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의 ‘7번 전설’ 이대로 사라지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가장 상징적인 등번호는 7번이다. 조지 베스트,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크리스티아노 호날두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맨유의 7번을 사용했다. 그리고 이들은 수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맨유가 세계적인 클럽으로 발돋움하는데 기여했다.
맨유의 7번이 본격적으로 부각되기 시작한 시기는 90년대 칸토나 부터다.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한 칸토나는 현란한 개인기와 폭발적인 스피드, 그리고 다부진 체구를 앞세워 상대 수비진을 무너트렸다. 또한 양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했으며 시야가 넓어 상당히 많은 도움을 기록했고, 문전에서는 그 누구보다 침착했다.
칸토나의 후계자는 ‘프리킥의 마술사’ 베컴이었다. 입단 초기 24번을 거쳐 10번을 사용했던 베컴은 칸토나가 은퇴하자 곧바로 그의 등번호 7번을 물려받았다. 베컴은 정확한 크로스와 엄청난 지구력을 바탕으로 경기장 곳곳을 누볐고, 프리미어리그 통산 152개의 도움(경기당 0.57)을 기록했다. 7번의 가치가 더욱 상승한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2003년 베컴이 알렉스 퍼거슨 감독과의 불화로 인해 팀을 떠나며 맨유의 7번은 잠시 주인을 잃고 방황했다. 새로운 스타급 선수가 맨유의 7번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퍼거슨은 놀랍게도 포르투갈 출신의 10대 소년에게 맨유의 전설적인 등번호 7번을 부여했다. 그리고 그 소년은 5년 뒤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한다. 바로 호날두의 이야기다.
이처럼 맨유의 7번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스토리를 만들어왔다. 칸토나는 그 유명한 ‘쿵푸킥’(1995년 12월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경기에서 관중석의 팬이 욕설로 자극하자 킥을 날리며 가격해 9개월간의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사건에도 불구하고 퍼거슨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고, 베컴과 호날두는 위기 때마다 멋진 프리킥 골로 맨유를 구해냈다.
맨유의 7번이 팬들의 사랑을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순히 실력 뿐 아니라 영웅과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내며 하나의 캐릭터를 형성해 왔기 때문이다. 또한 맨유가 다른 프리미어리그 클럽들보다 더 큰 인기를 누린 것도 그들만의 특별한 등번호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 맨유의 경기에서는 좀처럼 등번호 7번을 볼 수 없다. 7번의 주인공인 ‘원더보이’ 마이클 오웬이 잦은 부상과 부진으로 팀 스쿼드에서 자주 제외됐기 때문이다. 사실 리버풀 출신의 오웬이 맨유의 7번 계승자가 될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은 오웬의 자신감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과감히 7번을 내줬다.
물론 오웬은 뛰어난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한 선수다. 잉글랜드 선수 최초로 발롱도르(유럽 올해의 선수상) 수상했고,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를 거치며 엄청난 득점력을 선보였다. 또한 지난 시즌 그의 유니폼은 웨인 루니와 함께 가장 많이 팔리기도 했다.(프리미어리그 전체를 통틀어 판매 순위 톱10에 들었다)
그러나 맨유의 7번 계보를 잇기에 조금 부족한 것 또한 사실이다. 일단 부상이 많다. 이제 그는 원더보이 보다는 ‘유리몸’이란 별명으로 더 많이 불리고 있다. 올 시즌 초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첼시와의 커뮤니티실드에 선발 출전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뉴캐슬과의 개막전 출전 명단에서는 아예 제외됐다.
단순히 오웬의 실력을 떠나 그동안 맨유의 상징과도 같았던 7번의 존재감이 많이 약해진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맨유의 7번 전설과 함께 프리미어리그의 재미를 느꼈던 팬들의 입장에선 더더욱 그러하다. 과연, 오웬은 7번 계보를 이어갈 수 있을까? 맨유의 7번 전설이 부활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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