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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리스마스이브 극장가 덮칠까, 초대형 재난영화 ‘타워’ UP&DOWN

    크리스마스이브 극장가 덮칠까, 초대형 재난영화 ‘타워’ UP&DOWN

    김지훈 감독과 ‘영화계의 큰손’ CJ엔터테인먼트는 각별한 인연이 있다. 2007년 5·18 민주화운동을 다룬 김 감독의 ‘화려한 휴가’는 관객 730만명을 동원했다. 업계 1위면서도 내세울 흥행작이 없던 CJ는 비로소 자존심을 세웠다. 2009년 1000만 관객 영화 ‘해운대’가 나오기 전까지 CJ의 최고 흥행 기록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김 감독과 CJ는 악몽을 꿨다. 총제작비 117억원가량을 쏟아부은 국내 첫 3차원(3D) 상업영화 ‘7광구’가 손익분기점(약 335만명)에도 못 미친 242만명에 그친 것이다. CJ와 김 감독이 명예회복에 나선다. 순제작비 110억원 안팎의 재난영화 ‘타워’(25일 개봉)다. 컴퓨터그래픽(CG) 등 후반 작업에만 10개월을 공들였다. 올 개봉작 중 가장 많은 돈을 썼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서울 여의도 108층짜리 초고층 빌딩 타워스카이에서 일어난 화재 속에서 삶의 희망을 놓지 않으려고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타워’가 한국형 재난영화의 기치를 올렸던 ‘해운대’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 한 꺼풀 벗겨 봤다. ■UP 재난 영화의 성패는 얼마나 사실적인 볼거리와 촘촘한 이야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느냐에 달려 있다. 그런 의미에서 ‘타워’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고도의 컴퓨터그래픽(CG) 작업으로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였다. 모두가 즐거워하는 크리스마스 이브, 108층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 타워스카이에서 발생한 화재 참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사건이 발생하게 된 이유부터 발화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물론 2차적 재난인 건물 붕괴까지 고층 빌딩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사실적이고 구체적으로 그려 나가면서 몰입도를 높인다. 갑작스러운 화재로 고층 건물에 갇힌 사람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소방관들의 애타는 사연도 적절히 배치됐다. 딸과 단둘이 사는 시설관리 팀장 이대호(김상경)와 자신을 짝사랑하는 대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푸드몰 매니저 서윤희(손예진), 결혼 후 처음으로 아내와의 크리스마스 이브 데이트를 약속한 소방대장 강영기(설경구), 로또에 당첨돼 ‘타워스카이’에 입주한 김 장로(이한위) 등이 생사를 건 위기의 순간을 아슬아슬하게 헤쳐 나가는 과정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타워’는 물을 소재로 한 ‘해운대’와 많은 부분에서 비교되는 작품이다. 하지만 상영 시간의 절반 이상이 지나서야 재난 장면이 등장하는 ‘해운대’와 달리 ‘타워’는 초반 시작 30분 뒤부터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된다. 전반부가 불로 인한 재난에 집중했다면 후반부에는 붕괴를 지연시키기 위해 수조 탱크를 열면서 엄청난 양의 물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보여주는 등 단조로움을 피했다. 실사와 CG를 적절히 섞어 실재감을 높인 것도 ‘타워’의 장점이다. 총 100억여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타워’의 화재 장면은 세트장에서 실제로 뜨거운 불 속에서 촬영됐다. 총 3000컷 중 CG로 처리된 분량은 약 1700컷에 이르지만 후반 작업에만 1년 가까이 매달린 탓인지 크게 어색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상류층이 산다는 타워스카이도 흥미롭게 그려진다. 구출되는 순간에도 특별 대우를 받으려는 사회 고위층의 볼썽사나운 선민의식과 자신의 욕망 때문에 무리하게 일을 밀어붙이는 타워스카이 조사장 역을 맡은 차인표의 연기도 눈길을 끈다. ■DOWN 가장 행복한 순간에 자연 재앙이 덮쳐 온다. 이기적인 본능에 충실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삶을 구하려고 생명을 내던진 이도 있다. 재난 블록버스터의 문법이다. ‘트위스터’(1996) ‘볼케이노’(1997) ‘아마겟돈’ ‘딥임팩트’ ‘타이타닉’(1998) ‘퍼펙트스톰’(2000) ‘투모로우’(2004) ‘2012’(2009) 등이 그랬다. 한국형 재난영화의 새 장을 연 윤제균 감독의 ‘해운대’도 다르지 않다. 재난 속에 더욱 애틋해진 인간관계가 있고, 희생을 담당하는 캐릭터일수록 행동의 당위성을 공들여 묘사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야, 뻔하다고 흉보면서도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한다. ‘타워’에서 화마(火魔)와 맞서 싸우는 중심에는 전설적인 소방대장 강영기(설경구)와 타워스카이 관리팀장 이대호(김상경)가 있다. 영화 후반부로 접어들면 관객은 직감할 터. 둘 중 한 명에게 ‘숭고한 임무’가 주어지리란 걸 말이다. 그런데 김 감독은 두 주인공의 사연과 캐릭터를 설명하는 데 인색했다. 이대호는 영화 중반부까지 사랑하는 여인 서윤희(손예진)와 딸(조민아)이 불구덩이 속에 고립됐기 때문에 그나마 동기 부여가 됐다. 하지만 강영기 대장은 투철한 사명감과 카리스마뿐. 아내와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나 과거의 실패담 등은 없다. 설경구의 열연만으로 극복하기에는 시나리오상의 캐릭터가 너무 전형적인 셈이다. 예기치 않게 재앙의 한복판에 떨어진 인물들의 관계도 밋밋하다. 이대호와 그의 딸, 서윤희를 중심으로 청소부 아줌마와 아들(권현상), 조리사(김성오)와 여자 친구, 윤 노인(송재호)과 정 여사 등이 등장한다. 왜 그들이 애틋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한 묘사는 건너뛰었다. 관객이 이들의 공포와 고통, 슬픔에 공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뜬금없이 툭툭 등장하는 유머 코드도 불편하다. 수영장에 몸을 담그고 ‘지옥 불기둥에 주의 천사를 보내 주소서’라고 기도하던 김 장로(이한위)와 교인들 앞에 소방관 병만(김인권)이 나타나자 “할렐루야.”를 외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감초 조연의 대명사 박철민과 김성오, 김인권 등이 몇 차례 웃음을 유도하지만 시사회 반응은 담담했다. 임일영·이은주기자 argus@seoul.co.kr
  • [서울도예공모전] 大賞 권진희 ‘콘셉추얼 코어_타임’…우수상 강소연 ‘주디의 홀’·신지연 ‘컵톱’

    [서울도예공모전] 大賞 권진희 ‘콘셉추얼 코어_타임’…우수상 강소연 ‘주디의 홀’·신지연 ‘컵톱’

    전통과 권위를 자랑하는 제31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 대상에 권진희(33) 작가의 ‘콘셉추얼 코어_타임’(Conceptual Core_Time)이 선정됐다. 상금 1000만원과 상패가 주어진다. SKT, 한국도자기, KDB산업은행이 후원하는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은 전통 도예를 바탕으로 독창적인 도예 창작활동을 돕고, 비상업적인 순수 예술을 진흥시키기 위해 서울신문사가 주최하는 행사다. 대상 수상작인 ‘콘셉추얼 코어_타임’은 가로 100㎝, 세로 60㎝, 높이 89㎝ 크기의 그릇 형태다. 인위적 조작이나 개입을 통해 뭔가를 만들어 낸다기보다 색판을 만들어 이걸 길게 잘라 띠를 만든 뒤 일정한 규칙 아래 이 띠를 계속 쌓아나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구조물을 선보인다. 상금 300만원의 우수작에는 현대도예 (조형) 부문에서 강소연(28) 작가의 ‘주디의 홀’(Judy’s hole), 세라믹지다인 부문에서 신지연(25) 작가의 ‘컵톱’(CUPTOP)이 각각 선정됐다. 강 작가의 ‘주디의 홀’은 남성의 적나라한 성적 욕망을 위해 만들어진 섹스토이를 어떻게 변용할 것인지를 다뤘고, 신 작가의 ‘컵톱’은 사용하기 편리한 기능성을 한껏 높이면서도 쓰는 사람이 창의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뒀다. 상금 50만원의 특선작에는 현대도예 (조형) 부문 김일완씨 등 7명, 세라믹디자인 부문 이꽃담씨 등 3명이 선정됐다. 이 밖에 입선작에는 현대도예(조형) 부문에서 나유석씨 등 43명, 세라믹디자인 부문에서 박태원씨 등 11명이 선정됐다. 올해 공모전에는 현대도예(조형) 부문 71점, 세라믹디자인 부문 23점 등 모두 94점이 출품됐다. 심사위원으로는 배진환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교수, 원경환 홍익대 도예·유리과 교수, 이기조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 황갑순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안재영 광주교대 미술교육과 교수 등 5명 참여했다. 수상작은 23일까지 서울 강북구 번동 북서울꿈의숲 드림갤러리에서 전시된다. 시상식은 같은 장소에서 18일 오후 4시 열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영어유치원 교사 “내 아이는 절대 안 보낸다”

    영어유치원 교사 “내 아이는 절대 안 보낸다”

    “미안하지만 내 아이라면 절대로 영어유치원에 안 보낸다. 연간 수천만원을 퍼붓지만 효과는 영 아니라고 본다.” 서울 강남의 영어유치원 교사인 A(28·여)씨는 조심스럽게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한국말도 못 하는 애들한테 스파르타식으로 영어를 주입하는 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당장은 효과가 있어 보여도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반드시 탈이 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유치원도, 가르치는 교사도 다 알지만 유치원생 한명 한명이 전부 돈이니 이런 말을 입 밖에 꺼내지는 못한다.”고 덧붙였다. 영어권 국가에서 태어나고 자란 A씨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구사한다. 치맛바람이 세기로 유명한 강남 영어유치원에서 근무한 지도 3년. 제법 잘나가는 강사다. A씨가 근무하는 영어유치원은 월 수강료가 200만원을 호가한다. 하지만 대기 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다. 그는 “3살반 면접에는 기저귀를 차고 오는 18개월짜리 아기도 있다.”며 강남 속 영어 광풍을 설명했다. A씨는 “4~5살 아이에게 금요일에 단어장을 주고 월요일에 스펠링을 쓰는 쪽지시험을 본다.”면서 “그 정도로 혹독하게 가르치다 보니 2년차 6살반은 영어로 수필을 쓰고 3년차 7살반은 영자 신문까지 읽는다.”고 말했다. 부모의 욕망과 경제력이 만든 영어 수재다. A씨는 절뚝발이 교육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영자 신문은 줄줄 읽는 애들이 정작 한글은 제대로 못 읽으니 기본적인 사고 능력도 또래보다 떨어진다.”면서 “수학, 과학 등도 전부 영어로 배우다 보니 막상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한글로 배우는 수업을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우남희 동덕여대 아동학과 교수 연구팀이 영어유치원에 1년 6개월 이상 다닌 아이와 영어를 접하지 않은 공동 육아 시설 아이의 창의력을 비교한 결과 언어 창의력 면에서 공동 보육 어린이는 평균 92점을, 영어유치원 어린이는 평균 68점을 받았다. 실효성은 있을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영어학원 교수부장이었던 김나겸씨는 그의 저서에서 “5살 아이가 2년간 습득한 영어를 초등학교 1학년은 6개월이면 터득한다.”면서 “5살부터 영어유치원에 다닌 아이나 1학년부터 배운 아이나 금세 같은 레벨에서 만난다.”고 지적했다. 언어연구학회에 발표된 논문 ‘조기 영어교육 관련 논쟁’(이하원·채희락)은 “한국처럼 영어를 제2언어로 학습하는 환경에서는 학습 연령보다는 인지 발달 수준, 영어 노출 시간, 집중도 등이 영어 능력 향상에 더 큰 영향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 우 교수는 “너무 어릴 때 영어를 가르치면 사고 발달이 저해되고 창의력도 굉장히 낮아진다.”고 경고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와인 취향으로 알아본 당신의 성격은?

    와인 취향으로 알아본 당신의 성격은?

    평소 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최근 영국의 한 와인 관련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관심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와인 교육 기관인 ‘프랑스 와인과 스타일’(French Wines with Style)측이 영국의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와인 선호도와 그들의 수입, 직업 전망도, 개인적인 삶의 태도 등을 조사한 결과, 선호하는 와인에 따라 각기 다른 성격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레드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은 화이트와인을 선호하는 사람보다 더 부유하고 고등교육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레드와인을 선호자의 절반 이상이 대학 졸업자였으며 연봉이 4만~4만5000파운드에 달한 반면 화이트와인 선호자의 연봉은 2만5000~3만 파운드 수준에 대학 졸업장을 가진 사람은 43%에 불과했다. 레드와인과 화이트와인의 중간 단계인 로제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의 경우 평균 연봉이 3만 파운드 미만에 고졸이 55%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레드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은 성공에 대한 욕망이 강하고 기혼자가 많으며, 화이트와인을 선호하는 사람은 현실에 만족하며 여유로운 성격이 강하고 기혼 보다는 미혼자가 더 많았다. 로제와인을 주로 선호하는 사람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의 온라인의 인맥을 중시하는 반면 레드와인을 더 좋아하는 사람은 온라인 보다는 오프라인의 인맥을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로 레드와인 선호자는 일주일에 평균 4잔, 화이트와인 선호자는 3잔, 로제와인선호자는 2잔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프랑스와인과 스타일’의 대표이자 유명 소믈리에인 제라드 바세(Gerard Basset)는 “이번 조사를 통해 성격과 환경에 따라 즐겨 마시는 와인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올 최고 히트상품 ‘싸이 강남스타일’

    올 최고 히트상품 ‘싸이 강남스타일’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올해 가장 히트한 상품으로 꼽혔다. 모바일 메신저 게임 ‘애니팡’도 당당히 2위에 올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2일 인터넷 회원 1만 97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와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이 같은 내용의 ‘2012년 10대 히트상품’을 발표했다. 강남스타일은 유엔 정식 가입국(193개)보다 더 많은 220개국에서 유튜브를 통해 영상을 시청했을 정도로 폭넓은 인기를 끌었다. 연구소는 “선정성, 엄숙함에 대한 발칙한 조롱이 불황으로 억눌린 세계인의 욕망을 대리 해소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2위를 차지한 애니팡도 올해 7월 말 출시돼 3개월 만에 2000만명이 내려받았다. 한때 하루 이용자 수가 900만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3위는 삼성전자를 스마트폰 강자로 등극시킨 갤럭시 시리즈. 갤럭시S3는 출시 5개월 만에 3000만대, 갤럭시 노트2는 2개월 만에 5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이어 이제 운전자의 필수품이 된 ‘차량용 블랙박스’가 4위, 승패 이면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한 ‘런던올림픽 스타’가 5위에 자리매김했다. 에너지 음료, 롱텀에볼루션(LTE)서비스, 고급형 인스턴트 커피, 한국영화, 캠핑상품 등이 뒤를 이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그 꼬마는 자라서 멋진 연기자가 되었답니다

    그 꼬마는 자라서 멋진 연기자가 되었답니다

    ‘잘 키운 아역, 열 스타 안부럽다.’ 최근 연예계에 아역 출신 스타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과거 이들은 아역 출신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성인 연기자로 발돋움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으나 최근 배우로서 당당히 인정받으면서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보고 싶다’ 유승호 ‘국민 손자’ 별명 탈출 아역 스타들의 활약은 올해 대중문화의 키워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상반기 인기 드라마 MBC ‘해를 품은 달’에서 남녀 주인공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여진구와 김유정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고 ‘보고 싶다’의 김소현도 ‘리틀 손예진’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스크린에서는 아역 스타 김새론이 영화 ‘이웃 사람’과 ‘바비’에 연달아 주연급으로 출연했다. 하반기에는 아역 스타 출신 배우들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연예계의 ‘젊은 피’로 각광받고 있다. 요즘 가장 뜨는 아역 출신 스타는 유승호(19)다. 아홉살의 나이에 영화 ‘집으로’의 주인공을 맡아 아역 배우로서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아역 출신의 어려움은 유승호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슬픈연가’, ‘왕과나’ 등에서 주인공의 아역을 도맡았던 유승호는 2007년 MBC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배용준의 아역을 맡아 부쩍 자란 키와 성숙해진 외모로 눈길을 끌었으나 성인 배우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이후 잘 자란 아역 스타로서 ‘리틀 소지섭’, ‘국민 남동생’이라는 별명을 얻기 시작한 유승호는 MBC ‘선덕여왕’에서 김춘추 역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홀로 서기에 나섰다. KBS 드라마 ‘공부의 신’에서 또래 연기를 선보인 데 이어 MBC 주말극 ’욕망의 불꽃‘에서는 서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멜로 연기에도 도전했다. 하지만 그의 앳된 외모와 무거운 드라마의 분위기는 잘 어울리지 않았고 지난해 SBS 드라마 ‘무사 백동수’에서 처음 악역에 도전했으나 역시 큰 화제를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유승호는 올해 성인 연기자로서 승부수를 띄웠다. 판타지 사극 MBC ‘아랑 사또전’에 출연해 다소 저조한 시청률로 타격을 입는 듯했지만 후속 드라마인 MBC 수목극 ‘보고 싶다’에 연달아 출연하는 강행군을 펼쳤다. 마침내 그는 이 드라마에서 강형준 역을 맡아 ‘달달한’ 멜로물과 냉정한 복수극을 오가며 강렬한 눈빛 연기를 선보였고 작품을 수목극 정상에 올려놓으며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았다. ●‘청담동 앨리스’ 문근영 ‘국민여동생’ 굴레 벗어 대표적인 아역 출신 스타 문근영(25)도 요즘 브라운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KBS 드라마 ‘가을동화’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얼굴을 알린 문근영은 큰 눈망울에 귀엽고 순수한 외모로 일약 ‘국민 여동생’ 반열에 올랐으나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01년 드라마 명성황후의 아역을 맡았던 그는 영화 ‘장화, 홍련’, ‘어린 신부’, ‘댄서의 순정’ 등에 출연하면서 스크린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아역 출신의 이미지를 벗지 못했다. 이후 문근영은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며 성인 연기자로 인정받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2008년 SBS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남장 여자를 연기한 문근영은 2010년 KBS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차갑고 어두운 은조 역을 통해 다채로운 연기 스펙트럼을 드러내며 여주인공으로 존재감을 인정받았다. 그녀는 지난 1일 처음 방송된 주말 드라마 ‘청담동 앨리스’에서 탄탄한 연기력으로 88만원 세대의 아픔을 갖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21세기형 캔디를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다. 한편 KBS 드라마 ‘학교 2013’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곽정욱도 SBS 드라마 ‘야인시대’(2002)의 김두한 아역 출신이다. 스크린에서도 아역 출신 배우들의 역할이 두드러지고 있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유지태의 아역을 맡으며 ‘리틀 유지태’로 불리던 배우 유연석은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를 휩쓴 멜로영화 ‘건축학개론’과 ‘늑대소년’에 연이어 캐스팅되며 충무로 기대주로 주목받고 있다.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던 충무로도 아역 출신 스타들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늑대소년’의 박보영과 ‘돈 크라이 마미’의 남보라는 아역 이미지를 벗고 주연 여배우로서 제 몫을 해냈고, 13세에 이승환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던 박신혜도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 이어 내년 1월 개봉 예정인 영화 ‘7번방의 선물’로 여배우로서 충무로에 도전장을 낸다. 아역 출신으로 올해 ‘해를 품은 달’로 스타 반열에 오른 김수현은 내년에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로 스크린에 데뷔한다. 여진구도 영화 ‘화이’의 주연을 꿰차고 내년에는 영화배우로 첫발을 내딛는다. ●과감한 변신으로 ‘배우 성인식’ 도전 이처럼 안방극장에서 아역 출신 스타들이 각광받는 것은 요즘 아역 배우들은 외모나 내면이 과거에 비해 성숙해진 데다 소년과 성인의 중간으로 풋풋한 이미지를 원하는 대중문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영섭 SBS 드라마국장은 “요즘 아역 배우들은 다양한 영상 문화 콘텐츠의 영향으로 생각은 물론 외모도 조숙하기 때문에 10대에서 중장년층 시청자까지 폭넓은 팬덤을 만들 수 있다.”면서 “아역 출신 배우는 연기력이 보증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넘어갈 때 색다른 모습을 보여 주지 못하면 실패할 위험성도 있다.”고 말했다. 상업적인 측면에서도 아역 배우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대중문화계에서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이 늘어나고 아역 스타들을 발굴하려는 매니지먼트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유명 기획사의 한 매니저는 “요즘 충무로에 10대 중심의 시나리오가 많아지고 있고 무조건 나이 어린 배우를 원한다기보다 새롭고 신선한 얼굴을 원하는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아역 스타들이 각광을 받는 것 같다.”면서 “아역 배우들은 활동량이 많지 않아 받을 수 있는 출연료에 한계가 있고 학업 등의 장애물이 있지만 최근 모든 드라마의 아역 분량이 많아지고 아역 배우에 대한 고정 관념이 없어져 신인 배우의 발판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아역 출신 스타 장근석처럼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발을 들여놓으면 가수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할 여지가 많아지는 장점도 있다. 아역 스타 김새론의 소속사인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는 “예전에는 아역 배우들에 대해 너무 어린 나이에 혹사당한다는 시각도 있었지만, 최근 연예인에 대한 사회적 위상이 달라지면서 부모들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배우들의 폭이 넓어진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본다.”면서 “현재 초등학생을 포함한 20여명의 10대 연습생들에게 춤과 노래를 가르치고 있는데 장르에 제한을 두는 것이 아니라 가수나 배우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생명의 窓] 아기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아기 하느님을 기다리는 시간/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신의 속성을 표현하는 단어로 ‘사랑’만 한 게 또 있을까. 한데 사랑에도 ‘주는 사랑’이 있고 ‘받는 사랑’이 있으니, 신의 사랑은 과연 둘 중 어느 쪽일까. 대부분 ‘주는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종교인들의 기도를 들어 보면 거의가 그렇다. 모두들 세상에 나오기 전 그분께 대단한 것을 맡겨 놓기라도 한 듯이, 아니면 그분이 자기에게 엄청난 빚이라도 진 것처럼 시도 때도 없이 ‘달라’고 보챈다. 신은 주고 인간은 받는다는 게 신앙의 정석처럼 돼 있다. 하지만 13세기 페르시아의 신비주의 시인으로, 이른바 유네스코 지정 시인의 반열에 오른 잘랄앗딘 루미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보기에는 ‘받는 사랑’이란다. 신은 피조물의 사랑을 받으시는 분이다. 이 명제가 왜 낯설까. 도대체 무슨 근거로 인간은 신께 언제나 자기를 사랑하라고만 요구하는가. 사실 내 ‘시커먼’ 속을 들여다보면 도무지 사랑받을 만한 구석이 하나도 없다. 구석은 고사하고 자격도 없는 게 정직한 내 꼬락서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간단치 않다. 신이 아기의 모습으로 세상에 나셨다.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가 하느님이다. 이 그림은 신에 대한 신화적 상상력을 단박에 뒤집어 엎는다. 사람들은 저마다 신을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간달프처럼 신령한 할아버지로 그리는 버릇이 있기에. ‘전능한 신’이라면 적어도 그쯤은 돼야 제격이라고 믿는다. 이 통속적인 이미지에 찬물을 끼얹는 게 아기 예수다.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조차 전혀 없는, 돌보는 이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금방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한없이 무력한 아기. 독일의 생태철학자 한스 요나스가 ‘하느님은 신생아’라고 말했을 때,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던 생각도 루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막 태어난 신생아에게 필요한 것은 전적인 사랑과 돌봄이다. 인간에게는 신생아를 보살필 ‘무한 책임’이 있다. 그러니까 하느님을 갓난아기로 고백한다는 말은 하느님의 생명력이 인간의 사랑 여부에 달려 있다는 뜻이겠다. 인간이 하느님을 사랑해 드려야 비로소 세상에서 하느님의 뜻이 드러나고 실현된다. 하여 크리스마스는 인간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하느님의 SOS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느님이 제발 자기를 사랑해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는 신호다. 한데 곰곰 생각해 보면 올해도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았다. 하느님 대신에 돈을 사랑했고, 권력을 사랑했으며, 하느님 대신 전쟁을 사랑했다. 심지어 내 욕망을 충족시키고 합리화하기 위해 하느님의 이름을 팔기까지 했다. 하루에도 수십 번 그분을 모른 체하고, 무시하고, 버리고, 십자가에 매달기를 반복하고도 스스로 무슨 짓을 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이런 내가 미울 법도 한데 구유에 누운 아기 하느님은 연신 웃음꽃이다. 아하, 그래서 노자 역시 도(道)를 갓난아기에 비유했고, ‘열반경’에서도 보살의 수행법 가운데 영아행(?兒行)을 으뜸으로 치는가 보다. 갓난아기는 잘생긴 사람이든 못생긴 사람이든,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강한 사람이든 약한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웃어 준다. 그 마음에 분별심이 없으므로 모두를 평등하게 대한다. 바야흐로 대림절, 곧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절기다. 그리스도인의 새해는 기다림에서 시작된다. 그 기다림의 끝에 아기 하느님이 계시다. 높으신 하느님이 세상에서 가장 작은 자의 모습으로 낮고 천한 자리에 임하신다. 2000여년 전 아기 하느님이 세상에 오시기 위해 성모 마리아의 협력이 필요했다면, 오늘 그분은 누구의 몸을 통해 육화(肉化)하기를 원하실까. 마리아의 노래(누가복음 1장 45~55절)에 해답이 있다. 자기를 세상의 작고 약한 것들과 동일시할 줄 아는 사람, 매순간 자기의 욕심은 비우고 신의 자비가 드러나도록 깨어 있는 사람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신을 낳는 삶, 곧 ‘신나는’ 삶을 살고 싶다.
  • 미얀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미얀마-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인레호수는 소수민족의 젖줄이다 Myanmar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되어 미얀마라 쓰고 ‘버마’라 읽었다. 민주화가 움트지 못한 서슬 퍼런 나라에서 아이러니하게도 황금빛 자유를 만끽했다. 타나카를 바른 수줍은 미소 1962년 쿠데타 이후, 미얀마의 봄은 아직도 오지 않았다. 미얀마 양곤 공항에서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 여사의 사진이 새겨진 기념품을 발견했을 땐 불필요하게 심장이 뛰었다. 독재를 글로 배운 나에게 미얀마는 쉬운 나라가 아니었다. 미얀마인의 표정은 하나같이 어둡고 일그러져 있겠거니. 마음이 불편한 여행을 마치고 무기력하게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이 여행 전부터 엄습해 왔다. 그때까지 나는 미얀마를 몰랐다. 아뿔싸, 그들은 너무 쉽게 웃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엷은 미소를 던지거나 “안녕하세요, 니하오, 곤니찌와.” 3개 국어를 동시에 구사하며 까르르 자지러졌다. 수십년간 군부의 그늘에서 살아 온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영국이 통치한 시간까지 합하면 억압당한 세월은 더 길고 길 터인데, 어찌 저리도 해맑을 수 있나. 마음이 짠해지는 분노가 일렁였다. 그들이 방긋방긋 웃을 때마다 분을 바른 듯 뽀얗게 물든 두 볼이 도드라졌다. 얼굴을 도배한 희뿌연 것의 정체는 타나카였다. ‘타나카’는 나무를 갈아 만든 미얀마표 ‘천연 화장품’으로 자외선을 차단해 준다고 했다. 기능도 기능이지만 ‘멋’을 내는 데도 한몫했다. 광대 주변에 살짝 바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얼굴 전체에 골고루 펴 바른 사람도 있었다. 바간의 쉐지곤 파고다Shwezigone Pagoda에서 한 번, 양곤의 보족 아웅산 시장Bogyoke Aung San Market에서 또 한 번 타나카를 바르고 있는 어린 소녀를 만났다. 엄마의 화장품을 훔쳐 바르는 사춘기 소녀의 표정이 저러할까. 거울 속에 비친 소녀의 손동작은 어설프면서도 진지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2 그들이 웃을 때마다 두 빰을 물들인 타나카가 도드라졌다 3, 4 타나카를 바르던 소녀 롱지를 두르고 신발을 던지다 미얀마에서 파고다는 기도하는 ‘카페’다. 무섭게 세포분열 중인 도시의 카페와 미얀마의 파고다는 데칼코마니로 찍어낸 것마냥 닮았다. 일단 둘 다 명당을 꿰차고 앉은지라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손쉽게 찾아갈 수 있다. 파고다에서 미얀마인은 친구를 만났고, 주전부리를 먹었으며, 잠을 자기도 했다. 한쪽에선 엉덩이를 드러낸 갓난아이가 바닥을 기어 다녔지만 다른 한쪽에선 언제 신의 부름을 받을지 모르는 나이 지긋한 노인이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았다. 그곳은 사는 것과 죽는 것의 경계가 묘연한 중간지대였다. 4박 5일간 10여 개가 넘는 파고다를 찾을 예정이었다. 미얀마의 파고다가 조건을 제시했다. “긴 하의를 입으시오, 신발과 양말은 벗으시오.” 그동안 내가 알던 ‘입기’와 ‘벗기’라는 행위는 이글거리는 욕망의 징표였다. ‘무엇을 걸치느냐’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 사회에서 매일매일 옷 입기를 고민했고, 타인의 맨몸을 보고 싶은 원초적인 자아를 발견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미얀마의 파고다에선 입는 것도 벗는 것도 욕망을 지우는 과정이다. 끝까지 반바지와 신발을 고수한다면, 여행은 뒤틀리고 말 터. 급한 대로 바간의 냥우 시장NyaungU Market에서 산 ‘롱지Longyi’를 반바지 위에 둘렀다. 미얀마의 전통의상인 롱지는 사실 옷이라기보다 그저 길고 넓은 천 조각에 가까웠다. 천을 허리에 대고 몇 번을 칭칭 감은 후, 천 끝에 매달린 긴 끈으로 고정하자, 비로소 롱지가 제 모습을 갖췄다. 남자든 여자든 성별을 불문하고 롱지를 착용했다. 고작 천 하나 둘렀을 뿐인데 ‘먼 나라 이방인’이라는 흔적이 지워졌다. 신발과 양말까지 벗자 파고다의 신성한 기운이 맨 발을 에워쌌다. 풀 한 포기며 개미 한 마리며 아랑곳하지 않고 쿵쾅쿵쾅 밟았을 두 짝의 무기는 미얀마의 사원에선 온순해졌다. 까끌까끌한 모래가 발바닥을 간질였고, 자글자글한 나뭇잎까지 말을 걸어 왔다. 1, 4 미얀마의 파고다에선 신발과 양말을 신을 수 없다. 일정 내내 맨발로 돌아다녔건만 오히려 평소보다 몸과 마음이 더 편해졌다 2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쉐산도 파고다에 앉아 미얀마를 내려다보면 인간세계가 한눈에 들어온다 3 양곤의 ‘보족 아웅산 시장’에서 만난 승려 인형 5 해질녘의 파고다가 마음을 어루만졌다 작은 수레바퀴 아래서 괴로움을 끊다 자꾸만 나풀거리는 롱지를 잡고, 두 발을 조심스럽게 내디뎠다. 여기가 말로만 듣던 미얀마의 파고다Pagoda로구나. 미얀마 인구의 약 89%가 불교 신자라 했다. 손을 들었다가 내렸다가 바닥에 몸을 바짝 붙였다가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가…. 같은 동작을 쉼 없이 되풀이하는 저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기도하는가. 한때 가톨릭 신자였던 적도, ‘종교는 아편’이라는 말에 감동하며 <만들어진 신>과 같은 책을 뒤적인 적도 있다. 결론은 원점. 결국 종교에 속하지도 벗어나지도 못했다. 나 같은 사람이 과연 삶이 곧 종교인 미얀마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사원을 돌고 또 돌며 미얀마를 관통하는 ‘불교’를 이해하려 애썼다. 소승불교상좌부불교를 믿는 미얀마인은 ‘작은 수레바퀴 아래서’ 살고 있다. 파고다에서 정성을 다해 기도하는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내 눈에는 보리수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은 석가모니로 보였다. ‘큰 수레 안에 중생을 싣고 극락으로 간다’는 대승불교이건 개인의 해탈을 중시하는 소승불교이건간에 ‘열반’을 꿈꾸는 마음만은 같았다. 열반은 모든 번뇌에서 벗어나 편안함을 깨우친 경지, 불이 꺼진 상태를 일컫는다. 무작정 미얀마 신도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아 눈을 감았다. 세상이 일순간 캄캄하게 방전됐다. 안간힘을 쓰며 붙잡고 있었던 것들이 하나둘 보이기 시작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미얀마어로 내 옆에서 기도하던 이의 목소리가 마음을 어루만지는 주술이 되어 돌아왔다. 불심은 삶의 ‘괴로움苦’에서 출발한다.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미얀마인은 더 으리으리하고 더 화려하게 사원을 짓고 꾸몄다. 현세에서 불심을 증명해야 지금의 고통을 끊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그들은 중얼중얼 기도하면서도 얇은 금박지를 덕지덕지 불상에 발랐다. 사람들의 금박지 세례 때문에 불상의 몸집은 날로 거대해졌다. 1, 3 미얀마 인구의 89%가 불교 신자다. 기도하는 그들은 열반을 꿈꾼다 2 쉐지곤 파고다 귀퉁이에 ‘황금 꽃’이 피었다 4 괴로우니까 사람이다. 미얀마인이 불교를 믿는 이유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미얀마의 갠지스강, 인레 호수 미얀마 고원지대인 헤호에 다다르자, 끝없이 펼쳐지던 파고다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대신 헤호에는 신비로운 인레 호수Inle Lake가 흘렀다. 호수의 크기는 여의도의 10배가 넘는 수준. 그곳엔 갠지스 강의 신성함과 메콩 강의 건강함이 동시에 요동쳤다. 여기가 ‘극락’이로구나. 인레 호수는 온몸으로 자비를 베풀었다. 특히 호수 한가운데 떠 있던 파고다는 육지의 파고다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한 기운을 뿜어냈다. 파고다를 에워싼 강물은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레테의 강에서 흘러든 것인지도 모른다. 인레 호수는 삶의 현장이었다. 샨족, 인타족 등 미얀마의 소수민족이 호수를 끌어안고 살고 있었다. 그들에게 물은 집이고 밭이고 학교다. 그들은 물 위에서 무수히 많은 것들을 건져 올렸다. 물풀, 갈대, 흙 등을 뒤섞어 근사한 밭을 일구었다. 여기서 생산된 토마토, 양파 등은 만달레이, 양곤 등 미얀마 전역으로 유통되고 있다. 한쪽 발로 노를 젓고 통발을 내려 물고기를 잡는 인타족의 몸짓도 아름다웠다. 장대를 수없이 툭툭 내리쳐야 물고기를 낚아 올릴 수 있다. 또 다른 소수민족은 직접 손으로 한 땀 한 땀 실과 면을 만들어 냈다. 심지어 그들의 손이 닿으면 연꽃의 뿌리조차 가느다란 실이 됐다. 지극히 현실적인 이곳을 4~5인승 보트에 앉아 1시간 가까이 유람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다 보니, 하늘과 강물이 하나 되는 순간이 찾아왔다. 시골 아궁이에서 연기가 솟아오르는 것처럼 희뿌연 물안개가 조용히 피어올랐고, 소나기가 그친 후 무지개도 반원을 그렸다. 그곳에서 나는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었다. 1 인레 호수에서 탈 수 있는 4인승 보트 2 누군가에게 호수는 집이고 밭이고 학교였다 3 미얀마에서 극락을 만났다 글·사진 구명주 기자 취재협조 베트남항공 www.vietnamairlines.com PAGODA ▶Bagan바간 정신을 잃게 만드는 황금 언덕이여 쉐지곤 파고다Shwezigone Pagoda 그늘진 사원의 복도를 관통하면, 일순간 시력을 잃을 것만 같은 강력한 빛이 뿜어져 나온다. 쉐지곤 파고다는 농후하게 익은 샛노란 과일처럼 불탑 전체가 황금빛으로 타오른다. 부처의 치아 사리를 등에 업은 코끼리가 멈춰선 명당이기도 하다. 파고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그마한 물 웅덩이 하나가 있는데 웅덩이 앞에 앉으면 파고다 꼭대기가 물속에 비쳐 들어온다. 미얀마의 ‘마추픽추’라 부르겠소 쉐산도 파고다Shwesandaw Pagoda 일행 중 한 명은 ‘페루의 마추픽추보다 쉐산도 파고다가 아름답다’고 탄식했다. 쉐산도 파고다에 오르면 바간을 수놓은 파고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5층짜리 건물과 맞먹는 높이를 자랑하지만, 여행객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맨발로 파고다의 계단을 오른다. 후들후들 흔들리는 다리를 다독이며 파고다에 오르면 붉은 토양을 뚫고 불룩불룩한 솟아오른 수천개의 파고다가 걸어온다. ▶Yangon 양곤 최고 중의 최고, 파고다 대표선수 쉐다곤 파고다Shwedagon Pagoda 미얀마를 소개하는 사진에는 응당 쉐다곤 파고다가 주인공을 차지한다. 세계 불자의 성지순례지인 이곳은 규모로 보나 분위기로 보나 으뜸이다. 높이가 100m, 둘레가 426m에 달해 도는 데 족히 30분은 걸린다. 이 파고다는 낮에 가도 좋지만 해질 무렵, 혹은 해가 진 이후 방문하길 추천한다. 맨발로 조용히 걷다가, 기도하는 미얀마인 옆에서 함께 명상을 해보자. 거대한 쉐다곤 파고다의 신성한 기운을 온몸이 흡수하는 것만 같다. 영롱한 촛불이 켜져 있어 마음이 편안하게 가라앉는다. ▶Heho 헤호 사원을 점령한 고양이 군단 점프하는 고양이 사원Jumping Cat Monastery 사원의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진다. 고양이가 점프를 한다고? 아니나 다를까. 사원 입구부터 고양이가 여행객을 반긴다. 사원에서 사는 지체 높은 고양이신지라 사람이 다가가도 전혀 겁내지 않는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길 한가운데 벌러덩 드러눕는 건 기본이다. 이 사원이 유명해진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의 묘기를 볼 수 있는 ‘쇼’가 열리기 때문이다. 스님이 굴렁쇠를 높이 들면 그 안으로 ‘폴짝’ 뛴다. 그러나 현재는 정부에서 쇼를 금지한 상태라 쉽게 쇼를 볼 수는 없다. 여자는 들어갈 수 없다고? 파웅도우 파고다Phaungdawoo Pagoda 인레 호수에 떠 있는 파웅도우 파고다에는 눈길을 사로잡은 경고문이 하나 있다. “Ladies are prohibited.” 아니 시대가 어느 때인데 여성의 출입을 금지하는가! ‘남자’만 접근할 수 있는 ‘그것’은 축구공을 닮은 불상 5개. 불상을 둘러싼 이야기도 전해 내려온다. 1965년 마을 축제 기간에 복을 빌기 위해 불상을 배에 싣고 떠났는데 그만 물속에 불상이 빠져 버렸다. 4개의 불상을 찾고 1개의 불상은 포기했는데…. 사원에 돌아오고 나니 불상이 떡 하니 기다리고 있었다고. 5개의 불상을 여자 여행객은 만질 수 없지만, 멀리서나마 볼 수 있다. ▶Travel to Myanmar 항공 인도차이나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 베트남항공은 인천과 부산에서 베트남 하노이와 호치민으로 직항편을 운영 중이다. 12월1일부터 오후 6시5분 인천에서 출발하는 하노이행 비행기가 기존 주 4회에서 주 7회로 증편된다. 동계 스케줄을 기준으로 하노이에서 양곤으로, 호치민에서 양곤으로 각각 주 7회(오후 4시35분 출발→오후 6시10분 도착), 주 4회(11시40분 출발→오후 1시25분 도착)운항한다. 스케줄 인천-하노이 VN417편(오전 10시35분 출발→오후 1시45분 도착), VN415편(오후 6시5분 출발→오후 9시10분 도착), 인천-호치민 VN409편(오전 10시15분 출발→오후 1시45분), 부산-하노이 VN427편(오전 10시30분 출발→오후 12시45분 도착), 부산-호치민 VN421편(오전 10시 출발→오후 1시 도착) 문의 02-757-8920 www.vietnamairlines.com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1 인타족은 한 발로 노를 젓고 통발을 내려 물고기를 잡는다 2 알려주기 싫은 비밀의 공간, 인레 리조트 숙소 바간 트리파이차야 생추어리 리조트Bargan Thiripyitsaya Sanctuary Resort 이 리조트는 미얀마 스타일을 자랑한다. 멀리서 보면 ‘리조트가 아니라 파고다 아냐?’ 하고 착각할 정도로 고풍스럽다. 키 큰 나무가 쭉쭉 뻗어 있는 정원의 사이사이로 독립된 객실이 마련돼 있다. 객실의 수는 총 76개. 객실 입구에는 몸을 누이기 좋은 넓은 의자가 있다. 이 의자에서 낮잠을 청해도 좋고 책을 한 권 읽어도 좋다. 리조트의 압권은 야외 수영장. 수영할 때마다 이라와디 강이 보이기 때문에 마치 강에 몸을 담그고 있는 것만 같다. 로비에서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진다. 문의 +95-61-60048 www.thiripyitsaya-resort.com 주소 Bagan Archeological Zone, Old Bagan, Mandalay Division, Union of Myanmar 인레 리조트Inle Resort 남들에게 알려주기 싫은 ‘아지트’ 같은 곳이다. 인레 호수에서 보트를 타고 한참을 들어가면 리조트가 나온다. 인레 호수의 신비로운 분위기가 리조트에까지 스며들어 있다. 저녁 무렵, 야외 테라스에서는 앉아 있으면 호수 속으로 고개 숙이는 해를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레 리조트는 자연 친화적이다. 수풀이 우거진 리조트를 걷다 보면 피곤함이 순식간에 달아난다. 문의 +95-9-521-4655 www.inleresort.com 주소 Inlay Lake, Nyaung Shwe Township Southern Shan State, Myanmar 수도 미얀마의 수도를 ‘양곤Yangon’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현재 미얀마의 수도는 네피도Naypyidaw다. 2005년 말 미얀마 군사정부가 수도를 양곤에서 핀마나Pyinmana로 이전했으며 1년 뒤 핀마나라는 도시명을 네피도Naypyidaw로 변경했다. 통화 & 시차 미얀마의 공식 화폐 단위는 차트Kyat. 달러를 받는 가게가 있긴 하지만 극히 드물다. 달러는 공항이나 호텔 등지에서 환전할 수 있다. 시차는 우리나라보다 2시간 30분 늦다. 날씨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므로 우산이나 우의 준비는 필수다. 12월은 미얀마 여행의 적기다. 비가 적게 내릴 뿐더러 기온도 20~30도 선을 유지한다. 사전준비 미리 해외로밍을 하지 않으면 미얀마에선 원시인이 될지도 모른다. 자동 해외로밍이 되지 않기 때문에 문자, 전화 모두 쓸 수 없다. 출국 전 미리 로밍을 신청하라. 또한 파고다에선 짧은 반바지나 치마를 입을 수 없으니 미리 긴 옷을 준비하자. 현지에서 미얀마 전통의상인 롱지를 사 입어도 좋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4일 TV 하이라이트]

    ●즐거운 책 읽기(KBS1 밤 12시)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황순원문학상 수상작가 이승우가 1년간 세계의 문학에 연재했던 작품 ‘지상의 노래’를 찾았다. 천산 수도원 72개의 지하 방에서 발견된 엄청난 분량의 벽서. 화려한 장식과 신비로운 그림들로 이루어진 천산 벽서를 둘러싼 개인들의 굴절된 욕망과 왜곡된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채롭게 소개한다. ●오감만족 세상은 맛있다(KBS2 밤 8시 20분) 동남아시아의 젖줄 메콩강. 베트남 남부지역은 이 메콩강과 맞닿아 비옥한 토지가 선사하는 과일과 채소가 넘쳐난다. 더불어 메콩강을 말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민물고기로 풍부한 어종은 기본이다. 이곳에서 개성만점 어업이 펼쳐지는데…. 펄떡이는 메콩강의 생명력과 그곳 사람들의 일상을 만나 본다. ●아침드라마 사랑했나봐(MBC 오전 7시 50분) 회사를 나가라는 현도의 말에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윤진. 아버지와 윤진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도는 답답하기만 하다. 한편 명자는 심해지는 건망증 때문에 혼란스럽고, 재헌은 그런 명자가 불안해 어린 장미에게 명자를 잘 챙기라고 신신당부한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SBS 오후 5시 35분) 하온이는 유모차를 타고 다닐 나이에 앰뷸런스를 타고 다니는 자발호흡을 할 수 없는 아이다. 병원을 한 번 가려면 왕복 50만원의 응급차를 타야만 한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기관 절개술까지 받아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입모양이 전부지만 엄마는 하온이의 표정, 손짓만으로 하온이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 있다. ●희망풍경(EBS 밤 12시 5분) 시각장애를 가진 여자 아이가 경험하는 일상을 재미있고 감동 있게 그리는 만화 ‘안녕, 딱공?’. 항상 씩씩한 모습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는 ‘딱공’에게 많은 독자들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딱공의 주인공은 만화를 연재하고 있는 정성훈 작가의 딸 정지은양이다. 아빠는 왜 딸을 주인공으로 만화를 그리게 되었을까. ●가족(OBS 밤 11시 5분) 대전의 우거진 산속에서 산약초의 달인, 털보 아빠 김시한씨와 효소 요리 솜씨를 뽐내는 엄마 박선희씨, 그리고 자연의 정기를 받아 쉴 새 없이 왁자지껄한 보문산 4남매가 살고 있다. 산으로 들로 뛰어 놀다 보니 저녁이면 양 볼이 빨개져서 집에 돌아온다는 산골 아이들과 산 생활에 푹 빠져 사는 여섯 가족의 건강한 힐링 라이프를 함께한다.
  • [열린세상] 뜨거운 정당, 덤덤한 유권자/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열린세상] 뜨거운 정당, 덤덤한 유권자/이종수 연세대 행정학 교수

    대선이 2주 앞으로 다가왔는데, 유권자들의 관심은 생각보다 뜨겁지 않다.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열심히 지방을 순회하며 유세를 하지만 몰려드는 청중 수는 예전보다 크게 줄었다. TV 카메라 기자들도 이 때문에 청중들보다는 주로 후보가 있는 단상 쪽을 찍어 내보낸다고 한다. 유권자들의 이런 차분한 반응과 달리 각 당의 선거캠프는 열기로 뜨겁다. 캠프에 합류한 참모들은 스스로를 ‘5분 대기조’라 부르며 분주히 뛰고, 정당의 하부조직까지 전국의 골목을 누빈다. 커다란 확성기 소리를 대할 때마다 이들의 열기가 권력을 잡아 누려 보려는 단순한 욕망이 아니라, 스스로 추구하는 가치와 정책을 이 땅에 구현하여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 보려는 희망이기를 소원한다. 그런데 대선을 코앞에 앞둔 시점에 이처럼 정당의 열기와 국민의 관심 사이에 큰 온도차가 느껴지는 까닭은 뭘까.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미래가 없는 선거로 치러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새 대통령이 취임할 2013년 2월 이후가 아닌 예전의 과거, 그것도 2008년 이전의 두 대통령을 놓고 선택을 강요당하는 느낌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이 구도가 득표에 유리하다고 판단할지 모르지만, 유권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 프레임이 탐탁하지 않다. 두 전직 대통령은 한 분은 타살, 한 분은 자살로 지나치게 선명하게 그리고 비극적으로 시대적 평가를 마주했던 인물들이다. 이들에 대한 선호를 다시금 유권자들에게 밝히라고 강요하는 것은 아직 부담스러운 일이고, 새삼 이 시점에 바뀔 것도 없다. 오래 전 앤서니 다운즈는 선거를 ‘유권자라는 소비자가, 정당이라는 공급자들로부터, 표라고 하는 돈을 주고, 정책이라는 상품을, 선거라는 시장에서 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란 한 공동체의 진로에 대해 정치권이 비전을 던지고, 유권자들로부터 동의를 받아내는 장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에 대한 꿈과 가능성, 그리고 새롭게 열어갈 정책의 패러다임을 개척하지 못하는 선거라면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다. 아직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과거 속에 묻혀 있으라고 유권자들을 윽박지르는 것인 동시에 저성장형 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싫든 좋든, 우리가 관심을 갖든 안 갖든 새 정권은 우리의 삶에 너무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데 있다. 한해 340조원의 국가예산을 사용하고, 3000명이 넘는 고위 공직자와 공공기관 임원을 임명하고, 주요 정책을 결정할 것이다. 아무리 선거에 무관심한 사람도 이 막대한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는 어렵다. 수많은 사람들의 승진과 등용, 사업의 성패가 달려 있으니 무지막지한 영향을 우리들의 삶에 끼치는 것이다. 기왕 일이 이렇게 된 것, 금번 대선에서 이기는 당선자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은 명백하다. 첫째는 정권 혹은 정치가 사회에 휘두르는 영향을 줄이는 것이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 청와대보다는 내각의 각 부처에 실질적인 힘을 부여하고,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로 권한을 내실 있게 이양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면 우리 사회가 정치 과잉의 폐해로부터 벗어나 자율성을 향유하고, 좀 더 민주적인 다양성을 꽃 피울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는 깨끗한 나라를 만드는 일이다. 정치 부패를 뿌리 뽑고 비민주적 특권을 내려놓으며, 투명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거나 사회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시대는 지났지만, 정치를 깨끗하게 하고 정부를 개혁할 수는 있다. 경제에 관해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공약을 남발할 게 아니라, 대통령 자신의 관리영역에 속하는 정치와 정부를 확실히 개혁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이번에 선출되는 대통령은 커다란 장점을 누리게 될 것이다. 정권 초반 자의적으로 권력을 휘두르다 정권 말기 모든 책임을 지고 팽 당하는 대통령으로 전락하지 않을 것이다. 정권 초반, 막연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가 정권 말기에 이르면 절망하고 분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만큼 이제 국민들은 충분히 학습돼 있다.
  • ‘수뢰’ 한수원 간부 징역 5년

    울산지법은 2일 납품업체 등록과 납품 수주 과정의 편의 제공 등 대가로 원전 납품업체로부터 7000만원을 챙겨 구속기소된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김모(55·1급) 처장에 대해 징역 5년, 추징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울산지검 특수부는 김씨에게 징역 7년, 추징금 7000만원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주도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사적 욕망을 채운 만큼 원자력발전소를 관리, 운영하는 한수원의 고위 임원으로서 잘못이 크다.”며 “원자력발전소의 설비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면 후손들이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시청률에 발목 잡힌 변신의 제왕 김명민

    시청률에 발목 잡힌 변신의 제왕 김명민

    전율 돋는 연기로 시청자를 압도해 온 김명민(40)이 돌아왔다. 김명민은 지난 5일 처음 방영된 SBS 월화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으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이후 3년여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했으나, 낮은 시청률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시청자들은 드라마 ‘하얀거탑’(2007년)의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2008년)의 강마에와 다른 연기 변신을 내심 기대했으나 아직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시청률 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월화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은 지난 5일 첫 방송에서 전국기준 6.5%의 시청률로, MBC ‘마의’(14.7%), KBS ‘울랄라부부’(11.5%)에 크게 뒤졌다. 이어 시청률 7%대 안팎을 유지하다 지난 19일 8.1%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7%대로 회귀했다. 동시간대의 ‘마의’는 18% 안팎을, ‘울랄라부부’는 8%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드라마의 제왕’은 방영 전부터 실제 국내 드라마 제작 현장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 주는 구성은 물론 ‘흥행 보증수표’인 김명민의 출연으로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독단적이며 이기적인 외주 제작사 대표 김명민(앤서니 김 역)이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다. 앤서니 김은 장준혁(하얀거탑)처럼 자기 욕망의 추악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변명하거나 가리지 않고 더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인물이다. 절대 악도 절대 선도 없는 나름의 문제의식을 품은 캐릭터는 김명민이 가장 잘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란 극찬도 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앤서니 김과 장준혁이 너무 닮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신보다 센 ‘갑’ 앞에서 뒷거래를 위해 여지없이 무릎을 꿇는 두 드라마 속 장면이 그렇다. 이 같은 방송가의 분위기를 의식한 탓일까. 김명민은 지난 22일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드라마 시청률이 올라간다면 쪽대본도 괜찮다. 지금 드라마 제작도 쪽대본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고 언급했다. 드라마에 나오는 열악한 제작환경과 시청률을 교묘히 짝을 지은 것으로, 이면에는 시청률에 대한 압박감도 감춰져 있었다. 이어 전작 속 캐릭터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지적에는 “캐릭터를 설정하는 데 곳곳에 함정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사의 뉘앙스, 톤 등이 전에 했던 작품과 엇비슷한 부분이 많았고, 피해 가기가 어려웠다.”면서 “내 입맛대로 고치면 예전 캐릭터와 비슷한 느낌을 줘 작가가 써 주는 대본에 토씨 하나 안 틀리도록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고작 6회밖에 방영되지 않은 드라마의 시청률을 언급하는 게 섣부르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김명민의 소름 끼치는 연기 변신에 대한 시청자의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그의 연기 행보는 앞으로 방송가의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성추문 검사 파문] 檢, 성행위를 뇌물로 간주 이례적… 판례없어 논란일 듯

    검찰이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전모(30)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직권남용이나 성폭행죄를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성행위 자체를 뇌물로 간주한 판례는 없다. 대검 감찰본부와 피의자 측 변호인의 주장 등을 종합하면 전 검사에게 적용할 수 있는 혐의는 성폭행, 직권남용, 뇌물수수 세 가지다. 이 가운데 성폭행 혐의는 피해자 고소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로 전 검사가 피의자 A씨와 이미 합의를 했기 때문에 적용할 수 없다. 검찰은 직권남용죄 대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피의자와의 성행위를 뇌물로 본 것이다. 검찰은 피의자 측 변호인인 정철승 변호사가 제출한 녹음 파일 등을 분석한 결과 성행위의 강압성보다는 대가성에 무게를 두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무원에게 대가를 바라고 성매매를 시켜준 뒤 화대를 제3자가 지불한 사건에서 화대를 뇌물로 본 판례는 있다. 하지만 성행위 자체를 직접적인 뇌물로 본 판례는 없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최고재판소에서 판사와 여성 피고인 사이에 있었던 성관계에 대해 성행위를 뇌물로 본 판례가 있다. 뇌물수수죄를 적용한 검찰의 법 적용을 억지라고 비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뇌물죄에서 뇌물은 금전을 포함한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사람의 욕망을 충족시키기에 족한 일체의 유형·무형 이익을 모두 포함한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하지만 뇌물수수죄에서는 뇌물을 제공한 사람도 처벌하기 때문에 이번 사건에서 A씨도 처벌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검찰은 A씨의 경우 강압 행위에 의한 뇌물은 공여죄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변호사는 “검찰이 일단 여성 피의자 A씨를 입건한 이후 기소유예하거나 입건 자체를 안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성을 뇌물로 본 것은 판례가 없어 이번 사건이 선례가 될 것”이라며 “여성이 뇌물공여자가 될 경우 성의 상품화 논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뇌물수수죄보다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했어야 한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형법의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는 죄’를 말한다. 중앙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몇몇 판사들이 모여 얘길 해봤는데 직권남용이라는 의견이 많았다.”고 소개했다. A씨 변호인인 정 변호사도 “이 사건은 검사의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다. 성범죄 피해자가 뇌물 공여자가 되고 성적인 향응을 제공한 것처럼 된다면 법정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선례를 만들면서까지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데 대해 서울의 한 법학과 교수는 “검찰이 검사가 지위를 남용해 성행위를 했다는 점에 대해 책임을 분산시키려고 직권남용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검사에 대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을 줄이고 검찰의 위신을 살리려는 방편으로 뇌물수수죄를 적용했다.”고 꼬집었다. 최지숙기자 truth173@seoul.co.kr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데스크 시각] 광해(光海)의 정치, 계영배(戒盈杯)의 정치/오일만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광해(光海)의 정치, 계영배(戒盈杯)의 정치/오일만 정치부 차장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는 지금 야권 단일화라는 벼랑 끝에 서 있다. 그들이 평생에 걸쳐 일궈 놓은 인생과 정치생명이 걸린 건곤일척의 결전이다. 두 후보 모두 사람인지라, 지금쯤은 격렬한 전의를 불사르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정치 무대에서 끌려 내려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문 후보나 안 후보 모두 1년 사이 정치권에서 호출받은 구원투수들이다. 민주통합당 문 후보는 총선에 이어 대권까지 거머쥐려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항마로, 안 후보는 무당파들의 정치변화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기존 정치권에 이골이 난 수요자들의 입장에선 호기심을 자극할 ‘신상품’이고 이들이 던진 대선 출사표에도 비전 제시와 정치 쇄신의 열망이 가득찼다. 이들의 초심은 거칠고 척박한 정치현실에 착근해 견고한 지지율로 변했다. 야권 단일화의 두 주역이 된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나 초심을 온전하게 보존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더욱이 대권 주변에 들러붙어 있는 온갖 탐욕꾼에다 강파른 진영논리가 판치는 대선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정치의 본질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인데 자기 욕심을 버리면 채워지는 묘한 이치를 갖고 있다. ‘버리면 이기는’ 비상식의 교훈이다. 이른바 계영배((戒盈杯)의 정치다. 계영기원 여이동사(戒盈祈願 與爾同死). “가득 채우지 말기를 바라며, 너와 함께 죽기를 원한다.”는 뜻이다. 소설 상도(商道)의 실제모델인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아끼던 계영배(戒盈杯)에 새겨진 문구라고 한다. 잔의 7할 이상을 채우면 모두 밑으로 흘러내린다. 넘침을 경계하고 과욕을 경고하는 잔이다. 대선 본선에 오를 야권 티켓은 단 한 장이다. 문-안 중 누가 야권 단일후보가 되든, 승패를 떠나 한국 정치 발전이란 측면에서는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다. 유효기간이 다 돼가는 1987년 체제 극복과 글로벌 시대의 정치 쇄신 모두 대한민국의 절박한 과제다. 그럼에도 최근 단일화 협상과정에서 두 후보가 보인 정치력 부재와 리더십에 실망하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결단의 시기를 놓치고 정치공학적 승부근성만 부각되는 모양새다. 자신들이 그렇게 경멸한다던 기득권자의 욕망에 빠져드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든다. 아름다운 단일화는 승자의 몫이 아니다. 기꺼이 패자가 되겠다는 ‘양보의 정치’에서 감동의 정치가 시작되고 승리의 싹이 돋아나는 것이다. 중국 현대사의 주역인 마오쩌둥(毛澤東)과 저우언라이(周恩來)의 사례를 보자. 이들은 애증의 관계다. 저우는 원래 마오의 상관이었고 노선 대립도 심각했다. 중국 공산당이 궤멸 직전인 대장정 도중에 저우는 부하인 마오를 주석으로 옹립한다. 1935년 1월 쭌이(遵義) 회의에서다. 저우는 기꺼이 조연의 역할을 떠맡았다. 두 거두의 화합이 없었다면 지금의 중국은 없었을 것이다.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절도 두고두고 곱씹을 대목이다. 개혁 추진세력을 통합하지 못했고 스스로 분열의 길을 자초했다. 민주화 세력의 기둥인 고(故) 김근태 전 의원과 결별했고 호남 지지기반의 이탈도 뼈아픈 대목이다. 구시대의 막내로 정치무대에서 내려온 노 전 대통령의 비극은 자업자득적 측면이 있다. 역사적 닮은 꼴은 광해의 정치다. 문 후보가 영화 ‘광해’를 보면서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혔지만 사실 광해의 정치는 분열의 정치로 기록된다. 광해군을 옹립한 동인계열의 대북(大北)은 이후 영창대군을 지지하는 소북(小北) 등의 협력을 거부하며 골수파로 변한다. 이들이 광해의 정치를 주무르지만 아집과 전횡으로 일관했다. 대동법 확대와 명·청 중립외교 등으로 새로운 조선을 염원했던 광해의 비운도 이런 맥락이다. 새 시대 맏형과 구시대 막내의 길이 두 후보 앞에 놓여 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상생과 공멸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국민들은 묻는다. 당신들은 어느 길로 갈 것인가. oilman@seoul.co.kr
  • [문화마당] B급 문화에 열광하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문화마당] B급 문화에 열광하다/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

    한마디로 우리 대중문화는 B급 감성과 열애 중이다. 주류 문화의 식상함에 반발하는 대중이 늘고 있다는 방증이다. 세계 음악시장을 뒤흔든 싸이를 비롯해 영화, 문학 등 다양한 장르에서 대중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최근 불어닥친 B급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왜 이런 만만한 콘텐츠 앞에서 우리가 열광하고 있는가, 열광해야 하는가. 도대체 B급 문화라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가. 사회학적으로나 학문적으로 규명된 정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급 정서, B급 문화라는 말은 줄기차게 사용되어 왔다. 그 효시를 정확하게 포착할 수는 없지만 예술성이 배제된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칭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필자가 참여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문화전문 계간지 ‘쿨투라’가 ‘B급 정서, B급 문화’라는 제하의 특집 코너를 마련해 각계 문화 전문가들의 심도 있는 진단을 게재한 일례가 있다. B급 문화는 ‘B 영화’(B Picture)라는 용어에서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1930년대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가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가공할 만한 제작비로 만든 작품에 끼워 팔기 위해 만든 싸구려 영화를 말한다. 우리나라도 1980년대 동시상영관에서 상영된 B급 감성의 영화들은 인간 본연의 욕망과 솔직함을 무기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다. 문학계와 미술계에서는 저급문화를 키치(Kitsch)로 분류했다. 비주얼 중심의 대중문화 트렌드를 주축으로 B급 문화의 저변은 확산되고 있다. 인간의 욕구와 욕망을 기본 틀로 삼는 문화 트렌드라는 점에서 사회심리학적인 분석이 이루어진다면 더 심도 있는 논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에 선정된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은 창간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주류가 비주류를 축출하고, 그들을 역사의 현장에서 밀어냈지만 예술은, 영화는 그 빼앗긴 영광을 되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비주류)은 결코 실패자가 아니다. 결코 주류보다 불행하지도 않고, 주류에 비해 퇴행되어야 하고 없어져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그것이 곧 문화의 의무이며 의미이다. 경제지표로 다 나타낼 수 없는 것들이 문화를 통해 발화된다. 그런 면에서 영화는 주류가 비주류를 부러워할 만한 근거를 제공해 준다.” 당시 이 감독의 인터뷰는 우리 사회가 언뜻 보기엔 주류가 이끌어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주류의 힘이 아닌 비주류의 역동적 힘이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간다는 것을 제시하는 새로운 메시지로 들렸다. 그의 예언처럼 그동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소위 주류 문화보다 비주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고, 이제 우리 문화를 주류와 비주류로 양분하기엔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 사회적 통념을 벗어난 독특한 문화로 대변되는 B급 문화, 즉 비주류가 주류의 식상함을 밀어내고 대중 속으로 들어왔다. B급의 결과물로 대중을 흥분시킨 아티스트는 결코 B급이 아니라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8분짜리 뮤직비디오 메이킹 필름을 보면, 철저하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진두지휘하는 그의 모습에서 결코 막 만든 결과물이 아니라, 대중 기호의 접점을 찾아내고 있는 흔적을 발견하게 된다. 그를 B급 아티스트라고 자신 있게 규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대중이 B급 콘텐츠에 열광하게 만드는 아티스트는 어쩌면 대중성에 있어서 천부적 재능을 지녔을지 모른다. 미디어는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을 때 더욱 호들갑을 떨게 마련이다. 그래서 예상치 못한 콘텐츠가 뜻밖의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더 큰 사건처럼 부풀려진다. 그러고 보면 A급 감성을 가진 노래도 세월을 견디며 대중에게 꾸준히 사랑받아 왔는데 말이다. ‘B급 문화’ 전성시대에서 대중문화에 급속도로 파고든 이 ‘B급 감성’이 이제 대중문화를 지탱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로 자리 잡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됐다. 주류가 비주류를, 혹은 비주류가 주류를 인정하고 껴안을 때 우리 대중문화의 확장은 담보되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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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뮤지컬 ●댄스뮤지컬 ‘번 더 플로어’ 25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30일~12월 1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각종 댄스 선수권대회를 석권한 무용수 20여명이 살사, 탱고, 룸바 등 춤과 이야기의 향연을 펼친다. 베르사체·돌체앤가바나·모스키노의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의상 300여벌이 더해져 화려함이 배가된다. 3만~15만원. 1544-1555. ●뮤지컬 콘서트 드림인(Dream人) 20일~12월 22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 ‘스프링 어웨이크닝’, ‘그리스’, ‘지킬 앤 하이드’ 등 많은 사랑을 받는 뮤지컬 음악으로 꾸몄다. 뮤지컬 배우의 연기와 작품 설명을 곁들이는 해설이 있는 공연이다. 1만원. (02)796-7831~2. 국악·클래식 ●서원숙 가야금 독주회 20일 오후 7시 경기도문화의전당. 서원숙 단국대 교수가 가야금 산조의 명인 중고제 심상건의 음악을 재현한다. 정악적 변풍에 주법이 까다로워 음반으로만 전해지는 심상건 음악을 다양하게 만날 기회. 서한범 단국대 국악과 명예교수가 해설하고, 이건석(대금) 단국대 교수와 단국대 현악합주단이 협연한다. 무료. (031)8005-3926. ●소프라노 손순남 독창회 23일 오후 8시 서울 삼성동 포니정홀. 한국인 최초로 미국 피츠버그 오페라단에서 활약하고 국내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는 손순남이 ‘오래된 나의 노래들’이라는 주제로 독창회를 연다. 나운영의 ‘가려나’, 김성태의 ‘동심초’, 조르다니의 ‘나의 다정한 연인’, 글룩의 ‘오 감미로운 나의 사랑’등 노래를 선사한다. 3만원. (02)2051-0734. 미술·전시 ●정제화 ‘일탈·회귀’전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관훈동 인사아트센터 4층 특별관.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 그래도 현실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는 인생의 현실을 묘사한 작품들이다. 작가가 이런 점을 강조하기 위해 택한 소재는 연꽃. 연꽃이 있는 연못이 속세이며 극락이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바로 낙원이라는 메시지다. (02)736-1020. ●‘클래스 올덴버그 & 코셰 반 브루겐 작품’전 내년 1월 15일까지 서울 청담동 PKM트리니티갤러리. 청계천변에 위치한 소라 모양의 거대한 공공 설치작품으로 유명한 두 작가의 협업 작품을 대거 선보인다. 영등포 타임스퀘어에는 3m가 넘는 대작 2점을 따로 전시해 뒀다. (02)515-9496.
  • 아우디 스포츠세단 S6 어떤 차

    아우디 스포츠세단 S6 어떤 차

    ‘누구보다 빨리 달리고 싶다’는 남자들의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차가 바로 아우디의 스포츠 세단 S6다. 아우디의 ‘달리고 서기’ 기술의 집약체라고 봐도 될 듯하다. S6는 A6의 기본 보디라인을 유지하면서도 특유의 다이내믹하고 스포티한 개성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아우디의 패밀리룩인 싱글프레임 그릴에 붙은 S6 엠블럼과 19인치 전용 휠은 이 차가 고성능 스포츠 세단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차량 앞부분 아래쪽에 위치한 초대형 공기 흡입구와 날카로운 눈매를 빼닮은 제논 헤드라이트는 알루미늄 빛깔의 양쪽 사이드미러와 어울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실내공간도 A 시리즈와는 다르다. ‘S’자가 새겨진 천연가죽 핸들이 적당히 작아 운전하기 편하고 머리 지지대와 하나로 연결된 시트는 피곤함을 줄여준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으면 ‘부릉부릉’하는 저음의 엔진음과 함께 차량이 앞으로 튀어나간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크르릉’ 낮은 포효를 내며 순간 rpm이 5000까지 치솟는다. 속도계의 바늘이 160㎞를 넘는다. 이런 가속력은 ‘세계 최고의 엔진’으로 평가받는 휘발유 직분사(FSI) 방식의 엔진 덕분이다. S6에는 5200㏄급 V10 FSI 엔진이 장착돼 최고 출력 435마력, 최대 토크 55.1㎏·m의 괴력을 발휘한다.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르망 24시간 경주대회에 6차례 출전해 5차례나 우승한 그 엔진이다. 핸들링도 민첩하다. 좀 작은 듯하게 느껴지는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한 치의 오차도 없다. 가속력에 비례하게 제동력도 뛰어났다. 140㎞에서도 코너링에 쏠림이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다. 1억 1153만원. 누구나 갖고 싶지만 쉽게 가질 수 없는 그런 녀석이 바로 S6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여성들의 19금 필독 야설’ 때문에 이혼한 부부

    ‘여성들의 19금 필독 야설’ 때문에 이혼한 부부

    ‘여성들의 19금 필독서’로 불리며 영국과 미국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한 편 때문에 이혼한 부부의 사연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의 소설가 E.L 제임스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Fifty Shades of Grey)는 지난 해 5월 출간돼 1년 새 영어권 국가에서만 3100만 부가 팔렸으며, 특히 지난 3월 출간된 미국 내에서만 2100만 부가 팔린 베스트셀러다. 심각한 트라우마를 간직한 남자 주인공과 사랑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여자 주인공, 그리고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를 상세히 그린 이 책은 탄탄한 구성 뿐 아니라 여성의 욕망을 다룬 다소 엽기적인 성행위 묘사가 포함돼 여성 독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전자책, 인터넷 등으로 독자들이 먼저 접하면서 ‘여성의 19금 필독서’, ‘여성을 위한 포르노’ 등으로 알려지며 일찌감치 유명해졌고, 곧 정식 출간되기에 이르렀다. 자극적인 베스트셀러 때문에 이혼한 부부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읽은 영국의 41세 커리어우먼과 그녀의 남편이다. 이 주부는 연소득이 40만 파운드에 달할 만큼 고소득자로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영위했지만 남편과의 관계에 지루함을 느끼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소설을 읽었다. 그 뒤 남편에게 소설에 등장하는 엽기적인 잠자리 행위를 요구했지만 남편이 이를 완강히 거부하자 이혼소송을 낸 것. 영국 고등법원은 아내가 원만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남편은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인정된다며 아내의 이혼신청을 받아들였다. 소송을 제기한 주부의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로 인해 불거진 최초의 이혼 사례”라고 설명한 뒤 “현재 많은 여성들은 자신의 성생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이 책을 읽고 있다.”고 전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경제프리즘] 중장기 전략보고서 비공개 왜

    어느 조직이든 역점적으로 준비하던 사업이나 보고서 등을 묻어두는 것은 쉽지 않다. 쏟은 정성만큼 결과물을 뽐내고 싶은 욕망이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올 초부터 6개월 넘게 준비했던 중장기 전략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기로 해 배경에 궁금증이 일고 있다. 9일 관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1급 회의를 열고 당초 이달 안에 발표할 예정이던 중장기 전략 보고서 공개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2월부터 야심차게 추진해 온 보고서다. 우리 사회의 미래 핵심 트렌드와 위험도를 분석, 중장기전략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핵심 부문은 인구구조, 기후변화·에너지, 재정, 성장 등 4가지. 박재완 재정부 장관이 직접 회의를 주재할 정도로 들이는 정성이 컸다. 박 장관은 “우리 경제사회의 지도나 나침반을 넘어 ‘내비게이터’로서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각별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중간 발표가 ‘화근’이 됐다. 고령자 기준을 장기적으로 현행 65세에서 75세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정부가 연금구조를 개편하려 한다.’는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에너지 관련 세금의 과세 기준에 반영하자.’는 방안은 정치권뿐 아니라 재계에서도 논란이 됐다. ‘긴 안목으로 근본적인 잠재성장률을 높일 것’(질적 저성장)이라는 박 장관의 발언은 ‘정부가 고성장을 포기했다.’는 역풍에 휘말렸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중장기 전략 보고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연금제도 개혁 등 민감한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굳이 공표해 분란을 자초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내부문건이 유출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민주통합당은 문건의 부정적인 기류를 문제 삼아 ‘재정부가 대선에 개입하려 한다.’며 박 장관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문제될 일은 아예 만들지 말자.’는 몸조심 기류가 재정부 안에 형성된 것이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독과점 위주 이권경제 병폐 창의적 ‘보이는 손’이 ‘약손’”

    “독과점 위주 이권경제 병폐 창의적 ‘보이는 손’이 ‘약손’”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설탕담합 논쟁’의 당사자인 박창기(57) 전 ‘팍스넷’ 창업자가 최근 ‘혁신하라 한국경제’(창비 펴냄)를 펴내고, 대한민국의 경제를 개혁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설탕담합 논쟁’이 뭐냐고? 맷 데이먼이 주연한 2009년 영화 ‘인포먼트’가 다룬 실화를 말한다. 영화는 1992년 일본 아지노모토, 교와핫코, 제일제당과 대상(당시 미원) 등 5개 회사가 축산사료의 첨가물 라이신 시장에서 가격담합을 해 불과 몇 개월 만에 시장가격을 70% 상승시키고, 수년 동안 연간 3억 5000만 달러의 불법 이익을 취하다가 1995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적발돼 처벌된 내용을 다뤘다. 1981년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한 박창기씨는 1982년부터 제일제당에 배속돼 일하면서 얻은 설탕업계의 담합과 관련된 정보를 17년 만인 최근 인터넷에 기고해 폭로했다. 이런 식이다. 우리나라 제당회사가 하는 일은 순도 98% 정도의 원당을 관세 3%에 수입해 공장에서 정제과정을 거쳐 99.9%의 설탕을 만들어 파는 일인데, 국제기술경쟁력도 필요 없고, 부가가치도 지극히 낮은 사업이다. 그런데 국가가 설탕 완제품에 대한 35% 수입관세를 50년간 유지하는 것은 해당 재벌기업에 국제 설탕 시세보다 훨씬 많이 폭리를 취하게 하는 것이고, 재벌기업이 이런 폭리를 취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들이 해당 정부부처의 관료들에게 로비를 벌인 덕분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공정거래법은 1963년 시멘트·제분·제당산업의 삼분 파동이 발생하면서 이들에 대한 가격규제를 하기 위해 탄생했는데, 어떻게 1991~2005년까지 설탕가격의 담합이 있었느냐고 반문한다. 런던과 뉴욕지점에서 4년씩 일하고 8년 만에 제일제당 서울본사에서 일하게 된 박창기는 관료 로비라는 ‘요직’을 맡게 됐는데, ‘범죄행위를 하기 싫어서’ 사직서를 던졌다고 했다. 당시 제일제당과 같은 설탕업계는 설탕가격 인상을 승인받기 위해 실구매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원당을 구매한 것처럼 계약서를 위조했다고 한다. 그가 제일제당 등과 ‘설탕담합 논쟁’에 뛰어든 것은 과거사를 고백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 경제가 담합과 로비로 작동하는 독과점 위주의 ‘이권경제’에서 벗어나 창의적 지대(Rent)를 창출해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혁신경제’로 발전하는 데 필요한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가 “박정희 시대에는 자본을 만들기 위해 이권경제를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그룹은 설탕·밀가루·섬유산업에서 자본 축적을 했고, 현대그룹은 국가의 보호 아래 건설·토목·자동차산업으로 성장했다. SK그룹은 정유와 통신업을 국가에서 인수해 성장했다. 그러나 이제 재벌들도 충분한 자본과 기술력, 인재집단과 조직력이 생겼으니 이권사업에서 벗어나 혁신으로 나아가자.”고 제안하는 이유다. 박창기는 이권경제를 축소하면 경제민주화가 이뤄진다고 주장한다. 이권경제는 독과점을 유발하고 경제를 후퇴시키며 빈부격차를 확대하기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 해체’가 거론되는데, 올바른 방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이권경제를 어떻게 혁파할 것인가? 첫째, 설탕 수입관세를 현행 30%(2011년 5%P 인하)에서 5% 이하로 낮춰 원당관세 3%와 균형을 맞추자는 것이다. 그러면 전 세계 설탕공급업자들이 한국에 설탕을 공급하니 담합이 불가능하다. 둘째, 담합 행위를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벌하자고 했다. 미국은 담합으로 부당이익을 얻은 회사에 대해 수천억원의 배상은 물론 경영자들에게 3~9년의 실형을 선고한다고 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을 실토하면 사정을 봐주는 ‘리니언스 제도’를 실행하고 있지만, 재벌기업들의 면책 수단으로 악용되는 측면이 있어 자진신고를 할 경우 2년간의 피해액만 면제해주고 그 이전의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징계할 것을 권고한다. 노무현 정부 때 도입을 고려했던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촉구했다. 과격하지만, 반독점법을 제정해 1911년 미국이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을 34개 독립회사로 해체한 것처럼 한다든지, 이권 추구가 기승을 부리는 분야를 공유화하는 방법도 제시한다. 고전경제학에서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할 때 ‘보이지 않는 손’(이른바 시장)이 작동해 구성원들이 모두 최적의 이익을 본다는 가설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이 이론은 ‘내시평형이론’으로 깨졌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 내시의 박사학위 논문인데,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방을 고려하지 않고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모두 손해를 본다는 것을 논증했다.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세계경제의 침체 등이 ‘보이지 않는 손’을 과신한 탓이었다면, 이제는 새로운 방안을 모색해봐야 할 때라는 것. 어려운 경제적 개념을 상대적으로 쉽게 설명하고,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는데, 박창기씨는 2008년 미네르바 사건이 터졌을 때 ‘진짜 미네르바’라는 오해를 받은 인물이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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