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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IS 수괴 잡은 멋진 개” 트윗 사진 공개

    트럼프 “IS 수괴 잡은 멋진 개” 트윗 사진 공개

    미 특수부대 델타포스 소속 군견트럼프 “이름은 기밀해제 안 돼”알바그다디 추격중 감전으로 부상빈라덴 사살땐 군견 ‘카이로’ 활약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테러집단 이슬람국가(IS)의 수괴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잡는 데 큰 역할을 한 군견의 사진을 직접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우리는 IS 지도자 알바그다디를 잡고 죽이는 데 대단한 일을 한 아주 멋진 개의 사진을 기밀해제했다!”며 혀를 내밀고 앉아 있는 개의 사진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의) 이름은 기밀해제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사진이 언제 촬영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배경에는 촬영용으로 보이는 흰 천이 깔렸다. 미 육군 특수부대 델타포스 소속인 군견은 지난 26일 미군이 시리아 북부에서 알바그다디를 막판 추격하는 데 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이 군견은 작전 과정에서 감전으로 인한 상처를 입고 회복 중이라고 CNN방송이 미 국방 당국자를 인용해 전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알바그다디의 최후 순간을 담은 영상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영상과 사진은) 기밀해제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수일 내로 일부 자료를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구체적 설명은 삼갔다. 밀리 합참의장은 또 알바그다디 제거 작전에 투입된 군견이 경미한 상처를 입었지만 현재 임무에 복귀했다면서 이 군견에 대한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2011년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 당시에도 ‘카이로’라는 이름의 군견이 활약했다고 CNN은 전했다. 당시 이 군견은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이 빈라덴 사실을 위해 건물 내부로 진입하는 동안 접근하는 외부인을 탐지하는 역할을 맡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특별기고] 공정성 관점의 수능과 학종/임병욱 서울 인창고등학교 교장

    [특별기고] 공정성 관점의 수능과 학종/임병욱 서울 인창고등학교 교장

    대통령의 정시(수능 중심) 확대와 학생부종합전형 대폭 개선 지시로 교육계가 야단법석이다. 모든 것이 공정성(公正性)의 이름으로 갈등한다.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하는 공정성. 공평은 무엇이고 올바름은 무엇인가? J 롤스의 정의론처럼 그것은 말할 것 없이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수능은 정의롭고 공정한가? 그렇지 않은 점을 짚어 보자. 2022학년도 대입안의 수능은 매우 복잡한 옵션을 갖는다. 국어 2과목, 수학 3과목, 탐구 17과목, 제2외국어 9과목이 선택과목이다. 학생들 앞에 국수탐구 선택 방식이 826가지가 펼쳐진다. 선택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걸맞은 방식이지만 수능은 냉정한 현실이다. 혼란, 컨설팅, 사교육이 춤출 것이다. 2019학년도 수능에선 재학생 대비 졸업생 평균 점수가 국어 10.1점, 영어 10.7점, 수학나 8.6점, 수학가 5.4점이나 높았다. 2018학년도 수능에서 경제 과목은 1문항 틀리면 3등급이었다. 아랍어 1등급은 표준점수 81점, 독불어 1등급은 64점으로 같은 1등급이 17점 차이가 났다. 전국에서 아랍어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한 고교는 외국어고 단 1곳뿐이다. 2019학년도 수능에서 사회문화 1등급은 1만 5240명, 경제 1등급은 300명으로 15배 차이가 났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수능은 선택의 순간에서 불공정성이 극명하게 드러나며, 아주 복잡한 구조를 예고한다는 점이다. 또한 수능은 승자 독식이고 수직 서열 방식이 아닌가? 이 수능의 구조는 25년간 누구도 바꾸지 못했고, 바꿀 수가 없다. 수많은 과목 평균을 동일하게 맞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수능은 대학 서열화를 공고히 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학종은 기회균등, 지역 안배 등이 있어 진일보한 전형임에 틀림없다. 불신을 개선해야 할 몇 가지를 짚어 본다. 평가 경험에 의하면 사정관 평가시스템 화면에서는 수험생 출신교의 정시, 논술 지원자 대비 합격자 수는 물론 고교 유형별 수험생의 내신 평균도 제공한다. 고교프로파일을 통해 학생부가 제한하는 개인 역량 외의 요소가 노출된다. 수능, 논술 성적이 높은 학교나 특목고 수험생이 좋은 평가를 받기 좋은 구조인 셈이다. 집단 평가의 그림자로 개인의 능력을 호도하고 왜곡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는 서류평가, 면접 평가가 정성평가로 이루어지면서 일어나는 학종의 약점으로, 시급히 보정해야 한다. 고교프로파일은 학교별 집단 정보인데 7번과 기타 사항은 자율항목이다. 여기엔 서울·고려·연세대(SKY) 진학자 수, 대학과의 업무협약(MOU), 토익텝스 점수로 교내상 수상 등 정제해야 할 사항들까지 기록된다. 자소서 4번 자율항목과 추천서에도 학생명, 추천인명과 신분, 초·중학교 경험, 해외 체험, AP, 텝스, 교외상 수상, 친인척 신분, 학술단체명 등 학생부 기재 금지 사항이 노출되고 있다. 그야말로 합법적 불공정성의 영역이다. 학종 평가시스템은 개인을 공정성 관점으로 선발하기에 무리가 있다. ‘지원동기를 포함하여 대학이 지원자를 선발해야 하는 이유를 기술’하라는 자율문항에는 수험생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깜깜이 전형의 지난 수년간 서울대에 단 한 건의 불합격 이의신청이 없었던 건 무슨 이유일까? 사교육 업체가 만들어 대부분 대학이 사용 중인 평가시스템을 국가가 관리해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또한 외부인 참여로 선발, 평가, 이의신청 처리 방식을 투명하게 운영하도록 해야 한다. 학종 입학생의 국가장학금 Ⅰ유형(소득연계) 수혜율이 정시 입학생보다 높다는 점도 고려할 일이다. 수능 비중을 40% 이상으로 하면 수시 이월생을 포함해 사실상 50%가 된다. 객관식 문제 풀이로 3년을 보내는 고교 생활은 바람직하지 않다. 전국 고교가 EBS 수능특강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 현실은 교육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 가장 믿기 어려운 것은 미래에 없어질 직업과 지식을 위해 학생을 학교에서 10시간 이상 잡아 둔다는 사실’이라는 앨빈 토플러의 경고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나는 59세,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단 하루라도 정규직으로 살고 싶다

    나는 59세, 톨게이트 해고 노동자… 단 하루라도 정규직으로 살고 싶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언니의 생일 축하합니다….” 지난 24일 밤 10시, 경북 김천 한국도로공사 본사 로비 농성장에는 생일 축하 노래가 나지막이 퍼졌다. 주인공은 만 59세가 된 톨게이트 수납원 조미경씨. 동료들이 정성껏 준비한 케이크와 치킨, 음료수까지 받아 든 조씨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20년 가까이 전북 진안톨게이트에서 일하다 해고된 그는 도로공사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차가운 바닥에서 몇 달째 쪽잠을 청하고 있다. 조씨는 “이제 농성장이 내 집 같고 동료가 가족 같다”면서 “복직해도 내년이면 정년퇴직해야 하는 나이지만 하루라도 좋으니 정규직으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톨게이트 수납 노동자들이 도공 본사를 점거하고 벌이는 농성이 28일이면 50일째다. 지난여름 내내 청와대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이 지난달 9일 이곳으로 왔다. 경부고속도로 서울톨게이트 캐노피(지붕처럼 생긴 구조물)에서 고공 농성을 하던 이들도 합류했다. 도공은 외부인의 접근을 엄격히 막고 있다. 정문은 경찰 수십명이 지키고 있고 주차장으로 통하는 유일한 출입구는 사원증 확인을 거친 직원만 드나들 수 있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조건부 직접고용 중재안을 받아들인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농성장을 떠난 뒤에는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 150여명만 남았다. 90% 이상이 여성, 평균 연령은 55세인 해고 노동자들은 ‘외딴 섬’에서 싸우고 있었다. 남인천영업소에서 근무한 김미숙(50)씨는 “청와대 앞 천막에 비하면 벽도 있고 지붕도 있는 도공 본사는 호텔 수준”이라면서도 “실내에만 있으니 너무 갑갑하다”고 말했다.농성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꿉꿉한 냄새가 환영하는 듯했다. 곳곳에 주렁주렁 널려 있는 셔츠, 속옷, 양말, 수건 등 눅진한 빨랫감이 풍기는 냄새였다. 출입문은 물론 창문까지 막힌 건물 안은 햇볕이 들지 않고 환기도 이뤄지지 않는다. 이들에게 허용된 공간은 잠을 자는 2층과 화장실로 쓰이는 3층, 그나마 운동할 수 있는 4층이 전부다. 이모(48)씨는 “4층 벽을 따라 걸으면 한 바퀴에 400걸음, 25바퀴를 걸으면 1만보”라고 전했다. 농성장의 하루 일과는 오전 8시 20분 조회, 10시 아침 식사, 오후 2시 집회, 5시 저녁 식사, 6시 집회와 종례로 이뤄진다. 저녁 집회로 하루 일과가 마무리되자 목욕 바구니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서 익숙하다는 듯 옷을 벗은 사람들이 바가지로 물을 받아 몸에 끼얹었다. 기자 옆에서 기다리던 한 여성이 “늦게 오면 찬물만 나온다”고 귀띔했다. 줄이 길어 결국 샤워를 포기하고, 침낭에 몸을 밀어 넣었다. 바닥에는 박스와 돗자리가 겹겹이 깔려 있었지만, 어디선가 계속 찬 기운이 올라와 등과 허리가 시렸다. 김씨는 “농성 첫날에는 어렵게 구한 박스조각에 새벽 내내 엉덩이를 댔다가, 허리를 댔다가 하면서 버텼다”면서 “더 추워지면 어떻게 버틸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새벽 6시, 눈이 저절로 뜨였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서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오는 기침 소리도 잠을 방해했다. 장미화(46)씨는 “환기가 안 돼 모두 기침을 많이 한다”면서 “기침이 터져 나올 것 같으면 입을 틀어막고 참는다”고 말했다. 식사도 여의치 않다. 하루 두 끼가 외부에서 반입되지만 늦게 가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날은 양상추, 콩나물무침, 김치에 된장국이 나왔다. 기자가 배식받을 차례가 됐을 땐 된장국은 국물만 남아 있었다. 해고 노동자들은 “잊혀지는 게 가장 두렵다”고 했다. 나경화(57)씨는 “대법원 판결 이후 금방 복직할 줄 알았다”면서 “사람들이 ‘떼쓴다’고 비난하거나 투명인간 취급하는 게 두렵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지난 8월 이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수납 노동자들의 용역업체 근무는 불법 파견으로 봐야 하고 도공의 직원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도공은 “남은 재판에선 대법원 판결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다”며 일부 노동자만 직접고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들이 계속 싸우는 이유는 하나다. 여성 노동자로서의 삶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전남 담양에서 근무한 정모(52)씨는 “수십년간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로 살았는데 이제는 내 인생을 찾아 멋있게 살고 싶다”면서 “직접고용을 주장하는 건 노동자로서 더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싶은 당당한 요구”라고 강조했다. 여성 노동자들은 좁은 농성장에서 우울함을 이겨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씨는 “대충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아침마다 화장도 하고 조회 때는 동료들과 ‘출근하자’고 말한다”면서 “모두 힘들지만 서로를 보며 의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민아(46)씨는 “농성 이후 이강래 사장과의 교섭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대법원 판결은 따르지도 않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방안만 ‘중재안’이라고 제시하는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지칠 만하면 법원에서 우리 주장을 뒷받침하는 판결이 나온다. 최근에도 서울고법에서 근로자 지위보전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면서 “결국 우리가 옳았음이 증명될 것이다.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천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조국 5촌조카 재판절차…검찰과 수사기록 열람 신경전 “정경심 기소 뒤 제공”

    조국 5촌조카 재판절차…검찰과 수사기록 열람 신경전 “정경심 기소 뒤 제공”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이 출자한 사모펀드 의혹의 핵심으로 꼽히는 조 전 장관 5촌 조카의 재판절차가 25일 시작됐다. 그러나 검찰 수사기록 등 수사자료에 대한 열람·등사를 두고 검찰과 변호인의 신경전만 벌인 뒤 첫날 재판은 22분 만에 끝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소병석) 심리로 이날 오전 열린 조모(36)씨의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조씨의 변호인은 “검찰에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신청했지만 검찰은 중요 참고인 진술을 포함해 5분의 1 정도를 못해주겠다는 입장”이라면서 조씨의 혐의에 대한 인정 여부나 검찰이 신청한 증거에 대해 의견을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에 추가로 열람·등사 명령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도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최대한 피고인의 열람등사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 “다만 공개되지 않은 기록은 10분의 1에 불과하고 공범이나 피고인(조씨)의 영향력 아래 있던 사람들에 대해한 진술조서 등 공범 수사 과정에서 증거인멸 등을 우려해 제한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지목한 ‘공범’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다. 검찰은 “단정은 못하지만 공범이 구속된 상태여서 구속 기간 안에 최대한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할 것이고 구속 만기 전후에는 (수사기록 제공이) 완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검찰에 열람등사를 제한한 증거 기록들에 대해 각각 이유를 밝히고, 조씨 측에는 열람등사가 제한된 나머지에 대해 동의하는지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2회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6일 오전 열기로 했다. 재판부는 앞서 검찰이 청구한 피고인 접견금지 신청을 지난 16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조씨는 변호인을 제외한 외부인을 만날 수 없게 됐다. 조씨는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를 실질적으로 운영하면서 회삿돈 약 72억원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사모펀드 관련자들에게 사무실과 주거지의 컴퓨터 파일 등 증거를 인멸하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정경심 증거인멸 공방 속 구속 최대 변수는 ‘건강’

    정경심 증거인멸 공방 속 구속 최대 변수는 ‘건강’

    “업무상 횡령·증거인멸, 중한 구속 사유” “기습 압수수색, 증거인멸 가능성 낮아 혐의 따라 피고인·피의자… 기각 가능”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3일로 확정된 가운데 법조계에선 구속 여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정 교수의 구속 가능성을 크게 보는 법조인들은 사모펀드 비리 관련 혐의가 중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를 지낸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 교수의 입시 비리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거세고 뇌물 성격이 짙은 업무상 횡령과 범죄수익은닉 혐의도 무겁다”면서 “종합적으로 보면 구속하기에 충분한 혐의”라고 전망했다. 특히 횡령 혐의와 관련해 정 교수는 조 전 장관 일가가 출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컨설팅 명목으로 1억 5795만원을 차명으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거인멸 혐의가 적용된 점 역시 구속 가능성을 높인다.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 교수가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꾸준히 나타났고 지금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기 때문에 구속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도 “현 정권의 적폐청산 수사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수사까지 살펴보면 최근 법원에서 증거인멸 혐의를 중한 구속 사유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구속 가능성이 크지만, 건강 문제가 검찰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횡령 액수가 크기 때문에 구속 필요성은 충분하지만 건강 문제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웅동학원 채용비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 전 장관 동생 조모씨도 건강이 안 좋다는 이유가 받아들여져 영장이 기각됐다. 구속 가능성 자체가 낮다는 견해도 많다. 노영희 전 대한변협 수석대변인(변호사)은 “검찰이 기습적으로 70~80군데를 압수수색한 상황에서 어떻게 피의자가 증거인멸을 하겠느냐”면서 “공범이라는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정 교수와 짜고 쳐야 증거인멸 우려가 생기는데 이미 조씨에 대한 외부인 접견이 금지된 상황에서 증거인멸 우려는 낮다”고 밝혔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달 6일 정 교수가 사문서 위조 혐의로 이미 불구속 기소된 점을 들어 “영장 청구서보다 공소장이 먼저 제기된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일부 혐의는 피의자 신분이고 일부 혐의는 피고인 신분인 상황에선 영장이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직 판검사 출신을 중심으로 구성된 18명의 정 교수 변호인단은 검찰이 지난 21일 11가지 혐의로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이후 치밀하게 영장심사에 대비하고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선 검찰 특수부 출신의 홍기채·이인걸 변호사(법무법인 다전)가 대응했지만, 영장심사부터는 판사 출신인 김종근·김강대 변호사(법무법인 LKB)가 나설 예정이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이근아 기자 leegeunah@seoul.co.kr
  • 노조 사찰 정황 찍어 공유한 세스코 직원, 2심서 무죄

    노조 사찰 정황 찍어 공유한 세스코 직원, 2심서 무죄

    사측 “출입 금지 구역 무단침입”직원 “작업하러 갔다 우연히 발견”1심 50만원 벌금형, 항소심에서 뒤집혀회사가 노동조합을 사찰한 정황을 촬영해 노조에 공유했던 세스코 직원이 2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앞선 1심에서 벌금형이 선고됐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항소1부(유남근 부장판사)는 종합환경위생기업 세스코 직원 박모(33)씨의 항소심에서 50만원의 벌금을 내렸던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2017년 11월 노조원인 박씨는 본사 회의실에서 노동조합에 대한 사찰 정황이 담긴 내용을 발견하고 휴대전화로 촬영해 노조에 공유했다.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노조원 A씨가 점심시간에 거래처 주변 식당에서 B씨, C씨를 만났고 D씨에 조합 가입을 권유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사측은 내용이 유출 된 데에 대해 지난해 1월 박씨를 건조물침입 혐의로 고소했다. 이들은 “회의실 출입문에 ‘태스크포스(TF) 인원 외 회의실 사용 및 출입 금지’라고 표시해놨는데도 박씨가 인사팀 회의 내용 촬영을 위해 무단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박씨를 약식 기소했으나 박씨는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박씨는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각 층별 방제작업을 하는 것이 기본 업무고, 그날도 작업을 위해 관리소에서 받은 마스터키와 출입카드로 회의실에 들어갔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씨는 “세스코 노조가 막 설립됐을 때였고, 회사가 설립을 막기 위해 직원을 회유했단 의혹이 제기됐었다”면서 “우연히 노조 사찰행위를 알게 됐고 그 정황이 지워지기 쉬운 화이트보드에 쓰여 있었다. 누구라도 증거를 남기고자 촬영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작업 도구를 소지했으나 별다른 방제 작업을 하지 않았고, 외부인 출입 금지 회의실에 출입한 것은 관리자 의사에 반한다”면서 “무단침입이 인정된다”고 봤다. 따라서 박씨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회의실 방제 작업을 하려면 약제가 보관된 공조실에 먼저 들어가야해 회의실을 지나갈 수밖에 없다”는 박씨 주장을 인정했다. 또, “피고인의 회의실 출입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고 의심할 만한 객관적 자료도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화이트보드에 직원들의 노조 활동 내용이 기재돼있고, 일부 노조원의 회사 외부 행적으로 보이는 내용도 존재한다”면서 “피고인으로서는 회사가 노조 활동을 부당하게 제한하고 있다고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재판부는 “촬영 외 영업비밀 침해 등 다른 위법행위를 했다고 볼 증거는 없다”면서 “촬영이 허용범위를 넘은 위법 수준의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유명인 즐겨 찾는 美 LA 고급 아파트서 총격 살인 발생

    유명인 즐겨 찾는 美 LA 고급 아파트서 총격 살인 발생

    미국 LA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총격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LA경찰국은 17일(현지시간) LA다운타운의 35층짜리 고급 아파트에서 총격 사건이 발생해 한 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피해자는 30~40대로 추정되는 흑인 남성으로 정확한 신원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폭스뉴스와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50분쯤 화재경보가 울려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1층 엘리베이터에서 총에 맞아 숨진 흑인 남성을 발견했다. 사건 직후 건물 내 엘리베이터 세 대의 운행을 모두 중단시킨 경찰은 자정까지 아파트 23층에서 25층의 출입을 통제하고 조사를 벌였다. 이 때문에 고층 거주민들이 계단을 이용해 출입해야 하는 불편을 겪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래퍼 도끼 역시 계단을 이용해 출입하는 모습이 목격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월 임대료만 2680달러(약 316만 5080원)~1만3000달러(1535만 3000원)에 이르는 고급 아파트다. 도끼 외에도 유명 연예인과 스포츠 선수가 거주하고 있으며, 영화 ‘그녀’(HER)의 배경으로 등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저스틴 비버도 이 아파트 수영장에서 공연을 펼친 바 있다. 그만큼 외부인 통제는 철저하다. 거주자 외에는 모두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경비원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야만 출입이 가능하다. 그러나 철통같은 보안망을 뚫고 일어난 살인 사건에 주민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호텔선 고립전·경기장선 육박전… 전쟁 같던 ‘평양 원정’

    호텔선 고립전·경기장선 육박전… 전쟁 같던 ‘평양 원정’

    손흥민 “욕설·몸싸움… 안 다쳐서 다행” 호텔선 인터넷 불가능·외부 출입도 금지 김연철 장관 “남북 관계 소강 국면 반영”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 ‘평양 원정’을 치른 축구대표팀이 17일 새벽 귀국했다. 평양 도착 직후 숙소 대신 김일성경기장으로 직행해 딱 한 번 인조잔디 적응 훈련을 하고 이튿날 경기를 치러야 했던 축구대표팀은 북측 선수들이 육박전이나 다름없이 덤비는 바람에 정상적인 경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주장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은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돌아온 것만으로도 너무나 큰 수확일 정도로 북한이 거칠었다”면서 “심한 욕설도 많이 받았다.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다. 축구보다는 ‘안 다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덧붙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은 “상대는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들을 못 하게 했다. 전반전엔 특히 우리가 하려고 했던 플레이를 하지 못했다”면서 “경기가 자주 중단돼 심판이 중재하거나 선수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경기를 하기 위한 과정 자체도 힘들었다. 선수단장을 맡았던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호텔 직원들은 규정을 알려 주며 어떻게 행동해야 한다는 설명을 한 뒤에는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고 물어도 대답도 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호텔에서 뭘 보지도 못하게 했고 인터넷도 아예 사용할 수 없었다. 호텔 밖으로 나갈 수도, 외부인이 들어올 수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장에 도착해 보니 사람이 없어서 많이 놀랐다. ‘저 문이 열리면 5만 관중이 들어오겠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끝까지 열리지 않더라”고 설명했다. 북측이 DVD 형태로 전달하는 영상을 녹화중계하는 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마저도 무산됐다. KBS는 이날 오후 5시 방송 예정이었던 평양 원정 경기 녹화 중계를 취소했다. 양승동 KBS 사장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에서 받은 영상이 초고화질이 아닌) SD(기본화질)급이고 화면 비율도 4대3이었다”고 설명한 뒤 “뉴스에서는 (영상을) 좀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매우 실망스럽다”면서 “통일부 장관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계권료와 입장권(수익)을 포기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라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의 소강 국면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정경심, 뇌종양·뇌경색 진단서 제출… 檢 “병원·의사명 없어”

    “진단 확정 여부에 의문”… 원본 요청 정씨측 “입원 장소 공개 땐 피해 우려… 새로운 병원서 진단서 떼는 방법 고려” 법원 “조범동 외부인사 접견 금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사퇴한 이후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정 교수 측은 뇌종양과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며 검찰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검찰은 병원명 등 일부 정보가 가려진 점을 문제 삼고 있다. 16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고형곤)는 이날 오후 1시 10분부터 정 교수를 여섯 번째로 불러 조사했다. 정 교수는 지난 14일 5차 조사를 받던 중 조 전 장관이 사의를 표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조사 중단을 요청하고 조서 열람도 없이 귀가했다. 검찰은 당시 끝내지 못한 조서 열람 및 서명·날인부터 마무리 짓고 나머지 조사를 이어 갔다. 피의자 신분인 정 교수는 자녀 입시 특혜,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 조 전 장관을 향한 의혹의 중심에 서 있다. 검찰은 정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고심하고 있지만, 가장 큰 변수는 건강 상태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정 교수가 최근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를 통해 뇌종양과 뇌경색 진단을 받았다고 밝혔고, 전날 저녁 늦게 검찰에 팩스로 정 교수의 병명이 기재된 ‘입퇴원 증명서’를 발송했다. 사실상 진단서로서 제출된 문건이지만 통상 진단서에 포함되는 의료기관명, 발행 의사 성명, 의사 면허번호, 소속 의료기관, 직인을 지워버린 탓에 검찰은 다시 원본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관련 법령에서 정한 요건을 갖춘 문서를 받은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까지 변호인 측에서 송부한 자료만으로 언론에서 보도된 것과 같은 뇌종양·뇌경색 진단을 확정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 교수 측은 증명서를 제대로 발급받았지만 입원 병원이 외부에 유출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부 정보를 지우고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입원 장소를 공개하면 병원이 쑥대밭이 될 수 있다”며 의료기관명 등 정보가 기재된 원본은 제출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어 “MRI 등 추가적인 정보는 필요하다면 검찰에 제출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정보는 지운 채 제출해야 한다”며 “입원 병원이 아닌 새로운 병원에서 진단서를 떼는 방법도 생각해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날 정 교수에 대한 추가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해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혐의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강성수)에 기일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부장 소병석)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에 대해 외부인 접견과 서신 교류 등을 금지하는 처분을 내렸다. 한편 전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 한 경제지 기자가 출연해 “검사들이 KBS의 모 기자를 좋아해서 (수사 내용을) 술술술 흘렸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수사 관련 정보를 (검사가) 사적인 인연 등으로 유출하는 일은 절대 없다”고 반박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유시민 의혹 제기에 KBS 조사위 구성…기자들 반발 목소리

    유시민 의혹 제기에 KBS 조사위 구성…기자들 반발 목소리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KBS 법조팀이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자산 관리인 김경록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허위사실이라며 법적 대응을 하겠다던 KBS가, 하루 만에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국 법무부 장관 및 검찰 관련 취재·보도 과정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KBS 사회부장이 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는 등 KBS 기자들 사이에서 회사의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건 개요는 다음과 같다.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8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프라이빗뱅커(PB)인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차장의 인터뷰 녹취를 공개했다. 당시 유시민 이사장은 전체 약 1시간 30분 분량의 녹취 중 20분 분량만 공개했다고 밝혔다. 인터뷰에서 김씨는 지난달 10일 KBS와 인터뷰한 내용을 검사가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KBS에서 인터뷰를 하고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왔는데, 인터뷰한 내용이 (조사) 검사 컴퓨터 대화창에 떠서 (그 검사가) ‘KBS랑 인터뷰했대. 털어 봐. 무슨 얘기 했는지. 조국이 김경록 집까지 쫓아갔대. 털어 봐’(라고 말하는 것을) 제가 우연찮게 봤다”고 말했다. 유시민 이사장은 “(김씨를) 인터뷰하고는 (KBS가) 기사도 안 내보내고, 검찰에다 그 내용을 거의 실시간으로 흘려보낸다는 게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라면서 KBS를 비판했다. 이에 KBS는 유시민 이사장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다. KBS는 “지난달 10일 김씨와 직접 통화한 후 김씨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변호사가 동석한 가운데 (김씨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씨를 설득해 KBS 인터뷰룸으로 이동한 후 인터뷰를 진행했다”면서 “해당 보도는 지난달 11일 ‘뉴스9’을 통해 2꼭지가 방송됐다”고 밝혔다. 또 “인터뷰 직후 김씨의 주장 가운데 일부 사실관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을 검찰 취재를 통해 확인한 적이 있다”면서 “하지만 인터뷰 내용을 일부라도 문구 그대로 (검찰에) 문의한 적이 없으며, 더구나 인터뷰 내용 전체를 어떤 형식으로도 검찰에 전달한 적이 없다. 또 조국 장관 측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법무부와 정경심 교수 측에 질의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그러자 유시민 이사장은 지난 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그건 인터뷰 기사가 아니다. 검찰발 기사에 음성이 변조된 김씨의 발언을 원래 맥락에서 잘라서 원래 이야기한 취지와는 정반대로 집어넣어서 보도를 하는 데 이용한 것이지, 그걸 인터뷰한 당사자가 어떻게 자기 인터뷰 기사라고 생각하겠냐”면서 ‘기사도 내보내지 않았다’는 종전의 말을 바꿨다. 이어 “제가 KBS 보도부장이나 보도국장이거나 사장이라면 그렇게 서둘러서 해명하기 전에 (KBS 법조팀이 갖고 있을) 한 시간 정도 분량의 김씨 인터뷰 영상을 먼저 볼 것 같다. 그걸 보고 지난달 11일 방송된 KBS 뉴스를 보고 ‘과연 이 인터뷰에서 이 뉴스 꼭지가 나올 수 있냐’ 그것부터 점검해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KBS는 외부인사를 포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최근 의혹이 제기된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취재·보도과정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겠다면서 “진상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조국 장관 및 검찰 관련 보도를 위한 특별취재팀’을 구성해 관련 취재 및 보도를 담당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회사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법조팀을 총괄하는 성재호 KBS 사회부장은 10일 사내게시판에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성재호 부장은 “(김씨를 인터뷰할) 당시 조국 장관과 정경심 교수는 사모펀드 투자 과정에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용 등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계속 주장해왔다. 그런데 (김씨) 인터뷰 취재 과정에서 정경심 교수가 사전에 알았다는 정황 증언이 나온 것”이라면서 “(김씨) 인터뷰 90% 이상은 정경심 교수의 펀드 투자 관련 얘기였다. 이 얘기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성재호 부장은 유시민 이사장이 제기한 ‘인터뷰 내용 유출’ 의혹에 대해 “자산관리인의 피의사실 즉 ‘증거인멸’ 혐의를 검찰에 물은 게 아니다. 자산관리인이 말한 정경심 교수의 의혹을 검찰에 물은 것”이라면서 “검찰에는 당시 우리 보도가 별반 새로울 게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MB(이명박 전 대통령) 집사에게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MB 집사의 의혹’이 아니라 ‘MB의 의혹’과 관련된 증언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수사 중인 검찰에 확인 시도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도 그랬다”고 덧붙였다. 성재호 부장은 또 유시민 이사장을 언급하며 “그는 스스로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고, 자신의 진영을 위해 싸우며 방송한다”면서 “유시민 이사장에게는 자산관리인이 정경심 교수 때문에 범죄자가 될 위기에 몰려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현재 KBS 기자들 사이에서는 “단지 조국 장관 수사 관련 취재를 하고 보도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자들이 집단 린치에 가까운 피해를 입을 동안 회사는 어디 있었냐”, “일부 기자들의 얼굴과 전화번호가 인터넷 상에 공개돼 조리돌림 당할 때 회사는 어디 있었냐. 무엇을 했냐”면서 회사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장수 사과재배 농민 극단적 선택 수사

    전북 장수군 사과 재배 농민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지 사흘 만에 숨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4일 장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3시쯤 장수군 장수읍 사과 선별장에서 A(58)씨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귀가한 아내가 A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사흘 만인 지난 2일 사망했다. 발견 당시 집 안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외부인 침입·시신 훼손 흔적 등도 없었다. A씨가 앓아온 뇌졸중, 혈압, 당뇨 등 약봉지만 놓여 있었다. 8년 전 장수로 귀농한 그는 임대한 밭에서 사과 농사를 지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토대로 A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사과값 폭락과의 연관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유족 조사 결과 A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만한 동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장수 지역 농민들은 지난해 5㎏ 1상자가 2만원에 거래되던 사과값이 올해 5분의 1수준으로 폭락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조국 사퇴” 교수 3396명 시국선언… 다음 주말쯤 명단 발표

    “조국 사퇴” 교수 3396명 시국선언… 다음 주말쯤 명단 발표

    “엉터리 이름 발견돼 연기… 고발할 것” 서울·고려·연세대서 일제히 촛불집회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요구하는 시국선언문 서명운동을 주도한 교수단체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은 19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 장관 임명으로 사회 정의와 윤리가 무너졌다”며 장관직 사퇴를 촉구했다. 정교모는 또 전국 290개 대학 전·현직 교수 3396명이 시국선언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추가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정교모는 이날 명단 공개와 함께 시국선언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온라인 서명에 교수가 아닌 외부인이 대거 참여한 것이 확인돼 경과 보고로 행사 성격을 바꿨다. 정교모는 3396명은 자체적으로 교수 신분 확인 과정을 거친 숫자라고 덧붙였다. 이날 회견에 참석한 교수 50여명은 ‘정의는 파괴되었다’, ‘사라진 공정사회’, ‘대한민국 파괴하는 조국 구속’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조 장관의 사퇴를 외쳤다. 공개 발언에 나선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 개혁, 검찰의 정치 개입 차단은 필요하나 개혁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국민의 동의를 끌어낼 때만 난제가 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제봉 울산대 교육학과 교수는 “표창장 위조, 경력 허위 작성을 볼 때 어느 누가 청소년에게 이 사회는 공정한 사회라고 말하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교모는 정확한 명단은 다음 주말까지 발표할 계획이다. 이삼현 연세대 물리학과 교수는 “원래 오늘 공개를 준비했지만 중간에 다른 사람의 이름을 엉터리로 적는 등 테러가 들어왔다”며 “상황이 정리되는 대로 이들을 고발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수 성향 교수들이 서명을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에 대해 정교모 측은 “특별한 조직 없이 취지에 동의하는 교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을 뿐 성향을 파악하지 않았고, 파악할 이유도 없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 발언에 나선 8명은 보수와 진보 성향이 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캠퍼스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각각 열렸다. 집회에는 각 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외에 일반 시민들도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조국은 법무부 장관 자격이 없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조국으로 흔들린 심상정...이번 주말 당내충돌?

    조국으로 흔들린 심상정...이번 주말 당내충돌?

    조국 법무부 장관 찬반을 두고 내홍이 있었던 정의당이 이번에는 경선제도를 두고 당내 충돌을 예고했다.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 중앙당이 ‘총선 개방형 경선제 도입’을 안건으로 내세웠지만 상당수 당원이 이에 반발하고 있다. 당 규모를 우선 키워 대중화시키고 싶은 심상정 대표와 진성당원제를 유지하고 싶은 당원이 격돌할 전망이다. 당원들이 심 대표에게 던지는 사실상의 중간평가라는 평가도 나온다.정의당은 오는 2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5기 제1차 전국위원회를 개최한다. 이번 전국위원회가 주목받는 건 심 대표가 밀고 있는 ‘총선 개방형 경선제 도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지금까지 당원들이 직접 후보를 정하는 폐쇄형 경선방식을 채택해왔다. 새로운 경선 방식 도입에 대해 당원들의 이견이 갈리지만, 상당수의 당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전국위원들은 해당 안건이 올라오면 반려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번 전국위에 참석할 예정인 한 정의당 관계자는 “개방형 경선제도 안건 때 논쟁이 아주 세게 붙을텐데 표결이 진행된다면 부결될 가능성이 높고 그래서 안건을 올리지 못하고 다음번 전국위로 밀릴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처럼 안건설명이 부족하다면 어쩔 수 없이 안건 반려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당원들이 개방형 경선제에 반감이 큰 것은 오랜 기간 활동한 당내 정치 활동가들의 정계 진출을 차단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중적 진보정당 가치를 추구하는 당내 계파인 진보너머 등이 이에 찬성하고 있지만 그 수가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관계자는 “활동가들이 오랜 기간 활동한 끝에 당내에서 성장해 비례후보로까지 진출하게 되는데 개방형 경선제를 통해 외부인사가 들어오면 허탈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논란을 뚫고 개방형 경선제, 즉 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하게 되면 정의당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지도부의 희망대로 인지도 높은 외부 인사가 비례 후보로 뛰어들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 당의 인지도와 대중성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다만, 민주노동당 때부터 진성당원제를 유지하며 당관계자들이 정계로 진출했던 방식이 막히게 된다. 진보정당만의 선명성도 옅어질 수 있다. 정의당 지도부에서는 “개방형 경선방식을 도입하더라도 활동가들이 정계로 진출할 수 있는 방법이 충분히 있다”며 내부 반발을 잠재우려는 분위기다. 다만, 심 대표가 강하게 밀고 있는 개방형 비례전략이 좌초되면 리더십에도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조국 정국에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전략까지 당원의 반발에 막히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정의당 전국위원회는 당대회의 개최 전까지의 최고의결기구로 당의 중요 사안에 관한 일상적 협의와 의결을 하는 역할을 한다. 정책과 당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사실상의 최고 의결기구인 셈이다. 이번 전국위원회에는 심상정 대표와 윤소하 원내대표, 김종대·여영국·이정미·추혜선 의원 등이 참석한다. 시도별 전국위원과 중앙당 당연직·추천직 전국위원 74명도 함께 참석할 예정이다.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전주 아파트서 3살 아들과 어머니 욕실서 숨진 채 발견

    전주 아파트서 3살 아들과 어머니 욕실서 숨진 채 발견

    남편이 발견, 경찰에 신고母 “힘들다” 메모…우울증 치료 받아전북 전주의 한 아파트에서 세 살배기 아들과 30대 어머니가 욕실에서 숨진 채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전주 덕진경찰서에 따르면 16일 오후 7시 12분쯤 덕진구의 한 아파트 욕실에서 A(39·여)씨와 그의 아들(3)이 숨진 것을 남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A씨는 가슴 부위를 흉기에 찔린 상태였고 아들은 욕조 물에 빠져 숨져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집 안에서 “요즘 슬럼프다. 힘들다”는 내용의 A씨 메모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A씨는 지난 6∼7월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침입 흔적이 없는 점으로 미뤄 외부인의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고 유족 등을 상대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어머니와 아들은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면서 “A씨의 극단적 선택, 타살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협상파 폼페이오 사단이 강경파 볼턴 빈자리 맡나

    트럼프, 후보군 그리넬 대사와 만찬 눈길 폼페이오는 오브라이언·훅 등 물밑 지지 외부인 발탁, 외교·안보 권력 견제할 수도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후임 인선 작업이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란 문제 등에서 ‘슈퍼매파’였던 볼턴 전 보좌관 후임이 ‘협상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사단으로 채워질지에 워싱턴 정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후보군에 거론돼 온 리처드 그리넬 독일 주재 미대사와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전날 백악관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인질 문제 담당 대통령특사를 면담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폼페이오 장관이 볼턴 전 보좌관의 후임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가운데 자신과 가까운 동료인 오브라이언 특사와 브라이언 훅 국무부 이란특별대표, 리키 와델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을 물밑에서 지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이어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도 유력 후보군에 포함되지만 그는 국가안보보좌관보다 국무부 부장관직에 오를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미 안보정책과 관련한 부처 간 조율을 이끌고 대통령에게 직접 조언할 수 있는 자리다. 특히 북미 실무협상이 이르면 이달 중 재개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후임 안보보좌관의 성향이 앞으로 북미 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새로운 안보보좌관이 폼페이오 사단에서 임명된다면 폼페이오 장관이 미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되는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 측이 이를 막기 위해 비폼페이오 사단에서 안보보좌관을 임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 기자들에게 일각에서 제기된 폼페이오 장관의 국가안보보좌관 겸직설을 일축하며 “15명의 후보자가 있다”면서 “모두 (국가안보보좌관직을) 몹시 원한다. 아마 다음주에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그리넬 대사뿐 아니라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돌아온 뒤 숨진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와도 저녁식사를 같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웜비어 부모와의 백악관 저녁식사가 대북 강경파였던 볼턴 전 보좌관 경질 전후로 북한에 유화적 언행을 지속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추석 땐 집에 갈 줄 알았는데…” 농성 나흘째 톨게이트 수납원들

    “추석 땐 집에 갈 줄 알았는데…” 농성 나흘째 톨게이트 수납원들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 계속“속옷도 못 갈아입지만 끝까지 버틸 것””우리가 옳았다고 증명하고 싶어”“저는 그냥 평범한 아줌마예요. 평생 파출소 한 번 안 가봤는데, 추석에 집에도 못 가고 농성이라는 걸 하네요.” 2004년부터 경남 함안 칠서 톨게이트에서 요금수납원으로 일하다 해고된 전서정(53)씨는 12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씨는 지난 6월 30일 한국도로공사 자회사 소속 전환에 동의하지 않아 용역업체와의 계약 만료로 해고 상태가 된 수납원 1500명 중 한명이다. 최근 대법원은 노동자들이 제기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 대해 ‘도로공사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가 “승소 확정자 외에 나머지 해고자 1000여명은 재고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집해 노동자들의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전씨를 포함한 톨게이트 노동자 250여명은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4일째 점거 농성 중이다. 농성이 벌어지는 본사 로비는 경찰 수백명이 둘러싸 외부인의 접근이 모두 차단됐고, 노동자들은 며칠째 건물 안에서 생활하며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있다. 전씨는 “나흘 동안 속옷도 못 갈아입고 얼굴만 겨우 씻고 지냈다”면서 “에어컨도 없이 선풍기 세 대로 수백명이 더위를 식히는데, 땀 냄새가 날까 봐 계속 손수건에 물을 묻혀 몸을 닦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잠자리가 마땅치 않아 돗자리 한 장만 깔고 눕는데, 딱딱한 바닥에서 자니 허리가 결리고 어깨가 너무 아파 팔다리에 온통 파스를 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이 이렇게 농성을 이어가는 건 ‘직접고용’이라는 사측의 약속을 받아내기 위해서다. 전씨는 “3교대로 돌아가는 빡빡한 근무였는데도 최저 시급을 받아 손에 쥐는 건 겨우 월 150~160만원 정도였고, 쉬는 날에도 간부가 부르면 가서 아침밥을 해주거나 청소를 하는 등 ‘갑질’에 시달려야 했다”면서 “그래도 월급 명세서에 ‘한국도로공사’라고 찍혀 나오는 것만 믿고 살았다”고 설명했다. 전씨의 육촌언니인 전서현(55)씨 역시 톨게이트 수납원으로 13년간 일하다 해고돼 농성에 참여하고 있다. 전씨는 “우리는 처음부터 도로공사 직원으로 입사했다”면서 “아직도 집에는 입사 당시 받은 한국도로공사라고 적힌 플라스틱 배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입사 때 시험 제도는 없었지만, 이력서를 내고 면접도 봤다”면서 “10년 넘게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하던 일 그대로 하도록 직접고용 해달라는 게 그렇게 큰 잘못이냐”고 되물었다. 하지만 공사 측은 노동자들의 기물파손과 업무방해 등으로 피해가 크다며 항의했고, 경찰 1000여명이 배치돼 에어 매트를 설치하는 등 강제 진압 움직임을 보이면서 농성장의 피로와 긴장감은 더욱 높아졌다. 농성 이틀째에는 경찰이 노동자들을 해산하려고 둘러싸자, 이들이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고 “몸에 손대지 마라”면서 맞서기도 했다. 전서정씨는 “노동자들이 상의를 벗고 브래지어 차림으로 경찰과 대치하는 뉴스를 본 아들이 전화했는데, ‘동료가 끌려가는 걸 볼 수 없었고, 정당하게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한 것이니 부끄러워하지 마라’고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어 “대법원 판결을 보고 추석 때는 집에 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면서 “우리 일이 남들에게는 하찮을 수 있지만, 저에겐 자식을 키울 수 있게 해준 정말 떳떳하고 보람있는 일이었다. 제가 잘못 살지 않았단 걸, 한 번쯤은 옳았단 걸 가족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들은 추석날 아침 로비에서 직접 고용을 기원하는 합동 차례를 지낼 예정이다. 글·사진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흥미진진 견문기] 수목원 담 너머 낙우송 자태 보며 아쉬움 달래

    [흥미진진 견문기] 수목원 담 너머 낙우송 자태 보며 아쉬움 달래

    태풍을 뚫고 투어는 진행됐다. 정릉천 다리 아래 짙은 녹색의 잡목이 빼곡하게 천을 따라 이어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다 홍릉 수목원의 일부를 볼 수 있는 지점에 잠시 멈췄다. 태풍 경보에 공원들이 다 입장 금지가 돼버려 아쉬움이 컸으나 담장 너머로 보이는 낙우송과 문배나무에 관한 이야기로 마음을 달랬다. 수목원은 나무끼리 서로 부딪히는 가지들을 치지 않는다고 했는데 자연 상태로 두면서 생장하는 모습을 연구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은행나무잎은 아직 푸른데도 길바닥엔 노란 낙엽들과 열매들이 꽤 떨어져 있어서, 밟힌 열매에서 시쿰하면서도 고린 냄새가 올라와 피해가며 발길을 옮겼다. 김수근 작품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본관은 공사 중이어서 들어가 볼 순 없었지만 해설사가 가져온 사진자료로 건물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올해까지 옛 모습대로 건물을 복구한다니 그 모습이 기대됐다. 카이스트 경영대학원을 지나 2015년 나주시로 이전하기까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었던 건물에 도달했다. 이 건물도 김수근의 설계작이다. 지금은 새로 의료, 바이오 벤처산업단지로 새롭게 단장 중으로 외부인의 접근은 금지돼 있었다. 붉은 벽돌의 깔끔하고 산뜻한 모습을 바라본 뒤 다음 행선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한국 콘텐츠진흥원에선 연극이 진행되고, 아카데미에선 다양한 문화콘텐츠에 대한 온·오프 무료강좌가 있다고 한다. 가로수 중에 커다랗고 나무 둥치가 부분적으로 유난히 튀어나온 우람한 활엽수 한 그루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나중에 사람으로 치면 암 덩어리 같은 부분으로,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그걸 떼어낼 수도 없으니 한 부분을 아예 양보하는 식이 돼 부풀려져 공생하는 것이라는 해설을 숲 전문가 임혜란 해설사로부터 들었다. 말도 못하고 뿌리박고 꼼짝없이 살아야 하는 나무에도 이런 지혜가 있구나 싶어 탄성이 절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다다른 곳은 미래유산인 세종대왕 기념관이었다. 투어를 마치며 나오는 길에 플라타너스의 낙엽들이 바람에 나뒹구는 모습을 보니 이젠 정말 완연한 가을인가 싶었다. 김윤정 서울도시문화지도사
  • 도공 점거 강제진압 보류했지만… 확전되는 수납원 투쟁

    “여성 노조원 많고 노사대화 필요” 판단 경찰 500명 정도 남겨두고 철수했지만 진압 가능성 여전해 노동자들 격앙 이강래 면담 불응… 충돌 장기화될 듯 ‘톨게이트 요금 수납원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노동자들의 싸움이 오히려 확전되고 있다. 대법원 판결 뒤에도 “승소 확정자 외에 나머지 1100여명의 해고자 모두를 재고용할 수는 없다”는 한국도로공사 측 방침에 노조가 사흘째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점거 농성을 하자 경찰이 강제 진압 움직임을 보이면서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11일 경찰과 노동계에 따르면 경찰은 이날 오전 도로공사 본사에 경찰력 1000여명을 대기시키고 건물 주변에 에어매트를 깔아 진압을 준비했다. 또 건물 진입문을 용접해 외부인 출입을 막았다. 오전까지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동자 250여명은 이 건물 1, 2층 로비를 점거한 채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농성했다. 도로공사 측은 노조원들의 기물파손과 업무방해 등으로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경찰에 조속한 강제 진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오늘부터 명절 특별 근무체제인 ‘교통소통 대책기간’에 돌입하는데 로비에서 대치 중이라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기류가 바뀌면서 경찰은 강제 진압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여성 노조원이 많아 강제해산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노조원들의 생존권 문제가 걸려 있어 노사 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을 관리할 수 있는 500명 정도의 경찰 인력을 남겨 두고 철수했다”면서 “연휴를 포함해 퇴거 조치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권력의 강제 진압 가능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크게 격앙된 모습이다. 전날 도로공사 본사 건물 바닥에 앉아 농성하던 여성 노동자들은 경찰들이 둘러싸자 입고 있던 티셔츠를 벗은 채 “몸에 손대지 말라”며 맞서기도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도로공사 본사 건물 안에서 경찰과 남성 구사대가 합심해 농성 중인 여성 노동자를 압박하고, 들여보내는 음식을 막아 절박한 조합원이 웃옷을 벗어던지며 저항하고 있다”면서 “1976년 인천 동일방직노동조합 여성 노동자를 경찰과 구사대가 무너뜨리려 한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충돌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강래 도로공사 사장이 노조 측의 면담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전북지역본부 조합원들은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법 파견 판정을 받고 정규직 전환을 꿈꿔 온 수납원들을 영원히 비정규직으로 만들어 버린 이 사장을 용서할 수 없다”면서 “이 사장이 (전북 남원에서) 내년 총선에 나선다면 반드시 막겠다”고 말했다. 김천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김천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 “행정처 비법관화 가속… 권한 내려놓기 실천하겠다”

    “행정처 비법관화 가속… 권한 내려놓기 실천하겠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행정처 비법관화’를 완성하기 위해 내년부터 외부 전문가를 기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대법원장은 10일 대법원에서 열린 ‘제5회 대한민국 법원의날’ 기념식에서 “내년 정기인사에서 법원행정처 상근법관 감축에서 더 나아가 상근법관을 대신할 우수한 외부 전문가 등용도 함께 이뤄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전문화된 선진 사법행정을 구현하고, 국민이 원하는 ‘좋은 재판’이라는 사법부 사명을 위한 초석을 놓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사법 개혁을 위해 관료화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해 사법행정권한을 맡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내년 1월 임용을 목표로 국제심의관, 정보화심의관, 법무담당관 및 사법지원심의담당 직위 경력경쟁채용시험 시행 계획(개방직 공모 절차)을 공고했다. 김 대법원장은 또 “내년 정기인사 때 법원장 추천제를 더욱 확대해 대법원장의 승진 인사권을 비롯한 ‘권한 내려놓기’를 지속 실천해나감으로써 법관이 독립해 오직 국민을 위한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관료화’의 원인으로 지목된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완전히 폐지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확정된 사건은 물론 미확정 사건의 판결서 공개범위도 과감히 확대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고 이승윤 서울고법 판사와 선창민 양형위원회 통계주사보, 고이환 서울고법 청원경찰, 조연순 수원지법 안양지원 자원봉사회장 등이 사법부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법원장 표창을 받았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상층부·하층부로 나뉜 ‘이중의 세계화’… 문화 풍경까지 바뀌고 있다

    상층부·하층부로 나뉜 ‘이중의 세계화’… 문화 풍경까지 바뀌고 있다

    2019년 세계의 화두 중 ‘세계화의 후퇴’가 있다. 세계화의 상징이던 동아시아와 미국의 분업체계는 미중 무역전쟁과 한일 무역전쟁으로 파열음을 내며 찢어지고 있다. 국적과 문화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자유롭게 이동해 정착하고 공존할 것이라는 다문화주의의 이상 또한 난민 위기와 반이민 운동으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20년 전인 1999년만 해도 ‘세계화의 후퇴’ 같은 이야기는 상상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1999년에 반세계화라 함은 세계무역기구(WTO)의 개최를 막고자 세계 각지의 비정부기구(NGO)들이 달려가 싸웠던 ‘시애틀 전투’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었지 주류 정치를 흔들고 강대국 관계를 뒤엎는 거대한 조류와는 정말 큰 거리가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을 얘기해 보자면, 2000년대에는 초등학생인 나조차도 우루과이라운드, 세계무역기구, 자유무역협정 같은 어려운 말들에 비교적 익숙했고 세계화는 한국이 나아가야 할 미래였다고 기억한다. 당연히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같은 반세계화의 구호를 접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렇다면 지난 20년간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계화는 그 짧은 전성기를 끝내고 위기를 맞은 것일까.●세계화와 다보스맨의 진군 구 공산권이 무너지고 월드와이드웹(www.)이 새로운 차원의 정보혁명을 가져다주면서, 20세기의 마지막 10년간 세계화는 무서운 속도로 진행됐다. 물론 그 밖의 다른 변화들도 드넓은 이 행성을 ‘지구촌’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다. 20세기 후반 이루어진 항공 교통의 대대적 확장, 컨테이너 항구의 등장으로 물류비의 혁신적 절감 등 교통에서의 변화가 있었다.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체제를 뒤로하고 등장한 WTO, 유럽통합 산물인 유럽연합(EU),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이 변화의 주역이다. 세계화는 각각의 변화가 다른 변화를 자극하면서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진행됐다. 이 변화를 최전선에서 이끈 사람들은 대체로 비슷한 배경을 공유하던 사람들, 소위 ‘다보스맨’이라고도 불리는 글로벌 엘리트들이었다. 수준 높은 고등교육을 받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유명 세계 도시들을 징검다리 건너듯 돌아다니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세계화라는 연극에서 이들이 맡은 배역이 같은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실리콘밸리에서 세상을 바꿀 혁신을 만들었고, 다른 누구는 세계화를 촉진시키려는 규제 개혁안을 입안하고, 누군가는 중국에 새로 지을 공장 부지를 탐색했다. 하지만 국적, 성별, 나이 등이 달랐다 할지라도 세계화가 창출해 내는 거대한 기회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이들은 커다란 공통점을 가졌다고 하겠다. 경제적 공통점은 곧 문화적 공통점으로 이어졌다. 성별과 인종에 상관없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세계 도시를 누비고 음악, 미술, 스포츠에서 수준 높은 교양을 확보했다. ‘글로벌 이슈’를 논평할 지식도 갖춘 이들이 세계 각지에서 부상했다. 이런 상황에서 성별과 인종 따위에 연연하는 것은 ‘쿨(cool)하지 못한’, 하층민의 습성으로 간주됐다. 글로벌 엘리트 사회에 녹아들려면 세계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예법을 익혀야만 했다. 이런 세계화에서 움직인 것은 빛의 속도로 움직이는 금융자본과 고급 인적자원을 만들어 내는 지식의 흐름이었다. 이를 각각 금융의 세계화와 지식의 세계화라고 하자.●생산력 위해 이주한 하층의 세계화 하지만 영어능력, 자산, 교육수준 등의 문제로 이런 기회를 잡아낼 수 없는 선진사회 하층에게 이런 이야기는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에 불과했다. 물론 그렇다고 세계화가 그들을 아예 비켜간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층의 세계화와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한 세계화의 역습이었다. 첫째는 생산의 세계화였다. 정보기술은 연구개발, 단순조립, 마케팅에 이르는 복잡한 생산 사슬을 세분해 세계 각지에 흩어놓을 수 있게 해 주었다. 복잡한 도면부터 방대한 회계자료까지 모든 종류의 정보가 디지털 자료로 변환돼 지구 각지를 돌았다. 그 결과 그 이전까지 볼 수 없던 거대한 규모의 산업 이전이 가능해졌다. 고도의 숙련이 필요하지 않았던 단순 제조의 경우 이미 가격이 오를 대로 올라 있던 선진사회의 노동력을 값싼 구 공산권, 제3세계 인력들이 대체해 나갔다. 선진사회의 하층민들이 겪은 생산의 세계화는 그들에게 좋은 소식은 아니었던 셈이다. 둘째는 이주의 세계화였다. 역내 경제통합이 가속화하면서, 더 높은 임금과 계층 상승의 기회를 찾아 개발도상국의 노동력이 선진사회로 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동유럽인·아랍인·터키인은 서유럽으로, 멕시코를 비롯한 라틴아메리카인들은 미국과 캐나다로, 중국인과 베트남인은 한국과 일본으로 이주해 갔다. 물론 이 외에도 수많은 국가에서 수많은 나라로 이주의 흐름이 이어졌다. 이주민들은 자신들만의 디아스포라(타지에 정착한 이주민 공동체)를 만들어 나갔고, 본국에 있던 친척과 지인들을 계속해서 불러들였다. 이들은 선진사회의 원주민들이 더이상 종사하려 하지 않았던 저임금 일자리를 기꺼이 맡았다. 선진사회의 하층민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생활공간의 풍경을 계속 바꿔나가는 이주민들의 흐름에서 문화적 불안감을 느꼈고 원주민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경제적 불안감으로 이어졌다(실제 일어난 현상보다는 심리 상태에 주목한 것이다). 이주의 세계화도 그다지 환영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세계화의 이중성 하지만 ‘금융과 지식의 세계화’에서 이득을 본 상층민이 ‘생산과 이주의 세계화’로 손해를 본 하층민을 신경 쓸 이유가 없었다. 사실 생산과 이주의 세계화로 개발도상국 시민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급속한 생활수준의 향상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세계화가 이룩한 가장 위대한 업적이라고 자부심을 느낄 만했다. 또 계속 임금이 올라가는 고임금 직종에 종사하며 이주민들로 다채로워진 문화 콘텐츠와 저렴한 서비스를 즐기게 됐는데 세계화에 반대할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반대한다면 그들을 그저 역사의 흐름에 뒤처진 이들로 매도하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이제 글로벌 엘리트에게는 같은 나라의 하층민보다 다른 나라의 글로벌 엘리트가 더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상대가 된 지 오래였다. 계층에 따라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 세계화는 선진사회에서 이처럼 큰 골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로만 설명할 수 없고 심리적인 문제도 개입된다. 경제 위기, 산업 공동화, 이주 흐름이 이어지며 올라온 심리적 불안감은 안정적인 민족 공동체를 위협하는 외부인과 손을 잡은 타락한 엘리트에 대한 분노라는 형태로 구체화했다. 바로 이것이 2016년 영국의 EU 탈퇴를 결정한 ‘브렉시트’와 ‘트럼프 대통령’을 현실화시킨 가장 큰 공신이었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수 있을 것이다. 2016년 영국과 미국에서 벌어진 정치 위기 이후 글로벌 엘리트에 속하는 지식인들이 수도 없이 논의한 이 같은 서사를 3년이나 지난 지금 또 꺼낼 필요가 있을까. 이제 계층에 따라 차등적이었던 세계화가 지금의 반세계화 돌풍으로 이어진 것은 알 만한 식자층 사이에서는 상식 아닌가. 굳이 이런 상식을 또 들어야 하나. ●한국에서 일어나는 세계화의 이면 충분히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서사가 다소 진부할지라도 계속해서 사회에 환기돼야 한다. 서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난 일들이 다소 시간 차를 두고 동아시아에 찾아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확실히 국내에서 이 문제를 다룬 글들을 읽어 보면 하나같이 ‘외국에서 일어나는 일’ 정도로만 소개된다. 하지만 함께 진격하는 상층의 세계화와 하층의 세계화는 분명히 비교적 동질적인 편에 속하는 한국에서도 상당한 골을 만들어 내고 있다. 나는 인구 4만명의 시골에서 자랐고 지금은 세계적 수준의 엘리트를 길러내는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있다. 이런 개인적 경험을 통해서 나는 한국에서도 이미 이중의 세계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했다. 서울대의 많은 학생은 일찌감치 세계를 경험하고 유창한 영어실력을 자랑하며 세계 경제에서 한국이 점하는 위치를 활용해 고소득 직군에 합류한다. 미국과 유럽에 친구를 두고 있고 선진사회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문화적 규범과 글로벌 엘리트들이 즐기는 콘텐츠에 익숙하다. 사실 이것이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화의 풍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끔 고향에 내려가서 느끼는 세계화는 전혀 달랐다. 생산의 세계화로 말미암아 과거 4인 가족을 충분히 부양할 수 있게 해준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져 가고 있고, 그 때문인지 지방의 소읍들은 어느 곳이나 고향의 정겨움보다는 쇠락해 가는 을씨년스러움을 풍기고 있다. 대신에 번창하는 것은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해외식품점이다. 작년 추석에 고향에 내려갔을 때는 정말 깜짝 놀랐다. 고향 재래시장 주변으로 골목마다 삼삼오오 이주 노동자들이 모여 장을 보고 외식을 하고 있었다. 아마 추석에는 공장도 쉬니 그동안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이주민들이 한꺼번에 시야에 들어온 것이리라. 예컨대 서울대의 청년들이 미국과 독일에서 친구들을 만든다면 이제 이곳의 청년들은 키르기스스탄과 파키스탄에서 온 노동자들과 밥을 먹고, 식당 아주머니들은 중국과 베트남 결혼이주민과 일을 같이 해야 한다. 이중의 세계화는 관계 맺는 국적에서부터 어느 정도 드러나기 마련이다. 따라서 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선진사회의 일원으로서 한국 또한 서유럽과 북미에서 일어난 일을 비슷한 시간표로 같이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달라지는 시골의 풍경 지방에서 이 같은 풍경이 만들어 내는 드라마에는 물론 흥미로운 구석과 긍정적인 부분도 무척 많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 불안감을 만들어 내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봄, 고향의 한 골목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노동자 15명이 맥주를 마시면서 길을 점거하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러시아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어서 이들과 나름 재밌게 소통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여러 물음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0년 뒤 우리 고향의 풍경은 대체 얼마나 어떻게 ‘세계화’할 것인가.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운영도 불가능해진 공단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내 고향의 다문화 청소년들은 어떤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상층 세계화의 수혜를 보는 엘리트들은 이 같은 질문이 자신들과 상관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아마 어느 정도로 진행되고 있는지 감도 잘 안 잡힐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유럽과 북미가 겪었던 정치적 혼란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는 이 같은 질문들에 대해 진지하게 답을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특히 공간과 계층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는 세계화의 변검술에 대해서. 임명묵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 ■임명묵은 현재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대학생이다. 서아시아 지역을 전공하며, 그 외에도 다양한 지역과 국가들이 20세기 현대 세계를 어떻게 형성해 나갔는지를 방대한 독서를 기반으로 설명하는 데 관심이 많다. ‘거대한 코끼리 중국의 진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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