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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론] 코로나19, 우리는 다른 배를 타고 있다/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시론] 코로나19, 우리는 다른 배를 타고 있다/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성공적 방역에 대한 외국 언론의 찬사가 뜨겁다. 우리 스스로 ‘이런 나라였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투명성, 시민의식, 민주주의. 서구를 지칭하던 말들이 한국의 상징이 됐다. 놀라운 반전이다. 서양에 대한 열등감에 백 년 넘게 서쪽 끝만 바라보며 죽도록 달려왔는데, 어느 날 눈을 떠 보니 결국 돌고 돌아 동쪽 끝에 와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서구가 가 보지 못했던 길을 가면서 우리의 경험과 판단으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놀라운 일을 해내고 있다. 영국 총리부터 스페인 공주, 할리우드 스타들까지 빈부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 코로나19의 특성을 생각하면 한국의 성공은 슬라보이 지제크의 말마따나 ‘우리 모두는 코로나호에 함께 타고 있다’는 한국 시민의 놀라운 연대의식의 결과일 것 같다. 사실 이러한 연대는 어쩌면 우리에게 익숙한 일인지도 모른다. 멀리는 20세기 초 일제의 주권침탈에 맞서 분연히 시작된 국채보상운동부터 최근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태안 기름유출 사건, 촛불항쟁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위기에 처할 때마다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자발적 희생은 끝도 없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국가적 위기를 헤쳐 나갔던 평범한 사람들의 누적된 역사가 한국이라는 배가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풍랑을 헤쳐 나갈 수 있는 근본적 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거대한 풍랑이 그치고 바다가 다시 잠잠해지고 난 뒤 드러난 진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 ‘선성장 후분배’라는 약속을 믿고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을 감내했고, 금붙이를 모으고, 대량해고를 받아들이며 외환위기를 극복했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돌아온 건 이전보다 더 심각해진 불평등한 세상이었다. 촛불항쟁을 통해 불의한 정권을 몰아내고 집권한 정부는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자신의 노력보다 부모의 사회적 지위가 더 중요하다. 외국 언론이 쏟아내는 성공한 방역에 대한 칭찬은, 그래서 한편으론 불편하다. 성공적 방역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부터 지위고하, 빈부, 성별을 가리지 않고 국민 모두를 보편적으로 지켜냈지만 성공적 방역을 위한 희생까지 공정하게 분배하진 않았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약한 사람들에게 더 큰 희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공무원, 대기업 정규직, 교직원 등 안정적 직장을 갖고 있거나 재산이 넉넉한 사람들에게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난생처음 겪는 일상의 소소한 불편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일용직, 비정규직, 플랫폼 노동, 영세 자영업자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서 생계를 이어 가던 수많은 이웃들에게 강제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는 생존의 문제였고, 여성들에게는 돌봄을 불평등하게 책임져야 하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왜 성공한 방역의 편익은 보편적으로 향유하면서 그 성공적 방역을 위한 희생은 힘없는 사람과 여성이 감내해야 하는가.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하루 종일 한명도 오지 않는 가게에서 우두커니 앉아 있어야 하는 이들에게 외국 언론의 찬사는 허기진 배를 움켜 쥐고 들어야 하는 잔칫집의 흥겨운 풍악소리일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이웃들에게는 낮은 이자로 돈을 빌려줄 테니 돈 벌어서 갚으라는 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기업에는 100조원이 넘는 사상 초유의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일거리가 사라져 한 끼를 걱정해야 하는 이웃들에게는 필수적인 생활비를 충족하기도 어려운 지원금의 지급 대상을 놓고 옥신각신했다. 더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재정을 담당하는 정부 관료들은 예나 지금이나 재정건전성 타령만 하고 있다. 우리 이웃들이 다 죽어 가는 마당에 도대체 누구를 위해 곳간에 돈을 쌓아 놓아야 한단 말인가. 돌봄 대책은 아예 얘기할 것도 없다. 모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약한 사람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역사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그분들의 삶을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려 놓는 것은 한국 사회가 해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다. 모두가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풍랑을 만났지만, 튼튼한 거함에 올라탄 사람과 나룻배에 몸을 맡기는 사람의 운명이 같을 순 없다. 성공한 방역으로 안도하고 있다면 모두가 공정하게 대가를 치러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라는 한 배를 타고 있지 않다. 착각이다. 지제크가 틀렸다.
  • 디플레이션 우려 커지는데… 이달 소비 회복이 관건

    디플레이션 우려 커지는데… 이달 소비 회복이 관건

    지난달 물가 무상교육 확대가 큰 영향 집밥 수요 늘어 수산물·축산물값은↑ 전문가 “저물가 기조 당분간 지속될 것 고용 확대·소득 증대 힘써 수요 살려야” 기재부 “향후 물가 내수·국제유가 변수”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다시 0%대로 내려앉은 데 대한 우려가 큰 것은 물가가 경제 활력을 측정하는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특히 근원물가는 ‘경제 체온계’로 불리지만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보여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생활방역 전환으로 닫힌 지갑이 열릴 것으로 기대되는 이달 물가가 얼마나 회복되는지에 따라 경제 회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고교 무상교육이 고교 3학년에서 2학년으로 확대되면서 고교 납입금이 64.0% 줄어든 영향이 컸다. 이에 따라 공공서비스 물가가 -1.6%를 기록했고, 전체 물가상승률도 0.3% 포인트 떨어졌다고 통계청은 분석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도 6.7% 하락해 전체 물가를 0.28% 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 가격은 0.7% 내렸는데,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로 승용차 가격이 1~3%가량 내린 영향을 받았다. 외식 물가는 가격 상승 요인이 많은 연초임에도 0.8%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 1월(0.9%)부터 4개월 연속 0%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물가가 이처럼 장기간 0%대에 머문 건 2012년 5월~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승용차 임차료(-16.0%)와 호텔 숙박비(-6.8%) 등도 큰 폭으로 내렸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로 소비 패턴이 변하면서 식사, 여행 위주로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코로나19로 가정 내 식재료 수요가 늘면서 수산물과 축산물은 각각 8.1%, 3.5% 올랐다. 집밥 수요 증가 속에 가공식품 가격도 1.3% 올랐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달에는 소비가 살아날 것으로 예상돼 마이너스 물가인 디플레이션이 올 가능성은 적지만 저물가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저물가는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인 만큼 정부가 고용 확대와 소득 증대에 힘써 수요를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참고자료를 통해 “향후 소비자물가는 코로나19에 따른 내수 여건과 산유국의 감산 여부 등에 따른 국제유가 흐름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행도 이날 ‘최근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서 “우리나라는 코로나19에도 생필품 사재기가 나타나지 않아 상품 가격 상승 요인이 미미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3월(0.7%)보다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는데, 사재기 등의 영향으로 식료품 물가가 3.6% 급등한 영향이 컸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와 주요국을 비교하면 유가 하락과 세계 경기 둔화 등 공통 요인 외에 코로나19 확산 정도와 이에 대응한 봉쇄 조치의 차이가 물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물가상승률 0.1% 그쳐 근원물가 21년來 최저…다시 커지는 ‘D의 공포’

    물가상승률 0.1% 그쳐 근원물가 21년來 최저…다시 커지는 ‘D의 공포’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1%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특히 근원물가 상승률이 외환위기 이후 21년 만에 가장 낮았다. 근원물가는 계절적 요인이나 외부적 요인에 민감한 농산물과 석유류 등을 제외한 물가를 말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수요 감소와 저유가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물가지수 4개월 만에 0%대 재진입 4일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에 비해 0.1%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0월(0.2%)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며, 올 들어 첫 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내내 0%대(9월은 -0.4%)에 머물던 소비자물가는 올 1~3월 기저효과 등을 타고 1%대 상승률을 보였는데, 다시 확 주저앉은 것이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외식서비스 수요가 줄어든 데다 저유가로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탓이다. 고교 무상교육 확대 등으로 공공서비스 가격이 내린 영향까지 겹쳤다.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0.3% 상승에 그쳐 1999년 9월(0.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1999년 12월(0.1%) 이후 최저인 0.1%로 집계됐다. ●정부 “생활방역 전환 따라 5월엔 개선될 것” 다만 정부는 디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가 1년 이상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디플레이션으로 간주하는데, 지금은 무상교육과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등 정책적 요인이 상당하다”며 “5월은 생활방역으로 전환돼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IMF “韓 구매력평가 1인당 GDP 감소”…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 전망

    IMF “韓 구매력평가 1인당 GDP 감소”…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 전망

    올해 한국의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실화된다면 1998년 외환위기 위기 이후 22년 만에 뒷걸음질이다. 3일 국제통화기금(IMF)의 ‘4월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PPP 기준 1인당 GDP는 -1.3%로 전망됐다. 이는 해당 국가의 물가 수준을 반영해 국민의 실제 구매력이 개선됐는지 여부를 보여 주는 지표다. 이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 1980년 오일 쇼크와 1998년 외환위기에 이어 세 번째가 된다. 올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인 2008년(2.2%)과 2009년(0.3%), 남유럽 재정위기 시기인 2012년(1.9%)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6.4%)을 비롯해 일본(-4.8%), 독일(-7.0%), 프랑스(-7.4%), 이탈리아(-8.9%), 영국(-7.0%) 등 대부분 주요국도 마이너스로 전망됐다. 다만 중국(0.9%)은 가까스로 플러스로 전망됐다. IMF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9년엔 전 세계 62.3%의 국가에서 감소했지만, 올해는 세계 90.3% 국가에서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취중생] ‘아줌마’가 아닙니다, ‘노동자’입니다

    [취중생] ‘아줌마’가 아닙니다, ‘노동자’입니다

    [편집자주] 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기자가 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도,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습니다. 사회부 사건팀 기자들입니다. 시대가 변하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취재수첩에 묻은 꼬깃한 손때는 그대롭니다. 기사에 실리지 않은 취재수첩 뒷장을 공개합니다. ‘취중생’(취재 중 생긴 일)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사건팀 기자들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아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지난 1일은 제130주년 세계 노동절이었습니다. 서울신문은 노동자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계층인 중년 여성 비정규 노동자의 고통에 대해 다뤘습니다. ‘아줌마라고 쥐꼬리 임금, 툭하면 무시… 위기 내몰린 중년의 노동’(2020년 5월 1일자) 기사가 그것입니다. 가스 검침원, 마트 직원, 특수교육 실무사 등 3명의 목소리를 통해 경력 단절을 겪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단기 저임금 비정규 노동으로 내몰리는 여성 노동자들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기사가 나간 뒤, 포털 사이트에선 ‘여자만 힘드냐, 남자도 힘들다’, ‘기술 없으면 그런 일 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런’ 일이란 무엇일까요? 배운 게 없고 능력이 없으면 일하면서 겪는 부당함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걸까요? 중년 여성 노동자의 일은 정말 특별한 기술이 없어도 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일까요? 개에 물리고 성희롱당해도 참는다…갈 곳이 없어서“우리는 일하면서 개한테 세 번은 물려야 ‘가스 밥’ 먹는다고 해요.” 서울도시가스 점검원으로 15년 동안 일한 김윤숙(53)씨의 말입니다. 김씨는 2005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일자리를 잃자 “살림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마음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그가 가스 점검원으로 일하게 된 건 육아와 병행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남편 일도, 아이 학교 일도 내가 챙겨야 하는데 집에 돈은 없으니 중간중간 개인 용무를 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했습니다. 결혼, 육아로 경력 단절을 겪고 재취업해야 하는 중년 여성 일자리 대부분이 이 같은 성격을 띱니다. 하지만 그가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은 예상보다 훨씬 컸습니다. 김씨는 “여자 혼자 가스 점검을 하러 집집을 다니다 보니 성추행도 일어난다”라고 했습니다. 그는 “어떤 집은 남자가 알몸 상태로 나와서 문을 열어주더라”면서 “너무 당황해서 ‘악’ 소리도 안 나왔다”고 했습니다. ‘퇴근이 언제냐’, ‘맥주 한잔하자’는 성희롱도 심심찮게 일어납니다. 개에 물리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그는 “집주인이 다들 ‘우리 개는 안 문다’고 하면서 풀어놓는데, 뒤꿈치든 정강이든 어깨든 몇 번씩 물린다”면서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런 일은 김씨만 겪는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에는 울산 경동도시가스 점검원이 일하던 중 성추행을 당한 후 감금까지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점검원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자살까지 시도했습니다. 가스계량기가 있는 곳은 대부분 골목이나 후미진 곳. 이 때문에 담벼락 등에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뎌 무릎이나 발목에 골절상을 입고, 인대가 파열되는 일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김씨가 이 일을 계속하는 이유는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는 “40~50대 여성에게는 취업 문을 열어놓은 데가 없다”고 했습니다.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우고 나면 다시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전문성 있는 젊은이들에 비해 당연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겁니다. 김씨처럼 절박한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없으니 ‘임금 후려치기’나 쉬운 해고의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값싼 인력 취급 상처…여자라고 ‘하찮은 일’ 아니야” 은연중에 여성이 하는 일을 ‘하찮은 것’이라고 보는 사회적 시선도 여전합니다. 김씨는 “가스업계에서도 관리자는 전부 남자”라면서 “여성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니 ‘언제든 그만둘 사람’으로 취급하면서 노동자로서 법적인 보호는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일반 시민들 눈에는 가스 점검원이 1년에 2번 방문하는 사람에 불과하겠지만, 뒤에서 하는 일은 가스계량기 검침, 검침 송달 등 훨씬 많다”면서 “현장 노동자이자 감정노동자”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도 중년 여성 일자리의 질이 낮은 이유가 여성이 사회적으로 낮은 지위를 가진 것과 관련이 크다고 봅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 일자리 자체가 저가치화돼있다”면서 “여성이 하는 일은 원래 집에서 하던 거니 특별한 기술 없이 할 수 있다는 왜곡된 인식이 있고, 이 때문에 남성만큼 돈을 줄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인식 탓에 여성이 기존의 남성 중심적인 일자리에 진입하기도 어렵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아예 남녀 일자리의 차이를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이 교수는 “북유럽 국가에서는 직업 훈련과정에서 남성이 지배적인 직종을 오히려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먼저 소개한다”면서 “남녀 일자리를 구분하지 않으면서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김씨는 말합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동네 아줌마’가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봐주는 것”이라고요.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코로나19 수출 쇼크]한국경제 버팀목 수출도 코로나19에 휘청… 어두워지는 2분기 성장률

    [코로나19 수출 쇼크]한국경제 버팀목 수출도 코로나19에 휘청… 어두워지는 2분기 성장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라는 평가를 듣던 수출마저 4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2분기 성장률에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특히 98개월째 흑자를 기록하던 무역수지도 99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서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99개월만에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9억 5000만 달러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369억 2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3% 급감했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도 9억 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적자를 낸 것은 2012년 1월 23억 2000만달러 적자 이후 8년 3개월 만이다. 산업부는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주요 시장의 수입수요가 줄어 수출이 급감한 가운데 국내 제조업은 셧다운(일시적 가동중지) 없이 정상 가동하면서 중간재·자본재 수입이 꾸준히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5.9% 줄어든 378억 7000만달러를 기록해 수출 감소폭 보다 적제 줄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에도 수출(-34.5%)과 수입(-31.4%)이 모두 급감하는 불황형 적자가 발생했다. 1분기 성장률 -1.4%에 이어 2분기도 먹구름 수출이 쪼그라들면서 2분기 성장률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지난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성장률은 -1.4%로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버금가는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1분기의 경우 그나마 코로나19가 수출에 직접 타격을 주지 않았기 때문에 마이너스 -1% 대로 막을 수 있었던 것”이라면서 “2분기는 수출까지 급감하고 있기 때문에 1분기보다 성장률이 더 나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 큰 문제는 수출 반등 시점이 미지수라는 점이다. 국내의 경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10명 아래로 내려가면서 확산세가 진정되는 분위기지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요국은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지난달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각국의 이동 제한과 셧다운 조치 영향으로 하루평균 수출이 올해 들어 가장 작은 2억달러에 그쳤다. 우리나라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 미국도 외출 제한 등의 조치로 4월 하루평균 수출이 2억 4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달보다 5.6%, 전월보다 21.3% 감소했다. 유럽-미국 등 외출제한 조치 악영향 그나마 중국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진한 것은 마찬가지다. 산업부 나승식 무역투자실장은 4월 수출입 동향 브리핑에서 “5월 이후 수출은 코로나19 진정 추세, 교역국의 경제 재개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며 “예단하기는 쉽지 않으나 주요 경제예측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등 수출환경이 녹록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세계 각국의 국경봉쇄 등의 조치가 장기화 되면 수출 감소가 단기에 끝나지 않고 구조화 될 수 있다”면서 “코로나19 이후에 대한 대비도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코로나19에 따른 최근 한국의 수출 부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수출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유동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6조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충분히 제때 공급해 수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아줌마라고 쥐꼬리 임금, 툭하면 무시… 위기 내몰린 중년의 노동

    아줌마라고 쥐꼬리 임금, 툭하면 무시… 위기 내몰린 중년의 노동

    박희숙(46·가명)씨는 롯데마트 수산 코너에서 6년째 무기계약직 직영사원으로 일한다. 중년에 기술 없이도, 집 근처에서, 정년까지 보장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마트 외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박씨는 “주 5일·하루 7시간씩 일하고 시간당 8750원으로 계산한 월급을 받고 명절 상여금도 받지 못해 생활이 빠듯하다”며 “온종일 서서 일하고, 가끔 아줌마라며 무시하는 ‘갑질’ 손님을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처럼 많은 중년 여성 노동자들은 뒤늦게 실질적 가장으로 기술 없이 맨몸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든다. 결혼·출산·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 이후 찾아온 남편의 은퇴, 불안한 노후 등이 이들을 취업전선으로 내몬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을 보면 올 3월 기준 20대 후반(68.0%)이 가장 높고, 그 뒤를 따르는 연령대는 40대 후반(66.2%)과 50대 초반(64.7%)이다. 그러나 이들이 갈 곳은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에 한정돼 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이들의 불안정한 현실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이 마주한 어려움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중년 여성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지만 결국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에 머문다. 가스검침원 김윤숙(53)씨는 15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일자리를 잃자 “살림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씨는 “40~50대에게 취업문을 열어 놓은 데가 없다. 아줌마를 쓰면 임금을 안 줘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지, 1년에 3500~5000가구를 상하반기 두번씩 방문하는데 2007년 첫 월급이 최저시급도 안 되는 97만원이었다”고 말했다. 10년 뒤 노조가 생기고서야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돈을 받았다.보이지 않는 편견과도 싸워야 한다. 박씨는 이 편견을 “마트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은 못 배우고,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쇼핑 바구니를 던진 중년 남성 고객도 있었다. 가격표가 진열대에 제대로 붙어 있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반말은 기본이었다. “왜 반말하느냐”는 대응에도 “관리자 불러와라”는 말만 반복하던 고객은 정작 남성 관리자를 만나니 조용히 돌아갔다. 더 서러운 건 회사의 대처다. 2년 전만 해도 회사는 “고객에게는 ‘모릅니다, 아닙니다, 없습니다’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가르쳤다. ‘서비스 정신’이라는 명목으로 문제가 생겨도 회사는 늘 고객 편이다. 박씨는 “진상 고객에 한 번 울고, 회사에 서운해서 두 번 우는 셈”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런 재난도 더 가혹했다. 장애아동의 수업을 돕는 특수교육 실무사인 최은경(44·가명)씨에게도 생계의 위협이 닥쳤다. 한 학기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데, 개학이 연기돼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 당연히 월급은 받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해 두 아이를 책임지는 실질적인 가장인데 막막하다. 180만원 남짓인 월급도 방학 중에는 나오지 않는데, 개학 연기 상황에 학교에선 ‘당연히 못 준다’는 입장”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중년 여성 노동자들을 위기에 내몰기 전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을 없애고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에게 주로 주어지는 돌봄 서비스 일자리에 대해 사회는 ‘집에서 하던 일이니 특별한 기술 없이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내며 늘 저평가해 왔다”고 지적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 역시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중도 탈락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만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중년 여성 노동자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중년 여성 노동이 위험하다··· 생계·인격모독·코로나19

    중년 여성 노동이 위험하다··· 생계·인격모독·코로나19

    중년 여성 노동자들의 삼중고박희숙(46·가명)씨는 롯데마트 수산 코너에서 6년째 무기계약직 직영사원으로 일한다. 중년에 기술 없이도, 집 근처에서, 정년까지 보장받으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마트 외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박씨는 “주 5일·하루 7시간씩 일하고 시간당 8750원으로 계산한 월급을 받고 명절 상여금도 받지 못해 생활이 빠듯하다”며 “온종일 서서 일하고, 가끔 아줌마라며 무시하는 ‘갑질’ 손님을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박씨처럼 많은 중년 여성 노동자들은 뒤늦게 실질적 가장으로 기술 없이 맨몸으로 노동시장에 뛰어든다. 결혼·출산·양육으로 인한 경력단절 이후 찾아온 남편의 은퇴, 불안한 노후 등이 이들을 취업전선으로 내몬다. 통계도 이를 뒷받침한다. 연령대별 여성 고용률을 보면 올 3월 기준 20대 후반(68.0%)이 가장 높고, 그 뒤를 따르는 연령대는 40대 후반(66.2%)과 50대 초반(64.7%)이다. 그러나 이들이 갈 곳은 비정규직·저임금 일자리에 한정돼 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이들의 불안정한 현실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들이 마주한 어려움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① 고용불안정 - 선택지 없는 저임금 직장으로 내몰리다 중년 여성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지만 결국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에 머문다. 가스검침원 김윤숙(53)씨는 16년 전 IMF 외환위기 당시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남편이 일자리를 잃자 “살림에 도움이 돼야겠다”는 마음으로 처음 일을 시작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김씨는 “40~50대에게 취업문을 열어 놓은 데가 없다. 아줌마를 쓰면 임금을 안 줘도 된다는 생각을 하는지, 하루 100가구씩 1년에 3500~4000가구를 방문하는데 2007년 첫 월급이 최저시급도 안 되는 97만원이었다”고 말했다. 10년 뒤 노조가 생기고서야 최저임금을 조금 넘는 돈을 받았다. ②인격모독 - 보이지 않는 편견과 싸우는 매일 박씨는 이 편견을 “마트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은 못 배우고, 무시해도 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쇼핑 바구니를 던진 중년 남성 고객도 있었다. 가격표가 진열대에 제대로 붙어 있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반말은 기본이었다. “왜 반말하느냐”는 대응에도 “관리자 불러와라”는 말만 반복하던 고객은 정작 남성 관리자를 만나니 조용히 돌아갔다. 더 서러운 건 회사의 대처다. 2년 전만 해도 회사는 “고객에게는 ‘모릅니다, 아닙니다, 없습니다’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가르쳤다. ‘서비스 정신’이라는 명목으로 문제가 생겨도 회사는 늘 고객 편이다. 박씨는 “진상 고객에 한 번 울고, 회사에 서운해서 두 번 우는 셈”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③코로나19 - 약자에게 가혹한 재난 갑작스런 재난도 더 가혹했다. 장애아동의 수업을 돕는 특수교육 실무사인 최은경(44·가명)씨에게도 생계의 위협이 닥쳤다. 한 학기 단위로 재계약을 하는데, 개학이 연기돼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됐다. 당연히 월급은 받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해 두 아이를 책임지는 실질적인 가장인데 막막하다. 180만원 남짓인 월급도 방학 중에는 나오지 않는데, 개학 연기 상황에 학교에선 ‘당연히 못 준다’는 입장”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문가들은 중년 여성 노동자들을 위기에 내몰기 전 노동시장에서의 불평등을 없애고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들에게 주로 주어지는 돌봄 서비스 일자리에 대해 사회는 ‘집에서 하던 일이니 특별한 기술 없이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을 보내며 늘 저평가해 왔다”고 지적했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 역시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을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중도 탈락하지 않도록 예방책을 마련하는 것만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일 중년 여성 노동자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했다.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대기업도 구조조정 칼바람… CGV·스벅 등 두 달간 1만명 줄었다

    대기업도 구조조정 칼바람… CGV·스벅 등 두 달간 1만명 줄었다

    거리두기에 유통업에서만 4000명 줄어 ‘극장 셧다운’ CJ CGV 2331명 감축 최다 롯데쇼핑·다이소·대한항공 등도 10위권 쿠팡, 택배 수요 급증에 직원 913명 늘어 “주택투자 20% 줄면 일자리 22만개 감소” 코로나19발(發) 대기업 구조조정이 현실로 드러났다. 경영활동이 위축되며 대기업에서 두 달간 직원이 1만명 넘게 줄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소비가 크게 준 데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유통업에서만 4000명 이상 감소했다. 만약 올해 주택투자가 20% 감소하면 주택 관련 부문에서만 약 2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진단도 나왔다. 29일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국민연금 가입 여부를 알 수 있는 492개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는 총 164만 4868명이었다.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한 1월 말보다 1만 844명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2∼3월 이들 기업의 국민연금 가입자가 3443명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대기업의 고용 감소가 실제 통계로도 확인된 것이다. 기업별로는 CJ CGV의 고용 인원이 가장 많이 줄었다. 밀폐된 공간인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이 대폭 줄고 정상 영업점도 상영 회차를 줄인 탓이다. 두 달간 총 2331명이 줄어 유일하게 2000명 이상 감소했다. 이어 CJ푸드빌이 1629명이 줄어 1000명 이상 감소했고 스타벅스커피코리아(-859명), 롯데쇼핑(-827명), 두산중공업(-678명), 아성다이소(-620명), 한국도로공사(-573명), GS리테일(-527명), 대한항공(-470명) 등이 감소 10위권에 올랐다. 반면 코로나19로 재택근무 등이 늘어 택배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쿠팡은 같은 기간 913명 늘어 증가 인원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증가 인원 585명보다 56% 급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20명, 310명 증가해 2∼3위를 차지했다. 다만 지난해 삼성전자 증가 인원이 724명, SK하이닉스 1372명이었던 데 비해 올해 증가 폭은 크게 줄었다. 22개 업종별로 보면 15개 업종에서 국민연금 가입자 수가 줄었다. 고용 감소가 가장 뚜렷한 업종은 주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분야로 유통, 서비스, 식음료 등이었다. 유통업의 경우 실질 감소 인원은 4080명이었다. 서비스(-1983명), 공기업(-1871명), 식음료(-1494명) 등도 1000명 이상 줄었다. 이번 조사는 기업의 사업장별 국민연금 가입 근로자 수를 집계한 것으로, 실질적인 고용의 순증감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고 CEO스코어는 설명했다. 주택업계에서도 코로나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이날 ‘위기극복을 위한 주택시장 규제혁신방안’을 주제로 연 세미나에서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 정책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주택투자가 20% 감소하면 생산유발 47조 1000억원이 감소하고, 주택관련 22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산연 자체 설문 결과 주택건설 중소기업의 67.9%가 기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 중 11.3%는 부도 직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덕례 주산연 주택정책연구실장은 “주택시장 대책은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처럼 수십 차례의 더듬기식 활성화 대책보다는 모든 정책수단 대안을 망라한 뒤 5월 1단계, 11월 2단계로 나눠 시행하는 것이 효과성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워커힐 호텔 방문한 문 대통령,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킬 것”

    워커힐 호텔 방문한 문 대통령,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킬 것”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서울 워커힐 호텔을 방문해 “일자리 위기가 거세게 닥쳐오고 있지만, 정부는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로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호텔업계 노사 대표들과 함께한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위기 극복의 전제조건은 구조조정이 아닌 고용유지다. 경제 주체 모두가 연대와 상생 정신으로 일자리 지키기에 힘을 모아달라”며 이렇게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호텔·관광업계의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 공동 노력을 격려하고, 현장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앞서 한국호텔업협회와 전국 관광·서비스 노동조합연맹은 지난달 26일 노사 공동협약을 체결, 위기 속에서도 노동자 고용을 보장하고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어 같은 달 31일 워커힐호텔 노사는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경영진은 급여 일부를 반납하거나 복리후생을 줄이는 등 상생 방안을 찾기로 했다. 간담회에는 유용종 한국호텔업협회 회장과 강석윤 전국 관광·서비스 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워커힐·그랜드하얏트인천·더플라자·파르나스 등 4개 호텔 노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새해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는 희망찬 분위기 속에서 ‘2000만 관광객 시대’를 준비했던 관광업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안타깝고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호텔업계 노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모범적으로 함께 마음을 모았다”며 사측은 일자리를 보전하고 노조는 노동쟁의를 자제키로 한 호텔업계 노사의 공동협약에 감사를 표시했다. 정부의 일자리 지키기 대책에 대해 문 대통령은 “정부는 고용조정 위기에 놓인 관광숙박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고, 휴업·휴직 수당의 90%까지 지원하고 있다”면서 “이달에는 추가로 고용과 기업안정 대책을 마련해 고용안정에 10조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기업 안정에 75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이와 함께 고용유지 자금 융자, 무급휴직 신속지원 프로그램, 세금 납부기한 연장을 담은 관광업 긴급지원 방안, 코로나19 극복 관광상품권 지급 등 정부 지원책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외환위기 때 정리해고의 아픔 속에서 사회 안전망 기틀을 마련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자리 나누기’로 극복했다”면서 “오늘 여러분은 코로나19의 위기 앞에서 ‘일자리 지키기’라는 큰 역할을 해주셨다”고 거듭 ‘고용 지키기’를 위한 노사 합의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코로나 상황이 많이 진정되면서 정부는 생활방역 체제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고, 황금연휴에 이어 5월 중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되면 내수가 살아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이 위기를 반드시 이겨내자”며 “여러분이 보여준 연대와 상생의 힘이 호텔업계를 넘어 서비스업, 제조업 전 업종으로 확산돼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호텔업계를 출발선으로 산업계 전반에 노사 간 연대·상생의 대화가 퍼져나가면 정부 정책이 한층 효험을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한켠에서는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 삼아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위시한 노사정 대화가 재개되는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간담회에 참석한 강석윤 전국관광·서비스노동연맹 위원장은 “호텔업계가 그야말로 초토화됐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자기 권리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자기 권리만 주장해서도 안된다.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노사합의를 이룬 워커힐 호텔 황일문 대표도 “노사 간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합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연차 소진, 무급휴직 같은 단기 처방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 측에서 경영 부담을 좀 덜고 구성원의 고용 안정을 보장하고, 확진자 발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초기 적자가 나더라도 사업장 운영을 축소하는게 현실적 대안이라고 생각해 노조와 협상을 시작했다“고 과정을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제도 개선 사항으로 호텔업에 대한 재산세 등 세제 혜택, 교통유발부담금 면제 등이 지자체 조례개정 과정에서 늦춰지고 있고, 대출만기연장 등 금융지원이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고용유지지원금 기간 연장, 가족돌봄비용 신청 간소화, 단기 인력수요에 맞는 인력채용 허용, 협력사 근로자의 고용안정 지원책, 긴급재난지원금의 호텔업계 사용 가능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에 고용부, 문화부 장관이 정부 대책을 설명한 뒤 “노사 협력으로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에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에서 “정부의 가장 큰 걱정은 고용과 일자리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라며면서 “지금 상황에서 기업의 사회적 기여 혹은 책임은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다. 기업 혼자만의 힘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는 강력한 지원 정책으로 기업의 위기극복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문 대통령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

    문 대통령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호텔업계 노사, 어려운 시기에 모범적연대와 상생의 힘 전 업종으로 확산되길” 문재인 대통령이 29일 “일자리 위기가 거세게 닥쳐오고 있지만 정부는 하나의 일자리도 반드시 지키겠다는 각오로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호텔업계 노사 대표들과 함께한 ‘코로나19 극복 고용유지 현장 간담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고용유지를 위한 노사 공동의 노력을 격려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호텔·관광업계는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상태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에서 “새해 들어 외국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는 희망찬 분위기 속에서 ‘2000만 관광객 시대’를 준비했던 관광업계를 생각하면 참으로 마음이 안타깝고 무겁다”고 말문을 열었다. 최근 한국호텔업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호텔·리조트업의 지난 3월 기준 피해액은 약 58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취업자 수가 줄고 일시 휴직자도 급증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호텔업계 노사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가장 모범적으로 함께 마음을 모았다”면서 사측은 일자리를 보전하고 노조는 노동쟁의를 자제하기로 한 호텔업계 노사의 공동협약을 평가했다.문 대통령은 “정부는 고용조정 위기에 놓인 관광숙박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고, 휴업·휴직 수당의 90%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달에는 추가로 고용과 기업안정 대책을 마련해 고용안정에 10조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기업 안정에 75조원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동시에 고용유지 자금 융자, 무급휴직 신속 지원프로그램, 세금 납부기한 연장 등을 담은 관광업 긴급지원 방안, 코로나19 극복 관광상품권 지급 등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을 열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외환위기 때 정리해고의 아픔 속에서 사회 안전망의 기틀을 마련했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자리 나누기’로 극복했다”면서 “오늘 여러분은 코로나19의 위기 앞에서 ‘일자리 지키기’라는 큰 역할을 해주셨다”고 거듭 고용 유지를 위한 노사 합의를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이 위기를 반드시 이겨내자”면서 “여러분이 보여준 연대와 상생의 힘이 호텔업계를 넘어 서비스업, 제조업 전 업종으로 확산돼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힘 실린 홍남기… “240조 돈다발, 민간에 잘 흘러가게 하라”

    힘 실린 홍남기… “240조 돈다발, 민간에 잘 흘러가게 하라”

    “경제라인 혼연일체”… 洪 거취논란 불식 예스맨→소신맨으로 이미지 변신 성공 洪, ‘경제통’ 정총리와의 관계 설정 중요 외환·금융위기 때처럼 ‘강력 리더십’ 절실여당으로부터 “기재부가 정치한다”는 조롱 섞인 비난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질타는 결과적으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시즌2’를 열게 했다. ‘예스맨’에서 ‘소신맨’으로 이미지를 바꾸는 데 성공한 데다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까지 얻어낸 것이다. 문 대통령은 28일 국무회의에서 홍 부총리를 사령탑으로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하라고 주문했다. 홍 부총리에게 다시 힘을 실어 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신임을 확인한 홍 부총리가 외환위기 때의 이헌재 경제부총리, 금융위기 때의 윤증현 기재부 장관처럼 강력한 리더십으로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낙연 전 총리와 달리 경제 이슈에 깊숙이 개입하는 정 총리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관가에선 2018년 12월 취임한 홍 부총리가 시즌2를 열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 총선 차출설이 꾸준히 나돌았고, 최근에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여당과 맞선 터라 개각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은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하는 경제 중대본으로 모든 부처가 혼연일체하라”고 강조해 홍 부총리 거취 논란에 확실히 선을 그었다. 정치권에선 홍 부총리가 긴급재난지원금 논의에서 소득 하위 70% 지급을 끝까지 고수하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인 게 오히려 문 대통령의 눈에 든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광역자치단체장은 “그간 홍 부총리는 예스맨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에는 끝까지 소신을 굽히지 않은 걸 보고 놀란 정치권 인사가 많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급 대상은) 70%가 적절했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또 “일회성 지급”이라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로선 정 총리가 부담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다.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정 총리는 경제 이슈에 관심이 많아 자칫 ‘시어머니’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지난 6주간 다섯 차례의 비상경제회의를 주재하며 240조원의 돈다발을 푼 만큼, 민간에 잘 흘러들어 가도록 홍 부총리가 수도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제언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코로나19 이전부터 우리 경제에 무리를 주던 부분에 대한 수정, 소상공인부터 기간산업까지 피해가 큰 분야에 대한 지원 작업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세종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文정부 실정 바로잡고 경제 추락 막을 것”

    “文정부 실정 바로잡고 경제 추락 막을 것”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고, 한국 경제의 추락을 막고 싶습니다.”27일 전화로 만난 서울 강남병 유경준(58) 미래통합당 당선자는 선거 슬로건으로 내건 ‘대한민국 경제전문가’답게 현 정부의 경제 실정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그는 부동산 정책 비판 등을 앞세워 지역주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끝에 수도권 통합당 후보 중 가장 높은 65.38% 득표율로 당선됐다. 유 당선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코넬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재직한 경제통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8~2000년엔 유승민 의원과 KDI에서 함께 근무하며 위기 극복 정책을 낸 ‘파워 그룹’으로 활동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는 통계청장을 역임했다. 불출마한 통합당 유기준 의원이 친형이다.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은 정책 아닌 정치” 유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일자리·소득주도·동반·혁신성장의 ‘네 바퀴 성장론’을 제시했는데 어느 순간 일자리를 빼고 세 바퀴만 얘기하고 있더라”며 “고용·소득지표 등이 안 좋게 나오면 ‘통계가 틀렸다’고 둘러대기 바쁘다”고 지적했다. 유 당선자는 2018년 정부가 황수경 통계청장을 경질하고 강신욱 청장을 앉히자 “통계의 정치도구화를 막아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서도 “정책이 아니라 정치”라고 질책했다. “공시지가를 1년에 40%나 올려 보유세를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높이고, 지지층 결집을 위해 ‘강남 대 비강남’ 구도를 만든다”는 분석이다. 그가 준비하고 있는 1호 발의 법안은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공시지가를 국토교통부 장관이 일방적으로 정하게 돼 있는 법률을 고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유 당선자는 새로 들어설 당 지도부에는 “선거 과정에서 당명은 통합당인데 아직 화학적 통합이 완성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통합을 최우선으로 당을 잘 추슬러 주길 바란다”고 미리 전했다. 개원을 앞둔 21대 국회에 대해선 “20대처럼 정쟁만 일삼는 국회가 돼선 안 된다”며 “정부의 경제 실정도 지적하겠지만 대안도 같이 제시하겠다”고 자신했다. ●“정쟁 일삼는 국회 안돼… 대안도 제시하겠다” 유 당선자는 “정부가 자영업자를 배려해서 소득주도성장을 꺼내 놓고 최저임금만 올려 결국 자영업자를 붕괴시켰는데 자영업자가 여당 쪽으로 간 이유를 들어보고 싶다”면서 ‘91년생 자영업자’ 출신 전용기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를 다음 버킷챌린지 후보로 지목했다. 통합당 김웅·배현진 당선자도 주목할 만한 초선으로 뽑았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靑 “코로나 위기 극복, 구조조정 아닌 고용유지 중요”

    청와대는 26일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경제충격 극복에 대해 ”위기 극복의 전제조건은 무엇보다 고용 유지“라고 강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이뤄졌던 대규모 정리해고 등 위기극복 방식에 대해 선을 그으며 일자리 살리기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는 국내적 요인이 중요했고, 당시 노동시장 유연화가 IMF 경제위기를 극복에 중요한 조건이 됐다“며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정리해고,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입법이 노사정 대타협을 거쳐서 도입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위기는 한국 경제 내부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코로나19 감염병이라는 외부적 충격 때문“이라고 진단한 뒤 ”빠르게 극복 중이긴 하지만 외국들이 상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 외부적 요건들이 우리 경제에 다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실제로 4월의 경우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됐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외생적 영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그 충격이 국민 민생경제,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번 위기극복의 기본방향“이라며 ”그래서 위기극복의 전제 조건은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다른 나라에서 발표한 지원대책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장주의적 국가인 미국의 대책에도 고용유지 극복책이 들어가 있다“고 부연했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고용안정 특별대책에서 40조원 상당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계획을 밝히며 고용안정 노력을 전제조건으로 거는 등 일자리 지키기를 경제대책 중심에 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기간산업안정기금이 투입된 기업에 대한 ‘이익 국민 공유’ 방안 등에 대해 이 관계자는 “주식 연계 증권 등을 정부가 취득하는 방식 등 수익을 공유할 여러 방안들을 고민하고 제도(입법)에 공유할 것”이라면서도 “과거의 (이명박 정부) 동반성장 당시 초과이익공유제와는 당연히 성격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의 민간기업 지분 획득을 통한 국유화 우려 등이 재계 일각에서 나오는데 대해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55만개 일자리 창출 계획 관련해 ‘해당 일자리의 지속성이 얼마나 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내년까지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내년은 내년도에 대비한 계획을 통해 준비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일자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대신 이 관계자는 ”비대면·디지털 분야 일자리의 경우, 지속적 일자리로 전환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2일 지시한 ‘한국판 뉴딜’ 사업의 구체적 내역과 관련해선 ”코로나19 이후에는 상당히 다른 패러다임이 세계의 작동원리가 되지 않겠나“라며 ”방역을 통해 보인 성과가 한국 사회의 혁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방향에 따라 관계부처가 준비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靑 “IMF때와 지금은 달라… 위기극복 전제는 ‘고용유지’”

    靑 “IMF때와 지금은 달라… 위기극복 전제는 ‘고용유지’”

    “한국판 뉴딜, 방역 성과 살리는 방향”의료·과학기술 분야에 초점 맞출 듯청와대는 2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제충격 극복 노력과 관련해 “위기 극복의 전제조건은 고용 유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의 대규모 구조조정을 동반하는 위기극복 방식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위기는 국내적 요인이 중요했고, 당시 노동시장 유연화라는 것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요한 조건이 됐다”며 “구제금융 받아야 했기 때문에 그에 따라 정리해고, 파견근로를 허용하는 입법이 노사정 대타협 거쳐서 도입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이번 위기는 한국 경제의 내부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코로나19라는 외부적 충격 때문”이라며 “빠르게 극복 중이긴 하지만 다른 나라로부터도 상당히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실제로 4월의 경우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외생적 영향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그 충격이 국민의 기본적인 삶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번 위기극복의 기본방향”이라며 “그래서 위기극복의 전제 조건은 고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발표한 지원대책에도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시장주의적인 국가인 미국의 대책에도 고용유지가 들어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발표한 고용안정 특별대책에서 40조원 상당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계획을 밝히면서도 고용안정 노력을 전제로 내 거는 등 일자리 지키기를 경제대책의 중심에 놓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바 있다. 또 정부는 5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민간일자리 회복의 마중물이 되게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이 관계자는 ‘해당 일자리의 지속성이 얼마나 갈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내년까지를 염두에 둔 건 아니다. 내년은 내년도에 대비한 계획 통해 준비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지속하는 일자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대신 이런 공공부문 일자리 가운데 디지털·비대면 분야에 10만명이 배치되면서 코로나19 이후 방역·의료 분야의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청와대는 기대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비대면·디지털 분야 일자리의 경우 지속적 일자리로 전환되는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22일 밝힌 ‘한국판 뉴딜’ 사업 추진방향도 방역기술을 포함하는 첨단 의료·과학기술을 활용한 산업에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한국판 뉴딜이 어떤 모습이 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코로나19 이후에는 상당히 다른 패러다임이 세계의 작동원리가 되지 않겠나”라며 “방역을 통해 보인 성과가 한국 사회의 혁신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런 방향에 따라 관계부처가 준비할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기재부 차관 “고용충격으로 빠른 경제 회복 기대 힘들어”

    기재부 차관 “고용충격으로 빠른 경제 회복 기대 힘들어”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7차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 겸 정책점검회의’를 열고 “유례없는 강도의 경제활동 위축이 최근 일부 완화되는 조짐도 있지만, 지난달부터 본격화되기 시작한 고용충격으로 빠른 속도의 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김 차관은 전날 한국은행에서 발표된 1분기 경제성장률(전기대비 -1.4%)에 대해선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외환위기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해 내수 부문 충격과 민생 경제 어려움을 다시 확인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2분기에 성장과 고용에 가해질 하방압력을 가계와 기업이 잘 버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의에서 김 차관은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대응반별 운영계획과 코로나19 관련 정책 수혜자별 홍보계획, 코로나19 주요 분야별 정책 추진현황 등을 점검했다. 기업 지원방안을 설명하며 “4월 들어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회사채 신속 인수제도가 시행되면서 회사채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면서도 “최근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기업신용등급이 떨어지면서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문화체육관광부는 관광업체와 숙박시설에, 농림축산식품부는 외식업체와 화훼농가에 코로나19 정책을 홍보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 [사설] 예상됐던 1분기 역성장 ‘버티기 전략’에 집중해야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로 올해 1분기에 경제성장률이 예상대로 마이너스다. 어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4% 감소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GDP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6.4%나 쪼그라들어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민간소비를 제외하고 건설투자(1.3%)와 지식재산생산물투자(1.1%)뿐 아니라 정부소비, 설비투자 등은 모두 증가했다. 중국(-6.8%)과 비교하면 코로나 충격을 최소화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다. 문제는 2분기다. 수출이 2분기 첫달인 이달 1~20일에는 1년 전보다 26.9% 급감했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가 다소 완화됐으나 미국과 유럽 등은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수출 전망이 어둡다. 1년 전보다 19만 5000명 줄어든 지난달 취업자 수나 ‘그냥 쉬고 있다’가 237만명이나 돼 내수 활성화도 현재는 어렵다. 따라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 셈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어제 “2분기부터는 글로벌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실물·고용 충격이 확대될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2개 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리세션(경기침체)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반기에 글로벌 경제가 정상을 되찾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정부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다섯 차례의 비상경제회의를 통해 240조원 규모의 지원대책을 제시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3차 추경 편성도 예고한 상태다. 기업의 줄도산과 실업 대란 가능성에 대비해 추가적인 재정 여력을 확보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주문한 ‘한국판 뉴딜사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민간 경제가 급속도로 얼어붙는 상황에서 정부 재정이 ‘비빌 언덕’ 역할을 해야 한다. 코로나19의 뚜렷한 출구전략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한국경제는 ‘버티기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 정부는 재정을 풀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기업 등을 보호하고 한국은행은 예정대로 회사채 등을 매수하도록 해 한국기업들의 버팀목이 돼야 한다. 출혈을 무릅쓴 부양이 쉽지 산업이 무너진 뒤 재건한다는 것은 더 어렵다. 재정 투여로 조선업 등에 대한 구조개혁을 진행하거나 초중고가 인터넷교육에 최적화할 만큼 정보통신화하는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한다.
  • [데스크 시각] 허깨비에 발목 잡힌 긴급재난지원금/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허깨비에 발목 잡힌 긴급재난지원금/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길고 긴 갑론을박 끝에 또 한 고비를 넘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국회 논의는 얼마나 더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전혀 긴급해 보이지 않는다. 그냥 이름을 ‘여유만만 재난지원금’으로 짓고 ‘올해 안에는 지급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더라면 김칫국으로 헛배만 부를 일은 없었을 텐데.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환자가 나온 게 1월 20일이었다. ‘재난기본소득’이 공론화된 건 2월 하순부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밝힌 게 3월이었다. 결국 정부도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 가구당 100만원”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급 대상을 둘러싼 논란 끝에 결국 당정이 전 국민 보편지급으로 방침을 정한 게 4월 22일이다. 그러는 사이에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휴업, 폐업 등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과 실업자 얘기는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가장 첨예한 논쟁은 지급 대상 문제다. 더불어민주당과 한때 미래통합당은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한다. 기획재정부와 현재 미래통합당은 소득 하위 70%로 제한하자고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수면 아래 거대한 빙산 중심에서는 재정정책을 둘러싸고 세계관과 세계관이 맞붙는 담론전쟁이 한창이다. 한쪽에는 ‘긴축’이 있다. 이들의 교리는 ‘재정건전성’이다. 반대편 변방에는 ‘적극적 재정정책’을 외치며 증세와 복지를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재정건전성은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영역이다. 한국은 그 어느 선진국보다도 정부부채 규모가 적다는 사실은 관심 밖이다. 국제통화기금(IMF)마저도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지나치게 좋은 게 문제’라며 확장적 재정정책을 권고해도 마이동풍이다. 경제관료들은 틈만 나면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재정 여력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철학을 쉽게 풀어 보면 이 정도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닥칠지 모를 헬조선을 막기 위해 지금의 헬조선을 방치해야 한다.’ 재정건전성이라는 금송아지를 숭배하는 이들은 코로나19라는 외적이 쳐들어 왔는데도 군량미와 무기를 만드는 데 돈을 쓰는 걸 마땅찮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금송아지를 녹여 무기를 만들자는 말이 나올까 무서워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병원 공무원 연가보상비까지 깎는 게 기재부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정부 의존증에 걸리는 건 노예의 길’이라며 ‘노오력’만 강조할 뿐이다. 국가위기가 닥쳤는데도 곳간 열쇠를 꽁꽁 숨겼던 사례는 역사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독일은 ‘자본주의는 어차피 망하니 그냥 둬야 한다’는 좌파와 ‘빚지면 안 된다’는 우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히틀러에게 정권을 헌납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IMF가 강요한 재정긴축과 고금리로 나라가 결딴날 뻔했다. 정작 미국은 대공황과 금융위기 때 주저 없이 확장재정정책을 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직장 잃고 파산하는 사람이 넘쳐나면 세금 낼 사람이 없으니 어차피 건전재정도 불가능하다. 처음 긴급재난지원금이 꽤 괜찮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효율성 관점에서 긴급한 지급을 통한 위기대응이고 또 하나는 공동체와 국가에 대한 연대와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 말처럼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에 동의한다면 허깨비에 발목이 잡혀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말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하는 건 국민이 아니다. betulo@seoul.co.kr
  • [데스크 시각] 재정건전성에 발목 잡힌 긴급재난지원금/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데스크 시각] 재정건전성에 발목 잡힌 긴급재난지원금/강국진 정책뉴스부 차장

    길고 긴 갑론을박 끝에 또 한 고비를 넘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국회 논의는 또 얼마나 걸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긴급재난지원금에서 한 가지 분명한 건 진행 과정이 전혀 긴급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도인 듯하다. 그냥 이름을 ‘여유만만 재난지원금’으로 짓고 ‘올해 안에는 지급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고 했더라면 김칫국으로 헛배만 부를 일은 없었을 텐데.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환자가 나온 게 1월 20일이었다. ‘재난기본소득’이 공론화된 건 2월 하순부터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침을 밝힌 게 3월이었다. 결국 정부도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3월 30일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소득 하위 70% 가구에 대해 4인 가구 기준 가구당 100만원”을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지급 대상을 둘러싼 논란 끝에 결국 당정이 전 국민 보편지급으로 방침을 정한 게 4월 22일이다. 그러는 사이에 코로나19로 인한 실직과 휴업, 폐업 등으로 고통받는 저소득층과 실업자 얘기는 이제 식상하기까지 하다. 가장 첨예한 논쟁은 지급 대상 문제다. 더불어민주당과 한때 미래통합당은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고 한다. 기획재정부와 현재 미래통합당은 소득 하위 70%로 제한하자고 한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건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수면 아래 거대한 빙산 중심에서는 재정정책을 둘러싸고 세계관과 세계관이 맞붙는 담론전쟁이 한창이다.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건 단연 ‘재정건전성’이다. 재정건전성은 사실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의 영역이다. 정부부채 규모를 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재정건전성이 가장 좋은 축이지만 정부는 모른 체할 뿐이다. 한국은 재정건전성이 지나치게 좋아서 문제이니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라고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해도 마이동풍이다. 경제관료들은 틈만 나면 “더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재정여력을 비축해 놓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철학을 쉽게 풀어 보면 이 정도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언젠가 닥칠지 모를 헬조선을 막기 위해 지금의 헬조선을 방치해야 한다.’ 처음 긴급재난지원금이 꽤 괜찮은 방식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효율성 관점에서 긴급한 지급을 통한 위기대응이고 또 하나는 공동체와 국가에 대한 연대와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 말처럼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에 동의한다면 재정건전성이라는 금송아지에 발목이 잡혀 시간을 허비할 이유가 없다.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말라”는 말을 새겨들어야 하는 건 국민이 아니다. 재정건전성이라는 금송아지를 숭배하는 이들은 코로나19라는 외적이 쳐들어 왔는데도 군량미와 무기를 만드는 데 돈을 쓰는 걸 마땅찮아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금송아지를 녹여 무기를 만들자는 말이 나올까 무서워 질병관리본부와 국립병원 공무원 연가보상비까지 깎으려 든다. 이들은 국민들에게 ‘정부 의존증에 걸리는 건 노예의 길’이라며 ‘노오력’만 강조할 뿐이다. 국가위기가 닥쳤는데도 곳간 열쇠를 꽁꽁 숨겼던 사례는 역사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독일은 ‘자본주의는 어차피 망하니 그냥 둬야 한다’는 좌파와 ‘빚지면 안 된다’는 우파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히틀러에게 정권을 헌납했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IMF가 강요한 재정긴축과 고금리로 나라가 결딴날 뻔했다. 정작 미국은 대공황과 금융위기 때 주저 없이 확장재정정책을 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직장 잃고 파산하는 사람이 넘쳐나면 세금 낼 사람이 없으니 어차피 건전재정도 불가능하다. betulo@seoul.co.kr
  • 외환위기급 소비 위축… ‘집콕’에 덜 사고, 덜 놀고, 덜 사먹었다

    외환위기급 소비 위축… ‘집콕’에 덜 사고, 덜 놀고, 덜 사먹었다

    1분기 실질 GDP 3.1%포인트 줄인 셈 서비스업 대폭 추락… 전 분기比 2%↓ 투자·수출 감소 폭은 상대적으로 낮아 대외의존도 높아 2~4분기엔 악화될 듯 올 1분기 우리나라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건 민간소비가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영향이 컸다. 2월부터 코로나19가 본격 확산해 소비가 위축되자 경제 전체가 흔들린 것으로 풀이된다.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6.4% 줄어 1998년 1분기(-13.8%) 이후 가장 낮았다. 국내총생산(GDP)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항목인 민간소비가 급감하자 성장률도 전 분기 대비 -1.4%를 기록했다. 1분기 민간소비 감소는 전체 GDP를 3.1% 포인트 끌어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소비는 지난 4년간(2016~2019년) 전기 대비 증감률이 -0.3~1.3%를 기록할 정도로 변화폭이 크지 않았다. 그만큼 코로나발(發) 소비 충격이 컸다는 얘기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코로나19 여파로 1월 중순 이후부터 서비스, 민간소비 부문 중심으로 경제가 크게 위축됐다”며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면서 음식, 숙박, 오락문화 등 서비스 소비는 물론 승용차, 의류 등 재화 소비까지 모두 줄었다”고 말했다. 소비가 급감하자 서비스업 생산도 역대급으로 추락했다. 도소매, 음식, 숙박업 등 서비스업 생산은 전 분기 대비 2.0% 줄었고, 감소폭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6.2%) 이후 가장 컸다. 특히 국내외 항공여객 감소와 이동을 꺼려 하는 분위기로 운수업(-12.6%)의 생산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민생경제와 밀접한 분야이자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음식점, 호텔 등이 포함된 도소매·숙박음식업(-6.5%), 문화·기타서비스업(-6.2%), 의료보건·사회복지서비스업(-5.2%)의 생산 감소폭도 두드려졌다. 다만 제조업(-1.8%)은 상대적으로 생산 감소폭이 크지 않았고, 건설업(0.3%)은 소폭 증가했다. 투자와 수출은 나름 선방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기 전에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와 수출이 회복 흐름을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가 늘어 전 분기 대비 0.2% 증가했고, 건설투자는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3% 증가했다. 수출은 2.0% 줄긴 했지만 민간소비와 비교하면 감소폭이 상대적으로 덜했다. 2분기에 소비가 살아나더라도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수출 감소 등으로 성장률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1.2%로 전망했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1.2%)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1.5%)도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 경제가 대외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여파는 2~4분기에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며 “올해 성장률은 당연히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상 최대의 재정지출을 감안하면 연간 성장률은 -0.5~0.5%로 본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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