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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DJ 그늘/이목희 논설위원

    남재희 전 국회의원은 최근 펴낸 ‘아주 사적인 정치비망록’이라는 저서에서 김대중(DJ) 전 대통령에 대해 “대단히 머리가 좋은 사람으로 내가 항상 존경하고 두려워해 왔었다.”고 적었다. 남 전 의원은 특히 ‘말의 정치’ 측면에서 DJ를 높게 평가했다. 1987년 대통령선거에서 노태우 후보쪽에 있었던 남 전 의원은 ‘위대한 평민의 시대’를 캐치프레이즈로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고 한다. 노태우 진영은 이를 변형해 ‘보통사람의 시대’란 용어를 선택했다. 그때 DJ는 ‘평민당(평화민주당의 약칭)’을 창당했다. 서민이 중심에 서는 정치를 함께 예견한 셈이다.DJ는 이어 ‘햇볕정책’이란 말을 공식 정치용어로 등장시켰다. 서민정치와 햇볕정책, 지금 한국 사회를 요동치게 하는 두가지 쟁점어는 모두 DJ가 만들어 낸 것이다. DJ가 지난 주말 8년만에 고향 목포를 방문해 ‘無湖南 無國家(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란 글을 남겼다.DJ의 총기가 예전처럼 작동한다고 전제하면 굉장한 ‘정치 언어’다. 군사정권 시절 차별받던 호남인들에게 “표로 뭉쳐야 한다.”는 전략적 사고를 말과 행동으로 학습시킨 이가 DJ였다. 나중에 영남, 충청권이 따라왔지만 전략적 투표에서 아직 호남권이 앞서 간다.DJ의 은퇴 후 영향력이 다른 이보다 훨씬 큰 배경이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DJ가 일궈놓은 전략적 득표기반으로 갑자기 떠서 당선까지 되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을 창당하면서 DJ그늘을 벗어나려 했다. 이후 정책에서, 또 인사에서 탈(脫)DJ 현상이 나타나자 호남인의 전략투표가 본격화했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은 40전 40패라는 치욕의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 DJ가 햇볕정책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시 나섰다. 호남인들의 전략투표 성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한화갑 민주당 대표, 심지어 한나라당 당직자마저 호남권에서는 햇볕정책을 헐뜯지 못했다.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들도 DJ그늘 복귀를 외치기 시작했다. 노 대통령 측근 그룹은 노사모 재건 등으로 맞받아칠 조짐이다. 노 대통령과 DJ의 치열한 수싸움을 제대로 읽어야 내년 대선 정국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다. 이목희 논설위원 mhlee@seoul.co.kr
  • [사설] 정책혼선 논란 속 발표된 검단신도시

    정부가 어제 인천 검단지구에 340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고 파주 운정지구에 212만평의 택지를 추가 공급하는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추병직 건설교통부장관이 지난 23일 분당신도시 규모(594만평)의 신도시를 추가로 건설하고 기존에 건설 중인 신도시 한곳의 규모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지 나흘만이다. 하지만 추석 이후 불안 조짐을 보이던 수도권 일부 지역의 집값은 추 장관 발언이 자극제가 돼 자고 나면 5000만원씩 폭등하는 등 요동을 치고 있다. 추 장관이 불난 데 기름을 부은 것이다. 추 장관의 ‘돌발적인 발표’와 관계부처 협의 미흡, 신도시 건설지역 정보유출 등이 맞물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총체적으로 난타를 당하자 청와대가 상황점검에 들어갔다고 한다. 추 장관 발언 직후, 밤 새워 모포를 둘러쓰고 검단 지역과 주변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려는 투기 열풍에 청와대 당국자들도 경악한 모양이다. 청와대는 장관 재량이라는 이유로 봉합하려 하지만 투기억제책 없는 추 장관의 섣부른 발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제 발표 때 이미 관계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투기대책도 마련됐다고 주장했지만, 검단신도시 규모가 며칠새 추 장관 발표와는 달리 250만평이나 줄었고 국세청 등과 함께 투기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말이 설익은 발표의 증거가 아니겠는가. 최근의 집값 상승은 참여정부가 세금 공세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부동산정책 기조를 잡을 때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공급은 부족한데, 그동안 개발계획을 남발하면서 토지보상비로 수십조원의 돈을 풀었으니 집값·땅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도리어 비정상이다. 정부가 뒤늦게라도 공급 확대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수요가 있는 곳에 먼저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그리고 이번엔 정책 실패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
  • 다이어트 ‘승마’ 체험기

    다이어트 ‘승마’ 체험기

    승마는 일반인들에게 아직은 낯선 레포츠다.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골프인구가 연간 1천만명을 넘어서자 ‘유일하게 남은 귀족 스포츠는 승마’라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 생활 가까이 다가와 있음을 알게 된다. 수도권은 물론, 지방 곳곳에 한달회비 30만∼50만원 정도면 승마를 즐길 수 있는 클럽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당일 쿠폰 등을 발행해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도 있다. 살아있는 동물과 교감하며, 운동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승마에 도전해 보자. 글 사진 청주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승마 무슨 운동될까 충청북도 청주의 떼제베 승마클럽(www.tgvcc.co.kr)을 찾았다. 국내 경마장의 퇴역마가 아닌 유럽산 승용마만으로 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총 보유마는 ‘삐삐’ 등 어린이용 승용마를 포함해 31필. “승마를 통해 자세교정과 변비해소, 다이어트 등의 운동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말위에서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장운동에도 좋죠. 장이 튼튼해지면서 피부가 고와지기도 하고요.”이 클럽의 홍보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성칠(32)대리의 말에 ‘말에 올라타고 있으면 되는데 무슨 운동이 될까?’반신반의하며 트랙으로 내려갔다. 오늘 도전해 볼 녀석의 이름은 스타티스. 거세된 프랑스산 수말이다. 승용마는 대부분 수말을 사용한다. “승마와 하마는 항상 말의 왼쪽편에서 이루어집니다. 말에 오르면 어깨와 골반, 발뒤꿈치가 일직선이 되도록 자세를 바로잡습니다.” 교관의 지시에 따라 말잔등에 올랐다. 시선의 높이는 대략 2m50㎝정도. 적잖이 아찔하다. 키가 2m쯤 되는 농구선수 어깨위에 목말을 탄 듯한 느낌이다. 슬며시 이 녀석이 내팽개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든다. “승마에는 좌속보와 경속보, 구보, 그리고 승마장 외부로 나가는 외승 등의 단계가 있습니다. 우선 좌속보부터 배워보겠습니다. 괄약근을 조여서 하체를 말의 몸에 고정시키시되, 상체는 긴장감을 빼고 부드럽게, 어깨와 허리는 꼿꼿이 펴주세요.” 요구사항이 참 많기도 하다. 움직이는 말위에서 바르게 자세를 잡는 것만으로도 힘이 달릴 지경이다.“고삐잡은 손을 배꼽높이로 올리시고 발뒤꿈치에 힘을 주면 말이 앞으로 나가게 됩니다.” 슬며시 발에 힘을 주자 주인의 의도를 알아챈 스타티스가 발을 떼기 시작했다. 몸이 위아래로 요동치면서 자세도 덩달아 흐트러졌다. 몸은 앞으로 쏠리고 힘빠진 다리는 이리저리 춤을 춘다. 교관의 불호령이 떨어진 건 당연한 일.“어깨와 허리, 발뒤꿈치를 일직선이 되도록 쭉 펴세요. 다리는 말의 배에 밀착시키고요!” 경속보 단계에 들어가자 말이 조금 더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말잔등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을 틈조차 없는데, 자세를 바로하라는 교관의 호령은 계속됐다.10여분쯤이나 탔을까. 팔다리에 힘이 쪼옥 빠지고,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움직이는 말위에 앉아 있기만 해도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는 장 대리의 말에 공감이 가기 시작했다. # 회원의 90%가 여성 승마는 괄약근 등 평소에 잘 쓰지 않는 근육의 근력을 키울 수 있고, 말의 움직임에 따라 자세를 바로잡아야 하기 때문에 자세교정, 특히 허리교정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승마 애호가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여성들이 유난히 선호하는 이유는 장운동이 활발해져 변비해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기 때문. 승마를 시작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는 권신희(29·서울)씨는 “똥배는 줄어들고 엉덩이는 위로 쭉 올라가죠. 허리쯤에 달라붙은 듯해요. 하체도 빈약한 편이었는데, 굵어졌다기보다는 탄탄해진 느낌이 들어요.”라고 말했다. 권씨는 또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해방감에 스트레스가 훨훨 날아가기도 해요. 마치 영화를 찍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동물과 교감을 나누는 것도 즐거움 중의 하나죠.”라며 승마예찬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 양숙인(55·용인)씨는 다이어트에 적잖은 효험을 본 케이스.“작년 5월부터 매일 50분씩 승마를 즐겼어요. 당시엔 고도비만이었죠. 승마를 시작하면서 서서히 근육량은 늘고,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군요. 특히 뱃살이 5㎏정도 빠졌어요. 요즘엔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자주들어요.” 김정이(35·청주)씨도 비슷한 효험을 보았다.“출산하고 6개월 뒤에 시작했는데 3개월만에 5㎏이 빠지더군요. 말에게 지시를 내리기위해서는 근육을 움직여야 하고, 그러다 보니 체지방이 쪼옥 빠지는 것 같아요.” # 여행정보 테제베 승마클럽은 서바이벌 게임장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1박2일코스로 승마와 서바이벌 게임을 함께 이용할 경우 가격인하 등의 혜택을 볼 수 있다. 식사와 승마, 마방체험 등을 할 수 있는 승마체험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1인당 3만 5000원. 강남역과 양재역, 분당 수내역 등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영하고 있다.(043)230-4114. ■ 승마를 시작하려면 한국마사회(www.kra.co.kr)등에서 실시하는 무료강습에 참가하면 쉽고 빠르게 입문할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승마클럽들이 회원제외에도 쿠폰제 등을 병행해 운영하고 있다. 회원가입비가 부담스러우면 쿠폰을 사거나 당일권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복장은 운동화에 청바지차림으로도 충분하지만, 지속적으로 승마를 즐기기 위해서는 승마바지(15만∼30만원), 헬멧(5만∼50만원), 장갑(5000∼5만원), 챕(다리보호대) 등의 장비를 갖추는 것이 좋다. # 어떤 승마클럽이 있나 전국에 등록된 승마클럽은 20여개, 사설 강습소는 수백개에 이른다. 등록제에서 신고제로 법규정이 바뀌면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로얄 승마클럽(jayooland.com) 연간회원제(400만원)와 함께 10회강습권(60만원)과 당일권(5만원)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031)942-9999. 나파밸리 승마클럽(napa-riding.co.kr) 월회원은 레슨비 포함 60만원을 내면 화∼일요일까지 매일 강습을 받는다. 쿠폰은 레슨비 포함 1회 6만원.(031)942-4115. 신갈 승마클럽(maltah.co.kr) 10회이용 쿠폰은 50만원을 받는다.1일회원은 5만원. 야간승마도 가능하다.(031)286-6490∼1. 마구간(magugan.co.kr) 체험승마 3만 5000원, 월회원 50만원, 당일권 5만원을 받는다.(031)855-6683. 용인 승마클럽 월회비는 25만원,10회이용 쿠폰은 45만원을 받는다.(031)333-3339. 이외에도 김포 승마클럽(sungma.co.kr,031-987-1110.),양지 승마클럽(031-321-2255)등도 수도권 주변에서 많이 알려진 승마클럽들이다.
  • [자동차 글로벌 경쟁시대] 현지화가 살 길이다

    [자동차 글로벌 경쟁시대] 현지화가 살 길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격변하고 있다. 업계 최대 관심사는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역전 여부. 현재 세계 2위(판매량 기준)인 도요타는 올해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을 따라잡고 1위로 등극할 것이 점쳐지고 있다. 반면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던 GM과 포드 등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무한으로 치닫는 글로벌 경쟁시대에 국내 자동차산업이 도태되지 않고 살아남으려면 해외 생산비중을 늘리는 것이 필수라는 지적이 높다. 요동치는 국제시장과 국내업체의 생존 전략을 살펴본다. ●끝나지 않은 세계 車시장 개편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얼마 전 “환경친화적 기술개발과 디자인 등의 측면에서 세계 자동차업계의 합종연횡이 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자동차업계의 재편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GM과 다임러크라이슬러,BMW는 도요타, 혼다, 포드의 하이브리드 자동차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손을 잡았다. 공동 기술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비록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GM과 르노(프랑스), 닛산(일본)의 3각 동맹 시도도 같은 맥락에서 시사하는 점이 크다. 세계 자동차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1990년.GM과 포드가 스웨덴 사브와 영국 재규어를 각각 인수하면서 인수 및 합병(M&A)에 불을 댕겼다. 미국차의 유럽 공습이 시작된 것이다.98년에는 독일 벤츠와 미국 크라이슬러가 합치면서 세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다. 이어 독일 폴크스바겐의 영국 롤스로이스 인수와 현대자동차의 기아차 인수가 이어졌다. 이듬해인 99년 이번에는 포드와 스웨덴 볼보가 승용차 부문에서 전략적 제휴를 전격 맺었다. 프랑스 르노그룹의 일본 닛산 인수,GM의 일본 쓰바루 인수도 이 해에 이뤄졌다. GM은 또 2000년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이탈리아 피아트와 자본 제휴를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다임러 크라이슬러는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와 자본 제휴를 성사시켰다. ●현대·기아차 해외생산비중, 혼다의 40% 수준 업계의 이같은 합종연횡은 글로벌 판매망 강화와 현지생산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국내에서 차를 만들어 해외에 내다 파는 ‘고전´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르노삼성과 쌍용차는 해외 현지생산을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현대·기아차그룹이 지난해 89만대를 해외에서 만들어 내다 팔았다. 전체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2%다. 혼다(9위)는 현대·기아차(7위)보다 세계 순위에서 두 단계나 처져있다. 하지만 해외 생산비중은 무려 63%나 된다. 해외에서 만드는 차가 국내에서 만드는 차보다 더 많다는 얘기다. 도요타(39%)나 GM(49.7%)보다도 훨씬 높다. 일찌감치 해외생산에 눈돌린 덕분이다. 혼다는 도요타와 더불어 1980년대부터 해외생산 거점을 본격적으로 건설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무역 장벽과 외환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계 소비자들의 ‘입맛’도 신속하게 자동차에 담아낼 수 있었다. 일본차가 미국차를 밀어내고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비결 가운데 하나다. 메리츠증권 엄승섭 애널리스트는 “우리나라처럼 대외 요인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 아래에서는 현지화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지적했다. 현대·기아차만 하더라도 원-달러 환율이 10원 떨어지면(원화가치가 오르면) 1년에 매출은 2000억원 손해를 본다. 게다가 국내 내수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2001년 44%에 육박하던 현대차의 국내 판매비중은 지난해 24%까지 하락했다. 엄 애널리스트는 “환율 하락이나 원자재값 인상 등과 같은 외부 악재에 내성을 갖기 위해서는 해외 생산비중을 늘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그런 점에서 현대·기아차가 세계 빅5 진입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현지화 전략은 바람직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토요영화]

    [토요영화]

    ●늑대의 제국(KBS2 밤12시25분) 장 르노 주연의 프랑스산 스릴러물.30여개국에 번역 출판된 ‘프랑스의 존 그리셤’ 장 크리스토퍼 그랑제가 쓴 인기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이런 영화가 으레 그렇듯, 탄탄한 드라마에 대한 찬사 못지않게 원작의 맛을 못 살렸다는 비난도 받았다. 평범한 가정주부 안나는 어느날 기억력 문제 때문에 병원 진단을 받는다. 병원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은 안나는 다른 의사를 몰래 만나는데 여기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자신이 안나가 아니라는 것. 얼굴은 물론이고 성격과 기억까지 페이스오프(face-off)되어버린 것. 한편, 전직 형사 시페르는 옛 동료의 요청으로 터키인 연쇄살인사건 수사에 참가한다. 터키인 피해자들이 생김새가 비슷하다는 것 외에는 특출날게 없는 사건. 그러나 시페르는 이 사건 배후에는 터키 마피아들이 있고, 이들이 죽이려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니라 안나로 변하기 전의 인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원래 마약밀매상이었던 사람이 어떤 이유에선지 얼굴과 기억 모두를 바꾸고 안나로 탈바꿈했던 것. 누가 무엇을 노리고 안나에게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또 터키 마피아들이 목숨 걸고 추적하고 있던 거액의 마약은 도대체 어디로 숨어버린 걸까. 할리우드 외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영화를 선보이겠다며 KBS가 지난 6월 치렀던 ‘제2회 KBS 프리미어 페스티벌’에서 상영됐던 작품이다. 그러나 서울 일부 영화관에서만 선보이는 바람에 많은 팬들이 아쉬워했다. 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KBS는 이 4편을 주말영화에 편성했다. 당연히 ‘늑대의 제국’에 이어 ‘갱스터 초치’,‘오르페브르 35번가’,‘화이트 마사이’가 줄줄이 상영된다.‘늑대의 제국’은 이 가운데 관객 44%의 지지를 받았던 영화다.2005년작,128분. ●이탈리안 잡(MBC 밤12시55분) 동료 도둑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금괴를 혼자 다 차지해버린 배신자에 대한 복수를 그린 영화.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등 초호화출연진으로 밀어붙였던 ‘오션스 트웰브’와 비슷한 구도인데 내용적으로 훨씬 더 우수하다는 평을 받았다. 세계 최고 금고털이범들의 세계를 전형적인 할리우드 액션물 방식으로 스릴 넘치게 그려냈다.BMW미니가 좁은 도심을 마구 헤집고 다니고 물가에서는 보트가 요동을쳐 질주하는 등 시원시원한 장면도 많다. 리즈 테론, 에드워드 노턴 같은 청춘스타들이 출연했다. 2003년작,103분.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前 외교수석 2인 긴급대담

    [北 핵실험 파장] 前 외교수석 2인 긴급대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핵사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더욱 높아진 듯하다. 본지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수석과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정태익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교수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수석과 중국 주재 대사를 지낸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의 긴급 대담을 갖고 북 핵실험 국면을 어떻게 풀지 등을 짚어봤다. ●정태익 전 대사 북한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라는 국제 핵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북한의 핵보유 의지는 과거의 냉전 질서가 종식됨으로써 북한이 위협을 느끼고 남북 격차가 매우 커져 흡수통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전 소련 외무장관이 1990년 북한에 한·소 수교를 통보했을 때 김일성 전 국가주석은 “우리는 이제 핵 계획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종욱 전 대사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북핵 실험에 자극을 받아서 국제사회,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그렇다. 즉 북의 핵실험은 단순한 한반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엄청난 함의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1992년에 미국이 철수한 핵무기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한반도에 다시 핵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적인 추세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안보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악수다. 대신 한·미동맹과 군사협력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유사시 핵우산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다면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보장이 있어야 한다. ●정태익 전 대사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취약해졌고, 핵보유 계획 때문에 더욱 고립돼 더 많은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북한에 제재가 가해지면 북한이 더욱 고립되면서 붕괴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북한은 모든 것이 미국 중심인 기존 세계 질서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핵을 갖기로 했고, 국제 질서를 깸으로써 새로운 활로가 생긴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런 세계관은 잘못됐다. 북한이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정책을 선택함에 따라 북한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정종욱 전 대사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을 계속해야 하는지는 큰 논란거리다. 원칙적으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제는 적어도 당분간 보류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안보에 중대한 결과가 생길 수 있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계속 이어간다면 자가당착이다. 적어도 국제사회의 동향이나 북한의 움직임을 봐가면서 다시 조절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중단하고 보류시켜야 한다. ●정태익 전 대사 저는 다른 생각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상징성을 생각해서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본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관광객 숫자가 확 줄어 현재 수준으로는 북에 넘어가는 돈이 월 50만달러밖에 안 된다. 또 개성공단은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나가게 하는 수단으로 포용정책의 성공사례다. 따라서 그 상징성을 유지하는 게 좋다. 큰 틀에서의 제재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채찍과 당근을 잘 배합해 향후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아야 한다. ●정종욱 전 대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가 아직까지는 PSI에 본격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만일 유엔 결의안에 PSI가 반영되면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의 요구로 유엔 결의안이 어정쩡한 수준으로 통과되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PSI를 요구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해상에서의 검색은 지원만 하고, 실제 행동은 미국과 일본이 하라는 입장이었는데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이것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가 미국의 군사적 협력, 특히 핵우산이 더욱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만 받고 우리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선택이 과연 한·미 관계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걱정이라는 얘기다. ●정태익 전 대사 PSI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실제 (선박을) 차단하고 검색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감시체계가 강화되고 정보도 빨리 전달돼 북한의 움직임은 세밀하게 포착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한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더 많지 않다. ●정종욱 전 대사 핵실험 이후에 중국과 러시아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잘못됐다는 입장이고, 이번 사태에 대단히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이 9번째 핵보유국이 됐다.”거나 “이번 핵실험 규모가 크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중국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지는 않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정책을 전환할 것이다. 군사적인 압력보다는 정치·경제적인 압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다. 북한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본다. ●정태익 전 대사 대북 영향력은 중국이 러시아보다 더 크다. 국경도 훨씬 길게 맞대고 있고, 경제교류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우리가 중국에 북한 설득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은 중국으로부터 더 많이 가해졌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그런 중국에 불만을 표출했을 수도 있다. ●정종욱 전 대사 객관적으로 볼 때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북한은 쌀이나 경제 지원에서 80%가량, 원유나 전략물자는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일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인데 중국이 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결단하지 못한 게 아니냐고 생각한다. 또 중국이 결단한다고 해도 북한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해서 6자회담에 나오게 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하면 북한의 반발이 엄청나게 클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정치 현실에서 대안 정부가 출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중국의 선택은 북한 정권 붕괴냐, 아니면 현 체제 유지냐에서 결정될 문제다. 여기서 북한의 정권 붕괴는 중국에도 큰 문제이므로 북한에 압력을 가해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에 있어서 한계라고 본다. ●정태익 전 대사 냉전 시절에도 북한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 왔기 때문에 핵보유 의지가 더 확고해진 북한이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더 의존하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한 예로 6자회담이 계속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는데, 북한은 압력이 가중되니까 회담 장소를 모스크바로 옮기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정종욱 전 대사 북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한 사례로 본다. 결론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기초하게 될 것이다. 결의안은 군사제재를 규정한 유엔헌장 7장 42조를 빼고 경제 문제에 대한 제재는 조금 완화시키는 쪽으로 타결된 듯하다. 이로써 국제사회는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긴장감이 지속되겠지만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는 쉽게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될 것이다. 비전비화(非戰非和), 즉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상황에서 오히려 군사적인 긴장이 더 증폭되는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내적으로 이 문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정치와 결부되는 것은 배격해야 한다. 한·미 관계를 긴밀하게 해나가는 것도 북핵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태익 전 대사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이 여태까지 노렸던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 남북 관계도 훨씬 더 악화됐기 때문에 핵실험 이전의 사고와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면 해법이 안 나온다. 북핵을 포기시킨다는 전략적인 목표 아래 미·일은 강력하게, 중·러는 완화적인 태도로 나가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한다. 또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종래와 다른 해법, 예를 들어 당분간은 5자회담이라든가 다른 틀을 통해서라도 조율된 입장을 정리해 북한에 채찍을 가하고,‘당근’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제시해 북한과 거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종욱 전 대사 ‘핵을 만든 사람은 핵을 포기하기 힘들다.’는 명언이 생각난다. 포용정책이 지속돼야 한다는 원칙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포용정책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남북간 ‘포용’을 위해 기존 한·미 관계 등에 엄청난 상처를 주는 등 제로섬 게임으로 비쳐진 것이라고 본다. 북핵 실험으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있다. 그래서 당분간 긴장 관리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정태익 전 대사 문제를 다루는데 자꾸 누구 탓으로 돌리지 말고, 초당적으로 나가야 한다. 결론은 결국 한·미동맹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 하순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가 열리면 핵우산을 분명히 하고, 핵무기를 무력화하는 대비체제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방어체제를 통해 핵 사용을 못하게 하는 조치를 하루속히 취해야 한다. 정리 이세영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정태익 前 주러대사·DJ 외교안보수석 ▲서울대 법학과 ▲외무고시 2회 ▲주미 대사관 참사관 ▲외무부 미주국장 ▲주 이집트 대사 ▲외무부 제1차관보·기획관리실장 ▲주 이탈리아 대사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교수(현) ● 정종욱 前 주중대사·YS 외교안보수석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예일대 정치학 박사 ▲미국 아메리칸대 조교수 ▲서울대 사회과학대 조교수 ▲미국 클레어몬트대 국제전략연구소 연구교수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서울대 사회과학대 외교학과 교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아주대 사회과학대 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 교수(현)
  • [北 핵실험 파장] 北 핵실험이후 네가지 가상 시나리오

    북한 핵실험이 몰고 온 긴장 국면은 변수들에 따라 급격하게 요동칠 것같다. 유엔 안보리가 채택할 대북 제재 수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북한은 강한 반발을 예고하고 있다. 추가 핵실험 가능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음주 중에는 9일의 핵실험이 성공했는지의 윤곽도 드러날 것같다. 유엔 결의에 따라 한국이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수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북한 핵문제는 급격하게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전무하다고 할 수는 없다. ■ 北 치킨게임 벌인다 북한은 지난 10월3일 핵실험 계획을 선언한 데 이어 9일 핵실험 사실을 공표, 더 이상 국제사회의 ‘늑대소년’이 아님을 과시했다. 그동안 “자위적 전쟁 억제력을 강화하겠다.”“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북한은 지난 11일 외무성 담화에서,“미국이 우리를 못살게 굴면서 압력이 가중되면 선전포고로 간주, 물리적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유엔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북 안보리 결의안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유엔안보리 결의안이 추진되는 동안에 ‘침묵’을 지켜온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으로,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대응하겠다는 위협이다. 따라서 이번 주말을 고비로 유엔결의안이 채택되면 북한은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을 발사, 또 다시 초강수를 둘 것으로 보인다.‘선전포고’라는 극언도 자주 동원해 ‘전쟁불사론’도 강조하고 있다. 과연 유엔은 북한의 이 같은 언급을 신경이나 쓸까. 그럴 리는 만무하다. 미국·일본 및 중국·러시아의 입김으로 제재의 성격과 정도는 수정될 수 있으나,‘징벌적 조치’로 상징되는 제재는 분명히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재안 초안에는 유엔 헌장 7장 40조 잠정조치가 원용되고, 구체적인 항목에서도 3개월의 말미를 주면서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한다면 더욱 강한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로 돼 있다. 전승 아니면 전패의, 극단을 치닫다 끝내 양쪽이 다 파국으로 치닫는 ‘치킨 게임’의 양상을 띨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추가로 하거나, 미사일 추가 발사하거나, 모형이든 실제이든 핵탄두를 미사일에 장착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현재 미국 조야에서 거론되는 대북 정책에 대한 비판목소리마저도 수그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북 봉쇄로 인한 체제 붕괴 공포에 시달려온 북한의 극단적 선택이란 시나리오는 뾰족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가능한 현실로 눈 앞에 펼쳐질 수도 있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실패 감추려 다음주 추가실험 가능성 북한의 핵실험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는 듯하다. 정보기관의 관계자는 12일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물질은 1차로 사흘내에 검출되고,2차 물질 검출은 10일 가량 걸린다.”면서 “하지만 아직 1차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1차 물질은 11일까지는 검출됐어야 한다는 얘기다. ●“20일까지 방사능검출 안되면 실패한것” 과학기술부도 대기중 방사능 검출 작업을 벌여온 결과, 현재까지는 핵실험에 따른 방사능 오염이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리고 있다. 물론 반론도 없지 않다. 핵 전문가인 신성택(미국 몬트레이 비확산연구소) 박사는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핵실험에는 실패란 것이 없다.”며 “북한이 ‘가짜 핵실험’이라기보다는 ‘핵물질을 넣지 않은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핵물질 넣지않고 핵실험” 가능성 제기 정부 관계자는 “핵실험이 성공했다면 세 차례 정도 추가 핵실험을 할 것이고, 실패했더라도 실패를 은폐하기 위해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핵실험의 실패 여부는 2차 방사능 물질이 나오는 오는 20일쯤 드러날 전망이다. 실패했다면 북한은 유엔의 안보리 제재안이 나오는 이번 주말부터 20일 사이인, 다음주 중에 추가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박정현기자 jhpark@seoul.co.kr ■ 北·美사이 줄타기? PSI 참여는 우리 군의 직접적인 움직임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민감한 파장을 불러올 만하다. 해상에서의 북한 선박에 대한 물리적 단속에 한국군이 참여하는 모양새 자체가 북한을 자극하기 쉽다. 만약 한국군이 북한 선박에 올라가 신체적 마찰이나 물리적 충돌을 빚는 경우가 발생하면 북한은 즉각적으로 서해교전과 같은 대남 도발을 기도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정부의 PSI 참여방안이 소극적·간접적·제한적인 이유도 이런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의 대북 제재동참 요구와 북한의 불편한 시선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 정부로서는 최대한 절충적인 아이디어를 짜낸 셈이다. 직접적인 북한 선박 수색작업에는 참여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정보교환 등에만 주력한다는 구상은 고육지책의 전형이다. 핵무기부품과 같은 대량살상무기(WMD) 수송 선박 단속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의도 역시 북한을 의식한 고육책이다. 마약 수송 등의 사안은 북한으로서도 정면으로 반발하기가 힘들지만 WMD에 대한 직접적인 단속은 북한을 크게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참여하되 참여하지 않는 것 같은’ 구상을 미국이 수긍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WMD 단속에서 뒤로 빠질 경우 PSI 참여의 명분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을 수도 있다.‘소극적 참여’ 방안이 아직은 우리만의 희망사항일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면, 국내에서의 반대 여론을 뚫고 PSI와 ‘결혼’에 골인한다 하더라도 그후 ‘결혼생활’은 불행과 불안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미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그림이 눈에 선하다. “국제법적 효과를 갖고 있는 안보리 결의안의 수준이 올라가면 PSI 활동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의안이 채택되면 우리 상황에 대입시켜 판단할 것”이라는 이날 정부 당국자의 극히 조심스러운 발언은, 향후 PSI 활동의 험난함을 예고하기에 충분하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北 核보유 자신감…체면만 살려준다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긴장이 고조된 현재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의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결의되면 북한도 맞불을 놓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제재결의 이후 긴장도는 천정부지가 될 것같다. ●고강도제재땐 先대화제의 없을듯 하지만 주목해야 할 대목은 북한이 11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대결과 동시에 대화의 길을 열어놓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 핵실험의 명분을 높여나가는 수사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만 일부 정부 관계자들은 대결보다는 대화의지에 무게중심을 두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강수를 둔 다음에 대화하자는 평화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도 관측해 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대결구도 속의 대화 국면을 전망한다. ●“핵은 군사적 도전아닌 새로운 외교적 기회” 북한 핵포기를 위한 6자회담이 아니라 한반도와 주변지역의 비핵화를 의제로 새로운 다자 회담을 주장하리라는 관측이다. 여기에는 미국의 핵우산이 필요하다는 국내의 여론도 적지 않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군축회담이 열린다면 북한으로서는 협상의 여지가 6자회담 당시와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핵보유 포기가 아니라 핵무기의 제3국 이전문제가 주의제로 다뤄지게 될 수밖에 없다.‘판 돈’이 커지고 미국으로부터 얻어낼 게 많아지는 셈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윤증현 금감위원장 “금융시장 빠르게 안정 찾아가고 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은 12일 “북한 핵실험 소식으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쳤지만 시장 참가자들이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주한 유럽상공회의소 주최 오찬 강연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이는 한국의 지정학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를 반영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 [韓·中·日 ‘북핵 조율’ 연쇄 정상회담 돌입] 외신들 “이르면 이달중 핵실험 가능성”

    “북한 핵폭탄은 20만명가량을 살상할 수 있는 위력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8일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하려는 핵무기를 서울이나 도쿄 같은 대도시에 겨냥해 사용한다면 최대 20만명을 희생시킬 수 있다.”고 평양발로 보도했다. 신문은 “북한 핵무기는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과 같은 20kt(2만t)의 폭발력을 갖고 있고 길이는 3m 정도, 무게는 4t가량”이라고 평양 주재 러시아 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들은 이 핵무기는 크기가 너무 커 북한이 현재 보유중인 미사일에 실을 수 없으나 지상에서 폭발하면 폭발지점에서 5평방마일 내의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중국과의 국경 인근의 약 2000m 깊이의 탄광갱도에서 핵폭발 장치를 터트릴 가능성이 있다고 베이징의 외교 소식통이 8일 전했다. 또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백두산이 “지나치게 요동치게 하지는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말도 덧붙였다고 전했다. 평양 및 베이징 주재 러시아 군 관계자들은 “미국이 북한과의 양자회담을 개시하고 금융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실험을 강행하라는 명령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가장 유력한 핵실험 시기는 12월 후반부나 내년 1월 초”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양에 있는 중국 관리들은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러시아측의 예상보다 좀 빠른 이달 말이나 11월이 유력하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베이징 이지운특파원 박정경기자 jj@seoul.co.kr
  • 유로 2008 유럽 대요동

    추석 연휴인 7일 밤∼8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200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8) 예선 22경기가 유럽 곳곳을 후끈 달군다. 독일월드컵 우승국 이탈리아와 우크라이나의 대결은 가장 관심을 끄는 한 판. 이탈리아는 월드컵 8강전에서 잔루카 참브로타, 루카 토니의 릴레이 골로 ‘득점기계’ 안드리 셉첸코가 버틴 우크라이나를 3-0으로 완파했다. 그러나 유로2008 예선 B조에서는 1무1패(승점 1)로 7개팀 가운데 6위로 망신을 당하고 있는 상황. 앞으로 한 두 경기를 더 그르칠 경우 2008년 ‘유럽의 월드컵’에 초대받지 못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탈리아는 이번 경기에 대표팀 총동원령을 내렸다. 도나도니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은 월드컵 이후 대표팀에서 제외시켰던 델피에로와 루카 토니를 다시 불러들였다. 수비도 강화했다. 이탈리아 빗장수비의 대명사 네스타와 ‘지단 박치기’ 사건의 당사자였던 마테라치도 대표팀에 합류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러시아는 안방으로 2연승의 이스라엘을 불러들인다. 데이비드 베컴이 빠졌지만 웨인 루니와 프랭크 램퍼드 등 월드컵 멤버를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한 잉글랜드가 마케도니아와 맞붙는다.독일월드컵 준우승팀 프랑스는 스코틀랜드와 원정 경기를 치른다. 도메네크 감독은 티에리 앙리와 리베리, 마케렐레 등 월드컵 준우승 멤버를 모두 불러모았다. 유로2004 우승팀 그리스는 북유럽 강호 노르웨이와 맞붙고, 스웨덴과 스페인도 승부를 점치기 힘든 한 판을 앞두고 있다. 유로2008 예선은 내년 11월까지. 총 50개국이 A조에서 G조까지 7개조로 나뉘어 예선을 치른 뒤, 각 조 1·2위 14개팀이 공동 개최국 스위스-오스트리아와 함께 본선에 진출한다. 본선 개막일은 2008년 6월8일이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사설] 미8군 개편 한반도 안보에 지장없어야

    주한미군의 상징인 미8군이 개편된다. 버웰 벨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9월29일 미8군이 해체되고 새로운 작전지원사령부(UEy)로 전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개편은 미군의 군사체계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벨 사령관은 또 미8군과 관련, 어떤 결정이 내려져도 한반도 전쟁 수행과 관련이 없다고 말해 안보 불안을 차단하고자 했다. 미8군은 현재 명목상의 지휘부대일 뿐이며, 해체가 되더라도 지휘부 수십명이 이동하는 데 불과하다고 국방부도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미8군이 갖는 상징성은 작지 않다. 또 일련의 미군 개편 움직임을 보면, 미군 당국이 결정한 대로, 그들의 안보 전략에 따라 주한미군의 병력 규모와 전략, 주둔지 등이 정해지고 우리는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 미국과 일본이 외무·국방장관 합동회의에서 주일미군 재편에 대해 합의하는 등 동맹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킨 것과 대비된다. 새 동북아 안보 질서하에서 한국의 비중이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하되거나 한반도 안보상황에 일본 군사력이 끼어들게 되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미8군의 개편과 관련,‘틀이 바뀌면 연결고리는 느슨해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군사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북한 핵 위협, 미군 재편 등 동북아 안보 정세는 요동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주한미군 개편은 긴밀한 협의하에 진행되어야 안보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안보역량 강화도 긴요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군의 날 기념식 연설에서 강력한 선진 정예강군을 만들겠다면서 한·미동맹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가 미8군을 비롯한 주한미군의 재편이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의하에 진행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 與 비당원도 黨대선후보 가능

    與 비당원도 黨대선후보 가능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체육관 후보에서 광장의 후보로” 열린우리당이 2007년 대선 후보 선출 방식으로 ‘100% 국민참여’를 결정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29일 당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참여경선제)’TF팀은 선거인단 전원을 일반 국민으로 구성하고 경선에 나서는 후보자격을 제한하지 않아 비당원에게도 대권 도전의 길을 열어놓는 것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국민들의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유력한 외부 후보를 영입해 당 외연을 넓히자는 취지로 읽힌다. 정계개편의 중심축을 우리당이 틀어쥐겠다는 속내도 담겨 있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정치지형의 요동 속에서 여당의 뜻대로 작용될지 의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윤곽 드러낸 ‘오픈프라이머리’ 열린우리당이 공개한 100% 국민참여 구성방안을 보면 선거인단은 최소 100만명 이상의 규모로 잡혀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 TF팀의 간사를 맡은 백원우 의원은 투표 방식에 대해 “다수 군중이 운집한 지역에 전자투표기기를 설치하고 인터넷과 모바일 등 다양한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당헌 개정과 함께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정비 등의 문제가 남는다. 당헌의 경우 대선후보 선출시 ‘기간당원 30%, 일반당원 20%, 일반국민 50%’로 선거인단을 구성토록 한 부분과 피선거권자를 기간당원으로 규정해 당원만이 경선 후보로 나설 수 있게 한 부분이 개정대상이다. 지역별 편차 문제도 검토될 부분이다. 이를 테면 유권자 수와 국민참여 비율을 대비했을 때 경북 지역의 ‘과소 대표’(국민참여 비율 낮음) 현상을 띠는 반면 전북 지역의 경우 ‘과대 대표’(국민참여 비율 높음)추세를 보여 지역별로 표심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 의원은 “경선결과 취합시 지역별로 가중치나 상·하한선을 두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당내 경선운동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57조 3의 1항에서 ‘당원과 당원이 아닌 자가 선거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반드시 당원을 경선에 참여시켜야 한다고 해석될 소지가 있어 손질이 필요할 것 같다. ●움직이지 않는 ‘장외 블루칩’ 외연 확대 측면에서 유력 영입대상으로 거론되는 박원순 변호사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장외 블루칩’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박 변호사는 “관심도 없고 참여할 의사도 없다. 희망제작소 일만 해도 바쁘고 내가 할 일 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정 전 총장도 “참여를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오픈 프라이머리는)여당이 살고자 하는 몸부림 아니겠나. 정치가 잘 되는 게 중요하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우리당만으로 안 된다는 ‘정계개편’의 원칙과 당내 경선용으로 한정해놓은 ‘오픈 프라이머리’가 벌써부터 충돌 조짐을 보이는 대목이다. 구혜영 황장석기자 koohy@seoul.co.kr
  • [사설] 아파트 분양가 뻥튀기 막아야

    비싼 아파트 분양가 때문에 기껏 잡아놓은 집값이 또 출렁거릴 조짐이다. 파주의 한 민간아파트 분양가가 평당 1300만원으로 결정된 데 이어 용인지역에서도 1200만원에 분양됐다는 소식이다. 더구나 ‘뻥튀기’ 분양가는 계속 확산되는 추세라고 한다. 전세난으로 부동산시장이 가뜩이나 불안한데, 이러다가는 기존 집값의 상승을 또 부추겨서 시장을 요동치게 만들 게 뻔하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 서울과 인접 신도시에서는 집값 상승을 기대해 매물을 거둬들이고 매수세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분양가로 인해 수요자가 분양을 포기하고 기존 주택 매입 쪽으로 돌아서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수요·공급 균형이 깨지니 집값 상승 현실화는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정부와 서울시가 앞장서 집값 불안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을 누차 지적한 바 있다. 평당 1800만원에 이르는 판교 분양가와 1500만원 선인 뉴타운 분양가가 민간업체의 고분양가를 견인한 측면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건설교통부가 내년에 시행될 분양가상한제를 들먹이며 청약 자제를 요청하고 있으나 이는 버스 지나간 뒤에 손드는 격이다. 이미 분양승인을 받은 업체는 분양가상한제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신경쓸 게 아니라 공공부문의 분양가부터 낮추는 게 순서다. 그런 다음 고가 분양 민간업체에 대한 공공택지 분양제한을 강력하게 실시하고, 후분양제를 확대 시행할 필요가 있다. 고분양가를 지금 차단하지 못하면 부동산정책은 또 무너진다.
  • [이용원 칼럼] 중국 正史에 고구려는 외국이었다

    [이용원 칼럼] 중국 正史에 고구려는 외국이었다

    중국이 2년 전의 ‘약속’을 깨고 동북공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사실이 최근 밝혀져 국내 여론이 또다시 들끓고 있다. 한·중 양국은 2004년 8월24일 외교부 차관급 인사를 대표로 해 ‘5대 양해 사항’을 구두 합의한 바 있다. 고구려사 문제가 양국간 주요 현안으로 대두된 사실을 중국 정부가 유념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정치문제화를 방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것처럼 중국은 동북공정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중국이 동북공정을 통해 내세우는 주장은 대략 다음과 같다. 한국사 가운데 고조선-고구려-발해로 이어지는 북방의 역사는 중국의 변방사이며, 중국이 한때나마 통치한 지역은 한강 이북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이 내포한 ‘음모’는 명확하다. 만주는 예나 지금이나 중국 땅이니 넘보지 말라는 건 물론이고, 여차하면 현재 북한 영역인 한강 이북 지역에 대해서도 연고권을 내세우겠다는 뜻이다. 중국 측의 이같은 주장에 대응하느라 국내 학계는 갖가지 이론을 들이대며 반박하지만, 그 헛된 논리를 깨는 일은 의외로 간단하다. 중국이 자랑하는 역대 사서에 고구려를 비롯한 고조선·부여·발해 등이 중국의 일부가 아니라 외국임을 인정한 사실이 정확히 기재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공자가 ‘춘추(春秋)’를 저술한 이래 역사 기록을 대단히 중시해왔다. 그래서 기존 왕조가 망해 새 왕조가 들어서면 국가사업으로서 전 왕조의 역사를 정리했다. 예컨대 유비·조조·손권이 다투던 삼국시대가 진(晉)의 통일로 막을 내리면 진나라에서 ‘삼국지(三國志)’를 편찬하는 식이다. 그 결과 ‘사기(史記)’에서 ‘명사(明史)’에 이르는 25사(史)가 현재 정사(正史)로 남아 있다(청나라 역사인 ‘청사고(淸史稿)’를 더해 26사라고도 한다). 이25사 가운데 처음 고구려를 다룬 사서는 ‘후한서’로,‘동이열전’에 부여·한(삼한)·왜(일본) 등과 나란히 올려놓았다. 그 기록은 ‘고구려는 요동의 동쪽 1000리에 있으며, 남쪽으로 조선 및 예맥과 접하고 동쪽으로 옥저와, 북쪽으로 부여와 접해 있다.’라고 시작한다. 중국 땅 요동을 기점으로 거리를 산출한 ‘딴 나라’인 것이다. 고구려가 등장하는 마지막 정사인 ‘원사’에도 ‘열전 외이(外夷)’편에 일본·유구(오키나와)등과 함께 나온다. 고구려는 25사 중에서 17가지 사서에 기록돼 있는데, 모두 ‘동이’ ‘이역’ ‘외국’ ‘외기’ ‘외이’ 등의 이름으로 올라 있다. 한결같이 중국 본토가 아닌 주변국, 즉 외국이라는 의미이다. 고구려와 동시대를 산 중국인에서 그 후예에 이르는 2000년 세월 가까이 중국인에게 고구려는 당연히 외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21세기를 사는 중국인들이 새삼 고구려사를 중국의 변방사라고 우기는 행위는 참으로 어리석은 짓이다. 그들이 역사 연구에 금과옥조로 여기는 25사를 스스로 부인하는 꼴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들이 ‘동이’ ‘외국’ 등으로 분류한 나라들의 역사 또한 자국사의 일부라고 강변한다면 이는 더욱 못난 짓이 된다. 그 논리대로라면, 고구려와 늘 함께 등장하는 일본에 대해서도 중국의 변방이라고 주장해야 일관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동북공정에 우리가 과도하게 흥분하거나 분개할 필요는 없다.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일은 스스로 우리 역사를 알고 사랑하려는 노력이다. 수석논설위원 ywyi@seoul.co.kr
  •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9) 언어·예술상징(상)

    [한민족 문화유전자를 찾아서] (9) 언어·예술상징(상)

    “선진(先進)이 후진(後進)이 되고 후진이 선진이 된다.”고 했던가? 이번에 소개할 우리 민족의 문화 상징들인 고구려 고분 벽화, 고려 청자, 팔만대장경, 직지심체요절 등을 돌아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그렇게 막강했던 고구려가 마침내는 삼국 중 가장 약했던 신라에 망하고, 중세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모든 면에서 앞섰던 우리나라가 근대에는 일본에 나라를 내주지 않았던가? 그러나 한 시대의 위대한 문화는 그 시대적 관점에서 제대로 평가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문화에 대한 기본적 시각이 아니겠는가? 2004년 북한이 신청한 북한 소재 ‘고구려 고분군’과 중국이 신청한 중국 영토 내의 ‘고구려 수도, 귀족과 왕족의 무덤’이 모두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것은 한때 요하(遼河) 이동의 요동은 물론 북만주 지역까지 차지하고, 남으로는 한반도의 절반 이상까지도 내려와 있었던 고구려라는 하나의 강력한 나라의 역사를 인정하는 것인 동시에 이들 고구려 고분들에 있는 상당수 벽화들을 인류 문화적 차원에서 인정한 것을 뜻한다. 현재 고분 벽화가 있는 고구려의 고분은 무려 107기 정도에 이른다. 고분 벽화는 어느 나라에나 있을 수 있지만, 고구려 고분 벽화처럼 일정한 역사 기간(4∼7세기)에 그 규모나 수적 차원에서 이렇게 방대하게 이뤄진 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고구려 고분 벽화에 영향을 준 중국의 경우도 고분 벽화 고분은 10기 정도에 머물며, 그 수준도 고구려에 비할 것이 못 된다. 고분 벽화에 있어서만은 고구려는 세계적 위치에 있다. 현재 서울 역사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고구려 고분 벽화’(9.2∼10.22)는 북한 소재 고분들 중 6기의 고분들에 있는 벽화들만 사진으로 전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속에 있는 인물 풍속화, 각종 상징 문양, 청룡, 백호 등의 사신도(四神圖), 널방의 천장에 장식된 하늘 세계의 모양들은 관람자들의 찬탄을 받고 있다. 오늘날 고구려의 영광은 이들 고분 벽화로부터 다시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 세계 유례 드문 고구려 고분벽화 우리나라에서는 ‘반가사유상’(半跏思惟像)이라고 하면, 미륵 보살이 대좌에 앉아 왼쪽 다리는 내리고 오른쪽 다리는 왼쪽 무릎 위에 올려 놓은 채, 오른팔을 굽혀 손가락을 오른 뺨에 대고 몸을 앞으로 약간 굽힌 상을 뜻한다. 이것은 미래불인 미륵불이 중생 제도를 위해 명상을 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반가사유상은 6세기경 삼국 통일 직전의 신라에서 크게 유행한 미륵 신앙과 관련,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보관(寶冠)을 쓴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경주에서 출토된 삼산관(三山冠)을 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가장 유명하다. 이 두 반가사유상은 첫눈에 봐도 불교 예술품의 걸작인 것을 알 수 있다. 이들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은 그 동안 해외의 전시들에서도 많은 주목을 받아왔다. 서산 마애삼존불은 충남 서산군 운산면 용현리에 있다. 서산군 운산면은 중국의 불교 문화가 태안 반도를 거쳐 부여로 가는 행로상에 있었는데, 마애삼존불이 조성된 위치도 당시에는 경개가 절승(絶勝)한 곳이었다 한다. 오늘날에도 경상도 부처님은 무섭고, 전라도 부처님은 온화하다. 서산마애불은 흔히 ‘백제의 미소’라고 하듯 햇빛이 비치면 웃는 모습을 짓는다. 복스러운 얼굴에 눈은 행인형(杏仁形, 살구씨 모양)으로 약간 큰 편이며, 입도 약간 벌리고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여래불을 중심으로 왼쪽에 보살상, 오른쪽에 반가사유상이 배치되어 있는데, 현재의 부처인 석가, 과거의 부처인 제화갈라(提和渴羅) 보살, 미래의 부처인 미륵 보살이 형상화된 것이다. 오늘날 남아 있는 백제 시대의 대표적 불상이다. # ‘반가사유상’ 해외서도 주목 팔만대장경은 우리가 받아들인 불교 문화를 또다른 차원에서 완성한 것이다. 대장경은 부처의 말씀을 적은 경(經)을 비롯, 불교와 관계되는 서적들을 모은 것으로, 기독교의 성경, 회교의 코란에 해당한다. 그래서 불교를 받아들인 나라들은 모두 이 대장경을 갖추어 두고자 했다. 그래서 중국, 거란, 고려, 몽고, 티베트, 서하 등 여러 나라들에서 여러 차례 대장경들을 마련하여 오늘날 알려진 것만 해도 20여종에 이른다. 이 중 그 규모나 엄정성, 보관 상태 등을 볼 때, 고려 고종 때16년에 걸쳐 이뤄진, 우리가 흔히 ‘팔만대장경’이라고 하는 고려 대장경이 단연 압권으로 현재 중국과 일본 대장경의 전범이 되고 있다. 팔만대장경은 모두 8만 1258장으로 되어 있고, 이에는 1501종 6708권의 불서들이 들어 있다. 고려 청자, 분청사기, 백자는 각기 고려, 조선 전기, 조선 후기의 도자기들이다. 일상생활 용기들로 쓰인 이런 도자기들이 왜 중요한가? 그것은 이들이 자기(磁器)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용기들로 사용한 토기, 도기(陶器), 자기 등 중 자기가 사용된 시기는 길지 않다. 자기는 점력을 가진 점토로 모양을 만들고 그 위에 유약을 입혀 1300도 정도의 고화도로 구워낸 것을 말하는데, 이러한 자기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15세기 이전만 하더라도 중국과 우리나라뿐이었다. 자기 중 먼저 이뤄진 것이 청자다. 청자는 중국에서도 당나라 때부터 본격적으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였고, 우리나라도 통일 신라 후기 때부터 이뤄지기 시작했다.14,15세기에 이르자 청자 문화는 백자 문화로 전환되고, 다시 백자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일본, 동아시아, 서아시아, 지중해 연안과 서부 유럽으로 널리 퍼져 갔다. 시작은 중국이, 그리고 한국이 이를 뒤따랐다. 그리고 중국인도 ‘천하제일’이라 한 고려청자만의 비색(翡色)을 완성한 점, 태토(胎土)에 홈을 파고 흑토나 백토를 넣어 메워 굽는 상감(象嵌) 기법을 개발한 것, 산화동(酸化銅) 안료로 붉은 색을 내었던 것 등은, 그대로 우리나라 자기사의 업적인 동시에 인류 자기사의 업적이 되는 것이다. # 일본의 국보된 진주민가 제기 한편 분청사기(粉靑沙器)는 청자 바탕에 백토를 입혀 여러 모양들을 낸 것으로, 우리나라에 15∼16세기 약 200년간 이뤄지다 이후 백자로 발전하였다. 이렇듯 고려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은 일종의 생활 용기들이지만 수준 높은 예술품이었기에, 조선 시대에는 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요업(窯業)을 관리했고, 궁궐에 소속된 화공들도 이러한 자기 제작들에 동원되어 그림을 그리곤 했다.2004년 11월 현재,307종의 국보들 중 청자가 24점, 분청사기가 5점, 백자가 17점 등 모두 46점의 자기가 국보로 되어 있다. 이러한 청자, 백자 등과 달리 막사발은 말 그대로 적당히 점토를 빚어 유약물에 한 번 담가 구워 만든 것으로, 대중용으로 대량생산을 한 것이다. 이러한 막사발은 밥그릇, 국그릇, 술잔 등으로 민가에서도 흔하게 사용된 것인데, 임진왜란 때 이런 막사발조차도 만들지 못했던 일본인들은 이러한 막사발을 많이 가져다 차그릇인 다완(茶碗)으로 썼다. 그리고 이들 중 몇 점은 현재까지도 일본 국보나 보물, 명품 등으로 소중하게 관리되고 있다. 현재 일본의 1급 국보인 기자에몬이다(喜左衛問 井戶) 다완은 임진왜란 때 경남 진주 근처의 민가에서 제기(祭器)로 사용되던 것을 가져간 것이다. 일본에 있어 국보인 도자기는 이것이 유일하다. 조선과 일본의 자기 문화 격차와 간단한 그릇에도 들어 있었던 조선 도공들의 미의식이 빚어낸 하나의 역사적 결과다. 한지는 중세 문화인 불교·유교 문화를 우리가 받아들여 문화 생활을 하게 되는 과정에서 일찍부터 중국에서부터 받아들여 우리나라에서 발전시킨 것이다. 요즘은 나무로 만든 펄프 종이로 인해 한지는 우리 문화의 한 구석으로 밀려났지만, 우리나라의 오랜 문화생활과 관계되는 이 한지는 문화사적으로 그렇게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은 아니다. 직지심체요절(1377)도 그렇다. 이 책은 고려말 명승인 경한(景閑,1298∼1374)이 지은 것인데, 책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것이 우리 문화에서 중요한 것은, 세계 최초의 금속 활자본이기 때문이다. 독일인 구텐베르그의 ‘42행 성경’보다 무려 80년이 앞선 것이다. 이 책은 1887년 주한 프랑스 대리 공사로 서울에 왔던 콜렝드 드 플랑시에 의해 수집되어, 현재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러한 각 시대를 대표하는 우리나라의 문화 유적이나 유물들을 돌아볼 때, 우리 시대는 과연 어떤 문화를 가장 중요시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시인 존 업다이크는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이 가장 문화적 힘을 모으는 곳은 15초짜리 스폿(spot) 상업 광고라고 한 적이 있다. 우리나라도 과연 그럴까? 지금까지의 우리 문화사로 볼 때, 적어도 우리나라만은 그렇지 않으리라 여겨진다. 손태도 문화재 전문위원
  • 대조영, 주몽 인기 잠재울까

    대조영, 주몽 인기 잠재울까

    중국의 ‘동북공정’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발해 건국사를 다룬 100부작 사극 KBS ‘대조영’(연출 김종선·윤성식, 극본 장영철)이 16일 첫 전파를 탄다.MBC ‘주몽’,SBS ‘연개소문’에 이어 고대사 바람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고구려가 패망한 뒤 흩어진 군대를 모아 고구려의 정통성을 잇는 새 나라 발해를 건국한 대조영의 생애를 다룬 드라마로, 발해와 대조영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사극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현재 최고의 시청률 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주몽’의 인기를 넘어설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다. 드라마는 고구려 패망기에 요동에서 태어난 대조영의 성장기와 안시성 전투, 고구려의 분열, 발해의 건국과 통치까지 생생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출연진과 제작진도 화려하다. 대조영은 사극 전문배우로 손색이 없는 최수종이, 대조영과 북방의 패권을 다툰 비운의 영웅 이해고는 정보석이 맡았다. 또 이덕화·박예진·홍수현 등이 파란만장한 연기를 펼친다. 이와 함께 강원도 속초에 설치된 2만 2000평의 오픈세트와 전담 특수영상팀, 의류·의상학 교수 11명으로 구성된 자문단의 의상, 육사 교수단의 고증에 따른 6000여점의 무기류와 중국 고대가구 등 소품도 눈길을 끈다. ‘왕과 비’‘태조 왕건’ 등을 연출한 김종선 감독과 ‘인간시장’ 등을 쓴 장영철 작가가 만나 역사적인 허구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들은 “대조영과 발해를 그리는 일은 찬란한 한민족의 역사를 복원함과 동시에, 역사적 통찰력과 미래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제작발표회에서 김 감독은 대조영의 영웅적인 모습뿐 아니라 꿈을 안고 발해를 세우기까지 설움도 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 작가는 “발해를 세우고 찾는 과정, 발해가 고구려의 정통성을 이어받은 역사라는 점을 알리는 것 자체가 역사적 진실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북공정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는 시청자가 재미있게 봐주길 바란다는 말을 덧붙였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김형효교수의 테마가 있는 철학산책] (37) 희망이라는 것

    누구든지 이 세상에서 희망을 걸고 살아간다. 어떤 희망도 없는 경우를 우리는 절망이라 부른다. 절망은 삶의 에너지가 소진된 경우와 같다. 절망의 극치가 곧 자살로 이어진다. 희망은 삶을 지탱시켜 주는 에너지와 같다. 고대 그리스의 신화에 ‘판도라의 상자’라는 이야기가 있다. 판도라는 그녀가 가져온 상자를 열어 인간 세상에 모든 재앙들을 다 퍼뜨려 놓고 뚜껑을 닫았기에 마지막 남은 희망이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이 신화는 인간이 고통스러운 세상에 실존하면서 희망만을 아직도 기다리면서 살아간다는 것을 상징한다 하겠다. 누구나 다 희망을 간직하고 살아가고 싶어한다. 보통 사람들은 인생에서 대개 어떤 것을 갖고 싶은 소유욕을 희망으로 삼는다. 돈을 벌고 싶은 희망, 출세하고픈 희망, 시험에 합격하고픈 희망 등등 다양한 희망을 갖고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살아간다. 이런 희망을 단적으로 소유론적 희망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희망의 철학적 의미를 화두로 삼은 20세기 가톨릭 실존철학자 마르셀은 저 소유론적 희망을 ‘나는 …을 희망한다.’(I hope that…)라는 구절로 간략하게 묘사했다. 이것은 희망의 내용이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구조다. 객관적으로 서술되는 (…)의 희망은 내가 소유하고픈 내용과 같다. 그런 희망이 달성되는 경우에 나는 만족을 느낀다. 만족의 현상은 배고픈 사람이 음식을 충분히 먹어서 포만상태에 이른 것과 유사하다. 포만상태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게걸스러운 기분에 젖은 식곤증처럼, 생각하기 싫고 일하기 싫은 판단공백의 상태를 동반한다. 거기에 비하여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만족을 느끼는 사람들에 대하여 시기와 원한의 감정을 표출한다. 그래서 이들은 식곤증에 취해 있는 만족계층과 달리 더욱 또렷하게 의식이 깨어 있어서 복수의 기회를 노리면서 계급전복을 준비한다. 이것이 헤겔이 말한 ‘주인과 노예의 변증법적 투쟁’의 모습이다. 만족의 게걸스러움과 불만의 분노는 다 소유론적 희망의 취득여부와 직결된다. 소유론적 희망은 결국 인생에서 만족을 누리려는 욕심과 직결되어 있다. 이 욕심을 불교에서 오욕(五欲=재욕, 색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이라 부른다. 세상살이는 예나 이제나 이 오욕을 쟁취하기 위한 모든 드라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것을 얻지 못하면 화가 나고, 화의 분노가 이기적인 것이 아님을 명분화하기 위하여 그럴싸한 이론을 다 끌어들인다. 인간의 사회적 투쟁은 거의 대개 이 오욕의 쟁취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벌이는 소유론적 불만이나 절망을 분노의 명분으로 표시한다. 아집(我執)에 찬 분노의 명분이 진리의지와 만나면, 그 분노는 진리의 투쟁이란 법집(法執)으로 돌변한다. 그래서 아집과 법집이 뒤엉키면, 소유론적 욕심이 결국 결사항전의 어리석은 고집으로 바뀐다. 그런데 한 사회의 정신문화가 일반적으로 속물적인 소유론적 희망만을 삶의 동력으로 여기면, 그 사회는 그만큼 만족과 불만의 양극단에서 늘 요동친다. 속물적 희망은 오욕의 소유만을 인생에서 성공의 척도로 보는 태도를 말한다. 속물적 사회일수록 그 사회는 소유적 지배층의 거만떨기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원한의 심리를 품고 있는 소외층의 대등 질투심리와의 양극사이에서 출렁거린다. 평소에 속물이 아닌 것처럼 도덕적으로 온갖 좋은 말씀을 내놓던 분이 일단 자기의 출세와 직결되는 순간에 벼슬을 놓칠까봐 명예욕에 추하게 매달리는 탐욕을 우리는 자주 목격한다. 지배층의 게걸스러움을 싫어하던 소외층의 가열찬 투사가 하루아침에 지배층에 오르자마자 자기가 그토록 미워한 그 오욕의 탐욕에 정신을 못 차린다. 이제 우리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 생각이 깊지 않은 인간은 그가 투사이든 지배층이든 소외층이든 도덕적 설교자이든 다 속물적 소유욕을 인생의 희망으로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사회의 부정부패는 모두가 다 속물적 탐욕의 근성을 희망으로 갖고 있는 한 어떤 방식으로든지 지속된다. 우리는 생각이 깊은 정신문화를 가꾸어야 한다. 악을 박살내려고 흥분하지 말고 속물근성에 빠지지 않는 깊이 있는 사회를 일구자. 그러기 위하여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소유론적인 것에서 존재론적인 것으로 바꾸는 마음의 혁명이 필요하다. 인생의 희망을 소유론적인 만족으로 채우려 하지 말고, 존재론적 기쁨으로 인생을 승화시키려는 마음의 전환에서 마음의 혁명이 가능해진다. 불만의 심리는 늘 복수의 심리를 속으로 감추고 있다. 역전의 상황이 오면, 불만의 심리는 복수한다. 만족의 심리는 남들에게 으쓱대면서 과시하려는 충동을 띠고 있고, 불만의 심리는 속으로 응어리를 품고 있어서 비뚤어진 공격성을 감추고 있다. 과시적이든, 열등의식으로 비뚤어졌든 다 공격적이다. 이런 사회에서 어찌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열린 마음의 기쁨이 삶의 희망으로 등록되겠는가? 나는 우리가 서로서로 사랑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고 늘 생각해 왔다. 비록 TV 드라마에 사랑 극이 너무 넘쳐나고,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일상의 깊지 않은 희비극이 화면에 벌어져도, 우리는 진실로 서로서로 존재하도록 친절을 베푸는 법을 모른다. 그래서 안이나 바깥에서나 서로 모래알처럼 살면서 “제까짓 것” 한다. 속물적 욕망만이 인생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곳에 절대로 서로 화합하고 서로 융결(融結)하는 사회적 인간관계가 자라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한다. 만족한 자나 불만스러운 자나 다 속으로 타자에 대하여 “제까짓 것” 하는 심리를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족과 기쁨, 불만과 괴로움은 다르다. 만족의 포만감은 꽉 차서 더 이상의 여백이 없는 닫힌 마음의 상태를 함축하고 있으나, 기쁨은 5세기 말 신플라톤주의자로서 익명의 철학자인 가짜(Pseudo)-디오니시오스의 말처럼 ‘자기의 확산’(self-diffusion)과 같다. 만족은 자아위주로 닫힌 느낌이지만, 기쁨은 우주로 자기가 확산되는 열림의 느낌을 준다. 불만은 외부로 향하는 공격성을 띠고 있지만, 괴로움은 내적 평안을 찾으려는 긴장완화의 요구를 품고 있다. 소유적 만족보다 존재의 기쁨을 찾으려는 희망은 단순한 낙관적 계산과는 무관하다. 낙관적 계산은 속물적 욕심의 취득이 계산적으로 명백할 때에 생긴다. 그러나 존재의 희망은 오히려 속물적 인생의 무상함과 괴로움의 자각에서부터 움튼다. 내 인생의 의미가 속물적 오욕(五欲)의 소유적 다과로 평가되기를 거부하는 ‘존재론적 요구’가 마음에서 싹틀 때에, 존재론적 희망의 의미가 절실히 다가온다. 속물은 소유나 적어도 허영의 과시에 사로잡힌 수인(囚人)과 같다. 짝퉁으로도 자기를 과시하고자 하는 속물은 인생의 동력인 희망을 가짜 소유로 채우려는 자기체면에 걸린 수인이다. 희망을 소유에서 존재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죽음의 응시에서 가능하다. 죽음은 소유의 수인상태에서 인간을 해방시켜주는 약이다. 속물들은 죽음이 없는 세상에 살아가는 것처럼 산다. 그들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생물학적 죽음이 있음을 그들도 알지만, 그들의 지금 생활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죽음의 생각을 그들은 유예한다. 속물들은 세상에 가장 친사회적으로 사는 것처럼 분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만, 그들은 사실상 가장 고독한 인생을 산다. 소유적 만족만을 추구하는 인생은 열린 기쁨의 마음을 모른다. 속물사회에서는 다 고독하다. 지옥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나 모두 고독한 곳이다. 존재론적 희망은 괴로운 번뇌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인생의 요구에서 싹튼다. 모든 번뇌는 소유의식에서 생기고, 그 소유의식은 집착을 낳고 나의 마음을 뇌쇄시켜 거기에 중독되게 한다. 앞에서 본 마르셀이 그의 저서 ‘편력하는 인간’에서 희망의 철학을 가르친다. 희망의 가장 바람직한 형태는 ‘나는 우리를 위하여 그대 안에서 희망한다.’(I hope in you for us.)는 것이다. 소유의식을 지우는 것이 번뇌에서 해방되는 첩경이다. 소유의식은 잘난 척하거나 으쓱대는 자만심과 같이 간다. 불만도 역설적인 소유의식에 다름 아니다. 마음의 존재론적 혁명은 마르셀이 언명하였듯이 겸허하며 요란스럽지 않고 수줍은 듯한 마음의 전환에서 시작한다. 마르셀이 말한 ‘그대’의 이인칭은 고요하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과 같다 하겠다. 소유로 들뜬 속물들은 수줍고 정결한 자기 마음의 본성이 마치 없는 것처럼 무시하면서 살아 왔다. 오욕을 사냥하는 소유론적 속물근성을 떠나서 자기 마음에 늘, 그리고 이미 있어 온 그 고요한 본성에 인사드리고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마음이 약속하는 순간에, 존재론적 희망은 문득 솟아오른다. 내가 그 본성의 요구에 성실하게 살 것을 희망하는 그 순간은 동시에 만족과 불만이라는 소유적 삶의 수인(囚人)상태를 벗어나 나의 존재와 인연이 있는 모든 존재들을 함께 기쁘게 해주려는 열린 마음의 상태로 변하는 마음의 비약이 생기는 순간과 같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하나의 이웃이 된다. 이것이 마르셀이 말한 ‘우리를 위하여’라는 말이겠다. 존재론적 희망은 나의 본성인 ‘그대’와 나의 일상적 마음이 일치하기를 희망하는 것이요, 그런 일치는 이웃들과 존재론적으로 ‘우리’가 되는 융결의 띠를 형성한다. 이 ‘우리’는 소유론적 폐쇄적 집단으로서의 ‘우리’가 아니라, 네가 존재하도록 도와주는 자타불이(自他不二=자기와 타인이 둘이 아님)의 ‘우리’다. 마르셀의 용어를 빌리면, 우리가 ‘코러스’(chorus)를 들었을 때에 느끼는 마음의 환희가 바로 존재론적 희망에 아주 가깝다고 하겠다. 코러스의 감동이 식지 않는 한, 우리는 아직도 열려 있고 서로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의 기쁨을 맛본다. 우리 사회가 속물근성의 자기 감옥을 부술 때에, 우리는 상호주관적으로 그리고 존재론적으로 서로서로 친절하게 대하는 법을 배울 것이다. 그와 동시에 아무 콘텐츠가 없는 공허한 추상적 구호로서의 같은 민족끼리의 감상을 넘어서, 우리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도 경계하는 모래알이 아니라, 상호주관적으로 기쁨을 주고 서로서로 친절한 이웃이 될 것이다. 속물적 희망을 존재론적 희망으로 돌리는 마음의 혁명은 곧바로 우리가 전대미문의 도약판을 밟고 비상하는 순간이 될 것이고, 각자의 좁은 감옥을 벗어나는 해방의 날이 될 것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철학
  • [MLB] 승리를 부르는 이름 추신수

    [MLB] 승리를 부르는 이름 추신수

    미국프로야구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현재 ‘리빌딩’ 중이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들어지자 일찌감치 마이너리그 유망주들을 테스트하고 트레이드를 시도하는 등 ‘새 판짜기’에 나선 것. 리빌딩하는 팀이 무서운 것은 젊은 선수들의 의욕 때문이다. 남은 기간 활약에 따라 빅리거와 마이너리거로 갈리는 탓에 죽기살기로 달려든다. 추신수(24)도 그들 중 하나다. 최근 추신수는 “나는 아직 빅리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년 개막전 엔트리까지 살아남아야 빅리거”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그는 적어도 지금까지 충분히 가능성을 보였다. 27일 제이콥스필드에서 열린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홈경기에 5번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출장한 추신수는 ‘미국판 류현진’인 저스틴 벌렌더와 맞섰다. 벌렌더는 160㎞의 직구를 뿌리는 ‘화이어 볼러’로 루키이면서도 벌써 15승을 거둔 특급 선발이다. 처음 두 타석에서 벌렌더의 공에 타이밍을 못맞춘 추신수는 외야플라이로 물러났다. 하지만 4-5로 뒤진 5회말 2사 2루에서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쳐 좌전안타를 만들었다.2루주자 라이언 가코의 발이 느려 타점을 올리는 데는 실패했지만 역전의 발판을 놓았다. 추신수는 후속타자 조 잉글렛의 3루타로 결승 득점을 올리며 또 한번 클리블랜드의 ‘복덩이리’임을 입증했다. 결국 클리블랜드는 5회 6점을 뽑아내며 8-5 역전승을 거뒀다. 클리블랜드는 포스트시즌을 꿈꾸는 팀들엔 ‘공포의 대상’이다. 추신수가 이적해 온 지난달 29일 이후 16승12패(승률 .571)를 거뒀다. 그 기간 추신수는 결승 만루포와 3루타, 전날 역전 2루타 등 5차례의 결승타를 포함, 타율 .303(76타수23안타),17타점으로 타선의 도화선 역할을 톡톡히 했다. 덩달아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의 판도도 요동쳤다. 클리블랜드가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하는 바람에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를 질주하던 디트로이트는 더이상 ‘가을잔치’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최근 3승7패의 부진 속에 미네소타에 4경기 차로 쫓긴 것. 디트로이트엔 추신수를 앞세운 클리블랜드가 악몽이나 다름없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쿠바는 지금] (하) 돈벌이에 뛰어든 혁명이후 세대들

    [쿠바는 지금] (하) 돈벌이에 뛰어든 혁명이후 세대들

    |아바나(쿠바) 최병규특파원|관광가이드 야세르 포르투온도(50)는 쿠바혁명 직전 태어난 세대다.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의 사회주의 혁명으로 바티스타체제가 붕괴되기 3년 전인 지난 1956년 쿠바섬의 남동쪽 ‘올긴’에서 1녀1남의 둘째로 태어났다. 카스트로의 고향 ‘비란’과 멀지 않은 곳이다. 아버지가 소작농이었던 까닭에 집안은 몹시 궁핍했다. 혁명 직후 농지개혁법이 발표된 뒤 대지주의 토지와 미국계 기업의 대농원 등이 몰수됐다고는 하지만 ‘혁명의 혜택’은 수백㎞ 떨어진 시골구석에까지 미치지 못했다. 혁명과 거의 동갑내기에 가까운 그의 이후 삶은 혁명 47년에 걸친 굴곡의 역사와 궤를 같이 했다. 수도 아바나로의 ‘상경 러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70년대 초반에 그는 홀로 유학길에 올랐다. 아바나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그는 1986년 졸업 뒤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과의 미사일 분쟁에 이어진 경제봉쇄조치로 경제가 곤두박질쳤지만 옛 소련과의 ‘경제적인 연대’는 남아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가정을 꾸렸다. 살림은 비록 ‘배급 티켓’에 의존했지만 그들에겐 무상으로 제공받는 의료와 교육 혜택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 소련 연방의 해체는 쿠바 경제는 물론, 그의 가정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질 좋은 설탕과 맞바꾸던 옛 소련의 석유 공급은 연방 해체와 동시에 끊겼다.“1993년은 쿠바 최악의 해였다.”고 그는 기억을 더듬는다. 소련이 사라지면서 휘발유도 사라졌다. 앞마당에 세워둔 54년식 크라이슬러 자동차의 녹은 더 두꺼워졌고, 국가 전력이 바닥나 하루에 16시간씩이나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13년 뒤, 그는 현재 관광가이드로 일하면서 그런 대로 ‘사람다운 생활’을 꾸려가고 있다. 아내 역시 이제는 사탕수수를 대신해 국가 제1산업으로 자리매김한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두 자녀도 대학을 졸업한 뒤 돈벌이에 나섰다. 지난해 신층 주택가인 ‘베다도’ 지역으로 집을 옮기는 등 살림이 핀 건 외국관광객이 바꿔다 준 CUC(Cuban Conertible Peso·쿠바 태환화폐) 덕분이다. ●CUC, 쿠바경제의 인공심장 쿠바는 이중화폐 제도를 갖고 있다.CUC와 내국인용 페소(Peso)다. 그러나 현재 쿠바의 경제를 지탱하며 큰 틀을 잡고 있는 것은 CUC다. 지난 90년대 초반 미국의 기나긴 경제봉쇄조치에 대항해 탄생한 CUC는 당초 외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전용 화폐’였다.“미국 달러화의 덕은 보지만 언젠간 그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이른바 ‘갱생과 저항의 상징’이었다. 지금은 ‘포스트 카스트로’의 윤곽을 점치게 할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CUC는 이후 약 10년간 미국 달러와 함께 쓰여졌지만 쿠바정부는 지난 2004년 아예 공식적으로 사용을 금지시켰다. 공항이나 시내의 ‘카데카(환전소)’에서 미국 달러는 CUC보다 10%가량 가치가 떨어진다. 여기에 약 8%의 환전수수료까지 뗄 경우 미국 달러의 화폐가치는 더 떨어진다. 비록 쿠바 밖에서는 인정해주지 않는 화폐로 한낱 휴지조각에 불과하지만 CUC는 분명 지구에서 5개밖에 남지 않은 사회주의국가 가운데 하나인 쿠바의 허약한 경제의 피를 돌게 하는 ‘인공심장’이다. 외국관광객을 상대로 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이 때문에 내국인용 화폐인 쿠바 페소보다 25배 가까이 가치가 높은 CUC를 벌어들이는 포르투온도는 “쿠바는 CUC 덕분에 지금의 나 만큼이나 나아지는 상황”이라고 말한다.“그러나 CUC가 없다면 쿠바경제는 상당히 숨쉬기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사실 CUC의 사용은 그와 같은 ‘특수 계층’뿐만 아니라 적어도 아바나시 절반 이상의 일반인들에까지 확산돼 가는 추세다. 생수나 신문, 하잘 것 없는 기념품 따위를 살 때에도 ‘페소’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올드아바나의 명동격인 ‘오비스포’거리는 물론,‘베다도’ 구역 슈퍼마켓 물건의 가격표에도 모조리 CUC가 박혀 있다. 미국의 ‘자본무기’에 대항해 탄생한 CUC가 도리어 퇴색한 사회주의의 옷을 갉아먹고 있다는 생각은 과장일까. ●더욱 벌어지는 계층간 격차 CUC 사용의 확산과 함께 변화하는 쿠바의 모습은 옛 시가지의 재건축 바람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의 아바나시는 20년전 일본 관광객이 처음 발을 들인 그 때의 모습이 아니다. 방파제를 차고 넘는 파도 아래로 달려가는 클래식 카의 뒷모습과 줄지어 선 낡은 식민지풍 건물들의 흑백사진 풍경은 앞으로는 흔하지 않을 듯싶다. 말레콘을 따라 줄지어 있는 센트로지역의 건물들은 요즘 새 단장이 한창이다. 물론 뼈대는 그대로 유지한 채 흉물스럽던 겉모습을 새 옷으로 갈아 입히는 일이다. 포르투온도는 “지난해부터 쿠바정부는 주택난을 해결하기 위해 15만가구의 집을 더 짓도록 했고, 이와 함께 기존의 옛 건물들에 대한 리노베이션도 추진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바나의 진정한 변화는 더욱 벌어지는 계층간의 격차다. 생활 수준에 따라 4개 권역으로 뚜렷하게 나눠지는 아바나시는 자본없이는 더 이상 지탱할 수 없는 사회주의의 무력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표본이다. 빨랫물이 줄줄 떨어지는 올드아바나의 골목길에는 아직도 구걸로 연명하는 사람들이 널려있다. 반면 베다도 구역의 나이트클럽에서는 젊은 ‘아바노’들이 쿵쿵거리는 80년대 팝송을 즐기고 일반 노동자 임금의 몇 배에 이르는 고급 럼주를 마시며 그들만의 삶을 즐긴다. 말끔한 ‘윤다이(현대)’차를 모는 귀족들이 있는가 하면, 시 외곽 정류장에선 2시간 만에 도착한 버스를 타기 위해 아귀다툼을 벌이는 풍경이 다반사다. 공장에서 빼돌린 고급 시가를 권하는 남자 ‘삐끼´들과 유럽의 신랑감을 구하기 위해 끈적한 눈짓을 던지는 ‘히네테라(창녀)’들을 아바나 거리에서 만나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모습은 가난에 묶인 쿠바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상징돼 왔다. 사회주의 혁명 47년째를 보내고 있는 쿠바. 그리고 또 다시 침묵에 들어간 피델 카스트로의 존재에 대한 불확실성, 지금 아바나는 언제나처럼 같은 모습이지만 관광가이드 포르투온도의 요동친 삶처럼 치열한 ‘삶의 투쟁’이, 그리고 변화에 대한 욕구가 속에서 꿈틀대는 것처럼 보인다. 말레콘 방파제 밖 카리브해는 지금은 잠잠하지만 언젠가 ‘변화의 태풍’이 휘몰아칠 것이 확실하다. 남은 질문은 과연 그때가 언제일까하는 것뿐이다. cbk91065@seoul.co.kr ■ 시장경제 활성화 가능성 한국제품 인기도 치솟아 라울 카스트로(75) 국방장관이 이끄는 쿠바 체제에서 한국과 쿠바간의 교역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형 피델에 비해 실용주의 성향이 강한 그가 경제정책을 지휘할 경우 한국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지 우리 기업인들의 표정도 긍정적이다. 라울 체제가 확립되면 정치적으로는 큰 변동이 없겠지만 민간 부문에선 시장경제가 더욱 활성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도 한국 제품은 빠르게 쿠바 사회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와 삼성·LG 가전을 중심으로 한국 브랜드에 대한 쿠바인의 평가는 후하다. 현지 신차의 20%가량이 한국산이며, 에어컨과 냉장고도 지난해 1억 5000만달러(약 1500억원)의 수출 및 수주액을 기록했다. 쿠바는 이웃 미국의 오랜 경제봉쇄 속에서도 꾸준히 ‘개혁 정책’을 펴왔다. 게다가 피델 카스트로가 한국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피력한 점도 쿠바 진출에는 보약이다. 그는 지난달 권력이양 직전 아바나의 현대중공업 공사장을 찾아 한국인의 부지런함을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현대중공업이 7억 5000만달러(약 7500억원) 규모의 디젤발전기 544대를 수주할 당시 일본을 제친 데는 오직 피델의 한마디,“한국인의 추진력을 믿는다.”였다. 같은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북한보다 낫다는 지론이다. 코트라(KOTRA)가 지난해 9월 아바나에 무역관을 설치한 이후 쿠바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지난 5월 쿠바 국영기업 20여곳이 한국을 방문하는 등 교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의 쿠바 수출은 4387만달러, 쿠바로부터의 수입은 100만달러였다. 제3국 생산 제품과 3국 경유 간접수출까지 합치면 쿠바 수출은 연간 1억달러에 이른다. 현대중공업 발전기의 쿠바 수출이 본격화하면 연간 4억달러는 훌쩍 넘어선다. 지금까지 수출된 품목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타이어, 에어컨, 건설용 중장비, 의료용 살균기 등이다. 쿠바의 에너지혁명 정책에 따라 앞으로 각종 전력생산 설비와 절전용 기자재, 의료기기 수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쿠바의 한국 수출은 백신 및 생명공학 기술협력을 비롯해 럼주, 과일주스, 수산물 등이 가능성 있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 [MLB] 보스턴, ‘앙숙’ 양키스에 55년만에 치욕의 ‘5연전 전패’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전세계 프로스포츠를 통틀어 알아주는 ‘앙숙’이다. 서로를 짓밟기 위해 최상의 라인업을 구축하려는 두 구단의 욕심은 제3자의 입장에선 흥미로운 관전포인트. 지고는 못 사는 두 팀이 올시즌 첫 5연전에 돌입했을 때 양키스는 보스턴에 1.5게임 앞서 아메리칸리그(AL) 동부지구 선두를 지키고 있었다. 결과에 따라선 동부지구 판도가 요동칠 수 있었다. 22일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시리즈 마지막날, 양키스가 선발 코리 라이들의 6이닝 무실투 역투를 앞세워 보스턴을 2-1로 꺾고 5연전을 싹쓸이했다.9회말 보스턴 공격이 끝나는 순간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양키스 조 토레 감독도 코칭스태프와 굳은 악수를 나누며 5연승을 자축했다. 보스턴의 홈팬들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입을 다물지 못했고, 원정응원 온 양키스팬은 축배를 들었다. 양키스가 보스턴과의 5연전을 싹쓸이한 것은 지난 1951년 9월28∼30일 이후 55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경기는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렸다. 펜웨이파크에서 열린 5연전을 싹쓸이한 것은 역사상 단 두 차례(1927·1943년)뿐이었고, 두 번 모두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유난히 ‘징크스’와 ‘저주’를 입에 달고 사는 양키스 팬들에겐 27번째 월드시리즈 제패를 향한 상서로운 징조로 치부하기에 충분한 승리였다. 보스턴으로선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들이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순간이기도 했다.28년 전인 1978년 9월7일 보스턴은 AL 동부지구 2위 양키스에 4게임 앞섰지만 안방에서 4연패, 공동 1위로 주저앉았다. 이른바 ‘보스턴 대학살(Boston Massacre)’이다. 결국 그 해 99승63패로 동률을 이룬 뒤 단판 플레이오프에서 양키스가 보스턴에 5-4로 승리, 플레이오프에 나선 뒤 월드시리즈까지 우승했다. 정규리그 38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양키스(75승48패 승률 .610)에 6.5게임 뒤진 보스턴(69승55패 .556)의 지구 선두탈환은 수월하지 않을 전망.AL 와일드카드 경쟁에서도 ‘디펜딩챔프’ 시카고 화이트삭스(73승51패 .589)와 미네소타 트윈스(72승51패 .585)에 뒤져 험란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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