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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가축의 복지’와 경제성

    우리집 마당 한편에 지금은 창고로 쓰이는 닭장이 하나 있다.작고하신 장인이 생전에 얼마동안 닭을 키웠던 곳이다.침실과 거실의 두칸으로 나누어,우선 침실은 어둡게 벽을 치고 횃대를 놓았다.한구석에 보금자리를 만들어 닭이 안심하고 달걀을 낳고 사람은 바깥에서 손만 넣으면 꺼낼 수 있도록 작은 문을 달았고,난방용으로 전구를 연결하기까지 했다. 거실 부분은 닭들이 놀 수 있는 공간을 두고 입구 쪽에 물과 모이를 먹을 수 있는 식사대가 있고,닭들이 모래목욕을 즐기도록 모래사장을 마련하였다.과연 닭을 위한 호화주택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젠가 패스트푸드 체인 치킨점에 공급되는 닭 사육공장에서 일어나는 산란·부화·사육·도축과정의 비정한 장면들을 사진으로 본 적이 있다.이렇게 해서 만든 닭고기가 얼마나 맛이 있을까,이것이야말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의 발로가 아닌가 개탄한 적도 있다. 돼지콜레라가 만연하여 전국의 수천 마리의 돼지들이 병들어 집단으로 살육되고 때로는 생매장 당하고 있다. 축산농가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엄청난 환경적 재앙이 아닐 수 없다.전염병 방역체계에 문제가 있어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고 볼 수도 있다.하지만 좁은 축사에 과밀하게 수용된 돼지들을 짧은 기간 내에 살찌게 하기 위해 정량보다 많은 사료를 먹이고 서로 몸을 부대끼며 지내게 하니 어찌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으며 병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사람들의 과도한 욕심에 의하여 가축의 생활을 학대하고 생명을 약탈하는 태도를 바꿔,우리가 사육하는 동물들의 생활환경이 어느 정도 동물다운 삶이 되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인간 이외의 모든 생물을 인간의 욕망과 목적에 이용되는 도구로밖에 취급하지 않는 인간 중심적 가치관을 탈피해야 한다.이제 우리도 인간과 동물을 차별화하지 않고 평등한 윤리적 배려를 해야 한다는 생태 중심적 가치관을 받아들여야 한다.심층생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가축을 인간과 완전히 동일시해 잡아먹지도 말자는 말은 아니다.가축들도 아픔과 고통을 느끼는 동일한 생명체라는 점을 인정하고 비록 그들의 삶이 인간의 생존을 위한 삶이라도 가능한 한 그들의 생육환경에 적합한 환경에서 살도록 하자는 것이다.나아가 도축과정도 죽음의 공포를 덜 느끼도록 배려하자는 것이다.최근 외국에는 가축의 자란 환경에 따라 등급을 부여하여 값에 차이를 두어 판매하는 제도가 있다고 한다. 우리도 품종별 혹은 부위별 등급과 아울러 자란 환경별 등급에 따라 가격을 매긴다면 생산자의 입장에서 볼 때 생육환경을 개선해도 경제적 채산이 맞을 것이다.인간 이외의 생명을 중요시하는 사상은 우리 고유의 유기체적 세계관에도 깊은 뿌리가 있다. 우리 화엄불교의 창시자 의상대사는 티끌 속에도 우주가 있다(一微盡中含十方)고 하여 우주만물이 모두 하나임을 밝혔고,조선중기의 기철학자 화담 서경덕은 사람과 그 외의 사물은 자연의 일부로서 서로가 서로를 돕는다는 상생적 관계임을 강조했다. 동물을 학대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게 한다면 인간과 우리의 생활환경에 나쁜 영향을 가져온다.집단적으로 과밀하게 사육하는 목장에서 나온 엄청난 양의 분뇨쓰레기는 우리의 강산과 하천을 오염시킨다.이런 환경에서항생제가 가득 들어간 사료를 먹고 스트레스를 받고 자란 후에 공포 속에서 도살당한,지방으로 가득 찬 육류는 우리 건강에도 해롭다.비록 인간과는 똑같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생육환경을 배려하여 사람과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우리 고유의 사상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인간복지만을 위한 경제 우위의 가치관을 버리고,모든 생명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바꾸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립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이 규 목
  • 알모도바르 영화제...새달 5~20일 부산서

    ‘그녀에게’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스페인의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영화제가 새달 5∼20일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열린다. 1980년 ‘페피,루시,봄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 데뷔한 알모도바르 감독은 감각적인 색채,도착적 욕망과 동성·양성애의 묘사,부조리한 일상에 대한 성찰 등으로 영화마다 논쟁을 불러일으켜 왔다. 그의 작품은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쓸 정도로 예술성을 인정받는 동시에,독특한 유머가 살아있어 재미있게 감상하는 데도 손색이 없다.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모두 6편.식물인간이 된 발레리나와 여자 투우사를 돌보는 두 남자의 사랑을 그린 ‘그녀에게’,질투와 욕망의 삼각관계를 다룬 ‘라이브 플래쉬’(98년),떠들썩한 납치 연애담 ‘욕망의 낮과 밤’(90년)을 비롯,‘내가 뭘 한게 있다고?’(85년),‘어두움 속에서’(84년),‘정열의 미로’(82년)가 소개된다.오후 1시·3시20분·5시40분·8시.(051)742-5377. 김소연기자
  • 화제의 책/ ‘블로우백’ - ‘오만한 불량국’ 미국은 자멸중

    블로우백 - 찰머스 존슨 지음 /이원태 김상우 옮김 /삼인 펴냄 지배욕망 가득한 미국 국제사회 신뢰 잃어 “살려면 제국주의 포기하라” 美 정치학자 따끔한 일침 세계 곳곳의 반전시위와 전쟁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공격을 계속하고 있다.‘이라크를 무장 해제하고 이라크 국민을 해방시키기 위한’ 전쟁이란 명분을 내세우지만 세계 여론은 이런 군사행동이 아무런 정치·도덕적 정당성도 갖추지 못한 ‘야만적’ 침락행위라며 규탄한다.미국의 ‘제국주의적 과잉 팽창’ 정책은 전쟁의 악순환을 자초하는 상황을 낳게 될 것이라는 지적들이 힘을 얻고 있는 형국이다. 버클리대 정치학 교수를 지낸 찰머스 존슨(72)이 쓴 ‘블로우백’(blowback,이원태·김상우 옮김,삼인 펴냄)은 제목이 암시하듯 이같은 현실을 읽는 데 적잖은 시사점을 준다.저자는 여러 가지 형태의 미국에 대한 반작용을 블로백(역풍)이란 말로 함축적으로 표현한다.이 말은 원래 미국 중앙정보국이 내부 용어로 만들어낸 것으로,미국 국민에겐 기밀로 부쳐졌던 대외공작 등의 정책이 낳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뜻한다.9·11테러가 대표적인 예다. 저자가 말하는 역풍은 미국에 대한 테러나 무력충돌 위협 등 정치·군사 분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역풍은 국제경제 분야에서도 폭넓게 나타난다.냉전의 종식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군사적 지위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오히려 미국의 군사적 지배 욕망은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경제적 지배로 전환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위험한 역풍은 미국의 오만함에 따른 국제적 신뢰상실이라고 단정한다.나아가 미국이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자신의 개별적 합리성이 아니라 범세계적인 차원의 총체적 합리성을 추구할 것을 요구한다. 그와 같은 맥락에서 저자는 미국과 동아시아 국가들간의 구체적인 관계에서 생겨나는 역풍과 그 징후들,그리고 그 원인이 된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주목한다.미군 범죄 등에 대한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의 반발로 촉발된 오키나와 미군기지 철폐운동은 동아시아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역풍이라 할 수 있다.미군 주둔에 항의하기위해 3000명의 오키나와인과 본토의 지식인을 포함한 수많은 소지주들은 손수건 한 장 크기의 영토를 사들이는 ‘반전(反戰)지주’운동을 벌이기도 했다.‘아시아의 마지막 식민지’ 오키나와의 주민들은 17세기 이후엔 일본에,1945년 이후엔 미국에 점령당했다는 생각이 강하다.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필리핀의 마르코스,한국의 이승만과 전두환 정권에 대한 정치ㆍ군사적 지원으로 야기된 국민들의 죽음과 탄압,그리고 그에 따른 반미주의의 확산 등도 역풍의 중요한 사례로 다룬다.또 북한을 상대로 한 ‘불량국가론’이 실제론 제국주의적 강박관념과 이윤논리가 결합된 ‘미사일방어계획(NMD)’에 대한 집착이 빚어낸 억지논리라고 주장한다.중국과 관련,저자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지나친 간섭과 견제는 중국의 역사와 정책에 대한 무지와 ‘유일 초강대국’이란 미국의 자만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예를 들어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은 미국과 중국간의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중국의 ‘민족주의적’ 영토정책이 과거 제국주의에 지배당한 역사적경험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한다면 영토문제를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저자는 이같은 역풍의 악순환을 막기 위해선 미국이 냉전구조를 개혁하고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을 포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또한 ‘아메리카 제국'이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도 자신이 담당해온 역할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기 때문에 결국 냉전의 실질적 승자는 없다고 주장한다.구소련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붕괴됐듯이 미국 또한 그같은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 1990년대 세계는 미국의 전 국무장관 올브라이트가 지칭한,미국이라는 ‘없어서는 안될 국가(indispensable nation)’에 관대했다.그러나 이제 ‘아메리카 제국’의 오만한 지배는 더이상 지속될 수 없다.저자는 “뇌가 달린 크루즈 미사일과 같이 단단한 근육질의 미치광이 초강대국”이라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의 말을 인용,미국 자신이야말로 ‘불량대국’이 아닌지 스스로 되물어봐야 한다고 말한다. “21세기는 미국이 전세계에 뿌리고 있는 증오의 씨앗으로부터 응답을 받는 반격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는다.1만 3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문학 책꽂이/독일문학의 장면들 외

    ●독일문학의 장면들(이병애 엮음,문학동네 펴냄) 여성 독문학자 15인이 ‘문학·영화·음악 속의 여성’을 주제로 계몽주의 작가 노이버에서 괴테,그리고 귄터 그라스에 이르는 거장의 작품에 나타난 여성의 모습을 분석했다.엮은이의 정년퇴임 기념 논문집.1만 2000원. ●어머니(김정현 글,정현주 그림,문이당 펴냄) 아버지 회사의 부도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을 어머니의 끈질긴 사랑으로 다시 일으킨다는 내용의 원작을 ‘청소년 현대문학선’에 맞게 눈높이를 낮췄다.부드러운 터치의 삽화 20여컷을 넣어 청소년의 이해를 돕고 있다.8500원. ●서랍 속의 반란(백시종 지음,문학수첩 펴냄) 등단 36년째를 맞은 중견작가의 7번째 소설집.자신의 대기업 근무 경험이 많이 실린 듯한 표제작을 비롯해 4편의 중단편을 실었다.재벌과 폭력집단의 결탁,재벌 사회의 이면 등을 통해 재벌의 비도덕성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8000원.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성석제 지음,강 펴냄) 활발한 창작 활동으로 눈길을 끄는 작가의 첫 소설집 ‘새가 되었네’를 개정한 것.표제작은 실질적인 그의 등단작품.특유의 상상력과 이야기꾼의 실력이 싱싱하게 살아 있다.8000원. ●외로운 노인(아달베르트 슈티프터 지음,권영경 옮김,열림원 펴냄) 오스트리아의 대표적 낭만주의 작가의 자전적 소설.아버지와 수양어머니,백부의 못다한 사랑 등을 얼개로 인간의 희로애락,희망과 절망,삶과 죽음을 대비시키면서 화해를 모색하는 과정을 그렸다.7000원.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김훈 지음,생각의나무 펴냄) 소설가로 탄탄한 입지를 굳힌 저자가 언론인 시절 쓴 시론을 모은 것.‘아들아,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는 제목을 개정했다.9500원. ●고전문학과 여성주의적 시각(정출헌·조현설·이형대·박영민 지음,소명출판 펴냄) 한국고전문학,한문학 연구자들이 자기 전공분야의 여러 텍스트를 페미니즘의 시각으로 해석.여성의 욕망과 능동성에도 주목했다.1만 7000원. ●아동문학의 현실과 꿈(김제곤 지음,창작과비평사 펴냄) 초등교사이자 아동문학평론가인 저자가 들려주는 동시,문학교육 등에 대한 생각.구전동요에서 동시의원형을 찾아 근대성의 논리에 갇힌 기존 한계를 극복.김용택·임길택 등의 작품 분석과 아동문학 작품론도 곁들였다.1만 2000원.
  • [마당] 샹그릴라에는 샹그릴라가 없더군요

    ‘샹그릴라’라는 곳이 정말 있다고요? 놀라 묻는 내게 출판인회의 산악회 사람들은 아주 무덤덤한 얼굴로 그 곳은 중국 윈난성 어디쯤이며 실제 지명이라고 설명한다.나만 몰랐나? 아는 게 별로 없긴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갈 거냐고? 물론 나는 가야만 한다.지상에 그 곳이 존재한다는데 어떻게 가지 않을 수 있나.그러나 그 곳이 중국이라는 것부터 환상을 깨기 시작하여 여행사에서 준 일정표에도 옥룡설산이라는 야릇한 이름이 샹그릴라와 나란히 적혀있을 뿐 아무리 찬찬히 보아도 나를 이상향에 데려다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무튼 나는 떠났다.윈난항공이라는 안전이 약간 염려되는 시골 비행기를 타고.뭔가 대단한 여행을 하는 것 같아 흥분되어 잊고 있었는데 비행기에 앉아 있으니 또다시 의심이 슬그머니 머리를 쳐들기 시작했다.그런데 이상향에 비행기를 타고 가는게 맞나? 아니 이 바보야,그럼 뭘 타고 간다는 거야.구름? 아니면 양탄자? 아니면 꽃바람….나의 샹그릴라 가는 길은 이처럼 환상과 현실이 수없이 착종되고 있었다. 자연이 만든 거대한 작품.그 작품 구석구석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다락 같은 층계밭에 완두콩과 밀을 심고 아이들은 까맣고 반잘반질한 얼굴로 산양을 몰며.남루하지만 눈빛은 맑았고 미소는 따뜻했다.이곳이 지상천국이라는데 저들은 행복할까? 이렇게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밤에는 위성중계 TV를 보며 그들은 속세를 속세라고 생각할까? 나는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사는 그들이 그러나 부럽지는 않았다. 새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희게 빛나는 산을 올랐다.설산의 위용과 넓게 펼쳐진 초원은 분명 매력적이었다.그 흰 봉우리를 향해 한 발 한 발 느리게 내디디며 이상하게도 ‘아직 내가 살아있다.’‘숨을 쉬고 있다.’는 인식이 머리 속을 지배했다.살아있는 물체로서의 존재감.그것은 오로지 걷고 있음,견디고 있음으로 간결해진 욕망과,지극히 단순한 주변 환경이 만들어준 특별한 경험이었다.하여 하산 길은 온몸의 기운이 다 소진되었는 데도 마음은 날 것만 같았다.말을 타고 내려오면서는 귀를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으니저절로 미소가 떠올랐다.자유로움이라는 단어가 생각났던 것 같기도 하다.행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음날 저녁 독한 중국술을 마신김에 따져대었다.도대체 샹그릴라가 어디라는 거야? 그 말이 티베트의 방언이든 장사를 잘하는 중국 사람들이 1997년에야 득달같이 윈난성 종덴현을 샹그릴라로 명칭을 바꾸었던 어쨌든 나는 이곳이 그곳이라고는 인정할 수 없다고 우겨대었다. 누군가가 아직 꽃이 피지 않아서 그럴 거라고 한다.나는 재빨리 말을 막는다.샹그릴라는 자기 마음 속에 있는 것인가 보다고.생각해 보니 내 마음 속의 이상향은 구체적인 것이 아무 것도 없었다.막연히 아름다운 풍경이 있을 뿐 딱히 무슨 색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사람은 그림자도 없었다.그러니 꼬지레한 모습으로 왁자지껄한 사람들이 사는 곳을 어떻게 그곳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분명 비행기를 타고 그곳에 다녀왔지만 나는 타임머신을 타고 오래된,변하지 않은 세상에 다녀온 기분이다.기대가 너무 커 실망도 컸지만 그 어떤 곳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장소이고경험이었다.나는 왜 샹그릴라에 가려고 했을까? 왜 또다시 그곳에 가고 싶을까? 가슴이 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 본다. 김 혜 경
  • 이사람 / 사이코드라마 전문가 김수동 박사

    월요일,서울 대학로 극장가는 쥐죽은 듯 조용해진다.하루 수십편씩 무대에 오르내리던 공연들이 유일하게 휴식을 취하는 날이다.하지만 오직 월요일에만 관객을 맞는 공연이 있다.그것도 매번 대본없는 즉흥극이다. 이화동 로터리쪽 대학로 초입에 자리잡은 대학로극장에서 매주 월요일 오후 7시30분 막을 올리는 공연의 제목은 ‘나를 찾아서’.연출을 맡고 있는 이는 김수동(45·용인정신병원 진료부장) 박사이다.10년 넘게 병원에서 환자들을 위한 사이코드라마를 해오다 99년부터 이곳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사이코드라마를 진행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누구나 낙오에 대한 불안감,스트레스로 정체성 혼란과 정서불안을 겪기 쉽습니다.사이코드라마는 환자뿐 아니라 심신이 지쳐있는 일반인에게 잠시라도 ‘내면을 찾아가는 여행’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병원에서 이뤄지는 환자 대상의 사이코드라마가 정신적 치료를 위한 것인 반면,일반인을 위한 사이코드라마는 문화적 차원의 치료라는 설명이다. 평균 관객은 스무명 안팎.달리 홍보를 하지 않아 알음알음으로 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의대에 다니거나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공부삼아 찾아오는 경우도 많다.누가 주인공이고,어떤 얘기가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김 박사가 무대에서 사이코드라마에 대한 워밍업을 하고 나면 그날 온 관객중 한명이 주인공으로 나서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생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어떻게 자기 얘기를 할까 싶은데 마음 한구석에 감당하기 힘든 슬픔,분노,욕망이 있는 이들은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속마음을 술술 털어놓는다.김 박사는 “가슴 속의 응어리가 폭발하고 나면 이전보다 훨씬 긍정적인 삶의 자세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비행청소년,노숙자,이혼녀 등 지금까지 그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내세운 이들은 수없이 많다. 사이코드라마 한 편을 진행하는데 드는 비용은 김 박사의 지갑에서 나온다.병원에서 일부 지원을 해주고,드라마 진행을 돕는 보조자 10여명이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있지만 자잘하게 들어가는 잡비는 모두 김 박사 부담이다.입장료 5000원은 안 받을 때가 더 많다.“보조자 역할을 하는 연극배우들에게 적은 액수라도 수고비를 주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김박사는 말끝을 흐렸다. 정신과 진료에서 사이코드라마가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고 하지만 그가 유난히 사이코드라마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대학(고려대) 시절 연극반 활동과 무관하지 않다.그는 “사이코드라마는 나의 탈출구이기도 하다.”고 말한다.클래식,재즈를 좋아하는 낭만적인 성격의 그는 사이코드라마 안에서도 얼마든지 음악,무용,연극 등을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항상 긍정적이고,낙천적인 삶의 태도를 지키려 애쓴다는 김 박사는 사이코드라마를 통해 좀더 건강하고 편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누구나 김 박사의 월요일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02)764-6052. 글·사진 이순녀기자 coral@
  • 퍼즐 같은 과학 연극...노벨상 소재 ‘산소’ 새달 공연

    때는 노벨상 제정 100주년을 맞은 2001년.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는 엉뚱하게도 노벨상이 생기기 이전 뛰어난 공을 세운 과학자를 대상으로 제1회 ‘거꾸로 노벨화학상’을 제정한다.위원회가 꾸려지고,현대 화학 혁명의 근원인 ‘산소’의 발견과 연관된 18세기 화학자 3명이 후보에 오른다. 산소를 처음 발견한 셸레,산소의 존재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프리스틀리,산소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정립한 라브와지에.자,이들중 누가 수상의 영광을 안을 것인가. 새달 3∼20일 문예진흥원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연극 ‘산소’는 과학을 소재로 한,흔치않은 작품이다. ‘과학 연극이라고? 어려운 용어에 따분한 내용이겠군.’지레짐작하기 쉽지만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퍼즐게임처럼 한명의 수상자를 가려내는 과정은 어떤 드라마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픽션과 논픽션을 적절히 배합한 이 희곡의 작가는 놀랍게도 실제 과학자이다.경구용 피임약을 개발한 칼 제라시 교수(미국 스탠퍼드대)와 8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로알드 호프먼 교수(미국 코넬대)가 함께작품을 썼다.둘다 세계적인 화학자인 동시에 소설,희곡,시집 등을 발간해 작가로서도 상당한 성공을 거둔 공통점을 지녔다. 일반인에게 과학을 알기쉽게 소개하는 ‘목적성’에 무게중심을 둔 희곡과 달리,공연은 등장인물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춰 연극적 재미를 배가했다.연출자 김광보씨는 “과학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개인적 욕망이 타인과의 충돌과정에서 어떻게 표출되는지를 탐구하는 인간 내면의 보편성에 관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를테면 ‘거꾸로 노벨상위원회’의 세 교수는 각자 자신의 입맛에 맞는 후보가 수상자가 되어야 한다고 고집을 피운다.신경전이 벌어지고,서로가 서로를 헐뜯는 추한 꼴을 보인다.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산소의 발견을 둘러싸고 저마다 자신의 업적을 주장하는 세명의 화학자가 있다. 두 그룹의 구성원은 기막히게 닮아 있다.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인간 본연의 모습을 은유한 것이다.남편의 명예를 위해 음모와 암투를 마다하지 않는 여성들의 얘기도 흥미롭다. 시공을 넘나드는 스케일(?) 큰 구성이지만출연배우는 딱 6명.연기생활 25년만에 처음 연극무대에 서는 탤런트 안정훈과 중견 배우 박용수,정규수 등 남자배우 3명이 위원회 교수와 화학자의 두가지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다.사건을 해결하는 열쇠를 쥔 라브와지에 부인역은 전현아가 맡았다. 이번 공연의 또 다른 특징은 기존 연극 제작비 지원 방식의 영역을 넓혔다는 것.문예진흥원,서울시의 지원금 의존에서 벗어나 한국과학문화재단,주한영국문화원 등을 후원단체로 끌어들였다.한 산소청정기 제조회사의 후원으로 공연장에 산소청정기를 설치,관객 서비스에도 신경을 썼다.1만∼2만원. (02)744-0300 이순녀기자coral@
  • [씨줄날줄] 마담뚜

    셰익스피어는 “사랑은 모든 것을 눈으로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본다.”고 말했다.결혼의 낭만적 환상은 그러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달콤한 사랑이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아니다.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천사였던 여자도 부부생활에서 악마가 된다.”고 말했다.사랑은 이처럼 세월이 가며 변한다. 사랑이 변하더라도 ‘마음으로 보는 사랑’으로 맺어지는 결혼은 행복한 출발이다.그런데 물질적 욕망의 허영심이 커진 현대사회에서는 ‘눈으로 보는 조건’으로 맺어지는 결혼이 많아지고 있다.조건에 맞추는 상류층의 결혼을 중매하는 사람들이 마담뚜다.이들의 중매로 ‘신귀족층’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많다.마담뚜들은 1970년대 이후 상류층 사회의 결혼을 중매해왔다.많을 때는 강남에만 1000여명이 활동했었다고 한다.그런데 90년대 중반부터 크게 줄어들기 시작했다.결혼정보회사들이 많이 등장하며 마담뚜의 영역을 침범했기 때문이다. 결혼정보회사들은 특히 특정 부유층의 결혼을 주선하는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명문가팀,노블레스 클럽등이 대표적인 예다.명문가 팀의 회원 조건은 ‘가족 재산이 50억원 이상’ 등 보통사람의 눈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다.그렇지만 회원수가 수백명이나 된다고 한다.상류층을 전문으로 하는 결혼정보회사도 성업중이다. 결혼정보회사와 마담뚜들이 최근에는 이화여대생 잡기에 나섰다.이화여대가 지난 1월 재학중 결혼을 금지한 금혼(禁婚)학칙을 폐지한 이후 이화여대 학생들이 매력적인 며느리감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이화여대 출신들은 예부터 최고 며느리감으로 불려왔다.이화여대 학생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분노하며 우리를 상품화하지 말라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결혼이 상품화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결혼에서 사랑이 전부는 물론 아니다.그러나 조건 때문에 결혼하는 것은 행복을 놓치기 쉽다.그들은 자기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남에게 행복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더 애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재산이나 조건이 중요시되는 타산적인 결혼은 마음의 빈곤이라는 불행에 빠지기 쉽다.프랑스의 사상가 몽테뉴는 “재물의 빈곤은쉽게 치유되지만 영혼의 빈곤은 결코 치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창순 논설위원 cslee@
  • 방한 틱 낫한 스님이 말하는 ‘힘’

    살점 하나 없는 뼈다귀를 왜 물고있나 마음을 열고 내안에 잠들어 있는 힘을 깨우자 ‘入此門內莫存知解’(입차문내막존지해) 해방 직후인 1947년 성철,청담 스님 등 당시 젊은 스님 20여명이 ‘오로지 부처님 뜻대로 살아보자.’며 불교 개혁의 의지를 다진 이른바 ‘봉암사 결사’로 유명한 경북 문경 봉암사 태고선원의 편액이다.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모든 알음알이를 버리라.’는 뜻의 이 편액은 참선 수좌들의 수행정진을 다그치는 대표적인 경구지만,속인들의 욕심과 아집을 경계하는 상징으로도 회자된다. 본국의 박해를 피해 세계를 다니며 비폭력 평화운동을 펴는 베트남 출신 틱 낫한 스님이 프랑스 보르도에 세운 수행공동체 플럼빌리지에도 비슷한 문구가 걸려있다.“지금 이 순간 하느님의 왕국을 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절대 하느님의 왕국을 만날 수 없다.지금 이순간 정토를 보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절대 정토를 만날 수 없다.” 16일 16명의 승려,7명의 재가자와 함께 방한한 틱 낫한 스님이 직접 쓴 붓글씨로,세계 각국에서 고통받다가이곳을 찾아든 사람들이며,수행자들이 매일 매일 가슴에 새기는 글이다.미래의 허황된 욕심만을 좇다가 좌절한 이들,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깨달음을 구하는 수행자들에게 욕심을 버리고 지금 이순간에 충실할 것을 권하는 글로 태고선원의 편액과 맥을 같이한다. 이 붓글씨는 틱 낫한 스님이 역설하는 깨어있는 마음,즉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사상을 그대로 보여준다.틱 낫한 스님은 줄곧 강조한다.“현대인들은 강력한 힘을 원하지만,부와 명예로 대표되는 세상의 힘은 우리의 삶을 안정되고 평화롭게 만들기보다 일과 시간에 쫓기는 노예로 만든다.만족할 줄 모르는 욕망에 쫓겨 삶을 허비하느라 아이의 미소,푸른 하늘 같은 눈앞의 기적을 알아보지 못한다.진정한 행복이 아닌 것들은 그만 벗어버리자.그리고 마음을 열고 내안에 잠들어있는 힘을 깨우자.” 틱 낫한 스님의 방한에 맞춰 국내에서 처음 출간된 ‘힘’(power,명진출판)은 스님의 마인드풀니스 사상을 현대인들에게 익숙한 ‘힘’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 책으로 눈길을 끈다. “연극하는 사람들을 보면 다른 역할을 상징하기 위해 흔히 모자를 바꾸어 쓴다.일은 우리가 쓰고 있는,또는 쓸 수 있는 많은 모자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삶에서 중요한 것은 삶을 사는 일,즉 지금 이순간에 들어있는 행복을 오롯이 맛보는 일이다.” 스님은 책에서 줄곧 “멈추는 방법을 배우고 나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다.”고 주장한다.“어딘가에 도착하기 위해서 걷는다면 당신은 걸음과 그 순간을 희생시키는 것이다.삶은 그저 걸음일 뿐이다.삶은 다만 길이다.” 쉼 없이 욕망을 좇는 현대인들은 ‘뼈다귀 좇는 개’로도 비유된다.개는 살점이 하나 없는 뼈다귀를 던져줘도 열심히 쫓아가서 씹는다.개는 뼈다귀에서 아무 것도 얻지 못하지만 여전히 뼈다귀에 매달린채 절대 놓지 않는다.욕망에 대한 우리의 태도도 이와 비슷하다.” 석가모니 부처님은 “내 수행은 수행을 하지 않는 수행이다.”라고 했다.“‘빨리 빨리’를 외치는 성급함은 사실 핵무기만큼의 파괴력과 모르핀만큼의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역설하는 스님은 우리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곱씹게 만든다.틱 낫한 스님은 20일간 머물면서 서울 부산 대구 광주에서 강연을 하고 수행공동체와 사찰을 방문할 예정이며 일반인과 함께 ‘평화염원 걷기명상’도 한다. 김성호기자 kimus@
  • 요즘 어떻게/“박상범 前 청와대 경호실장

    주말 TV드라마 ‘무인시대(武人時代)’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려무인 이의방은 직책이 견룡행수(牽龍行首)다.대궐을 지키는 수장,즉 지금의 청와대 경호실장격이다.일부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을 지난 79년 당시 10·26에서 12·12사건으로 이어지는 파란의 역사에 비유한다.보현원(궁정동) 참살사건후 군인들끼리 좌충우돌하다 중방(30경비단)에서 정치판을 새로 짜는 장면이 흡사하기 때문이다. 10·26사건 때 궁정동에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측이 쏜 M16 총탄 4발을 맞고도 기적적으로 살아나 불사조라는 별명을 얻은 박상범(朴相範·62)씨는 고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두번의 군사정권과 김영삼 전 대통령 등 5명의 ‘청와대 어른’을 모시면서 최초의 문민 ‘견룡행수’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98년 공직을 떠나 쭉 야인으로 지내온 ‘버릇’ 때문일까.그는 드라마 ‘무인시대’보다 오히려 ‘야인시대(野人時代)’를 즐겨본다고 말했다. 박씨는 야인생활 5년만에 최근 배재대학 겸임교수로 강단에 섰다.과목은 ‘인간관계론’이며 강의대상은 학부 3학년이다. 16일 오전 서울 방배동 평통장학회 사무실에서 만났다(그는 현재 재단법인 평통장학회장직을 맡고 있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간씩 대전으로 내려가 강의를 하게 됩니다.지난 주 첫 강의는 했지만 매 강의때마다 공부하는 심정으로 강단에 섭니다.요즘 젊은 학생들이 얼마나 명석합니까.” 2년전 환갑을 넘긴 박씨는 대통령 경호의 달인답게 머리에 핀 ‘세월의 꽃’을 제외하곤 여전히 흐트러짐이 없는 몸가짐이었다.때문에 주변에서는 대통령 경호를 소재로 한 영화 ‘사선에서’의 냉혈적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곧잘 비유하곤 한다. 배재대학과의 인연은 지난해 여름 배재대학 초청으로 최고경영자과정에서 2시간 동안 ‘통일론’ 특강을 한 것이 계기가 됐다.강의과목이 ‘인간관계론’이라 처음에는 거절을 했지만 박씨의 ‘경험’만 풀어놓아도 훌륭한 강의가 될 것이라는 학교측의 거듭된 요청을 받아들였다. 실제로 박씨의 경험은 우리나라 현대사의 심장부에서 실타래처럼 무수히 얽혀져 있다.10·26과아웅산 사건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을 비롯,박정희 대통령 시절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경호실 주변의 비화 등 25년 가까이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경호했다는 점에서 유일무이한 산증인으로 꼽힌다. 공직 은퇴 후 5년 동안 어떻게 지냈느냐는 질문에 그는 “욕망을 털어버리려고,또 게으른 자신과 무던히도 많이 싸워왔다.”고 말해 산전수전과 공중전을 겪은 뒤 인생의 특수전을 치르는 달인을 연상케 했다.은퇴 후 골프를 배운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부언했다.골프 실력은 핸디13 정도.라운딩 멤버는 영원한 해병동지인 해군 간부후보 33기 동기생들이다.정치섭 고속도로 안성휴게소사장,이석호 서울대교수,정기인 한양대교수,강대인 방송위원장 등과 가끔 ‘필드 회동’을 한다.이때마다 재미를 돋우기 위해 타당 1000원짜리 내기를 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임명된 김세옥 신임 청와대 경호실장에 대한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왔다.그는 “김세옥 실장은 매사에 치밀하고 워낙 경호업무에 밝은 사람”이라면서 그와의 특별한 인연을 잠깐 공개했다.박씨는80년대 중반 청와대 경호처장 당시 22특경대,101경비단,수도방위사령부 관계자 등 경호실무자들의 모임인 ‘기러기회’를 주도했다.코드1(대통령) 행차 때마다 양 옆으로 기러기처럼 차들이 쭉 늘어서 경호를 한다고 해서 박씨가 고심 끝에 명명했다.이때 김 실장은 치안본부 경호경비과장으로 참여했다. “경호실장 자리는 한마디로 ‘고난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언제 어느 때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24시간 긴장해야 합니다.” 그는 현역시절을 잠시 회고하면서 “국가원수 다섯분의 성품이 모두 다르듯 경호 스타일도 조금씩 달랐다.”고 말했다.예를 들어 박 전 대통령은 무장한 경호실장이 늘 옆에 있는 것을 좋아했고 군사정권 때는 2∼3겹의 군경호,김영삼 정권 때는 수행과장 정도만 지근거리에 있게 했다고 귀띔했다.경호실장은 최소 한달 이내에 대통령의 성품을 세밀히 간파한 뒤 그에 맞는 경호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불사조’ ‘경호의 달인’ ‘클린트 이스트우드’.역사의 한가운데에 살면서 박씨가 얻은 별명들이다.자세가 워낙 흐트러짐이 없어 인상이 차갑다고 하지 않느냐고 하자 그는 “얼마전 나를 ‘경호하던’ 백구가 죽었을 때 집 앞마당에 직접 염까지 하고 묻었다.”는 말을 꺼냈다.마음은 차갑지 않고 정이 많다는 얘기였다. 박씨는 현재 서울 종로구 청운동에서 83세의 노모와 부인,큰딸(의류디자인 박사과정),막내 아들(스포츠마케팅 박사과정)과 함께 지내고 있다. 하루 40분씩 헬스로 건강을 유지하고 있으며 오래전에 선운동을 그만두어 가부좌 자세에서 공중에 ‘붕’ 뜨는 것은 할 수 없다며 웃었다. 김문기자 km@
  • 아르헨 영화제 이창동 작품 초청

    4월16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막을 올리는 제5회 부에노스아이레스 국제독립영화제 조직위원회는 이창동 문화관광부장관의 데뷔작 ‘초록물고기’와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여우주연상 수상작 ‘오아시스’를 비경쟁인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했다.경쟁 부문에는 부산영화제 뉴커런츠상을 차지한 ‘질투는 나의 힘’(감독 박찬옥)이 진출했다.파노라마 부문 상영작에는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생활의 발견’,문승욱ㆍ스와 노부히로ㆍ왕샤오솨이의 옴니버스 3부작 ‘전쟁,그 이후’,김응수 감독의 ‘욕망’ 등이 포함됐다.
  • Q&A로 보는 영화/ ‘시카고’

    지난 1월 골든글로브에서 남녀 주연상과 뮤지컬 부문 작품상을 석권한 영화.오는 24일 있을 아카데미시상식에 13개 부문 최다 노미네이트된 화제의 뮤지컬 드라마 ‘시카고’(Chicago)가 28일 국내 개봉된다.리처드 기어를 사이에 두고 캐서린 제타 존스·르네 젤위거 두 여배우가 밀고 당기는 영화는 동명의 인기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원작.뮤지컬 무대에 열광했던 관객들도 꼼짝없이 다시 스크린 속으로 빨려들어갈 만큼 영화는 넘치는 에너지를 자랑한다. Q. 뮤지컬인가 극영화인가 A. 뮤지컬과 드라마를 혼합한 영화는 더러 감상이 불편하다.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걱정을 시키진 않는다.니콜 키드먼과 이완 맥그리거가 주연한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 ‘물랑루즈’와 굳이 비교하자면 글쎄….대사를 노래로 처리한 분량이 ‘물랑루즈’만큼 많지 않아서인지 드라마 냄새가 좀더 진하게 난다. Q.'솟다리'르네 젤위거 기대할게 뭐 있을까 A. 캐서린 제타 존스야 말할 것도 없이 화려한 무대에 어울릴 테고.리처드 기어의 탭댄스도 그런대로 기대되는데….할리우드에선‘숏다리’축에 드는 르네 젤위거는 볼품 없다고 속단했다간 큰 코 다친다.셋 가운데 오히려 제일 눈길을 모으는 인물이 젤위거.‘너스 베티’‘브리짓 존스의 일기’등 전작에서 굳어온 이미지,그러니까 내세울 것없는 외모에 늘 어리버리해 뵈는 인상을 단번에 확 걷어냈다. 그의 역할은 단조로운 일상을 벗어나 스타가 되길 꿈꾸는 여자 록시.스타로 키워주겠다며 자신을 농락한 정부를 살해하고 들어간 감옥에서 그토록 선망했던 스타 벨마(제타 존스)를 만난다.벨마 역시 살인범.자신 몰래 불륜을 맺은 남편과 동생을 죽여버린 혐의다. 스캔들도 잘만 이용하면 대스타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며 음모를 부추기는 건 비열한 변호사 빌리(기어).빌리의 술책으로 재판 과정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르기까지 현실과 환상을 오가며 자아도취에 빠진 젤위거의 쇼연기는 압권이다. 남자 관객이라면 저런 관능이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겠고,여자 관객이라면 어떻게 저렇게 감쪽같이 몸매를 다듬었을까 놀라겠다. Q. 원작변형은 어느정도? A. 작은 반전이 몇번 노출되지만큰 줄거리는 뮤지컬 원작대로다.1920년대 시카고가 무대.스캔들을 이용해 스타덤에 오른 두 여자와 그들의 뒤에서 음모를 획책하는 ‘속물’변호사의 이야기다.극의 구도만큼이나 공간도 단조롭다.스타의 욕망을 불태우는 여주인공들이 교도소와 쇼무대를 오갈 뿐이지만,스크린은 그대로 한편의 버라이어티쇼다. 신통한 것은 그 화려함 속에도 배우들의 캐릭터가 함몰되지 않았다는 사실.욕망과 음모의 이면을 생생히 구현해내는 배우들이 최대의 감상 포인트다. Q. 원작은 뮤지컬이라는데 '듣는영화'의 매력은 살렸나 A. “살인도 예술이 된다.”고 외치는 영화는 인기와 이미지의 얼룩진 허상을 원없이 드러냈다.댄스뮤직 파티처럼 흥분돼 있던 드라마는,끝내 스타가 된 두 여자가 춤과 노래로 무대를 휘어잡는 엔딩장면에서는 스탠딩 공연실황처럼 역동적으로 달궈진다.‘올 댓 재즈’‘셀블록 탱고’ 등 뮤지컬 원곡들이 등장하는 건 물론.눈을 감고 있어도 1시간 53분을 재즈와 탱고에 푹 젖었다 나올 수 있다.롭 마셜 감독. 황수정기자 sjh@
  • 이사람/6박7일 사막마라톤 250㎞ 도전 김 경 수 “40대 氣 살리려 사하라 갑니다”

    “40대 직장인의 기(氣)를 살리기 위해 사막으로 달려 갑니다.” ‘사하라 사막 마라톤대회’ 출전을 코앞에 둔 김경수(41·서울 강북구 감사담당관실·8급)씨는 모두들 잠자리에 든 12일 자정에도 서울 중랑천변을 뛰었다.‘등이 휠 것 같은 삶의 무게여∼’라는 노랫말처럼 어깨를 짓누르는 10㎏짜리 배낭을 둘러멘 채 40㎞의 강변길을 2시간 넘게 뛰자 땀으로 뒤범벅이 된다.매일 새벽 3∼4시가 되어야 잠자리에 들지만 ‘사하라 정복’이란 꿈이 있기에 그다지 힘들지 않다. 대회는 다음달 6일 아프리카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에서 6박7일에 걸쳐 열린다.50도가 넘는 악조건에서 220∼250㎞의 사막 위를 간단한 장비와 음식을 가지고 외부의 지원 없이 끊임없이 달려야 한다.한밤이면 전갈이 득시글거리는 사막의 추위에 떨며 쪽잠을 자야 하고,낮이라도 레이스에 뒤처지면 온종일 사람 한명 만나지 못하고 엉뚱한 길을 들기 십상이다.목이 마르면 물을 찾고 싶지만 주어진 양을 넘기면 마시는 족족 감점을 당하게 돼 마른 침만 삼켜야 한다. 지난해 한국인 완주자 유지성씨의 기록이 58시간 14분에 그친 점으로 미뤄 코스사정을 짐작할 만하다.한마디로 지옥의 레이스인 셈이다.레이스 코스는 다양한 종류의 지형으로 구성되는데 7일동안 돌이 많은 고원이나 해발 1000m 정도의 산,건조한 호수와 작은 나무숲,모래언덕 등을 이어 달린다.이틀간 70∼80㎞를 중단없이 달리는 코스와 42.195㎞를 달리는 코스는 반드시 거치게 된다.날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30% 이상의 선수가 탈락한다.각국에서 약 600여명이 대회에 참가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신한금융지주회사 박중헌 홍보실장이 재작년에 첫 출전한 뒤 지금까지 단 2명만 완주했다. 국내 달리기 붐에 편승한 점도 있지만 올해는 23명이 참가할 예정.공무원 참가자로는 김씨가 유일하다.그가 이처럼 힘든 도전에 나선 것은 가정과 직장에서 풀 죽은 40대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기 위해서다.또 1남1녀의 자녀에겐 자랑스러운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어서다.“위험하다.”는 이유로 무려 6개월 동안이나 대회참가를 반대하던 아내 함주희(34)씨도 결국손을 들었다. 김씨가 마라톤을 시작한 지는 불과 2년전.2001년 초여름 우연한 기회에 아마추어 마라톤 대회에서 15㎞를 달려본 것이 계기가 됐다.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동료들과 어울려 술과 담배를 즐기는 평범한 공무원이었다.하지만 우연히 시작한 마라톤은 그의 생활을 180도 바꾸어 놓았다.북한산,중랑천 등을 뛰며 금방 마라톤의 매력에 빠져 술과 담배를 끊고 일과 가족,그리고 마라톤에 푹 빠진 새로운 삶을 즐기고 있다. 그는 “마라톤이 ‘절제’를 길러준다.”고 자랑한다.마라톤 선수도 마음의 평정을 잃은 채 무리하게 달리면 끝까지 뛸 수 없다는 것.“무작정 빨리 달리고 싶은 욕망을 잠재울 수 있어야 완주할 수 있듯 절제하는 삶이 더 큰 자유와 행복을 안겨준다.”고 말한다. 그가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한 것은 모두 6차례.이번 대회 참가를 위해 지난해부터 배낭을 메고 달리는 연습에 몰두해왔다.기록은 3시간 50분 전후지만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7일동안 계속되는 경주라 사막의 악조건을 이겨내는 게 더욱 중요하다.지난해 여름부터 더 착실하게 준비해왔다.우선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체중을 5㎏이나 늘렸다.갖춰야 할 장비만 100종류가 넘을 정도로 무거운 장비를 둘러멘 채 7일동안 사투를 벌이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평소 연습은 밤늦게만 가능하다.퇴근 후 아이들에게 아빠노릇을 하다 보면 어느덧 자정에 가깝다.이때부터 그는 도봉구 쌍문동 집을 나와 중랑천 상계교지점에서 군자교 인근까지 왕복하며 달린다.지난주 말에는 오후 11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이 코스를 누볐다. 강도 높은 훈련은 토·일요일에나 가능하다.북한산 아카데미하우스에서 출발해 대동문∼용암문∼도선사 등을 연결하는 등산로가 주 훈련장이다.이 코스를 그동안 100회는 족히 뛰었다.지난해 여름에는 지리산 종주 등 산악훈련과 경기도 퇴촌면 등지를 돌며 훈련하기도 했다. 다음 달 2일 출국을 앞두고 뜻있는 행사도 계획하고 있다.1m에 1원씩의 기금모금을 추진하고 있다.250여㎞를 종주하는 그의 발걸음으로 고통속에 신음하는 난치병 어린이들을 돕는 기금을 만들겠다는 생각이다.동료들도 그의 질주가 보다 뜻 깊은 이벤트가 될 수 있도록 이 행사에 동참할 주변의 독지가를 물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그의 완주를 돕기 위해 750만원이나 드는 경비의 일부를 지원하기로 했다.직원들의 해외 배낭여행을 지원해온 강북구도 그의 대회참가 기간을 공무휴가로 처리한다.이에 질세라 그는 자신이 근무하는 구청의 로고와 구기를 배낭에 꼽고 대회에 출전,세상 사람들에게 강북구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사막을 넘겠다는 그의 각오가 지역사회를 하나로 묶어주는 연결고리 구실을 하고 있는 셈이다.모두들 그가 사하라 사막의 험난한 코스를 평정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가정과 직장에서 지쳐있는 이 시대의 40대에 힘이 되겠다.”는 그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동구기자yidonggu@
  • 새영화/21일 개봉 ‘데어데블’ - ‘정의의 폭력’ 선인가 악인가

    ‘데어데블’(Daredevil·21일 개봉)은 만화를 원작으로 한,만화 같은 영화다.그렇다고 애들용 영화라고 생각하단 큰 코 다친다.스크린 앞에 앉는 순간 잔혹한 폭력의 세계로 들어간다. 영화는 평범한 인물이 비범한 능력을 갖게 되고,특정 사건을 거쳐 정의의 전사로 변모한다는 점에서 ‘배트맨’‘스파이더 맨’류와 여러모로 닮았다. 어린 시절 실명한 매트는 다른 모든 감각이 초인적으로 발달한다.어느날 아버지가 범죄 왕 킹핀에게 살해당하고,매트는 정의의 이름으로 복수를 결심한다.성인이 된 매트는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데어데블(두려움을 모르는 사람)로 살아간다.우연히 만난 여인 엘렉트라와 사랑을 나누지만,그녀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으로 오해받는데…. 영화의 분위기는 어둡다.영화 자체가 컴컴하기도 하지만,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들추어내기 때문이다.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악을 심판하는 데어데블은 현대인의 이중적 욕망을 압축한다.그는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눈이 먼 사회적 약자다.하지만 누구나 한번쯤 꿈꿔 보았을 힘을 가지면서 악당에게 피의 복수를 감행한다.사회에 대한 분노를 폭력으로 표출하는 데어데블은,선한 영웅인 동시에 악마의 가면을 쓰고 있다. 데어데블의 고민은 바로 이 이중성에서 나온다.멋있게 악당을 무찌르지만 그 장면을 목격한 한 꼬마는 살려달라고 애원한다.데어데블은 “난 나쁜 사람이 아니야.”라고 말하지만 꼬마는 벌벌 떨 뿐이다.그는 혹시 자신이 나쁜 사람은 아닌지 반문한다. 만화적 캐릭터와 빌딩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현란한 액션 등은 비현실적이지만,영화가 딛고 있는 세계는 선과 악이 혼재하는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특수효과로 범벅된 볼거리에 비해 내러티브는 엉성하다.잘 나가던 주인공이 여자친구에게 맥없이 당하거나,마지막에 악당을 살려두는 설정은 설득력이 떨어진다.원작 만화의 근육질 남성 데어데블을 영화에서는 벤 애플렉이 소화했다.‘사이먼 버치’의 마크 스티브 존슨 감독. 김소연기자 purple@
  • [길섶에서] 산사의 봄

    산사의 봄은 조금 늦게 오는 듯하다.꽃샘추위로 속세의 봄도 아직 실감하지 못하지만 지난 일요일 찾아간 청계사의 공기는 더 차가웠다.청계사 앞산은 눈으로 덮여 있다.대웅전 뒤뜰에는 잔설이 남아있다.응달에 남아있는 잔설이 봄의 길목을 잠깐 막는 걸까. 황혼이 물들며 사람들로 붐비던 산사에 호젓함이 내려앉았다.저녁 풍경소리에는 애잔한 그리움이 배어 있었다.풍경소리를 들으며 합장하는 여인의 뒷모습은 경건했다.그러나 돌아서는 그녀의 얼굴에는 번뇌의 흔적이 잠깐 스쳐지나갔다.세속의 번뇌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의 숙명인가.그러나 해맑은 스님의 미소에는 물질적 소유의 욕망은 없어보였다. 스님의 따스한 미소처럼 산사에도 곧 봄의 따스함이 찾아올 것이다.길가에 작은 목을 내민 들풀의 파란 생명력이 봄이 가까워졌음을 알려주고 있다. 엄혹한 겨울 추위를 견뎌내고 봄이 온다는 것은 인간에게 얼마나 큰 위안인가.오늘의 삶이 고달플수록 희망의 봄은 더 가까이 와 있으리라. 이창순 논설위원
  • ‘스니커즈’ 신고 뛰어보자 팔짝~ 2∼3㎝ 낮은굽의 ‘플랫슈즈’도 인기만점

    겨울 구두는 벗어버리고 가벼운 스니커즈(운동화)로 액센트를 주자.특히 올봄에는 다양한 컬러와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스니커즈가 대거 등장,옷 맵시를 한껏 돋보이게 하고 있다.대표적인 봄 색상인 그린,핑크 등 파스텔색상에서부터 강렬한 레드,블루 등 원색까지 컬러는 화려하기 이를데 없다. 헐렁한 청바지에는 앞코가 뭉뚝한 농구화 스타일,더욱 짧아진 스커트 차림에는 화사한 색상에 날씬하게 디자인된 스타일의 스니커즈를 신는 것이 좋다.여성용 구두처럼 스트랩(끈)으로 처리해 귀여움을 한껏 살린 스타일도 나와 정장에 입을 수도 있다. 스니커즈가 가벼워 보인다면 사랑스러운 구두를 신어보자.몇해전까지는 다양한 높이의 굽이 등장해 좀 더 크고 날씬해 보이려는 욕망을 반영했다면 최근의 추세는 2∼3㎝ 정도되는 평평한 낮은 굽의 ‘플랫슈즈’가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로맨틱한 복고적 낭만주의를 테마로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실루엣을 강조한 스타일도 인기. 여기에 각종 리본,레이스,스트랩 등 로맨틱한 장식에 화사한 색상의 소녀풍 스타일을가미한 여성스러운 아이템들이 패션 리더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길섶에서] 춘곤증

    꽃샘추위가 한풀 꺾이면서 봄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진 것 같다.문득 봄은 노인의 눈꺼풀을 타고 온다고 했던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계절의 변화마저도 연륜의 감시망을 비켜가지 못하고 노인의 눈두덩이에서 먼저 감지된다는 뜻이리라. 그런 의미에서 춘곤증(春困症)을 무슨 대단한 계절병인 양 떠벌리는 사람들을 보면 까닭 모를 저항감을 느끼게 된다.누가 믿든 말든 춘곤증이야말로 동면(冬眠)의 반작용이라고 했던 이와무라 겐이치 일본 도카이도 대학 교수의 주장이 훨씬 피부에 와닿는다.만물의 영장을 파충류나 곰 정도로 비하한 점이 다소 마뜩찮지만 겨우내 움츠렸던 신체가 기지개를 켜는 ‘신호음’으로 파악한 감각은 백 마디의 말을 뛰어넘는다고 하겠다. 하지만 그의 탁월한 발상도 전신마비 장애 상태에서 시를 쓰다 떠난 김형태 시인이 춘곤증에 젖더라도 봄 길을 걸어보고 싶다고 했던 욕망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시인의 갇힌 욕망이 손 끝에 와닿는 듯하다. 우득정 논설위원
  • [길섶에서] 천사와 악마

    프랑스의 철학자 자크 라캉은 “인생은 탐욕이다.”라고 말했다.그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탐욕을 갖고 있다.인간의 삶이 현대화될수록 ‘탐욕과 욕망의 전차’는 더욱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에게 탐욕만 있는 것은 아니다.도덕적 양심과 선한 마음도 있다.포르투갈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주제 사라마구는 그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상황에 따라 바뀌는 인간의 마음을 잘 보여준다. ‘자동차를 운전하던 남자가 갑자기 눈이 멀었다.한 사람이 눈먼 남자의 차를 몰고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눈먼 남자는 주차장에 차를 세워달라고 말했다.그러나 그는 차를 몰고 도망갔다.차도둑은 처음부터 악한 의도를 가졌던 것은 아니다.오히려 관용과 이타심의 감정으로 눈먼 남자를 도우려했다.그러나 범죄의 유혹을 억제하지 못했다.’소설의 내용은 영화 ‘천국의 나날들’에 나오는 한 대사와 맥이 통한다.“인간의 마음속에는 천사와 악마가 절반씩 존재한다.”천사의 마음이 절반이라면 그것은 큰 위안이다. 이창순 논설위원
  • 中國 현대목판화전-나무에 불어넣은 20세기 역사의 굴곡

    중국의 목판화는 당나라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만큼 유구한 역사를 지닌다.그러나 목판화가 현대적 의미의 ‘창작’으로 자리매김된 것은 1930년대 루쉰이 주도한 ‘창작판화운동’부터라고 할 수 있다.문예로써 중국의 정신을 일깨우고자 한 작가 루쉰은 1931년 만주사변 이후 판화운동을 이끌며 중국 신판화운동의 기틀을 다졌다. 루쉰은 새로운 목판화의 보급을 위해 독일의 케테 콜비츠,벨기에의 프란스 마사릴 등 외국의 목판화가들을 소개하는 한편 목판화 수업을 개설하고 각종 전시를 조직했다.이런 그의 노력은 당대 예술가들은 물론 마오쩌둥을 비롯한 중국 사회지도층의 예술관에도 영향을 줘 훗날 목판화가 중국의 지도적인 미술매체로 자리잡게 했다.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현대목판화’전(5월5일까지)은 20세기 중국 현대사를 101점의 목판화를 통해 살펴보는 대규모 기획전이다. 일제의 패망과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1960∼70년대 문화혁명기를 거쳐 개혁ㆍ개방정책이 본격화된 7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대표하는 작품들이 나와 있다. 출품작가는 중국 목판화의 최고봉인 자오옌녠(趙延年)을 비롯,황피모(黃丕謨)·왕치(王琦)·쉬빙(徐)·쑹언허우(宋恩厚) 등 50여명.이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작가는 자오옌녠이다.루쉰의 동명소설을 목판에 옮긴 ‘아큐정전’을 출품한 그는 중국인 스스로 슬픈 근대중국의 자화상이라 여기는 아큐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내면을 섬뜩하게 그려냈다. 황피모는 ‘붉은 깃발을 찬양하며’ 등 중국의 전통적인 수인(水印)판화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수성기법의 작품을 내놓았다. 수인판화란 먹과 같은 수성잉크로 찍어내는 방식으로,고려의 팔만대장경도 이같은 기법으로 인쇄한 것이다.항일 선전판화에서 예술적 풍경화에 이르기까지 두루 능한 왕치,한자를 응용한 현대적인 설치작업으로 목판화 예술세계를 넓힌 쉬빙 등도 놓칠 수 없는 작가다. 1942년 마오쩌둥은 이른바 ‘옌안강화(延安講話)’에서 작가들에게 민중의 내부에 “자체적으로 깃들여져 있는” 양식을 먼저 배우고,그 양식을 통해 다시 민중을 교육하라고 가르쳤다.그가 주장한 “민중의 승인을 획득한” 미술은 곧바로 민중 속으로 파고들어가 작가들로 하여금 민속 연화(年畵) 양식의 단순 소박한 표현에 눈을 돌리게 했다.전시작 중엔 정월에 민간의 벽 등에 장식하는 ‘민중친화적인’ 연화도 몇 점 포함돼 있다. 이번 전시작들을 보면 1980년대 한국 목판화의 이미지가 중첩된다.80년대 민중미술의 발흥을 알린 ‘현실과 발언’‘두렁’‘시대정신’ 같은 그룹들은 ‘민중과 함께하는 미술’을 위한 수단의 하나로 판화를 택했다.힘찬 칼질,간명한 색채대비,거칠고 직설적인 표현….역사현장에서 체험한 억압과 절망,분노,저항을 담아내고 대중을 각성시키기엔 목판화가 안성맞춤이었다.당시 국내 젊은 작가들 사이에선 중국의 목판화집이 은밀히 나돌기도 했다. 루쉰이 일찍이 “목판화의 본질적인 기능은 사회교육이다.”라고 했듯이 중국의 목판화는 미학적 가치보단 ‘선전미술’이며 대량생산미술로서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복무해온 것이 사실이다.하지만 목판화는 20세기 중국 본토의 현대미술을 대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장르다. 국내서 열리는 중국판화전으론 최대규모인 이 전시는 20세기 중국 현대사의 굴곡과 중국 목판화의 전개양상을 나란히 견줘 보게 한다.목판에 새겨진 민초의 꿈과 희망을 읽을 수 있다. 이스라엘의 큐레이터 아이리스 왁스와 중국의 장총중이 기획한 이 전시는 국내 전시에 앞서 여러 해 동안 미국과 유럽에서 순회전시를 열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02)2188-6000. 김종면기자 jmkim@
  • [녹색공간]자연에서 얻는 마음의 풍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즐거움 ‘나와 자연은 한 몸' 자각부터 인간은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그러나 하루 한 걸음도 흙을 밟지 않는 도시생활에서,일년에 한번도 흙을 만져보지 못하는 산업사회에서 그런 능력은 불필요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인은 인공적인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다.그 즐거움은 TV와 컴퓨터와 휴대전화처럼 주로 과학과 기술의 산물에서 얻어지는 것이다.첨단 과학기술로 얻는 즐거움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더 빨리,더 높이,더 많이’를 요구하는 소비문화는 물질의 욕망을 끊임없이 부추기고,우리는 물질의 욕망에 노예가 되어 더 빠른 컴퓨터,더 넓은 TV,더 현란한 휴대전화 얻고자 내몰리고 있다.우리들이 얻는 즐거움은 이처럼 대가를 지불하고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따라서 금전적인 가치를 지불하지 않고 얻는 즐거움은 가치가 없는 것으로 쉽게 치부한다. 그러나 자연과 교감을 나누는 데는 대가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물질의 풍요보다는 마음의 풍요로 얻는 즐거움이기에 엄격하게 말해서금전적인 가치로도 셈할 수 없다.남녀노소와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그리고 어느 때나 교감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대상은 자연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즐거움을 얻는 데 이렇게 순수하고 이렇게 평등하며 이렇게 인간적인 일이 오늘날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오늘의 우리들은 과학과 기술에 의지하지 않고도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천부의 능력을 상실했다.아쉽게도 물질적 풍요를 누리는 데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만 익숙해진 우리들은 자연이 주는 마음의 풍요로부터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의 진정한 의미나 가치를 옳게 헤아리지도 못한다. 자연과의 교감으로 얻는 즐거움은 예로부터 익숙하게 사용해 왔던 우리 몸의 감각 기관만 바르게 활용하면 언제 어디서나 누릴 수 있다.눈,귀,입,코,그리고 손발을 통해서 자연을 보고,듣고,맛보고,냄새 맡고,접촉하며 얻는 즐거움은 유행에 따라 빠르게 변하는 첨단 제품이 없어도 가능하다.그리고 비싼 입장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다.물질의 욕망이 줄어들고 지불해야 할 대가가 없으니따라서 동료나 이웃간에 극심한 경쟁심도 필요 없다. 자연과의 감응은 나와 자연이 딴몸이 아니라는 자각에서 시작된다.나의 들숨에 포함된 산소는 나무의 날숨으로 만들어지며,나의 날숨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는 나무의 몸체가 된다는 평범한 자각 말이다.이런 자각이 심화되고 확장되면 이 세상의 삼라만상이 모두 그물망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것은 자연의 운행속도에 따르는 행동을 뜻한다.자연은 우주적 리듬을 거스르거나 계절의 질서를 건너뛸 수 없다.숲 소리를 듣고자 원하면 바람이 불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이런 기다림의 가치를 자각하면 효율이 지배하는 산업사회에서 압축성장이나 속도지상주의가 자연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없다는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사실은 자연과의 감응이나 자연의 질서에 순응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일이다.값으로 매길 수 없는 이유는 자연과의 교감으로 우리 가슴 속에 싹튼 감성이나 미의식은 물질의 풍요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풍요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자연과 감응하고,자연의 질서에 순응함으로써 얻는 교감의 즐거움을 새삼 강조하는 이유는 그것이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위한 첫걸음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전 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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