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포털·댓글·UCC, 신문의 역할/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신문이 사실보도, 아니 진실보도를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멀지 않은 과거에는 정치권력이 입을 막고 사실을 비틀었다. 요즘은 자본이 언론의 자유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도 신문에 유언무언의 압력을 가하는 권력과 자본은 정직한 편이다.
권력과 자본보다 훨씬 무섭게 신문의 귀와 입을 틀어막는 것은 바로 이데올로기이다. 이데올로기는 사실 여부를 증명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많은 사람들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그래야만 되는 것으로 믿어버리는 지배적인 신념이다.
수십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했던 반공이데올로기는 무수한 사람의 인권과 생명을 앗아갔지만 신문은 이를 저지하기는커녕 이데올로기의 횡포에 완장을 차고 나서기까지 했다.‘황우석 논문조작’ 사태가 터지기까지 발동한 국익이데올로기를 보라.‘국익’이란 이데올로기에 압도당한 신문은 진실추구가 아니라 신화와 환상, 허위를 만드는 데 급급했다.
요즘 유행하는 ‘포털’ ‘댓글’ ‘UCC’에도 ‘민주주의 이데올로기’가 덧씌워져 우려스럽다. 이들 신매체는 시민이 적극 참여하는 쌍방향의 하의상달식이기 때문에 분명 ‘민주적’이다. 하지만 ‘민주적’이기 때문에 모두가 따라서 해야 하고, 또 ‘민주적’이기 때문에 비판을 가하면 자칫 몰매를 맞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매체가 종종 부화뇌동을 부르는 전체주의와 비판을 불허하는 독재를 만들어내고 있다.
포털은 국내 신문, 방송, 통신, 인터넷 등 대부분의 언론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언론공간을 창출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댓글과 토론광장 공간도 갖춘 포털은 제법 ‘민주적’이다. 하지만 인터넷공간에서 상업적 이해를 추구하는 포털은 뉴스사이트를 연예, 오락, 스포츠물 위주로 선정적으로 편집함으로써 사람들이 더 이상 공공의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게 한다. 포털을 찾는 이들이 많은 경우 공공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민주적 시민이 아니라 선정과 흥미 위주의 포털뉴스의 소비자일 뿐이다(3월28일자 1면 ‘e권력 포털 대해부, 통제되지 않는 언론’).
엉겁결에 다수의 포털 뉴스공급자의 하나로 전락한 신문들은 독자들이 포털로 이탈하는 현상을 목격하면서, 스스로가 이탈의 원인을 계속해서 제공하는 진퇴양난의 함정에 빠져있다. 정치권도 포털의 영향력을 관찰하면서도 우려보다는 편승에 관심이 더 많다(3월30일자 1면 ‘e권력 포털 대해부, 대선 주무르는 제5권력’).
소위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한다는 ‘댓글’이 가장 비민주적인 공간이 되고 있다. 댓글이 남의 의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자기 말만 ‘지껄이고’ 공격과 비방, 욕설을 ‘내뱉는’ 악성 감정의 분출구가 된 지 오래다.
신문들은 저간의 사정을 잘 알면서도 댓글이 ‘민주적’ 공간이라는 막연한 믿음 때문에, 경쟁사들도 하고 있기 때문에 악성 댓글공간을 어쩌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의 인터넷판은 댓글제도가 없다. 여론마당(forum) 공간만 열고 그것도 욕설, 비방, 명예훼손 발언 등은 삭제·관리한다. 관리의 이유는 민주적 시민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제 이용자 창작 콘텐츠(UCC) 열풍이 불고 있다. 신문들은 또 ‘민주’의 꼬리를 달며 UCC를 선전하고 있다. 댓글 도입 때처럼 많은 언론사들이 경쟁적으로 UCC를 자사 서비스에 포함시키려 하고 있다. 과연 UCC는 민주적인 매체인가? 최소한 신문들의 UCC 보도는 민주적이지 않은 것 같다. 신문들은 UCC를 보도하기보다 선전하고 있고, 감시하기보다 옹호에 급급하다. 이러한 정황에 비춰볼 때 지난주 서울신문이 시작한 ‘e권력 포털 대해부’란 탐사보도 시리즈는 용기있고 의미있는 기획이라는 평가를 받기에 손색이 없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