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요가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 강타
    2026-08-0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82,652
  • “한국, 북한 건들지 마” 푸틴의 경고…대북 제재 막으려는 ‘검은 속내’ 따로 있다? [핫이슈]

    “한국, 북한 건들지 마” 푸틴의 경고…대북 제재 막으려는 ‘검은 속내’ 따로 있다? [핫이슈]

    러시아 외무부가 한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은 25일(현지시간) 이석배 주러시아대사를 만난 뒤 외무부 성명을 통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 접경지 인근에서 계속되는 한국과 미국의 대결적 군사 활동이 한반도와 역내 전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우려를 한국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평양에 대한 압박과 제재 정책을 포기하고, 평화에 대한 의지를 말로만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달라고 한국 측에 촉구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외무부는 “러시아는 한국 지도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대러 공격에 공개적으로 동조하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월 루덴코 차관은 현지 타스통신에 ‘작년 6월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후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러시아에 대한 한국 현 행정부의 수사가 전임 행정부들의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선의의 표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며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무역·경제 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대놓고’ 북한 감싸기 나선 진짜 이유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불리한 전황이 이어지는 등 ‘제 코가 석 자’인 러시아가 한국에 대북 제재 중단을 요청한 배경은 따로 있다. 먼저 북한은 러시아에 실질적인 군사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 탄약, 미사일 등을 공급했고, 쿠르스크 등 러시아 영토에서 파병 북한군들이 직접 전투를 지원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와 북한은 2024년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을 맺고, 한쪽이 침략을 받으면 상호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포함했다. 이는 과거보다 훨씬 강한 수준의 협력 관계다. 더불어 러시아는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지 않도록 보호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국제적 압박으로 약해지면 러시아도 군사·외교적 협력 상대를 잃을 수 있다. 따라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러시아는 줄곧 중국과 함께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추가 제재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에 보복할 수밖에” 우크라 지원 차단하는 러시아이번에 러시아 외무부가 공식 성명을 통해 ‘한국이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대러 공격에 공개적으로 동조한다’고 언급한 대목은 서방의 군사적 공격이 아닌 대러 경제 제재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고 있다. 정부는 러시아 주요 은행들과의 금융 거래를 제한하거나 군사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 정밀기계, 전자장비, 항공우주 관련 기술, 소프트웨어 등의 수출을 엄격히 제한했다. 더불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에 관여한 개인과 기관에 대해 금융·외환거래 제한 등 독자 제재를 추가로 시행했다. 다만 한국은 미국이나 EU처럼 가장 강한 수준의 전면 제재를 시행하고 있지는 않다. 한편 루덴코 차관은 지난 3월에도 한국을 향해 강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은 바 있다. 그는 당시 타스통신에 “우리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간접적으로 공급하는 데 참여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여러 경로를 통해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이러한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러시아와 한국의 관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러시아는 어쩔 수 없이 보복 조치에 나설 수밖에 없다”면서 “우리가 그런 단계까지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산림백서] 소나무재선충병 대응, 체질 개선해야

    [산림백서] 소나무재선충병 대응, 체질 개선해야

    우리 산림에서 소나무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사계절 푸른 빛을 잃지 않는 소나무는 오랜 세월 자연과 삶의 풍경을 이뤄 왔고 국민 정서적으로 굳건함과 생명력을 상징했다. 그러나 전국의 소나무 숲이 소나무재선충병이라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해 있다. 재선충병은 감염된 나무를 빠르게 고사시키는 치명적인 산림병해충이다. 매개충 활동을 통해 주변 산림으로 급속히 확산하는데 피해목 주변에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비병징) 감염나무가 존재하면서 방제가 어렵고 피해가 매년 반복된다. 최근 피해 발생 지역이 늘고 극심한 피해가 반복되는 지역도 증가해 기존 방제 방식으로는 대응에 한계가 있다. 그동안 재선충병 방제는 피해목 제거와 예방 나무주사 중심으로 추진됐다. 감염목의 신속한 제거는 건강한 소나무를 보호하는 조치로 여전히 중요한 방제 수단이다. 다만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서는 근본적인 접근 방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피해목이 증가하고 피해 지역이 확장되는 등 환경이 변화하는데 재선충병이 유입된 1988년 이후 방제 정책은 큰 틀에서 달라진 것이 없다. 더욱이 기후 변화로 재선충병 확산 속도가 빨라지고 피해 범위가 증가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감염목 제거에 그치는 것이 아닌 재선충병에 취약한 산림 구조를 개선해 확산을 막고 장기적으로는 방제 비용의 과도한 투입을 줄일 필요가 있다. 최근 주목받는 정책이 ‘수종 전환’ 방제다. 피해가 반복되거나 주변으로의 확산 우려가 큰 지역의 소나무류를 단계적으로 제거하고 지역 환경에 적합한 수종으로 숲을 전환해 건강한 산림 생태계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재선충병의 확산 기반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숲 구조를 만들기 위한 중장기적 산림관리 정책인 셈이다. 수종 전환 방제는 특별방제 구역, 반복 피해 지역, 선제적 확산 차단이 필요한 지역 등으로 구분해 추진되고 있다. 피해 지역과 건강한 산림의 경계 지역에서는 선제 대응이 중요하다. 경계 지역에서의 초기 확산을 제때 차단하지 못하면 건강한 산림으로까지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수종 전환 방제는 산림 생태와 안전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 자연 복원이 진행 중인 지역이나 하층 식생이 안정적으로 형성된 지역, 산사태 우려가 있는 생활권 주변 지역은 제외할 필요가 있다. 또 벌채 이후 소나무류가 아닌 수종으로 후계림을 조성하거나 필요시 예방 나무주사와 밀도 조절 사업 등을 병행해 정책 효과를 높여야 한다. 자칫 무분별한 벌채 사업으로 오인당할 수도 있다. 일부 현장에서 방제 지침과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사례가 발생했다. 방제 사업의 전 과정은 과학적 근거와 법적 절차에 기반해 투명하게 추진돼야 하며 활엽수 존치 여부와 생태적 영향에 대한 사전 검토, 그리고 사후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이 연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보전 가치가 높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소나무 숲이 여전히 많지만 현 추세라면 머지않아 재선충병의 사정권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더 늦기 전에 방제 패러다임을 피해목 제거의 ‘사후 대응’에서 산림 구조 변화를 통한 ‘근본적 체질 개선’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소나무 숲의 보전은 특정 수종의 문제가 아니다. 산림의 건강성과 생태적 지속 가능성을 지키는 일이자 미래 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자연자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인류가 기후 변화 적응에 적극 나선 것처럼 재선충병의 위협에서 숲의 미래를 지키기 위한 대응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정종국 강원대 산림환경보호학과 교수
  • [열린세상] 문화산업 400조와 문학나눔 도서

    [열린세상] 문화산업 400조와 문학나눔 도서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지났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1주년 기자간담회를 열어 K푸드, K뷰티, K패션 등 라이프 스타일 산업까지 포함해 2030년까지 K컬처 4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국정과제였던 K컬처 300조원보다 크게 늘었을 뿐만 아니라 수출 목표도 350억 달러에서 1100억 달러로 대폭 상향했다. 하지만 문학을 비롯한 기초예술 분야에 대해서는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머물렀다. 오늘날 화려하게 꽃피우고 있는 K컬처의 원천이자 뿌리인 기초예술에 대한 비전이나 정책적 지원 방안이 이번에도 제시되지 못한 데 대해 예술 문화계의 아쉬움이 짙다. 기초예술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또는 ‘향후 예산에 적극 반영’하는 데 머무를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문체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 구성, 현장소통 강화 등 관련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외형적 가시성이 높은 분야에 비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만큼 기초예술 정책과 비전 수립은 어렵고 또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임을 보여 주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가시성과 숫자로 환산하기 어려운 기초예술을 바라보는 프레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문화산업의 인프라를 놓는 것일 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K컬처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관점에서 기초예술에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소외된 그리고 붕괴 위기에 처한 기초예술을 장기적 안목에서 바라보고 생태를 조성하는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산업의 관점이 아닌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가서야 한다. 한 예로 문학 분야의 ‘문학나눔 도서보급’ 사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05년 예술위원회가 시작한 이 사업은 대표적인 문학창작 지원사업이다. 많은 문학인들의 지지를 받는 사업이지만 20여년 동안 운영 주체가 여러 번 바뀌는 곡절을 겪고 있다. 예술위원회에서 한국도서관협회로, 민간재단으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으로 바뀌었다가 2018년 다시 예술위원회로 돌아왔다. 그런데 지난 정부에서 또 출판산업진흥원으로 바뀌었다. 문학 도서가 출판 영역에 속한다는 판단과 행정 효율 등이 고려된 결과일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과한 것은 대표적 기초예술인 문학의 특성과 당사자인 문학인들의 바람이다. 출판산업의 관점에서 우수도서를 선정, 구매, 보급하는 것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변화하는 예술환경 속에서 문학과 독자를 정치하게 연결하는 향유구조 구축과 이를 통한 문학의 생태구조 조성으로 연결할 수 있는 예술정책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또 산업적 관점의 도서 선정, 보급이 아닌 예술의 관점에서 문학 도서가 다루어져야 한다는 문학인들의 기대 또한 지나치고 있다. 여기에 더해 52억 2000만원 규모로 시작한 문학나눔 도서 사업이 20여년이 지난 2026년에도 54억 9000만원 규모로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도 안타깝다. 그동안 확장된 문학과 출판시장 규모는 차치하고서도 우수한 문학작품을 지원하고 독자에게 전달하겠다는 문학나눔 도서에 선정되는 것이 문학상 수상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정부는 지난 1년을 두고 고착된 비정상적 관행과 제도를 바로잡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 또한 지난 1년간의 성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꼽고 있다. 문학나눔과 같은 사업을 예술의 눈으로 바라보고 관련 예산을 대폭 확충해 실질적인 지원을 체감하게 하는 것에서부터 기초예술의 생태 조성과 예술문화의 인프라 구축이 시작된다. 문화강국은 튼튼한 기초예술의 토대 위에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이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곽효환 시인·경남대 교수
  • 바다와 바위가 빚은 산…이 풍경에 ‘나’를 씻는다

    바다와 바위가 빚은 산…이 풍경에 ‘나’를 씻는다

    절집 뜨락에서 올려다본 밤하늘. 불퉁하게 솟은 산 하나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절집을 굽어본다. 공룡 등뼈를 닮은 암봉이 여덟 개. 그래서 이름도 팔영산이다. 내일, 아침이 열리면 오를 산이다. 달은 절반 넘게 지구 그늘에 가렸는데도 밝기가 오징어잡이 어화(漁火) 뺨친다. 달빛이 비춰 낸 초여름 밤 풍경이 어찌나 요염하던지, 공연히 들떠 전전반측이다. 전남 고흥 능가사의 밤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다. ●여덟 봉우리가 감싼 절집에서 하룻밤 고흥에서 하룻밤 묵을 곳을 능가사로 정한 건 절집이 팔영산 등산로 바로 앞에 있기 때문이다. 템플 스테이를 통해 스님에게 따끔한 경구를 듣고, 이튿날 팔영산에 오른다면 마음과 몸을 한 번에 씻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터다. 효용으로 따지면 흔한 숙박업소에 묵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밥도 준다. 푸성귀 일색 반찬이지만 세상 이런 꿀맛이 없다. 공양간에 승속이 함께 앉아 수저를 달그락거리다 보면 순식간에 발우의 밑바닥이 드러난다. 어찌 그리 배가 고프던지. 대한민국 남자라면 모두 알겠지만, 군대 문턱을 넘어서면 불과 몇 미터 거리에도 라면과 초코파이가 천상의 음식처럼 느껴지지 않던가. 절밥도 그와 똑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다. 저녁 공양 뒤엔 스님과 선명상을 함께했다. 가르침을 이끈 이는 가냘픈 체격의 비구니, 동현 스님이다. 스님은 “부처님이 깨달으신 근본”이라며 “내 숨을 느끼라”라고 주문했다. 들숨 날숨만 제대로 파악해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단다. 쉬울 듯하면서도, 밖으로 뻗어나가려는 몸 안의 감각들을 잠재우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이 일반인을 위해 ‘5분 명상’을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지 싶다. 명상만 잘 해도 깨달음의 열락에 이를 건 명약관화하다. 이는 진우 스님뿐 아니라 모든 스님들이 입을 모아 전하는 바다. 한데 이를 알면서도 도무지 내 몸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 1분이 지나기 전에 몸이 꼬이고, 5분까지는 억겁의 시간을 건너는 듯하다. 스님들이 이 과정을 매일 되풀이한다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하다. 이러구러 스님과의 차담 시간. 철근을 매단 듯, 무겁게 감기는 눈꺼풀을 초인적인 힘으로 들어 올리며 스님의 가르침을 듣고 대화를 나눈다. 비몽사몽간 들었던 말 가운데 대부분은 ‘순삭’됐고, 몇몇은 건졌다. 그중 하나가 ‘뇌썩음’이다. 2024년 영국 옥스퍼드대가 올해의 단어로 선정하면서 새삼 화제가 됐다. 단순하게 표현하면 쇼츠처럼 짧고 얕으며 자극적인 내용의 영상에 매몰돼 끊임없이 스크롤을 반복하다 보면 결국 뇌가 썩는다는 것이다. 때로는 넓고 묵직한 내용물로 균형을 맞춰야 내가 오래도록 내 뇌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겠다. 동현 스님은 “말에는 실체적인 힘이 있다”고도 했다. 바르고 좋은 말만 가려서 해야 할 이유다. 실체적 힘의 이면에 있는 건 책임이다. 다른 사람을 입길에 올릴 때 더 조심하라는 얘기다. 이른 새벽, 절집 구경에 나선다. 경내는 꽤 넓다. 나쁘게 말하면 덜 정비됐고, 좋게 말하면 허허롭다. 국가 유산 보물인 대웅전 등의 당우가 꽤 당당하다. 가장 인상적인 건 응진당 앞의 법계도다. 의상(625~702)이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엄일승법계도(華嚴一乘法界圖)를 토대로 만든 작은 미로다. 거창한 만다라보다 규모는 작아도, 국내 화엄종의 개조(開祖)로 추앙받는 의상의 화엄 세계가 이 작은 미로에 고스란히 구현돼 있다고 한다. 산책 중에 마주친 능가사 주지 진허 스님이 법계도에 담긴 의미를 설명해 줬지만, 우수마발(牛溲馬勃)로서는 도무지 이해가 어렵다. 한 귀로 듣는 즉시 다른 귀로 빠져나가고 만다. 사면사각의 굴곡진 이 길을 한 번 돌면, 장삼이사들도 자비를 발현하고 불도를 깨닫는 사람으로 변모할 수 있을까. 다시 공양간. 사회에선 아직 이불 끝을 붙잡고 있을 시간이다. 생경한 경험인데도 이른 아침밥이 다디달게 넘어간다. 어쩌면 템플 스테이는 음식에 대한 절제와 공양을 준비하는 보살들의 보살핌에 감동하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그런데 어쩌랴. 산문을 나서자마자 난폭 운전을 일삼는 불량 운전자와 한바탕 신경전을 벌이고 마는 것을. 우수마발로 되돌아가는 시간은 그야말로 찰나다. 능가사를 감싸 안은 팔영산은 바위와 바다가 만나 잉태한 풍경을 갈무리한 산이다. 고흥의 푸른 바다 앞에서 불끈 솟았다. 나라 안에 바다와 접한 산은 많아도 팔영산처럼 아름답고 웅장한 암봉을 가진 산은 흔하지 않다. ●암릉 끝 편백숲에서 지친 몸을 달랜다 팔영산 암릉 타는 맛이 각별하다. ‘선비의 그림자’를 뜻하는 제1봉 유영봉(儒影峰)에서 ‘비췻빛 푸르름이 쌓였다’는 8봉 적취봉(積翠峰)에 이르기까지 봉우리마다 시원한 조망이 펼쳐진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깃대봉(609m)이다. ‘8영봉’ 외의 봉우리로, 8봉에서 능선길로 20분쯤 더 가서 만날 수 있다. 다만 몇몇 봉우리는 도마뱀처럼 ‘네 다리’로 기어올라야 할 만큼 험하다. 여느 산에 견줘 산행 피로가 오래 지속되는 이유다. 암봉의 표면 또한 팥시루떡처럼 투박하고 거칠다. 설악산, 북한산 등의 암릉이 인절미처럼 매끈한 것과 사뭇 대비된다. 낙석의 위험에 항상 대비해야 한다. 힘은 들어도 발 딛고 서서 굽어보는 풍경만큼은 선계다. 1봉부터 8봉까지, 어디가 우월하다 말하기 어렵다. 온 길 뒤돌아보는 맛, 갈 길 보는 맛,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맛이 제각각이다. 팔영산이란 이름은 중국 위나라 왕의 세숫대야에 여덟 개의 봉우리가 비쳤다고 해서 지어진 것이라 한다. 맹랑하고 터무니없다. 왜 하필 중국의 왕이었을까. 필경 중국 중심의 세계관이 세계를 보는 유일한 창인 양 여겨졌던 시절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아마 오래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즐겨 쓰던 이 산의 이름이 있을 터. 꼭 일제강점기에 바뀐 이름만 우리 것으로 바꿀 게 아니라, 이런 사대주의적 색채가 농후한 곳도 본디 이름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팔영산을 내려오면 다리부터 신호가 온다. 발바닥이 얼얼하고 무릎이 시큰거리는 그 익숙한 통증 앞에서, 차로 20분 거리의 팔영산 편백치유의 숲을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100㏊가 넘는 부지에 들어선 국내 최대 규모 편백림 중 하나다. 수령 40~50년 편백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찬 숲길로 들어서는 순간, 산행으로 달궈진 몸이 알아서 먼저 반응한다. 평상에 등을 대고 눕는 것만으로 치유는 시작된다. 숲 그늘 전체가 이미 하나의 거대한 침상이나 다름없다. 편백 특유의 알싸하면서도 청량한 향이 폐 속으로 스며들고, 나무 사이로 떨어지는 햇살이 눈꺼풀 위에서 점점이 흔들린다. 산행의 피로가 짧은 낮잠 한 토막에 슬그머니 풀리는 경험은 직접 누워 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게다가 입장료도 없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명상쉘터나 테라피센터에서 진행하는 치유 프로그램을 통해 좀 더 본격적인 휴식을 택할 수도 있다. 산을 오른 다리에게 베푸는 보상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 ●여름꽃이 시선 붙잡는 고양이섬 이 계절에 가볼 만한 고흥의 명소는 쑥섬이다. 공식 행정명은 애도(艾島)다. 길고양이가 많아 고양이섬이라 불리기도 한다. 나로도연안여객선터미널에서 배로 채 5분이 걸리지 않는다. 쑥이 유독 향긋하고 질이 좋아 쑥섬이라 불렸다는데, 정작 섬에 들어서면 쑥보다 먼저 수국 등 여름꽃이 시선을 붙잡는다. 쑥섬에선 사계절 내내 300여 가지 꽃이 피고 진다고 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았던 난대원시림을 지나 능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탁 트인 바다와 마주한다. 정상이라 부르기 무색할 정도로 낮은 해발 83m 높이지만 멀리 여수 거문도와 완도 청산도까지 눈에 들어온다. 한 시간 반 정도 산책을 즐기고 나면 다리도 마음도 부쩍 가벼워진다. 우주발사장이 있는 고흥은 아이들 놀이터도 ‘우주적’이다. 내륙의 여느 놀이터와 달리 우주인이나 우주선 콘셉트로 꾸민 곳이 대부분이다. 해창만 초입의 나라올라우주랜드도 그중 하나다. 팔영산에서 해안도로를 타고 가다 보면 우주선을 닮은 외관의 건물이 갈대로 둘러싸인 해창만 풍경 속에 우뚝 서 있다. 1층은 각종 체험존, 2층은 그물망 놀이대와 볼풀장, 트램펄린 등 몸으로 부딪치며 노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야외 전망대에 오르면 갈대가 일렁이는 해창만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용료가 없는 대신 예약제로 운영된다. 군청 누리집에서 예약할 수 있다. ●갯장어·황가오리 보양식과 유자 디저트 이제 고흥의 먹거리를 말할 차례다. 두원면 다미식당과 동일면 유자제빵소다. 다미식당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백반 맛집이다. 한 TV 음식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한층 유명해졌다. 오전 9시 문을 열고 오후 2시면 닫는다. 1만 3000원에 이십여 가지 반찬이 정갈하게 차려진다. 고급스럽다기보다 토속 먹거리를 저렴하게 맛볼 수 있는 집이라 보면 맞을 듯하다. 유자제빵소는 도무지 ‘상권’과는 무관해 보이는 외딴곳에 있다. 그런데도 주말이면 줄을 서야 할 만큼 방문객이 많다. 유자제빵소를 운영하는 이는 충청북도 1호 제과·제빵 분야 명장이자 대한민국제과기능장인 이종화(70)씨다. 충북 청주에서 빵집과 제과 학원을 50년 가까이 운영하다 고흥으로 내려왔다. 그는 “고흥에 사는 지인과 함께 배를 타고 나가 누리호 발사 장면을 봤는데, 한마디로 뿅 갔다”며 “이런 세상이 다 있나 싶어 정착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고흥으로 내려오면서 제빵과는 무관한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그였지만 지자체에선 그를 그냥 두지 않았다. 어쩌다 만든 유자 빵을 고흥군에서 연 관광상품공모전에 출품했고 최우수상까지 거머쥐었다. 고흥군에선 당연히 유자 빵의 상품화를 요청했고, 고심 끝에 그는 지난해 유자제빵소 문을 열었다. 사실 그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제품 개발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원 속초 오징어빵, 충북 단양 흑마늘빵과 청원(현 청주) 생명쌀 등이 그의 손을 거쳐 세상에 선을 보인 제품들이다. 정착하는 곳마다 히트 상품을 만들어 냈다. 유자제빵소에서 가장 잘 나가는 건 지역 특산물 유자를 넣어 만든 ‘유자뺑’이다. 마들렌 비슷한 식감의 빵인데, 작은 유자 알갱이가 씹히면서 상큼한 맛을 낸다. 노란 빛깔은 인공 염료가 아닌 치자를 활용해 물들였다. 초콜릿으로 만든 초록빛 잎사귀를 산뜻하게 얹었다. 음료를 전담하는 그의 아내 김선아(69)씨도 바리스타이다. 유자향커피크림라떼, 유자스무디 등이 인기다. 고흥의 여름 보양식도 빼놓을 수 없다. 정점은 갯장어와 황가오리다. 갯장어야 워낙 유명하다. 여수, 장흥 등 남도 사람들이 지갑을 털릴지언정 여름을 건강하게 나기 위해 꼭 먹어두는 음식이다. 주로 샤브샤브로 먹는다. 황가오리는 특히 고흥 일대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여름 보양식이다. 꼬들꼬들하면서도 담백하다. 황가오리가 잡히지 않는 날도 있다. 이런 날 예약 없이 방문했다간 공치기 십상이다. 도라지식당 등 고흥읍내 몇몇 노포에서 맛볼 수 있다.
  • 마이크론 또 어닝 서프라이즈… ‘삼전닉스’ 실적 기대감 키운다

    마이크론 또 어닝 서프라이즈… ‘삼전닉스’ 실적 기대감 키운다

    인공지능(AI) 투자 둔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도는 실적을 내놓으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AI 메모리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최근 위축됐던 반도체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마이크론은 24일(현지시간) 2026회계연도 3분기(3~5월) 매출 414억 5600만 달러, 조정 주당순이익(EPS) 25.11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고, 4분기 매출 전망도 500억 달러로 제시해 월가 기대를 상회했다. 데이터센터 관련 매출은 연간 환산 기준 1000억 달러를 넘어섰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공급 부족이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전망은 장기 공급 계약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현재 16건의 전략고객협약(SCA)을 체결했으며 협의 중인 계약까지 포함하면 장기적으로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당 계약에서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과거엔 필요할 때마다 메모리를 구매했다면, 이제는 AI 기업들이 앞으로 수년간 사용할 물량을 미리 확보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AI 시대 들어 고객사들이 안정적인 메모리 확보에 나서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D램 3위 업체인 마이크론의 실적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을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D램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38%로 1위, SK하이닉스가 29%, 마이크론이 22%를 기록했다. 마이크론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한때 15% 이상 상승했다. 업계에서는 다음 달 예정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발표에서도 AI 메모리 수요가 다시 확인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서울 지하철 대용량 리튬배터리 반입 금지

    서울 지하철 대용량 리튬배터리 반입 금지

    7월 1일부터 서울 지하철에 대용량 리튬배터리와 이를 통해 작동하는 개인형 이동장치(PM)를 휴대하고 탑승할 수 없다. 서울교통공사는 25일 지하철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여객운송약관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보조배터리 등 리튬배터리 사용이 늘면서 배터리 발화에 따른 화재 우려가 커지는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9월에는 합정역에서 승객이 반입한 전기 스쿠터용 배터리에서 연기가 발생해 2·6호선 열차가 무정차 통과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튬배터리 화재는 일반 화재와 달리 내부 열폭주 현상으로 인해 초기 진화가 어렵고 재발화 가능성이 높은 특징이 있다. 7월 1일부터 전기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 리튬배터리로 구동되는 모든 전동식 개인 이동장치와 160Wh(와트시)를 초과하는 대용량 리튬배터리는 지하철 역사 반입이 금지된다. 다만 전동휠체어 등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이동 수단은 예외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일반 휴대용 보조배터리 등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기기는 대부분 160Wh 이하로 제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일부 대형 보조배터리의 경우 160Wh가 넘는 경우도 있어 제품 표시 용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태균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이번 조치는 더 안전한 지하철 이용 환경을 만들기 위한 예방적 안전대책인 만큼 제도 시행에 대한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 함안, 경남 첫 아라가야 ‘고도’ 재도전

    경남 함안군이 아라가야 고도(古都) 지정에 재도전한다. 국가유산청 심사 문턱을 두 차례나 넘지 못했지만 자료를 보완해 올 하반기 결실을 보겠다는 각오다. 25일 함안군에 따르면 군은 최근 국가유산청 고도보전육성 중앙심의위원회로부터 아라가야 고도 지정 신청에 대해 ‘보완 후 제출’ 의견을 통보받았다. 유산청은 아라가야의 역사적 성장 과정과 지역 내 유적 간 연계성 등을 더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군 관계자는 “중앙심의위가 별도 소위원회를 구성해 군과 함께 보완 절차를 진행하기로 한 만큼 지정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본다”며 “유산청 요구 사항을 검토한 뒤 관련 자료를 보강해 이르면 올 하반기 다시 심의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의 고도 지정 추진은 2022년 8월 ‘고도 보존 및 육성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개정이 계기가 됐다. 개정 시행령은 특정 시기 수도 또는 임시 수도, 정치·문화 중심지로서 역사적 가치가 큰 지역을 신규 고도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군은 타당성 조사를 거쳐 2023년 4월 첫 도전에 나섰지만 고배를 들었다. 군은 고도 지정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함안은 가야권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완전한 형태의 유적을 보유한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대표 유적인 말이산고분군은 2023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가야리 유적은 가야 최대 규모 왕궁터로 평가받고 있고 당산유적과 봉산산성 등은 아라가야 위상을 보여주는 핵심으로 꼽힌다. 고도로 지정되면 유산청 지원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보존·정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특별보전지구에서는 유적 가치 고도화 사업을 진행하고 경주의 황리단길처럼 유적 주변 지역 정비사업도 꾀할 수 있다. 역사문화도시 상징성을 확보해 관광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고도는 경주와 부여, 공주, 익산, 고령 등 5곳이다. 함안이 지정되면 전국 여섯 번째이자 경남에서는 첫 고도 도시가 된다.
  • 내가 ‘코스피 9000’에 우는 이유…“삼성·SK만 웃는 한국” 뼈 때리는 지적 [핫이슈]

    내가 ‘코스피 9000’에 우는 이유…“삼성·SK만 웃는 한국” 뼈 때리는 지적 [핫이슈]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하고 코스피가 9000선을 목전에 둔 상황(25일 기준)에서 한국의 반도체와 비반도체 산업의 불균형이 구조적인 불평등을 가져온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뉴욕타임스는 25일(현지시간) “전 세계의 인공지능(AI) 열풍이 한국과 대만에 수년 만에 전례 없는 호황을 불러왔다”면서 “SNS에서는 젊은이들이 ‘직장을 다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주식 투자만으로도 같은 수준, 혹은 그 이상의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뜻밖의 호황은 경제 전반의 훨씬 더 암울한 현실을 가리고 있다”면서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들은 에너지 충격과 관세 충격으로 크게 흔들린 환경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코스피가 올해 들어 세계 주요 주가지수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넘어선 점을 언급하며 “한국과 대만의 폭발적인 성장은 극히 일부 인력만 고용하는 좁고 전문화된 반도체 산업에서 나오고 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그 혜택에 편입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반도체 호황이 막대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지만, 이는 경제의 다른 부문이 훨씬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현실을 가리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K자형 양극화’를 거론했다. 실제로 토스증권 분석에 따르면 올해 개인투자자의 코스피 순매수 금액 가운데 약 83%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K자형 양극화가 가져오는 현실K자형 양극화(K-shaped divide)란 일부 산업과 사회·경제적 계층은 크게 성장하는 반면, 다른 산업과 계층은 정체되거나 뒤처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K자형 양극화가 심화되면 가장 먼저 소득 격차가 확대된다. 반도체, AI, 금융 등 성장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과 근로자는 임금과 자산이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제조업이나 내수 서비스업 등 성장세가 둔화된 산업의 종사자는 임금 정체와 고용 불안을 겪게 된다. 동일한 경제 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개인이 체감하는 경기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자산 격차도 심화된다. AI와 반도체 기업의 성장으로 관련 기업 주식이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들의 자산은 크게 늘어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계층은 자산 증가의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한다. 이로 인해 소득뿐 아니라 자산에서도 양극화가 확대된다. 실제로 대만 국립중앙대학의 다크란 우 경제연구센터 소장은 “대만의 경제 성장은 TSMC 주주와 같은 부유층에게 주로 돌아간다”며 “일반 서민들의 임금은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들의 본거지인 한국과 대만만큼 이러한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도 드물다”고 지적했고, 대만 중앙은행은 “AI 수요가 특정 집단만 번영하게 하고 저소득층은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이드카 속 반도체만 잘 나갔다25일 코스피는 9000선을 목전에 두고 8930선에서 마감했다. 간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반도체 투자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시가총액 2000조 원을 넘기며 마감하는 등 코스피 지수 상승을 견인했지만, 코스피 시장 상승 종목은 291개에 그쳤다. 하락 종목은 589개로 주가가 하락한 종목들이 더 많았다. 반도체 주도로 코스피가 급등한 상황 속에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다운 LS증권 연구원은 국내 언론에 “높은 성장 기대감으로 반도체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자연스럽지만 그만큼 잠재적인 위험을 높이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우호적이지 못한 매크로 환경에서 AI 투자 기업과 반도체 기업의 불균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즉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의 속도 조절 가능성과 이에 따른 이익 전망치의 변동 가능성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모’에 빠진 직장인들한편 다른 사람들이 투자나 소비, 사회적 활동을 통해 기회를 얻는 동안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불안감을 의미하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가 직장인 사이에서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4일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전국 20세 이상 직장인 패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직장인 FOMO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포모 균형 지수(FBI)는 평균 39.2점으로 집계됐다. 나우앤서베이는 투자, AI·커리어, 비교심리, 결핍사고, 불안 의사결정 등 5개 영역에서 포모 영향을 측정하고, 여기에 개인의 회복력을 반영해 0~100점으로 점수를 산출했다. 점수가 높을수록 포모에 더 크게 흔들리는 상태다. 직장인들의 포모를 가장 크게 자극한 영역은 투자였다. 조사에서 나눈 5개 영역 중 투자 포모가 60.9점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결핍 사고 60.3점, AI·커리어 포모 59.3점 순이었다. 주식이나 부동산, 가상자산 등에서 남들은 기회를 잡고 있는데 자신만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 ‘10년 연속 군단위 출생아 1위’ 대구 달성군…24시간 돌봄제 이용 2.7배 증가

    ‘10년 연속 군단위 출생아 1위’ 대구 달성군…24시간 돌봄제 이용 2.7배 증가

    초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감소 위기 속에서도 10년 연속 전국 군 단위 출생아 수 1위 자리를 유지 중인 대구 달성군의 ‘365일 24시간 어린이집’ 정책이 각광받고 있다. 25일 달성군에 따르면 2023년 처음으로 도입한 365일 24시간제 어린이집의 월평균 이용 건수는 도입 첫해 74건에서 지난해 201건으로 3년 만에 2.7배 증가했다. 올해 5월 말 기준 누적 이용 건수는 5389건, 누적 보육 시간은 2만 2757시간에 달한다. 지역사회의 필수적인 돌봄 안전망으로 안착했다는 게 달성군의 설명이다. 이 서비스는 맞벌이 가구의 야근이나 주말, 교대 근무와 병원 진료, 경조사 등 일상에서 겪는 돌봄 공백을 효과적으로 메운다는 점에서 인기를 끈다. 특히, 이용료가 시간당 2000원으로 저렴하다는 점도 성공의 핵심 요소다. 군은 성공 비결이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정책 운영에 있다고 설명했다. 달성군이 권역별 이용 패턴을 분석한 결과 화원·논공·옥포·가창 등 중부권은 주간·주말 이용이 전체의 9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현풍·구지 등 남부권의 경우 주간 돌봄 수요가 81%로 높았고, 다사·하빈을 비롯한 북부권은 주야간·주말 모두 고르게 수요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인구 감소 시대의 돌봄은 아이 한 명 한 명을 귀하게 잘 키워내는 질적 변화가 핵심”이라며 “저출생 위기 극복을 위해 군민이 체감할 수 있는 빈틈없는 보육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기업지배구조개발연구회,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가치’ 학술세미나 개최

    기업지배구조개발연구회,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가치’ 학술세미나 개최

    지속가능한 기업가치 제고 위한 책임경영과 건전한 경영권 경쟁 필요성 논의 기업지배구조개발연구회(회장 강원 세종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지난 24일 세종대학교에서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가치’를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최근 국내 기업 간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기업지배구조가 기업가치와 자본시장의 평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지속가능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에는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강원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김윤경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은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를 분석하며, 일부 장기 저평가 기업의 현상이 단순한 실적 부진이 아닌 본업 경쟁력 저하, 환경적 요인, 자본배분 효율성 및 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신뢰 저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유 원장은 “기업지배구조는 투자자의 신뢰와 자본시장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라며, “기업가치 역시 자산 규모보다 시장의 신뢰 수준에 의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 원장은 “기업가치는 단기적인 재무성과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 있는 경영 체계,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가 장기적인 기업가치를 좌우한다”며 “지배구조의 취약성은 시장의 신뢰 저하로 이어지고, 결국 구조적인 기업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정 기업 사례를 중심으로 지배구조 리스크와 기업가치 디스카운트의 연관성을 분석하며, 지속가능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서는 책임경영 강화와 시장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제시하면서도 정작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계를 안고 있는 주체와 연대해 경영권 분쟁에 나서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며 “기존 경영진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창출해왔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지표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지배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내세운 경영권 경쟁이 오히려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초래하고 기업 지배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경영권은 단순히 지분율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 구성원과 시장으로부터 인정받는 리더십과 권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라며 “기업의 성과와 기업가치에 구체적인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보다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배구조는 궁극적으로 기업이 정해진 절차와 원칙을 얼마나 충실히 준수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강원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권 분쟁은 법률적 권리관계를 넘어 누가 기업을 더 지속가능하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시장의 평가 과정”이라며 “결국 투자자와 시장은 단순한 지분율보다 기업가 정신과 장기적인 가치 창출 역량을 기준으로 경영 주체를 평가하게 된다”고 밝혔다. 김윤경 인천대학교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경영권 경쟁에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더 잘 경영할 수 있다는 트랙 레코드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경영권 경쟁의 자격을 검토할 필요가 있고, 경영권 경쟁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관련 분쟁은 조속히 마무리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업지배구조개발연구회는 이번 세미나를 통해 기업지배구조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를 둘러싼 학술적 논의를 심화하고, 지속가능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바람직한 지배구조 방향과 제도 개선 과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 봄 당근 저장기간 8주까지 늘어난다…경기농기원, 신 기술(MA) 개발

    봄 당근 저장기간 8주까지 늘어난다…경기농기원, 신 기술(MA) 개발

    경기도농업기술원이 오랫동안 저장할 경우 무름병 등으로 품질 저하가 나타나고 있는 봄 당근의 저장 기간을 기존 4주에서 최대 8주까지 늘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봄 당근은 병해충 관리가 쉬워 재배 면적이 늘고 있으나 재배와 수확 시기의 고온 영향으로 저장 중 무름병 등 품질 저하가 쉽게 발생한다. 경기 지역에서만 학교급식용 당근 수요가 연간 700톤 이상 발생하는데 저장성이 낮아 안정적인 공급에 어려움이 있다. 기술원이 개발한 ‘당근 MA(Modified Atmosphere, 가스 조절) 저장 기술’은 수확한 당근을 가스 투과성이 있는 기능성 PE 필름과 알코올 휘산제를 함께 넣어 종이상자에 포장한 뒤 영하 1도에서 영상 1도로 저장하는 방식이다. 실험 결과 기존 종이상자 포장 당근은 8주 저장 후 무게가 9.9% 줄고 부패율이 57.6%에 달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반면 MA 저장 기술을 적용한 당근은 저장 8주 후에도 수분 함량을 99.8% 수준으로 유지했고, 부패율도 8.1%로 낮아졌다. 당도와 경도, 색도 등 주요 품질 지표 역시 저장 초기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 이 대통령 “서로 싸울 필요 없는 ‘진정한 평화’ 위해 ‘적극적 평화’ 이야기해야”

    이 대통령 “서로 싸울 필요 없는 ‘진정한 평화’ 위해 ‘적극적 평화’ 이야기해야”

    세계 평화와 국제협력의 해법을 모색하는 제21회 제주포럼이 25일 표선 해비치호텔에서 개막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축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공지능(AI)과 무역, 기후위기 등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과제는 어느 한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연대와 협력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세계 평화의 섬 제주는 역사의 깊은 상처를 화해와 상생의 가치로 승화시키며 평화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는 특별한 공간”이라며 제주도민들은 냉전시대 이념 갈등으로 엄청난 희생을 겪었음에도 서로 간의 신뢰를 잃지 않았고,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공동체 복원과 치유의 전 과정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냈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제주에서 지난 20여 년간 이어져 온 제주포럼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한 대화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며 “세계 곳곳에서 전쟁과 충돌이 이어지는 오늘날,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포럼의 의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또 “인공지능(AI), 무역, 기후위기 등 지금 세계가 직면한 도전들은 결코 한두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 해결 역량을 가진 국가들이 서로 연대하고 유연한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때 기존 국제질서의 공백을 보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가 간 연대는 분야별로 유엔과의 건설적인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들이 제주포럼에서 제시할 국제평화와 안보 비전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단순히 갈등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서로 싸울 필요가 없는 진정한 평화를 위해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앞으로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협력을 선도하며 글로벌 책임강국으로서의 역할과 기여를 다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제주포럼은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Reinventing Cooperation in the Age of Fragmentation)’을 주제로 27일까지 열린다. 전·현직 국가 지도자와 국제기구 관계자, 석학들이 참석해 세계 질서 변화와 다자주의의 미래를 논의한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개회사를 통해 “지난 21년간 제주가 걸어온 평화의 여정은 이제 더 넓은 협력의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며 “외교부와 처음 공동 개최하는 올해 제주포럼은 국가와 지방, 국제사회를 연결하는 대한민국 대표 평화 플랫폼으로 한 단계 더 성장했다”고 말했다. 오 지사는 “지금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촘촘히 연결돼 있지만 역설적으로 더 깊은 분열을 경험하고 있다”며 “장기화된 전쟁과 지역 분쟁, 기후위기, AI 기술 발전은 새로운 협력의 틀을 요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형식적인 협력이 아닌 국경과 이념, 세대와 지역을 넘어 공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포용적인 연대가 필요하다”며 “그것이 바로 올해 제주포럼이 말하는 협력의 재구상”이라고 강조했다. 오 지사는 또 “4·3의 아픔을 극복해 온 제주는 언제나 대립보다 상생을, 갈등보다 협력의 길을 선택해 왔다”며 “세계가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면 제주는 협력의 시대를 열고, 세계가 갈등의 언어에 익숙해진다면 제주는 공존의 언어를 먼저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서는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 5명이 참여하는 특별대담이 마련돼 다자주의의 미래와 국제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또한 경제·보건·에너지·관광 분야 국제협력, 기후변화 대응, 평화·인권 의제 등을 다루는 다양한 세션도 진행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분쟁과 분열이 심화되면서 국제질서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다자주의를 재건하고 국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를 새롭게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도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자주의를 지키는 것”이라며 “강대국 중심의 국제질서만으로는 미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에 나선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세계의 분열과 파편화는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지만 반드시 부정적인 현상만은 아니다”라며 “더 많은 국가가 국제질서 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민주화의 측면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기술 발전과 인적 교류 확대, 팬데믹과 기후위기 같은 초국경적 위협은 국제협력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고 있다”며 “분열과 통합이 공존하는 시대에 새로운 협력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딸바보’ 김정은…“4세대 세습 위한 치밀한 빌드업”

    ‘딸바보’ 김정은…“4세대 세습 위한 치밀한 빌드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0대 딸인 주애의 4세대 세습 가능성을 두고 장기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주애의 현재 나이는 13세로 추정되며 42세인 아버지가 비교적 건강함에도 벌써 차기 후계자로 논의되는 것은 김 위원장의 험난한 세습 과정 때문이란 분석이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김 위원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3년 동안의 짧은 시간 동안 고모부 장성택과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하는 피비린내 나는 숙청을 통해 권력을 장악했다고 전했다. 이때문에 초기 세습 과정에서 무시당하기도 했던 김 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주애를 후계자로 인식시키기 위한 장기적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안보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의 레이첼 이민영은 FT에 “주애의 최근 공개 석상에 등장하는 모습과 공개적인 호칭 변화는 4세대 세습을 준비하기 위한 의도적 노력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현재 김 위원장 주변의 두드러지는 인물들은 모두 여성으로 부인 리설주, 외무상 최선희, 여동생 김여정 등이다”라며 “김 위원장이 여성 인권에 관심이 높다기보다는 만약 젊은 남성이 있다면 그에게 모든 관심이 쏠릴 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 스스로 권력에 위협이 되는 젊은 남성보다는 여성을 주변에 두는 것에 훨씬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주애는 지난해 9월 중국에서 열린 열병식에 참석하는 아버지를 따라 첫 해외 방문으로 중국 베이징에 기차를 타고 함께 갔다. 이어 지난 2월 열린 북한 노동당 제9차 공식 당대회에 모습을 드러내 김 위원장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 등 주요 일정에 동행했다. 북한 당 규약상 만 18세 이상만 입당할 수 있기 때문에 미성년인 주애는 정식 당 직책을 맡을 수 없지만, 후계자 수업의 하나로 상징적 특수 직책을 부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주애는 검은색 가죽 재킷을 입고 탱크를 타거나 사격하는 모습을 공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참관하는 등 군 통솔이 가능한 ‘강인한 여성 지도자’ 이미지를 쌓고 있다. 김 위원장이 주애를 애지중지하는 모습을 두고 ‘딸바보’란 한국식 별명도 나왔지만, 4세대 조기 세습체제 안정화를 위한 치밀한 빌드업에 가깝다는 관측이다. 일부에서는 전통적으로 부계 중심 문화인 북한에서 여성 후계자는 불가능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성별보다 중요한 것은 백두혈통이란 주장도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에서는 세습에 대한 거부 반응이 사라진 지 오래됐다”면서 “수령의 아들 또는 딸이 수령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익숙하기 때문에 김 위원장은 여러 가지 계산을 통해 주애를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사이에 아들이 있다면 굳이 공부시킨다고 연막을 치거나 감춰놓을 필요가 없다”며 주애를 통해 일찌감치 세습 체제의 안정을 노린다고 봤다. 북한이 조기에 4세대 후계자를 내세우는 것은 지난 3월 헌법 개정을 통해 ‘통일’이란 문구를 삭제하고 ‘두 국가론’을 법제화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서는 500년 조선 이씨왕조에 이어 ‘1000년 집권’이란 보도로 세습 체제 정당화 의지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 ‘협력 재구상’ 제주포럼 개막…李 대통령 “국제협력 선도할 것”

    ‘협력 재구상’ 제주포럼 개막…李 대통령 “국제협력 선도할 것”

    제21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이 25일 제주 해비치호텔에서 열렸다. 외교부와 제주특별자치도, 국제평화재단, 동아시아재단이 공동 주최하고 제주평화연구원이 주관하는 올해 포럼은 ‘분열의 시대, 협력의 재구상’을 대주제로 오는 26일까지 진행된다. 세계 각국 및 국제기구 전·현직 지도자와 고위 인사, 학계·시민사회 전문가 등 4500여명이 참석해 68개 세션에서 국제 현안을 논의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영상 축사에서 “지금 세계가 직면한 도전들은 결코 한두 국가의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며 “문제 해결 역량이 있는 국가들이 유연한 협력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때 기존 국제질서의 공백을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서로 싸울 필요가 없는 진정한 평화를 만들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평화를 이야기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제주포럼과 같은 계기를 통해 평화와 번영을 위한 국제협력을 선도하는 등 글로벌 책임 강국으로서의 역할과 기여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개회사에서 “세계가 분열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면 제주는 협력의 시대를 열고, 세계가 갈등의 언어에 익숙해진다면 제주는 공존의 언어를 먼저 말하겠다”고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 축사에서 오늘날의 다자주의는 더 연결되고 포용적이며 대표성을 지녀야 한다고 밝혔다. 나타샤 피르츠 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은 한국과 슬로베니아 같은 중견국이 다자주의 수호와 소다자주의,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거버넌스에서 역할을 확대해 분절화되는 현실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은 기조연설에서 분절화된 국제질서가 구조적 현실로 자리 잡았다며 공급망 다변화, 국제법과 규범 수호, 글로벌 사우스 역량 강화, 다자주의 개혁 등을 새로운 협력 방식으로 제시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 지도자 세션, 차기 유엔 사무총장 후보자 대담, 다자주의 재구상 세션, 이란 전쟁 이후 중동 평화 구축 세션 등이 진행된다.
  • 예소담, KBS2 ‘생생정보’서 여름 김치 생산현장 공개

    예소담, KBS2 ‘생생정보’서 여름 김치 생산현장 공개

    오이소박이·열무김치 등 계절 김치 제조 과정 소개…자동화 설비와 위생관리 시스템 조명 지난 24일 방송된 KBS2 ‘생생정보’ 2557회 ‘신VJ특공대’ 코너에서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오이소박이, 열무김치, 백김치, 물김치, 나박김치 등 다양한 계절 김치가 생산되는 현장이 소개됐다. 이날 방송에서는 원재료 선별부터 세척, 절임, 양념 제조, 숙성, 포장에 이르는 김치 제조 전 과정이 공개됐다. 자동화 설비와 숙련된 작업자의 손작업, 위생관리 시스템이 함께 소개되며 소비자들이 평소 접하기 어려운 김치 생산 현장을 가까이에서 보여줬다. 방송에 소개된 업체는 프리미엄 김치 전문기업 예소담이다. 예소담은 국내산 농산물을 기반으로 계약재배를 운영하며 원재료 입고부터 생산, 숙성, 포장까지 전 공정을 자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여름철에는 오이소박이와 열무김치, 물김치, 나박김치 등 계절 김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자동화 설비와 작업자의 제조 노하우를 결합해 품질 관리와 생산 효율을 함께 높이고 있다. 최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시원하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여름 별미 김치를 찾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 백김치와 물김치, 열무김치 등은 반찬은 물론 냉면, 냉국수, 비빔국수 등에 곁들이기 좋은 음식으로도 활용되며 여름철 식탁에서 수요가 높은 김치류로 자리 잡고 있다. 예소담 관계자는 “더운 날씨에 시원하고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별미 김치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여름철 입맛을 살리는 제품군을 중심으로 생산과 공급을 확대하며 소비자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KBS2 ‘생생정보’를 통해 소비자들이 매일 식탁에서 만나는 김치가 어떤 환경과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소개할 수 있어 뜻깊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품질관리와 위생관리를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신뢰받는 대한민국 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예소담은 대한민국 김치 품평회 7회 수상을 비롯해 HACCP, FSSC 22000 등 식품안전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 주요 유통채널과 북미, 유럽, 아시아, 중동 등 세계 각국에 한국 김치를 수출하고 있다. 한편 예소담은 지난해 EBS ‘극한직업’에 이어 올해 KBS2 ‘생생정보’에도 생산 현장이 소개되며 여름 김치 제조 과정과 품질관리 역량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방송을 계기로 회사는 계절별 김치 수요에 맞춘 생산 체계와 위생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국내외 소비자에게 안정적인 품질의 김치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다.
  • 집값 뛰고 ‘빚투’ 역대 최대… 금융취약성, 3년 만에 최고

    집값 뛰고 ‘빚투’ 역대 최대… 금융취약성, 3년 만에 최고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세가 다시 확대되고 주식시장 ‘빚투(빚내서 투자)’와 레버리지 투자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불어났다. 국내 금융시스템의 중장기 취약성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섰다. 한국은행은 외국인 주식자금 이탈에 따른 환율 불안과 취약 가계·기업의 부실 위험도 금융안정의 불안 요인으로 지목했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중장기 금융시스템 취약성을 나타내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1분기 46.0으로 집계됐다. 2022년 4분기(46.5)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시에서는 레버리지 투자가 변동성을 키우는 불안 요인으로 꼽혔다. 지난달 말 기준 신용융자·신용미수 잔액은 39조 4000억원,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총액은 35조 4000억원으로 모두 관련 통계상 가장 컸다. 장정수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레버리지를 동반해 투자하면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도 불안 요인이다. 서울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은 지난 4월 0.55%, 5월 0.90%로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가계대출도 주택매매와 주식 관련 대출 증가 영향으로 5월에만 9조 3000억원 늘었다. 장 부총재보는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로 가계부채 총량 리스크가 완화된 부분은 있다”면서도 “증가분이 반도체 등 특정 섹터에 집중돼 차입 가구의 소득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가계부채 관리 기조는 계속 경계감을 갖고 이어가야 한다”고 했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국고채는 사들인 반면 국내 주식은 대거 팔았다. 한은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1~5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대상인 국고채를 175억 7000만달러 순매수한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주식자금은 799억 5000만달러 순유출됐다. 다만 한은은 외국인 주식 매도가 한국 경제 악화 때문이라기보다 차익 실현이나 자산 재조정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흐름, 금융안정 리스크를 고려해 적절한 시기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도 제시했다. 금리 상승이 자산가격 상승 기대와 레버리지 투자를 낮출 수 있지만 상환 능력이 약한 차주와 기업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짚었다. 기업대출 연체율은 올해 1분기 말 2.43%로 장기평균(1.62%)을 웃돌았고, 취약 가계차주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각각 10.9%, 12.7%에 달했다. 한편 미국 달러화 가치 강세와 국내 증시 외국인 주식 순매도가 이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40원대로 마감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2.7원 오른 1,541.8원으로 집계됐다. 환율이 종가 기준으로 1540원을 넘은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9일(1549.0원) 이후 17년 만에 처음이다.
  • [박성원의 직설대담] “여름 베짱이 아닌 겨울 개미처럼 미래에 투자할 때다”

    [박성원의 직설대담] “여름 베짱이 아닌 겨울 개미처럼 미래에 투자할 때다”

    2030에게 지금 민주당은 기득권층대결·전투 아닌 결과 내는 여당 돼야대지진의 전조… 양극화 해법 절실조작기소 예단 말고 진상규명 집중혁신고속도로 깔아 30년 뒤 평가를미래 투자로 엔비디아 10개 만들자메가특구식 산업 생태계 조성할 것정년연장, 고용·임금체계 변화 필요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거듭 하락하고 있다. 국정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박용진 대통령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 2024년 총선에서 ‘비명횡사’(공천 탈락)할 만큼 이 대통령과 대척점에 서기도 했던 그는 이재명 정부에 울린 경보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박 부위원장은 “마치 대지진의 전조 같은 느낌이 드는 요즘”이라면서 “20, 30년 뒤를 향한 혁신의 고속도로를 깔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6·3 지방선거 이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자꾸 하락하는데. “민심의 경고다. 양극화와 관련해 소외되고 있다고 느끼는 층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 특히 2030층은 자산 축적도 못 하고 어려워져 기득권층에 대한 비판이 많아졌다. 민주당은 지금 기득권층이다. 그런데 여전히 사회적 약자라는 의식에 빠져 있다. 2030은 민주당 주류세력인 586세대가 20대 운동권적 시절에 민정당, 민자당을 보던 눈으로 지금의 민주당을 보고 있다. -여당이 된 민주당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건가. “우리 사회의 과제로 등장한 양극화 해법을 제시하고 사회적 불합리, 불공정 문제를 바로잡아 달라는 경보가 울렸다. 민주당은 협의를 하고 성과를 만들어 내기보다는 여전히 대결적이고 전투적이다. 야당은 창이고, 여당은 방패다.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하는 여당이 여전히 투쟁만 하고 거친 목소리를 내는 데 머물러 있어선 안 된다.” -구체적으로 여당에 어떤 역할이 필요하다는 건가. “시간이 별로 없다. 아파트 하나 지으려 해도 20년이 걸린다. 5년 단임제 정부에서는 웬만한 사업은 집권 기간 안에 성과를 보기 어렵다. 국회에서 안정적으로 입법을 할 수 있도록 야당을 설득하고 끌어들이는 역할을 해 줘야 한다.” -양극화 해소의 실질적 해법은 뭐라고 보나. “지금 대지진 직전의 전조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 코스피 9000, 미국 아카데미·오스카상 잇단 수상 등은 모두 전무후무한 사태들이다. 천재급 관료들도 역대급 초과세수는 예측하지 못했다. 이러한 때 정부는 20년 뒤를 위해, 한국 사회 양극화를 시정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노르웨이처럼 급증하는 세수를 갖고 만든 기금, 펀드로 수익률을 높이면 국민 전체의 삶이 달라진다. 미래성장기금, 국부펀드 같은 구상도 이런 아이디어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대출규제에 이은 보유세와 양도세 인상 등 수요억제 위주의 부동산정책에 대한 비판과 불만도 커지고 있는데. “과열된 시장을 식히기 위해 수요억제책을 동원하는 건 고육지책이다. 지금 (공급 계획을) 시작해도 첫 삽 뜨는 데만도 20년 정도 걸리니까 다양한 금융·세제 정책을 동원하려는 것이다. 공급도 중요하지만, 저런(집값 상승)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둘 순 없지 않나.” -이 대통령 공소취소를 가능케 하는 조작기소특검법에 대한 반발과 거부감도 특히 2030의 민심 이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부당한 수사, 기소, 판결을 받았던 일들이 과거에 많지 않았나. 권위주의 정부 시절 일들이 20년, 30년 지나서 재심받고 수사, 재판 과정의 문제점들이 뒤늦게 드러나 법무부도, 재판부도 사과하는 사례들을 많이 봤다. 정치적 의도를 갖고 이 대통령을 혹은 야당을 향해서 수사와 기소를 했다는 여러 상황들이 드러나고 있으니 일단 확인해 보자는 것이다. 특검은 그런 의심스러운 상황들을 들여다보는 단계다. 결과를 예단해서 지금 (공소취소 같은 얘기를) 뭐라 하는 건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이 되는 것이다. 지금은 진상규명에 집중하면 된다.” -비주류 의원 때와 가까이서 이 대통령을 접해 본 이후 ‘이재명 리더십’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게 있다면. “당대표 시절이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이 대통령을 접하면서 상황적응력, 임기응변이 빠르다고 느꼈다. 지난 1년간 계엄을 해결하고, 미국과의 위험천만하고 다급한 무역통상협상을 해내고, 이란전쟁이라는 대외적 위기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따박따박 해냈다. 쓸모 있는 대통령으로서 일을 잘하고 있다고 본다.” -성공하는 이재명 정부가 되기 위해 유념했으면 하는 게 있다면. “5년 단임 정부에서는 일의 결과나 성과가 한두 번 정권이 바뀐 뒤에야 나올 수 있다. 조급해하지 않았으면 한다.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새로운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도록 정책적 준비를 해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경부고속도로, 김대중 정부 때 정보고속도로처럼 새로운 길을 닦는 일을 해 줬으면 좋겠다. 20, 30년 뒤 ‘이재명 정부가 그때 새로운 혁신의 세 번째 고속도로를 깔아서 오늘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으면 한다. 김대중 정부 때 초고속 인터넷고속도로를 깔았기에 네이버 같은 기업들이 나오지 않았나. 30년 뒤 평가를 받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초호황기에 급증한 초과세수를 놓고 국민배당식으로 쓸 거냐, 미래투자에 쓸 거냐를 놓고 정부 내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있는데. “일시적 호황, 주기를 탈 수밖에 없는 ‘반짝 세수’는 중장기적으로 어려울 때를 대비한 일종의 연금저축으로, 중장기 안정화기금으로 쌓아 둬야 한다고 본다. 지금 벌었으니 지금 쓴다는 여름 베짱이식으로 소비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회안정기금으로 써야 할 것을 60, 70년대 스웨덴식 사회연대기금으로 쓴다면 나는 반대다. 초과세수는 겨울 개미와 같이 미래를 위한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써야 한다. 초과세수는 늘 있는 게 아니니까 국가가 책임 있게 투자 구조를 만들어서 엔비디아 같은 성장기업 10개를 만들고 성과를 함께 향유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으로 교섭과 파업의 대상이 ‘사업경영상 결정’으로 넓어졌고, 하청기업 노조도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벌일 수 있게 됐다. 산업현장이 노조리스크에 빠져들고 기업투자와 청년고용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들의 우려는 알겠지만, 사회적 양극화에 대해 기업들이 해야 할 역할도 있고, 업무환경 변화에 대해 노동자들이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 다만 실제 기업에 큰 부담을 지우느냐 하는 것은, 실제 판례가 쌓이는 것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AI와 반도체 기업 육성을 위한 각국의 경쟁은 기업과 정부가 한 몸이 된 총력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기업에서 절실히 요청하는 연구개발(R&D) 분야의 주52시간제 예외 인정 문제조차 해결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주52시간은 반도체보다는 스타트업에서 더 많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원청보다는 빨리 납품해 달라는 요구를 받는 하청에서 더 많이 필요한 거다. 열어 놓고 검토해야 할 사안이지만, 그걸 적극 요구하는 쪽에 되묻고 싶다, 과연 무엇을 혁신했는지를. 주52시간제가 혁신을 게을리한 것에 대한 핑계가 돼선 안 된다고 본다.” -우리 경제는 1분기에 반도체 수출에 힘입어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보였지만 산업의 양극화, 경제 양극화 때문에 온기를 고루 느끼지 못하고 있다. 고른 성장을 위해 산업정책, 특히 규제합리화 정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소재·부품·장비산업을 포함해 반도체의 독자적 생태계 형성에 기업과 정부가 얼마나 노력을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자율주행택시, 바이오, 로봇, 이런 분야에서도 생태계를 얼마나 잘 형성하는지가 중요하다. 기업이 잘나간다고 거기에 다 맡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 중소·혁신기업들이 함께 크는 생태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런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규제합리화위원회가 할 일도 많을 텐데.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3개월 지났다. 생태계 조성을 메가특구식으로 하려 한다. 로봇산업에 제일 필요한 게 데이터다. 사람과 로봇이 함께 생산 현장에서 협업하고 생활 현장에서도 로봇과 동거하려면 배달로봇이 인도를 갈 수 있는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는지, 공원 주행을 할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이 한꺼번에 잘 풀려야 한다. 하나씩 풀어서는 부지하세월이다. 로봇산업 메가특구를 지정해서 로봇제조업체, 서비스·부품업체들을 다 그곳으로 오게 하고 지자체가 인허가권을 다 갖고, 지역도 성장시키고 산업도 성장시키는 구상이다. 로봇의 도시 광주, 자율주행의 도시 대전 이런 식이다. 올해 안에 관련법을 통과시키고 특구 지정까지 해서 변화의 시작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좀더 구체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규제혁신의 성과 같은 건 없나. “주식결제 주기를 예로 들 수 있다. 매도 후 2일이 지나서야 돈이 들어오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협의해 왔다. 증권사들이 반대했지만, 반드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양대 노총은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청년일자리 축소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용유연성을 높이고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개인별 직무·성과급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정년 연장은 60세 이후 연금 수급 연령까지의 소득절벽을 메워 줌으로써 국민 전체의 삶이 안정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 국민 건강수명도 길어져서, 과거에 합의된 은퇴 시기를 늦추는 건 맞는 방향이라고 본다. 다만 AI 도입에다 정년 연장까지 겹치면 청년고용에 타격이 커질 수 있다. 청년들에게 창업의 기회, 교육의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해 주는 정책과 함께 가야 한다. 일률적 정년 연장이 아니라 고용·임금체계 변화를 노사 간 합의로 열어 두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박용진 부위원장은 1971년 전북 장수에서 태어났다. 신일고, 성균관대 사회학과·국정관리대학원을 졸업했다. 대학 총학생회장을 지낸 뒤 정치에 투신해 민주노동당, 민주통합당, 민주당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2016년 20대 총선(서울 강북을)에서 당선된 뒤 재선의원까지 지냈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 시절 비주류로 대척점에 섰다가 2024년 22대 총선에서 공천 탈락했다. 하지만 2025년 대선 때는 이재명 후보 선거대책위 국민화합위원장을 맡았고, 올해 3월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에 발탁됐다. 의원 시절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파고들어 ‘삼성 저격수’로 불렸고 ‘유치원 3법’ 제정을 주도하는 등 진보와 실용을 겸비한 활동을 보였다. 박성원 논설위원
  • 법원서 뒤집히고 뒤집혀도… ‘위법 기업’ 낙인부터 찍었다

    법원서 뒤집히고 뒤집혀도… ‘위법 기업’ 낙인부터 찍었다

    1심 격인 전원회의 전에 혐의 공개반론권 없는 ‘답정너식’ 여론몰이“지자체서 표창” SM 반박은 묻혀재계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 토로SPC·현대모비스 최종 무죄인데도최초 제재 보도 자료 수정·삭제 안 해“조사·심판 기능 모두 다 가진 공정위독립성 의심받을 행태는 자제해야”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의 불공정거래 사건에 대한 1심 격인 ‘전원회의’가 열리기 전에 혐의를 공개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재판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을 해 보기도 전에 위법 기업이라는 ‘여론의 낙인’이 찍히기 때문이다. 기업의 방어권 침해, 무죄추정의 원칙 훼손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정위 사무처는 지난 22일 기업집단 SM 소속 6개 계열사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행위 사실과 위법성, 조치 의견 등을 기재한 심사보고서(공소장 격)를 SM 측에 보냈고 심의 절차가 개시됐다고 밝혔다. 검사 격인 공정위 심사관은 SM 측의 ‘사업 기회 제공 행위’와 ‘자금 지원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며 시정명령, 과징금 부과, 법인·개인에 대한 검찰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심사보고서는 조치 의견을 기재한 것으로 위원회 최종 판단을 구속하지 않는다”는 단서를 달았다. 혐의를 모두 공개하며 ‘여론몰이’를 한 다음 “의견일 뿐 최종 판단은 아니다”라며 빠져나갈 구멍을 마련해 둔 것이다. SM 측은 “공정위가 문제 삼은 사업은 연이은 부도로 사업의 성공 여부가 지극히 불투명했고, 12년간 흉물스럽게 방치된 우범지대를 랜드마크로 탈바꿈시켜 충남 천안시로부터 표창도 받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계열사 간 자금 거래는 철저한 사전 검토를 통해 진행했고, 금융기관으로부터 대기업 집단에 소속된 계열사 자격으로 산정된 금리를 적용받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정위가 ‘심사보고서 발송’ 보도자료를 통해 부당 내부거래 기업이라는 ‘주홍글씨’를 이미 새겨버린 터라 SM 측의 반론권은 보장되지 않았다. 앞서 공정위는 ‘국민의 알권리’를 내세워 산업용 윤활유 담합 사건, 명륜진사갈비의 가맹점주 고금리 대출 의혹, 포스코이앤씨 등 4개 건설사의 부당 특약 의혹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공개 기준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24일 “과징금, 검찰 고발이라는 답을 정해 놓고 진행하는 전원회의는 마치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재판 같다”면서 “기업이 공정위의 제재 절차에 맞서는 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토로했다. 백광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여론이 먼저 형성돼버리면 위원회가 다른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조사와 심판 기능을 동시에 가진 공정위는 심판의 독립성을 의심받을 만한 행태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전원회의가 끝나도 공정위의 일방통행은 계속된다. 공정거래 사건은 형사 사건과 달리 경제 분석에 따라 위법과 합법을 넘나들 때가 많다. 이 때문에 공정위 심사관과 기업 측 피심인 대리인은 전원회의에서 늘 치열한 공방을 벌인다. 판사 격인 9명 위원의 판단도 갈릴 때가 잦다. 하지만 심의 결과를 담은 보도자료에는 공정위 심사관의 입장만 100% 담긴다. 제재받은 기업은 정당한 항변을 내놓아도 관심에서 멀어진다. 행정소송에서 결과가 뒤집혀도 끝이 아니다. 대법원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을 취소해도 최초 보도자료는 공정위 홈페이지에 그대로 남아 ‘영구 낙인’이 된다. 공정위가 2020년 64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SPC의 부당 내부거래 사건은 2024년 대법원에서 전액 취소 판결을 받았지만 제재 보도자료는 여전히 공개돼 있다. 현대모비스의 대리점 물량 밀어내기 사건도 2019년 공정위 패소로 마무리됐지만 제재 보도자료는 그대로 남아 있다. 최종 무죄를 받았는데도 과잉 제재의 오점은 지워지지 않는 것이다. 공정위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간 맞선 행정소송에서 완전 승소율은 82%다. 제재가 부분 취소된 일부 승소율은 11.7%, 패소율은 6.3%다. 행정소송 100건 중 최소 20건에서 공정위의 제재가 뒤집혔다는 의미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공정위가 기업에 돌려준 과징금 환급액은 5511억원, 이자 격인 환급 가산금은 444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심사보고서를 작성한 심사관은 이미 인사발령이 난 뒤여서 패소해도 책임지는 공무원은 없다. 법조계 한 인사는 “대법원이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려도 형사 보상금 같은 구제책이 없어 피해 복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혐의 사실이 공개되면 기업은 승소해도 돌이킬 수 없는 평판상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사설] 늘어나는 국포자, 수포자… 무너지는 AI 시대 경쟁력

    [사설] 늘어나는 국포자, 수포자… 무너지는 AI 시대 경쟁력

    중학교 수학과 고등학교 국어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최근 9년 내 최고치에 이르렀다. ‘2025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3 수학 기초 미달 비율은 14.9%로 전년보다 2.2% 포인트, 고2 국어 기초 미달 비율은 10.4%로 1.1% 포인트 늘었다. 기초학력 미달은 수업 내용을 사실상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중학생 7명 중 1명꼴로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고등학생 10명 중 1명꼴로 ‘국포자’(국어 포기자)가 있다는 뜻이어서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교육부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초등학교 때 비대면 수학 수업을 받은 결과가 지금 중학생에게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어 학력 저하는 독서를 멀리하고 ‘쇼츠’(1분 미만의 짧은 영상) 시청과 인공지능(AI) 이용에 빠진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교육부는 체험·탐구 중심 수업 확대, 방과 후 보충지도, 멘토링 지원 등을 대책으로 내놨으나 수년째 들어온 얘기다. 근본적으로 틀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인지적 학습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초등학교 단계에서 학생 실력을 정확히 진단해야 교정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평가 시험 부활을 고민할 때다. 서열화와 학업 스트레스를 이유로 시험을 없애버리면 결국 사교육 능력이 되는 부유층만 유리해질 수 있다. 또 영국 등에서 채택한 16세 미만 소셜미디어(SNS) 사용 금지 정책도 도입을 고민할 시점이다. 기초학력 미달은 진학과 취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궁극적으로 소득 불평등과 사회 분열을 야기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가 단기간에 선진국이 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치안을 자랑하게 된 동력도 유별난 교육열이었다. 교육이 단순히 공부만의 문제도 아니고 ‘내 자식만 공부 잘하면 그만’인 문제도 아닌 것이다. 백년대계의 기틀이 무너지는 징후를 읽었다면 더 늦기 전에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일이다.
  • [기고] 조작기소 특검, 반쪽짜리 안 되려면

    [기고] 조작기소 특검, 반쪽짜리 안 되려면

    우리 형사사법체계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이른바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검사는 공소취소권도 가진다. 공소취소란 검사가 이미 법원에 제기한 형사재판을 취소해 절차를 종결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법원은 유·무죄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강력한 권한이다. 그러나 그 본질은 단순한 권한 행사에 있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기소를 국가 스스로 시정함으로써 피고인의 권리를 보호하고 실체적 진실과 사법정의를 회복하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되는 것은 이른바 ‘윤석열 정권 검찰청, 국가정보원, 감사원 등의 조작수사·조작기소 등 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제6조가 규정한 특검의 권한이다. 특히 특검이 이첩받은 사건의 공소유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두고 기존 검찰의 기소를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 문제는 특검의 존재 이유에서부터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번 특검의 핵심 목적은 기존 국가수사기관의 조작수사와 조작기소 의혹을 규명하는 데 있다. 그렇다면 특검 수사를 통해 위법한 수사와 기소가 실제로 드러났을 경우 그다음 단계는 무엇이어야 하는가. 이미 오염된 수사 결과가 기소로 이어져 재판이 진행 중인데도 특검이 단지 “위법성이 있었다”는 사실만 확인하는 데 그쳐야 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물론 현행 형사소송법상 법원은 위법한 공소제기라고 판단할 경우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위법수집증거배제법칙 등을 통해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모두 장기간의 공판 절차를 전제로 한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개인적 비용이다. 정치적·권력형 사건은 통상 수년에 걸친 재판으로 이어진다. 그 긴 시간 동안 피고인은 물론 사건 관계인 모두가 심각한 법적·사회적 불안정 상태에 놓인다. 위법한 공소라는 점이 상당 부분 확인되었음에도 오랜 재판 절차를 끝까지 감내하도록 하는 것이 과연 사법정의에 부합하는지 우리는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공소취소권의 본래 취지는 국가가 스스로 잘못된 공권력 행사를 시정하는 데 있다. 따라서 특검이 조작수사와 기소를 밝혀내고도 원상 회복할 권한이 없어 그 결과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특검은 결국 반쪽짜리 진상규명에 머물 수밖에 없다. 특검의 공소취소권은 검찰 권한을 침해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장치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의 조작기소와 공소권 남용으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고 훼손된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안전장치에 가깝다. 특히 이번 특검의 목적이 공소권 남용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있다면 단순한 사실 확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위법하게 행사된 공소권의 결과를 원상회복할 수 있는 권한까지 함께 행사할 수 있어야 비로소 특검의 취지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민병로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