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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영상으로 보는 ‘강남 개발 40년’

    사진·영상으로 보는 ‘강남 개발 40년’

    최근 막 내린 드라마 ‘자이언트’는 서울 강남 개발을 둘러싼 부와 권력의 욕망을 정면으로 다뤄 큰 호응을 얻었다. 영등포의 동쪽에 있다 해서 영동이라고 불렸던 평범한 농촌이 40년 만에 대한민국 핵심 번화가로 변모한 강남 개발사는 압축 고도성장의 빛과 그늘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강홍빈)이 2월 27일까지 여는 ‘강남 40년: 영동에서 강남으로’는 1970년 이후 급성장한 강남 형성사를 사진과 영상, 그래픽 등 각종 자료를 통해 조명하고 있다. 개발 이전 한적한 농촌이던 영동의 모습과 더불어 강남 개발의 신호탄인 영동지구 토지구획 정리사업과 공무원 아파트 건설, 공공기관 및 학교 이전, 고속버스터미널 건설, 지하철 2호선 건설 등과 관련한 자료를 볼 수 있다. 또 ‘말죽거리 신화’라고 하는 강남지역 땅값 폭등과 부동산 투기로 일확천금을 노린 복덕방과 복부인, 강남 지역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밤문화, 8학군의 등장과 아파트 가격상승 및 사교육 열풍 등의 현장이 소개된다. 지도와 항공사진을 통해 강남의 도로, 건물, 주거지, 공원 등의 형성과정과 주택가 및 상업지구 등의 변화 양상도 살펴볼 수 있다. 강남의 긍·부정적 이미지를 가감 없이 담는다는 취지에 따라 대치동 학원가, 청담동 명품거리와 함께 강남 판자촌 구룡마을 모습도 전시됐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일제시대 한국의 모더니즘 리얼리즘과 어떻게 다른가

    일제시대 한국의 모더니즘 리얼리즘과 어떻게 다른가

    일제시대에 대한 상식적 기억은 늘 두가지다. 하나는 만주벌판에서 무장독립투쟁을 벌이는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일제의 가혹한 수탈과 착취에 신음하는 농민이다. 식민지 경험이 안겨다 준 충격과 공포가 클수록 더더욱 그렇다. 여기에 미묘한, 아니 제법 큰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가령 김지운 감독의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일제시대 만주벌판에서 일본군과 독립군만 뛰어다닌 것이 아니라, 돈에 눈먼 잡놈들도 돌아다니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이 영화에서 아편은 독립운동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은밀한 상품이 아니라, 개개인의 퇴폐와 쾌락을 보여 주는 소재로 등장한다. 최근 당대의 신문·잡지를 열심히 뒤져서 그때도 자본주의적 욕망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황금광’ 시대가 있었고, ‘모던 뽀이’와 ‘모던 껄’들은 ‘딴스홀’을 욕망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예전 일제시대 연구자가 당시 신문·잡지에 실린 사회면 기사를 보고서 식민지적 암울한 현실을 이끌어 냈다면, 최근 연구자들은 사회면 기사 대신 가벼운 가십거리나 아예 기사를 벗어나 신문 하단에 실린 광고에 집중한다. 가벼운 가십이나 광고에서야말로 대중들의 은밀한 욕망 냄새를 맡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꽤 그럴듯해 보이는 주장인데 여기에도 난점은 있다. 과연 그것이 당대 조선인의 평균적인 삶과 얼마나 가까우냐 하는 문제다. 문맹률도 높고 인쇄술도 좋지 않던 시절에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내용만 골라 담은 신문·잡지 내용을 얼마나 일반화할 수 있느냐다. 한마디로 서울 청담동 클럽에서 만난 젊은이들의 얼굴에서 21세기 대한민국 20대 남녀의 평균적 얼굴을 추출했을 때, 싱크로율(일치율)을 얼마로 볼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는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이 같은 것이냐, 다른 것이냐 하는 논쟁과 상통한다. 구체적 삶보다 예술의 형식성을 탐구하는 것이 모더니즘인 만큼 리얼리즘과는 다르다는 주장이 한쪽에 있다면, 신형기 연세대 국어국문과 교수가 쓴 ‘분열의 기록’(문학과지성사 펴냄)은 모더니즘을 일러 좀 다른 차원의 리얼리즘이라고 주장하는 쪽에 서 있다. 책은 흔히 모더니스트 문인으로 꼽히는 이상(1910~1937), 박태원(1909~1986), 최명익(1903~?), 허준(1910~?), 유향림(1914∼1980), 현덕(1909~?) 6명 작가들의 삶과 작품세계를 좇았다.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이 다르다고 보는 쪽에서는 모더니스트들의 삶은,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어정쩡한 기생충 같은 삶’이다. 집안이나 머리가 좋아 뭘 많이 보고 익혔는데, 그 지식을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그냥 낭비해 버리다 말기 때문이다. 무력 항일투쟁을 벌인 것도 아니요, 억압받는 조선 민중의 심장을 벌렁이게 할 명문장을 남긴 것도 아니요, 하다못해 농민들에게 뛰어들어 교육사업에 매달린 것도 아니다. 문학이네 뭐네 하다 이상은 자살해 버렸고, 나머지 작가들은 1930년대 말 일제의 총동원 체제가 가동된 뒤 초기의 산뜻하고 실험적인 작품세계마저 잃어버린 채 단편적인 역사소설만 남발했다. 또 월북해서는 북한의 집단주의에 매혹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책 제목이 암시하듯, 그리고 부제 ‘주변부 모더니즘 소설을 다시 읽다’에서 드러나듯 신 교수는 이를 ‘주변부 모더니즘’이 겪을 수밖에 없는 ‘분열’로 규정한다. 지식인들의 이런 자기 분열적 행보야말로, 즉 일제시대 모더니즘 그 자체가 바로 식민지의 아픈 경험을 폭로하는 리얼리즘이라는, 역설적 그림을 그려낸다. 이상을 제외하고는 월북 작가들이다. 때문에 해금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작가들이기도 하다. ‘분열의’는 북한문학 전문가가 쓴 책이기에 이들 작가에 대한 입문서로도 좋을 법하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붉은악마의 모티브 된 용감무쌍 ‘치우’

    [고전 톡톡 다시 읽기] 붉은악마의 모티브 된 용감무쌍 ‘치우’

    ‘산해경’에 대해서 너무 낯설다거나 그 책을 본 적도 없다고 말하지 말자. ‘산해경’의 세계에 우리는 이미 접근했다. 그게 뭐냐고? 바로 ‘붉은 악마’가 그것이다. 이미 2002 월드컵을 통해서 익숙해진 ‘붉은 악마’는 ‘산해경’ 속 치우(蚩尤)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황제가 중국에서 독보적인 권력으로 대두하기 전, 그에게 도전장을 내민 용감무쌍하고 불굴의 의지를 가진 자, 치우. ‘산해경’에 수록된 치우 관련 부분은 간단하다. 치우는 무기를 만들어 황제를 공격했다. 그러자 황제는 응룡(應龍)을 시켜 기주(冀州)의 평원에서 공격하게 하였다. 응룡이 물을 저장하였는데 치우는 바람의 신과 비의 신에게 부탁하여 비바람이 몰아치게 했다. 그러자 황제는 가뭄의 신인 발(魃)을 불러 비를 그치게 했고 마침내 치우를 죽였다. 싸움에서 고전한 황제는 치우에 대한 두려움과 적개심으로 죽은 치우의 머리와 몸을 따로 묻었다고 한다. 중국의 신화가 단편적으로 삽입되어 있는 전적들과 함께 묶어 치우 신화를 읽으면 치우의 모습과 의미는 더욱 풍부해진다. 치우는 무기를 잘 만들었다고 했으니 대장장이이자 호전적인 전사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불로써 나라를 다스린 염제의 신하였다. 그랬기에 치우는 염제에게 패배를 안겨준 황제를 공격했던 것이다. 염제와 황제의 전쟁은 중국의 동방 민족과 서방 민족이 중국의 패권을 둘러싸고 벌인 전쟁이었다. 이 전쟁에서 기원이 더 오래된 동방의 염제는 남방으로 축출되었고 치우는 죽음을 불사하고 끝까지 싸웠지만 패배하여 전사했다. 지금 치우는 ‘붉은 악마’로 되살려졌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치우의 불굴의 의지와 용맹성 때문에? 혹시 중국 대륙에 최초 진입하여 문명을 주도했다는 동이계 종족을 부각시키고, 그들의 후손으로 우리를 내세우고 싶은 욕망이 작동한 건 아니었을까.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시 당선작] 심사평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시 당선작] 심사평

    응모작들이 기성 시단의 어떤 흐름에 깊이 감염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다. 말과 말 사이의 공간이 너무 커서 완전한 독해가 어려운 시들이 적지 않았고, 유행하는 소재를 검증 없이 끌어다 쓰는 안이한 시도 여럿 있었다. 감동을 생산하려는 의지보다 시를 잘 만들려는 욕망이 비대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시의 리얼리티에 대한 배려가 전반적으로 부족해 보였다. 당선작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꽤 오래 걸렸다. 신성희씨의 ‘신발들이 날아간다’는 가장 읽을 만한 시였다. ‘벌판에 버려진 신발이 하나 있다/그 외발을 벌판의 창문이라고 혼자서 불러보았다’는 첫머리부터 시선을 사로잡았다. 현란하고 강렬한 이미지들이 시 읽는 재미를 배가시켰다. 다만 지나치게 궤도를 이탈한 몇몇 불안한 표현에 꼬투리를 잡지 않을 수 없었다. 참 아깝다. 머지않아 좋은 시인으로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강정애씨는 시적 대상을 객관화하면서도 충분히 자기 말을 할 줄 아는 시인이다. 당선작 ‘새장’은 생각과 언어의 결이 살아 있는 시다. 자칫하면 상투성의 늪으로 빠질 수 있는 나무나 새와 같은 소재를 붙잡고 묘한 긴장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무엇보다 감정을 자제하는 능력이 뛰어나고, 대상을 자기 안으로 바짝 잡아당겨 시를 쓰는 사람이라는 방증이다. 앞으로 서정의 지평을 크게 넓히는 시인으로 성장하리라 믿는다. 시 부문 본심 심사위원 백무산·안도현 예심 심시위원 유성호·손택수
  •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심사평

    [서울신문 2011 신춘문예-소설 당선작] 심사평

    서울신문 신춘문예, 특히 소설 부문은 전통적으로 강하다. 외람된 말이지만 신문의 외형적 힘보다 상대적으로 더 큰 괴력을 가진 것이 서울신문 신춘문예 소설 분야다. 지난해 수상작도 세간 평이 좋아서 수상작가가 이미 상당한 기대주로 시선을 모으고 있다는 풍문이 들린다. 이번에도 당선작을 선택하는 일이 아주 힘들었다. 좋은 작품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여섯 편, 그 중에 두 작품은 처음부터 제쳐 놓았다. 네 작품을 놓고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먼저 신의연씨의 ‘똥집’. 장애인 아들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려는 어머니의 마음은 알겠는데, 단순히 욕망을 채워준다는 것 이상의 무엇을 찾기 어려웠다. 살아 있는 입말 솜씨에도 불구하고 아쉽게 내려놓았다. 다음으로 허단씨의 ‘새에게’. 문장이 가히 소설적이다. 어디론가 떠나간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는 묘미도 있다. 그런데 작중에 나타난 인물의 행적이나 사유가 대체적으로 모호할뿐더러 무엇을 위해 길을 나섰는지 설득되지 않는다. 단적으로 말해 문장 솜씨에 비해 주제나 플롯 짜는 솜씨가 아직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이성근씨의 ‘그럴 수도 있지 뭐’나 차현지씨의 ‘미치가 미치(이)고 싶은’을 남겼다. 둘 다 요즘 젊거나 어린 사람들의 의식 세계를 그린 것이다. ‘그럴 수도’는 88만원 세대의 구직 체험담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이, 작가는 이 전형적인 문제를 그럴싸한 풍자적 문체와 여자 친구가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설정의 미묘함으로 훌륭하게 처리했다. ‘미치가’는 일종의 원조 교제 격 연애담이라고나 할까? 소재가 신춘문예 도전작으로는 어울리지 않게 도발적이다. 문체 역시 날카롭게 정곡을 찌르면서도 소설적 분위기를 제대로 살리고 있다. 빠른 전개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파괴된 가족 속에서 자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어린 아이의 고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여러 번 엎치락뒤치락 당선작을 바꿔놓다 결국 ‘미치가’를 선택했다. 운이라면 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작품의 황량한 소녀 미치에게 좀 더 매혹되었다 할까? 신춘문예 소설의 새로운 패턴을 제시할 수 있는 작품일 수도 있겠다. 차현지씨, 축하를 보내며 정진을 당부합니다. 또한 이성근씨, 실망하지 마시고 더욱 힘내시기 바랍니다. 소설 부문 본심 심사위원 은희경·방민호 예심 심사위원 정지아·전성태
  • 김연수 ‘7번국도 Revisited’ 작가 자신의 13년여정 개정판에 담고…

    김연수 ‘7번국도 Revisited’ 작가 자신의 13년여정 개정판에 담고…

    7번 국도. 동해안 해안선을 따라 바다와 닿을 듯 부산에서 시작해 포항~강릉~속초 너머로 이어지는 도로다. 생맥주와 말린 바다생물을 파는 카페 이름이며 물고기를 감염시킨 세균의 이름이기도하다. 또한 ‘비틀스의 108번째 싱글 앨범’의 제목이기도 하다. 때로는 짓다 만 건축현장에서 목매 숨진 ‘7번국도씨’이기도 하다. 물을 주지 않아 말라죽어 버린 나무, ‘뒈져버린 7번국도’이거나 아니면 이곳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다가 차에 치인 ‘7번국도의 유령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아니면 또…. 현재의 생애-혹은 죽음까지 포함해-를 공유하고 있는 많은 것들이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함께 부대끼고 있는 7번 국도는 김연수 작품의 원형 몫을 톡톡히 했다. 청춘은 결코 완성품이 아님을, 희망은 고정된 형태가 아니고 사랑 역시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음을, 달뜨게 만든 숱한 욕망도 부질없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김연수의 향후 작품에서 목도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개별의 삶과 세상 모든 신념에 대한 의심도 이곳에서 발견된다. 그리하여 7번 국도는 평단과 독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받았던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밤은 노래한다’ 등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문장과 서사, 주제를 이미 품고 있었음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최근 펴낸 김연수(40)의 장편소설 ‘7번국도 Revisited’(문학동네 펴냄)는 1997년 그의 두 번째 장편소설 ‘7번국도’의 개정판이다. 1997년판에서 뼈대만을 남겨두고 지난해부터 꼬박 1년 가까이 문장을 바꾸고, 13년의 시간적 공간을 오가며 새롭게 만들어낸 작품이다. 20대의 터널을 한창 내달리고 있는 두 남자와 한 여자 세희의 이야기다. 비틀스의 희귀 싱글앨범 ‘Route 7’ 레코드판 거래를 매개로 만난 두 남자, 이미 답답한 터널 속에서 ‘진짜 사랑’을 갈구하다 상처를 입었던 ‘나’와 재현이다. 역시 ‘Route 7’이 인연이 돼 세희를 만났고 함께 사랑한다. 나와 재현은 욕하고 싸우다가 7번 국도를 따라 자전거 여행을 떠나고, 7번 국도에서 죽은 유령들을 만나고, 동시에 세희와 이별한다. 1997년의 이 뼈대 속에 13년 뒤의 작가 김연수가 직접 등장해 7번 국도를 다시 찾고, 떠나간 세희가 다시 나와 그 뒷얘기를 들려준다. 실제와 허구가 뒤엉키고, 소설 속 인물과 실제의 김연수가 상념을 주고받는다. 김연수는 작품 속에서 ‘희망을 찾는 방법을 가르쳐줄까?’라고 물은 뒤 단호히 조언한다. ‘그건 바로 너희가 망각 속에 파묻어버린 기억들을 모두 되찾는 거야. 기억이 없는 곳에 희망은 없어.’ 삶에 회의를 품고 기억을 더듬어 가는 김연수의 여정은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모든 심상과 욕망, 희망의 집착이 엇갈리는 소설과 달리 우리네 지도 위 7번 국도는 한 줄로 이어진 도로다. 복잡하게 배배 돌리고 꼬이지 않았다. 시작 지점과 끝의 지점이 명백하고 명쾌하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삶도 하나의 진리에 관통되듯 말이다. 1997년 김연수의 ‘7번국도’를 읽은 이라면 더욱, 읽지 않은 이라면 더더욱 7번 국도의 기억을 뒤따라가 볼 일이다. 참고로 비틀스의 같은 이름 싱글앨범을 찾는 수고로움은 가능하면 참아주기 바란다. 모르고 고생한 이로서 주는 정보다. 책 뒤편 작가의 말에 그 이유가 설명돼 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30일 TV 하이라이트]

    ●로니를 찾아서(KBS1 밤 12시 30분) 경기 안산의 태권도장 사범인 인호는 계속 떨어져 나가는 관원을 모집하기 위해 있는 돈을 다 털어 시범대회를 준비한다. 그러나 시범대회에서 갑자기 나타난 방글라데시의 ‘체력짱’ 로니에게 한방에 떨어져나간 인호. 덕분에 태권도장은 망할 위기에 처하게 되고, 수치심과 복수심에 불탄 인호는 로니의 행방을 찾기 시작한다. ●정글피쉬2(KBS2 오후 8시 50분) 쓰러진 율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호수는 율이 효안을 괴롭혀온 가해자 중 하나라는 사실에 충격받는다. 호수는 율을 찾아가 진심어린 말을 전하고, 율은 차마 열어보지 못했던 효안의 일기장을 마침내 여는데…. 그 안에 담긴 또 하나의 진실. 호수와 친구들은 율을 지키고 모든 진실과 마주할 수 있을까. ●2010 MBC 연기대상(MBC 오후 9시 55분) 개그맨 김용만과 탤런트 이소연이 2010 MBC 연기대상에서 MC로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최우수상 남자 후보는 ‘역전의 여왕’의 정준호, ‘동이’의 지진희, ‘황금 물고기’의 이태곤, ‘파스타’의 이선균 등이다. 여자 최우수상에는 ‘욕망의 불꽃’ 신은경, ‘파스타’의 공효진, ‘동이’의 한효주 등이 후보에 올랐다. ●2010 SBS 연예대상(SBS 오후 8시 50분) 작년 연예대상은 유재석과 이효리가 대상을 공동수상해 큰 화제였다. 올해 연예대상 또한 영광의 주인공이 누가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0 SBS 연예대상 첫 무대로는 예능 프로그램 ‘영웅호걸’의 멤버 아이유, 카라의 니콜, 탤런트 유인나가 마돈나로 변신해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하나뿐인 지구(EBS 오후 11시 10분) 반달가슴곰 복원팀은 올무수거작업을 계속해서 실시하지만 그때마다 또다시 올무가 설치되며, 끝없이 반달가슴곰의 숨통을 옭아매고 있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도 곰의 생태나 개체 증식 연구에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전환하고 있다. 지리산이라는 터전 안에 살아가는 인간과 반달가슴곰의 공존, 그 해법을 들어본다. ●아름다운 이야기<보석상자>(OBS 오후 11시 5분) 선천적 장애 뇌병변 2급 아동인 윤지는 첫 돌 무렵 고아원 앞에 버려졌다. 그 후, 이모의 손에 길러져 열한살이 된 윤지의 꿈은 모델. 왼쪽다리를 절뚝거리는 윤지는 수술과 다양한 치료가 필요하지만, 어려운 형편에 치료가 어렵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언제나 빛나는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방송3사 연기대상 관전포인트

    방송3사 연기대상 관전포인트

    올해 대미를 장식할 ‘별 중의 별’은 누가 될 것인가. 2010년을 사흘 남겨 두고 방송가 이목이 방송 3사 연기대상에 집중되고 있다. 30일 MBC, 31일 KBS와 SBS가 잇따라 시상식을 연다. 올 한해 안방극장을 울리고 웃겼던 연기자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연기대상은 연말 시상식 중에서도 가장 시청률이 높다. 유난히 ‘접전’을 보이고 있는 올해 방송3사 연기대상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김탁구’ 전인화·전광렬, ‘신 언니’ 문근영 도전장 1월 ‘추노’를 시작으로 ‘신데렐라 언니’, ‘제빵왕 김탁구’까지 3연타석 홈런을 치며 상반기 안방극장을 주도했던 KBS. 작품성과 대중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추노’가 각종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드라마’로 선정된 가운데, 추노꾼 이대길 역을 맡아 강렬한 눈빛 연기를 펼쳤던 장혁이 일찌감치 가장 강력한 대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방송 3사 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제빵왕 김탁구’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50%대 시청률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중견배우 전인화·전광렬에 대한 시청자들의 지지가 높다. 두 사람은 신인 위주의 캐스팅으로 흥행이 불투명하던 드라마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어넣은 일등공신이다. ‘신데렐라 언니’ 문근영도 만만찮은 경쟁자다. ‘신선한 고전 비틀기’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 드라마에서 문근영은 어둡고 차갑지만 내면에 상처를 갖고 있는 송은조 역을 맡았다. 기존의 ‘국민여동생’ 이미지에서 벗어나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BS는 워낙 히트작이 많아 신인상 향배도 관심사다. ‘제빵왕 김탁구’의 주원, ‘신데렐라 언니’의 택연, ‘성균관 스캔들’의 박유천 등이 경합 중이다. ‘자이언트’와 ‘대물’로 하반기 안방극장을 장악했던 SBS는 이범수와 고현정이 격돌하는 양상이다. 지난해 ‘미실’ 연기로 MBC 연기대상을 거머쥐었던 고현정은 ‘대물’에서 여자 대통령 서혜림 역을 맡아 2관왕 등극이 거의 굳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시상식이 가까워오면서 기류 변화가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대물’이 기대만큼 폭발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종영한 데다 고현정 연기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틈새를 비집고 급부상한 이가 ‘자이언트’의 이범수다. 경쟁작 ‘동이’를 제치고 시청률 30%를 넘기는 등 드라마의 무서운 뒷심 이면에는 이범수(이강모 역)의 온몸 연기가 자리한다는 여론이다. ●‘자이언트’ 이범수 뒤집기 가능할까 하지만 ‘고현정 대세론자’들은 최근 갤럽 조사에서 고현정이 29.5%의 압도적인 지지로 ‘올해를 빛낸 탤런트 1위’에 뽑힌 점을 들어 이범수의 뒤집기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범수는 6.5% 지지율로 격차가 큰 2위를 차지했다. ‘자이언트’에서 “중간 지대가 없는 악인 연기의 전형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절대악’ 정보석도 네티즌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MBC는 올해 전반적으로 드라마가 부진했던 탓에 ‘절대강자’가 없는 형국이다. 여러 배우가 고만고만하게 경합하는 춘추천국시대 양상 속에 그나마 여배우들의 강세가 눈에 띄는 것이 특징이다. ‘동이’의 한효주, ‘욕망의 불꽃’의 신은경, ‘역전의 여왕’의 김남주가 유력한 대상 후보로 거론된다. 현재로서는 한효주의 수상을 점치는 시각이 가장 우세하지만 아직 연기 경력이 짧은 데다 대상을 안길 만큼 강한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 걸림돌로 꼽힌다. 신은경과 김남주도 연기 면에서는 호평을 받고 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시청률이 발목을 잡고 있다. ‘파스타’의 이선균, ‘황금물고기’의 이태곤, ‘동이’의 지진희, ‘역전의 여왕’의 정준호 등 남자 배우들의 ‘깜짝 수상’ 시나리오가 나오는 이유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2010년 올해의 문화인] 뮤지컬 음악감독 1호 박칼린, 하모니 리더십 1호로

    [2010년 올해의 문화인] 뮤지컬 음악감독 1호 박칼린, 하모니 리더십 1호로

    “2010년은 뜻밖의 행운이 많았던 한 해였습니다. 내년에도 도전을 계속해야죠.” 서울신문이 문학, 연극, 영화, 미술, 대중문화 등 각계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의 문화인’으로 뽑힌 박칼린(43) 음악감독은 27일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말했다. 표가 골고루 분산된 속에서도 5명에게서 ‘몰표’를 받은 그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상품 라벨 읽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알아 보는 사람이 많아) 휴대전화로 찍어 집에 가 읽는 것만 빼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며 덤덤히 웃었다. “설령 틀렸을 지언정 소홀히는 하지 않는다는 게 (스스로 자부하는) 유일한 자랑거리”라는 박 감독. ●“사람들은 박칼린에게 두번 놀란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첼로를 전공하고, 한국에서 국악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국내 뮤지컬 음악감독 1호’다. 사람들은 처음에 그의 이국적인 외모에 놀라고, 음악에 대한 치열하고 치밀한 열정에 두 번 놀란다. 오합지졸 아마추어 연예인 합창단(‘남자의 자격’)을 전국합창대회 장려상에 올려놓은 ‘박칼린 리더십’은 말 그대로 올 한 해를 강타했다. 각종 인터뷰는 물론 강연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졌다. 그가 쓴 에세이는 단숨에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그가 기획한 뮤지컬 ‘아이다’는 인터넷 예매사이트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모 은행의 TV 광고 모델로 뽑혀, 은행 광고 모델로는 처음으로 ‘소비자 호감도 1위’에 올랐다.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대사로도 선정됐다. 내년에는 연극 연출가 데뷔도 앞두고 있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상대적으로 덜 대중적인 뮤지컬 분야에서 가히 아이돌에 비견될 만한 인지도를 얻었다는 것은 단순한 대중적 인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면서 “특히 40대 여성이 리더십만으로 롤 모델이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자애롭고 강인하며 진정성 있는 리더십”(조혜정), “소신을 갖고 땀으로 일궈나가면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준 인물”(장근수)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 뒤를 이은 9인조 걸 그룹 소녀시대(3표)는 2007년 데뷔 이래 ‘지’(Gee), ‘소원을 말해봐’, ‘오!’(Oh!), ‘훗’(Hoot) 등을 잇달아 히트시켰다. 올해 일본에까지 진출, 일본 오리콘 차트를 석권했다. “신 한류 붐의 첨병”(이헌석), “설명이 필요 없는 걸 그룹”(이용철), “국내와 해외를 넘나드는 성공”(정덕현)이란 찬사가 쏟아진 이유다. ●원빈, 영화배우로는 유일하게 ‘톱3’ 진입 공동 3위에 오른 고(故) 법정 스님과 앙드레 김, 이창동 감독(56), 영화배우 원빈(33)은 각각 2표씩 얻었다.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법정 스님은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 소유와 무소유를 둘러싼 우리의 현실, 욕망의 부질없음을 묵언으로 가르쳐주신 인물”(문태준)이란 점에서, 앙드레 김은 “외길 인생에서 정상을 차지했던 인물…사후에도 죽지 않은 사람으로 남아 있을 것”(강태규)이란 헌사를 각각 받았다. 영화배우로는 유일하게 ‘톱3’에 포진한 원빈은 “한국영화가 어려운 시점에 맨 파워를 과시해준 배우”(이동연), “올 한해 영화계에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이상봉)로 인정받았다. 1표를 얻은 이들은 무척 많았다. 전문가들이 생각하는 기준이 ‘형형색색’임을 말해준다. 선입견을 배제하기 위해 객관식 ‘보기’를 제시하지 않은 탓도 커 보인다. 올해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이슈는 단연 ‘슈퍼스타K’(슈스케). 이 열풍의 한가운데 있는 허각(25)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 슈스케 열풍의 중추이자 상징”(임진모)이란 평가가 나왔다. 지난 11월 요절한 1인 밴드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본명 이진원)도 꼽혔다. “유명한 뮤지션도, 수많은 히트곡을 낸 가수도 아니었지만 시대의 문화를 직접 노래했던 싱어송라이터”(이상용)라는 추모가 나왔다. 탤런트 정보석(48)과 강은경(39) 작가도 “드라마 ‘자이언트’를 통해 악인 연기에 악마성을 입체화시켰다.”(윤석진),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열풍의 일등공신”(고영탁)이라는 이유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국악인 김성녀는 “마당놀이 30년 인생은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전정옥), 클래식 작곡가 진은숙은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현대음악 감독으로 임명돼 한국 클래식 역사를 다시 썼다.”(류보리)는 찬사를 받았다. 송경동 시인,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최용훈 연극연출가 등도 1표씩 받았다. 이은주·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설문조사 참여하신 분(가나다순)강유정(영화평론가) 강태규(대중문화평론가) 고영탁(KBS 드라마국장) 구히서(연극평론가) 김준기(대전시립미술관 학예실장) 남무성(재즈평론가) 류보리(소니뮤직 클래식담당) 류태형(대원문화재단 사무국장·클래식 평론가) 문태준(시인) 박현모(클래식 평론가) 성시권(대중음악평론가) 심영섭(한국영상응용연구소 대표·영화평론가) 심재명(명필름 대표이사) 유성호(한양대 국문과 교수·문학평론가) 윤석진(충남대 국문과 교수·드라마평론가) 이동연(한국예대 한국예술학 교수·대중문화평론가) 이상민(워너뮤직 클래식담당 부장) 이상봉(패션 디자이너) 이상용(영화평론가) 이용철(영화평론가) 이종민(새에덴교회 교무국장·목사) 이헌석(대중음악평론가) 임진모(대중음악평론가)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조혜정(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영화평론가) 장근수(MBC 드라마국장) 장철수(영화감독) 전정옥(연극평론가) 정준모(미술평론가) 허순자(서울예대 연기과 교수·연극평론가)
  • ‘폭풍성장’ 연예인 누가 있나?’

    ‘폭풍성장’ 연예인 누가 있나?’

    아역배우 정인선ㆍ유승호ㆍ박지빈ㆍ최아라 등이 폭풍성장으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정인선ㆍ유승호ㆍ박지빈ㆍ최아라 등이 앳된 얼굴을 벗고 성인 못 지 않은 모습으로 팬들과 만나고 있는 것. 정인선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카페 느와르’(감독 정성일) 언론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오랜만에 언론 앞에 나섰다. 정인선은 미색 니트에 스키니 팬츠를 입은 채 긴 머리와 늘씬한 몸매를 드러내며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한국 나이 20살이 된 정인선은 2002년 방영된 KBS 2TV 어린이 드라마 ‘매직키드 마수리’에서 마수리의 여자 친구로 출연했던 아역배우. 2003년 영화 ‘살인의 추억’ 이후 연기 활동을 중단하고 학업에 집중하다 7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게 됐다. 유승호는 현재 MBC ‘욕망의 불꽃’에서 재벌 3세 김민재 역으로 분해 서우와 호흡을 맞추며 성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해 영화 ‘집으로’ ‘마음이’ 등을 통해 아역배우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박지빈 역시 최근 영화 ‘헬로우 고스트’ VIP 시사회와 SBS 창사 20주년 특집 ‘시청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등에 참석해 훌쩍 성장한 모습을 드러내며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과거 드라마 ‘이산’과 ‘꽃보다 남자’, ‘선덕여왕’, 영화 ‘안녕, 형아 등에 출연하며 나이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최아라는 지난 11월 영화 ‘화이트’ 촬영을 마치고 스크린 나들이를 한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인기 걸그룹의 성장과 갈등, 소녀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의문의 사건들을 그린 공포영화로 본격 연기 활동에 나선다. 9년 전 한 아이스크림 광고에서 ‘아이스크림 케이크 소녀’로 등장해 자랑을 받았으며 이후 영화 ‘망막’, ‘복수는 나의 것’에 출연하기도 했다. 이 같이 아역 배우들의 눈부신 성장은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또한 이미 안정된 연기력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모습에 더욱 기대를 받고 있다. 사진= ‘카페 느와르’ 스틸컷,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고전 톡톡 다시 읽기](48)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고전 톡톡 다시 읽기](48) 라블레의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

    1. 라블레와 반(反)영웅의 계보학 ‘오디세우스’나 ‘일리아드’는 고대의 영웅들이 독점 출연하던 모험담이었다. 그들은 원대한 소명을 안고 태어났고, 근엄한 표정으로 놀랄 만한 위업을 추구했다. 건국과 구국(救國), 최고의 목적을 위한 희생 등은 아무나 할 수 없기에 영웅의 삶도 평범할 수 없다. 아서왕 전설과 롤랑의 노래, 이고리 원정기 등 중세 기사 무훈담도 비범한 영웅들을 찬양했다. 어릴 적부터 주변을 놀라게하는 총명함과 신앙심, 용맹함이 그들의 자질이었다. 모험담이 화려하고 감동적일수록 민중의 일상과는 한참 동떨어져 있음은 당연하다. 중세의 끝무렵, 그토록 존귀하던 영웅의 족보에 난데없는 돌연변이들이 등장한다.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우며 엉뚱한 행동을 일삼는 광대와 난봉꾼들이 나타났다. 신화와 서사시를 패러디하며 튀어나온 그들은 단숨에 민중의 상상 세계를 사로잡는다. 위대한 업적과 아름다운 덕행 대신, 그들은 끝모를 난장(場)과 황당한 우스개를 벌였다. 평범하고 무지한 민중에게 다가와 때론 치고받기도 하고 때론 농담도 주고받는 친구가 된 것이다. 16세기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의 소설에 나오는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이 그 최초의 주인공들이었다. 2. ‘지금 여기’의 삶과 ‘위-대한’ 영웅 소설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바보 같지만 온유하고 게으른 왕 가르강튀아의 나라에 탐욕스러운 이웃나라의 군주 피크로콜이 시비를 걸어 벌어진 전쟁 스토리가 전부다. 하지만 두 나라, 두 왕의 다툼은 엄숙하고 비장한 숙명의 대결이 아니다. 전쟁은 어리석음의 경주이자 황당함의 극치를 다투는 놀이로 바뀐다. 피크로콜이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분노하며 파괴의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데 반해, 가르강튀아는 좋은 음식을 먹으며 즐겁게 사는 걸 원한다는 게 요점이다. 두 욕망이 빚어내는 두 가지 다른 삶의 양상. 우리는 새로운 영웅의 풍모와 삶의 방식, 그 세계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르강튀아는 키가 산만큼 크고 몸집은 대궐만 한 거인이지만 생각은 단순하기 짝이 없다. 가령, 그가 나라를 다스리는 방식은 이렇다. 먼저, 낮잠을 즐긴다. 그러다 누군가 싸움을 벌이면 술과 고기가 가득한 잔치를 벌이고 놀이를 제안한다. 끝! 국부를 증진시키려고 고민하거나, 영토를 늘리려고 전쟁을 벌이는 일, 책략을 짜서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따위는 그가 가장 귀찮아하는 짓들이다. 그저 배불리 먹고 등따뜻하게 한세상 사는 게 삶의 목적이라면 목적. 하긴 이런 천성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었나 보다. 그는 엄마가 순대를 지나치게 먹던 날 ‘똥싸듯’ 태어났으며, 세상에 나오자마자 “응애, 응애, 술줘! 너희도 한잔 마셔!”하며 소리쳤다니까! 출생부터 기이한 가르강튀아의 행적이 범상할 리 없다. 오줌을 누면 강이 만들어져 마을이 떠내려가고, 똥을 누면 산이 몇 개 생겨날 지경이다. 먹고 마시는 스케일은 또 얼마나 큰지! 전투 후 벌어진 연회에서 그가 먹어치운 짐승들이 얼마인지 셀 수도 없다. “우선 소 16마리를 굽고, 암소 3마리, 송아지 32마리, 염소 63마리, 양 95마리, 양념을 친 돼지 300마리, 메추리 220마리, 도요새 700마리, 수탉 400마리와 다른 닭 1700마리, 암탉 600마리와 비둘기, 토끼 1400마리, 병아리 1700마리. 또 산돼지 11마리, 사슴 18마리, 꿩과 산비둘기 140마리, 오리, 물떼새, 왜가리, 황새, 칠면조….” 황당해 보이지만, 영웅이란 본래 위대(偉大)한 존재 아닌가? 그러니 좀 ‘위-대’(胃大)한들 어떠리! 피크로콜과의 전쟁도, 정처없는 모험도 모두 위-대함의 산물이며 이야기다. 위대한 영웅은 신화에나 있지만, 위-대한 영웅이라면 민중의 밥상머리나 술자리, 놀이판에서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단지 웃기는 코미디일까? 그 시대를 지배하던 교회는 라블레에게서 신이 주신 언어와 사물에 대한 허황된 요설, 신성모독적인 패설을 읽어냈다. 특히 가르강튀아와 그의 아들 팡타그뤼엘이 수도사들과 어울려 취하도록 마시고 난폭하게 다투며 불경한 욕설을 퍼부을 때, 교회는 분노했고 유죄를 선고했다. 위엄과 경건함을 상실했다는 죄목이다. 하지만 삶에서 먹고 마시는 것, 육체를 살찌우고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초인적인 업적이나 덕행보다 중요하다는 게 라블레의 생각이었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먼 신화 속의 영웅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의 삶이라는 사실! 3.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에 대한 비전과 웃음 라블레 시대의 민중은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을 읽으며 이 세상을 상상했다. 그것은 비장하고 엄숙한 소명의 세계도 아니고, 금욕을 통해 힘겹게 버텨야 할 불가피한 현실도 아니다. 라블레의 소설은 삶은 먹고 마시며 놀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삶에는 병마와 고통, 죽음도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괴로움에 초점을 맞출 때 삶은 그 자체로 무거운 짐이 된다. 신화와 서사시는 그런 현실을 잠시 잊게 해 주지만, 그만큼 이 세계는 갑갑하고 살아갈 ‘맛’을 잃고 만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이 보여주는 세계엔 어떤 비밀스럽고 신성한 목적이 없다. 대신 주린 배를 채우고 힘겨운 노역에서 벗어난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에 대한 비전이 있다. 마음껏 먹고 실컷 잘 수 있는 세상, 삶의 간난신고를 잠시 잊은 채 즐겁게 웃을 수 있는 세상이란 민중이 역사 이래로 늘 염원하던 세상이 아닌가? 그 출발점은 현세의 삶, 온갖 어리석음과 우스꽝스러움이 넘치는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는 데 있다!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은 라블레라는 천재가 혼자 쓴 작품이 아니다. 그것은 수천년간 쌓여온 민중적 삶의 흔적과 소망, 비전이 집대성되어 표현된 산물이다. 어리석고 바보 같은, 하지만 너무나도 친근한 반(反)영웅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뤼엘의 웃음이 평범한 민중의 웃음과 뒤섞여 들리는 이유도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최진석 서울신문·수유+너머N 연구원 서울신문·수유+너머 공동기획
  • [열린세상] 추기경의 성탄절 메시지와 사제단의 ‘쿠데타’ /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열린세상] 추기경의 성탄절 메시지와 사제단의 ‘쿠데타’ /김진 울산대 철학 교수

    정진석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의 성탄절 메시지가 정의구현사제단에 의하여 철저하게 유린되었다. 이는 천주교의 전통적 권위 체계를 부정한 것으로서, 한마디로 ‘사제들의 쿠데타’나 다름없다. 그것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과도 닮은꼴이었다. 추기경은 지난 12월 8일, 마흔아홉 번째 책 “하느님의 길, 인간의 길”을 펴내는 자리에서, ‘성탄’은 오셨던 구세주를 기념하고 오실 구세주를 기다리면서 차별 없는 세상을 이루려는 마음 속에 있다고 했다. 추기경은 민심을 굴절하거나 조작하지 않고서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라고도 밝혔다. 그리고 종교 갈등에 대해서도 마음을 열었다. 진리와 영원한 생명을 지향하는 종교인들이 신앙의 문제로 갈등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추기경은 연평도 포격이 북한 지도자들의 그릇된 욕망에서 나왔으며, 1949년 이후 동료 사제들의 행방에 대해서 북한이 침묵해 온 사실을 지적했다. 주교회의가 4대강 사업 반대를 천명한 것이 아니라 자연 환경의 ‘파괴’를 우려한 것이며, ‘개발’이 ‘발전’인가 ‘파괴’인가의 문제는 종교인보다는 해당 전문가들의 일이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자 정의구현사제단은 12월 10일, 추기경의 4대강 발언을 ‘거짓 예언’ 또는 ‘궤변’이라고 비난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13일에는 25명의 진보적 원로 사제들이 추기경의 4대강 발언은 주교단의 의사에 반하는 그릇된 해석이라고 주장하면서 서울대교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추기경이 주교회의의 결정을 잘못 해석했다면 당연히 주교회의가 그 진의를 확인했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왜 천주교의 공식기구가 아닌 정의구현사제단이 ‘추기경 죽이기’에 나섰던 것일까? 그 이유는 너무나 분명하다. 지난 3월 10일, 5명의 주교와 1104명의 사제가 서명했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의 성명서 사건의 실질적 주체가 바로 그들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4대강 반대에 서명한 5명의 주교 가운데 주교회의 소속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 이용훈 주교가 있다는 사실이다. 5명의 주교와 정의구현사제단의 결속이 4대강 문제를 신앙의 차원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12일의 미사에서 강우일 주교회의 의장은 4대강 사업 반대가 ‘교회의 가르침’이라고 일방 선언함으로써 천주교 신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들의 세몰이는 결국 “생명지킴과 4대강 살리기 성명서”를 주교회의의 이름으로 발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22명의 주교가 승인한 3월 12일의 주교회의 성명서는 이용훈 주교 등 5명의 주교가 서명한 3월 10일자 천주교 연대의 4대강 개발 반대 성명서와는 내용이 다르다. 이 성명서는 현재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이 우리나라 전역의 자연 환경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을 뿐, 교회가 4대강 개발에 반대한다는 직접적인 표현을 담고 있지 않다. 추기경은 주교회의가 4대강 개발 반대를 천명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과 그 후원세력들이 반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은 추기경을 ‘골수 반공주의자’라고 매도하면서, 교회 분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윽박질렀다.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이용훈 주교도 12월 16일, 4대강 사업 반대가 세상을 복음화하고 올바른 인간의 길을 제시해야 할 교회 본연의 사명에 해당한다고 재천명하면서 추기경과 대립각을 세웠다. 어떤 개인이나 사제이든지 간에 4대강 사업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복음이 아닌 정치 문제를 교회가 신봉해야 할 진리로 세우고자 할 때 교회 안팎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설사 그들이 정치적 이슈를 천주교회의 일치된 의견으로 포장하더라도 결코 신앙적 구속력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주장하기 위해서 오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시기 위하여 오셨다. 사제들이라면 마땅히 따르고 본받아야 할 가르침이다.
  • [생명의 窓] 삶의 완성은 향기이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생명의 窓] 삶의 완성은 향기이다/성전 남해 용문사 주지

    시골 절의 법회는 소박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초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소박하다는 생각은 해 보았어도 초라하다는 생각은 해 보지 않았다. 인생의 황혼녘에 들어선 할머니들의 그 푸근한 인상 때문일 게다. 할머니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꼭 저만큼만 늙어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주름질 대로 진 얼굴에 깊이 배어나오는 미소는 언제나 내 가슴에 따뜻함을 전한다. 정직함, 달관, 그리고 무욕의 그 표정이 미소로 그려지는 것이다. 삶을 아는 사람들은 인생에 그리 욕망할 것이 없다고 말한다. 모든 것이 다 무상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애착하던 모든 것으로부터의 달관을 의미한다. 이것은 지식이나 사회적 지위와는 관계가 없다. 어쩌면 시골에서 농사나 짓고 사신 분들이 이 진리에 대해서는 더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생애가 정직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받는 삶의 유일한 보상이기도 하다. 지식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삶은 거짓으로 조작되어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들은 나이가 들어도 삶의 이 진실을 깨닫지 못할지도 모른다. 욕망에 길들여진 삶을 놓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부처님의 제자인 비구는 다른 말로 하면 걸사라는 뜻이다. 그들은 밥을 빌고 법을 건넨다. 밥을 빌 때 그들은 차례로 걸식을 한다. 어느 한 집이 맛있다고 하여 그 집에서만 탁발하지 않는다. 밥을 보시하는 복을 두루 지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에서이다. 그것은 마치 벌이 꿀을 구하는 것과도 같다. 벌은 꽃을 해치지 않고 꿀을 모은다. 꽃은 벌이 왔는지도 모른 채 꿀을 내준다. 이 꽃에서 저 꽃으로 계속 이동하며 꿀을 모으는 벌과 비구의 탁발은 닮았다. 벌과 비구의 공통점은 소유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그 행보가 욕망을 떠나 있으므로 그 관계는 상생의 관계가 된다. 뺏고 빼앗기는 약탈의 관계는 소유욕의 산물이다. 이것은 얼마나 아픈 것인가. 그런데도 우린 여전히 그런 관계 속을 휘청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법회를 마치고 할머니들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밥상엔 시금치가 올라와 있었다. 남해의 시금치는 유독 달다. 시금치를 먹고 나면 입에 단맛이 도는 것이 남해의 시금치이다. 시금치를 먹고 나서 비구니 스님이 시금치는 어떻게 날이 추울수록 더 단 맛이 나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 물음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나름대로의 답을 얻었다. 시금치는 추위가 살갗을 파고들 때마다 춥지 않아야 한다는 욕망을 스스로 버렸기 때문에 이렇게 단맛으로 피어날 수 있었다고. 그러고 보면 시금치의 단맛은 스스로 욕망을 비운 시금치의 향기인지도 모른다. 향기는 존재의 가장 완성된 모습이다. 그래서 꽃의 완성은 개화가 아니라 향기의 발산에 있다. 꽃은 피었으되 봉오리를 다물고 향기를 발산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미완의 모습일 뿐이다. 존재의 진정한 완성은 이렇게 그 형상의 한계를 떠나는 데 있다. 향기는 스스로를 버리고 즐겁게 전체가 되는 무욕의 행보인 것이다. 살아가다가 어느 향기 나는 삶의 모습 앞에서 우리가 행복하게 걸음을 멈추는 것도 그 향기를 스스로 닮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삶의 향기이다. 생선을 싼 종이에서는 비린내가 나고, 향을 싼 종이에서는 향내가 난다. 욕망을 싸고 살았다면 그 인생에서는 악취가 날 것이다. 그러나 무욕의 한 생애를 살았다면 그에게는 향기가 날 것이다. 가슴을 적시는 향기나는 삶을 살다가 떠나는 것이 이 세상을 찾아온 사람의 도리가 아니겠는가. 그리고 다음 생에 누군가 우리들이 남기고 간 이 향기를 맡고 미소 짓는다면 그것은 얼마나 흐뭇한 일인가. 법회를 마치고 할머니들이 손을 흔든다. 그 미소가 좋다. 구김 없는 미소가 어떤 꽃보다도 예쁘다. 나는 할머니들의 미소에서 삶의 향기를 맡는다. 정직했다. 노력했다. 큰 욕심내지 않았다. 그러나 사랑은 작았다. 할머니들의 미소는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여린 듯 수줍은 향기가 내 가슴을 잔잔하게 감싼다.
  • [문화마당] 아줌마들의 책읽기/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아줌마들의 책읽기/신동호 시인

    2호선 왕십리역에 내리면 소월공원이 자그마하게 있습니다. 소월이 이 부근에서 서울 생활을 하며 사랑의 변주를 울렸기에 기념이 될 만한 공간이 되었습니다. 여기, 왕십리역 9번 출구로 나와 한양대 쪽으로 조금 걷다 보면 큰길 가에 소월공원만큼 조그만 도서관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레파스로 그려놓은 조각그림들 위편으로 간판이 걸렸네요. 가끔 커다란 플라타너스 그늘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만 자세히 보면 ‘책읽는 엄마 책읽는 아이’라 적혀 있습니다. 어떤 인연이 닿아 여기, 아이들이 올망졸망 앉아 소란을 피웠을 조그만 의자에 쪼그려 두달 동안 아줌마들과 책을 읽었습니다. 소녀 같고 때론 수다스럽기도 한 아줌마들과 어울리면서 자주 얼굴을 보았는데, 이상하게도 이름이 하나도 기억 나지 않습니다. 어느 날엔 목욕가방을 들고 와서 ‘목욕탕 엄마’, 생물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생물과 엄마’ 하는 식으로 마구 이름을 붙여 불렀습니다. 왠지 그 소박한 영혼들이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의 자신과 거리를 두어 보는 것이 독서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다른 세계로 함께 여행하고픈 욕심도 들었습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로 시작한 책읽기는 ‘닫힌 우물’의 은유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고향집 우물은 어머니의 싱싱한 자궁이 아니었을까. 그것이 막혔다는 건 곧 남성중심 사회의 폭력성을 보여주는 건 아닐까. 그저 평범한 일상과 씨름하던 아줌마들은 영화 ‘카모메 식당’에 가서는 일탈에 대한 대리만족을 발견한 모양이었습니다. 의무감과 관계의 짐을 벗고픈 우리시대의 아줌마들. 그러나 아줌마들은 주인공 ‘사치에’의 반복되는 수련 장면을 통해 진리를 발견합니다. ‘지독한 일상을 견디며 지키는 사람에게 비로소 일탈은 의미 있다.’ 설거지와 빨래, 이 지루한 반복을 견뎌내는 아줌마들의 힘이 변화의 원동력임을 옆에서 가만히 배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날 아줌마들이 코치하더군요. “‘오늘 저녁 먹고 들어와?’라는 통화가 무슨 뜻인지 아세요?” “맛있는 거 해놓겠으니 빨리 오라는 뜻?” 그게 아니랍니다. 일찍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랍니다. 일상을 지키면서 동시에 일상을 살짝 벗어나는 아줌마들의 대화법인 게지요. 며칠 전 여전히 책읽기를 이어가는 아줌마들의 독서 후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책의 겉모양뿐 아니라 책 속까지 좋아지기 시작했다.’네요. 셰퍼와 배로스의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그리 만만한 책이 아님에도 ‘좀 시시하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교과서적 지식을 벗어나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배경지식의 욕구를 표현한 아줌마도, 더더욱 놀라운 건 ‘세계에 대한 자기 인식과 해석을 목표로 삼았다.’는 그럴싸한 말을 한 아줌마도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오기에 어려운 몇 고비를 넘었습니다.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이 처음의 난관이었습니다만, 자연세계만의 질서를 읽으며 막막한 시간의 연결선상에 놓인 자신을 발견한 건 놀라운 깨달음이었습니다. 코엘류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는 조금 쉬어가려는 책이었지만 아줌마들은 거기에서 ‘똑같아지지 않으려는 노력’ 즉, 남들과 같은 건 편리하겠지만 결국 ‘나’를 잃는 것이라는 무거운 진리에 다가섰습니다. 압권은 다 읽은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이었습니다. 괴테가 너무 잘난 체한다는 농담으로 시작된 이야기. 그러나 자기가 느끼는 대로, 자신 있게 떠들기가 괴테의 잘난 척 비법이라는 인문학의 요체로 성큼 다가섰습니다. 이불 위에 배를 깔고 책읽기 좋은 계절입니다. 밤도 깊고요. 많이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 ‘책읽는 엄마’가 돼 보세요. 세상의 모든 책들이 자신을 제 마음대로 읽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용기를 가지시고요. 소월의 시를, 읽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르게 해석하는 시대. 그날 ‘가도 가도 왕십리’ 내리던 비도 그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 [강지원 좋은세상] 원로들, 국민통합하고 죽읍시다

    [강지원 좋은세상] 원로들, 국민통합하고 죽읍시다

    아니나 다를까, 또 적전(敵前)분열이다. 아무리 싸우다가도 더 큰일 앞에서는 서로 머리를 맞대는 것이 지혜다. 그런데 이건, 예나 지금이나 또 똑같은 행태다. 천안함사건, 연평도 도발 등에 어찌 대처할 것인지, 사격연습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 이후는 또 어찌할 것인지, 이 모두가 실로 이념과 정파를 벗어난 생존의 문제다. 그런데도 옛날 국사책에서나 보던 주전파, 주화파 싸움질을 지금도 똑같이 해대고 있으니 이 어찌 개탄스럽지 아니하겠는가. 이 나라 지식인들이나 정치꾼들, 정말 이래도 되는 것인가. 이 나라 지식인들 중 ‘좌파꼴통’의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누구 누구다. 그러면 이 나라 ‘우파꼴통’의 우두머리는 누구인가. 누구 누구다. 이 나라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이 분들의 연세는 대체로 70세 이상이다.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그 아래로 60대, 50대, 40대들이 줄줄이 잇고 있다. 가히 중간 보스급이나 행동대장급이다. 그런데 이들 좌파·우파 사이의 관계는 어떠한가. 한마디로 적대적이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법이 없다. 간혹 부딪쳤다 하면 일이 커진다. 핏대를 올리며 싸운다. 이념이 정파로 확대되면 더욱 치열해진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정파적 이익은 눈을 뒤집히게 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로 둔갑하는 압권은 국회다. 1985년 12월에는 철봉이, 1998년에는 해머가, 2007년 12월에는 전기톱이, 2008년 12월에는 물대포와 소화기가 등장했다. 격투기, 육탄전에 부상자가 늘 속출했다. 이념과 정파는 왜 필요한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소통이 안 되나. 스스로 이념과 정파의 저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념과 정파를 통해 제 잇속을 챙겨야겠다는 동물적 욕망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 나라에서 가장 시급하게 선결되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국민통합이다. 제 이념과 정파가 아무리 잘났다 하더라도 국민통합이 무너진 후에는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초가삼간 타는 줄 모르고 싸움질에 혈안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제 이념과 정파로 싹쓸이가 가능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일시적으로 권력을 장악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영구불변한 것은 없다. 그러니 제 것으로 싹쓸이하려 하면 어김없이 싸움질이 뒤따르고, 국민통합은 깨진다. 이처럼 갈가리 찢어져 난장판이 된 대한민국, 여기서 가장 먼저 국민통합에 나서 주어야 할 이들은 누구일까. 바로 원로들 아닐까. 예로부터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싸우지 마라.”고 가르쳤다. 아무래도 젊은이들은 이래저래 다투기 마련이다. 열정이 앞서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때마다 어른들이 젊은이들에게 가세해서 편싸움에 끼어들던가? 아니다. 싸움질하는 젊은이들의 그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아서라. 너무 심하게 싸우지 마라.”고 타일렀던 것이다. 사람의 생애주기를 소청장로(少靑長老)로 나눌 때 이를 계절로 보면 춘하추동이 된다. 또 그 시기에 맞는 덕목으로 보면 인의예지가 된다. 그래서 원로는 겨울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시기의 덕목은 지혜가 된다. 이처럼 원로의 덕목은 지혜다. 그래서 지혜로운 원로는 늘 싸움을 말리고 화해를 주선하는 현명함을 발휘한다. 그런데 이 나라의 소위 원로라는 분들은 어떠한가. 혹시 끝끝내 소속 이념과 정파의 ‘오야붕’ 노릇에 끗발을 날리고 있는 이들은 없는가. 오히려 젊은이들을 충동질하고 자신의 못다한 한을 풀어달라고 악을 쓰는 이들은 없는가. 이는 지혜로운 모습이 아니다. 원로다운 모습이 아니다. 그래서 호소한다. “우리 원로들, 젊은이들 싸움질 말리고 죽읍시다. 서로 화해시키고 죽읍시다. 국민통합하고 죽읍시다.”라고 말씀해 달라고. 찬반 선호가 뚜렷했던 부시 전 미국 대통령 같은 사람에게서도 배울 게 있다. 그는 퇴임후 첫 연설에서 “나는 정치보다 나라를 더 사랑한다.”고 했다. 최근 자서전을 출간한 후에도 “내가 오바마를 비판하는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나도 차츰 나이가 들어간다.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다짐하게 된다. 변호사
  • “한명숙 前총리에 돈 준 적 없어” 진술 번복

    “한명숙 前총리에 돈 준 적 없어” 진술 번복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핵심 증인인 한만호(49·수감 중) 전 한신건영 대표가 법정에서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고 말한 것은 모두 허위”라며 검찰 진술을 번복했다. 이 같은 법정 증언에 검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 김우진)의 심리로 진행된 공판에서 한 전 대표는 “한 전 총리에게 어떤 정치자금도 제공한 사실이 없으며, 한 전 총리는 억울한 누명을 쓴 것”이라고 증언했다. 증인석에 앉아 있던 한 전 대표는 검찰 신문이 시작되자 갑자기 재판장에게 “일어서서 답하겠다.”고 양해를 구한 뒤 이같이 말했다. 당초 검찰이 한 전 총리에 대해 제기한 공소 내용은 3가지였다. ▲한 전 총리가 2007년 3월 하순쯤 한 전 대표에게서 현금과 수표 및 미화 3억여원을 받았고 ▲4월 하순쯤과 8월 하순쯤에도 각각 3억원씩 총 9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를 모두 시인했다. 한 전 대표는 그러나 이날 법정에서 검찰에서의 진술을 모두 뒤집었다. 3월 하순에 건넨 3억원은 한 전 총리가 아닌 그의 측근 김문숙(50·여)씨에게 빌려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후 2차례 줬다는 6억원은 건설공사 계약 업무 등을 맡은 김모씨에게 성과급 등으로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황한 검찰은 한 전 대표의 증언이 검찰 수사와 다르다며 추궁했지만, 한 전 대표는 “검찰에서 한 진술은 모두 허위로 꾸민 것”이라고 답했다. 검찰은 또 한 전 대표가 미리 작성한 메모를 보며 법정 증언한 것을 들어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그러나 “수개월 전 진실을 밝히기로 결심했을 때 (옥중에서) 작성한 것”이라며 “정신과 약을 수년간 복용한 만큼 힌트가 없으면 성실한 증언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고 답했다. 한 전 대표는 “억울하게 빼앗긴 회사를 되찾고 싶은 욕망, 계약 업무를 맡았던 김모씨에게서 출소 후 도움받으려면 이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 검찰에서 허위 진술을 하면 법적으로 도움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등이 한 전 총리에게 돈을 줬다는 거짓 진술을 하게 된 동기”라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지난 8개월간 70~80차례 검찰에서 조사받으면서 검찰의 여러 질문에 대해 ‘예, 그런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한 것뿐”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검찰의 강압수사는 없었고, (검찰이) 편안한 상태에서 조사받을 수 있게 해 줘 감사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전 대표가 법정에서 완전히 진술을 뒤집음에 따라 검찰은 한 전 총리의 공소 사실을 입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한 전 대표 진술 외 객관적 증거들이 많이 있다.”면서 “한 전 대표가 일부 부인하는 진술들이 거짓말인 것이 금방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전 총리 재판의 분수령은 다음 달 있을 정모(여) 전 한신건영 경리부장에 대한 증인 신문이 될 전망이다. 정 전 부장은 지난 6일 열렸던 공판에서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여행용 가방에 돈을 담아 한 전 대표에게 전했고, 이 자금이 한 전 총리에게 간 것으로 알고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했다. 이에 한 전 총리 변호인은 필요한 증거가 아직 확보되지 않았다며 다음 달 4일 증인을 다시 출석시켜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상태다.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전세홍, 하의실종 초미니 패션 ‘아찔’

    전세홍, 하의실종 초미니 패션 ‘아찔’

    전세홍이 하의실종 패션으로 늘씬한 각선미를 과시했다. 20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2010 쏘나타 K-리그 대상’에 시상자로 나선 전세홍은 하의실종 패션을 선보여 관중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전세홍은 지퍼가 돋보이는 블랙 초미니 드레스를 택했다. 깊게 파인 브이넥 라인은 글래머러스한 가슴 라인을 부각시켜으며 타이트한 맵시로 몸매를 드러냈다. 한편 전세홍은 MBC ‘욕망의불꽃’에서 진숙역을 맡아 중성적인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서울신문NTN 뉴스팀 ntn@seoulntn.com
  • [고전톡톡 다시읽기] (47) 일연의 ‘삼국유사’

    [고전톡톡 다시읽기] (47) 일연의 ‘삼국유사’

    ‘괴·력·난·신(怪力神)’의 사건을 담아낸 역사책 ‘삼국유사’. 승려 일연(1206~1289)은 기이하고 허탄하다는 이유 때문에 버려진 이야기들을 수습하여 ‘삼국사기’와는 다른 ‘또 하나의 삼국 역사’를 구성한다. 증명하기 어렵고 경험의 세계로는 설명이 안 되는, 기껏 설화로나 취급될 법한 이야기들에서 역사의 진실을 보았던 일연. 일연이 아니었다면 ‘괴력난신’의 이야기들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삼국유사’의 마치 가공한 듯한 신이한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찾아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일연이 전하고 싶었던 바, 역사적 진실과 삶의 역동성을 우리의 현실로 만드는 것. 이것이 ‘삼국유사’와 만나는 방법이 아닐까. ●민족, 여러 인연들의 환상적인 조합 삼국이 고구려, 백제, 신라임엔 틀림없지만 일연은 삼국 이전에 존재했던 국가들의 역사까지 모두 삼국의 역사 안에 포함시킨다. ‘삼국유사’ 기이편의 이야기들은 그 나라가 크든 작든 그 역사가 길든 짧든, 적어도 하나의 국가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이적이 일어나며, 이렇게 만들어진 나라들이 한반도의 역사를 구성했음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일연은 자료가 전해지는 한, 한반도에 존재했던 그 어떤 나라도 빠뜨리지 않고 기록했다. 단군조선, 위만조선, 마한, 진한, 2부(평주도독부, 동부도위부), 각기 만호씩 되는 72국, 낙랑국, 북대방, 남대방, 말갈, 발해, 이서국, 5가야, 북부여, 동부여, 고구려(졸본부여), 변한과 백제, 진한과 신라, 통일신라, 후삼국 등 ‘삼국유사’에 기록된 상고사는 한반도에 하나의 종족만이 이어져온 것이 아님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무수히 많은 종족들의 이합집산에 의해 오늘날의 한민족이 형성되었다는 사실. 단군, 위만, 주몽, 혁거세, 탈해, 수로 등을 시조로 하는 다양한 종족들이 우리를 구성하는 모든 것임을, 이것이 바로 역사의 진실임을 일연은 웅변하고 있다. 단군조차 환인과 웅녀의 조합으로 탄생했으니, 우리의 뿌리는 과연 어디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우리’는 여러 인연들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들일 뿐이다. ‘삼국유사’는 근대의 민족 만들기 프로젝트에 의해 강조된 ‘단일민족’의 신화 안에 갇혀있지 않았다. 일연은 한반도를 스쳐간 무수한 인연들 하나하나가 곧 우리의 몸이자 우리의 역사임을 기억할 따름이었다. ●신성불가침의 역사로부터의 탈주 기이편에서 신라 지증왕에 대한 기록을 보자. ‘제22대 지증왕은 음경의 길이가 한자 다섯 치나 되어 알맞은 짝을 찾기 어려웠다. 사자를 삼도에 보내 짝을 구했다. 사자가 모량부 동로수 아래 이르렀을 때 개 두 마리가 북만큼 커다란 똥덩어리 하나를 놓고서 양쪽 끝을 다투어 물어뜯고 있었다. 모량부 상공의 딸이 빨래하다 숲속에 숨어서 누고 간 것이다. 그 처자는 키가 일곱자 다섯 치나 되었다. 왕이 수레를 보내 맞이하여 왕후로 삼았다.’ 왕후 간택에 관련된 이야기가 참으로 질박하다. 왕의 혼사담이 이처럼 고상하지 않기도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일연은 이 일을 역사적 사건으로 남겼다. 비상하게 큰 신체를 소유한 남자와 여자의 생물학적인 만남. 왕의 생활도 덧칠하지 않으면 이렇게 소박하고 단순한 것인지 모른다. 한편 김부식은 지증왕이 ‘몸집이 크고 담력이 남보다 뛰어났다.’고 기술했다. ‘국가’와 ‘권력’에 대해 기술하는 역사는 자연인의 얼굴에 근엄한 표상을 입힌다. 일연은 왕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국가, 권력, 이름으로 포섭 불가능한 삶의 영역을 전해준다. 기이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왕의 신비한 표상을 무너뜨리는 이 역설. 비현실적이지만 지나치게 일상적인 이야기를 통해 일연은 신성불가침의 역사로부터 저만치 탈주해버린다. ●역사에서 삶의 윤리로 승화 어떻게 하면 천지를 ‘울릴’ 수 있을까? 삼국유사는 천지를 감동시킨 사람들의 역사를 기술함으로써 이에 대해 답해준다. 감통(感通) 부분이다. ‘경덕왕 때 귀진의 집에 욱면이란 여종은 주인을 따라 미타사의 뜰에서 염불했다. 주인은 이를 미워해 매일 저녁 곡식 두 섬을 찧게 했다. 욱면은 초저녁에 곡식을 다 찧고는 쉬지 않고 염불했다. 잠이 들까봐 뜰 양쪽에 말뚝을 세우고 두 손바닥을 뚫어 노끈을 꿴 다음 이를 양쪽 말뚝에 매고 합장했다. 마침내 진신으로 변해 연화대에 올라 서쪽으로 올라갔다.’ 일연이 기록한 이 사건은 불교에 관한 역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일연은 불교의 역사를 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종교의 이적을 통해 결국은 삶의 윤리를 말한다. 출가승, 재가자,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단 조건이 있다. 간절하고 절박한 염원과 실천만이 부처가 되는 기적을 불러온다는 것. ‘신라 성종 때 부처가 되기 위해 백월산의 무등골로 들어간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각기 암자를 짓고 미륵과 미타불을 염원했다. 어느 날 스물 쯤 되는 아리따운 낭자가 한밤중에 암자로 찾아온다. 달달박박은 청정 도량에 여자를 들일 수 없다며 낭자를 내친다. 반면에 노힐부득은 한밤 깊은 골짜기에 찾아든 중생을 보살피는 것도 보살행이라 여겨 낭자를 거두어 준다. 게다가 해산하는 낭자를 도와 짚자리를 깔아주고 목욕까지 시켜준다. 이 낭자는 관음보살의 현신. 덕분에 노힐부득은 미륵존상이 된다. 뒤늦게 깨달은 달달박박은 노힐부득의 도움으로 무량수불이 된다.’ 탑상(塔像) 부분이다. 불성(佛性)의 깨달음은 사건이 일어나는 그 현장에서 실현된다. 여자를 피한다고 청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한밤중에 여자를 내치는 것은 오히려 여색(女色)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이건 수행에 있어서 하수다. 여자가 옆에 있어도 유혹이 일어나지 않아야 진정한 수행자다. 노힐부득은 그 어떤 상황에서든 자유자재함으로써 보살행을 실천하여 부처가 되었다. 그러나 달달박박은 마음은 자유롭지 않은 채 불법에만 매인 결과 보살행은 펼치지도 못했다. 이 이야기는 일상 그 한가운데가 수행처이자 깨달음의 장임을 역설하는, 삶의 태도와 윤리에 대한 기록이다. ‘삼국유사’는 ‘괴력난신의 이야기’를 계열화함으로써 사실에 입각한 역사주의의 객관성과 합리성을 포기해 버린다. 대신 이야기 속 여기저기서 마주하는 역사적 진실과 삶의 방식에 대해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기실 역사책에 기술된 객관적 사건들은 ‘사실’에 근거하지만 늘 ‘그 무엇을 위한’ 사실들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역사적 사실의 선택이 여전히 국가, 민족, 권력 관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럴 바엔 일연처럼 역사주의의 객관이라는 엄정성을 과감하게 버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삼국유사’를 읽고나면, 이질적인 삶의 욕망과 힘들을 어떻게 하면 국가주의에 포섭당하지 않은 채 기억할 수 있을지를 절실하게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길진숙 수유+너머 강원 연구원
  • 책임 없는 욕망 시장붕괴 촉발

    한스베르너 진 교수의 ‘카지노 자본주의’(이헌대 옮김, 에코피아 펴냄)는 첫인상과 달리 선정적인 책이 아니고 본격적 연구 결과물이다. 월스트리트의 왜곡된 논리에 대한 깊은 반성과, 월스트리트를 희생양 삼아 정책적 실수에 대한 책임을 피하려는 미국 금융정책 당국에 대한 수준 높은 고발이 담겨 있다. 이 책은 2008년 10월에 장렬하게 폭발한 서브프라임 사태를 심층 분석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시각에서 분석한 점은 시니컬하기도 하다. 특히 오이켄의 질서자유주의가 세상을 구할 수 있다는 신념이나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분리 시도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독일 경제학자의 자부심이나 겸업주의 은행 제도에 익숙한 일상성의 발로로 보인다. 독일인의 숨겨진 우월주의까지 엿볼 수 있다고 한다면 편견일까. 자본주의의 장점이자 태생적 한계라고 할 수 있는 유한책임제도에 대한 성찰은 가히 괄목할 만하다. 우리는 흔히 자본주의를 꽃피운 제도적 발견으로 주식회사제도와 은행제도를 꼽는다. 출자금 한도 내에서만 책임을 지면 그만인 유한책임의 주식회사제도는 확실히 근대 산업사회의 가장 중요한 보병이 되었다. 부분 지급 준비제도에 근거한 신용창조를 통해 문자 그대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은행제도는 보병을 지원하는 훌륭한 병참조직이었다. 이 두 제도에 힘입어 자본주의는 지구 전역을 빠르게 정복해 나갔던 것이다. 진 교수는 ‘욕망과 책임의 불일치’라는 자본주의의 근본적 문제점을 발견했다. 이는 진정 주목할 만한 시선이다.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 혹은 ‘재주는 곰이 넘고 실속은 왕서방이 챙기는’ 구조가 문제라는 것이다. 욕망과 책임의 불일치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 뿌리깊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다각적으로 논증하고 있는 이 책은 서브프라임 사태에 관한 훌륭한 백과사전이며,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에 대한 이유 있는 고발이다. 서브프라임 위기의 결과물인 주요 20개국(G20)을 두고 이런저런 평가가 한창이다. 금융감독 강화, 무역 불균형 해소, 적정 환율 유지 등의 의제는 그럴싸하다. 그러나 진 교수가 그토록 강조했던 ‘욕망과 책임의 불일치’를 시정하려는 노력은 쉽게 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장본인인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G20의 주인공이고, 천문학적 구제금융을 발표한 금융당국의 눈에서 ‘내 탓이오’ 같은 반성은 찾기 어렵다. ‘카지노 자본주의’는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시간을 두고서라도 읽어 봐야 할 책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 21개국 문학작품 100권에 담아

    21개국 문학작품 100권에 담아

    꼬박 10년이 걸렸다. 2001년 6월 전위 소설로 평가받는 영국 로렌스 스턴의 ‘트리스트럼 샌디’ 출간부터 시작해 노벨상 수상작가인 이탈리아 루이지 피란델로의 소설 ‘나는 고(故) 마티아 파스칼이오’까지 100권이다. 21개 국가, 16개 언어의 작품들이다. 100권 모두 다른 언어를 거치는 중역(重譯)이 아닌 해당 언어를 직역(直譯)했다. 80%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초역이다. 소설, 시 등은 물론 희곡, 산문, 우화, 설화까지 담았다. 기존에 유럽, 영미권 중심 또는 고전 중심의 세계문학이 아닌, 당대까지 아우르며 세계 곳곳의 문학흐름이 반영된 진정한 세계문학이다. 대산세계문학총서가 만들어낸 오롯한 성과다. 81종 100권을 내놓았던 10년의 역사 곳곳에 대산문화재단과 문학과지성사의 뚝심이 빛난다. 대산문화재단이 1999년부터 외국문학 번역지원 사업을 펼쳤고, 문학과지성사가 발간해왔다. 이미 70종이 번역중이거나 기획돼있는 상태다. 작품 선정위원인 권오룡 한국교원대 교수는 “대산세계문학총서는 전집이 아니라 총서”라며 닫혀있는 구조가 아닌 계속해서 ‘당대의 고전’까지 포함하는 열린 문학시리즈임을 강조했다. 그는 “100권 출간은 우리가 세계문학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바뀌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며 “예전에는 우리보다 발전된 문학을 한 수 배운다는 느낌으로 수용했다면, 이제 대등한 입장에서 대화, 교류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상업성보다는 작품성과 다양성에 중점을 뒀다. 그럼에도 전 10권의 서유기와 일본의 국민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행인’ 등 소설은 물론, 보들레르의 ‘악의 꽃’, 비슬라바 쉼보르스카의 ‘끝과 시작’ 등 시집들도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특히 브라질 희곡작가이자 소설가인 네우송 호드리게스의 ‘결혼식 전날 생긴 일’과 같은 소설은 동성애, 근친상간 등을 소재로 인간의 욕망과 억압을 드러낸 수작이다. 하지만 파격적인 소재 탓에 대산문화재단 내부에서조차 출간을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곽효환 대산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가 선택해 우리가 번역했다는 것에 커다란 의미가 있다.”면서 “어디가 끝일지는 우리도 알 수 없지만 최소 300권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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