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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브리핑] 농협銀, 佛 CA그룹과 1000억원 대여 약정

    농협은행은 12일 프랑스 협동조합은행인 크레디 아그레콜(CA)그룹과 7000만 유로(약 1000억원) 규모의 커미티드라인을 체결한다. 커미티드라인은 유사시 외화를 우선적으로 빌릴 수 있는 구속성 자금대여 약정이다. 농협은행은 아시아계 은행들과 추가 커미티드라인 계약을 추진, 연말까지 모두 2억~3억 달러를 확보할 계획이다.
  • 국내 은행 “3개월 이상 외화유동성 확보”

    국내 은행들이 유럽 재정위기에 따라 유럽계 차입금을 아시아로 돌리면서 3개월 이상 자체 대응여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위원회는 4일 지난해 2분기부터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중장기 외화자금 조달을 확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의 유럽계 차입금은 지난 4월 현재 549억 달러로 총 차입금 2042억 달러의 27% 수준이다. 은행의 유럽계 차입금 비중은 차입선 다변화 노력에 따라 지난해 6월 말 33%에서 12월 말 29%로 떨어지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그리스와 스페인 등 유럽의 재정위기에 따라 국내 은행들은 딤섬본드,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등 홍콩,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새로운 외화 차입선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4월 말 현재 전체 외화차입금에서 유럽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대다. 대부분이 영국과 독일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이다. 금융 위기가 심한 프랑스나 피그스(PIIGS: 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에서 빌린 외화는 적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독일과 영국계 은행은 위기 상황에서도 좀처럼 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신용 한도도 유지하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유로존에서 빌린 돈과 발행한 채권은 전체 차입금과 채권의 25% 정도다. 하나은행 측은 “유럽계 자금 차입은 자제하되 하반기에 일본에서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인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은행권 평균보다 다소 높은 신한은행도 차입선을 아시아 지역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지난 3월 딤섬본드 6억 2500만 위안(1억 달러)을 발행했고, 7월 초에는 사무라이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국민은행의 유럽계 차입금은 4월 말 현재 4억 달러 수준으로 국내 대형 은행 가운데 유럽계 차입금 비중이 가장 낮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외환보유 59억弗 ↓ 2~4월 증가분 ‘증발’

    외환보유 59억弗 ↓ 2~4월 증가분 ‘증발’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던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유럽발 쇼크에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이 3108억 7000만 달러라고 4일 밝혔다. 전달보다 59억 7000만 달러 줄었다. 올 들어 첫 감소이자 지난해 9월(88억 1000만 달러)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사상 최대 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던 2~4월 석 달치 증가분(55억 달러)이 유로존 위기에 순식간에 증발한 셈이다. 이순호 한은 국제총괄팀 차장은 “외화자산 운용 수익에도 불구하고 유로화, 파운드화 등이 큰 폭의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 표시 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줄었다.”고 감소 배경을 설명했다. 5월 중 유로화는 달러화에 비해 6.6%, 파운드화는 4.9% 각각 환율이 상승했다. 외환보유액은 미국 달러, 일본 엔, 영국 파운드, 유럽 유로, 캐나다 달러, 호주 달러, 중국 위안화 등 총 7종의 통화로 구성돼 있다. 미 달러화가 아닌 다른 통화의 비중은 약 40% 수준이다. 비(非)달러화 약세로 한은이 갖고 있는 다른 나라 국채 등 유가증권 평가액이 2823억 5000만 달러로 전달보다 22억 7000만 달러 감소했다. 한은이 해외 은행에 맡긴 예치금이 4월 238억 3000만 달러에서 5월 203억 4000만 달러로 34억 9000만 달러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환율 방어’의 여파도 있어 보인다. 지난달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가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00선을 위협하며 큰 폭으로 뛰자 외환당국에서 물량 개입에 나선 것으로 외환시장 참가자들은 보고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 일본, 러시아, 타이완, 브라질, 스위스에 이어 세계 7위로 전월과 같다. 스위스의 외환보유액이 줄면서 6위와의 격차는 68억 달러로 좁혀졌다. 전 세계적으로 ‘디레버리징’(자산 매각과 부채 축소)이 일어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말(2012억 2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위기에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게 한은의 판단이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8년에 비해 외환보유액이 1000억 달러가량 늘었고 미국, 일본과의 통화 스와프(맞교환) 등 여러 가지 추가 장치들을 해 놓았기 때문에 지금 정도(의 위기) 수준이라면 버틸 수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유럽 위기가 미국, 중국 등으로 번지는 최악 상황일 때는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인 만큼 은행들의 장기 외화예금 확보 유도 등 제2 외환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콧대 높은 할리우드 스타 한국으로 총출동 왜 할까

    [이은주 기자의 컬처K] 콧대 높은 할리우드 스타 한국으로 총출동 왜 할까

    요즘 극장가에 ‘어벤져스’를 필두로 할리우드 영화의 공습이 거세다. 때맞춰 할리우드 스타들의 한국행도 부쩍 잦아지고 있다. ‘맨 인 블랙 3’는 아예 한국에서 전 세계 프로모션을 시작했고, 오는 14일에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남녀 주인공 앤드루 가필드와 에마 스톤, 마크 웹 감독이 한국에 총출동한다. 이처럼 콧대 높던 할리우드가 한국 시장을 주목하게 된 속사정은 무엇일까. ●아시아 흥행 바로미터 한국시장 그동안 외화의 아시아 홍보 방식은 일본이나 홍콩 중 한 국가를 거점으로 정하고 인근 국가들의 기자들을 초청해 기자회견 등 행사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국을 자발적으로 방문하는 할리우드 톱스타와 감독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 일본에 들렀다가 관계자들의 통사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방한하던 것과는 상당히 달라진 양상이다. 이에 대한 가장 큰 이유는 할리우드에서 차지하는 한국 시장의 규모 때문이다. ‘트랜스포머’나 ‘아이언맨’, ‘아바타’의 경우 아시아에서 한국 관객 동원력이 1~2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이었기 때문에 자국의 영화 소비가 줄어든 할리우드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지난달 7일 방한한 윌 스미스는 월드 프로모션을 한국에서 시작한 이유에 대해 “미국에서 계속 세계 시장을 공략하자는 시도를 하고 있고, 한국은 급성장 중인 시장 중 하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K팝 한류로 인한 한국 대중문화의 인지도 상승도 한 몫했다. 또한 원전 사고 등 침체된 분위기로 외화 소비가 시들해진 일본에 비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대한 꾸준한 수요가 있는 한국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 외화 수입사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불법복제 유통 막으려 전세계 첫개봉 또 하나의 이유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테스트 베드’(시험대)로서 효용성 때문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외화 개봉에 느긋하고 반응이 느린 일본과 외화 상영에 일부 제한이 있는 중국에 비해 한국 시장은 인터넷과 SNS 등이 발달해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서의 흥행성을 빠르고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국에서 외화 개봉을 둘러싼 신경전도 늘고 있다. 외화끼리도 경쟁작을 피하는 ‘눈치 작전’도 다반사다. 미국보다 무려 한 달이나 먼저 한국에서 개봉한 ‘배틀쉽’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먼저 개봉하려는 것은 불법 복제와도 무관치 않다. 한 외화 수입사 관계자는 “미국에서 개봉을 하면 비슷한 시기에 DVD가 발매되는데, 그럴 경우 국내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한국 최초 개봉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할리우드 스타들이 방한해 흥행에 미치는 효과는 어느 정도 될까. 하루 남짓 되는 체류 기간 동안 가장 크게 노리는 것은 사진이나 기사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입소문 효과)다. 거기에 톰 크루즈처럼 ‘친철한 톰아저씨’라는 호감있는 인상을 남길 경우 효과적이다. 하지만 리즈 위더스푼이나 브래드 피트처럼 흥행과 직결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자주 방한하는 아시아 스타들의 경우도 효과가 떨어진다고 한다. 한 영화 홍보사 대표는 “할리우드 스타가 방한할 경우 외화 직배사들이 한국에서 집행할 광고나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국내 경제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편”이라고 말했다. erin@seoul.co.kr
  • 北, 게임으로 인천공항 사이버테러 시도

    서울경찰청은 중국에 있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IT업체에서 악성코드가 숨겨진 사행성 게임을 수입해 국내에 유포한 조모(38)씨를 국가보안법 위반(회합통신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초부터 지난 4월까지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에 있는 북한의 IT업체와 접촉하며 사이버테러 공격에 이용될 수 있는 악성코드가 숨겨진 게임을 몰래 들여와 국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IT업체에 대해 “정찰총국 산하 무역회사의 자회사이고, 김일성대학과 김책공대 출신의 엘리트들이 근무하고 있다.”면서 “평소에는 외화벌이를 하고, 지시가 있을 때는 대남사이버테러를 하는 곳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 사행성 게임업자인 조씨는 프로그램 개발비를 아끼기 위해 이 업체 관계자와 2~3차례 접촉하면서 게임 개발 등을 의뢰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1500만원을 지급한 뒤 포커와 고스톱, 카지노 등 불법 도박프로그램을 들여와 수천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의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 자신이 접촉한 업체가 북한 정찰총국 산하인 것과 프로그램에 악성코드가 숨겨져 있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올해 초 프로그램이 국내에 유포되기는 했지만 정부기관을 상대로 한 사이버테러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과 카지노 업체인 강원랜드에 대한 해킹이 시도됐고, 자체 보안망에 의해 차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씨에게 흘러 들어간 국내 포털사이트 회원정보 규모에 대해서도 추적 중이다. 경찰은 프로그램에 숨겨진 악성코드의 종류와 유통 경로 등에 대해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北 작년 대외무역 63억弗 사상최대

    지난해 북한의 대외무역(남북교역 제외) 규모가 1990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북한의 석탄·철광석 등 광물 및 섬유제품의 수출 증가와 원유·곡물·기계류 수입 증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31일 코트라가 발표한 ‘2011 북한의 대외무역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수출은 전년보다 84.2% 증가한 27억 9000만 달러, 수입은 32.6% 증가한 35억 3000만 달러로 7억 4000만 달러 무역 적자를 기록했다. 총 대외무역 규모는 63억 2000만 달러(약 7조 5000억원)로 전년보다 51.3%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북한의 최대 교역 상대국은 여전히 중국이다. 지난해 북한의 대중국 무역은 56억 3000만 달러(수출 24억 6000만 달러, 수입 31억 7000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62.4% 늘었다. 전체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89.1%에 달해 대중국 무역의존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트라 관계자는 “지난해 북한의 무역 급증은 대규모 정치행사에 필요한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석탄·철광석 등 지하자원의 내수공급을 제한하면서 대중국 수출을 확대한 데다 원유·철광석 등 국제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지구촌 ‘스펙시트’ 공포 확산

    지구촌 ‘스펙시트’ 공포 확산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4위 경제 대국인 스페인의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유로화 가치가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국제 금융시장의 진폭이 커지고 있다. ●스페인 국채 수익률 7% 바짝 3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4.0원 오른 1180.3원으로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1.39포인트(0.08%) 내린 1843.47로 거래를 마쳤으나 장중 30포인트 이상 급락하는 등 불안한 양상을 보였다. 미국과 유럽 금융시장의 충격은 더 컸다. 30일(현지시간) 미 다우지수는 1.28% 하락했다. 독일 닥스지수와 프랑스 CAC지수는 각각 1.81%, 2.24% 급락했다.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로 달러·유로 환율은 전날보다 유로당 0.0136달러(1.09%) 떨어진 1.2367달러를 기록해 2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은 6.66%로 구제금융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7%에 바짝 다가섰다. 이탈리아는 이날 5년물 및 10년물 국채를 57억 3000만 유로어치 발행했으나 목표치인 62억 5000만 유로에 미치지 못했다. 발행 금리(10년물)도 6.03%로 지난달 5.84%보다 높았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 배경에는 ‘스펙시트’(스페인의 유로존 이탈)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스페인 3대 은행 방키아에 대한 지원을 거절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스페인 은행권의 지난달 민간예금이 1조 6300억 유로로 전달 대비 315억 유로 감소하면서 우려가 커졌다. ●EU “강화된 금융동맹 필요” EU는 유로존의 불안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강화된 금융 동맹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오는 7월 출범하는 유럽재정안정메커니즘(ESM)을 통해 유로존 은행들의 자본 확충을 도울 수 있다.”면서 “나아가 유로존에 단일 금융감독기구와 공동 예금 보장 기능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ESM의 최대 재원 분담국인 독일을 비롯해 핀란드, 네덜란드 등이 EU 차원의 예금보험공사 설립을 반대하고 있어 합의가 어려울 전망이다. 국내 은행들은 스펙시트의 영향으로 하반기 외화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유로존 위기가 6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공모채 발행이 불가능한 ‘달러 가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리뷰] ‘스노우 화이트… ’ 백설공주와 다른 점은?

    [리뷰] ‘스노우 화이트… ’ 백설공주와 다른 점은?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읽은 동화 ‘백설공주’ 속 백설공주는 ‘공주’라는 단어의 상징적인 이미지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에게 익숙한 백설공주는 아름다운 외모를 질투한 계모 왕비를 피해 들어간 산 속에서 일곱 난쟁이를 만나고 그들의 집에서 허드렛일을 며칠 하는가 싶더니, 이내 독이 든 사과를 먹고 거의 죽은 상태로 있다가 왕자의 키스로 살아난다. 사실 동화 속 주인공은 백설공주가 아니라 그녀에게 쉴 새 없이 저주를 내리는 왕비 또는 그녀에게 눈이 먼 일곱 난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샤를리즈 테론, 크리스틴 스튜어트, 크리스 햄스워스 주연의 블록버스터로 다시 태어난 ‘스노우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다르다. 백설공주(스노우화이트)는 아버지를 죽이고 왕위를 빼앗은 것도 모자라 자신을 수 년 간 옥탑방에 가두고 백성들을 피폐하게 만든 왕비를 향해 복수의 칼을 든다. 백설공주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일곱 난쟁이는 그대로지만, 그녀를 왕비의 저주에서 깨어나게 하는 왕자 역시 백설공주만큼이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그는 멋진 말(馬)도, 부유한 왕국도 없고 그저 험악한 왕비로 인해 아내를 잃은 허름한 행색의 술주정뱅이 일 뿐이다. 영화에서 왕자가 아닌 ‘헌츠맨’으로 등장하는 백설공주의 상대는 애초 왕비의 명령으로 백설공주를 죽이려다 그녀의 순수함에 매료돼 결국 공주를 구하고 더 나아가 나라를 구하는데 일조한다. 이렇듯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전 세계인들이 이미 ‘지나치게’ 익히 알고 있는 동화를 판타지액션블록버스터라는 장르에 걸맞게 다양한 측면에서 반전을 꾀했다. 영화가 ‘기존의 동화를 잊어라’ 라는 멘트로 관객들을 유혹하는 것 역시 케케묵은 스토리와 샤방한 드레스를 입고 왕자와 일곱 난쟁이의 도움이나 받는 연약한 공주 따위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할리우드에서 태어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가는 판타지 장르의 유행에 발 맞춰, 화려한 비주얼과 스타급 캐스팅을 자랑한다는 점까지 더하면, 영화의 대대적인 흥행은 이미 확정된 듯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타이틀 부터 ‘백설공주’(스노우 화이트)를 언급한 이 영화가 원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한계는 극명하다. 관객들은 주인공의 결말을 이미 불 보듯 뻔히 알고 있다. 3부작으로 제작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만큼 1편 스토리 전개의 지지부진함 역시 감점요인이다. CG 비주얼이 잠시 눈을 즐겁게 하지만, 이미 전 세계 관객들은 동화 속 세상을 그린 숱한 판타지를 접한 터라 눈이 높아졌다. 웬만한 비주얼로는 관객들이 입을 떡 벌리고 내뱉는 감탄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영화 속 세상은 다소 식상하다. 전 세계에 마니아 층을 확보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타덤에 오른 크리스틴 스튜어트(스노우 화이트 역)와 최근 ‘어벤져스’로 몸값이 한층 오른 크리스 햄스워스(헌츠맨 역)의 캐릭터도 1편에서는 다소 모호하다. 스튜어트는 여전히 남자들의 보호를 받는 ‘트와일라잇’ 속 벨라를 연상케 해 아직은 ‘갑옷 입은 벨라’ 정도로 비춰질 뿐이다. 그나마 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동시에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왕비 역의 샤를리즈 테론은 명성답게 명연기를 선보인다. 표독스러움과 내면의 아픔을 온몸으로 표현한 그녀는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 1편을 빛낸 1등 공신이다. 국내 누적 관객수 630만 명을 돌파한 ‘어벤저스’와 SF 블록버스터의 선두주자 ‘맨 인 블랙3’ 등 외화의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이 국내 영화시장에서 외화 흥행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5월 31일 개봉.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원화·채권·주가 ‘트리플 약세’ 공포… 경제 덮치나

    원화·채권·주가 ‘트리플 약세’ 공포… 경제 덮치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우려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의 혼란이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에도 ‘트리플(환율·주가·채권금리) 약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프랑스 대선과 그리스 총선으로 유럽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기 시작한 지난 7일을 기점으로 원·달러 환율은 45원이 급등했고, 코스피지수는 130포인트가 넘게 빠졌다. 안전자산인 채권은 금리가 크게 낮아져야 하지만 외국인들의 매도세에 거의 변동이 없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에 몰려 있는 채권 만기를 고려할 때 ‘트리플 약세’ 가능성을 경고했다. 28일 한국은행 및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1131.5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25일 1177.20원으로 45.7원이 오르면서 원화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도 1956.44에서 1824.17로 132.17포인트 내렸다. 주가가 내린 이유는 유럽 불확실성에 외국인들이 국내 투자금을 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국내 증시에서 3조 9812억원을 18거래일 연속 순매도했다. 환율이 급등하는 것을 볼 때 외국인들은 원화를 외화로 바꿔 국외로 빠져나가는 것으로 관측된다. 주식이나 원화 등 위험자산이 약세를 보이면 통상적으로 안전자산인 채권은 강세(채권금리 하락세)를 보여야 하지만 이마저 뚜렷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지난 7일 국고채(5년물) 금리는 3.48%였지만 등락을 거듭한 후 25일 3.47%를 기록하면서 단 0.01% 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10년물 국고채 역시 3.75%에서 3.73%로 0.02% 포인트만 내렸다. 외국인은 국고채 시장에서 올해 들어 9361억원 규모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지만 이달 들어 24일까지만 보면 568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소영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외국인이 7조원 규모의 국고채를 들고 있고 다음 달에 국채 만기가 있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채권 매도세가 계속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주가와 환율에 이어 채권까지 약세로 돌아서는 ‘트리플 약세’가 나타나는 경우 신용경색이 올 가능성도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 급등세는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되면서 신흥국 통화 전체가 겪는 현상이어서 정부의 구두 개입으로 진정되기 힘든 상황이다. 한 외환딜러는 “그리스 문제가 더 심각해지고 유로화의 지지선인 유로 대비 1.25달러가 무너질 경우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트리플 약세 우려에 주식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6일 과천 서울대공원에서 열린 산행에서 기자들과 만나 “주식 공매도를 악용한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매도는 해당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빌려서 미리 판 다음에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주식을 사서 되갚아 시세차익을 얻는 기법이다. 김 위원장은 “일정규모 이상의 공매도 잔액을 갖고 있는 투자자와 종목에 대해선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주식이 급락할 경우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을 적극적으로 동원하겠다고 했다. 이경주·이성원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62년만의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 환영한다

    북녘 땅에 묻혀 있던 국군 전사자 유해 12구가 어제 봉환됐다. 지난 2005년 미국의 유해발굴팀에 의해 수습된 이후 유전자 감식에 극적으로 성공하면서 이뤄진 한국전 전사자의 첫 귀환이다. 이들이 62년 만에 돌아와 고국의 품에서 영면하게 된 것은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 하지만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즉 카투사가 아니었다면 봉환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분단의 현실이 더없이 안타깝다. 역사가 일천한 다민족국가인 미국은 참전용사를 극진히 예우하는 전통이 있다. 과거나 현재 적성국인 베트남과 북한에서도 상당한 반대급부를 주면서까지 유해 발굴 작업을 해 왔다. 특히 1996년부터 2005년 북핵 위기로 잠정 중단할 때까지 226구의 미군 유해를 발굴했으며, 북한은 그 대가로 2500만 달러를 챙겼다. 어찌 보면 이번에 국군 전사자 유해가 돌아오게 된 것도 미국의 강한 보훈 의지와 한 푼의 외화도 아쉬운 북한의 이해 관계가 요행히 맞아떨어진 결과일지도 모른다. 우리로서는 씁쓸한 노릇이지만, 여기에서 몇 가지 교훈을 찾으면 다행일 게다. 무엇보다 전세계 격전지 어디에서나 펄럭이는 미국의 ‘합동 전쟁포로·실종자 확인사령부’(JPAC) 깃발의 구호를 상기해 보라. 즉, ‘조국은 당신을 잊지 않는다…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라는 슬로건이다. 국가 유공자들의 뼛조각 하나까지 찾아내 예우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실려 있지 않은가. 이런 ‘국가 신념’이야말로 미국이 강대국의 명맥을 이어가는 비결일 듯싶다. 우리도 조국을 위해 헌신한 희생자들이나 유공자들을 각별히 대접해야 할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 서울공항에서 열린 고 김용수·이갑수 일병 등 국군 전사자 유해 봉환 행사는 평가할 만하다. 이명박 대통령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이 다수 참석했다는 점에서다. 과거 군통수권자가 이런저런 이유로 1, 2차 연평해전 희생장병 장례식조차 외면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일이 되풀이된다면 어느 국민인들 유사시에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바치겠는가. 이 대통령은 북한 내 6·25 전사자 발굴사업을 “통일되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전에라도 경제적 반대급부를 주는 미국식 유해 발굴 방식으로 북측과 협상을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씨줄날줄] 달러 봉지/주병철 논설위원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밀반출·밀반입이란 말은 국제적인 상거래의 하나로 여겼다. 능력(?) 있으면 가능하고, 없으면 불가능한 일로 통했다. 그래서 맘만 먹으면 감시망을 뚫고 다니는 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이런저런 윗선(?)의 도움을 받으면 눈 감고 헤엄치기였다. 그래서 공공연한 비밀쯤으로 알았다. 해외 교포들이 엔화 뭉치를 가방에 잔뜩 넣어 국내로 들여와 오늘날 국내 굴지의 모 금융그룹이 태동한 것도 이런 예다. 적발돼도 빠져나갈 구멍이 많았다. 외화 뭉치나 고가품 등을 들고 들어오다 공항 감시대에 적발되면 규정을 잘 몰랐다며 ‘모르쇠’로 일관해 빠져나가기도 하고, 미리 그물을 쳐 둔 인맥을 등에 업고 유유히 통과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고가품을 국내로 들여와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영향력을 과시한 얼빠진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힘깨나 쓰는 거물들은 아예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귀빈들이 이용하는 ‘더블 도어’(Double Door)를 통해 사라졌다. 밀반입 가운데 민감한 것은 마약이었다. 수법이 참 독특했다. 국제 소포로 보내오는 게 대부분이었는데, 김치통 한가운데 마약봉지를 넣거나 성경책 가운데를 도려내고 마약을 집어넣어 들여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양복 깃 속이나 몸 속 깊은 곳에 숨겨 들여오기도 했다. 특정 국가를 드나드는 보따리장수나 귀국하는 일반인이 자의반 타의반 ‘마약 밀반입 도우미’로 악용됐던 적도 있다. 밀반출은 주로 달러 등 외화가 대부분이었다. 감시망이 느슨할 때는 공항 상주기관 등과 짜고 외화를 빼돌리는 일이 잦았다. 단속이 강화돼 1인당 외화 1만 달러 이상 갖고 해외로 나갈 때는 신고를 해야 했다. 이럴 때는 여러 사람이 1만 달러 미만을 나눠 갖고 출국해 거액을 빼돌렸다. 규정을 역이용한 것이다. 규모가 훨씬 크면 외국에 유령회사를 거느린 회사를 통해 밀반출했다. 얼마 전 필리핀 불법체류자가 국내 거주 필리핀 노동자들이 번 돈을 라면 봉지에 100달러짜리를 넣어 빼돌리려다 적발됐다. 지난 8년 동안 한번도 공항 X레이에 포착되지 않았는데, 규모만 16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놀랍기도 하지만 이들을 붙잡은 공항 감시대의 추적 능력도 대단하다. 저축은행 회장이 200억원가량을 챙겨 밀항하려 드는 세상 아닌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고 했다. 달러 밀반출이 라면봉지뿐이겠는가. 공항 감시대가 좀 더 눈을 부릅떠야겠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대림산업, 베트남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대림산업, 베트남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대림산업이 12억 달러(약 1조 4058억원) 규모의 베트남 최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공사를 수주했다. 대림산업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현지에서 ‘타이 빈 2단계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사업에 대한 계약을 맺었다고 23일 밝혔다. 베트남 국영 석유가스 회사인 ‘페트로 베트남’이 발주한 프로젝트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남동쪽으로 170㎞ 떨어진 타이 빈 성에 1200㎽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이다. 대림산업은 일본 소지쯔사와 컨소시엄을 꾸려 참여했다. 대림산업 지분은 7억 1000만 달러(약 8317억원) 규모다. 대림산업은 45개월의 공사기간 동안 600㎽급 석탄화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게 된다. 기본설계를 포함해 상세설계와 발전소의 핵심설비인 보일러 및 주기기를 포함하는 파워 블록 공급, 시운전 등을 담당한다. 소지쯔는 스팀터빈 공급 등을 맡는다. 김윤 대림산업 부회장은 “베트남에선 1966년 라치기아 항만공사를 수주해 해외 건설 외화 획득 1호라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면서 “이번 수주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수주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라면 봉지 뜯어보니 ‘달러 봉지’

    라면 봉지 뜯어보니 ‘달러 봉지’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3일 160억원대 외화를 라면 봉지에 숨겨 필리핀으로 밀반출한 필리핀인 불법 체류자 L(58)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또 L 밑에서 송금 의뢰를 받거나 필리핀으로 직접 운반하는 역할을 맡았던 필리핀인 M(29) 등 6명을 입건했다. 경찰은 한패인 35명을 추적하고 있다. L은 1991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1993년부터 지금까지 불법 체류하면서 M 등과 함께 2004년 1월부터 지난 16일까지 9년 동안 필리핀 노동자 2만 5000여명으로부터 가족들에게 보내 주겠다며 맡은 돈을 달러로 환전해 필리핀으로 송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액수는 무려 160억원에 달했다. 이들은전국적으로 조직망을 갖추고 각지의 필리핀 노동자들에게 1회 송금 때 50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의뢰받은 원화를 서울 용산구 이태원 등의 불법 환전소에서 100달러권으로 바꿨다. 이어 라면 봉지 안에 3000~5000달러씩 얇게 깐 뒤 비닐테이프로 다시 밀봉, 다른 짐 속에 감춰 인천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다음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현지 환전업자에게 전달했다. 김진아기자 jin@seoul.co.kr
  • 피치, 日 등급 두단계 강등… 한국과 동일

    피치, 日 등급 두단계 강등… 한국과 동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22일(현지시간)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외화표시 장기국채 등급)을 ‘AA’에서 ‘A+’로 두 단계 낮췄다고 밝혔다. 이로써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은 우리나라와 같아졌다. 피치는 또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유지해 추가 강등 가능성을 열어놨다. 일본 정부의 국채발행에 제동이 걸리지 않고, 재정건전화의 절박함이 부족한 것이 신용등급 하락 이유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전했다. 앤드루 콜크훈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공공부채 비율이 높고 상승 중이라는 점을 반영했다.”고 강등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일본의 재정건전성 강화 계획이 재정 문제에 직면한 다른 고소득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느긋해 보이고, 계획을 이행하는 데에도 정치적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피치는 일본의 총정부부채가 올해 말 국내총생산(GDP)의 239%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자사가 국가신용등급을 평가하는 국가 중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세수 확대를 위해 오는 2015년에 소비세율을 5%에서 10%로 인상하는 방안을 국회에서 논의할 예정이지만 정치권의 반대로 난관이 예상된다. 일본의 재정난이 심각하지만 당장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은 가계의 금융자산이 국가채무보다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일본 국내에서 국채 95% 정도를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증세와 복지 축소 등으로 재정건전화를 하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비의 증가로 가계의 금융자산과 국가채무가 비슷해지는 2020년대엔 일본이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계의 금융자산보다 국가채무가 많을 경우 국내 투자자들이 국채를 기피하면서 장기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일본 정부가 빚 부담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피치를 비롯해 신용평가기관들이 일본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내리고 있는 것이다. 피치의 신용등급은 일본과 우리나라가 동일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등 다른 신용평가사들이 평가한 신용등급은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두 단계씩 높다. S&P는 일본 ‘AA-’, 한국 ‘A’ 등급으로 평가하고 있다. 무디스는 일본에 대해 ‘Aa3’, 우리나라에 대해 ‘A1’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피치에 이어 S&P나 무디스도 일본의 국가신용등급을 우리나라와 같은 수준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유로존 위기] 靑 “전기료 인상 불가피”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전기요금 인상 논란과 관련,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기료 인상)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같은 언급은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지난 17일 “물가도 비교적 안정적이고 기획재정부도 인상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 전기료 인상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 대한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와 관련, “인구 구조 등 여러 요인을 살펴보면 앞으로 부동산 투기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2006년 당시 부동산 가격이 평균 20%가량 올랐을 때 만든 제도를 지금까지 끌고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은 사정이 좋지 않지만 지방은 부동산 시장이 좋지 않으냐.”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발 금융 위기에 대해서는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됐지만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여전히 양호하고 실물경제에서도 아직까지 특별한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 않다.”면서 “지난해 한·중, 한·일 통화 스와프 체결, 은행 외화유동성 확보 등 선제적 조치로 우리의 위기 대응 능력에 대한 대내외 평가도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여름철 전기 피크와 관련, “전기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전력 수요가 산업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늘었다. 전기 절약을 많이 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저축은행 추가 구조조정에 대해 “이번에 3차까지 한 것은 문제가 된 저축은행을 뺀 나머지 85개를 전수조사한 것”이라면서 “이제부터는 상시 구조조정 체계로 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주중 北대사 “中어선 나포 모른다”

    주중 북한 대사관이 중국 선박 3척과 선원 29명이 북한에 억류돼 거액의 몸값을 요구받고 있는 것과 관련, ‘우리도 모르는 일’이라고 주장해 중국을 당황케 하고 있다. 주중 북한 대사관 측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계열 환구시보와의 통화에서 “우리도 이번 사건을 중국 인터넷을 통해 접했으며 잘 알지 못한다.”고 확인했다고 이 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이는 전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이번 사안을 단순한 ‘어업 사건’으로 규정한 뒤 “관련 채널을 통해 북측과 긴밀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그럼에도 중국은 이번 사건으로 북·중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해 차분한 대응으로 일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에 비우호적인 장롄구이 중앙당교 교수는 “중국 외교부가 북·중 관계의 대국(大局)을 고려해 평화 협상과 물밑 교섭으로 사태를 해결하는 것은 신중하게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피닉스TV가 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이 중국 단둥(丹東) 지역의 조직폭력배와 일부 북한 군인들의 공동 소행이란 설도 나온다. 독자 외화벌이 차원에서 일부 군인들이 저지른 돌발 행동이어서 북측도 사태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배를 납치당한 선주 쑨차이후이(孫財輝)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원들이 납치되기 전 무선에 ‘북 군함이 다가와 총을 겨눴다’는 말을 남겼다.”고 주장했다. 베이징 법제만보도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면서 “북 군함에 중국어로 말하고 사복을 입은 사람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들을 억류 중인 납치범들은 당초 석방 조건으로 몸값 120만 위안(약 2억 2000만원)을 요구했다가 90만 위안으로 낮췄으며 제시했던 입금 기일인 17일이 지난 이날 다시 270만 위안으로 올렸다고 피닉스TV가 보도했다. 베이징 주현진특파원 jhj@seoul.co.kr
  • 정부 “필요하면 시장안정 조치”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이탈 가능성으로 국내외 금융시장이 흔들리자 정부가 비상대책(컨틴전시 플랜) 재점검에 돌입했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외풍을 견딜 만큼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양호하지만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해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시장개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정부는 1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신제윤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추경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박원식 한국은행 부총재, 최수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등이 참석한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를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실물 경제에는 아직까지 특별한 이상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만큼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한·중 통화스와프(맞교환)와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 등으로 인한 양호한 외화유동성, 충분한 외환보유액(4월 말 기준 3168억 4000만 달러) 등을 감안할 때 위기 대응 시의 대응 능력은 지난해보다 높아졌다. 국채의 안정성을 의미하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16일 현재 143bp(1bp=0.01%)로 지난해 말(150bp)이나 ‘10월 위기설’이 불거졌던 작년(10월 4일 229bp)보다 안정적이다. 그러나 유럽 재정위기의 전개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앞으로 주식·채권·외환시장에서 자금유출입 동향이 면밀히 점검된다. 주식시장에서 올 들어 3월까지 순매수였던 외국인은 4월 들어 순매도(4000억원)로 전환한 뒤 이달 들어 매도세(15일 누적 2조 2000억원)가 커지고 있다. 채권시장도 올 들어 4월에 순매도(1조원)로 돌아섰으나 이달 들어 소폭(1000억원)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외환시장에서는 엄격한 기준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가 지속되며 차입금 만기 일정 등을 감안해 충분한 수준의 외화유동성을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재부각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경기회복 흐름이 위축되지 않도록 투자·일자리 등을 중심으로 한 미세조정 노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사설] ‘그리스 디폴트’ 정교한 방어벽 구축하라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리스는 총선이 치러진 지난 6일 이후 7억 유로가 넘는 자금이 미국 등으로 빠져나가는 등 패닉 상태다. 이 와중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자본 확충 계획이 지연된 그리스 은행 4곳에 유동성 공급을 중단했다. 최근 유럽과 미국 증시는 동반 급락하고 스페인, 이탈리아 등의 국채 금리는 치솟고 있다. 우리나라도 주가가 곤두박질치다 어제 추락세를 면하긴 했지만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11조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이 이달 들어 3조원에 가까운 돈을 빼낸 것도 심상찮은 조짐이다. 문제는 그리스 자체보다는 후유증이 위기를 겪고 있는 이웃 나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디폴트 상태가 되고 유로존에서 탈퇴할 경우 포르투갈은 물론 스페인, 이탈리아 등으로 불똥이 튀어 유로존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 또 그리스의 긴축 회피가 잘못된 선례가 돼 유럽 경제위기 극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실제 발생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고, 그 가능성은 제한적일 수도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위해 힘을 쓰고 있고, 유럽이 7500억 유로를 비상금으로 쌓아 놓는 등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방어벽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으로서는 그리스 퇴출비용만 1조 유로(1480조원)가량 든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래서 유로존과 그리스가 결국 적정선에서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것이란 얘기도 흘러 나온다. 하지만 우리는 최악의 상황까지 가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리스 디폴트와 유로존 붕괴라는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정교한 방어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제 정부가 경제·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갖고 ‘비상대책’을 재점검했듯이 정신 바짝 차리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유럽 재정위기가 실물경기 침체로 이어지면 수출은 물론 내수까지 타격을 입게 된다. 이렇게 되면 올 성장률 전망을 더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위기 시 동원할 수 있는 재정·금융정책의 ‘룸’(여유)을 만들어 두는 한편 신용경색 방지, 외화유동성 확보, 유럽계 자금 이탈 여부 등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한국사능력시험 역대 대통령 관련 출제 늘어

    한국사능력시험 역대 대통령 관련 출제 늘어

    지난 12일 15회 한국사능력시험이 치러졌다. 행정·기술·외무 5(등)급 공채시험 자격요건으로 활용되는 이번 고급 시험에서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시기와 관련된 문제가 전체 50문제 가운데 5문제(10%) 출제됐다. 올 1월 시행된 14회 시험에서는 3문제, 지난해 10월 실시된 13회 시험에서는 단 1문제 출제됐던 것보다 늘었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수험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건국 이후 역사를 강조하면서 최근 공직임용시험 자격시험인 한국사능력시험에 이와 관련된 문제가 많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시험에서는 특히 박정희 정권 시기 문제가 3개나 출제됐다. 문제 50번에는 1973년 제4차 아랍-이스라엘 전쟁 발생으로 인한 국제 원유가격 인상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중동건설 사업진출로 인한 외화 유입(보기 3번)이 답이다. 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치적으로 꼽히는 일이다. 또 46번에는 지문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작사·작곡한 ‘새마을노래’가 제시됐다. 42번에도 ‘박정희 대통령 서거’라는 제목의 신문기사가 등장한다. 또 문제 44번에는 김영삼 정권이 한 일을 고르는 문제다. ‘금융실명제를 실시했다.’(보기 1번)가 답이다. 문제 48번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선언이 소재로 활용됐다. 이승만·전두환 정권시기는 문제 42, 46번에서 사진이나 지문으로 등장했다. 14회 시험에서는 1940~1950년대 농지소유구조, 1970년대 금지곡·금서 지정, 2000년 6·15남북공동선언이 문제 소재로 활용됐다. 또 13회 시험에서는 이승만 정권 시기 개헌 관련 문제가 출제됐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패션 인생 60년 기념전 여는 디자이너 노라노

    [김문이 만난사람] 패션 인생 60년 기념전 여는 디자이너 노라노

    세월의 옷 단추를 잠시 풀어보자. 1956년 11월 29일 오후 2시 서울 소공동 반도호텔 그랜드볼룸. 경쾌한 피아노 선율이 울려 퍼지자 관객들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피아노 연주는 ‘마포종점’ ‘초우’ ‘비 내리는 호남선’ 등 수많은 곡을 히트시킨 젊은 작곡가 박춘석씨가 맡았다. 이어 원피스 코트 앙상블 등을 입은 모델들이 등장했다. 관객들은 숨을 죽인 채 처음 보는 광경에 시선을 집중했다. 1부가 끝나고 2부에서는 바이올린 선율 속에 우아한 드레스를 입고 나온 여인들의 모습에 관객들은 또다시 흥분했다. 마지막으로 그해 최고의 여배우상을 수상한 조미령씨가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등장했다. 관객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모델들이 나란히 무대에 섰다. 사회자가 “오늘의 주인공 디자이너 노라노!”라고 외쳤다. 그러자 관객들은 기립 박수로 답하며 많은 꽃다발을 주인공에게 안겼다. 우리나라 최초의 패션쇼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열정 하나로 60여년 동안 단 한번도 쉬지 않고 오롯이 패션 인생을 살아온 디자이너 노라노(84)씨. 그에게는 항상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국내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 최초의 해외 유학 디자이너, 최초로 패션쇼를 연 디자이너 등이다. 또한 그의 아버지 노창성은 최초의 방송인이었고 어머니 이옥경 또한 최초의 아나운서였으니 말 그대로 ‘최초’라는 수식어를 연이어 만들어낸 특별한 집안이다. ●“50년대 옷 딸에게 물려줄 것”에 큰 감명 노씨는 요즘 또 하나의 ‘최초’를 준비하고 있다. 1952년 서울 명동에 의상실을 처음 연 후 올해로 60년이 되는 것을 기념해 오는 23일부터 다음 달 6일까지 강남구 신사동 호림미술관 JNB갤러리에서 ‘Nora Noh의 LA VIE EN ROSE展’(노라노의 장미빛 인생전)이라는 전시회를 연다. 패션계에서는 60년 동안 의상실을 운영하면서 한번도 빠짐없이 계절마다 패션쇼를 하고 60주년 행사를 갖는 디자이너는 세계에서도 매우 드문 사례라고 의미 부여를 한다. 이번 행사는 지난 세월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여배우들과 다양한 분야의 VIP 고객들로부터 증정받은 노씨의 작품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또한 작품을 연도별로 전시해 1950년대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의 의상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울러 노씨의 작품을 오마주한 현재의 내로라하는 스타일리스트, 포토그래퍼 및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품 등도 다수 참여한다. 이번 전시는 유명 스타일리스트 서은영씨 등에 의해 기획됐다. 한국 패션의 뿌리를 찾아보자는 취지에서 준비됐다. 특히 노씨가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4년 동안 과거의 여배우 등 국내외에서 자신의 옷을 소장한 사람들을 만나 시대별로 인기를 끌었던 의상을 다시 수집해 한곳에 모은다는 점에서 각별하다. 84살이란 나이를 뛰어넘어 영원한 현역으로 살아가는 노씨를 지난 14일 오후 서울 강남의 의상실에서 만났다. 검은 커튼 레이스 재킷 차림이 인상적일 만큼 젊어 보였다. 까만색을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원래 흑색이라는 것은 상복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여성에게는 자주 독립을 상징한다.”며 웃었다. 평생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살아온 자신감을 녹여낸 듯한 옷차림이라고나 할까. 물론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직접 옷을 만들어 입는다. 노씨가 앉은 자리 뒤편에는 하얀 웨딩드레스가 걸려 있었다. 궁금해하자 “1959년 미스 코리아 오현주씨가 미스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베스트 드레서 상을 받을 때의 의상이다.”라면서 “이번 전시에 선보이려고 그대로 재현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전시 얘기부터 나왔다. “젊은 친구들이 (전시를) 하는 거고, 저는 단지 지난 60년 동안 만들었던 옷들을 다시 제공받아 전시장에 건네주는 역할을 할 뿐이지요. (잠시 생각하더니) 사실은 나이 80이 넘게 되자 60년 세월에 대해 뭔가 현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여러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편하고 참 오래 입었다’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50년 전에 제가 만들었던 옷을 아직도 갖고 계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분들에게 보답하는 뜻에서라도 어떤 행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이러한 노씨의 생각이 알려지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에서 그 뜻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나왔다. 50년 전 약혼식 때 옷을 입었던 사람과도 연락이 닿았고 1962년 당시 양단 코트를 가지고 있다는 재미교포에게서도 소식이 왔다. 1950년대에 만든 한복 느낌의 ‘아리랑 드레스’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는 해외 교포에게는 여러 번 사정해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빌려 오기도 했다. 특히 영화 ‘로마의 휴일’이 유명했을 무렵 배우 엄앵란씨가 즐겨 입었던 오드리 헵번의 원피스나 1960년대 TV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나옥주, 사미자, 윤소정, 정혜선 등 유명 스타들이 드라마를 통해 입었던 의상도 어렵지 않게 제공받았다. 또한 이인호 전 러시아 대사가 부임지에 갈 때 입었던 의상도 기증받았다. “해외에 계신 어떤 분은 아리랑 드레스를 지금도 매년 8·15 때 입고 있으며 죽을 때까지 간직했다가 꼭 딸한테 물려주겠다는 얘기를 해주셔서 너무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두 400벌 정도 모았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특색 있는 것 위주로 60벌 정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영화배우, 음악가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한 분들이 아직도 옷을 갖고 있어 참 고맙더군요. 저도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엄앵란씨가 제 옷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이번에 새삼 알게 됐습니다(웃음).” ●“옷은 잘 절제된 멋 나와야”가 신념 이어 의상의 시대적 변천사와 관련해 잠시 언급한다. “1950년대는 아시다시피 국민소득이 100달러도 안 되던 시절이었지요. 영화나 연주 의상, 쇼 의상, 창극 의상 등을 제작했는데 사람들은 그것을 보고 유행에 따라갔습니다. 1960년대에는 TV드라마가 생겨나면서 의상 협찬을 통해 제 옷이 대중들에게 다가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성복 시대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에는 여성들의 활동이 많아지면서 투피스 형태의 여성용 정장이 생겨나 인기를 끌었지요.” 노씨는 이 무렵 미국 뉴욕의 고급 백화점 ‘삭스’에 진출해 ‘메이드 인 코리아’ 패션을 해외에 알리기도 했다. 아울러 뉴욕에서의 패션쇼 등을 통해 현지 언론으로부터 극찬을 받기도 했다. “아마 2000년 봄이었지요. 미 브라운대학 초청으로 강의를 할 때였습니다. 참석자 대부분이 교수였는데 제가 1940년대에 미국에서 패션 공부를 했던 일, 1980년대 뉴욕 7번가에 진출해 한국산 실크를 널리 알리며 외화를 벌어들인 일 등 50년을 한결같이 패션 디자이너의 길을 걸어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옷이란 잘 절제된 멋이 나와야 한다는 신념을 강조했더니 다들 많은 박수로 대접을 해주더군요. 특히 50년 외길을 걸어온 점에 아주 놀라워했습니다.” 이때 미국의 패션업계에서는 “노라노는 한국에서 패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창조한 여인이며 그녀의 디자인은 세계적으로 퍼졌다.”고 높이 평가했다. 노씨는 일제강점기였던 1928년 3월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서 유복한 집안의 차녀로 태어났다. 어릴 적에는 혼자 된 외할머니 밑에서 자랐다. 외할아버지는 과거에 급제한 뒤 영어 공부를 해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자였던 영친왕 이은의 영어 교사 역할을 맡기도 했다. 아버지는 1927년 초 우리나라 최초의 방송국인 경성방송국을 개국한 공로자이며 일본어를 할 줄 알았던 어머니는 방송국 아나운서로 일하게 됐다. 이처럼 일찍부터 ‘멋을 내는 가풍’의 외가 쪽이나 부모들을 보고 자란 덕분인지 자연스럽게 패션 디자이너의 끼를 타고 났다. ●“놀고먹는다는 것은 죽음 기다리는 것” 경기여고 재학 시절에는 책을 무척 좋아하는 문학 소녀였다. ‘이와나미 문고’라는 일본의 문고판 책은 거의 다 읽다시피 했을 정도다. 그러다 고 3때 일제 징집을 피하기 위해 서둘러 결혼했으나 얼마 안 가 이혼하게 되면서 원래의 끼를 살려 ‘디자이너’의 길을 걷게 됐다. 광복 직후 외환은행 설립을 위해 한국에 온 미국인 스미스의 비서로 일하면서 가끔 각국의 대사들과 장관들이 참석하는 파티를 도울 때 직접 드레스를 만들어 본 것이 계기가 돼 스미스의 추천을 받아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게 됐다. 이후 미국과 한국, 프랑스와 일본 등을 오가며 토종 한국 패션을 세계에 알렸다. 학창 시절 읽었던 입센의 희곡 ‘인형의 집’에서 주인공 ‘노라’가 집을 떠나 자신의 인생을 찾듯 노씨 역시 ‘노라’라는 이름을 갖고 새 인생을 펼쳤던 것이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60년 동안 쉼 없이 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첫째는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했고 둘째는 어떤 목적이나 욕심을 두지 않았으며 사람 만나는 것을 워낙 좋아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울러 “산다는 것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고 놀고먹는다는 것은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라고 하면서 “도전은 하되 욕심을 버렸기에 오늘날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열심히 하다 보면 누군가에 의해 한 단계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선임기자 km@seoul.co.kr ■노라노 디자이너는 본명은 노명자다. 1928년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여고를 졸업했다. 1947년 미국 유학길에 올라 ‘프랭크 왜건 테크니컬 칼리지’를 졸업하고 귀국했다. 6·25전쟁이 한창일 때 피난지인 부산에서 쇼 의상 등을 만들었고 1952년 서울 명동에 의상실 ‘노라노의 집’을 열었다. 이후 패션의 중심지 파리로 건너가 ‘아카데미 줄리앙 아트스쿨’에서 수학한 뒤 1956년 서울 반도호텔에서 한국 최초의 패션쇼를 열었다. 1966년에는 최초의 기성복 패션쇼를 열었고 1970년부터 1973년까지 파리 프레타포르테 패션쇼에 참가했다. 1974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이후 매년 계절마다 국내에서 패션쇼를 여는 등 60년 동안 왕성한 활동을 계속해 오고 있다. 주요 수상으로 세계 패션그룹 ‘패션대상’(20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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