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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르세데스챔피언십] 애플비 ‘개막전 사나이’

    [메르세데스챔피언십] 애플비 ‘개막전 사나이’

    3라운드까지 모든 관심은 ‘빅3’에게 쏠렸다. 세계랭킹 1위 비제이 싱(피지)은 3일 내내 단독선두를 달렸고, 제위 탈환을 노리는 2위 타이거 우즈(미국)와 3위 어니 엘스(남아공)도 ‘불꽃샷’을 뽐내며 맹추격했다.‘디펜딩챔피언’ 스튜어트 애플비(호주)에게까지 관심을 주기에는 시즌 개막전의 흥행요소가 너무나 많았다. 그러나 마지막날, 강한 바람과 가랑비가 흩날리는 날씨처럼 선두권 판도는 요동쳤다.2,3라운드에서 16타를 줄이며 최종라운드에 나선 애플비는 3번홀(파4)과 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단숨에 공동2위로 치고 올라왔다. 이어진 398야드 길이의 6번홀(파4). 폭발적인 티샷이 그린에 떨어졌고,3.6m 이글퍼트가 그대로 홀로 빨려 들어가 드디어 공동선두에 가세했다. 이후 ‘빅3’는 궂은 날씨 속에서 무너졌지만 애플비는 흔들리지 않았다. 애플비가 10일 미국 하와이주 마우이의 카팔루아골프장 플랜테이션코스(파73·7263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개막전인 메르세데스챔피언십에서 보기없이 6언더파 67타를 쳐 합계 21언더파 271타로 ‘빅3’를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깜짝 우승한 뒤 7차례나 컷오프되는 등 잊혀져 가던 애플비는 이로써 래니 왓킨스 이후 22년 만에 개막전 대회를 2연패한 선수가 됐다. 오버파 스코어를 극복하며 우승컵을 안은 것은 애플비가 처음. 왼쪽 넓적다리 부상으로 대회를 포기하려 했던 애플비는 출산을 앞둔 아내에게 우승상금 106만달러와 벤츠 승용차까지 선물했다. 애플비의 역전우승에는 ‘빅3’의 자멸이 결정적이었다. 싱은 13번홀(파4)에서 티샷 실수에 이어 네번째샷마저 그린에 올리지 못해 트리플보기로 무너졌다. 결국 1오버파 74타를 쳐 합계 18언더파 274타로 공동5위까지 뒷걸음질쳤다. 16번홀까지 공동선두였던 ‘빅이지’ 엘스도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티샷을 오른쪽 숲으로 날려 보내 우승의 꿈을 접었다.15번홀(파5)까지 4타를 줄여 선두에 2타차까지 따라 붙었던 우즈는 16번홀(파4)에서 2m짜리 버디 퍼트가 빗나가 더 이상 추격할 힘을 잃었다. 엘스와 우즈는 합계 19언더파 273타로 공동3위. ‘독학파’ 조너선 케이(미국)가 끝까지 애플비를 따라 붙었지만 18번홀 15m에 이르는 회심의 버디 퍼트가 홀 30㎝ 근처에서 멈춰 1타차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사설] 새해엔 정치 불확실성 없애야

    17대 국회가 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심야까지 요동쳤다. 국가보안법 등을 놓고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내용에 대해 소속 의원들이 반발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파란이 일었다. 전날 국회 법사위에서는 당정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 여당 의원들의 반대로 뒤집어졌다. 국민연금법 등 일부 민생법안도 여야가 우왕좌왕하면서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여야는 원내대표 회담에서 고무·찬양죄 손질을 포함한 국보법의 대체입법, 과거사법·신문법 등 3대 입법안 처리에 의견을 모았다. 국보법의 경우 국민여론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여당 의총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여야 원내대표는 사학법과 함께 국보법 처리를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미루는 데 다시 합의했다. 이번에는 야당 의총이 수용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원내대표간 합의가 의총에서 뒤집어지면 국회 고유기능인 협상과 타협은 설 땅이 없어지게 된다. 새해부터 시행되는 증권집단소송법을 둘러싼 혼선도 빨리 정리되어야 한다. 경제부처는 물론 여야 지도부는 모두 법시행 전에 기업의 과거 분식회계를 면책하는 단서조항을 만들어 주겠다고 다짐했다. 여권은 여러 차례 당정회의를 거친 뒤 과거 분식회계 집단소송 적용시기를 2년간 늦추기로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회 법사위 소위는 법개정안 처리를 내년 2월로 미뤘다. 당정 고위층의 합의가 상임위 심의에서 여당 의원들에 의해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 거듭된다면 기업들은 누굴 믿고 경영계획을 짜야 하는가.2월에는 처리해 주겠다는 약속을 더욱 확실하게 해야 할 것이다. 여야는 정책방향을 예측할 수 있는 정치를 가져야 한다. 여권은 정책조율체제를 재정비함으로써 지도부 따로, 의원 따로의 입법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한나라당도 당론이 뭔지를 확실하게 제시하고 소속 의원들이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치의 불확실성이 줄어야 경제에 매진하겠다는 여야의 다짐이 새해에는 실천에 옮겨질 수 있다.
  • [되돌아본 2004 학술] 中 ‘고구려史 왜곡’ 최대 이슈로

    [되돌아본 2004 학술] 中 ‘고구려史 왜곡’ 최대 이슈로

    올 한해는 역사학의 해였다.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으로 불거진 고대사 논쟁에 이어 국사해체론, 그리고 조선 후기 자본주의 맹아론에 대한 찬반논란이 치열하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중국의 동북공정은 크게는 중국 내 소수민족 문제, 좁게는 간도 문제 해결을 위한 사전정지작업이라는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었다. 고구려와 발해를 중국 변경의 소수민족이 만든 지방정권으로 격하시켜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하려 한 움직임이었다. ●고구려연구재단 설립 비판 한국 역시 정치적으로 대응했다. 이미 몇년 전부터 학계에서 중국 동북공정에 대한 경고음이 나왔다. 그러다 동북공정이 불거지고 국수주의를 자극하는 일부 언론의 선정주의적 보도 태도와 위기에 처한 역사학계의 자가발전 등이 합쳐지면서 등을 떼밀린 정부가 나섰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난 6월 젊은 고대사 연구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고구려연구재단(이사장 김정배)의 출범이다. 이런 대응은 당연히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민족주의 비판으로 유명한 임지현 교수는 아예 ‘국사해체론’을 들고 나왔다. 고구려연구재단 설립과 같은 대응은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게 한다는 반론이다.‘사실로 이뤄진 역사’가 아니라 ‘신화로 구성된 국사’를 만들어낸다는 비판이다. 이들은 민족·국가·국경이라는 근대의 산물을 통해 고대사를 해석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끊임없이 강조한다. 여기에는 ‘침략적 민족주의’와 ‘방어적 민족주의’간 차이점이 있고 이를 잘 살려 민족주의를 생산적으로 견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반론도 나오면서 물고 물리는 양상이다. 대안으로서 ‘요동공동체’와 ‘대쥬신사’ 개념이 제시됐다. 김한규 교수는 ‘요동사’라는 책을 통해 요동, 오늘날의 만주지역은 중국도 한국도 아닌 제3의 영역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운회 교수는 ‘대쥬신족’이란 개념으로 ‘중국 한족(漢族)대 비한족, 비한족=대쥬신족’이란 틀로 고대사를 해석해야 한다고 봤다. ●조선후기 자본주의 맹아론 논란 자본주의맹아론은 조선 말기에는 자본주의의 씨앗이 있었는데 일제 침략으로 짓밟혔다는 주장이다. 이 국사학계의 주류논리는 올해 경제사학계로부터 거센 반격을 받았다. 중심인물은 낙성경제연구소장인 이영훈 교수다. 그는 관념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실제 연구해 보면 일제시대 때 외려 우리 사회가 크게 발전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본주의의 맹아가 있었다던 19세기 조선은 사실상 경제적 파산상태였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특히 일제가 각종 수탈로 조선의 자본주의 맹아를 짓밟았다는 데 대해서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라기보다 관념적으로 부풀려진 국사의 신화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일제시대에 대한 반감으로 무장한 일반 대중들에게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학계에서도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논란은 조선의 마지막 임금 고종이 근대적 계몽군주였냐, 아니면 완고한 복고주의자에 불과했느냐는 논쟁으로 연결되면서 조선후기사회에 대한 분석으로 이어져 정치학 등 인접학문 학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계기가 됐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1)심해저의 두얼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1)심해저의 두얼굴

    고층빌딩을 휩쓸어 버리고, 지구의 자전축까지 요동치게 한 그야말로 지축을 뒤흔드는 해일이 밀어닥쳤다. 수만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물고기 썩는 야릇한 비린내가 시신과 뒤엉켜 매혹적인 인도양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바닷물이 1㎞나 후퇴하는 등 예징을 드러냈지만 관광객들은 오히려 희한한 볼거리로 착각하기도 했다. 예보시스템 부재라는 후진적 상황이 문제겠지만, 바다를 보는 일반의 지식이 고작 이 정도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태평양에서 들이칠 해일은 없겠지만, 지진의 천국인 일본을 곁에 두고 있으니 방심할 형편이 못된다. 사정이 이러하니, 이 연재물의 금년도 마지막회 분을 심해저 이야기로 채우지 않을 수 없다. ●83년·93년 日지진해일 우리나라에도 영향 1983년 5월26일, 일본 아키다현 연안에 쓰나미가 엄습하여 많은 인명을 앗아갔다. 이때의 쓰나미도 수백㎞나 떨어진 외양에서 발생하였다. 이같이 해저 지진으로 발생한 쓰나미가 자주 일본을 습격하고 있다. 일본어 ‘tsunami’가 국제 해양학의 공식 용어로 채택되기에 이르렀다. 기상청 지진담당관실 자료에 따르면,1983년과 1993년의 일본 지진해일이 우리의 울릉도와 묵호, 속초, 포항 등지에까지 밀어닥쳤다. 이번 해일도 심해저의 깊은 바닥에서 시작되었다. 사실, 인류는 심해의 역동성에 관하여 제한적인 정보만 갖고 있을 뿐이다. 가까운 바다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먼 바다이겠는가. 지진해일의 전파속도는 gH로 표기한다. 여기에서 ‘g’는 지구의 중력가속도(9.8m/sec),H는 수심. 수심이 1000m라면 지진파의 속도는 356㎞/hr. 이번 해일은 수심 2000m보다 더 깊은 해저에서 일어났으니 해변에 밀어닥쳤을 때의 역동성은 상상을 초월한다. 해양물리학자인 한국해양연구원장 변상경 박사는 “한국도 지진해일의 공격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고 심해저가 항상 인류에게 위협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심해저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인류에게 재앙을 몰아다 줄 해일의 진원지가 되는가 하면, 미지의 자원보고로 우리를 유혹하기도 한다. 누구나 바다가 넓고 깊은 줄은 안다. 그러나 바다는 좀체 제 속살을 드러내지 않는다. 수십m쯤이야 스킨스쿠버들도 드나들지만 인간능력으로는 수백m를 내려가는 것도 어렵다. 수압 때문이다. 그런데 바닷사람 중에는 수천m 수심의 바다를 대상으로 살아가는 이들도 드물지만 없지는 않다. 이번 해일을 지켜보면서, 심해저를 더 잘 알기 위해 대양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과학자들의 존재도 한번쯤 돌이킬 필요가 있다. 지진 예고는 물론이고 자원 고갈시대를 예비하는 측면에서도 해저연구 동향을 주시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의 평균 수심은 4071m.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는 1만 1034m나 된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몇몇 국가들은 엄청난 수압에 견디는 심해 유인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다. 해양연구원의 김웅서 박사가 지난 6월15일 프랑스 국립해양개발연구소(IFREMER)의 유인잠수정 ‘노틸(Nautile)’을 타고 우리 과학자로는 가장 깊은 태평양 수심 5000m가 넘는 곳까지 들어갔대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김웅서 박사를 만났다.“지진해일은 물론이고 지구의 모든 비밀이 숨어 있는 심해저와 마주친 순간, 온 몸에 전율이 느껴지더군요. 드디어 수심 5043.6m 심해저에 이르러 라이트를 켜니 영겁의 세월을 지켜왔을 심해의 푸르디 푸른 물이 창 밖을 가득 채우고 있더라고요. 푸른빛과 녹색을 섞어 놓은 것 같은 신비한 빛 속으로 태평양 바닥이 어스름하게 모습을 드러내는데,‘이곳이 태평양 밑바닥이구나.’하는 생각에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아직까지 그 누구의 방문도 허락하지 않은 처녀지에 도착했다는 생각에 정말 정신이 아득했습니다.” ●지구의 70%는 바다… 그속엔 산맥·화산·계곡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 그 바다의 대부분은 이같은 심해저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니 인간의 발길이 닿은 바다래야 극히 일부분일 뿐이다. 심해저에도 육지와 마찬가지로 산맥과 화산, 계곡, 평원 등을 모두 갖추고 있다. 깊게 파인 해구가 있으며, 높은 산맥도 솟아 있다. 수심 수천m의 열수구에서는 쉼없이 뜨거운 물이 솟구쳐 온갖 동식물이 모여 사는 해저의 천국이다. 심해저는 해양지각이 대륙지각 밑으로 밀려들어간 곳으로, 화산활동이 활발하며 지진도 자주 발생한다. 지구의 거대한 판이 충돌하는 곳이어서 이번처럼 지진해일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심해저 평원에는 미세한 입자의 진흙층이 두껍게 깔려 있고, 그 위에 망간단괴가 잔뜩 널려 있다. 딱딱한 상태가 아니라 억겁의 세월 동안 축적물이 쌓여 마치 스폰지 같다. 심해저에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심해 생물이 산다. 이곳에는 100만년에 2∼6㎜정도 자라는 것으로 알려진 망간단괴들이 빼곡히 자라고 있다. 망간단괴의 크기로 보아 옆에 있는 고래뼈는 수백만년 전의 것이 틀림없다. 태고의 비밀을 목격하는 일은 천지창조의 순간을 목격하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지진해일이 심해저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의 메시지라면, 망간단괴 같은 자원은 인류에게 보내는 축복의 선물이다. 심해저 자원은 흡사 해일처럼 밀어닥칠 수도 있는 자원고갈에 대비하는 보물들이다. 심해저 광물자원은 공해상, 혹은 배타적 경제수역의 수심 800∼6000m해저에 분포한 망간단괴, 망간각, 해저 열수광상 등이다. 망간단괴는 수심 4000∼6000m대에 분포하는 감자 모양의 산화물로 망간과 철, 구리, 니켈, 코발트 등 40여종의 전략금속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바닷물과 퇴적물 속에 함유된 금속 성분이 매우 느리게 침전,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동심원을 이루면서 100만년에 고작 2∼6mm씩 성장하고 있으니, 감자 크기로 자라려면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리겠는가. ●망간단괴 100만년에 2~6㎜ 자라 한국은 남한 면적 4분의3 크기의 단독개발 광구를 이미 확보해 두고 있다. 부존자원 매장량만도 약 4억 2000만t, 연간 300만t씩 100년 동안 채광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오랫동안 심해저 자원개발을 주도해온 강정극 박사는 이를 국가 백년대계를 설계하는 중장기적 과제라고 역설한다.“남한 면적에 버금가는 신천지가 태평양에 별도로 존재하는 셈”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세계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어 언젠가 자원고갈 사태가 도래할 것이 분명하다. 북동태평양의 우리 광구에서 쉼없이 탐사를 해온 덕분에 선진국 버금가는 심해 탐사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아직 국가적 투자가 뒤따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망간각은 수심 800∼2500m 해저 사면의 암반을 뒤덮고 있다. 바닷물에 포함된 금속이온의 침전에 의해 매우 느린 속도(100만년에 1∼10㎜)로 형성되므로 망간단괴처럼 억겁의 세월이 걸린다. 우주항공, 전자산업 등 첨단산업의 핵심 재료인 코발트·니켈·구리·백금 등 30여종의 다양한 금속성분이 이렇게 축적되고 있다. 해저 열수광상은 중앙해령이나 해구같이 마그마 활동이 활발한 지역에서 열수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다른 해저 광물자원에 비해 얕은 수심(1200∼2500m), 육지와의 근접성, 황화물 형태의 금속결합, 단위 면적당 높은 금속함량(금, 은, 아연, 구리 등) 등의 이점을 갖고 있어 가장 먼저 개발될 심해저 광물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다. 해저 열수광상 분포지역은 화학합성에 의해 살아가는 원시생명체의 서식처로도 판명되어 생명의 기원 및 신물질 개발을 위한 연구 대상으로도 주목된다. 해양연구원 심해저자원연구센터장인 김기현 박사는 “자원 빈국인 우리 실정에서는 안정적으로 전략금속을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육상 채취보다 가격면에서 불리하지만, 향후 자원고갈 시대에는 충분한 경제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석유나 가스도 지금은 육지 생산량이 높지만 그것 역시 유한해 해저유정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이런 형편에서 태평양 망망대해를 1500t급의 우리 연구선 ‘온누리호’에 의존해 모두 탐사한다는 것은 쉬운 일도, 가능한 일도 아니다. 중국의 엄청난 해저자원 투자 실태를 보면서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건 미래를 모르기 때문이다. ●자원고갈 대비 심해저 광물자원 부상 이처럼 심해저는 ‘자원의 마지막 보고’란 축복과 ‘가공할 재앙의 진원지’란 야누스적 위력을 갖고 있는 곳이다. 그야말로 예측불허다. 해일이 머나먼 심해저에서 시작되었음을 생각하면, 멀고 깊은 바다도 늘 우리 곁에 있는 ‘위협’이고 또 ‘축복’인 셈이다. 위대한 해양생태저술가 레이첼 카슨(R. Carson)의 책 제목처럼 ‘우리를 둘러싼 바다(The sea around us)’는 지금도 인류에게 심각한, 그러나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21세기 벽두를 강타한 이번 해일은 숱한 메시지 중 하나일 뿐이다. 해일이나 태풍의 파괴력으로, 생태환경의 오염으로, 때로는 자원고갈 시대의 마지막 보고로 인류에게 절박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중이다. 우리라고 이 메시지에 등 돌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심지어는 우리 관광객들 다수가 머나먼 그곳에서 희생되지 않았는가. 남극기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태평양 심해저에서 망간단괴를 끌어올리고 있다. 세계화시대에 걸맞게 태평양뿐 아니라 인도양이나 남극조차도 늘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셈이다.2004년 12월의 마지막 나날들, 이 순간에도 어부와 선원, 부두노동자와 해군·해병대원, 등대지기와 해양과학자들이 바다의 전선을 지키고 있다. 덕분에 우리는 편하고 따뜻하게 연말연시의 정겨운 자리를 만끽할 수 있는 것이리라. 해일로 무참하게 휩쓸려간 그들 아시아·아프리카인들도 바다에서의 고난의 삶을 엮어가던 사람들이었다. 그들의 죽음에 국제적 연대의 애도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우리를 둘러싼 바다 앞에서 인간은 그저 만경창파에 뜬 일엽편주에 불과함을 새삼 깨닫게 된다.
  • [열린세상] 뉴딜은 국민적 합의가 필수다/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 교수

    올 한해는 한국 현대사에 많은 기록들을 남길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봄 정국은 나라를 흔들었다.60일간 계속된 탄핵논란은 헌법재판소의 기각결정으로 정리되었지만 4·15총선에 영향을 미치며 17대 의회를 여대야소로 구성시키며 초선의원을 187명이나 국회에 입성시켰다. 정국주도세력의 교체라는 의미도 부가시키게 되었다. 가을을 넘기면서 국민들은 또 한 차례 정치이슈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10월21일 신행정수도특별법이 위헌으로 결정되면서 참여정부의 핵심공약 중의 하나인 행정수도이전이 중단되고 충청권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 이 문제는 해를 넘겨야 결말이 날 것 같다. 이러한 와중에 경제는 점점 하강하고 있다. 특히 내수경제가 가라앉으면서 자영업자들이 줄줄이 파산하고 소비심리가 심하게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우석 교수의 인간배아복제 성공과 고속철도의 개통이라는 후련함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침체의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다. 유영철의 연쇄살인과 빈곤형자살 소식 등이 연말의 언론을 장식하며 사회는 전체적으로 어두움에 휩싸이고 있다. 정부에서는 ‘한국형 뉴딜’을 선포하고 경제살리기에 올인하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그다지 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뉴딜의 대표적인 예는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3년에 발표한 미국재건계획이다. 그 전의 후버 대통령 재임 시 주식시장이 돌발적으로 붕괴되어 초래된 미증유의 위기 속에서 집권한 루스벨트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을 것이다. 외침을 당했을 때 대통령에게 주어지는 강력한 권한을 의회에 요구하며 미국 전역의 은행을 정지시키고 ‘긴급은행법’을 통과시키고, 청년실업을 구제하기 위하여 ‘민간국토보전부대’라는 노동부대를 만들어 군사훈련을 방불케 하는 직업교육도 실시하였으며 이들을 댐과 다리, 저수지 등의 건설현장에서 일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처음 3년 동안 실업인구가 어느 정도 감소한 실적이 있기는 했지만 1937년경에는 경제상황이 1929년 대공황 직전수준으로 돌아서 미국 국민들은 뉴딜 역시 하나의 환상이었다고 자각하게 된다. 특히 미국 대법원이 서둘러 제정된 농업조정법 및 산업부흥법 등에 대하여 무효를 선고하자 대통령을 지지하는 인사들을 대법원에 포진시키고자 증원을 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의회에 상정하면서 여론도 악화되고 법안통과는 좌절되고 말았다.1938년에는 실업률이 20%에 달하여 사실상 뉴딜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1944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전시체제의 특수성이 주요변수였다. 그리고 경제가 활력을 되찾은 것도 제2차 세계대전의 덕을 본 것이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이렇듯 흔히 경제난을 극복한 성공신화로 알려진 미국의 뉴딜의 실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가 함부로 ‘한국형 뉴딜’을 논하기가 어려워진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정부가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시장이 활성화되도록 정치경제상황을 조성해야 한다. 거시적인 정치이슈를 담고 있는 4대입법보다는 각계 각층의 여론을 겸허하게 청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본원적인 권력을 이루고 있는 인사들이 이번 연말부터 새해 초까지 주로 반대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조건 없이 만나 진솔한 얘기를 들어야 한다. 이제 위정자들이 거리로 나설 차례다. 띠 두르지 말고 버스 안에서, 택시 안에서, 조그만 점포에서, 백화점에서, 시장과 복덕방에서 그리고 대기업 대책회의장에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뒤에 정치와 경제사회 이슈를 재정리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그나마 국민들이 노후에 기대고 있는 목적기속성이 강한 연금기금마저 탕진하고 말지도 모른다. 복지시설을 찾아 사진 찍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말과 연초의 기간을 갈라진 사회의 틈을 메울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바쁜 일정으로 채우기를 바란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이성규 서울시립대 사회정책학 교수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0)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50)포항 호미곶의 해맞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재론의 여지없이 독도나 울릉도다. 그러면 육지에서는 어디일까. 이 역시 재론의 여지없이 포항시 호미곶이다. 동경 129도 34분 03초인 이곳은 동해로 돌출되어 있어 몇 분이라도 먼저 새해 해맞이를 하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다.12월21일, 동짓날 그곳을 찾았다. 옛날에는 동지를 아세(亞歲·작은 설)라 하여 동지제사를 지내며 액운을 물리치는 날이다. 또한 한해를 동지에 시작하였으니, 옛 전통을 되살려 호미곶으로 달려 내려간 것. ●육지서 가장 먼저 해뜨는 호미곶 호미곶을 가려면 포항 시내에서 삼십여분을 더 달려야 한다. 일출의 짧은 순간을 놓칠 것을 걱정하고 있는데, 서울에서부터 내내 동행한 해수부 항로표지담당관실의 진한숙 사무관이 선뜻 장기곶등대에서의 1박을 권하였다.“체험하고, 그냥 들르는 것하고는 천지차이입니다.” 등대는 많이 다녀보았지만 하룻밤 체험은 쉽질 않아 선뜻 등대의 관사에 여장을 풀었다. 마침 울릉도등대에서 찾아온 박영식·정태영 등대지기와 포항항만청의 정용호 과장과 조재준 계장 등 ‘등대사나이’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이바구’에 여념이 없었다. ‘등대지기’, 좀 더 정확히 말하지만 이들 항로표지원들의 삶 자체가 워낙 외롭고 고달프기 때문에 대단한 단결력을 과시한다. 그러지 않고는 고립된 등대의 삶을 견뎌낼 수가 없을 것이다. 유물 수집 과정을 묻자, 이문희 등대박물관장은 “전국 등대에 연락을 취하고 긴밀하게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과거의 등대유물을 속속 수집하여 올린 덕분에 인멸해 가던 근대 문화유산이 집결되어 오늘의 등대박물관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해준다. 밤새 북풍이 불었다. 등대의 칸델라가 빙빙 돌아가면서 쏘아대는 불빛이 요동치는 파도에 떨어지자 물빛이 기괴한 빛을 냈다. 수억원을 호가하는 칸델라는 일일이 손으로 깎은 렌즈들의 집합체로 빛이 없어도 그 자체로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으니, 그냥 퍼지는 파장이 아니라 렌즈의 오묘한 프리즘이 연출해 내는 ‘빛의 향연’인 셈이다. 해맞이광장 한편에 자리잡은 육중한 풍력발전기의 대형 풍차가 엄청난 가속도로 돌았다. 동해로 돌출된 삼각지대답게 호미곶 바람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런 곳을 일제가 ‘토끼 꼬리’라 불렀으니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땅의 기세가 호랑이 꼬리가 분명하다. 그것도 잠자는 호랑이가 아니라 태산을 흔들며 포효하는 호랑이 꼬리다. 일찍이 남사고가 호미곶을 호랑이 꼬리로 보았음은 역시 조선시대 절세의 풍수지리가다운 안목이다. 고산자 김정호는 국토의 튀어나온 부분을 ‘확실하게’ 이해하기 위하여 무려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에 호미곶이 한반도의 가장 동쪽임을 분명히 하였다. 동물의 꼬리란 ‘꼬리곰탕’이나 끓여먹는 대상이 아니다. 돌진할 때 몸의 균형과 스피드를 조절하고, 꼬리를 움직여서 온갖 신호를 보낸다. 꼬리치는 강아지에게서 꼬리를 뺏는다고 상상해 보라. 어쨌든 호랑이 꼬리에 얹혀서 잠을 잔 것 치고는 아주 편한 잠을 잤다. 등대의 침실이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기 때문이다. ●바닷가 한복판 ‘상생의 손’ 감동 새벽 6시 바다로 나갔다. 해가 가장 짧아서 ‘노루꼬리’ 같다는 동지답게 해가 뜨려면 아직 이르다. 신년도 아닌데 벌써 해맞이를 나온 이들이 서성거린다. 필자처럼 새해맞이를 ‘당겨서’ 맞으려는 사람들이다. 미국에서 나왔다는 교포 1.5세를 만났다. 부친은 미국인, 모친은 한국인이란다. 한국문화 체험을 하려고 겨울연휴를 이용해서 ‘어머니 나라’에 왔으며, 동해 일출을 한반도의 제일 끝자락에서 맞이하고 싶어서 서울에서 달려왔단다. 해가 뜬다. 늘상 그렇듯 일출 조건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구름이다. 구름이 가린다면 만사가 틀어진다. 수년 전, 동해 일출을 지켜보는데 먹장구름이 흘러가면서 끝내 해가 제 모양을 보여주지 않았다. 사람들의 실망이란, 해맞이가 아니라 흡사 해의 죽음을 조문하러 온 표정들 같았다. 천만다행으로 해가 떠올랐다. 일출은 그야말로 순식간. 뻘건 혓바닥, 아니면 좀 험하게 표현해 갓 잡은 동물의 붉은 간 같다고나 할까. 진홍색 빛을 불쑥 내밀며 천천히 바다로부터 치고 올라온다. 신라의 고승 원효의 이름을 풀면 ‘첫 새벽’이다. 새해 첫 날, 첫 새벽에 빛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해맞이 전통은 흡사 힌두교도들이 빛의 주인인 크리슈나의 현현을 맞이하는 것과 같다. 불가의 무량수경(無量壽經)에 ‘빛은 외관(外觀)하고 생명은 내감(內感)한다.’고 하였으니, 빛이 있는 곳에 무한한 공간이 조견되고, 목숨 있는 곳에 무한한 공간이 심증된다는 뜻이다. 기독교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빛은 생명 그 자체로 인식된다. 그러한 즉,‘생명있는 온갖 것’들이 해맞이 광장에 모여들어 빛에 감응하고 생명을 느끼고 돌아감은 새해 일출이 선사하는 가장 값진 선물일 것이다. 호미곶광장의 연오랑과 세오녀 기념비에 쓰여 있듯, 그들 부부가 일본으로 떠나자 신라의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고 삼국유사에 기록돼 있다. 사신을 보내어 비단을 받아오자, 해와 달이 다시 온전해졌다. 해와 달이 빛을 잃는 것처럼 비극적인 것이 없으니, 호미곶 해맞이에서 해마다 연오랑과 세오녀를 시민 가운데서 선출해 가장(假裝)의 축제를 벌이는 것도 빛을 간구하는 축제의 오랜 전통을 재현해 낸 것이리라. 호미곶 해맞이가 한결 유장하게 느껴지는 것은 바닷가 복판에 세워진 상생의 손 때문이다. 청동으로 빚어진 그 거대한 손 위로 해가 올라선다. 흡사 손으로 해를 받쳐올리는 모습이다. 손노동으로 이룩된 인류의 문명을 상징하듯이 해와 손이 어우려져 감동을 자아낸다. 바닷가에 세워진 온갖 군더더기 조형물과 달리 상생의 손으로 해를 감싸 안으면서 한해 내내 싸우지들 말고 오순도순 잘 살아나가길 바라는 성싶다. 우리 국회의원들은 단체로 이곳에 와서 이런 가르침을 배워야 할 듯하다. ●등탑 층마다 새겨진 배꽃 문장 눈길 해맞이를 끝낸 이들은 등대박물관을 방문하곤 한다.1908년 12월20일에 완공되었으니,2008년이면 100년. 서양 건축양식을 도입, 무려 26.4m 6층 높이의 건조물을 철근 하나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벽돌로만 축조했다. 이러한 축조기술은 오늘날에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이니 근대건축사의 살아 있는 학습장 아닌가. 반드시 등탑의 층마다 붙어 있는 조선왕실 상징물인 이화(梨花) 문장을 보아둘 것을 권한다. 가문이나 왕실을 표시하는 특별한 꽃모양이나 동물문양을 뜻하는 문장으로 ‘오얏 이’의 상징물인 배꽃이 등대마다 각인되어 있다. 풍전등화 신세였던 통감부 시절에 등대를 세우면서 무슨 연유인지 배꽃을 층마다 새겼다. 일제강점기에 일인들은 배꽃을 철판으로 가리고 자신들의 국화문장을 새겼다. 해방이 되어 철판을 떼내자 아무도 몰랐던 배꽃이 제 모습을 드러내어 오늘에 이른 것. 누군가 농을 던진다.“이화여대생들은 반드시 한번쯤 와야 할 필수 코스 아닙니까.” 호랑이 꼬리가 토끼 꼬리로 강등되면서 모진 세월 내내 서러움을 받던 호미곶에 수십만 인파가 인산인해를 이루면서 동해바닷가에서 한해의 염원을 실어보내는 것 자체가 이제 ‘신(新)세시풍속’으로 자리잡은 것이니 감개무량할 뿐이다. 호미곶 일대는 보리판으로 뒤덮여 있다. 어려운 물사정으로 논농사가 불가능한 지형의 특성을 살려 곳곳에 보리를 심어 마치 겨울바다에 녹색의 융단을 깔아놓은 듯하다. 호미곶에는 이육사가 포항의 포도원에서 시상을 떠올려 그의 명시 청포도를 창작하였다는 청포도비도 서 있어 바닷물과 더불어 이래저래 청색과 녹색의 시대를 연출하고 있는 중이다. 겨울보리의 녹색이 추위를 녹인다면, 호미곶의 봄바다에는 화사한 유채꽃이 만발하여 다시금 찾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하니 유혹의 강도가 너무 강하여 좀체 벗어나기 힘든 곳이 아닐까. ●태양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더라 이제 정신 없던 연말도 끝나가면서 새해맞이를 떠날 이들이 엄청 많을 것 같아 차제에 사족을 달아본다. 호미곶 해맞이공원처럼 그야말로 시설과 조건이 두루 갖추어져 볼 것도 많고 편리한 곳을 찾는 것이 좋을 것이고, 아니면 조그마한 어촌의 언덕에 올라 가족이나 연인끼리 동해 일출을 바라봄도 권할 만하다. 유명세 치르는 곳만 찾을 일은 아니란 뜻이다. 가령, 부산의 기장 같은 곳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의 너른 공간 속에서 수산과학관이 주관하는 자그마한 새해맞이도 열려 해마다 ‘귀밝이 술’도 권하면서 조촐한 축제를 벌이고 있으니, 이렇듯 전국 곳곳을 찾아보면 주차 걱정없이 일출의 관해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알려지지 않은 곳이 산재해 있다. 구름이 끼어 해가 떠오르는 광경을 보지 못하면 또 어떠랴. 마음의 빛이 더욱 소중한 것일진대, 눈 감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내일의 태양을 향하여 소리칠 일이다. 해는 어김없이 뜰 것이며, 일출은 어느 누구도 한 장소에서 한순간에만 볼 수 있는 것이니, 만인은 해 앞에서만큼은 평등한 것이다.
  • 크루즈 타고 한라산 올라볼까

    크루즈 타고 한라산 올라볼까

    “인천에서 제주까지 배를 타고 간다고?” “아니, 비행기로 한시간이면 가는데 왜 13시간씩 배를 타?” 인천~제주 크루즈 여행을 떠난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물었다. 이제 그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한시간만에 비행기를 타고 휙 제주도에 도착한다면 바다와 파도, 여유가 있는 크루즈의 낭만을 어찌 알겠느냐고. 제주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떠나자, 크루즈여행 금요일 오후 7시 인천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에서 제주행 오하마나호에 올랐다. 에스컬레이터까지 있는 오하마나호는 6322t으로 정원은 695명,50대의 승용차를 나를 수 있는 국내 최대의 여객선 규모다. 객실은 로열실과 1·2·3등실로 구분된다.1·2등실은 침대가 놓여 있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마룻바닥에 이불이 제공되는 3등실에서 간단한 게임을 해도 좋겠다.13시간이나 배를 탄다는 말에 멀미에 대한 걱정이 가장 컸다. 김동일(58) 선장은 “오하마나호는 필리핀의 전통 선박인 벙커처럼 수면 아래로 날개 같이 생긴 핀이 나와 4m 이하의 파도에는 꿈쩍도 않는다.”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다. 금요일 저녁 출발인 만큼 저렴한 비용에 시간도 아껴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산악동호인들은 물론 직장단위의 등산객과 젊은층의 얼굴도 보였다. 세계일주 크루즈와 비교하면 소박하지만, 레스토랑, 커피숍, 영화관 등 오밀조밀한 재미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노래방 시설도 있다. 한식으로 저녁을 먹고난 후 승객들은 끼리끼리 모여앉아 생맥주를 걸치며 여유로운 저녁을 보낸다. 방실이와 이름과 목소리만 같은 여가수의 낭창낭창한 노래를 안주삼아 그렇게 밤이 깊어갔다. ●비오는 한라산의 멋 다음날 제주도에 도착할 즈음. 선상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 들떠 이른 아침 눈을 떴다. 하지만 비가 내리는 통에 일출구경은 다음으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배경으로 몰려든 갈매기떼에게 과자를 먹이는 것도 큰 재미”라던 선배 여행객의 말을 듣고 준비한 과자는 할 수 없이 내가 먹어야만 했다. 토요일 아침 8시에 제주에 도착하자 버스로 한라산 입구까지 이동했다. 한라산에는 영실, 어리목, 관음사, 성판악 등 4개의 등반 코스가 있다. 백록담 정상에 오르려면 총 8.7㎞로 5시간이 걸리는 관음사 코스나, 9.6㎞로 역시 5시간 정도 소요되는 성판악 코스를 택해야 한다. 두 등반코스 모두 겨울에도 이용할 수 있다. 관음사는 겨울 설경이 아름다우며, 성판악은 등산로가 길고 완만해 초보자에게 적합하다. 한라산은 비에 갇혀 있었다. 할 수 없이 백록담을 보리라던 계획을 접고 3.7㎞로 가장 짧은 영실 코스를 택했다.1시간30분 코스. 일행들의 섭섭함을 눈치챈 등반대장 박인철(57)씨는 “영실코스는 짧지만 오백나한상이라고도 불리는 기암절벽인 영실기암의 장관을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라고 달래줬다. 해발 1700m의 윗새오름이 가장 높이 오를 수 있는 곳. 윗새오름 대피소 못미쳐 노루샘에서 맛본 시원한 물맛이 한라산의 청정함을 느끼게 했다. 윗새오름에서는 어리목 코스로 한라산을 내려갈 수 있다.4.7㎞로 하산까지 2시간 정도 걸렸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한라산은 그만의 운치가 있었다. 자욱한 안개로 시야가 막히는 아쉬움은 있지만 오히려 등산로는 고즈넉했다. 등산로 양쪽에 수북한 대나무 일종인 조릿대 잎새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심신에 잠긴 도시의 때를 벗겨준다. 초가을에 성판악 코스를 타고 백록담까지 올랐다는 최성회씨는 “정상에 이르는 동안 발아래 끝없이 뭉실뭉실 펼쳐진 구름바다 위를 한라산 초입에서 만난 큰 까마귀가 되어 날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하며, 한라산에 푹 빠지면 주말마다 근질근질하다고 너스레를 떤다. 겨울 비치곤 양이 많아 겉옷과 신발에 비가 스며들었다. 마침 영실 휴게소의 인심 넉넉한 주인장이 제공한 난로 앞에서 서로 김을 풍겨가며 양말과 바지를 말렸다. ●느껴봐, 제철 방어의 맛 올해 4회째인 최남단 모슬포항의 방어축제를 보기 위해선 서둘러야 했다. 축제의 압권은 맨손으로 방어잡기. 참가비 1만원만 내면 4평 남짓 대형수조에서 잡은 방어를 모두 가져갈 수 있다. 한마리 5000∼1만원 하는 방어가 잡히는 만큼 내것이라니. 마음만 앞선 탓인지 면장갑만을 껴서는 잡기가 쉽지 않다. 녀석들의 헤엄치는 속도는 또 어찌나 빠른지. 주부들은 남편의 응원을 받으며 4∼6마리씩 방어를 잡아 즉석에서 회를 떠가기도 했다. 제주도의 방어는 11월에서 이듬해 3월이 제철. 마라도의 거센 물살에서 자라난 방어회의 붉은살은 쫄깃한 맛이 일품이다. 올해 최남단 모슬포 방어축제는 지난 5일 막을 내렸다. 청해진해운의 김형자 주임은 “내년 3월까지 오후 3∼6시에 모슬포항에 들르면 어선에서 갓잡은 제철만난 방어를 싼값에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13시간 항해의 여운 토요일 저녁 7시 오하마나호는 인천을 향해 출발했다. 제주항에서도 제주공항과 마찬가지로 간단한 면세점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매장규모는 작지만 담뱃값이 시중보다 보루당 5000원 가까이 저렴해 애연가들의 구미를 당겨 금연열풍에도 불구하고 담배를 사려는 줄이 길었다. 선실의 창밖으로 잊을 만하면 하나씩 나타나는 서해안의 섬들을 구경하니 마음이 고요해졌다. 일요일 아침 8시, 인천항에 도착했다.13시간의 항해는 그렇게 바다 위에서 미끄러지는 배처럼 흘러갔다. ■ 한라산 여행이 9만9000원 제주도 한라산 여행이 9만 9000원? 인천에서 오하마나호를 이용한다면 가능하다. 청해진해운(032-889-7800,www.cmcline.co.kr)에서 매주 월·수·금요일에 출발하는 2박3일 제주 크루즈 상품이 9만 9000원이다. ●주말에 즐기는 한라산 일정 첫째날 오후 7시 인천항에서 출발, 둘째날 오전 8시 제주에 도착한다. 한라산을 오른 뒤, 셋째날 오전 8시 다시 인천항에 도착하게 된다. 서해안의 낙조와 갈매기와의 데이트, 밤하늘의 은하수와 제주 일출을 선상에서 즐길 수 있다. 객실은 카펫이 깔린 마룻바닥에 담요와 베개가 제공되는 3등실이다.1인당 2만원을 추가하면 2등실을 이용할 수 있다. 2등 가족실은 2층 침대 2개가 구비돼 있어 4인 가족에 안성맞춤. 한편에는 작은 화장실과 소파, 탁자도 있다.1등실은 17만 3000원. 식사는 오하마나호 안 레스토랑(한식 한끼당 5000원)과 매점을 이용할 수 있다. 미리 음식을 준비해서 가족끼리 선실에서 식사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라산을 오를 때 도시락은 무료로 제공한다. 한라산에 오르지 않을 경우 2만원을 추가해 제주도 일일관광으로 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버스를 타고 도깨비도로~성읍 민속마을~미천굴~섭지코지~해녀촌~박물관 등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성탄절 전날인 24일과 새해 첫 일출을 선상에서 맞을 수 있는 31일에 출발하는 배편은 지난 3월부터 판매, 이미 매진됐다. 내년을 기약하려면 일찌감치 예약해야 한다.24,31일에는 특별히 선상에서 불꽃놀이 축제도 벌어진다. 음력 설연휴에는 윷놀이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한다. ●크루즈여행, 이것이 궁금해요 제주 크루즈 여행을 즐기기 위해 멀미약은 따로 준비할 필요 없다.4m이하의 파도에서는 특별한 요동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바다의 상태는 예측불가능하므로 여행 일정은 하루 정도 여유를 두는 것이 좋다. 일요일에 돌아온다고 월요일 아침부터 중요한 일정을 잡는 것은 가능하면 피하도록 한다. 등산 후 땀에 젖은 몸은 오하마나호 내에 작은 욕실을 이용해 씻을 수 있다. 휴대전화 통화는 출항후 1∼2시간은 가능하나 이후에는 배가 먼바다로 빠지면서 불가능하다. 애완견을 데리고 탈 수는 있지만 여객실에 함께 있을 수는 없고, 별도의 장소에 둬야 한다. 자전거는 별도 요금없이 가져갈 수 있다. 오토바이는 크기별로 1만 6000∼9만 8000원선, 자동차는 크기별로 11만 5000∼65만 4000원선의 운임을 내야 한다. 자동차를 싣고 가서 당일여행을 할 수도 있다.
  • 유시첸코, 독이 약 되나

    우크라이나 대통령선거 결선 재투표가 2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야당 후보인 빅토르 유시첸코가 다이옥신에 중독됐다는 검진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국이 요동치고 있다. 유시첸코측은 집권세력이 여당 후보 빅토르 야누코비치 총리의 당선을 위해 독살을 기도한 것이라고 몰아붙인 반면 여당측은 즉각적인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유시첸코는 12일(현지시간) 검진을 마치고 우크라이나로 돌아가기에 앞서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권은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이것을 소련의 몰락이나 베를린 장벽 붕괴에 비교한다.”며 여당측을 압박했다. 동시에 그는 “이 요인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선거에 영향을 미치길 원하지 않는다.”면서 “26일 결선 재투표를 마친 뒤 심층 조사를 해야 한다.”고 밝혀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 하지만 그의 선거캠프 고위 관계자는 11일 검진 결과가 발표된 뒤 영국 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독극물 중독 사건은 전문가에 의해 계획된 것임이 분명하다.”며 옛 소련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이 개입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유시첸코가 KGB 후신인 우크라이나 정보당국(SBU) 총책임자와 저녁식사를 함께 한 뒤 병원으로 후송됐고 얼굴이 일그러졌다는 점에서 KGB 개입설은 정부를 겨냥한 것이다. 그는 또 “(여당 후보를 지지해온)러시아 정부가 관련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독극물 중독은 유시첸코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의 선택이었다.”고 비난했다. 유시첸코의 검진 결과가 나오자 대선 직전 “유시첸코의 증세는 바이러스성 악성 포진 때문”이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던 검찰이 재수사에 나서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반면 여당측은 입장 표명을 유보했다. 정치분석가 볼로디미르 말린코비치는 “(여당 후보)야누코비치의 개입 여부를 증명하긴 어렵겠지만 그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독극물 중독 발표로 유시첸코의 집권 가능성이 52%에서 60%로 늘었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 대해 미국은 우크라이나 당국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지만 러시아는 검진 결과에 의문을 표시해 그간의 대립을 이어갔다. 한편 11일 발표된 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47%가 유시첸코에게 표를 주겠다고 한 반면 37%만이 야누코비치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라숨코프센터가 실시한 이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8%가 유시첸코가 이길 것으로 대답, 한달 전 같은 조사의 19%에 비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야누코비치의 승리를 예상한 응답자는 58%에서 27%로 급감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무가지·경품 불공정거래 신문 ‘신 파라치’ 비상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신문포상금 제도’가 담긴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신문 판매시장이 한바탕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이번 신문 포상금 제도는 신문고시를 위반하는 불법 경품이나 무가지 등을 신고할 경우 신고가액의 10배를 지급하고, 이를 위한 50억원의 예산까지 신청되어 있어 그 위력이 한층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개정안 통과를 놓고 조선, 중앙, 동아일보 등 이른바 ‘메이저’신문들과 나머지 신문들의 표정은 크게 엇갈린다. 우선 고가의 경품 지급과 무가지 살포로 신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주도해온 이들 세 신문들이 받는 타격이 매우 클 것 같다. 이들중 한 신문사는 자체 조사에서 포상금 제도가 시행되면 정기구독 부수가 2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자연 절독률이 4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의견도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 김영호 대표는 “신문고시 자체를 고쳐 경품 제공 행위를 아예 금지하기 전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행 신문고시는 신문 판매가액의 20% 이내에서 경품 제공 또는 무가지 지급을 허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결국 경품은 계속 제공될 것이고,20%를 넘기는지 여부도 판단과 단속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車업계 “마케팅전략 어찌하나…”

    車업계 “마케팅전략 어찌하나…”

    자동차업계가 내년도 영업계획을 확정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자동차 특별소비세 환원 여부,7∼10인승 승합차 세금 완화 여부 등 마케팅 전략과 직결되는 중요 변수가 아직 결론나지 않아서다. 결정권을 갖고 있는 정부는 내년이 채 한달도 남지 않았는데도 “검토 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가뜩이나 환율 급락, 국제유가 요동 등 예기치 못한 외부 악재로 내년도 경영계획을 원점에서 다시 짜고 있는 업계는 “안팎으로 불확실변수가 너무 많다.”며 속을 끓이고 있다. ●특소세·승합차세, 내리나 마나 당초 정부방안대로라면 자동차 특별소비세는 내년 1월1일부터 원상태로 환원된다. 배기량 2000㏄ 이하는 현행 4%에서 5%로,2000㏄ 초과는 8%에서 10%로 오르는 것. 특소세 한시인하가 올 연말로 종료되는 점을 적극 부각시키며 ‘송년 세일’에 총력을 기울이던 업계는 그러나 지난달 19일 “인하기간 연장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이헌재 부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주춤 물러섰다. 한 영업직 사원은 “특소세 얘기는 더 이상 고객들에게 하지 않는다.”면서 “그렇다고 연장이 확정된 것도 아니어서 고객 상담에 적잖은 고충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7∼10인승 승합차 세금인상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들 승합차는 원래 내년 1월1일부터 승용차로 분류되면서 자동차세가 최고 5배 이상 급등할 처지에 놓였었다. 그러나 생계형 운전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세부담 완화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물러섰다. 하지만 지금껏 후속조치가 없다. 대우자동차판매 관계자는 “특소세 인하 연장과 승합차세 완화를 기정사실로 여기고 내년도 영업계획을 다시 짜고 있지만 솔직히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없어 난감하다.”고 털어놓았다. 현대차 관계자도 “가뜩이나 환율·유가 등 불확실변수가 많아 내년도 경영전략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데 정부의 정책결정마저 지연돼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정부가 내부변수(세금)만이라도 불확실성을 조기에 걷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부 “검토 중” 되풀이 재정경제부 김락회 소비세제과장은 “부총리 발언은 내년에도 내수가 좋지 않을 경우 특소세 인하기간 연장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의미였지, 인하기간을 연장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며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업계의 기류에 제동을 걸었다.“아직 결론이 안 났으며 검토 중”이라는 얘기다. 자동차세를 담당하는 행정자치부 배진환 세정과장도 “승합차 세부담을 완화해줄 것인지, 완화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모든 문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 감면을 통해 급격히 늘어난 자동차세를 깎아주는 방안이 유력하다. 배 과장은 “가급적 이달 안에 세부방안을 내놓겠다.”면서 “해를 넘기더라도 소급적용이 가능해 소비자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렇듯 특소세 인하 연장, 승합차세 완화 자체가 결론이 안난 상태라고 애써 강조하지만 백지화될 경우 엄청난 혼란이 예상돼 그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스타렉스·카니발 등 승합차만 해도 판매가 계속 줄어들다 ‘세부담 완화검토’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달 판매량이 쑥 늘었다. 자동차공업협회 강철구 이사는 “그동안 업계를 지탱해오던 자동차 수출이 내년에는 3%대 증가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자동차 내수도 내년 하반기나 돼야 소폭 회복될 것으로 보여 정부가 정책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트리플캐스팅 황솔·문슬예·이진주

    트리플캐스팅 황솔·문슬예·이진주

    “너무너무 기뻤는데요, 옆에서 우는 친구들 달래주고 표정 관리하느라고 혼났어요.” 새달 4일부터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되는 가족극 ‘몽실언니’에서 주인공 ‘몽실이’를 맡게 된 아역 배우들은 앳되지만 어른스러웠다. 황솔(신천초6·13), 문슬예(중계초4·10), 이진주(구성초4·10). 오디션을 통해 연극에 투입된 아이들은 트리플 캐스팅으로, 한 명이 몽실이를 하면 나머지 두명은 극중 다른 배역으로 무대에 선다.8월말부터 하루 7시간 이상 강도 높은 연습을 하고 있지만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 하나도 힘들지 않다.”고 또박또박 말한다. 연기에 대한 끼를 스스로 발견하고 부모님을 졸라 연기학원에 다닌 아이들이니 오죽할까. ●새달 4일부터 정동극장 공연 솔이는 이번 연극이 데뷔 무대.TV와 영화에 얼굴을 비쳤던 슬예, 진주에게도 본격 연기는 이번이 처음이다.‘몽실언니’는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동화작가 권정생의 작품이 원작이다. 가난과 배고픔 때문에 남편을 버린 어머니가 만난 새 아버지의 학대로 절름발이가 된 몽실이가 6·25 전쟁통에 부모를 한꺼번에 잃고 식모살이, 구걸을 하면서도 배다른 동생들과 이웃을 돌보며 꿋꿋하게 살아간다는 내용이다. 풍요로움을 누리고 살아온 아이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땅바닥에 떨어진 밥을 주워담는 장면에서 밥을 허겁지겁 주워 담아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어요. 그래서 엄마가 ‘동냥이라도 나가 봐라.’한 적도 있어요.” 평소 엉뚱한 말을 잘한다는 슬예의 솔직한 말.“연기에 대해 눈을 뜨게 됐어요.”라고 제법 진지하게 말하는 슬예는 “저는요, 힘도 세졌어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동생 난남이를 업고 나뭇짐까지 하는 몽실이로 살게 되니 얼마 전 엄마도 업을 수 있었단다. 현재 TV 어린이 프로그램에 단역으로 출연 중인 진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눈물의 여왕’.“(연극계가)인간적이어서 너무 좋아요.”“감정도 더 풍부해졌고요.”라고 진주가 말하자 이에 질세라 “관객들과 나의 감정을 나눠주고 함께 느낀다는 점이 너무 좋아요.”라고 솔이가 언니답게 이어받는다. 아이들이 부쩍 자란 건 몽실이 덕이다. ●하루 7시간이상 강도높은 연습 사슴처럼 맑은 아이들은 작은 몸뚱이에 두둑한 배짱과 에너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90분 동안 이어지는 무대가 하나도 떨리지 않았다. 요동치는 가슴을 부여잡아야 했던 쪽은 오히려 무대 아래의 엄마들. 지난 10월 과천에서 열렸던 프리뷰 때 막이 내려가자마자 엄마들은 너나할 것 없이 눈물을 쏟아내고 말았다. 목소리가 너무 고와서 자꾸 예쁜 몽실이가 된다는 솔이. 아직 힘이 부족하다는 진주. 마음으로 우는 게 힘들었다는 슬예. 어리다고 열정이 없을까. 자신들의 단점을 얘기하는 아이들은 심각했다. 겉모습뿐 아니라 속내까지 진짜 몽실이가 되고 싶은 아이들이 꾸미는 무대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공연계 대목인 연말, 화려한 볼거리로 치장한 대규모 공연들의 위세가 아무리 대단해도 말이다.31일까지.2만∼3만원.(02)751-1500.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김정일 초상화·배지 제거’ 韓·美·中·日 시각

    지금 북한에선 무슨 일이?북한에선 요즘 전에 없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절대 권력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가 철거되거나 ‘김정일 배지’가 사라졌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북한의 ‘이상징후’에 대해 우리 정부는 물론 미국,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4차 북핵 6자회담을 앞둔 시기여서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미국과 중국, 일본측의 시각과 우리 정부의 진단을 다뤄 본다. ■ 美 강경파 표적 회피 6자회담 기선잡기용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북한에서 나타나는 ‘이상징후’에 대해 미국의 정부 관계자와 한반도 전문가들은 미 언론의 보도에 비해 매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만 갖고는 평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대체로 ▲6자회담을 앞둔 대외협상 전략 ▲경제난 등 책임회피를 위한 권력 분산 ▲권력 승계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 ▲독재체제를 군주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예비작업 ▲미국 강경파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도 등의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6자회담 앞둔 협상전략” 헤리티지 재단의 발비나 황 연구원은 과거 북한에서 발생했던 유사한 사례를 근거로 북한이 철저하게 ‘계산된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김정일 초상화 제거 등 최근 북한에서 나타나는 이상징후에 대해 잘못된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면서 “섣부르게 북한 정권의 교체라든지 하는 식의 결론에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황 연구원은 “초상화 제거 등이 갑작스럽게, 혹은 혼란스럽게 이뤄졌다는 징후가 전혀 없다.”면서 “오히려 제도적으로 조심스럽게 통제된 상태에서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0년대 김일성이 사망하기 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김정일이 그의 아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권력을 순조롭게 이양하기 위한 방편에서 이뤄졌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또 “평양 당국이 6자회담을 앞두고 일부러 정권이 불안정한 것처럼 풍문을 퍼뜨리는 것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지난 94년 같은 전술을 통해 빌 클린턴 정부가 제네바 합의를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황 연구원은 “이번에도 김정일은 외부에서 북한이 불안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향후 협상을 이끌어 가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北 체제, 군주국가 이전 가능성” 김정일 전문가인 루이지애나 대학의 브래들리 마틴 교수는 ‘김정일이 자신을 악의 화신으로 간주하는 미국 강경세력의 집중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초상화 제거 등을 지시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마틴 교수는 이어 “북한이 조금씩 외부의 정보에 노출되면서 김정일의 신격화가 더이상 효과를 거둘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김정일이 북한체제를 철저한 독재에서 태국이나 스웨덴과 같은 제한된 ‘군주국가’로 이전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드러난 정보, 너무 부족” 브루킹스 연구소의 마이클 오핸런 연구원과 국제경제연구소의 마르커스 놀란드 선임연구원은 “현재 북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를 판단하기에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다만 놀란드 연구원은 “김정일의 초상화가 제거된 것은 그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추측컨대, 북한 내부의 상황이 어렵기 때문에 김정일이 자신에게 집중된 정치 권력을 분산해 책임도 분산시키려는 의도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 국무부의 한반도 정책 담당자도 23일 한국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북한 내부에 어떤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북한에서는 갑자기 예상치 못한 일이 종종 일어나므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dawn@seoul.co.kr ■ “金 정상 활동… 권력갈등 안보여” 정부 당국은 최근 외신을 통해 잇따라 보도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철거 및 극존칭 생략설, 배지 탈착설 등에 대해 “북한 내부의 특이한 이상징후는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같은 징후들이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북한 체제와 김정일 위원장의 우상화 및 독재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한 내부적인 조치로 파악하고 있다.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25일 김정일 위원장의 ‘배지 탈착설’에 대해 “과거에는 고 김일성 주석의 배지만 달았지만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는 김 주석과 김정일 위원장의 배지를 선별해서 달다가 최근에는 김 주석의 배지만 달고 있는 추세”라고 전제하면서 “그렇다고 김정일 위원장의 배지가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국가정보원은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최근 북한 주요동향보고’에서 “북한은 김정일과 주요 간부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등 내부 이상징후는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철거설에 대해 “최근 인민문화궁전 내 국제회의실과 만수대 의사당 등 일부 장소에서 이를 철거했다.”면서 “북한은 지난 1975년부터 고 김일성 주석의 초상화 옆에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부착하고 있으며 1990년대 초부터 ‘외국인이 자주 방문하는 공공시설에서는 김정일 초상화를 제거한다.’는 내부방침을 하달했지만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화를 계속 부착시켜 왔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은 김정일 위원장의 현지 지도와 군부대 방문 등 공개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외국 고위 인사들의 북한 방문도 별 무리없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들어 ‘권력 내부 갈등설’을 일축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현재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를 위한 실무 접촉이 가동중이고 쌀과 비료를 북한에 지원하기 위한 남북경제협력추진위 차원의 문서 교환도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북한 내부의 이상징후설이 ‘반체제적’ 움직임과 연관성이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개인숭배 증오심 해소 대내외 정치위상 강화 |베이징 오일만특파원| 중국에서는 최근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김정일 초상화 철거’나 ‘김정일 배지 생산중단’ 등을 정치적 변동이 아닌, 개인 우상숭배 약화나 후퇴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 당국은 그동안 외신들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북한내 ‘권력 변동설’에 대해 공식으로 부인했다. ●“北 체제이상 징후 없어”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24일 브리핑에서 “북한의 정치적 상황은 안정돼 있어 큰 일이 났다고 추측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권력 이상설을 일축했다. 우다웨이 부부장은 오히려 북한 지도부의 적극적인 경제개혁 의지를 높이 평가했다. 중국 언론들이나 외교가의 분위기는 북한 내부의 미묘한 움직임을 국제적 이미지 개선을 위한 ‘고도의 전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간지 궈지자이센(國際在線)은 최근 외신들이 제기하는 초상화 철거 등의 사례를 전하면서 “김정일 자신이 개인숭배를 자제하라고 지시했다.”고 전제,“개인숭배가 국제적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는 것을 김 위원장이 이미 감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또 “북한은 유교국가이고 겸손을 중시하는 나라”라고 전제,‘경애하는‘ 등의 호칭 생략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자신의 초상화 철거가 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달리 부자 상속을 하지 않겠다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라는 새로운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초상화와 배지 제거는 주민들에게 아버지(김일성)에 대한 김 위원장의 효심을 강조하고 대외적인 이미지 개선 효과도 거두려는 조치”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홍콩 언론들은 여전히 ‘정치 변동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홍콩 펑황(鳳凰) 위성TV는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 소식을 전하는 시간이 과거보다 짧아졌고 평양 시내에서는 차량과 행인에 대한 검문검색이 강화됐다.”고 보도했다. 이 TV는 북한에서 이러한 현상은 커다란 정치상황 변화시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개인 우상화 불만 확산 김정일 위원장의 초상 철거나 경칭 생략 등은 북한 주민들의 비판·공격 목표에서 벗어나려는 책략이 숨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동안의 ‘우상숭배’가 오히려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주민들에게 김정일에 대한 증오심을 유발하고 공격의 목표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한 이미지 전술이라는 것이다. 봉황TV의 자매지인 펑황즈쉰(鳳凰咨詢)은 북한 핵문제와 인권문제 등으로 국제적으로 곤경에 처한 상황에서 김정일은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한 자신의 우상 숭배를 가능하면 빨리 마감하고 싶어한다고 보도했다. 특히 중국 지도부내에서 확산되고 있는 김정일 정권에 대한 불신감을 이번 우상숭배 약화로 희석하려는, 다목적 효과를 노린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한 외교소식통은 “핵무기와 탈북자 문제가 악화되면서 중국은 김 위원장에 대한 불만이 쌓여가고 일부에서는 우상숭배에 열중하고 있는 김정일 통치의 한계를 노골적으로 말하는 분위기”라며 “누구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김정일이 중국 지도부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자신을 낮추는 책략을 쓰고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oilman@seoul.co.kr
  • ‘통화전쟁’

    ‘통화전쟁’

    미국의 ‘달러약세 정책’을 계기로 미국과 유럽 및 중국·일본간에 ‘통화전쟁’이 불붙을 태세다.19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산업선진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유럽과 아시아 국가의 ‘공조’ 여부나 달러약세를 지지하는 ‘제2플라자 합의’ 문제가 거론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날 도쿄·런던외환시장에서 엔화와 유로화 환율이 오름세로 돌아선 것도 G20회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시각이 우세하다.‘통화전쟁’의 파장을 점검해 본다. ■ 美, 中위안화 ‘옥죄기’ 달러화 약세와 기타통화 강세가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달러화 약세가 국제 환시장에서 대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로·엔화 등 기타 통화의 강세는 점차 중국 위안화의 절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20일 서방선진7개국(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이어 19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 산업선진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장 회의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가 핫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통화가치에 대한 협조개입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없다.”며 달러 약세화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번 주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서도 위안화 문제가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크다. 강(强)달러를 내세우면서도 약(弱)달러를 즐기는 미국은 중국의 위안화 절상이 절박한 상황이다. 올해 1∼8월까지의 미국의 나라별 무역수지 적자규모를 보면 988억달러에 이른다. 이는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가 전체 적자의 23.9%로, 일본(491억달러), 한국(121억달러) 등보다 휠씬 많다. 따라서 중국과의 적자규모를 줄이는 것이 급선무이며, 이를 위해 유로·엔 환율인하를 용인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유럽과 일본·한국 등이 중국의 위안화만 움직이지 않을 경우 상대적인 불이익이 적지 않아 반발하고 있는 것도 중국을 옥죄는 대목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위안화 평가절상이 ▲수입가격 하락, 물가 안정 ▲생산원가 절감 ▲외화표시 대외채무 부담의 감소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수출경쟁력 저하로 관련기업 타격 ▲투자비용 상승에 따른 신규 외국인 자금 유입감소 ▲노동집약형 기업의 수출둔화로 실업증가 ▲수입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업타격 등의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중국이 현실적으로 위안화 절상 압박을 받는 것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으로서 교역상대국의 요구를 계속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최근 중국이 국제수지 흑자폭 축소방안을 마련하고 환율시스템을 개선하는 등 환율제도 개선과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것도 이같은 변화가능성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달러 기축통화 불변” 미국의 약(弱)달러정책은 국제 자금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약달러 정책이 지속될 경우 국제적인 자금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달러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더 나은 곳으로 돈의 ‘쏠림’현상이 일어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외환시장 일각에서는 달러화의 약세로 기축통화의 중심이 흔들리면서 국제자금 시장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미국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아시아, 중남미 각국 통화들이 유례없는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 투매가 이어지고 있는 점을 단적인 예로 든다. 중국·인도·러시아 등 달러자산을 선호했던 대표적인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달러매도에 나서고 있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달러 약세에도 불구하고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달러 매도’는 적정선에서 멈출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근거로 들고 있다. 최근 달러 약세화는 미국 경제의 조정국면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 특히 미국의 금융시장이 투명한 점 등을 들어 달러화의 유출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 달러를 내다 팔려고 해도 이를 대체할 만한 수단이 없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일본·한국 등 대부분의 아시아권의 경우 달러보유고가 높지만, 이를 처분할 경우 대체상품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아둔 국가들은 달러화 약세로 곤욕을 치를 수 있다.”며 “그렇다고 무작정 내다 팔 경우에는 오히려 더 큰 리스크를 안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위안화절상을 거부할 경우 국가간의 거래 등에 따른 불균형으로 국제자금시장이 왜곡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미국이 한쪽에서는 금리를 올리고, 한편으로는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이중적인 장치를 취해 놓았기 때문에 미국내 달러의 해외유출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국제 자금시장의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환율 요동쳐도 손실은 없다”

    ‘환율 제로섬에 도전한다.’ 내년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위협할 수 있다는 국내외 경고가 쏟아지면서 수출 대기업들의 환관리 기법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환율 하락은 수출 기업에 ‘보이지 않는 적’.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고스란히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LG전자와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은 환헤징 전략과 ‘시나리오 경영’으로 채산성 악화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최근의 환율 급락은 사실상 ‘남의 일’로 치부될 만큼 ‘자물쇠’를 걸어 놓고 있는 셈이다. 외환위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9일, 삼성중공업의 환율 ‘컨트롤 타워’인 국제금융실은 대규모 수주에 대한 환헤징으로 정신없이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유입될 달러뿐 아니라 수입자재 지출, 외화 차입금 등에 대해서도 완벽한 ‘환율 방어’를 구축했다. 삼성중공업은 김징완 사장 취임 이후 100% 환헤징 전략을 채택, 올해 짭짤한 수혜를 보고 있다. 국제금융실 지규형 차장은 “올 수주 물량 40억달러에 대해 100% 환헤징을 한 덕분에 2400억원 가량의 환차손을 막았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평균 환율은 1210원. 반면 올해 평균 환율은 1150원으로 환헤징이 없었다면 60원 가량의 환차손을 낳을 수 있었던 것.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권영수 부사장은 “올해 경영계획상 환율을 달러당 1110원으로 잡았지만 내년에는 좀더 낮춰 잡아야 할 것 같다.”면서 “원화절상으로 수출채산성 악화가 있을 수 있으나 LG전자는 보수적으로 경영계획을 수립했기 때문에 실제 받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헤징비율(20∼40%)과 유로화 결제 비율을 확대하고 외화예금, 매출채권을 줄이며 외화의 수입 및 지출 시기를 조정하는 등의 ‘환리스크 증폭에 대한 시나리오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팀장과 4명의 금융팀 그룹장, 국제금융센터,LG경제연구원, 은행 옵션팀장, 증권사 채권 담당 애널리스트 등 사내외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금융관리위원회’도 환율비상을 막는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정우택 사장은 “사내 선물환 시스템으로 환율 급락에 따른 환차손을 100% 막고 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환율 리스크를 막기 위해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을 포기하는 대신,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손은 완벽히 방어하고 있다. 관계자는 “올해 선물환 거래 규모는 38억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류길상 김경두기자 golders@seoul.co.kr
  • 환율 1100원도 ‘흔들’

    환율 1100원도 ‘흔들’

    환율이 급락하며 4년 만에 1110원대가 붕괴됐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재선으로 달러화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어서 환율 1100원대마저 위협받고 있다. 우리 경제에는 외환위기 이후 최대의 악재로 수출업체에 심각한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는 1105.30원으로 5.30원 떨어졌다. 환율이 2000년 9월8일 1108.60원을 기록한 이래 1110원대 밑으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약세가 국내적인 요인보다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하기 때문에 당분간 환율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부시의 재선으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늘고 중동 정세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각국 정부가 손실회피 차원에서 달러화 자산을 팔기 시작했다. 특히 부시 행정부는 수출을 지원하고 경상수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달러화 약세를 방치하는 정책’을 견지, 국제 외환시장은 달러화 약세의 파장에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뉴욕과 도쿄시장의 환율 분석가와 외환 딜러 및 투자자들의 60%는 현재 ‘달러화 매도’를 권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8일 전했다. 이날 파리에서 유로화의 가치도 유로당 1.2986달러로 다시 최고치를 경신했다. 반면 각국 통화를 감안한 달러화의 가치는 9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엔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도 106엔에서 105.44엔으로 하락,6년6개월 만의 최저치를 보였다. 일본 재무성이 시장개입 가능성을 밝혀 엔화의 급락세는 멈췄으나 세계적으로 달러화 약세는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유로화를 사고 달러화를 파는 옵션거래에 집중했다. 리먼 브러더스는 유로화의 가치가 1.32달러까지 오르고 엔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는 99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를 반영, 고유가로 돈을 번 중동의 산유국과 인도·러시아 등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매도를 주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8일 보도했다. 외환 보유고가 5150억달러인 중국도 환율체제를 복수통화 바스켓 시스템으로 전환하기에 앞서 달러화를 팔고 아시아 통화를 산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통화 바스켓의 재조정은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을 부를 것으로 예상된다. 블룸버그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외환시장에서 유로화의 매입은 매도보다 2.5배, 엔화는 4배, 영국 파운드화는 2배나 많아 달러화 매도가 4주 연속 지속되는 추세다. 부시의 2기 행정부는 재정지출이 큰 대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동시에 감세정책에 박차를 가해 올해 4126억달러인 재정적자 폭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경상수지 적자 폭을 자본수지로 메우기 위해 달러화 표시 자산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팔려면 싼 값을 제시해야 하고 그 결과로 고금리와 달러화 약세는 불가피하다. 유럽은 달러화 약세가 유럽 각국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면서도 자산 운영 측면에선 유로화 강세의 득을 감안하고 있다. 백문일 김유영기자 mip@seoul.co.kr
  • 요동치는 세계 신문시장

    세계 신문시장이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신문의 크기가 바뀌고 주간지가 월간지로도 바뀌고 있다. 독자나 판매부수는 인터넷과 무료신문의 호황으로 계속 줄어들어 경영진들에게 구조조정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46년 창간된 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FEER)’는 오는 17일부터 월간지로 전환한다.FEER 발행사인 다우존스는 최근 6년간 FEER의 적자가 심각해 직원 80명을 감원하며 아시아 정계와 재계, 학계 여론 주도층들의 기고문을 게재할 것이라고 지난달 28일 밝혔다. 홍콩의 기업전문 잡지 ‘미디어’의 샤런 데스커 쇼우 편집장은 “24시간 뉴스 채널과 실시간으로 뉴스를 전달하는 인터넷 뉴스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잡지가 지배하던 시대는 곧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219년 전통을 자랑하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난 1일부터 타블로이드 판형만 만든다. 지난해 11월부터 대형 판형과 타블로이드 판형을 동시 발행한 지 일년만이다. 더 타임스는 병행 판매로 판매부수가 4.5% 늘었는데 특히 대형 판형을 점진적으로 없애고 타블로이드 판형만 판매한 지역의 판매부수가 급격히 늘었다고 밝혔다. 고급지 시장에서 더 타임스의 경쟁지인 인디펜던트도 지난해 10월부터 타블로이드 판형을 병행 판매, 가판대 판매부수 증가 효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미국에서는 구독자가 줄고 있다. 현재 프랑스의 인터넷 세대라 할 수 있는 20대의 신문 구독률은 20%다.1960년대와 80년대는 각각 40%와 30%였다. 신문을 아예 안 보거나 대신 인터넷 매체를 보는 인구의 증가 등으로 석간 르몽드는 지난 8월까지 가판 매출이 10.5% 줄었다. 이에 따라 르몽드는 90명을 해고하고 조간으로의 전환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좌파 일간 리베라시옹은 지난해 발행부수가 6.6% 줄어들었다. 미국신문협회(NAA)가 1일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초 4820만부에 달하던 평일판 발행부수는 올해 4770만부로 0.9% 줄어들었다. 전국 50대 시장에서 신문 구독률은 6개월 전의 53.4%에서 52.8%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일요판의 구독률도 61.2%로 6개월 전의 62%에서 여전히 줄고 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中 “긴축정책 지속”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이 기침을 하면 세계경제가 감기에 걸린다.’중국의 9년 만의 금리인상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을 치고 있다고 중국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신화사는 31일 “금리인상 이후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원자재 수요 감소에 대한 우려 때문에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의 주가가 하락하고 있고 국제 채권시장도 혼란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신화사는 특히 국제 선물시장 동향을 자세히 전하면서 “중국은 이미 전세계 소비시장의 ‘거물’이 됐다.”고 자평했다. 중국 국내의 경우 부동산, 에너지, 원자재 관련 주가가 폭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 홍콩 증시의 경우 금리인상 첫날인 29일 부동산 관련 주가가 처음으로 10.12%포인트 하락했고 알루미늄과 구리, 철강 등 원자재 관련 주가가 모두 5%포인트 이상 주저앉는 등 급냉각되고 있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금리인상으로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거시경제 조절 정책이 더욱 큰 성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 대출이 줄어들어 상승세에 있던 부동산 가격이 잡힐 것이란 예측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중국 당국은 지난 1년간의 거시정책 조절이 ‘안정 속의 성장’을 이뤘다고 자평하고 금리인상 이후에도 긴축정책의 지속을 재확인했다. 리더수이(李德水) 중국 국가통계국 국장은 30일 장쑤성 쑤저우(蘇州)에서 열린 ‘2004년 중국 경제 성장 논단’에서 경기과열 논란 속에 채택한 거시정책 조정으로 ▲경제성장 지속 ▲통제 범위내 물가 상승 ▲취업률 개선 ▲국제수지 개선 등의 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리 국장은 지난 1∼9월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9조 3140억위안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9.5% 성장했고, 이는 지난해 동기 성장률에 비해 0.6% 높은 ‘기복없는 성장세’라고 분석했다. 이 기간 소비자 물가는 4.1% 상승, 통제 가능한 선에 머물렀고, 신규 취업 증가는 747만명으로 올해 목표의 86%를 달성했다. oilman@seoul.co.kr
  • 日 여진 공포속 쇼크사 잇따라

    |도쿄 이춘규특파원|니가타현 조에쓰 지진이 나흘째인 26일에도 강력한 여진이 계속되고, 빗속의 힘든 피난생활이 어어지면서 과로와 ‘지진스트레스’에 의한 쇼크사가 빈발했다. 지진은 물론 태풍과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가 이어지면서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조에쓰신칸센 복구의 장기화가 우려되고, 철도·도로 복구가 늦어지면서 유통업도 애로를 겪는 등 경제적 파장도 크다. 특히 25일 오후부터 니가타현을 비롯한 지진피해 집중지역에 이틀째 폭우가 쏟아지면서 26일에는 산사태와 토사붕괴 등 ‘지진 2차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비는 27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이에 따라 피해지역의 피난자수가 1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기온마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어 수도, 가스, 전기 등의 복구작업이 지연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언론들은 “난민캠프와 야전병원을 연상시킨다.”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오후 8시 현재 사망자는 31명, 부상자는 3400명이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이날 오후엔 악천후 속에서도 지진발생 후 처음으로 현지를 시찰했다. 일본 정부는 지진피해지역을 중앙정부의 복구비 지원비율이 높은 ‘재해피해 격심지역’으로 지정했다. 또 태풍과 지진 피해지역의 복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특히 쇼크사 및 과로사가 속출, 긴장하고 있다. 니가타현 나가오카시내 병원에서는 25일밤부터 이날 아침 사이 모두 4명이 지진충격에 의한 쇼크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또 91세 남성도 여진 쇼크로 숨졌다. 아울러 여진을 우려했던 50대 남자가 자동차속에서 이틀째 차에서 잠을 자다가 전날 사망, 당국은 이를 ‘과로사’로 보았다. 당국은 과로사 혹은 피로사는 4명으로 추정했다. 당국은 사망자 31명중 외상없이 숨진 16명은 대부분 지진쇼크사로 추정했다. 특히 이들 중 14명은 60세 이상으로 고령자의 쇼크사가 많았다. 지진쇼크는 지진이 끝난 후에도 강력한 여진이 계속될 경우 진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느껴 극심한 공포에 떠는 증상이다. 나아가 공포가 계속될 경우 심장 등에 과도한 부담을 주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다. taein@seoul.co.kr
  • “헌재결정 월권” “겸허히 수용해야”

    신행정수도 건설특별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을 놓고 정치권이 크게 요동치는 가운데 행정수도 이전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에 대한 확인감사가 실시된 22일 국회 건설교통위 국감장도 하루 종일 떠들썩했다.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신행정수도 건설이 사실상 무산된 데 대한 불만과 함께 헌재 결정의 ‘법리적 부당성’을 성토하는 데 주력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겸허한 수용을 촉구하고 나섰다. 열린우리당 이강래 의원은 “대단히 안타깝고 유감스럽게도 헌재는 위헌이라는 결론을 미리 도출해 놓고 ‘관습헌법’이라는 개념을 차용해 꿰맞추기를 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어 “결정이 헌재의 순수한 법리적 결정인지, 정치적 결정인지 많은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헌법학자나 법조계 내부에서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월권이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정장선 의원은 “이번 판결은 다분히 정치적 판결이라고 생각하지만 헌재 판결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방법도 없고, 법률적으로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국론 분열을 일으키지 않고도 국토균형 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를 견인할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도 “절차상의 문제에 대한 위헌 결정이지 신행정수도 건설을 통한 정책 목표까지 위헌 판결이 난 것은 아니다.”며 “국토 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 해소는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주승용 의원은 “헌재 결정을 존중해야 하지만 정부의 주요 시책에 차질이 우려된다.”면서 “건교부는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반면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지난해 말 신중하지 못하게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을 통과시켜 국론 분열과 예산 낭비 등 국가적으로 큰 누를 끼친 데 대해 진심으로 국민에게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텄다. 이어 “정부 여당이 헌재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행정수도 이전 업무를 자제했다면 예산 낭비 문제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김병호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신속하게 충청권 민심을 달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윤성 의원도 “건교부는 신행정수도 이전 관련 조직을 당장 해산하고 내년 예산안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표해록/최부 지음

    조선 성종 때인 1488년, 제주도에서 추쇄경차관이라는 관직을 맡고 있던 최부는 부친상을 치르기 위해 제주를 떠나 고향 나주로 향한다. 최부를 포함한 43명의 일행은 날씨가 궂으니 배를 타지 말라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길을 나선다. 출항 이틀째, 최부 일행은 결국 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뱃길을 잃고 대양을 표류하는 신세가 된다. 표류 14일째, 최부 일행은 가까스로 중국 저장성 영파부 연해에 도착한다. 하지만 그들에겐 또 다른 고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왜구의 출몰로 골머리를 앓던 중국이 최부 일행을 왜구로 간주한 것이다. 그들은 온갖 고초를 당하지만 왜구의 혐의를 벗은 뒤에는 군리(軍吏)의 인도를 받으며 항저우를 출발, 운하를 따라 베이징에 이른다. 명나라 황제까지 만난 최부 일행은 요동반도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제주를 떠난 지 6개월 만에 마침내 한양으로 돌아온다. 성종을 알현한 최부가 성종의 명으로 중국여행 등에서 겪고 들은 일을 일기체로 지어 바치니 이것이 바로 ‘표해록(漂海錄)’이다.15세기 중국 기행문학의 금자탑 ‘표해록’은 역설적이게도 이같은 불행의 결실이었다. 그동안 학계에서만 논의되던 ‘표해록’이 도서출판 한길사가 펴내는 ‘한길그레이트북스’의 하나로 완역돼 나왔다. 서인범·주성지 두 명의 동국대 강사가 번역하고 2000여개의 방대한 각주를 달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중국 명나라의 해안방비 상황과 지리, 민속, 언어, 문화, 조선·명 관계사 등 중국 문헌에도 잘 나오지 않는 귀중한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학계에서는 ‘표해록’을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9세기 일본승려 엔닌(圓仁)의 ‘입당구법순례행기’와 함께 3대 중국여행기의 하나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3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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