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세지감 한·일 바둑/任泰淳 체육팀 기자(오늘의 눈)
일본 바둑계가 15일 흥분했다.趙治勳 9단이 도전자 王立誠 9단을 누르고 본인방을 10연패,다카가와 슈카쿠(高川秀格) 9단이 갖고 있던 타이틀 최다방어기록 9연패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일본 프로기전 67년 만에 나온 값진 기록이니 만큼 흥분하는 것도 당연한다.기전을 주최한 마이니치 신문은 물론 아사히,요미우리,NHK 등 주요 언론사들은 1면 사회면에 ‘전인미답의 경지’,‘새로운 역사 창조’라며 趙9단의 업적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趙9단의 이런 쾌거를 다룬 국내 언론 보도는 일본과 사뭇 달랐다.사회면 등에 비중있게 다루었지만 趙9단이 처음 타이틀을 획득한 70년대 후반이나 일본 3대 기전인 기성,명인,본인방을 획득해 대삼관을 이룬 80년대에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유명 한국인에게 극찬으로 일관했던 우리 언론의 생리로는 다소 의외라고 할수 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수 있다.우선 20여년 넘게 정상을 군림해와 타이틀 방어가 당연하지 않냐는 인식이 작용했을수 있다.
기록으로서의 값어치가 상대적으로 처지는 것도 빛을 바래게 한다.국내에서 타이틀 최다 방어기록은 曺薰鉉 9단이 서울신문사 주최 패왕전에서 수립한 16연패다.趙9단보다 6회 앞서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바둑이 세계 정상이라는 자부심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듯 하다.70년대는 물론 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일본기사들만 만나면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들었다.
그러나 90년 曺薰鉉 9단이 4년에 한번 열려 바둑올림픽이라 불리는 응창기배를 거머쥐고 李昌鎬 9단,劉昌赫 9단,徐奉洙 9단 등 국내 기사들이 후지쓰배,동양증권배 등 세계 기전을 잇따라 석권하자 세계 바둑의 무게 중심이 한국으로 이동했다.중국은 물론 바둑 종주국이라 자부하는 일본도 한국 바둑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바둑에 대한 연구와 공부를 게을리 하면 중국과 일본 기사들이 한국 바둑을 다시 추월할 지 모른다.그 만큼 실력차가 미미하기 때문이다.한국기사들이 부단히 정진,趙治勳 9단이 한국으로 ‘역유학(逆留學)’을 오게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