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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 일가 도넘은 ‘그들만의 돈잔치’

    재벌 일가 도넘은 ‘그들만의 돈잔치’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큰딸인 정성이 고문은 비상장 계열사인 이노션으로부터 올해 배당금으로만 29억원을 챙겼다. 정 회장과 사돈 관계인 신용인 삼우 대표도 삼우에서 34억원의 배당을 받았다. 삼우의 배당 성향은 93.7%로 사실상 순이익 전부를 배당했다. 현대·기아차 1차 협력사인 삼우는 현대차그룹의 사돈기업이 된 지 10여년 만에 매출액이 50배가량 늘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LG그룹에 의존하는 범한판토스는 대주주인 조원희 회장과 LG그룹 총수 일가인 구본호씨에게 97억원을 배당했다. 14일 기업들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재벌 총수 일가가 이처럼 해마다 비상장 계열사들을 통해 거액의 배당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외면하다 보니 도를 넘는 행태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일부는 적자 기업에서도 과도한 배당금을 챙겨 스스로 기업 가치마저 훼손한다.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반(反)재벌 정서’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 법을 우롱하며 챙기는 사적 편취 탓이라고 지적한다. 부영그룹 비상장사인 광영토건은 이중근 부영 회장과 장남 이성훈 전무에게 총 100억원을 배당했다. 이 회장 부자는 지난해 광영토건 순이익(7억 7000만원)의 13배를 배당금으로 가져간 셈이다. 이 회장은 다른 비상장 계열사인 대화도시가스(104억원)와 동광주택산업(84억원), 부영대부파이낸스(5억원)에서도 거액의 배당금을 챙겼다. 비상장사의 배당 성향에서 나타난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중 가장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은 이른바 ‘적자 배당’이다. 지난해 92억원의 순손실을 낸 현대유엔아이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큰딸인 정지이 전무에게 각각 12억원과 2억원가량을 배당했다. 조현준 효성 사장과 정몽익 KCC 사장에게 각각 44억원과 40억원을 배당한 효성투자개발과 코리아오토글라스도 순이익보다 배당금이 많았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현행법상 기업의 배당 성향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적자기업의 고액 배당은 상법상 ‘자본충실의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총수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에 따른 과실을 독차지하는 고액 배당도 마찬가지다. 이 과실은 비상장사만의 것이 아니라 내부 거래를 후하게 제공한 계열 상장사의 ‘공’(功)도 있기 때문이다. 대림코퍼레이션은 이준용 대림그룹 명예회장에게 101억원, 이 명예회장의 장남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에게 53억원을 배당했다. 삼성그룹 비상장사인 삼성SDS와 삼성자산운용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각각 22억원과 14억원을 배당했다. 삼성SDS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에게도 7억 5000만원씩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김경두 기자 golders@seoul.co.kr
  • 버스 회사 배 불려주는 ‘한정면허’

    버스 회사 배 불려주는 ‘한정면허’

    “같은 거리인데도 버스에 따라 요금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공항버스 등에 발급되는 ‘한정면허’가 버스회사의 배를 불려 주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다른 버스보다 요금이 40~50% 비싼 데다 허가받을 때보다 운행 거리가 줄더라도 요금을 내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청소년 할인 혜택도 제한되고 좌석 수에 따른 요금 책정 기준도 적용받지 않아 그야말로 ‘황금면허’란 원성을 사고 있다. 14일 국토교통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수원과 인천국제공항을 운행하는 K 공항리무진버스는 인천대교 개통으로 영종대교를 통과할 때보다 거리가 30㎞가량 줄었지만 요금은 1만 2000원을 계속 받고 있다. 반면 용인에서 수원을 거쳐 인천공항을 운행하는 다른 공항버스는 요금을 2010년 7900원에서 6800원으로 1100원(수원 기점) 내렸다. K 공항리무진버스는 한정면허가 있다. 요금도 턱없이 비싸다. 수원 광교신도시에서 타는 K 여객 공항버스 요금은 7000원인데 인근 호텔캐슬에서 출발하는 K 공항리무진버스는 무려 70% 비싼 1만 2000원을 받는다. 이광희(46·자영업·수원시 팔달구 인계동)씨는 “집에서 가까운 호텔캐슬 앞에서 공항버스를 이용하지만 요금이 2배가량 비싸 화가 난다”면서 “규제 개혁도 좋지만 이같이 민생을 외면하는 불합리한 정책부터 바로잡는 게 시급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할인 혜택도 적다. 시외버스면허를 가진 공항버스는 초등학생 50%, 청소년 30%의 할인 혜택을 주지만 한정면허 공항버스는 초등학생에게만 30% 할인 혜택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에는 폭리를 비난하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아이디 ‘일출랜드’는 “김포공항에서 K 여객 버스를 타고 죽전까지 가면서 5000원을 냈는데 잔돈을 거슬러 줬다”며 “그동안 탔던 K 공항리무진버스가 6000원을 받아 폭리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정면허는 광역지자체가 업무 범위나 기간 등을 한정해 내주는 면허다. 신설 노선 버스의 경우 수요가 불규칙해 적자가 우려되면 정상 궤도에 이를 때까지 요금 책정 등에 있어 혜택을 준다. 이에 따라 버스업체들은 새 노선이 정상화돼도 각종 혜택을 놓치지 않기 위해 면허를 반납하지 않고 계속 갱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버스업체들이 담당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다는 소문도 들린다. 최근 국토부가 한정면허 갱신 기간을 3년에서 6년으로 늘린 것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이런 ‘배려’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서울시와 부산시, 대구시 등에 등록된 공항버스는 모두 한정면허를 갖고 있다. 나머지 광역지자체의 공항버스는 한정면허와 시외버스면허가 섞여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한정면허 버스가 시외버스보다 요금이 다소 비싸지만 특수성도 감안해야 하고 서비스 질 등도 따져 봐야 한다”면서 “서울 등 타 지역은 공항버스 요금을 해마다 인상해 주지만 경기도는 최대한 억제하고 시외버스와의 요금 차를 줄여 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 기자 kbchul@seoul.co.kr
  • [사설] 여야, 민생정당 외치면서 민생법안 외면하나

    여야는 어제도 민생을 들먹이며 상대를 압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지방선거가 불과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사가 무엇인지 아예 모르지는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입을 모아 외쳐대는 민생은 지금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 치의 진전을 보지 못한 채 발목이 단단히 잡혀 있다. 민생 관련 법안의 처리를 막고 있는 당사자가 다른 사람도 아닌 국회의원 자신이라는 반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도 민생 법안 처리 불발의 책임을 서로 ‘네탓’이라며 떠밀고 있는 것은 더욱 낮 뜨거운 일이다. 민생 국회의 기대를 저버린 2월 국회가 막을 내린 뒤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 밀려 다시 문을 연 것이 4월 국회다. 그런데 벌써 회기의 절반이 지나고 있음에도 핵심 쟁점 법안에 대한 논의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4월 국회마저 표류하면서 여야가 과연 민생을 입에 담을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법안은 6800건에 이른다. 당장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만 100건이 훨씬 넘는다. 대표적인 민생 법안인 기초연금법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16일까지 법안의 국회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오는 7월 시행이 물리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여야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는다. 정부와 여당은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연계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한 달에 10만~20만원을 지급하는 원안을 고수한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기초연금과 소득수준을 연계해 소득 하위 60% 노인에게는 한 달 20만원, 60~70%에게는 15만원 정도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생활비가 시급한 노인의 입장에서 한 번이라도 생각해 봤다면 일단 최대공약수로 제도를 출범한 뒤 보완해 나가는 방안이 일찌감치 마련됐을 것이다. 지금 여야의 행태는 민생을 위한다며 실제로는 고사(枯死)시키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초연금법 처리의 지연은 그나마 정치적 소신의 대립이란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상황은 ‘직무유기’ 말고는 어떤 말로도 설명이 안 된다. 미방위는 방송법 개정을 둘러싼 이견으로 8개월째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법 때문에 여야가 이미 합의해 놓은 127건의 법안조차 허공에 떠있는 것이다. 여야는 여전히 말싸움만 벌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원자력방호방재법과 개인정보 유출방지 관련법,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의 처리가 시급하다고 본다. 그러면서 “야당이 제출한 법안 51개라도 먼저 처리하자”고 압박한다. 새정치연합은 ”법 조문을 다시 논의하자고 하는데도 새누리당이 요구에 응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여당도 문제지만, 이런 사안이 민생현안 처리를 가로막는 당위성으로 적절한지 국민은 야당에 먼저 의문을 표시한다. 여야는 약속이나 한 듯 민생을 6월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지 못하는 상대 당의 무능력과 무책임을 부각시켜 표를 얻겠다는 전략일 것이다. 하지만 멀리 갈 것도 없이 올 들어 열린 임시국회만 봐도 여야는 민생에 관한 한 철저한 무책임과 무능력을 드러냈다. 그런 만큼 4월 국회의 남은 회기만이라도 민생 정당, 민생 국회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신뢰를 상실하면 정치가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 [씨줄날줄] 보커스 vs 바오커스/박홍환 논설위원

    외국인이 중국어를 학습할 때 어려운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같은 한자인데도 높낮이 등 4가지 성조에 따라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돼 한국, 일본 등 한자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조차 머리를 싸매게 된다. 신문 등을 읽다 보면 뜻과 발음으로는 도저히 유추해낼 수 없는 한자어 표기가 곧잘 등장하는데 이것을 해석하는 것도 골칫거리다. ‘젠푸자이(柬?寨), 멍자라궈(孟加拉國)’라는 단어에서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를 연상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에서 사스비야(沙士比亞) 또는 사웡(沙翁)으로 불리는 사람은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다. 사스비야는 그런대로 이해할 만하지만 ‘모래 노인’이라니. 물론 대부분의 외국 이름과 지명은 뜻과 발음을 적절하게 일치시켜 표기한다. 코카콜라의 중국명은 커커우커러(可口可·가구가락)로 입이 즐겁다는 뜻이다. 발음까지 비슷하다. 프랑스의 세계적 유통업체인 까르푸의 중국어 표기는 ‘가정의 즐거움과 복’이라는 뜻의 자러푸(家福·가락복)이고, 국내 유통업체인 롯데마트는 러톈마터(天瑪特·낙천마특)라고 쓴다. 인생의 즐거움을 뜻하는 낙천의 중국 발음을 차용해 현지인들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를 ‘모래 노인’으로 호칭하는 것처럼 중국 네티즌들은 외국인들을 별칭으로 부르기도 한다. 북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이팡(一胖·김일성), 얼팡(二胖·김정일), 싼팡(三胖·김정은)으로 불린다. 3대에 걸친 그들의 뚱뚱한 체형을 빗댄 조롱 섞인 별칭임은 물론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우 아오바마(奧巴馬)라는 이름 외에 아오헤이(奧黑)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흑인이라는 점과 권모술수에 능하다는 점을 동시에 비꼰 표현이다. 요즘 중국에서는 새로 부임한 주중 미국대사 맥스 보커스의 중국어 표기를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고 한다. 보커스 대사의 정식 표기는 보카스(博?斯·박카사)이지만 네티즌들은 바오커스(包咳死·포해사)로 바꿔 부른다는 것. 보카스는 무의미한 한자어 차용이지만 바오커스는 발음은 비슷해도 ‘반드시 기침하다 죽을 것을 보증한다’는 살벌한 뜻을 갖고 있다. 베이징의 심각한 스모그 현상을 풍자하기 위해 이 같은 절묘한 이름을 만들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게리 로크 전임 대사 시절 주중 미국 대사관은 초미세먼지 수치를 주기적으로 발표해 이를 애써 외면해 온 중국 당국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뜻과 발음을 적절하게 일치시켜 표현하는 중국인들의 절묘한 작명법이 또다시 빛을 발휘한 셈이다. 박홍환 논설위원 stinger@seoul.co.kr
  • 특성화고 찾은 朴대통령 “적극 도울 것”

    특성화고 찾은 朴대통령 “적극 도울 것”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오전 특성화고인 서울 성동공고를 방문해 학교 및 기업 관계자와 학생·학부모 등과 간담회를 갖고 “과거 특성화고는 대한민국 발전을 이끈 산업 역군 배출의 산실이었으나, 2000년 이후 무분별한 대학진학으로 특성화고가 정체성을 잃게 되고 학생, 기업 모두 외면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경쟁력을 더욱 키우면서 청년들의 꿈을 이루고 싶은 의욕을 잘 키워주려면 이런 특성화고, 직업학교가 잘돼야 한다. 여러분 중에서 성공 사례가 아주 많이 나오도록 정부도 적극 지원을 하려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학생으로부터 취업 현장의 근무 환경 개선 등에 대한 부탁을 받고 “산업단지 또는 중소기업 밀집지역을 우선적으로 해서 고교 졸업생들을 위한 기숙사나 복합문화시설 등을 만들려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특성화고 교육에 참여하는 기업에 대해 재정지원, 세제혜택, 병역특례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을 약속했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국가직무능력표준(NCS)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과정을 준비 중인 것과 관련, “다 개발될 때까지 하게 되면 한이 없다”면서 “개발된 것부터라도 빨리빨리 시행에 들어가야 한다”고 독촉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귀금속공예 실습 교실을 찾아서는 “기술도 중요하겠지만 상상력이라든가 경험도 필요하다. 학생들이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하면 아이디어나 지혜를 손끝으로 옮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격려했다. 이어 “우리 교육이나 문화가 학생의 꿈과 끼를 발휘하게 해주는 방향으로 더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安心’ 논란에… 野 광주·경기 공천갈등 폭발

    ‘安心’ 논란에… 野 광주·경기 공천갈등 폭발

    새정치민주연합이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를 수습하자마자 이번에는 공천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경기도지사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규칙을 놓고 촉발된 후보 간 갈등은 봉합됐지만 광주시장 후보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일었다. 이 과정에서 ‘안심’(안철수 공동대표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칫 ‘안철수계 대(對) 민주계’의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당 중앙선거관리위는 13일 회의를 열고 지난 10일 변경된 안대로 여론조사 대상은 새정치연합 지지자와 무당층으로 하되 조사 결과에 연령별 투표율 보정을 적용하는 최종안을 확정했고 후보들은 이를 수용했다. 연령별 투표율 기준은 2012년 대선 때의 경기도 선거 결과를 적용하기로 했다. 앞서 당 지도부의 경선 규칙 변경에 반발해 경선 보이콧 가능성까지 시사했던 김진표 의원이 요구했던 사항을 보완한 셈이다. 김 의원은 앞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독배를 기꺼이 마시겠다”며 타협점을 모색했다.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규칙은 김상곤 전 교육감의 의견을 반영해 변경되면서 의혹이 제기됐다. 안 대표가 김 전 교육감에게 유리하도록 경선 규칙을 바꾸는 데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당 지도부는 지난 4일 경기지사 후보를 ‘공론조사 50%+국민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원혜영 의원에 이어 지난 9일 김 전 교육감이 역선택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반발했고, 결국 지난 10일 저녁 최고위원회는 긴급 회의를 열고 원 의원과 김 전 교육감이 주장한 대로 새누리당 지지자를 배제하는 쪽으로 국민 여론조사 방식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원 의원 측에서조차 “우리가 요구할 때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더니 김 전 교육감이 요구하자 룰이 바뀐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안 대표가 김 전 교육감을 위해 경선 규칙 변경에 입김을 넣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안 대표는 지난달 말 김 전 교육감을 따로 만나 지방선거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13일 서울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당시 안 대표는 김 전 교육감에게 “너무 진보적 성향으로 보일 수 있는 행동에 대해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광주 지역 새정치연합 소속 국회의원 5명은 13일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윤장현 새정치연합 전 공동위원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해 ‘안심’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낙하산 공천’을 염두에 둔 수순 밟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강기정·김동철·장병완·박혜자·임내현 의원은 이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치를 완성할 것으로 기대되는 윤장현 후보를 적극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윤 전 위원장과 경합 중인 이용섭 의원은 성명을 내고 “개혁 공천이 실제로는 민심을 외면한 채 5대5 지분을 통해 나눠 먹기 하려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했다. 이 의원 측에서는 “김한길 대표와 안 대표가 광주 지역 의원들에게 윤 전 위원장을 지지해 달라고 전화를 한 것으로 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손학규 상임고문이 이 의원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계파 간 대리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앙당 공동선대위원장인 손 상임고문이 이날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에서 개혁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줄세우기가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해 이 같은 논란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나는 고발한다(이인우 지음, 길 펴냄) 전두환 정권 때 이근안에게 갖은 고문을 당한 뒤 간첩 누명을 쓰고 구속된 함주명에 관한 이야기. 국가폭력이 평범한 삶을 어떻게 짓밟을 수 있는지 고발한다. 321쪽. 1만 7000원. 사라진 고대 문명의 수수께끼(이종인 지음, 책과함께 펴냄) 최근 발견된 고고학 유물 등을 통해 인류 문명의 시발이 기원전 1만년 전후였음을 밝힌다. 저자는 역사·고고학자들이 새롭게 발견되는 의미 있는 정보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392쪽. 1만 8000원. 세상의 엄마들이 가르쳐준 것들(크리스틴 그로스 노 지음, 김수민 옮김, 부키 펴냄) 다양한 문화권에서 4남매를 키운 저자가 세계의 다양한 육아법을 비교·분석하고, 육아 전문가들의 조언을 담았다. 448쪽. 1만 5000원. 시진핑과 중난하이 사람들(홍순도 지음, 서교 펴냄) 중국 전문 기자인 저자가 베이징의 상징이자 중국 권력의 심장부인 중난하이를 분석했다. 세계를 움직인 중난하이 황제들의 뒷이야기도 더했다. 400쪽. 1만 7000원. 초등 공부에 날개를 단다(강백향 지음, 한봄 펴냄) 고전, 인문학, 세계 명작 등 어떤 두꺼운 책이든 읽을 수 있는 10가지 비법. 질문하며 밑줄 긋고, 갈등구조를 그림으로 그려보는 등 응용 방법이 소개됐다. 232쪽. 1만 4000원. 옥토버 스카이(호머 히컴 지음, 송제훈 옮김, 연암서가 펴냄) 1999년 개봉한 동명 영화의 원작이 된 회고록.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의 탄광촌 소년이 미국 최고의 로켓 전문가가 되기까지 여정이 담겼다. 583쪽. 1만 5000원.
  • 침체 사운드바 시장, 커브드 UHD TV가 살렸다

    침체 사운드바 시장, 커브드 UHD TV가 살렸다

    높은 가격에도 뛰어난 몰입감으로 최근 인기몰이 중인 커브드 울트라HD(UHD·초고화질) TV가 고사 직전의 국내 사운드바 시장을 살려냈다. 고품질 화면을 맛본 소비자들이 이에 걸맞은 사운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1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진공관 앰프를 탑재한 첫 제품인 HF-F751사운드바(출고가 92만 9000원) 출시(지난해 4월) 이후 3분기 만인 올 1월 사운드바 판매량이 7배 이상 늘어났다. 특히 올 3월 초 업그레이드된 제품인 HW-F850을 출시한 이후 판매량 증가세가 더 두드러진 것으로 삼성전자는 전했다. 이 제품은 출고가가 129만원으로 중간급 제품의 3~4배에 달한다. 경쟁사인 LG전자도 자사 사운드바 판매량이 지난해 2분기~올 1분기 6~7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출시된 출고가 79만 9000원짜리 프리미엄 제품인 NB5540도 최근 판매량이 부쩍 늘었다. 이러한 사운드바의 인기 비결을 업계에서는 커브드 UHD TV에서 찾는다. 삼성디지털프라자 관계자는 “커브드 UHD TV로 화면 몰입감을 맛본 소비자들이 음향 몰입감을 위해 고품질 사운드바를 찾고 있다”면서 “프리미엄 오디오 제품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 500만원대(55인치)의 고가 제품이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3월 한 달 동안 예약판매를 통해서만 커브드 UHD TV를 700대 넘게 판매했다. 특히 판매가가 790만원인 65인치 이상 초대형 제품의 판매율이 76%에 달했다. 이 때문에 3월 평면·곡면 UHD TV 판매량은 평균 증가세(30%)를 훌쩍 뛰어넘는 65%에 달했다. 이런 커브드 UHD TV의 인기는 사운드바 시장에 기운을 넣는 보약이 됐다. 2000년대 초중반 인기를 누렸던 홈시어터는 설치 불편 등의 이유로 시장에서 갈수록 외면받고 있다. 다른 나라도 사정이 비슷하다. 하지만 2~3년 전부터 선 하나로 TV 등의 기기에 연결해 이용할 수 있는 사운드바가 출시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사운드바 최대 시장 중 하나인 북미지역의 경우 2011~2013년 2년 새 홈시어터 시장은 46.4% 축소됐지만 사운드바 시장은 175.6%나 급성장했다. 삼성전자의 HW-F850은 TV와 스피커, 서버우퍼(저음을 내는 보조 스피커)가 무선으로 연결돼 복잡한 선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 국내 최초 진공관 탑재로 더 깊이 있는 음질을 구현해 낸다는 평을 받는다. LG전자의 주력 제품은 NB5540이다. 높이가 35㎜로 슬림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올해 세계 3대 디자인 공모전 중 하나인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칠곡 계모 사건 징역 10년 “검찰 구형량 절반 이유는?”

    칠곡 계모 사건 징역 10년 “검찰 구형량 절반 이유는?”

    칠곡 계모 사건 징역 10년 “검찰 구형량 절반 이유는?” 울산 울주와 경북 칠곡에서 의붓딸을 학대해 사망케 한 계모에 대해 법원이 각각 징역 15년,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검찰의 구형량인 사형 및 징역 20년을 감안할 때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울산·대구 검찰은 곧바로 항소 방침을 밝혔다. 울산지법 제3형사부(정계선 부장판사)는 11일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계모 박모(41)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자신의 행위로 말미암아 아이가 상당한 정도의 상해를 입을 수 있음을 인식했다고는 인정되지만 더 나아가 아이를 살해하려는 확정적 또는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검찰이 기소한 살인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러나 “박씨가 수십분간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해 갈비뼈 골절, 양폐 파열로 끔찍한 고통 속에 사망한 사실은 분명하고 학대 정도가 점점 심해진 점에 비추어보면 아이의 사망은 어느 정도 예견된 참사라고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씨는 훈육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스트레스와 울분을 해소하기 위해 아이를 무자비하게 폭행했고 학대의 원인을 아이에게 전가했다”며 “반성의 기미나 진정성도 없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이번 사건은 훈육이라는 이름의 체벌, 가정 내 폭력에 관대한 기존 정서, 주변의 무관심과 외면, 허술한 아동보호체계와 예산·인력 부족 등 우리사회 전반의 아동보호에 대한 인식과 제도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를 도외시한 채 피고인을 극형에만 처하는 것으로 비극의 재발을 막을 수 없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10월 24일 집에서 “친구들과 소풍을 가고 싶다”는 의붓딸 이모(8)양의 머리와 가슴을 주먹과 발로 때려 갈비뼈 16개가 부러지고 부러진 뼈가 폐를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달 열린 결심공판에서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며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30년 부착을 청구했던 울산지검측은 선고 직후 곧바로 항소 방침을 밝혔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김성엽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의붓딸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 등)로 구속기소된 계모 임모(36)씨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혐의가 인정된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숨진 A(당시 8세·초교2년)양을 학대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불구속기소된 친아버지 김모(38)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숨진 A양 언니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되며, 피고인들이 학대를 부인하고 있고 뉘우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동학대는 성장기 아동에게 정신적·신체적으로 큰 영향을 주고 그 상처는 성장한 뒤 인격에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엄중하게 처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길 대구지법 공보판사는 “공소사실 가운데 상해치사 혐의를 법원이 인정한 판결”이라며 “범행 이후 피고인들의 태도, 범행을 숨기려는 의도 등 사건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고려해 법의 엄중한 잣대로 판단하면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정한 상해치사죄의 양형기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임씨는 지난해 8월 14일 오후 의붓딸을 때린 뒤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장간막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임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20년과 7년을 구형한 대구지검 역시 선고 형량이 너무 낮다면서 선고 직후 항소 방침을 밝혔다. 한편 이들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명하듯 이날 울산지법과 대구지법에는 이른 아침부터 취재진과 아동복지단체 관련 회원, 피해 어린이 가족 등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또 일부는 선고 이후 “형량이 너무 낮다”며 분통을 터뜨리거나 참다못해 눈물을 훔쳤고 A양의 고모는 오열하다가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기도 했다. 이밖에 관련 기사가 게재된 주요 인터넷 포털사이트에도 ‘사법당국의 처벌이 미약하다’는 내용의 댓글 수천 건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칠곡 계모 사건 징역 10년, 이건 너무하다”, “칠곡 계모 사건 징역 10년, 사형시켜야”, “칠곡 계모 사건 징역 10년, 반성의 기미가 없는데도 구형량 절반이라니”, “칠곡 계모 사건 징역 10년, 이건 문제가 있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

    [피플 인 포커스] 조코 위도도 자카르타 주지사

    9일 치러진 인도네시아 총선에서 출구조사 결과 19% 득표율로 야당인 투쟁민주당(PDI-P)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야당 돌풍의 주역인 조코 위도도(52) 자카르타 주지사가 주목받고 있다. 별명인 ‘조코위’로 더 널리 알려진 주지사는 부정부패로 점철된 인도네시아 정치판에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조코위는 가구 수출업자 출신으로 중소 도시 수라카르타 시장을 거쳐 2012년 자카르타 주지사에 당선됐다. 중앙 정치 경험이 전혀 없지만 서민친화적인 이미지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는 지난해 8월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대통령을 외면했던 국민들이 ‘조코위’를 환호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코위는 주지사 취임 직후 빈민촌을 찾는 등 서민 주거 문제에 관심이 많다. 다른 정치인들이 경호원을 대동하는 것과 달리 스스럼없이 지지자들을 만나기도 한다. 인도네시아 전문가인 더글러스 래미지는 가디언에 “인도네시아의 다른 정치인에게 없는 정직함과 성실함이 그의 인기 비결”이라고 분석했다. 이날도 흰 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친근한 모습으로 투표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인도네시아 국회와 지방의회 선거는 오는 7월 9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까지 가늠해 볼 수 있는 무대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상 총선 득표율이 25%가 넘거나 의석 점유율이 20% 이상인 정당만 대통령 선거에 후보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코위는 투쟁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다. 조코위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40%를 기록, 2위인 프라보워 수비안토 거린드라당(대인도네시아운동당) 총재를 두 배 이상 앞서고 있어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크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 [열린세상] 반역을 색출하라!/김정현 소설가

    [열린세상] 반역을 색출하라!/김정현 소설가

    돌직구가 대세라니 한번 그리 해보련다. 변호사가 선망받는 건 존경해서가 아니라 밑천 없이 입만으로 뭉텅이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가 위세를 부릴 수 있는 건 정의로워서가 아니라 법이 준 힘을 제멋대로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판사가 두려운 건 공정해서가 아니라 누구도 어찌할 수 없는 엿장수 마음대로의 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팁도 있다. ‘변호사법’같이 다른 누구도 끼어들 수 없는 그들만의 철밥통이 평생 보장되는 그것이다. 완전 불공정 게임이지만 박살 낼 길도 없고, 그래도 모든 국민은 그들에게 의지해야 한다. 왜? 어쨌거나 삼권분립의 체제에서 ‘나’를 지켜줄 최후의 보루는 그들이라는 ‘법’이 있기 때문이다. 또 있다. ‘나’를 지키는 데는 ‘울타리’도 포함되니 안보의 최전선에 있는 국가정보원이다.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판사, 검사, 변호사, 국정원 요원, 그리고 피고. 딱 그렇게만 있는 법정에 증인이 출석해 증언했다. 증인은 탈북한 전직 보위부 요원이고, 신분이 노출되면 벌어질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한 비공개재판이었다. 그런데 그의 신분이 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북쪽에 전달됐고, 그로 인해 북에 있는 그의 가족이 위기에 처해 있단다. 존경할 수 없어도 상관없고 신뢰할 수 없어도 좋다. 그렇지만 ‘나’와 ‘울타리’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써의 역할만은 방기하지 말아야 할 것이 아닌가. 국정원은 말할 것도 없고, 판사나 검사가 그리했다고는 상상조차 하기 싫다. 변호사 역시 그렇게까지 형편없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그렇다면 혐의를 둘 수 있는 건 ‘공판조서’다. 누군가 비밀 증인의 심문 내용이 담긴 공판조서를 고의, 혹시 실수로라도 간자(間者)의 손에 들어가게 해 벌어진 사태일 가능성이 가장 농후하다는 것이다. 워낙 이념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관계된 그들 중에도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이미 여러 재판의 사례에서 드러나기도 한 일이다. 그렇지만 어떤 사상을 가졌든지 재판에 직접 관계된 이가 비밀 증언에 전제된 약속을 어겼다면, 그것은 사상의 자유와 상관없는 기본적 원칙과 인권에 대한 도전이다. 아니, 반역이다. 왜 반역인가 하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인 삼권분립의 한 축인 사법영역의 기둥 하나를 뽑아 버린 짓이기 때문이다. 이제 누가 증언에 나서려 할까. 안전을 믿을 수 없는 법정에 증언을 거부한다고 강제할 염치도 없지 않겠는가. 당연히 전면수사에 나서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보도가 시작되고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 진상을 밝히고 범인을 색출하겠다는 수사기관의 발표는 없다. 상대가 세상 밖으로 나설 수 없는 신분이라 슬며시 뭉개겠다는 뜻인가. 그렇다면 당신들, 진짜 나쁘다! 필요하면 써먹고 난처하면 외면하는 자세라면 앞에서 던진 돌직구도 약했다고 후회한다. 설마 그렇지는 않을 테니, 비밀수사? 그것도 헛발질이다. 그러니 만날 ‘공안정국 조성’ 어쩌고 하는 비난을 듣는 거다. 정치권이라면 그야말로 ‘특검수사’를 외쳐야할 사안이다. 이처럼 중대한 사안을, 중대하게 인식하고 당당히 공개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못한다면 모두 당장 사표를 써라! 사상의 자유와 사법원칙은 결코 공존할 수 없다. 사상이 법과 다르면 그만두고 시민운동으로 나서면 될 일이다. 그러나 사법행위에 개입해서 원칙을 저버리고, 인권을 유린했으니 시민운동의 자격마저 없다. 그래서 더욱 반역이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반역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당장 전면 공개수사에 나서야 한다. 사법부건 검찰이건 변호인이건 국정원이건 결코 성역을 둬서는 안 된다. 가족의 안전이 위태로운 절박함에도 나서서 고함조차 칠 수 없어 청원서나 낼 수밖에 없는, 그 피눈물을 외면하면 우리는 너무 비겁하고 자유를 말할 자격도 없는 것이다. 철저히 수사해서 찾아내고, 단호히 엄벌하고, 뿌리를 뽑아야 한다. 특권의 당신들에게 청렴과 공정, 신뢰 따위의 기대는 진작 포기했다. 그렇지만 최후의 보루만은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간곡히 청탁한다. 돌직구의 대상이 아닌 여러분들에게는 진심으로 죄송하다. 돌직구를 던지고 나니 내 어깨도 아프다. 조곤조곤 말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기대였다.
  • 성폭력 피해자의 절규 “사과받는 제가 왜 도망 다녀야 하나요”

    성폭력 피해자의 절규 “사과받는 제가 왜 도망 다녀야 하나요”

    끔찍한 성폭력을 당하고 친구와 가족마저 잃은 소녀의 이름은 한없이 도도한 ‘공주’(천우희)다. 공주는 친구를 사귀고 기타를 치며 평범한 여고생의 일상을 살아가려 애쓴다. 영화 ‘한공주’가 성폭력을 소재로 한 다른 사회 고발성 영화와 다른 길을 걷는 지점은 바로 여기다. 사건의 진행 과정이나 가해자 처벌보다도 영화가 초점을 둔 건 이 모든 것이 지나간 후 공주가 마주한 세상이다. 모든 아픔을 뒤로한 채 새로 전학 간 학교에서 공주는 교내 아카펠라 동아리에서 활동하는 은희(정인선)를 만난다. 주변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에 문득 아픈 기억들이 떠오르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연 공주에게 여고생의 빛나는 나날이 펼쳐지는 듯하다. 하지만 어른들의 세상은 그런 공주를 품어주지 못한다. 합의를 요구하는 어른들에게 도리어 쫓기는 신세가 되자 공주가 되묻는다. “사과를 받는데 왜 제가 도망 다녀야 하나요?” 영화는 성폭력 피해자를 고통 속에 신음하고 보호받는 존재가 아닌 삶의 주인공으로 다시 일으켜 세운다. 또다시 일어선 공주를 외면하는 사회를 에두르지 않고 보여준다. 공주의 현재와 과거가 촘촘하게 교차되면서 꾹꾹 눌러놓은 감정을 한꺼번에 터뜨리는 감독의 솜씨가 탁월하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배추·무 값 폭락에도… 中김치 수입 평년보다 늘어

    배추·무 값 폭락에도… 中김치 수입 평년보다 늘어

    배추, 무, 건고추 등 국내 채소가격은 폭락했는데 중국에서 수입하는 김치량은 오히려 평년보다 늘었다. 반면 우리나라 김치의 중국 수출은 중국과의 검역조건 협의에 진전이 없어 2년째 전무하다. 김치 종주국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7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김치 수입량은 4만 8729t으로 평년(직전 3년 평균) 수입량 4만 8570t보다 159t 늘어났다. 지난해(5만 4533t)에 비하면 10.6%가 감소했지만, 최근 배추 가격이 지난해보다 70%가까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수입 김치 감소폭은 적은 편이다. 서울시 가락시장에서 3월 하순의 포기당 배추가격은 903원으로 평년 가격(2816원)보다 67.9% 하락했다. 무(1개)는 687원으로 평년(956원)보다 28.1% 내렸고, 건고추(600g)는 6500원으로 평년(7824원)보다 16.9% 떨어졌다. 김치 재료 가격이 폭락했지만 시중에서 파는 김치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국내 김치 생산업체 관계자는 “통상 거래처와 1년 계약을 하기 때문에 재료 가격의 변동을 자주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배추값이 올랐을 때 김치 가격을 올리지 못하는 이유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가격이 요지부동이니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중국 김치 수입량이 크게 줄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산 김치 수입단가는 2012년 말 기준으로 ㎏당 0.5달러(약 530원)다. 국산 김치의 수출단가(㎏당 4.38달러·약 4600원)의 11.4%에 불과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국산 김치는 대부분 업소용으로 소비되는데 음식점들은 인력비용 때문에 김치를 담그기보다는 수입 완제품을 사용한다”면서 “김치 재료 가격이 떨어져도 수입량이 큰 변동이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김치 수출이라도 늘리려 하지만 중국으로 김치 수출은 여전히 ‘0’이다. 중국이 2012년 1월부터 우리나라 김치에 대장균이 100g당 30마리 이하여야 한다는 ‘파오차이’(泡菜) 위생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서다. 파오차이는 소금에 절인 채소에 조미료를 넣고 밀봉하는 중국의 대표적인 절임채소다. 발효 과정이 없기 때문에 대장균이 극소수다. 하지만 김치는 대장균을 억제할 수 없다. 완전히 발효가 끝난 신김치는 대장균이 없는 대신 유통이 힘들고 소비자도 외면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일 농업장관 회의 및 8월 한·중 식약처장 회의에서 발효채소 식품에 대한 위생기준을 새로 만들라고 중국에 공식 요청했지만 아직 진전이 없다.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화된 ‘토종’을 지키기 위해 고급 김치의 중국 진출 및 김치 상품 개발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양지희 세계김치연구소 산업지원연구센터 연구원은 “고급화를 통해 수출길을 열고 김치의 맛과 품질을 표준화해야 한다”면서 “또 외국인들이 쉽게 김치를 접하도록 김치를 이용한 과자, 비타민C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 [사설] 정원 못 채우는 자율고, 근본적 해법 찾아야

    신입생 모집 5년째를 맞은 자율형 사립고가 2014학년도 입시에서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서울의 25개 자율고 가운데 22개교에서 정원 미달 사태가 난 것이다. 5년 연속 정원만큼 신입생을 받지 못했다. A고는 충원율이 57.1%에 불과했다. 교육 당국은 사회통합전형 자격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유야 어떻든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것은 뻔하다. 이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계륵 같은 존재로 전락한 자율고에 대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율고는 이명박 정부 때 고교 교육을 다양화하고 학교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도입했다. 그러나 출범 첫해부터 정원이 대거 미달하는 사태가 나더니 해가 가도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아 졸속 교육정책의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 강남의 일부 학교를 제외하고는 구태여 일반고의 3배나 되는 등록금을 내고 진학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학부모들의 반응이었다. 그러면서도 내신성적 50% 안에 드는 학생들을 신입생으로 선발하다 보니 일반고를 죽이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런 비판에 직면하자 당국은 2015학년도부터 성적과 관계없이 추첨으로 뽑는 전형방안을 발표했다. 한마디로 자율고는 수월성 교육이라는 목표도 달성하지 못한 채 고교 교육의 질서만 어지럽히는 누더기 정책이 되고 말았다. 올해만 해도 그렇다. 지난해 국제중학교 입시비리로 사회통합전형의 자격을 소득 8분위 이하로 제한하자 미달 사태가 심화된 것이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교육당국의 단견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하겠다. 그렇다면 또 내년부터 소득 제한 요건을 완화할 텐가. 먼 장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당국의 조변석개(朝變夕改)식 교육 정책에 학생들만 멍들고 있다. 출발부터 잘못된 자율고 정책은 근본 취지부터 다시 생각하면서 바로 잡아야 한다. 일반고도 살려야 하고 수월성 교육도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성적 상위 학생들을 위한 영재학교나 자사고가 수월성 교육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다. 그런 와중에서 자율고는 본래의 취지도 살리지 못한 채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방편밖에 되지 못하고 있다. 살길은 대대적인 구조조정뿐이다. 지정을 자진 반납하거나 정원을 줄인 학교가 있듯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는 자율고의 자격을 박탈하고 일반고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의 교육 정책은 대통령의 교육 철학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게 사실이다. 교육당국도 중심을 잡지 못했다. 설익은 정책을 양산해서 시행착오를 겪고는 또다시 바꾸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문제투성이인 자율고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다. 제도 개선 방안을 속히 마련하기 바란다.
  • 인권위 “ICC 지적 독자적으로 못 고쳐” 변명만

    인권위 “ICC 지적 독자적으로 못 고쳐” 변명만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우리 국가인권위원회의 취약한 독립성 등을 문제 삼아 ‘등급 결정 보류’ 판정 <서울신문 4월 5일자 6면>을 내리자 인권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인권위는 “ICC의 지적 중 우리가 독자적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하지만, 인권 전문가들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신문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ICC 승인소위의 권고문에 따르면 ICC는 인권위원 선출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후보자 수를 늘리고 ▲지원·심사·선출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구성원의 광범위한 참여와 논의를 보장하며 ▲공시된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지원자를 평가할 것을 권고했다. ICC의 권고는 인권위원 면면이 다양한 배경을 대변하는 인물로 구성되지 못한 데다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인권위원은 인권위에 접수되는 각종 진정 등에 대한 권고나 긴급구제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현행 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원 중 4명 이상을 여성으로 한다’는 조항 외에 다양성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 실제로 인권위원 11명 중 8명이 판·검사 등 법조인 출신이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인권법 전문가 안경환 교수와 인권변호사 출신 김창국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국제인권법 전문가인 정인섭 서울대 교수가 위원을 맡는 등 인권 문제에 정통한 법조인들이 중용됐다”면서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민법 전공자인 현병철 한양대 교수를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지는 법조계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권위의 주요 감시 대상인 검찰 출신을 인권위원에 앉히는 건 현병철 체제 이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지난 5일 해명 자료를 내 “ICC 권고는 법과 제도를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 인권위가 독자 해결하기 어려워 입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면서 “2008년 ICC로부터 같은 권고를 받은 뒤 위원회법을 개정해 인권위원장을 인사청문 대상으로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인권위원장이 인사청문 대상이 된 것은 국회 주도로 인사청문회법이 바뀌었기 때문이지 인권위의 노력 덕은 아니다”라면서 “2008년 ICC 권고 뒤 인권위가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지난해 말 시민단체와 야당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국회와 인권단체, 노동계, 빈민단체, 법률단체, 여성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인권위원 후보 추천위원을 위촉하고 이들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 ICC의 지적 사항 대부분이 해결되는 셈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인권위가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발을 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인권위 “ICC 지적 독자적으로 못 고쳐” 변명만

    인권위 “ICC 지적 독자적으로 못 고쳐” 변명만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가 우리 국가인권위원회의 취약한 독립성 등을 문제 삼아 ‘등급 결정 보류’ 판정 <서울신문 4월 5일자 6면>을 내리자 인권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인권위는 “ICC의 지적 중 우리가 독자적으로 고칠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하지만, 인권 전문가들은 “궁색한 변명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서울신문이 6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진성준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ICC 승인소위의 권고문에 따르면 ICC는 인권위원 선출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배경을 가진 후보자 수를 늘리고 ▲지원·심사·선출 과정에서 여러 사회적 구성원의 광범위한 참여와 논의를 보장하며 ▲공시된 객관적 기준을 바탕으로 지원자를 평가할 것을 권고했다. ICC의 권고는 인권위원 면면이 다양한 배경을 대변하는 인물로 구성되지 못한 데다 전문성도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인권위원은 인권위에 접수되는 각종 진정 등에 대한 권고나 긴급구제 여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현행 인권위원회법은 ‘인권위원 중 4명 이상을 여성으로 한다’는 조항 외에 다양성을 강제하는 규정이 없다. 실제로 인권위원 11명 중 8명이 판·검사 등 법조인 출신이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과거에는 인권법 전문가 안경환 교수와 인권변호사 출신 김창국 변호사가 위원장을 맡고 국제인권법 전문가인 정인섭 서울대 교수가 위원을 맡는 등 인권 문제에 정통한 법조인들이 중용됐다”면서 “하지만 이명박 정권에서 민법 전공자인 현병철 한양대 교수를 위원장에 임명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지는 법조계 인사가 대거 포진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인권위의 주요 감시 대상인 검찰 출신을 인권위원에 앉히는 건 현병철 체제 이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지난 5일 해명 자료를 내 “ICC 권고는 법과 제도를 개정해야 하는 문제라 인권위가 독자 해결하기 어려워 입법부와 협의해 나가겠다”면서 “2008년 ICC로부터 같은 권고를 받은 뒤 위원회법을 개정해 인권위원장을 인사청문 대상으로 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는 “인권위원장이 인사청문 대상이 된 것은 국회 주도로 인사청문회법이 바뀌었기 때문이지 인권위의 노력 덕은 아니다”라면서 “2008년 ICC 권고 뒤 인권위가 제도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아 지난해 말 시민단체와 야당이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11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국회와 인권단체, 노동계, 빈민단체, 법률단체, 여성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인권위원 후보 추천위원을 위촉하고 이들의 추천을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했다. 이 안이 통과되면 ICC의 지적 사항 대부분이 해결되는 셈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인권위가 국회를 적극적으로 설득해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하는데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고 발을 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사설] 전문성 외면 공공기관 보은인사 민심 못 얻는다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의 인선 과정에서 또다시 보은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관광공사 사장으로 임명된 변추석 국민대 시각디자인학과 교수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일하며 대통령 이름의 초성인 ‘ㅂㄱㅎ’으로 웃는 얼굴 그림을 디자인하고 당선인 시절에는 비서실 홍보팀장을 맡는 등 대표적인 친박계 인사로 꼽힌다. 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임명된 이창섭 충남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2011년 당시 박 후보 지원 조직인 대전희망포럼 대표를 지냈다. 물론 대선 때 박 후보를 도왔다고 해서 공공기관장을 맡지 말란 법은 없다. 유능하고 참신한 인물의 발탁은 고비용·저효율의 공공기관을 개혁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인선 잣대는 전문성이어야 한다. 또 인선 과정이 누가 봐도 정당하고 떳떳해야 한다. 전문성도 없고 인선 과정도 불투명하면 보은을 위한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인선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변 신임 사장은 관광 정책이나 산업 관련 경력이 없는 광고 디자인 전문가다. 관광공사 노조는 관광 산업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겸비한 인사가 다시 임명돼야 한다며 출근 저지를 벼르고 있다. 이 신임 이사장의 인선은 공모 과정이 석연치 않다. 그는 18대 총선 때 선거법을 위반해 지난 2월까지 자격정지 상태였다. 공교롭게도 신임 이사장 공모 절차는 자격 정지 기간이 끝나고 한 달 뒤인 지난달 시작됐다. 전임 이사장의 임기가 지난해 10월 끝났는 데도 공모 절차가 뚜렷한 이유 없이 미뤄졌다. 이 교수를 이사장에 앉히기 위한 모종의 고려가 있었던 건 아닌지 충분히 의심을 살 만하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5년 이상 업무 경력’ 등 공공기관장의 자격기준을 계량화해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고 밝혔다. 당시 본보는 사후약방문이고 늑장 대책이지만 잘 지켜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 인선을 보면 현 정부가 낙하산 보은인사를 근절하겠다는 진정성이 있는지조차 의문이 든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공기관의 혁신과 경영 효율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마구잡이식 보은 인사의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는 개혁도 정상화도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다. 원칙과 정도를 저버리는 인사는 탈을 부르기 마련이다. 정부와 청와대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인사를 요구하는 민심의 소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기 바란다.
  • 중국인 2세가 들춰 낸 난징대학살

    중국인 2세가 들춰 낸 난징대학살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아이리스 장 지음/윤지환 옮김/미다스북스/376쪽/1만 3000원 책날개를 열면 우아한 여성의 사진이 나온다. ‘역사는 누구의 편에 서는가’의 저자다. 하지만 그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이 책이 빌미가 돼 2004년 자살로 36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대체 무엇이 저자를 죽음으로 몰고 갔는가. 책은 미국 국적의 중국인 2세인 저자가 발품 팔아 취재한 난징대학살의 전모를 담고 있다. 1937년 12월 13일, 중국 난징(南京)을 점령한 일본군은 이후 6주 동안 참혹한 만행을 저질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유럽 순방 중에 밝힌 내용을 기준 삼자면, 당시 일본군은 30만명 이상의 중국인을 살해했고 8만명 이상의 여성을 강간했다. 책의 원제(The Rape Of Nanking)에서 보듯 저자는 이 사건을 줄곧 ‘난징의 강간’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도시 전체가 일본군의 총칼 아래 속수무책으로 그리고 처절하게 유린당했다는 중의적 표현일 터다. 책을 열면 충격적인 사진 40여장이 먼저 나온다. 살아 있는 남자를 상대로 총검술 연습을 하는 일본군 보병, 일본군의 칼에 목이 떨어지는 포로, 목만 남은 채 입에 담배꽁초를 문 중국군, 의자에 묶여 반복적으로 강간당한 중국인 소녀 등 끔찍한 사진이 이어진다. 일본군의 ‘목 베기 시합’을 ‘무용담’이라며 칭찬한 일본 신문의 사진도 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도 전쟁이 끝나자 흐지부지 묻혀 버리고 말았다. 여기엔 관련 당사국들의 정치적 고려와 묵인이 큰 몫을 했다. 한데 세상이 진실을 외면해도 저자는 그럴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일본군이 난징을 점령하기 직전 탈출했던 조부모의 영향이 컸다. 어려서부터 난징대학살 이야기를 듣고 자란 저자는 어른이 된 뒤 진실을 찾아 나섰다. 전 세계를 돌며 학살의 흔적을 찾던 저자는 독일에서 ‘중국판 쉰들러’ 존 라베의 유족을 만나 방대한 자료를 확보했다. 이게 책의 근간이 됐다. 저자는 각종 자료와 함께 피해자들의 진술을 풍부하게 확보해 실었다. 책에 실린 사진 또한 당시 중국인 사진관 직원들이 목숨을 걸고 빼돌린 것들이다. 책이 나온 뒤 일본 우익들은 왜곡, 날조 운운하며 메일, 전화, 시위 등을 통해 저자를 협박했다고 한다. 참상을 접한 충격으로 우울증에 시달린 데다 일본 우익들의 핍박을 견디지 못한 저자는 결국 권총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당시 난징대학살을 이끈 마쓰이 이와네 일본군 총사령관 등 전범들이 처형돼 합사된 곳이 바로 야스쿠니 신사다. 이런 곳을 일본 정치인들이 앞다퉈 참배하고 있으니 대학살의 상처가 치유되기는커녕 더욱 깊어지는 것 아닐까.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 [커버스토리] 쉿, 조용히? 맘껏 떠들어!

    [커버스토리] 쉿, 조용히? 맘껏 떠들어!

    “엄마, 엄마. 나도 이거 알아. 콩나무야. 콩나물이 아니야.” 4일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언니네작은도서관’(이하 ‘언니네’). 이미경(46)씨가 동화 ‘잭과 콩나무’를 읽어주자 곁에서 음료수를 마시던 아들 양희준(8)군의 질문이 쏟아진다. 이씨의 소개로 도서관을 찾은 우미춘(35)씨는 8개월 된 딸에게 모유 수유를 하고 있다. 동요가 은은히 흘러나오는 가운데 아이들은 색색의 안전매트 위에서 까르르 웃으며 노는 데 여념이 없다. 동네 사랑방을 꿈꾸는 ‘언니네’에서만 볼 수 있는 ‘시끌벅적한’ 풍경이다. ●큰 소리로 떠들거나 방바닥에 누워 책 읽어 비영리 민간단체로 지역공동체 활동을 꾸준히 해 온 ‘서울여성회’는 변변한 문화시설이 없던 대림동에 지난해 12월 이름도 친근한 ‘언니네’를 열었다. 지역 사회 주민들이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육성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 중 하나다. 서울여성회는 여성과 아이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을 고민하던 중에 누구나 편히 와서 쉬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을 떠올리게 됐다. 그래서인지 ‘언니네’는 큰 소리로 떠들거나 방바닥에 누워 책을 읽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책 놀이터’다. 아이들을 유치원이나 학교에 보낸 엄마들이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찾는 사랑방 역할도 한다. 신수연(41)씨는 “아이들이 ‘엄마 이게 뭐예요’라고 물을 때 ‘조용히 말해’라고 꾸짖지 않아도 된다”면서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이 자유롭게 책이랑 놀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학부형들과 도서관을 찾은 김현진(35)씨 역시 “애들이 학교에 가 있는 동안 이렇게 동네 엄마들이랑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나 건강 이야기도 하고, 가끔 서로 소소한 부탁도 하곤 한다”며 웃었다. 조민욱 서울여성회 사무국장은 “‘언니네’를 홍보할 때도 ‘책을 읽는 곳’이 아니라 ‘시끌벅적한 사랑방’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면서 “주민들끼리 생활을 공유할 수 있는 마을 공동체의 거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소파 만들고 영어로 읽어주고… 재능기부 봇물 주민 참여도 적극적이다. 시민단체 활동가인 김선구(42)씨는 재능기부를 통해 ‘언니네’의 설립 초기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김씨는 도서관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하거나 고장 난 컴퓨터를 고치는 등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서울여성회 회원인 그는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을 만나서 놀고 어른들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쉴 수 있는 공간이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가구업에 종사하는 송태근(39)씨는 어린이용 소파를 직접 만들어 기부했다. 영어로 된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등 재능기부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조 사무국장은 “지금보다 더 많은 분들이 도서관을 이용해 진정한 공동체의 의미를 깨달았으면 좋겠다”면서 “주민들이 도서관을 ‘내 공간’이라고 생각하고 동아리 모임을 직접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 작은도서관을 활성화해 생활형 도서관 문화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이후 ‘언니네’와 같은 작은도서관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4일 현재 문화부의 작은도서관 홈페이지(smalllibrary.org)에 등록된 곳은 모두 4052개. 2010년 3349개에서 2011년 3464개, 2012년에는 3951개로 꾸준히 늘고 있다. 도서관법에 따르면 ‘작은도서관’은 공공도서관 시설에 미치지 못하는 도서관을 의미한다. 숫자로 정의하면 의미가 더 명쾌해진다. ‘6·33·1000’. 6석 이상 열람석을 갖추고 33㎡ 이상 면적에 1000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한 도서관을 뜻한다. 2005년 부산 북구 화명2동에서 주민 5명이 의기투합해 만든 ‘맨발동무’ 도서관은 ‘작은도서관’의 롤모델로 꼽힌다. 85㎡ 규모의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한 ‘맨발동무’는 운영이 탄탄하고 유익한 프로그램으로 소문이 나면서 2010년 264㎡의 대천천환경문화센터 3층으로 장소를 옮겼다. 하루 방문객 150여명, 이용회원이 3000여명에 이를 만큼 성공을 거뒀다. 문화부 도서관정책과 관계자는 “2012년 ‘작은도서관 진흥법’을 제정하기 전부터 작은도서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11년 갑자기 숫자가 늘어났고 지금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은도서관’ 4052곳… 표준화 모델 필요 물론 갑자기 늘어난 덩치에 비해 아쉬운 점도 있다. ‘작은도서관’ 컨설팅 등을 하는 사단법인 ‘작은도서관 만드는 사람들’의 변현주 사무국장은 “숫자는 늘었지만, 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곳이 많고 규모 역시 ‘작은도서관’ 기준을 겨우 넘는 수준인 곳이 허다하다”면서 “처음에는 호기심에 방문을 해보지만 흥미가 떨어지면 방문객이 줄어들고 결국 외면을 받는 곳도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윤소영 박사는 “‘작은도서관’이 성공하려면 설립자의 철학·운영과 지방자치단체의 의지가 잘 맞아야 한다”면서 “문화부가 ‘작은도서관’의 표준화 모델을 재정비하고 지자체에 대한 조례 표준안 등을 마련해서 수준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아베 ‘독도 교과서’ 본색… 한·일관계 예고된 경색

    아베 ‘독도 교과서’ 본색… 한·일관계 예고된 경색

    내년부터 일본 초등학교 5, 6학년생은 일제히 “일본의 고유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했다”고 배운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4일 독도 영유권 주장을 기술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4종을 모두 합격 처리했다. 외무성은 이날 ‘독도는 역사적 사실과 국제법상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를 발표했다. 새 교과서 모두 독도 기술뿐 아니라 독도를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명칭)라고 표기한 지도를 게재했다. 한·일 양국 국경선마저 독도의 왼쪽에 그어 독도를 일본 영토인 것으로 표현했다. 일본의 ‘부끄러운 과거’는 외면했다. 전시 여성의 인권 문제인 일본군 위안부는 ‘성(性) 문제’라는 이유로 2010년에 이어 이번에도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일본 제국주의의 신호탄이었던 청일·러일 전쟁은 “구미 국가에 일본의 힘을 인정하게 해 구미의 지배로 고통받는 아시아 국가에 용기를 줬다”고 미화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월 개정한 중·고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이어 이번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예외 없이 독도를 자국 영토로 기술하도록 강제했다. 이로써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 이후 부끄러운 과거사는 외면하고 일본의 국가적 야욕과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내용을 강화하는 아베의 ‘영토·역사 교육’ 노선이 뿌리를 내렸다. ‘아베 일본’이 자국의 미래세대에게 ‘우익적 역사관’을 이식하고, 한국과의 역사 갈등을 이어가며 보수 세력의 집권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단계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셈이다. 한·일 양국은 냉랭하면서도 불편한 관계를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달 26일(한국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중재로 네덜란드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대면했지만 ‘현상 변화’는 없었다. 다만 일본이 교과서 검정 결과와 외교청서란 두 악재를 이날 함께 발표하며 ‘확전 자제’의 제스처를 보였다는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방문 때까지 양국 모두 일정부분 관계 관리를 하고 있다고 분석된다. 우리 측은 역점을 두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국장급 회의 개최 문제는 계속 협의한다는 방침이다. 우리 측에 득이 되는 점은 적극 취하되 독도가 한국 영토라는 건 불변인 만큼 이 문제는 단호하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태도다. 정부는 이날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교과서 검정제도를 빙자해 독도 도발을 계속한다면 한·일 관계 개선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서울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도쿄 김민희 특파원 har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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