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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모노드라마/이동구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모노드라마/이동구 수석논설위원

    1970~80년대 ‘모노드라마’(monodrama)가 꽤 대중의 관심을 모았다. 한 명의 배우가 무대에서 독백과 연기력으로 모두 풀어 나가는 형식의 연극이다. 가장 유명했던 배우로 고(故) 추성웅씨가 꼽힌다. 조금은 이색적이고 희극적인 분위기의 추씨는 ‘빨간 피터의 고백’이란 1인극으로 유명했다. 밀림에서 인간에게 잡혀 서커스단의 어릿광대가 된 원숭이 피터가 스타가 된 후 학술원 회원 앞에서 자신이 인간 세상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착각의 과정을 1인극으로 소화해 냈다. 원작인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를 각색한 것이라고 한다. 비슷한 시기 대중 연예계에서는 ‘원맨쇼’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TV뿐 아니라 극장가나 밤무대 등에서 입담 좋은 희극 배우 혼자서 청중을 들었다 놨다 했다. 고인이 된 백남봉, 남보원씨 등이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별다른 도구도 없이 오직 입으로 기차 소리, 기관총 소리 등 각종 성대모사로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무거운 주제가 아닌 서민 삶의 희로애락을 쥐락펴락하면서 대중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디지털 세상의 도래는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방식 또한 급속도로 바꿔 놨다. 온 가족이 아침신문을 돌려 보는 풍경은 보기가 어렵게 됐고, 극장에 쇼를 즐기러 가지도 않는다. 대신 각종 SNS를 통해 정보를 주고받고, 게임을 즐기며 그들만의 세상을 꾸려 나가고 있다. 음악, 뉴스, 영화, 드라마 할 것 없이 웬만한 건 모두 다 스마트폰으로 혼자서 해결한다. 1인 미디어, 1인 기업, 1인 가구 시대다. 방송도 혼자 하고, 타인과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도 혼자서 해결할 수 있다. 사업도 혼자 하길 좋아한다. 술이나 밥도 혼자서 먹으니 ‘혼술’, ‘혼밥’이 대세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 풍속도의 하나다. 우리 사회의 주축은 밀레니얼 세대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1990~2000년대 초반에 출생한 이들은 정보기술(IT)에 능통하고 학력이 높다. 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했지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리 순탄치 못하다. 사회 초년병 시절엔 대학 학자금 대출을 갚아야 했고, 고용 위기의 그림자가 지금도 따라 붙고 있다. 소득이 낮고 일자리가 불안하니 결혼도 미루고 내 집 마련의 꿈은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30~40대는 서울서는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손바닥만 한 전월세방 한 칸 마련도 어렵다고 호소한다. 요즘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의 원인과 해법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치인, 시민단체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내뱉으니 자칫 배가 산으로 가지 않을까 걱정이다. 개중에는 모노드라마나 원맨쇼 같은 발언들도 있어 유감이다. yidonggu@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이 드라마에 그 꽃이 등장한 이유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이 드라마에 그 꽃이 등장한 이유

    인류는 식물을 소재로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즐겨 왔다. 이것은 인류보다 오래 살아온 자연물에 대한 숭배와 미지의 대상을 향한 호기심에서 비롯됐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우리나라 전설 속에 등장하는 식물 이야기는 식물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은 아닐지언정 우리가 식물을 더 오래도록 자세히 들여다보게 만든다. 식물을 선물할 때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비롯된 ‘꽃말’을 찾고, 유적지의 오래된 나무에 대한 전설을 경청하듯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드라마와 영화, 웹툰과 같은 현대판 이야기 콘텐츠에 식물을 담아낸다. 특히 드라마는 일상을 가장 밀접하게 재현해 식물 문화의 흐름을 알 수 있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식물을 통해 식물 문화 흐름을 연구한 논문도 발표된 바 있다. 1990년대 드라마 속 난과 소철, 2020년대 율마와 마리모를 통해 우리 곁 식물종의 변화를 알 수 있다. 1990년대 드라마 재벌 회장의 집무실에 있던 소나무 분재부터 2020년 관엽식물 분화 변화까지 우리가 원예를 즐기는 형태의 흐름도 엿볼 수 있다. 요즘 식물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많아지면서 식물이 있는 식물원, 수목원의 장소 협찬도 잦아졌다. 최근 다녀온 경기도의 한 수목원 정문 앞에는 이곳에서 촬영한 드라마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사립 식물원은 관람객을 유치해야만 운영이 가능하기에 드라마를 통한 홍보를 피할 수 없다. 중요한 건 드라마 때문에 식물원을 찾을지라도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식물 문화를 경험토록 한다는 데에 있다. 드라마에서 식물의 역할은 대개 정해져 있다. 아름다운 영상미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등장하는 식물에 내포된 의미를 유추해 결말을 예상토록 하며, 보다 개연성 있고 풍부한 줄거리를 만든다. 식물을 선물한 상대를 떠올리게 하거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가 된다. 가끔 웹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식물 이름이 순위권에 오를 때가 있는데, 이건 어김없이 방송 중인 드라마에 해당 식물이 등장한 거다. 드라마에 나오는 순간 식물은 대중에게 알려지고, 드라마 속 이야기는 그 식물 이야기로 기억된다. 지난해 사랑받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주인공 동백은 동백나무의 속명이자 영명인 ‘까멜리아’라 이름 붙은 가게를 운영했다. 동백나무는 다른 식물들이 동면에 들어가는 겨울에도 푸른 잎을 띠는 늘푸른나무이며, 미혼모인 동백은 주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꿋꿋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런 동백나무가 추운 겨울 화려한 꽃을 피우듯 동백은 결국 편견을 이겨내고 웃음을 찾는다.‘어쩌다 발견한 하루’에는 여름을 대표하는 꽃, 능소화가 등장한다. 판타지물로서 내내 청량함과 신비로운 분위기가 지속되는 건 드라마의 계절이 여름인 이유가 큰데, 이 여름 풍경의 중심에는 능소화가 있다. 주인공이 처음 만나고 사랑에 빠지는 모든 순간 그들 곁에는 붉은 능소화가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능소화는 장면을 화사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계절의 아련한 기억까지로 확장시킨다.‘호텔 델루나’의 주인공 만월은 다른 주인공 찬성에게 매년 달맞이꽃 화분을 보낸다. 달맞이꽃은 다른 식물들과 최대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 밤에 꽃을 피워 곤충을 불러들이도록 진화했다. 이 특성은 긴 시간 살아오며 지칠 대로 지친 만월의 표정과 꼭 닮았다. 달맞이꽃은 만월과 정체성을 같이한다.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만 해도 ‘동백꽃 필 무렵’의 동백나무와 ‘어쩌다 발견한 하루’의 능소화, ‘호텔 델루나’의 달맞이꽃과 ‘사랑의 불시착’의 방울토마토 그리고 ‘남자친구’의 율마까지. 이들 드라마에는 모두 식물이 주요 소재로 등장했다. 우리나라에 식물 문화가 확산될수록 식물이 주 소재로 등장하는 드라마는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다. 자연을 오래도록 탐구해 온 유럽의 소설과 영화 속에서 식물은 자연물로서의 상징에서 더 나아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이끄는 소재가 되기도 한다. 로맨스에 장미가 등장한다는 것은, 곧 주인공이 장미 가시에 찔리고 무뚝뚝한 성품의 다른 등장인물이 주인공이 흘리는 손의 피를 거침없이 입으로 빨아 주면서 그런 의외의 모습에 주인공의 사랑이 시작된다는 전형적인 전개를 예상하게 한다. 이는 결국 작가와 시청자 모두가 장미라는 식물의 특성, 줄기에 있는 뾰족한 가시의 존재와 그 위험성을 알고 있기에 펼칠 수 있고 수긍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우리 모두는 자연의 일부이며, 우리 곁의 생물에 대해 더 친밀하고 깊숙이 탐구할수록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 또한 더욱 심도 있고 풍부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은 작가 혼자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국 드라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 [똑똑 우리말] 비의 종류/오명숙 어문부장

    ‘궂은비 내리는 밤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궂은비는 끄느름하게 오랫동안 내리는 비를 말한다. 예년보다 긴 장마에 장대비를 동반한 ‘궂은비’가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요즘은 거의 쓰이지 않지만 농경민족이었던 우리 조상들에게 비를 가리키는 이름은 수십 가지나 됐다. 안개비, 는개, 이슬비, 보슬비, 가랑비, 실비, 장대비, 여우비, 억수, 웃비, 단비, 바람비 외에 한자어까지 합치면 족히 40~50개는 된다. ‘안개비’는 빗줄기가 매우 가늘어서 안개처럼 부옇게 보이는 비를 말한다. 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조금 가는 비는 ‘는개’다. ‘이슬비’는 말 그대로 이슬처럼 내리는 비로 는개보다 굵고 가랑비보다는 가늘다. ‘가랑비’는 보통 가늘게 내리는 비를 두루 이르는 말이다. 조용히 가늘고 성기게 내리는 ‘보슬비’나 ‘실비’도 가랑비의 일종이다. ‘부슬비’는 보슬비의 큰말이다. ‘여우비’는 볕이 나 있는 날 잠깐 오다가 그치는 비, ‘소나기’는 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 곧 그치는 비다. 물을 퍼붓듯 세차게 내리는 비는 ‘억수’, 장대처럼 굵고 거세게 좍좍 내리는 비는 ‘장대비’다. 비슷한 말로 ‘작달비’가 있다. 웃비는 아직 우기(雨氣)는 있으나 좍좍 내리다가 그친 비, 단비는 꼭 필요한 때 알맞게 내리는 비, 바람비는 바람과 더불어 몰아치는 비를 말한다. ‘안개비<는개<이슬비<가랑비<장대비’ 순으로 빗방울이 굵어진다. oms30@seoul.co.kr
  • [길섶에서] 저는 마스크입니다/김상연 논설위원

    안녕하세요. 저는 마스크입니다. 예, 맞습니다. 여러분이 요새 늘 갖고 다니는 그 얇은 천 쪼가리입니다. 정말이지 요즘 인기를 실감합니다. 전엔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나 가끔 쓰였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하루도 빠트리면 안 될 생활필수품이 됐으니까요. 오래 살고 볼 일입니다. 하지만 저를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이 벌어지고 남녀노소가 긴 줄을 선 것을 볼 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뭐 그리 대단한 존재라고. 제가 가장 힘든 건 저를 얼굴에 안 썼다는 이유로 인간들이 서로 싸우고 미워할 때입니다. 모두의 건강을 위해 힘들더라도 꼭 저를 쓰셨으면 합니다. 하지만 안 썼다고 해서 여러 사람 앞에서 모욕을 주지는 말았으면 합니다. 혹시 말 못할 사정이라도 있을지 모르니까요. 저도 바이러스가 무섭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로부터 여러분을 지키는 게 저의 운명입니다. 아모르파티. 저는 제 운명을 사랑합니다. 다만 부탁이 있습니다. 저를 다 쓰고 버릴 때는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지지 말아 주세요. 어차피 버려지는 것이지만 그렇게 버려질 때는 정말 버림받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쓰레기통을 찾아 버려 주시면 그것으로 충분히 사랑받았다고 느끼고 떠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저의 운명이니까요. 아모르파티. carlos@seoul.co.kr
  • 무대 밖 즐거움… 또 다른 작품 ‘포토존’

    무대 밖 즐거움… 또 다른 작품 ‘포토존’

    브로드웨이 42번가·오페라의 유령 등 각 작품 분위기·특징 살린 포토월 눈길국립극단 70주년 ‘연극의 얼굴’ 전시회…배우 얼굴 사진·작품 설명으로 벽 꾸며 ‘방구석 1열’에서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즐기고, 유튜브로 ‘오페라의 유령’ 실황 공연을 볼 수도 있지만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공기가 있다. 요즘처럼 큰맘먹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로비에 발을 들이는 것부터 반갑다. 여러 가지 종류의 포토존(포토월)이 무대만큼 신경 써서 꾸며져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어서다.규모가 큰 공연장은 출입문에서부터 객석에 들어가기 전까지 곳곳에 화려한 포토존을 두고 시선을 빼앗는다. 초연 24주년에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서울 잠실 샤롯데시어터 로비를 뮤지컬 백스테이지 느낌을 풍기도록 꾸몄다. 빛나는 조명과 반짝이는 의상을 둔 포토존을 로비부터 객석으로 올라가는 계단 사이사이마다 세웠다. 사진찍기 위한 줄이 가장 길게 선 곳은 로비 한쪽에 배우의 대기실을 옮겨둔 듯한 공간으로 거울 셀카를 찍을 수 있는 곳이다.‘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공연이 열리는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는 세 종류의 포토존이 팬들을 기다리고 있다. 검정색 배경에 작품의 상징인 유령의 가면의 모습과 영어로 된 작품명이 쓰여진 게 전부지만 스와로브스키의 빛나는 재질과 배경이 간판처럼 바뀌는 독특한 방식을 적용해 오묘하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줘 곧 유령을 만나게 된다는 걸 확 실감 나게 한다.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 제작사 관계자는 “무대 밖도 작품이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이 어디서나 작품을 느끼고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지만 한눈에 작품의 특징을 제대로 전달하는 포토존들도 돋보였다. 지난 5일 막을 내린 뮤지컬 ‘차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꾸며진 나의 모습과 나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이야기와 딱 맞게 퍼즐 조각과 SNS를 배경으로 한 포토월이 관객을 맞았다. 베토벤의 인간적 고뇌를 베토벤의 음악과 함께 풀어내는 뮤지컬 ‘루드윅: 베토벤 더 피아노’는 대학로 티오엠(TOM)의 극장 복도 한쪽을 포토존으로 꽉 채웠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곧바로 또 다른 베토벤의 피아노 한 대를 마주하며 작품의 여운을 되새길 수 있게 해준다. 지난 15~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선보였던 ‘자파리’는 현대무용가 김설진이 직접 접은 커다란 종이학을 천장에 매달아 어떤 무대가 그려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국립극단은 창단 70주년을 맞아 명동예술극장 로비에 극단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전시회를 열고 있다. ‘연극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극단의 대표 작품인 ‘오이디푸스’, ‘3월의 눈’, ‘파우스트’,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에 출연한 정동환, 서이숙, 신구, 손숙 등 배우 10명의 얼굴과 작품에 대한 설명을 뒀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조씨고아…’와 다음달 6일 개막하는 ‘화전가’를 찾는 관객들이 공연을 기다리며 극단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베를린 인싸 되기? 베지테리언으로 살아 봐

    獨인구 10%인 800만명이 비건채식주의자 위한 레스토랑 많아밀로 만든 고기, 두유로 만든 햄맛과 멋 다 잡은 코스 요리까지 육식파도 고기가 그립지 않더라나는 고기파다. 고기는 안 가리고 다 잘 먹는다. 삼겹살을 좋아하고, 엄마가 만들어 주는 떡갈비는 일주일도 넘게 먹을 수 있다. 서울 우래옥에서 먹는 불고기를 평양냉면만큼이나 사랑하고, 아무렇게나 굽는 한우는 가만히 보고 있을 수가 없다. 바싹 익힌 한우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이런 내가 베지테리언과 사귀게 되다니. 나를 ‘과격한 육식주의자’라고 놀리던 친구는 말했다. “고기 못 먹어서 어떻게 만나. 너 고기 못 먹으면 히스테리 장난 아니잖아. 아무래도 오래 못 가겠는데?” 나도 이 연애가 엄청 힘들 줄 알았다. 그런데 의외로 잘 지낸다. 아직까진. 베를린에선 신기하다 싶을 정도로 비건(채식주의자) 레스토랑도 자주 간다. 일주일에 한 번씩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먼저 가자고 조를 정도다. 이유는? 맛있어서다. 먹을 만한 정도가 아니라 눈이 동그래질 만큼 맛있다. 남자친구는 치즈와 우유, 생선까지 먹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인데, 우리는 채식보다 더 엄격한 기준의 비건, 즉 유제품과 달걀을 재료로 쓰지 않는 레스토랑에도 자주 간다.단골로 가는 비건 레스토랑은 집에서 멀지 않은 베트남 음식점 ‘안 다오’다. 그곳에서 세이탄(Seitan·밀로 만든 식물성 고기)이 들어간 쌀국수와 비건 햄과 두부, 야채들이 들어간 카레우동과 밥을 즐겨 먹는다. 돌솥 같은 그릇에 국물이 자작하게 담긴 ‘카포’는 콩으로 만든 새우와 그린 바나나, 각종 야채, 견과류 등이 들어 있는 음식이다. 유기농 콩으로 만든 요구르트와 두유로 만든 조림 국물은 우리네 생선조림처럼 혀에 착 붙는다. 밀로 만든 고기는 진짜 고기처럼 쫄깃쫄깃하고 두유로 만든 햄도 굳이 말하지 않으면 일반 햄과 별로 다르지 않은 맛이다. 베를린에서 즐겨 가는 단골집이 비건 음식점이라니, 스스로 생각해도 웃긴 일이었다.●베를린 ‘주류문화’가 된 채식 남자친구가 아니었다면 베를린에서 이렇게 채식이나 비건 레스토랑을 자주 가진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번 발을 들이고 나니 채식의 문턱이 그 어느 도시보다 매우 낮다는 걸 실감한다. 실제로 베를린은 ‘유럽 비건의 수도’로 손꼽힌다. 동물 복지와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소수 사람들이 즐기는 것이 아니라 다수가 채식을 일상화하고 있다. 독일 전체 인구 중에는 10% 해당하는 800여만명이 채식 인구다. 그 중심에 베를린이 있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미 ‘주류문화’가 됐다. 진짜 베를리너가 되려면 베지테리언이 돼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다. 당신도 베를린에서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 혹은 그녀가 베지테리언일 확률은 반 이상이라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장담한다. 그렇다면 베를린은 어떻게 채식과 비건의 수도가 될 수 있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오늘의 시점에서 얘기하자면, 베를린에는 채식을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이 정말 많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음식점도 많지만 일반 레스토랑도 ‘채식 메뉴’를 잘 갖추고 있다. 육식주의자인 나와 채식주의자인 남자친구가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서로 먹고 싶은 걸 사이 좋게 고르고 같이 먹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베를린에서는 채식주의자들이 고기가 안 들어간 메뉴를 찾아 멀리 발품을 팔거나 힘들게 찾아다니지 않아도 된다. 동네 음식점 가듯이 언제 어디서든 찾을 수 있다. 전 세계 비건을 위한 식당 가이드 앱 ‘해피카우’는 이런 ‘비건 프렌들리’ 식당이 베를린에 600여군데 있다고 밝혔다. 채식주의자와 비건을 위한 전문 식당은 200여군데에 달한다.●팔레스타인·이스라엘인 함께 운영하는 ‘카난’ 채식 및 비건 전문 음식점 중에는 지향하는 콘셉트나 의도가 단연 돋보이는 곳이 많다. 그중 한 곳은 채식 전문 식당인 ‘카난’(Kanaan)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의 그 ‘가나안’이다. 이곳이 유명해진 건 두 오너 때문이다. 지금도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적의 두 사람이 함께 문을 열어 화제가 됐다. 이스라엘인 오즈 벤 데이비드와 팔레스타인인 잘릴 다빗이 음식을 통해 평화와 우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후무스와 팔라펠을 메인 메뉴로 두고 있다. 후무스는 종류만 7가지에 달한다. 우유와 달걀을 이용한 채식 메뉴가 대부분이고 우유 대신 두유로 만든 요구르트 소스의 후무스 버거 등 비건 메뉴도 잘 갖추고 있다. 이곳이 특별한 건 또 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난민과 성 소수자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에서도 큰 이슈가 되는 난민과 인종차별, 성차별적 문제를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적극 해결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에 필요한 식재료 공장을 만들어 어려움에 처한 현지인들을 지속적으로 돕는다. 음식도 맛있다. 강황이 들어간 매콤한 버섯 후무스와 팔라펠 플레이트는 둘이 먹어도 충분할 만큼 양도 많고 맛있다. ●쓰레기 제로 추구하는 ‘프레아 레스토랑’ 독일에선 명품이나 비싼 옷 입고 티 내는 걸 촌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부자들도 잘사는 티를 잘 안 낸다. 베를린 거리에는 그냥 아래위로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지나다닐 뿐이다. 내가 베를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 반면 채식을 하는 건 매우 고급스럽고 바람직한 습관이라 여긴다. 육류를 먹지 않음으로써 동물들이 비윤리적인 환경에서 사는 걸 막을 수 있고,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으며, 자신의 건강도 지킬 수 있으니 채식만큼 쉽고 적합한 것이 없다고들 생각한다. “왜 베지테리언이 됐어?” 남자친구를 만난 첫날 물어봤던 것 같다. “동물을 비윤리적으로 사육하고 고기를 얻는 공장식 육류 산업에 반대하기 때문이야. 내가 쓰는 돈이 그곳으로 가는 게 싫어. 고기를 안 먹은 건 열네 살 때부터인데, 그렇다고 고기를 아예 안 먹는 건 아니야. 아이들이 먹다 남긴 치킨이나 고기는 일부러 먹기도 해. 버려지려고 죽은 애들이 아니니까.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다가 사냥꾼에게 잡힌 고기도 맛은 봐. 걔네는 행복하게 살다가 간 거잖아.” 먹다 남긴 고기를 가끔 그가 먹을 때, 즐거워서 먹는 게 아니란 건 이미 표정에서 알겠다. 도저히 못 먹겠는 건 그도 남긴다. 하지만 원래 음식을 안 남기고 먹는 스타일이라 버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더구나 그게 고기라면 남이 주문한 음식이라도 버리지 않으려고 대신 먹는다. 나도 가급적이면 음식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다. 베를린의 레스토랑은 음식의 양이 기본적으로 많아서 고기 메뉴를 시키면 남기는 경우가 많은데, 다 못 먹을 것 같으면 그냥 채식 메뉴를 시킬 때도 있다. 남기지 않는 것,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것 또한 베를린에서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한다. 쓰레기를 줄이는 데에 만족하지 않고 ‘제로’로 만들자는 ‘제로 웨이스트’ 운동이 확산하는 이유다.미테 한복판에 있는 ‘프레아’(FREA)는 ‘세계 최초의 제로 웨이스트 레스토랑’으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식재료는 가까운 산지에서 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공급받고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다. 테이블에는 일회용 냅킨 대신 부드러운 면 손수건을 놓는 식이다. 음식은 모두 채식과 비건 메뉴로 돼 있으며 일체의 동물성 재료는 사용하지 않는다. 헤이즐넛을 이용해 만드는 커피와 쌀로 만든 우유, 직접 만드는 사워도 빵과 파스타 등 더 건강하고 질 좋은 재료를 만드는 데 열심이다. 음식을 남기지 않고 다 먹는 것이 기본 취지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쓰레기는 레스토랑 내에 설치된 음식물 처리 기계를 통해 퇴비로 만든다.베를린의 힙스터들이 모이는 ‘프레아’에서 머리를 앙증맞게 옆으로 묶은 남자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음식을 고른다. 건강식 샐러드와 홈메이드 파스타 혹은 구운 감자가 메인으로 나오는 점심코스는 16유로. 적당한 가격에 폼 내기도 좋아서 서울에서 친구가 오면 당장 데려가고 싶은데, 여행은 언제나 가능해질까. 채식 어렵다고? 베를린 마트 ‘비건 패티’ 즐겨 봐●비건 음식이 파인다이닝을 만났을 때 ‘러키 리크’ 남자친구를 만난 지 1년, 베를린에서 산 지 7개월이 된 기념으로 모처럼 근사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고른 ‘러키 리크’ 레스토랑은 비건 음식을 파인다이닝 콘셉트로 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베를린에서 꼭 가 봐야 할 비건 레스토랑 중 한 곳이기도 하다. 베를린에서 더 많은 비건 음식과 레스토랑을 경험해 보고 싶었던 터라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이었다. 저녁에만 열고 코스요리로만 내기 때문에 아무 때나 가긴 버거웠다.2011년에 오픈한 ‘러키 리크’는 두부나 콩을 이용한 단순한 비건 음식이 아니라 실제 소고기처럼 느껴지는 스테이크, 일반 치즈와 전혀 분간이 안 가는 비건 치즈 등을 독창적으로 선보이며 입소문을 탔다. 비트를 구워 만든 스테이크가 어떻게 진짜 스테이크 같은 맛을 내는지 너무 궁금했다.‘러키 리크’의 메뉴는 딱 한 가지. 샐러드, 수프, 두 가지의 메인 음식, 디저트로 구성된 메뉴에서 3코스, 4코스, 5코스로 고를 수 있다. 우리가 간 날 메뉴에는 스테이크가 없었다. 대신 아스파라거스로 만든 슈니첼(독일식 돈가스)과 여러 가지 곡물과 야채로 바삭하게 만든 슈니첼이 메인으로 있었다. 아스파라거스 슈니첼은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아쉬운 ‘뻔한’ 맛이 났지만, 곡물 슈니첼은 바삭바삭한 식감이 진짜 고기를 씹는 것 같았다. 아몬드로 만든 리코타 치즈도 진짜 치즈 같고 코코넛 아이스크림도 우유 없이 만들었다는 걸 알아채기 어려웠다. 소문대로 러키 리크는 비건 음식을 먹을 때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2% 부족한 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만족스러웠다.●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하는 ‘채식’ 고기를 먹는 사람들에겐 환경과 동물 보호를 위한 설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채식을 즐길 수 있으려면 고기 맛이 ‘별로’ 그립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능동적인 채식주의자가 될 수 있다. 고기 굽는 소리나 냄새만 맡아도 침이 고이는 사람들이 신념만 가지고 채식을 하기엔 너무 고행이 따를 테니까. 유럽의 비건 마켓 ‘베간츠’의 창업자인 얀 브레딕도 어느 신문 인터뷰에서 ‘비건 푸드가 비(非)비건 음식보다 맛있지 않으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없다’고 했는데, 그 말에 무척 공감이 갔다. 고기가 그립지 않은 비건 음식, 과연 얼마나 가까이 있을까. 매번 햄버거를 사 먹는 게 지겨워서 집에서 만들어 먹은 적이 있다. 패티는 슈퍼마켓 ‘레베’에서 샀다. 남자친구는 비건 버거로 유명한 ‘비욘드 버거’ 패티를, 나는 소고기 패티를 샀다. 베지 버거는 가히 패티계의 혁명이라 느껴질 맛이었다. 일반 고기와 차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식감은 더 부드럽고 가벼웠다. 이 놀라운 맛은 이미 빌 게이츠도 투자할 만큼 획기적인 제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이 ‘식물성 고기’의 한 가지 단점이라면, 일반 고기 패티가 2유로대인데 이 비건 버거는 5유로가 넘는다는 것. 진짜 고기이고 가격까지 저렴한데도 더 비싼 비건 패티를 사 먹고 싶은 건 맛 경쟁력에서 이겼기 때문이다, 적어도 내게는. 베를린에 와서 고기가 들어간 메뉴를 시키고 남기는 반복을 줄였다. 고기를 끊겠다는 생각을 아직 해 본 적은 없지만, 고기를 먹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 비건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들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됐기 때문이다. 베를린에서 채식은 이제 그냥 하나의 유행, 일상의 방식으로 통한다. 그중 비건에 대한 관심은 더 높아져서 음식에만 국한되지 않고 비건 패션과 뷰티 아이템, 비건 투어 프로그램 등 라이프 스타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특히 뷰티 제품은 베를린에서 음식만큼 관심이 높은데, 이곳의 흔한 드럭 스토어인 데엠과 로스만에만 가도 동물성 원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은 비건 뷰티 제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대형 숍들은 식물성 100%의 자체 비건 브랜드 제품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애용한다. 베를린에서 산 뒤에 화장품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도 거의 반 이상 줄었다. 전에는 쳐다도 안 보던 비건 음식과 채식에 맛을 들이고 있는 요즘, 나는 조금씩 진짜 베를리너가 돼 가는 기분이 든다. 여행작가 dongmi01@gmail.com
  • 아베 ‘최악의 8월 위기설’ 日정가 확산…과연 극복할수 있나

    아베 ‘최악의 8월 위기설’ 日정가 확산…과연 극복할수 있나

    “아베의 진짜 위기는 8월에 온다. 8월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이 정권의 명운을 결정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악의 수렁에 빠져 있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올 8월이 어느 때보다 혹독한 시련의 시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본 정가에 확산되고 있다. 8월에 접어들면 정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재확산됐다는 국민적 비난이 거세질 가능성이 있는 가운데 여야 안팎에서 지적을 받고 있는 그의 기자회견 회피 등 ‘현실도피’도 더 이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2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요즘 일본 정가에는 “아베 총리가 ‘마의 8월’에 떨고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트위터에는 ‘#사요나라(안녕) 아베 총리’ 해시태그가 확산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입장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코로나19의 제2차 확산의 현실화다. 각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지난 22일 강행한 관광 활성화 정책 ‘고투(GoTo) 트래블’이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을 촉발했는지 여부가 월초에 판가름난다. 최근 도쿄를 비롯해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수도권, 간사이, 도카이, 규슈 등 주요 지역 중심부에 역대 최다 수준의 일일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아베 정권의 성급한 관광 활성화 정책이 빚은 ‘인재’로 결론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높은 상황이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고투 트래블 정책으로 인해 지방에서 감염자가 증가할 경우 아베 정권이 책임져야 하며, 이는 내각 총사퇴 수준이 돼야 한다”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지난달 국회 폐회 이후 40일 이상 기자회견을 갖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회 폐회 중 심사’에도 불참하면서 ‘수치스런 도망작전’을 쓴다는 조롱을 사고 있는 아베 총리의 두문불출도 더이상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일본 총리가 절대로 불참할 수 없는 원폭 투하 75주기 위령제가 각각 다음달 6일과 9일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는 기자회견을 하는 것이 관례다. 그때까지 도쿄 총리관저 등에서 공식 회견을 갖지 않더라도 위령제에서는 기자들의 불편한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정가에서는 “코로나19의 빠른 재확산이 고투 트래블 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감염 확산이 계속 돼도 고투 트래블 정책을 계속할 것인가“, “정부 판단 미스로 감염이 확대된 것으로 드러나면 어떤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가”, “긴급사태 재선언의 필요성은 없는가“ 등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달 중순 ‘오봉’(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 연휴를 전후로 공직선거법(금품살포) 위반으로 구속기소된 가와이 가쓰유키 전 법무상과 부인 안리 참의원 의원의 재판이 열리는 것도 아베 총리에게는 악재다. 공판 과정에서 검찰이 지난해 참의원 선거 당시 자민당 본부가 가외이 부부에게 제공한 선거자금 1억 5000만엔(17억원)의 사용처에 대해 상세히 밝히면 거액의 지원을 결정한 아베 총리는 곤혹스런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치 저널리스트 이즈미 히로시는 “코로나19 불안으로 국민들의 마음이 팍팍해지면서 정권 비판과 아베 반대를 더욱 촉진할 조짐이 보인다”며 “8월 초에 있을 오랜만의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얼마나 자신의 말로써 국민의 마음을 얻느냐가 ‘마의 8월’ 극복에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진중권 “조국아, 이게 네가 바라던 검찰개혁이냐? 푸하하”

    진중권 “조국아, 이게 네가 바라던 검찰개혁이냐? 푸하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가 검사들에 대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를 골자로 한 검찰 개혁안을 권고한 데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조소를 날렸다. 진중권 전 교수는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검찰개혁위의 안은 매우 해괴하다”면서 “검찰 개혁은 결국 ‘조만대장경’이 돼 버렸다”고 비판했다. 검찰개혁위는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폐지와 비검사 출신의 검찰총장 임명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교수는 검찰개혁위가 내놓은 ‘검찰 개혁’의 가장 큰 목표가 ‘검찰의 정치화’라고 규정했다. “검찰을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권력의 욕망’에 손대야” 그는 ‘검찰의 정치화’를 막으려면 검찰을 손댈 것이 아니라 검찰을 정치적 도구로 삼으려는 ‘권력의 욕망’에 손을 대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번 검찰 인사를 거치면 아마 이 나라의 권력형 비리는 완벽히, 적어도 우리 눈앞에서는 사라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권력형 비리가 실제로 사라진다는 것이 아니라 정권이 정권에 협조하는 검사를 검찰 전면에 포진시켜 윤석열 검찰총장을 고립시키는 식으로 검찰을 장악함으로써 검찰이 더 이상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반어법이다. 진중권 전 교수는 “각하의 업적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을 “대통령의 권한을 장관들에게 골고루 나눠주고 대통령에게는 연설문 9번 고쳐 쓰는 일만 맡기는 것”이라고 빗대어 비판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원 연설문을 9번 고쳐 썼다고 강조한 청와대 발표도 함께 조롱한 것이다. “법무부 장관이 말 잘 듣는 검사 포진시킬 것” 진중권 전 교수는 “권력형 비리를 수사한 검사들 줄줄이 좌천됐지만 그래도 임기가 보장된 총장은 못 잘랐기에 총장은 권력의 외압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위 권고안대로라면 “법무부 장관이 총장을 ‘패싱’해 지검장들을 지휘하고, 말 안 듣는 이들 자르고, 이성윤(서울중앙지검장)처럼 실력 없이 말만 잘 듣는 어용들을 데려다 앉히고, 한동훈(윤석열 검찰총장 최측근)처럼 실력 있는 검사들은 다 한직으로 밀려나고. 엉뚱하게 한동훈 검사장을 ‘정치검사’로 비방하는 ‘사골’ 검사나 성추행 2차 가해나 즐기는 변태 검사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이들을 요직에 앉힐 것”이라고 신랄하게 전망했다. 그는 “지금 권력형 비리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중단됐다”며 그 예로 “라임이니 옵티머스니 권력과 연루된 금융비리는 계속 터져 나오는데 올해 초 금융조사부가 해체됐고,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총선이 끝난 지 석 달이 지났지만 후속 수사에 관한 소식은 들을 수가 없다”라고 지적했다. 진중권 전 교수는 “정권은 이른바 ‘개혁’을 한답시고 검찰을 다시 자신들의 개로 만들었다”면서 “지금 서울중앙지검의 권력 청부수사, 법리를 무시한 무리한 수사와 기소, 검언유착과 공작정치 전형을 보라”고 했다. 그는 “과거에도 검찰은 산 권력에 칼을 대곤 했지만 이제는 그게 불가능해진 것”이라며 한탄한 뒤 “과거엔 죄 지으면 군말없이 감옥에 갔는데 요즘은 죄를 짓고도 투사의 행세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진중권 전 교수는 대학 동기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향해 “국아, 이것이 네가 바라던 ‘검찰 개혁’이냐? 푸하하”라고 쓴소리 섞인 웃음을 던졌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배민아의 일상공감] 이 시대의 서시

    [배민아의 일상공감] 이 시대의 서시

    요즘 사람들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성공’이다. SNS를 통해 이리저리 전달되고 있는 좋은 글의 상당수가 ‘성공’에 관한 것들이고, ‘성공’을 키워드로 한 도서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어쩌면 성공을 원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사회적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의 본능일지도 모른다. 성공에 대한 여러 가지 정의들이 있겠지만 쉽게 이야기하면 남들보다 더 높은 지위와 권력, 더 많은 경제적 풍요,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인격까지 겸비한 사람이 성공이라는 잣대에 어울리는 모습일 게다. 어떤 측면에서 성공이란 지극히 세속적인 것이어서 때론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가치관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80년대 대학을 다니며 사회와 나라를 걱정하던 시절 세상을 바꾸려는 이타적 삶과 세상의 잣대인 성공의 삶이 상충되는 것으로 고민하던 때 누군가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 성공 지향적 삶을 터부시한다면 이 세상의 불합리한 구조는 전혀 바뀌지 않을 겁니다. 부와 지위와 권력을 올바로 사용할 줄 아는 성공한 지도자들이 많아져야 세상이 조금씩 바로잡히지 않을까요?” 그동안 우리가 성공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성공한 사람들이 그 목표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불의와 부정을 일삼으며 성공을 향해 치달아 왔는지 분명히 보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그런 뻔뻔스러운 철면피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는 올곧게 정직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궁색함과 현실적 어려움만이 가득하지만, 적당히 반칙을 쓰면서 세상을 약게 사는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많은 혜택이 주어지는 매우 불합리한 세상이 되고 말았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 위해 괴로워했던 시인 윤동주의 고뇌가 무색하게 이 세상은 무수히 많고 큰 오점과 불의를 자행하며 성공의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 한 점의 부끄러움으로 괴로워하는 이들을 향해 온갖 조롱과 비난의 돌을 들기를 서슴지 않는다. 성경에는 간음하다 바리새인들에게 붙잡혀 예수 앞에 끌려온 여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당시 지도층이었던 바리새인들은 여인의 죄를 따지기보다 예수를 모함하기 위한 시험이 목적이었다. “모세의 율법에 따르면 이런 여자들은 돌로 쳐 죽이는 것이 마땅한데 선생은 어떻게 하겠소?” 돌로 치지 말라고 하면 율법을 어기는 범죄자로 몰아갈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예수의 평소 가르침인 사랑의 계율을 어기는 함정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예수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음모를 벌인 이들의 작전에 휘말리지 않고, 그들의 돌을 쥔 손을 부끄럽게 한 대답이었다. 물론 이 이야기가 범죄자들이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한 도구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간음한 여인의 죄는 분명히 지적하고 “가서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며 스스로 잘못된 삶을 청산하도록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한 세상 속에서 부끄러운 성공을 당당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돌을 들 것을 부추긴다. 그리고 손에 든 돌로 상대를 치라 한다. 그것이 정의이고 정상이라 말한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의 부끄러움을 느끼는 이들에게 비아냥대고,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는 이들을 향해 돌을 든다. 진실과 정의가 죽어 가는 엉터리 세상이다. 암울한 현실에서 하늘을 우러러보았던 시인 윤동주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함께 바꾸어야 할 가치관과 방향이 분명하기에 오늘도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바람이 거세게 스치는 밤에도 별은 빛나고 있다.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연일 내리는 빗속에서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연일 내리는 빗속에서

    장미도 지고, 백합도 지고, 접시꽃도 연일 내리는 비에 꽃을 떨구니 마당은 짙은 녹음만 왕성하다. 이맘때쯤 무더위에 비를 기다리곤 했었는데 올해는 초복 지나 중복이 지나는데도 비 소식이 연이어 계속되고 있다.고추와 가지는 키만 껑충 크고, 호박과 오이는 계속된 빗줄기에 무시로 꽃을 떨군다. 넝쿨은 거침없이 마당을 덮어 가고 있고 잡풀은 제 세상 만난 듯 성성하다. 잠시 비 멈춘 사이 보이는 청명한 하늘. 빗소리 줄어드니 새소리 높아지고 풀벌레 소리 들려오기 시작한다. 요즘 기후온난화 탓으로 나방이 떼로 나타났다는 소식에 집을 살펴보니 데크 기둥이며 처마 아래 나방이 많이 붙어 있다. 간단히 떼어낼 것은 떼어내고 그들만이 아니지 싶어 다른 곳을 살펴보았다. 연한 잎에는 진딧물이 붙고, 씨 맺으려는 루콜라에는 노린재들 잔치 벌이고, 나무들에는 선녀나방들이 하얗게 붙어 있다. 그것 없애 보겠다고 인터넷에 떠도는 천연방제법을 따라해 보고 포충기를 만들어 달아놨지만 어째 코웃음 치는 듯 기세가 여전하다. 더이상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가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고 비 그친 사이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가 더이상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니 풍경은 새로 얻은 거리감으로 다가오며 묻는다. 그래도 아름답냐고. 그 와중에 꽃은 피고 지고 열매가 매달리고 익어 가고 있다. 어느새 익은 옥수수를 찌고 오이를 따서 냉채를 하고 호박으로 나물 해 먹고는 붉게 물든 토마토를 쓱쓱 따서 먹는다. ‘이 맛이야.’ 전원에 산다는 것은 무수한 생명들과 함께하며 그 틈에서 사는 것이겠지. 여전히 벌레가 싫고 달려드는 모기와 먹파리, 진드기가 혐오스럽지만 그런대로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도 살 만한지. 어디에선가 ‘걱정 말아요 그대’라는 노래가 흘러나온다. 함께하는 듯, 같이 지켜가는 듯, 서로 힘이 돼줄 듯,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노래 들으며 마당을 거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온 것이 있어 바라보니 상사화다. 봄에 무성하던 잎을 보내고 숨어 있던 상사화. 빗속에서 쑤욱 화사한 꽃대를 올린 것이다. 노래가 위로해 주듯 상사화는 분홍색 소박한 표정으로 발길을 붙잡고는 묻는 듯하다. 지금 무엇을 지키고 살아가는지, 무엇을 품에 키우는지 묻는 듯한 표정으로…, 잘 지내는지.
  • 부동산 이슈 선점해 정책 이끌어 내… 소시민 삶도 들여다봤으면

    부동산 이슈 선점해 정책 이끌어 내… 소시민 삶도 들여다봤으면

    서울신문은 28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제129차 독자권익위원회를 열고 7월 주요 현안에 대한 서울신문 보도에 관해 의견을 나눴다. 회의에는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위원장을 비롯해 심훈(한림대 언론학과 교수), 박준영(변호사),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4년), 김숙현(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 김준일(뉴스톱 대표), 이동규(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독자권익위원이 참석했다. 지난 5월부터 선보이고 있는 아무이슈가 “확대 개편을 하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로 호평을 받았고 고위공직자 부동산 연속 보도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피해자 중심 보도 스탠스로 선명성을 보여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은 위원들의 주요 의견이다. 심훈 2일자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 시리즈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용도 재밌고 집 안에서는 잘 모르는 바깥세상, 특히 신세대 중심 깨알 정보를 알린 게 굉장히 신선했다. 15일자 10면 ‘“성과 낸 지도자라서” 하키채로 수차례 때려도 관대한 법원’ 기사도 좋았다. 법관들의 보수적인 인식이 사법부 불신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체육계 폭력이 법원에서 사실상 방조되고 있는 현실을 잘 포착해 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7월 13일부터 박 전 시장 자살 이후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서울신문이 보여 준 행보에 적잖이 놀랐다. 이 정도 쓰면 여론의 후폭풍이 상당할 텐데 어떻게 감당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감했다. 민감한 이슈라 중립적 시각으로 나갈 수 있었음에도 객관적인 동시에 짚어야 할 것을 짚어 피해자 중심적 시각을 잘 나타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싶다. 김숙현 7월 국제면은 밋밋했다. 여전히 미중일, 약간의 러시아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 미국의 대선, 미중 갈등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지만 타 지역 소식도 써 주면 좋겠다. 6일자 ‘비능률 상징 일본 도장 문화’에서 김태균 특파원이 일본의 전근대적인 문화가 왜 지금까지 제도적으로 고쳐지지 않았는지 잘 써 줬다. 일본의 아날로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사였다. 그런데 20일자 김 특파원이 쓴 ‘코로나19로 드러난 디지털 후진국의 민낯’이라는 칼럼과 내용이 유사하다. 21일자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기고문은 8월 14일 위안부 기림의 날을 맞이해서 기고한 것 같다. 여가부 폐지 논란 등 부처 비판이 있는데 여가부 장관이 이런 시기에 왜 기고를 올리게 됐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내용이 없었다. 이동규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에 대한 논란은 서울신문이 발단이 돼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부터 2급 이상 고위공직자까지 번졌다. 최근에는 수도권 이전 문제까지 촉발됐다. 17~18일자 서울신문 116주년 창간 기획 기사에서 여러 정치 현안을 놓고 여론조사업체 리서치앤리서치를 통해 국민 1000명에게 확인한 설문조사 내용은 산발적이었다. 앞에도 나오고 뒷면에도 나온다. 내용을 종합해서 무엇을 위한 설문조사인지 소개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박준영 3일자 9면 이춘재 관련 경찰 수사 결과 발표 기사는 이춘재의 범행 동기를 지나치게 단순화시켰다. ‘삶이 무료해서 살인을 시작했다’는 내용이다. 이춘재가 피해자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자신의 범행을 타인과 언론에 과시하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했다고 하는데 이 부분은 이 사건 기록과 배치된다. 이춘재는 1994년부터 26년간 수감생활을 하면서 교도소에서 목공반장으로 있었다. 위험한 공구를 관리하는 목공반장은 수십 명의 수감자들, 교도관들의 지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위치다. 교정 당국에서 이춘재가 26년간 전혀 교정이 안 됐다는 경찰 발표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브리핑 내용에서 “이춘재가 범행을 반성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춘재가 살인 피해자 유가족 면회에 응하면서 미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화성연쇄살인사건을 ‘문제 많은 특별한 한 인간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라고 규정지으면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춘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고통받았던 많은 사람들의 억울함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지난해 전 국민이 관심을 가질 때만 해도 억울한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경찰이 논의했는데 관심이 시들해지면서 피해자 회복 방안이 완전히 묻혀 버리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상황이다. 유승혁 7월 한 달 부동산 대란 기사에서 아쉬운 점은 전체적으로 집값에만 연연해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부동산 대란으로 과연 소시민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속내를 들여다보는 기사는 안 보였다. 소시민들에겐 강남 집값이 10억원이건 10억원에서 하루 만에 20억원이 됐건 내 집 마련을 못 하는 상황이라 큰 이슈는 아니다. 서민들 삶과 젊은 세대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좀 더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요즘 젊은 세대가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비출산, 비혼 이야기까지 주제가 많은데 하나쯤은 다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 코너가 젊은층 시각을 다뤘다. 부동산 문제를 깊게 다룬 건 아니지만 젊은층이 무엇을 도피처로 삼는지 다루면서 유일하게 2030의 시각을 보여 줬다고 생각한다. 10일자 사회면 ‘ 남녀 꼭 밝혀야 하나요’ 기사를 보면 서울신문이 젠더 문제 이슈를 정말 잘 다룬다는 걸 알 수 있다. 16일자 1면 여성 필진을 30% 늘렸다는 사고에도 놀랐다. 김준일 부동산 문제는 서울신문이 트렌드를 이끌었다. 다만 구조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 문제에 집중한 게 아닌지 아쉬움이 든다. 예를 들면 2일자에 고위공직자 강남 3구 현황 조사 보도 등은 손쉬운 보도다. 예전부터 지속돼 온 패턴이다. 이른바 한 건 잡아서 흔들려고 하는 가차 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에 가까웠다. 추미애·윤석열 갈등에 대한 서울신문 입장이 뭔지 궁금하다. 단순히 누가 말했다고 중계하는 경마식 보도를 했다. 어느 한쪽 편을 들라는 게 아니다. 양쪽 다 비판하는 좋은 양비론이 필요한 이슈다. 이슈를 회피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명희진·김희리 기자의 아무이슈는 좀 더 늘렸으면 좋겠다. 두 기자가 힘들겠지만 넓게 개편해서 재밌는 이슈를 더 많이 다뤘으면 좋겠다. 21일자 ‘코인으로 사흘 살아 보니’ 기사는 굉장히 재밌었다. 범죄에 초점을 맞추다가 생활밀착형 기사를 썼는데 기획 아이디어가 상당히 좋았다. 기획재정부의 서울신문 지분 매각과 관련해 우리사주조합 광고를 1면에 며칠씩 내보낸 건 음습하고 비겁해 보인다. 미디어오늘이나 기자협회보에만 맡길 문제는 아니다. YTN 지분 매각 문제와도 관련 있는 굉장히 큰 이슈다. 자기 이슈라는 한계가 있지만 저널리즘 가치에 대해 부각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기사화해야 한다고 본다. 객관적으로 투명하게 해야 한다. 심훈 저도 서울신문 지분 매각에 대해서 공론화가 안 되다 보니까 궁금한 게 많다. 한겨레와는 뭐가 다른지, 한겨레 국민주 모금 방식으로는 안 되는지, 독자의 다양한 의견을 접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주인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점을 공론화시키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김만흠 특별하게 눈에 들어온 보도는 없었다. 서울신문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건과 관련해 일관된 입장을 보여 줬다. 13일 월요일자부터 일관되게 유지했다. 다만 10일 일이 불거졌는데 13일자에 보도된 건 아쉬웠다. 오히려 조금 더 일찍 나왔더라면 초기에 방향을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논란이 정비되는 과정에서 서울신문 기여도가 줄었다. 지난번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최종 발표도 금요일에 나왔는데 서울신문은 월요일에 나오는 식이었다. 21대 국회에 새롭게 들어온 의원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기대해도 되는지를 조명해 줬으면 한다. 이전과 똑같이 돌격부대 역할을 하는 초선 의원, 이름도 없이 가는(존재감 없이) 초선 의원 등 분류가 가능할 것 같다. 정치 기사도 ‘리셋’해 주면 좋겠다는 부탁을 드린다. 13일자 최광숙 기자의 ‘세종로 아침’은 아주 좋은 칼럼이었다. 행정기본법은 법제처에서 추진하는 국민생활에 필요한 법인데 제대로 홍보를 못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을 칼럼 이상의 기사로 써 줬으면 한다. 정리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 순천만 노다지의 깻잎이 금잎된 사연

    순천만 노다지의 깻잎이 금잎된 사연

    “너무 재밌고 신나기만 해요. 몸도 더 건강해진 것 같고.” 수천 년 이어온 광활한 갯벌과 갈대숲으로 이름난 우리나라 최초 람사르 습지 순천만. 이곳 순천만을 지척에 둔 도사동 간동마을은 농번기가 지난 요즘이 더 분주하다. 대다수 80세 이상인 마을 주민들은 깻잎이며 고추, 열무 등 각종 소량의 농산물 출하를 위해 부지깽이 손이라도 빌리고 싶을 정도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근 순천농협이 파머스마켓 내에 로컬푸드 직매장을 열면서 여기에서 생산된 농산물들을 납품하기 때문이다.주민들은 일평생 농사꾼의 노련함으로 출하시간을 맞추기 위해 척척 손질해 나간다. 이 마을은 순천농협에서 로컬푸드 직매장 개장 후 50여 가구 중 절반 이상이 로컬푸드로 출하하면서 주민들의 주요 소득원이 됐다. 또 소포장을 해 마을 어귀에 모아두기만 하면 농협에서 수집해가기 때문에 직접 내다 팔아야 하는 수고로움도 덜었다. 마을 대표인 정영남(64) 씨는 “예전 같으면 소량 농산물은 시장에 내다 팔기도 어려워 대부분 집에서 소비하거나 버렸다”며 “농협에서 로컬푸드를 통해 판매를 해줘 정말 편안하다”고 웃음을 보였다. 정 대표는 “더구나 시장에 파는 것보다 값이 훨씬 좋아 솔솔한 재미를 보고 있다”고 엄지를 척 세웠다. 실제 깻잎 한 묶음(10장) 도매출하가격은 200원 정도이나 농협 로컬푸드 매장에서는 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고 소비자 가격이 비싼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 농산물의 다단계적 유통문제에 대한 방증이다. 순천농협은 간동마을에 ‘로컬푸드 산지집하장’ 1호점을 설치했다. 이곳은 출하된 농산물이 로컬푸드 직매장으로 가기 전 안전하고 싱싱하게 보관할 수 있는 장소로 출하농민들의 편리를 더해주고 있다. 강성채 순천농협 조합장은 “생산자는 제 값을 못 받고 소비자는 제 값에 못 사는 것이 농산물 유통시장의 현실이다”며 “생산자와 소비자간 신뢰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대안으로 로컬푸드가 정답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순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부유층의 우물파기 열풍…이유는?

    [여기는 남미] 베네수엘라 부유층의 우물파기 열풍…이유는?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의 중산층 거주 지역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클라우디아 라미레스는 요즘 매물을 소개할 때면 "집에 우물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라미레스는 "약 1년 전부터 우물이 설치돼 있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늘어나기 시작했다"며 "우물 열풍이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집을 구매하거니 월세로 얻으려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물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말했다. 수돗물 공급 사정이 여의치 않은 베네수엘라에서 우물 설치가 유행하고 있다고 BBC 등 외신이 최근 보도했다. 단독주택은 물론 아파트까지 식수 확보를 위해 우물을 파고 있다. 안드레스베요 가톨릭대학이 실시한 '생활여건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면 베네수엘라에서 매일 수돗물이 나오는 가정은 전체의 26%에 불과하다. 카라카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전국적으론 1주일에 1번, 수개월 동안 수돗물이 끊기는 곳이 부지기수다. 이렇게 물이 귀하다 보니 궁여지책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우물 파기다. BBC는 "한동안 물탱크를 설치하고 물이 나올 때 저장했다가 사용하는 식으로 위기를 넘겨보려는 가정이 많았지만 이마저 한계에 이르자 아예 지하수를 찾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부동산중개업자 라미레스는 "우물이 있는 주택이나 아파트는 훨씬 거래가 빨리 이뤄진다"며 우물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물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중산층이나 넘볼 수 있는 시설이다. 우물을 파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우물을 파기 위해선 우선 땅이 적당한지 예비검사를 해야 하고, 수질검사도 진행해야 한다. 경우에 따라 깊게는 100m 이상 땅을 파야하고, 물이 나오면 수도관에 연결하는 작업도 필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물을 마련하려면 최고 2만5000달러(약 3000만원)를 지불해야 한다. 최저임금이 3.71달러(약 4440원)인 베네수엘라에서 서민은 상상하기 힘든 거액이다. 때문에 우물을 설치하는 가정은 대개 고소득층이다. 우물 컨설팅업체 지오크래프의 엔지니어 넬슨 로하스는 "예전엔 주로 농촌 주민들이 고객이었지만 최근엔 도시에서 우물을 파겠다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며 "특히 고소득층의 우물을 설치하기 위해 상담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카라카스 서부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은 인터뷰에서 "지난해 9개월 동안 수돗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회가 돈을 모아) 우물을 팠다"며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지만 이젠 물 걱정을 하지 않아 정말 투자를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김금숙의 만화경] 책 읽어 주는 직업

    [김금숙의 만화경] 책 읽어 주는 직업

    “작가(만화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특강을 가면 학생들에게서 빠짐없이 받는 질문이다. “책을 많이 읽어라”, “여행을 많이 다녀라”, “만화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중요하니 인생의 경험을 많이 해라”라고 말해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너무 뻔한 대답이다. 왜 작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일까? 작가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를 떠올려 본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유명 작가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는 무엇을 해도 멋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있어도, 가만히만 있어도 멋이 뚝뚝 떨어진다. 텔레비전이 보여 주는 작가의 이미지는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 된다. 한 명의 베스트셀러 작가와 하루 밥벌이도 버거워하는 작가 99%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작가가 자고 싶고 놀고 싶은 아주 기본적인 욕망과 싸운다는 것을 알까? 하룻밤 사이에 검은 머리가 백발이 되는 일은 기획하고 취재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만화작가에게 일어나는 일이다.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일러스트레이터 ‘난나’를 기억하는가? 나는 당시 그의 죽음을 기사를 통해 접했다. 그는 나와 비슷한 또래였다. 그림을 십몇 년 그렸는데 그림값이 더 안 좋아지는 현실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열심히 그리고 인정을 받아도 다른 지원이 있지 않고선 버티기 힘들었던 그의 이야기는 남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를 죽음으로 이르게 했던 현실의 문제는 많은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힘겨워하는 문제다. 그때 나는 그를 추모하는 그림을 그려 SNS와 블로그에 올렸었다. 만화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영화관 한번 갈 정신적ㆍ시간적 여유가 없다. 친구 만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일요일도 없다. 누가 만나자고 하면 또 거절해야 하기 때문에 사람을 회피하게 되기까지 한다. 친구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본의 아니게 ‘나쁜 놈’이 된다. 인간다운 삶을 살 수가 없다.책이 잘 팔린다는 보장도 없다. 한 출판 관계자에 따르면 요즘엔 많이 찍어야 2000부란다. 재쇄를 찍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2000부 선인세는 10%다. 그나마 ‘착한’ 출판사는 작가에게 선인세를 더 챙겨 준다. 자료 구입과 취재 비용, 재료값으로 얼마를 지불하면 그나마도 한 달 생계비가 남을까 말까 한다. 이 때문에 ‘난나’가 그림을 그리며 논술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쳤듯 다수의 작가들은 다른 일을 병행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작품을 만드는가? 작업을 하는 동안 나는 매일 밤 지쳐 쓰러진다. 탈고를 해서 출판사에 보내고 나면 나의 에너지는 지하 상태다.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은데 금방 다시 시작한다. 깊이 숨은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다시 붓을 들 수 있는 것은 삶과 인간에 대한 탐구, 창작하는 즐거움 때문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다. 창작은 그 상처를 치유하는 치열한 과정이기도 하다. 얼마 전 엄마를 모시고 김포에 있는 큰 병원에 갔다. 나이가 드니 꾸준히 아픈 것도 있지만 여기저기서 비상벨이 울린다. 걷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노모를 지탱하기 위해 나는 팔에 힘을 주었다. 그러다가 마주 오는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도 늙은 모친을 부축하고 있었다. 주위에 할머니·할아버지와 자식인 듯한 보호자뿐이었다. 백세 시대다. 종종 엄마에게 책을 읽어 준다. 엄마는 토끼처럼 귀를 쫑긋하고 내가 읽어 주는 이야기에 흠뻑 빠지곤 한다. 병원에서 돌아와 당신 시대에 태어난 김일엽의 ‘청상의 생활’을 읽어 주었다. 엄마는 “그때는 다 그랬어” 하며 소설 속 주인공의 삶에 대해 슬퍼했다. 슬픈데 재미있다고도 했다. 엄마의 말에 문득 ‘책 읽어 주는 직업’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오디오북이나 책을 읽어 주는 팟캐스트가 있지만 집에 직접 찾아가서 읽어 주는 직업은 없는 것 같다. 작가로서는 책이 읽혀 좋고, 노인들은 책을 읽어 주러 사람이 오니 덜 외로울 것이고 책을 통한 사유와 깨달음의 즐거움이 생활에 활력을 주지 않을까? ‘책 읽어 주는 직업’, 미래의 직업일 수도 있겠다.
  • [요즘 과학 따라잡기] 루트비히 볼츠만의 비극

    과학자들은 대부분 회의주의자이다. 새로운 이론이나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동료 과학자들에게 날카롭게 끊임없이 검증당하는 위태로운 존재들이다. 확신에 찬 어조로 검증되지도 않은 신념을 주장하는 운동가나 선동가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그래서 때로는 루트비히 볼츠만처럼 자신의 업적으로 미래의 인류가 얼마나 변할지 알지도 못하고 수많은 이의제기와 비판으로 회의에 빠져 이탈리아의 한 휴양지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과학자도 있다. 오스트리아 빈 중앙묘지 한쪽에 있는 이 위대한 과학자의 묘비에는 이름과 함께 공식 하나만 새겨져 빛나고 있다. 바로 엔트로피 정의인 ‘S=klogW’. 이는 오늘날 ‘F=ma’, ‘E=mc2’와 함께 아직 깨지지 않은 진리가 됐다. 지난 100여년간 볼츠만의 기체분자운동론은 내연기관 자동차라는 인류문명 결정체 중 하나를 우리에게 선물했다. 그의 비극과 함께 시작된 내연기관 자동차의 시대도 오늘날 환경 재앙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면서 비극적으로 저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먼저 등장했다는 사실은 전기차의 발전이 얼마나 더뎠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렇지만 최근 전기자동차는 배출가스가 없어 지구의 온도 상승을 막아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미래가 아닌 현재의 기술이 되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전력 생산 방법이 없다면 전기자동차는 전체 우주의 엔트로피를 증가시킬 뿐이고 친환경 전기자동차는 헛된 꿈에 불과할 것이다. 김명섭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 [길섶에서] 칼잡이/임병선 논설위원

    요즘 동네 치과에 다니다 보니 이국종 아주대 교수가 왜 ‘칼잡이’ 운운하는지 알 것 같다. 무심한 듯 두 손을 움직이고 아무 생각도 없는 듯 장비를 입안에 집어넣어 움직이는데 도무지 막힌 구석이 없어 보인다. 말도 함부로, 거칠게 툭툭 내뱉듯 해 처음에는 오해도 적잖이 했다. 무슨 의사가 저러지 싶었던 때도 없지 않았다. 농구 취재를 할 때 허모 전 국가대표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기술자 프라이드’인가 싶을 때도 있었다. 딸이나 아내도 그 치과 선생님에 대해 판단하는 것이 다르지 않았다. 의사란 기능적 측면에서 하등의 모자란 구석이 없으며 다소 언사가 거칠고 환자를 허물없이 대하는 점이 있더라도 결코 결격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그의 실력은 낭중지추였다. 시술대에 누워 바라본 마스크에 어렴풋이 비친 그의 얼굴은 집념의 돌덩어리였다. 작금의 법무부와 정권, 검찰총장과 야당의 ‘짝지어 대립하기’ 프레임을 보면서 진정한 칼잡이의 의미를 생각한다. 뭉툭한 칼끝은 사람과 사회의 상처를 헤집어 낼 뿐, 제대로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다. 적확한 검찰권 행사는 나은 차원을 향한다고 믿는다. 지루해지고 식상해질 국면이다. 바르게 칼을 휘두르는 방법에 일도양단의 지혜를 간구하고픈 심정이다. bsnim@seoul.co.kr
  • 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선택은 ‘사대’ 아닌 자강·선린우호

    격동하는 동북아… 한국의 선택은 ‘사대’ 아닌 자강·선린우호

    한반도는 동북아의 세력교체기 때마다 선택을 요구받으며 격동에 휘말렸다. 17세기 초 명청 교체기 조선은 양대 호란으로 국토와 민생이 쑥대밭이 됐다. 19세기 후반엔 청과 일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조선을 삼키려 각축하는 전쟁이 조선 땅에서 벌어지는 걸 지켜봐야 했다. 조선은 나름 타개책 마련을 위해 고민했다. 그러나 결론은 언제나 ‘사대’였다. ‘큰 나라를 더 열심히 섬기고 의지해야 한다.’ 자강을 위한 대책이나 교린(선린우호 관계)을 위한 노력은 없었다. 그런 조선에 열강은 군사기지, 병력, 전함, 군량, 무기는 물론 전쟁 가담까지 요구했다.요즘 한반도 안팎에선 그런 역사가 재현되고 있다. 중국 봉쇄를 추진해 온 미국은 7월 초 2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동원해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위력 시위를 벌였다. 마이클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13일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권리 주장을 ‘완전한 불법’이라고 규정했다. 22일 국교 수교 이래 처음으로 미국 정부는 휴스턴 중국 총영사관의 폐쇄를 명령했고, 이에 맞서 중국도 청두 미국 영사관을 폐쇄했다. 두 나라의 거세지는 군사적 대치에 비례해 한국에 택일을 요구하는 ‘전통적 우방’ 미국의 압박도 커졌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은 7~9일 방한 때 한국의 적극적인 ‘반중’ 노력을 지금까지와는 달리 사실상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여기엔 주한미군 주둔비 ‘폭탄 증액’도 포함돼 있었다. 과거 명이 조선에 했던 것과 다름없지만, 명의 사신 황손무 감군(지금의 국방차관)의 품격은 달랐다. ●대책 없이 ‘반청’ 외치다 나라는 ‘쑥대밭’ 후금(후에 청)이 부상하던 17세기 초 조선 인조는 대책 없이 ‘무찌르자 오랑캐’만 외쳤다. 1627년 1월 중순 후금의 정예 3만여명이 압록강을 넘어왔다. 조선 조정은 불과 10여일 만인 1월 25일 강화도로 줄행랑을 쳤다. 그로부터 9년 뒤 조선 조정은 또 대책 없이 ‘반청’을 외쳤다. 1636년 2월 24일 한양에 온 용골대, 마부대 등 청의 사신을 서대문 밖 숙소에 사실상 감금했다. 청의 사신은 29일 말을 훔쳐 도망쳤다. 인조는 이튿날 유시문을 발표했다. “오랑캐와 모든 관계를 끊는다.” “8도 관찰사들은 죽기를 맹서하고 싸워 원수를 갚자.” 4월 11일 청의 홍타이지는 전쟁이냐 화친이냐 택일을 통첩하는 국서를 보냈다. 6월 17일 인조는 이런 내용의 답서를 보냈다. “조선을 침략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말로를 볼 것이며 조선과 우호를 유지하는 도쿠가와의 태평성대를 보라.” 조선을 침략하면 도요토미처럼 망할 것이라는 대꾸였다. 9월 1일 명의 황손무가 황제의 칙서를 들고 한양에 왔다. 조선은 청을 배후 공격해 요동 진출을 막으라는 내용이었다. “(조선) 국왕은 더욱 충직하고 양순한 마음을 돈독히 하고 무략을 드날리어 함께 협력하여 큰 공을 세워 요해의 파도를 맑게 하여 훌륭한 포상이 내려지기를 기다리라.” 그러나 황손무가 살펴본 조선의 대비태세는 참담했다. 자칫 조선이 먼저 망해, 배후에서 청을 견제할 장치가 사라질까 걱정이 됐다. 그는 10월 24일 귀로에 이런 편지를 인조에게 전했다. “경학을 연구하는 것은 장차 이용(利用)을 제공하기 위한 것인데 나는 귀국의 학사와 대부들이 읽는 것이 무슨 책이며, 경제하는 것이 무슨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 뜻도 모른 채 웅얼거리고 의관이나 갖추고 영화를 누리고 있으니….” “귀국의 인심과 군비를 볼 때 저 강한 도적들을 감당하기란 결단코 어렵다. 일시적인 감정에 이끌려 그들과의 화친을 끊지 마라.” 인조는 겁이 났다. 역관을 보내 청의 의중을 탐색했다. 용골대는 ‘왕자와 대신 그리고 척화론자를 압송하라’고 요구했다. 조선 조정은 다시 들끓었다. 항전의 결의를 보여 주자며 주화파 숙청을 주장했다. 인조는 11월 6일 이조판서 최명길을 파직했다. 12월 2일 청 태종 홍타이지의 12만 대군은 심양을 출발했다. 본대는 10일 압록강을 건넜다. 선발대는 그즈음 안주를 지나 개성으로 내달려 13일 오후 홍제원에 이르렀다. 강화도로 내빼려던 인조는 발길을 돌려 14일 새벽 남한산성으로 도피했다. ●19세기엔 日 무력에 굴복 ‘불평등 조약’ 맺어 19세기 동북아시아는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함포 소리와 함께 잠에서 깨었다. 1839년 영국이 막무가내 도발한 아편전쟁에 중국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홍콩까지 내줘야 했다. 1850년대 일본은 미국의 무력에 굴복, 개항했다. 1860년대 조선은 미국과 프랑스 함대의 공격을 막아냈으나 1876년엔 일본의 무력에 굴복, 불평등 조약을 맺었다. 1879년 일본은 중국의 속국이던 류큐 왕국을 병합했다. 조선은 비로소 국제정세에 눈을 돌렸다. 1880년 김홍집을 대표로 2차 수신사를 일본에 보냈다. 김홍집은 주로 하여장 등 일본 주재 청국 외교관들로부터 정보와 판단을 구했다. 이들과 나눈 6차례의 필담을 정리하고 청국의 의견을 담은 것이 황준헌의 ‘조선책략’이었다. 조선의 최대위협은 러시아이며 ‘방러’를 위해선 ‘친중’, ‘결일’, ‘연미’를 해야 한다는 것이 그 뼈대다. 당시 중국은 러시아와 충돌하고 있었다. 중국은 중앙아시아에서 밀리고, 흑룡강 동쪽과 두만강 입구까지 러시아에 내준 상태였다. 일본은 러시아에 사할린을 넘긴 터였다. 중국에 러시아는 최대위협이었다. 황준헌이 내놓은 대책, 즉 ‘친중, 결일, 연미’는 중국의 ‘반러전선’에 조선을 동원하려는 것이었다. 첫째는 중국을 더욱 힘써 섬기라는 것. “중국이 사랑하는 나라로는 조선만 한 나라가 없다. 중국은 조선을 은혜로써 품어 줄 뿐, 한 번도 그 토지와 인민을 탐낸 적이 없었다.” 일본과는 동맹 수준의 관계를 맺으라고 타일렀다. “그들은 대대로 맡은 바 일에 충실하였다. 조선과 일본은 수레의 바퀴와 축처럼 서로 의지해야 할 형세이니, 작은 거리낌을 없애고 큰 계획을 도모하라.” 미국과는 빨리 수교하라고 재촉했다. “(미국은) 예의로써 나라를 세우고 토지와 남의 인민을 탐내지 않고, …항상 약소한 자를 부조하고 공의를 유지하였다.” 이에 따라 조선은 중국을 더욱더 열심히 섬기고, 일본 군대의 진주를 허용하고, 미국과 수교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조선책략’은 엉터리였다. 일본은 조선을 삼키려 불과 14년 뒤 청을 공격해 전쟁을 일으켰다. 미국은 20여년 뒤 조선에 대한 일본의 권리를 보장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었다. 조선책략은 ‘대러 봉쇄’의 일환이었으니, 조선의 생존은 빗나갈 수밖에 없었다. 조선 500년 변함 없이 표방한 외교정책은 사대교린이었다. 그러나 교린은 없이 ‘사대’에 ‘몰빵’했다. 해방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친중’(親中)이 ‘친미’(親美)로 바뀌었을 뿐이다. 여기서 ‘친’(親)이란 ‘아버지’(가친 家親)를 뜻한다. 북한과는 열전이고, 중국과 러시아와는 냉전이었으며, 일본은 원수였으니 교린할 대상도 없었다. 옛 소련의 붕괴와 함께 냉전체제가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한국은 ‘사대’의 틀 안에서 ‘교린’을 추진했다. 미국이 앞장서 탈냉전을 주도했으니 한국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수교하는 것을 막을 순 없었다. 그러나 불과 30여년 만에 ‘사대’가 다시 ‘교린’을 뒤틀고 있다. ‘반중 봉쇄’ 압박이 그것이다. ●불과 30여년 만에 ‘사대’가 ‘교린’ 흔들어 중국과의 교역량은 전체의 25%이고 홍콩을 통한 간접무역까지 합치면 40%에 이른다. ‘반중’에 적극적으로 나서면 국가 경제는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의 보수세력은 ‘숭미반중’에 막무가내다. 과거 나라를 파국으로 이끈 것은 ‘숭명반청’과 ‘숭청반외세’의 위정척사론자들이었다. 대한민국의 ‘사대’는 남북 군사적 대치 때문이다. 전시작전권까지 넘길 정도로 미국에 의지했다. 중국은 대북 영향력으로 한반도 정치에 개입하고, 일본은 군비 증강에 열중하고 있다. 군사적 대치를 끝내지 않고는 피하기 힘들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6월 3일 “대한민국은 이제 선택을 강요받는 나라가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는 이례적으로 강하게 경고했다. “한국은 이미 동맹을 선택했다!” 7월 23일 국방연구소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한반도 평화는 우리 손으로 이뤄야 한다. 반드시 이루겠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지금까지는 뭐했을까, 의문도 든다. 논설고문 kbc@seoul.co.kr
  • [경제 블로그] 정용진 SNS에 드러난 신세계 경영전략

    [경제 블로그] 정용진 SNS에 드러난 신세계 경영전략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대표적 재계 인사인 정용진(51)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인스타그램 팔로어 약 38만 3000명을 보유한 ‘파워 인플루언서’입니다. 평소 인스타그램에 요리, 맛집, 쇼핑, 4명의 자녀, 애완견 등의 사진을 수시로 올리며 일상을 공개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죠. 최근엔 정 부회장이 입고 있는 사진 속의 청바지 브랜드가 무엇이냐는 질문의 댓글에 정 부회장이 직접 ‘공답’을 해 화제가 됐는데, 해당 바지의 가격(25만~30만원대)도 이슈가 됐습니다.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재벌의 일상’을 구경하는 건 재미있는 일입니다. 게다가 무심하게 올라오는 듯한 정 부회장의 게시물을 유심히 보면 신세계그룹이 중요시하는 경영전략도 살펴볼 수 있답니다. ●오프라인 강화 점포 월계·강릉점 순례 지난 26일 정 부회장은 최초의 빵 굽는 카페로 알려진 스타벅스 더양평DTR점에 방문해 관련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지원사격을 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이 매장은 업계 1위 스타벅스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는 커피 시장에서 빵으로 대표되는 푸드 제품으로 매출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읽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18일 정 부회장은 이마트 월계점에서 카트를 끌고 장을 보고 있는 사진도 올렸습니다. 이틀 뒤엔 강릉점에 방문했고요. 판교에 사는 정 부회장이 이들 매장까지 찾아 각종 식료품을 구매한 건 월계점과 강릉점이 요즘 이마트가 펼치는 오프라인 매장 강화 전략을 대표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쇼핑에 밀려 위기를 맞은 국내 대형마트들이 매장을 폐점하고 있지만, 이마트는 반대로 기존 매장을 리뉴얼하고 신규 출점하는 등 오프라인에 힘을 주고 있답니다. ●“경영자가 감성으로 이미지 메이킹” 정 부회장은 또 지난 14일 롯데가 지난달 해운대에 오픈한 프리미엄 호텔 ‘시그니엘 부산’에서 바다가 보이는 창밖을 바라보는 사진을 게재했습니다. 신세계는 다음달 이 호텔 인근에 같은 프리미엄 호텔인 ‘그랜드 조선’ 개장을 앞두고 있죠. 이 사진 한 장으로 유통 맞수 롯데와 신세계가 해운대에서 얼마나 뜨거운 격전을 펼칠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롯데와 신세계가 마주 보고 있는 서울 중구의 호텔들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주고객이었던 외국인 발길이 끊겨 객실 점유율이 20%까지 추락했습니다. 해외여행 대신 부산의 럭셔리 호텔로 휴가를 가는 내국인들을 어떻게 해서든 잡아야 하는 상황이죠. 정 부회장의 인스타그램 활동에 대해 업계에서는 “홍보 효과가 크다”면서도 “정 부회장의 본업은 경영자이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경영 능력으로 대중에게 평가받아야 하는데, SNS ‘감성’으로 이미지 메이킹을 하는 듯 보인다”고도 밝혔습니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검찰에 대한 야유·선동 넘쳐” 떠나는 윤석열 총장 동기들

    “검찰에 대한 야유·선동 넘쳐” 떠나는 윤석열 총장 동기들

    윤석열 총장 사법연수원 동기 2명 검찰 떠나 윤석열 검찰총장(60·사법연수원 23기)의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최근 사의를 밝힌 송삼현 서울남부지검장(58·23기)과 이정회 인천지검장(54·23기)이 검찰내부 인터넷 게시판에 검찰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를 남겼다. 이 지검장은 27일 검찰 내부 통신망 ‘이프로스’에 ‘사직인사’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오랜 여행을 떠났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검찰에서의 삶은 즐거움과 보람을 가져다 주기도 했지만, 역경과 고난도 적지 않았다”며 “어려운 과정들을 잘 헤쳐 나올 수 있었던 것은 저의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함께 했던 많은 선배나 동료, 후배들 덕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검찰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을 넘어 맹목적인 선동과 야유가 넘치고, 검찰의 본질적인 기능과 역할이 위협받는 이때에 무거운 숙제만을 후배들에게 남기고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고 검찰 현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구름 뒤에 빛나는 태양이 있고, 밝은 빛이 오듯이 함께 지혜를 모아 지금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검찰 본연의 모습을 잘 찾아갈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송 지검장도 내부망에서 “정든 검찰을 떠나고자 한다. 26년의 세월이 꿈같이 흘렀다”며 “반도 남단의 작은 농촌마을에서 가난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소 먹이는 아이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운 좋게도 사법시험에 합격하여 검사가 되었다”고 운을 뗐다. 송 지검장은 두보의 시 ‘동고’의 한 구절인 ‘끝없이 지는 나뭇잎은 쓸쓸히 멀어지고’를 언급했다.그는 “이 구절은 요즘 우리 검찰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듯하다”며 “내가 몸담고 사랑했던 우리 검찰이 오늘날 왜 이렇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답답하고 먹먹한 느낌만 들뿐이다”고 전했다. 이와함께 송 지검장은 중국의 작가 ‘당년명월’이 쓴 역사책인 ‘명나라 때 있었던 일’에 나오는 구절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작가는 책에서 ‘역사를 거울로 삼는다는 말이 있으나, 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며 “이는 그 전의 역사적 교훈에도 불구하고 범할 잘못은 여전히 범하는 등 역사가 변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렇게 되는 이유는 우리 자신의 욕망과 약점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아서 검찰을 지키는 동료, 후배 여러분께서 더 큰 지혜를 발휘하여 이 난국을 잘 헤쳐나가길 기원한다”며 “곤궁했을 때도 늘 뜻을 잃지 않았는지,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진정한 마음으로 대했는지, 포용력 있게 행동했는지 반성해본다”고 글을 마쳤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충북서 유충 신고 15건... 수돗물 관련 아닌 ‘외부 유입’

    충북서 유충 신고 15건... 수돗물 관련 아닌 ‘외부 유입’

    충북도에서도 수돗물 관련 유충 신고가 15건 접수됐으나, 모두 수돗물과의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27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전날까지 도내에서는 수돗물 관련 유충을 발견했다는 신고가 15건 접수됐다. 지역별로는 청주가 1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진천 2건, 충주·증평·단양 각 1건이다. 환경 당국의 현장 확인 결과 청주 4건, 단양 1건은 나방파리 유충으로 확인됐다. 나방파리 유충은 하수관 등 외부에서 유입되는 것으로 여름철에 화장실, 배수구 등의 위생 상태가 불량하면 발견될 수 있다고 환경 당국은 설명했다. 나머지 신고 10건은 유충 확인이 불가했으며, 관련 정수장과 아파트 저수조 등을 점검했으나 아무런 이상이 없어 수돗물과 연관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전했다. 충북도는 다만 주민 불안감이 높음에 따라 법적으로 연 2회로 정해져 있는 공동주택의 저수조 청소를 2개월에 1회 이상 실시하도록 권고하는 한편 장기적으로 수돗물 ISO 22000(국제식품안전경영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요즘같이 더운 여름철에는 공동주택의 경우 배수구 및 저수조 등을 정기적으로 소독하고, 단독주택은 배수구에 뜨거운 물을 붓거나 살균제로 주변을 자주 청소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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