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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중우정치 끝판 보여 준 여야 ‘김영란법’ 처리

    공직자라면 누구든 직무 관련 여부를 떠나 100만원 이상은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의 ‘김영란법’, 즉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이 어제 국회를 통과했다. 선진국의 문턱에 들어서고도 국가 부패지수가 세계 43위(2014년 기준)에 머물러 있는 데서 보듯 여전히 불법과 비리가 만연해 있는 나라라는 오명 속에 사는 우리로서는 공직 부문을 중심으로 사회 청렴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중요한 제도적 기틀 하나를 마련하게 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 같은 대의(大義)에도 불구하고 그제 여야 원내대표단이 머리를 맞대고 뜯어고친 ‘김영란법’은 적용 대상과 범위 등에서 위헌 가능성 등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법 적용 대상에 공직과 무관한 언론인과 사립학교 교원, 대학병원 관계자가 포함된 것부터가 납득하기 어렵다. 이들 직종은 2012년 8월 김영란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처음 입법 예고한 원안에 들어 있지 않았으나 지난해 후반기 국회 논의 과정에서 불쑥 들어갔다. KBS·EBS 같은 공영방송 종사자와 국공립학교 교원의 형평성 차원에서 포함됐다지만 국민 세금에 의해 운영되는 이들 기관과 엄연히 민간 영역에 속하는 기관을 아무 기준도 없이 한데 묶은 건 명백한 무원칙 과잉 입법이 아닐 수 없다. 언론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특수 영역임은 분명하나 이와 관련한 규제는 언론 자율에 맡길 일이다. 위헌의 소지가 명백함에도 이 같은 규정을 둔 배경에 정치권의 언론 길들이기 의도가 담겨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언론과 달리 시민단체와 변호사는 슬그머니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도 모자라 법 시행 시기를 다음 20대 국회 이후로 미룬 것도 실소를 낳는다. 시민단체와 변호사가 그 어느 영역보다 이런저런 청탁과 직결된 직역임에도 여야가 이를 적용 대상에서 제쳐 둔 것은 다분히 내년 총선을 의식한 당리당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 여겨진다. 공직자와 그 배우자로 적용 범위를 대폭 축소한 점도 실효성 논란을 낳는 대목이다. 과거 대통령 친인척 비리 등 지금까지 숱한 사례에서 보듯 권력형 비리와 부정청탁은 배우자뿐 아니라 형제자매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도 여야는 애써 이를 외면했다. 국회의원 자신들부터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은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더욱이 여야는 국회의원과 정당 관계자, 시민단체 관계자에 대해서는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거나 법령 개선을 제안하는 경우’ 법안 적용을 배제한다는 예외 조항까지 둠으로써 노골적으로 법망을 빠져나갈 여지를 남겨 놓았다. 이 밖에도 공직자가 돈이나 음식을 접대받더라도 ‘사교나 의례’에 해당할 경우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등 기준이 모호한 조항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위와 파장이 큰 법안일수록 시행 과정의 오류를 최소화할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총선을 겨냥한 선명성 경쟁의 도구로 삼기엔 김영란법의 의미가 중차대하다. “선정적 인기영합주의가 만든 졸렬 법안”이라는 이상민 국회 법사위원장의 비판을 여야는 직시해야 한다. 법 시행까지 남은 1년 6개월간 면밀한 보완 작업에 나서야 한다.
  • [오늘의 눈] 南도 애쓰고 있으니 北도 성의 보여라/이제훈 정치부 기자

    [오늘의 눈] 南도 애쓰고 있으니 北도 성의 보여라/이제훈 정치부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3·1절 기념사를 통해 통일준비위원회 등을 구성한 것이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서 함께 대화의 길로 나갈 것을 호소했다. 또 남북 대화를 더이상 외면해서도 안 되며 진정성 있는 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모든 협력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이런 메시지는 확실히 지난 2년간 북한 핵과 인권 문제를 강조한 것에서 벗어나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나름 애쓴 흔적이 보이는 언급이었다. 문제는 이달을 포함해 다음달까지 남북 관계가 ‘잔인한 달’이 될 수 있는 악재가 즐비하다는 점이다. 당장 2일부터 한·미 키리졸브 연습과 한·미 독수리훈련이 시작됐다. 키리졸브 연습은 오는 13일까지, 독수리훈련은 다음달 24일까지 실시된다.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남북 관계에 영향을 줄 만한 악재는 이뿐만이 아니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북한 인권 현장사무소도 이달 또는 다음달에 서울에 개설된다. 이미 이곳에서 일할 직원을 뽑았고 이들의 지위에 대한 논의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남북한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인권문제를 놓고 언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보수단체는 대북 전단 살포 재개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최저 임금을 월 73.04달러에서 74달러로 일방적으로 인상해 이달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벌써부터 개성공단 입주기업 사이에서는 이런 식으로 북한이 계속 임금을 인상한다면 더이상 개성공단이 갖는 저임금의 매력은 사라진다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류길재 장관 후임으로 임명된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마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박 대통령의 통일 정책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이해를 하고 있다는 홍 후보자가 헤쳐 나가기에는 버거운 상황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는 경색된 남북 관계를 풀어 나가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하고 있다. 무용론까지 나오는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진정성 있는 조치’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과거보다 회담 재개의 기준이 낮아졌다고 느낄 수 있는 당근을 북한에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은 어떤가. 박 대통령에 대한 실명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다. 노동신문은 1일 사설에서 “남조선 당국은 기만적인 대화 타령을 걷어치우고 실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2일에는 보란 듯이 미사일을 발사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켰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올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해 끊어진 민족적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 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강국 건설을 강조했다. 이런 북한의 목표 달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파트너는 누구인가? 경제난을 해결할 파트너가 누구인지 고려한다면 북한은 더이상 이런저런 조건을 달지 말고 하루빨리 당국 간 대화에 임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parti98@seoul.co.kr
  • 특목·자사고, 대입에 무조건 유리할까

    특목·자사고, 대입에 무조건 유리할까

    고교 입시가 대입의 성패를 좌우하는 첫 단추가 된 지 오래다. 그 결과 대다수 학부모가 자녀의 영재고, 외국어고, 과학고 등의 특목고와 전국 단위로 모집하는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입시에 열을 올린다. 그런데 특목고, 자사고가 무조건 입시에 유리할까. 대학 입시의 변화 방향과 고교 현장의 변화를 살펴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무조건 특목고, 자사고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학생의 적성과 성격에 따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이유다. 대학 입시의 방향이 ‘쉬운 수능’과 학생부 중심 전형이 확대되는 쪽으로 가고 있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수능에 강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라도 이미 대세로 자리 잡은 수시모집의 학생부 종합 전형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2016학년도 수시모집 인원은 24만 3748명으로 전년도보다 2655명 늘어 전체 모집 인원 대비 64%에서 66.7%로 2.7% 증가한 반면 정시모집 인원은 2015학년도보다 1만 1558명 감소했다. 수시 중에서도 학생부 전형(교과, 종합)은 전체 모집 인원의 57.4%인 20만 9658명을 뽑아 전년도보다 3.1% 증가했다. 이 가운데 학생부 종합 전형은 2.8%인 8347명 증가해 6만 7631명으로 전체의 18.5%를 차지한다. 학생부 종합 전형이 증가한다는 것은 대학에서 교과(내신) 성적만이 아니라 비교과 부문 및 자기소개서를 통해 심층적으로 학생의 우수성을 검증한다는 뜻이다. 이는 학생부의 내신과 수능 점수의 변별력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한 결과다. 특목고, 자사고 학생이 비교과 활동에서 유리한 점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학교 차원에서 예술, 봉사, 연구, 운동 같은 다방면의 비교과 활동을 지원하고 학생 대부분이 적극 참여하는 면학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구체적인 진로와 관심 분야를 부각할 수 있는 소논문 작성에도 유리한 편이다. 이들 학교가 논문 작성에 필요한 연구모임, 학습 프로그램, 전담교사 지도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학생부 종합 전형이 특목고, 자사고에만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쟁이 치열해 교내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건이 훌륭하다고 입시에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열정 없는 비교과 활동을 나열하는 특목고, 자사고 학생들이 적지 않다는 게 대학 평가자들의 얘기다. 한 입학사정관 교수는 “특목고, 자사고 학생이 제출한 10개의 무의미한 스펙보다 지원 분야에 관심을 갖고 한 가지 활동을 주도적으로 꾸준히 한 일반고 학생이 낫다”며 “이미 대부분의 대학이 특목고와 일반고의 교육 여건 차이를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주어진 환경에서 얼마나 충실했는지가 평가 기준”이라고 귀띔했다. 일반고 최상위권 학생이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점도 대입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남녀공학이나 여학교에 비해 비교과 활동이나 교내 대회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남학교에서는 실속을 챙길 수 있다. 또 일반고 역시 대입 변화 경향에 발맞춰 비교과 활동 및 학생부 관리에 신경 쓰는 분위기다. 서울 양천구의 한 일반고 2학년 박모(17)군은 “과학고 대신 일반고를 선택했다”며 “현재 내신 1등급을 유지하고 교내 수학·과학 대회에서 많은 상을 받으며 최상위권 대학 입학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특목고는 수능에서 일반고에 비해 확실한 우위를 보였다. 학업 능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모인 데다 수능 중심으로 공부하는 분위기를 갖췄기 때문이다. 학교는 자체 정기 모의고사를 치러 성적과 취약점을 분석하고, 학생들이 수능에 집중하도록 배려한다. 일부 상위권 외고에는 내신은 4, 5등급이지만 수능에서 1등급을 받아 정시로 상위권 대학에 합격한 학생도 많다. 그러나 이런 추세는 쉬운 수능 기조와 함께 점차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이 어렵고 정시 선발 비중이 높았을 때 특목고가 우위를 점했지만 앞으로는 알 수 없다”면서 “특목고에 진학해 내신 4등급 안에 들 자신이 없다면 내신 1, 2등급을 받을 수 있는 일반고에 가서 학생부 교과 전형을 공략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그렇지만 특목고, 자사고의 진학 지도 경험과 면접 노하우는 여전히 일반고에 비해 우월하다. 교사 이동이 적어 체계적이고 연계적인 입시 정보의 축적과 활용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 같은 특목고, 자사고의 정보력이 면접이나 구술고사 비중이 큰 주요 상위권대에서는 힘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자사고의 한 학생이 상위권 A대학 B학과에 학생부 종합 전형으로 지원한다고 했을 때 이 학교에는 같은 전형 같은 학과로 합격한 선배들의 내신, 비교과 활동, 면접 질문과 답변 등의 정보가 쌓여 있다. 일부 특목고에서는 해당 학과에 합격한 졸업생이 와서 면접 컨설팅을 하기도 한다. 장형우 기자 zangzak@seoul.co.kr
  • 초아 “화장법 방송, 男시청자들 ‘여자에게 군대 얘기하는 것 같다’ 외면”

    초아 “화장법 방송, 男시청자들 ‘여자에게 군대 얘기하는 것 같다’ 외면”

    초아 초아 “화장법 방송, 男시청자들 ‘여자에게 군대 얘기하는 것 같다’ 외면” 그룹 AOA 멤버 초아가 최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화제가 된 사연을 공개했다. 3일 방송된 SBS 라디오 파워FM ‘두시 탈출 컬투쇼’에는 초아가 게스트로 출연해 DJ 컬투와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초아는 최근 마이리틀텔레비전에서 화제를 모은 데 대해 “실시간 검색어 1위에도 오르고 감사드린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초아는 “직업이 가수라 노래만 해도 평타 칠 것이라고 했는데 잘하고 싶어서 이것저것 욕심을 부렸다”라고 설명했다. DJ 컬투는 “백종원 씨는 요릴를 하며 불쇼를 하더라. 초아씨도 다음에는 입으로 불쇼를 해봐라”고 조언해 웃음을 자아냈다. 초아는 1위를 못한 이유에 대해 “화장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많은 분들이 접속을 끊으셨다. 고양이 화장법을 전수했다. 남자 시청자들이 대부분이라 ‘여자에게 군대 얘기하는 것과 같다’라는 반응을 보이셨다. 초아 연관검색어에 화장법이 있어서 많은 분들에게 알려드리고 싶었다”라고 해명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北, 진정성 있는 대화땐 협력”… “日, 위안부문제 꼭 풀고 가야”

    “北, 진정성 있는 대화땐 협력”… “日, 위안부문제 꼭 풀고 가야”

    박근혜 대통령은 1일 집권 후 세 번째 맞은 3·1절 기념사에서 북한에는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대화 재개를 강조했다. 이 때문인지 핵이나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강도 높은 발언은 자제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역사교과서 수정움직임을 비판하면서 일본의 태도변화를 거듭 촉구했다. 박 대통령은 분단 70주년인 올해 남북 간 대화 재개를 국정 핵심과제로 삼은 만큼 비교적 온화한 대북 메시지를 보냈다. 당장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추진과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한 통일준비 등을 언급하며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공동 번영과 평화의 길로 가는 데 있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박 대통령은 또 북한은 더 이상 남북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대화와 변화의 길로 들어선다면 모든 협력의 길이 열려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말 정부가 당국 간 대화를 제의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대화를 거부하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이 때문인지 북한 핵 문제에 대해서도 “더 이상 핵이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는 기대에서 벗어나 주민의 삶을 개선하고 평화와 체제 안정을 보장받을 수 있는 개방과 변화의 길로 나오라”며 짧게 언급했다. 박 대통령은 오히려 이산가족 상봉 및 교류와 철도복원사업 등 민간교류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민족 동질성 회복에 기여하는 순수 민간교류를 적극 장려할 것”이라며 “우선 남북철도의 남측 구간을 하나씩 복구하고 연결하는 사업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제의에 북한이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당장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1면 사설에서 “통일대박론이나 통일헌법 조작 놀음으로는 북남관계와 조국통일과 관련한 어떤 문제도 민족 공동의 이익에 맞게 해결할 수 없으며 오히려 체제 대결만을 심화시킬 뿐”이라면서 “남조선 당국은 기만적인 대화타령을 걷어치우고 동족끼리 손잡고 북남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실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계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한·일 관계에 대해 박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우선 군위안부 문제와 역사교과서 문제 등을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퇴행적 역사왜곡 움직임에 결코 양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해야 한다”라면서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며 역사에 대한 인정은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알렉시스 더든 미국 코네티컷대 교수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그는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 시도를 비판하며 미국 내 역사학자의 공동성명을 주도한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양국이 미래로 함께 가는 여정에서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역사적 과제”로 규정했다. 위안부 할머니의 평균 연령이 90세에 이를 만큼 고령인 상황에서 이 문제를 일본이 성의 있게 하루속히 풀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올 5월로 예정된 아베 총리의 미 의회 연설과 8월 종전 70주년 기념담화를 앞두고 역사적 진실을 얼버무리려는 것을 용인할 수 없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朴 “北, 더이상 대화 외면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1일 “북한은 더 이상 남북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될 것이며 이산가족 생사확인과 상봉의 정례화, 서신교환 등 이산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협의를 조속히 갖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3·1절 96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히고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 준비는 결코 북한을 고립시키는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고 북한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 나와 공동 번영과 평화의 길로 가도록 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는 사전준비의 일환으로 우선 남북철도의 남측 구간을 하나씩 복구하고 연결하는 사업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관계정상화 50주년을 맞는 한·일 관계에 대해 “이제는 보다 성숙한 미래 50년의 동반자가 돼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나가야 할 때”라면서 “일본이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손잡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또 위안부 문제에 대해 “반드시 풀고 가야 할 역사적 과제”라고 규정하면서 “올해 들어서도 벌써 두 분의 피해 할머니들이 평생 가슴에 맺힌 상처를 치유받지 못한 채 돌아가셨다. 그분의 명예를 회복시켜드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38. 6년 묵은 ‘돌아와요 부산항’으로 복고풍 탄 조용필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38. 6년 묵은 ‘돌아와요 부산항’으로 복고풍 탄 조용필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요즘은 ‘가왕’(歌王)이란 호칭이 남발되는 경향이 강하지만 고유명사로서 우리 가요계 ‘가왕’ 타이틀의 주인공은 단언컨대 단 한 사람, 조용필입니다. 주민등록상 1950년생인 그의 나이, 올해로 66세가 됐습니다. 숱한 명곡과 히트곡을 보유하고 있는 조용필이지만 역시 ‘가왕’으로서 출발점은 ’돌아와요 부산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71년 발표했다가 그냥 묻혀버렸던 걸 1976년 우연찮게 재취입한 곡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조용필 자신은 이 노래 부르는 걸 꽤나 마뜩치않아 했던 모양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당시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조용필 인터뷰 기사입니다. ▒▒▒▒▒▒▒▒▒▒▒▒▒▒▒▒▒▒▒▒▒▒▒▒▒▒▒▒▒▒ [선데이서울로 보는 그때 그 시절] 38. 6년 묵은 노래로 복고풍(復古風) 탄 조용필 -1977년 3월 13일자 가요계에 별난 이단아가 나타났다. 때아닌 복고풍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몰고 온 조용필. 가요팬에겐 낯선 이름이지만 보컬리스트로선 꽤 경력을 지녔다. 1971년 선데이서울이 주최한 제1회 보컬그룹 경연대회서 가수왕으로 뽑힌 일이 있었을 정도니까… 다음은 돌아온 중고신인 조용필의 음악적 산책. “꽃피는 동백섬에 봄은 왔건만….” 이렇게 시작되는 조용필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황선우 작사 작곡)이 요즘 전국을 석권하고 있다. 트로트 멜로디에 고고 리듬으로 편곡된 이 노래는 다소 흐느끼는 듯한 허스키의 목소리로 불려지고 있는, 마치 흘러간 노래를 듣는 듯한 복고풍의 무드. 별로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없는 데다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자신이 ‘뽕짝’(트로트)이라 해서 외면하던 곡. 이 노래는 또 서울서부터 히트돼 전국으로 번지는 통례를 깨고 부산 다방가에서부터 히트되어 서울로 북상, 전국을 누빈 지방 출신의 히트곡이기도 하다. 부산에서부터 히트를 한 이유를 조용필은 “부산항이라는 지명이 곁들여졌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기도. 이 노래는 조용필이 이미 1971년 아세아레코드에서 취입했던 곡이다. 디스크까지 내놓았으나 녹음이 잘 안된 불량음반이어서 방송에서 틀지를 못해 사장됐던 노래다. 이 노래가 다시 햇볕을 보게 된 것은 조용필이 지난해 6월 킹레코드와 인연을 맺으면서다. 이 레코드사에서 독집 디스크를 내놓기로 한 그는 회사 측의 권유로 ‘뽕짝’도 한 곡 넣기로 했다. 그때 떠오른 곡이 바로 이 곡. “사실은 뽕짝이라 다시 부르기 싫었어요.” 대개 팝계열의 가수들은 트로트를 외면하기 일쑤다. 멜로디는 그대로 두고 현대 감각에 맞게 템포만 고고 리듬으로 바꾸어 취입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독집의 타이틀곡이 “너무 짧아”였고 ‘돌아와요 부산항’은 제1면의 두번째 곡으로 깔았다. 그러니까 취입할 때부터 괄시를 받았던 곡이다. 그런데 독집을 낸 지 두 달쯤 지나자 부산에서부터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는데 묘하게도 반응을 보인 게 타이틀곡이 아니라 괄시를 하던 ‘돌아와요 부산항’이었다. “너무 기가 차서 웃음 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돌아와요 부산항’과 비슷한 케이스로는 이미자의 ‘동백아가씨’도 있다. 이 곡도 디스크의 맨 끝 곡으로 수록한 게 히트되어 나중에 다시 타이틀곡으로 내세워 제작했던 것. “실은 30살이죠” 그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이 노래를 불러 일약 유명해진 조용필의 외모에서 풍기는 인상은 앳되다. 166cm의 자그마한 체구에 애송이 같은 인상과 달리 연예계 경력은 자그마치 10년. 경동고를 나온 그는 1967년 미8군 무대에서 기타를 치는 보컬리스트로 데뷔했다. 정릉에 살 때였다고 한다. 한 동네에 살던 미8군 무대의 드럼을 치는 친구의 소개로 미8군 쇼의 대행업자인 한국흥행에 들어갔던 것. 기타는 중학교 때부터 만졌던 악기. 그러니까 취미가 직업이 된 것이다. “처음엔 조금만 하다가 집어치우려고 했었죠.” 그러나 어느새 2년이란 세월이 흘러 공부를 하려고 미8군 무대를 떠났다고 한다. 하지만 몸이 근질근질해서 참지 못했다는 그는 미8군 무대를 나선 지 8개월만에 4인조 보컬그룹을 조직해 일반 무대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당시 국제호텔에 있던 고고클럽이 일반 쪽으로는 첫 무대. 보컬그룹 계열에서 무명에 지나지 않던 그에게 영광의 문이 열리기 시작한 것은 당시 연예협회 산하 연주 분과의 그룹사운드 분실장이던 김대환이 이끌던 3인조의 ‘김트리오’ 멤버가 되면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그 무렵인 1971년 선데이서울이 주최한 제1회 보컬그룹 경연대회에 출전, ‘길잃은 철새’를 불러 가수왕이 된 것. 당시 그를 가수왕으로 뽑았던 심사위원들은 “언젠가는 빛을 볼 유망주”라고 입을 모았다. 늦은 감은 없지 않으나 아무튼 그때의 유망주는 마침내 정상을 달리고 있는 셈이다. 일반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가수왕이 된 뒤로 그는 보컬그룹 계열에서는 스타급 대우를 받으며 밤무대를 누벼왔다. 1974년에는 자신이 리드하는 6인조 보컬그룹 ‘그림자’를 조직, 부산의 살롱에 있다가 1975년 3월에 서울로 올라와 현재 나이트 클럽과 카바레 2곳에 출연하고 있다. 한곡의 히트로 주가가 껑충 오른 그는 요즘 하루 5회 이상의 방송 출연과 밤무대의 일로 어떻게 돌아가는지 정신이 없을 지경이라고 한다. 한달 수입도 30만원에서 50만원으로 뛰었고, 여자팬의 극성에도 시달린다고 한다. “대개 살롱에선 젊은 여자들이, 카바레에선 중년부인들이 프로포즈를 해와요.” 중년 부인들이 웨이터를 시켜 “술 한잔 하자”는 주문을 하고 어떤 여인은 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한번 연락하라”고 유혹해 오기도 한다며 씁쓸한 웃음이다. 그러나 그런 유혹에 단 한번도 빠져본 일은 없다고. “여자 친구는 몇 명 있어요. 하지만 정해놓은 애인은 아직 없습니다.” 동료들간에 퍽 착하다는 말을 듣는 그는 70이 넘은 부모를 모시고 있다. 경기도 화성 태생에 3남4녀중 3남. 주량은 2홉 들이 소주 한병쯤이란다. 아무리 히트곡을 냈다 해도 보컬그룹은 떠나고 싶지 않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정리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신문은 1960~70년대 ‘선데이서울’에 실렸던 다양한 기사들을 새로운 형태로 묶고 가공해 연재합니다. 일부는 원문 그대로, 일부는 원문을 가공해 게재합니다. ‘베이비붐’ 세대들이 어린이·청소년기를 보내던 시절, 당시의 우리 사회 모습을 현재와 비교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 될 것입니다. 원문의 표현과 문체를 살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일부는 오늘날에 맞게 수정합니다. 서울신문이 발간했던 ‘선데이서울’은 1968년 창간돼 1991년 종간되기까지 23년 동안 시대를 대표했던 대중오락 주간지입니다. <편집자註>
  • [서울 방방곡곡에 퍼지는 3·1절 숭고한 의미] 3·1운동 발상지 봉황각 정신 나누고

    [서울 방방곡곡에 퍼지는 3·1절 숭고한 의미] 3·1운동 발상지 봉황각 정신 나누고

    “3·1운동의 발상지인 봉황각을 애국교육의 장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26일 강북구 봉황각에서 만난 이범창(68) 천도교의창수도원장은 “15년간 이곳을 관리했는데 12년 전 강북구청이 3·1 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하기 전까지 정작 발상지가 외면을 받는다는 느낌이 있었다”면서 “봉황각은 1912년부터 1919년까지 483명의 독립지도자를 키워낸 곳이며 3·1 독립혁명을 기획하고 준비한 의미 깊은 곳”이라고 밝혔다. 봉황각은 손병희 천도교 3대 교조가 1910년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자 10년 이내 되찾겠다면서 건축했다. 당시에는 심산유곡이었던 우이동에 땅을 사 봉황각과 여러 건물을 완공했지만 현재는 봉황각과 내실만 남아 있다. 독립선언문에 서명한 33인 중 15명이 이곳에서 교육을 받았고 대중화·일원화·비폭력화라는 3·1 운동의 3대 기본원칙도 이곳에서 확산됐다. 서울시 유형문화재 2호이다. 손병희 교조는 이곳에서 “우리가 만세를 부른다고 당장 독립되는 것은 아니지만 겨레의 가슴에 독립정신을 일깨워 주어야 하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꼭 만세를 불러야 한다”는 유명한 설법을 했다. 구는 다음달 1일 ‘제12회 봉황각 3·1독립운동 재현행사’를 개최한다. 오전 10시 흰색 두루마기를 착용한 구청장, 주민대표, 단체대표 등이 민족대표 33인을 추모하는 의미로 도선사에서 타종식을 한다. 이후 길놀이 및 태극기 거리행진을 연다. 흰색 저고리·검정 치마·농민복 등을 입은 학생 자원봉사자 900여명이 우이동 솔밭공원에서 봉황각까지 이동하며, 도선사 타종식에 참여한 주민들은 도선사에서 봉황각까지 태극기를 휘날리며 걷는다. 이들은 봉황각 수련원에서 만나 독립선언서 낭독, 3·1절 노래, 만세삼창 등의 본행사를 하게 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데스크 시각] 폐쇄회로 TV가 만병통치 ‘약’인가/한준규 사회2부 차장

    [데스크 시각] 폐쇄회로 TV가 만병통치 ‘약’인가/한준규 사회2부 차장

    “여기 폐쇄회로(CC)TV의 사각지대가 어디예요.” 올해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어린 자녀를 맡기는 부모들이 상담을 마치고 꼭 묻고 가는 이야기란다. 지금 보육 현장에는 ‘불신’의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부모도, 교사도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아이 옷에 초소형 녹음기를 몰래 넣어 보내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현장 교사도 아이를 안아 주지 못하겠다고 아우성이다. 현장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정부와 정치권은 지난달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영상이 공개된 뒤 성난 여론을 달래기 위해 CCTV 카드를 빼들었다. 지난 2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전국 모든 어린이집 CCTV 설치 등 영상정보 처리기기 설치를 의무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영상을 60일 이상 보관해 아동 학대가 의심될 경우 해당 아동의 보호자나 공공기관이 CCTV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오히려 불신을 키우는 꼴이다. 정부와 정치권을 빼고 모든 국민이 한숨만 쉬었다. 몸에 퍼진 암으로 피가 흘러나오는데 그저 반창고를 붙이는 격이다. 정부가 가시적인 성과에 집착,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필요 예산을 어떻게 편성할지, 면적당 몇 개를 설치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세부 방안도 추후 논의로 미뤘다.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다. ‘아이를 낳으면 국가가 키워 주겠다’던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사라졌다. 마치 어렸을 때 동네에 가끔씩 찾아와 ‘이 약 한번 먹어봐~ 치통, 위통, 방통 모든 병이 한 방에 나아~’라고 떠들던 약장사 아저씨처럼 상습적인 폭행과 상한 급식, 비싼 보육료 등 모든 문제를 CCTV로 해결할 듯한 기세다. 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도 CCTV가 달려 있는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CCTV가 근본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 두루뭉술한 해결 방안이 아니라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 턱없이 낮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과 보육 교사의 처우 개선, 양질의 보육 교사 육성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1980년대부터 보육 문제를 ‘민간’에 떠넘겼다. 그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어린이집 4만 3000여곳 중 국공립 어린이집은 2489곳으로 5.4% 수준에 그쳤다. 선진국의 50%가 넘는 비율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박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공립 어린이집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78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올해 모든 것을 투자하기는 힘들지만 최소한의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부모들을 안심시키는 길이다. 보육 교사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도 빨리 개선해야 한다. 화장실 갈 시간도 없는 그들의 고충을 덜어 주지 않는다면 양질의 보육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 자녀를 사랑하는 교사들이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지원이 절실하다. 보조교사 지원과 근무시간 개선 등 정부가 시급히 처리해야 할 숙제다. 하지만 정부는 모든 문제를 3~4월에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예산 확보 여부가 불투명해 올해 당장 시행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런 식으로는 우리 보육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늦더라도 박 대통령의 약속을 믿을 수 있으면 좋겠다. 최소한 안심하고 자녀를 맡기고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모든 국민은 바라고 있다. hihi@seoul.co.kr
  • [문화마당] 디지털 감수성/김경주 시인

    [문화마당] 디지털 감수성/김경주 시인

    인문학 운동이 열풍이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세계와 동떨어지지 않으려면 매일 최신 버전을 찾아야 한다. 눈을 뜨면 보안 시스템을 확인하고 결제 시스템을 통해 생활과 감수성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업데이트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개발 능력은 세계에 흩어진 정보의 교환 체계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리의 일상과 환경은 여전히 가장 중요한 본질인 인간의 영역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이웃에게 달려가 한시라도 업데이트를 놓치면 인간의 영역에서 소외되고 인간의 문제에 불감증을 겪을 수 있으니 늘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가들 역시 시대의 징후에 불감증을 가져서는 안 되는 자들의 창조적 에너지와 다르지 않아 자신의 창작물에서 동시대성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인류가 오랫동안 고민해 온 문제들을 우리는 디지털 공동체 ‘SNS’ 안에서 밤새도록 털어놓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우리는 현실보다 더한 실감으로 현실을 체험하고 소통하는 듯하다. 20세기 초 SF소설에 등장하던 ‘증강현실’이 일상화돼 있는 것이다. 사회와 환경 문제 역시 인류는 시스템으로 그럭저럭 해결하고 있는 듯하다. 하루의 일상은 간단하게 요약하면 휴대폰 충전에서 방전까지의 시간이며, 잠들기 전 다시 충전으로 마무리될 수 있다. 눈을 뜨고 일어나 ‘보안’과 ‘결제’와 ‘업데이트’를 하다 보면 잠자리에 든다. 이 정도면 하루를 잘 구축(업데이트)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친절한 환경에 얼마나 교감하고 있을까? 분명 우리의 현실은 디지털 생태계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영역까지 확장됐고 조밀하게 서로에게 연결돼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성이 그만큼 증대됐을까? 그 현실성은 인간의 생명과 닿아 있는가? 증강현실은 분명 우리의 이웃이라고 말할 만큼 우리와 교감하고 있을까? 이러한 디지털 감수성이라고 부를 만한 교감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주창하는 것이 인문학 운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편리와 속도는 오히려 우리의 교감 신경을 파괴하며 우리의 정신 능력을 파괴할지 모른다는 묵시론적 세계관을 깔고 있다. 왜 디지털 시대에 인문학적 성찰이 중요한지를 역설하는 일은 이제 도시 전체에 바이러스처럼 뻗어 가고 있다. 전후 엉망이 돼 버린 세계의 질서를 바꾸고자 새롭게 역사의 반성을 고찰했던 68혁명의 혈류엔 인간의 문제에 대한 세 가지 지평이 공유돼 있다. ‘첫째, 시민은 평생 세계의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애써야 한다. 둘째, 시민은 평생 정치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셋째, 시민은 평생 문화의 새로움과 창조적인 다양성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가 여기에 해당한다. 진정한 공동체는 인간의 문제를 함께 고백할 수 있어야 하며 상실된 언어를 복원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세계는 이를 실천하기 위해 삶의 현장에서 분투했고 고답과 질서에 투쟁했고 건강한 운동을 만들어 갔다. 그들에게 인문학 운동은 고급 독서와 지적 허영을 채우고 오피니언 리더가 돼 지배력을 갖는 수단이 아니었다. 감각과 속도는 인류를 진성보다 가성의 시대로 더욱 몰아가고 있다. 키보드 워리어들이라고 부르는 자들의 진정성은 SNS에 넘쳐나지만 그들에게 시대의 건강성을 공유할 만한 자세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이들은 종이로 된 책의 질감보다 아이패드의 터치 감각을 빠르게 익혀 간다. 우리가 설계한 디지털 감수성을 수혈받은 아이들은 또 다른 괴물이 돼 어느 날 우리 앞에 등장할지 모른다.
  • 가시와만 만나면… ‘가시밭길’ 전북

    가시와만 만나면… ‘가시밭길’ 전북

    지난해 K리그 챔피언 전북 현대가 2015 시즌 개막전이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무승부로 돌아섰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은 24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E조 홈 1차전에서 가시와 레이솔(일본)에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최근 이 대회에서 가시와에 당한 4연패 수모를 털어내는 데도 실패했다. 전북은 가시와에 2012년 조별리그 두 경기, 2013년 16강전 홈·원정경기에서 모두 쓴잔을 들었다. 에두를 최전방에 세우고 에닝요, 한교원으로 좌우 날개를 펼친 전북은 초반부터 가시와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였지만 잇단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돌아섰다. 초반 이재성의 헤딩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역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는 바람에 골로 인정되지 않았다. 후반에도 공세는 계속됐지만 골은 터지지 않았다. 전북은 후반 11분 정훈 대신 레오나르도를 넣어 공세를 강화했지만 가시와의 골문을 여는 데는 별무소용이었다. 37분 레오나르도가 골키퍼와 맞섰지만 슈팅이 허공으로 치솟고 에닝요가 41분 때린 중거리포도 골대를 외면했다. 슈팅 수 16-5, 유효슈팅 9-1로 가시와에 앞서고도 무려 13차례의 오프사이드에 발목이 잡혔다. 한편 성남FC는 태국 부리람의 뉴아이모바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와의 F조 1차전 원정에서 1-2로 패했다. 지난해 FA컵 우승팀 자격으로 3년 만에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 무대에 복귀한 성남은 지난해 태국 프리미어리그 챔피언 부리람에 초반부터 조직력이 흔들리면서 연속골을 내줬다. 성남은 후반 42분 황의조가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상대 선수의 발을 맞고 자책골을 되면서 간신히 영패를 면했다. F조의 광저우 부리(중국)는 일본 오사카 원정에서 감바 오사카(일본)에 2-0 승을 거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광장] 창조경제 길을 잃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창조경제 길을 잃다/오일만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 2년 동안 창조경제는 대한민국의 화두였다. 집권 초부터 모호한 개념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이를 전담하는 청와대 미래전략수석도 최순홍-윤창번-조신으로 이어지면서 세 명째를 맞고 있다. 현 정부 들어 창조 관련 조직과 직위를 70여개나 신설할 정도로 강력한 의지를 과시했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경제성장의 동력을 만들겠다는 착상은 훌륭했지만 현실에 접목하기는 그리 녹록지 않은 탓이다. 지난 2년간 우여곡절 끝에 창조경제는 15개 대기업이 전국 17개 시·도의 중소·벤처기업을 1대1로 지원하는 창조경제혁신센터(창조센터)가 중심이 되는 청사진을 내놨다. 창조센터는 상반기 내에 모두 문을 열고 금융·법률·사업컨설팅 등 원스톱 지원 체제를 갖추게 된다. 대기업의 기술과 노하우를 중소기업에 전수하면서 지역별 특성에 맞춰 창조적 사업을 발굴해 경제 체질을 바꾼다는 야심찬 구상이다. 포장은 그럴듯한데 어딘지 번지수가 잘못된 느낌이다. 정부가 선두에서 밀어붙이고 대기업이 따라가는, 개발 연대에나 가능한 모양새로 보인다. 대기업과 벤처기업은 체질과 작동원리가 분명히 다름에도 억지로 끼워 맞춘 그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우선 대기업들은 정권 차원에서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창조센터를 맡았지만 능동적인 의지는 별로 없는 듯하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하면 다음 정권에서 창조경제가 어찌 될지를 계산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명박 정권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이나 녹색성장 정책이 어떻게 종말을 맞았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대기업이다. 모 대기업 간부의 말을 들어 보자. “지난해 말 갑자기 새로운 사업(창조센터)을 하게 돼 일단 해당 계열사의 사회공헌 예산을 사용하게 됐다. 발대식에 대통령이 오시기 때문에 전력투구했지만 행사가 끝나면 어떻게 진행시킬지 막연할 뿐이다.” 상당수 대기업들은 유망 벤처를 발굴하거냐 육성하는 데도 익숙지 않다. 대기업들은 하청·중소기업들의 유망 기술을 가로채거나 도용하는 데 탁월한 기술이 있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의 속성상 선의의 지원 체제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행으로 봐서 쓸 만한 아이디어나 기술이 있으면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벤처기업을 종속 하청의 구조로 이끌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대기업과 하청업체 사이에서 첨단 기술 도용 등을 이유로 형사 고소로 가는 논란이 곳곳에서 재연될 여지는 많다. 일자리 창출에 모든 정책의 방점이 찍히면서 창조경제 역시 시간이 걸리는 생태계 조성이나 체질 개선보다는 성과 위주로 방향을 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창조경제 전도사를 자처하며 생태계 구축에 애를 썼던 ‘윤종록 차관-윤창번 수석’의 동반 퇴임도 이런 맥락에서 보는 시각이 있다. 무엇보다 창조경제가 길을 잃고 있다는 신호는 본질을 외면하고 정치성 짙은 이벤트로 전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창조의 본질은 혁신에 있고 혁신의 핵심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의식에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혁신의 생태계 속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싸우면서 실패를 거듭하며 자생력을 갖추는 것이 벤처의 길이다. 벤처 창업 국가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스라엘이나 노르웨이 등 이른바 창조경제 선진국들의 혁신형 창업 비율이 90%에 달하는 것도 이런 문화 때문에 가능하다. 한두 차례 실패의 아픔을 겪고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 정부의 할 일이다. 한번 실패하면 영원한 낙오자가 돼야 하는 우리의 기업 문화 속에서 한국판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가 탄생하기는 요원한 일이다.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이 교사나 공무원 등 안정적인 직업에 몰리고 취업에 실패한 젊은이들이 커피점 등 생계형 창업에 내몰리는 사회에 창조가 깃들 공간은 없다. 대선용 공약으로 잉태했다가 관료들과 대기업에 의해 육성되는 창조경제는 애초부터 내재적 한계성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남은 3년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는 순간부터 녹색과 동반성장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백년대계를 위해 창조의 씨앗을 뿌리는 그런 자세와 의지야말로 국민들의 박수를 받게 될 것이다.oilman@seoul.co.kr
  • [PGA] 우승 놓친 배상문, 공동 8위 ‘아쉬운 기회’… 2타차로 연장 불발

    배상문(29)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014-2015 시즌에 또한번 찾아온 우승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배상문은 23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리비에라 컨트리클럽(파71·7349야드)에서 열린 노던트러스트 오픈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전반에 버디 2개를 잡고 선두 추격에 나섰지만 후반에 3타를 잃어 버렸다. 합계 4언더파 280타를 친 배상문은 2타가 뒤져 연장전에 나가지 못하고 공동 8위에 올랐다. 배상문은 이번 시즌 8개 대회에 출전, 우승 한번을 포함해 톱10에 네 차례에 들었다. 재미동포 제임스 한은 합계 6언더파 278타를 쳐 폴 케이시(잉글랜드), 더스틴 존슨(미국)과 연장전에 들어갔다. 병역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상황에서 PGA 투어를 강행하고 있는 배상문은 선두에 3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를 출발, 맹추격을 벌였다. 7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하던 배상문은 8번홀(파4) 러프에서 친 두 번째 샷을 홀 2m에 붙여 마지막 라운드 첫 버디를 잡아내면서 추격의 신호탄을 쐈다. 배상문은 9번홀(파4)에서도 4.5m 거리의 내리막 경사에서 다시 버디 퍼트를 성공, 공동 선두로 올라섰지만 11번홀(파5)에서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 깊은 러프에서 친 세 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올려 파는 무난한 듯했다. 그러나 1.2m를 남기고 친 파퍼트가 홀을 빗나가 보기를 적어냈다. 12번홀(파4)에서는 그린 주변에서 벙커와 벙커를 전전하다 다시 1타를 잃어버렸다. 하지만 선두권 선수들이 줄줄이 타수를 잃어버리면서 1타차로 추격하던 배상문에게 동타를 만들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17번홀(파5)에서 벙커에서 친 세 번째 샷을 홀 3.5m에 떨어뜨렸지만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했고 18번홀(파4)에서 보기를 적어내면서 대회를 마쳤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박근혜정부 3년차 (상) 정치분야] 불통·수첩인사가 국정 발목… 국민대통합 부문 ‘낙제 수준’

    [박근혜정부 3년차 (상) 정치분야] 불통·수첩인사가 국정 발목… 국민대통합 부문 ‘낙제 수준’

    박근혜 정부 2년간 정치 분야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리더십과 소통을 통해 국민대통합·정치쇄신을 이뤄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은 아직도 출발선에 서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의 시각이다. 집권 1년차는 국정원의 대선 댓글 파동 및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공개 사태, 지난해는 세월호 사고로 얼룩졌고 국정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상당 부분은 수첩인사 등 박 대통령 특유의 폐쇄적인 국정운영 방식이나 소통 스타일에서 사태가 악화됐다는 지적이 많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야당의 국정운영 파트너십도 형편없지만 지금까지 박근혜 정부는 ‘졸작 정부’”라고 평가하면서 “국민의 목소리에 즉각 반응해야 하는데 국민을 설득의 대상으로 인식한 게 가장 큰 패착”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국민 요구에 대응해야 할 시점에 한 템포씩 느렸다. 총리를 갈아야 하는 데 1년 넘게 버텼고, 청와대 비서실장도 국민 요구가 비등하니 교체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까지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내치 분야 성과를 굳이 꼽으라면 소위 ‘종북세력’의 축출 또는 통합진보당 해산 정도”라면서 “이마저도 이념 노선별로 평가가 엇갈리는 부분이라 긍정적인 평가로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고질적으로 지적되어 온 박 대통령의 불통이 민심과는 동떨어진 상황 인식, 인사 실패를 불러온 만큼 집권 중반기를 맞는 지금 바뀌지 않는다면 남은 3년도 어둡다는 전망이 공통적이다. 특히 국민대통합 부문은 박 대통령이 앞세웠던 공약이었지만 집권 이후 외면하면서 낙제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 관련자·유족 명예회복과 보상·예우’ 등 한두 가지 정책 실현만으로 상징적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지난 17일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 20대 분야 674개 세부공약 이행을 분석한 결과도 다르지 않다. 미이행·후퇴 공약 비율을 보면 정치쇄신(17개) 94%(16개), 국민대통합(5개) 100%, 검찰개혁(19개) 84%(16개), 정부개혁(27개) 77%(21개) 등 정치 분야가 다른 분야보다 월등히 부진했다. 남은 3년간 과제는 자연히 소통을 통한 국민대통합과 정치 쇄신, 공공개혁, 부패 방지 등이 우선순위에 올랐다. 특히 대국회 관계는 당·정·청 협력은 물론이고, 여야 영수회담을 부활해 정례화하는 등 입법부와 야당에 진심으로 손을 내미는 자세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증세·복지 논쟁 등 국민적 이슈를 대통령이 당·청 회동 및 여야 영수회담을 통해 정책 협조를 구하고 때로는 토론하며 입법적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富] “빈부 기사 읽기 싫을 만큼 분노 치밀었다” “두 개의 나라로 느껴질 만큼 격차 커졌다”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 貧&富] “빈부 기사 읽기 싫을 만큼 분노 치밀었다” “두 개의 나라로 느껴질 만큼 격차 커졌다”

    서울신문은 지난 16일 서울신문사 회의실에서 ‘2015 대한민국 빈부 리포트’와 관련해 독자권익위원들이 독자 입장에서 취재팀에 궁금증을 질의하는 청문회 형식의 자리를 마련했다. 서울신문 독자권익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청수 연세대 행정대학원 겸임교수, 권성자 ‘책 만들며 크는 학교’ 대표, 박준하 전 이화여대 학보사 편집장이 질의에 나섰고 서울신문 특별기획팀의 김상연 팀장, 이두걸·유대근·송수연 기자가 답변했다. 권 위원 이번에 빈부 리포트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김 팀장 지난해 화제가 된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을 읽으면서 과연 우리나라의 빈부 격차 실상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책에 나오는 수치가 아니라 실생활을 취재해 독자들에게 보여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부자나 빈자의 생활상을 따로따로 단편적으로 다룬 기사는 있었지만 두 계층을 정식으로 낱낱이 비교해 심도 있게 드러낸 기사는 없었다. 이 위원 부유층과 빈곤층의 삶을 대조해 생중계하듯 보여 줬는데 기자들의 목소리와 전문가 해석이 매회 곁들여지지 않아 아쉬웠다. 김 팀장 기존 기획기사들과 차별화하고 싶었다. 처음부터 기자가 원인을 분석하고 해법을 몰아가는 관습적 방식을 버리고 겸손하게 팩트를 있는 그대로 소개함으로써 독자들에게 판단 기회를 주자는 의도였다. 그래서 분석과 해법 소개를 시리즈 말미로 미룬 것이다. 박 위원 기사에 등장한 빈곤층과 부유층의 사례가 너무 극단적인 것은 아닌가. 김 팀장 극과 극을 알아야 우리가 처한 위치를 정확히 분석하고 해법을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유 기자 내가 직접 구걸에 나섰던 ‘걸인 체험’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가장 공감을 많이 산 내용이 무엇이었을까. ‘하루 종일 구걸로 1만 3110원 벌었다는데 폐지 줍는 분들보다 많이 버셨네요’라는 댓글이었다. 우리는 극단적 상황을 보여 주려고 했는데 현실은 더 극단적이고 절박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권 위원 독자들로부터 직접적으로 받은 반응이 많았나. 송 기자 많았다. 돈이 없어 화장품을 안 쓰는 주부의 사연을 보도했는데, 그 기사를 보고 한 독자가 회사로 전화를 걸어와 “화장품을 보내 주고 싶다”고 해 빈곤층 주부에게 전달해 줬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교육과 교수와 학생들이 기사에 소개된 빈곤층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권 위원 빈부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가치중립적으로 전달하고 싶었다면서 매회 보도 직후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는 식의 후속 기사는 왜 썼나. 취재진의 의도가 드러난 것 아닌가. 김 팀장 독자들이 표시하는 온정적 반응도 뉴스라고 판단해 보도했다. 그런 후속 보도가 의도를 드러내지 않겠다고 한 취지에 어긋난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다. 박 위원 나는 오히려 시리즈 중간에 독자의 의견을 전달하는 후속 기사를 보면서 기자들이 하고 싶은 얘기가 뭔지 가닥이 잡혀 좋았다. 후속 보도 중 지방의 한 고등학교 교사 인터뷰가 있었는데 “최저임금을 올리면 사교육에 목매는 구조가 바뀔 것”이라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이 위원 기사에서는 상위 1% 부유층의 기준을 금융자산 10억원을 포함해 개인 순자산 40억원 이상, 연소득 1억 5000만원 이상으로 잡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땅값이 비싸 순자산 40억원을 가진 ‘부동산 거지’들도 많다. 이 기자 우리가 자의적으로 만든 기준은 아니다. 누구를 부유층으로 볼 것이냐를 판단할 때 순자산과 금융자산이 핵심이다. 기준을 10억원으로 정한 건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부유층 여부를 가릴 때 금융자산 100만 달러(약 10억원)를 기준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금융자산 10억원을 가졌다면 실제로는 상위 0.6~0.7% 안에 들겠지만 부유층 기준을 최대한 엄격히 하자는 취지로 10억원을 상위 1% 기준으로 삼았다. 이번에 상류층 취재를 하면서 느낀 건 우리 주변에 이 기준을 충족하는 상류층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이다. 박 위원 부유층은 상위 1%로 잡았는데 절대빈곤층은 왜 하위 9.1%를 대상으로 삼았나. 유 기자 원래는 상위 1%와 하위 1%를 비교하려고 했다. 하지만 하위 1%를 뽑는 건 통계적으로 어려웠다. 한 가구의 소득 수준은 세금을 낸 기록을 통해 알 수 있는데 벌이가 거의 없는 극빈층은 세금은 내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최저생계비(4인 가족 월소득 166만 8329원) 이하의 절대빈곤층을 대상으로 하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뿐 아니라 ‘송파 세 모녀’처럼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 등으로 수급권이 없는 매우 가난한 사람들까지 절대빈곤층으로 본 것이다. 이 기자 빈곤층을 직접 만나 보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보다 차상위계층이 더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50만원이라도 수급비를 받으면 어떻게든 먹고사는데 차상위계층은 소득이 한 달에 10만원 이하인 경우도 있고 어떤 사람은 노령연금이 안 나와서 한 달 동안 라면만 먹었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차상위계층의 빈곤이 심각했다. 그래서 기초생활수급권자뿐 아니라 그분들도 절대빈곤층에 넣어야 합리적일 것으로 봤다. 권 위원 내 주위의 50대들이 빈부 리포트 기사를 보면서 “분노라는 감정이 먼저 들었다”고 얘기하더라. 일찌감치 강남에 집을 샀으면 기사에 나오는 부유층과 비슷하게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심정에 “분노가 솟구쳐 기사를 읽다가 보기 싫어지더라”는 반응이 있었다. 현장을 취재한 기자들은 상위 1%에 대해 어떤 감정이 들었나. 송 기자 김호기 연세대 교수도 지금 우리 사회를 ‘분노사회’라고 규정했다. 취재를 하면서 생활 하나하나를 뜯어 보니 ‘대한민국에 두 개의 나라가 존재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예상보다 빈부 격차가 심했다. 개인적으로는 분노보다는 박탈감을 느꼈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부자 체험을 하면서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정말 나와 다른 세계에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내 몸짓이 그 공간에서 이질적으로 보일까 걱정이 될 정도였다. 유 기자 이 기획을 준비하면서 우리는 화려한 부유층 생활상만 관심을 끌고 빈곤층 기사는 안 읽히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했다. 그런데 막상 보도가 시작되자 부유층 기사보다 빈곤층 기사가 훨씬 많이 읽혔다. 현장에서 만난 극빈층을 이해하는 키워드는 ‘분노’보다는 ‘무력감’이었다. 삶이 워낙 고달파서 ‘왜 나는 아등바등 사는데 가난할까. 구조적 원인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자체를 안 하는 이들이 많았다. 김 팀장 부유층 기사에 달린 댓글 중에는 ‘왜 이런 기사를 써서 화나게 하느냐’는 의견이 많았고 빈곤층 기사에는 ‘우울하게 왜 이런 기사를 쓰느냐’는 댓글이 많았다.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는 어쩌면 빈부 격차의 현실을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일 수도 있다. 알지 못하면 해결할 수 없다. 프랑스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배고픔을 호소하는 백성들에게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고 말했다는 것도 빈곤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 아닐까. 이 기자 빈부 리포트 이후 한국 언론이 추가로 짚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 위원 빈부 격차에 대한 사회적 분노를 완화할 수 있도록 대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권 위원 상·하위 1% 간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찾아보는 게 중요할 듯하다. 우리 국민 중 다수가 중산층이라고 본다면 이 중산층이 양 극단의 1% 사이에서 소통의 이음새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만 맡기지 말고 국민끼리 소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으면 한다. 박 위원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을 부각시켜 정책적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유도해 줬으면 좋겠다. 정리 원유빈 인턴기자 jwyb12@seoul.co.kr
  • 잊혀진 할리우드 톱스타 브로드웨이서 다시 날까

    잊혀진 할리우드 톱스타 브로드웨이서 다시 날까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 리건 톰슨(마이클 키튼)은 막다른 곳에 몰려 있다. 슈퍼 히어로인 ‘버드맨’ 시리즈 영화로 쌓았던 십수년 전 과거의 명성과 대중의 관심은 옛이야기다. 화려함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은 그를 더욱 절박하게 만든다. 절치부심하며 그가 준비하는 것은 연극 무대다. 브로드웨이 연극을 발판 삼아 잊혀진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물론 멀어져간 인기, 명성, 부를 되찾고자 하는 세속적 욕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연기자의 길을 선택했던 아련한 초심을 되찾고 싶은 마음도 그를 더욱 채찍질한다. 현실이 녹록할 리가 없다. 하이에나 같은 연극 비평가들이 있고, 이미 연극판에 자리 잡은 터줏대감이 있다. 늘 불안하기만 한 삶은 이런 이들과의 갈등만으로도 벅차다. 여기에 홀로 있는 시간이면 자신이 한때 대단한 배우였다는 자의식이 똬리 틀고 있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치민다. 하늘을 날 수도 있고, 주변 물건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슈퍼 히어로의 초능력을 부여해주면서 비루한 현실을 박차고 나오라고 유혹한다. 이제 그의 선택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 영화 ‘버드맨’은 20여년 전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다가 최근 별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마이클 키튼의 실제 삶을 닮았다. 톰슨은 팬들의 환호성을 갈망하면서도 정작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시스템(SNS)은 외면한다. 젊은 애인이 임신 소식을 전하자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려 겁쟁이라는 비난을 자초한다. 브로드웨이에서 인정받는 스타급 배우 마이크 샤이너(에드워드 노튼)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를 추구해야 한다고 지청구를 늘어놓으며 쇠락한 왕년의 할리우드 스타와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기싸움을 벌인다. 무대 위에서 진짜 술을 마시고, 연극 무대의 침대 위에서 여배우에게 추근대는 등 괴팍한 짓도 서슴지 않는다. 할리우드의 상업성에서 비껴 서있다는 자부심과 우월감이자 무비스타들이 누리는 인기와 명예에 대한 깊은 곳의 질투심이다. 영화는 영화, 연극 등 연기예술가의 삶을 담은 ‘메타 연기예술’이다. 또한 할리우드 상업 영화에 대한 연극 무대의 신랄한 비판이자 생살여탈권을 쥔 판관 쯤으로 행세하는 비평가들에 대한 창작자, 연기자들의 통쾌한 반란이다. 마지막 대목에서 그는 분장실로 찾아온 헤어진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고백한다. “누군가 자꾸 나에게 말을 걸어.” 뜨거운 키스를 나눈 뒤임에도, 혹은 그 뒤이기에 대답은 더욱 매몰차다. “지금 그 말, 못 들은 걸로 할게.” 선택은 명확해졌다. 모든 것을 깨달은 듯한 표정으로 마지막 무대로 향한다. 무대 위에서 “내가 왜 사랑을 구걸해야 하지?”라고 중얼거린다. 톰슨은 샤이너 앞에서 보란 듯이 탕, 한 방의 진짜 총을 스스로 쏘고 쓰러진다. 관객들은 기립박수로 환호하고, 독설의 평론가는 퇴장하고, 샤이너는 당황한다. 그리고 영화는 다시 이어진다. 영화 형식은 특히나 놀랍다. 컷의 분리가 없는 롱테이크다. 알레한드로 이냐리투 감독은 거의 대부분 영화 분량을 한 컷으로 담아내기 위해 모든 촬영의 청사진을 미리 만들고, 카메라를 마치 하나의 배우처럼 적재적소에 배치해 리허설을 진행했다. 뉴욕 브로드웨이 42번가와 타임스퀘어를 마치 하나의 거대한 연극무대인 듯 넓게 써나간다.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서 무대가 바뀌고, 바뀐 무대에 새로운 배우가 등장하고, 공간의 제약이 있을 때는 현란하면서도 신비로운 카메라 워킹으로 화면의 연속성을 끊어지지 않게 이어간다. 이냐리투 감독은 “시간과 공간의 분리가 영화의 본질이라 생각하고 늘 그렇게 작업해왔는데, 이번 작품에서 이것을 형식적으로 구현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23일(한국시간) 열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 9개 부문 후보로 올랐다. 감독의 실험적 시도와 웅숭깊은 내용의 완결성은 이미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할 수 있겠다. 3월 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박근혜정부 3년차 (상) 외교안보분야] 美·中과 ‘균형외교’ 펼쳤지만… ‘동북아평화구상’엔 美·中 외면

    박근혜 정부 집권 3년차를 맞아 외교 분야는 그나마 평가가 후한 편이다. 주요2개국(G2)으로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가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한쪽으로 쏠리지 않으면서 양국과 균형외교를 잘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오바마·시진핑과는 원만한 관계”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12차례의 순방 외교에 나섰다. 23개국을 공식 또는 비공식으로 방문했다. 단독 방문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으로 한 번 더 방문했다. 김한권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22일 “박 대통령은 지난 2년간 미국과 중국이 대결 구도를 형성할 때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점을 비교적 잘 잡았다”며 “이는 미·중 양국이 한국을 필요로 하는 현상을 잘 이해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미, 한·중 관계가 성과를 거둔 원인을 외교적 지형 변화 외에도 박 대통령의 개인 캐릭터에서 찾았다. 김 센터장은 “박 대통령 개인 특성상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원칙과 신뢰를 강조하면서 양국 지도자의 호감을 얻었다”며 “단순히 전임 대통령의 딸이 아닌 정치인 박근혜의 매력이 양국 지도자에게 먹히면서 좋은 관계를 이어 갈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한·미, 한·중 외교와 달리 일본과의 관계에선 이렇다 할 접점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에 걸맞은 다양한 관계 개선 노력이 있어야 하지만 양측 모두 원칙을 강조하면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아베·푸틴과 관계 돌파구 마련 시급 한·일 정상회담은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가 만난 뒤 2년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부를 자극하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어 이러다가 박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중국을 끌어들여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대화의 물꼬를 트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역사 문제를 둘러싼 인식의 차가 너무 커 이를 극복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4강 중 하나인 러시아 역시 2013년 9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외에는 단독 방문조차도 없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박 대통령이 내세운 대외전략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동북아평화협력구상 등이 집권 3년차를 맞아서도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않는 점에 박한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 관련 당사국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등 사실상 구호만 존재한다는 비판도 있다. 이제훈 기자 parti98@seoul.co.kr
  • [설연휴 놀거리·볼거리] 설레는 연휴, 多 같이 놀자!

    [설연휴 놀거리·볼거리] 설레는 연휴, 多 같이 놀자!

    손꼽아 기다리던 황금연휴, 모두가 고향 앞으로 향하는 시간이다. 모처럼 온 가족이 손잡고 박물관, 전시장을 찾거나 영화 한 편을 같이 보다 보면 더욱 두터워지는 정(情)을 느낄 수 있을 게다. 마루에 둘러앉아 함께 TV만 봐도 마냥 즐겁다.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이 한가득이다. 고향 오가는 길 버스나 기차 안에서 흔들거리며 읽을 수 있는 책도 함께 소개한다. ■ 영화 고향 친구들과는 화끈한 액션! 연로한 부모님과 추억의 복고! 설 연휴 극장가는 코미디영화, 애니메이션, 가족영화, 다양성영화 등으로 다채롭게 꾸려져 있다. 하지만 말 그대로 ‘외화내빈’이다. 쏟아지는 외국영화 사이에서 ‘조선명탐정-사라진 놉의 딸’(조선명탐정2)과 ‘국제시장’, ‘쎄시봉’ 등이 한국영화의 자존심을 내세워 버텨내는 모양새다. 그 와중에 영국 냄새 나는 할리우드 영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와 한국영화 ‘조선명탐정2’가 박스 오피스 맨 윗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모처럼 만난 고향 친구들과 함께 편하게 보기에는 코미디 또는 액션영화가 제격이다. 4년 만에 설 극장가를 다시 찾아온 ‘조선명탐정2’는 코미디에 액션, 어드벤처, 추리극까지 버무려 전편보다 커진 스케일을 자랑한다. 타고난 탐정 기질을 이기지 못해 유배지에서 탈출한 김민(김명민)은 조선 시대 경제를 뒤흔든 불량 은괴 유통사건과 동생을 찾아달리는 한 소녀의 의뢰를 해결해야 하는 두 가지 과제에 도전한다. 1편 흥행에 한몫했던 서필(오달수)의 비중이 대폭 높아졌다. 18일 개봉하는 조니 뎁의, 조니 뎁에 의한 영화 ‘모데카이’ 역시 코미디 케이퍼 필름(범죄영화)을 지향한다. 영어 말장난 등으로 웃음의 정서가 약간 다르다는 비판도 있지만, 몸으로 웃기는 만국 공통 슬랩스틱의 미덕을 품고 있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는 지금껏 봤던 액션 영화의 상투성을 멀리 한다. 첩보영화의 모양새를 띠면서 사회풍자 내용까지 담고 있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볼 영화로는 ‘국제시장’, ‘쎄시봉’ 등이 있다. 1300만 관객을 훌쩍 넘어섰음에도 찾는 이들이 끊이지 않고 있는 ‘국제시장’은 설 연휴 동안에 마지막 관객들이 들어설 전망이다. 부모님들의 신산한 삶을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쎄시봉’은 1970년대 포크 음악의 산실인 음악감상실 쎄시봉을 중심으로 윤형주, 송창식으로 구성된 트윈폴리오에 제3의 멤버가 있었다는 사실에 약간의 허구를 더해 만들었다. ‘70년대 건축학개론’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잔잔하고 따뜻한 포크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아련한 첫사랑의 기억을 소환한다. ‘웰컴, 삼바’는 잔잔하게 볼만한 프랑스 영화다. 오랜 직장 생활에 심신이 지쳐 ‘번아웃 증후군’에 걸린 앨리스(샤를로트 갱스부르)와 불법 거주자로서 불안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삼바(오마 사이)의 특별한 인연과 우정을 그리고 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이 따뜻한 온기를 통해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과정을 의미 있게 그려낸다. 상업 영화에 지친 관객을 위한 독립영화도 있다. ‘꿈보다 해몽’은 관객이 한 명도 들지 않아 무작정 무대를 뛰쳐나온 무명 여배우가 우연히 만난 형사에게 지난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꿈과 현실을 자연스럽게 오간다. 유준상, 신동미 주연으로 이광국 감독의 데뷔작이다. 뿐만 아니다. 긴 연휴 방에서 뒹구는 아이 손을 잡고 극장을 찾아야 할 부모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영화들도 준비돼 있다. 18일 애니메이션 ‘옐로우버드’와 ‘스폰지밥3D’가 개봉한다. 기존에 상영 중인 ‘빅히어로’와 함께 ‘도라에몽’, ‘명탐정 코난’, ‘오즈의 마법사’가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공연 아이랑 손맞잡고 ‘…암탉’ 볼까? 사춘기 아들과 ‘유도소년’ 볼까? 설 연휴 기간 동안 공연계에는 가족들이 함께 볼만한 공연이 풍성하다. 특히 연휴 기간 동안 공연을 관람하거나 가족 단위로 공연장을 찾을 경우 적잖은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뮤지컬 ‘마당을 나온 암탉’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동화를 뮤지컬로 옮긴 것으로, 부모와 어린이들이 함께 즐기기에 제격이다. 양계장에서 폐계(廢鷄) 취급을 받는 암탉 ‘잎싹’이 알을 품어 새끼를 안고 싶다는 꿈을 위해 세상 밖으로 나가는 모험이 펼쳐진다. 배우들은 고난도의 신체 연기로 닭과 오리, 철새, 족제비 등 동물들의 움직임을 생동감 있게 묘사한다. 3인 이상 가족이 예매할 경우 40% 할인받을 수 있다.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3만 5000~7만원. (02)762-0010. 청소년을 둔 부모라면 연극 ‘유도소년’을 권한다. 유도선수인 청소년의 꿈과 방황, 성장 과정을 유쾌하게 그린 대학로의 흥행작이다. 전도유망한 고교생 유도선수 ‘경찬’은 슬럼프에 빠져 방황하고, 전국대회 메달에 운명을 걸고 찾은 서울에서 가슴 아픈 첫사랑을 경험하며 한뼘 성장한다. 메치기, 굳히기, 낙법 등 유도의 각종 기술들이 무대 위를 수놓으며 경찬과 유도부원, 코치, 첫사랑 ‘화영’과 그의 연적인 ‘민욱’ 등이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이 코믹하게 펼쳐진다. 설 연휴 기간 동안 45%, 가족 3인 이상 함께 관람 시 50% 할인된다.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 전석 4만원. (02)744-4331. 뮤지컬 ‘로빈훗’은 영국의 전설 속 영웅인 로빈후드를 소재로 한 화려한 액션 활극이다. 깊은 숲 속에 온 듯한 무대세트 안에서 로빈후드와 의적들의 활약이 펼쳐진다. 현란한 칼싸움과 딱딱 들어맞는 군무, 박진감 넘치는 이야기가 극 초반부터 휘몰아친다. 유준상, 엄기준 등 스타 배우와 규현(슈퍼주니어), 양요섭(비스트) 등 아이돌 가수들이 출연한다.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 6만~13만원. (02)764-7857. 조선후기 작가 미상의 풍자문학을 우리 소리, 몸짓, 놀이로 풀어낸 전통공연예술 ‘배비장전’도 볼 만하다. 제주기생 ‘애랑’에 홀린 ‘배비장’을 통해 양반의 위선과 허세를 해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우리 춤과 음악을 1차원적 무용극으로 풀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호흡에 기초한 몸짓, 장단, 선율, 놀이 등 전통예술의 다채로운 양식미를 살린 게 특징이다. 서울 정동극장, 22일까지, 오후 4시·8시, 4만~6만원. (02)751-1500. 국립국악원은 19~20일 오후 4시, 예약당에서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의기양양’ 공연을 한다. 웅장한 국악관현악을 중심으로 흥겨운 민속춤과 국악 동요, 신명나는 연희 등 다양한 장르의 국악을 한데 엮어 선보인다. 공연 전반부는 ‘오방법고’로 새해를 힘차게 열고 남도민요 ‘성주풀이’로 한해의 무사태평을 기원한다. 후반부는 어린이 음악극 ‘오늘이’를 통해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주인공 ‘오늘이’와 ‘내일이’와 함께하는 ‘명절 동요 배우기’, 무용단의 ‘창작 무용극’, 민속악단의 ‘판굿’이 한데 어우러져 흥을 돋운다. 오후 2시부터는 야외 광장에서 널뛰기, 투호, 굴렁쇠, 짚신 썰매타기 등 전통 민속놀이 체험 행사를 개최한다. 관람료 1만원. (02)580-3300.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전시 긴 연휴 지루하다면…로마제국으로 시간여행 도심 곳곳 전시장에는 온 가족이 즐길 볼거리들이 풍성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기획특별전 ‘로마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가 열린다. 고대 로마제국의 화려한 도시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폼페이 유적을 조명한다. 당시의 생활상을 알 수 있는 예술 가치 높은 벽화들이 대거 소개된다. 베수비우스 화산 폭발의 순간을 담은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감동이 극대화된다. 4월 5일까지. (02)2077-9000.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파리, 일상의 유혹’ 전도 관심을 끈다.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소장품을 통해 현대 디자인과 유행의 근원이었던 18세기 프랑스의 낭만과 화려함을 보여 준다.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시기의 중요 장식예술품, 디자인 오브제 5만여점을 소장한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의 대표 소장품 320여점이 해외 최초로 소개되고 있다. 18세기 파리의 저택을 모티브로 꾸민 전시공간 자체도 특이하다. 해설사들의 설명을 곁들이면 더욱 유익하다. 3월 29일까지. (02)584-7091.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의 ‘밀레모더니즘의 탄생’ 전은 사실주의 거장 장 프랑수아 밀레(1814~1875)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보스턴미술관이 기획한 전시다. 미국과 일본 전시를 거쳐 한국에서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 전시에서는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밀레의 4대 걸작인 ‘씨 뿌리는 사람’, ‘감자 심는 사람들’, ‘추수 중의 휴식’, ‘양치기 소녀’ 등이 국내 최초로 소개된다. 또 밀레와 함께 파리 남쪽의 바르비종과 퐁텐블로에서 활동한 장 밥티스트 카미유 코로, 테오도르 루소, 클로드 모네의 초기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를 화폭에 담았던 밀레 등 바르비종파 화가들을 원 없이 만날 수 있다. 5월 10일까지. 1588-2618. 불운의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작품을 미디어 아트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 주는 ‘반 고흐, 10년의 기록전’은 용산 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에 마련됐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까마귀 나는 밀밭’ 등 고흐가 1881년부터 1890년까지 남긴 350점의 걸작이 최첨단 미디어 기술과 만나 또 다른 감동을 전한다. 전시는 10년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5개 구역으로 구성된다. 모션그래픽 기법, 3차원 공간의 느낌을 살려 주는 3D 기법, 여러 대의 프로젝터를 연동해 만드는 와이드 화면,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영상의 변형 작업을 만들어 내는 컴퓨터그래픽 기술 등 새로운 기술로 재탄생한 걸작을 만날 수 있다. 3월 1일까지. 1661-0207.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박물관 아이들 심심하다면…온 가족 함께 민속놀이 설 연휴 박물관, 고궁, 왕릉 등에선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전통 민속놀이가 펼쳐진다. 우리의 세시풍속을 체험하고 설의 의미도 되새길 수 있어 매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8~22일 ‘설 한마당’을 개최한다. 양띠 해를 맞아 양과 관련된 다양한 민속 체험, 설 세시 체험, 양띠 특별전 등 32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민속 체험에선 양 무늬가 있는 ‘한지 사각쟁반 만들기’, 복스럽고 탐스런 ‘양 인형 만들기’ 등 여러 만들기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설 세시 행사에선 운수대통을 기원하는 토정비결과 윷점 보기, 동물로 점치는 몽골의 새해 운수, 설빔 입기, 전통가옥 오촌댁 안에서의 세배 등 우리 고유의 전통을 체험할 수 있다. 복조리, 연, 귀주머니, 연하장 등 설맞이 만들기 체험과 떡국에 쓰이는 가래떡, 강정 등 설 음식 맛보기 체험도 준비돼 있다. 윷놀이, 제기차기, 팽이치기, 투호 던지기, 고누놀이 등 전통놀이는 가족 대항과 자유체험으로 진행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20일 북청사자놀음의 진수를 보여 준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5호인 북청사자놀음은 15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잡귀를 물리치고 집안과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함경남도 북청 지방의 전통 민속놀이다. 40년 이상 국내외 제례연극제에서 호평을 받은 북청사자놀음보존회가 관객들을 찾아간다. 국립경주박물관 전통놀이체험, 국립광주박물관 부적 찍기 체험, 국립전주박물관 전통공예품 만들기, 국립진주박물관 십이지신 탁본체험 등 전국 12개 지방 소재 국립박물관에서도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경복궁 등 고궁(창덕궁 후원 제외)과 종묘, 조선 왕릉은 19일 하루 무료 개방된다. 평소 예약제로 운영되는 종묘는 18~22일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18~20일 경복궁 함화당과 집경당에서는 전각 아궁이에 불을 피워 온돌을 체험하고 어른에게 세배를 드리는 ‘온돌 체험 및 세배 드리기 행사’가 열린다. 덕수궁과 경기 여주 영릉, 충남 아산 현충사, 충남 금산 칠백의총에선 윷놀이·투호 등 전통 민속놀이가 행해진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책 명절에도 외롭다면…마음의 양식과 동거를 우리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한 해의 시작으로 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설 연휴 책을 읽으며 지친 영혼을 어루만지고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건 어떨까. 요즘 출판가에선 ‘미움받을 용기’가 단연 화제다. 아들러 심리학에 관한 한 일본 최고의 철학자인 기시미 이치로와 베스트셀러 작가 고가 후미타케의 저서로, 아들러 심리학을 ‘대화체’로 쉽게 풀어냈다. 아들러 심리학을 공부한 철학자와 세상에 부정적이고 열등감 많은 청년이 다섯 번의 만남을 통해 ‘어떻게 행복한 인생을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렸다. 아들러는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의 3대 거장’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연휴 기간 지식을 쌓고 싶은 사람들에겐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제격이다. 채사장은 글쓰기,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넓고 얕은 지식’을 알리고 있다.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등 오늘날 모든 이슈를 천일야화처럼 재미있게 풀어냈다. 거칠고 거대한 흐름을 꿰다 보면 세계대전, 경제 대공황 등 개별적 사건들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찾아가며 하나의 의미를 완성한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도 지난해에 이어 꾸준히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100세 생일날 슬리퍼 바람으로 양로원 창문을 넘어 탈출한 ‘알란’의 삶을 담았다. 우연히 갱단의 돈 가방을 손에 넣은 알란이 자신을 추적하는 무리를 피해 달아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코믹하고 유쾌하다. ‘광수생각’의 만화가 박광수가 자신의 인생에 힘이 돼 준 시 100편을 엮은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도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저자는 어설프게 사업을 시작했다가 빚만 떠안았고 밤을 새우며 정성 들여 쓴 책이 독자들의 외면을 받는 등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마다 자신을 붙들어 주는 힘이 된 건 ‘시’였다고 고백한다.릴케 바이런, 칼릴 지브란과 같은 세계적인 시인부터 김사인, 김용택 등 한국 시인에 이르기까지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시들을 담았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일베 어묵 피의자, 어머니 대신 사죄 “자식 잘못 키운 부모 죄다” 사과문에 담긴 내용은..[전문포함]

    일베 어묵 피의자, 어머니 대신 사죄 “자식 잘못 키운 부모 죄다” 사과문에 담긴 내용은..[전문포함]

    ‘일베 어묵 피의자’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를 ‘어묵’에 비유한 김모 씨(20)의 어머니가 아들을 대신해 공개 사과했다. 김 씨의 어머니 조모 씨(49)는 15일 언론사에 아들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보냈다. 조 씨는 사과문을 통해 “하루빨리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똑똑치 못한 엄마였다”며 “유가족 분들, 이 일로 상처가 더욱 깊어질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고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이어 “못난 자식을 둔 못난 엄마입니다만 아이 데리고 변화시키면서 살아보고 싶다”며 “사회가 건강하려면 한 가정부터 바로 되어야 한다는 걸 절감하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가족 모두가 달라지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앞서 조 씨의 아들 김 씨는 지난달 26일 극우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 게시판에 ‘친구 먹었다’는 글과 함께 단원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채 어묵을 들고 있는 사진을 올려 모욕 혐의로 9일 구속된 바 있다. 어묵은 바닷 속에서 숨진 희생자를 비하하는 말로 쓰였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고 있다. 이에 앞서 조 씨는 안산에 있는 유가족 대표단 일부를 만나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해당 게시글을 올린 이유에 대해 경찰에 “희생자들을 모욕할 의도는 없었으며 단지 주목을 받고 싶어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은 조 씨가 공개한 사과문 전문 사죄드립니다. 저는 얼마 전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어묵 사진을 올린 김 군의 엄마입니다. 제 자식이 한 일인 줄 모르고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저 또한 경악을 하였는데 당사자분들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사건을 알고는 기가 막혔지만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허둥대다 꽤 많은 시간을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루 빨리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는 똑똑치 못한 엄마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제라도 뉘우치는 진심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하지만 갈수록 상황은 어려워지고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자라오면서 많은 힘든 일들을 겪었지만 그런 것들을 말씀드리며 핑계 삼지 않겠습니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반듯하게 자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자식을 키운 제 입장에서는 하나 하나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이 떠오릅니다. 아이 아빠와 이혼하며 서로를 비방하고 다투고 하며 어른으로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고 그 후 혼자 키우면서, 하는 일도 없는 아이를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정하게 들여다봐주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는 항상 대화를 원했는데 저는 “그런 소리 말고 제대로 된 소리 좀 해라” 라며 소통을 막아버렸습니다. 우리의 처지를 푸념하며 마음의 부담이나 지워주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스스로가 원망스럽습니다. 부모와 사회에 반항하는 심리를 그렇게 비뚤게 표현한 아이가 처음엔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슬프고 암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정말 달라져서 자신이 한 행동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아이 면회를 갔을 때 “나가게 되면 그 분들께 다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자”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풀려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며 재판을 기다릴 수 있다는 구속 적부심을 신청하고 혹시라도 받아들여져 나오게 되면 아이와 함께 다시 찾아뵙고 제대로 사과를 드리고 사과문도 쓰게 하려했는데 기각이 되어 그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저라도 사죄를 드리자며 계속 찾아 갔지만 그것 또한 그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란 게 느껴져 더 이상은 막무가내로 찾아뵐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당사자 본인이 찾아뵙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로서 드리는 반성과 사죄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기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이 글을 어디에 올리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무턱대고 써봅니다. 유가족분들. 이 일로 상처가 더욱 깊어 질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모두 다 모여계신 자리에 가서 사죄를 드릴 수는 없을까 그렇지 않으면 한 분 한 분 찾아뵙고 마음을 풀어 드릴 방법은 없을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만 어렵고 어렵습니다. 이런 일로 방문하게 되었지만 유가족 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알던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시고 실업급여로 버티시는 분들. 대출까지 받으며 버티시는 분들 수많은 오해와 외면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기 위해 팽목까지 힘들게 걸으며 애쓰시는 분들 그분들이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걸 보면서 스스로는 평소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편이라고 생각 해 왔는데도 알려진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누군가는 ‘자식이 잘못한 걸 부모가 무슨 죄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자식을 잘못 키운 건 부모의 죄가 맞습니다. 저의 부족함이 정말로 큽니다. 탈 많은 남자 아이니 애 아빠 주지 왜 여자 혼자 키우려하냐며 차라리 혼자 살라는 주위의 말도 저에겐 비수였고 그럴수록 아이에겐 저밖에 없다는 생각에 빠져 바깥세상은 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개인적이 되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이렇게 야박하게 보는 세상에 혼자 아이들 거두고 키우는 것 만해도 이만하면 잘하는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선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부모의 덕은 언젠가 자식에게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잘못된 길을 걸을수록 제 탓이 아닌가 자책하게 되는 못난 자식을 둔 못난 엄마입니다만 아이 데리고 변화시키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한 가정부터 바로 되어야 한다는 걸 절감하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헤어진 전 남편을 포함해 저희 가족 모두가 달라지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죄 값을 치르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나 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알아보고 새롭게 태어나 열심히 살겠습니다. 건실하게 노력하는 새로운 모습이 되어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음 아프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글이 되고 말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시 한 번 가슴 아프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일베 어묵 피의자 소식에 네티즌은 “일베 어묵 피의자..엄마가 무슨 죄라고”, “일베 어묵 피의자..아들 잘못 키웠네”, “일베 어묵 피의자..얼마나 주목 받고 싶었으면”, “일베 어묵 피의자,,너무했다”, “일베 어묵 피의자..사진보면 아직도 화가 나”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일베 어묵 피의자) 연예팀 chkim@seoul.co.kr
  • ‘일베 어묵’ 피의자 어머니 사과문 “아들 대신 사과” 왜?

    ‘일베 어묵’ 피의자 어머니 사과문 “아들 대신 사과” 왜?

    일베 어묵 피의자 ‘일베 어묵’ 피의자 어머니 사과문 “아들 대신 사과한 이유는?” ‘일베 어묵’ 사건 피의자 김모(20)씨 어머니가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에게 보내는 사과문이 15일 공개됐다. 김씨 어머니 조모(49)씨는 편지 공개에 앞서 경기도 안산에 있는 유가족 대표단 일부를 만나 사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씨는 사과문에서 “제 자식이 한 일인 줄 모르고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저 또한 경악을 하였는데 당사자 분들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상상을 못하겠다”며 “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허둥대다 꽤 많은 시간을 보내버리고 말았다. 하루 빨리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는 똑똑치 못한 엄마였다”며 자책했다. 조씨는 또 반성문에 아픈 가정사를 털어 놓으며 “자식을 잘못 키운 건 부모의 죄이고 저의 부족함이 정말로 크다. 못난 자식을 둔 못난 엄마지만 아이 데리고 변화시키면서 살아보고 싶다”고 썼다. 아들 김씨는 지난달 26일 극우 성향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 게시판에 ‘친구 먹었다’는 제목으로 단원고 교복을 입고 어묵을 먹는 사진을 올려 거센 비판을 받았다. ‘어묵’은 일베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시신이 물고기들의 먹이가 됐고, 어묵은 그 물고기로 만든 음식’이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세월호 유가족과 단원고 교장, 시민들의 고발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해 김씨 및 공모한 조모(30)씨를 특정했고 부모를 설득해 이들을 자진 출석하게 했다. 모욕 혐의로 김씨는 구속됐고 공모한 조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다음은 김씨 어머니의 사과문. 사죄드립니다. 저는 얼마 전 일간베스트 사이트에 세월호 유가족 분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 어묵 사진을 올린 김군의 엄마입니다. 제 자식이 한 일인 줄 모르고 그 사진을 보았을 때, 저 또한 경악을 하였는데 당사자분들의 마음은 어떠셨을지 상상을 못하겠습니다. 사건을 알고는 기가 막혔지만 어찌해야 할지를 몰라 반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허둥대다 꽤 많은 시간을 보내버리고 말았습니다. 하루 빨리 찾아뵙고 사죄드렸어야 했는데 그런 것도 모르는 똑똑치 못한 엄마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제라도 뉘우치는 진심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 또 고민하지만 갈수록 상황은 어려워지고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아이가 자라오면서 많은 힘든 일들을 겪었지만 그런 것들을 말씀드리며 핑계 삼지 않겠습니다.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반듯하게 자라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나 이러한 자식을 키운 제 입장에서는 하나 하나 후회되는 일이 너무 많이 떠오릅니다. 아이 아빠와 이혼하며 서로를 비방하고 다투고 하며 어른으로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왔고, 그 후 혼자 키우면서, 하는 일도 없는 아이를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다정하게 들여다봐주지 못했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이는 항상 대화를 원했는데 저는 “그런 소리 말고 제대로 된 소리 좀 해라” 라며 소통을 막아버렸습니다. 우리의 처지를 푸념하며 마음의 부담이나 지워주기도 했습니다.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스스로가 원망스럽습니다. 부모와 사회에 반항하는 심리를 그렇게 비뚤게 표현한 아이가 처음엔 제대로 반성도 하지 않는 것 같아 더 슬프고 암담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아이가 정말 달라져서 자신이 한 행동을 뉘우치고 있습니다. 아이 면회를 갔을 때 “나가게 되면 그 분들께 다시 진심으로 사과를 드리자”고 했더니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풀려난 상태에서 조사를 받으며 재판을 기다릴 수 있다는 구속 적부심을 신청하고 혹시라도 받아들여져 나오게 되면 아이와 함께 다시 찾아뵙고 제대로 사과를 드리고 사과문도 쓰게 하려 했는데 기각이 되어 그럴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 저라도 사죄를 드리자며 계속 찾아뵀지만 그것 또한 그분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란 게 느껴져 더 이상은 막무가내로 찾아뵐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당사자 본인이 찾아뵙지 못하는 상황에서 엄마로서 드리는 반성과 사죄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기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워 이 글을 어디에 올리면 될지도 모르겠지만 그저 무턱대고 써봅니다. 유가족 분들. 이 일로 상처가 더욱 깊어질 단원고 학생들 그리고 세월호 사고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시는 수많은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모두 다 모여 계신 자리에 가서 사죄를 드릴 수는 없을까, 그렇지 않으면 한분 한분 찾아뵙고 마음을 풀어 드릴 방법은 없을까 정말 많은 생각을 하지만 어렵고 어렵습니다. 이런 일로 방문하게 되었지만 유가족 분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제가 알던 사실과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두시고 실업급여로 버티시는 분들, 대출까지 받으며 버티시는 분들, 수많은 오해와 외면 속에서 진실을 규명하고 알리기 위해 팽목항까지 힘들게 걸으며 애쓰시는 분들, 그 분들이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시는 걸 보면서 스스로는 평소 세월호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본 편이라고 생각해 왔는데도 알려진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럴수록 더욱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누군가는 ‘자식이 잘못한 걸 부모가 무슨 죄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자식을 잘못 키운 건 부모의 죄가 맞습니다. 저의 부족함이 정말로 큽니다. 탈 많은 남자아이니 애아빠 주지 왜 여자 혼자 키우려 하냐며 차라리 혼자 살라는 주위의 말도 저에겐 비수였고, 그럴수록 아이에겐 저밖에 없다는 생각에 빠져 바깥세상은 돌아보지 못하고 점점 더 개인적이 되었습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도 이렇게 야박하게 보는 세상에 혼자 아이들 거두고 키우는 것 만해도 이만하면 잘하는 것 아니냐며 스스로를 위안했던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는 더 선하게 주위를 돌아보며 봉사하며 살겠습니다. 부모의 덕은 언젠가 자식에게 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잘못된 길을 걸을수록 제 탓이 아닌가 자책하게 되는 못난 자식을 둔 못난 엄마입니다만 아이 데리고 변화시키면서 살아보고 싶습니다. 사회가 건강하려면 한 가정부터 바로 되어야 한다는 걸 절감하며 진심으로 뉘우치고 헤어진 전 남편을 포함해 저희 가족 모두가 달라지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죗값을 치르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나 저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알아보고 새롭게 태어나 열심히 살겠습니다. 건실하게 노력하는 새로운 모습이 되어 다시 찾아뵐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마음 아프게 해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제 마음을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글이 되고 말았지만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다시 한 번 가슴 아프셨던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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