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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점으로 피서 떠나는 ‘북캉스족’을 위한 추천도서

    서점으로 피서 떠나는 ‘북캉스족’을 위한 추천도서

    넘치는 휴가객이나 방학기간을 맞은 중고등학생들을 피해 7월말, 8월초 휴가를 피하고 뒤늦은 휴가를 선택한 사람일수록 조용한 휴가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개학과 함께 학생들이 빠져나간 서점가를 채우고 있는 것도 바로 북캉스를 즐기려는 늦깎이 휴가객들이다. 이에 더위도 피하고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북캉스를 위해 올 여름 주목할만한 책들을 소개한다. 보이스 컨설턴트이자 대화법 전문가로 활동 중인 오수향 교수의 ‘1등의 대화습관’은 자기계발 분야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도서다. 수년간 대화법을 컨설팅해 온 저자가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과 설득을 기술을 알려준다. 오수향 교수는 “협상, 계약, 면접처럼 중요한 일은 모두 말을 통해 결정된다. 그렇다면 말을 잘 하려면 타고나야 하는 것일까? 정답부터 말하자면 아니다. 뛰어난 말재주는 연습으로 만들어진다. 그리고 말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며 “이 책을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통한 소통의 힘과 자신감을 얻어가기 바란다”고 전했다. 조정래 작가의 ‘풀꽃도 꽃이다’는 국내 문학사의 거장이 우리 사회와 교육의 지향점을 제안하는 장편소설이다. 3년에 걸쳐 국내 사교육 실태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관계자들을 인터뷰한 후 저술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사실성이 돋보인다. 오직 대학이라는 한 길만을 바라보며 달리는 청춘의 슬픈 자화상을 통해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대한민국의 미래를 제시한다. 스타강사 설민석의 재미있고 깊이 있는 한국사 책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은 27명의 조선의 왕들을 한 권으로 불러 모아 핵심적인 주요 사건들을 풀어 쓴 책으로, 설민석 특유의 흡입력 있는 간결함과 재치 있는 말투를 구어체 그대로 책에 담았다. 실록에 등장하는 왕의 목소리를 현대어로 풀어 써 당시의 정책과 주요 사건들이 일어난 배경을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연스레 역사 속 사건들이 하나씩 이해되고, 엉망으로 기억되었던 얕은 국사 지식의 파편들이 차분히 정리된다. 등단 13년째를 맞은 저자 한강 특유의 개성을 반영한 ‘채식주의자’는 작가가 지금까지 발표해온 작품들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등 인간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한 편에 집약해 놓은 수작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채식주의자’로 노벨문학상과 콩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손 꼽히는 영국의 맨부커상을 수상하면서 12주째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한 서점가에서 한강의 전 소설 판매량이 급등하기도 하면서 상반기 정상 등극에 올랐다. 소설 속 분위기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면서 인간의 심리와 내면을 바닥부터 그려내게 한다. 채식을 하면서 점차 식물이 되어가는 등장인물 영혜와 그녀를 바라보는 인혜와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엉킨 관계와 인간이 지켜야 할 윤리적 한계에 대해 말한다. 80~90년대 유년기를 보낸 한국의 독자들이라면 기억 할 ‘빨강머리 앤’.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많은 독자들에게 호응을 받았던 작가 백영옥이 지브리 스튜디오의 명작 애니메이션인 ‘빨강머리 앤’의 이야기들을 풀어냈다. 이제부터 어른으로서의 삶을 헤쳐나가고 일과 연애와 꿈의 좌절에 맞닥뜨려야 할 날들을 위해 다독이는 격려의 메시지들을 모았다. 웃음과 위로를 찾아주는 ‘빨강머리 앤이 하는 말’을 통해 삶의 한 가운데에서 이제는 기대를 잊고, 실망에 지쳐가는 이들이라면 이 한 권의 독서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힛더스테이지 필독 VS 호야, 10년지기 친구의 대결 “숨은 원석 발견”

    힛더스테이지 필독 VS 호야, 10년지기 친구의 대결 “숨은 원석 발견”

    Mnet ‘힛더스테이지’가 필독이라는 숨은 원석을 발굴해 내며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17일 방송된 ‘힛 더 스테이지’ 4회에서는 빅스타의 리더 필독이 화려한 춤솜씨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미 데뷔 5년차이지만 활동 공백이 길었던 필독은 연애 중 생기는 남녀의 서로 대립되는 입장을 로맨틱하면서도 파워풀한 자신감 넘치는 무대로 표현해 내 관객을 사로잡았다. 필독의 무대를 본 후 문희준은 “말이 안 되는 무대를 본 느낌”이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고, 제이블랙은 “필독은 예전부터 주목받아 온 춤꾼이다. 장담컨대 오늘은 100%를 다 안 보여준 것이고, 다음이 더 기대될 만한 친구”라고 극찬했다. 하지만 이날의 우승은 필독의 10년지기 친구이자 현실에 부딪힌 오래된 연인의 감정을 표현해 낸 호야가 차지했다. 그는 데뷔 후 처음으로 현대무용에 도전하며 매혹적인 무대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종 결과 발표 무대에 함께 오른 호야와 필독은 시종일관 송대관-태진아를 연상케 하는 앙숙 케미로 웃음을 자아냈지만, 결과 발표 후 역시 10년지기 친구인 호야의 댄서 최효진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똘똘 뭉쳐 감동을 자아냈다. 이밖에도 이날 ‘힛더스테이지’에서는 트와이스의 모모가 열정적인 무대로 큰 호응을 얻었다. 트와이스의 멤버인 미나와 함께 무대를 꾸민 모모는 어긋난 욕망과 집착을 파격적인 무대로 표현하며 맨발 투혼까지 불사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그는 “트와이스에서 보여줬던 모습 말고 또 다른 모모를 보여주고 싶었다”며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발레 장르에도 처음으로 도전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한편 Mnet ‘힛더스테이지’는 K-POP 스타와 전문 댄서가 한 팀을 이뤄 퍼포먼스 대결을 펼치는 프로그램. 매 회 한가지 주제를 두고 스타들이 스트릿, 댄스 스포츠, 현대 무용 등 각 분야의 전문 댄서들과 한 크루가 되어 무대를 선보이고, 엄선된 판정단의 투표에 따라 순위가 결정된다. 매주 수요일 밤 11시 Mnet과 tvN에서 동시 방송된다. 사진=Mnet ‘힛더스테이지’ 캡처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홍진경, 누적 매출액 400억 “김치 싸대기는 홍진경 얘기”

    홍진경, 누적 매출액 400억 “김치 싸대기는 홍진경 얘기”

    홍진경의 남편인 사업가 김정우의 집안이 공개됐다. 15일 밤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서 한 기자는 “홍진경은 자본금 고작 300만 원으로 친어머니의 손맛을 빌려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김치를 판매하기 시작. 2006년 주식회사 홍진경을 설립 후 누적 매출액 40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혀 출연진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이에 스테파니는 “홍진경이 굳이 사업에 안 뛰어들어도 될 만큼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남편과 결혼을 하셨다고 나는 알고 있다. 그의 어머니는 모 재단 이사장이시고, 작고하신 아버지는 생전에 사업체를 운영하셨던 굉장히 유명한 경영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굳이 사업에 왜 뛰어들었을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다른 기자는 “홍진경이 사업을 한 번 해보고 싶은 욕망이 첫 번째로 있었고, 어머니가 그렇게 김치를 맛있게 담근다는 얘기는 나도 이영자를 통해서 나중에 들었지만. 아무튼 김치 손맛이 굉장히 유명했고, 그러니까 홍진경이 자기 이름을 건 브랜드로 어머니와 결합해서 ‘한번 해보겠다’ 이렇게 한 거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날 김지민은 “홍진경 씨가 김치로 뺨을 맞아 ‘김치 싸대기’ 원조”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에 한 기자는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으로부터 김치를 맞은 사건이 있었긴 하다더라”며 “이 일로 홍진경 씨와 어머님은 다시 태어나면 절대 음식 사업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홍진경 씨는 사업 모토가 ‘고객에게 돈으로 입막음하지 말자. 비가 내리면 모든 비는 그대로 맞자’다. 불만을 가진 고객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서 얼굴로 대면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기자는 “홍진경 씨가 직접 찾아가면 놀라는 고객도 있지만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도 있기 때문에 화가 풀릴 때까지 무릎 꿇고 혼이 난 경우고 있다고 한다”고 말해 충격을 안겼다. 사진 = 채널A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초저예산 C급 무비 ‘시발, 놈: 인류의 시작’ 메인 예고편

    초저예산 C급 무비 ‘시발, 놈: 인류의 시작’ 메인 예고편

    C급 무비 ‘시발, 놈: 인류의 시작’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시발, 놈: 인류의 시작’은 ‘인류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에 대한 호기심으로 출발한 작품이다. 1000만원의 제작비를 비롯해 멜로부터 코미디, 뮤지컬, 액션 등 12개의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로 눈길을 끌고 있다. 공개된 메인 예고편은 작정하고 C급 무비임을 내비친다. 엉망진창인 콩글리시 내레이션과 엉성한 설정 등 코믹한 상황들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배신, 사랑과 이별, 죽음과 탄생” 등을 말하고자 하는 감독의 욕심이 느껴진다. C급 무비라는 수식에 대해 배급사 엣나인필름은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의미의 C급이라기 보다 ‘주변의 것들,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가능한 것들을 활용해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영화’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이어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꿈은 있지만, 돈과 기술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시해 영화 제작의 문턱을 낮추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영화 ‘숫호구’(2014년)의 백승기 감독 신작 ‘시발, 놈: 인류의 시작’은 오는 9월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사진 영상=엣나인필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모든 욕망의 출발은 장난감이었다

    모든 욕망의 출발은 장난감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장난감을 놓지 못하는 무의식적 이유/박규상 지음/팜파스/280쪽/1만 4000원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에서 어린이를 위한 세트를 판매한다. 판촉을 위해 그때그때 유행하는 장난감을 끼워 판다.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난리다. 햄버거가 맛나서가 아니다. 그리 고급스럽지도 않은 장난감 때문이다. 당장 “애들이냐~!”하는 핀잔이 나올 수도 있겠다. 어려서 아카데미 과학사에서 나온 프라모델 로봇이나 군함, 탱크 등 밀리터리 시리즈를 조립하고 옥도정기(요오드팅크) 용기에 꽂힌 붓을 들고 도색을 해 본 경험이 있다면 고개를 끄덕일 듯. 요즘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에 빠져 속초로, 울산으로 쏘다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피카츄를 좋아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어릴 때는 그럴 수 있다 치자. 그간 공부에, 취업에, 직장 생활에 치여 멀어졌던 장난감에 대한 욕구가 뒤늦게 꿈틀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성인이 되어서야 덕후의 세계를 접한 인문학자인 저자는 술로, 커피로, 노래로, 운동으로, 춤으로, 대화로, 여행으로, 맛난 음식으로 얼굴을 바꿨던 욕망의 출발점은 사실 장난감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장난감과 고대 신화를 엮어서 현상을 풀이한다. 예를 들자면 이런 거다. 테디베어, 베어브릭, 카카오프렌즈와 라인프렌즈의 곰 캐릭터는 왜 언제나 인기를 끄는 것일까. 저자는 단군신화처럼 우리가 어려서부터 접해온 수많은 신화 중 신에 가장 가까운 존재인 어머니와 맞닿아 있는 동물 캐릭터가 곰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어머니를 늘 가까이 있고 싶어 하는 잠재의식이 곰을 변주한 장난감들에 대한 애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SSEN이슈] 차희-솔빈 어디서 왔니? ‘해피투게더3’ 걸그룹 예능 양성소

    [SSEN이슈] 차희-솔빈 어디서 왔니? ‘해피투게더3’ 걸그룹 예능 양성소

    걸그룹 멜로디데이 차희와 라붐 솔빈이 ‘해피투게더3’에서 숨겨왔던 예능감을 발산했다. 그룹 이름조차 생소했던 이들은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존재감을 각인했다. 11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3′는 ‘예능행 : 끝까지 살아남아라’ 특집으로 걸그룹 멤버 써니, 솔지, 차희, 솔빈, 예린, 김세정이 출연했다. 걸그룹의 왕언니격인 소녀시대의 써니를 비롯해 ‘차트 역주행의 신화’ EXID의 솔지, ‘걸그룹 신흥강자’ 여자친구의 예린, 그리고 ‘프로듀스101’을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김세정까지. 모두 높은 인지도를 자랑했지만 차희와 솔빈은 이름부터 얼굴까지 낯설었다. 그러나 차희와 솔빈은 첫 예능 프로그램 출연에 긴장감을 드러내면서도 솔직하고 엉뚱한 끼를 발산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일명 ‘자몽머리’라며 빨간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미모를 발산한 차희는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이름이 한번도 올라본 적이 없다. 이번에 꼭 이름을 알리고 싶다”고 욕망을 드러내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MC들의 질문에 에피소드를 길게 풀어내지 못하고 단답형으로 대답하는가 하면, 개인기를 하다가 다른 출연진에게 뺏기는 등 열정에 비해 1% 부족한 ‘허당’ 매력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인형 같은 미모를 자랑하는 솔빈은 ‘아재 개그’가 특기라며 조세호에게 “세호 오빠 혹시 싱글이세요? 저는 벙글이에요”라고 말해 스튜디오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또한 무려 11개의 개인기를 준비해왔다며 돌고래 소리, 사이렌 소리, 주전자 물 끓는 소리, 박정현, 연어, 홍어, 가자미,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마끼아또 등을 목소리와 표정으로 귀엽게 표현해내 주목받았다. 첫 예능 출연에 굳을 법한 신인들이 마음껏 끼를 펼칠 수 있었던 것은 ‘해피투게더’ MC 유재석, 박명수, 전현무가 노련하게 받쳐줬기 때문.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웃음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살려내는 이들의 능력이 ‘해피투게더’를 예능인 양성소로 만들고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해피투게더 멜로디데이 차희 “실검 1위 소원성취” 1% 부족한 ‘야망돌’

    해피투게더 멜로디데이 차희 “실검 1위 소원성취” 1% 부족한 ‘야망돌’

    걸그룹 멜로디데이의 막내 차희가 새로운 예능돌의 탄생을 예고하며 숨겨둔 끼와 매력을 대방출했다. 멜로디데이 차희는 11일 방송된 KBS 2TV ‘해피투게더3’를 통해 단독으로는 데뷔 후 첫 예능 프로그램에 입성했다. 이날 멜로디데이 차희는 ‘실검 1위’를 향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고 실제로 ‘해피투게더3’ 방송 이후 국내 최대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하며 단숨에 화제를 모았다. ‘끝까지 살아남아라 : 예능행 특집’편으로 걸그룹 멤버들이 총출동했던 이날 방송에서 차희는 숨겨둔 입담과 끼를 드러내며 자신의 얼굴을 확실하게 알렸다. 먼저 일명 ‘자몽머리’로 오프닝부터 자몽즙 매력을 발산한 차희는 “인지도가 별로 없어서 소속사에서 스캔들도 적극 권장한다”, “비밀 연애 해본적 있다, 공개 연애도 해보고파”라며 거침없이 솔직한 발언을 쏟아내는 가 하면, 차분한 4비트부터 흥겨운 32비트까지 놀라운 ‘펜비트’ 개인기를 깜짝 공개해 감탄을 자아냈다. 여기에 시종일관 열정적인 리액션과 적극적인 자세, 열정에 비해 1% 부족해 더 웃음을 자아내는 ‘예능욕망돌’의 허당 매력을 드러내며 해피투게더 MC들과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방송 후 차희는 소속사를 통해 “첫 예능프로그램 출연이라 많이 긴장 했었는데 유재석 선배님을 비롯한 MC분들과 같이 출연했던 게스트 선배님들, 친구들 모두 잘 이끌어주시고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덕분에 데뷔 첫 실검 1위라는 소원 성취도 해서 더 기쁘다.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다양한 모습 보여드리는 멜로디데이 차희가 되겠다”고 소감을 전해왔다. 이날 다양한 별명과 함께 새로운 예능 원석으로 눈도장을 찍은 차희는 최근까지 멜로디데이(차희, 유민, 예인, 여은) 멤버로 첫 미니앨범 타이틀곡 ‘깔로(Color)’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으며, 향후 예능에서의 활약에도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사진=KBS 2TV ‘해피투게더3’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시론] 인문학의 정당성 찾기/임동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시론] 인문학의 정당성 찾기/임동균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오스카 와일드는 우리는 모두 시궁창 속에 있지만 그중 어떤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바라본다고 말했다. 돈이 모든 가치의 절대적 척도가 된 요즘 세상에서 인문학은 돈을 좇는 삶으로부터 소외받은 사람들이 올려다볼 수 있는 유일한 별일지 모른다. 세상은 유례없이 인문학의 흥행을 보여 주고 있는데, 대학에서는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경제적 효용성이라는 기준이 절대적이게 된 사회적 분위기로부터의 압박, 정부의 대학 재정 지원이 이공계나 실용적 분야에 집중됨에 따른 입지 축소, 그리고 거기에 맞춘 구조조정과 통폐합의 서슬 파란 칼날. 취업과 스펙 등의 이유로 학생들의 전공 기피 문제 등. 사실상 모두 다 하나로 엮여 있는 문제다. 제도로서의 인문학이 가지는 정당성의 문제다. 과거 막스 베버부터 현대에 이르는 많은 사회학자들은 ‘정당성’이 세상을, 조직을, 그리고 인간을 움직이는 핵심이라고 포착했다. 우리가 어떤 교육 시스템을, 정치 제도를, 기업 모델을 따르느냐는 그것이 지니는 정당성 때문이라는 것이다. 어떤 나라에서는 시(詩)를 무용지물로 여길 수 있지만 핀란드에서는 다른 허울 좋은 실용적 목적을 위해 교육에서 시를 뺀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그만큼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상식, 문화적으로 당연하고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인 관점보다 더 강한 것은 없다. 이와 관련해 인문학은 현재 매우 독특한 상태에 있다. 산업과 시장의 논리에서는 비교적 약한 정당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경제적 영역 밖에서는 매우 강한 정당성을 획득하고 있다. 인문학이 대중들 사이에 절대적인 존재적 정당성을 가진다면 그보다 더 견고한 인문학의 존재 기반은 없을 것이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부글부글 끓는 잠재적 에너지로 존재하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거대한 수요와 욕망을 어떠한 방법으로 대학에서 인문학의 존재 정당성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고전 읽기와 토론이 강화된 새로운 커리큘럼일 수도 있고, 독일의 인문학 지원 정책처럼 ‘유럽인은 누구인가’와 같은 시대의 화두에 인문학이 총체적으로 답하는 시대의 질문이 될 수도 있다. 훔볼트가 강조한 ‘고독과 자유’를 제공해 그 사유의 힘이 대중적 인문학의 아랫돌 역할을 하게끔 정책적 방향을 세울 수도 있다. 인문학이 시장성이라는 논리로 입지를 세우고자 한다면 어떻게 될까. 경제 발전이라는 관료주의적 정당성 범주 안에 인문학의 살을 도려내 집어넣고자 한다면 장기적으로는 대학의 인문학을 결국 되돌이킬 수 없는 지점까지 몰아넣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시대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기란 지극히 어렵다. 인문학의 가치가 더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나라들에서조차도 대학에서의 인문학이 고전을 하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다. 하지만 대학이라는 제도는 매우 독특한 성격을 가진다. 서구의 대학들이 처음에 건립될 때 인격의 완성과 자유 등의 언어로 그들의 존립 근거를 세웠던 것처럼 경제로만 환원될 수 없는 뿌리 깊은 존재 정당성을 문화적으로 가지고 있다. 돈과 실용이라는 잣대가 모든 정당성을 독점하는 절대적 척도가 되는 시기가 지나고 있다. 세상에 대한 인문학적 응시와 질문들은 우리가 물질 너머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존재라는 것을 확인해 주는 것이고, 이는 그 어느 때보다 시대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대학의 노력만으로 이러한 작업이 이루어질 수는 없다. 대학은 대학평가, 업적평가, 재정지원 사업의 압박을 견디는 것만으로도 조직적 역량을 과도하게 쓰고 있다. 대학 교육에 대한 정부의 정책과 철학에 그만큼 변화가 필요하고, 인문학이 사회와 대중에 뿌리를 두고 강력한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성숙한 인문학적 사고로 삶을 조직하는 기술이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지 못한 한국 사회에서 이는 새로운 언어를 만드는 것만큼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척박할수록 그만큼 사람들이 진정성을 추구한다는 것이 요즘의 인문학 열풍에서 드러나고 있다. 시궁창에 있더라도 우리는 하늘을 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 ‘N포 세대’ 향한 TV의 위로와 풍자

    ‘N포 세대’ 향한 TV의 위로와 풍자

    연애, 결혼, 출산 이외에도 얼마나 더 포기해야 할지 몰라 붙은 이름, ‘N포 세대’. 막막한 청춘들을 옥죄는 현실이 더욱 강퍅해질수록 TV의 위로와 현실 풍자가 도드라지고 있다. 지난 8일 첫선을 보인 tvN의 ‘여행해도 괜찮아 인 아일랜드’는 N포 세대를 현실에서 떼어내 외딴 섬에 데려가 강제로(?) 쉬게 한다. 제작진은 지난 5월 공개 모집을 통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아픈 청춘들’ 5명을 모았다. 꿈을 접고 인력 시장에서 일하는 청년, 사법시험에 연거푸 떨어진 취업준비생, 비정규직 삶을 이어온 영화제 스태프, 정규직을 그만두고 프리랜서로 나선 리포터, 한국인으로 귀화한 러시아인이 그들이다. 우울증, 대인기피증, 미래에 대한 불안, 번아웃증후군(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 등을 호소하던 이들은 섬처럼 세상과 단절되어 있거나 단절되고 싶은 청년들이다. 제작진은 ‘섬을 닮은’ 이들을 섬으로 데려가 아무 미션 없이 쉴 것을 주문한다. 하지만 늘 뭔가 해야 한다는 압박감, 스펙 쌓기에 쫓겨 온 청년들은 어떻게 쉬어야 할지조차 모른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김성범 PD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얘기를 늘 하는데 현대사회에서 섬처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쉼을 주고 자기만의 시간을 갖게 하면 어떨까 궁금했다”며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청년들을 바라보지 않고 카메라가 청년들 안으로 들어가 그들 스스로가 자신의 안쪽을 바라보고 시청자들이 그들의 이야기에 감화됐으면 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여행해도 괜찮아 인 아일랜드’가 N포 세대를 위로하고 속내를 터놓을 수 있는 판을 마련했다면 지난달 17, 24일 SBS가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인생게임-상속자’는 금수저와 흙수저의 운명이 극명하게 갈리는 우리 사회의 비정한 민낯을 날카롭게 풍자해 화제를 모았다. 청년 출연자 9명은 상속자, 집사, 정규직, 비정규직의 신분을 나눠 갖고 코인을 가장 많이 획득하는 사람이 상금 1000만원을 얻는 게임에 참여한다. 이들의 욕망이 맞부딪치는 게임은 ‘헬조선’, ‘1대99 사회’, ‘수저계급론’, ‘갑을 관계’ 등 승자가 독식하는 우리 사회를 압축하는 주요 키워드를 목도하게 했다. ‘인생게임-상속자’는 이번 정규 편성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소름 돋는 현실감으로 호평을 얻었다. 프로그램의 홍보 담당 조혜빈 PD는 “같은 패턴의 게임이 반복돼 (시청률에) 힘을 받을 수 있을까란 우려, 다른 프로그램보다 준비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 등으로 이번 정규 편성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가능성을 확인한 포맷이어서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킬지 내부에서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N포 세대는 어느새 드라마에서도 주요 캐릭터로 자리잡고 있다. 올해만 해도 SBS 드라마 ‘미녀 공심이’의 공심이(민아 분), ‘딴따라’의 그린(혜리 분)에 이어 JTBC ‘청춘시대’의 윤진명(한예리 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심이는 취업에 숱하게 실패하며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까지 생긴 취업준비생이었고, 그린은 하루에도 몇 개씩 ‘알바’를 뛰는 휴학생이었다. 등록금 때문에 스물여덟이 될 때까지 대학도 졸업 못한 윤진명 역시 휴학과 알바를 거듭한다. 오는 27일 방송될 드라마 ‘우리 갑순이’도 임용고시와 9급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10년차 백수 커플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청춘을 다루는 콘텐츠는 그 시대에 맞는 자화상을 그려낼 수밖에 없다”며 “지금 청년들이 가장 공감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취업준비생이나 백수 등인 만큼 이들이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고 있고, 최근에는 로맨스 드라마에서조차도 ‘금수저’, ‘흙수저’로 비교점을 만들어 내며 현실을 깊이 반영하고 있다”고 짚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충격 실화 영화 ‘포르노그래퍼’ 메인 포스터

    충격 실화 영화 ‘포르노그래퍼’ 메인 포스터

    세계적인 사진작가 ‘얀 샤우덱’의 이야기를 그린 ‘포르노그래퍼’ 메인 포스터가 공개됐다. 영화 ‘포르노그래퍼’는 로맨티시즘과 에로티시즘의 경계에 놓인 작품 활동만큼이나 열정적인 인생을 살았던 ‘얀 샤우덱’이 우연히 ‘리바’라는 여인을 만나면서 예상치 못한 인생의 변화를 맞게 되는 과정을 그린 파격 드라마다. 체코의 사진작가 얀 샤우덱은 ‘헤이 조’(1958), ‘길 위에서’(1964), ‘키치’(1985), ‘토루소 NO.2.’(1976)을 비롯해 인간의 육체에 관한 원초적인 시선과 자신의 상상력을 결합한 독특한 작품들로 명성을 얻었다. 그는 여성의 몸에 대한 집착과 도발적인 표현 등으로 ‘포르노그래퍼’라는 비난을 받았다. 오랜 시간 자국에서 저속한 사진작가로 평가받던 ‘얀 샤우덱’은 말년이 되어서야 작품성을 재평가받았다. ‘얀 샤우덱’의 작품은 늙고 뚱뚱하며 흉측하거나 기형적인 몸까지, 인간의 몸을 가리지 않고 그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작품화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폭력성, 잔혹한 행위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공개된 포스터는 ‘얀 샤우덱’과 그의 조수 ‘리바’의 원초적 욕망이 드러나는 이미지가 담겨 있다. 여성의 육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그대로 표현한 포스터 이미지는 그의 작품을 보는 듯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휴머니즘과 에로티시즘의 벽을 허문 위대한 예술’이라는 문구는 작품과 닮아있는 그의 인생이 영화 속에서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케 한다. ‘얀 샤우덱’ 역은 ‘오펀: 천사의 비밀’, ‘본 슈프리머시’의 카렐 로든이 맡았다. 배급사 더 픽쳐스 측은 “카렐 로든은 예민하고 즉흥적고 때론 무례할 정도로 솔직한 ‘얀 샤우덱’ 역을 그만의 스타일로 표현해 극의 풍성함을 더했다”고 전했다. 영화 ‘포르노그래퍼’는 오는 8월 18일 국내 개봉예정이다. 청소년 관람불가. 134분. 사진 영상=더 픽쳐스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교역 지배한 철 세계 문명 이끈 금 경제사 바꾼 주역은

    교역 지배한 철 세계 문명 이끈 금 경제사 바꾼 주역은

    철이 금보다 비쌌을 때/알레산드로 지로도 지음/송기형 옮김/까치/342쪽/1만 8000원 지금부터 4500년 전 메소포타미아 북부와 시리아. 소아시아 남부에 살았던 아시리아인들은 철을 금보다 여덟 배 비싼 값에 거래했다. 아직 인간은 철을 녹이는 데 필요한 섭씨 1535도의 고열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철을 주로 운석에서 채취했고, 그 작업을 할 줄 알았던 아시리아인들이 철의 교역을 지배했다. ‘철이 금보다 비쌌을 때: 충격과 망각의 경제사 이야기’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경제사적 측면에서 의미 있는 사건 60개를 뽑아 정리한 책이다. 고대세계에서부터 인류의 경제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원자재를 비롯해 민중의 삶을 좌우했던 세금과 화폐,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국가들 간 분쟁, 기후에 얽힌 이야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과거에 철보다 못한 대접을 받았던 금의 운명도 비중 있게 다룬다. 철기시대가 도래하자 철의 값은 급격하게 내려갔지만 금은 여전히 귀중한 재산으로 인식됐고 인류의 역사를 움직였다. 알렉산드로스는 동방원정에 나설 때 탄광 전문가를 대동했고 로마는 광산지역을 정복하기 위해 지리학자들과 정보요원을 동원해 정보를 수집했다. 로마 제국은 광부 6만명이 일하는 금광을 운영했으며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로 개종한 뒤 이교도 신전의 금을 압수해 침체한 경기를 되살렸다. 서로마 제국이 몰락한 뒤에는 황금이 비잔틴 제국을 거쳐 이슬람 세계로 흘러갔고, 7~12세기 500년 동안 칼리프국들이 금 시장을 장악하면서 찬란한 문화를 이룩했다. 콜럼버스가 대서양을 건너 탐험을 떠난 것도 금을 찾기 위해서였다. 식민지 아메리카에서 금과 은의 생산이 늘어나면서 문명의 균형은 극적으로 바뀌고 유럽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염료에 얽힌 역사도 흥미롭다. 연지벌레는 빨간색 염료인 코치닐 염료의 원료로 스페인인들은 제조비법을 지키기 위해 거짓정보를 흘리거나 연지벌레의 수출을 금지했다. 미켈란젤로가 시스티나 성당 벽화의 하늘을 그리는 데 사용한 청색 안료는 청금석(靑石)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고 발색이 아름다워 효과가 탁월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금값과 맞먹을 정도로 비쌌다. 청금석을 캘 수 있는 광산이 유럽에는 없고 칠레의 안데스 산맥, 아프가니스탄 동부에만 있는데다 작업 조건이 좋지 않아 생산량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었다. 망각된 역사적인 일화와 진기한 일들로 점철된 책은 철, 금, 향신료 등 인류가 욕망하는 것들을 쫓아 경제사는 이뤄져 왔고 신대륙의 발견, 교통과 무기의 발달 등이 욕망의 역사에 새로운 길을 터 주었음을 보여 준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지리의 역습, 정치·경제를 지배하다

    지리의 역습, 정치·경제를 지배하다

    지리의 힘/팀 마샬 지음/김미선 옮김/사이/368쪽/1만 7000원 전 세계 10개 지역 지리적 요소 분석 한반도 사드·남중국해·브렉시트 갈등 21세기도 지정학적 요인은 핵심 변수 남북 인위적 분단도 한반도 지형 때문 인터넷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인 발전은 지리적 시공간의 격차를 대폭 축소해 왔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기술은 시간과 공간으로 구분된 경계를 허물고 있다. 이제 인간은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며 지리적 위치도 더이상 중요하지 않다는 예측이 현실화되고 있다. 하지만 신간 ‘지리의 힘’은 다시 지정학적 요인으로 시선을 돌린다. 지리가 개인과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으며, 세계 정치·경제 현상에서 여전히 강력한 변화의 동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통찰한다. 한반도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한·미·중 3국 간 엇갈리는 이해관계의 부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심화된 유럽의 분열 등 21세기에도 지정학적 요인은 핵심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 민족 국가들의 국경선이 다 지워진 오늘날에도 크림 반도를 무력으로 병합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 옛날 군사력을 앞세워 부동항을 확보하려고 한 절대군주 이반 4세가 본 것과 똑같은 지도를 여전히 보는 데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저자는 “21세기는 영토와 자원을 두고 경쟁하는 ‘뉴그레이트 게임’의 시대로 지리를 알지 못하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인류가 아무리 지리의 법칙을 극복하려고 해도 궁극적으로 정치·경제·사회적 발전은 각각의 지리적 특성에 따라 형성돼 왔다는 점에 근거한다. ●유럽 분열은 이념이 지리에 복수의 일격 당해 25년간 지구상의 분쟁 지역을 취재해 온 국제 문제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전 세계를 10개 지역으로 나눠 지리적 요소가 어떻게 국제적 현안에 투사되고 있는지를 파헤친다. 저자가 보기에 유럽연합의 분열은 이념이 지리에 ‘복수의 일격’을 당한 대표적 사례다. 지진, 화산, 대규모 홍수의 피해를 거의 보지 않는 축복받은 땅인 동시에 긴밀하게 연결된 물길을 통해 활발한 교역이 이뤄진 유럽은 지리적 축복으로 인해 번성한 지역이다. 세계 최초의 산업화된 국가들이 특히 서유럽에 집중적으로 분포한 배경이다. 하지만 남유럽은 상대적으로 땅은 척박하고 지형은 험난해 교역이 활발하지 못했다. 이 같은 남북 간 단층선을 따른 지리적 차이는 ‘경제적 혼인’을 맺으며 하나의 유럽을 꿈꾸던 유로존이 2012년 그리스 사태가 터지자마자 서로 갈등하며 분열하게 된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열강에 의해 인위적 분할 阿·중동 최대 피해자 지정학적 경계를 무시하고 유럽 열강에 의해 인위적으로 분할된 아프리카와 중동은 식민주의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다. 아프리카는 50만년 전 호모사피엔스가 처음 등장하며 인류 역사의 가장 앞선 주자이었다. 그럼에도 아프리카는 가장 고립된 땅으로 남아 있다. 유럽의 탐험가들은 등고선이 그려진 지도 위에 제멋대로 선(국경선)을 그었고, 56개국이 존재하는 오늘날의 아프리카에서 그 국경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서로 다른 부족을 한 국가 안에 억지로 단일 민족으로 묶으려던 식민 정책은 수많은 내전의 뇌관으로 작동했다는 게 저자의 인식이다. 저자는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슬람국가(IS)의 테러도 중동에 그어 놓은 열강들의 국경선을 고치기 위한 투쟁으로 본다. ●IS, 중동에 열강이 그은 국경선 고치기 투쟁 책에는 한반도 문제도 담겨 있다. 저자는 한반도가 동서를 나눈 긴 산맥으로 동쪽과 서쪽이 분단돼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는 남북마저 분단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는 “한반도에서는 일단 압록강을 건너면 해상까지 진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천연 장벽이 없다”면서 “한국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강대국들의 경유지가 됐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한반도 지형 때문에 남과 북 사이의 인위적 분단이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두 개의 한국은 기술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다”며 “남북 간 갈등이 단지 포격 몇 번을 주고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으며, 한국은 핵이라는 위협을 머리 위에 안고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책의 접근법으로 바라본 사드 문제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뿐 아니라 미·중 간 정치·군사적 패권 경쟁과 군국주의를 가속화하는 일본 등 주변 열강들 간 욕망의 충돌이자 누가 국제 질서를 주도할지를 겨루는 본격적인 반목의 신호탄으로 읽혀진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어떻게 살 것인가

    누구나 한번은 이 세상에 왔다가 떠나간다. 그러면 죽음으로써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일까. 소크라테스(BC 470~399)는 인간이 죽으면 육체는 사라지지만 그의 혼은 불멸한다고 믿었다. 플라톤(BC 427~347)의 대화편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 법정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감옥에서 독약을 마시고 죽기 직전, 제자들과 영혼 불멸과 사후 세계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전해 주고 있다. 소크라테스는 늘 육체의 욕망에 휘둘리는 감각적 삶보다 이런 것들에 초연할 수 있는 이성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철학자의 혼은 이성을 따르고 언제나 이성과 함께함으로써, 그리고 의견의 대상이 아닌 참되고 신적인 것을 정관하고 양식으로 삼음으로써 (쾌락과 고통에 얽매이는) 감정들에 초연해야 한다고 믿네.” 소크라테스가 평소 혼을 강조했지만, 혼이 불멸한다는 그의 주장에는 제자들도 쉽게 동의하지 않았다. 특히 심미아스 같은 이는 혼은 항상 몸과 함께하며 이 둘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각각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혼은 일종의 조화’라는 것이다. 그래서 육신이 죽으면 혼 역시 소멸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혼은 사람의 형태와 몸속으로 들어오기 전에 존재”하며, 혼이 들어 있기에 몸이 살아 있는 것이므로 죽음은 단지 육신과 혼을 분리시키는 것일 뿐이라고 말한다. 육신의 죽음 이후에도 혼은 저승으로 여행을 떠나 심판자에 의해 죗값을 치르거나 응분의 보답을 받아 각자 적절한 곳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죽음이 육체와 혼을 함께 소멸시키는지, 아니면 혼만 홀로 남아 새로운 모험의 길을 떠나는지 나로서는 알 길이 없다. 이는 과학적 검증의 문제를 넘어 신학적 믿음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말대로 혼이 불멸한다면 결국 우리의 관심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만약 죽음이 모든 것으로부터의 도피라면 죽음은 악인들에게는 횡재겠지. 그들은 죽음으로써 혼과 함께 몸과 자신들의 악행에서도 해방될 테니까. 그러나 혼이 죽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지금, 혼이 악행에서 도피하거나 구원받을 길은 달리 아무것도 없네. 최대한 선량해지고 지혜로워지는 것 말고는.” 소크라테스가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미덕과 지혜를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응답이다. “만약 혼이 죽지 않는다면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이 시간뿐만 아니라 모든 시간을 위해 혼을 보살펴야 하며, 만약 누가 혼을 소홀히 하면 무서운 위험에 빠지게 되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하네.” 소크라테스는 죽음 앞에 담담했다. 혼의 불멸을 믿은 그는 죽음은 삶의 종결이 아니라 지혜로 갈고닦은 맑은 영혼의 ‘고상한 모험’의 출발이라 여겼기 때문이 아닐까.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묘한 사다리꼴, 중정·잘 짜인 디자인, 정면·도심 공중 텃밭, 옥상…세 번 놀랐다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묘한 사다리꼴, 중정·잘 짜인 디자인, 정면·도심 공중 텃밭, 옥상…세 번 놀랐다

    독립문에서 통일로를 따라 무악재를 넘어 홍제천 쪽으로 가다 보면 길 오른쪽, 즉 인왕산 쪽으로 단정한 외관의 아파트가 하나 있다. 통일로에서 한 켜 안쪽에 있기 때문에 전면 건물에 가려 일부분만 보인다. 콘크리트로 된 수평 띠 사이마다 창문과 회색 벽돌을 교대로 채워 넣어 입면을 만든 솜씨가 눈길을 끈다. 전형적인 근대주의적 디자인으로서 언뜻 보면 공동 주거가 아니라 사무실 같기도 하다. 이 건물이 바로 안산 맨숀이다. 아파트를 연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예인 아파트’로 불릴 만큼 한때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솔직히 그 당시 아파트치고 그렇지 않은 예가 별로 없다. 일부 시민 아파트를 제외하면 당시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고급 주거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금은 그 시절만큼의 영화를 누리고 있지 못하다는 점 또한 이 시대 아파트들의 공통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름이다. 인왕산 기슭인 이 일대에는 ‘인왕’이라는 이름이 붙은 건물들이 유독 많다. 그런데 이 건물만 길 건너편 안산의 이름을 따왔다. 바로 인접한 ‘인왕 아파트’나 ‘인왕궁 아파트’ 사이에서 홀로 돋보이는 이름이다. 어떤 오기 같은 것이 느껴져서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위치보다는 경관을 염두에 둔 이름이 아닌가 싶다. 도시에서 경관의 중요성을 인식한지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시대를 앞선 생각이라고 하겠다. 인왕산 기슭에 놓여 있으나 안산을 바라보고 있는 건물인 셈이다. # 엄격한 근대건축의 외관에 아기자기한 중정 이 건물에 가서 보고 세 번 놀랐다. 그 처음은 위에서 적은 것처럼 아주 잘 짜인 정면의 구성 때문이었다. 지금 건물이 오래되어서 그렇지 아마도 건립 당시에는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었을 정도로 수준 높은 디자인이었을 것이다. 다만 이것을 건축가가 아닌 일반인들도 충분히 좋아하는가는 좀 다른 문제다. 이런 종류의 미감을 받아들이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다소 엘리트적인 디자인이라고 할 것이다. 건축가의 이름은 알 길이 없으나 참으로 궁금하다. 두 번째는 이 건물이 중정식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사전 조사에서 알게 된 사실이기는 했다. 그런데 미리 알고 봐도 여전히 신선하고 놀라웠다. 저런 엄격한 정면을 가진 건물이 그 안에 아기자기한 중정을 품고 있다니. 비밀은 대지의 형상에 있다. 안산 맨숀의 대지는 사다리꼴이다. 대지 경계선을 따라 건물이 배치돼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쪽에 남는 공간이 생겼고 그것이 그대로 중정이 됐다. 대지가 네모반듯하지 않아서 중정도 사다리꼴이다. 그런데 이것이 묘한 안정감과 생동감을 동시에 준다. 천창이 없는 개방형 중정이라 외기의 변화를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비와 눈을 그대로 맞는다. 세 번째 놀라움은 옥상 때‘문이었다. 무지개떡 건축론에 따르면 도시 건축에서 옥상을 잘 활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옥상이 생활공간과 연계되면 이를 한옥의 ‘마당’에 비유할 수 있다. 이렇게 외기에 면하고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외부 공간을 잘 활용하는 것은 복잡한 도심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다. 굳이 먼 곳까지 가지 않아도 자신의 일상 속에서 자연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연재에서 소개하는 대부분의 상가 아파트들은 평지붕 건물로서 당연히 옥상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그냥 텅 비어 있거나 심지어 물건을 쌓아 놓는 용도로 쓰고 있다. 생활공간과 인접한 마당으로 계획되거나 활용되고 있는 경우는 단 한 경우도 없다. 안산 맨숀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내용은 항공사진으로도 확인이 어렵고 직접 가 봐야만 알 수 있다. 그런데 안산 맨숀은 옥상 전체가 경작지나 다름없었다. 한쪽은 인왕산, 또 다른 한쪽은 안산으로 둘러싸인 공중 정원, 아니 공중 텃밭이 거기 있었다. 아마도 안산 맨숀 주민들은 서울에서 가장 멋진 경작지를 가진 것인지도 모른다. 텃밭을 가꾸려고 주말마다 교외를 오가며 길바닥에서 시간을 다 보내는 것에 비하면 이 얼마나 도시적이고 친환경적인 해결인가. 여기에 마을 주민들을 위한 공동 쉼터나 독서실 같은 실내 공간이 인접해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것만으로도 이미 근사하다. 실로 예기치 못했던 발견이었다. # 상가 아파트로 변신… ‘맨숀 아파트’의 자부심 통일로에서 걸어 들어가 본다. 안산 맨숀의 정면을 보면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또 다른 아파트가 나온다. 다름 아닌 인왕 아파트다. 단지형 아파트이기도 하고 상가가 거의 없이 건물 대부분이 공동 주거이기 때문에 이 연재에서 다루지는 않는다. 그러나 사용 승인일이 1968년 11월 11일로 역사가 상당히 오래됐고, 제법 사람들 입에도 오르내리는 편이다. 같은 길로 계속 들어가면 또 다른 단지형 아파트인 인왕궁 아파트의 입구가 나온다. 안산 맨숀에 대한 자료를 보면 이 건물도 원래 순수한 주거용이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1층에 상가가 들어가서 지금과 같은 상가 아파트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물 2층에 중정이 있는 현재 상황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중정 바닥을 한 층 올리는 대대적인 공사가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면 원래 1층에 있던 주거는 환경이 별로 좋지 않았을 것이다. 정밀한 실측 조사를 통해서만 파악될 수 있는 문제다. 건축물 관리대장에 따르면 안산 맨숀은 1972년 2월 18일에 사용 승인을 받았다. 그러니 다른 상가 아파트들에 비하면 다소 건립 연대가 늦은 셈이다. 지하층이 ‘아파트’로 돼 있는데 사람이 사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을 위한 창고로 짐작된다. 흥미로운 것은 기록상 1층에 아파트와 제1, 2종 근린생활시설이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변동 내용란을 보면 2005년 이후 1층의 아파트가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된 내력이 단계별로 나와 있다. 원래 주거전용 건물이었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현재 1층에는 복덕방, 목욕탕, 미용실, 식당 등 주민들을 위한 일상적인 기능들과 장애인 보장구 수리센터 같은 다소 특수한 기능이 입주해 있다. 특이하게도 작은 유료 주차장이 있는데 건축물 관리대장에 나와 있지는 않다. 건물 북서쪽 코너의 좁은 벽면에 ‘안산 맨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요즘 식으로 하면 ‘안산 맨션’이겠지만 당시 시대상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이 글에서는 원 이름을 그대로 쓴다. 그런데 거리에서 공동 주거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안산 맨숀 아파트’라는 좀 다른 이름의 간판이 달려 있다. 맨숀, 혹은 맨션과 아파트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일단 규모가 크면 아파트, 상대적으로 작으면 맨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실제 여러 자료를 보면 그 차이에 구체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같은 홍제동의 ‘유진 맨숀’과 ‘원일 아파트’의 경우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유진 맨숀이 오히려 훨씬 더 큰 건물이기 때문이다. 최선의 추정은 맨숀이 아파트보다 뭔가 더 근사해 보이는 이름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안산 맨숀 아파트’라는 이름은 ‘아파트는 아파트인데 보통 아파트가 아니라 근사한 맨숀 아파트’라는 의미일 것이다. 자부심이 배어 있는 이름이다. 지금도 그런 현상은 계속된다.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 아파트라는 이름보다는 빌라, 하이츠, 맨션, 테라스 같은 욕망 투사형 이름이 널리 쓰인다. 앞의 이름들은 엄연히 법적 용어지만 뒤는 그렇지 않다. 여기에 심지어 캐슬(성), 팰리스(궁) 같은 봉건적인 이름까지 등장했다. 민주공화국에 사는 시민들이 죄 귀족이나 왕족이라도 된 것인가. 반면 서구에서 저층 주거 단지에 흔하게 사용되는 ‘코트’(court)는 한국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다. ‘가든’(garden)은 각종 고깃집이 거의 독점하고 있는 듯하다. 일부 단지형 아파트에는 어느 때부턴가 ‘마을’이라는 한국어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느낌이다. # 옥상서 딴 푸성귀를 밥상에… ‘부엌 정원’ 현실로 건물 북서쪽 코너에 계단이 있다. 역시 당시 유행했던 테라조, 즉 ‘도끼다시’ 마감이다. 거리에서 입구에 들어서면 경비실, 우편함 등이 보이고 여기서 한 층을 오르면 중정이다. 중정 반대편에는 또 다른 외부 계단이 있어서 비상시의 대피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중정은 그야말로 안산 맨숀이라는, 48가구가 사는 하나의 마을, 혹은 동네의 중심이라는 느낌을 준다. 화분과 장독이 많이 놓여 있고 심지어 수돗가도 보인다. 높이에 비해서 폭이 좀 좁은 것 같지만 햇살과 바람이 충분히 들어온다. 눈을 들어 위를 보니 그날따라 유달리 화사한 초여름 늦은 오후의 하늘이 흘러가고 있었다. 중정에서 5개 층을 더 오르면 옥상이다. 지상 6개 층의 건물이지만 역시 엘리베이터는 없다. 중정이 이미 2층에 있고 계단실이 답답하지 않아서 그런지 옥상이 그리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다만 노약자는 불편할 수 있는 구조이므로 만약 리모델링을 하게 되면 작은 엘리베이터를 하나 설치하면 좋을 것이다. 솜씨 있는 건축가의 손을 빌리면 건물에 큰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가 옥상까지 연결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옥상에 오르니 늦은 오후의 햇살 속에 주변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쪽은 인왕산, 반대쪽은 안산이지만 주변에 건물이 많이 들어서서 썩 잘 보이지는 않는다. 아마 이 건물이 세워졌을 때는 주변이 훨씬 더 열려 있었을 것이다. 텃밭을 가꾸고 있는 주민들은 완연한 도시 농부의 모습이었다. 마침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라 다들 한 바구니씩 푸성귀를 따서 계단실 아래로 내려갔다. 바로 이런 것이 많은 사람이 꿈꾸는 부엌 정원이 아닌가. 이렇게 자기가 사는 곳의 옥상을 잘 활용하면 될 것을 굳이 마당 있는 집을 찾아 교외로 나갈 필요가 있을까. 그것도 엄청난 출퇴근 시간을 감수하면서? 안산 맨숀의 옥상을 바라보면서 옥상은 교외의 대안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바람직한 무지개떡 건축은 한 개의 건축물이라기보다는 수직으로 재구성한 마을, 혹은 동네와도 같은 것이다. 그 안에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곳이 있어야 하고 제한적이지만 자연을 접하는 곳도 있어야 한다. 전형적인 근대건축의 엄격한 외관을 갖고 있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중정과 활발하게 사용되는 옥상 텃밭 등 수직 마을의 가능성을 잘 보여 주고 있는 곳이 바로 무악재 너머 홍제동의 안산 맨숀이다.
  • [열린세상] 포스트 휴먼의 시대/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

    [열린세상] 포스트 휴먼의 시대/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

    우리 시대의 가장 수상한 소문, 각종 연구물부터 일간지까지 퍼져 있는 ‘포스트 휴먼’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포스트 휴먼은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인간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구하고 지금껏 인간의 한계로 여겨졌던 것들을 극복하며 등장할 새로운 인류를 총칭한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유명해진 인공지능, 타고난 생물학적 조건을 변경하는 생명공학,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는 로봇공학 등이 포스트 휴먼 담론의 핵심에 자리 잡는다. 그러니까 포스트 휴먼이라는 용어 없이도 우리는 나날의 생활 속에서 포스트 휴먼과 익숙하게 마주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포스트 휴먼이 인간의 역사에서 어떤 좌표에 자리 잡는지는 가늠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오늘날을 사는 우리 자신이 우주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에 대한 가늠이기도 할 것이기에 매우 중요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포스트 휴먼의 꿈은 생각보다 오래다. 독일 의사 후페란트는 1796년 한 권의 책을 펴내는데, 당시 사람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장수식품학 또는 인간 수명 연장을 위한 기술이 그것이다. 오래된 저작이지만 이 책의 과제는 기술을 통한 인간 수명 연장이라는 오늘날 포스트 휴먼의 핵심에 자리 잡고 있는 과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후페란트는 이 책을 자신에게 큰 영향을 준 동시대의 유명한 철학자 칸트에게 보내면서 편지에 이런 취지의 말을 써서 건넨다. ‘질병은 인간의 자유의 활시위를 느슨하게 만든다. 인간 수명을 연장하려는 시도의 뿌리에 있는 것은 자유의 선한 사용이다….’ 쉽게 말해 질병은 인간 본성에 속하는 자유를 구속하며, 따라서 건강히 장수하는 비결에 관한 연구는 인간이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는 목적을 지닌다는 것이다. 칸트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주어 인간 개념을 완성한 사람이다. 후페란트가 다른 사람도 아닌, 인간 개념의 완성자 칸트에게 자신의 책을 보내면서 인간 수명 연장을 위한 기술이 인간의 본성인 자유의 실현이라고 말한 것은 기술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히 알게 해 준다. 바로 그것은 ‘인간성의 실현’이다. 포스트 휴먼은 인간의 욕구를 길잡이로 삼고서만 움직인다. 후페란트의 연구처럼 포스트 휴먼 역시 인간의 본성적 욕구인 질병 없이 편하게 오래, 또는 영원히 살려는 욕망을 충족시켜 주려 한다면 포스트 휴먼은 인간성의 완성, 휴머니즘의 완성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사정은 그리 간단치 않다. 다른 한편에서 포스트 휴먼은 전통적인 인간상을 깨트려 버리기 때문이다. 인간은 반드시 죽는 존재인가? 그렇지 않다. 의식이나 성격은 한 인간만의 고유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미래학자 도미니크 바뱅은 말한다. “의식은 컴퓨터에서 다운받고, 신체는 인간·돼지·로봇의 여러 부품을 섞어 조립하고, 신경계통 임플란트를 장착하고, 성격을 바꿔 주는 약품을 먹고…. 포스트 휴먼 시대에는 ‘나’라고 말할 때 의미하는 모든 내용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포스트 휴먼은 더이상 우리가 알던 인간이 아니다. 그러니까 포스트 휴먼은 인간과 비인간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의 본성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 인간성의 구현이며, 우리가 인간이라고 알고 있던 초상화를 깨트려 버린다는 점에서 인간을 넘어서는 것이 포스트 휴먼이다. 어떤 의미에서 칸트의 인간(人間)과 니체의 초인(超人)의 결합이 포스트 휴먼인 것이다. 한때 유행했던 모더니즘 대(對) 포스트모더니즘, 휴머니즘 대 반(反)휴머니즘이 포스트 휴먼 안에서 종합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니까 포스트 휴먼 속에는 인간과 기계만 종합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인류가 몇 세기 전부터 시험해 보았던 상반된 철학적 입장이 종합되고 있다. 이런 종합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앞으로 몰입할 수밖에 없는 우리의 과제가 떠오를 것이다. 과거의 인간 본성과 초인이라는 미래 사이에서 일어나는 싸움을 어떻게 진행하게 할 것인가 하는 과제 말이다.
  • [지금, 이 영화] 비거 스플래쉬

    [지금, 이 영화] 비거 스플래쉬

    수영장 딸린 미국 주택을 그린 ‘비거 스플래쉬’.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가 1967년 발표한 작품(그림)이다. 먼저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커다랗게 치솟은 물보라다. 화면에는 아무도 없지만 관객은 자연스럽게 보이지 않는 장면을 상상한다. 누군가 다이빙대에서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파란 수면 아래 바로 그(녀)가 있을 것이라고. 그렇지만 아무리 애써도 그(녀)에 대해서는 알아낼 수 있는 것이 없다. 미지는 그냥 미지인 채로 놓아두자. 우리는 보이는 것―커다랗게 치솟은 물보라에 집중한다. 이것은 정적인 풍경에 담긴 유일한 동적인 순간이다. 어떤 큰 충격이 가해지면서 물면은 요동친다. 호크니의 회화와 같은 제목의 영화(8월 3일 개봉)를 만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은 안온한 균형을 깨는 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사랑을 발견하겠다’(김수영 ‘사랑의 변주곡’ 중에서)는 시구처럼, 그것은 사랑에 바탕을 둔 욕망의 다양한 얼굴이다. 영화 ‘비거 스플래쉬’는 헤어진 연인과의 재회를 출발점으로 삼기 때문이다. 가수인 마리안(틸다 스윈튼)은 성대를 다쳐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한다. 그녀는 남자친구 폴(마티아츠 쇼에나에츠)과 함께 이탈리아 판텔렐리아 섬에서 휴양하기로 하고 여유로운 한때를 즐긴다. 그런데 갑자기 그곳에 마리안의 옛 애인이자, 폴의 친구이기도 한 음악 프로듀서 해리(랄프 파인즈)가 찾아온다. 장성한 딸 페넬로페(다코타 존슨)가 그의 동행이다. 그리고 짐작하는 그대로, 네 사람의 관계는 기묘하게 얽히고설킨다. 예전에 해리는 마리안과의 만남을 정리하고, 폴에게 그녀를 만나보라고 해서 두 사람을 이어주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 마리안을 되찾고 싶어 한다. 폴은 해리의 꿍꿍이를 눈치채고 그를 경계한다. 한편 페넬로페는 폴에게 이성으로서의 관심을 보인다. 그 점이 마리안은 적잖이 신경 쓰인다. 해리-페넬로페 부녀의 등장으로 마리안-폴 커플의 결합에 균열이 일기 시작한 것이다. 고요하던 일상에 중대한 파문이 발생했다. 평화롭던 휴양지는 집착과 질투, 의심과 흑심이 가득한 장소로 바뀌어 간다. 전부 사랑과 연결된 욕망이 야기한 사건들이다. 네 사람은 도무지 어쩔 수 없는 감정의 격랑에 자신을 내맡긴다. 다시 호크니의 그림으로 돌아간다. 수영장에 솟구치는 물결은 과연 다이빙대에서 물속으로 뛰어든 사람에 의한 것일까. 그렇다고 한다면 평안을 뒤흔든 장본인은 해리-페넬로페 부녀일 것이다. 그러나 다르게 생각할 여지도 있다. 예컨대 물 밖에서 물 안으로 어떤 큰 충격이 가해져 그런 것이 아니라, 물 안에서 부글거리던 어떤 큰 힘이 물 밖으로 분출된 것이라고 말이다. 겉으로 잠잠해 보이지만 속으로 소용돌이치는 것은 수영장 물이나 사람 마음이나 마찬가지다. 마리안-폴 커플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호크니는 특정한 인물을 그리지 않고, 포말이 퍼져 나가는 찰나만 그렸는지도 모른다. 구아다니노가 포착한 ‘결정적 순간’(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역시 그렇다. 청소년관람불가. 허희 문학평론가·영화칼럼니스트
  • [오늘의 눈] 오류 축적의 시간/홍희경 산업부 기자

    [오늘의 눈] 오류 축적의 시간/홍희경 산업부 기자

    1990년대 중반 이후 향기 산업은 국내 유망 산업으로 각광받았다. 경제발전 경로상 당연한 수순이다. ‘먹는 산업’에 이어 ‘바르는 산업’이 고도화된 뒤 사람들의 다음 허기는 ‘들이마시는 산업’에 미쳤다. 모두 좋은 향기, 유쾌한 공기, 폐 끼치지 않을 체취를 찾았다. 향기 시장 규모는 1990년대 초반 140억원대에서 2014년 2조 5000억원대로 커졌다. 산업통상자원부 집계다. 같은 기간 우리가 흡입하는 물질 역시 다양해졌다. 이 중 가습기 살균제의 몇 종류 성분은 참사를 일으켰다. 비슷한 화학구조의 물질이 공기청정기 필터에 포함됐다는 뉴스에 지금 우리는 불안하다. 문제의 물질들은 바르는 산업이 번성하던 시절 세척제로 쓰였다. 기준 용량만 지키면 문제 없던 성분들이다. 들이마시는 산업이 도래할 때 흡입 독성 검증의 중요성이 간과된 이유다. 그보다 앞선 전환기엔 먹는 산업에서 안전했던 물질은 바르는 산업에서도 안전한 물질로 통했던 터다. 바르는 물질은 피부에, 들이마시는 물질은 폐와 만난다. 피부와 폐의 차이를 간과한 게 치명상을 입혔다. 예컨대 바르는 물질의 부작용은 물이나 알코올로 비교적 수월하게 씻어 낼 수 있다. 폐에서의 부작용엔 쓸 수 없는 방법이다. 또 유독물질을 접한 피부는 인체 저항 반응인 섬유화를 통해 스스로를 방어해 낸다. 피부에서의 섬유화를 흔히 흉터라고 부른다. 반면 폐가 방어기제를 작용해 섬유화를 일으키면 폐의 기능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진다. 시대적 전환기에 전환의 정도와 방향을 오독하는 일은 치명적이다. 마치 피부에 적합한 안전 기준을 폐에 대입한 일처럼 말이다. 혁신, 진보, 성장. 어떤 이름으로 부르든 전환기 흐름에 올라탔다면 과거 기준에 대한 의심이 필수적이다. 특히 과거 성공을 거뒀다면 그 방식의 시대 정신이 다하지 않았는지 세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욕망에 기술이 어우러져 4차 산업혁명이 만개 직전인 지금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토양이다. 글로벌 교역은 최근 급격하게 줄었다. 세계 경제가 1% 성장한다 쳤을 때 글로벌 교역량은 1990년대 2.2%씩, 2001~2007년 1.5%씩 증가했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이 비율은 0.9%로 위축됐다. ‘평평한 세계’의 이상 징후다. 또 저출산·고령화 대표국이 한국임은 분명하지만, 이 문제는 점점 더 지구 보편적 고민이 되고 있다. 2000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중국뿐 아니라 인도마저 저출산 해결 전략을 탐색 중이다. 폭발적인 인구 성장·교역량 확대가 맞물렸던 1·2·3차 산업혁명 당시와 다른 토양에서 4차 산업혁명이 시도되고 있다. 한국은 그동안 기술과 속도에서 경쟁우위를 지녀 왔다. 여기에 ‘축적의 시간’이란 미덕을 거쳐 설계 역량을 확보하면 미래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전망은 달콤하다. 절반이 결여된 달콤함이다. 기술과 속도에 치중하느라 축적된 구조적 모순과 몰인간성의 자화상을 뺀 채 마치 백지 상태인 것처럼 우리를 분식하는 오류다. 기득권, 후진성, 적폐. 무엇이라 부르든 축적된 오류의 제거 없이 4차 산업혁명의 토양을 보듬기는 어려울 것이다. 오류가 축적된 자리에 설계 역량이 비집고 들어올 틈은 없다. saloo@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행복한 삶의 조건

    인간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바란다. 그런데 무엇이 행복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이 저마다 다르니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감의 수준도 천양지차(天壤之差)다. 재산, 권력, 명예, 사랑, 건강 등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들은 많다. 동서고금의 숱한 현인들은 행복한 삶의 물음에 끊임없이 몰두했다. 로마의 철학자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BC 106~43)도 ‘투스쿨룸 대화’에서 행복의 요건에 대한 담론을 펼쳤다. 풍족한 재산으로 쾌락과 안락한 생활을 즐기며, 유형무형의 권위로 남을 굴복시키는 힘을 누리고, 승리의 명예와 드높은 명성을 떨치는 것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 가운데 하나일 수 있다. 그러나 키케로는 이러한 모든 일을 거의 무가치한 일로 치부하고 자연의 본성만을 탐구하며 사물을 관조하고 인식하는 일을 앞세우는 이들, 이른바 지혜를 탐구하는 철학자들의 삶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이 운명의 힘을 누구에게나 닥칠 법한 인간 만사를 참아 낼 수 있는 것으로 여겨, 이로부터 아무런 두려움도 고민도 얻지 않으며, 어떤 것도 탐하지 않으며, 영혼의 헛된 욕망에 휘둘리지 않는다면 이 사람이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무엇입니까?” 키케로는 영혼의 모든 격정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언제나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덕을 성취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 철학하는 삶이 좋은 삶을 만든다는 의미다. 행복을 추구하는 데 덕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이 속세의 온갖 달콤한 욕망으로부터 초연할 수 있는 덕을 갖추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물며 철학이 부재한 오늘날에 있어서랴. 그럼에도 우리는 소크라테스(BC 470~399)의 말에서 보다 쉽게 현실적인 행복한 삶의 조건을 찾을 수 있다. 키케로가 플라톤(BC 427~347)의 대화편 ‘메넥세노스’에서 한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한 대목을 주목하자. “행복한 삶을 가져다주는 적합한 모든 것들이 자기 자신 안에 있고 다른 사람들의 행운과 불행에 기대지 않으며 타인의 사건들에 의해 흔들리지 않는다면, 이런 사람에게는 가장 행복하게 사는 이치가 마련된 것이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절제하는 사람이고 용감한 사람이고 지혜로운 사람이다. 그는 모든 희망을 늘 자신 안에서 찾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성공한 자들에게 으레 던져지기 쉬운 시샘과 질투를 경계하고 자족(自足)의 인생관을 강조했다. 키케로가 강조한 소크라테스적 행복관의 요체는 자족과 절제다. 행불행은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달렸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행유부득(行有不得) 반구저기(反求諸己)’와도 상통한다. 행복의 비결이 여기에 있지 않은가.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뒤틀린 금빛 욕망…조기 ‘뇌도핑’까지

    뒤틀린 금빛 욕망…조기 ‘뇌도핑’까지

    남미대륙에서 최초로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다음달 6일부터 ‘15일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대회 개최국인 브라질 정부는 물론 세계올림픽위원회(IOC), 그리고 각국 선수단은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들 말고도 바쁜 사람들이 또 있다. 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즉 도핑(doping)을 감시하게 될 과학자들이다. 경기력 향상과 올림픽 메달 획득은 모든 선수들의 꿈이다. 더 나은 경기력을 추구하다 보면, 경기에서 일시적으로 체력을 끌어올이는 근육증강제나 심장흥분제 등을 복용하는 도핑의 유혹에 빠지기도 한다. 어느 올림픽에서든 도핑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러시아 육상선수들의 집단 도핑은 국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불법 도핑이 자행됐음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는 점에서 전 세계 스포츠 무대에 더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는 상황이다. ●올림픽 역사와 함께 반도핑 활동 진화 불법 도핑과 이를 감시하고 적발하기 위한 반도핑 활동은 올림픽의 역사와 함께 진화를 거듭해 왔다. 금지약물을 탐지하는 반도핑 테스트가 정교해지자 약물을 피해 뇌도핑(Brain doping)과 기계도핑(machine doping)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도핑법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미국 스키 및 스노보드 협회는 스노보드 점프 선수들을 대상으로 9V(볼트)의 작은 건전지만으로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특정 부위에 미세한 전류를 흘린 결과 점프력과 균형감각이 평소보다 70~80%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또 사이클처럼 장비를 이용한 운동 경기의 경우 눈에 띄지 않을 정도의 미세한 기계장치를 설치해 기록을 높이는 방법까지 등장하고 있다. 인류 최초의 도핑약물은 식물에서 추출한 환각제인 ‘스트리키닌’이다. 고대 부족국가에서 이웃 부족과 전쟁을 할 때 전투원들에게 쓰였다. 이후 16세기 신대륙에서 구대륙으로 유입된 카페인이나 코카인도 도핑에 주로 쓰였다. 운동경기에서 도핑약물 사용이 문제가 되기 시작한 것은 1886년 프랑스의 사이클 선수가 코카인과 헤로인을 과다 복용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다. 육상, 복싱, 보디빌딩에서 주로 사용됐던 남성호르몬은 근육과 뼈의 발달을 돕거나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과 경쟁심을 높인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근육 단백질 합성이 눈에 띄게 발달하면서 경기력을 급격히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료제 이용한 불법 도핑 판단 어려워 도핑검사에서 가장 혼란스러운 것은 치료 목적으로 쓰인 약들의 부가적 효과들이다. 부정맥 치료제인 베타 차단제는 심장 박동수를 떨어뜨려 긴장감을 늦추거나 떨림을 완화시켜 양궁이나 사격 등에서 활용되기도 한다. 천식 치료제인 베타2 길항제는 지방대사 촉진으로 체중 감소와 남성화 효과를 가져와 경기력을 향상시킨다. 빈혈증 치료제인 에리스로포이에틴은 적혈구 숫자를 늘리고 산소 운반 능력을 높여 육상이나 수영종목에 쓰이기도 한다. 특히 고혈압 치료제인 이뇨제는 다른 도핑약물을 은폐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도핑검사 시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런 치료용 약물들이 도핑에 쓰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본래 질병치료 목적의 약물 사용량을 초과하는가에 집중한다. 이런 불법 약물을 검출해 내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공인 실험실은 올 초까지는 35개였다. 러시아의 집단도핑 사건처럼 도핑실험실이 나서서 조작·관리하는 등 불법을 자행하고 평가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생기면서 8개 실험실이 퇴출돼 7월 현재 전 세계 도핑실험실은 27개로 줄었다. 공인 실험실은 WADA가 규제한 약물 모두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올림픽·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분석 의뢰 24시간 내에 결과를 통보할 수 있어야 한다. ●10여년래 금지약물 2배 늘어 300가지 국내 유일의 도핑실험실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인슐린 및 황체형성호르몬 분석법, EPO 분석법 등 기존의 도핑 방법을 업그레이드한 기술을 도입할 계획이다. 권오승 센터장은 “금지약물이 300여 가지로, 2000년대 초보다 두 배 이상 늘었지만 펩타이드와 단백질 등을 이용한 바이오시밀러 약물과 유전자 치료제, 세포 등을 활용한 약물도 속속 나오면서 도핑 분석 기술도 정교하고 다양해진다”면서 “이번 리우올림픽에서도 고감도, 고분해 성능을 갖춘 약물 분석 기기가 도입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열린세상] ‘지적자산의 조합’으로 성공한 포켓몬고/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열린세상] ‘지적자산의 조합’으로 성공한 포켓몬고/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포켓몬고가 세계적으로 열풍이다. 포켓몬고는 닌텐도의 포켓몬 캐릭터를 바탕으로 구글의 소프트웨어 개발 사내 벤처 기업이 만든 위치 기반 증강현실 게임이다. 그동안 시도는 많았지만 대중화되지 않았던 증강현실 아이디어를 세계인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로 만든 게임이다. 게임이 본격 출시된 국가뿐만 아니라 미출시 국가들에서도 포켓몬고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붐에 필적할 만큼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포켓몬고가 기존에 볼 수 없던 완전히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다만 스마트폰 기반의 디바이스 환경에서 게임 이용 공간을 가정이나 실내가 아닌 야외로 확대했다는 점에서 기존 틀을 깬 점은 작지 않은 혁신이다. 게임 이용 공간을 바꿨다는 점에서 포켓몬고는 런닝맨 스타일의 새로운 디지털 게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포켓몬고가 누구에게나 친숙한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해 게임 이용자들의 호기심이나 재미를 배가시켰다는 점도 성공 요인이다. 포켓몬고가 세계적인 성공을 기록하면서 캐릭터 제공 및 투자 등 게임 개발 과정에 참여했던 닌텐도 기업의 가치가 크게 늘어났다. 구글 역시 회사 내부 벤처 기업이었던 나이언틱랩을 2015년 독립시켜 나이언틱사라는 회사를 설립하게 한 뒤 포켓몬고를 출시할 수 있었다. 나이언틱사는 인간이 실제와 가상의 대상과 계속해서 상호작용하는 정보를 취합, 정렬, 분석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해 이를 게임에 적용하는 전문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히 디지털 시대에 게임, 캐릭터, 소프트웨어, 소셜네트워크 및 글로벌 인터넷 서비스들이 융합되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고 있다. 포켓몬고의 성공은 기술 자체보다도 기술의 사회문화적 수용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방식의 지적 자산(IP: Intellectual Property) 활용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기술이 역사 속에서 명멸했지만 우리의 선택을 받은 기술은 극히 일부였다. 게다가 특정 기술이나 콘텐츠가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까지 사랑받는 일은 흔하지 않았다. 반면 포켓몬고가 주목받는 것은 야외에서 게임이 이루어지는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이용 경험과 포켓몬이라는 글로벌 캐릭터의 조합에서 만들어진 융합 속성에서 비롯된다. 증강현실이라는 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다. 게다가 가상현실을 기반으로 새로운 실험들도 적지 않게 상용화가 시도되고 있다. 그런데 유독 포켓몬고가 글로벌 인기를 구가하는 이유는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에 기존 캐릭터를 조합해 인간의 욕망이나 즐거움을 배가할 수 있는 익숙한 새로움을 창출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가치는 새로운 기술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옛것과 최신의 것, 또는 서로 다른 영역에 있던 것들을 창의적으로 조합하는 것으로부터 가치가 창출되기도 한다. 포켓몬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들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인간 경험의 공간을 만든 셈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역시 글로벌 ICT 시장에서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었던 기회들이 적지 않았다. 일부 기업은 페이스북보다 먼저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만들어 국내 시장에서의 대중화를 이끌기도 했다. 포켓몬고가 출시되기 이전에 이미 여러 국내 기업이 다양한 증강현실 게임을 소개하기도 했다.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에 아이템 판매라는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도입되기도 했다. 다만 우리 기업들은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능력에 비해 글로벌 시장에서 통용될 만한 익숙한 낯섦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디지털 환경에서 국내 기업이 만든 아이디어나 콘텐츠가 글로벌 수준에서 수용되려면 포켓몬고 사례에서 볼 수 있던 것 같이 글로벌 이용자들이 쉽게 다가가고 이용할 수 있는 지적 자산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할 수 있는 시도들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려면 즐거움과 새로움을 지향하는 인간의 본질적 욕망을 단순히 상업적인 목적이 아니라 인간 공동체의 형성이나 유지 방향에서도 같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진정 인간을 위한 기술이나 콘텐츠만이 오래 살아남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포켓몬고의 세계적인 열풍은 우리에게 또 다른 성찰과 기회를 동시에 생각하게 하는 의미 있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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