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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목포는 항구다’…’얼치기’ 조폭형사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흥행돌풍 속에 한국영화 2편이 20일 나란히 개봉한다.김하늘·강동원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그녀를 믿지 마세요’와 조재현·차인표가 호흡을 맞춘 코믹액션 ‘목포는 항구다’.지금은 덩치 큰 외화들조차 납작 엎드려 개봉일을 조율하느라 눈치작전을 펴는 형국.이들의 용기있는(?) 개봉에는 그래서 더 눈길이 쏠린다. ‘목포는 항구다’(제작 기획시대)는 한동안 뜸하던 한국 조폭영화의 계보를 잇는 코믹액션이다.‘어깨’(조폭)들의 이야기가 더이상 새로울 게 있을까 의문을 갖는 관객이 왜 없을까.그런 편견을 의식해서인지 주인공 차인표는 시사회장에서 이런 우스갯말로 영화에 대한 ‘갈증’을 부추겼다.“이 영화는 조재현식 코미디다.또는 차인표식 액션이다.아니다.송선미식 에로다.” 실제로 영화에는 한국식 조폭코미디에서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다.공중을 나는 과장된 와이어 액션에 조연들의 질펀하고 유쾌한 입담,긴장을 풀어주는 멜로요소까지 두루두루 갖췄다. 수철(조재현)은 머리는 좋지만 정작 범인 검거현장에서는 맥을 못 추는 얼치기 서울 형사.대규모 마약거래 수사에 투입된 그는 멀리 목포의 조폭단체에 위장침투해 결정적인 단서를 잡아내라는 특명을 받는다.목포지역을 주름잡는 조폭두목 백성기(차인표)와는 그렇게 만나지만,그를 두목으로 받들고 어울리면서 뜻밖에 진정한 형제애를 느끼게 된다.그 과정에 수사를 지휘하는 여검사 임자경(송선미)마저 백성기의 순애보에 갈팡질팡 혼선을 겪는다. 액션·코미디·멜로의 3박자가 경쾌한 템포로 드라마를 엮어나간다.하지만 영화의 자잘한 묘미는 그런 장르적 특성에서가 아니라 주인공 캐릭터들이 선보이는 ‘의외성’에서 비롯되는 듯하다.시종일관 호남사투리로 대사를 구사하는 차인표는 깔끔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단번에 벗어던졌다.전체적인 이야기 틀거리가 조재현의 동선에 맞춰 다듬어지는 형식인데도,그의 캐릭터가 오히려 더 도드라져 보인다. 그런 대목이 오히려 아쉬움으로 연결되기도 한다.느끼한 복부인에게 겁탈당하는 등 바닥까지 망가지는 ‘가짜 조폭’을 차인표가,질펀한 사투리 연기가 누구보다 완벽했을 인정많은 조폭두목을 조재현이 바꿔 맡았더라면 어땠을까.극의 볼륨이 한결 풍성해졌을 것같은 미련이 남는다. 시시콜콜 논리를 따지지 않고 보는 조폭코미디라 하더라도,서울에서 활약하던 형사가 지방도시의 조폭세계에 동화돼간다는 이야기 얼개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단편영화를 연출해온 김지훈 감독의 데뷔작. 황수정기자 sjh@ ˝
  • 환율방어 ‘사투’

    원-달러 환율의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1160원선이 붕괴됨에 따라,시장의 관심은 지난해 10월의 전저점(1144.8원) 돌파 여부에 쏠리고 있다. 외환딜러들은 시장에 달러가 넘치는 데다 당국의 환율방어 명분도 약해져 환율이 전저점까지 밀릴 수 있다고 관측한다.이에 대해 외환당국은 “정부가 환율방어를 포기했다는 것은 시장의 착각”이라며 착각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1150원선’을 사이에 두고 당국과 시장의 치열한 사투가 다시 한번 펼쳐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제투자은행들은 연말까지 환율이 1040원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재계마저 ‘환율 지지’보다 ‘속도조절’을 요구하고 나서 외환당국의 입지가 갈수록 옹색해지고 있다. ●정부,“NDF규제로 게임은 끝났다” 재정경제부 고위관계자는 17일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현상을 방관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전날 원-달러 환율 1160원선이 깨지면서 정부의 환율방어 포기관측이 대두되고 있는 데 대한 쐐기 발언이다.이 관계자는 최근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으로 인한 물가 부담 등으로 정부의 환율방어 명분이 약화됐다는 지적과 관련,“환율이 하락하면 원자재 비용 감소로 인한 이익보다 수출 감소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면서 “물가 상승도 일시적 요인이 크기 때문에 (환율정책 변화의)변수가 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또 다른 관계자는 “역외선물환시장(NDF)을 규제하면서 역외 투기세력의 움직임이 현저히 둔화되는 등 게임은 끝났다.”면서 “1160원선 붕괴 용인은 (승부를 결정지은 뒤의)일종의 속도조절”이라고 주장했다.18일 발표할 예정인 NDF 규제완화 방안은 규제 자체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규제조치로 인한 금융기관의 불가피한 손실을 보완해주는 개선책이라고 해명했다. ●시장,“대세는 환율 하락” 재경부의 이같은 자신감과 달리 외환당국의 또 다른 축인 한국은행의 시각은 다소 다르다.한은 관계자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 근거하지 않은 급격한 환율 등락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전체적인 환율 흐름의 방향성만큼은 시장에서 결정되도록 놓아두는 게 좋다.”고 말했다.물론 그 이면에는 ‘물가안정’에 대한 한은의 부담감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게다가 정부가 환율방어(달러 매입)차원에서 시중에 풀어놓은 돈을 흡수하기 위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지난해말 105조 5000억원)도 한은으로서는 골치아픈 대목이다.이자비용만도 6조원 이상이 들어간다.한은은 “환율방어를 위한 기회비용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큰 대가”라고 꼬집었다. 외환딜러들은 정부의 환율방어 의지가 완전히 꺾인 것은 아니라고 보면서도 “대세를 꺾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은다.오히려 환율 급락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고 있을 정도다.외국계 은행인 뱅크원의 한 외환딜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달러 약세를 공식 지지한 데다 중국 위안화 절상 압력 등도 높아지고 있어 국내 외환당국이 무리한 환율방어보다 유연한 속도조절로 돌아선 것 같다.”고 분석했다.또 ▲160억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최고치 수준의 외화예금 ▲이달 15일 현재 1625억 9000만달러를 기록한 외환보유고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외국인 주식매수자금 등 수급상황도 환율하락을 압박하는 요인이다.외환은행 구길모 과장은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지배적 관측”이라고 전했다.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낸 ‘세계는 환율전쟁중’ 보고서에서 “원화강세가 대세인 만큼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을 지지하기보다는 절상(환율하락)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이에 대해 재경부는 “정부의 환율정책 초점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중견기업”이라고 일축했다. 안미현 김태균기자 hyun@˝
  • 음식쓰레기로 오리 ‘쑥쑥’ 환경 ‘생생’

    “평소 재활용에 조금만 관심쏟으면 어려울 때 큰 밑천이 되죠.” 서울 자치구들이 경제난 타개와 자원절약을 위해 재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송파구(구청장 이유택)는 ‘헌책 은행’을 만든다.오는 23일 지하철 8호선 잠실역 지하상가에서 1호점 개설 기념식을 갖고 본격 운영에 들어간다.앞으로 주요 지점마다 추가로 개설할 계획이다. 헌책은행에서는 주민들의 책을 맡아뒀다가 다른 책으로 교환해주거나 기증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헌책은행은 면적 15평으로,아동도서와 부동산 등 전문서적은 물론 시집·소설 등 총 1만여권을 보유하게 된다.송파구는 주택가를 돌고,폐지 재활용업체에 쌓인 헌 책에서 선별하거나,주민들로부터 기증받아 물량을 확보할 예정이다.기증 뒤 교환을 원하면 무료 교환권 쿠폰을 발급해준다.재활용 자원의 소중함을 심어주기 위해 판매가격을 정가나 상태와 관계없이 1권당 200∼500원으로 정했다.(02)410-3375. 구로구(구청장 양대웅)는 음식물쓰레기를 사료로 이용하는 비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리농장을 직영하고 있다.항동 209번지에 위치한 농장은 1000평에 이른다.외환위기 때인 1998년 11월 실업자 구제책으로 아이디어를 짜냈다. 농장 운영으로 얻는 효과는 뜻밖에 컸다.음식물쓰레기 직매립 또는 소각에 따른 환경오염의 최소화는 물론,침출수로 인한 수질 및 토질오염과 소각에 따른 대기오염 방지,음식물쓰레기 자원화,구청 예산절감,사료 및 오리수입 감소에 따른 외화절약,오리농장을 어린이들에게 자연학습장으로 개방함에 따른 자연보호 의식 고취과 휴식공간 제공 등 무려 ‘1석 10조’다. 큰 오리 한 마리는 버린 음식물을 하루에 2㎏이나 먹어 농장에서 사육중인 청둥오리 3500마리는 하루 7t이 필요하다.(02)2615-5246. 송한수기자 onekor@˝
  • '1弗 1000원’ 대비령

    ‘환율 1000원 시대에 대비한다.’ 정부의 적극적인 방어책에도 불구,원·달러 환율이 1160원대에서 좀처럼 올라가지 않자 주력기업들이 수출 기준환율을 1050원으로 잡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올해안으로 예상되는 중국 위안화 절상이 우리 정부의 환율정책에 압박을 가해 원화가 동반 상승하는 반면 일본정부가 엔화가치 상승 저지에 성공한다는 ‘최악의 시나리오’에도 대비중이다.올해 수출 기준환율을 1050원(수입 1250원)으로 책정한 LG그룹은 15일 환차익보다는 ‘환리스크 제로’를 목표로 헤지(위험회피)비율을 늘리고 결제통화를 다변화하는 등 계열사별로 환율 유연성 확보에 나섰다. LG경제연구원은 이에 앞서 연간 환율전망을 1145원으로 예상,헤지의 목적을 환차익보다는 리스크 축소에 둘 것을 계열사들에 권고했다.삼성경제연구소도 올해 연간 환율을 1110원까지 내다봤다. LG전자는 최근까지 한달 단위로 환율전망을 받아 수출입 결제수단을 결정해왔지만 최근 하루단위로 환율을 체크하고 있다.헤지비율을 10% 올리고 유로화 결제비율을 확대하는 한편 외화예금 및 매출채권을 거의 없앴다. LG상사는 옵션이나 선물 등 파생상품 거래보다는 선물환 제도를 적극 이용,환차손이나 환차익을 내기보다는 리스크 자체를 ‘0’으로 하는 것에 비중을 두고 있다.현재 95%인 헤지비율을 100%로 높일 계획이다. LG 정상국 부사장은 “기술개발,가격 결정력 제고 등을 통해 환율 1000원대에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루 200건 이상 외화결제가 이뤄지는 삼성전자는 지난해 1150원이던 수출 기준환율을 올해 1100원으로 낮춰 잡았다. 외화의 입출금을 날짜별로 일치시키는 매칭(Matching)이나,외화부채·자산 결제시 환차액만을 주고 받는 네팅(Netting) 등 기본적인 환관리 방법 외에 본사와 17개 해외법인이 실시간으로 환변동 사항을 체크,사내 결제 시스템과 환율 변동을 연계하고 있다.현재 20%선인 유로화 결제비중도 높여나갈 방침이다. 다만 “환차익도 환차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방침에 따라 제품 경쟁력 강화로 1000원시대에 대비한다는 전략이다.환율이 100원 오르더라도 반도체 가격을 1달러만 올리면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역시 수출 기준환율을 현재 시세보다 90원이나 낮은 1070원으로 책정하고 달러 결제대금의 40%에 대해 선물환 헤지를 해놓는 등 환리스크를 피해가고 있다.현대차 관계자는 “환율시세를 반영하지 않는 선물환 거래를 확대하고 해외공장 생산분을 늘리는 한편,유로화 결제를 늘려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업계는 수주금액에서 선수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40%나 돼 원화강세 피해가 아직 직접적이지는 않다.하지만 삼성중공업이 기준환율을 1050원으로 책정하고 대우조선은 선물환 규모를 최대한 늘리는 등 ‘불끄기’에 나섰다.이밖에 LG화학이 지난해보다 85원이나 낮춘 1100원으로 기준환율을 설정하고 삼성석유화학도 1150원으로 전망했던 환율을 1100원으로 재조정하는 등 업체마다 경영계획을 새로 짜다시피 하고 있다. 류길상 김경두기자 ukelvin@˝
  • 드라마속 광고 PPL의 모든것

    “권상우가 최지우 목에 걸어준 목걸이는 어디서 구입할 수 있나요?”“황신혜가 어제 입고 나온 코트가 어느 회사 제품인지 알려주세요.”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을 들어가면 이같은 내용의 글이 엄청나게 많이 올라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시청자들은 드라마 내용만큼이나 스타가 입고,타고,먹는 제품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다.전문가들은 스타에 대한 ‘모방 심리’라고 분석한다.기업들은 시청자들의 이같은 심리를 이용,드라마 속의 주인공에게 자신의 제품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제품의 판매를 증진시키는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천국의 계단´ 커플목걸이 하루 1,000개 불티 PPL은 방송 제작사와 협찬사 간의 ‘윈-윈’전략에서 나온 것.방송사는 제작비를 건지고,협찬사는 광고 효과를 극대화한다.최근엔 여기에 홈쇼핑이 개입했다. 스타의 초상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매출액의 일정 부분을 제작사에 제공하는 대신 PPL 상품을 ‘백화점’식으로 판매하는 것이다.실제로 PPL상품은 홈쇼핑업체에 엄청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폭발적인 인기를 끈 ‘천국의 계단’ PPL상품은 ‘인터파크’,‘삼성몰’ 등 10여 곳의 홈쇼핑에서 판매될 정도다.권상우와 최지우의 커플 목걸이는 드라마시작과 함께 지금도 매일 1000여개씩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천생연분’의 PPL상품을 판매하는 ‘현대 홈쇼핑’의 경우도 160만원짜리 진주 목걸이 등을 단 한번의 방송으로 무려 2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이 때문에 일부 홈쇼핑업체는 드라마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참여,주인공이 착용할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을 제작진과 협의한다.제작비가 부족한 외주 제작사의 경우는 아예 홈쇼핑 업체에 먼저 PPL을 요구하기도 한다. ■ PPL이 나쁘다는 편견을 버려 드라마 등 TV속 ‘간접 광고(PPL)’는 작품성을 떨어뜨리고 과소비를 조장하니 무조건 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시는 말씀.동전의 양면을 떠올리며 다른 시각을 가져보자.아시아권의 한류(韓流)열풍 속에서 PPL은 국내 상품의 해외시장 개척을 보다 용이하게 해주는 무기가 될 수 있다.PPL을 하는 업체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 그 실상을 알아보자. ●“권상우·황신혜=NO,최지우·안재욱=YES” PPL은 ‘스타 마케팅’차원에서 이뤄지는 것.그러나 국내에서 인기가 있는 스타라고 해서 반드시 PPL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MBC드라마 ‘천생연분’에 주인공들이 착용하는 의류·액세서리 등 상품을 협찬하고,이를 인터넷 등을 통해 판매하는 현대홈쇼핑 PPL 담당자는 “한류열풍을 주도하며 높은 해외시장 상품성을 지닌 안재욱이 출연한다는 점이 이 드라마와 PPL 계약을 맺게 된 주요 이유”라고 밝혔다.특히 “드라마가 종영된 뒤 중국·동남아 등에 수출돼 방영될 것이고,자연스레 안재욱이 몸에 걸치고 나오는 상품도 현지 팬들에게 인기를 끌어 수출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SBS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일명 ‘최지우 목걸이’를 PPL하는 ‘바쵸코리아’ 김헌중 대표도 “목걸이 제품의 해외 수출 측면에서 ‘국내용’인 권상우보다 ‘국제용’인 최지우가 더 매력적인 배우”라고 밝혔다.그는 “아직 드라마 수출이 안됐는데도 ‘겨울연가’로 유명한 최지우가 나온다는 점을 들어 중국·일본·호주 현지에서 1만여개의 주문이 쇄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PPL의 전략적 이용도 필요” 현대 홈쇼핑 PPL 담당자는 PPL에 대한 국내 여론의 곱잖은 시선 때문에 오히려 한국 기업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동남아·일본 등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겨울연가’‘올인’ 등에 외제차가 아닌 국산 차가 PPL상품으로 노출됐다고 생각해 보세요.아마도 수천대는 더 수출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했을 겁니다.”이 담당자는 “좋은 문화 콘텐츠를 어렵사리 해외에 내다 팔면서 상품 마케팅으로까지 연결시키지 못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실속은 챙기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바쵸코리아’관계자도 “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나 ‘프렌즈’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도 이젠 전략적으로 국내 상품을 외국 수출 드라마에 PPL해 외화를 벌어들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
  • [녹색공간] 산림 모범국 로드맵 필요

    산림은 지구환경보전에 있어 기능과 규모 측면에서 가장 중추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즉,산림은 다양한 임산물과 서비스의 공급원인 한편 육상 생태계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보유하고 있어 새로운 의약품이나 신소재 등 신물질의 개발에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또한 지구온난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하여 이산화탄소의 흡수와 저장 기능이 뛰어난 산림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는 자연자원의 보전과 개발의 조화를 추구하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천명한 ‘리우선언’을 채택하게 되었다.각 분야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담은 ‘산림원칙성명’이 채택되어 산림자원의 보전과 지속 가능한 경영이 인류복지 증대와 지구환경보전을 동시에 추구하는 인류의 공동 과제임이 명정되었다.한편,지구 차원의 환경보전을 추구하는 환경협약의 주축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생물다양성협약’,‘기후변화협약’ 그리고 ‘사막화방지협약’ 등에서도 산림자원의 중요성은 강조되고 있다.우리 역사를 되돌아볼 때,본격적으로 숲을 복구시킨 시기는 지난 30여년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1970년대 산업화와 발맞추어 함께 추진하였던 1,2차 치산 녹화사업을 통해서 국토를 재건하였다.1987년까지 215만 5000㏊의 인공조림과 20만 8000㏊의 연료림을 조성하였고 7만 8000㏊의 산지와 해안 사방사업을 실시하는 대업적을 이룩하였다.그 결과 국제식량기구(FAO)로부터 녹화 모범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를 맞은 우리들은 어렵게 녹화시킨 우리의 소중한 푸른 숲을 지키고 가꾸는 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숲 가꾸기를 통하여 겉은 푸르지만 그 속은 성장을 멈추고 있는 숲을 가꾸어야 한다.향후 20년간 잘 가꾼다면 산에 서 있는 나무의 양을 지금보다 3배 증대시켜,숲이 청·장년기에 접어들면 외국산 목재와 임산물에 대한 의존도를 98%에서 40%대로 낮출 수 있으며,매년 목재를 비롯한 임산물 수입을 위해 30억달러씩 쓰이는 외화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숲다운 숲을 만들기 위한 노력은 요즈음 국제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탄소배출권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숲은 주된 온실 가스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나무에 축적하는 기능을 한다.교토의정서에 의하면 황폐한 땅의 신규 조림,산림을 경작지로 전환했던 곳에 대한 재조림,숲가꾸기 등을 통해 사람이 적극적으로 조성,관리하는 숲에서 흡수된 이산화탄소에 대해서는 이를 정량화하여 이에 상응하는 만큼의 탄소 배출권을 부여하게 된다. 이와 같이 적극적인 숲가꾸기를 통해 얻은 탄소 배출권은 자동차,전력,철강 등 국가 주요 기간산업에서의 탄소 배출 감축 부담을 덜어 줌으로써 국제 경쟁력을 높여줄 수 있을 것이다. 시각을 조금만 확대하면 산림녹화사업이 지금 당장 필요한 곳은 많다.중국과 몽골의 경우 사막이 확대일로에 있고,북한은 식량 증산을 위해 산꼭대기까지 다락밭을 조성하여 산림은 황폐할 대로 황폐해 있는 실정이다. 이런 곳에 대한 신규 조림이나 재조림으로 탄소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따라서 앞으로 우리는 안으로는 지속 가능한 산림관리의 모범국으로 가는 로드맵을 확정하고,밖으로는 그간의 경험을 통해축적해왔고 세계가 인정한 초일류의 산림녹화기술을 앞세워 동북아 지역 국가들의 산림녹화를 선도하는 주역으로 전면에 등장할 때가 되었다. 오정수 국립산림과학원
  • 주말매거진We/남규철의 DVD 폐인

    지난해 우리 영화의 점유율이 53%를 넘었다고 한다.최근에는 실미도가 ‘글로벌 흥행대작’이라는 ‘반지의 제왕 3’을 뛰어넘어 개봉 31일만에 70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이런 눈부신 소식을 들으면 굳이 영화팬이 아니더라도 어깨가 으쓱해질 것이다. 그러나 DVD쪽은 약간 상황이 다르다.우리 영화를 담은 DVD타이틀의 판매성적이 좋지는 않다.그 이면에 우리 영화DVD가 화질이나 음질이 떨어지고 서플도 부실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작용하는 것은 아닐까?그런 편견을 깨뜨릴 만한 타이틀을 모았다. ●살인의 추억 51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따로 설명이 필요없는 지난해 최대의 한국영화.화성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와 그 사이에 담긴 봉준호감독다운 유머들,그리고 빼어난 캐릭터들에 대해 평론가와 관객 모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DVD도 매우 뛰어난 퀄리티로 많은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았다.모노톤의 화면위에 담긴 빼어난 디테일과 인상적인 화질,6.1채널을 지원하는 서라운드 효과와 깨끗한 대사들은 영화의 모든 것을 그대로 전달해준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18세기말의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새롭게 그려졌다.이재용 감독의 해석은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외화 ‘발몽’‘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등에 견줄 만하다.DVD ‘스캔들’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화면 곳곳에 펼쳐지는 깨끗하고 선명한 색상.아름다운 원색의 향연이 극장만큼이나 실감나게 펼쳐진다.초판에 한하여 예쁜 보랏빛 상자에 DVD와 함께 엽서와 춘화도 화첩(?)도 주니 미리 구입하면 좋을 듯. 이밖에도 DVD마니아를 자처하는 김지운 감독의 ‘장화,홍련’은 풍성하면서도 세세한 정성이 담긴 부가영상들과 빼어난 사운드를 자랑한다.순박하고 정이 넘치는 백수건달 아들과 형사 아버지의 모습을 푸근한 사투리에 담은 곽경택 감독의 ‘똥개’도 놓치면 아깝다.감독의 꼼꼼한 육성해설과 사투리를 알아듣기 힘든 사람을 위한 표준어 자막이 눈길을 끈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인터넷 통일 왜 막나”

    남한의 훈넷과 북한 조선복권합영회사가 합작 운영해온 사이버 도박장 주패사이트(www.jupae.com)에 대한 국내 인터넷 접근이 정부 요청으로 봉쇄되자 네티즌들이 강력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 21일 차단 조치가 내려진 이후 통일부와 청와대 등 정부 게시판에는 항의의 글이 수백건씩 쏟아지고 있다.일부 네티즌들은 차단망을 피해 해당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는 ‘비법’을 주고받는 실정이다. 아이디 ‘글쎄요’는 통일부 게시판에서 “쉼없이 외화가 유출되는 해외의 도박,포르노 사이트 등은 가만히 놔두고 유독 북한 사이트만 접근을 막는 조치는 정부의 이중적 잣대”라고 비판했다. 아이디 ‘고일’은 “접근차단 조치는 통일로 가는 길을 막는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면서 “50년 만에 뚫린 남북간 인터넷 통로에 해가 되지 않기 위해 네티즌들이 정치적인 주제를 피해 가며 조심스럽게 대화를 나눠왔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당초 승인받은 인터넷 게임사업의 범위를 벗어나 현금 도박 사이트를 개설한 것에 대해 원칙대로 대응하는것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통일부는 지난 19일 남한측 사업 파트너인 훈넷의 사업자 승인을 취소한 데 이어 21일 이후에는 인터넷 사업자들의 협조로 국내 네티즌의 접근을 금지하고 있다. 통일부의 조치에 반발하는 일부 네티즌은 해외 서버를 경유해 북한 사이트에 들어가고 있다.실제 21일 이후 북한쪽 사이트에 접속해 글을 남긴 남한의 네티즌이 수백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북한측은 지난 22일 통일부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이번 조치에 대한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관련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유영규기자 whoami@
  • 북한식당 中진출 활발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중국 주요도시에 북한 식당 붐이 일고 있다.북한의 대외무역 관련 부서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경쟁적으로 중국에 북한 식당을 진출시키고 있다.중국에 진출한 20여만명의 한국인 고객과 한국 관광객들이 주요 대상이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누이동생 김경희가 부장으로 있는 당 경공업부는 베이징(北京)에 식당을 내기 위해 현재 장소를 물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옥류관도 베이징 지점을 내기 위해 한국계 투자자와 협상중이라는 소식이다. 이외에 베이징에는 최근 몇 달 만에 북한 식당 2∼3개가 새로 개업해 해당화,평양관,모란봉,모란관,류경식당,월향 등 6개의 식당이 성업중이다. 고려호텔이 투자한 해당화는 하루 매상이 8만위안(1200만원)에 이른다고 한 관계자가 귀띔했다.
  • 종합상사 자원개발 경쟁

    “노다지를 캐자.” 대우인터내셔널이 지난 15일 미얀마 북서부 해상 A-1광구에서 4조∼6조 입방피트의 대형 가스전 발견에 성공함으로써 종합상사간 자원개발 경쟁이 관심을 끌고 있다.종합상사들은 단순 무역업을 대행하는 소극적 자세에서 벗어나 미래 고수익원 확보 차원에서 자원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특히 오일머니가 풍부한 중동·아프리카 등 3세계 지역에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삼성물산은 유전과 가스전 개발에 투자해 지난해에만 거둬들인 배당수익금이 알제리 이사우안광구 200만달러,오만LNG 800만달러,카타르LNG사업 450만달러에 이르고 있다.올해도 신규 사업으로 중국 영화자치구와 카스피해 연안 유전개발사업 등에 뛰어들었다. LG상사는 다음달에 필리핀 금동정광에 6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이미 카타르 라스가스 LNG사업에 투자해 지난해만 12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고,오만부카 유전에서도 347만달러의 외화를 벌어들인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미얀마 이외에도 베트남·이르쿠츠크 가스전 탐사에 참여할계획이다.자원개발로 가장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지난 96년 투자한 페루유전을 통해 지난해까지 모두 34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오만가스전은 지난해에만 800만달러의 배당금을 올렸다.오만가스전은 향후 20년동안 매년 평균 500만달러 이상의 고수익이 예상되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도 지난해 예멘 마리브 개발사업 475만달러,오만LNG 390만달러,카타르 라판 LNG사업에서 207만달러를 거둬들였다. 대우인터내셔널 관계자는 “회사마다 자원개발에 대한 경험이 쌓여 있어 큰 성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63빌딩 리모델링 한다

    지난 85년 완공된 서울 여의도의 63빌딩이 19년 만에 새단장에 나선다.황금색의 외관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고친다. 대한생명 소유였던 63빌딩은 99년 최순영 회장이 외화밀반출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2년간 주인없는 건물 신세로 지냈다.재작년 12월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63빌딩도 한화 소유가 됐다. 지난해 10월 63빌딩은 전문가로부터 점검을 받아 건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으나 환경을 개선하고 고객의 동선을 편리하게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따라서 다음달 초부터 수십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개보수를 시작한다.우선 발전설비와 고객들이 수시로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부터 손볼 예정이다.수리는 야간과 아침 시간을 이용,건물 이용에 지장이 없도록 할 계획이다.관광객들에게 인기있는 수족관은 지난 연말 천장과 바닥을 고쳤고,조명도 새로 설치했다.수족관을 찾는 사람이 연간 110만명으로 최근 개장한 코엑스 수족관의 80% 수준이다.개보수 이후 관람객들로부터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창수기자 geo@
  • “1000원 수출 367원 해외유출”외화가득률 63%로 급락

    소재·부품의 외국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우리나라 수출의 외화가득률이 60%를 겨우 웃도는 20년 전 수준으로 후퇴했다.양적으로는 수출이 크게 늘고 있으나 그 과실(果實)의 상당부분이 주요 원·부자재 수입국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여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각국의 산업연관표를 이용한 외화가득률 추이를 분석한 결과 2000년 현재 우리나라 수출의 외화가득률이 63.3%에 머물렀다.20년 전인 1980년(63.1%)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는 상품 1000원어치를 수출할 경우 633원은 국내 부가가치로 성장에 기여했으나 나머지 367원은 수입을 통해 해외로 유출됐음을 뜻한다. 외화가득률은 1985년 64.7%,90년 69.2%,95년 69.8% 등으로 꾸준히 오르다 급락세로 돌아섰다.선진국의 외화가득률은 미국 94.7%,프랑스 87.5%,영국 84.3%(이상 90년),일본 90.5%(95년) 등으로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높다. 김태균기자
  • 스크린+α

    ●‘태극기…' 피하려고 16일 개봉작전 “16일을 잡아라!” 신년 벽두부터 충무로에 주판알 튕기는 소리가 요란하다.새달 6일 개봉할 강제규 감독의 블록버스터 ‘태극기 휘날리며’(사진·제작 강제규필름)를 피하기 위해 너나없이 눈치작전을 펴고 있어서다.그렇게 해서 ‘간택’한 날짜가 16일. 새로 간판을 올리는 영화들은 극장의 스크린 확보에 불꽃튀는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한국영화만도 무려 3편.권상우 주연의 학원액션 ‘말죽거리 잔혹사’,송승헌·이성재·김하늘 주연의 멜로 ‘빙우’,하지원·김재원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내사랑 싸가지’가 동시에 개봉한다.하나같이 관객 동원력이 대단한 스타들이 주연한 작품들이다. 한 마케팅 관계자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위력이 클 것 같아 2월 개봉은 피해야겠고,설연휴 대목을 보려면 그 전주인 16일 개봉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외화 ‘런어웨이’,‘피터팬’도 16일 극장가에 합류한다. 지난달 24일 개봉해 줄기차게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실미도’가 스크린을 줄일 기미가 없는 것도 16일 개봉을 손꼽아 준비해온 영화사들로서는 ‘복병’인 셈이다. ●‘반지의 제왕' 1~3편 연속상영 행사 영화채널 MBC무비스는 개국 1주년 기념으로 14일 서울 신사동 씨네시티 극장에서 화제작 ‘반지의 제왕’ 1∼3편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 이색행사를 갖는다. 11일까지 홈페이지(www.mbcmovies.com)로 신청을 받아 네티즌 300명에게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시리즈를 모두 감상하는 기회를 준다. 1편 ‘반지원정대’,2편 ‘두개의 탑’,현재 개봉중인 3편 ‘왕의 귀환’까지 모두 볼 수 있으며 참가자들에게는 점심식사와 추첨을 통해 디지털 카메라,MP3플레이어 등의 경품을 준다.
  • 원작 돋보이는 외화 2편

    원작 덕분에 더 돋보이는 외화 2편이 나란히 찾아온다.오는 16일과 20일 잇따라 개봉하는 ‘런어웨이(Runaway Jury)’와 ‘페이첵(Paycheck)’은 세계적 베스트셀러 원작소설의 후광을 업은 액션스릴러물이다. ‘런어웨이’는 ‘타임 투 킬’‘펠리칸 브리프’‘의뢰인’ 등의 추리소설을 히트시킨 존 그리샴의 작품.또 ‘페이첵’은 ‘블레이드 러너’‘마이너리티 리포트’ 등을 발표해 전설적인 SF소설가로 꼽히는 필립 K 딕의 단편소설이다.원작의 글맛이 스크린에 어떻게 녹아들었을지 기대해 봄 직하다. 런어웨이 더스틴 호프먼·진 해크먼·존 쿠삭 등 선굵은 스타들의 포진이 무엇보다 눈에 띈다.어이없는 총기난사 사건으로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여자가 시민에게 총기를 함부로 판매한 무기회사를 상대로 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하지만 문제의 무기회사는 소송에 패한 적이 없다.재판에 참석할 배심원들을 배후에서 교묘하게 조종하는 배심원 컨설턴트 랜킨 피츠(진 해크먼)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배심원 컨설턴트란,배심원들을 움직여 재판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내는 일종의 로비스트.법정스릴러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극을 끌어가는 핵심소재를 따지면 영화는 좀더 특별해진다.피고와 원고 당사자들이 사건 자체에 대해 갑론을박하는 게 아니라,재판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해 배심원들을 놓고 밀고당기는 신경전을 벌인다. 더스틴 호프먼의 역할은 무기회사 전직 간부까지 확보하는 등 사회질서 회복을 위해 애쓰는 양심적인 변호사 웬델 로.하지만 배심원들을 ‘요리’하는 데 고도의 노하우를 가진 피츠를 감당하기가 힘들다.스릴러 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양념이 음모이론.영화는 두사람의 대결구도에 제3의 캐릭터를 던져넣어 지능게임의 재미를 안긴다.배심원인 이스터(존 쿠삭)의 여자친구인 말리(레이철 와이즈)가 피츠와 로 양쪽 모두에게 1000만달러의 거액을 주면 배심원들을 매수해 소송을 이기게 해주겠다며 접근해온다.이스터는 배심원단의 분위기를 주도할 수 있는 핵심멤버. 드라마의 치밀함이나 화끈한 반전은 기대할 수 없다.그러나 배심원들의 이면세계와 ‘배심원 컨설턴트’라는 이색직업을 들여다보는 재미는 색다르다.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더스틴 호프먼과 진 해크먼 두 중견배우의 원숙한 연기도 원작의 자존심을 살리는 데 큰 몫을 했다. 페이첵 할리우드로 진출해 ‘페이스 오프’‘미션 임파서블’‘윈드토커’ 등 화제작을 잇따라 내놓은 우위썬(오우삼) 감독의 새 영화.지성파 배우 벤 애플렉과 최근 ‘킬 빌’에서 날렵한 사무라이 액션을 선보였던 우마 서먼이 손을 잡았다.할리우드 최고 흥행감독으로서의 입지를 다진 감독은 필립 K 딕의 미래소설에 속도감과 스펙터클이 어우러진 특유의 액션을 버무려 SF액션스릴러의 성찬을 차려냈다.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어떨까,행복할까?’ 영화는 노골적으로 이런 화두를 던지며 드라마를 풀어나간다.영화 속의 세상은 기계문명의 발달 정도가 아찔할 수준이다.신기술 개발에 매달리는 천재공학자 마이클 제닝스(벤 애플렉)는 프로젝트가 완성될 때마다 기업보안을 위해 기억제거 프로그램으로 기억을 삭제당한다.3년간의 장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거액을 받기로 했으나,얼마 뒤 기억만지워진 채 그가 스스로 돈을 포기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통보를 받는다. 영화는 음모론을 일찍부터 드러내며 디스토피아적 메시지를 확장해간다.애플렉은 내용이나 형식에서 음모론의 중심에서 한 발짝도 멀어지는 법이 없다.그가 나오지 않는 화면이 거의 없을 정도.그가 비밀을 푸는 데 주어진 단서는 버스표,스프레이,오토바이 열쇠 등 전혀 연관성이 없는 19개의 물건이 전부다.애인이었던 레이철(우마 서먼)의 도움을 받아 제닝스는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둘 맞춰나간다. 누군가에 의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애플렉의 심리묘사와 액션 장면은 팬들을 설레게 할 만하다.선굵은 액션에 이런저런 치장없이 ‘날 것’의 연기를 보여주기는 처음인 듯하다. 그러나 너무 큰 기대는 갖지 않는 게 좋겠다.우연의 남발 탓에 지능게임을 즐기기엔 답답하고,그렇다고 통 큰 액션을 즐기기엔 양이 차지 않는다.주인공이 위기에서 벗어나는 결정적 장면에서 느닷없이 흰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우위썬 스타일’은 이번에도 변함없다. 황수정기자 sjh@
  • [시론] 코스닥, IT넘어 문화사업으로

    우리의 문화산업은 아시아에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최근 코스닥기업의 해외 기업설명회(IR)와 동남아 지역을 다니면서 한국의 문화산업에 대한 현지의 열기와 투자자의 높은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우리 문화산업의 높아진 경쟁력에 고무되면서,한편으로는 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절실했다. 세계경제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한국경제의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및 투자의 부진,청년실업 증가 등 어려움이 도처에 산재해 있다.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한국경제의 잠재력을 키우고,특히 새로운 성장동력을 일구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 할 수 있다.이런 의미에서 문화산업은 한국경제의 활력 회복에 좋은 돌파구가 아닐까 생각된다. 흔히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피터 드러커는 “문화산업에서 각국의 승패가 결정될 것이고,최후의 승부처는 바로 문화산업이다.”라고 갈파한 바 있다. 실제로 주력사업을 하드웨어에서 문화콘텐츠로 전환하며 수익의 70% 이상을 이 부분에서 거두고 있는 일본 소니(SONY)의 대변신은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을 만한 본보기이다. 사실 우리의 문화콘텐츠 산업도 상당한 경쟁력과 높은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감정이 풍부한 민족성,젊은이들의 열정·자질과 함께 세계적 수준의 정보기술(IT) 인프라는 우리 문화산업 발전의 좋은 토양이다.최근의 게임,영화,영상,음악 등 문화콘텐츠는 인간의 창의력과 더불어 컴퓨터 디자인,인터넷망 등 IT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문화산업은 아시아에 ‘한류’열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한국의 영화산업은 이미 아시아를 주도하고 있으며,드라마·대중음악은 동남아 전역에서 뜨거운 관심 속에 본격적인 수출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문화산업의 경제기여도 역시 다른 산업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먼저 외화 가득률이 높고,부가가치 유발효과가 매우 크다.온라인게임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30%대에 이르고,지난 5년간 영화 수출액은 50배가 증가하여 연간 5억달러의 수입대체 효과를 나타냈다.영화 ‘살인의추억’의 부가가치는 중형차 2800대를 판 액수와 비슷하고,가수 ‘보아’가 올린 1000억원이 넘는 음반매출은 잠재적 경제가치가 1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또한 새로운 고용창출에도 매우 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문화산업의 취업자 예상증가율은 12%로 IT산업의 3%나 제조업의 1.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우리의 경제를 지탱해주고 있는 IT산업에 대해서는 ‘이미 성숙단계’라는 견해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상반된 견해가 팽팽히 맞서있다.그러나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는 이제 IT를 든든한 디딤돌로 삼아 문화산업과 같은 새로운 동력을 창출시켜야 된다는 사실이다. 코스닥시장에는 이미 성장가능성이 높은 60여개의 문화콘텐츠 기업이 등록돼 있다.이러한 성장기업이 제대로 발전하고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야말로 코스닥의 중요한 기능이다.그래야만 IT산업뿐 아니라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코스닥이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지난해 다소 부진했던 코스닥시장이새해를 맞아 우리의 문화산업과 함께 활력을 회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신호주 코스닥증권시장 사장
  • ‘보관외화 北지원용’ 신빙성 없어/검찰, 김운용씨 내주초 재소환키로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蔡東旭)는 6일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 선임에 대한 사례 등의 명목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인 김운용 민주당 의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전 KOC위원 이광태(47)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과 배임증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2001년 2월 서울 여의도 모 식당에서 김 의원에게 “KOC 위원으로 선임해줘서 고맙다.”면서 사례금으로 1억원을 제공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1억 3000만원을 건네고,회사 돈 29억 7000여만원을 빼돌려 생활비 등으로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최근 김 의원이 ‘북한 체육계 대표인 장웅 IOC위원에게 15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지난해 말까지 개인 후원금 등에서 11만달러를 전달했고,40만달러를 추가로 건네주기 위해 보관중이었다.’는 내용의 해명서를 제출했지만 검증할 방법이 없는 신빙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그런 용도의 자금이라면 국가나 KOC 차원에서 논의돼야 할 일인데 개인 후원금에서 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없다.”고 말했다.검찰은 김 의원을 다음주초 재소환,조사한 뒤 사법처리 수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박홍환기자 stinger@
  •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타원형 감옥의 외부-백민석 소설 목화밭 엽기전과 그 맥락

    강 경 석 1.기율과 충동의 사이 백민석의 소설들은 낯설다.그래서 그는 활동 초기부터 비상한 주목을 받아왔다.그러나 그런 만큼 오해와 풍문속에 내버려져 있기도 했다.그에 관한 논의들 대다수가 “긍정과 부정의 양 극단에 서”(하상일)있다는 지적은 여기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작가 백민석은 과장된 지지와 일방적 폄하 사이에서도 소설적 기율에 대한 자의식과 하위문화적 충동 간의 길항을 꾸준히 보여주고 있어 문제적이다.이는 그의 소설을 전위주의(avant garde)나 키치적 신세대론으로 소급하게 만든 흔한 실마리이기도 했다.그러나 이 길항이 가지는 가시적 면모들은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그보다는 하위문화소들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 작가가 무엇을 배치해 놓았는가 하는 점이 더 중요하다.그는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90년대적 공통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존재 혹은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261면)진 존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작가이다.그의 소설들이 가시적이고 합리적인 범주로의 손쉬운 편입을 수락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이들은버려지고 배제된 것들(abjection) 말하자면 “병원 수술실에서 나온 적출물더미”(74면)의 잡종교배를 통해 태어났다.하위문화적 기시감으로 얼룩진 “적출물더미”들이 작중현실을 대신하면서 이들을 단순한 상징이나 알레고리로 보이게끔 만들지만,백민석의 서사전략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바는 비유적 세계의 너머에 있다. 우리가 길어 올리고자 하는 주제들은 모두 그의 네 번째 장편 ‘목화밭 엽기전’(이하 엽기전)을 경유한다.‘헤이,우리 소풍 간다’(이하 헤이)로부터 본격화된 백민석의 소설 작업은 자못 활력적이었다.그리고 그 도정의 옥매듭을 이루는 작품이 바로 ‘엽기전’이다.이후 출간된 소설집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이하 장원)이나 장편 ‘러셔’도 이 텍스트의 장력 바깥은 아니다.‘엽기전’은 백민석의 성공과 실패를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창이다. 2-1.기생(寄生)과 평질변이의 공간들 벤야민은 카프카의 작품을 분석하면서 그것을 “멀리 떨어진 두 개의 초점이 있는 타원과 같다.”라고 썼다.이처럼 ‘엽기전’ 또한 두 개의 초점을지닌 타원 구조를 띠고 있다.그러나 카프카의 작품이 현대사회의 알레고리적 재현이라면 ‘엽기전’은 그 ‘재현’의 재현이다.은폐된 두 개의 초점을 설명하기 위해 우리는 적절한 축척의 개략도 한 장을 준비하기로 한다. 주인공 한창림은 대학 강사이다.그에게는 수학과외 교사를 하는 아내 박태자가 있다.과천에 살고 있는 이들은 비교적 분명한 사회적 신원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괴한 작업에 몰두한다.그것은 미소년들을 자신들의 집 지하실로 납치해 스너프필름을 찍는 일이다.이는 시종 “흰 연기”(281면)에 비유되는 공포스러운 존재 “펫숍삼촌”의 사주에 의한 것이다.‘펫숍의 영어표기 pet에’는 ‘성애의 개념도 포함되어’ 있으며 거기에서는 “도착적인 냄새”(128면)가 난다고 설명되듯 그가 한창림 부부에게 돈을 지불한 뒤 얻는 것은 관음증적 쾌락이다.이야기는 박태자의 제자이기도 했던 소년 윤수영이 이들 부부에게 납치·살해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이 과정에서 주인공은 생면부지의 한 회계사를 양담배를 피운다는 이유로 폭행하게 되고,그 때문에 오장근 형사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일이 “질서에서 어긋나”(188면)자 펫숍삼촌은 박태자를 살해한다.한창림은 오장근과 펫숍삼촌에 대해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실패하고 체포된다.이 파국의 막바지를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그는 “모자이크 처리가”(280면)된 “목화밭”을 발견한다. 물론 이상과 같은 개략도만으로 우리의 목적지가 금세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도착적 수사들을 일단 괄호치고 나면 텍스트는 의외로 쉽다.그것은 실존공간에 틈입한 우발적 폭력이 파국의 빌미로 된다는,매우 익숙한 플롯을 배면서사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같은 맥락에서 “햇빛 때문에” 한 아랍인을 살해했다는 뫼르쏘(‘이방인’) 이야기를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한창림과 뫼르쏘가 행사한 폭력은 부조리한 ‘충동’에서 비롯된 것이다.“양담배”나 “햇빛”은 사후에 조작된 것일뿐 폭력의 본질적인 동기는 아니기 때문이다.요컨대 ‘엽기전’은 지식인 주인공의 지리멸렬한 일상이 폭력적 충동 앞에 느닷없이 노출된 상황과 이질적이고 도착적인 수사들의 짜깁기로 구성되어 있다.이 발견을 열쇠로 삼아 텍스트에 좀더 가까이 가 보자. 우선 제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전(傳)이라는 이름의 작품 형식표지 때문이다.이것은 한 인물의 인생유전을 시간의 흐름에 입각해 서술하는,동아시아 고전문학의 대표적 형식 중 하나이며 다양한 방식으로 현대적 굴절을 거듭해왔다.인물의 궤적을 다룬다는 측면에서 그것은 ‘박씨부인전’‘홍길동전’ 혹은 ‘라울전’(최인훈)‘유자약전’(이제하)과 같이 인물 지시와 이어지게 마련이었다.필경 전 형식을 새롭게 전유하면서 그 스타일이 고안되었을 ‘한씨연대기’(황석영)도 사례에 포함시킬 만할 것이다.그러나 엽기(獵奇)는 인물이 아니라 어떤 사태를 지시하는 말이다.그로테스크(grotesque)의 일본식 번역어일 가능성이 높은 이것은,최근 폭발적인 유행과 함께 하나의 문화적 화두가 되기도 했다.그러므로 ‘엽기전’은 엽기라는 문화적 표상들의 탄생과 성쇠를 기록한 형식이다.그러나 텍스트에 파종된 엽기들은 발생·성장·소멸이라는 시간적 체험과는 무관하게비선형(非線型)적으로 뒤엉켜있다.이런 측면은 자연스레 공간적 상상력을 유도한다.텍스트의 문면에 돋을새김 된 모티프들이 “동물원”“펫숍 건물”“지하작업실”“서울랜드”“목화밭”“과천” 등의 공간 표상들임은 시사적이다.지하분묘(grotta)의 벽에 표현된 반인반수의 기괴한 신체들로부터 파생,매스미디어적 운반을 거치면서 그로테스크는 엽기로 굴절되었거니와 엽기는 먼 기원에서부터 이미 공간 자질(지하분묘/일그러진 신체)을 보유했던 것이다.그런 면에서 ‘엽기전’의 전(傳)은 교란부호 내지 착란이다.그것은 엽기가 전(傳)이라는 선형(線型)적 시간에 뿌리내리면서 빚어진 형질변이의 결과여서,결국 의식의 ‘적출물더미 하치장’을 표상하는 공간 기호로 작동한다.이것의 대표적 작중 용례는 일상의 표면에 묻힌 한창림 부부의 “지하작업실”일 것이다.이곳에서는 마치 무의식 속에서나 벌어질 법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다. 설정 자체는 나체의 주술사가,흰 피부의 사내애와 벌이는,섹스의 향연이다.신께 제를 올리는 것이다.제물은 섹스이고,체액이고,신체이다.(212면) 재갈과 가죽 끈으로 포박당한 희생자는 끊임없는 린치의 반복앞에 저항할 힘조차 잃고 있다.한창림 부부는 카메라를 설치하고 상황을 연출하면서 마치 마계의 제사장처럼 행동한다.악마숭배의 제의적 모티프는 하위문화의 단골 레퍼토리이기도 하다.헤비메탈 밴드의 라이브 공연장은 가장 적절한 참조 대상이다.이들은 “무시무시한 대형 두개골 모형이 놓여 있고,사방에 스티로폼으로 만든 시체 조각 뼛조각들”(‘장원’146면)이 널린 무대에서 연주하곤 했다.그들은 관중을 향해 “날엉덩이”까지 흔들어대는 퍼포먼스를 서슴지 않는다.작가가 여기에 깊은 공감을 보이는 이유는 “모든 가식을 뚫고 자신과 현실을 직시하는 추잡한 날엉덩이의 미학”(‘장원’ 147면)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은 한창림의 지하작업실과 유사한 공간 자질을 갖는다.성스러운 신의 전당들이 지상으로부터 영원을 향한 상승 이미지라면,엽기전적 공간은 지하로 숨어든 하강 이미지이며,그것은 서구 고딕(Gothic)소설들이 공간적 배경으로 흔히 채용했던 폐쇄공간들(외딴 성,숲속의 저택 등)과도 통한다.한창림의 지하작업실이 “서울랜드와 동물원이 지어질 때 고립”(18면)되었다고 진술되면서부터 이들과 일정한 상호텍스트성을 획득하기 때문이다.실제로 ‘오트란토 성’(H 월폴) 같은 작품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지하실이나 비밀통로,폭력적인 남성형상 등의 모티프들이 두루 겹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엽기전’이 일반적인 공포물이나 고딕소설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그것은 소재주의에 함몰된 비약이다.상호텍스트성이 아무런 매개도 없이 동질성으로 전화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이를 과장하다보면 최인훈의 ‘웃음소리’나 박인홍의 ‘벽 앞의 어둠’,또는 이승우의 몇몇 근작조차 고딕소설의 일종으로 배분해야 지 모른다. ‘오트란토 성’이 봉건 이념의 종식을 징후적으로 포착한 경우라면,‘엽기전’은 근대 자본주의의 세포단위인 부르주아 핵가족의 내파(內破)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내력부터 다르다.이 앞뒤 사이에 가로놓인 역사의 심연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인데,그렇다고 텍스트에 드러난 고딕적 요소를 일방적으로 부정할 수만은 없다.그것은 ‘신체 상해’의 문학적 상관물들이 동시대의 한국문학에서 적지 않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이것이 도시 체험의 축적에서 유래하는 일탈의 감각과 깊이 연루된 것이고 보면 우리 사회 일각에서 나타나는 포스트모던 징후의 하나로 간주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테리 이글턴 같은 경우는 여기서 더 나아가 포스트모던 자체를 오히려 “고딕의 뒤늦은 부흥”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그에 따르면 고딕이란,“편파적 시선에 의해 내던져진 괴기스러움의 그림자이며,허구 속에 안전하게 봉인된 팬터지이자 분노이기도 한,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다.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한국사회의 포스트모더니티를 과장하는 일도,서구적 맥락에서 고딕을 규정하는 일도 아니다.고딕환상물들이나 하위문화 양식들이 다양한 방향의 역사적 분절과 매체 전이를 경험하면서도 “중간계급의 정치적 무의식”이라는 기원적 동질성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앞에서 말한 ‘재현(가상)의 재현’이란 무엇이 될 수밖에 없고 또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더 중요하다.‘무의식”이라는 표현에서 예상되는 것처럼 하위문화적 충동의 1차적 재현이란 이미 “안전하게 봉인된” 저항에 불과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백민석이 수행하고 있는 ‘재현의 재현’ 전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 것이다.버려지고 배제된 “적출물더미” 혹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들”(166면)은 “지하작업실”이나 “펫숍건물”에서 벌어지는 린치행위들(악마적 희생제의)과 함께 표면적으로는 위반의 정치학을 구사하면서도,내면적으로는 “사회체계”의 안전망 안에서 자기보존의 영속적 지위를 획득한 것들이다.그것은 또,하위문화 기제들의 비교(秘敎)적 무대공간과도 맥락을 같이 하는데,‘엽기전’은 이 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그리하여 텍스트는 반항의 에네르기를 통제하는 봉인,“과천의 위생 처리된 맨홀 뚜껑”을 해체하는 일대 모험을 감행한다.이때부터 텍스트 전개의 중심축은 지하작업실의 은폐된 사실들이 표층으로흘러넘치면서 발생하는,파국을 향해 이주한다.한창림이 지하작업실을 불태우는 장면(234면)은 그 전환점이다.이 상상적 봉인해체 작업을 통해 백민석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이 얼마나 안일한 기초 위에 축조된 것인가를 묻는다.한창림은 이를 “몰락”(232면)이라고 말한다.이것은 그의 목소리를 빌려 미리 암시된 것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얼마나 세상의 위협적인 눈들로부터 폭넓게 노출되어 있는지 깨닫곤 놀랐다.사람들은 다만 망상증에 걸리지 않기 위해,자기가 안전하다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 같았다.(68면) 첫 장편 ‘헤이’의 “퐁텐블로”나 ‘엽기전’의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낸 과천”은 중간계급의 이상(理想)을 외화시킨 인공낙원이다.그리고 이 공간들의 질서를 교란시키는 작업은,그 전제에서부터 “사회체계”의 기초를 탐색하는 작업과 함께 갈 수밖에 없는 것처럼 보인다.그것은 ‘엽기전’의 전략을 논리적 비약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럴 듯하다.이러한 종류의 탐색 작업은 늘 집 또는 가족의 문제와 관계 맺는다.근대문학의 전통이 끊임없이 물어왔고 또 동시대의 문학적 상상력들이 여전히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백민석 또한 가족이라는 공간에 대해 묻는다.그곳은 “우리의 지옥”(‘헤이’,244면)이다. 2-2.집의 포자(布子)들과 두 갈래의 초월 근대적 가족 이미지의 거처(topos)로 기능해온 ‘집’은 백민석에게 와서 다시 씌어진다.그는 가족 이념의 내파를 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오버랩시키는 실존주의 모티프를 통해 보여준다.임신 중인 박태자가 “가족 없이도(…)그럭저럭 결혼까지 하며 제법 꾸려져왔”(142면)던 자신의 삶을 강변하며 아버지의 방문을 거절하는 장면,그리고 화장실에서 사산(死産)하는 장면.이 두 장면의 연속배치는 결정적이다.자신의 기원을 부정하면서 재생산의 고리마저 끊어낸 ‘집’(또는 가족)이란 그 자체로 전복적인 하위문화 공간이자 “지옥”이다.이것은 매우 급진적인 강렬도에 의해 지탱되고 있어서 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아무도 이타카(Ithaca)의 회복을 욕망하지 않는다.이런 점에서 백민석의 인물들은 기억의 서사를 추구하는 윤대녕의 주인공들과 대조적이다.그곳에는 어떤 기억이나 회상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다.부조리한 충동은 거의 언제나 우발적인,비가역적 동시성의 소산이기 때문이다.기억의 돌출은 기껏해야 한창림이 자기 어머니를 떠올릴 때처럼 파편적 이미지로 던져지거나(154면),박태자의 경우처럼 현실인지 꿈인지 모를 “암페타민의 환각”(99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할 것은 주인공들의 성격이나 행위가 작가의 궁극적 주제를 직접 매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이는 작가가 한창림과 박태자의 교차진술을 통해 작중 상황을 반복 객관화시키면서 더욱 뒷받침되고 있는 것이다.주인공의 욕망이 작가론의 직접적 상관물로 환원될 수 없다는,일견 단순한 사실이 지금껏 무시되면서 ‘엽기전’은 냉소나 허무주의적 저항담론의 일방통행로에 갇혀 버렸다.물론 ‘헤이’와 같은 초기작의 경우,하위-충동의 허무주의를 준거점으로 삼으면서 결국 세대론적 인정투쟁에 희생된 측면이 없지 않다.그러나 충동의 무정부적 방출을 일삼는 주인공이란 하나의 설정일 뿐이지 궁극은 아니다.이들을 다루는 작가의 시선은 마치 스크린 속에서 만난 괴기사건을 독자들에게 전달,‘재현의 재현’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하는 듯 담담하다.작중인물들에 대한 연민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으로는 그 어느 누구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그러므로 허무주의적 세계관 또한 출발점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헤이’ 이후 작가에게는 단 두 가지 길밖에 없었다.출발점의 진화를 위해 망설임없이 밀고나가는 길,그리고 부조리한 충동들의 존재근거를 되짚는 길이 그것이다.앞의 것은 “목화밭”으로 가는 길이고 뒤의 것은 ‘내가 사랑한 캔디’,‘불쌍한 꼬마 한스’,‘이 친구를 보라’로 이어지는 자전적 소설의 길이다.그것은 단지 선택의 문제이다.“목화밭”으로 가는 길 끝에서 한창림 부부가 몰락한다는 것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자칫 이 끔찍한 존재들의 실패담이 무책임한 냉소로 비칠 수 있겠지만,하위문화의 봉인된 저항이 늘 그런 것처럼 그들은 자신들의 태생적 한계에 의해 몰락하는 것뿐이다.그것은 기원 혹은 자신의 존재근거(집)를 스스로 거절하면서부터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백민석은 이것을 “괴물들”의 숙명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그러나 그렇다고 해서,‘숙명’이라는 말에 이미 전제된 것처럼,한창림 부부의 몰락은 단지 기성질서나 사회체계의 견고함을 인정하고 확인하는 충격적 절차에 불과하다고 말해도 되는 것일까.아니 좀더 일반론적으로 말해서,주인공의 몰락은 늘 체제에 대한 굴복을 뜻하고 마는가.우리는 그 반대의 사례들을 분명히 알고 있다.쥘리앙 쏘렐((적과 흑))의 몰락이 단지 타락한 욕망의 몰락일 뿐이며 이동혁((객지))의 실패가 영웅주의의 실패에 불과한 것처럼,한창림의 파멸은 가상의 식민지 위로 흘러넘친 그 무정부적 충동의 패배 이상은 아무것도 아니다.(엽기전)에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 토대는,기억의 환원작용을 철저히 단속하면서 “훗날,그의 기억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게끔”(234면) 집이라는 상징을 소각시켜 버린 데에 있다.그것은 다만 지하작업실의 끔찍한 린치와 패악들을 포장하는 초월적 가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위-충동의 공간으로 전락한 집(獵奇傳)은 단순한 상징이기를 멈추고 마치 암세포나 포자식물들이 그렇듯 확산 증식한다.지하작업실에서 “섹스”와 “신체”가 “제물”(212면)이 된다는 진술은 그래서 설명 가능해진다.근대적 주체 재생산의 전제가 되는 남녀간의 성적 교환을 악마적 제의로 탕진하면서,출산과 배설의 이미지를 등치시켰기 때문이다.이 공간이 지닌 능력은 통상적 상상을 넘는 것이어서,거의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에 필적한다.이 “지하작업실의 깜깜한 자궁”(91면)에서 길러져 나온 포자들이란 비정상적 과정을 통해 탄생한 비정상적 존재들이며 체계의 관리망 안에서 “도착적”으로 왜곡된 인공 “수컷성”의 담지자들이기도 하다.“학교 안의 새끼 수컷들”(69면)이나 “동물원의 독방에 갇힌 만드릴 육식원숭이”(175면),“정신병원의 조울증 환자들”(138면) 등은 바로 그 증식의 사례들이다.지하작업실의 포자들은 훈육시설 즉 사회체계의 관리 시스템에서 기생한다. 이것은 빅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어두컴컴한 실험실이 괴물을 탄생시키는 하나의 자궁으로 기능한다는 지적(G 스피박)을 연상시킨다.그러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1818년)이 여행(모험)의 구조를 통해 비정상적 존재(괴물)의 정신적 성숙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면,‘엽기전’에는 성숙 혹은 교양(Bildung)의 과정이 삭제되어 있다.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조화로운 가족서사에 대한 강렬한 향수(괴물은 빅토에게 아버지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거부당한다)를 지닌 반면 후자는 가족서사 자체를 히스테리에 부쳐버린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이것은 전(傳)이라는 시간적 형식이 왜 엽기라는 그로테스크의 변종과 만나면서 공간화 되는지를 부연한다.가족은 주체의 인큐베이터이며 성숙이란 그 시간적 진화 과정이다.텍스트는 전통적인 소설의 중심축이라 할 성숙의 문제를 수락하지 않음으로써 시간성의 장력으로부터 이탈하려 한다.이 텍스트가 읽기의 습속에 저항하는 것은,한편으로 비선형적이고 공간적인 그래서 공시적 사유방식에 의해 지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서사의 절연과 접합된 공시적 사유방식은 의미심장하다.근대적가족 이미지가 학교나 군대와 같은 훈육시설들의 이미지와 함께 자본주의에 의해 수행되는 상징조작의 일환(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이었다는 성찰과 맞닿으면서,90년대에 등장한 이른바 신세대 작가들은 가족의 문제를 자신들의 중심 과제로 삼았던 것이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집단적 주제로부터 ‘엽기전’은 그러나 조금 더 전진해있거나 약간 비켜 서 있다. 약간의 비약이 허락된다면,분단 이후의 한국소설사는 가족의 균열을 중요한 축으로 설정해왔다고도 할 수 있다.이것은 주로 결손의 문제와 연루되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이데올로기 갈등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이는 아비부재에 집중되어 있었다.이것은 김소진에 이르기까지 승계되었다.이 전통은 근원적 실향의식과 친족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양한 스펙트럼을 발산해왔다.그러나 90년대의 풍속 주체들은 그것을 냉소와 조롱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다.이들의 공과를 떠나서라도,가장 급진적인 작가로는 배수아가 적임일 것이다.그는 동요하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이미 파산선고를 내린 듯이,“어머니”를 새로운 해체대상으로 설정한다.그러므로 결손의 모티프를 구사하는 경우에도 그것은 아비부재가 아니라 어미부재로 나타난다.그러나 “어머니,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어머니의 아이가 아니겠어요”(‘부주의한 사랑’)라고 외치는 배수아의 “아이들”마저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강렬한 향수야말로 이 도저한 거부의 진정한 추동력인 셈이다.‘엽기전’을 동시대의 유사한 징후들 속에서도 분별하게 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텍스트는 가족서사의 부정적 연혁을 작성하면서도 기원에 대한 향수를 음각(陰刻)하고 마는 평균적 해체작업에 만족하지 못한다.그 거부의 의지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혹독한 양상을 띤다.텍스트는 가족서사에 대해 “너무나 흔해서 얘깃거리조차 안”(48면) 된다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이미 논의한 바와 같이 주인공들의 이러한 진술 자체가 텍스트의 궁극적 주제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이것은 잠정적으로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라 부를 만한,근대적 가족제도의 구체적 질곡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작가는 이것을 요약하기 위해 “수컷성”이라는 특유의 조어를 반복 사용하고 있다. 그 외피의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오이디푸스적 환원이란 심층에서 남성적 지배질서를 지속시키려는 “사회체계”의 작동 방식을 함축한다.‘아버지와 아들의 경쟁’으로 상징되는 오이디푸스적 세계 안에서 성숙이란 결국 남성적 성숙에 다름 아니며,이는 근대적 가족 제도를 경쟁 이데올로기의 기초로 삼는 자본의 요구이자 동력이기도 하다.텍스트의 전반에 걸쳐 반복되는 “수컷성”이란 “영역싸움”“패권주의”“위계질서” 등으로 예시되는데 이것들은 경쟁 구조의 자기보존 양식을 말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이 질서에 붙들린 존재들은 어떠한 준거로도 윤리적 판단대상이 될 수 없다.이 세계에서는 선악의 이분 구도 따위가 처음부터 허락되지 않는다.충동적 가상들(수컷성)만이 거주하는 끔찍한 세계이기 때문이다.이는 전작(前作) ‘불쌍한 꼬마 한스’에서 오이디푸스적 성숙의 발생학을 탐사했던,백민석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꼬마한스는 프로이트의 주력 개념인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전형적 사례이다.어머니에 대한 사랑이 아버지에 대한 공포를 낳고,그것이 다시 말(言)에 대한 공포로 전이되어 꼬마 한스의 신경증을 구성한 것이다.백민석의 주인공들도 공포의 기척 앞에서 실어증을 경험하곤 한다. 한창림은 공포에 전율할 때마다 “누군가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박아넣은 것”같다고 느낀다.이 공포감은 “사회체계”로부터 주어지는 것이다.이는 백민석의 끈질긴 문제의식 중 하나인데,표현의 추상성을 넘어 은연중 역사적 환기력을 구체적으로 회복한 경우는 그에게 ‘엽기전’이 처음일 것이다.그는 ‘엽기전’의 후기에서 다음과 같이 쓴 바 있다. 이 소설을 구상한 건 이곳 안양 평촌으로 이사오고 나서,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그게 94년이니까 벌써,칠 년 전의 일이다.(…) ‘뭔가 된’ 것은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97년의 일이다.그저 엮어 놓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함이 컸던 것이다. 97년은 국내 경제를 준 공황시대로 내몰았던 IMF 외환위기 사태 혹은 신자유주의의전경화가 본궤도에 오른 시점이다.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엽기전’은 자본주의 사회체계의 가공할 위력에 대한 충격적 확인을 내면화한,우리들의 보고서다.한창림 부부와 그 혈육들이 하나같이 실업자이거나 비정규직이라는 것과 “뷰티풀 피플”의 남편이 파산한 사업가로 등장하는 것은 흥미로운 예증이 된다.“퐁텐블로”나 “과천”이 보여주는 위장된 혹은 상상적 안온함은 생산자본이 투기자본에 압도된 ‘거품경제’ 만큼이나 “텅 빈”,그리고 아슬아슬한 것이다.그가 작중현실로 설정하고 있는 하위문화적 충동의 세계가 그러한 것처럼 그것은 파국의 예감을 이기지 못한다.작품 구상 단계의 모호함이 명료한 의지를 얻게 된 것도,무정부적 충동의 발산에 기울어 있던 작품세계가 일정한 전환점을 획득한 것도 모두 동시대 감각의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엽기전’은 우리 시대의 집단신경증(부조리한 충동)이 자본주의의 세계적 관철 혹은 “수컷성”의 일방통행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암시적으로 보여준다.이는 백민석이 의도적으로 성숙의 문제를 삭제한 결과이다. 그런데 성숙의 문제를 괄호치는 것은 근본적으로 가능한 일인가.하위문화적 충동의 무잡한 전경화 뒤에는 이런 의문들이 도사리고 있다.성숙은 블랙홀의 심처와 같이 끊임없는 소환의 인력을 발산한다.성숙의 저 끝 간 곳은 초월의 영역일 것이며 이것은 텍스트 내부에서 두 갈래의 길을 연다.하나는 수컷성의 최상층을 차지하는 “펫숍삼촌”을 제거함으로써 빅 브라더(‘1984’)에 필적하는 질서의 지배자 혹은 신적인 관람자(펫숍은 모든 것을 알고,또 본다)가 되는 길이며,다른 하나는 무정부적 충동을 끝까지 밀고나가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편의상 앞의 것을 상승초월,뒤의 것을 하강초월이라고 이름 붙여 본다면,텍스트는 이 두 개의 극점을 지닌 일종의 타원 구조를 갖고 있다.텍스트의 등장인물들은 모두,두 개의 극점이 발산하는 인력 사이에서 진동하는 존재들이다.이는 일반적인 성숙의 서사와 그 음각인 ‘프랑켄슈타인’류의 ‘하위-충동’ 서사를 양 극점으로 삼는 구조이기도 하다.앞에서 벤야민의 카프카론을 예시했던것도 이 때문이다. 하위문화적 충동의 포자들은 소설적 기율(또는 성숙의 플롯)에 기생하면서 ‘엽기전’이라는 변종을 만들어낸다.이 변종의 변종성은 텍스트 내부의 공간 배치,확산에 의해 이루어지며 두 갈래로 나뉘어 각각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의 공간으로 작동한다.이들의 공동 거처는 “제2정부종합청사”“서울랜드”,“동물원”이 있는 공간 과천으로 설정되어 있다.이곳은 “수도권에서 가장 살기 좋은 시로 뽑힌”(165면) 곳이며 그 이유는 “좋은 냄새가 나쁜 냄새들을 죄다 몰아”냈기 때문이다.이곳은 그러므로 엄연한 실재이기를 그치고 ‘헤이’의 “퐁텐블로”처럼 중간계급적 이상의 재현물로 전도된다.“냄새”나는 “적출물더미”들을 은폐하면서 보편적 행복을 가장하기 때문이다.여기서 “나쁜 냄새”란 “수컷성”의 기화작용 혹은 확산을 말하는 것이다.이데올로기의 상징 조작이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할 때 “살기 좋은” 계획도시 과천의 지하에서는 배제의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었던 것이다. 이 배제의 희생물이 되지 않으려면 초월적 수컷이 되는 수밖에 없다.실제로 “펫숍삼촌”의 수컷성은 배제 프로그램(사회체계)을 넘어서 있다.“세상의 눈은 그걸 볼 수가 없”(125면)는 상승초월의 영역에 놓이는 것이다.“어디에도 없으면서 어디에나 있는”(117면) “펫숍 공간”은 삼촌이라는 이름의 친숙성과 결탁하면서,체계로부터 자유로워진다.그에 반해 한창림의 엽기전 공간은 “뷰티풀 피플(사업실패로 와해된 가족 형상)”과 함께 프로그램의 희생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다.그들의 충동은 태생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들은 그저 “쫓겨난 나쁜 냄새들의 익스트랙트”(166면)들이다.영역 싸움과 경쟁에서 밀려난 패배한 수컷들인 셈이다.‘엽기전’은 “흰 연기”(281면)로 표상되는 “펫숍삼촌”의 신적인 수컷성(상승초월)과 결국은 거름이 되고 말,야수의 수컷성(하강초월) 사이에서 전율하고 있는 텍스트다. 2-3.타원형 감옥에서 목화밭으로 ‘야수적 하강’과 ‘비교(秘敎)적 초월’의 두 갈래 길은 서로 다른 방향을 갖고 뻗어나가는 듯 보이지만 결국 동일한 장소-표면에서다시 만나기도 한다.그것은 타원 구조의 양 극점이 자신의 몸을 뒤틀어 다시 만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그 장소란 린치의 장소-표면이다.거기에서는 감시와 처벌,혹은 임의적인 폭력이 끊임없이 미끄러진다.등장인물들의 모든 탈출 기도가 수포로 돌아가는 이유는 텍스트의 세계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벗어날 수 없는 순환의 세계이기 때문이다.마치 버튼만 누르면 언제라도 반복재생되는 스크린처럼,그들을 둘러싼 세계는 거대한 하나의 감옥이자 부서지지 않는 벽들이다. 작중 공간에서 가장 높은 위치인 펫숍공간은 가까이 다가가 “정체를 머릿속으로 짜맞춰보다가는,금세 덩치나 안전문이 떠올라 스스로 사고를 정지해버리”(123면)도록 만들면서 영역침범을 가로막는다.이것은 감시의 내면화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태어나기 전의 공간”(122면)인 펫숍에 구체적 형상을 부여하는 것은 오로지 벽,“시멘트벽”이다.텍스트 내에서 하강의 경험적 한계인 한창림의 지하작업실 또한 피범벅의 벽들이다.거기서는 린치의 흔적이 끊임없이 번지고 미끄러지지만,벽면들에 안전하게 둘러싸인 채이다.그러므로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은 주인공들의 폭력적 도주를 이끄는 강한 유혹이자 인력의 중심이면서,동시에 막혀 있는 어떤 것이다.“사회체계”의 어두운 핵심으로 직핍하는 길은 아무 데도 없다.저항도 발악도 체계의 허가 범위 안에서 이루어질 뿐이다.이 출구 없음은 그들이 중심 혹은 주체가 아니라 ‘만들어진 존재’ 즉 “사회체계”로부터 호출받은 타자들이기 때문이다.그들은 한갓 게임속의 평면 캐릭터에 불과한 자신의 실존을 증언한다. 그도 아내도 이 사회에서,날 때부터 운명지어진 존재들이었다.(…)괴물스러운 위력이 얼마나 막강하든,바깥에 존재(타자성-필자)하는 한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가 없다…… 그래서 괴물은 장난감 수준으로 전락하고 마는 것이다.잠들어 있던 괴물을 억지로 깨워 불러들여 놓곤,재미로 쫓아다니며 괴롭히고,종국엔 괴물이 왔던 곳,사회 체계의 바깥으로 다시 쫓아보내는 악취미의 희생물로 전락하는 것이다.(261면) 그들이 줄곧 “내면 없는” 존재로 진술되는 이유가 그것이다.그들은 오직 표면만을 가질 뿐이며 마치 “뷰티풀 피플” 공간에 진열된 “웃는 플라스틱”(인형)들처럼 속이 텅 빈 존재들이다.신체상해 혹은 “린치”는 텍스트의 시작점에서 끝점까지 수도 없이 자행된다.“텅 빈 목소리” 혹은 “사색하지 않는”과 같은 수사들이 끈덕지게 달라붙는 린치 장면들.‘엽기전’의 등장인물들에게 있어 내면이란 기껏해야 히스테리나 조울증·분노 등으로 표면화된다.신체는 하나의 표면이고 그 내부는 또 다른 해부학적 표면에 지나지 않는다는 참혹한 인식이 텍스트를 무심히 곁눈질하고 있을 뿐인 것이다.“이 피비린내 나는 일상 어디에도 사색이란 물건은 없다.”(134면) 이것은 상승초월과 하강초월이 막힘 혹은 “육중한 안전문”,“지표면”과 같은 일종의 벽면(표면)으로 제시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이것들은 끊임없는 표면들의 연속체로 구성되어 있다.“펫숍의 공간 구조는 자연스레,네 번째 공간,다섯 번째 공간,여섯 번째(…)갈수록 안전문은 육중해지고 접근 불가능해”(123면)지는 것이며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바닥없는 심연으로 사라지는” 것이다.그것은 그들이 스크린의 격자에 갇힌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견고한 감옥의 구조 안에서,한창림은 윤수영을 린치하고,펫숍삼촌은 한창림을 공포로 길들인다.여기서 초월의 전망은 ‘성숙한 깨달음’을 통해 생성되는 것도 아니고,절망적 추락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그것은 차라리 두 극단의 장력이 이루어내는 벡터 운동의 산물이다.실제의 공간 과천을 주무대로 배치하면서 실제의 실제성을 마음껏 왜곡하고 있는 ‘엽기전’은 표층 차원의 비현실성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현실주의의 산물이 된다.여기서의 현실은 고정된 무엇이 아니라,벡터운동이라고 했듯 생성과정 중인 어떤 것이다.그것은 근대적 가족이념의 이데올로기적 침윤 혹은 수컷성의 영역 분쟁으로 요약할 만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의 작동방식을 기괴하게 드러낸다.“현실을 직시하는 날엉덩이의 미학”은 여기서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그런 점에서 텍스트는 현실을 괄호안에 묶는 팬터지도 아니고 은연중에 독단적 현실을 들이대고 마는 낡은사실주의도 아니다.텍스트는 생성과정 중인 현실 자체이며 끊임없이 포자 증식하는 전경화된 공간 표면들의 연쇄이다.이것이야말로 비가역적 동시성의 산물이다.이 찢어지지 않을 것 같은 혹은 “육중한 안전문” 같은 표면들은 박태자가 늘상 바라보는 “텔레비전 화면”이기도 하다.이 표면들의 연쇄는 단지 화소조합에 불과했던 한창림이 스스로를 해방시키려들면서 파국을 맞이한다.이때 자신의 근원적 종속성을 지각한,이 불길한 주연배우의 두 눈 앞에 “목화밭”이 출현한다.“목화밭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3부 제목) 한창림은 파국의 절정을 가파르게 추락하면서 마치 우연인 듯,이 거대한 감옥의 바깥을 본다.그것은 초월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표면들의 완고함 앞에서,마치 자유의 계시인 것처럼 나타난다.그것은 언어적 해석의 대상이 아니다.너무나 낯설어서 오히려 공포감을 일으키는 어떤 것이다.텍스트는 그것을 “목화밭”이라고 부르지만,이미 통상적 기호로는 지시할 수 없는 대상이다.마치 최초의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떼듯,“목화밭”이라고 우연히 발음된 것뿐이다.그것은 숭고(崇高)한 대상이다.체계에 붙들린 어떤 의미도 허락하지 않은 채 그저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거기 목화밭이 있었다.(…) 그는 알 수 없었다.어째서 여기가 목화밭인가? 씨는 아직 뿌리지도 않았는데,언제부터 목화밭인가? 그는 볼 수도 없었다.둔덕 전체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었다.(…) 그는 목화밭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다.그는 삽을 놓고,두 손을 들어 눈을 가린 다음 울기 시작했다.누군가 그의 입 속에 비닐 빵봉지를 쑤셔넣은 것 같았다.커다란 쇠뭉치를 그의 입에 처넣은 것 같았다.(280면) 파멸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그리고 모호하게 던져진 ‘그것’은 그러나 ‘엽기전’을 허무주의로부터 구원하면서 동시에 미래로 운반해간다.이것은 획기적이다.백민석은 언어적으로 지시하지 않는다.다만 하나의 자족적인 사물을 생성시키고자 한다.그는 텍스트 위에 어쩌면 자기 자신과도 전혀 무관한 자유를 창조하려한 것이다.그러나 이것은 어느 누구의 승리도 견인하지 않는다.우리는 모두 참패한 것이다.작가도 독자도 또 그 사이의 주인공들도 이 무시무시한 자유의 숭고한 출현을 그저 흔적의 형태로 감지할 수 있을 뿐이다.그것은 “모자이크” 너머의 현실,진정한 현실이다.“목화밭”이라는 우발적이고도 가난한 기호가 ‘진짜 현실’의 숭고한 출현을 계시하고 있다.존재의 근본적 종속성을 깨닫는 순간 “아주 작은 한 구멍”으로 그것도 “모자이크”에 가려진 채로 그것은 나타났다.부서진 몸을 이끌고 나타난 벤야민의 “역사의 천사”처럼 자신의 가난함을 최대치로 드러내면서,이 타원형 감옥의 외부로부터 자유의 기억이 도래하는 것이다.그것은 “자유라는 이름의 형벌”(사르트르)일지도 모르지만,그 형벌은 해방의 약속과 함께 하는 형벌이다. 3.어쩌면 위험하기도 한 미래 이 스크린을 바라보는 우리들과 스크린 속의 괴물들은 서로를 되비추는 거울에 불과하다.‘엽기전’은 결국 한창림의 실패담이 우리 자신의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어쩌면 우리들 관객조차도 스크린의 표면에 붙들린 디지털 화소조합에 불과할지도 모른다.“인간은 누구도 예외없이,아직 자기 자신이 되지 못했다”는 아도르노의 말처럼,우리는 하나이면서도 여럿인,전지구적 자본주의·수컷성의 경쟁 이념·패악의 은폐전략인 가족로망스·안전처리된 저항의 초월적 가상들에 중독된 채로,우리 자신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망각한 것인지 모른다.이 중독성은 그 바깥을 사유하지 못한다.‘엽기전’은 바로 이 가상의 세계에서 가상을 껴안으며,동시에 가상의 근본적 존재구속성을 뛰어넘으려는,우리들 모험의 기록이다.동시대의 소비적 재현들이 보여주는 무분별한 질주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청신하게 환기시키는 것,이 거대한 감옥에 길들지 않은 ‘고통스러운 자유의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것은 ‘엽기전’이 ‘재현의 재현’을 전략적 준거로 삼으면서 얻어진 결론이며,어떠한 질서에도 구속되지 않으려는 간고한 투쟁의 결실이다. 그러나 ‘목화밭 엽기전’이 도달한 자유의 가능성은 매우 아슬아슬한 역학 장(場) 속에 놓여 있다.그는 알레고리적 재현 전략이 갖고 있는 근본적 허무감과 형이상학적 환원주의를 힘들게 벗어나면서,90년대의 평균서사를 딛고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 중 하나를 열었다.그러나 또 다른의 수준의 위험 앞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해체와 전도의 전략은 얼마든지 동어반복에 떨어질 수 있다.이제는 자신의 전제들조차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는 그가 출발한 전제들에 동의하지 않은 채로는 텍스트를 거의 읽을 수 없을 만큼 부자유스럽다.특히 그의 유난한 반인간주의가 그렇다.그가 그려내는 인간의 모습은 모두 알 수 없는 장력에 조종당하는 꼭두각시들이다.이것은 주체를 구조의 효과로 소급시키는,전형적인 구조주의식 사유법이다.반인간주의야말로 진정한 인간주의의 전제조건일 테지만,그것은 주장되고 선언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그것은 반인간주의가 지니는 미학주의적 성격 때문이다.계몽이성을 독단으로 몰아붙이면서,그 자리에 광기와 착란을 대신 들어앉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물론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서 숨쉬고 있는 n개의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살려내는 가운데,그것은 소멸해갈 것이다.미래를준비할 시간은 아직 필요하지 않은가. 지면 관계상 당선자의 양해 아래 원고 일부를 줄였습니다. ■당선 소감 먼저 심사를 맡아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린다.그 분들은 내게 조그마한 오솔길 하나를 터 주셨다.다만 성실한 보행객이 되지 못할까 염려스러울 뿐이다.당선 소식을 접했을 때 당황했다.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세상을 보는 눈과 귀는 여태 어둡고 그것과 반드시 겹쳐져 있을 문학도,몸과 마음에서 아직 멀게만 느껴진다.그러나 이왕 엎질러진 물이니 헐거운 공부와 삶을 조금씩이라도 채워나가야 할 것이다.그것이 이 무책임을 모면하는 유일한 길이겠다. 이런 자리에서 문학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일은 내 깜냥도 깜냥이려니와 풋내기로서 주제넘은 짓이다.그러나 한 시대와 사회 전체가 참여하는 역동적 협업으로서의 ‘문학’이라는,큰 그림 하나는 잊지 않으려고 한다.이 협동작업의 작은 일원으로 미력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돌이켜 보면 내게는 스승 아닌 분이 없다.은사님들은 물론이고 선후배 친구들,가족들까지도 모두 스승이었다.나는 그저 한 장의 백지가 된 것처럼 그들의 말없는 가르침에 어두운 귀를 기울였던 것뿐이다.그들의 빛나는 존재감이 나를 이리로 오게 했다.그래서 오늘의 이 고마운 자리는 영광이 아니라 갚지 못할 부채다.이 또한 잊지 않으려고 한다. 우선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하나뿐인 내 여동생 경희에게 공을 돌린다.모자란 글줄이나마 더듬더듬 쓰는 법을 가르쳐준 인하대 국문과의 선생님들,선후배 동료 분들께는 소주라도 한 잔 올려야 할 것이다.학부 시절을 내내 함께 했던 청하 동인들에게는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아득하다.그리고 어려울 때마다 마음 뉠 곳을 마련해준 나의 든든한 후원자 금희에게는 사랑과 고마움을 함께 전해야 하리라. 약력 1975년 대구 출생. 인하대 국문과 대학원 재학 ■심사평 강정구씨의 ‘세상을 떠도는 목어들’은 차창룡의 시 세계를 풍자의 범주 안에 넣고 차창룡만의 특별한 풍자의 양식을 찾아내려고 애를 쓴 글이다.텍스트의 고유한 경험을 최대한 되살리는 방식으로 문학작품을 이해하는 것이 평론의 길이라면 강정구씨는 평론의 ABC를 안다고 할 수 있다.다만 문학의 고유한 경험은 무엇보다도 언어의 경험이지 주제의 그것이 아니다.주제를 가지고 경험의 세계를 휘젓다 보니 글이 겅중거리고 성길 수밖에 없다.김용하씨의 ‘비윤리적 세계의 재현과 윤리적 풍경의 기원’은 시적 직관을 통해 순간적으로 구현되는 창조적 공간으로서 시를 이해하고 그 창조적 공간에서만 가능한 인간 삶의 근원적인 조화의 경험을 읽겠다는 의욕이 두드러진 글이다.그러나 하나의 형식에 끈덕지게 매달렸다는 것이 개성의 표지가 될 수도 있지만,글을 도식적으로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이원동씨의 ‘떠도는 가족,주변부 삶을 보듬는 결곡한 서사’는 공선옥의 소설을 길동무처럼 따라 읽으면서 공선옥 소설의 존재의의를 설득력있게 부각시킨 글이다.그럼으로써 이 글은 독자에게는 개안을,작가에게는 위안을,그리고 글쓴 이 자신에게는 텍스트와 더불어 살아보는 경험을 제공했다고 할 수 있다.텍스트에 충실한 것이 얼마나 큰 미덕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글이다. 강경석씨의 ‘타원형 감옥의 외부’는 백민석 소설의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와 미학적 경험 사이의 상관관계를 폭넓게 조망한 글이다.생의 적출물의 의미,폭력적 충동의 존재 형식,고딕의 정치적 무의식,가족 이념의 내파,세계의 남성적 지배와 타원형 감옥 구조,디지털 화소조합으로서의 삶의 경험 등등 현대성의 핵심적인 주제들을 망라하는 한편 문학의 글쓰기가 그 주제들과 동일체를 이루면서 또한 해체·변형을 행하는 가운데 도출되는 미학적 경험의 굴곡을 잘 보여주고 있다.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바란다. 김인환 정과리
  • 태권도연맹 기탁금 횡령 포착/김운용씨 소환 외화밀반출등 추궁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蔡東旭)는 29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인 김운용 민주당 의원을 소환해 외화 밀반출 의혹과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으로부터의 금품수수 및 경기단체의 자금 횡령 여부 등을 집중 조사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세계태권도연맹에 낸 기업들의 기탁금 일부를 빼돌린 정황도 포착했다.검찰은 S사 등 2개 대기업이 세계태권도연맹에 후원금 및 협회 지원비 명목으로 낸 기탁금 수십억원 가운데 일부를 김 의원이 유용한 단서를 잡고 수사중이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지검에 출두해 “검찰에서 모든 걸 밝히겠다.”고 말했다.일부 KOC위원들과 세계태권도연맹 관계자 등 20여명도 출두에 동행했다.검찰은 김 의원을 상대로 이광태 전 KOC위원(구속)과 김현우 전 위원 등으로부터 선임 대가로 수억원의 금품을 받은 경위와 대가성 여부 등을 집중 추궁했다.또 김 의원의 자택 및 은행 대여금고에 보관중이던 150만달러 규모의 외화를 조성한 경위 및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도 조사했다.검찰 관계자는 “조사할 내용이 많아 한두차례 더 소환해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안동환기자
  • 김운용의원 ‘깜짝’ 출두

    서울지검 특수2부(부장 蔡東旭)는 26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부위원장인 김운용(사진) 민주당 의원이 거액의 외화를 해외로 밀반출한 혐의를 포착하고 김 의원에게 29일 오전 10시 출두하라고 통보했다. 검찰은 관련자 조사를 통해 김 의원이 해외로 빼돌린 외화의 구체적인 규모와 사용처 및 조성 경위를 파헤치고 있다.검찰 관계자는 “확인할 내용이 많아 29일 조사 후 재소환할 방침이며 그 이후에 형사처벌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검찰에 사전통보 없이 변호인과 함께 자진출두해 금품수수 사실을 일부 시인하는 A4 용지 1장 분량의 ‘자수서’를 제출했다.검찰은 그러나 “조사 준비가 안돼 곤란하다.”며 김 의원으로부터 6장 분량의 진술서만 받고 1시간여만에 귀가조치했다. 검찰은 김 의원이 자수서를 통해 금품을 받은 사실을 일부 시인했으나 그 액수가 검찰 수사보다 적고 위원 선임 등 청탁 대가로 받은 것이 아니라고 부인해 자수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검찰은 김 의원이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위원들로부터 공식용품 지정 청탁 및 접대비 등의 명목으로 수억원을 받은 정황을 확보했으며 국내 경기단체의 공금 횡령 여부도 수사하고 있다. 안동환기자
  • ‘교육한국’ 헌신 독일인 슈미트케 별세

    40년간 한국을 위해 헌신했던 한 독일인이 고국에서 세상을 떠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25일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학교법인 한독학원 등에 따르면 법인 이사장 겸 부산주재 독일명예영사인 쿠르트 카를 슈미트케(사진·62)가 지난 11일 고향인 독일 부퍼탈 시(市)에서 간암으로 숨졌다.슈미트케는 1964년 2월16일 한국에 첫발을 디딘 뒤 40년 가까이 줄곧 부산에 머물며 한국을 위해 봉사해오다 지난 7월 말 간암치료를 위해 독일로 건너갔었다. 64년 2월 처음 한국을 방문한 그는 취약한 한국의 실업교육기관의 필요성을 느끼고 독일정부의 지원을 받아 이듬해 한독여자기술학교(현 한독문화여고)를 설립하고,73년까지 독일에 수백명의 학생을 산업연수생으로 보내 선진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외화 획득도 도왔다.지금까지 한독문화여고를 졸업한 학생은 2만여명에 이른다. 그는 74년 우리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목련장을 받았고,독일정부도 민간인 최고 훈장인 1등 십자공로훈장을 포함해 두차례의 훈장을 수여했다. ‘한국인을 위한 헌신’을 위해 그는 자녀를 갖는 것도 포기하고 부인 브리키테(53·부산독일문화원 원장)의 동의를 얻어 70년대 후반 한국인 고아 2명을 입양했다.딸(27)과 아들(25)은 모두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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