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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독일 교원노조와 한국 전교조/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

    [열린세상] 독일 교원노조와 한국 전교조/강수돌 고려대 경영학 교수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 범주에서 제외하지 않으면 더 이상 노동조합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 대한민국 노동부의 논리다. 이러한 정부의 탄압 국면에 6만명에 이르는 전교조 조합원들은 오랜만에 직접 민주주의를 시험해 보기로 하고 총투표를 실시했다. 무려 80% 참여에 약 70%가 노동부 논리를 거부했다. 나머지 30%조차 모두 정부 논리에 찬동한 건 아니다. 이 정도면 전교조 선생님들의 결연한 의지가 확인된다. 그것은 ‘참교육과 민주주의를 위해, 비록 안정된 직장과 수입이 위험에 처하더라도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투지일 것이다. 그렇다.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 수 있다면 그 무엇이 두려우랴. 나는 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노동부의 이 한심한 처사에 대해 실로 서글픔을 느끼면서 내가 공부했던 독일이란 나라의 교원노조는 과연 어떠할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독일노총(DGB) 사이트를 찾아 그 산하 산별 조직인 독일 교원노조(GEW) 규약을 찾았다. 조합원 27만명을 자랑하는 독일 교원노조는 공공 또는 사설 교육기관이나 연구기관 종사자 모두를 대변한다. 구체적으로는 유치원, 초중등 학교, 대학, 사설 학원, 직업훈련원, 연구기관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 공무원, 전문직, 자유직, 파견직, 휴직자, 연금생활자, 실직자가 다 가입할 수 있다. 심지어 교육훈련이나 연구관련 분야를 공부하거나 취업 준비 중인 학생은 물론, 위 직업들에 간접 연관된 자들도 해당한다. 놀랍게도 일반인이나 법인체조차 노조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특별 조합원’이 된다. 이 모든 것은 유엔인권조약과 독일 기본법(헌법)에 바탕한다. 이렇게 독일 교원노조는 조합원의 이해관계와 민주교육 증진을 위해 조합원 자격 기준을 포괄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 정도 확인을 하고 나니 “과연 이 나라가 민주공화국인가”하는 의구심이 인다. 과연 1987년 이후의 민주화란 것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가. 그동안 수많은 선배들과 선구자들이 흘린 피땀과 눈물의 결과가 이토록 초라한가. 역사가 진보한다고 믿어 왔던 내 신념이 진정 잘못된 건가. 양심이 아니라 탐욕이 승리하는 것이 현실인가. 물론, 수미일관된 세계적 지성 이반 일리치 선생의 말마따나, 오늘날 학교 교육 시스템이란 민중의 자율적 학습 역량을 박탈한 채 사람들에게 오로지 소비 욕망을 불어넣는 타락한 제도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치·사회적 민주화의 결과 그래도 예전보다는 살기가 나아지지 않았나, 학교조차 각종 혁신적 노력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작금의 사태는 여태껏 이뤄진, 손톱 밑 때만큼의 진보조차 깡그리 70년대식으로 되돌리려는 역사적 폭력이다. 한편, 독일 노조 규약 그 어디를 찾아보아도 ‘해직자’도 조합원이 된다는 구절은 없다. 하지만 나는 독일에서 참교육이나 민주적 실천으로 인해 해직된 교사를 본 바 없다. 그래서 노조 규약에는 그냥 ‘실직자’로만 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한국 노동부가 문제 삼은 9명의 해직 교사들은 어떤 사람인가. P 교사는 2003년 모 외고에서 새로 부임한 교장이 우열반으로 나눠 학생을 차별하고 사관학교식 벌점 제도를 도입하자 교직원 회의에서 반기를 들었다. 수차례 경고 뒤 파면당했다. L 교사는 사립재단과 맞서 싸우다 해직됐다. 당시 교장이 학부모로부터 거둬들인 찬조금과 보충수업비 17억원을 유용했다가 퇴진한 뒤 그 친인척들로 새 이사진이 구성되자 저항했다. 또 H 교사는 자체 자료집으로 동료들과 통일 관련 세미나를 했는데, 그 자료집에 북한 역사책의 일부가 포함되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해직됐다. S 교사를 비롯한 6명은 2008년 서울교육감 선거 때 조합원들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했다가 ‘기부금 모집 관여 금지’ 규정 위반으로 해직되었다. 결국 9명의 교사들은 교사라는 안정된 직장에 안주하기보다 평등교육, 자유교육, 민주교육, 통일교육, 혁신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과정에서 억울하게 해직된 셈이다. 고용노동부는 전교조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을 거두고 참된 인간 교육의 구현을 위해 교육부와 함께 ‘뼛속까지’ 거듭나야 한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법규 조항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생사 문제다. 앞으로 나아가느냐, 뒤로 자빠지느냐 이것이 문제다!
  • [새 영화] 노라노

    [새 영화] 노라노

    “남들이 입으니까 나도 입는다면 그야말로 민족 반역자” 1967년 가수 윤복희가 미니스커트를 입고 나타난 뒤 전국이 미니스커트 열풍에 휩싸이자 한 신문이 내보낸 기사의 제목이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에게는 ‘25일 구류 처분’이 떨어졌고, 언론은 “미니에 속지 말자” “각선미에 자신 없는 여성은 긴 치마를 입을 것” 같은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그만큼 미니스커트는 남성 중심의 경직된 사회에 충격을 던진 하나의 사건이었다. 윤복희의 미니스커트 뒤에는 한국 최초의 여성 디자이너로 꼽히는 노라노(85)가 있었다. 다큐멘터리 ‘노라노’는 “1947년 내 나이 스무살, 패션 디자이너로서의 인생이 시작되었다”는 노라노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영화는 지난해 열린 60주년 기념전 ‘라 비앙 로즈(La Vien Rose·장밋빛 인생)’를 중심으로 노라노의 삶을 돌아본다. 1950년대와 1960년대 처음으로 노라노의 옷을 입었던 ‘신여성’들과 다음 세대의 패션업계 종사자들은 노라노를 “패션이라는 단어조차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패션의 역사를 개척한 주인공이라고 회고한다. 배우 엄앵란이 “대중문화의 기수”라고 치켜세우는 노라노는 최초의 기성복 디자이너이기도 했다. 여성들이 소비 문화의 주체로 등장하던 1960년대에 노라노는 “많은 사람들이 평등하게 옷을 입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여자를 멋있고 당당하게” 만든 디자이너였다. ‘두개의 문’과 ‘종로의 기적’을 제작한 여성주의 미디어공동체 연분홍치마가 무엇보다 주목하는 것은 주체적인 여성으로 독립했던 노라노의 삶이다. 노라노는 전쟁으로 일제에 끌려갈 처지가 되자 임시방편으로 육사 출신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지만 불합리한 시집살이를 참지 못하고 열 아홉살에 스스로 집을 뛰쳐 나온다. 노라노는 “시댁에서 잘 대해줬다면 디자이너가 되지는 못했을 것”이라면서 “인생의 갈림길에서 내 갈 길을 가자고 결심했다”고 돌아본다. 희곡 ‘인형의 집’에 등장하는 주인공 노라의 이름을 따 ‘노명자’에서 노라노가 된 그는 “지금도 낯선 길에서 선택할 용기를 잃지 않고 싶다”고 담담히 덧붙인다. 3년을 따라다닌 끝에 촬영을 시작했다는 김성희 감독은 ‘인간 노라노’의 미시사를 통해 억압되고 배제됐던 여성의 욕구와 욕망이 정당하게 인정받는 과정을 보여준다. 93분. 31일 개봉. 전체 관람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한강(하)

    [노주석 선임기자의 서울택리지] 한강(하)

    ●모래 위의 욕망 ‘한강의 기적’이란 이름으로…여의도보다 컸던 밤섬 희생되다 “한강개발계획을 세워라. 첫째, 여의도에 제방을 쌓아서 가능한 한 많은 택지를 조성한다. 둘째, 여의도와 마포·영등포를 연결하는 교량을 가설한다. 셋째, 한강을 사이에 두고 남북의 제방도로를 연차적으로 축조함으로써 한강 홍수를 방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동차가 고속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한다.” ‘불도저’ 김현옥 서울시장이 여의도 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한강개발 3개년계획이라는 것에 착안한 것은 1967년 8월이었다.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을 지낸 손정목 전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3월에 기공한 한강연안도로(강변도로)가 모습을 드러내자 재미있는 현상이 김 시장의 눈에 띄었다고 한다. 새로 생기는 도로와 기존 제방 사이에 새로운 택지가 조성됐는데 제방을 종전보다 안으로 들여 쌓은 결과였다. 여의도를 개발하면 엄청난 택지가 생기고 그것을 판 수익금으로 그동안 구상했던 일들을 한꺼번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김현옥의 머리를 스쳤다. 같은 해 9월 서울시는 한강개발 3개년계획을 수립했다. 주무부서인 건설부와의 협의를 통해 여의도와 영등포 사이에 샛강을 두되 소양강댐이 완공되면 폐쇄해 택지를 더 조성하고, 홍수방지 차원에서 한강 본류의 폭을 1300m로 유지하는 안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여의도의 총면적은 127만평에서 샛강 면적 등 40만평을 뺀 87만평으로 확정됐다. 여의도 방죽(윤중제)의 높이는 15.5m, 제방 너비는 21m이며, 제방 안에 조성되는 택지는 강바닥에서 13m 높이로 정했다. 총 둘레는 7.6㎞였다. ‘여의도의 몇 배’라는 대한민국 면적의 기준치는 이렇게 해서 만들어졌다. 한강 폭을 1300m로 한다는 건설부와 서울시의 합의는 참으로 교묘했다. 여의도를 개발하되 강물의 흐름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밤섬을 없애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방을 쌓으려면 엄청난 골재가 필요한 마당에 코앞 밤섬 폭파로 골재를 얻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당시 밤섬의 면적은 1만 7393평으로 지금의 40배 크기였다. 어마어마한 골재가 채취됐다. 밤톨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름 붙은 밤섬(栗島)에는 78가구 443명이 거주하고 있었다. 조선 초기부터 17대를 살아온 마(馬), 판(判), 석(石), 인(印), 선(宣)씨 등 5개 희성 씨의 집성촌이었다. 이들은 토지보상비 838만원과 건물보상비 702만원을 지급받고 마포구 창전동 와우산 기슭의 대지 1000평 연립주택으로 옮겨갔다. 사람들은 이곳을 ‘밤섬 마을’이라고 불렀다. 밤섬은 고려시대 유배지였으며 주민들은 길이 18m짜리 장도릿배와 15m짜리 조깃배, 12m짜리 늘배 등을 만드는 배 목수 일을 주로 했다. ‘배 제작술을 배우려면 밤섬으로 가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여의도에 제방을 쌓고 땅을 다지느라 한때 여의도보다 더 컸던 섬이 무참히 희생됐다. 밤섬은 1968년 2월 10일 오후 3시 폭파돼 시야에서 사라졌다. 방죽을 쌓는 와중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10만평의 부지에 국회의사당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여의도 입주신청 1호였다. 종묘 앞과 남산 등지를 전전하며 터를 구하지 못한 국회가 ‘신천지’ 여의도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 이호철의 소설 ‘서울은 만원이다’가 신문 연재를 시작한 것이 1966년이었고 1968년 서울인구는 400만명에 이르렀다. 비록 1인당 국민소득은 123달러, 서울에서 가장 높은 건물은 8층(소공동 반도호텔), 차량대수는 2만 5000대(승용차 1만대)에 불과했지만 모든 것이 광적으로 팽창하던 시기였다. 서울의 교통난, 주택난, 급수난을 해결할 요술방망이가 필요했다. ‘한강의 기적’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110일 만에 제방 축조공사가 끝났다. 기적에 가까운 초스피드 공사였다. 홍수가 오기 전 완공이 유일한 목표였고, 생태나 환경은 돌볼 틈이 없었다. 개발연대기의 원초적 불행이었다. 여의도라는 섬은 사실상의 육지가 됐다. 지금 국회가 들어앉은 양말산(羊馬山)은 높이 190m로 양이나 말을 기르던 목축장이었는데 이때 완파돼 평평해졌다. ●모래 위의 도시 차는 지상·보행은 위층… 초현대적 입체도시 꿈꾸었던 여의도 새로 탄생한 하중도시(河中都市) 여의도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남산 국회의사당 현상설계(1959년) 당선자이며, 워커힐호텔(1962년), 세운상가(1966년), 청계고가(1967년) 계획과 설계를 맡았던 건축가 김수근이 또 등장한다. 김수근은 김종필 국무총리, 김현옥 서울시장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건설기술종합 용역업체인 한국종합기술개발공사라는 국영기업체의 부사장을 거쳐 사장으로 재직했다. 건축사무소는 문을 닫고 ‘공간’이라는 건축잡지만 발행했다. ‘문학청년’ 김현옥은 김수근에게 초현대적이며 후세에 길이 남을 예술적 설계를 요구했다. 국회에 이어 사법부와 서울시청이 입주해 여의도를 중심으로 하는 ‘제2의 서울’을 건설한다는 포부였다. 10층 이상의 스카이라인에, 자동차는 지상으로, 보행자는 2층으로 다니는, 지하도나 육교가 없는 초현대적 입체도시를 꾸미겠다고 발표했다. ‘여의도 개발 마스터플랜을 위한 전제와 가설’(공간 1969년 4월호)과 서울시에 제출한 ‘여의도 및 한강연안 개발계획’ 등을 종합해 보면 이 계획을 완성하는 데는 무려 20년이 걸리며 107억원의 서울시 선행투자와 1000억원 이상의 막대한 민간투자가 필요했다. 1968년 당시 서울시의 일반회계 세입은 138억원이었고, 한강개발특별회계의 세입결산액은 11억원이었다. 서울시 재정상황은 직원 봉급주기도 빠듯한 지경이었다. 한마디로 실현불가능한 장밋빛 청사진이었고 실패한 도시계획의 전형이었다. 김수근의 여의도개발계획은 일제강점기 ‘백화점 왕’ 박흥식이 해방 후 재기를 노리며 세웠던 남서울 신도시계획안과 어딘가 닮았다는 느낌을 준다. 둘 다 천재였고, ‘강남시대’를 예견한 시대를 앞선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현실이라는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됐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모래 위의 광장 ‘비상용 활주로’ 5·16 광장… 거대한 집회장소 기억 남기다 ‘밤섬의 저주’였나. 밤섬 폭파 후 2년여 흐른 1970년 4월 마포구 창전동 와우아파트가 무너져 33명이 죽고, 39명이 다쳤다. 공교롭게도 밤섬에서 강제이주한 주민들이 사는 밤섬 마을 바로 옆에서 초대형 사고가 터졌다. ‘건설은 나의 종교’를 외치던 김현옥은 물러났다. 같은 해 10월 여의도 한가운데에 12만평 규모의 ‘텅 빈’ 대광장을 만들라는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다. 여의도계획에 잡혀 있는 상업·업무지구를 동서로 나누라는 허탈한 지시였다. 여의도 입체도시 건설의 꿈이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5·16광장’ 건설로 여의도 계획은 뿌리째 뒤틀렸다. 새로운 계획이 필요했다. 1971년 8월 서울시는 서울시청사를 1976년까지 여의도에 건립하며, 여의도 전역을 미관지구로 지정하고, 통행금지 해제지역으로 지정하며, 여의도를 통과하는 지하철 2호선을 건설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여의도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김수근보다 더 허황했지만 불가피했다. 투입 예산은 50여억원인데 수입은 국회 제공 부지 10만평을 평당 1만원에 판 10억원이 전부였다. 대법원지구로 예정된 땅 전부와 시청이 들어설 땅 절반에 시범아파트를 지어 팔기로 했다. 후임 양택식 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들이 거리로 나서서 시범아파트를 선전하는 홍보전단을 돌렸다. 분양이 쉽지 않았다. 서울시민들은 110일 만에 급조한 여의도 제방의 안전이 미덥지 못했고 모래섬 위에 사는 것을 꺼렸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찾아왔다. 대한민국 최초이자 최고를 내세운 시범아파트가 팔리기 시작한 것이다. 민영아파트도 따라 들어섰고 택지도 덩달아 팔려나갔다. 서울시청 건설예정부지였던 지금의 산업은행 자리도 팔았다. 국회와 방송 3사, 증권거래소 입지가 결정적이었다. 서울시는 투자한 54억원을 뽑고 30억원의 순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여의도는 시대를 앞서가는 첨단도시를 포기한 대가로 빈사상태의 서울시 재정난을 회생시켰다. 이 중 10억원이 지하철 건설비로 계상됨으로써 지하철 건설의 역사가 돛을 올렸다. 후에 드러난 일이지만 박 대통령이 의도한 여의도광장 조성은 전시 비상용 활주로 용도였다. 여의도는 1916년 간이비행장이 생긴 이래 1961년 김포공항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서울의 국제관문이었다. 공군의 발상지였으며 1971년 성남으로 이전하기 전까지 공군 K16 비행장이었다. 1968년 김신조 일당의 서울 침입, 울진·삼척 무장공비사건 등 안보위기가 겹치면서 여의도는 예상치 못한 운명을 맞았다. 같은 해 북악스카이웨이가 개통되고, 다음 해 서울시민 30만명이 대피할 수 있는 지하대피용 남산1, 2터널이 굴착되는 등 이때부터 일련의 남북체제 대결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1971년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 TV중계를 통해 처음 선보인 여의도와 여의도 광장의 엄청난 규모에 온 국민은 놀랐다. 이후 반공궐기대회와 대통령 유세, 취임식 등이 광장의 주요 용도였다. 1973년 닷새 동안 200만명이 모인 빌리 그레이엄목사 서울전도대회를 시작으로 국풍, 이산가족 찾기, 부처님 오신 날, 천주교 200주년 행사 등이 잇따르면서 매번 집회 참가인원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텅 빈 광장은 소통의 광장이 아니라 ‘아고라포비아’(Agorafobia·광장공포증)를 유발한다는 비판도 따랐다. 1999년 조순 초대 민선 서울시장이 100억원을 들여 광장을 시민공원으로 바꿨다. 여의도와 여의도광장은 한국 현대사의 영욕이 담긴 기억저장소이다. joo@seoul.co.kr
  • 여인의 뒷모습 담은 정종기展

    여인의 뒷모습 담은 정종기展

    서양화가 정종기 초대전이 오는 29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리서울 갤러리에서 열린다. 작가는 여인의 쓸쓸한 뒷모습을 화폭에 담아내 ‘고독한 화가’로 불린다. 17번째 개인전. 줄곧 추구해 온 현대인의 실존적 자아에 대한 회화적 서술이 이어진다. 익명의 도시 여성들의 뒷모습을 통해 욕망과 좌절, 소통과 단절의 이중성을 이야기한다. 한 인간의 숨겨진 내면을 훔쳐보는 짜릿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02)720-0319.
  • [길섶에서] 욕망의 끝/문소영 논설위원

    냉소적인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신작 ‘블루 재스민’을 봤다. 1947년 초연된 미국의 대표적인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샤넬 의상과 에르메스 버킨백, 루이비통 여행용 가방을 든, 살짝 정신이 나간 금발의 재스민이 주인공이다. 자신의 본명인 자넷이 촌스럽다는 이유로 재스민으로 바꾼 그녀는 ‘우월한 유전자’ 덕분에 신분상승의 꿈을 이룬다. 그러나 뉴욕 상위 1%의 일원인 재스민은 남편의 파산으로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가난한 이혼녀 동생 진저의 집에 얹혀살게 된다. 제목의 블루(blue)라는 말처럼 우울한 일이다. 하지만 재스민에게선 그리 연민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녀의 삶은 타인을 착취하고 세금을 탈루하고, 법을 위반하면서 쌓은 ‘월스트리트의 신기루’, 자기기만적인 자세를 버리는 순간 이내 붕괴하고 마는 허영의 삶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종종 행복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준다. 그 환상에 넘어간다면 기다리는 것은 비극일 듯싶다.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박중훈, 처음이라 낯설고 초조, 28년 배우인생 담아…후배 출연 거절 땐 섭섭

    박중훈, 처음이라 낯설고 초조, 28년 배우인생 담아…후배 출연 거절 땐 섭섭

    “요즘 초조해서 열흘째 밤잠을 설치고 있어요. 배우 박중훈이 감독까지 한다니까 (이것저것 다 하려는)깍쟁이로 보는 사람들이 많을까 봐 걱정이에요. 동정표가 없잖아요. 사실은 먹먹한 가슴을 안고 직접 시나리오 쓰고 찍는 데 3년쯤 걸린 작품이거든요.” 영화 ‘톱스타’(24일 개봉)로 감독 데뷔하는 중견 배우 박중훈(47). 이달 초 부산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선보이고는 “개봉 다음 날 이민을 가려고 절차를 다 밟아 놨다”고 농담하며 여유를 부렸던 그는 실제로 개봉이 눈앞에 닥치자 얼굴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배우는 감정을, 감독은 생각을 보여 주는 작업이 영화예요. 대중에게 제 생각을 보여 주는 일이 처음이라 낯설고 초조해요. 안 쓰던 근육을 쓸 때 느끼는 근육통 같다고나 할까요. 저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 수십억원의 마케팅비, 영화에 동원된 인원들을 생각하면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죠.” 28년간 톱배우의 자리를 지켰던 그는 감독 데뷔작으로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들고 나왔다. ‘톱스타’는 톱배우가 되기를 꿈꾸는 태식(엄태웅), 정상의 자리에서 위태로움을 겪는 톱스타 원준(김민준) 등 욕망을 좇는 사람들과 비정한 연예계의 이야기를 함께 담은 영화다. 그는 “이 이야기를 먼저 해야 다른 작품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에게는 응어리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20대에 스타가 되고 가장 빛나던 시기를 지내고 보니 그 당시를 너무 불편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30대는 온통 내가 성취하는 것에 관심이 쏠려 타인에게는 관심조차 없었죠. 그런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라 하더라도 남들을 불편하게 했다는 것이 너무 부끄럽게 여겨지더군요. 그런데 저도 쉰 살을 앞두니 마음의 변화도 크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어요.” 이 영화에는 1986년 ‘깜보’로 데뷔해 28년간 배우로 활동한 박중훈이 바라본 연예계의 실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끼워팔기 캐스팅, 현장 스태프 폭행 사건, 음주 운전 뺑소니 등 그가 직간접으로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제가 겪은 연예계는 흥망의 사이클이 정말 빠르게 순환하는 곳이죠. 서로의 입장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경우도 많구요. 저도 극중 태식처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영화를 끌고 간 적도 있고, 원준처럼 부침도 많았고 후배에게 CF 모델 자리를 뺏겨 기분이 상한 적도 있었어요.” 감독이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은 영화 ‘체포왕’(2011)을 찍을 무렵. 그는 “연기도 새롭지 않고 이전 것을 답습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관객과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었다”면서 “배우로서 신선한 작품을 만날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는 위기감에 감독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1년 넘게 시나리오를 붙들고 있을 때는 시커먼 절벽에 오르는 기분이었다는 그에게도 투자, 캐스팅 등 여느 신인감독들이 겪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동안 배우로서 주로 의뢰를 받고 거절만 하다가 그 반대 입장이 되니까 시쳇말로 ‘멘붕’이 오더군요. 일류 스태프들도 제가 제작과 감독을 겸했다니까 저울질을 많이 했죠. 태식 역은 원래 20대 남자 배우를 캐스팅하려고 했는데 배우는 만나지도 못하고 매니저와 겨우 통화가 됐던 적도 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선배가 걸어온 길은 인정하지만 감독으로서는 또 다른 이야기’라면서 우회적으로 출연 거절을 하더군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그 당시에는 좀 섭섭했죠.” 그는 그런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조금씩 ‘진짜 감독’으로 단련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촬영 현장에서 배우로서의 오랜 이력은 음양으로 보탬이 많이 됐다.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28년 이력의 중견배우였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현장에서 절대 화를 내지 않았어요. 리더가 집단을 이끌어갈 때 가장 쉬운 소통법이 화를 내는 것이지만, 그것이 가장 효과가 없다는 걸 제가 더 잘 알거든요. 감독은 악마 아니면 성직자가 되어야 한다는데, 저는 후자에 더 가까우려고 노력했습니다.” 배우로서 거듭날 작품이 있다면 출연할 생각이지만 그는 지금 감독에 대한 욕심이 훨씬 더 크다. 28년 스타로 살아온 배우의 자존심일까. “흥행력까지 갖춘 감독이 되고 싶다”는 대목에 유난히 힘을 실어 말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단테의 ‘신곡’ 국립극장서 연극으로 재탄생

    단테의 ‘신곡’ 국립극장서 연극으로 재탄생

    이탈리아 시인 단테의 대서사시 ‘신곡’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연극으로 재탄생한다. 국립극장이 ‘국가 브랜드 공연’ 프로젝트로 1년여에 걸쳐 준비한 작품이다. 연출가 한태숙과 고연옥 작가, 배우 박정자와 정동환, 지현준 등이 뭉쳐 단테가 인류에 던진 인간에 대한 화두를 무대 위에 구현한다. 단테의 ‘신곡’은 35세의 단테가 지옥과 연옥, 천국을 여행하며 보고 들은 이야기를 담은 100편의 시, 1만 4233행으로 구성돼 있다. 평생을 사랑한 여인 베아트리체가 있는 천국으로 가기 위해 그는 죄를 지은 이들이 고통받는 참혹한 지옥, 참회를 통해 천국에 가려는 이들이 기약 없는 인내의 나날을 보내는 연옥을 거쳐간다. 인간의 한계를 목도하고 두려움과 연민, 공포를 느끼지만 결국 처절한 자기 인식의 고통과 구원의 희망을 품고 천국으로 향한다. 7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한 인간 본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세계적인 고전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연출가 한태숙은 ‘레이디 맥베스’,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등을 통해 고전과 현대가 맞닿는 지점을 강렬한 미장센으로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고연옥 작가는 ‘인류 최초의 키스’, ‘내 이름은 강’ 등을 발표했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로 이름나 있다. 고 작가는 “원작을 적극적으로 해석하기보다 원작에서 느껴지는 모호함과 혼돈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줘 고전이 갖는 보편성의 무게를 더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원작에 비해 지옥의 비중을 늘려 지옥의 천태만상을 극적으로 그릴 예정이다. 또 오케스트라와 국악기, 조명과 영상, 마임 등이 결합된 총체극으로 지옥과 연옥을 빚어낸다. 주인공 단테는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는 배우 지현준이 맡았다. 지난해 더 뮤지컬어워즈 남우신인상을 받았으며 지난 5월에는 1인 35역을 소화하는 모노드라마 ‘나는 나의 아내다’로 호평받았다. 극중 단테와 35세 동갑내기인 그는 “삶에 대한 고민의 해답을 찾지 못하던 시점에서 만난 작품으로, 나에게 한 걸음 나아가는 힘을 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를 여정의 길로 안내하는 시인 베르길리우스는 연기 인생 44년차의 정동환이 연기한다. 금지된 사랑을 욕망하다 지옥의 고통으로 빠져든 여인 프란체스카는 연극계의 대배우 박정자가, 베아트리체는 최근 창극 ‘메디아’에서 호평받은 정은혜가 각각 맡았다. 다음 달 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원. (02)2280-4114~6.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미모의 간병인, 老환자와…

    미모의 간병인, 老환자와…

    49세의 나이차를 극복한 격정 멜로 연기로 화제가 된 영화 ‘야관문:욕망의 꽃’이 개봉을 앞두고 예고편이 공개됐다. 영화 ‘야관문’은 평생 교직에 몸 담으면서 원칙만을 고수하며 살아오다 교장으로 정년퇴임을 한 말기 암 환자 종섭(신성일)과 그를 간병하기 위해 찾아온 젊고 아름다운 여인 연화(배슬기) 사이에서 벌어지는 거부할 수 없는 감정을 그린 작품이다. 신성일과 배슬기가 49세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남녀 주인공으로 캐스팅 돼 눈길을 끌었다. 예고편에서는 매혹적인 연화에게 빠져드는 종섭의 감정과 알 수 없는 비밀을 감추고 있는 연화를 연기한 배슬기의 야릇한 표정 등이 섬세하게 표현됐다. 특히 두 사람은 영화 속에서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더하고 있다. 영화 ‘야관문: 욕망의 꽃’은 다음달 7일 개봉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기부와 약물중독… 뇌가 느끼는 쾌감은 같다

    기부와 약물중독… 뇌가 느끼는 쾌감은 같다

    고삐 풀린 뇌/데이비드 J. 린든 지음/김한영 옮김/작가정신/312쪽/1만 7000원 우리 주변에는 이런저런 중독자들이 많다. 음식·약물은 물론이고 운동·쇼핑, 심지어는 자선·기도에 지나치게 빠져 사는 사람들. 욕망과 충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반복적으로 탐닉하는 이런 행태는 흔히 나약한 의지와 정신력의 소산으로 치부된다. 그 인식의 바탕에는 인간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만들어주는 고유한 특성인 ‘자유의지’가 놓여 있다. 그렇다면 그런 ‘자유의지’에도 불구하고 파멸에 이를 만큼 중독에 빠지게 되는 모순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고삐 풀린 뇌’는 인류가 가진 가장 오래된 욕망인 쾌감과 그의 통제불가능한 탐닉인 중독을 뇌 속 쾌감회로를 통해 파헤친 책이다. 인간의 행동을 지배하는 건 자유의지가 아니라 뇌 속 쾌감회로라는 접근이 흥미롭다. ‘쾌감은 모든 이성적 동물의 의무이자 목표’라는 볼테르의 말처럼 인류의 역사는 욕망과 중독의 집적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쾌감의 본질을 꿰뚫는 발견과 성과는 신경과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최근의 일이라 한다. 첨단과학 이론과 실험을 들어 쉽게 풀어간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인간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은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며, 본능의 기저에는 쾌감회로가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인간의 주된 행동요인인 쾌감은 어떻게 생겨나는 걸까.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쾌감은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측중격핵, 전전두피질, 백측선조체, 편도체에 분비될 때 느끼는 즐거운 감정이다. 짜릿하거나 유쾌하게 느끼는 사건을 경험할 때 뇌 속의 이 쾌감회로에 불이 켜지고 도파민이 방출되는데, 이때 시상하부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그 좋은 기분을 획득했는지 기억에 저장한다는 것이다. 이 즐거운 경험을 반복하다 보면 뇌의 기저핵이 습관적으로 되풀이하도록 만들게 되는데 바로 그것이 중독이다. 저자의 주장대로라면 약물과 도박처럼 즉각적이고 본래적인 즐거움에 탐닉하는 것과 기도나 명상, 자선 기부 같은 고상하고 도덕적인 행위도 인간의 쾌감회로를 동일하게 활성화시킨다. 뇌 신경계에선 선과 악이 하나로 맞닿는 셈이다. “쾌감은 인간의 존재양식을 매우 풍요롭고도 복잡하게 만들어준다”는 말 그대로, 쾌감이 인간의 행동과 문화를 긍정적으로 발전시켰다고 보는 것이다. 중독에 얽힌 모순을 놓고도 “중독을 생리적 질환이 아니라 의지의 문제로 보는 고정관념 때문에 중독 관련 치료가 보험회사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결국 미래 인간의 쾌감을 논의할 때 가장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는 과학기술이 아니라 이를 둘러싼 사회적·법률적·재정적 제도라고 결론짓는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박중훈 “영화 ‘톱스타’ 속 사건들 실제로 있었던 것”

    박중훈 “영화 ‘톱스타’ 속 사건들 실제로 있었던 것”

    영화 ‘톱스타’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배우 박중훈이 제작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박중훈은 지난 16일 언론배급시사회에서 “여기서 실명을 밝힐 순 없지만 무수한 실제 스타들의 모습이 담겨있다”고 밝혔다. ‘톱스타’에는 실제로 끼워팔기 캐스팅, 전 매니저 협박 사건, 화장실 낭심 사건 등 박중훈이 직접 접한 사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원준(김민준)이 태식(엄태웅)의 바지춤을 움켜쥐는 화장실 장면은 박중훈이 신인 시절 직접 겪은 일로 “친한 선배 감독이 장난삼아 한 행동이지만 남자로서 매우 수치스러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음주운전 뺑소니, 현장 스태프 폭행 사건 등 연예계 대형 사건들도 등장한다. 음주운전을 한 원준을 대신해 자신이 범인이라고 나서는 태식의 모습 역시 실화이며 드라마 현장에서 배우가 촬영 감독을 폭행하는 모습도 박중훈이 직접 본 실제 상황이다. 영화 ‘톱스타’는 최고를 꿈꾸는 남자, 최고의 스타, 최고를 만드는 여자의 성공과 배신, 꿈과 욕망을 다룬 작품으로 24일 개봉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육신은 빈 껍데기… 죽음은 축복이다

    육신은 빈 껍데기… 죽음은 축복이다

    ‘구도의 작가’ 송기원(66)이 10년 만에 새 소설집 ‘별밭공원’(실천문학)을 냈다. 7편의 단편들은 작가 자신과 소설 속 화자의 목소리가 따로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자기 고백과 내면 탐구 끝에 이른 깨달음으로 촘촘히 채워져 있다. 특히 표제작 ‘별밭공원’은 작가의 자전소설이나 다름없다. ‘나’를 화자로 내세운 작가는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루돼 옥살이를 하던 도중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개인사 등 고통 속에 뒹군 젊은 시절을 호출한다. 어머니의 단말마의 순간을 멀쩡한 정신으로 받아들일 수 없어 폭음으로 일관하던 때는 저승 쪽이 차라리 부러웠다고도 털어놓는다. 비극의 시간을 거쳐 마침내 자신과 화해하는 과정이 담담한 고백으로 그려진다. “죽음은 황홀한 축복이다. 살아있으면서도 저 깊고 가없이 넓은 세상을 얼마든지 듣고 만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죽음의 영토에 자신을 데려다놓고 삶을 제3자처럼 관조한다. “어머니, 어쩌다 보니 나도 벌써 오래전부터 그쪽 세상에 몸을 담구고 말았어요. 지금 살아서 움직이는 육신은 이미 내 육신이 아니어요. 그저 빈껍데기일 뿐이지요. 그런 빈껍데기가 드리는 음식이 어떻게 어머니의 굶주림을 달래겠어요? 차라리 아니 드시는 게 낫지요.”(12쪽) 죽음을 더 가까이 여기는 작가의 의식은 ‘동백꽃’의 화자 ‘나’에게로도 연결된다. ‘나’는 죽고 싶다는 욕망에 시달린 끝에 남해안의 어느 섬에 가닿는다. 동백꽃의 붉은 색감에서도 죽음의 그림자를 느끼는 ‘나’에게 생의 의지를 깨우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아줌마들의 질펀한 수다라는 세속적인 건강함이다. 여자들의 신명에 말려드는 동안 ‘나’는 한 번쯤은 그녀들처럼 생에서 피투성이 싸움을 벌이고 싶다는 욕심을 내본다. 1990년대 인도, 네팔 히말라야 등을 돌며 구도에 나선 작가의 행적과 성찰은 ‘무문관’ ‘객사’ ‘육식’ 등 여러 단편에서 읽힌다. 바라나시의 화장터에서는 시체를 모독하는 장면을 목도하며 세상이 세뇌한 이분법의 허구를 깨우친다. 불에 태워지고 강에 던져지는 시체를 ‘나’는 상쾌하다 못해 아름답게 느끼면서 가장 추악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될 수도, 고통이 쾌감이 될 수도 있다는 열린 가능성에 눈을 뜬다(육식). 문학평론가 윤지관의 말을 빌리면, 송기원의 이번 소설집은 “그의 일생에 걸친 피투성이 싸움을 담고 있는” 동시에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기까지의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친 내면의 성숙함을 돋을새김한” 결과물이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배슬기, 신성일과 키스하며…

    배슬기, 신성일과 키스하며…

    나이를 뛰어 넘는 파격적인 멜로 영화 ‘야관문:욕망의 꽃’의 메인포스터가 공개됐다. 야관문은 49살 차이 선후배인 신성일(76)과 배슬기(27)의 출연으로 개봉 전 부터 화제가 되고 있다. 야관문은 말기 암 환자 신성일과 매혹적인 간병인 배슬기의 파격적인 사랑과 그 속에 감춰진 충격적인 관계를 그려낸 미스테리 멜로영화다. 이번에 공개된 메인포스터 역시 신성일과 배슬기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포스터에는 평생을 원칙주의자로 고지식하게 살아온 남자 신성일과 그가 죽음을 앞둔 상태에서 사랑하게 된 미모의 간병인 배슬기가 함께 등장한다. 어깨선을 드러내며 신성일의 품에 안겨 매혹적인 눈빛을 보내고 있는 배슬기와 욕망을 억누르려 애써 시선을 떨구고 있는 신성일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야관문은 신성일이 ‘망각의 정사’(93) 이후 20여년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로 눈길을 끌기도 했다. 대배우 신성일의 542번째 영화인 야관문은 새달 7일 개봉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당신의 책]

    아웅산 테러리스트 강민철(라종일 지음, 창비 펴냄) 아웅산 테러범인 강민철은 왜 한국에 오지 못하고 미얀마에서 죽음을 맞았을까. 정치학자인 저자는 강민철이 남과 북의 갈등으로 빚어진 부조리극의 희생자라고 말한다. 1983년 10월 9일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아웅산 국립묘소 테러 사건은 남북 대결이 빚어낸 또 하나의 비극이다. 강민철은 북한이 그에게 특별한 임무 수행을 위해 붙여준 가명이다. 본명은 강영철. 25년의 수감 생활 뒤 2008년 5월 숨진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일각에선 병으로 죽은 게 아니라 타살이라는 설도 떠돈다. 김대중 정부 시절 정보기관의 고위직에 있었던 저자는 1998년 미얀마를 방문해 남측과 강민철의 면담을 성사시켰다. 강민철은 한국 외교관에게 “큰 죄를 지었지만 다시 처벌을 받더라도 남한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북한은 그를 철저히 이용하고 버렸으며 남한도 강민철이란 이름을 잊었다. 저자는 “역사의 비극적인 이면과 국가 권력의 폭력성을 반성해야 진정한 남북 관계 회복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272쪽. 1만 3000원. 과학자의 관찰노트(에드워드 O 윌슨 외 지음, 김병순 옮김, 휴먼사이언스 펴냄) 저자는 “만약 천국이 있다면 나는 끝없이 쓸 수 있는 노트를 가지고 갈 것”이라고 말한다. 15명의 현장 과학자가 남긴 대자연의 기록이다. 동물행동학, 생태학, 고생물학, 곤충학, 인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과학자들이 기꺼이 자신의 노트를 공개했다. 진화론과 종의 기원을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는 5년여에 걸쳐 기록된 18권의 관찰 노트 덕에 가능했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관찰 노트에는 하나같이 흥미로운 이야기가 숨어 있다. ‘마운틴 고릴라’와 ‘대왕 판다’ 등의 야생 동물 연구로 유명한 동물학자 조지 셀러는 1982년 5월 31일 중국 쓰촨성의 산림 지대에서 대왕 판다 한 마리가 죽순을 찾아 헤맨 모습을 자세하게 기록했다. 흥미로운 이야기뿐 아니라 관찰하는 방법, 기록 노하우까지 엿볼 수 있다. 416쪽. 2만 4000원. 멩켄의 편견집(H L 멩켄 지음, 김우영 옮김, 이산 펴냄)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언론인으로 일컬어진 멩켄의 에세이집. 저자만큼 20세기 미국인과 미국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언론인은 없었다. 비록 뉴욕이나 워싱턴의 대형 신문사가 아닌 볼티모어의 지역 신문에서 평생 기자 생활을 했지만 그가 쓴 기사와 칼럼은 미국의 수많은 신문에 게재돼 전 국민이 애독했다. 그는 대중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늘 대중의 우행(愚行)을 질타했다. 국내 처음으로 번역 소개되는 이 책이 쓰인 시기는 1920년대 전반. 전 세계적으로는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혁명의 여파가 가시지 않은 상태였지만 미국만은 미증유의 자본주의적 번영을 누렸다. 이면에는 광기와 무법, 억압과 차별이 만연해 있었다. 멩켄은 이런 야만적인 상황이 미국 주류 사회(앵글로색슨계 미국인)의 시대착오적인 보수성과 진보를 외치는 사람들의 비현실적인 망상에 의해 끊임없이 재생산된다고 진단하면서 양쪽을 모두 비판했다. 480쪽. 2만 2000원. 자크 아탈리, 등대(자크 아탈리 지음, 이효숙 옮김, 청림 펴냄) 유럽 최고의 석학 가운데 한 명이며 전 유럽부흥개발은행 총재인 자크 아탈리가 인생 좌표로 꼽은 위인 23명의 이야기를 담았다. 공자와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사상가부터 과학자, 예술가, 문학 작가, 종교인, 정치인까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든다. 아탈리는 “허술한 쪽배를 타고 시대의 격랑 한가운데서 길을 잃고 헤매는 여행자인 우리는, 우리의 길을 밝혀주고 운명의 방향을 알려줄 등대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에선 인물들의 알려진 업적을 비중 있게 다룬다. 그러면서 인생의 우여곡절, 감추고 싶은 비밀, 실제 성격과 신체적 특징, 욕망과 실패 등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전한다. 그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펼쳐 놓으면서 “당신은 그들만큼 의지적이고 창조적이며 집념이 강한가”라고 독자에게 묻는다. 768쪽. 2만 9800원.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영화 多樂房] ‘사랑에 빠진 것처럼’

    [영화 多樂房] ‘사랑에 빠진 것처럼’

    ‘사랑에 빠진 것처럼(17일 개봉)’은 아주 인상적인 앵글로 시작한다. 카메라는 주인공 아키코(다카나시 린)의 옆자리에서 어두운 술집의 전경을 응시하고 있다. 특정 인물이나 공간을 보여 주려는 의도 없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남자친구와 통화를 하는 아키코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도 카메라는 반응하지 않는다. 친구인 나기사(모리 레이코)가 아키코 앞에 다가와 앉은 다음에야 카메라는 마치 깜박 잊고 있었다는 듯이 주인공을 비춘다. 하지만 그렇게 무심했던 시선은 곧 호기심으로 변하고, 저마다 가면을 쓰고 있는 인물들의 내면으로 깊숙이 다가간다.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은 조우(遭遇)로 시작해서 운명(運命)이 되어 버린 도쿄의 첫인상을 이런 방식으로 회상한다. 얼핏 평온해 보이는 도시 안에 꿈틀대는 역동성, 그 두 얼굴이 이 거장의 마음을 잡아끌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철저히 이방인이 아닌 예술가로서 이 낯선 공간을 장면화한다. 이국적인 문화와 풍경을 담는 데 집착했던 다른 외국 감독들과는 달리, 일본 영화 특유의 감성과 분위기를 섬세하게 살리면서도 새로운 프레이밍(framing)을 시도한 것이다. 이 영화의 배경인 도쿄의 밤과 낮처럼, 등장인물들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낮에는 대학생이지만 밤에는 남자들을 접대하는 아키코가 대표적이다. 누군가를 닮았다는 말을 많이 듣는 그녀는 여러 얼굴들 뒤에 가려진 자신의 진짜 모습을 찾기 어렵다. 유난히 일을 나가기 싫었던 밤, 아키코는 존경받는 전직 교수이자 학자인 다카시(오쿠노 다다시)를 고객으로 만나게 되고, 여기서부터 다카시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는 박식하고 점잖지만 은밀히 대학생을 불러 로맨틱한 밤을 꿈꾸기도 하는 노인이다. 밤에는 아키코의 고객이었으나 해가 뜨자 그녀의 할아버지로 분하게 되는 상황극은 떳떳하지 못한 다카시의 이면을 드러낸다. 여기서 영화는 세 번째 인물, 아키코의 남자친구인 노리아키(가세 료)를 등장시킨다. 그는 이 영화에서 가장 평범하게 ‘사랑에 빠진 것 같은’ 인물이며, 아키코나 다카시와 달리 감추는 것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애인에 대한 노리아키의 집착과 소유욕은 폭력을 동반하고, 건실한 경영인으로서의 이미지와 충돌한다. 결국 그는 자신의 여자를 지키고자 하는 연인에서 오히려 그녀를 궁지에 몰아넣는 악한으로 변하고 만다. 사랑의 주변부를 맴도는 이 세 사람은 우연히 다카시의 차에 타고 동행한다. 영화 내내 대화 장면에서조차 두 인물을 한 프레임에 담기 꺼려했던 카메라는 비로소 좁은 공간 안의 세 사람을 함께 보여 준다. 여기서 다카시의 차는 도시의 축소판이며 양면성이라는 주제를 함축하는 공간이다. 그리고 이들의 공존은 아키코의 시험과 자동차에 관한 대화 속에 얼핏 평화로워 보이지만 실상은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 같은 드라이브 벨트처럼 거짓과 오해로 인한 긴장감으로 곧 폭발할 것만 같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뾰족하거나 차갑지 않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눈물을 닦으며 붉은 립스틱을 바르던 아키코를 비추던 카메라가 암시하듯 오히려 촉촉하고 애틋하다. 따지고 보면 모순과 갈등을 동력으로 버티는 도시가 어디 도쿄뿐이겠는가.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 [올 노벨문학상에 앨리스 먼로] “우리시대의 체호프” 여성들 정체성 탐구 ‘삶의 이중성’ 통찰

    [올 노벨문학상에 앨리스 먼로] “우리시대의 체호프” 여성들 정체성 탐구 ‘삶의 이중성’ 통찰

    “앨리스 먼로의 정교한 문장들은 평범한 표면 아래 풍부한 광맥을 숨기고 있다.”(시카고 트리뷴) 올해 노벨상은 짧은 이야기 속에 인간의 삶이라는 광맥을 품은 ‘단편 소설의 대가’에게 돌아갔다. 북미 최고의 단편 작가로 꼽히는 앨리스 먼로(82)다. 10일 딸을 통해 수상 소식을 접한 먼로는 “그저 놀랍다. 내가 당선권 안에 있다는 건 알았지만 수상은 생각지도 못했다”며 기뻐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그의 단편들에서는 플롯은 중요하지가 않다. 서사는 강렬하지 않지만 느닷없는 깨달음이나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삶의 미묘한 순간들을 낯설게 보여 주는 데 집중한다. 여성의 사랑과 일, 그리고 그 안에서의 실패를 주로 다루며 삶의 이중성을 벗겨낸다. 그는 일상의 무늬들을 정교하게 세공하면서 한 인간의 삶을 넉넉하게 끌어안는다. 때문에 누구의 삶도 조롱하지 않는 따뜻한 시선을 지녔다는 평가가 따른다. 화려한 기교나 수사는 없지만 인생의 비밀에 유려하게 다가가는 솜씨로 ‘현대의 안톤 체호프’라는 수식어를 일찌감치 따냈다. 먼로의 작품은 보수적인 캐나다 시골마을 윙엄에서 자라던 때와 1960년대 반문화운동 이후로 뚜렷이 나뉜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여자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일은 ‘자아를 찾고 스스로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일’이라고 배우면서 컸다. 나도 무난한 삶을 살아 보려 했다. 내가 아는 여자애들 중에 대학에 간 애는 아무도 없었다. 글 쓰는 일은 때로는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나는 항상 집안일을 했고 ‘언젠가 이런 짓을 다 집어치울 거야’라고 얘기했는데 실제로 작가가 됨으로써 그렇게 됐다.” 때문에 초기작들은 시대와 가족, 그가 나고 자란 시골마을이 정한 규범에 갇힌 여성의 딜레마를 주로 다뤘다. 하지만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2001), ‘떠남’(2004) 등과 같은 후기작들은 중년 혹은 노년의 여성, 독신 여성들이 겪는 진통으로 초점을 옮겼다. 그가 주로 구속과 억압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여성들, 속박에서 벗어나 욕망을 따르는 여성들을 탐구하는 것은 60년대 이후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읽힌다. 한기욱 인제대 영문과 교수는 “그는 여성의 삶, 정체성을 주제로 깊이 탐구했고 그의 작품을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이 갑자기 소름끼치게 다가오는 문학적 깨달음이 덮친다. 사실주의에 기반하지만 사실적인 것을 넘어서는 판타지 요소가 있다”고 말했다. 먼로는 그간 ‘왜 장편을 쓰지 않느냐’는 질문을 지겹도록 받아 왔다. 하지만 그의 단편에 농축된 성찰과 감동은 웬만한 장편 못지않다. 2009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 선정됐을 때 심사위원들이 “작가들이 평생에 걸쳐 이룩하는 작품의 깊이와 지혜, 정밀성을 작품마다 성취해 냈다”고 찬사를 보낼 정도였다. 한기욱 교수는 “단편이기 때문에 서사로서 한계가 있지 않으냐는 평이 있을 수 있지만 연작 단편이 많아 장편의 효과를 주기 때문에 먼로의 문학을 얘기할 때는 단순히 길이로 작품을 따질 수 없다는 평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의 작품에는 늘 세상의 이치를 설명하는 전지적 작가 시점도 강하게 나타난다. 문장의 구조가 복잡하지도 않고 일일이 사전을 뒤지지 않아도 될 만큼 평이한 단어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작품 ‘떠남’을 번역한 김명주 충남대 영문과 교수는 “소소한 일상에서 길어올린 촌철살인의 깨달음을 제시하며 짧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소설을 쓰는 작가”라며 “밋밋해서 국내 독자들의 입맛에는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잘 읽어 보면 깊이가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의 단편집은 대부분 수상을 했거나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홉 번째 단편집 ‘미움, 우정, 구애, 사랑, 결혼’ 속 ‘곰이 산을 넘어오다’는 영화 ‘어웨이 프롬 허’로 만들어져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먼로는 올해 초 이미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그 결정에 대해 “기쁘다”며 “내가 글쓰기를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삶을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점이 있다. 아마 내 나이쯤 되면 소설가처럼 외로운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열린세상] DMZ세계평화공원-들어가지 않기, 나누지 않기/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열린세상] DMZ세계평화공원-들어가지 않기, 나누지 않기/권영걸 서울대 디자인학부 교수

    정전협정 60주기를 맞아 생명의 땅 비무장지대(DMZ)를 세계평화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논의가 한참이다.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의 뜻을 밝혔고, 8·15 경축사를 통해 이를 북측에 제의했다. 세계평화공원이 제시되자 경기도 및 강원도의 DMZ 인접 지자체들이 저마다 사업추진단을 구성하고 유치 경쟁에 나섰다. DMZ 인근에 평화산업단지 조성 주장에서부터 공원단지 내 국제기구 유치, 외국인 거주타운 조성, 동서평화고속도로 건설, 나아가 공원 내 독서시설 요청에 이르기까지 주장과 제안 또한 백출하고 있다. 종합계획이 나오기도 전에 개발이득을 염두에 둔 도(道) 및 지역 간의 신경전이 일고 있으며 분쟁의 조짐마저 보인다. 세계평화공원 조성에 참여할 당사자들이 공유해야 할 계획의 전제조건이 필요한 시점이다. 첫째, 모든 개발 프로젝트는 DMZ 역내로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 동·서독 접경지대는 민간 환경단체와 연방 주들 간의 협조로 지금까지도 그린벨트 조성이 진행 중이다. 그곳은 철저한 녹지보전지역인 ‘그뤼네스 반트‘(Grunes Band)로, 환경적 차원을 넘어 역사자원도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민간 자연환경보호단체인 분트(BUND)는 통일 직후부터 지금까지 토지 공유화를 위한 보상금 조달 시민모금, 시민교육, 농약사용 줄이기를 위한 홍보 등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 지자체와 연방정부의 협력으로 현재 그뤼네스 반트는 스칸디나비아부터 발칸을 거쳐 유럽대륙까지 확산되는 ‘대륙 생태 띠’를 만들었고 국제 환경운동의 거점으로 성장했다. 한국 DMZ보다 5.6배 더 긴 그뤼네스 반트는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별다른 인공시설물이나 대형 공원이 들어간 적이 없으며,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자연경관으로 가치를 발하고 있다. 자전거 길도 과거 동독의 국경 순찰차량 도로를 활용하고 있고, 생태교육장도 동·서독의 주 사이에 위치한 옛 군사시설을 활용하고 있다. 또한 그뤼네스 반트의 운동가들은 접경지역 인근에 살면서 거주민들의 유기농 농업교육, 환경 모니터링 등 활동을 지속적으로 펴고 있다.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그 안에 새로운 시설의 개발을 상정하지 않는다. 둘째, DMZ가 구획되거나 나누어지지 않아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DMZ 인접 지자체마다 공원 및 시설들을 개발하여 DMZ의 전체 가치를 상실케 하는 것이다. 동서를 가로지르는 DMZ는 하나의 연결공간이다. 국토의 남북 축인 백두대간, 도서연안과 함께 한반도의 ‘핵심 생태 축’으로 분절된 공간이 아닌 연속된 생태 네트워크 공간이다. 따라서 DMZ 세계평화공원 조성도 부분이 아닌 전체 공간을 아우르는 종합보존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단일한 관리체계 하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DMZ를 하나로 보는 통합장소 브랜드를 구축하고 지역 비교우위에 의해 개발의 수준과 범위를 조율하여 정부가 개발 과열을 잠재워야 한다. DMZ 내에 포장도로 및 인공시설의 개발을 억제하고, 접경지역 주민 보상 및 협의 방침도 적극적으로 마련해 ‘100년 처녀지 DMZ’로 지켜 나가자. 공원을 조성하기란 쉬운 일이다. 그러나 60여년 침묵의 청정지역이 그 자체로 공원이 되도록 하는 데는 고도의 디자인 역량이 필요하다. 또 인위적으로 장소를 만들기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역사 및 생태자원이 널려 있고, 숱한 스토리가 켜켜이 쌓여 있는 그곳이 본디 가지고 있던 장소성을 회복하게 하는 일은 실로 어렵다. DMZ 세계평화공원은 쉬운 방법을 버리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 한다. 155마일의 긴 공간 자체가 하나의 공원이다. 설계자는 조건만 부여하고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스스로 자라나게 하는 자생 디자인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DMZ의 경우, 신중한 개발이라도 개발은 하책이요, 지속가능한 보존의 디자인이 상책이다. 세계평화공원 논의와 함께 일고 있는 상업주의를 경계하고, 개발주의자들의 논리가 득세하지 못하도록 규율해 나갈 필요가 있다. 지역주민이 개발의 욕망을 억제하고 국민이 감시하여 DMZ 전체가 세계적 역사문화생태공원이 되도록 지켜 나가자.
  • [길섶에서] 라면수프/문소영 논설위원

    국물요리의 종결자는 라면수프다. 손님을 불러놓고 아무리 해도 음식 맛이 안 날 때 비상수단으로 라면수프를 집어넣는 것이다. ‘꽃보다 할배’에서 부대찌개 만찬을 준비하던 이서진은 끝내 국물 맛을 내는 데 실패하자 라면수프를 투하했고, 맛있다는 칭찬을 받았다. 최근 한 출판사 대표가 파주 한강 하구 수로에서 참게 4마리와 붕어를 여러 마리 잡아 해물탕을 끓였지만 맛이 나지 않자 라면수프를 투입해 맛있게 먹었다고 자랑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파주의 참게는 흙냄새가 나지 않고 맛도 독특해 조선시대 왕에게 진상했다고 소개돼 있다. 화학조미료는 안 먹는다며 멸치·표고버섯·다시마로 맛국물을 내는 데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라면수프 앞에서는 곧잘 무장해제가 되곤 한다. 라면을 먹고 싶다는 꺼림칙한 욕망을 친환경적으로 해결하려고 애쓴다. 콩나물·숙주를 넣어 해장용 라면으로 만들거나, 라면수프 양을 줄이겠다고 된장·고추장을 풀기도 한다. 전복라면이 있는가 하면 제주도에는 문어라면도 있다. 아이러니 아닌가? 문소영 논설위원 symun@seoul.co.kr
  • [글로벌 시대] 공자가 말하는 리더와 리더십/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글로벌 시대] 공자가 말하는 리더와 리더십/전가림 호서대 교양학부 교수

    책 중의 책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또 읽혀온 ‘논어’의 첫머리는 ‘배우고 익히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로 시작된다. ‘배우고 익힌다’는 학습의 문제가 서론이라면, 결론에 해당되는 것은 ‘논어’ 마지막 편의 명(命)과 예(禮) 그리고 언(言)이라 하겠다. 여기서 공자는 사람이 사명감을 모르면 군자가 될 수 없고, 예절을 모르면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며, 언어를 모르면 사람을 알아볼 수가 없다고 했다. 공자는 교육을 통해 그의 제자들을 군자(君子)라는 인간을 만들려고 했다. ‘논어’에는 군자에 관한 언급이 모두 107번이나 나온다. 공자 사상이자 후대 유가사상의 핵심 개념이 된 ‘인’(仁) 자는 같은 책에서 105번 나오는데, ‘군자’는 두 번이나 더 나온다. 공자가 이처럼 군자를 중요하게 여긴 데는 그가 그리고 있던 도덕사회(天下有道) 건설을 위해서는 첨병적 역군으로서 군자라는 리더가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107번에 걸친 군자에 대한 ‘논어’의 언급을 유형별로 보면 정치적 내지 사회적 지위가 있는 사람(有位者), 상당히 높은 수준의 덕성을 지닌 사람(有德者), 그리고 지위와 덕성을 함께 갖추고 있는 사람(位德兼備者) 등 세 유형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그러나 군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은 ‘논어’의 언급만큼이나 다양하고 복잡해서 여기서 다 거론할 수 없으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두 가지만 들어볼까 한다. 첫째, 공자는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君子不器)라고 했다. 군자라고 하는 인물은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대응함으로써 그릇처럼 일정한 양만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수용하고 포용하는 최상 내지 최고의 융통성을 지닌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치 강이 상류의 크고 작은 지천의 물을 다 받아들임으로써 대하를 이루는 것처럼 군자는 갈등하고 대립하는 모든 세력들을 다독이고 받아들일 수 있는 포용력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공자는 “군자는 중용이다”(君子中庸)라고 했다. 흔히 중용을 서울과 부산의 중간지점인 대전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지만, 정확한 의미는 서울이면 서울, 부산이면 부산이지 서울 부산도 아닌 대전이 아니다.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그 판단에 따른 최선의 선택이나 대응이라는 점에서 최선과 최적의 적응력을 지닌 인물이 군자라는 것이다. 정치는 무한한 욕망을 지닌 인간이 유한한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려는 행위이다. 그러므로 지도자가 상당 수준의 적응력이나 포용력을 지니지 못했을 때는 갈등과 대립의 증폭은 물론 악법이나 실책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만일 지금의 한국사회를 공안정국이나 비민주주의 사회로 진단하고 민주주의 회복 운운하면서 거리 투쟁을 벌인다면, 이는 세계가 인정하는 한국의 민주화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명의(名醫)가 정확한 진단과 그 진단에 따른 최선의 처방으로 병을 치유하는 의사라면, 정치 리더도 현실정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과 그 판단에 따른 최상의 대처 능력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된다. 이 같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학습을 통해 적어도 명(命)과 예(禮) 그리고 언(言)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지적 성장에 정서적 균형이 수반된 인간 유형으로서의 군자를 길러내야 한다는 것이 공자가 말하는 정치 리더인 동시에 리더십이었다.
  •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웰에이징 시대’를 기대하며

    [김균미의 빅! 아이디어] ‘웰에이징 시대’를 기대하며

    한동안 뜸했던 노인과 관련한 ‘참담한’ 사건·사고 소식을 잇따라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추위를 피하려고 옷을 아홉 겹씩이나 껴입고도 숨진 채 5년 만에 발견된 부산 할머니 사건도 그렇고, 부산과 제주를 오가는 페리호에서 하루에 60·70대 4명이 실종된 사건도 그렇다. 여객선에서 실종된 4명 가운데 2명은 부부이다. 해경 등에 따르면 4명 모두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노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노인의 날’(2일)에 즈음해 발표된 노인 관련 지표들과 함께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노인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보게 한다. 통계청은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613만명으로 올해 처음으로 6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인구의 12.2%이다. 12년 뒤인 2025년에는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며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다. 2050년에는 1800만명에 육박, 전체 인구의 37.4%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더욱이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노인인구로 편입되는 2020~2030년에 노인인구도 가파르게 증가해 2030년에는 4명 중 1명이 노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우리 사회의 새로운 주류가 행복하지 않으며, 노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고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더욱 불행해질 수 있다는 데 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이 6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노인행복지수에 따르면 한국은 조사대상 91개국 가운데 67위를 기록했다. 100점 만점에 39.9점이다. 더욱이 연금과 노년 빈곤율 등을 감안한 소득분야는 91개국 중 90위로 꼴찌나 다름없다. 노인들의 삶의 질은 더 이상 미래의 과제로 제쳐놓을 수 없다. 정부가 내년부터 노인들에게 소득에 따라 기초연금을 최고 20만원 지급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나 노인 문제는 기초연금 20만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정책의 기본 틀과 노인에 대한 사회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노인을 ‘사회적 짐’ 내지 잉여인생, 일자리를 놓고 20대와 경쟁하는 것처럼, 아니 젊은이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으로 보는 부정적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20대와 60대 이상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노년에 대하여’에서 노년을 “경험이 가져다 준 현명함을 즐기는 나이, 책과 더불어 사고의 깊이를 더하는 나이, 여자에 대한 욕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이”라고 정의했다. 원로학자 김열규(78) 교수도 얼마 전 펴낸 ‘노년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복지정책을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는 한편 노인들도 과거지향적 사고를 버리고 끊임없이 새롭게 펼쳐질 미래를 위해 마음과 정신을 다스리라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웰에이징’(Well-aging)이 가능해져야 한다. 즉,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 멋지게 나이 먹는 것이 가능해져야 한다. 능력과 의지가 있는 한 더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안심하고 노년을 즐길 수 있게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고 범죄로부터 보호하는 등 종합적인 노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아버지·할아버지 세대를 위한 것일 뿐 아니라 바로 나와 딸·아들, 손자 세대들이 행복해지기 위한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경로효친 정신을 되새기고 노인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 노인의 날을 공휴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좋고, 남성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과 지원을 확대하고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자는 주장도 옳다. 그런데 이 같은 정부와 정치인들의 주장이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예산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변명으로 비켜간다면, 누군들 말이야 못 하겠나. 고령화시대에 ‘웰에이징’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권리여야 한다. kmkim@seoul.co.kr
  • [지상파 하이라이트]

    ■소비자 리포트(KBS1 밤 7시 30분) 바쁜 현대인들의 에너지 충전을 위해 등장한 고 카페인 에너지 음료. 야근으로 피곤한 직장인들의 피로회복과 졸음방지를 위해 출시된 의도와는 다르게 현재 고 카페인 에너지 음료의 주 소비층은 10대 청소년이다. 오는 11월 7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한 달 남짓 남은 지금 학생들은 졸음을 쫓기 위해 고 카페인 에너지 음료를 찾고 있다. ■MBC특별기획 제왕의 딸 수백향(MBC 밤 8시 55분) 채화(명세빈)의 아버지 백가(안석환)는 융(이재룡)이 내린 성지를 받고 난 후 그만 쓰러지고 만다. 융은 가림성(백가의 성) 밖에서 백가가 스스로 죄를 고하길 기다린다. 한편 백가는 더더욱 호기를 부리고, 이 모습에 채화는 융을 찾아간다. 융은 백가의 앞에 동성왕(정찬)이 하사했던 검을 던진다. ■프로파일링(MBC 밤 10시) MBC 이정민 아나운서의 진행으로 우리 주변의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사건과 현상들의 이면을 소개한다. 인간 마음의 악마성을 감각적으로 그려낸 ‘살인자의 목소리-용인 살인사건의 재구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강남교육특구에 대한 욕망과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 ‘강남, 부자일수록 공부를 잘할까’ 등 3가지 이야기가 방송된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5시 35분) 17개월 은결이는 즐거운 목욕 시간을 앞두고 늘 삼십육계 줄행랑을 친다. 도망간 은결이가 하는 일은 기저귀로부터 자유를 찾은 자신의 ‘고추’를 조물조물 만지는 것이다. 게다가 하지 말라는 엄마의 눈을 요리조리 피해 은밀한 손장난을 계속하고 이제는 기저귀까지 거부하는 상황이다. ■명의 3.0(EBS 밤 9시 50분) 올해 유난히 안타까운 인명사고가 자주 발생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상수도관 공사장에서 작업자 7명이 불어난 물에 수장된 변고가 있었고, 방화대교 공사현장에서 길이 47m의 상판이 무너지면서 인부 2명이 압사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대구산재병원을 찾아가 산재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치료, 재활에 대해 알아본다. ■OBS 금요시네마-투혼(OBS 밤 11시 5분) 도훈은 통산 149승, 최고 구속 161㎞, 3년 연속 MVP에 빛나는 롯데 자이언츠의 간판스타다. 하지만 현실은 오만 방자하고 안하무인이다. 1년 365일 신문 1면을 장식하며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그 탓에 결국 마운드에서는 패전처리 2군 투수로 전락하고, 집에서도 쫓겨나 후배 집에 얹혀사는 신세가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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