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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TS “아시아계 증오범죄 멈춰 달라”… 바이든과 35분 면담

    BTS “아시아계 증오범죄 멈춰 달라”… 바이든과 35분 면담

    “나와 다르다고 그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옳고 그름’이 아닌 ‘다름을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평등’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슈가) “우리는 모두 각자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오늘, 한 사람 한 사람이 의미 있는 존재로서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한 또 한 걸음이 되기를 바란다.”(뷔) 세계적인 케이팝 스타 방탄소년단(BTS)이 31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실을 ‘깜짝 방문’해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멈춰 달라고 호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하와이·태평양제도 주민(AANHPI) 유산의 달’ 마지막 날인 이날 BTS와 35분간 ‘반(反)아시안 증오범죄 대응 방안’에 대해 면담을 진행했는데, 그 직전 BTS가 기자실에 들러 총 6분간 돌아가며 자신들의 견해를 밝힌 것이다. 한국 아티스트로서 백악관을 예방한 건 BTS가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지민은 “최근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많은 증오범죄에 굉장히 놀랐고 마음이 안 좋았다. 이런 일이 근절되도록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이 자리를 빌려 목소리를 내고자 한다”고 말했다. 또 제이홉은 “우리의 음악을 사랑하는 다양한 국적과 언어를 가진 ‘아미’ 여러분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며 어떤 장벽도 뛰어넘는 음악의 힘을 강조했다. 통상 49석의 의자를 준비하는 백악관 기자실에는 이날 100여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BTS가 등장하자 너도나도 휴대전화를 꺼내 촬영 경쟁까지 벌였다. 브리핑룸 뒤편에 배치된 사진·카메라 기자들이 촬영 구도에 방해를 받자 “폰 다운, 폰 다운”을 외치며 전화기를 내려 달라고 외쳤지만 소용이 없을 정도로 과열된 분위기였다. 한 일본 기자는 “BTS는 일본에서도 관심이 많아 직접 현장에 왔다”고 말했고 또 다른 영상 촬영 기자는 “브리핑룸이 이렇게 붐비는 것은 처음 본다”고 했다.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된 이날 브리핑은 동시 접속자가 30만명을 넘어섰고, 해당 영상 조회수는 200만회를 넘겼다. 백악관 밖에도 BTS를 보기 위해 수많은 팬들이 몰렸다. 이들은 BTS가 잠시나마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고 기대하며 펜스에 기대 “BTS”를 연호했다. 조카와 함께 온 린다 베네딕트(61)는 “내게 BTS는 요즘 시대의 비틀스다. 또 음악을 넘어 사회에 선한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다른 가수들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에는 BTS와의 만남이 59초 분량의 동영상으로 게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출입문에서 BTS를 맞았고 오벌룸에서 마주 앉아 “증오는 단지 숨어 버린다. (하지만) 선한 사람이 증오에 대해 이야기하고, 얼마나 나쁜 것인지를 이야기하면 증오는 점차 줄어든다”며 “그래서 당신들한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방탄소년단 리더 알엠(RM)은 영어로 “‘코로나19 증오 범죄법’을 제정토록 한 것에 정말 감사하다”며 “우리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을 뿐”이라고 답했다. BTS는 지난해 3월 백인의 총격으로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한국계를 포함해 아시아계 8명이 사망했을 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슬픔과 함께 진심으로 분노를 느낀다”며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규탄한 바 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사람들은 당신들이 하는 말에 관심이 많다. 당신들의 대단한 능력이 아니라 당신들이 소통하는 메시지가 중요하다”며 BTS가 아시아계 증오범죄를 줄이는 쪽으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했다. 비영리단체인 ‘스톱 AAPI 헤이트’(Stop AAPI Hate)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미국에서 아시아계 증오범죄는 모두 1만 905건이 보고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중국 탓으로 몰아가면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늘어났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한편 이날 BTS는 백악관 기자실에서 한국말로 메시지를 전했는데, 이에 대해 소속사인 하이브 관계자는 “한국인이니까 한국말로 한 것”이라며 “따로 백악관 요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멤버들이 모두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 흰색 와이셔츠 차림이었고 머리색도 모두 검은색이었던 것에 대해서는 “단정하게 예의를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 尹 정부도 주목한 ‘국가유산’… 문화 품격 가꿔온 60년 여정

    尹 정부도 주목한 ‘국가유산’… 문화 품격 가꿔온 60년 여정

    방탄소년단(BTS)이 경복궁 앞에서 무대를 꾸민 것이 주목을 받고,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문화 콘텐츠는 전 세계에 화제가 된다. 청와대 관람을 위해 수백만명이 신청을 하고,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주변 아파트 건축 문제를 많은 이가 안타까워한다. 그만큼 문화유산은 예전보다 사람들의 삶과 밀접해졌고, 중요성도 훨씬 커졌다. 윤석열 정부가 문화재청 업무를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선정했을 정도로 문화재 행정이 중요해진 시대를 맞아 서울신문은 올해로 출범 60주년을 맞는 문화재위원회의 전·현직 위원장과 함께 한국의 문화재 행정에 대해 살피고, 미래의 발전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좌담회는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이뤄졌고 이인규(86·제24~25대 문화재위원장) 서울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이상해(74·제27대 문화재위원장)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 전영우(71·현 문화재위원장) 국민대 산림환경시스템학과 명예교수가 참여했다.문화재위원회가 지난 4월 발표한 문화재를 국가유산으로 변경하자는 내용이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어떤 의미가 있나. 전영우 청 단위에서 국정과제가 된 곳이 질병관리청과 문화재청뿐이다. 국가유산으로 변화하고 제도까지 바꾸겠다고 하는 게 공감을 얻고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 물질적 규모가 커지는 속도에 따라 우리의 얼을 보존하고 활용하는 분야도 같이 키워야 하는데 그동안 수용해내지 못했다. 용어가 변경됨으로써 우리 역사와 전통, 얼이 담긴 우리 민족의 독특한 가치를 밝히고 넓혀 시민적 소양을 더 확장해 쌓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인규 국가유산으로 하려는 것은 국가의 품격을 높이는 일과 연결돼 있다. 유네스코 유산이 지정되면 국가의 품격이 달라지지 않나. 이를 절실하게 느낀 나라가 중국인데, 중국은 뒤늦게 눈을 뜨고 세계유산 등재에 힘을 써서 세계에서 가장 유네스코 유산이 많다. 한국은 167개국 중 22위로 상위권에 드는데 이는 우리가 급격히 부자가 됐지만 전통과 역사, 품격이 있는 나라임을 보여 준다. 새 정부가 이런 것에 대해 눈을 뜨고 국정과제로 지명한 게 아닌가 한다는 점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다. 이상해 문화는 인간에게 인간다운 삶을 갖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재에 대한 관리체계나 보호에 있어서 상당한 부분을 확대 내지 새로운 방향으로의 전환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는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와 관계를 맺을 때 문화가 하는 가교 역할은 대단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의 국력이나 경제력이 신장됨에 따라 문화를 담당하는 정부기구 역할도 기존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중요성을 정부가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유산 체제의 도입이 국가의 품격 향상과 문화국가 실현에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 전영우 방금 말씀하신 것처럼 세계화가 됐다. 그동안 좁은 시각에서 분류를 해왔던 문화재를 세계적 기준 규범에 맞춰서 같이 발맞추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도 수월하고, 국민의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이인규 일반적으로 문화라고 하면 대중문화를 생각하지 문화재청이 다루는 전통문화에 대한 가치를 전혀 인식을 못 한다. 그러나 유산이라고 하면 조상으로 물려받은 것이고, 잘 보존해서 후손에게 넘겨줘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나. 국가유산으로 바뀌면 국민도 유산이니까 보존해야 한다고 차원이 다르게 인식하게 된다. 이름만 바꿔도 품격이 높아지니까 의미가 크다. 이상해 앞으로는 인간 사이에 콘텐츠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기 목소리를 내는 콘텐츠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역사와 문화다.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은 눈으로도 보인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또 하나는 서구중심의 세계관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데 중요한 뒷받침을 하는 논리가 문화다양성이다. 각각의 국가가 자기 문화를 가지고 세계인들을 상대로 이야기하는데, 국가유산만큼 우리를 이야기하는 데 중요한 바탕이 되는 것이 없다.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문화재 행정과 관련해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것 같다. 전영우 우선 규모에 걸맞은 기구와 예산이 정비돼야 한다. 또 다른 것으로 문화유산은 집도 짓고 복원도 하고 전시시설도 갖추면서 국력이 커가는 속도에 따라 규모를 키웠는데 자연유산의 경우는 전혀 없었다. 미국이나 다른 선진국들은 자연유산을 모아놓은 자연유산 박물관 같은 것이 있는데 우리는 비슷한 것조차 없다. 자연유산원 같은 것이 만들어져야 자연유산을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골격이 갖춰지지 않을까 한다. 이인규 문화재청이 뭔가 하려고 해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외청이라 예산이 없어 못 하는 경우가 많았다. 남대문도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했어야 할 것을 돈이 없다 보니 서울시에 관리하라고 했는데, 서울시가 돈도 인력도 안 주는데 어떻게 열심히 하겠나. 그러다 보니 불이 나서 야단이 났다. 문화재청이 힘이 없어 제대로 관리가 안 되는 걸 여러 번 뼈저리게 느꼈다. 독립처가 돼서 기관의 품격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상해 우리나라가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는데 국가유산과 관련된 부분에서 경제대국에 맞는 예산이 수립돼야 하는데 너무 빈약하다. 문화재위원회와 관련해서는 문화재위원의 교체 문제가 있다. 위원회에서 심의하는 내용이 유산 자체는 다르더라도 통하는 것이 많다. 최소 30%는 기존 위원이 유임하고 새 위원이 들어와 맞물려 가야 하는데 심한 경우에는 다 교체될 때도 있다. 주무부서에선 일하기 좋을지 몰라도 문화재 중심을 놓고 보면 좋은 방식은 아니다.현재 문화재청 업무와 관련해 청와대 개방 및 활용이 큰 이슈다. 이상해 청와대 관리는 문화재청이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청와대를 특정 문화재로 지정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피상적으로는 문화재로 볼 수 있지만 청와대 자리는 조선 말기 국운이 쇠할 때 조성됐고, 일제 강점기와 광복 후에도 사용돼 역사의 층이 복합적으로 있는 곳이다. 특정 시점의 문화재가 아니라 시민들이 서울의 역사와 문화재에 대해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좋은 기회라고 본다. 고려시대 남경의 이궁자리가 어딜까 하는 것도 숙제다. 그전에는 청와대 파보자는 얘기 못 했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전영우 청와대 자체는 근대 문화재로 볼 수 있겠지만 어느 한 시점에 고정돼서 활용하는 것은 저도 반대한다. 이 부분은 문화재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겠다. 청와대 내에 있는 자연유산 중에 수목과 관련해서 꽤 의미 있는 나무들이 있다. 심의에 올려서 가능하면 자연유산으로 지정하려고 한다. 이인규 청와대 안에 천연기념물도 있고,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있는 만큼 국가유산으로 다뤄야 격이 맞다. 국가유산인데 아무나 다룰 수 없다. 문화재청이 책임지고 맡아야 오래 영속할 수 있다.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문화재청이 전문가들을 모아 심층 논의를 통해 빨리 정해야 한다.다른 현안으로 김포 장릉 아파트도 있다. 해당 사례처럼 문화재 규제 개선 문제가 국정과제로도 들어가 있는데. 전영우 9개 분과위원장들이 현안 논의도 했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장릉에 대한 위원회의 입장은 법에 따라야 하는 원칙을 가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순조롭게 됐어야 하는데 문화재위원들도 안타깝고 책임감을 느낀다. 이인규 문화재가 나올 때마다 피해 입는 현지 주민들이 못 들어가게 하고 욕도 하는 일이 많았다. 자연유산은 지역이 넓어서 경험을 많이 했다. 예전에는 국가가 하면 꼼짝 못했는데 지금은 다르니까 총책임을 맡은 문화재청이 달라져야 한다. 이상해 장릉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반영돼 있다. 관계청에서 사전에 인지하고 건설사나 주민, 지방자치단체와 의논해 최선의 방향으로 했으면 좋은데 너무 안일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과 보존 사이의 갈등은 우리나라가 40~50년 전부터 규제 일변도로 했는데 선진국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극복했고, 현재 법령으로 어떻게 시행하는지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요즘은 융합의 시대인데 보존을 받는 문화재 소유자는 소유자대로, 문화재 주변에 재산 가진 분들은 그들대로 개발권이 침해된 것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전영우 첨언하면 많은 사유재산을 규제하고 있는데, 거기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줄 때다. 국가가 이렇게 부강해져서 경제력이 10위권 정도 되는데 자꾸 50년 전의 시각을 가지고 사유재산을 규제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국가적 품격이 국민에게까지 젖어들 수 있겠느냐.마지막으로 문화재위원회 60주년의 성과와 향후 비전을 제시해달라. 이상해 60년 동안 문화재에 대한 이해 내지 인식에 대해 정치인, 기업가,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중요성을 공고하게 만들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 문화재가 잘못 다뤄지고 수탈을 당했는데, 오늘날까지 훼손 문화재와 약탈 문화재 등을 바로 잡게 하는 역할을 했다. 전영우 60년 동안 선배님들이 쌓아온 신뢰자산 덕분에 문화재위원회가 모든 외풍을 막아낼 수 있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산이다. 앞으로도 국가의 품격에 맞는 문화적 품격을 시민들이 누릴 수 있도록 발맞춰 나가야 한다. 이인규 문화재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것은 대통령도 함부로 뒤집지 못했다. 그런 품격이 있다는 것에 대해 사명감을 가지고 안목을 갖춘 사람이 문화재위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애프터 양’ 코고나다 감독 “K콘텐츠 인기, 일시적 트렌드 아냐”

    ‘애프터 양’ 코고나다 감독 “K콘텐츠 인기, 일시적 트렌드 아냐”

    “한국인만의 독특한 관점과 감수성으로 전 세계에 제공할 수 있는 것들이 무한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이민자 가족의 절절한 삶을 그린 TV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한 코고나다 감독은 K콘텐츠의 가능성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1일 개봉한 영화 ‘애프터 양’의 연출을 맡아 다시한번 한국 관객을 만나게 된 코고나다 감독은 “작품을 통해 모국인 한국과 함께할 수 있어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영화 ‘애프터 양’은 백인 아버지, 흑인 어머니, 중국인 아이로 이뤄진 한 가족이 함께 지내던 AI 로봇 ‘양’(저스틴 민)의 부재를 겪으면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와 아시아인의 뿌리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SF 영화. 감독은 극중 중국인으로 설정된 로봇 ‘양’이 미국 내 아시아인의 입장을 잘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에 대해서 특정한 선입견을 갖고 있고, 그런 개념에 맞춰 나를 구겨 넣어야한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영화에는 아시아인의 정체성과 이민자로서 가지는 고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인 고민이 담겨있죠.” 대학에서 영화학을 전공한 그는 학자 출신 감독으로 2017년 영화 ‘콜럼버스’로 데뷔했다. 일본의 오즈 야스지로 감독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예명인 코고나다는 오즈 감독의 각본가인 노다 코고의 이름에서 따왔다. “제가 한창 존재론적인 고민에 빠져 있을 때 동양철학을 기반으로 시간의 임시성에 대해 다루는 오즈 감독의 작품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일종의 존재에 대한 삶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했다고나 할까요? 제 이름에 두 분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은 셈이죠.” 감독은 주인공 제이크가 AI ‘양’의 기억 데이터를 들여다보는 장면을 통해 “스쳐지나가는 일상의 작은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파친코’와 ‘애프터 양’에서 공통적으로 가족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감독은 “가족은 제게 있어 작은 소우주와도 같다”면서 “가족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이지만 동시에 미스터리한 면도 갖고 있고, 우리 자신을 정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고 말했다. 그는 “진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아시아인의 감수성”이라면서 ‘파친코‘의 성공 요인도 보편적인 감수성에서 찾았다. “‘파친코’는 굉장히 한국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디아스포라를 겪고 있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달했기 때문에 전세계 누구라도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감독 등 한국 거장들을 두루 좋아한다고 밝힌 그는 “현재 한국 문화와 K콘텐츠의 인기와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지나가는 트렌드는 아닐 것”이라고 짚었다. “고난을 겪어 낸 한국인들의 경험과 한(恨) 등은 존재론적 의미를 찾는데 있어서 전 세계에 큰 도움을 줍니다. 요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추천받아 흥미롭게 보고 있는데, 한국 드라마는 시간과 공간의 여백이 잘 표현되고 단조로워 보이는 소소한 일상을 잘 잡아내면서도 지루하지 않고 몰입감이 뛰어나죠. 그것이 바로 한국적인 콘텐츠만이 가질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와, 현장] 투표 전에 500명은 이미 당선이라고요?/이하영 사회2부 기자

    [나와, 현장] 투표 전에 500명은 이미 당선이라고요?/이하영 사회2부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뽑아야 하나 고민하며 집으로 발송된 선거공보물을 살펴보다 한 안내문을 보고 흠칫 놀랐다. ‘2022년 6월 1일 실시하는 선거에서… 후보자수가 의원정수와 같으므로 투표를 실시하지 않음을 안내합니다.’ 거주하는 자치구의 기초의회 후보 4명이 이미 당선됐다는 공지였다. 선거구명과 해당 동 표기만 있을 뿐 누가 뽑혔는지 이름도 없었다. 이름 모를 당선인들의 공보물은 당연히 없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후보자 명부를 찾아 낯선 이름을 보고서야 ‘아, 이들이 당선된 사람이구나’ 알게 됐다. 당혹스러움은 내 몫만이 아니었다. 한 지인도 “공보물을 열어 보니 이미 당선된 사람이 있더라”며 “요즘은 초등학교 반장선거도 이거보단 치열하다”며 황당해했다. 풀뿌리 민주주의 바탕을 이루는 지방자치제의 꽃, 지방선거 투표는 6월 1일 오전 6시부터 시작한다. 그러나 선관위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무투표 당선인을 확인해 보니 30일 기준으로 기초자치단체장과 광역·기초의회 의원 등 전국에서 이미 509명의 당선이 완료됐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뽑아야 할 사람과 출마한 사람의 수가 같거나 출마자가 더 적으면 무투표 당선을 인정한다. 불가피한 상황을 위한 장치인 동시에 제도가 거대 양당 셈법의 희생양으로 전락해 버린 셈이다. 이번 선거 무투표 당선자 수는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무투표 당선인이 속출한 상황에는 지역 구도에 기댄 거대 양당제의 부작용이 강력히 작용했다. 여야는 각자 당선이 거의 어려운 특정 지역구에는 아예 후보를 내지 않았고, 남은 몫은 강세 정당이 선출 정수에 맞춰 후보를 내며 독점했다. 그렇게 무투표 당선인의 50% 이상이 영호남에서 나왔다. ‘2인 선거구’로 분류된 곳에는 여야가 ‘사이좋게’ 1명씩 후보를 내고 당선됐다. 거대 양당에선 문제의식도 없다. 오죽했으면 광주 지역의 한 녹색당 후보가 “무투표 당선된 게 자랑은 아닙니다. 당선 공지 글 올리지 마시고 자숙하십시오. 유권자의 투표할 권리를 빼앗는 것이야말로 촌극 아닌가요?”라고 꼬집었을까. 무투표 당선에 대한 문제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수정당과 시민단체가 지적한 것은 물론 헌법재판소도 소수의견으로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하지만 강력한 거대 정당이 잠식한 입법부는 유독 잠잠하다. 올해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인이 나왔지만, 양당 정치가 강화되며 지방선거마다 기록을 경신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대로 내버려두면 거대 양당으로 굳어진 권력 지형 문제는 둘째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뿌리마저 썩어들어가지 않을까.
  • 섬·산·DMZ로 배낭 출장 100일… 나무를 보며 숲의 미래를 봅니다 [공무원 어디까지 아니]

    섬·산·DMZ로 배낭 출장 100일… 나무를 보며 숲의 미래를 봅니다 [공무원 어디까지 아니]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에 들어서면 울창한 숲이 가장 먼저 반겨 준다. 10여년 전부터 일반인에게 조금씩 개방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서울시내에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숲이 있다는 데 놀라워한다. 산림과학원 산림ICT연구센터에서 근무하는 강진택 연구관은 1년에 서너 달은 숲을 돌아다니는 공무원이다. “배낭을 메고 섬부터 비무장지대까지 전국에 있는 산과 숲을 돌아다니는 게 내 업무”라는 강 연구관을 인사혁신처의 도움을 받아 31일 만났다. -요즘은 틈날 때마다 비무장지대를 찾는다는데. “2020년부터 한 달에 한 번가량 이틀이나 사흘 비무장지대를 드나든다. 비무장지대에 직접 들어가서 식생을 조사하는 첫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아침 일찍 비무장지대에 진입해서 조사하고 저녁이 되기 전에 나오고. 점심은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식이다. 서부전선부터 시작해 동부전선까지 조사한 뒤 다시 동부전선에서 서부전선으로 옮겨 가며 비무장지대 식생정보와 토지이용정보를 디지털로 전환하고 관련 통계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비무장지대를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추진하는 걸 국정과제로 선정하면서 문화재청, 환경부, 산림청 등과 함께 조사에 들어갔다. 남북교류협력이라는 의미도 크다. 북한 산림과 가장 근접한 게 비무장지대니까. 근데 북한 산림 황폐율이 심각한 듯하다. 남측의 70년대 정도 수준으로 추정한다.”-비무장지대도 산림 황폐화가 심각한가. “많은 이들이 비무장지대 하면 울창한 밀림을 상상하는데 사실 비무장지대는 그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남북 간 대치가 이어지다 보니 산사태나 산불, 벌목 등으로 많이 황폐해져 있다. 가시적으로 보면 황무지라고 할 수 있다. 나무는 거의 없지만 사람 발길이 닿지 않았다는 측면이 중요하다. 습지도 있고, 희귀 생물종이 많이 있다. 분단과 전쟁, 평화와 생태라는 다양한 주제에서 보존하고 관리해야 할 가치가 큰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산림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게 된 계기는. “2004년부터 국립산림과학원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산림생장측정을 전공으로 임학과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무가 어떻게 자라는지 모델을 만들고 앞으로 어떤 모습일지 예측하는 일을 하며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나무들과 함께하는 게 내 전공이라고 할 수 있다. 1년에 100일 이상은 출장이다. 섬과 산, 비무장지대까지 안 다니는 곳이 없다.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등지에 기술이전 등 공동프로젝트로 한두 달 외국에 있는 숲을 방문하기도 한다. 어릴 때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지 숲과 나무를 좋아했다. 내 일이라는 게 결국 배낭을 메고 전국에 있는 산과 숲을 돌아다니는 건데, 그게 적성에 잘 맞는다.” -산림ICT연구센터는 어떤 곳인가. “지난해 신설됐다.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산림 정보와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곳이다. 숲 관련 정보를 조사하고 분석해서 향후 대한민국 숲의 미래를 예측하고 탄소량을 산정해서 국가산림자원조사와 산림통계 등을 담당한다. 특히 전국에 400곳이 넘는 기상관측망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수집해 기상청에 제공한다. 산불 관련 정보수집도 빼놓을 수 없다. 농촌진흥청과 공동으로 추진 중인 농림위성 발사 준비도 담당한다. 위성은 2025년 발사 예정인데, 그에 발맞춰 위성센터 건립도 준비 중이다.”-최근 대규모 산불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해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하고, 피해가 계속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도 있지만 산림과학 측면에서 보자면 그 지역 수종 대부분이 소나무라는 걸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소나무는 경제성이 매우 크다. 거기다 한국인들이 소나무를 유독 좋아하기도 한다. ‘애국가’에도 나올 정도로 상징성도 크다. 그에 비해 소나무는 송진 때문에 불에 잘 타고, 소나무재선충 문제도 심각하다. 전문가들 입장에선 고민이다. 사실 대체수종을 제시하기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산림전문가로서 어떤 대안을 제시하고 싶나. “침엽수 대체수종 문제가 산림정책의 최대 고민이다. 개인 의견을 전제로 말한다면, 현재로선 가장 유력한 후보는 참나무다. 한국 산림이 국토에서 63%(630만㏊)가량 되는데 소나무류와 참나무류가 절반씩이라고 보면 된다. 참나무 종류는 전국에 걸쳐 잘 자라고, 지속적 공급이 가능하다. 목재 측면에서 우수하고 식량자원 활용 측면도 좋고 탄소흡수 면에서도 우수하다. 산림청에서도 최근 활엽수인 참나무류 위주로 주요 수종을 바꾸는 문제를 고민 중이다. 물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국산 참나무로 오크통을 개발한 것도 참나무 경제성 증진과 관계가 있나. “참나무 경제성을 높이는 방안 가운데 하나로 와인 보관용 오크통 국산화를 4년 전부터 추진했다. 식품연구원은 국산 효모를 개발하고 우리는 국산 오크통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였다. 현재 상용화 직전 단계다. 증류주와 과일주 보관용으로 널리 쓸 수 있다.” -최근 대규모 벌채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한국 산림 중 사유림이 67%가량인데, 현재 40년 키운 사유림 1㏊를 벌채해서 버는 수익이 200만원이 채 안 된다. 경제성 있는 수종으로 바꾸려면 벌채를 해야 하는데 그건 또 환경훼손 논란이 있다. 게다가 한국 산림은 평지가 별로 없고 대부분 경사가 급해서 기계화도 어려워 인공조림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도 분명한 건 산림정책은 장기간에 걸친 계획이 필수라는 점이다. 육종은 최소 40년을 봐야 한다. 국가전략에 따라 미리 계획을 갖고 양묘를 미리 해야 산불에 즉각 대응이 가능하다.”
  • 인문학 앉은 툇마루… 독서문화 앞장선 도봉 [현장 행정]

    인문학 앉은 툇마루… 독서문화 앞장선 도봉 [현장 행정]

    서울 도봉구 방학동 주민들이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고자 즐겨 찾는 원당샘공원 인근에 특별한 공간이 들어섰다. 지난 27일 개관한 ‘원당마을한옥도서관’이다. 단아하면서도 고풍스러운 도서관 외관 덕분에 개관 전부터 주민들로부터 큰 기대를 모았던 곳이다. 근사한 도서관을 기획하고 도서관의 이름도 직접 지은 주인공은 이동진 도봉구청장이다. 이 구청장은 지난 24일 개관을 앞두고 미리 도서관을 둘러본 뒤 “원래 도서관 부지가 있었던 공간이 비어 있는 상태로 제대로 활용되고 있지 않아 구청에서 땅을 사서 도서관을 짓게 됐다”며 “주변에 원당샘공원, 김수영문학관, 수백년 된 은행나무, 정의공주 묘, 연산군 묘 등 도봉구의 역사문화자원이 밀집해 있어 이 자원과 연계한 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전통 한옥의 설계 양식을 따라 3개의 실(室)과 중앙 정원, 앞마당, 뒷마당, 툇마루 등으로 이뤄졌다. 도서관 건물은 내부 중앙 정원을 ‘ㅁ’자 모양으로 둘러싼 형태로, 유리창을 통해 주변의 아늑한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한옥에서 책을 읽듯 툇마루에 앉아 고즈넉한 정취를 느끼며 책을 읽고 쉴 수 있다. 도서관 측은 한옥이라는 특성을 반영해 전통 놀이 체험, 한옥 건축 교실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지역의 문화재에 대해 공부하는 강의나 세미나 등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 구청장은 “요즘 도서관은 과거 열람실 중심의 기능에서 벗어나 평생 교육 공간, 지역 문화 거점 등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다”며 “공간이 지닌 매력이 풍부한 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민선 5기부터 3선 연임을 하는 동안 ‘책 읽는 문화’를 확산하는 데 앞장섰다. 도서관이 좋은 사람, 민주 시민을 양성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10분 거리 도서관’을 조성하는 데 힘을 쏟았다. 도봉구 4개 권역(창동권·방학권·쌍문권·도봉권)에 거점 구립 도서관을 비롯해 작은 도서관 등 100여곳이나 들어섰다. 이 구청장은 특히 특화 도서관을 짓는 데 신경을 기울였다. 전통문화특화도서관인 원당마을한옥도서관을 비롯해 인권·민주주의 중심의 김근태기념도서관, 예술문화에 특화한 쌍문채움도서관, 만화 중심의 둘리도서관 등이다. 이 구청장은 “인문학 중심의 도서관인 서울도서관 동북권 분관도 방학동에 들어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 좋은 물, 나쁜 물, 이상한 물…지질硏, 좋은 물 평가 지표 개발

    좋은 물, 나쁜 물, 이상한 물…지질硏, 좋은 물 평가 지표 개발

    요즘은 지하수가 오염된 경우가 많고 다양한 브랜드의 생수를 쉽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동네 뒷산 약수터에서 물을 떠다 마시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예전 동네 약수터에 가면 물을 받기 위해 물통이 길게 줄 서 있고, 물을 받는 도중 약수 한 바가지를 마시면서 “물 맛 좋다”라고 말하는 어르신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물 맛이 다 거기서 거기지’ 또는 ‘물에 무슨 맛이 있지’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물 속에는 눈으로 볼 수 없는 다양한 성분들이 녹아 있어 미세하게 맛의 차이를 만든다. 말 그대로 좋은 물, 나쁜 물, 이상한 물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기후변화대응본부 지하수환경연구센터는 물의 과학적 특성 평가와 좋은 물 수원(水源) 연구를 통해 ‘한국 좋은 물 분포지도’를 구축했다고 31일 밝혔다. 연구팀은 좋은 물과 지질학적 기원의 상관 관계를 밝히고 지하수 수원별 수질 특성을 연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연 상태에서 물의 기본적 특성을 좌우하는 것은 지질이다. 화강암, 화산암 지역에서는 물의 경도가 낮고 미네탈 함량이 적지만 퇴적암, 석회암 지대는 경도가 높고 미네랄 함량이 높다. 이산화탄소가 풍부한 탄산수나 수온이 높은 온천수는 단층과 화강암 경계대에서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암석의 조성, 조직, 빛깔 등 암석 특성인 암상과 지열, 용존 이산화탄소가 천연 광천수(미네랄 워터) 생성 핵심 요소라고 연구팀은 밝혔다.연구팀은 이 같은 분석 자료를 바탕으로 좋은 물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수원 분포지도’를 만들고 수원 평가 자료와 좋은 물 관련 정보를 ‘지오빅데이터 오픈 플랫폼’(https://data.kigam.re.kr/mgeo)에 탑재해 공개했다. 연구를 이끈 고경석 지질자원연구원 박사는 “좋은 물 수원에 대한 과학적 분석을 통해 좋은 물의 미네랄, 극미량 성분을 분석하고 수원의 생성 원리와 잠재적 독성 여부를 평가해 일반 국민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며 “한국의 지하수, 좋은 물에 대한 연구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 로봇청소기가 반려동물까지 관리하네… ‘비스포크 제트 봇 AI’의 다재다능 매력

    로봇청소기가 반려동물까지 관리하네… ‘비스포크 제트 봇 AI’의 다재다능 매력

    “집에 반려동물 홀로 남겨둘 땐 ‘펫 케어 가전’ 등으로 관리해야”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500만명 수준으로 국민 3명 중 1명 정도가 이에 해당한다. 반려 인구가 늘어나면서 펫 프렌들리 식당, 펫 호텔 등 관련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1인가구, 맞벌이 부부 등의 가정에서 반려동물이 보호자가 없는 시간에 홀로 집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 이제 반려동물이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함께 보내는 시간뿐 아니라 혼자 있는 시간에도 적절한 케어의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다. 박철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와 이웅종 반려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에게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 행복할 수 있는 현명한 ‘펫 케어’에 대해 들어봤다. 박철 교수 “홀로 집 지키는 반려동물에게 세심한주의·배려 필요”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우리나라 가족 구성 형태 중 1인 가구, 맞벌이 가구 형태가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이 집에서 홀로 보내는 시간이 늘고 있다.” 박철 교수는 하루 중 혼자 있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반려동물에 대한 세심한 주의와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는 반려동물의 경우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면 짧게는 심리적 불안감 조성부터 길게는 사회성 결핍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항상 유념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발작이나 실신 등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가피하게 외출을 해야 할 경우 펫 시터를 고용하거나 펫 호텔에 맡기는 것이 가장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에도 공감했다. 박 교수는 “펫 케어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TV나 조명, IoT 기기를 활용해 반려동물이 외롭지 않도록 케어하고 있지만 단순히 TV나 조명을 켜두는 것만으로는 반려동물의 외로움과 욕구가 완벽히 충족되지는 않는다”며 제대로 된 펫 케어가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박철 교수는 외출 한 번에도 고민이 많은 1500만 펫 보호자에게 최근 인기몰이 중인 반려동물 전문 시청각 콘텐츠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안으로 제시했다. “반려동물이 기분 좋게 듣고 심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특정 주파가 있는데 이 주파가 흐르는 맞춤 콘텐츠를 제공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가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해피독TV에서 제작하는 콘텐츠는 반려동물들의 시청각 능력을 충분히 고려해 만들기 때문에 시청하기에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또한 동물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고주파 사운드를 적용해 스트레스 호르몬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 한편 그는 외출 시 반려동물의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방법도 추천했다. 그는 “요즘 펫 전용 CCTV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 한 곳에 고정된 카메라나 수동으로 움직여야 하는 CCTV는 활동 범위가 넓은 반려동물의 움직임을 제대로 따라가면서 확인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자율주행이 가능한 CCTV가 필요한 이유를 제시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비스포크 제트 봇 AI’는 고화질 카메라와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로봇청소기로, 모니터링 기능 외에도 반려동물들의 불안감을 잠재워주는 음악을 틀어주는 등의 다양한 펫 케어 기능을 갖춰 반려동물을 섬세하게 돌보고 보호자를 안심시킨다. 이웅종 교정 전문가 “보호자 없어도 반려동물이 편히 쉴 수 있는 실내 환경 만들어야” 최근 반려동물이 혼자 오랫동안 집을 지키며 분리불안 증세를 보이거나 문제 행동을 일으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한 솔루션을 제시해 온 이웅종 반려동물 행동 교정 전문가는 “분리불안 증세는 혼자 집에 남겨지는 상황 자체보다 반려동물이 혼자 있는 습관을 익히지 못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호자가 없어도 반려동물이 실내에서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이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 전문가는 보호자 부재 시에도 반려동물들을 편안하게 해주는 방법으로 펫 전문 시청각 콘텐츠 서비스를 제안했다. “한 실험카메라를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여행할 때 낯선 호텔에 홀로 남겨져 끊임없이 짖던 반려동물이 반려동물을 위해 제작된 영상을 틀어주니 편안하게 잠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보호자가 함께 집에 있어도 재택근무나 화상 수업 등 반려동물을 적극적으로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 반려동물 전문 콘텐츠를 틀어주면 안정을 느끼는 사례도 있었다.” 또한 보호자 입장에서 반려동물이 외롭거나 심심하지 않을까 걱정돼 하는 행동들이 되려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장난감을 여러 개 주거나 보호자 없이 노즈워크 놀이하도록 코 담요를 두고 나가면 반려동물이 처음에는 흥미를 가질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호기심은 줄어들고 이상행동을 보일 수도 있다.” 그는 그보다 외출 중 반려동물과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펫 케어 가전에 대한 추천을 덧붙였다. “심하게 짖거나 움직이지 않는 등의 이상행동은 언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외출 시에도 관찰할 수 있다면 반려동물 케어에 더욱 좋겠다.” 비스포크 제트 봇 AI의 ‘펫 케어 기능’은 혼자 있는 반려동물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걱정까지 덜어준다. 실시간 모니터링과 녹화 기능으로 반려동물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삼키거나 위험한 물건을 건드리지 않았는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심하게 짖거나 장시간 움직임이 없을 때 등 이상 징후를 감지해 알려주는 ‘돌봄 모드‘는 문제가 있는 행동을 보호자가 인지해서 대처하거나 교정할 수 있어 유용하다. 반려동물이 불안해하거나 외로워할 때 평소에 좋아하던 음악을 재생할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구엘 카레이라 포르투갈 리스본대 수의학 교수팀은 중성화 수술 중인 고양이에게 음악을 들려주었을 때 안정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음악을 틀어줄 경우 심리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비스포크 제트 봇 AI’로 털 날림 걱정 없이 깨끗하고 쾌적한 ‘반려 라이프’ 완성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다 보면 매번 치워도 바닥과 옷에 쌓이는 털이 골칫거리다. 이웅종 전문가는 반려동물도 행복하고 보호자도 편안하게 생활하기 위해서는 항상 위생적이고 청결한 실내 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회사와 집안일은 물론, 반려동물까지 챙기느라 바쁜 보호자들을 위해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청소해주는 로봇청소기 사용을 제안했다. 예를 들어 비스포크 제트 봇 AI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큰 먼지부터 미세먼지까지 깔끔하게 흡입한다. 펫 특화 브러시를 장착하면 짧아서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단모종 반려동물의 털이나 침구, 카펫 등에 박혀 있는 털까지 말끔하게 제거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AI 자율주행으로 반려동물의 장난감이나 변 같은 오염 물질까지 정확하게 인식해 꼼꼼하게 청소해준다. 위생에 민감한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에서는 ‘스마스싱스 앱’에서 화장실 구역을 설정해 더욱 깔끔하게 청소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가족으로서의 반려동물 문화가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과의 건강하고 행복한 동행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삼성전자만의 펫 케어 기능은 보호자는 물론 반려동물까지 가족 모두가 행복하고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똑똑한 우리 집 ‘냥집사’, ‘멍집사‘가 돼준다”고 말했다.
  •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돈 ‘밝히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이연실의 Book 받치는 삶] 돈 ‘밝히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긴 코로나의 터널을 지나 각종 행사가 재개되면서 작가들을 초청하고 싶다는 연락도 늘고 있다. 원하는 작가를 섭외하려는 주최측 관계자들의 마음은 간절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간절하기만 할 때가 많다. 일은 한쪽의 간절함만으로는 성사되지 않는다. 나의 간절함을 상대의 간절함으로 만들려면, 즉 나의 섭외를 ‘거부할 수 없는 제안’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면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이 행사가 매우 중요하고 선의로 가득한 행사니 ‘무조건’ 와 달라는 섭외는 그저 나만의 간절함일 뿐이다. 섭외받는 입장에서도 이 행사를 위해 시간을 내어 먼 곳으로 움직이는 간절함이 발동하게 하려면 나의 필요는 간명하게 전하고, 상대에게 필요한 정보와 동기로 청탁과 섭외 연락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출판사로 오는 작가 섭외 전화와 메일은 대개 이런 양상으로 흘러간다. “저희가 대단히 중요한 일로 작가님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일정 될까요?” “참여를 결정하려면 자세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주최는 어떤 곳인지, 청중은 어떻게 모집하는지, 강연료는 얼마로 책정돼 있는지 등을 알려 주십시오.” “강연료요? 저희가 예산이 넉넉하진 않아서… 얼마면 될까요?” “할애할 수 있는 최대의 예산을 내부에서 먼저 논의해 주시고 그후 작가님과 조율하시는 것이 맞겠습니다.” 최근 비용을 명시하지 않고 일단 무턱대고 ‘찔러 보는’ 행사와 강연 청탁은 즉각 사양하는 작가들이 많아졌다. 강연과 행사는 작가의 시간과 체력을 쓰는 일인데 그 비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필요만 외치며 참여를 결정해 달라 말하는 곳은 설사 일을 수락한다 한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연락과 조율이 거듭되기 때문이다. 요즘 일하면서 자주 생각하는 것은 ‘상대의 시간’을 아껴 주는 사람들이 귀하다는 것이다. 나의 필요와 내 할 말만 확성기에 대고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헤아려 보고 먼저 고민해 주는 사람. 사실 강연비나 행사비가 작가들이 행사 참여 여부를 가르는 100%의 결정 요소는 아니다. 나는 강연비가 없거나 매우 적어도 먼 곳의 작은 기관이나 학교를 기꺼이 찾는 작가들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모든 작가에게 당연하다는 듯이 요청돼서는 안 된다. 시간과 비용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자유롭게 독자 행사를 다닐 수 있는 작가는 매우 드물다. 저자에게 인세를 보낼 때마다 나는 그들이 최소 수개월에서 몇 년까지 준비한 책에 대한 노동의 결실을 깜짝 놀랄 만큼 두둑이 보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오직 인세만으로는 회사원 연봉의 반의 반의 반 소득도 얻기 힘든 게 대부분의 작가가 직면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책을 냈으니 독자들이 원하면 무조건 달려가는 것이 작가로서 당연히 복무해야 할 봉사활동처럼 여겨지지 않길 바란다. 책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주최측에서 최선의 대가와 예우를 준비하고 제안하길 기대한다. 이따금 행사 예산이 얼마 없으니 그럼 유명 작가 말고 이 금액에 맞는 작가라도 추천해 달라는 문의를 받기도 한다. 나는 죄송하지만 그런 작가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주최측이 작가에 대한 아무런 사전 정보도 관심도 없는 곳에, 그러나 팍팍한 예산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불러다 앉히긴 해야 하는 자리에 결코 내 작가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예전부터 돈 얘기를 먼저 하는 건 무례하고 민망한 일이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악습이다. 노동으로 얻을 수 있는 돈과 대가를 밝히지 않고 일단 일을 의뢰하는 것이 더욱 무례하다. 돈 ‘밝히는’ 정중하고 준비된 사람들과 일하고 싶다.
  • [세종로의 아침] 알려주고 싶은 여인들의 뜨락/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알려주고 싶은 여인들의 뜨락/손원천 문화부 선임기자

    지난봄, 개인적으로 최대 관심사는 강원 강릉의 ‘율곡매’였다. 언제 수명이 다할지 알 수 없는 늙은 매화다. 나무의 90% 이상이 고사했고, 해마다 피워 올리는 꽃의 양도 줄고 있다. 어쩌면 이번 봄엔 꽃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도 했다. 다행히 꽃잎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오죽헌 직원의 말에 안도하긴 했지만, 몇 안 되는 꽃잎이 하룻밤 찬 봄바람에 우수수 떨어지지나 않을까 강릉을 찾기 전까지 매 순간 노심초사였다. 율곡매는 수령이 얼추 600년에 달하는 천연기념물이다. 고사 판정은 이미 받았고, 한때 천연기념물 해제까지 논의됐지만 이번 봄에도 기필코 꽃을 틔워 냈다. 겨우 몇몇 가지에 불과했지만, 모든 나무는 죽기 전까지 꽃을 피운다는 평범한 진리를 율곡매는 올해도 치열하게 증명해 냈다. 그런데 의아하다. 왜 ‘율곡매’일까. 나무의 역사를 보면 세종 22년(1440년) 오죽헌 건립 당시에 식재됐고, 신사임당(1504~1551)과 율곡 이이가 직접 가꿨다고 전한다. 율곡이 오죽헌에 머문 기간은 태어나 6년 정도다. 율곡이 천재였다고는 해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나무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그보다는 생애 전반부를 강릉에서 보낸 어머니 신사임당이 애면글면 매화나무를 가꿨을 공산이 더 크다. 그렇다면 ‘신사임당매’라 불러야 더 자연스러운 것 아닐까. 허균·허난설헌 생가터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조선 최고의 문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난설헌 허초희와 소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 남매가 나고 자란 곳이다. 허난설헌의 동상과 시비 등을 세워 기리고는 있지만, 조선의 여인으로 살다 안타깝게 요절한 그의 생애를 느낄 만한 장치가 없어 어딘가 겉도는 듯한 느낌이다. 이 일대에서 가장 인상적인 곳을 꼽으라면 단연 생가터를 에워싼 솔숲이다. 진한 솔향을 품어내는 굵은 노송들이 깊은 평안을 안겨 준다. 이 솔숲을 허난설헌과 함께 산책하는 느낌이 들도록 감성적으로 꾸며보는 것은 어떨까. 필경 허난설헌의 온기는 솔숲 여기저기에 닿았을 테지만 그를 현재로 불러낼 오브제는 어디에도 없다. 그게 못내 아쉽다. 나라 안에 이런 곳이 적지 않다. 일제강점기 국채보상운동에 힘을 보탰다는 대구 기생 앵무의 자취는 아예 없고, ‘여걸 시인’이라 불렸다던 전북 남원의 김삼의당 역시 작은 기념관이 고작이다. 이들을 ‘여성’이 아닌 ‘인재’로 여겼다면 이리 소홀히 대접하지는 않았을 거다. 요즘 우리나라를 부유한 국가로 평가하는 외국 서적을 자주 본다. ‘보이지 않는 중국’은 그중 하나다. 저자는 ‘중립국 함정’에 빠진 중국이 위기를 해결할 롤모델로 한국을 꼽고 있다. 그 동력은 단연 ‘인재’다. 한국은 인재가 전부인 나라다. 인재는 성별을 가리지 않는다. 서로 보완적일 수도 있을 텐데 우리는 어쩐지 다투기만 하는 모양새다.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식 중 한 장면. 누군가 “취임식 공연에 몇 점을 주겠습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드릴 점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남자 성악가 일색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못했다는 건 물론 아니다. 다만 인위적 안배는 없었다 해도, 자리에 걸맞은 품격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대결 구도가 지속돼도 좋을 만큼 우리는 한가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여성단체들이 선제적으로 역사 속 여성 인재를 발굴하고 선양하는 일에 좀더 나서 줬으면 좋겠다. 올가을엔 꼭 경남 밀양을 찾으려 한다. ‘밀양 검무의 대가’ 기생 운심의 삶이 깃든 곳이다. 벌써 여러 해 겨누고는 있는데,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올해는 여행자의 감성에 소구할 운심의 이야기가 많이 발굴됐으면 한다. 최소한 그의 생애를 반추할 공간만이라도 좀더 늘었으면 좋겠다.
  • 힙한 전통 패션·음악·음식… 재미와 친근함으로 통하다 [청춘기록]

    힙한 전통 패션·음악·음식… 재미와 친근함으로 통하다 [청춘기록]

    요즘 청년에게 전통은 그저 ‘옛것’으로 취급될 것만 같은데 전통의 매력에 푹 빠져 전통에서 기회를 찾는 이들이 있다. 패션, 음악, 음식 등 각자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 청년들은 기존 전통을 그저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 감성을 불어넣어 전통을 ‘요즘 것’으로 만드는 재주를 지녔다. 고리타분할 것 같은 전통을 재밌고 친근하게 만드는 세 명의 청년을 만나 봤다. ●전통 고유의 멋에 현대적 기법 보완 패턴 디자이너 장하은(26)씨는 전통 문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과 생활 소품을 만드는 일을 한다. 장씨가 운영하는 ‘오우르’를 가 보면 그가 디자인한 제품을 비롯해 이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쇼룸 곳곳에서 전통과 현대의 균형을 갖추려는 노력의 흔적이 엿보인다. 일례로 현대식 건물에 쇼룸을 꾸미면서도 서까래 형식의 천장을 통해 한옥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장씨는 지난 24일 “전통과 한국적인 것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고 싶었다”며 오우르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의상을 만들 때 한복과 전통 문양이 가진 고유의 의미를 잃지 않으면서 기법적 부분을 보완시켜 현대적으로 보여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한복 디자이너인 모친 덕분에 어렸을 적부터 한복을 가까이 한 장씨는 대학 시절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다.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텍스타일’(직물·옷감 등)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졸업 후 디자인 회사에서도 패턴과 관련된 일을 하며 꿈을 키웠다. 장씨는 “전통이 현대적으로 잘 해석되면 우리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장씨는 ‘계승’과 ‘창조’를 키워드 삼아 작업을 한다고 했다. 자신만의 브랜드를 일궈 나가는 게 쉽지만은 않지만 주변의 긍정적 피드백이 힘이 됐다고 한다. 장씨는 “친구들이 한복 클래스를 열면 꼭 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할 때 내가 하는 일이 ‘또래에게도 통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전통을 보여 주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보여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전통과 대중 모두 잡은 소리꾼 전통 창작 음악그룹 ‘거꾸로프로젝트’의 소리꾼이자 ‘서의철 가단’의 국악인 서의철(27)씨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통해 경기민요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국악의 길을 걷게 됐다. 지난 23일 만난 서씨는 “휴지를 뜯어 살풀이를 추거나 우산 비닐로 탈춤 흉내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씨는 고교 시절 실기와 이론을 겸한 소리꾼이 되고자 했는데 한 차례 입시에 실패하면서 1~2년 방황도 하고 마음고생도 했다. 서씨는 “공연할 때 소리가 줄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힘들었던 시절”이라면서 이후 군대를 갔다고 했다. 다행히 군 복무를 하면서 건강을 회복했고 채지혜 작곡가의 연락을 받아 곡을 녹음한 걸 계기로 거꾸로프로젝트에도 합류했다. 서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충남의노래 전국 공모전에서 자신이 작사한 ‘충남의 노래’로 대상을 받은 걸 꼽았다. 서씨는 “작사가로 데뷔하는 순간이었다”면서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충남만의 고유한 것을 담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서씨에게 전통은 ‘깊고 맑은 샘’과 같다. 대중과 가까이하고자 거꾸로프로젝트 활동을 하면서도 전통에 방점을 둔 ‘서의철 가단’을 새로 만든 건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지만 전통 자체는 유지돼야 한다”는 서씨만의 철학 때문이다. 서씨는 “전통이라는 담장 속의 작은 돌이 돼서 담벼락이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색다른 디저트 ‘전통 다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카페 ‘연경당’을 운영하는 20대 사장 정연경(24)씨는 제과·제빵을 전공하다 전통 다과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지난 25일 만난 정씨는 “좀더 건강하고 색다른 디저트를 찾아보다가 전통 다과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해외 호텔에서 인턴으로 일하려다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계획보다 이른 시기에 창업을 했다는 정씨는 “전통 다과는 모두 전통 조리법으로 만들어지다 보니 따라 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면서 “조리 방법을 바꿨을 때 전통 다과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금귤진정과, 꽃 매작과, 호두강정 등으로 구성된 다과상은 전통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려는 정씨의 노력이 깃든 산물이다. 전통 다과를 만드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정씨는 보람을 느낀다. 정씨는 “인삼이나 도라지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식재료를 이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원래 잘 안 먹는 식재료인데 다과상으로 내놓으니 맛있다고 말씀해 주실 때 뿌듯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전통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밝혔다. 그는 “전통을 그대로 계승하기보다는 지금 세대에 맞게 해석해야 사람들이 더 가깝게 느끼고 전통을 더 잘 이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통 다과를 이어 나가는 것 못지않게 사람들이 이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김가현(경제학과 3학년)정은서(경영학과 2학년) 성대신문 기자
  • “5만원 더” 초단위 광클… 신차값 중고 아반떼[현장]

    “5만원 더” 초단위 광클… 신차값 중고 아반떼[현장]

    “2056번 아반떼.” 교도관이 죄수를 호명하듯 차가운 기계음이 메아리쳤다. 지난 25일 경기 시흥에 있는 국내 최대 중고차 경매장 ‘오토벨시화센터’. 10초 카운트다운과 함께 오후 1시 정각에 경매가 시작됐다. 열기로 들뜬 현장이 있을 것이란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대학교 강의실처럼 생긴 488석 경매장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았다. 한두 사람 정도가 앉아 있다가 15분도 버티지 못하고 떠났다. “날짜를 잘못 잡은 걸까요.” 초조해진 기자가 물었다. “아닙니다. 조금만 있어 보세요.” 김상문 현대글로비스 오토벨시화센터장의 대답에는 여유가 있었다.기우였다. 아반떼의 경매가가 무섭게 치솟기 시작했다. 1초에 5만원씩, 쉴 새 없이 오르더니 이내 ‘빠밤빠밤’ 소리가 울렸다. 경매장 전면 스크린에 차량이 낙찰됐다는 안내 표시가 떴다. 짧은 사이 전국 각지에서 ‘비대면 광클 전쟁’이 벌어졌던 것. 낙찰된 아반떼는 2시간가량의 경매가 끝나고 ‘캐리어’를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딜러에게 무사히 탁송됐다. “요즘 경매장에 직접 오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코로나19를 지나면서 다들 비대면으로 거래하는 데 익숙해졌으니까요.”(김 센터장) 시화센터의 중고차 경매는 매주 수요일·금요일에 열린다. 일반인은 중고차 경매에 출품만 할 수 있으며, 입찰은 중고차 사업증을 가진 회원만 가능하다. 100% 대면으로만 진행됐던 2019년만 해도 센터는 문전성시를 이뤘다. 자리가 꽉 차는 것은 물론이고 번호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비대면 경매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3월. 이후 딜러들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비대면 입찰에 적응해 버렸다. 방역이 완화된 현재도 경매장을 직접 찾는 이는 많지 않다. 시화센터와 분당센터, 양산센터까지 중고차 경매에 참여하는 업체는 월평균 1400여곳으로 이 중 98%가 원격으로 접속한다. 2년 만에 벌어진 ‘대반전’이다. 중고차 경매대행 플랫폼 ‘옥카’의 최제은 대표는 “비대면 시스템 덕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음은 물론 운신의 폭도 넓어져 다양한 고객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 거래량도 늘었다. 29일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출품 대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5%나 늘었다. 같은 기간 낙찰 대수도 35%, 경매에 참여하는 회원 수도 18% 증가했다. 시화, 분당, 양산 세 곳에서 일주일 평균 거래되는 중고차 대수는 2700대를 넘어선다.이런 활황은 단순히 시스템이 바뀌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새 차를 계약하고 출고하기까지 1~2년 기다려야 하는 ‘역대급’ 적체 현상도 한몫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만성화하면서 대기할 필요가 없는 중고차의 매력도가 크게 올라간 것이다. 이날 매물로 올라왔던 ‘2056번 아반떼’는 시작가 2150만원에서 2240만원에 최종 낙찰됐다. 2022년형 1.6 가솔린 인스퍼레이션 모델로 주행거리 6492㎞였다. 신차 가격(2515만원)과는 불과 275만원 차이. 딜러가 이 차를 소비자에게 팔 땐 값이 더 비싸다는 점을 생각하면 감가가 거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치·사회 이벤트가 중고차 가격을 밀어 올리기도 한다. 두 차례 선거가 있는 올해 중고차 시장에서는 선거 차량으로 쓰이는 ‘포터’가 귀한 몸이 됐다. 지난 1월 ‘포터2’의 낙찰률은 63%였는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난 2월에는 무려 83%까지 급증했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70%대로 떨어졌다가 지방선거를 앞둔 이달 들어서는 다시 88%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지난 10일 경매에서 낙찰된 2017년식 ‘포터2 윙바디’(수동)의 가격은 신차와 불과 290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5년이 지났는데도 새 차와 다름없는 인기를 누리는 것이다. 포터2를 신차로 출고하려면 최대 8개월을 기다려야 한다고 전해진다. ‘레몬마켓’으로 외면받던 중고차 시장에 최근 관심이 쏠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대기업의 시장 진출과 천정부지 치솟는 ‘카플레이션’(자동차+인플레이션)이 맞물린 탓이다. 윤석열 정부 이후 빗장이 풀린 중고차 시장에서 국내 대기업도 정확히 1년 뒤인 내년 5월부터 관련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허위매물 판매나 사기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 소비자 신뢰가 바닥인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이 진출하면 시장이 투명해질 거라는 게 소비자들의 기대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합류로 시장 정상화의 첫 단추는 뀄다”면서도 “취득세 감면 등 높아진 중고차 가격으로 부담을 호소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이 추가로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비가 혼술을 즐기는 이유는? “약속 잡기 귀찮아”

    비가 혼술을 즐기는 이유는? “약속 잡기 귀찮아”

    가수 겸 배우 비(정지훈)가 ‘혼술’(혼자 술을 마시는 것)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밝힌다. 오는 30일 네이버 NOW.를 통해 tvN STORY와 ENA채널이 공동제작하는 전국민 안주 지침서 ‘이번주도 잘부탁해’ 미방영 영상이 공개된다. 두 번째 게스트로서 제주도에서 MC 성동일, 고창석과 전통주 탐방을 함께했던 비는 형님들 앞에서 아무도 몰랐던 ‘아침 혼술’의 이유를 밝힌다. 이날 비는 “저는 (술을) 혼자 마신다. 술이 마시고 싶으면 저녁에 운동하고 잔다. 그리고 아침부터 일어나서 삼겹살을 굽는다”고 말했다. 이에 성동일이 “넌 사람을 좋아하면서 왜 그리 혼자 술을 먹어?”라고 묻자, 비는 평소 사교성 좋은 모습과는 달리 뜻밖에도 “약속 잡기가 귀찮다. 때로는 혼자가 훨씬 편하다”며 내면의 고백을 이어갔다. 그리고 “요즘 젊은 애들은 다 이렇게 논다”고 덧붙였다. 비와 함께 온 싸이퍼 탄은 “대표님(비)이 술 한 잔 하자고 하신 적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는 그 이유를 진솔하게 털어놓았지만, 비가 자리를 뜨자 고창석은 “네가 고생이 많다. 쟤 완전 꼰대네, 꼰대”라며 탄을 위로해 웃음을 자아냈다. ‘월드스타’ 비가 혼술을 하는 진짜 이유와, 몰랐던 내면의 고백은 30일 오후 6시 네이버 NOW.에서 공개되는 ‘이번주도 잘부탁해’ 미방영 영상을 통해 공개된다.
  • 알리 충격고백 “성폭행 당했다. 가해자는…”

    알리 충격고백 “성폭행 당했다. 가해자는…”

    알리 “20대 중반 성폭행 당해”“가해자 처벌 받았다” 가수 알리가 꺼내고 싶지 않은 기억을 털어놨다. 27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알리의 이야기가 다뤄졌다. 이날 알리는 “건강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요즘 자꾸 멍을 때린다. 말하다가도 갑자기 집중력이 흐려진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주 일어나는 일이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에 오은영 박사는 “일상 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냐?”고 물었고, 알리는 “라디오 생방송 중 3초 이상의 정적은 방송사고라고 하는데, 그런 일이 많다. 그런 일이 많다보니 임기응변이 생기기는 했지만, 자꾸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고백했다. 이야기는 알리의 일상을 짚어보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알리는 “잘 때도 불안감에 무거운 향초 같은 것을 옆에 두고 잤다. 나만의 방어 체계가 필요하다고 생각을 했다”고 털어놨고, 오은영은 “보통 부모들이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경계심이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무기로 쓸 것까지 옆에 둔다는 것은 경계심이 너무 높다. 세상이 무섭냐?”고 물었다. 질문에 알리는 “어떻게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잠을 자는 것이 무서웠다. 그래서 하루에 2시간 정도만 잤던 것 같다”고 얘기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오은영의 진단은 잠을 통해 죽을 수도 있다는 원초적인 ‘죽음’에 대한 공포였다. 그 순간 알리와 ‘금쪽상담소’ MC 이윤지가 떠올린 인물은 故박지선이었다. 알리는 “이윤지와 내가 참 아끼는 친구가…. 큰 영향을 준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웃음을 주던 친구였다. 지금도 너무 좋아하는 친구인데, 내가 많이 표현을 못했다. 그 친구가 세상에 사라졌을 때 정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당시는 내가 어려움을 겪던 시기였다. 그러다 이윤지랑 셋이서 만나기로 했었는데, 그 친구를 떠나보냈다. 내 힘듦이 그 친구에게 간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안좋더라”고 어렵게 털어놨다. 눈물을 쏟는 알리의 모습에 이윤지는 “지선이가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알리를 만나게 해준 거라고 생각을 한다”며 위로했다. 이어 알리는 또 다른 아픔도 고백했다. 그는 “20대 중반에 성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 객원 보컬로 활동을 하고 솔로 앨범을 준비하다가 일어난 일이라 당시에 큰 상실감을 느꼈었다. 내 삶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없어질 것 같았다”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는 처벌을 받긴 받았다. 어떤 처벌을 받았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나는 그냥 가해자가 잘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노출이 된 사람이다보니 내가 어떤 말을 했을 때 그 가해자가 뉘어치고 살다가 내 말로 인해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지 않나. 내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미워했을 텐데. 내 가족이 다칠 수도 있으니까. 내 입장에서는 용서가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 현직자들이 꼽은 ‘네카라쿠배당토’ 중 이직하고 싶은 기업 1위는?

    현직자들이 꼽은 ‘네카라쿠배당토’ 중 이직하고 싶은 기업 1위는?

    정보기술(IT)업계 종사자들이 ‘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민·당근·토스’ 중 가장 이직하고 싶은 기업은 네이버인 것으로 조사됐다. 27일 커리어테크 스타트업 퍼블리가 자사 IT업계 커리어 SNS ‘커리어리’ 이용자 431명을 대상으로 해당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28%가 ‘네이버’를 선택했다. 2위는 17%의 선택을 받은 ‘토스’였고 3위는 ‘카카오’(13%)로 집계됐다. 이어 당근마켓과 배달의민족이 각각 12%로 동률을 기록했고 라인플러스(5%)와 쿠팡(2%)이 뒤를 이었다.‘이직할 기업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라는 질문에는 응답자 303명 중 44%가 직무에 대한 적성을 가장 우선으로 꼽았고 연봉(30%), 복지(20%) 순으로 응답이 많았다. 실제 ‘네카라쿠배당토’는 업무 적성 외에도 연봉, 복지 등을 최고 수준으로 제공해 요즘 직장인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들이다. 퍼블리 측은 이런 결과의 배경으로 MZ세대 직장인들이 중시하는 근무 조건이 이전과는 달라졌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업무를 통한 성장을 중요시하는 MZ세대는 자기주도적인 근무환경을 선호하며, 직무 적성을 적극 살릴 수 있는 기업으로 이직을 희망한다는 해석이다. 커리어리 김광종 사업리더는 “최근 평생 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MZ세대 직장인들은 안정성보다 주체적인 사회생활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모색하는 추세다”라면서 “네카라쿠배당토에서 이러한 커리어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높은 연봉과 차별화된 복지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만큼, 많은 이들이 이직을 희망하는 것으로 비춰진다”고 전했다.
  • [씨줄날줄] 국무조정실장/전경하 논설위원

    [씨줄날줄] 국무조정실장/전경하 논설위원

    국무총리를 보좌하는 국무조정실(국조실)은 1973년에 설치됐다. 이명박 정부 때 국무총리 비서실과 합쳐져 국무총리실이 됐다가 2013년 분리됐다. 국조실장은 장관급, 국무총리 비서실장은 차관급이다. 국조실장은 차관급 회의를 주재한다. 존재감은 국무총리에 달려 있다. 책임총리가 실행되면 힘이 강하겠지만 청와대 수석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가 대세다. 국조실 업무는 ‘각 중앙행정기관의 행정의 지휘·감독, 정책 조정 및 사회위험·갈등의 관리, 정부 업무평가 및 규제개혁에 관하여 국무총리를 보좌’(정부조직법 제20조)로 돼 있다. 사회위험·갈등을 관리하느라 학교폭력 대책을 내고, 정책 조정하느라 지방자치단체나 정부 부처 간 다툼의 중재도 한다. 국조실장을 지낸 전직 장관은 “안 하려고 들면 편하고, 하려고 들면 일이 쏟아지는 자리”라고 말했다. 요즘은 장관으로 가는 코스다.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국조실장에서 바로 경제부총리가 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국조실장 출신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국조실장이다. 노형욱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도 기재부 출신으로 국조실장을 했다. 이들을 포함해 김대중 정부 이후 22명의 국조실장 중 기재부 출신이 17명이다. 한덕수 총리가 국조실장으로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을 내정하자 당정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등 망가진 경제정책의 주역”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윤 행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경제수석을 했다. 진영을 떠나 더 큰 문제는 국정 운영의 균형이다. 한 총리가 노무현 정부에서 총리였을 때 국조실장은 기재부 출신 윤대희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었다. 당시 비서실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김대기 비서실장은 기재부 출신이다. 비서실장, 총리에 이어 국조실장도 기재부 출신이면 ‘기재부의 나라’가 된다. 윤석열 정부의 6대 국정 목표 중 하나가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다. 시장의 권력이 정부에서 민간으로 갔는데 경제 부처에 권력이 쏠려서는 안 된다. 한 총리의 ‘결단’에 관심이 쏠린다.
  • ‘다섯째 임신’ 경맑음 “엄마 또 하고 싶냐고…”

    ‘다섯째 임신’ 경맑음 “엄마 또 하고 싶냐고…”

    다섯째 소식을 전한 배우 정성호와 그의 아내 경맑음이 네 아이의 반응을 전했다. 최근 경맑음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요즘 미술놀이에 비협조적이심”이라는 글과 사진을 게재했다. 게재한 사진에는 아이들이 미술을 하는 장면이 담겼다. 해당 글에서 화제가 된 것은 경맑음이 전한 다섯째에 대한 아이들의 반응이었다. “아이들이 엄마 임신 소식에 어떤 반응이었어요?”라고 한 네티즌이 질문하자 경맑음은 “엄마가…이제 애들 다 키우고 둘이 놀러다닐만 하고 살만해졌는데. 그 고생을 또 하고 싶냐며 진짜 대단하다며 (라고 말하더라고요)”라고 답했다. 한편, 경맑음과 정성호는 2010년 결혼해 슬하에 2녀 2남이 있다.
  • 직장에서 집 생각 싹 지울 수 있다면… 과연 유토피아일까 [OTT 리뷰]

    직장에서 집 생각 싹 지울 수 있다면… 과연 유토피아일까 [OTT 리뷰]

    ‘누가 나 대신 일 좀 해 주면 안 되나. 나는 퇴근하고 놀기만 하게.’ ‘회사에서 나오면 지겨운 일 생각은 머리에서 싹 사라지면 좋겠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하는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되면 어떨까. 회사 일과 내가 분리된다면, 출근을 앞둔 일요일 저녁의 고통을 겪지 않을 수만 있다면. 애플TV+의 오리지널 시리즈 ‘세브란스: 단절’은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소재로 한 드라마다. 한국 이민자 가족의 대서사시 ‘파친코’로 국내에서도 제대로 눈도장을 찍은 애플TV+가 선보인 또 다른 작품인데, 꾸준한 흥행으로 일찌감치 시즌2 제작을 확정 지었다. 드라마는 거대 기업 루먼의 ‘세브란스’(단절) 수술로 직장 안팎의 자아를 분리할 수 있다는 설정을 갖고 있다. 회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근무 층으로 가면 직장 밖의 모든 기억과 단절된다. 완벽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꿈꿨다면 착각이다.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정신을 잃고 누워 있던 주인공 헬리(브릿 로어)가 누군가의 목소리에 깬 곳은 텅 빈 사무실. 작은 스피커에서 “질문에 답하면 방에서 내보내 주겠다”는 말이 흘러나온다. 이어지는 질문은 이렇다. 당신은 누구인가요? 태어난 곳은 어디인가요? 어머니의 눈동자 색깔은 무엇인가요? 방문을 두드리며 악을 쓰던 헬리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자신에 대한 정보만 칼로 도려낸 듯 머릿속에서 깔끔히 사라진 것이다. 또 다른 주인공 마크(애덤 스콧)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수술을 선택했다. “회사에서의 8시간만큼은 아내를 잊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팀에 수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회사를 탈출하려는 헬리가 들어오며 평화가 깨진다. 나를 조종하는 사람, 지긋지긋한 회사로 다시 돌려보내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점이 색다른 재미와 섬뜩함을 안긴다. ‘아우티’(회사 밖 자아)와 ‘이니’(회사 내 자아)를 완전히 다른 사람처럼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압권이다. 흔한 회사 같은 삭막한 칸막이의 사무실에 복고 분위기를 녹인 것도 신선하다. 요즘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구식 브라운관 모니터는 물론 비디오카메라와 카세트테이프, CD 플레이어 등의 소품이 반가움을 준다.
  • “1500년 전통 쌀맛 그대로의 한산소곡주, 청년 이웃 덕에 MZ세대 입맛 사로잡았죠”

    “1500년 전통 쌀맛 그대로의 한산소곡주, 청년 이웃 덕에 MZ세대 입맛 사로잡았죠”

    “조그맣게 항아리 10개를 묻어 놓고 술을 담그시던 할머니의 가업을 30년째 이어받고 있는데, 백화점도 쫓아다니고 할인점도 쫓아다녀 봤지만 마케팅은 잘 안 되더라고요. 젊은 친구들 덕분에 온라인에서 홍보하고 유통망이 확대되면서 매출이 성장하기 시작했죠.” 나장연(56) 한산소곡주 대표는 1500년 역사를 가진 소곡주의 산증인이다. 소곡주는 백제 무왕과 의자왕이 즐겨 마셨다는 기록이 있을 만큼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술이다. 마시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취해 일어나지 못한다 해 앉은뱅이술이란 별명으로도 유명하다. 화학 첨가물이나 당분을 넣지 않고, 서천에서 나는 물과 쌀만을 100일간 발효시켜 만드는 술이다. 충청남도 무형문화재 3호로 지정된 할머니가 타계하고 나서 어머니가 전통주 면허를 승계했고, 나 대표가 다시 가업을 이어받았다. 현재는 나 대표의 둘째 아들이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의 일을 돕고 있다. 소곡주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실제로 전통주가 집에서 담그는 술에서 벗어나 정부로부터 정식 양조 면허를 받은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난 뒤인 1990년이었다. 1990년대 중반에 전통주가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문배주, 이강주 등이 각광받았지만 시장을 장악한 대기업의 유통망에 소곡주가 끼기는 어려웠다. 조미를 전혀 하지 않고 쌀을 발효시켜 만드는 소곡주는 과당을 넣어 현대인의 입맛에 맞춘 대기업의 전통주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충남 서천군 한산면에는 나 대표의 집안에서 내려온 방법으로 69개의 소곡주 양조장이 생겨났다. 300여곳에서 가양주를 담고 있다. 알음알음 지인에게만 판매해 양조장 한 곳당 연간 매출이 5000만~1억원에 이를 정도로 소곡주의 맛은 인정받았다. 여기에 서천에 자리잡은 청년들의 공간 플랫폼인 삶기술학교와 만나 소곡주는 MZ세대가 즐기는 술로 거듭났다. 2020년 코로나19로 소곡주 매출이 떨어지자 삶기술학교 청년들이 온라인을 통해 일주일 만에 술 700병을 팔았다. 청년들이 만든 소곡주 온라인 판매 사이트의 지난해 매출은 1억원을 넘어섰다. 청년들은 소곡주에 토닉워터와 레몬즙을 섞은 ‘소곡토닉’을 만들어 전통주를 새로운 방법으로 즐기고 있다. 나 대표는 ‘검은 호랑이의 해’인 2022년 임인년을 맞아 호랑이가 새겨진 소곡주 병을 개발 중이다. 그는 “요즘 유행을 잘 모르는데 젊은 친구들이 디자인 개발에 같이 참여하면서 나이 든 분위기를 젊은 세대에 맞춰 놓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 아흔아홉 굽이 넘어… 구글링 2130만건 ‘핫플’ [이우석의 미시여행]

    아흔아홉 굽이 넘어… 구글링 2130만건 ‘핫플’ [이우석의 미시여행]

    “내 그제도 오고 오늘도 무러 왔어요. 내 오늘 묵고 담주에 또 올끼래요.” “나야 자주 오시믄 좋지요.” 지난 22일 강원 평창 진부읍의 50년 막국수 노포 고바우식당. 툭툭 싱겁게 던지는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가 낡은 한옥 식당 안을 채운다. 정겨운 대화를 반찬 삼아 막국수를 먹는다. 입술 모아 쪼록 빨아들이고 나면 정수리까지 저릿한 밀막국수 한 그릇에 성급히 찾아든 계절을 잊고 말았다. 인적 드문 진부시장 골목에 불어 든 시원한 골바람으로 입가심하고 단김에 폐를 씻는다. 왁자지껄한 강릉에서부터 진고개를 넘어 대관령으로 향한 오월의 주말이다. 이날 낮 최고기온은 28도. 조금만 걸어도 등이 따끈하고 양지에 세워 둔 자동차는 에어프라이어처럼 데워지게 마련이다. 하지만 볕만 피하고 나면 반팔 옷차림이 서운하다. 결국 이날 저녁 대관령 어느 리조트의 온도계는 14도를 가리켰다. 절묘한 타이밍의 현명한 여행지 선택이다. “공중에 치솟은 대령은 여러 늙은 아비(大嶺凌空衆父父), 여러 주름살이 동으로 와 팔다리처럼 흩어졌구나(衆皺東來散肢股).” 조선 성종 때 ‘악학궤범’을 편찬한 성현(1439~1504)이 ‘속동문선’(제5권)에 남긴 시 ‘경포대를 오르며’ 중 대관령을 묘사한 대목이다. 캬! 가파르게 치솟아 바다를 향해 여러 능선을 늘어뜨린 백두대간 대관령이 옛 글귀 한 구절만으로도 눈에 선하다. 강릉과 삼척을 향해 가는 길에 만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갯길을 선조들은 이토록 경외했다. 아흔아홉 굽이 대관령은 대령(大嶺), 대관(大關)이라고도 불렀는데 모두 다 ‘큰 고개’란 뜻이다. 무려 13㎞에 이른다. 대관령 정상에서 보면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위풍당당한 ‘산의 아비’가 틀림없다. 이 커다란 고개는 강릉 출신으로 대관령을 넘나들던 오만원권 지폐 ‘모델’ 신사임당의 소회처럼 ‘흰 구름이 날아드는 해 저문 산’(白雲飛下暮山靑)이었다. 그 이전에도 정도전은 ‘하늘이 낮아 고개 위가 겨우 석 자’라고 뻥(?)을 쳐, 아직 대관령을 넘지 않은 이들에게 위압감을 줬다. 고개 이름에는 보통 현, 치, 영, 관을 붙이는데(우리말 ‘재’도 쓴다) 그중 현이 가장 낮고 관이 가장 높다. 대관령은 이름에 높은 고개를 뜻하는 관(關)에 령(嶺)까지 붙었으니 실로 아무나 넘볼 수 없는 높고도 험준한 고개였다. 그런데 실은 대관령(832m)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고개는 아니다. 만항재(1330m), 두문동재(1275m) 등 태백과 정선 경계에 있는 고갯길이 가장 높다. 홍천과 양양을 잇는 구룡령(1013m), 홍천과 평창을 연결하는 운두령(1089m) 역시 1000m가 넘는다. 심지어 남쪽의 지리산 정령치(1172m)와 성삼재(1102m)도 있다. 다만 고개를 넘는 사람과 물동량이 많은 데다 그들이 체감하는 고도차가 컸고, 장정도 매우 길었다. 대관령이 세인들의 뇌리와 구전에 명실상부 가장 높고 큰 고개로 자리잡았던 이유다. 대관령은 강릉시에서 여느 고개보다 더욱 큰 의미를 둘 만큼 상징적인 고개다. 과거 최고의 난도를 뽐내던(?) 대관령 고갯길은 현재 456번 지방도로 격하됐다. 대관령 아흔아홉 굽이를 모두 쭉쭉 펴서 공중과 터널 안으로 집어넣은 영동고속도로는 서울과 강릉을 두어 시간대로 잇는다. 다만 대관령 옛길은 현대에 들어 트레킹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주막이 있던 반정에서 어흘리 대관령박물관에 이르는 약 5㎞의 공기 맑은 오솔길이 잘 보존됐다. 해발고도는 높지만 비탈은 그리 가파르지 않아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대관령박물관에는 보부상과 관원들이 썼던 다양한 물품을 모아 뒀다. 평창에서 대관령이라 하면 황병산, 노인봉, 선자령, 발왕산 등에 둘러싸인 고위평탄 분지까지 의미한다. 강원도 내에서도 시원한 지역(연평균 기온 6.4도)으로 소문나 겨울엔 스키를 즐기고 여름엔 고원 휴양을 위해 찾는 관광객이 많다. 척박한 기후에 고랭지 작물 등을 재배하던 지역이었으나 요즘은 유럽 알프스형 휴양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2018년엔 평창동계올림픽도 유치했다. 인구 4만여명. 도시 규모는 작지만 올림픽을 치른 후 세계인들이 한국에서 기억하는 10대 유명 도시 가운데 한 곳이 됐다. 1956년 개최지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1936년 나치 치하에서 올림픽이 열렸던 독일 바이에른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은 지금도 모르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 ‘평창’은 구글에서도 2130만건이라는 어마어마한 검색 결과가 나올 정도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도시다. 아마도 평창은 핀란드 키틸라 주민도, 체코 올로모우츠에 사는 학생도 기억하는 지명일 테다. 여행 떠나기 좋은 요즘부터 휴가철 성수기까지가 평창 대관령 여행의 최적기다. 6월이면 딱 서울의 봄 날씨나 선선한 10월 날씨 정도다. 7~8월 더위도 큰 고개 앞에선 무력해진다. 월평균 기온이 20도를 넘지 않는다. 덥다 생각할 만한 기간은 대서(7월 23일)에서 입추(8월 7일)까지에 불과하다. 이후부턴 가을로 봐야 한다.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평창의 전 지역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열대야 현상이 한 번도 보고된 적 없다는 점이 경이롭다. 폭염 특보도 거의 없었다. 요즘 하지감자 출하 시기를 앞두고 푸른 초원이 유독 눈에 많이 들어온다. 높은 산봉우리와 거대한 능선, 그리고 비탈을 초록으로 물들인 감자밭과 양, 젖소를 키우는 목장이 대관령을 유럽의 목가적 분위기로 보이게 만드는 주요한 ‘메이크업’이다. 평창은 넓으면서도 위아래로 긴데 위쪽으로 겨울에 ‘쿨’한 영동고속도로와 요즘 ‘핫’한 KTX 경강선이 지난다. 서울 쪽에서 보자면 봉평, 용평, 진부, 대관령면 순으로 지나며 강릉으로 이어진다. 가장 많이 찾는 여행 루트이며 각종 편의 시설도 이쪽에 집중돼 있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31번 국도를 이용하면 봉평, 용평, 대화, 방림, 평창읍에 닿는다. 정선과 가까운 최남단 미탄면은 여기서도 잠시 빠져 42번 국도를 타야 한다. 루지·낚시·래프팅… 10대부터 60대 휴가 ‘팀플’ 대관령에서 평창읍까지는 거리(약 60㎞)가 멀어 이동시간이 꽤 걸린다. 하지만 평창 남부는 그런 수고를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때묻지 않은 자연이 살아 있는 곳이라 ‘산골 평창’의 진면목을 만나기 위해 따로 이 지역을 찾는 이도 많다. 보통의 경우 북쪽 루트를 먼저 여행한다. 엔터테인먼트를 위한 일정이다. 선선한 날씨 속 고원과 산, 숲도 즐기기 좋다. 태기산을 중심으로 휘닉스 평창 같은 대규모 리조트나 펜션이 몰려 있는 봉평면을 가장 먼저 만난다. 가산문학관, 무이예술관, 가산 문학의 길 등이 있고 무엇보다 2년 만에 본격 개장을 앞둔 워터파크 블루캐니언이 있다. 용평리조트 때문에 이름이 익숙한 용평면에는 사실 용평리조트가 없다. 대관령면에 있다. 대신 용평엔 오토캠핑장이 많아 캠퍼들이 많이 찾는다. 계방산 아래 노동계곡 캠핑장이 유명하다. 한국전통음식문화체험관 정강원이 있고 로하스파크도 있어 여러 체험 여행을 즐기기에 좋다. 평창에서 가장 큰 도시(?)인 진부에는 평창의 독보적인 문화재로 꼽히는 고찰 오대산 월정사와 상원사가 있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특히 요즘 날씨에 돌아보기 제격이다. 아름드리나무 사이를 뚫고 비치는 볕과 서늘한 숲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진부전통시장에는 먹을거리가 많다. 동태탕이며 왕갈비탕, 밀막국수, 순대국밥집 등 오래된 식당이 많아 요것조것 챙겨 먹기 편하다. 장전리 이끼계곡과 정전계곡, 수향계곡, 막동계곡 등은 여름에 찾아가 더위를 씻는 ‘안티 핫’ 플레이스다.대관령면은 웬만한 유명 관광도시 부럽지 않게 많은 편의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우선 눈으로 봐도 우뚝 솟은 스키점프대가 랜드마크 구실을 한다. 관광 곤돌라를 타고 발왕산에 올라서면 우뚝하고 늠름한 주변 산들이 바다처럼 펼쳐지는 가운데 시원한 한때를 보낼 수 있다. 새로 생긴 포토존 스카이워크와 발왕수 약수 가든 등 주목과 고산식물이 가득한 숲길을 걸으면 ‘워킹 온 더 클라우드’, 즉 ‘천상의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평창올림픽 플라자를 중심으로 삼양목장과 하늘목장, 양떼목장 등 이국적 풍광의 초원과 오션700, 피크아일랜드 등 2곳의 워터파크가 있다. 알펜시아와 용평리조트 등 대관령에 빼곡한 숙소들은 평창 주민 모두를 재우고도 남을 정도다. 오삼불고기와 황태국, 꿩만두 등 대관령 명물 먹거리도 빼놓으면 섭섭하다. 선자령도 이곳에서 오른다. 평창 남쪽 여행루트는 보다 친자연적이다. 한결같은 자연이라 언제든 푸근히 맞아 준다. 특히 산세가 빼어나니 물도 당연히 좋다. 기세 좋은 산에서 흘러내린 명품 계곡들이 즐비하다. 이름난 흥정계곡부터 장전계곡, 금당계곡, 노동계곡, 뇌운계곡, 막동계곡, 수항계곡 등이 차가운 물을 품고 ‘풀장’밖에 모르는 도시인을 기다린다. 우선 평창읍부터. 맛난 향토 먹거리를 파는 평창올림픽시장이 있다. 각종 메밀 요리와 올챙이국수 등 진짜 강원 ‘두메산골 평창’다운 맛에 빠져들 수 있다. 지봉동 가옥, 대하리 가옥 등 강원도식 전통 한옥도 많이 남아 있다. 장암산 활공장에서 날아올라 평창강으로 내리는 조나단 패러글라이딩 학교 텐덤(2인) 비행 체험을 해 볼 수도 있으며, 초여름부터는 낚시꾼도 이곳에 모여든다. 하늘과 땅, 물 모두에 반한다.동강이 휘감아 도는 미탄면에는 각종 계곡과 동굴, 카르스트지형 등 희귀한 자연 자원이 많다. 동강에서 수상 레포츠도 즐길 수 있다. 수려한 경관 속에서 패들 보트며 래프팅, 카야킹을 체험하고 인근 석회동굴 백룡동굴을 탐사하는 등 시설보다는 자연과 함께하는 액티비티가 많다. 장마가 끝나면 기화천에 플라이 낚시꾼들이 몰린다. 송어가 잡힌단다. 야생화 탐방에 좋은 청옥산 육백마지기 배추밭과 물돌이를 볼 수 있는 칠족령 트레킹은 이미 잘 알려졌다. 기상이 딱히 좋지 않을 때는 평창동강민물고기생태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가성비 좋은 아쿠아리움이다.방림면에는 콘서트를 여는 예술마을로 유명한 계촌마을과 농촌 체험마을 수동마을, 평창자생식물원 등이 있고 대화면에는 ‘메밀꽃 필 무렵’에 언급되는 대화장, 금당계곡, 배두둑마을, 그리고 한여름에도 1분 이상 발을 담글 수 없을 만큼 차가운 ‘땀띠물’이 솟는 땀띠공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 그저 평창에 가서 며칠 숨만 쉬고 와도 뭔가 남는 셈법일 것 같다. 대자연 속 웰빙과 각종 즐길거리, 맛있는 먹거리가 가득한 땅. 마침 도래한 엔데믹 시대에 가장 먼저 양팔 활짝 벌려 방문객을 맞이할 ‘도시민의 피난처’ 역할을 평창은 이미 준비하고 있다. 놀고먹기연구소장 ■여행수첩 직접 뽑은 밀면 막국수‘평창식’ 메밀전병송어회에 한우까지전국구 맛집 품었다진부읍 진부재래시장 옆 고바우식당은 메밀이 아니라 직접 뽑아낸 밀면으로 막국수를 말아 내는 집이다. 깔끔한 육수에 쫄깃한 면발을 한가득 말고 오이채와 김가루, 삶은 달걀을 올려 준다. 시원한 육수에 탱글한 국수가 인상적이다. 비빔막국수에 올린 양념은 맵지도, 달지도 않고 그윽한 풍미를 낸다. 진부 명진왕갈비탕은 구수하게 우려낸 국물에 큼지막한 갈빗대를 푸짐하게 곁들여 내는 갈비탕으로 유명한 집이다. 대추나 밤 등을 넣지 않은 투박한 담음새지만 부들부들한 왕갈빗대와 구수한 국물 하나로 끝난다. 전통적으로 유명한 먹거리인 오삼불고기는 대관령 납작식당이 잘한다고 소문났다. 강릉 주문진의 오징어가 평창의 삼겹살과 만나 ‘전국구’ 명성을 퍼뜨린 메뉴다. 대관령 용평리조트에서는 주말에 운영하는 가든 레스토랑 ‘별이 빛나는 밤’이 좋다. 조명쇼 ‘발왕산성’이 펼쳐지는 가운데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노천 바비큐와 맥주 등을 맛볼 수 있다. 텐트 안에서 프라이빗하게 즐기는 캠핑 메뉴도 판매한다.평창읍 올림픽시장 먹자골목에 있는 메밀이야기는 ‘평창식’으로 부쳐 낸 메밀전병, 김치전 등을 판다. 특히 올챙이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평창읍내 옹달샘식당은 토속적인 제철 식재료를 한 그릇에 모아 쓱쓱 비빈 보리밥으로 유명하다. 평창읍 초원 숯불갈비는 빛깔 좋고 맛난 한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우선 고기의 질이 좋고 후식으로 내는 꺼먹 된장도 야무지다. 미탄면 강원수산 횟집은 송어회로 유명한 곳이다. 송어를 최초로 양식한 1960년대 중반부터 양식업을 해 오던 집이다. 민물고기 회에 거부감이 있는 이들을 위해 각종 채소와 콩가루, 들기름, 초고추장을 넣어 비빔회로 무쳐 먹을 수 있는 그릇을 함께 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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