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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급 1% 상생기금 만든 SK처럼… 이젠 노동자도 역할해야”

    “기본급 1% 상생기금 만든 SK처럼… 이젠 노동자도 역할해야”

    “이젠 노동자가 역할을 할 때다. 대기업 노조가 양보가 아닌 역할을 해야 한다. 노사정이 3분의1씩 사회적 비용을 담당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문성현(65)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서울신문 주최로 열린 광화문라운지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싸움으로 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지나갔다”며 “최저임금 1만원부터 노사정이 역할을 해 앞으로 다가올 구조조정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우리 청년이 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시급 만원 정도를 받으면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하는 것이 소박한 소망”이라며 “어떻게 하면 시급 만원을 줄 수 있는 경제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최저임금은 노동이 아닌 경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재정, 공정거래, 근로소득세액공제(EITC) 등 사회적 안전망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노사도 각각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문제의 핵심은 과연 노조가 3분의1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문 위원장은 모범적 사례로 SK이노베이션의 임단협 사례를 들었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지난 11일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 상승률로 하기로 결정했다. 또 직원들이 기본급의 1%를 내고 회사도 같은 금액을 출연하는 방식으로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금을 만들어 원·하청 상생과 그룹 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에 쓰기로 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임금 인상분의 상당 부분을, 공공기관 노조가 성과상여금 폐지로 인해 돌려받게 될 금액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쓰기로 했다고 문 위원장은 전했다. 그는 “최저임금부터 정부가 마중물을 하고 노사가 되는 방향으로 하면 (최저임금 만원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최저임금에서 시작해서 경제가 어려울 때 노사가 이를 인정하고 각자가 역할을 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노사 양쪽이 상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외환위기 당시 정리해고법 도입 등 사회적 대타협 이후 노동자 측에서는 사용자 측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느낀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근로기준법 개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아차 상여금의 통상임금 판정 등 입법·사법·행정이 사업하는 입장에서는 만만치 않은 여건을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위원장은 “1997년 사회적 대타협 이후 나타난 시행착오를 종합해서 4.0시대(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춰 새로운 협약이 나와야 한다”며 “이번에는 정부 주도가 아닌 노사가 주체가 돼 풀고 안 되는 걸 정부에 심부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위원장은 “오랜 노동운동 기간 동안 투쟁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실제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고 노동계 주류도 안 싸우고 풀어나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며 타결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대 상대 출신인 문 위원장은 1980년 방위사업체인 동양기계(현 S&T중공업)에 들어가면서 노동운동을 시작했다. 그는 “자동차와 조선업 분야에서 거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되는데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할지 고민해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 그는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노사가 인정해 일부 노동자가 싸우지 않고도 회사를 나갈 수 있어야 하고 ‘해고는 살인’이라는 말이 더이상 통하지 않는 사회구조가 갖춰져야 한다”며 “여기까지 10년 걸릴지, 50년 걸릴지 모르지만 이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월 13일은 전태일 열사 47주기다. 문 위원장은 이날 민주노총 주도로 열릴 추도식에 갈 예정이다. 가서 “오늘날 이 시대의 전태일은 누구냐”고 물어볼 생각이다. 문 위원장은 “대기업에 정규직이고 노조가 있으면 ‘신의 직장’”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이 100대60,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이 100대50인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어떻게 만원을 할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으는 데서부터 노동자의 사회적 역할을 시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OECD 청년실업률 떨어지는데… 한국만 4년 연속 나홀로 상승

    OECD 청년실업률 떨어지는데… 한국만 4년 연속 나홀로 상승

    한국 9.8→10.7% 역주행 열악세계적인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주요 선진국의 고용 사정은 나아지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만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역주행’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청년(15~24세) 실업률은 6년 연속 떨어졌지만 우리나라는 이와 정반대로 4년 연속 오르는 등 청년 일자리 환경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0.7%로 2013년 9.3% 이후 4년 연속 상승했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은 2008년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 9.8%보다 0.9% 포인트 상승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여파가 남아 있던 2000년 10.8%에 근접하는 것이다. 반면 OECD 회원국의 청년 실업률은 금융위기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2010년 16.7%였던 전체 회원국 평균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3.0%까지 떨어졌다. 국가별로는 미국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해 10.4%로 2000년 9.3%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았다. ‘완전고용’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일자리 시장이 회복된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2003년 10.1%에서 지난해 5.2%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유럽연합(EU)의 청년 실업률 역시 지난해 18.7%로 2008년 15.6% 이후 가장 낮았다. 청년 실업률이 4년 연속 상승한 OECD 회원국은 우리나라와 터키, 오스트리아 등 3개국뿐이다. 터키는 최근 4년간 17.0%에서 19.5%로 청년 실업률이 오름세를 보였고, 오스트리아는 2011년 9.0%에서 6년 연속 증가해 지난해 11.2%를 기록했다. 청년층을 포함한 전체 실업률에서도 우리나라는 역주행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실업률은 2013년 3.1%에서 지난해 3.7%로 3년 연속 상승했다. 반대로 OECD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같은 기간 7.9%에서 6.3%로 3년 연속 하락했다. 정부는 경제활동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고용률도 꾸준히 상승했기 때문에 단순히 실업률이 올랐다는 이유로 고용시장이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산업 혁신이나 노동 개혁 등이 더디게 진행되면서 고용 창출 여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 게 실업률 역주행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욱이 청년층의 경우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1991~1996년생)가 취업시장에 뛰어들고 있어 인구구조적으로 구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오준환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인력 수급을 보면 일자리보다 시장에 나오는 청년층이 더 많아 내년까지는 안 좋은 추세로 갈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음달 발표될 ‘일자리 창출 5개년 로드맵’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학력 미스 매치를 해소할 방안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외환위기 막았던 한·미 통화 스와프

    [성태윤의 경제 인사이트] 외환위기 막았던 한·미 통화 스와프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며 미국 금융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자 안전자산 확보를 위해 국제금융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에서도 투자자금을 회수하며 달러 유출로 당시 외환시장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었다. 우리는 1997년 외환위기를 교훈 삼아 상당한 외환보유액을 유지하고 있었음에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한국의 대외 지급 능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며 국가 파산 위험을 반영한 위험 프리미엄인 CDS스프레드가 치솟고 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 직전에는 달러화 대비 900원대에 머물던 대미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아 사실상 외환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외환위기의 최종 방어막인 외환보유액도 줄고 있었는데, 금융위기 발생 직전인 2007년 2600억 달러에 이르던 외환보유액은 2008년 2000억 달러까지 감소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당한 외환보유액이었지만, 실제 감소가 진행되자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다. 당시 이러한 상황이 외환위기로 확산되지 않도록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한·미 통화 스와프였다. 2008년 10월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는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해 우리 원화와 미국 달러화를 교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한국의 달러 유동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국제금융시장의 우려를 신속히 해소할 수 있었다. 우리가 보유하던 외환보유액이나 시장에서의 외환거래액을 고려하면 적은 액수로 생각할 수 있지만, 미국 중앙은행의 사실상 보증 아래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결제 수단인 달러화 확보가 가능해졌다는 사실이 외환시장을 안정시켰다. 유로·파운드·엔을 포함해 여러 통화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 달러가 차지하는 신뢰와 위치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은 원화에 강한 신뢰를 불어넣게 된 것이다. 원화와 달러화를 교환한다고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원화 유동성 확보가 지니는 의미는 거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일방적인 보증이었다. 그래서 우리 외환시장이 안정된 후 미국이 이러한 조처를 계속할 이유는 없었고 금융위기 충격이 약화되던 2010년에는 한·미 통화 스와프가 종료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각국 외환시장을 흔들고 있을 때 미국이 모두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한 것은 아니고, 자국과의 관계 및 경제 규모를 고려해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일본·영국·유럽중앙은행·스위스에는 무제한의 통화 스와프를, 우리를 포함해 캐나다·호주·스웨덴·싱가포르·브라질·멕시코에는 300억 달러 규모를, 노르웨이·덴마크·뉴질랜드에는 150억 달러를 제공했다. 한편 한때 700억 달러까지 이르던 한·일 통화 스와프는 일본과의 갈등 속에 축소되다가 2015년 결국 종료됐다. 여기에 올해 10월 만기 예정인 한·중 통화 스와프 역시 연장이 불투명하다. 물론 한·중 통화 스와프는 원화·위안화 교환 형태이고 위안화의 국제금융시장 위상이 낮아서 실제 효용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현재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실제 위협으로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주요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가 모두 종료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는 않다. 물론 호주·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과 통화 스와프가 있기는 하지만 규모가 작고 기본적으로 해당국 통화에 대한 것이다. 그나마 달러 형태로 치앙마이이니셔티브(CMIM)를 통한 다자간 통화 스와프가 있기는 하지만, 여러 나라가 관여하고 있어 급박한 상황에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사용하기는 어렵다.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우리 스스로 외환보유액을 확보하고 외환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여러 나라와 통화 스와프를 확대해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지만 결국 국제금융시장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 설정을 간과할 수 없다. 외환시장이 급박한 상황에서 실제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미국이 달러 유동성을 공급해 줄 수 있는지이고, 그런 상황에 내몰리지 않더라도 이러한 한·미 통화 스와프를 잠재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긴밀한 한·미 관계 자체가 우리 외환·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 10~30대 사망 1위 ‘자살’ 대장암 사망률 위암 추월

    10~30대 사망 1위 ‘자살’ 대장암 사망률 위암 추월

    40~50대 2위도 자살… 전체 1위는 암 하루 36명꼴… 男이 자살률 2.4배 높아 10대 청소년이나 20~30대 청년이 죽었다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사인은 자살이다. 40~50대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사망 원인 역시 자살이다.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16년 사망 원인 통계’를 보면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최근 10년 넘게 바뀌지 않고 있는 우울한 통계다.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25.6명이다. 전년(26.5명)보다는 다소 줄었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변환한 ‘OECD 연령 표준화 자살률’은 한국이 24.6명으로 1위다. OECD 평균은 12.0명으로 우리나라와 두 배 넘게 차이가 난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지난해 모두 1만 3092명으로 하루 평균 35.8명이다. 자살률은 남성이 36.2명으로 여성(15.0명)보다 2.4배 높다. 자살률은 그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지를 보여 주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한국인 자살률은 조사를 처음 시작한 1983년 이후 1994년까지 10명을 넘지 않았지만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증했다. 1997년 13.1명이었던 자살률이 1998년 18.4명으로 껑충 뛰었다. 2003년에는 처음으로 20명을 넘어섰고 2009년부터는 3년 내리 30명을 넘었다. 그나마 2011년 31.7명을 정점으로 자살률이 조금씩 줄고는 있다. 10대와 2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에서 자살률이 감소했는데, 특히 70대가 가장 많이 줄었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정책적으로 기초연금 확대 등 사회보장이 강화된 영향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인구 고령화를 반영하듯 치매에 의한 사망도 급격히 늘었다. 치매에 의한 사망자 수는 총 9164명으로 10년 전에 비해 114.1% 증가했다. 인구 10만명당 치매 사망률은 17.9명으로 10년 전 대비 9.2명 늘었다. 폐렴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2006년 9.3명에서 지난해 32.2명으로 급증했다. 10년 전 사망 원인 10위에서 지난해 4위까지 올라왔다. 이 과장은 “노환으로 인한 사망은 폐렴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인 전체 사망 원인 1위는 암이다. 그중에서도 폐암(35.1명), 간암(21.5명), 대장암(16.5명), 위암(16.2명), 췌장암(11.0명) 사망률이 높다. 특히 대장암은 198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위암을 앞지르며 3대 암에 진입했다. 대장암과 췌장암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은 식습관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폐암, 간암, 위암 순서고, 여성은 폐암, 대장암, 간암 순서다. 남녀 간 차이가 큰 암은 식도암으로 남성이 9.5배 더 사망률이 높았다. 세종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트럼프 “시진핑에 감사”…中 “사실과 다르다”

    ●북한으로 송금길도 모두 막혀 중국의 시중은행들이 북한과의 거래를 대부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은행들을 제재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맞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발 빠르게 시중은행에 대북 금융제재 조치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22일 서울신문은 베이징에 있는 중국은행,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등 4대 은행을 비롯해 초상은행, 교통은행, 중신은행, 민생은행, 광대은행, 상하이푸동발전은행 등 10개 대형 시중은행을 방문하거나 본점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 북한과 금융 거래가 가능한지를 물었다. 그 결과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은행은 없었고, 북한으로의 송금도 불가능했다. 중국 최대은행인 공상은행의 한 관계자는 북한 송금 가능 여부에 대해 “얼마 전까지는 가능했지만 이젠 불가능하다”면서 “미국이 우리 은행에 제재를 가할 것을 우려해 북한과의 거래를 금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은행 지점의 관계자는 ‘북한인인데 계좌 개설이 가능하냐’고 묻자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초상은행 측은 “신규 계좌 개설은 불가능하지만 기존 계좌가 있다면 송금이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북한에 있는 수취인이 돈을 받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해외 송금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민생은행의 외환 거래를 담당하는 직원은 처음에는 “가능하다”고 대답했으나, 단말기에서 해외 송금이 가능한 국가를 체크하더니 “죄송하다. 송금이 불가능하다”고 번복했다. 이 직원이 보여 준 모바일뱅킹 해외 서비스를 직접 확인해 보니 송금 가능 국가에서 북한이 빠져 있었다. ●中은행원 “北, 해외 서비스 목록서 빠져” 인민은행이 중국 내 모든 은행에 통지문을 내려보내 대북 거래를 금지시켰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한 업계 관계자는 “인민은행이 중국 시중은행만을 상대로 구두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대북 제재 관련 지시는 먼저 구두로 내릴 때가 많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인민은행이 북한과의 신규거래를 중단하도록 일선 은행에 통보했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대담한 조치를 이행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감사한다”면서 “예상치 못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날 발표한 새 대북 제재와 맞물려 미·중이 사전협의를 거쳤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22일 인민은행에 새 금융제재를 통지했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청에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文 “재도약 한국경제에 투자 적기” 세일즈

    단일 행사 최장 2시간 할애 무게 ‘코리아 디스카운트’ 우려 없애기 “나는 지금이야말로 다시 도약하는 한국경제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드립니다… 많은 분이 걱정하고 있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우리는 다시 (북핵 위기를) 이겨내고 도약할 것입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 국민의 저력입니다.” 제72차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현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해외 기관투자가 등을 대상으로 2시간에 걸쳐 한국 경제를 ‘세일즈’했다. 문 대통령의 뉴욕 일정 중 단일 행사로는 가장 긴 시간을 할애했다는 점에서 이번 행사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뉴욕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서 “최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경제·금융계도 우려를 갖고 계실 것”이라며 “북한 문제는 어떠한 경우에도 평화적 방법으로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지난 60여년간 북한과의 대치 상황에서도 꾸준히 발전해 온 한국경제에 대한 시장의 믿음은 굳건하다”면서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여전히 튼튼하고, 충분한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도 안정적”이라면서 투자를 요청했다. 베를린 구상과 신북방경제 비전을 설명하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고, 대화의 길로 나오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새로운 경제지도가 그려질 것이며 한국은 더 매력적인 투자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 안보위기 등 지정학적 불안요인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가계소득을 높여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사람 중심 경제’로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일자리와 소득중심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가지 정책의 축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뉴욕 금융·경제인과의 대화에 앞서 월가 리더들과 사전 환담을 갖고 경제정책과 현안에 대한 별도의 설명을 했다. 환담에는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회장,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 회장,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회장, 댄 퀘일 서버러스 회장 등 월가의 거물 8명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참석했다. 뉴욕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대형마트 생존법, 몰링으로 몰린다

    대형마트 생존법, 몰링으로 몰린다

    유통업계 규제 강화 움직임과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온라인 시장의 폭발적 성장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들이 체험과 전문성 등을 강조한 이색매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의 상품판매 서비스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 아래 백화점, 종합쇼핑몰 등 다른 오프라인 유통채널과 마찬가지로 전문성과 경험을 강조하는 ‘몰링’ 마트로 진화에 나선 것이다.가장 활발히 시도하고 있는 곳은 롯데마트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서울 청량리점, 구로점, 중계점 등 15개 점포에 대한 리뉴얼 작업을 진행했다. 기존의 마트 매장에 분야별 전문 특화매장을 입점시켰다. 대형매장 안에 소규모 특화 매장을 구성함으로써 지역 특성에 따른 맞춤형 전문매장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롯데마트는 현재 패션잡화 매장 ‘잇스트리트’, 자전거용품 매장 ‘바이크 라운지’, 완구 매장 ‘토이저러스’ 등 분야별 14종의 전문 특화매장을 운영 중이다. 새롭게 문을 여는 점포들은 체험에 더욱 집중했다. 롯데마트가 지난 4월 1만 3775㎡(약 4167평) 지하 2층~지상 8층 규모로 문을 연 초대형 매장 양평점은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1층을 파격적으로 상품 매장이 아닌 ‘어반 포레스트’라는 이름의 휴식 공간으로 꾸몄다. 이후 7월에 문을 연 서초점과 지난 15일 개장한 김포한강점에는 ‘그로서런트 마켓’이 들어섰다. 그로서런트란 식재료 구입과 요리, 식사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체험형 복합공간을 뜻한다. 마트에서 고기, 해산물, 과일 등 식재료를 구입한 뒤 500~2000원의 조리비를 추가로 지불하면 즉석에서 재료를 조리해 준다.이마트는 여성 고객 위주였던 대형마트의 한계에서 벗어나 남성 소비자를 공략한 가전·키덜트 전문점 ‘일렉트로마트’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일렉트로마트는 2015년 6월 일산 킨텍스점을 시작으로 현재 전국에 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이 중 영등포점, 죽전점, 은평점 등 8곳은 이마트 내에 입점해 있다. 일렉트로마트는 가전이나 장난감 같은 상품 외에도 커피, 맥주 등 음료를 즐길 수 있는 ‘일렉트로바’, 남성 전용 미용실인 ‘바버샵’, 오락실 등이 있어 전문 매장에 체험형 콘텐츠도 함께 갖췄다는 설명이다. 이는 실제로 매출 견인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27일 경기도 부천 이마트 중동점에 일렉트로마트가 들어선 직후 한 달(10월 27일~11월 26일) 동안 중동점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했으며, 특히 같은 기간 가전 관련 제품 매출은 766%나 뛰었다. 이마트 은평점의 경우도 지난 4월 21일 일렉트로마트가 들어선 직후 한 달(4월 21일~5월 20일) 동안의 점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 특히 가전 관련 제품 매출은 187% 늘었다.홈플러스는 매장 옥상 등 유휴공간에 지역 주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풋살경기장 ‘풋살파크’를 전국 8개 점포에서 운영 중이다. 지난해 문을 연 홈플러스 서수원점 풋살파크는 1년 동안 1500여 회 이상의 대관이 진행돼 약 4만명의 시민들이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이미 단순히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새로운 경험과 콘텐츠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대형마트의 정의를 바꾸는 시도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사설] 공수처 핵심은 정치적 독립성 확보다

    정부가 검찰 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대한 얼개를 내놓았다. 위로는 대통령에서부터 대법원장 등 5부 요인과 장·차관을 망라한 3급 이상 정부 고위 공직자, 국회의원, 광역자치단체장, 주요 기관장과 그의 가족 등의 비리와 범죄를 도맡아 수사하는 공수처를 검찰이나 경찰과 별개의 독립기구로 둔다는 내용이다. 고위공직자 비리는 설령 검찰이나 경찰에서 먼저 인지했더라도 모두 공수처로 이관해 독자적으로 수사해 기소하고 공소까지 유지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고위공직자들에겐 저승사자라 할 만한 기구라고 평가된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가 어제 내놓은 공수처 구성안은 민간 전문가들 다수가 참여해 마련한 것으로, 검찰과의 관계 설정 등 그동안 지적돼 온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의 문제점에 대한 많은 고민과 나름의 해법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비교적 완성도 높은 구상으로 평가된다. 검사나 경찰 고위직의 범죄를 검찰이나 경찰이 수사하는 이른바 ‘셀프수사’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수사의 객관성과 독립성을 높이려 한 점이나 재임 중 내란·외환죄가 아닌 이유로는 형사소추되지 않는 대통령까지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킴으로써 퇴임 후 형사 처벌의 길을 보다 확실하게 담보해 놓은 점 등도 더 진전된 내용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논의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마땅한 내용인 것이다. 관건은 공수처 논란의 핵심이었던 정치적 독립성 확보 여부로, 법무부가 어제 내놓은 안은 이 점에서 다소 한계를 지니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정부 안은 공수처장을 법무장관과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국회 추천 인사 4명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거쳐 임명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수사 대상의 정치적 민감성과 파급력 등을 감안한다면 단순한 국회 청문 절차를 넘어 국회의 동의를 받는 쪽으로 임명 절차가 강화돼야 마땅하다.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가 많은 공적에도 불구하고 정치 편향 수사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은 따지고 보면 결국 임명권자의 입맛을 거스를 수 없는 태생적 한계 때문이었다. 하물며 과거의 중수부보다도 더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게 될 공수처라고 한다면 정치적 독립성이 더욱 강화돼야 하며 그 첫발이 국회 동의 절차라고 할 것이다. 독립성 강화에 맞춰 공수처의 권한 남용과 독주를 견제할 요소도 보완할 필요가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 구상의 하나로 내세운 수사심의위원회를 공수처에 둬 주요 사건의 경우 수사나 기소 전반을 외부 전문가들이 심의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정치 편향 논란을 불식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 [퍼블릭IN 블로그] 정권 따라 줄였다 늘렸다 … 보안형사 “왜 우리만 갖고 그래”

    “왜 또 우리냐.” 최근 만난 보안 형사들은 인력 축소 소식에 깊은 한숨을 쏟아냈다. 경찰청이 인력 조정을 위해 본청과 서울지방청을 포함, 전국적으로 보안 수사 전체 인력의 약 10%를 줄여 일선 경찰서 지구대와 파출소로 배치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보안 수사 인력의 10%가량이 감축됐다. 11년 만에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된 것이다. 경찰의 이 같은 결정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에 맞춰 추가 설치하는 파출소에 부족한 경찰 인력을 수급하기 위한 조치로 관측된다. 하지만 보안 형사들 가운데 현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보안수사 인력을 우선 조정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과거 보안 수사를 ‘대공(對共) 수사’로 불렀다. 당시 대공 경찰은 국가보안법 위반, 내란·이적·외환 등 국익을 해치는 세력에 대한 사전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주 임무였다. 또 국가보안법 위반사범에 대해 수사를 수행하는 역할도 맡았다. 여기에는 간첩과 반국가사범뿐만 아니라 학원과 종교·노동계의 사회주의적 성향, 즉 좌경사상에 대한 수사도 포함됐다. 그러다 보니 수사 대상으로 지목됐던 진보단체들 입장에서는 보안 형사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이 굳어졌던 것이 현실이다. A 보안 형사는 “과거에는 보안 형사들이 주로 운동권에 대한 수사를 했다. 세상이 바뀌어 그때의 업이 고스란히 되돌아 오는 모양새”라고 하소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경찰 내부에서는 보안 부서를 일 안 하는 ‘한량’(돈 잘 쓰고 잘 노는 사람) 정도로 보는 시선도 있다. B 형사도 “강력 사건의 경우에는 그때그때 사건을 종결지으니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면서 “하지만 보안 수사는 기획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같은 형사들 입장에서는 보안 형사가 놀고 먹는 것 같아 보이는 게 문제”라고 푸념했다. 이런 인식들이 모여 결과적으로 인력 조정 대상이 됐다는 설명이다. 현재 보안 수사 인력은 경찰청 보안국과 서울을 비롯한 각 도·광역시에 지방청 보안수사대와 일선 경찰서 보안과·계로 나뉜다. 일선서는 북한이탈주민의 신변 안전과 지역 정착을 돕고 있다. 또 대민 접촉을 통해 국가안보와 관련한 정보 수집을 하기도 한다. 본청과 지방청 보안수사대는 국가보안법과 관련한 기획 수사 등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보안 수사는 강력수사와 달리 업무의 연속성이 가장 중요하다. 특히 지방청 보안수사대의 기획 수사는 오랜 기간 시간과 노력을 들여 촘촘히 하는 것이기에 경험 많은 베테랑들의 존재가 절실하다. 그렇기 때문에 보안 인력을 줄이는 것은 결과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C 형사는 “이념과 성향보다 중요한 것이 국가 안보인데 체제 수호의 최일선에 있는 보안 형사들을 감축하는 것은 보안 파트의 이완을 가져 올 수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체제 수호를 담당하는 보안 형사의 자부심을 상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커버스토리] 태안 찾은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 “초고속 해상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커버스토리] 태안 찾은 문재인 대통령 기념사 “초고속 해상재난안전통신망 구축”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사상 최악의 해양 유류 오염 사고가 발생한 충남 태안을 찾아 “연안으로부터 배타적경제수역(EEZ)까지 전 해역의 통합관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문 대통령은 이날 서해안 유류피해극복 10주년 행사 기념사를 통해 “지자체의 능력을 넘는 해양재난과 재해에 대해서는 지자체와 국가기관 간 협업 체계를 갖춰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재난에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예보, 경보 시스템을 갖추겠다”면서 “세계 최초로 초고속 해상재난안전통신망을 구축해 해양안전을 확보하겠다”고 약속했다. 충남 지역 미세먼지의 ‘주범’인 노후 석탄발전소 폐쇄 문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한 달간 보령화력발전소 1·2호기와 서천 1·2호기 등 충남의 4기를 포함한 전국 8기의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을 지시한 결과 그 기간 충남 지역 미세먼지 농도가 지난 2년 평균치보다 15.4% 낮아졌다”며 “앞으로 노후 석탄발전소 가동 중단을 매년 봄철 정기적으로 시행하면서 폐쇄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업장 미세먼지 총량관리제를 도입해 충남과 대한민국의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2015년부터 계속된 충남 지역의 가뭄 문제를 언급하며 “가뭄은 해당 지자체의 자구책을 넘어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 선제적,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2007년 기름 유출 사고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태안을 찾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1997년 외환위기, 2007년 서해 기름 유출 사고, 2016년 국정농단과 헌법 유린 사태를 극복한 힘은 모두 국민이었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팍팍 쓰면 ‘스튜핏’ 저축하면 ‘그뤠잇’?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팍팍 쓰면 ‘스튜핏’ 저축하면 ‘그뤠잇’?

    “슈퍼 울트라 스튜핏!” 시청자의 소비 내역(영수증)을 보고 경제 습관을 분석해 주는 TV 인기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과소비 혹은 불필요한 소비를 지적할 때 쓰는 표현이다. ‘스튜핏’은 ‘바보 같은’을 뜻하는 영어 단어 ‘스튜피드’(Stupid)를 의미하며, 반대로 합리적인 소비나 절약, 저축을 칭찬할 때는 ‘그레이트’(Great)를 외친다.저축만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고 알려진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합리적인 소비는 필요하나 돈은 최대한 안 쓰는 것이며, 저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실제로 절약과 저축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美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 저축 예찬론 저축이 미래를 대비하는 동시에 투자의 기회를 거머쥐는 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를 지양하고 저축을 지향하는 경제 습관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고 볼 수 있을까. 학계의 이론을 먼저 살펴보자. 소비보다 저축을 강조한 대표적인 학자는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93)다. 1987년 경제성장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솔로는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개별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해야 하며, 생산량 증가를 위해서는 저축률이 충분히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저축률이 낮으면 생산을 통해 얻은 재화나 서비스를 투자보다 소비로 많이 소진하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나라의 생산 설비가 점차 줄어 경제 규모가 감소하고 국민의 소득수준도 악화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저축의 이면을 강조한 대표적인 학자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다. 그가 제기한 ‘저축의 역설’은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오히려 내수를 줄이고 경제활동을 저하시켜 경제를 총체적 불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국가 경제를 예로 들어 보면 저축의 두 얼굴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독일과 스위스는 높은 저축률 덕분에 혜택을 보는 국가로 꼽힌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과 인도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음에도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반면 독일과 스위스는 관세가 낮지만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3월 16일자 보도에서 독일과 스위스가 낮은 관세에도 흑자를 내는 것은 높은 저축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축이 많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자금 유입 없이도 소비와 투자 자금을 확보해 물품을 생산하고, 이를 외국에 팔아 흑자를 낸다는 것. 현재는 하락하는 추세이나 과거 ‘저축왕’으로 불린 중국도 높은 저축률 덕분에 금융 충격을 피했다는 분석이 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월 ‘왜 우리가 중국 경제에 강세 전망을 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높은 저축률과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으로 금융 충격을 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가계저축률은 30%로, OECD 회원국 1위인 스위스보다 높은 수준이다. ●합리적 소비·저축 고민해야 반면 한국은 높은 저축률 때문에 울상인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의 2016년 가계저축률은 OECD 국가 중 5위인 8.66%다. 저축률이 오르면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가계가 저축한 돈을 빌려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려 결국 가계소득 증가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개인의 저축이 단순히 가계의 부를 늘리는 미덕만이 아니라 국가 경제 차원에서도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성실하고 근면한 개인이라도 늘어나는 통장 액수에 큰 만족감을 느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의 가계저축률 상승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소비를 줄인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은행에는 돈이 계속 쌓이고 있지만, 소규모 중소기업들에 은행 문턱은 높기만 하니 기업의 신규 고용 창출이나 국가 경제 차원의 총생산성 증가는 요원한 일이 된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개인들이 저축을 선택할 경우 소비 감소를 부추겨 경기 불황을 일으키는 주범인 양 내모는 비판까지 쏟아내니 그저 성실하게 근검절약하는 개인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고용을 늘리지 않은 채 쌓아 놓은 사내유보금 규모만 200조원인 세상에서 말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개인의 저축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저축에 역설이 있듯 소비에도 ‘그레이트’가 있다.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합리적인 소비와 저축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 물론 그에 앞서 자신들만의 이익 추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은 채 경제 주체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은행과 대기업 등의 각성이 절실한 건 ‘안 비밀’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청년실업률 18년 만의 최고치? 급한 건 경제다

    고용 상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특히 청년실업률이 1999년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내세우고 11조원 규모의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해 일자리 만들기에 나섰지만 아직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물론 경기 개선 효과가 고용 확대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북핵 리스크와 사드 후폭풍이 우리 경제를 짓누르고 있고 생산과 소비 회복세도 미미해 하반기 이후 경제와 일자리 전망도 밝지만은 않아 걱정이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을 보면 취업자는 2674만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 2000명 느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가 7개월 만에 하락했다. 특히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13년 2월 20만 1000명 이후 가장 적었다. 실업자도 100만 1000명으로 두 달 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률은 3.6%로 전년과 같았지만 청년실업률은 9.4%로 1년 전보다 0.1% 포인트 올라갔다. 외환위기 여파로 어려웠던 1999년 8월 10.7% 이후 8월 기준으로 가장 높다. 체감실업률(22.5%)도 2년 만에 가장 높다. 통계청은 “비가 많이 와서 일용직 증가폭이 크게 둔화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지만 기상 여건 탓으로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여기에 지난해 8월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늘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일자리는 경제 상황과 직결돼 있다. 예산을 투입해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마중물 역할을 할 수는 있지만 효과와 지속 여부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경제가 관건인데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이어지던 경기회복세가 주춤하면서 하반기 이후 경기 전망이 녹록지 않다. 반도체 수출 호황 등으로 1분기 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1.1%를 기록했으나 2분기에 0.6%로 내려앉으며 경기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6일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경기 둔화 조짐이 진정되고는 있으나 전반적으로 견실한 회복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생산과 소비 모두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양극화도 심화됐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상장기업들의 2분기 영업이익이 17.7% 증가했지만 10대 그룹을 제외하면 24.2% 하락해 편중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추경을 신속하게 집행해 고용 회복 모멘텀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10월 초 추석 연휴 전까지 추경의 70%를 집행한다는 계획이었는데,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우선적으로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부터 경제부총리까지 일자리 창출과 혁신 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져야 한다. 규제 완화와 창업 활성화 등을 통해 좋은 일자리가 많이 창출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새 정책을 내놓는 것도 좋지만 제대로 시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오늘의 경제 Talk 톡] 통화스와프

    ●통화스와프 통화스와프는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 시점에 상호 교환하는 외환 거래다. 국가나 기업이 환율과 금리 변동에 따른 위험(리스크)을 회피하거나 외화 유동성 확충을 위해 사용한다.
  • 한·중 통화스와프, 사드 여파 딛고 연장될까

    한·중 64조 약정 새달 10일 만기 의제 미포함…비공식 논의 가능성 한·중·일 중앙은행 총재가 한자리에 모여 경제 현안을 논의한다. 한·중 현안인 통화스와프 연장 문제는 일단 공식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저우샤오찬 중국 인민은행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공식 회의를 하루 앞둔 13일 인천 송도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했다. 이강원 한은 금융협력팀장은 “14일 회의에서는 글로벌 및 3국의 최근 경제 및 금융 동향과 관련해 의견을 주고받을 것”이라면서 “한·중 통화스와프는 의제에 들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중 스와프 연장이 ‘발등의 불’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 총재 간에 비공식적인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다. 스와프 만기는 다음달 10일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통화스와프는 위기 때 바로 꺼내쓸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이너스 외환통장’으로 불린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외화 유동성 위기가 생기면 64조원(약 3600억 위안) 규모의 위안화나 달러화를 융통하기로 약정을 맺었다. 중국도 같은 조건으로 우리나라에서 원화나 달러화를 가져갈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협정을 맺은 뒤 지금까지 두 차례 연장했다. 중국은 지난해 4월 주요 20개국(G20) 회의 때 세 번째 연장에 원론적으로 찬성했지만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표면화된 지난해 말 이후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고 있다. 한·일 역시 최대 7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유지하다 외교적 갈등이 불거지면서 2015년 2월 협정을 끝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7년새 150만배 뛴 비트코인…“곧 꺼질 사기” “뉴 골드” 팽팽

    7년새 150만배 뛴 비트코인…“곧 꺼질 사기” “뉴 골드” 팽팽

    JP모건체이스 CEO 강력 경고 “튤립 버블 버금… 투자 않겠다”“비트코인(가상화폐)을 보면 400년 전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을 현실에서 보는 것 같다.”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체이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12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투자자 회의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이 보도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튤립 버블’보다 더 악성 사기”라며 “비트코인 버블은 곧 꺼질 것이고, 여기에 절대 투자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튤립 버블은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세계 경제 사상 최초의 거품 경제 현상이다. ‘명품 튤립’ 사재기가 만연하며 대저택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구근(알뿌리)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가격이 폭등하다가 갑작스레 거품이 터지면서 네덜란드 경제가 공황에 빠지는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비트코인 역시 실물경제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은 만큼 결국 튤립 버블 때처럼 거품은 터질 수밖에 없다는 게 다이먼 CEO의 지적이다. ●英 투자펀드 고객 돈 95% 날려 올 들어 비트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투자 열풍이 불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비트코인을 거래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해킹을 방지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을 둔 안전성과 거래의 편리성이 가격을 끌어올려 연초보다 4배 이상 폭등한 코인당 4000달러(약 452만원) 선을 가볍게 돌파했다. 지난 2일에는 사상 최고치인 5013.91달러까지 치솟았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금 1온스 가격의 6분의1에 불과했던 가격이 현재 금값의 3배까지 올랐다. 첫 거래 당시 1코인의 가치가 0.003달러로 추산됐던 점을 고려하면 7년여 만에 150만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비트코인을 포함한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은 9월 기준 1770억 달러를 넘어 스타벅스 시총(800억 달러)보다 2배 이상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트코인 가격의 거품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다이먼 CEO는 “비트코인 1개 가격이 2만 달러가 될 수도 있지만 그 전에 폭발하고 말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아무도 그것이 무엇인지 볼 수 없다는 게 충격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각국 정부가 규제를 받지 않는 화폐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언가 잘못되면 정부가 규제에 나설 것이고, 중국 정부가 화폐 공급을 통제하는 걸 보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통화 공급이 부족해 다른 선택지가 없는 곳에서는 (비트코인이) 유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비트코인에 투자한 펀드 ‘I2 인베스트먼츠’가 이달 초 중국 당국의 가상화폐 규제 발표 직후 발생한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손실을 봤고 결국 한순간에 고객들이 투자한 돈의 95%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이 펀드는 자사의 비트코인 트레이딩 전략이 외환 현물거래에 맞춰 설계된 탓에 손실을 회복할 수 없는 가격 폭락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수량 유한해 희소성… 호재” 반론도 그러나 반론도 만만찮다. 비트코인 수량이 유한해 희소성이 있다는 게 가장 큰 호재다. 2140년까지 2100만개를 생산한 뒤에는 더이상 비트코인을 생산할 수 없다. 최근까지 생산된 비트코인은 1650만개 안팎이다. 달러 등 지폐처럼 정부 마음대로 발행하는 게 아니라 매장량이 정해진 금을 캐는 것과 닮았다고 해서 채굴이라고 부른다. ‘차세대 통화’를 대체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일부 투기성 자본도 가담하면서 시장이 크게 확대된다는 점도 호재다. 미 투자분석업체 스탠드포인트 로니 모아스 연구원은 코인당 가격이 연내 75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낙관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8월 취업자 20만명대로 떨어져

    지난달 전체 취업자 수 증가폭이 7개월 만에 20만명대로 주저앉았다. 청년실업률은 외환위기 이후 18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구직을 단념하거나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청년이 늘면서 체감실업률(고용보조지표3)도 껑충 뛰었다. 새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내세우고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까지 편성했지만 고용 지표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통계청이 13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는 2674만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 2000명 늘었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20만 1000명을 기록한 2013년 2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올해 2월(37만 1000명) 이후 줄곧 30만명을 웃돌았는데 다시 20만명대로 떨어졌다. 6개월 연속 10만명 이상 증가했던 건설업 취업자가 지난달 3만 4000명 늘어나는 데 그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조사 대상 주간인 지난달 14~20일 거의 매일 비가 와 건설 일용직 증가 폭이 크게 둔화한 것이 고용지표를 악화시켰다”고 설명했다. 15~29세 청년실업률은 9.4%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0.1% 포인트 올랐다. 8월 기준으로만 보자면 외환위기 여파가 지속되던 1999년(1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실업자와 구직 단념자, 취업 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2.5%로 1년 전보다 1.0% 포인트 올랐다. 청년 4명 중 1명은 백수라는 얘기다. 김이한 기획재정부 정책기획과장은 “일자리 추경 집행률이 70%를 넘으면 고용 시장에 직간접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8월 취업자 수 증가폭, 4년 6개월만에 최소…청년 취업은 최악

    8월 취업자 수 증가폭, 4년 6개월만에 최소…청년 취업은 최악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이 20만명대로 뚝 떨어졌다. 특히 청년(15∼29세) 실업률은 8월 기준으로 외환위기 여파에 시달리던 1999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체감실업률도 2년 만에 가장 높았다.통계청은 13일 이런 내용의 ‘8월 고용동향’을 발표했다. 지난달 취업자는 2674만 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 2000명 늘어나는데 그쳤다. 2013년 2월 20만 1000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취업자 수는 올해 2월 37만 1000명을 기록한 이후 6개월 연속 30만명을 웃돌다가 지난달 다시 20만명대로 떨어졌다. 취업자 수는 도매 및 소매업이 증가로 전환했지만 건설업·교육서비스업·부동산업 및 임대업 등에서 부진하면서 전체 증가폭이 둔화됐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3만 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2월 14만 5000명 늘어난 이후 6개월 연속 10만명 이상 증가를 이어오다가 7개월 만에 증가 폭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빈현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조사대상 주간에 거의 매일 비가 와서 일용직 증가폭이 크게 둔화한 것이 취업자 수 증가폭을 줄이는데 영향을 줬다”라며 “건설업 취업자 증가폭이 계속 하락세였던 점도 영향이 있다”라고 말했다. 숙박및 음식점업(-4만명), 전문·과학및기술서비스업(-3만 4000명) 등도 취업자 수가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2만 5000명 늘면서 3개월 연속 증가했고 공공행정·국방및사회보장행정(7만 5000명), 보건업및사회복지서비스업(4만 8000명) 등에서도 취업자가 증가했다. 자영업자는 1년 전보다 3000명 줄어들어 지난해 7월 1만명 줄어든 이후 1년여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고용률은 61.1%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p) 상승했다. 실업자는 1년 전보다 5000명 늘어난 100만 1000명을 기록, 두달만에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률은 3.6%로 전년과 동일했다. 청년실업률은 9.4%로 1년 전보다 0.1%p 상승했다. 청년실업률은 1999년 8월 10.7%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체감실업률인 청년층 고용보조지표 3은 22.5%로 1년 전보다 1.0%p나 상승했다. 체감실업률 역시 2015년 이후 8월 기준(22.6%)으로 가장 높았다. 비경제활동인구는 재학·수강(-7만 5000명), 육아(-11만 1000명) 등에서 줄었지만 쉬었음(21만 7000명) 등에서 증가해 11만 1000명 증가했다. 구직 단념자는 48만 4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 2000명 늘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스튜핏 vs 그레잇, 저축의 두 얼굴

    [송혜민의 월드why] 스튜핏 vs 그레잇, 저축의 두 얼굴

    “슈퍼 울트라 스튜핏!” 시청자의 소비내역(영수증)을 보고 경제습관을 분석해주는 TV 인기 프로그램의 진행자가 과소비 혹은 불필요한 소비를 지적할 때 쓰는 표현이다. ‘스튜핏’은 ‘바보같은’을 뜻하는 영어단어 ‘Stupid’를 의미하며, 반대로 합리적인 소비나 절약, 저축을 칭찬할 때는 ‘그레잇’(Great)을 외친다. 저축만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고 알려진 이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합리적인 소비는 필요하나 돈은 최대한 안 쓰는 것이며, 저축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프로그램의 인기와 함께 실제로 절약과 저축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저축이 미래를 대비하는 동시에 투자의 기회를 거머쥐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는 점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소비를 지양하고 저축을 지향하는 경제습관이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 온다고 볼 수 있을까. 학계의 이론을 먼저 살펴보자. 소비보다 저축을 강조한 대표적인 학자는 미국의 경제학자 로버트 솔로(93)다. 1987년 경제성장이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로버트 솔로는 장기적으로 경제가 성장하고 개별 노동자들의 소득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생산량이 증가해야 하며, 생산량 증가를 위해서는 저축률이 충분히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저축률이 낮으면 생산을 통해 얻은 재화나 서비스를 투자보다 소비로 많이 소진하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나라의 생산 설비가 점차 줄어 전체적인 경제규모가 감소하고 국민의 소득수준도 악화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저축의 이면을 강조한 대표적인 학자는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다. 그가 제기한 ‘저축의 역설’은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려 부를 축적하는 과정이 오히려 내수를 줄이고 경제활동을 저하시켜 경제를 총체적 불황으로 몰고 갈 수 있다는 내용이다. 실제 국가 경제를 예로 들어보면 저축의 두 얼굴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독일과 스위스는 높은 저축률 덕분에 혜택을 보는 국가로 꼽힌다. 세계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브라질과 인도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있음에도 무역적자가 지속되는 반면, 독일과 스위스는 관세가 낮지만 흑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는 지난 3월 16일자 보도에서 독일과 스위스가 낮은 관세에도 흑자를 내는 것은 높은 저축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저축이 많기 때문에 외국으로부터의 자금 유입 없이도 소비와 투자 자금을 확보해 물품을 생산하고, 이를 외국에 팔아 흑자를 낸다는 것.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6년 스위스와 독일의 가계저축률은 각각 20.13%, 10.38%로, OECD 회원국 중 1위와 4위를 차지했다. 가계저축률은 가계가 저축하는 돈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는 하락하는 추세이나 과거 ‘저축왕’으로 불린 중국도 높은 저축률 덕분에 금융 충격을 피했다는 분석이 있다. 모간스탠리는 지난 2월 ‘왜 우리가 중국 경제에 강세 전망을 하는가?’라는 보고서에서 “중국은 높은 저축률과 경상수지 흑자, 외환보유액으로 금융 충격을 피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가계저축률은 30%로, OECD 회원국 1위인 스위스보다 높은 수준이다. 반면 한국은 높은 저축률 때문에 울상인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의 2016년 가계저축률은 OECD 국가 중 5위인 8.66%다. 저축률이 오르면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가계가 저축한 돈을 빌려 투자를 하고 고용을 늘려 결국 가계소득 증가의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다. 개인의 저축이 단순히 가계의 부를 늘리는 미덕 만이 아니라 국가경제 차원에서도 활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시켜준다. 하지만, 성실하고 근면한 개인이라도 늘어나는 통장 액수에 큰 만족감을 느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최근의 가계저축률 상승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해 소비를 줄인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또한 또다른 중요한 경제 주체인 은행은 훌륭한 기술력을 가진 중소기업 등에 투자하고 대출하기보다는 손쉽게 이익을 낼 수 있는 가계대출, 담보대출에만 골몰하고 있다. 은행에는 돈이 계속 쌓이고 있지만, 소규모 중소기업들에게 은행 문턱은 높기만 하니 기업의 신규 고용 창출이나 국가경제 차원의 총생산성 증가는 요원한 일이 된다. 게다가 일부에서는 개인들이 저축을 선택할 경우, 소비 감소를 부추겨 경기 불황을 일으키는 주범인 양 내모는 비판까지 쏟아내니 그저 성실하게 근검절약하는 개인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대기업이 투자하지 않고, 고용을 늘리지 않은 채 쌓아놓은 사내유보금 규모만 200조원인 세상에서 말이다. 예측하기 어려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개인의 저축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저축에 역설이 있듯 소비에도 ‘그레잇’이 있다.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합리적인 소비와 저축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필요하다. 물론, 그에 앞서 자신들만의 이익 추구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은 채 경제 주체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은행과 대기업 등의 각성이 절실한 건 ‘안 비밀’이다. 사진=KBS ‘김생민의 영수증’ 방송 캡처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BBK주식 매입대금 50억원 ‘MB 계좌’로 송금…검찰 은폐 의혹

    BBK주식 매입대금 50억원 ‘MB 계좌’로 송금…검찰 은폐 의혹

    2007년 대선 당시 최대 쟁점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투자자문회사 실소유 논란’ 당시 이 전 대통령에게 약 50억원이 입금됐다는 자료가 있었는데도 이를 누락한 채 검찰이 ‘김경준씨와 이 전 대통령 간 거래 내역이 없었다’고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는 내용의 언론 보도가 나왔다.앞서 ‘BBK 사건’으로 지난 8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다가 만기출소한 김경준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관련해서 금융거래 내역이 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내역을 공개를 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컷뉴스는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수사보고 [은행 입·출금 2000만원 이상 거래 명세 첨부보고](첨부보고)’ 자료를 입수해 2001년 2월 28일에 김경준의 LKe뱅크에서 이 전 대통령의 개인 계좌(외환은행)로 49억 9999만 5000원을 송금한 기록이 나타나 있다고 12일 전했다. 2007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해 12월 5일 검찰은 ‘BBK 사건’ 중간수사발표에서 “BBK는 김씨가 1999년 4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해외에 단독 설립한 이후 e캐피털에서 30억원을 투자받은 뒤 2001년 1월까지 지분 98.4%을 모두 매입한 1인 회사”라고 밝혔다. 당시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BBK실소유주 여부를 판단하는데 핵심 자료는 김씨 측이 제시한 한글로 된 이면계약서였다. 2000년 2월 21일로 표기된 이면계약서에는 ‘김씨가 이 전 대통령 소유의 BBK주식 61만주(100%)를 49억 9999만 5000원에 매입한다’는 내용이 적시돼있다. 매수인은 ‘LKe뱅크 대표이사 김경준’이며, 매도인에는 ‘이명박’의 이름이 있다. 개인 이명박이 법인 LKe뱅크에 BBK의 주식을 팔았다는 내용이다. 계약서 내용대로라면 이 전 대통령이 BBK의 실소유주였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는 셈이다. 후에 김씨는 2012년 수감 중에 ‘BBK의 배신‘이라는 자서전을 출간 했는데, 책에 “MB의 (BBK)지분을 LKe뱅크로 넘기려면, LKe뱅크가 약 50억원을 MB에게 송금하면 된다. 그래서 2001년 2월에 LKe뱅크가 49억 9999만 5000원(수수료 5000원 차감)을 MB에게 송금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검찰은 50억원대의 주식을 매매하는 중요 계약서에 이 전 대통령의 서명도 없고 간인도 되어 있지 않은 등 형식면에서 매우 허술하다며 이면계약서가 가짜로 작성됐다는데 무게를 뒀다. 또 이면계약서에 적힌 날짜인 2000년 2월 21일에 BBK의 주식은 e캐피털이 60만주(99.99%), 김경준이 1만주를 보유했던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이 BBK주식을 보유했다는 주장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봤다. 노컷뉴스는 “이번에 새롭게 공개된 LKe 뱅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개인 계좌(외환은행)로 49억 9999만 5000원이 송금된 기록은 검찰 발표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거”라면서 “당시 검찰의 고의적인 누락을 의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BBK 사건 수사 당시 검사가 김경준씨에게 이면계약서가 사실이면 왜 49억여원을 이 전 대통령에게 지급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단지 이를 간과(overlook)했다는 말만 하고 거짓말 탐지기 검사도 거부했다”면서 “49억원이나 되는 큰돈의 지급을 간과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이 희귀한 계약금액 때문에 이면계약서에 적힌 날짜보다 1년 이상 뒤의 어느 시점에 소급 작성된 사실이 당시 확인됐다”면서 “2001년 2월 21일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가 A.M.Pappas에 LKe뱅크 주식을 판 대금 49억 9999만 5000원이 LKe뱅크 계좌에서 이 부호 개인 계좌로 입금됐다가 EBK증권중개의 자본금으로 납입된 사실이 있는데, 김경준씨가 그 자금거래를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BBK 주식 거래에 끼워 맞춰 사후에 조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노컷뉴스는 이 전 대통령 측과 연락을 취했지만 “이미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안이다”, “지금에 와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얻는데 그쳤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글로벌 인사이트] ‘부패 칼잡이’ 잔류하나… ‘이론 교사’ 포스트 시진핑 되나

    [글로벌 인사이트] ‘부패 칼잡이’ 잔류하나… ‘이론 교사’ 포스트 시진핑 되나

    10월 18일 개막하는 중국 공산당 제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중국 정가가 요동치고 있다. 집단지도체제를 이루는 7명의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제외한 5명이 교체되는 권력재편기가 도래한 탓이다. 중국 안팎에서 주목하는 인물은 왕치산(王岐山·69)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와 천민얼(陳敏爾·57) 충칭시 서기다. 왕 서기가 7상8하(67세는 연임 가능, 68세는 퇴직)의 불문율을 깨고 상무위원회에 잔류하느냐와 천 서기가 상무위원회에 진입해 시 주석의 후계자로 등극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다. 왕치산은 퇴직하고 천민얼은 승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시진핑 외에는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시진핑이 왕치산과 천민얼을 그토록 감싸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시 주석이 마오쩌둥과 덩샤오핑에게 버금가는 권력을 누리는 정치적 기반을 두 인물이 닦았기 때문이다. 지난 5년 동안 시 주석을 떠받친 두 개의 축은 부정부패 척결과 이데올로기 강화였다. 부정부패 척결은 인민의 지지 확대와 반대파 견제의 ‘보검’(寶劍)이었다. 왕치산이 휘두른 칼끝에서 시진핑의 권력은 무한대로 확장됐다. 이데올로기 강화는 시진핑의 권위를 한껏 높였다. 천민얼은 ‘시진핑 사상’의 밑그림을 그렸다. 왕치산과 시진핑의 인연은 196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16세이던 시진핑은 ‘지식청년’이 돼 산시성 옌촨현으로 하방된다. 지식청년이란 문화혁명기 마오쩌둥의 “농촌으로 가 배우라”는 지시에 따라 생산현장에서 생활했던 젊은이를 말한다. 시진핑은 옌촨현 량자허촌으로 가던 길에 먼저 산시성 옌안현 펑좡에서 지식청년 생활을 하던 왕치산을 찾아갔다. 둘은 펑좡의 판잣집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잤다. 중국의 앞날을 토론하느라 날이 밝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왕치산은 1971년 농촌생활에서 벗어나 산시성박물관에서 일하다가 1973년에 뒤늦게 시베이(西北)대학 역사학과에 들어갔다. 이 시절 왕치산은 부총리를 지낸 야오이린(姚依林)의 딸 야오밍산과 결혼했다. 혁명원로의 사위가 되면서 왕치산도 시진핑처럼 ‘태자당’(太子黨) 반열에 올랐다. 2012년 제18차 당 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른 시진핑이 왕치산에게 중앙기율위를 맡긴 것은 단순히 지식청년 시절의 인연과 태자당으로서의 정치적 유대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왕치산은 위기에 빠진 중국을 수차례 구해낸 ‘특급 소방수’였다. 왕 서기는 1982년 중앙 서기처 농촌정책연구실에 근무한 이후 줄곧 ‘금융통’으로 성장했다. 건설은행장, 인민은행 부행장을 거쳐 1997년에는 광둥성 부성장이 됐다. 아시아를 휩쓸던 외환위기의 파고가 홍콩을 거쳐 광둥성으로 상륙하던 시점이었다. 왕치산은 투자금융사인 광신공사를 시작으로 가차 없는 구조조정을 실시해 위기가 중국 전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가 베이징에서 창궐한 2003년에는 베이징 시장으로 긴급 투입됐다. 전임자들과 달리 왕치산은 모든 정보를 공개했고, 시민 수만명을 격리했다. 중앙기율위 서기가 된 왕치산은 공산당 최고 지도부였던 상무위원 출신의 저우융캉을 잡기 위해 1년 6개월 동안 200명이 넘는 그의 가족과 측근들에 대한 비리 조사를 벌일 정도로 주도면밀했다. 중앙순시조라는 이름의 암행감찰반 운영에서도 왕치산의 솜씨가 돋보였다. 왕 서기 체제의 중앙순시조는 과거와 달리 조장과 부조장이 누구인지 밝혔고,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했다. 성과를 거두면 중용하겠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책임을 지우겠다는 실명제 감사를 도입한 것이다. 왕 서기가 상무위원에 연임하면 총리를 맡거나 중앙기율위와 검찰, 공안을 모두 아우르는 신설 국가감찰위원회 수장을 맡게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시 주석이 ‘7상8하’ 원칙을 깨고 왕 서기를 연임시킨다면 본인의 집권 연장을 위한 선례 구축이란 측면도 있지만, 왕 서기의 능력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천민얼은 공산주의 이론가이자 선전 전문가다. 1978년 저장성의 전문대학인 샤오싱사범전문학교를 나와 2015년 귀주성 서기가 되기까지 37년 동안 저장성을 떠나지 않았다. 중앙 정치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적도 없다. 이런 그가 차기 지도자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탄탄한 이론과 문장력 때문이다. 천민얼은 대학을 졸업하고 저장성 당교의 이론교사 자격반에서 공부한 다음 공산주의 이론 강사가 됐다. 홍콩 아주주간은 “이 시절부터 명쾌하고 조리 있는 말솜씨에 관점과 시야가 날카로웠다”고 평가했다. 저장성 사오싱현의 지방공무원으로 맴돌던 그가 시 주석과 인연을 맺은 건 2001년 저장성 선전부장을 맡으면서다. 천민얼이 선전부장으로 부임한 지 5개월 만에 저장성 서기로 온 시진핑은 여론선전 업무를 중시했다. 저장성 기관지인 저장일보 사장 시절 ‘기자 천민얼’ 명의로 칼럼을 썼던 천 서기는 현지에 기반이 없던 시 주석을 위해 저장일보에 ‘즈장신위’(之江新語)란 고정 칼럼 연재를 구상했다. 시 주석은 2003년 2월부터 4년여 동안 저장혁신(浙江革新)을 의미하는 ‘저신’(哲欣)이란 필명으로 매주 한 편씩 칼럼을 연재했다. 초고는 천민얼에 의해 만들어졌다. 심화(深), 실용(實), 세밀(細), 정확(準), 효율(效)을 주제로 당에 의한 통치와 반부패를 강조한 내용들이었다. 칼럼 232편을 묶은 단행본은 시 주석 집권 이후 재출판돼 당 간부들의 필독서가 됐다. 당시 시 주석과 저장성에서 일했던 차이치 베이징시 서기, 황쿤밍 중앙선전부 부부장, 샤바오룽 저장성 서기, 리창 장쑤성 서기, 바인차오루 지린성 서기, 러우양성 산시성장, 잉융 상하이시장 등이 즈장신위를 읽으며 시진핑의 통치 철학을 습득했다. 이들이 바로 즈장신쥔(浙江新軍)으로 불리는 시진핑 직계 정치세력이다. 시 주석이 2002∼2007년 저장성 서기를 지내는 동안 천 서기도 2001년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선전부장을 꼬박 맡았다. 2022년 20차 당대회까지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시진핑 옆을 지키며 ‘시진핑 사상’을 완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 데 있어 천민얼이 적임자인 셈이다. 천 서기는 2012년 1월 구이저우성 부서기로 옮겨가 대리성장, 성장, 서기까지 5년여를 보냈다. 중국 최빈곤 지역 중 하나인 구이저우를 맡아 지도력을 발휘하며 차기 지도자 후보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천 서기 시절의 구이저우성은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5분기 연속으로 전국 31개 지방 중 3위 안에 들었다. 시 주석은 2015년 6월 구이저우성 시찰에 나섰다. 시 주석이 이때부터 천 서기의 성과를 직접 확인한 다음 후계자로 내정하고 그를 위한 인사 포석을 구상해 왔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천 서기는 구이저우에 빅데이터 산업을 집중 육성했다. 퀄컴, 아마존, 바이두, 애플이 구이저우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시진핑은 “업무처리가 훌륭하다”며 천 서기를 칭찬했다. 시 주석이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던 쑨정차이 전 충칭시 서기를 내친 것은 천민얼을 후계자로 발탁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중앙위원인 천 서기가 정치국 위원을 건너뛰고 상무위원으로 2단계 상승하기 위해선 직할시인 충칭시 서기 자리가 필요했다. 시진핑 자신도 10년 전 17차 당대회 때 상하이 서기에서 곧바로 상무위원에 올랐다. 천민얼이 상무위원에 오른다면 후춘화(胡春華·54) 광둥성 서기보다 서열이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50대 상무위원 가운데 서열이 앞선 이가 차기 국가주석을 맡을 확률이 높다. 만일 시 주석이 2022년에 연임하기로 결심했다면 그 길을 닦을 인물이 천민얼이고, 연임하지 않고 물러나더라도 시진핑을 보호할 인물이 천민얼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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