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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스타그램 시대, 詩가 변했다… 한없이 가볍고 감각적으로

    인스타그램 시대, 詩가 변했다… 한없이 가볍고 감각적으로

    삶을 진지하게 성찰하거나, 세상을 향한 저항의 외침을 담고 있거나. 한국문학에서 그동안 시(詩)의 역할은 분명해 보였다. 어느 모로 보나 무겁기 그지없었던 것. 그러나 최근 짧은 호흡이 강조되는 인스타그램이 젊은 세대의 주된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하면서 이들의 시 소비 방식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한없이 가볍고 감각적인 바야흐로 ‘힙한 시’ 전성시대다. 16일 국내 주요 시인선 출판사(문학과지성사·창비·문학동네·민음사) 관계자들은 이미지와 짧은 글 중심의 소셜미디어(SNS)의 활성화로 독자들의 시 소비 경향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고 입을 모았다. 우선 독자가 단순히 시집을 읽고 감상하는 데 그치는 ‘소극적 소비자’에만 머무르지 않는다는 것. 시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껏 재단하며 편집·큐레이션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한다. 좋아하는 시편을 접어 두고 필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스타그램·X 등 SNS에 텍스트를 찍은 사진을 공유하며 개인의 취향을 과감하게 드러내고 공감받고자 한다. 고선경(27) 시인의 시집 ‘샤워젤과 소다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을과 겨울의 길목인 지난해 10월 출간된 이 시집은 얼마 전 인스타그램에서 ‘여름에 읽기 좋은 시집’으로 소개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물의 속성이 느껴지는 제목과 바다를 연상케 하는 청량한 파스텔톤 파란색 표지가 어우러지며 독자에게 더운 여름철 시원한 ‘피서의 감각’을 선사해 준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집은 올 상반기 문학동네 시인선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강윤정 문학동네 편집부장은 “젊은 시인의 첫 시집이었던 만큼 인지도나 유명세를 기대하기 어려웠음에도 SNS에서 10대, 20대로 추정되는 독자들 사이의 입소문만으로 꾸준히 판매된 인상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이런 경향이 과감한 ‘수용미학’으로도 발전한다. 시인의 의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걸 받아들이는 독자의 감각이 훨씬 더 의미 있다는 얘기다. 출판사 난다 대표이자 오랜 기간 시집을 편집한 김민정 시인은 “작가가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가는 소설과는 달리 흩뿌려진 시구와 단어에서 일부만 취할 수 있는 시는 특히 인스타그램 시대에 독자를 주체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는 장르”라며 “이제는 저명한 문예지나 평론가의 호명 없이도 독자의 마음에 가닿으면 충분히 성공적인 시집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시집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비로소 ‘읽었다’고 말할 수 있다는 이른바 ‘완독의 신화’도 여기서 해체된다. 어느 한 시인이 시집 전체를 어떻게 구성했는지 요즘 독자는 그리 관심이 없다. 창비시선 500번을 기념해 일부 시집에서 선집 형태로 엮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이 올 상반기 창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인 것이 그 증거다. 문학동네는 안내된 번호로 전화를 걸면 시인선에 수록된 시를 아무거나 들려주는 ‘인생 시 찾기’ 이벤트에 지난 6일간 무려 23만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고 이날 밝혔다. 표지에서 어떤 문장을 봤을 때 독자의 마음이 확 당겼는지도 관건이다. 올 상반기 문지시인선 베스트셀러인 이병률(57) 시인의 시집 ‘누군가를 이토록 사랑한 적’은 이런 지점에서 성공을 거둔 제목이다. 이근혜 문학과지성사 편집주간은 “시집 일부를 소개하는 카드뉴스나 짤막한 ‘시인의 말’을 비롯해 최근에는 시집의 제목도 감성을 시각적으로 자극할 요소가 있는지 고르고 정하는 데 편집자들이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고 전했다. 2000년대 한국 시단에는 ‘미래파’ 논쟁이 한창이었다. 이전의 전통적인 시 경향에 반기를 든 당대 젊은 시인들의 낯설고도 새로운 시풍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시는 언제나 무겁고 진지했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그 진지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은 언제나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학평론가 유성호 한양대 국문과 교수는 “애초 장르적으로 ‘쇼트 문학’인 시가 스마트폰 등장으로 우호적 분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가볍다는 비판도 있지만 독자 존재론에 따라 문학 장르는 끝없이 변하는 것이기에 이런 움직임이 한국문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 안전벨트 미착용?…전종서 “걱정마세요” 즉각 해명

    안전벨트 미착용?…전종서 “걱정마세요” 즉각 해명

    배우 전종서가 한소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린 가운데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휩싸이자 직접 해명에 나섰다. 지난 15일 한소희와 전종서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함께 찍은 사진을 여러 장 올렸다. 운전대를 잡은 한소희는 목과 팔, 손목까지 화려한 꽃 타투로 시선을 강탈했다. 스모키 화장을 한 전종서는 카메라를 향해 웃음을 지으며 여전한 미모를 뽐냈다.그러나 운전대를 잡은 한소희와 달리 조수석의 전종서는 안전벨트가 보이지 않아 누리꾼들 사이에서 “안전벨트를 미착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졌다. 이에 전종서는 1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안전벨트 했어요. 걱정 마세요”라는 글과 함께 안전벨트를 착용한 사진을 올려 해명했다. 소속사 앤드마크 또한 이날 여러 매체에 “전종서 본인에게 확인한 결과 안전벨트를 착용한 게 맞다”고 발 빠르게 해명해 논란을 종결했다. 전종서와 한소희는 1994년생 동갑내기로 드라마 ‘프로젝트 Y’에 함께 캐스팅됐다. ‘프로젝트 Y’는 서울 강남을 배경으로 80억원의 금괴를 탈취하고 마지막으로 이 판을 뜨려는 두 동갑내기 친구의 욕망을 그린 누아르 작품이다.
  • [데스크 시각] 당신도 튤립에 물을 주고 계신가요

    [데스크 시각] 당신도 튤립에 물을 주고 계신가요

    3년 전 일이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대기업 임원인 A는 미국에서 경제학을 공부한다는 아들 자랑을 이어 갔다. “요즘 애들은 확실히 달라. 자기 유학 비용은 본인이 벌더라고. 뉴욕에서 공부하는 아들이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코인)에 투자할 거니 돈 좀 부쳐 달라고 하더라고. 첨엔 저게 돈이 될까 했는데 정말 무지했던 거지….” 그는 곧 휴대전화를 꺼내 아들이 투자했다는 NFT 작품들을 보여 주며 각각의 수익률을 이야기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투자 수익금이 최소 수천만원에 달했다. 저런 게 돈이 될까 싶었지만 예의가 아닌 듯해 토를 달진 않았다. 하지만 의심이 부러움으로 바뀌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진 않았다. 한 달쯤 지났을까. NFT 관련 뉴스들이 신문과 방송에서 쏟아졌다.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온라인 원숭이 그림(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을 마돈나, 에미넘 등 미국 연예인들이 수억원을 주고 샀다는 소식도 들렸다. 200년 전통의 세계적인 영어 사전 출판사인 영국 콜린스는 2021년의 단어로 ‘NFT’를 선정했다. 이쯤 되자 서점엔 NFT 투자 지침서가 깔렸고, 국내 기업들은 경쟁하듯 NFT 관련 벤처를 차리고 사업에 착수했다. “지금이라도 뭘 사야 하는지 A에게 물어볼까.” 갈등을 겪었다. 잊은 기억이 떠오른 건 한때 천정부지로 오르던 NFT 가치가 휴지 조각이 돼 버렸다는 기사 때문이다. 주요 NFT 500종의 가치를 합산 반영하는 지수는 최근 2년 6개월 사이 90% 넘게 폭락했다. 개별 작품 가치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NFT 거래 시장조사 업체인 댑갬블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NFT 컬렉션 7만 3257개 중 6만 9795개(95.3%)는 시가총액이 0원”이라고 밝혔다. 경쟁하듯 사업에 뛰어들었던 국내외 업체들도 앞다퉈 발을 빼는 모양새다.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토큰이면서 서로 교환이나 복제가 불가능하다는 NFT는 한때 핫한 경제 키워드였다. 가상화폐와 같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디지털 자산의 한 축을 차지했다. 하지만 꺼져 버린 거품처럼 NFT를 언급하는 사람도 어느 순간 사라졌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 교수는 ‘생각의 전염’이라는 개념으로 일련의 과정을 설명한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누군가 큰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돌고 이런 소식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여러 사람에게 전파된다. 해당 자산 가격은 더 오르고 투자하지 못한 이들의 박탈감은 커진다. 이른바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이 서서히 고개를 들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게 돌아간다. 사람들이 비이성적으로 뛰어들면서 시장은 점점 과열되고 가격은 한없이 폭등한다. 실러 교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시장은 근본적으로 비이성적이며 버블 형성과 붕괴로 점철된다고도 주장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다들 합리적인 척하지만 실제는 그리 이성적이지도 계산적이지도 못하다는 뜻이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투자상품이 나오고 사라진다. 이름도 개념도 복잡해 이해하기도 외우기도 힘들 정도다. 이자나 배당을 주지 않고, 중앙은행이 지급을 보장하지 않아도 누군가 큰돈을 벌었다는 소문에 사람들이 몰린다. 눈뜨면 폭등과 추락을 반복해도, 학자들이 내재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고 수없이 경고해도 천문학적인 투자금은 쌓여 간다. 자본주의 역사상 최초의 버블 현상으로 꼽히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당시 튤립 뿌리 한 개로 집 한 채를 살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와서 보면 비상식적이고 터무니없는 가격이지만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소식에 농부와 하인, 빈민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늘 그랬듯 버블을 키우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40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세대도 여전히 또 다른 튤립에 물을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영규 경제부장
  • 손석희, 백종원에 물었다…“경영 논란, 어떻게 생각하나”

    손석희, 백종원에 물었다…“경영 논란, 어떻게 생각하나”

    방송인 손석희가 묻고, 요리사업가 백종원이 답한다. 13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이 첫 방송 된다. 손석희가 MBC 프로그램에 진행자로 나서는 건 11년 만이다. ‘질문들’은 손석희가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질문을 던진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첫 질문은 먹고 사는 문제인 ‘자영업’으로, 요식업계 대부이자 더본코리아를 이끄는 백종원 대표가 출연해 답한다. ‘질문들’ 측은 “우리나라 내수경제의 근간인 자영업은 IMF 외환위기 이래 줄곧 위기였다”며 “장사로 성공했다는 이야기가 옛말이 된 지 오래지만, 사장님을 꿈꾸는 사람들은 꾸준히 늘어 현재 대한민국 자영업자는 600만명에 이른다”고 현 상황을 파악했다. 그러면서 “‘질문들’ 녹화에 참여한 백종원 대표에게 3시간 넘는 시간 동안 진행자 손석희의 질문이 쏟아졌다”며 최근 불거진 더본코리아 브랜드 ‘연돈볼카츠’ 일부 점주와의 갈등부터, 더본코리아의 다 브랜드 경영 논란까지 다룰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손석희는 백 대표가 지역 시장과 축제를 살리는 ‘착한’ 사회적 행보를 지속하는 이유와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공적 인물이 된 그의 책임은 어디까지인지를 물었다. 백 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한 대답을 내놓았다는 후문이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전문가 송영길 작가가 출연해 자영업의 미래를 예측한다. ‘디지털 예언가’로 불리는 송 작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직업으로 자영업자를 꼽으며 “자영업자들에게 더 큰 역량이 요구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욱 구체적으로 욕망하기 시작했고, 그것들을 값싸고 빠르게 구입할 수 있는 수많은 플랫폼도 자영업자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송 작가는 “자영업자들의 살길은 ‘이 시대를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답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조언하며 해답을 찾는 길을 함께 모색한다.
  • 미혼남녀 38% “결혼식 생략 가능”…‘노웨딩’ 바람 분다

    미혼남녀 38% “결혼식 생략 가능”…‘노웨딩’ 바람 분다

    미혼남녀 10명 중 4명이 결혼식을 생략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13일 결혼정보회사 가연이 최근 미혼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 결혼 인식 조사’에 따르면, 예식 진행 관련 설문에서 ‘상대와 의견이 맞는다면 생략해도 된다(37.8%)’는 항목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부모님을 위해 하는 게 맞다(29.8%)’, ‘꼭 필요하다(20.8%)’, ‘굳이 필요 없다(11.4%)’는 의견이 뒤를 따랐다. ‘식을 진행하고 싶지 않다’고 한 49.2%의 응답자들이 택한 가장 큰 이유는 ‘예식 대신 더 필요한 곳에 지출하고 싶어서(40.7%)’였다. ‘형식과 절차가 번거로워서(29.7%)’, ‘예식 비용 부담이 커서(25.2%)’, ‘하객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3.7%)’ 등으로 이어졌다. 반면 ‘식을 진행하고 싶다’고 답한 50.6%의 응답자는 그 이유로 ‘체면 등 부모님을 위해서(27.2%)’와 ‘그동안 낸 축의금을 회수하고 싶어서(26%)’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결혼의 정식 절차 중 하나이기 때문에(23.6%)’,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기 위해(9.4%)’, ‘남들도 다 하는 것이기 때문에(8.3%)’,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5.5%)’ 순으로 나타났다. ‘식을 진행하고 싶다’고 한 비율을 연령별로 살펴보면 30대(53.6%)보다 20대(47.6%)의 응답률이 낮았다. 연령이 낮을수록 예식을 필수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더 적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예식을 진행하고 싶다는 이들이 택한 주된 이유가 ‘부모님, 축의금 회수’로 나타나고, 예식을 진행하지 않겠다는 이들이 택한 이유로 ‘더 필요한 곳에 지출 원한다’는 답변을 가장 많이 한 점도 눈길을 끈다. 예식에 대해 ‘환상’이나 ‘로망’보다는 ‘현실’로 접근하는 경향이 많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가연 조인상 커플매니저는 “전통적인 결혼 문화에서 예식은 필수 행사였다. 규모의 차이는 있어도 하지 않는 경우는 잘 없었는데, 요즘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예식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며 “결혼하는 데에 드는 절차나 비용이 많아지고 복잡해지는 만큼, 오히려 간략하고 실용적으로 결정하는 이들이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결혼 비용 오르며 미국서도 결혼 규모 축소 최근 미국에서도 치솟는 결혼식 비용으로 인해 하객수를 줄인 ‘스몰웨딩’이나 결혼식을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하는 ‘노 웨딩’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NBC는 6일(현지시각) 미국 결혼 업체 나트의 2023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 결혼식과 연회 평균 비용이 3만 5000달러(약 4800만원)라고 보도했다. 이는 1년 전보다 약 16.7% 오른 수치로 5000달러(약 690만원) 늘어났다. 결혼 비용이 오르자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은 하객 수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웨딩 리포트에 따르면 미국에서 결혼식 하객 수는 지난 2006년부터 꾸준히 줄어드는 추세다. 2006년 184명이었던 평균 결혼식 하객수는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 107명으로 크게 줄었다. 웨딩 리포트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쉐인 맥머레이는 “2021년엔 124명으로 조금 늘었지만, 이는 사람들이 락다운(봉쇄) 조치 이후 만나고자 하는 욕망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결혼식 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결혼 규모는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 “번역은 죽은 사람과의 대화”… 詩를 번역하는 철학자[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번역은 죽은 사람과의 대화”… 詩를 번역하는 철학자[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철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시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결국 시와 철학의 목표는 같아 여기, 시를 번역하기 위해 시인이 된 철학자가 있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번역가 박술(38)이다. 열일곱, 독일로 떠나며 챙겼던 ‘기형도 전집’은 유학 생활의 큰 위안이었다. 줄곧 시를 번역하고자 했으나 시심(詩心)에 가닿는 일은 난망했다. 그렇게 습작을 시작했는데 덜컥 지방의 한 문예지에 당선됐다. 지금도 시를 쓰곤 있지만 더욱 신경을 쏟는 일은 시 번역이다. 독일 힐데스하임대 철학과 조교수로 강단에도 오르며 시와 철학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 11일 그와 화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범상치 않은 첫인상 뒤로 그가 살고 있는 뮌헨의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 “이 책을 소화했다는 걸 보여 주는 것에 번역자의 욕망이 숨어 있다. 동시에 번역은 죽은 사람과의 대화로 일종의 ‘빙의’인 것 같기도 하다. 엄청 중독적이다.” 독일에서 태어나진 않았지만 할아버지를 비롯해 가족 전체가 독일과 연이 깊었다. 심리적 거리가 가까워서일까. 고1 때 혈혈단신 독일로 훌쩍 떠나 공부를 시작했다. 서울 남산에 있는 주한독일문화원에서 한 달간 배운 독일어가 전부였지만 그래도 언어에 재주가 있어 큰 무리는 없었다. 놀라운 건 지금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언어의 개수다. 한국어·독일어·영어를 기본으로 일본인 아내 덕에 일본어도 읽을 수 있으며 산스크리트어도 사전과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다고 한다. 한문에도 꽤 조예가 깊어 중국어 텍스트도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많이 까먹긴 했지만 학창 시절엔 히브리어도 읽을 줄 알았단다. “한국 문학이 이렇게 주목받은 건 처음이었다. 독일 문학 세기의 명연설로 꼽히는 파울 첼란의 ‘자오선’(1960년 뷔히너상 수상연설)에 비긴다고 현지 언론이 말할 정도였으니. 낭독회에도 100명 넘게 모였다. 시 번역을 더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다.” 박술은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시 페스티벌에서 김혜순 시인이 ‘혀 없는 모국어’라는 제목의 연설문을 낭독했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때 시를 독어로 옮겼던 인연으로 박술은 독일의 시인 울리아나 볼프와 함께 김혜순의 ‘죽음의 자서전’을 독일에 소개할 기회를 얻었다. 얼마 전 원고를 다 넘겼고 내년 초 현지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현지 유력 출판사와 상당히 좋은 조건에 계약했다”고 귀띔했다. 올해는 시인 김현과 황유원이 초청됐는데, 이들의 시도 박술이 옮겼다. 김혜순 이후 독일에서 한국시의 물꼬가 터진 것. 박술이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한국어는 주어가 없어도 말이 된다. 독어에선 아니다. 주어를 슬쩍 없애도 동사 변화에서 들통이 나니까. 난감할 때가 많다. 한번은 김혜순 선생님께 한 문장을 보여 주며 ‘이건 몇 인칭입니까’ 물었더니 ‘6인칭이나 7인칭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결국 번역자인 나의 선택이었다.” 학부부터 박사까지 철학을 공부했다. 비트겐슈타인과 니체에 탐닉했던 세월이었다. 올해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이달 초에는 ‘위로 없는 날들’(다)이라는 그의 ‘파편집’을 한국어로 펴내기도 했다. 파편집이라는 말은 다소 낯설지만, 책을 열어 보면 무슨 말인지 금세 알게 된다. 소설도 일기도 아닌 것이 잠언 같기도 하고…. 짧고 알쏭달쏭하면서도 매혹적인 문장 109개가 수록됐다. 이거, 혹시 시 아닌가. “철학과 시는 떼려야 뗄 수 없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걸 ‘언어로’ 끝까지 밀어붙인다. 그러니 형식이 해체되고 글이 파편화되겠지. 철학은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시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든다. 그런데 개념과 이미지는 모두 언어로 포섭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이론과 실존에 더해 미학까지 품은 시와 철학의 목표는 결국 같다.”
  • [의정광장] 무기력의 시대, 정치가 바꿔야 할 것들

    [의정광장] 무기력의 시대, 정치가 바꿔야 할 것들

    인간에게 실패의 두려움보다 더 치명적인 것은 ‘무기력함’이다. 한국 사회 전반에 무기력증이 일상화되는 건 아닌지 우려되는 지표가 나왔다. 최근 통계청은 지난달 일을 하지도, 일을 구하지도 않고 ‘그냥 쉰’ 2030 구직단념 청년이 66만 5000명이라고 발표했다. 5월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집계 이래 두 번째로 많은 숫자다. 66만 5000명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대학 정원 총량이 11만 7000명이다. 수도권 대학생 전체의 5~6배에 달하는 청년들이 구직을 포기하고 쉰다는 뜻이다. 구직단념 청년의 증가는 정책 담당자들의 뼈저린 반성을 요구한다. 개인으로서는 청년들이 경제적·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삶에 빠지도록 만든다. 사회적으로는 양질의 인적자본 축적을 어렵게 한다. 이는 결국 국가의 경제성장률과 지속가능한 발전에 영향을 미친다.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을 보면 청년의 무기력, 불만을 토양 삼아 사회분열과 갈등의 씨앗이 자라난다.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정부와 지자체가 노력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책은 쏟아진다. 문제는 철학에 있다. 인간 노동에 대한 근본적 패러다임의 변화, 특히 청년의 인식 변화를 정책 당국이 면밀하게 포착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전부인 시대는 지나갔다. 한 인간이 어떤 직업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동기와 목적이 ‘밤하늘의 별만큼’ 다양해졌다. 과거처럼 학교를 졸업하고, 일정 나이에 맞춰 가정을 꾸리고, 가장으로서 부양의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직장에 들어가 버티는 시대는 끝났다. 미세화된 자아실현의 욕망과 욕구, 높아지는 근로 조건에 대한 의식은 더욱 정교한 고용·노동정책을 요구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혁명이 시작됐다. 챗GPT로 대표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의 등장이 비즈니스의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작년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LLM이 더 보급될수록 세계적으로 3억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봤다. 카이스트가 올해 내놓은 ‘2024 미래전략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로봇 밀집도가 다른 국가들보다 높아 3·4차 일자리 감소가 다른 나라들보다 빠를 것이며, 노동시장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의무가 있는 정치인들에게 AI 혁명과 청년의 일자리 문제는 깊이 연구해야 할 과제다. 인류 역사적으로 새로운 기술혁명이 이뤄지면 감소하는 일자리 규모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 정치는 이러한 기회의 장을 활짝 열어젖히되, 산업 변화에 따라 소외되는 이들을 보호하고 재교육 투자로 사회 안전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파도가 들이치면 올라타야 살 수 있다. AI 혁명의 파고는 피할 수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동 양극화 해소, 디지털 교육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더불어 산업화를 거치며 형성된 노동과 여가에 대한 인식 체계를 바꿔야 한다. 여전히 우리 노동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상위권에 포진한다. 노동시간과 총량을 늘려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은 산업화 시대에나 주효하다. 경쟁압력이 높은 대한민국 수도의 시의원으로서, 저성장과 저출생 시대에 시장의 역동성과 활력이 크게 떨어짐을 체감한다. 지금도 독자의 일상을 함께하는 AI가 희망이 되려면, 우리 사회가 함께 기술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변화의 공감대를 모아 가야 할 것이다. 전병주 서울시의회 의원
  • 배제된 몸짓 100년… 글 쓰는 여성, 주류가 되다

    배제된 몸짓 100년… 글 쓰는 여성, 주류가 되다

    지워진 욕망 혹은 배제된 몸짓. 앞선 100년간 여성의 글쓰기는 이렇게 요약된다. 그간 문학사(史)는 이데올로기와 결탁한 남성의 전유물이었으니, 여성은 언제나 주변부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쓰고자 하는 열의는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이 두툼한 7권의 책은 ‘글 쓰는 여성’의 목소리를 한곳에 오롯이 담으려는 의미 있는 시도다. ●한국 여성문학의 시작점 20년 앞당겨 국내 여성 문학 연구자들의 모임인 ‘여성문학사연구모임’이 엮은 ‘한국 여성문학 선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됐다. 근대 개화기 조선부터 일제강점기, 해방과 한국전쟁, 개발독재와 민주화 그리고 1990년대까지. 시대와 공명했던 여성들의 중요한 글을 선별해 7권에 나눠 담았다. 그동안 이런 시도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기에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일 순 없지만 기존 문학사 서술과는 차별되는 지점들이 곳곳에 있다. “혹자 이목구비와 사지오관 육체가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야 병신 모양으로 사나이의 벌어 주는 것만 앉아서 평생을 심규(深閨·여자가 거처하는 방)에 처하여 남의 절제만 받으리오.”(‘여학교설시통문’ 부분·1권 37쪽) 우선 근대적인 여성 문학의 시작점을 1898년으로 잡았다는 것이다. 다른 선집에선 한국문학의 대표적인 ‘신여성’ 나혜석(1896~1948)이 소설 ‘경희’를 발표한 1918년을 시초로 본다. 그러나 이번에는 20년이나 앞당겨 1898년 9월 8일자 ‘황성신문’에 실린 ‘여학교설시통문’을 최초로 쳤다. 남성과 동등한 주체로서 여성의 인권·교육권을 주장하는 ‘선언문’이다. 작자는 ‘이 소사’와 ‘김 소사’. ‘소사’(召史)는 결혼한 여성을 일컫는 명칭이니, 이름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셈이다. 이번 기획의 책임 연구자인 김양선 한림대 교수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근대에 이르러 한글이 보편화되고 신문이라는 공론장이 만들어졌는데, 이 안에서 여성이 ‘글 쓰는 주체’로 발화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시·소설·희곡·평론 등을 넘어 편지·일기·회고록·선언문 등 다양한 글쓰기를 문학의 영역으로 포함한 것도 새롭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리 익숙하지 않지만 영미문학을 비롯해 해외에서는 이런 전통이 꽤 오래됐다. 권번의 기생이었던 김월선(1899~?)이 잡지 ‘장한’ 창간호에 쓴 창간사 ‘창간에 제하야’(1927·1권), 문화부 기자로 활약했던 정충량(1916~19 91)의 칼럼 ‘여성의 지위와 현실’(1955·3권) 등이 대표적이다.●장르 불문… 여성 주제면 폭넓게 담아 시인이라고 해서 꼭 시만, 소설가라고 해서 꼭 소설만 실은 것도 아니다. 여성 작가로서 정체성과 문제의식이 드러나는 글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담았다. 이른바 ‘대표작’이 아니더라도 여성이라는 주제로 포괄할 수 있으면 담는 걸 원칙으로 했다. 소설가 박화성(1903~ 1988)의 경우 다른 선집에서는 ‘하수도공사’를 실었지만 이번에는 ‘추석전야’(1925·2권)를 담았다. 박화성은 사회주의 색채가 짙은 ‘경향파’에 해당하는 문인인데, 그의 등단작인 ‘추석전야’는 아이를 키우는 여성 노동자를 앞세워 이들이 공장에서 당하는 성적인 차별의 현실을 밀도 있게 그리고 고발했다. 연구자들은 이 지점을 높이 샀다. 그간 주목받지 못했던 작가들을 새삼 조명하는 계기도 됐다. 해방 이후 시기를 여성의 관점에서 비판한 소설가 박순녀, 여성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포착한 시인 최명자와 정명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박경리, 박완서, 오정희, 허수경, 최승자, 양귀자, 김혜순 등 시대를 풍미한 문인들이 포함돼 있음은 물론이다. 민음사가 지난달 온라인 서점 알라딘을 통해 진행한 북펀드에서 총 295세트나 팔렸다. 2주 만에 목표 금액(3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2800만원이 모였다. 초판 1쇄 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그만큼 이번 선집을 향한 열기가 뜨겁다는 증거다. 마지막 7권에는 1990년대 활동한 작가들의 작품이 담겼다. 한강, 하성란, 은희경, 공지영, 나희덕, 최영미 등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이어 가고 있는 동시대 작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 세기 분투한 결과일까. 연구자들은 1990년대에 이르러 “한국의 여성 문학은 더이상 주변이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명호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1990년대는 판권 문제로 일부 누락” “1990년대는 판권의 문제로 일부 실리지 못한 작품도 있다. 다 실렸을 때는 실로 엄청난 분량이다. 상당히 많은 여성 작가가 등장했다. 숫자뿐만 아니라 아예 이 시대의 문학을 이끈 게 여성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00년의 역사 끝 무렵에서 우리는 이제 여성 문학이 ‘마이너리티’가 아니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일정한 성취를 이뤄 냈다고 판단한다.”
  • 뜨거운 정치 vs 차가운 정치…권력 앞에 선 두 남자의 선택[OTT 언박싱]

    뜨거운 정치 vs 차가운 정치…권력 앞에 선 두 남자의 선택[OTT 언박싱]

    위기의 美를 지켜라 ‘지정생존자’갑자기 美대통령 된 학자 출신 장관정치판 변두리의 성장기에 몰입감권력을 차지하라 ‘하우스 오브 카드’킹메이커에서 킹이 되려는 프랭크야합·배신 난무 ‘인간의 욕망’ 그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돌풍’이 제목 그대로 엄청난 열풍을 과시하고 있 다. ‘권력 3부작’으로 알려진 선 굵은 정치 드라마 잘 쓰기로 소문난 작가 박경수의 이 신작이 정치권력의 군상을 잘 표현해 내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돌풍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이어 가고 싶은 이들을 위한 넷플릭스의 명품 정치 드라마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소개할 시리즈는 어느 날 갑자기 미국 대통령이 돼 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지정생존자’다. 학자 출신으로 중앙정치와는 거리가 먼 주택도시개발부 장관 톰 커크먼은 테러 사건 이후 단 40분 만에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미국에는 지정생존자라는 제도가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이 있을 경우 유사시 대통령직 승계가 가능한 부처 요인 중 한 명을 안전시설에 대기하도록 지정하는 것이다. 전쟁과 테러의 위협이 컸던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 이 제도로 인해 커크먼은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 의사당 테러로 인해 행정부와 국회 인사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위기에 빠진 미국을 지탱해야 하는 상황에서 워싱턴 정치판 변두리 인물에게 힘을 보태 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군부는 테러와의 전쟁을 말하고, 주지사는 중앙정부를 무시하는 가운데 권력을 잡으려는 세력의 움직임까지 시작된다. 이런 각양각색의 위협 속에서 대중을 사로잡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한 명의 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가는 지정생존자 톰의 모습은 몰입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지정생존자가 위기의 미국을 지키기 위한 뜨거운 정치를 선보인다면 ‘하우스 오브 카드’는 권력을 무너뜨려 집어삼키고자 하는 차가운 정치를 보여 준다. 야합과 배신이 난무하는 정치판의 암약을 진득하게 담아낸 시리즈라 할 수 있다. 대기만성형 정치인이라 할 수 있는 프랭크는 대통령의 킹메이커 역할에 성공하며 영광의 순간을 기다린다. 하나 약속과 달리 대통령은 다른 인물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하며 입장을 번복한다. 냉혹한 현실을 확인했지만, 권력의 욕망을 놓을 수 없었던 그는 완벽하게 어둠의 길로 돌아서 살아 있는 권력을 허물고자 한다. 능력은 있지만 방탕한 사생활로 출세길이 막힌 젊은 정치인, 특종에 목말라 있는 기자를 이용해 백악관의 핵심 세력을 넘어뜨리는 데 성공한다. 그의 야욕은 장관, 부통령을 넘어 대통령 자리까지 향한다. 왕관을 쓰기 위해서는 피로 역사를 써야 한다고 여기는 프랭크의 야욕은 인간에게 기생하는 정치란 생물의 본연을 보여 준다. 흥미로운 점은 시즌이 거듭되면서 프랭크의 정적으로 부상하는 인물이 그의 아내 클레어라는 점이다. 남편을 보좌하는 위치에서 추축으로 변모해 가는 그녀의 모습은 일심동체라 여겼던 관계가 동상이몽이었음을 알려 준다. 손끝을 얼리는 차가운 정치와 함께 심장을 녹이는 뜨거운 ‘부부의 세계’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드라마다. 김준모 키노라이츠매거진 편집장
  • 공주 햄릿이 묻는다, 약한 자 그대 이름은?

    공주 햄릿이 묻는다, 약한 자 그대 이름은?

    국립극단은 2020년 창단 70주년 기념작으로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기획했다. ‘왕자 햄릿’ 대신 ‘공주 햄릿’을 내세운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개막 직전 공연이 취소되면서 온라인 영상으로만 관객과 만났다. 그럼에도 고전의 혁신적인 변주는 연극계에 큰 파장과 호응을 불러왔고, 타이틀롤을 연기한 배우 이봉련(43)은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연기상을 받았다. 화면으로만, 소문으로만 보고 듣던 국립극단의 ‘햄릿’이 4년 만에 무대에 올랐다. 지난 5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연극은 오는 29일 마지막 공연까지 전 회차가 벌써 매진됐다. 원작의 덴마크 왕자 햄릿은 해군 장교로 복무 중인 공주 햄릿으로 바뀌었다. 선왕을 죽인 숙부와 아버지를 배신한 어머니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에 불타면서도 한편으론 권력을 향한 집요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 입체적인 인물이다. 이에 맞춰 희곡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두 개의 대사도 뉘앙스가 달라지거나 내용이 바뀌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운명의 갈림길에서 존재론적 물음에 직면한 햄릿의 깊은 고뇌를 보여 주는 독백으로 흔히 해석된다. 하지만 공주 햄릿은 같은 대사를 말하면서도 자신이 이미 결정한 방향으로 가겠다는 직진 본능을 투명하게 드러낸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는 대사는 아예 사라졌다. 대신 공주 햄릿은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국립극단 ‘햄릿’의 시작과 끝이 이 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각색을 맡은 정진새와 연출가 부새롬은 지난 8일 언론 간담회에서 “여성 차별과 혐오 등 원작에서 느꼈던 불편한 지점들을 덜어 내려고 고민하다 보니 햄릿의 성별을 바꾸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며 “이제는 관객들이 여성의 얼굴을 한 햄릿을 보고 싶어 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자신감도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공주 햄릿의 상대역인 오필리어는 남성으로 바뀌었고, 햄릿의 친구 등 주변 인물도 남녀 비율을 적절히 맞췄다. 현시대의 정치와 사회 상황을 연상케 하는 장면과 대사들도 인상적이다. 의문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는 데는 관심이 없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연극의 서두와 말미에 배치한 구성이나 ‘법은 권력자가 베푸는 은혜 같은 것’, ‘가면을 벗겨 내는 것은 정의가 아니라 칼’ 등 현실 풍자적이고 냉소적인 대사가 폐부를 찌른다. 135분간 휴식 없이 내달리는 긴 공연의 중심을 단단히 붙잡는 건 ‘봉련 햄릿’이란 별명을 얻을 만큼 절정의 연기력을 선보인 배우 이봉련이다. 드라마 ‘일타 스캔들’, ‘갯마을 차차차’ 등에서도 개성적인 조연으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광폭의 에너지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이봉련은 “여자 배우에게 햄릿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내 안의 편견을 발견하고 깰 수 있어서 인생의 천운으로 여긴다”고 했다.
  • 경남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28.65㎢ 확대 추진…김해·거제 포함

    경남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28.65㎢ 확대 추진…김해·거제 포함

    경남도가 창원·거제·김해 지역에 경제자유구역 확대·지정을 추진한다. 진해신항과 가덕도신공항 건설에 따른 산업·물류·업무시설 등 용지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10일 도는 창원 6.2㎢, 김해 14㎢, 거제 8.45㎢ 등 전체 28.65㎢(864만평) 확대·지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49.9㎢)은 부산시 강서구(30.2㎢), 창원시 진해구(19.7㎢)에 걸쳐 있다. 도는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 조성한 경남지역 물류·산업용지는 3.84㎢로 이 중 99.2%인 3.81㎢가 분양돼 물류·산업용지가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해양수산부의 제4차 항만배후단지 개발 종합계획을 보면, 진해신항과 가덕도신공항 준공 시점인 2030년에는 항만배후단지가 약 5.79㎢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에 경남도는 지난해 7월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시행한 경제자유구역 확대 수요조사에서, 창원에 국한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을 김해시와 거제시를 포함하는 확대 계획을 세웠다. 그러면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내 경남지역 면적을 기존 19.6㎢에서 48.25㎢로 2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산업부에 신청했다. 도는 산업부, 해양수산부 등 유관기관과 경제자유구역 확대 협의를 잇고 있다. 도가 구상한 경제자유구역 확대안을 보면 창원지역은 첨단융복합 제조산업·복합물류, 거제지역은 관광·휴양, 김해지역은 물류거점으로 개발한다는 게 골자다. 도는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창원시 안골동 욕망산 인근 신항배후단지 0.28㎢(9만평)를 연내 경제자유구역으로 우선해 신청·지정한다는 계획이다. 도는 경제자유구역 확대 대상지 중 일부 포함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고자 국토부에 국가·지역전략사업 인정 신청도 지난 5월 마쳤다. 박완수 경상남도지사는 “경제자유구역 확대 지정과 차별화된 개발로 글로벌 수준의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해 경제자유구역이 세계 최고의 물류·비즈니스 중심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여성 몰래 찍다 멱살 잡힌 남성… 휴대전화엔 불법촬영물 수백개

    여성 몰래 찍다 멱살 잡힌 남성… 휴대전화엔 불법촬영물 수백개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여성의 뒤를 따라가며 불법촬영을 하던 남성이 이를 목격한 다른 남성에게 붙잡혀 범행이 드러났다. 9일 경찰청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시민에게 멱살 잡힌 지하철 몰카범!?’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불법촬영을 저지른 남성이 포착된 여러 폐쇄회로(CC)TV 장면들이 담겼다. 이 남성은 한 여성의 뒤를 따라 지하철역 출구 쪽 계단까지 따라갔다. 그런데 잠시 후 CCTV에는 이 남성이 다른 남성에게 붙잡혀 끌려오는 모습이 포착됐다. 불법촬영 중임을 눈치챈 용감한 시민이 남성을 붙잡아 지하철역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계단을 내려간 것이었다. 그러나 이 남성이 저항하면서 몸싸움으로 번졌고, 이를 목격한 역무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다. 남성은 처음엔 범행을 부인했으나 경찰관이 끈질기게 추궁하자 “몇 장 촬영했다”고 실토했다. 추가 범행이 더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경찰은 남성의 휴대전화를 확인했고, 그 안에서 수백개의 불법촬영물을 발견했다. 경찰은 남성을 현장에서 검거했고,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는 신고 포상금을 지급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는 최근 5년간 3만 768건 발생했다. 하루 평균 17건의 불법촬영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경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 추악한 욕망과 배신의 ‘살인청부’…그 타깃은 제주도 유명 식당 여주인이었다[전국부 사건창고]

    추악한 욕망과 배신의 ‘살인청부’…그 타깃은 제주도 유명 식당 여주인이었다[전국부 사건창고]

    제주 유명식당 여주인 집에 숨어든 50대 여주인 쫓던 아내 “귀가했다” 하자 범행배후는 식당 관리이사…끔찍한 ‘살인청부’ 김모(당시 50세)씨는 2022년 12월 16일 낮 12시 12분 제주도에 있는 빌라의 한 집에 몰래 숨어들었다. 갈치구이 등으로 명성이 자자해 연간 매출이 1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유명 식당 대표 A(여·당시 55세)씨의 집이었다. 김씨는 승용차로 A씨 뒤를 쫓는 아내 이모(당시 45세)씨와 연락하며 작은방에서 그의 귀가를 기다렸다. A씨 집에서 둔기를 찾아 손에 움켜쥔 채였다. 침입 3시간이 흐른 오후 3시쯤 아내로부터 “A씨가 집에 들어가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그는 A씨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작은방으로 오자 목을 감아 넘어뜨리고 둔기를 휘둘렀다. A씨는 얼굴과 머리 등을 20여 차례 둔기에 맞아 사망했다. 김씨는 범행 후 A씨 집에서 현금 491만원과 1800만원에 이르는 명품 가방과 금붙이를 훔쳐 나온 뒤 근처에서 대기하던 이씨의 승용차를 타고 달아났다. 경찰은 현장에서 혈흔이 묻은 흉기를 발견하고 A씨 집 주변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범행 나흘 만에 경남 양산 자택에서 김씨 부부를 붙잡았다. 김씨는 양산 건설현장에서 일감을 받아 돈 버는 펌프카 소유주다. 빚 2억 3000만원이 있었다. 경찰은 이 때문에 단독 범행으로 봤으나 범행 전후로 김씨와 자주 통화한 사람이 드러났다. 식당 관리이사 박모(당시 55세)였다. 경찰은 같은날 곧바로 박씨도 검거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김씨에게 그저 손 좀 봐달라고 했는데 죽일 줄은 몰랐다”며 청부 ‘살인’을 부인했다. 경찰에 이어 검찰 수사가 더해지면서 ‘식당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한 그의 추악한 욕망과 배신으로 얼룩진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흉악 범죄가 급증합니다. 우리 사회와 공동체가 그만큼 병들어 있다는 방증일 것입니다. 직시하고 아우성치지 않으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사건이 단순 소비되지 않고 인간성 회복을 위한 노력과 더 안전한 사회 구축에 힘이 되길 희망합니다.부산 모 고교 이사장인 것처럼 접근내연녀들 돈으로 환심, 관리이사 임명식당 경영권 빼앗으려 ‘살인청부’ 착수 A씨는 2017년 말 골프연습장에서 박씨를 만났다. A씨는 유명 식당 주인으로 지점이 늘어나자 B 주식회사를 만들어 대표로 있던 재력가였다. 본사만 월평균 매출액 7억원에 제주·서울 강남에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을 파악한 박씨는 자기도 부산 모 고교 이사장이자 사업가인 것처럼 접근했다. 당시 A씨는 일시적 자금난에 빠져 있었고, 박씨는 여러 내연녀에게 빌린 돈을 건네며 환심을 샀다. A씨는 이듬해 10월 박씨를 B사 관리이사로 앉혔다. 박씨는 월급 500만~1000만원을 받았다. 그렇지만 B사 지분도 없이 온갖 속임수로 수십억원을 챙겨 명품으로 치장하고 외제차를 굴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다. 이 때문에 박씨는 “빚을 갚으라”는 내연녀들의 독촉에 시달리는 신세를 면치 못할 지경이었다. 박씨는 부산 기장에 있는 문중 땅에 손을 댔다. 총무 직위를 이용해 문중의 의결도 없이 A씨에게 “문중에 돈이 없어 땅을 팔아야 하는데 남에게 팔기는 아깝다. 당신이 사라”고 꼬드겼다. 그때까지 박씨를 신뢰했던 A씨는 땅을 사기로 하고 수차례에 걸쳐 5억 4500만원을 주고, 소유권이전 등기를 건네받았다. 2022년 5월 문중이 이를 알고 박씨를 추궁했다. “B사에 자금이 달려 어쩔 수 없이 처분했다”고 속였지만 문중은 박씨는 물론 A씨까지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했다. A씨는 화를 내며 박씨와 관계를 끊으려고 했다. 당시 A씨가 박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는 “도대체 당신 누구야”, “내가 당신한테 돌려받을 돈이 너무 많아”, “나하고 뭔 악연이길래 나를 이렇게 하는지 모르겠네”, “본점 2층 지을 때부터 다른 주머니 챙기려고…단 한 번도 나한테 진실이지 않았어” 등 불신과 의심으로 가득 찼다. 이때마다 박씨는 문자를 무시하거나 전화를 안 받았다. 심지어 “학교 회의하고 있다”고 이사장인 것처럼 거짓말도 했다. 박씨는 A씨가 사라지면 가로챈 토지 대금 5억 4500만원에 대한 분쟁을 피하고 A씨 자녀들을 회유하고 압박해 회사(식당) 운영권까지 빼앗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궁리 끝에 ‘살인청부’에 나섰다. 그는 살인청부업자로 김씨를 선택했다. 양산에 있는 노래방 업주의 소개로 안 사람이다. 박씨는 B사 관리이사 명함을 김씨에게 건네고 A씨에 대한 거짓 험담부터 늘어놨다. “물려받은 토지 등 40억원을 들여 B사 지분 40%를 가지고 있는데 A씨가 단독 운영하며 지분만큼 수익금을 주지 않는다. 그래서 B사를 인수하려고 방법을 제안했는데 거부당했다”, “A씨가 내 재산을 모두 빼앗아 갔다. (속칭) ‘꽃뱀’이다” 그러면서 김씨에게 “(범행에) 성공하면 이틀 뒤 빚을 모두 갚을 수 있을 만큼 당신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식당 3개 중 2호점을 이전하려고 하는데 당신에게 공사권과 운영권을 주겠다”고 유혹했다. 거액의 채무가 있던 김씨 부부는 이를 받아들였으나 신분 발각을 피할 방법을 연구하느라 착수는 금세 못했다. “식당 2호점·강남 아파트 주겠다” 미끼유치장서 “3년 안에 빼줄게. 다 안고 가”실행자 “저런 사람 따른 내가 한심하다” 김씨 부부는 신분을 속여 제주에 입도하는 방법을 찾았다. 우연히 습득한 주민등록증으로 전남 여수에서 여객선을 타는 것이었다. 부부는 2022년 9월부터 5차례 제주에 입도해 10여 차례 범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1차는 교통사고 위장 살해였으나 박씨가 일러준 도로가 제한속도 50㎞여서, 4차는 A씨 자택 침입 후 살해였으나 현관문 비밀번호가 바뀌어, 5차는 자택 주변을 맴돌다 순찰차 출동에 겁이 나 모두 실패했다. 잦은 실패와 부담감이 커지면서 김씨 부부의 범행 의지는 날이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박씨는 부부에게 더 매혹적인 미끼를 연속 던졌다. “서울 강남 재건축 아파트 소유권을 주겠다. 식당 2호점은 무조건 너희 것이고, 둘 다 B사 부사장으로 임명하겠다”고 하더니 “A씨 집에 거액의 현금과 총 수천만원의 명품 가방과 귀금속이 있다. 내가 A씨에게 선물한 것이니 그거 너희들이 가지라”고 했다. 부부는 결국 A씨 집 현관문 앞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비밀번호를 알아냈다. 2013년 부산 재력가 딸한테 ‘혼인빙자’로 1억원을 뜯어내 1년 6개월간 감옥살이하는 등 수차례 사기 전력이 있는 박씨의 식당 운영권 탈취 범행에 한배를 탄 것이다. 박씨는 범행 전 부부에게 착수금조로 3500만원을 건네며 “A씨가 오랜 시간 병원에 있으면 좋다. 못 일어날수록 좋다”고 가해를 사주했다. 경찰에 검거돼 김씨와 함께 같은 유치장에 갇히자 입 모양과 수신호로 “나만 믿어라. 3년 안에 빼줄게. 그러니까 (김씨가) 다 안고 가라”고 꼬드기며 죄를 떠넘기려 했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A씨의 첫째 딸은 재판 때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발생 후 박씨가 연락을 해 ‘나만 믿으라. 다른 사람들 전화는 받지 말고 내 전화만 받으라’고 했다. 그런데 얼마 후 경찰에서 연락이 와 ‘박씨와 연락하지 말라’고 했다”며 “돈과 욕심 때문에 엄마를 무참히 살해한 사람들이 평생 감옥에서 지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재판 과정에서 박씨는 “(김씨에게) A씨가 병원에 입원할 정도만 공격하라고 했지 살해하라고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씨가 범행을 주도했다. A씨 집 비밀번호를 알려달라고 해 일부러 틀리게 말해줬다. 그러면 범행을 중단할 줄 알았다”며 “A씨 집 귀중품을 훔치려고 나까지 속인 것 같다”고 했다. 김씨는 “박씨의 거짓말을 듣고 있다 보니 이런 사람을 형님으로 믿고 따른 내가 참으로 한심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공소장을 보고서야 이들의 관계와 대화를 알았다. A씨를 살해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관리이사 무기징역, 실행자 징역 35년여주인 딸 “믿었다가 무참히 배신당했다”…“식당일 해보니 엄마의 고생 알겠다” 박씨는 무기징역, 김씨는 징역 35년을 받았다. 이같은 1심 형이 지난 2월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에서 확정됐다. 이씨는 1심 징역 10년이었으나 항소심에서 5년으로 줄었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가 범행에 가담은 했지만 범행 당일 남편 김씨가 흉기 소지 없이 갈아입을 옷만 챙기는 것을 봤고, 박씨가 이씨와 범행 내용을 공유하지 않은 점이 인정된다”며 이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을 진행한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 진재경)는 지난해 7월 “피고인들은 저마다의 경제적 이익을 얻고자 범행을 저질렀다”며 “박씨가 범행을 주도했고, 묵시적으로 살해를 지시한 것도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가장 안전해야 할 자기 집에서 극도의 공포와 고통 속에서 숨졌고, 졸지에 어머니를 잃은 자녀들의 슬픔과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라고 했다. 판결문은 ‘박씨가 A씨에게 남편이 없고 (20대) 두 딸이 식당 운영이나 돈 거래 정황을 잘 알지 못하는 점을 이용해 범행 후 A씨 큰딸에게 자신이 식당에 상당한 권리를 가진 것처럼 말했다’고 적었다. 광주고법 제주형사1부(부장 이재신)는 같은해 11월 항소심을 열고 강도살인 등 죄명을 살인과 절도, 상해치사로 변경했으나 박씨와 김씨의 형량은 1심 그대로 유지했다. 반면 이씨의 형을 5년 감형했다. A씨의 첫째 딸은 법정에서 “내가 두 살 때 동생이 태어나자마자 엄마가 이혼하고 20년 넘게 홀로 두 딸을 키워왔다. 식당이 잘된 지도, 엄마가 편하게 지낸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엄마는 평소 식당 일이 고되고 힘들다고 두 딸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다며 공부로 각자의 꿈을 이루며 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서야 엄마가 하던 일을 맡아 해보니 그 고생을 알게 됐다. 진작 힘이 돼 드리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스럽다”며 “엄마가 박씨를 정말 신뢰한다고 생각했는데 무참히 배신을 당했다”고 오열했다.
  • “억울한 일 당할 수 있으니 녹음”… 무고 대비해 성관계 녹음하는 남녀들[로:맨스]

    “억울한 일 당할 수 있으니 녹음”… 무고 대비해 성관계 녹음하는 남녀들[로:맨스]

    #2021년 A씨는 성관계를 가진 여성으로부터 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 A씨는 수사기관에 성관계 전후 상황을 녹음한 파일을 제출하며 ‘서로 합의하에 성관계가 이뤄졌다’고 항변했다. 여성은 B씨를 허위로 고소(무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월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올해 1월 B씨의 녹음 파일 녹취서를 인용해 “여성에게는 고소 내용이 허위라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고, B씨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도 있었던 것으로 인정된다”며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성범죄로 무고를 당할 상황에 대비해 성관계 과정을 녹음하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성관계가 합의하에 이뤄졌음을 입증하고자 주로 상대방과의 통화나 문자 메시지를 활용하는데, 더욱 확실히 하고자 성관계 과정을 녹음까지 하는 것이다. 성범죄 법률 상담을 위한 인터넷 카페에는 “요즘에는 녹음이 필수”라는 글이 다수 올라와 있다. A씨 역시 재판에서 성관계 전후 상황을 녹음한 이유에 대해 “지인이 비슷한 상황에서 억울한 일을 당해 이런 일이 있을 때 녹음을 해야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밝혔다. 성관계 도중 상황까지 녹음한 파일을 법원에 제출해 무고를 입증한 사례도 있었다. 2017년 B씨는 회사 동료 직원이 성관계를 원하는 듯한 분위기를 보이자 ‘혹시 문제가 될 경우를 대비해’ 녹음을 시작했다. 성관계를 가진 B씨는 이후 동료 직원에게 강간 혐의로 고소당했다. 동료 직원이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B씨와의 성관계를 들키자 ‘강간당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B씨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했다’고 반박했고, 동료 직원은 무고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2018년 4월 “동료 직원의 주장대로 B씨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한 것이 아닌 술과 잠에 취한 상태에서 상대방이 B씨가 아닌 남자친구인 것으로 착각해 성관계에 응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동료 직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2019년 2월 B씨의 녹음 파일 등을 증거로 “동료 직원이 의식이 없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에서 성관계 상대방을 남자친구라고 착각했다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며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같은 해 6월 동료 직원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유지했다. 성관계 상황을 촬영하는 행위는 불법이지만 녹음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법은 아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반면 해당 법에 녹음과 관련된 조항은 없다. 통신비밀보호법도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만 규정하고 있어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의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하는 건 가능하다. 다만 상대방이 자신의 음성권을 침해했다며 민사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있다. 성관계 상황을 녹음까지 하는 데에는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고도 상대방이 강간으로 고소할 경우 무죄를 입증하는 것은 그나마 가능하나 역으로 무고로 고소하기는 어려운 상황이 자리한다는 지적이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자가 신고 내용이 허위라는 점을 알고 ▲상대를 처벌하려는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무고 피해자가 입증하기 힘들다. B씨의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도 “당사자의 진술 외에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경우, 합의에 의한 성관계의 경우에도 자칫 성범죄 사건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B씨가 대화 녹음을 하게 된 경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지헌 법무법 대건 변호사는 “무고의 경우 고의성을 입증하기 어려워 기소나 유죄 판결을 이끌어내기 힘들다”며 “고의를 갖고 허위로 고소했다는 객관적인 자료와 증거를 수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독자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타인… 그래서 계속 말 걸 수 있죠”[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독자는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타인… 그래서 계속 말 걸 수 있죠”[오경진 기자의 노이즈캔슬링]

    책을 펼치자마자 난처함의 연속이다. 줄거리를 간략히 알려 주는 게 기자의 의무일 수 있겠으나, 이 책에 한해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소설 속 문장을 하나하나 접할 때마다 독자인 나의 위치가 흔들리는 느낌. 도대체 누가, 어디에서 쓴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아예 소설 대부분이 문학평론을 인용한 것으로만 이뤄진 작품도 있다. 그러면 이것은 소설인가, 평론인가 아니면 그 무엇도 아닌가. 얼마 전 문학과지성사에서 두 번째 소설집 ‘혹은 가로놓인 꿈들’을 펴낸 소설가 강대호(31)를 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설에 대한 인상을 솔직하게 전했더니, 그가 씩 웃는다. 마치 이런 반응을 예상한 것처럼, 그는 쑥스럽게 대답을 이어 갔다. “언젠가부터 ‘이야기’가 그리 재밌지 않더라고요. 사고 실험을 하듯 소설을 썼어요. 독자와 그걸 같이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죠. 너무 힘들게 읽으실 것을 알지만…. 글을 쓸 때 항상 이런 생각이 들곤 하잖아요. 지금 이 문장을 쓰고 있는 게 누구인지. 나인지, 아니면 예전에 읽었던 책의 저자인지. 그런 의문을 환기하고 싶었어요.” 어렸을 땐 판타지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 덜컥 소설을 쓰겠다고 맘먹었는데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는 잠시 시를 쓸까, 마음이 흔들렸던 적도 있단다. 서울예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현재 동국대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대학원에서는 평론도 진지하게 공부하고 있으니, 거의 ‘문학 올라운더’인 셈이다. 어쩌면 소설을 쓰고 있지만, 장르의 구분은 그에게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이 소설인지 아닌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으니까. 그의 첫 번째 소설집 ‘스핀오프’를 출간했던 출판사 문학실험실은 “강대호의 소설은 상업화의 시류를 역행한다”고 쓰기도 했다. 책을 팔아야 하는 출판사로서는 무척 ‘담대한’ 문장이다. “친구들한테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최대한 잘 읽히게 쓰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웃음). 당연히 판매됐으면 좋겠고 불특정 독자에게 가닿길 원해요. 그러려면 상업의 창구를 반드시 통해야겠죠. 어느 물결에 올라타면서도 그 밑에 발을 딛고 있진 않으려고 합니다. 그 물결 안에서 생기는 불규칙과 긴장감, 불화를 느끼려고 해요. 상업이라는 틀 안에서 상업을 배반할 수 있을 거라고 저는 믿습니다.” 문학평론가 전청림은 그의 소설에 대고 “고정된 착각을 의심하는 철학자처럼 끈질기게 언어의 꿈속으로 자기 자신을 밀어붙일 뿐”이라고 평했다. 멋진 말이지만, 궁금증이 증폭되기도 한다. ‘언어의 꿈’이란 무엇인가. ‘언어가’ 꾸는 꿈인가, ‘언어로’ 꾸는 꿈인가. 언어로 꾸지 않는 꿈도 있는가. 기자가 헤매고 있는 사이 소설가가 멋진 비유를 들어 줬다. “언어는 머리카락이죠. 머리카락은 내 것이지만 계속 빠지기도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언어도 나의 일부이지만 동시에 온전히 내 것은 아닙니다. 언어가 온전한 나의 소유라면, 타인과 소통할 여지도 없는 거겠죠. 문학이 독자에게 가닿을 수도 없겠고요.” 소설을 읽을 땐 아득하기만 했다. 그러나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조금 맑아진 것 같다. 마치 관념의 세계에서 정다운 산책을 한 기분이랄까. 그에게 독자란 무엇인지 물었다.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타인. 저도 독자도 서로 만나면 실망할걸요. 하지만 그렇기에 계속 말을 걸 수 있겠습니다. 서로 영원히 모르기에 소설은 영영 끝나지 않겠죠.”
  • [마감 후] 오세훈의 본심

    [마감 후] 오세훈의 본심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이 5월 2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게시물을 하나 올렸다.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린 오 시장의 웃는 얼굴 아래 ‘대통령’이라는 세 글자가 크고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게시물을 누르니 영상이 나왔다. 영상에서 오 시장은 어린 시절 꿈이 대통령이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라는 단어가 오 시장의 인스타그램에 우연히, 아무런 계산 없이 등장했을 확률은 0%에 가깝다. 서울시청에는 오 시장의 소셜미디어(SNS)를 관리하는 전담 조직이 있다. 오 시장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모든 영상과 사진과 글은 오 시장 본인과 전담팀의 확인을 거친다. 대통령 게시물 역시 어떤 식으로든 의도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오 시장은 그간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과 3선 서울시장에 도전할 가능성이 각각 50대50이라고 밝혀 왔다. 최근 취임 2주년 간담회에서는 “대권 운운하는 것은 유권자분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도 했다. 본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언행, 추진 중인 사업, 연일 야권을 때리는 페이스북 메시지, 이번 인스타그램 게시물을 보면 오 시장은 대권 도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정치인이 대권을 욕망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오 시장이 대권 도전을 대놓고 말하지 않는 것도 이해한다. 출사표를 던지기에는 너무 이르다. 오 시장의 대권 도전을 지지하는 건 아니다. 지지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공식적으로 오 시장에 대한 나의 입장은 중립적이다. 그러므로 정치인 오세훈의 대권 욕망에는 관심이 없다. 하지만 서울시장 오세훈의 대권 욕망에는 관심이 많다. 대권을 꿈꾸는 시장에게는 업적이 필요하다. 그것은 서울시민의 삶과 서울의 풍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오 시장은 많은 일을 벌였다. 60억원을 투입한 ‘메타버스 서울’은 실패했다. 본인도 인정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무제한 정기권 서비스인 ‘기후동행카드’는 꽤 성공적이지만, 아직 수도권 전체를 아우르지 못해 완벽하지 않다. ‘장기전세주택 시즌2’는 그럴듯한 저출산 대책이다. 출산을 고민하는 부부에게 상당한 동인이 될 것 같다.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대 논란을 자초한 것은 아쉽다. 동기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그 일방적 발표, 결여된 미감에는 공감할 수 없다. 이것 말고도 안심소득, 서울링, 수상호텔, 공중정원 등 오세훈표 사업을 다 쓰기엔 지면이 모자랄 지경이다. 한 서울시 인사는 “오 시장은 조급해 보인다. 좋아 보이는 것은 다 하려고 한다. 이 많은 사업을 어떻게 다 해내려는지 모르겠다. MB(이명박 전 대통령)는 시내버스와 청계천, 두 개만 잘해서 청와대에 갔다”고 했다. 오 시장의 사업과 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란다. 그가 용산 또는 청와대에 가기를 바라서가 아니다. 서울이 더 살기 좋은 도시가 되기를 바라서다. 좋아 보이는 것을 다 하는 식으로는 안 될 것이다. 강신 전국부 기자
  • 촉망받았던 화가 렘브란트가 파산한 이유 [으른들의 미술사]

    촉망받았던 화가 렘브란트가 파산한 이유 [으른들의 미술사]

    <편집자주> 이미경 교수는 현재 플랑드르 미술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네덜란드와 벨기에 미술관을 답사하고 있다. 7~8월에는플랑드르 미술 기행을 연재한다. 암스테르담 시내 중심에는 네덜란드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화가인 렘브란트 반 레인(1606~1669)이 20년이나 살았던 집을 박물관으로 운영하는 곳이 있다. 이 저택은 5층짜리 집으로 식당과 접대용 거실, 생활 공간, 침실 공간, 작업 공간 등 렘브란트가 생활하고 작업하는 공간을 보여준다. 박물관 0층은 부엌 및 식당 공간으로 그 시절 수도 시설과 음식 조리 기구들을 배치해 놓았다. 박물관은 실제 렘브란트가 쓰던 항아리와 화분을 발굴해 전시하고 있다. 또한 생활공간에는 아이 요람이 있어 자상한 아버지로서 렘브란트의 모습을 추측하게 한다. 또한 그의 작업 공간에서는 그가 물감을 만들기도 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던 공간도 살펴볼 수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인기화가 렘브란트렘브란트는 1606년 7월 15일 레이덴에서 태어났다. 1631년 20대의 렘브란트는 미술에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렘브란트는 부유한 귀족들로부터 초상화 주문을 받으며 경제적으로도 성공했다. 렘브란트는 1634년 부유한 상인의 딸 사스키아와 결혼했다. 렘브란트 부부가 임대 주택에서 살다 처음으로 구한 집이 이 집이다. 렘브란트는 1639년 이 집을 13,000길더에 샀다. 여기서 아들 티투스가 태어났고 그의 대작 <야경>도 이 집에서 태어났다. 이 집은 렘브란트 인생에서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한 고마운 집이다. 그러나 1656년 렘브란트는 파산을 선언하고 이 집을 경매로 처분했다. 말하자면 이 집은 렘브란트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는 곳이다. 20년이 채 못되어 이 집은 구입한 금액에도 못 미치는 헐값에 팔렸다. 집이 제값을 못 받은 이유는 급매로 넘겨 버렸기 때문이다. 그만큼 렘브란트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고 돈이 급했다. 골동품 수집에 대한 욕망으로 파산한 렘브란트그렇다면 인기가 많았던 촉망받는 화가가 어쩌다 파산하게 되었을까. 정답은 ‘캐비닛’이라고 부른 방 안에 있다. 캐비닛은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의 의미이다. 대항해 시대 이후 신대륙으로부터 진귀한 물품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페르디난트 2세나 찰스 1세와 같은 왕들은 이런 진귀한 물품들을 대거 모으며 세계의 축소판을 가진 듯 자랑스러워 했다. 이 유행은 점차 귀족에게로, 일반 부유한 시민에게로 확대되었다. 렘브란트도 그 중 하나였다. 이곳에는 조류 및 해양 생물 박제, 곤충, 파충류 본, 산호 및 광물, 조각품, 미술 책자 등으로 가득 했다. 렘브란트는 일반 초상화 하나를 그릴 때 조차 온갖 소품으로 장식했다. 그래서 다른 화가들보다 소품과 의상이 많이 필요했다. 골동품 구입에 대한 욕망은 점점 커져갔고 결국 그는 1656년 파산을 선언했다. 1906년 렘브란트 탄생 300주년을 맞이하여 암스테르담 시가 이 주택을 구입해 박물관으로 개관했다. 렘브란트는 파산한 집에서 다시 부활해 손님들을 맞고 있다.
  • “여성이 욕망의 배설구인가”…허웅 전 여친 변호사의 분노

    “여성이 욕망의 배설구인가”…허웅 전 여친 변호사의 분노

    프로농구 선수 허웅(31·KCC)에게 공갈미수, 협박, 스토킹 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당한 전 여자친구 A씨가 변호사를 선임하고 법적대응에 나섰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최근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를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했다. 노종언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성은 욕망의 배설구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잔인한 일을 저지르고 먼저 옛 연인을 고소하는 남성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노종언 변호사는 “A씨는 케타민을 코로 흡입한 적이 없다. 사생활 안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서 본인의 치부를 면피하기 위해 2차 가해하고 있다”라며 “시시비비를 명명백백히 밝힐 것이고 피해 여성에 대한 2차 가해를 지속적으로 가하는 허웅 측과 일부 언론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웅이 전 여자친구를 상대로 고소를 진행하면서 두 번의 임신과 낙태 사실이 알려지는 등 서로의 사생활을 들춰내는 주장이 공방으로 오가는 상황이다. 허웅 측은 “A씨가 3년 동안 허웅의 사생활을 언론과 SNS, 소속 구단 등을 통해 폭로하겠다고 협박하며 3억원을 요구했다”라는 입장이다. 허웅은 A씨와 2018년 12월부터 만나기 시작해 2021년 12월 결별했으며, 교제 기간 A씨가 두 차례 임신했으며 아이를 책임지겠다고 말했지만 A씨가 임신중절 수술을 강행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A씨는 임신 중절 수술 모두 허웅의 강요로 이뤄졌으며, 두 번의 수술 동안 결혼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허웅 측은 전 여자친구와 법정 소송 관련 “지난 며칠간 저의 일로 국민 여러분과 팬 여러분께 심려 끼쳐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라며 “더 이상의 입장은 내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허웅은 소속사를 통해 “현재 상대방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이에 관해서는 수사 기관에 적극적인 협조로 대응 중”이라며 “상대방의 사실무근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기보다는 수사 결과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한다. 더 이상의 입장을 내지 않고 수사 결과가 나오면 그때 국민 여러분께 제 입장을 정리해서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허웅은 허재(59) 전 남자농구 국가대표 감독의 장남으로 2023~2024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에서 소속팀 부산 KCC를 정상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혔고, 3년 연속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차지하며 리그 최고 인기 선수가 됐다.
  • “사이비 역사학 다시 확산 위험… 역사학계, 대중과 소통 늘려야”

    “사이비 역사학 다시 확산 위험… 역사학계, 대중과 소통 늘려야”

    1970년대 ‘국사 교과서 파동’ 이후 2010년대까지 한국 고대사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사이비 역사학이 최근 다시 기지개를 켜는 분위기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반대하는 운동을 주도하거나 ‘전라도 천년사’ 같은 지방자치단체의 역사 편찬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대학에 과정을 개설하고 학술지를 만들어 KCI 등재까지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역사 계간지 ‘역사비평’ 147호(여름호)는 ‘사이비 역사학 비판과 비판 너머의 역사 쓰기’라는 주제로 ‘사이비 역사학’ 또는 ‘유사 역사학’의 문제점을 짚고, 기존 역사학계가 간과한 것은 없는지 진단했다. 기경량 가톨릭대 국사학과 교수는 ‘한국 사이비 역사학의 계보와 학문 권력에의 욕망’이라는 글을 통해 유사 역사학이든 사이비 역사학이든 무엇으로 부르든 “역사학을 비슷하게 흉내 내지만 실제로는 역사학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기 교수는 “한국의 사이비 역사학자들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기존 학계로부터 학문적 권위를 탈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비 역사가들은 자기 생각과 어긋나는 증거를 무시하고 자신의 주장을 강화해 주는 것만 선별적으로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에게 제도권 역사학계의 견해를 조금이라도 인정하는 것은 불의에 대한 굴욕 내지는 윤리적 타락을 의미한다. 특히 이들이 주장하고 끊임없이 조장하는 ‘대륙설’은 반도의 역사에 대한 깊은 혐오감과 멸시가 자리잡고 있으며, 광복 이후 오랜 기간 민족주의에 우호적이었던 한국사 교육과 담론이 낳은 결과라고 기 교수는 강조했다. 기 교수는 “사이비 역사학은 최근 제도권 학문의 외피를 확보하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하고,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과 교감하고 있으며, 여론 장악력도 뛰어나다”며 “자금력도 제도권 역사학계보다 압도적으로 풍부한 만큼 그들의 영향력과 위험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문영 작가는 ‘한국 대중 작품에 깃든 유사역사’라는 글에서 ‘규원사화’, ‘천부경’, ‘단기고사’를 거쳐 ‘환단고기’까지 사이비 역사학을 이끈 위서들이 대중들에게 실질적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부터 등장한 각종 민족주의적 소설을 통해서라고 설명했다. 또 1980년대 후반 유사 역사학의 약진과 1990년대 ‘국뽕’ 작품의 등장은 결을 같이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유사 역사학은 자민족을 우선시하는 과대망상적 국수주의로 무장돼 있다”며 “유사 역사학에 대한 경계를 소홀히 하고 예전처럼 방치한다면 문화 창작계가 다시 사이비 주장으로 물들 가능성이 큰 만큼 역사학계는 시민 대중과 소통을 어떻게 늘릴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자들은 우리 사회가 사이비 역사학이라는 반지성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계 내부에 갇혀 있지 말고, 정치권·사회단체·대중과의 더 많은 소통을 통해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신뢰와 권위를 회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 답안 고치게 금고 열어달라는 막장 학생…선생님의 대답은

    답안 고치게 금고 열어달라는 막장 학생…선생님의 대답은

    “난 점수를 팔지 않아요.” 선생님의 생일을 축하해준답시고 찾아온 학생들인데 어째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선생님이 사라지면 뒷담화가 시작되고 음모를 계속 논의하는 모양새가 심상치 않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시험 답안지가 보관된 금고 열쇠를 얻어 답안지를 고쳐 점수를 높이는 것. 아무리 진학 문제가 급하다지만 이만한 월권과 막장이 있나 싶다. 4년 만에 돌아온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러시아 출신 극작가 류드밀라 라쥬몹스까야의 작품으로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 4명이 엘레나 선생님의 집을 찾아가 시험 답안을 고치기 위해 시험지가 있는 금고 열쇠를 달라고 요구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가는 이를 통해 관객들에게 ‘불완전하고 불공평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비도덕적인 일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라쥬몹스까야가 1980년 구소련 당시 문화부로부터 청소년에 대한 희곡을 써달라는 의뢰를 받고 우연히 쓰게 된 작품이다. 발표 후 소련 당국의 검열로 대사의 삭제와 장면의 수정을 거듭하며 무대에 오르다가 결국 상연 금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화제 몰이를 하면서 세계 곳곳에서 공연되는 명작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에서도 앞서 2005년 초연 후 2007년, 2009년, 2017년, 2020년 관객과 만났다.무대 배경은 선생님의 집이 전부고 등장인물은 5명에 이야기의 대립 구조도 단순하다. 그러나 인물 간의 대화가 결코 가볍지 않아 작품이 지닌 무게감이 상당하다. 다양한 상징을 내포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작품이다. 본인들이 시험을 망쳐놓고는 진학을 이유로 답을 고치게 해달라고 떼를 쓰는 학생들은 좀처럼 포기할 줄 모른다. 선생님 역시 단호하긴 마찬가지. 진척이 없을 법한 대결 구도는 답안을 안 고쳐도 되지만 “순수한 스포츠적 흥미”로 친구들과 함께하는 발로쟈가 균열을 내면서 복잡하게 전개된다. 개인의 충만한 욕망으로 사회의 선한 의지를 꺾는 인물을 상징하는 발로쟈는 도덕성을 강조하는 엘레나를 끊임없이 시험한다. 당신을 시험했고 당신이 승리했다고, 고귀하고 숭고한 존재를 보여주려 했다며 한발 물러섰던 발로쟈가 이내 유일한 여학생인 랼랴를 겁탈하려는 계획을 세우면서 이야기는 절정에 달한다. 누군가를 공격할 때 그 사람과 가까운 이를 저격함으로써 고통에 빠뜨리는 법을 아는 사악함이 섬뜩하기까지 하다.‘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도덕과 관련한 선택의 문제를 다층적으로 세밀하게 보여준다. 한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지녀야 할 삶의 태도까지 확장된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잘못된 리더와 그에 꼭두각시처럼 순응하고 악에 동조하고 침묵하는 시민이 결합될 때 인간성이 얼마나 파괴되고 사회가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지를 일깨운다. 온갖 실험과 비틀기, 지나가는 유행을 담아내려는 요즘 연극에 비하면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은 그리 요란하지 않다. 그러나 배우들의 긴장감 넘치는 연기와 작품이 품은 다채로운 감각들은 연극 그 자체의 본질과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다. 명작 연극을 찾는 관객이라면 반할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상명아트홀 1관. 30일이 마지막 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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