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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주만 간 아베 ‘不戰의 맹세’한다는데…

    진주만 간 아베 ‘不戰의 맹세’한다는데…

    “美 환심 사려는 반쪽 쇼” 비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을 위해 26일 밤 전용기 편으로 하네다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아베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침몰한 미국 함선 애리조나호 선상에 설치된 애리조나기념관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방문해 헌화하고 추도한다. 미·일 두 정상이 진주만에서 희생자들을 함께 추모하는 것은 처음이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 그리고 2차대전 이후 화해하고 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미·일 간의 유대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아베 총리는 “두 번 다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미래를 향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다”고 26일 게이단렌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의 메시지 수위는 그가 지난해 4월 미국 의회 연설에서 밝혔던 “2차대전에 대한 통절한 반성”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전쟁 책임이나 희생자에 대한 사죄 등의 언급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라기보다는 미국과 미국인의 환심 사기에 초점이 맞춰진 퍼포먼스 성격이 강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의 역사학자 및 지식인 50여명은 이미 지난 25일 아베 총리에게 공개 질문서를 보내 중국과 한반도, 아시아 각국의 2차대전 희생자도 위령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 피터 커즈닉 아메리칸대 교수, 하야시 히로후미 간토가쿠인대 교수 등이 질문서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아베 총리는 하와이 방문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마지막 정상회담을 갖는다. 두 정상은 다음달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에 앞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할 방침이다. 두 정상은 성명도 발표한다. 이번 방문은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현직 대통령 사상 처음으로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한 데 대한 답방 성격이 강하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진주만 공격 75년이 되는 올해 미·일 관계의 역사를 다시 한번 돌아보는 의미가 있는 중요한 기회”라며 “적국으로서 싸웠던 두 나라가 전후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화해의 가치를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침략전쟁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고 전쟁의 참화를 겪은 한국, 중국 및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사죄 없는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은 ‘반쪽짜리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높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침략 사실을 회피하면서 미·일 화해를 축으로 미래 지향 및 협력을 강조해 왔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헌법 무시와 선동이 부른 참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고전으로 여는 아침] 헌법 무시와 선동이 부른 참주/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아테네의 민주적 헌정 질서를 최초로 정립한 이는 현인 솔론(BC 630~560?)이다. 그는 윤리와 도덕의 정치를 중요시했고, 그 이상을 합리적인 법률로 구현하고자 했다. 그는 부자와 빈자들의 이기적 욕망을 절제시키고, 이들의 갈등을 최소화하려 애썼다. 그는 귀족과 평민 사이에 어느 쪽이 부당하게 유리해지지 않도록 여러 균형 있는 입법을 만들었다. 플루타르코스(BC 46?~120?)의 ‘비교열전’ 솔론 편과 헤로도토스(BC 484?~425?)의 ‘역사’에 나오는 이야기다. 솔론은 헌정질서의 수호에 비상한 관심을 두었다. “내란이 있었을 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킨 사람은 시민권을 박탈한다”고 규정했을 정도다. 헌정 파괴의 괴로움을 외면하는 것은 자유민으로서 비겁한 행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러한 법을 100년 동안 시행하도록 공포하고,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법을 고쳐 달라는 사람들의 요청이 많아지자 10년 동안 외유를 떠났다. 9명의 집정관 중의 한 사람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왕에 버금가는 권력을 행사하던 솔론이 갑자기 공직을 내려놓고 떠나자, 아테네에서는 대권을 잡기 위해 극심한 권력다툼이 벌어졌다. 해안당, 평야당, 산악당이 대립했다. 산악당 당수 페이시스트라토스(BC 600?~527)는 빈민을 대변하면서 착실하고 조심성 있는 사람, 평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민중의 신뢰를 얻고 있었다. 하지만 솔론은 이런 외면적 평판은 그의 지나친 야망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을 간파했다. 솔론은 귀국하자마자 세 당파의 싸움을 중재하려 애썼다. 그러면서도 솔론은 어릴 적부터 친분이 있던 페이시스트라토스가 “지나친 욕망을 버리고 독재 정치의 야망만 버리면 훌륭한 인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페이시스트라토스는 하루빨리 대권을 잡고 싶었나 보다. 그는 민중을 선동하려고 노새들과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 후 정적들이 죽이려 해서 간신히 도망쳐 왔다며 민중에게 호위병을 붙여 달라고 호소했다. 결국 교활한 술책으로 호위병을 얻은 페이시스트라토스는 군대를 더 모아 아크로폴리스를 무력 점령했다. 헌법 절차를 무시하고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것이다. 솔론은 민중의 경솔함과 어리석음을 비판하면서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이들 반란 세력에 맞서는 일은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자유민 누구도 두려워하여 따르지 않았다. 페이시스트라토스는 얼마 후 합심한 다른 두 당파에 쫓겨났지만 우여곡절 끝에 아테네 최초의 참주가 되었다. 요즘 대권에 집착한 정치인들의 온갖 선동이 난무한다. “탄핵 기각되면 혁명”이란 발언까지 나왔다. 위선의 정치가, 균형 잃은 언론의 선동과 부화뇌동하는 대중이 무엇을 만들지 두렵다.
  • 초중고 독감환자 역대 최고치…조기방학 검토

    초중고 독감환자 역대 최고치…조기방학 검토

    초중고 인플루엔자 환자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가운데 보건 당국이 학교 조기 방학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플루엔자 유행 기간 항바이러스제(타미플루) 건강보험 적용 혜택도 10∼18세 청소년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플루엔자 대국민 예방수칙 당부와 조류인플루엔자(AI) 대응상황’에 관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인플루엔자 예방 조치 내용을 설명했다. 국내 계절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수는 49주(11월27일∼12월3일)에 외래환자 1000명당 13.3명으로 유행기준인 1000명당 8.9명을 초과한 후 51주(12월11일~12월17일)에는 1000명당 61.4명(잠정치)까지 증가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연령(7∼18세) 인플루엔자 의사환자수는 49주 1000명당 40.5명에서 50주(12월4일∼12월10일)에는 1000명당 107.7명으로 급증했고 51주에는 152.2명(잠정치)까지 늘어난 상태다. 학생 인플루엔자 환자 숫자는 1997년 인플루엔자 감시체계를 도입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학교 내 인플루엔자 확산을 막기 위해 유행기간 한시적으로 해당 연령 청소년에게 항바이러스제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한다. 현재 항바이러스제 건보 적용은 고위험군(만기 출산 후 2주 이상 신생아를 포함한 9세 이하 소아, 임신부, 65세 이상, 면역저하자, 대사장애, 심장질환, 폐질환, 신장기능장애 등)에게만 가능하다. 급여기준에 따라 고위험군 환자는 타미플루 약값의 30%만 부담하면 된다. 아울러 교육부는 인플루엔자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필요시 조기 방학도 검토중이다. 또 인플루엔자 의심환자 등교 중지와 학교 내 감염예방 교육도 실시한다. 질병관리본부는 인플루엔자 감시를 강화하기 위해 연령대별로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을 세분화하고, 이에 맞는 예비주의보를 내리는 등의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외교부, 칠레 외교관 성추행 “무관용 원칙…대사 명의 사과문 발표”

    외교부, 칠레 외교관 성추행 “무관용 원칙…대사 명의 사과문 발표”

    외교부는 19일 칠레 주재 외교관의 미성년자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철저한 조사 및 엄정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20일(현지시간) 대사 명의 사과문을 발표해 피해 학생과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국내에서의 철저한 조사 시행을 약속하겠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해당자의 비위 인지 직후 외교부 고위급 접촉을 통해 투명하고 긴밀한 협의 처리를 합의했다”며 “향후 우리가 취한 조치와 결과를 외교 채널을 통해 신속히 통보하고, 필요시 사법 당국 간 협력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新국토기행] 세 번 오르면 극락 프리패스…세 곳만 봐도 반할 ‘천년 보은’

    [新국토기행] 세 번 오르면 극락 프리패스…세 곳만 봐도 반할 ‘천년 보은’

    충북 남부에 자리잡은 보은군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청정 고장이다. 속리산국립공원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신라 천년 고찰 법주사 등 역사의 혼이 살아 숨 쉬고 있어 ‘중부내륙관광의 꽃’으로도 불린다. 국토의 중앙에 위치해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2시간대에 도착할 정도로 접근성도 뛰어나다. 최근에는 군이 전국의 스포츠전지훈련팀 유치에 나선 전략이 적중해 선수들이 몰리면서 전지훈련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는 1965년 이후 50년간 감소를 거듭하다 귀농·귀촌인 유치 등에 힘입어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서 현재 3만 4192명이다. 올해는 조선 3대 임금 태종이 이곳 지명을 보은이라 지은 지 600주년이 되는 해다. >>볼거리 ●세조의 흔적 가득한 한국 팔경 속리산 보은군·괴산군과 경북 상주시에 걸쳐 있는 속리산은 1970년 3월 24일 주변 일대와 함께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한국 팔경(八景) 가운데 하나에 속하는 명산으로, 화강암의 기이한 봉우리들과 울창한 산림으로 뒤덮였다, 해마다 200만명 이상이 찾는다. 산중에는 천년 고찰 법주사가 있다. 최고봉인 천왕봉(1058m)을 중심으로 비로봉(1032m)·문장대(1054m)·관음봉(982m)·길상봉·문수봉 등 9개의 봉우리를 간직해 구봉산(九峰山)으로도 불린다. 다른 산들은 등산객들이 최고봉을 많이 오르지만 속리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등산로는 법주사 쪽에서 올라가는 문장대 코스다. 문장대는 보은군과 경북 상주시 경계에 있어 양 지자체가 모두 관광명소로 홍보하고 있다. 속리산국립공원 자연환경해설사 강현지씨는 “법주사를 구경할 수 있고, 문장대 바위에 올라가 내려다보는 전망이 가장 좋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며 “소요시간은 편도 3시간 정도”라고 설명했다. 문장대에 세 번 오르면 극락에 갈 수 있다는 전설도 문장대를 많이 찾게 한다. 속리산은 조선 7대 왕 세조와 인연이 깊다. 세조가 올라 시를 지었다고 해 이름이 문장대가 됐다. 산 아래에는 세조가 목욕해 ‘목욕소’로 불리는 곳도 있다. 최근에 군은 법주사 입구~목욕소 구간에 ‘세조길’을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속리’라는 이름의 유래는 7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승려였던 진표율사가 이곳에 이르자 소들이 모두 무릎을 꿇었다. 이를 본 농부들이 짐승도 저러한데 하물며 사람들이야 오죽하겠느냐며 속세를 버리고 진표를 따라 입산수도했다고 해 ‘속리’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국보 팔상전·미륵대불 품은 천년 고찰 법주사 법주사는 통일신라 진흥왕 14년(553)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온 의신대사가 세운 절로 아름다운 곳에 자리잡고 있다. 우람한 속리산의 화강암 연봉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물 맑고 수량 풍부한 계곡이 절 앞을 흐른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추진 중이다. 사찰이 번성할 때 60여개의 전각과 70여개의 암자를 거느린 대찰로 전해지나 전란으로 소실돼 지금은 30여개 동의 건물만 남았다. 사찰 내에는 볼거리가 많다. 국보 55호 팔상전과 미륵대불이 대표적이다. 팔상전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목탑이다. 사찰 창건 당시에 의신대사가 초창했으며, 신라 혜공왕 12년에 진표율사가 중창했으나 정유재란 때 불타 없어진 것을 사명대사와 벽암대사가 조선 인조 2년(1624)에 다시 복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5층 목탑으로 높이가 22.7m다. 높이 8m에 이르는 화강석 기단 위에 서 있는 높이 약 25m의 미륵대불은 소요된 청동이 약 160t에 이른다. 제작비 38억여원을 들여 1986년 10월에 착공, 1990년 4월에 완공됐다. 불신을 13등분하고 다시 등분한 것을 4조각으로 나눠 총 52조각을 용접으로 이어 붙여 올라가는 어려운 공법으로 만들었다. 법주사는 지난해 7억원을 들여 미륵대불의 표면을 뒤덮은 녹과 오염물질을 벗겨 내고 새로 금박을 덧씌우는 개금불사를 했다. 신라 성덕왕 19년(720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높이 3.3m의 쌍사자석등(국보 5호)과 신라 33대 성덕왕 19년(720)에 돌로 만든 연못인 석연지(국보 64호)도 볼만하다. ●세조가 내린 벼슬… 600년 된 정이품송 법주사의 관문 역할을 하는 정이품송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소나무가 아닐까. 나무가 벼슬을 받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세조가 지금의 장관급인 ‘정이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전해진다. 당시 세조가 속리산 법주사에 행차할 때 이 나무를 지나는데, 세조가 타고 가던 가마가 나뭇가지에 걸릴 것을 염려해서 한 신하가 “가마가 나뭇가지에 걸린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놀랍게도 나무가 가지를 스스로 들어 올렸다는 것이다. 초자연적 현상을 목격한 세조는 즉시 가마를 세워 나무에 정이품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정이품송은 한때 완벽한 삼각형을 자랑하며 멋스러움을 뽐냈으나 1980년대 초 솔잎혹파리 피해를 당한 데다 폭설과 강풍으로 서쪽 큰 가지가 부러져 지금은 위풍당당한 모습을 잃은 채 반쪽짜리가 됐다. 정이품송의 나이는 600살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며 높이는 14.5m, 둘레는 4.77m다. 속리산 남단 외곽에 있는 서원리에는 정이품송의 부인으로 불리는 정부인송이 있다. 남성적인 정이품송과 달리 모습이 여성적이라 그렇게 불린다. 문화재청과 산림청은 2002년부터 정이품송 후계목을 길러내기 위한 사업을 진행 중다. 정이품송의 수꽃가루를 정부인송의 암꽃에 인공 수분시킨 후 1년 뒤 씨앗을 받아 키우는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상징 99칸 선병국 가옥 전남 고흥 일대에서 부를 쌓은 보성 선씨 집안의 참의공파 18세손인 선영홍이 당대 최고의 목수 등을 초청해 1919년부터 1921년까지 지었다. 99칸짜리 전통가옥으로 방 숫자만 50개가 넘는다. ‘칸’은 기둥과 기둥 사이를 의미한다. 해산물무역으로 부자가 된 그는 어느 날 ‘섬에 집을 지으라’는 꿈을 꾼 뒤 풍수가들에게 전국의 명당을 찾게 해 보은을 선택했다. 집은 사랑채, 안채, 사당의 3공간으로 나뉘어 각각 담으로 둘러싸여 있다. 마치 성벽 안의 작은 마을 같다. 1만 800여㎡의 넓은 대지는 바깥 담이 두르고 있다. 1984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될 때 20세손인 선병국씨가 살고 있어 ‘선병국 가옥’으로 불린다. 안채에는 지금도 후손이 살며 된장과 간장 등의 장류를 판매한다. 소나무 숲을 흐르는 지하수로 장을 담근다. 대대로 이어진 씨간장의 역사는 무려 350년이다. 집 안팎에서 숨 쉬는 장독들은 모두 700여개에 이른다. 이 집의 간장 1ℓ가 전국 로하스식품전에 나가 500만원에 팔린 적도 있다. 선병국 가옥은 민박도 가능한데 지금은 공사 중이라 내년 4월부터 손님을 받을 예정이다. 선병국 가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상징으로도 불린다. 선을 행하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라는 가풍에 따라 한때 전국의 인재들을 모아 무료로 가르치고, 주위 사람들이 배고픔을 모를 정도로 선을 베푼 따뜻한 집이기 때문이다. 당시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감사의 뜻을 담아 선병국 가옥 앞에 비석을 세웠다. >>먹거리 ●과일만큼 달고 굵은 ‘전국 최고’ 보은 대추 보은은 일조량이 많고 토양이 비옥하다. 낮과 밤의 기온차도 커 과일의 당도를 높이는 데 최적이다. 이 때문에 보은에서 생산되는 대추는 전국 최고의 대추로 인정받는다. 다른 지역 대추 당도는 27브릭스(Brix) 정도지만 보은 대추는 평균 30브릭스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달 열린 대한민국과일산업대전에서 보은대추는 2년 연속 대추 분야에서 최우수, 우수, 장려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마로면에서 10여년째 대추농사를 짓고 있는 박명대(61)씨는 0.5㏊의 면적에서 30브릭스 이상의 대추를 연간 6t을 생산해 최우수상을 받았다. 보은 대추는 오래전부터 명품으로 인정받았다. 허균이 지은 음식품평서인 ‘도문대작’(屠門大嚼)에는 ‘보은에서 생산되는 대추가 제일 좋고 크다. 또 뾰족하고 색깔은 붉고 맛은 달다’고 적혀 있다. 세종실록 지리지, 동국여지승람등에도 ‘보은 대추가 으뜸이며 왕에게 진상된 명품’이라고 기록돼 있다. 군은 10여년 전부터 ‘대추도 과일이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알이 굵고 당도 높은 대추 생산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추 육성 전담조직을 만들어 맞춤형 지원을 하고, 대추 농가를 대상으로 한 대추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장덕수 군 대추육성계장은 “대추 생산량은 전국 5위지만 맛과 품질은 전국에서 1등”이라며 “현재 1400여 농가에서 대추를 재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추는 무기질이 풍부한 스태미너 식품으로 비타민, 사포닌, 알칼로이드 성분이 다량 함유돼 모세혈관 강화와 고혈압 치료 및 예방 효과가 뛰어난 장수식품이다. 또한 피로회복, 해독, 해열에도 좋다. 대추를 보고 먹지 않으면 늙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속리산 토종 송아지 고급육 ‘조랑우랑’ 보은 ‘조랑우랑’ 한우는 150개 작목반이 축협의 특성화된 프로그램 관리를 받아 생산하는 한우다. 조랑우랑이라는 이름은 보은의 대표 특산물인 대추(棗)와 한우(牛)를 뜻한다. 속리산에서 태어난 토종 송아지만을 사육하는 조랑우랑은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의사 처방이 있을 때만 항생제를 사용한다. 또한 체내에 항생제 성분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해 출하를 앞두고는 항생제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황토에서 나오는 일라이트 성분을 사료에 첨가해 먹인다. 내년부터는 대추에서 추출된 성분이 첨가된 사료가 개발돼 농가에 보급될 예정이다. 축협은 초음파 검사를 통해 육질의 상태를 진단한 뒤 출하 시기를 결정한다. 보은영동옥천축협 지현구 상무는 “조랑우랑 한우는 송아지 분만, 사육, 출하까지 최고의 안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육질이 부드럽고 고소하며 고기를 씹을 때 육즙이 많이 나온다”고 자랑했다. 보은에 2곳, 서울 영동시장 내 1곳 등 3곳의 조랑우랑 전문식당이 운영되고 있다. 충북고급육 경진대회 대상과 장려상 등을 받았다. ●황토의 풍부한 미네랄 간직한 보은사과 황토의 고장인 보은에서 생산되는 사과는 황토가 지닌 풍부한 미네랄로 인해 맛과 향이 좋다. 고지대에 자리잡은 보은지역의 큰 일교차로 당도도 일품이다. 군은 질 좋은 사과 생산을 위해 예찰요원들이 농가를 둘러보고 병해충 발견 시 방제 적기를 문자로 알려주는 병해충 예찰사업과 과수저장 생리장애 예측시스템을 마련했다, 또한 자동선별, 세척, 오존소독, 냉동건조 등 황토사과 자동세척 시스템을 통해 농약 등 이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현재 580여 농가가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군은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대추축제 기간에 사과축제도 함께 열고 있다. 올해 축제 기간에는 도시민들의 수확체험 행사를 진행해 인기를 끌었다. 보은 남인우 기자 niw7263@seoul.co.kr
  • [미국 금리인상] 황교안 권한대행 “필요시 적극적인 시장 조치”

    [미국 금리인상] 황교안 권한대행 “필요시 적극적인 시장 조치”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5일 미국 금리인상과 관련해 “필요시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황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국정현안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미국 금리 인상이 결정됐다. 시장 불안 심리가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 외환시장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정부는 가계·기업·금융 등 분야별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가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시중 금리가 상승하는 경우 어려움이 가중되는 중소기업과 서민층에 대해서는 정책자금의 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등 서민·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14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0.75%로 올리는 금리 인상 조치를 위원 10명의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한국은행은 1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현 기준금리인 1.25%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지난 6월 이후 6개월째 동결을 이어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세 개의 사건, 단 하나의 진실… ‘천재탐정 미타라이’ 예고편

    세 개의 사건, 단 하나의 진실… ‘천재탐정 미타라이’ 예고편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시마다 소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천재탐정 미타라이: 살인사건의 진실’(이하 천재탐정 미타라이) 예고편이 공개됐다. ‘천재탐정 미타라이’는 인간보다 수수께끼를 사랑한 천재 탐정 ‘미타라이’가 퍼즐처럼 엮인 세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550만 부의 시리즈 누적 판매 부수를 기록한 시마다 소지의 소설 ‘미타라이 키요시 시리즈’가 원작이다. 예고편은 “까다로운 사건이라면 얼마든지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미타라이가 ‘사건 1. 시체의 섬’, ‘사건 2. 외국인 여성 변사사건’, ‘사건 3. 이비 가족 유괴 살인 사건’ 등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기이한 사건들과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을 이어줄 중요한 열쇠 ‘세이로의 수수께끼’가 수면 위로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영화의 배급사 엔케이컨텐츠 측은 “‘천재탐정 미타라이: 살인사건의 진실’은 러닝타임 내내 명탐정 미타라이가 두뇌 플레이를 펼친다. 이는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할 것”이라며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예고했다. 영화는 오는 12월 29일 디지털 최초 개봉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107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세 개의 사건, 단 하나의 진실… ‘천재탐정 미타라이’ 예고편

    세 개의 사건, 단 하나의 진실… ‘천재탐정 미타라이’ 예고편

    일본 미스터리의 거장 시마다 소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천재탐정 미타라이: 살인사건의 진실’(이하 천재탐정 미타라이) 예고편이 공개됐다. ‘천재탐정 미타라이’는 인간보다 수수께끼를 사랑한 천재 탐정 ‘미타라이’가 퍼즐처럼 엮인 세 가지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550만 부의 시리즈 누적 판매 부수를 기록한 시마다 소지의 소설 ‘미타라이 키요시 시리즈’가 원작이다. 예고편은 “까다로운 사건이라면 얼마든지요”라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미타라이가 ‘사건 1. 시체의 섬’, ‘사건 2. 외국인 여성 변사사건’, ‘사건 3. 이비 가족 유괴 살인 사건’ 등 서로 연관성이 전혀 없어 보이는 기이한 사건들과 마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을 이어줄 중요한 열쇠 ‘세이로의 수수께끼’가 수면 위로 등장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된다. 영화의 배급사 엔케이컨텐츠 측은 “‘천재탐정 미타라이: 살인사건의 진실’은 러닝타임 내내 명탐정 미타라이가 두뇌 플레이를 펼친다. 이는 관객들의 심장을 쥐락펴락할 것”이라며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예고했다. 영화는 오는 12월 29일 디지털 최초 개봉 예정이다. 15세 관람가. 107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청와대 타격작전, 진짜 가능할까?

    [이일우의 밀리터리 talk] 北 청와대 타격작전, 진짜 가능할까?

    지난 11일 조선중앙통신은 청와대 모형이 불타오르는 사진과 함께 김정은이 북한군 525군부대의 청와대 타격 훈련을 참관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훈련에는 상당히 그럴듯한 복장과 장비를 갖춘 북한군이 장사정포의 화력 지원을 받으며 1/2 크기로 모사된 청와대 모형에 침투, 안팎의 시설을 파괴하고 박근혜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물을 끌고 나오는 장면들이 연출됐다. 최신 장비들을 갖춘 525부대원들은 Mi-8 헬기와 500MD 헬기, 낙하산을 이용해 목표 지역에 착륙한 뒤 신속하게 ‘청와대’로 진입, 박 대통령으로 보이는 인형을 끌고 나와 500MD 헬기에 태워 보낸 뒤 사이카를 타고 청와대를 벗어났다.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한 이들은 후방의 전선장거리포병, 즉 장사정포 부대에 화력지원 요청을 보내 청와대를 포격으로 초토화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훈련을 참관하던 김정은은 “잘하오 잘해, 적들이 반항은 고사하고 몸뚱아리를 숨길 짬도 없겠소”라며 훈련에 만족감을 표시했고, 훈련은 박근혜 대통령의 생포와 청와대 초토화라는 엔딩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는 훈련에 만족감을 표시하며 부대원들에게 쌍안경과 자동소총을 선물로 주고 떠났다. 북한이 발표한 기사 내용만 보면 북한은 언제든 청와대를 포병무기로 정밀 타격할 수 있고, 특수부대를 기습 침투시켜 우리나라의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북한의 의도와 달리 이번 훈련 공개가 북한 특수부대의 능력이 얼마나 엉망인지 그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왜 그럴까? 일당백? 알고보면 ‘당랑거철’ 이번 ‘청와대 타격 훈련’에 동원된 부대는 북한군 특수부대 가운데 최정예 중의 최정예로 손꼽히는 제525군부대 소속 특수작전대대이다. 이 부대는 요인 암살 등 후방 침투 임무를 목적으로 창설된 특수부대로 총참모부 직속으로 편제되어 평양 인근에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로 치면 특전사 ‘707특임대대’와 같이 특수전 요원 가운데 가장 우수한 요원만 모아놓은 북한군 최정예 특수부대인 것이다. 김정은이 각별히 아끼는 최정예 부대인 만큼 이 부대는 모든 면에서 최고를 자랑한다. 최정예 특수임무부대답게 출신성분이 우수한 자원들 가운데서 신체적 조건과 임무수행 능력이 가장 우수한 인원들을 추려서 부대원을 구성한다. 또한 부족한 배급량으로 굶주림에 시달리며 훈련보다 텃밭을 일구는 것에 부대 운영의 초점이 맞춰진 다른 일반 부대와 달리 높은 공급규정을 적용받아 양질의 음식을 먹으며 훈련에만 전념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복장과 장비 역시 일반적인 북한군 수준에 비하면 충격적인 수준이다. 일반적인 북한군은 하절기에는 면이나 테트론 소재로 만든 갈색이나 카키색의 군복을, 동절기에는 면에 솜을 넣어 누빈 갈색 군복에 개털로 만든 방한복을 입는다. 여기에 지하족이라 불리는 운동화 같은 전투화를 신고, 철갑모(방탄헬멧)를 착용하며, 행낭에 탄창과 수류탄 등을 휴대하고 소총 등 개인화기를 들면 이것이 일반적인 북한군 병사의 단독군장이 된다. 이러한 복장과 장비는 수십 년간 거의 변화가 없었으나, 김정은 집권 이후 특수부대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달라지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김정은이 항공저격여단을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전투조끼를 착용한 대원이 공개되었고, 2012년부터 판문점 경비대원들을 시작으로 일명 ‘프릿츠 헬멧’이라고 불리는 형태의 신형 철갑모가 보급되기 시작했다. 이번에 공개된 525군부대는 이러한 북한군 개인장비 변화의 정점을 보여줬다. 우리 군의 구형 얼룩무늬 전투복과 유사한 패턴의 신형 전투복,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형 전투화는 물론, 야간 투시경이 부착된 신형 철갑모에 몰리(MOLLE) 타입의 전투조끼, 무릎보호대와 팔꿈치 보호대는 물론 대용량 헬리컬 탄창(Helical Magazine)이 장착된 88식 자동보총과 단축형 카빈 버전인 98식 자동보총 등 북한이 선보일 수 있는 가장 최신의 보병 장구가 총출동했다. 이러한 수준의 개인장비는 2000년대 초반 서구 유럽의 특수부대나 2010년대 초 우리나라의 특전사 개인 장구류에 버금가는 것으로 북한군이라 믿겨지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변화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훈련에 나선 525부대원들을 일당백(一當百)으로 치켜세우며 명령만 떨어지면 언제든지 ‘남조선 괴뢰’들을 쓸어버리고 청와대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이번 훈련에서 북한은 그들의 특수부대 수준으로는 도저히 청와대 근처까지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해버렸다. 북한은 청와대 상공까지 공수부대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제대로 된 수송기가 없다. 북한공군의 수송기는 저속 복엽기인 AN-2, 그리고 고려항공에서 운용되는 구형 여객기나 화물기뿐인데, 이들 기체로는 전시 패트리어트와 호크, 천마와 미스트랄, 오리콘 대공포가 겹겹이 지키고 있는 서울 하늘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청와대가 위치한 종로 일대 상공은 비행금지구역으로 아군이든 적군이든 사전에 허가 받지 않은 모든 비행체는 탐지와 동시에 격추된다. 특히 우리 공군은 E-737 피스아이 공중조기경보통제기가 전력화된 이후부터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는 모든 비행체를 실시간으로 감시·추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황해도 태탄 비행장에 전진 배치된 Mi-8이나 500MD, AN-2와 같은 항공기가 실시간으로 추적되기 때문에 이들 항공기가 휴전선을 넘어 청와대까지 날아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말이다. 기적적으로 특수부대가 청와대 경내로 들어오는데 성공한다 하더라도 저 정도 수준의 무장 능력으로는 청와대 경비 병력을 제압할 수 없다. 북한 특수부대가 청와대로 들어가려면 수도방위사령부 예하의 제1경비단과 제55경비단, 경찰청 제101경비단의 외곽 방어선을 뚫어야 하고, 여기에 유사시 즉각 증원되는 제33헌병경호대 등 증원 병력도 상대해야 한다. 이들 부대는 평시 외곽 초소에 소총으로 무장한 경비병만 두고 있지만, 필요시 중화기와 장갑차, 헬기 지원을 받는다. 이들 부대의 연간 사격 훈련량 수준은 전군 최고 수준이며, 개인화기나 기타 장비에 있어서도 북한군을 압도한다. 즉, 화력 면에서 소규모 북한 특수부대가 이들 경비부대를 극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북한 특수부대원 대다수의 장비 역시 기존 북한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나, 우리 경호실이나 경비부대의 수준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525부대가 보여준 장비 가운데 실내 근접 전투에 용이한 카빈형 소총이나 근접 교전에서 빠른 조준을 도와주는 광학 조준장비는 전무에 가까웠다. 주목을 받은 헬리컬 탄창 역시 장탄수가 많다는 장점만 빼면 잦은 탄 걸림 현상과 느린 탄창 교체 속도, 추가 탄창 휴대의 어려움, 사격 시 무게중심 변화로 인해 명중률이 떨어지는 등 여러 문제가 있어 서방 선진국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장비다. 또한 이날 훈련에 노출된 대부분의 병력은 별도의 개인 통신기기를 사용하지 않고 고함을 질러 대원 간 의사소통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이는 기도비닉 유지가 대단히 중요한다는 특수작전의 기본 원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었다. 즉, 이날 드러난 북한 525부대원들은 김정은이 보기에 ‘비주얼’에서는 합격했을지 모르지만, 막상 실전에 투입되어 청와대를 공격한다면 근처에 접근하지도 못하고 전원이 사살 또는 생포당할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들을 가르켜 ‘일당백’이라고 선전했지만, 사실 이들의 수준은 당랑거철(螳螂拒轍), 즉 자신의 분수를 모르고 강적에게 대드는 격이었다. 청와대 불바다, 가능할까? 이번 훈련의 클라이막스는 ‘전선장거리 포병’, 즉 장사정포 부대들의 집중 사격으로 청와대가 불바다가 되는 장면이었다. 김정은이 보기에 이 장면은 훈련의 대미를 장식하는 멋진 장면이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북한은 실제 청와대에 이러한 장면을 연출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청와대는 북악산 남쪽에 있다. 청와대 북쪽을 병풍처럼 막아서고 있는 북악산은 북한의 포탄을 거의 완벽하게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한다. 북한이 장사정포를 강화도까지 끌고 오지 않는 이상 곡사포나 방사포 등 그 어떤 타격 수단으로도 청와대에 직접적인 포격을 가할 수 없다. 또, 북한의 장사정포가 발사한 포탄은 청와대까지 날아올 수 없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크게 170mm 자주포와 240mm 방사포로 구분된다. 최대 사거리 54km인 170mm 자주포는 과거 임진강 바로 북쪽에 건설된 진지에서 사격한다면 서울 강북지역 전역을 사정권에 둘 수 있지만, 북한이 한미연합군의 대화력전에 대비해 이들 자주포 진지를 후방으로 옮겼기 때문에 이들은 약 40km 떨어져 있는 청와대까지 포탄을 날릴 수 없다. 240mm 방사포 역시 마찬가지다. 북한의 신형 240mm 방사포와 300mm 방사포는 사거리가 각각 100~150km를 크게 상회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수도권 전역을 타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방사포 진지 역시 개성일대 야산의 북쪽 갱도진지에 배치되었기 때문에 자신들의 진지 앞에 있는 야산, 그리고 북악산이라는 2개의 차폐정(遮蔽頂)을 넘기기 위해 포탄을 아주 높은 각도로 발사해야 한다. 포병용어로 고사계(高射界)라 부르는 이러한 사격 방식은 포탄의 사정거리와 명중 정밀도를 크게 떨어뜨리는데, 이 때문에 이들 포탄은 이번 훈련에서 연출된 장면처럼 청와대 영내로 정확하게 떨어질 수 없다. 이러한 사정거리, 명중률 문제를 모두 논외로 치더라도 김정은이 청와대 포격 명령을 내렸을 때 과연 제대로 작동할 포가 몇 문이나 되는지도 의문이다. 지난 11월말 원산 일대에서 실시된 포탄 사격 훈련을 비롯해 북한이 공개한 대규모 포병 사격 훈련의 사진과 영상을 판독해보면 재미있는 사실 하나가 발견된다. 바로 부대번호가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화포나 차량에 4자리로 된 부대번호와 1~3자리로 된 차량번호를 부여하는데, 북한 역시 3~4자리로 된 부대번호, 즉 단대호를 장비에 써놓는다. 우리나라의 포병 사격훈련 사진을 보면 단대호가 일정하지만, 북한의 사격훈련을 보면 대부분 화포와 차량의 부대번호가 다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 훈련은 각 제대별로 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실시하는 것이 상식인데, 사격훈련에 나온 화포의 부대번호가 다 제각각이라는 것은 북한이 이러한 훈련 때마다 실제로 포탄이 발사되는 이른바 ‘A급’ 장비를 있는 대로 다 긁어모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북한이 오랫동안 준비했던 연평도 포격도발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당시 북한은 76.2mm 야포와 122mm 방사포 등 170여 발의 포탄을 연평도를 향해 발사했지만, 이 가운데 90여 발은 바다에 떨어졌고 나머지 80여 발 가운데 30여 발은 불발이었다. 이는 화포의 노후화가 심각하고 관리상태가 엉망일 뿐만 아니라 포탄 역시 오래되어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일이 실전 상황인 NLL 일대의 포병 수준이 이 지경인데 일반 전연군단의 포병 수준이 이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실행할 능력조차 없으면서 ‘서울 불바다’와 ‘역적 패당 소탕’을 운운하며 걸핏하면 군사적 긴장감을 고조시키면 결국 일선 군인과 주민들의 피해만 늘어갈 것이고, 이렇게 불만이 쌓이면 결국 그 화살은 자신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김정은은 정말 모르는 것일까? 이일우 군사 전문 칼럼니스트(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finmil@nate.com
  • [In&Out] 헌법재판소의 위엄/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In&Out] 헌법재판소의 위엄/신평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일본어에 ‘마보로시’(幻)라는 단어가 있다. 한자로 유추한 우리말의 환상이나 환영이라는 뜻보다는 ‘꿈’이라는 의미를 가리킬 때가 있다. 그것도 ‘간절히 바라는 꿈’의 의미가 내포된다. 우리에게는 철천지원수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본에서는 마보로시를 좇아 삶을 살아가다 종내 이를 실현시킨 영웅으로 추앙된다. 제2공화국 당시 법까지 만들어졌으나 실제 설립되지는 못했던 헌법재판소가 한국의 법학자들에게는 ‘마보로시’였다. 이런 연유로 1987년 6월 항쟁 끝에 지금의 헌법을 만들면서 자연스레 헌법 속에 헌법재판소가 들어서게 되었다. 그 이후 우리 헌재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하는 숱한 업적을 쌓았으며 국외에서도 큰 명성을 얻었다. 일본의 공법학자들은 이슬람교도들이 일생에 한 번 이상 메카를 순례하듯이 우리 헌재를 반드시 찾는다. 최근의 일본 헌법 개정 논의에서는 자기들도 헌법재판소 제도를 마련하자는 주장이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여기저기서 질문이 쏟아진다. 그중에서도 헌재 재판관들이 한 사람 빼고는 전부 보수적인 성향이라고 하는데, 과연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찬성해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가 주류를 이룬다. 헌재 재판관들은 한국의 법조인 중에서 법적 식견이 가장 뛰어나고, 헌법의 정신을 재판으로 실현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해 선발된 사람들이다. 우리 공동체에 대한 순수한 애정과 애국심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압도적인 다수의 국민이 대통령 탄핵을 원하고 있는 현실을 누구보다 엄중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다음으로 헌재가 과연 얼마나 신속하게 결정을 내릴까 하는 질문이 많이 나온다. 박한철 헌재소장의 임기가 내년 1월 31일에 만료되고 이정미 재판관이 3월 13일 퇴임한다. 탄핵 심판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재판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경우에 따라서 이 재판관 퇴임 이후엔 어떻게 할 것인가. 원래 있어야 할 9인이 아니라 7인으로 재판관 수가 줄어든 상태이니 탄핵 결정이 어려워질 것이 아니냐 하는 걱정이다. 재판관의 결원으로 헌재의 인용 결정이 지장을 받는 것을 ‘부당한 보수화의 함정에 빠진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 소장의 후임자를 임명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긴다. 권한 대행자의 직무범위는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에 그쳐야 한다는 점에서 그가 최고 헌법기관의 장인 헌재소장을 임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면 선임자인 이 재판관이 헌재소장 대행자가 되는데, 그가 3월에 퇴임하는 경우 그 후임자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하게 된다. 그 사람을 황 권한대행이 임명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결국 2월부터는 8명의 재판관이 심리를 하게 될 것이다. 탄핵 심판 절차가 길어질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 나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다. 자칫하면 격한 풍랑 속에서 국가가 절단 나게 생겼는데 어찌 헌재 재판관들이 태연하고 무심하게 심판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높은 식견이나 공동체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미루어 볼 때 늦어도 이 재판관의 퇴임 전에 결론을 낼 것이 아닌가 한다. 대통령 탄핵으로 빚어지고 있는 엄청난 현상들을 바라보며, 그래도 우리가 힘들여 키워 온 이 나라가 그대로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라는 소망을 함께 가슴에 품었으면 한다. 헌재는 제2공화국 이후 긴 세월을 돌아 우리가 얻은 ‘마보로시’이자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기관이다. 국내외적으로 큰 아우라를 그리는 헌재의 빛나는 위엄을 믿어 보자. 헌재는 결코 우리의 소망과 기대 그리고 민주공화국의 이념과 국민주권주의를 배반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세월호 7시간, 청와대 미용사 방문 진실게임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세월호 7시간, 청와대 미용사 방문 진실게임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가 11일 박근혜 대통령 미용사의 행적을 추적했다. 세월호 7시간 대통령의 행적에 대한 퍼즐 조각 역시 맞춰지고 있다. 앞서 청와대는 대통령이 당일 관저에서 집무를 봤다고 밝혔다. 그러던 중 ‘미용사’의 출입 기록이 새롭게 드러났다. 청와대는 출입 사실은 인정했지만 출입 시각과 체류 시간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 때문에 논란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관저로 출입한 외부 인원은 없다고 밝혀 왔다. 그런데 이날 대통령의 머리를 손질한 미용사가 출입한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용사를 부른 시점과 머문 시각 등이 엇갈리는 탓이다. 미용사 정 씨와 동료들에 따르면 이미 오후 1시 이전에 청와대로 출발했다는 것. 제작진이 서울 청담동 미용실서 청와대까지 평일 오후 수차례 운행해 본 결과, 소요시간은 1시간 이내다. 그렇다면 오후 2시 전후로는 청와대에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청와대 출입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오후 3시 22분부터 4시 37분까지 75분 동안 머물렀다. 오전 시간에 대한 해명은 여전히 하지 못한 채, 미용사 방문을 두고도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다. 청와대는 또 올림머리에 소요된 시간은 20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제작진이 직접 전문가에게 ‘올림머리’를 해본 결과, 평균적으로 40분가량 걸렸다. 20년 경력의 한 미용사는 “아무리 손이 빨라도 20분 안에는 어렵고, 더구나 대통령은 머리숱이 많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규연 탐사기획국장은 “7시간 동안 국민 생명 구조에 소홀히 한 점도 탄핵 사유가 된 만큼, 대통령은 이제라도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美 “한국민 평화 행동 주목”… 日은 긴급 대책회의

    美 “한국민 평화 행동 주목”… 日은 긴급 대책회의

    中 “내정” 선긋기… 사드 반대도 재확인 주요 외신 가결 상황 생중계·긴급 타전… 환구시보 “첫 탄핵 심판받는 女대통령” 9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처리와 관련해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의 정부는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는 등 깊은 관심을 가졌다. 특히 미국 CNN과 블룸버그, 영국 BBC, 일본 NHK, 중국 대표 포털인 신랑망 등은 국회에서의 탄핵안 처리 과정을 생중계로 전하기도 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논평을 통해 “한국의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고 있으며 한국 국민이 민주주의 원칙의 정신에 따라 차분하고 책임 있게 평화적으로 행동한 것을 주목한다”면서 “미국은 앞으로도 계속 한국의 변함없는 동맹이자 친구”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트뤼도 국무부 공보국장은 관련 질문에 대해 “이는 한국 국민의 내부 문제이고 한국 정부와 우리의 관계는 강하고 깊고 견고하다”고 말했다. 트뤼도 국장은 이번 사안이 북한 문제와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탄핵소추안이 가결 처리된 직후 긴급 비공개 대책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신조 총리도 실시간으로 관련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탄핵 가결이 한·일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 “일본에 한국은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 나라”라며 “막 탄핵안이 가결된 만큼 어떤 상황이 될지는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스가 장관은 북한 문제 등 외교·안보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현시점에서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본다”고 설명하면서,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는 탄핵과 무관하게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일본 정부는 의장국으로서 조정하고 있던 한·중·일 3개국 정상 회의 연내 개최를 보류할 방향으로 최종 조정을 진행 중이며 조만간 이를 중국과 한국에 통보하기로 했다고 NHK가 전했다. 이는 박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사실상 불가능하며 일정을 다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NHK는 덧붙였다. 중국의 루캉(陸慷)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이웃으로서 한국의 정국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다만, 탄핵은 한국 내정이고 중국 정부의 일관된 원칙은 다른 나라의 내정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이 빨리 안정을 찾아 한·중 관계가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탄핵안 가결 처리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 문제와 관련해 “사드 문제에 있어서 중국 입장은 일관되며 우리는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을 결연히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AP, AFP 등 주요 외신들은 일제히 탄핵안 가결을 긴급 뉴스로 전했다. ‘이웃 나라’ 상황에 대해 일본과 중국, 홍콩 언론들도 생방송으로 탄핵소추안 가결 처리 상황을 생중계하면서 자세히 보도했다. 앞으로의 한국 정세와 대통령 직무정지, 관련 법에 따른 향후 절차, 물망에 오르는 향후 대선 주자 등에 대해 상세하게 전했다.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박 대통령은 역대 최저의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 최다 인파가 몰려 퇴진을 요구한 대통령, 최초로 탄핵된 여성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고 설명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 진주만서 다시 만난 미·일 참전용사들

    진주만서 다시 만난 미·일 참전용사들

    일본의 미국 하와이 진주만 공습 75주기인 7일(현지시간) 미국과 일본의 태평양전쟁 참전 용사들이 수통으로 버번 위스키를 애리조나함 침몰 현장에 부으며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아베 신조 총리가 오는 26일 현직 총리는 처음으로 진주만을 방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요시다 시게루가 1951년 9월 총리 신분으로 처음 진주만을 찾았다는 보도가 확인됨에 따라 아베의 첫 현직 총리 방문 진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호눌룰루 EPA 연합뉴스
  • ‘협상가’ 트럼프… 에어포스원 가격 깎고, 손정의엔 58조 투자 유치

    ‘협상가’ 트럼프… 에어포스원 가격 깎고, 손정의엔 58조 투자 유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비즈니스 협상가’ 기질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포드·캐리어 등 미국 기업들의 국외 공장 이전을 막더니 이제는 대통령 전용기가 너무 비싸다며 가격 흥정에 나섰다. 트럼프는 또 외국 ‘큰손’과도 만나 미국으로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히는 등 취임 전부터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보잉사가 미래의 대통령들을 위해 새로운 747기종의 ‘에어포스원’을 만들고 있는데 비용이 통제 불가능 수준으로, 40억 달러(약 4조 6840억원) 이상이다. 주문을 취소하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결정된 새 에어포스원 구매 계약을 가격이 비싸다며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 트럼프타워로 들어가면서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새 전용기가 비싸다고 거듭 지적하면서 “보잉이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바라지만 그렇게까지는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앞서 미 공군은 지난 1월 보잉 747200기종에 기반을 둔 에어포스원을 최신 7478기종으로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현 에어포스원은 1991년 조지 H W 부시 대통령 시절부터 사용돼 노후화됐다는 지적에 따라 교체가 결정돼 2018년 이후 공급될 예정이다. 트럼프의 계약 취소 트위터 이후 보잉 주가는 하락했다. 보잉 측은 현 시점에서 계약이 확정된 규모는 1억 7000만 달러라면서 “우리는 납세자 입장에서 최상의 가격에, 최고의 대통령 전용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공군과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가) 언급한 수치는 보잉과 국방부 간 계약서 내용을 반영하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회계감사원은 에어포스원의 최종 가격이 3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의 계약취소 발언은 에어포스원 가격을 깎기 위한 협상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새 에어포스원은 2024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야 탈 수 있다. 트럼프는 또 이날 트럼프타워에서 손정의(마사요시 손)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을 만난 후 트위터를 통해 “손 사장이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5만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에 동의했다”며 “손 사장은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결코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자랑했다. 구체적 투자 내용과 투자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손 사장도 트럼프와의 면담이 끝난 뒤 기자들에게 창업기업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손 사장이 기자들에게 투자 계획을 설명하며 보여준 문서에는 소프트뱅크와 대만 업체 폭스콘의 로고와 함께 “미국에 500억 달러+70억 달러 투자, 5만개+5만개 새 일자리 창출”이라고 적혀 있어 폭스콘도 미국에 7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폭스콘은 “미국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잠재적 투자와 관련해 예비 협상을 하고 있다”며 투자 계획을 확인했다. 폭스콘은 미국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기타 하드웨어를 조립 생산하는 업체다. 트럼프는 앞서 애플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겨야 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제임스 밀러 대변인은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지난 6월 보잉 등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전했다. WP는 지난 5월 공개된 트럼프의 회계보고서를 토대로 그가 지난해 12월 기준 약 40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을 보유했다고 전했다. WP는 트럼프가 당시 주식을 매각해 선거 캠페인 자금으로 쓴 것으로 보인다며, 이해충돌의 소지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편 타임지는 7일 트럼프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날 NBC와 인터뷰에서 “대단한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낸시 깁스 타임지 편집장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후보가 최종 2인까지 올랐지만, 트럼프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1989년 처음 타임지 표지를 장식한 뒤 10차례 표지에 등장했지만, 올해의 인물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2016 공직열전] 복지 패러다임 변해도… ‘국민 행복권’ 끝까지 지킨다

    [2016 공직열전] 복지 패러다임 변해도… ‘국민 행복권’ 끝까지 지킨다

    ‘모두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살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도움을 주는 것’, 시대에 따라 복지의 패러다임은 계속 변화했지만, 결국 복지 정책의 본질은 여기에 있다. 복지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보건복지부가 중심을 잃으면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행복권이 위협받기 때문에 복지 부서에서 일하는 공무원 가운데는 복지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원칙을 가진 이들이 많다. 김원득(56·행시 30회)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 기반을 만드는 3개 국을 총괄하고 있다. 총리실에서 사회총괄정책관을 지내다 지난해 7월 복지부로 왔다. 각 지역을 자주 다니며 복지 전달체계를 점검하는 등 현장을 중시하고,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업무가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업무는 정밀하게 살펴 지시하되, 직원들을 대할 때는 부드럽다. 사회복지정책실의 핵심 업무를 맡은 조남권(55·행시 31회) 복지정책관은 꼼꼼한 일 처리가 돋보인다. 취약한 지점은 없는지 주무관이 담당하는 세세한 부분까지도 관심을 두고 챙긴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궁금한 점이 있을 땐 주말에도 전화해 묻고 확인한다”고 말했다. 업무를 강하게 끌고 나가지 않는 대신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가며 합리적으로 조정한다. 최성락(52·행시 33회) 복지행정지원관은 좌고우면하지 않는 원칙론자다. “정치환경에 휘둘리지 않고 공익적 측면에서 모든 것을 판단한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평가다. 외모에서 풍기는 카리스마 때문에 최 국장을 어려워하는 이들도 있지만, 알고 보면 인간적이다. 한 공무원은 “주무관이 출산휴가를 가자 미역을 사서 보내는 등 무덤덤하지만 은근히 챙겨주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각종 사회서비스를 총괄하는 윤현덕(48·행시 34회) 사회서비스정책관 역시 복지부의 원칙론자로 꼽힌다. 법학을 전공했고 법제처에서 공무원을 시작했으며, 법치 행정을 중요시한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제도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방향을 확고히 잡고,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뜬구름 잡는 듯한 얘기를 싫어해, 직원들에게는 항상 구체적인 개선방안 마련을 주문한다. 국가의 복지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장애인 정책은 전병왕(51·행시 38회) 장애인정책국장이 책임지고 있다. 관련 단체와 소통하면서 어려운 일도 쉽게 풀어가는 능력을 지녔고, 두 가지 이상 경우의 수를 내다보고 일을 진행한다. 함께 일하는 과장급 공무원은 “논리적이고 차가워 보이지만, 지칠 때 배려하고 격려해주는 따뜻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저출산·고령화로 다가올 인구위기에 대응하고, 노후와 보육에 보편적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는 인구정책실이 담당하고 있다. 이동욱(50·행시 32회) 인구정책실장은 대변인을 두 차례나 지냈으며,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등 보건·복지 재정 관련 국장직을 두루 거쳐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직접 업무를 일일이 챙기기보다는 큰 틀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국·과장을 믿고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다. 그래서인지 따르는 후배 공무원이 많다. 한 국장급 공무원은 “업무가 안 풀릴 때 빨리 판단해 조언을 해주는데, 그 방향으로 가면 술술 풀릴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강호(54·행시 37회) 인구아동정책관은 기획재정부 홍보담당관으로 일하다 지난 8월 복지부로 승진 이동했다. 기재부 출신이 저출산·고령화 업무를 잘 담당할 수 있을지 일부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지금은 ‘복지부형 공무원’이란 평가가 나온다. 일 욕심이 많고 업무를 처리할 때는 공격적으로 하되 문제가 생기면 자유롭게 토론하며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끌어내는 부드러운 리더십도 지녔다. 김헌주(48·행시 36회) 노인정책관은 모두가 인정하는 복지부의 ‘브레인’이다.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며 꼼꼼하면서도 큰 그림을 그린다. 김 국장이 설득하면 대개 고개가 끄덕여진다. 복지부의 전체 전략을 짜는 기획 업무를 오래 담당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항상 명확하게 갈 길을 제시해 업무가 흐트러지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분석력과 기획력이 뛰어난 인물을 꼽을 땐 고득영(50·행시 37회) 보육정책관도 빠지지 않는다. 보건·복지 업무에 대한 기초가 교과서처럼 탄탄하고, 정확하게 업무를 처리하길 좋아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다. 고 국장과 일해본 한 과장은 “정이 많고 의리가 있어 의지하는 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달래가며, 때론 ‘꼬드겨가며’ 일을 하게 한다고 해서 별명이 ‘꼬드기’다. 국민연금정책을 책임지는 장재혁(52·행시 34회) 연금정책국장은 치밀하게 검토해 맞다는 판단이 들면 꼭 해내고야 마는 추진력이 강한 인물이다. 각 과를 돌며 직원들과 몇 시간씩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업무를 깊이 파고드는 스타일이다. 기재부 출신의 강완구(52·행시 36회) 사회보장위원회 사무국장은 청년수당 등 각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업무를 조율하는 일을 맡고 있다. 업무 성격상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갈등의 현장에 나서 치열하게 맞붙고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때가 잦지만, 실제 성격은 다정다감하다. 김혜진(46·행시 38회) 감사관은 직전까지 복지정책과장으로 일하다 지난달 승진해 복지부 최초 여성 감사관이 됐다. 정확하고 빠른 일 처리와 얽힌 문제를 풀고 다가올 문제를 예측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간호학과를 나와 보건과 복지 현장 실무를 두루 익혔다. 시각이 기발하고 참신하다는 평가가 많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트럼프 손정의 면담…소프트뱅크, 美에 500억달러 투자하기로

    트럼프 손정의 면담…소프트뱅크, 美에 500억달러 투자하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이 6일(현지시간) 면담한 가운데 일본 소프트뱅크가 미국에 500억 달러(약 58조 5500억 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6일(현지시간)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손 사장을 만난 후 트위터에 이같은 사실을 공개했다. 트럼프는 “손 사장이 미국에 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손 사장은 내가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더라면 결코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큰 소리 쳤다. 트럼프는 구체적인 투자 내용과 투자 시기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와 손 사장은 면담이 끝난 뒤 트럼프타워 로비에 함께 나타나 기자들에게 투자계획을 확인했다. 손 사장은 이 자리에서 창업기업(스타트업)에 투자함으로써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라며 “나는 그가 많은 규제를 완화할 것이기 때문에 그의 당선을 축하하며 투자를 약속했다”고 말했다. “미국이 다시 위대하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약속한 500억 달러는 소프트뱅크와 사우디아라비아정부가 공동조성하는 1천억 달러 펀드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3번째 이동통신회사인 스프린트를 2013년에 인수했다. 손 사장은 이어 미국 내 4번째 이동통신회사인 T-모바일을 인수해 스프린트와 합병하려고 시도했으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부터 퇴짜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에서 손 사장이 다시 합병 작업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아베와 진주만/박홍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아베와 진주만/박홍기 논설위원

    1941년 12월 7일(현지시간) 아침 7시 55분 미국 하와이 진주만에 있는 미군기지가 공격당했다. 일본이 선전포고 없이 공습했다. ‘진주만 공격’이다. 미군의 피해는 막대했다. 미군 2403명이 사망했다. 많은 민간인 사상자도 발생했다. 188대의 비행기가 격추 또는 파손됐고, 12척의 함선이 침몰됐거나 피해를 보았다. 일본군 자살 특공대 ‘가미카제(神風)’가 183대의 전투기 등을 몰고 돌진한 결과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날을 ‘치욕의 날’로 선포한 뒤 이튿날 일본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태평양전쟁의 시작이다. 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미군의 B29 폭격기 ‘에놀라 게이’가 최초의 원자폭탄 ‘리틀 보이’를 히로시마에 떨어뜨렸다. 사흘 뒤인 9일 나가사키에 두 번째 원폭이 투하됐다. 20여만명이 숨지고 부상을 입었다. 10일 히로히토 일왕은 연합군에 무조건 항복 의사를 전달했고, 5일 후 항복을 선언했다. 태평양전쟁의 끝이다. 태평양전쟁은 미국과 일본 간에 잊을 수도, 씻을 수도 없는 피의 역사다. 진주만과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은 미·일 양국의 동맹 관계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벽이자 앙금으로 남아 있다. 아물지 않은 전흔이다. 일본은 미국을 선제 공격한 전범임에도 불구하고 사죄와 반성 없이 ‘원폭 피해국’이라는 사실만을 내세웠다. 미국은 지금껏 일왕과 일본 현직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다. 히로히토 일왕의 아들 아키히토 일왕은 1994년 6월, 2009년 7월 진주만을 찾아 전후 청산과 화해를 위한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정치적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27일 히로시마를 전격 방문했다. 원자폭탄을 떨어뜨린 지 71년 만에 이뤄진 첫 방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시 ‘71년 전 죽음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세계가 바뀌었다. 원폭은 인류가 인류 자신을 스스로 파괴할 수단을 가졌다는 것을 보여 줬다’고 말했다.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은 달랐다. 역사적인 화해로 받아들였다. 또 방문 자체만으로도 ‘원폭 피해국’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는 데 의미를 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26~27일 이틀간 진주만을 찾는다. 현직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해 희생자를 추모하기는 공격 이후 75년 만에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에 대한 답방 형식이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만만찮다. 태평양전쟁의 벽을 허무는 것과 같다. 아베 총리가 추진하는 ‘전후(戰後) 체제의 탈각’과도 맞물려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말대로 출범할 트럼프 정권을 겨냥한 ‘희망의 동맹’ 구축이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전 세계에 과시하기 위한 행보다. 미국과의 전쟁 앙금마저 털어내고 진격할 아베 총리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동북아 정세가 간단찮다. 박홍기 논설위원 hkpark@seoul.co.kr
  • 진주만 방문 아베, 동북아 장악력 확대 야심

    진주만 방문 아베, 동북아 장악력 확대 야심

    트럼프 시대 평화적 대미행보 전략 韓·中·러 압박 복잡한 셈법 카드 아베 신조(얼굴) 일본 총리는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이란 ‘패’를 던짐으로써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권과 더 유리한 환경에서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고 동북아 국제관계에서도 전략적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됐다.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침략전쟁 사죄 요구 등 역사 문제에 대한 미국 및 국제사회의 관심과 개입 수준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발판도 마련했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 방문 과정에서 직접 전쟁 사죄를 하지 않더라도 희생자 추모 등의 행보를 통해 “사실상 사죄했다”는 분위기를 만들고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6일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이 “(2차대전을 일으키는 데 대한) 사죄를 위해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방문은 전쟁 희생자의 위령(죽은 자의 넋을 위로함)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대변인이 이런 발언을 하게 된 것은 아베의 진주만 방문 행보가 진주만 기습 등 2차 대전에 대한 일본의 가해 책임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우려를 차단하고 일본 내 극우세력의 반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아베 총리 등은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전쟁 범죄를 부정하면서 정당한 교전이란 인식을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도쿄재판 등을 통해 단죄된 전쟁범죄자가 억울하게 처형당한 애국자라는 인식을 보였다. 아베 총리는 특히 트럼프 정부의 출범 직전 진주만에 방문해 트럼프에게도 선물과 메시지를 함께 전달됐다. 트럼프는 그동안 트위터에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수천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히로시마를 방문한 오바마를 비판했었다. 이 때문에 진주만 방문 결정은 일본에 강경 발언을 이어 간 트럼프의 등장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분석도 있다. 아베 총리는 “두 번 다시는 전쟁의 참화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방문 의의를 강조했지만 아시아 국가와의 역사적 관계를 고려하는 균형감각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 한국과 중국에 대한 침략 및 식민지배, 위안부 강제동원 등에 대해서는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에서 그의 발언과 행동은 진정성 없는 대미관계를 위한 전략적 수식어로 이해된다. 스캇 시먼 유라시아그룹 선임연구원은 “이번 방문에 대한 아시아의 반응은 엇갈릴 것”이라며 “중국과 한국의 많은 사람은 그들 국가에 있는 2차대전 기념비 등을 아베 총리가 방문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와이라는 아·태지역의 요충지에서 벌이는 아베 총리의 화해 행보는 최근 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진출과 영유권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견제 메시지로서도 풀이된다. 또 오는 15일 일본 야마구치를 방문해 일·러 정상회담을 갖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대한 압박용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산케이신문은 “러시아에 대해 진정한 화해를 지향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손정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뉴욕서 만난다

    손정의,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뉴욕서 만난다

    손 마사요시(孫正義·한국명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만날 것이라고 블룸버그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은 이날 “특별한 의제는 없지만, 손 사장이 미국 기업 투자자의 한 사람으로서 트럼프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블룸버그에 전했다. 두 사람이 만난다는 뉴스가 알려지자 소프트뱅크의 주가는2.5% 상승한 6천975엔(약 7만2천원)까지 치솟아 지난 8월 31일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손 사장은 앞서 1천억 달러(117조원)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 소식통은 손 사장이 펀드의 일부를 미국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 손 사장은 일본과 중국에서 투자에 성공했지만, 미국에서는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지난 2013년 인수한 이동통신회사 스프린트는 실적 부진에 시달려 미국 시장 점유율 3위에서 4위로 내려앉았고, 3위 업체 T모바일 인수 시도는 정부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2014년 소프트뱅크는 스프린트를 통해 T모바일을 인수해 양사를 합병하려 했으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어든다며 합병 승인을 거부했다.따라서 이번 손 사장과 트럼프의 만남에서 T모바일 인수 관련 논의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 ‘북방영토 반환’ 푸틴만 바라보는 日… 러 “강한 인내심 가져야”

    ‘북방영토 반환’ 푸틴만 바라보는 日… 러 “강한 인내심 가져야”

    日외무상 방러… 푸틴과 회담 NHK “러시아 반응 기대 이하” 일본 정부가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을 러시아에 보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친서를 전달하고,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오는 15일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북방영토 반환 문제 등에서 성과를 얻기 위해 막판 안간힘을 쏟지만, NHK 등 언론들은 4일 “러시아 측 반응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기시다는 지난 2일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 푸틴과 만나 아베의 친서를 전달하고 30분가량 회담했다. 푸틴이 외국 정상이 아닌 각료를 만나 30여분 동안 회담을 가진 것은 이례적으로, 영토문제 등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은 “일본 방문이 유의미하면 좋겠다”며 아베에게 전달할 친서를 기시다에게 건넸다. 기시다는 또 3일 모스크바에서 라브로프와 만나 영토문제와 경제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또 러시아군이 지난달 북방영토에 지대함 미사일을 배치한 것과 관련, 일본 입장과 상반된다며 항의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평화조약 체결 문제를 차분히 논의했다”면서 “입장 차를 극복하고, 양쪽이 수용 가능한 형태로 체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브로프도 “문제는 복잡하지만 강한 인내심을 갖고 치밀한 작업을 해야 한다”면서 “당장 진전이 있다고 기대감을 높이거나 매체를 통해 감정을 돋우는 것은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지나친 기대감을 경계시켰다. 산케이신문은 라브로프가 회담 시작 전 서로 악수하고 기념촬영에 응하는 관례를 무시했으며, 두 사람 모두 기자회견 시 눈도 마주치지 않고 나중에 악수는 했으나 어색한 미소만 지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푸틴은 15일 정상회담이 예정된 야마구치현에서 숙박은 하지 않고 도쿄로 바로 향하는 방안을 일본 측에 타진하고 있다. 일본은 러시아가 영토협상보다는 경제협력에 관심이 있다며 내심 불편한 분위기이지만 푸틴의 마음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번 정상회담 때 푸틴에게 일본 토종개 아키타이누를 선물로 준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쿄 이석우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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