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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보건·의료직 필요한 ‘늙은 한국’

    [단독] 보건·의료직 필요한 ‘늙은 한국’

    취업자 증가할 26개 직업 중 보건·의료직 13개 압도적고령화·1인 가구 증가 영향증권·외환 딜러는 AI에 밀릴 듯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향후 10년간 인력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직종 절반이 ‘보건·의료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스마트폰 사용시간이 늘면서 정보기술(IT) 직종도 인력 수요가 꾸준히 늘 것으로 관측됐다.16일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한국직업전망 2017’에 따르면 향후 10년간 취업자 수가 증가하는 직업은 26개로 나타났다. 여기서 ‘증가’는 연평균 취업자 수 증가율이 2% 초과하는 직업을 의미한다. 이어 ‘다소 증가’는 58개, ‘유지’ 95개, ‘다소 감소’ 17개, ‘감소’ 3개였다.고용 증가 직업 26개 중에서 보건·의료직이 13개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인구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이 인력 수요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수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치과위생사, 물리·작업치료사, 임상심리사, 영양사, 응급구조사, 간병인 등이 포함됐다. 201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인구 1000명당 2.2명으로 OECD 회원국 3.3명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인공지능(AI) 의사 ‘왓슨’ 등이 등장했지만 인구 고령화, 소득 상승, 건강보험 발전 등의 영향으로 의사는 2025년까지 연평균 2.4%씩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상위 25% 전문의의 월평균 소득이 1153만원으로, 상당수가 고소득자라는 점은 인재가 몰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의사는 1인 가구와 노인 인구 증가 영향으로 반려동물에게 정신적 위안을 얻으려는 사람이 늘면서 향후 10년 동안 인력 수요가 많을 것으로 관측됐다. 간호 인력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고용정보원은 “보호자 없는 병동 확산으로 간호조무사 취업자는 연평균 2.6%, 방문 간병 서비스 확대로 간병인은 2.8%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외에 약사·한약사, 임상병리사, 안경사, 치과기공사, 의무기록사 등 나머지 5개 직종도 ‘다소 증가’에 포함돼 산부인과 전문의 등 저출산과 관련된 일부 직종을 제외하면 보건·의료직은 향후 10년간 인력 수요가 감소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추정됐다. 고용 증가 직업에는 네트워크시스템개발자, 웹·멀티미디어 기획자, 응용소프트웨어개발자, 컴퓨터보안전문가 등 IT 직종 4개도 포함됐다. 스마트폰 가입자 증가, 웹툰 창작 활성화, 정보보안 시장 성장 등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가 2.1~2.7%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 취업자 수가 해마다 2% 넘게 감소할 가능성이 높은 직종은 낙농·사육 종사자, 어업 종사자, 작물재배 종사자 등 3개 직종이었다. 귀농인구 증가에도 불구하고 농가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2030년 50%를 넘어서는 등 인구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기 직종으로 분류하는 ‘대학교수’와 ‘증권·외환딜러’ 취업자 수는 다소 감소해 구직자 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대학교수는 2015년 기준 61만명이었던 고교 졸업생이 2023년 40만명으로 급감하면서 점차 인력 수요가 줄어든다. 최근에는 비정년트랙교수나 강의전담교수, 취업전담교수 등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교수도 증가하고 있다. 증권·외환딜러는 ‘로보어드바이저’ 등 방대한 데이터에 기반한 AI 시스템의 영향으로 일자리를 뺏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과 국내 은행산업의 미래/홍재문 은행연합회 전무

    [금요 포커스] 4차 산업혁명과 국내 은행산업의 미래/홍재문 은행연합회 전무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3D 프린팅 등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오프라인 지점 중심의 고비용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 은행산업도 모바일뱅킹 중심의 혁신적인 서비스를 앞세운 인터넷전문은행과 혁신적 금융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한 창업기업(핀테크 스타트업)의 출현으로 다른 산업의 근본적 변화 못지않은 혁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지난 3일 출범한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엄지족 세대를 겨냥해 음성인식 뱅킹, 디지털 음원 이자 등 기존 은행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미국의 벤처투자가인 톰 로베로(IVP 인베스트먼트)는 “은행이 공격당하고 있다”면서 그 예로 “웰스파고은행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는 거의 모든 서비스를 130여개의 핀테크 기업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해외 핀테크 스타트업은 대출, 투자, 인수, 자기매매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는 대형 은행과 달리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역량을 전문화해 경쟁하고 있다. 특히 규제가 심한 부분은 피하고 P2P대출, 지불결제, 환전, 투자자문 등 리스크는 떠안지 않으면서 수수료를 창출하는 자본 효율적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위기감 속에서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핀테크 기업을 인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용권을 확보하고 대규모 정보기술(IT) 투자를 하는 등 디지털 시대에서의 생존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미국 씨티그룹은 유망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제휴, 공동 개발을 넘어 경쟁 핀테크 기업의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수 있도록 오픈 플랫폼을 제공하는 핀티그레이트를 통해 경쟁사의 장점을 통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으며, 골드만삭스는 소셜미디어 분석업체인 데이터마이너에 1억 3000만 달러를 투자하고 전체 인력의 27.3%를 IT 전문가로 재구성하는 등 IT를 접목한 혁신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우리 은행권도 4차 산업사회에 맞는 금융서비스 모델로 하루빨리 전환하기 위해서는 인터넷은행 출범과 함께 디지털시대, 4차 산업시대에 맞는 체질로 탈바꿈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규제 완화를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 은산분리 완화로 혁신적인 IT기업들이 주도하는 새로운 형태의 은행이 차별화된 시장 개발 및 은행 간 경쟁 촉진으로 은행산업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물론 은행이 재벌이나 대기업 즉 산업자본의 사금고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대주주와의 거래규제를 강화하는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통해 이런 문제점을 충분히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핀테크 스타트업과의 협업, 제휴 혹은 인수 등을 통해 우수한 창업기업의 혁신 능력과 유연한 인프라를 은행의 리스크 관리, 업무 프로세스 등 모든 부분에서 받아들여 획기적 변화를 이루어야 한다. 기존 은행은 복잡한 규제 속에서 수익을 찾는 것에 적응해 새로운 환경과 시장에 신속히 대응하는 능력은 핀테크 스타트업에 비해 떨어진다. 소비자의 관점에서 항상 새로움을 추구하는 핀테크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과 같은 형태의 은행은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끝으로 미래금융의 핵심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의 활용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블록체인은 거래 데이터를 중앙집중형 서버에 보관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거래 참가자 모두가 내용을 공유하고 데이터를 정기적으로 갱신해 위·변조가 불가능한 분산형 디지털 장부이다. 향후 블록체인이 지급결제, 외환송금, 무역금융 등 금융은 물론 상거래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지금부터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해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선도할 수 있다.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치는 지금 국내 은행산업은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을 맞았다. 국내 은행이 속도감 있게 체질을 개선하고 변화해 나간다면 세계적인 금융사로 도약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외연확장 安… 변양호·김운용·김민전 영입

    외연확장 安… 변양호·김운용·김민전 영입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지지율 상승세에 힙입어 매서운 기세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안 후보는 13일 안희정 충남지사의 경제 멘토 역할을 했던 변양호 보고펀드 고문(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경제특보로 전격 영입했다. 또 김민전 경희대 국제캠퍼스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를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김운용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을 상임고문으로 영입했다. 안 후보 측은 이날 “안 후보가 최근 변 고문을 직접 만나 경제특보를 제안했다”면서 “변 특보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던 주역 중 일인”이라고 영입 이유를 밝혔다. 이는 안 후보가 “상대편 캠프에 있는 사람이라도 전문가라면 등용해 쓰겠다”고 한 발언 이후 나온 것이어서 본격적인 비문(비문재인) 진영 끌어안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변 특보 영입은 특히 안 지사의 대선캠프 정책단장을 맡았던 변재일 의원의 탈당설이 제기되던 와중에 성사된 일이라 주목된다.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된 김 교수는 각종 정치 현안 토론회에서 토론자 및 진행자로 활발히 활동해 왔고,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위원을 지냈다.손학규 선대위원장은 최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에게 안 후보를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대표는 선뜻 지원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내가 민주당을 탈당한 것만으로도 ‘문재인은 안 된다’고 얘기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손 선대위원장이 전했다. 안 후보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영입을 추진 중인 개혁적 보수 성향의 김덕룡 김영삼민주센터 이사장에게도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무소속 홍의락 의원도 국민의당 입당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변 특보와 함께 안 지사의 멘토로 알려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도 최근 부쩍 안 후보와 가깝게 지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유석 경기 성남시의회 의장을 비롯한 현직 기초의원과 최영근 전 화성시장 등 1200여명도 14일 기자회견을 갖고 입당을 선언하기로 하는 등 당세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안 후보는 외연을 넓히면서도 지지층 결집에 힘쓰는 모습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영장 기각과 관련, “김수남 검찰총장은 책임지고 즉각 사퇴하라”며 “5월 10일부터 권력기관에 포진한 우병우 사단을 즉각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휴대전화 데이터를 모두 사용하더라도 속도 조절을 통해 무제한으로 추가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온 국민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 공약도 내놓았다. 한편 국민의당은 지난달 25~26일 호남 경선에서 불법 동원 의혹에 연루된 김정환 부대변인을 직위 해제했다고 밝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안철수, 변양호 경제특보로 영입

    안철수, 변양호 경제특보로 영입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는 13일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을 경제특보로 영입햇다고 밝혔다. 안 후보 측은 보도자료에서 “변 특보는 1977년부터 2005년까지 경제부처에서 경제 및 금융 정책의 주요 직책을 역임하면서 한국금융의 발전을 이끌어왔다”면서 “특히 1997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국제금융 주무과장과 국장으로서 금융산업 구조개선과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기여했던 주역 중 일인”이라고 영입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2005년 이후에는 국내 첫 사모투자펀드인 보고펀드를 설립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에 기여한 바 있다”고 밝혔다. 변 특보는 금융정책국장 시절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했다는 시비에 휘말렸다가 4년 법정 공방 끝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협상에서의 의사결정에 관여했다가 구속까지 된 것으로 인해 공무원 사이에서는 ‘변양호 신드롬’이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였다. 안 후보는 변 특보의 영입을 계기로 현재 공무원들 사이에 만연된 보신주의 극복의 시그널이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선대위 측은 전했다. 변 특보는 최근까지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경제자문을 해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금리인상에… 더 커지는 아시아 ‘부채 리스크’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가 본격 금리 인상에 돌입하면서 아시아 국가의 부채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2021년까지 만기 도래하는 아시아 회사채가 1조 달러(약 1141조원) 규모이며 이 중 달러화 표시 채권이 63%인 만큼 아시아 부채 리스크가 재부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시아의 부채 폭탄은 기업부터 은행, 정부, 가계 등 경제 주체에 광범위하게 확산돼 있으며 미 금리 인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비싸지면 이들 국가의 부채 뇌관을 건드린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각국 정부가 외환보유고를 확충하고 채권시장을 강화하는 등 완충지대를 두고자 노력하지만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른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58%에 이른다. 2015년(158%)과 비교하면 불과 2년 새 무려 100% 포인트나 늘었다. 중국의 부채는 대부분 기업에서 이뤄진 것으로 국영 ‘좀비 회사’가 주범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중국의 경기둔화와 원자재 가격 변동, 환율 변동성 등은 역내 위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상하이의 철근부터 호주 시드니의 부동산까지 모든 부분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부채비율은 2008년 173%에서 지난해 240%로 확대됐으며, 호주도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면서 가계부채 비율이 189%로 치솟았다. 호주는 지난해 가구당 소득이 3% 증가한 데 반해 주택 관련 부채는 6.5% 증가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난 몇 년간 저금리와 부동산 붐을 통해 경기를 부양해 1344조원에 이르는 막대한 가계부채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5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29%를 크게 웃도는 169%이다. 정부 부채가 GDP의 2.5배에 이르는 일본은 세계에서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국민의 기업 특집]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 수출 걱정 끝… 전문무역상사 첫 지정

    [국민의 기업 특집]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환경기술 수출 걱정 끝… 전문무역상사 첫 지정

    한국환경산업기술원(KEITI)이 환경 분야에서 처음이자 공공기관 최초로 지난달 전문무역상사에 지정됐다. 전문무역상사는 중소·중견기업의 신시장 개척과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산업통상자원부가 지정한다. 환경산업기술원은 이 제도를 통해 우수한 기술과 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만 수출 전문 인력 및 역량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중소·중견 환경기업에 ‘원스톱’ 해외 진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특히 직접 수출을 대행해 영세한 환경기업의 해외진출 리스크를 줄이고 해외시장에서 우리 제품의 신뢰도를 높일 계획이다. 아울러 환경산업기술원은 환경기술 국제공동 현지 사업화 지원사업을 통해 국내 우수 환경기술을 해외 현지 여건과 환경규제에 맞도록 사업화 자금을 지원한다. 2004년부터 지금까지 총 165개 과제를 지원, 5250억원에 달하는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 해외환경산업협력센터를 운영해 국내 환경기업이 해외 사업 수주를 위한 현지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알제리 등의 현지 시장정보 등을 밀착 지원한다. 센터를 통한 국내 기업 수출 실적은 2014년 2635억원에서 2016년 9547억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남광희 원장은 “전문무역상사를 통해 올해 1억 달러 수출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국내 환경산업이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육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 ‘뇌관’ 터질라…유엔 차원 추가 대북제재 경고한 셈

    트럼프 對中압박도 작용한 듯 코리아 리스크에 금융시장 출렁 주가·환율·채권 트리플 약세로 10일 한·중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강력한 추가 조치’를 거론하며 북한에 사전 경고를 보낸 것은 최근 극도로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 상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미·중 정상회담 종료 이후 미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등 전략 자산이 한반도 인근으로 모여드는 상황에 북한이 6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를 감행할 경우 자칫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충돌의 ‘뇌관’이 터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이날 수석대표들이 합의한 강력한 추가 조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 제재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지난해 북한의 4차·5차 핵실험 이후 각각 안보리 결의 2270호와 2321호 채택에 합의하고 제재 이행에도 동참해 오고 있다. 그럼에도 북한의 6차 핵실험 및 ICBM 시험 발사 준비 징후가 잇달아 포착되자 선제적으로 추가 제재를 경고한 셈이다. 대북 원유 수출 차단, 북한 해외 노동자 파견 제한 등 최근 한·미 당국이 추가 제재 요소로 논의 중인 방안들도 성패의 키는 모두 중국이 쥐고 있다. 여기에는 지난 6~7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이 나선다”고 강조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對中)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서는 ‘중국 역할론’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2차 제재) 등에 착수하고 군사적 옵션을 가동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핵화, 평화안정, 대화·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한반도 3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중국 입장에서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수록 전략적 부담이 커지게 된다. 또 중국 우다웨이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이번 방한의 또 다른 목적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반대 외교의 명분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국내에서는 다시 고개 드는 ‘코리아 리스크’에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가·원화값·채권값이 트리플 약세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먼저 손을 터는 양상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7.7원 오른 1142.2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41포인트(0.86%) 내린 2133.32로 장을 마쳤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연 1.722%)는 전 거래일보다 4.1bp(1bp=0.01%) 올랐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또 고개드는 ‘코리아 리스크’..손터는 외국인

    또 고개드는 ‘코리아 리스크’..손터는 외국인

    ‘코리아 리스크’에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스피를 뚫을 듯 하던 코스피는 다시 힘을 잃었고 원·달러 환율은 올랐다. 채권금리는 일제히 오르면서 주가·원화값·채권값이 트리플 약세를 보였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면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손을 터는 양상이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7.7원 급등한 1142.2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41포인트(0.86%) 내린 2,133.32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종가 기준으로 2130선으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15일(2133.00) 이후 18거래일 만이다. 장중 한때 2128.35까지 떨어져 2130선을 내주기도 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위협 속에 미국 항공모함 전단이 한국 쪽으로 이동하는 등 한반도 주변에 긴장감이 높아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미국 증시의 주요 지수가 모두 약보합세를 보인 것도 영향을 줬다. 지난 7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는 0.03% 내렸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08%)와 나스닥지수(-0.02%)도 모두 하락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항공모함 전투단이 북한의 핵도발에 대한 경고와 일종의 중국 압박 메시지로 동해로 이동하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됐다”며 “미국의 시리아 공습에 한반도 정세불안까지 겹쳐 외국인이 매도를 지속했다”고 분석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54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6거래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이어갔다. 외국인은 코스피200선물을 2000억원 가까이 대량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기관도 45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고,개인이 홀로 65억원 순매수했다. 국고채 금리도 일제히 올랐다. 금리가 올랐다는 것은 채권값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이날 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4.1bp(1bp=0.01%) 오른 연 1.722%로 장을 마쳤다. 5년물도 5.5bp 올랐고, 10년물은 6.0bp 상승했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외국인이 국채 선물을 많이 팔았다”고 분석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구우면 노릇, 입에선 야들…서민과 울고 웃는 삼겹살

    [우리 식생활 바꾼 음식 이야기] 구우면 노릇, 입에선 야들…서민과 울고 웃는 삼겹살

    삼겹살에 소주 한 잔. 회식의 대표적인 메뉴다. 그러나 중장년층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어려서 삼겹살을 먹었던 기억은 별로 없다. 오히려 희미한 기억 한 구석에 ‘여름에 먹는 돼지고기는 잘 먹어야 본전’이라는 말이 잠겨 있다. 돼지고기가 대중화된 것은 소고기값 폭등에 대처하기 위해 돼지고기 섭취를 장려했던 정부의 정책, 외환위기로 인한 회식문화의 변화 등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이제 정부는 돼지고기의 부위별 균형 소비를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정책은 가끔 이렇게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삼겹살이란 단어가 널리 쓰인 것은 1980년대다. 고기와 지방이 교차해 세 겹으로 쌓인 돼지의 배 부위 살을 뜻한다. 갈매기살, 토시살도 삼겹살의 일부분이다. 언론인 출신의 음식평론가 윤덕노의 ‘음식으로 읽는 한국 생활사’(깊은 나무)에 따르면 국어사전에 삼겹살이 오른 것은 1994년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회식 메뉴가 소고기 등심이나 갈비에서 돼지 삼겹살로 이동하면서 대중문화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 소비 육성책… 1994년 국어사전에 과거 돼지고기는 소고기에 비해 선호도가 낮았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식탁 위의 한국사’(휴머니스트)에서 1970년대 정부가 소고기값 폭등을 막기 위해 돼지고기 소비 육성책을 썼다고 적었다. 그 이전에 편육은 소고기였다. 1980년대가 되면서 돼지 보쌈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때 냉장고가 대중화되면서 가정에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돼지고기 보관이 쉬워졌다.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한국음식문화박물지’(따비)에서 삼겹살의 맛은 거의 지방에 기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이 타면서 내는 고소한 냄새와 그 지방이 입 안에서 씹히면서 내는 야들한 촉감을 즐긴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여기에 상추와 된장, 마늘, 풋고추 등을 더해 쌈으로 먹는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은 지난달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상추와 같이 먹으면 발암성 물질 발현을 60% 억제한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식습관이 고기를 구울 때 만들어지는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체내 독성을 줄인 것이다. 삼겹살은 비타민B1과 단백질, 아연, 엽산, 인, 철분, 칼륨 등 각종 영양성분이 풍부하다. 그래서 성장기 아이들에게 중요한 영양소 공급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 한돈자조금위원회의 설명이다. 그래도 삼겹살은 지방 과잉 섭취 논란에 계속 시달리고 있다. 주선태 경상대 축산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돼지고기가 좋다’(집사재)에서 육류 섭취량이 과도한 나라의 사람들처럼 돼지고기 섭취를 비만과 연결시켜 걱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주 교수는 비만은 돼지고기의 지방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섭취하는 총지방의 함량을 걱정해야 하는 문제라고 주장한다.주 교수의 ‘인간과 고기문화’(경상대출판부, 공저)에 따르면 삼겹살 구이문화는 지극히 한국적이고 독보적이다. 동물성 지방 섭취가 지나친 서양인들은 삼겹살을 염지(고기에 간이 배고 부드럽게 하는 과정)와 훈연을 거친 후 얇게 썬 베이컨으로 만들어 조금씩 잘라 먹는다. 한국인이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이유는 삼겹살을 주식으로 매일 먹지 않을 뿐만 아니라 먹을 때도 다양한 채소들과 함께 먹기 때문이다. 삼겹살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릴 때도 인기다. 강원도 태백과 영월에 탄광이 많던 시절, 하루 일과를 끝낸 광부들은 목에 걸린 먼지의 배출을 돕는다며 돼지고기를 먹었다. 실제 한국식품연구원은 2005년과 2007년 돼지고기가 카드뮴과 납 등 중금속이 신체에 쌓이는 것을 일정 부분 막는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봄이나 야외활동이 많은 시절이 되면 삼겹살의 수요가 대폭 늘어난다. 돼지 한 마리에서 나오는 삼겹살의 양은 돼지고기 평균 몸무게의 10%인 10~13㎏이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전국 20세 이상 소비자 737명에게 구이로 선호하는 돼지고기 부위를 물은 결과 삼겹살이 61.3%, 목살이 32.8%로 나왔다. 갈비살, 사태살, 앞다리살의 일부인 항정살 등은 각각 1%에 그쳤다. 삼겹살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니 수입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돼지고기가 31만 9000t 수입됐는데 이 중 삼겹살이 14만 9000t으로 절반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원산지를 속인 경우도 발생한다. 한돈자조금위원회에 따르면 돼지고기는 원산지 표시 단속 실적 1위를 기록하는 품목이다. 이에 한돈자조금위원회는 국내 돼지고기만을 파는 음식점을 대상으로 엄격한 심사를 거쳐 한돈 인증을 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에 917개 한돈 인증점이 운영 중이다.●작년 돈육 수입량 32만t 중 절반 차지 정부도 고민이다. 삼겹살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소비가 활성화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부위별 요리법을 소개하고, 정육점에서 돼지고기의 다양한 부위를 활용해 햄이나 소시지를 만들어 팔 수 있게 하는 등 각종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겹살도 다양해지고 있다. 일반적인 삼겹살 외에 얇아지거나 두꺼워진 삼겹살도 인기다. 대패삼겹살은 더본코리아의 첫 가맹점 사업인 서울 강남구 논현동 원조쌈밥집에서 시작됐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는 개장 당시인 1993년 300만~400만원 하는 고기절단기를 사지 못하고 100만원대의 싼 기계를 샀다. 이 기계로 썰은 삼겹살은 도르르 말렸는데 되레 생소한 형태의 삼겹살을 본 고객의 반응이 좋았다. 이에 백 대표는 삼겹살을 더욱 얇게 말리도록 썰어냈고 1996년 특허청에 ‘대패삼겹살’을 상표 등록했다. 서정욱 더본코리아 홍보본부장은 “상표 등록이 가능했다는 것은 백 대표가 대패삼겹살을 개발하고, 널리 알렸다는 근거”라고 설명했다. ●국내산 돼지고기 음식점엔 ‘한돈’ 인증 최근 들어서는 칼집삼겹살이 인기다. 일반적으로 대형마트에서 파는 삼겹살은 6㎜ 내외의 두께다. 집에서 프라이팬에 속까지 익혀야 해 상대적으로 얇은 두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대신 얇다 보니 식감이나 육즙이 아쉽다. 자체적으로 축산물 가공·포장시설(미트센터)이 있는 이마트는 지난해 고기 두께를 13㎜로 늘린 대신 고기의 결을 따라 4㎜가량 칼집을 넣은 칼집삼겹살의 전국 판매를 시작했다. 두께는 두꺼워졌지만 칼집을 넣어 열을 접하는 고기의 면적은 늘어나 속까지 고루 잘 익게 된다. 이제 칼집삼겹살은 이마트 내 일반 삼겹살 매출의 25%를 차지한다. 지역 명물도 등장하고 있다. 제주산 흑돼지다. 흑돼지는 강원도와 지리산 지역에서도 키운다. 이마트에 따르면 제주도 전체에서 생산되는 흑돼지는 월 3500여 마리 수준으로 희소성을 인정받아 경매가격이 다른 돼지고기 시세가에 비해 1.5~2배가량 높게 형성된다. 제주도의 많은 바람이 축사 내 환경을 쾌적하게 해 ‘청정 제주 흑돈’이란 선물세트로 쓰이기도 한다. 이제 돼지는 농업 단일품목 중에서 생산액이 가장 많은 품목이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돼지 생산액은 6조 7702억원으로 쌀 생산액(6조 4572억원)을 눌렀다. 양으로는 아직 쌀을 많이 먹지만 육류, 그중에서도 돼지고기가 식탁의 주인공이 되어가고 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대법 주심 오는 20일쯤 지정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대법 주심 오는 20일쯤 지정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의 정치적 명운이 달린 ’성완종 리스트‘ 사건 상고심을 맡을 주심(主審) 대법관이 조만간 지정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서류 송달 등을 고려해 이달 20일쯤 홍준표 후보의 사건을 심리할 재판부와 주심을 무작위 전자배당으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대선 후보자 등록 기간인 이달 15∼16일을 넘긴 시점이다.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심리가 개시되면 홍준표 후보의 적격성을 둘러싼 논란은 가열될 전망이다. 홍 후보는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당대표 경선을 앞두고 성완종(사망)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1심은 홍 후보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1억원을 선고했지만, 2심은 금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선 대법원이 금품 전달자의 증언 신빙성을 치밀하게 재검토할 예정이며, 결과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특히 만약 당선될 경우 당선 이후엔 진행 중이던 재판이 정지된다는 홍 후보의 말도 전례가 없는 만큼 논란이 분분한 상태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이 내란·외환 혐의가 아닌 한 재직 중 형사 소추를 당하지 않는다고 규정하지만 이미 기소된 사건의 재판 진행에 대한 규정은 없다. 학계에선 대통령의 형사상 특권을 규정한 취지에 비춰볼 때 형사재판도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과 취임 전 범죄 혐의는 그대로 심리해야 한다는 견해가 맞선다. 만약 대통령에 당선된 뒤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홍 후보는 정치자금법 제57조에 따라 직을 상실한다. 이 법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된 사람은 일정 기간 공직을 맡을 수 없고, 이미 취임·임용된 경우엔 퇴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일각에선 대법원이 상고심 심리를 대선 전까지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2015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홍 지사와 같이 불구속으로 합의부 재판을 받은 피고인의 상고심 처리 기간은 평균 167.2일이었다. 홍 지사의 상고심 접수 일자가 지난달 3일인만큼 산술적으로 올해 8월 중순 결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출산율은 삶의 질 낮은 탓…청년 미래 불확실성 해소해야”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저출산율은 삶의 질 낮은 탓…청년 미래 불확실성 해소해야”

    인류는 오랫동안 ‘국내총생산’(GDP), ‘국민총소득’(GNI) 등 거시경제 지표를 국부(國富)의 척도로 활용해 왔다. ‘1인당 GDP’나 ‘1인당 GNI’가 높은 나라 국민들은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의 국민들은 불행하다고 여기는 기계적인 사고에 길들여져 왔다. ‘1인당 GNI 3만 달러’ 달성을 우리나라 선진국 진입의 필수 요건처럼 여기는 것도 이런 경제규모 지상주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러나 GDP 등이 말해주는 경제 수준과 개인이 느끼는 삶의 질 격차가 점차 커지면서 거시 지표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들이 커졌다. 이를테면 1인당 GNI가 3000달러도 안 되는 부탄 같은 나라 국민들이 체감 행복지수 세계 1위를 다투는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2000년대 들어 국내에서도 우리가 얼마나 잘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이른바 ‘웰빙 지표’의 필요성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 첫 결실이 지난달 16일 발표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다. 교육, 안전 등 일부 지표가 현실 체감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으나 질적인 삶의 수준을 평가해 보려는 첫걸음이라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삶의 질 종합지수 개발·측정의 주역인 유경준 통계청장과 한준 한국삶의질학회장(연세대 사회학과 교수)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 통계청 나라셈도서관에서 김태균 서울신문 경제정책부장이 만났다. 삶의 질이 주목받게 된 시기는참여정부 때부터 성장·분배에 관심 유 청장 삶의 질 종합지수가 발표된 뒤로 많이 바빠지셨죠? 한 교수 중앙부처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면담이나 자료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지난해 11월 삶의질학회 창립총회를 열었을 때 회원 수가 30명 정도였는데 종합지수 발표하고 나서 여기저기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많이 밝혀주셔서 학회 규모가 꽤 커질 것 같습니다. 삶의 질이란 게 건강, 가족, 소득·소비, 문화여가 등 다양한 삶의 영역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사회과학 아니겠습니까. 그렇다 보니 주축은 사회학자이지만 심리학, 경제학, 행정학 다양한 학계에서 관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유 청장 맞습니다. 저도 국내에서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이렇게 뜨거울 줄 미처 몰랐습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가 2008년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요청으로 GDP를 대신해 행복을 측정할 수 있는 경제지표 개발에 나서면서 전 세계적으로 삶의 질이 조명받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양극화가 사회문제로 대두했던 참여정부 때부터 삶의 질을 논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까지만 해도 외환위기 해결이 시급해 분배보다는 성장이 더 큰 과제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성장과 분배에 대한 논쟁이 본격화했습니다.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으로 성장의 과실이 골고루 나뉘던 시절에는 분배도 개선됐는데, 1990년대 초부터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기 시작했고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눈에 띄게 커졌습니다. 나라는 부강해지는데 왜 개인은 그에 비례해 부유해지지 않는지에 대한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소득이 일정수준 높아져서 먹고살 만큼 되니 노동의 질, 환경 등 다른 주제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이지요. 한국인들은 왜 자기 행복감이 낮은가타인과 비교 잘해 상대적 박탈감 커 한 교수 그렇습니다. 2000년대 초중반을 전환점으로 볼 수 있습니다. 국민소득이 2만 달러대에 접어든 시점이지요. GDP가 늘어도 삶의 만족도가 크게 오르지 않는 이른바 ‘이스털린의 역설’이 시작된 때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는 발전을 계속하는데 사회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는 다양해집니다. 비단 촛불시위뿐만 아니라 환경, 교육 등 여러 주제에 걸쳐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경제적 총량은 커졌는데 이를 대하는 개인의 가치와 의식이 바뀐 겁니다. 국제적인 환경 변화도 적잖은 영향으로 작용했습니다. 국제연합(UN)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나라별 삶의 질과 행복지수를 비교해 발표하니까 우리는 왜 삶의 질 순위가 낮은지 궁금해진 겁니다. 한 교수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지표 대신 행복감, 즉 주관적인 웰빙(안녕)으로 측정하는 유엔 세계 행복보고서를 보면 경제 수준에 비해 행복감이 낮은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입니다. 집단주의 문화가 강해서 남과 비교하는 성향이 강한 것 등이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유 청장 경제성장률, 기대수명처럼 객관적 지표는 한국이 높은데 주관적 행복감이 낮은 이유는 아무래도 상대적 박탈감이 작용해서 그렇다고 봐야 될 겁니다. 내가 스스로 느끼는 행복도 중요한데 다른 사람의 눈에 비쳐진 내 모습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특히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상대적 행복감이라는 개념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GDP나 월급봉투에 찍히는 숫자는 객관적인 소득 수준만을 나타내는 데 머물고 있습니다. 한 교수 우리나라는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다 보니 정부 정책은 공급자 중심이었습니다. 어느 정도 성장하면 욕구와 관심이 다양해지기 때문에 공급자 중심의 정책 마인드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압축성장을 한 만큼 삶의 질에 대한 기대치가 계속 상승해왔기 때문에 기대가 충족되는 속도가 조금만 느려져도 불만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유 청장 우리와 정반대 사례가 동남아시아의 부탄입니다. 이 나라는 경제 수준은 180개국 가운데 140~150등으로 하위권이지만 삶의 질 만족도는 아시아에서 1, 2위를 다툽니다. 종교적 만족도와 명상을 정책목표로 삼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선진국에서도 삶의 질 향상을 경제 성장과 함께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제 막 시작한 셈입니다. 삶의 질과 경제발전과의 관계는GDP 영향 크지만 보완할 부분 많아 유 청장 이번에 발표한 삶의 질 종합지수가 인간의 행복을 측정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라고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GDP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삶의 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누가 뭐래도 소득수준 아닙니까. 그러한 GDP를 넘어선다는 뜻으로 ‘비욘드(beyond·넘어서) GDP’라는 말이 나왔죠. 그러다가 GDP도 중요하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개념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GDP 플러스 비욘드’ 등이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가사노동이나 공유경제처럼 GDP가 포괄하지 못하는 영역에 주목하면서 사회적 이동성과 같이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지표의 개발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교수 그렇게 되려면 삶의 질 종합지수가 사회현상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계속 수정·보완하는 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사실 이번에 발표하고 나서 외부에서 욕을 참 많이 먹었습니다. “나는 불행한데 삶의 질이 왜 개선됐다고 하느냐”는 등 불만이 많았습니다. 삶의 질 종합지수는 12개 영역 80개 지표로 작성됩니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80개 지표 가운데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는 개개인마다 다릅니다. 전문가 입장에서는 한국적 특수성을 잘 반영한 지표라고 생각하는데 국민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사회적 계층 이동성 지표, 이른바 ‘흙수저’가 ‘금수저’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도 담고 싶었지만 관련 통계가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통계 자체는 유용하지만 비교적 최근 자료라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지표도 있었고요. 결국 통계가 쌓이다 보면 삶의 질 종합지수도 완성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삶의 질을 결정하는 요소는 최근엔 미세먼지 같은 환경도 중요 유 청장 맞습니다. 최근에는 환경이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세먼지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미세먼지 통계를 삶의 질 측정에 반영하는 건 꽤나 복잡한 작업입니다. 미세먼지도 입자 크기에 따라 다양하고, 이마저도 최근 통계밖에 없기 때문에 시계열 비교가 어렵습니다. 개인의 체감과 숫자의 간극은 통계청 입장에서도 참 난감한 문제입니다. 실업률이 3.5%라고 해도 내가 실업자이면 자신의 실업률은 100%이니까요. 정책지표로서 삶의 질 지수가 잘 활용될 수 있도록 삶의 질 종합지수 산정에 반영되는 지표를 좀 더 체계적으로 선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남녀, 연령, 지역, 학력, 소득수준 등 각각의 지표를 집단별로 구분해서 볼 수 있도록 제시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데이터 분산’이라고 하는데요. 이른바 ‘평균의 함정’을 줄일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 분산이 가능하려면 모집단이 커지고 기반 통계가 풍부해야 합니다. 결국 비용의 문제이지요. 한 교수 지표 작성 과정이 전문가 중심의 하향식(톱다운)으로 추진되어서 국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못했다는 지적이 개인적으로는 제일 와 닿았는데요. 보완할 방법이 없을까요. 유 청장 안 그래도 올 하반기에 삶의 질 지표 보완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포털사이트나 통계청 사이트에서 삶의 질 측정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지표는 무엇인지 국민 의견을 받을 예정입니다. 국제적으로 삶의 질과 웰빙 측정이 확산되고 있는 만큼 캐나다, 호주, 이탈리아, 일본, 부탄 등 해외 사례를 검토해서 필요한 지표를 추가할 생각입니다. 지표 개선안이 마련되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지표검토위원회에 올려서 확정할 예정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다양한 욕구 충족·사회 문제 해결해야 한 교수 많은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통계청과 함께 삶의 질 지수를 발표한 이유는 암울해 보이는 우리 사회에 하나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출산율이 낮은 배경을 따져 보면 젊은이들의 낮은 삶의 질과 연결돼 있습니다. 결혼은 미래를 기약하고 과감히 투자하는 것인데 불확실성이 크니 자꾸 꺼리게 되는 것입니다. 저는 삶의 질이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도 사회 갈등, 인구 문제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삶의 질은 신뢰, 자원봉사, 기부행위, 사회적 지지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단지 물질적 삶의 수준만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과 인생관, 가치관을 아우른다는 뜻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도 우리처럼 젊은 세대의 불만이 폭증하면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향으로 성공해야 한다’는 의식의 변화를 겪었습니다. 정부 정책도 그에 맞게 많이 바뀌었습니다. 서구와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각자 자기만족을 위한 삶을 추구한다면 사회 갈등이 완화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회에서 만난 경제학자들과 얘기해보면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결국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합니다. 방향 전환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입니다. 유 청장 한국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느냐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 중 하나가 삶의 질 지수 작성의 계기였습니다. 주관적 행복감은 개인마다 다릅니다. 누구는 소득이 중요하고, 다른 누구는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에서 행복을 찾기도 합니다.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욕구를 취합해서 올바른 정책지표로 삼는 데 삶의 질 종합지수가 하나의 단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정부만의 과제는 아닙니다. 시민사회와 학계의 광범위한 참여가 절실합니다. 답을 찾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정리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유경준 통계청장은 ▲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고려대 경제학과 석사, 미국 코넬대 노동경제학 박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이코노미스트, 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관,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 ■한준 교수는 ▲서울대 사회학과 학사·석사, 미국 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미국 하버드 옌칭연구소 방문교수, 국민경제자문회의 균형경제분과 위원, 한국삶의질학회장
  • “추가 금리인상 숙고해야” 연준 한마디에 움츠린 환율

    “추가 금리인상 숙고해야” 연준 한마디에 움츠린 환율

    원/달러 환율이 1,115.3원으로 하락했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3.1원 내려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원 내린 1,117.0원으로 출발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진 것은 미국 연준 관계자들이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발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31일(미국시간)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올해 두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며 미 경제가 연평균 2% 정도로 성장함에 따라 시급한 금리 인상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뉴욕의 한 경제포럼에서 “한차례 추가 금리 인상에 반대하지는 않지만,연준 위원들이 그 이상의 추가 금리 인상은 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업체의 네고물량이 나온 것과 이달 중순에 나올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 대한 경계감도 원화 강세 현상을 부추겼다. 다만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애널리스트는 “미국 고용지표 발표가 예정돼 있고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도 앞두고 있어 환율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한때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6.8원 내린 1,111.6원까지 떨어졌지만,오후 들어 낙폭을 줄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공직체험] 집배원이라 쓰고 섬대표로 불린다

    [공직체험] 집배원이라 쓰고 섬대표로 불린다

    따뜻한 바닷바람이 봄의 시작을 알리던 지난달 27일. 목포항에서 쾌속선을 타고 3시간 가까이 파도를 헤쳐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항에 도착하자 그리스 산토리니를 연상시키는 섬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뱃멀미로 정신이 없던 기자 앞에 얼굴이 까맣게 탄 한 남성이 마을의 유일한 교통수단인 삼륜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16년째 홍도에서 ‘1인 집배원’으로 살고 있는 정대웅(44)씨였다. 그는 배 화물칸이 열리자 익숙한 손놀림으로 뭍에서 온 편지와 비와 소포 꾸러미를 오토바이에 옮겨 실었다.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자 우편 주머니를 들었더니 생각보다 꽤 무거웠다. 정씨는 “초짜가 이런 일 하면 허리 다친다”고 나무란 뒤 삼륜차 화물칸에 기자를 태워 산 중턱 홍도우체국으로 올라갔다.# 220가구의 소식을 싣고… 해가 지면 섬 전체가 붉게 물든다고 해서 이름붙은 홍도(紅島)는 580여명, 220가구가 오손도손 모여 사는 작은 섬이다. 이곳의 유일한 집배원인 정씨는 육지 소식을 가장 먼저 배달하는 ‘일꾼’이자 뭍과 섬을 연결하는 ‘전령사’다. 홍도우체국은 다른 곳보다 한 시간 빠른 오전 8시에 문을 연다. 10시 30분쯤 섬으로 오는 배에 우편물을 보내려는 주민들이 아침 일찍부터 몰려들기 때문이다. 오전 내내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보내는 택배물품을 처리하느라 북새통을 이룬다. 많을 때는 하루 접수 물량이 300개나 되는데, 대부분은 도시 주민들이 인터넷으로 주문한 해산물과 뭍에 사는 자식에게 선물로 보내는 건어물이다. 접수받은 우편물을 삼륜차에 실어 항구에 옮겨놓은 그는 목포행 쾌속선에서 가져온 우편물을 지역에 맞춰 분류해 나갔다. 매일 홍도로 오는 우편물은 편지(신문 포함) 약 150통, 택배물 50개 정도. 이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발달해 우편 물량은 줄고 있지만 인터넷·모바일 거래가 늘어 택배 수요는 크게 늘고 있다고 정씨는 설명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그가 항구 건너편 발전소에 우편물을 갖다 주려 길을 나섰다. 6년 전쯤 만들어진 나무 계단을 30분 가까이 걸어 작은 산 하나를 넘는 ‘난코스’였다. 계단이 생기기 전에는 등반용 줄을 잡고 기어서 올라갔단다. 너무 숨이 차 홍도의 절경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고작 이것 걷고 뭐가 힘들다고 이러냐”고 기자를 채근하는 정씨의 모습은 말 그대로 ‘상남자’(남자 중의 남자)였다.# 절해고도의 삶은 외롭지 않다 오후 2시 30분. 남은 우편물을 가방에 차곡차곡 담아 마을 곳곳을 누볐다. 정씨를 본 한 동네 할머니가 “이 잡것아. 그동안 왜 이렇게 얼굴을 안 비쳤냐”며 그의 입에 크게 썬 홍어 한 점을 밀어 넣었다. 정씨는 “지금처럼 어르신들이 음식이나 믹스 커피를 건네며 ‘애쓴다’고 말할 때 피로가 가신다”면서 웃었다. 홍도에서 나고 자란 정씨는 고교 졸업 뒤 서울과 부산 등에서 일하다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격탄을 맞고 직장을 잃었다. 도시에 대한 아픈 기억을 안고 고향인 홍도로 내려와 방황도 했다는 정씨는 시간 날 때마다 집 근처 우체국에 들러 틈틈이 일을 도운 인연으로 2001년 3월 정식 집배원(상시계약직)이 됐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난다 홍반장’(2004년)이란 긴 제목의 영화를 보면 주인공 홍두식(김주혁 분)이 오지랖 넓게 동네 주민의 온갖 어려움을 샅샅이 파악해 모두 해결하는 ‘홍반장’ 역할을 한다. 이곳에선 정씨가 바로 이 마을의 홍반장이다. 마을 구성원 대다수가 칠순 이상 고령인 홍도에서 정씨는 거동이 불편한 이들의 공과금을 대신 내 주거나 보건지소에서 의약품과 구급약도 받아 준다. 섬에 딱 한 대 있는 우체국 현금지급기(ATM)에 가서 돈을 대신 찾아 주거나 반대로 돈을 부쳐 주기도 한다. 마을 주민이 온라인으로 주문한 생수 박스가 배로 들어오면 배달도 하고, 몸이 아픈 노인을 삼륜차에 태워 보건지소에도 데려간다. 편지를 돌리다 혼자 사는 노인 집에 들러 말벗이 되고 지붕에 물이 새면 직접 고쳐 주기도 한다. 며칠간 집에 인기척이 없거나 낯선 이가 의심쩍게 주변을 어슬렁거리면 경찰에 신고도 한다. 이 모든 것은 그가 집배원이기에 아무 대가 없이 주민들을 위해 해 주는 일이다. 우편 배달길에 만난 마을 청년회장 김영재(40)씨는 “대웅이형은 단순한 집배원이 아니라 마을 전체의 물류와 안전, 복지를 책임지는 사실상의 동네 대표”라며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일을 끝낸 정씨가 고샅길을 따라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 그의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집배원 일이 고되지만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보람도 커 절해고도의 생활이 외롭지 않다”고 말했다.# 15년 넘게 여름휴가 못 가 홍도에 없어서는 안 될 그에게도 말 못 할 고민이 있다. 오래전 마흔을 넘겼지만 미혼이라는 것. “요즘은 이런 섬까지 시집올 아가씨가 없다”며 고개를 흔들지만 그래도 결혼에 대한 미련을 버리진 않은 눈치다. 다만 이곳이 ‘1인 집배원 구역’이다 보니 단 하루도 섬을 비워 둘 수 없어 주말에 목포에 나가 맞선을 보는 것도 여의치 않다고. 집배원 일을 시작하고 15년 넘게 여름휴가 한번 다녀오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정씨처럼 한 지역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1인 집배원 구역’은 전국에 50여곳이나 된다. 그의 소원은 남들처럼 일 년에 한 번씩 일주일짜리 휴가를 다녀오는 것과 한 달에 한두 번이라도 주말을 온전히 쉬는 것이다. 때마침 1인 집배원 현황을 살피러 홍도를 찾은 황문영 전국우정노동조합 복지국장도 “강씨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혀를 찼다. 우정사업본부 훈령 15조에는 집배원 인력의 3.5%를 여유 인력으로 둬 병가나 휴가에 대처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우정사업본부가 우편사업에서 해마다 300억~700억원씩 적자를 내다 보니 인력 충원이 잘 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집배원의 평균 근로시간은 연간 2860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1747시간)뿐 아니라 우리나라 평균(2113시간)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최근 5년간 85명의 집배원이 과로사 등으로 숨졌고 올해 들어서도 두 명이 세상을 떠났다. 정씨에게 ‘휴식’과 ‘가족’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인생의 봄날’은 언제쯤 올까. 글 사진 홍도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경제 뉴스 깊이 들여다보기] 시중은행 고통분담 합의… 이제 한고비 넘은 대우조선

    [경제 뉴스 깊이 들여다보기] 시중은행 고통분담 합의… 이제 한고비 넘은 대우조선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 회생을 위한 출자전환 등 채무 재조정에 사실상 합의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대우조선으로선 일단 한고비를 넘은 셈이다. 그러나 ‘최순실 파문’으로 크게 덴 국민연금을 설득해야 하는 만만찮은 과제가 남아 있다. 구조조정을 관장하는 금융위원회와 산업정책을 책임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볼썽사나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28일 금융 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대우조선의 최대 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30일까지 시중은행들로부터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에 동참한다는 내용의 협약서를 받기로 했다. 정부와 산은이 대우조선에 2조 9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전제 조건으로 내건 무담보채권 출자전환(80%)과 만기 5년 연기(20%) 등 채무 재조정안에 동의한 것이다. 은행들은 또 대우조선이 신규 수주를 하면 5억 달러 규모로 선수금환급보증(RG)을 선다는 데도 합의했다. 채무 재조정에 실패해 사실상의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에 들어가면 손실이 더 커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대우조선 채권단이 정부 안대로 채무 재조정에 성공할 경우 5대 시중은행의 손실은 5157억원으로 추산된다. 출자전환한 주식이 모두 손실 난 것으로 가정한 시나리오에서다. 하지만 P플랜에 들어가면 대규모 선수금환급청구(RG콜)로 출자전환 규모가 늘어나고, 5대 은행의 손실 규모는 1조 4368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추정됐다. 채무 재조정보다 9229억원이나 손실이 많다. 특히 RG 등 지급보증 규모가 큰 농협은행(8492억원)과 신한은행(2979억원)의 손실이 각각 4000억원과 2000억원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위지원 한신평 연구위원은 “출자전환 비율을 정부의 채무 재조정과 같은 80%로 잡았을 때 추산된 손실액”이라며 “실제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더 큰 고비는 다음달 17~18일로 잡힌 사채권자 집회다. 정부와 산은은 집회에서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 50% 출자전환, 나머지 50%에 대한 만기 연장 등 채무 재조정이 통과돼야 신규 자금을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회사채 1조 3500억원 중 3900억원(28.8%)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사실상 칼자루를 쥔 셈이다. 그러나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에 압력을 가한 혐의로 구속된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쉽게 입장 정리를 못 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산은의 추가 감자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 회사채 300억원가량을 직접투자 형태로 보유한 신협도 내년 2월 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은 “회사 명운이 국민연금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국민연금 측과 만나 회사의 흑자전환 계획은 물론 자금운용과 향후 수주 전망 등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회사채 3500억원을 쥔 개인 채권자들을 설득하고자 사무직 부·차장급 간부 20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국민연금을 설득하지 못하면 사실상 사채권자 동의를 구하는 데 실패하는 것인 만큼 사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 파산 시 국가경제 피해 규모를 놓고 이견을 보인 금융위(59조원)와 산업부(17조원)가 한목소리를 내는 것도 관건이다. 두 부처의 불화설은 주형환 산업부 장관이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한 지난 23일 관계부처장관회의에 불참한 것을 놓고 시작됐다. 일각에선 산업부가 막상 책임질 대목(구조조정)에서 빠지고 싶어 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외환위기 때 구조조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대우조선 처리 방향이 결정되기 전 부처 간 이견이 나오는 것은 그럴 수 있지만 관계부처장관회의에서 발표된 결론을 놓고 산업부가 뒤에서 딴소리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 “구조조정의 최대 난제는 당사자들을 설득하는 일인데 정부에서부터 두 목소리가 나오면 어떻게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 장관은 오래전 잡힌 회의와 국회 일정 때문에 불참한 것일 뿐”이라면서 “금융위와 적극 협조해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이슈 추적] “지주사제 재검토” vs “현행보다 강화를”

    [이슈 추적] “지주사제 재검토” vs “현행보다 강화를”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이 경영계 화두로 떠오르면서 지주회사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18년 전 도입된 지주사 제도가 ‘과연 최선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이 제기된 것이다. 이는 지주사 장점 못지않게 단점도 드러나면서 ‘만병통치약’이 아닐 수 있다는 자성론에서 비롯됐다. 지배구조를 어떻게 할지는 전적으로 기업 자율에 맡기고 외국처럼 다양한 경영권 방어 장치도 허용해 주되, 승계와 관련된 편법 또는 위법 사항이 발견되면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는 식으로 사후 통제를 하는 게 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지주사가 최선인가’ 근본 물음도 제기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27일 “기업 지배구조는 최선이라는 게 없다”면서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자생적으로 진화하는 방향으로 내버려 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기업 지배구조에 정치가 개입하면 오히려 효율성이 떨어지고, 기업 존립마저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주사 제도의 ‘무용론’을 꺼내들었다. 지주사 제도는 기업들의 출자 구조를 일목요연하게 한 줄로 세워 놓는 것 말고는 장점이 많지 않다는 주장이다. 최 교수는 “경제력이 집중된다는 이유로 지주사 제도를 허용하지 않다가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부터 지주사로 전환하라고 한다”면서 “지주사로 전환되면 인수합병(M&A) 공격에 취약할 수도 있는 만큼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순환출자 아니면 지주사라는 이분법적 접근에서 탈피해 차등의결권, 장기주식보유 인센티브 등 경영권 방어 장치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기업들이 승계 과정에서 편법을 쓰는 이유는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면서 승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면서 “미국, 일본에서 도입한 차등의결권 등을 속히 들여와야 한다”고 말했다. 차등의결권은 1%의 지분을 갖더라도 그 이상 의결권을 갖도록 하는 방식이다. ‘1주=1의결권’을 규정한 현행 상법(제369조)의 개정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상법에는 원칙만 규정해 놓고 있지 예외 조항이 없다”면서 “기업이 알아서 정관에 정할 수 있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주사 반대 학자도 황금주 도입 반대 다만 이들 전문가들도 ‘황금주’(보유 주식에 관계없이 거부권 행사),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등의 극단적인 장치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은다. 한 예로 포이즌 필은 적대적 M&A 시도가 있을 경우 경영진이 시가보다 싼 가격에 신주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인데, 이는 형법상 전형적인 배임에 해당되기 때문에 배임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도입이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지주사 제도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순환출자 구조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여전히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지주사 제도가 순환출자 구조보다 더 투명하기 때문에 소액주주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행 지주사 제도는 허점이 많은 만큼 보다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손자회사부터는 지분 100%를 보유하도록 하고, 대기업집단 내 (중간)지주회사 허용이 아닌 집단별 지주회사 체제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공개(IPO)를 하는 기업에 차등의결권을 허용하면 그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에 나서는 등 꼼수만 발생할 것”이라고 차등의결권 도입 자체를 반대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시론] 사회통합, 헛된 구호여선 안 된다/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

    [시론] 사회통합, 헛된 구호여선 안 된다/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사회학)

    지난 10일의 헌법재판소 판결 이후 탄핵 정국이 대선 국면으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 탄핵이 대통령의 권력 오남용이라는 흘러간 행적에 대한 응징이라면, 대선은 향후 나라를 이끌어 갈 최고 책임자를 가려내는 일이다. 탄핵이든 대선이든 모두 국가 권력과 직결된 사안임이 분명하나, 이제 대한민국의 앞날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선거 기간에는 정당을 위시한 정치 세력들이 이합집산하며, 그 과정에서 국가의 미래에 관한 정강정책이 공론화한다. 외교·국방에서부터 민생·치안에 이르기까지 각종 국정 과제가 공표되고 날 선 공방이 오고 갈 것이다. 이런 와중에 유권자들에게는 일과에 쫓겨 깊이 생각하지 않던 난제들을 공적 시각에서 되돌아보는 값진 기회가 주어진다. 소란스러운 선거가 민주사회의 꽃이요, 민주주의가 차선(次善)의 통치제도로 간주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선거 공약에는 사실 현격한 차이가 읽히지 않는다. 청년 실업을 위시한 일자리 대책, 불황 극복을 위한 경제 정책, 교육혁신이나 공공복지 강화 등과 같은 일률적 과제 목록도 그렇거니와 정책 방향이나 목표에 대한 이견도 크지 않은 것 같다. 안보 문제도 마찬가지다. 북핵 위협이나 한·미 동맹 관계 등을 이유로 대부분 후보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의 불가피성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안 과제들을 협치나 연정과 같은 공조적 방식으로 풀어 가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새로 탄생할 정부를 위해 이번 대선 기간에 후보자들이 각별히 엄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편 가르기 행위를 금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는 이념, 계층, 직위, 지역, 세대 등을 소재로 한 분쟁 상황에서 편파적 진영 논리나 적대 행위가 성행해 왔다. 이로 인해 국론이 종횡으로 갈려 국가의 미래를 위한 정책 결정이 지체된 사례가 허다하다. 더구나 촛불시위대와 태극기부대를 가로지르는 차벽이라는 내국적 비무장지대(DMZ)가 광장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최근 정황까지 고려하면 사회통합의 필요성이나 절박성을 다시금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모든 후보들이 사회통합을 우리 사회의 최우선 과제로 천명하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득표를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있으나 이번만은 그들의 진정성을 믿고 싶다. 후보들도 그러한 여망을 무겁게 받아들여 차기 정부의 순항을 가로막는 네거티브 전략을 자제했으면 한다. 지난날 우리 선거 캠페인의 핵심 주제는 안보, 경제, 성장, 복지, 번영 같은 것들이었다. 즉 생존이나 풍요가 선거철의 단골 메뉴였고, 그중에도 먹고사는 민생 문제가 일차적이었다. 이런 점에서 사회통합이 이번 대선의 화두가 되고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먹고살 만해져서 생계 문제를 넘어선 사회관계로 눈을 돌리게 됐을까. 장기적 불황 국면에 가중되는 생활고를 고려한다면 그렇진 않을 것이다. 이보다는 날로 고착화되는 계급적 단절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가 발전의 동력을 이끌어 낼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사회 저변에 팽배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한국은 빈부 차이가 확대되는 격차사회로 들어섰다. 또 빈부 격차가 사회문화적 차원이나 의식적 차원으로 파급되면서 격차사회는 분절적 형태로서의 계급사회로 거듭나고 있다. 금수저·은수저 같은 용어는 계급 간 단절성을 직설적으로 대변하는 언표라고 할 수 있다. 이렇듯 계급사회로서의 연조를 더해 감에 따라 단절적 삶의 고통이 분노를 낳고, 분노는 원한을 남기며, 원한은 급기야 내상이 돼 우리 사회를 격렬한 저항과 갈등의 도가니로 이끌곤 한다. 따라서 모든 대선 후보들이 국가 안보나 경제성장 이후에나 등장하던 사회통합을 무엇보다 화급한 시대적 현안 과제로 끌어올려 역설하고 있다는 점은 격려해 마땅하다고 본다.
  •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공감 내비친 이주열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공감 내비친 이주열

    “경제전망에 사드보복 영향 반영” 환율조작국 지정엔 “가능성 낮다”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계부채 총량관리제’ 도입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 “가계부채 총량 면에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감의 뜻을 내비쳤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금융안정상황점검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규모와 증가 속도가 우려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가계부채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면 은행의 자금 운용이라든가 가계의 자금 조달을 제약할 것이고 또 주택 경기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은법에는 금융통화위원회 의결로 일정 기간 금융기관 대출과 투자의 최고 한도를 제한할 수 있다. 이 총재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따른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해 다음달 경제전망치 수정 발표 때 그 영향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달 들어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기 대비 20%가량 감소하다 보니 관광업종의 매출이 타격을 받고 또 일부 서비스 수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제한 조치의 강도가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강화된다면 어떤 강도로 이뤄질지 앞으로의 전개 방향을 가늠하기는 쉽지 않다”며 “이전에 (일본과 대만에서) 유사한 사례가 있었기 때문에 그것을 최대한 참고해 그 영향을 좀더 짚어 보겠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과 관련해서는 “가능성은 낮지만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미국,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면담하고 있으며 회의 석상 등을 통해 우리나라의 외환시장 상황과 경상수지 흑자 배경 등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윤수경 기자 yoon@seoul.co.kr
  • 그룹 해체 18년…다시 뭉친 ‘대우맨’들

    그룹 해체 18년…다시 뭉친 ‘대우맨’들

    참석자들 옛기억 떠올리며 눈시울 “운 따랐으면 지금도 전세계 호령” 대우그룹에 대한 자부심은 여전 “대우를 떠나면서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헤어진 것이 무엇보다 가슴에 사무칩니다.”김우중(81) 전 대우그룹 회장은 22일 그룹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저를 믿고 뜻을 모아 세계를 무대로 함께 뛰어준 여러분의 노고에 보답하지 못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면서 “여러분은 언제까지나 대우의 주인이며, 여러분의 정신이 살아 있는 한 대우는 영원할 것이고 우리는 명예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중 전 회장이 그룹 행사에서 기념사를 한 것은 1999년 그룹 해체 이후 처음이다. 그는 행사 직전까지도 기념사 내용을 계속 다듬을 정도로 이번 행사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대우그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대우 정신’만큼은 여전히 살아서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다.기념사 도중 잠시 울먹이기도 했던 그는 한때 재계 2위까지 올랐던 대우그룹에 대해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시기와 운이 따랐으면 대우는 지금도 전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는 “우리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것은 곧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를 넓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갑작스러운 외환위기로 그 과업을 완성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대우)가 이룩한 성과들은 반드시 평가받는 날이 올 것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1967년 단돈 500만원의 자본금을 들여 대우실업을 설립한 뒤 한국기계공업(대우중공업), 새한자동차(대우자동차), 옥포조선소(대우조선), 대한전선 가전 부문(대우전자) 등을 인수하면서 규모를 키우고, 세계 경영을 외치며 해외로 나갔다. 국내 기업 최초로 남미, 아프리카 등에 진출했다. 41개 계열사에 396개 해외법인을 거느린 ‘공룡’ 기업을 일군 그에게 사람들은 ‘김기즈칸’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이듬해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가면서 그룹은 32년 만에 해체됐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은’ 그였지만 기회는 더이상 주어지지 않았다. “너는 장사를 해라”는 부친의 권유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평소 “장사의 기본 원칙으로 이윤의 50% 이상 가질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이익을 나누는 마음이 사업의 기본이라는 철학에서다. 김 전 회장은 “리더는 솔선수범과 희생 위에서 탄생한다”면서 ‘희생’을 사훈(창조, 도전, 희생 정신)의 하나로 정했다. 이제 남은 생은 ‘글로벌 청년 창업가’(GYBM)를 키우는 데 올인한다는 생각이다. 청년 실업을 해소하려면 젊은이들을 해외로 내보내야 한다는 일념에서다. 그는 “GYBM 사업은 대우 정신의 산물이며, 모든 대우인의 자부심”이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 모인 500여명의 전직 대우맨들은 행사 말미에 서로 ‘대우 배지’를 달아주고 ‘사가’(社歌)를 부르며 18년 전의 기억을 떠올렸다. 일부는 “가슴이 먹먹하다”면서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박근혜 검찰 소환…새벽 4시 30분 불 켜진 자택

    박근혜 검찰 소환…새벽 4시 30분 불 켜진 자택

    박근혜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하는 2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 앞은 지지자들로 붐비고 있다. 이들은 “빼앗긴 헌법 84조, 주권자인 국민이 되찾겠다. 자유대한민국 국민일동” 등의 현수막을 설치하고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 헌법 84조는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인 대통령을 기소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수막 뒤에는 오전6시 30분 현재 50여명의 지지자들이 태극기와 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자들의 수는 늘고 있다. 전날부터 밤을 꼴딱 새운 지지자들은 패딩과 목도리로 중무장한 상태였다. 자택 맞은편 건물 복도에서 잠든 사람들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집 1층에 처음 불이 켜진 시간은 오전 4시 30분쯤이었다. 꺼졌던 불은 6시쯤 다시 밝혀졌다. 2층에는 6시 30분쯤 불이 켜졌다가 다시 꺼졌다. 서울중앙지검까지 가는 대로변에는 ‘종북좌파 척결한 우리 국민 대통령 박근혜’, ‘박근혜 국민 대통령님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다. 예상 이동 경로에는 박 전 대통령의 차량을 추적하려고 각 언론사 중계차가 자리를 잡고 있다. 경찰은 박 전 대통령의 자택 인근에 경력 12개 중대(1000명)를 투입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지갑의 돈을 세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성공”

    “지갑의 돈을 세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성공”

    김우중(81) 전 대우그룹 회장이 대우 창립 50주년(3월 22일)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인의 기를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며 “지갑 속 돈을 세지 말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성취감에 몰두해야 기업도 국가도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비록 대우는 실패했지만, 남이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찾아 다닌 대우의 세계경영 정신이 요즘 같은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1967년 대우실업을 창립해 한때 대우를 재계 2위로 키웠지만 대우는 1990년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99년 해체됐다. 그는 “요즘 주로 베트남에 머물며 글로벌 청년 사업가를 육성하고 있다”고 근황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기업가가 존경은 커녕 존중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자기 자식이 삼성전자에 취직하길 원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해야 속 시원하다고 여기는 이율배반적 시각이 있다”고 한국경제신문을 통해 지적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아들은 삼성전자에 취직시키려고 기를 쓰면서 동시에 삼성전자를 욕한다. 총수가 한 번 뭣만 해도 난리가 난다. 정책 잘못한 것도 기업이 뒤집어쓴다. 기업을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나라의 전망이 어둡게 된다.”고 말한 것으로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또 “지금은 창업 2~3세대들이 사업을 이어받았는데, 창업을 해보지 않은 이들에게 기업가정신을 강요하는 게 무리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면서도 “기업가로서 끝없이 도전해야 한다는 원칙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이어 “대우를 일구던 시절 1년에 280일을 해외에서 뛰었다”며 “다시 시간을 되돌려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전 회장이 귀가 어두워 보청기를 끼고 있다며 조금 크게 질문해 달라고 당부했다. 건강을 묻자 “괜찮습니다, 허허…”라고 웃었다고 동아일보가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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