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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근경색 전조증상과 예방법은? “요즘처럼 추울때 조심해야”

    심근경색 전조증상과 예방법은? “요즘처럼 추울때 조심해야”

    급성심근경색증은 심장 근육에 혈액공급이 중단돼 심근 세포가 죽는 질환으로 심근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혈관인 관동맥 또는 관상동맥에 생긴 피떡(혈전)이 혈관을 막으면서 심근 일부분에 혈액공급이 막히고 이로 인해 심근이 기능을 잃는 것이다.요즘처럼 기온이 급격히 내려가는 시기에 특히 조심해야 한다. 기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관이 수축되면 혈압이 올라가 심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이다. 심근경색의 위험요인으로는 콜레스테롤이 첫 번째로 꼽힌다. 이중에서도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콜레스테롤’(LDL 콜레스테롤)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당뇨병이다. 그다음으로는 복부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 고혈압, 비만 등이 모두 포함된다. 대표적인 5가지 전조증상은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 ▲호흡곤란 ▲구토▲가슴에서 어깨, 목, 팔로 퍼지는 통증 ▲식은땀이 있다. 쥐어짜는 듯한 가슴 통증 - 가장 대표적인 증상으로 때리는 듯한 통증이 아닌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으로 나타난다. ‘꽉 누르는 아주 둔한 통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손가락으로 눌렀을 때 아픈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고 수 분간 통증이 지속하면 심장병일 가능성이 크다. 통증이 30분 이상 없어지지 않는다면 바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호흡곤란 - 오른쪽 가슴 또는 상복부가 체한 것처럼 답답하거나 무겁게 느껴지면서 갑자기 숨을 쉬기 힘들어지는 호흡곤란이 나타난다. 특히 호흡곤란과 함께 가슴 통증이 나타나면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구토 - 급성심근경색의 25% 정도는 흉통을 동반하지 않고 구역, 구토 증상만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 잦은데, 소화불량 또는 위산 역류 등으로 생각해 쉽게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가슴의 이상증세와 함께 메스꺼움이 심근경색 초기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가슴에서 어깨, 목, 팔로 퍼지는 통증 - 목 부위가 답답하고 왼쪽 팔이 아프다며 정형외과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이런 증상도 급성심근경색일 수 있다. 고령 환자나 당뇨병 환자, 여성환자에게 많이 나타나므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보통 짧게는 30분에서 1~3시간, 길게는 1~3일 정도 통증이 지속하기도 한다. 식은땀 - 앞가슴에 심한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하고 강한 불쾌감을 동반하며 식은땀과 함께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나면 급성심근경색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므로 신속하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급성심근경색증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험요인 관리가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식이요법, 운동요법, 생활요법의 3가지를 모두 실천하라고 주문한다. 식이요법으로는 소식, 채식, 저염식 등이 권장된다. 운동요법은 1주일에 3번 정도 운동을 하되, 한번 할 때는 30분 정도를 해야 한다. 마지막 세 번째 생활요법은 금연과 적정한 체중 유지, 스트레스 해소 등이 꼽힌다. 적절한 진단을 통해 질환이 확인된다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응급 시술을 받아야 한다. 풍선으로 혈관을 넓히고 스텐트(금속 그물)를 삽입하는 응급관동맥성형술이 일반적이다. 스텐트 삽입술은 3시간 이내에 받는다면 심근 세포를 완전히 살릴 수 있지만 12시간 이상 늦어지면 심근은 더는 회복되지 않고 죽게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남태현, 손담비와 열애설 해명 “친한 누나일 뿐” 동영상 수준 어땠길래?

    남태현, 손담비와 열애설 해명 “친한 누나일 뿐” 동영상 수준 어땠길래?

    그룹 위너 출신 남태현이 가수 겸 배우 손담비와 열애설을 직접 해명했다. 30일 남태현은 자신의 SNS에 전날 손담비와 불거진 열애설과 관련해 해명하는 글을 올렸다. 남태현은 “담비 누나랑은 친한 사이일 뿐, 전혀 연인 사이가 아니다”라며 “정말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남태현은 동영상 더빙 어플 콰이 계정에 손담비와 찍은 영상 여러 개를 게재하면서 열애설에 휩싸였다. 두 사람은 얼굴을 맞대거나 팔을 목에 두르는 등 다정한 연인의 모습으로 오해를 샀다. 이후 남태현은 콰이 계정을 삭제한 상태다. 남태현은 불거진 열애설에 “연락받고 제 이름을 검색했는데 친한 누나와 찍은 요즘 인기 있는 어플 동영상을 보시고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는 다정한 분위기의 영상이지만 어플 특성상 얼굴이 떨어지면 토끼 이모티콘이 없어지더라. 그래서 가까이 화면에 둘 다 토끼 이모티콘이 생기게 찍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다시 한번 팬분들에게 죄송합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편 남태현은 그룹 위너에서 탈퇴해 밴드 사우스클럽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씨줄날줄] 택배의 진화/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택배의 진화/이순녀 논설위원

    한 달에 적게는 2~3번, 많을 때는 7~8번 정도 택배 주문을 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할 때마다 ‘부재시 아파트 경비실에 맡겨 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퇴근 때 경비실에 가 보면 택배 상자가 산처럼 쌓여 있다. 주민에겐 편리한 택배가 경비원에겐 업무를 가중시키는 애물단지가 된 지 오래다. 몇 년 전 경기도 어느 아파트 단지에선 경비실에 맡겨 둔 택배를 찾는 시간제한을 두고 입주자 대표와 말다툼을 벌이던 경비원이 입주자 대표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아파트 주민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관리사무소가 따로 없는 단독주택이나 빌라에 사는 사람들은 더 난감하다. 이런 불편을 덜어 주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실시되고 있다. 지자체마다 단독주택, 1인 가구 밀집 지역에 무인택배보관함을 설치하는가 하면 대형 쇼핑몰들은 고객이 지정한 편의점에서 상품을 찾을 수 있는 ‘편의점 배송’을 확대하는 추세다. 온갖 생필품은 물론 가전제품까지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지만 아직도 채소나 생선, 육류 등 신선식품 주문은 망설여진다. 요즘엔 종류별로 보냉 포장을 꼼꼼히 잘해서 배달하는 업체도 있긴 하나 직접 장을 볼 때만큼 최상의 신선함을 유지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누가 나 대신 낮에 장을 봐서 냉장고에 넣어 두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런 바람이 미국 일부 지역에선 현실이 됐다. 대형 유통업체 월마트가 지난달부터 식재료를 주문하면 배달원이 빈집에 들어가 냉장고에 차곡차곡 정리해 주는 서비스를 실리콘밸리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다. 스마트홈 기술을 활용해 일회용 현관 비밀번호를 제공하고, 배달원이 상품을 정리한 뒤 현관을 나오기까지 모든 장면을 집 내부의 보안 카메라가 촬영해 집주인 스마트폰으로 전송하는 시스템이다. 세계 최대 온라인 업체 아마존도 빈집 배달 경쟁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스마트 잠금장치와 보안 카메라를 연결해 물건을 집 안까지 안전하게 배달하는 ‘아마존 키(Key)’를 지난 25일 발표했다. 작동 원리는 월마트와 똑같다. 배달원이 바코드를 스캔해 직접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 물건을 두고 나오고, 이 과정을 집주인이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다. 다음달 8일 미국 37개 도시의 프라임 가입자를 대상으로 제공한다. 아마존 홍보 영상에는 배달뿐 아니라 청소 대행에도 이 서비스를 활용하는 장면이 소개된다. 사생활 침해와 안전 문제 등 논란은 있지만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택배의 진화가 놀랍기만 하다. coral@seoul.co.kr
  • 루터는 【 】다

    루터는 【 】다

    1517년 10월 31일은 마르틴 루터가 비텐베르크 성 교회 출입문에 ‘95개조 반박문’을 내건 날. 이른바 기독교계가 ‘종교개혁’의 시발로 규정한 날이다. 면벌부와 관련해 독일 제국교회 수석대주교 알브레히트 폰 브란덴부르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그 반박문은 부패와 적폐 청산을 기치로 내건 종교개혁의 태동이자 요체로 잘 알려져 있다. 그로부터 500년이 지난 지금 기독교는 어떤 모습일까. 요즘 출판가에 관련 책들이 쏟아진다. 루터의 재조명부터 종교개혁의 허실, 한국 기독교의 현주소까지 다양하게 짚고 있다.●‘개혁가’ 루터,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다 출간된 책들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단연 루터의 재조명이다. ‘종교개혁 태두’의 재발견을 통해 개혁의 배경과 성과를 되짚어 신선하다.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21세기북스), ‘루터’(제3의공간), ‘루터의 두 얼굴’(평사리)…. 이 가운데 서울대 박흥식(서양사학) 교수가 쓴 ‘미완의 개혁가…’는 루터의 진면모를 따져 새삼스럽다. 저자에 따르자면 루터는 ‘헌신적 개혁가’였지만 ‘완벽한 영웅’은 아니었다. 종교개혁이 낳은 분열이며 농민전쟁, 반(反)유대주의 같은 한계를 풀어낸 책에서, 루터는 그동안 대세였던 ‘신격화의 대상’에서 ‘보통사람’으로 격하한다. 귀족들의 농민착취에 눈감았는가 하면 권력자에게 기대 눈앞 이득을 찾으려 애썼다는 면면의 소개가 흥미롭다. 그 재평가는 한국 개신교로 이어진다. “한국 개신교회도 루터의 유산을 분별력 있게 계승해 이웃을 위한 종교로 거듭나자.”‘르네상스기 교황제’의 권위자인 폴커 라인하르트가 쓴 ‘루터’도 루터 재해석으로 흥미롭다. 종교개혁과 관련, ‘부패한 교황 대 깨끗한 루터’라는 구도를 보기 좋게 뒤집는다. 바티칸 문서고에서 건져낸 교황청 회의록, 칙서, 외교관 보고서를 통해서다. 그 전복 중 하나는 ‘미디어 전술 천재’로서의 루터이다. 기독교 문명의 변방인 독일의 이름 없는 수도사가 어떻게 교황 레오 10세를 상대로 싸울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출판의 힘이었다고 한다. 루터는 논쟁마다 기록하고 인쇄 배포해 민중과 소외된 지식인, 성직자의 지지를 얻어냈다. 이에 반해 교황청은 인쇄물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하다가 뒤늦게 ‘말의 전쟁’에 뛰어들었고, 그마저도 라틴어를 고집해 민중 대부분을 홀대하는 실수를 범했다. 루터의 비판이 득세한 건 가톨릭 주변부로 소외감을 느끼던 독일지역 제후들이 뒷받침했고, 샌님 같았던 루터가 인쇄술로 강렬한 문건을 전파하는 여론전에 능숙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학자·루터 지지자 등 통한 사실적 추적 이에 비해 ‘1517 종교개혁’(21세기북스)과 도서출판 길의 루터 3부작(‘종교개혁의 역사’, ‘루터의 3대 논문집’, ‘루터와 종교개혁’),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을유문화사)은 개혁 인물과 사건, 그리고 현실문제를 사실적으로 추적해 주목된다. 이 가운데 ‘1517 종교개혁’은 슈피겔지 언론인들이 엮은 책. 독일의 사학자, 교회사학자, 신학자 26명의 주장을 비교해 실었다. 루터의 열혈 지지자였던 기사 지킹엔, 종교개혁기 3대 화가 중 한 사람인 루카스 크라나흐, 종교개혁 운동에 기여한 여성, 뉘른베르크시와 스웨덴 등 여러 곳에서 진행된 독특한 양상의 개혁을 추적해 볼 수 있다. 도서출판 길의 루터 3부작도 비슷한 구성의 역작. 특히 루터의 3대 논문집은 루터가 교회에 맞서 1519년 발표한 3대 논문의 번역본으로, 루터의 초기 사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생생한 기록이다. 라틴어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판본인 ‘바이마르 비판본’을 옮긴 점이 특징이다. ●개신교 치부 가감 없는 해부도 눈길 3부작 중 독일 교회사가 토마스 카우프만이 쓴 ‘종교개혁의 역사’와 김덕영 독일 카셀대 교수의 ‘루터와 종교개혁’에선 우리 시대에 대한 비판이 돋보인다. 가톨릭 타락상을 강조하고 루터의 영웅성에 초점을 맞춘 종교개혁의 기존 접근법 비판에 더해, 비판 대상이었던 가톨릭은 역(逆)종교개혁으로 살아남은 반면 개신교는 정치화되고 분열했다는 주장이 들어 있다. ‘종교개혁, 그리고 이후 500년’(을유문화사)은 한국 교회를 가장 비판적으로 들여다본 책. 라은성 총신대 교수, 이상규 고신대 교수 등이 기독교의 역사부터 지금 한국교회의 문제까지를 꼼꼼하게 훑었다. 친일 청산 좌절, 교회의 정치권력 유착, 성장만능주의 등 우리 개신교계의 치부를 가감 없이 해부한 점이 눈에 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판매보다 고객 귀 건강 먼저 생각”

    [인터뷰 플러스] “판매보다 고객 귀 건강 먼저 생각”

    눈 건강 기업의 대명사와도 같은 ㈜다비치안경체인이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보청기 시장에 새로운 선수로 뛰어든 것. 다비치보청기 청력체험센터도 300개를 목표로 빠르게 늘려가고 있다. 다비치안경체인 김인규 대표는 “판매보다 고객들의 귀 건강을 먼저 생각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단순히 사업 확장을 위해 보청기에 진출한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 건강을 챙기겠다는 김 대표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다비치’라는 브랜드는 ‘눈 건강’의 대명사와 같은 브랜드인데 보청기 사업에 진출하셨습니다. 기존 보청기 시장에 비해 어떤 경쟁력을 내세우시는지요. -무엇보다도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대를 맞췄습니다. 중간 유통과정을 크게 줄여서 소비자에게 바로 가는 구조를 만들었어요. 고객들의 귀 건강을 생각했을 때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결과입니다. 단순히 한 대 더 팔겠다고 가격을 낮춘 게 아니에요. →고객들의 불편함이 가격과 큰 관련이 있습니까. -양쪽 귀가 다 불편한데도 보청기를 하나만 끼고 있는 고객들이 많다는 걸 알았습니다. 귀라는 게 양쪽으로 되어있는데, 나빠질 땐 90% 이상 둘 다 같이 나빠져요. 그런데도 한쪽만 끼신다는 건 누군가 그렇게 팔았다는 뜻일 겁니다. 보청기 가격이 상당히 높다 보니 양쪽을 다 팔기가 힘들잖아요. 두 개를 팔면 300~500만원은 되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한 쪽만 끼고 있으면 오히려 치매가 올 확률도 높고 귀도 안 돌아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쪽 가격이면 양쪽에 착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맞춘 겁니다. 그렇게 만들려고 오래 애를 썼어요. →한쪽만 끼고 있으면 부작용이 큰가 보군요. -아무래도 기능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귀 기능도 떨어지고, 또 방향감각에도 문제가 생깁니다. 소리가 절반밖에 안 들어오기 때문에 전체 소리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고요. 그러니 스트레스도 심해집니다. →가격 외에 성능면에서는 어떻습니까. -요즘은 기술이 비슷해서 예전처럼 성능 차이가 많이 날 수는 없어요. 다만 회사마다 특징은 조금씩 다릅니다. →이번 보청기 신규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앞서 계속 강조한 것처럼 ‘양쪽 귀에 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귀 건강에 그게 중요하니까, 그걸 그대로 사업의 방향으로 정한 것이죠. 저희는 판매점에서도 영업과 관계없이 양쪽 귀 사용에 대한 중요성을 설명해드리고 있어요. →미국 미시간주립의대와 MOU도 체결하는 등 미국 진출에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어떤 계획을 갖고 계신지요. -우선 미시간대와의 관계는, 안경에 대해 전문적인 부분을 교류하자는 겁니다. 그쪽에서 잘하는 건 우리가 가져오고, 우리가 잘하는 시스템은 또 보내주고 하는 것이죠. 글로벌 시대에 전초기지로 미국에 진출했습니다. 현재 LA와 미시간에 저희 지점이 있는데 반응은 좋습니다. →옛말에도 몸이 1000냥이면 눈이 900냥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눈에 안 좋은 요소가 우리 주변에 굉장히 많은 것 같습니다. -가장 먼저는 스마트폰이죠.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블루라이트와 자외선이 눈에 매우 안 좋습니다. 특히 젊은 학생들은 블루랑트를 많이 보면 숙면을 취하기가 어려워져요. →유해환경에 노출된 눈을 보호할 수 있는 안경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유해환경을 막는 렌즈가 있습니다. 학생들 책 가까이에서 오래 보다 보면 스탠드 조명이나 스마트폰이나 다 블루라이트 나오는 것들을 보게 되는데, 그런 피로를 감소시켜주는 기능성 렌즈가 있어요. 그런 걸 학생들이 끼면 눈의 피로가 줄어들죠. 직장인들에게도 좋고요. 옛날엔 멀리 보는 일이 많았고, 지금은 컴퓨터나 서류나 가까운 곳을 보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눈도 거기에 맞게 맞춰지는 겁니다. 또 한국이 유독 안경을 많이 쓰기도 해요. 게임도 많이 하고 휴대전화도 많이 보는 환경의 영향이 있습니다. →디자인 쪽으로는 요즘 어떤 안경을 소비자들이 선호합니까. -요즘 소비자들은 자기주장이 워낙 강합니다. ‘나만의 스타일’을 중요하게 여기는데요. 예전엔 안경이 그저 안 보이던 것을 보이게 해주는 도구였지만 이제는 자기를 보여주는 패션이 됐습니다. →사실 안경 가격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기도 합니다. 가격대가 상당히 높아졌어요. -다비치에는 굉장히 저렴한 가격대의 안경들이 있습니다. 부담 없이 둘러보고 써볼 수 있어요. ‘1, 3, 5, 7, 9’라고 하는데 진짜로 1만원부터 9만원까지 저렴한 가격대의 안경들이 있습니다. 렌즈까지 포함된 가격이에요. 1만원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1만원짜리가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하면 4~5만원 될 텐데 이건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분들을 위해 마련했습니다. 정부 지원도 안 되고, 어딘가에서 복지 대상으로 지정도 되지 않지만 분명히 생활은 어려운 분들도 계시잖아요. 그런 분들을 생각해서 마련한 겁니다. →또 다비치만의 특별한 제품이 있을까요. -지금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안경에 칩을 심어서 휴대전화로 위치를 찾을 수 있도록 했어요. 안경을 벗어두면 찾기 어려울 때가 있잖아요. 그래서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만든 겁니다. 아직은 개발 중이에요. →다비치는 사관학교를 운영해 인재를 직접 키우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올해는 150명을 배출했고, 또 졸업예정 300명이 있습니다. 4개월 합숙하며 훈련하고 전국 210개 정도의 가맹점으로 모두 보내고 있습니다. →후진인 사관생도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처음 시작한 그 마음을 잃지 말고 기본에 충실해야 해요. 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주는 것이 고객만족의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성장하면 후배들에게 무엇을 보여주게 될지 생각하세요. 그러면 할 일이 많아질 겁니다. 정태기 객원기자 jtk3355@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4차 산업혁명 성공 위해선 ‘대기업·국책연 활용전략’ 필요”

    [인터뷰 플러스] “4차 산업혁명 성공 위해선 ‘대기업·국책연 활용전략’ 필요”

    “국가 차원의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려면 대기업과 국책연구소를 결합한 활용전략이 필요합니다. ” 이는 SK텔레콤에서 14년간 기술 임원으로서 이동통신 업계를 선도해낸 바 있는 변재완 한양대학교 산학협동 교수(전 SK텔레콤 최고기술경영자)의 주장이다. 변 교수는 범 국가 차원에서 의미 있는 규모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자면 인력과 자금면에 장점이 있는 대기업과 국책연구소를 반드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회의적인 시선과 무수한 난관을 딛고 자동차와 반도체처럼 무에서 유를 만들어냈던 고 이병철·정주영 회장과 같은 혜안을 가진 기업가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것이 변 교수의 입장이다. 반도체 사업. ‘저 양반이 저러다가는 삼성을 다 말아먹겠다’라는 세간의 쑥덕거림에도 미래에 대한 혜안과 과감한 사업 추진으로 일본 업계를 물리친 고 이병철 회장. 정주영 회장은 ‘조선소 만들어라, 내가 수주해 오마’는 무모할 정도의 자신감과 뚝심의 리더십을 보여주었는데 과연 우리나라에 이런 결정을 지금 내릴 수 있는 경영자가 몇이나 있겠습니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변 교수는 효율성 평가와 리스크 관리와 같은 경영기법의 활용도 물론 중요하지만 두려움 없이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에 충만한 분들이 ‘대기업과 국책연구소’에서 중용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밝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변 교수.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제2의 반도체, 제3의 자동차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며,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를 위해 ‘베푸는 삶을 살자’는 변 교수가 있어 대한민국의 내일은 희망적이다. 편집자 주다음은 일문일답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통신기업 SK텔레콤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역임한 다음 지금은 대학에서 산학협동 교수로 재직하고 계신데요. 주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대학에는 유능한 교수님들이 많이 있습니다. 제가 산업계에서 경험한 기술사업화 전략과 그런 유능한 교수님들의 연구를 접목해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연구 결과물의 응용 타깃을 어떤 분야, 어떤 제품으로 하면 연구 결과가 실질적인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논의 합니다. 두 번째는 졸업 후 회사에서 실질적인 기술 개발을 하고 싶어 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진로 상담 및 인생 상담을 해주는 것입니다. 맥주 한잔하면서 지난 30년 동안 제가 봐온 성공한 직장인, 정말 유능하지만 그다지 성공하지 못한 직장인들 이런 얘기 해주면 좋아해요. →교수님은 현직에 계실 때 기술분야에서 탑에 올라 CTO를 역임했습니다. 소회는 어떻습니까. -이동통신의 제1세대인 아날로그 전화기에서 시작해 제4세대라 부르는 LTE까지 이동통신의 황금시기를 보낸 것은 제게 행운이고 영광이었습니다. CTO의 주된 역할은 기존 사업에서 기술경쟁력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사업 잠재력(potential)이 높은 미래 성장 기술을 발굴해서는 사업 성공으로 연계시키는 것입니다. 재직 때 제가 씨 뿌렸던 것이 조금씩 열매를 맺고, 또 후배들이 인정받으며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하이닉스 인수에 기술 담당으로 참여해 SK의 새로운 성장축을 확보하는데 기여한 것도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SK텔레콤에 재직할 때 대표적인 성과는 무엇인가요. -SK텔레콤의 ‘011’이 넘버원으로 쭉 나가던 중에 두 번의 도전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나는 2006년 KT가 ‘오버 SK’를 슬로건으로, 또 하나는 2011년 LGU+가 LTE로 파상적인 공세를 펼쳤던 때로 기억합니다. 그때 솔직히 초기에는 품질 면에서 먼저 치고 나갔던 KT LGU+가 조금 더 나았었습니다. 반면 SK텔레콤은 내부적으로 수조원이 들어갈 신규 망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는 분위기가 대세였습니다. 조금 있으면 그다음 세대 기술이 나온다는데, 지금 말고 차라리 조금 기다렸다가 차세대 기술에 투자하자는 주장도 많았지요. 또한 수조원을 투자해서 새로운 망을 까느니만큼 뭔가 매출을 늘릴 투자 회수 방안부터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지요. 저는 ‘지금 투자해야 한다, 차세대 기술 상용화되려면 최소 10년은 더 걸릴텐데 앞으로 10년을 경쟁사보다 열위한 구닥다리 기술, 서비스로 승부할거냐? 몇 년 내로 차세대 기술 상용화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고 해서 조기 전국망 확대 결정이 앞당겼고 그 결과 SK는 앞서가던 KT에 다시 역전승을 하고, LGU+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신성장·4차 산업혁명 분야의 공약개발을 위한 신성장특별위원회를 발족할 때 전문가로 전격 영입되셨습니다. 참여하게 된 동기와 활동내용은 무엇인가요. -SK텔레콤의 대외업무를 담당하는 임원이 당으로부터 좋은 분을 추천해 달라는 연락이 왔다며 제 의중을 타진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참여해서는 제가 잘 아는 분야가 정보통신의 전자영역이다 보니까 ‘소프트웨어의 스마트화 추진’을 제시했습니다.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신규기술을 어떻게 여러 산업분야로 응용해 실용화로 나갈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최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공식출범했습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유능하고 좋으신 분들이 많이 참여했으니, 잘 될 것이라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위원회의 방향성은 좋다고 봅니다. 다만, 제 경험상 보면 계획이 안 좋아서 실패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다 실행에 약해서 실패하는 것 같아요. 4차 산업혁명이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계획 수립보다는 실행에서 성과를 도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정책이 결정되는 과정, 실행되는 과정에서 행정부의 실무 관료들과 의견 차이 등 여러 어려움이 있을 때 혜안, 소신, 뚝심을 가지고 밀고 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4차 산업혁명이 1년, 2년에 끝날 게 아니라면 5년 10년 아니 20년을 내다보고 꾸준히 일관성 있게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보기 좋고 듣기 좋은 제안 제시에 그치지 말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데 보다 노력해주시기를 바라지요.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기술정책 목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문재인 정부는 소프트웨어 강국, 정보통신기술 르네상스, 4차 산업혁명 선도, 스마트코리아 건설을 내세우고 있잖습니까. 그렇다면 대기업과 국책연구소를 결합한 활용방안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대기업 활용에 대해 부정적인 분들이 계시지만, 국가 차원에서 의미 있는 산업을 일으키자면 벤처나 중소기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잖습니까. 특히 국내 산업 기반이 취약한 분야일수록 국가의 기술자원을 모두 모아야 할텐데 R&D를 위해 인력과 자금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대기업이 갖고 있는 인력과 자금을 R&D 등에 투자하고, 난이도가 높은 새로운 기술은 연구소와 대학의 교수님들이 담당하고, 발 빠른 도전과 혁신이 필요한 부분은 벤처가 담당하는 이런 서로의 장점을 연결해 최적화하는 방향이면 좋겠습니다. 국가 차원의 기술전략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국가를 어떻게 경제적으로 더욱 튼실하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 목표지 않습니까. 국가가 벌어들이는 부를 어떻게 분배하고 어떻게 국가가 소비해야만 우리가 어떻게 더 좋은 국가에서 살아갈 수 있느냐는 것은 국가의 부를 축적하는 것과 다른 영역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라가 일단은 경제적으로 더욱 단단하게 성장해야만 나눌 수 있는 몫이 많아지듯이, 누군가가 국가의 부를 축적해야 한다면 ‘대기업과 국책연구소’를 결합해 활용하는 방안도 빼놓을 수 없다는 것이죠. →결국,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로서 신성장이 문제란 말씀이신 거죠. 신성장은 어떻게 보시나요. -21세기는 바이오 시대라고 하잖습니까. 하지만 현재 한국은 세계적인 바이오 강국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잘 알다시피 한국의 인재들 모여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의대와 약대’로 대표되는 생물학 관련 분야 아닙니까. 현재까지 이곳 출신들의 국가 차원의 경제적 기여와 공헌은 공대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지는 않을 텐데요. 하지만, 21세기에는 이 분야 전문 인력들에 의해서 반도체, 자동차에 버금가는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바이오 영역에서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활동한 경력도 갖고 계신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바이오 비전은 어떻습니까. -제가 SK 지주회사에 있을 때입니다. 그때 SK가 미래 성장 사업으로서 바이오산업에 관심이 많고 해서 저 개인적으로 많은 공부를 하다 보니 바이오산업은 10년, 20년 우리가 꾸준히 가야 하고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공부는 머리도 중요하지만 엉덩이가 무거운 친구들이 잘하잖아요. 이 분야가 머리도 좋고, 엉덩이도 무거운 우리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분야 같아요. 삼성, 셀트리온 외에도 한국 기업들이 새롭게 잘 할 수 있는 부분이 바이오산업에 많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일자리와 4차 산업혁명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그간의 산업혁명을 보면 기존에 있던 농민과 블루칼라 일자리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되며 발전해 오지 않았습니까. 4차 산업혁명도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과장·차장·부장급 정도의 지능을 가진 소프트웨어가 화이트칼라를 대체하는 형태로 혁명이 일어날 것입니다. 돌아보면 농민이 줄고, 제조업 인구가 줄었지만 반면에 끊임없이 서비스산업과 같은 새로운 직업과 직장을 가지며 사회가 변화해 왔듯이, 4차 산업혁명 또한 기존의 일자리들이 새로운 일자리로 대체될 겁니다. 문제는 일자리를 잃게 될 화이트칼라에게 어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을지 아직 별 아이디어가 없다는 것이지만, 저는 인류의 지성을 믿습니다. 분명히 생길 겁니다. 낙관적으로 봅니다. →평소 신념이나 신조, 좌우명은 어떻습니까.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믿고 일을 맡길 수 있는 사람이 되자’였습니다. 은퇴한 지금은 ‘남에게 베풀며 사는 사람이 되자’입니다. 그래서 요청이 있으면 도움이 되든 안되든, 일이 크든 작든, 거리가 멀든 가깝든 사양하지 않고 가급적 수락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니 은퇴한 지금이 더 바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책당국과 산업계 등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요. -당부하는 말씀보다는 제 바람입니다. 첫째는 우리나라가 보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저희 자랄 때만 해도 개천에서 용이 나는 사례들이 많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과거보다 지금이 좀 더 좋아졌듯이 지금보다 내 미래가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많았던 것 같아요. 지금 중국이나 베트남 가보면 아 우리나라도 예전에는 저랬는데 하는 그런 부러운 느낌을 많이 받아요. 우리나라도 다시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퍼질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언론도 너무 부정적인 파헤치기보다 긍정적인 품격있는 보도를 많이 해 주었으면 하고 당부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그렇게 여러 젊은이가 죽지만 미국 언론 보도 한번 보세요. 만약 우리나라 평화 유지군 한 명이 사망했다면 우리 언론 보도가 어떨지 궁금해요. 두 번째는 나라의 격이 좀 더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88올림픽 때 ‘문화시민으로 살아 봅시다’하는 캠페인으로 차선 양보도 잘하고 경적 울리는 차가 많이 없어졌던 거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요즘 운전하다 보면 자꾸 안 좋아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한 미국에서도 보면 젊은이들 길거리에서 키스 잘 안하거든요. 오히려 우리 젊은 친구들이 길거리고 전철 안이고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애정 표현에 더 무절제해요. 너무 자기 권리 의식이 강해진 탓이라 생각합니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던지 이것은 내 자유고 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글쎄요.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항상 국가와 사회의 이익하고 부합되지 않을 텐데요. 이렇게 개인주의가 만연하게 되면 국가에 미래가 걸린 중요한 어떤 국민적 차원의 결정이 필요할 때 과연 저런 친구들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 궁금스레 쳐다봅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변재완 교수는 1959년생.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에서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와 미국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이수했다. 1983년부터 국내 1세대 벤처 기업인 큐닉스㈜ 마이크로프로세서 기반 하드웨어 및 펌웨어 개발을 하였고, 1993년 SK텔레콤 부장으로 스카우트 돼 응용기술그룹장, CDMA S/W 개발팀장 전략지원팀장으로 망 투자사업 관련 기술전략 수립을 담당했다. 2011년 SK텔레콤 상무(임원)로 승진해 NW전략본부장, 글로벌 기술추진실장 재직 때는 SK텔레콤의 해외사업 관련 기술지원 총괄했고, 2008년 전무로 승진해서는 NW기술원장으로서 전사 차원의 기술전략 수립과 SK텔레콤 사업 및 SK브로드밴드를 위한 기술개발(LTE, CDN, WIFI) 업무를 수행했다. 2010년 SK 지주회사 전무로 자리를 옮겨 기술혁신센터(TIC)장을 맡아 헬스케어,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로봇을 비롯해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기술 실사 총괄업무를 수행했다. 2012년 부사장과 최고기술경영자(CTO), 2016년 12월 퇴임한 다음에는 2017년부터는 한양대 산학협동 교수, 이노와이어리스㈜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밖에 CDG 산학부회장(2002~2003), NGMN 이사 및 4대 이사회 의장(2009~2015), 한국통신학회 부회장(2013), 한국빅데이터연합회 초대회장(2014), 한국 3D협회 초대협회장을 역임했다. 수상으로는 CDG산업 리더십대상(2002), LTE 공헌대상(2013), 해동기술대상(2014) 경력을 갖고 있다.
  • [신고리 공론화위 성과와 과제] 숙의 민주주의 싹 틔워…공론조사 만능주의는 경계를

    [신고리 공론화위 성과와 과제] 숙의 민주주의 싹 틔워…공론조사 만능주의는 경계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지난 20일 정부에 최종 권고안을 제출하면서 신고리 원전 5·6호기에 대해 ‘건설 재개’ 결정을 내놨다. 아울러 에너지 정책에 대해선 ‘원전 축소’ 카드를 꺼냈다. 시민참여단 471명이 숙의 과정을 거쳐 최종 4차 조사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게 근거가 됐다. 이를 두고 ‘솔로몬의 지혜’, ‘절묘한 타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공론조사는 ‘숙의 민주주의’라는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물론 정보의 비대칭성 등을 이유로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일부 시각도 있다. 서울신문은 지난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본사에서 공론조사 전문가들과 함께 ‘공론조사 결과와 국민통합 방안’이라는 주제로 전문가 대담을 열었다. 조성은 코콤포터노벨리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 소장이 ‘신고리 5·6호기 공론조사 결과에 대한 의의와 과제’, 김학린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각각 발표하고 한규섭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정정화 강원대 공공행정학과 교수, 전경하 서울신문 정책뉴스부장이 토론에 참여했다.조성은 소장은 “결과에 대한 시민단체의 승복과 대통령의 수용은 사회갈등 해결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합리적 공론과 집단지성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는 것이다. 공론조사의 성패는 공정성, 투명성, 충분한 정보 제공, 합리적 학습과 토론, 결과 승복이 중요한데, 이번 공론조사는 이런 측면이 충족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공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는 데 대해선 적법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이해당사자가 시민참여단에 정보를 제공하면서 간접적으로 참여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김학린 교수는 이번 공론조사를 한국 사회에서 국가의 중요 정책에 대해 시민의 숙의 과정을 통해 도출된 결론을 정부가 직접 수용한 최초 사례라고 정의했다. 아울러 권고안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이 높아 숙의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입증했다고 분석했다. 이번 공론조사의 성공 요인으로는 중립적인 공론화위 구성과 공론화 방식에 대한 조기 정리, 공론조사에 대한 한국 사회의 지적 역량 등을 들었다. 김 교수는 “다만 이번 조사는 숙의보단 조사에 맞춰진 측면이 있다”며 “시민참여단이 지적했던 사안으로 핵심 이해관계자 모두가 인정하는 공신력 있는 정보가 부족했던 점도 문제였다”고 평가했다. -전경하 부장(이하 전 부장) →이번 공론조사는 숙의 민주주의, 시민참여 결정이라는 점에서 높이 평가돼야 할 것 같다. 어떻게 보나. -정정화 교수(이하 정 교수) →공론화 과정에서 세 가지 측면이 가장 중요하다. 운영주체의 중립성, 참여자의 대표성, 토론 과정의 공정성과 숙의성이다. 공정성과 숙의성 측면은 나름대로 지켜졌다. 아울러 대표성 확보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이뤄졌다. 전문가들이 공론화위원으로 참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지만, 종합토론회 과정에서 전문가들이 의견을 충분히 개진할 수 있었다. 다만 정부가 공론화 주제와 범위를 정했다는 점에서 운영주체의 중립성 문제는 제기될 수 있다. -한규섭 교수(이하 한 교수) →내가 아는 공론조사 가운데 가장 훌륭한 조사 중의 하나라고 평가할 만하다. 돈을 많이 투자했다. 짧은 기간이었음에도 상당히 훌륭하게 진행됐다. 다만 어떤 점에선 운이 좋았다. 결과 자체가 매우 절묘하게 나온 측면이 있다. 양쪽 진영에서 하나씩 결과를 나눠 가졌다. 앞으로도 계속 운이 좋을 거냐는 건 다른 문제다. 아울러 표본의 편향성이 다소 걱정스럽다. 1차 조사 대상자보다 시민참여단은 이 사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더 참여했다. 현재 공론화위 검증위원으로 있는데, 500명의 대표성 부분에 대해선 분석이 필요해 보인다. -전 부장 →공론화위는 원전 정책의 경우 축소를 권고했다. 이 부분에서 일부 논란이 있는데. -김학린 교수(이하 김 교수) →신고리 5·6호기를 논의하다 보니 원전 정책이 들어간 것이다. 정 교수가 강조하는 운영주체의 중립성을 나는 자율성이라 바꿔 말하고 싶다. 운영주체의 자율성을 얼마나 확보하는가가 중요하다. 주문자의 주문을 받아서 공론조사 과정을 자기가 디자인하는 게 자율성이다. 공론화 주제와 범위를 잡을 때 위원회가 자율적으로 해야 한다. -정 교수 →공론화위의 목적이 ‘탈원전 정책 어떻게 할 것이냐’였다면 이 문제는 무난히 넘어갔을 것이다. 아울러 언론의 중립성 문제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만약 결과가 반대로 나왔다면 저항이 있었을 거라고 본다. 공론화 초기에 일부 언론에서 비전문가에게 공론조사를 맡기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결과가 나왔을 땐 ‘국민 합의에 의한 탁월한 선택’이라고 논조가 바뀌었다. 언론의 합리적 자세가 없다면 공론화 과정도 어렵고, 숙의 민주주의로 가는 데 있어서 걸림돌이 될 것이다. -김 교수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가장 큰 수혜자는 정부와 공론화위이며, 가장 큰 피해자는 이해관계자 양측이라는 말이 있다. 이번 공론조사는 이해관계자들이 경쟁하고 시민들이 판단하게 디자인해서 그렇다. 실제로 위원회와 시민참여단의 중립적 구성에 대해선 신경을 썼지만, 이해관계자의 역할에 대해선 가장 신경을 쓰지 못했다. 숙의 과정에서 이해관계자의 위상을 어디까지 할지는 앞으로 고민해야 하고, 또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해관계자들의 토론도 자신의 찬반 입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토론으로 꾸려 나가야 한다. -조성은 소장(이하 조 소장) →이번 공론조사가 성공적이라고 말하는 건 핵심 이해관계자 양측이 수용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어긋나면 공론조사가 아무리 객관적이더라도 결과적으로 잘됐다고 할 수 없다. 결국 공론조사가 우리나라에 정착하려면 양측 이해관계자가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 물론 이해관계자의 개입 정도를 어디까지 해야 하느냐는 과제다. -전 부장 →정부가 앞으로 공론조사를 종종 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향후 만들어질 공론화위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교수 →이번 공론조사가 외국 사례와 다른 점은 정부가 직접 공론화위를 만들어 공론화위에서 모든 결정을 하고, 절차를 진행하게 한 것이다. 실제 조사는 여론조사 회사가 하청을 받아 했다. 이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번 공론조사는 매우 공정하게 진행됐지만, 결과가 반대로 나왔을 경우 공정성을 모두 인정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구조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다. 외국에선 대부분 외부기관에 의뢰한다. 중국도 공론조사를 많이 진행하는데, 미국 스탠퍼드대 제임스 피시킨 교수(공론조사 창시자)에게 의뢰하기도 했다. -김 교수 →공론조사 만능주의를 경계해야 한다. 이번 공론조사는 한국에서 숙의 민주주의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줬는데, 이를 남용하면 그 희망을 잘라 버릴 수 있다. 요즘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공론화를 해 달라는 요구가 온다. 갈등 해결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공론화 검증위원회에서 체계적 검증을 해 우리 사회에서 정착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성급하게 정부 정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것을 가장 경계한다. -조 소장 →이번 공론화 과정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얻었던 것은 숙의 과정에서 의견이 변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정책의 옳고 그름이 아니고 다양한 가치를 가질 수 있고 이해와 합의를 해 나가는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공론조사가 모든 정책결정의 정당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된다면 또 다른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보완하고 해결해야 한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개와 사람의 나날들/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개와 사람의 나날들/손원천 문화부 전문기자

    남도 출장길에 한 시골 마을에서 우편집배원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아마 주변 길을 묻다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듯싶다. 어떤 때 가장 힘드냐고 물었더니 뜻밖에 그는 개에게 물릴 때라고 했다. 그런 일들이 다반사란 것이다. 농번기엔 농가에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우편물은 놓고 가야 하니 불문곡직 집 안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다 성질 나쁜 개라도 만나면 영락없이 물린다는 것이다. 요즘 시골엔 농사꾼만 살지 않는다. 도시에서 귀농한 이들도 많다. 산짐승을 경계하느라 개를 키우는 집들도 꽤 많아졌다. 대개는 덩치가 큰 맹견들이다. 직업상 이런 집들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은데, 거품 물고 짖어 대는 맹견을 보자면 흉기와 마주하고 있다는 공포감이 밀려온다. 그럴 때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무장을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지난 2009년에 ‘애견가에게 고함’이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그로부터 얼추 10년이 지났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무엇보다 애견 인구가 늘었다. 1000만명이라는 이야기까지 들린다. 개의 위상에도 변화가 있는 듯하다. 요즘은 개라고 하지 않고 반려견이라 높여 부른다. 그러나 달리는 자전거를 보면 달려드는 개의 습성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애견가들의 인식도 큰 변화는 없어 보인다. 이웃들에게 양보와 희생을 강요하는 건 여전하다. 아파트 옆집 개가 밤새 짖어도, 개똥이 너저분하게 깔린 동네 길을 산책하는 것도 이젠 일상이 됐다. 여기에 더해 이젠 목줄까지 채우려 들지 않는다. 주변 상황을 알면서도 아랑곳하지 않는 건 그 상황을 즐긴다고밖에 볼 수 없다. 누군가 핏불테리어를 50m짜리 줄에 묶은 채 당신 옆에서 산책을 즐긴다고 상상해 보라. 그 개 때문에 당신의 어머니가 한쪽 다리를 자르고, 이모가 숨졌다고 생각해 보라. 사소한 부주의를 의도적으로 즐긴 이들에게 극도의 적개심을 갖지 않겠나. 주변에 개를 키우는 지인들이 많다. 자신의 개와 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많이 아끼고 의지하며 살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너른 공간으로 나오면 자유롭게 뛰어다니도록 놔두고 싶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너른 공공의 공간은 개를 위한 곳이 아니다. 나와 내 이웃, 그리고 우리의 자녀와 가족이 우선인 공간이다. ‘사람을 물지 않는’ 애견가의 개는 이를 즐길 ‘당연한’ 권리가 없다. 앞으로 반려견 숫자는 더 늘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개와 더불어 사는 법을 잘 만들어 둬야 한다. 핵심은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책임과 징벌의 강화, 그리고 관련 법의 빠른 제정과 시행이다. 사람이 죽었는데 현행법상 ‘최대 2년 이하의 금고’라니. 그건 처벌이 아니라 면박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애견가들의 감정을 건드려서도 안 된다. 이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 자칫 법 제정 자체가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 사고가 터지고 나서야 ‘인재’ 운운할 게 뻔한 일들이 지금 눈앞에서 흘러가고 있다. 서둘러 매조지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일들조차 또 ‘인재’가 되고 만다. angler@seoul.co.kr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위대한 컬렉터를 만든 나눔과 베풀기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위대한 컬렉터를 만든 나눔과 베풀기

    요즘 부의 집중과 계층 간의 소득격차에 대한 염려가 가득하다. 자본주의가 발달할수록 부가 편중되면서 부의 재분배를 위한 많은 장치가 고안되고 담론들이 등장하지만, 문제 해결에 그리 유용해 보이지는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도 분배에 대해 말은 무성하지만 실제로 작동되는 대책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페기 구겐하임-예술중독자’는 미술품 수집을 통해 당대의 문화와 예술을 육성하고 발전시키는 동시에 부를 재분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례를 잘 보여 주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리사 이모르디노 브릴랜드 감독이 연출한 영화에는 미술관과 컬렉션에 관한, 이전에 공개되지 않았던 생생한 그의 인터뷰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담겼다. 또한 20세기 미술사를 장식하는 기라성 같은 화가들의 이야기가 씨줄과 날줄로 엮였다.페기 구겐하임(1898~1979)을 수식하는 말은 너무나 많다. ‘미술중독자’를 비롯해서 ‘모더니즘의 여왕’, ‘현대미술시장을 만든 사람’, ‘화가가 아님에도 미술사에 이름이 오른 사람’, ‘미술의 수도를 파리에서 뉴욕으로 옮겨온 사람’ 등등. 미국의 유대인 출신 광산 부호인 구겐하임가의 아버지와 금융 부호인 셀리그먼가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페기는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미술관을 세운 솔로몬의 조카딸이기도 하다. 그녀는 성인이 되던 1919년에 아버지의 유산을 상속받았는데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약 3억 4500만 달러(약 3900억원)에 달하는 큰돈이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음에도 페기는 전위적인 예술서점인 선와이즈 턴에서 점원으로 일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예술을 흡수했다. 1920년 당시 미국인들의 로망이던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많은 예술가와 친교를 쌓았다. 특히 그녀를 촬영한 사진가 만 레이, 콘스탄틴 브란쿠시, 마르셀 뒤샹 등과 가까이 지내면서 다다이즘과 입체주의, 초현실주의 등에 경도됐다.24세가 되던 1922년 조각가인 로렌스 바일과 결혼해 아들 마이클과 딸 페긴을 두었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폭력적이고 타고난 술꾼인 바일이 바람이 나면서 결국 6년 만에 이혼하고 만다. 그 후 페기는 작가이자 평론가인 존 홈스와 동거하며 그에게서 예술에 대한 통찰력을 배운다. 1938년 런던으로 건너가 구겐하임 죈이라는 상업화랑을 열고 본격적인 작품 컬렉션에 나선 페기는 당시 유럽 현대미술가들의 중요한 후원자이자 친구이며 동시에 연인으로 뜨겁게 살았다.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의 비서로 일하면서 그와 가까웠던 사뮈엘 베케트를 만나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브란쿠시의 작품이 탐나 그와 결혼을 생각할 정도였다. 엄청난 적자에 1년 만에 화랑을 접고 파리로 간 그녀는 미술관을 열 계획을 하고, 아무도 그림에 관심 없던 전쟁통에 ‘1일 1작품’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이 터지면서 미술관은 무산되고, 독일이 파리를 침공하자 유대인인 그녀는 프랑스를 떠나야 했다. 애인이었던 막스 에른스트와 1940년 12월 돈을 써서 가까스로 미국으로 돌아온 그녀는 시인이자 초현실주의 미술 평론가이기도 했던 앙드레 브르통은 물론 많은 유럽 아티스트들의 미국 망명을 돕는다. 이들 망명 예술가들에 의해 뉴욕은 현대미술의 황금시대를 맞게 되는 것이다. 뉴욕에 다시 자리잡은 페기는 전쟁이 끝나지 않은 1942년 금세기미술 화랑(Art of This Century Gallery)의 문을 열고 유럽에서 수집해 온 현대미술품들을 선보였다. 이곳은 뒤샹, 에른스트, 만 레이, 달리, 레제, 로베르토 마타, 자코메티, 이브 탕기 등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온 예술가들의 집합소였다. 동시에 미국의 젊은 미술가들에게 기회를 제공해 독자적인 미국 미술의 모더니즘을 태동시킨 장소이기도 하다. 로버트 마더웰, 한스 호프만, 윌렘 데 쿠닝, 마크 로스코, 클리퍼드 스틸, 알렉산더 칼더 등 소위 ‘뉴욕화파’라고 하는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들이 개인전을 연 곳도 여기였다. 또 당시 무명작가였던 잭슨 폴록을 발굴, 지원해 ‘액션 페인팅’이 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미술을 찾는 컬렉터는 페기 외에는 없던 시절이라 화랑을 운영할수록 적자만 늘어났다. 1947년 페기는 화랑을 접고 뉴욕을 떠나 이탈리아 베니스로 향한다. 그리고 18세기 중반의 건축가 로렌초 보스체티가 설계한 팔라초 베니에르 데이 레오니를 매입해 1979년 사망할 때까지 30여년간을 이곳에서 살았다. 1948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그녀의 컬렉션이 전시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고 영국국립미술관 테이트, 뉴욕의 구겐하임 그리고 2차대전 당시 페기컬렉션의 보관을 거절했던 프랑스 루브르에서까지 전시를 열어 유명세를 떨쳤다. 페기의 죽음과 함께 컬렉션이 누구 손에 들어갈 것인가는 세계적인 관심거리였다. 테이트와 베니스시가 피 말리는 유치전을 벌였으나 결국 ‘페기컬렉션’은 1976년 자손들이 아닌 뉴욕의 솔로몬구겐하임 재단에 귀속됐다. ‘컬렉션은 바로 컬렉터 자신’임을 잘 알았던 페기가 컬렉션이 흩어지지 않고 그대로 남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의 저택은 페기구겐하임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도 관람객을 맞고 있다. 그녀는 부유했지만, 행복한 삶을 누리지는 못했다. 아버지의 죽음이 가져온 부성 결핍으로 아버지 같은 남자를 찾았지만, 그들은 모두 아버지가 아닌 아들 같은 남자뿐이었다. 다행이라면 그들이 모두 지적이었다는 것. 페기가 뛰어난 컬렉터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안목과 감각을 타고나서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 때문이었다. 또한 유대인 태생으로 푼돈에는 인색하기 그지없었지만, 기부와 후원에는 누구보다 통이 컸다. 베니스 여행객들에게 필수 코스인 페기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한 부자의 나눔과 베풀기 그리고 예술에 대한 사랑의 산물인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례를 찾기 어려운 것은 왜일까. 부자들 탓도 있지만, 외국에 비하면 턱없이 미미한 세제 혜택이나 기부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문득 나오시마의 기적을 이룬 후쿠다케의 경영 이념이자 행동철학인 ‘공익적 자본주의’라는 말이 떠오른다. “나만 잘살면 뭐하는 겨?”
  •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 “데뷔 40년… 소통하는 무대 기대돼요”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 “데뷔 40년… 소통하는 무대 기대돼요”

    2017 서울신문 가을밤 콘서트 수놓을 주인공들… 3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올해는 저에게 매우 뜻깊은 해인데 또 이렇게 서울신문 가을밤 콘서트와 함께하게 되어 인연이라고 생각합니다.”김영욱, 정경화를 잇는 대한민국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이성주(62)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에게 올해는 무척 의미 있는 해다. 영 콘서트 아티스트 오디션 1위를 차지해 미국 뉴욕 카프만 홀에서 리사이틀을 열며 국제무대에 데뷔한 지 40년이 됐고, 또 실내악 불모지인 한국에 씨앗으로 뿌렸던 현악 앙상블 ‘조이 오브 스트링스’가 20년을 맞았다. 순회 독주회, 음반 레코딩, 조이 오브 스트링스 갈라콘서트 등 다채로운 프로젝트로 올 한 해를 숨 가쁘게 지내고 있는 그가 짬을 내 오는 3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서울신문 주최 가을밤 콘서트 무대에 오른다. 그는 가을밤 콘서트 같은 공연이 클래식 문턱을 낮추는 기회라고 웃었다. “대중적인 음악회라고 편견은 없어요. 제가 연주하는 음악은 어느 무대에서든 그 자체는 변하지 않아요. 다양하게 관객들과 소통하는 무대를 꾸미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교수 또한 해설이 있는 음악회, 찾아가는 음악회를 꾸준히 기획해 대중과의 거리를 좁히며 클래식 저변을 넓히는 데 앞장서 왔다. 이번 가을밤 콘서트에서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할 예정이다. 가을밤 콘서트와 조화를 이루며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레퍼토리라는 생각에서다. 1970년대 이 교수는 국제 콩쿠르에서 국가대표와 마찬가지였다. 바이올린 경연 중에서 손꼽히는 시벨리우스 콩쿠르에서 4위로 입상했고, 또 차이콥스키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거푸 결선에 오르며 이름을 알렸다. 20, 30대에 종횡무진 국제무대를 누비다가 1994년 개원 초기인 한예종에 합류해 후학 양성에 매진해 온 지도 20년이 훌쩍 넘었다. 이 교수는 요즘 후배들이 국제 콩쿠르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유수의 교향악단 단원으로 활약하며 낭보를 전해 올 때마다 남다른 감정을 느낀다고 했다. “제가 해외에서 활동하던 시절에는 한국인 연주자들이 얼마 되지 않았어요. 고생도 많았고요. 해외에 진출하려는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줄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에 돌아왔죠.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연주자들을 키워내는 데 힘을 보탰다는 게 정말 뿌듯합니다.” 다음달 21일 조이 오브 스트링스 갈라콘서트도 무척 기다려지는 공연이다. 조이 오브 스트링스를 한국의 대표 현악 앙상블로 뿌리내리게 한 전·현 멤버들이 뭉친다. “학생들에게 연주 무대를 만들어 주고 싶어 스승과 제자 음악회처럼 시작한 게 오늘에 이르게 됐네요. 후배들이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가다 보니 누가 그러더라고요, 너는 도대체 정체가 뭐냐. 연주자냐, 교수냐, 매니지먼트냐 하고요. 호호호.” 몇 년 뒤면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정년이 성큼 다가온 것. 이 교수는 더 자유로워질 수 있다며 웃었다. “음악은 정말 끝이 없는 공부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연주에 있어서나 가르침에 있어서나 틀에 얽매이지 않고 더욱더 열린 소통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지요.”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2030년 일자리 85%는 ‘새 일자리’… ‘에듀테크’로 평생 학습”

    “2030년 일자리 85%는 ‘새 일자리’… ‘에듀테크’로 평생 학습”

    4차 산업 ‘학습 생태계’ 구축돼야 자발적 몰입 이끌어 생산성 극대화 VR 통해 현실감 있는 소셜러닝 확산 25일 열린 2017 서울미래컨퍼런스의 세 번째 세션인 ‘인생 N모작시대 인재개발’에서 연사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려면 근로자는 평생 학습에 나서고, 기업은 근로자의 자기 계발과 행복 추구를 지원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첨단 기술과 교육을 접목한 에듀테크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첫 번째 연사로 나온 에이미 라우즈 ‘러닝 위드아웃 리밋’ 전략담당 컨설턴트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사내 교육은 ‘끊임없는 학습’의 형태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평균 은퇴 연령이 높아지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93%가 평생 교육을 갈망한다”며 “하지만 사내 교육과 훈련의 부족을 이유로 근로자의 57%가 4년 이내에 그들의 직장을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고 지적했다. 라우즈는 “아울러 인공지능 혁명으로 현재 일자리의 47%가 향후 25년 내에 사라질 것이며 2030년에 존재할 일자리의 85%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 형태일 것”이라며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고 일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직원을 잘 교육해서 기업 성공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우즈는 “근로자는 학습이 자기 책임이라는 인식을 갖고 어떤 기술을 배울지 스스로 결정하고 평생 학습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며 “또 무크(MOOC·온라인 공개수업) 등 학습을 위한 최적의 자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도 직원을 상품으로 생각하지 말고 직원 중심적으로 사내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재산 피플스그룹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근로자의 가치관과 기업 성공 모델이 변화하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기업의 인사·조직관리 시스템도 바뀌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는 앞선 세대와 달리 수평적 소통을 중시하고 일과 삶의 균형에 가치를 두며 하고 싶은 일에 몰입한다”며 “이런 변화에 맞춰 기업은 근로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민감하게 반응해 그들을 행복하게 일하도록 해야 생산성이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연사로 나온 조영탁 휴넷 대표는 “교육 현장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 등을 활용한 다양한 에듀테크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교사는 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할 것”이라며 “1대1 학습이 강의식 학습보다 효과적이지만 현재 현장에서 실현하지 못한다는 현재 교육의 난제를 인공지능 로봇이 해결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조 대표는 이어 “가상현실(VR) 기술을 통해 현실보다 현실감 있는 가상 교실이 등장하고 선생님이 학생이 되고 학생이 선생님이 되는 소셜 러닝이 확산될 것”이라며 “또 15초, 30초, 1분 등 짧은 콘텐츠를 활용하는 마이크로러닝은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고 검색 중심의 콘텐츠 소비 문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미래에 적합한 인재개발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연 이후 이우영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의에서는 사내 인재개발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유선희 포스코인재창조원 글로벌리더십센터장은 “밀레니얼 세대를 채용하기 시작했는데 어떤 기준을 갖고 어떤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아야 할지 고민이 크다”며 “아울러 1대1 학습, 마이크로러닝을 통해 인재개발 시스템을 혁신할 수 있다고 하는데 비용 대비 교육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 대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재는 전문성과 인성을 고루 갖춰야 한다는데 요즘 채용 과정에서 인성을 판단할 수 있는 여러 솔루션이 나왔다”며 “지원자에 대한 빅데이터를 활용한다든지, 로봇이 지원자의 표정을 읽어 지원자의 관심사나 거짓말을 판단하는 기술은 이미 개발됐으며 발전을 거듭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최근 플랫폼이 개방되고 다양화돼 교육 콘텐츠가 자유롭게 제작·공유되면서 교육 비용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며 “또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1대1 맞춤형 사내 교육이 빠른 시일 내에 현실화될 것”이라며 강의를 끝맺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Keyword] ●자기계발 막으면 인재 놓쳐 사내 학습은 우수 인재 유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교육 과정이 단절돼 있으면 직원 만족도나 유지율이 떨어진다. 밀레니얼 세대의 직원들이 2~3년 내에 이직하는 이유 중 하나가 원하는 학습 기회를 얻지 못해서다. 직원의 자기 계발을 가로막는 회사가 좋은 인재를 놓치는 이유다.
  •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우상 박서준 “이 얼굴로 어떻게 배우를..”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우상 박서준 “이 얼굴로 어떻게 배우를..”

    ‘청년경찰’ 박서준이 대종상 영화제 신인남우상을 받았다. 25일 오후 7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54회 대종상 영화제가 열렸다. 이날 신인남우상 후보에는 김준한(박열), 민진웅(재심), 박서준(청년경찰), 변요한(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최민호(두남자)가 이름을 올린 가운데 박서준이 호명됐다. 무대에 오른 박서준은 “올 한해 ‘청년경찰’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청년경찰’은 사실 저뿐 아니라 저희 감독님, 촬영감독님, 미술감독님, 조명감독님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이 최선을 다해 만든 작품이다. 그 영광을 제가 대신 누리는 것 같아 죄송스럽기도 하고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가 1988년생, 한국나이로 서른 살이다. 좋을 나이이기도 하고 어린 나이이기도 하다. 요즘 제 어린 생각으로는 한국 영화가 굉장히 많이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발전한 이유는 명품 연기를 하는 선배님들도 있고 기술 발전도 있을 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극장을 찾아주시는 관객 여러분들이라고 생각한다. 관객 여러분께 저도 훌륭한 연기 선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박서준은 “처음 데뷔했을 땐 ‘너 같이 생긴 애가 어떻게, 너 같은 성격을 가진 애가 어떻게 배우가 되고 연기를 하겠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시대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이 시대에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리고 응원해주는 팬분들께 감사하다”고 소감을 마무리했다. 한편 신인여우상은 ‘박열’의 최희서가 수상했다. 이날 제54회 대종상 영화제는 신현준, 스테파니리가 MC를 맡았으며 TV조선을 통해 생중계되고 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현대미술을 품은 천년 고찰 전등사

    <함혜리 선임기자의 예술산책>현대미술을 품은 천년 고찰 전등사

    강화도 전등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사찰’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 불교가 전래된 시기인 서기 381년 (고구려 소수림왕 11년) 아도화상이 진종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했다. 1282년 고려 충렬왕의 비인 정화공주가 송나라에서 펴낸 대장경을 펴내 봉안하도록 하면서 옥등을 시주한 것을 기념해 ‘불법의 등불을 전하는 사찰’이라는 뜻을 지닌 전등사로 이름을 바꿔 오늘에 이른다. 전등사는 우리 민족의 역사에서도 중요한 장소로 꼽힌다. 사찰을 에워싸고 있는 삼랑성은 단군의 세 아들인 부여, 부우, 부소가 쌓았다고 전해지는 성이다. 산의 지형을 이용해 능선을 따라 축조한 성의 길이는 2300m나 된다. 고려시대에 전등사는 대몽항쟁의 근본 도량으로 팔만대장경을 판각했으며 조선시대엔 가람 뒤편의 정족산 사고에서 250년간 조선왕조실록과 왕실문서를 보관했다. 1866년 병인양요 당시엔 프랑스군을 물리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국가사적 삼랑성과 조선 중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대웅보전, 약사전, 범종, 명부전 목조지장보살삼존상 및 시왕상, 각종 탱화 등 소중한 문화유적과 문화재가 가득한 전등사는 국내 유일의 현대미술 사찰로 새롭게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1600년을 이어온 유서깊은 사찰에서 현대미술을 만난다는 것은 파격 그 자체다. 전등사에서는 2008년부터 매년 10월 삼랑성역사문화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맞춰 정족산 사고에서 매년 현대 미술특별전시를 열고 있다. ‘현대 중견작가전’이라는 타이틀로 소개된 현대미술 작가들이 지금까지 수십 명에 이른다. 그동안 수집한 현대미술 작품은 300여점에 이른다. 2012년 “21세기 시대정신이 담긴 불사(佛事)”를 자랑하며 241㎡ 규모로 신축한 무설전(無說殿)에서는 ‘국내 유일의 현대미술 사찰’ 전등사의 파격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말없이 설파한다는 뜻을 지닌 불국사 ‘무설전’에서 착안해 이름을 지은 이곳은 조성 당시부터 국내 대가들의 작품으로 법당을 꾸며 화제가 됐다.무설전의 석가모니불과 보현·문수보살 등 불상은 광화문 세종대왕상으로 유명한 조각가 김영원 홍익대 교수가 제작했다. 불상은 청동으로 불상을 만든 후 금박을 입히는 대신 자동차 도색에 쓰이는 흰색 우레탄 도료를 입혀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풍긴다. 본존불의 얼굴은 석굴암 본존불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했지만 보살상의 얼굴은 요즘 세대에게 친숙한 인상을 찾아 이미지를 부여했다. 본존불 뒤편의 후불화는 오원배 작가가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린 것이다. 오 작가는 석굴암처럼 둥근 공간에 부처님을 중심으로 가섭과 아난존자 등 십대제자를 배치한 후불화를 프랑스 유학시절 배운 정통 프레스코 기법으로 완성했다. 서양의 프레스코 기법으로 그려진 부드러운 색감과 불제자들의 친근한 표정은 보는 이를 다가서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닌다. 법당 내부의 전체 공간구성은 이정교 홍익대 공간디자인과 교수가 맡았다. 천장에 단청을 칠하지 않고 일반적인 법당에서 흔히 보는 연등 대신에 분홍색의 꼬마 연등 999개를 설치작품처럼 배치해 불교의 정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인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한다. 서운스님을 기리며 ‘서운 갤러리’라고 이름 붙인 무설전 내의 상설전시공간에서는 종교와 무관하게 전등사가 소장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번갈아 소개하고 있다. 민정기, 서용선, 곽훈, 노상균, 김태호, 문범, 한만영, 강애란, 조덕현, 문경원 등 쟁쟁한 현대미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가람의 뒤편 산길을 따라 5분 남짓 올라가다 보면 커다란 은행나무가 한 켠에 서있는 정족산사고가 있다. 조선 태조에서 철종까지 25대 472년의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을 지켜낸 곳이다. 1181책에 이르는 정족산사고본은 실록 중에서 유일하게 전책으로 남아 현대 서울대 규장각에 보관돼 있다. 조선시대 역사기록을 보관했던 역사적인 장소에서 열리는 ‘중견 작가전’이 올해로 10회째를 맞아 성황리에 열렸다. 꺾어지는 해인 만큼 많은 공을 들인 올해 전시의 주제는 ‘성찰(省察)’이다.첫회 째부터 전시기획을 맡아온 윤범모 동국대 석좌교수는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역사발전의 견인역할을 한다”면서 “역사적 장소인 전등사 경내에 조선시대 역사기록을 보관한 사고에서 현대미술 특별전시를 연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교수는 “첫 회를 시작할 때만해도 이렇게 오래 지속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았는데 열 번째를 맞게 됐다”면서 “전등사와 인연이 깊은 중견작가들을 초대해 전등사 대웅보전과 성찰이라는 두가지 주제로 신작을 발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에는 10년간 빠짐없이 참여한 오원배 동국대교수를 비롯해 강경구, 공성훈, 권여현, 김기라, 김용철, 김진관, 이종구, 이주원, 정복수 등 10명의 중견 작가들이 동참했다. 전등사의 대웅전은 아담하지만 내용은 그 어느 사찰의 대웅전 보다 충실하다. 조선시대 중기 건축으로 보물 제 178호로 지정된 대웅전의 기둥은 배흘림 기법을 보이고 있고 목조석가여래삼존불(보물 제 1785호)의 수미단과 닻집의 조형성이 탁월하다. 도편수와 마을 주모의 사랑과 배신이야기를 담은 처마밑의 특이한 조각상도 유명하다. 작가들은 대웅전의 구석구석을 답사하며 예술적 영감을 얻고 작품을 제작했다. 오 교수는 대웅전 불상의 뒷모습과 인간의 시선, 강화도의 옛 지도를 바탕으로 한 자연의 모습이 이어진 3편의 연작을 선보였다. ‘관자재’와 ‘운석’을 출품한 강경구 작가는 “수백년 간 건물의 일부로 안과 밖의 세상을 연결해 준 대웅전의 문과 우주 속의 운석처럼 막막한 세계를 떠도는 인간의 삶을 생각해 봤다”고 설명했다. 공성훈 작가는 불상 앞의 촛불 그림과 함께 무심하게 흘러가는 하늘의 구름과 시간을 품은 아침바다, 권여현 작가는 일상 속의 성찰을 표현한 ‘병목생화’와 ‘인타라망’을 출품했다. 김기라 작가는 두 개의 원형 LED로 만든 ‘광배-두개의 둥근 원’과 설치작품 ‘우리가 생각하는 그것’을 선보였다.강화에서 태어나 전등사와 인연이 깊은 김용철 작가는 대웅보전 내부에 있는 이미지를 이용해 큰 사랑을 표현한 작품을 완성했다. 김진관 작가는 대웅보전 지붕의 네 귀퉁이를 받치고 있는 유명한 나부상을 한지에 채색으로 그렸고 이주원 작가는 여의주를 한지에 그리고 LED조명을 비추는 작품을 선보였다. 푸른 밤하늘에 떠있는 달과 전등사 대웅보전을 그린 이종구 작가의 ‘대웅보전-전등사’는 보는 것 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 정복수 작가는 자신의 독특한 기법으로 불상을 재해석한 ‘불성의 초상’을 선보였다. 전통 고찰에 현대미술을 끌어들인 주인공은 전등사 회주 장윤 스님이다. 장윤 스님은 “전통적으로 불교 사찰을 조성할 때 당대 최고 장인들을 모셔다 조각과 회화 작업을 하게 했다”면서 “문화재 사찰이라고 해서 고려시대 조선시대 양식의 불상과 불화를 찍어낼 것이 아니라 새로운 작품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으로 당대 최고 작가들의 작품으로 무설전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불교가 전통만을 고집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신라와 고려의 승려들이 멀리 유학을 가서 앞선 문화를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전통을 지니고 있다”면서 “전등사도 전통사찰이지만 현대미술을 비롯해 음악회, 연극, 마당놀이 등 현대인이 좋아하는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려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화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서울광장] ‘창업국가’ 이스라엘, ‘규제국가’ 한국/최광숙 논설위원

    [서울광장] ‘창업국가’ 이스라엘, ‘규제국가’ 한국/최광숙 논설위원

    요즘 주변에 “남북이 6·25 전쟁 이후 ‘휴전 중’이라는 사실을 잊고 살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전쟁의 공포를 느낀다는 얘기다. 오죽하면 소설가 한강이 “전쟁은 안 된다”며 미국 뉴욕타임스에 작심하고 기고를 했을까. 돌이켜 보면 언제라도 전쟁이 터질 수 있는 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것은 대단한 일이다.하지만 만약 서울에 미사일이 떨어진다면 우리 경제는 어떻게 될까. 북의 도발 위협이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됐지만, 각 기업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했다는 말을 어디서도 들어 본 적이 없다. 과연 공장이 제대로 돌아갈지, 수출 길은 막히지 않을지 모든 게 의문이다.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경제가 대수냐고 할지 몰라도 우리가 피땀 흘려 만든 대한민국의 운명을 생각한다면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스라엘은 경이로운 나라다. 이스라엘은 2006년 레바논과의 전쟁에서 2000기의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그 와중에 구글 등은 이스라엘에 연구소와 공장을 건설했다. 미국 외의 다른 나라에 투자하지 않기로 유명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도 이스라엘 기업 이스카에 45억 달러를 투자했다. 이스카 공장이 미사일 사정권 안에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는 오히려 “이스라엘에 폭탄이 떨어지면 서둘러 투자하라”고 했다. 이스라엘의 경제성장률은 떨어진 폭탄량과 정비례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적의 폭탄이 많이 떨어질수록 경제성장률이 높아질 수 있나. 이스라엘이 핵보유국이고, 전 세계 유대인 네트워크가 받쳐 주는 측면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혁신에 기반을 둔 하이테크 산업이 발달했기 때문이다. 인구 850만의 작은 나라에 세계 320개 글로벌 기업이 앞다퉈 연구센터를 짓고, 기업에 벤처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이스라엘은 인공지능(AI), 사이버 보안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스타트업만 6000~7000개에 이른다. 매년 1500개가 생긴다고 한다. 가히 ‘창업 천국’, ‘중동의 실리콘밸리’라 할 만하다. 하지만 한때 정보기술(IT) 분야의 선두주자였던 우리나라는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지 못해 주춤거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우리의 차이는 ‘규제’ 여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혁신성장’을 강조하며 특정 기간에 규제를 풀어주는 ‘규제 샌드박스’ 도입을 밝혔다. 하지만 역대 정부를 되돌아보면 규제 개혁을 강조하지 않은 정부가 없지만 화려한 말잔치로 끝났다. 우리나라가 규제 개혁에 진전이 없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정부가 기존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을 적절하게 대응·조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업이 안정권에 들어선 사람들은 신산업이 등장하면 규제 장벽을 쳐서 자신들의 울타리를 뛰어넘지 못하게 막기 마련이다. 이럴 때 정부가 나서서 신산업이 길을 열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 주어야 하는데 이런저런 눈치만 보기 일쑤다. 다른 하나는 권한 축소를 우려해 규제를 틀어쥐고 있는 공무원들에게 있다. 규제가 없어지면 공무원 일자리가 없어진다. 과거 산업 진흥을 위해 소프트산업진흥법, 클라우드법, 3D프린트법 등이 만들어졌지만 애초 목적과 달리 새로운 규제를 양산하는 규제법으로 전락한 것도 공무원들 때문이다. 산업진흥법이 오히려 규제를 늘리는 희한한 나라가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새로운 산업이 꽃을 피우는 창업국가를 만들려면 기업인이든, 공무원이든 제 살을 깎는 고통을 수반해야 한다. 그 고통을 통해 새살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그게 규제 개혁이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전 총리는 “이스라엘이 성공한 것은 정책을 잘 세웠기 때문이 아니다. 정부가 간섭하지 않은 것이 국가 경영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현명한 처신으로 이스라엘은 경제성장과 안보위협을 완벽하게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의 혁신이 세계 각국의 투자를 이끌어 내고, 그런 나라들의 지지가 이스라엘의 안보를 굳건히 받쳐 주는 투자와 안보의 선순환 구조, 이게 북핵 위기 시대에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bori@seoul.co.kr
  •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적폐란 무엇인가

    [홍희경 기자의 출근하는 영장류] 적폐란 무엇인가

    촛불 1주년이다. 세상은 바뀌었다. 특히 적폐 청산의 결기는 달라진 세상을 웅변한다. 국정과제 1호인 적폐 청산 기세에 눌려 이제 나머지 국정과제가 무엇이었는지 가물가물하다. 적폐 청산 블랙홀 국면이다. 청산 성공을 바란다. 하지만 불길한 징조가 보인다. 쫓기듯 움직이는 보폭이 그렇다. 1호 과제를 완수해야 비로소 다음 99개 과제의 봉인을 뜯을 수 있다고 믿는 듯한 태도다. 선 적폐 청산, 후 국가전략 추진 기조인 셈이다. 북핵 위기니, 4차 산업혁명의 도래니 거창한 용어를 댈 필요도 없다. 미래 헤게모니의 일부라도 차지하려는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한 국면에 적시에 국가전략을 펴지 못한 국가는 도태되는 게 현실이다. 99개 과제를 마냥 후순위로 방치할 수 없다는 조바심 때문에 선결 과제인 적폐 청산은 조기 완수를 재촉받는 모습이다. 진짜 적폐가 무엇인지 숙의할 여유는 사라지고, 적폐 청산은 적폐세력 청산으로 축약된다. 만사를 특정 세력에 대한 유무죄 여부로 치환시키는 게 업무인 검찰이 키를 쥔 것도 적폐 청산을 적폐세력 청산으로 간소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세력 청산은 여론의 감정적 지지를 이끌기 좋은 소재다.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은밀한 본성, 이른바 ‘쌤통 심리’ 때문이다. 언제부터 쌓였을지 모르는 악습의 양태와 원인을 분석해 제도적·문화적 정비책을 찾는 일이 지루한 반면, 벌을 받아 마땅한 나쁜 사람에게 당해도 싼 불행을 안겨 주는 일에 속이 시원해지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다만, 한 세력이 청산되는 것을 보며 쌤통이라고 호기를 부리는 것과 실제 내 처지가 나아지는 것은 별론이다. 적폐세력 청산이 적폐 청산의 완수는 아니며, 적폐세력이 사라진 세상에 대한 청사진을 스스로 그려 내야 한다. 세력 청산을 복수라고 제멋대로 바꿔 읽는 맞은편 세력과는 타협이 불가능하다는 것 역시 세력 청산이 지니는 한계다. 적폐 청산을 감행한 측과 적폐 청산의 대상이 대립하는 구도에서 적폐 청산을 위한 제도적 개선은 요원해진다. 일제 식민지 시절 일본인들이 조선인들에게 한심하다는 이미지를 덧씌워 ‘요보’라고 비하할 때, 그 말을 반복적으로 듣던 우리 민족이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혐오의 양가 감정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했던 것처럼 비난전에 매몰되면 현실 문제 해결은 부차적인 일이 될 뿐이다. 요즘 청산 대상이 된 적폐세력은 형법상 죄를 범하기라도 했지만, 때로는 모두가 분담해야 할 책임을 떠미느라 특정 세력을 희생양 삼아 지목할 때도 있었다.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청년들을 향해 ‘요즘 애들은 도전의식이 없어’라고 별 고민 없이 매도했던 게 그 예다. 같은 시대 장년층은 (퇴직에 다가서는 징후인) 승진을 더이상 바라지 않기 시작했고, 고수익 전문직들은 월급쟁이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등 전 세대가 모험형에서 안전형으로 인생관 대전환을 도모하고 있다는 점은 놓친 채 오직 청년들만 기이하다는 시선으로 바라봤었다. 문화가 아닌 세력에만 집중하다 보니, 미래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한 우리의 대답은 점점 더 군색해지고 있다. #식민지 트라우마 #쌤통의 심리학 saloo@seoul.co.kr
  • 실컷 읽고 실컷 쓰길…책방 주인 시인의 꿈

    실컷 읽고 실컷 쓰길…책방 주인 시인의 꿈

    권하고 싶은 2000권 빼곡 31일 첫 낭독회… 책 추천도 오래 머물러 있길 바란다. 끈기 있게 읽고 쓰라고 탁자도 의자도 욕심껏 비싼 것으로 골랐다. 빨리 먹고 빨리 나가길 바라는 여느 가게들의 잇속과는 정반대의 풍경을 꿈꾼다. 그래서 간판 뒤에 심어놓은 바람도 남다르다. ‘이곳을 다녀가는 사람들에게 창작의 열기가, 훌륭한 작품이 나오길 꿈꿉니다.’도발적인 상상력으로 우리 시단에 독특한 목소리를 불어넣어 온 김이듬(48) 시인이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어오던 공간을 서점으로 꾸렸다. 고양시 일산동구에 세운 ‘책방이듬’이다. 정식 오픈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호수공원 앞에 자리한 서점은 통창으로 가을볕을 맞으며 여물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한 해에 절반은 해외에 머물며 강의하고 사람을 만나고 시를 써온 그는 왜 ‘정주’해야 하는 서점 주인을 자처했을까. “외국에 가면 남들은 미술관이나 관광지에 가는데 저는 늘 서점을 찾아다니게 돼요. 작년엔 미국에서 시집이 번역·출간돼서 미국 8개 도시를 돌며 동네 작은 책방에서 시를 낭독했어요. 그곳에서 친구 집에 놀러 오듯 자연스럽게 찾아와 문학을 즐기는 노부부, 아이를 데려온 젊은 부부, 생기 넘치는 중고등학생 등을 보며 ‘왜 우리는 삶 속에서 문학과 교감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죠.” 12평 남짓한 서점 안에는 2000여권의 책이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가운데 절반은 시집이고 또 절반은 시인의 애장 서적들이다. 떠남과 머묾을 되풀이해온 시인이 끝끝내 간직해온 희귀본들과 새로 주문한 책들이 어우러진 서가는 시, 소설, 철학, 에세이 등 분야와 주제도 다양하지만 ‘누군가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점에서는 교집합을 이룬다. 시인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책방을 모든 예술을 이야기하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싹 틔울 계획이다. 31일부터는 일산·파주에 사는 작가들이 이끄는 ‘일파만파 낭독회’가 시작된다. 파주에 사는 김민정 시인이 첫 주자로 10월의 마지막 밤을 시로 채색한다. “우리는 작가들이 마음 놓고 글 쓸 수 있는 공간이 없잖아요. 낭독회도 누가 불러줘야 하는 수동적인 행사가 됐고요. 책을 읽고 싶고 글을 쓰고 싶은 사람들이 눈치 안 보고 머물고, 내 작품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으면 스스로 낭독회를 꾸려보는 곳으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시인뿐 아니라 소설가, 희곡작가, 에세이스트, 번역가, 사진작가 등 모든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강연, 낭독회를 열어 보통 사람들에게 일상 속 특별한 이야깃거리와 생기를 불어 넣어주는 책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시인은 ‘1대1 책 처방사’로도 활약할 계획이다. 책은 읽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지 모르는 독자들이 많다는 데서 착안한 것. “등단하기 전 습작 시절 저만 해도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가 늘 절실한 물음이었거든요. 요즘 기분은 어떤지, 관심사가 뭔지 세심히 물어서 누군가에게 ‘책 여행의 동반자’로 곁을 내주고 싶어요. 그게 제가 보통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는 재능이라 생각해요.”며칠 전에는 한 동네 주민이 불쑥 들어와 글쓰기 모임은 없느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처음 보는 주민의 조언을 꼼꼼히 받아 적었다는 시인은 “동네 사람들과 함께 일기, 편지 등 글쓰기 모임도 가질 것”이라고 눈을 빛냈다. “파리만 가봐도 랭보가 드나들었던 곳, 릴케가 시 썼던 곳 등이 유명하잖아요. 누가 아나요. 책방이듬을 거쳐 간 사람이 위대한 작가가 돼서 ‘그 작가가 호수공원 옆 책방에서 10년 단골로 글을 썼대’ 소문나 명소가 될지도요.”(웃음) 글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사진 이호정 전문기자 hojeong@seoul.co.kr
  • ‘산불’ 스펙터클 창극으로 타오른다

    ‘산불’ 스펙터클 창극으로 타오른다

    극작가 차범석의 ‘산불’은 한국전쟁의 비극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한국 현대 사실주의 희곡의 정수로 꼽힌다. 배경은 1951년 겨울, 한국전쟁으로 노인과 과부만 남은 지리산 자락의 한 마을이다. 어느 날 과부 점례의 집에 빨치산에서 탈출한 젊은 남자 규복이 숨어들고 점례가 규복을 뒷산 대밭에 숨겨 주면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하지만 이를 눈치챈 이웃집 과부 사월이 규복을 함께 보살필 것을 점례에게 제안하면서 갈등을 빚는다는 내용이다.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 신음하는 비참한 인간사를 보여 준 이 작품은 1962년 초연된 이래 연극, 오페라, 뮤지컬 등으로 끊임없이 변주돼 왔다.익숙한 명작을 무대에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다 아는 이야기를 새롭게 전달하는 방법은 ‘낯설게’ 포장하는 것. 창극이란 옷을 입고 ‘산불’이 다시 무대에 오르는 이유다. 국립창극단은 25~29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신작 ‘산불’을 올린다. 기존 작품들이 원작을 충실하게 따랐다면 이번엔 요즘 관객들의 공감을 얻기 위해 연출, 무대, 음악 등에서 현대적 각색에 공을 들였다. 창극에 처음 도전하는 연출가 이성열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보다는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는 전쟁이라는 보편적인 상황 속에서 꿈틀대는 인간의 욕망과 본능에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이 연출가는 “워낙 사실주의의 대표 격으로 이야기되다 보니 너무 정형화됐던 측면이 있었는데 보다 표현적으로 재해석하는 데 의미를 뒀다”면서 “마침 창극은 소리와 노래로 하는 장르이다 보니 인물들의 보편적 비극을 극적으로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극본을 맡은 최치언 극작가는 시대를 넘나드는 액자식 구성을 도입해 서사에 입체감을 더했다. 원작에서는 1951년 겨울부터 1952년 봄까지를 배경으로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1965년 점례의 시어머니 양씨가 죽어서 점례와 종남 부부가 장례를 치르러 돌아온 고향에서부터 시작해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이다. 까마귀들, 죽은 남자들, 점례의 남편 종남과 같은 원작에 없는 새로운 인물을 배치해 재미와 볼거리를 더했다. 특히 원작에서 강조한 이데올로기 대립은 두드러지지 않는다. 대신 전쟁이라는 극한적인 상황에 내몰린 인간들의 비극적인 사랑을 이야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눈여겨볼 만한 부분은 대형 뮤지컬 못지않은 스펙터클한 무대다. 등장인물만 해도 50여명에 달한다. 무대 디자이너 이태섭은 지름 16m의 거대한 회전무대 위에 진짜 대나무 1000그루를 심어 대나무숲을 만들었다. 무대는 보통 초가집들을 품은 작은 마을이었다가 회전하면 대나무숲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점례와 규복의 밀회 공간이자 사월과 규복의 욕망이 꿈틀대는 장소로 변모한다. 무대 왼편에 설치된 실제 크기와 비슷한 대형 폭격기는 전쟁으로 인한 상흔을 암시한다. 음악 역시 파격을 꾀했다. ‘부산행’, ‘곡성’, ‘암살’ 등 영화부터 무용, 연극, 음악극까지 다양한 장르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선보여 온 작곡가 장영규가 맡았다. 창극에 처음 참여한 장 작곡가는 애절한 정서의 음악을 주로 사용한 기존 창극과는 달리 배우들의 목소리가 돋보이도록 악기 사용을 배제하고 최소한의 미디 음악만을 사용했다. 장 작곡가는 “기존 판소리와 토속 민요를 분절하고 재조합하는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었다”며 “국립창극단만이 할 수 있는 음악을 보여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작곡뿐 아니라 대나무숲으로 둘러싸인 마을에서 들을 수 있는 바람소리, 활활 타오르는 불의 소리 등 효과음까지 직접 창작해 관객들을 극 속으로 깊숙이 이끌 예정이다. 관람료는 2만~7만원.(02)2280-4114.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초대형 패스파인더와 떠나는 늦가을 ‘차박’

    초대형 패스파인더와 떠나는 늦가을 ‘차박’

    2260ℓ 트렁크 잠자리 변신 견인 장치로 요트 등 운송 가능 캠핑의 계절인 가을에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보러 자동차 대리점을 찾는 아빠가 늘어난다. “아이들과 같이 캠핑을 하기엔 차가 너무 좁다”는 그럴듯한 핑계도 댈 수 있는 시즌이다. 이동부터 운송까지 캠핑족에게 SUV는 없어서는 안 될 여행장비다. 특히 요즘에는 넓은 실내 공간을 이용해 텐트 없이 차에서 잠을 자는 ‘차박’(車泊)도 유행이다.한국닛산이 지난달 선보인 ‘패스파인더’ 4세대 부분 변경 모델은 캠핑족에게 추천할 만한 대형 SUV다. 동급 최대 크기로 공간 활용성도 탁월하다. 차의 길이, 높이, 폭 모두 동급 대비 최대 공간을 자랑한다. 2열과 3열 시트를 모두 평평하게 접으면 425ℓ였던 트렁크 용량이 5.3배인 2260ℓ까지 늘어나 부피 큰 캠핑용품은 물론 산악자전거도 실을 수 있다. 짐을 치우면 전체가 편안한 잠자리로 변한다. 차량 지붕 위에 설치하는 ‘루프탑 텐트’나 트렁크를 열고 차량 뒤쪽 공간을 연결해 쓰는 ‘트리퍼’를 이용하면 바로 차박용 캠핑카로 쉽게 변신한다. 캠핑 트레일러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도 유용하다. 차 뒤에 트레일러를 달려면 견인(토잉) 장비가 반드시 필요한데, 신형 패스파인더는 동급 경쟁 모델 가운데 유일하게 견인 장치를 장착하고 있다. 최대 2268㎏ 무게의 캐러밴과 소형 요트까지 연결할 수 있다. 기본 사양으로 제공되는 지붕 선반에는 자전거나 루프백을 간편하게 실을 수 있다. 4세대 패스파인더는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돼 정확한 핸들링과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제공한다. 기상 및 도로 조건에 따라 스위치를 돌리는 것만으로 3가지 드라이빙 모드(도심·자동·오프로드)를 선택할 수 있다. 또 속도에 따라 운전대의 무게가 똑똑하게 달라지는 것도 장점이다. 가파른 언덕길에서 출발할 때 차량이 뒤로 밀리는 현상을 방지하는 ‘힐 스타트 어시스트’ 기능을 통해 안정성도 더욱 높였다. 가격은 5390만원이다. 유영규 기자 whoami@seoul.co.kr
  • 신동진 “배현진 공으로 맞혔다가…” 양치대첩 이은 ‘피구대첩’ 재언급

    신동진 “배현진 공으로 맞혔다가…” 양치대첩 이은 ‘피구대첩’ 재언급

    신동진 아나운서가 배현진 아나운서와 관련된 일화 ‘피구대첩’을 23일 재언급했다.신 아나운서는 이날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피구대첩이라고 최근에 알려졌다”며 말문을 열었다. 신 아나운서는 “2012년 저희가 170일 파업을 하고 한 1년 후에 아나운서국을 다시 돌아갔다”며 “분위기가 뒤숭숭하니까 아나운서국 차원에서 약간 화합의 체육대회를 열었다. 그 중의 게임 하나가 피구게임을 한 거다. 저쪽에서 편성제작 본부장이 저에게 토스를 했는데 앞에 들어가 있는 사람을 제가 맞혀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앞에)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그중에 1명이 배현진씨였다. 딱히 배현진 씨를 일부러 타깃으로 삼았던 건 아니고 앞에 눈에 띄어서, 배현진씨를 굳이 피해서 다른 사람 맞힌다는 게 부자연스러워 배현진씨 다리를 그냥 살짝 맞혔다”며 “그런데 순간 일순 좀 이상한 분위기, 어색한 분위기. 왜냐하면 그때 배현진씨를 좀 사측이 보호하고 감싸는 이런 분위기였다”고 설명했다. 신 아나운서는 “일부러 맞혔던 건 아니고 게임 차원에서 맞혔는데 결과는 맞히고 나서 일주일 있다가 제가 또 부당전보가 났다”며 “주조정실 MD로 발령이 또 났다. 정기 인사철도 아니고 저만 콕 찍어서 발령이 난 거다. (아나운서) 업무랑 전혀 상관성이 없고 또 아주 정말 엉뚱한 주조정실로”라고 말했다. 신 아나운서는 “그때는 전혀 그 사건하고 연결지어서 생각을 못 했는데 요즘에 보면 양치사건도 있고 이런 저런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일들이 하도 많이 벌어졌다”며 “(정확한 발령 사유는) 당사자들이 얘기를 안 한다. 그때 왜 부당전보 됐느냐, 당시 신동호 국장한테 제가 물어봤더니 아주 고압적으로 ‘우리는 그런 거 알려주지 않는다’고 그러더라”며 의심을 제기했다. 앞서 양윤경 MBC 기자는 배 아나운서에게 “물을 아껴쓰라”고 훈계한 뒤 부당한 인사 발령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양 기자는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배현진씨가 물을 틀어놓고 양치질을 하고 거울도 보고 화장도 고치고 해서 배씨에게 ‘너무 물을 많이 쓰는 것 같은데 잠그고 양치질을 하라’고 지적한 적이 있다”며 이에 배 아나운서가 ‘양치하는데 물 쓰는 걸 선배 눈치를 봐야 하느냐’고 답하면서 언쟁이 오갔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양 기자는 출근하자마자 배 아나운서와 있었던 ‘일’에 대해 윗선으로부터 경위서를 요구받았으며, 비 제작부서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양 기자와 배 아나운서의 사건은 ‘양치대첩’이라는 이름으로 화제를 모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한경록 “크라잉넛 22년…나홀로 색깔 궁금했어요”

    한경록 “크라잉넛 22년…나홀로 색깔 궁금했어요”

    결코 나이 먹지 않을 것 같았던 펑크록의 피터 팬이 어느덧 마흔이다. 느닷없는 나이 이야기에 “정신 연령은 열여덟”이라며 껄껄 웃는다. 인디음악의 산실 홍대 앞의 터줏대감 밴드 크라잉넛의 한경록(베이스)을 만났다. ‘숫자상’으로 기성세대에 편입되고 있는 기분이 어떨까. “나이 들어 좋은 것이 있다면 시야가 넓어졌다는 점이에요. 감정을 그대로 분출하기보다 조금 떨어져서 바라볼 줄 아는 경험과 여유가 생겼죠. 물론, 꼰대스러워지는 것을 가장 경계하죠. 조금 알고 있다고 어린 친구들에게 훈장질하려고 하지는 않아요.”25일 그가 솔로 앨범 ‘캡틴락’을 낸다. 22년째 함께 달리고 있는 크라잉넛 멤버 중에서 처음이다. “한경록으로 산 것보다 크라잉넛으로 살아온 게 더 길어졌어요. 앞으로도 함께하겠죠. 그런데 너무 오랫동안 크라잉넛이다 보니 나 혼자면 어떤 색깔이 나올까, 문득 궁금해지더라고요.” 씨티알사운드 대표 황현우와 공동 프로듀싱한 이번 앨범은 멋 부리지 않고 최대한 덜어내려 했다. 그렇게 열 트랙에 로큰롤에서부터 왈츠, 스카, 레게, 폴카, 컨트리, 디스코, 포크를 버무렸다. 기타 연주에 오토바이 질주 느낌을 얹은 정통 록앤롤 ‘캐찹스타’(Catch up! Stars)와 ‘모르겠어’, ‘알 파치노’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흥겹고 부드러운 노래들이다. 음악 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려고 하기보다는 조금 더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집중했다. “그동안 조금 축축한 곳에 있었다면 이번엔 밝은 쪽으로 걸어나가 보자고 생각했어요. 20대 때는 반항, 분노, 허무함이 많았고, 30대 들어서는 세상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다가 이제서야 희망적으로 꿈을 찾아가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오히려 지금이 제가 청년 같다는 느낌이죠.” 타이틀 ‘캐찹스타’가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한경록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곡이다. ‘가만 있으면 꿈도 꾸지 마, 저 하늘의 별 잡히지 않아 고개를 들어 주먹을 쥐어봐 주사윌 던져 모든 걸 걸어’라고 노래한다. ‘모르겠어’에서는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가만히 있지 말고 진실을 알기 위해 외치고 행동하자고 소리친다. “무엇을 하든 일단 시작하면 절대 늦은 게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저도 이렇게 해냈으니 너도 할 수 있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요. 특히 또래 친구들에게요.” 이번 솔로 앨범에는 자신의 생일을 홍대 명절인 ‘경록절’로 만들 정도의 화려한 인간관계가 오롯이 담겨 있다. 더 모노톤즈의 기타리스트 차차(차승우)와 갤럭시익스프레스의 보컬 박종현, 씨티알사운드의 황현우 등 홍대 동료 30여명이 참여했다. 최근 ‘모르겠어’ 뮤직비디오를 찍을 때는 60여명이 출동해 왁자지껄한 현장을 만들었다. 그동안 뿌렸던 술값들이 효과를 발휘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졌더니 씨익 웃는다. “계산에 밝지는 않은데 적어도 제가 술 산 것보다는 더 많은 것을 이번 작업을 통해 받았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껴요. 빌딩 몇 채보다 더 가치 있는 앨범이라고 생각합니다.”솔로 프로젝트를 위해 자신의 별명을 딴 회사 캡틴락컴퍼니를 차려 해볼 수 있는 것은 모두 다 해봤다. “캡틴락컴퍼니를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의 아티스트들을 위한 문화 허브로 만들어 보고 싶어요. 요즘 홍대가 변해도 많이 변했어요. 유흥도 좋지만 문화가 있는 유흥이 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계획이 정말 거창하네요. 아직 사무실도 없는데요. 하하하.” 글 사진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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