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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군 대위 성폭행’ 장교 2심 무죄…“재판부가 성폭력 외면” 규탄 목소리

    ‘해군 대위 성폭행’ 장교 2심 무죄…“재판부가 성폭력 외면” 규탄 목소리

    8년 전 성소수자 여성 해군 부하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남성 소령에게 2심 재판부가 1심 유죄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을 방청한 시민들과 시민단체는 “군대 성폭력을 재판부가 철저히 외면했다”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고등군사법원은 군형법상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기소된 A소령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19일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B대위가 중위로 근무하던 2010년 9월 B씨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상관으로서의 지위와 B씨가 성소수자라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성폭행으로 B씨는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해서 본인의 사비를 털어 중절수술까지 했다. A, B씨가 근무하던 함정의 함장 C대령(당시 중령)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C씨는 중절수술을 하고 휴가에서 복귀한 피해자를 자신의 숙소에서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C씨의 성폭행 사건은 이 사건으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던 B씨가 2016년 자신의 피해 사실을 해군본부 헌병수사관에게 털어놔 수사가 시작되면서 알려졌다. 당시 B씨는 본인의 군 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고,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해 고소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헌병수사관과 양성평등센터 법무관이 성폭행에는 공소시효가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B씨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선 1심에서 A씨는 징역 10년을, C씨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C씨는 지난 8일 열린 2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날 A씨 사건을 심리한 2심 재판부도 같은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A씨의 항소심 선고공판을 방청한 한국성폭력상담소와 군인권센터 등 시민단체, 그리고 방청 연대에 나선 시민들은 고등군사법원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들과 시민들은 “많은 피해자는 저항하지 못한다. 그런데 피해자가 저항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면서 “여군에게 성폭력 피해를 신고할 거냐고 물으면 10%도 안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어 “현장에서 벌어지는 군대 내 성폭력을 재판부가 철저하게 외면하고 방치했다”고 규탄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포항 시민 81% 지진 트라우마 피해… 심리 치료는 4.8%뿐

    수험생 “지진보다 수능 스트레스 더 컸다” 지난해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강진으로 인한 포항 시민들의 정신적 피해와 트라우마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연구진은 포항 지진으로 포항 시민 대부분이 정신적 피해를 겪었으며 절반가량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위험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이날 오후 포스텍 박태준학술정보관에서 열린 ‘포항 지진 1년 : 지금도 계속되는 삶의 여진’이라는 주제의 연구발표회에서 공개됐다. 연구원은 지진으로 인한 지역주민의 심리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10월 15일부터 19일까지 포항시에 거주하는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신체적 피해를 호소한 사람은 9명으로 비교적 적었지만 응답자의 80.8%(404명)는 불안증상, 불면증, 우울증, 소화불량, 울렁거림, 어지러움, 두통에 시달리는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답했다. 또 이들을 대상으로 PTSD 진단조사를 실시한 결과 절반에 가까운 41.8%가 PTSD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거나 이미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진이 포항 시민에게 남긴 심리적 충격은 크지만 이를 치유하기 위한 심리 지원 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4.8%에 불과했고 95.2%에 해당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심리적 지원을 받은 적이 없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지진으로 인해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미뤄진 것과 관련해 당시 포항에서 거주하고 포항에서 수능을 치른 현재 대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면담조사한 결과 당시 수험생들은 지진의 재발에 대한 공포나 트라우마보다는 수능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심각했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토탈리콜 10년 내 현실화…나쁜 기억, 좋은 기억으로 바꾼다

    토탈리콜 10년 내 현실화…나쁜 기억, 좋은 기억으로 바꾼다

    공상과학(SF) 소설가들에게는 오랫동안 간직해온 꿈이 있다. 그것은 바로 인류가 언젠가 고통스러운 기억을 지우고 행복한 기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은 인간이 과거에 겪었던 힘든 기억을 없애고 좋았던 기억을 더 좋게 하는 기술이 개발단계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1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기능신경외과 그룹의 삽입신경조절장치 전문가 로리 파이크로프트 연구원(박사후보)은 최근 ‘2018 카스퍼스키 넥스트’ 콘퍼런스에서 “인간의 기억에 관여하는 뇌파를 전자적으로 제어함으로써 기억상실이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와 같은 질환을 곧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연구자는 이런 기술을 사용해 ‘기억 보조장치’를 삽입하면 인간의 기억을 향상하거나 심지어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1990년 고전 SF 영화 ‘토탈리콜’에서 배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연기한 주인공 더글러스 퀘이드가 가상 휴가를 즐기던 모습에서 착안했다. 피크로프트 연구원은 “기억 보조장치는 정말로 흥미로운 잠재력이며 상당한 의료 혜택을 제공한다. 전극으로 우리 기억을 더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은 허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이 기술은 이미 오늘날 존재하는 탄탄한 과학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기억 보조장치의 개발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억을 만든 뒤 이를 강화하거나 심지어 새롭게 바꿔도 복구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은 10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기술에는 어두운 면도 존재한다. 사이버 공격을 시도하는 해커들은 언젠가 우리의 기억을 원격으로 훔치거나 심지어 가짜 기억을 이식하는 등 범죄에 악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사이버 보안기업 카스퍼스키 랩의 드미트리 갈로프 연구원은 “비록 신경자극기를 겨냥한 어떠한 공격도 관찰된 적은 없지만, 이용하기 어렵지 않은 약점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미 환자의 뇌에 신경자극기를 내장함으로써 다양한 질병의 증상을 완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심장박동조절기와 비슷하며 외과적으로 이식하는 이 장치는 뇌나 척수의 표적 영역으로 작은 펄스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이 장치를 활용해 뇌의 깊은 곳에 있는 시상하핵을 표적으로 삼으면 파킨슨병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뻣뻣함과 느린 움직임, 그리고 떨림 등의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 이 기술은 현재 전 세계에서 약 15만 명의 파킨슨병 환자에게 적용돼 증상 완화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화 ‘토탈리콜’ 스틸컷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IS 성노예’였던 난민 소녀, 독일서 IS 전투원과 ‘악몽의 재회’

    ‘IS 성노예’였던 난민 소녀, 독일서 IS 전투원과 ‘악몽의 재회’

    이슬람국가(IS)에 납치돼 성노예로 지내다 탈출한 뒤 가족과 독일로 넘어가 난민이 됐던 야지디족 10대 소녀가 길거리에서 과거 자신을 가두고 성적으로 학대했던 IS 전투원에게 발각돼 신변의 위협을 느껴 이라크로 되돌아간 사실이 전해졌다. 영국 더 타임스 등 주요 외신은 16일(현지시간) 쿠르드계 이라크 매체 바스뉴스를 인용해 최근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 있는 난민 캠프에서 머물던 한 야지디족 난민 소녀가 IS 출신 남성을 피해 이라크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 쿠르디스탄으로 돌아간 사연을 전했다. 아쉬왁 하지라는 이름의 이 소녀는 4년 전인 2014년 8월, 이라크 북부로 진격한 IS에 의해 납치된 수천 명의 쿠르드족·야지디족 중 한 명이었다. 당시 15세였던 아쉬왁 하지는 가족과 함께 납치됐지만, 아부 후맘이라는 이름의 한 남성에게 100달러(약 11만원) 팔려 약 3개월 동안 이라크 북부와 시리아 지역에서 지냈다. 하지는 함께 팔려온 다른 소녀들과 함께 이 남성에게 거의 매일 밤 성적으로 학대를 받으며 이슬람교로 개종할 것을 강요받았다. 3개월쯤 지났을 무렵, 하지는 다른 소녀들과 함께 몰래 아부 후맘의 휴대전화를 빼돌렸고 자신의 오빠에게 극적으로 연락할 수 있었다. 오빠는 이들 소녀가 탈출할 수 있도록 한 가지 묘안을 떠올렸다. 소녀들은 그의 계획에 따라 신체 이곳저곳을 손톱으로 긁어 상처를 낸 다음 피부병에 걸렸다고 거짓말했다. 이에 따라 병원에 간 소녀들 중 한 명이 수면제를 하나 입수할 수 있었다. 이후 소녀들은 남성의 음식을 준비할 때 수면제를 탔고 남성이 잠이 든 틈을 타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는 이후 가족과 만났고 6개월 동안 이라크에 머물다 함께 독일로 넘어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녀는 슈투트가르트에서 살면서 노예 생활 중 생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완화하는 인도적 지원 프로그램을 받았고 슈퍼마켓에 취직해 일도 했다. 하지는 어느 날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러던 지난 2월 일을 마치고 집이 있는 난민 캠프를 향해 가던 중 한 남성이 차에서 내려 자신 앞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하지는 “지난 2월 21일, 누군가가 나를 가로막았다. 그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봤을 때 몸이 굳고 말았다”면서 “날 감금했던 아부 후맘과 똑같이 무서운 턱수염과 못 생긴 얼굴을 하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가 내게 독일어로 ‘너, 아쉬왁이지?’라고 추궁했을 때 난 곧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소녀는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에게 위험이 미칠 것을 두려워했다. 탈출 후 가족 대부분과 재회했지만 4명의 오빠는 여전히 행방 불명이며 언니 1명은 아직도 IS에 납치된 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는 독일에서 남성에게 가던 길을 저지당했을 때 다른 사람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남성은 집요하게 따졌다. 그는 “아니, 넌 아쉬왁이 맞다. 난 잘 안다”면서 “내가 바로 모술에서 잠시 함께 있었던 아부 후맘”이라고 말했다. 이어 “네가 지금 어디서 누구와 살고 무엇을 하는지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는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남성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근처 시장에 몸을 숨겼다. 귀가 후 오빠에게 연락해 자초 지종을 말하고 다음날에는 난민 캠프 관리자에게 사실을 알렸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 영상에서 남성의 신원을 파악했다. 남성은 이라크 바그다드 출신으로 본명은 무하마드 라시드였다. 하지만 경찰은 이 남성 역시 난민 지위를 받은 상태이고 소녀에게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므로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하지는 “경찰은 해당 남성도 나처럼 난민이므로 지금은 대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만일 또 남성에게 저지당하면 여기로 연락하면 된다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 하나를 건네줬을 뿐”이라면서 “문제는 남성은 물론 그의 일부 가족이 독일 안에 살고 있어 나는 물론 내 가족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독일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독일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슈투트가르트 지역을 관할하는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경찰은 외신들의 코멘트 요구에 어떤 답변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트위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검찰 “安, 사냥꾼처럼 덫 놓고 위계 악용” 질타

    검찰 “安, 사냥꾼처럼 덫 놓고 위계 악용” 질타

    檢 “담배 심부름 시켜 끌어들여 KTX·車·집무실 등서도 추행” 安측 “김씨, 무급으로 일할 만큼 결단력 뛰어난 여성…자발적” 피해자는 방청석서 꼼꼼히 메모“덫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늦은 밤 술과 담배 심부름을 시켜 끌어들였다.” 2일 서울서부지법에서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성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첫 공판이 열렸다. 형사합의 11부(부장 조병구) 심리로 열린 재판에서 황윤재 검사가 낭독한 공소 사실은 충격적이었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2017년 러시아 출장 중에 수행비서였던 김지은씨를 요트, 호텔 등에서 성폭행했다고 밝혔다. KTX, 집무실, 관용차 등에서 강제로 입맞춤을 하거나 엉덩이와 가슴을 만지고, 완강하게 거부하던 김씨를 네 차례 간음했다는 게 검찰 측의 주장이었다. 황 검사는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던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간음하고 추행했다”면서 “이성적 관계가 형성될 수 없는 상명하복의 위계 구조에 의한 전형적인 성범죄”라고 주장했다. 이어 “호감에 의한 관계”라는 안 전 지사 측의 주장에 대해서는 “나르시시즘적(자기에 대한 애착이 심한) 태도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황 검사는 특히 “대선 캠프에서 김씨의 업무는 노예로 불릴 정도였다”고 강조했다. 이에 안 전 지사의 변호인은 “성관계는 수평적인 연인 관계로서 애정의 감정을 가지고 합의 아래 이뤄졌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러면서 “안 전 지사는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던 것을 반성하며 즉각 사임했다”면서 “여론의 비판도 받아들이며 도덕적·정치적 책임도 감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은 또 “김씨는 장애인도, 아동도 아니며, 결혼 경험도 있다”면서 “무보수로 캠프에 올 만큼 결단력이 뛰어난 여성이었다”며 김씨의 자발적인 선택을 강조했다. 오후 재판에서 검찰은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보낸 메시지, 김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진료를 받으려 한 사실, 안 전 지사 가족이 김씨의 사생활을 파악하려 한 정황, 안 전 지사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입증할 산부인과 진단서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그러면서 “충남도청 조직의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이 극히 낮았고 수행비서가 도지사의 성범죄를 밝힐 환경이 아니었으므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이 성립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에 안 전 지사 측은 “피해자로 보기 어려웠던 김씨의 태도에 대한 진술도 있다”고 반박했다. 이날 안 전 지사와 김씨 모두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안 전 지사는 피고인석에 앉았고, 피해자인 김씨는 방청객 자격으로 방청석에 앉아 발언을 노트에 꼼꼼히 적어 가며 재판을 지켜봤다. 안 전 지사는 판사가 직업을 묻자 “현재 직업은 없습니다”라고 답했고, 판사는 “지위와 관련된 사건이므로 ‘전 충남지사’라고 하겠다”고 말했다. 안 전 지사는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법원 앞에는 여성단체 회원들이 나와 “사법부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한다”고 외쳤다. 재판 방청권 46석 추첨에는 75명이 응모했고, 응모자 대부분이 여성이었다. 김씨는 6일 오전 비공개로 열리는 두 번째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희미해진 옛 추억, RNA가 찾아줄까요

    희미해진 옛 추억, RNA가 찾아줄까요

    달팽이에 감각 반응 학습시켜 RNA 뽑아 일반 개체에 이식 자극 주자 훈련 때와 같은 반응 “치매로 잃은 기억 회복 희망” 요즘 영화 ‘데드풀’로 상한가를 달리는 라이언 레이놀즈와 ‘원더우먼’ 갈 가도트가 출연한 2016년 영화 ‘크리미널’은 죽은 CIA 요원의 기억을 범죄자에게 이식하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룬 첩보 스릴러 작품이다. 고 이예춘과 아들 이덕화씨가 함께 출연한 것으로 유명한 1974년 작 ‘공포의 이중인간’에도 일제시대 일본군이 숨겨 놓은 대량의 다이아몬드를 찾기 위해 일본군 장교의 시체를 살려 내고 그 기억을 빼내 다른 사람에게 이식하려는 내용이 있다. 이들 외에도 ‘토탈리콜’, ‘코드명J’, ‘매트릭스’, ‘인셉션’ 등 수많은 SF 영화와 소설에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바로 다른 사람의 기억을 이식하거나 삭제하는 기술이다.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가까운 미래에는 사람의 기억을 컴퓨터나 클라우드에 업로드하고 내려받을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해 사실상 ‘영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 컴퓨터 같은 외부 기기의 도움 없이 주사 방식으로 ‘기억’을 손쉽게 옮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이번 연구가 사람에게 적용되는 시점이 된다면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인해 발생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같은 뇌신경 질환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을 점점 잃어 가는 치매 환자들에게 기억을 되찾을 수 있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의 통합생물학및생리학과와 의대 뇌연구소 공동연구팀은 한 바다달팽이의 기억을 다른 바다달팽이에게 주사해 옮기는 실험에 성공하고 미국신경과학회가 발행하는 온라인 국제학술지 ‘e뉴로’ 5월 14일자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데이비드 글랜즈먼 교수는 2014년에도 동물실험을 통해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 생명과학 분야 학술지 ‘e라이프’에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는 세계적 석학이다. 중추신경계에 뉴런이 약 1000억개가 있는 사람에 견줘 바다달팽이는 중추신경계 뉴런이 2만개에 불과하지만 세포 형태와 분자적 신호전달 체계는 인간과 비슷하다. 연구팀이 실험동물로 결정한 이유다. 연구팀은 바다달팽이 14마리를 7마리씩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찬물에 담가 두거나 바늘로 찌르는 등의 방법으로 감각뉴런이 방어 반응을 보이도록 학습시켰다. 그다음 훈련받은 달팽이의 RNA를 뽑아낸 뒤 훈련받지 않은 일반 바다달팽이에게 주사하고 하루 동안 방치했다. 주사 전에는 찬물을 끼얹거나 바늘로 찔러도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이 달팽이들은 자극을 주자 훈련받았던 달팽이들과 똑같이 30초간 수축하는 모습을 보였다. 연구에 참여한 알렉시스 베데카라츠 박사는 “이번 연구는 RNA 속에 기억이 저장되고 이를 통해 기억이 다른 개체에 전달될 수 있음을 보여 준 것”이라고 강조했다.RNA는 DNA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할 때 작용하는 생체 고분자 화합물이다. 또 활동성이 높기 때문에 다른 DNA나 RNA와 쉽게 결합하기 때문에 생체 내에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RNA의 생체 내 기능에 대해 모두 밝혀지지는 않은 상태다. 그러나 지난달 말 한국 연구진이 “장기기억은 두 신경세포 사이의 시냅스에 저장된다”는 70년 전 캐나다 심리학자 도널드 헵의 주장을 실험적으로 확인하고 논문으로 발표했다. 이 때문에 뇌과학계에서는 기억 저장소가 RNA인지, 시냅스인지에 대해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글랜즈먼 교수는 “만약 기억이 시냅스에 저장된다면 우리 실험이 성공했을 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이번 연구가 일생 동안 축적된 기억을 이식하는 데 곧바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확신할 수 없지만 기억 저장에 대해 좀더 정확히 알아 갈수록 가능성은 높아진다”며 “그렇게 된다면 가까운 미래에는 RNA를 활용한 주사든 이식이든 다양한 방법을 통해 치매로 사라진 기억들을 깨우고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글랜즈먼 교수팀은 다양한 RNA 중에서 기억을 전달하고 저장하는 데 관여하는 RNA들을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지난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사고 목격 노동자 산재 인정

    지난해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사고 목격 노동자 산재 인정

    지난해 노동절(5월 1일)에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발생한 크레인 사고 현장을 목격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산재로 인정받았다. 트라우마로 불리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는 자연재해나 사고 등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공포감을 느끼고 사건 후에도 지속적인 재경험을 통해 고통을 느끼는 질병이다.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t급 골리앗 크레인과 32t급 지브형크레인이 충돌하면서 발생한 사고를 목격한 노동자 7명이 신청한 산재 요양급여를 업무상질병으로 인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사고로 노동자 6명이 사망했고, 이를 목격한 노동자들은 불면증과 심리적 불안에 시달렸다.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는 “근무중 발생한 동료 노동자들의 사고를 목격해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이후 발생한 증상을 감안하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로 인한 재해노동자 38명 중 산재를 신청하지 않은 경상자 5명, 하청업체 사업주 1명을 제외한 32명에 대한 산재는 모두 인정됐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 오류동역 투신 사고 발생 후 고개 숙인 기관사 ‘안타까워’

    오류동역 투신 사고 발생 후 고개 숙인 기관사 ‘안타까워’

    서울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에서 26일 한 여성이 투신 사망한 가운데 당시 열차를 운행한 기관사의 모습이 SNS에 공개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이날 낮 12시 41분 서울 구로구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에서 30대로 추정되는 여성이 선로에 뛰어내렸다. 여성은 진입하던 열차에 치여 숨졌다. 철도동호회 카페 ‘엔레일(Nrail)’에는 이날 발생한 사상사고와 관련해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촬영한 사진이 올라왔다. 게시물에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충격으로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들지 못하는 기관사의 모습이 담겼다. 네티즌들은 해당 게시물에 “기관사님이 너무 안타깝다”는 댓글을 남기며 기관사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걱정했다. 인명사고 등 운행 중 사고경험이 있는 기관사 대부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로 고통을 겪고 있고 실제 사상사고를 겪은 한 기관사가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사고 열차 기관사는 “플랫폼에서 사람이 뛰어드는 것을 보고 급제동 했지만, 제동거리가 짧아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목격자 진술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 중이다. 코레일과 경찰에 따르면 오류동역 승강장에는 현재까지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지 않았다. 이에 투신사고를 막기 위해 스크린도어 설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기억이 저장되는 뇌 부위 찾았다

    기억이 저장되는 뇌 부위 찾았다

    국내 연구진이 지난 70년 동안 학습과 기억을 설명하는 핵심 가설을 세계 최초로 실험적으로 증명해 냈다.강봉균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팀이 시냅스를 종류별로 구분해 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뇌에서 기억이 저장되는 저장소를 찾아내 세계적인 과학저널 ‘사이언스’ 27일자에 발표했다. 1949년 캐나다 신경심리학자 도널드 헵은 학습 내용과 강도에 따라 뇌에 있는 부위별 수상돌기 말단에 있는 시냅스끼리 물질교환 빈도와 세기가 달라지면서 기억으로 자리잡게 된다는 가설을 발표했다. 지난 70년 동안 뇌와 학습의 관계를 가장 잘 설명하는 가설로 받아들여졌지만 실험적으로는 증명되지 못했었다. 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신경세포가 있고 하나의 신경세포에는 수 천개의 시냅스가 있다고 알려져 있어 시냅스 하나 하나를 구분해 분석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하나의 신경세포에 있는 수 천개의 시냅스를 서로 다른 형광색으로 각각 표지해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는 ‘듀얼-eGRASP’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로 알려진 해마에 주목하고 생쥐에게 공포기억을 학습시킨 뒤 듀얼-eGRASP로 시냅스를 분석했다.그 결과 시냅스의 수상돌기 가시의 밀도와 크기가 증가한 부위를 찾아냈다. 기억저장 시냅스를 찾아낸 것이다. 연구팀은 전기생리학적 실험을 통해 기억저장 시냅스들이 구조적 변화 뿐만 아니라 기능적으로도 다르게 작동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로 알츠하이머 치매 같은 퇴행성 뇌질환, 불안장애, 강박장애, 약물중독 등도 뇌 신경세포간 네트워크 변화를 관찰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개념의 치료방법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강봉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시냅스를 종류별로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기억의 저장소를 찾아냄으로써 헵 가설을 실험적으로 증명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시냅스 중에서 학습에 의해 변하는 기억저장 시냅스를 찾아냄으로써 치매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같은 기억 관련 질병 치료방법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생선 기름, 만성 스트레스 ↓ PTSD 치료에도 도움”(연구)

    “생선 기름, 만성 스트레스 ↓ PTSD 치료에도 도움”(연구)

    생선 기름이 만성 스트레스를 줄이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치료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와 일본 도쿄대 공동 연구진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당시 사고 수습에 나섰던 구조대원 172명에게 오메가3 지방산이 함유된 어유(魚油)보충제를 주고 PTSD 예방에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러고 나서 이들을 보충제를 먹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 분석했다. 여기서 대조군은 재난의료지원팀(DMAT·Disaster Medical Assistance Team)에 속하는 구조대원 약 1만1000명이다. 그 결과, 어유보충제를 권장량 섭취한 여성 구조대원들은 PTSD를 평가하는 측정도구인 ‘사건충격척도’(IES·Impact of Event Scale)에서 현저하게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는 PTSD 예방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남성 구조대원들 사이에서는 어떤 효과도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는 어유보충제가 여성들 사이에서만큼은 PTSD 치료에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일반인들에게도 효과가 있는지 보려면 더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어유보충제가 지속적인 만성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성 스트레스는 뇌의 신경계를 계속해서 활성화되도록 해 시간이 흐르면 신체 전반에 손상을 일으킨다. 대부분 증상은 PTSD 증상과 비슷하다. 사실 PTSD는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회적으로 심각한 질병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뇌에 생물·화학적인 영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어유보충제가 PTSD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외상성 사고 직후 응급실에 실려온 환자들에게 어유보충제를 섭취하도록 처방한 결과, PTSD를 일으킬 가능성이 훨씬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정신치료의학회가 발행하는 ‘정신치료-심신의학 저널’(Journal of Psychotherapy and Psychosomatics) 최신호(4월호)에 실렸다. 사진=dolgachov / 123RF 스톡 콘텐츠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단독] “중환자실 근무자 97% 번아웃” 간호사의 삶

    [단독] “중환자실 근무자 97% 번아웃” 간호사의 삶

    근무 중 식사 시간 불과 ‘11분’ 낙인 두려워 부서 이동 의견 못 꺼내인력 확충·내부 문화 개선 등 필요 과도한 업무와 환자가 사망하는 극한 상황, 부서간 이동이 어려운 환경 등의 영향으로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대부분이 ‘소진’(번아웃)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입 간호사들은 낯선 업무 때문에 수시로 초과근무를 하게 되고 태움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업무량이 많은 분야의 간호인력을 확충하는 등 근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병원간호사회 학술지 ‘임상간호연구’에 실린 ‘다차원적 요인이 중환자실 간호사의 소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아산병원과 을지대 간호대 연구팀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222명을 조사한 결과 216명(97.3%)이 중등도 이상의 소진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진은 신체적, 정신적 힘이 고갈돼 탈진한 상태를 의미한다. 다른 연구에서 응급실 간호사의 73.5%, 암병동 종양간호사의 75.3%가 소진을 경험한 것에 비해 높은 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1인당 환자 수 2.9명…격무 시달려 중환자실 간호사 소진에 영향을 미치는 직무 요인은 현재 근무부서에 대한 만족 여부, 원하는 부서 근무 여부, 부서 이동 희망 여부, 간호사 근무경력 등이었다. 연구팀은 “간호인력을 관리할 때 간호사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원하는 부서 배치와 이동을 해야 하고 병원은 간호사 근무 환경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근무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환자실은 위기상황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가 높다. 집중치료에도 불구하고 담당한 환자가 사망할 경우 의료진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경험할 가능성도 높다. 중환자실 간호사의 업무량은 매우 많은 편이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전국 51개 중환자실 의료인력을 조사한 결과 내과계 중환자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2.9명으로 조사됐다. 수간호사나 책임간호사의 숫자를 고려하면 간호사 1인당 3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담당 환자 수가 많으면 업무강도도 높아져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간호사들은 중환자실 담당 환자 수를 1명으로 줄여야 한다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환자실 간호 인력을 늘리면 인건비 부담이 높아져 심한 적자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일선 병원들은 대대적인 인력 확충을 꺼리는 형편이다.중환자실 외에 다른 분야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도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이화여대 연구팀 분석에서 간호사들의 근무 중 식사 시간은 평균 11분으로 평상시 식사시간(32분)의 3분의1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력이 짧은 신규 간호사의 업무 고층은 더 많을 수 밖에 없다. 하루 업무를 근무시간 안에 끝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이 늘어나고, 환자의 생명과 관련된 직업이다보니 수시로 질책을 당한다. 연세대·이화여대 연구팀과 대한간호협회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가 공동연구한 ‘신규 간호사의 처음 1년간의 근무경험’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에서 3교대 근무를 하는 12~18개월 경력의 간호사 9명을 조사한 결과 규정된 근무시간은 8시간이었지만 실제 근무시간은 최대 15시간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 A씨는 “한번 들어가면 밥먹으러 나올 수도 없고 10시간을 일한다”며 “여기는 일반인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곳”이라고 토로했다. B씨는 “4시에 퇴근이면 6~7시까지 남아서 했으니까 앞뒤로 거의 2~3시간씩은 매일 일을 했다”며 “긴급상황이 없어도 항상 병원에 15시간을 상주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과도한 업무량은 선후배 사이의 ‘태움’으로 연결된다. 태움은 교육을 빙자해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는 문화를 의미한다. 신입 간호사는 6개월 간 기본적인 간호업무를 배우고 이후 9개월간 선임간호사와 병동 업무와 조직의 규칙을 배우게 되는데 이 때 주로 괴롭힘을 경험한다. 서울대 연구팀이 작성한 ‘간호사의 태움 체험에 관한 질적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괴롭힘은 인수인계 시기에 가장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간호사들은 인수인계 시간에 업무 확인을 하면서 소통을 하게 되는데 이 때 업무 미비에 대한 지적과 지식 확인이 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프리셉터(사수) 등 선임 간호사들은 신입 간호사를 받으면서 본인의 업무량이 늘어나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했다. 선임 간호사 C씨는 “일을 잘 모르는 신입과 내가 일을 하면 신입 일을 내가 다 커버해주면서 해야 하니까 너무 힘들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선임 간호사 D씨는 “내가 특별히 시간을 할애해서 도와줬는데 ‘왜 내 노력을 몰라주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반면 신입 간호사 E씨는 “개인적인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기도 하고 무시했다고 생각해 보복하는 것 같다”고 호소했다.●태움도 낙인…경직된 문화 개선해야 경직된 인사 문화 문제도 있었다. 신입 간호사들은 괴롭힘을 당해도 ‘입사 후 몇 년간 부서 이동을 할 수 없다’는 암묵적인 규칙 때문에 우선 참는 경우가 많았다. 중환자실 등 고된 업무를 맡게 돼도 자의로 이동하는 것이 쉽지 않다. 부서를 옮기면 태움을 경험한 간호사로 낙인 찍힐 수 있어 힘들게 적응하며 생활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간호사 F씨는 “부서 이동을 하면 (태움) 꼬리표를 단다. ‘도대체 얼마나 일을 못 하고 적응 못 했길래 여기까지 오나’라는 인식이 있어서 결국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설 연휴인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간호사 A씨 유가족은 병원 측에 간호사들의 고통을 방치한 책임을 인정하고 내부 감사보고서를 공개해 극단적 선택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가족은 “가족 사이에서 별명이 ‘잘난 척 대마왕’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던 아이가 병원 입사 후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조금씩 변했다”며 “‘내가 전화를 잘 못 한대’, ‘나는 손이 좀 느린 것 같아’, ‘우리 선생님은 잘 안 가르쳐 줘’라고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의 죽음으로 지금도 병원 어디선가 힘들어 하고 있을 수많은 간호사를 구할 수 있다면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아이의 짧은 생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또 어린이집 폭행…6살 아이에 주먹질한 보육교사

    또 어린이집 폭행…6살 아이에 주먹질한 보육교사

    인천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6살 아이를 심하게 폭행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24일 인천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인천시 서구 모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 A(41·여)씨가 원생 B(6)군을 폭행하는 학대를 했다며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으로 처벌해 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됐다. 고소인 B군의 어머니 C(42)씨는 보육교사의 학대 행위를 방치했다며 이 어린이집 원장 등도 함께 고소했다. C씨는 고소장에서 “올해 11월 16일 어린이집 교실에서 보육교사 A씨가 다른 원생들을 옆에 앉혀 두고 주먹으로 아들의 머리를 수차례 때렸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확보한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영상에는 A씨가 한 여자아이와 B군을 자신의 양옆에 세워두고 혼을 내다가 B군의 머리를 강하게 2차례 때리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B군은 두 번째 폭행을 당한 후 쓰러졌다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재빨리 일어났다. 이후 A씨는 B군을 CCTV 사각지대로 몰아붙인 뒤 재차 손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리며 질책했다. B군이 A씨에게 맞는 모습을 비슷한 또래의 다른 원생 9명도 교실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C씨는 아들로부터 “선생님에게 맞았다. 온몸이 아파 일어나기 싫다”는 말을 듣고 어린이집 원장에게 항의했고, 이를 전해 들은 A씨는 C씨에게 전화를 걸어 “머리를 때린 사실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3년 가까이 다녔던 어린이집인데 올해 3월부터 아이가 ‘선생님이 때리고 혼내서 무섭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는 말을 했다”며 “올해 3월에도 다른 어린이집으로 옮기려다가 원장이 설득해 계속 등원시켰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B군은 폭행을 당한 후 악몽을 자주 꾸고 바지에 소변을 보는 등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진단을 받았고,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20일 넘게 입원 치료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피고소인들을 소환해 조사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CCTV 분석 작업이 끝나면 이들을 불러 사실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기억 지우개’ 당신도 필요한가요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기억 지우개’ 당신도 필요한가요

    전기·가스로 뇌 자극해 공포감 삭제 ‘제논 가스’로 새로운 기억 만들기도 세계 각국 연구진 연구결과 쏟아내 20년 전 시작된 ‘가상현실 치료법’도현대인은 끔찍한 범죄와 테러, 자연재해 등에 시시각각 노출돼 살아간다. 이 과정에서 원치 않게 겪은 경험과 기억은 뇌에 강제 저장되고, 이러한 나쁜 기억은 인간의 일상을 어지럽히고 망친다. 전쟁을 겪은 군인은 고막을 울리는 큰 소리만 나도 갑작스럽게 주변 사람을 공격하거나 불안에 떨고, 성폭행을 겪은 여성은 사람들로 붐비는 길거리에서 남성과 스치기만 해도 공포와 두려움에 무너져 내린다. 지진과 화산으로 가족의 울타리를 잃은 아이, 교통사고로 신체 일부를 잃은 운전자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지워지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를 그날의 기억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기억은 결국 트라우마가 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발전한다. 우리 뇌에서 나쁜 기억을 저장하고 이것을 트라우마화(化)하는 데 가장 중심적 역할을 하는 부위는 대뇌에 있는 아몬드 모양의 편도체다. 편도체가 손상된 인간과 일부 동물은 감정, 특히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예컨대 편도체 또는 편도체의 시냅스(2개의 신경세포가 접합하는 부위)가 망가진 쥐는 고양이가 자신을 잡아먹는 그 순간까지 공포를 느끼기는커녕 장난을 친다. 이러한 발견을 토대로 세계 각국 연구진은 뇌의 특정부위를 전기 또는 레이저, 가스로 자극해 공포심 또는 공포심을 준 나쁜 기억에 대한 공포를 억제하고, 더 나아가 이를 지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진은 2014년 제논 가스에 노출된 쥐들에게서 공포를 느끼던 환경에 대한 반응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발견했다. 무색·무취의 불연성 기체인 제논 가스는 의료용부터 가구 제작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가스인데, 이것에 노출되면 공포의 기억과 관련된 특정 단백질 수용체를 차단해 나쁜 기억을 없애준다는 것이다. 트라우마가 된 기억을 떠올리는 순간, 제논 가스가 뇌가 해당 기억을 완전히 차단하고 새로운 기억을 만들도록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 밖에도 레이저나 전기 자극을 나쁜 기억 지우개로 활용하면 트라우마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는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쥐 등 동물을 이용한 실험이다. 두개골을 열고 복잡한 회로로 이뤄진 뇌에서 ‘공포기억 저장소’를 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보다 완벽하고 안전한 나쁜 기억 지우개를 찾는 사이, 지금 이 순간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나쁜 기억과 연관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트라우마로 인한 PTSD는 시각과 청각, 촉각, 미각 등 다양한 경로로 발현되며 이는 한 사람의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영국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연구진이 지난해 50대 이상 성인 45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어린 시절 학대나 따돌림 등의 경험으로 트라우마가 생긴 사람일수록 노화 및 수명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다양한 트라우마적 문제들이 몸에 각인처럼 남고, 이것이 텔로미어의 길이를 짧아지게 해 수명을 단축시킨다는 것. 자녀의 죽음이나 목숨을 위협하는 사고 또는 질병, 신체적 공격 등의 외상적 사건을 겪은 여성은 이러한 사건을 겪어보지 않은 여성에 비해 비만이 될 위험이 11% 높다는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의 연구결과도 있다. 수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나쁜 기억을 지우는 것에 있어서 최근 각광받는 기술이 바로 ‘가상현실 치료’다. 1990년대 중반에 처음 시작된 이 치료법은 과학의 발전으로 더욱 현실감이 높은 가상현실을 만들어냄으로써 전쟁 및 테러 생존자들에게 꾸준히 실시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쁜 기억을 정면으로 직시하고 이를 뛰어넘게 도와주는 주위의 손길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처방에 따른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럽거나 감춰야 하는 또 다른 비밀이라고 인식하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망각을 두고 ‘신의 선물’이라 부르기도 한다. 때로는 망각이 기억보다 더 나을 때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다고 다 잊혀졌을 거라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이미 몇 년의 시간이 흐른 세월호 참사나 경주·포항 지진 피해자들에 시간은 단순히 숫자에 불과하다. 기억, 그것도 나쁜 기억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질길 수 있다. 망각은 신의 선물일 수 있지만, 그 선물을 언제, 어떻게 받고 쓸지 결정하는 것은 인간 그 자신이다. huimin0217@seoul.co.kr
  •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3>]6년 137명 과로사…무너진 ‘꿈의 직장’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3>]6년 137명 과로사…무너진 ‘꿈의 직장’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 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3>과로에 쓰러지는 공직사회 ‘무능해도 해고당할 일 없는 철밥통, 연금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 허리 굽힐 일 없는 갑 중 갑….’ 흔히 떠올리는 공무원의 인상이다. 수시로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압박을 받는 민간기업 직장인과 비교하면 고용 안정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식이 달라진다. 경찰과 소방관, 집배원, 시·군·구청 소속 등 한 해 평균 20여명의 공무원이 과로로 죽는다. ‘철밥통’ 공무원들은 어쩌다 과로에 몰리게 됐을까.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진단을 통해 이유를 찾았다. 경찰관과 소방관… 과로 사각지대 16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과로사로 순직을 인정받은 공무원은 137명이었다. 이들 3명 중 1명(31.2%)이 과로 탓에 순직했다. 특히 장시간 노동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과로자살)했다며 유족이 공단에 순직인정을 신청한 공무원도 꾸준히 늘어 2012년부터 2017년 8월 사이 1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5명만 순직처리됐다.직종별로 보면 현장 공무원의 과로사가 많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2~2016년 과로사한 공무원 중 경찰청 소속이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무원 42명, 소방청 11명, 서울·경기 등 광역지자체 8명 순이었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도 7명이 과로사했다. 경찰 과로사의 주범은 교대제 근무다. 파출소나 교통안전담당 업무 등을 하는 경찰은 보통 4조 2교대로 일한다. 첫날은 주간근무, 둘째 날 야간, 셋째·넷째 날은 비번인 패턴을 반복한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순찰·방범 업무를 하는 경찰관은 “출동 지시가 떨어지면 바로 뛰어나가야 하고 총까지 차고 있어 업무 강도도 높은데 늘 긴장까지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야근 때는 취객들과 소모적 승강이를 하며 느끼는 피로감도 크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는 2주 사이 파출소 등에서 일하던 경찰관 3명이 연달아 숨졌다. 모두 과로사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권 당시 경찰조직에 실적주의 바람이 분 것도 과로를 키웠다. 경정급(경찰서 과장급) 이상에 적용한 성과연봉제는 1년 단위 검거율,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 등을 근거로 전국 253개 경찰서를 S, A, B, C 등급으로 줄 세운다. 성적에 따라 연봉이 최대 400만원(총경 기준)까지 차이 난다. 서울의 한 팀장급 경찰관은 “서장이 실적 압박을 받다 보니 과·팀장급 회의의 시작과 끝은 늘 실적 얘기”라고 말했다. 소방관도 경찰 못지않게 불규칙한 근무 패턴과 업무 스트레스 탓에 과로하는 직군이다. 불 끄다 숨진 소방관보다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소방관이 더 많다. 매년 평균 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조현장의 극한 상황과 그곳에서 목격한 참상 등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지기 쉽다. 소방관의 정신과 진료·상담 건수는 2012년 484건에서 지난해 5087건으로 5년 만에 10.5배 뛰었고 47명이 자살했다. 2002년부터 거론된 ‘소방공무원 전문병원’ 건립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인력부족도 과로를 야기한다. 2016년 기준 현장 투입이 가능한 소방 인력(3만 2460명)은 3조 1교대 근무 적정 인원(5만1714명)의 62.8%에 불과하다. #재난과 감정노동으로 우는 지자체 공무원 2시간씩 점심 먹고, 출장 다니며 대충 시간 때우던 ‘동사무소 김 주사’는 옛날 얘기다. 서류 만드는 일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고, 문제와 맞닥뜨려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매년 터지는 동물 전염병은 대표 악재다. 지난 6월 경기 포천시 한대성 축산방역팀장은 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야근한 다음날 새벽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5개월째 과로하던 상황이었다. 한씨 같은 가축방역관(수의직 공무원)이 재난 상황에서 받는 심적 압박은 엄청나다. 수도권의 한 기초지자체 축산과 공무원은 “AI나 구제역으로 몇 달 쪽잠 자는 건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싸우는 게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가축방역관은 660명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진단한 적정인력(1283명)의 절반이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게임업계의 크런치모드(게임 출시 전 집중근무)처럼 공직사회에는 ‘깔때기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말·분기말 등 일이 몰리는 특정시기에 인원조정이 자유롭지 못하니 수시로 밤샘 근무를 한다는 것이다. 집배원도 명절이나 연말연시 등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업무량이 몰린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은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인력 충원이 미흡한 현실에 과로로 내몰린다. 무조건적인 헌신과 자비를 요구하는 풍토는 심리적 피로도를 배가시킨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사회복지공무원 59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실태 조사(2013년)에서 27.5%가 최근 1년 사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경기의 한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 김모(40·여)씨는 “근로 사실을 숨겼다가 적발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생계보조금 환수를 통보했더니 칼을 들고 찾아왔다. 어떤 수급자는 ‘나 없었으면 공무원인 당신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며 소리 지르더라”고 떠올렸다. 폭언을 듣고 무시를 당해도 윗사람들은 ‘민원인과 마찰을 만들지 말고 무조건 사과하라’ 하니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최대 근무시간으로 52시간(주말근무 제외) 적용을 받지만 공무원은 이 같은 법규정조차 없다. #주당 52시간 근로기준법 공직엔 적용 안 돼 중앙부처나 광역지자체 공무원도 과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9일 방위사업청 피아식별장비팀 소속 중령이 자체 업무 처리와 국정감사 준비 등이 겹친 근무를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환경부 소속 공무원은 “국회에서 저녁에 연락이 와 ‘내일까지 자료를 달라’고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덮친 신자유주의가 공직사회의 과로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을 상시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긴 근무시간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얹히면서 자살이라는 비극이 터지는 것”이라면서 “성과평가, 직무이동, 인사이동 등에 대해 당사자가 느끼는 압박이 민간기업보다 낮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dynamic@seoul.co.kr유대근·김헌주·이범수·홍인기·오세진 기자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5년 114명 과로사…무너진 ‘꿈의 직장’

    5년 114명 과로사…무너진 ‘꿈의 직장’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서울신문 특별기획 2017년 대한민국 과로 리포트 <3>과로에 쓰러지는 공직사회 ‘무능해도 해고당할 일 없는 철밥통, 연금이 보장되는 신의 직장, 허리 굽힐 일 없는 갑 중 갑….’ 흔히 떠올리는 공무원의 인상이다. 수시로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압박을 받는 민간기업 직장인과 비교하면 고용 안정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식이 달라진다. 경찰과 소방관, 집배원, 시·군·구청 소속 등 한 해 평균 20여명의 공무원이 과로로 죽는다. ‘철밥통’ 공무원들은 어쩌다 과로에 몰리게 됐을까. 현장의 목소리와 전문가 진단을 통해 이유를 찾았다. #경찰관과 소방관… 과로 사각지대 16일 공무원연금공단에 따르면 최근 6년간 과로사로 순직을 인정받은 공무원은 137명이었다. 이들 3명 중 1명(31.2%)이 과로 탓에 순직했다. 특히 장시간 노동과 업무상 스트레스로 자살(과로자살)했다며 유족이 공단에 순직인정을 신청한 공무원도 꾸준히 늘어 2012년부터 2017년 8월 사이 100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15명만 순직처리됐다. 직종별로 보면 현장 공무원의 과로사가 많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12~2016년 과로사한 공무원 중 경찰청 소속이 47명으로 가장 많았고, 시·군·구 등 기초지방자치단체 공무원 42명, 소방청 11명, 서울·경기 등 광역지자체 8명 순이었다. 우정사업본부 공무원도 7명이 과로사했다. 경찰 과로사의 주범은 교대제 근무다. 파출소나 교통안전담당 업무 등을 하는 경찰은 보통 4조 2교대로 일한다. 첫날은 주간근무, 둘째 날 야간, 셋째·넷째 날은 비번인 패턴을 반복한다. 서울 강북지역에서 순찰·방범 업무를 하는 경찰관은 “출동 지시가 떨어지면 바로 뛰어나가야 하고 총까지 차고 있어 업무 강도도 높은데 늘 긴장까지 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야근 때는 취객들과 소모적 승강이를 하며 느끼는 피로감도 크다. 최근 경북 포항에서는 2주 사이 파출소 등에서 일하던 경찰관 3명이 연달아 숨졌다. 모두 과로사로 추정된다. 이명박 정권 당시 경찰조직에 실적주의 바람이 분 것도 과로를 키웠다. 경정급(경찰서 과장급) 이상에 적용한 성과연봉제는 1년 단위 검거율,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율 등을 근거로 전국 253개 경찰서를 S, A, B, C 등급으로 줄 세운다. 성적에 따라 연봉이 최대 400만원(총경 기준)까지 차이 난다. 서울의 한 팀장급 경찰관은 “서장이 실적 압박을 받다 보니 과·팀장급 회의의 시작과 끝은 늘 실적 얘기”라고 말했다. 소방관도 경찰 못지않게 불규칙한 근무 패턴과 업무 스트레스 탓에 과로하는 직군이다. 불 끄다 숨진 소방관보다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한 소방관이 더 많다. 매년 평균 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구조현장의 극한 상황과 그곳에서 목격한 참상 등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이어지기 쉽다. 소방관의 정신과 진료·상담 건수는 2012년 484건에서 지난해 5087건으로 5년 만에 10.5배 뛰었고 47명이 자살했다. 2002년부터 거론된 ‘소방공무원 전문병원’ 건립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인력부족도 과로를 야기한다. 2016년 기준 현장 투입이 가능한 소방 인력(3만 2460명)은 3조 1교대 근무 적정 인원(5만1714명)의 62.8%에 불과하다. #재난과 감정노동으로 우는 지자체 공무원 2시간씩 점심 먹고, 출장 다니며 대충 시간 때우던 ‘동사무소 김 주사’는 옛날 얘기다. 서류 만드는 일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민원인을 상대하고, 문제와 맞닥뜨려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매년 터지는 동물 전염병은 대표 악재다. 지난 6월 경기 포천시 한대성 축산방역팀장은 조류인플루엔자(AI) 탓에 야근한 다음날 새벽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5개월째 과로하던 상황이었다. 한씨 같은 가축방역관(수의직 공무원)이 재난 상황에서 받는 심적 압박은 엄청나다. 수도권의 한 기초지자체 축산과 공무원은 “AI나 구제역으로 몇 달 쪽잠 자는 건 견딜 수 있다. 그런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과 싸우는 게 사람을 지치게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 가축방역관은 660명으로, 농림축산식품부가 진단한 적정인력(1283명)의 절반이다. 김영선 노동시간센터 연구위원은 “게임업계의 크런치모드(게임 출시 전 집중근무)처럼 공직사회에는 ‘깔때기 현상’이 있다”고 설명했다. 월말·분기말 등 일이 몰리는 특정시기에 인원조정이 자유롭지 못하니 수시로 밤샘 근무를 한다는 것이다. 집배원도 명절이나 연말연시 등에 감당하기 쉽지 않은 업무량이 몰린다. 사회복지공무원들은 복지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 비해 인력 충원이 미흡한 현실에 과로로 내몰린다. 무조건적인 헌신과 자비를 요구하는 풍토는 심리적 피로도를 배가시킨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가 사회복지공무원 59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실태 조사(2013년)에서 27.5%가 최근 1년 사이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답했다. 경기의 한 지자체 사회복지 공무원 김모(40·여)씨는 “근로 사실을 숨겼다가 적발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생계보조금 환수를 통보했더니 칼을 들고 찾아왔다. 어떤 수급자는 ‘나 없었으면 공무원인 당신은 어떻게 먹고 사느냐’며 소리 지르더라”고 떠올렸다. 폭언을 듣고 무시를 당해도 윗사람들은 ‘민원인과 마찰을 만들지 말고 무조건 사과하라’ 하니 자존감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일반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당 최대 근무시간으로 52시간(주말근무 제외) 적용을 받지만 공무원은 이 같은 법규정조차 없다. #주당 52시간 근로기준법 공직엔 적용 안 돼 중앙부처나 광역지자체 공무원도 과로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난 9일 방위사업청 피아식별장비팀 소속 중령이 자체 업무 처리와 국정감사 준비 등이 겹친 근무를 하다가 심근경색으로 숨졌다. 환경부 소속 공무원은 “국회에서 저녁에 연락이 와 ‘내일까지 자료를 달라’고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이후 한국사회를 덮친 신자유주의가 공직사회의 과로를 부추겼다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의 가장 큰 특징은 경쟁을 상시화해 업무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긴 근무시간에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얹히면서 자살이라는 비극이 터지는 것”이라면서 “성과평가, 직무이동, 인사이동 등에 대해 당사자가 느끼는 압박이 민간기업보다 낮다고 볼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별기획팀 dynamic@seoul.co.kr 서울신문은 기업과 사회가 노동자에 과로를 강요하거나 은폐하는 현실을 집중 취재해 보도할 예정입니다. 독자들이 회사에서 겪은 과로 강요 사례나 과도한 업무량을 감추기 위한 꼼수, 산업재해 승인 과정에서 겪은 문제점 등 부조리가 있었다면 dynamic@seoul.co.kr로 제보 부탁드립니다.
  • 2만원에 7살 된 딸 성매매 시키는 母 충격

    2만원에 7살 된 딸 성매매 시키는 母 충격

    영국 BBC에서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 아동인권 및 아동착취와 관련한 다큐멘터리 제작으로 유명한 영국의 언론인 스테이시 둘리가 최근 필리핀에서 촬영한 이 다큐멘터리는 돈을 위해 자신의 어린 딸을 생면부지의 남성에게 파는 엄마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16일 공개된 이 다큐멘터리에는 아이를 둔 여러 여성이 등장한다. 이중 2명은 돈을 목적으로 딸들을 팔아넘겼다고 고백했으며 이중에는 겨우 5살 된 여자아이도 있었다. 스테이시 둘리는 자신의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엄마를 만나기도 했다. 이중 한 엄마는 자신의 아이들을 일부러 소아성애자와 지내게 하거나, 아이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판매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이 엄마는 인터넷을 이용해 미국인과 영국인 등에게 접촉, 돈을 받고 자녀를 빌려줄 사람을 물색했다. 이들이 필리핀으로 건너올 경우 소아성애자와 자신의 어린 자녀들이 함께 여행하는 대가로 돈을 받기도 했다. 현지에서 위장취재를 하며 스테이시 둘리의 다큐 제작을 도운 한 남성은 “어린 딸을 데리고 온 한 여성은 돈을 받기 전에 자신의 7살 된 딸과 먼저 성관계를 가져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용'은 18달러(약 2만원)를 요구했다”면서 “이러한 내용의 발언을 하는 모습을 카메라로 몰래 촬영한 뒤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경찰서에 찾아갔을 때, 이들 여성들이 죄책감은커녕 도리어 어린 자녀들이 먼저 원한 것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덧붙였다. 스테이시 둘리는 영상 말미에서 “부모로부터 이러한 학대를 받은 아이들 대부분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앓는 경우가 많다. 성인이 된 이후 약물 중독에 빠지거나 자살시도를 할 위험이 높아진다”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그들의 엄마가 체포된 것은 기쁘지만 한편으로 이 사건에서는 어느 누구도 승자가 아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결국 그들의 엄마와 헤어져야 하기 때문”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구급차 먼저 지나가게 한 대통령 경호실 “현장 정리 도와”

    구급차 먼저 지나가게 한 대통령 경호실 “현장 정리 도와”

    5·18 기념식이 막 끝난 광주 북구국립 5·18민주묘지 관리사무소 앞. 경호원들은 119구급차량이 앞서 나갈수 있도록 인파를 헤치며 주변상황을 이끌었다. 구급차량은 경호원들의 유도로 서둘러 빠져나갈 수 있었다.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50대 남성 A(54)씨는 갑자기 쓰러져 구급차량에 실려나갔다. 그는 1980년 5월 계엄군에 연행돼 고문을 받고풀려나 37년 동안 외상후스트레스장애(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환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5·18과 관련된 장소에 가거나 장면을 목격하면 그때의 기억이 떠올라 갑자기 쓰러지고 호흡곤란 증상을 보이곤 했다. A씨는 이날도 5·18 기념식에 참석한 이후 갑자기 숨을 제대로 못 쉬는 증상으로 쓰러져 119 구급대원들에게 응급처치를 받으며 구급차에 올랐다. 하지만 묘지를 출발한 대통령 경호·의전 차량 행렬과 대통령을 배웅하려고 몰린 시민들로 구급차가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 문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과 경호·의전 차량 10여 대는 옆으로 비켜서 구급차가 앞서가길 잠시 기다렸다. 덕분에 A씨는 병원으로 무사히 옮겨져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다. 이 장면을 목격한 김모(28)씨는 “대통령이 시민 사이를 걸어 5·18 기념식장에 참석한 파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처럼 대통령 의전 차량이 구급차의 앞길을 열어준 장면은 문재인 정부의 ‘열린 경호’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스마트폰 없으면 분리불안 커…몇분 만에 트라우마 (연구)

    스마트폰 없으면 분리불안 커…몇분 만에 트라우마 (연구)

    아이는 부모와 떨어지게 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심지어 어떤 아이는 심한 두려움에 떨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디지털 세대는 자신의 스마트폰과 떨어져 있을 때 이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과학자들이 발견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20일자 보도에 따르면, 헝가리 과학원과 에오트보스 로란드대 공동 연구진은 18~26세 스마트폰 보유자 87명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참가자들은 손목에 심박수 측정 장치를 달고 노트북이 놓인 책상과 의자, 신문, 인형 등 일상적 물건이 있는 방에 들어갔다. 거기서 ‘계산기가 필요하지만 간단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검사를 받았다. 이 실험에서 참가자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사용해 계산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번 실험에서도 마찬가지로 ‘계산기가 필요하지만 간단한 수학 문제’를 받았다. 하지만 이때 참가자들 모두 자신의 스마트폰을 꺼야 했다. 이중 절반은 스마트폰을 자신의 눈에 보이는 가까운 곳에 뒀으며, 나머지 절반은 방 한쪽에 있는 찬장 안에 넣어야 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스마트폰이나 일반 계산기를 받아 문제를 풀었다. 모든 검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는 휴식 시간으로 2~3분 정도를 줬다. 그리고 이때 참가자들의 행동은 비밀리에 촬영했다. 그다음으로는 모든 참가자에게 스마트폰에 애착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물었다. 분석 결과, 자신의 스마트폰을 반납한 뒤 계산기를 받은 참가자들은 종종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는 심장박동 패턴을 나타낼 가능성이 컸다. 이중 75%는 스트레스의 명백한 징후인 꼼지락거리거나 긁적이는 등 전위 행동을 보였다. 심지어 자신의 스마트폰을 찬장에 두고 계산기를 사용했던 참가자 중 20%는 견디지 못하고 자기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하지만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스마트폰을 받았던 참가자들에서는 이런 영향이 중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설문 조사가 끝날 때까지 스마트폰의 위치를 실험 상태 그대로 유지하도록 허용한 참가자의 비율에서도 차이가 났다. 자신과 가까운 곳에 스마트폰을 둔 그룹은 47%만 현재 상태를 유지했고, 찬장에 스마트폰을 둔 그룹은 0%에 불과했다. 즉, 자신의 눈앞에 스마트폰을 둔 사람들이 자기 스마트폰을 회수한 비율은 53%였고,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스마트폰을 둔 사람들의 회수율은 100%였다는 것. 실험 이후 설문 응답지에서는 스마트폰이 사람들의 긴장감을 완화하며 자신감이나 안정감을 준다는 증거도 드러났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 “우리는 스마트폰의 세상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사는 초기 디지털 문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면서 “이 또래의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이 익숙한 것으로 여겨져 선택됐다”고 말했다. 현재 지구상에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 이용 계정이 활성화돼 있다. 그리고 특히 아이들은 자신의 스마트폰에 더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를 검토한 런던 ‘시티 사이콜로지 그룹’의 임상시험 담당자 마이클 싱클레어 박사는 “젊은 사람들은 스마트폰이 없는 경우가 거의 없어 거기에 믿기 어려울 만큼 의존할 수 있다”면서 “한때 사람들은 편안함과 안도감, 정보, 그리고 방향을 찾기 위해 나이 든 사람들에게 의지했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통해 그런 많은 것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은 훌륭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이런 모든 것은 스마트폰에서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으므로 사용자들은 더 많이 의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인간 행동과 컴퓨터’(Computers in Human Behaviour)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포토리아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심장병 키우는 스트레스…구체적 이유 밝혀져 (연구)

    심장병 키우는 스트레스…구체적 이유 밝혀져 (연구)

    스트레스가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키우는 것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는 연구논문이 영국 의학전문지 랜싯(Lancet) 11일자에 발표됐다. 이에 따르면, 스트레스를 처리하는 뇌 영역인 ‘편도체’가 활성화된 정도가 큰 사람은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이 더 크다. 여기서 편도체는 아몬드 형태의 뉴런(신경세포) 다발로, 공포, 불안, 기쁨 등 감정과 스트레스를 관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렇게 활성화된 편도체는 골수의 활동이 증가하고 동맥에 염증이 발생하는 것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는 편도체의 활성화가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키운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이번 연구로 수집된 자료는 스트레스에 노출된 편도체가 골수에서 백혈구 생성을 더 많이 하도록 신호를 보내 그 결과 동맥 협착이나 염증을 일으켜 결국 그런 심혈관계 질환이 생기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런 잠재적 연관성은 스트레스를 줄이면 정신적 행복감의 개선을 넘어서는 건강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연구를 이끈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심장전문의 아메드 타와콜 교수는 말했다. 이번 논문에는 환자 293명의 뇌·골수·지라(비장)의 활동과 동맥 염증에 관한 PET-CT(양전자 컴퓨터 단층촬영기) 검사 결과가 첨부됐다. 이들 환자는 평균 3.7년간 조사에 참여했으며, 그 사이 환자 22명에게서 심장마비나 심부전, 뇌졸중, 동맥 협착 등 심혈관계 질환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편도체의 활성화 정도가 큰 사람은 그 정도가 낮은 사람보다 얼마 뒤 심장과 관련한 문제가 일어나고 차후 심혈관계 질환으로 발전할 위험이 더 컸다”고 말했다. 또 연구진은 추가적인 연구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병력을 가진 환자 13명을 대상으로 별도의 검사도 시행했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가 가장 심하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편도체 활성화 정도가 가장 컸으며 혈관과 동맥벽에 염증 징후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를 검토한 네덜란드 레이던대학의 일저 보트 박사는 “이번 자료는 만성 스트레스가 심혈관계 질환에 관한 진정한 위험 인자라는 것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또한 “직장이나 사회에서 받게 되는 스트레스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의사들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평가할 때 스트레스 수준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14년에 발표된 한 연구에서도 만성 스트레스는 백혈구를 과하게 생성해 동맥 벽에 뭉치게 하고 혈류를 제한해 혈액 응고를 촉진함으로써 심장 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kei907 / fotolia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리 뇌도 ‘셜록 홈스’처럼 작동한다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우리 뇌도 ‘셜록 홈스’처럼 작동한다

    눈을 뗄 수 없는 스릴과 숨 막히는 반전, 촘촘한 플롯, 책을 덮는 순간까지 계속되는 작가와 두뇌싸움. 추리소설은 이런 매력으로 오랫동안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추리소설을 읽는 또 다른 이유는 복잡하게 얽힌 사건을 막힘없이 풀어내는 탐정 때문이기도 합니다.1841년 에드거 앨런 포가 만들어 낸 최초의 사설탐정 오귀스트 뒤팽을 시작으로 175년 동안 수많은 탐정들이 등장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탐정은 코넌 도일의 셜록 홈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셜록 홈스는 영국 BBC 드라마,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영화 등 최근까지도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재탄생하고 있으니까요. 이 셜록 홈스는 추리소설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과학자들에게도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BBC 드라마 ‘셜록’에 등장한 ‘기억의 궁전’(mind palace) 기법을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연구가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네이처 뉴로사이언스’ 5일자에 실렸습니다. 이 연구에는 미국 프린스턴대와 존스홉킨스대, 스탠퍼드대, 캐나다 토론토대의 뇌신경과학자들이 참여했습니다. 기억의 궁전은 머릿속에 궁전이나 집 같은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눈 다음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시각적 이미지로 바꿔 카테고리별로 각 방에 저장하는 기억법입니다. 홈스뿐만 아니라 역사 속의 여러 인물들도 사용했던 기억법으로 훈련을 통해 익힐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연구팀은 ‘셜록’ 시리즈를 한번도 보지 않은 18~26세의 남녀 참가자 22명에게 드라마 ‘셜록’ 시즌 1의 첫 번째 에피소드 ‘분홍색 연구’를 시청하도록 했습니다. 과학자들은 실험대상자들이 드라마를 보는 동안 뇌혈류를 측정하고,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을 촬영했습니다. 시청이 끝낸 뒤 실험참가자들이 내용을 설명하며 기억을 회상할 때 다시 한번 뇌혈류와 fMRI를 측정했습니다. 줄거리를 설명하는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었지만 등장인물들의 의상이나 대사, 배경의 색깔 등을 설명할 때 활성화하는 뇌 부위가 대부분 일치했다고 합니다. 전체적인 줄거리 같은 낮은 수준의 기억을 꺼낼 때는 해마, 소뇌, 편도체 등이 활동했고, 복잡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기억할 때는 후방내측 전두엽피질과 전(前)전두엽피질이 활성화했다는 것입니다. 이번 연구결과는 사람들이 기억을 할 때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기억의 궁전을 만들어 활용하며 그 궁전의 위치는 비슷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알츠하이머 같이 기억과 관련한 퇴행성 뇌질환이 시작되면 정보의 입출력이 기억의 궁전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를 알츠하이머 예측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동차 키를 어디에 놨는지 몰라 주머니와 가방을 뒤적거리고 외출 후 도시가스 밸브를 제대로 잠궜는지 기억하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일반인들은 선명한 기억력을 갖고 싶어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것은 일종의 재앙입니다. 의지와 상관없이 자신의 경험을 세밀히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은 과거를 잊지 못하고 계속 상기하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의 일종이랍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완벽한 사람보다는 가끔은 깜박깜박하는 기억력을 갖는 것이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물론 청문회장에서 ‘모른다’로 일관하는 기억상실증 환자들은 혐오감과 짜증만 유발시킬 뿐이지 말입니다. edmond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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