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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가 90명이 뽑은 ‘국내금융 5대 리스크’

    선진국들의 돈 풀기 정책으로 불거진 환율 갈등이 금융시스템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리스크)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은 18일 전문가 90명을 상대로 실시한 시스템적 리스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시스템적 리스크란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외환위기 때처럼 환율, 주가 등 각종 변수가 요동치며 실물경제에 심각한 파급 효과를 미치는 경우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5대 핵심 리스크(리스크를 5개씩 꼽은 뒤 합계를 응답자 수로 나눠 계산)로 가계 부채(82.2%), 환율 갈등(57.8%), 집값 하락(56.7%), 기업신용위험 증가(53.3%), 유로지역 위기(52.2%)를 지목했다. 지난해 7월 조사 때 5대 리스크에 들지 않았던 환율 갈등과 기업신용 위험 증가가 포함됐다. 원화가치 상승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것이다. 또 두 가지를 1년 이내에 발생할 수 있는 단기 리스크로 인식했다. 가계부채를 걱정하는 응답 비중(89.2%→82.2%)이 여전히 높았지만 유로지역 위기 걱정은 크게 약화(91.9%→52.2%)됐다. 중국경제 경착륙과 미국 경기회복 지연은 5대 리스크에서 빠졌다. 두 나라의 경기상황이 최근 완만하게나마 나아지면서 일단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진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박근혜 첫 내각 인선 완료] 기준금리 인하·추경 편성 주장… 거시정책 ‘경기 부양’ 선회 관심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마지막으로 10년 넘게 야인 생활을 하다 ‘경제사령관’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KDI 원장 시절 금리 인하와 추가경정예산 편성 필요성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현오석 경제팀’의 거시 정책은 경기 부양에 방점이 찍힐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 후보자는 17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KDI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산층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중산층 복원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핵심 화두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 후보자는 보편적 복지보다는 선택적 복지론자에 가깝다는 평이다. 평소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복지를 주장해 온 만큼 135조원에 이르는 박근혜 정부의 복지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현 후보자는 성장과 복지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이냐는 질문에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을 빨리 해야 하는 과제와 중장기적으로 성장과 복지를 조화시켜야 하는 과제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하지만 불과 석 달여 전인 지난해 11월 말 KDI는 정부와 한은을 향해 “재정 투입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내리라”고 주문했다. 건전 재정에 무게를 둔 ‘박재완(현 기획재정부 장관)식 위기 관리’가 돈 풀기 등 ‘인위적인 경기 활성화’로 선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내정 사실을 며칠 전에 통보받았다”는 현 후보자는 경제기획원(EPB) 출신의 정책통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0년대 말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일한 덕에 국제 감각도 갖췄다는 평가다. 고향은 충북 청주로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를 나온 ‘KS’ 출신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 이용섭 민주통합당 정책위 의장,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과 행정고시 14회 동기다. 김중수 한은 총재와도 인연이 깊다. 하지만 경제 컨트롤타워로서 여러 경제부처를 이끌어 가기에는 리더십과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도 나온다. 그는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에 경제정책국장을 지냈다. 하지만 5개월 만에 하차했다. 국고국장으로 전보된 것이다. 핵심 보직인 경제정책국장이 국고국장으로 옮겨 가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와 함께 일했던 현직 고위 경제관료는 현 후보자를 “합리적인 시장주의자”로 분류한 뒤 “원만한 성품이지만 고집도 있다”고 전했다.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말도 들린다. KDI 원장 재직 당시 보고서 발표 내용을 두고 압력을 행사해 연구원들과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다. 인하대 생활과학과 교수인 천종희(61)씨와 1남 1녀를 뒀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안호영 “마음 합쳐 亞갈등 해결 계기 삼길”

    안호영 “마음 합쳐 亞갈등 해결 계기 삼길”

    아시아는 지난 50년간 엄청난 도전들을 극복했습니다. 첫번째는 경제성장의 도전이었습니다. 스웨덴 경제학자 군나르 뮈르달은 1964년 저서에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가 경제성장을 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고 썼습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 등은 경제발전을 이뤄냈습니다. 두번째 도전은 금융위기였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한국 등 아시아는 회복이 매우 어려워 보였지만 개혁을 통해 극복했습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도 저력이 빛났습니다. 세번째 도전은 ‘아시아 패러독스’가 될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만든 표현인데 아시아 각국이 역사와 영토 갈등, 좁은 민족주의 등을 놓고 빚는 문제를 뜻합니다. 첫번째와 두번째 도전은 우리 혼자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지만 세번째 도전은 그럴 수 없습니다. 마음을 합치고 함께 노력해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한·일 관계의 발전적 미래를 모색할 이번 포럼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고 할 것입니다.
  • 와타나베 히로시 “새시대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협력해야”

    와타나베 히로시 “새시대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협력해야”

    와타나베 히로시 국제협력은행 부총재는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제포럼 ‘2013 한일 미래의 길을 묻다’에 주제 발표자로 참석해 새 시대 한일 경제 협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다자간 금융 안전장치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한국·중국·일본 3국이 외환위기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2005년 체결한 통화교환협정이다. 그는 “아시아 경제 협력 강화를 위해서 금융 측면에서는 역내 금융협력 강화를 통해 자금 이동을 용이하게 해야 한다”며 “실물 측면에서는 자유무역협정의 확대를 통한 내부 생산-공급의 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와타나베 부총재는 특히 금융 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 활성화 외에도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규모가 작고 취약한 아시아 채권 시장을 활성화 하는 방안도 금융 위기 재발을 막는 데 한몫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역내 공적 개벌원조(ODA)를 통한 인재 육성과 경제 인프라 정비를 통해 국가간 발전 격차를 줄이는 한편 대내외 투자를 촉진하고 거래상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도록 조세조약과 자금세탁 방지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경제가 최악의 상황인 일본에서 통화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좋지 않다”며 ”아시아 역내 통화 안정을 생각해야 한다. 엔저 현상은 일정 수준에서 멈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지민 기자 icarus@seoul.co.kr
  • “보금자리주택 정책 철회해야” 공인중개사협회 주장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5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새 정부가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해 보금자리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해광 신임 회장은 이날 “국내 주택 보급률을 보면 집이 부족하지 않은 상황인데도 주택을 복지로 해결하려는 것은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공인중개사의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회장은 “1998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정부가 공인중개사 수를 너무 늘린 탓에 현재는 공급 과잉 상태”라고 강조했다.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 기업·가계소득 성장격차 확대

    기업·가계소득 성장격차 확대

    부자인 기업과 가난한 가정 간의 극심한 소득불균형이 내수부진 장기화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업연구원은 5일 ‘한국경제의 가계 기업 간 소득성장 불균형 문제’란 주제의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2010년의 기업과 가계소득을 분석한 결과, 기업소득(순가처분 소득 기준) 연평균 실질증가율은 16.4%인 데 반해 가계소득은 경제 성장률의 절반에 불과한 2.4%로 격차가 14% 포인트를 넘는다고 밝혔다. 이 같은 양극화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헝가리에 이어 두 번째이다. 우리 가계와 기업의 가처분소득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서로 비슷한 증가세를 보였지만 외환위기 이후 기업소득 증가세는 가속되고 가계소득은 줄어드는 양극화 현상이 커지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2000년 이후 기업소득 증가율은 고도성장기의 두 배가량 상승했으나 가계소득은 고도성장기의 약 4분의 1 수준으로 급락해 양극화가 심각해졌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의 불균형이 장기간 계속될 경우 내수 부진과 체감성장 부진, 가계부채 문제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즉, 가계·기업 간 성장 불균형은 가계 소비를 억제하고 기업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는 있지만 가계소득 부진의 소비억제효과가 내수 부진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강두용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가계소득 활성화를 위해 저소득 가계에 대한 복지 지원을 강화하고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사회 안전망 확충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33년전으로 돌아간 윤석금 재기할까

    33년전으로 돌아간 윤석금 재기할까

    윤석금(68) 웅진그룹 회장이 33년간 야심 차게 건설했던 ‘웅진 대국’의 꿈을 접고 원점으로 돌아간다. 지난해 9월 계열사인 극동건설의 부도로 인한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지주사 웅진홀딩스는 모기업인 웅진씽크빅만 남기고 사실상 전 계열사를 매각하는 회생계획안을 이번 주말쯤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다 털고 웅진씽크빅만 움겨쥔 ‘샐러리맨의 신화’ 윤 회장의 재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일 웅진홀딩스 및 업계에 따르면 웅진그룹과 채권단은 지난 1일 그룹 정상화와 빚 청산을 위해 출판 분야의 웅진씽크빅과 북센만 빼고 주요 계열사를 모두 매각하는 웅진회생계획안에 합의했다. 계획안이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관계인집회가 열리는 20일 법원의 법정관리 인가 승인을 거치면 매각주관사 등이 차후 결정되게 된다. 채권단은 윤 회장에게 사재 출연 대가로 웅진홀딩스 지분 25%와 웅진씽크빅 지분 3.5%를 매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 윤 회장은 이를 위해 계열사 보유 지분 처분 등을 통해 440억원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채권단은 부실 경영 책임과 초기 변제율을 높이기 위해 웅진씽크빅 지분을 윤 회장이 보유하는 데 대해 반대해 왔다. 이에 비해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웅진폴리실리콘, 웅진에너지, 극동건설 등은 모두 매각 처리된다. 이미 웅진코웨이와 웅진패스원, 웅진케미칼은 매각이 완료됐거나 매각절차를 밟고 있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거듭하며 사업군 8개, 계열사 15개, 매출액 6조원대의 재계 30위 기업으로 일궜다가 나락으로 떨어진 윤 회장으로서는 한 줄기 희망의 끈을 움켜쥐게 된 셈이다. 외판원 출신 윤 회장은 35살이던 1980년 3월 직원 7명과 자본금 7000만원으로 웅진씽크빅의 전신인 도서출판 헤임인터내셔널을 설립했다. 그 후 1988년 웅진식품, 1989년 웅진코웨이 등 생활가전으로 사업군을 확장하다 태양광 사업, 건설, 금융(서울저축은행 등)에까지 손을 뻗는다. 그러나 무리한 M&A는 외환위기와 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자금난 압박으로 이어져 33년 전 출발 때와 같은 씽크빅 하나로 재기를 도모하게 된 것이다. 윤 회장의 재기는 자신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2세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사재 출연 주체가 윤 회장이 자신의 지분을 넘긴 첫째 아들인 윤형덕(36) 웅진씽크빅 경영관리실장과 둘째 아들 윤새봄(34) 웅진케미칼 차장이기 때문이다. 채권단과 업계는 윤 회장이 부실 경영의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서는 한편 2세들의 웅진씽크빅 재기를 뒤에서 도울 것으로 보고 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사설] 청년일자리 ‘산학 벤처’ 육성서 찾아야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벤처 어게인’(벤처 부활) 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방침이라고 한다. 청년층의 벤처 창업을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 일자리 부족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청년 체감 실업률은 20%를 웃돌아 사실상 실업자 수가 100만명을 훌쩍 넘어섰고, 대졸 이상의 실업자는 2000년 30%에서 2011년에는 49.4%로 증가했다. 대기업의 일자리만으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원천적으로 한계가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벤처 부활 정책의 큰 방향은 맞다고 본다. 인수위의 정책 방안에 따르면 벤처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기술력을 갖추며, 성장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의 증시 상장 문턱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또한 ‘엔젤 펀드’ 활성화와 함께 정부와 기업이 공동 출연하는 ‘청년창업펀드’를 조성하며, 정부와 대기업이 공동으로 기금을 조성해 청년층의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창업기획사’를 만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는 중소기업 육성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으로, 무너진 ‘벤처 생태계’를 복원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이 같은 정책 방안이 성과를 거두려면 먼저 학문과 산업이 접목된 실험실 벤처 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 대학을 ‘창업 기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거점 대학들에 기업과 연계한 ‘산학협력 벤처’를 설립해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배출되는 창업 인재에게는 자금을 지원해 창업의 걸림돌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진취적인 기업가 정신과 전문 지식을 습득해 청년창업을 효과적으로 이끌 수 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는 좋은 스펙을 갖춰 대기업의 취업문만 두드리려는 분위기가 만연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도전정신이 자라날 토양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의 창업 기지화는 청년실업 해소는 물론 침체에 빠진 우리 경제에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전후해 벤처 활성화 정책으로 일자리를 창출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과 벤처기업인의 일탈된 투기 행태도 적잖이 봤다. 창업 벤처의 생태계가 그만큼 취약했다는 얘기다. 산학 협력 벤처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실리콘 밸리의 지하 단칸방 등에서 도전정신 하나로 창업에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의 사례가 이를 웅변하고 있지 않은가.
  • 또 땀 흘린 ‘석불사 석불’… 국가 위기 예고?

    또 땀 흘린 ‘석불사 석불’… 국가 위기 예고?

    국가에 큰일이 생길 때면 땀을 흘리는 것으로 알려진 전북 익산 석불사의 ‘석불좌상’(石佛坐像·보물 45호)이 최근 땀을 흘린 것으로 알려져 주목받고 있다. 3일 석불사에 따르면 석불사 내 석불좌상이 지난 1일 오후 5시쯤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사찰 관계자가 발견했다. 석불은 머리 부분을 제외한 가슴과 다리 부분이 흠뻑 젖었으며 흘린 땀의 양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 장면은 사찰 관계자와 주민 등 10여명이 목격했다. 석불사 관계자는 “기후적인 영향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석불사 석불좌상이 국가적인 중대사가 있을 때마다 땀을 흘렸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이번 땀도 최근 국가적인 문제와 연관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백제시대인 600년쯤에 제작된 이 석불좌상은 1950년 6·25전쟁과 1997년 IMF 외환 위기, 2009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도 구슬 같은 물방울이 맺혀 흘러내리는 현상을 보여 일명 ‘땀 흘리는 석불’로 불린다. 전문가들은 이 현상을 기후 변화에 따른 현상이나 좌상 자체의 결로 현상으로 보는 등 과학적인 해명을 시도하고 있으나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석불좌상은 머리 부분을 제외한 몸체 높이 156㎝에 광배 높이가 326㎝인 화강암 불상으로, 머리는 최근에 만들어 붙였다. 익산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특별사면 강행] 임기 말 관행화…DJ때 122명 최다

    [특별사면 강행] 임기 말 관행화…DJ때 122명 최다

    역대 정부에서도 관행처럼 임기 말 특별사면이 이뤄졌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마지막해 12월 차기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직후 어김없이 특사를 강행했다. 임기 말 특사로만 한정시키면 2002년 김대중 정부 때가 122명으로 가장 많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2003년 재임 중 8차례에 걸쳐 7만 321명에 대해 특사 및 복권을 실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2년 12월 ‘5공 비리’ 관련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 전경환씨, 김종호 전 내무부 장관 등을 사면했다.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비난을 받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특사로 석방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 바로 세우기’라는 이름으로 전직 대통령 두 명을 구속했지만 결국 임기 말 스스로 면죄부를 줬다. 이 밖에 12·12 사건 및 5·18 관련자와 대통령 부정축재 사건 연루자들도 사면됐다. 2002년 12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특사에서는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꼽힌 거물급 경제인들이 혜택을 받았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선홍 전 기아그룹 회장, 대우그룹 임원진 등이다. 이용호·최규선 게이트 연루자인 김영재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사면 발표 9일 전 항소심을 포기해 사전 밀약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역대 정권의 사면권 남용을 비판했지만 그 역시 마지막 특사에서 측근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신건·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풀어줬다. 특히 신건·임동원 전 국정원장은 형이 확정된 지 나흘 만에 사면돼 비난을 받았다. 사면 대상에는 현 민주통합당 의원인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들도 포함됐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이 ‘측근 구하기’에 활용되면서 사면법 개정 및 사면권 통제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지난 28일 사면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법률안은 대통령 친·인척,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의 특별사면 및 감형을 엄격히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도 논평을 통해 이번 특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민변 소속 이혜정 변호사는 “사법정의와 국민화합 실현을 위해 마련된 특사가 밀실에서 추진되며 사적으로 남용되고 있다”면서 “이 같은 특사권 남용은 법치주의와 삼권분립까지 훼손할 수 있다. 특사권도 제3기관의 동의를 거치는 등 일반사면권 같은 견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초고령화의 그늘

    초고령화의 그늘

    젊은 사람이 부양해야 할 노인들은 많아지는데 높아진 노인 실업률은 낮아지지 않고 있다. 지금은 활발한 경제활동을 하는 핵심생산인구(25~49세) 3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지만 10년 후엔 2명당 노인 1명, 20년 후엔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상승한 60대 이상 연령층의 실업률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여전히 경제활동을 원하기 때문이다. 22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와 통계청, 유엔 등에 따르면 올해 한국 노년부양비는 16.7%로 추정된다. 노년부양비란 생산가능인구(15~64세) 100명당 노년(65세 이상) 인구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생산가능 인구 100명이 노인 16.7명을 부양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의 괴리가 크다. 높은 대학진학률 등을 고려하면 20대 초반까지는 대부분 부양 능력이 없다. 평균 은퇴시기를 고려하면 50대 후반과 60대 초반 인구는 경제활동을 하는 경우가 적다. 이에 따라 핵심생산인구 100명당 65세 이상 노년 인구를 뜻하는 ‘실제 노년부양비’를 봐야 한다. 올해 핵심생산인구는 1978만 4000명인 데 반해 65세 이상 인구는 613만 8000명이다. 핵심생산인구 3.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이 비율은 10년 후인 2023년엔 52.0%로 예측돼 핵심생산인구 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22년 뒤인 2035년엔 100.2%로 1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한다. 강상희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이 추세대로 간다면 세대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며 “세금 부담도 크게 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만큼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60세 이상 연령층의 실업률만 급격히 증가했다. 2009년 1.4%에서 2010년 2.4%로 1.0% 포인트 급등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2.5%와 비슷한 수준이다. 실업률이 외환위기 때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연령층은 노년층이 유일하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 노년층은 노후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태에서 은퇴해 경제 활동 참여율은 빠르게 상승했지만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충분하지 못해 실업률이 높아졌다”면서 “다른 연령층과 구분된 노년층만의 고용 영역을 확보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열린세상] 포니 1호차는 어디에?/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열린세상] 포니 1호차는 어디에?/석영철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부원장

    외환위기로 나라 경제가 휘청대던 1998년 3월 독일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BIT’에서 한국 중소기업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MP3 플레이어(MP3P) ‘엠피맨’이 최우수 멀티미디어로 선정됐다. 이후 한국은 MP3P 종주국으로 군림했고, 빌 게이츠 회장은 미국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전시회(CES) 기조 연설에서 아이리버의 MP3P를 ‘디지털 라이프를 바꿀 제품’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스마트폰의 ‘원조’ 격인 PDA폰 ‘포즈’(POZ)가 대한민국 히트 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애플이 2007년에 아이폰으로 대중적 스마트폰의 지평을 열기 몇 년 전부터 우리는 이미 ‘원조 스마트폰’을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우리나라 스마트폰이 세계 시장을 제패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MP3, 카메라, 무선통신,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그동안 진화를 거듭해 온 우리 산업기술이 총체적으로 집약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점유율 9%를 넘기며 글로벌 5위로 올라섰다. 미군 부대에서 나온 고철로 조립 자동차를 만들고, 1976년에야 자체 고유 모델인 포니를 생산했던 우리가 이제는 차세대 첨단 엔진도 자체 개발하고, 자동차 생산용 로봇기술도 수출하는 나라로 변모했다. ‘소리 없이 세상을 움직이는’ 철강제련 기술, ‘산업의 쌀’ 반도체 기술, ‘상상을 현실로 보여 주는’ 디스플레이 기술 등은 세계적인 유례가 없는, 우리만이 갖는 스토리 그 자체다. 그런데 이 자랑스러운 기술 유산을 어디에서 만나 볼 수 있을까. 엠피맨, 포즈 등 근래에 개발된 소형 첨단 제품들은 개인 마니아나 관련 기업들이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1981년에 개발된 국내 최초 PC인 삼보컴퓨터의 ‘SE-8001’은 소장자가 분명치 않고, 국내 최초의 조립 자동차 ‘시발’(始發)은 몇몇 박물관에 원형과 비슷하게 복원된 재현품만이 전시되고 있으며 오리지널 모델은 남아 있지 않다. 다행히 포니 1호차는 울산에 가면 만날 수 있다고 한다. 이렇게 개인이 소장하고 있거나 기업들이 보존·전시해 소장처가 확실한 제품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소장처를 알고 있다고 해도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기업 전시관, 관련 박물관, 개인 소장자들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녀야 한다. 하지만 프랑스, 영국, 독일, 미국 등 전통적인 기술 선진국들은 산업기술 발전 역사를 한 곳에 모아 산업기술의 긍지와 자부심을 자랑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기술공예박물관(1794년), 영국 런던의 과학기술박물관(1857년), 독일 뮌헨의 독일박물관(1925년) 등이 그것이다. 특히 독일박물관은 1903년에 설립추진위원회가 결성된 이후 세계대전의 패전과 최악의 인플레이션이라는 위기를 극복해 나가며 세워졌다. 결국 이는 독일이 다시 한번 세계적인 기술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될 수 있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에서 불과 반세기 만에 세계 8위의 교역국가로 급성장한 대한민국. 세계가 알고 싶어 하는 한강 기적의 스토리, 그 기반이 됐던 산업기술을 한 곳에 모아 놓은 기술문화공간이 마련된다면 산업과 기술이 어떻게 진화해 왔고, 산업기술인의 노력이 우리 생활을 얼마나 많이 변화시켰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 최초로 아폴로 11호를 달에 보냈던 베르너 폰 브라운은 독일박물관에서 세계 최초의 엔진 비행기를 보면서 우주에 가고 싶다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이처럼 산업기술문화공간은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미래 주역인 청소년들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산업기술을 보고 자신의 꿈과 비전을 발견하고 다짐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2조 달러 무역, 4만 달러 개인소득’을 향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지금 우리의 청소년들이 우리 산업기술의 발전 궤적을 한눈에 보고, 기술 강국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산업기술문화박물관은 그 어떤 국정 과제보다 중요한 어젠다임이 틀림없다. 우리의 소중한 산업기술 유산이 사라지기 전에, 그리고 이를 창조하기 위한 위대한 도전기를 생생하게 말해 줄 기술인들이 사라지기 전에 우리만의 산업기술문화박물관이 조속히 건립되기를 기대해 본다.
  •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영상매체에 밀린 종이책, 우연히 만나는 책의 즐거움을 찾아라

    [커버스토리-위기의 활자매체] 영상매체에 밀린 종이책, 우연히 만나는 책의 즐거움을 찾아라

    “출판은 죽을 수가 없다. 출판은 인간의 본능과 같은 것이다. 누군가는 자신의 생각이나 정보·지식을 발신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수신하고 싶어 하며, 그것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고 본능이기 때문이다. 다만, 책이 전화번호부에서 학술서까지 팔방미인처럼 굴었다면, 이제부터 책은 가장 본질적인 것을 남기는 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렇다면 책은 사라지지 못한다.” 출판사 열린책들의 강무성(52) 주간은 17일 ‘출판의 위기, 활자매체의 고사’라는 주제에 대해 비교적 담담하게 이렇게 말했다. 한국인들이 책을 안 읽는다거나, 대한민국 출판계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출판사는 장사해야 한다 치고, 사람들은 왜 책을 읽어야 하죠”라는 강력한 반론이 들어오기도 했다. 강 주간은 1985년 출판계에 들어와 지난 28년간 출판계의 성쇠를 경험하고 있다. 1980년대는 소설은 물론 인문·사회과학 서적의 폭발적 수요가 뒷받침된 출판의 중흥기였지만, 1990년대 개인컴퓨터(PC) 보급과 2000년대 말 스마트폰의 확산 등으로 출판은 날로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상매체의 비약적 성장과 대비한 활자매체의 침체는 몰락으로 표현할 만하다. 고려대 불문과 81학번인 그는 동기들이 대기업에 입사할 때 출판계에 투신했다. 대학 신문기자 출신인 그는 ‘러시아 문학을 제대로 소개하는 전문출판사를 하자’는 홍지웅 대표의 뜻을 반영해 출판사 이름을 순 한글인 ‘열린책들’이라 짓고 로고도 직접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책 엔지니어’라고 부른다. 기획·교정·교열이란 순수 편집자의 길보다는 서체 개발, 북디자인 등 책의 형태와 모양에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아왔기 때문이다. 그가 출판계에 입문했을 때 ‘초판 1쇄’는 5000권을 의미했다. 대부분 5000권 정도는 소비됐고, 3000권 정도가 손익분기점이었던 만큼, 1쇄를 다 판매한 출판사는 다음 책을 준비할 여유가 있었다. 그러던 것이 어느덧 3000권으로 줄었고, 외환위기를 겪은 1997년 이후부터는 2000권으로 줄었다. 요즘 1쇄는 1000권을 찍는 일도 허다하다. 학술서적은 최소 단위인 500부를 찍는다는 것이 이제 비밀도 아니다. 역사전문 출판사로 사랑받는 푸른역사는 최근 레미제라블과 함께 신문에 서평이 많이 소개된 ‘속물교양의 탄생’을 초판 1쇄로 1000권을 찍었고, 2쇄로 500권을 더 찍었다. 박혜숙 푸른역사 대표는 “요즘 1500부 이상 안 찍는다. 불황도 원인이지만 출판 도매상들이 다 도산해 뿌릴 곳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강 주간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서점이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으니, 5000부는 찍어야 달라는 서점에 다 넣을 수 있었다. 아마 문방구가 서점을 겸업하는 곳까지 치면 약 1만개가 넘었을 것이다. 출판사의 책이 말초 혈관, 모세혈관까지 들어갔다. 시골 작은 서점에서 책이 팔리지 않더라도 반품되지 않고 그 서점에서 운명을 마치는 일이 허다했다. 현재 출판사가 약 2000개가 된다고 하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출판사는 500여개에 불과할 것이다.” 한국출판연구소에 따르면 전국의 서점은 2011년 1752곳으로 2004년의 2205개와 비교하면 453개(20.5%)가 줄었다. 그는 “서울 광화문에서 종로까지 걸어갈 때 그 옆으로 줄줄이 서점이 있었는데, 이젠 다 사라지고 교보문고와 영풍문고 정도 살아남은 것 아니냐”고 했다. 1980년대 모세혈관이 팔아주던 만큼 인터넷서점에서 팔아주고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인터넷서점을 통해서는 사람들이 “서점에서 ‘우연히 만나는 책’을 바랄 수는 없게 됐다”고 말했다. 서점에서 만나는 우연한 책은 왜 중요할까? “문득 책을 읽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치자.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집 근처에 서점이라도 있으면 둘러보다가 한 권 골라서 나오면 되는데, 서점들이 사라지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인터넷서점에서는 대형 출판사들이 노출하는 광고를 보거나, 검색해서 책을 고를 수밖에 없다. 그런 수많은 정보는 정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그냥 우연하게 책을 만나야 하는데, 주변에 서점이 없으니 그것이 안 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는 출판사가 독자를 찾기가 쉬웠다. 책 종류가 적었고, 독자들은 신간이 나오면 주목했다. 활자매체의 힘도 어마어마했다. 그는 1990년에 소설책 ‘빠빠라기’를 베스트셀러로 만든 적이 있다. 요즘 유행하는 티저광고를 신문사에 냈다. 5단 광고로 폭이 5㎝에 불과한 조인트 광고인데, 광고 세번 만에 대박이 났다. 당시 편집자들은 잘나가는 책이 아니라도 독자의 손에 책이 어떻게 전달되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독자를 만날 방법은 훨씬 더 다양해졌지만, 책의 움직임을 통해 독자를 만날 가능성은 훨씬 줄었다. 독자와 출판 편집자의 거리가 너무 멀다. 독서인은 줄었지만 출판사가 그럭저럭 유지되는 이유로 도서관의 꾸준한 증가를 꼽을 수 있다. 2011년 도서관 수는 1만 3320개로 2004년 1만 1793개와 비교하면 1527개(13.4%)가 늘었다. 2011년 도서구입비가 680억원으로 2005년 433억원과 비교하면 247억원(57%)이 증가한 덕분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공공도서관은 도서구입비를 정가의 80%를 보존하도록 규정해 두었다. 출판사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출판의 위기는 문학의 위기이기도 하다. 1990년대까지 책의 분류는 ‘소설/비소설’이었다. 교보문고에서도 출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소설 관련 매대가 넓게 자리 잡았었다. 이제 그 자리를 인문학에 내주고 있다. 2000년대 ‘인문학의 위기’가 논란이 됐지만 인문학은 오히려 유지된다. 강 주간은 “인문·실용서는 폭발적이지 않아도 필요로 하는 인구를 겨냥해 큰 욕심을 내지 않으면 순환되는 구조다. 그런데 ‘인생 그 어딘가에서 이름 붙일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것을 서술하는 문학은 경기 위축에 같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1980년대 문선공들이 납 활자를 찾아서 조판하던 시대에서, 1990년대 오프셋인쇄와 사진식자로 전환됐고, 이제 전자식자로 전환하는 것처럼 말이다. 1980년대 하루에 30~40쪽 이상의 조판을 할 수 없던 시절엔 하루 교정지도 30~40장만 보면 됐다. 시간은 느리고 여유롭게 흘렀다. 그러나 30여년 세월 사이에 출판과 관련된 수많은 직업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문선공, 조판사, 컴퓨터 조판사, 사식 치는 아가씨들 등등. 출판 위기의 시대에 강 주간은 책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왜 장담하는가. 그는 “책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주선이 달나라에 가는 요즘도 돌과 망치로 못을 박아야 할 때가 있지 않느냐. 석기시대, 철기시대가 아니더라도 어떤 도구는 사라질 수 없는데, 책이 그런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무인도에 떨어진 로빈슨 크루소의 손에 들어간 칼은 나무도 베고, 요리도 하고, 사냥도 하고, 뗏목도 만들고, 머리카락과 수염도 자른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 칼의 분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과도, 초밥 칼, 흉기, 부엌칼, 고기칼, 유화나이프 등등. 칼의 기능이 다양화된다고 해서 칼의 소비가 주는 것이 아니듯, 책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다만, 책의 본질적 기능을 남기도록 노력하고 다양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 전자출판을 위해 독립도 해봤던 강 주간은 이제 본격적인 전자책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직감하고 있다. “조선의 음향기기 시장은 1926년 윤심덕의 음반 ‘사의 찬미’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이 음반으로 조선에 겨우 몇 개 있었던 축음기가 몇 천 개로 확산되는 거다. 물론 극작가 김우진과의 정사(情死)라는 스캔들이 영향을 미쳤겠지만, 당시 축음기 가격을 현재가로 환산하면 아이폰 가격인데도 조선 식자층은 ‘사의 찬미’라는 음반 한 개 때문에 축음기를 구입했다. ‘사의 찬미’는 1920년대의 킬러 콘텐츠였다. 전자책도 마찬가지다. 전자책으로 읽지 않으면 안 될 콘텐츠가 나오면 사람들은 그 책을 소비할 수밖에 없다. 물론 종이책은 종이책에 최적화한 콘텐츠로 살아남을 것이다. 출판계는 그것이 무엇인지 지금도 찾고 있다.” 다시 “책을 꼭 읽어야 할까요”로 돌아가 보자. “좋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하는데, 좋은 책 필요 없다.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면 된다.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 못 읽는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조건이 갖춰져야 독서를 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이 더 문제다. 책은 아무 때나 손에 걸리는 대로 읽어도 된다. 절망하거나, 나락으로 떨어졌을 때만 읽는 것이 아니다. 아무 관련 없는 책도 몇 줄만 읽다 보면 내 안에서 어떤 생각이나 반발 등이 올라오는데, 그렇게 내 안에서 솟아 나오는 그 무엇을 찾는 시간이 소중한 것 아니겠나.” 글 사진 문소영 기자 symun@seoul.co.kr
  • 진념의 경륜+한덕수의 성실+이헌재의 카리스마

    진념·이헌재·한덕수. 전·현직 경제관료들이 2000년대 들어 최고의 경제부총리로 꼽는 인물들이다. 지금까지 경제부총리를 지낸 사람은 1964년 장기영 부총리부터 2008년 권오규 부총리까지 총 32명이다. 1998년 폐지됐다가 부활된 2001년 이후에는 진념 부총리를 포함해 6명이다. ‘직업이 장관’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진 전 부총리는 매해 경제운용계획의 밑그림을 그리는 경제기획원(EPB) 차관보를 4년간 했다. EPB의 종합기획과장도 거쳤다. 지금까지 경제운용계획을 가장 많이 짜 본 관료인 셈이다. “그 경험이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이 끝난 경제를 본 궤도에 올려놓는 데 큰 자산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넓게 보는 시각을 가졌으면서도 주변 사람을 잘 챙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한 전 부총리도 EPB에서 5년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통상전문가다. 한 전 부총리는 성실함과 꼼꼼함으로 유명하다. 보고를 받고 궁금한 내용이 있으면 사무관에게도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했다. 실·국장 회의를 전 직원들이 보도록 인터넷 생중계를 하기도 했다. 당시 국장을 지냈던 한 관료는 “실·국장을 견제하기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을 보여주면서 직원들의 통합을 이끌어냈다”고 회고했다. 이 전 부총리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수장으로 꼽힌다.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1년 만에 중도하차했기 때문이다. 한 경제 관료는 “당시 이 부총리는 성장정책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그만뒀다”며 “좀 더 오래했더라면 서비스산업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카리스마를 갖춘 천재’ 소리를 많이 듣는 이 전 부총리는 경제 현안에 대해 전체 그림을 그린 뒤 담당 국장들을 불러 각각 해야 할 일을 지시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부총리를 60대 초반(진념 61세, 이헌재 60세)이나 50대 후반(한덕수 56세)에 했다. 54세에 경제부총리를 한 권오규 전 부총리가 예외적 경우다. 한 전직 관료는 “경제부총리는 다른 부처를 아우를 수 있는 맏형 기질이 있고 큰 그림을 그리면서도 세세한 업무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무부(MOF) 출신 관료는 “MOF는 실행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지만 EPB는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차근차근 이뤄내는 노하우가 있다”며 “두 분야의 장점을 이해하고 융합할 수 있는 인물이 (경제부총리) 적임자”라고 말했다. 전경하 기자 lark3@seoul.co.kr
  • “경제부총리에 책임·권한… 靑과 혼선 예방을”

    “경제부총리에 책임·권한… 靑과 혼선 예방을”

    정부 조직개편의 핵심 가운데 하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겸직하게 되는 경제부총리다. 전문가들은 ‘명멸’을 거듭해 온 경제부총리제가 확고하게 자리 잡으려면 책임과 권한을 분명하게 주고, 청와대 등과의 정책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섬세한 조율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제부총리제를 만들었으면서도 현 정부에서와 마찬가지로 청와대가 다 하려고 하면 부총리는 당초 기대했던 조정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것”이라면서 “대통령이 부총리에게 얼마나 많은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는 지금도 예산권을 무기로 경제정책을 총괄할 수 있다. 과거 경제부총리제가 시행될 때도 ‘부총리의 조정 역할이 미흡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단순히 경제부총리제가 부활한다고 해서 부처 간 ‘엇박자’가 없어지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맹점으로 손꼽힌다. 경제부총리에게 인사권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경제부총리가 경제부처 장관 인사권 등 명확한 권한을 행사하게 하고, 대신 성과나 목표 달성 여부에 따른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특히 경제부총리의 역할을 정하면서 청와대 경제수석이 경제정책 전반을 단독으로 관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금융 부문에 대한 과도한 권한 행사를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오정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외환위기 직후 경제부총리제가 없어진 가장 큰 이유는 당시 경제부총리가 금융 전반까지 관장하면서 관치금융이 횡행했기 때문”이라면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더라도 금융 감독 부문은 손대지 않는 게 경제부총리제 운용의 전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경제부총리는 정치적 압력에도 불구하고 경제 관련 현안을 국익에 맞게 조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만큼 금융을 포함해 모든 현안을 아울러야 한다”(정인교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장이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 국장은 “재정부에 지나치게 권한이 집중되는 것은 견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경제 성장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는 상호 균형을 찾기 쉽지 않은 만큼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편 과정에서 예산 기능이라도 독립된 조직 형태로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개발경제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있는 만큼 통제 위주의 역할 대신 새 경제 철학을 확고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세종 이두걸 기자 douzirl@seoul.co.kr
  • [열린세상] 약한 권력, 강한 국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약한 권력, 강한 국가/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곧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다. 민주적 격전을 뒤로 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구성되어 새 정부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많은 국민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 대통합, 경제 민주화, 민생정치를 통해 ‘국민 행복의 시대’를 열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새 정부의 공약을 곰곰이 따져보면 지난 여러 정부들과는 다른 차원의 방향성을 지닌다. 외양의 충족보다는 내실화에 방점이 주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압축적 ‘따라잡기’로 근대적 문명 표준인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이명박 정부도 국가 선진화를 내걸었다. 우리는 그동안 ‘단선적 추월전략‘에만 몰두했다. 후진국에서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단계적 비약전략을 구사해 ‘모범 국가’로 발전한 것은 사실이다. 이런 성공적 외양에도 우리 내부의 모습은 결코 온전하지가 않다. 정치적 분열, 이념 갈등, 사회·경제적 양극화, 청년실업과 고령화, 성장 잠재력 저하 등으로 내파(內波)의 위기감까지 팽배해 있다. 우리 국민은 박근혜 정부가 대한민국을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니라 단단하고 알찬 호두 같은 나라’를 만들기를 기대하고 있다. 영국의 국제정치학자 부잔은 ‘강한 국가론’을 주장했다. 부잔은 지구상에 수많은 주권국가들이 존재하지만 국민적 합의에 의해 이념과 제도가 유기적으로 결속된 ‘강한 국가’와, 힘에 의해 합의가 강제되거나 국민이 분열되고 제도적 활력이 낮은 ‘약한 국가’가 존재한다고 보았다. 우리는 성공한 국가지만 ‘강한 국가’는 되지 못했다.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은 권위주의를 청산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안착시켰다. 수평적 권력교체까지 경험함으로써 민주적 공고화를 이루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이념·세대의 분열과 대치가 구조화되었다. 민주화 이후 한국의 대통령들은 배제·제압·불통의 리더십으로 ‘강한 권력’만 추구하였을 뿐, 소통과 포용을 위한 ‘통합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설득의 정치’를 통해 대한민국이 민주적 다원성을 유지하면서 국민적 대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민주·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물론 국민 개개인도 향민(鄕民)이나 계급적 전사(戰士)가 아니라 포용적 공민(公民)으로 거듭나 하나가 된 대한민국의 주인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불균형 발전 전략, 개방적 무역국가와 적극적 세계화에 치중했다. 이를 통해 비약적인 발전도 이루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의 양극화와 갈등의 심화로 우리 공동체에 필요한 최소한의 조화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경제 민주화와 복지가 최우선 의제로 등장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민주화와 복지 증진은 단순한 정책과 제도의 개편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대기업과 승자는 배려와 책임감을 발휘하고, 서민과 약자는 희망을 잃지 않는 ‘의식’의 조화가 메아리쳐야 한다. 이를 위해 새 대통령은 희망의 제공자, 화해의 중재자인 동시에 치유의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대한민국의 경제는 방향성과 활력을 잃고 있다. 환란 이후 정보기술(IT) 혁명으로 정보화 경제를 이룩했지만 저고용·저성장 경제, 편중 성장의 문제에 봉착했다. 한국 경제는 ‘따라하기’를 통한 ‘따라잡기’ 수준을 넘었지만 스스로 창신(創新)하지 못하고 위기에 직면했다. 우리는 더 이상 성장과 분배, 무역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일면적 선택을 둘러싼 ‘이념경제’의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미래의 먹거리 확보, 지속가능한 성장, 고용친화적 산업의 발양을 위해 우리 모두의 에너지가 유기적으로 결집되어야 한다. 새 대통령은 ‘창조경제’ 전략을 수립·실행하여 ‘제2의 산업화’ 붐을 일으켜야 한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에서 제시한 공약들을 입체화·전략화시킴으로써 대한민국을 모래알처럼 흩어진 ‘약한 국가’가 아니라 포도송이처럼 알알이 영글어 잘 결속된 ‘강한 국가’로 변신시키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의 대통합과 조화로운 사회, 창조경제는 ‘강한 대한민국’ 만들기의 전략적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사설] 은행들 비올 때 中企 우산 뺏을 텐가

    중소기업의 돈 가뭄이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들이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중소기업 지원 강화 방안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그런데도 은행들은 자산 건전성을 위해 대출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중소기업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 역량 있는 중소기업들이 일시적 자금난을 피하지 못해 무너지는 안타까운 일은 없어야 한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경기 침체기에는 부동자금이 국채나 은행 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쏠리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은 회사채나 유상 증자 등 직접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사실상 막힌다. 전적으로 은행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인력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에 은행 문턱마저 높다면 새 정부의 중소기업 중심 기업정책 효과도 빛을 발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은 11월보다 11조 8000억원 줄었다. 2011년 1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라고 한다. 당국은 중소기업 대출이 크게 줄어든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은행들의 기업 대출 연체율 관리는 선진화된 리스크 관리 기법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그동안 수없이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이나 담보 등 외형 중심의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은 줄곧 대기업과 가계대출 중심으로 대출을 늘리고 있다. 지난 2009년 1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3년간 대기업 대출은 65%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기업 신용평가를 제대로 해서 당장의 담보 가치는 낮더라도 기술 혁신 등을 위해 노력하는 곳엔 아낌없이 자금 지원을 해줘야 한다. 성장 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잘 골라 내기 위해 현장 실사 등의 노력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당국은 중소기업의 금융환경 혁신을 위한 제도들이 일선에서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지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2월 중소기업 대출 부실에 대한 면책제도를 개혁하고, 은행권의 담보물 평가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의 ‘중소기업 대출심사 개혁대책’을 발표했다. 이 조치로 중소기업 대출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무산된 현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 수익창출 어려운데… 기업들 왜 스포츠단에 목매나

    수익창출 어려운데… 기업들 왜 스포츠단에 목매나

    치열한 쟁탈전을 벌였던 프로야구 제10구단은 KT의 품으로 돌아갔다. KT와 부영은 그동안 비방전에 가까운 상호 공방으로 과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기업들은 왜 스포츠단 운영에 목을 맬까. 치열했던 프로야구 10구단 유치전을 계기로 기업들의 스포츠단 운영 속내를 들여다봤다. SK그룹과 한화·삼성·현대차 등 국내 주요 재벌기업들이 프로야구단뿐 아니라 농구, 축구 등 다양한 프로 스포츠단을 운영하고 있다. KT 역시 프로 농구단과 프로 골프단, 아마추어 종목인 사격과 여자하키에 꾸준히 투자하고 있다. 스포츠 업계에서는 국내 주요 기업들이 스포츠단 운영에 나서는 이유를 주로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홍보 수단과 비인기 종목 지원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이라고 보고 있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계열사인 7개 프로야구단(넥센 히어로즈 제외)의 2011년 매출총액은 25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모회사 등 계열사로부터의 지원은 1321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52.4%에 달했다. 통상 프로야구단은 계열사로부터 광고협찬, 법인 연회비 등의 명목으로 매년 150억~250억원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모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2011년 흑자를 낸 구단은 단 세 곳뿐이다. 롯데가 3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두산(23억원)과 삼성(10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적자와 부실덩어리인 프로 스포츠단에 매년 수백억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까지 운영하는 이유는 유니폼과 로고 등에서 오는 기업 광고 효과와 이미지 상승 효과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직원들의 일체감 형성과 지역과의 유대 강화도 한몫한다. 특히 프로 야구는 3~4시간 동안 최대 3만명의 관중을 한 장소에 모아두고 끊임없이 광고를 노출시킨다. 또 TV나 스마트폰으로 프로야구 경기 생중계를 보는 시청자가 더욱 많아서 광고 효과는 배가 된다. 그래서 KT가 재수까지 하면서 프로 야구단 창단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2006년 시즌 프로야구의 미디어 노출 효과를 한양대 스포츠산업마케팅센터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 중계방송(91%)과 신문·방송 뉴스(9%)를 포함해 총 451억 7566여만원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KIA 타이거즈의 경제효과는 무려 2000억원이 넘는다는 분석도 있다. 스폰서 노출과 가치증대가 각각 520억원과 845억원, 브랜드 노출 효과가 168억원 등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업들은 스포츠단 창단뿐 아니라 각종 대회도 후원한다. ‘2011년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을 후원했던 기아차는 이 경기가 전 세계 160개국으로 중계돼 7억 달러의 홍보효과를 거뒀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특히 관중이 700만명을 돌파한 야구의 경우 국내 이통 3사 중 유일하게 프로 야구단이 없었던 KT가 홍보 효과를 위해 프로 야구단에 목을 매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승호 국민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스포츠단 운영은 직접적인 수익 창출보다는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여 지역사회에 공헌한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츠단을 운영해서 잘된 기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단 때문인지 아니면 경영부실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스포츠단을 운영하다가 기업마저 쓰러진 경우도 적지 않다. 프로야구의 역사를 보면 대한민국 대기업의 흥망성쇠와 산업의 지형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가장 큰 비운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해태 타이거즈’다. 9번 프로야구 우승 타이틀을 거머쥔 해태 타이거즈는 1997년 외환위기 때 모기업인 해태가 몰락의 길을 걸으면서 결국 2001년 기아차로 인수됐다. 가장 많은 프로 야구팀들이 만들어졌다가 사라진 연고지는 바로 인천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각 기업의 프로 스포츠단은 모기업의 지원 없이는 운영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 “프로 야구의 역사는 기업의 흥망성쇠를 잘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했다. 또 기업들은 스포츠단 운영을 국민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는 일종의 사회공헌 활동으로 여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비인기 종목의 스포츠단을 운영 또는 후원하기도 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스포츠단 운영과 선수 후원 등에 400억원 정도를 지원했다. 홍혜정 기자 jukebox@seoul.co.kr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서울광장] 일자리 창출 역발상 필요하다/오승호 논설위원

    [서울광장] 일자리 창출 역발상 필요하다/오승호 논설위원

    대기업을 두둔하는 발언이라도 하면 시대 흐름을 모르는 사람으로 매도당할 분위기다. 기업정책이 ‘중소기업 지원, 대기업 규제 확대’로 압축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말 첫 정책 행보로 중소기업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중소기업 대통령이 되겠다고 밝힌 이후 중소기업 지원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질 기세다. 중소기업 하면 무조건 측은하게 여기고, 대기업은 뭇매만 맞는 양상으로 전개될 때 일자리 창출에 마이너스 효과는 없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즉 1%대 99%의 대결 구도로 몰아가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상생할 수 있다. 경제 논리를 들이대지 않더라도 가계부채, 청년실업, 중산층 복원, 세대 간 갈등 등의 과제는 일자리로 풀어야 한다. 베이비 부머들이 직장 밖으로 쏟아지는데 일자리 없이 하우스 푸어를 어떻게 해결하나. 중산층은 어떻게 해서 70%까지 끌어올리나.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 인식의 전환을 해보자. 박 당선인은 민생 중에서도 일자리를 취임 첫해 국정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으로 본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다. 1987년 영국 국왕에게서 기사작위를 받은 역발상 투자의 귀재 존 템플턴 경은 늘 최적의 투자 타이밍은 비관론이 팽배할 때라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 1997년 말 외환위기로 주식가격이 폭락할 당시 삼성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주식들을 사들여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300만개가 넘는다. 경제의 주춧돌 중소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대기업은 3000여개로 땅덩어리가 우리보다 큰 미국이나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의 경쟁 상대라 할 수 있는 타이완보다도 훨씬 적다. 기형적인 기업 생태계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법령을 동원해 1000개가 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반대로 대기업은 34개의 법령과 84개의 시행령으로 규제하고 있다. 그런데도 99% 이상이 중소기업이다. 문제가 있다. 중소기업 정책을 정밀 진단하고 처방전을 내놔야 한다. 중소기업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취직을 꺼리기 때문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성장해야 일자리도 더 생겨 고용에 도움을 준다. 자동화와 첨단화, 공장 해외 이전 등으로 고용 효과가 예전 같지는 않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란 있을 수 없다. 연구개발(R&D) 자금 등을 소액으로 쪼개지 말고 기술혁신 기업을 추려 대규모로 중점 지원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어 고용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일자리 창출 정책은 대기업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하다는 사실에 착안해 봄직하다.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등 글로벌 기업들과 나머지 대기업 간 차이가 적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삼성과 현대차의 영업이익이 전체 상장사의 절반을 차지했을 정도다. 자산을 기준으로 하는 외형, 즉 무늬만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곳까지 톱 클래스 기업들과 일률적인 잣대를 적용해 규제하는 대기업 정책을 재고할 필요는 없는지 궁리해 봤으면 한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빠른 길이다. 서비스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만큼 발전 가능성도 크다. 제조업의 서비스화 등 글로벌 환경 변화와 저성장시대를 맞아 서비스산업에 대한 진입 규제 완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가령 30대 그룹 중에서도 10대 그룹 이외는 한시적으로 길을 터주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면, 소수 대기업이 독주하는 산업구조도 재편하고 좋은 일자리도 많이 만드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금융, 관광·레저, 의료 등 서비스 분야 육성을 강조한 것은 이명박 정부 이전부터였다. 그러나 관련부처나 이해집단 간 의견 대립으로 유야무야됐다. 이번에는 최고 권력자의 확고한 의지 피력이 요구된다. osh@seoul.co.kr
  • 아무 데나 못가고 갈만한 데 없고… 취업 ‘大卒의 굴레’

    아무 데나 못가고 갈만한 데 없고… 취업 ‘大卒의 굴레’

    “대학까지 나왔는데 아무 데나 갈 수도 없고…. 대학 졸업장이 오히려 취업 걸림돌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다음 달 서울 지역 4년제 대학을 졸업할 예정인 전모(25·여·경기 고양시 일산구)씨는 10일 “취직이 아직 안 돼 불안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씨 같은 대졸 구직자의 취업난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교육정도별 취업자 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대졸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3만 4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는 1999년 12월(3만 1000명) 이후 13년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2003년 ‘카드 대란’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대졸 취업자는 꾸준히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지금이 이들에게는 ‘최악의 고용 빙하기’인 셈이다.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2월의 경우, 전체 취업자 수는 1만 2000명 감소했지만 대졸 취업자만은 20만 6000명 증가했다. 반면, 고졸·전문대졸 취업자 수는 최근 넉 달 연속 월 10만~20만명씩 꾸준히 늘고 있다. 저성장에 따른 취업난이 대졸자에게 집중되고 있어 고용의 질이 크게 낮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졸자 취업난은 그만큼 괜찮은 일자리가 줄었고 불황이 고착화돼 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세종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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