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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택진이형, ‘엔씨’로 사명도 바꾸나

    택진이형, ‘엔씨’로 사명도 바꾸나

    이종사업에 도전 중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이번에는 사명까지 변경할까. 요즘 게임 업계에선 엔씨소프트의 ‘개명’이 화두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9월 10일 ‘엔씨’로 상호 변경을 위한 가등기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했기 때문이다. 가등기는 미래에 진행될 본등기에 앞서 상호를 확보해 놓기 위한 예비 조치다. ‘찜’해 놨다고 반드시 상호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개명 결심이 서면 가등기 덕에 향후 절차를 좀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사명을 바꾸려면 이사회 의결 절차도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확정된 바 없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김 대표의 행보를 살펴봐도 개명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 대표는 ‘국내 빅3 게임사’라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에 열중하고 있다. 김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주도로 2011년 인공지능(AI) 연구조직을 만든 뒤 2018년 AI 야구정보앱 ‘페이지’를 내놨다. 지난 4월에는 머신러닝 기반으로 날씨 기사 등을 스스로 작성하는 ‘AI 기자’를 상용화했고, 지난달에는 KB증권과 손잡고 ‘AI 간편투자 증권사 합작법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의 대표는 김 대표의 친동생인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이 맡고 있다. 엔씨다이노스는 2011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우승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NC SOFT’(엔씨소프트)였던 기존 기업 로고를 ‘NC’(엔씨)로 바꿨다. 다양한 영역으로 ‘엔씨 공동체’를 뻗어 나가고 있는 김 대표가 회사의 역량을 한정 짓는 듯한 표현인 ‘소프트’를 빼려는 수순을 밟아 가는 모양새다. 게임 업계 개명은 전에도 있었다. ‘넷마블’의 옛 사명은 ‘넷마블게임즈’, ‘NHN’는 본래 ‘NHN 엔터테인먼트’, ‘위메이드’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였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엄청난 도전이지만 ‘엔씨소프트’에서 세 글자만 빼는 것은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진지하게 고민 중일 듯하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섬, 예술과 ‘썸’

    섬, 예술과 ‘썸’

    문화와 예술의 옷을 입는 섬들이 늘고 있다. 섬 고유의 풍경에 설치미술 작품이나 경관조명 등이 더해지면서 한결 볼거리가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비대면 여행을 선호하는 최근의 추세가 섬으로의 여행에 불을 지폈다. 한국관광공사가 ‘문화와 예술이 있는 섬’을 테마로 11월에 가볼 만한 섬들을 추천했다. 글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한국관광공사 제공①바다 풍경과 예술이 하나 되다 - 인천 신시모도 인천 옹진에 속한 신시모도는 수도권에서 가기 쉬운 섬이다. 신도와 시도, 모도가 다리로 연결되면서 요즘은 아예 ‘신시모도’라고 붙여 부른다. 요즘 이 섬에서 가장 ‘핫’한 곳은 모도에 있는 배미꾸미조각공원이다. 초현실주의 작품 80여점이 자유분방하게 전시돼 있다. 작품들이 바다에 인접해 있어 파도의 높낮이와 물때에 따라 보는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버들선생’이다. 만조 때엔 작품 아래가 물에 잠겨 바다에 떠 있는 듯 보인다. 박주기도 인기다. 땅이 박쥐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을 얻었다. 박주기 바닷가엔 ‘Modo’라고 쓰인 빨간색 조형물이 설치돼 사진 명소로 알려졌다. 시도에선 수기 해변의 풍광이 빼어나다. 신도에는 걷기 좋은 구봉산(178m)이 있다. 산길이 완만해 바닷바람 맞으며 트레킹하기 적당하다.②지붕 없는 미술관서 쉼표를 찍다 - 여수 장도 전남 여수 앞바다에 있는 장도는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린다. 산뜻하게 정비된 길을 따라 천천히 걷기만 해도 잘 꾸며진 미술관을 관람하고 나온 기분이 들 정도로 예술 작품들이 많다. 장도 관람로는 길이에 따라 3개 코스로 나뉜다. 하지만 해안선 길이가 1.85㎞에 불과해 코스 구분은 별 의미가 없고, 결국 전체 구간을 다 걷는 경우가 보통이다. 다양한 예술 작품 외에 전시관, 전망대 등도 마련됐다. 바다를 보며 잠시 쉬기 좋은 허브정원과 다도해정원도 이곳의 자랑이다. 장도에 들어가려면 진섬다리를 건너야 한다. 과거 섬 주민이 오가던 노두를 활용한 다리로, 예나 지금이나 하루 두 번 바다에 잠긴다.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과거의 섬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장도 인근의 여수 선소 유적은 이순신 장군이 거북선을 만든 장소다. 진남관에서 여수해양공원을 잇는 고소천사벽화마을, 향일암 등도 놓치지 말자.③순례자의 길 ‘섬티아고’ 걷다 - 신안 기점·소악도 섬 여행을 즐기는 이들 사이에서 요즘 가장 입길에 오르내리는 섬은 전남 신안의 기점·소악도다. 스페인의 산티아고를 본뜬 ‘순례자의 길’ 덕분에 ‘섬티아고’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섬엔 예수의 열두 제자를 모티브 삼은 12개의 작은 예배당이 있다. 우리나라와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미술가들이 섬에 머물며 지었다. 대기점도와 소기점도, 소악도, 진섬, 딴섬까지 이어지는 순례자의 길은 이렇게 완성된 예배당 12곳을 따라 총 12㎞를 걷는다. 다만 섬과 섬을 연결하는 노두가 밀물이면 잠기기 때문에 방문하기 전에 국립해양조사원의 조석 예보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이웃한 암태도와 자은도, 반월·박지도도 요즘 새롭게 주목받는 섬이다. 자은도는 무인도 두 곳을 연결한 ‘무한의 다리’로 눈길을 끈다. 반월·박지도는 섬으로 들어가는 다리는 물론 마을 지붕과 도로, 심지어 마을 식당에서 사용하는 그릇까지 온통 보라색이다.④보석 같은 섬에 벽화를 입히다 - 제주 추자도 추자도는 제주도에서 배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섬 속의 섬이다. 최근 이곳에 문화 예술 바람이 불고 있다. 추자항 뒤쪽에는 아픈 역사가 깃든 ‘치유의 언덕’이 있다. 대서리 벽화 골목에선 춤추듯 일렁이는 파도를 따라 추자10경을 담은 벽화가 모습을 드러낸다. 영흥리로 발걸음을 옮기면 색색 타일로 꾸민 벽화 골목이 반긴다. 아담한 카페처럼 꾸민 후포갤러리에서 잠시 쉬어도 좋다. 묵리로 향하는 고갯길에는 아름다운 바다와 작은 섬을 배경처럼 두른 포토존이 근사하다. 언어유희를 즐기는 묵리 낱말고개도 흥미를 끈다. 신양항 앞에는 하석홍 작가의 ‘춤추자’가 있고, 옛 냉동 창고를 활용한 후풍갤러리는 곧 문을 열 예정이다.⑤서포 김만중의 좌절과 꿈이 깃들다 - 남해 노도 경남 남해는 조선시대 대표적 유배지였다. ‘구운몽’의 저자 서포 김만중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절해고도인 노도에 유폐돼 창작열을 불태웠다. 노도는 벽련마을 앞에 있는 작은 섬이다. 평안도 선천 유배지에서 고전소설의 걸작으로 꼽히는 ‘구운몽’을 쓴 그는 노도에서 ‘사씨남정기’와 평론집 ‘서포만필’ 등을 썼다. 김만중은 끝내 유배에서 풀려나지 못하고 3년 남짓 노도에 살다가 숨을 거뒀다. 남해군은 김만중의 유적과 이야기를 엮어 노도를 ‘문학의 섬’으로 조성했다. 김만중문학관, 서포초옥, 야외전시장 등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문학 여행지로 제격이다. 노도 인근의 대국산성은 조망이 일품이다. 11월 말 개장 예정인 설리스카이워크에서는 바다를 향해 그네를 타며 스릴을 즐길 수 있다.
  • 단풍, 가을과 ‘밀당’

    단풍, 가을과 ‘밀당’

    선운사 도솔암에 딸린 작은 암자 나한전갓난아이 손바닥보다 작은 노란 단풍들여전히 푸른 이파리들이 절반 가까이…무명 치마저고리 두른 어머니처럼 수수한꺼번에 익은 선운산 단풍 구경은 못해 도솔암서 천마봉까지… 옹골찬 풍경 일품도솔계곡 암벽 아래로 농익은 단풍 가득유네스코 등재 기다리는 60㎢ 고창 갯벌날물 땐 정말 끝내주는 해넘이 풍경 선물‘과일이 익어 갈 때 한꺼번에 익는 것이 아니다.’ 전북 고창의 선운사 나한전 오르는 길에 본 문구다. 어떤 심오한 가르침이 담긴 문장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 한데 단풍의 경우만 본다면 비교적 이해가 쉽다. 나무의 이파리 전체가 한꺼번에 붉게 물드는 일은 없다. 늙고 거대한 나무일수록 그렇다. 오매불망 기다렸던 선운사 나한전의 단풍도 그랬다. 붉거나, 노랗거나, 심지어 푸르른,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을 보는 듯했다. 거기뿐이랴. 단풍 숲 자체가 천연기념물인 절집 문수사도 마찬가지였다. 애초 예상했던 건 강렬한 원색의 녹의홍상 같은 풍경이었다. 실제는 무명 치마저고리 입은 어머니 같은 모습이었다. 소박하지만 결코 누추하지 않은 아름다움. 나한전의 단풍이 딱 그랬다. 요염한 선운사를 본 적이 있다. 몇 해 전 늦가을 무렵이었다. 도솔천이 흐르는 계곡 주변과 선운사 경내가 단풍들로 온통 붉었다. 한데 선운사의 산내 암자인 나한전은 달랐다. 분명히 선운사보다 고도가 높은 곳에 있는데도 나한전 주변의 단풍들은 잎이 푸르렀다. 다른 산의 이파리들은 고도가 높은 곳부터 붉게 물드는데 나한전 주변의 단풍잎들은 왜 순리를 거스르는 걸까. 가슴속에 어떤 갈증 같은 것이 남은 건 그때부터였다. 올가을 다시 나한전을 찾았다. 절정에 이른 선운사 단풍을 못 보는 한이 있더라도 나한전의 단풍만은 놓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선운사와 도솔천을 뒤로하고 먼저 오른 나한전이었다. 절집 종무소 직원에게도 지금이 절정이라는 걸 단단히 확인했으니 이제 눈으로 보는 일만 남은 셈이었다. 한데 나한전 단풍은 뜻밖에 수더분했다. 갓난아이 손바닥보다 작은 애기단풍들이 노랗게 물들어 있다. 붉은 잎도 있지만 노란 잎이 압도적이다. 이 뜻밖의 반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그렇다고 아름답지 않은 건 결코 아니다. 애초 기대했던 나한전의 자태가 화려한 비단옷을 걸친 모습이었다면, 실제는 무명 치마저고리 두른 어머니처럼 수수하고 단아한 자태를 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더 놀라운 건 여전히 푸른 이파리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것이다. 저 이파리가 단풍이 될 때면 지금 익은 단풍들은 바짝 말라 제 빛을 잃거나 낙엽으로 뒹굴 터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오색으로 형형할 때가 절정이라고 말해야 하는 거 아닐까. 어쨌거나 분명한 건, 부처님의 가피가 있지 않는 한 한꺼번에 익은 선운산 단풍을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한꺼번에 물드는 게 외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이 대목에서 다른 명소 하나 더 살피고 가자. 이번 고창 여정의 또 하나의 목적지, 문수사다. 절집을 두른 단풍 숲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천연기념물(463호)인 곳이다. 여기도 상황은 비슷했다. 빨강, 노랑, 연두, 초록 등 다양한 빛깔의 이파리들이 빛의 스펙트럼을 펼쳐내고 있다. 역시 과일이 익어갈 때 한꺼번에 익는 법은 없는 거다. 노거수일수록 더욱 그렇다. 다시 나한전 주변의 풍경을 살피자. 나한전은 선운사 도솔암에 딸린 작은 암자다. 나한전 위는 내원궁이다. 멀리서 보면 마애불과 내원궁, 나한전 등이 거대한 암벽 칠송대(七松臺)에 매달려 있는 형국이다. 이 모습은 절집 맞은편의 천마봉에서 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천마봉까지 거리는 약 4.7㎞다. 빠른 걸음으로 3시간 안팎에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선운사와 도솔암, 내원궁 등을 천천히 돌아본다 해도 4~5시간이면 충분하다. 선운사를 찾는 많은 이들이 천마봉 트레킹을 선호하는 이유다. 도솔암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야트막한 오르막은 있어도 된비알은 없다. 도솔암에서 천마봉까지는 다소 품을 들여야 한다. 그래 봐야 동네 뒷산을 오르는 것보다 조금 더 힘을 쓰는 정도다. 사실 선운사 주변을 에두른 산들은 대부분 300m 안팎으로 낮다. 선운산 역시 최고봉이 336m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근동에선 내금강 운운하며 명산 대접을 받는다. 수려한 산세와 웅장한 암벽 등 옹골찬 풍경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선운산엔 문화재가 많다. 동백나무숲(184호), 장사송(354호) 등은 천연기념물이고 선운사 대웅전(290호)과 도솔암 마애불(1200호) 등은 보물이다. 나한전이 깃든 도솔계곡은 국가지정 명승(54호)으로 자체가 ‘보물’이다. 도솔암에서 천마봉 쪽으로 난 철제 계단 옆의 무명 바위가 전망 포인트다. 벼랑 위에 아슬아슬하게 세워진 내원궁과 늙은 호박처럼 동글동글하게 어깨를 마주한 도솔계곡의 암벽들, 그 아래로 농익은 단풍들이 가득하다. 천마봉 정상은 너른 너럭바위다. 다리쉼하기 딱 좋다. 이제 갯벌로 나간다. 신안, 서천 등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기다리고 있는 곳이다. 고창 갯벌은 면적이 얼추 60㎢에 달할 만큼 거대하다. 한눈에 담을 수 없는 너른 갯벌이 막힌 가슴을 뻥 뚫어 준다. 만돌마을 계명산 아래에 서해안바람공원이 조성돼 있다. 너른 갯벌을 찬찬히 굽어볼 수 있다. 저물녘 풍경은 이웃한 하전마을에서 맞는다. 국내 최대 바지락 산지로 꼽히는 곳 중 하나다. 날물 때 맞춰 가면 정말 ‘끝내주는’ 해넘이 풍경과 마주할 수 있다.갯벌까지 가려면 고창의 들녘을 지나야 한다. 수많은 크고 작은 구릉들과 붉은빛의 대지가 쉼없이 펼쳐진다. 곳곳에 나붙은 동학 관련 표지판이 아니더라도 지금 이곳이 ‘황토현’(黃土峴)이라는 걸 깨닫게 하는 풍경들이다. 푸른 계절에는 볼 수 없었던, 가을걷이가 끝난 뒤에야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내는 풍경이다. 요즘 고창에서 ‘핫플’로 뜨는 곳은 ‘책마을 해리’다. 폐교를 활용해 도서관, 북스테이 등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몄다. 낡은 교실을 가득 채운 수만권의 책, 교정의 나무 위에 세운 트리 하우스 등 ‘인증샷’을 찍을 만한 곳이 많다. 입장료는 책을 사는 것으로 대신한다. 해리면 월봉마을에 있다. 미당시문학관도 둘러보는 게 좋겠다. 평생 사랑한 아내가 죽자 곡기를 끊고 함께 생을 마감한 서정주 시인의 생애와 마주할 수 있다. 미당은 친일 행적으로 많은 지탄을 받는 시인이다. 전시관 한편에 그의 친일 행적만 모은 전시실이 따로 마련돼 있다. 미당의 스산한 과거가 마음을 어지럽히긴 하지만, 이 역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역사가 아닐까 싶다. 미당시문학관 맞은편은 돋움볕마을이다. 돋움볕은 ‘처음으로 솟아오르는 햇볕’을 뜻한다. 미당의 시 ‘국화 옆에서’를 소재로 동네를 예쁘게 꾸몄다. 글 사진 고창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 -하전갯벌과 가까운 심원면에 맛집들이 많다. 아주 작은 지역인데도 희한하게 음식점들이 밀집돼 있다. 굴밥정식 등을 내는 수궁회관, 갈치조림 등을 내는 선녀네장작구이와 갈비찜을 내는 전주식당, 할매네국밥, 중국요리집 나성반점, 우족탕 등을 내는 건강식소발탕, 커피와 이탈리아 요리를 파는 퍼핀 등이 몇 발짝 안에 몰려 있다. -문수사는 예전과 달리 절집 한참 아래부터 차량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절집까지 최소한 20분 이상 걸어 올라야 한다. 여정을 짤 때 참조해야 할 듯하다.
  • 택진이형, 엔씨소프트서 ‘소프트’ 빼나요?

    택진이형, 엔씨소프트서 ‘소프트’ 빼나요?

    이종사업에 도전 중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이번에는 사명까지 변경할까. 요즘 게임 업계에선 엔씨소프트의 ‘개명’이 화두다. 엔씨소프트가 지난 9월 10일 ‘엔씨’로 상호 변경을 위한 가등기를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한 것이 뒤늦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가등기는 미래에 진행될 본등기에 앞서 상호를 확보해 놓기 위한 예비 조치다. ‘찜’해 놨다고 반드시 상호를 바꾸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개명 결심이 서면 가등기 덕에 향후 절차를 좀더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다. 사명을 바꾸려면 이사회 의결 절차도 필요하다. 아직까지는 “확정된 바 없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입장이지만 업계에선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김 대표의 행보를 살펴봐도 개명의 가능성이 엿보인다. 김 대표는 ‘국내 빅3 게임사’라는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사업 다각화에 열중하고 있다. 김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 주도로 2011년 인공지능(AI) 연구조직을 만든 뒤 2018년 AI 야구정보앱 ‘페이지’를 내놨다. 지난 4월에는 머신러닝 기반으로 날씨 기사 등을 스스로 작성하는 ‘AI 기자’를 상용화했고, 지난달에는 KB증권과 손잡고 ‘AI 간편투자 증권사 합작법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의 대표는 김 대표의 친동생인 김택헌 엔씨소프트 수석부사장이 맡고 있다. 엔씨다이노스는 2011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을 우승하며 승승장구 중이다. 심지어 지난 1월에는 ‘NCSOFT’(엔씨소프트)였던 기존 기업 로고를 ‘NC’(엔씨)로 바꿨다. 다양한 영역으로 ‘엔씨 공동체’를 뻗어 나가고 있는 김 대표가 회사의 역량을 한정 짓는 듯한 표현인 ‘소프트’를 빼려는 수순을 밟아 가는 모양새다. 게임 업계 개명은 전에도 있었다. ‘넷마블’의 옛 사명은 ‘넷마블게임즈’, ‘NHN’는 본래 ‘NHN 엔터테인먼트’, ‘위메이드’도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였다. 업계 관계자는 “사명 변경은 엄청난 도전이지만 ‘엔씨소프트’에서 세 글자만 빼는 것은 큰 부담이 없을 것”이라며 “김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이 진지하게 고민 중일 듯하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한겨레, MBC 피디가 쓴 ‘진중권 비판’ 칼럼 결국 삭제

    한겨레, MBC 피디가 쓴 ‘진중권 비판’ 칼럼 결국 삭제

    한겨레신문이 10일자에 ‘지식인의 진짜 책무’란 제목의 김민식 MBC 문화방송 드라마 피디의 칼럼을 실었다 사과문을 게재한데 이어 결국 삭제했다. 한겨레는 “10일치 26면에 실린 김민식 피디의 칼럼 ‘지식인의 진짜 책무’가 가정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부적절한 내용임에도 걸러내지 못했다”면서 “특히 독자들의 지적이 있기 전까지 내부에서 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한 데 대해 심각성과 책임을 느낀다”고 사과했다. 김 피디 역시 “독자 반응을 보며, 죄스러운 마음뿐입니다”라며 “아버지의 폭력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어 “글을 쓰는 사람은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을 살피고 배려해야 한다는 주제로 글을 쓰다 정작 저 자신이 그 자세를 놓친 것 같다”고 해명했다. 김 피디의 칼럼 내용은 진짜 지식은 자신을 돌아보는 데 사용해야 하며 반대의 경우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부모님 사례를 들어 설명한 것이다. 그는 책을 읽지 않는 아버지보다 책을 읽는 어머니가 불행했는데 “아버지는 어머니를 말로 당해내지 못해 말싸움하다 말문이 막힌다. 말싸움 끝에 아버지가 욕을 하거나 손찌검을 하면 어머니는 끝끝내 비참해진다”고 적었다. 다툼의 이유로는 “계속되는 어머니의 잔소리 속에 아버지는 자신을 향한 어머니의 지적 우월감을 감지한다”고 했다.김 피디의 글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식인의 책무는 최소한 이런 글은 안 쓰는 데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글을 쓴 김민식 피디는 안면이 있는 분으로 우리 관계가 왜 이렇게 됐는지 가슴이 아프다”면서 “머리로는 진보라 생각하나, 몸으로는 수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중성 때문에 김민식 피디나, 그 글을 그대로 내보낸 한겨레 데스크나, 그 글이 왜 문제가 되는지 미처 인식하지 못 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그들이 미처 의식하지 못한 이중성이 자신이 그들에게 등을 돌린 이유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 전 교수는 최근 이른바 ‘조국흑서’로 불리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에 이어 진보 정권의 타락과 위선을 강도높게 비판한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를 펴냈다. 진 전 교수는 “(진보의) 이중성은 이 사안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모든 사안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그들 스스로는 이중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으니, 그들 눈엔 비판을 하는 내가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라며 슬픈 일이라고 한탄했다. 또 이 일로 김 피디가 글 쓸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진 전 교수는 “요즘은 페이스북도 예전처럼 자주 안 하고 일부러 긴 글을 거의 안 쓰는데, 갑자기 여기저기서 공격이 들어온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1996년 MBC에 입사한 김민식 피디는 시트콤 ‘뉴 논스톱’으로 인기를 끌면서 스타PD로 떠올랐고 드라마 ‘내조의 여왕’ 등을 연출했다. 2012년 MBC 파업 당시 노조부위원장으로 앞장섰고 2017년 KBS, MBC 총파업에서는 김장겸 전 MBC 사장 퇴진 운동에 참여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월드피플+] 폐지줍던 마약중독자, 친환경 사업가로 인생역전

    [월드피플+] 폐지줍던 마약중독자, 친환경 사업가로 인생역전

    굴곡진 삶을 살던 아르헨티나의 40대 남자가 폐지를 소재로 사용한 친환경 벽돌 개발에 성공, 사업가로 변신해 화제다. 현지 언론에 소개된 라몬 호르헤 베가(45)가 바로 그 주인공. 아르헨티나 말비나스에 살고 있는 그는 요즘 친환경 벽돌을 찍어내느라 정신이 없다. 대학병원을 짓는 데 친환경 벽돌을 납품하기로 하면서 생산량을 크게 늘린 탓이다. 베가는 "폐지가 무너진 인생을 다시 세워주었다"면서 친환경 벽돌을 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평범한 미장공으로 살아가던 베가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건 마약에 손을 대면서였다. 호기심에 손을 댄 코카인에 중독되면서 그는 결국 교도소 신세까지 지게 됐다. 이후 만기 출소했지만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생계를 위해 그가 시작한 일은 폐지수집이었다.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박스, 폐병 등을 모아 고물상에 넘겨 하루하루를 살던 그에게 행운이 찾아온 건 2016년 어느 날이다. 전날 밤 시내를 돌면서 수집한 폐지를 마당에 잔뜩 쌓아놓았는데 밤새 비가 내리면서 완전히 젖어버린 것이다. 그런데 이게 그에겐 인생역전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주변에 있던 시멘트와 젖은 폐지가 섞이면서 단단하게 굳어가는 걸 보고 베가는 "이거 신기한데?"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시멘트와 함께 굳어버린 폐지는 벽돌로 사용해도 충분할 정도로 단단한 결합체 같았다. 미장공 본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시험 삼아 친환경 폐지벽돌로 만든 1호 건축물이 아들의 방이다.마침 아들이 방을 만들어달라고 했지만 벽돌을 살 돈이 없어 미루고 있던 베가는 폐지와 시멘트를 섞어 벽돌을 찍어보자는 엉뚱한(?) 발상을 하게 됐다. 그는 "벽돌을 살 돈이 없어 아들에게 방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있었다"면서 "틀을 만들고 폐지와 시멘트를 섞어 찍어보니 나흘 만에 기존 벽돌 못지않게 튼튼한 벽돌이 나왔다"고 말했다. 기존 벽돌보다 저렴하게 생산이 가능한 친환경 벽돌을 찍어 미장일을 다시 시작한 그에게 본격적인 사업가의 길이 열린 건 지난해 시장과 만나면서였다. 소통을 위해 도시를 돌면서 주민들과 만나던 시장은 그가 만든 친환경 벽돌을 보고는 큰 관심을 보였다. 2달 뒤 시장은 "친환경 스타트업 대회가 있으니 출전해 보라"고 그에게 권유해왔다. 이렇게 출전한 대회에서 당당히 2등에 오르면서 그는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수상을 계기로 대학병원 건설현장에 친환경 벽돌을 납품하게 되면서 대량생산의 길도 활짝 열렸다. 베가는 "쓰레기처럼 버려졌던 인생이 쓰레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면서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남미통신원 임석훈 juanlimmx@naver.com
  • [서울광장] 집주인도 세입자도 다 국민이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집주인도 세입자도 다 국민이다/김성수 편집국 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요즘도 40% 중후반대를 오르내린다. 2017년 대선 때 득표율(41.1%)보다도 높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50%도 넘겼다. 1987년 직선제 이후 대통령들이 4년차 2·3분기 때 20~30%대의 지지율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최초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없는 대통령이 될 거라는 성급한 전망도 벌써부터 나온다. 이런 현상을 오롯이 문 대통령의 개인적 인기로만 볼 수는 없다. 조국, 윤미향 사태를 겪으며 진보진영은 적잖은 흠집이 났다. 하지만 보수야당이 차별화에 실패하면서 대체재로서 국민에게 어필하지 못한 반사효과가 크다.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있었고 최근엔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청와대 인사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역대 정권에선 집권 4년차면 매번 게이트로 비화됐던 구체적인 ‘권력형비리’ 사건이 아직까지는 없었다는 점도 국민의 신망을 잃지 않고 있는 이유다. 친문 콘크리트 지지층이 공고하게 바닥을 깔아 주고 있는 것도 지지율이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버팀목이다. 이런 탄탄한 지지를 발판 삼아 과거 정권의 적폐청산에 속도를 냈고, 남북관계도 지금은 소원해졌지만 과거 보수정권과 달리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반면 경제정책에선 한계를 드러냈다. 일자리 창출과 소득주도성장은 공허한 구호가 됐다. 정부가 23번의 부동산정책을 쏟아냈는데도 불구하고 집값은 계속 치솟는다. 공인중개소를 가면 ‘정부정책 OUT! 부동산가격 폭등은 부동산정책 실패 때문입니다’라는 항의성 포스터가 입구마다 붙어 있다. 최근엔 전세대란이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7월 말부터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보호법이 직격타가 됐다. 전세매물은 씨가 말라 한두 달 새 1억~2억원씩 치솟았다. 3000가구가 넘는 아파트 단지에 전세매물이 5건 이하로 나오는 일도 속출한다. 서울 강서구 가양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전셋집을 보기 위해 9팀이 줄을 서고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정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선한 의도에서, 세입자의 거주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려 전세시장을 안정시킨다고 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세입자들이 갱신청구권을 잇따라 행사하고 눌러앉으면서 전세 공급이 크게 줄었다. 신혼부부 등 기존 전세 수요는 여전한데 공급이 줄어드니 가격은 급등했다. 집 사기를 포기하고 전세를 살던 세입자들은 이제는 전셋집마저 못 구해 월세로 눈을 돌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몰렸다. 전셋값이 치솟자 집주인과 세입자 간 분쟁도 급증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미디 같은 일도 벌어진다. 경제부총리조차 임대차 3법으로 ‘전세난민’이 되자 세입자에게 사실상 뒷돈을 주고서야 간신히 집을 매각하면서 조롱거리가 됐다. 경제수장이 이 정도니 일반인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제도 시행 전에 시장에 몰고 올 부정적인 파급효과에 대해 꼼꼼히 따져 보지 않은 탓이다. 정책 실패로 집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분노하는데 정부나 청와대는 이치에 맞지 않는 해명만 내놓는다. “박근혜 정권의 부양책 탓에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올랐다”(청와대 정무수석), “저금리 탓”(국토부 장관)이라는 식이다. 치명적인 부동산정책의 실패는 대통령 지지율의 급전직하로 이어진다. 중요성을 잘 아는 만큼 문 대통령도 지난달 국회 시정연설에서 “전세시장을 기필코 안정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방법론으로 임대차 3법을 조기에 안착시키겠다고 했지만 임대차 3법을 손대지 않고서는 전세난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대로 놔두면 전세대란은 내년엔 더 심해진다. “이참에 차라리 집을 사자”는 사람이 늘면서 매매가격도 덩달아 또 뛰고 있다. “불편해도 기다려 달라”(청와대 정책실장)고 하지만 기다린다고 저절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실패한 정책은 잘못을 인정하고 고쳐야 한다. 집주인과 세입자를 편가르는 부동산정책은 실패한다. 집을 가진 사람에게 세금 부담을 더 많이 주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집주인의 부담은 결국엔 세입자의 부담으로 전가된다. 그게 시장원리다. 어느 한쪽만 과도하게 누르면 다른 반대쪽에서 그 영향을 받는다. 약자인 세입자보호는 당연하지만, 집주인의 재산권도 인정해야 균형이 맞는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다 국민이다. 남은 1년 5개월은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sskim@seoul.co.kr
  •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바람 불어 낙엽 쌓이니

    [신가영의 장호원 이야기] 바람 불어 낙엽 쌓이니

    짙어 가는 가을이다. 서리 내리고 찬 바람 부니 조금씩 텃밭은 비어 가고 낙엽만 쌓여 간다. 소소히 수확하는 즐거움을 누리는 텃밭생활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비우는 계절이 다가오는 것이다. 서리 내린다는 소식에 무를 수확해 엄마는 동치미를 담그시고 나는 닭장을 치우기로 했다. 1년에 한 번은 해야 하는 닭장 청소다, 키우는 닭이 많을 때는 치우는 것도 힘들더니 세 마리밖에 안되니 일도 아니다. 그동안 딱딱하게 굳은 것도 얼마 안 되어 쉽게 걷어내고 왕겨를 새로 깔아 주었다. 걷어낸 계분은 자루에 낙엽과 함께 켜켜이 넣고는 묶어 보관한다. 처음 멋모르고 닭장에서 꺼낸 계분을 그냥 텃밭에 뿌렸더니 그러면 독해서 못 쓴다고 동네 할머니가 알려 주어 텃밭에서 걷어내던 일이 생각난다. 이제는 꼭 한 해 묵히고 발효된 것 확인하고 텃밭에 뿌려 준다. 무를 수확하고 난 밭에 그동안 만들어 놓은 퇴비를 넣어 주었다. 처음 음식물 쓰레기로 만들었던 퇴비를 꺼내 보니 까맣게 잘 부숙돼 있었다, 작년에 만들어 놓았던 계분 삭힌 것과 함께 빈 밭에 뿌려 주었다. 어설프게나마 농부님들 하는 것 배워 조금씩 따라하고 있는데 수확하는 것보다 땅 가꾸는 법을 배워 가니 그 즐거움이 더 크다.그리고 매일 마당에 떨어지는 밤나무잎과 은행잎 쓸어 모아서 그것 또한 퇴비로 만들 예정이다. 여름에는 풀 매는 것이 일이었는데 요즘에는 낙엽 비질하는 것이 일이다. 쓸고 돌아서면 떨어져 있고 쓸고 나면 또 떨어지니 잡풀 잡을 때 마냥 낙엽을 이기려 하면 안 될 일이지 하고 빗자루를 내려놓게 된다. 그래도 퇴비가 되어주는 것이니 힘들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매일 두어 자루 낙엽 더미를 모으고 있는데 곧 낙엽 다 떨구면 끝날 일이다. 낙엽이란, 뜨거운 열기를 담아내어 나무 자라도록 하던 잎들이 모든 것을 줄기와 뿌리로 돌려주고 빈손으로 떠나는 것 아닌가. 열매가 화려한 모든 영광을 모은 총화라면, 낙엽은 스스로 비어내어 바탕이 되어주는 것이니,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바탕을 만든다는 회사후소(繪事後素)라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바탕을 만든다는 것은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처음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을 마무리한 그 자리가 또 다른 바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미 내일을 품은 어제, 잃지 말아야겠다.
  • [정승민의 막론하고] 두 개의 미국

    [정승민의 막론하고] 두 개의 미국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것이 ‘명백한 운명’이라고 자부해 왔던 나라가 미국이다. 하지만 작금의 대선을 보면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승리 연설을 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가 조작됐다며 불복하고 있다. 신성한 민의를 도둑질당할 만큼 자질과 능력이 없다는 고해성사인 것인가. 게다가 지지자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언행은 무책임하다. 반대파까지 포용해야 할 정치인이 적대와 증오를 부추기는 것은 곤란하다. 무엇보다 근거나 물증 없이 내뱉는 막가파식 주장은 공동체를 무너뜨리기 때문에 극히 우려스럽다. 그럼에도 주목할 것은 트럼프의 득표력이다. 당선인 바이든과 나란히 미국 선거 사상 처음 7000만표의 벽을 깼다.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득표율 차이도 근소하다. 미국 사회는 홍해가 갈라지듯 절반으로 나뉘었다. 정치적 양극화가 고착됐다는 분석이 일반적이지만 트럼프 이전부터 사실 미국은 두 개였다. 정치학자 강상중과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는 공통적으로 미국 사회 내부의 해소하기 어려운 대립 구조에 주목한다. 지역적으로는 남부와 북부, 해안과 내륙이 다투는 구도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남부와 내륙은 대체로 야만과 폭력의 이미지다. 뉴욕의 ‘위대한 개츠비’와 달리 텍사스 카우보이는 주먹이 먼저고 여성을 차별하는 마초다. 록과 컨트리음악이 겨루고 금융과 유전이 맞선다. 마천루와 옥수수밭은 지금도 평행선을 긋고 있다. 19세기 남북전쟁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지만 뿌리는 한층 깊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건너온 청교도 후예들은 전쟁을 통해 나라를 만들었다. 영국군과 동족상잔을 치른 것이다. 피로 세운 나라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강력한 중앙정부가 필요하다는 해밀턴주의자와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제퍼슨주의자들은 처음부터 각을 세웠다. 인간관의 차이도 크다. 크고 힘센 정부에서 국민은 통치 대상이다. 반면 독립을 쟁취한 시민에게는 자치가 최우선이다. 중도적 입장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갈등 확산을 경고했지만 나중에 내전으로 비화됐다. 두 개의 미국엔 지역뿐만 아니라 대중과 엘리트의 반목도 겹쳐 있다. 특히 동부의 기득권 세력을 경멸하던 앤드루 잭슨의 백악관 입성이 분기점이 됐다. 대통령이 된 ‘촌뜨기’ 잭슨은 권력자, 언론, 지성인과 척을 졌지만 대중은 열광했다. 이때부터 미국 대중은 주기적으로 엘리트 집단에 격렬한 반감을 표출해 왔다. 이 때문에 기성 정치의 때가 덜 묻은 것처럼 보이는 인물에게 마그마처럼 뜨거운 지지를 보내곤 한다. 1992년 대선에서 백만장자 로스 페로가 선전한 것이나 2016년 선거 당시 트럼프의 역전극이 펼쳐진 것은 대중의 에너지가 분출된 덕이다. 1950년대 초 무명의 초선 의원 조지프 매카시가 ‘대통령급’으로 급부상한 것도 엘리트 관료에게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전문가와 지식인에 대한 적대감은 요즘 절정에 달한 듯하다. 백악관의 정략적 코로나 정책에 버텨 온 앤서니 파우치 전염병연구소장을 효수해야 한다는 반문명적 선동까지 나오니 갈 데까지 간 듯하다. 이러다가 건국 초기부터 내연해 온 이분법적 모순이 활화산처럼 폭발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미국은 두 개이기 때문에 생산적이다. 남부와 북부, 민주당과 공화당, 대중과 엘리트의 긴장과 갈등이 국가적 생존 능력을 키워 왔다. 양대 세력 간에 빚어지는 혼란에서 질서를 창출하는 파워가 나오기 때문에 다양한 혁신과 창조가 가능한 것이다. 한때는 소련에 패배하고 일본이 추월한다고 했다. 지금도 중국이 앞지른다고 하지만 여전히 미국이 건재한 까닭이다. 이번 대선으로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이 드러났다고도 하지만 글쎄다. 거의 반분된 사회가 봉합되려면 패배한 쪽의 살풀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지 않을까. ‘분열된 집은 바로 설 수 없다’는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유훈이 몸에 밴 미국의 복원력은 결코 만만치 않다.
  • [책 속 한줄] 먼저 나설 수 있는 용기/김성호 선임기자

    [책 속 한줄] 먼저 나설 수 있는 용기/김성호 선임기자

    ‘나 아니면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는가’ 그런 질문을 던지는 것 자체가 충동 사회를 넘어서기 위한 첫걸음이다. 이는 충동 사회를 지탱하는 개념, 즉 근시안적이고 자기 몰두적이며 파괴적인 지금의 현실이 한 사회가 보여 줄 수 있는 최선이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충동 사회를 떠받드는 이 핵심적 진실이 거짓임을 깨닫기 위해서는 단 하나의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용기만이 필요할 뿐이다.(350쪽) 미국 저널리스트 폴 로버츠가 비평서 ‘근시사회’(2016, 민음사)에서 요즘을 집약한 말이다. 눈앞의 단기 목표에 지나치게 집착해 지속성 있는 가치를 만들지 못하게 된 이기와 충동의 사회. 저자는 그 부작용이 한계에 이르렀다면서도 희망적인 변화의 실마리를 챙긴다. ‘내일을 팔아 오늘을 사는’ 상황을 거부하고 ‘나부터 고치려는’ 곳곳의 조짐. “우리는 이미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며 당부한 용기는 바로 솔선수범이다. kimus@seoul.co.kr
  • 뮤지컬 대작 잇따라 개막… 연말 관객들 ‘행복한 아우성’

    뮤지컬 대작 잇따라 개막… 연말 관객들 ‘행복한 아우성’

    조승우 출연 ‘맨오브라만차’ 피케팅‘몬테크리스토’ 엄기준 5번째 열연‘젠틀맨스 가이드’도 꾸준하게 관심‘고스트’ 는 내년 3월까지 관객 대면위축됐던 공연계 모처럼 활기 기대공연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대작 뮤지컬이 잇따라 막을 올린다. 객석 띄어 앉기가 완화돼 위축됐던 공연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는 데다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간판스타들이 총출동해 기대감이 급상승한다. 관객들도 오랜만에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을 경험하며 행복한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다음달 18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여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돈키호테 역에 조승우·류정한·홍광호가 복귀하며 가장 치열한 예매전쟁을 벌였다. 지난달 19일 첫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매진 행렬이 이어졌고 특히 조승우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석 매진돼 취소티켓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작가 세르반테스의 모습에서 희망을 꿈꾸게 되는 따뜻한 작품이다. 알돈자 역으로 캐스팅된 윤공주·김지현·최수진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오는 17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10주년 기념 공연에는 엄기준·카이·신성록이 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에, 옥주현·린아·이지혜가 연인 메르세데스 역에 이름을 올려 캐스팅 공개부터 화제가 됐다. 엄기준은 2010년 초연부터 올해로 다섯 번째, 신성록은 네 번째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맡아 ‘장인’으로 꼽힌다. 카이도 2016년에 이어 4년 만에 깊어진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9일 2차 티켓오픈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뮤지컬 가운데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20일부터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블랙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도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가 어느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문의 백작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제거하는 과정을 그린 라이선스 작품이다.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작품에는 몬티 나바로 역에 김동완·박은태·이상이, 다이스퀴스 역에 오만석·정상훈·이규형·최재림 등 요즘 가장 ‘핫’한 스타들이 대거 무대에 올라 페어별로 여러 차례 골라 보려는 팬들도 많다. 지난달 6일부터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고스트’도 꾸준히 흥행하고 있다. 네 작품 모두 내년 3월까지 공연이 예정돼 있어 지난 8월 말 한때 올스톱되기도 했던 대극장 무대가 연말과 내년 초까지 관객들을 환하게 맞는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공연도 1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해 ‘오페라의 유령’, ‘캣츠’를 이은 양질의 내한공연을 내년 1월까지 만날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서울 아파트 팔고 운명 같은 제주행 “올레길은 마음길”

    서울 아파트 팔고 운명 같은 제주행 “올레길은 마음길”

    “코로나 시대라고 모두 가만히 집에만 처박혀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막바지 제주올레걷기축제가 한창인 제주올레 12코스에서 10일 만난 사단법인 제주올레 안은주(50) 상임이사는 평소처럼 씩씩해 보였다. 지난달 23일 시작한 축제는 오는 14일까지 계속된다. 그는 요즘 매일 전국에서 삼삼오오 찾아온 올레꾼들과 어울려 노란 감귤이 익어 가는 제주올레길을 걷는다.-왜 올레길인가, 왜 걷는가. “올레길은 무료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와서 올레길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저절로 치유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축제에 참가한 올레꾼들의 표정에서 모처럼 안도감과 해방감이 넘쳐나더라. 자연과 함께하는 이 길을 걸으면서 다들 행복해한다. 부부가 등산을 가면 부인은 남편의 빨리 오라는 소리만 듣지만 올레길은 같이 함께 나란히 걷는다. 바쁠 것도 없다. 올레길을 걸으면 행복해진다. 지금은 코로나19와도 싸워야 하지만 코로나 블루(우울)도 이겨 내야 한다. 코로나 블루를 날려 버리기엔 올레길만 한 게 없다.” -제주올레와는 어떻게 인연이 됐나. “어느 날 갑자기 제주올레와 운명처럼 만났다. 논산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대전과 서울에서 학교에 다녔다. 시사잡지 기자로 일하다 제주올레가 막 태동하던 2008년 9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에 이끌리듯 제주로 왔다. 제주살이 14년차다. 당시 언론계 선배였던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이 혼자 힘으로 버거우니 도와 달라고 해 회사를 휴직하고 왔다. 올레길의 아름다운 매력에 푹 빠지다 보니 다시 번잡한 도시로 돌아갈 생각이 싹 가셔 눌러앉았다. 신혼여행을 제주로 왔고 그때 남편과 나중에 제주에서 살자고 했는데 그 꿈이 앞당겨 이뤄졌다. 제주는 운명인 듯싶다. 올레길에서 치유받고 행복해하는 올레꾼들의 모습에서 올레길을 잘 가꿔야 한다는 작은 책임감도 느꼈다.” -제주올레 바람이 시들해진 것 아닌가. “도보여행 바람이 불면서 한때는 한 해 100만명이 넘는 올레꾼들이 제주올레길을 찾더라. 우리도 깜짝 놀랐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고 예상하지도 못했다. 일상에 지쳐 올레길을 걸으며 자연에서 위안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에도 놀랐다. 유행에 뒤처질까 봐 올레길 도보여행을 하는 올레꾼도 많았다. 제주올레 이후 전국 각지에 올레길이 생겨났다. 이제는 굳이 제주올레가 아니더라고 전국 어디서나 올레길을 즐길 수 있다. 한때 넘쳐나는 올레꾼으로 제주올레길이 군데군데 훼손되기도 했다. 제주올레는 이제 처음 추구했던 본래의 올레길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다. 도보여행 문화도 일반화됐다. 올레길은 한적해야 제멋이다.”-제주올레를 왜 일본에 전수했나. 욕도 먹었다. “제주올레 바람이 불자 2014년 규슈관광기구에서 규슈에도 올레길을 내줄 수 없냐고 연락이 왔다. 현지에 가 보니 올레길을 내겠다는 규수 측의 열의가 대단했다. 올레라는 명칭과 표지 등을 그대로 사용하는 조건으로 올레길 개설과 운영 노하우를 전수했다. 우리라면 아무리 탐나더라도 대놓고 일본 것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주올레의 모토는 모두가 함께 즐기자는 것이다. 규슈올레는 벌써 21개 코스가 개설됐고 마을마다 서로 올레길을 내달라고 아우성이다. 해마다 올레 브랜드 사용료도 받는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쑥대밭이 된 미야기 지역은 방사능 우려 등으로 고심에 고심했다. 하지만 올레길은 치유의 길이다. 방사능 안전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미야기 올레길 개설을 지원했다. 4개 코스가 개설된 미야기올레는 일본 대지진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는 치유의 올레길로 성장 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규슈와 미야기 지역 올레길 개설은 잠시 중단됐지만 새로운 올레길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일본에 올레길 개설을 도와주고 욕도 많이 먹었다. 세계의 올레길에는 인종도 국적도 없다. 오로지 올레꾼만 있다. 그게 제주올레가 추구하는 철학이다.” -제주 이주 생활은 만족하나. 요즘 다시 되돌아가는 제주 이주민도 있다. “제주올레가 제주 이주 바람의 불씨를 댕겼다고들 한다. 렌터카를 타고 제주의 껍데기만 둘러봤던 여행객들이 올레길을 걸으면서 제주의 아름다운 속살에 푹 빠진 것이다. 이주 바람이 멈춘 것은 부동산 가격 상승 등 주거 환경의 악화가 큰 요인이지만 정서의 문제도 있다. 나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라 시골 친화적이다. 도시민들이 제주의 시골에 이주해 살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을 속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정서적으로 통하지 않으면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아직 순박한 인심이 넘치는 곳이 제주의 시골이다. 이주민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가야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다 퍼주는 게 올레길 제주 시골 마을의 인심이다. 제주 한 달 살기 바람이 지금도 계속 중인 것을 보면 제주 이주는 아직도 매력적인 요소가 더 많다.”-올레길도 좋지만 먹고사는 것은 어찌하나. “제주올레 사무국은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운영한다. 가난하지만 행사 때마다 지원봉사자가 넘쳐난다. 올레길 유지 관리 등 단체 운영을 위해 올레 기념품을 판매하고 게스트하우스인 올레스테이도 운영한다. 전국에서 올레길이 좋아 모여든 사무국 직원들에게 늘 미안하다. 개인적으로는 서울에서 이주할 때 아파트도 팔고 왔다. 그 아파트 가격이 지금 어마어마하다지만 아름다운 제주올레 풍광과 미리 바꾼 것으로 퉁친다. 올레길에 살다 보면 돈 들 일도 크게 없다. 옷은 다 트레킹복이고 화장할 일도 없다. 제주의 인심이란 게 서로 마음만 열리면 이것저것 다 퍼준다.” -먼 미래에도 제주 올레길은 존재할까. “평소에는 아침에 서귀포 법환포구 인근을 지나는 제주올레 7코스를 1시간 정도 걷고 나서 서귀포에 있는 사무국으로 출근한다. 수십년간 등을 졌던 70대 자매가 제주올레길을 걸으며 화해하는 모습을 목격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제주를 찾았던 사람이 올레길에서 생각을 바꾸기도 했다. 입대를 앞둔 자식과 제주에 여행 왔던 무뚝뚝한 경상도 부자는 올레길에서 처음 대화를 시작했다. 올레길에서 만나 결혼을 한 사람도 많다. 제주섬이 완전히 망가지지 않은 한 올레길은 생명력을 이어 갈 것이다. 코로나19로 여행도 자연 친화적인 바람이 불고 있지 않는가. 자연만이 위안을 줄 수 있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올레길을 만들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 간섭 등으로 올레길을 개설한 철학이 왜곡될 수도 있다. 하지만 제주올레는 순수하게 민간 주도로 만들어 낸 도보 여행길이다. 제주올레는 올레길을 지나는 마을 주민들의 참여로 그들과 함께했다. 올레길 주민들은 제주올레의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길만 덩그러니 있다면 진정한 올레길이 아니다. 길을 지나면서 길에 사는 주민들과 교감해야 진정한 올레길이다. 올레길 마을 주민 한분 한분이 가꾼 게 지금의 제주올레길이다. 앞으로도 치유와 상생, 자연과의 공존 등의 철학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늘 씩씩해 보인다. 생활 속 우울과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스리나. “무작정 사무국을 벗어나 가까운 올레길을 혼자 걷는다. 길에서 다양한 올레꾼들의 표정을 만나고 그것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려 노력한다. 코로나로 우울하다면 굳이 제주올레가 아니더라도 집 근처 둘레길을 터벅터벅 걸어 볼 것을 권유한다. 마음이 치유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마음뿐인가 몸도 건강해지는 게 걷는 것이다. 제주에 와서 병원에 갈 일도 거의 없더라. 올레길을 따라 제주섬을 한 열 바퀴쯤 걷다 보니 어느새 마음속에 평화가 찾아와 있더라. 사소한 우울과 스트레스는 무시하고 넘겨버리는 법을 제주 자연에서 배웠다.” 글 사진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간판스타 총출동’ 연말 뜨겁게 달굴 대작 뮤지컬 줄줄이 온다

    ‘간판스타 총출동’ 연말 뜨겁게 달굴 대작 뮤지컬 줄줄이 온다

    공연 성수기인 연말을 앞두고 대작 뮤지컬이 잇따라 막을 올린다. 객석 띄어 앉기가 완화돼 위축됐던 공연계가 모처럼 활기를 띠는 데다 ‘티켓파워’를 자랑하는 간판스타들이 총출동해 기대감이 급상승한다. 관객들도 오랜만에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을 경험하며 행복한 아우성을 지르고 있다. 다음달 18일 서울 샤롯데씨어터에서 막을 여는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돈키호테 역에 조승우·류정한·홍광호가 복귀하며 가장 치열한 예매전쟁을 벌였다. 지난달 19일 첫 티켓 오픈을 하자마자 매진 행렬이 이어졌고 특히 조승우가 출연하는 회차는 전석 매진돼 취소티켓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꿈을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는 작가 세르반테스의 모습에서 희망을 꿈꾸게 되는 따뜻한 작품이다. 알돈자 역으로 캐스팅된 윤공주·김지현·최수진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오는 17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10주년 기념 공연에는 엄기준·카이·신성록이 몬테크리스토 백작 역에, 옥주현·린아·이지혜가 연인 메르세데스 역에 이름을 올려 캐스팅 공개부터 화제가 됐다. 엄기준은 2010년 초연부터 올해로 다섯 번째, 신성록은 네 번째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맡아 ‘장인’으로 꼽힌다. 카이도 2016년에 이어 4년 만에 깊어진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9일 2차 티켓오픈이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뮤지컬 가운데 예매율 1위를 기록했다.20일부터 서울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는 블랙 코미디 뮤지컬 ‘젠틀맨스 가이드’도 뮤지컬 팬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가난하게 살아온 몬티 나바로가 어느날 자신이 고귀한 다이스퀴스 가문의 여덟 번째 후계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가문의 백작 자리에 오르기 위해 서열이 높은 후계자들을 제거하는 과정을 그린 라이선스 작품이다. 올해 두 번째 시즌을 맞은 작품에는 몬티 나바로 역에 김동완·박은태·이상이, 다이스퀴스 역에 오만석·정상훈·이규형·최재림 등 요즘 가장 ‘핫’한 스타들이 대거 무대에 올라 페어별로 여러 차례 골라 보려는 팬들도 많다. 지난달 6일부터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고스트’도 꾸준히 흥행하고 있다. 네 작품 모두 내년 3월까지 공연이 예정돼 있어 지난 8월 말 한때 올스톱되기도 했던 대극장 무대가 연말과 내년 초까지 관객들을 환하게 맞는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공연도 10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해 ‘오페라의 유령’, ‘캣츠’를 이은 양질의 내한공연을 내년 1월까지 만날 수 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장태환 경기도의원 “코로나19로 멈춘 청소년수련원 ‘청소년이 자유롭게 뛰노는 환경’으로 거듭나야”

    장태환 경기도의원 “코로나19로 멈춘 청소년수련원 ‘청소년이 자유롭게 뛰노는 환경’으로 거듭나야”

    경기도의회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장태환(더불어민주당·의왕2) 의원은 10일 경기도청소년수련원 행정사무감사에서 코로나19 이후 관리되지 않은 홈페이지 운영사항을 지적하고 통합 홈페이지의 빠른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으며, 청소년들이 자연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뛰어 놀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제안했다. 장태환 의원은 “직접 경기도청소년수련원 홈페이지에 접속하다보니, 2019년 이후 모든 게시물이 멈춰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청소년, 가족 등 도민들은 코로나19로 온라인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청소년수련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음에도 프로그램에 대한 1차적인 안내조차 게시되어 있지 않았다”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어 “올 한해 통합 홈페이지를 구축한다고 했음에도 현재까지 아무런 변화조차 없으며, 통합 홈페이지만을 기다리며 현재의 홈페이지를 관리조차 하지 않는 것은 업무태만이라고 느껴진다”며 “요즘의 청소년들은 홈페이지, SNS 등 다양한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정보를 수집함으로 누구나 쉽게 정보를 접근할 수 있는 홍보 방법이 빠른 시일 내에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장 의원은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은 청소년 정책과 프로그램, 시설 등의 모니터링 등을 위하여 청소년운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이후 활동이 중지되었다”며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은 불가능하지만 비대면 활동으로 청소들과 양방향으로 소통하여 정책 및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학교 자유학기제가 시행되면서 체험 활동에 대한 욕구는 매우 높아졌다”며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은 청소년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거대한 자연환경을 구축하고 있는 곳으로, 청소년들이 함께 체험하고 온몸으로 자연을 느껴 함께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는 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연구용역, 프로그램 개발 등을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장 의원은 경기도청소년수련원, 경기도청소년수련시설협회, 경기도청소년활동진흥센터의 중복된 기능을 지적하고, 31개 시군의 청소년수련시설의 각각의 역할 구축, 프로그램을 연계·통합하여 청소년정책을 종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대형 개발호재 수혜단지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 주목

    대형 개발호재 수혜단지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 주목

    정부의 잇단 고강도 부동산대책과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확실한 대형 개발 호재 수혜를 누리는 아파트가 각광받고 있다. 개발호재 기대감과 함께 개발 사업이 구체화되는 과정에서는 가격 상승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실제 대형 개발 호재 수혜를 누리는 단지들은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큰 가격 상승폭을 이룬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다 보니 대형 개발 호재가 예정된 지역 내 신규 단지는 청약시장서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에서는 교통여건이 획기적으로 좋아지는 교통 호재나 재개발·재건축 등의 대규모 정비사업이 이뤄지는 지역이 불황을 이기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며 인기를 구가하게 된다”라며 “앞으로의 분양시장 역시 GTX 노선 등의 교통 호재나 주거 쾌적성이 높아지는 대형 공원개발, 재개발·재건축 등 대규모 주거지 개발이 이뤄지는 지역 등 대형 개발호재를 갖춘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신규 분양 단지가 높은 관심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 속 운암뜰 복합단지라는 굵직한 개발사업이 예정된 오산에서 신규 분양 단지가 공급을 앞둬 이목이 집중된다. 롯데건설은 오산시 원동 일대에서 11월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오산시 최초로 공급되는 롯데캐슬 브랜드 아파트로, 지하 3층~최고 23층, 18개 동, 전용면적 65~173㎡P, 총 2339세대 규모다. 실제 단지는 반경 1.5㎞ 내에서 2022년 착공을 목표로 운암뜰 도시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주거, 상업, 첨단산업 시설이 융·복합된 계획적 도시개발을 하는 운암뜰 도시개발사업이 완료되면, 단지 주변 일대는 자족기능 확충과 지역 활성화가 예상되며, 특히 오산시는 이를 통해 랜드마크 지역을 형성한다고 밝혀 단지는 이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이 밖에도 단지는 바로 앞에 원동~부산동간 도로와 원동~동탄2지구간 도로가 계획돼 있어 이에 따른 호재도 예상된다. 특히 이들 도로가 개통되면 단지에서는 약 5분이면 동탄신도시로 이동이 가능해 교통여건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는 배산임수 입지로 동측에는 마등산이 위치해 있고, 단지 바로 앞에는 수변공원 조성이 예정되어 숲세권, 공세권 대단지 아파트로 조성된다. 단지 바로 앞에는 원당초가 있어 도보 통학이 가능하며, 인근에는 롯데마트, CGV, 오산 한국병원, 오산 종합운동장, 오산시청, 경찰서 등 편의시설과 관공서가 자리해 이를 가깝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는 다양한 특화설계도 적용된다. 먼저 전 세대 남향 위주배치와 4Bay 판상형 구조를 통해 채광 및 일조권, 통풍을 극대화 했고, 주방팬트리, 알파룸, 안방 드레스룸, 현관 창고 등을 도입해 수납공간과 공간활용성을 확보했다. 또한 지역 내 최대규모인 약 1만 1000㎡의 대규모 특화 커뮤니티를 조성해 입주민의 주거 편의성도 높일 계획이다. 커뮤니티는 오산 최초의 단지 내 실내수영장을 비롯해, 실내골프클럽, 피트니스, 게스트하우스, 키즈카페, 키즈짐, 어린이도서관, 멀티코트, 다목적홀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오산 롯데캐슬 스카이파크의 견본주택은 오산시 원동에 11월 오픈 예정이며, 현재는 전화 예약제로 홍보관을 운영 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원피스’ 말고 ‘입법 노동자’ 류호정, 나의 진짜 꼬리표 [아무이슈]

    ‘원피스’ 말고 ‘입법 노동자’ 류호정, 나의 진짜 꼬리표 [아무이슈]

    정의당 류호정의 국감 활약은 그의 ‘분홍색 원피스’만큼 인상적이었다. 삼성을 정조준하는 대범함과 숨진 노동자 복을 입고 나타나는 영리함도 보였다. 1992년생 의원을 향한 시기, 질투, 의심의 눈초리 속에서도 ‘잘한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지난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513호에서 요즘 가장 바쁜 그를 만났다. 그는 뜨거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시원하게 잘 웃었고, 솔직한 화법을 썼다.●어릴 적부터 ‘간 큰’ 내가 ‘정치’ 뛰어든 이유 - 정치를 의식하면서 살았나요. 이를테면 국회의원이 되어야지…. “아니요. 오히려 어머니는 ‘평범하게 살아라. 그래야, 세상이 너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거기에 맞춰 살았고요. 그러다 직장에서 성추행을 겪고 노조 설립을 추진하다 권고사직을 당하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모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기만 한다면,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든 세상이 질문하지 않을 텐데. 그게 진짜 설명이 필요 없는 삶이 아닌가?’라고.” -내가 평범해지는 대신 세상을 바꾸겠다 생각한 거네요. “그렇죠. (웃음) 세상이 좀 더 나아질 수는 없을까? 아, 세상을 바꿔보자.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보통 사람들은 조직에 자신을 맞추고, 집단에 녹아들고 싶어합니다. 게임회사 재직 때 장기자랑 건으로 인사팀 관계자를 쏘아붙인 일화도 있더군요.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왔다’고. 그 대범한 성격은 어디서 온건가요. 타고난 건가요. “어머니도 저더러 ‘어릴 때부터 애가 간이 컸다’고는 하시더라고요. (웃음) 하지만 그보다는 행동하거나 말하지 못했다가 후회한 경험들이 쌓이고 말하지 않는 게 더 괴롭다는 걸 깨달았어요. 행동하고 나서 힘든 게 차라리 낫다는 걸 체득한 거죠. 직장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성추행과 갑질 피해를 본 후배를 도운 것도 그런 맥락이에요. 행동하는 게, 제가 행복해지는 길인 거죠.” ●의원회관 513호… 노란색 대자보? 류 의원은 덩치 큰 가구 대신 스타트업 사무실을 연상케 하는 빈 백(bean bag)을 방에 들여놨다. 여기저기 놓인 노란색 소품이 창밖의 은행나무와 묘하게 어울렸다. 문에는 ‘비동의 강간죄를 소개하고 싶어 대자보를 붙입니다’라고 쓰인 노란색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그는 자기 1호 법안인 ‘강간죄 개정안’(강간의 정의를 폭행과 협박에서 상대방의 동의 여부, 위계 위력으로 확장하자는 안)에 동참 할 의원을 찾으려고 회관 곳곳에 포스터를 붙였다. 지난 8월 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 비동의 강간죄, 진행사항은 어때요. “법사위 의원님들 찾아가기도 하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해요. 다들 눈치를 자주 보시는 것 같아요. (종교계 눈치요?) 한편으로는 왜 여성의 표는 의식하지 않지? 여성들의 삶에 대해서 공감하는 시간을 갖지 않는 거지? 화가나요. 신중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놈의 신중 때문에 많은 제도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신중’이 아니라 변화에 대한 두려움, 두려움에 대한 변명이죠.”●문 대통령 향해 “기억하시느냐” 화제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1인 시위 중에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기억하시느냐’고 외친 일도 주목받았어요. 시선을 끄는 방법을 아는 것 같아요.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요. (시위를 한 지) 막 40일이 넘었는데 그 사이에 60명이 넘는 노동자가 현장에서 돌아가셨어요. 우리나라가 OECD 산업재해 사망률 1위 국가인데 이런 사고가 나면 기업들은 보통 변명을 해요. 노동자 개인의 과실이다. 실상은 안전 시스템의 미비, 효율만 따지는 기업문화가 문제라는 거죠. 이건 우리가 비용 효율만 따져가며 기업들에 특혜를 늘려줘서 그런 건데, 이제 정상으로 돌릴 때라고 생각해요. 민주당에서도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하루빨리 준비가 되길 촉구해야겠죠.” - 정치를 하면서 참고하는 모델이나 영향을 준 사람이 있나요. “딱히 롤모델이라는 건 없지만,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은 분이라면 이정미 정의당 전 대표님이 떠오르네요. 예전에 게임회사 과로사 사건 뒤에 이 전 대표님 의원실에서 나섰고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돌았는데, 그때 (회사가) 떼먹은 야근수당을 주더라고요. (웃음)” - 본인이 자주 이야기하는 ‘약자의 무기’로써 정치가 작용한 거군요. “네. 일상 속에서 정치가 이렇게 효과를 발휘하는구나! 체감했죠. 예전 회사에서 부당해고 사례가 몇 건 있어서 당시 회사 임원이 증인으로 나갔는데 그걸 주도한 것도 이 전 대표님 의원실이었고요. 여러 영향을 받았죠.”●“멘사 회원? 굳이…결과로 보여주고 싶다” 정의당 비례 1번으로 주목받고 대리게임 의혹을 치렀으며 박원순 조문 거부와 본회의 원피스 복장으로 단숨에 논쟁의 중심에 선 그다. 파격만 있을까 의심했는데, 정쟁에 가려 잊고 있었던 ‘입법 노동자’의 본모습이 엿보였다. - 아참, 멘사 회원이라면서요? “전 민망해서 이걸 굳이 알리고 싶지 않은데…. (웃음) 무엇보다 행동과 결과로 보여드리고 싶어요. 최근에는 총선 1호 공약인 포괄임금제 금지법 공동발의 요청을 했습니다. 공짜 야근 이제 그만 없애야죠. 최대한 많은 여야 의원의 서명을 받아 곧 발의할 예정입니다. 채용비리처벌법, 임금체불방지법 그리고 부당권고사직방지법을 담은 청년 노동자 보호 3법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게임’, ‘노동’, ‘원피스’, ‘최연소’ 등등. 정치인 류호정에게 여러 꼬리표가 달렸어요. “저는 ‘정의당 류호정’으로 있고 싶어요. 정의당엔 정말 ‘마지막으로’ 찾아오는 분들이 많이 계셔요. 큰 정당, 큰 단체에 여러 차례 민원을 넣다가 결국 안 돼서 여기로. 그래서 전 필요할 때 마지막에 곁에 있어주는 사람. 어쩌면 그게 거대 양당이 할 수 없는 정의당 만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류호정 TMI… 그녀의 가방엔 뭐가 있을까21대 최연소 정치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의 가방 속엔 무엇이 들었을까.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류 의원은 ‘흔쾌히 가방 문을 열어젖혔다. 노란색(정의당의 상징 색) 스포츠 브랜드 배낭에서 나온 아이템은 태블릿PC와 무선이어폰, 화장품 파우치, 볼펜, 휴대용 게임기, 휴대용 칫솔 그리고 ‘민총이(민주노총 캐릭터)’ 엠블럼. 이것도 저것도 ‘노란색’ 천지다. 분당에서 지하철로 출퇴근을 한다는 그는 이동 중에 간간히 휴대용 게임기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닌텐도 스위치의 인기 타이틀)을 하고 있다고 했다. 류 의원은 게임광이다. 이화여대 재학 당시 리그오브레전드(LoL·이하 롤) 대리게임 의혹을 겪고 사죄도 했지만, 게임 자체를 그만두진 않았다. 그는 이번 국정감사를 끝내고 지난 주말 롤 ‘골드티어’(중상위권 레벨)를 찍었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동안 게임 할 시간이 없어 레벨이랄 게 없었다고 했다. 스트레스 해소도 목적이지만 롤을 매개로 청년들과 더 편하게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 밖에도 류 의원에 대한 TMI(Too Much Information). 음악은 즐겨듣지 않지만, 라디오는 챙겨 듣는다. 즐겨 듣는 라디오는 없고, 주파수 잡히는 대로 듣는 편. 아이 패드로는 조간 뉴스를 꼼꼼히 챙기고, 힐링이 필요할 때는 고양이와 새 영상을 찾아본다. 가장 최근에 산 아이템은 스마트워치(애플 워치)다. 밀려드는 연락을 바로바로 확인하기 위한 용도라고.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이근아 기자 leeguenah@seoul.co.kr
  • [전문] “백척간두의 삶 놓는다” KBS 9시 뉴스 황상무 앵커 사퇴의 글

    [전문] “백척간두의 삶 놓는다” KBS 9시 뉴스 황상무 앵커 사퇴의 글

    ‘KBS 뉴스 9’를 진행했던 황상무(56) 앵커가 KBS에 사표를 냈다. 황 앵커는 9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몸담았던 KBS를 떠나려고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회사가 한쪽 진영에 서면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다. KBS는 극단의 적대 정치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며 “용서와 화해, 치유와 통합은 KBS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소중한 가치”라고 주장했다. 황 앵커는 1992년 KBS에 입사해 사회부, 통일부, 정치부 등을 거쳤으며 뉴욕 특파원을 지냈다. 2015년 1월부터 ‘KBS 뉴스 9’ 앵커를 맡았다가 2018년 4월 새 경영진이 들어서면서 교체됐다. 지난 7월에는 ‘KBS뉴스9 검언유착(채널A 사태) 오보방송 진상규명을 위한 KBS인 연대서명’을 통해 양승동 사장의 대국민 사과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다음은 황 전 앵커가 KBS 사내 게시판에 올린 글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KBS 선후배 동료 여러분, 저는 오늘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몸담았던 KBS를 떠나려고 합니다. 그동안 참으로 감사하고 고마웠습니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게 될 지, 기약없이 떠나지만 고마웠던 기억만큼은 잊지 않겠습니다. 막상 이 글을 쓰려니 주마등처럼 기억들이 스쳐갑니다. 2005년 5월 3일 피눈물을 삼키며 진행했던 아침뉴스가 생각납니다. 불과 몇 시간 전, 어린 자식을 영안실에 넣어놓고 돌아선 직후였습니다. 무엇이 저를 그렇게까지 일하도록 만들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혼신의 노력을 바쳤던 KBS였습니다.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이라고 믿었던 제 삶의 안식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KBS에 대한 저의 의탁을 접으려고 합니다. 시대상황이 변했고 더 이상은 제가 머물 공간이 없어졌습니다. 저의 애정은 변함없지만 그건 사랑이 아니라 스토킹에 불과할 겁니다. 그래서 떠나고자 합니다. ‘떠날 때는 말없이’를 실천하려고 했는데, 송구스럽습니다. 보잘 것 없는 사람을 아껴주고 키워줬던 조직이기에, 인사는 드리고 가는 게 도리라고 여겨 몇 자 적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매일 욕지거리와 쌍소리 악다구니로 해가 뜨고 지는 세상이 됐습니다.” 작가 김훈의 말입니다. 말 그대로 온갖 말이 난무하는 사회입니다. 불행하게도 그 한 가운데에 KBS가 있습니다. 스스로 자초한 일입니다. 현대사회에 진리는 없습니다. 사실이 있을 뿐입니다. 이익이 중첩되어 첨예하게 엇갈리는 다원 사회에서 한쪽에서 말하는 정의는 다른 쪽에서는 불의가 되고, 견강부회, 곡학아세일 뿐입니다. 요즘 말로 내로남불입니다. 이른바 진영논리만이 횡행하는 시대입니다. 우리 사회가 오늘날 방향을 모른 채 진영 간의 난투극 시대로 접어든 데는, 진리가 없는데 서로 자신들의 주장을 진리라고 우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언론은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합니다. 사실과 자신의 이념이 부딪칠 때, 과감히 이념을 버리고 사실을 택해야 합니다. 제가 신입사원들에게 누누이 강조했던 말입니다. 이는 KBS의 숙명입니다. 이념으로 사실을 가리거나 왜곡하려 드는 순간, KBS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회사가 한쪽 진영에 서면,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입니다. 국민을 편가르고 이간질하는 일입니다. 스스로를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존재로 만들고, 편들고자 했던 바로 그들로부터 업신여김이나 당할 뿐입니다. 우리는 곡절의 현대사를 헤쳐 왔습니다. 우리 사회 극단적 진영논리의 근저에는 망국과 식민, 해방과 분단, 전쟁과 독재,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를 거치며 이분법으로 세상을 재단해 온 암울한 역사적 유산이 있습니다. 사회 전체가 깊은 상처를 입었고 치유하지 못한 채 살아왔습니다. 그 안에 사는 개인들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최근 날마다 벌어지는 분노와 저주의 악다구니를 듣노라면, 우리는 좌·우 양손에 이념의 촛불을 들고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폭주 기관차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좌나 우, 진보나 보수라는 틀로서는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날이면 날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날선 주장들에서 여실히 확인됩니다. 명백한 사실조차 부정하고 내로남불을 쏟아내며 욕설과 저주로 증오만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성은 없고 극단의 감정만 있습니다. 문제해결이 아니라 문제를 키우는 ‘소용돌이’일 뿐입니다. 사실은 무시되고 조롱받으며, 주장과 선동만이 힘을 얻습니다. 과거에 대한 고찰, 현재의 성찰, 미래에의 통찰은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극도로 분노하는 이들이 생기고, 동시에 극도로 좌절하는 사람도 생깁니다. 이렇게 상대를 쓸어버리겠다는 극단의 적대정치가 힘을 얻는 한, 이 땅에 킬핑필드를 재현하는 것 외에는 해결방법이 없습니다. KBS는 이런 극단의 적대정치에 편승해서는 안됩니다. 사람들의 가슴에 분노의 불을 질러서는 안됩니다. 분노와 증오의 끝은 언제나 골육상쟁의 파국뿐이었습니다.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예외가 없었습니다. KBS는 국민의 가슴에 희망의 불꽃을 지펴야 합니다. 긍정의 가치를 일깨워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용서와 화해 치유와 통합은 KBS가 결코 포기해서는 안되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KBS가 우리 역사의 저주, 보복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자학사관을 버리고 과거 들추기를 접고 미래로의 전진을 역설해야 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자산을 발굴하고 키워서 이를 중심으로 단합하고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야 합니다. 우리가 피흘려 쟁취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자랑스럽게 여기듯이, 변방의 약소국을 지키기 위해 굴욕을 마다않고 노심초사 살아왔던 선조들의 헌신, 세계 최빈국을 신흥 선진국으로 만들어 온 선배들의 노고를 존중하고 평가해야 합니다. 조롱과 경멸, 능멸과 조소, 비아냥을 접고 배려와 존중, 예의와 염치, 정중한 말투를 되찾아야 합니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꿋꿋이 그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게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존재 이윱니다. KBS가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입니다. 지난 2년 여, 벼랑 끝에 매달린 채 백척간두의 삶을 살았습니다. 이제는 손을 놓으려고 합니다. 천 길 낭떠러지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는 저도 모릅니다. 그저 돌과 바위투성이뿐이어서 낙하가 끝나는 순간 머리가 깨지고 뇌수가 터져서 처참하게 죽을지도 모릅니다. 운이 좋아 아래에 깊은 소(沼)가 있더라도 과연 수면까지 다시 헤엄쳐 올라올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저도 두렵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손을 놓아야 하고, 그게 제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을 뿐입니다. 말이 길어져서 죄송합니다. 고맙고 감사한 기억만을 안고 가겠습니다. 어디서든 KBS를 사랑하며 지켜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요즘 과학 따라잡기] 수소경제의 첨병, 중성자

    거리에 전기차가 늘어나면서 수소차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수소차는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구동하는 일종의 전기자동차이다. 전기차보다 충전이 훨씬 빠르고, 매연 대신 물만 배출해서 미세먼지 문제로부터도 자유롭다. 이런 장점에도 수소차가 일반화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기술적 장벽이 많이 남아 있다.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것은 여전히 비싸고 수소를 저장, 운송하는 과정에서 손실도 크다. 많은 나라에서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을 예고했고, 전기차는 배터리의 무게 때문에 모든 차량을 대체하기에 한계가 있다. 수소차가 여전히 매력적인 대안인 이유이다. 그런데 수소는 자연에 존재하는 원소 중 가장 작다. 연구하려 해도 웬만한 도구로는 관찰하기도 어렵다. 원자, 분자를 관찰할 때 많이 사용하는 방사광 엑스선도 수소와는 궁합이 맞지 않는다. 엑스선은 전자와 반응하므로 전자 숫자가 많아야 관측이 쉬운데, 수소에는 전자가 하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구원하는 것이 중성자이다. 중성자는 전자의 숫자와 무관하게 원자핵 종류에 따라 보이는 정도가 다르다. 특히 수소는 다른 원소보다 크게 보인다. 덕분에 수소차의 엔진인 수소연료전지가 작동하는 과정을 촬영하는 것부터 수소 탱크에 사용하는 물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구개발에서 중성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쯤 되면 중성자를 수소경제의 첨병이라고 부를 만하다.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 “인도 하이데라바드 호수에 뛰어드는 114명의 목숨, 제가 구했죠”

    “인도 하이데라바드 호수에 뛰어드는 114명의 목숨, 제가 구했죠”

    인도 얘기는 콩으로 메주를 쑨다해도 믿지 않겠다는 독자들이 많아졌다. 남부 하이데라바드에 사는 쉬바란 남성이 인공 호수인 후사인 사가르 호수에서 주검들을 찾는 일을 도우면서 극단을 선택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 114명의 목숨을 구했다는 영국 BBC의 9일 보도도 미심쩍은 구석이 많다. 이름 하나만 달랑 쓰는 그는 어느날 물에 뛰어들려는 사람을 뜯어말려 목숨을 구한 뒤부터 이런 선행을 베풀었다니 얼마나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가 호수에 뛰어들어 시신을 찾는 일을 도운 것은 열살 때 경찰관들이 근처 연못에서 시신을 건져내는 잠수부들에게 돈을 주는 모습을 지켜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인도 경찰은 월급도 박하고 수영 기술을 제대로 가르칠 만한 기관도 없어 가난한 이들에게 푼돈을 쥐어주고 그런 위험한 일을 시킨다는 것이다. 처음에 그가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서자 나이가 어리다며 경찰들은 도리질을 했다. 처음에는 주검 하나 건지면 40루피(약 600원)를 받았는데 그에겐 큰 금액이었다. 그게 20년 전의 일이다. 이제 나이 서른이 됐는데 그는 여전히 경찰 일을 돕고 있다. 하이데라바드의 한복판에 위치한 후사인 사가르 호수 중심에는 18m 높이의 부처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힌두교의 주요 축제인 가네샤 축제가 열리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그가 목숨을 구하지 못하면 시신으로 건져내기도 하는데 요즘은 아내에게 수영 교육을 시켜 여성들의 시신을 되찾아오는 일을 맡기고 있다고 했다. B 다날락슈미 경사도 “얼마나 오랫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을 구했는지 확인할 수 없지만 100명은 넘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부모도 모르고 길거리에서 생의 대부분을 보낸 쉬바는 짧게 고아원 생활도 했다. 자신이 몇 살인지도 정확히 모르고 집도 없는 한 여성, 그녀의 자녀들과 함께 지내며 자녀들에게 인생을 바꿀 재간으로 헤엄치는 법을 전수하고 있다. 그는 약물 중독과 질병, 굶주림, 사고 등으로 수많은 친구를 잃었다며 자신에게 수영을 가르친 락슈만이 다른 누군가를 구하려다 친한 친구와 함께 익사했다며 다른 이를 구하는 것으로 그 아픔을 메우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구하면 때로는 사람들이 감사의 표시로 돈을 건넨다고 했다. 또 지역사회의 유명인이 돼 영화에도 짤막하게 소개됐다.극단을 택하려는 사람들의 동기는 천차만별이다. 시험 스트레스, 사랑, 가족 분쟁, 궁핍한 살림, 자녀에게 버림받은 어르신들, 최근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됐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호수에 몸을 던지는 남자도 있었다. 그의 친구도 물에 뛰어들었는데 쉬바는 뛰어들어 친구만 구해냈다. 사망자의 가족들은 감염될까봐 시신 인수를 마다해 그가 직접 화장했다고 했다. 그는 같은 이유로 식구들이 무시한다며 극단을 선택하려는 다른 남성도 구한 일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이타적인 행동에는 대가가 따른다. 이 호수는 엄청 오염이 심해 변변한 수영복 하나 없이 물에 뛰어드는 그는 피부 발진, 장티푸스 등을 앓았다. 그는 “장비 챙길 틈이 어디 있나. 빨리 물에 뛰어들어야 하는데”라고 말했다. 여름에는 악취도 심하고 뱀들도 기슭에 곧잘 나타난다. 쉬바는 “여기서 계속 살려 한다. 여기 계속 있으면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 목숨을 구하는 만족감은 어떤 것보다 소중하다”고 말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장상기 서울시의원 “소규모 정비, 업무처리지침도 없어“

    장상기 서울시의원 “소규모 정비, 업무처리지침도 없어“

    정부가 지난 5월 6일,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방안의 일환으로 소규모 정비사업을 보완해 2022년까지 1만2천호 공급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서울시는 업무처리지침조차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상기 서울시의회 의원(민주당, 강서6)은 6일 서울시 주택건축본부 소관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소규모 정비사업 전체에 용적률과 주차장 설치 의무를 완화하는 5.6대책이 발표된 지 6개월이 지났지만, 서울시가 아직 업무처리지침을 못 만들고 있어서 일선 현장에서는 주민설명회마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5.6대책 발표 이후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조례들이 잇달아 개정되면서 자율주택정비, 가로주택정비, 소규모재건축 등 다양한 소규모주택 정비의 여건이 마련됐고 이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 또한 크지만, 업무처리지침의 미비로 기껏 마련한 정비수단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조속한 업무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장 의원은 또한 “정비여건이 열악한 저층주거지 밀집지역은 건축법령의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않거나 완화 또는 통합해 적용할 수 있는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건축법」은 300세대 이상에 대해서만 특별건축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세대 규모가 작을수록 정비기반시설이 불량해 정비가 시급하므로 200세대 미만의 공동주택을 정비하는 소규모재건축에 「소규모주택정비법」과 「건축법」의 규제 완화를 함께 적용하자는 것이다. 이어서 장 의원은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부동산 문제인데 서울시는 안일한 주택공급대책 발표만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사전협의를 강화하라”고 주문했다. 장 의원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 공모도 마찬가지”라고 질책했다. 기존의 도시재생사업지는 공공재개발 시범사업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을 정해놓고도 심의를 거쳐 내년 3월 선정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무책임한 행정이다. 몇 달에 걸쳐 희망고문을 할 것이 아니라 공공재개발이 안되는 곳은 안되는 이유를 미리 알려주고 함께 정비 대안을 찾는 것이 올바른 행정이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 의원은 현재 자율주택정비사업과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주거환경개선과로, 소규재건축사업은 공동주택과로 이원화된 행정의 통합을 주문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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