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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대북 금융거래 동결…북한산 광물 수입 중단

    러시아가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과 금융 거래를 전면 동결하고 북한산 광물 수입을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테르팍스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대통령령 초안이 최근 러시아 연방정부 사이트에 게재됐다고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통령령은 “러시아 내에서 북한 은행 자회사·지사·대표부와 합작회사 등을 폐쇄하고 북한 은행 지분 매입과 은행과의 송금 거래를 금지하는 모든 조치를 3월 2일부터 90일 이내에 취할 것”을 지시했다. 대통령령은 러시아 내에서 북한 은행 자회사·지사·대표부와 합작회사 등을 새롭게 개설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은 또 북한으로부터 석탄, 철, 철광석, 금, 티타늄·바나듐 광석 등의 수입을 금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 북한 간 철도와 북한 나진항을 이용한 러시아산 석탄 수출 프로젝트인 ‘나진·하산 복합 물류사업’은 예외로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북한이 4차 핵실험을 시행하고 50여일이 지난 3월 2일 대북 제재 결의 2270호를 채택한 바 있다. 인테르팍스는 이러한 대통령령 초안이 채택돼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의무조항들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북한 ‘잠수함 미사일’ 발사, 국제사회 비판 잇따라…리수용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

    북한 ‘잠수함 미사일’ 발사, 국제사회 비판 잇따라…리수용은 그래도 “나쁘지 않다”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을 시험하자 국제사회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한 행위라며 규탄했다.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존 커비 대변인 명의로 보낸 논평을 통해 “북한의 활동과 군사적 움직임을 비롯해 한반도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명백한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강조했다. 존 커비 대변인은 또 “북한이 정세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동을 자제하고 국제적 의무와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전략사령부와 북미항공우주사령부도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사실을 탐지하고 이를 추적했다고 밝혔다. 전략사령부는 “북한 미사일이 북미 지역에 위협을 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외무부 대변인도 성명을 내고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며 “국제사회는 북한이 도발을 멈추도록 함께 확고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SLBM 발사가 사실이라면 프랑스는 북한에 대한 추가제재 방안을 마련할 것을 유럽연합(EU)에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아사히 신문은“다음 달 노동당 당 대회에 앞서 체제 결속을 노림과 동시에 국제 사회의 제재에 굴하지 않고 미국에 대화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북한의 5번째 핵실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마이니치 신문도 이번 발사가 핵무기의 운반 수단인 탄도미사일 기술을 과시하고 대북제재를 이어가는 국제 사회에 대한 반발을 드러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도 바닷속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SLBM은 사전에 포착하기가 어렵고, 간파당하지 않고 목표물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주변국에 더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이같은 국제사회의 비판 속에서도 미국을 방문 중인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미사일 발사 몇 시간 뒤 이뤄진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SLBM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리 외무상은 인터뷰를 통해 “한미 군사훈련이 확대되다가 최고 수준에 달했다”면서 “상대가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우리도 극단으로 가지 않을 이유가 없기에 (SLBM 발사가)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군사훈련이 한국과 동맹에 대한 결의를 증명할 뿐만 아니라 동맹국의 전투준비 태세와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된다며 리 외무상의 주장을 일축했다. 카티나 애덤스 국무부 동아태국 대변인은 “북한이 이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행동과 언변을 자제하고 국제 사회의 의무를 다하고 결의를 이행하는 데 집중하기를 다시 한 번 요청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테러 위험 가장 높은 유럽 5개국은?…英외무부 발표

    테러 위험 가장 높은 유럽 5개국은?…英외무부 발표

    유럽 전역에 테러 위협이 팽배한 요즘, 유럽행을 결심한 사람들에게 각국의 테러 위험성 수준은 중요 관심사다.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미러가 영국 외무부(FCO)의 자료를 인용, 유럽 주요 국가들의 테러 발생 가능성을 안내해 눈길을 끈다. ▲스페인: 위험수준 높음스페인은 비록 과거에는 테러 공격을 받았던 전례가 있지만, 최근에는 여타 지중해 국가와의 마찰을 줄이면서 이러한 위협이 줄어들었었다. 그러나 최근 스페인 마조르카 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동조자들이 검거되면서 FCO는 스페인의 테러위협 수준이 높다고 판단했다.이에 더불어 FCO는 테러범뿐만 아니라 거리의 도둑들 또한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으며. ‘불필요한 위험’을 피하고, 특히 약물이나 술에 취해 이러한 우행을 저지르지 말 것을 권고했다. ▲독일: 위험수준 높음독일은 현재 ‘테러위협에 대한 대비'를 표방하며 대중교통 시설과 공공시설, 대형 행사에 대한 보안 수준을 강화하고 있다.FCO는 “(독일 여행시) 반드시 항상 여권을 휴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지 경찰들은 빈번하게 여행자들의 신분을 확인하고 있다”며 “만약 여권 제시를 요구했는데 여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 경우, 현지 경찰은 여권이 있는 곳까지 동행해 신분을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벨기에: 위험수준 높음최근 브뤼셀 시 공항과 지하철에서 일어난 폭탄테러로 벨기에의 테러 위험 수준은 ‘높음’상태에 머물러있다.FCO는 “경찰의 검거작전이 진행 중이며 브뤼셀 테러 공격에 연루된 인물들이 다수 체포되고 있다”면서 “긴장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으며 사람이 많은 장소를 피하고 벨기에 당국의 지시를 따르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프랑스: 위험수준 높음프랑스는 지난해 1월 있었던 샤를리 앱도 테러사건 이후 높은 위험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FCO는 “프랑스에 대한 이슬람 테러단체의 지속적 위협, 그리고 최근 이슬람국가(IS)와의 전쟁에 참여한 프랑스군의 행적 등을 이유로 프랑스 정부는 대중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권고했으며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위험수준 보통이탈리아 또한 테러 위협에서 안전하지 못하지만, 이탈리아를 찾은 일반 관광객들에 대한 위협 수준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것은 대부분의 테러 공격이 이탈리아 내부 단체에 의해 일어나며, 이탈리아 사람들을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FCO는 “테러 공격은 급진 좌익 단체, 혹은 분리주의 단체들에 의해 자행되며 일반적으로 소형 폭탄 혹은 인화 장치를 이용해 이탈리아 사람을 노린 것들이다”고 전했다. ▲덴마크: 위험수준 보통지난 2월 코펜하겐 시에서 두 번의 총격 사건으로 2명의 시민이 사망하고 5명의 경찰이 부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공격은 테러에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이러한 배경에 따라 FCO는 덴마크의 테러 위험성이 보통 수준이라고 판단했으며, “당분간은 주의하는 편이 좋다”고 평했다. ▲그리스: 위험수준 보통지난 몇 년간 그리스에선 쇼핑몰, 공공건물, 정부건물 등에 폭발물과 총기를 이용한 공격이 이루어졌다. FCO는 이러한 테러 공격이 관광명소를 대상으로 자행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FCO는 그리스의 테러위험도를 보통으로 측정했다. ▲포르투갈: 위험수준 잠재적비교적 평화로운 포르투갈이지만 FCO는 포르투갈에도 잠재적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테러리스트뿐만 아니라 여권과 돈을 노리는 거리의 도둑들 역시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사진=미러 웹사이트 캡처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32시간만에 생환…에콰도르의 ‘희망’

    230명 실종… 사망 400명 넘어 에콰도르에서 지난 16일(현지시간)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400명을 넘어섰다. 에콰도르 정부는 18일 현재까지 사망자 수가 413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여전히 230여명이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려 실종 상태이며 부상자도 2600여명에 달해 사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해변 도시인 페데르날레스 등지에서 구조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피해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는 양상이다. 이날 피해 현장을 둘러본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포르토비에호와 만타 등 도시가 이번 지진으로 거의 “파괴됐다”고 표현하며 구조작업이 진행될수록 피해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강진 피해 복구에 수십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라면서 “경제적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진 발생 이틀이 지났지만 피해 지역 주민들은 끝나지 않은 여진의 공포와 더딘 구조작업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많은 주민들이 전기와 수도가 끊긴 집이나 거리에서 잠을 자며 음식과 담요 등 구호물품에 의존하고 있다. 혼란도 극심해져 포르토비에호에서는 사람들이 부서진 건물에 들어가 옷가지 등을 훔치기도 하고 페데르날레스의 해변에서는 무장 강도가 물과 생필품을 실은 트럭을 약탈하기도 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국제사회의 지원 손길도 이어졌다. 에콰도르 외무부는 이날 현장에 멕시코와 스페인, 페루, 쿠바, 스위스 등에서 온 수백명의 인력이 구호 작업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무너진 건물 더미에 매몰됐던 시민들이 32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AP와 ABC뉴스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최대 피해 지역 중 하나인 만타의 한 쇼핑센터에서 이날 새벽 한 여성이 무사히 구조되는 장면이 현지 TV를 통해 방영됐다. 무너진 천장과 바닥 사이에 갇혀 있었던 이 여성은 소방관들이 뚫어낸 지름 70㎝ 크기의 콘크리트 구멍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사기가 오른 구조대원들은 인명 구조견을 이용해 수색을 계속했고 비슷한 장소에 갇힌 여성 한 명과 남성 한 명을 추가로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에콰도르 당국은 이 쇼핑센터에서 전날 구조작업이 시작된 이후 24시간 동안 모두 8명이 구조됐다고 밝혔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전두환, 美에 호헌지지 요구했다가 퇴짜… 반기문, DJ 美망명 동향 수집해서 보고

    1984년 2월 2일 일본의 출판노동조합연합은 일본 역사교과서 검정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일본 정부가 여전히 역사교과서에서 식민통치를 합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1982년에 정부가 일본에 이 문제에 대해 항의했으나 고쳐지지 않은 것이다. 이에 대해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외무부에 보낸 친필 문서에서 역사교과서 시정 요구에 대해 “북괴가 조총련, 일본 좌익계 노조 및 지식인을 이용, 한·일 간 이간을 노리는 바 한국의 언론은 이에 편승하지 않도록 협조하시오”라고 썼다. ●DJ 귀국 싸고 韓·美 의견 차 이 같은 사실은 17일 외교부가 당시 외교문서들을 공개하며 밝혀졌다. 외교부는 이날 1985년을 전후해 생산된 외교문서 총 1602권, 25만여쪽을 공개했다. 외교문서 공개에 관한 규칙에 따라 생산된 지 30년이 지난 외교문서를 학자 등이 활용할 수 있도록 일반에 내놓은 것이다. 문서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 있던 우리 외교관들은 워싱턴에서 망명 생활을 하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보고했다. 당시 외무부 소속 참사관으로 하버드대에서 연수 중이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김 전 대통령의 동향을 수집하던 관련자 중 하나로 등장한다. 당시 그는 미국 학계·법조계 인사 130여명으로 구성된 ‘김대중 안전귀국 보장 운동’이란 단체가 김 전 대통령의 안전한 귀국을 요청하는 연명 서한을 전 전 대통령에게 보낼 것이라고 보고했다. 또 당시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미측 인사들과의 면담에서 김 전 대통령을 “교활하고 믿지 못할 인물”, “간교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北, 1970년대 무인기 도입에 관심 김 전 대통령의 귀국 문제를 둘러싸고는 한·미 간 견해차가 있었으며 이 때문에 전 전 대통령이 방미 계획 발표를 연기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1985년 2월 총선을 앞두고 귀국하겠다는 입장이었지만 한국 정부는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그의 귀국을 선거 이후로 미루고자 했다. 이에 리처드 워커 당시 주한 미국대사와 노신영 안기부장이 만났으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고 결국 미측에서 먼저 전 전 대통령의 방미 일정 발표 연기를 요청했다. 아울러 당시 전두환 정권이 대통령 간선제와 7년 단임제를 골자로 한 제5공화국 헌법에 대한 국내의 개헌 요구가 거세지자 미국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 ‘호헌’(護憲·5공 헌법 수호) 공개 지지 표명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실도 밝혀졌다. ●김일성, 소련 믿을 수 없고 中 안 믿어 북한 정보를 ‘전언’의 형태로 담은 문서도 여럿 공개됐다. 여기에는 북한이 이미 1970년대에 무인기 도입에 관심을 보였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1974년 11월 당시 주일 한국대사관 윤하정 공사는 일본 외무성 아주국장과의 면담에서 “북한이 일본으로부터 무인기 및 잠수장비 도입 움직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에 일본 측은 “사실이라면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답했다. 북한 김일성 주석이 1980년 “소련은 믿을 수 없고 중공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는 전언도 공개됐다. 당시 캄보디아의 한 인사는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만나 김 주석이 “남침할 의사가 없고 미국과 싸울 생각도 없다고 말했다”며 이 같은 발언을 전했다. 미측은 이를 다시 박쌍용 외무부 정무차관보와의 면담에서 공개했다. 강병철 기자 bckang@seoul.co.kr
  • 틴 초 취임날 “수치 대통령 막는 헌법 개정”

    연설서 “민주주의 입각한 헌법을” 개헌 위해 의회 4분의3 찬성 필요 군부 4분의1 차지… 쉽지 않을 듯 미얀마에서 54년 만에 문민 대통령이 30일 취임했다. 미얀마 민주화의 주역 아웅산 수치의 최측근인 틴 초(70)는 이날 대통령 취임 연설에서 군부가 만든 헌법을 고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수치는 이날 외무부와 대통령실, 교육부, 전력부 등 네 개 부처의 수장을 맡는 ‘슈퍼 장관’으로서 공식 취임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틴 초 대통령은 이날 네피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합동회의에서 민트 슈웨 제1부통령, 헨리 밴 티유 제2부통령과 함께 취임 선서를 했다. 틴 초 대통령은 “새로운 정부는 국민 화합, 국내 평화, 민주적 헌법 창출, 국민 생활수준 증진을 위해 매진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그는 “정부는 우리나라에 적합하고 민주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헌법을 창출할 의무가 있다”며 개헌의 뜻을 분명히 했다. 군부는 앞서 두 아들이 영국 국적자인 수치를 겨냥해 배우자나 자녀가 외국 국적자일 경우 대통령 출마를 금지하는 헌법을 제정했다. 이에 수치는 지난해 11월 자신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대통령 위의 지도자가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신들은 이번 달 초 국내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수치의 오른팔 틴 초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자 수치가 대리 대통령을 세우려 한다고 분석했다. 틴 초 대통령은 “새로운 의회와 정부는 수치가 지도하는 NLD의 정책과 조화를 이루며 구성됐다”고 말해 이런 분석에 더욱 힘이 실렸다. 틴 초 대통령은 선서식 이후 대통령궁에서 테인 세인 전 대통령과 공식 이·취임식을 가졌다. 군인 출신으로 군부 측 정당인 통합단결발전당(USDP) 소속의 테인 세인 전 대통령은 2011년 3월 당선된 뒤 정치·경제 개혁을 단행했다. 검열제를 폐지하고 민간 언론을 허용했으며 정치범을 석방했다. 특히 헌법을 개정하고 지난해 자유 총선을 실시해 민주화의 길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정치 개혁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미얀마에 대한 경제제재를 일부 풀자 테인 세인 정부는 외자를 유치해 미얀마의 열악한 인프라 확충에 나섰다. 하지만 테인 세인 대통령은 지난해 일부 반군과 협상에 실패해 ‘반쪽자리’ 정전 협정을 밀어붙이고,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를 푸는 개혁법안을 처리하지 못해 차기 문민정부에 내전 종식과 경제 회복 등의 숙제를 떠안겼다.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출범한 미얀마 첫 문민정부의 앞길이 장밋빛인 것만은 아니다. 틴 초 대통령이 취임 일성에서 강조한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AFP가 보도했다. 개헌을 위해서는 상·하원 각각 4분의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개헌에 반대하는 군부가 상·하원에서 4분의1을 차지하고 있다. “막후에서 정부를 운영하겠다”는 수치와 틴 초 대통령의 관계 또한 정국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치의 이런 발언은 대통령을 최고지도자로 규정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현지 미얀마타임스는 전했다. 신임 정부의 일천한 국정 운영 경험도 지적된다. 일부 장관 지명자의 학력 위조 문제로 NLD 내부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인사를 밀실에서 장관 후보로 결정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폭탄조끼 입었다” 협박 소동… 테러 아닌 개인적 범행 무게

    “폭탄조끼 입었다” 협박 소동… 테러 아닌 개인적 범행 무게

    공중 납치 후 키프로스 강제 착륙… 대치 6시간 만에 순순히 항복 승객·승무원 81명 전원 무사 “정치적 망명” “전처 만남 요구” … 납치범 범행동기는 불확실 29일 공중 납치된 이집트항공 국내선 여객기에서 벌어진 인질극이 범인 체포와 승객 전원의 무사 탈출로 6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불과 일주일 전 벨기에 브뤼셀을 강타한 자살 폭탄 테러에 이은 항공기 피랍 사건에 긴장했던 전 세계는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집트항공은 이날 오전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출발해 수도 카이로로 향하던 자사 소속 여객기 MS181이 비행 도중 괴한에 의해 공중 납치됐다고 발표했다. 비행기에는 승무원을 포함해 81명이 탑승해 있었다. 폭탄 조끼를 입고 있다는 납치범의 협박에 기장은 기수를 지중해 섬나라로 돌렸고 오전 8시 50분에 키프로스 라르나카 공항에 착륙했다. 착륙 직후 외국인 4명과 승무원 3명 등 7명을 제외한 여성과 어린이 등 승객 대부분을 풀어 준 뒤 정치적 망명, 전처와의 만남 등을 요구하며 인질극을 이어 가던 납치범은 이날 오후 2시 관계 당국에 순순히 항복했다. 니코스 크리스둘리데스 키프로스 정부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모든 게 끝났다. 여객기 납치범이 붙잡혔다. 승객, 승무원 모두 안전하다”고 밝혔다. 납치범이 끝까지 인질로 잡고 있었던 외국인과 승무원 등 7명도 항공기에서 무사히 빠져나왔다. 키프로스 당국이 납치범 체포와 관련한 자세한 정보를 밝히지 않은 가운데 AFP는 납치범이 항공기에서 나와 머리에 손을 얹은 뒤 활주로를 건너 맞은편에 대기하고 있던 대테러 특수 경찰에게 다가갔다고 전했다. 경찰들은 범인을 땅바닥에 엎드리게 한 뒤 몸수색을 하고 나서 어디론가 끌고 갔다. 이집트대통령궁 대변인 알라 유셰프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납치범의 이름은 세이프 엘딘 무스타파”라고 밝혔고, 이집트 일간 알마스리알윰은 무스타파가 이집트 시민권자라고 전했다. 범행 동기가 불확실한 가운데 테러보다는 개인적인 동기에 의한 것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앞서 니코스 아나스타시아디스 키프로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피랍 사건은 테러와 무관하다”며 “모두 여자와 관계된 일”이라고 발표했다. 사건 발생 초기 납치범이 폭탄 조끼로 무장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슬람 무장세력에 의한 테러 가능성이 대두됐으나 납치범이 승객 대부분을 풀어 주면서 이런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납치범은 키프로스에 거주하는 전처와의 만남을 요구하는 한편 전처에게 편지를 전달해 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또한 이집트 교소도에 수감된 여성 재소자의 석방을 요청했다는 보도도 전해졌다. 범인 체포 직후 키프로스 외무부는 “이번 사건은 테러와 무관하다”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한 개인이 저지른 일”이라고 확인했다. 납치 소동으로 라르나카 공항은 일시 폐쇄됐으며 모든 항공편이 우회하는 등 소동을 빚었다. 한편 주이집트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확인 결과 이 비행기에 한국인은 탑승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미 CIA 국장 이달 초 러시아 방문해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거취 논의

     존 브래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이달 초 시리아 문제 논의를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올렉 시로몰로토프 외무부 차관은 28일(현지시간) “브래넌 국장이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다른 기관들을 찾았다”고 밝혔다. 다만 시로몰로토프 차관은 브래넌 국장의 방문과 잇따라 행해진 러시아의 시리아 철군이 연관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은 이날 인테르팍스 통신에 브래넌 국장이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했었다고 밝혔다. 브래넌 국장은 또 러시아 측에 시리아 휴전 합의에 따른 러시아와 아사드 대통령의 의무 이행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대사관은 덧붙였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래넌 국장 방러 직후인 지난 14일 시리아에 주둔 중이던 자국 공군 주요 전력을 철수시키라는 명령을 내린 바 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미얀마 민주화 아이콘 아웅산 수치 장관 된다

    미얀마 민주화 아이콘 아웅산 수치 장관 된다

    미얀마 민주화 항쟁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가 새 정부의 장관으로 국정에 참여한다. 수치 여사의 최측근인 틴 쩌 대통령 당선인은 22일 18명의 차기 정부 각료 인선안을 상하원 합동회의에 제출했다. 이 명단에는 수치 여사도 포함됐다. 외무장관 입각설이 나돌았던 수치가 구체적으로 어느 부처의 장관을 맡을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로이터 통신은 이와 관련 대통령실, 외무부, 전력에너지부, 교육부 등 4개 부처 명단 옆에 수치의 이름이 다른 후보군과 함께 기재되어 있다고 전했다. 의회는 오는 24일까지 의원들을 대상으로 후보자들에 대한 의견을 묻고, 승인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수치측이 상하원 의석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서 승인에 걸림돌은 없다. 수치는 지난해 총선에서 NLD를 이끌고 선출직 의석의 약 80%, 전체 의석의 59%를 휩쓸었다. 이를 통해 수치는 대통령을 지명할 수 있는 최고 실권자가 됐지만, 군부가 만들어 놓은 헌법 규정 때문에 대통령이 될 수 없다. 2008년 제정된 헌법 59조는 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치는 영국인 학자와 결혼했고, 두 자녀의 국적도 영국이다. 수치는 이런 헌법조항을 고치거나 효력을 일시 중지시키기 위해 군부와 협상에 나섰으나, 군부 지도부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수치는 결국 자신을 대신할 차기 대통령으로 최측근인 틴 쩌를 지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핫뉴스] 7세 딸 암매장한 엄마는 ‘집주인의 꼭두각시’였다 ▶[핫뉴스]40대男 ‘딴살림’도 모자라 “혼외자식도 챙겨라”
  • ‘푸틴의 전쟁’ 막 내릴까

    ‘푸틴의 전쟁’ 막 내릴까

    ‘푸틴의 전쟁’은 출구를 찾을 수 있을까. 14일(현지시간) AP와 AFP 등 외신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리아에 투입한 러시아군의 주요 병력 철수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렘린에서 국방부 장관, 외무부 장관과 긴급 회동을 갖고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분쟁을 끝내고 평화를 정착하는 데 집중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을 개시한 지 6개월 만이다. 푸틴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통해 이 같은 방침을 전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25만명의 목숨을 앗아간 내전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시리아 평화회담이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 달여 만에 재개됐다. 지난달 1일 시작된 회담은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알아사드 대통령의 거취와 18개월 내 선거 실시, 러시아의 공습 중단 등을 놓고 갈등하다가 사흘 만에 결렬됐었다. 푸틴은 철군 개시일을 15일로 못박았다. 시리아 내전 개전 6년째를 맞는 상징적인 날이다. 이미 미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휴전이 성사된 상황에서 시리아 평화회담은 전기를 맞는 듯 보인다고 외신들도 평가했다. 하지만 안팎에선 여전히 푸틴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시리아에 남을 병력의 규모와 상세한 철수 일정 등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또 시리아 라타키아와 타르토우스에 있는 공·해군기지를 그대로 유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러시아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따져 봐야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평화회담이 재개된 제네바의 분위기도 썰렁했다. 한 서방 고위급 외교관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푸틴은 늘 이런 식의 양보를 선언해 왔으나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실현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시리아 반정부 대표단의 살렘 알메슬레트 대변인도 “긍정적인 결정이지만 확인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러시아 주력군이 철수해도 될 만큼 알아사드 정권이 안정을 되찾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 9월 내전 개입 이후 러시아는 50대가 넘는 전투기와 지상군을 시리아에 투입했다. 이 과정에서 수천 건의 폭격으로 민간인 1733명을 포함한 4408명이 사망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UN, 사우디 사형집행 급증 비판…사우디, “우리는 인권수호자”

    UN, 사우디 사형집행 급증 비판…사우디, “우리는 인권수호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사형집행 급증이 국제사회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면 사우디는 UN 등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 적극적인 변론을 펼쳤지만 여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UN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연례 보고에서 고문 관련 특별보고관 후안 멘데즈는 사우디에서 증가하고 있는 사형집행건수가 지나쳐 국제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가 정치적 시위와 마약범죄에 대해 사형을 내릴 뿐 아니라 특히 청소년들도 처형하고 있어 우려를 표했다. 보고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월요일 올해 70번째로 죄수를 처형함으로써 지난해 사형집행건수의 거의 절반에 이르렀다. 이에 대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UN 인권회의에 사우디 대표로 참석한 문화정보부 장관 반다르 알-알리는 UN의 보고를 전면 부인하며 “사우디는 인권의 수호자였으며, 모든 신체적〮인격적 고문에 맞서 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알리 장관은 “사우디는 인권을 신장한 최초 국가들 중 하나”라면서 “인권을 보호하고 신장하는 데 대한 지지와 헌신은 이슬람 율법(샤리아)에서 부과하는 의무이며 법은 샤리아로부터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우디는 엄격한 법과 집행 기준을 통해 피검자에게 어떤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해가 가해지는 것, 또 고문이나 모멸적인 처우를 받는 것을 막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발언은 사우디는 사형집행을 멈출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올초에도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 반정부 시위 지지자였던 시아파 지도자 셰이크 남르 알 님르를 포함해 하룻동안 47명을 처단해 국제적인 비난을 샀다. 이에 대해 외무부 장관 아델 알-주베이르는 “사우디 아라비아에는 사형제도가 있으며 이를 존중해야 한다”며 서방의 가치 체계를 근거로 사형제도가 옳다 그르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아랍S다이어리] “여자도 사람인가?”

    [아랍S다이어리] “여자도 사람인가?”

    지난 주 사우디아라비아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을 후끈 달아오르게 만든 한 마디. “여자도 사람인가(Are women human)?” 사우디에서 컨설팅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파하드 알-아흐마디는 이 같은 제목을 단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페이스북에 올려 홍보를 시도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물론 그가 예상한 반응은 아녔다. 그는 한 위성TV 프로그램에 나와 해명도 했다. 그러나 소셜미디어에서 쏟아지는 비난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코미디언 라와는 “당신이 저 질문을 여자에게 묻는다면, 그녀는 괴물로 변해 당신을 가르치려고 들 것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마음 속으로 저 질문을 자문한다면 당신 자신이 괴물”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TV 진행자 파드와 알-타야르는 “사람들을 자극함으로써 관심을 끌려는 의도였어도 저 문구를 쓴 건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심리학자 모하메드 아젭은 “여자는 존경 받아야 하며 국가는 여자를 폄하하려는 어떤 시도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런 식의 타이틀은 남자와 여자 모두의 심기를 건드린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프닝을 보고 누군가는 “사우디 여성은 ‘물건’ 취급 당한다더니…” 하며 혀를 찰지도 모르겠다. 여성의 인권을 논할 때면 항상 빠지지 않는 사우디 여성들. 이들은 정말 남자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비(非)인간적인 삶을 살고 있을까? 사우디 여성은 남성 보호자(마흐람) 없이는 외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활동 제약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쇼핑몰이나 마트에 가면 이는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칼럼니스트 사브리아 자우하르는 ‘사우디 여성에 대해 호도하는 보도’라는 자신의 글에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녀의 가족은, 특히 남편은 굶주리게 될 것이다. 엄마가 시장에 가지 않고서는 가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없지 않느냐”고 한탄했다. 저명한 여성 사회학자인 모나 살라후딘 알-무나젯은 ‘사우디 여성: 성공의 축전’이라는 신간을 발표하며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유학하거나 여행을 할 때 사우디 여성의 지위에 대해 세상이 큰 오해를 하고 있단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우디 여성은 사회의 절반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를 발전시킬 원동력이다. 사우디는 여성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여성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준 고 압둘라 국왕을 칭송했다. 압둘라 왕은 2013년 국왕자문기구(Shoura council)에 첫 여성 위원을 임명했으며, 여성과 남성이 같이 앉아 회의하는 것을 허용했다. 물론 당연하게 누려야 할 권리가 사우디 여성에겐 지당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지난해 12월에야 여성이 지방의원 선거에서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됐고, 건국 이래 처음으로 여성의원이 선출됐다. 정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여성이 운전하는 것조차 자유롭지 않다. 지난 달 뮌헨 안보회의에서 외무부장관 아델 알-주베이르는 “여성의 운전은 종교적인 게 아니라 사회적 쟁점”이라며 사우디 여권신장에 대한 관심이 여성들의 운전 가능 여부에만 고정돼 있는 점을 다소 억울하게 여겼다. 그는 “1960년 여성을 위한 대학 교육이 전무했지만 오늘날 대학생의 55%가 여성”이라며 “여권신장 문제도 다른 나라에서도 그러하듯 점차 발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과 비교하며 “미국이 독립한 후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질 때까지 100년이 걸렸고 첫 여성 하원의장이 선출되기까지 또 100년이 더 걸렸다”며 “그러니 우리에게 200년을 달라는 말이 아니다. 조금 기다려달란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대학까지 마친 사우디 여성들은 차별 없이 사회에 수용되고 있을까. 일간지 알-리야드에 따르면 국내 소규모 사업자의 20%가 여성으로, 사회적 장벽 탓에 취직하지 못하고 있는 사우디 여성들은 창업을 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곳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장벽은 여성이 일을 하면 결혼을 할 수 있는 확률이 줄고, 이는 수치라고 생각하는 사우디인들의 사고방식이다. 또 여성이 사업을 잘 이끌 수 있다는 믿음도 적다. 어찌됐든 남자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실질적으로 여성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자금을 대출해주는 기관이 부족해 대부분의 여성 사업가들은 남자 가족들의 후원을 받아 시작한다. 사우디가 얼마나 여성들을 남자에게 의존하며 살아가게 하는 환경인지 잘 말해주는 결혼제도가 있다. ‘미스야르(misyar) 결혼’이라는 합법적인 이 계약결혼은 ‘여행자의 결혼’으로도 알려져 있다. 정상적인 결혼생활에서 부부가 져야 하는 의무나 권리를 일부 포기한 형태다. 살림을 합치지 않으며 남편이 원할 때만 집에 들어간다. 특히 과부나 이혼녀가 이런 ‘모욕적인’ 결혼을 받아들이는 이유는 남자 보호자 없이 사우디에서 살아가기가 불리하기 때문이다. 언론인이자 소설가인 사마르 알-모르겐은 “이 나라에서 여자가 남자 보호자 없이 살아가기는 불가능하다”며 “만약 법으로 여자가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면 여자들이 미스야르 결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고 자신들의 일을 스스로 처리할 것”이라는 의견을 한 매체에 내놓았다. 그는 “우리는 최후의 수단으로써 미스야르를 선택한 여성을 비난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는 합법이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그런 추잡한 삶으로 몰아넣은 법과 제도를 비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최근 보고서에서 여성을 위한 적합한 일자리 확보가 중요한 목표 중 하나라고 언급하며 여성에게 안전한 작업환경을 제공하고 샤리아(이슬람법) 기준에 부합하는 사업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우디 여성이 머리 등 신체를 가리고 바깥을 출입하는 것은 사회적 압박이라기 보다는 신앙에 따른 것이라 치더라도 정치·경제 분야로 진출하는 여성의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는 흐름이다. 이런 추세라면 요새 우리나라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가모장적 발언’이 통하는 날이, 이곳 사우디에도 언젠가 오지 않을까 싶다. 글·사진 윤나래 중동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반기문, 오늘 러 외무 만나 대북 제재 참여 촉구할 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의 지연으로 늦춰지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기로 했다. 반 총장이 러시아에 대북 제재의 조속한 참여를 촉구할지 주목된다. 반 총장이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 참석차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하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별도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이 아흐마드 파우지 유엔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28일 보도했다. 반 총장과 라브로프 장관은 이 자리에서 시리아 내전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사실상 미루는 상황에서 만남이 이뤄짐에 따라 반 총장과 라브로프 장관이 북핵 관련 내용도 논의할지 주목된다. 앞서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세부 사항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며 대북 제재 안건의 신속 처리를 반대한 바 있다. 안보리는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리기로 하고 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했으나,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러시아만 아직 동의 의사를 나타내지 않아 채택이 늦어지고 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美·中 협상에 소외감… 러 “검토 시간 필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발사 이후 진통 끝에 미국과 중국이 합의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미·중과 함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결의안을 검토하는 데 시간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정이 좀 늦춰질 뿐 내용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오준 주유엔 한국대사는 27일(현지시간) “지금까지 40일 이상 걸려 만들어진 결의안에 대해 하루이틀 안에 검토를 끝내기는 어려우므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러시아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안보리는 미·중이 최근 외교장관 회담을 통해 결의안에 합의하면서 이르면 26일 전체회의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가 27일로 미뤄졌고, 27일에도 회의가 소집되지 않으면서 일요일인 28일은 건너뛰고 이르면 29일 채택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러시아의 검토 기간에 따라 29일보다 더 늦어져 3월 1일이나 2일 채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러시아 측은 결의안 검토에 시간이 걸린다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정부 부처 간 협의 등을 이유로 “결의안 검토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표트르 일리이체프 주유엔 러시아 부대사도 대북 제재 결의안 표결 시점을 묻는 질문에 “다음주”라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러시아가 초강력 대북 제재 결의안 내용을 문제 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7일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결의안을 상세히 논의하면서 북한 주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재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외무부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통화에서 “국제사회의 대응은 단호해야 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지원 채널을 차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그렇잖아도 어려운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고려하고, 민간경제 분야에서 이뤄지는 북한과 외국 파트너들 간의 합법적 관계에 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결의안의 강력한 대북 제재가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어렵게 하고 북·러 양국의 경제 협력 프로젝트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시리아 사태를 둘러싸고 미국과 갈등을 빚어 온 러시아가 목소리를 더 내려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러시아가 미·중 간 합의에 소외감을 느껴 몽니를 부리고 딴지를 거는 상황일 수 있다”며 “중국이 협상을 통해 합의한 만큼 내용을 바꿀 정도로 강하게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아랍 S다이어리] 사우디 최대 축제, 내 아내를 부탁해

    [아랍 S다이어리] 사우디 최대 축제, 내 아내를 부탁해

    지난 12일 오후 3시 20분,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유산축제 ‘자나드리야(Janadriyah) 페스티벌’을 보러 수도 리야드에서 북서쪽으로 40km 떨어진 자나드리야 빌리지로 출발했다. 이동하기 어정쩡한 시간으로 보이겠지만 해가 진 후 활동량이 늘어나는 사우디의 축제는 오후 4시에 시작해 자정에 폐장한다. 주말(사우디의 주말은 금,토요일이다)인 이날 낙타경주코스로 유명한 자나드리야로 가는 길에 차량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국가방위부가 주관하고 국왕이 후원하는 자나드리야 축제는 올해가 30주년인 큰 행사다. 1985년에 시작했으나 지난해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이 타계하면서 한 해 쉬었다. 올해 자나드리야 축제는 이달 3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해 오는 20일까지 계속된다. 4일부터 7일까지는 남자만 축제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이후엔 남자 혼자는 입장 불가다) 이 기간 동안 낙타경주가 진행됐다. 사우디와 다른 걸프 국가 출신 1200여명의 선수들이 19km를 달리는 낙타경주에 출전했고 최고 5순위까지 150만 리얄(약 5억 원)의 상금과 고급 승용차를 받았다. 한 시간이 걸려 자나드리야 빌리지에 다다르자 크루아상(초승달) 모양의 지붕을 한 하얀 건물 ‘투어리즘 오아이스(사우디 관광 및 국가유산 위원회의 공식 파빌리온)’가 시야에 들어왔다. 차도 많은데 주차안내자도 없어 시간이 꽤 걸렸다. 구역표시도 없었다. 빌리지 입구 역시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빨간 군모를 쓴 방위군들이 남성 입장객들의 몸을 수색한 뒤 통과시켰다. 사실 이날 오전 외교부로부터 ‘국외 테러 피해 예방 및 대응 요령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는 문자를 받은 지라 인파가 몰리는 축제장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마냥 경쾌하지는 않았다. 막상 들어가 보니 축제는 축제였다. 아잔(기도시간을 알리는 음성)이 아닌 신나는 민속음악이 울려 퍼졌다. 2014년 축제기간 300만 명 이상이 다녀간 자나드리야 빌리지는 그 면적이 1.5평방킬로미터(여의도 절반규모)에 이르고 지잔, 타부크, 메카, 메디나 같은 사우디 지역으로 섹션이 나뉘어 있다. 각 섹션은 그 지역의 전통을 보여주는 건축 형식으로 파빌리온(전시관)을 세웠다. 사우디 인근 걸프국가들(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도 마찬가지로 할당된 구역에서 그들의 역사와 예술을 선보였다. 국방부, 외무부, 보건부 등 정부기관들도 각각의 전시관을 마련했는데 모두 다 들어가서 보려면 하루도 부족할 정도다. 빌리지 지도나 영어로 된 안내판이 거의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시간은 한정돼있고 빌리지 규모는 어마어마하다보니 사전에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오면 길에서 시간만 보낼 수도 있다. 더군다나 기도시간이 되면 전시관은 모두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30분 정도 길거리에 앉아 있거나 간이상점에서 차와 음식을 먹었다. 더러는 바닥에 자리를 펴고 둘러 앉아 싸 온 음식을 먹었다. 엎드려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해가 지자 기온이 급격히 내려갔지만 입장객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여자들은 대부분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는 천)을 하고 있어 표정을 살필 순 없었지만 들떠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휴대폰을 들고 축제 이곳저곳 사진을 찍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문득 궁금해졌다. 여자들 모두 검은 아바야(가운)에 니캅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남편들은 아내들을 어떻게 찾지? 사우디 남편들은 투시력이라도 있는 걸까? 매년 축제를 보러 온다는 칼리드 알 샤라니(34)는 “자나드리야는 여러 나라의 역사도 엿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많아 꼭 봐야하는 축제”라며 시민으로서 자부심도 있다고 했다. 검은 무리 가운데서 아내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냐는 질문에 “아바야와 액세서리도 보고 특히 눈을 보고 아내를 알아본다”고 답했다. 그저 검은 가운으로만 보여도 아바야마다 디자인이나 무늬, 소매장식이 조금씩 다르다. 사우디 여성들은 유독 눈 화장을 짙게 하는데 선글라스나 팔찌 같은 액세서리로도 개성을 드러낸다. 이날은 머리 위에 평소 할 수 없는 화관이나 금색 장신구를 얹고 다니는 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부터 들렸던 민속음악은 아랍에미리트의 민속춤인 알 아이얄라 공연 음악이었다. 야외무대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동작이 크진 않았지만 과거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 추던 춤이라 그런지 흥겨웠다. 건너편 투어리즘 오아시스 건물 앞에서는 사우디의 민속춤인 알 아르다 공연이 있었다. 검을 들고 스텝을 밟는 군무였는데 한 쪽에서는 술이 달린 북을 치고 한 연장자가 시를 읊었다. 민속춤을 뒤로하고 투어리즘 오아시스 건물로 들어갔다. 유전이 터지기 전 척박한 땅에서 살았을 때 중동의 모습을 재연한 전시들을 보고 온 후라 과거에서 미래로 온 느낌이었다. 안에서는 사우디의 관광지와 유적지에 대한 정보가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로 소개되고 있었다. 손동작에 따라 화면의 모래영상이 걷히자 아래 유적지 사진이 드러났다. 아이들이 신기해서 화면 위로 자꾸 손을 휘저었다. 이 건물에는 어린이 극장 등 ‘어린이를 위한 오아시스’도 있었다. 자나드리야 축제는 2008년부터 터키를 시작으로 주빈국을 초청해 문화교류도 하고 있다. 2012년 주빈국은 한국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사우디에선 접하기 어려운 영화관을 설치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독일이 주빈국으로, 항공회사인 루프트한자, 전기전자회사 지멘스, 소프트웨어 회사 SAP등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베를린 박물관에서 가져온 이슬람 유물도 주목받았다. 문화행사로는 비보잉부터 재즈공연, 장대걷기 곡예사와 광대까지 동원해 다채롭게 꾸몄다. 국가방위부 장관 미텝 빈 압둘라 왕자는 최근 사우디 위성TV 채널인 MBC와 단독인터뷰에서 “다른 국가들의 문화와 유산을 사우디에 소개하고 동시에 우리의 문화와 유산을 그들에게 소개하면서 사우디와 다른 나라들 사이에 상호 문화적 교류와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면서 “주빈국을 앞으로 2개국으로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손톱처럼 가는 초승달이 뜨고 밤이 되면 뚝 떨어지는 사막의 한기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구역표시도 없는 주차장에서 차를 찾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란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그나저나 얼굴 가린 여인들 틈바구니에서 자기네 아내는 어떻게 찾아서 다녔을까 싶다. 글·사진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아랍 S다이어리] 사우디 축제, 얼굴 가린 여인들…아내를 어떻게 찾지?

    [아랍 S다이어리] 사우디 축제, 얼굴 가린 여인들…아내를 어떻게 찾지?

    지난 12일 오후 3시 20분, 사우디아라비아의 문화유산축제 ‘자나드리야(Janadriyah) 페스티벌’을 보러 수도 리야드에서 북서쪽으로 40km 떨어진 자나드리야 빌리지로 출발했다. 이동하기 어정쩡한 시간으로 보이겠지만 해가 진 후 활동량이 늘어나는 사우디의 축제는 오후 4시에 시작해 자정에 폐장한다. 주말(사우디의 주말은 금,토요일이다)인 이날 낙타경주코스로 유명한 자나드리야로 가는 길에 차량들이 떼로 몰려들었다. 국가방위부가 주관하고 국왕이 후원하는 자나드리야 축제는 올해가 30주년인 큰 행사다. 1985년에 시작했으나 지난해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전 국왕이 타계하면서 한 해 쉬었다. 올해 자나드리야 축제는 이달 3일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해 오는 20일까지 계속된다. 4일부터 7일까지는 남자만 축제에 참석할 수 있었는데(이후엔 남자 혼자는 입장 불가다) 이 기간 동안 낙타경주가 진행됐다. 사우디와 다른 걸프 국가 출신 1200여명의 선수들이 19km를 달리는 낙타경주에 출전했고 최고 5순위까지 150만 리얄(약 5억 원)의 상금과 고급 승용차를 받았다. 한 시간이 걸려 자나드리야 빌리지에 다다르자 크루아상(초승달) 모양의 지붕을 한 하얀 건물 ‘투어리즘 오아이스(사우디 관광 및 국가유산 위원회의 공식 파빌리온)’가 시야에 들어왔다. 차도 많은데 주차안내자도 없어 시간이 꽤 걸렸다. 구역표시도 없었다. 빌리지 입구 역시 입장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빨간 군모를 쓴 방위군들이 남성 입장객들의 몸을 수색한 뒤 통과시켰다. 사실 이날 오전 외교부로부터 ‘국외 테러 피해 예방 및 대응 요령을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라’는 문자를 받은 지라 인파가 몰리는 축제장으로 들어가는 발걸음이 마냥 경쾌하지는 않았다. 막상 들어가 보니 축제는 축제였다. 아잔(기도시간을 알리는 음성)이 아닌 신나는 민속음악이 울려 퍼졌다. 2014년 축제기간 300만 명 이상이 다녀간 자나드리야 빌리지는 그 면적이 1.5평방킬로미터(여의도 절반규모)에 이르고 지잔, 타부크, 메카, 메디나 같은 사우디 지역으로 섹션이 나뉘어 있다. 각 섹션은 그 지역의 전통을 보여주는 건축 형식으로 파빌리온(전시관)을 세웠다. 사우디 인근 걸프국가들(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 바레인)도 마찬가지로 할당된 구역에서 그들의 역사와 예술을 선보였다. 국방부, 외무부, 보건부 등 정부기관들도 각각의 전시관을 마련했는데 모두 다 들어가서 보려면 하루도 부족할 정도다. 빌리지 지도나 영어로 된 안내판이 거의 없다는 점이 많이 아쉬웠다. 시간은 한정돼있고 빌리지 규모는 어마어마하다보니 사전에 정보를 찾아보지 않고 오면 길에서 시간만 보낼 수도 있다. 더군다나 기도시간이 되면 전시관은 모두 문을 닫았다. 사람들은 30분 정도 길거리에 앉아 있거나 간이상점에서 차와 음식을 먹었다. 더러는 바닥에 자리를 펴고 둘러 앉아 싸 온 음식을 먹었다. 엎드려 기도를 드리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해가 지자 기온이 급격히 내려갔지만 입장객은 오히려 더 늘어났다. 여자들은 대부분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는 천)을 하고 있어 표정을 살필 순 없었지만 들떠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휴대폰을 들고 축제 이곳저곳 사진을 찍느라 분주히 움직였다. 문득 궁금해졌다. 여자들 모두 검은 아바야(가운)에 니캅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남편들은 아내들을 어떻게 찾지? 사우디 남편들은 투시력이라도 있는 걸까? 매년 축제를 보러 온다는 칼리드 알 샤라니(34)는 “자나드리야는 여러 나라의 역사도 엿볼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것도 많아 꼭 봐야하는 축제”라며 시민으로서 자부심도 있다고 했다. 검은 무리 가운데서 아내를 어떻게 알아볼 수 있냐는 질문에 “아바야와 액세서리도 보고 특히 눈을 보고 아내를 알아본다”고 답했다. 그저 검은 가운으로만 보여도 아바야마다 디자인이나 무늬, 소매장식이 조금씩 다르다. 사우디 여성들은 유독 눈 화장을 짙게 하는데 선글라스나 팔찌 같은 액세서리로도 개성을 드러낸다. 이날은 머리 위에 평소 할 수 없는 화관이나 금색 장신구를 얹고 다니는 여자들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부터 들렸던 민속음악은 아랍에미리트의 민속춤인 알 아이얄라 공연 음악이었다. 야외무대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동작이 크진 않았지만 과거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왔을 때 추던 춤이라 그런지 흥겨웠다. 건너편 투어리즘 오아시스 건물 앞에서는 사우디의 민속춤인 알 아르다 공연이 있었다. 검을 들고 스텝을 밟는 군무였는데 한 쪽에서는 술이 달린 북을 치고 한 연장자가 시를 읊었다. 민속춤을 뒤로하고 투어리즘 오아시스 건물로 들어갔다. 유전이 터지기 전 척박한 땅에서 살았을 때 중동의 모습을 재연한 전시들을 보고 온 후라 과거에서 미래로 온 느낌이었다. 안에서는 사우디의 관광지와 유적지에 대한 정보가 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로 소개되고 있었다. 손동작에 따라 화면의 모래영상이 걷히자 아래 유적지 사진이 드러났다. 아이들이 신기해서 화면 위로 자꾸 손을 휘저었다. 이 건물에는 어린이 극장 등 ‘어린이를 위한 오아시스’도 있었다. 자나드리야 축제는 2008년부터 터키를 시작으로 주빈국을 초청해 문화교류도 하고 있다. 2012년 주빈국은 한국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는 사우디에선 접하기 어려운 영화관을 설치해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는 독일이 주빈국으로, 항공회사인 루프트한자, 전기전자회사 지멘스, 소프트웨어 회사 SAP등이 관람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베를린 박물관에서 가져온 이슬람 유물도 주목받았다. 문화행사로는 비보잉부터 재즈공연, 장대걷기 곡예사와 광대까지 동원해 다채롭게 꾸몄다. 국가방위부 장관 미텝 빈 압둘라 왕자는 최근 사우디 위성TV 채널인 MBC와 단독인터뷰에서 “다른 국가들의 문화와 유산을 사우디에 소개하고 동시에 우리의 문화와 유산을 그들에게 소개하면서 사우디와 다른 나라들 사이에 상호 문화적 교류와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면서 “주빈국을 앞으로 2개국으로 늘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손톱처럼 가는 초승달이 뜨고 밤이 되면 뚝 떨어지는 사막의 한기를 온 몸으로 느끼면서 발걸음을 돌렸다. 그런데 구역표시도 없는 주차장에서 차를 찾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했다. 사막에서 바늘 찾기란 이럴 때 쓸 수 있는 말일 것이다. 글·사진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러시아 “‘北로켓 부품 공급’ 한국 발표 완전한 헛소리” 공개사과 요구

    러시아 “‘北로켓 부품 공급’ 한국 발표 완전한 헛소리” 공개사과 요구

    러시아가 자국이 북한에 장거리 로켓(미사일) 부품을 공급했다는 한국 정보당국의 주장에 대해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러시아 외무부 미하일 울리야노프 비확산·군비통제 국장은 1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 ‘로시야 시보드냐’ 통신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등과 관련한 질문에 답하면서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보 당국의 발표는 무책임하고 아주 비전문가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울리야노프 국장은 “만일 한국 정부가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모든 결의에 반하는 행동을 하면서 북한에 불법적으로 로켓 부품을 제공했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가 있다면 그 증거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일 그러한 증거가 없다면 공식적으로 기존 발표를 취소하고 용서를 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한국 국가정보원은 지난 7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긴급 소집된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로켓의 주요 부품이 대부분 러시아에서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관련 보도를 접한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부총리는 그 다음날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로켓 생산 기술을 제공했다는 한국 정부의 지적은 전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완전한 헛소리”라고 격하게 반응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한 미사일 발사 위협] 中 “신중하게 행동하라” 경고… 日 “영공·영해 침범 땐 요격”

    [북한 미사일 발사 위협] 中 “신중하게 행동하라” 경고… 日 “영공·영해 침범 땐 요격”

    日 “안보리 결의 위반… 안보 위협” 中 “한반도 평화 위해 건설적 역할” 러 “北, 국제법의 보편적 규정 무시” 북한의 ‘광명성’ 발사 예고와 관련해 일본이 영공 통과 시 요격 명령을 내리는 등 즉각 경계 태세 강화에 들어갔다. 미국은 “무책임한 도발”이라고 비판했고, 중국은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경고하는 등 관련 국가들이 긴박하게 반응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3일 중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일본의 안보에 중대한 도발행위”라며 “한·미와 연대해 발사를 하지 않도록 강력하게 자제를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 정부 차원의 대책을 논의했다. 오키나와 내 2곳에 지대공 유도미사일 패트리엇(PAC3)를 배치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나카타니 겐 방위상은 북한 미사일이 일본 영토, 영공 또는 영해에 들어오면 요격토록 하는 ‘파괴조치 명령’을 자위대에 내렸다고 발표했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엄중한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조선(북한)이 신중하게 행동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루 대변인은 관련 질문에 “조선은 역시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한다. 그러나 현재 조선의 이 권리는 유엔 안보리의 결의로 제한을 받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는 현재 상황에서 조선이 이 위성발사 문제와 관련해 자제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며 조선반도의 긴장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행동을 하지 말 것을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루 대변인은 또 “조선반도(한반도)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는 것은 유관 각방(각국)의 공동의 책임”이라면서 “중국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중국 정부의 반응은 2014년 7월 북한이 스커드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을 때 표현한 “현재 국면에서 우리는 유관 각국이 자제하기를 희망한다”보다는 강경한 태도이다. 하지만 중국이 한·미·일의 바람대로 북한을 강력 제재하는데 동참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존 커비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북한의 ‘위성’ 발사는 탄도미사일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3일 “북한의 로켓 발사 계획 발표는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킨다”면서 “북한은 국제법의 보편적 규정에 대한 도발적 무시를 과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아랍 S다이어리]사우디~저유가를 부탁해!

    [아랍 S다이어리]사우디~저유가를 부탁해!

    기름 나는 나라. 그래서 기름값이 싼 나라. 사우디아라비아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일 것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로 와 살게 되면서 좋았던 점도 여기에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 달 전만 해도 베네수엘라, 리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기름값이 쌌다.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는 26일 현재 리터당 0.23달러를 받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기름값이 싸다. 리터당 0.02달러인 베네수엘라의 기름값이 ‘똥 값’이라면 사우디의 기름값은 ‘껌 값’. 그러나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수출에서 얻는 사우디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국고수입 부족분 보전을 위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을 50% 올렸다. 한국은 소폭 하락해 현재 리터당 1.14달러로 책정돼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달 28일 자정을 기점으로 휘발유 리터당 가격(옥탄가95 기준)을 60할랄라(0.6 리얄·약 198원)에서 90할랄라(0.9 리얄·약 297원)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높지만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그래도 싸다’는 인식이 여전히 크다. 리야드에 3년 째 거주중인 최태석(31)씨는 “한국에선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채웠는데 사우디는 기름값이 워낙 싸기 때문에 올려봤자 신경도 안 쓰인다“고 말했다.사우디의 기름값이 싼 이유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원유 생산에서 휘발유 유통·판매까지 맡아 수익이 그대로 국고에 쌓이므로 연료에 세금이 붙지 않는 덕분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유류세와 수입부과금, 관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따라붙는다. 지난 주말 리야드의 한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 약 47리터가 들어갔고 가격은 43리얄이었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만3700원 정도다. 저유가로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200원대로 낮아졌다지만 우리나라에선 6~7만원이 든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셈이다. 물론 휘발유 가격이 오르기 전이었다면 27리얄 그러니까 9천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다니지만 가격 인상 이전엔 주유소 한 번 방문에 9000원 이상 소비한 적이 없었다. 지역매체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일부 택시 기사들은 택시비를 50% 올려 받기 시작했고, 주요 상업도시인 제다의 스쿨버스 회사들이 운임요금을 100% 인상하는 등 이곳 시민들은 높아진 기름값을 체감할 터였다. 현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국내 경기침체, 특히 유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터부시 되는 분위기였다. 현지에서 만난 야세르 알 아마르(35)는 “휘발유 가격 인상 등 왕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정책에 불만은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왕정체제인 사우디는 오일머니로 자국민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국제 유가 하락에 지난해 건국 83년 역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사우디는 결국 보조금을 삭감하고야 말았다. 재무부가 예고한대로 이달 11일부턴 인상된 전기·수도요금이 적용됐으며, 부가가치세(VAT)를 3년 안에 도입하기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합의했다.이러한 긴축재정에도 올해 사우디의 곳간 형편은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재제가 풀린 이란에 이어 미국까지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서 산유국들의 가격경쟁으로 유가는 현재 배럴 당 20달러선에서 10달러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국제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에 익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사우디는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람코 회장 칼리드 알-팔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산유량을 줄여 다른 산유국들에게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줄였다”고 언급했는데 사우디가 산유량을 줄인다고 해서 유가가 정상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생각은 외무부장관 압델 알-주베이르 장관이 ‘유가를 떨어뜨려 이란이 이득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시장을 조작할 수 없다”며 “시장이 적정 가격을 결정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CNN에서 밝힌 것과 다르지 않다.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자 두 번째로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 사우디는 이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감산불가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요샛말로 기름부심(기름+자부심)이라고나 할까. 글·사진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 [아랍 S다이어리]사우디~기름값을 부탁해!

    [아랍 S다이어리]사우디~기름값을 부탁해!

    기름 나는 나라. 그래서 기름값이 싼 나라. 사우디아라비아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일 것이다. 기름 한 방울 안 나는 나라에서 태어나 살다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로 와 살게 되면서 좋았던 점도 여기에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한 달 전만 해도 베네수엘라, 리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기름값이 쌌다. 글로벌페트롤프라이스닷컴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사우디는 26일 현재 리터당 0.23달러를 받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기름값이 싸다. 리터당 0.02달러인 베네수엘라의 기름값이 ‘똥 값’이라면 사우디의 기름값은 ‘껌 값’. 그러나 국가 수입의 대부분을 원유수출에서 얻는 사우디는 유가하락으로 인한 국고수입 부족분 보전을 위해 휘발유 소비자 가격을 50% 올렸다. 한국은 소폭 하락해 현재 리터당 1.14달러로 책정돼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달 28일 자정을 기점으로 휘발유 리터당 가격(옥탄가95 기준)을 60할랄라(0.6 리얄·약 198원)에서 90할랄라(0.9 리얄·약 297원)로 인상했다. 인상률은 높지만 이곳에 사는 한국인들은 ‘그래도 싸다’는 인식이 여전히 크다. 리야드에 3년 째 거주중인 최태석(31)씨는 “한국에선 조금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기름을 채웠는데 사우디는 기름값이 워낙 싸기 때문에 올려봤자 신경도 안 쓰인다“고 말했다.사우디의 기름값이 싼 이유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원유 생산에서 휘발유 유통·판매까지 맡아 수익이 그대로 국고에 쌓이므로 연료에 세금이 붙지 않는 덕분이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유류세와 수입부과금, 관세, 부가가치세 등 각종 세금이 따라붙는다. 지난 주말 리야드의 한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가득 채웠다. 약 47리터가 들어갔고 가격은 43리얄이었다. 우리돈으로 환산하면 1만3700원 정도다. 저유가로 우리나라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1200원대로 낮아졌다지만 우리나라에선 6~7만원이 든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저렴한 셈이다. 물론 휘발유 가격이 오르기 전이었다면 27리얄 그러니까 9천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실제로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몰고 다니지만 가격 인상 이전엔 주유소 한 번 방문에 9000원 이상 소비한 적이 없었다. 지역매체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일부 택시 기사들은 택시비를 50% 올려 받기 시작했고, 주요 상업도시인 제다의 스쿨버스 회사들이 운임요금을 100% 인상하는 등 이곳 시민들은 높아진 기름값을 체감할 터였다. 현지인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 그런데 국내 경기침체, 특히 유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터부시 되는 분위기였다. 현지에서 만난 야세르 알 아마르(35)는 “휘발유 가격 인상 등 왕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정책에 불만은 없다”고 말할 뿐이었다. 왕정체제인 사우디는 오일머니로 자국민들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국제 유가 하락에 지난해 건국 83년 역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사우디는 결국 보조금을 삭감하고야 말았다. 재무부가 예고한대로 이달 11일부턴 인상된 전기·수도요금이 적용됐으며, 부가가치세(VAT)를 3년 안에 도입하기로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과 합의했다.이러한 긴축재정에도 올해 사우디의 곳간 형편은 나아지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재제가 풀린 이란에 이어 미국까지 원유 수출을 재개하면서 산유국들의 가격경쟁으로 유가는 현재 배럴 당 20달러선에서 10달러까지도 추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국제 원유시장이 "공급 과잉에 익사할 수 있다"고 경고했지만 사우디는 “감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람코 회장 칼리드 알-팔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산유량을 줄여 다른 산유국들에게 자리를 내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으며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산유량을 줄였다”고 언급했는데 사우디가 산유량을 줄인다고 해서 유가가 정상화되진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생각은 외무부장관 압델 알-주베이르 장관이 ‘유가를 떨어뜨려 이란이 이득을 보지 못하게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우리는 시장을 조작할 수 없다”며 “시장이 적정 가격을 결정하도록 두어야 한다”고 CNN에서 밝힌 것과 다르지 않다.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자 두 번째로 원유를 많이 생산하는 나라. 사우디는 이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감산불가 원칙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요샛말로 기름부심(기름+자부심)이라고나 할까. 글·사진 윤나래 중동 통신원 ekfzhawodd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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