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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두 가지 방식/김성곤 논설위원

    [서울광장]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두 가지 방식/김성곤 논설위원

    비판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다. 직설적으로 “잘못됐다”고 하는 경우도 있고, “총론은 좋은데 각론이 문제다”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다. 드러내 놓고 “경제가 이 지경인데 무슨 놈의 포용성장이냐”는 비판은 직설적이다. 반면에 “포용성장은 좋은데 소득주도성장이나 주 52시간 근무 등의 과속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경우도 있다.얼마 전 여권의 한 인사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나는 당신네 정책이 싫소’라는 직설적인 비판이 낫다. ‘포용성장은 찬성하지만…’으로 시작되는 ‘비판적 지지’로 포장된 경우는 정말 얄밉다”고 털어놓았다. 동의할 수는 없었지만, 그의 기준으로 보면 필자는 욕먹어도 싼 후자에 속한다. 전 세계는 지금 소득 불평등 해소가 화두다.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와 게이브리얼 주크먼 UC버클리 경제학 교수 등 세계 저명한 경제학자 100인이 펴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18’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민소득(NI) 중 상위 10% 소득자에게 돌아가는 몫은 유럽 국가는 37%, 중국은 41%, 러시아는 46%, 미국과 캐나다는 47%, 중동은 61%라고 한다. 우리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3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소득 하위 20%의 소득은 131만 8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7%가 줄었지만, 상위 20%(973만 6000원)는 8.8%나 증가했다. 어느 나라나 불평등은 존재하고, 국가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쓴다. 경제학자들에게도 이 문제는 숙제다. 그렇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이나 포용성장도 세계적 흐름인 셈이다.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법은 명쾌하다. 세금을 더 걷는 것은 기본이다. 누진세나 종합부동산세, 최근 거론되고 있는 국토보유세 등 자산세는 그 가운데 하나다. 진보학자들은 나아가 교육과 정규직 등 양질의 일자리에 기회균등이 해답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효과가 쉽게 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수십 년 쌓여 온 불평등을 하루아침에 해소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등 3축 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문 대통령은 누차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같이 가야 한다고 했지만, 최근 들어 공정과 소득주도성장으로 대표되는 포용성장만 눈에 띈다. 혁신성장은 그냥 구색 맞추기용으로 비쳐진다. 기업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을 요구하며 소득주도성장에 동참하라는 목소리도 잠잠해졌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교체가 결정된 뒤로 이런 현상은 더 심화되는 느낌이다. 현장 곳곳에서는 “힘들다”는 소리가 나온다. 규제도 많고, 기업의 의욕을 꺾는 일들은 하루가 멀다 않고 벌어지고 있다. 노조는 자기 소속 근로자를 고용하라고 공사장 통로를 막아 버리는가 하면, 회사 임원을 상대로 폭력도 휘두른다. 이런 판국에 전 정권 때부터 미뤄져 온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재편은 언감생심이다. 미국 GM처럼 미래차에 투자하기 위해 1만 7000명을 줄이는 일은 우리 사회에서는 기업이 망하기 전에는 볼 수 없는 현상이다. 많은 이들이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지역·노사·내외국인 간의 경제민주화와 소득불평등 해소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독일형 사회적 시장경제’와 흡사한데 기업 하기는 훨씬 어렵다고 한다. 기업이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성과물에 대해서는 세금을 거두면 되는데 그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규제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혁신성장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등 4차 산업 관련 기업들을 육성해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이다. 그런 규제완화도 목소리만 크고 제자리걸음 중이다. 김대중 정부 때 벤처 붐이 있었다. 신기술을 내세우며 희대의 사기극도 있었지만, 그때의 자유로운 분위기가 오늘날 한국을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이끄는 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면 “하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질 수 있다”는 조바심이 엿보인다. 하지만 포용성장으로 가는 데 너무 원칙만 따져서 될 일은 아니다. 포용성장을 위해서라면 제3의 길도 택할 줄 알아야 한다. 원칙만 고집하다가 포용성장 자체를 죽이는 ‘교각살우’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대놓고 하는 비판이든 에둘러 하는 비판이든 어떤 비판도 새겨들어야 한다. 대통령도 정부 각료들에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독려할 게 아니라 대통령 스스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sunggone@seoul.co.kr
  • “그는 형 같았고 아버지 같았다”

    “그는 형 같았고 아버지 같았다”

    “1년간 감독님이 선수단에게 언성을 높이는 건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김민(36) SK 구단 매니저는 29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 내에 위치한 트레이 힐만 전 감독의 사무실에서 그를 이렇게 회고했다. “선수들이 실수했다고 판단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의견을 솔직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화를 내지 않았다. 지적을 할 때도 ‘다음에는 이렇게 해보자’며 긍정의 말로 마무리하곤 했다”고 전했다. 힐만 감독이 자주 사용하는 한국말은 ‘미안’, ‘괜찮아’, ‘문제없어’였다고 한다. 자신이 잘못했을 때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미안’이라고 말하며 사과하고, 선수나 코칭스태프가 힘들어할 때는 먼저 긍정의 언어를 건네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렸던 것이다. 김 매니저는 “시즌 중에 팀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먼저 스피커를 들고 선수 라커룸에 들어가서 직접 노래를 부르면서 힘을 북돋우려 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힐만 감독은 선수들이 침울해져 있을 때면 ‘부정적 생각을 한 번 한 다음에는 곧바로 긍정적 생각을 세 가지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해서 빛을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고 김 매니저는 해석했다. “미국에서 가족이 스낵류를 보내오면 그냥 혼자 먹지 않고 꼭 구장으로 가져와서 코칭스태프에게 나눠줬고, 감독실에서 코칭스태프 회의가 있을 때면 늘 본인이 직접 커피를 내려 대접했다”고 소개했다.김 매니저는 올해부터 힐만 감독의 통역을 맡아 시즌 중에는 하루 10시간씩 동행한 힐만 감독의 ‘마우스 피스’라 불렸다. “감독님과는 요즘도 매일 사소한 연락을 주고받는데, 어제는 뒤뜰에 있는 풍경 사진도 찍어서 메신저로 보내주셨다”고 했다. 이어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뒤 기자회견 도중에 힐만 감독님이 등을 토닥이면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났다”며 “돌아가기 전 감독실에서 함께 짐을 싸면서도 서로를 안아 주며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다”고 말했다.김 매니저는 ‘힐만 감독의 리더십’에 대해 “보통 프로 스포츠 사령탑은 선수들에게 강한 이미지로 남으려 노력하는데, 꼭 그럴 필요는 없겠구나 하고 느끼게 한 게 힐만 감독이었다”면서 “때로는 아버지 같고, 때로는 형제 같은 느낌의 감독이었다”고 그를 정의했다. 올 시즌 SK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힐만 감독은 병환 중인 노모를 봉양하기 위해 이번 시즌을 끝으로 2년간의 한국 생활을 정리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뉴스 in] 포르투갈 리스본·포르투의 ‘로망’

    [뉴스 in] 포르투갈 리스본·포르투의 ‘로망’

    로망을 넘어 사람을 달뜨게 만드는 여행지가 있다. 남유럽 끝자락의 포르투갈도 그중 하나다.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요즘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잔잔한 파두(민속음악)가 흘러나오는 리스본의 골목길을 지나 대항해시대의 기억이 그대로 박제된 포르투까지, 맛있는 에그타르트 하나 들고 포르투갈 여정에 나선다.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북한 개방되면 월드옥타 회원들이 北제품 전세계로 수출...이런 날이 빨리 오길”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북한 개방되면 월드옥타 회원들이 北제품 전세계로 수출...이런 날이 빨리 오길”

    하용화 신임 월드옥타 회장이 말하는 취임 각오“북한에 대해서는 우리 한인 무역인의 할 일이 아주 많을 겁니다. 지금도 합법적인 범위에서 북한과 생활필수품 교역을 하는 우리 교포들이 많습니다. 북한이 개방되면 국가나 대기업이 주도하는 중공업이나 큰 규모를 빼고 가내 수공업 내지 경공업 분야에는 우리의 역할이 자주 클 겁니다. 우리도 여기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 일하는 분들을 통하면 북한 내부 소식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기대나 역할에 비해 우리 조직이 너무 과소평가돼 있어 안타깝습니다.”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74개국 146개 도시에 지회를 두고 있는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의 하용화(62) 신임 회장의 포부다. 그는 지난달 월드옥타 회장으로 뽑혀 11월 1일부터 2년 임기가 시작됐다. 세계 금융의 ‘전쟁터’인 미국 뉴욕에서 굴지의 보험중걔회사인 솔로몬 보험그룹을 이끌고 있다. 회사 창립 25주년 행사를 미국 프로야구 뉴욕 메츠 홈구장 경기를 스폰서하면서 성황리에 열기도 했다. 지난달 말 경남 창원에서 열린 제23차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석차 귀국한 하용화 회장은 빠듯한 일정 속에서 출국 직전 가까스로 인터뷰에 응했다. “1986년 영어 공부하고자 도미70군데 원서 넣어도 취업 실패7년간 가방들고 나가 보험 팔아곰팡이 피는 반지하서 생활했죠” 그는 “뉴욕에서 기업을 운영하며 먹고 살만하고, 월드옥타 회장까지 됐으니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맞습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제 이름이 ‘물하(河), 용용(龍), 될화(化)’이니 개천에서 용 났다는 말이 이름대로 증명됐지요.” 그의 고향은 충남 부여군 세도면으로 ‘오지’로 치부된다. 경기대를 마치고 ‘영어 회화’를 익히고자 미국으로 넘어갔다. “안병욱 교수님의 특강을 들었습니다. 21세기에 살려면 세 가지 즉 운전면허, 컴퓨터, 영어회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영어회화 한 3개월 하면 될 줄 알고 1986년 1월 미국에 넘어왔는데…. 남들은 1년 반 만에 마치는 MBA를 4년이 걸렸습니다. 그게 지금까지 이어졌으니.” ‘어떻게 미국에서 사업을 크게 일구게 됐느냐’는 질문을 던졌더니 하 회장은 잠시 뜸을 들였다. “1986년 미국에 올 때 아무 연고도 없었습니다. 롱아일랜드대학에서 MBA를 마친 한국 동문 대다수는 한국에 들어갔습니다. 한국 경기도 좋았고.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등 집안 형편상 돌아가지 못하고 …. 입사원서를 미국 회사 70군데에 넣었습니다. 영주권이 없으니 다 떨어지고, 마지막에 보험회사에서 ‘일 해보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열심히 일해 성과가 좋으면 ‘그린 카드’(영주권을 지칭)를 받게 해주겠다고 하면서. 그래서 들어가 일한 거지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겁니다.”“1992년 설립한 솔로몬보험연간 1억달러 수신고 기록‘100대 중개사’ 진입 목표동남아인 보험가입 권유하면?” 미국에서의 사업 성공 비결을 묻자 그는 “처음엔 한 7년 동안 가방 들고 한인들을 찾아다녔습니다. 보험을 팔았던 거죠. 사람을 많이 알게 되고, 바닥을 다졌습니다. 그러나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의 한계는 분명하죠. 그래서 유대인, 팔레스타인인, 이탈리아인, 중국인 등 국적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녔습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죄송하지만, 한국에서 동남아 출신 사람이 찾아와 ‘보험 가입하라’고 하면 들겠습니까. 미국은 그게 가능한 나라입니다. 아시아인인 이 얼굴로 가능합니다.” 그의 회사는 직원 70여명 정도지만 연간 수신액이 지난해 기준 1억달러(한화 1126억원 상당)를 넘었다고 한다. 직원당 약 15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을 한 셈이다. 미국에 보험 중개사가 수십만개 회사가 있지만 그는 회사를 ‘100대 중개사’에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다. 회사 직원의 절반 이상이 비(非)한국인, 수신고를 올리는 이들의 95%가 미국인이다. 지난해 5월 창립 25주년 기념행사를 뉴욕 메츠 홈구장인 플러싱에서 가진 것과 관련해 하 회장은 ‘쿨’하게 이야기 했다. “예약만 하면 다 가능합니다. 시구도 할 수 있고요. 직원들 사기는 굉장히 올라갔습니다.” “버핏, 5만달러 주면서 만찬 초청주빈 테이블서 농담도 교환버핏, 돈 잘 쓰는 철학 보여줘다양한 사람 만나는 게 버킷리스트” 초창기 미국 생활을 이야기해 달라는 말에 하 회장은 “보험 가입하라고 명함을 건네면 그 자리에서 제 명함을 쓰레기통에 넣는 사람도 봤습니다. 곰팡이 핀 반지하에서 살기도 했고 …. 처음엔 한인들을 중심으로 만났지만 나중에 세계 각국의 사람을 다 만났습니다.” 그러다 1992년 솔로몬보험 회사를 설립했다. 그 회사가 성장해 미국 재계가 주목하게 되면서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런 버핏(88)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2015년 6월 하 회장에게 5만달러(약 5600만원)를 주면서 만찬에 초청하기도 했다. 버핏은 기업공개(IPO)를 하지 않은 보험회사를 소유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손꼽히는 중개사 최고경영자(CEO)이자 뉴욕한인회장이었던 그를 초대한 것이었다. ‘워런 버핏 회장과의 만남 뒷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자 하 회장은 “버핏 회장과 한 테이블에 앉았는데, 금언이 되는 말씀을 들려 주셨습니다. 버핏 회장은 자신의 버킷리스트 첫 번째로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것을 꼽았습니다. 기업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음미해볼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언이 필요할 때 누구를 찾느냐’고 질문하니 그는 ‘당신보다 나은 점이 있는 사람과 어울리고 그 사람의 좋은 점을 닮으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들려줬습니다. 자신은 사람을 만나는 것, 특히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첫번째 버킷리스트이고, 거래가 크면 클수록 만족도가 높아진다며 직접 투자하는 것을 권했습니다. 취직하면 처음엔 다른 사람을 위해 돈 벌어주고, 다음엔 다른 사람이 나를 위해 돈을 벌어주지요. 마지막엔 돈이 돈을 벌어들입니다. ” ‘기부 왕’인 버핏 회장은 돈을 쓰는 철학에 대해서도 하 회장이 전해줬다. “버핏 회장은 ‘돈을 버는 건 자신 있지만 돈을 잘 쓰는 것은 어렵다’고하더라며 돈을 잘 쓰는 사람에게 자신의 재산을 줄 수도 있다고 하더군요. 그가 말하는 돈을 잘 쓰는 것은 경로당이나 고아원 같은 불우이웃 시절에 거액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쓰면서도 세상을 더 좋게 바꾸는 것’이라고 하 회장은 나름대로 해석했다. 그런 결과로 버핏 회장은 5개의 비영리 재단을 만들었다고 봤다.하 회장은 버핏을 만나면서 만찬 비용을 낸 것이 아니라 “인센티브로 5만달러를 받았다”고 자랑스럽게 그리고 살짝 말했다. “초청을 받은 저는 왕복 항공권과 숙박권뿐만 아니라 그가 소유한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의 백화점 상품권도 받았습니다.” 매일 신문 6~7개를 읽는 버핏 회장은 또한 유머가 굉장히 뛰어났다고 그는 기억했다. 그가 들려준 유머다. “내 친구 존이 귀가 안 들린다고 이야기하길래 내가(버핏이) 친구랑 같이 주치의를 찾아갔지요. 병원 의사는 나랑 친구를 몇 걸음 떼어 등을 돌리고 서 있으라고 한 뒤 나에게 궁금한 것을 친구에게 물어보라고 했어요. 내가 ‘GM 주가 어떻게 돼?’를 여러 번 갈수록 큰 소리로 외쳤던 겁니다. 아무 소리도 안들려 의사에게 ‘친구 존이 정말로 귀가 먹었나보다. 내가 큰 소리로 몇 번이나 물었는데도 답이 없다. 큰일이야.’고 하자, 의사는 ‘사도 괜찮다며 친구는 다 답을 했다.’라고 했죠. 하하. 실제로 대화해보니 버핏 회장은 잘 듣고, 대답도 잘 하시더라고요.” 그는 재외동포 중심의 경제단체인 월드옥타가 그 역할에 비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며 옥타 위상의 재정립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해외 750만 동포의 경제 중심 단체로서 모국과의 동반성장을 추구하고, 4세대까지 내려간 동포들에게 정체성을 일깨우고 무역실무를 가르치는데 방점을 찍겠다고도 했다. “지난달 창원에서 열린 행사에서 수출 계약금이 6200만달러(약 700억원)였습니다. 수출대국 한국에선 ‘그게 무슨 큰 도움이 되겠느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한 번도 수출해보지 못한 작업 기업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수출이라는 큰 발을 내디딘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에 대해서도 중국이 처음 개방했을 때 전세계 화상(華商)들이 중국 물건을 보따리 장사로 수출했던 것처럼 머지않아 월드옥타 회원들이 한상(韓商)으로서 북한 제품을 수출할 것이란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청와대에 최근 이와 관련된 조직을 정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한 제품을 우리가 수출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우리 월드옥타 회원들은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그가 장밋빛 성공 가도만 달렸을까. 참척(慘慽)의 고통에 대해서도 되풀이되지 말자는 뜻에서 담담히 털어놨다. “처음엔 누구나 그렇듯이 남들에게 알리지 않고 숨겨 가족끼리만 (장례를) 하려고 했죠. 그래서 실명 대신 ‘H’씨로 보도됐는데 뉴욕지역의 유력 신문이 ‘전 뉴욕한인회장의 딸 투신 자살’이라고 1면 톱으로 보도한 거예요. 그 신문 사장과 ‘x새끼, x새끼’하고 전화로 싸워봤자 이미 다 터져버린거죠. 어쩔 수 없이 빈소를 차리니 조문객이 1200명이 오신 거예요. 부의금이 10만달러였는데 이를 어쩔까 고민하다 3개월이 지나 조문객들을 모아 논의했지요. 그때 마음의 병도 생명을 다투는 병이니 경각심을 주자는 의견이 모였고 그래서 2014년 딸의 이름을 따서 정신건강 비영리단체인 ‘에스더 하 재단 설립했습니다. 자살이나 우울증과 같은 심리 문제에 대해 상담과 소통, 치유 등 힐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울증에 적절한 치료를 병행하지 않고 운동과 햇빛이 좋다는 인터넷 이야기는 미친 짓이란 걸 절절이 깨달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딸 죽음 불행에이름 딴 ‘에스더 하 재단’ 설립한류 열풍에 동포들 자긍심 높아해외 우리 유물 알기 운동도 계획” 이 재단을 만들고서도 뒷말이 많았단다. “재단을 알려야겠기에 처음엔 ‘아이와 사연’ 있는 한국 가수들을 초청해 공연도 했지요. 그랬더니 ‘딸을 팔아서 가수 부른다’고 수군수군했습니다. 이젠 많이 알려졌고, 많은 이들이 재단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어 더는 가수들을 초청하지 않습니다. 또 재단에 연간 20만달러 정도 소요되는데 제가 절반쯤 냅니다만, 재산을 빼돌리려고 재단을 만들었다는 등 뒷말들이 많았는데, 이젠 조용해졌습니다. 진심이랄까 진정성이 통했던 거죠. 지난달 25일엔 뉴욕의 그레이터플러싱 상공회의소로부터 ‘동네 영웅(Neighborhood Hero) 상을 받았습니다.” “딸 아이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다”고 하자 하 회장은 “처음엔 지옥이었습니다. 사회생활에 무척 바빴던 저는 가정에 소홀했다는 회한, ‘머리가 이상하다’는 딸의 말을 무시하고 강하게 푸시했던 무지, 서로 ‘당신 탓’이라며 원망과 비난으로 끝없는 부부 싸움, 학교를 그만두고 술만 마시며 나이트클럽만 전전한 딸, 아무런 말도 않고 안으로만 들어갔던 아들 … 모든 게 엉망이었고, 가정이 풍비박산이 났죠. 이런 것을 극복하는데 기독교 신앙의 힘이 컸죠. 부의금을 재단의 시드머니로 삼았습니다. 재단을 잘 운영해 한 명의 목숨이라도 건지는 것이 21살, 대학교 2학년 때 간, 가슴에 묻은 딸을 기리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의 가족의 상처를 다시 건드릴까봐 쓰지 말까 생각하다 비슷한 고통에 처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자 해서 기사화했다. 그도 이런 부분을 기사화하는데 동의했다). 그리고 이같은 그의 아픔과 치유 스토리는 미국 보이스오브아메리카(VOA)에 ‘딸의 이름으로’라는 제목으로 지난 9월 29일 심층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애국가만 들어도 눈물이 나는” 해외 동포들이 요즘엔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다고 한다. 방탄소년단(BTS)으로 대표되는 K-팝과 한국 음식, 한국 문화 등 한류 열풍에 힘입은 것이다. “한국 문화가 세계화되면서 현지에 있는 우리 문화재 내지 유물에 관심도 높아진 거죠. 당장 무슨 환수운동을 벌인다기보다는 우리 유물이 어디에 어떤 게 있는지 파악하고, 현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그 문화재가 한국 것이라고 후세들에게 알려주는 거죠. 그런 것을 통해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고, 정체성도 일깨워주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해외 동포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되면 그곳에 있는 우리 문화재를 다시 한번 찾아가보고 조사해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해외 취업 ‘전쟁터’라는 각오로아이들 연약하게 키운 부모 책임” 한국의 실업률과 관련해 그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하 회장은 “청년들이 국내에서 취업이 어려우니 외국에 눈을 돌리는데, 그게 해외는 도피처가 아니라 ‘전쟁터’라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전쟁터에 나간다는 마음의 각오를 다져야 합니다.”고 말하며 잠시 쉬었다. “한국 청년들, 소위 말해서 스펙은 무척 좋습니다. 자격증도 많고 토익 점수도 900점대로 아주 높고…. 그러나 인재를 뽑는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것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 도전적이고 진취적이거나 아주 특이한 분야를 전공한 사람을 찾습니다. 특히 해외에서 취직을 하겠다고 하면 환상을 깨야 합니다. 미국만 해도 전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전쟁터입니다. 우리 청년들이 영국·일본 등 선진국만 찾습니다만 이런 나라에는 야심만마난 전세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나라입니다.”하 회장은 쓴소리를 이어갔다. “한국의 부모가 자녀를 연약하게 키운 책임이 큽니다. 자라면서 손에 물 한 방울 묻히지 않은 아이들이 험한 데서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베트남의 경우 하루가 다르게 성장합니다. 몇 년 열심히 투자하면 저보다 몇 배나 더 큰 부를 일굴 수 있을 겁니다. 베트남 등 동남아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우리 청년들이 한국보다 잘 사는 나라, 좋은 기업, 많은 연봉을 주는 곳만 찾으니 이런 나라에 갈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류 열풍에 한국 문화에 대한 수요가 무척이나 많습니다. 한국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 호텔리어, 헤어·의상 디자이너 등등에 수요가 아주 많습니다. 행운이라는 것은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만났을 때 생기는 것이지 하늘에서 곶감 떨어지듯 하는 건 아닙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무역전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중국의 돼지들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무역전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중국의 돼지들

    중국 돼지들이 ‘무역전쟁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상품에 대해 관세폭탄을 터뜨리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맞대응하고 나서면서 불붙은 미·중 무역전쟁이 좀처럼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은채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진핑 주석은 다음달 1일 열릴 예정인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계획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고 아사히신문이 지난 28일 보도했다.중국 황허(黃河) 연안 허난(河南)성의 한 양돈장. 연평균 수만 마리의 돼지를 출하하던 대규모 양돈장이지만 요즘은 돼지가 북적거리기는커녕 한산할 정도로 조용하가만 하다. 양돈업자와 친하게 지낸다는 한 농민(52)은 “이 양돈장은 돼지에 먹일 사료를 제대로 댈 수 없게 돼 살처분 등의 방법으로 사육 두수를 줄이고 있다”고 귀띔했다. 미국에서 수입하는 대두(콩) 가격이 크게 오른 탓이다. 대두는 7억 마리에 이르는 중국 돼지의 주요 사료이다. 돼지 사료에는 기름을 짜고 난 콩깻묵이 들어가고 콩기름은 중국 음식의 주요 식자재다. 때문에 대두 가격이 오르면 사료와 식용유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돼지고기 값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은 지난 7월부터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조치로 대두 등 미국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매겼다. 대두 가격은 지난 여름 이후 10% 정도 올랐고 중국의 9월 미국산 대두 수입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98%나 곤두박질쳤다. 중국 농업부는 “2018년 10월~2019년 9월까지 중국의 대두 수입량이 지난해 9390만t에서 8365만t으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15일 현재 중국 돼지고기와 대두 가격은 6월말보다 각각 30%, 21% 상승했다”며 “중국이 미국산 대두에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대두 가격이 상승했고 그 결과 사료비용이 오르면서 돼지고기 가격도 함께 올랐다”고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보복관세 부과가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온 것이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216억 달러(약 24조 2000억원) 어치의 대두를 수출했고 이중 대중국 수출은 124억 달러에 이른다. 대두 보복관세는 중국 정부가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기반인 주요 대두 생산지인 중서부 농촌지역을 겨냥한 조치였지만 중국 양돈 사업자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표밭을 공격하기 위해 우리를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이런 만큼 중국에서는 ‘대두 2월 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대두는 세계적으로 남반구가 3월, 북반구는 9월에 수확한다. 중국은 봄에는 주로 남반구, 가을에는 북반구에 있는 나라들에서 생산한 대두를 수입해 왔다. 중국은 연간 1억t 가량의 대두를 수입한다. 세계 대두 생산량의 60% 수준이다. 하지만 무역전쟁의 여파로 수입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산이 급감하면서 수입을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다. 올해 1~8월 브라질산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 급증했다. 이 영향으로 브라질의 대두 재고가 예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3월 브라질에서 수확이 시작되기 전에 공급이 바닥나면 수입가격은 또 반등할 공산이 크다. 10월 대선에서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당선된 것은 중국에 좋지 않은 소식이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노골적으로 경계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브라질이 무역정책을 재검토할지 모른다는 우려감이 커진다. 이런 와중에 중국 각지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하는 바람에 “폐업하는 양돈장이 속출할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커진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지난 8월초 랴오닝(遼寧)성과 허난(河南)성, 장쑤(江蘇)성, 저장(浙江)성, 안후이(安徽)성, 헤이룽장(黑龍江)성,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 지린(吉林)성, 톈진(天津), 윈난(雲南)성, 산시(山西)성, 허베이(河北)성에서 발병한데 이어 23일에는 베이징(北京)에까지 확산돼 3개월 만에 20개 성·시로 퍼졌다. 이달 초에는 돼지사료 샘플에서도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와 불안감을 키웠다. 바이러스성 출혈성 열성 전염병인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아직 치료가 불가능하고 백신도 없다. 주로 감염된 돼지나 그 고기·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거나 사료통을 통해 간접 전파된다 문제는 돼지가 무역전쟁의 늪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면 비난의 화살이 중국 공산당 지도부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데 있다. 돼지는 중국에서 정치적·경제적 의미가 크다. 중국은 돼지고기의 세계 최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이며, 수입국이다. 돼지고기는 중국 육류 소비량의 60%를 차지한다. 중국은 지난해 5420만t의 돼지고기를 소비했다. 지난해 중국인 1명의 평균 돼지고기 소비량이 38.6kg이다. 세 살 꼬마부터 여든 노인까지 1주일에 돼지고기 한근 반씩 먹은 셈이다. 세계 소비량(1억 1059만t)의 절반 가까이가 중국인들의 배 속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지난해 돼지고기 수입량(165만t)은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 중국의 돼지고기 생산량(5350만t)이 중국인들의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돼지고기 소비량은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27년 중국 돼지고기 소비량은 6000만t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이 연간 40kg도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도축업·유통업자 등을 포함해 돼지와 관련된 업종에 종사자만도 1억명에 이른다. 물가에도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이다. 미국산 돼지고기에 관세를 높게 매기면 물가가 뛰는 만큼 정치적으로 부담스럽다. 수요·공급 불일치로 돼지고기 가격이 출렁이면 중국 사회가 불안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국 정보기술(IT)업계에서도 돼지 사육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09년 인터넷·게임업체 왕이(網易)를 시작으로 전자상거래 1위 알리바바(阿里巴巴)에 이어 전자상거래 2위 징둥(京東)도 20일 양돈사업에 진출했다. 징둥은 AI기술을 접목해 질좋고 값이 싼 돼지고기를 생산해 축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차오펑(曹鵬) 징둥디지털과기 부회장은 “징둥의 첨단 양돈시스템을 이용하면 인건비 30%, 사료 소비량 10%를 줄일 수 있다”며 “국가 차원에서는 500억 위안(약 8조원)의 원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단언했다. ‘돼지를 키우지 않으면 중국 인터넷 기업이 아니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이유다. 돼지사육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왕이다. 딩레이(丁磊) 왕이 회장은 “부모님께 보양식을 드리고 싶다”며 돼지 사육을 시작했다. 초반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으나 왕이는 10년 가까이 독자적인 돼지 사육기술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웨이양주’(未央猪)라는 브랜드를 내놓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웨이양주 정육점을 열었을 때 흑돼지 0.5kg에 50위안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1시간 만에 물량이 동났다. 왕이의 직원식당 역시 ‘돼지공장’(猪廠)이라 불릴 정도로 맛이 좋기로 정평이 났다. 딩 회장은 올해 인터넷대회에서도 참가 기업인들에 흑돼지 요리를 내놓으며 “양돈 사업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알리바바도 6월 양돈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 ‘ET 애그리컬추럴 브레인’을 공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돼지가 내는 소리, 돼지우리의 주변환경 변화 등을 실시간 체크해 돼지의 행태와 성장 추이, 임신 등 건강 상태를 효율적으로 통합 관리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베컴과 일곱 살 딸의 입맞춤 사진 어떻게 봐야 할까

    베컴과 일곱 살 딸의 입맞춤 사진 어떻게 봐야 할까

    ‘아빠와 딸 사이인데 뭘 어때’ 할 수도 있겠지만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데이비드 베컴과 일곱 살 딸 세븐 하퍼 얘기다. 베컴이 딸과 이렇게 입을 맞춘 것이 한두 번은 아니다. 한 댓글은 “왜 딸 입술에 입을 맞추려 하느냐? 역겹다. 매우 괴이쩍다”고 했다. 유명 프로그램 ‘굿모닝 브리튼’ 진행자인 피어스 모건도 베컴이 딸과 교감하는 방식이 “소름끼치고 괴이쩍다”고 얘기했다. 첼시 레프트백 출신 웨인 브리지의 아내이며 가수인 프랭키는 모건의 언급에 대해 “자연스럽게 아들들이 원하지 않을 때까지는 계속해서 입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반면 웨일스 대표팀에서 뛰기도 한 데이비드 코터릴을 비롯한 베컴 지지자들은 “딸한테 입맞춤하지도 말라니 세상이 어떻게 된 거냐?”고 되물었다. 카디프 시티와 웨일스 수비수 출신 대니 개비돈도 “우리 아들은 날마다 입술에 뽀뽀를 받는데 세상이 너무 민감해져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제이미 바디의 아내 레베카도 남편과 딸이 입 맞추는 사진을 올려 베컴을 옹호하려 했다. 베컴은 과거에도 이런 반응이 나오면 지난해 촬영한 비슷한 사진을 올려 대응했다.딸바보는 베컴만 있는 게 아니다. 손흥민의 동료인 해리 케인(토트넘)은 무릎팍에 딸을 앉혀 놓고 돌보는 사진을 올려놓고 “부모 노릇, 100점“이라고 자랑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무릎에 앉힌 딸로 하여금 텔레비전의 ‘페파 피그’ 애니메이션을 보게 하고, 자신은 요즘 국내에서도 엄청나게 광고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에 열중하고 있다. 한 인스타그램 유저는 케인을 가리켜 “올해의 아빠”로 뽑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720만 팔로어 대다수가 공감했다. 하지만 이런 게 부모 노릇이냐고 달갑지 않게 보는 이들도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요즘은 골프 좀 쳐야 ‘핵인싸’

    요즘은 골프 좀 쳐야 ‘핵인싸’

    20대 취미 골퍼, 전년 대비 3.2% 늘어 골프 인구 증가 이끌어… 미국과 반대 인스타그램 ‘허세 사진’ 올리기에 유리 스크린골프 확대로 진입 문턱 낮아져 장년층 스포츠의 상징이었던 골프가 부쩍 젊어졌다. 스크린골프 등의 대중화로 취미 골프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골프는 이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익숙한 2030세대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아 가는 모양새다.리서치회사 마크로밀엠브레인이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의 의뢰를 받아 골프 인구를 조사한 결과 2017년 기준 20대 취미 골퍼 인구 증가율이 역대 최고치인 전년 대비 3.2%를 기록했다. 반면 40~50대 골프 인구는 1.4~1.8% 감소했다. 전체 골프 인구가 387만명에서 479만명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 ‘20대 골퍼’들이 골프 인구 증가를 이끈 셈이다. 같은 기간 세계 최대 골프 인구를 자랑하는 미국 골퍼 수는 2500만명에서 2380만명으로 감소했다. 2030세대가 골프에 시선을 돌린 건 인스타그램 영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골프 #라운딩 #라운딩룩 #골스타그램 등 골프 관련 용어를 인스타그램 검색창에 넣으면 골프를 즐기는 젊은 사용자들의 사진들이 쏟아져 나온다. 28일 낮 현재 #라운딩 관련 게시글만 35만 3000여개로, 플레이보다는 패션을 뽐내는 게시글이 더 많은 편이다. 최근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고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직장인 박나래(28)씨는 “요즘 인스타 ‘대세 스포츠’는 골프”라면서 “골프는 사진 중심으로 소통하는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서 행복해 보이고 예쁘거나 멋있어 보이는, 이른바 ‘허세 사진’들을 올리기에 딱 좋은 스포츠여서 더 인기”라고 말했다. 젊은 골퍼들이 많아지자 2030을 타깃으로 한 골프웨어 브랜드 매출도 늘어났다. 파리게이츠 관계자는 “최근 3년간 평균 15% 성장했다”면서 “젊은 골퍼들을 위한 퍼 자켓 등 캐주얼한 디자인 제품 출시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드 홍보도 주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한다. 스크린골프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골프=호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던 과거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아진 것도 한몫했다. 2030이 골프를 가장 먼저 접하는 경로는 스크린골프장이다. 스크린골프장을 통한 골프 레슨비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것도 사회 초년생들을 유인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아카데미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골프존 관계자는 2015년부터 2030 회원 수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젊은 세대의 유입으로 스크린골프 인구도 전년보다 66만명 늘어난 351만명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필드골프 인구 증가율의 2배”라고 말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현장 행정] 어린이로 북적… 관악 전통시장의 ‘작은 기적’

    [현장 행정] 어린이로 북적… 관악 전통시장의 ‘작은 기적’

    “요즘 아이들은 부모님을 따라 대형 마트나 쇼핑몰에 가지 전통시장에 잘 오지 않잖아요. 하지만 어린이집에서 전통시장의 의미도 배우고 직접 장을 보는 경험을 하면 계획적으로 돈을 쓰는 경제관념을 살뜰히 배울 수 있죠. 또 집에 가서 부모님을 시장으로 이끌며 시장을 살리게 되니 ‘일석이조’ 아니겠어요.”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인헌동 인헌시장. 인근 어린이집 7곳에서 나온 3~5세 아이들이 제법 야무진 손길로 빵, 귤, 잡채 등을 골라 장바구니에 집어넣자 박준희 관악구청장은 흐뭇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평소 한산하던 시장 골목골목이 어린이 200여명으로 가득 차는 진풍경이 빚어진 건 박 구청장이 추진하는 ‘지역 경제 활성화’의 첫 방안이 이날 실현됐기 때문이다. 관악을 살릴 ‘경제 구원투수’로 나선 박 구청장은 지난달 말 구청 38개 전 부서에서 골목상권과 자영업자를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를 모아 30개 과제를 뽑아냈다. 그 첫 번째인 ‘유아 전통시장 나들이 체험’이 이날 처음 이뤄졌다. 각자 3000~5000원씩을 들고 나온 아이들은 “엄마에게 돼지고기를 사다 드리겠다”, “나는 떡 대신 양말을 사겠다”며 머릿속에 사고 싶었던 것들을 고사리손으로 잘도 골라냈다. 오전에 이미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에게 전통시장의 개념, 장보기 계획과 방법 등을 배운 터였다. 원생들을 데리고 시장 체험에 나온 인헌동 예은어린이집 이지은 원장은 “평소엔 엄마들이 사는 대로 이끌려 다니던 아이들이 스스로 결정해 물건을 사보면서 성취감도 느끼고 집에 돌아가 엄마한테 ‘시장에 뭐 사러 가자’고 엄마를 이끌어 실제 아이들과 함께 시장에 다녀간 어머니들도 꽤 많았다”며 “아이들은 전통시장에 가는 재미를 배우고 시장 상권도 살리게 되니 뜻깊은 행사가 됐다”고 했다. 이날은 또 인헌시장이 생겨난 지 38년 만에 처음 고객편의센터(지하 1층~지상 4층 규모)도 들어서 상인과 주민 모두가 혜택을 누리게 됐다. 상인들이 함께 교육을 받고 운영 방향을 논의할 수 있는 회의실, 배송센터, 물품보관실, 화장실 등 백화점 부럽지 않은 시설을 갖췄다. 박 구청장은 “우리 지역에만 20곳의 전통시장이 있는데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낡은 시설을 정비하고 주차장, 배송센터 등 다양한 편의시설도 단계적으로 늘려갈 것”이라며 “골목상권에 보행자 우선도로를 조성해 주민들의 발길이 더욱 활발하게 닿게 하고 상권 입구에는 오가는 이들의 연령대·성별·방문 시간대 등 빅데이터 분석을 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 시스템도 조성해 더욱 효과적인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퓨처스 타격 2관왕’ 임지열, 2년전 음주운전 사실 뒤늦게 자진신고

    ‘퓨처스 타격 2관왕’ 임지열, 2년전 음주운전 사실 뒤늦게 자진신고

    프로야구 넥센의 내야수 임지열(23)이 2년전 음주운전 사실을 28일 뒤늦게 자진 신고했다. 임지열은 2016년 9월 1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남구 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근처에서 지인과 술을 마시다 차량을 이동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사설 주차장으로 차를 옮기려고 도로에 나갔다 음주 운전 단속에 적발됐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74%에 달했다. 임지열은 면허정지 100일에 벌금 150만원 처분을 받았다. 넥센은 지난 22일부터 27일까지 선수단에 ‘음주운전 등 각종 사건·사고 문제가 있었으나 공개되지 않은 건을 구단에 자진해 신고하라’고 요청해 임지열의 음주 운전 사실을 확인했다. KT의 강민국이 NC 소속이던 2014년 1월 ‘아직 정식 입단 전’이라는 이유로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됐던 사실을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알리지 않았던 것이 지난 21일 언론 보도로 불거짐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강민국은 지난 27일 열린 KBO 상벌위원회를 통해 30경기 출장 정지 결정을 받았다. KBO에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은 NC에는 벌금 1000만원이 부과됐다. 넥센은 “자체 조사 내용을 KBO에 알렸다. 임지열에 대한 KBO 징계가 나오면 무조건 수용할 것이다. 구단 자체 징계 역시 예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지열은 구단을 통해 “당시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 처벌 역시 마땅히 받겠다”며 “이미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계속 마음이 불안했고 힘들었다. 앞으로 많이 반성하고 자숙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모범적인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2014년 넥센에 입단한 임지열은 올해 경찰야구단 소속으로 타율 0.380, 79타점을 기록해 지난 19일 KBO 시상식에서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율상과 타점상을 받았다. 박준상 히어로즈 대표는 “KBO리그 전체와 야구팬들께 면목이 없다. 음주운전의 폐해를 사회 전체가 고민하는 요즘 더욱 모범을 보여야 할 프로야구단에서 발생한 문제라 죄송함과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구단 차원에서 재발 방지를 위해 징계는 물론 음주 운전이 근절될 수 있도록 더욱 교육을 강화 하겠다. KBO의 클린베이스볼 정책에 부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넥센은 28일 선수단 전체가 참여한 가운데 음주운전을 하지 않겠다는 결의문을 낭독하며 서명을 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비디오스타’ 임혁필, 유재석 저격 사과 “덕분에 더 친해졌다”

    ‘비디오스타’ 임혁필, 유재석 저격 사과 “덕분에 더 친해졌다”

    개그맨 임혁필이 유재석을 저격한 것에 대해 해명했다. 27일 방송된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는 ‘장관이네요 절경이고요 신이 주신 비주얼’ 특집으로 코미디언 박준형, 정종철, 임혁필, 권진영이 출연했다. 박준형은 임혁필이 유재석을 저격한 사건에 대해 “‘개그콘서트’ 900회 특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년 멤버가 아닌 다른 예능인들이 축하했다. 이에 정종철 씨가 자신에게 왜 초대가 안 들어왔는지 모르겠다고 SNS에 남겼다. 해당 글에 임혁필이 댓글을 썼다”며 논란이 일어난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이에 임혁필은 “‘방송국이 하루 이틀이냐? 그런데 ‘개콘’하고 상관 없는 유재석이 왜 나오는 거야?‘라는 댓글을 남겼다. 단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글로 보니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후 정종철이 글을 또 썼는데 혁필이 형 대신 사과드린다고 그러더라. 나는 앞서 유재석 선배와 통화했었는데 (정종철이 사과를 대신하니) 나는 피하고 계정 지우고 도망치는 사람 같았다“며 ”유재석 선배님 너무 너무 미안하다. 유재석 팬분들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임혁필은 유재석에 대해 ”너무 좋으신 분이신 게 (저격 사건 이후) 우리 가족들을 걱정해주셨다. 전화위복이 돼 요즘에는 통화를 자주한다. 여러분 덕분에 더 친해졌다”고 전했다. 연예팀 seoulen@seoul.co.kr
  • [이호준의 시간여행] 구멍가게, 그 정겹던 이름

    [이호준의 시간여행] 구멍가게, 그 정겹던 이름

    걸음이 저절로 멈춰졌다. 초등학교 앞 문방구 유리창에 굵게 써 붙인 ‘세놈’이라는 두 글자 때문이었다. 무슨 뜻일까? 세 사람이란 뜻은 아닐 테고…. 아! ‘세놓는다’는 말이었구나. 결국 문방구도 문을 닫았다는 뜻이다. 방앗간과 함께 동네를 가장 오래 지킨 가게였다. 하긴, 요즘은 아이들 학용품도 대형 마켓에서 한꺼번에 사다 준다니 버틸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꽤 오래전에 이발소가 문을 닫았고, 몇 달 전에는 동네 슈퍼가 폐업했다. 시류에 따라 이름을 슈퍼로 바꿨을 뿐이지 구멍가게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서울이라고는 해도 변두리 동네이다 보니 옛 정취가 남아 있는 점포들이 꽤 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하나 둘 그 흔적들을 지워 나가고 있다. ‘슈퍼’라는 간판이 붙은 구멍가게가 문을 닫을 때는 무척 안타까웠다. 내가 나고 자라고 살아온 한 시대가 문을 닫는 것 같은 상실감까지 들었다. 구멍가게…. 얼마나 정겹고, 얼마나 많은 추억이 담긴 이름이었던가. 어느 동네든 어지간하면 구멍가게 하나쯤은 있었다. 도시도 마찬가지였다. 달동네든, 일반 주택가든 구멍가게로부터 한 동네가 시작됐다. 구멍가게 규모가 그 동네의 생활수준을 말해 주는 척도가 되기도 했다.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동네는 구멍가게가 백화점이었다. 없는 게 없었다. 두부·콩나물 등 기본적인 찬거리에서부터 조미료·설탕·국수·라면까지. 과자·아이스크림 같은 군것질거리에서부터 모기약·부탄가스 같은 공산품까지. 부지런한 주인들은 새벽같이 먼 시장에 나가 채소와 계절 과일, 생선을 받아다 좌판을 벌여 놓았다. 좀 크고 여유 있는 가게는 연탄집이나 석유집을 겸하기도 했다. 파리채를 한 손에 쥔 안주인은 물건에 동네 소식을 담은 수다를 끼워 팔았다. 또 구멍가게는 동네의 사랑방 구실을 톡톡히 했다. 주민들은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생기면 가슴에 담아 가게 앞으로 하나 둘 모여들었다. 평상이라도 있으면 좋았고, 없어도 상관없었다. 사과 궤짝 하나 엎어 놓고 그 위에 소주나 막걸리 두어 병 올려놓으면 최고의 상이었다. 그 앞에 둘러앉아 기쁨은 키우고, 슬픔은 서로 나누어 줄였다. 하지만 그런 풍경은 언제부턴가 아득한 옛일이 됐다. 그 많던 구멍가게가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제법 큰 규모의 슈퍼마켓이란 게 등장했을 땐 그동안 얻은 인심이나 부지런함으로 버티는가 싶었다. 하지만 24시간 불을 밝히는 편의점과 가장 싼 가격을 내세우며 골목까지 점령한 할인마트의 공세 앞에서는 태풍 앞의 촛불에 불과했다. 이미 오래전 이야기지만, ‘2001년부터 2006년 사이에 구멍가게 1만 1000여 곳이 문을 닫았다’는 통계도 있다. 나는 여전히 낯선 동네에 가면 골목 초입이나 모퉁이를 두리번거린다. 그러다 보일 듯 말 듯 자리 잡고 있는 구멍가게를 발견하면 망설이지 말고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음료수 한 병을 병째로 마시거나 조금은 딱딱해진 아이스크림을 골라 입에 물면서 그곳에 켜켜이 쌓인 시간을 천천히 둘러본다. 뽀얀 먼지를 뒤집어쓴 과자 봉지와 오랫동안 선반 위를 지켰음직한 소주병 하나까지 눈에 담는다. 그런 풍경을 볼 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고철과 빈 병 따위를 주워서 판 돈을 들고 드나들던 시골의 구멍가게도, 하루의 노고를 깔고 앉아 소주잔을 나누던 달동네 구멍가게도 머지않아 하나 둘 추억으로만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그렇듯이 구멍가게 역시 그 흔적을 지우면서 많은 것들을 거둬 갈 것이다. 라면과 소주에 끼워 팔았던 정과, 콩나물 한 봉지에 담겼던 눈물과 행복까지….
  • 긍정으로 춤추는 kt ‘양궁 농구’

    긍정으로 춤추는 kt ‘양궁 농구’

    “4쿼터에 부정적 언어를 사용하면 팀이 무너집니다.” 강경두(39) kt 심리 주치의가 발급한 진단서다. ‘슛 난사를 하지 마라’, ‘수비를 느슨하게 하지 마라’는 식의 부정적 지시를 선배들로부터 받으면 특히 젊은 선수들은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한다. 똑같은 말이라도 ‘외곽을 쏠 때 리바운드도 준비하자’, ‘너도 저 선수를 잘 막을 수 있다’는 식의 긍정적 언어를 늘려야 한다. 강 주치의의 고민은 지난 시즌 경기 막판만 되면 무너지던 팀 분위기였다. 지병에 대한 진단과 처방이 주효했을까. 4쿼터 득점이 지난 시즌 리그 8위(평균 19.9점)에서 올 시즌 3위(20.6점)로 개선됐다.‘심리 주치의’는 한국 프로농구에서는 아직 낯선 보직이다. 팀 내에 선수들을 전담하는 심리 주치의를 둔 것은 남자프로농구 10개 팀 중 kt가 처음이다. 국가대표나 프로야구 선수들 사이에서는 심리 상담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프로농구는 상대적으로 구단 몸집이 작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동안은 외부 상담원을 비정기적으로 초빙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강 주치의는 지난 6월부터 팀에 합류해 선수들과 호흡하고 있다. 중앙대 의과대학 외래교수인 데다 개인적으로는 심리치유센터 소장도 맡고 있어 매일 바쁘지만 수도권이나 부산에서 열리는 kt의 경기에는 반드시 함께한다. 경기 전날 선수들이 묵는 호텔에서 같이 하룻밤을 보내며 고민 이야기를 들어주고 이튿날 훈련과 경기 때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 강 주치의는 경기 중에 코칭스태프 유니폼을 입고 벤치에 있기 때문에 교수님이라기보단 ‘농구인’처럼 보인다. 스스로를 ‘농구광’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애정이 많아 빨리 팀에 스며들었다. 가끔 선수들과 자유투 내기도 한다. 경기 도중에는 벤치에서 선수들의 표정과 제스처를 ‘매의 눈’으로 관찰한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머리에 손을 올리는 등의 작은 표정 변화와 행동을 놓치지 않는다. 경기가 잘 안 풀리고 있다는 무의식의 신호이기 때문이다. “경기 도중 이런 포인트를 파악해 하프타임 때 라커룸에서 해당 상황에서 뭐가 좋고 나빴는지 선수와 이야기한다”고 한다. 반대로 경기가 잘 풀릴 때는 선수들의 목소리가 커지게 마련이다. 감독 지시에 더 집중력을 보인다. 서동철 감독은 “선수들의 고민을 감독이나 코치가 치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선수들이 심리 주치의 상담 도움을 받아 경기에 더욱 집중하는 것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헝그리 정신’으로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요즘 선수들에게는 그런 것이 통하지 않는다. 심리 상담이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했다. 상담 내용은 철저히 비밀로 한다고 한다. “심지어 감독님에게도 안 알려줍니다. 그렇다보니 선수들이 경기와 관련된 것뿐 아니라 연애 문제나 가정사까지도 편하게 털어놓는 편이죠.” 지난 시즌 꼴찌였던 kt의 성적은 현재 2위(12승6패)로 수직 상승했다. 서 감독 특유의 ‘양궁 농구’와 맞물려 어떤 시너지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교복 찢어지고, 스마트폰 만지면 ‘버럭’…우리 아이도 학폭 피해자?

    교복 찢어지고, 스마트폰 만지면 ‘버럭’…우리 아이도 학폭 피해자?

    자신을 괴롭히던 또래들의 폭행을 피하려다가 추락사한 인천의 중학생 A(14)군의 죽음 이후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더욱 커졌다. 가해자들은 A군 집에서 어머니가 사준 피자를 함께 먹기도 했고, 법원 출석 때는 A군에게서 빼앗은 패딩 점퍼를 입고 나와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초·중·고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끔찍한 사건 소식이 들릴 때마다 “혹시 우리 아이도 집단 괴롭힘이나 학교폭력(학폭) 당하는 건 아닐까”하고 걱정하게 된다. 학폭 피해자 10명 중 2명(2018년 교육부 1차 조사 기준)은 피해 사실을 부모나 학교, 경찰 등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평소 아이에 관심을 두며 ‘말 없는 징후들’을 알아채는 게 중요하다. 이용식 서울 은평중 교장은 “아이의 성격이 갑자기 달라지거나 교복이 찢어지는 등 학폭 징후가 있는데도 ‘사춘기라 그렇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부모도 있다”고 말했다. 현장 전문가가 말하는 학폭 피해 징후를 정리했다.학폭 하면 학교 안팎에서 피해자를 때리거나 금품을 빼앗고, 욕설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요즘은 그 형태가 더 복잡해졌다. 멍 자국 등 물리적 폭력의 흔적은 물론 어른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 지능적 학폭 징후도 잘 살펴봐야 한다.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중·고교생 자녀를 뒀다면 아이의 휴대전화 사용 습관을 잘 봐야 한다. ‘사이버 괴롭힘’(온라인 공간에서 발생하는 학폭)이 흔해져서다. 올해 1차 학폭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학교 폭력 유형 중 사이버 괴롭힘 비율은 10.8%로 신체 폭행(10.0%)보다 흔했다. ●‘사이버 괴롭힘’ 10.8%… 신체 폭행보다 많아 단체 대화방에 피해자를 불러 욕설·모욕하는 ‘떼카’, 카카오톡 등 메신저 단체방에서 피해자를 조롱하고, 나가면 다시 초대하는 ‘카톡 감옥’,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특정 학생 비난 글을 올리는 ‘사이버 저격’ 등이 대표적이다. 또 피해 학생의 스마트폰 데이터를 강제로 뺏는 ‘와이파이 셔틀’, 가해자가 자신의 게임 경험치를 올리려고 피해 학생에 강제로 게임을 시키는 ‘게임 대행’ 등도 있다. 최희영 푸른나무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유스랩 센터장은 “사이버 괴롭힘은 피해 학생이 교문 밖을 나와도 가해자와 완벽히 분리되기 어려워 24시간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학폭 사안처리 가이드북’에 따르면 ▲불안한 기색으로 스마트폰을 자주 확인하고 민감하게 반응 ▲온라인 기기 사용요금이 지나치게 많이 발생 ▲사이버상에서 이름보다 비하성 별명·욕으로 호칭 ▲SNS 상태 글귀 등의 분위기가 갑자기 우울하거나 부정적인 내용으로 교체 ▲SNS 계정을 자주 탈퇴하는 등의 징후가 있다면 사이버 괴롭힘을 의심해야 한다. 최 센터장은 “만약 평소 교류가 없는 동네 주민 등이 자신의 아이에 대한 소문을 알고 있다면 SNS에 저격글이 올라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행동 패턴이나 성격이 평소와 차이를 보이는지도 잘 살펴야한다. ▲늦잠을 자고 몸이 아프다며 학교 가기를 꺼림 ▲이유없는 성적 하락 ▲용돈 씀씀이가 커짐 ▲학교 생활이나 친구에 대해 대화를 시도할 때 예민한 반응 ▲쉽게 잠들지 못하고 화장실을 많이 가는 모습을 보이는 등이 대표적인 학폭 징후다. 김영신 수원 위(wee)센터 팀장은 “아이가 ‘물건을 잃어버렸다’고 하는 일이 늘어나면 갈취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복 두려워” 학폭 신고 못하는 아이들 집단 따돌림이나 폭행, 갈취 등에 가담한 가해 학생들도 일반적으로 보이는 징후가 있다. ▲부모와 대화가 적고, 반항하거나 화를 잘 내거나 ▲친구 관계를 중요시하며 귀가시간이 늦거나 불규칙하고 ▲동물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이거나 ▲자신의 문제 행동에 핑계가 많고 과도하게 자존심이 강하고 ▲옷차림이나 과도한 화장, 문신 등 외모를 지나치게 꾸며 또래 관계에서 위협감을 조성하거나 ▲폭력과 장난을 구별 못 해 갈등 상황에 자주 노출되고 ▲평소 욕설 및 친구 비하하는 표현을 자주 쓴다면 아이의 생활 패턴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내 아이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지했다면 초기대응이 중요하다. 부모가 놀란 마음에 서툴게 문제를 풀려 했다간 상황만 악화시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주변에 도와줄 사람들이 많다’는 신뢰를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충분히 전해 아이가 마음을 열게 해야 한다. 최 센터장은 “‘그동안 혼자 얼마나 힘들었어? 엄마·아빠가 널 돕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의사를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내가 믿을 만한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학폭을 신고하지 못하는 데는 보복 등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깔려 있기에 아이 뜻을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대응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부모·학교 협업… 체계적으로 학폭 풀어야 부모가 당황한 마음에 학폭 여부를 추궁하듯 물어서는 안 된다. “너 맞았다며? 왜 당하고만 있었어?” 하는 식으로 몰아붙이거나 아이의 의사와 상관없이 가해 부모에게 전화해 다투는 건 상황 해결에 도움되지 않는다. 이 교장도 “유교문화 때문인지 아이가 힘든 기색을 넌지시 내비쳐도 ‘사내 녀석이 그 정도 일도 못 견디느냐’고 반응하는 부모도 있다”면서 “아이가 신호를 줬을 땐 늘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라면 학폭 피해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물어봐 주는 게 나을 수도 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고교생이라면 아이의 기분을 살펴가며 접근해야 한다. 집단 따돌림 등에 동참한 가해학생 중에서도 상당수는 실제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기도 한다. 구타 등 뚜렷한 가혹행위가 아니더라도 다른 학생을 괴롭히면 명확한 학폭임을 인식시켜야 하는 게 부모의 몫이다. 또 폭력 행위로 피해 학생이 심한 외상을 입는 등 위중하다면 가해 학생 역시 충격받아 돌발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사건 직후에는 지나친 질책 등을 피하며 심리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학폭 사실을 확인했다면 담임교사 등 학교에 상황을 알리고 협업하는 게 중요하다. 이 교장은 “학교에는 담임뿐 아니라 학폭을 담당하는 생활지도부 교사들과 전문상담교사, 보건교사 등이 있어서 체계적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부모가 학교와 협업하면 문제를 체계적으로 풀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세금도 할부로 내는데… 현금만 받는 등기소

    [공공서비스 업그레이드 1.0] 세금도 할부로 내는데… 현금만 받는 등기소

    “당연히 카드로 결제할 생각으로 그냥 왔는데 현금만 받는다고 하니 당황스럽죠.”최근 이사를 간 이모(38)씨는 주민자치센터에 제출할 등기부등본을 떼기 위해 서울등기소에 들렀다가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경험했다.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할 줄 알았던 등기소에서 “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현금 결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평소 스마트폰 결제를 애용하는 탓에 신용카드조차 들고 다니지 않았던 이씨는 할 수 없이 집으로 되돌아가 현금을 챙겨 나와야 했다. 이씨는 “요즘 세상에 카드가 안 되는 곳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을 못했다”며 “‘스마트 페이, 현금 없는 세상’이라고 하는데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취업에 필요한 등기사항증명서를 제출하려고 가정법원에 들른 최모(29)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가정법원 민원실에서 결제를 하려고 신용카드를 내밀었지만 등기소와 마찬가지로 “현금만 받는다”는 답변을 들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근처 현금자동지급기에 들러 현금을 인출한 뒤 서류를 받을 수 있었다. 최씨는 “어려운 제도 개선뿐 아니라 이런 사소한 부분을 먼저 고쳐야 한다”며 “가정법원은 국민 권익과 특히 맞닿아 있는 부분인데 아쉬운 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사법부에서만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것을 두고 권위의식에 젖어 시민 불편을 외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가정법원 현금 결제만 가능한 공문서 11개 등기사항증명서를 발급받으려면 인터넷등기소를 이용하거나 등기소에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인터넷등기소에서는 현금과 신용카드 결제가 모두 가능하지만 현장 등기소에서는 현금으로만 결제해야 한다. 가정법원도 마찬가지다. 가정법원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허용되지 않는 공문서는 11개 이상이다. 가정법원과 등기소에서 발급하는 확정증명서, 송달증명서, 판결정본, 심판정본, 조서결정등본, 소제기증명서, 후견등기사항부존재증명서, 집행문부여, 집행문수통부여, 집행문재도부여, 승계집행문 등은 카드결제가 불가능하다. 등기소와 가정법원을 포함한 사법부 주요 기관에서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되는 것은 수수료 규칙에 현금 납부를 명시했기 때문이다. 현행 ‘등기사항증명서 등 수수료규칙’ 제6조 1항은 수수료를 현금으로 납부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다만 무인발급기에 의한 등기사항증명서의 교부수수료는 현금이나 발급기에 내장된 결제 방식으로 납부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달아놨다. 카드 결제가 가능한 무인발급기가 현장에 있다면 큰 문제가 안 된다. 물론 여기에도 맹점이 있기는 하다. 가정법원 무인발급기에서는 후견등기사항증명서 등을 발급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민원인들은 현금을 뽑아 창구로 향하는 수밖에 없다. 신용카드 결제를 안 하는 게 단순히 대법원의 규칙 때문이라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헌법 제108조는 “대법원은 법률에서 저촉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소송에 관한 절차, 법원의 내부 규율과 사무 처리에 관한 규칙을 제정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대법원에 규칙 제정권을 주는 이유로 “사법부의 독립성과 자율권을 보장함과 동시에 사법사무에 대한 대법원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민원서류를 발급할 때 현금을 고집하는 게 사법부의 독립성, 자율권, 전문성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가 나온다. ●무인민원발급기도 카드 받도록 바뀌는데… 과거 공공기관에 들러 서류를 발급받으려면 현금을 갖고 가는 것을 상식처럼 여길 때가 있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이 현금만을 수수료로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180도 달라졌다. 공공기관에서 이런 불편을 해소하려고 관련 자치법규를 개정하고, 부서 간 협의를 거쳐 보완 작업을 진행했다. 현재 많은 공공기관들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고쳤다. 내년부터 현금만이 가능했던 무인민원발급기에서도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진다. 27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2월부터 주민등록등본, 건강보험증명서를 비롯한 민원서류를 뗄 수 있는 무인민원발급기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행안부는 지난해 말 민원 및 행정제도 개선과제 중 하나로 무인민원발급기 수수료 납부 방법의 다양화를 선정하고, 이를 위해 금융결제원에 카드리더기 설치 업무를 지시했다. 무인민원발급기는 올 1월 기준으로 전국 3667곳에 설치돼 있으며, 연간 2000만건이 넘는 민원서류가 발급되고 있다. 그동안 고액의 공과금을 현금으로 내야 할 땐 분할 납부가 안 돼 체납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다. 하지만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해지면서 분할 납부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됐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조례를 고쳐 상하수도요금, 도시가스요금 등을 신용카드로 받고 있다. 지자체는 결제 수단을 신용카드뿐 아니라 계좌이체, 자동응답서비스(ARS) 등으로 다양화했다. 이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현금이나 카드 없이 스마트폰 ‘QR코드’(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 무늬의 2차원 코드)만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제로 페이시대’를 추진 중인데, 가정법원이 수수료 납부 방식을 현금 결제만 고수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많은 공공기관이 공공요금이나 수수료 납부 방법에 신용카드 결제 방식을 도입한 만큼 사법부도 국민 편의를 위해 규칙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대법원 규칙만 바꾸면 된다… “의지의 문제” 대법원 규칙은 대법관 회의의 의결 사항이어서 의지만 있으면 간단히 바꿀 수 있다. 허윤 서울지방변호사회 공보이사는 “가정법원과 등기소 업무는 국민 권리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이런 곳에서 현금 결제만 고집하는 것은 국민 편의를 무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꼬집었다. 지난해와 올해 국정감사에서 연이어 이 문제를 지적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법원 규칙’이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의원은 “많은 공공기관에서 공공요금과 각종 수수료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를 도입하고 있으며 심지어 현금이나 카드 없이 휴대전화 QR코드만으로 결제가 가능한 제로 페이시대를 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며 “사법부 역시 관련 규칙을 개정해 대국민 서비스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가정법원과 등기소가 결제 금액이 소액이어서 카드수수료를 부담스러워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공공기관 대부분이 소액임에도 불구하고 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국민 편의를 위해 다양한 간편 결제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글 사진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비디오스타’ 옥동자 정종철, 외모 성수기? “80살 되면 난리날 것”

    ‘비디오스타’ 옥동자 정종철, 외모 성수기? “80살 되면 난리날 것”

    개그판 전설의 얼굴 천재 정종철이 MBC에브리원 ‘비디오스타’에 갈갈이 패밀리와 함께 출연했다. 성대모사, 비트박스까지 안 되는 게 없는 ‘개인기의 신’ 정종철의 자리를 위협하는 자가 나타났다. 그는 바로 정종철의 아들 정시후군. 정종철은 아들에게 비트박스 외에 자신의 개인기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말해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했다. 실제로 이날 녹화에서는 옥동자와 정시후군의 개인기 배틀영상이 공개돼, 스튜디오를 놀라게 했다는 후문. 한편 정종철은 요즘 아내가 자신이 외출할 때마다 불안해한다고 털어놨다. 아내가 점점 잘생겨지는 정종철의 외모를 보며 “80살이 되면 난리날 것”이라면서 “너무 잘생겨 불안하니 콧털조차 관리하지 말라”고 했다는 것. 이에 박나래는 “사회와 단절시키려고 그러는 거냐”는 발언을 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옥동자 정종철의 사랑이 넘치는 가족 이야기는 11월 27일 화요일 오후 8시 30분에 ‘비디오스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강동 꿈의 창업공간 ‘엔젤공방’

    강동 꿈의 창업공간 ‘엔젤공방’

    성안로 일대 제과·커피 공방 등 12곳 성업 경쟁률 7~8대 1 후끈…새달 2곳 추가 자발적 협동조합으로 자생력도 키워“창업을 하려면 큰돈이 필요하니 선뜻 결정이 쉽지 않잖아요. 실패하지 않을까 겁도 나고요. 그런데 구에서 보증금도 부담해 주고 월세 절반을 대 주니 비용 걱정 없이 마음껏 꿈을 펼쳐 볼 수 있게 됐어요.” 서울 강동구 성내동 성안로에 둥지를 튼 요리 체험 공방 ‘잰아틀리에’ 이재인(35) 대표는 요즘 한창 의욕을 부려 보고 있다. 성내동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 초등학생 아들 둘을 키워낸 지 올해로 14년째. 하지만 살림과 육아 때문에 요리 교사로서 자신의 일은 프리랜서로 영위하는 데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강동구의 대표 청년 정책인 ‘엔젤공방’ 사업에 지원하면서 그는 마음껏 꿈을 펼쳐 볼 창업 공간을 꾸리게 됐다. 이제 창업 한 달째, 유아부터 성인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요리 수업을 이끄는 이 대표는 “한적한 동네라 수요가 많을까 걱정을 했는데 아이들, 어머니들이 수업에 관심을 갖고 많이 찾아주셔서 ‘어떤 걸 더 해 볼까’ 의욕이 자꾸 생긴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강동구의 살뜰한 청년 정책이 지역 내 청년들의 삶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 대표가 차린 엔젤공방은 특히 고용 상황이 엄혹한 요즘,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탄탄한 지지대가 되고 있다. 엔젤공방은 2016년부터 성안로의 변종업소 밀집 지역을 정비해 청년들에게 창업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기술, 열정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해 선뜻 창업을 꿈꾸기 어려웠던 청년들에게 공방 임대 보증금을 100% 지원하고 1년간 월세 50%를 부담해 준다. 1500만~2000만원에 이르는 인테리어 비용까지 대주기 때문에 호응이 높다. 현재 금속공예, 도자기공예, 제과, 커피 등 12곳의 다양한 엔젤공방이 성업을 이루며 과거 변종업소들로 채워져 발길이 드물던 거리는 아기자기하고 볼거리 많은 공방 거리로 변하고 있다. 정영환 강동구 사회적경제기획팀장은 “사업 초기에는 2~3대1 정도의 경쟁률을 보였으나 요즘에는 7~8대1까지 치솟을 만큼 창업하려는 열기가 뜨겁다”며 “다음달 14호까지 문을 열 예정이고 최근에는 엔젤공방 대표들이 모여 협동조합까지 만들 정도로 자생력을 키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구의 청년 일자리 창출, 지역 경제 활성화 노력은 더 보폭을 넓힐 예정이다. 2020년에는 엔젤공방 허브센터를 세워 창업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종합적인 지원 공간을 마련해 준다. 기존의 엔젤공방과 인근의 강풀만화거리, JYP엔터테인먼트, 올림픽공원을 연계한 엔젤공방거리(거리 1.4㎞, 면적 18만 2376㎡)도 조성해 청년 문화와 경제가 함께 발전하는 거리로 꾸민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정대화의 더 정치] “대통령의 메시지가 궁금한 요즘… 심기일전, 주마가편하라”

    [정대화의 더 정치] “대통령의 메시지가 궁금한 요즘… 심기일전, 주마가편하라”

    사자성어는 동양적 언어체계에서 발달한 촌철살인이라 할 수 있다. 짧은 네 글자로 깊은 철학과 강렬한 교훈을 전달할 수 있으니 이만큼 경제적인 언어소통 방법도 달리 없는 편이 아닌가 싶다. 국어사전에서 ‘심기일전’은 어떤 일을 계기로 마음을 새롭게 한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무엇인가 결심할 때 자주 사용하는 말이다. ‘주마가편’은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는 뜻으로 열심히 하는 사람을 더욱 열심히 하도록 한다는 뜻이다. 모두 교훈적이다. 두 교훈을 합해서 풀어 보면 열심히 하되 새롭게 바꾸어서 해 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1년 반이 지났다. 그 사이에 많은 일이 있었고 많은 일을 했고 많은 일이 진행됐다. 진행되고 있는 일도 많다. 일일이 거론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성과가 있었다. 정치란 것이 늘 논쟁적이기는 하지만 논쟁이 있다고 해서 성과를 부정할 상황은 아니다. 반대로 성과가 많다고 해서 논란이 없으란 법은 없는 것이므로 성과와 논란을 대척점에 두고 판단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기간 정부가 통상적으로 수행하는 업무를 제외하고 크게 세 가지의 중요한 국정 상황이 있었다.첫째, 보수정권 9년 동안에 저질러진 적폐를 청산하는 작업이 진행됐고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됐고 두 정권에 종사했던 고위 권력자들이 줄줄이 구속돼 법의 심판을 받았거나 받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적폐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고 정부가 필요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둘째, 남북 관계에서 의외의 성과가 있었다. 보수정권 내내 남북 관계가 경색돼 극심한 대결 국면을 지속했는데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예정에 없던 대화 국면이 조성됐고 한반도 평화와 남북교류협력의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기대 이상의 성과가 도출됐다. 그 기간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열렸고 남북 사이에서 몇 가지 가시적인 조치들이 잇따랐다.셋째, 내치 분야가 기대 이하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내치 분야에서는 적폐청산이나 남북 관계와 달리 내세울 만한 성과를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대책, 탈원전 정책, 사학 대책 등 부서마다 고심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지만,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제 영역은 더욱 어려웠다. 경제 상황이 쉽사리 호전되지 않는 조건에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노동시간 단축이 외려 역풍을 맞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결국 경제부총리, 정책실장, 경제수석 등 경제라인이 모두 교체됐다. 과도한 비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젊은이들이 고도의 추상적 이슈에 열광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생활인인 일반 국민은 구체적인 생활 이슈에 속박될 수밖에 없다. 푸시킨의 말처럼 우리는 모두 생활이 우리를 속이는 상황에서 쉽사리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이다. 달리 표현하면 적폐청산과 남북 관계는 충분히 환호할 상황이지만, 현실의 사회경제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우리는 현실적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렵고, 지금 바로 그 상황에 맞닥뜨려 있는 것이다. 외치와 내치의 불균등 전개구조를 말하는 것이다. 집토끼와 산토끼의 관계로 비유해 보자. 우리집 뒷산에 널려 있는 수많은 산토끼는 우리를 들뜨게 한다. 미래 상황이고 장기적인 가능성이다. 그러나 오늘 일용할 양식이 되는 집토끼가 없어져 버린 상황이라면 좌절할 수밖에 없다. 미래의 풍요로움에 대한 기대는 충분히 긍정할 만하지만, 미래의 가능성은 현실의 궁핍함을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정 운영에서는 좌우의 균형, 지역균형, 빈부의 균형 등 수많은 균형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안팎의 균형과 현재와 미래의 균형도 필요하다. 현실의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하자. 정부의 국정 운영에서 내치의 문제가 발생했고, 현실의 문제가 발생했고, 사회경제적 문제가 발생했다. 잘잘못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응당 필요한 정책이 없거나 정책 메시지가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적폐청산에서 보이는 명료함이 없다는 것이고 남북 관계에서 자주 표현된 정부의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의 고민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고민과 노력은 정부의 몫이고 국민은 그 결과를 알고 싶은데 유감스럽게도 결과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돌이켜보자. 정부가 남북 관계를 추진할 때 정치군사주의로 할지, 기능주의로 할지, 신기능주의로 할지 이론적인 입장이나 방법론을 말하지 않았다. 남북 관계 개선에 필요한 우선적인 조치를 거론했고 직접 만나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했다. 그것도 연거푸 추진했다. 적폐청산에서도 오직 사실에 기초한 법률적 판단에만 의존했다. 이 문제를 추진하면서 법가의 사상에 의존할지, 도가의 사상에 의존할지 말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경제 문제에서는 이론이 앞섰다. 섣부른 판단일는지 모르겠지만, 구체적인 정책수단의 결여를 이론으로 메우려고 한 것이 아니었던가 추측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1년 반이 지났다. 그리고 상황이 바뀌었다. 앞에서 말한 세 가지 흐름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정부 초기에 주목을 받았던 적폐청산이 일상적인 국면으로 전환됐다. 대신 내치의 중심이 되는 사회경제적 영역이 국내 정치의 핵심 현안으로 부각됐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정부 출범 초기의 상황에서 벗어났고, 야당이 대선 패배의 혼선에서 벗어나 대여 투쟁력을 회복했고, 국정감사와 정기국회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국정 운영 과정에서 나타난 이슈가 현안으로 부각된 것도 이유가 된다. 반면 내수 문제와 일자리 문제를 축으로 한 경제 문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학비리와 입시 문제를 포함한 교육 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사립유치원 문제를 해결한 방식이 교육 현안의 해결에 왜 적용되지 않는지 궁금하다. 노사 관계는 거듭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정부 당국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민주노총을 사회적 약자로 간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노총이 사회적 강자라면 더욱 대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궁금하다. 그러나 정부가 처해 있는 현실적인 상황도 이해하고 있다. 정부는 국정 목표로 추구하는 이상과 구체적인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고 진보적 주장과 보수적 주장, 재벌과 노동,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 사이에 끼어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다. 비판은 쉽지만, 대안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역대 어느 정부라도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로웠던 정부는 없었다. 면죄부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더욱 열심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지금은 정책적 심기일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청와대가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점검할 시간이다. 각 부처 장관들이 책임장관으로서 부처를 온전하게 통할하면서 맡은 바 책무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잘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보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특별히, 국정 운영의 총괄자로서 대통령의 메시지 기능에 대해서는 특별점검이 필요하다. 대통령의 메시지는 법 못지않게 중요하다. 더구나 국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 채 국정 훼방꾼처럼 행동하고 사법부가 적폐 논란에 휩싸여 신뢰를 잃은 상황에서 국정 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메시지는 난국을 돌파할 유일한 무기이다. 무기는 무기답게 써야 한다. 상지대 교수
  • “이젠 돈뭉치 없이 불안해” KT화재 후폭풍, 너도나도 ‘현금인출 러시’

    “이젠 돈뭉치 없이 불안해” KT화재 후폭풍, 너도나도 ‘현금인출 러시’

    KT 아현지사 화재 이후 복구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시민들은 이번 통신 참사로 놀란 가슴이 쉬이 진정되지 않는 분위기다. 화재로 통신장애 직격탄을 맞은 시민은 물론이고, 이를 지켜본 시민까지도 이번 상황을 국가 재난처럼 느끼면서 너도나도 비상용 ‘현금인출 러쉬’에 나섰다.시민들은 화재로 인한 통신 장애가 하나 둘 복구되자 만약을 대비해 현금 인출기에서 ‘현금 비상금’을 공수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이모(29)씨는 “KT 화재 사건으로 IT 강국인 우리나라에서도 휴대폰과 카드만 믿고 있다간 큰코다치겠구나 교훈을 얻어 불안한 마음에 ATM기에서 현금 비상금 50만원을 인출했다”고 말했다. 취준생 김모(26)씨도 “요즘 스타벅스 같은 대형 브랜드에선 현금 없는 매장같이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추세라 최근에 현금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는데, 이번 화재로 카드가 먹통 되는 걸 보니 현금을 쟁여두는 게 꼭 필요하다 싶어 현금을 찾았다”고 전했다. 광화문 인근 회사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안모(37)씨도 “최근에 카드 지갑만 가지고 다녔는데 언제 또 통신장애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오랜만에 돈뭉치를 만졌다”고 했다. 불안감에 현금 인출에 나선 것은 가게 영업주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4)씨도 “요즘 손님도 대부분 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게에 현금을 많이 두지 않았었는데, 화재 사건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가 이번 부분이 생각보다 취약하구나 싶어 비상시에 쓸 가게 자금을 현금으로 보험 삼아 찾아뒀다”고 전했다. 마포구에서 개인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40)씨도 “가게는 오늘부터 다시 카드 결제를 할 수 있도록 복구됐지만, 한번 크게 데이고 나니까 불안해서 현금부터 찾았다”면서 “이번엔 잠깐이라 망정이지 며칠 갔으면 물건 떼오는 것부터 대금 치르는 것까지 카드가 안되면 어쩔 뻔 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편, 이번 화재의 원인이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자 온라인에서는 괴담까지 성행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통신사 핵심 시설의 지하 광케이블에서 원인 모를 화재가 자연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면서 “북한이 우리의 대비 태세와 통신 마비 시 한국 사회가 어떤 혼란에 빠질지 시험한 것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민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인터넷 의존도가 높은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애초에 원인불명의 화재가 일어난 것부터가 매우 의심스러운 상황”이라면서 “피해의 규모를 떠나 이번 사건은 철저히 수사하지 않으면 대체 이번 혼란을 누가 만들었는가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경찰과 소방, 한국전기안전공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26일 오전 10시쯤부터 KT 아현지사 화재의 정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2차 합동 감식을 진행했다. KT는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인한 통신장애 복구 작업을 진행한 결과 이날 오전 기준 무선회선은 84%, 인터넷은 98% 복구됐다고 밝혔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박재민 “학창시절 신화 누드집 보며 지금의 몸 만들어”[화보]

    박재민 “학창시절 신화 누드집 보며 지금의 몸 만들어”[화보]

    뛰어난 운동 실력과 어디를 가도 빠지지 않는 말솜씨 그리고 스마트함만 갖춘 줄 알았던 박재민. 하지만 알고 보면 마음은 따뜻하고 열정은 더 뜨거운 사람이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악과 연기, 비보잉 등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세상을 바쁘게 살아왔다. 끊임없는 도전 정신과 식지 않는 열정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있는 배우 박재민이 bnt와 화보 촬영을 함께했다. 총 세 가지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화보에서 뜨거운 사람 박재민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박재민의 다채로운 매력과 함께 운동으로 탄탄하게 다져진 몸매까지 공개하며 촬영 스태프들의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는 후문. “남들과 비교하면 저는 뛰어나게 잘하는 것은 없어요. 그러나 무엇을 시작하든 끈질기게 이어나가는 힘은 있죠”라던 그는 도전이란 겁나는 것이 아니라고 전했다. 도전은 인생에 살이 되고 지지대가 될지언정 잃는 것은 없다던 그. 겸손한 마음을 가지고 도전의 첫발을 내디디라며 주변 사람을 격려했다. 만능 엔터테이너의 삶을 사는 박재민. 그는 어린 시절부터 성악을 전공하며 뮤지컬 아역 배우로 활동한 적이 있다. 더불어 어린이 합창단을 하며 10살 때부터 방송국을 출입하는 그야말로 대선배다. “김건모, 이선희, 이문세, 이상은 선배님들이 활동하던 시기였어요. 눈앞에서 직접 보고 자랐죠”라며 “김건모 선배님이 어린 저를 불러 카세트테이프에 직접 사인을 해주시며 유명해질 형이라고 했어요”라며 그때 당시 일화를 공개했다. 어린 시절부터 춤과 노래에 익숙했던 박재민. 사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체육 교육학을 전공했다. “공부 자체에 흥미에 느꼈다기보단, 부모님과의 약속이었어요. 비보잉을 하기 위해 부모님이 원하시던 대학에 입학해야만 했죠”라며 좋은 대학을 위해서가 아닌 예체능 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 더 큰 모티브로 작용했다고 한다. 더불어 “과연 내가 앉아서 몇 시간을 공부할 수 있을까? 내가 공부를 한다면 얼마나 열정적으로 할 수 있을지 도전이기도 했어요”라며 엉뚱한 답변을 덧붙였다. 최근엔 시사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외계통신’에서도 활약했다. “함께한 김동완 선배님은 제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해주신 분이었어요”라며 중학교 때 신화의 누드집을 봤다고 했다. “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을 때 유일하게 찾아볼 수 있는 교과서와도 같았어요”라며 지금 몸의 기준점이 됐다고 한다. 누가 보면 못 하는 것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 그에게 딱 하나 이루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한다. 바로 가정. “제 인생의 첫 번째 목표가 가정을 꾸리는 것이에요”라며 언젠가 이룰 가정을 위해 자신을 더 발전시키고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이어서 이상형에 관해 묻자 “가정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분이요. 눈은 조금 낮을 수 있는데, 귀는 높아요”라며 가치관과 대화가 잘 통화는 분을 꼽았다. 박재민의 대표작은 올림픽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단 감사한 일이죠. 저는 남들과 비교해 뛰어나게 잘하는 것은 없어요. 다만 무엇을 시작하든 끈질기게 이어나가는 힘이 있죠”라며 스노보드도 꾸준히 하다 보니 선수와 국제 심판 자격증을 따게 됐고, 현재 해설위원까지 하게 된 것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현재 박재민의 목표는 연기자로서 시청자분들께 각인을 시켜드리는 것. “시간에 비교하면 아직 배우로서 자리를 잡지 못한 것 같아요”라며 “박재민이라는 사람이 기억에 남지 않아도, 캐릭터가 기억에 남는 역할을 맡고 싶죠”라며 그만의 인생 캐릭터를 통해 박재민이란 사람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삼일절 행사 사회를 보고 있으며 나눔의 집에 기부 등 봉사단 활동을 빼놓지 않는다. “제가 스무 살쯤에 다리 수술을 크게 한 적이 있어요.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었죠.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건강한 사람이 갑자기 다리를 잃을 수 있게 된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펐어요”라며 다시 건강해질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것만 같았다고 한다. 그 후 자기 자신이 아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작하게 된 것. “사실 마음 먹긴 쉬운데, 도전하기 쉽지 않죠. 그래도 방송을 한다는 이유와 유명세 덕분에 더욱더 쉽게 시작할 수 있었어요”라며 그동안 받은 사랑을 환원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 설명했다. 사실 그동안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을 것. “부모님이 찬성하는 길을 걷지 않은 것 같아요. 오직 믿어달란 말만 하는 것은 힘이 없죠. 대신 부모님이 제시한 목표를 이루는 것으로 보여드렸어요”라며 부모님께 말 못 한 죄송한 마음을 전했다. 끊임없는 도전과 다채로운 삶을 사는 그에게 도전하고 싶지만, 두려움이 앞서는 사람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도전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아마 지금까지 쌓아 놓은 것을 모두 잃어버릴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아요”라며 “하지만 제가 도전을 해본 결과, 가지고 있는 것에 덧붙이고 지지대가 생길지언정 깎아 먹은 적은 없던 것 같아요”라고 응원했다. 조금은 독특하지만 박재민은 얼마 전까지 절에서 생활했다. “아직 짐은 절에 그대로 있는데, 잠시 부모님 댁에 들어왔어요. 그래도 거의 매일 절에 가죠”라며 아무것도 없는 절이 정말 좋다고 한다. 더불어 “절에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요. 때론 나밖에 돌아볼 수밖에 없는 것이 단점이기도 하죠”라고 농담을 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힘든 적이 없었냐고 물으니 “힘들어도 되돌아보면 추억이 되죠. 과거엔 힘들지 몰라도 지금 생각해 보면 힘들었던 기억이 없던 것 같아요”라며 약간의 힘든 과정조차 없었다면 지금의 자신은 없었을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열정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는 유노윤호와 이미지가 비슷하다. “딱 한 번 봤는데, 존경할만한 동생인 것 같아요.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인드와 비슷해요”라며 대중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영향을 선사해주는 멋진 아티스트라 설명했다. 얼마 전 처음 공개된 ‘진짜사나이300’ 백골 부대 편에도 출연했다. 정말 딱 어울리는 이미지답게 발톱이 빠질 정도로 열심히 훈련에 임했다고 한다. “멤버 모두가 예능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웃음기 없이 참여했어요”라며 다시 먹고 싶었던 군대 식단도 맛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NCT 루카스의 한국어로 인한 에피소드가 정말 많았죠. 웃음을 선사하며 온 부대의 막내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같아요”라며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 달라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다가올 2019년에 가장 기대되는 점에 관해 물었다. “내년엔 드라마나 영화로 찾아뵙길 기대해요. 그리고 저는 나이를 먹는 것이 너무 좋아요. 그 나이 때만 할 수 있는 것들이 많고, 그 나이만의 추억이 있잖아요?”라며 37세 박재민에겐 어떠한 일과 변화가 다가올지 궁금하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B급의 유쾌함, 참을 수 없는 클래식의 무거움 내려놓다

    B급의 유쾌함, 참을 수 없는 클래식의 무거움 내려놓다

    SNS에 ‘싼티’ 자랑하는 콘텐츠 가득 저화질 고깃집 영상에 궁서체 자막 등장 기획사들, 젊고 힙한 인턴·알바 채용도세계 정상급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힐러리 한은 이달 초 핼러윈데이에 맞춰 인스타그램에 가발을 쓰고 ‘해피 핼러윈’ 메시지를 전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흐 유령’이라고 소개한 그의 인스타그램 댓글에는 “최고의 분장”과 같은 댓글이 올라왔다. 힐러리 한의 다음달 내한공연을 주최한 공연기획사는 페이스북에 “(힐러리 한은) 자나깨나 바흐 생각”이라는 개구진 표현으로 이를 소개했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아티스트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대중과 소통하는 모습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이는 방탄소년단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계뿐 아니라 클래식계도 마찬가지다. SNS에 단순히 자신의 공연 일정이나 사진을 올리는 수준을 넘어 ‘B급 정서’를 담은 콘텐츠로 무게감을 내려놓은 사례를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고깃집 찾아 “한 표 부탁합니다” 무대 위에서 냉철한 연주를 선보이는 힐러리 한이지만, SNS상에서는 한없이 친근하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인 ‘바이올린케이스’는 그의 연주여행에 늘 함께하는 바이올린 케이스가 ‘화자’(話者)가 되는 엉뚱한 설정으로 팬들을 즐겁게 한다. 원전연주 단체인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페이스북에 올린 영상에는 서울 송파구의 한 유명 고깃집이 등장한다. 식당 아주머니가 메뉴판을 보는 오케스트라 단원을 보더니 “그라모폰 어워드 후보지요? 내가 투표해 줄게요”라고 어색하게 말한다. 이 영상은 올해 그라모폰 뮤직 어워드 후보로 오른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가 한국인들에게 온라인 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하는 내용이다. 출시한 지 한참 지난 스마트폰으로 찍은 듯한 화질의 영상 말미에 나오는 ‘저희에게 한 표 부탁드립니다’라는 궁서체의 한국어 자막은 권위를 자랑하는 음악상에 도전하는 이 단체의 유명세와는 거리가 먼 ‘싼티’를 자랑(?)한다. 이들과 같은 ‘코믹 코드’의 SNS 게시물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웬만한 티켓파워를 가진 연주자가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든 대중과 소통하고, 관심을 끌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히 공연정보를 올리는 정도로는 대중의 눈길 한번 받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해외 기획사들도 연주자를 선택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가 SNS의 인기도다. 무대에 오르기로 한 연주자가 갑자기 공연을 취소할 때 기획사들은 과거 만났던 연주자의 SNS나 ‘좋아요’ 등 팬들의 반응을 참조해 대체자를 물색하기도 한다. ●대중에 낯선 작품, 별나게 홍보 공연장과 기획사들도 SNS시대에 맞춰 더 ‘튀는’ 홍보방식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동유럽의 한 교향악단을 초청한 모 기획사는 내한 지휘자의 인사말을 담은 영상을 페이스북에 소개하며 통역을 생략했다. 대신 “해석을 해 보려고 했으나 유러피안의 영어발음은 참 어렵군요, 여러분 도와주세요. 해석해 주시는 분들에 한해 추첨해서 초대권 2장을 드립니다”라며 응모 이벤트 소식을 알렸다. 글 아래에는 “신개념 페북지기인가, 웰케(왜 이렇게) 웃기지”라는 댓글이 달렸다. 예전에는 당연히 들어갔을 지휘자나 연주자의 얼굴을 생략하고 홍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서울시향의 번스타인 오페레타 ‘캔디드’ 포스터에는 지휘자나 작곡가의 얼굴 대신 ‘어서 와, 캔디드는 처음이지’라는 홍보문구가 삽입됐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품이라 흥행을 걱정하던 차에 아예 대중에게 낯선 작품임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공연을 알린 것이다. 공연계 관계자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을 활용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면서 요즘 트렌드가 된 SNS용 짧은 영상클립 촬영 등도 일반화되고 있다”면서 “요즘 일부 기관이나 기획사들은 아예 SNS를 잘하는 학생들을 인턴이나 아르바이트생으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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