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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년 4분기 성장률 0.4% ‘저성장의 늪’

    지난해 4분기(10~12월) 경제성장률이 반 토막 났다. 윤달로 결혼을 미룬 데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까지 더해져 소비가 주저앉았기 때문이다. 세수 부족으로 사회간접자본(SOC)에 대한 투자도 줄었다. 이 바람에 연간 성장률도 당초 추산했던 3.4%보다 낮은 3.3%로 최종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23일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4% 늘었다고 밝혔다. 직전 3분기(0.9%) 성장률의 절반 수준이다. 2012년 3분기(0.4%) 이후 9분기 만에 가장 낮다. 분기 성장률은 2013년 3분기 1.1%까지 높아졌다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2분기 0.5%로 떨어졌다. 3분기에 0.9%로 회복되는 듯싶더니 다시 가라앉았다. 연간 성장률도 3.3%에 그쳤다. 2013년(3.0%)보다는 높지만 1년 전 정부 전망치(3.9%)에는 한참 못 미친다. 부문별로 보면 수출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2008년 4분기~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출 둔화와 이에 따른 제조업의 마이너스성장이 2분기 연속 이어져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건설투자(-9.2%)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9.7%) 이후 최악이다. 민간소비도(1.0%→0.5%)도 반 토막 났다. 정 국장은 “윤달 영향이 단통법 (시행에 따른 휴대전화 소비 감소) 영향보다 더 컸다”고 설명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유로화 폭락

    유로화 폭락

    23일 서울 을지로 외환은행 딜링룸에서 한 직원이 시황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이날 유로화 환율은 전날보다 유로당 28.17원 떨어진 1233.50원에 마감됐다. 유로화 가치는 전날 나온 유럽중앙은행의 1400조원 돈 풀기 발표로 급격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 ‘횡령’ 하이마트 선종구 前회장 집유

    하이마트 매각 과정에서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회사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선종구(68) 전 하이마트 회장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이범균)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선 전 회장에게 “하이마트 대표이사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회사 자금을 횡령해 아들의 유학 자금으로 쓰고 외환 거래를 신고하지 않았다”며 징역 10개월에 집유 2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선 전 회장이 수백억원대 횡령, 수천억원대 배임, 760억원대 조세포탈 범행 등을 저질렀다며 징역 7년에 벌금 15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업무상 횡령 혐의 일부와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일부만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선 전 회장이 2005년 1차 하이마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홍콩계 사모펀드의 인수 자금 대출에 회사 자산을 담보로 제공해 회사에 2400억여원의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 2008년 2차 매각 과정에서 유진그룹의 하이마트 인수를 도와준 대가로 현금 400억원과 하이마트 주식 40%를 액면가로 챙긴 혐의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선 전 회장과 이면계약을 맺은 혐의로 기소된 유경선(60) 유진그룹 회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두란노 아버지학교 창립 20년 김성묵 상임이사·한은경 본부장 부부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두란노 아버지학교 창립 20년 김성묵 상임이사·한은경 본부장 부부

    두란노 아버지학교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그동안 국내외 61개국에서 30만명이 수료했다. 많은 아버지들이 이 학교를 통해 존경받는 아버지이자 좋은 남편으로 거듭났다. 이혼 직전까지 갔던 위기의 가정이 회복되는 등 놀라운 일들이 이어지고 있다. 16년 전에 시작된 두란노 어머니학교도 40개국에서 수료자 10만명을 배출하며 많은 변화를 이끌고 있다. 가정 해체가 속출하는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가정회복운동을 이끌어온 김성묵 두란노 아버지학교운동본부 상임이사와 한은경 두란노 어머니학교운동본부장 부부를 만났다. 이들은 아버지의 부재와 어머니의 정체성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비결로 “삶의 실천을 통한 관계 변화”를 꼽는다. 인터뷰는 지난 15일 서울 서초구 바우뫼로 두란노 아버지학교운동본부에서 진행됐다. →아버지학교를 시작한 계기는. -김 이사) 온누리교회의 고 하용조 목사가 1991년 가정사역 프로그램을 만들어 달라고 내게 말한 게 계기가 됐다. 교회에 등록한 지 1년도 안 됐고 처음 본 내게 그런 말을 하기에 ‘그런 게 있으면 우리가 들어야 하는데’라고 생각했다. 당시 우리 가정이 깨지기 일보직전 상태였기 때문이다. 회사에 다니며 접대한답시고 1년 365일 술 먹고 밖으로 돌다 보니 그 지경에 이르렀다. 아내는 이미 이혼을 결심했으나, 초등학교에 다니던 큰아들에게 “이혼하면 누구와 살래”라고 물었다가 “나는 엄마도 좋지만 아빠도 필요해”라는 한마디에 이혼을 접었단다. 열심히 살았지만 방향과 관계가 엉망이니 가족이 힘들어졌다. 뒤늦게 “내가 잘못 살았구나”라고 깨닫고 아내에게 용서를 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기도하는 가운데 “너희를 준비한 것이 이때를 위함이 아니냐”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한숨과 함께 “하나님의 뜻인가 보네. 해보자”는 답을 얻었다. 우리는 싸우고 인내하며 준비했다. 그러면서 부부 관계가 회복됐다. 아버지가 관계의 뿌리라는 것을 깨닫고 1993년 온가족이 참여하는 가정훈련학교로 가정사역을 시작했다. 이어 1995년 10월 아버지학교가 시작됐다. 1기로 참여해 ‘참 필요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1997년부터 맡아서 운동으로 전환해 지금까지 하고 있다. 초기에는 사람들이 하도 안 와서 문을 닫을 뻔했다. 그러다가 외환위기가 터지자 고개 숙인 아버지들이 몰려왔다. (아버지학교는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는 슬로건 아래 진정한 아버지의 권위가 무엇인지를 알게 함으로써 건강한 가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운동이다. 초기에는 기독교인 대상 일반아버지학교로 시작했으나 외환위기 이후 일반인들이 많이 찾아오면서 비기독교인 대상 열린아버지학교가 2004년부터 개설 운영되고 있다. 강의와 함께 가족에게 편지 쓰기와 안아주기 등 과제를 하고 반응 등을 공유하기, 아내의 발을 씻어주는 세족식 등이 관계 변화의 촉진제가 된다. 미혼 남성을 대상으로 한 예비아버지학교, 재소자를 상대로 한 교도소아버지학교, 부부가 함께하는 부부학교 등도 열린다. 해외 60개국 247개 도시에서 열린 아버지학교에 교민뿐 아니라 현지인까지 포함해 5만여명이 참여했다.) →아버지학교를 통해 개인과 가정에 큰 변화를 일으킨 비결은. -김) 요즘에는 삶의 실천의 장이 없다. 아버지학교는 과제를 통해 상대방의 반응을 공유하니 역동이 일어난다. 안아주니 아내가 좋아하더라고 하면 다른 사람들도 하게 된다. 그런 게 관계 변화를 이룬다. 그러니 행복해지고, 행복해진 사람은 그 행복을 유지하려고 한다. 교육은 듣고 끝나지만 실습의 장을 계속 열어놓는 것이 좋은 효과를 내고 계속 하고 싶게 자극한다. →20주년을 맞는 감회가 남다를 텐데. -김) 전문가도 아닌데, 대장암 3기로 수술과 항암치료를 하며 개인사업을 내려놓고도 여기까지 온 게 감사할 뿐이다. →보람과 성과는. -김) 아버지학교를 통해 부부가 10년씩 따로 살다 회복되거나, 알코올중독에서 회복되거나, 이혼 직전에 회복된 가정이 무수히 많다. 아이들이 아빠에게 상처를 받았다가 회복되는 등 관계회복 사례는 끝이 없다. 삶의 방향을 돌린 사람들도 많다. “아버지학교 덕택에 우리 가정이 살아났다”는 말을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 →교도소나 외국인 근로자, 다문화가정, 노숙자 등 소외계층을 위한 아버지학교의 반응은. -김) 어려운 사람일수록 감사하는 마음이 크다. 인성회복 프로그램으로 모든 교도소에서 다 열린다. 아버지의 사랑이 무엇인지 깨닫고 소중하게 느낀다. 교도소에서 세수와 목욕을 전혀 안 하던 분이 아버지학교를 하면서 세수와 목욕을 하고 옷을 갈아입어서 교도관이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학교 사람들이 나를 안아주는데 냄새가 나면 안 된다”고 하더란다. 노숙자가 가정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결국은 사랑과 보살핌, 배려가 중요하다. →가부장제가 심한 나라를 비롯한 해외에서도 현지인 대상 아버지학교가 활발한 이유는. -김) 해외도 원리는 똑같다. 문화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아버지들의 부재, 무책임이 문제다. →아버지학교가 성년을 맞아 새롭게 도약할 계획은. -김) 주 고객이 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아내와 자녀들이더라.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 그들에게 더 적극 다가가려고 한다. 새로운 시대 요청에 따라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이다. 젊은 아빠들을 위해 5주 대신 3주 코스로 압축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 할지 등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 은퇴자에 대해서는 노후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령화사회를 미리 준비하도록 할 계획이다. (어머니학교는 올바른 자아상을 회복함으로써 행복한 아내이자 좋은 어머니가 돼 가정을 회복시키도록 하기 위해 1999년 시작됐다. 기독교인 대상 일반어머니학교와 비기독교인 대상 열린어머니학교를 운영한다. 시어머니와 장모, 재소자와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어머니학교도 열린다.) →어머니들은 어떤 걸 배우나. -한 본부장) 여성들이 강해지다 보니 남성을 비하하는 유머가 많이 나오는데 원인을 깨우쳐야 한다. 엄마보다 전문직 여성이 되는 게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어머니가 건강하고, 아버지를 살려야 가정이 건강해진다. →시어머니와 장모 학교가 눈길을 끄는데, 효과는. -한) 신혼부부가 깨지는 과정에 어른들의 개입이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애를 1~2명 낳아 전력투구하다 보니 쉽게 떠나 보내지를 못해 간섭과 조종을 하게 된다. 자녀를 대리 배우자로 삼아서 문제다. →교도소나 다문화가정 대상 어머니학교는 어떤가. -한) 반응이 굉장히 뜨겁다. 평생 한 번도 안겨본 적이 없고, 사랑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는 여성들이 많다. (한 본부장은 ‘엄마가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다’에서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여성이 행복한 아내로, 따뜻한 엄마로 설 수 있다고 말한다. 먼저 나 자신과 화해해야 건강한 엄마가 되고, 부부가 하나가 돼야 행복을 느낄 줄 아는 아내가 되며, 자녀를 경건하게 양육해야 건강한 사랑을 베푸는 엄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이사는 ‘좋은 남편 되기 프로젝트’를 통해 ▲부모를 떠나 아내와 한 몸을 이루라 ▲모든 일에 아내와 의논하라 ▲아내에게 사랑을 표현하라 ▲자녀 양육에 적극 참여하라 등 존경받는 좋은 남편이 되는 21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가정이 위기라고 한다. 가정을 바로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바람직한 역할은. -한) 완벽한 엄마가 되려고 하는데 완벽한 엄마는 없다. 사랑하려고 애쓰는 것이면 충분하다. 가정이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줘야 한다. 엄마가 자녀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은 자녀들에게 아버지를 긍정적으로 경험시키는 것이다. -김) 어머니는 가정을 따뜻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버지는 자녀들의 어머니를 사랑하고 존중하고 배려해서, 아이들의 가장 소중한 존재인 어머니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고, 독립을 성취하게 해야 한다. 아버지와의 관계가 풍요로운 아이들이 사회성이 높다. 부부가 하나가 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 부모와 자녀 관계보다 먼저 부부가 하나 되지 않으면 효도든 자녀 양육이든 모두 어렵다. →맞벌이 부부가 직장과 가정생활을 모두 잘하려면. -김) 물이 위험한데 좋다고 그냥 들어가면 빠져 죽는다. 수영을 배워야 한다. 부부 생활도 마찬가지다. 익사율이 높다. 특히 맞벌이 부부는 집안일과 양육문제 등을 감안할 때 관계 훈련을 더 받아서 가정을 어떻게 꾸릴지에 대해 일치된 방향을 가져야 한다. 투자한 만큼 행복해진다. →결혼을 안 하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안 낳는 사람들이 많다. -김) 그분들의 심정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결혼 생활의 가장 큰 기쁨은 자녀를 키우는 재미다. 아이를 키우며 성숙해지고 삶이 풍성해진다. 사회적 의무 차원에서도 아이를 낳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은 국가의 심장이다. 국가에는 국민과 국토, 주권이 있어야 하고, 그중 국민이 가장 중요하다. 국민은 가정에서 만든다. 결혼을 잘 안 하고, 출산율은 세계 최저, 이혼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가 회복되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가정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김) 가난해도 알콩달콩, 오순도순, 싱글벙글 좋은 관계 속에서 부모가 가정을 지키고, 서로 양보할 줄도 알고, 노인을 공경하는 그런 게 행복이다. 가족 관계가 행복해야 한다. -한) 돌아갔을 때 편안하다는 느낌을 주고, 돌아갈 곳이 되어주는 것이 행복한 가정이라고 생각한다. →100세 시대를 맞아 노후를 보람 있게 보내려면. -김) 건강과 재정, 취미활동도 좋지만 부부 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사는 데 가장 고귀한 것은 봉사활동 등 의미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갈등을 겪으며 살아가는 부부들에게 조언한다면. -한) 이기적인 사람들의 만남이라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갈등을 너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보면 좋겠다. 결혼하면 행복해지겠지 하는 막연한 생각은 위험하다. 서로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지 않고 살 필요도 있다. -김) 갈등이 있으면 잘못 만났다고 탓할 게 아니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배워야 한다. 갈등의 원인이 성격 차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거짓말이다. 성격은 돌이킬 수 없으나 연애할 때는 행복했다. 아버지학교를 거쳐도 성격은 변하지 않지만 행복하다. 관계훈련을 하기 때문이다. 가정이 무엇인지, 행복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훈련해야 한다. 한국인이 사회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가정교육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똑똑해지지만 양보하고 배려하는 인성과 사회성은 무너지고 있다. 가정에서부터 인성교육이 안 되고 상처와 분노가 생기기 때문이다. 김주혁 선임기자 happyhome@seoul.co.kr ■ 김성묵 상임이사·한은경 본부장 부부는… 김성묵(67) 상임이사와 한은경(65) 본부장은 캠퍼스 커플이다. 고려대 사학과 4년 선후배인 이들은 학창시절부터 열렬히 사랑하며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김 이사는 대학교수의 꿈을 포기하고 취업하며 1974년 마침내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이혼 직전까지 갔다가 가정사역을 계기로 회복했다. 김 이사는 외국항공사 등을 거쳐 1991년부터 개인사업을 하다가 2002년 대장암에 걸린 뒤 접었다. 한 본부장은 중학교 교사를 6년간 하다가 육아를 위해 전업주부가 됐다. 그러던 중 아버지학교와 어머니학교를 맡으면서 강사 등으로 국내외에서 맹활약 중이다.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 석사과정을 나란히 수료했다. 아들 둘에 손자가 4명이다.
  • 김광수 경제연구소장, 시민공부방 ‘시대의 반란’ 꿈꾼다

    김광수 경제연구소장, 시민공부방 ‘시대의 반란’ 꿈꾼다

    2000년 5월 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소라 하면 정부 또는 대기업이 만든 연구소가 상식이라고 믿어지던 때였다. 정부 또는 재벌의 정당성 및 이해관계를 논리적으로 뒷받침하는 연구소가 아닌 민간연구소는 낯설기만 했다. 심지어 개인의 이름 석 자를 내건 연구소였다. 다른 나라에야 매킨지, 브루킹스, 딜로이트, 노무라 등 개인 이름을 가진 연구소가 많았지만, 한국적 정서와는 거리가 멀었다. 주변의 많은 이들은 순수 민간 싱크탱크의 필요성은 인정한다면서도 한결같이 만류했다. 차라리 정부에 들어와서 일하는 게 어떻겠느냐는 고위 관료들의 제안도 잇따라 받았다. ●“순수 민간 싱크탱크 필요성 절실했죠”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56) 소장 얘기다. 그는 대학, 대학원에서 재무이론과 투자이론을 공부했고, 노무라경제연구소 연구부장을 지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 환란의 발생 원인도 모르고, 수습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과 함께 한국의 브레인 역할을 자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을 보면서 민간 싱크탱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20일 경기도 고양시의 연구소에서 만난 김 소장은 한국 사회 20~40대 젊은 세대의 역량을 크게 평가하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젊은 세대를 ‘2040 자식세대’로 표현했다. “2040 자식세대는 한국 사회의 첫 지식세대로서 정보통신혁명의 주체이며 자기 삶을 결정하고 자기가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한국처럼 젊은 세대의 열정과 역량이 넘치는 사회도 없습니다.” 연구소는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시민공부방모임을 시작했다. 현재 70여곳에서 1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별로 꾸려진 시민공부방모임에 연구소는 동영상 자료 또는 경제를 중심으로 한 주거, 교육, 복지 등 자료를 제공하고 그를 토대로 공부하고 토론하는 형식이다. 어렵고 딱딱한 경제학의 대중화, 학문의 생활화를 구현하는 공간이다. 여기 모인 이들 역시 20~40세의 학생, 직장인, 전문인 등 젊은 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김 소장의 말마따나 한국 사회의 희망을 만드는 자식세대들이다. 김 소장은 “이제 죽을 때까지 평생 공부를 해야 살 수 있다”면서 “학교가 아니라도 사회에서 누구나 쉽게,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시민대학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안에 300~500개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공부의 주제와 범위 역시 앞으로 철학, 역사 등 인문학까지 포괄하며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소의 시민공부방모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지난해 7월 ‘이순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젊은 세대가 직접 정치에 참여하기 위한 구체적 조직화의 첫걸음이다. 안토니오 그람시의 이론처럼 기득권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를 가져올 수 있는 진지(陣地)를 구축하겠다는 구체적인 프로젝트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 더이상 기성 정치, 제도 정치에 한국 사회를 맡길 수 없다는 절박한 문제 의식에서 자생적으로 터져 나왔다. 지난 17~18일 대전에서 시민공부방모임 운영진이 ‘이순신 프로젝트’ 1차 워크숍을 갖고 향후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차세대 한국사회 리더 양성 목표” 김 소장은 “시민공부방모임을 유지하면서 차세대 한국 사회의 리더를 선발, 양성해 일본의 마쓰시다정경숙 같은 형태의 정치 아카데미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 “내년 총선에서 모든 지역에 후보를 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따져 보니 젊은 사람의 정치 참여가 어색하지 않다. 미국에서 빌 클린턴은 만 46세 3개월에, 버락 오바마는 47세에 3개월에 대통령이 됐고,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만 43세에 총리직에 올랐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51세부터 새로운 독일을 이끌고 있다. 역사의 시곗바늘이 30~40년 전으로 되돌려진 ‘한국적인 상황’이 오히려 이례적일 따름이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고속성장 막 내린 중국…24년 만에 7.4% 최저

    고속성장 막 내린 중국…24년 만에 7.4% 최저

    중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4년째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2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0일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63조 6463억 위안(약 10조 2000억 달러)을 기록해 전년보다 7.4%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톈안먼(天安門) 사태 여파로 경제성장률이 3.8%를 기록한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며, 아시아 외환위기 충격을 받았던 1998년 이후 16년 만에 처음으로 정부 목표치(7.5%)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다. 다만 중국 안팎에서는 당초 우려에 비해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시장에서는 4분기 성장률이 3분기보다 낮아져 연평균 7.3% 수준의 성장률이 예견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지난해 12월 산업생산과 소매판매 지표가 개선된 게 주효했다는 평가다. 산업생산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7.2%에서 12월 7.9%로 반등했으며, 소매판매는 11.9%로 2개월째 상승세를 보였다. 그러나 부동산과 투자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 향후 성장률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이다. 부동산 개발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평균 10.5%를 기록했다. 2013년 평균 증가율인 19.8%와 비교하면 거의 반 토막 난 수치다. 지난해 평균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15.7%에 그쳐 6개월째 둔화세를 이어갔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중국 언론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7.0~7.3% 수준의 ‘합리적인 성장 구간’은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중국사회과학원은 보고서에서 “GDP의 4분의1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가 악화되고 있으나 SOC 건설 프로젝트 등 ‘미니 부양책’이 계속 나올 것”이라며 올해 성장률을 7.3%로 예상했다. 오는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발표할 경제성장률 목표치도 지난 3년 동안 고수해 왔던 ‘7.5% 안팎’에서 ‘7% 안팎’으로 공식 조정될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7%대의 중고속 성장이 일반적인 상태가 됐다며 중국 경제의 ‘뉴노멀(new normal) 시대’ 진입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당국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무리하게 끌어올리는 대신 경제 개혁과 구조조정에 무게를 두면서 성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함께 기준금리나 은행 지급준비율 인하 등 통화정책 완화를 통한 추가 경기 부양이 잇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완생의 삶을 향해…희망을 Job아라] 청년층에 ‘취업방법’ 전수

    지난해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이 9.0%를 기록하며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가운데 광진구가 청년 구직자들의 취업 도우미로 나섰다. 광진구는 청년들의 취업을 돕기 위해 ‘잡(Job) 길라잡이’를 운영한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사회진출을 준비하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구 관계자는 “올해는 상·하반기로 나누어 2회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면서 “먼저 구청에서 근무하고 있는 아르바이트 대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부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직업 심리검사 ▲취업 준비교육 ▲노동교육 등으로 운영된다. 교육은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5시간 동안 구청 종합상황실에서 진행된다. 강의는 구와 업무협약을 맺은 서울동부고용노동지청에 소속된 강사가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취업 준비교육 프로그램은 실제 구직에 도움이 되는 취업 관련 노하우를 알려줄 계획이다. 구 관계자는 “이력서를 비롯한 구직서를 작성하는 방법은 물론 좋은 인상을 주는 이미지 메이킹법, 면접 준비요령 등 취업 준비생들이 궁금해야 할 내용으로 구성했다”면서 “또 노동교육 시간을 통해 아르바이트와 근무 중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대응 요령도 알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구는 정규 프로그램을 마친 후 희망자에 한해 구체적인 취업 알선 지원과 개별 멘토링도 지원한다. 김기동 구청장은 “이번 교육을 통해 청년 구직자들이 자신감과 용기를 얻어 취업난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앞으로도 취업박람회 개최, 기업방문단 운영을 통해 청년들이 좀 더 쉽게 취업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꿈쩍 않던 은행 대출 연체 이자율 3년만에 내린다

    꿈쩍 않던 은행 대출 연체 이자율 3년만에 내린다

    이달부터 은행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했을 때 붙는 연체이자가 줄어든다. 대출 약정금리에 ‘벌점’처럼 추가로 더해지는 ‘연체 가산이율’이 은행별로 1% 포인트가량 내려가기 때문이다. 대출이자와 연체이자를 합쳐 일정 선을 넘지 못하도록 한 ‘상한선’(최대 연체상한율)도 1~5% 포인트 낮아진다. 금융감독원은 이달부터 3월까지 순차적으로 국내 은행의 연체 가산이율과 최대 연체상한율이 내려간다고 20일 밝혔다. 예컨대 연 8% 이자(만기 일시상환)로 신한은행에서 1억원을 빌린 나서민씨는 약속된 기간 안에 원금을 갚지 못하고 4개월이나 연체했다. 예전 같으면 약정금리 8%에 연체 가산이율(3개월 초과) 9%가 얹어져 4개월간 총 533만 3000원을 내야 한다.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면 나씨가 추가로 더 물어야 할 돈은 원금 외에 491만 6000원이다. 이자 부담이 41만 7000원 줄어드는 셈이다 은행 연체 이자 하향 조정은 2011년 10월 이후 3년여 만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두 차례나 기준금리를 내렸음에도 은행권이 연체금리는 전혀 내리지 않아 대출자들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14개 은행이 연체 구간별로 가산이율을 1% 포인트 안팎 내리기로 했다. 하나·외환은행 등은 연체 기간이 1개월 이하면 7%에서 6%로, 1개월 초과~3개월 이하는 8%에서 7%, 3개월 초과는 9%에서 8%로 각각 조정했다. 농협은행은 3개월 초과 연체분에 한해 연체이자(9→8%)를 내렸다. 산업은행은 기업대출만 연체이자를 내리고 가계대출은 현 수준(5~7%)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업, 대구, 수협, SC은행은 상대적으로 연체이자율이 낮고 중금리 대출 잔액 비중이 높다는 점 등을 들어 연체이자를 내리지 않기로 했다. 다만, 추후 금리 여건을 감안해 인하를 검토할 방침이다. 최대 연체상환율은 국민은행이 18→15%, 우리·하나·외환 등 9개 은행은 17→15%로 대부분 2~3% 포인트 내린다.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연체이자 상한선을 적용했던 SC은행은 신용대출의 경우 18%로 3% 포인트 내렸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新외환전산망 시스템 시연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

    新외환전산망 시스템 시연하는 이주열 한은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신외환전산망’ 가동 기념식에서 시스템을 시연하고 있다. 이 총재는 기념식에서 “개인정보 보호의 취약성과 시스템 장애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 신외환전산망에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김명국 전문기자 daunso@seoul.co.kr
  • [데스크 시각] 한때 한 몸이었는데, 이젠 강제로라도 만나게 하자/전경하 경제부 차장

    [데스크 시각] 한때 한 몸이었는데, 이젠 강제로라도 만나게 하자/전경하 경제부 차장

    지난 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 금융분야 평가 보고서의 부속서인 ‘스트레스 테스트와 금융안정 분석에 대한 기술적 노트’에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이 각자의 테스트 결과를 공유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IMF는 더 나아가 정보가 공유된다면 감독 당국이 은행권 리스크에 대해 보다 일관된 시각을 갖고 필요한 정책을 알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공유하면 훨씬 득이 될 텐데 왜 안 하느냐는 지적을 에둘러 한 것이다. 두 기관이 진행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공유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지 못하니 아예 공개해 가져가게 하자는 논리다. 이 보고서가 지적한 금감원 내 은행 감독 조직은 한때 한은 산하 조직이었다.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 정부는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의 네 기관을 합치는 논의를 시작했다. 외환위기 발생 이후 네 기관으로 나눠진 감독기구의 비효율성이 더욱 부각됐고 IMF 권고도 더해져 통합이 급물살을 탔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부부가 헤어지면 남이 되는 것처럼 현재 한은과 금감원은 따로 움직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영국은 분리됐던 은행감독 기능을 중앙은행에 되돌려 줬다. 국내에서는 금융안정을 한은의 목표에 추가하는 한은법 개정안이 2011년 국회를 통과했다. 미국의 은행 감독 업무는 금융위기 전이나 후나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갖고 있다. 돈을 시장에 공급하는 중앙은행이 은행에서 이 돈을 제대로 푸는지 감독할 기제를 갖고 있지 않는 것을 정상적인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중앙은행이 공급하는 돈은 중앙은행의 돈도 아니고 마구 풀려도 부작용이 없는 돈도 아니다. 정확한 비유는 아니겠지만 한때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할 때 우리 정부의 요구 중 하나는 그 지원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를 감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거였다. 공급자의 권리였다. 한은도 공급자로서 이런 요구를 금감원에 제대로 하고 있는지, 금감원은 한은의 요구가 없어도 금융시장 안정 등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 있는지에 대해 답은 ‘천만에요’일 거다. 한은에 은행감독 기능을 다시 줘야 하는가의 문제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의 문제다. 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하고 외국이 아닌 우리 상황에 대한 고민 또한 필요하다.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 또한 쉽지 않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금융소비자보호원 출범을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조직이 아니라 운용의 틀을 바꿔 보자. 금융위기 발생과 진화 과정을 다룬 미국 영화 ‘대마불사’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 중 하나는 재무부 장관과 연준 의장의 잦은 금요일 조찬 회동이었다. 두 직책의 인물은 이런저런 정기 모임을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은 총재가 서별관 회의에서 만났는지 여부가 기사다. 한 달에 한두 번 열리는 금융위원회 본회의에 한은 부총재가 참석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기재부 중심의 상황점검회의에 금융위와 한은이 참석하는 것이 회동의 전부다. 정기적인 회동은 한은의 독립성 침해가 아니다. 한은법에는 ‘통화신용 정책은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경제정책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정부에는 부처는 물론 금융감독 당국도 있다. 조화는 서류로도 되지만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의논해야 더 잘 된다. lark3@seoul.co.kr
  • 3~5년 내 갚을 땐 변동금리가 유리

    3~5년 내 갚을 땐 변동금리가 유리

    서울에 사는 맞벌이 직장인 장모(33)씨는 올 전세 기간 만료를 앞두고 고민 중이다. 재계약 시기를 앞둔 상황에서 집주인이 “8000만원만 더 내고 아예 이참에 집을 사라”고 권유하고 있어서다. 2년마다 이사 걱정하랴, 오른 전세금 구하랴 고민 중이던 장씨가 은행에 알아보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가 무너졌다. 반면 전세자금 금리는 연 3.6% 내외다. 장씨는 “이 기회에 내 집 마련을 해 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가 무너졌다. 3년 후 변동금리로 전환하는 외환은행의 고정금리대출 최저금리는 지난 7일 2.98%로 떨어진 후 매일 하락, 15일에 2.85%까지 내려갔다. 하나은행의 고정금리대출 금리도 지난 10일 3% 선이 무너진 뒤 15일에는 2.92%까지 떨어졌다. 우리은행 고정금리대출과 변동금리대출의 최저금리도 모두 3% 아래로 내려왔다. 이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을 갈아타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고 있다. ‘대출 갈아타기’로 결정해도 걱정이다. 낮아지는 대출금리를 생각하면 변동금리가 매력적이다. 하지만 이미 금리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팽배한 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도 예정돼 있다. 이럴 경우 시중금리가 오를 수 있으니 고정금리가 안전하다는 의견도 있다. 금융소비자들이 상황에 따라 고려해야 할 만한 유의점들을 짚어봤다. ●상환기간 따라 달라 은행권과 자산운용전문가 등에 따르면 3∼5년 안에 대출을 다 갚을 계획이면 변동금리를, 상환기간이 5년 이상이면 고정금리 대출을 받는 것이 유리하다. 당분간 현재의 저금리 추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데다 추가 금리 인하 얘기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3∼0.5% 포인트가량 낮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다. 반면 상환기간이 5년 이상이면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과 위험을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 더욱이 금융당국이 최근 단기·변동금리 위주의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로 유도하는 정책을 펴고 있어 이자 등 조건이 좋은 고정금리 상품이 있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당국은 올해 초 3% 초반대 고정금리 대출이 출시되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환상환을 이용하면 중도상환수수료도 면제받는다. ●수수료 고려하고 주거래은행 이용 2년 전 한 시중은행에서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연 3.5% 고정금리로 2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던 중소기업 사장인 김모(45)씨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변동금리가 최저 연 2.8%까지 떨어져 연간 140만원의 이자를 아낄 수 있었지만 김씨는 결국 대출을 갈아타지 않았다. 3년 안에 대출을 갈아타면 중도상환수수료 140만원(0.7%)을 물어야 해서다. 더욱이 대출액이 4000만원을 넘어 인지세 7만 5000원과 채권 매입 비용 9만 1000원까지 내야 했다. 대출을 1년 안에 갚을 계획이었던 김씨는 6개월 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른 국내 시중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다만 시중은행은 금리가 그대로이거나 더 내릴 거라고 보고 장기 대출자에게도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권유하는 편이다.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나서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째에 고정금리로 갈아탈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 또 은행 대부분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릴 방침이라는 점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최저금리라는 말에 현혹돼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고 주거래 은행을 최대한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각종 금리 비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움직이기보다는 우선 자신의 주거래 은행을 찾아 거치·상환 기간, 수수료 등에 대해 차근차근 상담을 받아 보라는 것이다. 박상민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PB팀장은 “급여, 아파트관리비, 휴대전화요금 등의 자동이체 여부에 따라 최대 0.3% 포인트의 우대 금리 인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해마다 5억원 이상 상속 압구정 재테크는 대물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상위 1%의 재산 관리

    해마다 5억원 이상 상속 압구정 재테크는 대물림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富’] 상위 1%의 재산 관리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사는 300억원대 자산가 A(92)씨는 구순(九旬)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새벽 빠짐없이 일어나 외신을 꼼꼼히 챙겨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CNN 등 방송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 전문지도 태블릿PC로 살핀다. 속칭 ‘슈퍼 개미’인 그는 오전 9시 본인 소유의 강북 지역 빌딩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 국내 금융시장을 꼼꼼히 체크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전까지 투자 전략을 짜고 투자를 단행한다. 개미 투자자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장기 투자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의 성공가도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영어였다. 그는 그 나이 또래에 몇 안 되는 ‘미국 유학파’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미군을 상대로 사업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 영어를 통해 얻은 정보가 ‘일확천금’으로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이를 토대로 부동산과 주식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 본격적으로 재산을 축적했다. 그는 요즘 연 10억원 가까운 빌딩 임대료 수익을 얻지만 여전히 영어를 토대로 한 국제 감각을 활용해 돈을 번다. 그의 투자 대상은 우리나라를 벗어난다. 해외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부동산 투자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종종 탄다. 체력 유지도 필수적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 맨손 체조를 한 뒤 인근 야산을 오르내린다. 여간해서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는다. 과다한 운동으로 얼마 전에는 발목 수술을 받았을 정도다. A씨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각을 유지하니 돈이 수중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A씨의 경우 100% ‘개천에서 용 난’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본인의 노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자수성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A씨 이후 세대 중에서는 부모로부터 직접적으로 받는 상속이 부를 형성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다. 경기 고양에 사는 B(41)씨는 1년 전 부모로부터 시가 30여억원의 공장 부지를 물려받았다. 부모가 손주들 교육비에 보태 쓰라면서 증여를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증여는 고소득으로 이어졌다. 그는 부지 내 5곳의 공장으로부터 매달 75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가만히 앉아서 올리는 임대 수입만 한 해 9000만원으로 웬만한 고액 연봉자 수준이다. 돈이 돈을 버는 ‘행운아’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의 부모는 공직 생활 도중 틈틈이 땅을 사 모은 덕에 100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그가 부모의 도움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러 차례 사업 밑천을 대준 것은 물론 사업이 망했을 때 뒷감당도 부모 몫이었다. 일반인에게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패자부활전’을 그는 부모 덕에 여러 차례 치른 셈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C(38·여)씨는 최근 2년간 증여세만 2억원 넘게 냈다. 시댁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물려받았다. 주식과 토지, 현금 등 형태도 다양하다. 패션 업종 중견 업체를 경영하는 시댁은 앞으로도 틈틈이 증여해 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살고 있는 압구정동의 상가 건물 역시 C씨 부부의 소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다. C씨는 증여받은 재산을 시댁에서 소개해 준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맡겨 관리한다.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연 5% 정도다. 10%가 넘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불경기와 저금리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적지 않다. 월급 말고도 연 5000만원은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온다. C씨는 “시부모께서 과거에 세금 문제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자식들이 일찌감치 돈을 굴리는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재산을 미리 나눠 주고 있다”고 했다. 전직 대학교수인 D(68)씨는 3년 전 정년퇴직을 하면서 100억원대 재산 중 70억원 정도를 2남 1녀인 자식들에게 나눠 줬다. 서울 반포 특급호텔 헬스 회원권과 D씨 부부의 실버타운 생활비,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비용 등 총 30억원이 그에게 남은 전부다. D씨는 “셋 중 형편이 좀 안 좋은 아들 한 명에게 증여를 더 하려고 했지만 딸이나 사위 눈치가 보여 똑같이 재산을 나눠 줬다”면서 “그래도 죽기 전에 ‘숙제’를 마친 것 같아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장인 E(44)씨의 사례는 부모의 재산과 개인의 능력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그의 연봉은 10억원이 넘는다. 미국 본사에 근무할 당시에는 성과급까지 합쳐 연 200만 달러를 넘게 번 적도 있다. 현재 그의 자산은 100억원대다. 그러나 이를 모두 연봉만으로 모은 건 아니다. 부모의 증여가 큰 뒷받침이 됐다. 그의 부친은 한때 국내 굴지의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관련 기업의 CEO로 재직 중이다. E씨의 부친은 아직까지 그에게 본격적인 상속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예금과 보험 등을 활용해 20억원 가깝게 물려준 상태다. E씨는 자신의 연봉과 이를 종잣돈 삼아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의 금융시장이 주 무대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용산의 15억원대 아파트와 함께 싱가포르에 주상복합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미국의 유명 사립고와 명문대를 졸업한 뒤 소위 ‘잘나갈 수’ 있었던 것도 부모의 막대한 교육비 투자가 ‘마중물’이 됐다. E씨는 “몇 년 전에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선물옵션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부친과 투자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E씨의 경우처럼 단순히 돈을 주는 것뿐 아니라 ‘노하우’를 전수하는 부자도 보인다. ‘물고기’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부모 세대가 물려준 부를 효과적으로 늘리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 사장 F(64)씨는 아들이 미국에 유학 중일 때는 학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해 줬다. 그러나 방학 때 한국으로 들어오면 용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네 유흥비는 네가 벌어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식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아들은 방학 기간에는 화장품 공장 등에서 틈틈이 일해 용돈을 벌었다. F씨는 “외환위기 직후 서울 강남이나 대전 등으로 땅을 보러 갈 때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아들을 꼭 데리고 갔다”면서 “부동산뿐 아니라 좋은 ‘물건’을 어떻게 판별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알려준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재산 관리를 위해 ‘정치판’에 뛰어드는 부유층도 발견된다. 특히 ‘상위 0.1% 부자’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는 사회적 영향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500억원대 자산가인 G(44)씨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맨’이었다. 대학 졸업 뒤 15년 가까이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서 근무했다. 본점에서 쭉 일할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초 직장을 제 발로 걸어나갔다. 부동산 관리업을 하던 부친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마침 당시 금융권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요즘엔 수도권 지역의 여당 당원협의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명예직’에 가깝지만 산하 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맡았다. G씨는 “경제력을 갖췄으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우리 집안의 부를 지키기 위한 ‘방패’를 얻는 게 정치 활동의 일차적 목표”라며 “재산이 일정 정도 넘어서면 정치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의 대물림’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상위 1% 부자도 많다. 돈은 무엇보다 강력한 ‘권력’인 만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손에 쥐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부자들은 돈의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데다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를 권하기도 쉽지 않아 미리 증여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증여 시점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분산하지 않고 한꺼번에 할수록 증여세 부담은 커진다. 그는 “고객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시가 130억원짜리 빌딩을 매각했지만 증여세 등을 떼고 나니 결국 자식에게는 50억원 정도밖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자산가도 없지 않다. 명품 패션 브랜드 업체 대표인 H(59)씨는 얼마 전 두 명의 자식들에게 “재산의 20%만 상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식이 물려준 재산을 관리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자식을 망치는 일인 만큼 본인 스스로 돈 버는 재미를 느끼고 성공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은 악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H씨는 “재산의 20% 정도면 20여년 전 8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보다 훨씬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수줍다, 여왕별

    [여자프로농구] 수줍다, 여왕별

    강아정(25·KB스타즈)이 최고의 별로 떴다. 강아정은 18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여자프로농구(WKBL) 올스타전 남부선발로 나서 29분52초를 뛰며 23득점 4어시스트로 97-94 역전승을 이끌어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기자단 투표에서 총 77표 가운데 64표를 얻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생애 처음 올스타전 MVP를 수상한 강아정은 “울 뻔했는데 울지는 않았다. 정말 생각을 못했다. (김)단비가 받을 줄 알았는데 미안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역대 13차례 올스타전 가운데 중부선발(우리은행, 하나외환, KDB생명)과 남부선발(신한은행, KB스타즈, 삼성)이 맞선 것은 아홉 번째. 그런데 이날 올스타전은 기발한 경기 방식으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팬 투표로 뽑힌 베스트 5가 선발 출전해 5분 동안 뛴 뒤 5분 단위로 선수 구성이 달라졌다. 1쿼터 후반 5분은 중부선발이 국내 선수 5명, 남부선발은 외국인 선수 5명이 기량을 겨뤘다 중부선발이 1쿼터 이승아(우리은행)와 강이슬(하나외환)의 활약을 앞세워 29-19로 앞섰다. 2쿼터 전반 5분은 중부선발이 외국인 5명, 남부선발은 국내 선수 5명이 뛰었고, 후반 5분은 각각 외국인 4명과 국내 선수 1명이 코트를 누볐다. 남부선발은 2쿼터 강아정의 18득점을 앞세워 57-61로 쫓아갔다. 2쿼터 강아정의 맹활약은 팀의 역전승과 MVP 수상의 밑거름이 됐다. 두 팀 모두 외국인들만 뛴 3쿼터 전반 5분 중부선발이 71-69로 여전히 앞섰다. 나머지 5분은 외국인 4명, 국내 선수 1명이 뛰었는데 남부선발이 종료 2분40여초를 남기고 김단비(신한은행)의 자유투와 레이업슛으로 76-75로 다시 뒤집었다. 외국인 2명과 국내 선수 3명이 뛴 4쿼터 초반 중부선발이 샤데 휴스턴(우리은행)의 연속 7득점으로 84-82로 역전시켰으나 남부선발이 결국 3점 차 승리를 거뒀다. 남부선발은 역대 전적에서 5승4패로 앞서게 됐다. 한편 박하나(삼성)는 다섯 지점에서 5개씩 던진 3점슛 콘테스트 결선에서 30점 만점에 15점을 얻어 지난해 챔피언 박혜진(우리은행·14점)과 모니크 커리(삼성·13점)를 따돌리고 새 여왕에 올랐다. 청주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月10만원이라도 저축 쪽방의 재테크는 희망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절대 빈곤층의 재산 관리

    月10만원이라도 저축 쪽방의 재테크는 희망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 절대 빈곤층의 재산 관리

    경기 하남시에 사는 싱글맘 A(39)씨는 세 자녀 명의로 한 달에 총 10만원의 생명보험료를 내고 있다. 저축성 보험이라 비상시에 대비하면서도 돈까지 모을 수 있다. 여기에 가급적 매달 10만원씩 저축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팍팍한 살림 탓에 아직까지 100만원밖에 모으지 못했다. 그러나 A씨는 아라비아 숫자 ‘0’이 6개 일렬로 찍힌 통장 잔고를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 보험료와 저축액을 합해 매달 많아야 20만원이 나가는 정도지만 A씨에게는 쥐꼬리만 한 수입의 6분의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돈이다. A씨의 한 달 수입은 월 130만여원의 기초생활보장수급비가 전부다. 이 중 지금 살고 있는 15평 빌라 월세로 41만원이 나간다. 여기에 생후 8개월인 막내딸이 쓰는 기저귀 등 육아용품으로 20만원, 본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이 쓰는 휴대전화 요금으로 10만원, 아들의 태권도 학원비 12만원, 큰딸(4살)의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8만원 등이 더해진다. 식비로는 20만원 정도 쓴다. 수급권자로서 전기나 수도 등 각종 공과금 할인 혜택을 받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A씨는 “가족의 미래를 위해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저축을 하지만 ‘그 돈이면 큰아이를 학원에 보낼 수도 있는데’ 하는 고민이 떠나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에 사는 간호조무사 B(45·여)씨도 매달 15만원의 정기 적금을 붓는다. 간호조무사 월급 135만원에 주말 일본어 과외로 버는 24만원, 정부에서 극빈층 모자 가정의 초등학생 이하 자녀에게 한 명당 5만원씩 지급하는 지원금까지 합쳐 B씨의 한달 총수입은 174만원이다. B씨는 “고등학생을 포함한 자녀 4명과 함께 어떻게든 먹고살기 위해 매일 전쟁을 벌이지만 저축마저 안 하면 살아갈 의욕을 잃을 것 같다”고 했다. B씨의 간호조무사 업무 시간은 오전 7시 20분부터 오후 7시까지다. 출퇴근 시간까지 합치면 하루 14시간 넘게 일에 쏟아붓고 있다. 토요일은 쉬지만 일요일에는 격주로 출근한다. 이렇게 해서 매달 30만원의 월세 외에도 전기비, 수도비 등으로 30만원을 낸다. 한창 크는 아이들은 무섭게 먹는다. 아무리 못해도 식비로 60만원은 써야 한다. 둘째와 셋째 태권도 학원비로 19만원, 막내 어린이집 독서교실 비용으로 5만원을 쓴다. 중계동의 판자촌 ‘백사마을’에서 부인과 함께 살고 있는 C(73)씨도 없는 살림 가운데서도 조금씩을 쪼개 저축하고 있다. 매달 부부가 받는 노령연금 40만원과 조금씩 나오는 국민연금이 수입의 전부다. 이 중 20만원을 매달 은행에 넣고 있다. 좀 더 괜찮은 곳으로 집을 옮기고 싶어서다. C씨는 “우리도 이제 제대로 된 전세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돈을 조금씩 비축하는 중”이라며 “서울을 벗어나면 전세가 좀 싸니까 꾸준히 모으면 이사를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했다. 그는 “여기 사는 사람들이 다 어렵게 살지만 그래도 좋은 곳으로 전세를 얻어갈 꿈을 가진 사람도 있다”고 했다. C씨는 현재 살고 있는 판잣집에 1500만원의 보증금을 집주인한테 주고 들어왔다. 전세 보증금 격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보통의 전세 개념은 아니다. 비가 새고 무너질듯한 낡은 집에 집주인이 1500만원만 받고 사실상 무한정 살도록 한 것이다. 그러니 일반 전세와 달리 집 수리도 다 C씨의 돈으로 해야 한다. 그는 “그래도 다른 데 가면 못해도 7000만~8000만원은 줘야 전세를 얻는데 여기는 이렇게 (구호단체에서) 연탄도 날라 주고 하니 당장 어려운 사람들한테는 이런 데가 없다”고 했다. C씨는 매달 두 부부 휴대전화(폴더폰) 요금과 식비 등을 빼면 특별히 나가는 돈이 없어 저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앞에서 소개한 세 사람의 경우와 같이 하루하루 먹고살 일을 걱정해야 하는 절대빈곤층 중에서도 없는 돈을 쪼개 저축하는 가구가 서울신문 취재 결과 아주 적게나마 있었다. 내일에 대한 희망마저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빈곤층 중에서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저축을 하는 사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부천시오정노인복지관 관계자는 “할머니들은 기초생활수급자라도 수급비를 통장에 알뜰하게 모아 두지만 할아버지들은 며칠 만에 다 써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서대문구에 사는 극빈층 남성 D(44)씨는 한때 지방 공사현장이나 양계장 등에서 일할 때는 한 달에 400만원을 벌기도 했다. 하지만 주머니에 일단 돈이 들어오면 남김 없이 쓰는 습성 탓에 돈을 모으지 못했다. 한 달 수입이 90만원에 불과한 요즘도 그는 주머니 사정이 좀 괜찮다 싶으면 한 그릇에 3만원이 넘는 ‘전복 삼계탕’을 사먹는다. 배우자가 없는 D씨는 돈을 관리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을 뿐 아니라 돈에 대한 개념도 익히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건강이 안 좋아져 일을 못할 때를 대비해 돈을 쌓아 둬야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축 습관이 들지 않아 주머니에 일단 돈이 들어오면 쓰는 편”이라고 했다. D씨는 한 달 평균 10일 정도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을 한다. 날씨가 나쁘거나 일자리가 바로 나타나지 않아 더 많은 날을 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 일당 10만원에서 직업소개소 소개비로 1만원을 뗀 9만원이 그의 하루 수입이다. 매달 생활비는 40만~50만원 정도 들어간다. 현재 살고 있는 빌라 임대료는 월 17만원. 지난해 11월에 전기비 3만 1050원, 수도비 1만 2950원, 디지털TV 요금 3만 2890원, 도시가스 요금 3100원을 썼다. 이를 함께 사는 지인과 나눠 낸다. 식료품과 각종 용품 등을 사면 남는 돈은 매달 10만원 정도인데 이 돈은 PC방 요금 등 여가 비용으로 쓴다. 하지만 남녀를 막론하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이어가느라 허덕이는 다수의 빈곤층에게 저축은 ‘사치’에 가깝다. 경기 부천시 원미구에 사는 E(65·여)씨의 최근 한 달 수입은 50만원이 채 안 된다. 이 돈으로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인 손자 2명과 연명하는 처지다. 노령연금 20만원과 복지단체의 조손가정 지원금 24만원이 전부다. 노령연금이 나오기 전에는 한 달에 10만원으로 생활한 적도 있다. E씨는 한겨울에도 가스 난방을 하지 않는다. 대신 잘 때만 전기장판을 잠시 튼다. 가스비는 1000원 이하, 전기비와 수도비도 각각 1만원 남짓만 나온다. 식비는 아무리 안 먹어도 한 달에 20만원은 써야 한다. 동네 마트의 ‘떨이 상품’을 주로 산다. 그나마 주변의 도움이 있어 어떻게든 버티고 있다. 지역 복지관에서 밑반찬을 지원받고 10㎏에 2만 2900원 하는 정부미를 동사무소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 장애(ADHD) 증세를 보이는 큰손자는 초등학교 교사의 지원으로 매달 8만원을 내야 하는 태권도를 무료로 다닌다. 작은손자는 전에 다니던 어린이집 원장이 철마다 옷을 사준다. E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 2010년 이전에는 매달 20만원 정도 저축을 했지만 이젠 다 까먹고 남의 얘기가 돼 버렸다”고 했다. E씨의 현재 생활형편만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가 되고도 남지만 지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에 땅이 조금 있기 때문이다. E씨는 “남편이 사망하면서 유산으로 나하고 두 아들한테 공동 명의로 땅이 상속됐다”며 “그러나 아들들이 사이가 안 좋은 데다 작은아들은 감옥에 들어가 있어 땅을 처분하지도 못하는 상태”라고 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F(91·여)씨도 노령연금 20만원에 공장에 다니는 손녀딸이 보내주는 30만원 등 50만원으로 근근이 생활한다. 이 돈으로 인근에 사는 수양딸이 F씨를 봉양한다. 매달 각종 약값만 10만원이 나간다. F씨는 “젊었을 때 장사하러 돌아다니느라 하도 고생을 해서 골다공증에 걸려 파스 없이는 한시도 못 견딘다”면서 “여기에 우울증약과 우황청심환 등을 사면 남는 돈이 없다”고 했다. 빈곤층의 경우 상속은 꿈도 못 꾼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리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현실은 이를 종종 배반한다. 부천에 사는 독거노인 G(82)씨는 자식들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진다. 60대인 두 아들이 변변한 직업이 없는데도 매달 그에게 10만원씩 부쳐 준다. 음식은 주말마다 집에 들르는 둘째 며느리 몫이다. 의복 역시 복지관에서 얻어 입거나 며느리가 가져온 옷을 입는다. G씨의 한 달 수입은 노령연금 20만원과 아들들이 부쳐 주는 돈을 합해 30만원이 전부다. 한때 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10여평의 집도 갖고 있었지만 부인 병치레 등으로 다 날렸다. G씨는 “노령연금으로 가스비 등 각종 공과금을 내면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어렵게 사는 와중에 자식들로부터 부양은 못 받을망정 시달림을 받는 노인들도 보인다. 강남구 개포동의 판자촌 ‘구룡마을’에 사는 70대 후반의 H씨는 “가끔씩 자식들이 찾아와서 (그나마 있는 돈을) 싹 뒤져서 가져간다”면서 “그래봤자 워낙 가진 돈이 없으니 가져가는 돈도 별로 없다”고 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기자 douzirl@seoul.co.kr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사는 300억원대 자산가 H(92)씨는 구순(九旬)이 넘은 나이에도 매일 새벽 빠짐없이 일어나 외신을 꼼꼼히 챙겨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CNN 등 방송은 물론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 전문지도 태블릿PC로 살핀다. 속칭 ‘슈퍼 개미’인 그는 오전 9시 본인 소유의 강북 지역 빌딩에 있는 사무실로 출근해 국내 금융시장을 꼼꼼히 체크한다. 오후 6시 퇴근 시간 전까지 투자 전략을 짜고 투자를 단행한다. 개미 투자자들이 속절없이 나가떨어졌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에도 장기 투자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그의 성공가도에서 가장 위력적인 ‘무기’는 영어였다. 그는 그 나이 또래에 몇 안 되는 ‘미국 유학파’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미군을 상대로 사업을 벌여 큰돈을 벌었다. 영어를 통해 얻은 정보가 ‘일확천금’으로 이어지던 시절이었다. 이를 토대로 부동산과 주식으로 투자 범위를 넓혀 본격적으로 재산을 축적했다. 그는 요즘 연 10억원 가까운 빌딩 임대료 수익을 얻지만 여전히 영어를 토대로 한 국제 감각을 활용해 돈을 번다. 그의 투자 대상은 우리나라를 벗어난다. 해외 금융시장뿐 아니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부동산 투자를 위해 미국행 비행기를 종종 탄다. 체력 유지도 필수적이다. 매일 새벽 일어나 맨손 체조를 한 뒤 인근 야산을 오르내린다. 여간해서는 엘리베이터도 타지 않는다. 과다한 운동으로 얼마 전에는 발목 수술을 받았을 정도다. H씨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전 세계에서 돈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각을 유지하니 돈이 수중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H씨의 경우 100% ‘개천에서 용 난’ 사례로 볼 수는 없지만 본인의 노력이 상당 부분 작용한 자수성가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H씨 이후 세대 중에서는 부모로부터 직접적으로 받는 상속이 부를 형성하는 추세가 짙어지고 있다. 경기 고양에 사는 I(41)씨는 1년 전 부모로부터 시가 30여억원의 공장 부지를 물려받았다. 부모가 손주들 교육비에 보태 쓰라면서 증여를 시작한 것이다. 부동산 증여는 고소득으로 이어졌다. 그는 부지 내 5곳의 공장으로부터 매달 750만원의 임대료를 받는다. 가만히 앉아서 올리는 임대 수입만 한 해 9000만원으로 웬만한 고액 연봉자 수준이다. 돈이 돈을 버는 ‘행운아’ 반열에 오른 것이다. 그의 부모는 공직 생활 도중 틈틈이 땅을 사 모은 덕에 100억원대의 재산을 모았다. 그가 부모의 도움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여러 차례 사업 밑천을 대준 것은 물론 사업이 망했을 때 뒷감당도 부모 몫이었다. 일반인에게 인생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패자부활전’을 그는 부모 덕에 여러 차례 치른 셈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J(38·여)씨는 최근 2년간 증여세만 2억원 넘게 냈다. 시댁으로부터 10억원 이상을 물려받았다. 주식과 토지, 현금 등 형태도 다양하다. 패션 업종 중견 업체를 경영하는 시댁은 앞으로도 틈틈이 증여해 줄 가능성이 높다. 지금 살고 있는 압구정동의 상가 건물 역시 J씨 부부의 소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부모로부터 물려받지 않는 한 꿈도 꿀 수 없는 금액이다. J씨는 증여받은 재산을 시댁에서 소개해 준 시중은행 프라이빗 뱅커(PB)에게 맡겨 관리한다. 금융상품의 수익률은 연 5% 정도다. 10%가 넘었던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불경기와 저금리 상황을 생각하면 이 정도도 적지 않다. 월급 말고도 연 5000만원은 통장에 꼬박꼬박 들어온다. J씨는 “시부모께서 과거에 세금 문제 때문에 곤란했던 경험이 있는 데다 자식들이 일찌감치 돈을 굴리는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해 재산을 미리 나눠 주고 있다”고 했다. 전직 대학교수인 K(68)씨는 3년 전 정년퇴직을 하면서 100억원대 재산 중 70억원 정도를 2남 1녀인 자식들에게 나눠 줬다. 서울 반포 특급호텔 헬스 회원권과 K씨 부부의 실버타운 생활비, 1년에 한 번 정도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는 비용 등 총 30억원이 그에게 남은 전부다. K씨는 “셋 중 형편이 좀 안 좋은 아들 한 명에게 증여를 더 하려고 했지만 딸이나 사위 눈치가 보여 똑같이 재산을 나눠 줬다”면서 “그래도 죽기 전에 ‘숙제’를 마친 것 같아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외국계 기업 한국지사장인 L(44)씨의 사례는 부모의 재산과 개인의 능력이 만났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다. 그의 연봉은 10억원이 넘는다. 미국 본사에 근무할 당시에는 성과급까지 합쳐 연 200만 달러를 넘게 번 적도 있다. 현재 그의 자산은 100억원대다. 그러나 이를 모두 연봉만으로 모은 건 아니다. 부모의 증여가 큰 뒷받침이 됐다. 그의 부친은 한때 국내 굴지의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도 여전히 관련 기업의 CEO로 재직 중이다. L씨의 부친은 아직까지 그에게 본격적인 상속을 시작하지 않았다. 그러나 벌써 예금과 보험 등을 활용해 20억원 가깝게 물려준 상태다. L씨는 자신의 연봉과 이를 종잣돈 삼아 금융상품에 직접 투자한다.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의 금융시장이 주 무대다. 현재 거주 중인 서울 용산의 15억원대 아파트와 함께 싱가포르에 주상복합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그가 미국의 유명 사립고와 명문대를 졸업한 뒤 소위 ‘잘나갈 수’ 있었던 것도 부모의 막대한 교육비 투자가 ‘마중물’이 됐다. L씨는 “몇 년 전에는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선물옵션에서도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부친과 투자 정보를 교환한다”고 말했다. L씨의 경우처럼 단순히 돈을 주는 것뿐 아니라 ‘노하우’를 전수하는 부자도 보인다. ‘물고기’ 대신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 부모 세대가 물려준 부를 효과적으로 늘리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 사장 M(64)씨는 아들이 미국에 유학 중일 때는 학비와 생활비를 전액 지원해 줬다. 그러나 방학 때 한국으로 들어오면 용돈을 한 푼도 주지 않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네 유흥비는 네가 벌어서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돈이 얼마나 소중한지 자식에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아들은 방학 기간에는 화장품 공장 등에서 틈틈이 일해 용돈을 벌었다. M씨는 “외환위기 직후 서울 강남이나 대전 등으로 땅을 보러 갈 때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던 아들을 꼭 데리고 갔다”면서 “부동산뿐 아니라 좋은 ‘물건’을 어떻게 판별하는지 현장에서 직접 알려준다는 취지였다”고 했다. 재산 관리를 위해 ‘정치판’에 뛰어드는 부유층도 발견된다. 특히 ‘상위 0.1% 부자’들은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는 사회적 영향력이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500억원대 자산가인 N(44)씨는 불과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은행맨’이었다. 대학 졸업 뒤 15년 가까이 국내 대형 시중은행에서 근무했다. 본점에서 쭉 일할 정도로 능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초 직장을 제 발로 걸어나갔다. 부동산 관리업을 하던 부친에게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다. 마침 당시 금융권의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요즘엔 수도권 지역의 여당 당원협의회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명예직’에 가깝지만 산하 위원회 위원장 자리도 맡았다. N씨는 “경제력을 갖췄으니 정치적 영향력을 갖고 싶다는 생각도 없지 않지만 우리 집안의 부를 지키기 위한 ‘방패’를 얻는 게 정치 활동의 일차적 목표”라며 “재산이 일정 정도 넘어서면 정치적 힘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부의 대물림’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상위 1% 부자도 많다. 돈은 무엇보다 강력한 ‘권력’인 만큼 가능한 한 오랫동안 손에 쥐려는 심리가 강하다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PB는 “부자들은 돈의 통제권을 놓지 않으려고 하는 데다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이 이를 권하기도 쉽지 않아 미리 증여를 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증여 시점이 늦어질수록 그리고 분산하지 않고 한꺼번에 할수록 증여세 부담은 커진다. 그는 “고객 중 한 명이 얼마 전에 시가 130억원짜리 빌딩을 매각했지만 증여세 등을 떼고 나니 결국 자식에게는 50억원 정도밖에 돌아가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식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대신 기부를 선택하는 자산가도 없지 않다. 명품 패션 브랜드 업체 대표인 O(59)씨는 얼마 전 두 명의 자식들에게 “재산의 20%만 상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자식이 물려준 재산을 관리하지 못하면 결과적으로 자식을 망치는 일인 만큼 본인 스스로 돈 버는 재미를 느끼고 성공을 체험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 이상은 악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O씨는 “재산의 20% 정도면 20여년 전 8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나보다 훨씬 여유 있게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 유대근 송수연 기자 douzirl@seoul.co.kr
  • 스위스, 환율방어 포기… 세계 금융시장 ‘충격파’

    스위스, 환율방어 포기… 세계 금융시장 ‘충격파’

    스위스가 전격적으로 환율방어 포기를 선언했다. 환율방어 비용이 지나치게 부담되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주 추가 양적 완화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환율 사수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될 것에 대한 선제적 대응 조치다. 스위스중앙은행(SNB)은 15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스위스프랑의 가치는 여전히 높지만 과대평가의 우려가 줄었다”며 “2011년 9월 도입한 환율 하한선(유로당 1.20스위스프랑)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스위스프랑의 가치 상승에 대비해 기준금리를 현행 -0.25%에서 -0.75%로 0.5% 포인트 내린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는 은행이 중앙은행에 자금을 예치할 때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뜻으로, 은행들이 다른 곳에 투자하도록 유도해 스위스프랑의 강세를 저지하려는 포석이다. SNB의 결정은 ECB가 오는 22일 국채를 사들이는 추가 양적 완화 조치를 실시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사라 헤이윈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의 양적 완화로 스위스프랑에 대한 절상 압력을 걷잡을 수 없게 돼 SNB가 강제적으로 환율 하한을 없애야만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전에 자진해서 손을 떼는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스위스프랑의 환율 하한선을 유지하면서 늘어난 SNB의 자산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한 점도 이를 부채질했다. 환율 하한선을 유지한 지난 3년여간 외환보유액이 무려 4배 이상 늘어나 4950억 스위스프랑(약 608조 530억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번 SNB의 환율방어 포기 선언은 전혀 예상치 못한 만큼 충격파가 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상당히 놀랐다”며 “(SNB 총재 토머스) 조던이 나한테 귀띔하지 않았다”고 언급했을 정도로 전격적인 결정이었다. 이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달러화와 유로화가 폭락하고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급등했다. 이날 스위스프랑화에 대한 달러화와 유로화 가치는 각각 19%, 17%나 급락했다. 미국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와 S&P, 나스닥지수도 각각 0.61%, 0.92%, 1.48% 떨어졌다. 스위스 주가지수도 14%나 곤두박질쳐 26년 만에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서울의 코스피도 16일 전날보다 26.01포인트(1.36%) 내린 1880.13에 거래를 마쳤다. 6거래일 만에 1900 선이 다시 무너졌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6.0원 내린 1077.3원을 기록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인사]

    ■농림축산식품부 ◇과장급△농촌복지여성과장 윤광일△창조농식품정책과 김정욱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과장 이귀현 ■한국가스안전공사 ◇1급 승진△산업시설진단처장 박영진<지역본부장>△광주전남 정해덕△충북 박경연◇1급 전보 <원장>△가스안전교육 이상무△가스안전연구 이연재<실장>△기획조정 양해명△안전연구 조영도△실증연구 문종삼<처장>△경영지원 오병생△검사지원 신희수△재난관리 이두원△배관진단 송기연<지역본부장>△서울 윤시중△부산 정환규△대구경북 허영택△인천 임호석△경기 김광용 ■국립생태원 ◇실장△기획 임순호△경영관리 방의석△미래기획연구 박은진◇처장△대외협력 윤남호◇부장△기획 이권기△총무 추경진△재정운용 안진철△시설관리 나기정△교육운영 김성중△대외협력 임주흥△홍보 양호제 ■한국감정원 ◇1급 승진 <실장>△기획조정 김양수△홍보 변성렬<처장>△보상사업 임병수△부동산공시 이희원 ■서울대 △감사(상근) 문호승 ■외환은행 ◇지점장△강남구청역 목옥균△광장동 노광윤△구성 전세영△남가좌동 김정래△남동공단 이문성△노원동 남경일△논현남 김기형△논현동 장재영△다대동 신성훈△대구 곽정환△동울산 김재겸△반포자이 최희수△범계역 박상희△범어동 김동주△사상 정성출△삼산 전태일△상록수 김호철△상무 박복수△서면남 류철수△석관동 홍성구△성서공단 윤상보△소공동 이재우△송탄 김현석△수원정자동 홍기수△신갈 서재원△신반포 박은주△양정동 박정석△여의도광장 최윤현△역삼중앙 조항철△영등포 허윤배△오산 조영주△우면동 조대석△울산 이성원△원주 한웅섭△월배역 신철식△이태원 이동국△전주 정광영△전주공단 김영래△제주 정상훈△종로 이상철△주례동 김왕섭△주안공단 김명균△청주 송민철△파주 황의관△학동역 이창환△한남동 오진환△한티역 서임선△해운대우동 최영호△홍제역 한억만△화곡역 임병석△화정역 박종희 ■하나은행 ◇부장△개인여신심사부 고태진△대전영업부 겸 RM 성병석△충청정책지원부 윤순기◇지점장△삼전동 강구△풍납동 강원복△강남PB센터 강홍규△대구중앙 권기범△신림역 권기욱△서판교 권진택△용인동백 김대환△천안중앙 김대환△도안신도시 김상철△일산대화 김선태△흑석뉴타운 김성호△원당 김영만△부사동 김용갑△동탄 김재천△수성동 김정근△오류동 김정훈△포항중앙 김주엽△대구죽전 김치환△부산대 김현호△가오동 김희자△우장산역 김희정△대방동 나정환△사직동 노도영△광안동 류각준△용운동 류정심△방배남 문기영△구미동 문병준△판교역 문창익△변동 박노환△시흥남 박면순△청담사거리 박상연△중앙일보 박연택△침산동 박연홍△연신내 박용관△창원 박재목△김포신도시 박지훈△둔산뉴타운 방명심△낙성대역 부기하△하남 서동건△면목역 서보식△오산원동 서양원△수지동천 서항석△온천동 석현복△판암동 송동헌△신촌역 신기인△시지 신명호△춘천 신운주△청량리 안병희△전농동 안석중△고덕역 안신규△강동구청역 안정숙△금남로 양동원△세류동 엄태섭△방이동 오경창△개포동 유영희△반포자이 유재은△공주 윤강호△방배본동 윤대준△원주 윤병철△이촌동 윤봉인△행당역 윤영철△부평 이근수△휘경동 이기배△동림동 이동훈△서대신동 이병갑△상도동 이석정△학여울역 이성은△마석 이성환△화정 이원근△방배서래 이장성△명일동 이정현△봉선동 임경수△마린시티 임광민△해운대 임문식△호수마을 임인목△방배중앙 임재봉△도마동 장세현△영업1부PB센터 정원기△하안동 정일영△송이 정재훈△봉천역 조병태△대동 주영신△번동 최영찬△유성구청 최영희△대구서 최재찬△율량동 최춘서△장충동 최형욱△석계역 추재호△서역삼 하재기△노은 한승훈△태평동 홍석△청계4가 홍성화△돈암동 홍헌기 ■동부하이텍 ◇부사장 승진△기술개발실장 이윤종◇상무 신규 선임△국내영업팀장 선정현△브랜드사업팀 영업1파트장 강봉진△브랜드사업팀 영업2파트장 오규진△부천공장장 김완식△경영지원팀장 김광수△기술개발실 TE팀장 권건태△기술개발실 공정개발4팀장 이주일
  • 올해 주목해야 할 은퇴자금 트렌드 변화·준비 전략

    이제는 은퇴를 위한 연금 재테크도 해외로 눈을 돌릴 때가 왔다. 저금리·저성장으로 국내 시장에서 더이상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에서도 근로자가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기여(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근로자 본인의 관심도 더욱 중요해졌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2015년 주목해야 할 트렌드 변화와 신(新)은퇴준비 전략’에 따르면 최근 연금자산의 해외 투자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연금저축펀드의 해외 투자 자산은 2013년 말 2751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9월에는 3466억원으로 26% 증가했다. 퇴직연금의 해외 투자도 2013년 말 4259억원에서 지난해 9월 6320억원으로 48% 늘어났다. 하지만 미국 등 해외 주요 국가들의 연금자산 해외 투자 비중은 30%에 이르는 데 비해 우리나라는 1%에도 못 미친다. 일반 펀드를 통해 해외에 투자하는 경우보다 연금펀드를 활용하는 것이 계약자에게 유리하다. 일반 펀드는 매매차익과 외환차익에 대한 소득세를 다음 해에 내야 하지만 연금펀드는 과세 시점을 연금 수령 시기로 미룰 수 있다. 연금펀드는 수령 연령에 따라 3.3~5.5%의 세금만 내므로 절세 효과가 있다. 또 납부 시기가 연기된 세금이 투자되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수익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올해부터는 퇴직연금에 대해서만 300만원의 추가 소득공제가 적용된다. 이직할 때 받은 퇴직금을 IRP에 넣었다가 연금으로 수령하면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이 30%가량 줄어든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받았다 하더라도 본인 명의의 IRP를 개설해 퇴직금을 받을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넣으면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은퇴 자산을 설계할 때 또 하나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의료비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용도 함께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김대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은퇴 자금이라고 하면 대개 생활비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 노후 의료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면서 “현재 들고 있는 보장성 보험의 시기와 대상, 금액 등을 점검하고 의료비를 은퇴 설계의 중요한 축으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일요일 일요일은 가수다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 일요일 일요일은 가수다

    ‘모니크 커리(삼성)의 2연패냐, 박혜진(우리은행)의 3연패냐.’ 18일 오후 2시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여자프로농구 올스타전이 열린다. 선수단은 팬(80%)과 기자단(20%) 투표 합산으로 상위 7명씩 선발한 뒤 감독 추천을 통해 한 명을 더 뽑았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 전원이 포함돼 팀당 14명으로 이뤄졌다. 팬 투표 상위 5명이 선발 출전한다. 중부선발은 신지현, 강이슬(이상 하나외환), 박혜진, 이승아(이상 우리은행), 이경은(KDB생명), 남부선발은 변연하, 강아정(이상 KB스타즈), 김단비, 최윤아(이상 신한은행), 이미선(삼성)이다. 특히 변연하와 이미선은 통산 11번째 올스타전을 치러 박정은 삼성 코치와 나란히 역대 최다 출전을 기록하게 됐다. 중부선발과 남부선발은 지금까지 여덟 차례 맞붙어 4승4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다. 감독 추천으로는 중부선발에 임영희(우리은행)가 뽑혔고 남부선발은 투표 합산 결과 박하나(삼성)와 홍아란(KB스타즈)이 공동 7위에 올라 추천 선수가 없다. 최대 관전 포인트는 지난 시즌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커리의 2년 연속 수상 여부다. 팬 투표 1위를 각각 차지한 남부선발 변연하와 중부선발 신지현의 활약도 기대된다. 여기에 ‘농심 백두산 백산수와 함께하는 3점슛 콘테스트’에 구단별로 2명씩 모두 12명이 나서는데 박혜진이 3연패에 성공할지도 큰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KBS 개그콘서트의 ‘힙합의 신’ 팀이 DJ 퍼포먼스로 선수 소개를 하고 ‘렛잇비’ 팀이 공군사관학교 군악대와 함께 애국가를 제창한다. 하프타임에는 ‘렛잇비’ 팀의 공연과 함께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얼짱 선수 홍아란(KB스타즈)과 신지현이 가수 인순이의 히트곡 ‘거위의 꿈’을 들려준다. 둘은 노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5일 서울 신사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3시간 동안 실력을 가다듬었다. 관객 전원에게 벌집와플과 생수 한 병이 제공되고 경기 중에는 선수들이 직접 피자 200판을 돌린다. 하프라인슛을 성공시키면 10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증정한다. 이 밖에도 추첨을 통해 이용권, 패밀리식당 이용권, 건강 검진권 등을 나눠 준다. 지정 좌석을 구매하면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머그컵을 받을 수 있고 프리미엄석에서는 올스타 선수들과 함께 라운지를 이용하고 경기 종료 후 선수단과의 기념사진 촬영 기회가 주어진다. 임병선 전문기자 bsnim@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조직 위기관리 ‘3T’가 가른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조직 위기관리 ‘3T’가 가른다/류찬희 산업부 선임기자

    조직의 위기관리 능력이 화제다. 어떤 조직이든 위기는 예고 없이 닥친다. 위기관리에 뒤떨어지는 기업이나 국가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헤쳐 나가느냐에 따라 조직이 시련을 겪기도 하고 한 단계 성숙할 수도 있다. 조직의 위기관리는 ‘3T’에 달려 있다. 우선 시기 선택(timing)이 중요하다. 온라인상의 커뮤니케이션(SNS) 발달로 좋지 않은 뉴스나 소문은 상황을 파악, 대처하기도 전에 번개 속도로 번진다. 이 과정에서 진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일방적이고, 심지어 짜깁기까지 더해 사건의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보면 위기관리에서 타이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대한항공은 사건 초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보다는 진실을 감추고 오너 감싸기에만 급급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다음에 잘못을 시인했지만, 이미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진 상태였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위기관리 기능은 제로(0)였다. 글로벌 항공사라는 평가가 무색할 정도였다. 오너에게 직언할 수 없는 조직 문화와 위기관리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국토교통부가 보여 준 초기 위기관리 대응도 너무 허술했다. 수사권이 없어 완벽한 조사는 애초부터 기대하지 않았던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사건 조사 초기 기본 원칙만 지킬 수 있도록 고위 공직자가 지켜봤다면 국토부가 엄청난 비난을 받는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과와 대책 발표는 타이밍과 함께 진실(truth)이 들어가야 한다. 대한항공은 뒤늦은 사과에도 불구하고 진실까지 빠져 매를 벌었고, 국민들의 분노를 샀다. 사실과 다른 해명은 하지 않은 것만도 못하다. 특히 기업의 오너가 개입됐거나 도덕성을 요구하는 해명은 더욱 그렇다. 위기관리에는 전술(tactics)도 따라야 한다. 지난해 사회문제화됐던 현대차 싼타페의 연비 과장 표시 문제가 그렇다. 기업의 잘못도 있지만 정부의 연비 측정 시스템에도 문제가 있었다. 현대차는 국제기준과 부처 간 애매모호한 측정 시스템을 내세우면서 버텼지만 결국은 보상을 결정했다. 정부의 연비 과장 지적을 먼저 받아들인 뒤 소비자 보상선에서 마무리지었다면 글로벌 기업의 명예가 실추되는 어리석음은 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위기관리 극복은 3T 원칙과 함께 위기관리 전문가를 중용하고 원칙을 중시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때 더욱 빛이 난다. 위기관리 담당자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가 오너나 최고 경영자에게 직언할 수 있는 조직 문화도 필요하다.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조직으로 삼성그룹을 든다. 총수가 오랫동안 경영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조직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비결은 3T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비결 역시 국가 지도자의 빠른 판단, 진실한 홍보,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대책을 전략적으로 실천에 옮긴 조치가 바탕이 됐다. 위기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어떤 조직이든 위기에 즉각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조직 경쟁력이 아닌가 싶다. chani@seoul.co.kr
  • [서울광장]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남긴 숙제/김성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남긴 숙제/김성수 논설위원

    “바보 같은 짓에 말려들지 않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야 한다.” 그제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문서 유출 사건에 연루된 남동생 지만씨를 지칭한 것 같다. 대통령의 격(格)에 맞지 않는 거침없는 표현이어서였을까. 그 말만 귀에 그대로 꽂혔다. 지난해 기자회견 때 나온 “통일은 대박”에는 못 미치겠지만 한동안 유행어가 될 듯도 하다. ‘조작’, ‘이간질’, ‘허위’라는 거친 단어도 여과 없이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계속 논란이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건전하지 못한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문서 유출 사건에 대한 불편한 속내가 느껴졌다. 하지만 정작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한 것은 경제 분야다. 전체의 3분의2가량을 차지했다. 지난해 기자회견 때보다 두 배가량 많았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방증이다. 희망의 을미(乙未)년 새해가 밝았지만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힘들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새해 들어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자 자취를 감췄던 개비 담배가 다시 등장했다. 1개비에 300원이다. 가구당 평균 빚은 6000만원에 달한다. 초저금리가 이어지면서 은퇴자들은 퇴직금을 은행에 맡겨 놓고는 생활이 안 된다. 은퇴 가구의 절반 이상은 빈곤층이다.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는다고 부러움을 받았던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업계는 외환위기 때 못지않은 구조조정의 한파에 시달린다. 지난해 금융권의 일자리는 1년 만에 2만 4000개가 사라졌다. 5년 만에 최대 구조조정 폭이다. 금융권 구조조정은 새해 들어서도 진행형이다. 이런 상황이니 대통령이 경제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올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 정치가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대전제도 여전히 유효하다. 공무원연금 개혁, 노사정 대타협 도출 등 지난한 과제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쟁에 빠져 ‘골든타임’을 허비할 수는 없다. 그런 면에서 비선 개입 의혹 등 정치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상황 인식은 민심과 한참 동떨어져 있다. 또 다른 정쟁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 박 대통령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말 드물게 사심이 없는 분”이라고 평가했다. 문고리 권력 3인방 비서관에 대해서도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청와대 장악에 실패한 김 실장은 곧바로 교체해야 한다는 국민 대다수의 생각과는 너무나 간격이 크다. 더구나 ‘3인방 비서관’들에게는 날개를 달아 준 격이 됐다. 비서실장의 지시에 반기를 든 김영한 전 민정수석에 대해서도 “항명이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인적 쇄신의 요구가 거센데 이를 정면으로 무시하고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로 보이지만 잘못된 일이다. 박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크게 세 가지 정도의 숙제를 남겼다. 먼저 인적 쇄신이다. 국면 전환용을 내켜하지 않을 수도 있고, 정치 공세에 밀려 물러서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청와대와 내각의 대폭적인 인적 쇄신은 반드시 해야 한다. 대통령의 과거 측근과 남동생, 현 측근, 전·현직 청와대 비서관, 행정관 등이 서로 엉켜 진흙탕 싸움을 벌였는데, 아무도 잘못이 없고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면 국민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집권 3년차 국정 원동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시급한 인적 쇄신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소통도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각계각층의 국민들을 많이 초청해서 얘기도 듣고 활발히 많이 했다”는 박 대통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마지막으로 인사 대탕평의 문제다. 박근혜 정권 들어서 특정 지역으로 인사가 편중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 대통령은 “특정 지역이라고 해서 어떤 차별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지역과 관계없이 최고의 인재를 얻는 것에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소위 5대 사정기관장(감사원장·공정거래위원장·검찰총장·국세청장·경찰청장) 모두 영남 출신인 게 대표적이다. 군사정권 때도 없던 일이다. 우연히 그렇게 됐다면 지금부터라도 지역과 관계없이 널리 인재를 구해 써야 한다. 인적 쇄신, 소통, 인사 대탕평 이 세 가지 숙제는 박 대통령이 ‘30년 경제 번영의 기초를 닦는 마지막 봉사’에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해야 한다.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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