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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세는 무식하고 잔인함만 넘쳤던 ‘암흑시대’였을까

    중세는 무식하고 잔인함만 넘쳤던 ‘암흑시대’였을까

    흑사병, 십자군 전쟁, 마녀사냥, 기사…. 서양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나 영화, 게임 등이 넘쳐난다. 대부분 학창 시절 세계사 수업에서 배운 것처럼 고대와 근대 사이에 어정쩡하게 끼어 있는 시기로 야만성이 지배했던 ‘암흑시대’였다는 것을 재확인 시키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렇지만 몇 년 전부터 중세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고 관련 대중 역사서도 자주 눈에 띈다. 최근 국내외 역사학자가 나란히 중세에 관한 편견을 깨뜨리는 역사서를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책은 중세의 역사를 ‘사람’을 중심으로 다뤘다는 점에서도 이전 중세 관련 역사서들과 차이를 보인다.국내 대표 서양 사학자인 주경철 서울대 교수의 ‘중세 유럽인 이야기’(휴머니스트)는 이전과 다른 독특한 문명을 건설해 근대인에게 물려준 중세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이를 통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중세에 대한 오해를 하나둘 깨뜨린다. 대표적인 것이 십자군 전쟁이다. 십자군 운동은 고향에서 기회를 얻지 못한 가난한 사람, 잃을 것 없는 사람들이 군사 모험을 통해 한밑천 잡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깔려있었다는 것이 기존 주장이었다. 그렇지만 주 교수는 최근 실증 연구 결과를 보여주며 십자군 전사들은 잃을 것이 아주 많은 부자로 물질적 이익을 노리고 참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돈을 번 사람들은 십자군 기사들에게서 땅을 사들이거나 전쟁 물자를 판매한 상인들처럼 십자군 전쟁에 참전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말한다. 또 중세 유럽의 역사는 남성들만의 독무대로 알고 있는 것도 잘못됐음을 보여준다. 12세기 남프랑스 공작령 아키텐의 알리에노르 여공작이 대표적이다. 알리에노르는 프랑스 왕 루이 7세의 왕비였다가 이혼하고 잉글랜드 왕 헨리 2세와 결혼했으며 ‘사자왕’ 리처드 1세와 존왕의 모후였다. 또 그는 십자군 전쟁에 참전하고 아들의 왕위를 지키기 위해 직접 군을 이끈 여전사였음을 보여준다.‘중세인들’(책과함께)은 영국의 중세 연구자 댄 존스의 저작으로 410년 서고트족이 서로마제국의 수도를 침공한 ‘로마 약탈’에서 시작해 1527년 신성로마제국군이 교황령 수도 로마를 침략한 ‘로마 약탈’로 끝나는 독특한 방식으로 눈길을 끈다. 2권 4부 16장으로 구성된 책은 16개 세력으로 중세를 풀어낸다. 로마인, 프랑크인, 아라비아인, 몽골인 등 나라나 민족 6개, 수도사, 기사, 학자 등 계급이나 직업군 10개로 나눠 설명함으로써 중세 1000년을 어떤 부류의 사람들이 이끌어 갔는지를 새로운 관점으로 설명한다. 로마제국은 단순한 군사 강국이 아닌 유럽을 지배할 로마법, 언어, 기독교 신앙의 원천이며 게르만족의 침략은 야만인들의 소행이 아닌 서유럽의 정치적 틀을 확립하는 과정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현대의 다양한 인물과 에피소드를 끌어들여 중세 역사가 우리와 상관없는 옛날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저자들은 “중세에도 오늘날 인류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기후변화, 감염병 같은 자연적 변수와 이것이 촉발한 대량 이주, 기술변화 등이 중요한 변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라며 “현대인과 중세인들의 삶을 움직이는 요소는 본질적으로 비슷하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조지아 오키프의 머나먼 사랑/사비나미술관장

    [이명옥의 창조성과 사랑] 조지아 오키프의 머나먼 사랑/사비나미술관장

    미국의 화가 조지아 오키프와 미국 근대 사진의 거장 앨프리드 스티글리츠는 가장 위대한 예술가 커플 중 하나로 꼽힌다. 창작과 사랑을 결속시킨 두 예술가의 강력한 파트너십은 예술세계와 미국 미술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영국의 큐레이터 타나 바르손은 “그들은 30년 동안 함께했고 서로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오키프는 “자신의 인생이 스티글리츠를 만나기 전, 스티글리츠를 만났던 기간, 스티글리츠를 만난 후 이렇게 세 단계로 나뉘어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오키프는 자연의 기하학적 형태와 꽃을 주제로 하는 작품을 많이 그렸는데 꽃 그림 연작에는 스티글리츠와의 관계에서 경험한 성적 욕망 및 사진기법이 반영됐다. 실제 꽃의 형태를 추상화하고 단순화한 꽃 그림은 꽃의 유연함을 강조한 곡선과 형태, 꽃 내부의 클로즈업을 통한 세부 묘사, 선명하고 대담한 색채 사용이 특징이다. 이러한 요소들로 인해 꽃 그림은 아름다움과 여성성, 자연의 생명력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한 중요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두 예술가는 서로의 예술을 발전시키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지만 1927년 위기를 겪었다.스티글리츠가 자신의 후원자인 도러시 노먼과 열애에 빠진 것이다. 예술의 스승이자 동반자인 스티글리츠의 배신에 충격을 받은 오키프는 우울증에 걸렸고 두 달간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몸과 마음이 완전히 붕괴됐다. 이는 오키프가 남편의 후광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길을 가며 예술적 정체성을 구축하는 계기가 됐다. 오키프는 1929년부터 해마다 뉴멕시코로 장기간 여행을 떠났다. 원초적 생명력을 지닌 타오스, 고스트 랜치, 아비키우 지역의 사막 풍경과 특이한 지형은 새로운 주제와 기법을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두 예술가는 이혼하지 않고 함께 살지도 않았지만 사랑과 연대감으로 결속돼 있었다. 그들은 정기적으로 서신을 주고받았다. 오키프는 스티글리츠가 세상을 떠나고 3년 후인 1949년 고스트랜치에 영구히 정착했다. 1986년 99세로 사망할 시점에는 성차별적 미술사를 극복하고 위대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회고전을 연 최초의 여성 화가,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가진 최초의 여성 화가, 미술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미국 여성 화가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 LG 간절한 29년 만의 ‘신바람’, kt 리버스 스윕 ‘마법’의 기세

    LG 간절한 29년 만의 ‘신바람’, kt 리버스 스윕 ‘마법’의 기세

    29년 만에 KBO리그 통합 우승에 도전하는 LG 트윈스와 팀 이름처럼 플레이오프(PO) 탈락의 위기에서 리버스 스윕의 ‘마법’을 펼친 kt wiz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1차전을 벌인다.1990년과 1994년 ‘신바람 야구’를 앞세워 KS 우승을 차지했던 LG는 2002년 이후 21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올 시즌 LG는 여름의 시작과 함께 시원한 ‘신바람 야구’를 했다. 시즌 내내 선두권에서 경쟁하다가 6월 27일 1위로 올라선 뒤 한 번도 선두를 뺏기지 않고 가장 먼저 한국시리즈 진출권을 따냈다. 반면 kt는 주전들의 줄 부상으로 최하위에 처졌다가 6월 이후 급반등해 무려 31승을 보태며 승패 차 ‘+17’로 정규 시즌을 2위로 마감했다. 이어 NC 다이노스와 대결한 PO에서는 1·2차전을 연패해 벼랑 끝에 몰렸다가 3~5차전을 내리 잡아 1996년 현대 유니콘스, 2009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에 이어 역대 5전 3승제 플레이오프 사상 세 번째 리버스 스윕이라는 마법을 펼치고 한국시리즈에 올랐다. 광주일고 2년 선후배로 넥센 히어로즈에서 감독과 수석코치로 2013~2016년 4년간 호흡을 맞춘 후배 염경엽 LG 감독과 선배 이강철 kt 감독은 1차전부터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LG는 케이시 켈리, kt는 고영표를 선발로 내세웠다. 켈리는 정규 시즌 kt전 4경기 선발 등판해 1승 1패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했다. 반면 고영표는 LG 상대 4경기 선발로 나와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7.36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기존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기세로는 PO 3차전 선발 등판해 눈부신 호투로 탈락 위기에서 팀을 구출한 고영표가 켈리에 밀리지 않는다. 결국 어느 팀의 방망이가 먼저 불을 뿜느냐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LG의 강점이 방망이다. LG는 정규 시즌 팀 타율(0.279), 팀 득점(767점) 1위를 차지했다. 다양한 루트로 어떻게든 점수를 뽑아낸다. 출루율 1위(0.444), 안타 3위(174개) 홍창기를 축으로 박해민과 신민재가 이루는 ‘발야구 삼총사’, 문보경-문성주-김현수의 좌타 라인, 오스틴 딘-박동원-오지환의 펀치력 등 공격 3요소를 두루 갖췄다. LG는 올 시즌 이런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kt에 10승 6패로 우위에 있다. 하지만 정규 시즌 끝난 뒤 20일 넘게 실전 경기가 없었다. 떨어진 실전 감각을 빨리 되찾는 것이 관건이다. 반면 kt는 마운드에 강점이 있다. kt는 올해 정규 시즌 10개 구단 최다 팀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투수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38회를 자랑한다. PO 최우수선수(MVP) 손동현과 홀드왕 박영현, 마무리 김재윤으로 이어지는 불펜진도 막강하다. 이 셋은 PO에서 NC 다이노스의 불방망이를 평균자책점 0으로 막아냈다. 하지만 방망이가 문제다. 포스트시즌의 고비마다 ‘한 방’을 터트려 줘야 할 중심 타자 앤서니 알포드(14타수 2안타)와 박병호(20타수 4안타)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다만 PO 5경기 타율 0.375, 16타수 6안타 2홈런의 배정대가 기세를 이어가면서 알포드와 박병호가 살아난다면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마운드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한 LG 염경엽 감독은 한국시리즈 엔트리 30명 가운데 14명을 투수로 운영한다. 선발진은 켈리, 최원태, 임찬규, 김윤식 4명으로 돌리고, 이정용이 롱맨과 두 번째 선발 조커로 활약한다. 나머지 9명 모두 필승 계투조로 투입된다. 백승현, 유영찬, 김진성, 함덕주 등 올 시즌 새롭게 구성된 필승조와 검증된 정우영, 고우석이 힘을 합친다.
  • 김혜지 서울시의원 “보행권 위협하는 PM 문제-해결 위해 업체 노력 필요”

    김혜지 서울시의원 “보행권 위협하는 PM 문제-해결 위해 업체 노력 필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김혜지 의원(국민의힘·강동구 제1선거구)은 지난 2일 교통위원회 회의실에서 개최된 행정사무감사에 참석한 3개 PM 업체 대표에게 보행권을 위협하는 PM 주차 문제에 대해 자구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지난 2일 서울시의회 제321회 정례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는 김형산 ㈜더스윙 대표, 최영우 ㈜올룰로 대표, 김상훈 ㈜피유엠피 대표가 서울에서 운영 중인 PM업체를 대표해 증인으로 참석했다. 김 의원은 지난 행정사무감사 때부터 공유 킥보드 업체들에게 무단방치에 대한 대책과 면허 인증 의무화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꾸준히 강조해왔으며,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면허 인증, 2인 이상 탑승 제한, 무단방치 문제와 공유 킥보드 전용 주차장 및 공유 자전거의 문제를 추가로 지적했다. 면허 인증 문제에 대해 김 의원은 “18세 이하에게 강제되는 면허 인증이 사용자 모두에게 이뤄져야 한다”라며 “면허 인증 시스템 구축 이전에 가입한 회원에 대한 전면 재확인 과정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면허 인증을 강제할 것을 주문했다. 면허 인증 강제에 대해 “요구하는 면허가 PM에 요구되는 기술을 검증하는 면허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PM 면허 도입 이후 강제한다고 한다면 업계에서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라고 김상훈 ㈜피유엠피 대표가 답변했다. 이어 2인 이상 탑승 및 무단방치 문제에 대해 김 의원은 “기존 탑승자 이상의 무게가 감지되었을 경우에 PM을 제동시킬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 “주차 외 지역에 무단방치되어 있는 공유 킥보드를 GPS기술을 이용해 직접 수거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라고 요청했다. 이에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실질적으로 제조품까지 컨트롤하면서 만들 수는 없기 때문에 만약에 법제화된다거나 아니면 처음에 이제 기기를 인증할 때 필수적인 요소로 적용이 된다면 당연히 그런 기기를 들여와서 사용할 용의나 여지가 있다”라며 2인 이상 탑승 제안에 대해 답변했다. 또한 3개 업체 모두 주차 금지구역에는 반납이 안 되도록 설정이 되어 있다고 답변하면서 “서울시 내 모든 도로를 30명으로 다 커버할 수는 없고 업체 입장에서는 많은 인원을 투입하지만 실제로 견인을 당하는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라고 최영우 ㈜올룰로 대표가 답변했다. 김 의원은 서울시에서 설치한 킥보드 전용 주차장에 대한 업체의 입장을 물으며 업체에 도로 점용비용을 부과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던졌고 “전용 주차장을 100% 서울시 예산으로 설치하는 것은 업계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용 주차장 설치에 대해 “데이터로 봤을 때 전체 이용량의 2~3%가 이용하고 있는데 전용 주차장이 30~40배 정도가 있으면 저희가 유도하는 주차장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 같고 좀 늘려주셨으면 한다”라고 김형산 ㈜더스윙 대표가 답변했고, 전용주차장 설치에 비용을 낼 용의가 있음을 세 개 업체 모두가 밝혔다. 끝으로 김 의원은 “머리를 맞대고 심사숙고해서 서울시민의 보행권과 차량 통행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PM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 달라”라고 서울시에 요구하고 “의회 차원에서도 업계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것이니 업계에서도 지금 시행 중인 자구책을 보완하여 강화해야 한다”고 PM 업체에 요구했다. 이에 윤종장 서울시 도시교통실장은 “사실 PM이 매우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나 그걸 커버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는 굉장히 미비한 상태”라며 “국회 입법 과정의 속도는 느리고 서울시 조례로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 보니 업계 측에서는 애꿎은 업계만 계속 잡는다고 한다”라며 “서울시 촉구나 의회 차원의 촉구도 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라고 이 답변했다.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행정사무감사는 지난 2일 시작해 오는 15일까지 13일간 계속된다.
  • ‘매년 GDP 1%’ 국가 재정 쓰면 국민연금 살릴 수 있을까

    ‘매년 GDP 1%’ 국가 재정 쓰면 국민연금 살릴 수 있을까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국민연금에 대한 국고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직접적 재정 지원까지 포함한 진전된 안이 나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서 정부가 제시한 기본 방향은 국민연금에 대한 직접적인 재정 지원이 아닌 크레딧이나 저소득층 보험료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다. 직접적인 재정 지원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기초연금을 전액 국고와 지방비로 부담하고 있는 데다 국민연금 보험료율 수준도 낮다는 것이다. 프랑스(24.2%), 일본(24.2%), 독일(23.0%) 등은 전체 정부 지출의 20% 이상을 공적연금에 투입하되, 한국보다 2배 이상 높은 보험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에서 활동한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6일 “전문가 중에 지금부터 국고 지원을 확대하자는 사람은 없다. 미리 선을 그을게 아니라 보험료율을 올리고 난 다음 직접적 재정지원을 고려하면 된다”고 말했다. 매년 GDP 1% 국고 지원 시, 보험료율 3%포인트만 올려도 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인 김우창 카이스트 교수는 보험료율 인상과 국고 지원이 함께 이뤄지는 이른바 ‘3-1-1.5’ 개혁안을 제시했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2030년까지 3%포인트 올리고,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1%에 해당하는 재정을 연기금에 투입하고, 기금운용수익률을 1.5%포인트(4.5%→6%) 올리면 기금을 GDP대비 120% 수준으로 100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 ‘공적연금의 재정방식과 연금개혁’ 보고서에서 “지금부터 10년 동안 GDP의 1%를 매년 국고로 보조하는 재정지원이 가능하다면 보험료 인상을 3%포인트로 제한하거나, 기금운용의 목표수익률을 6.3%까지 낮게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의 재정을 공적연금에 투입하고 있다. OECD가 작성한 ‘한눈에 보는 연금 2021 OECD’ 보고서를 보면 2017년 기준 한국이 공적연금에 투입한 재정은 정부 지출의 9.4%다. OECD회원국 중 아이슬란드(6.2%) 다음으로 낮다. OECD 평균은 정부예산 대비 18.4%로 한국의 2배 수준이다. 노인빈곤율은 OECD 1위 수준인데 공적연금 재정 지원은 OECD 꼴찌 수준이다. 내년 공무원·군인 연금 10조 지원, 국민연금은 111억원 국내 4대 공적 연금 중에서도 국민연금은 가장 적은 국가 보조를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내년 국민연금 국가 지원 수준은 111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공무원 연금에는 6조 6071억원, 군인연금은 3조 4169억원, 사학연금에는 1조 111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달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공무원·군인연금 등에만 국고를 지원하는 문제를 지적하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공무원·군인연금은 보험료 자체가 높고 정부가 사용자인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의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에는 소득 재분배 요소가 있어 국가가 해야 할 저소득층 보호 기능을 대신하기 때문에 국가의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 급여액은 전체 가입자의 3년간 월평균 소득(A값)과 가입자 본인의 월평균 소득(B값)을 기준으로 산출한다. 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을 적용하면, 평균소득 이하인 저소득 가입자는 실제 노후에 받을 연금액이 자신이 낸 보험료에 비례해 산출한 연금액보다 많아지게 된다. 대신 평균보다 소득이 많은 가입자는 소득에 비해 적은 연금을 받게 된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8월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은 낸 만큼 돌려받는 제도가 아니라 재분배 요소가 있어 재정에 대한 최종적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역할인 저출산 대책에 투입되는 국민연금출산 크레딧 정부 부담 확대 구체적 수치 없어 이미 국고를 기초연금에 투입하고 있다는 정부 주장에 대해 남 교수는 “지금의 기초연금은 완전한 보편적 제도가 아니다. 공공부조 성격과 보편 수당 성격이 혼합돼 있는 데다, 정부는 지급 대상을 축소해 공공 부조 성격으로 운영하려고 한다”며 “기초연금에 국고를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데, 이를 가지고 기초연금에 국고가 지원되니 국민연금에 국고를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은 설득력이 낮다”고 지적했다. 크레딧이나 저소득층 보험료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에 대해서도 남 교수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고, 이것이 국고 지원의 1순위”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 크레딧은 정부가 써야 할 돈을 연금 기금에서 지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크레딧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를 보상해주는 차원에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출산, 군복부, 실업 크레딧 등 3가지가 있다. 이 중 100% 국고 지원인 군복무 크레딧을 제외하고 크레딧 운영에 연금 기금이 들어가고 있다. 출산 크레딧은 저출산 대책의 하나로, 국고에서 30%, 연기금에서 70%를 분담하고 있다. 둘째아부터 12개월씩, 셋째아부터 18개월씩 가입 기간을 인정해준다. 저출산 대책은 정부의 몫인데도 국민연금 기금을 사용하고 있다. 출산율이 늘면 국민연금 재정 안정에도 도움이 되지만, 기금을 썼는데도 출산율이 그대로면 기금 고갈이 가속화될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개혁안을 제시하며 첫째아부터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12개월씩 인정하는 방식으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30% 수준인 국고 부담 비율도 확대하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진 않았다. 남 교수는 “국고 부담 비율 확대는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회의에서도 기획재정부가 ‘연금 기금이 1000조원이나 있는데 왜 국고를 넣느냐’며 끝까지 반대했던 사안”이라며 “기재부의 반대를 꺾고 국고를 넣을 수 있을지, 정부에 그런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 전 가구 84㎡ 국민 평형… 학교·공원·직장 가까워

    전 가구 84㎡ 국민 평형… 학교·공원·직장 가까워

    경기 이천이 인구 35만 계획도시를 꿈꾸며 개발 중인 중리택지개발지구에 새로운 아파트가 공급된다. 우미건설은 이달 중 중리지구 내 ‘이천 중리 우미린 어반퍼스트’(투시도)를 선보인다고 5일 밝혔다. 단지는 지하 2층~지상 20층, 11개 동, 전용면적 84㎡ 총 785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전 가구가 ‘국민 평형’이라고 불리는 전용면적 84㎡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우미건설이 중리지구에서 두 번째로 공급하는 민간분양 아파트로 중리지구 내에서도 우수한 입지에 들어선다. 단지 인근에 유치원과 초등학교가 계획돼 있어 도보 통학이 가능한 학세권 입지를 갖췄다. 또한 단지 앞 상업지구와 도보권 대형 근린공원이 예정돼 있어 주거환경도 쾌적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단지 인근에 SK하이닉스, OB맥주, 시청, 세무서 등이 있어 직주근접 요소를 갖춘 배후 수요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 인요한 쏜 불출마론에 ‘제2 하태경’ 나올까… 野도 중진 험지 재부상

    인요한 쏜 불출마론에 ‘제2 하태경’ 나올까… 野도 중진 험지 재부상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던진 ‘불출마론·험지출마론’의 영향권에 정치권 전체가 들어선 모습이다. 야당 역시 혁신 공천에 총선의 명운이 달려 있음을 잘 알고 있어서다. 하지만 험지 출마를 강제할 순 없어 양당 지도부가 내부 구성원의 험지 출마 의지를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 위원장은 5일 MBN 인터뷰에서 “오늘도 촉구한다. 국민들이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며 “몇 분이라도 결단을 해 시작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권성동·이철규·박성민·장제원 의원 등 친윤 핵심 인사들, 영남권 중진 등 40여명에게 험지 출마를 권했다. 다만 이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채택할 공식 안건이 아니라 ‘권고안’이었다. 당시 공식 안건 채택은 6대6으로 찬반이 갈려 불발됐는데, 중진과 친윤계의 험지 출마 등을 권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순 없다는 반발 때문으로 전해졌다. 험지 출마 제안에 화답한 의원은 현재까지 사실상 없다. 지난해 대선 때 윤석열 당시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원하면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중진이나 영남 지역구가 아닌 ‘초선 비례대표’다.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지난달 7일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지만 이 역시 혁신위가 출범하기 전이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이날 “알아서 결단을 내려야지 강요하지는 못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외려 당내에서는 “인위적 물갈이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향후 이런 갈등이 격화된다면 공천 탈락자 중에 연쇄적으로 무소속 출마자가 나오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인 위원장과 혁신위원들이 오는 8일 민심 청취를 위해 대구를 방문한다고 예고한 게 ‘영남 달래기’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혁신위는 여성과 청년 등 ‘다양성’을 키워드로 한 ‘3호 혁신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도 긴장 속에 국민의힘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 제기된 ‘중진 용퇴론’으로 다시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출범했던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도 의원들의 반발에 최종 혁신안에 담지는 못했지만 ‘3선 의원 동일 지역 연임 금지’ 등을 논의했었다. 특히 총선 때마다 초·재선 의원들은 ‘3선 이상 험지출마론’을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문에 흐지부지됐지만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도 아직 미완 상태”라며 “가장 좋은 혁신은 ‘다선 용퇴’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조만간 초·재선 의원들이 다시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동일 지역 3선 금지는) 위헌 요소가 있어 당에서 가처분을 내면 법원에서 200%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런 것보다 신진 인사들이 들어올 통로를 넓히기 위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줄이고 신인을 위한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인요한 ‘불출마론’, 與 반응 있을까…野도 ‘중진 용퇴론’ 부상 가능성

    인요한 ‘불출마론’, 與 반응 있을까…野도 ‘중진 용퇴론’ 부상 가능성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와 친윤(친윤석열)계 및 영남권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던진 ‘불출마·험지출마론’에 정치권 전체가 영향권에 들어선 모양새다. 야당 역시 혁신 공천에 총선의 명운이 달려있음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험지 출마를 강제할 수는 없어, 양당 지도부가 내부 구성원의 험지 출마 의지를 얼마나 끌어내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인 위원장은 5일 MBN 인터뷰에서 “오늘도 촉구한다. 국민들이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고 있다”며 “몇분이라도 결단을 해 시작하면 분위기가 바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인 위원장은 지난 3일 김기현 당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권성동·이철규·박성민·장제원 의원 등 친윤 핵심 인사들, 영남권 중진 등 40여명에게 험지 출마를 권했다. 다만, 이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채택할 공식 안건이 아니라 ‘권고안’이었다. 당시 공식 안건 채택은 6대6으로 찬반이 갈려 불발됐는데, 중진과 친윤계의 험지 출마 등을 권할 수는 있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는 반발 때문으로 전해졌다. 험지 출마 제안에 화답한 의원은 현재까지 사실상 없다. 지난해 대선에서 윤석열 당시 후보의 수행실장을 맡았던 이용 의원이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원하면 불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중진이나 영남 지역구가 아닌 ‘초선 비례대표’다.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태경 의원이 지난 7일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했지만, 이 역시 혁신위가 출범하기 전이었다. 이에 대해 인 위원장은 이날 “알아서 결단을 내려야지 강요하지는 못한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외려 당내에서는 “인위적 물갈이를 위해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향후 이런 갈등이 격화된다면 공천 탈락자 중에 연쇄적으로 무소속 출마자가 나오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긴장 속에 국민의힘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 그간 여러 차례 제기된 ‘중진 용퇴론’이 다시 옮겨붙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출범했던 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원회’도 의원들의 반발에 최종 혁신안에는 담지 못했지만 ‘3선 의원 동일지역 연임 금지’ 등을 논의했었다. 특히 총선 때마다 초·재선 의원들은 ‘3선 이상 험지출마론’을 제기했다. 민주당 소속의 한 초선 의원은 이날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문에 흐지부지됐지만 민주당의 반성과 쇄신도 아직 미완 상태”라며 “가장 좋은 혁신은 ‘다선 용퇴’밖에 없다고 보기 때문에 조만간 초·재선 의원들이 다시 이야기를 꺼낼 것”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동일지역 3선 금지는) 위헌 요소가 있기 때문에 당에서 가처분을 내면 법원에서 200%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런 것보다 신진 인사들이 들어올 통로를 넓히기 위해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을 줄이고 신인을 위한 여건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 [B컷용산]‘이념’, 文 비판 빼고 소통 택한 尹 … “따뜻한 정부 되겠다”

    [B컷용산]‘이념’, 文 비판 빼고 소통 택한 尹 … “따뜻한 정부 되겠다”

    ‘B컷 용산’은 ‘A컷’ 지면 기사에서 다루지 못한 용산 대통령실 현장 이야기를 온라인을 통해 보다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모두가 기억하는 결과인 A컷에서 벗어나, 과정 이야기와 풍성한 사진을 담아 B컷을 보여드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참모들과 정부 부처에 ‘민생’ 관련 소통 강화를 지시한 뒤, 직접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한 주, 연일 국민과 소통하는 자리에 나섰다. 공개 발언에서는 ‘이념’ 등 정쟁 요소나 전 정부 탓 관련 언급을 자제했으며 야당에는 먼저 손을 내밀고 소통하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윤 대통령의 행보를 두고 국정 운영 기조의 변화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회의서 ‘국민’, ‘민생’ 강조하고 현장 행보 의지 밝혀 윤 대통령은 우선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민생 행보를 이어가며 국민 목소리를 듣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국민과 함께 뛰고 또 뛰겠다”며 “당장 눈앞에서 도움을 기다리는 국민의 외침, 현장의 절규에 신속하게 응답하는 것보다 더 우선적인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저도 지금보다 더 민생 현장을 파고들 것이고 대통령실에서 직접 청취한 현장의 절규를 신속하게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현장 방문을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의 민생 현장 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尹, 국회서 시정연설 계기로 야당 협치 요청 윤 대통령의 변화는 다음 날인 31일 국회 2024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도 감지됐다. 윤 대통령은 야당 대표를 먼저 언급하는 것으로 연설을 시작하며 협치 의사를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민생과 국가 발전을 위해 애쓰시는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이라며 야당, 여당 순으로 거론한 뒤 연설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이어진 연설에서 “정부는 각별한 경각심을 가지고 거시경제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가운데, 경기 회복과 민생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어 그는 국회를 향해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되어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번 부탁한다”고 당부했다.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취임 후 공개 석상에서 자주 언급해왔던 전임 정부 비판 내용을 지웠다. 당초 참모진이 작성안 연설문 초안에는 비판 문구가 담겨있었으나, 윤 대통령이 “우리가 더 잘해야 한다”며 삭제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의 연설에서 ‘부탁’과 ‘협력’이라는 단어가 각각 5차례 언급된 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시정연설에서는 ‘부탁’, ‘협력’ 언급이 각 1회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연설에서는 ‘민생’ 언급이 총 9번으로 지난해 4번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윤 대통령은 이후 국회 사랑재에서 진행된 국회상임위원장 오찬에서 여야 의원들을 향해 협치를 요청했다. 그는 “초당적, 거국적으로 힘을 합쳐서 국민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또 저희가 미래 세대를 위해서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라며 “여야 의원 모든 분이 하신 말씀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민 60여명과 직접 만나 소통한 尹 지난 1일, 윤 대통령이 타운홀미팅 방식으로 진행된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난맥에 빠진 정국 운영의 어려움 토로하고 현 정부 국정 운영 기조에 대해 소신 발언을 내놓은 것도 이례적이다. 노타이, 편한 차림의 윤 대통령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회의에서 소상공인·택시기사·청년·주부 등 국민 60여 명과 직접 만나 현안 관련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윤 대통령은 먼저, 불요불급한 재정을 줄이고 어려운 서민들을 두툼하게 지원해 주는 쪽으로 예산을 재배치하면 정부 지원금을 받아오던 사람들이 저항한다며 정국 운영의 고충을 털어놨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지원을) 받다가 못 받는 쪽은 그야말로 정말 대통령 퇴진 운동을 한다”며 “(반대 측에선) ‘내년 선거 때 보자. 아주 탄핵시킨다’는 이야기까지 막 나온다”며 “하려면 하십시오. 그렇지만 여기(취약계층)에는 써야 한다”라고 의견을 내놨다. 이같은 발언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 행보’를 하기 보다는 지출 구조조정과 약자 복지 강화라는 국정 운영 기조를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윤 대통령은 이후 “어떻게 보면 서민들이 오늘날과 같은 정치 과잉 시대의 희생자일 수도 있다”며 “어쨌든 누구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이것은 대통령인 제 책임 또 우리 정부의 책임이란 확고한 인식을 갖고 잘 경청하겠다. 모든 것은 제 책임이다. 제가 잘하겠다”고도 덧붙였다. 尹, ‘따뜻한 정부’ 지향 전망… “정치보다 국민”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고려했을 때, 향후 행보에서 ‘따뜻한 정부’를 지속적으로 강조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민생타운홀 마무리발언에서 “국정이라는 것은 선거 또는 정치보다는 일단 국민을 먼저 위해야 하고,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게 국가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 격려사에서 “따뜻한 정부가 되겠다”고 직접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는 소상공인들을 향해 “추운 겨울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정부가 여러분에게 지원의 손길을 힘껏 내밀고 따뜻한 정부가 되겠다”면서 여러분은 혼자가 아니다“라고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저리융자 자금 4조원 예산 반영, 저금리 대출 지원 대책, 선지급 재난지원금 8000억 환수금 전액 면제, 가스요금 분할 납부제, 노후 냉난방기 6만 4000개 교체 예산 편성, 전 국민 소비 축제와 온누리상품권 특별할인 행사 추진 등을 약속했다.
  • 귀여운 얼굴에 반전 성능…달릴수록 밟고 싶어지는 미니[라이드ON]

    귀여운 얼굴에 반전 성능…달릴수록 밟고 싶어지는 미니[라이드ON]

    미니(MINI)의 정체성이 귀여운 얼굴에만 있는 것으로 안다면 큰 오산이다. 스포츠카를 지향하는 브랜드로 작은 체구에서 뿜어내는 강력한 성능과 거기서 오는 주행의 재미 역시 미니를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다. 고성능 ‘JCW’(존 쿠퍼 웍스) 모델은 시동을 걸 때부터 터프한 엔진 소리를 전하며, 외관에서는 도저히 느껴지지 않았던 반전 매력을 선사하기도 한다. 최근 ‘뉴 미니 JCW 컨버터블’을 시승하고서 받은 인상이다. 재밌는 주행의 진수를 보여준다. 보통 미니를 설명할 때 ‘작지만 강하다’는 수식어를 쓴다. 그러나 JCW 컨버터블은 상투적인 표현을 뛰어넘는 묵직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운전대를 잡자마자 드는 생각은 ‘만만치 않겠다’는 것.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서 도저히 느낄 수 없는 딱딱한 핸들링과 밟자마자 치고 나가는 강력한 반응성 그리고 노면의 느낌이 그대로 전달되는 단단한 서스펜션까지 미니의 주행 감성을 상징하는 ‘고 카트 필링’이 무엇인지 제대로 설명하고 있다. 231마력의 최고출력, 32.6㎏·m의 최대토크를 내는 트윈파워 4기통 가솔린 터보엔진이 탑재된다. 공인연비는 복합 ℓ당 11.3㎞로 제로백은 6.5초다. 소프트톱은 15초 만에 다 열린다. 시속 30㎞ 이하로 주행했을 땐 달리면서도 열 수 있지만, 안전을 위해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만 여닫았다. 고성능 주행의 모델과 컨버터블의 감성이 어우러지면서 주행 만족도는 최상이었다. 소프트톱을 열었을 때는 시속 60㎞로 달리고 있음에도 엔진 배기음 등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탓이 짜릿한 속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실내도 미니만의 독창적인 디자인 감성이 잘 반영돼 있었다. 미니를 상징하는 동그란 모양의 8.8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었다. 딸깍 누르게끔 돼 있는 ‘토글스위치’ 방식의 버튼은 요즘 전자식 버튼이 많아지는 가운데 개성 있는 디자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확실하게 버튼을 눌렀는지 쉽게 인지할 수 있어 좋은 방식이라고 생각됐다. 운전석과 조수석 외에는 사람이 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열이 있긴 하지만, 성인 남성이 편안하게 탈 수 있는 공간은 전혀 아니다. 주행의 재미나 감성 외 실용성을 생각한다면 골라서는 안 되는 자동차라는 뜻이다. ‘밟는 맛’을 만끽하는 젊은 감성의 차라고 하겠다. 가격은 5640만원부터다.
  • 추경호 “사용에 비례해 혜택줘야”… 이재명 청년 3만원 패스 비판

    추경호 “사용에 비례해 혜택줘야”… 이재명 청년 3만원 패스 비판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청년 3만원 패스’ 제안에 “정액으로 3만원 규모로 청년층에 한정하는 것보다 일반 국민으로 확대하는 게 좋다”고 비판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같이 밝히며 “일정 금액 (지원)은 방만한 운영으로 오히려 지출·운용 효율화에 좋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정부에서 예산안에 케이패스를 담아왔는데 청년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을 포괄하고 있다”면서 “사용에 비례해 절감 혜택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당히 의미있다”며 정부안을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어 “이용에 따라 (혜택을) 비율로 가져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더 효율적이고 도움을 준다”며 “정액으로 하게 되면 정액보다 적게 사용하는 사람은 오히려 그 돈이 효과적으로 지출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많이 쓰는 부분은 3만원 보다 혜택을 볼 수 있는 구조”라고 부연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교통비 붇마 완화를 위한 청년 3만원 패스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추 부총리는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관련, “R&D는 굉장히 중요하고 앞으로도 정책의 중점으로 가져갈 예정이지만, (예산을) 늘리는 과정에서 한 번쯤은 비효율, 낭비적인 요소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R&D가 너무 비효율적으로 중복적이고 보조금 나눠 먹기라는 지적이 많았다”며 “R&D가 중요하다고 해서 지출 효율화하는 노력에 구조조정 대상의 성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연구 인력 관련 예산에 사후에 문제가 제기돼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심사할 것”이라며 “전문가와 학계 의견을 들어 필요한 부분은 대거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 인권 선진도시 송파구, 7일 장애인인권영화제 연다

    인권 선진도시 송파구, 7일 장애인인권영화제 연다

    서울 송파구가 오는 7일 오후 1시 30분에 구청 5층 대강당에서 ‘제6회 송파 장애인인권영화제’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구는 장애와 인권에 대한 주민들의 올바른 인식 개선을 목적으로 2018년부터 송파장애인인권영화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영화를 활용해 장애인 인권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는 장애인 공공일자리 참여자들의 축하공연으로 막을 연다. ‘열차가 어둠을 헤치고’라는 주제로 서로 다른 유형의 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과 차별 요소를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장·단편의 다큐 및 영화 5편을 상영한다. 7일 오후 2시 개막작으로 영화 ‘거짓말’이 상영된다. 거짓말을 못하는 주인공이 본인에게 유리한 활동 지원 등급을 받기위해 거짓말 훈련을 받고 공단 직원을 마주하는 상황을 그린 작품으로, 장애인 당사자에게 주어진 권리를 쟁취하기 어려운 현실을 그려냈다. 이어 ‘거짓말’을 제작한 양준서 감독(2023년 제21회 서울장애인 인권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이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밖에도 ‘내 인생은 나의 것’, ‘성현이와 정미의 슬기로운 자립생활’(다큐), ‘일로 만난 사이’, ‘질주’가 상영될 예정이다. 영화제는 별도의 예매나 신청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수어 통역과 화면해설을 제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편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서강석 송파구청장은 “이번 영화제를 통해 지역주민들이 장애인과 장애인 인권에 대해 한 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장애인 복지 증진과 인권 향상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 대우건설, 투르크메니스탄에 중앙아시아 교두보 만들어

    대우건설, 투르크메니스탄에 중앙아시아 교두보 만들어

    비료 플랜트 공사 수주를 노리고 있는 대우건설이 투르크메니스탄에 중앙아시아 진출 교두보를 만들었다.대우건설은 지난달 31일 투르크메니스탄 수도인 아슈하바트에 지사를 열었다고 3일 밝혔다. 이 자리에는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을 비롯해 박진 외교부 장관, 지규택 주투르크메니스탄 대사, 최태호 외교부 유럽국장, 바이무랏 안나맘메도브 투르크메니스탄 건설·전력·생산 담당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대우건설은 현재 수주 추진 중인 2건의 비료 플랜트 공사에 대해 연내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프로젝트는 카스피해 연안인 발칸주 투르크멘바시에 연간 115.5만t의 요소와 66만t의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키얀리 요소-암모니아 비료 플랜트’와 또 투크르메나밧에 위치한 ‘투르크메나밧 비료 플랜트’다. 이외에도 수도 아슈하바트 남서쪽 30㎞ 지역에 6만 4000명이 거주할 스마트 신도시를 건설하는 ‘아르카닥 신도시’ 2단계 사업도 참여를 타진 중이다.정 회장은 투르크메니스탄 비료 플랜트 수주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세르다르 베르디무하메도프 투르크메니스탄 대통령과 구르반굴리 베르디무하메도프 국가최고자겸 인민의사회의장을 연달아 만나기도 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지사 설립을 시작으로 중앙아시아를 개척해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겠다”며 “국가대표 건설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대우건설의 명성을 쌓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 포스코그룹, “전 상장사 ESG A등급 이상 획득”

    포스코그룹, “전 상장사 ESG A등급 이상 획득”

    포스코홀딩스는 3일 한국 ESG기준원의 ESG 종합평가에서 A+ 등급 획득을 비롯해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포스코DX, 포스코스틸리온, 포스코엠텍도 A등급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ESG기준원은 매년 국내 상장사를 대상으로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부문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해 ESG 등급을 부여한다. 포스코그룹의 모든 상장사가 한국ESG기준원 종합평가에서 A등급 이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지주회사 출범을 기점으로 ‘이사회 ESG세션’과 그룹 최고경영진 경영회의체인 ‘그룹 ESG협의회’, 실무자 중심의 ‘그룹ESG실무협의회’를 신설하고 매분기 지주회사 이사회에서 그룹 ESG경영 현황을 점검하는 등 그룹 차원의 ESG 거버넌스 강화 노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서스테이널리틱스의 ESG 평가에서도 지난해 보다 한단계 개선된 ‘미디엄 리스크’ 등급을 받았다. 서스테이널리틱스는 공개된 기업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ESG 리스크 노출 정도와 관리 요소를 종합 평가해 발표한다.
  • 서초, 영유아 행복한 양재모자건강센터 운영

    서초, 영유아 행복한 양재모자건강센터 운영

    서울 서초구가 서초권역, 방배권역에 이어 양재·내곡권역에 임산부와 영유아를 위한 맞춤형 건강센터를 열었다. 서초구는 지난 1일부터 ‘임신 준비부터 출산·육아까지 맞춤형 원스톱 건강서비스’를 제공하는 ‘양재모자건강센터’를 본격 운영한다고 2일 밝혔다. 양재모자건강센터를 만든 것은 영유아가 밀집된 양재·내곡권역과 가까운 곳에서 서비스를 제공해 건강한 임신·출산·육아를 돕기 위해서다. 구 관계자는 “지금까지 모자보건 관련 시설이 서초구보건소, 서초모자보건지소, 방배보건지소 등 주로 서초·방배권역에 있어 양재와 내곡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양재모자건강센터는 양재공영주차장(양재동 90-2) 3층에 607㎡ 규모로 만들어졌다. 기본 설계 때부터 이용자의 안전성과 이동성을 세심히 고려하고 성별·장애·연령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유니버설 디자인(공용화 설계)을 적용해 인테리어와 디자인 요소를 구현했다. 센터에는 간호사 8명, 사회복지사 1명 등 총 11명이 상주한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앞으로도 ‘임신·출산·육아가 행복한 출산 친화도시 서초’를 위해 늘 관심과 애정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데스크 시각] 사법불신 해법, 재판 중계 활성화도 고려해야/백민경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사법불신 해법, 재판 중계 활성화도 고려해야/백민경 사회부장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후문 주변에는 근조 화환 수백여 개가 줄지어 서 있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를 겨눈 각종 비속어와 욕설이 리본에 적혀 있다. ‘자손 대대로 천벌을 유창훈 일가에게’ 등 모욕적인 표현이 가득하다. 이 사건 판사만의 일이 아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죄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던 판사도 비난의 대상이다. 지켜보는 이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얼마나 억울했으면 저렇게까지 하겠냐”는 시선부터 “법치주의 훼손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사법부가 그만큼 전례없이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논란이 수년째 계속된 사법 농단부터 악화된 재판 지연, 대법원장 임명동의안 부결까지 모두 사법부 신뢰 추락과 닿아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사법 정책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대표)은 재판에 대한 국민 접근도가 낮아 언론 보도에 의존하고 있다며 대법원뿐 아니라 하급심 재판까지 생중계하자고 주장했다. 헌법에 따르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게 원칙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심리와 선고 과정이 모두 공개돼 법정 밖에서도 재판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당시 우려의 목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재판 절차가 그대로 공개돼 오히려 여론의 분열이 적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대법원도 2013년 2월 대법원규칙을 개정해 대법원 공개변론의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했다. 그래서 그해 3월 국외이송약취 사건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이 처음으로 중계방송돼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하급심 재판은 그 시기와 대상, 절차가 엄격하게 제한돼 있다. 법조계는 정보통신기술과 방송기술이 발달한 만큼 실질적 의미의 재판 공개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본다. 조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2017년 법관 설문조사에서도 재판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재판장 허가에 따라 중계방송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견해가 약 68%의 지지를 얻었다. 물론 사생활 및 개인정보 침해나 편집으로 인한 왜곡 보도 등은 우려할 요소다. 다만 국민의 알권리 보장과 실체적 진실 발견, 범죄 예방 효과를 위해 재판 중계방송을 허용하는 것도 이제 고려해 볼 만하다.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어떤 주장이 오가고, 어떤 증거가 제출되고, 어떤 기준으로 재판부가 판단을 내렸는지 낱낱이 공개된다면 재판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도 줄어들 수 있을지 모른다. 당연히 모든 재판을 중계할 수는 없다. 기준을 세우면 된다.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려면 공익성을 따져 봐야 한다. 당사자가 공적 인물이고 사안이 중대한지, 방청 수요가 수용 한계를 초과하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 당사자가 공개를 원하지 않는다면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길도 열어 둬야 한다. 언론사 편집 시 왜곡에 따른 오해가 없도록 촬영이나 편집, 송출 권한을 법원이 보유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부 선진국도 촬영용 시설과 장비, 촬영자의 위치 지정 등에 관해 재판장의 권한을 인정한다고 한다. 당사자와 변호인 간 비공식적인 대화 등 일부 사안에 대한 촬영을 제한하는 안전선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시스템과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갖추고 ‘열린 재판’으로 가다 보면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한 문 하나쯤은 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서울부터 줄였다… 지방 긴축 도미노

    서울부터 줄였다… 지방 긴축 도미노

    서울시가 올해보다 1조 4675억원(3.1%) 적은 45조 7230억원 규모로 내년 예산안을 편성했다. 국내 최대 도시 서울의 살림살이가 쪼그라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부진했던 2011년 이후 13년 만이다. 경기 침체로 세수가 상당폭 줄어들면서 지방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긴축 재정을 펴야 하는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2024년 서울시 예산안을 발표하면서 “주요 사업을 집중적으로 챙겨야 할 타이밍에 세수 감소라는 암초를 만났다”며 “13년 만에 예산 절대 액수가 줄어 불요불급한 사업과 낭비 요소를 최대한 덜어냈다”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시가 거둬들인 지방세는 24조 2353억원으로 전년보다 6465억원(2.6%) 감소했다. 특히 토지와 건축물, 주택에 매기는 재산세가 전년보다 15.2%(6312억원) 줄고 법인이 내는 지방소득세가 13.6%(3568억원) 덜 걷혀 세수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김상한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기업의 영업이익이 굉장히 축소되면서 소득세가 줄어든 타격이 컸다”고 설명했다. 세수 감소 기조는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시는 기업 실적 회복세가 신통치 않아 내년에 법인세수가 저점을 찍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오 시장은 “지방채를 추가 발행해 세입을 늘리는 방안도 있지만 건전한 재정 기반을 위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어려운 상황에도 취약계층을 위한 ‘약자와의 동행’ 예산을 3025억원 늘리고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안전과 시민의 삶을 응원하는 예산을 확보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 “하남시 공무원 극단 선택 원인은 ‘유관기관 업무부담’ 추정”…진상조사단, 결과 발표

    “하남시 공무원 극단 선택 원인은 ‘유관기관 업무부담’ 추정”…진상조사단, 결과 발표

    지난 9월 근무지인 행정복지센터 인근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하남시 40대 공무원의 죽음은 ‘유관 단체관리’ 관련 업무 부담이 가중돼 심리적 압박을 받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기 하남시 미사2동 행정복지센터 A(42) 행정민원팀장 사인 규명을 위한 진상조사단은 1일 시청 상황실에서 이런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단은 유관 단체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A팀장의 죽음은 과중한 업무로 인한 심리적 압박을 받은 것이 주요한 요인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시는 A팀장 추락 사고 직후인 지난 9월 25일 부시장을 단장으로 시청과 공무원노조 관계자, 외부 변호사와 노무사 등 총 7명으로 진상조사단을 꾸려 10월 20일까지 한 달여 간 간 A씨의 사망 경위를 조사했다. 조사는 유관단체 회원과 관련 공무원 등 12명을 14차례 면담하고 자료 조사를 병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A씨는 유관 단체 주관 축제 준비과정에서 행사 기간과 예산 문제로 이 단체 인사들과 이견을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 고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A팀장은 유관 단체장이 시장과의 친분을 강조해 이 단체의 요구나 발언을 거절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봤다. 하남시민의 날 체육대회(9월 24일) 준비 과정에서는 해당 단체 측 집행부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자 A팀장과 담당 업무 주무관을 단체 대화방에서 강제로 퇴장시키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이 단체 측 인사들의 전화와 문자 민원이 A팀장에게만 집중됐고, 유관 단체와 업무 조율을 하는 단체대화방은 일과시간, 요일과 무관하게 대화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체는 행정복지센터와 협력적인 관계라기보다 상하관계에 가까웠던 것으로 보여 해당 행정복지센터에서는 유관단체 관련 업무량 증대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 이 때문에 A팀장은 일과시간 외 근로 시간이 상당했을 것이고, 일과 사생활의 분리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진상조사단은 이런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A팀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게 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진상조사단은 유관 단체의 부당한 요구로부터 공무원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시에 요구했다. 또 유관 단체의 업무 지원 요청 시 반드시 공식적인 문서를 통해 하도록 관련 조례를 제정하거나 개정해달라고 했다. 업무와 사생활 분리 및 업무 연속성을 위해 업무 전화기 제공도 제안했다. 진상조사단은 진상조사 결과를 A팀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 중인 경찰에도 전달할 방침이다.
  • [이광식의 천문학+] 일식 예보 틀려 곤장 맞은 조선 천문학자

    [이광식의 천문학+] 일식 예보 틀려 곤장 맞은 조선 천문학자

    조선시대에 일식 예보를 잘못해 곤장을 맞은 천문학자가 있었다. 곤장을 때린 사람은 세종이었고, 맞은 사람은 천문과 역수(曆數), 각루(刻漏) 담당 부서인 서운관의 천문학자 이천봉(李天奉)이었다. 대체 어떤 사연이었는지, '조선왕조실록'이라는 타임머신을 타고 당시로 날아가보자. 일식 때 ‘반성’하는 임금 세종 4년(1422) 1월 1일 원단을 맞았는데, 마침 일식이 시작되고 있었다. 임금이 소복을 입고 인정전의 월대(月臺) 위로 나아가 일식을 구했다. 백관들도 소복을 입고 조방(朝房·신하들이 조회를 기다리는 대기장소)에 도열해 일식을 구하니 얼마 후 해가 다시 빛났다. 세종이 섬돌로 내려와 해를 향해 네 번 절했다. 이 같은 의식을 ‘구식(救蝕)’이라 하는데, 일식과 월식으로 인해 훼손된 일월(日月)을 구하는 재변 의례를 가리킨다. 오늘날의 우리들은 대략 달력을 시간표 정도로 여기기 쉽지만, 농업생산이 경제의 축이었던 옛날엔 천체의 규칙적인 운행주기와 질서를 측정, 계산하여 만드는 책력은 국가 권력의 핵심적인 요소였다. 왕조국가 시대의 역법은 또한 왕조와 국가의 안위를 내다보기 위한 점성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도 매우 중시되었다. 전통 사회에서는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과 인간사회에서 일어나는 일 사이에 일종의 상응 관계, 즉 천인상응(天人相應) 관계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천문은 곧 인문(人文)이기도 했다. 여기서 천문(天文)의 의미는 하늘에 나타난 별들의 운행을 무늬(文)로 표상한다는 뜻으로, '주역'의 다음 구절에서 유래한다. '우러러 하늘의 무늬를 보고, 굽혀서 땅의 결을 살핀다(仰以觀於天文, 府以察於地理)'​ 옛날에는 일식과 월식이 천체의 중심인 해와 달이 잠식되는 불길한 재변으로, 하늘이 왕의 잘못을 직접 꾸짖고 근신케 하는 징표라고 여겼다. 따라서 일식(또는 월식)이 예보되면 시일에 맞추어 각 관청은 어명을 받들어 당상관과 낭관 각 1명이 제사 때 입는 엷은 옥색 옷인 천담복(淺淡服)을 입고 하늘에 기원했다. 왕은 소복으로 갈아입고 하루종일 일식을 기다렸다가 인정전의 월대 위에 나아가 신하들과 함께 석고대죄하듯 하늘에 용서를 비는 구식례를 행했다. 이렇게 하면 그 정성에 하늘이 감복하여 일식·월식을 곧바로 원상대로 회복시켜준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리고 구식례가 끝나야 소복을 벗었다. 월식 때는 음기를 돋운다 하여 금으로 된 종을 쳐서 구식례를 행했다. 일식과 월식을 구한다는 구식 의례는 조선조 내내 매우 빈번하게 행해졌다. 이 구식례는 매우 번거롭지만 일식·월식이 지상의 왕에게 내리는 하늘의 경고라고 여겼으므로 소홀히 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세종 4년의 구식례 때 서운관이 예보한 일식 시간이 되었는데도 정작 일식은 일어나지 않았다. 왕과 대소 신료들은 하릴없이 일식이 일어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는데, 예보시간보다 15분이 지나서야 일식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는 15분을 1각(一刻)이라 하여 시간의 가장 작은 단위로 삼았다. 고로 ‘일각이 여삼추’라는 말은 15분이 3년처럼 길게 느껴진다는 듯이다. 구식례가 끝난 후, 일식의 분도(分度)를 정확히 추보(推步·천체의 운행을 관측하는 것)하지 못해 예보를 15분 앞당겨 했다는 죄목으로 세종은 서운관 술자(術者) 이천봉에게 곤장을 치게 했다. 그래도 이 정도는 약과였다. 심하면 투옥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조선의 일식 예보 단위가 상당히 정밀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왜 일식예보가 틀렸을까? 어떤 군주와 국가가 하늘의 질서를 보다 잘 살피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 군주가 권력과 정치적 정당성을 보다 튼튼하게 확보한다는 것을 뜻으로, 농업생산 증대, 왕조와 국가의 길흉 예측, 정치적 정당성 강화에도 직결되는 문제였다. 세종대왕이 기울인 천문기상학 발전에 대한 노력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종은 대단히 현실적인 안목을 가진 임금으로, 재위 12년(1430) 8월 3일 이런 지시를 내렸다. '천문계산은 전심전력해야만 그 묘리를 구할 수 있다. 일식, 월식과 성신의 변, 그 운행도수는 원래 약간의 착오가 있었는데, 전에는 명에서 전해진 선명력법(당나라 목종 2년인 821년 서양이 만든 태음력의 하나)만 썼기 때문에 오차가 꽤 컸었다. 그런데 정초가 수시력법(授時曆法/중국 원나라 천문학자 곽수경과 왕순 등이 만든 역법)을 연구해 밝혀낸 뒤로는 책력 만드는 법이 바로잡혔다. 그러나 이번 일식의 시간이 모두 차이가 있으니 이는 정밀하게 살피지 못한 까닭이다. 옛날에는 책력을 만들 때 오차가 있으면 반드시 용서하지 않고 죽이는 법이 있었다. 내가 일식, 월식 때마다 그 시각과 가리고 걷히는 시간을 기록하지 않아 뒤에 계산해볼 길이 없으니, 이제부터 예보한 숫자와 맞지 않더라도 모두 기록하여 뒷날 고찰에 대비토록 하라.' 그러나 이후로도 일식 오보는 고쳐지지 않았다. 세종 14년(1432) 1월 4일엔 서운관에서 일식을 예보했으나 일식 현상이 없자 사헌부에서 서운관 담당관리를 처벌해야 한다는 건의를 올렸다. 이에 대해 세종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분수가 매우 적어서 짙은 구름으로 못 보았을지도 모른다. 각도에 공문을 보내 물어보게 하라. 또 중국에서도 오늘 일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니 이것은 관측을 잘못한 죄는 아니다. 각 도의 보고와 중국 조정에 들어간 사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려 다시 의논하라.' '칠정산외편'으로 조선 고유의 시간을 가지다 어쨌든 오랜 논의와 연구 끝에 조선의 일식-월식 예보가 오차를 보이는 것은 조선의 시간이 아니라 중국의 시간을 사용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조선 고유의 시간을 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결문제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는 세종이 일찌기 왕자 시절부터 천문에 대해 깊이 공부해 얻은 내공 덕분임은 말할 것도 없다.게다가 세종조에는 과학과 천문에 밝은 인재들이 많았다. 흔히 세종 시대의 과학기술이라고 하면 이천과 장영실을 떠올리지만, 천문역법 분야에서 이순지(李純之, 1406~1465)의 역할은 독보적이었다. 이순지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조선 초 자주적 역법을 이룩하면서 우리 천문학을 세계 수준으로 올려놓은 천문학자’라는 평가와 함께, ‘명예로운 과학기술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순지는 21살인 1427년 문과에 급제하여 승문원에서 외교문서 관련 업무를 맡았다. 당시 세종은 역법이 정밀하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겨 문신들 가운데 재능있는 사람들을 선발하여 역법에 필요한 산법(算法)을 익히게 했는데, 이순지가 가장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문신이었지만 이과형 천재였다. 이순지가 세종대왕의 눈에 들게 된 계기는 ‘본국(本國)은 북극(北極)에 나온 땅이 38도(度) 강(强)’이라는 계산 결과를 보고한 일이었다. 한반도의 가운데가 북위 38도라는 것을 계산한 것이다. 보고를 받은 세종은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들여온 역서(曆書)를 통해 이순지가 계산한 결과가 정확하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기뻐하며 1431년부터 이순지에게 조선의 천문역법을 정비하는 일을 맡겼다. 그 결과 1433년부터 이순지를 중심으로 조선 역법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1442년에 이르러 조선 독자의 역법인 '칠정산내편(七政算內編)'과 '칠정산외편'의 편찬이 완성되었다. 이로써 그간 중국의 역법에 전적으로 의존하던 것에서 벗어나 비로소 독자적으로 천체 운행을 계산할 수 있게 되었다. 조선 천문학,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서다 이순지의 천문역법 연구가 특히 크게 빛을 발한 성과는 ‘한문으로 펴낸 이슬람 천문 역법서 가운데 가장 훌륭한 책’으로 평가받는 '칠정산외편'이다. 칠정은 해와 달, 수성, 화성, 목성, 금성, 토성을 뜻한다. 1442년에 정인지, 정흠지, 정초 등이 편찬한 '칠정산내편'은 1281년 원나라에서 만든 수시력을 한양의 위치에 맞게 수정, 보완한 것이다. 이에 비해 1444년 이순지와 김담이 편찬한 '칠정산외편'은 아랍 천문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내편’은 중국 천문역법과 산학 전통을 따르기 때문에 원주를 365.2575도, 1도를 100분, 1분을 100초로 하고 있는 데 비해 ‘외편’은 그리스와 아랍 천문학 전통에 따라 각각 360도, 60분, 60초로 바꾸어 계산했다. 또한 평년의 한 해를 365일로 하고 128년에 31일의 윤일을 두었는데, 1태양년이 365일 5시간 48분 45초로, 수시력보다 더 정확할 뿐 아니라 오늘날의 수치와 비교했을 때 1초 짧을 정도로 정확하다. 1년의 기점을 중국이 동지에 둔 것과 달리 춘분에 두었으며, 일식과 월식 계산에서도 ‘외편’이 ‘내편’보다 정확하다. ‘내편’을 통해 한양을 기준으로 한 정확한 천문 계산이 가능해졌으며 ‘외편’을 통해 발달된 아랍 천문학의 성과를 우리 실정에 맞게 변용함으로써 조선의 천문학은 아랍, 중국과 함께 당시 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수준에 도달했다. 이순지는 이외에도 많은 천문역법서를 저술, 편찬했다. 그 가운데 1445년에 펴낸 '제가역상집(諸家曆象集)'은 다양한 서적에 흩어져 있는 천문에 관한 여러 가지 설을 모아 정리한 책이다. 단순히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중복되는 것을 삭제하고 핵심을 취해 주제별로 분류함으로써 참고 자료로서 가치가 높은 역작이다. 1459년에는 일식-월식 계산법을 알기 쉽게 해설한 '교식추보법(交食推步法)'을 김석제와 함께 편찬했다. 계산 공식과 함께 실제 계산 사례가 실려 있으며, 계산법을 쉽게 외우는 데 도움이 되는 노랫말 형식의 설명도 실려 있어, 나중에 음양과(조선시대 관상감의 천문ㆍ지리 등을 맡는 기술직을 뽑던 잡과 시험)의 시험 교재로도 널리 쓰였다. 이처럼 이순지는 당대 세계 최정상급의 천문학자로서, 조선 천문학을 세계 최고의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이러한 업적으로 이순지는 승지, 중추원부사, 개성부 유수, 판중추원사(종2품)에 이르렀다. 1465년(세조 11년) 이순지가 세상을 떠난 뒤 실록에는 ‘지금의 간의(簡儀), 규표(圭表), 태평(太平), 현주(懸珠), 앙부일구와 보루각, 흠경각은 모두 이순지가 세종의 명을 받아 이룬 것’이라고 기록되었다. '세조실록'은 이순지를 이렇게 평한다 '이순지의 성품은 정교하며 산학, 천문, 음양, 풍수에 매우 밝았다. 그러나 크게 건명(建明)한 것은 없었다. 정평(靖平)이라 시호(諡號)하니, 몸을 공손히 하고 말이 드문 것을 정(靖)이라 하고, 모든 일에 임할 때 절제가 있는 것을 평(平)이라 한다.' '조선왕조실록'을 통해 검색해본 결과, 조선시대에 일식이 265건, 월식이 344건 발생했다. 이는 조선의 천문기상 관측 수준이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았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조선 천문학과 표준시를 담당했던 관상감에서 1818년 편찬한 '서운관지'는 관상감의 조직과 운영, 천문관측과 기기, 천문서적 등을 총망라한 천문학 백과로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천문기록이다. 이처럼 세종시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관측기기 개발과 천문관측을 통해 천문학을 발전시킨 결과 세계 최고 수준의 천문학으로 성장했으며, 조선후기 '서운관지'에 기술된 것처럼 천문학이 국가의 제도를 튼튼히 하는 기둥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천문기록은 신라시대 첨성대를 시작으로 고려시대 서운관, 조선시대 관상감으로 이어졌다. 이 기관들이 기록한 천문기록은 적어도 1만 4천 건 이상이며, 아직도 해석과 발굴이 진행 중이다.좋은 일례로, 요하네스 케플러가 동년 10월 17일부터 프라하에서 관측에 착수했던 케플러 초신성은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그보다 4일 앞선 1604년(선조 37) 10월 13일(양력)부터 시작하여 7개월에 걸쳐 약 130회 위치와 밝기를 관측한 결과가 쓰여 있다. '밤 1경에 객성이 미수 10도에 있어, (북)극과는 110도 떨어져 있었으니, 형체는 세성(목성)보다 작고 색은 누르고 붉으며 동요하였다.' 케플러의 관측기록으로만 보아 유형 2로 추정되던 이 초신성은 ‘실록’의 자세한 관측결과에 의해 유형 1 초신성으로 밝혀졌다. 조선 천문학의 개가였다.
  • [열린세상] AI에 관한 글로벌 규율 체계의 모색/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열린세상] AI에 관한 글로벌 규율 체계의 모색/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위원장

    올 들어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나면서 AI를 바라보는 시각도 부쩍 다양해지고 있다. AI가 인류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의 시각이 적지 않다. 그런 반면 AI와 관련한 여러 부작용의 가능성에 주목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각 또한 적지 않다. 나아가 AI 기술로 인해 장차 인류가 멸망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심각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런 다양한 시각을 배경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AI에 대한 규율 체계를 모색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개별 국가에서의 논의를 비롯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통한 것 등 여러 국제적 논의도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유엔에서도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전 세계를 포괄하는 국제기구에서 논의가 시작된 만큼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유엔은 총 39명으로 구성된 고위급 AI 자문기구를 설치해 지난주 운영을 시작했다. AI 영역에 대한 규율 체계를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지에 관한 보고서를 마련해 내년에 제출하는 것이 자문기구의 핵심 역할이다. 필자는 이 자문기구의 일원으로 참여하게 되는 기회를 얻었다. 글로벌 차원에서 AI에 대한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것은 많은 논의를 필요로 한다. 우선 기존의 몇몇 국제 규율 방식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흔히 언급되는 방식 가운데 하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유사한 방식으로 국제기구를 설립해 강력한 집행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IAEA가 언급되는 이면에는 어쩌면 AI가 핵무기에 버금갈 정도로 인류의 안전에 중대한 위협 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IAEA 모형을 AI 맥락에 직접 응용하기에는 여러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IAEA를 통한 규율에서는 핵물질이 함부로 군사용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감시장치의 작동이 중요한데, AI에 대한 규율과 관련해서는 핵물질에 상응하는 감시의 대상을 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또한 핵 개발의 주체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보통인데 AI 개발의 주체는 흔히 민간기업인 것도 규율 체계의 설계에서 중요한 차이가 된다. 좀더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방식이 언급되기도 한다. 이 방식은 국제 논의를 통해 일종의 표준을 마련한 뒤 그 표준을 회원국들이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개별 국가들이 어느 정도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한 동시에 모든 국가들에서 일관성 있게 충족돼야 하는 기준을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 이 방식의 중요한 특징으로 꼽힌다. 더욱 높은 수준의 유연성이 확보될 수 있는 방식으로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방식이 언급된다. 전문가들을 통해 정기적으로 현황 보고서를 마련하도록 하고 그것에 기초해 그 후속 작업으로 국제적 정책 논의가 진행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와는 별개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가 언급되기도 한다. 국제적으로 협력해 여러 나라 연구자들끼리의 공동연구가 가능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수 있게 장려하는 것이 핵심이다. 다양한 국제기구가 참고로 언급되고 있는 것은 AI에 관한 국제 규율 체계의 모색이 아직은 초기 단계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언급된 것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이 참고로 더 제시될 수 있고 기존의 사례와는 무관하게 새로운 규율 체계를 고안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다. 이번에 구성된 자문기구에는 다양한 배경을 지닌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AI가 인류에게 풍요로움을 안겨 주는 유용한 도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아 최선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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