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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와타나베 부인/우득정 논설위원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6일 “세계 금융의 평화는 와타나베 부인들에게 달렸다!”라고 보도했다. 평범한 일본 샐러리맨의 주부가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뜻이다.‘와타나베’는 우리로 치자면 가장 흔한 성씨인 ‘김씨’, 미국엔 ‘제인’ 정도의 의미다. 우리의 복부인이 전국 방방곡곡을 헤집고 다닌 데 이어 미국과 중국의 부동산시장에까지 진출했다면 와타나베 부인은 초저금리(연 0.5%)인 엔화를 무기로 외환시장의 큰손으로 우뚝 섰다. 와타나베 부인의 등장 배경은 단순하다.10년 장기불황을 겪으면서 직장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남편은 일주일 내내 일에 치여 허덕인다. 남편의 월급으로 불안한 미래에 대비하자니 은행금리는 지난해 7월까지 ‘0%’였다. 그래서 인터넷 카페 등으로 고민을 주고받던 일본의 아줌마들은 채권 등 해외 금융상품 투자로 눈길을 돌린다. 첫 투자대상은 뉴질랜드 채권과 정기예금 상품이었다. 뉴질랜드 달러화 값은 단번에 22년만의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리고 호주, 미국, 영국, 한국….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렇게 거래되는 엔화를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라고 부른다. 와타나베 부인들의 엔화 투자 규모는 도쿄 외환시장의 30%에 달한다. 최근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세계는 엔 캐리 자금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엔화가 강세로 치달으면 일본과 투자대상국의 금리 차이보다는 환차손이 더 커져 엔화가 일본으로 역류할 것으로 내다봤기 때문이다. 최소 2000억달러, 최대 1조달러로 추정되는 엔 캐리 자금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이탈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이상의 충격파가 몰아칠 것으로 예상됐던 것이다. 하지만 와타나베 부인은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게다가 ‘단카이’로 불리는 베이비부머의 정년퇴직으로 앞으로 3년간 50조엔의 퇴직금과 연금이 와타나베 부인에게 실탄으로 공급된다. 따라서 일본중앙은행(BOJ)이 이번 주에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엔 캐리 자금이 한꺼번에 청산되는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 같다. 와타나베 부인은 이미 ‘엔 캐리’에 도취됐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 낮춰야”

    “내년 경제성장률 목표 낮춰야”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쇼크로 주식이 폭락하고 환율이 요동을 치자 민간 경제연구소들이 일제히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8월 연속 인상한 콜금리 목표치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은행측은 “수정 의사 없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그룹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이 5.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으나 서브프라임모기지 쇼크로 현재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는 미국경제, 개발도상국, 주식시장 등 세계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내년에는 실물경제에도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태가 미국경제는 물론 개도국에까지 악영향을 미쳐 과거처럼 외국인직접투자가 되지 않아 개도국 실물경제가 둔화된다면 우리 수출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황인성 수석연구원은 “당초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상향조정할 계획이었으나 서브프라임모기지 쇼크로 그대로 유지하거나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서브프라임모기지 문제는 세계경제의 흐름을 바꿀 수 있고 국내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는 금리, 환율, 주가 등 금융부문과 심리지표에 반영되다가 실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가계부채가 상대적으로 건전해 미국과 같이 될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금융부문에서 실물부문까지 넘어가고 있다는 증거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내년 이후에는 조금은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올해는 별 문제 없이 기존 성장률을 그대로 가져가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김재천 조사국장은 “서브프라임모기지 쇼크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고, 한은이 예측한 대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면서 수정할 의향이 없음을 밝혔다. 김 국장은 “미국의 주택경기 회복은 늦어지겠지만 실물경제가 큰 폭으로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미국뿐 아니라 중국·유럽 등 다른 나라의 성장률이 둔화될 조짐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한은은 지난 7월 경제성장률을 기존 4.4%에서 4.5%로 0.1%포인트 상향조정했고,“내년도 경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말 한은의 4.4%보다 낮게 예측했고, 올해 경제성장 속도가 빠르고 강하게 나타나자 앞다퉈 상향 조정했었다. ●콜금리는 어찌해야 하나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재할인율을 인하했지만 기본금리를 인하한 것은 아니다.”면서 “콜금리 인하를 거론할 시점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난 8월 금통위에서 콜금리를 인상할 때 서브프라임 쇼크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간헐적으로 계속 위기를 가져올 것을 예상했던 문제”라며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콜금리 인상’이라는 시장의 비판에 답했다. 한은은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 외에 금융시장이 위기에 노출된 것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도 “한은의 콜금리 인상은 유동성 등 국내 경제상황을 살펴서 한 것인 만큼 인상 자체를 비판할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금리를 인하하고, 세계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것이 나타날 경우 인하 여부를 고민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미현 문소영 김태균기자 hyun@seoul.co.kr
  • [사설] 금융 불안심리가 더 문제다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 및 엔캐리 청산 우려로 주식시장이 사흘째 폭락하고 엔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치솟고 있다. 한마디로 금융시장이 공황 상태에 빠졌다. 정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엔캐리의 영향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일각에서는 증시 대폭락 직전에 콜금리를 올린 통화당국의 단견을 탓하는가 하면, 정부의 안일한 대응을 질타하기도 한다. 하루에 수십조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불안심리에 휩싸여 무작정 투매 대열에 끼어들기보다는 당국이 공시하는 정보와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냉정히 따져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본다. 이번 글로벌 금융불안 사태는 우리 정책의 잘잘못과는 무관하다. 외환보유고나 유동성 등 기초체력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편승한 투기성 머니게임이 미국의 주택경기 침체와 금리 상승에 발목을 잡히면서 촉발됐다. 그리고 최근의 순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개도국 평균보다 10%포인트가량 높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식보유 비율이 우리 금융시장의 충격 진폭을 더 키우고 있을 뿐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불안 사태는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상당기간 지속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대형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할 때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출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 금융시장을 휘감고 있는 막연한 불안심리는 자칫 손실만 키우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당국은 불안심리가 실물경제에 주름을 주지 않도록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세심하게 강구하기 바란다.
  • 亞 증시도 약발 받나?

    미국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시장의 위기 국면이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7일 재할인율을 6.25%에서 5.75%로 0.5%p 전격 인하했다. 특히 엔화가치의 급등으로 상징되는 외환시장의 급변동은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수출입 업체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낮은 금리의 엔을 팔아 달러를 산 뒤 금리가 높은 신흥시장에 투자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설이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금융시장도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급격한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날보다 30원 정도 폭등한 100엔당 840원대 후반을 오갔다.7월9일 744.80원에 비해 무려 100원 정도 폭등했다. 이에 따라 140억달러대로 추정되는 엔화 대출 기업들은 환차손 우려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위기국면 때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달러도 급등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아시아 증시는 17일 사흘째 폭락했다. 특히 엔저로 장기간 경기확장 국면을 구가하던 일본의 타격이 컸다. 실제로 도요타자동차는 1달러당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350억엔의 영업이익이 준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1개월여간 10엔 이상 떨어졌으니 단순계산상 3500억엔(약 3조원)이상의 영업이익이 감소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은 이달 말로 예상됐던 기준금리인상(현 0.5%)을 보류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편 이날 세계금융시장은 FRB의 재할인율 인하 소식에 힘입어 급등세로 출발했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8일 0시 현재 0.81% 상승한 12950.07p를 기록해 13,000선에 근접했다. 나스닥100도 0.79% 오른 1860.7p을 기록했다. 유럽 증시 역시 미국발 진정세에 동참하며 급등세로 전환했다.18일 0시 현재 영국 FTSE지수는 전날보다 2.32% 오른 5995.3p를, 프랑스 CAC40지수는 1.36% 반등한 5337.33p를 기록했다. 독일 DAX지수도 1.15% 상승해 7353.85p를 기록, 전날 하락치를 회복했다.한편 무디스 인베스트 서비스는 헤지펀드가 잠재적 손실에 직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서브프라임 파동은 98년과 달리 책임소재를 물을 만한 특정한 대상이 없다. 이에 따른 불확실성이 시장 주체들의 공포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낮은 자금조달비용(저금리)을 기반으로 한 5년여의 소비확장형 호경기국면이 끝나는 신호라는 해석도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의 투명성을 제고(규제 강화)시켜야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선진 7개국(G7) 정상들에게 편지를 보내,G7이 금융시장 투명성 제고 방안을 공동모색하자고 제의했다.10월로 예정된 G7 재무장관 정례회동에 앞서 특별회동을 추진하는 움직임도 있다. 이것이 시장원리에 반한다며 반발할 조짐도 있는 등 개별 경제주체들의 기싸움도 치열한 상태다.이춘규 이재연기자 taein@seoul.co.kr
  • 사흘마다 지수 2%이상 급등락… 중심 못잡는 코스피

    사흘마다 지수 2%이상 급등락… 중심 못잡는 코스피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해졌다. 코스피지수가 2000을 돌파한 지난달 25일 이후부터 이달 14일까지 2% 이상 지수가 오르내린 날이 거래일 14일 중 5일이나 된다. 사흘 건너 한 번꼴이다. 일부 대형주의 경우 5% 이상씩 요동치면서 소형주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기도 한다.‘시세판을 쳐다보기가 겁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화끈하게’ 움직이는 증시,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선 외부 변수에 국내 증시가 종속돼 있다. 미국의 비우량주택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로 세계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서 우리 증시 개장에 앞서 끝나는 미국·유럽 증시를 보면 그날 증시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주식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외적 요인에 흔들리면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둘째, 고민이 깊어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문제로 자주 지적되는 쏠림현상도 심해졌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과장은 “지나치게 심리에 휘둘리는 추격매도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리스크(위험) 관리 차원에서 주식을 팔아 현금 보유를 늘릴 필요는 있지만 남들 판다고 따라 파는 현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셋째, 사고싶은 좋은 주식은 줄어들었다.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이 조달한 자금은 8230억원이다. 반면 기업들이 자사주로 사들인 금액은 5조 8000억원이다. 적립식 펀드 등으로 실탄이 풍부한 자산운용사들도 우량주를 대거 사들였다. 투자자산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의 잔고는 70조원이 넘는다. 자사주는 경영권 방어와 주가 관리의 목적이 있어 주가가 올라도 차익을 실현할 수 없는 ‘잠긴’ 물량이다. 펀드가 사들인 물량도 장기투자용이 많아 유통물량이 적은 편이다. 대우증권은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에서 최대주주,5% 이상 주주, 특수관계인, 외국인 지분 등을 제외한 유통물량이 28.8%선이라고 추정했다. 정의석 굿모닝신한증권 투자분석부장은 “상승 추세는 살아 있다.”고 평가했다. 정 부장은 “추가 하락의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장기투자를 강조하는 것이 책임 없어 보일지는 몰라도 이를 감내하는 것이 수익이 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증권 김 연구원은 “시장 자체보다는 자산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이익이 개선되고, 주가는 기업의 가치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주식은 현재 시세를 사는 것이 아니라 기업에 투자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출렁거림은 장기 투자자에게 큰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코스피 31P 급전직하

    미국의 비우량담보대출(서브프라임모기지)로 불거진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정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주식시장은 다시 급락했다. 14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70%(31.37포인트) 내린 1817.89를 기록했다. 장중 한때 2.57%까지 하락,1800선이 무너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는 2.45%(19.28포인트) 떨어진 766.92에 마감됐다. 외국인들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2275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도 3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광복절 휴장을 앞두고 투자심리가 냉각된 것이 이유로 거론된다. 굿모닝신한증권 이선엽 연구원은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각 금융사의 손실규모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사들의 ‘고해성사’에 따라 시장이 요동치고, 투자자들의 선택에 따라 장세 방향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엔캐리 투자자금의 급격한 회수가 제2의 외환위기와 같은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 투자심리를 더욱 급랭시켰다고 보고 있다. 권 부총리는 재정경제부 직원 게시판에 올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재무장관회의를 다녀와서’라는 글에서 “최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의 기저에는 과도한 엔캐리 트레이드가 자리잡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원 오른 93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932.9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13일 이후 한달간 8조 7000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환율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32) 모문룡의 작폐 Ⅱ

    [병자호란 다시 읽기] (32) 모문룡의 작폐 Ⅱ

    인조반정 이후 조선 조정이 모문룡을 ‘은인’으로 여겨 송덕비까지 세우게 되자 모문룡은 기고만장했다. 그는 조선에 군량을 비롯하여 전마(戰馬), 조총, 병선 등을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더 큰 문제는 그 휘하의 장졸(모병:毛兵)과 요민들이 끼치는 민폐였다. 모병과 요민들은 청북으로 밀려들었고, 후금을 자극했다.1627년의 정묘호란은 그 같은 배경에서 비롯되었다. ●밀려드는 遼民과 毛兵들 조선 조정은 모문룡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두 가지 난제에 직면했다. 하나는 모문룡의 진영에 막대한 양의 군량을 보내주어야 했던 것이고, 다른 하나는 무시로 조선으로 들이닥쳤던 모문룡 휘하의 명군과 요민들에게 시달리게 되었던 것이다. 모문룡은 수시로 차관을 서울로 보내 양곡을 공급하라고 요구했다. 인조반정 직후 조선 조정은 그의 요구를 거의 들어주었다. 책봉 과정에서 모문룡의 ‘은혜’를 입었던 데다 그가 내세운 ‘요동 수복’이라는 슬로건에 공감했기 때문이다.1623년에만 6만석 이상의 양곡이 가도로 운반되었다. 조선을 길들여 모문룡을 지원하는 배후기지로 삼으려 했던 명 조정의 계산은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졌다. 당시 요동의 한인들은 계속 가도로 몰려들었고, 그곳에서 식량을 구하지 못하면 철산 등지로 상륙했다.1624년 이괄의 난이 일어나 청북 지방의 방어가 허술해지자 요민들의 유입은 극에 이르렀다. 요민들 가운데는 가재도구나 청람포(靑藍布) 등을 가져와 조선 사람들과 식량으로 바꾸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빈 손으로 무작정 몰려왔다. 조선은 후금을 탈출해온 요민들을 가달(假 )이라 불렀다.‘가짜 달자( 子-오랑캐)’를 줄인 말로 한족 가운데 후금에 귀순하거나 포로로 잡혀가 머리를 깎인 사람들을 가리킨다. 고향을 떠나 산전수전을 다 겪었던 그들은 거칠고 난폭했다. 1624년 3월 의주부윤(義州府尹) 유비(柳斐)의 보고 내용은 끔찍했다. 당시 날마다 수많은 가달들이 청북 지역으로 밀려들었다. 그들은 수십명씩 떼를 지어 들녘에 흩어져 봄갈이 한 곡식과 보리 싹을 죄다 캐 먹었다. 마을로 들이닥쳐서는 약탈하거나 밥을 지어달라고 떼를 썼다. 어느 가난한 백성이 음식을 내어주지 못하자 그들은 가달의 시체를 가져다가 그 집에 내팽개쳤다. 그러고는 ‘조선인들이 그를 때려죽였다.’고 한 뒤 온 마을 사람을 죄다 묶어놓은 뒤 재물을 빼앗아 갔다. 유비는 심지어 ‘길에 굶어 죽은 시체가 있으면 서로 뜯어먹는다.’는 내용도 보고했다. 철산, 가산, 선천, 정주, 곽산 등 청북 지역은 몸살을 앓았다. 가달뿐 아니라 가도에서 상륙한 모문룡 휘하의 장졸들이 끼치는 민폐도 심각했다.1625년 2월, 모병들의 작폐를 참다 못한 의주부윤 이완(李莞)은 실력 행사에 나섰다. 그는 난동을 피운 모문룡의 부하 주발시(朱發時) 등을 붙잡아다가 곤장을 쳤다. 모문룡의 부하들은 ‘이완이 상국인을 몰라보고 재조지은을 배신했다.’며 그를 잡아가야 한다고 아우성을 쳤다. 조선 조정은 결국 이완의 직급을 한 단계 강등하는 조처를 취했다. ●모문룡의 불장난 모병들은 때로는 청북 지역을 벗어나 함경도 지방까지 몰려들었다.1623년 4월 모문룡은 조선 조정에 사람을 보내 ‘회령(會寧)을 경유하여 오랑캐 지역으로 원정할 것’이라며 군량을 제공해줄 것과 길 안내를 위한 향도(嚮導)를 붙여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회령 너머 두만강 건너편의 여진 부락들은 거의 비어 있었다. 일찍이 누르하치가 조선과의 접경에 살던 여진인들을 포섭하여 내지로 이주시켰기 때문이다. 두만강을 건너 며칠 동안 깊숙이 들어가야만 여진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모문룡이 그럼에도 원정 운운했던 것은 진짜 후금을 공격하려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제스처’이자 ‘쇼’였다. 당시 명 조정에서 조선으로 사신이 올 것이라고 예고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모문룡은, 가도에 들를 사신 일행에게 자신이 가만히 앉아 군량만 축내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다.‘후금 원정’을 내세워 조선으로부터 군량 등을 얻어내려는 목적도 있었다. 조선 조정은 고민에 빠졌다. 당시 함경도 지역은 극심한 기근에 시달리고 있어 모병들을 접대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들이 행군하는 도중에 민폐를 자행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장만(張晩) 등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의 함경도 행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의 우려에 귀 기울일 그들이 아니었다.4월16일, 이미 모병들이 함흥까지 들어왔다는 보고가 올라왔다.5월15일에는 군량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함경도 수령들을 포박하고 구타까지 자행하고 있다는 소식도 날아들었다. 수령들은 그들의 협박에 못 이겨 민간에서 곡물을 징색하고, 승사(僧舍)까지 뒤지는 형편이었다. 조선 조정의 예상대로 모병들은 후금 지역으로 원정은커녕 함경도 각지에서 노략질만 자행했다. 그들이 왕래했던 행군로 주변에 거주하는 조선 백성들은 민폐 때문에 몸서리를 쳤다. 모문룡 휘하들이 보였던 이 같은 행태는 1637년 가도가 청군에게 함락될 때까지 지속되었다. 그들은 ‘오랑캐 지역 정탐’ 등을 내세워 수시로 압록강을 건너 후금의 점령 지역까지 출몰했고, 그곳에 살던 요민들을 불러모았다. 더욱이 청북의 곳곳에는 모문룡이 설치한 둔전까지 널려 있었기 때문에 요민들은 계속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조선 조정은 후금의 보복을 우려했지만 모문룡을 견제할 이렇다 할 방도가 없었다. ●‘해외천자(海外天子)’의 사기 행각 모문룡은 ‘요동 수복’을 표방했지만 사실 그는 그럴 능력이나 의지가 없었다. 그는 지리적 이점을 이용하여 후금으로 하여금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산해관(山海關)의 울타리’ 역할을 할 뿐이었다. 시간이 더 흐르면서 모문룡은 그저 ‘군량을 축내는 존재’,‘밀수 왕초’로 변해갔다. 가도는 척박한 섬이었지만 해상 교통의 요충이었다. 해마다 봄철이 되면 산동(山東), 절강(浙江) 등지에서 상선들이 몰려들었다. 해로는 험난했지만 명 조정이나 조선 조정의 감시가 제대로 미치지 않는 곳에서 벌이는 밀무역의 이익이 짭짤했기 때문이다. 조선 상인들은 가도에서 은과 인삼으로 비단과 생사(生絲), 청람포 등 중국 물화를 구입했다. 조선 상인들은 그것을 후금 상인들에게 넘기거나, 부산의 왜관으로 가져가 일본 상인들에게 전매하여 이득을 챙겼다. 한족 상인들과 후금과의 사이에 밀무역이 벌어지기도 했다. 모문룡은 가도에 세관(稅關)을 설치하여 왕래하는 상인들로부터 통행세를 징수했다. 때로는 그 자신이 직접 무역을 벌였다. 모문룡의 창고에는 은을 비롯하여 중국의 비단과 직물, 조선 인삼, 후금의 모피 등 온갖 물화들로 넘쳐났다.1624년 3월, 모문룡은 사람을 보내 이괄의 반란이 평정된 것을 축하했다. 그런데 그가 인조에게 보낸 예물 가운데는 춘의(春意)라 불리는 여인의 나체상도 있었다. 조선은 그것을 도로 반송했지만 당시 가도로 온갖 물건들이 유입되고 있었던 실상을 보여준다. 모문룡은 때마다 환관 위충현(魏忠賢)에게 두둑한 뇌물을 보냈다. 천계(天啓) 연간 명의 실권자나 마찬가지였던 위충현은 그의 뒤를 든든히 받쳐주었다. 기록에 따르면 ‘모문룡은 한 번에 오륙십 가지로 차려진 성찬(盛饌)을 들고, 식사 때마다 여덟 아홉 명의 미희(美姬)들로부터 시중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바다 밖의 천자(海外天子)’였다. 명 조정의 감시에서 벗어나 있었고, 수군을 갖추지 못한 후금의 위협으로부터도 안전했다. 더욱이 조선은 그를 ‘은인’으로 섬기고 있었으니 그의 ‘현실 안주’는 어쩌면 당연했다. 모문룡은 노회한 인물이었다. 평소 안락을 즐기다가도 명 조정으로부터 ‘모문룡을 감사(監査)해야 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움직였다. 조선 땅에 상륙하여 후금을 공격하는 시늉을 했다. 그 과정에서 조선에 민폐를 끼쳤고, 궁극에는 후금을 자극했다. 정묘호란 직전, 모문룡은 분명 후금의 침략을 불러들이는 ‘인계철선’이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사설] 주택담보대출 우리는 안전한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불안이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의 긴급 자금 수혈로 일단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제거되기에는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글로벌 금융쇼크에 유난히 취약한 우리의 금융시장은 여진(餘震)이 잦아들 때까지 살얼음판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최근 롤러코스터와도 같은 주식시장의 격심한 요동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어제 금융정책협의회를 소집해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선제적 대응방안을 모색한 것은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이다. 정부는 서브프라임 부실의 여파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지만 우리의 금융시장도 유사한 위험에 노출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 우리의 금융시장 역시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에 편승해 급속도로 팽창된 유동성이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헤집고 다니면서 적정 수준 이상의 거품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터다. 특히 가계의 가처분소득 대비 이자율 부담이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데다, 콜금리의 연이은 인상이 주택담보대출의 상환 능력에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점을 간과한 것 같다. 지금은 주택담보대출의 연체율이 미국의 절반 수준인 9%에 머물고 있지만 집값 하락세까지 겹칠 경우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주택담보대출의 상환유예기간이 대부분 내년에 끝나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한꺼번에 집중된다는 사실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럼에도 유동성 공급에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의 경제활동 규모에 비해 시중의 유동성은 오히려 넘치고 있다. 금융기관간 금리 과당경쟁이라는 국내 요인이 신용경색을 초래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감독을 당부한다.
  • “중국發 주택대출 쇼크 위험”

    |베이징 이지운특파원|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중국발 주택담보대출 위기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주택 담보대출액은 3조위안(약 390조원) 규모로 국제 금융시장에 훨씬 더 악영향을 끼치게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잇따랐다. 이셴룽(易憲容) 중국 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중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경고음을 울려야 할 때”라며 “중국의 주택담보대출의 질이 미국보다 훨씬 나쁜 상태”라고 말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보도했다. 이 연구원은 “미국에는 주택대출 과정에서 적절한 심사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중국에선 사실상 별다른 자격없이도 누구나 주택구입을 위해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거품 붕괴’ 위험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중국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미국에 근접하고 있다. 한편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촉발된 세계적인 금융불안이 조만간 중국은행들의 신용등급 하락 등 중국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언론들은 전문가 분석을 인용, 공상은행 등 중국 6대 은행의 달러표시 해외증권 투자규모가 1조 3000억위안(약 170조원)이나 돼 중국계 은행의 피해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다.jj@seoul.co.kr
  • ‘쇼크’ 이번주가 절정?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시작된 뉴욕 증시의 충격이 이번 주 발표되는 각종 주요 경제 지표의 결과에 따라 다시 한번 요동 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11일(이하 현지시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지난 10일 380억달러(약 35조 4000억원)를 세차례에 걸쳐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원했다고 전했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대규모다.FRB는 이미 지난 9일에도 뉴욕 증시 중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387포인트 급락하자 240억달러(약 22조 4000억원)의 긴급유동자금을 공급한 바 있다. 이처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뉴욕 증시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의 여파로 급속히 경직되고 있는 개인·기업 신용도에 더욱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개인·기업 신용도에 악영향… 변동성 클 것” 폴 멘델슨 윈덤 파이낸셜 서비스 수석 투자전략가는 마켓워치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 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클 것이다.”라면서 “현재 수면 아래에 있는 문제들이 얼마나 심각한지 예측하기도 힘들다.”고 향후 금융시장 불안을 전망했다. 이번 주 발표될 주요 경제지표도 뉴욕 증시에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내 7월 소매판매 실적(13일),7월 생산자물가지수(14일),7월 소비자물가지수와 6월 산업생산(15일),7월 신규주택 착공실적(16일) 등 지표들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또 월마트와 홈디포, 휼렛패커드 등 주요 기업들의 2·4분기 실적 발표도 예정돼 있어 개인 신용경색 위기가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美 금리인하 압력 빗발… 버냉키 행보 주목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 경제에 타격을 입히면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규명 움직임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 미증권거래위원회(SEC)가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에 대해 ‘서브프라임 평가’와 관련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신용평가기관을 믿고 서브프라임모기지를 사들인 대형 헤지펀드와 개인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태는 벤 버냉키 FRB 의장에게도 취임 18개월 만에 첫 위기를 가져다 주고 있다.NYT는 11일 아직도 인플레이션이 미국 경제의 최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는 버냉키 의장에게 강력한 금리인하 압력이 빗발치고 있다고 전했다.JP모건도 “FRB가 금융시장이 더 악화되면 다음달 공개시장조작위원회(FOMC) 정례 모임 이전에라도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 버냉키 의장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구동회기자 kugija@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31) 모문룡의 작폐Ⅰ

    [병자호란 다시 읽기] (31) 모문룡의 작폐Ⅰ

    인조반정 성공 이후 조선이 표방했던 대외정책의 성격은 ‘친명배금(親明排金)’이었다. 그런데 ‘친명’은 분명 실천했지만 ‘배금’은 쉽사리 실천할 수 없었다.‘배금’을 실천하려 할 경우 필연적으로 후금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높아지고, 조선의 존망까지 걸어야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괄의 난을 비롯한 내부 변란을 겪었던 와중에 조선은 후금과 군사적 모험을 벌일 능력도 여유도 없었다. 조선이 1627년 후금으로부터 침략을 당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모문룡(毛文龍)과의 관계 때문이었다. 모문룡과 가도 ( 島)의 동강진(東江鎭)은 인조반정 이후부터 병자호란 직후까지 조선, 명, 후금 삼국관계의 ‘키워드´였다. ●모문룡과 가도의 존재 의미 1618년 누르하치에게 무순(撫順)을 빼앗긴 이후 명은 요동에서 연전연패했다.1619년 사르후에서 참패한 직후 개원(開原)이 무너졌고,1621년에는 요양(遼陽)이,1622년에는 광녕(廣寧)이 넘어갔다. 정치, 군사적 거점이자 전략적 요충이었던 요양과 광녕이 함락됨으로써 명은 사실상 요하(遼河) 이동의 만주에 대한 지배권을 상실했다. 만주의 상실은 조선과 명을 연결하는 육로가 사라진 것을 의미했다. 이제 조선과 명이 연결되려면 철산(鐵山)에서 요동반도 연해를 거쳐 등주(登州)로 이어지는 해로를 이용해야만 했다. 그것은 육로에 비해 불편하고 위험했다. 실제 조선과 명의 신료들은 험악한 해로를 두려워하여 상대방 국가로의 사행(使行)을 꺼리게 되었다. 한 예로 1626년 조선에 왔던 한림원(翰林院) 편수(編修) 강왈광(姜曰廣)은 이 위험한 바닷길을 ‘고래 아가리(長鯨之口)’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요동 길이 사라진 것은 조선에 대한 명의 영향력과 ‘통제력’이 대폭 줄어드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과거에는 조선에서 무슨 일이 있을 경우, 북경 정부는 요양의 요동도사(遼東都司)를 통해 바로 조선을 견제할 수 있었다. 해로를 통해서는 그것이 여의치 않았다. 바로 그때 등장한 인물이 모문룡이다. 앞에서(25회) 언급했지만 광해군은 모문룡을 ‘화근’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를 설득하여 섬으로 밀어 넣었다.1622년 철산 앞바다에 있는 가도( 島)로 들어갔던 모문룡은 가도와 주변의 목미도(木彌島) 등을 아울러 동강진이라는 군사 거점을 만들었다. 일개 섬에 불과한 가도를 거점으로 요동을 수복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 조정은 가도를 매우 중시했다. 후금과 조선을 견제하는 전략 거점으로 보았던 것이다. 특히 1626년 명의 주문욱(周文郁)은 가도의 존재 의의를 명확히 정의했다.‘조선은 비록 약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다. 조선이 후금에 넘어가면 우리가 위험해지기 때문이다. 오늘날 가도는 바로 조선이 반역하는 것을 방지하는 거점이다’. ●‘찬밥’에서 ‘은인’으로 변신 가도는 농토가 적고 척박한 섬이었다. 식량을 자급하기란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모문룡이 가도로 들어간 이후 수많은 요동 출신 한인(漢人), 즉 요민(遼民)들이 가도로 몰려들었다. 모문룡을 ‘비빌 언덕’이자 의지처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도에 식량이 없어 굶주리게 되자 요민들은 다시 조선에 상륙했다. 이미 광해군 말년부터 철산, 용천, 의주 등 청천강 이북(淸北)지역은 요민들로 넘쳐났다. 요민들은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식량을 구걸했다.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관아를 습격하거나 민가를 약탈했다. 조선 백성들의 피해가 급격히 늘어났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요민들 때문에 후금의 침략 위협이 높아지는 점이었다. 자신들이 점령했던 요동 지역에서 노비로 부렸던 요민들이 줄지어 가도와 조선 영내로 탈출하자 후금은 격앙되었다. 이미 1621년 12월, 후금은 모문룡을 제거하기 위해 조선을 침략한 적이 있거니와 후금은 조선 조정에 거듭 경고했다. 모문룡을 축출하고, 요민들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요구했다. 광해군은 후금의 침략을 우려하여 모문룡을 채근했다. 휘하 병력을 육지에 상륙시키지 못하도록 단속하고, 요민들을 속히 산동(山東) 지역으로 이주시키라고 요구했다. 모문룡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광해군 또한 식량과 군수 물자를 제공해 달라는 모문룡의 요구를 회피했다. 모문룡은, 자신의 요구에 고분고분하지 않은 광해군에게 이를 갈았다. 광해군때 ‘찬밥’ 신세였던 모문룡은 인조반정을 계기로 ‘은인’으로 변신했다. 그가 인조가 명 조정으로부터 승인받는 데 힘을 썼던 것은 이미 언급한 바 있다. 인조대의 모문룡은 광해군때보다 조선에 훨씬 버거운 존재가 되었다. 인조와 조선 신료들은 모문룡이 보낸 차관(差官)을 융숭하게 대접했고, 그때마다 거의 빠짐 없이 ‘인조가 책봉된 것은 모야(毛爺)의 덕분’이라는 상찬을 빼놓지 않았다. 더욱이 이괄의 난 때문에 정권을 잃을 뻔했던 뒤로 모문룡에 대한 의존 심리가 더 높아졌다. 이미 반란 초기에 모문룡에게 원병을 요청했다. 문제는 정권의 모든 역량을 기울여 난을 겨우 진압한 다음이었다. 반란 진압으로 힘이 거의 고갈되자 인조 정권은 후금이 침략해 오는 상황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고, 자연히 유사시 모문룡에게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조 정권은 모문룡의 공적을 기리는 송덕비(頌德碑)를 세웠다. 조선을 오가는 명나라 사신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인조반정의 원훈(元勳)이었던 김류(金 )가 붓을 들었다. 그는 비문에서 먼저 모문룡이 진강(鎭江)에서 이룩한 승리의 전말을 기록하고 찬양했다. 이어 ‘모문룡의 은혜를 배신한 광해군의 배은망덕’을 질타했다.1621년 12월, 후금군이 모문룡을 공격한 것은, 실상 광해군의 밀지(密旨)를 받은 의주부윤 정준(鄭遵)이 모문룡을 제거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유도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류는 나아가 ‘모문룡이 조선을 후금으로부터 지켜주고 동방의 백성들을 보호해준 덕과 은혜가 하늘과 같다’고 찬양했다. 그러면서 모문룡이 ‘요동 수복’의 대업을 이룰 것이라며 그의 앞길을 축원했다. ●격화되는 모문룡의 폐해,‘은인’의 실상 김류의 찬양과 기대는 오산(誤算)이자 부질없는 짓이었다. 모문룡은 ‘요동 수복’은커녕 조선을 도울 역량이나 의지도 없는 인물이었다. 가도로 들어간 이후, 그가 보였던 행태를 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모문룡은 가도와 목미도의 이름을 제멋대로 뜯어고쳤다. 본래 가도와 목미도는 엄연히 조선 땅이지만 모문룡이 점거한 이후 명에 임대되었다. 모문룡은 가도를 피도(皮島)로, 목미도를 운종도(雲從島)로 고쳤다. 순전히 미신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모문룡은 자신의 성인 ‘모(毛-터럭)’는 ‘가죽(皮)’이 없으면 붙어있을 수 없다는 이유로 가도를 피도로 바꾸었다. 또 자신은 ‘용(龍)’인데 ‘용은 구름 속으로부터(雲從) 나온다.’는 속설에 따라 목미도를 운종도로 바꾸었다. 자신의 안위를 지키는 데 급급했던 인물이었다. 인조와 조선 조정이 모문룡을 ‘은인’으로 인식하면서 그 휘하의 병력과 요민들에 대한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다. 광해군때와 달리 그들이 조선 영내로 상륙하는 것을 제지하지 않고 방임했다. 그것을 계기로 10여만 이상의 요민들이 청북 지방을 휩쓸었다. 휘하의 병력들은 용천, 철산 일대에 둔전(屯田)을 설치했다. 기세등등한 그들의 횡포 앞에 조선의 지방관들은 움츠러들었다. 떼를 지어 다니며 민가를 약탈하고 백성들을 구타하는 것이 다반사가 되었다. 청북의 백성들은 그들의 횡포를 피해 이주했다. 주객이 전도되는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조정은 연일 대책회의를 열었다. 하지만 모문룡을 ‘은인’으로 여기는 한 뾰족한 방도는 없었다. 이정구(李廷龜)는 요민들을 ‘새로운 홍건적(紅巾賊)’이라 지칭하고, 방치할 경우 청북은 조선 영토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옴부즈맨 칼럼] 인질사건 보도의 딜레마/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이 한국인들을 납치하여 인질로 억류한 지도 보름이 지났다. 보름 이상 동안 벼랑 끝에 놓인 인질의 생사를 지구 반대편에서 지켜봐야 하는 가족의 심정이야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인질사태를 지켜보는 일반 국민들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무고한 인질이 두 명씩이나 무참히 희생되는 뉴스를 지켜보면서 사건의 추이에 따라 감정의 극과 극을 오가는 경험을 하였을 것이다. 사건 초기에는 놀라움과 걱정이 앞섰고 조기 석방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와 희망, 무고한 희생에 대한 경악과 분노, 지지부진한 협상에 대한 실망, 우리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에 대한 무력감 등이 지난 보름동안 몇 번이나 요동을 치는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인질사건이 주는 충격은 언론보도의 혼선으로 더욱 가중된 느낌이다. 초기에는 정확히 몇 명의 인질이 납치되었는지에 대한 혼선이 있었고, 최근까지도 남·여 인질의 수가 정확하게 몇 명인지 확인되지 않은 것 같다. 인질의 건강상태나, 몇 그룹으로 나뉘어 억류되어 있는지에 대한 보도도 언론마다 제각기 다르다. 협상 진전상황에 대한 보도는 더더욱 그렇다. 첫 번째로 희생된 인질의 경우도 충격적이었지만, 두 번째로 희생된 인질의 경우는 억류된 인질들의 육성이 공개된 무렵으로 가느다란 희망을 가지던 시점이었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이러한 언론보도의 혼선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우선 한국인 인질을 억류하고 있는 탈레반 무장세력에 대한 접근 자체가 차단되어 있고 지극히 제한적이고 일방적인 접촉만이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하고 직접적인 요인은 인질사건에 대한 외신보도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한편에서는 일부 인질의 석방을 예고하는 보도가 흘러나오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질을 살해하겠다는 보도가 동시에 나오는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인질 석방이나 군사작전에 관한 보도를 공식적으로 취소하거나 정정하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이번 인질사건을 계기로 자신들의 세력을 과시하고 협상상대를 압박하며 최대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일부러 거짓 정보를 흘리거나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는 것도 또 다른 요인일 것이다. 탈레반 대변인을 자처하는 인물이 언론사 간의 경쟁을 이용하여 선별적으로 몇몇 언론에 그럴듯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약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부 당국이 기자들의 안전위협을 이유로 아프가니스탄 방문취재를 제한하는 바람에 현지의 동향을 주로 외신보도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인질사건 보도가 혼선을 빚고 있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몇 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에 특파원을 상주시키고 있는 해외언론조차도 혼선을 거듭하는 것을 보면 현지 취재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직접 취재의 경로가 사실상 차단된 상태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보도하여야 할까? 우선 언론이 사실여부의 확인이 충분하지 않은 외신보도의 인용을 좀 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다. 긴박한 사안에 대한 속보도 중요하지만 두개 이상의 소스에 의해 독립적으로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는 기본원칙은 이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두 번째로 비록 이 사건이 분쟁지역에서 다수의 우리 국민이 장기간 인질로 납치된 초유의 사건이기는 하지만 제목과 지면에서 좀 더 차분할 필요가 있다. 자극적인 제목, 과도하게 큰 활자, 충격적인 사진 같은 보도는 절제할 때이다. 직접 취재가 제한된 상황일수록 정보를 판단하고 종합하여 전달하는 데스크의 게이트키핑과 편집기능이 더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이사
  • 삼성전자 기흥공장 초유의 정전사태 그후…

    삼성전자 기흥공장 초유의 정전사태 그후…

    초유의 정전 사고로 멈춰섰던 삼성전자 경기 기흥공장이 정상 모습을 되찾았다. 당초의 우려보다는 속도감 있는 수습이다. 그러나 뻥 뚫린 대외 신인도와 브랜드 이미지가 다시 메워지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고 원인, 수율(收率·불량 없이 정상제품을 얻어내는 비율) 정상화 등 석연찮은 대목도 여전히 남아 있다. ●5조 5000억원 보상 손해보험 가입 황창규 삼성전자 반도체 총괄 사장은 휴일인 5일에도 기흥공장으로 나와 사고 수습을 지휘했다. 정전으로 멈춰섰던 ‘K2’ 지역의 6개 라인은 사고 발생 약 22시간 뒤인 4일 정오를 기해 모두 정상 복구됐다. 삼성전자측은 “전원 복구에는 9시간, 라인 재가동에는 하루가 채 안 걸렸다.”면서 “조기 정상화로 피해액이 당초 5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라고 밝혔다. 실익을 따져 보험(삼성화재 최고 100억원)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3일 반도체와 LCD, 정보통신사업장의 화재, 사고, 휴지 등으로 인한 손실을 많게는 5조 5000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는 손해보험에 가입했다고 공시했다. 이건희 회장의 반응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전이 ‘내부 문제에 의한 원시적 사고’였다는 점에서 진노의 수위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아 보인다. 후폭풍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인텔·소니 등 해외 대형 거래처 문의 빗발 삼성전자측은 “모든 설비에 대한 개별 검증과 단위 공정별 점검을 벌인 결과, 아무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수율에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실제 수율이 나오려면 최소한 한 달은 있어야 한다. 점검 과정에서 발견하지 못한 예기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피해 규모도 달라지게 된다. 삼성발 쇼크에 세계도 요동쳤다. 사고 직후 삼성에는 인텔, 소니 등 해외 대형 거래처의 문의가 빗발쳤다. 주가도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애플사의 주가는 정전 소식 직후 1.34%나 떨어졌다. 이 회사의 최신 히트작 ‘아이폰’에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반면, 낸드 플래시를 만드는 마이크론과 샌디스크의 주가는 급등했다. 공급 부족이 빚어지면 이들 회사의 낸드 플래시가 비싸게 거래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였다. 사고 직후 한때 7%까지 급등했던 국제시장에서의 현물 낸드 가격은 ‘조기 정상화’ 소식으로 다소 진정되는 양상이다. ●여전히 남는 의문점 핵심 의문은 사고 원인이다. 삼성측은 “조사중”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배전반에 불꽃이 일면서 정전이 일어난 것은 분명한데, 왜 불꽃이 일었는지는 조사 중이라는 설명이다. 사고원인에 따라 문책 대상과 수위가 달라지는 만큼 안 밝히는 것인지 못 밝히는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 삼성측은 “라인 복구에 최우선 순위를 두다보니 상대적으로 밀린 것”뿐이라며 불필요한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 기술진은 “배전반에서는 상식적으로 불꽃이 일기 어렵다.”면서 “납득이 안가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변압기 노후나 과부하 가능성을 제기한다. 당초 한전의 전원 공급 문제를 의심했던 삼성은 “자체 조사 결과 한전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사고가 난 변전소는 삼성이 직접 관리하는 시설이다. 따라서 원인이 어디에 있든 삼성의 점검 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만은 분명하다. 게다가 삼성은 지난달에도 K1 지역에서 15초 동안 전압이 급강하하는 아찔한 사고가 있었다. 삼성측은 “이번 정전과는 무관하다.”면서도 “K1 지역의 사고 원인은 밝힐 수 없다.”고 함구했다.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해서는 “점검을 강화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핵심시설과 안전시설 가동용 수준인 자체 비상전원 용량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렇더라도 지진 등 천재지변 외에 정전으로 반도체 라인이 멈춰선 사례가 국내외에 보고된 적이 거의 없는 만큼 삼성의 ‘재난 대비 시스템’의 재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변해야 산다”…재계, 타산지석 바람

    “변해야 산다”…재계, 타산지석 바람

    “삼성이 현대차 같고, 현대차가 삼성 같다.” 한 대기업 임원의 얘기다. 재계가 요동치고 있다. 오랜 세월 쌓아온 기업의 이미지와는 정반대되는 행보를 거침없이 하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생존을 위해서”라고 입을 모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한다는 얘기다. ●삼성, 회오리 인사 2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대명사는 ‘관리’다. 시스템 경영으로도 대변된다. 예측가능하다. 그런 삼성이 최근 회계연도 도중 사장단 인사를 잇따라 냈다. 이 자체로도 파격인데 한술 더 떠 계열사를 넘나드는 충격요법마저 썼다. 이는 현대·기아차그룹의 정몽구(MK) 회장이 곧잘 쓰는 기법이다. 시도 때도 없는 깜짝 인사를 통해 조직의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물론 삼성과 현대차의 깜짝인사가 ‘질적으로´ 다르기는 하다. 문제는 이런 MK식 인사가 삼성에 계속 예고돼 있다는 것이다. 한 고위임원은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착수한 경쟁력 강화 방안의 첫번째 작품이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의 삼성테크윈 카메라사업 부문장 겸직 발령”이라며 “제2, 제3탄이 없다고는 말 못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삼성식 시스템 경영 뚝심의 현대차는 거꾸로 삼성의 시스템 경영을 열심히 접목 중이다. 일단 밀어붙이고 보는 기업문화가 지난해 총수가 연관된 ‘사건’을 계기로 주먹구구라는 집중 포화를 받으면서부터 본격화된 변화다. 사외이사·감사위원회 등 지배구조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그룹의 중요 결정도 가급적 박정인 수석 부회장·김동진 부회장 등 핵심 수뇌부가 모여 결정한다.“선 굵다.”고 자처해온 기업문화이지만 자린고비 경영만도 벌써 3년째다. 종이컵 비용을 아끼기 위해 1인 1컵 갖기 운동을 펴고 있을 정도다. LG전자는 최근 외부인재를 무더기 수혈했다. 그것도 30∼40대 ‘젊은피’들을 과감히 임원으로 영입했다. 조직에 긴장감이 팽팽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인화’를 최우선의 기업가치로 내세워온 그간의 기업문화에 비춰보면 상당한 파격이다. 올해로 111년째를 맞은 국내 1호기업 두산그룹도 마찬가지다.‘전통’ ‘역사’ 등의 수식어에 얽매이지 않고 기업의 모태나 다름없는 식음료 사업을 과감히 팔아치웠다. 대신 중공업·건설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회사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우리나라 기업사에서 ‘가장 극적인 변신’으로 두산을 꼽는 데 이견을 다는 이는 별로 없다. 보수적이기로 정평 난 롯데그룹도 현대석유화학·KP케미칼 등을 인수한 데 이어 홈쇼핑·여행업계 등에 잇따라 신규 진출했다. 성장의 한 축인 외식업이 시들하고 매출규모는 제자리걸음(30조원대)을 맴도는 등 성장이 한계에 봉착해서다. ●“금융이 미래위험 적극 중개해야” 한 재계 인사는 “미래 먹거리가 없다는 공동의 위기의식이 한때 폄하했던 상대의 특징을 취사선택하게 만든 것 같다.”고 평했다. 이창용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 현대차 등의 주력 사업이 대부분 수요 포화 상태여서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조급증을 갖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면서 “문제는 과거와 달리 이런 불확실성을 받쳐줄 시스템이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정부의 신(新)사업 보장과 기업의 문어발 확장이라는 두 가지 리스크 분산 장치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게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결국 이 역할을 해줄 곳은 금융기관뿐”이라며 “외환위기 때 심하게 덴 경험 때문에 금융기관들이 아직 몸을 사리고 있지만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나 인수금융 등에 적극 뛰어들어 기업과 산업 부문의 미래 위험을 중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아프간 피랍자 추가 피살] 협상한계 봉착한 정부

    ‘대통령 특사까지 파견한 정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나.’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된 한국인 23명 중 배형규 목사에 이어 31일 심성민씨가 납치단체인 탈레반에 피살되면서 추가 희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피랍사건 발생 뒤, 외교통상부 조중표 제1차관을 아프간에 급파한 데 이어 배 목사가 살해된 뒤에는 백종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까지 특사로 파견했으나 오히려 희생자만 늘면서 정부의 정보력과 협상력 부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정부는 이날부터 아프간 정부를 압박하며 전보다 강경 자세를 취했지만 탈레반측의 죄수 석방 요구에 대해 “우리 권한 밖 요구”라고 선을 그으면서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보·판단·협상력 총체적 부재 전날 탈레반측 사령관의 ‘협상 실패’ 선언과 탈레반측 대변인을 자처하는 유수프 아마디의 협상 시한 연장에 대해 정부는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다가 이날 오후 늦게 아프간 가즈니주 마라주딘 파탄 주지사가 협상 시한을 이틀 연장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부가 아프간 정부측으로부터 전달받은 간접 정보에만 의존하다가 심성민씨가 추가로 살해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게다가 배 목사에 이어 심씨의 살해 사실이 외신을 통해 보도됐지만 각각 8시간,13시간이나 늦게 확인, 발표하는 등 정보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충격 키운 3건 성명, 입지 좁혀 정부의 전략 부재는 사건 발생 이후 발표된 성명 3건의 기조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피랍 이틀 뒤인 지난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메시지에서 “관련된 사람들과 성의를 다해 노력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에 의한 사태 해결 가능성에 기대를 걸게 했다. 배 목사 피살 하루 뒤인 26일 청와대가 발표한 안보정책조정회의 명의의 성명은 아프간 정부와 보다 긴밀한 대화를 위해 특사를 파견키로 했다고 밝혔다. 테러집단과 협상하지 않는다는 아프간 정부의 입장을 감안한다면, 피랍자 가족과 국민에게 낙관적 기대감을 갖게 하면서까지 특사 파견 사실을 공개했어야 하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심씨 피살 하루 뒤인 이날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성명은 무장단체의 협상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 정부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했다. 협상 조건을 공개하는 것은 피랍자 귀환을 위해 적절하지 않다는 원칙을 무너뜨리고 납치단체의 요구사항까지 뒤늦게 공개하면서, 우리 정부의 한계를 털어놨다. 불과 열흘 사이에 발표된 3건의 정부 성명이 ‘대화 용의’→‘대화 압박’→‘협상 한계’로 요동을 친 셈이다. 이에 따라 피랍자 가족이나 국민의 충격과 허탈감도 최고조에 이르렀다. 이런 가운데 아프간 대통령궁이 이날 죄수·인질 맞교환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 정부의 입지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협상 결렬에 대비한 군사작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박찬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김형준 정치비평] 한나라당 경선 관전법

    [김형준 정치비평] 한나라당 경선 관전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를 뽑는 경선이 이제 24일 앞으로 다가왔다. 정당 사상 초유의 검증청문회도 열렸고,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 합동연설회가 시작되었다. 비록 검증청문회가 각종 의혹을 해소하기에 미흡했고, 합동연설회는 시작부터 후보 지지자들간의 물리적 충돌로 잠정 중단되기는 했지만 국민은 한나라당 경선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각종 언론매체가 우후죽순 격으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지지율이 10%포인트 안팎의 격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차명 의혹 등 검증 공세에 시달려온 이 전 시장의 지지도는 40% 벽이 무너져 30% 중반대로 내려앉은 반면, 박 전 대표 지지도는 20% 중반대로 소폭 상승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여전히 외연 확대에 실패하면서 마의 30%를 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한나라당 대선후보에 오를까? 이명박의 수성이냐, 박근혜의 대역전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답을 얻기 위해서는 현재 언론에서 보도하는 일반국민 상대의 단순 지지도보다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한나라당 경선은 대의원·당원·일반국민으로 구성되는 ‘국민 참여선거인단’(전체의 80%·18만 5188명)과 여론조사(20%)를 통해 선출된다. 지난 5일 한 언론기관이 대의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는데 이명박(47.0%)과 박근혜(42.3%)의 지지도 격차는 5.6%포인트였다. 대운하·재산문제 등 이 후보를 겨냥한 지속적인 검증 공세에도 불구하고 6월 조사때의 3.6%포인트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다만,‘현재보다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41.1%로,‘현재 지지율 격차와 비슷할 것’이라는 응답(38.9%)보다 다소 높은 점은 주목할 만하다. 반면 한국리서치(7월14일)와 에이스리서치(7월1일)조사에 따르면 한나라당 지지자 중 경선에 ‘반드시 참여하겠다.’는 적극적 참여층에서 이·박 후보간 지지율 격차는 7.2%에 불과했다. 서울에서는 이 전 시장이 10.6%포인트 앞섰지만, 부산·경남에서는 박 전 대표가 오히려 19.7%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서울신문·KSDC의 최근 조사 결과 한나라당 지지자 중 한나라당 후보만을 대상으로 살펴본 선호도에서 이명박(49.2%)과 박근혜(40.2%)의 격차는 9.0%포인트였다. 여하튼 한나라당 경선에 직접 참여하는 대상자만을 상대로 지지도를 종합·분석해 본 결과 이·박 지지도 격차는 한자릿수에 불과했다. 따라서 두 후보 지지도는 향후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에 의해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당장 검찰수사 결과 발표내용과 시점이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 것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빅2 중 한쪽은 깊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또 경선에 임박해서 결과가 발표되면 불리한 쪽은 수습할 시간 없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유야 어찌됐든 검찰이 야당 경선을 결정짓는 불행한 사태가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범여권의 대통합 신당이 어떤 모습으로 연출되느냐도 한나라당 경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 한나라당 지지자들은 이명박·박근혜 중 누가 나가더라도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범여권 대통합 신당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적극 개입하는 양상을 보이면 한나라당 대의원·당원들은 본선 경쟁력을 깊이 생각하면서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 과연 이들이 무엇을 본선 경쟁력으로 삼을 것인가가 한나라당 경선 관전의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다. 여론 지지도가 높은 후보를 뽑을 것인지(능력), 아니면 결점 없는 후보(도덕성)를 선택할 것인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 교수
  • 호남권 우리·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회 의원 ‘탈당이냐 잔류냐’ 고민

    호남권 우리·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회 의원 ‘탈당이냐 잔류냐’ 고민

    올 연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범여권의 대통합 움직임이 본격화하면서 호남권의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대이동이 시작됐다. 호남지역의 단체장 및 의원은 대부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소속이다. 광역단체장들과 일부 광역의원들은 대통합 동참을 선언했고, 대부분의 단체장과 의원은 요동치는 정국 분위기에 추이를 지켜 보며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전북 광역·기초단체장-도의원들 집단 탈당 움직임 호남지역 지자체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범여 대통합의 큰 물줄기가 만들어지면 합류하겠다는 쪽이다. 김완주 전북도지사와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는 지난 20일 전주 리베라호텔에서 모임을 갖고 범여권 대통합에 동참키로 공식 선언했다. 이들은 “민주개혁세력의 대통합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참여 속에는 탈당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탈당을 발표할 시기는 아니지만 정치권의 대통합 진행 상태에 따라 탈당을 행동으로 옮길 것임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지방 정가에서는 박 시장과 박 지사가 빠르면 25일 탈당을 선언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들은 24일 서울에서 김 지사 등과 만나 탈당 시기 등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이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제3지대 신당 창당 합류를 위해 호남권 광역단체장들이 동반 탈당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선거 의식 고심 거듭 전북의 도의원들도 집단 탈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소속 도의원 9명은 25일 대통합을 위한 탈당 기자회견을 갖고 동반 탈당을 선언한다. 열우당 소속 나머지 의원 10명도 다음달 5일 대통합 신당 창당에 맞춰 추가 탈당을 결행할 예정이다. 이들이 탈당할 경우 열우당 소속 도의원 21명 가운데 비례대표 2명을 제외한 19명이 모두 탈당하게 된다. 전북지역 14개 기초단체장 가운데 열우당 소속 5명도 지역구 위원장들의 탈당 행보를 보면서 이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소속과 무소속 단체장들도 차기 선거를 의식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민주당이 많은 광주·전남지역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탈당 움직임도 가시화되고 있다. ●광주·전남 탈당·잔류세력 팽팽 전남지역 민주당 소속 의원 10여명은 동반 탈당 선언을 준비 중이다. 광주지역 구청장 3명과 시의원 5명도 탈당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광주·전남지역은 탈당파와 당 잔류파간에 세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아직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고민이 큰 상황이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삼성·LG 정반대 전략 휴대전화 판도 바꿨다

    삼성·LG 정반대 전략 휴대전화 판도 바꿨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사상 처음으로 판매대수에서 미국 모토롤라를 앞질렀다. 세계 순위도 2년만에 뒤바뀌었다.LG전자는 두자릿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며 라이벌 일본 소니에릭슨을 제쳤다. 이 과정에서 삼성과 LG가 정반대의 영업전략을 구사해 주목된다. ●삼성, 모토롤라 잡았다 모토롤라는 20일(한국시간) 올 2·4분기(4∼6월)에 전 세계에서 3550만대의 휴대전화를 팔았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보다 190만대 적다. 삼성이 판매대수에서 모토롤라를 누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매출액(55억달러)도 모토롤라(42억 7000만달러)를 눌렀다. 이로써 삼성은 2005년 2분기 이후 2년만에 세계 2위로 다시 올라섰다. 삼성은 2003년 1분기때 매출액에서 모토롤라를 처음 앞섰다. 이후 줄곧 2위 자리를 지키다가 2004년말부터 엎치락뒤치락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하지만 모토롤라의 레이저폰이 빅히트하면서 3위로 밀려났다. 이번 순위 재역전은 모토롤라의 부진과 삼성의 물량 공세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삼성이 많이 팔기도 했지만 모토롤라가 워낙 장사를 못했다는 얘기다. 모토롤라는 2분기에 2800만달러(약 26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2분기 연속 적자다. 휴대전화 1대당 평균 판매단가도 120달러로 삼성전자(148달러)에 크게 못 미쳤다. 삼성은 판매대수, 매출, 영업이익, 판매단가 모든 면에서 확실하게 모토롤라를 따라잡았다고 자부한다. 모토롤라는 레이저폰 후속모델을 앞세워 3분기 재역전을 벼르는 분위기다. 4·5위 싸움도 볼만 하다.LG와 소니는 한번씩 물고물리며 공방전을 벌여오다 지난해 2분기부터 판세가 굳어졌다. 소니가 판매대수에서까지 4위 자리를 꿰찬 것이다. 그러나 올 2분기에 LG는 영업이익률(11.6%)에서 소니(10%)를 처음 앞질렀다. 재역전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LG는 하반기에 소니의 판매대수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다. 부동의 1위 핀란드 노키아는 다음달 2일 실적을 발표한다. 워낙 2·3위와의 격차가 커 1위 자리를 지키는 데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LG, 소니 추월 발판 마련 이같은 판도 변화의 이면에는 삼성과 LG의 마케팅 전략 수정이 자리한다. 흥미롭게도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 삼성은 고가폰에서 중저가폰으로,LG는 중저가폰에서 고가폰으로 틀었다. 삼성의 시장점유율이 단기간에 3%포인트나 급등한 것이나 LG의 영업이익률이 수직 상승한 것은 이 덕분이다. 대신 삼성은 영업이익률이 4%포인트나 떨어지는 대가를 치러야 했다. 김갑호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삼성과 LG의 엇갈린 행보라기보다는 LG의 삼성 따라하기로 봐야 할 것”이라며 “3∼4년전 중저가폰으로 시장 진입에 성공한 삼성이 프리미엄폰으로 갔듯이 후발주자인 LG도 그 전략을 답습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삼성은 어느 정도 덩치를 키웠기 때문에 신흥시장(중저가폰 시장) 공략을 통해 시장을 지켜야 하고,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이 낮은 LG는 상대의 시장을 빼앗아와야 하기 때문에 고가폰 전략이 주효하다.”며 “두 회사 모두 각자 처한 처지에서 일단 방향은 제대로 잡았다.”고 평가했다. 주우식 삼성전자 실적(IR) 담당 부사장은 “그렇다고 삼성이 50달러짜리 휴대전화를 만들지는 않는다.”면서 일각의 ‘고급 브랜드 이미지’ 훼손 우려를 일축했다.LG는 프라다폰·샤인폰에 이어 새 프리미엄 휴대전화 ‘닉스’를 이르면 9월말쯤 출시할 계획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메가박스 호주에 매각… 영화계 ‘요동’

    155개관을 거느린 국내 3위의 멀티플렉스 극장업체인 메가박스가 18일 호주자본인 매쿼리펀드에 팔리면서 한국 영화계가 요동치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2000년 메가박스 코엑스점을 시작으로 영화산업에 뛰어들었으며, 배급사 쇼박스를 만들어 ‘괴물’‘미녀는 괴로워’ 등을 성공시켰다. 지난해 매출 1091억원에 순이익 87억 4084만원을 거둔 메가박스의 매각은 이미 두 세달 전부터 점쳐졌다.SK텔레콤 등 통신자본이 메가박스를 인수한다는 소문이 무성했으나 결국 1455억원에 호주계 은행자본인 매쿼리펀드에 넘어갔다. 오리온그룹측은 “영화배급사인 쇼박스에 투자를 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증권사 등에서는 오리온그룹이 영화사업을 포기하고 건설업에 메가박스 매각자금을 투자한다는 예측이 난무하고 있다. 영화계는 메가박스 매각을 관객이 줄어들고 있는 한국 영화의 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브리티쉬오픈] ‘악마의 코스’도 탱크는 못 막는다

    ‘탱크’ 최경주(37·나이키골프)가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향해 힘차게 첫 발을 내디뎠다. 최경주는 19일 스코틀랜드의 커누스티골프링크스(파71·7421야드)에서 개막한 브리티시오픈 1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로 선전, 리더보드 상위권에 포진했다.1라운드 초반 한 때 버디만 4개를 뽑아내며 기세를 올렸지만 막판 2개의 보기로 까먹은 타수는 두고두고 아쉬웠던 대목. 그러나 최경주는 80%의 페어웨이 안착률과 72.2%의 그린적중률,7차례의 ‘1퍼트’를 포함해 29차례에 불과한 퍼팅 등 세계 수준급의 기량으로 남은 3개 라운드의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최경주의 이날 타수는 25차례 치른 지난 4개 메이저대회 1라운드 성적 가운데 세 번째로 낮은 것. 상위권 입상은 물론, 입버릇처럼 달고 다녔던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을 들어올리기 위한 튼튼한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1라운드 최저타는 지난 2001년과 04년 PGA챔피언십 때의 4언더파.1라운드 언더파 역시 메이저대회를 통틀어 단 6차례에 불과했다. 오후 11시30분 현재 지난 1995년 대회 정상에 올랐던 ‘풍운아’ 존 댈리(미국)가 11번홀까지 버디 3개와 이글 1개 등의 ‘폭풍샷’으로 5언더파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1라운드를 모두 마친 최경주는 공동5위 안팎을 오르내렸다.7번째 조로 일찌감치 출발한 데다 뒤에 출발한 선수들의 샷 하나 하나에 순위가 요동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최소한 ‘톱10’의 성적으로 무난하게 첫 날 라운드를 마치게 될 전망이다. 3연패를 벼르는 우즈는 3번홀 버디에 이어 6번홀 그림같은 이글 1개를 터뜨리며 약진했지만 이후 3개의 보기와 2개의 버디로 1타를 까먹어 최경주와 함께 2언더파로 다소 섭섭하게 첫 날을 마무리했다. 구름이 잔뜩 낀 데다 소나기까지 뿌려댄 섭씨 14도의 쌀쌀한 날씨 속에 1번홀(파4·406야드)을 출발한 최경주는 앞선 2개 대회에서 우승한 자신감으로 사상 최악의 난코스라는 커누스티링크스를 거침없이 공략했다. 1번홀을 버디로 장식하며 가뿐하게 출발한 최경주는 3번(파4),4번홀(파4) 연속 버디로 순식간에 타수를 줄인 뒤 6번홀(파5)에서도 두 번째샷을 그린 바로 앞에 떨궈 4언더파로 독주 체제를 갖추는 듯했다. 그러나 7번홀(파4) 첫 보기를 범한 최경주는 13번홀(파3)에서 다섯 번째 버디를 잡아낸 뒤 15번홀(파4)에 이어 마지막 18번홀(파4·499야드)에서도 파퍼트를 놓치며 아쉬운 1라운드를 마감했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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