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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경제를 위한 ‘4년 중임제’ 개헌/이영선 연세대 경제학 교수

    선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흔히 정치적 경기변동(political business cycle)이 나타난다. 정권을 가진 여당이 다음 선거에서 재집권하기 위해 선거 전에는 확장정책을 펴고, 선거 후에는 누가 정권을 잡든지 확장정책의 후유증을 막기 위해 긴축정책을 펴게 되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는 정치적 목적에 의해 경기변동이 야기됨을 말해준다. 안정적 정당제도 하에서 각 정당이 집권을 위해 최선의 정책을 펴고, 또 잠시 투표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 일시적인 확장정책을 시행하더라도 선거가 끝난 후에는 다시 다음 선거에서의 평가에 대비하여 긴축정책을 시행하게 되는 것이 선진국의 정치제도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선거 때마다 정당이 이합집산하고, 또 대통령도 단임제여서 선거를 통해 평가를 받아 재집권할 수 있는 기회가 봉쇄되어 있다. 그러니 내 임기만 무사히 끝내면 되는 것이고, 또 정당조차 안정적이지 못하니 후임자를 위한 고려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펴는 것은 고사하고, 오늘의 단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 후유증을 무시한 채 미봉책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해 왔다. 단임이었지만 유독 7년이라는 긴 임기가 보장되었던 전두환 대통령은 독재형 경제정책을 쓸 수 있었으며, 또 해외 여건이 좋았던 덕에 임기 초에 비해 임기 말에 월등 좋은 경제 상황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처음으로 5년 단임제를 적용 받은 노태우 대통령은 좋은 경제 상황에서 취임했으나 자리에서 물러날 때에는 우리 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좋지 않은 경제상황을 물려 받은 김영삼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돌입하면서 OECD에 가입하게 했지만, 임기 말에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수치스러운 외환위기를 맞게 하였다. 뒤를 이은 김대중 대통령은 극도로 어려운 경제를 이어받았는데 이를 성급히 임기 내에 해결하겠다는 욕망에 소위 카드채라는 문제를 만들어 내었고, 뒤이어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으로 하여금 취임 이후 경기 최저점을 맞게 하였다. 이렇듯 7년간 장기집권한 전두환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과거의 대통령들이 후임 대통령에게 어려운 경제 상황을 물려주어야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단임제 탓이 아닐까? 내가 잘해 본들 평가에 의해 다시 재임할 수 없다면 자기 임기만 끝내고 보면 될 것이 아닌가. 정당도 이합집산을 하니 내가 속한 정당을 위해 내가 잘해야 할 이유도 없지 않은가. 나중에야 어찌되든 오늘의 문제를 피해가는 미봉책만 쓰면 될 일이 아닌가. 우리는 오래전부터 정치 때문에 경제가 어렵게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말해 왔다. 이제 경제를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는 단임제를 고쳐서 중임을 가능케 해야 할 것이다. 한번의 임기를 잘 마치고 평가를 받아 다시 집권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올해 개헌을 통해 대통령이 4년 중임할 수 있게 하면 다음부터는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를 수 있으며, 또 총선과 대선 사이에 지자체 선거를 시행하여 거의 매년 치러온 선거 횟수를 줄여 잦은 선거에서 오는 사회적 비용을 낮출 수도 있을 것이다. 중임제와 더불어 도입해야 할 것은 국회의원들이 정당을 옮기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할 뿐 아니라 일정기간 피선거권을 갖지 못하게 하는 제도이다. 정당정치에서 국민은 개인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며, 정당들이 일관성 있는 정강정책으로 정치를 해서 국민 평가를 받게 해야 정당정치가 본연의 역할을 다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정부는 혁신과 개혁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다.4년 중임제만한 혁신과 개혁이 또 있을까? 이것이야말로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를 도약하게 하는 혁신이요 개혁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경제에 집중해야지 웬 개헌이냐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정치가 잘되어야 경제도 잘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제 경제를 위해 정치의 틀을 혁신해야 할 때이다. 이영선 연세대 경제학 교수
  • [사설] 투기자본 차단 취지는 좋지만

    정부가 한국 자본시장이 외국계 투기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했다는 비판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한다. 투기자본이 조세피난처를 활용해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내 세법에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외국과 맺은 조세조약도 실질소득이 발생한 한국이 부과할 수 있도록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과세영역 확대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려는 부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내에 들어온 뉴브리지캐피털이나 론스타 등이 금융기관이나 대형 빌딩 매매를 통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차익을 챙기고도 한푼의 세금을 물지 않은 데 따른 반(反) 외자정서를 감안한 조치로 이해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투기자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현실에 맞게 세법이나 조약을 개정키로 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조약 개정은 상대국의 동의를 전제로 하는 만큼 우리의 의지만으로는 성사되지 않는다. 더구나 조약 개정으로 입게 될 상대국의 손실도 보전해 주어야 한다. 정부가 내놓은 투기자본 대책이 ‘국내용’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제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투기자본과 투자자본의 구분도 쉽지 않다. 동북아 금융 ‘허브’를 지향하는 우리로서는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야 할 형편이다. 그래서 감정에 치우치지 않은 정교한 전략 수립이 절실한 것이다. 우리는 오늘날 주요 선진국들이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 횡포 차단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조약 협상 상대국에 효과적인 압력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국내외 자본간의 차별을 철폐하는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된 외국계 투기자본도 국내 자본 입찰 배제라는 특혜 속에서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 강남 내년 입주 1만 5천가구…서울 집값 변수

    강남 내년 입주 1만 5천가구…서울 집값 변수

    건설교통부는 내년 서울 강남지역에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가 올해보다 6000가구 정도 늘어난 1만 5000가구에 이른다고 6일 밝혔다. 이는 서울시 내년 전체 입주 아파트 4만 4508가구의 33.6%에 해당하는 것으로 82년(1만 7000가구) 이후 최대 물량이다. 특히 집값 상승폭이 큰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의 입주 물량은 올해 8864가구에서 내년에는 1만 4969가구로 늘어난다. 수도권에서 입주할 아파트도 20만 4000가구로 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다. 이 중 공공택지지구에서 입주하는 아파트가 7만 6228가구에 이른다.2007년에는 9만 5121가구,2008년에는 12만 1073가구가 입주하는 등 앞으로 5년 동안 46만 7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라서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점차 안정될 것이라고 건교부는 내다봤다. 서울 전셋값이 2002년 5월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 2003년 5월부터 2년간 연속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 전세가 대비 매매가 비율이 강남의 경우 42.9%까지 떨어져 전국 평균(57%)과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점도 추가적인 집값 상승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종대 건교부 주택국장은 “앞으로 수도권 집값이 오를 이유는 없다. 오히려 거품을 우려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기를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면 철저한 단속을 통해 엄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세계 자산운용사 20곳 유치”

    정부는 7월1일 발족하는 한국투자공사(KIC)의 외환자산 200억달러의 대부분을 외국자산운용사에 위탁, 세계 50대 자산운용사 중 20여개를 국내에 유치할 방침이다. 금융기관과 신용등급 BBB 이상의 기업(투자적격업체)에만 허용했던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발행도 오는 하반기에는 중소기업 등 투자부적격(정크본드) 업체로 확대, 채권시장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는 6일 동북아 금융시장을 홍콩 및 싱가포르와 3분하는 내용의 ‘동북아 금융허브’ 추진방안 및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3일 청와대 보고의 후속책이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비교우위에 있는 자산운용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KIC의 외환자산 가운데 70∼80%를 내국인 고용과 국내 주재 등과 연계해 외국자산운용사에 맡기기로 했다. KIC는 한국은행 외환보유고 170억달러, 정부의 외국환평형기금 30억달러를 위탁받아 운용한다. 재경부 관계자는 “외국업체가 들어오면 국내 30여개의 자산운용사와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국내 자산운용사의 구조조정뿐 아니라 시장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외국계 자산운용사는 11개다. 싱가포르투자청(GIC)도 내국인 고용 등의 조건으로 외환자산 138억달러를 외국자산운용사 38개에 위탁했다. 정부는 또 국내증권사와 외국의 대형 투자은행과의 합작이나 인수·합병(M&A)을 적극 유도,2015년까지 국내를 대표하는 1∼2개의 투자은행을 육성키로 했다. 회사채에 이어 직접금융시장에서 2위의 자금조달수단으로 부상한 ABS의 발행주체도 중소기업 등으로 확대, 정크본드 시장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감위는 하반기 중 자산유동화업무에 관한 관리규정을 고칠 계획이다.ABS는 기업의 매출채권 등을 담보로 발행되는 증권으로 2003년 27조여원에서 지난해 16조여원으로 줄었다. 한편 동북아 금융허브 계획이 실현되면 2015년에 ▲우리나라는 자산운용업과 구조조정 시장 ▲홍콩은 증시와 상업은행, 국제결제 시장 ▲싱가포르는 외환과 상업은행 시장 등으로 특화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했다. 주식시장은 아시아 5위에서 2∼3위로, 세계 50대 금융기관의 국내진출은 50%에서 80%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관리자에서 컨설턴트형 리더로

    “현충원 참배부터 시작되는 신임리더 양성과정은 공직자의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을 갖출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앙공무원교육원(원장 박명재)이 최근 ‘공무원교육이 변하면 나라가 바뀐다’는 혁신사례집을 냈다. 박 원장은 6일 “교육 혁신이 없으면 설 자리가 없고, 개혁의 불씨도 지필 수 없다는 절박한 생각으로 모든 것을 바꾸었고, 지금도 바꾸고 있다.”고 소개했다. 사례집에 나타난 우리나라 공무원 교육의 변화상과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교육은 상품… 교육생은 섬김 대상” 교육원측은 이전의 교육을 ‘승진을 위한 형식적 교육’,‘공무원의 교육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교육’,‘교육의 성과가 공무원의 의식과 행정의 변화에 연계되지 않는 교육’으로 정의했다. 지금까지는 공급자 위주의 교육이어서 교육생들도 시간때우기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외부여건도 크게 바뀌었다. 올해부터 각 부처가 민간연수원이나 공무원교육원 중 원하는 곳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때문에 교육원측도 긴장했다. 직원들간에 “교육생은 중앙공무원교육원이 없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중앙공무원교육원은 교육생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형성됐다는 것. 그러면서 “교육은 상품이고, 교육생은 섬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가치관도 생겼다는 귀띔이다. ●“이론교육에서 실전교육으로” 중앙부처 2·3급 국장급들을 대상으로 하는 고위정책과정. 그동안 지친 심신을 달래며 적당히 시간을 보낸다는 인식이 많았다. 하지만 내년부터 고위공무원단이 도입되면 공부하지 않는 공무원은 고위공무원단에 들어가기조차 어렵게 됐다. 이를 반영하듯 교육도 ‘맞춤형 교육’과 ‘실전형 교육’ 위주로 대폭 바뀌었다. ●신임리더 교육은 현충원 참배부터 교육원의 또 다른 임무는 국가의 핵심인재를 키우는 일이다.20세기에는 지시·명령·통제중심의 ‘나를 따르라(Follow me).’는 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했는데,21세기에는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위치에서 리더로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진단에서다. 그래서 앞으로는 구성원이 효율적으로 자기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참여와 컨설턴트형 리더(Let’s go)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관리자’과정보다 ‘리더’과정이 중요해졌다. 특히 행정고시를 거쳐 공직에 첫발을 내디딘 신임리더 양성과정은 대폭 바뀌었다. 이 과정은 국립현충원 참배부터 시작한다. 공직자의 기본자세와 마음가짐을 심어줘 공직에 있을 때 역사와 국민 앞에 부끄럽지 않은 공직자가 되라는 주문에서다. ●비 새는 시설 “추억속으로” 공무원교육원 건물은 25년 전에 지어졌다. 박 원장은 20여년 동안 말레이시아 공무원 교육을 맡아왔던 자부심을 갖고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가 그 나라의 최첨단 교육시설과 우리나라의 초라한 광경을 비교하다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참여정부 들어 장·차관들이 워크숍에 참석했다가 방안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없어 양치나 세면을 위해 20∼30분씩 줄을 서는 진풍경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낙후 시설에 대한 소문이 퍼져 결국 정부에서 시설보수를 해 이제 교육생들이 겪던 고통은 ‘옛일’이 됐다. 시설을 바꾸면서 건물의 이름도 모두 한글식으로 바꾸었다. ●“교육수출의 1호” 1984년부터 외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도 교육을 해왔다.60∼70년대 우리나라의 국가발전 경험을 배우겠다며 외국 공무원들이 배우러 오는 것이다. 그때부터 21년간 95개 국에서 2400여명이 다녀갔다. 이곳을 거쳐간 외국 공무원들은 주로 친한파(親韓派)로 바뀐다. 우리의 주요 정책을 벤치마킹해 간다. 외환위기 극복사례를 비롯해 서울시의 버스전용차로제와 행자부의 정보화마을 조성사업 등이 좋은 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서울광장] 굴러온 행운 포기하는 서민들/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굴러온 행운 포기하는 서민들/육철수 논설위원

    일정 소득 이하의 서민이 분양권을 땄을 때 은행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계약금 대출’이나 ‘이자 후불제’ 같은 것을 기금에서 도와 준다면 어떨까. 재건축 일반분양에는 당첨포기 아파트가 많게는 수십개씩 나온다. 이른바 ‘틈새시장’이라는 건데, 재건축 조합원이 아니거나 청약통장이 없어도 눈치 빠르면 아파트를 살 수 있어 그렇게 불린다. 대부분은 경제력이 없는 서민들이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 집들이다. 얼마전 서울 잠실의 재건축아파트 분양 때 일이다. 사업가 P씨는 지인으로부터 분양포기 아파트를 노려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이런 아파트는 선착순으로 분양되는데, 사업으로 바쁜 그는 고심끝에 대학생 3명을 구해서 50만원씩 주기로 하고 분양사무실 앞에 닷새 밤낮동안 줄을 세웠다. 덕분에 그는 누군가가 포기한 32평짜리 아파트를 계약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복을 가로챈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더란다. 부동산 전문가들에 따르면 분양가 6억원 남짓한 이 아파트는 입주하면 7억∼8억원은 거뜬하다고 한다. 아파트를 포기한 서민은 억대의 수익을 놓친 셈이다. 그로서는 은행에서 중도금대출을 받는다 해도 이자부담이 만만치 않을 테니 달리 방도가 없었을 것이다. 이러니 굴러온 행운조차 간직할 여력이 없고, 막말로 줘도 못 먹는 게 서러운 서민들의 신세다. 강남에 사는 사람들을 나쁘네 좋네 온갖 험담을 해대는 세태라지만, 요지 중의 요지인 강남에 수억대짜리 집 한 채 갖고 싶은 심정이야 서민이라고 다를 바 있겠는가. 그런데 경제력은 생각 않고 분양신청을 냈다가 덜컥 당첨되면 이게 그만 더 가슴아프게 만드는 것이다. 정부는 서민주거지원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국민임대와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3조원가량을 썼다. 국민주택자금 1조 7000억원, 한국주택금융공사를 통해 5조 8000억원(모기지론)을 3000만원 이하 소득가구의 주택구입자금으로 지원해 총 12만 가구가 혜택을 누렸다. 저소득층·근로자·서민 전세자금 지원도 연간 1조 5000억원에 이른다. 한해에 자그마치 12조원을 서민주거지원에 푸는 셈이다. 그러나 주택구입자금은 기존 주택을 매입했을 때 3억원 한도에서 지원해줄 뿐, 분양권의 경우는 특별한 지원이 없다. 국민임대주택은 임대기간이 30∼50년으로 반영구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저 거주의 개념일 뿐, 마음대로 팔 수 없어 재산적 가치는 별로다. 내집을 가져야 그래도 돈이 필요할 때 팔 수 있고, 더 큰 집으로 옮기는 데도 유용하다. 그러니 거주보다는 소유개념이 강한 우리 현실에서는 어떻게든 내집을 갖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일정 소득 이하의 서민이 분양권을 땄을 때 은행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계약금 대출’이나 ‘이자 후불제’ 같은 것을 기금에서 도와 준다면 어떨까 싶다. 그게 어려우면 분양당첨은 됐지만 계약능력이 없는 서민들로부터 ‘분양권매도신청’을 받아 분양권 양도를 제한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최소한 그들이 얻은 행운이라도 소득으로 연결시켜 주는 방법도 괜찮겠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 어려운 경제를 타개하기 위해 분양권 전매를 허용한 적이 있다. 은행들은 강남의 타워팰리스 같은 고가주택 매입자들에게 분양가의 90%까지 대출해 줬다. 그렇다면 서민들을 도와주는 데도 인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냥 대출해 달라는 게 아니고 분양권이라는 확실한 담보가 있고, 분양권 전매의 경우는 양도차익의 일정 부분을 세금으로 거둬들이면 될 것 아닌가. 강남 땅이 서민들에게 진입장벽이 높은 것은 분명하나 부자들의 전유물은 아니다. 돈이 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돌아서야 하는 서민들에게 인위적으로라도 진입 기회를 주거나 적어도 희망만은 잃지 않게 해주자는 얘기다. 정책적 판단이 선다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서민들에게 야속한 현실을 벗어날 길을 찾아주자는 뜻에서 해본 이런저런 생각이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유럽헌법 불똥 ‘유로화 휘청’

    유럽헌법 불똥 ‘유로화 휘청’

    유럽통합의 경제적 효과에 대한 회의론이 고조되면서 출범 6년째인 유로화와 유럽통화동맹(EMU)이 시련에 부딪혔다. 유로화 도입으로 물가가 뛰어오른 유럽연합(EU) 회원국에선 우파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EMU 탈퇴 및 유로화 사용 중지의 목소리를 높여가는 상황이다. 최근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유럽헌법 비준 반대 국민투표 여파로 유로화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가운데 이탈리아에선 현직 각료가 유로화 탈퇴를 주장했다. 독일에선 EMU 붕괴 가능성마저 제기됐다고 DPA통신 등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3일 로베르토 마로니 이탈리아 노동복지장관은 “유럽단일통화에서 벗어나 리라화를 재도입하는 방안을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지안 프랑코 피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총리 생각과는 다른 개인적 발언”이라고 수습했지만, 유로화 추락을 부채질하며 외환시장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이탈리아 연정에 참여 중인 북부동맹 등 극우 정치세력들도 최근 상황에 편승, 유로 동맹 탈퇴를 주장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유럽의 유로권 경제전문가들도 “실익이 없고 동유럽 빈국들만 살찌운다.”며 EMU체제의 붕괴 가능성을 지적했다. 일부 학자들은 유로화를 화폐로 채택하지 않은 영국의 성장이 훨씬 뛰어난데 반해 독일·이탈리아 등은 물가상승과 실업률 증가로 고통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티그룹은 유로화가 다음달 말쯤 1.11∼1.12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는 프랑스가 유럽연합 헌법을 부결시킨 직후인 지난달 30일 1.2469달러로 7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뒤 계속 추락하고 있다.3일 프랑크푸르트 외환시장에서 장중 한때 1.2226달러에 거래됐다. 한편 4일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베를린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프랑스와 네덜란드 국민투표 부결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국가들의 EU헌법 비준절차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영국에 대한 EU 보조금 지급 중단 필요성에는 합의하면서도 자국의 EU예산 분담금 증액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 합의를 보지 못했다. 이와 관련,4일자 파이낸셜타임스는 EU 분담금과 보조금을 둘러싼 주요 회원국간의 이견과 갈등으로 EU가 혼란속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U 예산의 20% 가량을 부담하는 독일은 분담금을 각 국 국내총생산(GDP)의 1%로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대부분의 서유럽국가 유권자들은 분담금이 빈국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열린세상] 경제적 민주주의를 이야기하자/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급속하게 이루어진 변화는 사회 양극화가 아닌가 싶다. 중산층이 무너지면서 우리 사회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지금, 우리 사회는 매일같이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한다. 물론 그것은 발전과 성장을 가져온다. 그러나 그것만을 강조할 때 우리 사회는 경쟁에서의 승리자와 패배한 자로 나뉘며, 전자는 높은 대가를 받는 반면 후자는 형편없는 대우를 받는 결과로 이어진다. 다시 말해 경쟁과 양극화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우리 사회의 불평등은 어느 정도일까?통계청이 발표한 지니계수를 살펴 보면, 외환위기 이전에는 2.8∼2.9 사이에 머물렀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3.0∼3.2 사이를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그 수치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의 정도가 높음을 의미하는 지니계수는 사회 불평등을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 중의 하나다. 또 일전에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올 1·4분기 도시가구의 소득 5분위배율(하위 20%계층의 소득에 대한 상위 20%계층의 소득 배율)은 5.87이었다. 이러한 소득 격차는 이같은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82년 이후 가장 큰 격차라고 한다. 나아가 소득 5분위배율의 대상을 도시 가구가 아니라 전국 가구로 확대하면 그것은 8.22에 달한다고 한다. 하위 20%계층이 100원의 소득을 올린다면 상위 20%계층은 822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 불평등의 실상인 것이다. 일반인들이 우리 사회의 불평등 정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끼는 것 중의 하나가 부동산문제인데, 그 불평등의 정도 역시 매우 심각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종합소득세 상위 10%계층이 전국 부동산의 74%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다시 말해 우리 국민의 90%는 겨우 26%의 부동산을 가진 채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버둥거리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양극화가 확대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사회, 그런 사회가 바로 우리 사회다. 그런 사회가 과연 ‘좋은 사회’인가? 가진 자로서는 매우 살기 좋은 사회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가지지 못한 자에게 그런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가 아니다. 그런데도 ‘분배’나 ‘복지’ 이야기만 나오면 ‘좌파’로 몰아붙이는 것이 우리 사회다. 그러나 사회 양극화가 이처럼 심화되고 있는 이 때, 분배와 복지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언제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어느 때보다 지금이야말로 분배와 복지, 즉 경제적 민주주의를 이야기해야 할 때다. 지금까지 경제적 민주주의와 관련된 용어와 담론들은 우리에게 좀 멀게 느껴졌다. 그것은 과거 우리가 추구해 왔던 민주화가 주로 정치적 민주주의에 치중되어 있었고, 경제적 민주주의와 관련된 용어와 담론은 냉전 반공주의가 지배하는 분위기 속에서 행여 오해받을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 때문이었다. 또 그간 사회 양극화가 덜 피부에 와닿은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추세 속에서 사회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제 우리 사회 민주주의 진전의 핵심은 경제적 민주주의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사회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경제적 민주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누가 나설 것인가이다. 누구보다 먼저 가지지 못한 당사자들이 그러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것은 불가피한 일인 동시에 인간답게 살 권리의 주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 않다는 데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그렇다면 누가 나서야 되는 것일까?국가, 적어도 그 국가가 민주적 국가라면 바로 그 국가가 나서야 된다. 구체적으로 말해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이 사회 양극화 해소와 경제적 민주주의를 위해 나서야 하는 것이다. 정해구 성공회대 정치학 교수
  • 일시불·할부서 리볼빙으로 카드결제 ‘새바람’

    일시불·할부서 리볼빙으로 카드결제 ‘새바람’

    김모(34)씨는 지난달 아버지의 회갑 기념 해외여행 비용 10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평소 카드사용액이 월 100만원 정도였던 김씨는 두 배로 늘어난 결제액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생활비와 적금을 빼고 나면 여유자금이 별로 없는 데다 100만원을 대출받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김씨가 카드사에 이런 상황을 설명하고 좋은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자, 카드사는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해 보라.”고 권유했다. 이달에 150만원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달로 넘길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카드사 직원은 “10여년 동안 한 번도 연체가 없는 우량고객이기 때문에 이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서 “주위의 우량고객들에게도 많이 선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카드결제 소비자가 정한다 카드결제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카드사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일시불 아니면 할부 방식의 결제가 고객의 선택권이 강화된 ‘리볼빙(Revolving)’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리볼빙은 청구된 카드 사용액을 한꺼번에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소득 등을 감안해 매월 결제 비율을 정하고, 결제하고 남는 금액은 다음달로 넘기는 일종의 ‘회전결제’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예전부터 일반화된 방식이다. 예컨대 카드 이용한도가 500만원인 회원이 한달 동안 200만원을 사용한 경우 결제비율을 20%로 정하면 돌아오는 결제일에 40만원만 우선 결제하고 나머지 160만원은 자금사정에 따라 비율을 정해 갚아나가면 된다. 카드사별로 리볼빙 비율은 다소 차이가 나지만 최소 10%에서 최대 100%까지 가능하다. 리볼빙에는 물론 수수료가 붙는다. 수수료는 고객의 신용도에 따라 다르다. 미국의 리볼빙 수수료율은 8.9∼20% 정도로 알려져 있고, 미국에 비해 조달금리가 비싼 국내 카드사들은 10∼24%의 수수료를 받는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 국내에서는 1999년 외환카드가 처음 리볼빙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고객들의 인식 부족과 ‘카드사태’ 등을 겪으며 정착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자산 건전성이 좋아진 카드사들이 우량고객에게 선택적으로 이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외환카드는 현재 33만여명에게 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2월 리볼빙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LG카드와 KB카드도 각각 10만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도입한 삼성카드와 우리카드도 대상 고객을 확대하는 추세다. 나머지 카드사들도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리볼빙 결제 시스템이 확대되는 것은 고객과 카드사에 모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목돈 지출의 부담이 줄어 안전하고 손쉬운 신용관리를 할 수 있다. 카드사는 안정적인 수입구조 확보와 로열티가 높은 고객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리스크관리가 관건 리볼빙 서비스가 정착되려면 고객들의 인식 전환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카드사들의 고객신용도 판별 능력이다. 리볼빙은 기본적으로 잔액을 오랫동안 깔아두는 것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리볼빙을 확대하다가는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외환카드 관계자는 “리볼빙은 결제방식의 다양화라는 측면에서 고객들에게 큰 혜택”이라면서 “카드사들이 당분간은 최고 우량고객들에게만 이 서비스를 실시하겠지만 점차 대상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리볼빙이 업그레이드된 결제 방식임에는 틀림없지만 리스크 관리 기법이 선진화되지 않으면 신용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리볼빙 서비스가 과열되는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최대경쟁은행은 씨티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대 시중은행 직원들은 최대 경쟁 은행으로 씨티은행을 꼽았다. 또 3년 이내에는 신한은행이 제일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금융전문 컨설팅사인 비즈아이컨설팅은 지난 3월 4대 은행 임직원 16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46.9%가 씨티은행을 최대의 경쟁은행으로 꼽았다고 3일 밝혔다. 이어 신한 31.9%, 하나 9.4%, 국민 4.4%, 홍콩상하이은행(HSBC) 4.4% 등 순이다. 이에 비해 향후 3년 안에 최대의 경쟁은행으로는 31.9%가 신한은행을 꼽았다. 씨티 22.2%, 국민 14.6%, 하나 9.5%, 우리 5.7%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이들중 47.7%가 이직이나 퇴직 의사가 있다고 답할 정도로 최근 직장생활에 대한 불만족도가 높았다. 한편 비즈아이컨설팅은 ‘3대 글로벌 은행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른 국내은행들의 대응전략’ 보고서를 통해 씨티,HSBC, 스탠다드차타드(SCB)은행의 국내 전략을 비교하면서 “HSBC가 외환은행 매각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파리 날리는 ‘동북아 금융허브’ 위기감

    정부가 3일 밝힌 외한자유화 일정과 금융인프라 구축 등은 참여정부가 공약사항으로 내세운 ‘동북아 허브’구상이 자칫 ‘공염불’로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나왔다. 정부는 2003년 12월 우리나라 금융업종을 ‘동북아 허브’ 뿐 아니라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처럼 특정 금융업종이 발전된 금융허브로도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세계적인 자산운용회사 피델리티가 들어온 것을 제외하곤 1년 6개월간 이렇다 할 유치실적이 없어 ‘동북아 허브’에 대한 국내외의 시각은 냉담하기만 했다. 특히 홍콩과 싱가포르의 벽을 넘기도 전에 중국 상하이가 국제금융도시로 급속히 성장, 비교우위가 있는 업종을 선택해 집중적으로 육성하지 않으면 한국은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때문에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겨 금융인프라의 토대를 구축한 뒤 비교우위가 있는 금융분야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생각이다. 과거 산업발전을 위해 정부가 철강업종 등을 적극 지원한 맥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비교해 우위가 있는 금융업종이 우리에게 있느냐는 것. 정부는 앞서 한국을 새로운 시장으로 변모시키든가 홍콩 등과 경쟁할 수 있는 국내기업을 키우는 방안을 생각했으나 현실적으로 시장을 먼저 키우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경쟁력을 갖춘 채권·구조조정·파생상품 분야와 자산운용업·투자은행·사모투자펀드(PEF) 등을 선도시장과 선도업종으로 각각 선정했다. 반면 국내 증권이나 보험업종 등은 자체 경쟁력이 떨어져 구조조정을 거쳐 투자은행으로 거듭나거나 선도업종의 발전에 따른 효과를 기대하는 후방산업으로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홍콩과 싱가포르의 금융시장 규모가 우리의 10배 이상되는 점을 감안하면 외환시장 개방의 속도와 폭을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이에 따라 시간이 걸리는 법개정에 앞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외국환 관리규정을 고치기로 했으며 숱한 비난을 감수하고도 해외부동산 취득의 한도와 요건을 먼저 완화하기로 했다. 재정경제부의 고위관계자는 “허브시장 육성을 위한 금융인프라 구축이라는 ‘큰 그림’보다 유학자녀를 위한 해외송금 규제완화라는 ‘작은 그림’에만 집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여론의 매’를 맞겠다는 각오지만 선진 금융업종으로 가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며 장기적으로는 국제적인 금융 네트워크를 짜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가 국경의 벽을 허물고 해외에서 모은 투자자금을 해외에서 바로 투자하는 자본시장의 마지막 단계로 바뀌는 시점에서 국내시장에만 집착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외국인을 위한 거주 및 생활환경이 미비하고 금융 이외의 각종 규제가 산재한 상황에서 외환시장의 문만 활짝 열었다가 제2의 환란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특히 외국인 투기자금의 횡포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힘없이 무너진 전례를 감안할 때 동북아 허브도 좋지만 정치적 일정에 따라 서두르지 말고 피해방지를 위한 대비책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금융허브 추진 주요내용 정부는 3일 금융인프라 구축, 선도 금융시장 육성, 국제적 네트워크 강화 등의 ‘금융허브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다음은 분야별 주요 내용이다. ●외환시장 규제완화 이달 중 해외부동산 취득 한도가 30만달러에서 50만달러로 완환된다. 유학용 송금도 현재 6개월 체류 기준에서 완화된다. 오는 2011년 끝날 외환거래 완전 자유화가 1년 이상 앞당겨지고 자본거래 허가제와 신고제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기업 외환이동 규제완화 하반기부터 국내외 기업의 본사와 해외지사간 운전자금 대출이 1000만달러 한도에서 자유화된다. 지금까지는 건별로 신고해야 한다. 전년도 수출입 규모가 각각 1억달러 이상인 기업의 송금방식 수출의 경우 증빙서류를 당국에 내지 않아도 된다. ●금융규제 개편 업계·전문가 등으로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연말까지 증권거래법·선물거래법·자산운용업법 등 자본시장 관련법률을 통합한다. 금융산업에 대한 조기경보시스템이 가동되며 금융회사별 전담검사역(RM)을 둬 금융회사의 리스크를 상시 점검한다. ●채권시장 활성화 국채의 원금과 이자를 분리해 따로 거래하는 국채 스트립제도가 도입된다. 내년부터 국내 비거주자의 원화채권 발행을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자유화하고 미국내 투자자들이 국내의 국채선물과 옵션을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면제증권’ 취득을 추진한다. 해외 신용평가회사들의 국내시장에 들어오도록 신용평가업 진입요건을 완화한다.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가 주축이 돼 외환위기 이후 축적된 구조조정 관련제도를 동북아 시장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선물시장의 위탁증거금을 차등화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위탁증거금의 외화예탁도 도입한다. 반도체나 원유 등에 대한 선물상품을 개발한 ‘헤지(위험회피)’ 수단을 마련, 동북아내 리더십을 확보한다. ●자산운용업 경쟁력 강화 한국투자공사(KIC)를 활용, 자산을 외국자산운용사에 위탁할 때 일정 규모 이상의 국내인 고용을 의무화한다. 역외 펀드의 설립조건을 완화하고 퇴직연금이 기업연금으로 원활하게 전환되도록 세제지원 방안을 마련한다. ●사모투자펀드(PEF) 및 투자은행 활성화 PEF 설정 및 운영과 관련된 규제를 완화, 외국 PEF 업체들이 지역본부를 국내에 둘 수 있도록 한다. 증권업계의 구조조정과 대형화를 유도, 투자은행으로 키우고 대형 증권사들이 외국 금융기관과 전략적 제휴나 M&A(합병·인수)를 추진토록 지원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해외부동산 취득 50만弗로 완화

    해외부동산 취득 50만弗로 완화

    이르면 이달 중으로 해외부동산 취득 요건 및 한도가 크게 완화된다. 개인이나 법인이 해외에서 주택과 식당, 모텔 등을 쉽게 구입할 수 있게 된다. 당초 2011년으로 예정됐던 외환거래의 완전자유화 시기가 1년 이상 앞당겨져 내년부터는 외국인들도 국내에서 원화로 채권을 자유롭게 발행할 수 있게 된다. 외국기업 유치 및 국내기업의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하반기부터는 국내외 기업의 본사와 해외지사간 운전자금 대출이 1000만달러 한도에서 자유로워진다. 3000만달러 초과시 당국에 신고해야 하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해외차입도 2∼3년내로 자유화된다. 정부는 3일 청와대에서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제 1차 금융허브회의’를 열어 한국을 국제금융의 중심지로 키우기 위한 외환시장 규제완화 등 ‘금융인프라 구축’ 및 ‘선도금융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정부는 우리 금융산업을 이끌 선도업종을 ▲자산운용업 ▲투자은행(IB) ▲사모펀드(PEF) 등 3개 분야로 선정하고 이를 육성하기 위해 외환자유화 일정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이상 앞당기기로 했다. 먼저 다음주에 외국환 관리규정을 고쳐 현재 30만달러 이내로 제한, 신고토록 한 해외부동산 취득규정을 50만 달러로 높이고 단계적으로는 전면 자유화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학간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본인이 2년 이상 살지 않더라도 배우자나 직계 존비속 등이 50만달러 이내에서는 외국에 집을 살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또 내년부터 18개 분야의 자본거래 허가제를 신고제로 바꿔 국내에서 외국인의 원화채권 발행과 신용파생거래를 자유롭게 허용할 방침이다. 금융기관과 기업의 외화차입 등 자본거래 신고제는 앞으로 3년 뒤부터 폐지하되 유사시 규제가 가능한 ‘세이프 가드’장치는 남겨두기로 했다. 다만 자본거래 신고제가 폐지돼도 ▲외국인 등 비거주자의 원화차입 ▲재무상태가 나쁜 기업의 단기 외화차입 ▲장외 신용파생거래 등은 신고제로 유지된다. 이와 함께 증권사의 구조조정을 유도, 투자은행으로 키우고 자산운용업의 경쟁체제를 높이기 위해 외국인에게만 판매되는 ‘역외펀드’의 설립 요건도 현재 자본금 100억원 이상에서 낮추기로 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대우건설, 외국투기자본 먹잇감

    대우건설, 외국투기자본 먹잇감

    대우건설을 잡아라. 대우건설 매각 시기가 점점 다가오면서 누가 인수할 것인지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말로 예정된 대우건설 매각에는 외국 자본과 토종 자본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외국투기자본이 무차별적으로 달려들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걸려들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알토란 건설사, 매수 경쟁 치열할 듯 자산관리공사는 당초 예정대로 연내 대우건설 보유지분을 매각하겠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주식은 자산관리공사가 45.33% 보유한 것을 비롯, 채권은행 등 채권단이 100% 갖고 있다. 대우건설은 올해 M&A시장에서 나올 대형 매물 중 하나이며 알토란 건설사라는 점에서 국내외 자본들이 모두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한 M&A전문가는 대우건설을 인수할 경우 수익률이 최소한 50∼6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외환위기 이후 침체를 거듭하던 대우건설은 그동안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경영정상화를 앞당겨 건전한 건설사로 다시 태어나는데 성공했다. 2000년 12월 기업 분할 당시 578%에 이르던 부채비율을 지난해에는 152%로 낮췄다.4년동안 무려 1조 9000억원의 빚을 갚았다. 수주 실적은 3조 4201억원에서 6조 624억원으로 늘었다. 자산관리공사는 매각 대금을 가장 많이 제시하는 기업에 팔겠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외국 자본이 대거 참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자금 가운데는 군인공제회 등이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린다. 자금력이 풍부한 건설사가 실적을 키우기 위해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어느 기업보다 M&A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 사냥꾼’먹잇감에 무방비 노출 문제는 외국 투기 자본이 인수할 경우 돈 되는 자산을 빼돌리고 껍데기 회사만 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무제한 경쟁입찰방식 매각으로는 외국 투기자본의 무차별 M&A를 막을 수 있는 길이 없어 남광토건이나 한신공영처럼 투자를 가장한 기업 사냥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 적대적 M&A를 막기 위해서는 건전한 자본가를 찾는 한편 우리사주조합 등에 의한 인수·합병이 바람직하지만, 현행 법테두리 안에서 적대적 M&A를 가려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매각작업이 본격화되면 투기적 자본이 대거 달려들 공산이 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김영진M&A연구소 김영진 소장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국 자본의 진출을 강제적으로 막을 수 없고, 단독 경쟁으로는 선진화된 그들의 전략·전술을 따라잡기 어렵다.”면서 “국내 자본이 뭉쳐 외국 자본에 대응할 수 있는 M&A기법을 개발해 경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선동열, 박찬호에 애정어린 조언

    “찬호, 정말 대견하죠.” 현역시절 ‘국보급 투수’로 불린 선동열(42) 삼성 감독에게 빅리그 통산 100승 달성의 초읽기에 들어간 ‘코리안특급’ 박찬호(32·텍사스 레인저스)는 남다른 느낌을 준다. 한때 자신이 몸담고 싶어했던 미국 프로야구에서 꿋꿋이 활약하며 ‘세 자릿수’승수를 눈 앞에 두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선수라도 자기관리가 확실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프로의 세계, 더욱이 낯선 이국 땅에서 명성을 떨치기도 힘들지만 슬럼프를 겪은 뒤 재기하는 게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체득한 데서 오는 동질감 때문은 아닐까. 롯데와의 경기가 비로 취소된 지난 1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선 감독은 박찬호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특유의 진지한 표정으로 “대견하다.”는 말과 함께 연방 고개를 끄덕인다.‘립서비스’ 이상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동안 찬호가 피칭하는 것을 보지 못해 기술적인 부분에서 달라진 점은 말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은 선 감독은 “한국에서도 100승 투수가 손을 꼽을 만한데 날고 기는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에서 해낸다면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후배에게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찬사를 보냈다. 물론 선 감독은 “100승,150승처럼 눈에 띄는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는 몸관리를 철저하게 해 롱런하는 투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애정어린 충고도 잊지 않았다. 선 감독은 일본진출 첫 해인 1996년 혹독한 부진으로 호시노 감독에게 ‘짐 싸서 당장 돌아가라.’는 모욕적인 대우를 받은 뒤 자존심을 다 버리고 뼈를 깎는 노력으로 결국 ‘나고야의 태양’으로 화려하게 떠올랐던 기억을 더듬었다. 그래서 더욱 2002년 FA대박을 터뜨리고 텍사스로 이적한 첫 해부터 지독한 슬럼프에 빠져 팬들과 지역언론에 의해 난도질을 당하며 만신창이가 됐던 박찬호가 올시즌 4년 만에 화려하게 재기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선동열은 전무후무한 3번의 0점대 방어율(86,87,95년)을 남기고 일본으로 건너가 최다세이브포인트 타이인 38SP를 작성한 ‘살아있는 전설’. 한·일 양국에서 15시즌을 뛰며 프로통산 156승 44패 230세이브를 남겼다. 반면 선동열의 플레이를 보고 꿈을 키운 박찬호는 한국인 최초의 빅리거로 매번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새로운 역사를 고쳐 쓰고 있다. 지난 94년 기록적인 12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태평양을 건너갔고 풀타임 빅리거가 된 지 꼭 10년째인 올시즌 통산 100승을 목전에 두고 있다. 선 감독이 박찬호를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지난 2001년 삼성-두산의 한국시리즈 6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에서였다. 당시 한국야구위원회(KBO) 홍보위원이던 선 감독은 오랜만에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은 박찬호와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면서 ‘슬라이더의 명인’답게 그립을 잡아보이며 비법을 전수하기도 했다. 10년 터울을 두고 등장한 위대한 투수들이지만,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난센스다. 활동했던 시기와 환경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 선 감독이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한국야구의 불세출의 영웅이라면, 박찬호는 IMF 외환위기 시절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으며, 불가능할 것 같던 한국인의 메이저리그 도전사에 이정표를 세운 ‘현재진행형’ 스타인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의문 하나.‘선동열과 박찬호 중 누가 더 위대할까’.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는 이런 질문들로 도배가 돼 있다. 비교를 하고 서열을 가려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선 감독은 어떻게 생각할까. 간단하게 튀어나온 말은 답이 될 것 같진 않았다. “뭐 다 끝난 얘긴데….” 대구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제일·하나銀 경계령’

    ‘제일·하나銀 경계령’

    은행권에 ‘제일·하나’ 경계령이 내려졌다. 선도은행(리딩뱅크)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저마다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몸집 불리기와 상품판매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최근 제일은행과 하나은행이 보여주고 있는 저돌적인 경영은 다른 은행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하다. 특히 자산규모 1위를 지키고 있는 국민은행과 2위 우리은행, 조흥은행과의 통합을 앞둔 신한은행 등 기존의 ‘강자’들은 “이러다가 추월당하는 게 아니냐.”며 위기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제일은행의 ‘나홀로 플레이’ 엔화스와프예금의 이자소득에 대한 원천세 수정신고 최종 시한이었던 지난달 31일 제일은행 본점은 숨가쁘게 돌아갔다. 수정신고 거부를 선언한 다른 은행들과 끝까지 보조를 맞추느냐, 아니면 ‘단독 플레이’를 할 것이냐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결국 제일은행은 이날 밤 원천징수분을 자신신고했고, 고객의 세금까지 모두 내주기로 했다. 다른 은행들로부터의 따돌림(왕따)이 뻔히 예견됐지만 국세청과 고객의 신뢰라는 ‘실리’를 추구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영국계인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에 인수된 제일은행이 국세청이나 재정경제부의 환심을 사는 한편, 다른 은행의 부자 고객들에게 자신들의 차별화된 행동을 보여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은 또 최근 경쟁 은행의 핵심인력을 스카우트하는 ‘도발’을 감행했다. 이달 중 딜러 70여명이 포진한 대규모 외환딜링룸 개설을 앞두고 신한은행의 외환파생상품 인력들을 수억원에 영입했다. 신한은행 신상훈 행장은 1일 사내방송으로 중계된 월례조회에서 “업무 환경이 힘들다고 해서, 유혹에 쉽게 빠져 자신의 거취에 대해 성급한 판단을 내리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곧 은행 이름을 바꿀 계획인 제일은행은 최근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기업금융 및 자산운용 분야 강화 등을 통해 공격 경영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씨티은행, 홍콩상하이은행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한 SCB는 기업홍보 책임자인 폴 메리지를 제일은행 부행장으로 급파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의 ‘대대적인 공세 하나은행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1일 예금보험공사에 대한투자증권 인수자금 4750억원을 납입하고, 새로운 경영진 구성도 끝내는 등 인수작업을 마무리했다. 연말 출범을 목표로 하는 금융지주회사의 골격을 갖췄다. 대투증권 인수로 금융상품 판매채널은 기존 하나은행 575개, 대투증권 71개, 하나증권 23개 등 669개로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향후 국내 펀드 판매시장의 절대 강자로 하나은행을 꼽고 있다. 하나은행은 또 1일부터 자동차 구입시 6개월 무이자 할부 등을 제공하는 ‘하나오토카드’를 발매하기 시작했다. 이 카드는 올들어서만 11번째로 나온 신상품이다. 카드업계가 보통 연간 3∼5개의 신상품을 출시하는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물량공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약한 카드 부문의 강화 없이는 경쟁력 확보가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면서 “신용관리에 관한 한 업계 최고를 자신하기 때문에 카드나 자영업자 대출과 같은 다소 위험성 있는 분야에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금융감독 당국이 무차별적인 주택담보대출 금리인하 경쟁에 경고를 보내자 가장 먼저 주택담보대출의 초기금리 감면제도를 없앴다. 타행대출을 상환하고 대출을 새로 받으면 금리를 감면해주던 제도도 폐지하는 등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은행권 관계자는 “업계 수위를 노리는 하나은행이 LG카드나 외환은행 인수에 적극 나서고, 외국계인 제일은행이 전방위 마케팅을 계속 진행시킬 경우 은행권에는 다시 한번 큰 판도 변화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
  • [민선지방자치 10년-1부]①주민들의 만족도와 인지도

    [민선지방자치 10년-1부]①주민들의 만족도와 인지도

    민선지방자치는 1995년 6월27일 4대 지방선거를 동시에 치러 출범했습니다. 올해로 10년을 맞았습니다. 민선지방자치는 관선 시절과는 달리 민원서비스 확대, 복지서비스 향상 등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나 무분별한 난개발 등 역기능도 초래했습니다. 서울신문은 경실련의 설문조사와 심포지엄,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의 여론조사, 전문가 의견 등을 토대로 1부와 2부로 나누어 민선지방자치 10년의 공과를 점검합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민선 지방자치시대 10년을 맞아 실시한 설문조사는 지자체들이 앞으로 행정서비스 개선노력을 어느 쪽에 집중해야 할지 일러준다. 국민들은 지난 10년간 민원·복지 등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지역경제 발전, 규제 완화, 환경보호 등에서는 아직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지방정부 민원서비스 전체적으로 지방정부의 민원처리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원처리 속도가 이전 관선 지자체 때보다 빨라졌다는 응답이 60.2%로 절반을 넘었다. 악화됐다는 의견은 전체의 4.4%에 불과했다. 공무원의 친절도에 대한 물음에는 ‘개선’이 56.6%,‘악화’가 9.0%였다. 민원서비스 관련 응답을 종합하면 쾌적성(‘개선’ 응답률 69.2%)-신속성(60.2%)-친절성(56.6%)-정확성(48.5%)-공정성(40.7%) 순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다. 경실련은 “공정성에 대한 평가가 다른 부문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공무원들이 개인적 친소관계나 권력 등에 흔들리지 않도록 더욱 노력해야 함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사회복지·환경문화 서비스 도서관·문화센터 확충 등 교육문화 부문에서는 ‘개선’ 50.0%,‘매우 개선’ 7.4%로 좋아졌다는 응답이 나빠졌다는 평가(8.8%)를 압도했다.▲생활체육(체육센터·생활체육공간 등) ▲복지시설(종합사회복지관·보육시설 등) ▲보건서비스 등에서도 후한 평가가 내려졌다. 경실련은 “민원서비스, 정보공개, 사회복지 서비스가 개선됐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73%에 이른다.”고 밝혔다. 환경분야에서는 적잖은 불만이 표출됐다. 환경관련 질문 중 ▲환경시설(하수처리장·상수도 등) 확충 ▲도시정비 등 부문에서만 개선됐다는 의견이 많았을 뿐 나머지 항목에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우세했다. 대기오염·수질오염 등 공해방지 부문에서는 나빠졌다는 의견이 39.8%로 개선됐다는 응답(13.4%)의 3배나 됐다. 친환경 건축·공사는 악화됐다는 응답이 32.1%로 개선됐다는 평가(20.9%)를 앞질러 난개발 등 우려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위생단속도 ‘악화’ 26.7%,‘개선’ 11.8%로 나타나 건축·위생에 대한 당국의 규제 및 지도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역경제와 행정규제 경제에 대한 평가는 바닥권이었다. 외환위기를 거친 데다 최근 몇년간의 경기침체가 맞물린 탓이 큰 것으로 풀이됐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물음에서 악화됐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운 46.4%로 나타났다.‘개선’은 15.9%밖에 안 됐다. 호남지역은 ‘악화’와 ‘개선’이 각각 25%와 33%로 긍정적인 평가가 더 많았지만 영남은 각각 42%와 17%로 정반대를 나타냈다. 기업 인허가와 관련해서는 관선 때보다도 나빠졌다는 응답(17.5%)이 개선됐다는 응답(16.2%)을 근소한 차로 앞서 아직 당국의 규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거래질서와 소비자보호 부문에서도 악화됐다는 의견이 36.0%로 나아졌다는 의견(10.1%)을 압도했다. 관광산업과 중소기업 지원 역시 ‘악화’가 ‘개선’의 두배를 차지했다. 바라는 자치단체의 미래상에 대해서는 ‘문화예술 중심’이 54.9%를 차지했고 ‘주거 중심’ 21.4%,‘정보학술 중심’ 13.5% 순이었다.‘상업 중심’과 ‘관광위락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은 각각 7.1%와 3.0%로 미미했다. 박지윤기자 jypark@seoul.co.kr
  • 자격증 따야 창업 가능

    내년 하반기부터 제과점, 세탁소 등을 운영하려면 국가가 정하는 전문 자격증을 따야 한다. 이·미용업체의 경우 자격증을 취득한 뒤 전문교육기관에서 3∼6개월 정도 교육을 받아야 취업이나 창업이 가능하다. 적자를 면치 못하는 영세 자영업체 100만개는 국가가 지원하는 컨설팅을 통해 업종 전환이나 점포 이전, 폐업유도 등의 구조조정을 받는다. 최홍건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31일 청와대에서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중소기업청 등이 마련한 음식·숙박·서비스, 봉제, 화물·택시운송, 소매업 등 4개 분야의 ‘영세 자영업자 대책’을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외환위기 이후 영세 자영업자들이 무분별하게 늘면서 창업과 휴·폐업을 반복하고 금융기관 대출이 부실해지는 등 국가 경제 차원에서 낭비 요인이 되고 있아고 판단, 공급측면에서 시장진입을 규제하고 경영안정을 돕기 위한 조치다. 대책에 따르면 시장진입이 쉬운 미용사의 경우 머리손질과 피부미용, 화장, 손톱손질 등으로 세분화, 분야별 전문 자격증을 취득한 뒤 전문교육기관에서 일정기간 교육을 받아야 취업이나 창업이 가능하다. 세탁소는 세탁기능사, 제과점은 제빵기능사 자격을 따거나 자격증 소지자를 고용해야 새로 영업을 할 수 있다. 산후조리원도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정부는 공중위생관리법과 식품위생법을 이같이 개정,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정부는 소매·음식·미용업종의 경우 올해부터 오는 2007년까지 100만개 업체를 상대로 ‘맞춤형 컨설팅’을 실시,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전환시키거나 퇴출 등을 유도한다.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육성법’을 올해 안에 제정키로 했다. 전국 주요 500개 상권의 정보를 2007년까지 데이터베이스화, 상권별 밀집도 지수도 발표된다. 예컨대 특정지역의 적정 한식당수는 9∼10개인데 실제 업체수는 이보다 많은 12개로 조사됐다는 식이다. 경쟁력 있는 재래시장은 새로 도입되는 ‘지역상권개발제도’에 따라 대규모 쇼핑몰이나 단층상가 등으로 재개발된다.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은 세계 상인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시장’으로 육성된다. 화물운송 분야에서는 냉장·냉동차 등을 제외하고는 내년 말까지 신규허가가 제한된다. 개인택시의 경우 한달에 한 차례 이상 승차거부 등을 하면 연간 벌점을 합산하는 ‘누적벌점제’를 도입해 영업허가가 취소된다. 법인택시는 영업차량의 운행이 정지된다. 현재 합승 등 택시의 불법행위는 건별로 처리돼 과태료만 물고 있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자영업 100만곳 구조조정] 자영업자 실태

    [자영업 100만곳 구조조정] 자영업자 실태

    31일 중소기업특별위원회에 따르면 2003년 현재 자영업자수는 총 240만이다. 이를 업종별로 보면 소매업이 27.3%, 음식업이 25.3%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이어 화물·택시운송업(12.1%), 이미용·욕탕·세탁업(6.3%), 숙박업(1.8%) 순이다. 자영업은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늘어나면서 취업자 중 자영업 종사자 비중이 29.5%나 된다. 미국(6.9%), 일본(11.8%)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8%의 두배를 넘어선다. 넘쳐나는 자영업자들의 실질소득도 2000년부터 계속 줄어들어 2003년 이후에는 임금근로자보다 낮은 실정이다.2003년 자영업자의 월 소득은 244만원, 임금근로자는 259만원으로 소득이 역전된 뒤 지난해에는 자영업자 248만원, 임금근로자 267만원으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자영업자 스스로도 경영이 어려운 이유로 과잉진입(65.7%)을 꼽았다.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지난 3∼4월 전국 8개 상권,16개 업종,1600개 점포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의 64.6%는 종업원이 1∼2명에 불과했다. 또 26.4%는 적자 운영을 하고 있고,64.0%는 생계유지 수준에 머무는 등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경기침체와 준비되지 않은 창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연구원이 3000개의 소매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업 준비기간 3개월 미만의 경우 월수익이 100만원도 안되는 업체가 47.4%나 됐다. 준비기간 3∼6개월은 월수익 100만원 미만 비율이 19.4%,6개월∼1년은 15.6%,1∼2년은 7.3% 등으로 창업 준비기간이 길수록 월수익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봉제업은 노후설비와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한 상태다. 산업연구원이 전국 200개 봉제업체를 조사한 결과 재봉기의 경우 10년 이상 된 노후설비가 54.5%를 차지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자영업 구조조정이 진입규제인가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공언해온 영세 자영업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관련부처들이 각종 전업 지원책과 경쟁력 강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핵심은 진입 규제다. 이·미용 등 개인서비스업의 분야별 전문자격제도 도입, 제과업과 세탁업의 국가기술자격제도 취득 또는 자격소지자 고용 의무화, 화물과 택시운송업의 지역총량제 도입이 이에 해당한다. 공급 제한을 통해 과잉 공급을 해소하겠다는 발상이다. 자영업을 구조조정할 수 있는 마땅한 정책 수단이 없는 정부로서는 일종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정부의 지적처럼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율이 29.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8%보다 2배 이상이나 높을 정도로 기형적인 구조다. 외환위기 이후 직장에서 내몰린 실직자들이 모두 창업에 나서면서 공급과잉 현상을 초래했다. 그러다 보니 창업 대비 폐업비율이 87%를 웃돈다.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자영업자 때문이라는 당국의 인식이 전혀 틀린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공급을 규제해 자영업의 시장질서를 바로잡겠다는 발상은 잘못됐다.‘10·26대책’ 이후 일련의 부동산정책에서도 확인되듯 공급규제식 단기 처방은 시장의 흐름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또 다른 부작용만 낳는다. 따라서 우리는 자영업도 자유로운 진출입을 통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선에서 정부의 역할도 멈추어야 한다고 본다. 자영업자들의 실질 소득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정부가 생사의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시일이 다소 걸리더라도 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통해 자영업의 퇴로를 마련해주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공급 규제보다는 총수요 진작이 경제를 살리는 길이다.
  • 反시장 ‘新코아비타시옹’… ‘유럽합중국’ 급제동

    反시장 ‘新코아비타시옹’… ‘유럽합중국’ 급제동

    프랑스의 유럽헌법 비준 거부는 미국과 아시아 등 ‘이머징 마켓’에 밀리고 있던 유럽 경제의 회복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한편 현재 12개국이 가입돼 있는 단일 통화권(유로권) 확대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는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3.3%에서 3.6%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12개 유로권 회원국의 성장 전망은 당초 1.9%에서 지난달 24일 1.2%로 낮춘 바 있다.‘늙은 유럽’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셈. 독일과 프랑스의 기업실사지수는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독일(9.8%)을 비롯,12개 회원국의 실업률은 7개월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여기에다 프랑스의 부결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유로화는 이달에만 2.2%가 빠져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ABN암로의 외환투자전략가 데이비드 모지나는 “이번 부결로 달러와 유로의 현격한 차이가 확인됐다.”고 짚었고 바클레이즈 캐피털의 애널리스트 조던 코틱도 “유로당 1.20달러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미 충격이 시장에 충분히 흡수됐기 때문에 더 이상의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30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유로 대비 달러 환율이 지난주 말 종가 대비 0.58센트(0.46%) 내린 1.2527달러를 기록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유럽증시는 프랑스 CAC-40 지수와 네덜란드 AEX 지수가 각각 0.8%와 0.3% 하락하는 등 큰 폭의 변동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좋지 않은 경제 상황에다 프랑스의 부결로 인한 유로 하락까지 겹칠 경우 유럽이 스태그플레이션 확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수출원가 인하 등 약간의 수혜를 제외한다면 유로화 하락은 물가상승 압력과 경제의 불투명성을 더욱 높여 기업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만연된 ‘저성장-고물가’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는 걱정이다. 유로화 약세는 유럽연합(EU) 최대 야심작인 유로화의 존립 근거를 흔들어 아직 유로화를 채택하지 않은 국가들의 ‘결심’을 늦춰 경제통합 일정을 되돌릴 수도 있다. 영국도 현재 유로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0일 이번 부결로 저조한 경제성장 시기에 유로권에 대한 의구심을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세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유럽은 21세기 경제적 도전에 어떤 방향으로 접근해갈 것인지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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