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복병(수출 이렇게 풀자:41)
◎환율 10% 하락땐 수출 41억弗 감소
환율하락으로 수출업계가 비상이다.
1,400원 선에서 안정세를 보여 온 대(對)미달러 환율이 14일 1,200원대로 가라앉았다. 경제체질이 건강해진 데 따른 것이라면 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최근의 환율하락은 내수침체와 자금부족으로 투자가 크게 위축된 게 주요인이다. 달러수요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쟁국의 환율은 오름세여서 환율하락으로 우리제품의 가격경쟁력은 더 떨어지게 됐다. 가뜩이나 불황에 허덕이는 수출업체들도 채산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환율 하락은 당장 우리 수출상품의 주무기인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출부진을 심화시킨다. 환율하락세가 장기화될 경우 올해 우리 수출과 무역수지 흑자 목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수출업체 채산성 악화
산업자원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환율이 10% 떨어지면 수출은 대략 41억달러가 준다. 반면 수입은 33억달러가 늘어나 무역수지로는 무려 74억달러의 ‘악화효과’가 나타난다. 산자부 崔俊濚 무역정책과장은 “수출품 평균가격이 95년의 60%선으로 떨어진 상황에서도 수출이 부진한데 환율마저 떨어지면 우리 수출은 더 큰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의 체감우려는 보다 직접적이다. 당장 환차손이 염려된다. 보통 수출대금을 3∼6개월 뒤에 정산하는 점을 감안하면 앉아서 대략 달러당 300∼400원을 손해보게 돼있다. 지난 2월 1달러를 1,640원으로 계산해 물건을 팔고 6개월이 지난 지금에는 1,300원으로 쳐서 돈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는 기업의 채산성 악화로 연결되고 결국 설비투자와 수입감소로 이어져 기업의 경영난을 가중시키게 된다.
○당장 환차손이 큰 문제
업종별로는 특히 자동차 가전 섬유 등 가격경쟁력을 우위로 해 일본 및 아시아 국가들과 경합을 벌이는 수출제품이 타격이 클 전망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최근 원화의 환율은 29% 정도 떨어진 수준. 반면 경쟁국들의 환율은 그동안 대부분 올랐다. 일본 엔화는 7.4%,말레이시아의 링기트화와 대만의 달러는 각각 9.4%와 5.2% 올랐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무려 64.7%나 상승했다.
산업연구원은 달러화에 대한 엔화의 환율이 10% 오르면 조선 14.7%,자동차 11.6%,가전제품 11.2%,기계류 8.1%,반도체 7.5%,섬유류 4.3%,철강 3.3%의 수출감소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마저 떨어지면 수출감소는 그만큼 가중되는 셈이다.
한국무역협회 趙昇濟 무역조사담당이사는 “주요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의 화폐가치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원화가치만 오른다면 우리 수출경쟁력은 급격히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전략 가격서 품질위주로/중기 중심 다품종 소량생산구조로 전환을
한국은행 李柱烈 국제경제실장은 “주요 경쟁국의 환율이 다 오르는 바람에 지난 상반기 원화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 이익을 별로 없었다”면서 “현 상황에서 중국 위안화의 환율마저 오르게 되면 우리 수출이 입을 타격은 매우 심각해 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위안貨 환율상승땐 심각
환율 하락은 이처럼 당장의 환차손 뿐아니라 외국 바이어들의 불안심리까지 가중시켜 한국과의 거래를 더 기피하게 만든다. 무역중개상 L씨는 “올해 초 환율이 불안정할때 바이어들이 ‘나중에 보자’며 거래를 기피해 애를 먹었는데 환율이 다시 불안정해져 거래선을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고 걱정했다. 무역협회 趙이사도 “환율이 떨어져도 바이어들은 대부분 환율이 높았을 때의 거래가격을 요구한다”며 “이 때문에 환율하락에도 불구하고 수출업체들은 더욱 수출단가를 낮춰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말했다.
○외국 바이어들 불안 가중
그렇다면 우리 수출업체들이 생각하는 적정한 원달러 환율은 얼마일까.
무역협회가 최근 75개 무역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발표한 긴급 설문조사 결과 업체들은 중화학제품의 경우 달러당 1,373원,경공업제품은 1,399원,농산물은 1,360원이라고 답변했다. 그래야 채산성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얘기다. 철강 1,395원,석유화학 1,370원,반도체 1,150원,일반기계 1,360원,가전 1,340원,자동차 1,530원,섬유 1,380원,신발은 1,335원 선이다.
○외환시장 자율에 맡겨
업계에서는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기아자동차 수출팀 관계자는 “환율이 1,000∼1,100원선이 돼도 수출 채산성은 맞지만 내수불황을 만회하려면 1,400∼1,500원선은 돼야 한다”며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희망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좀 다르다. 외환시장 개입은 득보다 실이 더 크다는 판단이다. 재정경제부 金大猷 종합정책과장은 “외환당국이 어떤 수준을 정해 놓고 개입하면 오히려 외환시장 참여자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며 당분간 외환시장 자율에 맡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인위적인 환율 부양책보다는 자율적인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적정 수준의 환율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별취재반
경제과학팀=鄭鍾錫 팀장(반장)
權赫燦 차장 陳璟鎬 朴希駿 朴恩鎬 기자
정치팀=郭太憲 기자
사회팀=李順女 기자
사진팀=金明煥 부장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