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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복엔 피하세요… 맛, 멋, 미 모두 녹여낸 ‘프렌치 수프’[영화 프리뷰]

    공복엔 피하세요… 맛, 멋, 미 모두 녹여낸 ‘프렌치 수프’[영화 프리뷰]

    신선한 재료로 정성 들여 만든 요리들을 보고 있자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공복에 영화를 본다면 자칫 낭패를 겪을 수 있겠다. 19일 개봉하는 트란 안 훙 감독 영화 ‘프렌치 수프’는 1885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20년 동안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온 외제니(줄리엣 비노쉬 분)와 도댕(브누아 마지멜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고기와 채소를 푹 익히며 끓인 국물을 헝겊으로 걸러 낸 콩소메 수프, 페이스트리의 가운데를 파내 고기나 해산물, 채소 등을 소스와 함께 채운 볼로벙, 스펀지케이크 시트에 아이스크림을 얹고 머랭으로 덮어 오븐에 구운 디저트 오믈렛 노르베지엔 등 프랑스 요리의 향연을 펼친다. 맛뿐 아니라 고풍스러운 멋이 배어 나오는 대사도 음미해 봄 직하다. 도댕은 한 왕국의 왕에게서 정찬 대접을 받은 뒤 보답으로 초대를 계획하는데, 평범한 프랑스 수프 요리 포토푀를 주메뉴로 내놓으려 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요리사다. “마흔 전에는 미식가가 될 수 없다”거나 “새로운 요리를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는 등 그가 요리를 바라보며 표현하는 대사에서 진중한 멋이 느껴진다. 영화는 1920년대 출간된 마르셀 루프의 소설 ‘도댕 부팡의 삶과 열정’을 각색했다. 외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작하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둘이 함께 요리를 만들고 사랑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주로 담았다. ‘인생의 가을’인 중년에 들어선 외제니와 도댕의 사랑을 그려 낸 시선은 자못 철학적이다. 서로 사랑하지만 외제니는 도댕의 구애를 번번이 거부하고 도댕은 그런 외제니를 ‘파트너’로 존중하며 늘 사랑한다. 트란 안 훙 감독은 “오랜 세월이 지나도 도댕이 여전히 외제니에게 매료되어 있는 이유는 그가 그녀를 온전히 소유한 적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며 “둘 관계의 아름다움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부부였다가 이혼한 두 배우가 오랜만에 연인으로 연기하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1993년 데뷔작 ‘그린 파파야 향기’로 제46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씨클로’로 제5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감독은 빛과 색채의 미학을 추구하기로 유명하다. 요리 과정과 이를 즐기는 장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 요리에서 외제니의 나신으로 옮겨가는 장면 등 탄성이 나올 미장센이 가득하다. 맛과 멋, 미까지 잘 녹여낸 영화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135분. 12세 이상 관람가.
  • 보고 있으면 배고파진다…맛, 멋, 미 잘 녹인 ‘프렌치 수프’[영화프리뷰]

    보고 있으면 배고파진다…맛, 멋, 미 잘 녹인 ‘프렌치 수프’[영화프리뷰]

    신선한 재료로 정성들여 만든 요리들을 보고 있자니 슬슬 배가 고파진다. 공복에 영화를 본다면 자칫 낭패를 겪을 수 있겠다. 19일 개봉하는 트란 안 훙 감독 영화 ‘프렌치 수프’는 1885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20년 동안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온 외제니(줄리엣 비노쉬 분)와 도댕(브느와 마지멜 분)의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고기와 채소를 푹 끓인 국물을 헝겊으로 걸러낸 콩소메 수프, 페이스트리의 가운데를 파내어 고기나 해산물, 채소 등을 소스와 함께 채운 볼로방, 스펀지케이크 시트에 아이스크림을 얹고 머랭으로 덮어 오븐에 구운 디저트 오믈레트 노르베지엔 등 프랑스 요리의 향연을 펼친다. ‘너무 맛있어서 신 몰래 먹었다’는 요리로 알려진 오르톨랑 조리법과 수건을 뒤집어쓰고 먹는 장면 등도 볼거리다. 맛뿐 아니라 고풍스러운 멋이 배어 나오는 대사도 음미해봄 직하다. 도댕은 한 왕국의 왕에게서 정찬 대접을 받은 뒤 보답으로 초대를 계획하는데, 평범한 프랑스 수프 요리 포토푀를 주메뉴로 내놓으려 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요리사다. “마흔 전에는 미식가가 될 수 없다”거나 “새로운 요리를 발견하는 것은 새로운 별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 등 그가 요리를 바라보는 대사에서 진중한 멋이 느껴진다. 도댕의 미식가 친구들이 정찬을 함께 즐기며 각 요리의 역사에 대해 술술 풀어놓고, 토론을 벌이는 장면, 경매에서 산 50년 된 와인에 대한 예찬 등도 진득하게 다가온다.영화는 1920년대 출간한 마르셀 루프의 소설 ‘도댕 부팡의 삶과 열정’을 각색했다. 외제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시작하는 원작과 달리, 영화는 둘이 함께 요리를 만들고 사랑하며 존중하는 모습을 주로 담았다. ‘인생의 가을’인 중년에 들어선 외제니와 도댕의 사랑을 그려낸 시선은 자못 철학적이다. 서로 사랑하지만 외제니는 도댕의 구애를 번번이 거부하고, 도댕은 그런 외제니를 ‘파트너’로 존중하고 여전히 사랑한다. 트란 안 훙 감독은 “두 사람을 갈라놓는 유일한 것은 결혼에 대한 생각 차이인데, 둘의 관계의 아름다움은 바로 거기에 있다”면서 “도댕이 오랜 세월이 지나도 여전히 외제니에게 매료되어 있는 이유는 그가 그녀를 온전히 소유한 적이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부부였다가 이혼한 두 배우가 오랜만에 연인으로 연기하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1993년 데뷔작 ‘그린 파파야 향기’로 제46회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 ‘씨클로’로 제5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감독은 빛과 색채의 미학을 추구하는 이로 유명하다. 요리 과정과 이를 즐기는 장면, 아름답고 평화로운 시골 풍경, 요리에서 외제니의 나신으로 가는 장면 등 탄성이 나올 미장센이 가득하다. 맛과 멋, 미까지 잘 녹여낸 영화는 그야말로 일품이다. 135분. 12세 이상 관람가.
  • 255만원 ‘누드 스시’ 업소에 대만 발칵…이용객 후기도 충격적[핫이슈]

    255만원 ‘누드 스시’ 업소에 대만 발칵…이용객 후기도 충격적[핫이슈]

    대만에서 여성의 몸을 접시 삼아 초밥 등 음식을 올려 먹을 수 있는 업소의 존재가 폭로돼 사회적 충격을 안겼다. 자유시보의 1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대만 타이중시(市)의 한 프라이빗 클럽에서는 나체의 여성 몸 위에 스시 등 음식을 올려놓고 판매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체가 공개한 사진 속 여성의 중요 부위에는 꽃이나 나뭇잎이, 몸 곳곳에는 생선회와 초밥 등이 올려져 있다. 마치 접시처럼 음식을 받치고 있는 여성은 손님들이 식사를 마칠 때까지 움직이지 않아야 한다. 보도에 따르면, 일명 ‘누드 스시’ 메뉴의 가격은 6만 대만 달러, 한화로 약 255만원 정도로 알려졌다. 홍콩 매체인 싱타오데일리는 해당 업소가 고용한 여성은 최소 2시간을 일하고 2만 대만 달러(약 85만 원)을 받는다고 전했다. 해당 클럽을 직접 방문했다는 한 손님은 자유시보에 “친구들과 그곳을 방문했을 때, 여성이 나체로 테이블에 누워 있는 것을 목격했다”면서 “요리사가 현장에서 직접 생선회와 초밥 등 재료를 하나씩 (여성의 몸 위에) 배치했다. 여성의 몸은 꽃과 음식으로만 덮여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님은 “재료의 품질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음식 가격은 최소 6만 대만달러”라면서 “고온이나 체온에 노출될 경우 재료의 신선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가게 측은 음식의 신선도가 떨어질 것을 염려해 반드시 일정 시간 안에 음식을 모두 먹어야 한다고 말했고, 현장에는 최소 12명의 손님이 있었다”면서 “시각적 충격이 매우 컸다”고 덧붙였다. 자유시보는 “일본에서는 나체의 여성을 식기로 사용하고, 생선회나 초밥 등의 음식을 몸에 얹어놓고 먹는 독특한 ‘나체 문화’가 있다”고 소개한 뒤 “대만에는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장이 소수에 불과하지만 실제로 타이중에 (이러한 가게가)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해당 업소가 공연음란죄 및 사회질서유지법 등을 어긴 것이 없는지 조사 중이다. 타이중시 보건국은 대중으로부터 불만 사항이 접수될 경우 후속 조치를 취하고,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벌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유시보는 “해당 업소의 특성상 업종의 경계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법적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에서 ‘뇨타이모리’로 불리는 누드 스시는 에도시대 당시 유곽에서 여성의 나체에 술을 붓고 마시던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설이 있다. 1960년대 이후 일본의 고도성장기에 온천 산업에서 남성 고객들을 끌어들이려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에서는 공중 보건 및 도덕적인 이유로 2005년부터 해당 관행을 금지했다.서구권에서는 일본의 관능적인 문화로 인식돼 호화스러운 파티 등에 종종 등장해 왔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래퍼 예(Ye·개명 전 칸예 웨스트)는 자신의 46번째 생일 파티에 뇨타이모리를 선보여 논란이 일었다. 당시 칸예의 파티에 참석한 이들이 SNS에 올린 사진과 영상에는 나체에 가까운 여성들이 테이블 위에 누워있고, 여성의 신체 위와 주변으로 초밥이 놓인 모습이 담겼다. 특히 이날 파티에는 칸예의 9살 딸 노스 웨스트도 참석한 사실이 알려져 비난이 쏟아진 바 있다.
  • 급식실엔 ‘조리 로봇’… 전주 국제한식조리학교는 폐교

    학교 급식실에 조리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고, K푸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한식조리학교는 10여년 만에 문을 닫았다. 로봇 셰프가 사람의 손맛을 대체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3일 전북자치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학교 급식에 ‘조리 로봇’ 도입이 검토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과 강원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다. 서울시교육청은 극심한 조리인력난 해결을 위해 지난해 숭곡중학교에 ‘협동 로봇’을 설치했다. 강원교육청은 급식 종사자의 근무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 4월부터 춘천 한샘고등학교에서 ‘학교 급식용 튀김 로봇’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전북은 인력 부족이 아닌 종사자의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조리 로봇 도입을 검토한다. 전북교육청은 튀김 로봇을 기증받아 시범 운영에 들어간 강원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리 로봇 도입에 따른 일자리 문제가 우려된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31일 급식종사자 대표 등과 회의했다. 로봇 도입 시 현장에 미칠 영향을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타 시도의 사례를 토대로 이제 의견수렴을 시작했을 뿐 결정된 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반면 K푸드 요리사를 양성하겠다며 야심 차게 문을 연 전주 국제한식조리학교는 경영상의 이유로 폐교됐다. 지난 2012년 농식품부와 전북도·전주시·전주대 등이 120억원을 들여 설립한 국제한식조리학교는 입학생이 매년 30여명에 달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전북도와 전주시의 한시적 지원금(22억원)이 중단됐고,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부터 입학생마저 한 자릿수로 크게 줄어 운영난에 처했다. 교육과정을 마치더라도 학위 인정이 안 되고, 비자 문제로 외국 학생·셰프 채용이 여의찮았다. 결국 운영 주체인 국제한식문화재단이 지난달 말 법인 해산 신청서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하고 청산 절차를 밟았다. 국제한식조리학교 2대 교장을 맡았던 민계홍 전주대 외식산업조리학과 교수는 “‘K푸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한식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중단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 음식은 (로봇) 손맛?…급식실은 ‘조리 로봇’, 한식 전문가 양성소는 ‘폐교’

    음식은 (로봇) 손맛?…급식실은 ‘조리 로봇’, 한식 전문가 양성소는 ‘폐교’

    학교 급식실에 조리 로봇이 사람을 대신하고, K-푸드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한식조리학교는 10여년 만에 문을 닫았다. 로봇 셰프가 사람의 손맛을 대체하는 시대가 찾아왔다. 전북자치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북 학교 급식에 ‘조리 로봇’ 도입이 검토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서울과 강원에 이어 전국에서 세 번째다. 서울교육청은 극심한 조리인력난 해결을 위해 지난해 서울 숭곡중학교에 ‘협동 로봇’을 설치했다. 강원교육청은 급식 종사자의 근무 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지난 4월 춘천 한샘고등학교에 ‘학교 급식용 튀김 로봇’ 시연회를 개최하며 시범 운영했다. 전북은 조리 인력 부족이 아닌 종사자의 건강권 확보 차원에서 조리 로봇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전북교육청은 튀김 로봇을 기증받아 시범 운영에 들어간 강원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리 로봇 도입에 따른 급식 종사자 일자리 문제가 우려된다. 이에 전북교육청은 지난달 31일 급식종사자 대표 등을 불러 조리 로봇 도입안에 대한 회의를 진행했다. 로봇 도입 시 현장에 미칠 영향을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서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는 “타 시도의 사례를 토대로 이제 의견수렴을 시작했을 뿐 결정된 건 없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반면 K-푸드 요리사를 양성하겠다며 야심 차게 문을 연 전주 국제한식조리학교는 경영상의 이유로 폐교됐다. 지난 2012년 농식품부와 전북도·전주시·전주대 등이 120억원을 들여 설립한 국제한식조리학교는 입학생이 매년 30여명에 달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전북도와 전주시의 한시적 지원금(22억원)이 중단됐고,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부터 입학생마저 한 자릿수로 크게 줄었다. 운영난에 처하면서 실습에 필요한 식재료는 물론 학생과 교수진 확보도 어려웠다. 교육과정을 마치더라도 학위 인정이 안 되고, 비자 문제로 외국 학생·셰프 채용이 여의찮았다. 결국 운영 주체인 국제한식문화재단이 지난달 말 법인 해산 신청서를 농림축산식품부에 제출하고 현재 학교 청산 절차를 밟았다. 국제한식조리학교 2대 교장을 맡았던 민계홍 전주대 외식산업조리학과 교수는 “‘K-푸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한식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중단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스페인 요리에 매료된 어느 이탈리아 요리사의 고백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스페인 요리에 매료된 어느 이탈리아 요리사의 고백

    가끔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곤 한다. 이탈리아에서 요리를 배웠고, 가장 좋아하는 와인은 프랑스 와인이며, 지금은 스페인식 타파스바를 운영하고 있노라고. 이토록 아이러니한 삶이라니. 듣는 이가 웃으라고 하는 농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심이다. 파스타의 매력에 빠져 요리의 길에 접어들게 한 이탈리아는 지금의 나를 낳은 어머니 같은 존재다. 이탈리아 와인으로 시작했지만 이것저것 마시다 보니 프랑스 와인의 섬세함에 유독 매료됐다. 마치 첫사랑 같다고 할까. 이탈리아 유학을 마치고 난 후 견문을 넓히고자 밟은 스페인 땅에서 나지막이 이렇게 외쳤다. ‘아, 스페인으로 유학 올걸….’ 그 후로 스페인을 더 많이 찾고 스페인 음식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어머니에게서 태어났지만 나를 기른 아버지 같은 존재랄까. 뭇 남자들이 그러하듯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첫사랑의 영향을 받고 남자는 세상에 던져진다. 스페인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묻는 손님들을 종종 만난다. 그럴 때면 이렇게 대답한다. 이토록 전 국민이 음식에 진심인 나라는 흔치 않다고 말이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 하면 그 나라의 식당과 시장에 가 보면 된다. 시장에 있는 식재료들의 품질이 좋고 다양할수록, 음식을 허투루 내는 경우가 적을수록 식문화 수준이 높은 편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런 곳일수록 음식이 형편없는 식당 같은 건 애초에 유지조차 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도태되기 마련이다. 그토록 많은 곳을 다녔지만 스페인에서 음식으로 실망한 적은 별로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렇다면 스페인 요리의 매력은 뭘까. 요리사의 관점으로 볼 때 프랑스는 고급 요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돈이 있는 만큼만 잘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탈리아 요리는 일상의 영역에서 꽤 다양함을 추구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프랑스 요리에 열등감을 갖고 있는 듯한 모습을 꽤 목격하게 된다.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이탈리아 요리들은 프랑스 요리의 그것과 거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고급 식당에선 파스타의 유무로 프랑스 요리와 이탈리아 요리를 겨우 구분할 수 있을 정도다. 스페인 요리는 이탈리아나 프랑스에 비해 직관적이다. 손을 많이 더하지 않아도, 복잡한 스킬을 구사하지 않더라도 좋은 재료가 갖고 있는 맛을 잘 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토마토, 올리브오일, 마늘, 고추만 있으면 그 어떤 재료를 쓰더라도 간단하지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 입맛에도 이탈리아, 프랑스보다는 마늘과 고추를 잔뜩 쓰는 스페인 요리가 더 맞는 편이다.스페인을 찾는 관광객들은 주로 남쪽을 향한다. 관광 아이콘들이 주로 남쪽에 있기 때문이다. 먹는 데 더 진심인 식도락가라면 남쪽보다는 북쪽을 향하는 걸 권장한다. 음식에 진심인 스페인인 중에서도 북쪽의 바스크 지역 사람들은 스스로가 음식 그 자체인 사람들이다. 흔히 타파스라고 불리는 안주 겸 식사거리인 작은 음식 중에서도 핀초스를 탄생시킨 곳이다. 빵에 각종 재료를 올린 후 꼬챙이에 꽂아 나온 타파스를 핀초스라고 하는데 바스크 지방의 주도인 산세바스티안(도노스티아)은 핀초스 바가 즐비해 있다. 한 도시 안에 미슐랭 별이 가장 많은 곳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길거리 음식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고급 요리를 한곳에서 맛볼 수 있다. 해산물을 좋아한다면 대서양이 인접한 북쪽 지방 서쪽 끄트머리에 있는 갈리시아 지방을 한번 찾아가 보는 것도 좋다. 그 유명한 스페인식 문어 요리와 홍합, 각종 해산물 요리의 본산이다. 바스크 지역과 갈리시아 지역 사이에 있는 아스투리아스 지역은 산이 많아 낙농업이 발달했는데 질 좋은 유제품들과 염소고기, 콩과 돼지고기, 모르시야란 스페인식 피순대를 넣어 겨울을 이겨 낼 수 있는 따듯한 수프인 파바다가 유명하다. 사과주인 쿰쿰한 시드라도 이 지역만의 별미다. 스페인엔 이베리코 돼지만 있는 건 아니다. 품질 좋은 소고기로도 유명한데 어느 식당에서든 ‘출레톤’이란 이름이 보이면 반드시 주문해 봐야 할 필요가 있다. 두꺼운 뼈등심스테이크를 부르는 말인데 우리가 흔히 먹는 기름 낀 소고기보다 훨씬 부드러우면서 담백한 맛으로 인해 고기에 대한 관념이 바뀔 수도 있다. 탄수화물에 대한 욕구만 내려놓는다면 스페인은 음식에 있어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지금은 스페인에 한껏 매료돼 있지만 아직 가 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와 조우하면 또 달라질지도 모르겠다. 사실 다음 목적지는 이미 정해 놓은 상태다. 기회가 온다면 남미 요리에 담긴 스페인 요리의 DNA를 찾아 나설 계획이다. 갑자기 업종이 바뀌어도 이해해 주시기를.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 尹, 기자들과 김치찌개 만찬…“언론 조언과 비판 듣고 국정 운영할 것”

    尹, 기자들과 김치찌개 만찬…“언론 조언과 비판 듣고 국정 운영할 것”

    앞치마 맨 尹, 직접 고기 굽고 배식도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용산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출입 기자들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언론인 여러분과 더 공개적인 시간을 많이 가지며 여러분의 조언과 비판을 많이 듣고 국정을 운영할 것을 다시 한번 약속드린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저녁 초대’라는 제목으로 열린 출입 기자 초청 만찬 간담회에는 출입 기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과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비서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전광삼 시민사회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 7수석도 자리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제가 취임하면서 여러분한테 후보 시절 ‘집사부일체’ 때 나온 계란말이와 김치찌개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는데, 벌써 2년이 지나도록 못했다”며 “오늘은 양이 많아서 직접은 못 했고, 운영관한테 레시피를 적어줘서 이것대로 하라고 했으니 배식은 해 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만찬은 2시간여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대통령에 취임하면 기자들에게 직접 끓인 김치찌개를 대접하겠다’고 약속했고, 취임 2년 만에 윤 대통령이 직접 요리사로 나섰다. 윤 대통령은 앞치마를 매고 직접 고기를 굽고 계란말이를 만드는 등 ‘메인 셰프’를 맡았고, 3실장과 7수석은 보조 셰프로 고기를 구웠다.윤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 정부는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며 “언론도 이런 글로벌 취재, 국제 뉴스를 더 심층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기자 여러분의 연수 취재 기회를 많이 만들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도운 홍보수석에게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언론인 연수 규모를 듣고 “언론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내년부터는 세자리로 한번 만들어 봅시다”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언론은 정부나 정치하는 사람 입장에서 볼 때는 불편하다’고 말한 기자가 있는데 맞다. 전세계 지도자가 언론이 없다면 얼마나 좋겠냐 생각할지 모르지만 언론이 없으면 그 자리에 못 간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으로부터 공격과 비판도 받지만 저와 정치인 모두가 (언론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다”고 덧붙였다.
  • 케밥·파에야 8000원 ‘듬뿍’… 성북, 19개국 식도락 ‘흠뻑’[현장 행정]

    케밥·파에야 8000원 ‘듬뿍’… 성북, 19개국 식도락 ‘흠뻑’[현장 행정]

    “성북동에서의 화창한 아침에 중동·유럽·남미의 별미를 한자리에서 먹으니 제대로 미식 여행을 한 기분입니다. 파에야나 케밥이 8000원,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먹기도 좋아요.” 4대륙 19개국 대사관 요리사가 참여한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이 열린 지난 19일 서울 성북로 일대는 주말 아침부터 방문객들로 들썩들썩했다. 스페인, 튀르키예, 우즈베키스탄 등 대사관들이 모인 성북동에서 누리마실이 열린 건 16회째다. 친구 둘과 함께 축제를 찾은 성북동 주민 홍모(36)씨는 “캔맥주를 따로 챙겨 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올해 누리마실은 고물가를 고려해 음식 가격을 8000원 이하로 책정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방문객이 바가지요금 스트레스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축제의 시작은 이승로 성북구청장의 개회 선언과 함께 사물놀이패로 시작한 퍼레이드가 알렸다. 전통 의상이나 참여국 깃발을 든 대사관 직원들은 뒤를 따라 걸으며 행렬을 이뤘다. 특히 성북구를 대표하는 전통 사찰음식도 도전장을 냈다. 외교관 사택단지 인근 수월암과 정릉동 운선암이 선보인 사찰음식은 내국인과 외국인 모두에게 인기를 끌었다. 수월암 주지 혜범 스님은 “지금 계절에 나는 채소를 이용해 연잎밥, 오이만두, 가지새싹말이 등 건강한 먹거리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파라과이 유학생 애나(23)는 “사찰음식을 처음 맛봤는데 담백하고 깔끔하면서 중독적인 맛”이라며 “한국에 있는 동안 절 체험도 떠나 보겠다”고 말했다. 누리마실은 모든 음식을 다회용기에 담아 쓰레기를 줄이고 기후 위기를 함께 고민했다. ‘기후미식 특별존’에 마련된 전통 사찰음식은 쌀 뻥튀기를 그릇으로 활용하며 쓰레기를 최소화했다. 성북구 관계자는 “음식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까지 생각하는 기후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문화 다양성, 공정무역 체험존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았다. 9시간 동안 열린 누리마실에는 5만명이 참여했다. 누리마실은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가 뽑은 ‘지역문화매력 100선’에 서울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세계 40여개국 대사관저가 밀집하고 외국인 유학생이 많은 8개 대학이 모인 성북동의 특색이 담긴 축제로 인정받은 결과다. 이 구청장은 “음식을 통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며 세계가 밥상 공동체라는 가치를 담은 누리마실이 더 많은 사람과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 사찰음식도 참여하는 성북세계음식축제…“모두가 살아가는 맛”

    사찰음식도 참여하는 성북세계음식축제…“모두가 살아가는 맛”

    서울 성북구가 오는 19일 성북로 일대에서 개최되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에서 사찰음식 부스가 처음으로 운영된다고 15일 밝혔다. 올해로 16회를 맞이하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해마다 약 5만명이 방문하는 강북지역 대표 축제다. 올해는 ‘모두가 살아가는 맛’이라는 슬로건으로 세계의 다양하고 가치 있는 음식과 문화를 맘껏 맛보고 즐기는 자리로 꾸며질 예정이다.축제에는 스페인, 터키, 우즈베키스탄, 오만, 네팔, 에콰도르, 페루, 브라질 등 4대륙 19개국이 참여한다. 각 나라 대사관 요리사가 선보이는 세계음식요리사 부스를 돌며 세계 미식여행을 성북동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해는 특별히 사찰음식, 로컬푸드, 비건을 주제로 한 우리상생요리사 부스와 성북구 지역 가게·공동체의 세계음식 등으로 구성된 성북으뜸요리사 부스도 운영한다. 전통사찰음식은 성북구 외교관 사택단지 인근에 있는 수월암과 정릉동 국민대 건너편에 위치한 운선암이 선보인다. 수월암 주지 혜범 스님은 조계종 한국사찰음식체험관 지도법사를 역임했으며 전통사찰음식의 가치를 알리고 대중화에 힘쓰는 대표적인 인물 중 하나다. 누리마실에는 오이만두, 나물전, 주먹밥, 청국장김말이, 버섯양념튀김, 가지새싹말이, 연잎밥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취나물, 오이 등 제철 재료로 메뉴를 구성했다. 특히 오이만두는 수월암의 차별화한 메뉴다. 용기는 뻥튀기를 활용해 용기까지 하나의 요리로 구성함으로써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줄였다. 혜범스님은 “이제 음식이 인간의 건강뿐 아니라 우리가 살아갈 지구의 미래까지도 결정한다는 인식의 확산으로 외국인은 물론 많은 이가 전통사찰음식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음식을 통해 다양한 문화가 화합하는 누리마실의 지향하는 바를 적극 응원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은 모든 음식가격을 8000원 이하로 책정해 방문객이 바가지요금 스트레스 없이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축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마지막 음식 주문은 오후 7시 30분이다.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내려 걸어서 축제장소로 이동하면 된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19개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수천만원의 여행경비가 필요할 것” 이라며 “교통카드 한 장으로 4호선 한성대입구역으로 오셔서 조금만 걸으시면 세계 음식과 문화를 한 자리에서 체험할 수 있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을 즐기실 수 있으니 이번 주말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함께 방문하시어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 8000원에 ‘세계 미식여행’… 19일 성북로서 즐겨요

    8000원에 ‘세계 미식여행’… 19일 성북로서 즐겨요

    성북세계음식축제 ‘누리마실’이 오는 19일 성북로 일대에서 열린다고 서울 성북구가 12일 밝혔다. 16회째인 누리마실은 해마다 약 5만명이 방문하는 강북 지역 대표 축제로 꼽힌다. 올해는 ‘모두가 살아가는 맛’을 슬로건으로 세계 각국의 다양하고 가치 있는 음식과 문화를 맛보고 즐기는 자리로 꾸며진다. 축제에는 스페인, 터키, 우즈베키스탄, 오만, 네팔, 에콰도르, 페루, 브라질 등 4대륙 19개국 안팎이 참여한다. 대사관 요리사들이 준비한 ‘세계음식요리사’ 부스를 돌며 세계 미식 여행을 한곳에서 즐길 기회다. 사찰음식, 로컬푸드, 비건을 테마로 한 ‘우리상생요리사’ 부스와 성북구 지역 가게·공동체의 세계음식 등으로 구성된 ‘성북으뜸요리사’ 부스도 운영된다. 모든 음식 가격을 8000원 이하로 책정해 바가지요금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행사장의 모든 음식 용기를 다회용기로 사용해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축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다. 마지막 음식 주문 시간은 오후 7시 30분이다. 성북구 관계자는 “수천만원의 여행 경비 대신 교통카드 한 장으로 세계음식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누리마실에 와 문화와 맛으로 가득 채우는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 “꼭 맛보시라”… 北 선전 매체가 권한 ‘건강 음식’은

    “꼭 맛보시라”… 北 선전 매체가 권한 ‘건강 음식’은

    북의 대외 선전용 매체가 ‘평양 비빔밥’을 공개적으로 홍보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코로나19 이후 빗장을 풀기 시작한 북한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북한의 대외 선전용 월간지 ‘금수강산’ 5월호에는 평양 락랑박물관 민족식당에서 판매하는 평양 비빔밥이 소개됐다. 매체는 비빔밥에 대해 “전통 음식의 하나”라며 “김이 문문 나는 백미밥 우에(위에) 소고기볶음이며 닭알부침, 그리고 갖가지 나물을 보기 좋게 놓아 비벼 먹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고명으로는 녹두나물(숙주나물), 미나리, 버섯, 불린 고사리, 도라지, 송이버섯 등을 올리고 마지막에는 구운 김을 살짝 뿌린 뒤 맑은장국과 나박김치, 고추장을 곁들여 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늘 평양 비빔밥은 여러 가지 음식감의 영양소를 골고루 흡수할 수 있는 유익한 건강 음식으로 인정돼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에까지 널리 보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그러면서 “동포 여러분. 조국을 방문하는 기회에 꼭 락랑박물관 민족식당에 들려(들러) 이곳 요리사들의 성의가 깃든 평양 비빔밥을 직접 맛보시라”며 선전했다. 또 다른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지난해 12월 평양 비빔밥이 ‘지방비물질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선전은 관광객을 유치해 외화벌이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해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한 이후 북한은 러시아에 국경을 열고 관광객을 받고 있다. 관광객은 아니지만 이달 2일에는 중국 정부 유학생의 입국을 허용한 바 있다.
  • 불혹 맞은 ‘짜파게티’… 4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신제품 공개

    불혹 맞은 ‘짜파게티’… 4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신제품 공개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 한때 중독성 있는 광고 카피로 일요일마다 온 가족의 앞치마를 두르게 했던 짜파게티가 올해로 출시 4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농심은 서울 성수동에 짜파게티 팝업스토어를 운영함과 동시에 신제품 ‘짜파게티 더 블랙’을 출시한다고 30일 밝혔다. 농심은 1984년 3월 ‘한국인이 사랑하는 짜장면을 집에서도 간편하게 즐기게 하겠다’는 목표로 짜파게티를 선보였다. 출시 직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기존 짜장라면과 차별화된 고소하고 진한 ‘짜파게티맛’이란 새로운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결과 매년 20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농심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농심은 지난 40년간 짜파게티에 보내준 소비자 사랑에 보답하고, 짜파게티로 새로운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팝업스토어와 신제품을 준비했다. ●‘짜파게티 분식점’ 팝업스토어 운영… “눈과 입으로 맛봐요” 농심은 지난 12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약 1개월간 서울 성수동 플랜트란스에서 ‘짜파게티 분식점’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팝업스토어는 올해 짜파게티 출시 40주년을 맞아 분식점을 콘셉트로 기획했다. 농심 관계자는 “국내 짜장라면의 대명사인 짜파게티, 그리고 모두의 추억이 깃든 공간이자 떡볶이, 라면 등 다양한 K푸드의 산실인 분식점을 결합한 팝업스토어”라며 “실제 분식점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짜파게티를 눈과 입으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팝업스토어는 짜파게티를 포함한 라면과 분식 메뉴를 맛보는 ‘쿡존’(Cook Zone)과 전시, 게임, 이벤트를 체험하는 ‘플레이존’(Play Zone)으로 구성됐다. 쿡존에서는 주문조리와 셀프조리를 선택할 수 있다. 주문조리는 짜파구리, 마라짜파게티, 파김치 및 치즈토핑 짜파게티 등 미리 준비된 짜파게티 메뉴를 선택해 주문하는 방식이다. 셀프조리는 신라면과 너구리가 제공되며, 원하는 면 익힘, 맵기, 토핑을 선택하고 셀프 조리기기를 이용해 입맛에 맞는 라면을 즐길 수 있다. 플레이존은 ▲대형 짜파게티 ‘포토존’ ▲짜파게티 출시년도인 1984년을 콘셉트로 짜파게티에 대한 과거 자료를 살펴볼 수 있는 ‘히스토리존’ 등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짜파게티 대표 광고 카피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를 활용한 ‘일요일 캘린더 게임’, ‘짜파게티 요리사 자격증’ 획득 게임 등 브랜드 활용 콘텐츠가 눈길을 끈다.●‘짜파게티 더 블랙’ 출시… 더 진하고 쫄깃하게 농심은 짜파게티 40주년을 맞아 신제품 짜파게티 더 블랙도 선보였다. 이 제품은 기존 짜파게티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면과 수프 모두 새로운 변화를 줘 깊고 진한 맛을 구현했다. 짜파게티 더 블랙의 면은 건면으로, 짜파게티의 굵은 면발 특징을 살리기 위해 농심 건면 중 가장 굵은 건면을 활용해 더욱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을 구현했다. 수프는 소고기 풍미를 새롭게 첨가하고 볶음양파분말 함량은 늘려 짜파게티 고유의 갓 볶은 간짜장 맛을 한층 진하게 살렸다. 건더기는 큼직한 고기건더기와 양배추로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를 모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칼슘 1일 권장량 700mg의 37%에 달하는 262mg의 칼슘을 함유해 영양도 보강했다. 농심 관계자는 “짜파게티 더 블랙은 더욱 쫄깃하고 진한 맛을 구현하면서도 건면으로 칼로리를 20% 이상 낮춘 제품”이라며 “맛과 식감, 영양 모든 측면에서 새로운 가치를 담았다”고 말했다.한국인이 키운 ‘국민라면’… 1인당 180봉지 먹었다 짜파게티의 누적 판매 수량은 약 91억개(2023년 누적)에 달한다. 신라면에 이은 국내라면 ‘넘버 2’, 비빔라면 중에서는 1등을 놓치지 않는 짜파게티의 핵심 원동력은 짜장라면이지만 짜장면을 단순히 모방한 제품이 아니라는 점이다. 짜파게티 제품명은 ‘짜장면’과 ‘스파게티’의 합성어다. 그 이름처럼 특유의 고소하고 진한 맛을 내세워 ‘짜파게티맛’이란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이 찾는 높은 짜장라면 점유율, 매년 2000억원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농심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농심의 짜장라면 도전은 1970년 출시한 롯데공업(농심 전신) ‘짜장면’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국내 처음으로 개발한 짜장라면이었다. 연구원들이 직접 발로 뛰며 전국의 짜장면 맛집을 돌아다니고, 레시피를 전수받아 만들었다. 이후 1984년 과립 수프를 도입하고 재료를 업그레이드해 짜파게티를 선보였다. 짜파게티는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 사이에서 다양한 ‘모디슈머’(자신만의 방식으로 재창조해 내는 소비자) 레시피가 생겨나며 매년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2020년 아카데미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 등장해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짜파구리’는 이미 세계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또한 소비자들은 짜파게티와 어울리는 토핑을 찾아 파김치, 치즈, 계란, 삼겹살을 얹어 먹고, 촉촉하게 혹은 꾸덕하게 먹고, 볶아먹거나 비벼 먹고, 마라짜파게티나 짜파떡볶이 등 자신의 취향이 담긴 독특한 레시피들을 자발적으로 공유한다. 제품 자체를 즐기는 것은 물론, 짜파게티를 요리 식재료의 하나로 활용한다. 농심 관계자는 “40년 전 짜파게티를 처음 만든 건 농심이지만, 짜장라면 1등으로 키워준 것은 개성 있는 레시피에 담아 보내준 소비자의 사랑”이라며 “국민 모두의 추억과 함께해 온 짜파게티가 미래의 즐거움으로 계속될 수 있도록 고유의 짜파게티맛을 지켜가겠다”고 말했다. 영화 기생충 속 ‘짜파구리’ 누가 개발했을까 짜파게티의 가장 대표적인 모디슈머 레시피인 ‘짜파구리’는 2009년 농심이 운영했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 소비자가 자신만의 이색 레시피로 소개하며 처음 등장했다. 이후 2013년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인 ‘아빠 어디가’에서 소개돼 화제를 모으며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다. 이어 2020년 2월,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수상하며 영화에 등장했던 짜파구리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계기가 됐다. 수상 직후 짜파구리 조리법에 대한 외국 소비자들의 문의가 쇄도해 농심이 직접 11개국 언어로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고, 일부 레스토랑은 영화 속 ‘채끝짜파구리’를 정식 메뉴로 운영하기도 했다. 짜파게티는 특유의 맛, 다양한 식재료와의 어울림으로 전국의 모디슈머들이 ‘나만의 레시피’를 뽐내는 제품 중 하나다. 짜파떡볶이나 마라짜파게티와 같이 전통 분식 메뉴 및 최신 유행 요리에도 접목하며 끝없는 변주를 보여주고 있다. 주말마다 요리 붐 일으킨 “내가 요리사” 광고 짜파게티가 ‘국민라면’이 된 배경에는 재미있는 광고도 큰 역할을 했다. “짜라짜라짜 짜~파게티~”,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일관된 광고 카피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주말에 앞치마를 두르고 짜파게티를 끓이는 아빠, 가족에게 짜파게티를 끓여주는 아들 등 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광고는 ‘나도 짜파게티를 손쉽게 끓여 온 가족과 함께 나눠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끔 만들었다. 광고가 효과를 거두며 짜파게티는 주말에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한 끼 식사로 자리 잡았다. 2010년 후반부터는 ‘오늘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광고 카피로, 언제 어디서나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라면으로 의미를 확장했다. 짜파게티 광고에는 다양한 모델이 거쳐갔다. 초창기 국민 엄마 강부자씨가 모델로 활동하며 제품을 알렸고, 이후 짜파게티 마니아로 알려진 수많은 연예인이 소비자 제안을 통해 짜파게티 광고에 등장했다.
  • 딸의 편지, 아들의 면도기 챙기며… 세월호 가족은 10년을 버텼다

    딸의 편지, 아들의 면도기 챙기며… 세월호 가족은 10년을 버텼다

    딱 10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476명 탑승자 가운데 304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대다수는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누군가는 이제 잊으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기억 덕분이었다. 아이들이 남긴 물건들 속 추억에서 아이들을 다시 만나며 남은 이들은 상실의 아픔을 견뎌 내고 문 밖으로 나왔다. 단원고 학생 37명의 가족은 그렇게 보관해 왔던 희생자들의 생전 물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서울신문은 15일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 ‘회억정원’이 열리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3명의 가족을 만나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 준 아이들의 물건을 통해 지난 10년을 돌아봤다.2학년 9반 조은정양은 사고가 난 그날 “제주도에서 엄마 생일 선물을 사 올게”라며 집을 나섰다. 엄마 박정화(57)씨는 그 후로 생일만 되면 은정이가 고1이던 2013년 마지막으로 써 줬던 편지를 꺼내 본다. 박씨가 늦게 일을 마친 뒤 집에 들어서자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 노래를 부르며 딸이 건넨 편지다. “엄마, 식당 일하느라 마음도 아프고 몸도 쑤실 텐데 집에 와서 또 집안일 해야 하니까 힘들지?…나중에 취직하면 첫 월급으로 엄마한테 명품 가방 사 줄게. 효녀 은정이가.” 약사가 되어 자신은 약국을 열고 엄마는 같은 건물에 미용실을 차려 주겠다던 은정이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주말이면 식당 일을 도왔다. 장사가 어려워지자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몰래 장학금을 신청하기도 했다. 책임감이 강한 은정이는 고2 땐 부반장도 맡았다. 은정이가 떠난 후 가족들은 종교를 떠났고, 참사 이듬해 겨울엔 고향 같던 안산도 떠났다. 그러다 4년 만인 2019년 다시 안산으로 돌아왔다. 은정이의 흔적이라도 회상하며 살고 싶어서였다. 박씨는 2018년부터는 가족들과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우리가 고마운 사람들을 찾아갈 때”라고 생각해서였다. 공원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고, 수해 현장 등 곳곳을 갔다가 세월호 참사 때 자원봉사자로 마주쳤던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박씨는 말한다. “은정이와의 추억이 희미해져 가는 게 안타까워요. 다음 세대들은 생명안전공원에 보관될 이 물건들을 보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주면 좋겠어요.”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10살이나 어린 동생의 끼니를 챙기던 이태민(2학년 6반)군. 그 영향인지 태민이의 꿈은 요리사였다. 태민이 엄마 문연옥(52)씨는 ‘불 앞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다’며 걱정했지만 아들은 “고등학교 가서도 꿈이 변하지 않으면 요리학원에 보내 달라”고 했다. 늘 동생들 먼저 챙기느라 또래들이 입는 유명 브랜드 옷에 눈길 한 번 안 주던 태민이가 처음으로 엄마에게 한 부탁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들의 부탁을 들어 줬다. 고1 때부터 요리학원에 다닌 태민이는 곧바로 한식 자격증을 땄다. 어느 날 “프라이팬을 사도 되느냐”고 물었다. 조리 연습하느라 바닥이 군데군데 긁힌 프라이팬을 몇 년이나 쓰다 머뭇거리며 꺼낸 말이었다. 마음껏 지원해 주지 못해 미안한데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대견해 엄마는 새것을 사 주고도 그 낡은 프라이팬을 버리지 못했다. “우리가 간직한 물건들은 우리에게는 아이들 그 자체예요. 아이들을 사랑했던 부모의 마음도 여기 담겨 있어요.” 태민이가 떠난 후 엄마는 오랫동안 하던 미용실 일도 그만뒀다. 태민이 또래의 아이들 머리를 만지면 마음이 무너질까 봐서였다. 문씨는 세월호 가족끼리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 나누기 위해 만든 공간인 ‘4·16공방’에서 위안을 얻고 있다. 먼저 간 자녀들 이름으로 서로를 부른다고 한다.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꽃말의 노란색 팬지도 얼마 전 심었다. 참사 후 5년 넘게 아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했던 문씨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다시 힘을 내겠다고 했다.친구와 놀다가도 맞벌이하는 부모님 대신 일곱 살 어린 동생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향했던 임경빈(2학년 4반)군은 그렇게 속 깊은 아들이었다. 엄마 전인숙(52)씨는 “첫째라는 이유로 너무 강하게만 키웠나 싶다”며 울먹였다. 학년이 끝날 때마다 방을 정리하던 습관 때문에 경빈이의 방 안은 원래도 물건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도 참사 직후 가족들이 엄마가 너무 고통스러워할까 방을 깨끗이 치웠다. 하지만 전씨는 나중에 안방과 거실, 화장실에서 경빈이의 흔적을 그러모았다. 조금이라도 더 오래 아들을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때 찾은 경빈이의 면도기를 10년이 지난 지금도 가지고 있다. 수학여행을 가기 전 경빈이가 아빠에게 면도를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아빠를 따라 거품을 바르며 웃던 경빈이의 얼굴을, 그 추억을 떠올리기 위해서다. 전씨는 2017년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인양된 뒤 휴대전화 등 유류품과 미수습자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지켜보는 감시단 활동을 하다 대상포진에 걸렸다. 2021년 초까지 청와대 앞에서 1년 이상 피켓 농성과 석 달 노숙 농성을 마치고 수술까지 했다. 경빈이가 구조되지 못한 이유를 밝힐 증거를 놓칠까 봐 교통사고를 당해도 쉬지 못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서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알리는 활동을 여전히 이어 가고 있는 전씨는 말했다.“참사 이후에 선박안전법 등도 개정됐고 안전의식도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바뀌어야 할 게 많아요. 이런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아이들의 명예가 정말로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 면도기·프라이팬·마지막 편지…물건에 담긴 기억과 ‘세월호 10년’

    면도기·프라이팬·마지막 편지…물건에 담긴 기억과 ‘세월호 10년’

    10년 전인 2014년 4월 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했다. 476명 탑승자 가운데 304명이 돌아오지 못했다. 대다수는 수학여행을 떠났던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었다. 누군가는 이제 잊으라고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들이 긴 세월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기억이었다. 아이들이 남긴 물건 속 추억에서 아이들을 다시 만나며 남은 이들은 상실의 아픔을 견뎌내고 문밖으로 나왔다. 단원고 학생 37명의 가족은 그렇게 보관해 왔던 희생자들의 생전 물품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서울신문은 15일 세월호 참사 10주기 기억물품 특별전 ‘회억정원’이 열리는 안산문화예술의전당에서 3명의 가족을 만나 그들의 버팀목이 되어준 아이들의 물건을 통해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한번 밖에 쓰지 못한 경빈이의 면도기 한 학년이 끝나면 방에서 필요 없는 물건 한 아름을 꺼내 버리던 2학년 4반 임경빈군의 방에는 물건이 많지 않았다. 참사 직후 가족들은 엄마 전인숙(52)씨의 고통이 커질까 봐 방을 깨끗이 치웠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도와 친구와 놀다가도 7살 어린 동생을 데리러 어린이집으로 가던 경빈이는 전씨에게 각별한 아들이었다. 전씨는 “첫째라는 이유로 너무 강하게 키웠나 싶다”며 기억을 더듬다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전씨가 참사 직후 안방과 거실, 화장실에서 경빈이의 흔적을 찾아모은 것도 조금이라도 더 오래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때 찾은 면도기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간직하고 있다. 수학여행을 가기 전 TV를 보던 경빈이는 아빠에게 “나도 면도를 해야 해”라고 물었다. 수염이 아직 자라지 않았던 경빈이의 얼굴을 본 남편이 망설이자 전씨는 “아빠가 가르쳐주면 되겠네”라고 했다. 아빠를 따라 거품을 바르며 웃는 경빈이의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고 전씨는 회상했다. 그 후로 경빈이는 이 면도기를 쓰지 못했다. 목포신항부터 광화문 광장까지엄마는 아들 위해 싸우고 연대했다 경빈이가 떠난 뒤 전씨는 지난 10년간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했다. 2021년 초까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1년 이상 피켓 농성과 세달 가까운 노숙 농성을 마친 뒤엔 수술을 받아야 했다. 2017년 목포신항에서 세월호가 인양된 뒤 휴대전화 등 유류품과 미수습자 수습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지켜보는 감시단 활동을 하다가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했다. 경빈이가 구조되지 못한 이유를 밝힐 증거를 놓칠까 봐 교통사고를 당해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수습된 유류품을 씻어 보존하는 일도 전씨를 비롯한 부모들이 도맡았다. “이렇게 오래 싸워야 할 줄 몰랐다”는 전씨는 경빈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버티고 또 버텼다. ‘내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거리로 나왔다’며 시간을 쪼개 힘을 보내주는 이들을 만나다 보니 다른 참사 피해자들과도 연대하게 됐다. 노동자가 일하다 죽었을 때, 스텔라데이지호 참사 피해자나 장애인부모연대 소속 부모들이 거리로 나설 때면 곁에 있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의 분향소도 지켰다. 경빈이와 같은 반 엄마들이 경빈이의 동생을 돌봐준 덕분에 전국 곳곳을 다닐 수 있었다. 단원고 4·16 기억교실에선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알리는 활동도 이어가고 있다. 전씨는 “참사 이후에 선박안전법 등도 개정됐고 안전의식도 조금은 나아졌지만, 아직도 바뀌어야 할 게 많다”며 “이런 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아야 아이들의 명예 회복이 이뤄지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요리사 꿈꾸던 태민이의 첫 프라이팬 2학년 6반 이태민군의 꿈은 요리사였다. 맞벌이하는 부모님을 대신해 자기보다 10살이나 어린 동생의 끼니를 챙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꿈이 생겼다. 태민이의 엄마 문연옥(52)씨는 ‘불 앞에서 일하는 게 쉽지 않다’며 걱정했지만, 태민이는 “고등학교에 가서도 꿈이 변하지 않으면 요리학원에 보내달라”고 했다. 늘 동생들을 먼저 챙기느라 또래들이 입는 브랜드 옷에는 눈길 한번 안 주던 태민이가 처음으로 문씨에게 한 부탁이었다. 고1 때부터 요리학원에 다닌 태민이는 곧바로 한식 자격증을 땄다. 어느날 문씨와 함께 마트에 간 태민이는 머뭇거리면서 “프라이팬을 사도 되느냐”고 물었다. 음식 만드는 연습 하느라 바닥이 군데군데 긁힌 프라이팬을 쓰다 겨우 말을 꺼낸 거였다. 태민이에게 새 프라이팬을 사준 뒤 문씨는 태민이가 원래 쓰던 프라이팬을 줄곧 간직해왔다. 꿈을 위해 노력하는 태민이의 모습이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껏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컸는데, 그 마음을 담아두고 싶어서였다. 어느덧 태민이만큼 자란 막내“사랑하는 마음도 전해지길” 태민이의 막냇동생은 어느덧 태민이와 같은 고2가 됐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문씨는 아직 단원고를 보는 바라보는 게 편치만은 않다. 기억교실이 단원고를 바라보는 곳에도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게 가족들에겐 상처로 남았다. 막내딸이 단원고에 떨어졌을 땐 내심 다행이라고 문씨는 생각했다. 문씨는 “태민이와 같은 교복을 입은 막내딸을 보면 태민이가 생각나 속상한 마음이 먼저 들까 봐 딸에게도 미안했다”고 했다. 오랫동안 하던 미용실 일도 그만뒀다. 문씨는 “처음엔 태민이 또래의 아이들 머리를 만지면 마음이 아플 것 같았다”면서 “손님들이 갑자기 세월호 참사 이야기를 꺼내면 대처를 못 할까 두려운 마음도 컸다”고 전했다. 요즘은 4·16공방에서 활동하면서 위안을 얻는다. 유가족들을 위로하러 찾아온 자원봉사자로부터 자수 등을 배웠던 엄마들과 함께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꽃말의 노란색 팬지를 심기도 한다. 참사 이후 5~6년 동안은 아이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한 문씨는 안전한 사회를 위해 다시 힘을 내보겠다고 다짐했다. “우리가 간직한 물건들은 우리에게는 아이들 그 자체에요. 이제는 세상에 없는 아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 그 물건들을 꺼내 보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겠어요. 세월호의 아픔만 기억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사랑했던 부모의 마음도 기억해줬으면 합니다.” 은정이가 엄마에게 보낸 마지막 생일 편지 10년 전, 제주도에서 엄마의 생일 선물을 사 오겠다던 2학년 9반 조은정양은 돌아오지 못했다. 은정이의 엄마 박정화(57)씨는 그 후로 생일만 되면 은정이가 고1이던 2013년 마지막으로 써준 편지를 읽는다. 박씨가 늦게 일을 마친 뒤 집에 들어서자 케이크를 들고 나타나 노래를 부르며 건넨 편지다. “엄마, 식당 일하느라 마음도 아프고 몸도 쑤실 텐데 집에 와서 또 집안일 해야 하니까 힘들지?…(중략)…나중에 취직하면 첫 월급으로 엄마한테 명품 가방 사줄게. 효녀 은정이가.” 은정이는 늘 엄마와 아빠가 먼저였다. 약사가 되어 자신은 약국을 열고 엄마는 같은 건물에 미용실을 차려주겠다던 은정이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를 받으면 ‘미안하다’고 말하는 아이였다. 주말이면 식당 일을 도왔다. 장사가 어려워지자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몰래 장학금을 신청하기도 했다. 책임감이 강한 은정이는 고2 땐 부반장이 됐다. 안산 떠났다 은정이 찾아 돌아온 엄마봉사로 위안…“생명안전공원에서 기억하길” 그런 은정이가 사라지고 나선 어떤 것도 위로가 되지 않았다. 믿었던 종교를 떠났고, 참사 이듬해 겨울에는 안산을 떠나기도 했다. 다니는 곳곳에서 은정이의 흔적이 남아 있어 가족 모두가 괴로워서다. 등굣길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은정이가 손을 흔들면서 “엄마!”라고 부를 것 같았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안산을 떠났다가 4년 만에 다시 안산으로 돌아왔다. 조금 남은 은정이의 흔적이라도 그리워하며 살고 싶어서였다. 박씨는 2018년부터는 가족들과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2018년 5월 안산 화랑유원지에 있던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철거된 이후 “이제는 우리가 고마운 사람들을 찾아갈 때”라고 생각해서였다. 공원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줍는 플로깅을 하고, 수해 현장 등 곳곳을 가다 보면 세월호 참사 때 자원봉사자로 마주쳤던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박씨는 인터뷰 중간중간 은정이가 박씨에게 썼던 편지와 학교에서 받았던 상장과 2학년 부반장 임명장이 전시된 곳을 연신 바라봤다. “더 안전한 사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은정이의 추억들이 잊힌다. 우리가 죽더라도 다음 세대들이 생명안전공원에 보관될 이 물건들을 보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면 좋겠어요.”
  • 한국·홍콩·싱가포르 경찰 합동작전… 아동음란물 용의자 272명 체포 [여기는 동남아]

    한국·홍콩·싱가포르 경찰 합동작전… 아동음란물 용의자 272명 체포 [여기는 동남아]

    한국과 싱가포르, 홍콩의 경찰이 대규모 합동작전을 펼쳐 아동 음란물 제작·소지·공유 용의자 272명을 체포했다. 5일 채널뉴스아시아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부터 3월 29일까지 한국, 싱가포르, 홍콩의 경찰은 각지에서 총 236곳을 급습해 12세부터 73세에 이르는 해당 용의자 272명을 체포했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컴퓨터와 이동식 저장장치 400여대와 휴대전화 155대를 압수했다. 홍콩 경찰은 “홍콩에서 13명의 용의자가 체포됐으며, 어린이들이 등장하는 972개의 음란 동영상과 사진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13명의 용의자 중에는 교사, 요리사, 기술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은 “교사 신분의 용의자는 주로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아이들에게 접근해 대화를 나누며 신뢰를 쌓은 후 어린아이들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해 나체 사진을 공유하도록 유인했다고” 밝혔다. 이 교사는 18세 미만을 대상으로 아동 음란물을 제작한 혐의로 구금 중이며, 최고 징역 10년과 벌금 300만 홍콩달러(약 5억1800만원)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용의자 12명의 남성은 아동 음란물 소지 혐의로 체포됐으며, 최고 징역 5년과 벌금 100만 홍콩달러(약 1억7000만원)에 처해질 수 있다. 홍콩 경찰 대변인은 “나머지 259명의 용의자는 아동 음란물 소지 및 공유 혐의로 싱가포르와 한국에서 체포되었다”고 밝혔다. 용의자들의 나이는 12세부터 70세에 이르며, 이중 남성이 251명, 여성은 8명이 포함된다. 대다수의 피해자는 12세~16세가량의 미성년자들로 이 중 일부는 게임 아이템을 받는 조건으로 나체 사진을 판 경우도 있다. 여이추안 싱가포르 범죄수사국 부국장은 “아동 성범죄는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며, 인터넷의 확산으로 아동 성 착취물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고 광범위하게 배포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아동 음란물 소지 및 배포, 아동 성 착취 행위에 대해 강경하게 조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경찰청도 아동 성 착취 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포착] “이스라엘군, 가자 공습에 직원 7명 사망” 국제구호단체

    [포착] “이스라엘군, 가자 공습에 직원 7명 사망” 국제구호단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국제구호단체 직원 7명이 이스라엘 소행으로 의심되는 공습에 숨졌다. 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 알발라에서 전날 월드센트럴키친(WCK) 직원 7명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고 사망했다.사망자 중에는 호주와 폴란드, 영국인 뿐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의 이중국적자 한 명, 팔레스타인 통역사 한 명도 포함됐다. 미국에 기반을 둔 WCK 측은 성명을 통해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우리 직원 7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큰 충격을 받았다”며 가자지구 내 구호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구호팀은 데이르 알발라에 있는 구호 센터 창고에 100t 이상의 인도적 식량 배급을 완료하고 WCK 로고가 새겨진 장갑차 2대를 포함한 차량 3대를 타고 떠나던 중 피격당했다.WCK는 이번 공습이 이스라엘군과 이동 경로를 조율했는데도 불구하고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이 비극적인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최고위급에서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에린 고어 WCK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공격을 “용서할 수 없다”며 “WCK 뿐 아니라 식량이 전쟁 무기로 쓰이는 가장 끔찍한 상황에서 인도주의 단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유명한 요리사인 호세 안드레스가 지난 2010년 설립한 WCK는 세계 여러 지역의 난민들에게 식량을 지원하는 국제구호단체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 육로가 사실상 전면 봉쇄돼 주민들이 기근에 시달리자 키프로스에서 바닷길로 식량 등 구호품을 실어 날라왔다. WCK는 이번 공습 전까지 가자지구에서 175일 동안 4200만끼니를 지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
  • “심해도 너무 심하네요”…이연복 셰프 분노한 이유는

    “심해도 너무 심하네요”…이연복 셰프 분노한 이유는

    요리사 이연복이 자신을 스승이라고 사칭하는 업체를 향해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이연복은 1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많은 분이 모르는 부분이 있어서 알려드린다”면서 “저는 어릴 적부터 일하면서 조금 과격한 부분이 있어서 선배들한테 미움만 받고 제자로 받아주는 선배도 없었고 외로이 떠돌면서 혼자 열심히 탐구하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저는 스승이 없다”면서 “요즘 너도나도 ‘이연복 스승’이라고 너무 많이 올라와서 이렇게 글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이연복은 “특히 ○○○가 심해도 너무 심하다. 장사 안된다고 도와달라고 해서 사진 좀 찍어주고 했더니 체인화까지 하면서 동탄, 논현동, 대전, 다 스승이라고 홍보한다. 그리고 합천, 인천, 보문동 등 많은 집이 있는데 다른 집은 상호 생략하겠다”며 “장사도 좋지만 남의 이름 팔면서 그러지 말라”고 지적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요리사의 영감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요리사의 영감은 어디서 비롯되는가

    종종 요리사를 예술가에 비유하기도 한다. 음식이 예술의 하나이고 요리사를 예술가로 볼 수 있느냐는 또 하나의 논쟁적인 사안이지만 어느 정도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 유사한 점이 전혀 없다고는 하기 어렵다고 본다. 요리에도 예술가적인 마음가짐을 갖고 늘 평판과 새로움, 자기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영역도 있지만 꾸준히 결과물을 더욱더 완벽하게 만들어 내야 하는 영역도 있다. 새롭게 생겨났다 사라지는 화려한 식당의 요리사와 수십 년간 같은 요리를 꾸준히 만들어 내는 요리사는 서로 요리사라는 점에선 같지만,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다. 한쪽은 영원히 샘솟는 영감이 필요하고 다른 한쪽은 같은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지구력이 필요하다. 파인다이닝이든 캐주얼한 식당이든 분식집이든 치킨 프랜차이즈든 영역을 막론하고 실제 현실에서는 영감과 지구력 두 요소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요리사는 어디서부터 영감을 얻을까. 이는 예술가는 어디서 영감을 얻느냐와 비슷한 질문이다. 영감의 원천은 실로 다양하다. 누군가는 일상의 경험에서 또는 유년 시절의 추억에서 영감을 찾아낸다. 세계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스페인의 조르디 로카는 과거의 경험을 결과물로 만들어 내기도 한다. 어릴 적 숲속을 거닐던 때의 내음을 향과 맛으로 내는가 하면 천진했던 시절 맛보며 순수하게 즐거워했던 기억을 바탕으로 기존의 디저트를 재구성하기도 한다. 영감의 원천이 자기 자신인 경우다.유년 시절의 경험이 그리 다채롭지 않은 경우엔 어떨까. 보다 현실적인 차원에서 몇 가지 영감을 얻는 경로는 타인의 작업에서다. 거장이든 평범한 요리사든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영감의 결과물을 배우고 익히고 경험하는 동안 스스로 영감을 찾아내기도 한다. 나라면 이것보다 더 나은 걸 만들 수 있겠다는 자의식이 만들어 내는 영감이다. 또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기술이나 방법에서 오는 놀라움과 경이로움,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서 만나는 감각적 경험의 전복 등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이 영감의 원천으로 다가올 수 있다. 어떤 영감을 어디서 어떻게 받을지 알 수 없지만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외부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자극은 요리사의 손과 발을 바쁘게 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다른 현실적인 차원에서의 영감을 얻는 경로는 스스로 익히는 공부다. 요리를 시작하게 되는 경로는 대부분 다를지 몰라도 가장 많은 배움과 영감을 얻을 때는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며 깊이 파고들고 알고 싶다는 의지가 타오를 때다. ‘영감이 떠오르지 않아!’ 하며 머리를 쥐어뜯을 필요 없이, 자신의 의지로 지식과 경험의 범위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영감은 능동적으로 찾아온다. 다른 요리사들은 어떨지 몰라도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은 여행이요 또 하나는 책이다. 늘 쉽게 접할 수 있는 우리의 요리가 아니라 외국의 요리를 한다는 건 결국 절대적으로 경험이 필요한 일이기에 시야를 넓히고자 될 수 있으면 떠나는 길을 택한다. ‘요리를 책으로 배웠다’는 말은 지식만 있고 경험이 없는 요리사를 놀릴 때 쓰는 말이긴 하지만 요리를 늦게 배운 나 같은 이에게 책은 꽤 유용한 스승이다. 다른 요리사가 만들어 놓은 훌륭한 요리책은 단순히 요리 방법을 나열한 것 이상으로 큰 영감을 준다. 처음엔 요리책이란 그저 어떻게 요리를 만드는지 과정을 설명하는 일종의 레퍼런스에 가까웠다. 화려한 사진이 있는 요리책은 보기에 즐겁고 직관적으로 음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되지만 어느 순간 시시해진다. 따라 해 보며 배우긴 하지만 이미 보았던 이미지에 영향을 받아 상상력을 발휘해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보다 근원적인 관점에서 요리책을 영리하게 이용하는 방법은 요리 과정을 통해 결과물을 상상하는 일이다.책장에 많은 요리책이 꽂혀 있지만 그중에 영감이 원천이 되는 책을 꼽자면 딱 두 권이다. 하나는 사민 노스랏이 쓴 ‘소금, 산, 지방, 열’이라는 책이다. 맛을 내는 원리를 네 요소를 통해 차근차근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다는 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이다. 아무런 요리 기본기가 없어도 맛을 내는 방법을 이해한다면 그 이후로는 어떤 장르든 소화할 수 있다. 실전에서 꽤 참조되는 책은 최근 번역돼 나온 ‘조이 오브 쿠킹‘이다. 1930년대 미국에서 출간된 후 대를 이어 꾸준히 개정돼 나온 이 책은 요리사들에겐 일종의 성경과 같은 존재다. 어느 장을 펼쳐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요리법들로 가득하다. 메뉴를 개발해야 할 때 열어 보기 좋은 영감의 보물창고다. 나에게 있어 좋은 책이란 좋은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좋은 영감은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하고 먹는 이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 준다. 일종의 좋음의 선순환이라고 할까.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 ‘피식대학’ 이용주, 정신의학과 학술대회 나선 까닭은?

    ‘피식대학’ 이용주, 정신의학과 학술대회 나선 까닭은?

    록밴드 노브레인의 이성우, 쇼트트랙 국가대표 곽윤기, 중식당 진진 셰프 황진선, 피식대학 개그맨 이용주. 다소 ‘튀는 성장기’를 거쳐 자신만의 성장 방식을 찾아내 각자의 분야 정상에 오른 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것도 소아·청소년정신과 의사들이 대거 모인 학술대회 무대에서다.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병원에서 지난 8일 열린 대한청소년정신의학회 2024 춘계학술대회 심포지움 무대에 중앙대병원 정신의학과 한덕현·정승아 교수와 함께 오른 이들은 꿈을 찾아내 이룬 과정부터 걱정하던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학회 설립 이후 정신의학·심리학 전공자가 아닌 이들이 세션을 이끈 건 이번이 처음이다. 심포지움을 기획한 한덕현 교수는 “청소년들이 귀를 기울여 듣는 스타들이 하는 이야기를 전문가들이 듣는 기회”라고 소개했다. 일탈이란?… 하면 후회·안 해보면 동경 무대 위의 스타들과 무대 아래 의사들을 가른 가장 큰 경험의 차이는 ‘일탈’이다. 스타 4명 모두 자신이 청소년기 일탈의 시기를 겪었다고 순순히 인정하자, 의사들 쪽에선 오히려 그 시기 일탈을 겪지 않고 어른이 되면 일탈에 대한 동경이 있다는 고백이 나왔다. 곽윤기씨의 일탈은 가출이었다. 스케이팅 연습을 위해 매일 새벽에 일어나는 게 싫어서 중학교 때 가출했다. 새벽 기상이 싫어서 스케이팅도 싫은 줄 알았는데, 막상 가출하고 보니 스케이트를 타고 싶었다. 가출을 한 뒤 자신이 스케이팅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릴 적부터 운동선수·가수·요리사라는 꿈을 두고 고민하던 황진선씨는 태권도 관장으로 성공했지만, 스물 한 살에 돌연 태권도장을 접었다. 문득 아이들 머리 위로 수강료가 셈해졌고 좋아서 했던 일의 의미가 변질될 것 같아 무서웠다고 한다. 주변에선 운동을 그토록 오래 해놓고 왜 일을 바꿔서 시작하느냐며 말렸다. 요리사가 되려면 조리학과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도 걱정했다. 뿌리치고 중식당 주방으로 갔고, 하루 한 시간씩 자며 일을 배운 끝에 호텔 중식의 대중화에 성공한 미슐랭 셰프가 되었다. 하고 싶은 나 vs 말리는 주변 청소년기 일탈 경험이 힘든 건 자신의 일탈 때문에 나를 위해주는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게 되기 때문이다. 부모님과 선생님이 하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과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는 마음의 충돌은 죄책감과 불안감을 들게 한다. 황진선씨는 “(말리는 주변에) 반항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내가 살고 나중에 효도 하겠다는 마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는데, 돌이켜 보면 그래도 학생 때 공부를 조금 더 할 걸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이성우씨도 “대화를 해도 좁혀지지 않으니까 포기하고 호적 판다고 해도 노래를 하겠다고 고집했다”면서 “안하면 후회하고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아봤다. 이용주씨는 “학교에 정말 웃기는 애들이 있고 이들을 동경해 함께 다니는 애가 있는데 저는 후자였다”면서 “저는 ‘후천성 코미디언’이어서 그런지 개그맨을 ‘딴따라’라고 생각하는 할머니를 설득하던 도중 스스로 내 길이 이게 맞나 생각하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결국 독실한 기독교인인 할머니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설득했고, 이 길이 내 길이 맞을지 불안했던 마음을 꼭 성공해서 결과를 보여주겠다는 결의로 바꾸어냈다. 이씨는 “지금은 할머니가 드시고 싶다고 하면 바로 소고기를 배달시켜 드릴 수 있다”며 “할머니와 저 모두 제 직업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일탈하는 마음 속 불안… 절실함·노력으로 넘어 일탈하는 청소년은 겉으로 보면 세 보이지만, 마음 속은 불안하고 외로웠다. 스타들 역시 그랬다. 하지만 이들은 불안과 외로움을 외면하지 않았고, 불안에서 벗어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 황진선씨는 “이걸 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절실함이 있었다”면서 “체육관을 접을 때 요리사가 되어서 주방에 있으면, 내가 돈을 못 벌어도 식재료들이 있으니 굶지는 않겠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요리사를 선택했다”고 했다. 곽윤기씨는 “저는 해야 해서 했다. 제 운동선수 친구들이 다 그랬다”면서 “하다보면 나중에 할 수 있는 게 따라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이성우씨는 “청소년기엔 많이 노는 것도 좋지만 조금은 고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독해야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할 수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용주씨는 극단 생활을 할 때 후배 상담반장을 하던 때를 떠올렸다. 그는 “저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면 행복할 거라고 착각하는데, 하고 싶은걸 하면서 결과도 좋고 인정까지 받아야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저는 재미 없으면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면서 “그래서 잘 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부연했다. “내 모습을 인정하고 그대로 두어봐야” 한덕현 교수는 “오늘 심포지움에 나온 스타들은 그 분야의 성공 공식에서도 살짝 벗어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꿈을 이뤘는데, 모두 스스로의 내 모습을 인정하고 그대로 둔 경험을 지녔다”고 결론 지었다. 그래서 어른들이 청소년을 어떻게 인도하고 어떤 사람을 만들지 고민하지 말고 위험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한 놓아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외로움과 고독을 느끼고, 혼자 내 것을 만들 시간을 거쳐야 자신의 꿈과 동기를 만들 수 있다”면서 “그렇게 만든 내 것이 사회에 안맞으면 일탈이 되고 잘 맞으면 상종가로 분류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선 윤홍균정신건강의학과 윤홍균 원장의 ‘청소년의 자아존중감과 동기’,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의 ‘청소년의 문화-청소년 사피엔스’, 하지현 건국의대 교수의 ‘청소년 부모와의 대화’ 특강이 진행됐다. 또 ‘우리동네 어린이병원’ 채널 운영자인 박소영 정신과 전문의와 ‘안지현 TV’의 안지현 내과 전문의가 의사 유튜버의 세계를 소개했다.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바게트와 크루아상, 담백하고 달콤한 프랑스의 아이콘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바게트와 크루아상, 담백하고 달콤한 프랑스의 아이콘

    요리사들, 특히 본인의 업장을 가진 셰프들이 모일 때면 종종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요리 말고 빵이나 디저트를 해야 해.” 식당을 운영하긴 점점 어려워지는 데 반해 신상 빵집이나 디저트 카페에 줄을 서는 요즘 분위기에 대한 자조 섞인 한탄이다. 물론 제과제빵 업계도 만만치 않게 힘든 분야다. 오전에 빵을 만들어 팔려면 새벽부터 나와야 하고, 형형색색 먹음직스러운 디저트를 한 땀 한 땀 만드는 일도 꽤 수고스럽다. 1인당 쌀 소비는 점점 줄어드는 데 비해 빵 소비는 점점 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 통계청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2012년 69.8㎏에서 2020년 57.7㎏으로 17.3% 감소했고, 1인당 하루 빵 섭취량은 2012년 18.2g에서 2020년 19.4g으로 6.6% 증가했다. 바게트나 사워도우, 베이글, 식빵처럼 흔히 식사 빵이라고 부르는 빵 소비와 함께 카페의 확산과 더불어 크루아상, 퀸아망과 같은 페이스트리나 케이크 같은 디저트 소비도 해마다 증가세다. 출산율 감소처럼 걱정할 일이라기보다 오히려 식단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해당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시각으로 보면 긍정적인 일이다.빵 하면 떠오르는 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빵의 대명사를 고르라면 뭐니 뭐니 해도 바게트를 꼽고 싶다. 바게트는 오직 네 가지 재료, 밀가루와 물, 소금, 이스트로만 만든다. 단순하지만 제대로 만들기란 쉽지 않다. 바삭한 겉과 대조되는 촉촉한 안의 식감, 담백하면서 씹을수록 고소해지는 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바게트의 본고장에 가볼 필요가 있다. 분명 이웃 나라인 이탈리아나 스페인, 독일에서도 같은 종류의 재료로 만든 단순한 빵이 있지만 묘하게도 프랑스 바게트만큼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는 아니라는 점이 흥미롭다. 바게트는 생각보다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다. 프랑스 요리책이나 사료에 바게트라는 단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20년대다. 그전에도 바게트와 재료나 조리법이 같은 빵이 있긴 했다. 바게트의 탄생에 관한 여러 설이 있지만 가장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있다. 1919년 노동자들이 밤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일하는 걸 금하는 법이 시행됐는데 제빵사들에겐 꽤 곤란한 일이었다. 반죽부터 발효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일할 수 있는 시간에 법적으로 제약이 생긴 것이다. 아침 시간에 맞춰 손님에게 빵을 제공하기 위해 굽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리게끔 얇고 긴 빵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게 바게트의 시초라는 설이다. 어찌 됐건 이 얇고 길어진 빵은 파리의 상징과도 같은 아이콘이 됐다. 다른 빵보다 여러모로 활용하기 좋은 기능적인 이유가 한몫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길고 가벼워 가지고 다니기 편리하다. 자르기도 간편하고 2~3인분의 샌드위치를 만들기에도 적합하다.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잠봉뵈르 샌드위치는 프랑스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샌드위치다. 돼지 다리를 염장한 후 익혀 만든 잠봉과 버터, 바게트만 있으면 완성된다. 빵 두 개를 겹쳐야 하는 샌드위치의 형태보다 흐트러지지 않고 내용물을 받쳐 줄 수 있어 휴대하기가 쉽다. 샌드위치의 시작이 바쁜 노동자들을 위해 태어난 것처럼 잠봉뵈르 샌드위치도 파리의 노동자들이 빠르게 끼니를 때우기 위해 탄생한 패스트푸드의 일종이었던 셈이다.바게트가 서민적인 이미지라면 프랑스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빵인 크루아상은 그 대척점에 있다. 이미 버터로 반죽이 된 크루아상이 주는 바삭거리면서 고소한 깊은 풍미는 황홀감을 선사한다. 바게트가 삶 그 자체를 의미한다면 크루아상은 삶과 동떨어진 잠깐의 여가를 의미한다고 할까. 19세기까지만 해도 크루아상은 지금처럼 고혹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브리오슈를 초승달 모양으로 만든 빵에 불과했는데 1920년대 프랑스의 위대한 파티시에들이 지금과 같은 크루아상의 형태로 만들어 냈다. 버터 판과 반죽을 여러 번 접어내면 얇은 버터 층과 반죽 층이 층층이 생기는데 이를 구우면 바삭거리는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크루아상은 그 자체로도 완벽하지만 오늘날 다양한 형태로 응용되면서 식사와 디저트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바게트처럼 샌드위치로 쓰이는가 하면 달콤한 토핑들이 채워지거나 올려져 식욕과 구매욕을 자극한다.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요즘엔 꽤 괜찮은 퀄리티의 크루아상과 바게트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한때 유행했던 잠봉뵈르 바게트 샌드위치와 크루아상을 와플처럼 구워 낸 크로플은 이제 옛말이 됐다. 크루아상을 바짝 눌러 만든 크룽지, 크루아상 반죽으로 만든 붕어빵인 크붕이가 뜨고 어느샌가 소금빵이 크루아상과 바게트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빵 만들기보다 요리를 택한 게 오히려 다행인 것 같은 요즘이다. 장준우 셰프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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