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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양동작전’?

    삼성그룹이 또 깜짝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의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양동(陽動)작전 냄새마저 난다. 한쪽으로는 위기가 아니라며 불을 끈다. 또 다른 한쪽으로는 예상을 뛰어넘는 인선과 파격적인 조직 개편으로 비상경영을 확산하고 있다.●박종우 삼성전자 사장에 힘 실어줘 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박종우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DM) 총괄 사장이 이날자로 삼성테크윈의 신설 카메라사업부장을 함께 맡았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디지털프린팅 사업부장도 겸하고 있다. 핵심 사업부장을 2개 겸직하는 것도 극히 드문 일이지만 ‘계열사’를 뛰어넘어 겸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물론 프린터 사업부장 꼬리표는 떼는 것으로 예고돼 있지만 적임자 물색이 여의치 않아 그 시기는 늦춰질 전망이다. 사장이 좀 더 큰 그림(미래 먹거리 연구)을 그릴 수 있도록 사업부장 겸직 체제를 분리하겠다던 종전의 그룹 방침과도 다소 배치된다. 그룹의 고위 임원은 “박 사장이 하는 캠코더 등과 삼성테크윈의 카메라는 기본 원리와 핵심역량이 거의 유사하다.”면서 “조직을 합치기에는 주주총회 등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양수겸장(兩手兼將)의 묘수를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임원도 “누구도 상상 못한 절묘한 인사”라고 평가했다. 프린터 사업을 성공시키면서 급부상한 박 사장에게 부쩍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삼성 카메라 세계 1등 넘본다 여기에는 디지털카메라를 세계 1등으로 키우겠다는 삼성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룹 임원은 “최근 몇년새 삼성의 디지털카메라가 매우 좋아졌다.”면서 “이제는 일본 캐논과 소니를 넘볼 만하다고 (그룹 차원에서)판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얼마 전 이건희 회장이 삼성테크윈의 디지털카메라 ‘블루’ 신제품을 국제올림픽위원들에게 선물한 것도 의미심장한 행보다. 지금까지 이 회장은 주로 삼성의 휴대전화를 선물했었다. 이번에 박 사장을 삼성테크윈에 전격 포진시킨 것이나 삼성전자와의 협력을 대폭 강화한 것은 삼성의 최종 과녁이 단순히 올해 목표인 3등이 아닌 1등 캐논임을 말해준다. 현재는 세계 5위(시장점유율 7.8%)로 캐논(18.7%)과의 격차가 크다. 삼성테크윈은 삼성전자의 150여개국 마케팅 인프라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경기 성남의 마케팅·개발 부문도 아예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으로 옮긴다. 삼성전자 역시 삼성테크윈의 ‘한수 위’ 광학 기술을 디지털 기기 등에 접목시켜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외부인재 수혈·인력 재배치 삼성은 지난주 그룹의 양호한 상반기 실적을 스스로 공개하며 ‘위기론’을 부인했다. 정구현 삼성경제연구소장도 적극 거들고 나섰다. 며칠 뒤에는 보도자료를 내지 않겠다던 방침을 바꿔 이건희 회장의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 참석 자료를 냈다.“지금이 위기라는 게 아니라 4∼5년 뒤를 대비하자는 것”이라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이렇듯 삼성이 잇따라 ‘위기론’을 진화하고 나선 데는 본뜻과 달리 ‘한국경제 위기론’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최근 삼성전자·삼성전기 등 일부 계열사들이 갑자기 세무조사받는 것을 ‘위기론’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어찌됐든 삼성 내부적으로는 생존을 위해서라면 ‘계열사 벽 허물기’ 등 뭐든지 한다는 결연함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에도 화장품업계의 마케팅 전문가(이영희 상무)와 에너지사업 전문가(최치훈 GE에너지 사장) 등 외부인재를 수혈했거나 협상 중이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기업들 핵심기술 보안 ‘비상’

    첨단기술의 해외 유출 시도가 잇따르면서 기업마다 내부 보안에 비상이 걸렸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핵심기술 보호를 위해 보안시스템과 보안교육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산업스파이들이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첨단기술에 눈독 들이고 있다는 점이 기업들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사전에 기술 유출을 막는 데 실패했을 경우 지난 5월 기아차 사건은 22조원, 지난달 조선업체 사건은 35조원의 피해를 우리나라에 주었을 것으로 수사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전자태그 식별에 X레이 투시까지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26일 민계식 부회장 주재로 보안운영위원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 부회장은 “현재 시행 중인 보안시스템의 허점들을 보완하라.”고 전에 없이 강도 높게 주문했다. 그 결과 일반 방문객들의 카메라 휴대가 금지됐고 카메라폰 촬영을 못하도록 렌즈 앞에 차단 스티커를 붙이도록 의무화됐다. 방문객들이 공장 견학 도중에 차에서 내리는 것도 금지됐다. 불법 촬영을 발견해 보안관리팀에 신고하는 직원에게는 포상금도 준다. 삼성그룹 사옥에 드나들 때에는 모든 짐과 가방을 1층 로비에서 X레이 검색대에 통과시켜야 한다.USB·CD 등 저장매체는 ‘외부유출 허가’ 스티커가 있어야 밖으로 갖고 나갈 수 있다. 사내 컴퓨터에 저장된 문서파일이나 설계도면 등을 함부로 빼내지 못하도록 용량이 기준치를 넘으면 부서장 승인을 받기 전에는 파일을 내려받을 수 없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자율보안’이라는 보안체계를 운용 중이다. 진돗개를 형상화한 ‘세티’라는 보안 캐릭터를 만들고 보안전문 사이트도 개설했다. 세티와 에티켓의 합성어인 ‘세티켓’이라는 용어를 통해 ‘7대 세티켓 운동’,‘세티켓 10부제’ 등 자율적인 보안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사옥에 전자태그, 첨단 보안검색 장비 EAS,X레이 투시기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단 1장의 팩스도 부서장 결재 없이는 외부에 보낼 수 없다. ●상사도 업무 연관 없으면 정보열람 불가 SK텔레콤은 ID카드, 생체인식,X레이 투시기는 물론이고 주기적으로 도청검색까지 한다. 업무 중 만들어진 파일은 자동으로 암호화돼 승인받지 않은 사람은 볼 수 없다. KT는 중요도에 따라 1∼4급으로 구분된 기업정보 분류기준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한 1급은 정보를 만든 사람과 극소수 관련자만 공유한다. 상사라도 업무 연관성이 없으면 접근할 수 없다. 특정 기술을 보유한 사람이 퇴사하면 5년간 동종업체에 취직해 해당 기술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각서도 받는다. 자동차업계는 신차 개발에 보안역량을 집중한다. 시험차의 디자인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내·외장에 위장막을 치고 협력업체와 공동작업을 할 때에는 극히 제한된 인원만 비밀공간에서 시험을 한다. 매월 15일을 보안의 날로 정해 문서관리 상태, 외부인 출입관리 등 27개 항목을 점검하고 이를 인사고과에도 반영한다. SK에너지는 모든 사원에게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다는 비밀준수 협약서를 쓰게 하고 사고가 일어나면 사안에 따라 강력한 징계를 내린다. 김태균 김효섭 강주리기자 windsea@seoul.co.kr
  • 한전 첫 임원 공모 공정성 논란

    한국전력이 사상 처음 단행한 임원 공모 결과를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가 일고 있다. 외부 지원자는 들러리였을 뿐, 무늬만 공모였다는 반발이다. 한전측은 “독립된 심사위원단이 심사를 맡았다.”며 편파 시비를 일축했다. 22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임원추천위원회(위원장 박청부)는 해외사업본부장(상임이사) 후보로 3명을 압축해 이원걸 사장에게 추천했다. 이 사장은 자격심사 등을 거쳐 이달말까지 1명을 최종 낙점, 공모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공교롭게 3배수 추천 명단에 오른 후보들이 모두 한전 출신이다. 공모에 지원했다가 탈락한 한 외부인사는 “서류심사와 면접과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내부인사 발탁을 위한 형식적인 공모였을 뿐, 외부 지원자들은 단지 들러리에 불과했다.”고 반발했다. 그는 “제출서류 가운데 하나인 직무수행계획서만 하더라도 한전 내부 업무를 잘 모르는 사람은 쓰기 어렵게 돼 있다.”면서 “1차 서류심사부터 외부 지원자에게는 매우 인색했다.”고 주장했다. 총 25명의 지원자 가운데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8명 중 외부인사는 단 1명뿐이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업무수행능력인데 1차 서류심사를 통과한 한전 내부 출신 가운데 해외근무나 해외사업 경험이 얼마나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해외사업본부장의 필수 자격요건인 영어능력 심사도 허술하게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웬만한 일반 기업체 신입사원 채용때도 영어면접을 외국인(네이티브 스피커)이 직접 하는데 한전은 심사위원들이 즉석에서 몇마디 묻는 정도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한전측은 “이번 공모는 사외이사와 대학교수 등 전원 외부인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가 서류심사부터 면접 전 과정을 맡아 최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했다.”며 “외부 지원자들의 경력이 기대에 크게 못미쳐 탈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렇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집안 잔치’로 끝나 공모의 빛이 바랬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취임 1주년…단체장 인터뷰] 정우택 충북지사 “11조 5548억 투자 유치 경제특별도 건설 올인”

    [취임 1주년…단체장 인터뷰] 정우택 충북지사 “11조 5548억 투자 유치 경제특별도 건설 올인”

    “교육이 중요합니다.” 정우택 충북도지사의 말이다. 취임 초부터 중점을 둬 온 경제특별도 건설을 위해서란다. 취임 1년을 맞은 지금도 이 계획에 변함없이 ‘올인’하고 있다. 그는 충북인재양성재단을 세우고 인터넷방송국에 수능방송을 도입하겠다고 했다. 학교환경 개선사업도 적극 추진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교육 활성화와 관련, 도 교육감과 사전 교감이 있었다고 밝혔다. 정 지사는 이어 하이닉스 청주공장 증설 등 33개 업체의 11조 5548억원을 투자 유치했다고 자랑했다. 국내 최초로 재래시장 활성화 5개년 계획을 세우고 14개 재래시장의 시설을 현대화한 것도 경제특별도의 기초가 됐다고 자평했다. 화합과 참여도정도 강조했다. 도와 시군, 시군과 시군간,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군간 갈등에서 부단체장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지사는 “앞으로 이러한 부단체장의 노력을 따져 인사에 반영하겠다.”고 경고했다. 시민단체와의 교류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청와대의 시민사회수석처럼 시민단체와 네트워크가 형성될 수 있도록 보좌관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개방형 공모제를 통한 외부인사 영입보다 계약직 임용이 더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김모씨를 복지여성국장으로 임명한 뒤 ‘낙하산 인사’ 시비로 시민단체들과 갈등을 빚었었다. 김씨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지사가 소속된 한나라당 충북도당 심사위원을 지낸 뒤 개방형 공모제를 통해 국장이 됐다가 논란이 계속되자 사퇴했다. 성과관리시스템의 확고한 구축도 약속했다. 실국별로 목표를 정해 실천 프로그램을 강화하면서 조직 혁신을 가속화하고 산하기관에 경영평가제 등을 도입해 경쟁력을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 처음으로 종합사회복지센터를 개관하고 균형발전 전략을 마련한 것을 성과로 꼽았다. 낙후도에 따라 2010년까지 6개 시군에 750억원을 차등 지원하는 것이 전략의 골자다. 정 지사는 ‘엘리트 의식’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도 충북의 ‘아칸소 주지사’가 되겠다며 취임 초부터 대권의 꿈을 밝혀왔다. 아칸소주는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거친 곳이다. 그는 이를 위해 ‘작지만 강한 충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충북은 전통 농업도이면서도 최근 산업이 크게 발전돼 있다. 농업시장 개방에 대비,1만 2000명의 정예 농업인을 키우고 못자리 뱅크를 읍면까지 확대하는 등 지원시책을 다각적으로 펼치겠다고 말했다. 첨단의료복합단지 오송 유치, 관광 인프라 확충, 청주공항 활성화 대책 등도 적극 추진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정 지사는 “충북은 바닥이 좁다. 사소한 일로 시시비비를 따지기보다는 잘한 일을 칭찬해 줘야 한다.”며 도정에 도민들의 적극적 지지를 당부했다. 청주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新 라이벌전] (7) 남양유업 vs 매일유업

    [新 라이벌전] (7) 남양유업 vs 매일유업

    유제품 업계의 양대 산맥인 남양유업 홍원식(57) 회장과 매일유업 김정완(50) 사장의 미래를 위한 ‘변신’ 경쟁이 뜨겁다. 한 우물만 파던 창업 1세대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두 회사는 사업영역, 자산규모,2세 경영 등 비슷한 점이 많다.10년 후에도 팽팽한 맞수로 남을지 아닐지를 결정할 두 최고경영자(CEO)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남양은 음료 강화-매일은 사업다각화 2000년대 초만 해도 분유는 두 회사 매출의 절반씩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둘 다 매출비중이 20%가 안 된다. 저출산 경향으로 소비가 확 줄어든 탓이다. 남양유업은 음료부문의 강자로 간다는 큰 그림을 그렸다.2005년 4월 나온 ‘17차’는 월 평균 80억원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음료업계 ‘웰빙’ 돌풍의 주역이 됐다. 지난해 회사 매출 8000억원 돌파의 일등공신이다.‘술술 풀리는 아침’(숙취해소음료) 등 새로운 기능성 차음료의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5년내 음료업계 ‘빅3’를 노린다. 발효유의 전체 매출비중도 현재의 25%에서 30%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일유업은 기존제품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사업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외식사업본부를 만들고 인도식 레스토랑을 낸 데 이어 올해 점포를 5∼6개 신설한다. 치즈, 수입와인 등 계열사 제품을 두루 활용할 수 있어 시너지 효과가 높다는 설명이다. 외국 레스토랑 브랜드의 국내 도입도 검토 중이다. 임산부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건강기능식품과 아동복 등 ‘베이비 케어’ 시장에도 공들이고 있다. 국내 치즈시장 확대에 맞춰 2004년 세운 치즈 계열사 상하에 거는 기대도 크다. ●홍 회장 ‘꼼꼼한 투자형’vs김 사장 ‘과감한 개혁형’ 남양유업은 홍두영(88) 명예회장이 1964년에 설립했다. 매일유업은 김복용(지난해 1월 타계) 회장이 69년 세운 한국낙농가공이 모태다. 현재의 홍 회장과 김 사장은 창업주의 아들이다. 자산규모, 매출 등 외형에서는 남양이 한 수 위다. 지난해 매출은 남양 8190억원, 매일 6886억원으로 1300억원가량 차이났다. 해외매출도 남양유업이 지난해 1500억원대로 매일유업보다 100억원가량 많았다.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남양유업 90만 1000원(액면가 5000원), 매일유업은 3만 9600원(액면가 500원)으로 상당한 차이가 난다. 그러나 2005년 말 대비 상승률은 매일유업이 88%로 남양유업(57%)을 앞선다. 홍 회장은 연세대 경영학과 재학 시절부터 경영에 참여했다. 몇년 전 들었던 이야기도 수치까지 기억할 만큼 꼼꼼하다는 평이다.2003년 이후 대부분 업무를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한 상태이면서도 회사업무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이유다. 남양유업의 올 1·4분기 순익은 전년동기(116억원)의 절반도 안 되는 54억원이었다. 음료업계 경쟁이 격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을 많이 썼기 때문이다. 남양측은 이를 놓고 시장주도를 위한 투자의 결과라고 말한다. 현재 1000억원을 들여 전남 나주에 새로운 유제품 공장도 짓고 있다. 김 사장은 과감한 개혁과 공격경영으로 주목받는다.87년 총무부장으로 입사해 97년 사장이 됐다. 최근 1년여동안 사업 다각화와 함께 수익이 나지 않는 제품을 대거 구조조정하고 주력제품 개발을 직접 주도했다. 자율복장제 실시, 외부인 출입제한 등 조직문화에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왔다. 기업이미지(CI) 교체 작업도 직접 지휘 중이다. 이런 노력 덕에 2000년대 들어 해마다 100억∼200억원대 수준이던 순이익이 지난해 310억원으로 올라섰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영원한 샤롯데’ 서승희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영원한 샤롯데’ 서승희

    [다시보는 선데이서울 - 표지모델편 ⑬] “나이를 까먹지 않고 제대로 먹었거든요. 엄마는 벌써 신랑감을 찾는 것 같아요” 1979년 3월 선데이서울 표지를 장식했던 기사에서 스물한 살 서승희(본명 서미경)가 처녀티가 완연하다는 말에 얼굴을 붉히며 한 말이다. 조선 정조시대의 세도정치가 홍국영과 상노 사이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TBC-TV 드라마 <상노>(1978.7.10~1979.3.31)에서 용녀(龍女) 역을 맡아 한창 인기를 끌고 있던 때다. 아역 탤런트로 활동했던 서승희는 안양예고를 다니던 1977년 제1회 미스롯데로 뽑혀 국내 제일의 ‘얼짱’으로 공인 받았다. 롯데그룹은 TBC-TV와 함께 77년부터 80년대까지 탤런트 겸 자사의 CF모델을 뽑는 미스롯데 선발대회를 공동개최했는데, 뽑히기만 하면 곧바로 탤런트가 될 수 있어 경쟁률이 300대1에 이를 만큼 치열했다. 서승희 이후 원미경, 이미숙, 안문숙, 채시라, 이미연 등 80~90년대의 쟁쟁한 영상 스타들이 이 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데뷔했다. 미스롯데에 당선되어 광고모델과 탤런트로 활동하며 <방년 18세> <단둘이서> <협객 김두한> 등 10여 편의 영화에도 출연하면서 인기의 절정에 오른 서승희는 80년대 초 돌연 연예계를 떠났다. 76년 로맨틱 코미디 청춘 영화 <단둘이서>에서 함께 주연했던 백윤식은 최근 “서승희는 ‘70년대의 문근영’이라고 할 만큼 아이돌 스타였다.”고 회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유학 가서 공부한다.”며 종적을 감췄던 그녀가 사실은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숨겨둔 연인이 됐다는 소문이 연예가를 떠돌기 시작했다. 소문으로 맴돌던 그녀의 행적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88년에 이르러서였다. 83년에 낳은 딸을 5년이나 지난 뒤에 신 회장이 자신의 호적에 입적했기 때문이다. 이후 그녀는 ‘롯데 별당마님’이란 별칭을 얻긴 했지만 사실 연예계에도 재벌가 인명록에도 공식적으로 이름이 올라있지 않은 그림자뿐인 삶이었다. 그녀가 지난 20여 년 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있다. 영화계의 몇몇 지인을 제외하고는 외부인과 전혀 접촉하지 않아 재계 일각에서 불렀던 것처럼 신 회장의 ‘영원한 샤롯데’로 지내왔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샤롯데’는 괴테의 서한체 소설 ‘베르테르의 슬픔’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샤롯데’를 연모하며 금지된 사랑을 하다 결국 자살로 끝을 내리는 베르테르의 이야기를 통해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사랑의 실체와 비극적 귀결을 그린 작품이다. 여주인공 ‘샤롯데’라는 이름에서 롯데를 따와 그룹의 브랜드로 사용할 만큼 젊은 시절의 신 회장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심취했었다고 한다. 재계에서 서승희를 ‘신격호 회장의 영원한 샤롯데’라는 애칭으로 불렀던 것 역시 그녀가 신 회장에게 ‘샤롯데’와 같은 존재라는 의미에서 붙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재벌가의 여인 서미경으로 변신하여 지난 20여 년 동안 철저하게 베일 속의 삶을 살아 왔던 그녀가 요즘 뜻하지 않게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한때 롯데에서 근무했던 오빠와 함께, 롯데시네마의 매점을 운영하는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이라는 회사의 경영진으로 등재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신 회장과 특수관계에 있는 자가 경영하는 회사에 롯데시네마 매점의 운영을 맡기는 것은 부당지원행위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연예계 스타에서 재벌가의 여인으로 그리고 다시 경영인으로 변신한 그녀의 삶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표지=통권 536호 (1979년 3월 4일) 박희석 전문위원 dr39306@seoul.co.kr
  • 한전 첫 임원공모 “외부인재 수혈 쉽잖네”

    한국전력이 고민에 빠졌다. 안팎에 화제를 일으키며 단행한 ‘임원 공모’ 때문이다.100년 역사의 보수적 공기업이 임원 문호를 외부에 개방하기는 처음이다. 더욱이 사내 임원 대기자만 1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 중의 파격이다. 문제는 최근 마감한 공모 결과다. 15일 한전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 13일 해외사업본부장(전무급 상임이사) 공모 지원자에 대한 면접을 실시했다. 지난 9일 서류 접수를 마감한 결과, 경쟁률은 25대1을 기록했다. 사내인사 14명, 외부인사 11명 등 총 25명이 지원한 것이다. 이 가운데 서류심사를 뚫고 면접에 올라온 사람은 8명. 사내인사가 7명으로 압도적으로 많다. 외부인사는 단 1명에 불과하다. 한 관계자는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외부지원자의 이력이 내부인사들보다 현격히 밀렸다.”고 털어놓았다. 발전소 관리·운영 경험이 있거나 대규모 전략사업을 해본 경험이 있는 인재를 찾았으나 무역업 정도의 경력자가 고작이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내 인사를 뽑자니 ‘외부인재 수혈’이라는 공모 취지가 다소 빛바랜다. 그렇다고 객관적 능력을 무시한 채 외부인사에 가산점을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전의 고민이 깊어가는 이유다. 한전측은 “공모 심사는 철저히 임원추천위원회가 맡고 있는 만큼 추천 결과를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원추천위는 대학교수, 변호사, 기업인 등 외부인사 11명으로 구성됐다. 공정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잡음을 차단하기 위해 한전측 인사는 아예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았다.추천위는 8명의 면접대상 가운데 3명을 추려 이원걸 사장에게 추천할 방침이다. 최종 낙점은 이 사장의 몫이다. 이달 말쯤 확정해 다음달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한다. 이번 공모는 이 사장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했다. 지난 4월 취임한 이 사장은 “해외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그러자면 외부 인재를 과감히 수혈해야 한다.”고 공모를 제안했다. 한 임원은 “기대만큼 유능한 외부인재들이 오지 않아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이번 공모를 통해 조직에 팽팽한 긴장감이 생기는 등 보이지 않는 성과가 컸다.”고 평가했다.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新라이벌전] (4) 전자업계의 ‘경영 맞수’

    [新라이벌전] (4) 전자업계의 ‘경영 맞수’

    닮았다. 그러나 다르다. 윤종용(63) 삼성전자 부회장과 남용(59) LG전자 부회장의 얘기다. 삼성은 두 사람의 무게가 달라 맞수로 볼 수 없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LG의 돌아오는 반격이 매섭다. 뜨는 해와 떠 있는 해의 파워가 같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젊어서 나란히 해외 경험…서울대 동문 경상도 사나이 윤 부회장은 경북 영천, 남 부회장은 경북 울진에서 태어났다. 두 사람 모두 A형이다. 대학도 같다. 윤 부회장은 서울대 공대(전자공학과), 남 부회장은 서울대 상대(경제학과)를 나왔다.30대 때 일찌감치 해외근무를 한 것도 공통점이다. 윤 부회장은 70년대 말에 삼성전자공업(현 삼성전자) 일본 도쿄 지점장을 지냈다. 남 부회장은 80년대 초에 LG전자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사에서 일했다. 두 사람의 ‘글로벌 마인드’ 뿌리를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오너(이건희·구본무)의 신임도 두텁다. 나이는 윤 부회장이 네 살 위다. 하지만 입사는 10년 차이 진다. 군대 때문이다. 남 부회장은 일반 사병보다 복무 기간이 더 긴 육군 하사(보병)로 제대했다. 윤 부회장은 1966년, 남 부회장은 1976년 각각 입사했다. 입사가 빨랐던 만큼 사장 직함도 윤 부회장이 먼저 달았다. 윤 부회장은 1992년 처음 사장(삼성전자 가전부문 대표이사)이 됐다. 물론 2년 앞서 대표이사가 됐지만 그 때는 사장이 아니었다. 그로부터 8년 뒤, 웬만한 중견그룹보다 덩치가 더 큰 삼성전자의 최고 수장(대표이사 부회장)이 됐다. 최고경영자(CEO)만 18년째다.‘직업이 CEO’란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도하다. 남 부회장은 2002년 처음 사장(LG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됐다. 윤 부회장보다 딱 10년 늦다. 재계를 놀래키며 LG전자 부회장으로 파격 중용된 것은 올 1월. 사장에서 부회장까지는 5년 걸렸다. 윤 부회장(8년)보다 3년 빠르다. 주변의 신경전과 달리 정작 두 사람은 관계가 좋다. 남 부회장은 올 초 취임하자마자 서울 태평로 삼성 본관으로 윤 부회장을 찾아와 인사했다. 골프도 함께 쳤다. 골프는 남 부회장이 한 수 위다. 싱글 수준이다. ●혁신 전도사 vs 전략가 윤 부회장은 일본의 혁신 사례를 배워와 90년대 말 본격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전환(턴어라운드)한 것은 이 때다. 그에게 ‘혁신 전도사’ ‘턴어라운드 아티스트’란 별명이 붙은 것은 그래서다. 사내 별명은 ‘옆집 아저씨’다. 그만큼 소탈하고 뒤끝이 없다. 삼성의 한 임원은 그의 장수 비결을 이렇게 분석했다.“윤 부회장은 TV, 전기, 반도체 등을 두루 했다. 반도체나 휴대전화 하나밖에 모르는 다른 CEO들과는 다르다.” 이어지는 그의 얘기.“어쩌면 포스트 윤(윤 부회장의 후임자)을 향한 피말리는 내부경쟁이 오늘날의 삼성전자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반도체 부진 탓에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외국의 다른 경쟁사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남 부회장은 거꾸로 ‘위기의 LG전자’에 긴급 투입된 구원투수다.LG텔레콤을 단숨에 국내 ‘빅3’로 키워낸 저력을 인정받아서다. 곧바로 TV사업 분리 등 조직을 뜯어 고쳤다. 외부 인재도 과감히 수혈했다. 올 1분기 영업 장부를 지난해 말 적자에서 흑자로 돌려 놓았다. 운(시황)도 따라주었다. ●“어젠다 없는 2인자 한계” 지적도 그러나 그에게도 과제는 있다. 잇단 외부인재 영입으로 조직이 술렁거리는 조짐이다. 실무 경험도 다소 부족한 편이다. 그는 그룹 회장실(구조조정본부)에서 잔뼈가 굵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최측근이라는 평도 부담스럽다. 두 사람을 잘 아는 경제부처 한 차관의 얘기.“윤 부회장은 매우 직선적이고 공격적이다. 좋은 일에 사재를 몇억원씩 내놓을 줄 아는 인간적인 면모도 지녔다. 남 부회장은 전략가다. 이론에 아주 밝다.” 부정적 평가도 있다. 메리츠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두 사람 모두 2인자에 만족했을 뿐, 뚜렷한 자기 색깔을 낸 게 없다.”고 평했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한나라, 소속의원 비리땐 재·보선 공천 포기

    한나라당은 2일 당 소속 국회의원이나 선출직 단체장들이 비리를 저질러 재·보궐선거가 실시될 경우 그 지역 공천을 포기하기로 했다. 또 국회의원에게만 적용되는 재산공개 대상을 지명직 원외 최고위원과 모든 당원협의회(옛 지구당) 운영위원장, 중앙당 각종 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확대, 재산뿐 아니라 병역과 납세명세까지 공개토록 하는 당원규정 개정안도 마련했다. 이종구 제1사무부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직후보자 추천규정 개정안을 보고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이 개정안은 뇌물이나 불법정치자금 수수, 부정부패 관련 형 확정자 등 비리 연루자에 대한 공천을 배제한다는 내용과 공직후보자 신청시 사무처 당직자 등 당 기여도가 높은 사람과 여성, 장애인을 우선 배려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와 함께 당 소속 선출직 당직자들이 당의 윤리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강재섭 대표가 지난 4월 말 제시한 당 쇄신안의 후속조치로, 정당이 특정 지역의 공천포기나 당협위원장 등의 재산공개를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나라당은 또 당 윤리위의 객관성 및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중앙당 및 시·도당 윤리위 구성시 과반수 이상을 외부인사로 채우도록 하는 방향으로 윤리위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 [Q&A] 외부인 침입에 걱정된다?

    캠핑카에 대한 궁금증을 문답으로 알아본다. ●캠핑카 1대의 적정 수용인원은? 대부분 차량이 7인승이다. 하지만 이는 좌석 수, 즉 운전자와 조수석을 포함해 차에 탈 수 있는 전체 인원을 말하는 것이다. 취침·식사 등 안락한 일상생활을 생각한다면 5명 이하가 적당하다. ●차는 어떻게 넘겨받나. 인터넷이나 전화 또는 방문을 통해 예약하고 차량 인수는 빌리기로 한 날 업체가 지정하는 일정한 장소에 가서 하면 된다. ●물 사용에는 여유가 있나. 차종별로 100∼180ℓ의 저수탱크가 달려 있다. 온수 보일러가 있어서 따뜻한 물도 쓸 수 있다. 물이 떨어지면 고속도로 휴게소나 주유소 등에서 수돗물을 받아 채워 넣으면 된다. 통상 2박3일 일정의 경우 두 번 정도 급수를 하게 된다. ●화장실 용변 처리는? 7인 가족·2박3일 코스라면 여행 중간에 비울 필요는 없을 만큼 오수통 용량(차량별로 40∼100ℓ)이 충분하다. 이 경우 차를 반납하면 업체가 알아서 처리한다. 그러나 기간이 길어질 경우에는 이용자가 여행 도중에 직접 오수를 버려야 한다. ●전원을 쓰려면 차 시동을 켜야 하나. 요즘 나오는 신형 캠핑카는 출발 후 1∼2시간 정도 달리면 48시간 쓸 수 있는 전원이 보조 배터리에 충전된다. 이 전력으로 전기등과 히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을 가동할 수 있어 일부러 엔진을 켤 필요는 없다. ●외부인의 침입을 막는 안전장치는 탄탄한가. 캠핑카의 모든 창은 이중 아크릴로 돼 있어 외부에서 강한 충격을 줘도 깨지지 않는다. 문에도 이중 안전 잠금장치가 돼 있어 문단속만 잘 하면 외부인의 침입은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보험처리는 어떻게 되나. 대부분 캠핑카 대여업체들이 특약을 포함한 종합보험에 가입해 있어 대인, 대물, 자손 등 보험처리가 된다. 그러나 자차 보험 가입은 거의 없기 때문에 캠핑카 파손에 따른 비용은 고스란히 이용자가 물어야 할 경우가 많다. ●캠핑카 운전 면허는? 2종 보통 면허증이면 된다. 업체에 따라 만 21세 이상, 만 26세 이상 등으로 운전연령을 제한하기도 한다. ●캠핑카는 국내 기술로 만드나. 국내 캠핑카 제조업체는 4곳이다. 이 가운데 유일하게 1991년부터 시작한 CJ캠핑카가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를 자체 기술로 만들고 있다. 캠핑카시장 점유율 1위인 밴텍코리아는 일본과 합작한 회사로 독일 라이모캠핑카, 아드리아캠핑카 등과 제휴해서 만든다. 기본 차체로는 2500㏄급 현대차 ‘리베로’와 기아차 ‘프론티어’가 주로 쓰인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금발’ 사내의 가슴아픈 한국사랑

    “북한에서는 저에게 CIA가 아니냐고 하고, 남한에서는 빨갱이라고 합니다. 미국에서는 도대체 왜 한국인들하고 사느냐고 묻지요. 북한에서는 핵무기 만들고, 남한에서는 밤낮 반미 시위를 하는데 말이죠. 그럴 때는 무인도에 가고 싶었습니다.” EBS ‘시대의 초상’은 26일 오후 10시50분 ‘당신들의 미국, 나의 한국-인요한’을 방송한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전라도 순천 촌놈’ 바로 그 사람이다. 인요한은 세브란스 병원 외국인 진료소장이다. 그를 처음 만난 사람들은 두번 놀란다.190cm의 큰 키와 육중한 몸집에 놀라고, 푸른 눈에 금발의 사내가 내뱉는 질펀한 전라도 사투리에 한번 더 놀란다. 그의 본래 이름은 린튼 존. 전라도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란 미국인이다. 1980년 5월26일. 광주에서는 내외신 기자와 광주 시민군 사이의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 회견이 열렸다. 당시 연세대 의대 1학년생였던 인요한은 통역을 맡았다. 이날 광주에서 보낸 단 하루 때문에 주한미국대사관은 한국을 떠나라는 명령을 통지했다. 떠나면 간단한 일이었지만 인요한은 한국에 남아 2년 동안이나 중앙정보부의 감시를 받았다. 그는 외국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문무대’에서 대학생 병영훈련도 받는 기록도 세웠다. 1997년, 인요한은 북한 곳곳에서 북한 사람들을 만났다. 인요한의 가족이 설립한 북한 지원 단체인 ‘유진벨 재단’에 북한이 공식적으로 결핵 퇴치 사업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인요한은 외부인에게 좀처럼 개방되지 않는 북한에서 의료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인요한이 만난 북한은 어떤 곳일까? 아침에 두만강을 보고, 점심때 백두산 보고, 저녁에 압록강을 보았던 인요한의 북한 이야기도 펼쳐진다.‘한국 말 잘하는 백인’으로만 취급하는 사람들 속에서 인요한이 겪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민주화를 향한 그 몸짓…20년만에 첫 정부행사로

    [6월 항쟁 20주년 ‘그날의 함성’ 그 이후] 민주화를 향한 그 몸짓…20년만에 첫 정부행사로

    6월 항쟁은 정치적으로 ‘불완전한 승리’였다. 직선제 개헌으로 절차적 민주주의는 확보했지만, 군부독재 정권의 6·29선언과 타협하면서 20여년 동안 ‘위로부터의 정치민주화’에 머물렀다. 높아진 시민들의 정치 의식과 변화된 사회상을 정치가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점점 고착화됐다.87년 대선 당시 양김의 분열이 이같은 현상의 전초전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희연 학술단체협의회 공동대표는 이를 ‘정치 지체’라 표현했다. 민주화의 세례를 받고도 정치 발전은 더디게 진행됐다. 특히 불안정한 정당체계는 정치 지체 현상의 대표적인 모습으로 꼽힌다. 정치권은 87년 민주화투쟁 이후 국민들의 높아진 정치의식과 사회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조 대표는 “6월 항쟁으로 형식적 정치민주주의는 완성됐지만,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체제는 권위주의 시절과 유사했다.”고 지적한 뒤 “지배세력은 교체되지 않았고, 국가보안법 등 억압적 기제도 그대로 엄존한 상태에서 사회 변화와 괴리돼 왔다.”고 분석했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냉소가 확대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권위주의 시절 정당은 특정계층이나 세력을 대표하지 못한 채 사회적 기반을 갖지 못했다. 강력한 보스에 근거해 정당의 운명이 좌우됐다. 성공회대 조현연 교수는 “한국 정당은 냉전 반공주의와 성장제일주의를 중심으로 유지돼 왔다.”면서 “단지 국가 권력의 장악 여부만을 놓고 여야의 차이가 있어 왔다.”고 지적했다.6월 항쟁을 주도했던 반독재 민주화세력은 권위주의 시절의 정당 질서를 재편하지 못한 채, 사회의 다원성을 포괄하는 데도 실패했다. 노동과 평화 등 핵심 이슈를 책임지는 정당질서를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최근 범여권의 정계개편론, 유력 대선 주자의 탈당 등 취약한 정당정치는 여전하다. 정상적인 정당정치 부재는 지역주의와 ‘재야 엘리트 수혈’에 기반한 변형적인 정치 구조를 만들었다. 특히 지역주의는 민주화 이후 정당정치를 대표하는 말로 굳어졌다. 이는 민주 대 반민주, 진보 대 보수라는 정상적인 정치 경쟁을 부정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조 교수는 “이념적 스펙트럼이 협소한 조건에서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대표하지 못할 때 정당체제는 지역대표의 성격만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역주의는 역으로 선거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는 여러 변수를 소외시키는 요인이 됐다. 군부정권은 87년 대선에서 김영삼·김대중씨의 분열을 계기로 저항세력을 지역주의 세력으로 격하시켰다. 더 큰 문제는 국민들이 서로를 지역적 관점에서 적대시하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불안한 정당정치를 뒷받침한 또 다른 축은 ‘외부인사 수혈’이다. 집권세력이 지배의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해 제도권 밖 운동진영을 흡수해 온 것을 말한다. 민주화 이후 한국 정당정치가 변신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러나 수혈의 정치는 불행히도 실패했다. 보수정당을 개혁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함에도 보수적 정당체제의 틀에 묶여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적 명성얻은 큰무당 김금화씨

    [김문기자가 만난사람] 세계적 명성얻은 큰무당 김금화씨

    1983년 10월 아웅산테러사건이 발생하기 1년여 전, 그러니까 1982년 봄 어느날이다. 한 전직 장관(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부인이 지인 소개로 용하다는 무당을 서울에서 만났다. 부인의 남편은 다름아닌 외무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올라 있었다. 무당은 부인에게 “염려말라. 가만히 있으면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일러두었다. 그러면서 말미에 “요즘 들어 국상(國喪)이 자주 보인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원혼을 풀어야 한다.”는 말을 뱉었다. 며칠 후 무당의 말대로 전직 장관 부인 등을 포함, 몇몇 지인들이 서울시내 모처에 모여 고 박 전 대통령 부부의 원혼을 달래는 굿을 조용히 치렀다.(이때 지난해 작고한 사진작가 김수남씨가 무당옷을 빌려 입고 유일하게 외부인으로 참석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무당은 전직 장관 부인한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장관 지명에서 자신의 남편은 탈락되고 대신 이범석씨가 신임 외무장관이 됐다는 것이었다. 목소리에는 약간 서운함이 담겨 있었다. 그러자 무당은 “변명 같지만 전화위복이 될 테니 두고 보라.”고 위로했다. 해가 바뀌어 1983년 9월. 무당은 매년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생일날(음력 8월18일)에 주위 친한 사람들을 일부 초청, 점을 봤다. 그런데 이날따라 뭔가 이상했다. 무당은 “버마(미얀마) 가면 안 되는데, 버마 가면 정말 안 되는데!”라고 하며 알 수 없는 말을 계속 뱉어냈다. 한달 뒤인 10월7일 밤, 무당은 대통령이 죽는 꿈을 꾸었다.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이건 개꿈이야, 개꿈!”하면서 남쪽을 향해 침을 퉤퉤 내뱉었다. 공교롭게도 이튿날 아침 아웅산테러라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대통령은 위기일발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이범석 외무장관을 포함,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수행원 17명이 사망했다. 인간의 운명을 ‘재천’이라고 할 때 몇 가지 흥미로운 상황이 떠올려진다. 첫째, 당초 전직 장관 부인의 뜻대로 남편이 외무장관에 발탁됐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결과적으로 보면 무당의 말대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둘째, 무당이 ‘버마’를 운운한 점, 또 ‘대통령꿈’을 꾸고 벌떡 일어나 미얀마가 있는 남쪽을 향해 침을 뱉었다는 것은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어쨌든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운 좋게도 살아 돌아왔다. 운명의 조화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역사적인 사건을 앞두고 신(神)의 전주곡 같은 기묘한 일이 벌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특히 삶과 죽음이 피범벅이 된 끔찍한 사건일수록 그 뒷얘기는 더욱 신기하게 다가온다. ●이승과 저승 사이에서 살아온 60년 이 시대의 큰무당, 인간문화재 만신 김금화(金錦花·77)는 이처럼 예나 지금이나 가는 곳마다 숱한 일화를 뿌린다. 작두 타며 신을 만나는 그야말로 이승과 저승의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뭔가를 경험하기 때문이다. 그는 17세 때에 처음 신과 만났으니 올해가 꼭 60년째가 된다. 한때는 혹세무민이라는 이유로 핍박과 설움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훌륭한 ‘한국인’이 됐다. 그가 세계 여러 나라에 갈 때마다 단연 ‘인기캡’으로 관객들이 구름처럼 몰려든다. 국내에서 서해안풍어제(무형문화재82-2호) 굿판을 벌일 때도 많은 외국팬들이 일부러 찾아올 정도다. 그는 2년 전 강화도 북쪽 해안가에 3000여평의 부지를 마련해 무속체험장인 ‘금화당’ 간판(글씨는 ‘도올’이 썼다.)을 내걸었다. 서해안풍어제 굿판을 벌이기에도 좋고 고향인 황해도 연백땅을 바라보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서울 이문동의 서해안풍어제연구소와 금화당을 오가며 8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신과 가까이에서 ‘경계적 삶’을 살아가고 있다. 지난주 이문동 연구소에서 그를 만났다. 소박한 한복차림에 활짝 웃으면서 반긴다. 평범하고 마음씨 좋은 이웃집 할머니와 다를 바 없었다.‘금화당’ 얘기를 먼저 꺼냈더니 “1982년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뉴욕·워싱턴·LA 공연을 비롯, 유럽 각지의 해외공연을 수십차례 다니면서 무속 체험장 같은 공간을 꼭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중 여러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줘 뜻을 이룰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외국으로도 소문이 퍼져 최근에는 세계 연극평론가 70여명, 외국 신문사 기자, 천주교 수녀들이 다녀갔다고 귀띔했다. ●무속박물관이 내 꿈 아울러 여력이 되면 무속박물관을 세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200여년된 탱화 등 우리 무속사 연구에 가치가 있는 귀중한 사료들을 다수 소장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1931년 황해도 연백군 석산면의 아들이 귀한 집안에서 태어나 남자동생을 본다는 뜻에서 처음에는 ‘넘새’라는 이름을 가졌다. 나이 다섯에 남동생이 태어나자 이름을 ‘금화’라 했다. 그의 신기는 어릴 적부터 신통방통했다. 열살 무렵에는 아이들과 놀면서 시퍼런 낫을 맨발로 타고 올라가 춤을 췄다. 또 어느 집에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기고, 임신한 사람을 보면 아들인지 딸인지 알아맞혔다. 열일곱살되던 정월 대보름날 밤이었다. 시름시름 무병을 앓던 그가 달맞이를 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다. 개울을 건너려 하자 무수한 별들이 머리 위에 쏟아져내렸다. 한참 동안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일어났다. 이때부터 ‘신의 딸’이 됐다. 그러자 외할머니가 신 어머니가 돼 금화의 허주굿(온갖 잡신을 몰아주는 굿)을 해주었다. 금화는 이어 내림굿을 하면서 작두를 탔다. 열아홉살되던, 즉 6·25직전 어느날었다. 금화는 하늘에서 시커먼 먹구름이 뚝뚝 떨어지고 달구지가 피묻은 옷가지를 싣고 가는 광경을 보게 된다. 물론 신의 계시였다. 당시 북한에서는 무당을 반동분자로 취급했던 터였다. 나라에 큰 난리가 날 것을 안 금화는 숨어다녔으나 자주 붙잡혀 온갖 고초를 겪었다. “전쟁 초기에는 북한군인들이 찾아와 피란간 사람들의 명단을 대라며 윽박지르더군요. 반동으로 몰리자 마을 원두막에 앉아 혼자 인공기를 만들며 위기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9·28수복 직후에는 남한 군인들이 와서 빨갱이 노릇한 사람의 명단을 대라고 하더군요.‘너는 무당이니 다 알지 않느냐.’고 하면서 목에 총을 들이대 죽을 고비도 여러 차례 넘겼지요.” ●올해 일어날 일은 비밀 결국 우여곡절을 겪으며 난리 중에 인천으로 피란오면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순탄치만은 않았다. 특히 새마을운동이 전국적으로 벌어질 때에는 굿을 할 수가 없어 많이 울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 참석, 우수상·공로상·개인상·단체상 등을 싹쓸이하면서 당당한 민속예술인으로 인정을 받게 된다. 그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것은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장의 초청공연이 계기가 됐다. 이때 작두 타는 모습 등을 비롯, 한국의 토속 샤머니즘을 선보여 많은 관중을 불러모았고 이후 매년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 해외공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올해 큰 사건은 없느냐고 하자 “그건 천기누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회가 너무 빠르다. 순리대로 가야 하며 남을 탓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9월 금화당에서 무녀인생 60년을 맞아 많은 사람들의 안녕을 비는 큰 굿판을 벌일 예정이니 그때 구경 오라고 당부했다. 인물전문기자 km@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 그가 걸어온 길 ▲1931년 황해도 연백 출생. ▲46년 외할머니에게 허침굿(허주굿), 내림굿, 솟을굿을 받음. 방수덕·권만신에게 대덕굿, 철물이굿, 배연신굿, 대동굿 등 전수. ▲82년 한·미수교100주년기념사업 문화사절단으로 방미. ▲84년 미국 하와이주 인간학연구위원회 및 하와이대재단 초청공연, ▲8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서해안배연신굿·대동굿 기능보유자 지정. ▲95년 김금화대동굿(연강홀) ▲2000년 서해안풍어제보존회 이사장
  • ‘박근혜 선대위’ 1차 인선

    ‘박근혜 선대위’ 1차 인선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가 10일 매머드급 선대위의 1차 인선안을 공식 발표했다. 5선의 홍사덕 전 국회부의장과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이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것을 비롯, 현역의원 31명, 원외당협위원장 40명, 외부인사 57명 등이 박근혜호(號)에 승선했다. 홍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사(私)와 사(詐)가 없는 지도자”라면서 “남북이 통일될 때까지는 이런 지도자가 연속해서 나와야 하고, 국민도 그런 지도자를 원하는 만큼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본선에서 이런 허물, 저런 흠으로 상대 후보에게 헐뜯기기 시작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정권 교체를 원하는 모든 이들이 그런 헐뜯김으로부터 안전한 후보를 원할 것이고, 그 적임자가 박 전 대표인 만큼 경선에서도 무난히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당내 경선은 본선에서 정권 창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적임자를 뽑는 절차”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식 발족한 ‘박근혜 선대위’는 공동 선대위원장과 공동 대변인제를 둔 것이 특징이다. 경선업무를 실질적으로 주도할 15명의 선대부위원장 가운데는 4선의 이규택 의원을 비롯해 전현직 의원만 14명이나 포함됐다. 고문단은 서청원 전 대표가 상임고문을 맡은 것을 비롯, 중량급으로 채워졌다. 대변인은 김재원·이혜훈 의원이 남녀 쌍두마차로 활약하게 됐다. 캠프 관계자는 “선대위 1차 인선의 특징은 ‘국민 중심·일 중심·정책홍보 중심’으로 요약될 수 있다.”면서 “당과 서열 중심의 과거형에서 탈피해 ‘국민참여·정책·미디어홍보’ 중심의 미래형 캠프를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원내외, 정치 성향, 당내외를 막론하고 박 전 대표와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분에게 참여의 문을 활짝 열었다.”며 개방형 캠프임을 강조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정치적 파장 고려… 7시간 20분 열띤 토론

    정치적 파장 고려… 7시간 20분 열띤 토론

    7일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 4층. 오전 10시부터 굳게 잠겼던 회의실 문이 오후 4시쯤부터 간헐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선관위 실무 직원들이 하나둘씩 들락거렸다. 선관위원들도 손을 씻기 위해 잠시 복도로 나왔다. 회의장 바깥에서 기자들이 따라 붙었지만 선관위원과 선관위 직원 모두 “곧 결정이 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결국 오후 5시20분, 회의 시작 7시간20분만에 결과가 발표됐다. 양금석 공보관이 2층 브리핑실에서 A4 2장 분량의 발표문을 읽었지만,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았다. 회의를 마치고 잠시 휴식을 취한 뒤 퇴근하는 고현철 선관위원장에게 기자들이 ‘청와대 반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지만,“충분히 토론해 결론 내렸다.”는 짧은 대답만 돌아왔다. 사전선거운동 여부와 관련해 선거위원장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할 정도로 격론을 벌인 선관위원들은 후련한 듯하면서도 피곤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출근할 때의 경직된 모습은 많이 가셨다. 출근하던 선관위원들은 전망을 묻는 기자들에게 “논의해봐야 한다.”며 급히 엘리베이터를 탔다. 심지어 회의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될지 물어도 “알 수 없죠.”라며 웃을 뿐이었다. 한 위원은 청와대의 변론기회 신청에 대한 견해를 묻자 “양측 의견이 이미 나와 있는데요.”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펴다가는, 변론 절차가 필요 없다는 뜻이냐고 다시 묻자 “의논해 봐야죠.”라며 말을 아꼈다. 오전 10시 고 선관위원장이 “선관위 전체회의를 개의합니다.”라고 의사봉을 두드리며 노 대통령의 참평포럼 연설내용에 대한 위법성 여부 심사가 시작됐다. 선관위원석에는 선거·정당·정치자금 법규집과 대법전, 선거관리위원회 법규집, 국민투표법령집 등 4권의 책자가 놓였다. 일본 출장 중인 임재경 위원을 제외한 선관위원 전원과 조영식 사무총장을 비롯한 선관위 간부 10여명이 배석했다. 회의실 바깥에는 선관위 직원이 배치돼 외부인의 출입을 막았고, 청사 주변에도 전경 1개 중대를 배치했다. 공무원 중립의무 위반, 사전선거운동 여부 판단, 사조직 관련 내용 등 안건이 한꺼번에 회의석상에 올라갔지만, 오전에 선관위원들은 청와대의 의견진술 요청에 대한 심리를 먼저 했다. 청와대 요청을 기각하기로 했다는 결정은 서면으로만 공개됐을 뿐 구두 설명은 없었다. 청와대 요청을 받아들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전례도 없고 의무도 없으니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는 후문이다. 회의장에 있었던 한 관계자는 오후 4시쯤 사실상 결론이 났었다고 귀띔했다. 그는 “문구를 작성하고 다듬는 데 1시간 정도가 걸렸다.”면서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고 설명했다. 사안별 표결 내용과 소수 의견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결정도 회의에서 결정했지만 취재경쟁 끝에 공개됐다. 홍희경 나길회기자 saloo@seoul.co.kr
  • [HAPPY KOREA] 해외편 일본(하) 오이타현 유후인

    [HAPPY KOREA] 해외편 일본(하) 오이타현 유후인

    |유후인(일본 오이타현) 글 임창용특파원|‘연 400만명이 이 평범한 작은 마을을 찾아온다고?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일본 규슈 오이타현에 자리잡은 유후인(由布院) 거리를 처음 걷는 사람은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갖기 쉽다. 하지만 인구 1만 2000여명의 농촌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유후인 관광종합사무소 요네다 세이지 사무국장은 “사람들이 오래전 잊고 살았던 정을 되돌려 주는 곳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말한다.‘마을 만들기’ 정도로 정의될 수 있는 일본의 전통적 주민자치운동인 ‘마치 쓰쿠리’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히는 유후인을 찾아보았다. ●연인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곳 뽑혀 유후인은 구마모토현 아소에서 벳푸로 가는 길목에 있는 작은 온천마을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온천지인 벳푸가 지나치게 도시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며 ‘벳푸와 다른 조용한 휴양지’를 만들자는 모토 아래 주민들이 주도하는 ‘공생공존형’ 지역개발로 자리잡게 됐다. 이곳은 유적이나 신사 등 전통적 소재보다는 농촌과 온천, 문화예술 등이 어우러져 누구나 기분 좋게 휴식과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따라서 잘 정리된 깨끗한 거리와 안내 표지판, 화분이 내걸린 상가,20여곳의 미술관과 갤러리, 독특한 모양의 공예품점, 쾌적하게 정리된 하천, 단아한 집들이 조화를 이루며 다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일본에서 연인들이 가장 여행하고 싶은 곳으로 꼽히기도 한다. 요네다는 “사람들이 1∼2시간 허둥지둥 둘러보고 기념품이나 사가는 ‘방문형’ 마을이 아닌 하루·이틀 푹 쉬며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는 마을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곳을 찾는 400만명 중 100만명 정도는 하루 이상 숙박을 한다고 했다. ●‘소 잡아먹고 소리지르기 대회´ 독특한 행사로 또 단순히 머무는 차원을 넘어 본인 취향에 따라 마을과 깊은 인연을 맺도록 했다. 매년 7월과 8월에 열리는 음악제와 영화제, 전통축제가 그 역할을 한다. 이 행사들은 단순히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이벤트가 아니다. 영화제든, 음악제든 행사가 시작되면 전국에서 마니아들이 오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순도 높은 프로그램으로 짜여져 있다. 어린이 음악제, 다큐영화제 등 파생행사도 점차 늘고 있다. 70년대 말 시작된 ‘소 잡아먹고 소리 지르기’대회는 도시와 농촌의 성공적 공생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도시인이 구입한 소를 5년간 키워서 잡아주고, 그 대가로 송아지 한 마리를 받는데, 행사기간 중 도시인들은 소리지르기 시합을 한다. 이때 전국의 유명 요리사를 초청해 다양한 쇠고기 요리를 선보이기도 한다. 이 행사는 일본 전역에 안전한 음식, 최고의 상품이라는 인식을 제고하는 효과를 가져와 유후인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80%가 관광업 종사… 젊은이들 돌아와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유후인은 농촌마을임에도 1차산업 비중이 20∼3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음식 숙박 서비스업 등 관광업이 80%를 차지한다. 이곳 업소들은 모두 주민들을 고용하고, 필요한 농축산물도 이 지역에서 생산된 것을 쓰도록 마을 자치단체가 정해 놓고 있다. 외부인이 투자한 업소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지역 주민들의 고용창출과 농가 소득에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 소득이 높아지고 일자리가 많아지면서 도시로 나가기만 하던 젊은이들이 돌아오고 있다. 요네다는 “70·80년대만 해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했다.”면서 “그러나 현재 젊은이들은 물론 장년층도 도시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sdragon@seoul.co.kr ■ 세계문화유산 등록 시라카와 ‘합장촌’ |시라카와 합장촌(기후현) 임창용특파원|기후현과 도야마현 경계 산악지역에 자리한 마을들을 지나다 보면 독특한 모양의 집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책을 반쯤 펴서 세워 놓은 듯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이곳에선 ‘합장’(合掌)가옥이라 한다. 불교에서 두 손을 모아 인사하는 ‘합장’에서 이름을 따왔다. 지붕은 억새를 엮어 덮었다. 합장촌이 발달한 것은 이곳의 기후 때문이다. 마을이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기후현 북쪽이 바다와 가까워 눈이 엄청 많이 내린다. 마을을 방문했을 때가 4월 하순인 데도, 산 중턱엔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삼림이 마을의 93%를 차지해, 농경지가 절대 부족한 이곳 주민들을 먹여살리는 것은 순전히 이 합장가옥들이다.1995년 시라카와, 오기마치, 스기누마 등 3개 합장촌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 관광객들이 밀려들고 있다. 이후 이곳 주민들에겐 ‘보전하지 않으면 먹고 살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위기도 있었다.100여년 전 1800여채에 달하던 합장가옥들이 인근 강의 댐 건설과 산업화로 급감,70년대 초반 300여채로 줄어들었던 것. 하지만 이후 주민들의 노력으로 더 이상 줄지 않고 있다. 시라카와 합장촌 교육위원회 사무국 히사요시 곤도 계장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보존회를 만들고, 조례까지 만들어 가옥은 물론 주변 수림, 돌담 등 자연경관을 철저히 보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전을 위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팔지 않는다’‘빌려주지 않는다’‘부수지 않는다’ 등 3대 원칙. 건물 신축이나 개·보수시 주민보존회가 이같은 원칙을 철저히 적용한다. 권유를 따르지 않고 억지를 부리자 보존회가 나서 새 건축물을 부숴버린 적이 있을 정도다. 신축건물은 반드시 보존지구 밖에 세우도록 하고,‘차량통행금지 지역’을 만들어 마을을 쾌적하게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붕 올리기 등 합장가옥 보수 비용, 화재 방지를 위한 첨단 스프링클러 설치 비용 등 보전에 필요한 비용은 전액 정부가 지원한다. sdragon@seoul.co.kr ■주민들 하나되어 ‘자연과 공생하기’ |유후인 임창용특파원|유후인의 성공은 순전히 마을 사람들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주민들은 70년대 이후 유후인을 자연과 공생하는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70년대 고원지대에 조성되던 골프장 건설을 반대하던 운동을 계기로 구성된 ‘유후인의 자연을 지키는 모임’과 ‘내일을 생각하는 모임’ 등이 무분별한 개발을 철저히 막았고,‘자연환경 보호 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주민들은 폭넓은 비전을 공유하면서 마을 만들기를 함께 추진할 수 있었다. 댐 건설 계획으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마을 집단으로 댐과 리조트 반대운동을 펼쳐 정부의 미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 윤택한 마을 만들기 조례를 제정해 주민들이 자발적인 개발을 할 수 있었다. 현재 유후인에서 일정 규모 이상 개발사업은 사전 환경조사 및 사업계획 30일간 공개설명회, 마을만들기 심의회의 심의, 공청회 개최 등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유후인 마을을 보존하고 지켜나가는 중심은 마을만들기(마치 쓰쿠리)심의회다. 주민들이 협의를 통해 뽑은 2명의 리더가 심의회를 이끌어간다. 유후인이 지금처럼 발전하는 데 이 리더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주민들은 평가한다. 하지만 유후인도 한 가지 큰 고민을 안고 있다. 정부의 시·정·촌 합병 정책으로 인해 마을의 개성이 퇴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그 것이다. 자칫 ‘평범한 마을’로 되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이타현의 경우 이 합병정책으로 총 56개 시·정·촌이 18개로 줄어들었다. 유후인도 인근 쇼나이정과 하지마정 2개 마을과 합쳐 최근 행정구역상으론 3만 3000여명의 소도시가 됐다. 두 마을은 1차산업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한다. 유후인 주민들은 “마을 이미지와 경제수준이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유후인은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 합병된 이웃마을과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유후인에서 생산되지 않는 1차산업 부산물들을 두 마을이 제공하게 함으로써 마을 전체의 자립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dragon@seoul.co.kr
  • [프렌치 리포트] (29) 공화국 정신으로 뭉친다

    프랑스는 참 종잡을 수 없는 나라다. 대혁명의 나라답게 자유와 평등을 중시하는 것을 보면 분명히 앞선 민주주의 국가인데, 국가가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것을 보면 전제 군주시대의 색채가 보인다. 개인주의가 무척 발달했지만 사회적 연대와 공공의 이익을 중시한다. 평등교육을 실시하면서도 소수의 엘리트를 양성해 정치, 문화,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를 이끌도록 한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보듯이 어제까지 대결하던 좌·우파가 극우파의 집권을 막기 위해 한데 뭉치기도 한다. 헝가리 이민 2세인 니콜라 사르코지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시장경제를 하면서 국가 주도의 산업정책을 고수한다. 우리의 상식으로는 납득할 수 없는 이런 이율배반과 변화무쌍함 때문에 프랑스는 외부인들에게 언제나 이해하기 힘든 나라로 남는다. 모든 의문점들을 푸는 열쇠가 바로 ‘공화국 정신’이다. 공화국 정신은 프랑스 사회를 결집시키고 지탱해 주는 힘의 원천이다. 도덕성의 기준이기도 하며 국가관이기도 하다. ●중앙집권 경향 강한 것은 ‘공화정신´ 때문 프랑스의 정식명칭은 프랑스 공화국(Republique Francaise)이다. 프랑스의 각급 학교 정문을 비롯해 모든 공공건물에는 프랑스 공화국을 상징하는 ‘RF’가 쓰여 있고 그 위에는 자유·평등·박애의 혁명 이념을 상징하는 3색기가 펄럭인다. 공화국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발칸반도에 이르기까지 많은 나라들이 공화제를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헌법 1조에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공화국’이라고 못박고 있다. 그러나 정작 공화국이 어떤 것이며, 그 가치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공화국의 어원은 라틴어의 ‘레스 푸블리카(res publica)’인데 이는 ‘공적인 일’이라는 뜻이다. 그 출발점은 공공성과 공익성인 셈이다. 프랑스는 어느 나라보다도 공화국의 어원에 맞는 정치를 구사하며, 공화국 정신에 충실하게 국가를 운영해 가는 나라다. 프랑스인들에게 국가(Etat)는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존재한다. 공화국은 그들에게 반(反)왕권과 민주주의를 의미한다.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일관되게 효율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 국가는 강력해야 하며 잘 훈련받은 인재들이 필요하다는 것이 프랑스인들의 생각이다. 모든 국가의 업무를 중앙에 결집시키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를 실시하고, 엘리트 교육을 인정하는 배경이다. 프랑스는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와 달리 중앙정부의 힘이 막강하다. 프랑스에서는 국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국민들의 일상생활을 책임진다. 국방, 산업, 의료, 교육 등 모든 일을 국가가 맡아서 한다. 국가는 절대적이다. 이 절대적인 힘을 움직이는 손발은 600만명이나 되는 공무원들이다. 프랑스가 서유럽에서 가장 중앙집권적인 나라라는 것은 정치체제 외에 인구분포와 도시화 측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인구 5800만명 중 1000만명이 파리와 수도권에 살고 있다.20여개에 이르는 고속도로와 수많은 국도 등 모든 길은 파리로 통한다. 파리는 중앙정부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사르코지의 ‘강한 프랑스’는 역사의 산물 프랑스의 강력한 중앙집권적 전통은 사실 전제군주 시절부터 뿌리내려 온 것이다. 프랑스는 오래전부터 왕권시대에 강력한 중앙관료체제를 발전시킨 나라다. 왕이 임명하는 관료들이 지방에 파견돼 세금을 거둬들이고 행정을 담당했다. 그 전통은 나폴레옹 시대를 거쳐 지금도 중앙정부 파견 도지사(prefet)제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중앙집권적 경향은 혁명세력에 의해 더욱 강화됐다. 왕권에 동조하는 반혁명 세력을 뿌리뽑고 민주적 전통을 뿌리내리기 위해서, 그리고 대혁명을 통해 확립한 ‘통일된 불가분의 공화국(La Republique une et indivisible)’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중앙집권화된 강력한 국가가 필요했다. 2007년 프랑스 대선에서 사르코지가 내세운 ‘강한 프랑스’는 갑자기 튀어나온 슬로건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수백년 역사의 산물이며, 드골 대통령에 의해 실현됐던 것이다. 사르코지는 강한 프랑스의 재현을 외치며 제5공화국의 6대 대통령이 됐다. 1958년 9월28일 국민투표에서 채택돼 오늘날까지 유효한 프랑스의 제5공화국 헌법은 중앙집권화된 국가를 통치하는 대통령의 권한을 대폭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 180년 동안 수많은 희생과 시행 착오를 거친 뒤 얻어낸 결과물이 전제 군주시대의 군주처럼 대통령에게 힘을 집중시켰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프랑스다. 현대판 제왕이라고 할 정도로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데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인 이유는 간단하다. 공화국 정신을 수호하려면 강한 대통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올포원, 원포올! 중앙집권화된 시스템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은 동화(同化), 공공의 이익, 평등 등 세 가지 원칙이 존중되기 때문이다. 공화국을 기계에 비유한다면 이 원칙들은 기계가 잘 돌아가게 만드는 윤활유 같은 것이다. 프랑스에 사는 모든 사람은 정치적으로, 문화적으로, 사회적으로, 언어적으로 프랑스의 것에 동화돼야 한다는 것이 우선이다. 프랑스 국민을 하나로 묶고, 지금까지 국가를 이끌어온 원칙이다. 두 번째는 ‘공공의 이익’인데 장자크 루소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는 공공의 이익 앞에서 양보돼야 한다. 프랑스 같은 자유주의·개인주의 사회가 안정되게 돌아갈 수 있는 것도 이 철칙이 지켜지는 덕분이다. 프랑스에서 관료들은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의회의 의원도 마찬가지다.500여명의 지역구 의원이 하원에 있지만 이들이 지역구의 사업이나 현안을 챙기는 일은 없다. 공개적으로 지역구의 입장을 대변하는 일은 없다. 프랑스 정치인들이나 관료집단이 도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원칙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평등을 얘기해 보자. 프랑스에서 평등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국민들의 입장에서 모두가 평등한 기회를 보장받아야 하며, 법 앞에 평등하다는 것은 철칙이다. 평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프랑스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고 의료와 복지를 국가가 책임진다. 국가의 입장에서 볼 때 평등은 어떻게 적용될까. 국가의 입장에서도 모든 국민은 평등하다. 출신에 상관없이 프랑스 국적을 갖게 되는 순간부터 프랑스인으로서 권리와 혜택을 누리지만 동시에 국민으로서 책임을 요구한다. 공화국 정신이 잘 이해가 안 간다면 삼총사가 칼을 맞대고 외쳤던 슬로건을 떠올려 보자.‘올포원, 원포올!’ 국가를 위해 모두가 뭉치고, 국가는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100년 용광로 대체…‘新철기시대’ 열다

    100년 용광로 대체…‘新철기시대’ 열다

    맨주먹으로, 초라하게 출발한 포스코가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 준공을 통해 세계 철강 역사에 ‘큰 일’을 냈다. 파이넥스 설비는 100여년의 철강 역사를 지닌 선진 철강사들에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경지나 다름없다. 파이넥스 공법 개발을 총괄한 이후근 파이넥스 연구개발 추진반장은 30일 “다른 경쟁사들이 만약 (기술)제로상태에서 포스코를 쫓아오려면 2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설비를 앞으로 건설되는 일관제철소에 놓을 방침이다. 인도와 베트남 제철소에 우선적으로 들어간다.2010년부터는 포항제철소 용광로를 파이넥스로 대체할 계획이다. 다른 철강사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국내 224건, 해외 20여개국에 58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외부인들의 파이넥스 설비 견학과 출입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파이넥스의 강점은 친환경적이라는 데 있다.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일반탄을 바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용광로 공법에서 볼 수 있는 소결(철광석을 덩어리로 뭉치는 것) 과정과 코크스 공정이 생략돼 환경유해물질이 덜 나온다. 환경오염물질인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발생량은 용광로 공법의 각각 3%,1%에 불과하다. 비산먼지도 용광로 공법의 28%로 낮출 수 있다. 온난화 등 환경오염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공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설비투자비도 용광로에 비해 훨씬 적게 들어간다. 용광로 대비 80% 수준이다.. 원료비 역시 대폭 절감할 수 있다. 파이넥스에서 사용하는 원료는 지름 8㎜ 이하의 가루형태 분(粉)철광석과 유연탄이다. 분철광석은 전세계 철광석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덩어리 형태의 철광석보다 20% 이상 싸다. 일반 유연탄도 용광로에서 사용하는 코크스용 고급 유연탄보다 20% 이상 싸다. 제조원가를 용광로의 85%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 원가경쟁력은 기업경쟁력으로 이어진다. 특히 아연과 같은 불순물이 많은 철광석의 경우 소결광 제조가 어렵다. 노(爐)벽에 달라붙는 경향도 있다. 용광로 공법에서는 사용이 제한적이지만 파이넥스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성분이 많은 철광석을 보유한 인도나 베트남 등의 일관제철소 설비로는 파이넥스가 제격이다. 포스코는 이번 파이넥스 상용화 설비의 준공으로 지난해 3000만t인 조강 생산능력을 내년에는 3400만t으로 늘릴 수 있게 됐다. 이 정도의 생산량이라면 포스코는 세계 4위의 철강회사에서 2위로 부상하게 된다. 국내에서 공급부족이 심각한 슬래브 및 열연제품의 공급량도 늘릴 수 있다. 10년내 중국과 인도 등 동남아 지역에 파이넥스 공법을 적용한 생산기지를 확대하면 포스코는 총 조강생산량이 4200만t으로 늘어 세계 1위업체인 아르셀로 미탈과도 경쟁할 수 있게 된다. 포스코가 세계 철강업계에 나돌던 ‘피인수 합병 가능성’에서 벗어나 세계 대표적인 철강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비교 우위를 차지해 세계 최고까지 넘볼 수도 있다는 뜻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용광로 공법이 구(舊)철기시대였다면 파이넥스는 신(新)철기시대를 연 것”이라며 “기술 도입기업에서 기술 선도기업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포항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 “외부인재 단기성과 요구땐 실패”

    프로 스포츠선수의 고액연봉 이적이 실패로 끝나는 때가 있는 것처럼 기업에서도 우수 인재의 외부 영입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경제·경영잡지 ‘파이낸셜 리뷰’는 성공 확률이 3분의1밖에 안 된다는 연구결과를 내기도 했다. LG경제연구원이 27일 ‘외부 인재 영입이 실패하는 5가지 이유’란 보고서를 통해 이를 분석했다. 연구원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힘들게 확보한 인재가 조직에서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중도 하차하는 데에는 당사자의 자질 부족 탓도 있겠지만 그를 영입한 조직에 더 큰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5가지 이유로 ▲영입 포지션과 영입 목적에 대한 사전 준비 부족 ▲충분한 검증 없는 영입 ▲조직의 화합을 해치는 내·외부 인재간 경쟁 ▲외부 인재로부터 오는 변화에 배타적인 조직내 태도 ▲믿음이 결여된 단기 중심의 성과 요구를 꼽았다. 연구원은 “외부 영입 대상이 되는 주요 포지션과 외부 영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에 대해 미리 고민하고 준비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외부 인재 영입이 갑작스러운 경영공백이나 환경변화와 같은 사업적 필요에 의해 짧은 시간에 결정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또 외부 인재들은 기존 구성원들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변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기 마련인데 이 아이디어를 제대로 펼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 있는지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밝혔다. 윤언철 연구원은 “영입된 인재는 짧은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을 그 누구보다 강하게 받기 마련”이라며 “빨리 성과를 내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하게 채근하기보다는 믿음과 신뢰를 갖고 기다려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부동산플러스]

    SK건설은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지구에서 ‘효자 3차 SK VIEW(조감도)’에 대한 청약을 22일 시작한다. 지하 1층, 지상 25∼34층 4개동(棟)이다.35평형 303가구,44평형 126가구,52평형 132가구 등 총 561가구로 이뤄진다.SK건설이 효자지구 내에 분양했던 1차,2차와 함께 2000여 가구의 단지를 이루게 된다. 모델하우스는 남구 대도동 세명기독병원 맞은편에 있다.(054)276-5400 대주건설은 광주광역시 수완택지지구에 ‘피오레’ 아파트 2차분 1720가구에 대한 청약을 오는 28일 하루 동안 받는다. 분양가는 평당 550만∼700만원선. 지난해 분양한 1880가구와 앞으로 분양할 3차분을 합하면 총 3813가구가 된다.(062)367-3000 금호건설은 23일 경기도 용인시 동백지구 D1-2와 D1-4블록에서 타운하우스인 ‘용인 동백 금호어울림(조감도)’ 청약 접수를 하고 24일 당첨자를 발표한다.78평형 32가구와 84평형 16가구다. 대지면적 4324평, 건축 연면적 5600평이다. 지상 4층,6개동(棟)으로 이뤄진다. 평균 분양가는 1930만원.(031)8022-9595 엠코는 8월말 입주하는 인천 삼산동 ‘엠코타운’ 아파트가 정보통신부의 홈네트워크시스템 AA 등급과 초고속 정보통신 특등급을 국내 아파트 최초로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엠코타운은 외출시 휴대전화로 조명, 난방, 가스, 차량 현관 통제 등을 제어할 수 있고, 아파트 거실과 발코니에 장착된 자동센서를 통해 외부인이 침입하면 경보장치가 작동돼 경비실과 입주자(휴대전화)에게 알려준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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