구청 도로과 공공근로자)씨는 “정세균은 순수하고 깨끗한 면이 있어서 말하는 것을 보면 때가 많이 묻지 않았다.”고 좋게 평가한 반면 “홍사덕은 닳고 닳은 사람인데, 세파를 많이 겪었고 언론인으로 활동하며 사람 다루는 데 노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홍사덕 후보를 지지한다는 주부 박윤정(46)씨는 “정세균은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인 데 반해 홍사덕은 패기있고 정직한 이미지다. 그동안의 행보는 둘 다 상당한 경력들을 갖고 있어 비교하기 어렵고 성격으로 봤을 때에는 홍사덕이 낫다.”고 평가했다. 선거 때마다 여야가 박빙의 승부를 펼쳐 온 지역답게 정당 선호도도 팽팽하게 갈렸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김한동(42)씨는 “어느 당이 잘한다 말하기는 어렵고 새누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야당은 노조 쪽에 가깝다.”면서 “쟁취니 투쟁이니 뭔가 남에게서 뺏으려는 느낌이라 싫다.”고 말했다. 개인사업체를 운영하는 강모(56)씨는 “새누리당은 현재 상당한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쇄신 확률이 높고, 친노계 위주의 민주통합당은 보복성 정치 가능성이 있다. 정권 탈취에만 혈안이 돼 있는 것 같다.”고 비판한 뒤 “공천 물갈이가 계속된다면 국민들은 박근혜에게 몰릴 것이다. 민주당은 개혁이 제대로 안 이뤄지고 있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반면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영조(52)씨는 “이명박 정권이 서민을 위한 정책을 안 하지 않았느냐. 그래서 지금 욕을 먹고 있지 않나. 인물도 중요하지만 난 당을 보고 뽑는다. 이번에는 민주당 정세균”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 대신 제3당을 찍겠다는 유권자도 있었다. 창신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유용빈(49)씨는 “정세균이나 홍사덕이나 다 마찬가지다. 기존 정치인들이 싫다.”면서 “서민들을 위해서 잘해 줄 사람이 필요하고 그래서 난 제3당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했다. 고령인구가 많은 탓일까. 청년을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어렵게 전화로 연결된 회사원 김의현(28)씨의 답변은 정치1번지의 엇갈린 표심과 고심을 함축하고 있었다. “둘 다 급조된 사람들 아닌가요. 차라리 지금 의원인 박진이 나왔었더라면 좋았겠습니다. 정당은 민주통합당을 지지하는데, 사람은 홍사덕이 나아 보입니다.” 토박이들이 많고, 그만큼 오래도록 한 곳에서 ‘정치’를 지켜봐 온 주민들이라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인식도 남달랐다. 강수씨는 “공천은 의원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한테 따라 붙는 식솔들, 측근들 전부가 달려 있기 때문에 정말 중요하다.”면서 “한 명의 의원이 물갈이되면 그 아래 줄줄이 딸린 사람들도 다 바뀐다. 전부 유착 관계가 있기 때문에 누구를 뽑을지 신중해야 한다.”고 다짐하듯 말했다. 황비웅·송수연·최지숙기자 stylist@seoul.co.kr
  • “남북, 분단평화 넘어 통일평화로 가야”

    두 나라를 줄여 표기하거나 부를 때 앞에 내세우면 그 국가는 더 친밀하거나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를테면 미국과 한국을 함께 표현할 때는 ‘한·미’라고 하고, 중국과 미국은 ‘미·중’, 미국과 일본은 ‘미·일’, 미국과 북한을 부를 때는 ‘북·미’라고 한다. 북한을 혈맹이라는 미국보다 더 가깝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을 가장 가까운 나라라고 느낀다는 응답 비율은 2007년 23.8%를 정점으로 2008년에는 20.3%, 2009년에는 15.9%, 2010년에는 14.8%까지 하락했다. 민족적인 호감도나 연대가 점차 희미해지고, 북한에 대해 삐끗 잘못 한마디라도 하면 ‘종북좌파’라고 욕을 먹는 상황에서, 과연 한반도는 통일될 수 있을까? 박명규(57)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최근 펴낸 ‘남북 경계선의 사회학’(창비 펴냄) 에서 “지금까지 ‘분단평화’가 유지됐고 그 속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성과를 이뤄냈다.”면서 “하지만, 21세기에 도약을 이뤄내려면 ‘분단평화’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통일을 통한 평화질서, 즉 ‘통일평화’를 향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6일 “21세기는 세계화로 국가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 남북만이 계속 냉전이란 경계 속에서 잘 살아갈 수는 없다.”면서 “지난 60년의 성과에 집착해 현재를 고수하는 전략을 택하면, 남한이 누려온 삶의 풍요로움을 후대에 넘겨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을 이념적으로 적대적이고, 민족적으로는 동질성인 집단으로 분류해 접근한다면 북한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그는 말한다. 60년간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이 더는 적(敵)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체제에서 다른 경험을 하며 살아온 젊은이들이 북한을 생각할 때 무관심하고, 어색하고, 때론 불편하게 느끼는 감정도 이해할 만하다는 것이다. 전쟁의 참상을 겪지 못한 세대가 이념적으로 해이해졌다든지, 통일의식이 희박해졌다든지 하는 식으로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현실을 인정하고, 분단평화를 통일평화로 변환시킬 방안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박 교수는 책에서 ‘1980년대 유럽의 반핵평화운동은 탈냉전으로 가는 길을 열었듯이 비핵화에 대한 관심을 강화시키고, 이 비핵화를 한반도의 21세기 발전론의 차원에서 거론해야 한다.’고 말한다. 비핵화는 한반도 통일 국가의 성격과 관련해 기본적인 대원칙으로, 주변국들도 한반도의 통일을 긍정적으로 사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車, 욕망을 선물하다

    車, 욕망을 선물하다

    포디즘, 그러니까 컨베이어 벨트 위에 생산물을 올려놓고 시간단위로 제품을 찍어내는 거대 공장은 어떤 이미지인가. 영화팬이라면 찰리 채플린의 1936년 영화 ‘모던 타임즈’를 떠올릴 수 있다.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반복노동을 해야 하는 포디즘의 비인간성을 풍자했다. 매카시즘 열풍 때 채플린이 공산주의자로 몰려 추방당하는 빌미가 되기도 했다. 아이러니에 흥미있는 사람이라면 여기다 한가지 더 추가할 수 있다. 포디즘을 비판한 채플린도 빨갱이로 몰렸지만, 포디즘을 만든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빨갱이로 몰렸다는 점이다. 노동자 일당이 평균 2.34달러이던 시절, 무려 5달러나 줬기 때문이다. 여기다 1일 8시간 노동을 보장하고, 기숙사를 제공했다. ‘가장 늦게 채용되고 가장 빨리 해고되는’ 흑인, 장애인, 여성까지 채용했다. ‘아무리 고되고 힘든 환경 속에서도 기꺼이 노동할 자유’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와 자유시장주의자들이 가만 있을 리 없다. 하찮은 노동자들에게 그렇게 퍼주다보면 기업경쟁력이 떨어져 결국은 망하고야 말 것이라는 저주가 그때라고 왜 없었겠나. 여기엔 또 하나의 반전 포인트가 숨어 있다. 정작 포드 자신은 철저한 마초스타일의 우파였다는 사실이다. 생산해낸 차도 오직 기계적 단순함이라는 남성적 스타일만 강조했다. 이는 나중에 GM에 역전당하는 결정적 이유가 된다. 정치적으로는 보수주의, 고립주의, 반유대주의를 고집했고 노조를 혐오했다. 히틀러의 ‘나의 투쟁’에서 격찬받은 미국인은 포드가 유일했고, 1938년 히틀러는 제3제국 최고의 훈장 독일독수리최고대십자장을 수여하기까지했다. 포드는? 감사히 받았다. 다음 해에 2차대전이 발발했다. 그런 포드가 왜 노동자들을 후하게 대접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시장 규모를 키우고 싶어서였다. 일부 돈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노동자들도 차를 사야 시장이 커진다. 그럴려면 주머니에 돈도 좀 찔러주고, 과도한 노동으로 파김치가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여유가 있어야 주말 드라이브라도 나갈 것 아니겠나. 포드 차를 타고 말이다. 포디즘은 합리적 생산방식으로 주목받는데, 사실 더 주목 받아야 할 대목은 여기다. 대량생산 제품을 대량소비할 수 있도록 ‘대중시장’을 만들어낸 것이다. 포드 스스로도 빨갱이라는 비판에 대해 한마디했다. “높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기 전에 낮은 곳에 있는 열매를 따야 한다. 대중시장은 얻기 쉬운 열매라 볼 수 있다.” ‘자동차와 민주주의’(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는 이런 측면에서 재미있게 읽힌다. 자동차를 다루되 무엇보다 ‘대중의 욕망’에 방점을 찍는다. 그래서 포디즘 이후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쭉 읊는데, 단순한 산업사라기보다 도시문화사나 미국문화사로 읽힌다. 건축, 도시, 지리학 등을 기초로 문명사를 다루는 루이스 멈포드, 데이비드 하비가 등장하고, 그 대척점에 서 있는 ‘뉴욕의 불도저’ 로버트 모제스 같은 인물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자동차산업의 발달이란, 곧 도로의 개발과 그로 인한 도시생태계의 변화, 그 결과 나타나는 라이프스타일 변화까지 포괄한다. 그 변화의 키워드는 외곽타운화, 고립, 단절, 보수화 같은 단어로 요약된다. 포디즘의 영향은 강력했다. 바우하우스 초대 교장인 독일 건축가 발터 그로피우스는 1923년 조립식 주택을 만든다. 집을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린 것이다. 이는 교외의 대단위 주택 건설로 이어진다. 1947년 부동산업자 윌리엄 레빗이 조립식 주택으로 이뤄진 대단위 거주지 건설 아이디어를 냈고, 오늘말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교외 풍경이 속속 생겨난다. 이들은 ‘레빗 타운’이라 불린다. 교외사는 사람들의 도심진입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 ‘거대 도시를 장식하는 리본’이라 불리는 복잡한 고가도로들도 나타난다. 이런 식으로 자동차와 도로가 팽창하면서 햄버거가게 맥도날드, 실용적 모텔 체인 홀리데이인, 그리고 대형 쇼핑몰, 스타벅스가 흥행에 성공한다. 자본주의적 욕망이, 자동차란 적혈구를 타고 도로라는 혈관을 따라 미국 전역에 흘러든 것이다. 욕망에는 어두운 그림자도 있다. 급속한 교외화로 인해 백인은 도시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도심은 슬럼화된다. 슬럼화를 막는다는 명분으로 진행된 재개발은 기존 거주자들에게 혹독했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도심재개발)은 도시 빈민들을 다시 외곽으로 밀어낸다. 어렵지 않게 뉴타운, 용산사태 같은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정치적 보수화에도 기여한다. 교외에서 도심으로 오랜 시간 차를 몰고 통근해야 하는 백인들에게, 보수적 독설로 가득찬 라디오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다. 극우독설가 러시 림보와 글렌 벡의 인기가 이를 증명한다. 저자는 그래서 처음에는 대중시장을 통한 민주주의 확장에 기여한 자동차가, 오늘날 민주주의에는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키고 있는게 아닌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가벼운 서술이어서 문화적 논쟁 못지 않게 자동차에 대한 소소한 지식도 재미있다. 가령 GM은 왜 창업자 이름을 본뜨지 않고 ‘일반적인 자동차 회사’(General Motors)라는 이름을 택했을까. 최초의 로드무비는? 고급승용차를 뜻하는 세단(Sedan)의 유래는? 히틀러의 아우토반 이전에 등장한 최초의 고속도로는? 1964년 영화 ‘제임스 본드 - 골든 핑거’에 등장해 최초의 간접광고(PPL)로 꼽히는 차는? 토요타가 내놓은 크라운, 코로나, 코롤라라는 자동차 이름의 공통점은? 책 속에 답이 있다. 1만 4000원.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독자의 소리] 욕하는 세상/인천시 연수구 연수1동 박유진

    나는 고3이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 창밖을 보았다. 도서관 옆에는 작은 산이 있다. 잎은 다 떨어졌지만, 그 나무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며 바람이라는 음악을 타는 듯하다. 불현듯 “야, 이 ×새끼야!” 라는 소리가 도서관에 울려 퍼졌다. 도서관 저 밖에서 누군가가 친구에게 장난을 치는 소리였다. 장난을 칠 때 ‘×새끼’라고 말하는 우리. 욕을 섞지 않으면 대화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하는 내 또래 친구들. 심한 욕을 하는 사이일수록 더 친하다는, 은하철도 999에서나 있을 법한 논리를 드는 친구들. 욕의 근원지는 어디일까? 머지않아 바른 언어생활을 준수해야 하는 규칙과 법들이 생기지나 않을까. 그 이전에, 너와 나의 양심이란 가장 훌륭한 법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입속에서 튀어나오는 욕들을 양심이 정한 규율대로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은 어떨까. 바른 언어 사용을 강요당하기 전에 너와 나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인천시 연수구 연수1동 박유진
  • 회장님 돌출 발언에 빛바랜 나눔행사

    회장님 돌출 발언에 빛바랜 나눔행사

    지난 27일 저녁 홈플러스가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나눔 캠페인 발표를 위해 마련한 기자간담회가 이 회사의 이승한 회장의 돌출 행동으로 빛이 바랬다. 홈플러스가 ‘세상을 바꾸는 따뜻한 경영운동’으로 명명한 사업의 요지는 200여개 협력사들과 매출액의 2%를 떼내 30억원을 마련해 백혈병 소아암 환자와 불우어린이 지원에 사용한다는 내용. 따라서 훈훈해야 할 간담회 분위기는 이승한 회장의 ‘작심 발언’으로 찬물을 맞은 듯 일순 냉랭해지고 나눔행사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홈플러스가 최근 편의점 업계 진출과 협력업체 인건비 전가 등으로 지탄을 받아온 터라 이 회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은 이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질문을 받은 이 회장은 예상 밖으로 수위가 높은 쓴소리를 쏟아내 관계자들이 식은땀을 흘려야 했다. 간담회 말미에 “사견”임을 강조했지만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이 유례없이 높아 미리 작심하고 나온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이 회장은 우선 골목상권과 재래시장을 보호하는 정부의 동반성장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깎아내렸다. 그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의무휴일 지정 및 영업시간과 출점 규제에 대해 “사회주의, 공산주의에도 없는 정책” “잘못된 정책으로 역사적인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더 나아가 한국경제를 수박에 비유했다. “겉은 파랗지만 안을 보면 빨간 수박처럼 되는 등 기업생태계가 사막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특히 “동쪽에서 시작한 정권이 서쪽으로 가는 등 동문서답식 정책을 펴고 있다.”며 현 정부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여야 할 것없이 경쟁적으로 대형유통업체 규제안을 내놓아 걱정스럽다면서 “이러다 나라 망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냐는 우려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정부 정책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처럼 노골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내는 것은 유통업계 전체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대형 유통업체가 싸잡아 욕을 먹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구두쇠 남편, 결혼 파탄 책임”

    한겨울에 난방조차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의 ‘자린고비’ 행동도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부장 박종택)는 남편 A(64)씨를 상대로 아내 B(58)씨가 제기한 이혼 및 위자료 소송에서 “둘은 이혼하고 남편이 아내에게 위자료로 3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결혼 초기인 1978년부터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며 일방적으로 아내에게 따를 것을 요구했다. 경제권도 독점했다. 겨울철엔 개별 난방을 통제할 만큼 인색하게 굴었다. 2010년 딸이 냉방에서 추위에 떨다가 전기포트로 물을 데워 족욕을 하는 것을 목격하고는 “추우면 나가서 뛰라.”고 혼내며 화분을 휘두르기도 했다. B씨에게는 ‘가스레인지를 30분 이상 켜지 마라.’며 건건이 강압적으로 굴었다. 또 수시로 물건을 던지면서 욕과 폭언, 폭력을 일삼았다. A씨는 오히려 ‘아내가 경제관념이 허술하고 불성실하다.’면서 “유책배우자라 이혼 청구가 기각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제권을 독점한 채 매우 인색하게 구는 등 동반자로서 아내를 인격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평등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가부장적인 행동이 이혼에 이른 사례는 갖가지다. 시댁에 가는 것만 강요한 남편은 이혼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는 판결도 있었다. 아내에게 결혼 초부터 ‘매일 시어머니에게 전화하기’, ‘주말마다 시댁 방문’, ‘명절 차례와 제사는 반드시 참석’할 것을 강요한 남편이 이혼 소송을 내자 법원은 기각했다. 재판부는 “시댁 행사를 소홀히 한 아내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지나치게 시댁만을 강조한 남편의 잘못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전업주부인 아내에게 툭하면 ‘잔소리 메모’를 남긴 남편도 이혼당했다. 결혼 7년 동안 남편이 음식·청소·빨래 등 살림살이 전반에 걸쳐 일일이 참견하자 아내가 소송을 낸 것이다. 자신의 수입·저축·지출 내역은 아내에게 전혀 알려주지 않는 반면 아내의 생활비 지출 내역은 일일이 확인했다. 법원은 “수시로 메모와 문자메시지로 지적을 해 아내를 늘 불안과 긴장 속에서 살게 했다.”며 남편에게 책임을 돌렸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원만한 가정생활을 위해서는 무조건 어느 한쪽만을 우선시할 게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풋풋한 작가들의 재기넘치는 단편들

    T나라에서 온 ‘나’는 P에서 말을 가르친다. P사람들은 꿈을 갖고 T로 떠나지만 매를 맞고, 또는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했다가 돌아온다. 눈 속에 파묻힌 피투성이인 ‘너’. 피가 멎고, 근육이 경직되고, 몸이 얼어간다. 젊은 작가 이은선(서울신문, 2010년 등단)의 ‘발치카 no. 9’는 독특하다. 한 사람의 ‘나’와 ‘너’가 9개 절을 거치며 시점을 뒤바꿔 이야기한다. P는 어디고, 무슨 일이 일어났나. 머리를 굴리다 보면 어느새 서늘함이 번진다. 배상민(신인문학상, 2009년 등단)의 ‘추운 날의 스쿠터’는 묘하게 닮은 반대 상황이다. 배달 오토바이를 훔쳐 잡혀 온 미국인 두 명은 경찰관에게 욕을 날리고, 경찰관이 오히려 울상이다. 이 상황을 지켜본 ‘나’, 피자 배달원이 통역을 시도했다. 사연인즉슨, 미국에서 피자 배달원으로 일하다가 ‘미국이라면 환장하는 한국’에 일자리를 찾아왔단다. 한·미 양국의 피자 배달원이 묘한 동질감을 느낄 때쯤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져 있다. ‘2012 젊은 소설’(문학나무 펴냄)에는 등단 3년차 이내의 작가들이 문학지에 소개한 작품들을 엄선한 단편 10편이 묶여 있다. 김엄지(문학과사회, 2010)의 ‘기도와 식도’, 박솔뫼(신인문학상, 2009)의 ‘그럼 무얼 부르지’, 백수린(경향신문, 2011)의 ‘밤의 수족관’, 손보미(동아일보, 2011)의 ‘그들에게 린디합을’, 임성순(세계문학상, 2010)의 ‘인류 낚시 통신’, 정용준(현대문학, 2009)의 ‘사랑해서 그랬습니다’, 천정완(창비신인소설상, 2011)의 ‘팽-부풀어 오르다’, 최민석(창비신인소설상, 2010)의 ‘부산말로는 할 수 없었던 이방인 부르스의 말로’ 등 경력으로는 아직 풋풋한 작가들의 재기가 녹아든 단편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시론] 저축은행 피해, 원칙 지킨 대안 찾아야/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시론] 저축은행 피해, 원칙 지킨 대안 찾아야/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이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가 됐다. 총선이 코앞에 닥친 상황이라 특별법 처리에 대한 정치인의 수사는 현란하고 애매하다. 찬반이 여야가 아닌 지역별로 갈린 것도 묘하고 정부와 금융노조 및 시민단체의 반대 합창도 낯설다. 국회 정무위는 욕을 먹으며 통과시켰으나 법사위는 시간을 끌며 주저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법사위가 논의할 사항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용섭 통합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처리를 반대하면서도 정부가 행정적 대안을 찾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저축은행 예금은 1인당 원리금 5000만원을 한도로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보호된다. 보호한도를 초과한 예금과 비보호대상 후순위채권이 문제다. 외환위기 이후 계속된 저축은행 파산에도 불구하고 보호한도 초과 예금으로 기어코 피해를 당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저축은행이 다른 금융회사보다 이자를 더 주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없을 것 같다. 후순위채권 손실도 어이없다. 예금보호도 없고 장기간 중도상환도 불가능해 극히 위험한 투자다. 수익률이 다른 금융상품의 갑절인 점도 고위험의 당위성을 내포한다. 후순위채권 공모는 한때 4대1의 청약률을 보일 만큼 과열됐다. 당초 청약금액의 4분의1만 배정받았던 투자자는 파산사태로 손해를 입었지만 청약 탈락분을 건져 오히려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전일저축은행 영업정지로 후순위채권이 휴지조각이 된 2009년 12월 이후에도 후순위채권 공모는 계속됐다. 후순위채권은 예금의 안전성을 가리는 자기자본비율 산정에서 부채가 아닌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예금보다 후순위로 상환하기 때문에 예금자로서는 신경 쓸 것이 없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건전성 보완 수단으로 후순위채권을 지나치게 활용한 것이 화근이다. 후순위채권은 만기 후에는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임시적 재원이며 이자부담도 높아 손익구조에 해독이다. 기껏해야 진통제 수준이며, 높은 이자부담 때문에 부작용이 심각한 최후 비상처방인 것이다. 높은 위험에도 불구하고 보호한도 초과 예금과 후순위채권 투자가 만연했던 파행에는 감독당국 책임도 있다. 자기자본 8% 이상이고 고정여신비율 8% 이하인 저축은행을 ‘88클럽’으로 분류해 지나친 신뢰를 부여한 것이 치명적 실수였다. 예금보호 제외에 따른 위험고지 문구를 포함시켰다고 발뺌하지만 ‘팔팔하다’는 상징적 암시를 포함시킨 오버액션이었다. 수도권과는 달리 부산지역에서 영업한 부산저축은행 계열의 후순위채권 매출에는 심각한 하자가 있었다. 창구직원이 소액예금자에게도 후순위채권으로 갈아탈 것을 권유했고, 심지어 예금통장에 후순위채권이라는 글씨를 써넣은 사례도 적발됐다. 위험을 제대로 인지할 능력이 없는 예금자가 창구직원 권유로 후순위채권으로 바꿨다면 불완전 판매로 판정할 여지가 크다. 이런 유형의 피해는 금융소비자 구제절차로 신속히 해결해야 한다. 공모방식으로 발행한 후순위채권 손실을 예금보험기금이나 정부예산으로 보전하는 것은 예금보호제도를 무력화시키는 독약이다. 이미 확정된 파산 손실 처리와의 형평성도 문제고 향후 유사사례에서 선례를 들고 나오면 거절할 명분도 없다. ‘위험과 수익의 상충관계’(risk-return trade-off)를 기본으로 하는 시장경제 질서 파괴도 감당할 수 없다. 피해자 구제는 원칙 훼손 없는 범위에서 사정을 개별적으로 살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부산지역 서민의 후순위채권 피해는 불완전 판매 여부를 판정해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 생계 곤란이 극심한 피해자를 위해서는 도의적 책임이 있는 금융감독 당국자와 금융계를 중심으로 모금활동을 전개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부실책임자 은닉재산과 불법대출로 빼돌린 자금 회수 노력을 강화해 청산배당을 늘려야 한다. 감독기관에서 최대 인원을 차출하고 임시예산을 투입해서라도 은닉재산과 불법대출을 철저히 회수함으로써 피해보상을 늘리는 것이 원칙에 부합하는 최선의 대안이다.
  • 어깨 부딪쳤다고 집단폭행… 교사에 욕설

    포항지역 중학교에서 교내 폭력을 일삼아 온 중학생 38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포항북부경찰서는 21일 포항시내 모 중학교에서 교내 폭력을 저질러 온 중학생 38명을 적발해 K군 등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21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중학교 1학년생 14명도 적발해 죄질이 불량한 3명은 소년부에 송치하고 나머지 11명은 선도 후 훈방했다. 이들은 지난 1월부터 후배들을 상대로 상습적으로 금품이나 휴대전화 등을 뺏는 등 모두 130여 차례에 걸쳐 225만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분식집에서 어깨가 부딪쳤다는 이유로 10여명이 한 학생을 집단 구타해 턱뼈가 부러지는 전치 3개월의 상처를 입히고 구타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기도 했다. 특히 2·3학년 불량학생 20여명은 교사가 훈계하면 교무실까지 따라가 “선생이면 다야?”라며 욕을 했는가 하면, 수업시간에도 의자를 집어던져 유리를 깼던 것으로 조사됐다. 포항 한찬규기자 cgh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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