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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은경 “악녀? 욕망에 솔직할 뿐이죠”

    신은경 “악녀? 욕망에 솔직할 뿐이죠”

    “백인기씨! 백인기씨 맞죠?”(신은경·작은사진 왼쪽) “누구시죠?”(서우·오른쪽) “나, 민재 엄만데….”(신) “미치겠네, 정말.”(서) 지난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의 한 주상복합 아파트 앞 MBC 주말 드라마 ‘욕망의 불꽃’ 촬영장. 별다른 세트도 없고 눈부신 조명도 없지만, 신은경과 서우, 두 여배우의 팽팽한 연기 대결로 현장엔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맴돈다. ●변화무쌍한 악녀 연기로 호평 이날은 모녀 관계인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운명적인 장면. 눈에서 광선이 나올 것처럼 서로를 한참 쏘아 보던 두 사람은 감독의 ‘컷!’소리가 나자마자 입가에 미소부터 번진다. 신은경이 서우가 입은 옷이 너무 예쁘다며 코디에게 농담 섞인 투정을 부리자, 벌써부터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며 따르는 서우가 옆에서 함박 웃음을 터뜨린다. 요즘 이 드라마에 출연 중인 신은경의 악녀 연기가 장안의 화제다. 작품에서 욕망과 야망으로 똘똘 뭉친 윤나영 역을 맡고 있는 그녀는 시시각각 얼굴을 바꾸는 악녀 연기로 호평을 받고 있다. 시청률도 연일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해 동시간대 1위인 SBS ‘인생은 아름다워’를 바짝 뒤쫓고 있다. “저야 작가 선생님이 써주신 대로 대사 한줄 흘리지 않고 열심히 연기할 뿐이죠. 솔직히 첫 회엔 한 자릿수 시청률을 예상했는데 두 자릿수가 나와서 기뻤고, 이젠 솔직히 30%까지 갔으면 하는 욕심도 생기네요.” 재벌가를 배경으로 욕망과 탐욕으로 점철된 인간사를 흥미롭게 파헤친 드라마에서 주인공 윤나영의 캐릭터는 단연 돋보인다. 가난한 집 둘째 딸로 태어났지만 언니의 결혼 상대였던 재벌 그룹 셋째 아들(조민기)을 가로채는 등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 나영이 꼭 악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자기애가 강하고, 잘살고 싶은 욕망이 남보다 강할 뿐이죠. 물론 방법은 올바르지 않지만요. 20대 초반은 형제자매에게도 질투를 느낄 정도로 치기도 있고 아직 미숙한 나이잖아요.” 1988년에 데뷔해 ‘X세대의 선두주자’로 드라마 ‘종합병원’, ‘엄마가 뿔났다’, 영화 ‘조폭마누라’ 등에 출연한 신은경. ‘욕망의 불꽃’에서 그녀의 20년 연기 내공은 빛이 난다. 남편을 재벌가 회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냉정한 모습을 보이다가 시아버지인 대서양 그룹 김태진(이순재) 회장을 대할 때엔 말투며 눈빛까지 180도 변한다. ●“작가의 믿음 배신할 수 없었습니다” “기존에는 중성적인 이미지나 비련의 여주인공 등 한 가지 이미지로 단선적인 역할이 많았다면 이번에는 시대 변화의 폭도 넓고 복합적인 인물이죠. 극이 끝날 때까지 핑퐁 게임을 하듯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거예요. 50부작인데 그래야 안 질리시죠.” 때문에 요즘 그녀의 팔색조 악녀 연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겠다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좀처럼 지칠 줄 모르는 나영의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신은경은 “나이가 들면 현실과 타협하고 은근슬쩍 대충 살기 쉬운데, 나영은 어떤 상황에 처하든 실망하거나 포기하는 법이 없다.”며 나영과 혼연일체가 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녀가 이번 역할을 쉽게 맡았던 것은 아니다. 극본을 쓴 정하연 작가는 처음부터 윤나영 역에 신은경을 추천했지만, 관계자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첫 촬영을 얼마 남겨두지 않고 갑자기 결정된 캐스팅. 20년 경력의 여배우로서 기분이 나쁠 만도 하지만 작가의 믿음을 배신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는다. “전 이번에 사람이 일을 하는데 동기 부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어요. 작가님이 끝까지 저를 믿어주셨다는 생각에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더군요. 첫 촬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대 나영을 연기하기 위해 하루에 여섯끼씩 먹으며 살을 찌웠어요. 얼굴이라도 어려 보이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죠.” ●“서우에겐 누구도 못 따라올 매력 있어” “정 작가님의 대사는 숨소리마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치밀합니다. 50부작인데 전개가 너무 빠르다는 얘기도 있지만 아직 주요 사건은 시작도 되지 않았어요.” 작가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신은경. 극 중에서 그는 결혼 전에 딸을 낳는다. 태어나자마자 죽은 줄 알았던 아이가 훗날 아들의 애인으로 등장하는 영화배우 인기(서우)다. “배우로서 노력을 해서 되는 게 있고, 안 되는 게 있는데 서우는 누구도 못 따라오는 매력이 있는 연기자예요. 배우로서 그 점이 참 부럽죠.” “모든 드라마의 결말은 권선징악이겠지만 독하게 마음 먹고 열심히 살아온 나영이 벌을 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는 신은경.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결혼과 이혼, 각종 소송 등 인생의 적잖은 파도를 헤쳐 온 그녀에게 이번 드라마는 큰 의미로 다가온 듯하다. “작품을 하면서 제가 너무 고마웠던 것이 나영을 통해서 근성을 배웠다는 점이에요. 그동안은 오해를 받거나 모함을 받아도 내 주위의 사람만 편안하면 된다는 생각이 앞섰는데 이제는 포기하지 말고 맞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진정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요즘 안방극장 대세는 ‘강한 여자’

    요즘 안방극장 대세는 ‘강한 여자’

    그 많던 드라마 속 ‘캔디’들은 어디로 갔을까. 요즘 여배우들의 카리스마 연기 전쟁으로 안방극장이 서늘하다. 여배우 원톱 주연의 영화가 현격하게 줄어든 충무로와는 달리 안방극장에서는 여주인공을 내세운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여배우들의 연기 대결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안방극장의 눈에 띄는 특징은 30~40대 여배우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대통령 역을 맡은 SBS 수목 드라마 ‘대물’의 고현정(39)을 비롯해 억척 워킹맘으로 코믹 연기 내공을 선보이는 MBC 월화드라마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39), 악녀 카리스마를 제대로 보여주는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37)이 대표적이다. 오는 27일 첫 방송 하는 MBC 수목드라마 ‘즐거운 나의 집’은 아예 40대 여배우 황신혜(47)와 김혜수(40)를 투톱으로 내세워 불꽃 튀는 연기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나이가 들었다고 주변부로 밀려나던 과거와 달리 연기의 폭이 넓고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맡아 만만찮은 연기 내공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악역 미실을 맡았던 고현정의 연기 카리스마가 큰 화제를 모으면서 여배우들 사이에서도 적잖은 반향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무기는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미모와 오랜 관록을 통해 다져진 연기력. 신작 드라마에서 강하고 독한 ‘나쁜 여자’ 캐릭터를 맡아 “욕 먹을 만반의 준비가 돼있다.”고 밝힌 황신혜는 30~40대 여배우의 약진에 대해 “시청자 입장에서도 너무 나이 어린 친구들보다는 경험이 많은 배우들이 연기하면 좀 더 깊은 맛을 볼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혜수 역시 ‘대물’에서 열연 중인 동료 배우 고현정에 대해 “너무 힘 있고 멋진 배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후배 여배우들 역시 강한 카리스마를 앞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KBS 드라마 ‘도망자’에 출연 중인 이나영(31)은 남성 못지않은 강도 높은 액션 신을 소화하고 있고, 다음 달 방송되는 SBS 주말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32)은 아예 스턴트우먼 역을 맡아 박진감 넘치는 액션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12월에 방송되는 SBS 월화드라마 ‘아테나:전쟁의 여신’에 국가위기방지기관(NTS) 소속 특수요원 역으로 출하는 수애(30)와 이지아(29)는 여전사 이미지로 연기 격돌을 벌인다. 특히 그간 청순함의 대명사였던 수애는 또 다른 비밀조직 요원을 오가는 이중 스파이 윤혜인 역을 맡아 액션 스쿨에서 두달여간 강도 높은 훈련을 받는 등 연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멜로에 머물던 여배우들의 연기 장르가 최근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면서 “보다 강한 캐릭터를 통해 연기자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시키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39) 권터 그라스 ‘양철북’

    [고전 톡톡 다시 읽기] (39) 권터 그라스 ‘양철북’

    엄마 뱃속에서 양수에 제 얼굴을 비춰 보며 지냈다고 말하는 황당한 꼬마가 여기 있다. 태어나면 눈도 못 뜨고 울기 바쁜 범인(凡人)들과 달리 녀석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의 남편’(결코 아버지는 아니다)이 자신을 장사꾼으로 키우겠다는 소리, 어머니가 양철북을 선물해 주겠다는 소리를 들었다. 이야기는 점입가경이다. 아직 푸르죽죽한 아기는 남자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하고, 어머니의 제안을 호의적으로 검토하기로 결심했단다. 이 아이의 이름은 오스카. 독일 전후(戰後) 문학의 대명사이자 가장 잔혹한 성장소설 ‘양철북’의 주인공이다. 그는 어머니와 ‘추정상 아버지’인 어머니의 사촌이 벌이는 질펀한 애정 행각, 어머니 남편의 콤플렉스와 욕망을 관망한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고, 두 아버지를 ‘고의적으로’ 죽게 한다. 이런 오스카에게서 동심을 발견하긴 힘들 것이다. 그를 통해 발견되는 것은 아이들의 내면과 세계가 아니라 오히려 어른들의 세계다. 우리는 오스카라는 안경을 통해 독일 사회와 소시민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데 렌즈 자체가 이미 왜곡되었던 것일까. 안경에 비친 풍경은 모두 처참할 정도로 그로테스크하다. ●정신병자가 회고하는 20세기 초 풍경 작품은 정신병원 환자인 서른 살 오스카의 회고담으로 구성된다. 그는 뭉툭한 손가락으로 단치히를 가리키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때는 1920년대부터 50년대, 전 지구적으로 사람들이 불안에 휩싸이고 공포에 휘청이다 고독 속으로 침잠하던 그 시기, 독일인 그리고 독일인들이 경멸하는 ‘폴래커’(폴란드를 경멸하여 부르는 말)들이 뒤섞여 살던 곳에서 오스카는 나고 자랐다. 집안 거실과 안방, 아버지의 식료품점뿐만 아니라 이웃의 집, 학교, 우체국, 시장 등 온갖 곳에서 오스카는 부모와 똑같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어떤 격변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사는 소시민, 자신들의 콤플렉스와 탐욕으로 시대의 광기를 부른 부모 세대다. 오스카는 광기의 징후가 어디에서나 발견될 수 있음을 증언한다. 세 살배기 시절 이미 세계에 대한 권태에 사로잡힌 오스카에게 남은 건 이제 양철북뿐이다. 그는 세 살이 되는 생일에 스스로 계단에서 떨어져 추락하면서 성장을 멈춘다. 어른이 되길, 즉 소시민이 되길, 미친 시대에 똑같이 미친 방식으로 살아가는 인간이 되길 온몸으로 거부했던 셈이다. 그런 뒤 오스카는 부모와 교사가 요구하는 규범에 모르쇠로 일관, 목에 걸고 있는 양철북만 허구한 날 두들겨댄다. 어른들은 그의 북을 빼앗으려 하지만, 오스카는 소름 끼치는 비명으로 멋지게 막아낸다. 오스카는 결코 언어적 규칙하에 의사를 표현하지 않는다. 떠올려보자. 일반적인 가치 판단에서 비껴난 지대에서 북을 두드리고 소리 지르는 94㎝의 자그마한 아이를. 과거와의 결별은 지금의 변신을 요구하는 법, 어머니의 남편을 죽게 만든 스물한 살의 오스카는 그 장례식에서 ‘자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기 시작한다. 전체주의 광기의 죽음이 그 다음 세대의 성장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장’ 거부한 북 두드리는 주인공 그러나 그는 결코 곧게 자라지 못한다. 머리는 점점 더 커지는데 다리와 몸통 길이는 그에 비례해 자라지 않은 데다, 등 뒤에는 혹이 생겨났던 것. 세 살배기 오스카는 이제 곱사등이 오스카가 되어 버렸다. 그는 전쟁 주범인 아버지 세대를 죽게 하긴 했으나 여전히 왜소하고 심지어 불구자다. 드디어 신장이 1m를 넘겼지만, 성장을 거부했던 시절의 흔적은 그의 몸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다. 작은 몸집에 머리만 커다란, 게다가 등 뒤에는 한 짐을 싣고 있는 이 남자의 회고를 우리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최고의 입담꾼일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그는 그저 전쟁의 충격이 빚어낸 몽상가, 제멋대로 날조하는 이빨의 소유자에 불과한 게 아닐까. 그는 유아적이고 불구자인 독일 정신의 현신(現身)은 아닐까. 어머니를 경멸하고 아버지를 증오했던 아들은, 부모가 죽은 후에도 그들과 완전히 결별하지 못하고 또 제 키를 온전히 키우지도 못하고서, 멋대로 과거를 각색해 허풍 떠는 정신병자로 세계 위에 덩그러니 앉아 있을 뿐이다. 하지만 회고자가 난쟁이라는 사실이 이야기를 믿지 못할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건 아니다. 여기서 1m 조금 넘는 그의 키 높이는 그와 세계 간의 미묘한 거리감이다. 그 키 탓에 사람들은 종종 허리 밑에 서 있는 오스카의 존재를 잊은 채 자기들끼리 대화하고, 싸우고, 성교한다. 그리고 오스카는 보고 들은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제 해석대로 적어 내려갔던 것이다. 오스카, 그는 세계 속에 살고, 세계 자체를 자기 신체로 드러내지만, 동시에 그 작은 키로 자신을 감춘 채 다른 각도에서 세계를 향해 눈알을 굴리는 한 마리 개구리다. 이 개구리는 두 개 언어를 구사한다. 그는 한편으로는 비명을 지르고, 북을 두들기지만, 또 한편으로는 정신병원 안에서 글을 쓴다. 글을 쓰는 건 곱사등이 오스카지만, 그의 생애 전반을 결정짓는 것은 그가 ‘어버버’ 소리밖에 못 내던 시절 내지르던 비명과 두드리던 북소리다. ●유아적·불구자 같은 ‘독일 정신’ 꾸짖어 병실 안에서 그가 쓰는 매끈한 텍스트에는 양철북의 깡깡대는 소리로 주조된 날카로운 비명, 유리병 깨지는 소리, 계단을 구르는 소리, 어머니의 만족스러운 신음, 시끄러운 북소리, 수많은 이웃들의 등에 총알이 박히는 소리 등이 겹쳐진다. 미친 인간들의 미친 놀음이 당연시되던 미친 시대의 파편들이 계속해서 오스카의 말 사이사이로 비어져 나온다. 베를린 장벽이 굳건하게 서 있고, 전쟁 중이었던 1937년에 떨어진 명령이 전후인 50년대까지도 유효한 시대에, 오스카는 살아남은 자이자 고아로서 기괴한 전쟁 기록을 남긴다. 거기에서 히틀러, 강제수용소, 연합군 등은 다 미소(微小)한 음향효과에 불과하다. 그는 화약 연기 없이 2차 대전과 전체주의를 그린다. 주요 등장인물은 육욕의 화신, 식욕의 화신, 잔인한 장난을 일삼는 어린 아이, 심약한 이웃사촌. 오스카의 글은 현기증을 불러일으키는 북소리와 펜의 사각대는 소리로 축조된, 한 소년과 가족을 중심으로 한 움직이는 미로, 길고도 잔혹했던 어느 전쟁에 대한 가장 기괴한 기록물 중 하나다. 안명희 수유너머 남산 연구원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주말 하이라이트]

    ●걸어서 세계속으로(KBS1 토요일 오전 9시 40분) 몽골 하면 누구나 드넓은 초원과 사막으로 가득한 대지를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그곳에도 바다가 있다. 바로 몽골의 푸른 진주라 불리는 ‘홉스골호수’. 끝없이 펼쳐진 드넓은 초원 위, 말과 함께 바람을 벗 삼아 유목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연이 내어준 푸른 보석, ‘홉스골’을 만나본다.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오후 10시 25분) 하늘에 닿을 듯이 가파른 108계단에 올라서면 꼬불꼬불한 골목길이 끊어질 듯 이어지는 곳, 좁은 골목길 따라 산비탈에 올라붙은 오래된 집들이 있다. ‘용산 2가동’이라는 버젓한 지명을 두고 ‘해방촌’이라 불리는 동네. 서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남산 기슭에 자리 잡은 해방촌에서의 3일을 함께한다. ●영상앨범 산(KBS1 일요일 오전 7시 20분) 1년 중 산을 가장 많이 찾는 계절 가을. 여행 작가 권기봉과 가수 손병휘가 거친 바위와 단풍이 잘 어울리는 운악산과 국내 5대 억새 군락지로 손꼽히는 명성산을 찾는다. 운악산은 ‘경기의 소금강’이라고 불릴 정도로 그 풍경이 남다르다. 서서히 단풍이 물들어가는 운악산에 비해 명성산은 이미 억새가 절정이다. ●욕망의 불꽃(MBC 토요일 오후 9시 45분) 나영은 강금화와 태진의 비위를 맞추며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루고자 한다. 인기는 업무상의 약속을 펑크낸 채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철민을 찾아간다. 한편 신문로 집안의 막내딸과 민재의 결혼을 추진하던 중 민재와 인기의 스캔들 기사가 터지게 되자 나영은 직접 인기를 만나 사건을 해결하려 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오후 11시 10분) ‘Rh-’인 사람은 ‘Rh-’혈액형을 수혈받아야 안전하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Rh-’혈액형 보유자는 대략 15만명, 전체 인구의 0.3% 정도로 추측된다. 희귀 혈액형인 ‘Rh-’혈액형 보유자들과 가족이 겪고 있는 고통과 그 고통을 덜어주기엔 아직 부족한 현재의 혈액 관리 시스템을 살펴본다. ●SBS 스페셜(SBS 일요일 오후 11시 10분) 국내 최초 ‘공’ 다큐멘터리. 원형의 자궁에서 태어난 인간에게 ‘동그란 모양’인 공의 선호는 본능이자 삶이다. 박지성, 양준혁, 김주성, 차유람을 비롯해 공 하나로 정상의 자리에 오른 그, 그녀들이 이야기하는 공의 의미와 매력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공에 열광하는지 그 비밀을 밝혀본다. ●돌아온 판관 포청천(OBS 토요일 오후 10시 20분) 진주에서 경성으로 돌아오던 중 포청천은 한 마을에 머물면서 백성들의 억울한 사연을 듣기로 한다. 장의는 이 소식을 어머니께 전하고 그 어머니는 포 대인을 집으로 모셔오라고 한다. 눈먼 부인을 찾아간 포 대인은 아주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한편 함공도로 간 전조는 오서 형제들과 한 명씩 무공을 겨룬다.
  • [아웃도어 특집] 트레킹할 땐 어떤게 좋을까

    [아웃도어 특집] 트레킹할 땐 어떤게 좋을까

    단풍으로 붉게 타오르고 있는 전국의 명산들, 아름답게 닦인 산책로가 오르고 걷고 싶은 욕망을 부추긴다. 먼 길을 떠나기 전 가장 기본으로 챙겨야 할 품목 가운데 하나가 등산화다. 안전한 보행과 산행은 물론 발 건강을 위해 전문 등산화, 트레킹화 구비는 필수다. 수제 골프화로 유명한 잔디로는 신발 장인들의 기술을 빌려 천연가죽 등산화를 제작했다. 가볍고 편안한 착용감에 충격 흡수력이 탁월해 겨울 산행에 안성맞춤이다. 방수, 투습 기능이 빗길에서도 쾌적한 보행을 선사한다. 산이 많은 한국 지형을 감안해 접지력이 좋은 밑창과 우레탄 중창을 사용했다. 천연가죽으로 된 안창은 발 냄새를 줄여주는 항균, 향취 기능을 한다. LG패션 라푸마의 펠릭스 등산화는 사계절 두루 신을 수 있어 알뜰 소비자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국내 지형을 고려하여 자체적으로 개발한 밑창을 사용했다. 가벼운 산행과 걷기에 적합한 ‘소닉’은 일상복과 잘 어울리는 멋스러운 디자인을 자랑한다. 코오롱스포츠의 전문 등산화 ‘올레’와 ‘둘레’는 ‘오솔길을 걷는다’는 뜻을 가졌다. 그만큼 이름값을 한다. 자연 그대로의 길에 맞춘 바닥창과 오랫동안 걸어도 편안하게 받쳐주는 쿠션이 발을 무리 없이 지켜준다. 아무리 가까운 길을 걷더라도 챙길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때문에 등에 메고 갈 배낭부터 무거우면 안 된다. 솔트렉의 ‘A,V.B 2003 시리즈 배낭’은 가볍고 방수성이 뛰어나 주말 산행이나 가벼운 여행길에 두루 알맞다. 통기성이 뛰어난 소재로 등판 부분을 제작해 땀 배출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웨스트우드가 출시한 등산복은 저지 소재로 제작됐다. 등산복이지만 트레이닝복 스타일이라 몸도 맘도 가볍게 산에 오르고 싶을 때 딱이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인형뽑기에 갇힌 현실…달콤 쌉싸래한 캔버스

    인형뽑기에 갇힌 현실…달콤 쌉싸래한 캔버스

    곰돌이 푸, 개구리 캐로로, 토끼인형 마시마로 등 앙증맞은 캐릭터 인형들이 캔버스 가득 그려져 있다. 알록달록 선명한 색감과 봉제인형의 촉감이 느껴질 정도로 극사실적인 묘사가 시선을 잡아끈다. 얼핏 인형가게의 진열장 풍경 같지만 공중에 매달린 집게가 반전을 예고한다. 힌트는 작품의 제목에도 숨어 있다.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잡을 테면 잡아보라는 재치있는 문구가 웃음을 자아낸다. 서울 청담동 박영덕화랑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은(36) 작가의 작품들이다. 그가 일명 ‘인형뽑기’로 불리는 게임기를 그리기 시작한 건 3년 전부터다. 금속공예를 전공해 기계장치에 관심이 많던 차에 어릴 적 오락실에서 자주 하던 인형뽑기가 떠올라 작품 소재로 택했다. 그가 그린 게임기들은 길에서 흔히 보는 허름한 자판기와 달리 팬시 상품처럼 고급스러운데, 자판기 천국이라는 일본에서 직접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그린 것들이라고 한다. ‘인형뽑기’는 소비와 욕망으로 얼룩진 경쟁사회의 서글픈 단면을 빗대기도 하지만 갇힌 세상에서 외부로의 구원을 상징하기도 한다. 제목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나 잡아봐라’ 식의 조롱과 더불어 ‘나를 이곳에서 꺼내달라’는 간절함의 표현이라는게 작가의 설명이다. 추파춥스 사탕 자판기를 그린 ‘이츠 미, 이츠 미’(It’s me, It’s me) 연작에서도 가볍지 않은 주제의식을 재기발랄하게 표현하는 작가적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30일까지. (02)544-8481.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탈근대적 영화를 사색하다

    1980년대 초반에 고교시절을 보낸 남성이라면 ‘캡틴Q’나 ‘베리나인골드’ 등의 저가 양주를 기억할 게다. 점박이 무늬 교련복을 입고 ‘행군’ 가던 날이면, 누군가의 수통에서 어김없이 맑은 물 대신 노란색 저가 양주가 흘러나왔고, 저마다 한 잔씩 돌려 마시며 일탈마저 함께한다는 ‘뜨거운 동지애’를 확인하곤 했다. ‘자유로운 몸으로 영화를 철학하다’(장시기 지음, 당대 펴냄)는 누구라도 경험했을 이 일탈의 순간을 박찬옥 감독의 영화 ‘질투는 나의 힘’(2003)을 통해 독특한 방법으로 해석한다. “이튿날 머리가 빠개지도록 아플 거란 걸 알면서도 저급한 양주를 욕망하게 하는 힘, 바로 그 힘이 ‘시바스 리갈’과 ‘발렌타인 18년산’을 마시는 사람들에 대한 질투의 힘이었고, 그 힘이 환원돼 근대사회를 유지하는 힘으로 역작용했다.” 책은 이런 방식으로 우리의 근대성을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것’으로 본다. 전반적으로 책은 ‘모름지기 탈근대적인 영화란 이래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그 첫 단추는 영화를 해석하거나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자세다. 애써 해석하고 이해하려 들면 들수록 음악과 미술 등 영화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 중 하나인 언어의 감옥에 갇히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화의 대사와 이야기, 서사가 영화이미지들을 지배하는 순간, 영화를 해석하거나 이해하려는 근대 국가철학자들이 나의 눈과 나의 두뇌를 지배하고, 마침내 나의 몸조차 그들의 노예가 된다.”며 “마치 사랑하는 연인처럼 몸을 스크린과 접속해야 비로소 나의 몸이 영화를 사유하게 된다.”고 조언한다. 한국에서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일본 등에 견줘 한참 늦은 1998년 무렵에야 비로소 탈근대 영화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탈근대 영화의 도입이 늦어진 이유에 대해 저자는 “서구의 근대성과 한반도의 식민지성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우리 영화가 미국 할리우드 근대 장르영화들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하지만 출발은 늦었어도 결승점은 먼저 통과할 수 있는 법. 저자는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등의 영화감독들을 통해 탈근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고 낙관한다. 책은 모두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는 할리우드 영화 ‘아바타’에 대한 이야기로 ‘도배질’됐다. 저자가 ‘영화의 혁명’이라 부를 만큼, 아바타가 영화로 할 수 있는 모든 사유와 느낌을 제공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프랑스의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가 ‘영화 1’ ‘영화 2’에서 말한 것을 저자 나름대로 풀어썼다. 3부는 근대 장르영화들과 탈근대의 노마드 영화들을 주제별로 선별해 쓴 논문들이고, 4부에서는 이안(미국),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멕시코), 박찬욱과 홍상수 등 감독들을 통해 탈근대의 영화 감독을 이야기한다. 5부에서는 남북 분단의 한반도를 영화이미지로 보여 주고 있는 장훈 감독의 ‘의형제’와 이창동 감독의 ‘시’를 통해 대한민국이 갖고 있는 파괴성과 폭력성을 탈근대적 시선으로 들여다본다. 2만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주말 하이라이트

    ●병영체험 진짜 사나이(KBS1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재치 있는 입담과 푸근한 매력을 지닌 개그계의 대부, 영원한 뽀식이 이용식. 젊은 시절 육군훈련소에서 정훈병으로 복무했던 그가 35년 만에 외동딸과 함께 다시 자대를 찾았다. 이용식의 넘치는 사랑으로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수민이, 강한 신병 육성의 요람 육군훈련소에서 진정한 성인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오후 11시 10분) 한국 걸그룹이 일본을 뒤흔들고 있다. 소녀시대, 카라, 포미닛 등 한국 걸그룹은 일본에서의 앨범 발매와 함께 연이어 오리콘 차트 상위에 랭크되고, 일본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한국 걸그룹 따라 하기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에 부는 한국 걸그룹 열풍을 현지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전한다. ●한국 한국인(KBS1 일요일 오전 6시 10분) 미국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시스템 보안회사 ATG. 설립부터 현재 기술인력 직원 800명, 연간 매출액 8000만 달러의 기업이 되기까지 성장시킨 사람이 있다.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 성공한 한국인으로 꼽히는 재미사업가 이덕선 회장을 만나본다. ●결혼해주세요(KBS2 토요일 오후 7시 55분) 태호와 정임의 이혼을 알게 된 순옥은 정임을 찾아가 섭섭한 마음을 드러내고, 종대 역시 태호에게 이혼은 안 된다고 다그친다. 한편 태호는 방송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남긴 후 여행을 떠나고, 정임은 우연히 데모테이프를 녹음하게 된다. 서영은 태호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욕망의 불꽃(MBC 토요일 오후 9시 45분) 인숙이 민재와 만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영은 인숙을 찾아가고, 술 취한 인숙을 미행하다 어느 순간 차로 치고 만다. 영민은 나영의 성화에 못 이겨 미국 생활을 청산하고 한국으로 들어온다. 한편 준구의 골분을 뿌리고 집으로 돌아온 정숙에게 혜진은 준구가 자신의 아버지고 살인자냐며 소리를 지른다. ●놀라운 대회 스타킹(SBS 토요일 오후 6시 30분)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다이어트킹2의 도전자들이 출범식 이후 50일 만에 중간점검 시간을 가진다. 다이어트킹 1기 중간점검의 최고 감량 수치를 뒤집는 놀라운 중간점검의 첫 번째 결과를 공개한다. 당구 얼짱 차유람 선수가 출연해 묘기당구 실력을 선보인다. ●OBS초대석(OBS 일요일 오전 6시 55분) 농림수산식품부 유정복 장관을 초대해 최근 배춧값 파동에 따른 공급 시기, 가격 안정 등에 대한 농림수산식품부의 계획을 들어본다. 또 쌀값 안정 대책과 최근 한-EU FTA 체결에 따른 농가 피해 대비책에 대해서도 들어보며, 한-미FTA에 있어서 미국의 쇠고기 협상 재논의에 대한 농림부의 입장을 알아본다.
  • 조선인 전범들은 사형직전 왜 고추를 먹었을까

    조선인 전범들은 사형직전 왜 고추를 먹었을까

    “일단 B급, C급 전범이 있다는 것 자체를 널리 알리자는 게 저의 ‘선택’이었습니다. 지나치게 설명적이라는 비판은 그 선택에 따른 ‘운명’이겠지요. 하하하.” 지난 11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난 재일교포 2.5세 극작가 정의신(53). 1970년대 재일교포 얘기를 다룬 ‘야키니쿠 드래곤’으로 한·일 두 나라의 연극상을 휩쓸었던 그다. 이번에는 서울연극올림픽 참가작 ‘적도 아래의 맥베스’(14일까지)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그는 ‘선택’과 ‘운명’이라는 작품의 두 가지 키워드에 빗대 껄끄러운 질문들을 웃어 넘겼다. ‘적도’는 조선인 B·C급 전범들의 이야기다. B·C급이란 A급처럼 중대 전범은 아니지만 포로 학대 등 전쟁 가담 행위나 비인도적 행위를 한 전범들을 말한다. 연극 속 주인공 김춘길은 두 차례나 사형 선고를 받았다가 감형됐던 재일교포 이학래(84)옹의 실화를 토대로 했다. 이옹은 일제시대 포로 감시원으로 동남아에 파견돼 연합군 병사들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사형수가 된다. 조선인 B·C급 전범들이 모여 만든 동진회(同進會) 회원들은 지난 10일 연극을 단체관람한 뒤 처절한 눈물을 쏟아내기도 했다. →왜 맥베스인가. -맥베스는 어느 정도 가해자이고, 어느 정도 피해자다. 딱 잘라 말하기 어렵다. B·C급 전범들이 그런 사람들이다. 대본 단계 때부터 많은 얘기가 있었다. 한국에서는 맥베스가 권력의 화신이지만, 일본에서는 운명에 의해 내동댕이쳐진 사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런 이미지 차이가 그런 질문을 낳는 것 같다. →그렇더라도 왕위에 대한 욕심과 생계를 위한 소시민적 욕망을 동일선상에 놓고 볼 수 있나. -좋은 지적이다. 맥베스는 유혹을 떨쳐버릴 수도 있었지만 결국 주변의 부추김에 넘어가 손에 피를 묻히는 선택을 했다. 조선인 전범도 마찬가지다. 월 50원의 봉급에, 2년만 참으면 일본인 대우를 해주겠다는 약속에 넘어갔다. 그 선택으로 인해 전범이 됐다. 그게 일치하는 부분이라 여겼다. 물론 선택에 비해 (B·C급 전범들은) 너무 과한 책임을 지게 됐지만…. →연극으로 한 번 다루고 말기에는 무겁고 방대한 주제다. -이번 작품은 전범들의 얘기 가운데 극히 일부분이다. 출소 뒤의 삶, 가족들이 겪었던 시련 등등 못다 한 얘기가 많다. 가령 이학래옹은 광복 뒤 한국을 다녀갔다. 어머니가 위독해서다. 귀국길에 여동생에게서 이미 아버지가 죽었다는 얘기를 듣는다. 왜 이제 알려주느냐고 하니 아버지가 알리지 말라 했다 한다. ‘한국에 오면 친일파라 욕먹는다’고. 그래서 어머니를 보러 갈 때도 야밤에 몰래 가야 했다. 어머니마저도, 네가 한국에 들어온다면 먼 곳에 가서 살아야 한다고 했단다. 이웃들의 눈이 무서워서. 그래서 두 번 다시 한국엘 오지 못했다. →다음 작품도 이런 인생을 다루나. 너무 힘들 듯싶은데. -차기 작은 탄광 이야기다. 강제 징용이나 재일교포 얘기도 들어간다. 솔직히 나도 힘들다. 취재할 때마다 고통스러운 얘기를 들어야 하니…. 그래도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의무감을 많이 떠올린다. →바로 그 의무감 때문에 극이 평면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조선인 B·C급 전범 이야기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일단 알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 이런 일이 있었구나, 전범 문제가 있었구나, 이것만 알아줘도 성공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방향으로 가다 보니 ‘다큐적’이 된 것 같다. →작품 속에서 사형을 앞두고 전범들이 다 같이 고추를 먹는다. 생에 대한 통렬한 자각을 뜻하나. -그 장면은 실화다. 사형수들의 수기에 ‘모두 다 같이 고추를 먹었다’고 나와 있다. 고추라는 게 얼마나 먹기 힘든가. 그런 고추를 먹는다는 것, 그 먹는 행위를 통해 각자의 기억을 떠올린다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다. →요즘 일본 작품이 한국 무대에 많이 오른다. -개인적으로는 1989년 ‘천년의 고독’이란 작품으로 한국을 처음 찾았다. 배우가 기모노를 입고 무대에 오르자 객석에서 돌이 날아오고 심지어 협박전화까지 걸려 왔다. 그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좋아졌다. 양국 간 작품 교류가 많아지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역사나 문화 등 한·일 간의 인식 차이가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걸 모른 채 그냥 작품만 많이 올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글 사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검우강호’

    [이용철의 영화 만화경] ‘검우강호’

    때는 명나라 시대. 반쪽으로 나뉜 라마승의 미라를 차지하고자 무림의 고수 사이에 피바람이 분다. 온전한 미라를 구한 자는 천하의 강호가 되리라는 소문 때문이다. 미라의 반쪽을 은밀히 보관하던 조정 관리가 흑석파 일당에게 암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일당 중 한 명인 세우가 미라와 함께 사라진다. 추적을 피해 도망 다니다 한 남자와의 운명적인 만남으로 깨달음을 얻은 세우는 평범한 여자로 살기를 결심한다. 힘들여 얼굴과 이름을 바꾸고 평범한 남자를 만나 단란한 가정을 꾸리지만, 살인을 일삼던 사람이 과거의 흔적을 깨끗이 지우는 게 뜻대로 될 리 없다. 20세기의 영화를 빌려 서부와 무림은 신화의 지위에 등극했다. 영웅이 활보하는 상상의 세계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그 시간과 공간에 실재했던 세계를 무력하게 만들었다. 서부영화와 무협영화의 팬에게 개척기의 미국 서부나 수백년 전 중국의 산야는 총잡이와 검객이 지배하는 판타지의 공간이다. 하지만 장르가 성숙해지면서 영웅과 신화의 세계도 변형되기 시작했다. 도덕적으로 완전무결한 인물, 그리고 그러한 인물을 무조건 영웅시하는 영화는 점차 비판받았고, 그 자리에 수정주의의 이름을 걸친 작품들이 들어섰다. ‘검우강호’를 굳이 표현하자면 ‘수정주의 무협영화’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수정주의 장르 영화에서 영웅은 현실로 귀환하는데, 상상의 세계에서 마음껏 활개 치던 그들이 정작 현실의 세계에선 거북한 상황에 직면한다. 현실은 그들의 비범한 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으니, 그들에겐 현실에 적응해 보통사람으로 사는 게 나날의 고통이다. 그러므로 ‘검우강호’의 바탕에는 직업인에 불과한 검객들의 피곤함이 깔려 있다. 그 피곤함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가 ‘위장과 변신’이다. ‘첩혈속집’과 ‘페이스 오프’ 같은 전작에서 안팎이 다른 인물의 갈등을 여러 번 다룬 바 있는 우위썬은 ‘정체성의 위기’라는 주제를 심화시킨다. 극 중 모든 위장은 실패로 끝난다. 내면이 변하지 않은 채 겉모습만 바꾸는 것만으로 진실을 구할 수 없다고 영화는 말한다. 겉보기에 ‘검우강호’는 뛰어난 검객들이 보물을 둘러싸고 암투를 벌이는 영화다. 그러나 다양한 부류의 검객들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건 정상적인 인간으로서의 평온한 삶이다. ‘무림 최고수’라는 무협영화의 전통적 주제를 배신하는 대신 ‘검우강호’는 각 인물의 채우지 못한 욕망을 지지하는 쪽으로 돌아선다. 물론 이런 유의 영화에서 모든 인물들이 욕망을 성취하진 못한다. 영화는 부처의 애제자인 아난의 설화를 끌어와 두 주인공의 ‘연’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여러모로 비교해 볼 만한 ‘와호장룡’이 엇갈린 연의 이야기였다면 ‘검우강호’는 연의 수용에 관한 영화인 셈이다. 우위썬이 신예 수차오핑과 공동으로 연출한 ‘검우강호’는 올해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영돼 호평을 들었다. 역할 분담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두 사람은 근래 나온 무협영화 중 단연 뛰어난 작품을 완성했다. 눈을 사로잡는 무협 부분과 심금을 울리는 멜로 드라마 부분을 적절히 안배해 안정감을 구한 결과다. 중화사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요즘의 대작 중국영화와의 비교를 불허하며, 바야흐로 대배우로 성장한 양쯔충(사진 오른쪽)과 한국배우 정우성(왼쪽)의 호흡도 좋다. 영화평론가
  • LG패션 닥스골프, ‘에비에이션’으로 시즌 전개

    LG패션 닥스골프, ‘에비에이션’으로 시즌 전개

    ‘에비에이션(Aviation)’ 을 테마로 2010년 F/W 시즌을 전개한다.비행, 항공이란 사전적 의미를 가진 에비에이션은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노블레스노마드와 럭셔리 레져에 대한 욕망을 대표하는 키워드로 이번 시즌 닥스 골프뿐만 아닌 많은 명품 브랜드에서 주목하고 있다. 닥스 골프는 2010년 F/W 핵심 키워드인 ‘트레디션(Tradition)’을 베이스로 레져와 여행을 접목시킨 제품을 선보였다. 올블렌드와 가죽, 스웨이드 등 고급 소재를 기본으로 코듀로이, 트위드의 트렌디한 소재를 접목시켰다.특히 기능라인에서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기능과 소재를 적용해 착용감뿐 아니라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준 것이 특징이다.LG패션 닥스 골프의 최인수 차장은 “이번 시즌 테마인 에비에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닥스 골프의 골프웨어는 하이테크 소재를 통한 뛰어난 기능을 물론이고 영국적인 우아함의 진수를 보여주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보였다”라고 밝혔다.사진 = LG패션 닥스 골프서울신문NTN 채현주 기자 chj@seoulntn.com
  • [주말 하이라이트]

    ●특별기획 국가탐구 G20 제5편 인도(KBS1 토요일 오후 9시40분)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로 유구한 역사를 갖고 있는 나라 인도. 인도는 12억 인구 중 25세 이하 젊은 층이 60%나 되는 이른바 ‘젊은 나라’다. 미국 타임스가 선정한 대학 중 세계 3위인 인도 공과대학의 교육 현장을 찾아가 젊은 인재들을 만나 보고, 정보기술(IT) 업계를 이끌어가는 인도의 ‘실리콘 밸리’를 취재한다. ●장학퀴즈(EBS 토요일 오후 7시40분) 단순히 문제만 푸는 시절은 지났다. ‘퀴즈 상식은 물론이고, 순발력까지 갖춘 인재를 찾아라.’ 장학금 3000만원. 7연승 ‘퀴즈 지존’을 향한 숨 막히는 대결! 대한민국 퀴즈 프로그램의 혁명을 예고할 두뇌자극, 순발력 강화 퀴즈쇼 장학퀴즈. 과연, 챔피언은 누가 될 것인지 지켜본다. ●TV쇼 진품명품(KBS1 일요일 오전 11시) 크기는 작지만 형태가 아름다운 도자기 한 점. 표면에 회색빛이 돌아 분청사기 같지만 조선 초기에 만들어진 백자이다. 크기도 작고, 백자다운 뽀얀 빛깔도 지니지 못했지만 산화철을 이용해 음각으로 새긴 버드나무 문양은 우리나라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문양이라고. 작지만 알찬 백자유문병. 과연 그 가치는? ●욕망의 불꽃(MBC 토요일 오후 9시45분) 차압 딱지가 붙자 나영은 운명은 스스로 개척하는 거라며 짐을 챙겨 집을 떠난다. 준구는 차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석유운반선을 강탈하는 일에 끼어들고 그 와중에 사람을 죽이게 된다. 한편, 영민과 함께 울산으로 내려온 태진은 영민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사천리로 나영과 영민의 결혼을 추진한다. ●그것이 알고싶다(SBS 토요일 오후 11시10분) ‘임신거부증’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통을 느끼는 여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임신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임신하지 않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임신거부증의 실체를 밝히며 임신거부증에 의한 영아 유기나 살해와 같은 비극적인 일들을 막을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 본다. ●다큐멘터리 3일(KBS2 일요일 오후 10시25분) 세계 4위 레스토랑의 창의 브레인으로 불리는 조르디 로카, 2003 올해의 프랑스 요리사로 선정된 미셸 트와그로, 디저트 요리의 권위자 루이지 비아제또, 벨기에 요리계의 독보적 존재 상훈 드장브르까지 세계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스타 요리사들이 한식을 체험하기 위해 서울에 모였다. ●돌아온 판관 포청천(OBS 일요일 오후 10시20분) 구휼 감독을 명받은 포청천은 진주로 내려가 상황을 조사하고 참담한 백성의 현실을 본 후 법에 따라 방욱을 참수한다. 한편, 함공도에 살고 있는 오서 중 막내인 백옥당은 황제가 전조에게 내린 ‘어묘’란 별호를 못마땅하게 여겨 황궁에 침입해 황제의 옥패를 훔치고 서신을 남긴다.
  • 장편 ‘새엄마 찬양’ 등 6권 국내 소개

    장편 ‘새엄마 찬양’ 등 6권 국내 소개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 중 국내에 소개된 책은 장편소설 ‘새엄마 찬양’(문학동네 펴냄)을 비롯해 총 6권이다. 페루 리마의 한 부르주아 가정을 배경으로 한 ‘새엄마 찬양’은 도덕적 규범과 갈등하는 인간의 성적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작품. 새엄마와 의붓아들의 아슬아슬한 에로티시즘을 따라가면서 이들의 이야기와 연관된 여러 명화에 얽힌 일화를 끼워 넣어 상승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페루 국경 아마존 지역에 병사들의 성욕 해소를 위해 창설한 ‘특별봉사대’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우스꽝스럽게 그려 냈다. 작가는 속으로는 부패했으나 겉으로는 청교도 같은 행동을 보이는 페루 군부를 조롱하면서 유머 속에서도 자신의 정치적 색채를 은연 중에 드러낸다. 소설 ‘나는 훌리아 아주머니와 결혼했다’, ‘녹색의 집’, ‘리고베르토씨의 비밀노트’, 에세이집 ‘젊은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 등도 번역돼 나와 있다. 도미니카공화국을 공포에 몰아넣었던 독재자 라파엘 레오니다스 트루히요의 암살과 그 후 새로운 정부가 수립되기까지의 과정을 다룬 ‘염소의 축제’와 파리에 정착해 작가이자 번역가로 살아가는 리카르도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화려한 삶을 꿈꾸는 가난한 리마 여인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최신작 ‘나쁜 소녀의 짓궂음’도 국내 출간을 앞두고 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국내 첫 메디컬 범죄 수사극 방영

    국내 첫 메디컬 범죄 수사극 방영

    메디컬 범죄 수사극으로서는 처음으로 국내에서 자체 제작한 ‘신의 퀴즈’가 영화채널 OCN에서 8일 오후 10시에 방영된다. 배경은 국내 최고 법의관 사무소인 ‘한국대 법의관 사무소’. 이곳 엘리트 의사들이 미궁에 빠진 죽음을 캐내는 과정을 담은 10부작 드라마다. 다른 메디컬 드라마와는 달리 ‘희귀병’을 소재로 삼은 것이 눈에 띈다. ‘드라큘라병’, ‘근디스트로피증’ 등 그런 병이 있었나 싶을 만한 것들을 끌어와 그 속에 숨겨진 인간의 욕망과 범죄를 다룬다. 제목 ‘신의 퀴즈’는 “희귀병이란 신이 불완전한 인간에게 내린 퀴즈”라는 대사에서 따왔다. 한편으로는 희귀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소외 계층에 대한 휴머니즘까지 담았다. ‘신의 퀴즈’는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메디컬 범죄 수사극을 지향한다. 정교한 스토리라인은 물론, 범죄 수사 장면에서 화려한 볼거리까지 함께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영상. 조금은 낯설 수 있는 희귀병을 말로 풀어내는 게 아니라 어떤 증세를 보이는지 감각적인 컴퓨터 그래픽 영상으로 생생하게 풀어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자문을 거쳐 사실성도 확보했다. 편당 1억~1억 5000만원의 제작비를 들였다. 매력적인 캐릭터도 빼놓을 수 없다. 5년 만에 TV에 출연하는 류덕환은 천재적이지만 건방진 외과의사 ‘한진우’ 역을 맡았다. 상대역으로 카리스마 넘치는 여형사 ‘강경희’ 역에는 처음으로 드라마 주연 자리를 꿰찬 윤주희가 나온다. 영화 ‘의형제’, ‘추격자’ 등에서 선 굵은 연기를 선보인 중견배우 최정우가 ‘장규태 교수’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잡는다. 박선진 OCN 채널국장은 “국내 최초 메디컬 범죄 수사극인 만큼, 미국 드라마 같은 화려한 영상에 한국적인 이야기를 녹여 넣는 데 최선을 다했다.”면서 “기존 드라마와 차별화된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남과 여, 그들은 진정 평등한가

    남과 여, 그들은 진정 평등한가

    경기도 일산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이 기획한 해외특별교류전 ‘남녀의 미래: No more daughters & Heroes’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외국 작가 7명과 국내 작가 5명이 참여해 국제적인 현대미술의 흐름을 ‘남과 여’라는 주제로 풀어낸 전시다. 영문 제목의 ‘daughters’는 누군가의 딸, 아내로 규정되는 여성의 사회적 억압을, ‘heroes’는 영웅의 짐을 짊어진 남성의 사회적 책임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남녀평등’, ‘페미니즘’이라는 용어조차 진부하게 느껴지는 시대지만 여전히 남녀 모두 본연의 정체성이 왜곡 당하는 현실에서 작가적 시선으로 온전하고 평등한 남과 여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다. ●카타리나 지버딩 양성적 인간상 담아 해외 참여 작가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은 카타리나 지버딩. 1970년대 초 기존의 다큐멘터리적인 사진작업의 틀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시도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그녀는 독일 현대미술에서 없어서는 안 될 작가로 꼽힌다. 출품작 ‘트랜스포머’는 작가 자신과 남편이 진한 화장을 하고 다른 노출과 빛 아래서 촬영한 사진을 지속적으로 겹쳐서 보여줌으로써 남성과 여성의 경계가 모호해진 양성적 인간의 초상화를 보여준다. 그녀의 딸 폴라 지버딩은 이슬람 문화권의 클럽에서 춤추는 남자들의 여성적 모습을 찍은 영상을 선보인다. 시나리오 작가, 배우와 제작자로 활동해온 하룬 파로키의 영상작품 ‘이미지’는 성인용 화보 ‘플레이보이’지 촬영장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찍은 것으로, 관객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스태프들이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을 통해 성에 대한 환상의 이면을 드러낸다. ●김지혜 작가 가정내 욕망·모순 표현 한국 작가로는 1980년대 말 한국 여성미술의 가능성을 제시했던 정정엽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작가의 지인들을 그린 얼굴 풍경에선 여성성에 대한 섬세한 자각과 성찰이 배어난다. 김지혜 작가의 ‘홈 스위트 홈’은 이상적으로 보이는 가정 안에 도사린 인간의 욕망과 모순을 담은 설치 작품. 계단과 샹들리에를 활용해 영화 ‘하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하얀 웨딩 드레스가 먹물에 서서히 물들도록 설치한 김성래 작가의 ‘원 앤 아더’는 남녀의 완벽한 결합이란 결혼에 대한 환상에 의문을 제기한다. 송호준 작가는 레고로 만든 로켓을 통해 남성 중심의 만들어진 영웅성이 갖는 허상을 꼬집는다. 독일에서 활동하는 독립큐레이터 정미씨는 “국적, 이념, 성적 취향이 다른 국내외 작가들이 식상하고 상투적인 남녀평등 구호를 배제하고, 다양하고 분석적으로 접근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전시는 12월12일까지 열린다. 관람료 2000~3000원. (031)960-0180.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전제작 시스템 정착 없인 제2 드라마 한류? 힘듭니다”

    “사전제작 시스템 정착 없인 제2 드라마 한류? 힘듭니다”

    “TV 드라마에 관한 한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상(賞) 하나 없었습니다. 방송국에서 자체적으로 주는 상 말고, 미국의 ‘에미상’처럼 한해 드라마의 실적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멋있는 상이 만들어져야 할 때 아닐까요. 그래야 국내 드라마도 발전하고 한류가 재점화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 4회째를 맞는 ‘2010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KDF)이 초보적이긴 하지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이지요.” 1950년대 방송 데뷔 후, 일생을 배우로 살고 있는 ‘국민배우’ 이순재(76)씨가 한국 드라마 중흥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오는 12일까지 경남 진주에서 열리는 KDF 홍보대사와 메인행사인 ‘코리아드라마어워즈’ 심사위원장을 겸하며 젊은이 못지않은 활동을 펼치고 있다. MBC 드라마 ‘욕망의 불꽃’ 등 바쁜 촬영 일정에도 대회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 노()배우에게 한국 드라마의 갈 길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KDF가 중반을 넘어섰다. 중간평가를 해달라. -드라마 어워즈 등 지난 3일간의 메인행사에서 발전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드라마의 주인공인 연기자와 드라마 관계자가 축제에 참석할 수 있는 여건 마련과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도 절감하고 있다. 운영상의 미비점은 실무진에서 보완·개선 방향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KDF 드라마 어워즈 출품작들의 수준을 평가한다면. -내가 데뷔한 게 1950년대다. 그동안 드라마, 참 많이 변했다. 소재의 다양성과 영상의 차별화 등 우리 드라마의 많은 부분이 성장했다. ‘한류’의 시작을 이끈 것도 바로 드라마 아니겠나. 지금도 제작 전부터 세계 각국으로 선판매가 이뤄지고 있고, 제작 투자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드라마가 이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니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자랑스럽다. →그러나 한국 드라마 제작환경은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 드라마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배우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사전제작 시스템의 정착이다. 최근 놀라운 성장을 보여준 영화에 견줘 TV 드라마 제작 환경은 아직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여력은 충분한데, 방송사의 고질적인 관행이 문제다. 현재의 제작 풍토와 마인드를 완전히 버려야 한다. →요즘 배우들은 주춤한 반면 가수들이 제2의 한류를 이끈다는 지적이 있는데. -수용자 층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볼 것만은 아니다. 다만 일본 등 해외 시청자들은 이미 우리 드라마에 익숙해져 있다. 우리 드라마라고 무조건 수용하지는 않을 거란 뜻이다. 완성도가 60~70%밖에 안 되는 드라마로 승부한다는 건 무모한 짓이다. 이제 한류는 어느 한 배우나 작가에 좌우되지 않는다. 산업적 측면에서 정교하게 접근해야 제2, 제3의 배용준, 장동건이 나올 수 있다. →KDF 홍보대사로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국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이야말로 한국 드라마 발전의 가장 큰 원동력이다. 올 한해 드라마들이 결실을 맺는 자리에 함께해 축제도 즐기고, 페스티벌 관계자들에게 힘도 실어 줬으면 좋겠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사람들이 ‘강남적인 무엇’ 내세우는 까닭은?

    사람들이 ‘강남적인 무엇’ 내세우는 까닭은?

    부러움이건 질시건 농담이건 간에 ‘강남’에 대한 얘기들은 많다. 그러나 서울 지역에서 거주 목적의 비닐하우스 90%가 몰려 있는 곳이 또 강남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왜 ‘강남적인 것’을 구분하는가. 도대체 ‘강남적인 것’이란 게 있기는 한 것인가. ●이동헌·이향아씨 공동 발표 7일 서울시립대 서울학연구소에서 열리는 ‘2010 서울학 정례발표회’에서 이동헌(영국 런던대 도시계획학 박사과정)·이향아(영국 케임브리지대 사회학 박사과정)씨가 공동 발표하는 연구논문 주제다. 두 연구자는 ‘경계 짓기’(Making Boundaries) 논리에 따른 ‘심상 규모’(Cognitive Scale)에 초점을 뒀다. 즉 ‘강남적인 것’을 정의하는 방식에 따라 강남의 영역이 바뀐다는 주장이다. 경계 짓기란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의 ‘구별 짓기’(distinction) 전략을 떠올리면 이해가 좀 더 쉽다. 예컨대 묶인 밧줄이 찍힌 사진을 그냥 제시했을 경우 노동자 계급은 이게 뭐냐고 밀쳐버리고 만다. 반면 부르주아 계급은 어떻게든 뭔가 거창한 설명을 달아 두려 한다. 이것이 부르디외가 말하는 구별 짓기다. 계층 간 차별화 전략으로 이해하는 관점이다. 쉽게 말해 ‘좀 더 있어 보이는 방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경계 짓기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강남 거주자는 강남지역을 좁게 한정 두 젊은 연구자들은 ‘강남적인 것’의 실체를 찾기 위해 183명을 설문조사했다. 우선 서울 지도를 펼쳐 놓은 상태에서 각자 생각하는 강남 지역을 그려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강남 거주자는 좁게, 강남 비거주자는 넓게 그리는 경향이 확인됐다. 언론 등에서 흔히 ‘강남 3구’라 일컫는 강남·서초·송파 3구 전체를 표시한 사람은 불과 4%였다. 그나마 강남 비거주자는 3구를 대략 포괄하도록 그린 데 반해, 강남구 거주자는 강남구만을 강남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강했다. 상대적으로 서초구 거주자는 서초구 일부도 포함시켰고, 송파구 거주자 역시 잠실 일부 지역을 강남에 포함시켰다. 이는 강남 지역 안에서도 강남에 대한 ‘지리적 인식’ 차이가 있음을 드러내는 것이다. 이는 ‘강남 이미지’ 차이와 연결된다. 강남 비거주자는 ‘강남=비싼 땅값, 땅투기, 졸부, 외제차’를 떠올렸다. 반면 강남 거주자는 ‘강남=학력, 직업, 직위’라고 답했다. 강남 거주자들은 단순히 부(富)뿐 아니라 일정 정도 학벌에 사회적 지위까지 갖춰야 강남 사람이라고 여긴다는 의미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강남 비거주자는 강남에 대해 ‘탈세, 사교육 과열, 오만, 성형미인’을 많이 꼽았다. 똑같은 질문에 대해 강남 거주자는 ‘효율, 자녀에 대한 헌신, 진취, 세련’이라고 답했다. ●강남 안에서도 경계짓기 좀 더 흥미로운 사실은 강남 거주자 8명을 상대로 한 심층 인터뷰 결과다. 이들은 “대치(동)나 은마(아파트)는 강남이 워낙 비싸서 젊은 사람들이 몰려간 곳” 정도로 치부했다. 강남 안에서도 구분 혹은 경계 짓기, 즉 차별화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강남적인 무엇’을 내세우는 것은 욕망의 사다리에서 좀 더 높은 곳을 차지하기 위한 경계 짓기 전략과 다름없다는 게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동의 여부를 떠나 지정학적으로나 감성적으로나 한국 사회의 ‘뜨거운 영역’을 건드렸다는 점에서 시선을 끄는 연구결과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청순글래머는 어디갔나”..서우·민효린 드레스 굴욕

    “청순글래머는 어디갔나”..서우·민효린 드레스 굴욕

    배우 서우는 작은 체구 탓에 민효린은 과욕 탓에 드레스 굴욕을 당했다. 서우는 지난달 29일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의 작은 몸집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 못해 엄마 옷을 빌려 입고 온 듯한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룩으로 섹시함을 강조하려 했지만 헐렁한 드레스는 글래머러스한 서우의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단점인 작은 키를 부각시켜 아담하면서도 볼륨감 있던 몸매가 빛을 못 봤다. 네티즌들은 “언니 옷 빌려 입고 나왔나?”라며 혹평했다. 이어 민효린은 지난 2일 경상남도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10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개막식 및 시상식에 참석했다. 개막식에 앞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 등장한 민효린은 클래비지 라인이 부각된 파격적인 블랙 드레스로 섹시한 매력을 뽐냈다. 하지만 긴 드레스 자락이 민효린의 발에 밟혀 넘어질 뻔한 상황에서 드레스를 가슴 부위에 고정시키기 위해 붙여놓은 테이프가 공개되는 실수가 발생한 것. 네티즌들은 “민효린 욕심이 과했다”, “민효린 안됐긴 한데 정말 섹시하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이파니가 46세 전신 성형녀?▶ 이효리 컷트머리 변신…"뭘 해도 인형포스"▶ 압구정 사과녀-홍대 계란녀, 알고보니…▶ 통일교 실체 폭로...부녀자 납치-감금 현장 고발▶ 귀국 앞둔 신정환 씨, 네팔에서 안녕하신가요?▶ 레이디 가가·저스틴 비버, 유투브 10억 조회수 곧 달성
  • ‘엄마옷’ 서우-‘과욕’ 민효린, 드레스 굴욕

    ‘엄마옷’ 서우-‘과욕’ 민효린, 드레스 굴욕

    배우 서우는 작은 체구 탓에 민효린은 과욕 탓에 드레스 굴욕을 당했다. 서우는 지난달 29일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 제작발표회에서 자신의 작은 몸집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 못해 엄마 옷을 빌려 입고 온 듯한 드레스 차림으로 등장했다. 속이 비치는 시스루룩으로 섹시함을 강조하려 했지만 헐렁한 드레스는 글래머러스한 서우의 몸매를 돋보이게 하는데 실패했다. 오히려 단점인 작은 키를 부각시켜 아담하면서도 볼륨감 있던 몸매가 빛을 못 봤다. 네티즌들은 “언니 옷 빌려 입고 나왔나?”라며 혹평했다. 이어 민효린은 지난 2일 경상남도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10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개막식 및 시상식에 참석했다. 개막식에 앞서 열린 레드카펫 행사에 등장한 민효린은 클래비지 라인이 부각된 파격적인 블랙 드레스로 섹시한 매력을 뽐냈다. 하지만 긴 드레스 자락이 민효린의 발에 밟혀 넘어질 뻔한 상황에서 드레스를 가슴 부위에 고정시키기 위해 붙여놓은 테이프가 공개되는 실수가 발생한 것. 네티즌들은 “민효린 욕심이 과했다”, “민효린 안됐긴 한데 정말 섹시하다”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압구정 사과녀-홍대 계란녀, 알고보니…▶ 이효리 컷트머리 변신…"뭘 해도 인형포스"▶ 남규리, 금발 엘프녀 변신 "인형이야 사람이야"▶ 이외수 ‘트위터 돈벌이’ 비판에 "외진요 등장?" 풍자▶ 이윤지 파격 화보 공개..’고전+섹시’ 극과극 매력
  • 민효린·서우 드레스 “내겐 너무 큰 옷”…스타의상굴욕

    민효린·서우 드레스 “내겐 너무 큰 옷”…스타의상굴욕

    여배우들은 모든 행사의 ‘꽃’으로 불리며 플래시 세례를 받는다. 특히 여배우들의 스타일리시한 패션은 항상 대중적 관심의 한가운데 있다. 하지만 이들은 때론 몸에 맞지 않는 의상을 선택해 ‘스타 의상 굴욕사(史)’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도 있다. 배우 서우는 지난달 29일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 제작발표회에서 작은 체형에 비해 지나치게 큰 드레스를 입었다. 헐렁한 드레스는 글래머러스한 서우의 몸매를 완전히 가려버렸고, 7부 길이로 디자인된 소매는 손목까지 덮어버렸다. 서우의 드레스 사진을 접한 네티즌들은 “메이크업과 헤어는 예쁜데 드레스가 너무 아쉽다”, “몸에 꼭 맞는 미니드레스 입었으면 좋았을 텐데” 등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민효린은 지난 2일 경상남도 진주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2010 코리아드라마페스티벌 레드카펫에서 클래비지 라인이 드러나는 롱드레스를 선보였다. 하지만 롱드레스는 아담한 몸매의 민효린에게 다소 긴 편이라 걸음을 옮기며 드레스 자락이 발에 밟혔고 이에 드레스와 가슴을 고정시키는 테이프가 노출되는 아찔한 상황에 직면하기도 했다. 황정음 역시 드라마 ‘자이언트’ 제작발표회에서 다소 큰 사이즈의 옷으로 매력을 절감시켰다. 루즈핏 디자인을 고려하더라도 이날 황정음이 선택한 드레스는 지나치게 헐렁했고 소매도 너무 길어 둔해보이는 역효과를 더했다. 게다가 각선미를 드러낸 스커트 아래로 보이지 않아야 할 속치마의 끝단이 드러나 아쉬움을 샀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 ▶ ’소녀시대는 광고모델 중’…일상모습 담아 ‘관심급증’▶ ’1박2일’ 제6의 멤버…나영석PD vs 시아준수?▶ 김새롬, 박효주에 "한달에 섹스 몇 번?" 19禁농담 논란▶ 김태희 눈가주름-송혜교 다리길이…포토샵 전후 비교 ‘눈길’▶ ’슈퍼스타K2’ 존박, 바지에 손넣고 애국가 제창 ‘자세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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