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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꽂이/늦은 노래 外

    ●늦은 노래(고은 지음) 지난 10월 38권에 달하는 방대한 전집을 낸 저자가전집에 포함되지 않은 근작시를 담은 시집.국내외를 여행하며 지은 기행시와 북녘 방문기를 담은 시편 등을 실었다.민음사 6500원. ●이제 우리들의 잔을(이청준 지음) 열림원이 출간하는 ‘이청준 문학전집’전29권 가운데 23번째인 장편소설.9800원. ●달항아리 속 금동물고기(방현희 지음) 제1회 ‘문학·판’의 신인작가 장편소설 수상작.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어가는 ‘나’는 병의 원인이근친상간에 의한 유전자 변형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가족사에 숨어 있는 진실을 더듬어 간다.열림원 8000원. ●삼오식당(이명랑 지음) 소설 ‘꽃을 던지고 싶다’,산문집 ‘행복한 과일가게’등을 발표한 저자가 영등포 시장을 무대로 서민의 삶을 ‘장터의 언어’로 생생하게 묘사해낸 연작소설 8편.시공사 8000원. ●탬벌레인 대왕/몰타의 유태인/파우스투스박사 (크리스토퍼 말로 지음,강석주 옮김) 셰익스피어와 더불어 영국의 대표적인 르네상스 극작가로 꼽히는저자의 희곡선집.29세에요절한 저자는 셰익스피어의 작품세계에 적지 않은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사회구조에서 인간을 해방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현대의 후기구조주의적 특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문학과지성사 2만원. ●버스 정류장(가오싱젠 지음,오수경 옮김) 200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중국작가 가오싱젠(高行健)의 대표 희곡선집.지난 88년 프랑스로 망명하기 전 베이징(北京)인민예술극원에서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무대에 올린 ‘버스 정류장’과 ‘독백’‘야인’등 3편.민음사 7000원. ●해저 2만리(쥘 베른 지음,이인철 옮김) 그동안 아동용 축약본으로 소개된것을 초판본 삽화 90여장을 넣어 완역한 공상과학소설의 대표작.번역자는 불문학 박사이자 잠수장비 전문회사의 이사.문학과지성사 1만 5000원. ●승부(조세래 지음) 영화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여’‘하얀 전쟁’등으로춘사영화제·대종상영화제에서 각각 각본·각색상을 받은 작가의 장편소설.해방 전후 암울한 시기에 오직 바둑에 몰입한 야인 기객(棋客)들의 이야기.시공사 전3권 각 7800원. ●내 눈앞의전선(이향지 지음) 40대 후반인 지난 89년 뒤늦게 등단한 여류시인의 네번째 시집.섣달 보름의 둥근 달을 묘사한 ‘둥글고 환한 구멍’등젊은 시인 못지않은 예리하고 싱싱한 감각의 시편들.천년의시작 6000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주제 마우루 지 바스콘셀로스 지음,박동원 옮김) 성장소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새로 번역했다.오역을 바로잡고,공모를통해 선정한 국내 삽화가의 그림 14장을 새로 넣었다.동녘 7500원. ●이브가 깨어날 때(케이트 쇼팬 지음,이소영 옮김) 미국 여류작가가 1899년에 발표한 소설.젊은 여자가 어느 날 자신의 잠재된 성적 욕망을 깨닫고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출간 당시 불륜소설로 논란을 빚어 일부 도서관이 책을 거부했다.문고판 ‘이삭줍기 시리즈’여덟번째.열림원 7500원. ●2인의 검객(사토 겐이치 지음,이정환 옮김) 일본 작가가 서양을 배경으로쓴 역사모험소설.뒤마의 소설 ‘삼총사’의 주인공 달타냥과 에드몽 로스탕의 희곡에 나오는 시인검객 시라노가 프랑스의 최대 수수께끼인 ‘철가면 전설’을 풀기 위해 나선다.동아일보사 전3권 각 8500원.
  • ‘불교와 서양의 만남’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불교와 서양의 만남은 20세기 가장 의미심장한사건”이라고 단정했다.최근 들어 서양에서 불교는 일부 지식층의 지적 호기심 차원을 넘어 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얻고 있다.평화로운 붓다의 미소가 고난에 찬 예수의 얼굴을 대신할 날이 올 것인가. ‘비트족의 우상’ 잭 케루악을 비롯해 톨스토이·보르헤스·헉슬리 등 불교의 가르침에 심취한 작가는 수없이 많다.작가들뿐만 아니다.철학자 쇼펜하우어 또한 유럽이 불교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으며,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는 불교를 전파하는 데 누구보다 열성적이다.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리틀 붓다’,장 자크 아노의 ‘티베트에서의 7년’,마틴 스콜세지의 ‘쿤둔’ 등 거장들은 앞다퉈 티베트 불교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만들었다.서양 사람들이 왜 이토록 불교에 관심을 보일까.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레데릭 르누아르가 쓴 ‘불교와 서양의 만남’(양영란 옮김·세종서적 펴냄)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현대의 ‘불교적 인본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불교와 서양의 만남이 어떤역사적 장면과 일화를 남겼는가를 살핀 책이다.서양문화에 얽힌 불교 이야기가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고대 서양인들은 불교에 관해 거의 알지 못했다.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에 따라나선 이들이 불교 승려를 만나고,인도의 아소카왕이 붓다의 가르침을 전해 제자들이 생겨난 정도다.동양의 신비한 종교에 대해 어렴풋한 이미지만 갖고 있었을 뿐이다.중세에는 14세기 초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가 나옴으로써 불교 승려들과 붓다의 삶에 관해 더욱 많이 알게 됐다.그러나 불교에매료된 서구인들은 그것을 종교적 논쟁의 도구로 이용하는가 하면,기독교적으로 각색한 붓다 일대기를 지어내기도 했다.도미니크 수도사는 정적에게 일격을 가하려고 불교를 이용했으며,디드로·볼테르 등 백과전서파는 이 새로운 동양 종교를 이용해 진리의 유일한 수호자임을 자임하는 가톨릭 교회를굴복시키고자 했다. 이 책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사상가 중에서도 특히 쇼펜하우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톨스토이가 “가장 천재적인인간”이라고 부른 쇼펜하우어는 30세 되던 해인 1818년 역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냈다.여기서 그는 불교 철학과 매우 비슷한 사상을 전개한다.‘고통이 모든 삶의 근본’이라는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인 쇼펜하우어 철학은 불교 사상과 많은 부분에서 맥이 통한다.삶과 고통을 동일시하고 고통의 원인을 욕망으로 보는 점,자아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집착을 버릴 것을 강조하는 점 등이 똑같다. 문제는 프로이트나 마르크스·니체 등 19세기 후반을 풍미한 유럽 지식인과 동시대 사람들이 불교와 쇼펜하우어 사상을 자주 혼동했다는 사실이다.젊은 시절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제자로 불교에 심취했으며,불교를 기독교보다 많은 장점을 지닌 종교로 이해했다.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불교를 염세주의의 가장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여겼으며,유럽이 불교로 개종하게 될까염려했다.오늘날까지 통용되는 불교에 대한 서양의 몇몇 편견은 쇼펜하우어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19세기 말 불교가 서양인 마음을 사로잡게 된 데는 비교주의(秘敎主義)의역할이 컸다.무엇보다 서양의 비교주의와 불교를 접목시키려 한 신지학회(Theosophical Society)가 한몫 했다.1875년 헨리 스틸 올코트 대령과 러시아출신 여성 헬레나 블라바츠키가 뉴욕에서 만든 신지학회는 당시의 조류인 유물론과 교조주의적 종교들을 비판하며 세를 불려갔다.그러나 신지학회는 불교를 중심 교리로 삼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왜곡했다.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의 존재를 부정하고 개인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붓다의 가르침이,유신론과개인적인 자아에 대한 믿음으로 둔갑한 것이 그 한 예다.양차 세계대전 사이 점차 늘어난 불교 신자는 대부분 신지학을 통해 불교를 접했다.신지학은 서양 철학과 신학을 불교개념에 입각해 재해석하려 한 최초의 시도였다. 이 책은 1989년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시기를 ‘불교적 인본주의’라는 범주로 묶는다.1989년은 서양과 불교의 만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상징적인 해다.프랑스를 비롯한 구미 지역에 널리 불교를 전한 칼루 린포체가 이해에 입적했고,서양인의 집단 무의식 속에 ‘반교황’ 또는 ‘현대판 교황’으로 새겨져 있는 달라이 라마가 노벨상을 받은 것도 이 때다.특히 전통 티베트 불교를 계승한 최후의 큰스님 칼루 린포체의 입적은 서양 불교사상 커다란 사건으로 기록된다.그의 입적 후 서양에서의 불교 전파는 새 장을 열게 된다. 붓다와 그의 가르침에 대한 관심은 1989년 20세기 최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한층 고조됐다.아울러 불교가 지닌‘현대성’도 새삼 조명받고 있다.불교는 아인슈타인이 지적했듯이 “현대과학과 양립 가능한 유일한 종교”다.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현실에서 불교는서양인들에게 ‘실용적인’ 정신적 삶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스스로 고갈돼가는 서양의 정신에 깨달음의 빛을 던져 준 불교는 바야흐로 구미사회에서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현대문학상 수상작 조경란 소설 ‘좁은문’

    ‘남자는 안개를 본다.여자는 구름이라고 한다.남자는 구름을 본다.여자는 그걸 안개라고 말할 것이다.여자와 남자는 각각 다른 위치에서 다른 이름으로 그것을 부를 것이다.’ 지독한 안개와 자폐적인 안개 탐닉,그리고 언제나 어긋나는 소통의 고독이눅진하게 엉겨붙은 소설가 조경란의 ‘좁은 문’(현대문학).올해 현대 문학상 수상작품집의 표제작인 이 단편은 실상 우리가 상식적으로 아는 ‘좁은 문’의 개념에서 상당히 비켜난 곳에 있다.그것은 좁은 문이라기보다는누구도 들어설 수 없는 단절된 폐쇄의 문,운명의 문이라는 게 옳을는지도 모른다. 감각적이어서 오히려 감각을 마비시키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커다란 물방울 하나가 남자의 이마 위로 떨어졌다.’고 도입부를 이끈 작가는 작품 전체에다 안개,다소간 몽환적이되 결코 낭만적 소재로 차용되기를 거부하는 독특한 질감의 소재를 깔아놓는다. 집주인에게서 3개월 후에 가게를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은 젊은 전당포 주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죄와 벌’의 라스콜리니코프와는 다른 시각에서또다른 고독을 안개처럼 피워올린다.그는 전당포에만 갇혀 단절의 세상을 사는사람이다.‘남자는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뜨거운 햇살이 남자의 얼굴로 쏟아져내렸다.남자는 기겁하듯 얼른 창문 아래로 몸을 숨겼다가 다시 기웃기웃 창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보았다.’는 식이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언제나 의도와 달리 불가해의 각도로 어긋나는 생활의 실제성”을 말하고 싶어한다.작가의 말처럼 모든 인간이 가진 불안감,이를테면 “내가 가고 있는 길이 틀렸다는 생각과 그 길이 어쩌면 길이 아닐지모른다는 불안”에 프로이트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주인공 ‘그’와 소통 부재의 교감을 나누는,그것도 끝까지 단 한마디의 직설적인 교감이 이뤄지지 않는 ‘막막한 사랑’을 나누는 여자는 딱히 고상하달 것도 없는 카페에서 매일 밤 두시간씩 그네타기 이벤트를 연출하는 그렇고 그런 직업여성. 처음 전당포에 금붙이를 가져갔다 퇴짜를 맞은 그 여자가 ‘생업’의 그네를 탈 때면 남자는 ‘한 순간 아주 가까워졌다가 아주 멀어지곤 하는’진자의 반복같은 감정의 교란을 느껴야 했다.‘여자를 볼 때마다 몸피가 줄어드는 것 같았다.누군가 여자 몸에 긴 막대를 꽂고 위에서부터 한 입씩 핥아대는 것처럼…’.그네를 타는,그러면서도 전당포에 돈나가는 뭔가를 맡겨 구멍난 생활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 여자에게서 남자는 이런 실낱같은 연민을 느끼며 산다.어쩌면 그것은 생명의 구원을 향한 절박한 몸짓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남자의 생활은 자폐적이다.‘안개 낀 날은 외출을 삼가야 된다.’고 믿는그는 안개가 피어 열정 혹은 열망처럼 세상을 옥죌 때면 ‘비좁은 전당포 내실에 전기장판을 깔고 앉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개수대는 막히고 손님은오지 않고 맡긴 물건을 찾으러 오는 사람 또한 없는’그의 일상에 어느날 아주 느리게 굵고,낮고,힘있는 변화가 찾아온다.그네 타는 여자를 향한 구체적인 연민이다. 그러나 그들의 몸짓은 한사코 코를 꿰지 못하는 뜨개바늘처럼 겉돌다가 이내 지쳐버린다.인간의 내면에 숨겨진 원초적인 고독의 원형질 같은 것.작가는 바로 이 정답이 없는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문학평론가 김화영은 “소설은 매우 다양한 질료와 느낌과 감각과 인물,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욕망의 흐름을 상감기법으로 정교하게 짜맞춘 기이한 ‘오리무중’의 보석”이라고 평한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조경란의 작품세계를 두가지 패턴으로 읽어낸다.하나는 ‘코끼리를 찾아서’(2001)에서 보이는 자전적 글쓰기이고,다른 하나는이 소설처럼 자전적 경계를 넘어서는 또다른 탐색의 소산이다. “한번도 오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으나 단 한번쯤 내심 기다렸던 순간”이라며 인간적인 수상 소감을 밝히는 그가 “치열한 작가“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그런 노력의 결실일까.김윤식은 “그가 확실한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는,늦었지만 아니 언제라도 절대 늦지 않을 법한 찬사를 더해 주었다. 심재억기자 jeshim@
  • 유 인 촌‘노트르담의 꼽추’로 컴백

    “홀스토메르,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노트르담의 꼽추….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예요.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정치입니다.” 유씨어터의 유인촌(51)대표가 2년만에 연극무대에 선다.24일 유씨어터에서첫 무대를 갖는 음악극 ‘노트르담의 꼽추’(연출 김관)의 해설자 역이다.“빅토르 위고의 분신으로 비중이 꽤 큰 역입니다.제가 없으면 공연이 안 돼요.(웃음)” 지난 6월 서울시장직 인수위원에 포함돼 ‘혹시나’ 하는 시선을 받았고,세종문화회관 사장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는 “정치는 딱 질색”이라고 잘라 말했다.“정책을 자문해 줄 수는 있어요.하지만 이권이 개입된 문제에는 전혀 관여하고 싶지 않습니다.이젠 부르지도 말라고 했어요.저는 정치가 아니라 연극을 하는 사람입니다.” 그동안 드라마 출연,봉사활동,시 자문위원,중앙대 연극학과 교수 등으로 빡빡한 스케줄에 밀려 살아온 그는 “바빠서 죽을 시간도 없다.”며 너스레를 떨었다.하지만 다시 연극 무대에 서는 그의 모습엔 엄마에게 보챈 끝에 원하는 물건을 타낸 어린아이처럼 설렘이 배어 있었다. ‘노트르담…’는 짐승 같은 몰골의 콰지모토와 집시여인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사랑과 욕망을 그린 고전.“명작소설을 연극으로 만들고 싶은 게 오랜꿈이에요.이번에 성공하면 다음에는 ‘폭풍의 언덕’을 올릴 생각입니다.” 그가 맡은 역인 해설자는 극 중간중간에 작품을 설명,문학성을 살리는 동시에 극중 인물과 연기까지 한다.관능미와 순결을 상징하는 여인 에스메랄다역은 TV드라마 ‘전원일기’에서 함께 연기한 탤런트 김지영이 맡았다. “요즘엔 TV연기자들에게 연극을 권하지 않습니다.이해해 주는 PD도 별로없어요.하지만 지영이는 계속 저를 졸랐습니다.고집이 센 데다가 열심히 하는 연기자예요.제가 넘어간 거죠.” 이번 작품의 연기자와 스태프는 모두 ‘젊은 친구’들인 데다,노래와 춤이 섞여 젊은 감각이 한층 살아난다고 설명했다.왜 뮤지컬이 아니라 굳이 음악극이라고 하느냐고 묻자 “뮤지컬이라고 하면 쇼 같은 느낌이 든다.”고 대답했다.“대학에서 학생을 받아 보면 연극과인데도 90%가 뮤지컬을 하겠다고 해요.그게 추세입니다.그래서 연극에 음악적인 요소를 도입한 거죠.” 무대에 7m 높이의 종루를 설치해 관객석에는 평소의 절반 수준인 100석만 남았다.제작비가 2억여원이니 전회 매진된다고 해도 적자인 셈.“‘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쟁이’가 많은 사랑을 받아 이번 공연은 연말연시 선물처럼 준비했습니다.” 전날 감기약을 잘못 먹어 응급실에서 죽다 살아났다며 “오늘은 좀 살살 하겠다.”고 말했지만,곧 시작된 리허설 무대에 촛불을 들고 서서히 걸어나온그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과거의 멈춘 시간에 숨결을 불어 넣었다. “어느날 두 구의 유골을 발견했습니다.…여자는 목뼈가 부러져 있었습니다.그런데 그 뼈를 꼭 끌어안은 또 하나의 유골이 있었습니다.그것은 등골이 몹시 구부러지고 머리는 어깨뼈 속에 박혀 있으며,한쪽 발은 다른 쪽보다 짧았습니다.…유골을 떼어놓으려 하자,그것은 부서져 가루가 되어 버렸습니다.” 처참한 몰골의 콰지모토를 흉내내는 그의 모습 위로,연극이 살아 남기 힘든 시대에 계속 연극을 향한 불씨를 지피는 현실의그가 교차됐다.비록 그 열정이 이 시대에는 가루처럼 사라져 버릴지라도.1월26일까지.평일·토 오후 7시30분,일 오후 4시.(월·1월1일 쉼).(02)3444-0651. 김소연기자 purple@
  • 시를 뜯어보는 두 시선/현재 이전.이후 탐색하는 평론집 2편

    ‘현재 이후’와 ‘현재 이전’의 시공(時空)을 겨냥해 문학적 해체를 시도한 두 편의 평론집이 나란히 나왔다.전자는 류신이 평론집 ‘다성의 시학’을 통해 내세운 시인 이원에 대한 평가고,후자는 시인 오정국이 설화를 탐색한 평론집이다.지향점을 달리 하는 이 두 편의 평론집은 현재를 접점으로 해서 각각 독특한 해체의 격을 획득해 주목받고 있다. ◆오정국 '시의 탄생,설화의 재생' 한국 현대시에 ‘설화’는 어떻게 확장,투영되었는가,또 어떤 형태로 전환돼 나타났는가를 다룬 독특한 비평집이 시인 오정국의 ‘시의 탄생,설화의재생’(청동거울)이다. 그는 “한국의 주요 시인 가운데 설화를 시의 소재나 모티프로 삼지 않은경우가 거의 없을 만큼 설화는 한국 현대시의 자양분이자 핏줄이며,무한한상상력의 보고(寶庫)”라고 평가한다. 그는 설화의 확장을 ▲인과적 확장 ▲비유적 확장 등으로 구분,전자의 대표적인 사례로 서정주의 시 ‘무제’에 나타난 ‘매(鷲)의 눈물’,서정주의 ‘선덕여왕의 말씀’과 김춘수의 ‘타령조3’에서 지귀(志鬼)설화가 확장된 ‘불의 재생’이미지, 박재삼의 ‘華想譜(화상보)’등 춘향 시편에 나타난 사례를 들었다. 또 전봉건의 ‘춘향연가’에서 드러난 옥중 수난의 극대화와 송수권의 ‘춘향이 생각’에서 표출된 사회비판의 메신저같은 유목적(有目的)적 기능 부여도 설화가 인과적으로 확장된 사례라고 꼽았다. 설화의 비유적 확장은 김소월의 ‘춘향과 이도령’에서 끊어진 오작교의 형태로 나타났으며,박재삼의 ‘葡萄(포도)’에서는 환원되지 않는 한(恨),서정주의 ‘소자 이생원네 마누라님의 오줌기운’에서는 풍요로운 익살로 표현됐다.또 신동엽의 ‘백제계 설화’시편에서는 곰나루에 선 아사달,이승하의 ‘遇賊歌(우적가)를 읽는 밤’에서는 현실비판의 거울로 각각 형태를 달리해나타난다고 보았다. 설화의 전환에 관해서도 ▲모티프의 변용 ▲인물 패러디 ▲모형 해체 등의유형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한 오씨는 모티프 변용의 경우 서정주와 강은교가각각 신화적 세계로의 통로와 되풀이되는 가락지의 굴레로 활용했는가 하면,송수권은 화냥기 같은 사랑의 생명력으로,박제천은 낙천적 생사관으로 변환시켰으며,김춘수는 신화와 세속의 세계를 융화하는 매개로 활용했다고 분석했다. 또 최하림은 ‘민중적 투사’,윤석산과 황지우는 ‘햄릿적 욕망의 대변자’와 ‘향락적 물신주의의 전형’으로 전이시켰으며 정일근은 ‘공단 근로자들의 열꽃’으로 설화를 전환시켜 시화(詩化)했다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모형의 해체를 통한 설화의 전환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된다. 예컨대 황지우는 CM·전자오락·섹스라는 유형으로 설화를 해체, 복원해 냈으며,이하석은 ‘처용의 딸’에서 미군부대 주변의 제비꽃이라는 전혀 다른이미지를 추출해 냈다.그런가 하면 문정희는 ‘처용 아내의 노래’에서 헝겊 조각과 역신(疫神)을 대비시켜 모형해체를 설명한다. 오씨는 “설화의 재연(再演)과 확장이 언어적 전통은 물론 전통적 삶의 원형을 탐구해 당대적 삶에 새로운 가치체계를 부여했다.”면서 “설화의 전환 역시 설화 자체가 지닌 서사 모형을 위반함으로써 설화의 전승가치와 생명력을 높인 사례”라고 강조했다. ◆류신 '다성의시학' ‘비트도시를 산책하는 전사’시인 이원(34)과,그의 시스템 프로그램을 해킹하려는 ‘다성(多聲·polyphonie)의 소리상자’평론가 류신(34)의 접속은암호처럼 은밀하고 치열하다. 시집 ‘야후의 강에는 천개의 달이 뜬다’(문학과 지성사)로 문명에 대한‘비판적 지지’입장을 명쾌하게 보여준 이원의 시세계는 우선 견고하다. 류씨는 최근 발간한 평론집 ‘다성의 시학’(창작과 비평사)에서 “이원의시스템 프로그램 해킹을 위해 밤새 그의 시성(詩城)의 뒷문과 링크를 시도했으나 패스워드의 암호체계가 복잡해 좀처럼 가닥을 잡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이원 시의 허브 속으로 침투하고자 류씨가 정리한 패스워드의 목록은 ‘철로 된 도시’‘플러그 콘센트’‘전자사막’‘반인반전(半人半電)’‘디지털’‘로봇’‘싸이보그 021’등이다.과거에 집착하는 감성으로는 도무지 잡아낼 수 없는 전혀 다른 경계의 틀을 구축한 작품들이다. 이런 이원의 시를 류씨는 “인간을 가위누르는 철의 악마적 메커니즘에 대한 고발”이라고 해석한다.“철이인간의 사고까지 깔아뭉개는 가혹한 생명체로 돌연변이했다는 시인의 전언이 섬뜩하다.”는 시각이다. 그렇다고 시인의 상상력이 철에서 ‘가혹함’만을 추출해 내는 것은 아니다.“골조공사가 한창인 신축공사장 앞에서는/어김없이 발걸음이 멈춰진다”는 그다.그냥 걸음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나는/철골이 세워진 공사장만 보면 멀리서도 가슴이/뛴다”고 할 정도로 철골의 살풍경 속에서 경이로운 시상을 뽑아올리는 그다. 류씨는 이를 “그에게 철근은 생의 의지를 북돋우는 매혹적인 사물”이라고 읽어낸다.건축물의 뼈대를 이루는 철근에서 제 삶을 떠받치는 강단의 시정신,곧 생의 근기(根氣)를 읽어내고 있다는 것. 시를 해체하는 류씨의 시각은 주로 미학적이고 예언적인 진술에 토대하고있다.예컨대 시인의 ‘철로 된 도시’에 대해 루카치의 시각을 차용하거나‘싸이보그’라는 시를 “마리네티가 미래예술의 종착점으로 설정한 ‘인간육체의 금속화’에 대한 내밀한 욕망의 흔적”으로 보고,이는 “딱딱한 사물에 대한 시인의 관심과 애정”이라고 이해하는 것 등이 그 예다. 류씨는 “그는 생리적으로 ‘나무로 된 숲’보다는 ‘철로 된 도시’쪽으로 몸이 열리고 차가운 도시의 풍광이 자아내는 서늘함에서 시적 상상력의 날개를 펼치는 시인”이라며 서슴없이 ‘냉혈’의 특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시인의 시세계는 생물학적 냉혈을 거부하고 있다. 그는 지금보다 더 따뜻하고자 한다.시인의 사이보그는 “육체라는 고깃덩이에서 해방됨으로써 도달할 수 있는 순수한 디지털 자의식”이라는 게 류씨의 진단이다. 심재억기자 jeshim@
  • 일요영화/십이야 外

    ◆십이야(MBC 밤 12시55분) 임애화 감독의 2000년 데뷔작.청춘 남녀의 밀고당기는 사랑을 담담하고 낭만적으로 묘사했다.12편의 단편을 모은 것처럼 만든 멜로물.첫 에피소드 ‘제 1야’의 소제목인 ‘사랑은 질병이라 빨리 극복할수록 좋다’처럼 임애화 감독 특유의 냉소적인 시각이 두드러진다. 성탄절 밤,친구들과 파티를 하던 지니(장백지)는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와사귄다는 소식을 듣고 우울해한다.지니의 친구 애인인 알란(진혁신)은 지니를 집에 데려다 주며 위로를 해주고,두 사람은 서로에게 빠져들게 되는데…. ◆아트 오브 워(SBS 오후11시40분) 흑인 액션스타 웨슬리 스나입스 주연의서스펜스 스릴러.UN의 음모에 대항한 특수요원의 활약상을 그렸다. UN 사무총장이 잔혹한 학살극에 연루됐음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공개되면서 UN은 최대의 위기에 몰린다.UN의 요원 닐은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웡을 미행하지만 결국 암살당하고,동료인 쇼(웨슬리 스나입스)가 암살범으로 몰려 경찰에체포된다. ◆말레나(KBS1 오후 11시20분) ‘시네마 천국’‘피아니스트의 전설’등의주세페 토르나도레 감독의 2000년작.이탈리아 시골을 배경으로 아름다운 여인 말레나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시대극이다.왁자지껄하면서도 어딘가 서글픈 이탈리아 분위기와,엔니오 모리코네가 맡은 애절하면서도 감미로운 음악이 잘 조화된다. 2차 세계대전 중 지중해의 작은 마을.매혹적인 여인 말레나는 남편의 전사소식이 전해지자 순식간에 욕망과 질투,분노의 대상이 된다.여자들은 질투속에 그녀를 모함하고,남자들은 아내가 무서워 일자리를 주지 못한다.결국마을 사람들은 독일군에게까지 웃음을 팔게 된 말레나를 쫓아내는데…. 채수범기자 lokavid@
  • 네 정신에 새로운 창을 열어라/아방가르드와의 신선한 만남

    “이제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보르헤스의 결론을 굳이 빌릴 것도없겠다.통제불능의 유행과 스캔들이 새로운 사유의 허리를 괴물처럼 뚝뚝 잘라먹는 현대.모방과 복제와 답습에 아방가르드가 짓눌린 지 오래인 오늘.간단없이 새로운 사유를 해야 한다고 전방위에서 담금질하는 책은 그래서 더반갑다. 민음사가 펴낸 ‘네 정신에 새로운 창을 열어라’(최승호 등 지음)는 현대지성·예술계를 움직인 전위적 사상가와 예술가 30명을 내세워 ‘아방가르드 정신’을 찾자고 채근한다.미래를 소유하기 위해 한순간도 닻을 내리지 않은 책 속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다양하다.랭보나 카프카 같은 고전적 개념의아방가르드에서부터 프랑스 누벨바그를 이끈 장 뤼크 고다르,해체주의 건축철학을 실천하는 피터 아이젠만 등 이 순간에도 실험을 멈추지 않는 현재형의 아방가르드까지.필진의 스펙트럼도 그에 못잖게 다채롭다.시인 최승호·김혜순·김승희·신현림,문학평론가 박철화·박성창·서동욱,소설가 함정임·원재길,화가 김병종·김미진 등 저마다 다양한 관심사로 창조적 미래를 좇는 30∼40대 논객 30명이다. 책을 열면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앙상하게 뼈만 남은 청동 여인상이먼저 반긴다.시인 최승호가 자코메티의 조각 앞에서 받은 영감을 날카롭고능란한 수사로 거침없이 쏟아낸다. 다음 순간 바통을 이어받은 소설가 함정임은,20년 남짓한 연주 경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한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의 천재성과 실험정신으로 초점을 옮긴다.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을 천재적으로 연주하기까지 굴드가 견지한 삶의 철학은 “세상 속에 있으되,그러나 세상에 속하지는 않는 것”이었다.“예술은 정신적 초월의 세계이므로 물질세계와 모든 권력구조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웅변한 굴드였다. 책의 매력은 아방가르드 대표주자들의 삶과 사상이 보기좋게 정리됐다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글쓴이의 접근방식에 따라 읽는 재미도 각양각색이다.화가이자 소설가인 김미진은 팝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삶과 작품세계를 한편의 매끈한 단편소설로 묶어낸다.1960년대 초반 캠벨수프 깡통과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 작업으로 하루아침에 유명해진 워홀의 전위정신은 어디서 나왔을까.워홀의 작업실을 찾아간 가상의 인물 ‘나’는 말한다.“(워홀은)너무 일상적이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부분을 건드린 거예요.그가 주목한 것은 사라지는 것과 기호화된 이미지로 남는 것 사이의 아이러니예요.” 멕시코 최고의 벽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여인으로 각인된 여류화가 프리다칼로.소아마비에 거듭된 낙태 등 불운으로 얼룩진 칼로의 격정적 삶을 돌아보는 길목에서 시인 김승희는 문득 자기고백을 하기도 한다.“여성의 육체를 남성 욕망의 응시가 아니라 주체적인 여성 시선으로 냉혹하리만큼 리얼하게 바라본 혁명적인 화가”라고 칼로를 정의한 뒤 “그녀에게서 나는 여성이자기의 상처를 말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지식과 예술에서 전위에 섰던 인물들의 삶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작업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20세기 초현실주의를 이끈 앙드레 브르통,현대 사진예술의 개척자 만 레이,현대 시 언어를 바꿔놓은 천재 아르튀르 랭보,세계를라틴아메리카 문학으로 빨아들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순서없이 잡히는 대로 펼쳐 읽어도 좋다.분방한 사유에 삶을 맡긴 30명의아방가르드 주자들이 분주히 다시 움직인다.삶이 밋밋하다는 독자들을 위해진부한 일상의 창가에 새로운 창문 하나를 뚫어주고자.3만원. 황수정기자 sjh@
  • 책/어플루엔자/소비중독 전염병 치료백신 찾아라

    어플루엔자(affluenza)는 풍요를 뜻하는 어플루언스(affluence)와 유행성독감을 지칭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가 합성된 일종의 신조어다.우리 말로 옮기면 ‘부자병’ 정도로 표현할 수 있다.즉, 막대한 재산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정신장애를 가리키는 말이다. 최근 출간된 ‘어플루엔자’(존 더 그라프 등 지음,박웅희 옮김,한숲 펴냄)는 우리에겐 좀 생소한 어플루엔자의 본질을 되새기고 지속가능한 삶의 대안을 제시한다.책에 따르면 어플루엔자는 “고통스럽고 전염성이 있으며 사회적으로 전파되는 병”이다.그 증상은 삶에 대한 무력감과 권태감,과도한 스트레스,많은 것을 소유했으면서도 채워지지 않는 갈망,쇼핑중독,만성울혈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무엇이든 거머쥐려는 우리 사회의 강박적인 욕망이 초래한 우울한 단면들이다.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미국의 소비중독 사회다.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5%에 불과하지만 전세계 자원의 25%를 소비하고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25%를 배출한다.한 마디로 ‘어플루엔자’의 진원지다.명예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테레사 수녀는 미국사회를 가리켜 “지금까지내가 다녀본 나라 중 가장 가난한 나라”라고 했다.영혼의 가난,영적 굶주림을 지적한 것이다.미국의 소비지상주의 생활방식은 물질적 풍요만을 좇아 영혼을 잃어버리게 되는 파우스트식 거래로 점점 더 공허한 삶에 빠져들게 한다. 저자들은 먼저 광포한 소비병인 ‘어플루엔자’의 사례들을 제시한다.대표적인 것이 쇼핑광이다.2차대전 이후 지금까지 미국인들은 역사상 유례 없는소비잔치로 흥청대고 있다. 1986년만 해도 미국에는 고등학교가 쇼핑센터보다 많았다.그런데 불과 15년이 채 안돼 쇼핑센터가 고등학교의 두 배를 넘어섰다.어플루엔자 시대에 쇼핑센터들은 교회마저 밀어내고 문화적 가치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새로운메가몰(초대형 쇼핑센터)이 문을 열 때면,으레 중세 노트르담 성당이나 샤르트르 성당에서나 있었을 법한 화려한 의식이 거행된다.일부 항공사들은 포토맥 밀스와 같은 쇼핑 메카를 오가는 일괄 상품까지 내놓았다. 이 책은 이같은 소비중독 증상의 이면도 면밀히 살핀다.저자들에 따르면 ‘어플루엔자’는 전혀 새로운 질병이 아니다.인간에게 고대로부터 내재돼 있던 항바이러스가 “현대의 상업적 압력과 기술적 변화에 침식당함에 따라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전파됐다.”는 것이다.여기에 텔레비전의 보급과 PR산업의 발전은 ‘어플루엔자’의 확산을 부추겨왔으며 병의 심각성을 알아채지 못하도록 끊임없이 방해해왔다는 설명이다. ‘어플루엔자’는 지구생태계를 파괴하고 인간마저 소비하게 하는 죽음에이르는 병이다.그러나 이 지독한 바이러스는 치료할 수 있다.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나친 소유욕을 버리고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는 소모적인 경쟁을지양함으로써 풍요로운 삶을 일궈냈다. 이 책이 제시하는 치료법은 검약생활 프로그램,자연에 접하는 야생생활,친환경적 제품개발,공동마을,‘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캠페인 등이다.최근 ‘본질로의 회귀’ 혹은 ‘단순한 삶’이 새로운 반성윤리로 각광받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반지의 제왕 19일 개봉/부활한 간달프 · 강력해진 마법 · 현란한 액션 ‘반지’ 더 세졌네

    절대반지를 파괴시키려고 불의 산을 찾아가는 긴 여정의 허리를 툭 잘라버린 ‘반지의 제왕’1편 ‘반지원정대’.끝장이 나지 않아 왠지 찜찜했지만이제는 그 기억조차 가물가물해질 무렵,속편 ‘두 개의 탑’(19일 개봉)이찾아왔다.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속편의 반지원정대는 전편을 상기시키며 앞으로 나아가니까.전편을 못 본 관객이라도 그 스케일에 입이 딱 벌어질 채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이래서 볼만하다…더 커진 스케일 전편에서 뿔뿔이 흩어진 7명의 반지원정대.영화는 이들의 뒤를 쫓는다.절대반지를 가지고 불의 산으로 향하는 프로도와 샘,사루만의 군대에 잡혀갔다가 도망쳐 나무수염을 만나는 메리와 피핀,부활한 마법사 간달프와 로한왕국을 구하는 아라곤·레골라스·김리. 세 무리를 왔다갔다 하지만 무게 중심은 아라곤 일행과 로한왕국에 있다.암흑의 제왕 사우론의 거점인 바랏두르 탑과 마법사 사루만의 요새인 오르상크 탑이 동맹을 맺어 중간세계에 전쟁을 선포하고,아라곤과 로한의 왕은 헬름협곡으로 피신한다.영화의 클라이맥스는 바로 이 헬름협곡에서 벌이는 500대 3만의 대규모 공성전(攻城戰). 제작팀은 이 장면을 위해 4만여벌의 갑옷과 서로 다른 문양을 새긴 무기 2000여개를 만들었다.인공지능을 부여한 디지털 캐릭터는 수만의 병사들이 얽혀 싸우는 장면을 생동감있게 잡아냈다.큰 스크린으로 보지 않고는 못 배길장관.그밖에도 배우의 연기를 모션 캡처로 재현해 250가지 표정과 신체조직들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골룸,말을 하고 움직이는 나무 등 신기한 캐릭터의등장과 광활한 대자연을 비행하는 듯한 촬영이 압권이다. ●분위기는 암울…일그러진 판타지 하지만 2편은 더욱 무거워졌다.1편에서는 환상적인 요정의 나라,동화 같은호빗족의 마을이 등장하지만 2편은 더러운 괴물들과 음울한 이미지로 넘실댄다.어둠 속 전투,늪에서 부유하는 시체,야수보다 더 흉측스러운 병사들은 눈살을 찌푸리게 할 정도. ‘공상·환상·백일몽’ 등으로 직역되는 판타지는 우리가 꿈꾸는 그 무엇이다.하지만 보통 판타지 하면 잠시 현실을 잊게 하는 신비롭고 매혹적인 세계를 떠올린다.그렇기에 현실보다 더 추악한,일그러진 꿈으로 가득찬 이 영화는 평범한 관객에게 거부감을 줄 수도 있겠다. 반대로 마니아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것 같다.‘데드 얼라이브’ ‘프라이트너’ 등에서 기상천외한 공포를 만들어 낸 뉴질랜드 출신 피터 잭슨 감독의 기괴한 상상력이 더 빛을 발하고 있으니까. ●폭 넓어진 주제…인간 내면에서 사회로 사회비판으로 눈을 돌리며 주제의 폭은 넓어졌다.“당신 누구 편이죠?” “어느 편도 아니야.아무도 숲을 지켜주지 않으니까.” 메리·피핀과 나무수염의 대화는 편을 갈라 싸우는 모든 전쟁을 비판한다.이에 덧붙여 방관자적 자세에도 일침을 가한다.처음엔 망설이다가 “세상의 모든 푸른 빛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로 대자연의 복수를 감행하는 나무들.전쟁이나 환경파괴가 전 지구를 잠식하는 현실사회를 되돌아보게 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선악양면성을 지닌 인간 내면의 묘사는 전편보다 못하다.프로도의 안내자인 골룸은 반지를 빼앗으려는 욕망과 프로도를 지키려는 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종족.하지만 영화는 양면적 모습을 우스꽝스럽게만 묘사했다. 프로도 역시 갈등보다는 확고한 의지에 방점을 찍는다.절대반지의 유혹에저항하며 “가기 싫지만 가야만 하는” 길을 가지만,마지막 대목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값진 이상”을 선택하겠다는 의지를 밝힌다.최고 권력을 지녔지만 그 권력의 남용에 흔들리는 미국의 모습을 상징하기도 했던 프로도는,이제 승리로 나아가며 할리우드적인 냄새를 짙게 풍긴다. ●그래도 아쉬운 건…늘어지는 스토리 무엇보다 이야기 전개가 늘어지는 게 큰 흠이다.헬름협곡 대전투에 공을 들이면서 그 준비과정이 지나치게 장황해진 탓.전투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아이와 여인들의 모습이 자주 클로즈업되고,시적 운율이 살아있는 긴 대사를 남발하며 시간을 질질 끄니 자연 하품이 나온다. 하지만 그것이 장점일 수도 있다.무수한 인간이 죽어 나가지만 스케일 속에 묻히는 여타 영화와 달리,불안에 떠는 인물들을 하나하나 애정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어찌 나무랄 일이겠는가.그러나 그것이 영화적 긴장감과 재미를반감시키는 것은 사실이다. 전투장면 또한 볼거리는 충분하지만 밀고 당기다 한발 후퇴하고,위기에 처했다가 다시 승리하는 보통의 전투와 크게 다르지 않다.판타지 영화라면 관객들은 뭔가 다른 것을 기대하지 않을까. 김소연기자 purple@
  • ‘알몸’ 에 담은 성욕과 인간정체성/인체테마 전시회 2題 개막

    사회·문화적으로 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인체를 주제로 한 두개의 전시회가 관심을 끈다.하나는 지난 6일부터 열린 서울 태평로 로댕갤러리의 ‘신체풍경’전,다른 하나는 12일부터 열릴 안국동 갤러리사비나의 ‘더 누드’전이다.전시제목은 다르지만 인간의 알몸을 통해 비인간화하는 인간,성적 욕망과 정체성,자아 반영,페미니즘 등을 표현한다는 기획의도는 비슷하다.특히 참여작가 중 김일용 정복수 박성태는 양쪽 전시회에 모두 출품해 눈길을 끈다.두 전시회 모두 회화 사진 조각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를 접할 수 있다. ●신체풍경전 삼성미술관 학예연구실의 이준씨는 “작가 스스로 옷을 벗거나 대상의 옷을 벗긴다는 행위는 인간의 조건에 대한 거부,사회적 관습과 편견에 대한 저항,금기를 건드리는 위반의 심리학 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10여년전부터 테크놀로지 아트를 구사해온 공성훈의 영상작품 ‘벌레 먹다’가 그렇다.제 알몸을 합성해 지네와 같은 이미지를 연출한 그는,그 지네화한 자신을 씹어먹는다.사이보그 인간이출연하는 시대의 정체성 혼돈과 위기의식을암시한다. 사진작가 박영숙의 ‘아줌마’는 임신과 출산을 끝낸 40대 중년 여성의 몸에 주전자·다리미와 흐드러지게 핀 장미 등을 합성해 놓은 연작이다.여성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극복하려는 작품.역시 사진작가인 김아타는 ‘뮤지엄시리즈’를 통해 인간은 여전히 존엄한가를 묻는다.투명 아크릴 판 속에놓인 알몸의 남녀는 ‘액자 속의 오브제’일 뿐이다.철로 침목을 도끼와 전기톱으로 조각한 정현의 중성적인 신체,살아있는 신체를 석고로 떠내 조립한 김일용의 에로틱한 신체,알루미늄 망사로 ‘현대적으로 해석한 지옥의 문’을 조각한 박성태의 추락하는 인간의 신체도 볼만하다.내년 2월23일까지.(02)750-7818. ●더 누드전 미술사가 케네스 클라크가 누드를 정의하길,“인간의 유일 이념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영원한 테마” 라고 했다.더 누드전은 이 정의에 천착해 누드의다양한 해석을 보여준다.작가들은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소주제를 표현한다.먼저 고명근 김일용 민성래 서정태 신경철 정동암정복수 홍성도 박성태는 ‘기호로서의 누드’를 통해 인간의 내면 세계를 보여준다.소름까지 표현된 김일용의 ‘껍질’이나 해부도같은 정복수의 ‘인생을 찾는 사람’은 겉이 아니라 안을 들여다봐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에로티시즘을 통한 예술’은 민병헌 박학성 우창훈 이숙자 이은재 이호중 정우범의 몫이다.특히 이은재의 홀로그램같은 여성누드 사진은 유방을 만지는 타인의 손과,음부를 가린 여성의 손 등으로 은밀한 욕망과 성 정체성을보여준다.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를 드러낸 ‘생명을 구현하는 누드’에서는 김보중 이강하 조광현 한애규가 인체를 환경적으로 해석해 보여준다.12일부터 내년 2월27일까지(02)736-4371. 문소영기자 symun@
  • 톨스토이와 거닌 날들/고리키가 회고한 톨스토이

    러시아 작가 레프 톨스토이(1828∼1910)와 막심 고리키(1868∼1936).이들의 삶의 출발점은 사뭇 다르다.귀족집안에서 출생한 톨스토이와 달리 고리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다섯살 때 아버지가,열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 외할아버지 집에서 자란 그는 각지를 떠돌며 짐꾼,그릇닦이,구두닦이,빵공장 노동자 등으로 살았다.그가 고통스럽다 또는 쓰다라는 뜻을 지닌 ‘고리키’를 필명으로 사용하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이처럼 다른 배경을 지녔지만 이들은 서로에 대한 문학적 경의를 잊지 않았다.고리키는 톨스토이가 생전에 가장 아꼈던 후배작가다. ‘톨스토이와 거닌 날들’(우물이 있는 집 펴냄,한은경·강완구 옮김)은 고리키가 쓴,말년의 톨스토이에 대한 회상기다.톨스토이보다 마흔 살 적은 고리키가 1900년 이후 톨스토이와 교류하면서 나눴던 짤막한 대화를 중심으로꾸몄다. 고리키에게 톨스토이는 인간영혼의 정점이었으며 예술의 수호신이었다.이같은 그의 믿음은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전설적 영웅이었다.용감했으나 야성적이었고 완고했으며 어린아이 같았다.”라는 평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고리키는 톨스토이를 무척 존경했지만 언제나 감탄만 한 것은 아니었다.고리키가 가까이서 지켜본 톨스토이는 당대 최고의 지성인답지 않게 마차꾼처럼 냉소적이고 상스러운 말투를 잘 썼다.게다가 얄궂은 질문으로 상대를 난처하게 만들곤 했다.톨스토이는 어느날 공원에서 안톤 체호프에게 불쑥 물었다.“자네 젊었을 때 오입을 많이 했었나?” 느닷없는 질문에 당황한 체호프 역시 “지칠 줄 몰랐죠.”라고 상스러운 말투로 대꾸했다.고리키는 훗날,“톨스토이의 이런 말투는 엘리트주의를 싫어했던 그의 민중적 성향을 드러낸것이며,동시에 그런 막된 단어가 더 정확하고 요점에 맞는 말이라고 그가 믿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고리키는 톨스토이를 삶의 진실 혹은 하느님을 찾아다니는 순례자로 보았다.“톨스토이는 평생동안 손에 지팡이를 쥐고 수천 마일을 걸어 수도원을 찾아 한 성인의 유골을 보고 또 다른 것을 찾아다니는 순례자 같다.”고 증언했다.그러나 톨스토이가 믿는 하느님은 달랐다.그것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기독교의 하나님이 아니다.톨스토이의 일기장에는 “신은 나의 욕망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톨스토이가 자신의 신념이나 종교에 관해 끊임없이 회의하고 고뇌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엘리트주의적’인 톨스토이는 고리키의 몸과 마음에 배어 있는 민중적인 것을 좋아했지만 무신론적 경향에 대해서는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톨스토이는 러시아와 유럽 작가들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했다.그 중에서도특히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언급이 많다.그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나쁜 소설’로 규정한다.나아가 “주인공이 건강한 인물이라도,그의 순수함은 우리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면서 “도스토예프스키가 주인공을 간질병 환자로 그린 것은 자기스스로 병이 있기 때문에 세상 모두가 병이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이 책에는 톨스토이의 일상생활 모습을 생생하게 전하는 70여점의 사진들이들어 있다.85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대한매일 2002 톱 브랜드 대상/네티즌 1만명 24개 선정

    글로벌 경쟁시대에는 브랜드가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기업의 경쟁력은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를 얼마나 많이 가졌느냐에 따라 판가름나고 있다. 기업의 이름은 몰라도 브랜드 이름은 기억하는 것이 소비시장의 현실이다.강력한 브랜드는 기업의 생명줄인 셈이다. 대한매일의 ‘2002 톱 브랜드 대상’은 브랜드별 소비자의 만족도·선호도를 조사,우수 브랜드의 육성·발굴과 국내 대표 브랜드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행사는 엄격한 심사를 거친 34개 업종 136개 브랜드를 대한매일 홈페이지(www.kdaily.com)에 예시한 뒤 지난 11∼18일 1주일간 1만여명의 네티즌투표로 진행됐다. 홈페이지에 예시된 브랜드 가운데 상품군별로 투표율이 가장 높은 브랜드를 선별한 뒤 국내외 시장 영향력 및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이어내부 선정회의를 열어 24개 브랜드를 최종 확정했다. ‘2002 톱 브랜드 대상’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보내준 광고주와 네티즌 여러분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SK그룹OK!SK SK그룹은 선경,유공,한국이동통신 등각기 다른 사명을 가진 탓에 브랜드파워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었다.소비자 혼란을 초래한 것도 사실이다.이에 따라 1994년부터 CI 태스크포스팀을 구성,사명변경을 추진했다. 지난 98년 ‘선경’에서 ‘SK’로 CI를 변경하면서 SK는 기업 슬로건으로‘고객이 OK할때까지 OK!SK’를 채택했다.동시에 세계 일류 브랜드를 향한지속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벌여왔다. 캠페인 시작 당시 SK는 변경된 사명을 쉽게 인지시키면서도 기업 철학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슬로건이 필요했다.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것이 OK!SK라는조어였다.이후 경영진은 광고 캠페인 슬로건과 함께 OK캐쉬백,OK마트,OK행복펀드,고객행복주식회사·SK주식회사 등 고객만족 경영 노력과 전사적인 브랜드 활용에 힘입어 OK!SK를 대표적인 기업브랜드로 성장시켰다. 이는 기업브랜드가 나아갈 길,즉 이미지의 통합 뿐 아니라 브랜드의 통일과 확장이라는 새로운 전형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앞으로도 SK는 고객행복을 기본 테마로 SK브랜드를 글로벌 톱 브랜드로 키우기 위해 지속적인 브랜드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삼성전자PAVV ‘이 세상 최고의 브랜드는 당신입니다.’삼성전자 PAVV는 고소득층을 위한 최고급 TV라는 이미지를 창출하는데 총력을 쏟았다.단순 가전제품이었던 TV를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물로 변모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월드컵축구에 온 국민의 관심이 쏠렸던 지난 4월 PAVV는 최고의 브랜드와 축구라는 이미지를 접목한 광고캠페인 ‘펠레’ 편을 선보였다.이 광고를 통해 ‘리더십’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삼성전자는 펠레 붐 덕을 톡톡히 보며 4월 이후 매월 최고 판매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축구 열기가 계속되자 PVAA는 K-리그와 공식후원 계약을 했다.라운드별로 최고 선수를 선발하고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슛 골인 행운 대축제를 벌이면서 K-리그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또 세계적인 지휘자 카라얀을 앞세운 광고로 ‘고소득자를 위한 TV’라는이미지를 완전히 각인시켰다.뉴그랜저와 공동으로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각종 음악회를후원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전략도 구사했다.PAVV는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급화 이미지 성공하면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국민은행 새CI KB 국민·주택은행 합병 1주년을 앞두고 지난 10월 선보였다.핵심 모티브는 ‘별’.자산규모 200조원이 넘는 국내 최초의 ‘메가톤급 은행’답게 국내는물론 세계 금융시장의 새로운 별이 되겠다는 포부다. 이미 국내 은행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에 성공,별의 첫걸음을 뗐다는 의미에서 ‘kb’를 새 CI(이미지 통합)로 선정했다. kb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통용되는 국민은행의 공식 호출부호.영문 약칭(Kookmin Bank)에서 따왔다. 알파벳 k자를 변형시켜 한 눈에도 별(*)을 연상시키도록 했다.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도 ‘스타(별) 닷컴’(www.kbstar.com)이다. CI작업을 책임진 최범수 부행장은 “별은 번영과 성장,희망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의 서민은행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이미지 대표색상 또한따뜻한 회색과 밝은 황금색을 조화시켰다.회색은 금융의 선진성을,황금색은역동적인 미래를 뜻한다.전체적으로 고급스런 느낌이 강해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월드컵 축구대회 때 붉은 악마가 선보여 히트한 ‘꿈(*)’과도 맞아떨어져 짧은 시간 안에 새 CI를 빠르게 확산시켰다. ■KT메가패스 ‘부동의 정상,속도의 쾌감’ KT의 ‘메가패스’는 450여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국내 초고속인터넷 분야의 선두 주자다.세계적으로도 ADSL(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 분야에서 최다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메가패스’ 브랜드는 스피드와 파워가 특징.스피드는 ‘시원함’이고 파워는 ‘힘’이다.즉 ‘메가패스’의 강점은 인터넷사용자 선택의 최고 요건인 빠른 접속과 끊기지 않는 안정감에 있다는 뜻이다. 이같은 파워브랜드 특징은 광고에서도 잘 드러난다.출시 초기부터 시작한‘백만대군’ 편은 물론 ‘장군’ 시리즈와 ‘초고속 투우사’편 등은 브랜드의 특성을 제대로 표현해 ‘메가패스=초고속 인터넷 강자’란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유쾌 상쾌 통쾌’란 광고 문구에서는 심리적 카타르시스를 듬뿍 담고있다. ‘메가패스’는 최근 초고속 인터넷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기존 브랜드보다 최고 10배 빠른 VDSL(초고속디지털가입자회선)로 시장 선점에 나서 다시한번 ‘빠르고 중후한 브랜드’로서의 강점을 이어가고 있는 것.광고에서도 ‘인간탄환’편으로 ‘짜릿한 쾌감’을 소비자에게 던져 주고 있다. ■SK텔레콤 NATE SK텔레콤의 ‘NATE’는 유·무선 인터넷의 강점만을 결합한 차세대 멀티미디어 서비스이다.SK텔레콤의 브랜드와 서비스 파워에 힘입어 시장을 급속히넓히고 있다.‘NATE’가 New/Next/Net의 ‘N’과 Gateate/Date의 ‘ATE’를합성,‘미래의 인터넷 친구’를 뜻한다는 점에서 차세대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인 셈이다. ‘NATE’는 휴대전화와 PDA(개인휴대단말기),VMT(차량장착단말기) 등 단말기를 연계한 PC기반의 인터넷서비스 모델을 구축,장소의 제약을 극복한 상품이다.최근 시장은 수익모델의 제약을 받고 있는 유선분야와 유선의 콘텐츠를 따라잡지 못하는 무선분야를 합치는 작업이 한창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은멀티인터넷인 ‘NATE’에 적용할 콘텐츠 발굴에 나서고있다.특히 금융·쇼핑·예매 등의 서비스와 관련,신용카드와 전자화폐 기능을 갖춘 M-커머스(모바일 카드) 콘텐츠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NATE’ 서비스에 ‘동영상 서비스’란 날개를 하나 더 달았다.3세대 멀티미디어 서비스격인 ‘CDMA 2000 1x EV-DO’망을 이용한 무선인터넷 멀티미디어 서비스 ‘준(June)’을 출시,향후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삼성전자 애니콜 ‘한국을 넘어 세계 지형에도 강하다.’ 1993년 삼성휴대폰이란 이름으로 첫 선을 보인 애니콜은 10년만에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의 브랜드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10명중 1명이 사용하는 세계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같은 결과까지 애니콜은 휴대폰의 신화 창조를 위해 기술개발과 시장개척에 쉼없이 노력해 왔다. 애니콜은 현재 노키아,모토로라에 이어 세계 3위의 브랜드로서 ‘디지털 익사이팅 애니콜’의 캐치프레이즈 아래 ‘IMT-2000’시장에서도 선도 역할을해나가고 있다. 내장형 카메라폰,VOD(주문형비디오)가가능한 멀티미디어폰은 물론 화상 통화까지 가능한 휴대폰은 애니콜과 함께라면 더 이상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닌 것이다.애니콜은 올 3·4분기 휴대폰 판매량 1000만대 돌파라는 또 하나의이정표를 세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단순히 국내 1위,세계 3위,브랜드 가치 2조원 이라고불리는 것보다 항상 고객를 미소짓게 하고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는 브랜드로 남는 것이 훨씬 보람이 있다.”고 말했다. ■LG레이디카드 LG카드가 업계 최초로 선보인 여성 전용 특화카드 ‘LG레이디카드’는 성별 특화라는 새로운 타깃 마케팅 분야를 개척,국내 카드업계에 여성 전용카드붐을 일으키고,사회의 여성 전용 마케팅 붐을 선도했다.철저한 시장조사를바탕으로 남을 따라하지 않는 독창적인 서비스 개발로 여성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성형보험 무료 가입,롯데·현대·신세계백화점 3개월 무이자 할부,영화관람 할인서비스,인터넷 무료이용 및 무료 게임서비스 등은 LG레이디카드가 처음 선보인 것 들이다. LG레이디카드는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캐릭터인 ‘헬로우키티’를카드 도안으로 사용해 젊은 세대의 눈길을 끌고 있다.시각적인 면을 좋아하는 신세대에게 깜찍하고 귀여운 캐릭터 카드를 발급함으로써 액세서리처럼신용카드를 지니고 다닐 수 있게 했다.카드의 색상을 빨강,주황,파랑으로 다양화해 고객들이 취향에 맞는 색상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등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LG레이디카드는 다음커뮤니케이션,하늘사랑 등 인터넷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네티즌의 입맛에 맞는 제휴카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대캐피탈 드림론패스 현대캐피탈의 다기능 대출전용카드인 ‘드림 론패스’는 무담보·무보증에가입비·연회비도 평생 내지 않는다.대출기간을 세분화한 대출기간 선택제를 실시해 최저 3.9%의 금리가 적용된다.대출기간 선택제는 ARS(1544-2114)나인터넷 홈페이지(capitalo.co.kr)를 이용해 드림 론패스 대출금을 인출하면기간에 따라 최고 8.1%포인트까지 금리를 인하해 준다. 드림 론패스의 대출한도는 최고 2000만원이고 현금인출기나 인터넷,ARS를이용해 손쉽게 대출받을 수 있다.여성만을 위한 대출전용카드 ‘드림 론패스 아데나’가 지난 5월 업계 최초로 나왔다.연회비·가입비 없이 카드만 보여주면 자끄데상쥬 미용실,호암아트홀 문화공연,패밀리레스토랑 씨즐러,베이비시터코리아 등을 이용할 때 최고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 대출이용 실적과 관계없이 자동차정비,보험가입,자동차용품구입,호텔·콘도 이용시 40%까지 할인받을 수 있다.홈페이지를 통해 제공되는 음식점 할인이나 무료제공 쿠폰도 알차다.라이나생명과 제휴해 최고 2000만원까지 교통상해보험에도 가입해 준다. ■LG전자 휘센 ‘브랜드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네요.’ LG에어컨 ‘휘센(WHISEN)’에서는 바람이 나온다. 이름을 지을 때부터 브랜드가 지니는 의미는 물론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읽거나 들을 때 시원함을 느끼도록 청각적인 효과까지 감안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휘센의 본래 의미는 ‘WHIRL(소용돌이)+SEND(보내다)’의 조합어로 ‘소용돌이치는 시원한 바람을 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LG전자는 휘센브랜드를 새로 도입한 이후 성공적인 런칭을 위해 판촉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비수기 광고전략으로 지속적인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아낌없는 투자를 했다. 물론 브랜드 이미지만 좋은 것이 아니다.품질에서도 다른 업체와 차별화된경쟁력을 갖췄다. 세계 최초로 삼면입체냉방 방식을 채택했다.초절전냉방(TPS),공기청정 기능과 냄새제거 기능을 별도로 분리한 플라즈마 골드 크린시스템을 도입했다. 이같은 브랜드 알리기가 성과를 거두고 제품 품질이 인정을 받으면서 휘센은 지난 2000년에 이어 2001년까지 2년 연속 세계시장 판매 1위를 기록했다. ■SK엔크린 ‘휘발유의 대표 브랜드 엔크린’ SK엔크린은 1995년 국내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청정제를 첨가해 엔진과 환경을 보호하는 깨끗한 에너지라는 의미를 담고 출시됐다. 또 휘발성 성능향상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선진기술을 지닌 미국의 텍사코사에서 개발한 최첨단 청정제를 국내에 독점적으로 도입,더욱 새로워진 휘발유 SK엔크린을 공급해 왔다. 제품의 성능외에 SK엔크린이 휘발유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킬 수 있었던것은 고객서비스 향상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SK엔크린 보너스카드는 국내 1000만명의 차량 운전자 중 90%이상이 보유할정도로 대히트를 쳤다.신용카드사를 포함,국내 카드 중 최단 기간에 최대 회원수를 확보한 것이다. 지난 99년에는 사용 금액의 일정률을 적립,현금처럼 쓰거나 현금으로 돌려주는 ‘OK캐쉬백’ 서비스를 선보여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월부터 전국 5대 권역별로 최첨단 다목적 실험실을 보유한 5개 기술지원센터를 운영,고객의 고충사항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서비스도 하고 있다. ■한화건설 꿈에 그린 ‘자연과 하나된 아파트’ 한화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꿈에 그린’은 ‘꿈에 그리던’의 줄임말이자,‘꿈(Dream)’과 ‘그린(Green)’의 합성어다.이는 인간 중심의 아파트 철학과 환경친화적이고 자연주의 미학을 결합,21세기 신주거 문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특히 기존 아파트시장에서 영문 브랜드가 난무하는 가운데 보기 드문 순수한글 브랜드다. 한화건설은 ‘꿈에 그린’이 첫 출시된 후 지난 1년여간 경기도 용인,서울중계,인천 계양,서울 화곡·공덕 등 각 사업장마다 분양 100%의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주거생활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안락한 아파트,디지털생활을 구현하는 최첨단 아파트,환경을 생각하는 아파트의 이미지가 소비자에게 각인된 덕분이다. 한화건설은 2005년까지 수주 1조 5000억원,매출 1조 1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소중한 가족들이 거주하는 곳이기에 집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심어 주겠다.”며 “단 한채를 지어도 내가족의 집처럼 짓겠다는 성실한 마음을 ‘꿈에 그린’ 아파트에 담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애니카 업계 최초로 보험상품에도 ‘브랜드’를 붙여 돌풍을 일으켰다. 자동차보험료가 자유화되자 상품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앞세우며 지난 4월 선보였다. 예컨대 보험상품은 ‘애니카’,긴급출동서비스는 ‘애니카서비스’,AS(애프터서비스)센터는 ‘애니카랜드’ 식이다. 이미지를 통일시켜 홍보효과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이름값에 걸맞는 상품과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이뤄내려는 전략이다. 주력상품은 ‘애니카 5종’.20대 미혼 운전자를 위한 ‘슬림형’,60대 이상 장년층을 위한 ‘실버형’,여성 운전자를 위한 ‘레이디형’,보험료를 더내더라도 고(高)보장을 원하는 ‘파워형’,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일반적인 ‘기본형’으로 나뉘어 있다. 각자의 특성에 따라 보장내용이 맞춤설계돼 있어 보험료 절감효과가 있다. 주5일 근무제 시행에 맞춰 ‘주말 및 휴일 교통사고시 자손 보험금’ 1000만원을 추가한 점과 명절기간에는 아무나 운전해도 보험금을 지급하는 ‘명절임시 운전담보 특약’을 신설한 점도 눈에 띈다. 회사측은 “보험료 가격 자유화 이후 업계의 경쟁이 지나치게 가격 중심으로 치우치고 있다.”면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다양하게 파고든 점이 애니카의 주된 인기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생명 리빙케어 보험 지난 6월 출시된 이후 5개월만에 8만건 이상 판매됐다. 국내 최초의 ‘CI보험’으로 독점판매권을 인정받았다.CI보험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의사가 개발한 상품으로,암 등 중대한 질병 치료나 수술시 보험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하고 나머지를 나중에 지급한다.보험금 지급시기에융통성을 둬 일반 건강보험과 종신보험의 장점을 두루 갖췄다. 보장대상은 암,심근경색,뇌졸중,말기 신부전증,장기이식수술 등 17가지에이른다.고객이 원하면 예정 보험금의 50% 또는 전액을 먼저 지급해준다.보장대상이 아닌 질병이나 재해사고로 사망해도 종신보험처럼 사망보험금을 100% 전액 지급한다. 가입연령은 15∼59세까지이며 비흡연자 등 건강한 계약자에게는 보험료를 10% 가량 깎아준다.종신형·정기형·건강형 세 종류가 있다.보험납입 중간에연금으로의 전환도 가능하다. 30세인 고객이 주계약금 1억원짜리 종신형(20년간 납입)에 가입할 경우,월보험료는 남자 20만 400원,여자 15만 2400원이다. 상품 개발자인 김경선 부장은 “내년부터는 월 평균 5만건 이상의 판매가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르노삼성자동차 SM3 르노삼성자동차가 출범 후 처음으로 지난 9월 ‘SM3’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앞세워 준중형 승용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르노삼성은 ‘SM3’ 출시에 앞서 이례적으로 보도발표회를 갖고 “준중형차시장에서 ‘SM5 신화’를 재현해 보이겠다.”며 호언했다. 르노삼성 고위관계자는 “SM3는 품질과 성능에 있어 웬만한 중형차를 능가한다.”며 “중형차시장 석권은 시간문제”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들의 자신감은 고스란히 현실로 나타났다.출시를 앞둔 지난 8월 한달 동안 무려 8500대의 사전예약을 받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9월 이후에도 지속적인 판매신장세를 구가하고 있어 이같은 추세라면 연말까지 1만 4000대를 판매,준중형차 시장점유율 25%를 달성하겠다는 당초 목표가 무난히 이뤄질 전망이다. SM3의 인기비결은 ▲국내 최장의 품질 보증 ▲가격대별로 다양한 모델 ▲고급스런 내·외장 ▲수요자 부담을 감안한 경제성으로 요약된다.아울러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차’라는 광고·마케팅 컨셉트도 SM3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한 몫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자동차 쏘렌토 올해 국내 자동차시장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는 ‘쏘렌토’라는 새로운브랜드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쏘렌토’는 기아자동차가 무려 3300억원을 투입,22개월 동안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낸 야심작이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쏘렌토는 국내시장보다 세계시장을 겨냥,개발한 기아차의 자존심”이라며 “당초 연간 판매목표도 내수 5만대,수출 12만대였다.”고 말했다. ‘쏘렌토’는 출시 이후 내수시장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누리고 있다.내수시장에서는 공급이 달려 계약에서 출고까지 줄잡아 5개월이상 걸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미국에서도 수출한지 6개월도 안돼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로 꼽히는 등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쏘렌토’가 나온지 1년도 안돼 국내 SUV시장을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승용차를 능가하는 품질,디자인에 SUV 특유의 성능과 안정성을 가미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쏘렌토는 미국 뿐 아니라 유럽시장에서도 한국 자동차를 알리는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유럽시장 판매가 본격화될 경우연간 15만대 이상의 수출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롯데칠성 델몬트 콜드 쥬스 롯데칠성의 델몬트 콜드주스는 우유처럼 주스를 낮은 온도로 종이팩에 넣어 냉장고를 통해 판매되는 제품이다. 갓 짜낸 듯한 과즙의 신선한 맛을 최대한 유지시켜 기존 프리미엄주스의 품질을 한 단계 높였다.천연과실의 비타민등 각종 영양분의 파괴가 적은 것이특징이다. 생과즙이 들어있어 맛과 향이 훨씬 뛰어나다.오렌지 셀(Cell)이 기존 프리미엄 주스보다 2배나 더 많다.상온유통주스와 달리 냉장차량을 이용한 콜드체인시스템을 이용,깊고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여섯 겹의 특수재질을 사용,미세한 온도변화,공기,자외선 등으로부터 주스가 노출되는 것을 막아주는 최첨단 테트라탑용기를 사용,열고 따는 것도 쉽다. 이런 장점때문에 출시 1년만인 98년 주스시장에서 단숨에 1위자리를 꿰차며 냉장유통주스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99년에는 가정용 대용량 제품 위주였던 냉장유통주스시장에 ‘꼬마콜드’란 애칭이 붙은 240㎖들이 팩 ‘델몬트콜드주스’ 제품을 선보이면서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500억원을 넘는 실적으로 냉장유통주스 시장에서 점유율 60%에 근접하고 있다.올해도 전년보다 20%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진로발렌타인스 임페리얼 키퍼 진로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은 1994년 4월 출시된 국내 최초의 프리미엄 위스키로,8년 연속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다.국내 위스키 가운데 가장 많이팔리는 브랜드다. 지난해에는 1533만 9996병(500㎖ 기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2초당 1병씩 팔린 셈이다.96년 프리미엄 위스키 판매량 세계 3위,97년 이후 현재까지 국내 위스키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비결은 새로운 변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점이다.최근에는 고급위스키의 고민거리였던 위조주와 가짜 양주에 대한 대비책으로 ‘위조 방지장치’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임페리얼 키퍼(Imperial Keeper)’라고 명명한 이 장치는 가짜 양주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불법 업소를 없애고,싼 값의 저급 위스키를 다시 담아 파는 ‘리필’을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 장치를 도입하는데 50만달러의 시설투자비와 병당 200원의 원가 부담이있었으나 모두 자체 흡수했다.이 장치를 채택한 궁극적인 목표가 ‘고객에게 신뢰,안전,행복을 주는 마케팅의 결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임페리얼은 위스키의 본고장인 영국에 다시 수출된다.최근 얼라이드 도멕사와 수출계약을 함으로써 영국·유럽의 주요 공항 면세점에서도 국산 브랜드인 임페리얼을 만날 수 있게 됐다 ■진로 참眞이슬露 국내 소주의 대표 브랜드인 참眞이슬露가 대한매일이 선정한 ‘2002 톱 브랜드’에 선정된 것은 소비자 사랑의 결과다. 제품 출시 때부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온 참眞이슬露만의 브랜드 철학인 ‘무한순수주의’에 대한 믿음의 결과이기도 하다.깨끗한 소주를 만들기 위한참眞이슬露의 브랜드 정신은 대나무 숯 여과 기술 도입,부드러운 맛을 위한알콜도수 조정(23도→22도),더욱 깨끗한 맛을 위한 대나무 숯 여과공정 강화(2회→3회) 등 소비자를 위한 수많은 개선과 변화에서 이뤄졌다. 진로는 판매수익의 많은 부분을 제품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참眞이슬露의 경우 엄선한 양질의 대나무 숯을 사용하고,최신 여과설비인 컬럼탑 설치 등 제조과정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더욱 부드럽고 깨끗한 소주의맛을 내게 했다. 미각적인 측면 뿐 아니라 시각적인 면에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위해 기존의정형화된 상표디자인을 과감하게 탈피했다. 대나무의 이미지를 자유롭고 경쾌하게 표현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여백에서주는 시각적인 편안함을 주는 상표로 바꿨다. 이는 술자리에서 멋과 운치를 즐기려는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추기 위한 노력이다.참眞이슬露의 브랜드 정신을 지켜나가려는 진로의 의지라고도 할 수 있다. ■서울우유 업계 부동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서울우유는 1984년 국내 첫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유제품의 생명인 ‘신선함’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 목장의 원유냉각기로부터 냉장탑차를 통해 가정의 식탁까지 모든 과정을 냉장화한 콜드체인시스템과 엄격한 원유검사가 유제품의 신선도와 품질을 향상시키는 비결이다. 서울우유는 매년 300억원 이상을 투자,우유의 품질을 개선해왔음은 물론 우수품종 개량,낙농헬퍼사업에 이르기까지 질좋은 우유생산을 위해 매진하고있다. 특히 95년부터는 외국의 적용사례 문헌연구를 지속,99년 우유업계 최초로 정부인증 전 품목,2000년에는 모두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는 HACCP(햇습,위해요소 중점관리 기준) 적용을 받았다. 서울우유는 이런 기술력에 덧붙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브랜드답게 전국 4000여 목장에서 집유한 일등급 우유(세균수 기준)를 살균,부족한 영양분을 강화했다.이름만 들어도 알수 있는 서울우유, 앙팡, 헬로우앙팡, 헬로우앙팡치즈, 헬로우앙팡요쿠르트, 디아망우유, 고칼슘아침에우유, 삼각커피우유, 짜요짜요, 네버다이칸, 아침에주스, 락토우유 등 수많은 히트제품을 쏟아냈다. ■남양유업 불가리스 불가리스는 1990년 처음 나와 고급 유산균 발효유 시장에서 선두주자로 12년간 정상의 인기를 누린 장수상품이다.불가리스라는 상품명은 유산균 발효유의 종주국인 불가리아의 대표적 유산균 ‘불가리커스’에서 딴 것이다. 불가리스는 소비취향이 고급화 추세를 보이는데 발맞춰 고급 발효유를 개발한남양유업의 전략이 맞아떨어져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발효유 법정기준치를 훨씬 뛰어넘는 유산균 수에 락토바실러스,에시도필러스,비피더스,불가리커스 등 복합균주를 사용하고 있다. 마시는 발효유지만 올리고당,식이섬유 등이 들어있어 소화나 식이요법 등에서 의약품에 버금가는 명성을 얻었다. 또 장운동에 도움을 주어 변비,설사 등에 효과가 뛰어나며 무방부제·무설탕·무색소에 100% 천연과즙을 사용해 맛도 뛰어나다. 변비에 효과가 있는 것을 알리기 위해 ‘해우소(解憂所·화장실)’편을 비롯, 여러 편의 광고들을 제작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이같은 ‘쾌변’마케팅이 직장인과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으면서 불가리스는유통매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각종 호감도·인지도 조사에서도1위를 굳게 지켜나가고 있다. ■태평양 라네즈 태평양 라네즈는 1994년 첫 출시 이후 7년 연속 단일 제품으로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한 한국 화장품업계의 대명사로 꼽힌다. 라네즈가 이처럼 고객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장수브랜드의 입지를 굳힐 수있었던 것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 개발력,차별화된 고객 감동형 마케팅,철저한 고객분석을 통한 다양한 상품개발 등이 소비자의 입맛에 딱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관되고 장기적인 안목의 브랜드 관리가 어우러져 오늘의 라네즈를 만들어 냈다.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여성들의 욕망은 라네즈의 슬로건인 ‘에브리데이 뉴 페이스(Everyday New Face)’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주요 소비자인 여성의 니즈(needs)에 따라 수분과 보습에 주력한 스킨케어제품을 출시하고 피부를 생각하는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또 새로운 컬러,타입,기능을 혼합한 시즌별 트렌드로 지속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태평양 관계자는 “앞으로 ‘최초’와 ‘최고’를 지향하면서 세계적인 브랜드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글로벌 브랜드의 입지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면서 “고객들에게 새롭고 독특한 체험 기회를 제공하면서 라네즈만의 문화를 형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 필리핀 일리한 발전소 지난 14일 완공돼 준공식을 가진필리핀의 ‘일리한 복합화력발전소’는 한국전력이 세계적인 시공기술로 이루어낸 성과물이다.이 발전소의 건설로 우리나라는 앞으로 20년동안 25억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이게 됐다. 필리핀의 마닐라 남쪽 110㎞에 위치한 일리한 발전소는 120만㎾급 가스복합화력발전소.필리핀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민간자본 총 7억 1000만달러를 투입했다.한전은 미쓰비시,구주전력 등 사업파트너와 함께 1996년 국제경쟁 입찰에서 이 사업을 따냈다.99년 3월 공사를 시작해 3년 8개월만에 완공했다. 한전은 일리한 발전소의 준공으로 필리핀에서 말라야화력발전소(65만㎾급)와 함께 총 185만㎾의 발전설비를 운영하게 됐다. 두 발전소를 풀가동하면 이 나라 전체 전력설비용량의 14%나 공급하게 된다.‘운영후 양도’(BOT)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돼 한전은 오는 2022년 5월까지20년간 운영한 뒤 필리핀 정부에 넘겨주게 된다.필리핀 정부로부터 20년 동안 연료 및 부지 무상제공,판매 전력량과 가격을 보장받는 장기적으로 안정된 사업이다.한전은 일리한 발전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함에 따라 세계적 수준인 송전·배전분야의 기술력과 국제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전력시장 진출에 더욱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하이마트 대한매일이 시상하는 톱 브랜드에 ‘하이마트’가 뽑힌 것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감사를 드린다.이번 수상은 하이마트가 톱 브랜드에 올라섰음을 방증하는 객관적 평가였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기업경영에서 브랜드가 갖는 비중은 절대적이다.일류 기업과 그렇지 못한기업의 차이가 톱 브랜드를 갖고 있느냐,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브랜드야말로 고객의 감성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정서적 고리이자 현대 마케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마트는 대한민국의 1위 전자제품 전문 유통업체로서 위상에 걸맞도록회사명이자 브랜드인 하이마트를 톱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공격적인 브랜드관리 전략을 펴왔다. 매년 마케팅 조사를 통해 브랜드 이미지 변화를 분석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반영함으로써 소비자와 접점을 극대화시켰다.최근에는 광고 ‘오페라시리즈’로 친근한브랜드 이미지를 쌓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하이마트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가 상승했으며 하이마트 매장의방문율을 높여 매출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 하이마트는 앞으로도 하이마트만의 독자적이고 지속적인 브랜드 자산관리를통해 톱 브랜드로서 소비자속에 항상 함께 한다는 전략이다. ■굿모닝트래블 펄팜비치리조트 ㈜굿모닝트래블은 허니문·패키지 상품,상용인센티브 등 여행에 관한 모든것을 취급하는 종합여행사다.1999년 9월에 문을 연 뒤 불과 3년만에 국내 정상급 여행사로 우뚝섰다. 특히 이 여행사의 대표적인 허니문 상품인 ‘펄팜비치 리조트’는 수많은신혼부부들의 검증을 거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다른 리조트 상품과는 달리 3박 일정으로 신혼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최고급스위트룸과 만다야 디럭스룸에 묵기 때문에 신혼부부들에게 꿈같은 첫 날 밤을 보내게 한다. 펄팜리조트는 필리핀 남단 민다나오섬에 위치한 이 나라 최고의 휴양지.‘진주농장’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서울에서 항공을 이용해 3시간30분간 날아가면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여기서 다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20분 날아가면 민다나오섬 남쪽의 디바오공항에 내린다.공항에서 버스로 15분,방카선으로 30분 가량 가면 숨겨진 낙원 펄팜리조트가 여행자들을 활짝 반긴다.바로 이곳에서 신혼부부들은 바나나보트,스노클링,호피켓,호핑투어,카누 등각종 해양스포츠를 즐기고,아름다운 풍경과 어우러져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담아오게 된다.
  • [2002길섶에서]빈 들녘

    경남 삼랑진 야산에 평화의 집을 마련해 오갈 데 없는 정신질환자,행려환자들을 돌보는 오수영 신부는 초겨울 텅 빈 들녘과 앙상한 가지를 볼 때마다절로 겸손해진다고 했다.한여름 뙤약볕을 견디며 힘들여 가꾼 과실을 모두아낌없이 나눠줬다는 자연의 넉넉함이 느껴진다는 것이다.오 신부는 이 때문에 유난히 ‘더하기(+)’와 ‘나누기(÷)’를 좋아한다.나눌수록 기쁨은 더한다는 뜻이리라. 대선 후보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하나라도 더 채우기 위해 안간힘이다.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라는 밑 빠진 독에 끊임없이 탐욕의 물을 쏟아붓는다.남의 것을 가로채 쓸어담기도 한다. 하지만 오 신부는 수많은 병자성사(죽어가는 영혼을 구원하는 마지막 성사)를 해 봤지만 미처 채우지 못한 권력이나 부,탐욕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없었다고 했다.한결같이 나눔에 생각이 미치지 못한 때늦은 후회를 쏟아냈다는것이다. 지금이라도 달리던 걸음을 멈추고 텅 빈 들녘을 바라보자. 우득정 논설위원
  • 문학평론가 최성실씨 계간 ‘문학·판’서 비판

    왜 한국문학에서는 성적 상상력이 빈곤한가? 문학에서 포르노·에로티시즘·섹슈얼리티는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가.문학평론가 최성실(35·인하대 강사)이 이런 의문에 진지한 답안을 제시하고 나섰다. 최씨는 최근 발간된 계간 문학전문지 ‘문학·판’ 겨울호에 실린 특집 ‘한국문학과 성적 상상력’에서 “한국문학이 성 정체성과 섹슈얼리티,에로티시즘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거나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문학적 엄숙주의가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성적 상상력과 섹슈얼리티 문제에 천착해 온 소설가 장정일·전경린·윤대녕을 거론하며,한국소설에서 진정한 의미에서의 포르노적 상상력과 에로티시즘의 미학을 가능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로 극단적이고 가학적인 나르시시즘,완전한 파멸과 죽음을 담보하지 못하는 성적 상상력과 현실환원주의,여성의 원형적 이미지를 신비화하고 강조하려는 인식 등을 들었다. 최씨는 장정일의 소설 ‘보트하우스’에 대해 “에로티시즘의 미학이나 포르노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성적 기제에 대한자의식없이,반복적 일탈과소모적 일상을 되풀이하는 인물들의 성행위”만 그렸을 뿐이라며 “여성의성적 욕망이 어떤 측면에서 왜곡된 형태로 역이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것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평했다. 전경린의 최근작 ‘검은 설탕이 녹는 동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소녀의 멈추어버린 성장’에 대해 “정체성의 문제를 섹슈얼리티가 가진 다양한 기제로 전이시키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비판했다. ‘상춘곡’과 ‘에스키모 왕자’를 쓴 윤대녕의 작품과 관련해서는 “섹스행위를 통해 확인하는 것은 갈등과 고통이라기보다 지극히 존재론적인 것이며 합일에 이르는 어떤 것”이라며 “(윤대녕의 경우)세련된 문장과 수사에도 불구하고 섹슈얼리티 차원에서는 아직도 조용하고 다소곳하며,희고 순결한 여인에의 환상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그는 “한국문학은 아직도 가부장적 논리와 계몽주의적인 서사틀에서 그렇게 자유롭지 못한가.”라고 반문하고 “‘포르노 속의 여성이 남성 관객의 쾌락을 담보로 하는 성적 대상일 뿐이며,여성의 성적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하는 페미니스트들의 비판은 스스로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공박했다. 최씨는 포르노그래피가 ‘창녀’라는 특징적이고 상징적 대상을 염두에 둔용어여서 적어도 포르노그래피의 범주에서는 성행위가 관심의 초점이 되는것이 당연하다면서 “일부에서는 (포르노그래피가)대상을 성적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제기하나 실상 포르노 본래의 취지에서 본다면 전혀 문제될 게없다.”고 주장했다.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즘 사상가 장 보드리야르의 견해도 함께 소개했다.“창녀이기 때문에 아니,창녀라는 탈을 썼기 때문에 여성은 오히려 자신의 성적 욕망을 노출하고 노골적으로 쾌락을 즐길 수 있다.”는 보드리야르의 해석을 거론한 그는 “포르노는 주로 여성의 성기를 중심으로 촬영되는데,이때 여성은 어느 순간도 성적 불능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이는 여성이 성을 스스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남성은 그것이 발기해 있건 수그러져 있건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며 하찮은 역할만을 맡을 뿐이다.발기한 남근이 변화시킨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다.”고 한 보드리야르의 발언을 거듭 환기했다. 최씨는 “한국문학에서의 섹슈얼리티나 에로티시즘의 문제는 푸코의 지적처럼 ‘가장 어두운 곳에 갇혀 있는 것’일 뿐”이라며 “최근 들어 성 정체성,섹슈얼리티의 문제,에로티시즘에 대한 재해석,포르노의 새로운 평가가 본격화하고 있으나 이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게 논의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돌아온 뮤지컬 시즌 입맛따라 골라보자’태풍’’카르멘’’몽유도원도’3색 창작작품 선보여

    뮤지컬 시즌이 돌아왔다.한동안 뜸한가 싶더니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겨냥해대형 뮤지컬이 쏟아지고 있다.특히 해외뮤지컬 일색이던 지난 여름과 달리창작뮤지컬도 여러편 도전장을 냈다.한해를 마감하는 망년회 장소로 뮤지컬공연장을 찾는 것은 어떨까. ●고전 속 절절한 사랑 고전을 각색한 창작뮤지컬 3편이 삼색의 사랑이야기를 풀어낸다.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를 각색한 서울예술단의 ‘태풍’(연출 이윤택)은 1999년 초연 이래 네번째 무대.순결한 미란다와 속세의 왕자 퍼디넌트의 사랑으로 화합의 메시지를 주겠다는 게 기획 의도다.이번 무대는,관객을 압도한 이전 무대와 달리 아름답고 유연하게 꾸민 게 특징.전통음악과 집시풍 선율이 어우러진 노래도 색다르다.20대 신예 홍경수 이승희가 새로 주연을 맡았다.새달20∼30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523-0986. 새달 13∼26일 문화일보홀에 오를 ‘카르멘’은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실력파들이 모여 만든 초연 무대.‘이발사 박봉구’의 작가 고선웅과,올해 밀양공연축제에서 대상을 받은 ‘한여름밤의 꿈’의 연출가 양정웅,‘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으로 한국뮤지컬대상 음악상을 받은 정민선 연세대 교수가 주역이다.메리메의 원작소설을 각색해 전곡을 창작곡으로 구성했고,탤런트 채시라의 동생인 채국희가 카르멘 역을 맡아 질투가 빚은 비극적 사랑을 열연한다.(02)762-0810. 삼국사기의 도미설화를 토대로 한 ‘몽유도원도’(연출 윤호진)도 새달 1일까지 죽음을 뛰어넘는 사랑을 무대언어로 승화시킨다.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02)580-1300. ●신세대 감각에 맞춰라 고전이 지루한 젊은 세대라면 새로운 감각의 뮤지컬에 눈을 돌려 보자.올해 한국뮤지컬대상 5개 부문을 휩쓴 ‘더 플레이’(연출 김장섭)는 4가지 사이버 게임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김장섭 유준상 이계창이 사이버 악당 갓스 역에,노현희 박은영이 인터넷 악동 지니 역에 캐스팅됐다.새달 21일부터 내년 2월9일까지 코엑스 오디토리움.(02)574-1470. 2년 전 초연 이래 세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렌트’(연출 한진섭)는 96년브로드웨이산 뮤지컬.동성애·마약중독 등파격적인 소재를 다룬 데다 록·탱고·고스펠 등 대중음악을 총망라해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뉴욕 이스트빌리지가 작품의 배경.이번 무대는 생생한 한국어 번역에 더욱 신경을 썼다.또 중극장 규모의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올려가까이서 무대를 접할 수 있는 게 특징.가수 소냐와 여고생 신인 정선아의출연 등 배우들의 세대교체도 눈여겨 볼만하다.새달 6일부터 내년 1월5일까지.(02)580-1300. 30일부터 새달 31일까지 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에서 공연될 ‘록키호러쇼’(연출 이지나)는 컬트영화의 대명사가 된 ‘록키호러 픽처 쇼’의 모태.젊은 남녀가 폭풍우를 피해 들어간 외계인 양성애자의 저택이 극의 무대.지난해에 이어 외계인 프랑큰퍼트 역에 개그맨 홍록기와 배우 박재훈이 더블캐스팅됐다.영화 속 수잔 서랜든이 맡은 자넷 역은 탤런트 김세아가 맡았다.(02)516-1501. 김소연기자 purple@
  • [열린세상]난개발과 경춘선

    사람은 가끔 나를 알기 위해 나를 떠날 필요가 있다.내가 살던 시간과 공간을 완전히 비운 채 어디론가 한동안 사라지는 것이다.그리고 얼마 후 이미사라져버린 시간과 공간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긴 여행의 마지막 묘미는 돌아 본 자리보다는 돌아 온 자리의 모습을 다시 볼 때가 아닌가 싶다.이때 우리는 판단이 정지되었던 시간과 장소의 변화를 새롭게 보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약 1년 가까이 내가 주로 오가던 춘천과 서울의 공간,경춘선을거의 비운 적이 있었다.그리고 미국에서 짧은 연구년을 마치고 춘천으로 돌아가기 위해 거의 1년 만에 경춘선을 탄 것이다.느려 터지고 환기도 안되는단선 철도 경춘선을 탄 이유는 오직 한가지 수많은 한국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 아직도 남아 있는 아름다운 추억과 낭만의 기억들이 갑자기 떠올라서였다. 그러나 낡고 덜컹대는 열차에 이끌려 몸을 맡기듯이 이어진 청량리에서 춘천까지의 2시간 기차 속에서 나는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다.경춘선의 주변에는 쉴 틈 없이 진행되는 복선화 공사보다 훨씬 빠른 환경 파괴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었다.청량리를 벗어나 남양주,대성리를 거쳐 청평,가평,춘천으로 이어지는 두시간의 기찻길 주변은 봄의 진달래,여름의 숲,가을의 낙엽,겨울의 눈꽃 대신 시커먼 시멘트 아파트,공사판의 철골과 먼지,파헤쳐진 스키장과 골프장,무질서한 음식점과 여관 간판들로 뒤바뀌고 있었다.낭만과 추억의 상징이던 경춘선의 아름다운 얼굴은 벌레가 사과를 파먹듯이 급속도로 파괴되는 주변의 공간들에 의해 더 이상 치유할 수 없이 온통 시커멓게 멍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돈을 위한 개발만이 유일,절대의 가치가 된 지금 난개발을 막으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공사판의 소음에 파묻힌 채 아예 들리지도 않는다.무절제한 개발과 파괴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얼마 안 가 경춘선의 아름다운이미지는 복선 전철과 함께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낭만의 경춘선은 사라지고 서울을 위해 바쁘고 무표정하며,피곤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위성도시 통근철도 경춘선이 그 자리를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우리는 얼마 안 가 경춘선이 복선화될것을 안다.수십년 동안 발전의 혜택을 기다려 온 사람들에게 개발만큼 절실한 말은 없을 것이다.사람들의 소망이 절실한 만큼 개발의그늘 속에 신음해 온 사람들이 그 혜택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한권리일 수 있다.정치인들이 이러한 사람들의 절실함을 모를 리 없다.그래서선거철만 되면 허기진 유권자들을 낚기 위한 개발 공약들이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복선 철도 경춘선이 그처럼 무분별한 개발의 논리에 끌려 경인선,경수선,안산선,일산선,분당선 같은 것들을 따라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그렇게 되면 우리가 가졌던 경춘선에 대한 소중한 기억들도 영원히 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다.경춘선이 회색 철도가 아닌 푸른 철도가 되기 위해서는 환경을 보존하고,아름다움을 간직하기 위한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지금은 대학 강단을 떠나셨지만 평소 존경하던 모교의 교수님께서 정년 퇴임을 하시기 한해 전 우연히 교수님을 찾아 뵌 적이 있었다.교수님 책상 위에는 조교 시절 보았던 망가진 초창기 애플 컴퓨터가 아직도 놓여 있었다.타자기로도 쓰기힘든,20년 가까이 된 컴퓨터였지만,그 낡고 고장난 컴퓨터가너무 좋아 보였다.“교수님,아직도 컴퓨터를 갖고 계시네요?” “무엇이든지 함부로 버리면 안 되지.낡은 것이라도 오래 간직하고 있으면 언젠가는 다시 쓰일 때가 있거든.” ‘사라지는 것들의 슬픔’을 이야기했던 어느 시인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한없이 올라가고 끝없이 펼쳐지는 욕심과 욕망의 끝자락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를 확실히 보고 곰곰이 생각해야 한다.지금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반성이 없이 진정한 발전은 있을 수 없다.소유,과시,격차,탐욕,냉소의 삶을끝없이 부채질하는 정치와 경제의 논리만이 이 사회를 지배한다면,미래를 책임질 창조적 문화와 가치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고,이 땅의 모든 낭만은 다 사라질 것이다.무지막지하게 진행되는 난개발에 대한 근본적 대안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박준식 한림대 사회학 교수
  • 연극 리뷰/ ‘깔리굴라 1237호’

    망가진 것과 망가뜨린 것의 차이는 뭘까.한 방역회사 사원이 있다.겉으로는 그런대로 잘 사는 듯 보이지만,실상은 반복되는 일상에 서서히 망가져가는 인간.그는 사회구조에 의해 망가진 걸까,아니면 스스로를 망가뜨린 걸까. 악어컴퍼니의 연극 ‘깔리굴라 1237호’는 현대인의 삶의 방식에 관한 의문을 SF영화의 암울한 순환구조로 표현한 작품이다.주인공은 회사에서 해고 당하자 칼리랜드라는 테마파크에서 실행하는 칼리굴라 프로그램에 1237번째로 지원한다.지원자에게는 100분동안 절대권력이 주어지고 상대역은 그에게 복종하거나 저항하거나 사랑할 수 있도록 짜여 있다. 나약하기만 하던 그는 이 절대권력을 이용해 온갖 만행을 저지른다.재산을 국유화하고,죽음의 놀이를 즐기고,맘에 들지 않는 자들을 죽이고….로마의 3대 황제인 가이우스 시저(칼리굴라의 본명)가 된 양 폭력을 즐기며 미쳐간다. 연극은 직장인의 비애라는 단순한 소재에서 출발하지만,억압된 욕망을 폭력으로 분출시키며 자멸하는 과정을 통해 존재의 더 깊은 우물을 휘젓는다. 이렇듯 무거운 내용임에도 새로운 형식,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은 눈돌릴 여유를 주지 않는다.우선 SF영화를 보듯 프로그램에 접속하는 형식이 돋보인다.로마 시대와 현재의 의상과 어법,도구가 혼재하는 가상 공간은 독특한 퓨전식 무대를 선사한다. 무엇보다 좌중을 압도하는 것은 중견배우 박지일의 연기.해쓱한 회사원과 전지전능한 군주를 오가며 명령에서 독백까지 소화해 내는 그의 연기는 완벽해 보인다.혀를 뽑고 처절하게 쓰러지며 몸을 부들부들 떠는 모습에 숨을 죽이지 않을 관객은 없을 듯.무조건 복종하거나,뒤에서만 험담하거나,행동으로 옮기거나….귀족들의 다양한 모습은 인간의 여러가지 유형을 빗대며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하게 한다.양념처럼 가미된 광대의 인형극도 재미를 더한다. 이 연극의 또다른 맛은 대사에 있다.무절제한 느낌을 줄 정도로 대사가 많지만 모두 곱씹어볼 만큼 의미심장하다.망가진 로봇을 들고 “내가 로봇이라면,난 어때? 난 망가졌나,망가뜨렸나?”라며 반복적으로 울부짖는 모습은 압권이다.전체적으로 고전극을 보는 듯한 유려한 문체에선 많이 다듬은 흔적이 보인다.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 인간의 이중성을 왜 절대권력이란 문제로 풀어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연출은 ‘청춘예찬’의 박근형이,희곡은 ‘이발사 박봉구’의 고선웅이 맡았다.새달 1일까지 화∼목 오후 7시30분,금·토 오후 4시30분·7시30분,일 오후 3시·6시.아룽구지소극장(02)764-8760. 김소연기자 purple@
  • [씨줄날줄] 보졸레 누보 열풍

    프랑스 특정 지방의 햇포도주인 보졸레 누보의 출시일(11월 셋째주 목요일,올해는 21일)을 앞두고 유통 및 호텔업계가 떠들썩하다.대형 백화점들은 한병에 1만 8000원에서 2만원 정도 하는 이 술을 약 한달 전부터 예약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주문량이 작년보다 30∼40%씩 늘었다고 한다.호텔과 외식업체들은 20일 밤 자정을 전후해 보졸레 누보를 무제한으로 마시며 댄스파티 등을 즐길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해 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제 날짜에 포도주를 공급하기 위해 국적 항공사의 보잉 747 특별기 4대가 지난 14일부터 프랑스와 한국 상공을 오가고 있다 하니 술 치고는 대단히 ‘귀하신 몸’이 아닐수 없다. 하지만 보졸레 누보는 프랑스 와인 족보에서는 그다지 쳐주는 술은 아니다.프랑스 남부 보졸레 지방에서 생산되는 이 레드 와인은 그해 8,9월에 수확한 포도로 2∼3개월의 짧은 숙성기간을 거쳐 제조되기 때문에 그윽한 느낌의 정통 와인이라기보다는 과일향이 강한 칵테일 같은 술이다.이런 사실은 3∼4년 전 보졸레 누보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기 시작하면서 즉각적으로 알려졌지만 그 열풍은 해가 갈수록 더해만 간다. 이에 대해 프랑스의 치밀한 판촉 상술에 국내 술 시장을 내준 꼴이라는 비판도 나온다.프랑스는 지난 1985년부터 보졸레 출시일을 전세계적으로 똑같은 날로 정해 와인 애호가들의 호기심을 부추기며 마케팅을 펼쳐왔다.국내 보졸레 수입량은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올해는 작년의 3배가 수입될 것이란 예측이다.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문화사대주의란 비판도 있다.보졸레 열풍은 한국에 앞서 일본에서 한바탕 기세를 떨쳤으며 일본에서 히트한 상품은 한국에서도 뒤따라 히트한다는 우울한 공식을 한국의 보졸레 인기몰이가 또한번 증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치밀한 마케팅을 한다고 해도 그 상품이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닐 터이다.일본 좇아 하기 또한 마찬가지다.한국인들이 11월 셋째 목요일을 기해 낯선 보졸레 누보 술잔을 부딪치는 데는 이런 것들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그것은 평범한 일상으로부터 잠시라도 탈출하고자 하는 ‘축제’이기 때문은 아닐까.낭만과 열광을 향한 디오니소스적 욕망은 포도주와 썩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현대인에게는 축제가 필요하다. 신연숙 논설위원 yshin@
  • 부산국제영화제서 만난 사람들/ 김수용감독, 도널드 리치 美영화평론가

    ■회고전 여는 영상물등급위원장 김수용감독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회고전을 여는 김수용(73)감독을 15일 남포동 PIFF광장에서 만났다.젊은 영화팬들 틈에서 베레모를 멋스럽게 눌러쓴 노(老)감독.핸드프린팅 행사를 앞두고 그는 “인생 최대의 행운을 가져다 준 부산영화제에 감사한다.”면서 “내 영화 수십편이 부산에서 찍은 것이라 감회가 더 새롭다.”며 상기된 얼굴로 기분좋게 웃었다. 최근 영화감독보다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으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른 김감독은,사실 40여년간 109편의 영화를 만든 한국영화의 산증인이다.특히 이번 영화제에는 10여 군데가 검열에서 잘려나간 1986년작 ‘중광의 허튼소리’가 무삭제판으로 상영된다.삭제된 뒤 김 감독은 항의표시로 10년 가까이 영화를 찍지 않았다.영화복원에 따른 소감을 묻자 그는 “참 기가 막히다.”라고 운을 뗀 뒤 “5분20초 분량이지만 메타포가 집약된 부분이라 감격스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영화제에서는 이밖에도 전통을 소재로 한 ‘갯마을’‘산불’‘돌아온 사나이’와,새로운 형식으로 모더니즘 영화의 지평을 연 ‘안개’‘야행’‘화려한 외출’이 상영된다.‘안개’와 ‘화려한…’은 이미 매진된 상태.그는 “모든 영화에 영혼과 육체의 구원을 담아냈다.”고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 언제나 한국영화 편이라는 김 감독은 젊은 감독에게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무겁고 가슴 아픈 ‘오아시스’같은 영화에도,웬걸요 관객이 호흡합디다.그렇게 주변 이야기를 강렬하고 진실되게 표현하는 영화를 만들었으면 해요.” 최근 한국영화는 대부분 재미있지만 주제가 불분명하다고 평가한다. 다음 작품의 계획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인간의 욕망과 본능을 주제로 한 야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배우 의상이 필요 없는….그때 누가 영등위 위원이 될지는 모르지만.(웃음)” ■심사위원장 도널드 리치 美영화평론가 “아시아영화를 전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창구인 부산영화제의 심사를 맡게돼 어깨가 무겁습니다.”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부문 심사위원장으로 부산에 온 미국의 영화평론가 도널드 리치가 15일서라벌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미국인이,게다가 평론가가 심사위원장이 된 건 이번이 처음.지금까지는 대부분 아시아 영화감독이 맡아왔다. ‘뉴 커런츠’는 부산영화제의 유일한 경쟁부문으로,아시아영화의 미래를 내다보는 전망대 구실을 한다.올해는 7개국 11편의 작품이 선보인다. 부산영화제를 처음 방문한다는 리치 위원장은 “영화감독으로서 전하려는 것을 제대로 전달했나를 최우선으로 볼 것”이라며 “보통 접하는 이야기가 아닌,동시대의 진실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한 작품을 뽑겠다.”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최근 아시아영화의 경향에 관해 묻자 “영화는 증권시장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1960∼70년대는 일본영화가 세계의 관심을 끌었으나 요즘은 한국영화와 태국영화가 뜨고 있다.”고 대답했다.한국영화가 르네상스기를 맞은 이유로는 “좋은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데 제작시스템이 방해가 되지 않는 풍토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영화는 예술이자 상품입니다.당연히 감독과 제작자 사이에 줄다리기가 있죠.현재 한국영화는 그 줄이느슨해 창의적이고 생명력 있는 영화가 많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타임지에서 ‘일본 예술비평가들의 대부’라고까지 평가한 리치는 지금까지 일본영화에 관한 책을 40여권 썼다. 1962년 베를린영화제에서 일본의 거장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회고전을 여는등 구미에 아시아영화를 소개하는 데 앞장서 왔다. 부산 김소연기자 purple@
  • 문화광장/ 무용

    口남자와 욕망= 14·15일 오후7시30분 동덕예술센터(02)2263-4680.김명회 비젼발레단의 기획공연.폴 클로델의 원작을 현대무용과 클래식 발레의 혼합 형태로 각색. 口육현지도= 16일 오후7시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02)2263-4680.성균관대 무용학과 전은자 교수의 전통춤. 口마지막 바다= 16·17일 오후4시,18·19일 오후7시 국립극장 해오름극장(02)2274-3507∼8.국립무용단의 창작춤. 口기억의 퍼레이드= 15·16일 오후7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대극장(02)961-0399.경희대 졸업생들로 구성된 무용단 발레노바(단장 김화례)의 창작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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