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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스터&미세스 스미스 17일 개봉

    “으이구∼저 웬수!” “귀신은 뭐 먹고사나.”하며 하루에도 몇번씩 죽일 듯 으르렁거리다가도, 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사랑을 확인하는 것이 부부 사이. 영화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Mr. & Mrs. Smith·17일 개봉)는 이같이 ‘따로 국밥’이지만,‘칼로 물베기’인 부부 관계의 진리를 욕설과 비방 대신 총과 폭탄을 동원해 화끈하게 깨우쳐주는 영화다. 일단 할리우드 최고 섹시 남녀 배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가 극중 부부로 뭉쳤다는 것만으로 영화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영화 ‘본 아이덴티티’를 통해 연출력을 인정받은 덕 리먼 감독이 든든하게 뒤를 받치고 있으니 올 여름 최고의 화제작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 첫 장면부터 시선을 끈다. 영화는 호쾌한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카메라는 나란히 소파에 앉아 부부 상담을 받는 존 스미스(브래드 피트)와 제인 스미스(안젤리나 졸리) 부부의 퀭한 얼굴부터 쫓는다.“섹스는 얼마나 자주 해요?”(상담의사) “1∼10점으로 말해요?”(존) “1년에 한번이면 1점인가요?전혀 안 하면 0점이에요?”(제인) “주말도 포함되나요?”(존) 이들은 결혼한 지 5년인지 6년인지도 분간하기 힘들 만큼 권태기에 빠진 부부. 겉으로는 건축업자와 컴퓨터 전문가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각각 60명과 312명을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한 서로 다른 조직의 라이벌 킬러들이다. 서로의 신분을 모른 채 첫눈에 반해 결혼한 이들은 출근해서는 각자의 타깃을 쫓는 베테랑 킬러로, 임무를 마치고 퇴근해서는 자상한 남편과 사랑스러운 아내로 아슬아슬한 이중생활을 해오던 터다. 하지만 부부는 역시 부부. 타깃을 향한 총구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르지만, 서로를 향한 애정은 이미 식을 대로 식어 버렸다. 이런 그들에게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우연히 동일한 타깃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부여받고 같은 현장에서 맞닥뜨린 것. 특급 킬러들끼리 맞붙었으니 양쪽 다 제대로 임무를 완수할 리는 만무하다. 일을 망친 둘은 결국 서로의 정체를 알아차리게 된다. 더 기막힌 것은 업친 데 덥친 격으로 각각의 조직으로부터 48시간 내에 서로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받은 것. 스미스 부부는 두 조직의 ‘공공의 적’이 돼 서로에게 무자비한 총질과 폭탄 투척을 해댄다. 마치 영화 ‘터미네이터 2’에서 두 터미네이터가 한데 맞붙어 싸우는 장면을 연상시키듯 둘은 기관총, 바주카포 등을 들고 처절한 육박전을 벌이며 주변을 온통 쑥대밭으로 만든다. 하지만 이 잔인한 싸움은 결코 잔인하게 보이지 않는다. 감독은 그 와중에서도 두 섹시 스타의 매력을 고스란히 스크린 위에 수놓았다. 손에 땀을 쥐는 위기 순간에도 화려한 의상과 섹시한 몸동작 등 볼거리를 교묘하게 녹여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특히 감독은 영화속 섹시미의 원천인 안젤리나 졸리를 심하게 ‘망가뜨리지 않는’영악함을 보였다. 졸리는 브래드 피트보다 한 수 위로 그려진다. 둘 사이 싸움의 주도권도 그러하지만, 졸리는 영화 ‘툼레이더’의 잔상을 떠올리듯 피트보다 더 지적이고 킬러적인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피트도 손해볼 것은 없다. 오히려 반 박자 늦은 남자의 모습에서 친근하고 로맨틱한 사람 냄새가 폴폴 풍겨나는 것은 당연한 일. 영화 촬영 당시부터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의 열애설이 도마에 오른 영화답게 사상 초유의 쿨하고 섹시한 부부 싸움이 스크린 위에 직설화법으로 펼쳐진다. 둘은 영화속에서 현실을 향해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사랑하려면 우리처럼 해라.” 15세 관람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사설] 사회적 성찰 필요한 ‘개똥녀’ 파문

    요 며칠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개똥녀’사건을 보면 인터넷의 혜택을 만끽하는 우리사회가 그 폐해도 가장 심각하게 겪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전철 안에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지 않은 데다 이를 나무라는 어른에게 욕까지 했다는 ‘개똥녀’사건이 지난 6일 공개되자, 네티즌들의 욕설 섞인 비난이 폭주하는 동시에 그 20대 여성의 맨 얼굴이 온갖 사이트를 떠돌아 다녔다. 한 인격체를 사회적으로 생매장하다시피한 것이다. 그나마 시간이 흐르면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에 대한 비판과 자성이 두드러지는 것이 다행이라 하겠다. 인터넷이 일반화한 지 몇년 안 되는데도 사회에 파문을 불러일으킨 사건은 적지 않았다. 멀리 ‘O양 비디오’‘백양 비디오’를 예로 들 것도 없이 지난 4월에는 실연해 목숨을 끊은 여성의 어머니가 그 애인의 신원 등을 밝히는 바람에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잠적했다고 한다. 그 전달에는 대학 도서관에서 주먹을 휘두른 대학생이 도마에 올라 결국 휴학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인터넷 특성상 사건의 한 면만이 과대하게 부각되는 반면 당사자는 해명조차 못해 보고 당한다는 점이다.‘개똥녀’사건에서도, 그 여성은 파렴치하다기보다 너무 당황해 뒤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현장 증언들이 나왔다. 곧 사건의 실상 자체가 애매한 것이다. 인터넷에서 익명의 그늘에 숨어 남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은 폭력행위이다. 그리고 그 폭력은, 무심코 던진 돌멩이가 개구리를 죽이듯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힌다. 이같은 ‘인터넷 폭력’을 법적·기술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아직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우리사회 구성원 하나하나가 스스로의 성찰을 통해 인터넷 윤리의식을 높일 수밖에 없다.‘개똥녀’사건을 계기로 다시는 이같은 일이 없기를 기대한다.
  • [★들에게 물어봐]‘내이름은 김삼순’ 인기비결은

    [★들에게 물어봐]‘내이름은 김삼순’ 인기비결은

    ‘삼순이 모르면 간첩?’ 안방 극장에 불어오는 삼순이의 솔직·엽기·유쾌한 바람이 거세다. 바람의 진원지는 MBC 수목 드라마 ‘내이름은 김삼순’. 첫 2회 방영에서 전국 평균 시청률 20%를 훌쩍 뛰어넘었다. 지난주말 재방송에서도 10%를 넘는 기현상을 보이며 고공비행을 거듭했다. 본방에서도 시청률이 10%에 이르지 못하는 드라마도 숱하다. 요리를 소재로 한 여타 드라마나 지난 한달 사이에 시작한 드라마 가운데 최고로 우뚝 섰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만났다.”,“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해소할 수 있는 수·목요일 저녁이 애타게 기다려진다.”는 시청자 의견이 봇물을 이룬다. 사랑에 냉소적이고 제멋대로인 부잣집 남자와, 뭐 하나 제대로 내세울 것 없는-케이크 만드는 솜씨는 빼고- 노처녀라는 관계 설정은 어쩌면 익숙한 공식. 그럼에도 재밌다. 왜? ●삼순이가 끌고 삼식이가 밀고 코믹 연기 달인 김선아의 위력이 첫손에 꼽힌다.MBC ‘황금시대’ 이후 4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김선아는 그동안 닦아온 초절정 코미디 내공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뚱뚱한 역을 소화하기 위해 스스로 6㎏을 불렸다. 일상 생활에서의 거침없는 말투와 푼수 넘치는 행동에서 때로는 철저한 내숭으로 무장한 귀여움, 사랑에 상처받아 눈물과 마스카라로 범벅이 된 망가진 모습, 술 먹고 부리는 주정에다 섹시+코믹 댄스까지.‘김선아 표’ 코미디의 종합선물세트를 선보이고 있다. 연기자와 캐릭터가 제대로 만났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혼자서 드라마를 끌고 갈 수는 없는 법. 지난해 ‘아일랜드’의 ‘착한 남자’ 강국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털어버리고 있는 ‘삼식이’ 현빈이 상대역으로 한 몫 거들고 있다.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펼치는, 조금은 못된 모습의 연기가 그의 귀환을 애타게 기다려왔던 팬들을 흐뭇하게 만들고 있다. ●튼실한 연출과 대본 “오랜만에 드라마에 복귀하는 터라 무척 망설여졌다. 하지만 김윤철 PD가 연출한다는 것을 알고 제의를 수락하게 됐다.”(김선아) “대본을 받아들고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쏟아내며 읽었다.”(현빈) 또 한편으로 이 드라마의 인기를 뒷받침하고 있는 부분은 탄탄한 연출력과 상큼 발랄한 대본이다. 98년 ‘베스트극장-그녀의 화분 No.1’에서 김선아와 인연을 맺었던 김 PD는 역시 ‘베스트극장-늪’을 통해 지난해 7월 몬테카를로 TV 페스티벌에서 최고 작품상을 받아 연출력을 인정받았다. 이번이 그의 첫 번째 미니시리즈 연출. 자칫 김선아의 ‘원맨쇼’로 이어질 수 있는 드라마 분위기를 다잡아, 현빈과 적절한 조화를 이루게 한다.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는 물론, 영화적인 화면 또한 돋보인다. 극본은 형부와 처제 사이의 아련한 사랑을 그린 ‘눈사람’ 등으로 이름을 알린 김도우 작가가 맡았다. 삼순이에게 동병상련을 느끼는 여성 시청자들의 가려운 곳을 통쾌하게 긁어주거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대사를 적절하게 버무리며 재미를 증폭시키고 있다. 연출과 대본의 하모니로 빚어진 ‘내 이름은 김삼순’은 벌써부터 시청자와 누리꾼 사이에 명장면·명대사 고르기를 유행시키며 ‘삼순이 신드롬’을 만들어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삼순이는 욕심쟁이 ‘지랄’ ‘새끼’ ‘개자식’은 기본.“많이 쳐 드세요∼.” “말탱구리야!” 등 막말도 줄을 잇는다. 재미있다고 박수만 쏟아지는 게 아니다.‘내 이름은 김삼순’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만큼, 주인공 삼순이가 내뱉는 욕설과 막말 때문에 논란도 뜨겁다.‘내 이름은‘에서 욕은 삼순이의 성격을 규정하고 사실감을 불어넣는 도구로도 볼 수 있다. 안방에까지 조폭 캐릭터가 밀려든 이후 드라마 속 욕설은 어느 정도 일반화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따발총처럼 쏟아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하다. 예전 같으면 ‘안방에서 웬 욕 잔치냐.’고 불벼락이 내려질 상황.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민망한 욕설 장면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또는 “공영 방송에서 내보내는 드라마에 적절하지 않다.” 등 따끔한 지적도 있다. 반면 “시원하다.” “화끈하다.”는 의견도 많다. 나아가 “불륜 등 윤리적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내용의 드라마가 한둘이 아닌데, 욕이 나온다고 무조건 비판하는 것은 안 된다.”며 적극적으로 편을 드는 시청자도 다수다. 이와 관련, 제작진은 “일상 생활에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을 옮겼다.”면서 “주인공들의 관계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 욕설 등은 차츰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금까지 방송분에서 삼순이의 가감없는 말투가 빠진다면 재미는 줄어들 것이다. 문제는 단순하게 잔재미를 주기 위해 욕지거리를 나열한 것인가, 아니면 정말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한 것이냐다. 냉철한 판단은 시청자들에게 달렸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김정훈의원-李총리 ‘막말’문답

    이해찬 국무총리와 한나라당 김정훈 의원이 7일 국회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감정 섞인 고성을 주고받는 등 날선 설전을 벌였다. 김 의원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민주당의 병풍 의혹 제기는 철저히 기획된 공작정치의 전형이라고 전제한 뒤 “당시 선거대책기획본부장인 이 총리도 관여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 총리는 “선대기획본부에서는 공작을 단 한건도 한 적이 없다. 처음부터 당당한 선거를 했다.”면서 “의원님 질의를 들어보니 정치를 곧고 선한 마음으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오히려 ‘훈계조’로 맞섰다. 김 의원도 물러서지 않고 “당시 천용택 의원이 ‘이회창 전 총재의 아들 병역문제에 대해 대정부질문에서 질문해 달라는 요청을 이해찬 본부장이 반대해 돌로 쳐서 죽이고 싶다.’고 했다는데 들은 적 있느냐.”고 묻자 이 총리는 “들은 적 없다. 그런 건 천용택에게 물어보라.”고 맞받아쳤다. ●“대통령 골프친 뒤 건강 이상 없었나” 그러자 김 의원은 “총리께서 대통령과 골프를 쳐보니까 대통령 건강에 이상이 없었나.”라고 묻자 이 총리는 입을 다물었고,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욕설과 야유가 쏟아졌다. 김 의원은 “(총리가) 국가 원수의 건강에 이상이 있다고 했는데, 의원이 확인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느냐.”고 반격했으며 자신에게 욕설을 한 여당 의원에게 “당신 조용히 해. 저런 놈이라니….”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李총리 답변 후 잠시 퇴장… 심기 드러내 김 의원은 “대통령 건강은 정치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문제”라며 거듭 답변을 요구하자 이 총리는 “답변드리지 않겠다.”고 잘라 말했고, 김 의원이 “그럼 대통령 허리가 시원치 않다는 등 경솔한 발언을 삼가 주시기 바란다.”고 말하면서 설전이 멈췄다. 이 총리는 김 의원의 질문이 끝나자 잠시 총리석을 비우는 등 불쾌한 심경을 감추지 않았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한노총 혁신안 의결

    한국노총은 1일 서울 양재동 한국교총 회관 강당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어 투명성ㆍ도덕성ㆍ민주성ㆍ자주성 등에 관한 노조 혁신안을 의결했다. 대회에서는 투명성 제고를 위해 외부감사제 도입, 조합원의 정보공개청구권 보장 및 감사결과 인터넷 공개, 회원조합ㆍ지역본부에 대한 회계감사제,200만원 이상 지출에 대한 통제확인관제도 도입 등의 규정이 통과됐다. 한노총은 또 민주적 조직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로 위원장-사무총장 러닝메이트제, 여성ㆍ비정규직 할당제, 조합원 200명당 1명꼴로 선거인단 확대, 중앙집행위원회 신설 등의 안건도 의결했다. 이날 대의원대회는 위기 의식을 반영,500여명의 대의원이 열띤 논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일부 고성과 욕설이 오가기도 했다.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씨줄날줄] 권총차는 기자들/육철수 논설위원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들만 목숨 걸고 싸우는 줄 알았는데, 이젠 언론인들도 그 범주에 들어서고 있는 모양이다. 진실을 밝히는 일이 때로는 생명을 던져야 할 정도로 위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언론인들이 거대 독재권력이나 비리집단에 의해 생명을 잃거나, 체포·구금과 위협을 당하는 일이 지구촌 곳곳에서 여전히 자행되는 현실은 유감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 군사문화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당시 중앙경제신문 오홍근 사회부장에 대한 정보부대 장교들의 단검 테러가 국민을 경악시킨 바 있다.1990년대 초 특정정당을 비판한 어느 일간지 기자는 “딸아이를 숯덩이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협박전화 때문에 정신적 살인에 가까운 고통을 겪기도 했다. 민주화로 인해 국가정보기관 등에 의한 언론인 겁주기는 사라지다시피 했지만 요즘은 다른 측면에서 협박과 욕설에 종종 시달린다. 인터넷 상에서 이뤄지는 ‘악플’이 대표적 사례다. 신문에 이름을 밝히고 사진까지 박아서 쓰는 칼럼의 경우 성향이나 내용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네티즌에게 일방적이고도 좋은(?) 표적이 된다. 기자에게 물리적 위해(危害)가 아니라 불쾌감과 모욕을 주려는 의도이겠으나 ‘욕설탄(彈)’ 또한 다른 형태의 테러임은 불문가지다. 세계신문협회(WAN)에 따르면 1998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언론인 409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특히 필리핀에서는 최근 20년간 언론인 67명이 취재와 관련해서 살해됐다. 이 나라 정부는 급기야 이달초 기자들에게 호신용 권총 휴대를 전면 허용했다. 신변보호를 요청하면 경찰이 경호도 해준단다. 며칠전 마닐라발 외신사진에는 경찰의 지도로 사격연습을 하는 여기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권총을 겨눈 기자의 표정에 전장에 나서는 듯한 비장함이 서려 있어 이국의 동종 직업인으로서 시선을 한동안 떼지 못했다. 비무장에 ‘PRESS 완장’ 하나로 버텨야 하는 종군기자들의 모습도 딱하지만 권총을 차고 취재원 앞에 다가갈 필리핀 기자들을 떠올리면 끔찍하다. 최근 국내에서는 보도의 진위에 대한 기자의 책임은 물론, 언론의 탈(脫)권력과 고도의 윤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안정된 치안과 민주화된 나라에 사는 덕분에 한국 기자들이 목숨을 지키려고 권총을 차는 일만은 없을 터이니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정계는 지금 ‘사이버 열국지’] 방문객 280만명 박근혜 ‘싸이질 맹주’

    차기 대권주자들은 바쁘다.‘독수리 타법’으로라도 ‘밤샘 싸이질’을 해야만 10,20대 네티즌과 ‘코드’를 맞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근엄한 정장을 벗어던진 정치인들은 빛바랜 한 장의 사진과 솔직담백한 글 한 편으로 수만 청중을 모아놓고 연설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호소력있게 네티즌의 표심에 다가가고 있다. 유력한 여야 대권후보로 거론되는 고건 전 국무총리,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손학규 경기지사, 이명박 서울시장,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모두 ‘싸이질’을 하고 있다. 그러나 성향, 성격, 외모가 모두 다르듯 싸이 활용법도 저마다 제각각이다. 가장 뒤늦게야 싸이에 뛰어든 고건 전 총리는 ‘늦게 배운 일에 날 새는 줄 모르는’ 케이스. 외국 출장 중인데도 틈틈이 ‘미국에서 고건 올림’이라고 답을 올렸을 정도다. 누군가 방명록에 “5·18 때 전남도지사를 지내지 않았냐.”고 따져묻자, 고 전 총리는 즉각 게시판의 ‘GK생각(from GK)’에 “그땐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이미 신군부에 반대해 사표를 낸 상태였다.”고 답했다. 그의 지지자로 짐작되는 네티즌들은 “고건님과 1촌을 맺으세요.”라며 다른 방문객을 독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싸이질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한 측근은 “한줄짜리 문장은 직접 올리지만, 보통은 비서에게 ‘구술’하는 식으로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 장관은 ‘다이어리파’다. 일주일에 한번꼴로 장문의 글을 올려 네티즌을 공략한다. 내용은 “이은주의 죽음을 슬퍼하면서”부터 입양아 문제, 한 인터넷 언론의 편향성까지 다양하다. 현안을 꿰뚫는 글은 언론을 통해 자주 기사화되고 있다.‘김근태가 들려주는 김근태 이야기’에는 어머니를 그리는 애틋한 추억부터 ‘민주화 운동’의 일화까지 담겨있다. 그는 일과를 마치고 대학원에 다니는 딸과 주로 싸이질에 몰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측근은 “장관이 요즘 부쩍 대글 다는 일에 재미를 붙인 것 같다.”면서 “딸의 코치를 받아 싸이를 둘러보면서 젊은 사람들의 생각을 배우고 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표는 자타가 공인하는 ‘싸이 고수’다. 미니룸·스킨·배경음악 설정을 모두 척척해낸다. 한 측근은 “가끔씩 집에서 빛바랜 사진을 가져와 디지털 이미지로 바꾸는 스캐닝만 직원들에게 부탁하고 나머지는 다 대표가 알아서 직접 한다.”고 말했다.‘근혜이즘(ghism)’을 전파하는 이 싸이의 가장 큰 특징은 ‘1등 경쟁’이다. 박 대표가 글을 올리면 불과 1,2초 차이로 네티즌의 대글이 붙기 시작하는데,“앗싸!, 오늘 1등”,“흑, 간발 차이로 2등”,“내일은 꼭 1등할 거야.” 등의 답글이 붙는다. 박 대표는 가끔씩 싸이가족의 실명을 거론하며 대글을 남겨 감동시킨다. 고 전 총리와 비슷한 시기에 싸이질에 입문한 손학규 지사는 ‘튀는’ 아이디어를 냈다. 매주 토요일 밤 11시부터 1시간씩 ‘손학규의 음악편지’라는 인터넷 음악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말하자면 ‘손학규 CJ’인 셈이다. 음악 중간에는 간호 조무사의 신생아 학대, 일본의 교과서 왜곡 등 현안에 대한 소신을 피력한다. 평소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사진첩의 ‘캐주얼 Sohn’ 코너에는 “막걸리를 마시고 취했어요.”라는 식으로 긴장을 푼 사진도 소개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기도 했다. 손 지사측은 “일단은 그동안 했던 발언이나 성명서, 간단한 사진을 주로 올리지만 앞으로 다이어리를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mbtious’라는 다소 ‘의미심장한’ 주소로 싸이를 개설한 이명박 시장은 ‘희망’,‘도전’,‘용기’ 같은 단어로 네티즌을 공략하고 있다. 홈피 주소부터 ‘대망을 품은’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ambitous’와 발음이 비슷하다. 현대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이 시장은 70년대 경제 성장기를 자주 회상하며 경제 마인드도 부각시키고 있다. 사진첩에 올린 중학교 3학년 시절의 빛바랜 사진 밑에는 영양실조로 쓰러졌던 일화를 잔잔하게 소개해 자수성가 신화를 다시 강조하기도 했다. 이 시장측은 “시장이 20∼30대 취향의 노래를 즐겨 들어 배경음악에도 자주 올린다.”고 귀띔했다. 정동영 통일부장관은 예전에 직접 썼던 ‘개나리 아저씨’라는 수필집을 연재하고 있다.MBC기자로 취재현장을 누볐던 일화가 담겨있는데, 네티즌 호응이 높다. 지난 9일엔 어머니 장례를 마치고 때마침 돌아온 어버이날에 구구절절한 글을 올려 네티즌의 심금을 울렸다. 한 측근은 “그 글은 장례식이 끝난 뒤 머물던 산사에서 직접 써 서울로 돌아와 워드 작업을 거쳐 올렸다.”면서 “지난해 8월 입각한 뒤 일정이 너무 빡빡해 통 싸이를 돌볼 여유가 없었는데 앞으로는 담담한 글을 자주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권 주자들의 측근들은 한결같이 “평소의 정치인 ○○○이나 장관 ○○○처럼 공식적이고 근엄한 이미지를 벗어버리고, 인간 ○○○을 보여주기엔 싸이가 제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대권캠프 측에선 “이상하게 인터넷 공식 홈페이지에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도 올라오는데, 싸이에는 격려글이 훨씬 많아 정치인들도 힘을 얻어 더 열심히 싸이질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홈피 옛말… 싸이·블로그→유비쿼터스로 정치권에도 이른바 ‘유비쿼터스 컴퓨팅’ 시대가 활짝 열릴 참이다. 유력 정치인과 유권자 또는 잠재적 지지자 간에 인터넷이나 모바일, 그리고 인터넷-모바일 연동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쌍향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는 세상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다. 인터넷이 일상을 점령한 상태에서 기존의 ‘오프 라인’식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젊은 유권자들이 주로 정치 콘텐츠를 온라인 공간에서 얻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또 유비쿼터스가 상징하듯 미디어 환경은 빠른 속도로 계속 변화·발전될 것이고 이에 익숙한 ‘잠재적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면 적응 전략도 필수적이다. 이에 따라 정치인들의 ‘e폴리틱스(전자 정치)’도 수용자(유권자)가 찾아오는 홈페이지보다는 공급자(정치인)가 찾아가는 흐름으로 급진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같은 현상은 정보화시대의 진전에 편승하는 측면과 함께 정치문화 자체가 급변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즉, 유권자와 정치인간 직접 대면에 따라 들게 마련인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는 효과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열기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의)단순한 양적 증가’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전자정부 솔루션 업체인 포스닥의 신철호 대표는 “인터넷을 활용하는 정치인은 늘었지만 대개 자기 홍보나 카탈로그 구축 수준”이라며 “네티즌과 의사소통하면서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프로세스를 갖추지 않으면 전자민주주의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다.”고 충고한다. 이어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 수용자와 교감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상위 5% 의원과 카탈로그 수준의 95% 의원의 격차는 벌어질 것이고 쏠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른바 정치판의 디지털 격차에 대한 우려인 셈이다. 이종수기자 vielee@seoul.co.kr ■ 간큰 의원들 “싸이가 뭐야” ‘싸이가 뭐예요?’ 오프라인뿐만 아니라 온라인 세계에도 민감한 정치인들이 모여 사는 여의도에 아직도 ‘아날로그형’ 의원들이 있다. 대부분의 여야 의원들은 인터넷정치 시대에 맞춰 홈페이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미니홈피, 블로그 등을 통해 유권자들과의 친밀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달랑 홈페이지 하나만 믿고 버티는 정치인이 수십명에 달한다.‘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이 서툴러서’ 등 이유도 다양하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의 해명은 솔직한 편이다. 김 의원측은 “의원의 일상생활이 단조로워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별로 할 말이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미니홈피나 블로그가 좋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시간도 없고, 그리고 특별히 필요성을 못 느끼고 있는 것도 이유다. 그리고 비교적 가벼운, 비공식적인 이야기를 해야 하는 데 따른 부담도 있다. 인터넷에 익숙지 못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현재 홈페이지 관리방법을 열심히 공부 중이다. 홈페이지 안에 동영상을 설치해 사람들과 직접 대화하는 방안을 강구하라는 지시를 보좌진에게 하는 등 요즘 들어 부쩍 인터넷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러나 키보드 조작이 능숙하지 못해 아직도 글 올리는 것이 서툴다. 그러나 조만간 홈페이지 정복을 넘어 미니홈피나 블로그에도 진출한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홈페이지조차 오픈하지 않은 의원도 있다.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은 조만간 홈페이지를 오픈한다. 유 의원측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홈페이지가 없었던 것에 유 의원도 별로 개의치 않았다는 게 보좌진의 설명이다. 열린우리당 의원 146명 가운데 정의용·조성태·조성래 의원 등 3명은 홈페이지가 없다. 당 관계자는 “이들은 모두 전문성을 가진 비례대표로 홈페이지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주요 당직자들은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싸이’를 한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정세균 원내대표와 원혜영 정책위의장은 ‘시간 부족’을 이유로 아직 홈페이지만을 고수하고 있다. 박준석기자 pjs@seoul.co.kr
  • [데스크시각] 치매환자 정책의 그늘/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얼마 전 고향 후배로부터 만나자는 전화를 받았다. 건설업체에 들어가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소식은 전해들은 바 있었다. 평소 연락도 안 하던 그의 갑작스러운 제의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만난 터라 자연히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근황을 물었다. 그런데 이런저런 얘기 끝에 올해 초 회사를 그만뒀다는 말을 전했다. 세태가 그런 만큼 구조조정에 의한 퇴직이려니 생각하고 위로하는데 엉뚱하게도 이유가 아버지 때문이란다. 맞벌이 부부로 홀로된 아버지와 함께 사는데 2년 전부터 부친이 중증치매에 걸려 겪은 우여곡절을 들려줬다. 처음엔 사람을 사서 아버지를 돌보게 했는데 “왜 남의 집에 맘대로 들어오느냐.”며 욕설과 함께 몽둥이질까지 해 포기했다고 한다. 결국 1년 넘게 유료 요양시설에 보냈지만 막대한 요양비용에 빚까지 지게 되자, 자신이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모시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직장에서 돌아오는 며느리 얼굴에 침을 뱉고, 욕설을 퍼붓는 등 아버지의 증상이 심해져 아내와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속내까지 털어놨다. 시골에서 친척이 올라온 김에 아버지를 부탁하고 주간보호센터 등 공공기관 요양원을 둘러보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어느 정도 취기가 돌 즈음, 집에 가야 된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택시를 기다리는 동안 그는 엉뚱하게 ‘불량주부’라는 드라마를 봤냐고 물었다. 무슨 내용인지는 대충 알고 있다고 하자,“내가 드라마속 주인공처럼 느껴진다.”면서 “기약없는 주부역할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답답한 마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TV드라마 불량주부는 실직한 남편이 ‘전업주부’의 역할을 맡게 되면서 살림과 양육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부인은 직장생활의 고통을 체험하면서 남자들의 고민을 이해하게 된다는 줄거리다. 나는 헤어지는 자리에서 “자넨 절대 불량주부가 아니고 ‘우량주부’니까 머지않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건넸다. 그러자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하며 자리를 떴다. 그와 헤어진 뒤 치매관련 정보를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인터넷 사이트 ‘치매가족협회’에도 들른다. 게시판에 올려진 치매환자 가족들의 사연을 읽다 보면 후배에게 정보와 위안의 말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현재 국내의 치매환자는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 6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전문가들은 10년 후 6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치매는 완치가 어렵고 치료기간도 얼마가 걸릴지 몰라 고질병으로 불린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밀착감시가 필요해 가족들을 지치게 만든다. 특히 고령인구 증가와 함께 노인성 치매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전국의 치매 요양병원은 537개,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무료병상 2만개)도 안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8만 3000여명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는 규모인 셈이다. 그나마 유료시설의 경우 월 100만∼250만원의 시설이용료를 부담해야 돼 서민들로서는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월 12만원 정도를 받고 출·퇴근 식으로 운영하는 주간보호센터 등의 재가복지시설에는 대기자들로 넘쳐난다. 치매환자는 본인은 물론 단란한 가정을 파탄으로 빠뜨린다.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치매환자를 가족들만으로 감당하기엔 힘이 부친다. 치매환자를 돌보다 지쳐버린 가족들이 환자를 유기하거나 살해하는 사건들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재 정부의 지원정책은 저소득층(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상위층을 비롯한 서민층의 지원은 전무하다. 다행히 정부는 2007년 공적 노인요양보장제를 부분도입하고 2013년부터 전면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관련법 제정과 재원마련, 시설구축 등 해결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치매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전문성을 갖춘 중간 관리자나 간병인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마련, 환자 부양가정에 지원을 늘리는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 유진상 공공정책부 차장 jsr@seoul.co.kr
  • [빚탈출 희망찾기-김관기 채무상담실] 채무자 면책돼도 보증인과는 무관

    Q10년 전에 어머니가 3000만원의 빚 보증을 섰습니다. 채무자는 5년 전에 죽었습니다. 그후 어머니는 계속 이자를 갚아 왔는데 이자가 4000만원까지 늘었고, 또 이자를 갚기 위해 현금서비스까지 이용해서 1000만원의 카드 빚이 추가되었습니다. 제가 어머니를 대신해 신용카드 대금 1000만원에 대해 보증을 섰습니다. 저도 요즘 매일 카드사에 시달리고 있고 심지어는 욕설까지 얻어먹고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1000만원 정도 빚이 있습니다. 어머니가 파산신청이 가능한지, 그러면 제 보증채무는 면하는 것인 지 알고 싶습니다. -김하나(29·가명)- A 민법의 보증에 관한 규정은 기만적입니다. 보증인에 대하여 “채무자”라는 용어를 쓰지 않기에 어떤 사람들은 보증이라는 것은 주채무자의 성실함을 증명하는 것에 불과하거나,“주채무자가 안 갚으면 채무가 보증인에게 넘어간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보증인은 주채무자 이외에 별개의 독립적인 채무를 집니다. 다만, 서로 영향을 줄 뿐입니다. 주채무자가 갚으면 보증인의 채무도 그 한도내에서 소멸하고, 반대로 보증인이 갚으면 주채무자의 채무도 같은 금액이 소멸하되 보증인은 주채무자에게 구상채권을 가집니다. 보증인과 주채무자 사이의 관계는 그들 사이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일 뿐이고, 대외적인 채권자는 보증인이든 주채무자이든 아무나 골라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민법에 있는 “보증인에게 먼저 알아보라고 할 수 있다.”는 이른바 최고, 검색의 항변권이라는 것은, 주채무자에게 자력이 있을 경우에는 채권자가 굳이 보증인을 쫓을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고 이론상의 가능성일 뿐입니다. 그래서 어설프게 법률을 아는 사람들이 주채무자가 안 갚으면 보증인에게 넘어간다는 식의 말을 합니다. 오죽하면 “보증 서는 자식은 낳지도 말라.”는 속담이 생겼겠습니까. 그렇다면 파산법에서도 결론은 마찬가지입니다. 주채무자가 파산절차에 들어가 면책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보증인은 당연히 면책되지 않습니다. 개인회생제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주채무자가 개인회생으로 채권 전부 또는 일부를 갚기로 해도 보증인의 채무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며, 채권자는 전액을 추심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보증인에 대한 추심 금지와 보증인 책임의 경감이 인정되는 점에 비교해 보면 우리 입법이 지극히 불충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보증인은 자신도 채무자인 자격에서 파산을 신청하고 면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김하나님의 경우에는 마치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격이겠습니다. (파산·개인회생 전문 변호사) ●김관기 변호사가 담당하는 ‘채무상담실’의 상담신청은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 처가의 행패 더 이상 못참겠어요

    저는 결혼한 지 10년째이고 7살난 딸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저는 공무원으로 12년째 근무 중이고 아내는 외국인회사에서 간부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나뿐인 아이마저 거의 얼굴을 볼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제가 경제력이 없다는 이유로 둘째아이 낳기를 거부했습니다. 아내는 집안 살림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의 유치원을 처가 근처로 정하고는 매일 아침 출근하면서 아이를 친정에 데려다 주고 저녁에는 처가에서 아이와 함께 지내다가 밤 10시가 넘어야 집에 오거나 아예 집에 오지 않고 처가에서 자고 출근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러한 문제로 자주 다투었는데 아내는 말다툼만 일어나면 친정 식구들을 불러들였고 장모는 상황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무조건 제가 돈을 많이 못벌기 때문에 딸이 직장을 다니는데 그도 이해를 하지 못하느냐면서 갖은 욕설을 퍼붓고 심지어는 처남과 달려들어 구타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창피해서 다른 데는 이야기도 못하겠고 이제는 이혼마저 생각하고 있습니다. 처가 식구들의 이런 행패도 이혼 사유가 되나요 -장진영(가명)- 정말 마음이 답답하시겠습니다. 우리 부모들은 자식을 결혼시키고도 심리적으로 떠나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식을 늘 곁에 두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다 있겠지만 일단 성장한 자녀들에게는 특히 혼인까지 시킨 경우라면 스스로 심리적으로 자립을 하도록 떼어놓는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기는 것보다는 친정 식구들이 돌보아 주면 안심도 되고 경제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니까 친정에 더 치우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을 친정에서 적절히 조절을 해야 하는데 일단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로 생각해서 딸이 직장에 다니는 것도 사위의 잘못이라고만 몰아붙인다면 이는 정말 어려운 상황이 되기도 합니다. 우선은 처가 식구들과 화합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 마음이 통하면 처가 식구들도 함부로 하지는 않을 것이고 진영씨도 처가에서 하는 것이 간섭으로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가족간의 갈등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부부가 중심이 되는 가정을 꾸려나가야 한다는 것이고 두 부부의 마음이 우선 하나가 되어야 친정 식구들에게든 시댁 식구들에게든 대화가 될 것입니다. 진영씨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서든지 아내에게 서로 잘 살아보자고 만난 것이 아니냐는 원론적이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두 사람이 이렇게 갈등 상태에 있다가 결국 헤어지게 되는 것이 두 사람을 위해서나 아이를 위해서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기본적인 문제에 협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런 합의에는 처가 식구들의 도움이 절실한데 처가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경우이니 우선 어렵더라도 처가 식구들과 자주 대화와 전화로라도 접촉을 하도록 해보세요. 처음에는 어색하고 자존심이 상하기도 할 것이나 먼 미래에 진영씨 가족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 한번 시도해 보세요. 처가 식구들에게 우선은 아이를 양육해 주어서 고맙다든지, 장모님이 딸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해주셔서 아이가 건강하다든지, 아내를 직장에 다니게 해서 미안하다든지, 칭찬 거리를 만들어서 장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표해보세요. 장모도 어느 정도 마음을 여는 기회가 생길 것입니다. 이렇게 처가식구들과 자주 대화를 해서 서로의 마음이 열리게 되면 서로 심리적으로 분리해서 생활을 할 수 있는 요령이나 기회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질문하신 이혼 문제는 최악의 경우에 선택하실 것이나, 재판상 이혼 사유로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것’이라는 조항과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것’이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따라서 진영씨가 위와 같은 노력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장모나 처남들의 횡포가 계속되고 아내와의 화합도 되지 않는다면 위 조항에 따라 이혼을 하실 수는 있습니다. 가족 갈등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상담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032-862-7119,www.e-happy home.or.kr)에서도 하실 수 있습니다. ●가족클리닉의 상담 의뢰는 인터넷 서울신문(www.seoul.co.kr)에서 받습니다.
  • ‘웹투폰 SMS’ 문자테러 온상

    ‘웹투폰 SMS’ 문자테러 온상

    40대 주부 박모씨에게 밤마다 날아든 문자메시지는 불쾌감을 지나 공포심을 자아내는 위협이었다.‘내 인생이 망가졌다. 네 아이들도 다친다.’는 밑도 끝도 없는 협박과 욕설로 가득찬 문자메시지는 한달 전부터 꼬박 일주일동안 전송돼 왔다. 박씨는 발신자를 찾으려고 이동통신사 지점에서 통화확인서를 받았으나 전화번호가 아닌 ‘CP코드’라는 숫자만 덜렁 있었다. 대형 포털, 채팅·음악 사이트 등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문자(SMS) 전송서비스가 ‘사이버 테러’의 가공할 무기가 되고 있다. 웬만한 사이트에서 1건당 30원씩 경쟁적으로 파는 문자 서비스는 발신번호 조작이 가능해 욕설·모욕·비방·스토킹 등 문자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다. ●웹투폰 폭력 문자 증가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에 접수된 사이버범죄 피해신고는 하루 평균 380건에 이른다. 경찰청은 피해자의 주소지 경찰서로 사건을 넘기는데, 그 중 20∼30%가 ‘SMS 민원’인 것으로 어림하고 있다. 서울 서초서와 영등포서 지능범죄수사팀에 넘어온 문자메시지 진정은 한달에 15건 안팎. 이 가운데 3분의2 이상은 인터넷에서 보낸 ‘웹투폰’ 방식의 메시지이다.SK텔레콤 한 업체의 문자메시지 사용량만 2002년 하루 5700만건에서 지난해 1억 900만건으로 늘었다. 미신고분까지 넣는다면 시민들이 겪는 문자 테러 피해는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많을 것으로 보인다. 웹투폰 수사는 휴대전화에서 휴대전화로 보내는 폰투폰보다 복잡한 수사 과정을 거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경찰이 애를 먹는다. 먼저 통신사에 통화확인서를 요청하면 10자리 숫자의 CP코드가 나온다. 이 CP코드로 문자서비스를 제공하는 ASP업체가 확인되면 경찰은 해당 업체에 가입자의 인적사항을 묻는 공문을 보낸다. 주민번호 도용이 드러나면 별도로 ‘통신사실 요청서’를 검찰에 제출,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인터넷 업체에도 IP정보를 요청해야 한다. 사건 해결까지 3∼5일 정도 걸리는 폰투폰에 비해 웹투폰은 한달 이상 걸린다. 발신자를 쫓기까지 6∼7개의 공문을 보내는 술래잡기를 반복하는 것이다.N포털 관계자는 “수사기관이 보내는 CP확인 요청 공문만 매달 15건 정도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문자서비스 사이트가 수천 곳이 넘는 점을 감안하면 사이버 수사의 하루는 공문에서 시작해 공문으로 끝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진정을 취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세요” 범인을 잡아도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다. 박씨처럼 오랜 추적끝에 범인을 붙잡아 경찰에 처벌을 원했지만 대부분은 주변 사람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나면 진정을 거둬들이는 일이 태반이다.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이긴 해도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없으면 사건이 끝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선 수사팀에게 문자 사건은 반갑지 않다. 한 담당자는 “처음부터 피해자에게 진정을 취하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받기도 한다.”면서 “한달 내내 매달려 수사를 끝내도 절반 이상이 취하해 수사력과 인력·예산만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차별·지능화된 문자테러 ‘남편이 ○○모텔에 있다.’,‘씨XX 죽여버릴거야.’,‘○대리가 회사 직원인 ○○씨와 불륜 관계이다.’피해자와 주변인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들이다. 최근 ‘촛불집회에 참석한 여고생이 교사에게 맞아 숨졌다.’는 괴문자가 퍼지기도 했다. 잡고보니 15살 고교생이 범인이었다. 이 문자는 B사이트 등 인터넷 문자서비스를 통해 삽시간에 확산됐다. 대규모 전송이 가능해지면서 특정인이 아닌 불특정 다수에게 허위 사실을 퍼트리는 무차별 문자 테러도 늘고 있다. 의도적인 ‘비방’ 문자는 피해자의 주변 인물들에게도 전송된다는 점에서 그 피해가 심각하다. 웹투폰 방식의 문자테러는 인터넷 가입자의 발신번호가 반드시 나타나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도 많다. 한 수사관은 “업체들이 서비스 비용은 휴대전화로 결제토록 하면서 사용자의 발신번호를 멋대로 바꿀수 있도록 한 것은 상술에 불과하며 사이버범죄를 부추길 뿐”이라고 꼬집었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큐! 아름다운 노년] ⑥ 치매의 덫을 피하라

    현재 국내에는 65세 이상 노인의 8.3%인 34만 6000여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치매는 완치도 어렵거니와 치료기간도 길어 고질병으로 불린다. 막대한 경제적 부담은 물론 항상 밀착감시가 필요해 가족들도 지치게 만든다. 노인 인구의 증가에 따라 노인성 치매환자도 급증하고 있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관리와 지원체계가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치매환자를 둔 가족들의 애환과 보호시설 실태, 정부의 대책 등을 밀착 취재했다. 결혼 20년째인 주부 신영순(46·경기도 광명시)씨. 혈관성 치매환자인 친정 어머니(75)를 보살피느라 자기 시간을 포기한 지 오래다.8년이란 오랜 병수발에 남편과 싸움이 잦아지고 결국 얼마 전 남남으로 돌아섰다. 딸에게 이혼이란 멍에까지 씌워준 어머니의 병세는 그럼에도 나아질 기색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증상이 심해져 요즘은 차라리 포기한 채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고 말했다. 신씨는 “잠시라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대소변으로 온 집안을 도배질해 놓기 일쑤”라면서 “벌받을 소리 같지만 이제 그만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토로했다. 그 역시 “오랜 병간호로 골병이 들어 약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울먹였다. ●치매환자 가족,“아 울고 싶어라” 중소기업 중견간부였던 정창호(45·서울 관악구 신림동)씨. 지난해 말 회사를 그만두고 ‘전업주부’의 길로 들어섰다. 정씨가 집안에 눌러앉게 된 것은 치매환자인 아버지 때문이다.2003년 9월 어느 날, 회사에서 퇴근해 돌아와 보니 아버지가 아내와 심한 욕설을 하며 싸우고 있었다. 전에는 한번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다른 행동에 놀랐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오히려 대드는 아내를 나무랐지만 반복되는 아버지의 행동을 이상히 여겨 병원을 찾았는데 ‘치매중기’라는 판정을 받았다. 정씨의 아버지는 ‘폭언’과 ‘배회’ 등 치매환자들의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맞벌이를 하던 정씨 부부는 결국 유료 요양원에 아버지를 입소시켰다. 아내가 집에서 아버지를 보살피기엔 마찰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1년 2개월 동안 요양비로 자꾸 빚을 지게 되자, 정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아버지를 간호중이다. 하지만 지금도 며느리만 보면 욕설과 함께 얼굴에 가래침까지 뱉어 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무료로 운영되는 공공요양원을 알아보았으나 ‘버림받은 노인이나 기초생활 수급자라야만 자격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해서 들었다.”며 “앞으로 언제까지 보살펴야 될지 암담한 생각뿐”이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무료 요양병상 2만여개에 불과 김제시 하동 노인종합복지타운내 노양요양원에는 치매와 중풍 환자인 노인 75명이 수용돼 있다. 중증 치매환자인 김갑순(88) 할머니는 지난 2003년 4월 이곳 요양원에 들어왔다. 김 할머니는 왜 이곳에서 생활하는지 가족이 누구인지조차 기억을 못한다. 낮에는 집에 가겠다며 온갖 물건을 다 끌어내 짐을 싸놓는다. 감시가 소홀하면 차고 있던 기저귀를 빼내 갈기갈기 찢고 밤에는 옷을 다벗고 알몸으로 병동을 돌아다닌다. 요양원 책임자인 오순자(여·보건6급) 계장은 “밤만 되면 잠을 자지 않고 집에 데려다 달라고 보채는 환자들을 관리하는 게 제일 힘들다.”면서 “치매환자들은 멀쩡한 것 같다가도 주기적으로 돌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올해로 공무원생활 23년째라는 그는 두세 살 아기처럼 돼버린 치매환자들과 생활하다 보니 사고 자체가 유아상태에서 멈춰버린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곳은 지자체가 직영하는 유료시설로 이용료가 비교적 저렴해 입소 대기자들이 밀려 있다. 치매 요양시설은 경제적 부담으로 선택이 쉽지 않지만 시설도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전국의 치매 요양병원은 537개, 병상수는 공공·민간을 통틀어 4만개(무료병상 2만개)가 채 안 된다. 보건복지부에서 병원치료가 필요하다고 분류한 증증 치매노인 8만 3000여명의 절반도 수용할 수 없는 규모다. ●재정부담 줄이는 정부지원 절실 전문가들은 현재 34만여명의 치매환자는 10년 후 6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유료시설의 경우 월 100만∼250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시설이용료는 치매환자 가족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벅차다. 이 때문에 지방자치단체가 월 12만원 정도를 받고 출·퇴근 식으로 운영하는 노인종합복지관은 대기자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곳 역시 재정적 부담으로 선별 수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치매가족협회 이성희 회장은 “치매는 완치가 불가능해 오히려 암보다 더 무서운 질병”이라며 “방치된 치매환자와 가족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2007년 공적 노인요양보장을 전면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인프라 구축 등이 안된 상황에서 걱정이 앞선다.”면서 “중간관리자나 간병인 등을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교육시스템 마련 등 세심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박하정 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 “안타깝게도 치매노인 살해사건이나 노인 유기사건이 자주 일어납니다. 치매와 중풍을 앓는 노인으로 단란했던 한 가정이 돌이킬 수 없는 파탄으로 이어지는 것이죠.” 박하정 보건복지부 인구가정심의관은 치매와 중풍 등 요양보호가 필요한 노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도의 도입 필요성에 앞서 이들로 인해 극단적으로 치닫는 현 세태를 상기시켰다. 박 심의관은 9일 “극빈층 노인은 현재 국가가 무료로 요양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부유층 노인은 경제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다만 치매환자를 둔 중산층이 매월 100만∼250만원의 비용을 장기간 감당하기는 매우 힘들다.”고 말했다. 노인요양보장제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대상은 바로 대다수의 중산층과 서민층이라는 것이다. 그는 “건강보험처럼 보험료와 정부지원으로 재원을 마련한 뒤 요양대상 노인이 있는 가정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하면 사회적인 안전망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면서 “올 가을 정기국회 때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입법화를 전제로 한 구체적인 마스터 플랜도 제시했다. 우선 2007년 하반기부터 중증 치매 및 중풍을 앓는 65세 이상 노인 5만명을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45∼64세 가운데도 중증 환자는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들 요양대상 노인이 받을 서비스와 관련해 “요양시설에 들어가 치료와 간호를 받을 수도 있고, 집에서 방문간호나 수발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는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에게도 이같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인요양보험제 도입에 따라 가구당 매월 3000원 정도가 추가 부담될 것으로 내다봤다. 박 심의관은 “일본의 경우 노인요양보장제를 도입해 15만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거뒀다.”면서 “우리도 노인요양보장제가 도입되면 이에 따른 일자리가 생겨 경제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교원평가 공청회 무산

    교원평가 공청회 무산

    교육인적자원부 주관으로 3일 오후 열릴 예정이었던 ‘교원평가제도 개선안 공청회’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일부 교사들의 무력 저지로 무산됐다. 교육부는 당초 이날 오후 2시 서울 삼청동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교조·한국교직원노동조합 등 교원 3단체와 학부모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청회에 앞서 교원 3단체는 행사장 앞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사실상 확정된 안으로 들러리만 세우고 있다.”며 참여를 거부했다. 또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졸속 교원평가를 강행할 경우 공동 투쟁기구를 구성해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육부가 학부모 단체만을 참석시킨 가운데 행사를 강행하려 하자 전교조 소속 교사 8명이 단상 앞을 점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행사 진행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교사는 단상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교육부를 비난했으며, 이에 동조한 일부 교사는 욕설에 몸싸움까지 벌였다. 이들은 “교원을 평가하기 전에 교육부부터 평가하라.”,“교사를 다 죽이겠다는 것이냐.”며 교원평가 백지화를 요구했다. 결국 공청회는 30분 만에 무산됐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집행부의 방침은 공청회 참여 거부였지만 일부 조합원들이 무리하게 반발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 윤웅섭 학교정책실장은 “교육부의 시안에 대해 의견을 들어보자는 공청회가 실력 저지로 무산된 것은 유감”이라면서 “앞으로 교원단체들과 협의한 뒤 시범 실시는 예정대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재천기자 patrick@seoul.co.kr
  • 지지-반대시위대 충돌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양안분단 이후 56년 만에 본토를 방문한 롄잔(連戰) 타이완 국민당 주석이 26일 오후 난징(南京)의 루커우(祿口) 국제공항에 도착,7박8일 일정에 들어갔다. 전세기 편으로 난징에 도착한 롄 주석 일행은 중국공산당 타이완사무판공실 천윈린(陳雲林) 주임 등 중국 관리들과 타이완 상인 대표단의 영접을 받았다. 롄 주석은 도착 직후 공항에서 발표한 성명에서 “타이베이와 난징은 그리 멀지도 않은데 이곳에 오는데 60년이나 걸렸다.”며 “국민당은 평화적이고 안정된 양안관계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빙쿤(江丙坤), 우보슝(吳伯雄), 린청즈(林澄枝) 등 부주석 3명을 포함해 당내 중진급 등 70여명을 이끌고 중국 땅을 밟은 롄 주석은 다음달 3일까지 베이징(北京), 시안(西安), 상하이(上海) 등을 방문한다. 이날 대륙 전체가 롄 주석을 맞기 위해 들뜬 모습이었고 타이완에선 롄 주석의 중국 방문을 지지하는 시위대와 반대하는 세력이 충돌하는 등 파장이 만만찮았다. ●관영 신화통신은 롄 주석의 직함을 ‘중국 국민당’ 주석으로 명기하면서 29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이른바 3차 국공(國共)회담을 갖는다며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홍콩과 타이완 언론은 롄 주석이 조부 롄헝(連橫)의 저서 ‘대만통사(臺灣通史)’, 지난해 총통선거 출마를 앞두고 낸 ‘변화, 이제는 희망이 있다’와 최근 출간한 ‘롄잔,2005년 대륙행’ 등 세 권의 책을 선물로 갖고 왔으며 어떤 책이 누구에게 전달될지는 분명치 않다고 보도했다. ●첫 방문지 난징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취재진이 운집, 롄 주석이 27일 찾게 될 쑨원(孫文)의 묘소를 사전 취재하거나 방문단이 묵을 호텔과 회의장 등에 전송 시설을 확보하느라 분주했다. 홍콩 문회보(文匯報)는 롄 주석이 29일 강연하게 될 베이징대 학생들이 미리 표를 구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강연 후 질의응답을 위해 학교측은 웹사이트에서 미리 질문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롄 주석이 다녔던 시안의 초등학교에선 학생과 교사들이 무용공연 등의 환영식 준비에 바쁜 모습이었다. ●앞서 이날 오전 롄 주석 일행이 출발한 타이베이 타오위안(桃園) 국제공항에서는 수백명의 시위대가 충돌하는 바람에 극도의 혼잡이 빚어졌다. 오전 7시부터 모인 시위대는 9시쯤 출국 로비와 건물 밖을 가득 메웠으며 서로 욕설을 퍼붓다 계란을 집어 던지는 등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는 병원에 실려갔으며 일반 승객의 출국 수속이 한때 마비됐다. 일부 여당 의원마저 경찰의 제지를 뚫고 시위대에 합세, 계란을 집어던지고 새총으로 쇠구슬을 쏘기도 했다. oilman@seoul.co.kr
  • [다시불거진 인터넷 익명성 논란] 운영자·네티즌 설문조사

    [다시불거진 인터넷 익명성 논란] 운영자·네티즌 설문조사

    건전한 비판은 ‘OK’, 그러나 익명제는 ‘NO’. 서울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응답한 주요 공공기관 홈페이지 운영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운영자들은 익명이 보장되는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로 한몫하고 있지만 관리의 어려움이 많아 실명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정부부처, 정당, 구청, 경찰서, 언론사 등 공공기관 홈페이지 운영자 52명의 92.3%는 자유게시판을 통해서 네티즌들에게 건전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운영자 84% “악플에 곤란 겪은 적 있다” 이들 기관의 99%가 네티즌 또는 소속 구성원들에게 열린 자유게시판을 운영하지만 이중 55.8%는 실질적인 실명제를 실시하고 있었다.26.9%는 실명제 도입을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홈페이지 운영자들이 실명제를 선호하는 이유는 바로 플레이밍 현상과 훌리건들 때문이다. 운영자의 84.6%는 홈페이지 관리자라는 책임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비방하거나 상대를 인신공격하는 글이 게시판에 올라왔을 때 난처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중 78.8%는 게시물을 삭제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고 밝혔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인기가수의 음주 운전 뺑소니 사건과 같은 이슈가 생기면 네티즌들이 게시판을 욕설로 도배하기 때문에 홈페이지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한 대학 관계자는 “익명으로 운영하던 학교 홈페이지를 3년 전 실명으로 바꾼 이후로 훌리건들의 플레이밍 행위가 거의 사라졌다.”면서 “현재는 자체적인 기준에 근거해 비방성·광고성 글을 삭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 79% “악플 단적 없다” 반면 네티즌 100명의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네티즌들은 운영자들이 염려하는 플레이밍 인구는 상대적으로 소수라고 주장한다. 응답자의 78.8%는 익명이든 실명이든 관계없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남길 때 부적절한 용어를 사용하거나 무자비하게 답글을 달거나 인신공격을 한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인터넷 익명성에 대한 의식에서도 운영자와 네티즌들은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홈페이지 운영자와 네티즌들은 모두 인터넷 게시판이 다양한 의견이 분출되고 어우러지는 공간이라는 데는 동의했다. 그러나 인터넷 익명성에 대한 가치 판단은 엇갈렸다. 네티즌들은 인터넷상의 글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운영자들은 누가 글을 썼느냐를 중요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영자는 ‘글쓴이’ 네티즌 ‘내용’ 우선 네티즌 응답자의 87%는 공공기관, 언론사, 커뮤니티 등의 자유게시판 또는 게시물의 답글을 믿을 때도 있고 믿지 않을 때도 있다고 답했다. 본인을 떳떳하게 밝힌 네티즌이 쓴 글이라도 게시물의 내용이 현실성이 없으면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로 글쓴이를 밝히지 않더라도 내용이 논리적이고 현실성이 있으면 파급력은 커질 수 있다. 반면 홈페이지 게시판 관리자들의 57.7%는 네티즌들이 남기는 글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매우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홈페이지 운영자들은 게시물 작성자를 알 수 없다는 것과 게시물의 사실 여부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을 네티즌들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온라인 세상에서 오가는 담론에 대해서 공공기관 홈페이지 운영자들이 네티즌들보다 더 경직된 시각을 갖고 있음을 뜻한다. 이효연 나길회기자 belle@seoul.co.kr
  • [다시불거진 인터넷 익명성 논란] 플레이밍 현상 왜 나타나나

    [다시불거진 인터넷 익명성 논란] 플레이밍 현상 왜 나타나나

    한 일간지 기자 K씨는 지난해 10월 특정대학 ‘훌리건’들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사립대학들이 제2캠퍼스 지원에 소홀하다는 내용의 기사를 쓰면서 제2캠퍼스를 ‘분교’로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다.K씨가 홈페이지를 통해 해명을 했지만 훌리건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개방성을 악용해 상대를 인신공격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플레이밍(flaming)’ 현상은 왜 나타나는 것일까?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상대방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사람이 이를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할 때 이같은 플레이밍 현상이 나타난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적인 공간이지만 네티즌이 글을 남기는 순간에 이 공간은 글쓴이에게 개인적인 공간으로 느껴지는 특징이 있다. 또 온라인의 세상에서는 현실의 ‘나’와는 다른 탈을 쓰고 타인 행세를 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자유로운 상태에서 글을 남길 수 있다. 때문에 사실이 아닌 글이나 타인의 글처럼 위장하거나 욕설을 내뱉기가 쉬워진다. 하지만 황 교수는 인터넷상의 이 같은 익명성은 ‘허구’라고 주장한다. 황 교수는 “인터넷의 익명성은 40대 샐러리맨이 회사에서는 반듯한 직업인으로, 가정에서는 자상한 아버지로, 술집에서는 음주가무를 즐기는 호남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온라인 상에서는 이러한 정체성이 더 쉽게 변하고 감추어질 수 있는 특징이 있을 뿐이다.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상대의 의견이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 네티즌들은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 황 교수는 “이런 행동이 집단적이 되면 플레이밍이 되지만 이러한 현상은 오로지 온라인 세상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황 교수는 “이러한 사회구성원 간의 갈등은 당사자들이 서로 이해하는 폭을 넓혀가는 방법으로 풀어야지 주민등록번호나 실명과 같이 개인 정보를 공개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익명성 때문에 명예훼손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 인터넷 문화의 심각성을 뼛속 깊이 느끼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명재진 충남대 교수는 인터넷이 지닌 파급력을 감안했을 때 인터넷의 익명성은 불특정 다수에게 엄청난 테러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명 교수는 “현대 민주주의는 가치지향적이지 누구의 의견도 모두 수렴하는 가치중립적인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자극적이고 왜곡된 여론은 빨리 전파되고 건전한 여론을 이끌어낼 정의로운 목소리들은 묻혀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명 교수는 모두에게 열린 공공기관의 홈페이지만이라도 반드시 실명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교수는 인터넷 상에서 발생하는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범죄의 원인이 ‘익명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는 진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민 교수는 “자살 사이트에 방문한 사람이 자살에 성공했을 때 자살 사이트 때문에 그 사람이 죽음을 선택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말한다. 같은 예로 인터넷을 통해 10대들의 원조교제가 급속도로 번진다고 해서 그 원인이 인터넷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민 교수의 주장이다. 민 교수는 따라서 인터넷의 익명성이 범죄 행위의 원인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익명성을 빌미로 그동안 담아두었던 개인의 생각을 분출할 수는 있지만 네티즌의 이러한 행동 원인은 반드시 현실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민 교수는 인터넷의 실명제를 법제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아니라고 말한다. 연세대 황 교수도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갑론을박에 대해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오프라인의 시각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황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인터넷 상의 ‘나’의 정체성은 매우 쉽게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말도 내뱉고 거짓 사실도 편안하게 쓸 수 있다. 문제는 ‘나’의 정체성이 고정되어 있는 현실의 잣대로 오프라인을 규정하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효연 나길회기자 belle@seoul.co.kr ● 플레이밍이란 ‘플레이밍(flaming)’은 모욕적인 말, 욕설, 적대적인 언어 등을 뜻한다. 커뮤니케이션학에서는 흥분되고 억제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현상을 말한다. 인터넷의 익명성과 개방성을 악용해 상대에게 상처를 주는 ‘플레이밍’은 전자 메일을 불특정 다수에게 마구 보내는 ‘스패밍(spamming)’과 함께 사이버 커뮤니케이션의 부정적 현상 중 하나다.
  • [다시불거진 인터넷 익명성 논란] 이슈별 리플분석 결과

    [다시불거진 인터넷 익명성 논란] 이슈별 리플분석 결과

    익명제를 실시하더라도 악의적인 답글(악플)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난다. 지난 1∼11일 한 포털사이트에서 조회수가 높았던 기사의 답글을 분석한 결과다. 리플이 1000개 이상 달린 기사 중 이유 없는 무조건적인 비판, 인신공격이나 욕설, 장난성 발언, 광고처럼 전혀 상관 없는 내용을 ‘악플’로 보고 그 비율을 조사했다. 찬반이 갈리는 이슈의 경우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답글이 대부분이었다. 지난 7일 보도된 ‘초등학생의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은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기사의 경우 총 1356개의 답글이 달렸다.‘초딩한테 무슨 인권이냐?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와 같은 인신공격이나 욕설 60건,‘내 리플 보는 것도 인권침해야. 보지마 눈감아 ㅋ’과 같은 장난성 발언 16건을 포함해 악플은 총 109개였다. 전체 리플의 8.04%에 불과한 숫자다. 답글 대부분이 일기장 검사에 대해 찬성 또는 반대 의견을 경험적·논리적으로 펼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안타까운 사연이나 동정심을 유발하는 기사의 경우,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발언은 극소수에 그쳤다.11일 게시된 ‘반신불수 남편 30년 간병 끝에 자살 도와’라는 기사의 경우 모두 1032개의 리플이 달렸다.‘누가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정상참작해달라.’ ‘30년간 간병하다니 대단하다.’ ‘안락사를 허용하라.’ 등 기사 주인공을 동정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악플은 찬반이 크게 갈리는 기사들에 비해 현저히 적은 3.29%에 그쳤다. 연예계 뉴스나 독도 문제와 같은 민감한 이슈에는 악플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역시 11일 보도된 ‘해리 포터 여주인공, 외모 시비 사이버 테러 당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모두 1274개의 답글이 달렸다. 여배우 외모에 대해 ‘살인충동’과 같은 강도높은 인신공격성 발언을 포함한 악성 답글은 모두 179개로 전체 13.80%나 차지해 다른 기사와 대조를 이뤘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알권리’ 침해·언론통제 논란

    검찰과 경찰은 25일 법의 날을 맞아 ‘수사과정의 인권보호 강화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검찰의 인권보호 방안은 피의자의 인권보호를 위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금지하고 중요 피의자의 소환을 공개하지 않는 한편 취재 기준을 어긴 언론에 대한 제재 조치를 포함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인권방안을 위반한 수사 담당자에 대해서는 인권침해 사례에 준해 자체 감찰을 실시할 방침이다. 정상명 대검찰청 차장은 “언론의 취재경쟁으로 수사 대상자들의 피의사실이 공표돼 인권이 침해당했다는 이의제기가 잇따르고 있다.”면서 “오보 등 취재 기준을 위반한 기자에 대한 출입제한 조치 등을 강구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국민적 여론을 수용하고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실의 문제제기 등을 감안,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이러한 방침은 주요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기업 총수 등 사회지도층의 비리 수사나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된 사건이라도 검찰의 기소 전까지 언론의 취재와 보도를 제한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박근용 팀장은 검찰의 발표에 대해 “인권존중이란 이름으로 비리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에 대한 수사가 알려지지 않으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중요한 역할인 권력과 수사과정의 감시 등이 봉쇄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밝히지 않고 수사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와 검찰권의 오·남용의 여지가 있으며 수사를 투명하게 하겠다는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또 오보를 방지하기 위해 언론이 검찰에 사실 확인을 문의하는 관행을 금지하는 것은 오보를 방관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한편 경찰은 압수·수색·감청영장을 신청할 때도 구속영장처럼 ‘영장심의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수사과정에서 반말·욕설 등을 금지하고 원격 화상조사제를 현행 고소인·참고인에서 피의자에게까지 확대하며 조사시간을 자정으로 제한하는 등 밤샘조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패륜부른 가정폭력

    강원도 강릉경찰서는 17일 상습적으로 가정폭력을 일삼은 아버지를 목졸라 살해한 이모(14·중3년)양에 대해 존속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양은 지난 16일 오전 3시쯤 강릉시 모 연립 집에서 아버지(40)가 술에 취해 병환으로 누워 있는 할아버지(74)와 할머니(70)를 괴롭히며 욕설을 하고, 이를 막는 이양에게 주먹을 휘두르자 두 손을 묶고 넥타이로 목을 졸라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양은 경찰에서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가 툭하면 술에 취해 집 기물을 부수고 식구들을 때리는 등 난동을 피워 왔다.”면서 “이날도 아버지의 폭력이 두려워 이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4년 전 이혼한 이양의 아버지는 상습적으로 이양과 조부모에게 가정폭력을 휘둘러 온 것으로 알려졌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친절한 금자씨’촬영 현장

    ‘친절한 금자씨’촬영 현장

    모든 인간에겐 천사와 악마의 모습이 동시에 숨쉬고 있는 걸까. 착하고 순결해보이는 배우 이영애의 이미지 위에 섬뜩한 핏빛 붓질을 휘두른 영화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의 촬영현장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선과 악의 이미지들이 교차하며 기이한 분위기를 발산하고 있었다. 촬영이 진행된 경기도 파주 헤이리의 아트서비스에 설치된 세트장은, 금자(이영애)가 13년간 감옥에서 복역한 뒤 나와 마련한 첫 보금자리다. 세트로 꾸며진 작은 방은 불길 같은 무늬가 이글대는 주황색 벽지에 붉은 색 이불이 시각적으로 강하게 자극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집을 구한 뒤 첫날밤 잠에 들기 전 기도를 하는 모습이 이날의 촬영분이다. 속칭 ‘미아리 드레스’라고 불리는 엠파이어 스타일의 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이영애는 작은 방안에 무릎을 꿇고 다소곳이 앉는다. 빨간 촛대 위의 하얀 촛불이 흔들리고, 그 앞에서 의식을 치르는 사제처럼 두 손을 모으는 그녀. 고개를 숙이고 기도하다 서서히 고개를 들어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은 더없이 맑고 천진해보여서 더 섬뜩하다. 대사 한마디 없는 짧은 장면이지만 자신을 감옥으로 보낸 백선생(최민식)을 향한 피비린내 나는 복수극을 펼치기 전, 금자의 상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이다. 촬영 뒤 모니터를 확인하던 박찬욱 감독이 한마디한다.“처녀보살 같다.”(웃음) 과장이 아니다. 양식화된 머리스타일과 드레스, 하얀색과 붉은색과 검은색이 너울대는 이미지로 ‘성스러움과 속됨’이 상징적으로 어우러졌다. 박 감독은 “한국영화 역사상 가장 좁은 아파트 세트일 것”이라면서 “지옥의 불꽃 같은 인상을 담아달라고 미술감독에게 주문했다.”고 설명했다. 이영애의 독특한 의상은 친구에게서 빌린 잠옷이고, 방안의 독특한 벽지는 무허가 미장원이었던 장소여서 그렇단다. 촬영현장에는 아사히신문, 요미우리신문, 마이니치신문, 닛폰스포츠,NHK등 일본의 23개 매체 70명과 애플데일리,TVB TV 등 홍콩의 15개 매체 40명이 국내 취재진 80명과 함께 열띤 취재경쟁을 벌였다. 홍콩 취재진은 영화사의 초청 없이 자비로 입국해 드라마 ‘대장금’으로 홍콩에서 최고 스타로 떠오른 이영애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현재 85% 정도 촬영이 진행된 영화는 4월말 크랭크업한 뒤 7월쯤 개봉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사진 스포츠서울 김미성기자 492naya@sportsseoul.com ■천사얼굴 악마연기 이영애 산소같은 맑고 투명한 표정으로 사랑 받아온 배우 이영애(34)가 ‘친절한 금자씨’ 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했다. 순진무구한 얼굴로 폭력과 욕설을 내뱉는 모습은, 금기를 깨는 쾌락의 극대치를 선사할 듯 싶다.“여배우로서 이런 작품 만나기 힘드니까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다.”는 게 그녀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다. 하지만 스스로도 금자의 모습에 매번 놀라움을 금치 못한단다. 촬영 뒤 모니터를 보면서 혼잣말로 “섬뜩해.”라고 했던 그녀는 “매 장면마다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봐야하기 때문에 낯설고 놀랍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박찬욱 감독도 “이영애가 가지고 있는 복잡한 내면 풍경을 끝까지 파고들어가는 작업이라 배우로서 보람도 있겠으나 고충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감독과 그녀의 만남은 ‘공동경비구역 JSA’에 이어 두번째.“‘…JSA’같은 훌륭한 작품을 함께 하면서도 감독과 교류를 많이 못해 아쉬웠다.”는 그녀는 “그 뒤 ‘복수는 나의것’‘올드보이’를 보면서 그런 감각적이고 이전에 내가 했던 작품과 다른 작품을 하고 싶었던 차에 제안을 받아서 기뻤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지금까지와 다른 연기를 시도하는데 거부감이나 두려움이 없다는 것이 배우 이영애의 최대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같은 일이 닥쳤을 때 복수를 하겠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있으면 안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을 연 그녀는 “그래서 감정이입이 힘들었지만, 영화의 결말에 내 생각이 많이 담겼다.”고 말했다.“여운이 있는 결말이어서, 영화가 나온 뒤 많은 의견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배우 이영애의 연기뿐만 아니라 한국영화계에서도 보기 드문 영화가 될 것입니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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