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진에 갈 곳 없는 제주 청년들… 5000명 상반기 그냥 “쉬었음”
제주지역 고용악화 여파로 인해 청년층들이 ‘쉬었음’ 인구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29일 올해 상반기 제주지역 경제동향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최근 제주지역 고용은 20~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1~5월 중 제주지역 취업자 수는 0.4% 감소하며 전국적으로 전국적으로 0.6% 증가한 것과 차이를 보였다.
연령별로 보면 20~30대가 감소세를 주도한 가운데 20대의 경우 9.6% 감소해 17개 시도 중 서울 다음으로 부진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올해 제주지역 고용부진이 심화된 요인으로 우선 인구유출 문제를 꼽았다. 제주지역 청년층 이동은 20대 2019년 이후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고 30대는 2022년부터 순유입 규모가 축소됐다”면서 “올해 들어서도 청년층 순유출 규모가 지난해보다 확대되면서 인구 감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인구증감 영향을 받지 않는 고용률이 1분기중 20대는 58.8%, 30대는 82.6%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4.9%P, 1,1%P 하락해 타 연령층에 비해 부진했다. 특히 20대 고용률은 전년동기 대비 하락폭이 서울에 이어 두번째로 커 전국 하락폭 1.5%P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는 인구 유출 외에 경기적 요인으로 청년층 구인수요가 약화된 점이 고용부진에 한몫했음을 시사했다.
실제 최근 제주지역 업종별 취업자 수를 보면 청년층 고용 비중이 높은 도소매·음식·숙박업과 건설업에서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청년층의 업종별 취업자 비중은 도소매·음식·숙박업이 35.4%, 건설업이 3.5%였다.
올해 중 관광객 수 감소,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도소매·음식·숙박업에서 2.8%, 건설업에서 23.9% 감소하여 타지역에 비해서도 부진했다. 종사상 지위별로 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가 19.6%감소해 전국(-1.4%)에 비해 부진했다. 이들 사업체가 1인 자영업자로 전환되거나 폐업이 늘면서 종업원으로 종사하는 청년층 감소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는 특히 경기적 요인에 의한 구인 수요 약화 이외에도 구조적 요인에 의한 노동공급 감소도 청년층 취업자 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로 같은 기간 청년층 경제활동 참가율도 눈에 띄게 하락했기 때문이다.
1분기 제주지역 20대 경제활동 참가율은 전년동기대비 9.4%P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 1.1%P 감소한것과 비교해도 감소폭이 매우 큰 수치다. 30대의 경우도 타지역에서 0.8%P 상승한 것과 달리 0.5%P 감소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한국은행 제주본부 관계자는 “육아, 가사, 통학, 취업준비 등의 비경제 활동인구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제주지역 청년층의 경우 ‘쉬었음’ 인구 비중이 커지고 있는 추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국적으로 기업들의 고용 악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면서 “제주의 경우 원하는 일자리가 부족한데다 일자리 정보·접근도 열악한 것도 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여기서 ‘쉬었음’ 인구는 특별한 사유나 교육훈련 없이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를 뜻한다. 잠재적인 노동력 손실로 볼 수 있으며 이러한 청년층 ‘쉬었음’ 인구 증가 추세는 청년층이 선호하는 고숙련·고임금 일자리 부족, 기업의 경력직·수시채용 선호 등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제주지역 20~29세 청년 인구는 6만 7300명으로 이 가운데 36.3%인 2만 4400명이 비경제활동인구다.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20%(약 5000명)가 그냥 ‘쉬었음’ 인구인 것으로 파악됐다.
청년 고용 부진에 대한 대응책 마련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단기적으로는 “청년 일자리 사업의 신속한 집행 및 청년층 일자리 감소가 큰 관광 서비스업 등에 대한 고용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아울러 취업 정보 제공 및 알선을 강화해 구인구직 미스매치를 완화하고 산학연계 프로그램, 체험형 인턴십 등을 확충해 청년 구직자가 업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비자발적인 비경제활동인구가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구직활동을 쉬고 있거나 포기한 청년층을 대상으로 일자리 상담, 코칭, 훈련, 취업을 통합적으로 운영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청년 인구 유출을 완화하기 위해 관광 등 주력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신산업 육성, 기업 유치 이전 등의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양질의 민간 일자리 창출 여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청년 주거비 지원, 문화·체육·생활 인프라 확충 등을 통해 청년층이 선호할 수 있는 정주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