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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포럼] 부끄러운 ‘인권 1등국’

    미 국무부는 지난 6월 ‘2002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인신매매 단속과 예방에서 한국을 캐나다,프랑스,독일,영국 등과 함께 최상위 등급인 1등급 국가군으로 분류했다.1년 전 한국이 인신매매의 발원지인 3등급 국가로 분류된 뒤 정부를 비롯,관련 NGO단체 등이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 적극 소명한 결과였다. 하지만 우리가 인권 1등국으로 올라섰다며 축제 무드에 젖어 있을 무렵 이땅에서는 여전히 노예매춘이 성행한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친구가 한국인 손님에게 맞아 멍이 들었다.친구는 울음을 터뜨렸고 우리도 따라 울었다.” “사장은 나보고 한국인 손님과 나갔다 오라고 했다.싫다고 하자 욕설을 퍼부었다.한국인들은 모두 섹스광이다.” 주한 필리핀대사관이 지난 16일 경기도 동두천의 미군부대 주변 유흥업소에서 2개월여 동안 감금당한 채 윤락을 강요당했던 필리핀 여성 11명을 도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면서 증거물로 제시한 17세 여성의 일기장 내용이다.우리나라가 1등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각종 단속법규 및 실적 등을 제시하며 부정했던 감금매춘이다. 연예기획사의 주선으로 연예흥행(E-6)비자를 받고 입국한 이들 필리핀 여성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미군과 한국인 손님들에게 술을 따르고 밤마다 따라나가는 일이었다.이들은 여권을 빼앗긴 채 돈도 받지 못하고 매춘만 강요당했다.지난 2000년과 2001년 군산에서 발생한 윤락가 화재사건 당시 희생된 윤락녀들이 남긴 일기장의 복사판이었다. 우리가 외국인 여성 노예매춘국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기 전에 ‘경고음’이 있었지만 누구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지난 5월 미국의 폭스TV가,8월에는 미국의 시사주간 타임지가 외국인 여성의 노예매춘 문제를 특집으로 다뤄 인권유린 실태를 고발했지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못사는 나라의 여성들을 데려와 먹여주고 입혀주고 이만큼 대접해주면 되지 않느냐.”는 유흥업주들의 사고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고 하겠다. 서울 이태원을 비롯,전국의 유흥업소에는 지난 7월 말 현재 러시아와 필리핀,우크라이나 등 1만여명의 외국인 여성들이 비슷한 조건에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이들은 논란이 되고 있는 E-6비자 외에 3개월짜리 관광비자로 입국했다가 불법체류자가 돼 유흥업소로 흘러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외국인 여성 강제매춘이 국제 문제로 비화되자 정부와 미군은 뒤늦게 대책을 마련한다고 법석이다.정부는 오늘 법무부 주관으로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갖고 E-6비자 발급요건 강화 및 외국인 여성 유흥업소 취업 제한 등을 논의한다.경찰은 여성단체 회원들과 미군 기지 주변의 유흥업소를 찾아 피해 신고요령 등을 담은 전단을 돌리고 있다.미군도 지난 10일부터 모든 주한미군들을 대상으로 “기지촌 주변 유흥업소에서 불법적인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미군은 한국이 1차적 재판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의 교육에 들어갔다.자정부터 새벽까지 유흥업소 출입금지 지침도 시달했다. 하지만 이같은 대책만으로 외국인 여성 강제매춘이 근절될 것으로 보는 견해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유럽연합(EU)은 지난 9월 노예매춘을 ‘테러’로 규정,노예매춘과의 전쟁을 선포했다.우리도 단편적인 대책보다는 감금·강제·노예매춘을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부터 조성해야 할 것이다.“매춘은 하수구와 같아서 하수구를 없애면 악취가 진동할 것”이라는 중세 성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매춘 옹호론은 폐기할 때가 됐다고 본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
  • [2002 길섶에서] 침묵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바다 속에서 나왔다.아프로디테는 달의 여신이기도 하다.달은 금실의 그물을 지상으로 내려 밤의 침묵을 잡아 올린다. 프랑스의 작가 베르코르는 ‘바다의 침묵’에서 나치의 군홧발에 짓밟히면서도 꺾이지 않는 프랑스의 혼을 침묵이라는 매개체로 그려냈다.죽음의 땅,러시아 전선으로 떠나야 하는 나치 장교의 독백보다는 그 독백을 묵묵히 견뎌내는 여주인공의 침묵에서 아련한 휴머니즘을 느끼게 된다. 침묵은 이처럼 사랑이 되기도 하고,백 마디의 말보다 더 진한 감동을 전하기도 한다. 대선 정국을 맞아 막말과 인신 비방,욕설 등 온갖 혼탁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한 마디라도 뒤지면 대선에서 패배하는 양 핏대를 세우고 있다.거기에는 사랑도,여유도,휴머니즘도 없다.‘넘어지면 밟아주고 맨홀에 빠지면 뚜껑 덮어주기’식의 살벌함만 있을 뿐이다.앞으로 대선까지 60여일.단 하루만이라도 대선 후보를 비롯한 모든 유권자들이 침묵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우득정 논설위원
  • “우리는 욕설없이도 의회 이끌어요”

    “우리는 욕설없이도 의회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자치구 의회 본회의장에서 ‘욕설없는 모의의회’를 선뵈고 있다. 14일 광진구의회 본회의장에서 성자·신양 초등학교 어린이 75명이 모의의회를 개최,열띤 토론을 벌였다.이들은 실제 구의회의 의사결정 과정과 똑같이 질문과 답변,찬반토론,안건처리 등을 거쳐 상정된 안건을 처리했다. 이날 상정된 안건은 ‘광진구 모범어린이 표창 조례안’으로 서로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끝에 합의점을 도출해 냈다. 박종석(12·신양초)어린이는 “어떤 과정으로 법(조례)이 제정되는 지 알게 됐다.”며 뿌듯해 했다. 본의장에서 이들의 회의과정을 지켜보던 관람객들은 “자신의 주장만을 내세우며 육설과 폭언으로 얼룩진 현재의 국회 모습과 사뭇 다르다.”며 “오히려 어른들이 의회 문화를 배워야 할 판”이라 입을 모았다. 모의의회는 앞으로 18일까지 동자·용마·광남·용곡·자양·동의·구의·경복초등 등 매일 2개 학교에서 40여명씩 참가,모두 500여명이 체험하게 된다.어린이들에게의회의 의사결정 과정을 알리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닦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허운회 광진구의회 의장은 “어린이들이 지방자치의 산실인 기초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는 데 모의의회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본회의장 스케치/ ‘막말 국회’서 ‘썰물 국회’로

    11일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 질문은 전날 ‘욕설’ 공방에 비해 다소 차분해졌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이 대선에만 한눈이 팔려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바람에 썰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사상문제’를 거론해 잠시 소란이 일었다.그러나 최근 사분오열돼 있는 당내 속사정을 반영하듯,민주당 의석에선 예전과 달리 거친 항의를 하지는 않았다. 김 의원은 “노 후보는 대한민국 후보인지,조선노동당 후보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그가 대통령이 되면 친북정부가 수립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철기(鄭哲基) 의원은 “용갑이가 육× 떨고 있네.”라고 극언을 퍼부었고,전갑길(全甲吉) 의원은 “아들 군대나 보내라.”고 비꼬았다.배기운(裵奇雲) 의원은 “에이,저질이다.”며 질의를 폄하했고,대부분 의원들은 “에이∼”라고 야유를 보냈다. ◆대선출마를 선언한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본회의장에 잠시 들렀을 때,질의 중이던 한나라당 최병국(崔炳國) 의원이 공교롭게도 정 의원과 정의원의 부친인 고(故) 정주영(鄭周永) 명예회장을 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최 의원은 “현대는 지난 92년 정주영 회장의 대선 출마시 500억원 이상의 기업자금을 빼돌린 전력이 있다.”며 “현대가 이번에 또다시 기업자금을 빼내 대선자금으로 쓴다면 국민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그러나 정 의원은 민주당 추미애(秋美愛) 의원 등과 대화를 나누며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이었다. ◆국무총리 임명 후 첫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한 김석수(金碩洙) 총리의 답변은 대체적으로 무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총리는 지난번 인사청문회 때와는 달리,의원들의 질문에 당황하지 않고 적절히 넘기는 등 다소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선 이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 반대’라는 한나라당측 주장과 관련,“남과 북이 이미 약속한 김 위원장 답방은 조기에 성사돼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그러나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진 않을 것”이라고 분명히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 아시안게임/ 스포츠정신 흐린 꼴불견들 “이기면 자기 실력 지면 편파판정탓”

    어느 종목에도 매너 없는 경기 운영으로 경기장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리는 ‘미꾸라지’ 한 둘씩은 있기 마련.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어도 이런 선수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첫번째 기피 대상은 ‘이기면 내 실력,지면 네 탓’형.불리한 심판의 판정에 무조건 딴죽을 거는 식이다.지난 1일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에서 한국의 이승원과 대결을 벌인 중국의 왕징지가 대표적이다.그는 분명히 자신이 실점했음에도 이승원의 점수가 올라갈 때마다 중국응원단을 쳐다보며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한술 더 떠 아예 경기장을 떠나버리는 경우도 있다. 인도네시아 배드민턴팀은 지난 9일 한국과의 남자단체전 결승전에서 선심 판정에 불만을 품고 행패를 부렸다.이들은 선심의 안경을 벗기는 것도 모자라 결국 선수단을 모두 철수시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보였다. 경기 결과나 판정이 마음에 안 들면 주먹부터 휘두르는 ‘조폭형’도 있다. 지난 10일 남자농구 순위결정전에 출전한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 선수들은 공이 아닌 주먹으로 승부를 가렸다.지고 있던 아랍에미리트의 한 선수가 공으로 카타르 선수의 하복부를 맞힌 것이 발단.선수들의 싸움을 말려야 할 코치진과 벤치 멤버들이 ‘이단옆차기’로 가세,농구 코트가 ‘집단 킥복싱 경기장’으로 변했다.그런가 하면 중국 배드민턴팀의 리용보 감독은 지난 8일 한국과의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수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욕설을 퍼부으며 선심의 머리를 내려쳤다.리 감독은 국제배드민턴연맹과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경기위원회로부터 출전금지처분을 받았다. 심판의 눈을 속이며 교묘히 주먹을 날리는 것은 고전적인 수법.지난 10일 태권도 여자 47㎏급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 첸신심은 경기가 끝나자마자 흐느끼고 말았다.금메달의 감격 때문이 아니라 상대인 베트남의 응엔 티후예가 경기 종료 직전 날린 주먹에 코를 강타당했기 때문.패배를 ‘강펀치’로 보복한 셈이다. 부산 이두걸기자 douzirl@
  • 국회 대정부질문 스케치/ 낯뜨거운 막말공방

    10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은 연말 대선을 겨냥한 각당의 폭로전으로 전락하면서 의원들간 거친 욕설과 인신공격 발언으로 가득찼다.반면 이날 본회의장을 끝까지 지킨 의원들은 모두 40여명에 불과했다. ○끝간데 없는 욕설 공방 양당 의원들은 상대당 의원의 비난과 의혹 제기가 있을 때마다 육두문자(肉頭文字)를 섞어가며 질의를 방해,회의가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민주당 전갑길(全甲吉) 의원의 질의 도중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폭언이 빗발쳤다.안상수(安商守) 의원은 “미친× 아니야.”,백승홍(白承弘) 의원은 “너 또라이 아니냐.”라고 욕설을 퍼부었다.안영근(安泳根) 의원은 “야 그만해,씨×”이라고 가세했다.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전 의원에게 “정신병자 아니냐.”라고,민주당 송석찬(宋錫贊) 의원에게는 “에이,능지처참할 놈”이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았다.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의원의 질의 때에도 민주당 의원들의 막말은 줄을 이었다.배기운(裵奇雲) 의원은 “거기서 자폭하시오.”,윤철상(尹鐵相) 의원은 “언제부터 최규선 계보가됐어.”라고 야유를 보냈다.정균환(鄭均桓)총무는 “삼류소설가 같구먼.”이라고 꼬집었다.이에 대해 이재오 의원은 “여당이 망가지더라도 곱게 망가져야지.”라고 맞대응했다. 오후 보충질의에서도 폭언공방은 수그러들지 않았다.이재오 의원이 병풍(兵風)과 관련,김대업씨를 비난하자,한나라당측에선 “모두 사형시켜야 돼.김대업이….”라고 극언이 흘러나왔다.전갑길 의원의 질의 도중 백승홍 의원이 “그만두라.”고 하자,“백승홍씨,당신 그렇게 말할 수 있어.”라고 받아쳤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반박 대정부질문이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에 교대로 진행되자,각당 질의자들은 바로 전 상대 당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민주당 전갑길 의원은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이 ‘노벨평화상 로비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도 로비해서 노벨상 한번타 봐라.”라고 비꼬았다. 한나라당 엄호성(嚴虎聲) 의원은 전갑길 의원의 ‘기양건설 공적자금의 한나라당 유입설’에 대해 “로비를 하려면 민주당이나 청와대에 하지,왜한나라당에 하겠는가.”고 반박했다.이에 송석찬 의원은 “기양건설 로비는 97년에 이뤄진 것이고,공적자금은 은행계좌로 들어가서 반론할 가치도 없다.”고 대꾸했다. 홍원상기자 wshong@
  • [대∼한민국 24시] 인천 국제 골프장/ 쫓기듯 달려온 일주일 ‘굿샷’에 훌훌

    국내 골프장 부족으로 인해 해외 골프 관광이 급증,관광수지를 악화시키는 주요인이 되고 있다.골프 수요 충족과 한계농지 활용을 위해 골프장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가 하면 환경 오염 방지를 위해 규제를 풀어서는 안된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이런 무거운 논쟁에 아랑곳없이 골퍼들은 오늘도 치열한 ‘부킹 경쟁’을 뚫고 그린으로 향한다. ◆ 6일 오전 5시40분 인천시 서구 경서동 인천국제골프장 아직 날이 채 밝지 않았지만 푸른 잔디에 대한 목마름으로 일주일간 기다려온 골퍼들에게는 이른 시간이 아니다.일요일 오전 6시18분 첫 티오프 시간에 맞추기 위해 허겁지겁 달려온 이들은 클럽을 빼들고 워밍업으로 몸을 풀기에 바쁘다.이어 캐디의 OK 사인.힘찬 드라이브로 장장 4∼5시간에 걸친 잔디와의 한판승부는 시작된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이날 경기는 6시 후반부에 티오프가 예정된 팀이 정해진 시간에 도착하지 않아 차질이 빚어졌다.경기진행요원은 할 수 없이 미리 도착해 있던 다음 팀을 출발시키고 예정된 팀이 4분 늦게 도착하자 다음 팀 시간을 주는 요령을 발휘했다. 시간관념을 생명처럼 중시하는 골프.정해진 티오프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골퍼 자격을 의심받는다.시간을 못지키면 그 시간을 얻지 못해 발을 구르던 다른 골퍼들의 기회를 앗아간다.또 다음 팀 플레이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골프장측이 극도로 싫어한다.5분 이내로 늦은 경우에는 인정상 받아들이지만 그 이상 늦을 때는 스스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 매너다.라운딩 약속은 본인 사망외에는 변명이 안 통한다. ◆ 10시30분 6번 홀 두 부부가 각각 팀을 이뤄 다정히 골프를 즐긴다.부인이 어프로치를 하려하자 남편이 옆에서 자세를 잡아주며 각도까지 세심히 일러준다.그러나 볼은 코스를 벗어나 10여m 앞 우측 숲으로 들어갔다.얼굴이 일그러진 남편이 “그렇게 가르쳤는데 그것도 못하냐.”며 핀잔을 준다. 아내는 얼굴을 붉히며 ”옆에서 잔소리하니까 더 안맞는다.”고 오히려 짜증이다.부부동반 골프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이래서 운전과 골프는 절대 남편에게 배워서는 안된다. 골프장에서숲은 매너가 나쁜 골퍼들이 각종 ‘공작’을 꾸미는 공간으로 악용되기도 한다.숲으로 날아간 공의 위치를 상대의 눈을 피해 슬쩍 바꾸거나 숨겨온 다른 공을 내려놓는 이른바 ‘알까기’는 대표적인 비신사 행위.수년 전 도박 혐의로 구속된 모 기업 회장은 알까기의 명수로 알려져 망신을 샀었다. 숲으로 들어간 공을 부인이 간신히 찾아 그린쪽으로 쳐낸 뒤 이동하는 순간 일행 가운데 한 사람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골퍼가 전화를 받으며 천천히 걷자 순간 캐디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해당 홀 경기를 빨리 진행시켜 다음 홀로 이동해야 하는 캐디에게는 전화를 받으며 볼이 있는 지점까지 여유있게 걷는 골퍼가 눈엣가시인 셈.경기중 휴대전화 문제가 불거지자 어느 골프동호회는 휴대전화 벨이 울릴 때마다 1점씩 벌타를 주는 묘안까지 내놓았다. ◆ 11시40분 그늘집 골프의 반환점에 해당되는 9홀 뒤 언덕에 있는 그늘집.골퍼들이 라운딩의 열기를 식히거나 시장기를 달래는 곳이다.이날 이곳에는 3팀이 간식을 먹으면서 전반전에 대한 중간 평가를 했다.사업등 일 얘기도 더러 있지만 지난 라운딩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 게 대화의 주류다. 한 골퍼가 “7번 홀에서 버디 찬스였는데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가서….”라며 아쉬워하자 다른 골퍼는 “버디는 아무나 하나.”라고 빈정댄다.어떤이는 9번 홀에서 기록한 250m의 롱드라이브가 자랑스러운 듯 자꾸 되새기며 어깨를 들먹거린다.전반전 성적이 부진한 골퍼들은 “어제 술을 많이 먹어서….”“한동안 연습을 못해서….” 등의 변명을 늘어놓지만 상대는 인정해주는 표정이 아니다. 식사를 대충 마친 골퍼들은 나가면서도 손을 허공에 휘두르며 스윙 자세를 취한다. ◆ 이곳은 ‘전쟁중’ 골프 예약(부킹)이 전쟁을 방불할 정도로 치열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오죽하면 부킹하기가 복권 당첨만큼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올 까.이는 수도권 골프장 대부분에 해당되지만 특히 이 골프장은 상상을 초월한다.인천에서 유일한 정규 골프장인 데다 서울 등지에서 가까워 골퍼들의 선호도가 무척 높은 곳이다. 경기도 일대 골프장은 설사 주말 부킹이 되더라도 교통체증 탓에 길에서 허비하는 시간이 골프치는 시간보다 많기 일쑤다.하지만 이곳은 서울 서부권에서 불과 30분 거리다.특히 명절 연휴나 성수기인 5∼6월과 9∼11월 주말에 예약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웃지 못할 갖가지 일들이 벌어진다.주말 경기를 예약하는 날(2주 전 화요일) 골프장에 전화를 걸면 대개 ‘통화중’이다.하루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야 할 판이다.설사 담당자와 통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대개 “예약이 끝났다.”는 매정한 말뿐이다.골프장에서 하루에 소화할 수 있는 인원은 겨울에는 40여팀,해가 긴 여름에도 90팀(팀당 평균 3.5명)에 불과하다.이에 견줘 골프인구가 인천에만 10만여명인 점을 미뤄보면 짐작이 간다. 사정이 급한 사람은 직접 골프장을 방문,담당 부장이나 과장에게 하소연하려 하지만 쉽지 않다.이들이 민원(?)을 피해 현장점검 등을 핑계로 필드에 나가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예약 취소나 끼워넣기를 기대하고 무작정 골프장을 찾아와 대기하는 ‘웨이팅조’도 하루 5∼6팀.주중 예약은 주말에 비해 덜 어렵지만 때와 장소를 안가리는 골프광과 여성 골퍼들이 늘면서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170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도 불만이 많다.회원이라도 부킹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한 회원은 “주말에는 골프 치기가 너무 힘들다.큰 돈을 들여 회원권을 산 이유를 모르겠다.”고 투덜댄다.골프장측은 이같은 원성을 해소하기 위해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을 ‘회원의 날’로 지정,운영하고 있다. 경찰·검찰·세무서·국정원 등 이른바 힘깨나 쓴다는 기관도 이곳에서는 ‘별볼 일’없다.다른 골프장에서는 ‘잘 나갈지’ 몰라도 이곳에서는 그다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어차피 공급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국제골프장의 명성은 더욱 올라만 간다.서슬이 퍼런 모 기관 비서실의 청탁마저 들어주지 않아 한 때 ‘손볼 대상 0순위’에 꼽히기도 했다. 골프장 관계자는 “회원도 기관 간부들도 무시할 수 없기에 주말 경기 일정을 짜려면 강심제부터 먹어야 한다.”고 토로한다. ◆ 군상들의 집합소 골프가 상류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것은 옛 얘기.최근 대중 스포츠로 자리를 잡으면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골프장을 드나든다.전통적인 고객인 정치인·사업가는 물론 회사원·자영업자·공무원·프리랜서 등등….골프를 전공으로 정한 학생들의 발걸음도 적지 않다.‘골프는 남성용’ 이라는 개념이 깨진지도 오래다.평범한 주부는 물론 유한마담 등이 화려한 패션으로 그린을 누벼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른다. 캐디들의 ‘기피대상 1호’는 연습장에서 곧바로 탈출(?),필드에 뛰어든 왕초보.이들은 의욕과는 달리 엉뚱한 곳으로 볼을 쳐대는 것이 다반사.대기내 시간을 지연시켜 홀당 7∼8분으로 제한된 게임을 엉망으로 만들 뿐이다.게다가 뒤따라오던 팀도 맥이 풀리게 한다. 최근에는 경기도 일대 골프장에 ‘조직폭력배’들이 드나들어 분위기를 망치고 있다.이들은 부킹 담당자를 위협해 주말 예약을 얻어내거나 경기가 안풀리면 욕설을 내뱉는 등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골프장측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캐디들이 싫어하는 또다른 ‘인종’은 걸어가면서 슬쩍 손을 만지거나 어깨를 쓰다듬는 부류.새로 나온 음담패설을 자랑스러운 듯이 떠벌리거나 노골적으로 캐디의 몸매를 쳐다보는 ‘엽기적인’사내들도 있다. 내기골프는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필드에서 여전히 성행하는 공공연한 비밀.내기에 중독된 골퍼들은 한타당 1만∼2만원,많게는 십만원씩 걸고 내기를 즐긴다.그러나 골프장측이 내기골프를 적발하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것이 실상.이들은 국내에서도 모자라 해외에서도 내기골프로 현지인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한다. 지난 여름 수해 때 국민의 아픔을 나몰라라 한 채 골프를 즐긴 일부 지도층들이 있다.사회에 대한 매너를 지키지 못한 경우다.국가적 우환이 있을 때마다 반복되는 문제지만 골프의 중독성 때문인지 정신적 질환 때문인지 골프를 모르는 국민들은 궁금하기만 하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
  • 18일 개봉 ‘아이 엠 샘’ - 지능장애 아빠·영악한 딸, 가슴 따뜻한 ‘사랑 지키기’

    숀 펜이 주연한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18일 개봉)은 이런 취향의 관객에게 안성맞춤이다.#보고 있으면 조금씩 체온이 올라가는 미담을 좋아하고 #자연광선이 넘실대는 따사로운 화면과 오래된 음악 #낯 뜨거운 욕설이나 정사장면이 없어 아이와 함께 봐도 마음 편한 영화.‘아이 엠 샘’은 지능장애인 아빠와 어린 딸의 ‘사랑 지키기’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힐 할리우드산 휴먼드라마다. 귀 밝은 관객이라면 제목이 낯설지 않을 듯.올 봄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숀펜을 남우주연상 후보로 띄워올렸다.영화를 보면 그의 연기에 할리우드 통신들이 극찬한 게 괜한 호들갑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다. 손톱을 바짝 자른 한 남자의 손놀림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관객을 맞는다.테이블 위의 설탕봉지들을 착착 크기 순으로 정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손의 주인공은 결벽증 환자 같기도 하다.지능이 낮은 데다 말까지 더듬어 커피전문점의 허드렛일을 면치 못하는 샘 도슨(펜).그에게 딸이 태어난다. 생모가 도망간 뒤 핏덩이 딸의 양육을 떠맡아 허둥대지만 그는 행복하다.그런데 7세가 된 딸 루시(다코타 패닝)가 학교에 들어가면서 부녀의 사랑은 시련을 맞는다.아빠의 지능수준에 맞추고 싶은 루시는 애써 지적 성장을 억제하고,사회복지기관은 그런 루시를 강제로 양부모에게 맡긴다.영화는 가진 것 하나 없는 남자가 천신만고 끝에 변호사를 물색해 뺏긴 딸을 되찾는 과정에 초점을 모았다.법정드라마로 틀거리를 바꾼 중반 이후 펜의 파트너가 되는 주인공은 미셸 파이퍼.얼떨결에 무료변론을 맡아 진심으로 도슨의 아픔을 이해해 가는 변호사 리타 역이다. 펜의 실감나는 지능장애 연기는 드라마에 감동의 골을 깊숙이 파놓는다.‘레인 맨’의 더스틴 호프만이 숫자감각에 특출했듯,펜이 특별한 순간을 기억하거나 의미 부여를 하게 되는 동기는 비틀스의 노래다.딸의 이름까지 비틀스의 곡(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에서 따왔다.덕분에,영화 전편에 비틀스의 명곡이 넘쳐난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장면이 곳곳에 설정돼 있다.지능장애 아빠의 딸은 똑부러지다 못해 영악하다.세상의 편견에 유난히 일찍 철든 모습이 관객의 콧잔등을 더 짠하게 건드린다.“딴 아빠들이랑 다른 아빠는 주님의 뜻이야?” 루시가 눈망울을 굴리며 묻는다.그러면 세상의 죄를 한몸에 뒤집어쓴 듯 풀죽은 도슨이 떠듬떠듬 대답한다.“미·안·해.” 최루성 가족드라마를 지나치게 의식한 흔적이 아쉽다.리타가 도슨 부녀의 변론을 맡는 과정,양모가 루시의 엄마가 돼 주겠다며 도슨에게 루시를 되돌려 보내는 급반전 등은 설득력이 많이 모자란다.감독은 ‘코리나 코리나’의 제시 넬슨.상영시간이 좀 길다.2시간12분. 황수정기자 sjh@
  • 北 일본인 납치 시인 ‘불똥’ 총련학생들 피해 291건

    (도쿄 교도 연합) 김정일(金正日)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17일 열린 북·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사실을 인정한 이후 친(親)북한계 학교 및 학생들이 협박 또는 괴롭힘을 당한 건수가 29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교육국은 25일 북·일 정상회담이 개최된 이후 총련계 학교와 학생들이 입은 피해상황이 폭행미수 9건,욕설 12건 외에 협박 또는 장난전화로 불안감을 느낀 경우도 160건에 이른다고 밝혔다. 총련이 밝힌 사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사카(大阪)에서는 고교생으로 보이는 3명의 일본인 소년이 총련계 여중생 1명을 발로 차고 욕을 하는 사건이 있었으며,이틀 뒤인 20일에는 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가던 총련계 여학생을 밀쳐 넘어뜨리는 사건이 오사카에서 또다시 발생했다. 이번 결과는 협박성 전화를 받거나 극도로 악의적인 내용이 담긴 e메일을 받은 뒤 총련 교육국에 조언을 구해온 학교들만을 집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실제 피해건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총련측은 밝혔다.
  • 막말 국감장 ‘감사’가 없다

    올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지난 16일 국감이 시작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미 정책·예산 감사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대선을 의식해 국감을 선거장으로 활용하는가 하면,사소한 문제가 감정싸움으로 번져 고성이 오가는 등 추태도 여전했다. ◇혹시?역시!-현 정부의 마지막 국감인데다 아파트 가격 급등에 따른 부동산 대책과 대중(對中) 마늘협상,칠레 자유무역협정(FT A),공적자금 국정조사등 민생문제와 직결된 사안이 적지 않아 어느때보다 관심이 많았다.때문에 각 당은 철저한 국감을 다짐했었다.그러나 ‘혹시나’하는 국민들의 기대는 시작부터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갈등은 증인 채택에서 비롯됐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 권력형 부정부패와 병풍 수사를 비롯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9대 의혹’등 민감한 사안이 많아 초반부터 과열될 수밖에 없었다. 산업자원위에서는 ‘타이거풀스’ 관련 증인 채택을 놓고 논란 끝에 정회하는 등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다.정보위는 한나라당 홍준표(洪準杓) 의원의 위원직 사퇴 논란으로 국감 일정조차 합의하지 못했다.재경위는 공적자금,부동산대책,대생 매각,금리 인상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선거장으로 전락한 국감장-의원들은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의식해 정치공방에만 몰두했다.겉으로는 ‘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국감 질문의 대부분은 상대 당을 깎아내리는데 할애했다. 한나라당은 김 대통령을,민주당은 이회창 후보를 겨냥했다.당지도부는 아예 공식석상에서 소속 의원들에게 상대 당에 대한 파상공세를 펼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국방위와 정무위,재경위,문화관광위 등 쟁점 상임위에서는 대통령 주변 비리의혹 및 이 후보의 두 아들 병역 면제 의혹과 관련한 검찰수사,공적자금 등을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지루한 공방이 이어졌다. 특히 헌법재판소와 산업자원부에 대한 법사위와 산자위 국감에선 현안과 동떨어진 병풍수사,대북정책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이처럼 의원들은 정쟁에만 온 힘을 쏟으면서 민생 현안에 대해서는 서면질의로 대체하기 일쑤다. ◇‘막말’ 난무-한나라당과 민주당의 팽팽한 힘겨루기는 결국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막말 국감장’으로 전락시켰다.지난 17일의 병무청 국감에서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의원과 민주당 천용택(千容宅) 의원이 이 후보 두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인간 말종’,‘이 XX’등의 원색적인 표현을 주고받으며 육탄전 일보 직전의 난장판을 연출했다. 김재천기자 patrick@
  • 서경원씨 폭행 미군 조사 美 “시위대가 먼저 폭행”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범국민대책위원회 상임고문인 서경원(徐敬元·65) 전 국회의원과 주한미군 사이의 폭행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 청량리경찰서는 15일 M(22) 이병 등 관련 미군 3명이 자진 출두함에 따라 구체적인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이들은 14일 오후 6시쯤 서울지하철 1호선 신설동역 부근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대학생 30여명과 함께 여중생 사망사건의 추모문화제 행사를 알리는 유인물을 나눠주던 서 전 의원과 시비가 붙자 서 전 의원의 얼굴을 때려 코뼈를 부러뜨리는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혔다. 이에 격분한 일부 학생들은 M 이병을 추모문화제가 열린 경희대 안으로 데려갔다가 오후 8시쯤 경찰에 넘겼다. 경찰은 “서 전 의원이 ‘욕설을 퍼붓는 한 미군의 얼굴을 먼저 밀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경찰은 미군들을 밤샘조사한 뒤 이날 오전 귀가시키면서 오후 4시까지 다시 출두할 것을 요구했다.그러나 이들은 오후 7시20분쯤에야 출두했다. 이와 관련,미 8군사령부 스티브 보이란(40) 공보실장은 “미군 장병이 시위대가 배포하던 전단을 사양하자 시위대측에서 먼저 폭행했음에도 경찰이 미군 병사들을 폭행 혐의로 조사한 것에 대해 한국 정부와 경찰에 항의했다.”고 밝혔다. 박지연기자 anne02@
  • 새영화/ 보스상륙작전 - 여성비하 곳곳에… 황당한 코믹액션

    남자들이 갖는 권력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트콤식 유머를 덧입힌 ‘보스상륙작전’이 6일 개봉한다.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세친구’의 김성덕 PD가 연출한 첫 영화.“너네 검사 끼고 술마셔 봤어?”라는 자극적인 광고문구에서 알 수 있듯 권력을 ‘끼고’술마시고 싶어하는 묘한 남성심리를 아이디어로 삼았다. 줄거리는 간단하다.정치권에 검은 돈을 대는 조직폭력배 무궁화파를 검거하려고 검찰은 강남에 룸살롱 ‘보스’를 차린다.무궁화파 부두목 독사(김보성)가 좋아하는 ‘나가요’최리(이지현)를 영입해,독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것.국민 세금 무서운 줄 모르고 요란하게 차린 룸살롱은 강남 최고의 명소로 떠오른다. 영화는 저질스러운 욕설,룸살롱의 환락문화,황당한 설정,코믹한 액션을 버무렸다.생각없이 보면 재미있을 수 있는 이 영화는 그러나 곳곳에서 드러나는 여성비하 때문에 불쾌감을 준다. 검사들이 멋드러지게 양복을 빼 입고 룸살롱 곳곳의 감시카메라를 지켜보는 동안 10명쯤의 여성경찰관들이 ‘조폭’들 하듯이 뒤에 도열해 있다.또 ‘나가요’로 투입되는 여자가 모두 경찰이기도 하다. 이들은 조직폭력배와 동침하기를 강요당하기도 한다.유일한 여성 검사로 룸살롱을 감시하는 역할을 맡은 장미(이윤성)는 사사로운 감정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로 표현된다. 그냥 웃으려고 만든 코미디라고 한수 접어둔다고 해도 이처럼 쏟아지는 여성비하를 감당할 여성 관객은 찾기 어려울 듯. 그래도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고 한다면,아마 그것이 바로 당신이 여성에게 인기 없는 이유일지 모른다. 이송하기자 songha@
  • 수해복구 ‘출장’ 조용한 여의도

    지난 59년 태풍 ‘사라’이래 가장 큰 피해를 끼쳤다는 태풍 ‘루사’와 이에 따른 수해가 정치권의 죽기살기식 싸움을 말렸다. 정치권은 3일 그간 쏟아내던 욕설·비방과 중상을 그쳤다.대신 물과 수건,먹을 것과 옷가지들을 챙겨 수해 현장으로 갔다.연말 대선까지 한치 양보없이 펼쳐질 것 같던 무한 정쟁이 수재민들의 극한고통 앞에 잠시 주춤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를 열어 당분간 거당적인 수재민돕기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4일 예정된 의원연찬회는 무기한 연기했다.당소속 자치단체장들에게는 인근 수해지역 지원을 지시했다.아울러 최고위원들과 중진의원들로 8개 팀을 꾸려 김천,영동,김해,합천,제주,전·남북 등에 파견했다. 여성위원회는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부인인 한인옥(韓仁玉)씨 등 의원부인들로 구성된 봉사단도 현지에 보내기로 했다.이규택(李揆澤) 총무는 “수해지역 지자체 등에 대해 이번 국감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민주당측과 협의하겠다.”고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럴 때일수록 행정을 총괄적으로 들여다보는 총리가 필요하다.”며 총리대행의 조속한 임명을 거듭 촉구하는 등 민주당과 정부에 대한 ‘견제’는 잊지 않았다. 민주당도 당사에서 재해봉사활동 선포식을 갖고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2개조로 나눈 당직자 100여명을 이끌고 재해지역으로 향했다.이날은 병풍 공세도 없었다.노 후보와 한 대표는 충북 영동과경북 김천,강원 정선 등에서 삽을 들고 수레를 끌었다. 대선행보에 박차를 가하던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도 이날 1박2일 일정으로 동해안을 찾았다.“태풍에 할퀸 국토를 직접 보기 위해”,승합차를 타고 갔다고 한다. 정치인들의 이같은 일은 당연한 것이지만,나름의 용기가 필요했던 듯하다.민주당 노무현후보는 “우리가 (수재민들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을 줄 수있을지,위로를 줄지 걱정이 된다.”고 했다.“그러나 책상위에서 생각하는 것과 현장에 직접 가보는 것은 확연히 다르다.”며 지방행이 ‘현장 우선주의’에 따른 행동임을 강조했다. 민주당 한화갑 대표는 “큰 도움은 안 되더라도 수재민들이 외롭지 않다고 느끼도록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권이 진정 그런 노력을 다할지,그래서 수재민들이 외로움을 느끼지 않게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천 김경운·이지운기자 kkwoon@
  • [인터넷 스코프] 사이버 공간의 성차별

    남의 명예에 손상을 입히는 일-. 국어사전에서 풀이하고 있는 명예훼손의 뜻이다.그렇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은 인터넷이나 PC통신 등 사이버 공간에서 남의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다른 사람을 비방하거나 허위사실을 퍼뜨려 당사자의 명예를 크게 손상시키는 경우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다.명예훼손의 대상도 개인뿐만 아니라 정치인과 연예인에서부터 국가기관,공공단체,기업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검찰 발표를 보면 2000년에 97명에 지나지 않았던 사이버 명예훼손 사범이지난해 213명으로 늘었고,올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의 두배가 넘는 509명을 기록하고 있다.이는 지난해 상반기 83명에 비하면 무려 6배이상 늘어난 수치이다. 당국은 이미 지난해 7월부터 관련법을 개정해 인터넷을 통한 명예훼손 행위에 대해 가중처벌하고 있는데도 이같은 일이 오히려 기승을 부리고 있어 안타깝다.검찰은 올 연말까지 특별단속을 벌일 방침이라고 하지만 얼마만큼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이버 명예훼손의 사례를 보면 자신을 만나주지 않거나 사귀다가 헤어진 애인의 실명으로 “섹스 파트너를 구한다.”는 등의 내용과 함께 전화번호와 e메일주소를 게시판에 올리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음란 채팅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인적사항을 도용당한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명예가 훼손됨은 물론이다. 이밖에 자신이 싫어하는 연예인,반대당의 정치인 등에 대해 악의적인 소문을 인터넷 게시판에 퍼뜨리는 경우도 많다.민원과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담당공무원을 모함하는 내용도 게시판에 자주 오른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누구나 자기 주장을 강하게 표현하게 된다.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성적인 사람이라도 과격한 표현으로 욕설 또는 비방을 하거나 음담패설을 늘어놓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90년대 중반부터 인터넷 이용이 일반화되면서 앨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 같은 미래학자들은 물론 컴퓨터의 황제 빌 게이츠까지도 인터넷이 우리 인류의 장래를 훨씬 행복하게 해 줄것이라고 주장해 왔다.초기만 해도 그렇게 될 듯이 여겨지기도 했다. 특히 페미니스트들은 익명성과 비대면성,그리고 표현의 자유라는 인터넷의특성 때문에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는 현실세계의 억압구조가 해체되면서 남녀가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었다.그러나 이들의예측은 빗나가고 있다. 남성들은 사이버 공간에서도 공격적인 성향을 띤 채 여성들에게 군림하려하고 있다.상대방이 여성인 줄 알게 되면 갑자기 남성으로서의 우월감을 갖고 대한다.힘의 논리나 성차별 구조가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수가 6억명에 이를 만큼 모든 길이 인터넷으로 통하는 인터넷 시대이다.그런 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터넷문화를 건전하게 가꾸어야 할 의무가 있다.그중에서 가장 시급한 것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명예훼손 행위를 근절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은 자신의 생각을 함부로 표현함으로써 남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방종의 공간이 돼서는 안 된다.자신이 한 말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책임의 공간이 돼야 한다.그렇게 되지 않고서는 인터넷 시대의 미래가 결코 밝아질 수 없다. 이재일 월간 인터넷라이프 편집인
  • 민주 최고회의 정회소동/ 고성·욕설… 不和 소용돌이

    민주당이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의를 표명한 김원길(金元吉) 신당창당기획위원장의 거취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일부 참석자들간에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소동이 빚어졌다.소동중에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정회를 선포하고 회의장을 나가기도 했다. 이날 소동이 우발적이긴 했지만 바람잘 날 없는 민주당의 현주소를 잘 드러내준 상징성도 있다는 지적이다.신당논의 과정에서 잠복했던 당내 친노(親盧)·중도 진영간의 뿌리깊은 상호불신감이 표출된 것이라는 시각이다. 소동은 회의 막판 한 대표가 김원길 의원 문제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와 상의,15일까지 해결 할테니 위임해달라는 뜻을 밝힌 게 발단이 됐다고 한다. 먼저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오늘까지 정리해야 한다.이것 때문에 국민에게 창당이 안되는 것처럼 비쳐진다.”고 이의를 제기했고,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도 한 대표에게 “신당추진 기구의 명칭을 명확히 설명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추미애(秋美愛) 최고위원이 “그제 회의에서 다 얘기된 것”이라고 끼어들자,박 위원이“왜 발언 도중에 끼어드느냐.”고 따졌다.추 위원은 “선배님 품위를 지키십시오.선배님들이 자꾸 결정하면 뒤집고 하니까 그렇지요.”라고 쏘아붙인 뒤 곧바로 일어서서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한 대표도 참을 수 없다는 듯 “왜들 이러십니까.”라며 정회를 선포하고 대표실로 가버렸다. 정회상태에서 정 총무가 정동채(鄭東采) 후보비서실장에게 “후보가 세세한 인사문제에 개입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하자,임채정(林采正)정책위의장이 “노 후보가 아니고 한 대표가 임명한 것으로 정리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감정이 격해진 정 총무와 임 의장은 상스러운 욕설도 주고받으며 몸싸움 직전까지 갔으나 주변의 만류로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혔다. 이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정 총무는 긴급기자간담회를 통해 “휴식시간에 생긴 사소한 말다툼이지 분란 표출은 아니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이춘규기자
  • 깡으로 뭉친 ‘왕마담’ 황신혜 “조폭 무릎 꿇어”,23일개봉 ‘패밀리’

    코믹액션 ‘패밀리’(제작 배우마을·23일 개봉)의 최대 감상포인트.한국의 대표 미인 황신혜는 얼마나 망가지고,TV시트콤에서 개그맨 뺨치게 웃겨온 윤다훈은 또 얼마나 배꼽을 잡게 만들까. ‘패밀리’는 코미디 방송작가 최진원씨의 감독 데뷔작이다.영화는 ‘언밸런스’한 남녀 주인공을 한 드라마에 엮었다는 대목을 제작기간 내내 힘주어 홍보해왔다.실제로 주인공들의 강렬한 캐릭터는 영화의 주요 승부수로 꼽힐 만하다. 황신혜는 섹시하기로 소문난 인천 제일의 ‘왕마담’.힘깨나 쓴다는 지역인사들이 들락거리는 룸살롱 ‘패밀리아’의 마담이자 인천 토착의 조직폭력배 두목(이경영)의 여자 오해숙이다.인천을 통째로 ‘접수’하겠다며 패밀리아를 찾아와 큰소리치던 조폭 형제 성준(윤다훈)과 성대(김민종)는 그만 ‘깡’으로 똘똘 뭉친 오 마담 앞에 무릎을 꿇는 수모를 당하고 만다. 선굵은 조폭물의 조짐을 피우던 영화는 오 마담과 두 형제가 악연을 맺는지점에서부터 엎치락뒤치락 코미디로 재빨리 분위기를 바꾼다.뒷골목을 주름잡는 ‘서남파’의 중간보스로 잔뜩 폼을 잡지만,주량이 약해 칼보다 술잔이 더 무서운 성대.손님 방에만 들어가면 사고를 치고 나오는 패밀리아의 간판 호스티스 초희(황인영)가 가세,영화는 멜로의 결까지 살려내려 한다. 두쌍의 남녀가 팽팽한 자존심 대결을 벌이는 내용이 이후 줄거리의 뼈대.육탄전까지 벌이며 살벌하던 오 마담과 성대의 관계는,마담이 오랫동안 의지해온 남자(이경영)에게 버림받으면서 조금씩 묵직한 연민으로 돌아선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초희를 집요하게 쫓아다니는 성준의 구애장면에는 번번이 익살이넘친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악다구니를 쓰는 황신혜,시치미 뚝 떼고 정색한 채 코믹한 대사를 애드리브로 처리하는 윤다훈,어떤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세우려는 당찬 호스티스 황인영.배우들의 주특기와 변신연기를 번갈아 감상하는 재미는 분명 쏠쏠하다.그러나 정리정돈이 잘 된 깔끔한 코미디라고 잘라 호평해줄 관객은 많지 않을 성싶다. 감독은 욕심이 지나쳤다.코미디·액션·멜로에 나중엔 누아르까지 한꺼번에 엮어보려고 시도했다.그 때문일까.‘온탕냉탕’을 들락거리던 영화는 끝내 온도조절에 실패했다.줄기차게 퍼붓는 빗줄기 속,채도 낮은 화면을 피로 물들이는 누아르풍의 종결부는 부담스럽기까지 하다. 점잖은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에게는 또 하나 부담스러울 요소.지나치게 난무하는 욕설이 높낮이 없는 효과음처럼 귀를 불편하게 만든다.멋진 액션이나 품격있는 대사는 애초에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조폭영화의 막차를 탔다 싶게 과잉액션이 넘실댄다. 그래서 흥행은? 그것만은 누구도 점칠 수 없겠다.지난해 뜻밖에 흥행기록을 갈아치운 ‘조폭 마누라’도 시사회장 안팎의 반응은 영 썰렁했으니까. 황수정기자 sjh@
  • [열린세상] 또 한번의 새로운 시작

    지난 몇 달 동안 참으로 정신없이 변화무쌍한 세월을 보냈다.유월 한 달 월드컵 기간에는 무엇보다도 뜻밖의 성과와 생각하지도 못한 스스로의 잔치 서슬에 놀라 너나 할 것 없이 일손을 놓고 붉은 티셔츠 입고 모여 신명나게도 뛰놀았다.그 바람에 정작 우리 삶터의 살림을 제대로 세우는 일인 지방선거는 쉰 떡 치우듯 대충 해치우고 지나버렸다. 하지만 꿈결 같았던 유월 잔치도 끝나고,허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너도나도 휴가 길에 나서 장사진을 이루는데,장마도 지난 지 한참 만에 문득 그 이름도 고약한 ‘게릴라성 집중호우’라는 불청객에게 거듭 덜미를 잡혀 가뜩이나 고단한 살림이 말이 아니다.게다가 해마다 겪는 물난리지만 그 때마다 호들갑에 법석만 떨고 제대로 된 대책은 말뿐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다 정국의 앞날을 가늠한다는 국회의원 재·보선을 치렀지만 낯부끄럽게 낮은 투표율이 보여주듯이 이번엔 쉰 떡만도 못한 쓰레기 버리듯 지나쳤다.모두들 심드렁하니 각기 제 살기에 바쁘고,다만 그 밥에 그 나물인 정치권에서만이 삼복더위에 아무도 듣지 않는 욕설과 비난의 소리로 서로 목에 핏대만 세우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지난 두어 달 사이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만큼,이 땅엔 날카로운 모순들이 한꺼번에 쌓이고 또 헝클어졌다.그런데 정작 그 모순을 깔고,아니 그 모순에 깔려 사는 우리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다가는 퀭한 눈만 돌려버린다.그러면서 스스로는 더욱 흐트러진 삶을 살면서저 어지러운 세상만 탓한다.누구 말대로 우리 삶터에서 무너지는 것은 다리나 축대,건물만이 아니다.우리 모두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에둘러 말할 것도 없이 바로 문제를 보자.월드컵 축제 때 세계가 보는 앞에서 그토록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자리를 정돈하던 우리와,휴가철 곳곳마다 더럽히고 물난리가 나자 호수고 강이고 온갖 쓰레기로 가득 채우는 우리는 도대체 같은 사람들인가.성숙한 시민의식의 극치를 보이다가도 돌아서면 후진,아니 야만스러운 행동거지를 서슴지 않는 우리 스스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세계 언론의 눈치는 보면서도 정작 제 삶터의 살림이나 이웃사람에게는 아랑곳없는 우리는 대체 누구인가. 거친 세상을 살고,어렵고 힘든 세월을 보내느라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수는 있다.하지만 정작 문제는 우리는 이렇게 살면서 아이들을 키우고 그들에게 잘하라고 이르고,가르치려 든다는 데 있다.나 자신 교육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지만 이런 우리 어른들의 허세와 위선과 이중성에 스스로 낯뜨겁고,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바담풍’ 하는 세상이 혼자서도 기막히다. 유월 잔치를 앞장서서 만들어낸 자라나는 세대,우리 아이들의 그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마음과 그 안에 담겨진 엄청난 가능성이며 잠재력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우리 어른들이 지금처럼 엉망으로 살면서 되도 않은 가르침만 일삼다가는,잘 가꾸어 놓은 한강 둔치가 온통 흙탕물에 잠기고 휩쓸리듯이 그나마 이런 아이들의 모든 힘조차 그냥 쓸려보내고 말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다시 시작해야 한다.물난리가 지나가면 모두들 모여 힘을 합해 쓰레기도 치우고,무너진 축대도 고치면서 서로 어깨를 겯고 어려운,그러나 중요한 새로운시작을 꾀한다.그것처럼 우리도 우리 안에 무너진 축대도 고치고,우리 사이에 쌓인 쓰레기도 치우면서 새로 시작해야 한다.이번만큼은 그 알량한 수재의연금 몇 푼에 양심을 달래고,겉으로 보이는 무너진 길만눈 앞가림으로 때우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이번만큼은 정말 새로 시작해야한다. 이제 곧 무더위도 끝나고 소슬한 바람이 불어올 때다.바람이 분다,살아봐야겠다는 시구도 있지만 이제 제발 그 바람에 정신 좀 차리고,다시는 삶터에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안팎으로 단단히 단속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더도 말고,덜도 말고 자라나는 세대의 그 힘찬 함성과 에너지가 지금 여기 우리보다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함께 채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정유성 서강대교수·교육학
  • 충무로 주름잡는 ‘용감무쌍’ 여배우들/ “우리가 망가지니까 사람들이 더 좋아해요”

    여배우들의 연기관이 달라지고 있다.어떻게든 예쁘게만 보이려고 몸을 사리는 ‘소극형’연기는 설 자리를 잃었다.장애인이 되어 사지를 뒤틀거나,질펀한 사투리에 욕지거리,머리채를 잡고 잡히며 싸우는 등 사정없이 망가지는건 예사다.여배우들의 ‘용감무쌍형’연기가 충무로에 새 동력이 된 것이다. 실제로 하반기에 선보이는 주요 작품에서 여배우들은 경쟁하듯 화초같은 이미지를 벗어던졌다.우선 이창동감독의 화제작 ‘오아시스’.여주인공 문소리는 ‘어쩌면 저렇게까지 완벽할까.’싶게 온몸으로 실감나는 연기를 한다.상영시간 2시간10분 내내 두 눈동자의 초점을 따로 맞추고 흰자위로 눈을 치뜨거나 손발을 뻣뻣이 뒤튼다.그의 장애인 연기는 실제보다 더 진짜같다. ‘재밌는 영화’에서 코믹 패러디에 도전한 김정은도 ‘예쁜 연기’라면 당분간 사절이다.새달 13일 개봉 예정인 코미디 ‘가문의 영광’에서 그가 맡은 역은 주먹계를 주름잡는 쓰리제이 집안의 막내딸.얼핏 봐선 요조숙녀지만 입만 열면 사투리에 살벌한 욕설이 난무한다. ‘패밀리’에서 황신혜도 작정하고 망가지기는 마찬가지.인천에서 제일가는 술집의 ‘왕마담’인 그는 진한 화장에 아무렇지도 않게 건달의 머리털을 붙잡아 휘두르기 일쑤다.그로서는 파격적 변신이다. 전광렬 주연의 코미디 ‘2424’에서는 예지원이 푼수를 떤다.어벙벙한 섹시녀로,별볼일 없는 건달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툭하면 얻어맞는다.‘광복절 특사’의 송윤아도 단단히 이미지 반전을 노렸다.사기꾼의 애인으로 천박하고 맹한 식당 종업원 역이다. 이같은 여배우들의 변신은 하반기 코미디물이 주류를 이루면서 나타나는 부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필름매니아의 지미향 대표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망가지는 연기는 남자배우의 전유물이었다.”면서 “최근 여배우들이 적극적이고 개성 강한 이미지를 선호하면서 오히려 멜로물의 캐스팅 작업이 어려워졌다.”고 귀띔했다. 어쨌거나 여배우의 거칠고 망가지는 연기에는 분명 용기가 전제돼야 한다.‘피도 눈물도 없이’에서 밥먹듯 두들겨 맞은 전도연은 이렇게 고백했다.“더 나이 먹기 전에 예쁜 모습 좀 보여줘야겠다.”고.오죽하면 ‘패밀리’의 시나리오를 받고 망설이는 황신혜를 상대역인 윤다훈 김민종이 몇번이나 찾아가 설득했을까. 왕성하게 전개되는 여배우들의 연기변신을 영화계는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한 제작자는 “여배우가 소화하는 역할 범위가 확장되면 한국영화의 소재 및 장르가 자연스럽게 다양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황수정기자 sjh@ ■‘오아시스' 주인공 문소리“CF 못찍을 각오했어요” “CF 못 찍을 각오했어요.” ‘오아시스’에서 뇌성마비를 앓는 여주인공을 맡아 장애인보다 더 장애인같은 연기를 펼친 문소리(29).그의 연기력은 시사회장 곳곳에서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박하사탕’에 이어 ‘오아시스’에서 그를 0순위로 캐스팅한 이창동감독도 “문소리라는 배우를 만난 건 행운”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다. 예쁜 구석 하나 없는 중증 뇌성마비 장애인으로 변신하기까지 그도 솔직히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다.“오히려 주변에서 더 많이 걱정하더라구요.이미지를 망가뜨려 놨다간 나중에 다른 출연제의가 안 들어온다구요.어렵게 결정하고 나서도 제 연기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겁났어요.” 실제 뇌성마비 장애인과 함께 생활하며 피나는 연습을 했다.촬영기간 6개월 내내 장애인 연기에 온힘을 쏟았더니 나중엔 진짜 마비증세가 왔다. 그러나 지금 그는 무너지지 않을 연기철학을 세워놓았다.“배우는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직업이 아니잖아요.‘연기’를 보여줄 수 있어야죠.” 얄밉도록 똑 부러지는,문소리의 배우관(觀)이다. 황수정기자 ■‘여배우 영화는 실패' 속설 깰까 최근 충무로에 돌아다니는 ‘믿거나 말거나’류의 속설이 하나 있다.“여배우 영화는(흥행이)안 된다.”는 것. 여성운동가들이 들으면 파랗게 질릴 얘기겠으나,그런 징크스가 생길 만도했다.지난해 여배우가 극의 흐름을 틀어쥔 영화가 십중팔구 흥행에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재은감독이 이요원 배두나 등 20대 여배우 5명을 공동주연으로 내세운 ‘고양이를 부탁해’는 작품성을 인정받고도 관객을 끌지는 못했다.이요원 김민선 주연의 코믹액션 ‘아프리카’(신승수감독),전도연 이혜영 주연의 누아르 ‘피도 눈물도 없이’(류승완감독)도 흥행에 실패했다. 드물지만 예외는 있다.‘엽기적인 그녀’‘조폭 마누라’는 전지현과 신은경이 극을 주도하고도 ‘대박’을 터드렸다.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가 성공하는 데는 장르의 제약이 따른다.아예 멜로든지 아니면 ‘엽기적인 그녀’의 엽기녀나 ‘조폭 마누라’의 여자폭력배처럼 완전히 변형된 캐릭터를 구사해야 한다.”고 풀이한다.여성 관객수가 남성을 앞지르는 한국 영화시장에서 어정쩡하게 여성성을 드러내는 작품(특히 액션물)으로는 폭발적인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 맥락에서 ‘망가지는 외모’를 겁내지 않는 용감무쌍한 여배우들이 많아지는 현상은 반갑다. 하반기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는 여주인공 영화가 이전의 편견을 보란듯 깨줄지 지켜볼 일이다.
  • 박홍씨 이번엔 거짓말?

    출국세 1만원 납부여부로 논란을 빚었던 박홍(朴弘) 전 서강대 총장이 29일 미국에서 귀국해 제시한 출국납부금 영수증 일련번호가 실제 출국날짜와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박 전 총장이 “20일 미국으로 떠날 때 여권과 항공권,출국세 납부권을 공항 여직원에게 제출했다.”며 제시한 출국납부권 영수증을 확인한 결과 이 영수증은 16일 오후 2시36분 3번 출국장을 통과한 승객이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 총장은 미국으로 출국할 때 공항 여직원에게 폭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 것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당시 여직원이 불친절하고 비행기 탑승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출국 절차가 너무 지연돼 꾸짖었을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실랑이를 벌였던 여직원 서모(25)씨는 “박 전 총장이 출국세납부권을 내지 않았다.”면서 “‘내가 서강대 총장이고 미국 비자가 있는데 왜 못 들어가냐.’며 욕설을 했다.”고 주장했다. 윤창수기자 geo@
  • [굄돌] 거리의 善知識

    제천에 있는 도반(道伴) 스님의 절에 다녀오느라 심야열차를 기다리는데 대합실에 사람들이 많았다.취객 한 사람이 뭐라고 중얼거리며 취권 춤(?)을 추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다가는 욕설을 해댔다.공연히 쓸데없는 일에 휘말릴까 봐 시선을 돌리는 나를 취객이 발견하고 접근했다. “이야기 좀 합시다.”하더니 “자아식”운운하며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주워 삼켰다.지켜보는 눈들도 있고 일일이 대꾸하기도 귀찮아서 자리를 피했더니 그 취객이 나를 졸졸 쫓아오며 말했다.“사람을 피해? 내가 만만치않단 말이지? 그래 만만한 놈만 만나 상대해서 중생구제가 되겠냐?” 어느 날은 시원한 바람이 좋아서 공원에 나갔다가 거기서도 취객을 만났다.취객이 나를 보더니 “어! 스님이시네.”하고는 말을 이어갔다.“스님! 스님은 부처에 미치고 저는 술에 미칩니다.스님이 부처에 미치지 않거나 제가 술에 미치지 않으면 체합니다.체하지 않으려면 미쳐야 합니다.”그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적당히 하고 있지는 않나 하는 반성에서 그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그래 부처에도 미치고 중생에도 미쳐야지.”하고 다짐했다. 다른 날은 오랜만에 찌뿌드드한 몸의 상태를 쾌활하게 하고자 목욕탕에 들렀다.“어서 오십시오.” 인사를 하던 구두닦이 아저씨가 다음 말을 던졌다.“그런데 스님은 왜 오셨어요? 예?”“목욕하러 왔지요.” 대답했더니 그가 되물었다.“스님도 목욕하시나요?” 스님이라고 몸에 때가 안 끼냐고 둘러댔더니 글쎄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아,마음 공부를 열심히 하면 때가 낄 틈이 없는 것 아닙니까?” 한 방 크게 얻어맞았지만 어리석은 중생이라 하던일 그대로 밀고 나가는 심정으로 때를 벗기고 나왔다.목욕을 하고 나오니 그 구두닦이가 마무리 공부 말씀을 덧붙였다.“다음부터는 여기 오지 마시고마음공부를 쉬지 않고 하셔요.” 나는 웃으면서 크게 대답했다.“네!” 곳곳에 선지식(善知識)이 있음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열심히 일하고서 떠나는 휴가길에서도 이런 선지식은 많이 있을 것이다.그 선지식을 찾아내고 못 내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에게 달려 있지만. 법현/ 불교종단협 사무국장.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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