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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산티아고, 명품길 ‘달마고도’를 걷다 [두시기행문]

    한국의 산티아고, 명품길 ‘달마고도’를 걷다 [두시기행문]

    땅끝마을 해남에 위치한 해발 489m 달마산, 12㎞의 능선에 1만개의 기암괴석이 병품처럼 펼쳐진다. 높지 않은 산이지만 산세가 웅장해 남도의 금강산이라 불리는 산으로 공룡 등줄기처럼 울퉁불퉁한 암봉으로 형성되어 있고 억새풀과 상록수, 다도해의 경관까지 어우러진다. 특히 봄에는 암릉과 기암괴석 사이로 진달래와 철쭉이 피고 가을에는 끝없이 펼쳐지는 억새들이 장관을 이루어 전국의 산악인들이 즐겨 찾는 명산이다. 신발 한 짝 들고 남쪽으로 떠났다는 달마대사가 한반도 최남단에 위치한 이곳 산에 머물렀다고 해서 산 이름이 달마산이라 불린다 이야기한다. 달마대사가 머물렀던 남도의 명품길이러한 이유였을까. 중국인들은 고려 이전부터 달마산을 신성시했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현재는 달마고도(達磨古道)라는 이름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남도의 명품길이자 한국의 산티아고로 불리게 되었다. 달마산 중턱엔 1300여년 역사를 가진 고찰이자 아름다운 절 미황사가 있다. 이곳은 달마고도의 시작점이자 끝지점으로 축제가 열리는 3월이면 문정성시를 이룬다. 대한불교조계종 제22교구 본사 대흥사(大興寺)의 말사이며 749년(경덕왕 8) 의조가 창건한 미황사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가 있다. 사적비에 따르면 749년 8월 한 척의 석선(石船)이 사자포 앞바다에 나타나 제자 100여 명과 목욕을 하던 의조(義照)가 해변으로 나가니 배가 육지에 닿았고 배애 오르니 금인(金人)이 있었고 금함(金函) 속에는 화엄경, 법화경, 비로자나불, 문수보살, 보현보살, 16나한의 탱화 등이 있었다 한다. 하선을 시켜 임시로 봉안하였는데, 그날 밤 꿈에 금인이 나타나 자신은 인도의 국왕이라 칭하고 ‘금강산이 일만불(日萬佛)을 모실 만하다 하여 배에 싣고 갔더니, 이미 많은 사찰이 들어서 봉안할 곳을 찾지 못하여 되돌아 가던 길에 이곳이 인연토(因緣土)인 줄 알고 멈추었다. 경전과 불상을 소에 싣고 가다가 소가 멈추는 곳에 절을 짓고 모시면 국운과 불교가 함께 흥하리라’ 하고는 사라졌다. 다음날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다가 소가 크게 울고 누웠다 일어난 곳에 통교사(通敎寺)를 창건하고, 마지막 멈춘 곳에 미황사를 지었다고 한다.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던 소가 멈춘 곳에 세워진 미황사미황사의 ‘미’는 소의 아름다운 울음소리, ‘황’은 금인의 빛깔을 상징한 색에서 따와 붙였다고 한다. 달마고도는 미황사에서 출발하여 큰바람재와 노지랑골, 몰고리재 등을 지나며 달마산의 주 능선을 아우르며 전해 내려오는 12개 암자를 연결하는 순례길이기도 하며 옛 달마산의 옛길이기도 하다 . 중국 선종(禪宗)을 창시한 달마대사의 법신(法身)이 상주한다는 믿음과 더불어 과거 선인들이 걷던 옛길을 복원한 길이다. 달마대사가 걸었고 아름다운 소가 걸었던 옛길에는 고려시대 12개 암자가 차례로 들어서고 조선시대엔 해남 북평면 이진에 도착한 제주도 말이 이 길을 걸었고 봇짐장수, 시집가는 신부의 가마, 5일장을 보러 가는 할아버지도 이 길을 이용했다. 달마산 능선 둘레에 12개 암자가 있었던 미황사는 조선시대 서산대사의 제자 소요대사가 머물면서 더욱 번창의 길을 걷게 되고 그 후 1892년, 중창불사를 위한 군고패(軍鼓牌)가 스님들 중심으로 결성된다. 군고패는 여러 고을을 돌며 중창불사 시주를 받았는데 저 멀리 완도 청산도까지 가게 되었고 청산도로 향하던 중 큰 폭우를 만나면서 스님 40명이 수몰되는 참사를 맞고 이로 인해 미황사는 쇠퇴하고 더불어 12개 암자도 숲 옛길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다도해의 절경이 어우러진 인생 순례길이후 ‘남도길 명소화 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해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한 여행길인 달마고도는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기계를 쓰지 않고 지게로 돌을 나르고 낫, 곡갱이, 지게 등으로 일일 35명, 10개월간 일만명의 사람 손으로 만들어졌다. 계단과 데크 없이 흙길과 돌길로 조성되어 더 의미가 생기는 것 같다. 빼어난 산세와 다도해의 절경이 어우러지고 너덜겅, 편백나무 숲을 함께 느끼며 걷는 시간을 가지며 공룡의 등뼈 같은 암릉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4개의 코스(17.74㎞)로 이뤄진 달마고도는 매 구간마다 역사자원과 아름다운 다도해 등 색다른 풍광을 선사한다. 걸으며 일상에 지친 나를 돌아보고 여유와 쉼 그리고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인생 순례길이라 생각한다. 총 소요시간은 6시간 30분 정도이고 달마산의 정상 불썬봉까지 다녀온다면 7시간 30분정도 걸린다 매년 열리는 달마고도 힐링축제는 2024. 03. 23(토) 09:00 ~ 16:00로 걷기행사, 힐링음악회, 숲속버스킹, 노르딕워킹 체험, 힐링프로그램(명상, 요가 등), 달마장터(농수특산물 판매), SNS인증 이벤트, 식목일 기념행사 등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관음암터, 문수암터 등 6개의스탬프 인증을 통하여 완주 시 인증서와 메달을 받을 수도 있다. 달마고도 코스정보1코스 : 출가길 (2.71㎞, 50분 소요) 미황사에서 큰바람재에 이르는 길로 달마고도의 시작이자 등산객이 가장 많이 찾는 코스로 미황사, 산지습지, 너덜바위 지대, 떡갈나무 숲 등이 분하고 달마산과 다도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2코스 : 수행길 (4.37㎞, 1시간 50분 소요) 큰바람재에서 노지랑골에 이르는 길로 작은금샘, 큰금생 등이 있다. 소사나무, 사스레피나무, 음나무, 구지뽕나무 등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달마산 동쪽 마을과 해안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3코스 : 고행길 (5.63㎞, 2시간 10분 소요) 이진리에서 말을 몰아 십삼모퉁이를 넘어 마봉으로 가던 길로 복층림, 노간주나무 고목, 조릿대군락지, 암석지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다도해의 전경을 조망하기 가장 좋은 코스이다. 4코스 : 해탈길 (5.03km, 1시간 40분 소요) 미황사로 돌아오는 마지막 코스로 전 구간이 땅끝 천년 숲 옛길이며 미황사 창건설화에 나오는 소가 걸었던 길이다. 편백나무 숲과 튤립나무 조림지, 도솔암, 미황사 부도전의 진경을 만날 수 있다.
  • 김정은,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 지도…“적 수도 붕괴 태세 완비”

    김정은, 초대형방사포 사격훈련 지도…“적 수도 붕괴 태세 완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일 남한 전역을 타격권으로 두는 초대형방사포의 사격훈련을 지도하며 전쟁 의지를 다졌다고 19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서부지구 포병부대 사격훈련을 지도했다며 이번 훈련이 “600㎜ 방사포병구분대들의 불의적인 기동과 일제사격을 통해 무기체계의 위력과 실전 능력을 확증”하는 데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초대형방사포 6발이 일제히 발사돼 함경북도 길주군 앞바다의 무인도 ‘알섬’으로 보이는 타깃을 명중시키는 사진을 발행했다. 사격 후 초대형방사포에 의한 목표 상공 설정고도에서의 공중폭발 모의시험도 진행됐다. 공중에서 핵탄두를 폭발시키면 피해를 극대화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적들에게 무력 충돌이 일어나고 전쟁이 벌어진다면 재앙적인 후과를 피할 길 없다는 인식을 더 굳혀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파괴적인 공격수단들이 상시 적의 수도와 군사력 구조를 붕괴시킬 수 있는 완비된 태세로써 전쟁 가능성을 차단하고 억제하는 자기의 사명 수행에 더욱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장비된 초대형방사포가 전쟁 준비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를 중핵으로 해 포병 무력의 현대화를 계속 힘있게 다그쳐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통신은 김 위원장이 포병 무력 강화와 포병 전쟁 준비 완성을 위한 중대 전략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이날 훈련엔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과 장창하 미사일총국장이 함께 참석했다. 북한의 이번 무력도발은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지난 18일 회담을 갖고 북한의 비핵화 및 서해에서의 잠재적인 일방적인 변경 시도 등에 대한 긴밀한 공조와 함께 북한의 불법 사이버 활동 및 해외 노동자 파견, 해상 환적 등 불법 자금줄 차단 협력도 지속하기로 했다. 러시아 무기 수출을 염두에 두고 성능을 과시했다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합동참모본부는 전날 북한이 오전 7시 44분쯤 황해북도 상원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로 추정되는 비행체 수 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지난달 14일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발사 이후 한 달여 만이다.
  • [마감 후]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는 안 된다

    [마감 후] ‘이런들, 저런들 어떠하리’는 안 된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난 후 알파인경기장이 조성된 가리왕산 복원을 놓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강원)가 정면충돌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인 가리왕산에 스키장이 만들어질 수 있었던 건 강원도 내에서 국제 기준에 부합한 유일한 지역으로, 올림픽 후 복원이 전제돼 가능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내세워 존치를 요구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정부는 사상 첫 공공부문 대집행까지 경고하며 원형 복원을 압박했다. 스키장 전체 면적(154㏊) 중 142㏊를 국유림이 차지하고, 복원 대상지(81㏊) 가운데 71.2㏊가 국유림이다. 지자체가 국가 행사를 내세워 국유림을 이용한 후 복원하지 않는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명분도 컸다. 논란이 길어지자 2021년 6월 복원에 착수하되 곤돌라를 한시 운영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그런데 2024년 운영 종료를 앞두고 가리왕산 곤돌라가 느닷없이 소환됐다. 정부는 지난 11일 강원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가리왕산의 ‘올림픽 유산’을 활용한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가리왕산 활용에 대한 용역이 진행 중인 가운데 지역에서 요구하는 올림픽 국가 정원도 검토하기로 했다. 곤돌라 존치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지역 소멸이 심화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요구를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접근 논리가 궁색하다. 곤돌라가 올림픽 유산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생태계 복원 과정을 국민에게 공개하고 모니터링을 위해 활용하게 해 달라는 ‘읍소’가 더 타당할 수 있다. 2018년 복원을 주장했던 부처 중 이번에 이의를 제기한 기관은 한 곳도 없다. 선거용이라는 비판은 차치하고 지자체가 국제행사를 위해 국유림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을 터 준 셈으로, 후유증은 거셀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설악산 오색 케이블카(삭도)를 거론하며 “주민이 원하는 곳에 케이블카를 추가로 더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산악관광 수요가 크지만 국유림이어서 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들어 산지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지리산과 계룡산, 북한산 등에서 케이블카 설치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자칫 정부가 케이블카 설치를 용인하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전국에 설치된 삭도는 관광용 41개, 스키장용 19개를 포함해 66개에 이른다. 이 중 흑자를 내는 곳은 많지 않다. 지자체는 돈이 되고, 관광객 유인 효과가 있다면 ‘황금알 낳는 거위’라도 되는 것처럼 경쟁적으로 시설을 설치한다. 드라마 세트장과 출렁다리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관광객 발길이 끊기자 방치되고 폐허로 전락한 세트장이 속속 생겨났다. 삭도 설치는 자연이 만들어 낸 경관을 활용한 ‘무임승차’다. 그나마 희소성이 있어야 흥행을 기대할 수 있는데 전국 어디서든 케이블카를 탈 수 있다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오랜 사회적 갈등 끝에 착공한 오색 케이블카를 삭도 설치의 출발 신호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이유다. 국토의 63%가 산림인 대한민국에서 산지 활용이 불가피하더라도 분명한 원칙 아래 이뤄져야 한다.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려면 큰 비용과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그린벨트 해제에 이은 산지 규제 완화가 지금은 달콤할 수 있지만 미래 큰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난개발 우려는 ‘기우’가 아니다. 박승기 세종취재본부 부국장급
  • ‘나 죽을 병 걸렸나’… 머릿속의 염려증 진짜 사람 잡아요

    ‘나 죽을 병 걸렸나’… 머릿속의 염려증 진짜 사람 잡아요

    조금만 아파도 ‘혹시…’건강염려증 환자 年 4000명 육박‘샤이 환자’까지 전체 인구 5% 추정한국인이 유독 건강 걱정 심한 편낮은 삶 만족도·SNS 정보 등 영향의사가 이상이 없다는데도…‘불신의 병’ 들어 여러 병원 전전생활 균형 깨지며 되레 건강 해쳐염려증 환자, 조기 사망 확률 월등믿음과 긍정적인 태도가 치료제 #1. 금융업에 종사하는 조민준(37·가명)씨는 위암 걱정을 달고 산다. 10년 전 어머니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본인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3개월마다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가벼운 위염 증상이니 더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조씨는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2. 김지현(35·가명)씨는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만 안 돼도 암일까 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시경 검사 결과도 믿지 못했다.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엄습해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뛰어 자주 응급실을 찾았다. #3. 이영민(52·가명)씨는 조금만 아파도 습관적으로 병원을 찾는다. 두통·복통·생리통·가슴 통증이 있을 때마다 이 병원, 저 병원에 다녔고 그때마다 큰 병이 아님을 확인했지만 늘 불안했다.세 명 모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질병불안장애’를 진단받았다. 큰 병이 아닌데도 자신에게 큰 병이 있다고 믿고 불안해하다 결국 마음이 병드는 질환으로 흔히 ‘건강염려증’이라고 한다.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지나가는 감기에도 폐렴을 의심하고, 정상적으로 만져지는 연골조차 혹으로 오해한다. ‘이상이 없다’고 진단받아도 걱정과 불안으로 병원을 전전하는데 이런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건강염려증일 가능성이 크다. 18일 건강심사평가원은 건강염려증 환자가 한 해 4000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2012년 4889명이었던 환자 수가 2017년 2733명으로 줄었다가 2021년 3864명, 2022년 3796명으로 다시 늘었다. 나이별로는 건강에 본격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50대(21.5%)와 60대(20.6%) 환자가 많고 40대 17%, 30대 14.3%, 20대 10.2% 순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아 건강보험 통계에 잡힌 환자는 3000~4000명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의 5%가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신의 건강 걱정이 병적인 수준이라고 인정하고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가 드물기 때문이다.한국인은 건강 걱정이 유독 심한 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31.5%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8.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인 기대 수명은 83.5세로 OECD 평균(80.5세)을 웃돈다. 낮은 삶의 만족도, 불안과 우울, 소셜미디어(SNS)에 떠도는 과도한 건강 정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보통 환자들은 병원에서 검사받고 의사가 정상이라고 말해 주면 안심한다. 그런데 건강염려증이 있는 환자들은 더 불안해하며 ‘분명 병이 있는데 의사가 못 찾은 것’이라고 생각해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가족과 갈등하고 아무도 나를 믿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외롭고 불안해하며 병에 더 집착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여러 진료과와 병원을 찾아다니며 온갖 검사를 반복하느라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느 병원에서도 병을 정확히 찾아내지 못한다고 낙담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은 너무 고통스러운데 주위 사람들이 꾀병 환자로 여기는 것 같아 억울하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사회로부터 고립됐거나 가족과 감정적 연결고리가 느슨한 고연령층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김석현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심한 경우 틀림없이 병이 있다고 믿으며 마치 자신이 환자가 된 듯 행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병원을 전전하며 비슷한 약을 끊임없이 먹어 약물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백 교수는 “건강에 대한 염려는 필요하다. 질병을 걱정하고 검진받으니 질환을 조기에 찾아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건강염려증 수준이 되면 건강한 생활 습관은 다 놓치고 스트레스를 더 받아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이들이 오히려 더 빨리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정신의학 연구센터 임상신경과학부 다비드 마타익스콜스 교수 연구팀이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스웨덴 인구·건강 조사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 염려증이 있는 사람은 여러 질환으로 일찍 죽을 가능성이 대조군보다 84%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심장, 혈액, 폐 질환, 자살로 사망할 가능성이 가장 컸다. 백 교수는 “여러 병원 의사들이 정상이라고 했는데도 안심이 안 되고 불안한 데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과 갈등까지 겪고 있다면 스스로 극복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려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건강염려증은 ‘불신의 병’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환자와 신뢰를 쌓아 환자를 안심시키면서 진료를 시작한다. 김 교수는 “정신과에 오기 전에 이미 과도하게 검사받은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더이상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해 줘야 한다. 만약 필요한 검사인데도 하지 않은 게 있다면 한 번만 시행한 뒤 그 결과를 충분히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병이 있다는 믿음이 망상처럼 강한 환자에게는 약물을 사용하며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을 밝히고 환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인지 치료와 심리 치료를 한다. 김 교수는 “건강염려증은 기본적으로 자기 신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며 “신체 이외의 다양한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나칠 정도로 넘쳐나는 건강 정보에 관한 관심을 줄이고, 자신이 어떤 사안을 볼 때 너무 부정적이고 극단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그런 경향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증상의 절반 이상이 ‘걱정’이므로 긍정적 사고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우리 몸이 아프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불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코코아 200%, 올리브유 70% 올라… 전 세계 덮친 ‘푸드플레이션’

    코코아 200%, 올리브유 70% 올라… 전 세계 덮친 ‘푸드플레이션’

    지구촌이 ‘푸드플레이션’(푸드+인플레이션)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먹거리 물가는 지난 2년간 10%대의 상승률을 이어 가며 고공행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를 덮친 이상기후로 농작물의 작황이 악화된 데다 임금 상승 등 누적된 비용의 압력이 식당과 슈퍼마켓의 물가를 끌어올리며 먹거리로 인한 인플레이션의 고통이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1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회원국 전체의 식품 물가상승률은 2022년 13.2%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0.5%로 소폭 둔화하는 데 그쳐 2년 연속 10%대 상승을 이어 갔다. 이 같은 상승폭은 회원국 전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2022년 9.5%·2023년 6.9%)과 근원물가 상승률(2022년 6.7%·2023년 7.0%)을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악화로 급등했던 밀과 옥수수, 해바라기유, 닭고기, 계란 등의 가격은 대체로 2022년 이전 수준을 되찾았다. 그럼에도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높은 주요 농산물의 가격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초콜릿의 주원료인 코코아 선물 가격은 지난 13일 사상 최고치인 파운드당 8034달러를 기록해 1년 전 대비 3배나 뛰었다. 카카오 원두의 주산지인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가뭄과 병충해, 폭우가 잇따르면서 작황이 악화된 탓이다. 미국 등 전 세계의 초콜릿 소비자가격의 ‘도미노 인상’이 이뤄지고 있다.유럽 등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식용유인 올리브유는 지중해 연안 지역의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어 1년 사이 가격이 70%가량 급등했다. 스페인 등에서는 슈퍼마켓에서 올리브유가 도난당하는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유럽 내 감자 가격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6월 10㎏당 55유로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현재도 1년 전보다 30%가량 오른 상태다. 미국 플로리다주에 이어 세계 최대 오렌지 생산국인 브라질에까지 ‘감귤녹화병’이 확산되면서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1년 사이 55%가량 뛰었다. 통상 외식물가나 가공식품 가격은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도 쉽게 둔화하지 않는다. ‘푸드플레이션’이 잡기 까다로운 인플레로 꼽히는 이유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식품 물가 상승률은 지난달 2.2%(전년 동월 대비)로 2021년 5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았지만 외식물가 상승률은 4.5% 상승해 여전히 전체 물가상승률(3.2%)을 웃돌았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식품 공장과 식료품점의 임금 상승 등 비용의 압력이 푸드 인플레이션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의 먹거리 물가는 OECD 전체 회원국에 비해 더디게 올랐지만, 지난해 하반기 이후 신선식품 가격이 급등하면서 뒤늦게 푸드플레이션을 겪고 있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월별 식품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3.8%까지 하락한 뒤 10월 7.1%으로 치솟은 데 이어 올해 1월까지 6% 선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같은 기간 OECD 전체 회원국의 식품 물가상승률이 9.5%에서 6.2%로 둔화한 것과 반대되는 흐름이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민간 소비가 위축되고 있는데 먹거리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는 당국이 통화정책을 펴는 데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기아 시총 쾌속 질주… ‘형님’ 현대차 넘었다

    기아 시총 쾌속 질주… ‘형님’ 현대차 넘었다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발표 후 대표적인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기아가 18일 소위 ‘형님’인 현대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5위(삼우선주 제외)에 올라섰다. 기아와 현대차가 올 들어 시총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친 기아가 시장에서 더 매력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아는 전 거래일 대비 2.40% 오른 12만 80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시가총액 51조 4616억원으로 상위 5위까지 뛰어올랐다. 현대차는 0.41% 하락한 24만 2000원으로 거래를 마감하면서 시가총액 51조 2963억원으로 6위를 차지했다. 전 거래일까지만 해도 현대차가 5위, 기아가 6위였으나 양사가 자리를 맞바꾼 셈이다. 두 종목은 실적이 뒷받침되면서도 주주환원 기대가 높은 종목으로 손꼽히며 연초부터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 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월 24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를 위해 PBR 비교 공시를 골자로 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공식화했다. 이 중에서도 특히 기아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말에는 시가총액 39조원가량으로 시총 7위였던 기아는 올해 들어 꾸준한 주가 상승으로 시총을 12조원 넘게 불렸다. 주주환원 정책이 발표된 지난 1월에도 현대차를 추월한 적이 있다. 기아의 주가 상승은 현대차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알찬 실적을 내면서 더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을 보면 현대차는 9.3%, 기아는 11.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현대차와 기아는 결산 배당금으로 각각 8400원, 5400원을 책정했는데, 결산 배당만 놓고 보면 주가 대비 기아의 배당률이 더 높다. 여기에 기아는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겠다고 밝힌 반면 현대차는 이미 보유 중인 지분 중 4% 수준의 자사주를 매년 1%씩 소각한다는 계획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는 현대차그룹 중에서 주주환원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라며 “최근 주가 상승폭은 이를 상당 부분 반영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두 종목은 비슷한 모양의 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엎치락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기아의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저평가 국면”이라면서 “다만 두 회사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은 글로벌 경쟁사 중 가장 낮은 축에 속하고 도요타 다음으로 높은 주가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속도 조절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 美 대선을 기회로… 한국, 위상·역할 보여줘 동맹관계 지렛대 삼아야[美대선 ‘바이든 vs 트럼프’ 2.0]

    美 대선을 기회로… 한국, 위상·역할 보여줘 동맹관계 지렛대 삼아야[美대선 ‘바이든 vs 트럼프’ 2.0]

    바이든 재선하면한미, 외교·안보·경제 안정성 유지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 요구 부담상원 다수당 뺏기면 ‘조기 레임덕’트럼프 재집권하면불필요한 대외 갈등 개입 최소화주한미군·방위비 분담금 등 압박외교 일선 촘촘한 협상력 갖춰야누가 되든 기회로한국, 국가 이익 목표 분명히 설정한미동맹 속 국제 관계도 재정비‘글로벌 사우스’까지 외교 넓혀야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우리가 이미 한 차례씩 풀어 본 문제들이다. 그러나 미국 차기 정부가 내놓을 문제는 더 복잡하고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빠르게 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2기 행정부라는 동력을 토대로 명확하고 강하게 자신들의 구상을 끌고 갈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각의 기회와 위기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하고 한미동맹과 국제 관계의 틀을 다시 정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이어진다.●바이든도 ‘미국 우선’ 대외정책 바이든 대통령 재선이 주는 가장 큰 기회 요인은 안정성이 유지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미동맹 70주년을 계기로 양국은 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외교·안보·경제 고위급 교류를 강화했고 한미일 3각 구도의 안보 협력 체계까지 마련했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반도체법 등에 대비해 대미 투자도 크게 늘렸다. 한국은 미국이 지향하는 가치 중심의 인도·태평양(인태) 전략의 핵심 국가로 자리잡았고, 우리 역시 인태 전략을 기반으로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다만 동맹을 중시하는 만큼 동맹국에 더 많은 역할을 기대할 것이란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18일 “바이든 대통령은 체계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가는 만큼 상대적으로 예측할 수 있을 뿐이지 치밀하게 미국의 이익을 챙기는 건 마찬가지고 대응하기에도 만만치 않다”며 “한국에 통상 이익이나 한미동맹을 통한 대북 공조 등을 대가로 계속해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를 두고 “바이든은 정밀 폭격, 트럼프는 융단 폭격”이라는 비유가 있듯 바이든 대통령의 ‘미국 우선’ 대외정책 역시 쉽지만은 않다는 설명이다. 민 교수는 “통상 분야에서 ‘스몰야드 하이펜스’ 전략을 고수하며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한국 같은 동맹들에 재투자를 더 요구할 수 있고, 중국과 경쟁하는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I) 등과 관련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면서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인 한국에 인태 전략을 더 강화하자며 대만, 남중국해 문제 등에 한국이 어떤 외교적 수사를 펴는지를 두고도 압박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한반도를 뛰어넘는 외교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어디까지 받아들이고 내세울 수 있는지 고민을 지속해야 하니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안정성이 곧 조기 레임덕과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종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아니었는데도 4년 동안 공화당에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고 시민들을 자극하는 정책을 끌고 가는 스타일이 남다르다”면서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정책에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고 고령이라 상대적으로 레임덕이 더 빨리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이 바이드노믹스에 상당한 자신감을 갖고 계속 이어 가려 할 텐데 이번 대선과 함께 치르는 의회 선거에서 공화당에 상원 다수 의석을 넘겨주게 되면 예산 지원도 잘 안 되고 정책 집행이 제대로 안 될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불법 이민자 갈등 우려 불확실성이 크고 동맹이나 주변국들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스타일은 그의 이름 뒤에 ‘리스크’, ‘포비아’, ‘트라우마’라는 단어가 따라붙을 만큼 국제사회를 긴장하게 만든다. 동맹국에도 언제든 청구서를 들이밀며 압박할 수 있고 여러 국가가 얽혀 있는 이해관계도 단번에 끊어 내기 때문이다. 한국은 당장 주한미군 주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SMA), IRA 폐기 등 예상할 수 있는 과제부터 파리 기후변화협정 탈퇴, 이민법 강화 등 세계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 곽재성 경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가시적인 성과는 많이 없었다고 보지만 이미 바이든 정부와 4년간 발을 맞춘 한국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개적으로 청구서를 내밀며 압력을 줄 테니 트럼프 1기 집권 때보다 우리의 포지셔닝이 더 안 좋아졌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꾸준히 우리가 ‘협상가’로서의 여러 이점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보여 주는 것부터 외교 일선의 촘촘한 협상력까지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구연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디에서 어떤 카드를 쓸지 모르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과연 안보와 경제를 서로 거래하며 해결할 수 있는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한국이 감내해야 할 부담이 커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우려했다. 반면 트럼프 2기가 대외정책 측면에선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해 대구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미국 내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나 인종 차별 등의 내부 갈등은 더 커지겠지만 대외정책의 관점에서 봤을 때 긍정적인 부분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동안 전통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을 이끌었던 기득권 주류세력과 거리가 멀고 실용주의를 지향하고 있어 기득권층이 움직이던 군산복합체의 요구에 끌려다니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 문제나 우크라이나 전쟁 등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경제적 이익이 별로 안 되는 대외 갈등에 가능한 한 개입을 줄이고 전선을 늘리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가 한미 관계를 너무 양자에 국한해서 ‘끌려갈 수밖에 없다’는 불안감을 갖게 되는데 결국 우리가 미국의 전략에 부합하는 동맹의 역할을 충분히 잘할 수 있고 누구보다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면 되는 것”이라며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더라도 인태 지역에 방점을 두는 것은 마찬가지일 거라 한국이 그에 부합하는 전략을 수립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을 빨리 인식시키면 된다”고 했다. ●국회에 국가이익위원회 설치해야 미국 대선을 계기로 한미 양국 관계가 서로에게 얼마나 ‘윈윈’이 될 수 있는지를 보다 정교하게 모색해야 하며 이후에도 서로를 지렛대 삼아 동맹관계를 더욱 다져야 하는 과제는 공통으로 주어진다. 민 교수는 “산업계의 경우 바이든·트럼프 중 누가 대통령이 되는 게 우리에게 유리한지가 업종별, 분야별로 다르다”며 “매우 세부적으로 미국의 힘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지켜야 하고 거래할 수 있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정세의 판도를 움직이는 미국 대선을 한미동맹은 물론 국제사회와의 관계를 재정비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이수형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주로 강대국 시각에서 바라봤던 한국 외교의 시각을 이제 ‘글로벌 사우스’처럼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들로 더욱 넓힐 필요가 있다”며 “동맹인 미국에 편승하는 게 우리의 생존을 담보하는 것 같지만 이제는 많은 것이 달라진 만큼 미국과 안보 협력은 강화하되 그 안에서 우리의 자율성과 입지를 얼마나 다지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신종호 한양대 교수는 “미국은 정권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는 국가 이익에 관한 대외 전략과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수단만 달라진다”며 “우리는 목표 자체가 바뀌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되지 않게 국회에 국가이익위원회(가칭) 등을 설치해 국가 이익에 대한 일관된 전략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여친 입냄새, 이렇게 심한 줄 몰랐어요…말하기 무섭습니다”

    “여친 입냄새, 이렇게 심한 줄 몰랐어요…말하기 무섭습니다”

    “차라리 마스크 쓰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친구의 입냄새가 이렇게 심한 줄 몰랐습니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는 다양한 구강청결제 광고와 함께 ‘입냄새(구취)’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입냄새는 구강과 구강 관련 기관에서 발생하는 악취를 뜻한다. 꼬박꼬박 양치질을 하고, 가글이나 구취제거를 사용해도 입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는 없는지 파악해야 한다. 역겨운 입냄새가 나는 사람과 대화를 꺼리거나 고개를 돌리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입냄새가 나는 원인은 첫째로 축농증을 비롯한 코의 질환이나 기관지, 폐, 식도 위장의 질환으로 생기는 구취를 예로 들 수 있다. 두번째 이유는 생리적인 원인에 의한 구취이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기상 직후나 장시간 음식물 섭취 없이 신체활동을 했을 때 느끼는 입냄새다. 이 같은 경우 향균·자정 역할을 하는 타액 분비가 이뤄지지 않아 발생하는데, 구강건강에 문제가 없어도 흔히 생길 수 있는 일이다. 입냄새를 유발하는 음식을 섭취하거나 담배 커피 등의 기호식품의 섭취로 인한 입냄새도 정상 범위에 포함된다. 이 같은 유형은 위생관리, 타액 분비 유도, 수분 섭취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세번째 이유는 비장과 위장에 열이 몰려서 오는 경우나 식체 혹은 허화 등에 의해서 오는 경우 등이 있다. 위와 같은 조치에도 개선이 어렵다면 설태, 치주질환, 만성 부비동염, 편도결석, 소화기질환, 전신질환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입냄새를 없애려면 평소 청결한 구강위생 유지에 힘써야 한다. 적어도 하루에 세 번, 매 식사 후 양치질을 하는 것이 좋다.“혀만 깨끗하게 잘 닦아도 ‘입냄새’ 사라진다” 많은 사람들은 입냄새의 원인이 입 속에 남아 있는 음식 찌꺼기나 염증에서 비롯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구취의 주요인은 대부분의 혀에서 나온다. 혀만 깨끗하게 잘 닦아도 입냄새가 사라진다. 혀 스크레이퍼가 유용할 수 있다. 치실 역시 치아 사이에 음식물 찌꺼기와 플라그(미생물들이 형성한 바이오필름)가 쌓이는 것을 방지해준다. 한편 만성적인 구취를 앓고 있다면, 가장 먼저 치과 전문의를 만나 구강 내 원인을 살펴보는 등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 중국 거주 한국인 숫자 코로나19 기간 30% 줄었다…떠나는 외국인들

    중국 거주 한국인 숫자 코로나19 기간 30% 줄었다…떠나는 외국인들

    중국의 올해 1∼2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가 모두 예상치를 소폭 웃돈 것으로 나타났지만, 시장에서는 더 많은 정책 지원을 주문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1∼2월 산업생산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늘었고, 소비 지표인 소매 판매도 8일간의 설 연휴로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작년 동기 대비 5.5% 증가했다고 밝혔다. 2월 소비자 물가가 5개월 만에 처음으로 상승하면서 부동산 시장 약세에 따른 디플레이션 상황에서 빠져나온 것이다. 류아이화 통계국 대변인은 “중국 경제는 여전히 복잡하고 암울한 환경에 놓여있지만, 이달 양회에서 제시한 국내총생산(GDP) 5% 성장이란 목표를 달성할 능력이 있다”면서도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조정기에 놓여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부문은 전년보다 1~2월 투자가 9% 감소하고 주택 판매는 33% 급락하는 등 여전히 중국 경제에 큰 걸림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기간의 봉쇄 정책을 단절하고 항공편 증가, 비자 정책 완화 등을 통해 외국인을 다시 끌어들이려는 중국의 노력이 쉽게 성과를 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이민국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외국인 71만1000명에게 거주 허가를 발급했는데,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15% 감소한 수치다. 출장객을 포함한 단기 방문객 수는 같은 기간 3분의 2로 감소했다. 중국 거주 한국인의 숫자도 3년 만에 30% 감소해 지난해 21만 6000명을 기록하는 등 코로나19 기간 많은 외국인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을 떠났다. 일본인 숫자도 같은 기간 13% 줄었고, 영국인 숫자는 절반이나 감소해 1만 6000명이 됐다. 비자 정책도 완화돼 중국은 지난 7월부터 프랑스와 독일 등 15개국에 대한 관광비자 요건을 폐지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이달에도 중국을 ‘여행 재고’ 명단에서 빼지 않았다. 제로코로나 정책과 반간첩법 시행 등으로 형성된 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불신이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고 WSJ는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가 작년 말 경기 부양책을 강화한 이후 일부 부문이 탄력을 받고 있다”면서도 “1~2월 경제 지표가 모두 예상치를 웃돌면서 추가 부양책이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이정식 “저출생 위기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

    이정식 “저출생 위기는 대한민국의 정체성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저출생 위기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일·생활 균형 정책 세미나’에서 대한민국의 국제 경쟁력은 인재가 자산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번 세미나는 저출생 문제 해법으로 제시되는 ‘워라밸’에 대한 국내·외 연구 및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성과와 노하우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장관은 “저출생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이고 해결하기 위한 핵심은 일과 생활의 균형을 회복하는 고용 노동정책”이라며 “원점에서 고민해 정책을 재설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구조적 문제와 일·생활 균형 등 고용노동 정책의 역할을 강조했다. 황인도 한국은행 금융통화연구실장은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과 일자리 그리고 일·생활 균형’ 주제 발표에서 “우리나라의 초저출산은 그 수준과 지속 기간 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심각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성장과 분배의 양면에서 큰 어려움을 맞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연정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원은 “출산율 제고를 위해서는 자녀 양육 부담 완화, 일·육아 병행 등 국가 정책을 출산·양육 친화적으로 확립하는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라면서 “최근 활용 및 수요가 집중되는 육아기 여성의 유연근무제의 활성화 방안 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6+6 부모 육아휴직 제도’ 시행과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제도의 지원 수준 및 기간 확대 등 육아 지원 제도가 근로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확대, 개선한다. 특히 중소기업 등 현장에서 사용이 어렵다는 호소를 고려해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신청 근로자의 업무를 분담하는 동료 근로자 보상 제도를 신설하고, 대체인력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 장관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어떤 시도라도 해야 한다”라면서 “매월 세미나를 통해 구체적인 과제를 만들어 현장의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 “하마스 3인자, 이軍 공습에 터널 잔해 깔린채 숨져” 팔 소식통들

    “하마스 3인자, 이軍 공습에 터널 잔해 깔린채 숨져” 팔 소식통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3인자가 최근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지하 터널 잔해 아래 깔린 채 구조를 기다리다가 끝내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히브리 언론인 칸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가자지구 중부 누세이라트 난민촌에 대한 이스라엘군 공습에 서열 3위인 마르완 이사가 결국 사망했다고 하마스 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이날 밝혔다. 팔레스타인 소식통들은 칸 방송에 이사가 이스라엘군 공습 당시 지하 터널 중 한 곳에 은신해 있다가 사망했으며 그의 시신은 여전히 잔해 아래 묻혀 있다고 전했다.이들 소식통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추가 공격을 대비해 이사를 찾는 작업을 주저해 왔으며, 현재 사망한 것으로 보이는 그의 시신을 이스라엘 측이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위해 먼저 찾아낼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영국에 본사를 둔 사우디아라비아 소유의 범아랍 신문인 아샤르크 알아사트는 앞서 지난 16일 이사가 부상을 입었지만 현재 그의 상태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이사는 가자지구 하마스 1인자인 야히야 신와르와 함께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하마스 군사 조직 알카삼 여단 수장이자 2인자인 모하메드 데이프의 부관으로, 하마스 군사부와 정치부의 연락책을 맡아왔다. 그는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이 사살한 하마스 인사 가운데 최고위직이다. 이에 따라 하마스 내부자가 이스라엘군에 위치 정보를 제공한 것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출신인 아비 멜라메드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관리만이 이사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그리고 (이스라엘) 내각이 (공습을) 승인할 때까지 그가 그곳에 남아있으리라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은 그의 근처에 인질로 잡힌 이스라엘 포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당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완전한 승리의 길에 있다. 이 길에서 이미 하마스 (서열) 4인자를 제거했다”며 “3인자, 2인자, 1인자도 그 길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닿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말한 하마스 4인자는 지난 1월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으로 폭사한 살레흐 알아루리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으로 알려졌다. 당시 베이루트 남쪽 외곽에 있는 하마스 사무실이 무인기(드론) 공격을 받아 알아루리 부국장을 포함한 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스라엘 정보부는 하마스의 24개 대대 중 18개 이상이 소규모 게릴라 조직으로 해체되고, 4만명의 전투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죽거나 다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16일 기준 최소 3만1553명의 팔레스타인인들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사망했다. 하마스는 사상자 집계에서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별하지 않지만, 사망한 전투원 숫자는 6000여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최민호 시장 “세종 지방법원 조속히 설치해야”…법원행정처장 면담

    최민호 시장 “세종 지방법원 조속히 설치해야”…법원행정처장 면담

    세종시는 최민호 시장이 18일 법원행정처를 방문해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에게 세종 지방법원 설치를 위한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세종지방법원과 행정법원 설치 관련 법안인 행정소송법과 법원설치법은 각각 지난 2020년 6월과 2021년 3월에 발의됐지만,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해당 법안은 3년 넘게 논의되지 못하다가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법안심사 제1소위에 안건으로 상정되면서 통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실제 논의로는 이어지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두 법안은 올해 5월 29일 현 제21대 국회의원 임기가 종료될 때까지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최 시장은 김상환 전 법원행정처장과는 2022년과 2023년 한 차례씩 면담을 이어왔다. 올해 1월 취임한 천대엽 신임 법원행정처장과의 면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시장은 이날 면담에서 “도시 규모 확대와 지속적 인구 증가로 지역 내 사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대전지방법원의 재판 지연을 해소하고 대한민국 국정운영 중추도시로서의 위상을 반영해 지방법원을 조속히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부 “저출산 영향 받는 소아청소년과·분만에 3조 투입”

    정부 “저출산 영향 받는 소아청소년과·분만에 3조 투입”

    정부가 저출산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분야에 3조원을 투입하는 등 의료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박민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제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필수 의료 분야의 핀셋 보상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했다”며 “구체적인 보상이 결정되는 대로 소상히 안내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를 통해 필수 의료 분야에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을 투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의료 난이도와 업무강도가 높아 의료 공급이 부족한 화상, 수지 접합, 소아외과, 이식 외과 등 외과계 기피 분야와 심뇌혈관 질환 등 내과계 중증 질환 등 분야에 대해 총 5조원 이상을 집중적으로 보상할 방침이다. 저출산 등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한 소아청소년과와 분만 등 분야에는 3조원 이상을 투입한다. ‘응급실 뺑뺑이’ 등을 막기 위해 심뇌혈관 네트워크, 중증 소아 네트워크 등 의료기관 간 연계 협력을 통해 치료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에는 2조원의 네트워크 보상을 지원한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수가 바탕을 이루는 ‘행위별 수가제’에 대해서도 가치 기반 지불제 도로 개편해나갈 예정이다. ‘행위별 수가제’는 모든 개별 행위마다 단가를 정해 건강보험재정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지급의 정확도가 높은 장점이 있지만 반복할수록 수익이 생기기 때문에 과잉 진료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우선 행위별 수가를 산정하는 상대가치 개편 작업을 위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내에 정부, 전문가, 의료계가 참여하는 ‘의료비용분석위원회’를 꾸린 상태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준비를 거쳐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박 2차관은 “치료에 필요한 자원의 소모량을 기준으로 삼다 보니,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의료인의 행위보다는 장비를 사용하는 검사에 대한 보상이 커졌다”며 “정부는 2012년부터 2017년, 2024년 세 차례에 걸쳐 상대가치 점수를 개편해 왔지만, 분야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달라, 고평가된 항목에서 저평가된 항목으로 수가를 조정하는 작업이 원활히 진행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가치 제도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대기시간, 업무 난이도, 위험도 등 필수 의료의 특성을 반영하거나 소아·분만 등 저출산으로 인한 저수익 분야의 사후보상제도, 네트워크 보상 등 ‘보완형 공공정책수가’를 적용해 필수 의료 분야를 제대로 보상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향후 의료 행위별 가격을 뜻하는 ‘상대가치 점수’에서 상대적으로 고평가된 영상, 검사 분야 등에 대한 상대가치 점수 산정 절차와 방식을 대폭 개편할 방침이다. 개편 주기는 2년으로 단축하고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체계로 전환한다.
  • [길섶에서] 기부

    [길섶에서] 기부

    지명도가 높지 않은 방송인이 기부금 확인서를 SNS에 올렸다. 보통 사람의 한 달 월급 수준을 넘는 액수다. “제법이다”라는 칭찬의 마음이 절반, “굳이 공개할 필요가 있나”라는 생각이 절반이다. 마약 혐의를 벗은 연예인이 3억원을 기부한 적이 있다. 자신이 세우는 마약퇴치재단에 낸 것이라 그러려니 싶다. 누명 쓴 사건을 사회 공헌의 계기로 삼은 데 박수를 보내기 충분하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들 한다. 선한 일을 할 때는 조용히 하라는 뜻이다. 좋은 일을 하면 알리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일 게다. 기부를 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가진 것을 나누고, 아픈 곳을 어루만지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일을 누군들 하고 싶지 않겠는가. ‘기부의 격차’에서 오는 소외감을 잠시 떠올린다. 하지만 궁핍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곤경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야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알게 하는 것은 ‘SNS 시대’에 불가피하지 않을까 한다.
  • [사설] 대위변제 급등, ‘밑 빠진 독’ 안 되게 설계 촘촘히

    [사설] 대위변제 급등, ‘밑 빠진 독’ 안 되게 설계 촘촘히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빚을 갚지 못해 보증기관이 대신 갚는 대위변제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자칫 서민 금융상품 부실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서민금융진흥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신용자를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15’의 대위변제율이 21.3%로 집계됐다. 전년(15.5%) 대비 5.8% 포인트 급등했다. 34세 이하 청년층 대상 상품인 햇살론 유스의 대위변제율도 9.4%로 전년의 약 2배로 뛰었고, 근로자햇살론도 10.4%에서 12.1%로 올랐다. 햇살론뿐만이 아니다. 현 정부의 핵심 정책금융 상품인 소액생계비 대출 연체율까지 지난해 9월 8%, 11월 10.5%에서 지난해 말 11.7%로 증가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대출 연체와 상관없이 저신용자에게 100만원의 급전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신용평점 하위 10%인 최저 신용자를 위한 특례보증 상품의 대위변제율도 14.5%에 달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추세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금융위원회 산하 신용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예상한 대위변제액은 총 5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보다 43% 늘어난 수준이다. 신보는 ‘소상공인 위탁 보증’ 사업 등을, 주금공은 무담보 세입자의 ‘전세자금보증’ 등을 지원한다. 서민금융상품은 저신용 금융 취약계층에게는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재원이 한정돼 대위변제가 늘수록 신규 지원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 금융회사가 역할을 분담해 서민금융 공급을 늘릴 필요가 있다. 햇살론15의 경우 평균 대출금리가 17%에 달하는 등 지나치게 고금리가 책정돼 연체율을 높인다는 지적이 많다. 보다 정교한 설계로 부실화를 줄여야 한다.
  • [나태주의 풀꽃 편지] 나의 길을 간다

    [나태주의 풀꽃 편지] 나의 길을 간다

    급히 볼일이 있어 풀꽃문학관에 나가 있던 날의 일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한 지인이 문학관에 찾아왔다. 시간 약속도 없이 불쑥 여러 명이 함께 찾아온 것이다. 보통 때, 일이 없을 때 같으면 느긋하게 시간을 갖고 이야기도 하고 노래도 불러 주고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것이 풀꽃문학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소임이라고 믿는 까닭이다. 그러나 그날은 사정이 그렇지 않았다. 여러 가지 내가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있었던 것이다. 밀린 우편물을 개봉하고 읽어 보는 일, 책을 정리하는 일, 외부에서 보내온 내 시집에 사인하는 일, 꽃밭에 나가 꽃들을 살피는 일 등등. 그래도 나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분이기에 상당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개 문학관을 찾는 분들은 정신적인 목마름 때문이기에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 사정이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나는 더이상은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그 정도에서 만남을 정리하고 싶었다. 내 사정을 밝히고 이만 만남을 마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방문객들은 아쉬움을 표현하면서 좀더 시간을 내달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일 때 나는 잠시 망설이는 마음이 된다. 이렇게 내가 시간을 너무 많이 쓰면 안 되는데, 오늘 하기로 한 일을 무작정 미루면 정말 곤란한데, 그런 난감한 생각 말이다. 이럴 때 이야기해 주는 말이 ‘당신들도 당신들의 길을 가십시오’란 말이다. 야속하게 들릴지 모른다. 좀더 이야기해 달라는데 무얼 그리 인색하게 구느냐 그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인생의 속성을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이다. 우리네 인생은 시간과 시간의 약속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인생의 자산이다. 누구도 빌려줄 수 없고 빌려 쓸 수도 없는 특별한 자산이 시간인 것이다. 시간을 얼마나 좋은 곳에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지도록 되어 있다. 나같이 나이가 제법 많은 사람은 더욱 시간이 급하고 귀하다.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대체 불가능 그 자체다. 나에게 시간을 달라면 돈을 달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그렇게 사람은 자기의 귀중한 시간을 소비하면서 자기의 인생을 산다. 그것도 혼자서 그 시간을 사용하면서 산다. 형식상 여럿이 같은 일을 하는 때에도 실은 혼자서 시간을 사용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인생이라는 것은 철저히 단독자라는 사실. 이것을 진즉 깨달아 알았어야 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방해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망가뜨려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다. 절친한 친구 사이에도 그렇고 가족 사이에도 그렇고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도 그렇다. 서로 소통하고 어울리고 조화를 이루며 살 뿐이다. 오늘도 나는 나의 길을 간다. 이보다 더 좋은 삶의 명제는 없다. 이보다 분명한 인생의 사명은 없다. 그 자체가 소망의 깃발을 세우는 일이요, 멀리 별을 품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인생에서 별을 품는다는 것. 그것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귀중한 가치다. 인생에서 별을 가진 사람의 삶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삶은 무엇이 달라도 다를 것이다. 별을 가진 사람의 삶은 어제의 일에 매몰되지 않고 내일을 향해 발돋움하는 삶이다. 무슨 문제나 잘못이 있다면 그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지 않고 자기 자신, 내부에서 찾을 것이다. “내 탓이요”라고 고백하는 삶이 바로 별을 지닌 사람이 지닌 삶의 자세다. 당신 마음속에 별을 가졌음을 축하한다. 그 별이 당신을 어디로 인도할지는 누구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별이 당신을 좋은 곳으로, 밝은 곳으로, 아름다운 곳으로 데려갈 거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것을 믿고 나아가는 당신의 앞날에 부디 내가 믿고 사랑하는 신의 가호가 있기를 빈다. 나태주 시인
  • 공사비 43% 뛰자 분담금만 ‘억’… 재건축 현장엔 ‘악’ 신음 소리만 [임창용의 부동산 에세이]

    공사비 43% 뛰자 분담금만 ‘억’… 재건축 현장엔 ‘악’ 신음 소리만 [임창용의 부동산 에세이]

    재건축 현장선 한숨만금천구 아파트 가구당 최대 9억 등분담금 부담에 시공사·조합 파열음 재건축 기대감 1기 신도시도 ‘냉랭’ 공사비 급등의 원인은3년간 핵심 원자재 가격 50% 껑충건설 노동자 인건비도 17% 상승규제에 길어진 공사 기간도 ‘발목’ 위축된 시장 풀어낼 대책은일부 단지들 고급화 거품 걷어내정부·업계 ‘원자재 비축’ 공동 대응공사비 키우는 노조 횡포 막아야 아파트 재건축 시장에 신음 소리가 가득하다. 공사비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사업이 무산되거나 아예 사업을 시작조차 못 하는 상황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체는 건설원자재와 인건비 급등에 수지를 맞추지 못해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고 재건축 조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추가 분담금을 감당하지 못해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올들어 정부가 대대적인 재건축 활성화 대책을 내놔 장밋빛 기대에 부풀었던 건설업계와 노후 아파트 주민들로선 난감할 뿐이다. 침체에 빠진 재건축 시장 및 공사비 급등 실태, 해법을 짚어 본다.●‘억’ 소리 분담금에 사업 무산·지연 속출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조합은 얼마 전 전용면적 31㎡ 소유자 기준 5억원의 추가 분담금을 통보받았다. 전용면적 84㎡를 받기 위해 책정된 분담금으로 현 시세 4억 6000만원을 웃도는 금액이다. 금천구 남서울럭키아파트도 가구당 최대 8억 8000만원의 분담금이 책정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용산구 산호아파트에서는 전용 84㎡ 소유자가 같은 면적의 아파트를 받으려면 4억 80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 하지만 이런 금액도 확정된 게 아니다. 공사 기간에 건설원자재와 인건비 등이 일정 수준 이상 오르면 추가 분담금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렇자 현장에선 시공사와 재건축조합 간 파열음이 잇따르고 있다. 도심과 가까워 사업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돼 온 서대문구 홍제3구역, 송파구 잠실진주아파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사업 등 이른바 노른자위 단지들까지 분담금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 수년간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시공사들이 사업 시작 때 책정된 분담금을 대폭 올렸기 때문이다. 재건축 기대감에 들떴던 1기 신도시에서도 분위기가 차갑게 식고 있다. 재건축이 본격화할 2~4년 뒤엔 공사비가 대부분 3.3㎡당 1000만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돼서다. 서울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사업을 시작조차 못 할 것이란 비관적 예측까지 나온다. 이런 분위기는 아파트 값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노후 수준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보면 지난 1월 연령 20년 초과 아파트가 93.3으로 가장 낮았다. 반면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는 96.5, 5년 초과~10년 이하는 95.1이었다. 정부 대책으로 노후 아파트 값이 상승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되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최대어’ 반포주공도 공사비 2배 뛰어 흔히 아파트 공사비가 ㎡(평)당 900만원이면 33평형 기준 3억원을 밑도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평)당 공사비는 총 공사비를 총 연면적으로 나눈 금액이고 여기서 연면적은 부지 내 전체 건물들의 누계 면적을 의미한다. 즉 주차장과 커뮤니티 시설, 경로당 등 각종 부대시설까지 포함돼 대개 실제 분양받는 아파트 평수에 1.5~1.6을 곱해 산출되는 것이다. 33평형 아파트의 경우 공사비는 약 4억원 중반이라고 보면 된다. 공사비 인상이 추가 분담금에 크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최근 수년간 재건축 사업에서 공사비는 얼마나 올랐을까. 앞서 언급한 홍제3구역 사업의 경우 2020년 시공사와 재건축조합 계약 당시 공사비는 3.3㎡당 512만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시공사는 898만원을 요구 중이다. 잠실진주아파트의 공사비는 66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북아현2구역은 490만원에서 859만원까지 올랐다. 강남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를 수주한 현대건설은 2019년 2조 6363억원으로 계약했던 공사비를 최근 4조 776억원으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3.3㎡당 548만원에서 828만원으로 수직 상승한 것이다. 남영동 제2구역과 마포로 1-10지구 사업장은 이미 1000만원을 넘겼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3.3㎡당 687만원으로 2020년(480만원)에 비해 43% 올랐다. 공사비가 이토록 오르는 건 건설원자재와 인건비가 유례없을 만큼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3년간 건설자재지수는 106.4에서 144.2로 35.6% 급등했다. 시멘트, 철근 등 주요 핵심 건자재 값은 50% 넘게 뛰었다. 인건비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의 ‘건설업 임금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건설업 노동자 하루 평균임금은 28만여원이다. 2020년에 비해 약 17% 상승했다. 각종 규제 강화로 인해 공사 기간이 갈수록 늘어지는 것도 공사비 상승의 원인이다. 층간소음 사후인증제와 안전기준 강화, 중대재해처벌법과 주 52시간제 시행 등이 대표적이다. 시공사로선 규제가 늘어난 만큼 손볼 곳이 많아 공사 기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들 규제는 대부분 지난해 이후 시행돼 앞으로 사업 진행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졌다.●고급화 거품 대신 내실 키워야 아파트 고급화도 공사비 증가에 큰 몫을 차지한다. 따라서 건설원자재값 급등처럼 대외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고급화 등의 거품을 과감히 걷어내야 사업 진행에 도움이 된다. 지난 수년간 정비사업 현장에선 고급 마감재에 특화 설계, 초고층 바람이 불면서 공사비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급화를 포기하고 사업성을 높이는 단지들이 늘고 있다. 잠실진주아파트와 북아현2구역 조합은 고급 마감재를 일반 마감재로 바꿨고 홍제3구역 조합은 최근 커튼월룩(유리패널 외관)과 단지 내 에스컬레이터 설치를 포기했다. 이들 단지는 이런 거품을 걷어내 3.3㎡당 공사비를 100만원 가까이 줄이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사업 규모가 클수록 규모의 경제가 작용해 단위면적당 공사비는 줄어들기 때문에 가능한 한 인근 단지들과 통합해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건설자재 수급 문제는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비해 항만 등에 대형 비축기지를 여러 곳 구축할 필요가 있다. 만성 수급 불안에 시달리는 골재 채취 관련 규제도 개선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때 치수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된 이후 하천 정비사업이 감소하면서 골재 채취량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환경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정비사업을 통해 골재 채취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건설현장에서 여전히 자행되는 건설노조의 횡포도 근절해야 한다. 지난해 말 경기도의 한 건축현장에서 비노조 레미콘 기사를 고용하자 건설노조가 차량을 동원해 주변 교통을 마비시키는 등 사업 진행을 방해해 며칠 뒤 결국 노조 소속 기사들을 채용한 사례가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단속이 강화된 뒤 대놓고 불법을 저지르진 않지만 교묘한 방식의 공사 방해는 여전하다고 한다. 과거 문제가 됐던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도 초과근무를 부풀리는 편법적 방식으로 부활하고 있다. 이를테면 한 달 10시간 초과근무를 하고 실제로는 60시간 초과한 것으로 수당을 요구하는 식이다. 노조의 불법 횡포는 공사 기간을 늘림과 동시에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강력하면서 지속적으로 단속해야 한다. 임창용 논설위원
  • 서울, 모든 임산부에 교통비… 6개월 거주 요건 폐지

    서울, 모든 임산부에 교통비… 6개월 거주 요건 폐지

    서울시가 서울형 산후조리경비·난임시술비에 이어 ‘임산부 교통비’ 지원에서도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요건을 폐지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의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의 하나로 서울에 사는 임산부 누구나 교통비 70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거주 요건을 폐지했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는 “초저출생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으로 아이를 낳고자 하는 가족에 대한 지원은 진입장벽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임산부 교통비는 서울에 사는 임신 3개월부터 출산 3개월 이내의 임산부가 편하게 이동하도록 1인당 70만원 상당의 바우처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용기한은 자녀 출생일로부터 6개월이 되는 달의 말일이다. 지역 제한 없이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부터 택시, 자가용 유류비, 기차까지 이용할 수 있어 지난 2022년 7월 시작된 이후 임산부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해에만 4만 167명이 지원받았다. 다만 사업 시행 이후 이사 등으로 거주요건을 충족되지 않아 850건이 반려됐다. 온라인 신청은 ‘서울맘케어’ 홈페이지에서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할 수 있다. 다만 임신 기간에 신청하려면 정부24에서 ‘서울시 임산부 교통비 지원’을 먼저 신청해야 한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임산부 교통비 지원 6개월 거주요건을 폐지했다”며 “서울시의 모든 임산부가 보다 편하게 외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17년 넘게 이웃 토지 침범한 건물 담장… 내 땅인 줄 알았다면 사용료 안 내도 돼 [법정 에스코트]

    17년 넘게 이웃 토지 침범한 건물 담장… 내 땅인 줄 알았다면 사용료 안 내도 돼 [법정 에스코트]

    2003년 서울 서초구에서 땅과 건물(대지 포함 297.1㎡·약 89평)을 산 A씨 일가는 17년이 지나서야 건물의 옹벽과 담장이 이웃의 토지를 침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이웃이 땅을 산 뒤 경계를 측량하다가 A씨네 옹벽 등이 침범하고 있는 사실을 파악하고 알려 줬기 때문입니다. 이에 앞서 이 이웃에게 땅을 팔았던 B씨는 자신이 소유권을 갖고 있던 2015~2020년 A씨 일가가 토지 일부를 부당하게 점유·사용했다며 3000만원가량의 사용료를 물어내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 일가는 자신들이 땅과 건물을 살 때 전 소유자로부터 옹벽과 담장이 타인의 토지를 침범했다는 사실에 관해 듣지 못했다고 항변했습니다. 민법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땅을 자신의 것이라 잘못 알고 점유한 ‘선의의 점유자’는 사용료를 물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 A씨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민법 제201조 제1항은 ‘선의의 점유자는 점유물에 대한 과실(이익)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1심 재판부는 그러나 “A씨 일가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옹벽·담장이 타인의 토지를 침범했음을 몰랐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반면 2심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2월 “A씨 일가는 옹벽·담장이 침범한 토지도 자신이 사들인 땅에 포함돼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잘못 믿었고, 그럴 만한 근거도 있었다”며 1심을 깨고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A씨 일가가 건물과 옹벽·담장을 신축한 당사자가 아니고, 옹벽·담장이 침범한 토지도 13.6㎡(약 4평)로 A씨 일가 전체 땅의 4.5% 정도에 불과해 당연히 자신의 것에 포함된다고 인식했을 법하다”고 봤습니다. 아울러 “B씨도 자신의 땅과 건물을 팔 때까지 경계 침범 사실을 알지 못하다가 다음 땅주인이 경계 측량을 한 후 문제를 제기하자 비로소 알게 됐다”며 A씨 일가가 사용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 선거 때만 2030 앞세워 ‘일회용 혁신’… 안 지켜도 그만 ‘청년할당제’ [총선리포트Ⅱ-청년정치와 그 적들<1>]

    선거 때만 2030 앞세워 ‘일회용 혁신’… 안 지켜도 그만 ‘청년할당제’ [총선리포트Ⅱ-청년정치와 그 적들<1>]

    총선이 다가오면 매번 청년 10% 공천과 같은 ‘청년 할당제’가 등장하지만 결국은 공염불로 끝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기득권 정치의 벽을 고려할 때 청년 할당제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다만 청년 정치인의 경쟁력 확보와 기성 정치권의 낙하산 방지 등을 전제 조건으로 제시했다. # 높은 기득권의 벽5060 상대로 경력·조직력 부족각 당 ‘할당제 확대’ 요구 증폭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청년 할당제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뜨거운 감자’다.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해 11월 텃밭의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 비례대표 당선권 내 청년 50% 할당 등을 지도부에 제안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민주당은 당규에 청년 10% 공천 규정을 만들어 놓았지만 이번 4월 총선에서도 20·30세대의 공천자 비율은 3.6%(지역구 기준)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의 ‘김상곤 혁신위원회’가 ‘청년 후보 1·2·3 할당제’를 내놓았다. 국회의원 후보 10%, 광역의원 후보 20%, 기초의원 후보 30% 이상을 청년 후보로 공천하겠다는 취지였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서 광역·기초 의원의 청년 공천 비율은 모두 16%였다. 또 당시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광역·기초 의원을 모두 50% 이상 청년에게 할당하겠다고 했지만, 공천 비율은 각각 11%, 9%에 그쳤다. 박성민(27) 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청년 할당제처럼 청년 정치를 위한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보여 주기식이거나 일회성인 경우가 많다”며 “혹시나 했는데 이번 공천도 달라진 게 없어 아쉽다. 국회는 다양한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데 세대 구성이 지난 총선보다 후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공천에서 떨어진 민주당의 한 청년 후보도 “청년은 당내 경선을 뚫고 공천받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5060세대보다 경력이 짧고 조직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청년 할당제 확대를 주장했다. 사단법인 한국선거학회의 2020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40세 미만) 할당제 도입과 관련해 조사 대상 1000명 중 469명(46.9%)이 ‘대체로 찬성’, 55명(5.5%)이 ‘적극 찬성한다’고 답해 과반이 청년 할당제를 옹호했다. 특히 40세 미만에서 긍정적 답변(58.5%)이 많았다.#국회도 찬반 팽팽청년 20%추천 선거법 개정 논의정당 자유 제약·형평성 문제 제기 다만 국회에선 청년 할당제 도입에 대한 찬반 여론이 팽팽하지만 선거가 지나가면 금방 식는다. 전국청년위원장을 지낸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 입성 직후 ‘비례대표 후보자 중 20% 이상 청년 추천’, ‘지역구 후보자 20% 이상 청년 추천 노력’ 등의 문구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2022년 7월 이후 1년 6개월 이상 후속 논의가 없다. 장지원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문위원은 해당 법안의 검토 보고서에서 “(청년 할당제를 명시한 법안들이) 정당의 자유로운 공직 후보자 추천권 행사를 제약하는 측면이 있고, 청년이 아닌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견줘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23년 국제의회연맹(IPU) 보고서에 따르면 스위스와 스웨덴 등은 우리나라처럼 정당이 자율적으로 청년 후보자 공천 여부를 당헌·당규에 규정하는 ‘정당 자율 할당제’를 시행 중이다. 반면 필리핀과 이집트 등은 ‘법정의무 할당제’를 도입해 정당의 후보자 공천 시 15~50%의 청년을 의무적으로 공천하도록 한다. #‘청년 정치’의 미래의회 다양화에 정당 투명성 필수할당 의무 ‘자기사람 꽂기’ 우려도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세대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면 청년 할당 보장 같은 강제성 있는 법과 제도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며 “청년 정치인도 최소한의 자격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년정치인 플랫폼인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는 “(강제성을 띠는) 청년 할당제를 통해서라도 우리 의회가 다양해져야 하는 건 맞지만 일단 거대 정당의 투명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며 “청년 할당제가 기성 정치권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사람을 꽂는 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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